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요즘 연인들은 X스하고 시작한대, 사랑을!
听说最近恋人们都是从 X 斯开始的,爱情啊!
여느 평범한 백수답게 집에 처박혀 뒹굴거리는 오후. 모 걸그룹의 노래를 개사해서 흥얼대다 이재현 손바닥에 입을 틀어막혔다. 등짝도 챱챱 얻어맞았다. 제발 어디 나가서 그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어디 나가서는 당연히 안 하지.
像所有普通的无业游民一样,在一个下午窝在家里打滚。把某女团的歌改编后哼唱时,被李在贤用手掌捂住了嘴。后背还挨了几下啪啪的拍打。求你别出去说那些话。当然出去后肯定不会说的。
"야,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얘기야! 부끄러워? 이게 부끄러운 거야?"
"喂,这可是我们自己的故事!害羞吗?这就觉得羞耻了?"
"여기 대한민국이다. 잊지 마."
"这里是大韩民国。别忘了。"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 눈치 보면서 소곤거리는데, 기도 안 차는 일이었다. 누가 보면 강남 한복판이라도 되는 줄. 지금 여기는 그저 다름 아닌 내 자취방이었으며 있는 인간이라고는 별 볼 일 없는 백수 둘뿐이었다. 하여간 저 끝내주는 유교 사상으로 경전이라도 한 편 집필할 기세였다.
他神情凝重地环顾四周,压低声音嘀咕着,这简直是件连祈祷都不管用的荒唐事。若被人看见,怕是要被当作江南区的头号笑柄。此刻这里不过是我的简陋单间,屋里除了一对毫无存在感的白痴外别无他物。但偏偏就是这种该死的儒教思想,让他连写封遗书都显得理直气壮。
이쯤에서 어이없는 사실 하나 더. 연애 시작하면 주구장창 붙어먹느라 정기 쫙쫙 빨려 나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 뜨거웠던 첫날밤 이후로 우리는 생각보다 몇 번 안 했다. 기껏 헤아려 봤자 일주일에 한 번? 어차피 지 집이나 내 집이나 한 집처럼 붙어있는 마당에 하루 이틀 정도는 같이 자도 될 것을, 꼭 밤만 되면 "잠은 각자 집에서!"를 적극 주장하는 선비님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대낮에 냅다 덮치기에는 분위기나 타이밍이 잘 안 섰고, 술의 힘을 빌리자니 이재현은 꼴에 안 어울리게 술을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못했다.
还有件更荒谬的事。原以为恋爱后就会像连体婴般黏在一起,谁知那晚激情过后,我们亲热的次数少得可怜。掰着手指算顶多每周一次?明明两家近在咫尺,同居都不过分,可每到深夜,贤淑的女友就坚决主张"各回各家睡!"。白天想突袭又总找不到合适氛围,借酒壮胆吧,李载贤偏偏是个既不爱喝酒也喝不了几杯的扫兴鬼。
그래, 친구였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연인 되니 이게 문제였다. 도통 촉촉하고 간지럽고 낭만적인 그런 멜팅 포인트들이 없다는 거지. 그냥 친구새끼에서 섹스한 친구새끼 된 기분. 멜로눈깔 하고서 나 좋다느니 그 지랄 떨 땐 언제고, 막상 까보니까 연애 전이랑 도통 달라진 게 뭔지 의문이었다.
是啊,从朋友突然变成恋人就是这点麻烦。完全没有那些黏糊糊、痒酥酥的浪漫瞬间。纯粹是从酒肉朋友升级成了炮友。什么深情对视说"我喜欢你"这种肉麻桥段,仔细想想恋爱前后根本毫无差别。
핑크바나나 로고 거하게 박힌 핑크박스에는 아직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기구들이 한 트럭인데, 이재현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그것들을 필사적으로 외면하곤 했다. 지금도 이 여유로운 대낮에 여자친구랑 단둘이 누워 있으면서, 건드릴 생각은커녕 하품 쩍쩍 하며 넷플릭스나 뒤적거리는 그 꼬락서니를 한심하게 응시했다.
印着粉色香蕉 Logo 的粉色礼盒里,未拆封的情趣用品堆得冒尖。可每次来我家,李载贤都刻意避开它们。此刻大白天和女友慵懒地躺着,他非但没动歪念头,反而打着哈欠刷 Netflix,我死盯着他那副德行气得牙痒。
"이재현 개노잼."
"李宰贤真没劲。"
"또 왜."
"又怎么了。"
"나 심심한데 한 번만 하자, 응?"
"我好无聊啊,就玩一次嘛,嗯?"
"어이, 너는 그 눈에 음란마귀 좀 빼고 세상을 좀 아름답게 봐봐.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으세요?"
"喂,你那双眼睛能不能别总带着色情滤镜看世界?脑子里就只有那点东西吗?"
팔자 좋게 내 머리통을 톡톡 두드려 대는 주먹을 냅다 잡아채 꽉 깨물었다. 아아! 어린애처럼 엄살 피우며 죽는시늉이나 해 대는 꼬라지. 엎치락뒤치락 때아닌 몸싸움이 벌어졌다. 놈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눈 밑이 폭 패도록 키득대나 싶더니, 예고도 없이 달려들어 내 온몸을 와락 끌어안고 뒹군다. 딱딱한 가슴팍에 콧등이 짓눌려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어서야 장난기 가득 섞인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他八字好般地轻敲着我的脑袋,我猛地抓住那只拳头狠狠咬了下去。啊!像小孩子一样撒娇装死的模样。我们扭打在一起,上蹿下跳地展开了一场不合时宜的肉搏。那家伙左躲右闪,眼底下被打得肿起老高还咯咯直笑,突然毫无预警地扑过来一把抱住我翻滚起来。硬邦邦的胸膛压得我鼻梁生疼几乎无法呼吸,这时才听到他带着满满戏谑的声音从上方落下。
"맨날 하재, 맨날. 변태라니까 진짜로."
"每天都这样,夏载。说你变态还真没错。"
"맨날 하재도 안 해주는 주제에."
"明明连每天的夏载都不肯做。"
"안 하면 너 짜증 내는 반응이 재밌잖아."
"不这样做你就炸毛的反应不是很有趣嘛。"
"싸패냐?"
"是傻瓜吗?"
하여간 특이한 인간상이었다. 섹스 안 해준다고 안달 난 놈들이 세상천지 널린 판국에, 정작 섹스는 뒷전이고 안달 내는 내 반응이나 즐겨대면서 재미 좋은 모양이지. 쾌감을 느끼는 포인트가 아주 단단히 잘못됐다.
总之是个奇特的人类样本。这世上明明到处都是因得不到性爱而焦躁的家伙,偏偏他对性事毫不在意,反倒对我的反应兴致勃勃、乐在其中。他的快感触发点显然严重偏离了常轨。
"됐어, 맨날 나만 하고 싶고~ 나만 아쉽고~ 나만 좋아하네. 이거 완전 짝사랑이다 짝사랑."
"算了,整天就你一个人想得要死要活~就你一个人遗憾~就你一个人单相思。这完全就是单恋啊单恋。"
서럽고 눈물겨워 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일부러 구구절절 오버하면서 등 돌려 눕자, 기다렸다는 듯 티셔츠 안으로 꼬물꼬물 파고드는 나쁜손.
悲戚戚泪涟涟的叫人怎么活嘛。故意夸张地絮絮叨叨背过身躺下,那只坏手就等不及似的从 T 恤下摆窸窸窣窣钻进来。
"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러네."
"明明知道我喜欢还这样。"
이재현의 결정적인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절대 안 넘어올 것처럼 콧대 세워 튕기다가도 구렁이 담 넘듯 매끄럽게 넘어오는 것. 다섯 번 밀려 나가는 수모를 감수하면서 이렇게 한 번 당겨주는 맛에 하는 연애였다.
李载贤的决定性魅力就在于此。明明摆出一副绝不会屈服的傲慢姿态,却又像蛇翻墙般流畅地转变态度。即便承受五次被推开的风险,也要为这一次的主动靠近而陷入恋爱。
머지않아 내 위로 훌쩍 올라탄 이재현이 거침없이 입술을 겹쳐 왔다. 서로의 체온을 머금은 채로 달큰한 혀가 엉켰다. 무의미하게 틀어놨던 TV 전원이 자연스레 꺼졌다.
不久后,李载贤轻盈地跨坐到我身上,毫不犹豫地覆上双唇。交融着彼此体温的舌尖缠绕出蜜糖般的甜腻。原本无意识开着的电视自然而然地熄灭了屏幕。
"콘돔 남아있어?"
"还有避孕套吗?"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의 사냥은 성공적이었다.
无论如何,今天的狩猎是成功的。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다름 아닌 백수 탈출 도전기. 내년부터나 하려고 미뤘던 취준을 얼레벌레 시작했다. 남는 시간에는 학교 앞 편의점 주말 알바도 함께였다. 졸업 전 1년 가까이 일했던 곳이다 보니 점장님은 오랜만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而且我们生活中又有了新的变化。那就是挑战摆脱无业游民的身份。原本打算明年开始的求职准备,现在稀里糊涂地开始了。空闲时间还在学校前的便利店做周末兼职。因为毕业前在那里工作了近一年,店长见到我时隔已久,双手欢迎。
한편, 이재현은 이재현대로 복학 전까지 입시 연기학원 조교 알바를 하게 됐다. 왜? 백수 한량 둘이 붙어먹는 연애는 영 모양새 안 나니까 뭐라도 해야지. 지극히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유였다.
另一方面,李在贤也决定在复学前去艺考表演学院的助教兼职。为什么?因为两个无所事事的恋人黏在一起谈恋爱实在不像话,总得做点什么。理由简单到不能再简单。
"우리 함 열심히 살아보자, 재현아! 열쩡 열쩡!"
"我们一起努力生活吧,在贤!加油加油!"
"...근데 내가 이러려고 휴학한 게 아닌데."
"……可我休学不是为了过这种日子啊。"
사실 이재현은 태생이 곱게 자란 부잣집 아들내미라 굳이 알바의 필요성은 못 느끼는 듯했으나 내가 반쯤 등 떠밀었다. 나 일하고 공부할 때 탱자탱자 노는 꼬락서니 배 아프다고.
其实李载贤从小就是家境优渥的富家少爷,似乎并不觉得有打工的必要,但我半推半就把他赶去了。看他游手好闲的样子,我边工作学习边窝火——明明自己整天无所事事还喊累。
이런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의 루트는 간단했다. 자기 집에서 잔 이재현은 아침 운동 나갔다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오전 내내 집에 틀어박혀 사이 좋게 꽁냥거리고, 같이 요리를 해 먹거나 배달 음식 시켜서 끼니 때우고. 식사 후 이재현이 일 간다고 휘적휘적 집을 나설 때면 나는 온종일 노트북 두들기면서 자소서 따위를 쓰거나 자격증 공부를 했다. 나도 알바하는 주말에는 시간 맞춰 같이 나갔다가 같이 돌아오는 일상이었다.
我们每天的日常很简单:从自家睡醒的李载贤晨练后会来我家,整个上午都腻在屋里甜甜蜜蜜,要么一起做饭要么点外卖解决三餐。饭后他晃晃悠悠去打工时,我就对着笔记本敲简历或考证书。周末我兼职时,我们会约好时间同进同出。
이재현이 쉬는 날에는 드라이브를 비롯한 야외 데이트도 종종 했다. 그러고 보니 사귀기 전에는 딱히 이재현 차에 타 볼 일이 없었다. 매끈한 차 조수석에 앉자마자, 내가 여기 앉은 몇 번째 여자냐고 대뜸 물어봤다. 능글능글 적당히 잘 넘길 줄 알았는데 눈치 살피며 쭈뼛 당황하길래 응징 좀 했다. 여자 사귀면 머리 위에서 놀면서 능숙히 다뤄먹게 생겨 가지곤 의외로 연애 고자였다.
李载贤休息日我们常去兜风或户外约会。说来恋爱前我几乎没坐过他的车,第一次滑进副驾驶就突然问他"我是第几个坐这位置的女生"。本以为他会油嘴滑舌糊弄过去,结果看他手足无措的样子,反倒让我逮着机会教训了一顿——别看这家伙谈恋爱时游刃有余像个情场高手,其实意外地纯情。
"야, 찐따같이 그걸 또 세고 있어? 이럴 땐 무조건 네가 처음이라고 해야지!"
"喂,你像个傻子一样又在数那个?这种时候就该无条件说自己是第一次啊!"
"처음이 아닌데 거짓말을 어떻게 해."
"明明不是第一次,怎么能说谎呢。"
"어우, 속 터져. 선의의 거짓말 모르냐? 어?"
"哎哟,气死我了。连善意的谎言都不懂吗?嗯?"
"굳이 거짓말을 왜~ 너 질투하면 나는 좋지."
"干嘛非要撒谎~你嫉妒的话我可开心了。"
"......"
"어디 보자, 한 다섯 번째? 정도 되는 것 같은데."
"看看哪里,大概第五个左右吧?"
뒤질래? 머리 끝까지 열 받아서 당장 안전벨트 풀고 내리려다 보기 좋게 뒷덜미를 붙잡혔다. 운전석에서 훅 넘어와 뽀뽀 쪽쪽 박아대고는, 이게 선의의 거짓말이야, 알겠냐? 여유롭게 생긋 웃어 보이는 이재현이었다. 즉 결론. 이재현은 찐따가 아니라 찐따 가장해서 계략이나 부려대는 여우새끼 한 마리였다는 사실.
想找茬是吧?他气得头发都快竖起来,当场就要解开安全带下车,却被后座的人一把拽住。驾驶座那人探身过来啪啪拍打他的脸,这算哪门子善意的谎言,懂吗?李在贤笑得游刃有余。结论就是:李在贤不是傻子,而是只装傻充愣、满肚子坏水的狐狸崽子。
한편, 우리가 사귀게 됐다는 tmi를 아는 지인은 한 명도 없었다. 저나 나나 SNS를 활발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연애질 동네방네 티 내 봤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걸 진작 깨달은 나이였다. 물론 애초에 대학 와서 처음 만난 인연이고 과도 다르니 겹치는 지인 자체가 몇 없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괜히 주변 오지랖에 피곤해질 일 없이, 철저히 둘만의 세상을 꾸릴 수 있었으니까.
另一方面,知道我们交往这件事的熟人一个都没有。我和她都不是爱玩社交媒体的类型,而且我早就明白,恋爱这种事四处张扬得到的永远比失去的多。毕竟我们是大学才认识的,专业也不同,共同朋友本来就没几个。这样反而更好,省得被周围人闲言碎语烦扰,能彻底构筑只属于我们两人的世界。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고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의 연애는 안정적으로 굳혀져 갔다. 여느 연인들처럼 사소한 걸로 투닥대기도 하고, 가끔은 안 어울리게 깨소금도 쏟으면서 평탄하고 문제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재현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전까지는.
就这样一个月两个月过去,随着时间累积,我们的恋情逐渐稳固。像其他情侣那样,我们也会为小事斗嘴,偶尔也会不合时宜地开些玩笑,平淡无波的日子一天天延续。我原本确实是这么想的——直到李在贤突然变得不对劲之前。
때는 여느 평범한 주말이었다. 편의점 카운터에 서서 하릴없이 포스기나 찍어대면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재현은 그날따라 연락이 없었다. 본인도 알바하는 중이니까 바쁘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찰나 카톡이 울렸고, 발신인은 이재현이 아닌 뜬금포 이주연이었다. 좆밥따리 이주밥. 눈에 넣으면 아플 내 동생. 천금을 준다 하면 기꺼이 맞바꿀 깜찍한 나의 혈육.
那是个再普通不过的周末。我百无聊赖地站在便利店收银台前,机械地扫描着商品条码消磨时间。李宰贤那天出奇地没发消息来。想着他大概也在打工抽不开身,我也没太在意。就在这时手机突然响起 Kakao 提示音——发信人不是李宰贤,而是冷不丁冒出来的李周妍。这个烦人精李周饭。我那个瞪一眼都嫌累的亲妹妹。就算有人拿千金来换,我也舍不得的机灵鬼血脉至亲。
이주밥
李周饭
누나
姐姐
엄마 반찬
妈妈的小菜
오늘 배달 오시나용?
今天会来送货吗?
응
가고 있어
正在路上
나 지금 알바 중이니깐
我现在在打工呢
알아서 비번 치고 들어가
自己输密码进来吧
1206!!
오랜만에 누나 얼굴 보고 싶으면
好久没看到姐姐的脸了
집에서 기다리궁^^
在家等着呢^^
괜찮아;
没关系;
ㅇㅇ;
嗯嗯;
시건방진 단답이 난무하는 카톡 창을 흘기다가 쿨하게 화면을 껐다. 어릴 땐 맹하니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는데 머리통 좀 굵어졌다고 퍼석퍼석하게 굴어. 뭐 그래도 막상 만나면 수더분하니 썩 밉지는 않은 놈이었다.
刷着满屏傲慢短句的聊天窗口,我冷冷关掉了屏幕。小时候明明还有种呆萌的可爱劲儿,怎么脑子稍微长开点就变得这么干巴巴讨人嫌。不过真见面时倒是个温吞性子,倒也谈不上多可恶。
허나 문제는, 약 한 시간 뒤에 일어났다.
但问题发生在一小时后。
이주밥
李周饭
누나
姐姐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야
你到底过着怎样的生活啊
? 뭐가
?什么
집에 재현이 형 있던데
家里不是有在炫哥吗
헐
걔 알바 갔는데ㅐ 이시간에 왜
那家伙不是打工去了吗 这个点怎么会在
아니
不是
걔가 대체 왜 우리 집에 잇을까
他到底为什么会在我们家
....
진짜 충격적이다
真的太震惊了
ㅎㅎ
哈哈
많이 놀랐어?
被吓到了吗?
누나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머야
姐姐不知不觉就...变成那样了 什么呀
사람 일 모르는 거더라 ㅎㅎ
人生真是难以预料呢 呵呵
원래 "love"라는 건 소리없이
原本"爱"就是无声的
그게 문제가 아니라
问题不在于那个
아...
啊...
됐어 그냥
算了 就这样吧
?? 왜..
?? 为什么..
반찬 냉장고에 뒀어
剩菜放在冰箱里了
당분간 연락 하지 마
暂时别联系了
1 엥
1 啊?
1 주밥아 왜그래
1 周饭啊 你怎么了
1 야
1 喂
이유도 모른 채 한순간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딘가 심상치 않은 그 카톡을 뒤로 하고, 다급히 이재현한테 연락해 봤으나 받지 않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시간을 흘려보내다 뒤 타임 교대가 오자마자 파랭이 조끼 벗고 뛰쳐나와 집까지 달려갔다.
不明缘由地,一瞬间脊背发凉。我匆忙把那条诡异的聊天记录划到后台,赶紧联系李宰贤却无人接听。最终进退两难地焦灼度过时间,等夜班同事刚来接班就脱下蓝背心狂奔回家。
현관문을 벌컥 열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건, 혼이 줄줄 빠져나가 핼쑥한 얼굴의 남자친구였다.
猛地推开玄关门的瞬间,迎接我的是魂不守舍、面色惨白的男友。
"......"
초점 흐려진 동공이 멍하니 내게 닿았다. 그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농도 짙은 좌절과 절망의 기운. 이 건장한 20대 남성은 덩치가 무색하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색이었다. 허둥지둥 다가가 양손으로 그 창백한 뺨을 움켜쥐었다. 이게 머선 일이야. 곡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他涣散的瞳孔茫然望向我。这是我第一次从他身上感受到……如此浓重的挫败与绝望气息。这个健壮的二十多岁男性此刻显得弱不禁风,仿佛随时会哭出来。我慌忙上前用双手捧住他苍白的脸颊。这到底是怎么回事啊。呜咽声不由自主地溢了出来。
"미친! 뭔데 안색이 다 뒤졌어! 볼 거라곤 낯짝밖에 없는 새끼가!"
"疯了吧!脸色怎么差成这样!你这张脸可是老子唯一的慰藉啊混蛋!"
"어이. 말이 심하다..."
"喂,你说话太过分了..."
"주밥이랑 뭔 일 있었어?"
"你和周彬之间发生什么事了?"
"...아니. 뭔 일은 무슨."
"...没什么,能有什么事。"
"너 알바는?"
"你打工呢?"
"오늘 학원 일찍 끝나서."
"今天补习班提前结束了。"
"별일 없었던 거 맞아? 왜? 이주연이 너랑 나 연애한다고 뭐라 그래?"
"真的没什么事吗?怎么?朱妍说你和我在谈恋爱,她说什么了?"
"...아니야, 그런 거."
"……不是,不是那样的。"
도무지 짚이는 게 없었다. 이주연은 만사 무던해서 본인 친누나가 이재현이랑 사귀든 저팔계랑 사귀든 관심조차 없을 놈이고, 이재현은 행여나 이주연이 눈치 준대도 눈썹 하나 까딱 안 할 기 쎈 놈인데. 대체 이주연은 어떤 부분에서 그리 크나큰 충격을 받은 거며, 이재현은 내 집에 있다가 내 동생 마주친 게 뭐 어때서 이렇게 죽을상으로 땅굴을 파는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 내가 모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건 확실한데,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입 딱 다물고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完全摸不着头绪。朱妍向来对万事漠不关心,就算亲姐姐和宰贤交往或跟猪八戒交往都不会多看一眼;而宰贤更是那种即便朱妍使眼色也会眉毛都不动一下的狠角色。究竟朱妍是受到了哪方面的巨大冲击,宰贤又为何在我家待着时撞见我妹妹就一副要挖地洞钻进去的窘态,实在令人费解。显然发生了某些我不知情的事件,但这俩家伙都三缄其口,死守着沉默。
이후로 이재현의 땅굴은 며칠간 더 계속됐다. 잘만 드나들던 우리 집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려 했고, 무슨 생각인지 한결 더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피하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나사 빠진 공허한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쯤 되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둘이 치고박고 존나게 싸운 건가? 하지만 둘이 싸울 껀덕지도 전혀 없을 뿐더러 그럴 인성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 주밥이 순하게 키웠다고. 이주밥의 밥은 좆밥의 밥이라니까.
此后李载贤的地道行动又持续了几天。他彻底消失在我们家附近——那个他原本出入自如的地方,甚至开始更加刻意地避免肢体接触。人们时常捕捉到他心不在焉的空洞模样。事到如今我脑中闪过各种猜测:难道两人爆发了激烈冲突?可他们既没有争执的理由,更不是会做出这种事的人。毕竟是我们朱巴一手温柔养大的孩子啊。朱巴的饭,可是连“混蛋”的“混”字都配不上的好饭。
"아, 나 답답해! 제발 힌트라도 주면 안 돼?"
"啊,我快憋死了!就不能给点提示吗?"
"...다음에 말해줄게. 그냥 주연이한테 미안한 일이 좀 생겨서 그래."
"...下次告诉你吧。就是和主演发生了些抱歉的事。"
하루가 멀다 하는 내 채근에 마지못해 이렇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끌어올리는데. 그건 내 상상의 나래를 자극하기 충분한 소리였다.
在我连日追问下,他终于不情不愿地抛出这句耐人寻味的话。这足以让我的想象之翼恣意舒展。
"미안한 일? 잠깐만, 설마."
"抱歉的事?等等,难道。"
"......"
"주밥이가 게이래? 너 좋아한대? 누나 버리고 자기한테 오래?!"
"听说周饭是同性恋?他喜欢你?抛弃姐姐去他身边很久了吗?!"
"야, 제발 비엘인가 뭔가 이상한 소설 그만 좀 봐."
"喂,拜托别再看好什么 BL 之类的奇怪小说了。"
하긴 그렇지,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갔지. '재현이 형 너무 청순해욯!' 이런 오해 소지 가득한 발언 남발해 댔어도 그거랑 사랑은 또 다른 문제지. 어릴 때 즐겨봤던(지금도 가끔 보는) 비엘의 여파가 컸다.
也是啊,仔细想想确实过分了。就算整天嚷嚷'在贤哥太清纯了!'这种充满误会的话,但爱情又是另一回事。小时候沉迷(现在偶尔也看)的 BL 影响太大了。
"...참 나. 뭔 여친도 있는 애를 게이 만들어, 또."
"真是的。明明有女朋友的人,还把他变成同性恋。"
눈썹뼈 꾹꾹 누르면서 황당하게 헛웃음 치는 이재현을 보며 그럼 그렇지 남몰래 안도하던 순간이었다.
看着李在贤一边用力按压眉骨一边荒唐地干笑,我不禁暗自松了口气想着“果然如此”。
"근데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고."
"不过说不定那样反而更好。"
내 안도의 한숨을 다시 쏙 들어가게 만드는 청천 벽력같은 한 마디.
这句晴天霹雳般的话,让我刚松的那口气又生生哽了回去。
이주연이 게이인 데다 제 친누나의 남자친구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파국 중의 파국이 아닐 수 없는데,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다니. 이 삼류 막장 스토리보다 더 최악일 수가 있다고? 소름 돋는 발언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李周妍是同性恋的设定,加上她喜欢自己亲姐姐的男朋友,这简直是狗血中的狗血,甚至可能比这更糟。还有比这种三流烂俗剧情更糟糕的吗?这番令人毛骨悚然的言论让人无法抑制震惊。
"야, 재현아... 도대체,"
"呀,在贤啊...到底,"
"그만 넘어가자."
"就让它过去吧。"
남의 애타는 속도 모르고 다시 입을 꾹 닫아버린 이재현으로 인해, 그 일은 그렇게 새까만 미스터리로 남아야만 했다. 말을 하다 마는 게 제일 나쁜 짓이거늘 이재현은 극악무도한 악마였다.
由于李在贤连别人的心思都猜不透就再次紧紧闭上了嘴,这件事最终只能成为一个未解之谜。说到一半就闭嘴是最坏的行为,而李在贤就是个穷凶极恶的恶魔。
"괜찮은 거 맞지? 나 신경 안 써도 되지?"
"真的没关系吗?不用在意我的感受吗?"
"괜찮다니까, 진짜로."
"说了没关系,真的。"
그래도, 이렇게까지 숨기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不过,既然他隐瞒到这种地步,想必有充分的理由,我便决定不再追问。
연인 사이에 그 흔한 스킨쉽도 없이 은근하게 거리 두는 이재현에게 서운했지만, 본인이 더 심경 복잡해 보여서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 이재현이 비교적 괜찮아진 이후에도 외려 내가 뜸 들이게 됐다. 전처럼 막 안고 싶고 치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괜히 피할까 봐 멋쩍은 마음이랄까.
对于连恋人之间最寻常的肢体接触都没有、始终若即若离的李在贤,我虽感到失落,但看着他心事重重的模样,终究不忍开口。这样的日子持续了许久,以至于后来李在贤状态好转后,反倒是我变得踌躇起来。即使想像从前那样毫无顾忌地拥抱撒娇,也做不到了——生怕唐突了他,心里总横着几分尴尬。
이재현이야 뭐, 전처럼 내가 안 들이댄다고 해서 본인이 그만큼 더 들이대 줄 위인은 아니었으니 별수 없이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분명 서로를 향한 우리 감정은 여전하고 이 관계의 표면적 문제는 전혀 없는데, 어딘가 2% 부족한. 심지어 그 이유도 모르는.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李宰贤这个人吧,就算我不像以前那样主动靠近,他也不会因此就多迈出那一步,所以我们之间的距离始终无法缩短。明明彼此的感情依旧,这段关系表面上看不出任何问题,却总觉得差了那么 2%。甚至不知道原因何在。就像在走钢丝一样,处于一种岌岌可危的状态。
[공부 잘 하고 있어? 나 방금 2차 옮겼어.]
[学习还顺利吗?我刚搬完第二次家]
그러던 중, 변화구가 될 수 있을 만한 흐름이 트였다. 조만간 복학 앞둔 이재현은 오랜만에 연영과 동기들끼리 한창 술자리를 갖는 중이라고 했다. 듣던 중 잘 됐다 싶었다. 놈이 조금이나마 취해서 들어오면 살살 구슬려서 뜨거운 몸의 대화를 나눈 뒤, 죽고 못 살던 이전처럼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괜히 들뜨는 마음에 통화 중인 휴대폰을 꽉 부여잡았다.
就在这样的僵局中,出现了可能成为转机的契机。即将复学的李宰贤时隔许久参加了影视系同学聚会,正喝得兴起。听说这个消息时我觉得正好。等他微醺回来时,我打算软语相诱来场亲密接触,说不定就能重回当初如胶似漆的状态。想到这里不由心头雀跃,把正在通话中的手机攥得发烫。
"언제 끝나는데? 나 너 데리러 가도 돼?"
"什么时候结束?我可以去接你吗?"
[내가 애냐. 나오지 마, 추워.]
[是我呀。别出来,好冷。]
"그럼 우리 집에서 자면 안 돼?"
"那来我家睡不行吗?"
[안 돼.]
[不行。]
"보고 싶다고!"
"说想你了!"
[나도 보고 싶어. 근데 안 돼요.]
[我也好想你。但是不行啊。]
"맨날 안 되냐, 도대체 되는 게 뭐야."
"整天都不行,到底什么才行啊。"
[나 지금 취했고, 담배 냄새도 많이 나고. 별로 이쁜 모습이 아니야.]
[我现在喝醉了,身上烟味也很重。一点都不漂亮。]
"......"
[대신 내일 하루종일 같이 있자아, 응?]
[不如明天一整天都待在一起吧,嗯?]
적당히 늘어지는 말끝과 은은히 묻어나는 애교. 그리고 피곤한지 평소보다 조금 낮게 깔린 톤. 휴대폰 너머로 조곤조곤 들려 오는 이재현의 목소리는 확실히 취기를 머금고 있었다.
拖长的尾音带着若有若无的撒娇,以及因疲惫而比平时略低的声调。从手机那头絮絮传来的李在贤的声音,确实带着几分醉意。
집 도착하면 연락한다기에 알겠다며 훈훈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이미 딴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래였다. 곧바로 창문을 열어 이재현네 집 동태를 살폈다. 놈이 집에 돌아오면 저 창문에 반짝 불이 켜질 테고, 그때를 노려 앞뒤 없이 급습할 계획이었다.
虽然他说到家会联系,我便温声应好挂断电话,但思绪早已飘到九霄云外。立刻打开窗户窥探李在贤家的动静——那家伙回家时窗户会突然亮起灯光,我计划趁那时不管不顾地突袭过去。
뒤졌다 이재현. 누가 뭐래도 오늘 밤만은 무조건 같이 있어야 했다. 본인이 그토록 걱정하는 담배 냄새 따위도 별로 꺼려지지 않았다. 워낙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친구일 때도 내 앞에서는 절대 안 피우던 놈이었고 그것만으로 이미 합격점이었다. 무엇보다, 바로 앞집 사는데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 넓은 품과 체온이 그리워 꼴딱 말라죽기 직전이었다.
该死的李在贤。不管别人怎么说,今晚必须和他待在一起。连平时最在意的烟味此刻也毫不在意。他本是极怕给人添麻烦的性格,做朋友时在我面前也绝不抽烟,仅这一点就足够满分。更重要的是,明明就住对门却难以触及的宽阔怀抱和体温,让我想得快干枯而死了。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책상에 앉아 부산만 떨었다. 검은 건 글자고, 하얀 건 종이고.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꽃사슴 빼다박은 이재현 얼굴. 아니야, 이재현은 가만 보면 곰도 좀 보인다. 졸라리 귀엽고 이쁘고 쌔끈한 곰. 하릴없이 유치한 곰돌이 그림만 그려대다 벌떡 일어났다.
装模作样坐在书桌前却根本没学习。黑色的是文字,白色的是纸张,眼前晃动的全是和李在贤如出一辙的小鹿脸——不,仔细看那家伙还有点像熊。又萌又漂亮还精悍的熊。百无聊赖画着幼稚的熊娃娃涂鸦,突然猛地站了起来。
"...왔다."
"……来了。"
저만치 보이는 앞집 창문이 확 밝아졌다. 벼르고 벼르던 순간이었다. 입고 있던 실크 슬립 위에 대충 가디건만 걸치고 잽싸게 현관을 나섰다. 제법 추워진 밤공기에 오들오들 떨며 현관 도어락을 눌렀다. 설마 여기까지 친히 왔는데 매정하게 내치진 않겠지, 비장한 발걸음으로 거실까지 들어서자 평소처럼 다롱이가 꼬리 팔랑팔랑 흔들며 반겨 왔다. 냉큼 안아 들고 뽀뽀 한번 거하게 해 줬다.
远处前屋的窗户突然亮了起来。这是期待已久的瞬间。我匆匆在穿着的真丝睡裙外披了件开衫,敏捷地走出玄关。在明显转凉的夜风中瑟瑟发抖,按下玄关的门锁。应该不会狠心到亲自来了还把我赶走吧,怀着悲壮的脚步走进客厅,和平常一样,多龙摇晃着尾巴热情地迎接了我。我立刻抱起它,狠狠地亲了一口。
그가 지나갔을 거실에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평소의 저답지 않게 오늘은 꽤나 들이부은 모양이었다. 아랑곳 않고 침실 문을 여니, 이불더미에 파묻힌 채 빼꼼 튀어나온 까치집 머리카락이 보였다. 집 들어가면 연락한다더니 만취해서 정신 빼놓고 뻗었나. 그에 대한 응징은 나중 일이었다.
他经过的客厅里酒气熏天。一反常态,今天似乎灌了不少。我毫不在意地推开卧室门,只见被窝里露出一撮翘起的黑发。说好到家会联系,结果醉得不省人事直接挺尸了吗。对他的惩罚是后话。
"자? 나 왔는데 계속 잘 거야?"
"嗯?我都来了你还打算继续睡?"
화끈하게 가디건 벗어던지고 이재현이 누운 이불 속으로 포옥 파고들어 누웠다. 술기운에 미열이 끓는 몸을 끌어안았다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체온과 체온의 접촉. 이게 얼마만이야. 마침 이재현의 상의는 깔끔히 벗겨진 상태였다. 한껏 눈 감고 응큼한 손길로 살살 쓸어내렸다.
火辣辣地甩开针织开衫,钻进李载现躺着的被窝里。酒劲让发烫的身体相拥时,嘴角不自觉地上扬。体温与体温的接触。这感觉多久没体验过了。恰巧李载现的上衣已经脱得干干净净。我闭紧眼睛用不安分的手轻轻抚过。
"?"
"?"
그런데 느낌이 어째 이상했다. 여기저기 만져지는 뼈마디. 이재현 상체가 원래 이렇게까지 슬림했었나. 본능적으로 가슴을 더듬었다. 봉긋하게 자리잡혀 있어야 할 대흉근이 평소보다 자기주장을 안 하고 조용했다. 판판한 흉곽의 감촉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이불 속에서 미친 듯이 그의 상체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但触感莫名怪异。摸到各处骨节分明——李载现的上身原来这么单薄吗?本能地摸索胸口,本该饱满的胸肌此刻异常安静。平坦肋骨的触感令人难以置信,在漆黑的被窝里发疯般抚遍他上半身每个角落。
"재현아, 너 왜 이래? 가슴 어디다 흘리고 왔어!"
"载现啊你怎么回事?胸肌掉哪儿去了!"
"으응... 간지러웡. 만지지 마아."
"嗯...好痒啊。别碰啦。"
놈이 잠결에 나른히 칭얼거리며 몸을 비척대는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바닥에 깔릴 듯한 저음. 이재현 목소리가 아니다. 다른 남자다.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이불을 확 잡아 내림과 동시에, 저만치서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那家伙在睡梦中慵懒地嘟囔着扭动身体时,双眼突然猛地睁开。低沉到几乎贴地的嗓音——不是李宰贤的声音。是别的男人。为确认面容而一把掀开被子的同时,远处传来门锁开启的声响。
- 어이어이, 처자냐? 내 침대 쓸 거면 씻고 누우라고 했지!
喂喂,丫头?要睡我的床就给我洗干净再躺啊!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재현은 저기 침실 밖 거실에서 성질 더럽게 떽떽대고 있다. 염병, 그럼 이 새낀 도대체 누구냐는 거지. 단단히 좆된 예감과 함께 마침내 놈의 낯짝을 눈에 담았다. 술과 잠에 취해 눈도 못 뜨고 골골대는… 온몸이 새하얀 남자. 상당히 낯이 익었다. 더는 생각할 것도 없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我苦苦寻找的李宰贤正在卧室外的客厅里暴躁地跺脚骂骂咧咧。该死,那这小子到底是谁?伴随着彻底完蛋的预感,终于看清了那张脸——被酒精和睡意浸染得睁不开眼直哼哼的...通体雪白的男人。相当面熟。无需再多思考,我猛地弹起身子。
"...김영훈?"
"……金英勋?"
"이불 줘... 그리구 인누 와... 추워어."
"把被子给我……还有仁雨过来……好冷啊。"
거짓말처럼 내 팔을 턱 움켜쥔 가느다란 손이 나를 제 품으로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춥다고 잉잉대는 술주정도 함께였다. 아래고 위고 옷을 다 헐벗었으니까 춥지. 빠져나갈 틈도 없이 딸려가면서 악을 질렀다.
纤薄的手像说谎般突然攥住我的手腕,不容分说地将我拽入怀中。还夹杂着醉酒后喊冷的呜咽声。上下衣物都被扒光了当然会冷啊。我连挣脱的缝隙都没有就被拖过去,发出了痛苦的呻吟。
"야, 니가 왜 여기서 나와!!!"
"喂,你为什么会在这里!!!"
기다랗게 쭉쭉 뻗은 팔다리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다. 내 비명에도 김영훈은 꿈나라를 헤매며 알 수 없는 잠꼬대만 해댔고, 술 냄새 진동하는 그 품에서 벗어나려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쳤다. 암만 말랐어도 꼴에 남자라고 힘 하나는 더럽게 셌다. 취해서 축축 늘어지는 몸의 무게도 한몫했다. 탈출은 여러모로 불가능했다.
修长的四肢间我被困得动弹不得。即便我尖叫,金英勋仍徘徊在梦乡,说着不知所云的梦话,我拼尽全力想挣脱那酒气熏天的怀抱。再怎么消瘦好歹也是个男人,力气大得离谱。醉后绵软无力的身体重量更是雪上加霜。无论如何都难以逃脱。
결국 이재현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 황당무계한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고야 말았다. 그가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가 바닥에 툭 떨어지고 음료수와 담뱃갑 따위가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最终李在贤踹门而入,将这荒唐景象尽收眼底。他手中的便利店塑料袋啪嗒落地,饮料和香烟盒之类的东西咕噜噜滚了出来。
"...이거 뭔데."
"……这什么情况。"
눌러쓴 검은 볼캡을 휙 추켜올리더니 우리 둘을 서슬 퍼렇게 번갈아 보는 시선.
他猛地掀起压低的黑色棒球帽,刀锋般的目光在我们两人之间来回扫视。
"너네 씨발 뭐 하냐고."
"你们他妈的在干什么。"
놀라기도 전에 싸늘히 낯빛부터 굳힌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김영훈 품에서 끌어냈다. 슬립 밑단은 죄다 뒤집혀 올라가고 어깨끈은 훌훌 내려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당최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还没等惊讶,他的脸色就先冷了下来,大步走过来把我从金英勋怀里拽了出来。睡裙下摆全翻了上去,肩带也滑落下来,简直一团糟。完全不知道该从何解释起。
"뭐야..."
"什么啊..."
시장통 못지않은 소란에 김영훈이 힘겹게 깨어나 부스스 몸을 일으켰고, 이재현은 급히 제 겉옷을 벗어 내 전신을 가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뭘 봐! 눈 감아, 씨발아! 찰진 욕설이 난무하는 이 와중에 또 보고야 말았다. 김영훈 팬티가 무슨 색인지. 물론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보인 거였다.
不比菜市场安静的骚动中,金英勋艰难地醒了过来,迷迷糊糊地起身,李宰贤急忙脱下外套遮住我的全身并大声喊道。看什么看!闭眼,他妈的!在一片粗口声中,又看到了。金英勋内裤是什么颜色。当然不是故意看的,只是不小心看到了。
"너는 또 어딜 헤벌쭉 구경하고 앉았어!"
"你又傻愣着在哪儿看热闹呢!"
머지않아 내 머리 위에도 철푸덕 가디건이 내려앉았다. 시야가 새까맣게 가려졌다. 하여간 이 개노답 시트콤 수습하느라 이재현만 좆 빠지게 바빴다.
没过多久,一件针织开衫啪地落在我头顶,视野瞬间一片漆黑。总之为了收拾这出荒唐闹剧,李宰贤忙得焦头烂额。
근데 나 옷 언제 벗어찌... 느릿하게 상황 파악 중인 김영훈이 주섬주섬 이불을 바스락대며 제 허여멀건 상체를 소중히 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고개를 탈탈 털어 내 머리통 위의 가디건을 떨궜다. 정전기로 온 머리카락이 산발이 됐다.
但我的衣服什么时候被脱掉的...金英勋慢半拍地反应过来,窸窸窣窣拽着被子遮住自己光溜溜的上身。我这才甩头抖掉脑袋上的开衫,静电让头发炸成了鸡窝。
"근데에, 재현아. 얘가 너희 집에 왜 있냐...?"
"那个...宰贤啊,这孩子为什么会在你家...?"
잠 덜 깬 김영훈이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웅얼대며 나를 가리켰다. 그건 내가 할 말이었다. 얘 여자친구니까 있지, 어쩔어쩔요! 앙칼지게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왜냐, 김영훈이랑 나는 제법 어색한 사이였으니까.
还没完全清醒的金荣勋用茫然失焦的眼神指着我嘟囔。那本该是我的台词。人家有女朋友的好吗,你能怎样!虽然想狠狠怼回去,但终究没能说出口。因为我和金荣勋之间还相当尴尬。
"......"
침묵 속에서 힐끔 시선을 올려 이재현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쫄아서 다시 못 본 척 했다. 빡쳐서 귀까지 시뻘게진 꼴이 가관이었다. 짝다리 짚고 머리카락을 벅벅 털어대다 거칠게 볼캡을 고쳐 쓰는 손길. 나름대로 진정하겠답시고 심호흡도 하는 것 같은데, 그에 따라 오르내리는 흉곽의 자태가 살벌했다.
在沉默中偷瞄着李宰贤的脸色,又怂得立刻移开视线。气得连耳根都通红的模样实在可笑。他拄着单拐粗暴地抖了抖头发,重重调整棒球帽的动作。看似在做深呼吸平复情绪,但随之起伏的胸膛却透着骇人的气息。
"일단 너네 둘 다 옷부터 제대로 입고 얘기해."
"总之你们俩先把衣服穿好再说话。"
그 말을 끝으로 이재현 손에 이끌려 털레털레 침실을 빠져나왔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의식하고 보니 그에게서 김영훈 못지않게 텁텁한 술 냄새가 났다.
话音刚落就被李宰贤拽着手踉踉跄跄逃出卧室。表面看似正常但步伐已细微摇晃。刻意留意时,发现他身上散发着不输金荣勋的浓重酒气。
"...술 많이 마셨어?"
“…喝了很多酒吗?”
"어. 근데 덕분에 확 깬다."
“嗯。不过多亏这样彻底清醒了。”
그럴 만도 했다. 아무래도 이게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니까. 슬립 위에 얹어진 겉옷을 만지작거리며 멍청하게 서 있으니, 서랍에서 제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를 꺼내와 건네는 이재현이었다.
这也难怪。毕竟这不是轻易能看到的场景。我正傻站着摆弄叠放在睡袋上的外套,李在贤从抽屉里拿出我的 T 恤和运动裤递了过来。
"일단 이거라도 입어."
“先把这个穿上吧。”
"네 옷 너무 큰데?"
"你的衣服太大了吗?"
"그럼 이 손바닥만 한 거 계속 입고 있을래? 지금 속살이 다 보이세요, 개빡치게."
"那你要一直穿这件巴掌大的衣服吗?现在内衣都看得一清二楚,真是气死人了。"
흘러내려 간 어깨끈을 올려 정리해 주면서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툭툭 내뱉는 말투가 건조했다.
她一边将滑落的肩带往上拉整理好,一边视线飘向空中,用干巴巴的语气嘟囔着。
"야, 난 진짜 넌 줄 알고 누웠어... 이불에 파묻혀 있어서 하나도 안 보였다니까?"
"喂,我还以为是你才躺下的...裹在被子里完全没看见啊?"
"김영훈이 만졌어, 안 만졌어."
"金英勋碰了,没碰。"
"일단 내가 김영훈을 만지긴 했는데..."
"首先我确实碰了金英勋..."
"......"
"아니, 넌 줄 알았다니까! 고의 아니었어, 알지?"
"不,我以为你知道!不是故意的,明白吗?"
다 걸고 진짜로! 네 말마따나 여기는 대한민국이잖아. 남자친구의 친구는 아직 나도 좀……
豁出去了真的!如你所说这里是大韩民国。男朋友的朋友我还稍微有点……
구구절절 해명하고 있자니, 결국 제멋대로 내 머리통 위에 커다란 티셔츠를 푹 씌워 입힌다. 이왕이면 슬립 벗겨 준 다음에 입혀주면 더 야하고 좋지 않을까. 이 와중에도 작업 걸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심각하기 그지없는 이재현 얼굴 보면서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絮絮叨叨解释着,结果还是自顾自地把一件宽大 T 恤兜头套在我身上。要是能先扒掉睡裙再套上去,岂不是更带劲?这种时候居然还想调情,嘴巴痒得要命,但看着李宰贤那张严肃到极点的脸,只能硬生生忍住。
"알아. 시답잖은 오해 안 해."
"知道。不会误会这种无聊事。"
"......"
"근데 하필 김영훈이라서 열 받네."
"但偏偏是金英勋,真让人火大。"
"......"
"너네 둘이 마주치는 거 안 그래도 싫은데, 하필 이런 꼴로 마주치냐."
"本来就不想看你俩碰面,偏要以这种场面撞见。"
옷을 다 입힌 뒤 무심히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는 그에게서 짜증 섞인 한숨이 쏟아졌다.
给他穿好衣服后,他一边漫不经心地整理着衣襟,一边发出夹杂着烦躁的叹息。
이쯤 되니 나 역시 골이 지끈거렸다. 상황이 한껏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밤을 노렸던 내 모든 계획을 망치고 갑작스레 침범한 저 인간. 이재현의 연영과 동기이자, 갓 새내기 시절 나랑 한 달 정도 썸탔던 과거가 있는 놈. 이름하여 김영훈이었다.
事到如今我的太阳穴也突突直跳。情况变得极其复杂。那个突然闯入的家伙打乱了我为今晚精心策划的所有计划——李在贤的学弟兼同期,也是刚入学时和我暧昧过一个月左右的家伙,名叫金英勋。
말이 썸이지 제대로 눈 맞아서 연애 직전까지는 갔었다. 게다가 우리의 중간 징검다리는 다름 아닌 이재현이었으며, 썸이 파토 났던 결정적 이유도 이재현이었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막장 코미디가 또 있을까.
说是暧昧,其实当时已经两情相悦快发展到恋爱阶段了。而且我们之间的桥梁正是李在贤,最终导致这段关系破裂的关键人物也是他。这种剪不断理还乱的狗血喜剧还能有第二出吗?
물론 애초에 스무 살의 이재현이 제 의지로 소개해 준 건 절대 아니었다. 학교에서 학식 혼밥 조지다가 저 둘을 마주쳐 같이 먹게 된 게 계기였다. 어이어이, 친구 없냐? 식판 든 채 시비 털며 나를 한심하게 훑고 지나가려던 이재현을 뻔뻔하게 붙잡아 앉혔었지. 얼떨결에 원 플러스 원처럼 따라온 김영훈은 오히려 숟가락 왕왕 깨물며 좋아했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재밌다나. 강아지 같은 애였다. 이재현 같은 혐성이 이런 깜찍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미스터리일 만큼.
当然二十岁的李在贤绝非自愿当这个介绍人。起因是某天我在学校食堂独自扒饭时撞见他们,硬是厚着脸皮拽住端着餐盘、用"没朋友吗"的眼神扫过我正要走开的李在贤坐下。稀里糊涂跟来的金英勋倒是咬着勺子眼睛发亮,觉得认识新朋友很有趣。像小狗般活泼的孩子,实在难以理解李在贤这种厌世系为什么会带着这种可爱生物到处走。
- 나 너 맘에 들어! 남자친구 있어?
- 我喜欢你!你有男朋友吗?
여튼, 마냥 해맑은 김영훈이 생글대며 내 번호를 땄고 나 역시 망설임 없이 줬다. 잘생긴 남자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잘들 놀고 자빠졌네. 표정 썩어 있던 이재현이 결국 먼저 자리를 뜨면서 우리의 불같은 썸씽은 시작됐다. 동시에 이재현과의 연락은 그날부로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总之,笑容灿烂的金英勋要走了我的号码,我也毫不犹豫地给了。帅哥总是受欢迎的。玩得开心结果摔倒了。表情阴沉的李宰贤最终先离开了座位,我们热烈的暧昧就此开始。同时,与李宰贤的联系从那天起就像谎言一样突然中断了。
당시엔 그러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었다. 매일같이 김영훈만 만나서 놀기 바빴다. 캠퍼스에서도 카페든 도서관이든 허구헌날 붙어 다녔다. 밤새도록 시시콜콜 통화했고 가끔씩은 손도 잡았다. 그렇게 끓어오르는 냄비처럼 화끈하게 즐기다 언제 사귀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로 발전했을 때쯤, 갑자기 찾아온 이재현이 보란 듯이 제동을 걸었다.
当时根本没在意这些。每天只顾着和金英勋一起玩。在校园里,无论是咖啡馆还是图书馆,我们总是形影不离。整夜煲电话粥,偶尔还会牵牵手。就在我们像沸腾的锅一样火热地享受着,发展到随时交往都不奇怪的关系时,突然出现的李宰贤明目张胆地踩了刹车。
- 야. 작작들 해.
- 喂,适可而止吧。
- 뭐가?
- 什么?
- 영훈이 만나지 마.
- 别见英勋。
- 뭔 상관. 내가 왜?
- 关你什么事?我凭什么不能?
- 그냥, 싫어.
- 就是不喜欢。
- 지랄하네.
真是烦死了。
- 내 친구 둘이 붙어먹는 거 꼴 보기 싫다니까?
看到我那两个朋友黏在一起真让人不舒服。
당시의 그 앳된 얼굴에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입매 딱 굳히고 얘기하는데.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참 철모르는 애새끼처럼 밑도 끝도 없이 투정질이다 싶지만, 그때는 꽤 심각한 사태로 다가왔었다. 이재현이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화낸 건 처음이었기에 이게 혹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인가 헷갈릴 정도로.
当时那张稚嫩的脸上带着特有的面无表情,嘴巴紧闭着说话。现在回想起来,简直像个不懂事的毛孩子一样无理取闹,但那时却觉得是相当严重的事态。李载贤如此认真地发火还是第一次,以至于让人困惑这行为是否在道德上存在问题。
쟤 왜 저래? 나도 몰라.
他为什么那样?我也不知道。
김영훈과 머리 맞대고 놈이 성깔 부리는 그 이유를 유추해 봤자 별거 없었다. 우리 둘이 사귀면 본인이 중간에 껴서 불편해질 것을 염려해서겠지. 다소 흔하고 뻔한 결론으로 귀결됐다. 보통은 본인 사정을 뒤로 하고 친구들의 행복을 빌어 주는 쪽을 택하겠지만 이재현 저 새낀 아무래도 인성이 좀 그러니까.
就算绞尽脑汁揣测金英勋那家伙耍性子的原因,也不过如此。无非是担心如果我们俩交往,他夹在中间会不自在罢了。最终得出了个再俗套不过的结论。一般人都会把自己的私心往后放,优先祝福朋友幸福,但李在贤那小子嘛...毕竟人品摆在那儿。
끝내 둘 사이 원만한 합의 하에 어영부영 관계를 정리했다. 김영훈이나 나나 둘 다, 서로에 대한 짧은 설렘보다 친구 이재현을 더 우위에 뒀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이재현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끽해봤자 3일이었다. 김영훈과는 딱 그 정도의 감정에 그쳤던 거다. 치기 어린 하루아침의 불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最终两人在和睦协商下稀里糊涂地结束了这段关系。无论是金英勋还是我,都心照不宣地将朋友李在贤置于更重要的位置——比起彼此间那点短暂悸动。当然,当时年幼的我们背地里不知骂了李在贤多少回。不过最多也就持续三天。我对金英勋的感情,说到底也就这种程度而已。不过是年少轻狂的一场闹剧,既谈不上深刻,也称不上遗憾。
우리의 스무 살은 그랬다. 셋 다 여러모로 우습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였다.
这就是我们的二十岁。三个人的故事无论从哪个角度看都幼稚得可笑。
"...야, 오랜만이다. 너네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지 몰랐네."
"...喂,好久不见。没想到你们现在还处得这么好啊。"
어느덧 옷을 주워입고 나온 김영훈이, 취기 덜 가셔 불그스레한 뺨으로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이 역시도 내가 할 말이었다. 물론 둘은 같은 과 동기니까 아직도 친한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 일이 그렇게 끝나고 몇 년 간 이재현 입에서 김영훈 이름 석 자가 나온 적 없었기에 조금은 멀어졌겠거니 어렴풋이 생각했었던 거다. 김영훈 역시 같은 사정인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재현 칼 같은 공평성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不知不觉间已披上外套走出来的金英勋,醉意未消的脸颊泛着红晕,有些尴尬地搭话。这本该也是由我开口的。虽说两人是同系同学至今仍保持亲密实属正常,但那件事就那样结束后几年里李宰贤口中从未提过金英勋三字,我隐约觉得他们或许有些疏远了。看来金英勋也是同样境况。总之李宰贤那刀削般的公允性倒是值得称道。
"그러게. 영훈이 너는 그동안 잘 지냈,"
"就是啊。英勋你这段时间过得还好吧,"
정적을 뚫고자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려던 나를 이재현이 제지했다. 머쓱하게 입이 다물렸다. 말도 섞지 말라 이건가.
正当我试图打破沉默小心问候时,李宰贤制止了我。我讪讪地闭上了嘴。这是连话都不让搭的意思么。
"......"
찰나의 요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김영훈은, 오똑 솟은 콧대를 긁적이다가 다급히 말을 정정했다.
察觉到瞬间诡异气氛的金英勋,挠了挠高挺的鼻梁,慌忙改口道。
"아, 아직도 친한 게 아니라 사귀는... 거구나?"
"啊,原来还不是朋友关系而是在交往啊…?"
"......"
"뭐야아, 이재현. 언제부터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什么嘛,李在贤。从什么时候开始的!都不告诉我一声。"
"그런 거 떠들고 다녀서 뭐해. 아, 그러니까 너는 뭣 하러 우리 집에서 잔다고 그 난리를 피워."
"这种事到处宣扬干什么。啊,所以你干嘛非要在我家睡觉还闹那么大动静。"
삐딱하게 선 채 툴툴대면서 내 팔을 잡아당기더니 제 등 뒤로 스리슬쩍 숨기는 이재현이었다. 순식간에 그 넓은 등짝으로 시야가 온통 가려졌다. 얘 뭐하냐, 유난 오진다. 딱 이렇게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 모양이었다. 김영훈이 제 까치집 된 앞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넘기며 헛웃음을 켰다.
李在贤歪着身子站着嘟嘟囔囔,突然拽住我的胳膊躲到了自己背后。瞬间那宽阔的后背完全挡住了视线。这家伙干嘛呢,真会小题大做。正这么想着,果然人的想法都差不多。金英勋胡乱拨弄着自己鸟窝般的刘海,发出了一声干笑。
"야, 안 잡아먹어. 이 새끼 꼴에 질투도 할 줄 아네."
"喂,不会吃掉你的。这小子居然还会嫉妒啊。"
"뭔 질투야, 들어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아침 되면 알아서 나가라."
"嫉妒什么,进去擦擦脚睡觉吧。天亮了自己走人。"
"근데 생각해 보니까 웃기는 새끼네. 그때는 아니라더니."
"不过想想还真是可笑的家伙。那时候还说不是呢。"
"아, 그때는 진짜 아니었다고!"
"啊,那时候真的不是啦!"
"퍽도 아니었겠다."
"倒也不至于。"
둘이서 투닥투닥 뭔 얘기를 주고받는 건지 모르겠으나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이재현이 오늘 밤 어디서 자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등짝 뒤에 있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그의 팔을 쿡 찔렀다.
虽然不知道两人窸窸窣窣在争辩些什么——不过那也与我无关——眼下最关心的是李宰贤今晚睡哪儿。我站在他背后,突然上前一步戳了戳他的胳膊。
"어이. 영훈이랑 같이 잘 거?"
"喂,你要和永勋一起睡吗?"
"영훈이? 뭔데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永勋?干嘛叫得这么亲热?"
"...야."
"...啊。"
"아니, 웃기잖아. 왜 난 어이고 쟤는 영훈이냐고."
"不是,这也太搞笑了吧。为什么我是‘哎哟’而他就是‘英勋’啊。"
숨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삐딱한 언사에 나와 김영훈의 얼굴이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가끔 발현하는 이재현 개초딩 자아가 이럴 때까지 튀어나올 줄은 몰랐지. 정작 내가 재현아, 하고 다정하게 부르면 느끼하다고 웩웩 토하는 시늉이나 하는 주제에 당최 어느 장단에 맞출지 의문이었다.
连珠炮般的刻薄言辞让我和金英勋的脸上同时浮现出惊愕的表情。没想到李在贤偶尔爆发的小学生人格会在这种时候跳出来。明明每次我亲昵地喊他"在贤啊"时,他都装作肉麻到干呕的样子,现在却完全搞不懂他到底想配合哪出戏。
"아, 미안 미안. 빠져 줄게. 나는 찜질방 가면 돼!"
"啊,抱歉抱歉。我这就走。我去汗蒸房就行!"
"됐어, 여기까지 왔는데 또 어딜 가 인마."
"行了,都到这儿了还去哪儿啊,你这家伙。"
"너 땜에 속 안 좋아, 새끼야. 여기서 자느니 길바닥에서 잔다."
"因为你心里不舒服,小崽子。与其睡在这里,不如睡在大街上。"
내 집이 코 닿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김영훈이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려 들었다. 제 딴에 이 숨 막히는 공간을 얼른 빠져나가려고 마음만 앞섰는데, 몸은 술이 덜 깬지라 스텝이 꼬여 기다란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는데 이재현이 한쪽 눈썹 치켜올리며 띠껍게 노려봤다. 좋냐? 아주 그냥 행동 하나하나에 날 세우느라 여념 없는 모습. 이쯤 되니 실실 장난기가 피어올랐다.
金英勋不知道我家近在咫尺,正识相地试图避开。他自以为能赶紧逃离这个令人窒息的空间,心里急不可耐,身体却因酒意未消而脚步踉跄,修长的腿晃晃悠悠。那模样滑稽得让我不禁噗嗤一笑,李宰贤却挑起一边眉毛嫌弃地瞪了过来。开心吗?他简直无时无刻不在用一举一动刺激我。看他这样,我反倒恶作剧心起。
김영훈의 티셔츠 끝자락을 잡아당겨 다시 거실 한가운데로 총총 끌고 들어왔다. 철저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我拽住金英勋的衣角,把他匆匆拖回客厅中央。这是蓄谋已久的动作。
"그러지 말고, 방도 넓은데 셋이서 자까?"
"别这样,房间挺宽敞的,三个人一起睡吧?"
다행히 김영훈은 생각보다 쿨하고 눈치가 빨랐다. 이재현 놀려먹으려는 내 의도를 단번에 읽어낸 그가 필요 이상으로 방싯 웃으며 침실로 들어섰다. 그래도 돼~? 능글맞은 대답과 함께.
幸好金英勋比想象中更冷静且反应敏捷。他瞬间读懂了我试图捉弄李宰贤的意图,带着超出必要的明朗笑容走进了诊疗室。即便如此~?伴随着一句机敏的回答。
"가지가지 한다."
"真是花样百出。"
곧바로 따라 들어가려는 나를 급히 막은 이재현이 침실 문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이내 천장 쳐다보면서 공격적으로 푸우우 내쉬는 한숨. 볼캡 쓰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 한숨에 앞머리가 죄다 발랑 까지고도 남았겠다. 하여간 누가 봐도 농담인 거 지 혼자만 모르고 또 머리 끝까지 스팀 차오른 지 오래였다.
李宰贤猛地拦住正要跟进诊疗室的我,砰地一声重重关上门。我仰头盯着天花板,挑衅般长吁一口气。幸亏戴着棒球帽,否则那口气怕是能把刘海全吹飞了。任谁看都像在开玩笑,唯独他自己浑然不觉,发梢蒸腾的热气久久未散。
- 우와아~ 이렇게 나 혼자 자는 거야? 아쉽다.
- 呜哇~要我一个人睡吗?好可惜啊。
졸지에 혼자 침실을 차지하게 된 김영훈이 편히 발 뻗고 누워 헤헤실실 웃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전혀 아쉽지 않은 기색이었다. 쟤도 기 존나 세구나. 어디 가서 지고 살지는 않겠네. 별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닫혀 버린 침실 문을 뒤로 하고 이재현 손에 이끌려 현관까지 나왔다.
金英勋突然独自占据了寝室,惬意地伸开腿躺着,传来嘻嘻哈哈的笑声。当然,那表情丝毫没有遗憾的样子。那家伙也真是够可以的。去哪儿都不会输给别人吧——这样略带自嘲的想法闪过脑海。总之,他背对着早已被甩上的寝室门,被李宰贤牵着手一直走到了玄关。
"야, 너."
"喂,你。"
우리 집으로 넘어가기 직전, 그가 뚝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인적 없는 담벼락 사이에 마주 보고 섰다. 볼캡에 반쯤 가려져 그늘진 낯이 서늘했다.
在即将翻进我家院墙的瞬间,他突然停下脚步回过头。在无人经过的围墙夹缝间,我们静静对视。棒球帽遮住半张脸,阴影下的轮廓显得格外冷峻。
"진짜 셋이서 자려고 했어?"
"真打算在那儿睡?"
마음에 안 들어 죽겠다는 양 씨근대는 숨결에는 여전히 알싸한 알코올 향이 배어났다. 이상하게 저 잘난 얼굴이 일그러지면 일그러질수록 심장 한 켠이 짜릿하게 달아올랐다. 눈치 없는 척 속을 더 긁어놓고 싶었다.
杨某喘着粗气说"不如死了算了",呼出的气息里仍浸着刺鼻酒精味。奇怪的是,那张俊脸越是扭曲,心脏某处就越发灼热躁动。我佯装迟钝,想把他情绪搅得更乱。
"왜, 뭐 어때서? 영훈이랑도 오랜만에 회포 좀 풀게."
"怎么,不行吗?和英勋也是久违地叙叙旧。"
"서로 반가워 죽겠나 보네, 아주."
"瞧你们高兴得都快死了是吧,真是。"
"근데 영훈이 쟤 옛날보다 키 많이 컸지?"
"不过英勋那小子比以前长高不少吧?"
"몰라. 당연히 더 컸겠지, 몇 년 전인데."
"不知道。几年前的事,当然更大了。"
싸그리 무시할 줄 알았더니 대답해주긴 하고. 이내 신경질적으로 볼캡을 더 깊이 덮어쓰고는 슬리퍼 끝으로 애꿎은 바닥이나 걷어찬다. 그러면서 꿍얼꿍얼 읊조리는 말이,
本以为会完全无视,结果还是回答了。随后烦躁地将棒球帽压得更低,用拖鞋尖踢无辜的地板。一边踢一边嘟嘟囔囔地说着,
"...나도 컸어. 많이."
"……我也长大了。很多。"
"뭐?"
"什么?"
"추워 죽겠다고. 빨리 와, 집 들어가게."
"冷死了。快点来,我要回家。"
막상 뱉어 놓고 민망했는지 대강 얼버무리기 바쁘다. 이내 나를 휙 지나쳐 우리 집 대문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그야말로 덫에 제 발로 뛰어드는 쥐새끼 꼴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이 풀린다고? 씰룩씰룩 올라가는 입가를 애써 내리느라 안면 근육이 뻐근했다.
话一出口似乎又觉得尴尬,忙不迭地含糊其辞。转眼间便与我擦肩而过,只留下一个走向我家大门的背影。简直像自投罗网的老鼠崽子。事情竟能如此顺理成章地解决?为了压下嘴角抑制不住的抽动,面部肌肉都绷得发酸。
이러면 또 야무지게 놀려 줘야지. 단단한 팔뚝에 찹쌀떡마냥 꼭 달라붙어 치댔다.
这下可得好好捉弄他一番。我像粘糕似的紧紧扒住他结实的胳膊闹腾起来。
"있잖아, 재현아."
"那个啊,载现。"
"......"
"이재현~"
"李载现~"
역시나 쌓이고 쌓여 빈정 많이 상한 게 분명했다. 들은 척 만 척 대답도 않는다. 무시하고 도어락이나 누르려는 이재현을 냅다 잡아당겨 뒤돌게 했다. 거슬리는 볼캡을 벗겨 내 머리 위에 아무렇게나 얹었다. 그러자 이내 구름처럼 퐁실하게 올라오는 곱슬머리. 옅게 쌍꺼풀 진 눈이 영문 모르고 빠른 속도로 깜박여 댔다. 누가 연영과 손예진 아니랄까 봐, 꼴에 이 순간마저 청순해 빠졌다.
果然积压已久的怨气明显已经发酵。假装听见却只敷衍应答。无视门锁正要按密码的李宰显被猛地拽回转身。那顶碍眼的棒球帽被掀掉,随意扣在我头上。随即蓬松卷发如云朵般轻盈弹起。浅淡的双眼皮眼睛不明所以地快速眨动。不愧是连艺颖和孙艺珍都要甘拜下风,这种时候竟还清纯得过分。
"뽀뽀해도 돼?"
"可以亲亲吗?"
대답 따위 기다리지 않고 까치발 들어 그 높은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피할 틈은 애초에 줄 생각도 없었다. 곧장 그대로 입술을 들이박았다. 기습공격에 당황한 육체는 내 무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널찍한 등짝이 대문에 쿵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볼캡이 내 머리에서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말캉한 것들끼리 맞물렸다. 키스가 오랜만이라서일까, 아니면 술이 들어가서일까, 이재현의 온도는 평소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콧등도, 뺨도, 입술도.
没等回答就踮脚环住那高挺的后颈。本就没打算给对方躲闪余地。径直将嘴唇压了上去。突袭让这具躯体猝不及防,在我的重量下无力倾倒。宽阔后背撞上大门发出闷响。棒球帽从我头顶滑落坠地。柔软之物彼此交缠。是因为久违的亲吻,还是酒精作祟,李宰显的体温比平日炽热许多。鼻梁、脸颊、嘴唇,全都滚烫。
"나 아까 담배 피웠는,…"
"我刚才抽了烟,…"
잠깐 고개를 뒤로 뺀 그가 짧게 속삭였지만 금세 다시 내 입술로 틀어막았다. 지 입으로 안 불었으면 딱히 몰랐을, 알았어도 의식도 안 했을 tmi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래턱을 잡아 벌려 혀끝을 스쳤다. 일종의 신호였다.
他短暂地后仰躲开,低声快速耳语了一句,但随即又用唇堵住了我的嘴。若不是他亲口说出,我根本不会察觉——即便知道也会刻意忽略这段多余信息。他毫不在意地捏住我的下颌撬开,舌尖轻掠而过。那是一种信号。
다소 뻣뻣하게 서 있던 그가 마침내 내 등허리를 끌어안고 한껏 체온을 붙여 왔다. 빈틈없이 맞닿은 몸이 애틋했다. 동시에 고개가 비틀리면서 젖은 혀가 깊숙이 침범했다. 갈증에 눈먼 사람처럼 정신없이 서로를 얽으며 파고들었다. 몽롱해진 의식 속에 가파른 호흡이 섞였다.
原本略显僵硬站立的他,终于伸手环住我的后腰,将滚烫体温彻底贴了上来。严丝合缝相嵌的身体令人心头发烫。与此同时他偏头加深了这个吻,湿软的舌长驱直入。我们像渴极的盲者般昏乱纠缠,在朦胧意识中交换着急促的喘息。
머지않아 이재현의 입술이 내 턱선과 목선을 지나 쇄골까지 한번에 미끄러져 내려갔다. 제 손으로 입혔던 티셔츠의 목을 아래로 당겨 벌리면서 보이는 살결마다 진득한 흔적을 남기는 그였다. 잘근잘근 씹히는 감각에 미처 참지 못한 신음이 샜고 이재현은 그것에 예민하게 반응해 욕정 섞인 한숨을 쏟아냈다. 더 가까이 끌어안으려다 의도치 않게 그의 허벅지 사이에 내 다리를 끼워넣은 순간, 피부 위로 한껏 단단해진 무언가가 느껴졌다. 모른 척 은근히 부비적대자 그가 기어코 낮은 욕설을 씹어 뱉었다.
不久后李在贤的唇从我下颌线滑落,顺着颈项一路蜿蜒至锁骨。他扯开亲手为我穿上的 T 恤领口,在每一寸暴露的肌肤上留下黏腻痕迹。被啃噬的触感让我漏出呜咽,他敏感地捕捉到这声喘息,回以混着情欲的沉重吐息。试图更贴近时,我的腿无意间卡进他大腿之间,突然感受到某处硬热抵着皮肤。当我佯装不知轻轻磨蹭,他终于咬着牙挤出低哑的脏话。
이성이 지시하는 인내는 짧았다. 내 등허리에 집요하게 머물며 쓸어내리던 손이 급작스레 거둬지더니, 곧이어 드문드문 들리는 도어락 기계음. 신경은 온통 내 목 물어뜯는 데만 집중하면서, 오로지 감으로 더듬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길이 군더더기 없이 정확했다. 곧 어렵지 않게 문이 열리고 그가 내 몸부터 밀어 넣었다.
理性要求的克制转瞬即逝。那只在我后腰流连摩挲的手突然抽离,紧接着是断续响起的电子门锁声。他全部的神经都集中在噬咬我脖颈的动作上,仅凭触觉精准输入密码的手指没有丝毫迟疑。门轻易开启的瞬间,他推着我的身体跌进屋内。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재현 속 긁기 라스트 팡을 날릴 타이밍이었다. 너무도 당연히 따라 들어와 덮치려는 늑대새끼더러 아무렇지 않게 손 흔들어 인사했다.
那么此时正是李在贤该使出"最后瘙痒"的时机。他若无其事地向理所当然跟进来想要扑倒的狼崽子挥手打招呼。
"데려다줘서 고마워! 조심히 가."
"谢谢你送我回来!路上小心。"
"...뭐?"
"...什么?"
두 뺨에는 발그레한 홍조를 띄워낸 채 취기 어린 숨을 쌕쌕 내뱉는 놈을 뻔뻔히도 마주했다. 얼빠진 그가 어정쩡하게 못 박혀 서서 소리 없이 눈을 깜박였다. 우유에 절인 시리얼처럼 눅눅하게 풀어져 내린 눈빛이었다.
那家伙双颊泛着红晕,呼出带着酒气的喘息,厚脸皮地与他对视。呆愣的他笨拙地站在原地,无声地眨着眼睛。那眼神就像泡在牛奶里的麦片般湿漉漉地涣散着。
"영훈이 심심하겠다, 빨리 들어가. 내일 연락해."
"英勋该无聊了吧,快点进去。明天联系。"
"하, 너는... 이 상황에서도 김영훈 심심한 거나 걱정하냐?"
"哈,你...这种时候还担心金英勋无不无聊?"
이윽고, 문 앞 바닥에 떨어진 볼캡을 주워 올리다 말고 버석한 헛웃음을 친다. 기가 차고 어이가 나자빠져 주체가 안 되는 기색. 열 받아 어쩔 줄 모르는 저 반응. 내가 원하던 그대로였다.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심장께가 간질거릴 지경이었다.
不一会儿,他弯腰去捡掉在门前地上的棒球帽,中途却突然嗤笑出声。那副既震惊又无语到失控的模样,气得不知所措的反应——正是我想要的。我憋笑憋得心脏都快发痒了。
애써 태연한 척 양 팔짱을 끼고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따졌다.
我强装镇定,交叉双臂又朝他逼近一步质问道。
"왜 화를 내? 어차피 가야 되니까 가라는 건데."
"你发什么火?反正迟早都要去,让你去就去呗。"
"아니,"
"不是,"
"너 원래 우리 집에서 안 자잖아, 이재현아."
"李在贤,你本来就不在我们家睡觉啊。"
"......"
"잠은 각자 집에서 자자며? 왜 이래, 새삼스럽게."
"不是说好各回各家睡觉吗?怎么突然这样,莫名其妙。"
유리길을 밟듯 아슬한 침묵이 이어졌다. 늘어뜨린 손에 성의 없이 쥐어진 볼캡이 꽈득 구겨져 가는 게 보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아랫입술이 힘주어 깨물렸다. 이제 전개는 뻔하지. 할 말은 없어도 지는 건 싫어하는 이재현이 또 제 성질 못 이겨 왕왕 짜증이나 부려댈 거라 예상했다. 물론 그것 또한 귀엽게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如履薄冰般的沉默持续着。垂落的手上随意攥着的棒球帽正嘎吱作响地皱成一团。能看到他微微颤抖的下唇被用力咬住。接下来的发展显而易见。即使无话可说也不愿认输的李在贤,又会按捺不住性子开始闹脾气——这本是预料之中的事。当然,我也早已准备好宠溺地包容这一切。
"...잘못했어."
"...我错了。"
그러나, 모든 짐작은 보란 듯이 깨졌다. 기죽은 듯 느릿느릿 다가와 손깍지를 껴 오는 그 조심스러운 태도가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然而所有预想都被狠狠打破。他垂头丧气地慢慢靠近,小心翼翼十指相扣的姿态与平日截然不同。
"오늘, 나랑 같이 자면 안 돼?"
"今晚...能和我一起睡吗?"
나름의 애교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 가는 물기 어린 음성. 주인 잃은 반려견처럼 불안하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한 얼굴. 축 처져 말갛게 고인 그 눈빛에 별안간 골이 띵해졌다.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라지만, 단언컨대 이재현을 알고 지낸 요 몇 년을 다 헤아려 봐도 초면인 모양새였다.
分不清是撒娇还是天生带着哭腔的声音。像失去主人的宠物狗般不安到近乎凄楚的表情。那双低垂着、清澈蓄满泪光的眼睛,突然让我太阳穴突突直跳。虽说人都有多面性,但敢断言认识李在贤的这几年里,从未见过他这般初遇似的模样。
"오늘만... 응?"
"就今天...嗯?"
상상치 못한 반전은 오히려 선물과도 같았다. 이재현이? 가오에 죽고 가오에 사는 천하의 이재현이? 이건 뭐 당장 잡아먹어 달라는 건가. 저 아래 단전에서부터 무언가가 훅 끓어오르면서 입맛이 돌았다.
意料之外的反转反倒像份礼物。李在贤?那个为傲骨生为傲骨死的天下第一李在贤?这简直是在邀请别人立刻吃掉自己。从下腹丹田处突然腾起的热流让味蕾开始躁动。
"벌 받겠다고 약속하면."
"要保证会受罚哦。"
"벌?"
"罚?"
"......"
"받을래."
"要受罚了。"
"......"
"뭔진 몰라도 받을게."
"不管是什么都认罚。"
이상 작전 성공. 깔끔하게 상황 종료. 한순간에 게임의 판도가 뒤집혔다.
异常作战成功。利落收场。顷刻间逆转了游戏局势。
후드티 밖으로 삐져나온 마른 손목을 당겨 냉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간 이재현 눈치 본답시고 눌러참고 또 참았던 욕망을 기꺼이 실현해 줄 차례였다.
我一把抓住从连帽衫袖口露出的纤细手腕,迅速将其拉进屋内。现在是时候尽情实现那些为了看李在贤眼色而一直压抑的欲望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