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터질 듯 밝았다. 광선이 아니라, 번개 같았다.
它很亮,仿佛要在我眼前爆炸。那不是一道光,而是一道闪电。

시야를 가득 채운 건 형체 없는 빛. 형광등의 잔상, 경고등의 깜빡임, 머릿속 신호의 과열—
荧光灯的残影,警示灯的闪烁,以及你脑海中信号的过热——

모든 게 한순간에 겹쳐져 망막을 찢고 들어왔다.
一切都在瞬间重叠,撕裂了我的视网膜。



소리는 조각났다.깨진 유리처럼 흩어져 날아들었고, 그 파편 하나하나가 고막을 긁었다.
声音是支离破碎的。它像碎玻璃一样飞进来,每一块都划伤了我的耳膜。


비명, 신호음, 금속의 마찰, 숨 가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尖叫声、哔哔声、金属摩擦声、令人喘不过气来的脚步声,

“도망쳐!”  “快跑!”

누군가가 외쳤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는 의미 없는 소음이었다.
有人喊道。另一个人在哭泣。但所有这些声音都是毫无意义的噪音。


하오는 그 출처를 좇지 않았다. 아니, 원하지 않았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郝没有按照消息来源说。不,我不想。谁在谈论什么并不重要。


피 냄새. 익숙했다.   血腥味。我已经习惯了。

하지만 이건, 너무 진했다. 응고된 것과 산소에 닿은 것,그리고… 깨진 치아 사이로 올라오는 철분의 잔향.
但这个太厚了。凝固的和氧气接触,然后......铁在破碎的牙齿中升起的回响。


그건 곧, 썩은 꽃처럼 퍼졌다. 피와 향수와 플라스틱 연기, 그 모든 게 섞여 코와 뇌 사이를 지져먹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뜨거운 고통이었다.
它很快就像一朵腐烂的花朵一样蔓延开来。血液、香水和塑料烟雾都混合在一起,在我的鼻子和大脑之间吃掉。甚至呼吸也是一种灼热的疼痛。


공기의 결. 지나가는 사람의 속도. 철제 문을 넘어 들리는 심장 소리. 발뒤꿈치의 떨림. 밀려드는 억제제 냄새.누군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힌다.
路人的速度。心声透过铁门传来。脚后跟震颤。抑制剂的气味飘来。有人小心翼翼地弯曲膝盖。


장하오의 뇌는 그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놓치지 못했다.
张浩的大脑没有错过他们中的任何一个。我不能错过它。

모든 것이 지나치게 선명했고, 선명한 것들은 모두— 위험했다.
一切都太清楚了,一切都太清楚了——很危险。


그의 신경계는 지각이 아니라 반사로 반응했다.
他的神经系统不是通过感知做出反应,而是通过反射做出反应。


등 뒤로, 진압 요원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진정제를 뿌린 천이 공기를 갈랐다.
在他身后,防暴人员的脚步声逼近。一块喷洒了镇静剂的布划破空气。

하지만 닿기도 전에, 하오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但在他够到之前,郝的身体首先反应过来。


벽을 밀쳤다.금속 표면이 찌그러졌고, 뼈가 어디선가 뚜둑— 하고 꺾였다. 하지만 통증은 없다. 아니, 통증이 너무 커서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被推到墙上。金属表面凹陷,骨头不知从哪里裂开。但是,没有痛苦。不,疼痛是如此之大,我什至无法识别它。


몸이 던져졌다. 동물처럼.  尸体被扔了出去。就像动物一样。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짐승처럼.  就像一只不会哭泣的动物。

숨을 내뱉지도 않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我没有呼吸,也没有眨眼。

오직, 뛴다.  只是,他跑了。


하오의 손끝이 공기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 모든 감각은 그 움직임에 맞춰 동기화되었다.
当郝的指尖在空中向前移动时,他所有的感官都与这个动作同步。

그 순간의 하오에겐— 도망치는 자도, 진압하는 자도,
对那一刻的郝——没有逃跑的人,没有压制的人,

심지어 그 자신조차 낯선 대상일 뿐이었다.
甚至他自己也是一个陌生人。






Arcadia 上



2095년, 인류는 스스로 만든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 이상의 존재를 만들어냈다.
在 2095 年,人类创造的不仅仅是人类,才能在它创造的城市中生存。

센티넬.  哨兵。

가이드.  指导。


이제 그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도구이자, 동시에 통제해야 할 위험 요소였다. 센티넬은 감각으로 적을 추적하고, 위험을 제거하며, 정보까지 읽어냈다. 하지만 감각은 언제나 과도했다. 그들을 억제할 존재가 필요했다.
他们现在是支持社会的工具,是需要控制的危险。哨兵用他们的感官来追踪敌人、消除危险和读取信息。然而,感官总是过度的。他们需要有人来控制他们。

가이드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파트너를 위해 존재하는 생물이었다. 조율자, 진정자, 그리고—감정의 날뜀을 같이 나눌 사람.
向导自出生以来就是为预定伴侣而存在的生物。调节剂、镇静剂,以及——那些分享情绪波动的人。

그 역할을, 정현은 기계적으로 해왔다.
在那个角色中,郑贤一直在机械地扮演它。

자유의지는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단어였다.
自由意志是一个他不被允许使用的词。




“센티넬 S-0195. 중국계. 감각 계수 A+. 폭주 경력 3회. 치료 불가 판정 1회. 본딩 적합도 94.8%.”
“哨兵 S-0195。中文。感觉系数 A+。在失控的职业生涯中 3 次。1 次无法治愈。粘合适用性 94.8%。


94.8%. 정현은 그 수치를 다시 봤다. 말이되나. 흔히 80%이상만 되도 높은 적합도라고들 말한다. 근데 94.8%라니.
94.8%.Jung Hyun 又看了看数字。这有意义吗?人们常说,超过 80% 是高度的适应度。但 94.8%。

그건 사실상 ‘배정’이 아닌 ‘귀속’을 의미했다. 그 순간부터, 그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뜻.
事实上,它的意思是“归属”而不是“分配”。从那一刻起,你必须和他一起生活。

그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순응해야 했다.
无论他的情况如何,他都必须顺从。


문을 열었을 때, 정현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를  보았다. 그는 미형의 존재였다.
当他打开门时,郑贤看到他正盯着他看。他是一个美丽的人。

잘 다듬어진 짙은 눈썹과 창백한 얼굴. 가려진 이마 아래 새카만 눈동자가, 불신과 두려움을 반사처럼 머금고 있었다.
整洁的黑眉毛和苍白的脸。他那双漆黑的眼睛在他隐藏的额头下反映了不信任和恐惧。



"안녕하세요."   “你好。”

평범한 인사였지만, 불신 가득한 눈빛을 숨길 의사는 없어보였다.
这是个普通的问候,但他似乎丝毫没有掩饰自己不信任的眼神。


"안녕하세요."  “你好。”

“…가이드?”  “…向导?

“네. 이정현입니다.”  “是的,我是李正贤。”

“저랑… 연결된다고 들었어요.”  “和我在一起......我听说它是有联系的。

“네. 저도 들었습니다.”  “是的,我也听到了。”


하오는 다가오지 않았다. 감각적으로 정현을 느끼고 있었다. 정현의 숨소리, 땀의 농도, 심박수, 말끝의 떨림까지. 그의 시선과 함께 파장이 몸을 훑고 가는 게 느껴졌다.
郝没有接近。我感觉到 Jung Hyun。郑贤的呼吸声,汗水的浓度,他的心跳,以及他话语的颤抖。我能感觉到他的目光在我的身体里流淌。



“무서우세요?”  “你害怕吗?”

하오가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마치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담담했다.
郝问道。他的声音很低,很平静,仿佛他已经知道答案了。

정현은 짧은 침묵 끝에 되물었다.
郑贤在短暂的沉默后问道。


“당신이요?”  “你?”


하오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郝的眼睛微微颤动。


“네.”  “是的。”


정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 미소는 누군가의 약점을 틈타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수없이 마주한 위협 앞에서도 잃지 않은, 생존의 방식에 가까워보였다.
Jung Hyun 的嘴角微微上扬。那个笑容不是那种利用别人的弱点的东西。相反,这似乎更像是一种生存方式,他在众多威胁面前没有失去。


“조금요,” 정현은 담백하게 말했다.  “一点点,”Jung Hyun 直截了当地说。

 “폭주 센티넬이라면서요.”  “逃跑的哨兵。”


그 말에 하오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목덜미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긴장감이 번졌다. 정현은 그 반응을 모른 척 하지 않았다. 정현은 그가 무너진 틈을 파고들지도, 그 틈을 감싸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바라봤다. 마치 그 틈이 있어도 괜찮다는 듯이.
郝的肩膀微微僵硬。紧张从我的后颈蔓延到我的背部。郑贤并没有假装不知道这种反应。郑贤没有深入挖掘他陷入的裂缝,也没有试图掩盖它。我只是盯着看。好像有那个差距是可以的。



장하오는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张浩转过头。他的脸看不见,但指尖却微微颤抖。

폭주.  逃亡者。

감각이 통제 불가능해지고, 세상의 모든 자극이 살인처럼 날카롭게 파고드는 상태.
感官变得无法控制,世界上所有的刺激都像谋杀一样急剧渗透。


대부분의 센티넬들은 가이딩을 통해 폭주를 잠재울 수 있다. 억제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강한 센티넬일 수록 억제하지 못할 경우 오는 재앙은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었다.
大多数哨兵可以通过引导来平息逃跑的人。未经控制的案例极为罕见,哨兵越强大,就越难衡量如果不加以控制,灾难的规模会到来。


“두 명… 죽었어요. 제 옆에서. 전 가이드.”
“两个人......它已经死了。在我身边。我是个向导。

“…들었습니다.”  “…我听到了。

“그래도 저랑 연결할 건가요?”  “你还打算和我联系吗?”


“무섭지 않아요?” 장하오가 다시 물었다.
“你不害怕吗?” 张浩又问道。

이번엔 눈을 맞추지 않았다. 정현의 어깨 너머, 벽 너머 어딘가를 보는 눈이었다. 마치 이미 감각으로 그를 다 해부해놓고도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듯이.
这一次,我没有眼神交流。那是一只眼睛越过正贤的肩膀,看着墙外的某个地方。就好像你已经用你的感官解剖了他,但仍然缺少什么。


“조금 무섭고, 조금 걱정되고… 또 조금은 궁금해요.”
“我有点害怕,我有点担心......我也有点好奇。

“궁금해요?”  “你好奇吗?”

“네. 94.8%의 적합도라는 게,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해서.”
“是的,我想知道 94.8% 的健身评分是什么感觉。”


정현은 그 말과 동시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센티넬의 반응을 시험하듯, 발소리조차 죽인 채 가까워진다.
与此同时,正贤小心翼翼地走着。仿佛是为了测试哨兵的反应,他们越来越近,甚至连脚步声都压低了。


“오지 마요.”  “别来。”

장하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의 안쪽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张浩轻声说道。然而,马的内部又硬又冷。

“지금은… 감각이 너무 열려 있어서, 당신이 가까워지면 더 힘들어요.”
“现在......我的感官是如此开放,当你靠近时,就更难了。


“그럼 어떻게 하죠?”  “那我该怎么办?”

정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접촉이 있어야 진정되잖아요.”
郑贤小心翼翼地问道。“你必须联系才能冷静下来。”


하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골랐다.
郝没有回答。我喘了口气。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정현 쪽으로 돌아왔다. 검은 파동처럼 번지는 시선.
他的目光慢慢回到了 Junghyun 身上。凝视如黑浪般蔓延。


“…그래서 힘든 거예요."  “…这就是为什么它如此困难。

“당신이 가까이 오면, 진정되긴 하겠죠.”
“当你靠近时,它会平静下来。”

하오의 눈이 정현의 얼굴에 박혔다. “대신 그 순간부터… 나는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거예요.”
郝的目光落在郑贤的脸上。“相反,从那一刻起......没有你,我什么都做不了。


그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这不仅仅是一个比喻。

하오의 뇌가, 감각이, 그리고 존재가—정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경고.
Hao 的大脑、感官和存在——一个警告,它们将围绕正弦重新组织。

그는 그걸 알고 있었다. 너무도 잘.
他知道这一点。太好了。

정현은 잠시 침묵했다.  郑贤沉默了一会儿。


“…그게 무서우세요?”  “…你害怕吗?

“그건…” 장하오가 눈을 감았다.  “那是......”张浩闭上了眼睛。

 “무서운 게 아니라, 싫어요.”  “这并不可怕,不是我害怕。”

“왜요?”  “为什么?”

“내가 선택하지 않은 걸, 또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不是我选择的,我不得不接受,因为别人的需要。”


정현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郑贤静静地吸了一口气。


“그럼,” 정현은 작게 말했다.  “是的,”郑轩轻声说。

“이번엔 당신이 선택하세요.”  “这一次,是你的选择。”

장하오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张浩缓缓睁开了眼睛。

“…뭐요?”  “…什么?

“저요. 저를 연결할지 말지, 당신이 정해요. 감각적 귀속이든 뭐든— 저는, 강제로 본딩하지 않을 거예요.”
“我。是否与我联系,由您决定。感官归因或其他什么——我不会强迫联系。


정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郑贤轻轻低下头。

그리고 돌아섰다.  然后他转过身来。

“선택하세요.”  “请选择。”


그 순간, 뒷덜미를 타고 뭔가가 훑고 지나갔다.
就在那一刻,有什么东西从我的后脑勺扫过。

공기. 숨결. 감각. 그것이 조용히 정현의 뒤를 붙잡았다.
空气。呼吸。感觉。它悄悄地抓住了正贤的背。

정현은 몸을 떨었다.  郑贤浑身发抖。

그건 직접 닿은 것이 아니었지만, 너무도 확실한 터치였다.
这不是直接的触球,但肯定的触球。



“이름,”  “姓名,”

등 뒤에서 장하오가 말했다.  张浩在背后说道。

“…이정현이라고 했죠.”  “…我说的是李正贤。


정현은 멈춰 섰다.  郑贤停了下来。

“…네.”  “…是的。


“정현."  “正弦贤。”

그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他是第一个叫我名字的人。

“기다려줘요.”  “请稍候。”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끝에 미세한 전류가 닿는 것 같았다.
Jeonghyun 点点头。仿佛有一股微小的电流触碰着他的指尖。







첫 본딩은 격리 구역에서 이루어졌다.
第一次联系发生在收容区。

희뿌연 방음막 너머, 금속성의 냉기와 불투명한 조명이 그 공간을 비현실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除了发白的隔音屏风之外,金属般的寒冷和不透明的灯光使这个空间变得不真实。

센티넬의 감각이 무너지는 경우를 대비해, 센터는 정현에게 진정제와 긴급 차단기를 장착시켰다.
为了防止哨兵的感官崩溃,该中心给 Jung Hyun 注射了镇静剂和紧急断路器。

손목, 목덜미, 그리고 흉골 아래.
手腕、颈背和胸骨下。

가느다란 배선과 센서들이 그의 피부에 닿아, 마치 그를 기계처럼 만들고 있었다.
细细的电线和传感器接触着他的皮肤,使他看起来像一台机器。


그 모습을 본 장하오는 두 걸음, 조용히 다가왔다.
张浩见状,走了两步,悄悄地走了上来。

그의 눈에 비친 정현은 더 이상 인간이라기보다, 무언가 실험 대상처럼 보였다.
在他眼里,郑贤不再是人类,而是一个测试对象。



“싫어요.”  “我不喜欢这样。”

입을 열 때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딱딱했다. 거절이라기보다는 선언에 가까운 말투였다.
当他张开嘴时,他的声音很小但很硬。这更像是一种宣言,而不是拒绝。

정현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郑贤微微抬起头。

하오의 시선은 그의 손목에 붙은 진정제 패치 위에서 멈춰 있었다.
郝的目光盯着手腕上的镇静贴。

기계적으로 맥을 재는 차단기의 반짝이는 불빛이, 하오의 눈동자에 짧게 반사되었다.
机械断路器闪烁的光芒短暂地反射在郝的眼中。


“그런 거 없어도 돼요.”  “你不必那样做。”

하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郝慢慢地继续说。

“참을 수 있어요.”  “我受得了。”


정현은 짧게 웃었다.  Jung Hyun 短暂地笑了笑。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 한숨에 가까웠고, 그도 모르게 흘러나온 반응이었다.
与其说是笑声,不如说是一声叹息,而且是在他不知情的情况出的反应。


“센터가 저를 못 믿는 게 아니라,”
“不是中心不信任我,”

그는 고개를 돌려 하오를 바라봤다.
他转头看向郝。

“당신의 감각을 못 믿는 거예요.”
“我不相信你的感觉。”


말끝에 담긴 건 조롱도, 비난도 아니었다.
他话的结尾既不是嘲笑,也不是指责。

그저 현실의 통보.  只是提醒现实。

하지만 하오의 눈빛은 순간 날카롭게 흔들렸다.
然而,郝的眼睛突然猛地颤抖了一下。


“그러니까 저도,”  “所以我也是。”

하오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郝走近了一点。

정현과의 거리가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줄어든 순간.
当 Jung Hyun 和 Jung Hyun 之间的距离缩小到他伸出双臂可以到达的那一刻。

“그들을 못 믿는 거죠.”  “我不信任他们。”


정현의 숨이 조용히 들썩였다.  正贤的呼吸悄悄地喘息。


“그래도 전 해볼 거예요.”  “但我要试试。”

정현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郑贤的声音很坚定。

침착한 수면 아래 감정이 천천히 차올라 있었다.
在平静的表面下,情绪慢慢上升。

“당신 믿고.”  “我相信你。”


짧은 정적.  短暂的沉默。

하오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읽듯 천천히 머물렀다.
郝的目光缓缓徘徊,仿佛读懂了他的脸。

무언가 말하려던 입이 열렸다가, 다시 조용히 닫혔다.
他张开嘴想说些什么,然后又悄悄地闭上了。



정현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郑贤小心翼翼地抬起了手。

그의 손끝이 허공에서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장하오의 손등에 닿았다.
他的指尖停在空中,然后小心翼翼地触碰着张浩的手背。

피부의 접촉은 미약했지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皮肤接触很弱,但反应是立竿见影的。


파열.  破裂。


그건 자극이 아니었다. 침투였다. 장하오의 내부로 무언가가 흘러들었다. 정현의 감각이, 그의 신경망을 타고 조용히 퍼져나갔다.
这不是刺激。这是渗透。有什么东西流进了张浩的内心。Jung Hyun 的感官通过他的神经网络悄无声息地传播开来。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那一刻我觉得自己快要失明了。

눈을 감았는데도, 정현이 보였다.  即使我闭上眼睛,我也能看到郑贤。

하얀 빛. 조심스러운 파장. 살짝 떨리는 호흡의 온도.
白光。呼吸的温度微微颤抖。

그리고… 지나치게 선명한 통제력.  和。。。控制过于敏锐。


정현은 모든 걸 제어하고 있었다.
Jung Hyun 掌控着一切。

그의 손끝, 체온, 심박수까지도.  他的指尖,他的体温,甚至他的心率。

장하오가 느끼는 건, 정현이 ‘보내주는 만큼’이었다.
张浩觉得,郑贤是“他愿意送的多少”。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일방적인 연결이 아니란 걸.
他知道。这不是单向连接。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但尽管如此——

하오의 안쪽이 재구성되고 있었다.  Hao 的内部正在重建。


촉각이 재배열되고,  touch 被重新排列,

청각이 이중화되고,  听力是多余的,

후각이 정현의 호흡에 반응하며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他的嗅觉对郑贤的呼吸有反应,他变得过于敏感。


그리고 중심.  和中心。

그의 중심축이, 서서히 ‘이정현’이라는 존재를 기준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他的中轴逐渐开始围绕“李正贤”的存在旋转。

마치 수천 개의 감각 자극들이 정현의 신호에 일제히 조율당하는 듯했다.
就好像成千上万的感官刺激都被调到了正弦信号上。


“하오 씨.”  “郝先生。”

정현이 작게 말했다.  郑贤轻声说。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소리는 뇌에 직접 닿았다.
他的声音很轻柔,但声音却直接打在他的大脑里。

“어지러우세요?”  “你头晕吗?”


장하오는 숨을 몰아쉬었다.  张浩深吸了一口气。

마치 익사 직전의 허우적거림처럼.  就像在溺水的边缘挣扎。


“…아니요.”  “…不。

그는 낮게, 숨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他用低沉、喘不过气来的声音回答。

“지금은 그냥… 잠기고 있어요.”  “现在,只是......它被淹没了。


정현의 눈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正贤的眼睛微微颤动。

그는 조심스레 손을 거두려 했지만—
他小心翼翼地试着收回手——

하오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郝抓住他的手腕。


“안 돼요. 멈추지 마요.”  “不,我不能。不要停下来。

“..끝까지 느껴보고 싶어요.”  “..我想感受它直到最后。


정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Jeonghyun 停顿了片刻,点了点头。


그리고 두 번째 신호가 왔다.
然后是第二个信号。

이번엔 더 깊숙하고 더 정밀했다.
这一次,它更深、更精确。

하오의 뇌 속 깊은 곳, 그가 스스로 통제해온 ‘중추’까지 침투한 연결.
这种联系深入到郝的大脑中,是他一直在控制的“支柱”。

마치 타인의 손길로 리셋 버튼을 누른 듯.
就好像别人按下了重置按钮一样。


순간, 하오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突然,郝的膝盖颤抖了起来。

감각이 잠식당한 것이 아니라—  并不是说感官被侵占了——

재정렬되고 있었다.  它正在重新排列。


그는 이제 자신이 어디까지 자신이고, 어디부터 정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他已经分不清自己在哪里了,也不知道自己在哪里,Jung Hyun 在哪里。

심장을 두드리는 건 자신의 박동이 아니라, 정현의 리듬이었다.
不是她自己的心跳让她心跳加速,而是 Jung Hyun 的节奏。


‘이건—’  “这——”

생각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정현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안쪽을 파고들었다.
还没等他把思路说完,郑贤的声音就再次深沉地刺了起来。


“이게… 저예요.”  “这......是我。


그 말 한 줄이, 하오를 무너뜨렸다.
那句话让郝昊崩溃了。

본딩이 아니라 합일이었다.  这不是纽带,而是团结。









며칠이 지났다.  几天过去了。

정현은 배정된 관찰실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장하오의 방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郑轩睡着吃着,有时一言不发地坐在张浩的房间前。

하오의 방에서는 밤마다 앓는 소리가 들렸다. 방을 둘러싼 파장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어떤 악몽을 꾸는 걸까.
在郝的房间里,他每晚都会听到病的声音。我感觉到房间周围的海浪在晃动。他们正在做什么样的噩梦?

더 이상 접촉은 없었다. 대화도 드물었다.
没有进一步的联系。交谈很少。

센티넬은 귀로 듣기 전에 느낀다.
哨兵在用耳朵听到之前就感觉到了。

그리고 가이드는 말하기 전에 감각을 보낸다.
在说话之前,指南会给你一个感觉。


정현은 알고 있었다. 말보다 먼저, 해야할 것을.
郑贤知道。在言语之前应该做什么。




'똑똑-'  “咚——”

누군가 정현의 방문을 두드렸다.  有人敲了郑贤的门。

"들어오세요."  “请进来。”

문이 신음소리를 내며 열렸다. 조명이 낮게 비치는 복도 너머, 장하오가 서 있었다. 그의 눈가는 다소 붉었고, 왼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꿈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기척이었다.
门在一声呻吟中打开了。在昏暗的走廊外,张浩站了起来。他的眼角有些红,左手微微颤抖。那是一个从梦中逃脱的人的出现。



“왜 안 묻죠.”  “你为什么不问?”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아래 무엇인가 떨리고 있었다.
他开口了。他的声音很平静,但下面有什么东西在颤抖。

억겁 속에 묻힌 억눌린 울분, 또는 오래된 갈망.
被压抑的怨恨埋藏在亿万年或古老的渴望中。


정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장하오의 얼굴이 아니라 손끝에 닿아 있었다.
Jeonghyun 沉默了一会儿。他的目光没有在张浩的脸上,而是在他的指尖上。


“…뭘요?”  “…什么?


하오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섰다. 닫히는 문이 그 뒤를 조용히 막았다.
郝向内迈出了一步。紧闭的门无声无息地挡住了后面。


"내가 왜 3번이나 폭주했는지.”  “为什么我三次失控?”

그의 눈동자가 정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他的眼睛直直地看着郑贤。

“왜 치료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为什么宣布它不治之症?”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이런 내가 지금 당신 앞에 있다는 것’을 견디려는 의지였다.
那不是个问题。这是忍受“我现在在你面前”这一事实的意愿。


정현은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컵을 가볍게 밀었다. 
郑贤没有回答,而是轻轻地将玻璃杯推了推桌上。

그 움직임엔 묘한 배려가 있었다.
他的动作中带着一种奇怪的考虑。


“당신이 말할 준비가 되면 들을게요.”
“等你准备好说话的时候,我会听的。”


하오는 입술을 다물었다.  郝抿了抿嘴唇。

한 치의 틈도 없이.  没有休息。

그러다, 조용히 뱉었다.  然后,悄悄地吐了出来。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마치…"  “如果你这么说,就好像我......”

“선택권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죠?”  “你觉得自己是一个有选择的人,对吧?”


그는 웃었다.  他笑了起来。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크지 않은 미소.
一个不大的笑容,只是嘴角微微上扬。

하지만 하오는 그 순간 눈을 내리깔았다.
但郝在那一刻垂下了眼眸。


그런 웃음에 약했다.  我对那种笑声感到虚弱。

그건 그가 오래전 기억 속에 잃어버린 것이었고,
那是他很久以前就失去的东西,

지금도 여전히 그리워하면서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那是一种我仍然怀念但又无法触碰的感觉。


기계적인 판단도, 필요에 의한 접근도 아닌—
不是机械的判断,也不是必要的方法——

사람으로서의 다정함.  作为一个人的温柔。




하오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그건 거절이 아니라, 방어였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단 한 겹의 거리.
郝暂时移开了他的目光。这不是拒绝,而是辩护。最后一层的距离这样才不会自行塌陷。


정현은 그 걸음을 침범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컵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손끝이 유리 표면을 스치자, 안의 물이 살짝 떨렸다.
郑贤没有侵入台阶。相反,他慢慢地从桌子上拿起了杯子。当他的指尖拂过玻璃表面时,里面的水微微颤抖。


찰랑—  查朗—

보이지 않는 감각이 컵 너머로 닿았다. 하오의 긴장이, 그 떨림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금도 본능적으로 세상을 밀어내고 있었고, 정현은 그 안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一种无形的感觉穿过杯子。郝的紧张从他的颤抖中显露出来。他仍然本能地将世界推开,而 Jung Hyun 知道他身处其中。


“…정현.”  “…郑贤。


처음 이름을 불렀던 날, 그 목소리는 조심스럽지만 맑았다. 하지만 이번엔 가라앉아 있었다. 목 뒤로 짐처럼 얹힌 무언가가, 말끝마다 무게를 더했다.
第一天他叫他的名字,他的声音谨慎但清晰。但这一次,它正在下沉。我脖子后面的东西,就像一个负担,增加了每个字的重量。


정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하오의 눈동자엔 격류 같은 감정이 흐르지 않았다.
郑贤缓缓地转过头来。我们的目光相遇了。郝的眼中没有一丝情绪。

오히려 비어 있었다. 너무 오래 고통을 눌러온 사람 특유의, 감정을 삼킨 공백.
相反,它是空的。一个吞噬了压抑痛苦太久的人特有的情绪的虚空。


“세 번째 폭주 때…”  “在第三次逃跑的时候......”

하오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郝的嘴唇微微颤抖。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我伤害了人。”


그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오래된 것이, 그 문장에 매달려 있었다.
这来之不易。这句话上挂着一些古老的东西。

정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郑贤没有动。


“내 가이드였어요. 연결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임시 대응 중이었고.”
“他是我的向导。我们没有连接,但我们处于临时响应状态。

하오의 눈썹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
郝眉头微微皱起。

“그 사람 목을… 내 손으로 꺾었어요. 뼈가, 밖으로 나왔고…”
“割他的脖子......我亲手打破了它。骨头出来了......”


말끝이 점점 작아졌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귀를 파고들었다. 잔인한 묘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긴장이 정현을 쳤다.
字越来越小。他的声音很低,但他却能穿透自己的耳朵。这不是一个残酷的描述,但其中包含的紧张感引起了共鸣。


“그런데 내가… 그 순간 아무 감각도 없었어요.”
“但我......在那一刻,我什么都没感觉。

하오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 말을 내뱉는 데조차 고통이 섞여 있었다.
郝的喉咙缓缓地动了动。甚至这些话都充满了痛苦。

“소리도 안 들리고, 냄새도 안 나고… 심지어, 그 사람이 울던 얼굴도 안 보였어요. 그냥, 다 멈춘 느낌이었거든.”
“我听不到声音,闻不到......我甚至看不到他哭泣的脸。我只是觉得我停了下来。


정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오의 시선이 잠시 정현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비웃듯 말이 흘러나왔다.
郑贤仍然沉默不语。Hao 的目光在 Jeonghyun 的脸上划过片刻。然后,几乎没有什么——话语从脸上溜走。


“…그래서, 당신을 봤을 때 믿기지 않았어.
“…所以,当我看到你时,我简直不敢相信。

94.8%? 웃기잖아. 내가 널 어떻게 죽일지 모르는데.”
94.8%?这很有趣。我不知道我该怎么杀你。


그 말은 자조였다. 두려움, 혐오, 자책—그 모든 것을 짓눌러 만든 말. 하오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那就是自助。恐惧、厌恶、自责——这些词语粉碎了这一切。

불규칙한 불안이 손끝에서 퍼져나왔다.  不规则的焦虑从我的指尖蔓延开来。


정현은 조용히 컵을 내려놓았다. 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郑贤悄悄地放下了杯子。声音很小,几乎听不见。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급하지 않게, 흔들림 없이. 그리고 하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他慢慢地站了起来。不匆忙,不动摇。然后他向郝走去。


그 사이, 하오는 말을 삼켰다.
与此同时,郝咽下了他的话。

“그 뒤로, 누구랑도 매칭하고 싶지 않아요.”
“在那之后,我不想匹配任何人。”


그 문장은 너무 오래 입 안에 머물러 있었던 탓에, 목을 타고 내려오는 길목마다 걸렸다. 하오는 끝까지 그걸 다 뱉어내지 못하고, 숨을 억지로 밀어냈다.
这句话在我嘴里呆了太久,以至于它卡在了我的喉咙里。郝直到最后都没能全部吐出来,强行把自己的呼吸挤出来。






***





이정현 (Lee Junghyun)  李正贤


  • 나이: 22세  年龄: 22 岁
  • 배정: 가이드 (공식 등록 파트너 조율자)
    任务: 导游 (官方注册合作伙伴协调员)
  • 출신: 무등록 고아 / 가이드 보호육성 센터 양육
    出身:未登记的孤儿 / 由导游保护和培训中心抚养长大

• 특이사항: 어릴 때부터 감정과 자극에 민감한 기질을 보여 가이드 선별 테스트에서 높은 동조율을 기록했다.보호자 없이 센터에서 자라며 ‘역할’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고, 성인이 되기 전부터 각종 센티넬 폭주 진정 임무에 투입되어 왔다.
• 备注:从小就表现出对情绪和刺激的敏感性,并在引导筛选测试中得分高。在没有监护人的中心长大,他学会了适应自己的“角色”,甚至在他成年之前,他就被分配到各种哨兵失控的平静任务。


이정현.  李正贤。

그 이름은 이미 내 머릿속 어딘가에 오래전부터 입력되어 있었다.
这个名字已经在我脑海中输入了很长时间。

가이드 전환 7년 차. S-타입 안정화 성향.
更换指南的第 7 个年头。S 型稳定。

조율 능력 수치 평균 이상.
协调能力高于平均水平。

육성센터 출신. 보호자 없음.  前培训中心。没有监护人。

과거 병리 이력 없음.  没有过去的病理。

폭주 센티넬 대상 실전 대응 경험 14건.
14 例对失控的哨兵的实际反应。

신체 조건 안정. 감정 노출률 낮음.
身体状况稳定。情绪暴露度低。


모든 것이 ‘이상적’이었다.  내게 배정된 가이드 중, 가장 ‘완벽하게 통제된 사람’이었다.
一切都是“理想的”。在分配给我的向导中,他是最“完全控制”的。


그러니까— 나는 그를, 하나의 ‘도구’로 상정했다.
所以——我把他当作一个“工具”。

불안정한 내 상태를 봉합하기 위해 배정된, 임시적이고 기능적인 연결 고리. 
一个临时的、功能性的环节,用于缝合我不稳定的状况。

정보는 그렇게 쓰여 있었고, 나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다.
信息是这样写的,我就是这样接受的。


그랬던 나는— 문이 열리는 순간, 그를 한 번에 알아봤다.
我立刻认出了他——就在门打开的那一刻。


덜컥—  拨浪鼓—

철제 문이 낮게 울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铁门在一声低沉的铃声中打开了。

그리고 내 앞에, 정보 속 이름이 아닌 '사람'이 들어왔다.
在我面前,一个“人”进来了,而不是信息中的名字。


첫 인상.  第一印象。

…잘생겼다.  …英俊。

나보다도 조금 더 큰 키. 그러나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피부는 희다기보다 살짝 어두웠고, 눈빛은 조용했다.검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부드럽게 닿아 있었고, 입술선은 얇게 굳어 있었다.
他比我高一点,但他的姿势并没有崩溃。他的皮肤比白色略暗,眼神很安静。他的黑发轻轻地碰到他的额头,他的嘴唇微微僵硬。


서류에는 사진이 없었는데.  文件上没有照片。

문득 그런 게 떠올랐다. 왜 없었을까.
我突然想起了。为什么没有呢?

이런 얼굴을 보고도, 아무도 묘사하려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다.
奇怪的是,没有人愿意描述这样的面孔。

하지만 나는 곧 이해했다.  但我很快就明白了。

사진 따위로는, 이 사람의 가장 핵심적인 무언가를 담을 수 없다는 걸.
照片无法捕捉到这个人最本质的事情。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我没有从座位上站起来。

그를 느꼈다. 내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나를 통과해오는 존재를 스캔했다.
感觉到他。我用我所有的感官,扫描着那些从我身边经过的生物。


걸음의 리듬.  行走的节奏。

굳은 오른손의 각도.  僵硬的右手的角度。

들숨보다 짧은 날숨.  呼气比吸气短。

맥박, 손끝의 온도, 발목의 근긴장도.
脉搏、指尖温度、脚踝的肌肉张力。

그리고—  而且——

냄새.  气味。


이정현의 존재는,  李正贤的存在是,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덮쳐왔다.
它悄无声息但肯定地攻击了我。


보고서에는 없던 것들이었다.  这些是报告中没有的东西。

말로 정리되지 않은 온기.  不是用语言组织起来的温暖。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리듬.
无法转换为数字的节奏。

보고서에는 적히지 않는—눈의 깊이.  报告没有说——雪的深度。


그 모든 게, 내 감각을 스쳤다.
所有这些都触动了我的感官。



"안녕하세요." 먼저 말을 건넸다.  “你好,”他先说。


“안녕하세요.”  “你好。”

입술이 움직이는 순간, 나는 귀를 통해 그를 들었다.     예상보다 맑은 목소리. 고막이 약하게 떨릴 정도의, 균형 잡힌 울림. 이름과 음성이 결합되며, 머릿속 어딘가가 타들어 갔다.
当我的嘴唇动了一下,我就从耳朵里听到了他的声音。她的声音比想象中的要清晰。一种平衡的声音,让你的耳膜微弱颤抖。名字和声音结合在一起,我脑海中的某个东西燃烧起来。


“…가이드?”  “…向导?

입 밖에 나오는 말조차 어색했다. 마치 본능이 먼저 알아보고, 언어가 뒤따라 나온 느낌이었다.
就连从我嘴里说出来的话也很尴尬。就好像本能先识别出来,然后是语言。


“네. 이정현입니다.”  “是的,我是李正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他说出了他的名字。


이정현. 내가 수없이 서류에서 봤던 그 글자가,
李正贤。我在文件上无数次看到的那封信,

이제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입술에서 나왔다.
现在它从一个活人的嘴里说出来。

너무 익숙해서 낯설고,  既熟悉又陌生,

너무 정확해서 흔들렸다.  它是如此准确,以至于我感到震惊。


“저랑… 연결된다고 들었어요.”  “和我在一起......我听说它是有联系的。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정현의 기척이 부드럽게 피부에 닿고 있었다.
我深吸了一口气。正贤的气场轻轻地触碰着他的皮肤。

“네. 저도 들었습니다.”  “是的,我也听到了。”

그는 미소 짓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듯한 평온한 얼굴. 그런데— 그 모든 중립성 너머에, 묘한 확신이 있었다.
他没有笑。他的脸色平静,无动于衷。但是——在所有的中立之外,还有一个奇怪的信念。

마치 나를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말하지 않아도 이미 조율된 사람 특유의 낯선 거리감.
仿佛他们已经听懂了我,就算他们不说,那也是一种已经被收看的人所特有的奇怪的距离感。


나는 그걸, 처음엔 불편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 그 감정 뒤에는, 말 못 할 안도감이 밀려들고 있었다.
起初我对此感到不舒服。但只是很短的一刻。在那种情绪的背后,有一种难以形容的解脱感。








정현은 거리를 유지했다.  郑贤保持距离。

아주 절묘하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非常精致,不太近也不太远。



“…무서우세요?”  “…你害怕吗?

내가 물었다.  我问。

그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질문을 듣고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치 그 물음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他的眉毛微微动了动。听到这个问题,他似乎并不感到惊讶。仿佛他早就预料到了这个问题——

천천히, 정현이 고개를 기울였다.  郑轩缓缓地歪了歪头。


“당신이요?”  “你?”


“네.”  “是的。”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 사이, 그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정확히는, 내 감각의 가장 바깥 테두리를 살피듯한, 조용한 탐색.
他想了一会儿。与此同时,他的目光扫视着我。准确地说,这是一次无声的搜索,审视了我感官的最外层边缘。


“…조금요.”  “…一点点。


정현은 그렇게 말한 뒤,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크게 웃은 것도 아니고, 비웃은 것도 아니었다.
说完,郑贤非常微微地扬起了嘴角。我没有大声笑,也没有嘲笑它。

입술 옆이 약간 접히고, 눈꼬리가 그에 맞춰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리고 아주 작게, 낮은 톤으로 말했다.
他的嘴唇微微折叠,眼角轻轻地卷曲着。他说话的声音很轻,语气很低。


“폭주 센티넬이라면서요.”  “逃跑的哨兵。”


그 한마디에 내 목이 잠깐 굳었다.
这句话让我的喉咙一瞬间发硬。


순간적으로 숨이 걸렸다.  我一时喘不过气来。

누군가 내 안의 무언가를 꾹— 누른 것처럼.
好像有人在我体内压着什么。


그러나 그건 ‘공격’이 아니었다.  然而,这并不是一次“攻击”。

그의 말은 칼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물.약간 차가운 물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他的话语不是剑,而是触碰皮肤的水。就像微冷的水从你的额头上流下来,

말 대신 감정이 먼저 흘렀다.
首先流淌的不是言语,而是情感。


정현은 내 반응을 지켜봤다.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Jung Hyun 观察我的反应。他甚至没有移开眼睛。

비웃지도 않았고, 억지로 나를 위로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他没有嘲笑我,也没有试图强迫我安慰他。

그냥 보고 있었다.  我只是在看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我就是那个人。


그 눈빛엔 익숙한 피로가 스며 있었다. 맹목적인 낙관도 아니고, 체념도 아니었다. 그저… 견뎌온 사람의 얼굴.
他的眼中流露出熟悉的疲惫。这不是盲目的乐观,也不是顺从。只。。。一个忍受过的人的脸。


그 피로는 묘하게— 내가 싫어하는 종류가 아니었다.
这种疲劳很奇怪——不是我讨厌的那种。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의 이름을 다시 보았다.
那天晚上,我再次看到了他的名字。


이정현.  李正贤。


보고서에서 수없이 읽었던 그 이름이 내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我在报告中读过无数次的名字又回到了我的脑海中。


새로운 목소리로, 새로운 표정으로.  以新的声音,以新的面貌。

정현이라는 사람의 온도는—  一个叫 Sine Hyun 的人的体温是——

수치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虽然没有用数字记录,

깊숙한 곳에 남아 있었다.  留在深处。


체온. 그건 말보다 먼저 기억되는 것이었다.
温度。它在言语之前被记住。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보고서에서 형광펜으로 덧칠된 하이라이트처럼 정현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었다.단단하게 세워 두었던 감각의 벽. 혼자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조율하고 눌러왔던 파장. 정현의 조용한 말 한마디, 그리고 미세한 미소 하나에— 그 벽이, 아주 가늘게 균열을 냈다.
即使我试图擦除它,它也无法擦除,Jung Hyun 被记录在某个地方,就像报告中用荧光笔绘制的高光一样。我牢固地竖立起来的感觉之墙,我为了保护自己的世界而无休止地调整和压抑的波长。郑贤轻声细语,微微一笑——墙壁裂得很薄。


마치, 누군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중이라는 사실을 내 감각이 먼저 알아챈 것처럼.
就好像我的感官首先注意到有人正在慢慢接近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