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시는 세상에서 극혐하는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딸기고 다른 하나는 담배였는데 딸기향 담배를 피우는 이 양아치는 오죽 싫을까 싶기도 하다. 매캐하면서도 달달한 향이 이질적었는데 눈 앞에 있는 이 양아치 또한 그랬다. 정갈하게 가쿠란을 입은 멀끔한 외모가 담배와는 거리가 있어보였는데 뿌옇게 연기를 뱉어내는 모습이 능숙해보였다. 

"학교에서는 금연인데."

비흡연자를 배려하지 않는 양아치는 여전히도 유우시를 앞에 두고도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유우시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는 여유롭게 앉아서 흡연하고 있는 양아치의 가슴팍에는 노란색 명찰이 달려있다. 파란색의 명찰인 유우시보다 한 학년 위의 명찰이다. 유우시는 노란색의 명찰을 보며 아무렇게나 그의 이름을 휘갈겼다.

마에다 리쿠 교내 흡연 벌점 10점.

유우시는 선도부다. 사실 유우시의 성격 상 선도부 같은거는 귀찮아서 하지 않을 법도 한데,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한다며 회사에서 억지로 시킨 역할이다. 다섯살 때 데뷔한 유우시는 연예계 생활을 잘 견디며 자랐다. 카메라 잘 받는 잘생긴 외모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연기력 덕분에 평판이 좋았고 오랜 연기생활로 팬클럽 회원수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제작년에는 유우시가 출연한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연말 시상식에서 배우 트로피를 모두 챙겨왔을 정도였으니 탑스타 대열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게 탄탄대로일줄로만 알았던 유우시의 연예계 생활에 적신호가 켜진 건 유우시와 가까운 지인의 SNS가 해킹을 당한 이후였다. 

탈탈 털려버린 SNS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딸기와 담배였다. 미성년자인 유우시의 손에 들려있는 담배는 아역배우때부터 쌓아온 호감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담배는 이미지 나락에 기여할수야 있겠다만 딸기가 왜 문제냐는 의문을 갖는다면, 단언컨대 딸기가 더 큰 문제였다고 말 할 수 있었다. SNS에는 가까운 지인이 딸기를 입에 문 체로 유우시와 키스하는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었는데 상반신이 탈의된 체로 찍힌 그 영상이 좀 많이 야릇했다는게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이보다도 큰 문제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평평한 가슴을 가진 그러니까 꼬추달린 남자였다는 것이었다. SNS가 해킹이 된지 약 30분만에 유우시의 이름이 일본 인기 포털사이트에 도배가 되었었는데 기사 조회수는 폭발적 댓글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논란의 중심 핫이슈 그 자체였다. 

"너도 피는 것 같던데 하나 줄까?"

해킹 사건 이후로 유우시는 딸기는 입에도 대지 않고 담배를 끊은 비흡연자가 되었다. 담배 한개비를 내민 리쿠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해보였다. 재밌겠지. 학교에 출석도 안하던 주제에, 사생활 스캔들이 터져버린 문란한 연예인이 자숙하겠다며 근면성실한 척 하고 있으니. 게이가 양아치들을 선도한다며 비아냥 거리는 애들이 한두명이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애들이겠거니 하며 넘기기로 했다. 한마디라도 덧붙였다간 또 인터넷에 오르락 내리락 거릴수도 있으니 유우시는 짜증이 나더라도 꾹 참아야만 했다.

"나 담배 끊어서."

"근데 2학년 아니야? 말이 짧네?"

난 노란색, 넌 파란색. 명찰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연기를 내뱉은 리쿠를 보며 유우시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대답했다.

"담배부터 끄세요. 마에다 리쿠. 선배님."

선배님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으며 말했더니 낄낄 거리며 웃어보였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서는 박장대소를 하는 리쿠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재수 없는 놈인 것 같았다.

"네, 유우시 후배님. 그렇게 하죠."

리쿠는 들고 있던 담배를 땅바닥에 떨구고선 발로 지져껐다. 그러고선 유우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를 떴다. 점이 되어 사라지는 인영을 노려보곤 유우시는 리쿠가 먼진 머리를 거칠게 털어댔다. 그리고선 킁킁 거렸다. 가쿠란에 베인 딸기향의 담배냄새가 역겨웠다. 


-


칠판 앞에서 열정적인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리쿠는 지금 딴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체육관 뒤에서 마주친 유우시의 얼굴을 떠올렸다. 학교에 유우시가 다니고 있다고는 듣긴 했었는데 직접 마주하는건 처음이었다. 하긴, 유우시도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르지 않았으니 처음 보는게 당연할 것이다. 연예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에 자주 빠지지 않는가. 직접 보니 실물이 훨씬 나은거 같았다. 부드러웠던 유우시의 갈색 머리카락이 생생해 손을 쥐었다 폈다 해봤다. 원래 연예인들은 머릿결도 좋은건가. 다음에 유우시를 만나면 무슨 샴푸를 쓰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다음시간에 콜?"

"콜. 존나 재밌겠다."

재밌는거? 그게 뭔데. 리쿠는 옆 분단에서 부산스럽게 떠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유키와 메구미였다. 그리고 그것이 유우시를 괴롭히는 작당모의였다는 것을 얼마지나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거 하지 말지."

리쿠가 턱을 괴며 말했다. 애새끼도 아니고 괴롭힐 생각을 하고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병신 같은 것들. 들고 있던 볼펜을 쎄게 던지니 뾰족한 심이 그대로 유키의 얼굴을 스치고 떨어졌다. 유키의 볼에 핏방울이 맺혀갔다. 

"시발, 뭐야?"

"센세. 여기 얘네들 떠들어요."

마에다 리쿠, 너 뭐냐며 씩씩 거리는 유키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선생님께 고자질을 했다. 수업시간에 떠들면 안돼, 병신들아. 리쿠는 유키에게 메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분하다는 듯 유키는 리쿠를 야렸지만 리쿠는 신경쓰지 않았다. 좆밥도 안되는게. 화장실에 가둬놓고 대딸을 시킬거라느니, 사진찍어서 인터넷에 뿌리고 싶다느니. 싸구려 동영상들에 나올법한 판타지를 재밌겠다고 히히덕거리는 수준이 알 만했다. 대가리에 똥만 들은 놈들.

복도로 끌려나가는 유키와 메구미를 확인 하고 리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필통에서 샤프를 하나 더 꺼내서 손에서 돌렸다. 그러다가 멈칫하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하더니 리쿠는 공책 위에 글씨를 적어내려갔다. 

토쿠노 유우시.

이름을 쓰고 주위에 동그라미를 빙빙 그렸다. 리쿠 또한 유우시의 가십을 알고 있었다. 모를수가 없지 않은가. 대체불가 아역배우, 열도의 국민 남동생, 티비만 틀면 나오는 유우시의 광고들. 인기가 많았던 만큼 유명했던지라 이슈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던 것도 알고 있었다. 연예인 인생 쫑났다며 조롱하는 댓글이 인터넷에 도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리쿠가 보는 관점은 조금 달랐다. 담배? 그거 뭐 필수도 있지 않나? 요즘 안피는 애들이 어딨다고. 딸기도 그래. 키스할 수 도 있지 뭘 그래. 게이인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호들갑들은. 

위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까닭은 리쿠 또한 자신의 섹슈얼 아이덴티티를 깨달은 게이였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깨달은 때는 비교적 최근이었다. 시기는 유우시의 동영상이 트위터에 돌아다닐때 쯤? 그렇다, 리쿠는 딸기를 물고 끈적하게 키스를 하던 유우시의 영상을 보고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눈을 떴다. 모니터에 가득 찬 유우시의 얼굴, 감고 있는 눈,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유우시의 혀. 그리고 방 안을 가득 울리는 소리. 손이 묽은 액체로 흠뻑 젖자 리쿠는 인정했다. 시발, 나 게이구나. 스캔들이 터진 연예인 영상을 보고 자위하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움도 잠시였다. 리쿠는 다른 유우시의 영상을 찾아 보느라 밤을 새웠었다.

서걱거리는 샤프소리가 계속 났다. 

1. 토쿠노 유우시는 예의가 없는 편. 한살 형인 나한테 반말을 함. 

2. 토쿠노 유우시는 생각보다 성깔이 있음.

3. 토쿠노 유우시는 담배를 끊었음. (맞담 필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음.)

4. 토쿠노 유우시는 악필임. 

짧은 만남이었어도 줄줄이 써 내려간다. 곧이어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리쿠가 10번을 쓸 때 쯤이었다. 


-


"여기 금연이라고요."

"아, 쏘리."

미안하다면서 끝까지 교내에서 담배를 안피진 않는다. 저렇게 피다가는 얼마안가 폐병 걸리겠다고 생각했을정도로 리쿠는 골초였다. 그래도 유우시가 말을 하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로 버리긴 했다. 유우시는 오늘도 마에다 리쿠 라는 이름을 적어내렸다. 들고 있던 종이를 휘리릭 넘기며 유우시는 리쿠의 벌점을 세어 합산했다. 

"교내 흡연 벌점 10점입니다. 보아하니 지금까지 쌓인 벌점이 80점이네요. 100점 넘으면 징계위원회 열리는거 알고 계시죠?"

"유우시가 봐주면 되잖아."

"제가 양심에 찔리는 짓은 못해서. 본걸 못 본척 하고 넘어가는 걸 못해요."

유우시는 착실하게 리쿠의 벌점이 80점이라는 걸 메모했다. 밑줄 두줄에 별표까지 야무지게 쳤다. 

"매정하네. 흡연자에게 담배 끊으라 하는 건 고역이야. 너도 알텐데?"

담벼락에 앉아있던 리쿠가 뛰어내려왔다. 리쿠가 움직일때마다 딸기향이 훅 끼쳐서 유우시는 코를 막았다.

"그렇게 싫어? 딸기향이라서 독하진 않을텐데."

그냥 싫은거라고요. 속으로만 대답하고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치부를 말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딸기고 담배고. 그리고 두갤 합친 딸기향 담배는 더더욱. 모조리 다 싫었다. 

"그것 좀 피지마세요. 존나 싫어요 진짜."

"그 영상 때문에 그래?"

맞다. 유우시의 치부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체공개였다. 유우시를 끌어내린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 검색하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이래서 담배를 쉽게 못 끊는다고 하는건가. 끊었던 담배가 고파지는 순간이었다. 

"하나 있어요?"

들고 있던 파일을 바닥에 대충 던져놓고는 옆에 나란히 서서 물었더니 곧장 유우시의 손에 담배 한개비가 들려졌다. 불 좀. 입에 문 담배에 불이 붙자 깊게 빨아들였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리쿠는 흘깃 쳐다봤다. 영상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 똑같이 섹시해. 

"뭘봐요. 담배 태우는거 처음보는것도 아닐텐데."

당연히 처음보는 게 아니다. 그 영상을 한 백번쯤 돌려봤을테다. 순간, 유우시를 보며 자위했던 자신이 떠올라서 리쿠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야, 유우시. 너도 벌점 10점이야."

"그러던가요. 어치피 이 세상 사람들 저 담배피는거 하 다 알고 있는데."

별 도움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이딴 오글거리는 행동도 더 이상 못해먹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선도부라니. 제 자신이 생각해도 뻔뻔스러웠다. 흡연하고 있는 사진이 찍히면 소속사 대표가 사고친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차렸냐며 불호령을 내릴게 불 보듯 뻔했지만 이젠 뭐 될대로 되라 싶었다. 재기는 힘들거란 걸 이미 알고 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거. 그래, 시발. 나 토쿠노 유우시는 호모새끼다. 옆에서 같이 담배를 태우고 있는 리쿠도 속으론 날 더럽게 쳐다보겠지. 그랬을테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딸기향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신경을 긁어댔겠지. 유우시는 괜시리 리쿠가 꼴보기 싫어졌다.

"너 그 남자랑 지금도 만나?"

잠깐의 침묵을 깬건 리쿠였다. 여기서 말하는 그 남자라면 아마 그 새끼일것이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아서 이 사단을 만든 새끼. 애초에 유우시 몰래 그딴 영상을 찍어 개인 SNS에 비공개로 업로드한 그 새끼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유우시는 담뱃재를 털고는 대답했다. 

"제가 그렇게 등신으로 보여요?"

등신처럼 보이냐고 물었지만 내막은 달랐다. 유우시는 그 남자를 좀 많이 좋아했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차인 것도 유우시 쪽이었다. 추락하는 연예인이 싫증이 난 거였는지 아니면 일반인인 자신이 싸불당하며 털리는게 무서웠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유우시는 그 남자에게 명백히 차였다. 배신감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수습하기에 바빠 쌍욕 한번 박지 못하고 연락이 끊긴게 후회스러웠다.

유우시는 자신의 커리어를 중요시 하는 편이었다. 다섯살때부터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 섰던 자신에겐 인기와 대중의 관심은 삶의 모든 것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이 어느때냐고 물어본다면 한 겨울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촬영장에서 자신의 씬이 올때까지 12시간을 덜덜 떨어가며 대기했던 때라고 답할 것이다. 그때가 여덟살때였으니 또래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한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유우시는 손톱밑에 낀 모래알의 느낌을 겪어보지 못해 알지 못한다. 그렇게 악착같이 버텼는데. 모든건 한 순간에 엎어져버려 송두리째 빼앗겨버렸다. 십년 가까이 함께 해오던 소속사는 유우시와의 계약해지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중이었으니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나 연예인이랑 친구 먹은건가?"

"뭐래."

"맞담하면 친구지 뭐."

리쿠는 웃어보이며 기대고 있던 등을 일으켰다.

"싸인 좀 해줘. 나 토쿠노 유우시랑 친구 먹었다고 집 가서 자랑하게."

아무도 찾지 않는 연예인 자랑을 누가 들어준다고. 유우시는 헛웃음이 나왔다. 

"몇장 필요한데요?"

손가락에 베인 딸기향을 맡았다. 여전히 구리다.


-


컴퓨터 책상에 종이들이 쌓여져 있었다. 언뜻 보기에 대여섯장은 되어보였다. 이로써 유우시는 악필인게 확신해졌다. 큼지막한 싸인 밑에 ps. 금연하세요. 라고 적혀져있는 글씨체가 삐뚤삐뚤 못나보였다. 

리쿠는 유우시를 서칭하는 중이었다. 꼬꼬마 시절이었던 유우시의 영상을 시작부터 최근 출연작까지 훑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실물이 더 낫단 말이지. 얼굴을 감상하던 와중에 자연스레 바지춤으로 올라가려던 손을 인지한 리쿠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 왜이러냐."

남몰래 유우시를 흠모했던 시간이 물밀듯이 현타의 시간으로 되돌아왔다. 자신도 몰랐던 변태스러움에 기가 찼다.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온통 유우시의 생각으로 가득 한 머릿속을 정리해야만 했지만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아직도 생경했다.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문제의 동영상을 플레이했다. 맛있게도 피네. 리쿠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담배곽을 들었다. 입고 있던 트레이닝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성기를, 정면에는 유우시의 얼굴을 띄워놓았다.

"으...아.. 유우시.."

손놀림이 빠르게 이어져갔다. 리쿠의 뜨거운 숨이 모니터 속 유우시에게 닿았다. 스피커를 통해 혀가 엉키는 소리가 들리자 귀가 빨개지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 유우시의 상대가 자신이었으면. 딥페이크 기술 처럼 자신의 얼굴을 덧씌우는 상상까지하며 유우시의 이름을 연신 불러댔다. 리쿠는 아까 전 학교에서 한 말을 다시 주어담고 싶었다. 친구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세상 어떤 사람이 친구 보고 딸을 칠까. 리쿠는 자신과 키스하는 유우시를 상상하며 절정을 맞았다.

유우시와 더 한 것도 하고 싶었다.


-


일진 한번 사나웠다. 등교길에 지나가는 다른 학생과 부딪혔는데 하필 그 학생이 양손 가득 음식들을 들고 있었다. 더러워진 가쿠란을 보며 유우시는 인상을 구겼지만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뭐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괜찮다며 지나쳤다. 딸기향이 가득 베인 가쿠란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처음 입는 거 였는데. 입자마자 이런 대참사가 벌어졌다니. 유우시는 집에 가서 다시 세탁해야할 귀찮음에 한숨을 내쉬며 더러워진 외투를 벗었다. 흰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이 된 유우시는 복도를 걸었다.

"미안. 있는지 몰랐어."

아까 유우시의 가쿠란에 음식물을 쏟아버린 학생인 것을 알아차린 순간 부딪힘도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임을 알 수 있었다. 유치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버린 유우시는 신경질적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게 왜 앞에서 알짱거려. 어쨌든 미안."

미안하다며 유우시의 젖꼭지를 꾹 누른 학생이 씩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어 보였다. 유우시는 아니꼽다는 듯이 노란색의 명찰을 쳐다봤다. 유키? 

"이거 딱딱하게 서는 거 아냐?"

달라붙는 흰색 티셔츠 위로 계속해서 자극이 느껴졌다. 

"어디 딸기 없나. 유우시 나한테도 딸기키스 해주면 안되냐?"

"..."

"빨아보기라도 해주라. 응?"

상대하지말자, 괜한 잡음 만들기 싫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유키가 유우시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야야, 너도 젖탱이 딱딱해졌잖아."

유우시의 아랫도리를 주물럭 거릴려는 유키를 거칠게 밀쳐냈다. 몸만 컸지 정신 연령은 하등 생물인 미물과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시비를 걸어오는 애들을 일일히 하나하나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성격 죽이고 살았건만 꼭 이렇게 건드리는 놈들이 있다. 삭막하고 치열한 연예계 생활에서 악바리로 버틴 유우시에게 이딴 건 고삐리의 궂은 장난이라고 넘길 수 있었다. 딸기를 들먹거리며 집요하게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결국 뚜껑이 열린 것이다.

"씹돼지가. 좆에도 지방껴서 이거 발기나 되긴 되는거냐?"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잘못 건드린거라고, 돼지새끼야. 유우시는 그대로 유키의 턱주가리를 붙잡고 어퍼컷을 날렸다. 아프다며 나뒹구는 유키를 발로 걷어차기까지 해보였다.

"그러니까 건드리긴 왜 건드려!"

잔뜩 열이 받아서 발길질을 하는 유우시를 말리는 손길들이 진정하라며 유우시를 유키에게서 떼어 놓았다. 학생들이 구경났다며 웅성웅성 수군거렸다. 소속사 대표가 전화로 지랄할 게 눈에 선하지만 유우시는 지금 당장 유키를 반쯤 죽여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례로 유키를 줘패놔야 다른 놈들도 날 안 건드리지. 말리는 손길들을 뿌리치고 마지막까지 주먹질을 해보인 유우시는 자신들을 보는 검은 눈동자들과 자신에게 향해 있는 카메라 렌즈를 뒤늦게 발견했다. 쟤 사람도 패, 미쳤나봐. 야 찍어 찍어. 좆 같았다. 둘러싸고 있는 인파를 밀치며 유우시는 도망치듯이 떠났다. 

손등뼈에 유키의 피가 묻어 있길래 수돗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대충 씻었다. 얼마나 쎄게 때린건지 살짝 얼얼하기도 했다. 손목에 시큰한 통증도 있어 손목을 빙빙 돌렸다.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담배 없나. 한동안 끊고 지냈던 담배가 또 생각이 났다. 유우시는 그대로 곧장 체육관 뒤로 향했다. 체육관 뒤, 딸기향 담배. 리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리쿠는 역시나 흡연중이었다. 터벅거리며 리쿠에게 가서 손을 내밀었다. 담배 좀. 쭈구려 앉아 있던 리쿠의 시야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꼴이 그게 뭐야?"

쫄딱 젖은 차림, 빨개진 손등, 앞머리가 뒤로 넘어가 훤히 드러나있는 이마가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빨리 달라며 손을 흔들길래 리쿠는 안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유우시 손에 놓았다. 

"벌점 20점."

브이 표시를 하며 벌점 20점이라고 말한 리쿠는 대꾸없이 멍한 눈으로 담배만 뻑뻑 펴대고 있는 유우시를 쳐다봤다.

"누구랑 싸웠어?"

"유키라고 씹돼지 알아? 노란 명찰이던데."

걔, 나랑 같은 반인데. 유키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리쿠는 볼펜을 목에 던져버릴 걸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


리쿠는 유키를 가만두지 않을 작정으로 교실에 들어섰지만 유키의 얼굴을 볼 순 없었다. 다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양호실에 갔다가 조퇴를 했다고. 아굴창을 갈겨주리라 맘 먹었는데 유키 그 새낀 운도 좋다고 생각했다. 또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유우시가 유키를 마구잡이로 팼다고 했다. 코피가 나면서 일방적으로 쳐맞았다고. 이 재밌는걸 너만 못봤냐며 찍은 영상을 리쿠에게 보여줬다.

맞고는 못 사는 성격이 잘 어울렸다. 리쿠는 유우시의 불 같은 성격이 오히려 신선했다. 아, 유우시. 너 정말 매력적이야. 마지막에 날린 펀치까지 정확하게 정통으로 얼굴에 꽂히는 걸 보고 배꼽빠지게 웃었다. 

"웃기지? 유키가 완전 꼼짝도 못했다니까? 이거 유튜브에 올리면 조회수 백만감임."

키득거리며 유튜브 계정에 로그인 하려는 손목을 낚아챘다. 

"나 좀만 더 보고 줄게. 너무 웃겨서."

리쿠는 핸드폰을 들고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세면대에 물을 틀었다. 금새 물이 한 가득 받아졌고 그 위에 미련없이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물 속에서 핸드폰 전원이 켜지는지 안켜지는지 꼼꼼하게 재차 확인 후 다시 교실로 들어섰다.

"미안하다. 핸드폰 물에 실수로 떨어뜨려버렸네."

"뭐? 미친 이게 얼마짜린데!"

"쏘리."

고장나버린 핸드폰을 던지다싶이 넘겨준 리쿠는 양손을 주머니에 꽂고 의자에 앉아 서랍에서 공책을 다시 꺼내 펼치곤 샤프를 들었다.  

11. 토쿠노 유우시는 매력적이다.


-


검색창에 토쿠노 유우시를 쳐봐도 나오는 최신 영상은 없었다. 이미 영상이 올라와서 한바탕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잠잠한 상황에 유우시는 이걸 다행이라 해야하나 싶었다. 커뮤니티에 같은 학우 폭행한 토쿠노 유우시라는 제목의 몇개의 글들이 신경쓰였지만 증거가 없어 카더라 썰에 그치고 말아졌다. 글만 싸지르는거 누가 못하냐며 증거 없으면 중립기어 박겠다는 댓글들이 있어서 안도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영상에 유우시는 불안했다.

"그거 내가 없앴는데?"

찍혔을지도 모른다고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지만 대수롭지 않은듯이 그거 내가 그랬는데? 라며 담벼락에 올라가는 리쿠였다. 

"그걸 어떻게?"

"핸드폰 일부러 물에 빠뜨렸거든. 물어내라고 하도 지랄해서 거금썼다, 내가."

요즘 아이폰 가격 왜이렇게 비싸냐며 툴툴댄 리쿠는 올라선 담벼락에서 유우시의 정수리를 내려봤다. 

"왜?"

"응?"

"왜 그랬냐고요. 돈까지 써가면서."

"너가 곤란해지는게 싫어서."

"그게 왜 싫은건데요?"

하마터면 내가 널 좋아하니까. 라고 말할 뻔 했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문장들을 억지로 삼켜내고 리쿠는 입을 다물었다.

"왜 싫냐구요."

리쿠를 따라 담벼락에 올라온 유우시는 리쿠의 옆에 붙어 앉았다. 유우시에게서 리쿠와 같은 딸기향이 났다. 유우시는 익숙하게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손가락 사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에 새삼스럽게도 눈이 매워져갔다. 모니터 속 유우시가 자신의 옆에서 나른하게 담배를 피고 있다. 잠시 후, 유우시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담벼락 밑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대답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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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언제부터? 리쿠와 입술이 닿은 그 이후로 유우시는 체육관 뒤에는 일절 발걸음하지 않았다. 괜히 리쿠를 마주했다가는.. 유우시는 담벼락 위에서의 일을 떠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쪽 하고 닿은 입술이 빠르게 떨어졌었다. 얼굴을 붉히며 담벼락에서 내려간 리쿠는 빠이를 하며 사라졌지만 유우시는 리쿠보다도 더 얼굴을 붉힌 체로 한참동안 담벼락 위에 앉아있었다. 두 볼에 손을 갖다대며 간신히 열을 식히고 내려왔었다. 

최대한 리쿠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은 선도부 일 때문이었다. 선도부장 선생님께서 전달사항이 있다며 유우시를 교무실에 불렀는데 교무실 문을 열자마자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는 리쿠와 눈이 마주쳤다. 벌점이 쌓일대로 쌓여 100점은 훌쩍 넘긴 리쿠는 선도부장 선생님께 끌려와서 벌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벌점 150점. 3일 교내흡연, 4일도 교내흡연, 5일도 교내 흡연, 6일도 7일도... 아이고 리쿠야. 이번달 교내흡연 횟수가 31번. 이게 말이되냐."

리쿠를 꾸짖는 선생님 손에 들려진 것은 유우시가 리쿠의 벌점을 착실하게 체크한 파일이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벌을 받고 있는 리쿠를 보면서 그러게, 걸리지 좀 말지. 라며 혀를 끌끌 찼다. 리쿠에게 쓴 소리하던 선도부장이 눈 앞에 서있는 유우시를 보며 뭐라하며 전달사항을 일러주었지만 유우시의 시선은 선도부장 어깨 뒤에 있는 리쿠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리쿠! 너한테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전달사항을 다 알려준 선도부장이 느닷없이 리쿠에게 소리쳤다. 절레절레 하며 고개를 젓던 선생님께서 유인물을 유우시에게 주었는데 순간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우시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리고선 곧장 콧등에 가져다 대는데 유우시는 쭈뼛 소름이 돋았다.

"유우시 학생, 담배 끊었다하지 않았나?"

"끊었었는데요."

끊었는데요. "었" 이라는 한 글자 차이가 크다. 끊었었는데요, 선생님. 

"이 놈도 똑같은 냄새나네. 너도 엎드려 뻗쳐."

풉- 하고 웃는 리쿠의 웃음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리쿠 옆으로 가 똑같이 자세를 취하니 리쿠가 고개를 돌렸다.

너 겁나 웃겨.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리쿠가 꽤 즐거워보였다. 유우시는 웃는 리쿠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 땅바닥만 쳐다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리쿠와 유우시가 낑낑거리는 소리에 선도부장이 둘을 일으켜 세웠다. 

"하교 후에 둘이 화장실 청소해."

"네."

"네?"

네. 는 리쿠였고 네? 는 유우시였다. 잔말말고 시키는대로 하라며 넌 선도부가 다 되서 뭣하는 짓이냐고 한 마디 더 듣고서야 교무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유우시, 너랑 나랑 똑같은 향 난대."

똑같은 향... 재잘거리며 따라오는 리쿠를 무시하고 걸었다. 

"이따 수업 끝나고 봐."

리쿠는 계단을 올라갔다. 우두커니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굳어 버린 유우시는 또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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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리쿠와 같이 한 화장실 청소는 별탈 없이 지나갔다. 답지 않게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탈 없이 지나갔다라는 표현이 과하진 않았다. 하교길을 리쿠와 같이 걸어갔는데 오렌지 빛의 노을이 자꾸만 둘의 그림자를 길게 만들었다. 저녁 노을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닿을듯 말듯 아슬하게 간격이 벌어져있었다. 

"손 잡으면 안되나?"

그림자를 보고 걷고 있던 유우시가 놀라 리쿠를 쳐다봤다. 

"뭘 그렇게 놀래. 게이 처음 본 것도 아닐텐데."

어째 유우시가 전에 했던 말과 비슷한 것 같았다. 리쿠는 손바닥을 펼친 체 기다렸다. 유우시는 오랜시간 깊은 고민에 빠지더니 펼쳐진 리쿠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맞닿은 순간이었다.

리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유우시를 꼬시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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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먹을래?"

유우시는 리쿠의 응큼함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놈의 딸기. 내가 존나 싫어한다고 말했을텐데. 띠꺼운 표정을 하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더니 리쿠가 자신의 입속으로 딸기를 쏙 하니 집어넣었다.

"그냥 맛있어서 말한건데."

"구라인거 다 알거든요."

"들켰네. 오케이, 유우시는 눈치가 빠른 편."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하나 더 딸기를 입에 물었다. 리쿠는 학교 책상 서랍에 있는 공책에 다음 번호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책의 겉면에는 '토쿠노 유우시에 대한 고찰'이라고 매직으로 쓰여져 있다) 

"진짜로 그 영상 보고 딸쳤어요?"

"여기 쓰레기통에 휴지 존나 많지? 이거 다 너 때문에 그런..."

"아 됐어. 저리 치워요."

눈 앞에 쓰레기통을 들이민 리쿠의 행동에 세모난 눈으로 리쿠를 째려봤다. 

"그 영상이 딸감으로도 쓰였다니까 기분 더럽네."

"너가 너무 섹시하게 나오니까 그렇지. 그 영상 본 게이들은 한번씩 다 쌌을걸."

개소리를 지껄인다며 유우시는 리쿠의 침대위로 엎어졌다. 

"혹시 여기서도 했어요?"

"냄새나?"

누워있는 유우시 옆에 착 달라붙어 리쿠도 몸을 뉘이고 유우시를 끌어안았다. 냄새난다며 코를 막고 있는 유우시를 내려보고 체향을 깊게 맡았다. 

"야, 너한테 딸기향나."

"담배 피우고 왔으니까요."

"너 그 냄새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냐."

"피워보니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리쿠의 품 안에 갇혀 있는 유우시는 꼼지락 대며 리쿠의 가슴팍에 숨을 뱉었다.

"유우시, 숨 좀 그만 쉬어."

"죽으라는 소리에요?"

"나 섰는데 어떡하지."

유우시는 리쿠를 밀어내고 시선을 깔아 리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바지 위로 솟아 오른 물체에 유우시는 몸을 일으켰다. 진짜로? 안고만 있었는데 저 정도로 섰다고? 유우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실화에요?"

"나가있을래? 내가 얼른 해결할게."

방 밖으로 나가라며 손짓하는 리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우시의 뜨거운 시선을 받아내며 유우시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쫓아냈다. 

"들어오지마."

난데없이 쫓겨난 유우시는 문 밖에 서서 리쿠의 들뜬 목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 유우시.. 으... 라며 자신의 이름을 낮게 읊조리는 소리에 유우시의 손끝이 붉어져갔고 이내 결심했다는 듯 문고리를 당겼다. 문을 여니 바지를 벗고서 손을 빠르게 움직이는 리쿠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아니.. 들어오지.. 말래도."

"내 이름을 그렇게 애타게 부르는데 어떻게 안들어와."

유우시는 그릇에 담긴 딸기를 입에 물고서 리쿠에게 향했다. 

"입 벌려봐요."

"진짜로? 진짜로 해주게?"

물컹한 딸기를 씹었다. 과육이 입안 가득 흘러나오고 그대로 리쿠에게 입을 맞췄다. 유우시의 턱 끝에 붉은 딸기 과육이 맺혀갔다. 입 안 가득 딸기향이 가득했다. 수없이도 봤고 수없이 플레이 버튼을 멈췄던 그 장면. 유우시의 혀와 리쿠의 혀가 질척하게 섞였다.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 딸기가 방해라도 되는 것 마냥 리쿠가 유우시 입 안에 있던 딸기를 뺏어가 꿀떡 삼켰다. 그대로 유우시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리쿠의 성기를 빨자 리쿠가 으.. 거리는 소리를 내며 유우시의 머리칼을 쥐어잡았다. 아, 유우시. 나올것 같아. 낮은 신음과 함께 리쿠가 유우시의 입 안에 사정했다. 

"콘돔 있어요?"

입안에 있는 정액을 뱉고선 유우시가 물었다. 있을건데. 리쿠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유우시를 일으키곤 침대에 눕히고 서랍을 뒤지는 움직임이 급하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딸기향이네."

딸기향 콘돔을 꺼낸 리쿠는 웃었다. 

"딸기 좀 버려요, 제발."

모든 게 딸기다. 리쿠는 포장지를 뜯어 낸 콘돔을 자신의 성기위에 씌우고 유우시의 바지를 한번에 벗겨냈다. 상상속의 유우시가 눈 앞에 실존하니 미칠것만 같았다. 맘 같아서는 당장 박아버리고 싶은데 첫 섹스를 그렇게 매너없게 할 순 없으니 리쿠는 터져버릴 것 같은 뻐근함을 간신히 참아내고 유우시의 구멍을 만졌다. 몇번 부드럽게 만지니 금새 물기가 생겨 축축하게 젖어갔고 리쿠는 밑으로 내려가 유우시의 구멍을 핥았다. 

"흐읏.. 거길 왜, 하... 왜 핥아..!"

유우시의 주먹이 리쿠의 어깨에 꽂혔으나 흥분감에 사로잡혀 그 힘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다. (흡사 냥냥펀치 같아 보였다) 벌름거리는 유우시의 구멍을 만족하게 쳐다 본 리쿠는 부풀대로 부푼 자신의 성기를 구멍에 맞췄다. 

"읏..!"

"유우시, 샴푸 뭐, 써?"

성기를 천천히 밀어넣자 유우시의 머리칼이 침대위에 넓게 흩어졌다. 모니터 속 유우시보다 훨씬 더 섹시하고 야하다. 자기 밑에서 자신의 성기를 야금야금 받아내고 있는 유우시가 지나치게 색정적이었다. 움푹 파인 쇄골에 이를 세웠다. 

"하윽, 좀, 천천히 해.."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아, 유우시. 섹스중에 천천히하라는 건 흡연자한테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고문이라고. 리쿠가 허리짓을 크게 했다. 살과 살끼리 부딪히는 탁탁- 거리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깊게 닿으면 닿을수록 쫀득하게 조여오는 탓에 리쿠가 정신을 못차렸다.

"..하윽..! 리쿠, 으, 리쿠 형.."

얼굴 양 옆으로 힘줄이 선 리쿠의 까만 팔을 부여 잡았다. 토쿠노 유우시에 대한 고찰, 1번. 유우시는 예의가 없는 편. 반존대는 했어도 자신에게 형이라고 부른적은 없었는데. 리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형 이라고 더 해봐."

"..흣...! 혀엉..."

"시발, 진짜 섹시하다 너."

도도하기만 했던 유우시를 굴복시킨 쾌감에 젖어간 리쿠는 더 쎄게 박아댔다. 허리짓을 강하게 할때마다 유우시의 신음소리가 더 커져갔다. 순간 신음을 멈추더니 부르르 떠는 유우시를 보고 리쿠도 허리짓을 빠르게 하고 사정을 했다. 딸 치던거랑 차원이 달랐다. 

"유우시, 우리 부모님이 들으면 어떡하려고 소리를 그렇게 내."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리쿠를 흘기는 유우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에 쪽- 하고 뽀뽀를 하곤 리쿠는 유우시의 구멍에서 자신의 성기를 빼냈다. 정액이 한가득 싸질러져 늘어진 콘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담배 하나 줄까?"

또 딸기와 담배였다. 

딸기향 담배, 딸기향 키스, 딸기향 콘돔. 죄다 새빨간 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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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청소년들의 노담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