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도깨비 (1) 29 話 鬼怪(1)
씻고 옷도 갈아입고 아침 겸 점심도 먹고 나니 그럭저럭 머리가 차가워졌다. 아직 가슴 안쪽이 평소보다 더 두근거리는 느낌이긴 하지만.
洗完澡換好衣服,吃了早午餐後,頭腦總算清醒了不少。雖然胸口裡還是比平常跳得更快一些。
숙취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뭐랄까, 정신력 스탯이 깎여 나가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還以為宿醉全消了,結果似乎不是?怎麼說呢,感覺精神力屬性被削弱了。
‘어제 일에 생각지 못한 스킬 효과까지 알아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畢竟昨天的事還意外發現了技能效果,這也說得通。」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한데.
不過還是有點奇怪。
일단 정리부터 해 보자.
先來整理一下。
1. 키워드 효과에 대한 것은 절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1. 關於關鍵字效果的事,絕對不能告訴任何人。
세상에 목숨 걸고 믿을 만한 인간은 별로 없다. 독심술이라도 할 줄 알면 몰라, 그 속내를 어떻게 다 파악하겠는가.
這世上值得用生命信賴的人並不多。除非會讀心術,不然怎麼可能完全看透別人的心思呢。
유현이처럼 나 구한다고 목숨 건 전력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절대 덥석 믿을 수 없었다.
不像柳賢那樣有拼命救我的決心,否則絕對不會輕易相信。
내 스탯은 F급이다. 我的能力值是 F 級。
항상 기억해 두고, 조심해야 한다. L급 스킬 있다고 나대다가 지나가던 S급이 툭 치면 그대로 요단강 건너는 물몸이니.
一定要時刻記住並小心謹慎。別因為有 L 級技能就自以為是,隨便被路過的 S 級輕輕一擊就會直接送命。
2. 키워드 사용 시 최대한 주의를 기해야 한다.
2. 使用關鍵字時必須盡可能謹慎。
지금은 고작 네 명뿐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은 키워드를 쓰게 되면 누군가 눈치채게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제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의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現在雖然只有四個人,但如果以後繼續使用同樣的關鍵字,總有一天會被人察覺。最重要的是,像昨天那樣在人多的地方絕對不能使用。
키워드를 들켜도 단순히 성장 스킬 적용만 불가능해지는 거였다면 그래도 감당할 만했겠지만, 정신적 세뇌 효과가 들통났다간 당연히 난리 난다.
如果被發現關鍵字只是單純無法套用成長技能,那還算能夠承受,但一旦精神洗腦效果被揭穿,當然會引起大騷動。
그러니 키워드를 써야 한다면 가능한 일대일 상황에서, 다른 단어도 여럿 섞어야 그나마 안전할 것이었다.
所以如果必須使用關鍵字,最好是在一對一的情況下,並且混合使用其他詞彙,這樣才比較安全。
3. 사람보다는 몬스터 위주로, 나를 보호해 줄 S급 수준 마수들을 가능한 빨리 구해야 한다.
3. 以怪物為主,盡快找能保護我的 S 級魔獸。
5년 뒤에도 인간과 말이 통하는 몬스터가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러니 피스와 나중에 받게 될 몬스터는 스킬 효과가 사라질 걱정 없이 안전했다.
五年後也沒有出現能與人類溝通的怪物。所以,Peace 和之後會得到的怪物,都能安心使用技能效果,不用擔心消失的問題。
그런 S급 몬스터를 둘 정도만 곁에 두어도 내 신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안심할 수 있을 것이었다.
只要身邊有兩隻那樣的 S 級怪物,我對自己的安全就能完全放心了。
4. 마지막으로, 망할 시스템을 얕보지 말자. 또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조심, 또 조심하자.
4. 最後,千萬別小看該死的系統。因為不知道還藏著什麼陷阱,所以要小心,再小心。
‘스탯 S급이었으면 이렇게까지 걱정되진 않았을 텐데.’
「如果是屬性 S 級的話,應該不會這麼擔心才對。」
역시 너무 과해. 아, 또 멘탈 약해지려고 하네. 오늘따라 왜 이러지. 입고 있던 갑옷을 벗어던지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果然還是太過頭了。啊,又快要精神崩潰了。今天到底是怎麼了。感覺就像把身上的盔甲全都脫掉了一樣。
…간을 너무 무리시켜서 그런가.
…是不是肝臟太過勞累了。
‘교육이나 받으러 가자.’ 「還是去接受點教育吧。」
하루 이틀 쉬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역시 과음은 몸에 안 좋아.
休息一兩天應該就會好起來。果然喝太多酒對身體不好。
* * *
“아저씨!” 「大叔!」
밖으로 나가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예림이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전문 코디라도 붙었는지 오늘 옷차림도 상큼하니 귀여웠다.
一走出去,早已先行出來等候的예림熱情地迎接我。彷彿有專業造型師幫忙打理,今天的穿著清新又可愛。
“엄청 취했었다던데, 괜찮아요?” 「聽說你喝得很醉,還好嗎?」
“응, 멀쩡해.” 「嗯,沒事。」
“다행이다.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몸에 안 좋아요.”
「真是太好了。不要喝太多酒,對身體不好。」
그렇잖아도 안 좋은 걸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 봐, 또 가슴이 뛰잖아.
本來就已經感覺不太好了。你看,又開始心跳加速了。
유명우가 아직 안 나온 사이 빨리 물어봐야 하는데.
趁著有名宇還沒出來,得趕快問清楚。
“예림아, 혹시 말이야…….” 「藝琳啊,說真的……」
어쩔까 하다가 듣는 사람도 없으니 직접적으로 물었다.
猶豫了一下,因為沒有人聽,就直接問了。
“나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 없어?”
「看到我會想到誰嗎?」
“떠, 떠오르는 사람이요?” 「浮、浮現出的人嗎?」
예림이가 당황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빙고. 있구나.
“그, 그게요……. 그게, 티 안 내려고 했는데…….”
「那、那個……我本來不想讓人發現的……」
“괜찮아. 말해 봐.” 「沒關係,說吧。」
엄마만 아니면 된다. 只要不是媽媽就好。
“어릴 적에… 주택에 살적에, 절 돌봐 주신 옆집 아저씨가 있었어요.”
「小時候……住在透天厝時,有位隔壁的叔叔照顧我。」
아저씨! 만세! 이름 모를 예림이댁 옆집 아저씨, 감사합니다.
大叔!萬歲!不知名的藝林家隔壁的大叔,謝謝您。
“아저씨보단 어렸는데, 그땐 저도 더 어렸으니까요. 엄마는 옆집 학생이라고 했지만 제 눈엔 다 큰 어른처럼 보여서 그냥 아저씨라고 불렀어요. 아저씨랑 닮은 건 아니고요, 병약했어요. 어린 제가 봐도 걱정이 될 정도로요.”
「雖然比大叔年輕,但那時候我也更年幼。媽媽說他是隔壁家的學生,但在我眼裡他看起來像個大人,所以我就直接叫他大叔了。其實他和大叔長得不一樣,他身體很虛弱。連我這麼小都覺得很擔心。」
예림이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닿아 있는 곳은 먼 과거인 듯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예림的目光雖然投向我,但彷彿停留在遙遠的過去。她回憶著往昔,繼續說道。
“우리 집도 잘사는 편이었지만 옆집은 더 크고 좋았거든요. 마당도 예뻤어요. 하얀색 그네의자도 있었고요, 커다란 강아지도 있었죠. 아저씨는 몸이 약해서 집 밖으론 잘 안 나갔어요. 대신 저랑 매일같이 놀아 줬죠.”
「我們家雖然也算富裕,但隔壁家更大更好。院子也很漂亮,有一個白色的鞦韆椅,還有一隻大狗。那位大叔身體虛弱,很少出門,反而每天都陪我玩。」
“많이 좋아했겠네.” 「一定很喜歡吧。」
예림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藝琳大力點了點頭。
“네. 진짜 많이 좋아했어요. 그땐 엄마나 아빠보다 아저씨랑 같이 있는 시간이 더 길었거든요. 아빠야 바쁘셨고 엄마는 제가 아저씨랑 잘 노니까 옆집 아주머니랑 같이 교회 봉사활동 다니셨어요.”
「是的,我真的很喜歡他。那時候我和叔叔在一起的時間比和爸爸媽媽還多。爸爸很忙,媽媽因為我和叔叔玩得很好,所以她就和隔壁阿姨一起去教會做志工了。」
그래서 그 아저씨… 학생이 제일 영향력 큰 양육자가 된 건가. 예림이 부모님이 계속 살아 계셨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일찍 돌아가시고 말았으니.
所以那位大叔……學生成了最有影響力的養育者。如果예림的父母還活著,情況可能會不同,但他們早早去世了。
혹은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들이닥친 힘든 현실 때문에 어릴 적 평화롭던 시절에 더 의지하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부모님의 기억을 되새기며 매달리기엔, 많이 아플 나이니까.
或許是因為父母突然去世,面對突如其來的艱難現實,才讓他更加依賴童年那段平靜的時光。回想起父母的記憶,對他來說,這個年紀太過痛苦,無法輕易執著。
“그리고 제가 나중에 크면, 아저씨보다 강해질 테니까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然後我長大以後,一定會比大叔更強,所以會保護你的……」
말꼬리가 흐려졌다. 뒷말은 더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헤어진 거겠지. 이사라면 다행이고 병약하다 했으니 몸 상태가 악화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話尾變得模糊了。後面的話不用聽也能猜到。大概是分開了吧。如果是搬家還好,既然說過體弱多病,也有可能是身體狀況惡化了。
한숨을 크게 삼킨 예림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深深嘆了一口氣的藝琳,用不安的眼神抬頭看著我。
“역시 기분 나쁘시죠? 아저씨를 보며 다른 사람을 떠올린 거요……. 보통은 그런 거 싫어하잖아요.”
「果然讓您感覺不舒服了吧?看到大叔卻想到別人……通常大家都不喜歡這樣的。」
“아냐, 괜찮아. 범죄자 같은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오히려 날 그렇게 생각해 줘서 기분 좋은걸?”
「沒關係啦,不是什麼罪犯之類的,而且你說他是個好人。反而因為你那麼想我,我覺得很開心呢?」
물론 기분 나빠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야 자업자득이니. 병약하긴 해도 부잣집 좋은 남학생이라니 고마울 정도였다.
當然也有很多人會覺得不爽,但那是自作自受。雖然體弱多病,但能成為富家子弟的好男學生,倒也讓人感激不盡。
내 말에 예림이가 안도하며 활짝 웃었다.
聽我這麼說,藝琳鬆了一口氣,露出燦爛的笑容。
“정말요? 역시 아저씨도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처음 봤을 때부터 착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니까요!”
「真的嗎?果然大叔你也是個真正好人。從第一次見面起我就覺得你一定很善良!」
…원조교제 안 한다고 소리쳐 놓고서.
……明明大聲喊著不做援交。
“혹시 날 보고 처음 그 아저씨를 떠올린 게 언제였는지 기억해?”
「你還記得第一次看到我時,什麼時候想到那個大叔的嗎?」
“네. 고깃집에서요, 아저씨가 횡설수설한 다음에요. 그 만만해 보이는 모습이 비슷했던 거 같아요.”
「是的。在燒肉店裡,阿叔胡言亂語之後。那副看起來好欺負的樣子好像很相似。」
횡설수설한 다음이라면, 사랑한다고 키워드를 말한 직후였다.
胡言亂語之後,正是在說出「我愛你」這個關鍵字的瞬間。
역시 키워드 감화로 인한 효과가 확실하구나.
果然關鍵字「感化」的效果確實無誤。
“아저씨는 제가 확실하게 지켜 줄게요!”
「大叔,我一定會好好守護您的!」
“그래, 고맙다.” 「嗯,謝了。」
예림이는 평소처럼 달라붙었지만, 나는 평소와 달리 가슴 한쪽이 싸늘해졌다. 이것도 다 스킬 탓이라 생각하니 찝찝하다 못해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어차피 나만 조심하면 아무 문제없을 텐데, 왜 이렇게 앞서 걱정이 드는 거지. 진짜 간 때문인가. 하룻밤 새 맛이 가 버려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反正只要我自己小心就不會有問題,為什麼會這麼早就開始擔心呢。真的是因為肝臟嗎。難道一夜之間就壞掉了?還是有其他原因——
벌컥. 砰然。
“많이 기다렸어?” 「等很久了嗎?」
유명우가 문을 열고 나왔다.
柳明宇打開門走了出來。
“아니, 별로. 가자. 늦겠다.”
「不,沒什麼。走吧。要遲到了。」
오늘은 이론 수업이니까 적당히 듣고 일찍 돌아와서 쉬어야겠다.
今天是理論課,隨便聽聽,早點回去休息比較好。
* * *
신인 헌터 이론 교육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수용 인원이 백 명쯤 되는 협회 시설과 달리 책걸상이 딱 다섯 개밖에 없었다. 하긴 등급 능력 까다롭게 가려 받는 해연에 신인이 한 번에 다섯 이상 들어오면 놀라운 일이겠지. 지금도 진짜 신입은 예림이 한 명뿐이고.
新手獵人理論教室比想像中還要小。與可容納約一百人的協會設施不同,這裡只有五張書桌椅。畢竟在嚴格篩選等級能力的海淵裡,一次有超過五個新手進來才是稀奇的事。現在真正的新手也只有예림一人而已。
‘의자 편하네.’ 「椅子真舒服。」
비싼 건가 보다. 應該很貴吧。
각자 자리에 앉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론 교육을 맡은 담당자가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가벼운 샌들에 트로피칼한 롱원피스 차림의 이십대 초반 여자였다.
各自坐定後,不久負責理論教學的人員便出現了。推門而入的是一位穿著輕便涼鞋和熱帶風情長洋裝的二十出頭歲的年輕女子。
당장이라도 피서 떠날 분위긴데 교육 담당자 맞나? 동그란 안경을 쓴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했다.
現在這氣氛看起來隨時都能去避暑,真的是教育負責人嗎?戴著圓圓眼鏡的臉孔似乎在哪裡見過。
“안녕하세요.” 「您好。」
강의대 앞에 선 여자가 들고 온 자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站在講台前的女子放下帶來的資料,說道。
“저는 석하얀이라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이론 교육을 맡은 담당자죠.”
「我叫石夏妍。今天負責大家的理論教學。」
석하얀!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났다. 던전학의 권위자, 닥터 화이트.
石白!一聽到這名字就想起來了。地下城學的權威,白博士。
원래는 통계학 전공으로 한국에서 던전과 각성자에 대한 연구를 하던 도중 미국으로 건너가 던전 생성 법칙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젊은 천재였다.
他原本主修統計學,在韓國研究地下城與覺醒者的過程中,後來前往美國,成為揭示地下城生成法則的重要年輕天才。
TV 속의 모습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 바로 못 알아봤어. 나보다 연상으로 기억하는데 화장과 의상이 달라지니 완전 동안이네.
電視裡的模樣看起來太年輕了,讓我一時認不出來。我記得她比我年長,但化妝和服裝一變,整個人看起來超級年輕。
그런 대단한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아직 한국에 있을 시기이긴 한데, 그래도 신인 교육할 급은 아니지 않나.
那麼了不起的人物,為什麼會在這裡呢?雖然還是在韓國的時期,但也不至於要來培訓新人的等級吧。
“우선 던전의 기초 지식에 대해 가르쳐 드리겠어요.”
「首先我會教你關於地城的基礎知識。」
석하얀이 프린트물을 각자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내 책상 앞에 딱 멈춰 섰다. 동글동글한 안경알 너머의 역시나 동글동글한 두 눈이 나를 똑바로 내려다본다.
石夏妍將印刷資料放在各自的書桌上。然後就在我書桌前停下腳步。圓圓的眼鏡片後,那雙同樣圓圓的眼睛直直地注視著我。
뭐지. 這是什麼。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有什麼話要說嗎?」
“한유진 씨 맞으시죠?” 「請問您是韓有真先生嗎?」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她彷彿早已等候多時般地說道。
“네. 맞습니다만.” 「是的,沒錯。」
“삼촌, 아니 해연 인사팀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叔叔,不,海妍人事部長,我聽您說了很多。」
…인사팀장? 삼촌? 그러고 보니 성이 같았다. 아니 그 전에, 무슨 말을 많이 들어? 석시명 이 아저씨가 길드장님 신상 정보만큼이나 보안 지키겠다고 장담하더니 그새를 못 참고 입을 턴 건가. 심지어 아직 던전 공략 전이라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人事部長?叔叔?仔細一想,姓氏竟然一樣。不過在那之前,他說了什麼很多話?石時明這位大叔不就是保證會像守護公會會長的個人資料一樣嚴守秘密,結果卻忍不住開口了嗎?而且還是在尚未攻略地城、尚未驗證的情況下?
그럴 사람이 아닌데. 他不是那種人。
“무슨 말을 들으신 건진 모르겠지만 석 팀장님께서 저를 좀 과대평가하고 계십니다.”
「我不知道您聽到了什麼,但石隊長對我有點高估了。」
“겸손하시네요. 과대평가 같은 거 하실 분이 아니잖아요. 얼마나 까다로우신데.”
「您真謙虛。您可不是會被高估的人,您有多挑剔啊。」
석하얀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 아저씨가 까다롭긴 하지. 그래도 나에 대한 건 과장된 착각 맞았다.
石夏妍微笑著說道。那位大叔確實有點難搞。不過關於我的事,確實是誇大了的誤會。
“겸손한 거 아닙니다. 그보다 저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這不是謙虛。能告訴我您剛才是怎麼說我的嗎?」
“각성자와 던전에 대해 깜짝 놀랄 정도로 해박하시다 들었어요.”
「聽說您對覺醒者和地城的了解驚人得令人吃驚。」
던전 종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말까진 역시 안 했구나. 사람 잘못 본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나는 여유를 되찾고 미소로 대답했다.
果然沒有說能事先知道地城種類這種話。還好沒看錯人。我恢復了從容,微笑著回答。
“역시 너무 과한 칭찬인데요? 혹 석 팀장님 말만 듣고 일부러 찾아오신 거라면 죄송해질 것 같습니다.”
「果然還是太過誇獎了吧?如果只是聽了石隊長的話特地過來的話,那我可能要感到抱歉了。」
“오늘 해연에 온 건 도깨비를 만나기 위해서예요. 물론 교육을 맡은 건 한유진 씨 때문이지만요.”
「今天來海淵是為了見鬼怪的。當然,負責教導的是因為韓有珍小姐。」
“진짜 도깨비는 아닐 테고, 헌터 말입니까?”
「應該不是真的鬼怪吧,是指獵人嗎?」
“네. 특수 스킬로 유명한 헌터요.”
「是的。我是以特殊技能聞名的獵人。」
도깨비라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
如果說到鬼怪,我也算是略知一二。 不過,也不能說自己很了解。
이명 그대로 도깨비 탈을 쓰고 전통 마당극에 나올 것 같은 차림을 한 이 특이한 헌터는, 5년 후까지도 이름은 물론 나이와 성별도 밝혀지지 않았다.
這位戴著妖怪面具、穿著彷彿會出現在傳統庭院劇中的奇特獵人,直到五年後,他的名字、年齡和性別依然未被揭露。
협회 등록조차 되지 않은 그, 혹은 그녀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특수 스킬 때문이었다.
連協會都未登記的他,或是她之所以出名,正是因為那個特殊技能。
중거리 공간이동과 은신. 中距離空間移動與隱身。
막혀 있는 곳은 넘어갈 수 없는 순간이동과 달리 공간이동은 어디로든지 드나들 수 있다. 거기에 은신까지 더해졌으니 그야말로 도깨비에 어울리는 신출귀몰함을 지닌 것이었다.
被阻擋的地方無法穿越瞬間移動,但空間移動卻能自由進出任何地方。再加上隱身,真可謂擁有如同鬼怪般神出鬼沒的特性。
‘처세술도 좋았고.’ 「處世之道也不錯。」
어디든 몰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협적인 능력이었다. 섣불리 드러냈다간 자칫 만인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能夠偷偷潛入任何地方,是一項非常具威脅性的能力。若輕率暴露,可能會成為眾矢之的。
하지만 도깨비는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당당히 밝혔다.
但是鬼怪卻堂堂正正地向世人揭示了自己的能力。
‘내 보따리 속에는 온갖 비밀이 담겨 있으나 내가 무사한 이상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다.’
「我的包袱裡藏著各種秘密,只要我安然無恙,這些秘密絕不會被揭開。」
라는 선언과 함께. 伴隨著這樣的宣言。
애초에 스킬 특성 탓에 붙잡기 극히 어려운 헌터다. 그런데 이젠 공격은커녕 보호해야 할 판이 된 것이었다. 세상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특히 단체는 없었으니까.
本來因為技能特性,這獵人極難被抓住。但現在不僅無法攻擊,反而得保護起來。世上沒有不藏秘密的人,尤其是團體。
덕분에 도깨비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했다. 던전 공략은 거의 하지 않고 대신 중요한 물건이나 편지 등을 전달하는 심부름꾼 노릇을 주로 하였다.
多虧如此,鬼怪沒有隸屬於任何地方,自由自在地活動著。幾乎不參與地城攻略,反而主要擔任傳遞重要物品或信件等的跑腿角色。
모든 비밀을 알아낼 수 있기에 되레 그 누구보다 안심할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因為他能夠揭露所有秘密,反而成為比任何人都更讓人安心的對手。
‘그리고 몇 년 뒤엔 초장거리 이동 포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지.’
「而且幾年後還發現了能製造超長距離移動傳送門的事實。」
그냥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왕이나 신쯤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떠들썩했었다. 워낙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라 러브콜도 엄청났지만 도깨비는 구조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大家都在議論,說這不只是普通的妖怪,應該是妖怪王或神明級別才對。因為這能力實在太實用了,邀請合作的聲音也非常多,但妖怪除了用來救援之外,並沒有其他用途。
던전 브레이크 때는 물론이고 다양한 천재지변에서 수많은 사람을 구해 내어 유명세며 지지도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不論是在地城崩壞時,還是在各種天災中,都救出了無數人,因此名聲和支持度高得驚人。
성격이 좀 이상하긴 해도 착한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이었다.
性格雖然有點奇怪,但他是個善良且了不起的人。
“해연에 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저도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요?”
「沒想到你也在海淵。我也很想見見你呢?」
“안 될 건 없죠. 약속 시간까지 저랑 이런저런 대화를 해 주신다면요.”
「沒什麼不行的。如果你願意在約定時間之前和我聊聊各種話題的話。」
“수업 안 하십니까, 담당자님.”
「您不打算上課嗎,負責人先生?」
“꼭 교수님처럼 말하시네.” 「說話的語氣真像教授一樣。」
석하얀은 눈을 살짝 흘기곤 교단으로 올라갔다.
石夏然微微斜視了一眼,然後走上講台。
이어진 그녀의 강의 내용은 상당히 훌륭했다. 던전에 대해서도 각성자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잘 파악하고 있는 데다가 설명도 귀에 쏙쏙 박히도록 쉽고 듣기 좋게 하였다. 시청각 자료의 사용도 능숙했고.
接下來她的講課內容相當出色。無論是對於地城還是覺醒者,她都掌握得非常透徹,講解也簡單易懂,讓人聽得津津有味。視聽資料的使用也十分熟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무심코 집중해 버릴 정도였다. 그래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몇 있긴 했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했어도 자료가 3년 치이니 8년 치보단 못할 수밖에.
即使是已經知道的故事,仍不自覺地全神貫注。只是裡面還是有幾處誤解。再怎麼努力研究,資料只有三年的,怎麼比得上八年的呢。
“이상으로 신인 헌터 이론 교육을 마칩니다. 우리 교수님, 부족한 내용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以上就是新手獵人理論教育的全部內容。感謝我們的教授,謝謝您聆聽這些不足之處。」
…왜 또 교수님이야. 대학 문턱도 못 밟아 본 사람한테.
…為什麼又是教授。對一個連大學門檻都沒踏進去過的人來說。
“전혀 부족하지 않았는데요. 강의가 무척이나 능숙하시더군요. 귀에도 잘 들어오고,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一點也不覺得不足。您的講課非常熟練,聽起來很順耳,也很容易理解。」
교수님이라 하니 평가를 해 줬다. 그러자 석하얀이 또다시 눈을 흘겨댔다.
被稱作教授後,他給出了評價。於是石夏妍又一次翻了白眼。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중간중간 저건 아니지 하는 표정을 지으시던걸요. 전공 교수님과 어쩜 그리 똑같은 눈빛이신지, 학부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니까요.”
「謝謝你的稱讚,不過你中間不時露出的那種‘這可不行’的表情,我可是看得一清二楚。你和專業教授的眼神怎麼那麼像,讓我彷彿回到了當學部生的時光。」
내가 그랬던가. 我有那麼說過嗎。
“맨 처음은 각성에 대해 설명할 때였죠. 각성은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 주로 발생하며, 초기 스킬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용이다. 이 부분이요.”
「最一開始是在說明覺醒的時候。覺醒主要是在感受到自身威脅時發生,初期技能是為了自我保護而產生的。就是這部分。」
눈치도 빠르고 기억력도 좋네. 하긴 천재 타이틀도 가지고 있으니.
反應也很快,記憶力也很好呢。畢竟還有天才的稱號在身。
나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我尷尬地笑了笑。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다만 각성 초기 스킬은 보통…….”
「這話不算完全錯,基本上是對的。不過覺醒初期的技能通常……。」
“보통?” 「普通?」
석하얀이 눈을 크게 떴다. 뒷말을 재촉하는 표정이다. 이렇게 술술 털어놔도 되나.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石夏妍睜大了眼睛。臉上帶著催促後續話語的表情。這樣輕鬆地說出來真的沒問題嗎?雖然也不算是什麼重要的情報。
“소질과 환경으로 나뉜다고 봅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엔 당장 전투에 쓸 수 없는 스킬도 많죠.”
「我認為可以分為天賦與環境。光是為了自我保護,立刻用於戰鬥的技能也有很多。」
“하지만 대부분이 전투와 전투 보조 아닌가요?”
「但是大多數不是戰鬥和戰鬥輔助嗎?」
“대부분이지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이어야 할 만한 각성 환경이었고요. 확인해 보면 최근에는 전투와 관련 없는 스킬을 지닌 각성자 비율이 늘어났을 겁니다.”
「大多數是這樣,但並非全部。而且這應該是大多數覺醒者所處的覺醒環境。仔細確認的話,最近擁有與戰鬥無關技能的覺醒者比例應該增加了。」
물론 헉, 나 이러다 죽을 듯! 상황이 각성하기 제일 쉽기에 여전히 전투 스킬이 대다수를 차지하긴 할 터였다. 그래도 던전이 거의 터지지 않는 지금은 일상에서 각성하는 비율이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當然,哎呀,我這樣下去好像會死!因為情況最容易覺醒,所以戰鬥技能仍然佔大多數。不過現在地城幾乎不會爆炸,日常中覺醒的比例自然也只能增加。
얼마 전 헌터협회에서도 바다낚시 스킬과 지렁이 부르기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었지.
前陣子獵人協會裡也有個人擁有海釣技能和召喚蚯蚓技能。
석하얀은 잠시간 입을 다물고 미간을 좁혔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石白暫時閉上嘴巴,皺起眉頭,然後點了點頭。
“좋아요, 확인해 보죠. 그리고 두 번째로 피식 웃으셨을 때는…….”
「好,讓我們來確認一下。然後第二次你輕笑的時候是……」
“잠깐만요. 설마 일일이 다 확인하실 겁니까?”
「等一下。難道您要一一全部確認嗎?」
“저는 시간이 없지만 만들 수는 있고 한유진 씨는 시간 많이 남으시죠.”
「我沒有時間,但可以做,而韓有真小姐你時間很多吧。」
“석하얀 씨께 쓰려고 남는 시간 아닙니다.”
「這不是留給石夏白小姐用的時間。」
석하얀이 어쩌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石夏妍露出一副「怎麼辦呢」的表情。
“…뭐,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연구비라도 지불할까요?”
「……嗯,有什麼想要的嗎?要不要給你研究費?」
“그냥 쉬고 싶은데요.” 「我只是想休息一下而已。」
“5성 호텔 객실 잡아 드릴게요. 전망 좋은 스위트로.”
「我幫你訂五星級飯店的房間。是景觀絕佳的套房。」
아니 호텔이 왜 나와. 내 방도 전망 좋고 편하거든요.
不會吧,為什麼會提到飯店。我房間的景觀也很好,而且很舒適。
‘어쩔까.’ 「該怎麼辦呢。」
친분 다져서 나쁠 건 없긴 한데. 나중에 미국 가 버리긴 하지만……. 잠깐만, 혹시 내가 힌트 주면 국내에서 던전 생성 법칙 알아낼 수 있을까? 음… 그러기엔 던전 숫자가 부족하구나.
加深友誼總不會有壞處啦。不過他之後會去美國……等等,如果我給他提示,能不能在國內找出地下城生成的規律呢?嗯……地下城的數量還不夠多啊。
던전의 수는 인구와 국토 면적에 비례했다. 그래서 석하얀은 많은 자료가 필요한 던전 생성 법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해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에게 던전 조사를 허락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地下城的數量與人口和國土面積成正比。因此,石夏妍不得不前往海外,繼續進行需要大量資料的地下城生成法則研究。因為幾乎沒有地方會允許外國人調查地下城。
로열티 장난 아니었는데, 아까워. 어떻게 국내에서 연구시킬 방법 없나.
版稅真不是蓋的,真可惜。有沒有辦法在國內進行研究呢?
“도깨비를 만나고 싶긴 하니, 잠깐은 어울려 드리죠. 하지만 다는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既然你想見見鬼怪,那我就陪你一會兒吧。但不是所有的事我都能答應你。」
“정말요? 고마워요!” 「真的嗎?謝謝你!」
석하얀이 반색하며 박수까지 쳤다. 그렇게나 좋은가.
石夏妍高興地拍手叫好。難道真的那麼好嗎?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