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제야 봄이 온 것 같았다. 한국에서 봄이 올 때마다 유우시는 나카메구로를 떠올렸다. 좁은 강을 둘러 싼 양옆이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있었다. 강을 따라 밝힌 등불에 분위기를 즐기기 보다는 부모님 손을 놓칠까 조마조마했던 벚꽃축제.
樱花开始绽放了。直到这时才感觉春天真的来了。每当韩国迎来春天,勇志总会想起中目黑。狭窄的河流两岸开满了绚烂的樱花。比起欣赏河畔点亮的灯笼营造的氛围,更担心会松开父母手的樱花祭。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많아 유우시는 매년 축제에 가자는 부모님의 말에 괜히 대답을 하지 않곤 했다. 뭘 보고 왔는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다녀오면 진이 빠졌다. 물론 유우시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유우시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매년 축제에 갔다. 툴툴대면서도 축제에 갔던 날들을 지금 떠올려보니 사람이 지나치게 많았지만, 벚꽃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났다.
人潮拥挤得几乎没有落脚之处,勇志常常对父母每年提议去祭典的话充耳不闻。混乱到记不清看了什么,回来时总是精疲力尽。当然不管勇志如何回应,在来韩国前他每年都被带去祭典。如今回想那些嘟嘟囔囔不情愿前往的日子,虽然人确实多得过分,但记忆中樱花确实很美。
비가 다음 주 내내 온다고 했다. 아직 벚꽃도 완전히 피질 않았는데. 선배들이 말했었던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는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꼭 중간고사가 끝나면 꽃이 전부 져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이유겠거니 하는 추측이 들었다.
天气预报说接下来整周都会下雨。明明樱花还没完全盛开。学长们说樱花的花语是"期中考试"看来没错。他们总说期中考试结束樱花就会全部凋谢,现在想来确实如此。
한편, 시온은 기존에 알고 있던 유우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곤 했다. 유우시는 대뜸 동아리 신청서를 내밀었다. 동아리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곳이 많긴 했지만 시온이 들어가 있는 동아리는 상시 모집이었다. 매일 할 일 없이 모여있던 책상에 한 명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시온은 기다란 책상에 앉아있는 유우시가 너무 이질적이라 자꾸 기분이 이상했다.
另一方面,吴是温开始重新思考对勇志的认知。勇志突然递来了社团申请表。虽然很多社团都有固定招新时间,但吴是温所在的社团是常年招新的。明明只是长桌前多了个无所事事的新成员,但看着勇志坐在那里的身影,吴是温总觉得有种说不出的违和感。
그렇게 같이 하자고 할 땐 싫다고 하더니. 시온은 동아리 팸플릿을 전부 읽어보고 학기 초에 점찍어 놓았던 곳에 같이 들어가자며 졸라댔지만 유우시는 단박에 거절을 했었다. 원래라면 유우시는 못이기는 척 시온의 말을 들어줬지만 동아리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온은 그때 조금 서운해 유우시가 알진 모르겠지만 하루 정도 먼지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금 무슨 바람이 불어서.
"当初说要一起加入时明明拒绝得那么干脆。"吴是温把社团宣传册都读遍了,学期初就标记好想去的社团软磨硬泡,勇志却一口回绝。按平时勇志应该会半推半就地答应,唯独对社团这件事异常坚持。吴是温当时有点失落,虽然不知道勇志有没有察觉,但整整一天都没主动说话。结果现在又突然吹的什么风。
"시온아!" "是温啊!"
어떤 여자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시온에게로 달려왔다. 워낙 크게 소리가 나서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여자는 유우시를 보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게 물었다. 누구야? 몰라. 새로 들어오겠다는데. 그래? 시온의 여자친구는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열어 비타오백 하나를 유우시에게 내밀었다. 유우시는 얼떨결에 손에 쥐어진 비타오백을 내려다보았다.
某个女生猛地推开门冲吴是温跑来。动静太大自然吸引了所有人的目光。女生看到勇志,小声问旁边的人:谁啊?不知道。说是新来的。是吗?吴是温的女友自然地打开冰箱,递给勇志一瓶维他命 500。勇志愣愣地看着突然被塞到手里的饮料。
"여기는 내 친구야. 유우시." "这是我朋友,勇志。"
"그래? 안녕!" "是吗?你好!"
"....네. 안녕하세요." "....嗯。你好。"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냉기가 가시지 않은 비타오백 때문에 유우시는 손이 시렸다. 지나치게 사교성이 좋았다. 어떻게 학기 초에 바로 사귄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단번에 의문이 풀렸다. 구김살 없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호감을 살만했다. 유우시는 비타오백을 내려놓고 손바닥의 물기를 닦아냈다.
刚从冰箱里取出的维他 500 还带着未散的寒气,冻得勇志手指发麻。前田陆的社交天赋实在过分——明明才开学就能和所有人混熟,起初还有人暗自疑惑,但见到那张永远挂着无褶笑容的脸便瞬间了然。勇志放下饮料罐,在裤缝蹭了蹭掌心的水珠。
"왜 존댓말 해? 우리 다 동갑 아니야? 말 놔~."
"干嘛用敬语啊?我们不是同岁吗?说平语吧~。"
"네." "嗯。"
"에이. 너 낯가리는구나? 알겠어. 천천히 친해지자."
"哎,你怕生啊?明白了。咱们慢慢熟悉吧。"
시온은 제 친한 친구와 여자친구가 대화를 하는 게 좋아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우시는 잠시 시온과 시온의 여자친구를 번갈아 보았다. 안 어울려. 유우시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눈을 찡그렸다. 시온은 주머니를 더듬거리다가 가방을 뒤졌다. 아, 나 지갑 두고 왔나 봐. 금방 다녀올게. 말릴 틈도 없이 시온은 핸드폰만 챙겨 강의실로 뛰어갔다.
吴是温看着自己最好的朋友和女友相谈甚欢,掩饰不住满脸欣慰。勇志来回打量着吴是温和他的女友,眉头一皱别过脸去——真不搭。吴是温摸索着口袋又翻找背包,突然啊了一声:"我好像忘带钱包了,马上回来。"没等阻拦,他已攥着手机冲出了教室。
야, 나도 잠깐 화장실 좀. 기존의 동아리원도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자리를 떴다. 유우시는 머리를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시온의 여자친구는 어색하지도 않은지 쪼르르 다가와 유우시의 의자를 끌어당기며 옆에 앉았다.
喂,我也去下洗手间。其他社团成员也暂时离席说要出去一下。勇志撩了下头发叹了口气。吴是温的女朋友毫不尴尬地小跑过来,拽过勇志的椅子紧挨着他坐下。
"시온이가 친구라 하는 사람은 처음 봐."
"还是第一次见到是温说有朋友来。"
"그래? 다 친구지 뭐..." "是吗?都是朋友嘛..."
유우시는 자꾸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려 애를 썼다. 시온의 주위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어쩌면 저와 친해지려 하는 거짓말일 수도 있었지만 유우시는 입에 힘을 주었다.
勇志拼命想压下不断上扬的嘴角。吴是温身边明明围着那么多人。或许想和我亲近只是客套话——但他还是咬紧了牙关。
"시온이는 뭐 좋아해?" "是温你喜欢什么?"
"....? 몰라." "……?不知道。"
"응? 친구인데 그것도 몰라?" "嗯?是朋友啊,这都不知道?"
"응." "嗯。"
시온의 여자친구는 황당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계속 유우시에게 물었다.
吴是温的女友用荒唐的语气反问。即便如此她也不肯放弃,继续向勇志追问各种问题。
"시온이 커피는 좋아하지?" "吴是温不喜欢咖啡吗?"
"그랬나?" "是吗?"
"그럼 못 먹는건 있나?" "那有什么不能吃的吗?"
"모르겠는데." "不知道呢。"
단호하게 대답하는 유우시의 표정에 악의는 없어 보였다. 덕분에 말투가 약간 싸가지 없는 부분을 걸고넘어져 기분이 나빠도 괜찮은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 외국인이니까. 겉으로 볼 땐 티는 나지 않지만 유우시는 결국 이방인이었다. 시온의 여자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4개짜리 캐리어에 담긴 하나 남은 음료를 내밀었다.
得能勇志果断回答的表情看起来并无恶意。正因如此,即便他的语气有些没大没小,也很难判断该不该为此生气。是啊,毕竟是个外国人。表面虽看不出来,但勇志终究是个异乡人。吴是温的女友点点头,从四轮行李箱里掏出最后一罐饮料递了过来。
"음... 그래! 이거 사 온 건데 하나 남거든? 너도 이거 먹어."
"嗯...对了!这个是我买来的,还剩一个?你也尝尝这个。"
"저기 있는 건 시온이 거?"
"那边的是吴是温吗?"
"응. 맞아. 시온이가 저거 좋아하더라고."
"嗯。对啊。吴是温好像挺喜欢那个的。"
"그래? 음... 그렇구나." "是吗?嗯...这样啊。"
떨떠름한 대답에 시온의 여자친구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끝을 맺지 않는 게 영 찜찜했다.
面对这含糊其辞的回答,吴是温的女友微微蹙眉。她似乎有话要说,却又欲言又止的样子实在让人心里发毛。
"왜? 아니야?" "为什么?不是这样的?"
"시온이가 저걸 좋아했었나...?" "是温以前喜欢那种东西吗...?"
유우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끝을 흐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시온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가. 시온의 여자친구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勇志瞪圆了眼睛含糊其辞地耸了耸肩。刚说完对是温一无所知,又突然找起茬来。是温的女友露出微妙表情,眯起了眼睛。
"나 가야겠다." "我该走了。"
"...시온이 오면 가. 금방 올 걸."
"等是温来了就走。他马上就到。"
유우시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문을 세게 닫으며 동아리 방을 나갔다. 덕분에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던 동아리원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유우시가 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온이 손에 지갑을 쥔 채로 동아리방에 들어왔다.
勇志没有回答,猛地摔门离开了社团教室。沙发上熟睡的社员被惊醒,吓得从梦中弹起。勇志走后不久,是温攥着钱包推开了社团室的门。
"유우시는?" "勇志呢?"
"몰라. 급한 일 있나 봐. 가던데."
"不知道。可能有什么急事吧。他走了。"
"그래?" "嗯?"
시온도 가방을 곧장 매고 나갈 채비를 했다. ...너도 가게? 시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미안. 유우시랑 같이 가려고 했어서... 이따가 연락할게.
吴是温也立刻背好包准备出门。"...你也要去店里吗?"他犹豫片刻后开口,"抱歉...我约了勇志一起。晚点联系你。"
조별과제가 시작되었다. 둘의 시간표는 완벽하게 일치했다. 원래 둘의 계획에는 조별 과제는 없었으나 어떻게든 시온이 유우시와 시간표를 맞추려 유우시가 잡지 못한 강의들은 과감하게 포기를 한 탓에 조별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러 강의계획서를 뒤져가며 완벽하게 짜놓은 계획이 날아가긴 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分组作业开始了。两人的课表完美重合。原本他们的计划里并没有小组作业,但吴是温为了和得能勇志的课表同步,果断放弃了勇志没选上的课程,结果导致现在不得不做小组作业。虽然故意翻遍教学大纲精心安排的计划泡汤了,但这也是理所当然的事。
교수가 피피티를 띄웠다. 4조 오시온. 7조 토쿠노 유우시.둘 다 이름이 ㅇ으로 시작해 당연히 이름순으로 해도 같은 조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시온은 유우시가 외국인인걸 잠시 까먹고 있었다. 외국인끼리 잘 통할 것이라 생각한 걸까.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끼리 묶어 조를 편성해놓았다. 학생들은 교수가 띄운 명단에 맞춰 모이기 시작했다.
教授打开了 PPT。4 组吴是温。7 组得能勇志。原本以为两人名字都以 W 开头按姓名排序自然会同组的时温,一时忘了勇志是外国人。或许是觉得外国人之间更容易沟通吧。教授把外国学生都编在了同组。学生们开始按照投影名单聚集成群。
유우시는 이런 순간이 정말 싫었다. 대학에 오면 좀 더 자유로운 거 아니었어? 자유와는 거리가 먼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졌다. 번호 교환도, 발표 내용에 대한 논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우시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세 조원들을 번갈아 보았다. 다들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불편해.
勇志最讨厌这种时刻了。上大学不就是为了更自由吗?可眼下只有令人窒息的沉默,与自由相去甚远。既没人交换联系方式,也没人讨论汇报内容。勇志叹了口气,轮流看向其他三名组员——全都只顾埋头刷手机。真难受。
유우시는 4조가 모여 있는 곳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4조는 맨 뒷자리였다. 시온이 없었다. 시온은 맨 뒷자리가 아닌 교수의 옆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시온과 눈이 마주치자 시온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勇志转头寻找四组聚集的地方。四组坐在最后一排。是温不在那里。是温没有坐在最后,而是在教授身旁交谈着。当勇志与是温目光相遇时,是温眯眼笑着点了点头。
"명단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아서, 다음 수업 때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名单需要稍作修改,下节课会重新通知大家。"
유우시는 다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교수 뒤에 서 있는 시온을 바라봤다. 시온은 엄지를 들어 올리며 유우시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유우시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勇志又悄悄探出头,望向站在教授身后的吴是温。吴是温竖起大拇指,朝勇志灿烂一笑。勇志忍不住也笑了出来。
교수는 외국인으로만 구성되어있던 7조를 없애고 기존 조에 한 명씩 들어가도록 조를 바꾸었다. 외국인이 넷이었던 터라 두 조는 외국인이 없는 조로 편성되었다. 우연인지 4조에는 유우시가 들어가게 되었다.
教授取消了全部由外国人组成的 7 组,重新调整分组,让每个原有小组各加入一名外国人。由于外国人有四位,因此有两个组没有分配到外国人。不知是巧合还是有意安排,勇志被分到了 4 组。
시온과 같은 조가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외국인에게 조별 과제는 가혹했다. 리쿠는 시도해봤지만 그나마 쉽다는 한국어로 되어있는 자료를 찾기도 힘이 들었다는 말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자신도 없고 피피티를 만들기도 어려워 결국 그 과목을 드랍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안 도와줬어? 야, 누가 나까지 도와줘.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리쿠의 짜증 섞인 일본어에 유우시는 입을 다물었다.
和吴是温分到同一组算是幸运,但对留学生来说小组作业实在太残酷。前田陸尝试过,但他说连找韩语资料都费劲——那还是最简单的部分。既没信心当众发表,又做不好 PPT,最后只能退掉那门课。...其他人没帮忙吗?啧,能别骂我就谢天谢地了。听到陸烦躁的日语抱怨,勇志闭上了嘴。
"자료조사는 유우시가 하는 게 어떨까요?"
"资料调查让勇志来做怎么样?"
"아...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안될까요? 저도 자료 조사 하고 싶은데."
"啊...能不能用石头剪刀布来决定啊?我也想查资料的说。"
"다 같이 하나씩은 맡아야 하니까. 대신 제가 발표 할게요."
"既然大家都要各自负责一部分,那就由我来发表吧。"
"아 네 알겠습니다." "啊 嗯 知道了。"
어제처럼 입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눈치만 보고 있는 조들도 많았지만 시온의 조는 5분 안에 시온이 번호를 받아내고 역할 배분까지 완료했다. 자료조사 어떻게 해? 내일 같이 하자. 둘이 소곤대는 사이 교수가 마이크를 들어 공지를 했다. 먼저 끝난 조는 가도 좋습니다. 유우시는 시온과 함께 강의실을 나섰다.
虽然有不少小组像昨天一样连嘴都不敢张,只是静坐着察言观色,但吴是温的小组五分钟内就拿到了号码并完成了角色分配。"资料调查怎么做?""明天一起弄吧。"两人正窃窃私语时,教授拿起麦克风宣布:"先完成的小组可以离开了。"得能勇志和吴是温一起走出了教室。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울 만큼 지나치게 날씨가 좋았다. 아직 시험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내일부터는 비가 온다고 했다. 벌써 목련은 바닥에 떨어져 새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자 시온은 유우시에 대한 생각을 했다. 너는 벚꽃이 아름답다는 나라에서 왔는데 벚꽃을 보면 혹여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지. 그래도 너는 여기에 있기로 했잖아, 맞지?
天气好得让人舍不得就这样回家。虽然考试还没开始,但听说从明天起就要下雨了。玉兰花早已凋落在地,渐渐变得漆黑。当樱花开始绽放时,吴是温想起了得能勇志。你来自那个以樱花之美闻名的国度,看到樱花时会不会突然又想回去呢?不过你已经决定留在这里了,对吧?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벚꽃을 보러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일부터는 비가 내리 온다고 하니까 당장 오늘. 갑작스러운 제안에 유우시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在去乘地铁的路上,他们得出了去看樱花的结论。因为从明天开始就要下雨了,所以得抓紧今天。面对这突如其来的提议,勇志露出了茫然的表情。
"...오늘?" "...今天?"
"응. 내일부터는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대. 그러면 꽃이 다 떨어질 거야. 어차피 시험이 끝나면 꽃이 다 시들기도 하고 또..."
"嗯。从明天开始这周都会下雨呢。那样的话花都要凋谢了。反正考试结束后花也都会枯萎的..."
"우리 둘이?" "就我们两个?"
유우시는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둘이'라는 단어에 강조가 들어갔다.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우시는 목을 긁적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은 곧바로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나간 김에 저녁까지 먹고 오는 게 좋으니까.
勇志用手指着自己问道,'两个人'这个词被他刻意加重了语气。是温点了点头。勇志挠了挠脖子,也跟着点头。是温立刻开始搜索石村湖附近的美食店——既然都出门了,干脆连晚饭也一并解决才好。
이따 저녁까지 먹고 올 건데, 먹기 싫은 거 있어? 고기 빼고. 고기? 응. 굽는 고기. 유우시의 대답에 시온이 검색한 내용의 반 이상이 날아갔다. 디저트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삼겹살집이었기 때문에 시온은 약간 아득해져 최근에 취업을 했다는 선배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 술은 좀 먹어? 아 너무 술은 빼고... 칵테일 정도는 괜찮지?
"晚上吃完饭再回来,有什么不想吃的吗?除了肉。肉?嗯,烤肉。"勇志的回答让吴是温搜索的内容一大半都作废了。除了甜点类,几乎全是五花肉店,吴是温有点懵,便向最近刚就业的前辈提问:"这样啊?那能喝点酒吗?啊酒就算了...鸡尾酒之类的可以吧?"
꽃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좀 많았다는 점을 빼고는. 평일이라 사람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온 것인지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시온은 유우시의 얼굴을 계속 살폈다. 다행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듯했다. 꽃이 지기 전에 보러와서 다행이야. 내일이 지나면 아쉬울 것 같았다.
花还不错,就是人有点多。本以为平日人会少些,结果大家似乎都想到一块儿去了,熙熙攘攘的。吴是温一直偷瞄着勇志的表情——幸好没有露出厌恶的神色。"赶在凋谢前来看真是太好了"他想着,若等到明天过后,恐怕会遗憾吧。
어두침침한 조명이 둘을 반겼다. 메뉴판을 받자 시온은 직장인과 대학생 간의 재정 상황 차이를 느꼈다. 가격과 상관없이 추천을 해달라고 했긴 했지만, 정말 선배가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추천을 해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준 터라 시온은 좋은 곳이겠거니 했지만 좀 분위기가...
昏暗的灯光迎接着两人。接过菜单时,吴是温感受到了上班族与大学生之间的经济状况差异。虽说自己说过"不用考虑价格尽管推荐",但真没想到前辈会完全不看价格就推荐。而且对方推荐得如此积极,吴是温本以为肯定是家好店,但这氛围未免有点...
"...우리만 남자다, 그렇지." "...就剩我们两个男人了,对吧。"
"응. 그러네." "嗯。是啊。"
유우시와 시온을 제외하고는 전부 커플들끼리 좌석에 앉아있었다. 분위기가 좋기는 좋았다. 메뉴를 세 개 정도 시키고 칵테일을 하나씩 골랐다. 메뉴판에 있는 칵테일 설명을 보던 유우시는 눈을 굴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除了得能勇志和吴是温,其他人都成双成对地坐在座位上。氛围确实不错。我们点了三份菜单上的菜品,各自选了一杯鸡尾酒。正翻看酒单上鸡尾酒介绍的勇志突然翻了个白眼,压低声音问道。
"나 생일 안 지났는데. 나는 논알콜로 마셔야겠지?"
"我生日还没到呢。我得喝无酒精的吧?"
"생일?" "生日?"
"응." "嗯。"
"왜? 성인이잖아." "为什么?你已经是成年人了。"
"어... 일본에서는 생일 지나야 마실 수 있어."
"呃...在日本要过了生日才能喝。"
시온은 곧장 웃다가 유우시의 팔을 콕 찌르며 놀렸다. 그럼 개강 파티는 어떻게 간거야. ...그러게? 근데 난 안 마셨어. 저번엔 마셨잖아. 유우시는 억울하다는 듯 말하다가 시온의 말에 입을 꼭 다물었다.
吴是温正笑着,突然用手指戳了戳勇志的手臂调侃道。那开学派对你怎么去的?...就是啊?不过我这次没喝。上次不是喝过了嘛。勇志委屈地辩解着,听到吴是温的话后立刻紧紧闭上了嘴。
"분위기가 다르니까..." "氛围不一样了..."
"그럼 유우시 애기네, 애기?" "那勇志是宝宝咯,宝宝?"
"뭐래..." "说什么呢..."
유우시는 식전 빵 위에 올라간 버터를 펴 바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시온과 유우시 뒤에 남자 둘이 들어와 유우시는 빤히 둘을 쳐다보다가 좀 편안한 자세를 했다.
勇志一边把面包上的黄油抹开,一边皱起了脸。是温和勇志身后走进来两个男人,勇志直勾勾地盯着他们看了一会儿,稍微放松了姿势。
"근데 저번에 누구랑 마신 거야?"
"不过上次你是和谁一起喝的?"
"으음?" "嗯哼?"
"저번에 취했을 때." "上次喝醉的时候。"
"음. 그냥 뭐. 친구랑 마셨지."
"嗯。没什么。就是和朋友喝了点酒。"
왜 대답을 안 해주지? 꼬치꼬치 캐물을 일은 아니었지만 자꾸 저런 대답을 하니 시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우시는 여전히 대답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약간 서먹해진 공기를 뚫고 직원이 발랄하게 음식들과 칵테일을 내려 놓았다.
为什么不回答我?虽然不是非要刨根问底的事,但听到这种回应后吴是温的表情凝固了。得能勇志依然没有要回答的意思。服务员活泼地穿过略显尴尬的空气,将食物和鸡尾酒轻快地摆上桌。
"...맛있어. 먹어봐." "...好吃。尝尝看。"
티나게 말을 돌리는 유우시의 말대로 화제는 음식으로 넘어갔다. 괜히 여기를 추천해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선배에게 누구와 간다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선배 내가 누구랑 가는 줄 알고 여기를 추천해준 거에요. 칵테일이 달콤했던 터라 두 세잔을 빠르게 비워냈다. 바텐더가 셰이커를 거세게 흔드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得能勇志巧妙地转移了话题,对话内容转向了食物。我忽然意识到他推荐这家店并非偶然,同时想起自己没告诉前辈是和谁一起来。前辈知道我是和谁来的才推荐这里吗?鸡尾酒甜得恰到好处,我很快喝空了两三杯。调酒师剧烈摇晃雪克杯的声音持续在耳边回荡。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간 사이 시온이 이미 계산을 마쳤다. 정확히 얼마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음. 유우시가 생각했을 땐 평소에 가던 곳의 몇 배는 됐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내가 사줄게. 그래. 약간 취해버렸다. 아무리 칵테일이라도 해도 술인데 쭉쭉 들이켰던 게 화근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알딸딸한 기운이 돌았다. 그래도 둘 다 걸을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유우시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온의 팔을 붙잡았다.
去洗手间洗手的功夫,吴是温已经结完账了。具体花了多少不清楚,嗯。勇志估摸着得是平时常去那家店的好几倍。下次我请你吧。好。他有点微醺了。虽说都是鸡尾酒但毕竟也是酒,连续猛灌的后劲开始上来了,整个人晕乎乎的。不过两人都还能正常走路,倒也不成问题。勇志拽住了正要拦出租车的是温的手腕。
"조금 걷다 갈래?" "要稍微走走吗?"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확연히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풍경은 예뻤지만 호수가 옆에 있어서인지 칼바람이 불어 유우시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움츠렸다. 집에 갈래? 유우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핫팩 있어.
虽然散步的人还是不少,但比起刚才明显少了许多。风景很美,但或许因为湖边有风,凛冽的寒风让勇志冷得直打哆嗦,缩起了身子。"要回家吗?"勇志摇了摇头。"有暖宝宝。"
봉투를 찢고 핫팩을 빠르게 흔들었다. 평소 같으면 금방 따뜻해졌을 텐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아직 온도가 낮았다. 오그라든 손 때문에 핫팩을 흔들기가 힘들었다. 시온은 유우시 손에 들린 핫팩을 가져가 대신 흔들어 뜨끈함이 올라올 때쯤 다시 건넸다. 시온의 얼굴은 홍조로 물들어 있었다. 시온의 얼굴은 쉽게 붉어지곤 했다. 조금 부끄러워 할 때에도, 깜짝 놀랐을 때에도, 주목을 받았을 때에도, 어쩌다가 별일이 없어도 홍조가 퍼졌다. 그런 걸 알지만 그래도 유우시는 이제 좀 억울했다.
撕开包装袋快速摇晃着暖手宝。要是平时早就该暖和起来了,大概是心里太着急,温度还是偏低。冻僵的手让摇晃暖手宝变得格外吃力。吴是温接过勇志手里的暖手宝替他摇晃,等暖意升腾起来才递回去。他的脸颊早已染上红晕——这人向来容易脸红。稍有害臊时,突然受惊时,成为焦点时,甚至偶尔毫无缘由也会漫起绯色。虽然知道这点,勇志此刻却莫名觉得委屈。
내가 이러는 거, 솔직히 네 잘못도 큰 거 알지.
我变成这样,说实话你也有一大半责任。
너는 아무한테나 꽃 구경 가자고 하는 거야? 진짜? 네가 그냥 누구에게나 다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쌀쌀맞게 대해서 나도 마음 접을 수 있으면 좋겠어. 유우시는 시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정말로.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튀어나오는 진심을 집어삼킨 채 유우시는 핫팩을 건네받았다. 뜨거운 온도에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你是随便跟谁都会约去看花的吗?真的?我希望你不是对谁都这么温柔。要是你能冷淡点对我就好了,这样我也能死心。勇志真心羡慕那些不喜欢吴是温的人。真的。这世上真的会有人不喜欢你吗?咽下几乎脱口而出的真心话,勇志接过了暖手宝。灼热的温度仿佛要烫伤皮肤。
7개의 댓글 7 条评论
누구에게나 따듯한 다정인줄 알았는데 윳시에겐 너무나 뜨거운ㅠㅠ
오 제발...
저는 다음 회를 보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이제 진득한 사랑을 해라....
나 이것만 기다렸어요.
…벌써부터 너무 재밌어요..
오시온 유죄 吴是温有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