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소재 주의 
*注意刺激性内容

 

 


5.

 

 

산은 학교 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게 있기도 하고, 지금 자신이 누군가와 친해져도 그 모든 친분의 근원지는 결국 최 회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사교가 중요한 돈 많은 집안의 자제분들인데, 대기업 회장이 애지중지 아끼는(남들이 보기엔) 막내아들과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게 없음을 알 터였다. 입학과 동시에 산에게 다가왔던 많은 얼굴들이 있었으나 산은 단호하게 거리를 두었다. 응, 고마워. 혹은 아, 잘 모르겠네. 애매한 대답에 저마다 속으로 민망함을 삼키며 떨어지고는 했다. 산은 스스로를 학교 내에서 겉돌게끔 만들었다. 급식도 먹지 않았으며 이동이 있어도 줄곧 혼자였다. 처음에야 족족 말을 걸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모두가 질려 말을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쟤는 원래 저런 애야. 모두가 산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伞在学校里没有亲近的人。因为有一种类似创伤的东西存在,而且他认为即使现在和谁亲近了,那所有的亲近最终都源于崔会长。毕竟这些有钱人家的子弟们社交很重要,他们知道和大企业会长宠爱的(在别人看来)小儿子关系不好是没有好处的。入学时有很多人接近伞,但伞都果断地保持距离。嗯,谢谢。或者啊,我不太清楚。每当伞给出模棱两可的回答时,大家都尴尬地退开了。伞让自己在学校里显得格格不入。他不吃学校的午餐,即使有活动也总是一个人。起初那些频频搭话的人最终都厌倦了,连搭话的念头都没有了。那家伙本来就是那样的。大家指着伞说道。

 

물론 그런 산에게도 꾸준히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는데, 초반에는 아는 척도 하지 않던 윤호였다. 일본에서 왔다는 윤호는 모든 사람이 산에게 관심을 끊었을 즈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산아.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으면서 퍽 다정한 목소리로 부르는 윤호는 마치 둘이 원래부터 알던 사이인 것처럼 굴었다. 하마터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뻔했을 정도로, 친근하게. 산은 그런 윤호가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서로에 대해 모르고 만났으면 말이라도 조금 편하게 했을 텐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아서 문제였다.
当然,也有一个人一直在和伞说话,那就是一开始根本不理会他的润浩。来自日本的润浩在所有人都对伞失去兴趣的时候,主动和他说话。伞啊。润浩用从未交谈过的亲切声音叫着伞,仿佛他们本来就认识一样。润浩的亲近几乎让伞说出了自己的心里话。伞对这样的润浩既感到高兴又感到有些负担。如果他们是彼此不了解的陌生人,反而会更轻松地交谈,但问题在于他们彼此太了解了。

 

최산도 사람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놓고 목적이 있음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휩쓸린 것이 맞았다. 그렇다고 해서 벽을 허물고 지낸 것은 아니고, 윤호가 말을 걸 때면 거리를 두는 척 짧은 대답을 내놓는 정도였다. 산아, 밥 먹었어? 하는 질문에 응, 하고 짧게 대답했을 뿐임에도 윤호는 말갛게 웃었다. 뭐, 그렇게 무난한 관계를 이어온 것도 다 예전이었다. 언젠가 최 회장에게 잘못 맞아 절뚝이던 것을 윤호가 알아차린 후에는 전부 끝이었다. 산은 더 이상 윤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으며, 윤호는 어딘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렸지만 산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정윤호와 최산은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사이를 유지했다.
崔伞也是人,所以这是无可奈何的事。他确实被那些明显有目的和那些没有目的的人之间的差异所困扰。尽管如此,他并没有完全敞开心扉,每当润浩和他说话时,他只是装作保持距离,简短地回答。润浩问:“伞啊,吃饭了吗?”他只是简短地回答:“嗯。”即便如此,润浩还是笑得很灿烂。嗯,这样平淡的关系也都是过去的事了。自从润浩发现伞因为被崔会长打得一瘸一拐后,一切都结束了。伞不再回答润浩的话,而润浩也察觉到了伞的变化,但却无法再和伞说话。丁润浩和崔伞就这样维持着这种进退两难的微妙关系。

 

 

6.

 

 

산은 오랜만에 꺼낸 하복 와이셔츠를 입은 채로 잠시 인상을 썼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꺼내긴 했는데, 최 회장의 폭력에 물든 몸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발길질과 주먹질을 막느라 멍이 든 자신의 팔뚝을 찬찬히 살펴보던 산은 아무도 자신의 방에 선뜻 들어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얼른 옷장을 뒤져 가디건을 꺼냈다. 아이보리색 가디건으로 마른 몸을 감춘 산은 볼품없는 모양새를 가만히 바라보다 방을 나왔다.
伞穿上久违的夏季白衬衫,皱了皱眉。虽然因为天气变热才拿出来穿,但崔会长的暴力痕迹却清晰可见。伞仔细查看着自己为了挡住拳打脚踢而淤青的手臂,虽然知道没有人会轻易进他的房间,但他还是赶紧翻找衣柜,拿出了一件开衫。伞用象牙色的开衫遮住了瘦弱的身体,静静地看着自己毫无生气的样子,然后走出了房间。

 

문을 닫고 나온 산은 뒤를 돌자마자 최 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2층에 잘 올라오지 않는 최 회장이었기에 산은 본능적으로 뒤로 주춤했다. 심장이 쿵, 세게 떨어지며 산에게 경고음을 날린다. 다행으로 최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산을 쓱 훑어볼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긴장감에 땀이 난 손으로 가디건을 꾹 움켜쥔 산이 본능적으로 눈을 내리깐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계신 1층 부엌에 도착하자 최 회장은 언제 도끼눈을 떴냐는 듯 가식적인 미소를 보이며 산에게 우영에 대해 물어보기 바빴다. 네, 아니오. 잘 지내요. 산은 최소한의 대답만 했다. 산은 결국 반도 못 먹은 밥을 보며 젓가락을 내려두었다. 최 회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기가 거북했다.
关上门出来的伞一转身就和崔会长对上了眼。因为崔会长很少上二楼,伞本能地往后退了一步。心脏砰的一声剧烈跳动,向伞发出警告。幸运的是,崔会长只是面无表情地扫了伞一眼,并没有采取其他行动。伞紧张得手心冒汗,紧紧抓住开衫,低着头慢慢下了楼。到了一楼厨房,伞看到管家阿姨在那儿,崔会长则像从未瞪过眼似的,露出虚伪的笑容,忙着问伞关于友荣的事。是的,不是的。过得很好。伞只做了最简短的回答。最终,伞看着吃了一半的饭,放下了筷子。听着崔会长的声音,伞觉得吃饭很不舒服。

 

다녀오겠습니다. 산은 현관에서 신발에 발을 끼우며 작게 중얼거렸다. 반은 입 안으로 먹혀든 인사였다. 따뜻한 차를 들고 챙겨주려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조심히 다녀오라며 산을 달랬다. 최 회장과 산의 어머니는 잘 다녀오라는 짧은 인사를 했다. 한 명은 가식이고, 한 명은 걱정이고. 고개를 끄덕인 산은 괜찮다는 의미로 차를 밀어낸 뒤 집을 나섰다.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는 길에도 자꾸만 몸이 축 늘어졌다. 열이 나나 싶어 자신의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가 도로 내렸다. 산의 손은 항상 차가웠기 때문에 이마가 뜨거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我出门了。伞在玄关处穿上鞋子,小声地嘟囔了一句。那是一半吞进嘴里的问候。想要端着热茶送他出门的女管家叮嘱他小心点,伞点了点头。崔会长和伞的母亲也简短地说了句“路上小心”。一个是虚伪的,一个是担心的。伞点了点头,表示自己没事,然后推开了茶,走出了家门。即使在穿过宽敞的庭院时,他的身体也不断地感到沉重。他抬手摸了摸自己的额头,觉得自己可能发烧了,但很快又放下了手。伞的手总是冰冷的,所以额头发烫是理所当然的结果。

 

 

7.

 

 

자리에 앉은 산이 책상 서랍 안에 놓인 책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다. 당장 산의 방만 들어가도 어릴 적부터 모아온 책들이 꽤 많은 편이었고, 최 회장의 집에 들어오기 전에도 동화책을 좋아해 자주 읽을 정도였다. 산은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책을 쓰고 싶었다. 썩 좋은 내용도 아니었고, 굳이 얘기하자면 손가락질을 받을 스토리였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굳이 쓰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 끝 어딘가에 결말이 있을 테니까. 최산 스스로가 그 결말을 바라고 있으니까.
坐在座位上的崔伞慢慢地眨了眨眼,看着放在书桌抽屉里的书。他算是喜欢读书的人。只要走进伞的房间,就能看到他从小收集的相当多的书,在进入崔会长家之前,他也喜欢读童话书,读得相当频繁。伞曾经想过有一天要把自己的故事写成书。虽然内容并不怎么好,甚至可以说是会被人指指点点的故事,但他执意要写下自己的故事的原因只有一个。因为在那故事的尽头,总会有一个结局。崔伞自己也在期待那个结局。

 

산은 책의 딱딱한 모서리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다 서랍 안에서 꺼냈다. 처음 보는 책은 막 포장을 뜯은 듯 보였다. 새 책 특유의 종이 비린내가 코를 간지럽혔다. 가만히 마른 종이 위를 쓸어내리던 산이 책을 살폈다. 분명 누군가 산에게 선물한 것 같은데, 책의 겉표지나 이름이 적힌 부분들이 쏙 빠진 채였다. 누가 두고 갔을까. 산은 책 내용에 대해 검색이라도 하려다 말았다. 산이 책 이름을 몰랐으면 하는 것 같아서였다. 팔꿈치를 책상에 기댄 채 턱을 괸 산이 조용한 교실 안을 훑어보다 책의 첫 장을 넘겼다.
伞轻轻抚摸着书的硬角,然后从抽屉里拿了出来。这本书看起来像是刚拆封的。新书特有的纸张气味让他的鼻子有些痒。伞静静地抚摸着干燥的纸张,仔细打量着这本书。显然,这本书像是有人送给伞的礼物,但书的封面和书名部分都被去掉了。是谁留下的呢?伞本想搜索一下书的内容,但又打消了这个念头,因为他觉得自己不应该知道书的名字。伞用肘部靠在桌子上,托着下巴,环顾了一下安静的教室,然后翻开了书的第一页。

 

읽어봤으니 준 거겠지. 산은 빳빳한 책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눈꺼풀을 깜빡였다. 주인공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 첫 줄을 읽는 사이 아침의 여린 해가 책 위로 쏟아졌다.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들었고, 내리쬐는 해가 낮과 달리 여려 뜨겁지 않았다.
读过了才给我的吧。伞用手指轻轻抚过那本崭新的书,眨了眨眼睛。就在他读到介绍主角的第一行时,清晨柔和的阳光洒在了书页上。书比他想象中更合他的心意,而这时的阳光不像正午那样炽热。

 

 

별들은 멈추지 않고 우주를 걸었다. 다리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별은 멈추지 않고 걸었다. 자신이 멈춰서 저 지구를,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가득한 행성을 바라보게 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도 구름 위를 걸어보고 싶다. 나도 저 파란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다. 별은 두 눈을 꼭 감고 마냥 앞으로 향했다. 앞으로, 앞으로.
星星们不停地在宇宙中行走。虽然腿很痛,头很晕,但星星没有停下脚步。因为它知道,如果自己停下来,望向那颗充满蓝色和白色的地球,就会后悔。我也想在云上行走。我也想在那片蓝色的海洋中游泳。星星紧闭双眼,只是不断向前走。向前,向前。

 

 

산은 속눈썹이 늘어질 정도로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는 부분이었다. 산은 슬슬 이 책을 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무슨 의도로 자신에게 이 책을 줬을까. 산은 읽고 있던 페이지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 표시를 남겼다. 산은 문득 우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예예, 대답만 하며 스테이크를 산산조각 내던 그 얼굴이. 산은 그 책이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쓰다듬다 서랍 안에 도로 넣었다. 산은 이 책이 우영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책을 준 사람이 우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산의 감이었다. 우영이 자신에게 이런 책을 줄 이유도 없으며, 우영과 어울리긴 했으나 우영이 누군가에게 선물로 준다고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다. 산은 턱을 괸 채로 창문 너머를 응시했다.
伞慢慢地眨了眨眼睛,长长的睫毛几乎要垂下来。这已经是他第三次读到这个部分了。伞开始好奇是谁把这本书给他的。对方是出于什么意图把这本书送给自己呢?伞轻轻地折了一下正在读的那一页的角,留下了一个标记。伞突然想起了友荣的脸。那张无聊得要死的脸,只是机械地回答着“是是”,一边把牛排切得粉碎的样子。伞小心翼翼地抚摸着那本书,就好像它是很珍贵的东西一样,然后又把它放回了抽屉里。伞觉得这本书和友荣很相配。当然,他知道这本书不是友荣送的,这一点他很确定。那是伞的直觉。友荣没有理由送自己这样的书,虽然这本书和友荣很相配,但如果说友荣会把它作为礼物送给别人,那就不太合适了。伞托着下巴,凝视着窗外。

 

나도 구름 위를 걸어보고 싶다.
我也想在云上行走。

 

 

8.

 

 

산은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름 괜찮았던 기분이 착 가라앉음을 느꼈다. 이제 곧 학교가 끝나면 산은 집으로 가야 됐고, 그 과정이 싫었다. 공식적인 행사가 없어도 비공식적 행사인 폭력이 산을 반길 것이 분명해서였다. 종례가 끝이 나자마자 곧장 교실을 빠져나가는 검은 머리통들을 바라보던 산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차라리 어디 도서관이라도 갈까 싶어 머리를 굴리던 산은 갑작스럽게 잡힌 손목에 본능적으로 주춤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자연스럽게 최 회장의 얼굴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까맣게 타들었다.
伞在一个小时前还觉得心情不错,但现在却感到心情沉重。再过不久学校就要放学了,伞得回家,而他讨厌这个过程。即使没有正式的活动,非正式的暴力活动也肯定会迎接他。放学铃声一响,伞看着那些迅速离开教室的黑发同学,悄悄地站了起来。他想着要不要去图书馆,突然被抓住的手腕让他本能地停住了脚步。虽然知道不可能,但脑海中自然浮现出崔会长的脸,心里一片黑暗。

 

곧장 돌아보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산이 결국 반 박자 늦게 돌아보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이렇게 자신의 손목을 덥석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하나였다. 정우영. 산의 손목을 한 손에 단단하게 쥐고 있는 건 아니나 다를까 우영이었다. 돌아본 산은 우영의 얼굴 위에 덧그려지는 최 회장의 얼굴에 눈을 세게 한 번 깜빡이고는 왜? 하고 물었다. 오늘 저녁에 모임 있대. 우영의 말에 산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건 없었으나 아마도 급하게 잡힌 약속인 듯 싶었다.
곧장 돌아보지 못하고犹豫不决的伞最终慢了半拍才回头。即使不看也知道能这样紧紧抓住自己手腕的人只有一个。郑友荣。果然,抓住伞手腕的不是别人,正是友荣。回头的伞看到友荣的脸上重叠着崔会长的脸,狠狠地眨了一下眼睛,问道:“为什么?”“今天晚上有聚会。”友荣的话让伞淡淡地点了点头。虽然没听说过,但大概是临时安排的约会。

 

산은 뒤늦게 아직까지 자신의 손목을 쥐고 있는 우영의 손을 발견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느껴졌다. 차가운 산의 손목을 감싼 우영의 손이 유난히 뜨거워서. 핏줄이 선 손등 위로 다시금 최 회장의 늙은 손이 덧그려졌다. 산의 시선을 알아차린 우영이 뒤늦게 아, 하는 짧은 탄식을 뱉으며 어색하게 손을 떼어냈다. 잡혔던 손목에 열이 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伞这才发现友荣还握着自己的手腕。确切地说,是感觉到了。友荣的手包裹着伞冰冷的手腕,显得格外炽热。友荣手背上突出的血管让伞再次想起了崔会长那双苍老的手。察觉到伞的视线后,友荣迟疑了一下,发出一声短促的叹息,尴尬地松开了手。伞的手腕上仿佛还残留着那股热度。

 

 

“그래, 이따 봐.” “好,待会见。”

 

 

열이 오른 손목을 감싼 산이 짧은 인사를 남긴 후 교실을 나섰다.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최 회장의 폭력에 익숙해진 탓에 다른 누군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덜컥 겁을 먹었다. 그게 누구든, 가장 먼저 최 회장의 얼굴부터 떠오르는 그런 끔찍한 본능. 처음 뺨을 맞았을 때 도망가려던 산의 손목을 쥐고 있던 커다란 손은 아직까지 기억이 선명했다. 그리고 꽤 오래 최산을 괴롭혔다. 가끔 누가 악의 없이 손목을 덥석 붙잡을 때에도 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덜덜 떨었다.
热得发烫的手腕被伞握住后,他简短地打了个招呼便离开了教室。这是一种创伤。由于习惯了崔会长的暴力,导致其他人一碰到自己的身体就会吓得不知所措。不管那是谁,最先浮现在脑海中的总是崔会长的脸,那种可怕的本能。第一次被打耳光时,伞试图逃跑,但那只抓住他手腕的大手至今记忆犹新。而且这件事困扰了崔伞很久。偶尔有人无意中抓住他的手腕时,伞也会本能地缩起身体,颤抖不已。

 

 

“미안한데.” “对不起。”

“회장님이 같이, 같이 오래.” “会长和我们一起,一起很久。”

“허락도 없이 몸에 손대는 거 안 좋아해.”
“我不喜欢未经允许就碰我的身体。”

 

 

산은 말을 마친 후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다시금 붙잡힌 손목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잔뜩 인상을 구긴 우영이 뭐? 하고 되묻다 곧 다급하게 산의 손목을 놓았다. 배려 없는 손길에 살짝 구겨진 가디건 위로 자신의 손목을 주무르던 산이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집 들렀다가 갈 생각이었는데.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 산의 말을 용케 주워들은 우영이 왜? 하고 물었다. 저녁 약속이 있는 거라면 가디건 차림보다는 멀끔하게 갈아입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산은 대답 대신 입고 있던 와이셔츠의 끝을 잡아 살짝 팔락였다. 저녁 식사에서 가디건을 입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산이 고민하는 사이 우영이 몸을 바르작거렸다.
伞说完话后紧紧闭上了嘴。他再次被抓住的手腕让他感到窒息。皱着眉头的友荣问了句“什么?”然后急忙放开了伞的手腕。伞揉着自己被无礼抓住的手腕,瞥了一眼左手腕上的手表。本来打算回家一趟再走的。伞小声自言自语,友荣听到了,问道:“为什么?”如果有晚餐约会的话,穿着毛衣外套不如换上整洁的衣服。伞没有回答,只是轻轻抖了抖穿着的衬衫下摆。在晚餐时穿毛衣外套是不礼貌的。伞在犹豫的时候,友荣动了动身体。

 

 

“…누구 차로 갈 건데.” “…我们坐谁的车去。”

“상관없어. 너 편한 걸로 해.”
“无所谓。你舒服就好。”

“그럼 내 차로 가.”
“那就坐我的车去吧。”

 

 

응. 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산이 길을 잃는 것도 아닌데 우영은 산을 지나쳐 앞장을 섰다. 학교 건물 구조는 산이 더 잘 알고 있었지만 평소 걸음이 빠른 편인 우영이 산의 걸음 속도에 맞춰주고 있음을 알아 더 가까운 길이 있음에도 그냥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嗯。伞点了点头回答。伞并没有迷路,但友荣还是走在了前面。虽然伞对学校建筑的结构更熟悉,但他知道平时走路很快的友荣这次放慢了脚步以配合他的速度,所以即使有更近的路,他也只是默默地跟在后面。

 

넓은 등판의 우영을 빤히 응시하던 산은 방금까지 우영에게 잡혔던 손목을 주물렀다. 뜨거운 물을 쏟은 것처럼 화끈거리는 손목이 자연스럽게 과거의 구질구질한 기억을 끌어올렸다. 최 회장의 손길에 도망도 못 가고 온전히 폭력을 받아내던 어린 최산이 때를 모르고 나선다.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로 산의 손목을 쉽게 잡는 사람이 없어서 무심코 잊어버린 탓이었다.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지. 수면 아래로 던져놓고 태연하게 살아온 자신이 우스웠고, 그걸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우영이 원망스러웠다.
宽阔的背影,伞盯着友荣看了一会儿,然后揉了揉刚才被友荣抓住的手腕。手腕像是被热水烫到了一样火辣辣的,自然而然地勾起了过去那些糟糕的记忆。小时候,崔会长的手掌下,崔伞连逃跑的机会都没有,只能完全承受暴力。好像忘记了这些。上了高中后,没有人再轻易抓住伞的手腕,所以他不经意间就忘记了。怎么能忘记呢?把这些记忆压在心底,若无其事地生活的自己真是可笑,而把这些记忆重新拉到水面上的友荣让他感到怨恨。

 

두어 걸음을 앞서 걷던 우영이 먼저 문을 열고 뒤따르던 산을 보며 불량하게 턱을 까딱였다. 타, 공주님. 비꼬는 말투였으나 산은 구태여 트집을 잡지 않았다. 왜 원망스러울까. 굳이 그 기억을 떠올리며 살지 않아도 이렇게 산다는 건 변하지 않는데. 상황을 모르니 죄가 없는 우영을 가만히 바라보던 산이 먼저 차에 올랐다. 뒤이어 차에 탄 우영은 날이 더운 건지 어느새 마이를 벗은 채였다. 그런 삐딱하고 불량한 복장이 어울린다. 산이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아침에는 나른하게 쏟아져 좋았던 해가 지금은 너무 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两三步走在前面的郑友荣先开了门,看着跟在后面的崔伞,坏笑着抬了抬下巴。“上车吧,公主殿下。”虽然是讽刺的语气,但伞并没有刻意挑刺。为什么会感到怨恨呢?即使不去回忆那些记忆,这样生活也不会改变。因为不清楚情况,伞只是静静地看着无辜的友荣,然后先上了车。紧随其后的友荣也上了车,不知道是因为天气热,还是他已经脱下了外套。那种叛逆和不良的装扮倒是很适合他。伞假装没看见,转过头去。早上温暖的阳光现在却显得过于刺眼。

 

 

“왜.” “为什么。”

 

 

산은 자신의 앞에 들이밀어진 우영의 핸드폰을 응시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핸드폰이었는데, 산은 이걸 받으라는 건가 싶어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 모르는 척 구는 우영을 빤히 응시했다.
伞注视着递到他面前的友荣的手机。那是一款比较新出的手机,伞眨了眨眼,心想这是要他接过来吗?然后装作不知道地盯着友荣。

 

 

“회장님 번호는 있는데 네 번호가 없더라.”
“我有会长的号码,但没有你的。”

“알아. 그게 왜?” “知道了,那又怎样?”

“씨발, 그냥 찍어.” “操,就拍吧。”

 

 

인상을 구긴 우영이 핸드폰으로 산의 팔 언저리를 꾹 밀었다. 엉겁결에 받아든 산이 멀거니 눈을 깜빡였다. 번호 찍으라는 거겠지. 산이 입술을 꾹 다문 채 숫자를 꾹꾹 눌렀다. 손가락이 액정을 두드리며 번호를 완성할 때마다 톡톡 작은 소음이 났다. 온전한 11자리의 숫자를 확인한 산이 우영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고, 번호를 저장한 우영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창문 밖을 응시했다. 쎄하다. 산은 무심코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내내 삐딱하게 굴던 입꼬리가 수평을 잃고 위로 올라선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산이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印象中皱着眉头的郑友荣用手机用力推了推崔伞的手臂。崔伞下意识地接过手机,茫然地眨了眨眼。应该是让他输入号码吧。崔伞紧抿着嘴唇,认真地按下数字。每当手指敲击屏幕完成一个号码时,都会发出轻轻的声音。确认了完整的 11 位数字后,崔伞把手机还给了郑友荣,保存了号码的郑友荣带着一种微妙的表情凝视着窗外。感觉不对劲。崔伞不由自主地首先想到的是不行。一直歪着的嘴角失去了水平,向上翘起。崔伞静静地看着,清晰地说道。

 

 

“너랑 친하게 지낼 생각 없어.”
“我不打算和你亲近。”

“뭐?” “什么?”

“양아치 싫어해.” “讨厌流氓。”

 

 

산은 와장창 구겨지는 우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伞静静地看着友荣那张皱成一团的脸,然后转过头去。

 

 

9.

 

 

산은 우영이 생각보다 어리다고 생각했다. 둘은 동갑이었으나 행동에서 정반대라는 사실이 보였다. 우영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치 지금처럼.
伞觉得友荣比他想象中更年轻。虽然他们同岁,但行为上却截然相反。友荣无法隐藏自己的情感,就像现在这样。

 

작은 소음을 내며 테이블 위로 툭 던져진 포크에 산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입을 다문 채 최 회장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은 듣고 반은 흘리고 있었다. 아까 산의 양아치 발언 이후로 우영은 기분이 상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산의 입장에서는 멀쩡하다 생각한 스테이크를 먹으며 질기다고 하질 않나, 테이블에 전해질 정도로 다리를 떨지 않나. 아까 포크를 던지듯 내려놓기 전에는 부러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탁, 소리를 내며 내려두기까지 했다. 산은 그 쪽으로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최 회장이 하는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우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화가 났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小小的噪音响起,伞把叉子啪地扔在桌子上,连看都不用看,闭着嘴点头回应崔会长的话。他一半在听,一半在走神。自从伞刚才说了那句混账话后,友荣的情绪就明显变得很糟糕。伞觉得没问题的牛排,友荣却说太硬了,甚至抖腿抖到桌子都在震动。刚才在把叉子扔下之前,他还故意大口喝水,然后啪地一声放下杯子。伞完全没有看他一眼,只是微笑着点头回应崔会长的话。友荣的脸涨得通红,显然是生气了。

 

 

“우영이랑 산이는 좀 친해졌나?” “友荣和伞关系变好了吗?”

“예?” “嗯?”

 

 

내내 불만인 것처럼 불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우영이 조금 어벙한 말투로 되물었다. 갑자기 쏠린 시선을 알아차린 듯, 당황한 표정에 내내 억지로 올리고 있던 입꼬리가 자제력을 잃고 더 호선을 그렸다. 그냥 네,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당황해서 허둥대는 모습이 우스웠다. 결국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 듯, 우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퍽 건방진 대답을 했다. 산은 그 이유를 알았다. 차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뭐가 됐든 최 회장이 기대하는 답변은 아니었기에, 산이 대신 말을 이었다.
内心一直不满的样子,郑友荣用有点呆滞的语气反问道。似乎察觉到了突然集中的视线,他那一直勉强上扬的嘴角失去了控制,弯得更厉害了。明明只要说一句“是”就可以了,但他慌乱的样子很滑稽。最终,似乎找不到合适的回答,郑友荣点了点头,做出了一个相当傲慢的回答。伞知道原因。他想起了在车里说过的话。不管怎样,这都不是崔会长期待的回答,所以伞代替他说了下去。

 

윤호의 얘기를 꺼내니 우영의 부모님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신다. 따지고 보면 없는 얘기는 아니니 해도 괜찮겠지, 싶었다. 산은 문득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계신 우영의 아버지가 우영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자관계니 닮을 수밖에 없지만…. 인상은 조금 더 유하신데, 우영이 늙는다면 꼭 저런 느낌으로 늙을 것 같다. 까마득한 우영의 미래를 생각하던 산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우영의 얘기를 피해가기 위해 다른 주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어느 정도 주절거리면 나머지는 어른들이 알아서 할 것을 알았다.
提到润浩的事情,友荣的父母露出了自豪的微笑。仔细想想,这也不算是无中生有的事情,所以应该没问题吧,伞这样想着。伞突然觉得,友荣的父亲笑起来的样子和友荣一模一样。当然了,父子关系嘛,长得像也是自然的……虽然父亲的表情更温和一些,但如果友荣老了,肯定也会是这种感觉。伞想着遥远的友荣的未来,自然而然地为了避开自己和友荣的事情,换了个话题。他知道,只要自己稍微说几句,剩下的事情大人们自然会接着聊下去。

 

 

“아, 이따 밥 다 먹고 산이랑 커피 한 잔 마시기로 했어요.”
“啊,待会儿吃完饭要和伞一起喝杯咖啡。”

 

 

산은 갑작스럽게 얘기를 끊고 들어온 우영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아까의 우영처럼 쥐고 있던 포크를 떨어트릴 뻔했다. 아, 물론 우영은 일부러 던진 거지만. 우리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 산은 입 안에 머무른 질문을 물과 함께 삼켜냈다. 할 얘기가 있다고 뒷말을 덧붙인 우영의 말투가 퍽 뻔뻔해서, 산은 자신이 정말로 그런 약속을 했다고 착각할 뻔했다. 아까의 그 퉁명스러운 표정과 달리 멀끔하고 잘생긴 얼굴이 환하게 웃었고, 최 회장과 어머니는 우영의 외모를 칭찬했다. 예예,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답만 하는 우영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산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괜한 불안감에 고개를 살짝 돌려 화제가 바뀐 대화에 섞여들었다.
伞差点因为突然插话的友荣的声音而像刚才的友荣一样把手里的叉子掉在地上。啊,当然,友荣是故意扔的。我们什么时候有过那样的约定?伞把嘴里的问题和水一起咽了下去。友荣补充说有话要说的语气非常厚颜无耻,伞差点以为自己真的有过那样的约定。刚才那副冷淡的表情不见了,取而代之的是一张干净帅气的脸,笑得灿烂,崔会长和母亲都在夸友荣的外貌。伞看着只会敷衍回答的友荣,眼神对上了。伞一对上眼神就因为莫名的不安感微微转头,融入了已经换了话题的对话中。

 

산은 괜히 쿵쿵, 불안감에 뛰는 심장에 조바심이 나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우영이 언급한 ‘할 얘기’라는 게 주먹을 주고받는 그런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나를 때릴 수 있을까? 산은 우영에게 맞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으나…, 피차일반 멀끔한 차림새는 아니었다. 고등학생 남자애들끼리 주먹다짐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 먼저 양아치라고 부르면서 시비 아닌 시비를 건 사람은 우영도, 그 자리에 없었던 윤호나 여상도 아닌 최산, 본인이었다.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는 우영이 영 그려지지 않아서, 그 속의 둘은 흐트러진 차림새여서. 산은 결국 생각을 조용히 지워냈다. 더 했다가는 뺨이 붉어질 것 같았다.
伞心里怦怦直跳,焦虑不安地喝了一口水。友荣提到的“要说的事”让他觉得可能会是拳脚相向的那种事。你真的会打我吗?伞想象了一下被友荣打的情景,但两人都不会是完好无损的样子。高中男生之间打架是很正常的。先挑衅叫人混混的不是友荣,也不是不在场的润浩或吕尚,而是崔伞,他自己。伞实在无法想象友荣对自己挥拳的样子,因为他们俩的形象都很狼狈。伞最终静静地打消了这个念头,再想下去脸颊可能会变红。

 

 

10.

 

 

우영과 산은 식사를 마친 후 따로 나왔다. 서로의 자식들이 친해졌다는 사실이 꽤 뿌듯한 과정이었던 건지 최 회장과 우영의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조만간 또 보자는 말과 함께 각자의 차를 타고 사라졌다. 레스토랑 앞에 떡하니 버려진(우영에게 붙잡힌) 산은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디건을 꾹 쥐었다. 우영은 차 두 대가 사라지는 것을 보자마자 미련 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마 근처의 카페를 찾으려는 모양새였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이라면 레스토랑 안에서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미 한참을 앞선 우영은 왜 따라오지 않냐는 눈빛을 보내며 연거푸 돌아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산은 코앞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포기했다.
友荣和伞吃完饭后单独出来了。也许是因为他们的孩子们变得亲近了,崔会长和友荣的父亲哈哈大笑着说“下次再见”,然后各自上车离开了。被丢在餐厅前(被友荣抓住)的伞抬头看着黑暗的夜空,紧紧抓住了他的开衫。友荣一看到两辆车消失,就毫不犹豫地迈开了步伐。看起来他是想找附近的咖啡馆。虽然只是喝一杯咖啡的话,在餐厅里也足够了,但已经走在前面的友荣不断回头,用眼神示意伞为什么不跟上来。无奈之下,伞放弃了在眼前就能喝到的咖啡。

 

둘이 들어온 곳은 제법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곳, 그러나 실제로는 간판만 보고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카페 인테리어를 둘러보는 산에 카운터 앞에 선 우영이 팔꿈치로 산을 툭 밀었다. 뭘 마실 거냐고 묻는 눈빛에 덤덤히 아메리카노, 하고 얘기한 산은 자신을 지나쳐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는 우영을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영수증 괜히 받았네. 작게 중얼거린 우영이 고작 음료 두 개에도 길게 뽑아진 영수증을 반으로 접어 교복 주머니에 넣고는 푹신한 의자에 기대었다. 할 얘기가 있다더니 그게 진짜인 건지, 아님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건지, 우영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손에 들린 동그란 진동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살살 흔들던 우영은 뻔히 산의 시선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입을 다물었다.
两人进入的是一家相当有名的连锁咖啡店。到处都能看到的常见地方,但实际上只是看过招牌,从未进去过。伞环顾着咖啡店的内部装潢,站在柜台前的友荣用胳膊肘轻轻推了推伞。伞对上友荣询问要喝什么的眼神,淡淡地说了句美式咖啡,然后跟着越过自己的友荣在咖啡店角落找了个座位坐下。收据真是多余了。友荣小声嘟囔着,把那张仅仅是两杯饮料却打印得很长的收据对折后塞进校服口袋,靠在柔软的椅子上。说是有话要说,究竟是真的,还是只是想喝咖啡,友荣迟迟没有开口。他把手里的圆形震动铃放在手掌上轻轻摇晃,明知伞的视线一直盯着自己,却装作不知道,紧闭着嘴。

 

그냥 어른들 앞이라서 해본 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둘 사이엔 정적이 전부였다. 카페에 들어온 후로 우영이 한 말은 몇 없었다. 긴 정적 사이로 카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가요가 끼어들었다. 그제야 우영은 아메리카노는 별로던데,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너는 뭘 좋아하는데? 얘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타이밍 나쁘게 웅웅, 진동벨이 울려서 할 수 없었다. 우영은 비척이며 일어서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애매한 자리네. 산이 비어있는 우영의 자리를 보며 중얼거리고는 마른 볼을 문질렀다.
그냥 어른들 앞이라서 해본 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둘 사이엔 정적이 전부였다. 카페에 들어온 후로 우영이 한 말은 몇 없었다. 긴 정적 사이로 카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가요가 끼어들었다. 그제야 우영은 아메리카노는 별로던데,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너는 뭘 좋아하는데? 얘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타이밍 나쁘게 웅웅, 진동벨이 울려서 할 수 없었다. 우영은 비척이며 일어서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애매한 자리네. 산이 비어있는 우영의 자리를 보며 중얼거리고는 마른 볼을 문질렀다. 그냥 어른들 앞이라서 해본 말이었나, 싶을 정도로 둘 사이엔 정적이 전부였다. 카페에 들어온 후로 우영이 한 말은 몇 없었다. 긴 정적 사이로 카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가요가 끼어들었다. 그제야 우영은 아메리카노는 별로던데,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너는 뭘 좋아하는데? 얘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타이밍 나쁘게 웅웅, 진동벨이 울려서 할 수 없었다. 우영은 비척이며 일어서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애매한 자리네. 산이 비어있는 우영의 자리를 보며 중얼거리고는 마른 볼을 문질렀다. 只是因为在大人面前说的话吗?两人之间只有沉默。自从进入咖啡馆后,郑友荣说的话不多。长时间的沉默中,咖啡馆内播放的歌曲插了进来。郑友荣这才小声嘟囔道:“美式咖啡不怎么样。”你喜欢什么?虽然可以继续聊下去,但不巧的是,嗡嗡,震动铃响了,无法继续。郑友荣摇摇晃晃地站起来,朝柜台走去。真是个尴尬的位置。伞看着郑友荣空着的座位,嘟囔着揉了揉干瘪的脸颊。

 

산에게 있어 우영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최 회장의 폭력과 어머니의 애정 어린 손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산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산이 부러 거리를 둔 덕도 있고, S그룹의 막내아들이라는 귀한 타이틀 덕도 있었다. 몸을 움츠리기 시작한 후로, 아마 처음이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것은, 아마 우영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산은 우영이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그 손길에 배려가 없어 퍽 폭력적이라는 것을 알아서 더욱. 산은 우영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등신처럼 붙잡힌 손목에 벌벌 떨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伞对友荣来说是一个令人感到负担的存在。自从初中毕业后,除了崔会长的暴力和母亲充满爱意的抚摸外,没有任何人碰过伞的身体。伞刻意保持距离的缘故,加上作为 S 集团小儿子的尊贵头衔,使得他一直没有被人触碰。自从他开始蜷缩身体以来,这大概是第一次。在私人场合触碰他的身体,可能友荣是第一个。因此,伞觉得友荣让他感到负担。尤其是因为他知道友荣的触碰毫无顾忌,甚至有些暴力。伞认为他需要和友荣保持距离,因为他不想像个傻瓜一样被抓住手腕时颤抖。

 

 

“아까도 얘기했지만 너랑 친해질 생각 없어.”
“我刚才也说了,我不打算和你亲近。”

“야.” “喂。”

“너 같은 애들 싫어해. 그리고….”
“我讨厌像你这样的人。而且……”

“나 너랑 씹 뜨고 싶은데.”
“我想和你一起发光。”

“…….” “……”

“어떻게 생각하냐?” “你怎么看?”

 

 

산은 뻔한 히어로 영화 속에 나오는 고귀한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것만 같았다. 사실 그렇게 맞았다가는 산의 머리가 여름의 수박처럼 산산조각이 난다는 걸 알았지만, 그냥 대충 비유를 하면 그랬다. 우영의 입에서 나온 말을 천천히 되새기던 산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벌어진 입술에 꽂힌 노골적인 시선을 알아채고 입을 꾹 다물어 혀를 숨겼다. 나, 너랑, 뜨고 싶어. 뭘? 씹. 산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불순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며 거친 숨을 흘리는 우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산을 깨우듯, 우영의 뜨거운 손이 산의 귓불을 주물렀다. 열이 오르는 귓가에 고개를 뒤로 빼려다가, 손톱으로 귓불을 꾹 짓누르는 손길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린 고통에도 허리 언저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伞感觉自己像是被电影里那些高贵的锤子狠狠砸了一下头。虽然他知道如果真被那样砸了,自己的头会像夏天的西瓜一样碎成一片片,但打个比方就是那样。伞慢慢回味着从友荣嘴里说出来的话,不自觉地发现自己微微张开的嘴唇被对方赤裸裸的视线盯着,于是赶紧闭上嘴,把舌头藏了起来。 “我,想和你,一起火。” “什么?” “啧。” 伞静静地陷入了思考。不纯的画面自然地浮现在脑海中,友荣喘着粗气的脸也浮现了出来。就在伞沉浸在这些思绪中时,友荣炙热的手揉捏着他的耳垂。伞想把发热的耳朵往后缩,但友荣用指甲狠狠按住他的耳垂,让他皱起了眉头。尽管有些刺痛,但腰间却有种像虫子爬过一样的痒意。

 

 

“너랑 자고 싶다고. 단순히 이불 덮고 자는 잠 말고, 섹스.”
“我想和你睡觉。不只是盖着被子睡觉,而是做爱。”

“못 들은 걸로 할게.” “就当没听见。”

“최산 눕혀놓고 따먹고 싶다. 네 구멍에 내 좆 박고 싶다.”
“崔伞,想把你按倒然后狠狠地干你。想把我的东西插进你的洞里。”

 

 

산은 우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귀를 주무르고 있는 손을 탁, 거칠게 쳐냈다. 산은 아릿하게 열이 오른 귀가 아마도 엄청 붉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시선이 묘하게 엇나간 우영의 얼굴에 웃음이 퍼지는 것을 보니, 안 봐도 비디오였다. 산은 자신에게 닿는 우영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살짝 틀어 시선을 피했다. 노골적으로 뱉은 음담패설이 자꾸만 떠올라 머릿속을 하얗게 지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와중에 딱딱한 무언가가 산의 종아리 부분을 툭툭 건드렸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그게 우영의 발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산이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우영은 만족스럽다는 듯 말갛고 잘생긴 웃음을 지었다. 산은 이 와중에도 저 얼굴을 눈에 담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伞在友荣的话音刚落时,猛地拍开了他揉自己耳朵的手。伞觉得自己发烫的耳朵可能已经变得非常红了。看到友荣脸上那种微妙的笑容,伞不用看也知道发生了什么。伞觉得友荣的目光让他感到压力,便微微转头避开了视线。脑海中不断浮现出友荣那露骨的荤段子,伞努力想把这些从脑中抹去,正当他这样做时,有什么硬硬的东西轻轻碰了碰他的腿肚子。即使不用多想,伞也知道那是友荣的脚。伞皱起眉头的同时,友荣露出了满意的、清澈而英俊的笑容。伞觉得在这种情况下,自己还在注视着友荣的脸,真是可笑。

 

 

“널 보면 무너트리고 싶어.” “看到你就想摧毁你。”

“너랑 할 얘기 없어.” “我没什么好跟你说的。”

“목까지 채워진 셔츠를 뜯어버리고, 가디건으로 손목을 묶어놓고 씹질 하고 싶어.”
“想撕开那扣到脖子的衬衫,用开衫绑住手腕,然后狠狠地咬下去。”

“정우영.” “郑友荣。”

“머리채 잡힌 채로 엉엉 울면서 잘못했다고 비는 최산이 보고 싶다고.”
“想看到被抓住头发,一边大哭一边求饶的崔伞。”

 

 

산은 팍, 피를 뿜으며 터질 것 같은 자신의 귀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주한 눈은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우영은 잘도 야한 말을 뱉어냈다. 근처에 사람도 많고 CCTV도 돌아가고 있음을 알지만, 산은 괜히 자신의 가디건을 여몄다. 그 와중에도 배려가 없는 우영의 시선이 산의 눈, 코, 입술을 지나 목덜미 언저리를 훑었다. 허공에 그려진 시선이 꼭 사람의 혀가 되어 산을 핥는 기분이었다. 더는 들을 것이 없다는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쿠당탕, 소음을 내며 밀린 의자에 카페 안 사람들이 슬쩍 곁눈질로 눈치를 줬다. 산은 우영의 끈적한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伞咬紧下唇,感觉自己的耳朵快要爆炸似的喷出血来。对视的眼睛一次也没有眨过,友荣却能轻松地说出那些挑逗的话。虽然知道附近有很多人,CCTV 也在运转,但伞还是不由自主地拉紧了自己的开衫。即便如此,友荣毫不顾忌的目光依然扫过伞的眼睛、鼻子、嘴唇,最后停留在脖颈附近。那种目光仿佛变成了人的舌头,在舔伞的感觉。伞猛地站起来,仿佛再也听不下去似的。椅子发出咣当一声,咖啡馆里的人们偷偷瞥了一眼。伞无法承受友荣那黏糊糊的目光,匆匆走出了咖啡馆。

 

우영이 부러 또박또박 한 글자씩 힘을 주어 얘기했던 그 말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도 아니면서 산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볼까지 붉어진 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기사 아저씨의 인사를 대충 흘리며 차에 올라탔다. 그 때까지도 우영은 카페에서 나오지 않았다.
우영一字一句地说的那些话,虽然并不是真实发生的事情,却占据了伞的脑海。脸颊都红了的伞随便应付了一下等着他的司机大叔的问候,便上了车。直到那时,友荣还没有从咖啡馆出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