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전통극 (2)
차 트렁크에서 나오는 피크닉 바구니에 뭐 하자는 건가 싶어졌다. 진짜 놀러 오기라도 했냐. 하지만 노아가 은근히 들떠 하는 것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뭐, 던전에 꼭 간편식만 가져가라는 법은 없고. 물론 이틀 안팎 예정이니 따로 짐을 챙기긴 했다.
피크닉 바구니를 든 성현제가 흰 코트를 꺼내 걸쳤다. 직물도, 가죽 재질도 아닌 비현실적으로 깔끔하게 하얀 옷이다. 저 인간이 쓰는 장비니 기본 S급은 되겠지.
반면에 노아는 브이넥 티도, 바지와 우리 세계 양식이 아닌 짧은 로브 가디건도, 전부 B급이었다. 물론 노아에게 S급 장비가 없는 건 아니었다. 옵션 좋고 잘빠진 레이싱 슈트도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는 전신 수화였다.
기억력을 짜내어 전신 수화용 특수 처리 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긴 했는데 재료가 부족했다. 정확히는 A급 이상 장비 특수 처리를 할 재료가. 재료 수배를 해 놨으니 머잖아 구할 수 있긴 할 텐데, 성현제와 비교하니 괜히 미안해지네.
덧붙여 나는 물론 평범한 옷이었다. 마력과 정신력 장비야 챙겨 왔지만 의복 옵션은 방어 쪽이 기본이라 스탯 F로선 A급 던전쯤 되면 입으나 마나 별 차이 없이 한 방에 골로 간다. 폭풍 속에서 비 막겠다고 신문지 펼쳐드는 꼴이라고 할까. 저항류 제외 상급 스킬이 붙은 거라면 쓸 만하겠지만 그런 건 드물다. 게다가 스킬 붙은 상급 장비 생기면 던전 도는 애들 먼저 줘야지, 내가 쓰긴 아깝잖아.
‘예림이 S급 풀셋 맞춰 주고 싶다.’
성한 씨도 장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역시 명우에게 읍소하는 게 제일 빠르겠지. 그전에 지금 만들고 있는 무언가가 끝이 나야하겠지만.
“이참에 전신 수화 상태의 전투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A급 하위 몬스터니까 연습용으로 적당하다.
“하지만 유진 씨를 두고 자리를 떠나기엔…….”
노아가 말끝을 흐리며 성현제를 힐끔거렸다. 경계심 가득한 시선에 성현제가 비스듬히 입술 끝을 올린다.
“곁에 있으면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자신만만하군.”
대놓고 긁어대는 말에 노아의 눈빛이 사나워진다. 아니 노아도 나름 S급이긴 한데, 음……. 짜증 나지만 성현제 저 인간이 유현이보다 강해서. 행방 묘연해지기 전까지 랭킹전 1위 붙박이였고.
“괜찮아요, 노아 씨. 저 인간이 말은 저렇게 해도 절 해치진 않을 겁니다.”
“세성 길드장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你覺得能相信世成公會會長嗎?」
“믿는다기보다는 자기 손해 볼 짓은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與其說是相信,不如說我覺得他不會做損害自己利益的事。」
이렇게 단순한 함정을 팔 만한 남자도 아니다. 노아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참에 내새끼 스킬을 쓰자 성장 속도가 두 배인 +200%로 적용되었다. 심지어 재사용 대기 시간도 15일로 반 토막 났다. …유현이 녀석도 어떻게 저주독룡종 수화 스킬 못 얻나. 되게 좋네.
他也不是會輕易設下這種簡單陷阱的男人。諾亞猶豫了一下,然後點了點頭。趁這個機會使用了我的孩子技能,成長速度以雙倍的+200%被套用。甚至冷卻時間也減半,變成 15 天……連有毒詛咒龍種的水化技能,柳賢那傢伙怎麼還拿不到呢。真是太棒了。
아무튼 성현제 저 인간은 진짜.
總之,成賢濟那個人真是的。
“어른이 되어서 한참이나 어린 애를 비꼬는 게 재밌습니까?”
「長大了還嘲笑比自己小很多的孩子,覺得好玩嗎?」
“어른스럽게 사지 멀쩡히 내버려두고 있지 않나. 한유진 군이 나를 좋은 어른이라 생각해 주는 건 영광이지만.”
「你不覺得應該成熟點嗎?明明沒事就放過我不就好了。雖然能被韓有真君認為是個好大人,我感到很榮幸。」
성현제의 말에 아차 싶어졌다. 나한테 가볍게, 장난스럽게 대해 온다 해도 진짜 그런 인간은 아니건만. 그가 제 뒤통수치고 도망간 거나 다름없는 노아에게 관대히 대해 줄 이유는 별로 없다. 심지어 조금 전처럼 이까지 드러낸다면 더더욱.
聖賢濟聽了這話,頓時覺得不妙。即使他對我輕鬆、開玩笑地說話,也不是那種真正壞的人。他沒有什麼理由對那個像是背後捅刀子逃跑的諾亞寬容。尤其是剛才那樣露出牙齒的話,更是如此。
“이번 던전에서는 좋은 어른인 척이라도 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這次在地城裡,請你至少裝作個好大人的樣子吧。」
“누구 부탁인데 거절을 할까. 노력해 보지.”
「誰拜託你了,拒絕嗎?試著努力看看吧。」
상냥한 척 웃지 마라, 정들라. 혹시 모르니 노아와 성현제를 둘만 두는 건 최대한 피해야겠다.
別裝出溫柔的笑容,別讓人產生感情。說不定還是盡量避免讓諾亞和聖賢帝單獨相處比較好。
던전 건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서른 초반 즈음의 싸늘한 인상의 남자였다. 아니, 인상보다는 나를 향한 눈빛이 차갑다.
正當我準備進入地城建築時,有人走了過來。是一位三十出頭、神情冷峻的男子。不,與其說是神情,不如說是他投向我的目光冰冷刺骨。
‘저런 시선 받는 것도 오랜만이네.’
「被那樣的目光注視也好久沒經歷了呢。」
요샌 다들 친절하기만 해서. 노아도 리에트를 향한 거였지 내게 유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어쩐지 정겨워져서 남자, 수담 길드장 윤경수에게 미소로 답해 주었다.
最近大家都變得很親切。諾亞對麗艾特也是如此,並不是對我有什麼不滿。莫名地感到親切,我對男生、守護者公會會長尹敬秀回以微笑。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마주치게 되어 반갑습니다.”
「一直想見您一面,沒想到會這樣偶遇,真高興。」
내 인사에 윤경수가 입만큼은 웃었다.
對我的問候,尹慶洙嘴角露出了笑意。
“저야말로 먼저 찾아갔어야 했는데 인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其實我才應該先去找您,抱歉這麼晚才打招呼。」
그러게 왜 연락 한 번 없으셨을까. 이어진 대화는 의례적으로 평범했다. 수담 관리하 던전이니만큼 관련 이야기 조금 나오고 이런저런 안부 묻고 무사히 공략 끝내길 바란다는 정도였다.
說真的,為什麼一次聯絡都沒有呢。接下來的對話也只是例行公事般的平淡。畢竟是管理水潭的地城,聊了些相關的話題,互相問候了幾句,也只是希望能順利攻略完成罷了。
다시 말해 길드장이 여기까지 와서 말할 내용은 아니었다. 너무 한가해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換句話說,公會會長沒必要特地跑到這裡來說這些話。或許是太閒了,想散散步也說不定。
던전에는 노아가 먼저 들어가 주위를 정리해 놓기로 했다. 성현제와 둘만 남게 되자 바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地下城裡決定由諾亞先進去整理周圍環境。只剩下聖賢帝兩人時,他立刻問出了心中好奇的事。
“수담 길드장은 해연에 유감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水潭公會長似乎對海燕有很多怨恨吧?」
나한테 적의를 보일 만한 이유는 유현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의 나야 거대 길드들의 보호하에 얌전히 몬스터나 키우고 있으니까. 수담 쪽과는 연락 한 번 한 적 없고. 써먹기 좋은 스킬 보유한 스탯 F짜리에게 S급 헌터가 악감정 가질 이유는 별로 없지.
讓我對他抱有敵意的理由,除了柳賢之外想不到別的了。現在的我在巨大公會的保護下,乖乖地養著怪物。從未和水潭那邊聯絡過一次。對於擁有好用技能的 F 級屬性者,S 級獵人沒什麼理由懷有惡感。
그러니 내가 아니라, 내 보호자에게 유감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터다.
所以應該不是針對我,而是對我的保護者有怨恨才對。
“윤경수가 도련님을 얕본 게 먼저였지. 그러다 호되게 물렸고.”
「是尹京秀先小看了少爺。結果被狠狠地教訓了一番。」
“그럼 자업자득 아닙니까. 보기보다 속 좁은 사람이군요.”
「那不就是自作自受嗎。看起來是個心胸狹窄的人呢。」
“도련님이 워낙 어리다 보니까 더 자존심 상한 거겠지. 윤경수도 나름 홀로서기를 하려고 접근했다가 되레 발판이 되어 밀려났으니 이를 갈 만은 해. 한유현이 자기 자리를 가로챘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그래 봐야 이만 갈 뿐이지만.”
「少爺畢竟還年輕,才會更覺得自尊心受損。尹京秀本來想靠自己獨立,接近他,結果反而成了踏腳石被擠了出去,這種情況下他當然會咬牙切齒。他應該覺得韓有賢搶了他的位置吧?不過也就只能這樣了。」
브레이커나 MKC와 달리 스스로 길드를 만들려고 어려서 만만해 보이는 유현이를 이용하려다가 반대로 당했다, 이건가.
不像 Breaker 或 MKC,尹京秀想自己組建公會,利用年紀小看起來好欺負的有賢,結果反被對方反制,是這回事吧。
“유현이가 별말 없이 여길 보내준 게 신기하네요.”
「柳賢竟然沒多說什麼就把我送到這裡,真讓人覺得不可思議。」
“한유진 군에게만 별말 없었던 거지, 이미 한바탕했다네. 저번 납치 건 때도 혹시나 싶어 수담을 쥐 잡듯 잡아 놓았었고.”
「只是對韓有真君沒多說什麼,已經大吵一場了。上次綁架事件時,也因為怕出事,才把秀潭像抓老鼠一樣抓起來。」
“그랬습니까? 같은 S급 헌터이니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혹 해연에 위협이 될 일은 없을까요.”
「是這樣嗎?既然都是 S 級獵人,應該會有很大的反彈吧……不會對海妍造成威脅吧?」
회귀 전에는 별문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있으니 유현이의 태도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납치도 이번 던전행도 원래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니까.
回歸之前並沒有什麼問題。但現在有了我,柳賢的態度也一定大不相同。綁架事件和這次的地城之行,本來都不會發生的。
하니 전과 다른 과도한 억압에 윤경수가 독한 마음을 품고 해연을, 유현이를 공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윤경수의 주요 스킬이 뭐였더라. 그리고 성현제는 왜 대답이 없어?
因為過度壓抑與之前不同,尹慶秀很可能會懷著狠心攻擊海妍和柳賢。尹慶秀的主要技能是什麼來著?還有成賢濟為什麼沒有回答?
꽤 길어지는 침묵에 옆을 돌아보자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듯한 시선과 마주쳤다.
在相當長的沉默中,我轉頭一看,與一雙似乎在仔細觀察我的目光相遇了。
“왜 그렇게 보십니까?” 「為什麼要那樣看我?」
“신기해서.” 「因為覺得新奇。」
신기할 것도 많다. 사는 게 즐거우시겠어.
有很多事情都很新奇。生活一定很快樂吧。
“굴복해 배를 까뒤집은 개가 다시 이빨을 드러내기란 그리 쉽지 않지. 확실하게 승기를 잡게 해 줄 무언가가 뒷받침되지 않고서야 얌전할 거야.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도련님도 윤경수를 살려는 두고 있는 거고.”
「屈服後翻肚的狗,要再露出牙齒可沒那麼容易。除非有能讓他確實掌握勝機的東西作後盾,否則他會乖乖的。正因為知道這點,少爺才會留著允慶水不殺他。」
“그래서 굳이 수담 소속 던전으로 온 겁니까? 뒷받침해 줄 무언가와 손잡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所以你特地來到水潭所屬的地城嗎?我在想你是不是和什麼能夠支持你的東西聯手了?」
미끼 운운에 다른 길드 소속 던전행. 심지어 인원도 적다. 노리는 자가 있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해 와 주세요, 하고 경광봉 흔드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S급 헌터가 둘이니까 적다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상대도 그 정도 전력은 된다는 뜻이겠지.
說什麼誘餌,結果跑去別的公會的地城。人數還很少。如果有人想下手,那就別錯過這個機會,快來攻擊吧,這不就像是在揮舞警示棒一樣嗎?當然,因為有兩個 S 級獵人,所以說人少也說不過去,但這也代表對方的戰力大概也差不多。
이거 역시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노아에겐 구슬 챙겨 줬고 성현제야 알아서 잘 하겠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할 인간은 아니니.
這個也可能會有危險吧。但我已經把珠子給了諾亞,聖賢帝應該會自己處理好。畢竟他不是會無腦行動的人。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오늘 별일이 없다면 다음엔 MKC로 가 봐야겠지. 그리고 한신과, 브레이커도 체크해 보고. 해연은 내가 알기론 확실하게 아니라네.”
「有可能是,也有可能不是。如果今天沒什麼特別的事,下次就得去 MKC 看看。還有韓信和 Breaker 也要確認一下。至於海燕,據我所知還不太確定。」
…수담으로 끝내자, 제발. …就用水潭結束吧,拜託了。
* * *
십 분쯤 지난 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인사 메시지창이 뜨지 않았다. 내 전용 던전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평소엔 개입하지 않을 생각인 걸까.
大約十分鐘後,我走進了傳送門。這次沒有跳出問候訊息視窗。看來是因為我已經建立了專屬地城,現在平時不打算再干涉了吧。
푸른 하늘 아래에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눈부시게 새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던 황금색 용이 공중에서 홱 몸을 틀어 내 앞으로 내려섰다. 착지하는 동작이 전에 비해 확실히 능숙해졌다. 금빛 몸에 휘두르고 있던 옅은 독기가 스르르 사라진다.
蔚藍的天空下,廣闊的草原展開。穿越耀眼蔚藍天空的金色巨龍,在空中猛地轉身,降落到我面前。著陸的動作比以前明顯熟練許多。金色的身軀上揮舞著的淡淡毒氣也悄然消散。
-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 附近的怪物全部處理完畢了。
“수고 많았어요.” 「辛苦了。」
연회색 눈이 가늘어지며 미소 지었다. 드래곤 모습이다 보니 자꾸만 잘했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줘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목도 좀 긁어 주고. 코메트는 뿔 사이 문질러 주는 거 좋아했는데 노아도 그럴까.
淺灰色的眼睛微微眯起,露出笑容。因為是龍的模樣,總覺得應該要摸摸牠的頭表示讚賞。順便抓抓脖子。Comet 喜歡在角間被摩擦,不知道 Noah 會不會也喜歡。
“1층의 몬스터를 전부 처리할 필요는 없으니 우선 호수 쪽으로 이동하지. 게이트에서 그리 멀지 않아.”
「不需要把一樓的怪物全部清理完,先往湖邊移動吧。離傳送門不遠。」
성현제가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 노아에게로 다가간다.
成賢帝說道。隨後理所當然地走向諾亞。
“두 명이나 태우면 노아 씨가 힘들 것 같습니다만. 멀지도 않다니까 천천히 걸어오시죠.”
「如果載兩個人的話,Noah 先生可能會很辛苦。不過也不遠,我們慢慢走過去吧。」
“용종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군. 제 덩치의 서너 배쯤 되는 몬스터도 가볍게 들고 날아오르니 걱정 말게나.”
「你太小看龍種了。連體型是牠三、四倍的怪物都能輕鬆抱起飛翔,別擔心。」
그냥 노아한테 댁 태우게 하기 싫은 건데 알면서도 저러지. 노아 씨, 제가 미안해요. 이번만 참아 주세요.
只是因為不想讓諾亞載我回家,明明知道還是那樣做。諾亞先生,對不起。這次請你忍耐一下。
* * *
아직 활성화 상태에 놓인 게이트가 푸른빛을 발하고 있다. 닫히기까지 앞으로 이십여 분 즈음. 게이트 에너지의 희미한 파열음만이 울리는 고요한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仍處於啟動狀態的傳送門散發著藍光。距離關閉還有約二十分鐘。在這寂靜空間中,只有傳送門能量微弱的爆裂聲迴盪著,人們開始一個接一個地走了進來。
MKC의 길드장 최석원과 수담의 길드장 윤경수를 중심으로 한 헌터들이다. 힐러와 보조계를 제외하곤 모두 A급 이상인 헌터가 열다섯 명. 거기에 S급 헌터 두 명이 더해졌으니 현존하는 던전은 그 어디든 수월히 공략 가능한 전력이었다.
以 MKC 的公會長崔錫元和水潭的公會長尹敬洙為中心的獵人們。除了治療者和輔助者之外,所有獵人都是 A 級以上,共有十五人。再加上兩名 S 級獵人,現存的地下城無論在哪裡,都能輕鬆攻略的戰力。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짙은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S급 헌터인 최석원 역시 불안감을 완전히 감출 수 없는 기색이었다.
儘管如此,人們的表情中仍籠罩著濃厚的緊張感。身為 S 級獵人的崔錫元,也無法完全掩飾心中的不安。
“이런 식으로 성현제와 다시 붙게 될 줄이야.”
「沒想到會以這種方式再次與聖賢帝對決。」
던전 브레이크가 빈발하던 시기, 브레이크 지역에서의 헌터 간의 전투는 잦은 편이었다. S급 헌터끼리야 그 수가 적은 만큼 맞붙는 일도 드물었지만 없지는 않았다. 최석원 또한 성현제와 맞붙은 적이 있었다.
在地城崩壞頻繁發生的時期,崩壞區域內獵人之間的戰鬥相當頻繁。S 級獵人之間因為人數稀少,對決的機會雖然少,但並非沒有。崔錫元也曾與成賢濟交手過。
싸움은 그리 길지 않았고, 최석원은 확실하게 패배했다. 메울 수 없는 간격을 느낀 그가 성현제에게 덤비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戰鬥並不長久,崔錫元徹底敗北了。感受到無法彌補的差距後,他再也沒有向成賢濟挑釁過。
“성현제에 한유현, 그리고 문현아까지. 그 세 놈은 확실히 미쳤어.”
「聖賢帝、韓有賢,還有文賢兒。那三個傢伙確實瘋了。」
최석원이 군소리처럼 중얼거렸다. 특히 뒤의 둘은 시비 걸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기로 유명했다. 성현제는 그나마 자기 구역 밖으론 잘 나오지 않았지만 한유현과 문현아는 언제 어디서 재수 없게 마주쳐 버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자기들끼리도 불꽃 튀기긴 마찬가지였다.
崔錫元像嘟囔似地喃喃自語。尤其是後面的兩個,以積極尋找挑釁對象而聞名。成賢濟倒是很少走出自己的地盤,但韓有賢和文賢雅卻不知道什麼時候、在哪裡會不巧碰上。當然,他們彼此之間火花四濺也是一樣。
A급 이하는 시시해서인지 건드리지 않았지만, 다른 S급들에게는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름에 현자가 들어가는 게 문제 아니냐는 헛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A 級以下因為太無聊所以沒動手,但對其他 S 級來說,這簡直是災難中的災難。甚至有人胡說,問題是不是出在名字裡有「賢者」兩字。
“벌써부터 겁먹은 건가. 한심하군.”
「已經開始害怕了嗎?真是可悲。」
윤경수의 이죽거림에 최석원도 지지 않고 비웃음을 던졌다.
尹敬秀的嘲弄,崔錫元也不甘示弱地回以冷笑。
“열 살은 더 어린 놈한테 꼼짝 못 하고 눈치만 살피는 것보다야 낫지.”
「總比被比自己小十歲的傢伙牽著鼻子走、只能小心翼翼地察言觀色要好。」
“닥쳐.” 「閉嘴。」
“스탯 F급짜리가 눈앞에서 무방비하게 오가도 손가락만 쭉쭉 빨고 말 정도로 쫄아 있잖아. 그러니 한유현이 수담을 그냥 내버려 뒀지.”
「明明是個 F 級屬性的傢伙就在眼前毫無防備地來來去去,你卻只能乾瞪眼,連手指頭都只能一直吮吸著,嚇得要死。這就是為什麼韓有賢才會放任秀潭不管。」
이가는 소리가 으드득 들려왔다. 얼굴은 흉흉하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윤경수는 더 대꾸 않고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최석원의 말대로 그는 한유현에게 완전히 짓눌려졌다. 운 좋게 S급으로 각성한 어린애. 그 짧은 평가가 공포심으로 바뀐 후부터 반항은 꿈도 못 꾼 채 속으로만 삭혀 왔다.
磨牙的聲音嘎吱作響。臉龐扭曲得兇狠,但尹慶秀沒有再回嘴,只是盯著傳送門。正如崔錫元所說,他完全被韓有賢壓制住了。幸運地覺醒為 S 級的孩子。那短暫的評價一轉為恐懼後,他連反抗的念頭都不敢有,只能在心裡默默忍受。
“애지중지하는 피붙이를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잘라 보내 주면 그놈 얼굴도 볼만해질 거다.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把你那珍愛的親人,從手指頭開始一根根割下去送給他,那傢伙的臉色也會好看起來的。真是讓人期待啊。」
“죽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我不是說過不要殺他嗎。」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 한유현과 닮았더군. 그러니 더더욱—”
「只要命還在就行了吧。親眼看到後,發現他比想像中更像韓有賢呢。所以更是——」
윤경수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두 팔을 교차해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렸다.
尹慶秀話還沒說完,就交叉雙臂抬到臉前。
퍼억! 啪嗒!
“큭!” 「啾!」
반사적인 가드에 날카로운 킥이 내리꽂혔다. 완벽한 자세로 막아 냈음에도 윤경수는 강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밀려났다. 그런 그를 황금색 눈동자가 경멸 어린 비웃음을 담아 바라보았다.
反射般的防守迎來銳利的踢擊。即使以完美的姿勢擋下,尹慶秀仍感受到強烈的疼痛,身體被往後推開。那雙金色的眼眸帶著輕蔑的嘲笑凝視著他。
“약해빠진 것들이란.” 「真是一群軟弱無力的傢伙。」
들어 올렸던 다리를 내리며 리에트가 혀를 쯧 찼다.
放下剛抬起的腿,麗艾特咂了咂舌。
“저보다 강한 상대에게 겁을 먹었으면 꼬리 말고 그대로 구석에 처박혀야지, 엉뚱한 사람에게 분풀이할 생각이나 해? 어쩜 저렇게도 한심할까. 그러고도 S급 전투 헌터랍시고 목에 힘주고 다녔겠지. 거시기 떼 버리지 그래? 응?”
「比起害怕比自己強的對手,應該不是逃跑而是乖乖躲到角落裡吧,怎麼會想到要向無辜的人發洩呢?真是可悲至極。即使如此還自詡為 S 級戰鬥獵人,走路都擺出一副高高在上的樣子。那個東西不早點丟掉嗎?嗯?」
“…젠장할.” 「……該死。」
윤경수가 이를 갈며 리에트를 사납게 노려보았지만 그뿐이었다. 접근해 온 것을 제대로 감지하지도 못한 상대다. 심지어 단 한 번의 공방으로도 힘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다른 때라 해도 쉽게 덤벼들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더더욱 싸울 때가 아니기도 했다.
尹慶洙咬牙切齒,兇狠地瞪著麗艾特,但也只能如此。對方根本沒察覺到自己已經接近。甚至只經過一次交手,就能明顯感受到力量的差距。即使是在其他時候,也不會輕易出手,但現在更不是戰鬥的時候。
그런 남자의 모습에 리에트가 시시하다는 듯 입꼬리를 내렸다.
看到那樣的男人模樣,麗艾特不屑地勾起嘴角。
“아이 참, 정말 재미없네. 어쩌다가 이런 시시한 애들과 합류하게 되었을까.”
「哎呀,真是無聊透頂。怎麼會跟這些無趣的傢伙湊在一起呢。」
뒷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他粗魯地抓了抓後腦勺,然後深深嘆了口氣。
“전용기 보내 준 건 고마웠어, MKC.”
「謝謝你派專機來,MKC。」
“천만에. 잘 부탁하지.” 「不客氣。請多多關照了。」
윤경수와 달리 최석원은 한결 안심하는 표정으로 리에트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해 볼 만하겠다 싶어졌다.
與尹敬秀不同,崔錫元帶著更加安心的表情望向麗艾特。現在終於覺得可以好好試一試了。
리에트는 몸을 휙 돌려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麗艾特迅速轉身,朝傳送門方向邁步走去。
“자자, 얼른 가서 일 끝내자고. 우리 자기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來來,快點去把工作做完吧。不能讓我們家寶貝等太久。」
그녀가 먼저 던전에 발을 들이고 남은 사람들도 하나둘 게이트 너머로 사라져 갔다. 실내는 다시금 침묵에 잠기고, 예정보다 이르게 게이트가 비활성화되었다.
她率先踏入地下城,剩下的人也一個接一個地消失在傳送門的另一端。室內再次陷入寂靜,傳送門比預定時間更早地被關閉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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