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진정해라 (2) 第 89 話 冷靜點(2)
콰직! 喀滋!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블루인가. 또 뭐 부쉈냐고 말하려다가 테이블을 보고 유현이 집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켜진 티브이에서는 9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聽到什麼東西破碎的聲音,本能地睜開了眼睛。是 Blue 嗎?正想說又弄壞什麼了,看到桌子才想起這是劉賢的家。開著的電視正在播放九點新聞。
…9시? 유현이 녀석 집에 오니 안 졸리다고 고집 피우더니 결국 잠들었나? 귀찮다고 그냥 자지 말고 알람 맞춰 놓을걸.
……九點了?劉賢那傢伙來我家還硬是不想睡,結果還是睡著了嗎?真麻煩,早知道就叫他別睡了,直接設定鬧鐘。
얼른 몸을 일으키는데 소파에 앉아 있는 유현이가 보였다. 안 자잖아.
急忙起身,卻看到坐在沙發上的劉賢。他沒睡啊。
“야, 너 왜—!” 「喂,你幹嘛——!」
안 깨워 줬냐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이 새카맣게 식어 있다. 무릎 위의 피스가 희미하게 으르렁거리는 것이 들려온다. 유현이의 손안에 으스러지다시피 한 휴대폰이 보인다.
「你沒叫我起床嗎?」這句話卻沒能從口中說出。望向我的雙眼冰冷得漆黑一片。膝上的 Peace 隱約傳來低沉的咆哮聲。看到劉賢手中那幾乎被壓碎的手機。
“손은 괜찮, 아니 당연히 괜찮겠지만.”
「手沒事,嗯,當然應該沒事才對。」
일단 피스부터 품에 안아 달랬다. 나는 잘 못 느끼겠지만 저 자식 꽤나 살벌한 상태인 듯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先把 Peace 抱進懷裡安撫。我自己感覺不太出來,但那傢伙看起來相當兇狠。原因不明。
…사실 열 받을 만한 이유가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다. 뭐가 걸린 거지. 심각한 거 보니까 노아인가.
……說實話,讓人生氣的理由太多了,反而搞不清楚到底是什麼。看起來很嚴重,難道是 Noah 的事?
“저기…….” 「那個……」
“형한테 들을 생각 없어.”
「我不想聽你說。」
딱 잘라 말하며 유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서진 휴대폰을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곤 거실 한쪽 장식장을 연다. 답지 않게 힘 조절을 잘못하기라도 했는지 장식장 문고리가 부서졌다. 안쪽으로 포장도 안 뜯은 휴대폰 상자들이 보였다.
劉賢斬釘截鐵地說著,從座位上站起來。他像是隨手把壞掉的手機丟在桌上,然後打開了客廳一角的展示櫃。或許是不小心用力過猛,展示櫃的門把手壞掉了。裡面可以看到還沒拆封的手機盒子。
“그게 다 뭐냐.” 「那些都是什麼?」
“잘 망가지니까.” 「因為很容易壞掉。」
대답은 하는데 목소리가 영 정상이 아니다. 유심칩만 갈아 끼울 생각인 모양인데 칩이 살아 있기는 할까. 그때 또다시 으적거리는 소리가 났다.
雖然有回應,但聲音聽起來完全不正常。看起來只是打算換個 SIM 卡,不知道那張卡還活著嗎。這時又傳來咯吱咯吱的聲音。
툭. 輕輕一彈。
유현이의 발치로 박스와 함께 박살 난 휴대폰이 떨어진다.
手機連同箱子一起從柳賢腳邊摔落,已經碎成一片。
“…야.” 「……喂。」
“포장이 잘 안 뜯어져서.”
「包裝拆不開。」
그러면서 두 번째 휴대폰도 으깨 버린다. 작게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걱정이 덜컥 들었다.
說著又把第二支手機壓壞了。隱約聽到輕輕的嘆息聲。並不是故意這樣做。這麼一想,心裡不由得一緊。
“유현아.” 「有賢啊。」
“잠시만.” 「等一下。」
아까부터 목소리에 고저가 없다. 세 번째 휴대폰은 그래도 무사히 꺼내졌다. 하지만 유심칩 핀이 엉뚱한 곳에 꽂혀 버렸다. 핀을 쥔 손이 약하게 떨린 듯도 했다. 금이 간 폰을 내려다보다가 이를 으득 간다.
從剛才開始聲音毫無起伏。第三支手機倒是平安取出了。但 SIM 卡針卻插錯了地方。握著針的手似乎微微顫抖著。低頭看著裂痕斑斑的手機,咬緊了牙關。
“…내가 해 줄까?” 「……要我幫你嗎?」
“됐어.” 「不用了。」
그리고 마지막 휴대폰이 부서졌다. 묵직하게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유현이 제 손안에 으스러진 휴대폰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태엽이 죄다 풀려 버린 인형처럼 꼼짝도 않고서.
然後最後一支手機也壞掉了。沉重的沉默籠罩著。韓有賢死死盯著手中碎裂的手機。像個發條全都鬆掉的玩偶一樣,一動也不動。
“유현아, 한유현.” 「有賢啊,韓有賢。」
“…….” 「……」
역시 반응이 이상하다. 피스를 소파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한 발 옆으로 다가갈 때까지 유현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果然反應很奇怪。我把手槍放在沙發上,然後從座位上站起來。直到我向旁邊挪了一步,柳賢才沒有任何動作。
“나한테 들을 생각 없다고 해도 들어. 우선 숨길 생각은 없었어. 어차피 금방 들통날 거 뻔한데 뭐 하러 숨기겠냐. 그냥 잠깐 잊은 거야. 너랑 피스 나왔다는 말 들은 뒤부턴 너희 둘 생각밖에 안 나서.”
「就算你說不想聽,我還是會說。首先,我本來就沒打算隱瞞。反正很快就會被發現,幹嘛要藏著掖著。只是暫時忘了而已。自從聽說你和 Peace 出來後,我腦中就只剩下你們兩個了。」
실제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 사달 나기 전에 먼저 변명 준비하고 설명했겠지.
其實我完全忘記了。如果我還記得的話,早在出事之前就會先準備好藉口並解釋了吧。
“…잊었다고?” 「…… 忘了?」
“그래. 네가 뭘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별일 아니었어.”
「是啊。我不知道你發現了什麼,但沒什麼大不了的。」
유현이의 눈이 간신히 나를 향한다. 화가 난 듯 굳은 눈빛이었지만 아주 희미하게 겁먹은 듯도 보였다.
柳賢的目光勉強地朝我看來。雖然帶著憤怒而堅定的眼神,但隱約中也透出一絲害怕的神色。
“어떻게 별일이 아니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던 건 형이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최소한 상급 헌터들은 이용 가치를 생각해서 살려는 놓을 테니까.”
「怎麼會沒事呢。讓我稍微安心的是,我以為哥哥的生命不會受到威脅。至少高級獵人會考慮利用價值,才會放他一馬。」
역시 노아 일이군. 果然是諾亞的事。
“날 공격한 게 아니야.”
「不是他攻擊我。」
“…아니라고?” 「……不是嗎?」
“그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덤비고 싶어 한 거지.”
「對啊。不是想對付我,而是想對付別人。」
나를 그 다른 사람, 리에트로 여기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유현이가 짧게 숨을 토해 내곤 부서진 휴대폰을 장식장에 내려놓았다.
問題是他把我當成那個別人,當成了麗艾特。柳賢短促地吐了口氣,然後把壞掉的手機放回了展示櫃裡。
“누구였는데.” 「是誰啊。」
“다 안 듣고 휴대폰 부순 거냐? 노아 루히르.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고, 해외의 아크라는 길드 길드장이라던데.”
「你沒聽完就把手機摔了嗎?諾亞·魯希爾。聽說他不是我們國家的人,而是海外的公會『阿克拉』的會長。」
모르는 눈치다.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내게 묻는다.
裝作不知道的樣子。他微微皺起眉頭,再次問我。
“확실해? 혹시 다른 이상한 소리는 하지 않았고?”
「確定嗎?他沒有說什麼奇怪的話吧?」
“이상한 소리?” 「奇怪的話?」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은, 그런 소리.”
「……聽起來像是陷入邪教似的話。」
갑자기 웬 사이비 종교냐. 일반적인 사이비를 말하는 건 아닐 테고, 던전 시스템을 신으로 모시는 그쪽 말하는 건가. 아니지, 그건 아직은 세를 키우기 전일 텐데?
突然說起什麼邪教。應該不是指一般的邪教吧,是指那個把地城系統當作神來崇拜的那種嗎?不對,那個應該還沒開始擴張勢力吧?
“그게 뭔진 몰라도 전혀 아니야. 그냥 남매 다툼 같은 거였으니까. 난 운 나쁘게 휘말린 거였고 예림이가 지켜 줘서 별로 다치지도 않았어. 치료도 확실히 받았고. 이거 봐.”
「雖然不知道那是什麼,但完全不是那樣。只是像兄妹間的小爭吵而已。我只是運氣不好被捲進去,幸好예림保護我,所以也沒受什麼傷。治療也確實做了。你看這個。」
지금은 흔적 하나도 없다. 애초에 심한 부상도 아니었고. 예림이가 훨씬 더 많이 다쳤지.
現在一點痕跡都沒有。當初也不是什麼重傷。是예림受的傷遠比這嚴重得多。
“그보다 사이비 종교는 대체 뭐야? 네가 경계하는 건 다른 길드나 헌터 관련 사람들 아니었어?”
「話說回來,邪教到底是什麼?你不是一直在提防其他公會或獵人相關的人嗎?」
“나도 정확히는 몰라. …유교 같은 거?”
「我也不太確定……是儒教之類的嗎?」
“아니, 그건 사이비가 아니지.”
「不,那不是邪教。」
공자님께서 한탄하시겠다. 그전에 유교 때문에 심각해질 일이 있나. 유현이 반응만 보면 무슨 SSS급 몬스터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 같았는데.
孔子大人恐怕要感嘆了。在那之前,因為儒教會有什麼嚴重的事情發生嗎?光看柳賢的反應,彷彿有什麼 SSS 級怪物跳出來似的。
좀 더 자세히 캐물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입을 떼려는데 유현이가 선수 쳤다.
正當我想更仔細地追問時,柳賢搶先開口了。
“그래서 노아라는 놈은 죽었어?”
「所以那個叫諾亞的傢伙死了嗎?」
“…사지 멀쩡하게 구속만 됐는데.”
「……四肢還好好的,只是被綁住了而已。」
“도망친 것도 아닌데 멀쩡하다고?”
「又不是逃跑了,怎麼還好端端的?」
유현이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柳賢疑惑地歪了歪頭。
“순순히 잡혀간 데다가 사망자도 없고 비각성자 피해도 없었는걸. 유현이 너도 괜히 건드릴 생각 하지 마.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야.”
「不但乖乖被抓,還沒有死亡者,也沒有非覺醒者受害。柳賢,你也別白白找麻煩。仔細一想,他其實是個可憐的人。」
“세성 길드장 다시 던전에 들어갔어?”
「世成公會會長又進地下城了嗎?」
“아니. 힐러 데리고 와 줬어.”
「不,是帶了治療師來。」
“그런데 별일 없었다고? 그놈과 관계가 있는 건가.”
「可是說沒事?難道和那傢伙有關係嗎?」
…사람 멀쩡하게 두면 관계가 있는 거냐. 무슨 억지야.
……人家好端端的就說有關係,這是什麼牽強附會啊。
“제압해 주겠다곤 했었어. 내가 거절했지만. 아무튼 실수한 거고 지금은 얌전하니까 내버려 둬.”
「我說過會壓制住他。雖然我拒絕了。不管怎樣,那是失誤,現在他很乖,就讓他待著吧。」
“봐서. 그런데 목의 손자국은 뭐야?”
「看著吧。不過脖子上的牙痕是怎麼回事?」
…그것도 알게 된 건가. 그나마 유현이는 내게 공포 저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설명하기 편했다. 송태원이 해 준 말을 전해 주자 기분은 나빠도 납득은 간 표정이었다.
…那個也知道了嗎。幸好柳賢知道我有抗恐懼能力,所以解釋起來比較方便。把宋泰元說的話轉達給他後,雖然心情不好,但表情中帶著理解。
“그래서 집에서라도 공포 저항은 꺼 놓고 있으려고. 내 상황상 상급 헌터들과 마주칠 일이 많으니 평소에는 켜 두는 게 좋겠지만.”
「所以至少在家裡我會關掉恐懼抗性。以我現在的情況來說,經常會遇到高級獵人,平時還是開著比較好。」
“…한번 꺼 봐.” 「……試著拿出來看看。」
“지금?” 「現在嗎?」
안 될 것도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곤 공포 저항 스킬을 껐다. 당장 별 차이는 없었다. 그냥 유현이와 피스의 존재감이 약간 더 강하게 느껴지는 정도다. 고양이와 삵 정도의 차이랄까.
雖然不是不行。我點了點頭,關掉了恐懼抗性技能。眼下並沒有什麼太大差別。只是感覺到劉賢和 Peace 的存在感稍微強烈了一點。大概就像貓和野貓的差別吧。
내 반응을 살피려는 듯 빤히 쳐다보던 유현이가 살짝 눈웃음 짓는다.
似乎想觀察我的反應,盯著我看的劉賢微微地笑了笑。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好像沒什麼改變呢。」
“당연한 소릴. 혹시나 싶어 덧붙이는 건데 병실에서는 진짜 별일 없었다. 도깨비가 장난친 거야. 삐약이까지 있었지만 솜털 하나 안 다쳤어.”
「這是理所當然的話。只是以防萬一補充一下,病房裡真的沒發生什麼事。是鬼怪在惡作劇。雖然連小雞都在,但一根絨毛都沒受傷。」
먼저 털어놓으며 발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피스를 안아 들었다. 그새 시간은 열 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블루는 이미 잠들었겠군.
先是把心裡話說出來,然後抱起在腳邊徘徊的 Peace。這時候已經快到十點了。Blue 應該已經睡著了吧。
“난 슬슬 집에 가 봐야겠는데 더 물어볼 거 있어?”
「我該差不多回家了,還有什麼要問的嗎?」
“데려다줄게.” 「我送你回去。」
그러면서 내게 손바닥을 내민다.
然後他向我伸出手掌。
“뭐?” 「什麼?」
“열쇠.” 「鑰匙。」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네. 두 개 남은 현관 열쇠 중 하나를 내민 손바닥 위에 얹어 줬다.
他理所當然地提出要求。我將剩下的兩把門鑰匙中的一把放在他伸出的手掌上。
* * *
바로 옆 건물이니만큼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유현이에 피스도 있으니 안전 걱정할 필요 없기도 하고.
因為就在隔壁大樓,所以決定直接走路過去。又有유현的피스在,也不用擔心安全問題。
공포 저항이 꺼지자 도중에 마주친 A급 헌터로부터 약간의 위압감이 들었다. S급 옆에 두고 A급 상대로 쪼는 게 언밸런스하긴 했지만 회귀 전부터도 그랬다. 유현이보다야 차라리 김성한이나 석시명이 무섭고 꺼려졌지. 어렸을 때부터 봐 온 탓일까.
當恐懼抗性消失時,途中遇到的 A 級獵人帶來了一點壓迫感。雖然把 S 級放在身邊,面對 A 級卻還是有些膽怯,這確實有點不平衡,但回歸前也是如此。比起柳賢,倒不如說金成漢或石時明更讓人害怕和忌憚。或許是從小就看著他們的緣故吧。
유심칩은 살아 있었고 마침 건너편에 휴대폰 가게도 있어 유현이 녀석 새 휴대폰을 산 뒤 길을 따라 걸어갔다. 아직 밤공기는 그럭저럭 시원해 기분 좋게 느껴졌다.
SIM 卡還活著,剛好對面也有手機店,於是柳賢買了新手機後沿著路走去。夜晚的空氣依舊涼爽,讓人感覺相當愉快。
“오랜만이네, 이런 거.” 「好久不見了,這種東西。」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하게 같이 길을 걸어가는 거. 유현이에게도 오랜만이겠지만 나한테는 진짜, 엄청나게 오랜만이다. 해연 길드 근처라서인가 의외로 접근해 오는 사람도 없어서 더더욱 옛날 생각이 났다.
沒有什麼特別的事,就這樣平凡地一起走在路上。對於柳賢來說雖然也是久違了,但對我而言,真的是非常非常久違了。或許是因為靠近海淵公會,意外地沒有人接近我們,讓我更加懷念起從前的時光。
“세상이 예전 그대로였으면 오랜만일 일도 없었을 텐데.”
「如果世界還是以前的樣子,就不會有這麼久沒發生的事了。」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시스템 관리자들에게 그건 묻지 않았다. 물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거 같진 않았지만.
為什麼會變成這樣呢。我沒有問系統管理員們。即使問了,也不覺得會有什麼正確的答案回來。
“형은 던전 같은 거 없는 편이 더 좋은 거야?”
「哥,你比較喜歡沒有迷宮那種的嗎?」
“그야 당연하지. 뭣보다 위험하잖아.”
「那當然了。畢竟太危險了。」
“스킬이나 스탯이 잘 나온 사람들은 보통 그 반대던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技能或屬性表現好的人通常都相反。除非是直接受到傷害的話。」
하긴 그러려나. 나도 처음부터 A급쯤 되었다면 인생 개꿀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A급이고 S급이고 간에 지긋지긋하지만.
說不定也是這樣吧。如果我一開始就達到 A 級,或許會覺得人生超級爽。但現在不管是 A 級還是 S 級,都覺得膩了。
이미 꽤 지치기도 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도 든다. 과연 시스템분들이 말한 대로 50명 모으기만 하면 다 잘 끝날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已經相當疲憊了,對未來也感到擔憂。真的像系統們說的,只要湊齊 50 人就能一切順利結束嗎,心裡也有些懷疑。
…갑자기 앞날이 영 깜깜해지는 게 이것도 공포 저항 끈 영향인가. 뒷전으로 밀어놓았던 근심거리가 한 번에 몰려드는 기분인데.
…突然間對未來感到一片茫然,這也是因為恐懼抗性繩索的影響嗎。那些被我擱置一旁的煩惱,一下子全都湧上心頭的感覺。
“던전 보상으로 뭐 특별한 거 안 나왔어?”
「地城獎勵有什麼特別的東西出來嗎?」
얼른 화제를 바꿨다. 고작 두 명이서, 피스를 제외한다면 혼자 S급 던전을 깬 거니 평소보다 보상도 좋았을 텐데. 칭호 같은 건 안 나왔으려나.
趕緊轉換話題。就只有兩個人,如果不算피스的話,算是自己一個人通關了 S 級地城,獎勵應該比平常還要好吧。應該沒有出現什麼稱號之類的吧。
내 물음에 유현이가 잠깐 머뭇하다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 꺼내들었다.
對我的質問,柳賢一時猶豫,然後從背包裡拿出什麼東西。
“처음 보는 게 나오긴 했는데 용도는 모르겠어.”
「雖然出現了第一次見到的東西,但用途我不知道。」
녀석의 손에 들린 건 빨간색 작은 알이었다.
那傢伙手中拿著一顆紅色的小蛋。
“붉은색 알이라는 이름만 있는 SSS급 아이템이야.”
「這是只有名字叫做紅色蛋的 SSS 級道具。」
“그거…….” 「那個……」
본 적 있다. 회귀 전에. 아주 가끔 나오는 정체불명의 알 시리즈.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섯 개 정도가 나왔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아이템이었다. 단단해서 깨지지도 않고 별짓 다해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무용지물 판정 났었는데.
見過。在回歸之前。偶爾出現的神秘蛋系列。出現過紅色、藍色、綠色等大約五個,但沒有任何線索的道具。因為很堅硬,怎麼敲都敲不破,試過各種方法都沒有任何反應,被判定為無用之物。
“글쎄다, 나도 통 모르겠는데. 잠시만 줘 봐.”
「說實話,我也完全不知道。等我一下。」
알을 건네받고 혹시나 싶어 내새끼 스킬을 써 보았다. 하지만 키워드 미적용이라는 알림창조차 뜨지 않았다. 역시 안 되는구나. 성장 스킬이 통한다 해도 귀가 없는 알 상대로는 키워드 적용이 불가능하겠지만.
接過蛋後,心裡抱著一絲希望,試著使用了「我的孩子」技能。但連「關鍵字未適用」的提示窗都沒有跳出來。果然不行啊。即使成長技能有效,對沒有耳朵的蛋來說,關鍵字的應用也是不可能的。
이어 떡잎 스킬도 써 봤지만 이번에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接著也試用了幼苗技能,但這次依然什麼都沒有出現。
“평범한 몬스터 알도 아닌 거 같아. 진짜 그냥 아이템인가?”
「感覺也不像是普通的怪物蛋。難道真的是道具嗎?」
살아 있는 거라면 떡잎 스킬은 써질 법도 한데 반응이 없다.
只要是活著的東西,理應會啟動初期技能,但卻沒有任何反應。
“혹시 모르니 명우에게 줘 볼까. 재료로 쓸 수 있을지도.”
「說不定給明宇看看好了。也許能當作材料用。」
“마음대로 해.” 「隨你便。」
알을 인벤토리에 넣으려는데 피스가 관심을 보였다. 코앞에 내밀어 주자 덥석 물어 아득아득 이로 갉는다. 그래 봤자 흠집 하나 안 나긴 했지만. 5년 후의 지금보다 능력치 뛰어난 S급 헌터들이 갖은 수를 써 봐도 끄떡없던 알이다.
想把蛋放進背包時,Peace 表現出興趣。我把蛋伸到他面前,他立刻咬住,用牙齒嘎吱嘎吱地啃著。雖然這樣做蛋一點損傷都沒有。這是連五年後能力值更高的 S 級獵人使出各種手段也毫不動搖的蛋。
“떨어뜨리진 마라.” 「別掉下去。」
- 그릉. - 嗚嚕。
바로 옆 건물이라고 해도 사육 시설이 넓은데다 앞쪽의 빌딩까지 돌아가야 하다 보니 제법 오래 걸어야 했다. 아직 잠들지 않았을 삐약이에 곧 깨어날 코메트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마음과 달리 걸음은 느긋했다.
即使是隔壁的建築物,由於飼養設施很寬敞,加上還得繞到前方的那棟大樓去,走起來還是花了不少時間。雖然心裡掛念著還沒睡著的啾啾和即將醒來的彗星,但腳步卻比心情還要悠閒。
이런저런 잡담이 오가는 사이 어느새 사육 시설 앞까지 도착했다. 어쩔까, 자고 가라고 할까. 하지만 코메트가 문제다. 오늘 하루만 사육장에 부탁할까.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 같은데.
在這裡聊著聊著,不知不覺就到了飼育設施前面。該怎麼辦呢,要不要叫他們留下來睡一晚?不過問題是 Comet。今天就先拜託飼育場照顧他一天吧。一天應該沒問題的。
그때 폰이 울렸다. 꺼내 보자 송태원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這時手機響了。拿出來一看,是宋泰元傳來的簡訊。
[노아 루히르가 또다시 사라졌습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諾亞·魯希爾再次消失了。請確認。]
또? 아니 왜 자꾸 탈출을 하냐.
又逃跑?不,為什麼老是想逃呢。
‘…설마 또 미니포털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건 아니겠지.’
「……不會又是坐在迷你傳送門前不動吧。」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유현이가 미소 짓는다. 일단 공포 저항 스킬부터 다시 켰다. 마음이 차분해지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척 마주 웃어 보였다.
瞬間背脊發涼。我轉過頭去。眼神交會時,柳賢微笑著。首先重新開啟了恐懼抗性技能。心情一平靜下來,就裝作若無其事地對她笑了笑。
“유현아, 다시 해연 길드로 돌아가면 안 될까?”
「柳賢啊,你能不能再回到海燕公會?」
“응? 갑자기 왜?” 「嗯?突然怎麼了?」
“그냥 하루 정도는 푹 쉬고 싶어서. 지금 들어가면 또 애들 돌봐야 하는데 생각하니 피곤해지네.”
「只是想好好休息一天而已。現在一回去又得照顧孩子,光想就覺得累了。」
내 말에 동생 놈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聽我這麼說,弟弟露出一臉疑惑的表情。
“사육장 있잖아. 담당 헌터도 있고. 어차피 맡겨 두고 나온 거 아니었어?”
「不是有飼育場嗎?還有負責的獵人。反正不是交給他們照顧了嗎?」
“그렇긴 한데…….” 「雖然是這樣……」
젠장, 어쩌지. 이대로 들어갔다가 노아와 마주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유현이 녀석이 얌전히 인사만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거니와 노아도 날 보고 누나를 떠올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으니.
該死,怎麼辦。就這樣進去要是遇到諾亞,不知道會發生什麼事。雖然有可能那傢伙會乖乖地打個招呼就過去,但我也不敢確定諾亞看到我會不會想起姐姐。
…이틀 연속으로 박살 날 위기에 마주쳐야 하다니, 불쌍한 내 집. 이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連續兩天都面臨被打爆的危機,真是可憐我的家。才剛搬來多久啊。
“얼른 들어가자.” 「快點進去吧。」
“잠깐, 잠깐만—” 「等一下,等一下——」
유현이가 입구의 유리문을 열었다. 말리는 걸 듣지도 않고 몇 발 걸어가더니, 우뚝 멈추어 선다. 목을 약간 느릿하게 기울인다.
柳賢打開了入口的玻璃門。不理會勸阻,邁了幾步便突然停下。微微緩慢地歪了歪脖子。
“낯선 기색인데.” 「有點陌生的神色呢。」
“내 친… 구는 아니고 아는 사람 동생이야!”
「不是我親… 朋友,是認識的人弟弟!」
“S급 헌터를 동생으로 둔 사람을 안다고? 내 기억에는 없는데.”
「你認識有 S 級獵人當弟弟的人?我記憶中沒有這回事。」
“최근에, SNS로 친해졌으니까.” 「最近因為在 SNS 上變得熟絡了。」
조금 친해졌다가 지금은 틀어졌지만. …리에트 이야기도 해야 하나. 통화 내용 들은 사람이 많으니 숨기는 건 글렀고. 고작 며칠 사이에 왜 이렇게 일이 많았냐.
稍微熟絡了一點,現在卻反目了……該不該說說リエット的事呢。因為有很多人聽到了通話內容,想隱瞞也沒用了。短短幾天內,為什麼事情會這麼多呢。
“그런데 왜 여기에 와 있어? 그것도 밤중인데.”
「可是你為什麼會在這裡?而且還是在半夜。」
“몬스터 사육 관련으로 방문한 건데, 음, 성의를 보여 주는 거라고 해야 하나…….”
「我是因為怪物飼養的事來的,嗯,應該說是想表現出誠意……。」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하나. 말을 정리하는 사이 유현이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아, 진짜!
這到底該怎麼解釋才好呢。在整理話語的同時,柳賢又開始邁開停下的腳步。啊,真是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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