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김도훈 너 같은 거 안 만날 거다.
我再也不会遇到像金道勋你这样的人了。


신정환은 헤어짐 통보받고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쏟아지는 울분과 배신감 따위를 꾹꾹 눌러 참으며 그렇게 다짐했다.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굴러다니던 다용도 박스를 꺼냈다. 김도훈이 입던 잠옷과 반소매 티셔츠를 비롯해 김도훈과 연관된 온갖 짐들을 쑤셔 박고선 옷장 깊숙한 곳에 처박곤 문을 쾅 닫았다.
申正焕在得知分手消息后,坐在回家的出租车里,强忍着涌上心头的悲愤和背叛感,暗自下定决心。为了实现这个决心,他一到家就拿出了随处可见的多用途纸箱。他把金道勋穿过的睡衣和短袖 T 恤,以及所有与金道勋有关的东西都塞进了箱子里,然后把它深深地藏在衣柜里,砰地一声关上了柜门。

그래, 이제 김도훈의 존재와 관계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 따위 안 해도 된다. 미래에 대한 압박도 안 받아도 된다. 이제 김도훈과 연애 같은 거 하기 전의 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거다.
是的,现在不用再为了隐藏金道勋的存在和关系而撒谎了。也不用再承受对未来的压力了。我现在要回到和金道勋恋爱之前的原来的样子。

그래서 신정환은 김도훈을 만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종종 회사 사람들과 친구들이 연애 관련 질문을 건네면 김도훈을 감추기 위한 목적의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만나는 사람이 없고 연애에도 관심 없다는 진실을 홀가분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김도훈과 붙어 다니던 전시회도, 영화관도, 서점도, 특별히 할 일 없이 빈둥빈둥 시간 보내는 것도 혼자서 너무나도 잘 해냈다.
所以申正焕回到了遇见金道勋之前的生活。当公司同事和朋友们偶尔问起恋爱相关的问题时,他可以轻松地回答真相:他确实没有在和任何人约会,也对恋爱没有兴趣,而不是为了隐瞒金道勋而撒谎。过去几年里和金道勋一起去的展览、电影院、书店,以及无所事事地打发时间,他现在一个人也能做得很好。

김도훈과의 짧지 않은 연애 기간 3년. 심지어 어떠한 대화나 합의도 없이 헤어짐을 통보 받은 것이므로 한동안은 꽤 슬프고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김도훈이 없는 일상은 오히려 홀가분했다.
与金道勋不短的恋爱时间 3 年。尽管预想到因为没有任何对话或协议就被通知分手,会有一段时间相当悲伤和艰难,但与预期相反,没有金道勋的日常生活反而轻松自在。

아니, 분명히 홀가분해야만 했으니 그에 맞춰 노력했다.
不,明明应该感到轻松自在,所以他也为此努力了。

김도훈이 제 삶에 나타나기 전 생활로 돌아왔을 때의 첫 느낌? 정말 후련하고 홀가분했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시회에서 본 기억에 남는 작품을,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서점에서 산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눌 사람이 없어 혼자 덩그러니 있는 현실이 이렇게나 썼나 싶었다.
金道勋出现在我生活中之前的状态回来时的第一感觉?真的很轻松和自在。但除此之外,什么都没有了。在展览会上看到的令人印象深刻的作品,在电影院看到的最难忘的场景,在书店买的书中最喜欢的句子,没有人可以分享,只能孤零零一个人,现实竟是如此苦涩。

할 일 없이 빈둥빈둥 시간 보낼 때 조차 그랬다.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니 분명히 자유롭고 홀가분했는데 한켠으로는 모래 섞인 음식을 삼킨 것 처럼, 텍 떼어 내는 걸 깜빡한 옷을 입은 것 처럼 어딘가 까슬거리고 불편한 게 사라지질 않았다.
即使是无所事事地打发时间也是如此。虽然按照自己的心意行事确实让人感到自由和轻松,但另一方面,却总有一种像吞下掺了沙子的食物,或是穿上忘记撕掉标签的衣服那样,哪里都觉得刺痒不适的感觉挥之不去。

김도훈이 없는 삶 따위 금방 적응 될 것이다. 별거 아닐 것이다. 김도훈이 없던 시절에도 이렇게 혼자서 잘만 살아왔다.
没有金道勋的生活很快就会适应的。没什么大不了的。在没有金道勋的日子里,我也一个人过得很好。

그렇게 오만하게 생각하던 신정환은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늦은 밤이나 깊은 새벽도 아닌 밝은 한 낮, 그것도 무려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순간에.
就这样傲慢自大的申正焕经历了一次难忘的体验。不是在深夜或凌晨,而是在光天化日之下,而且还是在公司食堂吃午饭的时候。

신정환네 팀장은 유별나게도 같은 팀이라면 무조건 점심은 꼭 같이 먹어야 한다 주장했기에, 그날도 팀원들은 구내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말 많기로 유명한 최과장이 풀어주는 시부모님과 싸운 썰에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히 감동도, 재미도 없는 고리타분한 썰이었는데 갑작스레 신정환은 목울대 어딘가가 뻐근하게 아파지며 동시에 눈시울이 뜨끈해짐을 느꼈다.
申正焕的组长特别坚持同一个团队必须一起吃午餐,所以那天,团队成员们也聚集在公司食堂里,专注地听着以多话著称的崔科长讲述他与公婆吵架的故事。这显然是一个既不感人又无趣的老掉牙故事,但突然间,申正焕感到喉咙某处变得酸痛,同时眼眶也开始发热。

신정환은 본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었으므로 마지막으로 울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으나, 이 감각은 곧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기 직전임을 알아챘다. 대낮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갑작스레 터진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일단 고개만 푹 숙였다.
申正焕本不是个爱哭的人,甚至记不清上一次哭是什么时候了,但他立刻意识到这种感觉意味着眼泪即将夺眶而出。在大白天,公司食堂里,吃饭的时候突然发生这种状况,他一时不知如何应对,只能先深深地低下了头。

팀원들은 최과장의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썰에 집중하고 있었으므로 가장자리에 앉은 막내 신정환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 같은 걸 뚝뚝 떨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队员们都专注于听崔科长讲述即将达到高潮的故事,所以他们做梦也想不到,坐在边上的忙内申正焕正低着头,眼泪一滴一滴地往下掉。


"속이 안 좋아서 먼저 일어날게요."
"我肚子不舒服,先起床了。"


신정환은 혹시라도 눈물진 얼굴을 들킬까 봐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르게 일어나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을 잔반통에 죄다 쏟아버리곤 구내식당을 나섰다. 그리곤 사무실에서 가장 먼 화장실로 직행해 얼굴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앞머리가 물에 젖든 말든 그건 알 바 아니었다.
申正焕低着头快速站起来,生怕被人发现他泪水盈眶的脸。他把几乎没动过的食物全倒进了餐厨垃圾桶,然后离开了食堂。他直奔离办公室最远的洗手间,往脸上泼了些冰凉的水。前发是否被打湿了,他已经不在乎了。

허나 계속해서 차가운 물을 끼얹어도 진정은 커녕 눈물이 더 쏟아지는 걸 알아채고 나니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서럽고 비참했다. 이후로도 신정환은 한참이나 세수 하는 척 몇 번이고 찬물로 눈물을 닦아냈다. 얼굴에 찬물 끼얹던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서도 업무가 영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정말 별거 아닌 수정 사항들을 손 대면서 이상하게 버벅대 재수정 요청이 들어왔다. 그 와중에도 문득문득 무언가 울컥 쏟아지려 해 꾹꾹 참아내며 아무 일 없는 척 하느라 애를 썼다.
然而,即使不断地往脸上泼冷水,非但没有平静下来,反而发现眼泪流得更凶了,这种情况本身就让人感到悲伤和可怜。之后,申正焕又装作洗脸的样子,用冷水擦拭了好几次眼泪。午休时间结束后回到座位,工作却怎么也无法集中精神。即使是一些微不足道的修改事项,处理起来也显得笨拙,导致被要求重新修改。在这期间,时不时地感到有什么要涌出来,只能强忍着,努力装作若无其事的样子。





아, 어쩐지 그 말 많은 팀원들 중 아무도 업무시간 내내 말을 안 건다 싶더라니.
啊,难怪那些平时话多的队友们整个工作时间都没跟我说话。

신정환은 퇴근하자마자 현관 거울에서 눈가 주변이 벌겋게 올라온 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직감했다. 허리를 숙여 신발을 벗다 현관 어귀에서 채 정리하지 못했던 김도훈과 찍은 사진 한 장을 주워들었다. 분홍색 좋아하는 김도훈의 취향에 맞춰 연분홍색 배경 앞에서 찍은 그 사진. 그 배경색 만큼이나 둘의 연애도 대체로 따뜻하고 평온했다. 그 흔한 말싸움도, 다툼도 없는 이렇게 평화로운 연애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었다.
申正焕一下班就在玄关的镜子里看到自己眼睛周围泛红的脸,立刻意识到了什么。他弯腰脱鞋时,在玄关处捡起了一张还没来得及整理的与金道勋的合影。那是为了迎合喜欢粉色的金道勋的喜好,在浅粉色背景前拍摄的照片。就像那背景色一样,两人的恋爱也总体上温暖而平静。他想,哪里还能找到这样连常见的争吵和矛盾都没有的和谐恋爱呢。

물론 아주 가끔은 서로가 바라는 게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의 신정환은 김도훈의 감정이 더욱 격해지기 전 먼저 미안하다 사과하곤 김도훈의 기분이 풀리길 바랐다. 그 방법이 우리의 평온함과 애정을 유지하기에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当然,偶尔也会有彼此的愿望不一致的时候,但那时的申正焕会在金道勋的情绪变得更加激动之前先道歉说对不起,希望金道勋的心情能够平复。因为他认为这种方法最适合维持我们的平静和爱意。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도훈은 그 평온함과 애정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신을 굳이 그쪽 모임에 꼭 자신을 끼고 가려고 했고, 이런저런 핑계 대며 갈 수 없겠다 말하면 괜찮다 말하면서도 서운한 티를 잔뜩 냈다. 신정환의 입장이나 생각 같은 건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은근히 미래를 요구해오는 김도훈의 모습을 볼 때 마다 답답했다. 때문에 신정환은 종종 김도훈이 없는 일상을 살다가도 진눈깨비 내리던 그날을 곱씹으며 나는 그때 뭘 얼만큼 더 해야 했나 생각하기도 했다.
但是从某个时刻开始,金道勋开始在这份平静和爱情中制造裂痕。他仍然坚持要带上自己参加那边的聚会,即使申正焕找各种借口说去不了,他虽然嘴上说没关系,却明显表现出失落。每当看到金道勋在没有询问过申正焕的立场和想法的情况下,暗中要求未来的样子时,申正焕就感到很压抑。因此,申正焕有时会过着没有金道勋的日常生活,但也会回想起那个下着霰雪的日子,思考自己当时是不是应该做得更多。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기도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제가 추구하는 평온한 연애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 김도훈이 무슨 생각을 해왔는지, 혼자 이별을 준비하면서도 그 애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김도훈이 혼자서 이별을 준비하다 통보한 이유는 뻔했다. 제가 그러지 않으면 신정환이 먼저 이 관계를 놓을 것이라 생각했을 테니까.
然而,另一方面,他觉得自己也没什么不同。为了追求自己理想中平静的恋爱,他从未考虑过金道勋一直以来在想些什么,即使在独自准备分手时,也没有想过他的心情如何。金道勋独自准备分手然后通知的原因很明显。他一定是认为,如果自己不这么做,申正焕就会先放弃这段关系。

그러니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누가 더 옳은지, 누가 더 배려하는지, 누가 더 이기적인지 따위를 논할 게 아니라 그저 더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각자의 입장에서 무시하고 요구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터놓고 시작했어야 할 문제들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었다.
所以我们不应该讨论谁更正确,谁更体贴,谁更自私,而是应该进行更多的对话。我们从一开始就错误地扣上了第一颗纽扣,没有从各自的立场出发坦诚相见,而是互相忽视和要求。

점심도 먹는 듯 마는 듯했지만 배고픔이고 나발이고 옷 갈아입을 힘도 없어 출근할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입은 채 방 한구석에 몸을 기대고 앉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냥 김도훈에게 연락해 사과해야 할 것 만 같아서. 김도훈의 입을 막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게 해 줘야 할 것 만 같아서. 하지만 막상 휴대폰을 쥐고서도 김도훈에게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虽然好像吃了午饭又好像没吃,但是管他饿不饿呢,连换衣服的力气都没有,就穿着上班时的衣服,靠在房间的一角坐下,拿出了手机。总觉得应该联系金道勋道歉。觉得应该让金道勋畅所欲言,不要堵住他的嘴。但是真正拿起手机后,却不知道该对金道勋说什么,从哪里开始,怎么开口。

순간 머릿속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김도훈에게 연락 할 자격이 있나?
一瞬间,我脑海中闪过这样的想法:我有资格联系金道勋吗?

김도훈을 잡거나 사과하려면 김도훈이 헤어짐을 고했던 그날, 아니면 그다음 날에라도. 언제가 됐더라도 지금보다는 이전이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띵-, 그렇게 한참이나 휴대폰만 쥔 채 갈등하던 중 맑은 알람 소리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팝업이 떴다.
想要抓住金道勋或向他道歉,应该在金道勋提出分手的那天,或者至少是第二天。无论何时,都应该比现在更早才对。就这样,他一直拿着手机犹豫不决,突然,伴随着清脆的提示音,手机屏幕上弹出了一条通知。



<comprendre enfin> , 2OXX. XX. XX(금) - 2OXX. XX. XX(일), 도현미술관 특별전시실
, 2OXX. XX. XX(周五) - 2OXX. XX. XX(周日), 道铉美术馆特别展厅



김도훈과 연애할 때 같이 보러 가자고 예매했으나 이상하게 서로 시간이 맞질 않고, 약속 당일까지 출근하게 된 바람에 결국 가지 못했던 그 전시였다. 해당 전시에 대한 인기가 뜨거워 주요 작품만을 선별해 3일간 재전시를 한다는 어플 알람이었다. 신정환은 알람을 꾹 눌러 전시회 포스터를 찬찬히 읽고선 홀린 듯 티켓 두 장을 결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에 도착한 두 장의 티켓을 이미지를 들고선 또 한참을 머뭇거렸다.
金道勋和恋爱时一起预订了票想去看展览,但奇怪的是双方的时间总是对不上,直到约定当天还要上班,结果最终没能去成的那个展览。由于该展览非常受欢迎,应用程序发来通知说将精选主要作品进行为期 3 天的重展。申正焕仔细阅读了展览海报,然后像着了魔一样购买了两张票。随后,手机上立即收到了两张票的图片,他拿着手机又犹豫了好一阵子。

아, 진짜 모르겠다.  啊,真的不知道了。

신정환은 제 휴대폰에 도착한 티켓 두 장 중 한 장을 김도훈의 번호로 전송했다. 어차피 혼자서 고민해봤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김도훈에게 연락 할 자격이 될지 말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하고 사과할지 같은 걸 따지고 고민할 시간에 그냥 뭐라도 하는 편이 더 나았다.
申正焕把手机上收到的两张票中的一张发送到了金道勋的号码。他知道一个人纠结也不会有任何结果。与其考虑自己是否有资格联系金道勋,或是从何处开始说话和道歉,不如直接采取行动更好。

고작 입장 QR 코드 찍힌 티켓 한 장이었지만 그곳엔 신정환이 평생을 고수해오던 고집, 성정 따위를 바꾼 순간이 담겼다. 동시에 운명처럼 김도훈이 나타나 주길, 어쩌면 자신을 용서했길 바라는 이기적인 간절함도 담겼다.
虽然只是一张印有入场二维码的票,但它却承载着申正焕改变了一生坚持的固执和性情的那一刻。同时,也包含了希望金道勋能像命中注定一样出现,甚至可能已经原谅了自己的那种自私而迫切的愿望。

이왕 뭐라도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돌이키고 싶은 게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선, 평화가 깨지는 걸 두려워해선 안됐다.
既然决定要做点什么,如果有什么想要挽回的,就不能什么都不做,不能害怕打破平静。




***




도톰한 아이보리 니트, 빛바랜 색감의 청바지, 검은색 오버핏 코트.
厚实的象牙色针织衫,褪色的牛仔裤,黑色宽松大衣。

형, 이렇게 입으니까 진짜 멋있다. 신정환은 그 언젠가 김도훈이 애굣살 가득한 눈웃음 지어 보이면서 마음에 든다 말했었던 착장을 기억해내 입었다.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였지만 추위 따위야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신정환은 전시 오픈 시간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했다. 그렇게 보고 싶던 전시였으나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어떤 작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哥,穿成这样真的很帅。申正焕回想起金道勋曾经带着满满的爱意微笑着说喜欢的那套装扮,并穿上了它。虽然气温低于零下 10 度,但寒冷根本不值得在意。申正焕准时到达美术馆,赶上了展览的开幕时间。尽管这是他一直很想看的展览,但或许理所当然地,任何作品都没能进入他的眼帘。

점심은 미술관 내 카페에서 샌드위치 따위를 사 먹고, 목이 마르면 미술관 입구 근처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뽑아 들고선 특별전시실 입구가 훤히 보이는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좇았다. 사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것도 몰랐지만 어떠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위에 가까웠다.
午餐在美术馆内的咖啡厅买了三明治之类的东西吃,口渴时就在美术馆入口附近的自动售货机买罐饮料,然后坐在能清楚看到特别展览室入口的椅子上,用眼睛追随着来来往往的人群。其实并不觉得饿或渴,这更像是为了平息某种不安而做的行为。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 맞춰 진행되는 도슨트의 설명에 집중하는 무리 속에서도 신정환이 기대하던 얼굴은 모습을 비출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어느덧 뻐근한 다리에 주머니에서 꺼내 본 휴대폰 화면 속 숫자는 전시 종료가 채 30분도 남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었다.
在欣赏作品的人群中,以及专注于听讲解员按时进行的解说的人群中,申正焕期待的那张脸似乎连出现的想法都没有。不知不觉中,腿已经发酸,从口袋里掏出手机一看,屏幕上的数字显示距离展览结束还不到 30 分钟。

김도훈에게 상처를 가득 안겨놓고선 고작 티켓 한 장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게 애초부터 안 될 짓이었는지, 혹은 자신이 끝까지 김도훈에게 이기적으로 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부여잡고 전시실 내부를 열심히 살피던 신정환의 눈동자가 건너편의,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작품 앞에서 멈췄다.
金道勋心中充满伤痛,而自己却只想用一张门票来扭转局面,这从一开始就是不可能的事情吗?或者说,自己是不是一直在对金道勋表现得太过自私?带着这样的想法,申正焕心中仍然抱着一丝微弱的希望,仔细地打量着展厅内部。突然,他的目光停留在对面,这次展览最大的作品前。



김도훈이다.  我是金道勋。



평소처럼 겉멋 잔뜩 들어 꾸미고 왔어야 할 김도훈은 평소답지 않게 마스크에 비니까지 푹 눌러 쓴 채였다. 때문에 드러난 건 동그란 눈이 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안 그래도 마른 몸이 더 마른 게 뻔히 보였다. 전시회가 시작된 그 순간부터, 어쩌면 헤어졌던 그날부터 보고 싶던 얼굴인데 왠지 반가움보다 안쓰러움이 앞섰다.
本应像往常一样打扮得花枝招展的金道勋,却反常地戴着口罩,还把毛线帽压得很低。因此,虽然只露出了圆圆的眼睛,但还是能明显看出他本就瘦削的身材变得更加消瘦了。从展览开始的那一刻起,或者说从分手的那天起就一直想见的脸,不知为何,比起喜悦,更多的是心疼。


- 전시 마감 10분 전 입니다. 관람에 참고해주세요.
- 展览将于 10 分钟后结束。请注意参观时间。


전시관 내부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김도훈은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선 미련 없이 뒤돌아 나갔고, 신정환은 그런 김도훈의 뒷모습을 바쁘게 쫓았다. 미술관 후문 근처에 핫팩을 꼭 쥐고서 차갑게 언 손을 녹이고 있던 김도훈은 마치 신정환이 자신을 발견하고 쫓아올 것 쯤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듯 먼저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金道勋没有环顾四周,毫不留恋地转身离开了展馆内轻轻回荡的广播声,申正焕匆忙地跟在金道勋身后。在美术馆后门附近,金道勋紧握着暖宝宝,试图温暖冻僵的双手。他似乎早就料到申正焕会发现并追上他,于是平静地先开口打了招呼。


"형, 오랜만이다."  "哥,好久不见。"

"응, 도훈아. 오랜만이네."  "嗯,道勋啊。好久不见了。"


그래서 신정환도 여러 모양으로 솟아나는 감정 꾹 누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평소 나 정도면 넓은 편이지 않나 싶었던 어깨가 오늘따라 왜 이리도 움츠러드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우연히 김도훈을 마주치게 된다면 우습지 않은 모습으로 마주하겠다 다짐했었는데 잔뜩 움츠러든 스스로가 꼴사납게 느껴졌다.
所以申正焕也压抑着各种涌现的情绪,平静地回答道。平时觉得自己的肩膀算是挺宽阔的,不知为何今天却缩得这么厉害。曾经暗自发誓,如果有朝一日偶然遇到金道勋,一定要以不可笑的姿态面对,但此刻缩成一团的自己却显得如此难看。


"그... 시간이 좀 늦었긴 한데, 밥은 먹었어?"
"那个... 虽然时间有点晚了,但你吃过饭了吗?"

"...아니, 아직."  "...不,还没有。"

"너만 괜찮으면 저녁 먹으러 가자."
"如果你没问题的话,我们去吃晚饭吧。"


김도훈과 연애하던 때 이 미술관에만 오면 늘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그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저녁 먹으러 어디 갈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러한 질문도 없이 둘은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 처럼 자연스레 발걸음이 늘 가던 식당 방향으로 향했다. 신정환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이 상황에 아주 잠시 우리는 헤어진 게 아니라 생각 할 시간을 가지다 만난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和金道勋恋爱的时候,每次来这个美术馆,总是在同一家餐厅吃饭,然后在旁边的咖啡馆喝咖啡。晚上想去哪里吃饭?有什么想吃的吗?没有这样的问题,两人仿佛回到了那时候,自然而然地朝着常去的餐厅方向走去。申正焕因为这过于自然的情况,甚至有那么一瞬间产生了错觉,觉得我们并没有分手,只是暂时分开一段时间后又重新相遇。


재료 수급 문제로 하루 쉽니다.
因原料供应问题,休息一天。


깜깜하게 불 꺼진 식당 문 앞엔 공지사항이랍시고 종이 한 장만이 덜렁 붙어있었다. 이 식당 말고는 근처에 김도훈의 까다로운 입맛과 취향을 만족시키는 식당도 없다는 걸 알았기에 더욱 골치가 아팠다. 물론 다른 식당에 가려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깜깜해진 주변과 찬 바람, 핫팩 꼭 쥐고선 추워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 김도훈을 보니 더 이상 고생시키기도 싫었다.
漆黑的餐厅门前只贴着一张纸条,上面写着所谓的公告。知道附近除了这家餐厅,没有其他能满足金道勋挑剔口味和喜好的地方,这让人更加头疼。当然,去其他餐厅也是完全可以的。但是看着周围已经一片漆黑,寒风凛冽,金道勋紧握着暖宝宝还明显在发抖,就不想再让他受苦了。

그렇게 둘은 처음으로 지난 몇 년간 고수해오던 루틴에서 벗어났다.
就这样,两人第一次打破了过去几年一直坚持的惯例。

늘 가던 식당 맞은편,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허름한 우동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락우동. 사장님의 손글씨로 단 하나의 메뉴만이 적힌 메뉴판만 봐도 가게의 연륜이 물씬 풍겼다. 신정환은 늘 그랬던 것 처럼 김도훈의 물컵에 물을 채워주고, 휴지 깔아 수저를 놨다. 따로 주문 한 적도 없는데 테이블에 가락우동 두 그릇이 덩그러니 놓였다. 
推开了常去的餐厅对面那家从未留意过的破旧乌冬面店的门。面条乌冬。仅凭老板手写的单一菜单,就能感受到店铺的悠久历史。申正焕像往常一样为金道勋倒满水杯,铺好纸巾放上筷子。虽然没有特意点餐,桌上却已经摆上了两碗面条乌冬。


"요즘 날씨 춥더라."  "最近天气变冷了。"

"...이 날씨에 형은 무슨 코트를 입고 다녀."
"...这种天气哥你穿什么大衣啊。"

"그러게. 요즘 뭐 하고 지내?"
"是啊。最近在忙些什么呢?"

"뭐... 맨날 촬영하고 편집하지. 똑같아."
"嗯... 每天都是拍摄和剪辑。一成不变。"


정작 물어보고 싶은 건, 말하고자 했던 건 내뱉지도 못한 채 가장 어색한 사이의 사람과 할 법한 대화나 했다. 김도훈의 말을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젓가락질을 열심히 했지만 그릇 속 음식은 영 줄어들지 않았다. 차라리 다른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김도훈은 그리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먹질 못하고 젓가락으로 면만 휘젓던 신정환이 입을 열었다.
实际上想问的问题,想说的话都没能说出口,反而像最生疏的人一样进行了毫无意义的对话。金道勋说完后,两人之间陷入了沉默。虽然努力地用筷子夹着,但碗里的食物却丝毫没有减少。金道勋心想,要是有其他客人在就好了。就这样,一直没能好好吃饭、只是用筷子搅动着面条的申正焕开口了。


"있잖아, 오늘 왜 나왔어?"  "你知道吗,今天你为什么出来?"

"...그러는 형은 왜 티켓 보냈어?"
"...那哥你为什么要送票呢?"


티켓을 보낸 이유 같은 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었으나 김도훈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그 중 어떤 이유를 꺼내야 할지 망설여졌다. 만약 김도훈이 저와 같은 이유로 나온 게 아니라면? 이젠 자기도 마음 정리가 다 됐으니 형도 마음을 정리하라는, 정말로 마무리 짓기 위한 말을 하기 위해 나온 거라면? 그렇다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제 욕심 때문에 또 김도훈의 마음을 다시 헤집어놓을 순 없었다.
虽然可以列举出无数个寄送门票的理由,但由于无法确知金道勋的心意,所以犹豫该提出哪一个理由。如果金道勋出来的原因和自己不同呢?如果他是因为自己已经整理好了心情,所以想让哥哥也整理好心情,真的是为了做个了结而出来的呢?如果是这样的话,就不应该因为自己的私欲而再次搅乱金道勋的心绪。


"네가 보고 싶어서 회사에서 울었거든."
"我在公司里哭了,因为太想你了。"


때문에 신정환은 자신의 구구절절한 심정을 하나하나 꺼내놓기보단, 너와 헤어지고 내가 어땠는지에 대해 줄줄 읊기보단,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사실 하나만을 어떠한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고 말했다. 그 순간 김도훈의 입술이 꾹 다물리고, 크고 동그란 눈에 눈물이 맺혔다. 원체 남에게 눈물 보이기 싫어하는 김도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애꿎은 면만 뒤적이며 담담히 말했다.
因此,申正焕没有一一道出自己的心情,也没有滔滔不绝地诉说与你分手后自己的状态,而是平静地陈述了他经历的一个事实,没有添加任何修饰。那一刻,金道勋紧闭双唇,大而圆的眼睛里泛起泪光。向来不愿在他人面前流露泪水的金道勋低着头,只是不停地搅动着碗里无辜的面条,平静地说道。


"그런 사람이 헤어지자는 말 듣고 한 번을 안 잡아?"
"这样的人听到分手的话连挽留一次都不会吗?"

"......"

"형, 그 뒤로 나한테 연락 한번 없었잖아."
"哥,那之后你一次都没联系过我。"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마무리했다. 맞은편의 신정환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勉强忍住了即将夺眶而出的眼泪。对面的申正焕默默地注视着这一幕。


"미안하다고 연락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 도훈이 네가 이미 나한테 정 다 떨어졌으면 그것도 너한테 못 할 짓이잖아."
"我本想联系你说声对不起,但没能做到。道勋啊,如果你已经对我失去了感情,那我这样做对你来说也是不应该的吧。"

"......"

"그게 무서워서 연락 못 했어. 이미 넌 마음 정리 다 됐을 까봐."
"我害怕联系你,担心你已经完全放下了。"


김도훈은 신정환에게서 보내져 온 티켓 한 장을 받은 그날로부터 묻고 싶은 것도, 확인하고 싶은 것도 넘쳐났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며칠간은 진통제를 먹고, 애써 줄였던 담배를 늘려야만 겨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신정환을 눈앞에 마주하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젓가락만 휘적이다 집어 든 면이 힘없이 뚝뚝 끊어질 때 까지 어떠한 대화라는 것도 하지 못한 채, 간헐적으로 눈치 없이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만 꾹 참았다.
金道勋自从收到申正焕寄来的那张票开始,就有太多想问的,想确认的事情。问题一个接一个地涌现,以至于脑子里变得一团糟。几天来,他不得不服用止痛药,还得增加原本刻意减少的香烟量,才勉强能够集中精力工作。然而,当真正面对申正焕时,他却发现自己难以开口。就这样,他只是不停地拨弄着筷子,直到夹起的面条无力地一截截断开,他们之间都没能进行任何对话。与此同时,他只能强忍着那不合时宜、时不时想要涌出的泪水。



신정환은 어렵게 만난 김도훈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집에 데려다주겠다 제안했다. 그렇게 하라는 의외의 대답에 오랜만에 김도훈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골목을 나란히 걸었다. 둘 사이에 내려앉은 적막이 익숙해질 무렵 어느새 도착한 김도훈의 오피스텔 공동현관 앞에 선 신정환이 어색한 티를 잔뜩 내며 말했다.
申正焕为了能多看一会儿好不容易见到的金道勋,提议送他回家。金道勋出乎意料地同意了,于是两人并肩走在通往金道勋久违的单身公寓的小巷里。当两人之间的沉默变得习以为常时,他们不知不觉已经到达了金道勋的公寓大门前。申正焕站在那里,显得非常尴尬地说道。


"오늘 전시회 어땠어?"  "今天的展览会怎么样?"

"볼 정신도 없었지. 기억도 안 나."
"忙得连看都来不及看。根本记不起来。"

"...괜히 미안하네."  "...莫名觉得有些抱歉。"

"형은 미안한 것도 참 많다."
"哥哥有很多需要道歉的事。"

"그러게, 오늘따라 미안한 게 참 많네. 조심히 들어가."
"是啊,今天真是有很多要道歉的事。路上小心。"


김도훈의 말에 신정환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사귀던 때 습관처럼 조심히 들어가라 말했다. 지난 몇 년간은 자신을 배웅하던 그 말 뒤엔 항상 신정환의 애정 담긴 작은 스킨십들이 당연하게 따라붙었었다. 슬쩍 손을 잡아 오기도 했고, 사람 없는 늦은 새벽엔 괜히 김도훈의 흐트러진 머리 정리해주겠는 핑계로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听到金道勋的话,申正焕露出了略显尴尬的笑容,像以前交往时的习惯一样小心地说道"路上小心"。在过去的几年里,这句送别的话后面总是理所当然地跟着申正焕充满爱意的小小肢体接触。他会轻轻地握住手,在人少的深夜里,还会借着整理金道勋凌乱的头发为借口,轻抚他的头。

하지만 지금의 신정환은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가만히 선 채다. 신정환의 애정 담긴 스킨십이 없는 게 당연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괜히 심사가 뒤틀린 김도훈은 신정환의 배웅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미련 없이 등을 돌려 공동현관 비밀번호 찍고 들어갔다.
但现在的申正焕只是双手插在大衣口袋里静静地站着。申正焕不再有亲密的肢体接触已经成为理所当然的关系了。心情莫名变得糟糕的金道勋没有回应申正焕的送别,毫不留恋地转身输入公寓大门密码进去了。

김도훈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金道勋按下电梯按钮等待的此刻感到十分荒谬。比他想象的还要荒谬得多。

제가 아는 신정환은 불필요한 것에 시간도, 애정도 쏟지 않는 성정을 지녔다. 그런 신정환이 굳이 헤어짐을 고한 저에게 티켓을 보내고, 헤어짐을 고한 저와 주말 하루를 보내고, 굳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건 분명 목적이 있다는 거다. 이 추운 겨울날 손끝이 빨개져 가면서도 김도훈이 좋아하는 검은색 오버핏 코트 입고 나왔으면서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빙빙 돌려가며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을 보낸 신정환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我所认识的申正焕是个不会在不必要的事情上浪费时间和感情的人。这样的申正焕特意给已经提出分手的我送来门票,和已经提出分手的我一起度过周末的一天,还特意送我到家门口,这肯定是有目的的。在这个寒冷的冬天,即使指尖冻得通红,他还是穿着金道勋喜欢的黑色宽松大衣出来,显然是有话要说,但奇怪的是他却绕来绕去,最终什么也没说就让我离开了,这让我感到非常郁闷。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으나 김도훈은 타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도로 오피스텔 공용현관 문 열고 나갔다. 역시나 김도훈의 예상처럼 신정환은 자신을 배웅한 그곳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여전히 서 있었다.
电梯门打开了,但金道勋没有进去。相反,他转身走出了公寓大楼的公共入口。正如金道勋所料,申正焕还站在原地,没有离开送别他的地方。


"형. 거기 서서 뭐해?"  "哥,你站在那里干什么呢?"

"...어? 안 갔어?"  "...咦?没走吗?"


현관 앞에서 출근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꼴 마냥 되돌아 나온 저를 보자마자 얼굴에 화색 도는 신정환을 보니 속이 다 답답했다.
看到申正焕一见到我从门口回来就满脸喜色,就像等待主人下班回家的小狗一样,我感到心里堵得慌。


"추운데 그냥 들어와서 있다가 가."
"天这么冷,进来待一会儿再走吧。"


한참을 고민하다 내뱉은 말에 신정환이 진짜 그래도 되냐며 다가오는 게 왜 이리 찌질해 보이는지. 3년 내내 제 눈에 멋있기만 했던 신정환인데 유난히 오늘따라 안쓰럽고, 바보 같고, 답답하고. 그냥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思考良久后脱口而出的话,申正焕问真的可以这样吗,他靠近的样子为什么看起来如此窝囊。三年来在我眼中一直很帅气的申正焕,今天却特别让人心疼,显得傻乎乎的,令人沮丧。各种各样的想法涌上心头。




***




도훈아,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쉬고 있어.
道勋啊,洗碗的事就交给我吧,你去休息吧。

연애 초반, 신정환은 고작 그릇 몇 개와 냄비 하나 설거지 하며 김도훈의 좁은 원룸 부엌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그 꼴을 본 김도훈은 앞으로 집 데이트는 무조건 신정환의 집에서 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신정환은 김도훈을 집 앞까지 지겹도록 데려다줬음에도 불구하고, 김도훈의 자취방까지 발을 들인 건 과장 좀 보태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恋爱初期,申正焕仅仅是洗几个碗和一个锅就把金道勋狭小的单间公寓厨房变成了水的海洋。看到这种情况,金道勋宣布以后在家约会一定要在申正焕家进行。因此,尽管申正焕把金道勋送到家门口无数次,但他能进入金道勋的出租屋的次数,夸张点说用十个手指头都能数得过来。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 온 곳도 아닌데 신정환은 유난히 쭈뼛대며 김도훈의 자취방에 발 들이고도 커피머신을 돌리는 김도훈 옆에서 내가 할게, 따위의 말이나 해댔다. 형, 괜찮으니까 어디 좀 앉아있을래? 김도훈의 말에 또 착한 강아지처럼 식탁 의자를 조심히 빼 앉았다.
但即便如此,这里也不是第一次来,申正焕却显得格外拘谨,进了金道勋的单身公寓后,还在一旁对正在操作咖啡机的金道勋说些"我来吧"之类的话。"哥,没事的,你要不坐下来歇会儿?"听了金道勋的话,申正焕又像个乖巧的小狗一样,小心翼翼地拉开餐桌椅子坐了下来。

김도훈의 옷장 옆 행거엔 언젠가 자신이 선물했던 옷가지와 가방 따위가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나는 김도훈이 줬던 것들을 어쨌더라. 여전히 옷장 깊숙이에 다용도 박스에 담겨 처박혀 있는 물건들을 떠올리자 괜스레 미안해졌다. 형, 뜨거우니까 조심히 마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뜨거운 머그잔에 손을 덴 신정환은 입술을 꾹 물고 참았다.
金道勋衣柜旁边的衣架上整齐地挂着曾经自己送给他的衣服和包包之类的东西。我想起了金道勋给我的那些东西。回想起仍然深藏在衣柜里多用途盒子中的物品,我不禁感到有些愧疚。哥,很烫,小心喝。话音未落,已经被滚烫的马克杯烫到手的申正焕紧咬嘴唇忍住了。

그렇게 김도훈은 하고 싶은 말 하나하나 고르고 있을 게 뻔한 신정환을 얌전히 기다렸다. 뜨거운 커피도, 머그잔도 미지근하게 식어갈 즈음 신정환이 운을 뗐다.
就这样,金道勋静静地等待着申正焕,他知道申正焕一定在仔细斟酌每一句想说的话。当热咖啡和马克杯都变得温温的时候,申正焕终于开口了。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가려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고. 도훈이 너한테 부담 주려고 했던 건 아냐, 미안해."
"我本来想看你进家门后再走的。但是不知怎么,就是迈不开脚步。道勋啊,我不是想给你压力,对不起。"

"형, 나 미안하다는 소리 좀 지겹다."
"哥,我听腻了道歉的话。"


미안하다는 말 말고 형이 하고 싶은 말을 해. 김도훈은 애써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머그잔 손잡이를 쥐었다 놨다 가만 두질 못했다. 신정환 못지않게 초조한 마음은 그러한 작은 행동들로 티가 났다. 김도훈의 말에 마른침 삼킨 신정환은 짧게 숨 고르곤 내뱉는다.
说出你想说的话,而不是道歉。金道勋尽量平静地说着,却控制不住地反复握住又放开马克杯的把手。他的焦虑不亚于申正焕,从这些小动作中显露无遗。听了金道勋的话,申正焕咽了口唾沫,短暂调整呼吸后开口说道。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아직 나 사랑해?"
"...我就直截了当地说了。你还爱我吗?"


3년 전엔 김도훈이 단도직입적으로 신정환더러 좋아한다 말했다. 그리고선 이 관계를 더 지속할지 말지를 신정환더러 정하라 했다.
3 年前,金道勋直截了当地对申正焕说喜欢他。然后让申正焕决定是否继续这段关系。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이젠 신정환이 단도직입적으로 아직 저를 사랑하느냐 묻는다. 그 속에 담긴 뜻은 이 관계를 더 지속할지 말지를 김도훈더러 정하라는 거다.
从那时起已经过去了三年,如今申正焕直截了当地问我是否还爱他。这句话背后的含义是让金道勋决定是否继续维持这段关系。

주객전도 된 이 상황보다 신정환의 입에서 나온 사랑이라는 단어에 김도훈은 귀를 의심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아끼고 아껴 김도훈이 서운해질 즈음에야 겨우 해주던 신정환이었으니까. 여전히 저를 사랑하냐 묻는 신정환의 눈빛은 그 언젠가 보였던 간절함. 어쩌면 약간의 절망. 결국 김도훈이 약해지고야 마는 그 눈빛.
金道勋对这种本末倒置的情况感到惊讶,但更让他难以置信的是申正焕口中说出的"爱"这个字。毕竟申正焕一向吝啬于表达喜欢,直到金道勋感到失落时才勉强说出口。申正焕问他是否仍然爱自己时,眼神中流露出曾经那种迫切,或许还带着一丝绝望。这正是让金道勋最终心软的眼神。





- 형, 내가 잘못했어. 형이랑 제대로 말도 안 해놓고선... 그냥 내 마음대로 헤어지자 말해서 미안해.
- 哥,是我做错了。没有和哥好好沟通就...擅自说要分手,真的很抱歉。

김도훈은 제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신정환에게 찾아가 헤어지기로 한 거 없던 일로 하자 말하고 싶은 욕망에 자주 휩싸였다. 남들은 헤어지고 힘들 때 술을 찾던데, 술김에 신정환에게 연락하긴 죽어도 싫었다. 말년 병장 신정환을 짝사랑 하던 때, 이러다간 제 속이 썩어 문드러질 것 같아 차단해버렸던 그때처럼 차단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인데 그게 참 안됐다. 속은 문드러지는데 맨정신을 유지해야 했다. 그럴 땐 차라리 수면유도제를 삼키고 까무룩 잠들길 택했다.
金道勋尽管是自己先提出分手的,但他经常被一种冲动所困扰,想立刻去找申正焕,告诉他就当分手的事从未发生过。别人分手后痛苦时会借酒消愁,但他死也不愿在醉酒时联系申正焕。就像当初暗恋即将退伍的申正焕时,担心自己的内心会被折磨得支离破碎而选择拉黑他一样,现在只需按一下拉黑按钮就能结束一切,但他就是做不到。内心虽然痛苦不堪,却必须保持清醒。在这种时候,他宁愿选择吞下安眠药,昏昏沉沉地睡去。

그 과정에서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건 신정환만이 줄 수 있는 다정함 가득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정환은 친구들과 술자리에 있더라도 김도훈이 잠들기 전엔 꼭 이런저런 핑계 대고 빠져나와 전화를 걸어 잘 자라 말했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도훈이 너는 늘 손이 차서 걱정이라며 가방엔 늘 핫팩을 챙겨 다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도훈이 정말로 원했던 건 지금 당장의 동거도, 결혼 약속도 아니었다. 특별하진 않아도 오직 김도훈에게만 허용된 신정환이 가진 다정한 일상들이 한 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일 없이, 평생 너에게만 향하겠다는 것에 대한 약속이 필요했던 거다.
在这个过程中,我意识到现在我最需要的是只有申正焕才能给予的充满温情的日常生活。即使申正焕和朋友们在酒桌上,在金道勋睡觉前他也一定会找各种借口离开,打电话说晚安。天气开始变冷时,他总是担心道勋的手总是冰凉,所以包里总是带着暖宝宝。事实上,仔细想想,金道勋真正想要的既不是现在就同居,也不是结婚的承诺。他需要的是一个承诺,那就是虽然不特别,但只属于金道勋的申正焕的温柔日常,不会像海市蜃楼一样消失,而是会永远只朝向你。

김도훈이 아는 신정환은 인간관계에 있어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는다. 때문에 나 같은 건 금방 잊었으리라 생각하며 헤어지자 했던 날 미련 없이 등 돌려 떠나던 그 모습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저를 못 잊고 찾아와선 사랑이 그대로냐 묻는 신정환을 반가워해야 하는 건지도, 왜 신정환 너는 끝까지 네 마음대로 구는 거냐며 화를 내야 하는 건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金道勋所认识的申正焕在人际关系上从不纠缠不清。因此,他一直回想着那天分手时,申正焕毫不留恋地转身离去的画面,认为像自己这样的人很快就会被忘记,借此来稳定自己的心绪。然而,当申正焕依然忘不了他,找上门来问他是否还爱着自己时,金道勋不知该高兴地迎接他,还是该生气地质问他为什么总是我行我素。


'도훈아, 요즘 밥은 잘 챙겨 먹어? 예전보다 좀 더 많이 마른 거 같네.'
"道勋啊,最近有好好吃饭吗?感觉你比以前更瘦了。"


오늘 신정환은 지나가는 말로 김도훈에게 많이 말랐다 했지만, 그건 신정환도 마찬가지였다. 허연 얼굴은 더 허옇게 질려선, 겨울만 되면 트는 입술은 립밤 바르라는 잔소리 할 사람도 없어서 그런지 더 트고 갈라져선.
今天申正焕随口对金道勋说他瘦了很多,但其实申正焕自己也是一样的。苍白的脸变得更加惨白,到了冬天就会干裂的嘴唇因为没有人唠叨让他涂润唇膏,所以变得更加干裂开裂了。

하지만 우습게도 김도훈은 신정환의 더 마른 그 얼굴이, 허옇게 질린 얼굴이, 늘 립밤 좀 잘 바르라 잔소리했던 튼 입술이 반가웠다. 떨어져 있던 그 시간 동안 신정환이 고생했을 게 뻔해서, 행복해하지 않았던 게 뻔해서 되려 다행이고 조금은 기뻤다.
但是可笑的是,金道勋反而对申正焕更加消瘦的脸庞、苍白的面色和总是被他唠叨要多涂润唇膏的干裂嘴唇感到欣喜。因为很明显在分开的那段时间里申正焕一定过得很辛苦,很明显他并不快乐,这反而让金道勋感到庆幸,甚至有些高兴。


"...솔직히 형도 알잖아. 헤어진 사람들은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는 거."
"...说实话,哥也知道的吧。分手的人往往会因为同样的原因再次分手。"


그렇게 말하는 김도훈의 눈에 눈물 가득 차올랐다. 그걸 보며 신정환은 내가 좀 힘들었다고, 내가 좀 울었다고 섣부르게 김도훈을 찾아와 헤집는 이 행동이 얼마나 어리숙했는지 알아차린다. 어쩌면 김도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할 것이란 오만함 때문에, 일단 김도훈만 만나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믿었던 제가 얼마나 멍청했는지도.
金道勋说这话时,眼里充满了泪水。看到这一幕,申正焕意识到自己有多么幼稚,仅仅因为自己有点难过,哭了一场,就贸然来找金道勋,搅乱他的生活。也许是因为自己傲慢地认为无论如何金道勋都会爱自己,才愚蠢地相信只要见到金道勋,所有问题就能迎刃而解。

신정환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여전히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김도훈의 손을 쥐어 잡았다. 잡힌 손을 금방 내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얌전하게 잡힌 채였다. 김도훈은 분명 신정환이 대책 없이 저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찾아온 줄로만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말하지도 않으면서, 되려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냐 묻는 신정환을 보니 그냥 울고 싶었다.
申正焕连擦眼泪的想法都没有,仍然紧紧握住金道勋放在桌上的手。与预想中会立即抽回的情况不同,那只手依然乖乖地被握着。金道勋原本以为申正焕只是因为想见自己这种毫无理由的原因才来找他。尽管如此,看着申正焕既不说爱他,反而问自己是否还爱他,金道勋只想哭。


"내가 너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때부터 허접한 연애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난 여전히 허접하고, 결국엔 네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 나오게 만들어서 미안해 도훈아."
"当我说我喜欢你的时候,我以为从那时起糟糕的恋爱就结束了...但我还是一如既往地糟糕,最终让你说出分手的话,对不起,道勋。"


분명히 미안하다는 말 지겹다고 했는데. 여전히 미안하다 말하며 제 손을 더욱 꽉 잡아 왔다. 제 손을 꽉 붙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비참했다. 그건 신정환에게 티 내지 않고서 헤어짐을 준비하던, 그러면서도 동시에 신정환이 도망갈까 봐, 그래서 내 미래엔 신정환이 없을까 봐 불안해하던 얼마 전의 제 모습과 다름없어 보였으니까.
明明说过听腻了道歉的话。可他还是一边说着对不起,一边更加紧握住我的手。看着他紧紧抓住我手的样子,我感到很悲惨。因为这和不久前我的样子一模一样,那时我在不让申正焕察觉的情况下准备分手,同时又害怕申正焕会逃走,担心我的未来里没有申正焕。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 안 할게. 미래에 대해 섣불리 약속하는 거, 아직도 복잡하고 어려워서 모르겠어."
"既然都到这里了,我就不说谎了。对未来轻易许下承诺,对我来说还是太复杂太困难了,我还不确定。"


아, 이게 우리의 진짜 끝이구나.
啊,这就是我们真正的结局啊。

김도훈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고여있던 눈물이 끝끝내 테이블 위로 뚝뚝 떨어졌다. 실은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뒷모습만 보고도 신정환임을 단번에 알아차렸을 때 부터 참아왔던 거다. 신정환에게 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 꾹꾹 아프도록 주먹 쥐어가면서, 울컥할 때 마다 신정환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리면서 어떻게 눌러 참아왔는데 이렇게나 허무하게.
金道勋的思绪至此,积蓄已久的泪水终于一滴滴落在桌面上。事实上,从抵达美术馆那一刻起,在人群中仅凭背影就一眼认出申正焕时,他就一直在忍耐。为了不让申正焕看到自己哭泣的样子,他紧握拳头直到疼痛,每当情绪激动时就强迫自己移开视线。他如此努力地压抑着情感,却最终还是如此轻易地崩溃了。

그 모습에 당황한 신정환은 눈물을 닦아주려 습관처럼 김도훈의 얼굴 가까이 손을 뻗다 멈칫했다. 그리곤 곧장 손을 뒤로 물리곤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여있던 티슈를 몇 장을 김도훈의 손에 쥐여준다. 그러니까 김도훈은 지금 이런 일상적인 신정환의 다정함을 그리워했고, 필요로했다. 오직 자신만을 향했던 그 다정함이 지금처럼 점점 멀어지고 희미해진다. 때문에 손에 티슈를 가득 쥐고서도 눈물을 닦을 생각 같은 것도 하지 못했다.
看到这一幕,申正焕慌了神,习惯性地伸手想要擦拭金道勋的眼泪,却在靠近金道勋的脸时突然停住了。随后,他立即收回手,从桌子边缘拿了几张纸巾塞进金道勋的手里。原来,金道勋此刻正怀念并渴望着申正焕这样日常的温柔。曾经只属于自己的那份温柔,如今却渐渐远去,变得模糊不清。因此,即使手中握满了纸巾,他也无法想到要擦拭眼泪。


"나는 너랑 헤어지고 오자마자 네 물건 싹 다 정리했어. 속 시원하라고 한 짓이었는데 사실 그렇게 안 하면 내가 무너질 거 같아서 그랬었나 봐. 그거 정리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거 없는데."
"我们分手后我立刻就把你所有的东西都整理好了。当时是想让自己痛快点,但实际上可能是因为如果不那么做的话,我觉得自己会崩溃。尽管整理那些东西也改变不了什么。"


신정환은 평생을 복잡한 거, 알기 어려운 거 피해 가며 살았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일만 신경 쓰고 싶지 사실 어떻게 될지도 모를 미래 같은 거 고민하며 골치 아프기 싫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회피한 거였다. 입 다물고 도망치고, 외면하고, 결국엔 나 하나 편하고자 했던 일들.
申正焕一生都在逃避复杂和难以理解的事情。他只想关注眼前的事,不愿为未知的未来烦恼。但这一切都是为了让自己心里舒服而逃避的。保持沉默,逃跑,视而不见,最终都是为了让自己一个人舒服的行为。


"그래서 이제부턴 좀 복잡하고 어렵게 살아야겠더라고. 복잡한 거 싫다고 마냥 내뺐던 내가 어렸던 거 같아."
"所以从现在开始,我觉得我应该过得稍微复杂和困难一些。我觉得以前那个一味逃避复杂事物的我太幼稚了。"

"...어?"  "...咦?"


그 말에 김도훈은 눈물을 떨구던 것도 잊고선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听到这句话,金道勋忘记了流泪,露出了一副傻愣愣的表情。


"대신 네가 옆에 있어 줘야 돼. 난 아직도 널 만난 이후로 처음인 것도,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아. 그런 거 이제 네가 다 알려줘."
"但是你必须在我身边。自从遇见你以后,我还有很多第一次的体验,还有很多不懂的事情。现在你要把这些都教给我。"


처음인 것.  第一次。

평생을 평범한 헤테로로 살아온 신정환은 김도훈과의 연애 기간 중 처음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귀여운 캐릭터 그려진 카드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생일 편지를 건네주면서도, 단 둘이 수영장 딸린 비싼 펜션 독채 잡아 여행 가면서도, 인스타에서 유명한 도시 근교 카페에 대기까지 걸어가며 기다리면서도 남자랑 단 둘이 이런 건 처음이라... 하면서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一直以来都作为普通异性恋生活的申正焕,在与金道勋恋爱期间经常说这是第一次。无论是在印有可爱卡通人物的卡片上用圆珠笔用力写下生日祝福并递给对方,还是两人独自预订带游泳池的昂贵度假别墅出游,亦或是排队等候去网红城郊咖啡厅,他都会不好意思地挠着后脑勺说,和男生单独做这些事还是第一次呢...

반대로 평생을 평범한 게이로 살아온 김도훈은 연애 기간 중 처음인 게 없었다. 기념일에 손 편지 써 주는 것도, 분위기 좋은 곳에 단 둘만 쓸 수 있는 비싼 숙소 잡아 여행 가는 것도, 데이트 핫플이라는 키워드 붙은 온갖 장소에 남자친구와 함께하는 게 그냥 너무나도 당연했다.
相反,作为一个普通同性恋者生活了一辈子的金道勋,在恋爱期间没有什么是第一次。在纪念日写亲笔信,在氛围良好的地方预订只有两个人能住的昂贵住宿去旅行,和男朋友一起去各种被贴上约会热门地点标签的场所,这些对他来说都是再平常不过的事情。

김도훈 자신은 이미 수도 없이 와 본 길이라 온갖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가며 앞만 보고 달렸다. 신정환은 그 뒤에서 이 길이 처음이니 조금만 제게 보폭을 맞춰달라 말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김도훈은 형이 답답해 그냥 나 혼자 알아서 가겠다 외치고선 그 길 위에 신정환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떠났던 거다.
金道勋自己已经来过这条路无数次,熟知所有障碍物,避开它们只顾往前跑。申正焕在后面说这是他第一次走这条路,请稍微配合一下他的步伐。但金道勋没有听清楚这句话,以为哥哥觉得烦,就喊着"我自己一个人走",然后把申正焕一个人孤零零地留在了那条路上。


"그리고... 내가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는 건 내가 네 곁에 있을 거라는 거야."
"而且...我可以明确地向你保证,我会一直在你身边。"


신정환은 언제나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김도훈의 네 번째 손가락을 잡아 오며 덧붙인다.
申正焕总是抓住金道勋空无一物的无名指,补充道。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여기 채워줄게. ...도훈아, 네 생각은 어때?"
"虽然现在还不行,但总有一天我会填满这里的。...道勋啊,你觉得怎么样?"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내 것이지만 사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랬다. 분명 김도훈은 방금까지만 해도 드디어 우리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의 연애가 정말로 끝났음을 직감하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그런데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을 쥐어오며 네 생각은 어떠냐 물어보는 신정환의 말 한마디와 행동에 이제 막 고백 받은 것 처럼 설레기 시작했다.
世上最难懂的,明明属于自己却连自己也不太了解的,据说就是人心。金道勋刚才还在直觉地感受到我们漫长又短暂的三年恋情终于真的结束了,泪水不停地往下掉。可是当申正焕握住他的无名指,问他怎么想的时候,他的心却像刚刚被告白一样开始怦怦直跳。

둘의 미래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한 쪽이 더욱 크게 강요한다고 해서 미래가 더욱 튼튼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 눈앞에 놓인 것에 하나하나 집중하며 나란히 속도를 맞춰 보폭을 같이 해 걷다 보면 그게 바로 둘의 미래다. 돌아가든, 길을 잃어 헤매든, 김도훈조차 처음인 길을 마주해 혼란에 빠진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네 곁에 있어 주겠다는 신정환의 약속 하나면 됐다.
两个人的未来不是一个人独自创造的。一方过分强求也不会让未来变得更加牢固。只要现在,专注于眼前的每一件事,并肩同步前行,这就是两个人的未来。无论是回头,还是迷失方向,即使金道勋也面对从未经历过的道路而感到困惑,只要有申正焕承诺会以某种形式陪伴在你身边,这就足够了。

어차피 신정환과의 연애 시작 자체가 허접하고 험난했다. 나랑 사귈 거 아니면 앞으로 나 볼 생각 말라던 치기 어린 반 협박으로 시작됐으니까. 신정환이 제 마음 인정하고 그 입에서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는 데 까지 반년이 걸린 것만 해도 이 연애가 험난할 것 쯤이야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평탄하고 수월한 사랑을 원했다면 그냥 자기와 같은 성향의 사람 만났으면 된다는 것 쯤이야 너무나도 잘 알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훈이 선택한 건 신정환이다.
反正和申正焕的恋爱从一开始就很糟糕和艰难。因为是以"如果不和我交往,以后就别想见到我"这种幼稚的半威胁开始的。申正焕承认自己的心意,从他口中说出喜欢这句话,就花了半年时间,光是这一点就足以预料到这段恋情会很艰难。如果想要平稳顺利的爱情,找个和自己性格相似的人就行了,这一点他再清楚不过。尽管如此,金道勋选择的还是申正焕。


"난... 난 괜찮아."  "我...我没事。"


네 생각은 어떠냐는 신정환의 말에 좋다고 붕붕 뛰고 싶은 걸 대신할 차분한 대답을 머리 굴려 생각해 낸 결과가 겨우 괜찮다 정도였다. 말을 뱉은 김도훈도, 그 말을 들은 신정환도 당황했다. 신정환은 김도훈이 말하는 괜찮다는 게 다시 만나고 싶다는 표현으로서의 괜찮다는 건지,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서의 괜찮다는 건지 전혀 판단이 서질 않았다.
对于申正焕的询问,金道勋本想兴奋地跳起来说好,但他努力思考后给出的冷静回答却只是"还行吧"。这个回答让说出口的金道勋和听到的申正焕都感到困惑。申正焕完全无法判断金道勋说的"还行"是表示想再见面的意思,还是委婉拒绝的表达。


"혹시... 나 까인 거야?"  "难道... 我被甩了吗?"

"어? 아, 아니, 괜찮... 그러니까 좋다고. 알겠다고."
"啊?哦,不,没事...我是说挺好的。我明白了。"

"그럼 우리 다시 사귀는 거야?"
"那我们是重新在一起了吗?"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신정환의 표현이 너무나도 날것이라 여전히 눈물 가득한 김도훈의 얼굴에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 사실 김도훈의 마음 한구석엔 못다 한 말들이,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안다. 다만 둘은 직감적으로 김도훈도, 신정환도 무언가 바뀌었음을 알았다.
申正焕仍然一脸困惑地反问,他的表情如此直白,以至于金道勋那张仍然满是泪水的脸上突然绽放出笑容。事实上,金道勋心里明白,还有许多未说出口的话语,还有许多无法逃避、必须面对的问题。然而,他们俩都凭直觉感受到,无论是金道勋还是申正焕,都有什么发生了变化。




***




이후론 헤어지자 말했던 그날부터 김도훈이 그리워했던 신정환의 일상적인 다정함을 만끽했다.
从那天说要分手开始,金道勋就开始怀念申正焕日常生活中的温柔体贴。

신정환은 눈물로 범벅 된 김도훈의 얼굴도 닦아주고, 울려서 미안하다며 안아 달래주고, 미지근하게 데운 물도 마시게 했다. 그러던 신정환은 밤 11시가 넘어가자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다 실은 내일 오전에 업체와 미팅이 있는데 자료가 집에 있어 가봐야 한다며 말 끝마디들을 다 뭉개가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김도훈은 몰려드는 황당함에 갈 거면 빨리 가라며 입술 댓발 내밀고 신정환을 현관으로 밀었다.
申正焕擦干了金道勋满脸的泪水,抱着他安慰道对不起让你哭了,还让他喝了些温水。然而到了晚上 11 点过后,申正焕明显变得坐立不安,吞吞吐吐地开口说其实明天上午和公司有个会议,资料在家里,得回去一趟。听到这话,金道勋感到一阵荒唐,撅着嘴说要走就快走吧,把申正焕推到了玄关。

현관으로 밀려난 신정환은 느릿느릿 신발에 발을 꿰며 너무나도 티 나게 김도훈의 눈치를 살핀다. 평소엔 눈치 없는 척 굴지만 실은 세상에서 눈치 하나는 일등인 김도훈이 그 모습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퉁명스레 뭐 잘못한 거 있냐 묻자 신정환은 티 나게 깜짝 놀라더니 쭈뼛댔다.
被推到玄关的申正焕慢吞吞地穿鞋,明显地偷瞄着金道勋的脸色。平时装作不懂眼色的金道勋其实是世界上最会察言观色的人,他敏锐地察觉到了这一幕,便没好气地问道有什么做错的事吗,申正焕明显吓了一跳,然后扭扭捏捏起来。


"아니 그냥... 진짜 다시 사귀는 건가 해서."
"不是,就是... 真的想问问你们是不是又在一起了。"

"왜, 싫어?"  "怎么,不喜欢吗?"

"좋아!"  "好啊!"


커다란 덩치에 안 맞게 좋다며 헤실거리고 웃는 신정환의 조그만 머리를 끌어안고 가지 말라고, 출근이고 나발이고 그냥 때려치우고 오늘 자고 가면 안 되냐 칭얼거리고 싶었다. 그래도 나름 우리 둘의 역사적인 재결합 날인데 이게 뭐냐며 툴툴대고 싶었지만 나름의 원리원칙 지키는 것 마저 참 내가 좋아했던 신정환답다 생각하니 그냥 웃음만 나와서 한 번 꽉 끌어안고 놔줬다.
想要抱住申正焕那与他高大身材不相称的小脑袋,撒娇地说别走,管他什么上班不上班的,干脆不去了,今天就在这儿睡吧。虽然很想抱怨这可是我们俩历史性重聚的日子,怎么能这样呢,但想到他坚持自己的原则这一点也正是我喜欢的申正焕的样子,就只是笑了笑,紧紧地抱了他一下就放开了。


"추우니까 나오지 마."  "天冷就别出来了。"


현관문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손 흔들던 김도훈은 별안간 슬리퍼만 꿰차고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신정환의 옆에 나란히 섰다. 뭐, 왜? 발소리에 돌아본 신정환이 나오지 말라니까 왜 나왔냐 잔소리 할 게 뻔했으니 김도훈이 먼저 선수를 쳤다. 신정환은 나란히 선 김도훈의 손을 깍지 껴 잡아 쥐고선 제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金道勋原本只是从门后探出头来挥手,突然间却只穿着拖鞋就跑到走廊上,站在等电梯的申正焕身边。什么,怎么了?听到脚步声回头的申正焕肯定会唠叨说不是让你别出来吗,所以金道勋先发制人。申正焕握住站在身边的金道勋的手,十指相扣,然后把他的手塞进自己的大衣口袋里。

춥지? 안 추워. 그럼 손 안 잡아줘도 되겠다. 사실 진짜 추워. 유치한 대화를 하고서도 둘은 뭐가 즐거운지 코트 주머니 안으로 손 꽉 잡곤 헤실헤실 웃었다.
冷吗?不冷。那就不用牵手了。其实真的很冷。即使说着幼稚的对话,两人也不知为何感到开心,紧紧握着手放在大衣口袋里,咧嘴笑着。

김도훈과 헤어졌던 그 골목, 김도훈을 잡겠다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접고 쫓아온 골목에 섰다. 신정환의 코트 주머니 안에서 꼭 쥐고 있던 손을 빼는 게 아쉬워 그곳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다 신정환은 이 추위에 저 배웅하겠다고 쫓아 나온 김도훈이 얇은 맨투맨에 잠옷 바지, 슬리퍼 차림이라는 걸 깨닫곤 이제 진짜 들어가라며 김도훈을 돌려세우곤 마주 본다.
站在那条和金道勋分手的小巷里,那条为了挽回金道勋而抛开自尊心追来的小巷里。申正焕不舍得从大衣口袋里抽出紧握的手,在那里站了好一会儿。然后申正焕意识到,金道勋为了送别自己在这么冷的天气里跑出来,只穿着薄薄的卫衣、睡裤和拖鞋。于是他让金道勋真的该回去了,转身面对着他。


"도훈아, 자기 전에 보일러 꼭 틀어. 난방비 아끼지 말고."
"道勋啊,睡觉前一定要开暖气。别为了省暖气费而不开。"

"응."  "嗯。"

"집 도착하면 전화할게. 잠들지 말고 꼭 전화 받아줘."
"我到家就给你打电话。别睡着了,一定要接电话哦。"

"알겠어."  "知道了。"


지금 김도훈이 아쉬워할 것 쯤이야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정환은 지극정성으로 마주 본 김도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어르고 달랬다. 이제 진짜 가야겠다, 곧 막차 끊겨. 신정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차갑게 얼어있는 김도훈의 뺨을 양손으로 쥐고선 도톰한 입술에 도장 찍듯 제 입술을 꾹 눌렀다.
金道勋现在会感到遗憾这一点,申正焕早就心知肚明,所以他极尽温柔地抚摸着金道勋的头发,安抚着他。"我真的该走了,再不走就赶不上末班车了。"申正焕这样喃喃自语着,环顾了一下四周,然后双手捧起金道勋冰冷的脸颊,在他丰厚的嘴唇上轻轻印下一吻,就像盖章一样。

지난 3년간 신정환이 데이트 후 김도훈을 데려다주며 아쉬운 마음에 수없이 스킨십을 했어도 잠시 손을 잡거나, 김도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기껏해야 주변 눈치 보며 짧은 포옹 하는 정도였다. 때문에 신정환의 이러한 돌발 행동에 김도훈은 잔뜩 얼어 되려 제가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맞닿은 입술 틈 사이로 신정환의 말캉한 혀가 닿아왔다. 이 형이 길바닥에서 진짜 미쳤냐며 몸을 빼내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랜만에 닿는 게 이렇게나 달았나 싶어 꼼짝달싹 못한 채 신정환에게 가만히 잡힌 채였다.
过去三年里,即使申正焕在约会后送金道勋回家时无数次想要亲密接触,也只是短暂地牵手、抚摸金道勋的头发,或者在注意周围环境的情况下给予短暂的拥抱。因此,面对申正焕这样突如其来的行为,金道勋完全僵住了,反而是他在注意周围的时候,申正焕柔软的舌头已经触碰到了他微张的双唇之间。虽然明知道应该推开这个在大街上发疯的哥哥,但久违的接触竟如此甜蜜,让他动弹不得,只能任由申正焕抱着。

꽉 맞물려 닫혀있던 입술 틈 사이가 벌어지자 신정환은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어왔다. 얼굴에 맞닿아오는 신정환의 숨결이 뜨거워 괜히 얼굴에 홧홧하게 열이 오르려 할 때 허리가 바짝 당겨져 신정환의 품에 안긴 꼴이 됐다. 아 잠시만, 이 형 지금... 바짝 맞닿은 중심의 형체가 선명히 느껴질 즈음 신정환은 맞닿았던 입술을 천천히 떼곤 한겨울에 귀 끝까지 빨갛게 물들인 채 김도훈의 어깨를 붙들고선 중얼거린다.
紧闭的双唇微微分开时,申正焕轻轻咬住了下唇。申正焕灼热的呼吸扑面而来,让人不禁感到脸上发烫。就在这时,腰部被猛地拉近,整个人都被拥入申正焕的怀中。啊,等一下,哥现在...当两人紧贴的身体中心开始清晰地感受到对方的形状时,申正焕缓缓分开了相触的嘴唇,脸颊红得像寒冬中的耳尖,抓住金道勋的肩膀低声呢喃道。


"출근이 대체 뭔데..."  "上班到底是什么啊..."


신정환의 반응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김도훈조차 딱 맞닿아있다 벌어진 둘 사이의 거리감에 농도 짙은 부채감을 느꼈다. 단추를 잠그지 않아 열려있는 신정환의 코트 안으로 제 몸을 집어넣고선 신정환의 몸을 제게 딱 맞게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고개를 묻자 신정환만이 가진 체향이 한가득 느껴졌다. 오랜만에 푹 잘 수 있겠다. 그 체향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申正焕的反应差点让金道勋笑出声来,但即便是金道勋也因两人之间紧贴着却又分开的距离感而感到浓重的愧疚。他将自己的身体钻进申正焕未扣上纽扣的敞开大衣里,紧紧地抱住申正焕,让两人的身体完美贴合。他将头埋进申正焕的颈窝,深深地吸入只属于申正焕的体香。他感受着这股气息,心想着终于可以好好睡一觉了。


"우리 내일 또 보자."  "明天再见吧。"


신정환은 자신의 품에 꼭 안긴 채 내일을 약속하는 김도훈을 말없이 끌어안으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여전히 귀 끝까지 빨개진 채로.
申正焕默默地拥抱着紧贴在自己怀里承诺明天的金道勋,只是点了点头。他的耳朵尖依然红得发烫。





신정환은 분명 내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할 게 많다며 집으로 돌아가 놓고선, 집에 도착해 씻고 눕자마자 한 시간을 넘게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이미 둘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도, 지금이라도 잠들지 않으면 내일 출근길에 힘들 것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자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대화가 끊기는 순간에도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숨소리를 듣느라 바빴다. 응, 응. 잘 대답하던 김도훈의 발음이 잠에 취해 웅, 으응... 점점 뭉개지는 발음과 느려지는 대답 속도에 신정환이 먼저 운을 뗐다.
申正焕明明说第二天一大早有很多事要准备,所以回家了,但到家洗完澡躺下后却抱着手机超过一个小时。尽管两人都清楚现在已经过了凌晨 1 点,如果现在不睡觉明天上班会很辛苦,但谁也没说时间太晚该睡觉了。即使对话暂时中断的时候,他们也忙着听着手机那头传来的对方的呼吸声。金道勋原本回应得很好,但渐渐地,他的发音变得含糊不清,"嗯,嗯"变成了"嗯...唔...",回答的速度也越来越慢,于是申正焕先开口了。


"이제 자자, 너 곧 잠들 거 같아."
"现在睡吧,你看起来马上就要睡着了。"

"...근데 형, 있잖아. 우리 진짜 운명 같아."
"...不过哥,你知道吗。我觉得我们真的像是命中注定的。"


분명 방금 전 까지 잠에 취해 겨우 대답하던 김도훈은 이제 자자는 신정환의 말에 이 말만큼은 하고 잠들겠다는 듯 우린 운명인 것 같다며 다 뭉개진 발음으로 웅얼거린다.
明明刚才还因为睡意朦胧而勉强回答的金道勋,现在听到申正焕说要睡觉,却像是一定要说完这句话才肯睡似的,用含糊不清的发音喃喃道:"我们好像是命中注定的。"


"운명? 왜?"  "命运?为什么?"

"맞잖아, 전시회 3일 중에 어떻게... 딱 그날, 그 시간에... 딱 마주칠까? ...운명이 아니고선..."
"没错吧,展览会三天里怎么会... 偏偏那天,那个时间... 刚好遇见呢?...如果不是命运的话..."


그 말을 하는 도중에도 쏟아지는 잠에 하품을 하며 겨우 말을 이어가던 김도훈의 말이 끝난 지 한참인데도 신정환에게서 들려오는 답이 없었다. 나 자라고 재우더니 사실은 자기가 잠 들 것 같아 그랬나 생각하던 중,
金道勋一边说着话一边打着哈欠,困意袭来,他勉强继续说完。话音落下很久,申正焕却没有回应。金道勋心想,让我睡觉,其实是他自己快要睡着了吧。


"나 3일 내내 갔어." 
"我连续去了三天。"

"...어?"  "...咦?"

"금요일엔 연차 쓰고... 너 언제 올 지 몰라서."
"周五我请假了...因为不知道你什么时候来。"


신정환의 말을 듣자마자 카페인이나 니코틴 뭐 그런 거 같은 걸 동맥에 꽂은 것처럼 쏟아지던 잠이 한순간 달아났다. 곧 까무룩 잠에 빠져들기 위해 침대 위 나른하게 풀려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听到申正焕的话,就像有人往动脉里注射了咖啡因或尼古丁一样,瞬间驱散了涌上来的睡意。原本为了很快陷入沉睡而慵懒地躺在床上的身体,一下子坐了起来。

두근두근. 언젠가 밤샘 작업하며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 고카페인 음료를 연속으로 두 잔 들이부었던 언젠가처럼, 신정환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었던 그날처럼 심장이 빠르게 두근댔다. 내가 언제 올지 몰라 3일 내내 기다렸다니. 전시 시간이 총 몇 시간인데.
扑通扑通。就像某天熬夜工作时为了赶走袭来的睡意而连续灌下两杯高咖啡因饮料那样,就像第一次听到申正焕说喜欢我的那天那样,心脏快速地跳动着。他说因为不知道我什么时候会来,所以整整等了 3 天。展览的总时间才多长啊。

그래. 운명과 미래는 어느 날 선물처럼 떨어지는 게, 나에게 달라 조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쌓은 노력으로 만들어 내는 거다.
没错。命运和未来不是某天像礼物一样从天而降,也不是向我索要的东西,而是通过日复一日的努力积累创造出来的。




***




헤남함락  河南沦陷

그 뒷이야기  后续故事




신정환은 또 한 번 회사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申正焕又一次在公司经历了神奇的体验。

물론 전처럼 구내식당에서 밥 먹다 눈물 뚝뚝 떨구는 새드영화 주인공 같은 구차한 경험이 아닌, 늘 한 귀로 흘려버렸던 팀원들의 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콕콕 들어차는 그런 경험.
当然,这不是像以前那样在食堂吃饭时泪流满面的悲情电影主角般的可怜经历,而是那种平时总是左耳进右耳出的队友们的每一句话,都深深地刻在心里的那种经历。

그날도 신정환의 팀원들은 점심시간에 머리 맞대고 앉아 쓸데없는 날씨 얘기나 하다 결국은 연애 얘기, 결혼 썰을 풀었다. 박팀장은 얼마 전 휴가 내고 다녀온 부부 동반 해외여행 썰을 풀면서 마치 신혼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웃었다. 평소라면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테지만 김도훈과 재결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신혼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박팀장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 저 자신에게 놀랐다.
那天,申正焕的团队成员们又在午餐时间凑在一起,从无关紧要的天气话题聊到了恋爱和婚姻。朴组长分享了他最近休假时与妻子一同出国旅行的经历,笑着说感觉仿佛回到了新婚时期。往常这种话题他根本不会在意,但由于最近刚与金道勋复合,他惊讶地发现自己竟然对朴组长所说的"仿佛回到新婚时期"产生了共鸣。

박팀장의 여행 썰이 끝나자마자 팀원들은 머리 위에 먹구름 가득 달고 출근한 윤대리에게 남자친구랑 싸웠냐 물었다. 윤대리는 그 질문만을 기다렸다는 듯 한숨 푹 내쉬고선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朴组长的旅行趣事刚一结束,团队成员们就注意到尹代理头顶乌云密布地来上班了,于是纷纷问她是不是和男朋友吵架了。尹代理仿佛一直在等这个问题似的,深深地叹了口气,然后像机关枪一样倾诉起来。


"저 남자친구랑 5년 사귄 거 알죠?"
"你知道我和那个男朋友交往了 5 年吗?"

"그치, 알지."  "是啊,我知道。"

"그럼 솔직히! 5년 정도 사귀었으면 결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那么说实话!交往五年左右的话,不是应该结婚了吗?!"


뜨끔.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가 신정환의 가슴께를 쿡 찌르고 지나갔다. 괜히 잘 하던 젓가락질이 어색해지는 바람에 놓친 비엔나소시지가 데구르르 식판 구석으로 굴렀다.
嘶。一听到这句话,申正焕感觉胸口被什么东西狠狠地刺了一下。原本熟练的筷子动作突然变得笨拙,夹不住的维也纳香肠咕噜噜地滚到了餐盘的角落。


"5년 내내 연애만 할거였으면 진작 말해줬어야죠! 생각 어린 건 그렇다 쳐. 자기 몸도 어리대요? 할 거 다 해놓고, 이제 와서 결혼은 복잡하다는 둥, 머리 아프다는 둥... 진짜 왜 이렇게 이기적이래?"
"如果你打算只谈恋爱五年,你应该早点告诉我!就算思想不成熟也就算了。你的身体也不成熟吗?该做的都做了,现在却说结婚很复杂,说头疼... 你为什么这么自私?"


어, 이건 좀 아프다. 조금 전 윤대리의 말에 무언가 가슴께를 쿡 찔렀다면, 이번엔 그 무언가가 푹 찌르고 들어왔다.
哦,这有点痛。刚才尹代理的话让我心里有点刺痛,而这次那种感觉更加强烈,仿佛有什么东西深深地刺进了我的心。


"그래 놓고 저랑 헤어지기도 싫대요!"
"说完这些还说不想和我分手!"


쿨럭. 물 마시다 사레들린 신정환은 쿨럭거리며 기침까지 하며 난리가 났다. 헉, 정환씨 괜찮아? 네, 네 진짜 괜찮아요. 머쓱하게 웃으면서 티슈 왕창 뽑아 입 주변 닦으면서 등 뒤로는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살다 살다 이 팀원들의 연애와 결혼 썰에 공감하고, 괜히 양심 찔려 사레까지 들릴 줄이야. 팀원들은 김도훈과 자신의 연애사를 꿈에도 모를 테지만, 그냥 왠지 저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아서 괜히 오버하며 윤대리의 남자친구가 잘못했다는 분위기에 동참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咳咳。申正焕喝水呛到了,咳嗽不止,闹得不可开交。"呃,正焕兄没事吧?""没,没事,真的没事。"他尴尬地笑着,抽出一大把纸巾擦拭嘴边,背后却冒出了冷汗。没想到有生之年居然会对队友们的恋爱和婚姻故事感同身受,还莫名心虚到呛水。队友们肯定不知道他和金道勋的恋爱故事,但他总觉得那些话是说给自己听的,于是故作夸张地附和着批评尹代理男朋友的氛围,尴尬地笑着。

신정환은 탕비실 커피 머신 앞에 서서 조금 전 점심시간의 대화를 곱씹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김도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나도 윤대리의 남자친구처럼 김도훈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아닐까, 혹시나 내가 김도훈에게 일종의 희망 고문 같은 걸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릿속이 가득 찼다.
申正焕站在茶水间的咖啡机前,回想着刚才午餐时间的对话。他不由自主地想起金道勋,既感到抱歉,又觉得复杂。他开始思考:自己是不是像尹代理的男朋友那样,让金道勋等待太久了?是不是无意中给了金道勋某种希望,却又让他备受煎熬?这些纷乱的想法充斥着他的脑海。


"혹시 커피머신 다 쓰셨나요?"  "请问您用完咖啡机了吗?"

"아 네, 네. 죄송해요. 쓰세요."
"啊,好的,好的。对不起。请您写吧。"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등장한 직원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 매주 금요일, 특별한 일 없으면 칼퇴 후 김도훈을 만났으므로 오늘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 전까지 일감과 피드백 사항들을 모두 처리해 넘겨둔 상태다. 6시가 되려면 아직 네 시간이나 남았다.
还没来得及整理脑中纷乱的思绪,就因为员工的出现而勉强清醒过来,坐到了座位上。每周五,如果没有特别的事情,下班后就会见金道勋,所以今天也和往常一样,在午餐时间之前就把所有的工作和反馈事项都处理完毕了。距离六点还有四个小时。


- 도훈아, 점심 먹었어?  - 道勋啊,吃过午饭了吗?


김도훈은 뭐 하느라 그리 바쁜지 점심시간에 보낸 메시지조차 읽지 않은 상태다. 아, 맞다 오늘 얘 촬영 있댔지. 때문에 신정환은 하릴없이 인터넷 기사들을 읽다가, 작업물 파일이나 화면 가득 띄워놓고 그 위에 웹툰 페이지를 작게 숨겨서 읽으며 시간을 죽이다 컴퓨터 시작표시줄에 오후 06:01 뜨자마자 가방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金道勋忙得连午餐时间发的消息都没读。啊,对了,今天他有拍摄。因此,申正焕无所事事地浏览着网上的新闻,或者在电脑屏幕上打开工作文件,在上面偷偷藏着一个小小的网漫页面来打发时间。当电脑任务栏显示下午 06:01 时,他立即收拾好包,离开了办公室。

아 맞다, 립밤 발라야지. 목도리도 해야지. 지하철에서 내려 김도훈의 자취방으로 부지런히 걷던 중 입술도 잘 트는 사람이 립밤도 잘 챙겨 바르고 목도리도 매고 다니라는 김도훈의 잔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그렇게 했다. 때마침 울리는 휴대폰 화면에 뜨는 건 도후니. 김도훈 본인이 직접 저장해뒀던 이름을 보자마자 실실 웃음이나 흘리며 전화를 받았다.
啊对了,得涂润唇膏。还得戴围巾。从地铁站下来,朝着金道勋的单身公寓快步走去的途中,仿佛听到了金道勋唠叨着容易嘴唇干裂的人要记得涂润唇膏和戴围巾,于是就这么做了。恰好这时手机响起,屏幕上显示的是"道勋尼"。一看到金道勋亲自存的这个名字,就忍不住笑着接起了电话。


"어, 도훈아"  "哦,道勋啊"

- 혀엉, 나 오늘은 피자가 땡긴다.
- 亨啊,我今天想吃披萨。

"어디 피자?"  "披萨在哪里?"

- 우리 그때 먹었던 거. 밖에 비 엄청 오는데 형 분리수거 하러 갔다가 슬리퍼 잃어버린 날.
- 我们那时吃的东西。外面下着大雨,哥哥去分类垃圾的时候把拖鞋弄丢的那天。


어떻게 형은 분리수거 하러 갔다가 슬리퍼를 잃어버리냐? 종알종알 떠드는 김도훈의 말을 들으며 그날 무슨 피자를 먹었더라 머릿속으로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는 와중에 전세니 월세니 하는 전단지들이 잔뜩 붙은 부동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응, 알겠어. 다른 거 뭐 더 사서 갈까? 휴대폰 너머로 먹고 싶은 과자들 줄줄 읊는 김도훈에게 대답하면서 발걸음은 김도훈의 집 근처 마트가 아닌 전단지 잔뜩 붙은 부동산 앞에 멈춰 섰다. 빽빽하게 들어찬 온갖 글자와 숫자들 속 투룸이라는 단어에 괜히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金道勋絮絮叨叨地说着,怎么哥哥去分类垃圾的时候会把拖鞋弄丢呢?我一边听着他的话,一边在脑海中回想那天吃的是什么披萨。就在这时,我注意到一家贴满了租房广告的房产中介。嗯,知道了。还要买点别的什么吗?我一边回答着手机那头列举着想吃的零食的金道勋,脚步却停在了那家贴满广告的房产中介前,而不是金道勋家附近的超市。在密密麻麻的文字和数字中,"两室"这个词莫名让我心里有些痒痒的。


"도훈아, 형 조금 늦을 거 같긴 한데... 기다릴 수 있어?"
"道勋啊,哥哥可能会晚一点到...你能等等吗?"

- 왜? 많이 늦어?  - 为什么?很晚了吗?

"아니, 금방 가. 뭐 볼 게 있어서."
"不,我马上就走。有点事要看一下。"

- 응, 기다릴게. 그럼 형이 오면서 주문해. 아, 그리고...
- 嗯,我会等的。那你来的时候顺便点单吧。啊,还有...


보고싶으니까 빨리 와. 김도훈은 우물쭈물하더니 갑자기 급격히 줄어든 목소리로 웅얼거리곤 신정환의 대답도 듣지 않고선 전화를 끊었다. 진짜 얘는 점점 귀여워져서 어떡하냐... 대학생 때나 직장인 된 지금이나 여전히 낯간지러운 말은 잘도 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因为想你所以快点回来。金道勋支支吾吾了一会儿,突然用急剧降低的声音嘟囔着,也不等申正焕回答就挂断了电话。这家伙真是越来越可爱了,该怎么办呢...无论是大学时代还是现在成为职场人,他依然能说出让人脸红心跳的话,这真是令人惊讶。


- 딸랑  - 叮当


그렇게 전화를 끊고선 부동산 유리창에 가득한 붙은 광고 전단지들을 눈으로 훑어보다 왠지 오늘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 할 때임을 직감하고선 문을 열었다. 부동산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就这样挂断电话后,我的目光扫过房地产中介橱窗上贴满的广告传单,突然感觉今天是时候讨论摆在我们面前的一个难题了。我推开门,门上挂着的小铃铛发出清脆的响声。

여전히 신정환과 김도훈 사이엔 풀어야 할 숙제가, 어쩌면 다투고 싸워야 할 문제들도 가득했다. 하지만 달라진 점 하나는 이제 더 이상 그게 두렵지 않다는 거다. 의견 차 좁혀지지 않을 대화도, 싸우고 화해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申正焕和金道勋之间仍然有许多需要解决的问题,也许还有一些需要争论和争吵的矛盾。但有一点变化是,现在他们不再害怕这些了。意见不合的对话,争吵后的和解,这些都不再让他们感到恐惧。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선택했으며,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함께하고 있을 거니까.
尽管如此,我们还是选择了彼此,因为无论未来以何种形式,我们都会在一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