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从哪里开始出错的呢。

전봇대 아래에 거의 꿇어앉아서 구역질을 하는 최산의 등을 쓸어주면서 멀거니 자문했다. 물론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니, 답이 있다 하더라도 술에 절을 대로 절은 뇌가 그걸 떠올릴 수 있을 리 없었다. 
在电线杆下几乎跪着呕吐的崔伞的背上轻轻拍着,茫然地自问。当然,我知道这是一个没有答案的问题。即使有答案,喝得烂醉如泥的大脑也不可能想得起来。




그러니까 때는 어제 낮, 6월의 셋째 주 금요일 오후 한 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所以时间回到昨天中午,六月的第三个星期五下午一点。

핸드폰에 설정해 둔 알람이 짜르르 울리는 소리에 나는 튕겨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작부터 옷을 다 챙겨 입은 것은 물론이고, 이불 빨래부터 콘돔 구비까지 준비는 완벽했다. 자취방을 뛰쳐나가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태를 확인한 후에는 손 안에 입김을 하 하고 불어 입 냄새도 확인했다.
手机上设定的闹钟响起的声音让我猛地从床上弹了起来。不仅早就穿好了衣服,甚至连被子洗涤和避孕套准备都一应俱全。在冲出单身公寓之前,我站在镜子前,从头到脚检查了一遍状态,然后对着手掌哈了一口气,确认了口气。

그날은 종강일, 그러니까 최산이 전공 기말 과제를 제출하는 데드라인이었다.
那天是学期结束日,也就是崔伞提交专业期末作业的最后期限。




우리가 사귀게 된 지도 벌써 삼 년이 넘었다. 원래라면 그 숫자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고1 때 사귀어서, 고2, 고3, 대1, 하고 숫자를 세어야 했지만, 최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부쩍 생각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我们交往已经超过三年了。原本要想起这个数字,我得数一下从高一开始交往,高二,高三,大一,但最近我花了很多时间思考我们的关系,这个数字已经变得像专有名词一样了。

삼 년. 어른들에게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존나게 긴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느 정도로 긴 시간이었느냐면, 중학생 시절 인문계는 안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내가, 최상위권 건축학과를 가겠다면서 고1 때부터 공부에 매진하던 최산을 따라다니며 공부하는 시늉을 했더니 같은 대학의 중상위권 영어영문학과에 떡 하고 붙어 버릴 정도로 길었다.
三年。对成年人来说,这可能是短暂的时间,也可能是漫长的时间,但对我们来说,这真的是非常漫长的时间。要说这时间有多长呢?就是我在初中时被建议不要去人文系的那个我,跟着从高一开始就专心学习,立志要考上顶尖建筑学系的崔伞一起假装学习,结果竟然考上了同一所大学的中上游英语文学系,这么长的时间。

그리고 같은 교실 안임에도 반대쪽 끝자리를 배정받았다고 수업 시간 내내 끙끙 앓던 사이가, 기말 기간을 앞두고 한 달 여간을 얼굴 한 번 맞대지 않아도 그냥저냥 참을 만한 사이가 될 정도로 긴 시간이기도 했다.
而且即使在同一个教室里,因为被分配到对面的座位而在上课时间内一直苦恼的关系,在期末期间前的一个月里,即使一次也没有见过面,也变成了可以勉强忍受的关系,这段时间也很长。

고리타분한 고전 영화 감상 영문 레포트를 밤을 새워 적느라 알파벳 키를 하나하나 꾹꾹 눌러가며 생각했다. 기말이 끝나면, 일단 산이를 집에 데려와서 둘이 같이 모자란 잠을 늘어지게 채워야겠다. 그러고 나서 산이가 먹고 싶다는 걸로 배달음식을 시켜서 산이가 보고 싶다는 영화를 보면서 먹어야지. 그다음에 산이가 오래 씻을 동안 산이가 먹고 싶다는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같이 먹고, 산이가 좋아하는 야동을 켜 놓고 산이가 좋아하는……. 그렇게 산이로 시작해서 산이로 끝나는 계획을 혼자서 죽 세우고는 혼자 노트북 앞에서 실실 웃으면서 좋아했다.
为了写那篇关于无聊的经典电影的英文报告,我熬夜一个字母一个字母地敲着键盘。期末考试结束后,首先要把伞带回家,两个人一起补充缺少的睡眠。然后点伞想吃的外卖,一边吃一边看伞想看的电影。接着在伞洗澡的时候,去买伞想吃的冰淇淋一起吃,再放伞喜欢的……就这样,从伞开始到伞结束的计划,我一个人在笔记本电脑前傻笑着喜欢。

실은 그 망상 아닌 망상 덕분에 지옥 같았던 기말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거였다. 종강 날 자꾸 술 약속을 걸어오는 친구들을 다 튕겨내고 최산에게 미리 톡을 보내 두었다. 너 기말 끝나면 바로 만나자. 비록 답장이 이틀 뒤에 오기는 했지만 최산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러니까 내 excitement, 아니, 신이 난 기분은 당연한 거였다.
其实正是因为那个不算妄想的妄想,我才能撑过像地狱一样的期末考试。放假那天,我拒绝了所有朋友的酒约,提前给崔伞发了信息。你期末结束后我们马上见面吧。虽然两天后才收到回复,但崔伞也同意了。所以我的兴奋,或者说激动的心情,是理所当然的。

온라인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는 게 마지막 관문이었던지라, 사흘 내내 자취방에 처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기분이 한층 더 고조됐다. 초여름이라기에는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무척 오랜만에 타는 것 같은 버스에 올라 톡을 하나 보냈다.
由于最后一道关卡是在线提交报告,连续三天都窝在租的房子里,终于久违地出来了,心情更加高涨。虽然天气闷热得不像初夏,但无所谓了。上了感觉好久没坐过的公交车,发了一条消息。

‘잘 끝났어?’ “顺利结束了吗?”

읽지 않음 표시가 바로 사라지는 데에 심장이 조금 더 거세게 뛰었다. 진짜 끝났구나, 이제 여름방학이구나! 살면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름방학이었다. 물론 다음 학기에 라면만 먹으면서 살고 싶지 않다면 알바를 하기는 해야겠지만, 일단은.
未读标记立刻消失,心跳得更猛烈了。真的结束了,现在是暑假了!这是我人生中第一次什么都不用做的暑假。当然,如果不想在下学期只吃方便面的话,还是得打工,但至少现在不用。

아니, 라면만 먹어야 한대도 좋았다. 여름 내내 최산이랑 손 잡고 데이트 다니고 뽀뽀하고 섹스할 수 있다면 물만 마시면서 살래도 살 것 같았다.
不,不管只吃拉面也好。如果整个夏天都能和崔伞牵手约会、亲吻和做爱,那就算只喝水过日子也行。

‘어디야’ “你在哪儿”

‘빨리 와’ “快来”

그렇게 온 답장에도 하나하나 가슴이 뛰었다. 어째 처음 사귀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비록 과제와 기말에 짓눌려 얼굴조차 보지 못한 게 한 달이었지만, 권태기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即使是那样的回复也让我的心怦怦直跳。感觉就像回到了刚开始交往的时候。虽然因为作业和期末考试的压力,一个月都没见到面,但绝对不是倦怠期之类的。

다시 얼굴만 맞댈 수 있다면, 삼 년도 더 전의 그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如果能再次面对面相见,我觉得我们可以像三年前那样,甚至比那时更美好地相爱。




물론 그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꼭 상호 공유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当然,那种让人心潮澎湃的感情并不一定会被双方共同分享。

후문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벤치 위에 구겨진 것처럼 앉아 있는 최산의 정수리가 보였다. 나는 반가움 반, 그리움 반으로 그 이름을 외쳤다.
刚一下后门前的公交车站,我就看到了崔伞低着头像被压扁了一样坐在长椅上的头顶。我半是高兴,半是思念地喊出了那个名字。

“산아!” “伞啊!”

제 이름이 불리자 그 고개를 서서히 들어 올리는데, 나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当我的名字被叫到时,他慢慢抬起头来,我差点尖叫出声。

“야! 너 괜찮아?” “呀!你没事吧?”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거야 그렇다 쳐도, 광대뼈와 턱뼈가 선명하도록 양 뺨이 푹 패여 있었다. 마치 죽지 못해 살아 있는 좀비가 눈알만 데록데록 굴리는 꼴이었다.
眼下的黑眼圈虽然很重,但两颊凹陷得让颧骨和下颌骨都清晰可见。简直像个活着的僵尸,只剩下眼珠子在转动。

“너 꼴이 왜 이래, 어? 아무리 바빠도 밥은 잘 챙겨 먹으랬잖아!”
“你怎么搞成这样,嗯?再忙也要好好吃饭啊!”

내가 속이 상하다 못해 성질을 내거나 말거나, 최산은 눈을 느리게 꿈벅거리더니 한 마디를 뱉었다.
我心里难受得要发火了,崔伞慢慢地眨了眨眼睛,然后说了一句话。

“……억울해.” “……委屈。”

“엥?” “嗯?”

예상하지 못했던 그 한 단어에 나는 그만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预料之外的那个词让我不由得发出了愚蠢的声音。

“억울하다고!!” “冤枉啊!!”

“아, 깜짝아!” “啊,吓我一跳!”

갑자기 서슬 퍼렇게 외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최산 때문에 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같이 성질을 냈다. 물론 고개를 홱 돌리며 나를 노려보는 눈빛에 금세 기가 죽었지만.
突然,崔伞猛地站起来大声喊叫,我被吓得心脏狂跳,也跟着发了脾气。当然,他猛地转头瞪着我,我立刻就怂了。

“정우영.” “郑友荣。”

“어, 어, 왜.” “呃,呃,为什么。”

“가자.” “走吧。”

어딜? 그렇게 묻기도 전에 손을 홱 낚아채였다. 앞장서서 내 팔을 잡아끌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최산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며 나는 속으로만 애를 태웠다. 어, 이게 아닌데? 우리 집에 가야 되는데?
去哪儿?还没来得及问,手就被猛地抓住了。崔伞走在前面,拉着我的胳膊大步向前走,我只能小跑着跟在他后面,心里焦急不已。呃,这不对吧?我们应该回家啊?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차마 어딜 가느냐는 질문조차 못할 정도로 최산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비장했다. 마치 이 걸음을 지금 당장 떼지 않으면 인류가 곧 멸망할 태세라 입도 벙긋 못 하고 이끌려 도착한 곳은,
就这样想着,连问他要去哪儿都不敢,崔伞的每一步都显得那么悲壮。仿佛如果现在不迈出这一步,人类就会立刻灭亡一样,我一句话也说不出来,被他带到了一个地方。

“천팔백 원입니다.” “1800 元。”

편의점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일직선으로 음료 냉장고로 돌진한 최산은 서슴없이 초록 병을 하나 집더니 계산대로 향했다. 그러고는 나한테 뭘 맡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왼 손바닥을 쫙 펴 보이는 게 아닌가.
便利店。刚一进店,崔伞就直奔饮料冰箱,毫不犹豫地拿起一瓶绿色的饮料,然后走向收银台。然后他像是要把什么东西托付给我似的,摊开了左手掌。

“야, 무슨…….” “呀,什么……。”

뭐라고 항변이라도 해 보려던 나는 눈앞에 다시 한번 단호하게 펼쳐지는 손바닥에 더는 찍소리도 못하고 체크카드를 쥐여주었다. 알바생한테 생긋생긋 웃어보이면서 내 카드로 계산을 마친 최산은 그걸 다시 내게 건네주곤 병만 들고 홀랑 밖으로 나가버렸다. 머지않아 유리문 밖으로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병뚜껑을 따는 모습이 보였다.
我正想要反驳些什么,但看到眼前再次坚定地伸出的手掌,我一句话也说不出来,只好把我的借记卡递了过去。崔伞对着店员微笑着,用我的卡完成了结账,然后把卡还给我,拿着瓶子就径直走了出去。不久之后,我看到他坐在便利店前的塑料椅子上,正在打开瓶盖。

아니, 쟤가 드디어 실성했나? 백주대낮에 밖에서 혼자 병나발을 불기 시작한 손님을 보는 알바생의 표정이나 내 표정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듯싶었다. 적당히 눈에 띄는 핫바를 하나 집어 추가로 계산하고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나가니 술이 반절 가까이 줄어 있었다.
"아니, 쟤가 드디어 실성했나? 백주대낮에 밖에서 혼자 병나발을 불기 시작한 손님을 보는 알바생의 표정이나 내 표정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듯싶었다. 적당히 눈에 띄는 핫바를 하나 집어 추가로 계산하고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나가니 술이 반절 가까이 줄어 있었다." “难道他终于疯了吗?看着大白天在外面独自吹瓶的客人,店员的表情和我的表情似乎没什么两样。我随便拿了一个显眼的热狗,额外结账后放进微波炉加热,出来时酒已经少了一半。”

“뭐라도 먹으면서 마셔, 어?” “吃点东西再喝,好吗?”

다행히도 내가 내민 핫바를 순순히 받아든 최산이 그걸 입에 넣고 우물거릴 동안, 나는 걔 반대편 손에 쥐여 있는 소주병을 빼앗았다. 최산은 의외로 별 저항 없이 손바닥을 펴 주었다.
幸运的是,崔伞乖乖地接过我递给他的热狗,放进嘴里咀嚼的时候,我抢走了他另一只手里的烧酒瓶。崔伞意外地没有什么反抗,就把手掌摊开了。

“갑자기 왜 이래, 응? 억울해? 뭐가 억울해.”
“突然怎么了,嗯?委屈吗?有什么委屈的。”

테이블 위에 힘없이 놓여 있는 손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묻자, 최산은 그새 올라온 취기로 녹녹히 젖은 눈으로 날 노려보면서 답했다.
当我轻轻抚摸着无力地放在桌子上的手时,崔伞用那双因酒意而湿润的眼睛瞪着我回答道。

“한 달 내내 못 마신 거.”
“一个月没喝的东西。”

“……뭐?” “……什么?”

아까 버스 정류장에서처럼 얼빠진 소리는 아니었지만, 비슷하게 어이를 상실한 내 외마디에 최산이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刚才在公交车站时虽然不是那种呆滞的声音,但在我同样失去理智的喊叫中,崔伞像机关枪一样快速回应。

“한 달 동안 한 방울도 못 마셨다고! 한 방울도! 마시는 게 뭐야, 학교 밖에 나와 본 것도 손에 꼽는다고! 도면도 지겹고 폼보드도 지겹고 스프레이도 지겹고, 다 지겨워! 아! 마실 거야! 놀 거야!”
“一个月都没喝一滴酒了!一滴都没有!喝酒是什么,连出学校的次数都屈指可数!图纸也烦了,泡沫板也烦了,喷漆也烦了,一切都烦了!啊!我要喝酒!我要玩!”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내 손 안의 술병을 도로 빼앗아서 목울대가 움직이는 게 눈으로 보이도록 두 모금을 벌컥벌컥 마시는 게 아닌가. 벙쪄 있는 나를 향해 최산이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然后他突然从座位上站起来,从我手中夺回酒瓶,咕咚咕咚地喝了两大口,喉结上下移动得清晰可见。崔伞几乎是尖叫着对我喊道。

“아 뭐 해, 빨리 일어나! 시간 가잖아!”
“啊,干嘛呢,快起来!时间都过去了!”




실제로 잡히지 않았다뿐이지, 나는 그렇게 최산에게 멱살을 잡혀서 하루 종일 여기저기 끌려다녔다. 
实际上虽然没有被真正抓住,但我就这样被崔伞揪着领子,整天被拖来拖去。

일단 뭐라도 먹자고 들어간 일식집에서도 돈가스 정식과 함께 맥주를 시켜 마신 최산은 흥이 오른 그대로 코인 노래방에 나를 끌고 가 혼자서 오천 원어치 노래를 연달아 불러제꼈다. 처음에야 옆에서 같이 챔피언! 을 외쳐 주었지만, 끝에 갈 때쯤 되어서는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 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하면서 마이크에 대고 반쯤 오열을 할 무렵에는 나는 기진맥진해서 노래방 부스에 기대어 널브러져 있었다.
일단 뭐라도 먹자고 들어간 일식집에서도 돈가스 정식과 함께 맥주를 시켜 마신 최산은 흥이 오른 그대로 코인 노래방에 나를 끌고 가 혼자서 오천 원어치 노래를 연달아 불러제꼈다. 처음에야 옆에서 같이 챔피언! 을 외쳐 주었지만, 끝에 갈 때쯤 되어서는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 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하면서 마이크에 대고 반쯤 오열을 할 무렵에는 나는 기진맥진해서 노래방 부스에 기대어 널브러져 있었다. 一进到日式餐厅,崔伞就点了炸猪排套餐和啤酒。他兴致高涨地把我拉到投币式 KTV,独自唱了五千韩元的歌。起初我还在旁边一起喊“冠军!”,但到了最后,当他对着麦克风半哭半喊地唱“从一开始我就爱你!我这么爱你!”时,我已经筋疲力尽,靠在 KTV 包厢的墙上瘫倒了。

얘는 한 달 내내 밥 먹듯이 밤을 새운 애가 어떻게 이렇게 기운이 좋지? 나만 해도 나흘 전에는 밤새워 시험공부를, 이틀 전에는 밤새워 레포트를 내고 거기다 어제는 종일 집 청소를 했던 몸인지라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这家伙整整一个月每天熬夜,怎么还能这么有精神?就我来说,四天前熬夜复习考试,两天前熬夜写报告,再加上昨天整天打扫房子,实在是撑不住了。

노래방이 끝나자 피시방에 끌려와 반쯤 졸면서 오버워치를 한 시간 하다가는, 못한다고 상대 팀으로 쫓겨나 맞아 죽어주기를 또 한 시간을 했다. 그러고 밖을 나와 보니 아직 해도 안 져 있어서, 나는 길어진 여름 해를 원망하며 최산이 먹고 싶다는 대로 샤브샤브 맛집을 검색했다.
노래방结束后被拉到网吧,半睡半醒地玩了一个小时的《守望先锋》,因为玩得不好被赶到对方队伍又被打死了一个小时。然后出来一看,太阳还没下山,我埋怨着漫长的夏日,按照崔伞的要求搜索了一家好吃的火锅店。

그나마 저녁을 먹을 때는 술을 안 찾기에, 나는 잔고보다 큰 계산서의 숫자에 눈물을 머금고 엄마 신용카드를 꺼내면서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제 정말로 이 미친 놀자 마시자 판도 끝이구나, 이제 집에 가서 영화를 보다 자면…….
至少吃晚饭的时候他不找酒喝,我在看到比余额还大的账单数字时,含着泪拿出了妈妈的信用卡,心里却松了一口气。啊,现在这场疯狂的玩乐和喝酒终于要结束了,回家看电影然后睡觉……。

“야, 저기 호프집에서 오늘 소맥 이십 프로 할인한대.”
“喂,那边的啤酒屋今天烧酒啤酒混合饮料打八折。”

……끝이 아니구나. ……还没有结束啊。




호프집에서 나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최산의 술주정에 가까운 하소연을 잠자코 들어주었다.
在酒馆里,我默默地听着崔伞不断的醉酒抱怨。

“진짜, 다 합쳐서 이 주는 설계실 라꾸라꾸에서 잤다? 한 번은 작업대 위에 쓰러져서 졸았는데 그러다가 칼에 찔려서, 이거 봐.”
“真的,这周我都在设计室的沙发床上睡的。有一次在工作台上睡着了,结果被刀刺到了,你看。”

최산이 가리키는 왼쪽 광대뼈를 자세히 보니 과연 작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崔伞指着的左边颧骨仔细一看,果然留下了一个小伤口。

“헐, 진짜네…….” “哇,真的啊……”

“밥도 맨날! 분식 아니면 햄버거 시켜 먹고! 어쩌다 한 번 치킨 먹어도, 정신이 말짱해야 선을 긋든 우드락을 자르든 할 거 아냐? 너 맥주 없이 치킨 먹어 봤어?”
“饭也总是!不是吃小吃就是汉堡!偶尔吃一次炸鸡,也得头脑清醒才能划线或者切泡沫板,不是吗?你试过不喝啤酒吃炸鸡吗?”

“아니…….” “不是……”

물론 콜라랑 먹으면 된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当然,我不敢说可以和可乐一起吃。

“내가 진짜 건축학과 같은 데를 오는 게 아니었어어……. 정우영 이 개새끼야, 너는 나를 말렸어야지이…….”
“我真的不应该来建筑系……郑友荣,你这个混蛋,你应该阻止我的……”

아니, 저기요, 최산 씨, 당신은 저를 만나기 전부터 건축학과에 오고 싶어 했잖아요? 그렇게 묻기에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지라 나는 잠자코 잔만 비웠다.
不,不好意思,崔伞先生,你在遇到我之前就一直想来建筑系,不是吗?因为只有一条命,我默默地把杯子里的酒喝光了。

“응? 야, 정우영, 말해 봐 봐. 너는 나를 사랑하긴 해?”
“嗯?喂,郑友荣,说说看。你到底爱不爱我?”

“야, 소리 좀 줄여…….” “喂,小声点……”

학교 근처 호프집이라 혹시나 듣는 귀가 있을까 싶어 테이블 위에 놓인 손을 꾹 쥐었다. 그렇게 취한 와중에도 아직 이성은 조금 남아 있는지, 최산은 목소리를 낮춰서는 잇새로 반복했다.
学校附近的酒馆,怕有人听见,我紧紧握住了桌上的手。即使在醉醺醺的状态下,崔伞还是稍微保持了一点理智,压低声音从牙缝里重复道。

“사랑하냐고, 나를.” “你爱我吗?”

“무슨 질문이 그래, 당연하지.” “什么问题啊,当然了。”

“졸라 말만 그런 거 아니야?”
“这不只是说说而已吗?”

“야 씨, 내가 너를 얼마나…….”
“呀,哥,我有多么……”

얼마나 사랑하면 그렇게 하기 싫었던 집 청소랑 이불 빨래를 싹 하고 너 몸만 오면 섹스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놨겠냐! 물론 그렇게 외칠 수는 없어서 테이블 위에 둔 주먹 쥔 손만 부들부들 떨었다.
要多爱你,才会把那么不想做的家务和洗被子都做了,只为了你一来就能做爱!当然,我不能这样喊出来,只能让放在桌上的拳头微微颤抖。

“그런데 내가 이 꼬라지가 되게 내비뒀어?”
“可是我就这样放任自己变成这样了吗?”

“이 꼬라지가 무슨 꼬라진데?” “这是什么情况?”

“밥도 못 먹고! 술도 못 마시고! 잠도 못 자고! 폐인 꼴 나게!”
“饭也吃不了!酒也喝不了!觉也睡不了!搞得像个废人!”

“진정해 봐, 좀, 응?” “冷静点,好吗?”

나는 최산 앞에 놓인 안주 불막창을 하나 찍어서 입에 넣어주며 어린아이를 달래듯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밥? 이거 봐, 지금 먹었지. 술? 이거 봐, 지금 마시지. 잠? 잠은 가서 자면 되고.
我拿起放在崔伞面前的小吃烤大肠,像哄小孩一样一个一个地解释给他听。饭?你看,现在吃了。酒?你看,现在喝了。睡觉?睡觉就去睡吧。

“그리고 폐인은 누가 폐인이야, 이쁘기만 한데.”
“그리고废人是谁说的,明明很漂亮。”

“……정말?” “……真的吗?”

최산이 고개를 수그리더니 입술을 비죽 내밀고 나를 울망울망한 눈망울로 올려다봤다.
崔伞低下头,撅起嘴唇,用泪汪汪的眼睛抬头看着我。

“아이구, 이뻐라.” “哎呦,真漂亮。”

그건 말을 고른 게 아니라 정말 속마음이 튀어나온 거였다. 아까 했던 다른 사람 보는 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나는 축 처져 있는 그 머리를 톡톡 두드리듯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를 토라지건 화가 나 있건, 보통 이렇게 해 주면 최산은 표정을 사르륵 풀고는 예쁜 눈웃음을 치며 헤헤, 하고 소리 내어 웃어주곤 했다.
那不是挑选的话,而是真正的心里话脱口而出。我没有考虑刚才说的其他人怎么看,我轻轻拍了拍那低垂的头,像是在安抚他。不管他生气多久,通常这样做的话,崔伞就会放松表情,露出漂亮的眼笑,呵呵地笑出声来。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언제 그런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을 했냐는 듯 갑작스럽게 허리를 꼿꼿이 세운 최산은 나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핵폭탄을 투하했다.
但是今天不一样。突然间,崔伞挺直了腰板,用冰冷的眼神看着我,仿佛从未做过那种穿着长靴的猫的表情,然后投下了核弹。

“근데 왜 날 두고 다른 새끼를 만나?”
“但为什么抛下我去见其他家伙?”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내가? 최산을 두고?
这是什么狗屁不通的话。我?抛下崔伞?

“야, 너도 말하면서 웃기지 않냐?”
“呀,你说话的时候也不觉得好笑吗?”

내가 얼이 빠져 숫제 피식거리며 묻자, 최산은 더는 정색할 구석도 없을 거 같은 표정을 더 싸늘하게 식히며 반문했다.
当我愣住了,干脆笑着问道,崔伞的表情变得更加冷淡,反问道。

“너는 지금 내가 장난하는 거 같냐?”
“你觉得我现在像是在开玩笑吗?”

“아, 아뇨…….” “啊,啊,不……”

쏘아죽일 듯한 눈빛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억울한 와중에도 그런 개소리는 누구한테 주워들었는지 궁금했다.
从他那射杀般的眼神来看,他似乎真的这么认为。我到底做了什么?在感到委屈的同时,我也很好奇他从哪里听到了这种胡说八道。

“너는 설계실에서 사는 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언제 누구한테 들었어?”
“你是住在设计室的孩子,什么时候从谁那里听到这种荒谬的话?”

“너는 지금 그게 중요해?” “你现在觉得那很重要吗?”

아니, 그건 아닌데……! 변명을 하려던 것도 최산의 기세에 눌려 다시 쏙 들어갔다.
不,不是那样的……!正想辩解的他被崔伞的气势压了回去。

“너 야밤에 다른 새끼랑 단둘이 술 마셨다며!”
“你半夜和别的家伙单独喝酒了!”

“에엥? 내가 언제!” “诶?我什么时候!”

“와, 오리발 내미는 거 봐. 목격자가 다 있거든요!?”
“哇,看他装傻。可是有目击者的啊!?”

“그니까 누구!!” “所以是谁!!”

“송민기!” “宋旼琦!”

송민기? 동기 녀석의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기가 차서 눈을 굴렸다. 새끼가, 왜 없는 말을 지어내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어? 시험 준비를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기에 족보까지 공유해 줬는데 배은망덕에도 정도가 있지! 당장에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눈앞의 불이 더 급했다.
宋旼琦?一听到那个家伙的名字,我就无语地翻了个白眼。那小子,为什么要编造不存在的话让人难堪?我还把复习资料分享给他,因为他说不知道怎么准备考试,这也太忘恩负义了吧!虽然我很想立刻打电话质问他,但眼前的事情更紧急。

“진짜 아니라니까! 내가 대체 언제!”
“真不是那样的!我到底什么时候!”

“이 주 전 주말!” “两周前的周末!”

나쁜 새끼야,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내 얼굴이라도 보러 오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최산을 앞에 두고 나는 기억을 열심히 더듬었다.  이 주 전에? 그때쯤이면 기말 준비를 한다고 잠도 아껴가면서 족보를 씹어먹고 있을 때인데 내가 언제 술을…….
坏家伙,周末有时间的话至少来看我一眼……。崔伞这么嘟囔着,我努力回忆着。两周前?那时候我正为了期末考试准备,连觉都省着睡,啃着复习资料,我什么时候喝酒了……。

“……아.” “……啊。”

“아아?? 찔리는 데가 있나 보네??”
“啊啊?? 有什么地方被戳中了吗??”

술을 마시기는 했다. 그러니까 홍중 선배랑.
确实喝了酒。也就是说,和弘中前辈一起。

“아니, 그거느은-” “不是,那是——”

“-시끄러, 변명하지 마라.” “——闭嘴,不要找借口。”

“아니, 좀 들어 봐봐, 어?”
“不是,听我说,好吗?”

그러니까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족보 수여식 같은 거였다. 작년은 물론이고 그 전 해들의 기출을 가지고 있는 홍중 선배에게 족보를 받는 대신에 좋게 말하면 덕담, 현실적으로 오지랖을 들어주면서 술 동무 좀 해 준 것뿐이었다. 심지어 술값을 내가 낸 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개이득이었고, 그렇게 얻은 족보를 또 착한 이 몸께서 불쌍한 영혼 송민기한테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와전된 거였다.
所以说,那简直就是一个家谱授予仪式。去年和前年考试题目的家谱是从弘中学长那里得到的,作为交换,我听了他的祝福话语,实际上是听了他的唠叨,还陪他喝了点酒。而且酒钱也不是我出的,简直是大赚了一笔。然后,我这个善良的人把得到的家谱分享给了可怜的灵魂宋旼琦,结果传闻就被歪曲了。

“알았어?” “知道了吗?”

기나긴 설명이 끝난 뒤에 그렇게 되묻는데도 최산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漫长的解释结束后,崔伞依然用怀疑的眼神盯着我。

“……그런 호구 같은 선배가 있다고?”
“……有那样的傻瓜前辈?”

“아, 그렇다니까??” “啊,是这样吗??”

나는 마음속으로 홍중 선배한테 사과를 몇 번이나 했다. 죄송해요 선배, 그냥 호구라고 퉁치는 게 착한 선배라 그렇다고 실드 치는 것보다 쉬울 거 같았어요. 어차피 이 자리에 계시는 거 아니니까 괜찮죠? 그런 매도가 무색하게도 최산의 의심은 풀릴 줄 몰랐다.
我在心里向弘中前辈道了好几次歉。对不起,前辈,只是把你当成傻瓜来搪塞,比起说你是个好前辈来为你辩护要容易得多。反正你不在这里,没关系吧?尽管如此,崔伞的怀疑还是没有消除。

“아, 그거네, 그 선배가 너 좋아하네.”
“啊,是那个前辈喜欢你啊。”

“아니, 무슨 말을, 야, 아니야, 그런 거!”
“不是,不是那样的,喂,不是那样的!”

“하긴, 눈치라곤 개미 코딱지만큼도 없는 니가 뭘 알겠냐, 정우영, 어?”
“哈,像你这种连蚂蚁鼻屎那么点眼力见都没有的人,郑友荣,你能知道什么,嗯?”

“뭐, 인마?” “什么,混蛋?”

내가 인상을 쓰거나 말거나, 최산은 잔에 반쯤 남아 있던 소주를 털어 넣고는 인신공격을 계속했다.
不管我皱不皱眉,崔伞把杯子里剩下的半杯烧酒一饮而尽,继续进行人身攻击。

“너는 옛날부터 그랬어, 이 개새끼야. 등신같이 지가 나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졸졸 쫓아다니고. 나도 좋아한다고 눈치 존나게 줘도 못 알아처먹고. 결국 고백도 내가 하게 만든 주제에, 뭐? 같은 남자끼리는 갑작스러우니까 좀 생각해 보겠다고? 이 씹새끼야, 나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你从以前就是这样,混蛋。像个傻子一样不知道自己喜欢我,还一直跟在我后面。我给了你那么多暗示你也看不出来。最后还是我告白的,你说什么?因为都是男的所以突然间有点难以接受,要考虑一下?你这个混蛋,我现在一想起那时候就——”

아니, 대체 옛날얘기를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할아버지? 그렇게 물으려던 건 또 술을 잔에 따라 먹을 생각은 안 하고 병나발을 부는 최산 때문에 금세 잊혀졌다.
不,爷爷,你到底要讲多久的旧故事啊?正想这么问的时候,却因为崔伞直接对着瓶子喝酒而忘记了。

“아, 좀 그만 마셔!” “啊,别再喝了!”

“왜, 니가 보태준 거 있냐?? 아, 맞다아, 존나게 보탰지? 남친이 개고생하면서 야작할 때 지는 딴 새끼랑 만나서 하하 호호 술이나 처드셨지?”
“为什么,你有出什么力吗??啊,对了,你确实出了很多力吧?男朋友辛苦加班的时候,你却和别的家伙见面,哈哈呵呵地喝酒?”

“미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疯了,你怎么能这么说话!”

“그 선배 잘생겼어? 이뻐? 밤에 나보다 잘해?”
“那个前辈长得帅吗?漂亮吗?晚上比我厉害吗?”

“야!!” “呀!!”

순간 분노가 확 인 나는 테이블을 쾅 내리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한계였다. 평소에 학업 스트레스를 아무 말 대잔치로 푸는 건 알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한 달 동안, 아니, 삼 년 동안 너한테 바친 순정을 생각하면 이따금 눈물마저 나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런 말을 해?
瞬间愤怒涌上心头,我猛地拍了一下桌子,猛地站了起来。真的是极限了。平时我知道你通过胡言乱语来释放学业压力,但这也太过分了吧!一个月,甚至三年里我对你付出的真情,想到这些有时甚至会流泪,而你怎么能那么轻易地说出那样的话?

주변 테이블 사람들이 힐끔거리기 시작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목소리로 소리를 빽 질렀다.
周围桌子上的人们开始偷偷瞄过来,但我已经完全不在乎了。我用我能发出的最大、最高的声音大声喊叫。

“진짜 몇 번을 말해, misunderstanding이라고!!”
“真是的,我说了多少次了,这是误会!!”

“……미스, 뭐?” “……小姐,什么?”

내 입에서 튀어 나간 영단어에 최산은 도끼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내가 내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당황한 표정일 터였다. 와, 영문 발표를 너무 해대서 드디어 미쳤나 보다, 왜 거기서 영어가 나가냐. 최산 역시 있는 대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랬다.
从我嘴里蹦出的英文单词让崔伞瞪大了眼睛看着我。虽然我看不到自己的表情,但肯定是一脸惊讶。哇,英文演讲做太多了,终于疯了,为什么会在这里说英语。崔伞也一脸无语地看着我。

“너 지금 나 영어 못한다고 엿먹이냐?”
“你现在是在嘲笑我英语不好吗?”

“아니, 그게-” “不是,那是——”

“그래, 내가 영어 2등급을 맞기는 했어.”
“对,我的英语得了 2 级。”

“야, 언제까지 옛날 얘길-” “喂,到底要讲多久以前的事-”

“내가 영어 못해서 쪽팔려? 그래서 영문과 선배랑 놀아났니??”
“我英语不好让你丢脸了?所以你才和英文系的学长鬼混吗?”

“야 진짜, 최산!!” “呀,崔伞!!”

“뭐, 이 정우영아!!” “什么,郑友荣啊!!”

덩달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최산을 향해 나는 냅다 소리 질렀다.
我猛地朝着从座位上突然站起来的崔伞大喊。

“넌 대체가 귓구멍이 막혔냐, 콧구멍이 막혔냐?? 대체 how many times do I have to tell you-”
“你到底是耳朵堵了,还是鼻子堵了??到底我要告诉你多少次——”

아, 좆됐다. 무슨 교포 2세도 아닌데 방언이 터져버린 나를 향해 흰눈을 뜬 최산이 몸을 홱 돌렸다.
啊,糟了。崔伞瞪大了眼睛,猛地转过身来,面对着突然说出方言的我,我可不是个什么二代侨胞。

“……미친놈.” “……疯子。”

“야, 잠깐만!” “呀,等一下!”

뒤늦게 한국어로 붙잡거나 말거나, 최산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쌩하니 나가버렸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걸 뒤로 하고 나는 허겁지겁 또 엄마 신용카드를 꺼내 들고는 액정에 선을 죽 그었다. 이 처음부터 끝까지 근거도 이유도 없는 misunderstanding을 풀어야만 했다.

아, 근데 misunderstanding이 한국어로 뭐더라.
啊,근데 misunderstanding이 한국어로 뭐더라.




오해, 오해요, 이 똘추야.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냅다 뛰어서 간신히 최산을 따라잡은 게 바로 지금이었다.
误会,误会啊,你这个傻瓜。就这样在心里嘟囔着,拼命跑着,终于勉强追上了崔伞,就是现在。

새터 때 버금가게 알코올을 들이부은 위가 소리를 지르는 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 멍청한 주인 놈아, 술을 이렇게나 퍼부은 주제에 왜 뛰고 지랄이야? 사정은 최산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걔를 따라잡았을 때는 전봇대를 붙잡고 이미 한바탕 게워낸 뒤였다.
新生欢迎会时灌下的酒精让胃在尖叫。你这个蠢主人,喝了这么多酒还跑什么?崔伞的情况也差不多,我追上他时,他已经抱着电线杆吐了一地。

“아, 씨발, 죽을 거 같아…….”
“啊,操,感觉要死了……”

내 손바닥 밑에서 최산의 등이 그렇게 뇌까렸다. 나도! 나도 죽을 거 같아!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외치지 않을 눈치는 있어서, 그러는 대신 그 등을 두드려 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在我的手掌下,崔伞的背部如此颤抖着。我也是!我也快要死了!即使是我,也知道不能那样大喊大叫,所以我只是轻轻拍了拍他的背,低声喃喃道。

“그니까 일단 집에 가자, 어? 좀 씻고 자고 술 깨고 얘기해.”
“所以我们先回家,好吗?洗个澡,睡一觉,醒酒后再谈。”

웩웩거리던 최산이 내 그 말에 흐으으, 하고 숨을 들이쉰 끝에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
呕吐不止的崔伞在听到我的话后,深吸了一口气,吐出了一句话。

“싫어.” “讨厌。”

“아 왜, 또!” “啊,为什么,又来了!”

아,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나부터도 걸음을 자칫 잘못 디디면 세상이 자꾸 기우는지라 성질을 숨길 수가 없었다. 최산은 여전히 고개를 수그린 채 나를 눈길로 찢어발길 기세로 노려보더니 그랬다.
啊,真是说不通啊!我自己也是一不小心就会踩错步子,感觉世界一直在倾斜,根本无法隐藏我的脾气。崔伞依旧低着头,用眼神狠狠地瞪着我。

“나 해 뜨기 전에는 절대 안 들어가.”
“我在太阳升起之前绝对不会进去。”

“미친, 대체 왜!” “疯了,到底为什么!”

“너 아까 낮에 내 말 못 들었냐? 나는 오늘 씨발, 마시다 죽을 거야.”
“你刚才白天没听到我说的话吗?我今天他妈的要喝到死。”

그러더니 또 뱃속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구역질을 해 댔다. 이런 꼴이 되고도 더 마시고 싶다니, 진짜 스트레스가 여간했던 게 아닌가 보았다. 그 순간, 나는 황당함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서 그 등을 한 차례 더 두드려 주면서 아래를 향해 중얼거렸다.

“알았어, 마셔, 근데 진짜 내일 마시면 안 되냐? 내일도 내가 사 줄게.”
“知道了,喝吧,但真的不能明天喝吗?明天我也请你。”

“내이일?” “我的事?”

그런 단어는 정말이지 처음 들어본다는 듯, 최산은 토하다 말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더니 손등으로 대충 입가를 훔치고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那样的词语真是第一次听到,崔伞吐到一半,眼睛瞪得大大的。然后他用手背随便擦了擦嘴角,说出了完全不合逻辑的话。

“누가 너랑 내일 만난대?” “谁说明天要和你见面?”

“뭐?” “什么?”

“누가 너랑 계속 만난댔냐고.” “谁说要一直和你见面的。”

“야, 그게 무슨…….” “喂,那是什么……”

나는 거기서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이렇게 술에 전 채로 어이없고 허무하게 깨지는 거야, 우리?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만 떡 벌리고 있는데, 간신히 허리를 펴 몸을 일으킨 최산이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뒷걸음질을 치면서 그랬다.
나는 거기서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이렇게 술에 전 채로 어이없고 허무하게 깨지는 거야, 우리?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만 떡 벌리고 있는데, 간신히 허리를 펴 몸을 일으킨崔伞이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뒷걸음질을 치면서 그랬다.

“난 더 마시러 갈 거야. 따라 와서 돈 내려면 내든가, 아님 다 걍 말든가, 개새끼야.”
“我还要去喝。要么跟着来付钱,要么就别说话,混蛋。”

그러더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동작으로 몸을 홱 반 바퀴 돌려서 걸어가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내게는 내가 진짜 개새끼인지 아닌지 따질 경황이 없었다.
然后他突然像要倒下似的,猛地转了半圈,走了起来。那一刻,我根本没时间去考虑自己到底是不是个混蛋。

아니, 진짜 개새끼여도 좋았다. 일단 나랑 당장 여기서 깨자는 게 아닌 게 고마웠고,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죽도록 고마웠다. 비틀거리는 최산을 쫓아가다가 쓰러질 뻔한 걸 간신히 팔을 낚아채 부축했다.
不,不管他是不是个混蛋都无所谓了。首先,他没有立刻跟我分手,这让我很感激。其次,他给了我一个机会去改变他的心意,这让我感激得要死。我追赶着摇摇晃晃的崔伞,差点摔倒,幸好及时抓住了他的胳膊扶住了他。

“이거 놔, 씨.” “放开我,混蛋。”

“어디 가는데, 응?” “去哪儿啊,嗯?”

“몰라, 연 데.” “不知道,约会。”

지난밤보다는 다가올 아침이 훨씬 가까운 시각이었다. 이십사 시간 하는 데 아니면 연 데가 없을 텐데. 또 편의점에 가서 병나발을 불어댈까 걱정돼서, 이러다 영영 이 얼굴을 못 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나는 최산의 잔뜩 취한 발걸음에 맞추어 걔가 걷는 대로 걸었다.
昨晚比起即将到来的早晨要近得多。二十四小时营业的地方应该没有开门的吧。担心他又去便利店买酒喝,担心再也见不到这张脸,我跟着崔伞醉醺醺的脚步,照着他的步伐走。




“제발 내 말 좀 들어 봐, 산아.”
“拜托,听我说,伞啊。”

막 나와 김이 오르는 대구탕을 앞에 둔 최산을 향해 나는 여태껏 살면서 가장 간절하게 빌었다. 정말, 얘랑 같은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我朝着面前放着刚出锅冒着热气的大骨汤的崔伞,发出了我这辈子最真诚的祈祷。真的,连当初祈祷能和他考上同一所大学的时候都没有这么强烈。

앉아 있는 제 오른편으로 벽에 고개를 비뚜름하게 기댄 최산은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뜬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는 냉수를 한 컵 쭉 비우고는 각오를 다지고 입을 열었다.
坐在我右边靠着墙歪着头的崔伞眯起眼睛,仿佛在说“试试看”。我喝了一杯冷水,下定决心开口说道。

“봐 봐라? 니가 한 달 동안 날 못 만났잖아.”
“看吧?你一个月都没见到我了。”

“어.” “哦。”

“넌 그동안 계속 설계실에서 먹고 자고 살았잖아.”
“你这段时间一直在设计室吃住吧。”

“어.” “哦。”

“근데 니네 과에 걔 있잖아, 정윤호.”
“不过你们系有那个家伙,丁润浩。”

정윤호는 과며 학번을 막론하고 건축학과 신입생 걔, 하면 다 아는 유명인사였다. 입학식 때부터 키 크고 훈훈한 신입생이 있다는 입소문이 좍 퍼졌고, 거기에 성격도 밝고 공부도 잘하고 술도 잘 먹고 어쩌고 하는 소문은 그 이후에 최산이 다 확인해 준 진짜였다. 근데 진짜 잘생기구 착해, 완전 내 취향.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丁润浩是无论学年还是学号,建筑学系新生中人人皆知的名人。从入学典礼开始,就有传言说有一个高大帅气的新生,后来关于他性格开朗、学习优秀、酒量好等等的传闻,都是崔伞亲自确认过的真相。真的长得帅又善良,完全是我的理想型。我也曾这样说过。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 말에 질투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 사이에는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져진 끈끈한 관계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뒤이은 질문은 당연히 아니, 하는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이었다.
我那时和现在都没有因为那句话感到嫉妒。毕竟我们之间有超过三年的深厚关系。所以我接下来的问题,当然是期待一个“不”的回答。

“너 걔랑 한 달을 설계실에서 먹고 자는데 내가 뭐라 한 적 있어?”
“你和他在设计室吃住一个月,我有说过什么吗?”

“그니까!” “对啊!”

“으잉?” “嗯?”

그래서 나는 예상외의 반응에 그야말로 바보 같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최산은 탕을 먹으라고 나온 쇠숟가락을 테이블에 탕탕 내리치면서 열변을 토했다.
所以我对出乎意料的反应发出了愚蠢的声音。崔伞一边用铁勺敲打着桌子,一边激动地说着。

“내 말이 그 말이야! 그걸 왜 뭐라고 안 해?”
“我说的就是这个!为什么不说出来?”

아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내 입에서는 당혹으로 질문이 마구 튀어 나갔다.
不,这简直是晴天霹雳。我嘴里不断冒出困惑的问题。

“뭐…뭐라고 해야 돼? 뭐라고 할 만한 뭔가 있었어? 어? 그런 거냐고!”
“什……什么?我该说什么?有什么值得说的吗?嗯?是那样的吗!”

내 질문 세례에 최산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눈썹만 치뜨고 있었다. 아무런 대꾸도, 변명도 안 하는 그 섬세한 이목구비 위로 전에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상상들이 불쑥불쑥 지나갔다. 몇 번 보지도 못해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건축학과 신입생 걔가, 이 매끈한 턱선을 덧그리거나 이마며 콧등, 아랫입술 위에 입을 맞추거나, 더 나아가서는 티셔츠 아래의 마른 몸 위에 손을 얹거나.
在我一连串的问题下,崔伞只是挑了挑眉,露出一副似懂非懂的表情。他没有任何回应,也没有任何辩解,那精致的五官上闪过一些我从未想象过的画面。那个建筑学系的新生,我几乎没见过几次,连他的脸都记不清楚,却突然想象着他描绘这光滑的下颚线,或者亲吻他的额头、鼻梁、下唇,甚至更进一步,把手放在他 T 恤下干瘦的身体上。

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에 최산을 따라 잠깐 구경했던 설계실은 큼직한 데스크 여러 개가 놓여 있어 비좁았고 불을 끄면 어두웠다. 마침 라꾸라꾸도 있겠다, 같은 설계실 쓰는 동기들 없을 때 불 끄고 같이 누워서…….
学期刚开始时,跟着崔伞去参观的设计室里摆放着好几张大桌子,显得很狭窄,关灯后很黑。正好有个折叠床,在没有其他同学的时候关灯一起躺下……。

“이제 알겠냐?” “现在明白了吗?”

내 표정을 가만히 관찰하던 최산이 물어 왔다. 나는 불온한 상상에서 퍼뜩 깨어나 반사적으로 소리를 왁 질렀다.
正在仔细观察我表情的崔伞问道。我从不安的想象中猛然惊醒,反射性地大声喊了出来。

“너 걔랑 잤어!?” “你跟他睡了!?”

“미친놈아, 아주 동네방네 게이라고 소문 다 내라, 어??”
“疯子啊,干脆告诉全世界我是个同性恋,嗯??”

불행 중 다행으로 동틀 녘이 다 된 시각 허름한 기사 식당에 우리 또래 손님은 없었다.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원래 폼으로만 따라 두려던 소를 원샷했다. 눈앞이 일순 흐릿했다. 이 이상 술이 들어가면 진짜 위장을 통째로 토할 것 같았지만, 차라리 그러고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했다.
不幸中的万幸是,天快亮的时候,这家破旧的餐馆里没有和我们同龄的客人。我脑子一片空白,本来只想假装喝的酒一口气全喝了。眼前一瞬间变得模糊。如果再喝下去,我真的觉得会把整个胃都吐出来,但我宁愿这样死掉,也觉得比现在的处境好。

“산아…….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래…….”
“伞啊……. 你怎么能这样对我……。”

“어? 뭐가?” “啊?什么?”

대구살을 숟가락으로 쪼개며 최산이 능청스럽게 물어왔다. 좌절하던 것도 한순간, 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에 일순 속에서 열이 욱 올라왔다.
崔伞用勺子切开大구鱼,狡黠地问道。刚才还在沮丧的情绪瞬间消失了,他那若无其事的表情让我的内心瞬间燃起了一股怒火。

“뭐어가아? 너 지금 딴 놈이랑 자 놓고 뭐가 어떻냐고 묻는 거야??”
“什么?你现在和别的男人睡了,还问我怎么了?”

“누가 진짜 잤대??” “谁真的睡着了??”

“그럼!?” “那样!?”

“말이 그렇다는 거지!” “话是这么说的!”

“말이 그렇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잤다는 거야, 안 잤다는 거야!”
“你这话是什么意思!到底是睡了,还是没睡!”

“내가 어떻게 널 두고 딴 놈이랑 자!”
“我怎么能丢下你去和别的男人睡觉!”

“아니, 씨발, 그럼 애초에 정윤호 얘기는 왜 꺼낸 건데!”
“ 아니,操,那你一开始提丁润浩干嘛!”

“이 또라이 새꺄, 정윤호 얘기 먼저 꺼낸 건 너잖아!”
“你这个疯子,先提起丁润浩的是你吧!”

아, 맞다, 그랬었지. 술, 그리고 그 이상으로 피곤과 잠에 취해서 도무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정윤호 얘기를 꺼낸 이유가 다 있었다.
啊,对了,是那样的。酒,还有比那更甚的疲倦和困意让我完全不在状态。但是我提起丁润浩是有原因的。

“그래, 그거! 그거야! 니가 정윤호랑 안 잔 것처럼 나도 홍중 선배랑 안 잤다고!”
“对,就是那个!就像你没和丁润浩睡过一样,我也没和弘中前辈睡过!”

“안 잤는데 단둘이 밤에 술을 깠다고??”
“没睡觉却在晚上两个人一起喝酒??”

“아까 다 설명했잖아, 족보 받느라 그랬다고! 아니, 그리고 무슨, 같이 밤에 술 먹으면 떡 쳐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我刚才已经解释过了,是因为要拿家谱!而且,难道一起晚上喝酒就一定要发生什么吗!”

최산이 이렇게 질투랑 의심이 많은 애였나?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얘랑 사귀는 삼 년 내내 이렇듯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崔伞是这么一个充满嫉妒和怀疑的人吗?其实冷静地想一想,我根本无法回答这个问题。因为和他交往的三年里,我们从来没有这样分开过。

하지만 그건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최산의 입에서 나온 어떤 애매한 가능성만으로도 속이 홧홧했다. 그걸 해소할 길은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없었다.
但是那句话对我自己也适用。崔伞嘴里说出的某种模糊的可能性就足以让我心烦意乱。除了大声喊出来,我没有其他办法来解脱。

“그렇게 치면 맨날 같이 밤 새는 걔랑은 아주 만리장성을 몇 번이고 쌓고 허물고 했겠다, 어!?”
“그렇게 치면 맨날 같이 밤 새는 걔랑은 아주 만리장성을 몇 번이고 쌓고 허물고 했겠다, 어!?” “这么说的话,和你每天熬夜的那个人,岂不是已经一起建了好几次长城,又拆了好几次,嗯!?”

“진짜 그랬음 어쩔래!” “真的那样又怎样!”

국물을 떠먹다 말고 최산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얌전히 놓여 있던 젓가락이며 반찬통이 가볍게 튕겨져 올랐다 도로 땍때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崔伞正喝着汤,突然猛地拍了一下桌子。安静地放在桌上的筷子和小菜盒轻轻弹起,又发出啪嗒的声音掉了下来。

“내가 진짜, 너 못 보는 사이에 딴 새끼랑 바람 피웠음 어쩔래?”
“我真的,在你看不到的时候和别的家伙偷情了,你会怎么样?”

그렇게 묻는 최산의 눈빛은 좀 젖어 있어서, 여태껏 몇 번 없었던 걔 눈물 앞에서 매번 그랬듯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진짜로, 우리가 보지 못한 한 달 동안 최산이 나한테는 정이 떨어져서, 그동안 다른 누군가에게 웃어주고 마음을 허락했다면, 나는.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상상이었다. 최산이 말아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어 물었다.
那么问的崔伞眼神有些湿润,面对他那几乎从未流过的泪水,我的心脏猛地一沉。我瞬间感到一阵恐惧。真的,如果在我们看不见的一个月里,崔伞对我失去了感情,而在那段时间里,他对别人笑了,敞开了心扉,那么,我。光是想象就让我眼眶发热。崔伞握紧的拳头微微颤抖着继续问道。

“넌 그런 걱정 안 돼? 날 한 달씩이나 못 봐도 넌 아무렇지도 않아?”
“你不担心吗?一个月都见不到我,你一点都不在乎吗?”

“아니,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지, 당연히!”
“不是,不可能一点感觉都没有,当然了!”

내가 진짜, 최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책을 한 장씩 씹어먹어서, 그리고 한 문장씩 두드려 대서 첫 학기 학점을 사수한 거였다. 다만 아까도 말했듯이, 믿을 뿐이었다. 우리가 함께해 온 삼 년을, 누구 말마따나 한없이 등신 같았던 열일곱의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최산을.
我真的,每当我想念崔伞的时候,就会一页一页地啃书,然后一遍一遍地敲打句子,才保住了第一个学期的成绩。只是正如我刚才所说的,我只是相信。我们一起度过的三年,那个在我十七岁时,先向我伸出手的崔伞,尽管有人说那时的我无比愚蠢。

그냥, 산이를. 只是,伞。

“……너는 내가 걱정돼?” “……你担心我吗?”

“어.” “哦。”

내가 물어 놓고도 너무 시원스럽게 긍정해버리는 통에 그만 맥이 탁 풀려버렸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못 미더울 짓만 했나? 가벼운 자괴감이 밀려오려던 찰나, 최산이 몇 번째인지 모를 술잔을 쭉 비우고는 잔뜩 달아오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我问完之后,他太爽快地肯定了,我一下子就泄了气。我之前真的做了那么多不值得信任的事吗?正当一阵轻微的自责感涌上心头时,崔伞不知道第几次干掉了酒杯,满脸通红地嘟囔着。

“정우영 너어, 누가 막 좋다고 달라붙으면 어떡해……. 물론 넌 눈치 존나게 없는 새끼니까 그래도 모르겠지만……. 또 그렇게 어리버리하게 굴다가 누가 홀랑 벗겨 먹으면 어떡해, 씨……. 뭐하러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郑友荣,你啊,万一有人突然喜欢上你怎么办……当然你是个超级迟钝的家伙,可能还是不知道……再这样傻乎乎的,被人骗了怎么办,真是的……干嘛要长得这么帅……”

그러다가는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아버리는데, 나는 그 순간 가슴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손을 붙잡았다.
然后他把头埋在桌子上,我在那一刻无法控制从心底涌上的情感,抓住了他的手。

“……산아.” “……伞啊。”

“왜에.” “为什么。”

“내 걱정 하지 마.” “别担心我。”

나 진짜 너밖에 모르고, 너 아니면 싫어. 난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응? 산아. 반찬 그릇들 너머로 손을 붙잡은 채 같이 고개를 수그리고는 중얼거렸다. 고개를 슬쩍 들어 나를 향하는 최산의 시선은 여전히 따끔했지만, 그 시선 끝에 여전히 내가 있다는 게 나는 마냥 좋았다.
我真的只知道你,除了你我谁都不要。我希望你也这样,嗯?伞啊。我们隔着小菜碟子握着手,低着头喃喃自语。偷偷抬头看向我的崔伞的目光依然锐利,但在那目光的尽头依然有我,这让我感到非常开心。

“우영아아.” “友荣啊啊。”

“응.” “嗯。”

“나 양꼬치 먹고 싶어.” “我想吃羊肉串。”

입술을 비죽이면서까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그런 부탁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他撅着嘴说了些什么。那样的请求一点也不难。

“먹으러 가자, 지금.” “我们去吃饭吧,现在。”

나는 널 위해서라면, 산아. 为了你,伞啊。




“야, 이게 밤술이냐, 낮술이냐?” “喂,这是夜酒还是白天酒?”

양꼬치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반쯤 테이블 위에 무너져서 맥주잔에 입술만 대고 있는 내게 최산이 큭큭거리고 웃어 보였다.
在等待羊肉串烤熟的过程中,崔伞看着半趴在桌子上,只是用嘴唇碰着啤酒杯的我,咯咯地笑了起来。

“낮술이지, 등신아, 해 떴잖아.” “这是白天喝酒啊,笨蛋,太阳都出来了。”

맞아. 한창 떠오르는 햇빛이 가게 창문 밖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 광경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对。正午的阳光在店铺窗外闪闪发光。看到那景象,不知为何眼泪流了下来。

“정우영, 우냐?” “郑友荣,你哭了吗?”

“어, 눈이 졸라 부시다, 야.”
“啊,眼睛好刺眼,喂。”

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익숙한 밤새우는 감각, 그리고 내 앞의 최산. 어제 낮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을 때보다 배는 더 핼쓱해 보였지만, 내 눈에는 지금까지 최산과 마주했던 그 어떤 순간보다 더 예뻐 보였다.
这让人不寒而栗的熟悉感,整夜未眠的感觉,以及我面前的崔伞。比起昨天白天在公交车站遇见时,他看起来更加憔悴,但在我眼中,他比以往任何时候都更美丽。

“산아.” “伞啊。”

“응?” “嗯?”

“너, 아까 진심이었어?” “你,刚才是认真的吗?”

“아까? 아까가 언젠데?” “刚才?刚才是什么时候?”

하긴, 우리가 지금 거의 이십사 시간째 이러고 있지. 어쩐지 눈시울이 더 시큰해진 나는 아까 최산이 전봇대를 부둥켜안고 했던 말을 뇌까렸다.
确实,我们现在几乎已经这样持续了二十四个小时。我眼眶更加酸涩,刚才崔伞抱着电线杆说的话在我脑海中回荡。

“내일 나랑 안 만난다고 했던 거.”
“明天你说不和我见面的事。”

“내가 언제 너랑 안 만난다고 했어? 만난다고 안 했다고 했지.”
“我什么时候说过不见你了?我只是说没说要见你。”

뭔 소리야 그게, 그거나 그거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최산이 말끝에 방긋 웃어 보였다.
那是什么声音啊,那也好这个也好。正这么嘟囔着,崔伞在话尾露出了微笑。

“그리구, 이제 내일이잖아. 근데 너 만나잖아.”
“而且,明天就是了。可是你会见到我。”

마침 창밖의 해가 최산의 정수리 위로 조금 떠올라서, 나는 순간 정말로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최산은 사실 천사고, 저건 후광이고, 나는 존나 복 받은 새끼라고.
正好窗外的太阳稍微升到了崔伞的头顶上,我一瞬间真的认真地这么想过。崔伞其实是天使,那是他的光环,而我是个他妈的幸运家伙。

“너도 말해 봐, 정우영.” “你也说说看,郑友荣。”

“뭐를?” “什么?”

“진짜 아니야?” “真的不是吗?”

그 선배랑? 그렇게 묻는 데에 나는 느끼고 있던 감격과 내내 쌓여 왔던 억울함이 한 번에 콧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和那位前辈?听到这个问题,我感受到的感动和一直积累的委屈一下子涌上了鼻子。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当然不是!当然不是!”

울먹울먹 터져 나온 내 대답에 최산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눈썹을 한데 모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이내 울음을 펑 터뜨렸다.
在我哽咽着回答后,崔伞的脸慢慢地扭曲了。他皱起眉头,紧闭双唇,然后咬着下唇,接着突然大哭起来。

“다행이다아, 진짜-” “太好了,真的——”

최산은 얼굴을 숨길 생각도 안 하고 울었다. 한 손에는 맥주잔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내 손을 꼭 쥔 채로.
崔伞毫不掩饰地哭了起来。一只手拿着啤酒杯,另一只手紧紧握着我的手。

“너도 아니지?” “你也不是吧?”

걔랑? 내가 코맹맹이 소리로 묻는 데에는 훌쩍이면서도 고개를 붕붕 저어 보였다.
他吗?我用鼻音问道,他一边抽泣一边猛摇头。

“아니야아, 절대 아니야, 흑-” “不是的,绝对不是,呜-”

웬만해서는 우는 법이 없고 내 앞에서는 더더욱 우는 법이 없는 최산인지라, 이렇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전에 없이 아팠다. 이렇게까지 마음고생 하는 줄 알았더라면 학점 따위 하수구에 처박는 한이 있더라도 선배를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였다.
웬만해서는 우는 법이 없고 내 앞에서는 더더욱 우는 법이 없는崔伞인지라, 이렇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전에 없이 아팠다. 이렇게까지 마음고생 하는 줄 알았더라면 학점 따위 하수구에 처박는 한이 있더라도 선배를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였다.

“울지 마, 이 멍충아아-” “别哭,笨蛋——”

그렇게 울면서도 물수건을 들어서 내 눈가를 찍어주는데 대체 누가 할 말을 하나 싶었다.
即使在哭泣中,他还是拿起湿毛巾轻轻擦拭我的眼角,我不禁想到底谁会说话。

“너나 울지 마, 이쁜 게-”
“你别哭,漂亮的-”

나 역시 내 물수건을 들어서 최산의 얼굴을 문질러 닦아 주었다. 밖이 아니었더라면 물수건 대신 맨손으로 하염없이 뺨을 만지작거렸을 거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만져보는 얼굴인지 몰랐다.
我也拿起我的湿毛巾擦了擦崔伞的脸。如果不是在外面,我可能会用手不停地抚摸他的脸颊。我已经不知道有多久没有触摸过这张脸了。

“영아아…….” “友荣啊……”

“응, 산아-”  “嗯,伞啊——”

“고기 타…….” “肉烤焦了……”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의 팔이 가로지르는 밑에서 맹렬하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얼굴을 한껏 구기며 웃었다.
这么一看,我们两人的手臂下方正猛烈地冒着烟。我一边忍住不断涌出的泪水,一边尽量挤出一个笑容。

“……너 빠싹한 거 좋아하잖아.” “……你不是喜欢脆的吗?”

“맞아, 나 빠싹한 거 좋아해…….”
“没错,我喜欢脆的东西……”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나는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숫제 흐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인 최산도 웃고 있었다.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눈을 접고 웃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 영아. 그렇게 한숨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뜩 젖은 눈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주 쥔 손만 매만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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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뻤다. 나도, 정말 말도 못 하게 보고 싶었어. 잔

“우리, 담 학기에는 꼭 말하고 다니자.”
“我们,下学期一定要说出来。”

“뭘?” “什么?”

“너랑 나랑 사귄다고.” “你和我在交往。”

너랑 나랑 오래오래 사랑했고, 또 앞으로 더 오래오래, 예쁘게 사랑할 거라고. 우리 사이에 그 누구도, 그 어떤 오해도 다시는 끼어들 수 없게.
你和我相爱了很久很久,以后也会更久更久地漂亮地相爱。我们之间不会再有任何人,任何误会能够插足。

“응?” “嗯?”

그렇게 어르며 내민 내 유치한 새끼손가락에, 최산은 싫은 기색도 없이 순순히 제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就这样,我伸出幼稚的小指,崔伞毫不犹豫地也伸出他的小指勾住了我的。

“응, 약속.” “嗯,约定。”

삼 년 넘도록 잡아 온 손이 살포시 감아오는 감각이 이렇듯 벅찬 날이 올 줄,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어떠한 잘못도 이 손과 함께라면 바로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로잡을 거였다.
三年多来紧握的手轻轻地包裹着,这种感动的感觉,我从未想象过会有这样的一天。只要和这只手在一起,任何错误都能纠正。一定会纠正的。

정말, 그날따라 최산 뒤로 떠오르는 해가 유난히 눈 부시고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真的,那天崔伞背后的太阳格外耀眼,美得让人流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