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다는 걸 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을 듣고 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자고 올 거면 연락해줘요.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金旼炡은 그런 말을 남겨두고 다시 침대로 몸을 뉘였다. 刘知珉은 침실을 나서면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빨래함에 넣어뒀다.
虽然不知道为什么会觉得有约在身是件好事,但听到回答后心情轻松了许多,可以出门了。要是要留宿的话就联系我。在更衣室换好衣服出来后,金旼炡留下这样的话就重新躺回床上。刘知珉离开卧室时把掉在地上的衣服捡起来放进了洗衣篮。
주말이라서 차가 막힐 것을 계산하고 일찍 출발을 했지만 날을 잘 잡았는지 교통체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았다. 도착 예정 시간은 늘어나거나 멈추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단히 줄어들었다. 날씨도 적당히 맑았다. 신호에 걸리면 잠깐 창문을 내려 바깥을 구경하기 알맞았다.
考虑到周末会堵车就早早出发了,但似乎选对了时间,交通并不是特别拥堵。预计到达时间随着时间流逝不断缩短,既没有延长也没有停滞。天气也适中晴朗。遇到红灯时,稍微降下车窗欣赏外面的景色正合适。
어버이날에도 찾아가지 못했으니 집에서 얼굴을 보는 것은 최소 두 달만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刘知珉은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걸어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예상과 달리 환대는 단출했다. 할아버지는요? 할머니랑 같이 세미나 가서 내일 오후에나 오셔. 인기척을 느끼고 다가오던 해피는 그새 제 얼굴을 잊었는지 으르렁거리다 모친의 뒤로 몸을 숨겼다.
父母节也没能去看望,在家见面至少已经两个月了。刘知珉把车停在停车场后,穿过整洁的庭院走向玄关。输入密码进到里面,迎接却出乎意料地简单。爷爷呢?和奶奶一起去参加研讨会了,明天下午才回来。感觉到动静走来的小狗 Happy 似乎已经忘记了她的脸,先是低声咆哮,然后躲到了母亲身后。
"아버지는요?" 爸爸呢?
"뒷마당에서 불 피우고 있어." 在后院生火。
"왜요?" "为什么?"
"그냥 뭐 고기랑 이것저것 구워 오라고 시켰지."
就让她烤烤肉啊什么的。
"지금 화구가 4개 돌아가는데? 언니도 와?"
"现在有 4 个炉子在用?姐姐也来吗?"
모친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刘知珉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손바닥만한 인형을 발견하고 복도 쪽으로 던져줬다. 쪼르르 뛰어가서 인형을 물어뜯는 해피에게 이리오라며 손을 휘적이자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뛰어와서는 물고 있던 것을 내려뒀다. 물론 제가 아닌 모친에게로. 기가 찬 刘知珉이 인형을 빼앗으려 들자 해피는 지지 않고 목청 높여 짖기 시작했다. 짐 챙겨서 내려오던 중에 교수님한테 붙잡여 수술실로 끌려갔다는 첫째의 소식을 전하던 모친은 바닥에 누워 해피와 기싸움을 벌이는 막내를 바라보다 헛웃음을 터트렸다.
母亲轻叹一声,摇了摇头。刘知珉环顾四周,发现了一个巴掌大的玩偶,便朝走廊方向扔了过去。看着欢快地跑过去咬玩偶的 Happy,她挥手示意它过来,Happy 就像听懂了一样跑了过来,把咬着的玩具放下了。当然不是放在她面前,而是放在了母亲面前。看到这一幕的刘知珉气结,想要去抢玩偶,但 Happy 不甘示弱,开始大声吠叫。母亲正在讲述大姐收拾行李下楼时被教授抓去手术室的消息,看着躺在地上与 Happy 较劲的小女儿,不禁笑出了声。
"그래서 언니는 온다고?" "所以姐姐到底来不来?"
"못 오니까 돌아가는 길에 병원 좀 들러 네가."
"既然来不了,你回去的路上去趟医院吧。"
"귀찮은데." "好麻烦啊。"
"지현이한테 일러준다." "我要告诉智贤了。"
"그러게 내과 가서 나중에 개원하라니까 굳이 서저리과를 가서 사서 고생이야."
"我说了让你去内科之后开诊所,你非要去外科给自己找罪受。"
"그래도 언니는 그 고생하면서도 하루에 한 번은 연락해. 刘知珉이만 아주 가면 갈수록 미운 짓을 골라서 하지. 엄마가 너 그렇게 키웠어?"
"可是姐姐再累也每天至少联系一次。刘知珉倒好,越来越会挑让人生气的事做。妈妈是这样教你的吗?"
"아빠 혼내줘. 나 지방 안 보내줄거래."
"爸爸你教训她。她说不让我去地方。"
몰래 해피 옆에 놓인 인형을 가져가려다 손가락이 물린 刘知珉은 앓는 소리를 내며 모친에게 투정을 부렸다. 모친은 아프지 않게 刘知珉의 등을 내리치고 해피를 품에 안았다.
刘知珉偷偷想拿走放在 Happy 旁边的玩偶时被咬到了手指,她呻吟着向母亲撒娇。母亲轻轻拍打刘知珉的背,把 Happy 抱在怀里。
"서울에 있어도 이렇게 몇 달만에 집에 오는데, 지방 가면 반 년에 한 번 얼굴 보여주려고? 됐네요 유 검사님."
"在首尔的时候都是几个月才回家一次,去了地方就打算半年才露一次面吗?算了吧,刘检察官。"
거실 바닥에 아예 대자로 누운 刘知珉은 기어코 쟁취한 인형을 해피를 향해 흔들며 중얼거렸다. 여기에 내 편은 한 명도 없어. 할아버지 보러 갈래. 모친이 해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복도 끝 어딘가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넘어왔다. 刘知珉이 고개만 들고 다가오는 사람을 올려다보다 손을 휘적였다.
刘知珉整个人摊在客厅的地板上,拿着好不容易抢到的玩偶对着 Happy 晃了晃,喃喃自语道:这里一个帮我的人都没有。我要去找爷爷。母亲一边抚摸着 Happy 的头一边忍不住笑了。走廊尽头传来一阵嘈杂声。刘知珉抬起头看着走近的人,挥了挥手。
"일찍 왔네?" "来得真早啊?"
"장관님 저 땅끝 마을 가고 싶어요."
"部长,我想去海角村。"
"다음 휴가 때 다녀오세요." "下次休假的时候去吧。"
"아버지 막내딸 거기 가면 금방 연애 할 것 같아요."
"父亲,小女儿去那里的话很快就会谈恋爱的。"
"누구 하나 데리고 온 다음에 그 소리 하세요. 허우대 멀끔하게 낳아줬더니 제대로 써먹지도 못 하면서 아주 입만 살았어."
"等你带个人回来再说这话吧。给你生了这么好的相貌,却连好好利用都不会,就只会嘴上说说。"
철없는 투정을 가뿐히 응수한 부친은 부엌으로 유유자적 걸어갔다. 刘知珉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입술을 비죽였고, 모친은 해피를 바닥에 내려두며 刘知珉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가서 밥 먹자. 복도 중간에 있던 제 집으로 걸어가던 해피는 그 말을 용케 알아듣고 멈춰서서 刘知珉을 쳐다봤다.너 안 주고 내가 다 먹을 거야. 해피는 인형을 물고 다가오다 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父亲轻松地回应了这幼稚的撒娇,悠闲地走向厨房。刘知珉盯着父亲的背影撇了撇嘴,母亲把 Happy 放在地上,轻轻拍了拍刘知珉的脸颊。去吃饭吧。正走向走廊中间自己家的 Happy 似乎听懂了这句话,停下脚步看着刘知珉。不给你吃,我要全部吃掉。Happy 叼着玩具走过来,用脚踩了踩地板。
"해피한테 왜 그래 너는 자꾸."
"你为什么总是针对 Happy。"
"라이벌이잖아. 예쁨을 다 뺏겼어." "因为是竞争对手啊。把所有的宠爱都抢走了。"
"집에 좀 자주 오든가 그러면."
"那你就多回家看看呗。"
刘知珉은 느작거리며 걷다가 뒤에서 모친을 끌어안았다. 사회생활 너무 고달파 이걸 어떻게 몇 십년이나 했어요.의자를 빼주던 모친은 제 어깨에서 얼굴을 부비작거리는 刘知珉을 살펴보다 넌지시 말했다. 그러니까 효도 해야겠어 안 해야겠어. 刘知珉이 살짝 고개를 들고 모친을 마주봤다.
刘知珉慢吞吞地走过去从后面抱住了母亲。工作太辛苦了,这样的日子怎么能过几十年啊。正在拉椅子的母亲看着把脸在自己肩膀上蹭来蹭去的刘知珉,意有所指地说道。所以要孝顺还是不孝顺呢。刘知珉微微抬头看向母亲。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 "在这里还能怎么做得更好。"
"엄마아빠가 바라는 거 딱 하나 남았어."
爸爸妈妈期待的事只剩一件了。
모친이 刘知珉의 볼을 아프지 않게 잡았다 놓았다.刘知珉은 그 손을 잡아 자신의 머리에 올려뒀다. 모친이 부드럽게 웃으며 한참동안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刘知珉을 의자에 앉혔다. 그릇을 내려두던 부친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냐오냐 해주지 마요 버릇 나빠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기 바빴다.식사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母亲轻轻捏了捏刘知珉的脸蛋。刘知珉抓住那只手放在自己头上。母亲温柔地笑着,抚摸了她的头发许久,然后让她坐在椅子上。正在放碗的父亲看到这一幕,微微摇了摇头。别这么宠着她,会把她惯坏的。嘴上虽然这么说,却忙着给她饭上加菜。这顿饭持续了很长时间。
양친은 본인들의 밥과 국이 미지근하게 식을 때까지 刘知珉을 챙겼고, 먼저 밥그릇을 말끔히 비워낸 刘知珉은 번갈아 가며 양친에게 쌈을 싸주다가 채근에 못 이겨 새로 밥을 떠왔다. 어느 정도 배가 찼다 싶으면 이번에는 모친이 먼저 운을 떼며 刘知珉에게 물었다. 헤어진 지도 꽤 되지 않았어? 잔을 집어들려던 刘知珉의 손이 삐끗하고 미끄러지자 유리끼리 부딪히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모친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 잔을 쥐여줬고, 부친은 시보 때 만나던 사람 말하는 거냐며 덧붙였으며, 刘知珉은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물을 마셨다.
父母一直忙着照顾刘知珉,直到自己的饭菜都凉了。刘知珉先把饭碗吃得干干净净,然后轮流为父母包韩式生菜包,在她们的催促下又盛了一碗饭。当大家都差不多吃饱时,这次是母亲先开口问刘知珉。分手也有一段时间了吧?刘知珉正要拿起杯子的手滑了一下,玻璃杯相互碰撞发出令人不悦的声音。母亲微微皱眉递给她酒杯,父亲则补充道是说实习期间交往的那个人吗,刘知珉强忍着慌乱喝了口水。
그래도 숨긴다고 숨겼는데 티가 아주 안 날 수는 없었다. 누구와 언제부터 연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즈음에 만나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건 가족들도 어렴풋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잔을 채우던 刘知珉이 해피 산책은 언제 시켜야 되냐며 괜히 말을 돌렸다.
虽说是想瞒着,但还是无法完全不流露出一点痕迹。虽然不知道是跟谁从什么时候开始恋爱的,但家人们似乎也模糊地察觉到她那时候和见面的人分手了。正在倒酒的刘知珉转移话题般地问道什么时候该点快乐散步。
"정말 그 이후로는 아무도 안 만났어?"
"之后真的没有再见过任何人吗?"
물론 통하지 않았지만 시도는 해봤으니까.
虽然没有用,但至少我试过了。
"유진이한테 물어봐야 하나." 要不要去问有真呢。
"걔가 무슨 상관이에요." "她跟这有什么关系。"
"아는 눈치더만. 요전번에 같이 밥 먹을 때 소개팅 얘기 나오니까 知珉이는 그런 거 안 시켜줘도 잘 할 거라고,"
"看来你已经知道了。前几天一起吃饭的时候提到相亲的事,知珉说她自己能搞定不用我们操心,"
"배부르다 이거 저기다 가져다 놓으면 되죠?"
"我吃饱了,这个放在那边就行了吧?"
이럴 땐 피해야 한다. 괜히 말렸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다 꺼내둘 수도 있었다. 검사 아버지와 변호사 어머니라니. 刘知珉은 질색하며 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두고 식탁으로 돌아갔다. 소파에 앉아 있어 과일 가져다 줄게. 해피랑 산책하고 와도 돼요? 날 더우니까 정원에서만 놀아 또 싸우지 말고. 허락 아닌 허락을 받은 뒤에는 간식을 들고 해피에게 다가갔다. 이상하게 누구 닮은 것 같단 말이지. 쿠션에 누워 귀찮다는듯 저를 바라보는 해피에게 간식을 꺼내보이자 금방 귀를 쫑긋 세우고 걸어와서는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这种时候还是躲着为好。要是多管闲事的话可能会把什么话都说出来。检察官父亲和律师母亲什么的。刘知珉嫌弃地把碗放在水槽里,回到餐桌前。坐在沙发上吧,我去给你拿水果。可以带着 Happy 去散步吗?天太热了就在院子里玩,别再打架了。得到了不算允许的允许后,她拿着零食走向 Happy。总觉得它莫名地像谁。当她把零食拿给躺在靠垫上一脸不耐烦看着自己的 Happy 时,它立刻竖起耳朵走过来撒娇。
刘知珉은 한 손에 고무공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해피를 안으며 현관으로 향했다.공을 물고 오는 것도 서너 번이 전부였다. 금방 시큰둥해져서는 간식을 내놓으라고 손가락을 깨물기 바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공을 던지고 오는 것도, 다시 주워오는 것도 제가 하고 있었다. 刘知珉은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배 위에 해피를 올려놓고 하늘만 멍하니 쳐다봤다.
刘知珉一只手拿着橡胶球,另一只手抱着 Happy 朝玄关走去。叼着球回来也就三四次而已。很快就失去了兴趣,忙着啃咬她的手指要零食。到最后反而变成她自己扔球又捡球。刘知珉躺在树荫下,让 Happy 趴在肚子上,呆呆地望着天空。
"나랑 우리 집 갈래?" "要和我一起回我家吗?"
"……"
"거기 가면…아니다, 이제 바빠서 보지도 못하겠다."
"去那里的话...不,现在太忙了根本见不到。"
새하얀 털을 손으로 쓸어주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별 생각을 다했다. 刘知珉이 잔말 말고 간식이나 더 내놓으라는듯 발로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해피를 품 안에 가뒀다.가만히 안겨 있나 싶더니 참지 않고 버둥거리며 잔디로 내려갔다. 저를 쳐다보는 눈빛에는 꽤나 한심하다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집으로 쪼르르 뛰어가다가도 중간에 멈춰서서 따라오라는 것처럼 짖기도 했다.
用手抚摸着雪白的毛发时,发出了呼呼的笑声。可能是因为无所事事,想了很多。刘知珉把 Happy 搂在怀里,Happy 刚才一直用脚轻轻碰触着她的脸,似乎是在催促她赶紧拿出更多零食。本以为会安静地待在怀里,但它没有忍住,挣扎着跑到草地上。它看向自己的眼神里充满了嫌弃。它一边朝房子跑去,一边中途停下来冲她吠叫,像是在让她跟上。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 刘知珉이 옷을 툭툭 털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도어락에 손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문이 먼저 열렸다. 그새 옷을 갈아입은 부친은 누군가와 통화 하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刘知珉이 목소리를 낮춰 어디가냐 묻자 그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업무 관련 보고가 잡힌 모양이었다. 저러니 흰 머리가 가득이지. 해피를 붙잡아 곧장 화장실로 들어간 刘知珉은 다리를 꼼꼼하게 씻어 티슈로 물기를 닦아주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刘知珉慢悠悠地站起身,拍了拍衣服上的灰,朝玄关门走去。还没来得及把手放在门锁上,门就先开了。父亲已经换好了衣服,正在和谁通着电话往外走。刘知珉压低声音问她去哪,她用手指向天空摇了摇头。看来是有工作汇报要开。难怪头发都白了。刘知珉抱起 Happy 直接进了洗手间,仔细地清洗了它的腿,用纸巾擦干水分后才松了口气。
슬쩍 들여다 본 부엌에서는 모친이 커피를 내리며 다과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언제 들어오셔요? 글쎄 저녁은 나가서 먹자고 하던데 知珉이 먹고 싶은 거 골라놔.과일을 깎는 옆에서 알짱거리자 모친은 刘知珉의 손에 잔을 하나 쥐여주고 허리를 토닥였다.
偷偷往厨房看了一眼,母亲正在冲咖啡准备点心。"爸爸什么时候回来?""她说晚饭要出去吃,知珉你想吃什么就选吧。"在母亲切水果的身边来回转悠时,母亲把一个杯子塞到刘知珉手里,轻轻拍了拍她的腰。
"소파 가서 앉아 있어." 去沙发上坐着。
"이거는 뭐에요?" "这是什么?"
"매실청." "梅子酱。"
"나도 커피." "我也要咖啡。"
"주말에는 안돼. 잠 안 와."
「周末不行。会睡不着。」
이럴 때는 단호했다. 刘知珉은 몰래 커피로 손을 뻗다 들키고는 거의 등떠밀려 거실로 걸어가게 됐다.잔을 들고 거실로 오기 무섭게 해피는 소파 아래에 앉아서 刘知珉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 아까 간식 거의 한 봉지는 먹었잖아. 분명 말을 알아 들으면서 무슨 소리냐는듯 다리를 긁어댔다. 이거 너 꺼 아냐. 누굴 닮아서 참을성이 없는지 다짜고짜 성질을 부리며 바지를 물어뜯기도 했다.
这种时候应该坚决果断。刘知珉偷偷想伸手去拿咖啡却被发现,几乎是被推搡着走到了客厅。刚端着杯子来到客厅,哈皮就坐在沙发下面,目不转睛地盯着刘知珉。你刚才都吃了差不多一整包零食了。它明明听得懂却装作不明白,挠着腿。这不是给你的。不知道随谁学的这么没耐心,二话不说就发起脾气来,还咬她的裤子。
刘知珉은 해피를 안아 소파에 올려두고 매실청을 단번에 들이켰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고 왕왕거리며 짖어대는 해피에게는 서랍장에서 개껌을 꺼내 물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해피가 봐줘 知珉이 오랜만에 왔잖아. 어깨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헛웃음을 터트린 刘知珉이 해피 옆에 몸을 내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刘知珉把 Happy 抱到沙发上,一口气喝完了梅子酒。为了安抚不满地汪汪叫个不停的 Happy,她从抽屉里拿出一根狗骨头递给它。Happy 你看,知珉好久没来了。听到从身后传来的声音,刘知珉发出一声苦笑,在 Happy 身边坐下,四处张望着。
"엄마." 妈妈。
"한 잔 더줄까?" "要再来一杯吗?"
"리모컨은 어디에 있어요?" "遥控器在哪儿?"
"테이블 위에 있을 텐데." "应该在桌子上。"
그새 개껌 하나를 해치운 해피는 刘知珉의 다리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 하품을 했다. 덕분에 刘知珉은 아슬아슬하게 손을 뻗어 테이블에 놓인 신문을 구석으로 치워뒀다.리모컨이 모습을 나타냈으나 티비를 켜지는 못했다. 신문 사이에서 나타난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진 덕분이었다. 刘知珉이 해피를 안아든 채로 허리를 굽혀 베이지색 봉투를 집어들었다. 빳빳한 재질이 손끝을 휘감았다. 대체로 이런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실링왁스가 붙여진 윗부분을제치고 안에 든 것을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구김 하나 없이 곱게 접힌 종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刘知珉이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쳤다.
刚吃完一根狗骨头的 Happy 趴在刘知珉的腿上打着哈欠。多亏如此,刘知珉勉强伸手把桌上的报纸推到了一边。遥控器显露出来了,但她还是没能打开电视。因为从报纸中掉落了什么东西。刘知珉抱着 Happy 弯腰捡起了那个米色信封。僵硬的材质缠绕在指尖。通常这种信封里装着的东西…她掀开贴着火漆的上端,取出里面的内容。果然,映入眼帘的是一张毫无褶皱、整齐对折的纸。刘知珉小心翼翼地展开了纸张。
날이 좋은 어느 평범했던 오후,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제는 7년의 결실을 맺고 평생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자 합니다. 그 시작의 한 걸음을 함께 축하해주시시고 격려해주시면 더없는 기쁨으로 간직하겠습니다.
在一个阳光明媚的普通午后,我们如命中注定般相遇并坠入爱河。如今,七年的感情终将开花结果,我们决定携手一生,互相扶持。希望您能祝福并鼓励我们迈出这人生的重要一步,这将是我们永远珍藏的喜悦。
문구를 읽어가던 刘知珉은 뭔가 잘못 봤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비벼보기도 했고, 글이 적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닦아보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刘知珉读着这段文字时皱起了眉头,仿佛看到了什么不对劲的东西。她揉了揉眼睛,用手指擦了擦写着文字的地方,但什么也没有改变。也就是说这个...
차석현, 한유진 车锡铉,韩宥真
"아 그래, 유진이네 날도 잡았다더라. 청첩장은 확정된 건 아니고 샘플로 몇 개 뽑았다면서 홍대표가 줬어."
"哦对了,听说有久镇那边也定好日子了。虽然请柬还没完全定下来,但洪代表给了几张样品。"
과일과 주전부리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모친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그러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她呆呆地望着母亲,看着她把装着水果和零食的盘子放在桌上。好不容易才开口说道。
"유진이…결혼해요?" "久镇…要结婚了吗?"
"약혼한지 벌써 6년이나 지났는데 늦은 감이 있지."
"都已经订婚六年了,是有点晚了。"
손에 쥐여지는 포크를 가까스로 힘을 주어 잡았다. 모친이 리모컨을 집어들고 티비를 켰다. 채널은 빠르게 돌아가다 어느 부분에서 멈춰섰지만 刘知珉은 여전히 얼 빠진 낯으로 빳빳한 종이를 바라봤다.
她勉强用力握住手中的叉子。母亲拿起遥控器打开了电视。频道快速切换后停在某个画面上,但刘知珉仍然一脸茫然地盯着那张挺括的纸。
"하는구나 결국…" "最终还是这样做了啊…"
"홍대표 말로는 중간에 한 번 엎어질 뻔도 했다는데 다행이야 그래도."
"据洪代表说差点中途就要推倒重来,不过还好最后还是成功了。"
"한유진이 결혼을…하는 거죠." 韩柔珍是要…结婚了吗。
"실감 안 나? 하긴 너희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붙어다닌 것도 벌써 몇 년이니."
还没实感吗?也是,你们从高中就一直形影不离,都已经过去好几年了。
"…모르겠어요." "……我不知道。"
"벌써 아쉽네. 식만 여기서 올리고 아예 영국으로 가는 모양이던데. 우리 유진이 얼굴 보는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진짜. 결혼 준비로 바빠서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真是舍不得呢。仪式在这里举行完就直接去英国了。真的没几天能见到我们有真的脸了。因为忙着筹备婚礼,时间也很难凑到一起。"
포크로 찍어둔 과일은 이미 해피가 먹어 치운 지 오래였다. 刘知珉은 그저 멀거니 앞만 바라보며 종이 끄트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이따금씩 고개를 숙이고 청첩창 속 문구를 읽고 또 읽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평생을 함께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로.
叉子上的水果早就被哈皮吃光了。刘知珉只是呆呆地望着前方,摆弄着纸张的边缘。时不时低头阅读请柬上的文字,一遍又一遍地在心里默念着。承诺相伴一生,成为彼此的依靠。
"둘이 중학교 동창이라고 했던가." "她俩是初中同学来着。"
유진이 영국에서 무용했을 때 알게 됐다는 것 같아. 그러다 한국 오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는데, 대학원을 영국으로 가면서 다시 만났다고. 적힌 대로 운명은 운명이야 참. 刘知珉이 고개를 끄덕이며 청첩장을 덮었다.
我记得听说是裕真在英国学舞时认识了她。后来回韩国后就自然断了联系,直到她去英国读研究生时又重逢了。真是像写的一样,缘分就是缘分啊。刘知珉一边点头一边合上了请柬。
"과일 더 안 먹어? 다른 거 가져다 줘?"
"还要吃水果吗?要我给你拿点别的吗?"
"아냐…먹고 있어요." "不用...我在吃着呢。"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땅이 꺼진 것도 아니었다. 정말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모친이 건네주는 포크를 받아서 무언가를 입에 넣고 한참동안 씹었다. 신 것도 같고, 단 것도 같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은 것도 같았다. 刘知珉은 배가 부른 것도 모르고 접시를 말끔히 비워냈다.
天没有塌下来。地也没有陷下去。真的什么都没有改变。接过母亲递来的叉子,往嘴里送了些什么,咀嚼了很久。似乎是酸的,又像是甜的,又好像什么味道都没有。刘知珉不知道自己已经吃饱了,还是把盘子里的东西都吃得干干净净。
느즈막한 점심에 만나 영화를 봤다. 저녁을 먹으면서는 서로의 스케줄과 차기작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데이트였다. 딱히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메디컬은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다는 그에게 해왔던 대로만 하면 될 거라고 응원을 해줬다.한참 여름에 촬영을 하는 만큼 컨디션 관리 신경 써야 한다는 그의 당부에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바로 헤어지지 않고 여느 때처럼 한강에 들렀던 것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저는 그래서 거절을 하지 않았던 거였다.
我们在偏晚的午餐时间见面看了电影。晚饭时互相谈论着各自的日程和下一部作品。这是一次与平常并无二致的约会。既不尴尬,也不令人不适。对她说起因为是第一次拍摄医疗剧所以很担心时,我鼓励她只要像以前那样拍就好。对于她叮嘱说因为要在盛夏拍摄所以要注意身体状况,我向她道了谢。没有立即分开而是像往常一样去了汉江,或许是为了整理思绪。至少对我来说,就是因为这个原因才没有拒绝。
잠깐 걸을까 旼炡아. 그림자는 나란했으나 더이상손등이 스치지는 않았다.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에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그였다. 연락에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金旼炡은 그저 고개만 주억일 뿐이었다.
旼炡说道,'旼炡啊,我们走一走吧。'虽然两人的影子并肩而行,但手背已不再相触。在返回停车场的路上,先开口的是她。'联系的话不用有负担。'金旼炡只是默默地点了点头。
'미안해, 그런데 아직은 나 너 놓을 자신 없어.'
'对不起,但是我现在还没有放下你的自信。'
'……'
'가끔 이렇게 만나서 같이 밥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偶尔像这样见面一起吃饭应该没关系吧?
이 역시 섣불리 대답은 못했다.
对此她也无法轻易作答。
'촬영 끝날 때까지만…그때까지만 만나보자. 시간 많이 안 뺏을게.'
"就拍摄结束前……就只到那时为止见面吧。我不会占用太多时间的。"
'…오빠.' "……欧巴。"
'정리할 기간을 줘. 그래도 우리 3년 만났잖아 旼炡아. 잠깐 오는 권태기 일 수도 있고, 떨어져 지내는 동안 누구든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어.'
给我一段时间整理。我们毕竟在一起三年了旼炡啊。也许只是暂时的倦怠期,分开的时候任何人的心情都可能会改变。
갈림길이었다. 옆으로 꺾으면 주차장이보였으나 더이상 걸음을 내딛지는 않았다. 金旼炡은 그를 올려다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정태준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到了岔路口。往旁边拐弯能看到停车场,但她没有继续往前走。金旼炡抬头看着她,答应了下来。这并不是为了郑泰俊而做的选择。
'나는 택시타고 들어갈게 여기에서는 우리집이 더 가깝잖아. 운전 조심히 하고 나중에 보자.'
"我打车回去就好,从这里去我家比较近。你开车小心,回头见。"
그렇다고 金旼炡을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을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점심 이후로 멈춰 있는 대화창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려다가도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싶어 금방 홀드버튼을 눌렀다. 마음 고생은 이쪽만큼이나 저쪽도 만만치 않게 겪고 있을 터였다. 좋아하는 건 오직 제 몫이었다. 그것까지 刘知珉이 알아줄이유는 없었다. 金旼炡이 욕심 낼수록 刘知珉은 힘들어지니까, 그러다 보면 정말 언젠가는 刘知珉이 먼저 金旼炡에게 그만하자는 말을 꺼낼 수도 있으니까.
这样就能说是为了金旼炡的选择吗?仍然不得而知。午饭后停滞的对话窗并不是什么大不了的事。想发消息时,又觉得和家人在一起的时候最好不要想太复杂的事,很快就按下了暂停键。心里的苦恼对方应该也和自己一样不好受。喜欢只是自己的事。没必要让刘知珉也知道这些。因为金旼炡越是贪心,刘知珉就会越痛苦,这样下去说不定真的有一天刘知珉会先对金旼炡说出分手的话。
집으로 가는 내내 창밖만 쳐다봤다. 기다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늘 만나지 못하면 내일 보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이럴 거면 그냥 윗층이든 아랫층이든 계약할까. 비밀번호를 누르며 실없는 상상도 잠깐 해봤다. 맑은 알림음이 들리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며 거실이며 전부 깜깜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본가에 갔으면 자고 오겠지. 金旼炡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한 손에 쥐고 슬리퍼를 갈아신었다.
一路回家我都在看着窗外。等待并不是很难。想着今天见不到的话明天见就好了。要不干脆在上层或下层租房好了。按密码的时候我短暂地做了这样无聊的想象。听到清脆的提示音后,我打开玄关门走了进去。走廊和客厅都是一片漆黑。看来是回本家住了吧。金旼炡脱下戴着的帽子攥在手里,换上拖鞋。
복도 끝에서 다다르면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눌렀다. 곧장 침실에 가려고 했었다. 드레스룸에서 옷을 챙겨 바로 씻으려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시야가 환해지자마자 金旼炡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도 바닥을 나뒹굴었다. 金旼炡이 겨우 입술을 뗐다.검사님. 잘못 봤나 싶어서 눈도 몇 번이나 비벼봤으나 익숙한 인영이 홀로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金旼炡은 핸드폰을 주워들고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확인했다. 8시 49분. 주말인 걸 생각하면 아주 늦은 시간이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走到走廊尽头时,她摸索着按下了开关。本想直接去卧室。似乎也打算从衣帽间拿好衣服直接去洗漱。然而当视野变亮的瞬间,金旼炡就在原地僵住了。手中的手机也掉在地上滚了几圈。金旼炡好不容易才开口。"检察官。"以为自己看错了,揉了好几次眼睛,但那熟悉的身影依然独自静静地坐在沙发上。金旼炡抚平了受惊的心情,捡起手机按下锁屏键查看屏幕。8 点 49 分。考虑到是周末,倒也不能说是很晚的时间。
"언제…왔어요?" "你...什么时候来的?"
서서히 걸음을 옮겨소파로 다가갔다.
慢慢地挪动脚步走向沙发。
"저녁만 먹고 바로 온 거에요? 내일 일 있어요?"
"吃完晚饭就直接来了吗?明天有事要做吗?"
"……"
"왜 불도 안 키고…어디 아파요? 괜찮아?"
"怎么不开灯...哪里不舒服吗?没事吧?"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金旼炡은 소파를 빙돌아 刘知珉의 옆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테이블 위에는 술병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이마에 손을 올리니 그제야 저를 올려다봤다. 열은 없는데. 걱정을 한시름 내려두려 했었다.
没有得到回答。也不知道她在看哪里。金旼炡绕过沙发走到刘知珉身边。还好桌子上没有酒瓶之类的东西。当她把手放在额头上时,对方才抬眼看她。没有发烧。她稍稍放下了一些担心。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왔어요? 그래도 본가가 경기도여서 운전하는데 피곤하지는 않았겠다."
"回家吃了很多美食吗?反正老家在京畿道,开车应该不会太累吧。"
아침에 나갔던 그대로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같았다.金旼炡은 슬며시 웃으며 刘知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더이상 손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看她还穿着早上出门时的衣服,看来是刚到没多久。金旼炡轻轻一笑,抚摸着刘知珉的头发。一次,然后是第二次。她再也没法移动手了。
"…검사님." ...检察官。
거짓말처럼 뺨을 타고 눈물이 떨어졌다. 눈동자에는 금방 물기가 어렸다. 刘知珉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울음을 참으려는지 호흡을 불규칙적으로 내뱉으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끝내 무너졌다. 刘知珉은 숨을 헐떡이며 金旼炡의 옷을 움켜잡았다. 파들파들 떨리는 손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마른침을 겨우 삼킨 金旼炡이 刘知珉을 내려다봤다. 다른 한 손에는 새하얀 종이가형편없이 구겨진 채로 들려 있었다. 金旼炡은 소파에 앉아 조심스럽게 刘知珉을 제 품으로 가뒀다. 어깨가 점차 뜨거워졌다. 괜찮아요. 등을 쓸어주며 조용히 속삭였지만 떨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泪水像谎言般滑落脸颊。眼眸瞬间蒙上了水雾。刘知珉紧咬着嘴唇低下了头。同时肩膀开始颤抖。似乎是在努力忍住哭泣,她不规则地呼吸着,一手遮住了脸。但最终还是崩溃了。刘知珉喘着气抓住了金旼炡的衣服。颤抖的手已经被泪水浸湿。金旼炡艰难地咽下口水,低头看着刘知珉。另一只手里还攥着一张被揉皱的雪白纸张。金旼炡坐在沙发上,小心翼翼地将刘知珉揽入怀中。肩膀逐渐变得滚烫。"没事的。"一边轻抚着她的背一边轻声低语,但颤抖始终无法平息。
어디서 서러움이 터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참지 않고 울음을 터트리는 刘知珉을가만히 안고 있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떤 것도 물을 수 없었다. 섣불리 위로를 할 수도 없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를 바라보다 刘知珉의 빈 손을 맞잡았다.울지 않았으면 싶다가도, 차라리 한바탕 울어버리고 훌훌 털어버리기를 바라게 됐다. 뭐가 됐든 더는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우는 것으로 끝내기를, 누가 됐든 더는 괴롭히지 말고 눈물만 가져가기를.
不知道是从哪里爆发出的委屈。悄悄地抱住忍不住哭泣的刘知珉,这是自己能做的全部。什么都不能问。也不能轻易地安慰。看着掉在地上的纸,握住了刘知珉空空的手。既希望她不要哭,又希望她能痛痛快快地哭一场然后抖擞精神。无论是什么,都希望不要再藏在心里,就让它随着眼泪结束,无论是谁,都不要再折磨她,只带走她的眼泪。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아주 늦지 않게 집에 와서 다행이었다. 혼자서 울고 있을 刘知珉을 잠깐 상상해보면 명치가 뻐근하게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다만 바랄 뿐이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게 아니기를 하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할 뿐이었다.
幸好是周末。幸好没有回家太晚。一想到刘知珉可能独自一人哭泣,心口就感到一阵紧缩。只能祈祷。祈祷她家里没有发生什么不好的事,即使不信神,也不顾脸面地向神祈求。
그 쪽은 얼마나 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이란 말이에요. 어린 애처럼 우는 刘知珉도, 숨을 헐떡이며 옷자락을 부여잡는 刘知珉도, 그렇게 울어 놓고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刘知珉도 처음이에요. 이 다음에는 어떻게든 달래보겠지만지금은 도와줘요. 앞으로는 자기 전에 기도 할게요. 휴식기에 시간 나면 예배당이든 불당이든 찾아갈게요. 기부도 더 자주 많이 할게요. 욕심 같은 거 안 부리고 지금에 만족할 게요. 이제는 전부 정리할 테니까, 刘知珉만 바라볼 거니까 그만 좀 울려요. 바람핀 게 잘못이라면 벌은 나한테만 줘요.따지고 보면 시작한 것도 金旼炡이잖아요. 멋대로 안고, 입 맞추고, 그러다 사랑까지 해버린 것도 金旼炡이니까 刘知珉은 건드리지 마요.
不知道你看过多少次,但对我来说这是第一次。像小孩子一样哭泣的刘知珉,喘着气抓着衣角的刘知珉,哭得停不下来的刘知珉,这些我都是第一次见。接下来我会想办法哄你,但现在请帮帮我。以后睡前我会祷告。休息期间有空的话,我会去教堂或佛堂。我也会更频繁地做慈善。不再贪心,对现在的一切知足。现在我会把一切都理清,只注视着刘知珉一个人,所以请不要再哭了。如果出轨是错的话,就只惩罚我一个人吧。仔细想想,一切都是金旼炡先开始的。擅自拥抱你,亲吻你,甚至爱上你的人都是金旼炡,所以请不要伤害刘知珉。
창밖을 내다보던 金旼炡은 아랫입술을 말아물며 눈을 감았다. 서러운 울음은 오래도록 품 안에서 맴돌았다. 할 수만 있다면 슬픔까지 모두 가져가 버리고 싶었다.차마 힘 주지도 못하면서 가지 말라는 듯 손가락을 붙잡고 있는 작은 손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金旼炡은 안타깝게 떨리는 어깨를 끌어안으며 연신 속삭였다. 여기에 있을 거에요. 내일은 스케줄도 약속도 없어요. 검사님이랑 같이 있을 거니까 그만 울자. 이러다 정말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됐다. 괜찮은지 살펴보려고 했지만, 刘知珉은 뒤로 살짝 물러나는 그 틈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제게로 파고들었다.
站在窗边望着外面的金旼炡咬着下唇闭上了眼睛。悲伤的哭泣在心中久久徘徊。如果可以的话,真想把所有的悲伤都带走。那只无力却执着地抓住手指、仿佛在说"别走"的小手,让她感到无比心痛。金旼炡紧紧抱住那颤抖的肩膀,不停地低语:我会在这里的。明天没有行程也没有约定。我会陪着检察官,所以别哭了。渐渐地开始担心这样下去会不会真的出什么事。想要查看她是否还好,但刘知珉甚至连这一点退后的空隙都不愿给予,径直钻进了她的怀里。
金旼炡이 쓰린 한숨을 겨우 삼켜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화면을 밝히며 잘게 진동했다. 엄마. 그 위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고서는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놓았다. 전화 와요 검사님. 刘知珉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金旼炡勉强咽下一声苦涩的叹息,环顾四周。桌上的手机屏幕亮起,微微震动。是妈妈。确认了屏幕上显示的名字后,她小心翼翼地按了按肩膀。"检察官,有电话。"刘知珉喘着气摇了摇头。
"그러면 이따가 전화 걸어서 나 바꿔줘요.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那一会儿给你打电话的时候帮我接一下。父母肯定会担心的。
"……"
"물 안 마셔도 돼요? 잠깐만 부엌에,"
"不用喝水吗?我去一下厨房,"
"……"
"알겠어요." "知道了。"
"……"
"사실 영화 보는 내내 검사님 생각했어요."
"说实话,看电影的整个过程中,我一直在想着检察官。"
찢어지게 우는 사람을 달래봤어야 알지. 金旼炡은 결심한 것처럼 몸을 빼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刘知珉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러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不安慰一下崩溃大哭的人是不会明白的。金旼炡像是下定决心般抽身后低头看向下方。刘知珉仍然无法抬头,只是不停地流着委屈的泪水。
"울리려고 하는 말 아닌데…" "我不是想要炫耀..."
"……"
"있잖아요 검사님, 나한테는 진짜 미안할 거 없어요."
"你知道吗检察官大人,你真的不用对我感到抱歉。"
"……"
"나는 그냥 검사님이……" "我只是……检察官大人……"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나는 해주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거기까지는 욕심내지 않을 거니까 오늘처럼 힘들어 하는 날은 아주 적었으면 좋겠어. 만약에 사람마다 할당량이 있다면 까짓 거 며칠 더 내가 아프고 말지. 한숨과 함께 진심을 삼킨 金旼炡은 刘知珉의 머리카락을 귀로 넘겨주며얼굴 가득한 물기를 닦아줬다. 손바닥으로 살며시 뺨을 감싼 다음에는 두어 번 입도 맞췄다.
希望你能幸福。虽然我不能让你获得幸福也没关系,我不会奢望到那个地步,但希望像今天这样痛苦的日子能越少越好。如果每个人都有痛苦的配额的话,那就让我多承受几天痛苦好了。金旼炡伴随着一声叹息吞下了这份真心,一边把刘知珉的头发拨到耳后,一边擦去她满脸的泪水。然后用手掌轻轻捧着她的脸颊,轻吻了她两下。
"검사님이 하지 말아야 될 거 하나 더 생겼다."
"检察官又多了一件不该做的事。"
"……"
"나 없는 곳에서 울지 마요. 혹시라도 나중에 속상한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하기."
别在我不在的地方哭泣。如果以后有什么不开心的事,一定要马上给我打电话。
"……"
"부탁 아니에요 이것도. 그렇다고 강요는 아니고."
这不是请求,但也不是强迫。
金旼炡은 힘이라고는 하나도 실려 있지 않은 刘知珉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는 동안 刘知珉은 金旼炡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불규칙한 호흡을 골랐다.
金旼炡用手指勾住了刘知珉毫无力气的手指。在这期间,刘知珉把头靠在金旼炡的肩膀上,调整着不规则的呼吸。
"…약속한 거에요. 다음에는 내가 늦지 않게 올 수 있게 해줘요, 응?"
"…说好了哦。下次让我能够准时到达,好吗?"
뜨끈뜨끈한 목을 감싸 제게로 이끌었다.그렇게 울었으니 진이 빠지는 건 당연했다. 축 늘어지는 몸을 고쳐 안고 한참동안 유리창을 바라보던 金旼炡이 자세를 바꿔 刘知珉으로부터 살짝 떨어져 앉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화면에 그 이름이 떠오른 것도 벌써 세 번째다.
她将温暖的脖子拉向自己。哭得那么厉害,感到疲惫是很自然的。她抱着瘫软的身体,金旼炡望着窗外好一会儿后,稍微改变姿势,与刘知珉拉开了一点距离。她们不能一直这样下去。屏幕上那个名字已经是第三次出现了。
金旼炡은 테이블로 손을뻗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망설이는 건 잠시였다. 화면을 옆으로 밀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인사를 하기도 전에 스피커 너머로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가 넘어왔다. 손에서 미끄러질 뻔한 핸드폰을 가까스로 붙잡은 金旼炡이 마른침을 삼키고 숨을 들이마셨다. 어느덧 고개를 든 刘知珉은 서글픈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金旼炡伸手拿起桌上的手机。犹豫只是一瞬间的事。她滑动屏幕,慢慢站起身来。还没来得及打招呼,扬声器那边就传来一个略显激动的声音。手机差点从手中滑落,金旼炡勉强抓住,咽了口唾沫,深吸一口气。不知不觉间抬起头的刘知珉用悲伤的眼神望着她。
-刘知珉 너 듣고 있어?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길래 그렇게 나가서 아직까지 안 들어와. 엄마아빠가 몇 번이나 전화했는지 알기는 해?
刘知珉你听见了吗?到底是什么急事让你跑出去到现在还不回来。你知道爸妈打了多少次电话吗?
"…그게 저는," "…这个,我,"
-요즘 왜 그러는 건데. 정말 무슨 일 있는 거니? 평생 안 그러던 애가 홍대표 연락을 무시하지를 않나, 유진이랑은
你最近是怎么了?真的发生什么事了吗?从来没有过这样的孩子现在居然无视洪代表的联系,还有跟有真
"저는 金旼炡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我叫金旼炡。你们...好。"
-우리 知珉이는 어디에…설마 다쳤어요? 지금 병원,
-我们知珉在哪里...不会受伤了吧?现在医院,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知珉언니 화장실 갔어요 잠깐."
"不是的,不是那样。知珉姐姐去洗手间了。"
어쩔 방법이 없었다. 金旼炡은 자리를 벗어나 부엌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没有其她办法了。金旼炡一边离开座位走向厨房,一边继续说道。
"죄송해요 제가 몸이 조금 안 좋아서요…"
对不起,我身体有点不舒服……
그런데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언니한테 와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텐데 저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가는 정말 크게 걱정을 끼칠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제가 핑계가 될 차례였다. 식기 건조대에서 머그잔을 꺼낸 金旼炡이 정수기 앞에 서서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因为在首尔没有认识的人,所以拜托姐姐过来。以那种状态接电话的话声音都发不出来,可能会让人特别担心。这次轮到我来当借口了。金旼炡从碗架上取出马克杯,站在饮水机前焦急地等待回答。
-…많이 아파요? 지금은 좀 괜찮고요?
……很痛吗?现在感觉好点了吗?
아무래도 다정도 유전이겠지. 보일리도 없는데 金旼炡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상하게 콧등이 시큰거렸다. 金旼炡이 손등으로 눈가를 빠르게 훔치며 머그잔에 미온수를 받았다.
温柔大概也是会遗传的吧。虽然不想被发现,但金旼炡只是紧抿着嘴唇点了点头。不知为何鼻梁有些酸涩。金旼炡用手背快速擦拭了眼角,接着往马克杯里倒入温水。
-미안해요 내가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서…
对不起 我现在心里太乱了…
"저야 말로죄송해요…언니 오랜만에 집에 간 건데 괜히 저 때문에……"
"我才是对不起...姐姐难得回家一趟,却因为我..."
-아니에요 몸도 안 좋은데 그런 거 신경 쓰지 말아요.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애가 갑자기 사라져서 연락이 안 되니까 우리도 놀라는 바람에…그러면 지금 우리 知珉이랑 같이 있는 거죠?
-没事的,你身体不舒服就别想这些了。我们吃完晚饭回来的路上孩子突然不见了,联系不上,把我们都吓坏了...那现在是和我们知珉在一起吗?
"네…저희 집에 있어요 둘이." "是的...我们两个在家里。"
그제야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金旼炡은 머그잔을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거실로 걸어갔다.
这时才传来一声叹息。金旼炡端着马克杯慢慢地走向客厅。
-知珉이 오면 전화 왔었다고 전해줄래요? 부모님이 연락 기다리고 있다고요
知珉来的时候能告诉她刚才有电话吗?她父母在等她联系
"그렇게 할게요." "我会这样做的。"
-그래요 몸조리 잘 하고요 먼저 끊을게요
好的,您多保重身体,我先挂了
배경화면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런데 왜 또 저러고 있어 속상하게.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는 刘知珉을 바라보던 金旼炡이 소파 가까이로 다가가 테이블에 잔을 내려뒀다. 내가 아파서 검사님 불렀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 여기 우리 집이야. 이따가 꼭 전화 드려요 걱정 많이 하셨어요. 느릿하게 머리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确认手机回到主屏幕后,她才能喘口气。但为什么又要这样让人心疼呢。金旼炡看着把脸埋在手掌里的刘知珉,走近沙发,把杯子放在桌上。我跟检察官说我生病了才叫您来的。这里是我家。待会儿一定给您打电话,她很担心您。刘知珉只是缓慢地上下点着头。
"물도 좀 마시고요." "也喝点水吧。"
"…미안해요." "…对不起。"
"저는 먼저 들어가서 씻을게요. 옷 가져다 줄테니까 검사님도 거실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와요. 그 전에 부모님한테 꼭 전화드리고. 오늘은 일찍 자자."
"我先进去洗漱了。我会给您拿衣服过来,检察官您就在客厅的浴室洗澡吧。在那之前一定要给父母打个电话。今天早点睡。"
어쩌면 지금은 자리를 피해줘야 할 것 같았다. 金旼炡은 곧장 침실에 가서 협탁 위에 제 핸드폰을 올려두고드레스룸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하나는 침대 위에 올려두고, 나머지 하나는 손에 들고 다시 거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물이 가득한 머그잔도, 화면에 떠오른 이름도, 잘게 떨리는 어깨도. 그저 소파 구석에 옷을 내려놓고 빠르게 침실로 걸어갈 뿐이었다.아무래도 싸운 건 부모님이 아니라…문이 기대 불 켜진 스탠드를 멍하니 쳐다보던 金旼炡이 고개를 휘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或许现在是该回避的时候了。金旼炡直接走进卧室,把手机放在床头柜上,然后去衣帽间取了要换的衣服。一件放在床上,另一件拿在手里再次走向客厅。这一次她刻意没有表现出认识的样子。满是水的马克杯,屏幕上显示的名字,微微发抖的肩膀。她只是把衣服放在沙发角落,快步走回卧室而已。看来吵架的不是父母…靠着门发呆地盯着亮着的台灯,金旼炡摇了摇头。然后就这样走进了浴室。
평소보다는 오래 샤워기 아래에 서 있던 것도 같다. 마지막에는 정신을 차리라는 뜻으로 몇 번이나 찬물을 얼굴에 끼얹기도 했다.그래서 잠이 깼을 뿐이었다. 金旼炡은 침대에 앉아 침실문만 바라보다 핸드폰 화면을 두드렸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刘知珉은 침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다 못해 거실로 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파는 텅 비어 있었다. 저 멀리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물이 반쯤 사라진 머그잔을 들고 테이블을 벗어날 즈음이었다. 소파 아래에 놓인 구겨진 종이를 발견한 것은. 그러고 보니 내내 저걸 손에 쥐고 있었는데. 부엌으로 걸어가던 金旼炡이 그대로 되돌아와서 테이블과 소파 사이에 웅크려 앉았다.
她似乎比平时在花洒下站得更久。最后为了让自己清醒,她还往脸上泼了好几次冷水。这只是让她更加清醒了而已。金旼炡坐在床上,一边盯着卧室门一边摆弄着手机。虽然已经过去一个小时,但刘知珉依然没有进卧室。最终她等不及了,走到客厅。不知是幸还是不幸,沙发是空的。她似乎从远处听到了水声。当她端着喝了一半的马克杯准备离开桌子时,发现了沙发下面的一张皱巴巴的纸。这么说来,她一直握着那个来着。原本要走向厨房的金旼炡转身回来,蜷缩在茶几和沙发之间。
바닥을 더듬다 보면 금방 무언가 손에 툭 하고닿았다. 金旼炡은 손가락을 움직여 끝에 걸리는 것을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테이블로 잔을 내려두고서는 소파에 등을 대고 앉아 손에 든 것을 살펴봤다. 구겨진 부분을 손바닥으로 펴고, 접힌 종이를 서서히 펼쳐들었다. 카드라기에는 크리스마스나 신년이나 한참 멀었고, 새하얗고 반들반들한 재질은대부분 하객을 초대할 때 주로 쓰였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은 그랬다. 그러니 중간에 쓰여 있는 문구를 확인하지 않아도 끝에 나란히 박힌 이름이 뜻하는 것은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金旼炡은 혀로 입술을 쓸었다.
摸索地板,很快就会有什么东西碰触到手。金旼炡小心地用手指抓住触及到的物品边缘。她把酒杯放在桌上,靠着沙发坐下,仔细查看手中的东西。她用手掌抚平皱褶的部分,慢慢展开折叠的纸张。离圣诞节或新年还远着呢,这种雪白光滑的材质通常用于邀请宾客。至少据她所知是这样。所以即使不确认中间写着的文字,末尾整齐排列的名字也只能代表一件事。金旼炡用舌头舔了舔嘴唇。
차석현, 그리고 车锡铉,还有
"…한유진." "...韩宥真。"
종이를 쥔 金旼炡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이러면 이해가 되기는 했다. 본가에서 하룻밤도 보내지 않고 집으로 온 刘知珉도, 부모님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刘知珉도, 불도 켜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던 刘知珉도,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고 또 울던 刘知珉도. 그 刘知珉을 무너트리는 건 언제나 한 명 뿐이었다.뒤통수가 얼얼했다. 결혼을 하는구나 결국. 그래서 刘知珉이, 그러면 刘知珉은 어떻게 되는 거지.
金旼炡手中的纸落了下来。这样一切都说得通了。没在本家过夜就回到家的刘知珉,不接父母电话的刘知珉,在没开灯的房间里坐在沙发上的刘知珉,控制不住涌上来的委屈一直哭泣的刘知珉。能让刘知珉崩溃的从来就只有那一个人。后脑勺一阵发麻。终究是要结婚了啊。那刘知珉,那刘知珉该怎么办。
빳빳한 청첩장의 끝부분을 만지작거리던 金旼炡이 거실 화장실로 시선을 옮겼다. 헤어지기 싫었다. 아직은 놓고 싶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刘知珉을 두고 다른 사람을선택할 수는 없었다. 刘知珉이잖아요. 심지어 당신을 사랑하는 刘知珉이잖아요. 세컨드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당신은 刘知珉의 첫번째였잖아요. 金旼炡은 입술을 세게 욱여물며 청첩장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았다.
把玩着挺括的请柬边缘的金旼炡,目光转向了客厅的卫生间。不想分开。还不想放手。虽然不知道这怎么可能,但无法放弃刘知珉而选择其她人。那可是刘知珉啊。而且还是爱着你的刘知珉啊。即使只是第二选择也这么好,而你可是刘知珉的第一位啊。金旼炡用力咬住嘴唇,将请柬放回原处。
이로써 더더욱 확실해지는 것이었다. 金旼炡이 정리해야 하는 사람은…새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표정관리 하자, 티 내지 말자, 쓸데없는 말은 그냥 삼켜버리자. 그러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잔상 때문에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그러고 보면 매번 이럴 때 같이 있게 되는 구나. 식당 화장실에서도 그렇고, 백화점 앞에서도 그렇고,고시촌에서도 그렇고. 새삼스럽지만 刘知珉에게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의미였을지 깨닫게 됐다. 얼마나 사랑해야 나를 두고 바람핀 여자친구와 친구를 하고, 그러다 결국 청첩장까지 받아서 저렇게 무너질까. 金旼炡은 야트막한 실소를 내뱉으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래도 이건너무 했지.
这下就更加确定了。金旼炡需要整理的人是……她抬头望着雪白的天花板,努力让自己冷静下来。控制表情,别露出破绽,无谓的话就咽下去。每当突然浮现的残影让她不得不用手掌用力按压眼睑。这么想来,每次遇到这种情况时都会在一起呢。在餐厅洗手间是这样,百货商店前也是这样,考研村也是这样。现在才恍然大悟刘知珉对那个人来说是什么样的存在,有着怎样的意义。得多爱一个人,才会和背叛自己的女朋友做朋友,最后甚至收到请柬后崩溃成这样。金旼炡发出一声低低的冷笑,放下了手。但这也太过分了。
"……"
이렇게까지 잔인해서 뭐 하겠다고. 소파 끝을 짚고 몸을 일으킨 金旼炡은 물소리가 그친 화장실을 쳐다보다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참을 새도 없이 연거푸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불을 걷어내고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 헤드에 기대 앉았다. 속상했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애꿎은 스탠드만 괴롭혔다. 조도를 높였다가 낮추기를 열댓번은 반복했을 때야 刘知珉이 침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문 앞에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결국 金旼炡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모님한테 전화 드렸어요? 刘知珉은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为什么要这么残忍呢。趴在沙发边缘撑起身子的金旼炡望着已经没有水声的浴室,向卧室走去。接连不断地叹气声止不住地冒出来。掀开被子钻了进去,靠在床头坐着。心里很难过。但却不能表现出来。只好无端折腾着台灯。把亮度调高又调低重复了十多次之后,刘知珉才走进卧室。但她迟迟不肯走近,只是呆呆地站在门口。最后还是金旼炡先开口了。给父母打电话了吗?刘知珉过了好一会才点了点头。
"내일 출근할 거에요?" "明天要去上班吗?"
대답은 안 했다. 고개를 움직이지도 않았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명치가 욱신거렸다.
她没有回答。连头都没有动一下。只是像丢了魂一样茫然地望着前方。胸口隐隐作痛。
"하지마요, 내일은 그냥 나랑 쉬어요 집에서."
"不要这样,明天就在家里和我一起好好休息吧。"
"……"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이리와요. 안아줄게요."
"别想太多,过来吧。我抱抱你。"
차라리 아예 스탠드를 꺼버릴 걸 그랬나. 그랬다면 눈동자게 유독반짝이는 것까지는 보이지 않았을 텐데. 金旼炡은 이불을 살짝 치워내고 매트리스를 두드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제 옆으로 올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놓고 안아줄 수 있을 때까지. 비타민은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일단 아무 말이나 꺼내고 봤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며 움직였다.
或许当时就该把台灯关掉。那样的话就不会看到那双眼睛格外闪亮了。金旼炡轻轻掀开被子,拍了拍床垫。等待,一直等待。直到她来到自己身边,直到能够放心地拥抱她。"有好好吃维生素吗?"她随便说了句话。被子窸窸窣窣地动了起来。
"짱구 극장판 개봉하나봐요, 영화관에 포스터 걸렸더라."
"看来蜡笔小新要上映新电影了,电影院里贴了海报。"
"……"
"다음에 같이 보러 가요. 검사님 안 바쁠 때."
下次一起去看吧,等检察官您不忙的时候。
"……"
"저는 카라멜 팝콘 좋아해요." 我喜欢焦糖爆米花。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몸이 뜨끈뜨끈한 건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고 무사히 넘어 갔으면 좋겠는데.제 쪽의 이불을 끌어 刘知珉에게 꼼꼼히 여매준 金旼炡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운전 진짜 배워야겠다. 그래야 검사님 데리고 드라이브도 하지. 눈꺼풀은 점차 무거워졌다.
听不见声音也没关系。身子暖烘烘的倒是有点让人在意。这一次希望能不生病平安度过。金旼炡一边喃喃自语一边把自己这边的被子仔细给刘知珉掖好。真的该去学开车了。这样才能带检察官大人去兜风。眼皮渐渐变得沉重起来。
"운전 알려주면 안…되겠다." "不能…教我开车吗。"
"……"
"아닌가…그건 부부나 애인 사이에 알려주지 말라고 하는,"
"不对...这是夫妻或恋人之间不应该告诉别人的事情,"
"헛소리에요 그거 다…" "那些都是胡说八道......"
자는 게 아니었구나. 金旼炡은 괜히 머쓱해져서 刘知珉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原来没在睡啊。金旼炡感到有些尴尬,不自觉地摆弄起刘知珉的头发。
"…우리 아버지도 엄마한테 배웠어요 운전."
"...我父亲也是跟妈妈学的开车。"
"장관님이…배우셨어요?" "部长您...学过吗?"
"유지현도 남자친구 알려줬는데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고요…"
柳智贤也告诉了我她的男朋友,到现在她们还相处得很好呢..
"그게 누구…아, 검사님 언니." "那是谁……啊,是检察官姐姐。"
이번에는 金旼炡이 고개를 주억였다. 这次是金旼炡点了点头。
"저 오빠 있거든요. 나이차이는 꽤 나요."
"我有一个欧巴。我们年龄差挺大的。"
"…알아요. 전에 찾아봤어요." "……我知道。我之前查过了。"
"이건 모를 걸요." "这个我不懂。"
"뭐가요…" “什么啊...”
"오빠도 의사에요. 대학병원에 있는데…신경외과라고 했었나. 아무튼 되게 바빠요. 서울에 있으면서 얼굴도 잘 못봐."
"我哥哥也是医生。在大学医院工作……记得是神经外科吧。总之特别忙。虽然都在首尔但也很少见到面。"
"신기하네요, 유지현도 신경외과인데. 의학의 꽃은 써전이라나 뭐라나."
"真有意思,你贤也是神经外科的。听说外科是医学之花呢。"
나쁘지 않은 대화의 흐름이었다. 金旼炡은 하품을 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궁금하다 지현언니.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역시나 이쪽도 목소리가 조금씩 늘어지고 있다.
谈话的氛围还不错。金旼炡打着哈欠低声嘟囔道。好奇啊智贤姐姐。回答很快就来了。这边的声音也开始渐渐变得慵懒起来。
"닮았어요 나랑." "和我很像呢。"
"가운 입은 검사님이에요?" "是穿着法袍的检察官大人吗?"
"엇비슷해요." "差不多吧。"
"…그것도 그것대로 잘 어울리겠네." "...那样也挺合适的。"
金旼炡이 눈을 비비작거렸다.아닌 척해도 지치긴 지쳤던 모양이었다. 오후 내내 태준과 함께 있다가 집으로 들어 왔더니…길고도 짧았던 하루가 꿈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되뇌어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도 같다. 한참 지나 눈을 떴을 때는 자세를 바뀌어 제가 刘知珉의 품에 안겨 있었다.지금이라도 숟가락을 얼려둘까 했지만 어차피 쉬는 날인데 뭐 어떠나 싶어 가지런한 눈썹만 조심스럽게 쓸어주다가 홀린 것처럼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프지마요 검사님. 웅얼거리며 그 품으로 바짝 파고들려는 참이었다.
金旼炡揉了揉眼睛。虽然她装作若无其事,但看起来确实有些疲惫了。整个下午都和泰俊在一起,回到家后...这漫长又短暂的一天恍如梦境。她似乎在回想着这段时间发生的事情时不知不觉睡着了。许久之后醒来时,姿势已经改变,她正躺在刘知珉的怀里。她想着是不是该现在就把勺子冷冻起来,但转念一想反正是休息日也无所谓,于是只是轻轻抚摸着那整齐的眉毛,然后像被蛊惑了一般吻上了对方的嘴唇。"检察官大人请别生病。"她咕哝着,正要往那个怀抱里钻得更深。
등 뒤에서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刘知珉은 잠결에 뒤척이다 金旼炡을세게 끌어안았다. 그럼에도 진동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검사님 잠깐만. 어디 가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것처럼 刘知珉의 머리를 쓰다듬은 金旼炡이 뒤로 몸을 빼고 협탁 가까이로 다가갔다. 스탠드 근처에 나란히 놓인 핸드폰 중 화면이 밝아진 것을 집어들어 들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金旼炡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밀어내자마자 제 할 말을 꺼내뒀다.
背后传来震动声。刘知珉在睡梦中翻身,紧紧抱住了金旼炡。尽管如此,震动声仍在持续。检察官请稍等。金旼炡像是在安抚她说不会离开一样,轻轻抚摸着刘知珉的头发,随后抽身向床头柜靠近。她拿起并排放在台灯旁的手机中亮起屏幕的那一个,轻轻呼出一口气。金旼炡用手指划开屏幕的同时,已经准备好了要说的话。
"知珉 언니 지금 자요." "知珉姐姐现在睡觉呢。"
스피커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넘어오지 않았다. 분명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른 뒤에야 화면이 바뀌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던 金旼炡은 배경화면이 점멸될 때까지 핸드폰을 바라봤다.刘知珉 자요. 그 쪽 때문에 진 빠지도록 울고 이제 겨우 잠 들었으니까 지금은 그냥 내버려둬요. 차마 전할 수 없는 말은 속으로 삼켜두는 것을 택했다. 볼륨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고서도 한참동안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화면은 다시 밝아지지 않았다. 金旼炡은 두 개의 핸드폰을 아예 반대로엎어두고 몸을 돌려 刘知珉의 품에 파고들었다.
扬声器里没有传来任何声音。时间确实在流逝。几秒钟后,屏幕才发生变化。咬着下唇的金旼炡一直盯着手机,直到背景屏幕闪烁。是刘知珉。因为你哭得精疲力尽,现在才刚刚入睡,所以就让她安静一会儿吧。她选择将无法说出口的话咽回肚子里。即使将音量开关调低,她还是握着手机很久。屏幕没有再次亮起。金旼炡把两部手机完全翻过来放着,转身钻进刘知珉的怀抱。
"…억울해." "...真不甘心。"
누구는 혹시라도 불편해할까봐 좋아한다는 말도 함부로 못 꺼내는데, 누구는 그렇게 상처를 줬으면서 거리낌 없이 연락할 수 있다. 은연 중에 드러나는 처지가 너무도 명확했다. 같이 있는 건 나였는데, 옆에 있는 것도 나였는데.그런데 왜 항상 내가 져야할까. 내가 지고 싶은 사람은 刘知珉인데 왜 매번 엄한 사람이 이기는 걸까. 참았던 한숨이 결국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쥐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知珉아. 그 목소리는 지워지지 않고 고장난 테이프처럼 새벽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有人担心会让对方不舒服,连喜欢这样的话都不敢随便说出口,而有人即使造成了伤害,却能毫无顾忌地联系。处境的差异在不经意间变得如此明显。明明和她在一起的是我,在她身边的也是我。可为什么总是要我认输呢?我想输给的人是刘知珉,为什么每次都是别人赢呢?最终,一直忍着的叹息还是泄露了出来。金旼炡紧紧抓住刘知珉的衣角,强迫自己闭上眼睛。知珉啊。那个声音像坏掉的录音带一样,整个黎明都在脑海中挥之不去。
알람이 울린 것도 아닌데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금 잠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해봐도 도리어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는 것이었다. 딱히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안겨 刘知珉의 얼굴만 구경했다. 가지런한 눈썹을 쓸어보다 유려한 곡선을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얼굴만 봐도 재미있다는 걸배우도, 아이돌도 아닌 검사를 보고 생각하게 될 줄이야. 사람 일 정말 모르는 거라니까. 金旼炡은 얕은 실소를 흘리며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 손가락이 붙잡힌 것도 그 즈음이었다. 안경 없어도 되게 좋아하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소 형편없이 갈라져 있지만 그마저도 묘하게 설레기만 했다.
明明闹钟还没响,却早早就醒了。即使试图重新入睡,意识反而越来越清醒。也没什么特别要做的事。于是静静地依偎着,只是欣赏刘知珉的脸。抚摸着整齐的眉毛,手指沿着优美的弧线慢慢移动。没想到有一天会对着一个既不是演员也不是偶像的检察官看脸都觉得有趣。人生真是难以预料啊。金旼炡轻笑着,指尖轻轻触碰她的嘴唇。手指被抓住也是在那时候。不戴眼镜也很喜欢呢。低沉的嗓音虽然沙哑得不行,但就连这样也让人莫名心动。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어요?" "…你是什么时候醒的?"
"눈썹 만져줄 때요." "就是你抚摸我眉毛的时候。"
"그러면서 왜…" "那为什么还…"
刘知珉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뒤늦게 머쓱해졌다. 마른침을 삼킨 金旼炡이 느릿하게 몸을 돌려 협탁으로 손을 뻗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원하던 바를 이룰 수는 없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뒤에서 끌어안아 제 품으로 가둬둔 刘知珉으로 인해서였다. 金旼炡은 어깨에 올려온 작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잘 잤어요 검사님? 덕분에요. 이어서 刘知珉은 金旼炡의 볼에 입을 맞추고 손깍지를 껴왔다.
刘知珉虽然仍然闭着眼睛,但后知后觉地感到有些不好意思。金旼炡慢慢地转过身,伸手去够床头柜。她本想确认一下时间,但却没能如愿。这都是因为刘知珉趁机从背后抱住了她,把她圈在怀里。金旼炡轻轻抚摸着靠在自己肩上的小脑袋。"检察官大人睡得好吗?""多亏了你。"接着,刘知珉在金旼炡的脸颊上亲了一下,十指相扣。
"지금 몇 시에요." "现在几点了。"
"보려고 했는데 검사님이 안 놔줬잖아요."
"我本来想看的,但是检察官不让我看。"
"그랬구나." "原来如此。"
시간 같은 건 그다지 상관 없다는 투였다. 편하게 刘知珉에게 기댄 金旼炡이 장난하듯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对她来说,时间这种事无关紧要。金旼炡舒服地依靠在刘知珉身上,像是在玩耍般摆弄着手指。
"밥은 그냥 시켜서 먹어요." 点外卖就行了。
"그래요, 냉장고에도 별 거 없을 거에요."
"是的,冰箱里也没什么东西。"
"이따가 같이 주문해요 그건." "待会儿我们一起点外卖吧。"
"다음주부터 촬영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不是说下周开始拍摄吗?"
"…기억하네요." "……我记得。"
살짝 고개를 돌리자그런 걸 묻냐는듯 빤히 바라보다 대뜸 이마를 부딪혔다. 아파요. 사실 힘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엄살을 부렸다. 그 자리에 입술을 내리는 刘知珉이 좋아서, 하지만 그것을 아주 내색할 수는 없어서. 더욱이 이제는 이렇게 함께 있을 시간도 줄어들 터였다. 촬영만 끝나면, 차기작까지는 휴식기가긴 편이니까, 그때가 되면 이 관계도 지금보다는 안정적일 테니.
轻轻转过头,她直勾勾地看着我,仿佛在说"你怎么问这种问题",然后突然用额头撞了我一下。好痛。其实几乎感觉不到力道,但我还是故意撒娇。刘知珉在那里亲吻的动作让我很开心,但我又不能太明显地表现出来。更何况,现在这样在一起的时间也要减少了。等拍摄结束,到下一部作品之前会有比较长的休息期,到那时候,我们的关系应该会比现在更稳定吧。
한참 뒤의 미래를 벌써부터 상상하는 건 너무도 섣불렀지만,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기대를 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金旼炡은 협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쳐다보다 속으로 몰래 한숨을 삼켰다.
虽然现在就想象很久以后的未来还为时尚早,但憧憬未来也不需要得到谁的许可。金旼炡看着床头柜上的手机,默默咽下一声叹息。
"배고파요?" "饿了吗?"
刘知珉이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주며 묻자 金旼炡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을 감았다.
刘知珉帮她理了理滑落的头发,金旼炡没有回答,只是闭着眼睛摇了摇头。
"그러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那就这样再待一会儿吧..."
조금이 뭐야 하루종일도 안고 있을 수 있는데.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품 안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꿈을 꿨다.
别说一会儿了,就算整天抱着也可以。不想被任何人打扰。什么都不想,什么都不做,只是在彼此怀里说着琐碎的话,做了一场这样的梦。
일어났을 때는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몸을 일으킨 다음에도 한동안은 멍하니 앉아 침대만 바라봤다. 그러다 침실 문이 열렸고, 못보던 안경을 쓴 刘知珉이 생수병 하나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밥 먹어아죠.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金旼炡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刘知珉은 매트리스 끝에 앉아 생수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는 金旼炡에게 병을 쥐여주며 협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뒤집었다.
醒来时身边空无一人。撑起身子后也只是呆呆地坐着看着床。这时卧室的门开了,戴着不常见的眼镜的刘知珉拿着一瓶矿泉水慢慢走了进来。该吃饭了。金旼炡不知道哪些是梦境哪些是现实,一时难以开口。刘知珉坐在床垫边缘拧开了矿泉水的瓶盖。然后把水瓶递给金旼炡,翻过了放在床头柜上的手机。
몇 시에요? 金旼炡이 물어보면 12시가 넘었다고 대답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던 金旼炡도 이불을 걷어내고 뒤따라 침대에서 벗어나 거실로 걸어갔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刘知珉이 옆에 있던 쿠션을 치워 본인의 다리 위에 올려뒀다.
几点了?当金旼炡问起时,回答说已经过了 12 点,然后起身。看着这一幕的金旼炡也掀开被子,跟着下了床,走向客厅。坐在沙发上摆弄手机的刘知珉把旁边的靠垫挪开,放在了自己腿上。
"불고기 괜찮아요?" 烤牛肉可以吗?
"…네." "…是的。"
"된장찌개는요?" "大酱汤做好了吗?"
"네…검사님 언제 일어났어요?" "是的...检察官您什么时候醒的?"
刘知珉은 내내 핸드폰 화면에 뒀던 시선을 비로소 金旼炡에로 옮겨뒀다. 3시간 됐을 걸요, 왜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이던 金旼炡이 느릿하게 소파에 몸을 내렸다. 刘知珉이 그런 金旼炡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투명한 안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여느 날처럼 곱고 단정했다. 진짜 뭐지. 金旼炡은 슬며시 제 손등을 꼬집어봤다.통각은 선연했지만 여전히 현실감은 없었다. 채널을 돌리던 刘知珉이 빤한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고 金旼炡을 쳐다봤다. 내가 깨운 거에요? 피곤하면 더 자도 돼요. 술을 마신 기억은 없다. 분명 어제 태준과 한강에서 헤어지고 집에 왔고,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펑펑 우는 刘知珉을…
刘知珉终于将一直停留在手机屏幕上的视线移向了金旼炡。大概过了三个小时吧,怎么了?不知该说些什么的金旼炡慢慢地坐到了沙发上。刘知珉看着这样的金旼炡,放下手机拿起了遥控器。透过透明的眼镜镜片,看到的脸像往常一样秀丽整洁。到底是怎么回事。金旼炡轻轻掐了掐自己的手背。虽然痛觉清晰,但仍然感觉不太真实。转着频道的刘知珉似乎感觉到了直白的视线,转过头看向金旼炡。是我吵醒你了吗?如果累了可以继续睡。明明没有喝酒的记忆。确实是昨天和泰俊在汉江分开后回了家,然后就看到在这里痛哭的刘知珉...
결국 씻고 오겠다며 먼저 자리를 피했다. 침실로 들어가려다가 냉수라도 마셔아겠다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는 거의 제 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익숙하게 식기 건조대에서 유리잔을 꺼내 정수기 아래에 두고 버튼을 눌렀다. 뜨겁고 축축했던 기운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해서 어깨죽지를 매만지다물이 반쯤 차오른 잔을 집어 그대로 들이켰다. 싱크대 안에 빈 잔을 넣어두고 뒤를 돌았던 참이었다. 아일랜드 식탁 구석의 달력 근처에서 갈기갈기 찢긴 종이를 발견하게 된 것은. 金旼炡은 눈치를 살피다 식탁으로 다가갔다.
最终以要去洗澡为由先行离开了座位。正要进入卧室时,觉得该喝点凉水,于是转身折回。这里对她来说已经跟自己家没什么两样了。她熟练地从碗架上取出玻璃杯,放在饮水机下按下按钮。肩膀上还残留着炽热潮湿的触感,她一边揉着肩膀一边拿起半满的杯子一饮而尽。正当她把空杯子放进水槽转身时,在岛型餐桌角落的日历旁发现了几张撕碎的纸。金旼炡警惕地打量四周,走向餐桌。
자세히 들여다 보니 종이 옆에는 구겨진 무언가가 함께 놓여 있었다. 괜히 긴장이 돼서 바지춤에 손바닥을 닦고 구겨진 필름을 집어들었다. 펼쳐 볼까 고민하다 왼쪽으로 잠시 치워두고 찢긴 종이를 하나씩 맞춰봤다. 굳이 전체를 완성시킬 필요는 없었다. 이제는 7년의 결실을 맺고 평생을. 퍼즐처럼 맞춰진 종이에 적힌 문구가 가리키는 것은 뻔했으니까.거기까지는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 마른침을 몇 번이나 삼켰으나 여전히 입이 썼다. 짤막한 한숨을 내뱉은 金旼炡이 애써 맞춘 종이를 도로 흩트려놓고 옆에 밀어둔 필름을 집었다. 어제 刘知珉이 쥐고 있었던, 그러다 바닥으로 떨어트린 것은 청첩장 뿐이었다.
仔细一看,纸的旁边还放着一个皱巴巴的东西。莫名紧张起来,她在裤子上擦了擦手心,拿起那团皱巴巴的底片。犹豫着要不要展开看看,暂时将它放在左边,开始一片片拼凑撕碎的纸张。其实没必要完全拼完,因为这些拼图般的纸片上写着的内容已经很明显了——"七年的成果,终身的"。看来那部分并不是梦。觉得这是种幸运也很可笑啊。虽然咽了好几次口水,嘴里依然发苦。金旼炡轻叹一声,把好不容易拼好的纸又弄散,随后拿起放在一旁的底片。昨天刘知珉握在手里,后来掉在地上的,只是张请柬而已。
金旼炡은 찬찬히 폴라로이드 필름을 펼쳤다. 그리하여 미처 버러지 못한 호기심은 청첩장의 주인이 제가 아는 한유진이 맞다는 사실을 기어이 확인시켜줬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는 누구보다 서럽게 울던 刘知珉이 덧대어졌다. 그 마음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필름과 찢어진 종이를 구석으로 치워둔 金旼炡이 겨우 발걸음을 뗐다. 그대로 거실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에 몇 번이고 찬물을 끼얹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화장실을 나서며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 보던 刘知珉은 걸어오는 金旼炡을 발견하고 와서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내어줬다.
金旼炡缓缓展开了拍立得相片。怀着未能抑制的好奇心,她最终确认了请柬的主人确实是她认识的韩宥真。照片中两个人灿烂的笑容重叠着曾经比谁都伤心哭泣的刘知珉的身影。那份心情让她完全无法理解。金旼炡将相片和撕碎的纸张收到角落里,勉强迈开了脚步。她径直走进客厅的洗手间,用凉水一遍又一遍地浇着脸。用毛巾擦干水渍后走出洗手间时,她好不容易挤出了一丝笑容。坐在沙发上看手机的刘知珉发现金旼炡走过来,便像是在示意她坐下似的,腾出了身边的位置。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想吃点什么吗?
"점심은 시키지 않았어요?" "你还没有订午饭吗?"
"그것도 그건데, 아까 냉장고 채워넣기로 했잖아요 같이."
"说起这个,我们不是说好要一起去采购填满冰箱的吗?"
이것도 꿈이 아닌건가. 金旼炡은 아예 저에게로 핸드폰을 맡기는 刘知珉을 바라보다 혀를 씹었다. 아팠다. 그럼에도 실감이 나지 않아 刘知珉의 볼을 꼬집어봤다.刘知珉은 왜 그러냐 묻지도 않고, 짜증을 내며 밀어내지도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 구석에서 뭉근히 치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빈 손으로 刘知珉의 옷자락을 움켜쥔 金旼炡이 손을 고쳐 손바닥으로 뺨을 감쌌다. 그 다음에는 몸을 기울여가까이 다가갔지만, 입술이 닿기 직전에 刘知珉은 뒤로 얼굴을 뺐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내팽겨치듯 테이블로 던져두고는 조심스럽게 金旼炡의 뒷목을 잡아 제게로 이끌었다. 몸이 맞붙는 동시에 숨결은 금방 엉겨들었다. 각자의 손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허리로, 어깨로 안착했다.
这应该不是梦吧。金旼炡看着刘知珉完全把手机托付给自己,咬了下舌头。很痛。即便如此还是感觉不真实,她捏了捏刘知珉的脸颊。刘知珉既没有问为什么,也没有生气地推开她,只是静静地等待着。感觉很奇怪。一种难以言表的情绪似乎在心底某个角落缓慢涌现。空着的手抓住刘知珉的衣角,金旼炡随后改用手掌捧住了她的脸。接着身体前倾靠近,但就在嘴唇即将相触的瞬间,刘知珉将脸往后退。她摘下戴着的眼镜,像是随手扔一般丢在桌上,然后小心翼翼地扶住金旼炡的后颈,将她拉向自己。身体相贴的同时,彼此的呼吸很快交织在一起。双方的手自然而然地落在对方的腰间、肩膀上。
성급하지도, 그렇다고 차분하지도 않은 키스가 이어졌다. 어느샌가 金旼炡은 刘知珉의 허벅지에 앉아 본인의 페이스대로 입 안을 헤집었고, 刘知珉은 능숙하게 움직임을 맞춰주며 金旼炡을 받아냈다. 숨 쉴 틈을 놓쳐 호흡이 무너진 쪽은 어쩌면 당연하게 金旼炡이었다. 刘知珉이 제 어깨에 기댄金旼炡을 달래듯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드러난 귓볼에 입술을 내렸다. 밥 먹어야 돼요. 배 안 고파요. 이따가는 고파질 거에요. 이어서 속삭이는 대화는 벌건 대낮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金旼炡은 제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손을 겹쳐 잡으며 핏대가 올라온 새하얀 목에 얼굴을 묻었다.
既不急躁也不平静的吻接连不断。不知何时,金旼炡已经坐在刘知珉的大腿上,按照自己的节奏在对方口中肆意游走,刘知珉则熟练地配合着她的动作接纳着金旼炡。错过了呼吸时机而喘不过气的人自然是金旼炡。刘知珉轻抚着靠在自己肩上的金旼炡,拨开她的头发,将嘴唇贴上露出的耳垂。要吃饭了。不饿。等会儿就会饿了。接连响起的低语与大白天的氛围并不相称。金旼炡抓住沿着自己大腿往上爬的手,将脸埋进了布满血丝的白皙脖颈里。
"서초? 회사랑 아예 반대쪽인데?" "瑞草区?跟公司完全是反方向啊?"
그렇다고 저렇게 놀랄 것까지 있나. 金旼炡은 선풍기를 매니저쪽으로 돌려주며 대본집을 넘겼다. 나름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스케줄 끝나면 매니저는 金旼炡을 집까지 데려다 주고, 金旼炡은 아주 늦은 새벽이 아니면 택시를 타고 刘知珉을 보러 가고,刘知珉은 그럴 거면 차라리 본인을 부르라는 말을 하고. 이래저래 번잡스럽고 피곤한 동선이 아닐 수가 없었다. 모서리를 매만지던 金旼炡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바쁜 스케줄이 마무리 되는대로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 보고 있다면서 매니저에게 먼저 귀띔을 해줬다. 그래야 오해를 받지 않을터였다. 물론 남들은 저와 刘知珉과의 관계에 대해 대부분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것이었다.
也不至于那么惊讶吧。金旼炡把电扇转向经纪人那边,翻着剧本。这是她深思熟虑后的结论。行程结束后经纪人会把金旼炡送回家,如果不是太晚的话金旼炡就会打车去看刘知珉,而刘知珉则会说与其这样不如叫她过来。这样来回确实让人疲惫又麻烦。金旼炡一边摸着边角一边先跟经纪人透露,虽然不是马上,但等忙碌的行程结束后就要找房子搬家。这样才不会引起误会。当然,大部分人对她和刘知珉的关系都会一笑而过。
검사와 어떻게 지인이 됐냐고 물어온다고 해도 피해자 조사 때문에 만나다가 밥 몇 번 먹었고, 그러다 서로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걸 느껴서 사적으로도 연락하게 됐다고 대답하면 그만이었다.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세상 일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는 거였다. 더욱이 이번에는 일반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인이라고 하는 것도 어딘가 과했지만 刘知珉은 메스컴에 노출된, 그 쪽 필드에서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이었으니.
就算有人问我是怎么和检察官成为相识的,只要回答说是因为受害者调查而见面,一起吃了几顿饭,之后发现彼此很聊得来才开始私下联系就够了。不过凡事都有万一,世事难料,所以才刻意不提。况且这次对方也不是普通人。虽然说是公众人物似乎有点夸张,但刘知珉是一个在媒体上经常出现的人物,在那个圈子里只要提到名字大家都认识的名人。
"태준이야?" "是泰俊吗?"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 커피 너무 많이 마시지 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름으로 인해 자판을 두드리던 金旼炡의 손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매니저는 차마 입도 다물지 못하는 金旼炡을 바라보다 하루이틀이냐는 듯 핸드폰을 턱짓했다. 어째 너희는 바빠지니까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덧붙이는 말에는 어폐가 가득했다. 金旼炡이 어색함을 애써 감추며 홀드버튼을 눌렀다. 화면은 금방 까맣게 점멸됐다.
她正在回复一条午餐吃食堂的短信。"少喝点咖啡。"突然出现的名字让正在敲打键盘的金旼炡的手在半空中顿住了。经纪人看着连嘴都合不拢的金旼炡,用下巴指了指手机,仿佛这种情况已见怪不怪。"你们忙起来反而关系变得更好了呢。"补充的话语里充满了不恰当。金旼炡努力掩饰着尴尬按下了待机键。屏幕很快闪烁着变黑了。
"하긴 한참 좋을 때 걔가 군대 갔으니…3년이라고 해도 권태기 같은 건 안 오겠구나 너희는."
"也是,她在你们正蜜里蜜里的时候去当兵了嘛...就算三年,你们也不会有倦怠期吧。"
"아니 뭐…모르는 거지 그건." "哦不...那个我不知道。"
매니저가 간식을 뒤적이는 틈을 타서 金旼炡은 잠금을 풀고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저도 한 씬만 더 찍고 점심 먹으러 갈 거에요. 읽음 표시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몇 시간 뒤에 확인하거나, 확인해놓고도 답장이 없는 건 아니었다. 金旼炡이 핸드폰을 반대로 뒤집어대본집에 올려뒀다.
趁着经纪人翻找零食的空档,金旼炡解锁手机快速发了条短信。我也拍完一个场景就去吃午饭。虽然对方没有立即显示已读,但最近对方都会在几小时后查看,而且看到后也不会不回复。金旼炡把手机翻过来放在剧本上。
"언니." 姐姐
"응." 嗯。
"나 지금 차 사면 좀 그래?"
"现在买车是不是不太合适?"
이번에는 과자 포장지를 뜯던 매니저의 손이 미끄러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과자를 바라보던 金旼炡은 3초 안에 먹으면 괜찮다는 시덥잖은 말을 건넸다. 그렇게 7초가 더 지난 뒤에야 매니저는 대답했다. 너 장롱이잖아 旼炡아.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렸다.
这次是经纪人拆零食包装的手滑了。金旼炡看着掉在地上的零食,说了句只要 3 秒内捡起来吃就没事的无聊话。又过了 7 秒后经纪人才回答道。你是长筒啊旼炡。金旼炡点点头,声音逐渐消失。
"장롱을 탈출할 때도 된 것 같아서…"
"我觉得也该从衣柜里出来了……"
"…너 뭐 연애하니?" "...你在谈恋爱吗?"
"……"
"그래, 연애하잖아 너. 그런데 왜 갑자기 차를 사? 태준이가 자기만 운전하는 거 좀 그렇대?"
"没错,你不是在谈恋爱吗。那为什么突然要买车?是泰俊说自己总是开车有点过意不去吗?"
"그 오빠가 그럴 사람은…아니지 않을까."
"那个欧巴应该...不是那种人吧。"
"요즘 우리 旼炡이 뭔가 달라졌단 말이지…"
"最近我们旼炡好像有点不一样了啊…"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것처럼 빤히 저를 쳐다보는 시선을 모른척하며 대본집만 손으로 훑었다. 그러다 작은 진동이 느껴지면 빠르게 핸드폰을 뒤집어 잠금을 풀었다. 지금 찍으면 방송은 언제 해요? 별 거 아닌 질문도 제게는 한없이 특별하게 와닿았다. 金旼炡이 자판을 꾹꾹 누르며 단어를 조합했다. 아마 늦어도 겨울이 오기 전에는 볼 수 있을.
我装作没注意到那道仿佛在寻找什么般直勾勾盯着我的视线,只是用手翻阅着剧本。感觉到微弱的震动时,便迅速翻过手机解开锁屏。"现在拍摄的话,什么时候能播出?"这样普通的问题在我看来却显得无比特别。金旼炡用力按着键盘组织着文字:应该最迟在冬天来临前就能看到了。
"둘이 좋아 죽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결혼은 안 된다."
"虽然你们彼此喜欢得不得了,但还是不能结婚。"
커서가 맥없이 깜빡였다. 金旼炡은 핸드폰을 쥔 채로 멀거니 고개를 들어올려 매니저를 눈에 담았다. 그녀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光标无力地闪烁着。金旼炡握着手机,怔怔地抬起头,望向经纪人。她以相当认真的表情继续说道。
"청첩장은 10년 뒤에 받아도 늦지 않을 것 같아."
"就算十年后才收到请帖也不算晚。"
어째서 갑자기 그 쪽으로 이야기가 튀는지 모를 일이었다. 金旼炡은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왼손으로는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요? 물방울이 가득 맺힌 캔을 볼에 가져다 대던 매니저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선풍기를 돌렸다.
不知为何话题突然转到了这个方向。金旼炡右手拿着手机,左手指着自己问道:"我?"经纪人将沾满水滴的易拉罐贴在脸颊上,带着微妙的表情打开了电风扇。
"이럴 때 보면 김 배우님은 공개연애를 해서 다행이다 싶어 참."
看到这样的情况,真是觉得金演员公开恋情是件幸事啊。
매니저는 그렇게 말하며 아예 아이스박스에서 이온음료를 꺼내 金旼炡의 손에 들려줬다. 서늘한 기운이 금방 손바닥을 타고 올라와 뒷목을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经纪人边说边直接从冰箱里拿出运动饮料递到金旼炡手里。清凉的感觉立刻顺着手掌蔓延上来,仿佛在轻抚后颈。
"티가 은근 많이 난단 말이지."
"还真有点水平嘛。"
"…내가?" "……我吗?"
"旼炡아 이건 국룰이야." "旼炡啊,这是定律。"
잠깐 쉬는 시간에는 핸드폰부터 찾고, 그 핸드폰 보면서 웃고,차 사고, 그 근처로 이사 가고. 그런데 서초보다는 지금 집이 태준이네 동네랑 더 가깝지 않나. 캔커피를 홀짝이며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金旼炡은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우다 팝탑을 따고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딱히 갈증이 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캔을 말끔히 비워냈다. 내가 언제 또 그렇게 핸드폰을 보면서 웃었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빈캔을 구겨 바닥에 내려뒀다.
休息时间一开始就找手机,看着手机傻笑,买车,搬到那附近去住。不过比起瑞草区,现在的住处离泰俊家那边不是更近吗。经纪人一边喝着罐装咖啡一边困惑地歪着头。金旼炡假装没听见,打开易拉罐盖子咕嘟咕嘟地灌着运动饮料。倒也不是特别口渴,但还是一口气喝完了整罐。我什么时候看手机看得那么开心了,她心里嘀咕着,把空罐子揉皱放在了地上。
"그래서 태준이는 언제 온대?" "所以泰俊什么时候来?"
"…응?" "...嗯?"
"특별출연 촬영 날짜 픽스되지 않았어?"
"特别出演的拍摄日期还没定下来吗?"
"아…그거." "啊...那个。"
"들은 거 없어? 듣기로는 지방에서 찍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다행이지 걔도 차기작 준비로 정신 없을텐데
你没听说吗?听说不是在外地拍。这样也好,她现在应该忙着准备下一部作品呢。
연락이 끊긴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마지막 데이트 이후로는 전화는커녕 문자 한 통도 오고 가지 않았다.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저나 태준이나 착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매니저가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시간을 끄는 것은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서로를 위해서라도 이 관계는 정리를 해야 됐다.
不知不觉已经断联一周了。自从上次约会后,别说通话了,连一条短信都没有来往。看来我和泰俊都很好地遵守了要给彼此一些时间的约定。事实上,在经纪人提起这件事之前,我完全忘记了她的存在。她在我的优先顺序中被彻底降低了。继续拖延时间只会是另一种希望的折磨。为了彼此着想,这段关系也该做个了断了。
金旼炡은 잠금이 풀린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며 답장을 작성했다. 겨울 오기 전에는 방송 될 거니까 그때 같이 봐요. 실은 헤어짐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정태준도, 金旼炡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 선택이 刘知珉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刘知珉은 그 누구보다 지금의 관계를 지키고자 했다. 때문에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됐다. 金旼炡이 刘知珉 앞에 누군가를 세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버렸다는 것을, 기어코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정태준을 놓아버리려 한다는 것을.
金旼炡一边点击着已解锁的手机屏幕一边编写回复。在冬天到来之前节目就会播出,到时候一起看吧。实际上,选择分手的决定性原因既不是郑泰俊,也不是金旼炡。但这并不意味着这个选择是为了刘知珉。刘知珉比任何人都想要维持现在的关系。正因如此,谁都不应该知道。不该知道金旼炡已经下定决心不在刘知珉面前摆上任何人,为了实现这个誓言而准备放手郑泰俊这件事。
"旼炡아." "旼炡啊。"
"응?" 嗯?
"감독님이 너 찾는 거 같다."
"看来导演在找你。"
플라스틱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金旼炡의 곁으로 매니저와 코디가 달라붙었다. 의상을 확인해주고, 머리를 만져주고, 대본집과 핸드폰을 챙겨줬다. 金旼炡은 매니저 손에 들린 것을 쳐다보다 마음을 다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从塑料椅子上站起身的金旼炡身边立刻围上了经纪人和造型师。她们为她检查着装,整理头发,递上剧本和手机。金旼炡看着经纪人手中的物品,定了定神,深深吸了一口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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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불편해 ... 마음이 불편해 ... 태준아 미안해 유진아 반성해 아 이건 아니야 ..... 엄청 메말랐는데 또 엄청 축축하고 ...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는거야 이제는 ....
啊...好难受...心里好难受...泰俊对不起 宥真我很后悔 啊这样不行.....既无比干涸又无比潮湿...我现在已经无法保持清醒地活下去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