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 SWEET  哇🤯 好甜

울적한 기분이 떠나지 않는 요즘이다. 복학생으로 돌아온 대영은 어제부터 묵묵부답인 라인 창을 뒤로 한 채 외로이 캠퍼스를 거닐었다.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과 선배들은 이미 졸업한 지 오래였다. 그 덕에 학교에서 인사를 나누거나 스몰 톡을 나눌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 친목 동아리라도 들어가볼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화석 취급 받을 게 뻔해 깔끔히 접었다.
最近总是摆脱不了郁闷的心情。作为返校生的金垈永，对着从昨天开始就一直沉默不语的 Line 聊天窗口，独自一人在校园里漫无目的地走着。曾经关系亲密的同学们和学长们早就毕业了。托他们的福，在学校里连个能打招呼或者简单聊几句的人都没有。他也曾短暂地考虑过要不要加入一个社团，但现在看来，这又有什么意义呢。肯定会被当成老古董看待，所以干脆放弃了。

그래서일까. 하품할 때 말고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 입 안은 설익은 감을 먹은 것처럼 떫고 텁텁했다. 게다가 요즘은 애인 마저 연락이 뜸하다. 이제는 보고 싶다고 무작정 찾아갈 수도 없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也许就是因为这样吧。除了打哈欠的时候，他的嘴巴就很少张开，嘴里像吃了没熟透的柿子一样，又涩又麻。而且，最近连爱人也变得很少联系他了。现在也不能像以前那样，想见面就直接去找他了。这是打算一直这样下去吗。

김대영이 한국에 들어온 지는 벌써 일 년을 채워간다.
金垈永回到韩国已经快一年了。

그만 정리하고 돌아와라. 부모님과의 안부 전화에서 빠지지 않는 잔소리였다. 
别在那边瞎折腾了，赶紧回来吧。 这是父母在电话里问候时总会带上的唠叨。

계속 거기 붙어 있으면 졸업은 언제 하려고 그래. 응? 엄마 친구 미경이 이모 알지? 그 집 아들내미 이번에 대기업 들어갔대. 미경이 걔가 어찌나 자랑, 자랑을 하던지. 암튼 아들... 부담 주려고 전화한 건 아닌데... 너도 얼른 학교 졸업하고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 하지 않을까? 가족도 없이 뭐 좋다고 거기 혼자 그러고 있어. 요즘은 통 연락도 잘 안되고... 엄마는 이제 우리 아들 얼굴도 다 까먹은 거 같아.
你要一直待在那里，什么时候才能毕业啊？嗯？还记得妈妈的朋友美京阿姨吧？她家的儿子这次进了大企业。美京那家伙，一个劲儿地炫耀啊。哎，儿子... 妈妈不是想给你压力才打电话的... 你也赶紧从学校毕业，差不多该准备就业的事情了吧？又没有家人陪在身边，你一个人在那边有什么好的。最近也不怎么联系... 妈妈感觉都快忘记儿子的长相了。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요즘은 뭘 하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吃饭吃得好不好。最近都在做什么。身体怎么样。有没有交往的人。

늘 비슷한 안부 인사 뒤에는 비슷한 명령이 떨어졌다. 
在一如既往的问候之后，总会下达类似的命令。

한국 와라, 대영아. 
回韩国吧，垈永啊。

H🤯W SWEET

28년 일대기, 김대영의 연애사는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 수 있다. 그중 검지부터 소지까지는 제법 당당한데 엄지에 얹힌 첫 번째 기억만큼은 좀처럼 꺼내기 민망한 편이었다.
金垈永 28 年的人生里，恋爱史用五根手指头就能数完。其中，从食指到小指的恋爱经历都还算拿得出手，但唯独大拇指上承载的初恋记忆，却让人难以启齿。

열여섯 김대영은 옆 반 여학생 A의 고백을 받고 비밀 교제를 시작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 B만 연애 사실을 알았다. 데이트에 껴서 논 적도 많았다. 그런 관계가 한 달 정도 지속 되었을 때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겼다. 사유는 간결한 만큼 비참했다. 친구와 전 여자친구가 눈이 맞았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공개 연애를 선언했다. 김대영은 비극 같은 첫사랑 종말과 함께 소중한 친구 둘을 잃었다.
十六岁的金垈永接受了隔壁班女生 A 的告白，开始了秘密交往。只有关系亲密的朋友 B 知道这件事。他们约会的时候，B 也经常一起玩。这样的关系持续了一个月左右，A 突然单方面地断了联系。理由简单粗暴，也足够悲惨。朋友和前女友看对眼了。两人不久后就宣布了公开恋爱。金垈永在经历如同悲剧般的初恋终结的同时，也失去了两个重要的朋友。

두 번째 연애는 열일곱 여름 무렵에 시작됐다. 상대는 한 살 연상의 동아리 선배였으며 이제 겨우 이백일을 넘겼을 때 학교 앞 분식집에서 헤어졌다. 선배는 어묵 국물을 마시던 대영에게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건넸다. 명확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건너들은 바로는 역시 어린 만큼 귀찮게 군다는 거였다. 어리면 뭐 얼마나 어리다고. 둘은 생일로 따지면 고작 8개월 차이였다. 애교 많은 성격이 독이 된 걸까. 언제는 그게 매력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김대영은 이 일로 연상 트라우마가 생길 뻔했다. 
他的第二次恋爱开始于十七岁那年夏天。对象是大一岁的社团前辈，才刚超过两百天，就在学校前的路边小吃店分手了。前辈一边喝着鱼糕汤，一边对金垈永说，就到此为止吧。没有告诉他明确的理由。后来传来的消息是，果然是因为年纪小，所以很麻烦。年纪小又能小到哪里去。两人按生日算也仅仅相差 8 个月而已。是爱撒娇的性格成了毒药吗。好像也曾听人说过那是他的魅力。金垈永因为这件事差点产生了年上恐惧症。

세 번째 연애는 그다음 해 가을에 이루어졌다. 교제 기간은 직전보다 더 짧았다. 대략 3개월쯤. 하지만 누구 하나 직접적으로 헤어지자는 말 없이 흐지부지 멀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별이었다. 극강의 회피형들이 만나 이루어낸 산물이다. 그래도 음악 취향이나 개그 코드는 제법 잘 맞았던 것 같은데. 깔끔하지 못했던 마무리가 아쉬웠던 적이 있었던가. 글쎄, 그마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第三段恋情发生在第二年的秋天。交往时间比前一段更短，大概三个月左右。但谁都没有直接说分手，就那样不了了之地疏远了。所以那次离别更加模糊。是两个极度回避型的人相遇后产生的产物。不过，记得当时音乐品味和搞笑风格还挺合得来的。有没有为那次不够干脆的结束而感到遗憾过呢？嗯……就连那个也记不太清了。

네 번째는 남들이 다 말리던 과 CC 였다. 무려 500일을 넘게 만나고 역시나 차였다. 너무 잘해줘서 재미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못 해준 것도 아니고 도리어 잘해준 죄로 버려졌다. 제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번 집 앞에 찾아가 매달려보기도 했다. 모두 헛수고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그만해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애써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과씨씨 하지 말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봐야 할 일이 많았다. 김대영은 그대로 도피성 입대를 지원했다.
第四个是所有人都在劝阻的校园情侣。交往了足足 500 多天，果然还是被甩了。理由是“对我太好，没意思”。不是没对他好，反而是因为对他太好而被抛弃。这完全超出了金垈永的常识范围，无法理解。他几次跑到她家门口哀求，但都无济于事。得到的回答是她已经有了喜欢的人，让他不要再这样了。直到那时，所有的拼图才拼接完成。他苦苦维持的理智之弦彻底崩断。不要搞校园情侣，果然是有原因的。即便不想见面，也不得不经常见面。金垈永就这样申请了逃避式的入伍。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이다. 상대는 일본인으로 한 살 연상의 남성, 토쿠노 유우시다.
终于，来到了最后一位。对方是日本人，名叫德野 yushi，比他大一岁。

전역 이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했을 당시만 해도 김대영은 연애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마냥 좋은 이별이 어디 있겠냐마는. 매번 끝이 좋지 않았던 터라 슬슬 신물이 나려 했다. 
金垈永退伍后申请交换生项目的时候，对恋爱还抱着有点悲观的态度。虽然说哪有完美的分别。但每次结局都不太好，已经开始觉得腻味了。

그런 점에서 토쿠노 유우시와의 연애는 김대영에게 가히 파격적인 행보였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국제 연애를 넘어 동성과의 연애였으니까. 남자와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게 될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더 복잡하고 어려웠고. 말하지 못 할 고민이 몇 배는 많았다.
从这点来看，和德野 yushi 的恋爱对金垈永来说，可以说是非常破格的举动。因为这不仅仅是国际恋爱，还是和同性的恋爱。说实话，他从没想过自己会和男人做那种事情。所以更加复杂和困难。不能说的苦恼也多了好几倍。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그 만남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길게 이어졌다. 너무 잘해줘서 차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암튼,
但与担心不同，那次相遇比以往任何时候都更加深入和持久。他对我太好了，一次争吵都没有发生。这该说是好事吗。总之，

다사다난한 배틀 연애는 지금도.  多灾多难的 battle 恋爱现在仍在继续。

착실히 진행 중이다.  正在踏实地进行中。

**

원해서 온 것이었지만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 따분한 인생에 있어 잠깐 생기는 이벤트 정도로 여겼다. 잠시 머무르다 떠날 곳. 좋은 친구를 만난다면 행운이고, 아니어도 아쉬울 건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 유우시를 만났다. 우정인 줄 알았던 애정이 실은 사랑이었다. 코웃음 쳤던 운명을 믿고 싶어졌다. 이곳에서 평생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자 문제로 인해 잠시 떨어져 지내야 했던 날들이 무척 고통스러웠다. 다시 출국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虽然是我自己选择来的，但并没有太放在心上。只是把它当作乏味人生中短暂发生的一个事件。一个暂时停留后就会离开的地方。如果能遇到好朋友是幸运，即使没有，也没什么好可惜的。然后，我遇到了 yushi。我原以为是友情的感情，其实是爱情。开始想要相信曾经嗤之以鼻的命运。觉得就算在这里生活一辈子也不错。因为签证问题不得不暂时分开的日子，非常痛苦。我掰着手指，一天天地等待着再次出境的那天。

함께 지낼 곳이 반드시 일본일 필요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사랑하니까. 굳이 이유를 떠올려본다면 그게 전부였다.
一起生活的地方不一定非得是日本，但如果必须有人放弃什么，那个人当然应该是他。没有特别的理由。因为爱。如果非要找个理由，那就是全部。

이 얘기를 친구들이 듣는다면 왜 을이 되기를 자처하냐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대영에게 이건, 타고난 성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일 뿐이라. 사랑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생색낼 일도 아니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한 것뿐이었다.
如果这事儿被朋友们听见，肯定会问我为什么非要当乙方。但对金垈永来说，这不过是天性使然的自然结果。爱了，不就应该这样吗？没什么好炫耀的。只是理所当然地做了理所当然的事罢了。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건 치기 어린 감정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눈앞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었던 젊은 확신. 미래보다 당장의 감정을 더 중시했던 선택. 그래서 최대한 버티고 또 버틴 거였는데. 더는 무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에 김대영의 히스테릭은 날로 심해졌다. 지금껏 잠잠하던 한국 향수병이 도진 건지 김대영은 어느 순간부터 주위의 모든 것이 진부하게 느껴졌고, 금세 싫증을 냈다.
然而现在回想起来，那或许不过是幼稚的情感罢了。年少轻狂，坚信眼前的爱会永远。比起未来，更重视当下的感受。所以才拼命地撑着，一直撑着。可当觉得再也撑不下去的时候，金垈永的歇斯底里也日益严重。不知道是不是之前一直潜伏的思乡病犯了，金垈永从某一刻开始，觉得周围的一切都索然无味，很快就厌倦了。

왈가닥 싸웠더라도 웬만해선 그날 안에 바로 화해하는 게 그들만의 암묵적 약속이자 오래된 습관이었다. 언젠가부터 그 룰이 여러 번 깨졌다. 같은 집에 살면서 일주일 동안 말 한마디 안 한 적도 있었다. 그때 대영은 늦은 귀가를 위해서라면 연장 근무도 마다치 않았다. 참다못한 유우시가 되지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가며 겨우 화해했지만 유우시는 곱씹을수록 열이 올랐다. 냉전이 이틀이나 더 이어졌다.
就算吵得再凶，他们之间有个不成文的约定，也是多年来的习惯，那就是尽量当天和好。不知从何时起，这个规矩被打破了好几次。他们住在同一个屋檐下，也曾试过一连一个星期都不说一句话。那时，金垈永为了晚点回家，连加班都不拒绝。忍无可忍的 yushi 甚至使出了不像样的撒娇，才勉强和好，但 yushi 越想越觉得火大，冷战又持续了两天。

뭐야 떨어져. 그럼 화 풀어요. 싫어. 그럼 저도 싫어요. 그만해 여기 사람 많잖아. 화 풀어요. 싫어. 키스 할까요. 여기서? 네 여기서. 진짜 미쳤구나? 네 저 미쳤어요.
干嘛，滚开。那才能消气。不要。那我也不要。别这样，这里人很多。消气嘛。不要。要亲亲吗？在这里？嗯，就在这里。你真疯了吧？嗯，我疯了。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대뜸 바닥에 짐을 내려놓던 대영은 몸을 돌려 유우시를 끌어안았다. 유우시는 봉투를 꼭 쥔 채 목석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키스 할까요. 호기롭게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할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었기에 혹여 승낙이라도 할까 속으로 조마조마 떨었다. 유우시는 정강이를 툭 걷어차고 앞장서 걸었다. 다행히 미친 게이 커플로 인터넷에 돌아다닐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一起在超市买了东西，正往家走。金垈永突然把东西放在地上，转过身抱住了 yushi。yushi 紧紧抓着购物袋，像块木头一样僵硬地站着。“要亲亲吗？”虽然豪言壮语地说出口了，但其实根本没打算真的亲，所以内心忐忑不安，生怕他答应。yushi 一脚踢在他的小腿上，然后带头往前走。谢天谢地，不会出现什么“疯狂基佬情侣”的照片在网上流传了。

싸움의 레파토리는 대체로 비슷했는데 가끔은 예외도 있었다. 첫 번째 경우는 이렇다. 유우시가 무심코 던진 말에 대영은 큰 타격을 받았고 그래도 한 번쯤은 참아줘야지 마음 먹은 찰나에 두 번째 긁힘이 이어지는 식. 그러면 김대영도 혈색 다 빠진 얼굴로 똑같이 맞받아쳤다.
打架的套路大体相似，偶尔也有例外。第一种情况是这样：yushi 无意中说出的话，金垈永受到了很大的打击，想着好歹要忍一次吧，结果紧接着又被挠了一下。然后金垈永也会脸色苍白地同样反击回去。

반대로 그 역할이 뒤바뀌는 경우가 두 번째 패턴이었다. 그래도 연애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두 사람은 그런 와중에도 사과는 곧잘 하는 편이었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뒤 숨 막히는 정적이 못 견디게 싫었다. 차라리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쪽이 마음 편했다. 이들에게 헤어짐이라는 전제는 단 한 번도 깔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相反，角色互换是第二种模式。不过，恋爱初期到中期的两人，在这种情况下还算经常道歉。谁的错更大并不是什么重要的问题。只是在互相留下伤痕后，令人窒息的寂静让人难以忍受。倒不如先低头认错的一方更安心。因为对他们来说，从未有过“分手”这个前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과정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마모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싸웠으면 이제 더는 싸울 일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툼의 명분은 지겨울 정도로 매번 새롭게 갱신됐다.
但不知从何时起，那一切过程都让人觉得吃力。感觉内心一角正在慢慢磨损。明明已经争吵过那么多次，难道不应该不再有争吵了吗？而争吵的理由却令人厌烦地一次又一次地被刷新。

사랑하니까 싸우는 거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 끄고 각자 갈 길 가면 그만이다. 대영은 그걸 너무 잘 알아서 더 괴로웠다. 
因为爱才争吵。如果不爱，对方做什么都事不关己，各走各的路就行了。金垈永太明白这个道理，所以才更痛苦。

사랑하는데 왜 자꾸 화가 날까. 왜 자꾸 밉지. 유우시는 가끔 입을 꾹 다물었다. 나쁜 말이 튀어나올까 봐서였다. 생각 없이 뱉고 나면 잠들기 직전까지 괴로워한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대영의 상처받은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그런 유우시의 침묵이 대영에겐 무관심처럼 비쳤을지도 모른다.
爱着，为什么总是生气呢。为什么总是讨厌呢。yushi 偶尔会紧闭嘴唇。是怕说出不好的话。毫无顾忌地说出口后，直到睡前都会感到痛苦。闭上眼睛想要睡觉时，金垈永受伤的脸会浮现出来。也许 yushi 的沉默在金垈永看来就像是漠不关心。

두 사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얼굴을 붉혔다.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밤을 넘기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날은 따로 잠자리에 들었다. 김대영은 거실 소파에서, 토쿠노 유우시는 안방 침대에서.
两人经常不分时间和地点地红了脸。没能好好解开心结就度过夜晚的日子越来越多。这样的日子，他们就分开睡。金垈永在客厅的沙发上，yushi 在里屋的床上。

“저 한국 갈게요.“  “我回韩国了。”

귀국을 입 밖으로 꺼낸 건 그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것 밖에 설명이 안 됐다. 갑자기 그 말이 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제 입으로 말해놓고 스스로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며칠 전 엄마의 안부 전화가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说出回国那句话，纯粹是冲动。除此之外，没法解释。他也不知道那句话怎么就突然冒出来了。话一出口，他自己都吓了一跳，捂住了嘴。（几天前妈妈的问候电话，看来影响很大。）

욱하는 성질머리 좀 고쳐야겠다. 이 와중에 자아 성찰을 했다.
这暴脾气得改改。这种时候了，他还在自我反省。

“뭐?“  什么？

“......“  ......

“너 뭐라고 했어?“  你刚刚说什么？

“...한국... 간다고...“  “……要回……韩国吗……”

“크게 말해.“  “大声说。“

“...한국...“  “...韩国...“

오랜만에 나온 데이트였다. 간신히 둘의 스케줄이 맞아떨어졌고. 며칠 내내 우중충하던 날씨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좋았고. 최근에 장만한 커플 신발을 처음으로 개시했다. 드물게 아침부터 모든 게 완벽했다. 
久违的约会。好不容易两人的日程才凑到一起。连着几天阴沉沉的天气也万里无云，晴空万里。最近刚买的情侣鞋也是第一次穿。难得从早上开始一切都很完美。

현관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었다. 그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꽉 끌어안은 채 오늘은 부디 사이좋게 지내자고 약속했다.
玄关前站着的两人，互相整理着对方的衣物。然后，紧紧地拥抱在一起，仿佛要窒息一般，并约定好今天一定要好好相处。

그 약속은 음식점 앞에 도착하자마자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손가락까지 걸고 말할 걸 그랬나. 복사도 하고. 도장도 찍고. 코팅으로 마무리까지 했어야 됐어.
那个约定在抵达餐厅门口的瞬间就泡汤了。早知道就该拉钩上吊一百年不变。还得复印，盖章，最后再包膜才行。

《격주 월요일 휴무》   《隔周周一休息》

“하아... 형 이런 건 미리 잘 알아보고 왔어야죠.“
“哈啊… 哥，这种事应该提前好好查清楚再来啊。”

“그럼 네가 찾아보지 그랬어.“
“那你就自己找找看呗。”

“저는 형 데리고 나올 때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요. 형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일걸요. 저번에 초밥집도 그렇고, 또.“
“我带哥出来的时候，从来没有这样过。哥他可能...这次是第三次了吧。上次吃寿司也是，还有。”

“그래 너 짱이야. 김대영 최고의 남자친구네. 난 최악이고.“
“是是是，你最棒了。金垈永，你真是最好的男朋友了，我就是最差劲的。”

“아니 뭐, 최악까진 아니고.“  “哎，倒也不是最差劲……”

“그 말은 최고도 아니란 소리네?“
“那意思就是也不是最好的咯？”

사실 이건 귀여운 말다툼 정도로 넘길 수도 있었다. 이들에겐 싸움 축에도 못 낄 일. 여기서 바로 끝냈다면 말이다. 갈 곳을 잃은 두 사람은 닫힌 가게 앞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길 건너편에 있던 우동 집에 들어갔다.
事实上，这完全可以当做一次可爱的斗嘴就过去了。对他们来说，这根本算不上吵架。如果到此为止的话。迷失方向的两个人，在关门的店面前争执了许久，最后走进了马路对面的乌冬面馆。

거기서도 입 다물고 조용히 면이나 먹었더라면 ㅡ물론, 입 닫고 면 먹기는 불가능하다.ㅡ 다음 코스까지는 무난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서로 한정으로 방정맞은 주둥이는 역시 가만히 있질 못했다. 
要是在那儿也闭上嘴，安安静静地吃面条就好了——当然，闭着嘴吃面条是不可能的。——那样的话，下一个环节也能顺利进行。但是这两个家伙，只有彼此在场时才会变得轻浮的嘴，果然还是闲不住。

“여기 별로야? 나갈까?“  这里不太好吗？要不我们走吧？

“아뇨, 괜찮아요.“  没有，我没事。

“......“  好的，请提供你需要翻译的文本。

“왜....요....“  “为...为什么...呀....“

“그럼 눈을 왜 그렇게 떠?“
“那你为什么要那样睁大眼睛？“

“내가 뭘 어쨌는데요.“  “我...我怎么了。“

“ ¯ࡇ¯ 이랬잖아.“  “你刚刚明明就 ¯ࡇ¯ 这个样子。“

“와... 이젠 모함까지 해. 내가 언제 그랬어. 그러는 형은.“
“哇…现在都开始诬陷我了。我什么时候那样了。倒是哥你。"

“흐아.... 배고프다.“  흐아.... 肚子好饿啊。

“아 진짜 말 좀 끊지 마요.“
啊，你能不能别打断我说话啊。

“알겠어. 미안해. 그만하자. 우리 지금 짜증 나는 거 다 배고파서 그래. 이거 다 먹으면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가자.“
知道了，对不起，我们别吵了。我们现在这么烦躁，都是因为饿了。吃完这些，我们去吃冰淇淋吧。

Best 별 스티커가 붙어 있던 메뉴 두 개를 주문한 뒤에도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와중이었다. 유우시의 등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계속 이쪽을 힐끔거리던 남자였다. 기둥 뒤에서 자꾸만 눈이 마주치던 탓에 저 새낀 또 웬 미친놈인가 싶었는데.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유우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点完菜单上标有“Best”星星的两份餐点后，两人仍然在争吵不休。这时，有人从 yushi 背后走了过来。就是从刚才起就一直偷偷瞄着这边的男人。因为老是躲在柱子后面跟我对上眼，还以为又是哪个疯子。他带着疑惑的表情，歪着头，轻轻拍了拍 yushi 的肩膀。

“토쿠노? 뭐야! 여기서 다 만나네?“
“托库诺？什么呀！竟然在这儿全碰上了。”

앞에 앉은 김대영은 보이지도 않는지 잔뜩 들뜬 얼굴로 인사를 건넨 남자는 유우시의 팔뚝을 쥐고 흔들다 어느새 손까지 덥석 잡았다. 토쿠노 유우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대영의 시선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에 고정된 채 떨어지지 않았다. 어이 어딜 만지는 거야. 레이저 찍찍 쏴대는 눈이 부릅떠졌다.
仿佛没看到坐在对面的金垈永，男人满脸兴奋地打着招呼，先是握住 yushi 的手臂摇晃，不知不觉又一把抓住了他的手。德野 yushi 只是微微点头，始终带着笑容。金垈永的视线，却死死地盯着两人紧握的手，一刻也无法移开。“喂，你摸哪儿呢！”他眼中射出激光般的视线，怒目圆睁。

"아 맞다. 그때 두고 간 옷 말이야. 아직도 우리 집에 있어."
“啊，对了。那时候落下的衣服，还在我们家呢。”

"뭔, 뭔 옷?"  “什、什么衣服？”

"기억 안 나? 우리 집에서 잔 날. 대체 언제 가져갈 거야. 특별히 빨래까지 해놨는데."
“不记得了？在咱家过夜的那天。到底什么时候拿走啊。我可是特意给你洗干净了。”

"아... 그거 그냥 버려도 되는데."
"啊… 那个直接扔掉也没关系的。"

"에ㅡ 멀쩡한 걸 왜 버려! 그런 건 환경에도 좋지 못해. 다음에 또 놀러 와. 그때 가져가면 되지. 아님 주소 알려 줄래? 택배로 보내줄까?"
"欸—— 没坏的东西为什么要扔！那样对环境也不好。下次再来玩。到时候拿走不就行了。要不你告诉我地址？我给你快递过去？"

"아냐.... 제발 버려줘.... 부탁할게."
"不要.... 求你扔掉吧.... 拜托了。"

그때 두고 간 옷, 잔 날?
那时留下的衣服，还有酒杯吗？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을 조각조각 맞춰보던 대영은 미간을 좁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목이 탔다. 앞에 놓여 있던 두 개의 컵을 모두 가져다 벌컥벌컥 들이켰다. 순서대로 다 마신 물컵들을 테이블 위에 탁탁 내려놓았다. 두 사람분의 시선이 일제히 김대영에게 옮겨졌다.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다년간 쌓은 서비스직 노하우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목이 말라서요." 유우시는 그제야 남자에게서 시선을 뗐다. 더 줄까? 많이 목말랐어? 물통을 집어 들며 태평한 소리나 했다.
这是什么声音？金垈永努力拼凑着那些难以理解的语句，眉间紧锁，一脸困惑。他突然觉得口干舌燥，端起面前的两个杯子，咕咚咕咚地喝了个精光。他将依次喝完的杯子重重地放在桌上，两道视线齐刷刷地落在他身上。金垈永竭力上扬嘴角，用多年服务业经验练就的亲切笑容掩饰着尴尬，“呵呵…真不好意思，有点渴了。”yushi 这才将目光从他身上移开，拿起水壶，漫不经心地问道：“要再来点吗？很渴吗？”

"안녕하세요. 갑자기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는 토쿠노 동창 후라타라고 합니다. 여기서 만난 게 신기해서... 하하... 인사가 늦었네요."
"您好。突然打扰非常抱歉。我是토쿠노的同学，叫후라타。在这里遇到真是太不可思议了……哈哈……迟来的问候。"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토쿠노,"
啊…是的。你好。我是 Tokuno。

"대학 후배야."  "是大学后辈啊。"

자신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토쿠노 유우시는 김대영을 대신해 '후배'라고 정의 내렸다. 대영은 인사말을 스치듯 망설였다. 확 그냥 남자친구라고 질러버려? 하지만 그게 우스울 만큼 소개는 빠르고 단호했다.
正是烦恼着该如何介绍自己的瞬间。托库诺 yushi 代替金垈永，将他定义为“后辈”。垈永在问候语上稍作迟疑。要不干脆直接说是男朋友算了？但这念头刚冒出，介绍就以一种可笑的、迅速而又断然的方式结束了。

유우시를 곤란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다. 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거라는 건 애초에 정해진 선이었다. 그런데도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어쩐지 당해버린 기분이 든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개 멘트였음에도 유난히 속이 뒤틀렸다. 차라리 '친구'라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거슬리진 않았을지도. '후배'는 그보다 훨씬 먼 거리감을 품고 있었다. 컵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他并没有让 yushi 为难的意思。不公开恋人关系，这原本就是既定的底线。即便如此，嘴角还是不受控制地抽动了一下。总觉得有点吃亏。明明是和往常没什么两样的普通介绍语，却格外让他心里不舒服。如果说是“朋友”，或许还没这么刺耳。“后辈”却包含着比那更加遥远的距离感。握着杯子的手不自觉地加大了力道。

"네. 후배예요. 그냥 후배."  “嗯。后辈而已。只是后辈。”

김대영은 어금니를 아득 씹으며 '그냥 후배'를 또박또박, 굳이 강조해서 발음했다. 눈이 마주친 유우시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뻔뻔한 낯빛에 심술이 발동한 대영은 발등을 지긋이 밟았다. 첫 개시한 운동화 앞코에 밑창 자국이 남았다. 유우시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그걸 바라보던 대영의 눈웃음은 점점 더 진해졌다.
金垈永咬紧牙关，一字一句，特意强调地说道：“只是后辈。”yushi 与他对视，仿佛在问有什么问题似的耸了耸肩。面对那厚颜无耻的神情，金垈永恶作剧般地狠狠踩了他一脚。刚穿出门的运动鞋鞋尖上留下了一道鞋底印。yushi 无声地发出了哀嚎。看着他那副模样，金垈永的笑意却越来越浓。

그 덕에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칭찬까지 척척 받아냈다.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어색한 대화 속 잠깐의 웃음소리가 튀어나오고 곧바로 마가 떴다. 정적의 틈을 비집고 종업원이 다가왔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이는 모습을 바라보던 동창은 이만 가보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건 순식간이었다. 그릇에서 연기가 훌훌 피어올랐다.
多亏如此，他甚至轻松收获了“您给人的印象真好”之类的称赞。也没忘记表达感谢。在尴尬的对话中，短暂的笑声迸发出来，随即陷入一片空白。服务员趁着这片寂静走近。真是绝妙的时机。同学看着食物被摆在桌上，挥手示意要先走了。空气瞬间安静下来。热气从碗里袅袅升起。

“토쿠노 씨는 그냥 대학 후배랑 커플 신발도 맞추시나 봐요.“
“托库诺前辈竟然和大学后辈还穿情侣鞋啊。”

“그것 때문이었어?“  “是因为那个吗？”

“뭐... 원래 새 신발은 한 번 밟아줘야 돼요.“
“什么……本来新鞋就是要踩一下才行。”

“누가 그래?“  “谁说的？”

“제가요. 불만 있어요?“  “我啊，有意见。”

“...... 없어. 앞치마 갖다줄까?“
……不用了。要我给你拿围裙吗？

“대학 후배는 그런 거 필요 없다네요. 나중에 애인한테나 잘해주세요.“
我的大学后辈说不需要那种东西。以后对你的爱人好点吧。

“네가 내 애인이잖아.“  你就是我的爱人啊。

“오늘은 아님.“  “今天不行。”

“맘대로 해.“  “随便你吧。”

“근데 친구 집은 언제 갔다 왔어요? 저번 달에 출장 간 거 말고는 최근에 외박한 적도 없었잖아요. 설마 출장 그거 다 거짓말,“
“可是你什么时候去朋友家了？上个月出差之外，最近也没在外过夜啊。 难道出差那些都是谎话，”

“에ㅡ 절대 아니야.“  “呃，绝对不是。”

“그럼 언젠데요?“  “那什么时候啊？”

“...몰라. 기억 안 나.“
“……不知道。记不起来了。”

“기억 안 난다는 사람 치곤 너무 당황하던데.“
“明明说不记得了，却慌张成那样。”

“......“  “......”

“말 안 해줄 거예요?“  “不告诉我吗？“

“......“  好的，请提供你需要翻译的文本。

“형.“  “哥。”

“이거부터 먼저 먹으면 안 될까? 식으면 맛 없을 텐데.“
“先吃这个好不好？凉了就不好吃了。”

“......“  好的，请提供你需要翻译的文本。

그게 아니라면... 한참 전인데. 예상가는 날이 하나 있긴 했다.
如果不是那样的话...那是很久以前的事了。倒是有个大概能猜到的日子。

그날은 새벽부터 징하게 비가 내렸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영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밀린 빨래가 산더미였다. 장마철에 하는 빨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런 날씨에 집에서 잘못 말렸다간 시궁창 냄새만 잔뜩 배기 십상이다. 휴대폰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앞으로 나흘은 더 비가 내릴 예정이었다. 남아 있는 수건의 양을 확인하던 김대영은 결국 창고에서 제일 큰 캐리어를 꺼내 들었다.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코인 세탁소로 향할 계획이었다. 직장인 토쿠노 유우시는 퇴근 시간 한 시간 전쯤 메시지를 보냈다.
那天从凌晨开始就下着让人厌烦的雨。结束工作回家的金垈永深深地叹了口气。堆积如山的待洗衣物。梅雨季节的洗衣简直是高难度作业。这种天气在家里晾晒不好，很容易染上臭水沟的味道。他用手机确认了天气预报，未来四天还会继续下雨。确认了剩余毛巾的数量后，金垈永最终从仓库里拿出了最大的行李箱，计划前往步行十分钟距离的自助洗衣店。上班族 yushi 在下班时间提前一个小时发来了消息。

[오늘도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피곤하면 먼저 자]
今天好像又要晚了，别等我了，要是累了就先睡吧

그 즈음 김대영의 저녁 식사는 늘 혼자였다. 
那阵子，金垈永的晚餐总是孤身一人。

[👌]

한참 후에 이모티콘 하나만 날렸다.
好一会儿，他只发来一个表情。

뭐, 바쁜 사람 붙잡고 저녁 같이 안 먹어줘서 서운하다느니 징징거리고 싶진 않았다. 그냥, 조금 안타까웠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귀가하던 유우시의 얼굴은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해도 될 만큼 푸석해졌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날도 부쩍 잦아졌다. 그래서 매일 같이 늦게 들어와도 별말 하지 않았다.
唉，我可不想拉着大忙人，抱怨他不跟我一起吃晚饭，或者撒娇什么的。 只是，有点心疼。 yushi 每天早出晚归，脸色憔悴得黑眼圈都能跳绳了，而且经常茫然地盯着空气发呆。 所以即使他每天都回来很晚，我也没说什么。

늦는 날엔 올 때까지 거실에서 기다리다 기척이 느껴지면 현관 앞으로 마중 나갔다. 남의 돈 벌어 먹고사는 게 얼마나 고된 건지 잘 아니까. 문 열고 들어오면 팔 벌려 맞이했다. 신발을 벗던 유우시는 피식 웃었다. 귀찮은 척해도 봉긋 솟은 광대는 숨겨지지 않았다. 대영은, 단지 그 얼굴 하나를 보기 위해. 진짜로 화내고 싶은 날도 머릿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새기며 삼켰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날도 아니고 우리 3주년이었다고.
晚归的日子，他总是在客厅等到 yushi 回来，一听到动静就到玄关去迎接。他很清楚，替别人打工挣钱有多辛苦。yushi 一开门，他就张开双臂迎上去。脱鞋的 yushi 噗嗤一笑，虽然装作很无奈，但高高鼓起的颧骨却藏不住他的好心情。金垈永啊，仅仅为了看到 yushi 的这个笑容。就算真的想发火，他也会在脑海里默念三遍“忍”，然后把火气咽下去。可是，这天不是别的日子，而是我们的三周年纪念日啊。

기념일 거창하게 챙기는 편은 아니었어도, 기억은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던 유우시는 다녀올게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점심 즈음에 벨 소리가 울렸다. 후다닥 확인한 번호는 스팸 전화였다. 휴대폰은 저녁까지 잠잠했다. 혹여 서프라이즈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늦는다는 문자 한 통으로 바닥에 처박혔다. 김대영의 서운함 게이지는 급속도로 차올랐다.
虽然不是那种会隆重庆祝纪念日的人，但还以为他至少会记得。早上准备上班的 yushi，除了“我走了”之外，什么都没说。中午时分，响起了门铃声。急忙确认号码，却是垃圾电话。手机一直安静到晚上。或许会有惊喜的期待，也被一条“晚点回去”的短信击得粉碎。金垈永的失落感迅速飙升。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무릎을 모으고 몸을 의자 깊숙이 묻었다. 눈을 감고 명상했다. 참자. 요즘 많이 바빴잖아. 그럴 수도 있지. 꽉 쥔 팔목엔 손톱자국이 선명히 패여 있었다.
我茫然地望着旋转的洗衣机。蜷起膝盖，将身体深深埋进椅子里。闭上眼睛，冥想着。忍耐。最近不是一直很忙吗。也有可能发生那种事。紧握的手腕上，指甲的痕迹清晰可见。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는 빗줄기 때문에 빨래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우뚝 서 있었다. 형 보고 싶은데. 전화해볼까. 연락처까지 들어갔다가 도로 나와버렸다. 목소리 들으면 괜히 투정 부리고 싶어질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짐짝 취급 받긴 싫었다. 머리를 툭툭 털던 김대영은 한숨 한 번 내쉬고 밖으로 나섰다.
雨势丝毫没有减弱的迹象，洗完衣服后，他依旧伫立了许久。想见哥了。要不要打个电话。手指都点进联系方式了，又退了出来。听见他的声音，没来由地就想撒娇。他本来就很忙了，不想被当成累赘。金垈永随意地甩了甩头，叹了口气，然后走出了门。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선택을 후회했다. 바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부는지. 이 정도면 세미 태풍 아니야? 대각선으로 쏟아지던 비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몸을 적셨다. 설상가상으로 하수구 앞에서 발을 헛디뎌 슬리퍼가 찢어졌다. 너덜너덜한 맨발로 집까지 걸어갔다.
没走多久，他就后悔做了这个决定。这风又是怎么回事，简直是半个台风吧？倾斜的雨水从头到脚淋透了他全身。雪上加霜的是，在排水沟前一脚踩空，拖鞋也裂开了。他只能光着那双破破烂烂的脚走回家。

울화가 치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비속어 한두 마디 내뱉고 말았을 텐데. 이날은 유독 눈물이 났다. 마음이 비뚤어지니 모든 게 다 서러웠다. 쓰던 우산을 더 깊숙이 내렸다. 덕분에 다 큰 사내가 길바닥에서 엉엉 우는 꼴은 가릴 수 있었다.
怒火中烧。放在平时，早就爆出一两句脏话了。但今天却格外想哭。心里一扭曲，什么都觉得委屈。我把伞压得更低了些，总算能遮住一个大男人在马路上嚎啕大哭的丑态。

거지 같다. 상황은 물론 제 몰골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만신창이로 집에 돌아온 대영은 젖은 옷 그대로 맨바닥에 드러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축축한 면자락이 피부에 끈적하게 들러붙었다. 잠깐 고개를 돌려 확인한 시계는 아침에 봤던 숫자 그대로 멈춰 있었다. 
真他妈像个乞丐。这句话既适用于现在的状况，也适用于我这副尊容。浑身是伤的金垈永回到家，湿漉漉的衣服都没换，就那样躺在地板上，望着天花板。潮湿的布料黏糊糊地贴在皮肤上。他稍微转头看了下，确认时间，发现时钟正如早上看到的那样，已经停止了。

아 맞다. 배터리 갈아줘야 하는데.
啊，对了。得给他换电池了。

다시 고개를 돌렸다.  他再次转过头。

내 배터리도 누가 좀 갈아줬으면...
真希望也有人能帮我换换电池……

그 상태로 깜빡 잠이 들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유우시가 흔들어 깨웠다. 대영, 너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끔뻑끔뻑. 대답 않고 가만히 쳐다봤다. 몽롱하니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됐다. 분명 할 말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얼굴 보니까 다 소용 없어졌다. 그냥 좀 안기고 싶었다.
他就那样迷迷糊糊地睡着了。是下班回来的 yushi 把他摇醒。“垈永，你为什么在这里睡着？” 他眨巴着眼睛，没有回答，只是静静地看着他。脑袋昏昏沉沉的，理不清思绪。明明有很多话想说，但真的看到 yushi 的脸，那些话都变得无关紧要了。他只是想抱抱他。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비도 엄청 맞았고요. 빨래 때문에 저녁도 못 먹었어요. 근데 오늘 우리 기념일인 건 알아요? 무슨 날이냐고 묻기만 해. 난 일주일 전부터 날짜 세고 있었는데. 사실 형 몰래 선물도 샀거든요? 엄청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상금 털어서 산 거예요. 
我今天太累了。还淋了好多雨。为了洗衣服晚饭都没吃上。不过，你知道今天是什么日子吗？你要是敢问是什么日子，哼。我可是一个星期前就开始数日子了。其实我还瞒着你偷偷买了礼物哦？虽然不是什么特别贵的东西，但也是我把私房钱都掏空了买的。

너절한 말들은 속으로만 털어놨다.
那些絮絮叨叨的话，还是只在心里说说吧。

‘응? 김대영. 왜 여기서 자고 있냐고. 옷은 또 왜 이러고.‘
嗯？金垈永。你为什么在这里睡觉？衣服又是怎么回事。

‘형.‘  哥。

‘응.‘  “嗯。”

‘가까이 좀 와봐요.‘  '靠过来一点。'

‘...왔어.‘  '...过来了。'

‘......‘  '......'

‘뭐 어떡하라고...‘  '那要我怎么办...‘

‘한 번만 안아줘요.‘  '就抱我一下，求你了。'

‘... 젖었잖아.‘  ... 都湿透了。

근데 그걸 안 해줬다. 진짜 치사하게. 예전 같았으면 구시렁대면서도 바로 안아줬을 것이다. 형 진짜 변했네? 쪼잔하게 이런 걸로 기분 상하고 싶진 않았는데 사실 난 속 좁은 사람이 맞으니까. 숨기고 싶어도 그게 제 본성이라 어쩔 수 없었다. 대영은 쭈그려 앉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던 유우시를 퍽 밀쳤다. 자고 일어나서 체력이 보충됐나. 과장 조금 보태서 휭 날아간 유우시는 소파에 머리를 박았다. 
结果他居然没那样做，真够小气的。要搁以前，他肯定一边嘟囔一边立刻抱住我了。哥，你真的变了啊？我本来不想因为这种小事闹情绪的，但事实上我就是个心胸狭隘的人。就算想藏也藏不住，这就是我的本性，没办法。金垈永蹲坐在地上，猛地推了一把正居高临下看着他的 yushi。难道睡了一觉体力就恢复了吗？稍微夸张一点说，yushi 直接飞了出去，脑袋磕在了沙发上。

아아악!!! 머리통 감싸며 아이고 아이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다지 세게 박은 것 같지는 않은데. 저 형 또 엄살 부리네 싶었다. 쌤통이다. 김대영은 대자로 누워 말없이 눈을 흘겼다. 시야가 뭉개진다. 팔뚝으로 눈가를 벅벅 닦으며 소리쳤다.
啊啊啊！！！他抱着头，哎哟哎哟地叫唤。感觉也没磕得很重啊。这哥又开始装模作样了，真是活该。金垈永呈大字型躺着，一言不发地翻了个白眼。视线都模糊了。他用胳膊狠狠地擦了擦眼角，大声喊道。

꺼져!!!!  滚开!!!!

난데없는 호통에 어안이 벙벙해진 유우시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방금? 에... 너 울어? 엉금엉금 무릎으로 기어 오던 유우시는 허둥지둥 눈물을 닦아냈다. 뭐야... 왜... 왜 울어... 안아줄게. 미안해. 울지마. 그 소리 들으니까 더 눈물이 났다. 원래 울지 말라고 하면 더 눈물이 나는 법이다. 죄책감 느끼라고 부러 더 소리 내서 흐느꼈다.
莫名其妙的呵斥让 yushi 愣住了，他无法掩饰自己的荒唐。 搞什么啊刚才？ 诶... 你哭了？ yushi 笨拙地用膝盖爬过去，慌忙地擦着他的眼泪。 搞什么... 为什么... 为什么要哭... 抱抱你。 对不起。 别哭了。 听到这话，他反而更想哭了。 本来就是，越说别哭就越想哭。 他故意发出更大的抽泣声，想让他感到罪恶感。

우리, 오, 오늘, 흐윽 3주년인데. 형 너 그거 다 까먹었지. 진짜 싫어. 빨리 나가. 뭐 하러 들어 왔어. 웅얼대니 울지 말라는 소리 더는 않고 잠잠해졌다. 눈물 짜내는 소리 말고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공복에 이러고 있자니 속이 메스꺼웠다. 킁. 콧물 한 번 먹고 휙 고개를 돌렸다. 유우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게자를 박고 있었다. 대영.... 고멘네.... 아이시떼루요... 문밖으로 쫓겨난 유우시는 그날 외박을 했었다.
我们，吴，今天，呜 3 周年诶。哥你全忘了吧。真讨厌。快出去。进来干嘛。嘟囔着，没再出声劝他不哭，安静了下来。除了抽泣声，像死了一般寂静。空着肚子这样，胃里一阵恶心。吸溜。吸了下鼻涕，猛地转过头。yushi 在稍远的地方跪地磕头。垈永.... 对不起.... 我爱你哟... 被赶出家门的 yushi 那天在外面过的夜。

“자, 다 먹었으니까 말해요.“  “好，都吃完了，说说吧。”

“......나는 이제 두 입 먹었는데...“
“……我才吃了两口而已……”

뜨거운 면발을 악바리로 씹어 삼킨 김대영은 벌겋게 익어 다 까진 입천장을 혀로 문지르며 대답을 재촉했다.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요. 물 줄까? 안 뜨거워? 화상 입은 거 아니야? 괜찮으니까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배고팠나 보네. 그럼 내 거 더 먹을래? 아 진짜, 셋 둘 하나.
金垈永像个饿死鬼一样，狠狠地咀嚼着滚烫的面条，舌头舔舐着被烫得通红、起了皮的口腔，催促着回答。别惹我心烦，快说。要喝水吗？不烫吗？没烫伤吧？没事就别岔开话题，快点。看来是饿坏了。那要不要吃我的？啊真是的，三、二、一。

대영그게내가일부러그런게아니라우리삼주년기억나지?너한테쫓겨난날...응그러니까...카드며현금이며죄다가방에들어있는데너가나를맨몸으로내보냈잖아어쩔수없었어나도사회적체면이라는게있는사람인데길바닥에서노숙을할순없으니까말야그래도핸드폰은있어서얼마나다행이었는지몰라...그시간에내가어딜갈수있겠어대충시간좀떼우다집에들어가야겠다생각했는데대영이가문자보냈잖아말없이쓱들어오면진짜죽여버리겠다고...어떻게알았는지나정말무서웠어길바닥에서벌벌떨었다니까아무튼...그러던중에후라타군에게전화가왔어동창모임중이래나원래그런거안나가는거알지?근데그날따라술이간절해서...조금만마시려했는데컨디션이문제였는지취해버렸어눈떠보니친구집이더라오해는하지마정말아무일도없었으니까미안해잘못했어다신안그럴게
垈永，我不是故意那样的。我们三周年纪念日你记得吗？你把我赶出去的那天... 嗯... 就是说... 信用卡和现金都在包里，你却把我光着身子赶出来了。我没办法啊，我也是有社会体面的人，总不能在马路上露宿吧。还好有手机，真是万幸... 那时候我能去哪儿啊，就想着随便打发点时间再回家。结果垈永你发短信过来了，说一声不吭地溜进去就真的会杀了我... 你是怎么知道的，我真的吓坏了，在马路上瑟瑟发抖。总之... 后来후라타군给我打电话，说在搞同学聚会。你知道的，我本来不参加那种活动的，但那天特别想喝酒... 本来只想喝一点，但不知道是不是身体状况不好，就喝醉了。醒来的时候就在朋友家了。你别误会，真的什么都没发生。对不起，我错了，再也不会这样了。

이렇게나 말을 빨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대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실직고를 끝낸 유우시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눈치를 살폈다. 너털웃음이 터졌다. 재밌어서 웃은 건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他居然是这么能说会道的人吗？ 金垈永被这前所未见的景象惊呆了，一时语塞。 Yushi 老实交代完，深吸一口气，小心翼翼地观察他的脸色。随即爆发出一阵苦笑。倒不是觉得有趣才笑，而是无语，只是因为太无语了，所以才笑了出来。

그날 모텔 가서 잤다고 하지 않았나. 거짓말이었네. 난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서 다음 날 팔첩 반상까지 차려줬는데. 이 개새끼가.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那天不是说去汽车旅馆睡了吗，都是谎话。我还傻乎乎的，觉得抱歉，第二天给你准备了八碟饭菜。你这狗崽子。哈哈。哈哈哈。哈哈哈哈哈哈。

한참을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나름 분위기가 풀렸다고 생각한 건지 유우시도 대영을 보며 슬쩍 따라 웃었다.
笑了好一会儿，大概是觉得气氛缓和了些，yushi 也看着金垈永，偷偷地跟着笑了。

흐흐흐흐.  呵呵呵呵。

웃음기가 사라진 대영은 등을 바짝 기대고 멋쩍게 이마를 긁적였다. 유우시는 다시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후루룩. 그 와중에 잔뜩 부푼 볼과 우물대는 입술에 시선이 갔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다. 대영은 유우시의 입꼬리에 달린 김 가루를 엄지손가락으로 쓱 떼어냈다.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어졌다. 유우시가 제 입술에 닿은 손에 볼을 비비적댔다. 김대영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흐흐흐 나도 제정신은 아니야.
笑容消失的金垈永背靠着椅背，有些尴尬地挠了挠额头。yushi 重新开始用筷子。呼噜噜。就在这时，他注意到 yushi 鼓鼓囊囊的腮帮子和不停咀嚼的嘴唇。真是个挺费心的家伙。金垈永用拇指轻轻擦去 yushi 嘴角沾着的紫菜碎屑，自然的肢体接触就这样发生了。yushi 用脸颊蹭了蹭他落在自己嘴唇上的手指。金垈永忍不住笑了出来。呵呵呵，我也不是什么正人君子啊。

“저 한국 갈게요.“  “我回韩国了。”

그리하여, 이 상황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유우시는 먹던 우동을 그대로 뱉었다. 서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뭐? 너 뭐라고 했어? 한국... 간다고... 크게 말해. 한국... 똑바로 말해. 잠깐 간다는 거야? 아니면 아예 간다는 거야? 입을 꾹 다문 대영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숨긴 채 손톱만 뜯었다. 정적이 한참 이어졌다.
就这样，到达了这种状况。yushi 直接把吃着的乌冬面吐了出来。他用冰冷的眼神再次问道。什么？你刚才说什么？去韩国...大声说。韩国...好好说。是 잠깐去一下？还是完全离开？紧闭着嘴的金垈永把手藏在桌子下，只抠着自己的指甲。寂静持续了很久。

대답을 기다리던 유우시는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별 말 없이 계산을 마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김대영은 방금 벌어진 사태를 처음부터 복기했다. 결론은 늦지 않게 났다. 지금 당장 붙잡아야 한다.
等待回答的 yushi 猛地站起身，走向收银台。他一言不发地结完账，打开门走了出去。金垈永从头开始回想刚才发生的事情。结论很快就出来了——现在必须抓住他。

우당탕탕 자리에서 일어난 대영은 금세 멀어진 유우시의 뒤꽁무니를 따라 죽기 살기로 달렸다. 하지만 한발 늦은 김대영에게 돌아온 건 매몰차게 떠난 자의 뒷모습뿐이었다. 그렇게 토쿠노 유우시는 김대영을 남겨둔 채 홀로 택시를 타고 떠났다. 허리를 굽혀 숨을 골랐다. 멀어지는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噼里啪啦一阵响动，金垈永猛地从座位上跳起来，拼了老命地追赶着已经跑远的 yushi。然而，慢了一步的金垈永看到的，只有那人决绝离去的背影。就这样，yushi 头也不回地独自乘坐出租车离开了，把金垈永一个人丢在了原地。他弯下腰，喘着粗气，呆呆地望着远去的车辆，然后抬起了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시야에 꽉 들어찬다. 선선한 바람결에 머리칼이 휘날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홈 데이트나 하는 건데. 오늘따라 날씨가 더럽게 좋은 바람에. 며칠 전 나눈 엄마와의 대화 때문에. 토쿠노의 동창을 만나는 바람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까닭에. 입이 멋대로 움직여버렸다.
万里无云的晴空映入眼帘，清爽的微风吹拂着头发。早知道就该在家约会了，偏偏今天这该死的天气这么好。还不是因为几天前和妈妈的对话，因为要见토쿠노的同学，因为得知了不为人知的事实，嘴巴不受控制地说出了那样的话。

“아니 이 형은 대체 어딜 간 거야.“
“不是，这哥到底跑哪儿去了。”

현관문 앞에 선 김대영은 온갖 시나리오를 펼쳤다. 머릿속에서 적당한 대사를 고르고 또 골랐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때린다면, 군말 없이 맞아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좁디좁은 오피스텔 복도를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하기를 삼십 분. 큰맘 먹고 문고리를 돌린 대영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무릎부터 꿇었다. 형, 미안해! 진심 아니었어!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기도하듯 간절하게 깍지 낀 양손이 허무하게 툭 떨어졌다. 센서 등의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대영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站在玄关门前的金垈永，脑海中演练了无数种剧本。在脑海中挑选了又挑选合适的台词。虽然那种事情不可能发生。但还是下定了决心，万一要是被打了，就一声不吭地挨着。在狭窄的单间公寓走廊里，焦躁不安地来回踱步了三十分钟。下定决心转动门把手的垈永，一进屋就双膝跪地。“哥，对不起！我不是真心的！”等待着，却没有回应。像祈祷一般紧紧相扣的双手，无力地垂落。站在感应灯光下的垈永，撑着地板站了起来。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욱해서 지른 말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뿐이었는데,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마주하자 감정은 금세 변했다. 말도 없이 또 어딜 간 걸까. 설마 아까 그 남자 만나러 갔나. 평소엔 하지도 않는 의부증 같은 생각까지 했다.
人的心思真是阴晴不定。明明前一刻还满是因一时冲动脱口而出的话的罪恶感和歉意，可当面对和预想截然不同的状况，情感瞬间就变了。一声不吭地又去哪儿了？ 难道是去见刚才那个男人了？ 平时连想都不会想的疑心病都犯了。

발신인 : 김대영.  发信人：김대영。

수신인 : 토쿠노 유우시.
收信人：토쿠노 유우시。

『형 사랑하니까 빨리 돌아와. 안 오면 어떻게 될지···』 
“哥，我爱你，快点回来。不回来会发生什么……"

적어 내려가던 문자는 곧장 지워졌다. 소파가 푹하고 꺼진다. 힘이 쭉 빠진 몸이 새우처럼 말려 들어간다. 제발 전화 좀 받아라...
写下的文字立刻被删掉了。沙发发出沉闷的声响，身体像虾米一样蜷缩起来，全身无力。求你接个电话吧……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엎드려 노래를 크게 틀었다. 머릿속 소음을 지우고 싶었다. 답답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내가 왜 그랬지. 랜덤으로 곡이 재생될수록 자책의 시간은 길어졌다. 요즘은 뭐든 죄다 엇나가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랬더라. 무던함이 자신의 장점이라 믿었던 때가 이제는 전생처럼 멀게 느껴졌다.
没开灯，他趴在沙发上，把歌放得很大声。他想消除脑海里的噪音。郁闷的心情咕嘟咕嘟地沸腾起来。我为什么那样做呢。随机播放的歌曲越多，自责的时间就越长。最近好像一切都乱套了。从什么时候开始的呢。曾经以为自己的优点是钝感，现在感觉就像前世一样遥远。

예민의 수치가 나날이 높아졌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일들조차 쉬이 넘겨지지 않았다. SNS는 끊은 지 오래였다. 주변인들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졸업을 하고, 누군가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또 누군가는 취업을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여기 어딘가에서 정체된 기분이었다. 뒤처지는 느낌이 달갑지 않았다. 전부 제 선택이었음에도.
敏感的数值日渐升高。 即使是能够轻易过去的事情，也无法轻易放过。 很久以前就断了 SNS。 对周围人的消息并不好奇。 有人毕业，有人读研究生，还有人就业了。 相比之下，我却感觉停滞在某个地方。 落后的感觉并不令人愉快。 即使那全部都是我自己的选择。

그렇다고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그건 전혀 아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유우시는 대영에게 불가항력의 존재였다.
要说后悔吗？那倒完全没有。就算重新来过，我也会做出同样的选择。yushi 对金垈永来说，就是那样一种不可抗拒的存在。

최대로 키워둔 볼륨 탓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영은 눈을 감은 채 이마 위로 팔을 올린 자세였다. 그 사이로 희끄무레하게 불빛이 새어들었다. 소파 가죽에 손을 짚고 벌떡 일어났다. 유우시는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대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말 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가사를 알 수 없는 팝송이 크게 울려 퍼졌다. 시간이 꽤 흘렀다는 건 분위기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사위는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因为音量开得太大，他没能听到门打开的声音。金垈永闭着眼睛，手臂搭在额头上。依稀的光线从指缝间漏进来。他手撑着沙发皮革，猛地坐起身。yushi 单膝跪地，仰望着金垈永。两人沉默地对视着。一首听不清歌词的流行歌曲大声回响着。仅仅从气氛上就能感觉到，时间已经过去了很久。他转过头，发现四周已经变得昏暗。

그날, 둘 사이에선 많은 대화가 오갔다. 지금껏 미뤄왔던 이야기들. 뭐부터 얘기해야 될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화의 물꼬를 튼 건 유우시였다. 대영, 아까 말한 거 말이야. 음...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진지한 어투에는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유우시는 대영이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되려 서운해진 건 대영 쪽이었다.
那天，他们之间进行了很多对话。都是至今为止一直拖延着的话题。该从何说起呢，一时难以启齿。打破沉默的是 yushi。“垈永，刚才说的事情……嗯……我觉得是个好主意。”他的语气非常认真，没有一丝玩笑的成分。yushi 说，金垈永还是回韩国比较好。听到这句话，反而感到失落的是金垈永。

왜 나를 보내려고 해? 왜 붙잡지 않는 거야? 떨어져 지내도 괜찮은 거야? 아니, 오히려 그걸 바라고 있었나? 목덜미가 홧홧했다. 
为什么要赶我走？为什么不抓住我？分开生活也没关系吗？不，还是说你正希望这样？后颈一阵阵发烫。

입술만 뻐끔대고 있자 유우시는 손을 잡아 왔다. 내 욕심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긴 했지만... 너도 너의 미래가 있으니까. 어머님 말씀대로 학교 졸업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대영.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보내줄게.
只是嘴唇一张一合，yushi 就抓住了他的手。虽然因为我的贪恋一直抓着你……但你也有你的未来。正如伯母所说，你也得毕业……所以，金垈永。你还是走吧。我会放你走的。

그때 형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더라. 꼭 울 것 같은 얼굴이면서도 어쩐지 말갛게 보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대영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유우시가 뻗은 손 때문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양손으로 번갈아 닦아줬다. 금방 손이 축축해졌다. 아무리 닦아도 마르지 않았다. 
那时吴是温是什么表情呢。像是要哭出来，却又显得清澈。相比之下，金垈永无声地哭泣着。yushi 发现他流泪，是因为 yushi 伸出了手。他用双手交替擦拭着，滴滴答答落下的眼泪很快就浸湿了他的手。无论怎么擦，都擦不干。

유우시는 할 말을 참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리를 쓸어 넘기곤 아우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상태로 한참을 꺼내지 않았다. 울고 있는 대영을 보며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울지 말란 소리는 당연히 안 했다.
yushi 像是想忍住什么话，用力咽了口唾沫。他向后捋了捋头发，然后把手伸进了外套口袋里，却又迟迟不肯拿出来。看着哭泣的金垈永，他的瞳孔微微颤动。当然，他没有说“别哭”这种话。

대영은 세수라도 해야겠다 싶어 몸을 일으켰다. 금방 유우시에게 팔이 붙잡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왜, 나 화장실 갈 거야. 유우시는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왜 그러냐 물어봐도 입술만 질끈 씹을 뿐이었다. 비켜봐요, 잠깐 갔다 올게.
金垈永心想至少该洗把脸，便起身。 刚要站起来，就被 yushi 一把抓住胳膊，又拉回了座位上。“干嘛，我要去洗手间。” yushi 紧紧抓住他的手，不肯放开。 问他为什么，他也只是紧紧咬着嘴唇，一言不发。“让开，我一会儿就回来。”

그 순간, 유우시의 주머니에서 사각 케이스가 불쑥 튀어나왔다. 뚜껑을 열자 같은 디자인의 반지 두 개가 안에 놓여 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就在那一瞬间，yushi 的口袋里突然冒出一个方形盒子。打开盖子，里面放着两个相同设计的戒指。我的心脏猛地一沉。

“너 가버리면... 내가 너무 불안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절대 빼지 말고 어딜 가든 꼭 끼고 다녀줘.“
“你走了的话…我好像会非常不安。所以绝对不要摘下来，去哪里都要带着我。”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이다.
果然，真是让人不得不爱的家伙。

H😵‍💫W SWEET

학기 시작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귀국 준비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기약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인사치레일 뿐이라 해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건 유우시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대영은 제 몫의 짐을 전부 싸야 했다.
离新学期开始没几天了。回国准备以迅雷不及掩耳之势进行着。不敢轻易许诺很快回来。即使只是客套话，不遵守的约定还是不做为好。yushi 也一样。所以金垈永必须收拾好自己的全部行李。

생각보다 양이 방대해 날 잡고 한 번에 정리하기로 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돌아온 토요일 점심 즈음 시작된 짐 정리는 진도가 전혀 안 나갔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하나둘 튀어나올 때마다 콧잔등이 시큰해진 탓이었다. 몰랐는데 정리를 돕던 유우시도 옆에서 울먹거리고 있었다. 스르륵 눈이 마주치자 빵 하고 터졌다. 
东西比想象中多，我决定抽一天一次性整理完。计划永远赶不上变化。周六中午左右开始的整理工作完全没有进展。每当翻出充满回忆的物品，我的鼻尖就一阵酸涩。我没注意到，帮忙整理的 yushi 也在旁边哭哭啼啼的。我们俩的目光突然撞在一起，瞬间就绷不住了，直接爆笑出来。

둘은 나란히 앉아 울면서 웃었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슬프지. 동시에 뭐가 이렇게 웃긴 걸까. 너 왜 자꾸 울어. 그러는 형은요. 난 웃는 거야. 치이... 그렇게 보지 마... 왜요... 몰라 자꾸 슬퍼... 퉁퉁 부은 얼굴을 마주 보며 한참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
两人并排坐着，又哭又笑。明明不是去送死，为什么这么难过。同时又觉得为什么这么好笑。 “你为什么一直哭啊。” “哥还不是一样。” “我这是笑。” “切...别那样看着我...” “为什么...” “不知道，就是觉得难过...” 两人红肿着脸，彼此对视，反反复复地哭着笑着。

오늘은 안 되겠다. 그치?  今天是不行了，对吧？

네... 젯따이 무리...  额... 绝对不行...

결국 매일 저녁, 샤워를 마친 후 조금씩 물건을 챙겼다.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방이 점점 휑해졌다. 큰 박스 두 개와 29인치 캐리어 한 개를 꽉 채웠다. 그것도 쓸모없는 건 전부 정리한 끝의 양이었다. 국제 택배를 보내던 날은 만감이 교차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유우시도 어느 순간 말이 없어졌다.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영은 유우시의 손을 가져다 깍지를 꼈다. 엇갈린 손가락 사이로 반지가 느껴졌다. 이걸 빼야 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最终，他每天晚上洗完澡后，都一点点地收拾东西。日子越近，房间就越空荡。他装满了两个大箱子和一个 29 英寸的行李箱。那还是把没用的东西全都整理掉之后的量。寄国际快递的那天，真是百感交集。一直装作若无其事的 yushi，也在某一瞬间沉默了。从邮局回家的路上，金垈永握住了 yushi 的手，十指紧扣。交错的指缝间，他感受到了戒指的存在。他真希望，摘掉这枚戒指的日子，永远不要到来。

한동안은 싸울 일이 전혀 없었다. 남은 시간을 그렇게 허비할 순 없었다. 진작 이렇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즈음 유우시가 서포트로 참여하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포상으로 사흘간의 휴가를 얻었다. 두 사람은 어디론가 떠나는 대신, 집안에서 끈덕지게 붙어 있었다.
有那么一段时间，两人完全没有争吵。他不能那样浪费剩下的时间，真该早点这样相处。事后，惋惜之情涌上心头。那阵子，yushi 参与的支援项目成功结束，得到了三天休假作为奖励。两人没有去别的地方，而是腻在家里，黏黏糊糊地厮混。

오랜만에 연애 초반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떨어져 지내는 게 마냥 나쁜 일은 아닌가 봐. 문득 그런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닌텐도 하기, 섹스하기, 밥 먹기, 섹스하기, 낮잠 자기, 섹스하기. 눈만 마주쳤다 하면 입술부터 부비기 바빴다. 오래 전에 사두었던 콘돔 박스는 금방 바닥이 났다.
久违地感受到了恋爱初期般的情感。 异地恋，似乎也不全是坏事。 猛然间冒出了这么一个傻气的想法。 在家能做的事情很有限。 玩任天堂，做爱，吃饭，做爱，睡午觉，做爱。 只要眼神一对上，就忙不迭地用嘴唇互相磨蹭。 很久以前就买好的避孕套盒子，很快就见底了。

러닝타임 128분짜리 영화를 이틀에 걸쳐서 시청했다. 지루한 줄거리는 아니었는데, 서로의 몸을 탐하느라 매번 우선순위가 밀렸다. 복선이 많은 영화라 장면 하나라도 놓치면 뒷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지나간 부분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리모컨을 쥔 대영의 등 뒤로 유우시가 살금살금 달라붙었다.
我分两天看完了这部 128 分钟的电影。剧情倒是不无聊，但每次都因为贪图彼此的身体，看电影的优先级就被挤后了。因为伏笔很多，错过任何一个场景都很难跟上后面的内容，所以反复倒回去看了好几次。yushi 悄无声息地贴上握着遥控器的金垈永的后背。

대영은 시도 때도 없이 눈빛을 보내는 유우시에게 앓는 소리를 냈다. 나 진짜 죽어, 더는 못해요. 가슴을 자꾸 밀착시키기에 팔꿈치로 밀어냈다. 아아 좀... 유우시는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는 큭큭 웃었다. 대영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옆구리를 쿡 찔러 간지럽혔다.
金垈永对着动不动就眉目传情的 yushi 发出了痛苦的呻吟。 “我真的要死了，不行了，真的不行了。” 他推开总是往他胸前凑的 yushi，用手肘抵挡着。“啊啊，稍微... ”yushi 把额头靠在他的肩膀上，咯咯地笑了。 似乎觉得金垈永的反应很有趣，还用手指戳他的腰，挠他痒痒。

“못 하겠다니까.“  “都说了我做不来。”

“그럼 넌 가만히 있어.“
“那你就老实待着。”

“......“  “......”

“혼자 해볼게.“  “我自己来试试。”

혼자 해결하겠다는 게 이런 의미였나. 대영의 허벅지 위로 올라탄 유우시는 비스듬히 자세를 잡았다. 두툼한 입술이 도장 찍듯 턱선을 타고 올라왔다. 귓불을 살짝 머금던 유우시는 다시 집요하게 목을 빨았다. 어깨 위로 걸쳐둔 팔이 스르륵 내려왔다. 트레이닝 바지 위를 문지르던 손이 드로즈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차가운 감촉에 흐읏 앓는 소리가 났다. 유우시는 고개를 돌려 반대쪽 목을 핥았다. 거친 숨 소리가 목 부근을 배회했다. 정면에서 입을 맞추지 않은 건 유우시 나름의 배려였다.
独自解决是指这种意义吗。yushi 跨坐在金垈永的大腿上，倾斜着身体调整姿势。丰厚的嘴唇像盖章一样沿着下巴的线条向上移动。yushi 轻轻含住他的耳垂，又执着地吮吸他的脖颈。搭在肩上的手臂滑落下来。在训练裤上摩擦的手，突然伸进了内裤里。冰凉的触感让他发出了“ 흐읏 ”的呻吟。yushi 转过头，舔舐另一侧的脖子。粗重的呼吸声在颈部附近徘徊。没有正面接吻，是 yushi 独有的体贴。

넌 영화나 봐. 난 이거 할게. 이미 집중력이 깨진 지는 한참이었다. 리모컨은 내려 두고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你去看电影吧。我来做这个。我的注意力早就涣散了。我放下遥控器，紧紧地抱住了他的腰。

대영의 것을 꺼낸 후에 유우시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 바지를 내렸다. 금방 자신의 성기를 꺼냈다. 드러난 두 성기를 손아귀에 쥐고 쓸어내렸다. 화면 속 흘러나오는 대사가 전부 한국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전혀 없었다. 이따금 허벅지가 경련했다. 질척한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유우시는 맞닿은 두 기둥을 힘을 주어 흔들었다. 마찰하는 감각이 소름 끼쳤다. 머릿속이 새하얘졌을 때 대영은 먼저 사정했다.
掏出金垈永的东西后，yushi 稍微抬起臀部，脱下裤子，迅速掏出了自己的性器。他握住暴露在外的两根性器，上下爱抚。即使画面中播放的对白全是韩语，他也完全听不懂。大腿时不时地痉挛，黏腻的声音不断迸发。yushi 用力摇晃着紧贴的两根肉柱，摩擦的快感让他起了鸡皮疙瘩。当大脑一片空白时，金垈永率先射了出来。

“못 하겠다더니 혼자 가버렸네.“
明明说不行，结果自己一个人跑了。

“......“  ......

“움직이지 마. 아직 안 끝났어.“
别动。还没结束呢。

유우시의 끈덕진 시선이 뚫릴 듯 대영에게 닿았다. 그게 괜히 부끄러워 입을 맞췄다. 대영의 감정을 눈치챈 유우시는 장난기가 돋아 눈을 감지 않았다.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이 피부에 스쳤다. 대영은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쪽. 쪽. 끝이 살짝 갈라진 입술을 가볍게 누르다 혀를 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미끈한 살덩이를 밀어 넣었다.
yushi 那如影随形的视线，仿佛要将金垈永洞穿。他没来由地感到羞赧，吻了上去。察觉到金垈永的情绪，yushi 恶作剧般地没有闭眼。每眨动一下，睫毛都轻擦着他的皮肤。金垈永抬起原本搂在腰间的手，遮住了眼睛。啾。啾。轻柔地按压着那微微开裂的嘴唇，然后探出了舌头。滑腻的肉舌挤进了微张的唇缝。

여린 점막을 살살 핥으며 가벼운 키스를 이어갔다. 밭은 숨을 내뱉던 유우시는 고개를 깊숙이 꺾어 입술을 머금었다. 거의 씹어 삼킬 기세로 혀를 빨았다. 고조된 흥분감이 금세 전염되었다. 대영은 유우시의 손을 겹쳐 잡았다. 아직 사정하지 않은 유우시의 성기를, 속도를 내어 쓸어내렸다. 대영의 뒷 머리칼을 움켜 쥐던 유우시는 낮은 신음과 함께 파정했다.
他轻轻舔舐着 yushi 娇嫩的黏膜，延续着轻柔的亲吻。yushi 急促地喘息着，深深地仰起头，含住他的嘴唇，几乎要吞噬一般吮吸着他的舌头。高涨的兴奋感迅速蔓延。金垈永握住 yushi 的手，加速撸动着尚未释放的性器。yushi 紧抓着金垈永的后脑勺，低声呻吟着，最终释放了出来。

**

출국 당일. 유우시는 반차계를 내고 공항에 동행했다.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바람과 달리 바퀴는 쉼 없이 굴러갔다. 한 손엔 서로의 손을, 다른 손엔 사이좋게 캐리어를 하나씩 쥐었다. 기내용 캐리어엔 대영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유우시가 이것저것 챙겨 넣은 것들이다. 
出发当日。yushi 请了半天假，陪同他去了机场。步伐总是慢下来，并非错觉。他迫切希望时间能够停止。事与愿违，轮子不停地转动。一只手紧握着彼此的手，另一只手则默契地各自拉着一个行李箱。机舱行李箱里装满了送给金垈永家人的礼物，都是 yushi 塞进去的。

“몇 시 출발이더라.“  “几点出发来着。”

“이제 한 시간 반 남았어요.“
“现在只剩一个半小时了。”

짐 수속을 마친 뒤, 항공편 안내판을 올려다보던 유우시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굳어 있었다. 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랑해 마지않던 그 옆 모습을 눈 안에 가득 담았다. 새삼스레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게 됐다. 눈가가 홧홧해질 때면 괜히 숨을 크게 들이켰다.
办完行李托运后，yushi 抬头看着航班信息显示屏，表情比平时更加僵硬。 哥哥现在在想些什么呢？ 他贪婪地将自己爱慕至极的侧脸深深印在眼底。 他开始重新仔细地审视哥哥的每一处细节。 每当眼眶发热时，他都会故意深吸一口气。

어수선한 자리를 피해 걸음을 옮겼다. 카페 구석 자리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유우시는 아까부터 줄곧 시선을 피했다. 착각인가 싶던 찰나에 방금은 티 나게 고개를 돌렸다. 사실이 명백해졌다.
他避开喧闹的人群，转移脚步。在咖啡馆角落的位置并排坐着打发时间。yushi 从刚才开始就一直在躲避视线。他本以为是错觉，但就在刚才，yushi 明显地转过头。事实变得很明显了。

그래도 마지막인데 얼굴 좀 보여주지.
好歹是最后一次了，就露个脸让我看看嘛。

대영은 서운한 동시에 너그럽게 이해했다. 간헐적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맞잡은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울 기세였다.
金垈永感到有些失落，但也能体谅他。他看到是温的嘴唇偶尔会微微颤抖，两人紧握的手心也满是汗水，仿佛轻轻一碰就会哭出来。

출국장으로 들어가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제 어깨 위에 올라가있던 팔의 무게가 걷어지자 유우시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고개를 돌리니 대영은 밝은 표정으로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뭐야 너. 피식 헛웃음을 터뜨리자 대영은 눈썹을 으쓱 들더니 팔을 더 활짝 벌렸다. 잠시간의 눈맞춤이 이어졌다. 나 힘들어, 빨리이...
离进入出境大厅的时间越来越近。yushi 肩上的手臂松开，他便停下了脚步。回头看去，金垈永正张开双臂，一脸灿烂地站在那里。“你这是干嘛。”我不禁嗤笑出声，金垈永只是挑了挑眉毛，将手臂张得更开。我们对视了片刻。“我累了，快点儿……”

유우시가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자, 대영은 성큼 다가와 와락 끌어안았다. 어깨에 턱을 비비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던 장난스러운 손길은 점차 진해졌다. 급하게 저지한 유우시는 잡은 팔을 강제로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yushi 缓慢地一步步走着，金垈永大步赶上，一把紧紧抱住了他。他把下巴抵在 yushi 的肩膀上蹭着，原本轻拍屁股的玩笑意味也渐渐变得浓烈起来。yushi 急忙阻止，抓住他的手臂，强硬地环在了自己的腰上。

“죽어, 진짜…“  去死吧，真的……

나직이 속삭이는 말에, 귓가에서 얕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低声的呢喃，换来耳边一声浅笑。

유우시는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숨을 크게 들이켜 서로의 체향을 맡는다. 수년간 질리도록 맡은 살냄새. 
yushi 加重了环在吴是温肩上的手臂的力道，深深吸了一口气，感受着彼此的气息。那是这几年来，已经熟悉到厌倦的体味。

나 이제 진짜 가야 하는데... 알아.... 토쿠노 씨 회사 생활 잘 하시고요... 응... 밥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왜... 워낙 잘 먹으니까? 그래도 해 줘... 빨래 돌리면 까먹지 말고 바로 널어요. 안 그럼 냄새 나요. 알겠어. 쓰레기 내놓는 날 수요일이에요. 금요일 아니었나. 저번에 바꼈어요. 그래애...
我现在真的得走了...我知道...德久野先生，祝您工作顺利...嗯...不用担心吃饭问题了。为什么...因为你太能吃了？还是拜托你...洗完衣服别忘了马上晾，不然会有味道。知道了。扔垃圾是星期三。之前不是星期五吗？上次改了。好啦...

이젠 정말 보내줘야 한다.  现在真的要放你走了。

“안녕.”  “再见。”

“들어가.”  “进来。”

한참을 걸어가던 대영은 상체만 살짝 돌려 왔던 곳을 다시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에서 머리통만 겨우 보이던 때. 대영은 과장되게 입을 벌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소리를 낸 건 아니라 입 모양 뿐이었지만 전부 알아들었다. 그에 유우시는 소리 내 답했다.
垈永走了好一会儿，才稍微转动上半身，回头再次张望来路。在排成一列的人群中，他只能勉强看到 yushi 的头顶。垈永夸张地张大嘴，用口型说着“我爱你”。虽然没有发出声音，只是嘴部的动作，但他知道 yushi 肯定全部都明白了。然后，yushi 也无声地用口型回答了他。

“나도.“ 내가 더.  “我也是。” 我更是。

**

한동안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느라 애를 먹었다. 토쿠노는 특히 퇴근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사람의 온기라는 게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구나.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게 몇 시가 되었든 거실의 불은 늘 켜있었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보통 이런 풍경이었다.
有段时间，他费了好大劲才按捺住那颗七上八下的心。特别是토쿠노，下班时间最难熬。他那时才明白，人的温度是如此珍贵的东西。他加完班回到家，不管几点，客厅的灯总是亮着的。推开玄关门，通常都是这样的景象。

어떤 날은 소파에 곯아떨어진 대영이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신발장에 몸을 기대 멍하니 서 있는 대영이 있었다. 한 번은 오피스텔 입구에서 길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유우시를 기다리던 모습도 떠오른다.
有些日子，金垈永会直接在沙发上睡死过去；还有些时候，他则靠在鞋柜旁，茫然地站着。有一次，yushi 还想起他并排坐在公寓入口，和一只野猫一起等自己的样子。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모습들이라서, 그 부재는 더 크게 느껴졌다. 
因为那些都是我理所当然地接受的样子，所以他的不在显得更加强烈。

처음 한 달 동안은 아침마다 불을 켠 채 출근했다. 전기세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조심스레 꺼두기 시작했지만.
最初的一个月，他每天早上都开着灯去上班。直到收到电费账单后，才小心翼翼地开始关灯。

그래도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두 사람은 지난 일 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살아냈다. 대영은 몇 달 전부터 토익 공부를 시작했고, 틈틈이 자격증 공부도 병행했다. 유우시는 새롭게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果然人是适应的动物，这一年来，他们都在各自的位置上默默地生活。金垈永几个月前就开始准备托业考试，还时不时地并行准备着资格证。yushi 参与了一个新项目，每天都过得很忙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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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는 없었지만 하루 루틴이 달랐기에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잠들기 직전, 잠깐 뿐이었다. 그마저도 대개는 김대영이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물론 유우시는 같이 살던 때에도 연락에 칼같이 답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몇 년을 만났던가. 그만큼 기다리는 데엔 도가 텄다는 뜻이다. 유우시는 늘 반응이 한 박자 늦는 사람이었으니까. 김대영은 이 분야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인내력 테스트가 있다면 단연 1등.
虽然没有时差，但因为每日作息不同，能安心聊天的时间只有睡前那一小会儿。而且通常都是金垈永在等待。当然，yushi 同居的时候也不是那种会立刻回复消息的类型。我们交往几年了？也就是说，在等待这件事上，我早已身经百战。yushi 一直是个反应慢半拍的人。在这一点上，金垈永比谁都有自信。如果有耐心测试，绝对是第一名。

하지만 요즘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 된 적은 없었다. 특히 최근 들어 유난히 심해졌다.
但是最近也太过分了。从没像这样联系不上过。特别是最近，尤其严重。

심지어 어제 아침 이후로는 아예 무소식이다.
甚至从昨天早上开始就完全没了消息。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김대영에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비행기 타고 일본으로 날아가, 멱살을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요즘 너무 봐줬다. 그러니까 이딴 식으로 나오는 거겠지.
“无消息就是好消息”这句话对金垈永来说完全不适用。他现在恨不得立刻坐飞机飞去日本，抓住 yushi 的衣领。最近真是太纵容他了，所以他才敢这样。

지만 바빠? 나도 바쁜 사람이야. 공부에 집안일에, 할 일이 태산이라고. 게다가 이젠 새로 이사 갈 집까지 알아봐야 해서 얼마나 바쁜데... 대영은 자취방 계약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틈만 나면 부동산 어플을 뒤적였다. 월세가 괜찮다 싶으면 보증금이 터무니 없이 높았고, 보증금에 맞추자니 매달 그 돈 주고는 못 살 집투성이였다. 대한민국에 양심 뒤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갈수록 인류애가 박살 났다. 이럴 때 애인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얼굴도 못 보는데 연락까지 안 되니, 원... 있어도 없느니만 못했다.
지만 바빠? 我也很忙的好不好。学习，家里事，要干的事情堆积如山。而且现在还得找新搬的房子，你说我有多忙…金垈永的独居房合约没剩几天了，一有空就刷房地产 APP。好不容易看到月租合适的，保证金又高得离谱，要 맞춰 保证金吧，每个月那点钱根本没法住人。大韩民国没良心的人怎么这么多。越发对人类失去爱了。要这时候恋人能在身边给点力量就好了。脸都见不着，连联系都联系不上，真是… 有了还不如没有。

버스 정류장 앞에 선 대영은 전광판을 힐끗 본 뒤, 다시 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화창엔 여전히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벌써 퇴근 했을 텐데 오늘도 일이 많은 건가. 화면을 쓸어내리며 최근 나눈 대화를 다시 훑었다. 아침에 물은 질문엔 점심에 답하고, 점심에 물은 건 저녁에 답하고.
站在公交车站前的金垈永瞥了一眼电子屏幕，又把视线移回手机屏幕上。对话框里依旧没有显示已读。这个时间应该已经下班了，难道今天也有很多工作吗。他滑动屏幕，再次快速浏览了最近的对话。早上问的问题中午才回复，中午问的问题晚上才回复。

대영이 보낸 『밥 먹었어?』는 오후 1시 10분에 보내진 것으로 점심을 뜻한다.
金垈永发来的“밥 먹었어?”（吃饭了吗？）是下午 1 点 10 分发送的，意在询问午饭。

반면, 유우시가 오후 7시 17분에 보낸 답장 『아직。가는 길에 사가려고』은 저녁을 뜻한다.
另一方面，yushi 下午 7 点 17 分发送的回复“还没，在路上打算买”指的是晚餐。

이러니 짜증이 안 나고 배겨? 김대영의 인내심은 요즘, 하루하루 바닥을 찍는 중이었다.
这样能不来气吗？金垈永的耐心最近每天都在触底。

삑-  哔——

대영은 여전히 휴대폰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빈 좌석을 찾아 일인 석에 앉은 대영은 가장 먼저 창문부터 열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시원한 밤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대영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음악을 들으며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시간.
金垈永依旧只盯着手机，上了回家的巴士。他找到空位，在单人座上坐下，做的第一件事就是打开窗户。巴士启动，凉爽的夜风拂过他的鼻尖。这是金垈永一天中最喜欢的时间，一边听着音乐，一边欣赏着窗外的风景。

대화창만 들여다본다고 해서 바로 답장이 올 것도 아니니까.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고, 볼륨을 높였다. 좋아하는 가수의 따끈따끈한 신곡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光盯着对话框看，消息也不会立刻就来。他把手机放回口袋，调大了音量。听着喜欢的歌手新鲜出炉的新歌，平复了一下心情。

그때 누군가 오른쪽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뭔가 뾰족한 게 볼을 콕 찔렀다. 이를테면 손가락 같은 거. 꾹 눌린 볼살을 의식할 새도 없이, 대영은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튕겨 나왔다. 데굴데굴 굴러간 휴대폰은 카드 단말기 아래에서 멈췄다.
那时，有人轻轻地碰了碰他的右肩。他吓了一跳，转过头，有什么尖尖的东西戳了一下脸颊。比如说是手指之类的。他还没来得及意识到被压扁的脸颊肉，金垈永就吓得一下子从椅子上弹了起来。咕噜咕噜滚落的手机停在了刷卡机下面。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꿈인가 싶어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바닥에 쿵— 엉덩방아를 찧었다.
心脏狂跳不止。我眨着眼，怀疑自己是不是在做梦，这时巴士突然急刹车，我“咚”的一声摔在地上，屁股着地。

“거 학생! 위험하게 왜 그러고 서 있어!” 버스 기사님의 신경질적인 외침이 날아들었다.
“喂，学生！那么危险地站着干什么！”公交车司机不耐烦的叫喊声飞来。

쿡쿡쿡— 낯익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咯咯咯——熟悉的笑声传了过来。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이, 버젓이 앉아 있었다.
不该出现在这里的人，竟然大摇大摆地坐在那儿。

형이 대체 왜 여기 있냐고. 언제 온 건데.
哥你到底为什么会在这里啊。什么时候来的？

대영은 방금까지 앉아 있던 자리에 다시 가 앉았다. 상체를 돌려 자초지종을 묻자, 유우시는 몸을 기울여 대영의 좌석 위로 팔을 기대었다.
金垈永重新回到刚才坐着的位置。他转过身，想问个究竟，yushi 便倾身向前，将手臂撑在了金垈永的座位上。

“보고 싶어서 왔지.”  “想见你，所以就来了。”

“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你…你怎么知道我在这里的？”

“집에 가봤는데 없더라고. 학교에 있나 싶어서 다시 나왔어. 멀리서 너처럼 생긴 애가 있길래 그냥 따라 탔는데... 진짜 대영이네.”
“我去你家找你，你不在。想着你是不是在学校，就又出来了。远远看到一个像你的人，就跟着上了车……真是金垈永啊。”

“회사는요?”  “公司呢？”

“때려쳤어.”  “老子不干了。”

“에????? 진짜로?????”  “诶????? 真的假的？？？？？”

“바보. 당연히 뻥이지.”  “笨蛋。当然是骗你的啦。”

“......”

“휴가 냈어. 힘들게 낸 거라 길게는 못 있어.”
“请假了。好不容易才请下来的，待不了太久。”

유우시는 대영의 좌석 등받이에 양팔을 올리고, 그 위에 턱을 살짝 얹었다. 빼꼼 내민 눈엔 웃음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연락은 왜 안 받았냐는 물음엔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완전 성공했다. 그치? 천진난만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곡차곡 쌓였던 화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대영은 실없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네... 진짜 성공했네.
yushi 把胳膊搭在金垈永的座位靠背上，下巴轻轻搁在上面。探出的小脑袋里满是笑意。当金垈永问他为什么不接电话时，yushi 回答说，为了给他一个惊喜，实在没办法。然后带着天真烂漫的表情问：“完全成功了吧？是吧？” 看着他这副模样，金垈永心中积攒的怒火瞬间消融。金垈永傻笑着点点头：“是啊……真的成功了呢。”

“아직 더 남았는데.”  “还剩下挺多的。”

“응?”  嗯？

“대영, 오늘은 맘에 드는 집 찾았어?”
金垈永，今天找到满意的房子了吗？

“갑자기 그건 왜...”  突然问这个干嘛...

“내일 같이 보면 되겠다.”  明天一起去看吧。

“......”  ......

“우리 같이 살 집.”  我们一起住的房子。

“뭐?”  “什么？”

어느새 버스 안에는 대영과 유우시, 단 둘만이 남아 있었다. 유우시는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살자고 말했다. 회사 때려친 거 아니라더니.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그냥 장난인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아 대영은 입만 벙긋거렸다. 유우시는 조곤조곤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不知何时，巴士里只剩下金垈永和 yushi 两个人。yushi 露出迷人的微笑，说要一起生活。不是说没有辞掉公司吗。他说的到底是真心话还是只是玩笑，金垈永分辨不清，只是张着嘴说不出话。yushi 娓娓道来，解释了这段时间发生的事情。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2년간 한국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맡은 프로젝트는 마지막 검토 단계로 삼 주 후면 정식으로 부서를 옮기게 된다. 최근 들어 유난히 연락이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가기 전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식사 시간조차 줄였다고 했다.
结论是，他未来两年将在韩国分公司工作。目前负责的项目正处于最后审查阶段，三周后将正式调动部门。最近他格外没有联系，就是因为这个原因。他说，去之前要处理的事情太多，连吃饭的时间都减少了。

쉴 새 없이 일을 쳐내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곤 했단다. 얼굴 보고 말해주고 싶어서 급하게 휴가를 냈다고. 덕분에 상사한테 엄청 깨졌다고 말하던 유우시는 멋쩍게 웃으며 귀를 긁적였다. 
他不停地工作，回到家就精疲力竭，什么也做不了。头一碰到枕头就直接昏睡过去。他说，为了当面告诉他，他急忙请了假。yushi 不好意思地笑着挠了挠耳朵，说多亏如此，被上司狠狠地训了一顿。

“여기까지가 서프라이즈.”  “惊喜就到此为止了。”

“......”  “……”

“왜 대답이 없어... 혹시 같이 살기 싫어?”
“怎么不回答……难道说，你不想和我一起住吗？”

싫을리가 있나. 그저, 이 순간이 너무 비현실 같아서 잠깐 말을 잃었을 뿐이다. 대영은 대답 대신 짧게 입을 맞췄다. 버스가 덜컹이며 흔들리는 바람에 코끝이 부딪히자, 유우시는 아악 앓는 소릴 냈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둘은 일인 석에 줄지어 앉아 마주 본 채 한참을 웃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기분 좋았다.
怎么会不愿意。只是，这一刻太不真实了，一时之间失去了言语。金垈永没有回答，而是用一个短暂的吻代替。巴士咣当一声摇晃，鼻尖撞到了一起，yushi 发出了“啊”的一声低吟，随即又噗嗤一声笑了出来。两人并排坐在单人座位上，面对面地笑了许久。从车窗外吹进来的风恰到好处地凉爽，让人心情愉悦。

행복이 물밀듯이 떠밀렸다.  幸福如同潮水般涌来。

이 감정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조용히 심장을 두드렸다.
希望这份感情能够永远持续下去，这个愿望轻轻敲打着他的心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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