도쿄 연애일기 东京爱情日记
1. 시작 1. 开始
카즈하 사쿠라 Kazuha Sakura
written by. kaku
지금까지 나카무라 카즈하의 인생은 꽤 평탄했다. 오사카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꽤나 공부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특히 이공계 과목에 두각을 드러냈기에 공학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과도 같았다. 순수 자연과학을 전공할까, 전기, 전자공학이나 기계항공공학 쪽을 전공할까 고민하다 가장 마지막에 고른 선택지는 의외로 건축공학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어디든 눈만 돌리면 보이는 고층 건물과, 한 가족이 단란하게 살 수 있는 아늑한 집, 서로 간극이 큰 두 공간을 함께 설계하고 지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람은 언제나 어떠한 ‘공간’에 자신의 몸을 둘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세련되고 단란하면서 튼튼한 공간을 설계하고 감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공간을 직접 만들 날이 올 수도 있을 테니까.
到目前为止,Kazuha Nakamura 的生活一直很轻松。她是大阪的独生女,从小就很有学习天赋。特别是,他在科学和工程科目上表现出色,因此开始为工程学院做准备是很自然的一步。当我在考虑是主修纯自然科学、电气、电子工程还是机械和航空航天工程时,我选择的最后一个选择出乎意料地是建筑工程。对我来说,有趣的是,在这份工作中,我可以设计和建造两个彼此之间有很大差距的空间,一栋在工业时代随处可见的高层建筑,以及一个家庭可以一起生活的舒适房子。人们总是别无选择,只能将他们的身体放在某个“空间”中。我想成为一个设计和监督时尚、和谐、坚固的空间的人。总有一天,你可能会创建自己的空间,与你所爱的人一起生活。
태어나서 20년 가까이 줄곧 오사카에서만 살아왔던 카즈하는 도쿄에 있는 공학대학으로 진학하며 처음으로 삶의 반경을 관서에서 관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오사카에 있는 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커리큘럼이 훌륭하면서도 유명한 대학이 도쿄에 있어 고향을 떠나 도쿄로 오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연고도 없는 도쿄에서 카즈하의 공대 생활이 시작되었다.
Kazuha 自出生以来就在大阪生活了近 20 年,当他去东京的一所工科大学时,他第一次从关东搬到了关东。我本来可以在大阪继续上学,但东京有一所大学,课程设置很好,很有名,所以我决定离开家乡,搬到东京。Kazuha 的工程学校生活始于东京,在那里他没有任何人脉。
신입생이 되고 나서 잠깐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어느새 5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건축공학과 생활은 그야말로 수업과 개인 과제, 조별 과제, 시험, 각종 프로젝트의 연속이어서 정말이지 눈을 뜨면 한 달이 가 있었고, 한 학기가 가 있었으며, 일 년이 가 있었다. 연애도 사치라고 느낄 만큼 바쁜 대학생활을 보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연애를 하지 않았던 것도, 딱히 순결을 지킨 것도 아니었지만 몇 번의 가벼운 만남 끝에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지는 결말만 맞이할 뿐이었다. 바쁜 대학생활 때문이기도 했고, 자신의 눈이 높은 건지 뭔지,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찌르르하게 올라올 만큼 깊은 애정을 나누는 연애는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즈하는 공대생답지 않게 이런 쪽으로는 의외로 운명론적인 편이었다. 자신의 운명에 새겨져 있을 누군가를 언젠가는 우연으로라도 마주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고 믿었다. 지금껏 인스턴트 만남 위주로만 해왔으면서 의외로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는 제 모습을 누군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成为大一新生后,我闭上眼睛片刻又睁开,不知不觉中,五年过去了。建筑工程的生活是一系列的课程、个人作业、小组作业、考试和各种项目,所以当我睁开眼睛时,有一个月、一个学期和一年。他的大学生活很忙碌,这让他觉得爱情是一种奢侈。当然,这并不意味着他们根本没有恋爱关系,也不意味着他们保持了童贞,但他们只是在几次偶然的相遇后结束了他们的关系并分手了。部分原因是他忙碌的大学生活,他从未经历过一段关系,他拥有如此深厚的感情,以至于从心底刺穿了他。然而,Kazuha 以这种方式出奇地宿命论,因为他不是一名工科学生。他相信自己总有一天会遇到一个会刻在他命运上的人,哪怕是偶然的,如果他遇到了那个人,他会一眼就认出他们并爱上他们。有人会说,我一直只关注瞬间的相遇,但出乎意料的是,我正在等待我的命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1급 건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소 3년 이상 건축사무소에서 건축사보 직급으로 실무 경력을 쌓아야 1급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19살에 시작한 5년간의 건축공학과 학부 생활을 끝낸 카즈하는 대학원에 가지 않고 곧바로 건축사무소에 건축사보로 입사해 경력을 쌓기로 했다. 학부 성적이 좋았던 덕에 카즈하는 도쿄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무소에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从建筑工程系毕业并不意味着你可以立即成为一流的建筑师。您必须在建筑事务所作为助理建筑师拥有至少三年的实践经验,才有资格参加一级建筑师考试。在 19 岁开始学习建筑工程本科五年后,Kazuha 决定不去研究生院,而是加入一家建筑公司担任助理建筑师来追求自己的职业生涯。由于本科成绩优异,Kazuha 能够作为新员工加入东京最大的办公室之一。
학부 시절에도 바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직장 생활은 그보다도 한 수 위였다. 건축사무소가 바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해 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야근은 필수, 주말근무는 선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카즈하는 하루하루 꼬질꼬질해져만 갔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 건축사보는 이름에 ‘보(補)’ 자가 들어가는 만큼, 선배가 맡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보조하는 역할만 맡을 수 있는데도 업무 강도가 높았다.
即使在我还是一名本科生时,我就被告知我很忙,但我的工作生活甚至更好。我已经知道建筑事务所很忙,但当我真正在那里工作时,这真的不是开玩笑的。在“夜间工作必不可少,周末工作可有可无”的口号下,Kazuha 一天比一天蠕动。由于新聘用的建筑师名字里有“Bo”字,即使他只能参与前辈的项目,并承担起协助他们的角色,但工作强度很高。
어제도 자정 가까이까지 일하다 겨우 퇴근하게 되어서 집에 갈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회사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미리 가져다뒀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카즈하는 직원 휴게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직 중요한 미팅에 동석할 만큼의 위치는 아닌지라 이 정도의 자유로움은 다행히도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다 뜨니 오전 7시 30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가 어김없이 밝았다. 또 다시 샤워실에서 머리를 감고 어느 정도 출근 가능할 정도의 수준으로 단장하고 나와 편의점에서 아침거리를 샀다. 카즈하는 회사 입구에서 사원증을 기계에 인식시키며 한숨을 쉬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째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내내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었다.
昨天,我工作到接近午夜,终于下班回家了,所以我没有时间回家。在公司淋浴间洗漱完毕,换上事先带来的运动裤后,Kazuha 躺在员工休息室的床上睡觉了。我还不能参加重要的会议,所以幸运的是,这种程度的自由是可以接受的。然后我闭上眼睛片刻,在早上 7:30 睁开了眼睛。那天明媚无比。我又在淋浴时洗了头,穿得漂漂亮亮的去上班,在便利店买了早餐。万叶叹了口气,在公司入口处扫描了他的员工证。我开始这份工作是因为我想做,但不知为何,我进入公司后一直像人一样生活。
“나카무라, 오늘 10시에 중요 미팅 있으니까 스케줄 체크해 놔.”
“中村,我今天 10 点有个重要的会议,所以请检查一下你的日程安排。”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빵과 우유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팀장이 카즈하를 불렀다.
当他把在便利店买的面包和牛奶放在桌子上,盖上考勤章后,领队就打电话给万叶。
“아, 회의실에서요?” “哦,在会议室里?”
“응. 이번에 우리 팀에서 맡기로 한 프로젝트. 나카무라도 보조로 참여하게 될 거니까 이따 같이 회의 들어가.”
“是的,这是我们团队这次决定承担的一个项目。中村也将作为助理参加,所以我们稍后再参加会议吧。
“오, 저 오늘부터는 회의도 들어가요? 무슨 프로젝트길래 중요한 미팅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哦,我今天要开个会,对吧?你说的是什么样的重要会议项目?
빵 봉지를 뜯어 한 입 베어 문 카즈하가 빵을 우적우적 씹으며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물었다. 팀장은 종이 몇 장을 카즈하에게 건넸다.
万叶打开面包袋咬了一口,一边咀嚼着面包,一边用错误的发音问道。队长将一些文件递给 Kazuha。
“아마 나카무라도 들어봤을 수 있어. ‘오르토’라고 긴자에 있는 오래 된 레스토랑인데, 이번에 확장 이전을 할 거래. 그래서 건물 설계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전부 다 의뢰하셔서 금액이 엄청 크거든. 오늘은 각 파트별로 파트장들이 와서 설계랑 디자인 컨셉 의견 준다고 하니까, 나카무라도 같이 와서 중요 사항은 메모해 둬.”
“也许中村听说过。这是一家位于银座的老店,名叫“Orto”,但这次是扩建和搬迁的交易。所以他们委托了从建筑设计到室内装饰的所有工作,所以金额很大。今天,每个部分的负责人都会来给我们关于设计和设计理念的意见,所以 Nakamura 会和我们一起来,记录重要的事情。
“넵. 알겠습니다.” “是的,我明白了。”
카즈하는 레스토랑의 정보가 인쇄된 종이와 회의 안건이 담긴 자료를 받아들고 쓱쓱 넘기며 읽었다. 오르토.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래된 역사만큼 명성도 높고 맛도 보증되어서 연간 매출이 어마어마한 곳. 이탈리안 요리뿐만 아니라 파티세리도 훌륭해서, 식사로 제공하는 빵 외에 아예 레스토랑 옆에 별도로 운영 중인 오르토 제과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레스토랑의 소개글은 의례적인 내용이라 크게 카즈하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회의 자료를 눈에 담기엔 지금 몸이 너무 피곤했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万叶拿起一张印有餐厅信息的纸和包含会议议程的文件,翻阅了一遍。邻。意大利餐厅。不仅是意大利菜,糕点店也非常出色,餐厅介绍说餐厅旁边有单独的面包店,除了用餐时供应的面包外,也是人们经常光顾的地方。我太累了,看不到会议资料,我的首要任务是填饱肚子。
오전 9시 40분이 되자 카즈하는 회의실에 회의 자료와 음료를 가져다놓기 시작했다. 이런 잡무는 신입 사원 겸 보조의 업무 중 하나다. 이윽고 프로젝트 메인 담당자를 맡을 선임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카즈하의 자리는 길게 연결된 회의 책상의 가장 왼쪽이었다. 다시 한 번 문이 열렸을 때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인 레스토랑 직원들이 줄을 지어 회의실로 들어왔다. 회의 자료를 읽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카즈하는 직원들이 들어오는 걸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하나둘씩 착석하는 레스토랑 직원들을 바라보던 카즈하의 시선이 자신의 앞자리로 서서히 걸어오는 한 사람의 얼굴에 고정됐다.
上午 9 点 40 分,Kazuha 开始将会议材料和饮料带到会议室。这种苦差事是新员工和助理的工作之一。很快,负责主打项目的资深员工一个接一个地进来坐下。Kazuha 的座位在长会议桌的最左侧。当门再次打开时,作为该项目客户的餐厅员工排队进入会议室。一直坐着看会议资料的万叶,看到员工们进来,他站起来鞠躬行礼。万叶的目光定睛在一个男人的脸上,他慢慢地走到他面前的座位上。
어깨를 갓 넘는 중단발의 검정색 머리, 흰 블라우스와 슬림한 핏이 돋보이는 정장 바지를 입은 여자는 작은 클러치 백을 하나 들고 들어와 카즈하의 맞은편 자리에 섰다. 키는 카즈하보다 조금 작지만, 새하얀 얼굴에 공백이라고는 없이 들어차 있는 이목구비는 너무도 존재감이 크고 뚜렷했다. 살면서 저렇게 눈이 큰 사람을 본 적이 있었나? 아니, 일단 저렇게 예쁜 여자를 본 게 24년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다. 꼼짝 없이 정지한 몸으로 빤히 제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는 맞은편의 카즈하를 의아하게 느끼는지, 여자는 눈썹을 한 번 위로 찡긋 올리더니 멋쩍게 웃었다. 카즈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맞은편의 여자를 보며 살짝 입이 벌어졌다. 가볍게 웃는 얼굴도 지나치게 예뻐서 한순간에 카즈하의 피로가 달아났다. 이 프로젝트에 자신을 보조로 넣어준 팀장에게 감사하다고 선물이라도 하나 드려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她留着刚过肩膀的黑发,穿着白色衬衫,穿着修身的正装裤,提着一个小手拿包走进来,站在万叶对面。他比万叶矮一点,但他白皙的脸和五官是如此大而鲜明。你这辈子有没有见过这么大眼睛的人呢?不,这是我 24 年人生中第一次看到这么漂亮的女人。女人不知道自己是不是对着对面的万叶起疑心,一动不动地盯着她的脸,眉头皱了一下,羞涩地笑了笑。万叶不知不觉地看着他对面的女人,微微张开了嘴。她淡淡的笑容是如此美丽,以至于万叶的疲惫瞬间消失了。我觉得我必须送一份礼物来感谢团队领导让我作为助理参与项目。
가만, 그러고 보니 지금 내 꼴이 이게 뭐지. 회사 샤워실에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긴 했지만 집에서 하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혹시 머리 손질 제대로 안 한 게 티 나지 않을까. 엄청 푸석푸석해보이는 거 아니야? 오늘 옷도 회사에 대충 가져다 놓은 맨투맨 티셔츠와 물도 다 빠진 청바지였다. 순간 카즈하는 자신의 행색이 너무 추레해 보여 회의실 구석에 숨어버리고 싶었다. 파트장들이 온다고 하니 막연히 중년의 아저씨들만 올 거라고만 생각해 오늘 입을 옷도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았었던 카즈하의 예상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혹시 지금 나한테서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씻기는 했으니까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겠지? 야근에 찌들어서 회사에서 모든 숙식을 다 해결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겠지? 카즈하는 휴대폰 액정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며 상태를 점검했다. 맞은편의 여자는 이런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프로젝트 매니저도 아니고 보조 업무만 맡는 자신은 어쩌면 파트장들과 말도 제대로 섞지 못할 수도 있는데 혼자 이러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엔 맞은편의 여자가 예뻐도 너무 예뻤다. 예쁜 것뿐만 아니라, 지니고 있는 고혹적인 분위기 자체만으로 카즈하를 홀리고 있었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한테서 저런 분위기가 나오지. 역시 파트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자리에 앉고 나서 회의가 시작되었어도 카즈하는 마냥 맞은편의 여자만 바라봤다.
等等,那我不知道我现在是什么样子。我在公司的淋浴间洗了头发并洗了个澡,但我无法将其与在家里做相比。也许我没有把头发梳好。它看起来是不是很脆?今天的衣服是我带去上班的运动衫,还有一条已经被水抽干的牛仔裤。那一刻,万叶脸色难看,想躲在会议室的角落里。当零件经理说他们要来时,万叶认为只有中年男人会来的期望,以及他不太注意自己今天要穿什么,彻底破灭了。也许我现在闻起来很奇怪。但自从他洗了澡后,他看起来就像个正常人吧?你看起来不像一个加班并在工作中照顾所有房间和膳食的人,对吧?万叶将他的脸倒映在手机的液晶显示屏上,检查了一下自己的状况。我对面的那个女人不会关心自己。作为一名项目经理和助理,我可能无法与零件负责人进行适当的交谈,所以独自做这件事很有趣,但这并不意味着我对面的女人太漂亮了,什么都不做。不仅漂亮,而且诱人的气氛本身也让 Kazuha 着迷。普通人怎么会有这样的氛围呢?毕竟,不是每个人都是部分领导者。尽管会议在他坐下后就开始了,但 Kazuha 只是盯着他对面的女人。
“안녕하세요. 파티세리 파트에서 나온 파트장 미야와키 사쿠라입니다.”
“你好。这是 Sakura Miyawaki,从糕点部分出来的部分领导者。
파트별로 의견을 제시하는 회의의 흐름이 맞은편 여자에게 넘어오자, 카즈하는 모든 걸 메모할 기세로 경청했다. 미야와키 사쿠라. 펜을 꼭 쥔 카즈하는 오른손으로 회의 자료에 이름을 히라가나로 메모했다. 미야와키의 한자는 아무래도 宮脇일 테고, 사쿠라의 한자는 무엇으로 쓸까. 벚꽃 그 자체로 桜일까? 아니면 요즘 신생아 이름에 많이 쓴다는 咲良? 아니면 아예 히라가나로만 쓰려나. 하지만 눈앞에 앉은 여자는 히라가나만으로 이루어진 이름을 쓰기에는 조금 냉정해 보이고 어딘가 각이 서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사쿠라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진 카즈하는 세 가지 이름을 모두 낙서하듯 휘갈겼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사쿠라는 사무소 직원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하다가도 마지막 시선은 계속해서 카즈하의 얼굴에 두었다. 오늘 제대로 씻고 화장도 열심히, 옷도 잘 갖춰 입고 나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쓸 데 없는 생각이라고 스스로도 느끼면서도 카즈하는 어떻게든 사쿠라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当会议的流程传递给他对面的女人时,万叶专心致志地听着,仿佛他要把所有事情都记下来。宫胁樱花。万叶紧紧握着笔,用右手在会议材料上用平假名写下了名字。宫胁的汉字必须是宮脇,那么 Sakura 的汉字应该用来做什么呢?樱花本身是桜吗?还是现在咲良以新生儿的名义被大量使用?或者,也许我只打算在 hiragano 中使用它。然而,坐在我面前的女人似乎有点冷淡,给人的印象是她站在一个角度上,只为平假名的名字。Kazuha 数着 Sakura 这个名字的病例数量,他把这三个名字都潦草地写下来,就像他在涂鸦一样。也许是她担心那些瞪着的眼睛,小樱轮流看向办公室的工作人员,但她将最后的目光放在了万叶的脸上。如果我洗得好,化妆用力,穿得好,我就能展现出更好的外表。尽管她觉得这是一个无用的主意,但 Kazuha 还是想多看一会儿 Sakura 的脸。
“다른 파트도 다들 마찬가지긴 하지만, 파티세리는 아무래도 대형 오븐이 여러 대 들어가야 하고 작업용 식탁도 많고, 이제 막 구워서 나온 빵을 식히는 대형 트레이나 기타 수납공간도 여럿 필요해서 제빵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해주셔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제빵사들이 덜 힘들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주셔야 하구요.”
“所有其他部分都是一样的,但糕点店需要有几个大烤箱、很多工作台和一个大托盘来冷却新鲜出炉的面包,以及其他存储空间,所以你需要有效地设计烘焙室。您还应该考虑到面包师应该能够以最有效的方式移动,这样就不会那么困难。
상당히 어려 보여 사실상 제 또래처럼 보이는데도 벌써 파트장 직함을 달았다는 것부터 예사롭지는 않았지만, 사쿠라라는 여자는 옆에 자리한 중년의 남자 파트장들 못지않게 조리 있게 의견을 이야기했다. 카즈하는 사쿠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효율적인 공간 설계. 효율적인 동선. 열을 사용하는 기구 다수 존재. 수납공간 다수 필요. 창고, 환기시설 필요. 카즈하는 회의 자료에 빈 공간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파티세리 시설에 대한 메모를 남겼다. 사쿠라의 눈길이 까맣게 변해버린 카즈하의 회의 자료에 잠시 머물렀다.
사쿠라가 파티세리 설계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내내 카즈하는 바쁘게 메모하면서도 생글생글 웃었다. 보통 중요한 회의라면 그 중요성을 생각해 진지한 얼굴로 임하는 게 카즈하의 습관이었다. 아직 일한 경험도 얼마 되지 않고 회사에서의 직급도 낮으니 진지한 표정이라도 짓는 것이 덜 초짜처럼 보이는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사쿠라를 바라보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운명적인 만남이란 게 과연 이런 걸까. 언젠가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우연히 만나게 될 운명의 상대.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운명임을 알아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는 자신감과 기대감. 모든 감각이 사쿠라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사쿠라의 의견은 단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카즈하의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었지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자의 것이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위인의 명언이 카즈하의 머리를 스쳤다.
“일단 레스토랑에 여러 파트가 있는 만큼, 프로젝트 수석 매니저가 총괄 관리하되 각 파트별로 팀을 나눠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파티세리 파트는……,”
“제가 보조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수석 매니저를 맡은 차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즈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사쿠라의 시선도, 회의실에 앉은 모두의 시선도 카즈하에게 꽂혔다. 대학을 졸업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입사도 6개월차인 신입 건축사보 나카무라 카즈하. 아직 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고 여기저기서 보조 업무만 하고 있어 선임이 이 프로젝트에 보조로 참여해라, 저 프로젝트에 보조로 참여해라, 하고 이야기하면 넙죽 들어가 뒤치다꺼리를 하고 작은 업무 위주로만 수행해온 신입 사원. 그런 카즈하가 갑자기 용감하게 손을 든 것이다. 사쿠라는 여전히 손을 들고 있는 카즈하를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술을 감쳐물고 살며시 웃었다.
“그래요. 나카무라 사원이 파티세리 파트에 보조로 참여하도록 하고, 파티세리 파트 책임매니저는 하세가와 팀장이 맡는 걸로 하죠.”
파트를 배분하는 말소리는 계속 들렸지만, 카즈하의 귀에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들어오지 않았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자의 것이다. 카즈하는 사쿠라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눈앞의 이름 모를 직원이 계속 웃고만 있으니 괜히 민망한지, 사쿠라도 자신의 파트로 배정된 카즈하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내려 회의 자료에 눈을 고정했다.
일단 사무소에서는 오늘 있었던 1차 회의에서 제시됐던 의견들을 기초로 하여 현장 실사를 거친 후 1차 설계 도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카즈하는 업무 보조자 역할에 충실하게 데스크탑으로 회의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야와키 사쿠라. 몇 번 조용히 이름을 읊조렸다. 자신이 보조자로 참여하는 여러 일거리 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던 3시간 전의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카즈하는 이제야 인터넷에서 ‘오르토’라는 식당 이름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오르토 제과점. 구글 지도나 타베로그 후기는 대부분 제과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케이크가 맛있다는 말들로 가득했다. 더욱 더 호기심이 생긴다. 분명 자신과 나이가 비슷할 것 같은데 벌써 파트장 직함을 달고 있다면 분명 어마어마한 실력자일 텐데. 나긋한 목소리와 똑 부러지는 말투로 파티세리 파트의 의견을 개진하던 하얀 얼굴이 자꾸 눈앞을 맴돈다. 생각해 보면 이름과 얼굴만 알 뿐,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애인이 있는지, 결혼했는지,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이렇게 젊은 나이에 유서 깊은 레스토랑의 파트장이 될 수 있었는지.
차분한 정신으로 회의 때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 보니, 아무래도 오버액션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지나치게 가볍게 굴었던 것만 같다. 사실 이미 누군가와 연애 중일지도, 이미 배우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나를 엄청나게 가벼운 사람으로 봤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가벼운 사람이라는 인상조차 남은 게 없었을까? 다음번에 만나면 꼭 내 이름을 말해줘야지. 가능하다면, 궁금한 점들을 천천히 하나씩 물어봐야지. 등받이를 최대로 젖혀 기댄 카즈하는 희망에 부풀어 웃다가도 한숨을 푹푹 내쉬길 반복했다. 카즈하는 회사 샤워실에 비치된 보급형 샴푸로 감는 바람에 딱히 향기도 나지 않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첫 번째 회의로부터 이틀 뒤, 첫 현장 실사가 잡혔다. 우선 기존에 운영 중인 레스토랑의 제빵실에 방문해 각종 기기들의 너비와 높이, 개수 등을 정리하고, 확장 이전이 예정된 건물로 가 내부를 다시 한 번 실측한 뒤 내부 공사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기존에 쓰던 기기들은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주어진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동선도 효율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 1차 설계 도안을 완성해야 한다. 사실 인테리어는 설계와는 다소 결이 다른 직무이지만, 워낙 큰 건축사무소라 한 곳에서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원스톱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카즈하가 다니는 회사의 장점이었다.
이틀 전에는 후줄근하고 꼬질꼬질한 인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카즈하는 옷장을 이 잡듯이 뒤져서 최대한 깔끔하면서도 예쁘고 멋있게 보일 착장을 찾으려 노력했다. 긴 다리를 부각시켜줄 검정색의 스키니 슬랙스와 연한 하늘색의 블라우스. 블라우스는 밑위가 짧아 긴 다리를 훨씬 더 길어보이게 만들어줄 예정이었다. 긴 생머리는 단정하게 묶었고, 길게 기른 앞머리도 양 옆으로 내리며 끝에 살짝 웨이브를 주었다. 화장에도 힘을 주고, 비싸게 주고 샀던 고급 향수도 손목과 뒷덜미에 뿌렸다. 이 정도면 두 번째 만남에서 조금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사수이자 팀장인 하세가와와 함께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오르토로 향하는 내내 카즈하는 머릿속으로 사쿠라에게 말을 거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첫인사를 건네는 경우의 수. 이름의 한자를 물어보는 경우의 수. 앞으로의 지속적인 미팅 일정을 잡게 될 경우의 수. 연락처를 받는 경우의 수. 사쿠라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의 수. 수많은 경우의 수를 서로 곱하면 곱할수록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확률은 점점 낮아지기만 하는 게 수학적 법칙이지만, 삶의 모든 것을 확률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꼬이는 부분이 있더라도 열심히 풀어나가면 되니까. 카즈하는 이틀 동안 읽고 또 읽었던 오르토 제과점의 후기를 되새겼다.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깊이 있는 연애를 해본 적은 없었어도 겉모습만으로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었던 카즈하였다. 그런데 대화조차 해본 적 없이 겉모습만 보고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면 누군가는 이율배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저 그런, 흔한 속물인 걸까. 하지만 이것저것 고민하기엔, 미야와키 사쿠라라는 여자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순간에도 자꾸만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오르토는 듣던 대로 규모가 굉장히 큰 레스토랑이었다. 지금도 매우 큰데 여기서 확장 이전을 한다니. 카즈하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레스토랑의 전경을 살폈다. 한 바퀴 돌았을 때, 입구 근처에서 하얀색 조리복을 입은 사쿠라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게 보였다. 카즈하는 메고 있던 백팩의 가방끈을 두 손으로 꼭 쥐며 심기일전했다. 서글서글해 보여 인상이 좋다는 평을 듣게 하는 미소도 만면에 장착했다.
“오늘 직접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 때 한 번 뵀었죠? 파티세리 파트장 미야와키 사쿠라입니다.”
“이번에 책임매니저 업무를 맡게 된 하세가와 타카히로입니다.”
하세가와 팀장의 인사가 끝나자 사쿠라가 자연스럽게 카즈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을 더 크게 뜨며 자기소개를 유도하는 표정이 예뻤다. 한 올의 머리카락도 밖으로 나오길 허락하지 않는 조리 모자를 썼는데도 미모에 결점이 없다. 진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웃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웃게 되었다.
“혹시 성함이……. 회의 때 성을 한 번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해요.”
사쿠라는 카즈하의 성을 떠올리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결국 떠올리지 못해 미안하다며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카즈하는 가방끈을 쥐고 있던 두 손으로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잠깐 지나가듯 이야기한 거니까 기억 못하실 수도 있죠. 기억 못하시는 게 사실 당연합니다. 처음 본 사이였잖아요, 저희. 네. 저는 나카무라 카즈하, 라고 합니다. 사원입니다. 이번에 파티세리 파트 설계에 보조 업무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카즈하의 입에서 두서없는 자기소개가 주절주절 흘러나왔다. 한시도 가방끈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로 잘 부탁드린다며 허리까지 꾸벅 숙이는 카즈하가 조금 웃겼을까. 사쿠라는 살짝 웃음을 흘리며 카즈하를 따라 허리를 숙였다. 아, 나카무라 카즈하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사쿠라의 손을 맞잡은 카즈하는 이가 드러나게 활짝 웃었다. 첫눈에 반한 이상형 그녀와 손을 잡았다. 제 손보다 조금은 차갑다. 찰나의 순간에 악수만 한 게 다지만 카즈하의 손에 사쿠라의 손이 가득 잡히고도 손아귀의 공간이 조금 남았던 걸 보면, 손이 꽤나 작은 사람이었다.
“그럼 일단 제빵실로 같이 들어가실까요?”
사쿠라의 말에 하세가와가 사쿠라의 옆에 서서 레스토랑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따라갔고, 카즈하는 두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레스토랑의 역사를 간략하게 브리핑해준 사쿠라는 제빵실에 들어가 파티세리 파트의 내부 설계와 인테리어에 대해 파트장으로서 의견을 꼼꼼하게 이야기했다. 확장 이전 예정인 신축 건물의 내부 면적 그림을 든 하세가와가 대형 오븐이며, 각종 집기들을 어디쯤 놓을지 대강 위치를 손으로 짚자 사쿠라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내젓기도 하며 의견을 보충했다. 어느새 사쿠라의 옆에 선 카즈하는 사쿠라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수첩에 받아 적었다.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 대한 통찰과 철학이 이만큼이나 단단히 자리 잡고 있으니 파트장이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사쿠라를 처음으로 바라보며 느낀 감상이었다.
이전에 사쿠라가 말했던 것처럼 제빵실 안에서는 대형 오븐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줄줄이 늘어서 있는 대형 베이킹 트레이에 꽂힌 선반마다 방금 전 구워낸 빵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간격으로 올라와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제빵실 안의 다른 작업공간에서는 도안에 맞춰 케이크 시트 위에 크림이며, 과일이며, 여러 장식들을 올리는 손길들로 분주했다. 처음 보는 제빵실의 풍경에 카즈하는 순간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도 잊은 채 조금 벌어져버린 입을 다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빵실의 요모조모를 여러 번 살폈다. 여러 종류의 달콤한 향이 한데 섞여 카즈하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오늘 향수 뿌리고 오셨나요?”
제빵실 구경에 여념이 없던 카즈하의 눈앞에서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이며 카즈하의 주의를 끈 사쿠라가 카즈하에게 말을 걸었다. 사쿠라의 질문에 카즈하는 이곳에 온 목적을 다시금 떠올리며 수첩과 펜을 쥔 손을 아래로 내리고 정자세로 꼿꼿하게 섰다. 본래의 목적이 레스토랑 실사인지, 사쿠라와의 대화인지 그 우선순위는 카즈하의 마음속에서 계속 오락가락하기는 했지만.
“네? 네. 향수 뿌리고 왔습니다. 어……, 혹시 좋아하지 않으시는 향인가요?”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카즈하가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요즘 잘 팔리는 고급 향수라고 해서 산 건데, 사쿠라의 취향에 맞는 향이 아닐까 봐 순간 식은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너무 독한 향인가. 향이 별로인가? 그 짧은 찰나에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 그렇다기보다는. 여기 사람들은 워낙 요리가 직업이다 보니까 혹시라도 음식에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특이한 향이 가미되면 손님들이 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고, 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어서 향수를 뿌리지 않거든요. 로션같은 것들도 향 없는 걸로 바르구요.”
“아……, 몰랐습니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뿌리지 않고 오겠습니다.”
“아니에요. 나카무라 씨는 요리가 직업인 분은 아니시니까. 뿌리셔도 상관없죠. 그냥 평소에 맡아본 적 없는 향기가 느껴지길래 궁금해서 한 번 여쭤봤던 거예요.”
“아닙니다. 그래도 미야와키 씨와 오르토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뿌리지 않겠습니다.”
카즈하의 각 잡힌 대답에 사쿠라는 한쪽 입가를 올리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신입 사원이라 안 그래도 눈치 볼 일이 많을 텐데 괜히 더 눈치 보게 만들었을까 걱정됐다. 그냥 향이 느껴져서 물어봤을 뿐이었는데. 카즈하가 계속 격식 차린 말투를 쓰며 앞으로 향수를 뿌리지 않겠다고까지 하는 게 조금 특이해 보였다.
“되게 열심히 메모하시던데. 일을 꼼꼼하게 하시는 분인가 봐요.”
산뜻한 웃음을 띠며 카즈하의 수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쿠라가 카즈하의 얼굴을 한 번 올려다보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틀 전 회의 때도 굉장히 열성적으로 필기하더니 오늘도 수첩에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글씨가 들어차 있었다. 나카무라 씨는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구나, 사쿠라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니까요. 파트장님이 효율적으로 일하실 수 있게 만들어 드려야죠.”
회사로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와 금액이 커서 중요한 프로젝트겠지만, 카즈하에게는 다른 의미로 중요한 프로젝트다. 코끝에 감도는 달콤한 향기는 분명 제빵실에 가득한 빵과 케이크에서 비롯되었을 테지만, 뇌에서는 이 모든 달콤함이 전부 사쿠라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인식했다. 앞으로는 1차 설계와 인테리어 도안을 마련해 레스토랑 측과 협의하며 도안을 수정해나갈 텐데, 그 과정에서 계속 사쿠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 자신은 책임매니저가 아니라 보조자에 불과하니 파트장 지위에 있는 사쿠라의 얼굴을 앞으로도 직접 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이 사쿠라에게 꼼꼼한 사람으로 보인다니,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해도 될까. 지난번의 꼬질꼬질한 인상을 지울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그렇구나. 서서 메모하시느라 힘드시겠어요. 글씨가 잘 써져요? 따로 노트 받침대도 없으신데.”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진짜예요!”
“진짜요? 땀나시는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아닌데, 괜찮은데…….”
“여기가 좀 더운가 봐요. 너무 덥지 않게끔 냉방을 가동하긴 하는데, 오븐도 많고 갓 구운 빵도 많아서 아무래도 열이 많이 나거든요. 저희는 적응돼서 괜찮은데, 처음 오셨으면 덥다고 느끼실 수 있어요.”
카즈하는 또 다시 손사래를 치며 힘들지 않다고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밖으로 드러난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혀 있었던 걸 들켜 버렸다. 더워서 나는 땀인지, 호감이 가는 여자 앞에서 긴장한 마음을 감추려다가 오히려 더 어설퍼지는 바람에 나는 땀인지 분간되진 않았다. 전부 다 괜찮다고만 하는 카즈하를 보는 사쿠라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이 회사 신입 사원, 좀 귀엽네. 사쿠라는 막 제빵학교에 들어가 우왕좌왕하던 어릴 때의 제 모습이 겹쳐 보여서 괜히 카즈하에게 신경이 쓰였다. 사쿠라는 손을 뻗어 카즈하의 이마 앞에서 손부채질을 했다. 진짜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 건가. 신입 사원이라 주변 눈치가 보여서 전부 다 괜찮다고만 하는 건지도 모른다. 신입 사원이니 일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필기는 꼼꼼하게 잘 하는데 어딘가 좀 어설퍼 보이는 건 역시 신입이라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이번에 두 번째 보는 사람이지만, 어딘가 특이해서 눈에 띄는 구석이 있었다. 파티세리 파트를 맡는다고 했으니 아마 다음에도 볼 일이 있겠지, 싶었다. 사쿠라는 몇 발자국 걸어가더니, 대형 냉장고의 문을 열고 초콜릿 케이크 하나를 꺼내 왔다.
“힘들지 않으시다면 다행이네요. 이거, 오늘 사무실 들어가셔서 직원분들이랑 나눠 드세요. 오늘 새로 만든 케이크예요. 드라이아이스도 많이 넣어 놨으니까, 회사에 복귀하실 때까지는 신선도가 유지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다음에 만나 뵈면 얼마나 맛있었는지 꼭 말씀해 드릴게요.”
“직접 말해주시기까지?”
“네. 오르토 레스토랑 파티세리 파트가 궁금하기도 하고, 작업을 잘 해드리고 싶어서 이틀 동안 리뷰를 많이 찾아봤었어요. 워낙 좋은 리뷰들이 많아서 사비로라도 꼭 먹어보고 싶었어요. 리뷰를 보면 볼수록 파트장님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더라구요.”
“갑자기 칭찬받은 것 같아서 좋네요. 저희 파트 직원들, 전부 다 실력자예요. 그래요. 다음에 혹시 만날 일이 생기면 케이크 맛있었는지 꼭 알려주세요.”
사쿠라가 손에 들려준 케이크 상자를 받아든 카즈하가 방글방글 웃으며 다시 한 번 꾸벅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나카무라 씨, 진짜 독특한 면이 있네. 회의 때도 계속 생글거리며 웃더니, 오늘도 내내 웃기만 하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실없이 좋아졌다. 웃음은 전염되는 거라더니, 계속 웃는 얼굴을 보며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상에 남을 정도로 격식 차린 말투, 클라이언트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며 쉴 새 없이 수첩 위에서 움직이던 펜, 분명 땀을 흘리고 있는데도 결코 덥지 않다며 휘휘 내젓던 손, 신입 사원답게 약간 어설프지만 오히려 신입 사원이니까 귀엽게 봐줄 만한 모습들.
“저, 혹시 명함 한 장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장 실사를 마치고 새 건물 실사를 가려고 짐을 챙기는 카즈하의 뒤에서 사쿠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카즈하는 화들짝 놀라, 쪼그려 앉아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뒤로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안쪽을 마구 뒤지던 카즈하가 엄청난 발견이라도 한 듯 화색이 도는 얼굴로 빳빳한 명함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사쿠라에게 내밀었다.
“제 명함입니다! 제가 아직 신입이라 클라이언트 분들께 제 명함을 드릴 일이 많지 않아서 아직 명함이 따끈따끈해요.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바로 연락 주세요!”
카즈하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이보다 더 활짝 웃어본 적은 없다 싶을 정도로 환하게 빛을 내며 웃었다.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기회가 주어졌다. 오늘을 위해 떠올렸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다 실현해 내지는 못했어도, 사쿠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명함까지 전달했으니 성공적인 하루였다. 카즈하는 여전히 사쿠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지만, 앞으로 천천히 알아갈 시간들이 주어질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자의 것이다. 사쿠라가 바지 주머니에 자신의 명함을 넣는 모습을 보며 카즈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2개의 댓글
am going to read once again this entire series because it’s so good! loved the way you characterized them, it felt so cute and genuine! thank you so much author! 🩷
신혼일기 속 모습만 보다가 연애일기라니..!!!🥹 둘의 첫만남이 이랬구나 싶고 진짜 설레요..!!!!
뒷이야기를 이미 아는 상태에서 보니깐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아가새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사랑스러움😍
다음 이야기도 너무너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