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노아 第 87 話 諾亞
옥상정원은 엉망이었다. 屋頂花園一片狼藉。
제 형체를 찾아볼 수 없게 된 테이블, 파헤쳐진 바닥과 부러진 나무, 독기가 진득하게 늪처럼 고이기까지 해 그 근처론 A급 헌터들도 쉽게 접근을 못 할 정도였다.
桌子已經看不出原本的形狀,地板被掘開,樹木折斷,毒氣濃稠如沼澤般積聚,連 A 級獵人也難以靠近。
거기에 더해 아직 얼어붙은 잔디와 정원수가 여름 햇살 아래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린다.
此外,仍然結冰的草地和庭園樹在夏日陽光下滴落著水珠。
바로 어제 이사 왔는데.
明明才是昨天才搬來的。
‘건물이라도 멀쩡하니 다행이지만.’ 「建築物還算完好,真是幸運。」
S급 헌터끼리 붙었는데 이 정도면 무척이나 양호하긴 하다. 예림이가 레벨 낮은 동결위주 마법계고 노아도 최적화 초기 스킬 보면 원래는 보조계였던 덕분이겠지. 공격할 때 쓴 스킬이 전부 디오 발쉐시스 칭호와 관련된 듯하니 아직 스킬 사용에 숙달되지도 못했을 테고.
S 級獵人之間的對決,能保持這種程度已經相當不錯了。예림是低等級以冰凍為主的魔法系,노아從最初的優化技能來看,本來是輔助系的關係吧。攻擊時使用的技能似乎全都與디오 발쉐시스稱號有關,顯然還沒熟練掌握技能的使用。
노아는 송태원을 포함한 협회 측 헌터들과 함께 떠났다. 누나 일만 아니면 멀쩡하게 성격 좋아 보였으니 괜찮겠지.
노아和包括송태원在內的協會獵人們一起離開了。只要不是姐姐的事,他看起來性格還挺好,應該沒問題。
“아저씨! 아저씨도 치료받아야죠!” 「大叔!大叔你也得接受治療啊!」
완전히 쌩쌩해진 예림이가 얼른 오라고 손짓한다. 정원에 있는 수돗물을 뒤집어썼는지 홀딱 젖어 있다. 핏물이 씻겨 나간 팔이 언제 다쳤었냐는 듯 흠 하나 없이 매끈하다.
完全恢復精神的예림揮手示意快點過來。她似乎被花園裡的水龍頭水潑了一身,濕透了。被洗去血跡的手臂光滑無瑕,彷彿從未受過傷。
역시 상급 힐러가 좋긴 좋구나. 마나포션만 챙겨 주면 귀한 상급 생명력 포션을 펑펑 쓸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
果然高級治療師就是好。只要準備好魔力藥水,就能盡情使用珍貴的高級生命藥水,簡直是如虎添翼。
“난 이미 포션 썼—”
「我已經用了藥水——」
촤악. 刷地一聲。
다가가자마자 예림이가 물 양동이를 내 머리 위로 뒤엎었다. 여름이라지만 쏟아지는 물이 차갑다.
我剛走近,예림就把一桶水倒在我頭上。雖然是夏天,但潑下來的水還是冰涼的。
“에이, 아직 흉터 남았네. 힐러 아저씨, 여기요!”
「哎呀,還留著疤痕呢。治療師大叔,這邊!」
공중에 살짝 뜬 채 내 상처를 확인한 예림이가 힐러를 부른다. 힐러나 포션 있을 땐 상처를 빠르게 씻어내어 확인 후 치료하는 게 맞긴 하다만 정말 거침없구나. 애가 좀 터프해.
예림輕輕懸浮在空中,檢查我的傷口後叫來了治療師。雖說有治療師或藥水的時候,先快速清洗傷口再確認治療是正確的,但她真是毫不客氣。這孩子挺硬朗的。
덕분에 나도 상흔을 깨끗이 지웠다. 성현제는 일이 있다며 힐러와 함께 돌아가고 뒤처리를 위한 사람들만 몇 남았다.
多虧如此,我的傷痕也被徹底清理乾淨了。성현제說他有事,和治療師一起離開了,只剩下幾個人留下來處理後續事宜。
들어가서 씻고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뭔가 피곤해져서 그냥 근처 벤치에 걸터앉았다. 젖은 채로 들어가면 물기 흘린 것도 닦아야 하잖아. 여름 볕도 좋겠다 좀 말리고 가자.
應該進去洗澡換衣服才對,但感覺有點累,就乾脆坐在附近的長椅上。濕答答地進去還得擦掉滴落的水珠。夏日的陽光正好,先曬乾再走吧。
“아저씬 또 언제 그런 이상한 여자랑 알게 된 거예요?”
「大叔你又是什麼時候認識那種奇怪的女生的?」
예림이가 옆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藝琳坐在旁邊問道。
“SNS.” 「SNS。」
“이게 바로 SNS의 폐해라는 거구나.”
「這就是 SNS 的害處啊。」
예림이가 독 처리 중인 헌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만.
예림看著正在解毒的獵人們,喃喃自語著。雖然覺得有點不一樣。
“암튼 역시 사랑 소리 쉽게 하지 마세요. 아까 봤잖아요, 이상한 여자가 사랑한다니까 그 미친놈 눈 돌아가는 거. 왜 애꿎은 아저씨한테 화풀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친놈이라서 그런가? 자기 상태가 이상하면 금지어 같은 거 미리 전달해 줬어야지.”
「總之,還是別輕易說愛啊。剛剛不是看到了嗎,那個奇怪的女人一說愛,那瘋子眼睛都快翻白了。不知道他為什麼要對無辜的大叔發火。是因為他是瘋子嗎?狀態不對的話,應該事先告知什麼禁語之類的。」
“나도 이젠 할 생각 없어.”
「我現在也不打算說了。」
그냥 마음 편히 몬스터나 키우고 말란다. 5년 안에 채울 수 있겠지. 오늘 일도 그렇고, 예림이만 봐도 키워드 자꾸 꺼내는 거 슬슬 위험할 듯도 하고.
就只是想輕鬆養養怪物而已。五年內應該能湊齊吧。今天的事也是,光看著예림,老是提起關鍵字,感覺有點危險了。
‘처음엔 분명 키워드 남발할 생각 없었는데, 이것도 공포 저항 영향인가.’
「一開始明明沒打算亂用關鍵字,這也是恐懼抗性影響嗎。」
겁 없이 뒷감당 생각 않고 저지르고 있잖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성현제한테 키워드 말한 것도 진짜 미친 짓인 거 같다. 그 인간한테 키워드 적용시켜서 뭐 하려고. 정기적으로 만남 가지며 내새끼 스킬 써 줘서 키워 주게?
毫無畏懼,完全不考慮後果就亂來。仔細想想,跟성현제說關鍵字也真的是瘋了。打算拿那傢伙來套用關鍵字做什麼?定期見面,讓他用我的技能幫忙養成我的孩子?
이젠 이미 S급인 인간들은 건드릴 생각도 말아야지. 비각성자도 최적화 각성 힘들 거 같은 S급 이상 특수 스킬 보유자한테나 쓸 테다. 물론 뒷조사 철저히 해서.
現在已經是 S 級的人類,連碰都別想碰。非覺醒者也只會用在擁有 S 級以上特殊技能、覺醒難度極高的最適化覺醒者身上。當然,背後調查要徹底。
‘칭호가 완벽한 양육자라서 긍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했는데.’
「稱號是完美的養育者,所以我只往正面想。」
부정적이더라도 양육자로서의 영향력이 크면 키워드 효과가 나타나는 거였나.
即使是負面,只要作為養育者的影響力大,關鍵字效果就會顯現嗎。
따지고 보면 리에트도 제 나름 정성 들여 동생을 키운 거긴 할 터다. 학원 뺑뺑이 돌리고 자식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며 쉬지 못하게 닦달하는 부모의 S급 심화편쯤 되려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일이야, 나도 힘들어, 돈도 들이고 시간도 들였잖아.
仔細想想,麗艾特也算是用心養育弟弟的吧。像是學院裡繞圈子、監視孩子的一舉一動、不讓他休息的父母的 S 級強化版吧。這都是為了你好,我也很辛苦,花了錢也花了時間啊。
그래서 A급이 S급 되긴 됐다. 그 속을 모르고 겉만 보면 성공한 거다.
所以 A 級確實變成了 S 級。只看表面,不了解內情的話,就會覺得是成功了。
“…내가 좀 안일하긴 했지.”
「……我確實有點掉以輕心了。」
“좀이 아니죠. 요즘 아저씨 보면 토끼 같아요.”
「一點也不只一點。最近看到大叔,感覺像隻兔子。」
“뭔 소리냐.” 「你在說什麼啊。」
“간을 배 밖에 두고 다닌다고요. 아까도 그래요. 미친놈 누나도 S급일 텐데 막 화내고. 화낼 만했지만, 아니지, 아저씨는 남이잖아요.”
「肝臟都放在肚子外面走來走去。剛才也是這樣。瘋子姐姐應該也是 S 級,卻一直生氣。雖然有理由生氣,但不對,那位大叔是外人啊。」
“나도 동생 있는 입장에서 남 일 같지가 않아서 그래.”
「我也是有弟弟的人,覺得不是別人的事。」
이미 키워드 적용되었으니 완전 남도 아니고. 스킬 명도 내새끼… 아니, 진짜 그런 건 아니지만. 스킬창 명단 생각하면 스킬명이 영 떨떠름하긴 하다. 사슴새끼 진짜.
既然已經套用了關鍵字,也不算完全是外人。技能名稱還叫做『我的孩子』……不,真的不是那種意思。但想到技能欄的名單,技能名稱還是讓人覺得怪怪的。小鹿寶寶,真是的。
“남 일 맞는데. 게다가 동생을 무슨 자식 키운 것처럼 말해요? 아저씨 고딩 때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그럼 길드장님 열서너 살쯤 되지 않았어요? 그 정도면 거의 다 컸죠. 나도 열다섯 살인데.”
「明明是別人的事。況且你說弟弟好像是自己養的孩子?大叔說過高中時父母去世了吧。那時候公會長應該才十幾歲吧?那差不多已經長大了。我也才十五歲而已。」
“다 크긴 무슨. 그리고 유현이는 유치원 들어갈 즈음부터 내가 돌봤어.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나한테 줬는데.”
「哪有什麼都長大了。而且從유현이要上幼稚園那時起就是我在照顧他。母親節的康乃馨也是他給我的。」
홧김에 그거 다 내다버린 게 가슴 아프다. 5년 말고 7년 전으로 돌려 달라고 할 걸 그랬나.
一氣之下把那些全丟掉,真讓人心痛。早知道就該回到不是五年前,而是七年前。
내 말에 예림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我這麼一說,예림的眼睛睜得大大的。
“부모님 멀쩡히 계신데 왜요? 아저씨도 애였을 거잖아요. …혹시 집안 분위기가 좀, 안 좋았어요……?”
「父母親明明都好好的,為什麼?大叔你以前也一定是小孩啊……難道家裡氣氛有點,不太好……?」
“그런 건 아니고. 맞벌이셨으니까……? 어쩌다 보니? 부모님은 사이 좋으셨어. 퇴근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두 분이서 같이 외식하고 주말에 놀러가고. 동시에 세상 떠나신 것도 여행지에서 사고 당한 탓이었으니까. 주위에 소문 자자할 정도로 잉꼬부부셨지.”
「不是那樣的。因為你們是雙薪家庭……?不知不覺就這樣?父母感情很好。下班後幾乎天天兩人一起外出用餐,週末還會一起去玩。兩人同時去世,也是因為在旅行地發生了意外。周圍的人都說他們是恩愛夫妻,傳得沸沸揚揚的。」
“…좀 특이한 거 같은데요.”
「……好像有點特別耶。」
예림이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했다.
예림輕輕皺了皺眉頭說。
뭐, 세상엔 자식한테 관심 없는 부모도 있긴 하니까. 기본적인 건 다 챙겨 주기도 했고, 주위에선 행복하게 잘 사는 집이란 평이라 나도 그러려니 했다.
嗯,世上也有對子女不太關心的父母。基本的東西都照顧得很好,周圍的人也都說他們是幸福美滿的家庭,我也就這麼想著。
‘그러고 보니 소원석 쓸 때 부모님 생각은 전혀 안 났었네.’
「說起來,用願望石的時候,完全沒想到父母呢。」
유현이밖에 안 보이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 했을 것 같다. 내가 여행 말리거나 충고한다고 해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뭣보다 던전 쇼크를 다시 겪고 싶진 않다.
雖然當時的情況只看得見柳賢,但即使不是那樣,我也不會想回到父母去世之前。就算我阻止或勸告他,他也不太可能聽,況且我更不想再經歷一次地城震撼。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해도 결과까지 같으리란 법은 없잖은가. 만약 유현이가 미처 각성하지 못하고 몬스터에게 공격받기라도 하면… 안 되지.
即使同樣的事情重複發生,結果也不一定會一樣。萬一柳賢還沒覺醒就被怪物攻擊了……那可不行。
‘그래도 새삼 죄송스러워지는구만.’ 「不過,突然還是覺得有點抱歉呢。」
유현이 나오면 납골당에 한번 가 봐야겠다.
柳賢出來的話,得去納骨堂看看。
* * *
상급 각성자를 구속하기 위한 시설은 아직 미흡했다. 특히 S급 전투 헌터라면 갇혀 있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가기관 소속 S급 헌터는 단 한 명뿐이라 일대일로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다. 하여 오늘같이 S급 헌터가 잡혀 들어오는 날이면 헌터용 구치소 전체에 은은한 긴장이 감돌았다.
用來拘禁上級覺醒者的設施仍然不夠完善。尤其是 S 級戰鬥獵人,幾乎等於被關起來了。國家機關所屬的 S 級獵人只有一人,無法做到一對一全天候監視。因此像今天這樣有 S 級獵人被抓進來的日子,整個獵人用拘留所都瀰漫著淡淡的緊張氣氛。
노아 루히르는 면회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날뛰던 때에 비해 많이 차분해졌지만 아직 혼란스러운 기색은 남은 얼굴이다.
諾亞·魯希爾坐在會客室的椅子上。比起之前狂暴的時候冷靜了許多,但臉上仍帶著混亂的神色。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세성의 길드장 성현제가 안으로 들어섰다. 주위의 소리를 차단시키는 아이템을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은 그가 노아의 맞은편에 앉는다.
不久後門打開,世成的公會長成賢濟走了進來。他像是隨手丟下一件能隔絕周圍聲音的道具放在桌上,然後坐在諾亞的對面。
“입국하자마자 사고 치라는 소리는 한 적 없는데.”
「我可沒說過一入境就要你惹事。」
약간 어이없는 듯한 말투였다. 실제로 그로서는 드물게 당황하긴 했다.
語氣中帶著幾分不可思議。實際上,他難得地有些慌亂。
노아의, 디오 발쉐시스의 쌍둥이 칭호에 따른 독 스킬은 S급이다. 웬만큼 등급 높은 독 저항 아이템을 갖췄다 하더라도 스탯 F급이 버텨낼 수준은 아니다. 그나마 즉효성이 아닌, 서서히 상대의 몸을 지배해 가는 일종의 저주성 독이라 급히 힐러를 데리고 사육 시설로 향한 것이었다.
諾亞與迪奧·巴爾謝西斯的雙子稱號所附帶的毒技能是 S 級。即使裝備了相當高等級的抗毒道具,F 級的屬性也無法撐過。所幸這毒不是立刻見效,而是逐漸控制對方身體的一種詛咒性毒素,因此他急忙帶著治療師前往飼養設施。
도착해서 본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지만.
抵達後所見的景象,卻完全出乎預料。
“…죄송합니다.” 「……對不起。」
노아가 말했다. 힘 빠진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리에트 앞에서처럼 겁먹지는 않았다.
諾亞說道。聲音無力,但比起在麗艾特面前,已經不那麼害怕了。
“사과보다는 이유가 듣고 싶군.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라 말이야.”
「與其道歉,我倒是想聽聽理由。這種情況我完全無法理解。」
노아와 리에트의 관계는 성현제도 대충 알고 있었다. 애초에 노아가 성현제의 밑에 들어 간 것도 제 누나를 상대 할 힘을 얻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聖賢帝大致上也知道諾亞和麗艾特的關係。畢竟諾亞一開始加入聖賢帝麾下,也是為了獲得對付自己姐姐的力量。
“쓸 만하게 만들어 놓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렇게 일을 망치는 건 너무하잖나.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제대로 활동하기도 힘들어질 테고.”
「才剛弄得差不多,沒多久就把事情搞砸,這也太過分了吧。照這樣下去,在韓國要好好活動也會變得很困難。」
성현제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
成賢濟誇張地嘆了口氣。
“대가를 치렀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既然付出了代價,就該遵守承諾。」
“…대가라고 해도, 결국 제 누님도 같은 것을 얻지 않았습니까.”
「……就算說是代價,結果你姐姐不也是得到了同樣的東西嗎。」
노아의 눈에 옅은 날이 섰다. 성현제는 아무렇지 않게 그 눈빛을 받아넘겼다.
諾亞的眼中閃過一絲寒光。聖賢帝卻若無其事地接過那目光。
“칭호의 조건이 그런 걸 난들 어쩌겠나. 강해지게 해 주겠다는 말머리에 리에트보다, 라는 조건은 붙지 않았으니 대가가 잘못된 건 아니지.”
「稱號的條件是那樣,我又能怎麼辦呢。說要讓人變強,卻沒說要比麗艾特更強,這條件並沒有錯。」
속사정 다 알면서 뻔뻔하게 내뱉는 말에 노아의 눈썹이 구겨졌다.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성현제를 바라본다.
明明知道內情,卻厚顏無恥地說出這番話,諾亞的眉頭緊皺。同時用不解的目光看著聖賢帝。
이미 충분히 강한 리에트가 디오 발쉐시스의 쌍둥이 칭호를 얻는 것은 성현제에게도 달가운 일은 절대 아닐 터다. SSS급 칭호가 아무리 아깝다고 해도 제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상대에게 넘기는 행동은 역시 이상하다.
已經足夠強大的麗艾特獲得迪奧·巴爾謝西斯的雙子稱號,對聖賢帝來說絕非喜事。即使 SSS 級稱號再珍貴,將它交給能拿刀架在自己脖子上的對手,這行為依然很奇怪。
“대체 왜…….” 「到底為什麼……。」
“그런 사소한 일보다는 왜 한유진 군을 공격했는지 듣고 싶네만. 벌써 두 번째 물었어.”
「比起那些瑣碎的事,我倒是想聽聽你為什麼要攻擊韓有真。這已經是第二次問了。」
노아는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 위에 얹힌 그의 손이 무의식중에 작게 꿈틀인다.
諾亞閉上了嘴。放在桌上的手無意識地微微蠕動著。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從第一次見面開始,我就有種奇怪的感覺。」
“이상한 느낌?” 「奇怪的感覺?」
“예. 누님이나 저와 비슷한, 저주독룡종… 이라고 해야 할까요.”
「是的。應該說是像姐姐妳和我一樣的詛咒毒龍種……吧。」
그걸 느낀 순간부터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이상한 기운만큼은 리에트보다도 강력했다.
從感覺到那股氣息的瞬間起,我就有點緊張了。甚至那股奇怪的氣息,比起麗艾特還要強烈。
“분명 약해 보이고, 약한 것도 맞음에도, 상위종처럼 생각되었습니다.”
「明明看起來很弱,也確實很弱,卻讓人覺得像是上位種一樣。」
“그래서 자네 누님이라도 떠올랐다는 건가?”
「所以你是想起了你的姐姐嗎?」
“…아마도요.” 「……大概是吧。」
고개를 약간 갸웃하며 노아가 대답했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諾亞微微歪著頭回答,聲音中帶著不確定。
한유진을 리에트로 느낀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노아의 두 손이 꽉 맞잡아 얽힌다.
他確實把韓有真當成了莉艾特。即使現在一想到她,心臟依然怦怦直跳。諾亞的雙手緊緊交握在一起。
“저주독룡종이라, 칭호인가? S급 이상의 독 저항이 갑자기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자네나 리에트처럼 저주 저항도 있으려나. 그건 좀 귀찮겠군.”
「詛咒毒龍種,是稱號嗎?我還在想 S 級以上的毒抗是從哪裡冒出來的。難道你和莉艾特也有詛咒抗性?那可真麻煩了。」
성현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스탯 F급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칭호를 얻게 되었는지는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심지어 노아의 말에 따르면 디오 발쉐시스보다 상위다. 비슷하다더라도 SSS급인 것이다.
聖賢帝低聲喃喃自語。對於一個屬性 F 級的人怎麼會得到那樣的稱號,他根本無法猜測。甚至根據諾亞的說法,還比迪奧·巴爾謝西斯更高級。即使只是相似,也應該是 SSS 級的。
‘그런 것치곤 공격형 스킬은 없는 듯하던데… 납치되었을 때?’
「以那種程度來說,似乎沒有攻擊型技能……是在被綁架的時候?」
분명 사망자 둘은 독에, 나머지는 저주 스킬에 당했다고 보고받았다.
明明收到的報告是兩名死者是中毒,其他人則是中了詛咒技能。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성현제가 몸을 일으켰다. 노아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테이블 위의 아이템을 집어 든다.
沉思中的成賢帝起身了。他稍微俯視了一下 Noah,然後拿起桌上的物品。
“한동안은 이대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 두지.”
「暫時就當作彼此沒有關係吧。」
노아의 입국 때, 사육 시설 방문 때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니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사건 관계자로서의 호기심 섞인 면회는 이상할 것도 없고.
Noah 入境時,參觀飼養設施時都沒有反應,應該不會被懷疑。作為事件相關者帶著好奇心的探視也沒什麼奇怪的。
성현제가 떠난 후에도 노아는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밖에서 나오라는 신호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섣불리 들어오지는 못한 채, 문 밖에 발소리들이 어지럽게 오간다.
成賢帝離開後,Noah 依然一動不動地坐在原地。外面傳來讓他出來的信號,但他無視了。門外腳步聲紛亂地來回走動,卻沒有人輕易進來。
‘…한유진.’ 「……韓有真。」
리에트의 목소리가 귓가에 쨍쨍 울린다. 분명 단단히 화가 났겠지. 노아는 무심코 어깨를 움츠렸다.
麗特的聲音在耳邊清脆響起。她肯定是非常生氣了吧。諾亞不由自主地聳了聳肩。
한유진을 향해 드문 호감을 나타내며 잘 대하라고, 잘 보이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것을 넘어서 아예 내쳐졌다. 한국에 들어올 생각 말라던, 얼굴 들이밀 꿈도 꾸지 말라던 화난 목소리가, 리에트의 목소리와 뒤섞인다.
他想起了麗特曾多次叮囑他,要對韓有真表現出難得的好感,好好相處,好好表現。可結果不僅因為自己而關係破裂,甚至被徹底排斥。那句「別想踏進韓國一步」、「連露面都別想」的憤怒聲音,與麗特的聲音交織在一起。
그러다가, 리에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결국엔 끊어졌다.
然後,麗特的聲音漸漸變小,最終消失了。
단호하게. 斬釘截鐵。
“아…….” 「啊……。」
노아는 어느새 날카로워진 손톱에 찍힌 자신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피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마취라도 된 듯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諾亞不知何時已經盯著被尖銳指甲劃破的手背看去。血流了出來。但彷彿被麻醉了一般,並沒有感覺到疼痛。
통증 대신 전신을 가득 채운 것은 두려움 섞인 조급함이었다.
取而代之充滿全身的,是摻雜著恐懼的焦躁不安。
덜컹. 咯噔。
그는 결국 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他終究忍不住,猛地站起身來。
* * *
“준비는 완벽해.” 「準備得很完美。」
각종 놀이도구를 거실에 펼쳐 놓고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他將各種遊樂器具攤開在客廳,滿足地喃喃自語。
“역시 푹 자게 하려면 실컷 놀아 주고 힘을 빼는 게 최고지.”
「果然要讓他好好睡一覺,還是得盡情玩耍,把力氣耗盡才行。」
지난 밤 코메트가 가장 오래, 한 시간 동안 잠들었던 건 신나게 놀고 난 다음이었다. 그 뒤에도 한 시간 동안 놀았지만 지쳐 적당히 받아 줬더니 삼십 분 만에 깨어났다.
昨晚,Comet 睡得最久的一次,是玩得最開心、玩了一個小時之後。之後雖然又玩了一個小時,但他累了,我適度地讓他休息,結果三十分鐘後就醒了。
그러니 있는 힘껏, 최대한 긴 시간을 놀아 주면 길게 잠들어 있을 것이다. 제발 그래라.
所以,只要用盡全力,玩得越久,他就會睡得越久。拜託了,拜託如此。
‘유니콘들처럼 사육장에 맡기기엔 애가 너무 어리고.’
「像獨角獸們那樣交給飼養場照顧,孩子還太小了。」
게다가 유니콘은 둘이 딱 달라붙어 있어 날 별로 찾지도, 외로워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코메트는 깨어났을 때 내가 안 보이면 삑삑 울며 여기저기 날 찾듯 날아다녔다.
而且獨角獸兩隻緊緊依偎著,幾乎不會找我,也不會感到寂寞。相反地,彗星一醒來如果看不到我,就會吱吱叫著飛來飛去四處尋找我。
하니 어쩔 수 있나. 한동안 낮잠 자며 버텨야지. 그나마 블루는 낮에 사육장에 맡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삐약이야 먹보 모드일 때만 아니면 얌전하고. 요즘 아동용 장난감에 재미 들려서 혼자서도 잘 논다.
唉,也沒辦法。只能暫時靠午睡撐過去。幸好藍寶白天可以寄放在飼養籠裡。小啾只要不是貪吃模式就很乖。最近迷上了兒童玩具,自己一個人也能玩得很開心。
- 삐약! - 啾!
삐약이가 종종종 다가와 발치에서 다시 한 번 삐약, 울었다.
小啾蹦蹦跳跳地走過來,在腳邊又吱吱叫了一聲。
“왜 그래, 삐약아. 퍼즐 다 맞췄어? 엎어 줄까?”
「怎麼了,小啾?拼圖都拼好了嗎?要我幫你翻過來嗎?」
- 삐약삐약! - 啾啾啾!
파닥거리며 뛰는 포즈가 안아 달라는 거로구만. 폴짝이는 솜털뭉치를 들어 올리자 이내 얌전해진다. 블루는 이미 잠들었고, 삐약이도 슬슬 재울까.
掙扎著跳動的姿勢就是在說想被抱抱。把這團跳躍的絨毛球抱起來後,牠立刻安靜下來。Blue 已經睡著了,是時候也讓小啾睡覺了。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살짝 굳어진 송태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這時手機響了。接起電話,聽到宋泰元帶著些微僵硬的聲音傳來。
[지금 집에 혼자 계십니까?]
【你現在一個人在家嗎?】
“네? 일단은요.” 「欸?暫時是這樣。」
유명우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상태라. 어느 샌가 나타나서 밥해 주고 사라진다. 우렁각시인가.
柳明宇處於既不在也不不在的狀態。不知不覺中出現,煮飯給人吃,然後又消失了。難道是守護神嗎?
[노아 루히르가 사라졌습니다. 혹 모르니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해연에 연락했으니 곧 김성한 헌터가 도착할 겁니다.]
【諾亞·魯希爾已經消失。為了安全起見,請絕對不要外出。我已經聯絡了海延,金成漢獵人很快就會到達。】
“…예, 알겠습니다.” 「……是,明白了。」
사라졌다니, 어디로 간 거지. 칭호가 같으니 노아에게도 리에트처럼 몸을 숨기는 스킬이 있었을지도. 그럼 찾기 힘들 것이다.
消失了,究竟去哪了呢。稱號相同,也許諾亞也有像麗艾特那樣隱藏身形的技能。那樣的話就很難找到他了。
‘구치소에 넣어 놓고 천천히 달래 보려 했는데, 곤란하네.’
「本想把他關進拘留所,慢慢哄他,真是麻煩啊。」
안정된 줄 알았는데 이러다 또 날 찾아오거나… 설마?
本以為已經安定下來,結果這樣說不定又會來找我……不會吧?
삐약이를 내려놓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현관문 바로 앞은 물론이요, 미니포털 입구 주변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벽에 붙어 있었다.
放下小啾,走向玄關。牆上貼著監視器,不僅能看到玄關門口,連迷你傳送門入口周圍也能一覽無遺。
선명하게 비치는 화면 너머로, 포털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백금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透過清晰顯現的畫面,可以看到在傳送門旁蹲坐著一位白金髮的青年。
‘…아니 무슨 내쫓긴 강아지도 아니고.’
「……不是說像被趕出去的小狗嗎。」
왜 저기서 저러고 있냐. 일단 김성한에게 건물 밖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둘이서 건물 내에서 싸우기라도 했다간 순식간에 홈리스 된다.
為什麼會在那裡那樣?先傳了簡訊給金成漢,請他在建築外稍等一下。兩個人在建築內打起來的話,分分鐘就會變成無家可歸者。
이어 미니포털 쪽과 연결된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接著拿起連接到迷你門戶的對講機聽筒。
“노아 씨?” 「諾亞先生?」
노아가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든다. 내 목소리만 듣고 흥분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 살짝 겁먹어 보일 뿐이다.
諾亞抬起埋在膝蓋間的頭。我擔心他只聽到我的聲音會不會激動,但幸好他看起來只是稍微有點害怕。
“무슨 일 있었어요?” 「發生什麼事了?」
최대한 상냥하게 묻자 슬금슬금 몸을 일으킨다.
盡量溫柔地問,她慢慢地坐了起來。
[…아니요, 그냥. 조금 무서워져서요…….]
[…不,沒什麼。只是有點害怕……]
“리에트가요?” 「是關於麗艾特嗎?」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일 크게 쳤으니 후환이 두렵긴 하겠지. 눈동자가 잘게 떨리는 것이 절로 혀를 차게 만든다. 하여간 리에트 진짜.
她點了點頭。畢竟事情鬧得這麼大,害怕後患也是理所當然。她的眼珠微微顫抖,讓人不禁咂舌。真是的,麗艾特啊。
“들어올래요?” 「要進來嗎?」
무심코 말했다가 당황했다. 아니, 이건 아니지. 다행히 노아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不經意地說出口後感到慌張。不,這樣不行。幸好是諾亞先搖了搖頭。
[아뇨… 또, 못 참을지도 몰라서……. 그냥 여기에 잠시 있으면 안 될까요……? 아침까지만이라도요.]
【不……我可能又忍不住了……能不能就暫時待在這裡……?至少待到早上。】
“네. 괜찮아요. 하지만 아침에 얌전히 구치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好,可以。但早上必須乖乖回到拘留所。」
노아가 끄덕거리는 것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불편할 텐데.
看著諾亞點頭,忍不住嘆了口氣。他一定很不舒服吧。
수화기를 내려놓고 송태원에게 전화했다. 노아가 포털 앞에 있으며 아침에는 얌전히 돌아가기로 약속했다니까 한참 침묵하다가 알겠다고 말한다.
放下電話後,撥給了宋泰元。告訴他諾亞就在入口處,早上答應會乖乖回去,對方沉默了好一會兒才說知道了。
[순순히 협조하겠다면 기다리는 편이 낫겠지요. 저도 그리로 가겠습니다.]
【如果願意配合的話,還是等著比較好。我也會過去那邊。】
“아침에 오셔도 될 것 같은데요. 김성한 헌터도 이미 와 있습니다.”
「早上過來也可以。金成漢獵人已經到了。」
[만약의 사태 때 최소한의 피해로 제압하려면 저도 합세하는 편이 좋습니다.]
【如果要在最壞的情況下以最小的損害壓制,還是我一起參戰比較好。】
“…구치소로 바로 돌아가라고 설득해 볼까요?”
「……要不要試著說服他直接回拘留所?」
[아닙니다. 밤새 뒤지고 다니는 것보다야 낫지요.]
【不必了。比起整晚到處追查,這樣反而好。】
그야 그렇지만. 직원용 숙직실이 잘 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雖然是這樣沒錯。幸好員工值班室設備完善。
김성한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전달하고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노아는 처음 본 그 자세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다.
也向金成漢傳達了類似的內容,然後又將視線轉回螢幕。諾亞依舊蜷縮著,保持著初次見面時的姿勢。
그리고 아침에, 약속대로 얌전히 구치소로 돌아갔다.
隔天早晨,按照約定乖乖地回到了拘留所。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유현이가 던전을 나왔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剛剛鬆了口氣,卻立刻接到消息,柳賢已經離開了地城。比預期的還要快得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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