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 리쿠님의 입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토쿠노 코믹스의 합격 메시지가 화면에 뜨는 순간, 리쿠는 기쁨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심으로 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류는 간신히 통과했고, 면접은 스스로도 엉망이라 여겼다. 관련 전공도, 자격증도, 인턴 경험도, 심지어 토익 점수도 없었다. 그런 리쿠가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에 덜컥 합격했다. 그는 그저 단순하게 기뻐했다. 


마에다 리쿠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실용무용과를 전공하던 발레리노였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다시 터졌고, 결국 졸업 공연을 망치며 발레단 진출은 좌절됐다. 평생 발레만을 하며 살아온 그에게, 부상으로 인한 실패와 좌절은 결코 가벼운 경험이 아니었다. 앞날이 막막했고, 더 이상 장학금이나 후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예술을 하며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사정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지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리쿠는 평생토록 해오던 발레를 그 순간 포기하고, 회사원으로서의 새 삶을 준비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자신이 발레 외에 유일하게 좋아했던 것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일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드래곤볼이라든가, 하이큐라든가. 좋아하는 걸 직접 만드는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 리쿠는 평생을 몸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고, 마음먹으면 행동하는 단순한 성격이기도 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직하겠다고 결심했다. 


첫 출근 날, 리쿠는 아직 어색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신입사원답게 바짝 긴장한 몸으로 편집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가 배치된 부서는 '토키메키 코믹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팀이었다. 로맨스 만화 팀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팀장의 말이 들렸다. 


"BL 웹툰 담당 부서요?"

"네. 토키메키 코믹스는 BL 웹툰만을 담당하는 부서예요." 

"BL... 그러니까..." 

"BOYS LOVE. 야오이라고도 하죠. 여성향의 남성 간 동성애를 다룬 작품을 말해요."

"에..."


리쿠는 순간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 충격이라기보다, 얼떨떨한 기분에 가까웠다. 팀장은 놀랄 것도 아니라는 듯 아이패드를 건넸다.


리쿠가 건네받아 읽은 웹툰은 BL이긴 했지만, 수위는 거의 없었고 전체적으로 가볍고 담백한 분위기였다. 로맨틱 코미디 요소가 섞인 덕분에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읽히는 내용이었다. 등장인물 중 하나는 전형적인 '여자 역할'처럼 그려졌고, 리쿠 역시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작가 이름은 유우카. 남자 주인공 격인 등장인물이 헤테로에서 게이로 변하는 설정이라, 공과 수의 구도나 BL 특유의 전개를 이해하기에 적절한 입문서처럼 느껴졌다. 


"오, 재밌었습니다."


패드를 돌려주는 리쿠를 보며 팀장이 안경을 치켜올렸다. 


"다른 작품도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물론, 리쿠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일이었으니까.  



일은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다. 밤샘이나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도 리쿠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긴 했지만, 작가들과는 대부분 메신저나 전화로만 소통했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다. 아직 신입사원이었던 리쿠는 담당 작가 관리와 피드백 정리, 오타 확인 같은 기본적인 일만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이 리쿠를 불렀다.


"리쿠 씨, 요즘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요." 

"네, 감사합니다!"

"리쿠 씨에게 딱 맞는 일이 있어요. 지금 새로 기획하는 건데요." 


드디어 기획이라니. 늘 막내로서의 일만 하던 리쿠에게, 담당 작가와 함께 새 웹툰을 기획한다는 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 


"유우카 씨의 새 작품을 같이 해보면 좋겠어요." 


유우카는 리쿠가 처음 읽었던 BL 웹툰의 작가였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그런데... 유우카 씨의 작품엔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리쿠 씨가 그걸 잘 컨트롤해주면 좋겠어요." 


팀장은 어쩐지 말을 빙빙 돌리다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유우카 씨는 스토리도 안정적이고 작화도 좋아서 우리 회사에서 밀고 있는 작가인데... 사실 19금은 아직 많이 부족해요."

"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전혀 섹스어필이 없어요." 

"아... 그렇군요..."  "啊...原来如此..."

"리쿠 씨가 직접 만나서 포즈나 신체 표현 같은 걸 좀 도와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리쿠 씨는 그런 쪽 감각이 있으니까요."
"如果陸先生能亲自见面,帮助指导一下姿势或者身体表现之类的,那就好了。毕竟陸先生对这方面有感觉嘛。"


설마 이런 이유로 자신을 뽑은 걸까. 순간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리쿠는 유우카의 작품을 재미있게 보기도 했기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실제로 유우카의 작품은 신체나 움직임 묘사에서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리쿠는 그 어색함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아직 읽지 않은 유우카의 19금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难道就是这样的原因选择了我吗。瞬间我产生了这样的疑虑,但リ쿠也觉得유우카的作品很有趣,所以也有些遗憾。实际上,유우카的作品在描绘身体或动作时有些不自然的地方,リ쿠决定查看尚未阅读的유우ka 的 19 禁作品,以确认那不自然之处的本质。然后很快得出了结论。


확실히, 이 사람 동정이다.  的确,这个人很可怜。





리쿠는 유우카에게 인사도 나누고 기획 논의도 할 겸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リ쿠向유우ka 打了个招呼,并提出了想要讨论策划并见面的请求。


안녕하세요 유우카 씨 새로운 편집자가 된 마에다 리쿠입니다!
您好,유우ka 先生,我是新任编辑,前田陸。

안녕하세요. 마에다 씨.  您好。前田先生。

리쿠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您可以随意叫我陆就好!

네... 리쿠 씨.  嗯...... 前田陆先生。

새 웹툰에 대한 기획도 겸해서... 직접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顺便也讨论一下新网络漫画的计划...我想亲自打个招呼!

제가 유우카 씨의 작업실에 한 번 찾아뵈어도 될까요?
我可以拜访一下勇志先生的创作室吗?

글쎄요. 지금처럼 라인이나 메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데.
说实话,像现在这样通过 Line 或邮件也足以进行充分的沟通了。


하지만 유우카는 정작 리쿠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리쿠는 답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19금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메일이나 라인으로 할 수는 없는데. 잠시 고민하던 리쿠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 
但是勇志实际上并不想和陸见面。这样很麻烦...陸感到很郁闷。无论如何,关于 19 禁部分略显不足的事情不能通过邮件或 Line 来说。思考了一会儿的陸再次发了回复。


꼭 만나 뵙고 드려야 하는 말씀이 있어서요 한 번 만나주시면 안될까요?
我有必须要当面跟您说的话,能不能见个面呢?


분명 라인 방의 읽었다는 표시는 사라졌지만, 유우카의 답장은 오래도록 없었다. 오후가 다 되도록 연락이 없던 유우카는 리쿠의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답을 보냈다. 
很明显,聊天室的阅读标记已经消失了,但尤卡一直没有回复。直到下午快要结束,尤卡才在陆下班的时间终于回了消息。


좋아요. 내일 제 작업실로 와주세요. 주소는...
好呀。明天请来我的工作室吧。地址是……



다음 날, 리쿠는 팀장에게 유우카의 작업실로 바로 출근하겠다고 보고한 뒤 디저트를 하나 사 들고 유우카가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유우카의 작업실은 도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의 조용한 동네였다. 문 앞에 도착해 벨을 눌렀지만, 한참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졌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리쿠는 다시 한 번 벨을 누를까 망설이다가, 그저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第二天,陸向队长报告说他会直接去 유우카的工作室上班,然后买了一份甜点,朝着유우카给的地址出发。유우카的工作室位于稍微远离东京市中心的郊区安静街道。他到达门前按了门铃,但好一会儿都没有任何回应。虽然感觉里面有人的动静,但门就是没开。陸在犹豫是否再次按门铃时,决定还是静静地等待。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문이 열리고, 리쿠는 유우카와 마주했다. 
过去了多久。终于门打开了,陸与勇志面对面站立。


"...유우카 씨?"  "...勇志先生?"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우카는 남자였다. 언제나 작업실에만 있었던 건지, 상당히 흰 피부의 소년 같은 인상.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 확실히 리쿠가 예상했던 작가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리쿠는 당황한 채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상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但是出乎意料的是,尤乌卡是个男生。他似乎总是待在工作室里,给人留下了一种皮肤非常白皙的少年印象。他的表情显得尴尬,不知道该怎么办。显然,这与陆预计的作家形象不符。陆慌乱地呆呆地看着,对方则用几乎听不见的小声小心翼翼地说。


"저는 유우시예요. 리쿠 씨."  我是尤乌希,陆先生。


작업실 안은 한쪽 벽면 가득 만화책과 그림 습작들로 채워져 있었고, 반대쪽 벽면에 작업 공간으로 보이는 책상에는 타블렛과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工作室里,一面墙上满满都是漫画书和绘画习作,对面墙边作为工作区的桌子上则放着平板电脑和一台大屏幕显示器。阳光充足的窗户边有一张大的桌子,两个人就坐在那里面对面。


알고보니 유우카는 필명이었고, 본명은 유우시였다. 유우시는 BL 웹툰을 그리고 싶었지만, 남자 작가라는 사실만으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유우시는 '유우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왔다. 리쿠의 방문으로 남자라는 사실이 본의 아니게 공개되어 미안하다고 말하자, 유우시는 어쩐지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했다. 
了解之后才知道,尤乌卡是他的笔名,真名是尤乌希。尤乌希想要画 BL 漫画,但仅因为他是男性作家,就遭到了许多异的目光。因此,尤乌希选择用“尤乌卡”这个假名进行活动。当陆的到来无意中暴露了他男性的事实时,他道歉说感到抱歉,尤乌希不知怎么的有些害羞地回答了。


"리쿠 씨한테는... 알려줘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我觉得告诉陸先生……也没关系。"

"아, 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啊,是的……您这么想……我感到很感激。"


리쿠는 생각지도 못한 유우시의 성별에 놀라는 한 편, 이렇게 되면 좀 더 본론을 이야기하기가 쉬울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유우시가 조금 내성적인 편이긴 한데... 리쿠도 내성적이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어느 정도 친해져서 이야기하다 보면 잘 되지 않을까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陸对于意想不到的勇志的性别感到惊讶,一方面想着这样也许能更容易地谈论正题。当然,勇志比想象中的要内向一些……陸也有内向的一面。他简单地得出结论,也许在变得稍微亲近一些后,聊天就会顺利起来。


리쿠는 가방에서 준비해 온 간단한 기획안을 꺼냈다. 아직 초안이긴 하지만, 그동안 봤던 유우카, 아니 유우시의 작품 스토리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대본 전개와 캐릭터 설정, 기존 연재 방향을 고려한 간단한 기획이었다. 
陸从包里拿出了事先准备好的简单计划书。虽然还是草稿,但他把看过的由香,不,是勇志的作品故事中加入了自己的想法,考虑到了剧本的发展、角色设定以及现有连载方向的简单计划。


유우시는 말없이 기획안을 읽었고, 리쿠는 조심스럽게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안을 내려놓은 유우시가 조용히 고개를 들더니 리쿠에게 물었다. 
勇志默默地看着策划案,陸则小心翼翼地观察他的反应。然而,他的表情并没有什么变化。过了一会儿,放下策划案的勇志静静地抬起头,然后问陸。


"리쿠 씨는... BL, 좋아하시나요?"  "陸先生,您...喜欢 BL 吗?"

"아, 공부 중입니다."  "啊,我在学习。"


유우시는 리쿠를 집요히 바라보았다. 아까의 낯을 가리던, 내성적인 유우시는 어디 갔을까 싶을 정도로 진득한 시선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어진 유우시의 말은 리쿠를 놀라게 했다. 
勇志专注地盯着陸看。那种刚才还遮遮掩掩的内向的勇志仿佛消失了一般,他的目光无比坚定。一阵沉默之后,勇志接下来所说的话让陸感到惊讶。


"저는 19금 장면을 그리기가... 어려워요." 
我画成人向(19 禁)的场景……有点困难。


리쿠가 피드백을 꺼내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고백을 들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포커페이스가 어려웠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陆还没给出反馈,就听到了出乎意料的告白。他瞬间十分震惊,很难集中注意力,但还是尽量镇定地回应了。


"19금이라면... 어떤 부분이..."  “要是成人向(19 禁)的话……是哪个部分……”

"제 담당 편집자니까 제 웹툰을 다 보셨을 테지만, 19금 부분에서 조금 반응이 없다는 건 사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그 누구보다... 제가 직접 그리고 있었으니까."
“因为您是我的责任编辑,我的网络漫画您应该都看过了,其实我也知道,在成人向(19 禁)的部分反响平平。毕竟……是我自己画的。”

"네... 그렇군요..."  "是的……确实如此……"


하긴, 직접 그리고 있는데 모를리가 없었다. 리쿠는 유우시가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그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话说回来,明明是自己正在画着的,没道理不知道。陆能感觉到勇志对自己的作品怀有热爱并全力以赴。


"제가 리쿠 씨에게 제안 드리고 싶은 건...." 
"我想向陸先生提出一个建议..."

"제안이라면...?"  如果是提议的话……?


유우시는 고개를 푹 숙이며 두 손을 모았다. 
勇志深深地低下头,双手合十。


"19금을 저한테 가르쳐주세요!"  “请把成人向(内容创作)教给我!”

"네?"  "嗯?"


대체 이런 야망가적인 대사는 뭘까... 리쿠는 제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우시를 보며 황당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애써 참아야 했다.
这到底是多么不切实际的台词啊……陆看着在自己面前瑟瑟发抖的勇志,好不容易才忍住没笑出声来。


"아니, 제가 어떻게 19금을... 대체 뭘 가르쳐 달라는..."
不,我怎么会……到底是要我教什么成人相关的……

"리쿠 씨도 느끼지 않았나요? 제 웹툰 보셨다면서요."
"陆先生也没感觉到吗?您不是说看了我的网络漫画吗。"

"네, 봤죠. 저는.. 재밌게 봤어요. 스토리도 좋고, 그림도 예뻐서."
"是的,看了。我……看得很开心。故事很精彩,画也很漂亮。"


감상을 말하는 리쿠를 바라보던 유우시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예리한 눈빛으로 편집자의 진지한 평가를 부탁했다. 
勇志看着发表感想的陆,用与刚才截然不同的锐利眼神,恳请编辑给出认真的评价。


"19금 부분은요? 제 편집자로서 어떠셨는데요?" 
"那成人限制级的部分呢?作为我的编辑,您觉得怎么样?"

"음.. 그러니까... 19금을 할 때 조금 주인공들이... 포즈나 움직임이나 이런 것들이," 
"嗯...那个...在画 19 禁内容的时候,主角们的姿势或者动作这些方面有点..."

"어땠는데요?"  "怎么样呢?"

"조금... 경험이 없달까..." 
"有点...缺乏经验呢..."

"또요?"  又怎么了?

"감정이 조금 어색했달까..."   “感情是不是有点生硬……”


리쿠는 자신도 모르게 유우시의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소감을 솔직하게 말해버렸고, 생각보다 작가에게 너무 잔인하게 이야기해버렸나 싶어 긴장한 리쿠를 두고, 유우시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陆不知不觉就坦诚说出了自己读勇志作品时的感受,说完后又担心自己这番话说得对作者太残忍了,紧张不已。勇志却神色淡然地点了点头。


"좋은 평가네요."  "不错的评价。"


유우시는 리쿠를 향해 고맙다는 듯 미소 지었다. 리쿠는 순간, 그 미소가 예뻐 보여서 순간 놀랐다. 미소 짓던 유우시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여버리더니, 아래로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리쿠는 너무 놀라 온 몸이 덩달아 굳어졌다. 유우시의 마른 어깨가 사정없이 떨리더니 눈물을 못 참겠다는 듯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내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기 시작하는 유우시에게 리쿠가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정신없이 달래기 시작했다. 
勇志朝着陸露出仿佛表示感谢的微笑。陸瞬间觉得那微笑很美,不禁吃了一惊。微笑着的勇志突然低下头,泪珠扑簌簌地落了下来。看着这一幕的陸太过惊讶,整个身体都僵硬了。勇志瘦削的肩膀毫无顾忌地颤抖着,仿佛忍耐不住泪水,开始呜咽。不久,勇志肩膀颤动,哭出声来,陸走过去,轻拍着他的肩膀,开始慌乱地安慰他。


"아니, 유우시 씨! 왜 울고 그러세요? 울지 마세요... 제가.. 제가 뭘 안다고, 저 이제 BL 읽은 지 한 달 됐어요. 저 같은 놈이 뭘 안다고 그런 평가를...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솔했어요." 
“不是的,勇志先生!您为什么哭呢?别哭了…我…我已经开始看 BL 一个月了。像我这样的家伙能知道什么,竟然给出那样的评价…真的很抱歉。我太轻率了。”

"흐, 흐윽, 맞는, 맞는 말이에요... 흐으..."
"哼,哼哼,你说得对,说得对... 哼呜..."

"유우시 씨. 제발 눈물 그치세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진짜 죄송해요. 유우시 씨를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유우시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勇志先生,求你不要再哭了。都是我的错,真的对不起。我真心想帮助勇志先生。我会按照勇志先生说的去做。"

"...흐으..흡. 정말요?"  "...哼呜...嗯。真的吗?"

"울지 마세요. 네?"  "别哭了,好吗?"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해주실 거예요?"
“真的,您会照我说的全都做吗?”


눈물 젖은 눈으로 리쿠를 바라보던 유우시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늦었다. 
当发觉勇志那满含泪水凝视着陆的眼眸,眼瞳开始闪烁光芒时,一切已然迟了。



리쿠의 예상대로 유우시는 정말 동정이었다. 눈물이 그친 유우시는 리쿠가 조금 편해진 듯, 리쿠에게 자기 얘기를 술술 꺼내기 시작했다. BL 웹툰을 그리게 되면서 처음엔 씬을 안 그려도 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흐리며 독자들도, 편집부에서도 19금 씬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왔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리고는 있지만 정말로 경험이 없어서 도저히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正如陆所预料的那样,勇志真的很可怜。泪水止住的勇志,似乎让陆稍微放松了些,开始对着陆滔滔不绝地讲起自己的事。据说刚开始画 BL 网络漫画时,原本不需要画那种场景。然而随着时间渐渐流逝,无论是读者还是编辑部,都不断提出对成人场景的要求,现在虽然不得不画,但因为实在没有经验,所以怎么都画不好。


리쿠는 앞에 앉은 남자의 동정 소식까지 알아가며 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없었지만, 사실은 조금 흥미롭기도 했다. 그러면 앞은 당연히 없겠고, 남자와의 경험도 전혀 없는 것일까?
陆一边了解着面前这个男人可怜的过往,虽然心里确实不想参与这件事,但其实又觉得有点意思。那么,他肯定没有过那种经历,也完全没有和男人相处的经验吗?


어느 정도 개방적인 편인 리쿠는 주변에 게이인 친구들도 꽤 있어서, 남자들끼리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운동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터라 주변에 여자들도 많았지만, 실제로 남자들의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여러 번이었다. 리쿠는 알았다. 제가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꽤 먹힌다는 사실을. 특히 이런 소극적인 타입의 클로짓 게이 타입에. 
陸在某种程度上是个开放的人,周围也有很多同性恋朋友,所以他并不是不知道男人之间是怎么做的。虽然他在学生时代因为运动的关系周围也有很多女生,但他也多次接受过男生的告白。陸知道,不仅是对女生,对男生也有相当的魅力,尤其是对这种内向、有着紧闭的 Gay 类型。


유우시의 나이를 알 수는 없지만 25살인 저보단 확연히 어려 보이는 나이, 단정한 앞머리와 소년 같아 보이는 얼굴, 웃을 때 벌어지는 예쁜 입술,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제 피부와는 확연히 다른 흰 피부까지. 여러 가지로 리쿠의 취향이긴 했다. 리쿠는 사실 제게 고백을 했던 남자들과 몇 번 사귀기도 했다. 사귀었던 남자들이 하나 같이 유우시처럼 귀여운 얼굴, 수줍은 미소를 가진 미소년 타입이었다. 
尽管不知道勇志的年龄,但他看起来显然比我这个 25 岁的人年轻得多,整洁的刘海和少年般的脸庞,笑起来时张开的漂亮嘴唇,还有在家里待着的那雪白的皮肤,这些都符合陸的喜好。事实上,陸曾和向他表白过的男生交往过几次,交往过的男生无一例外都是像勇志这样有着可爱的脸庞、羞涩微笑的小少年类型。


"유우시 씨."  "勇志先生。"

"네?"  "嗯?"

"그럼 제가..."   "那么我……"


리쿠는 잠시 유우시의 얼굴을 바라봤다. 유우시는 리쿠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작게 미소 지을 듯 말 듯 한 그 얼굴에, 어쩐지 설레는 듯한 부끄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리쿠는 설레어 하는 유우시의 표정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陸短暂地望了望勇志的脸。勇志正直勾勾地盯着陸看。那张脸上似乎带着微笑,又好像在说话,不知为何,露出了一种让人心动的羞涩微笑。陸觉得,要忽视勇志那心动的表情是很困难的。


"19금 씬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让我来教你 19 禁场景的细节吧。"

"네, 좋아요."   "嗯,好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