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애의 친절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好像只是想利用那孩子的善意。

김도훈은 착하니까.  金道勋很善良。


배연아의 곁에 나타난 낯선 남자를 향한 질투 같은 건 없었다. 나는 그냥 배연아를 아주 사랑하고, 배연아를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배연아가 김도훈을 예뻐하니까 나도 그랬을 뿐이다. 
我对出现在裴妍雅身边的陌生男子没有任何嫉妒之心。我只是非常爱裴妍雅,从未怀疑过她,因此我完全信任并追随她。裴妍雅喜欢金道勋,所以我也喜欢他,仅此而已。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은 나 역시도 셋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평범하게 즐거웠다. 김도훈은 겉으로 보기엔 다소 불량해 보여도 내가 사랑하는 배연아에게 자상했고 나에게도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아는 매너 있는 애였다. 함께하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김도훈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는 감상은 누적된다. 배연아랑 싸우면 상담도 해 주고, 같이 술도 마셔 주고, 친해질수록 재치 있고 매력 있는 애라고. 배연아 덕분에 좋은 인연이 생겼구나, 정도.
这听起来可能有点好笑,但事实上我也觉得三个人一起度过的时光平凡而愉快。金道勋虽然表面看起来有点不良,但对我爱的裴妍雅很体贴,对我也懂得保持适当距离的有礼貌的人。随着共处时间的增加,我越发感觉金道勋真的是个好人。当他和裴妍雅吵架时,他会给我做咨询,一起喝酒,越是熟悉就越觉得他是个有趣又有魅力的人。多亏了裴妍雅,我结识了一个好朋友,就是这种程度吧。


그래.  是的。

김도훈은 착하니까.  金道勋很善良。



1

근데 그때는 왜 싫지 않았던 거지?
但是那个时候为什么不讨厌呢?

사실 입술이 닿은 그 순간부터 술기운은 조금 달아났던 것도 같은데. 
事实上,从嘴唇相触的那一刻起,醉意似乎就稍稍消退了一些。

취기에 눅진해진 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과음했다. 근래 중 가장. 은은하게 기분이 널뛰고 내내 몽롱하던 중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시야 가득 김도훈이었다. 김도훈의 집 좁은 화장실. 맨등에 닿는 타일이 차가워서 몸을 움츠렸다. 코앞의 김도훈은 남자답게 진한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였는데. 흐릿한 의식 속에서 새삼스럽게 뜯어본 얼굴이 참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다가...
被酒精浸润的大脑似乎无法正常运转。毫无疑问,我喝得太多了。近来最多的一次。在朦胧恍惚中情绪起起落落,突然清醒过来时,视线里全是金道勋。金道勋家狭窄的卫生间里。背部触碰到的瓷砖冰凉,让我不禁缩了缩身子。近在咫尺的金道勋正皱着他那男人味十足的浓眉。在模糊的意识中,我重新打量起他的脸庞,心想这张脸真是帅气逼人...

왜 싫지 않았던 거지?  为什么不讨厌呢?

입술을 훔치다 못해 입안까지 밀려들어 된통 헤집어놓는 호흡이 배려 없이 빨랐는데도. 어질어질하고 뜨겁고 흐물거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난생 처음 해 보는 남자와의 키스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밀어낼 겨를도 없이 심취해서 실컷 즐겨버렸다. 끌어안은 김도훈의 작은 머리통, 작고 물컹거리는 입술, 뜨겁고 거침없는 혓바닥, 김도훈에게서 나는 좋은 냄새, 옅은 땀냄새, 달뜬 호흡...
他不仅偷走了我的嘴唇,还侵入了我的口腔,彻底搅乱了我的呼吸,虽然节奏快得毫无顾忌。晕眩、炽热、柔软...尽管头脑一片混乱,但这个与男人的初吻比想象中更加温柔,感觉很好。我沉浸其中,来不及推开,尽情享受着。金道勋小小的脑袋靠在我怀里,他柔软的嘴唇,火热而肆无忌惮的舌头,金道勋身上散发的好闻气息,淡淡的汗味,急促的呼吸...


아 왜 그랬지?  啊,我为什么要那样做呢?

흐지부지 배연아의 손에 끌려나가곤 어떻게 됐더라. 그냥 얼마 안 가 뒤섞여 잠에 들었었나. 다음날 잠에서 깼을 때 제가 끌어안고 있는 건 배연아가 아니라 김도훈이어서 기절할 뻔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간밤의 일이 전부 떠올라서 멍해졌었다. 차라리 필름이 끊겼으면 좋았을 텐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기억이 나는 게 곤혹스러웠다.
不知不觉地被裴妍雅拉着出去了,后来怎么样了呢?好像没过多久就混在一起睡着了。第二天醒来时,发现自己抱着的不是裴妍雅而是金道勋,差点晕过去。然后昨晚的事情全都涌上心头,让我陷入了恍惚。要是能断片就好了,可惜从头到尾都记得清清楚楚,这让我感到非常尴尬。

당연하겠지만, 필사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척을 했다. 주사 자체가 상습적으로 필름이 끊기는 사람인 것처럼. 이 사실을 배연아가 안다면 상당히 기막혀할 것이다. 오빠가 무슨 필름이 끊겨 기억 진짜 잘하면서. 그래. 한계까지 취해서 네 발로 기어다니는 한이 있어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나인데.
当然,我拼命假装不记得了。就好像我是那种经常喝断片的人一样。如果白妍雅知道这一点,她一定会觉得非常不可思议。哥哥怎么可能会断片呢,明明记性那么好。是啊,即使醉到极限,四肢着地爬行,我也能记得所有的事情。


김도훈 역시도 별 말은 없기에 정말로 필름이 끊긴 건 저쪽이었나, 그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던 중
金道勋也没说什么,所以真的是对方断片了吗,正当他这样抱着希望想着的时候


-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 什么都不记得了吗?


하는 말에 심장이 덜컹 떨어졌다가도
听到这句话,心脏猛地一沉


- 혹시 내가 무슨 실수 했어?
- 也许我做错什么了吗?


뻔뻔히 답하는 나를 보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김도훈.
金道勋看着厚颜无耻地回答的我,露出了难以捉摸的表情。


그러다가도  然而有时候

문득문득   时不时地

걔 입술의 감촉이 떠오르면
一想到他嘴唇的触感

나는 벼락에 맞은 것처럼  我仿佛被闪电击中

혼란스러웠다.  一切都很混乱。



2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날을 꼽을 것이다. 세상이 무너졌던 날. 20대 초반의 풋내기 같은 연애의 종말일 뿐이지만 당사자에게 와닿는 의미와 충격은 다른 법이다. 
如果问我人生中最可怕的一天是什么时候,我会毫不犹豫地指出那一天。那是世界崩塌的日子。虽然只是二十出头青涩恋爱的终结,但对当事人来说,其意义和冲击却是不同的。

배연아는 울었었나. 꼭 울 것 같은 표정이기는 했는데. 내 양손을 한 번 꼭 잡고서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가는 배연아를 차마 잡을 수 없었다. 배연아는 보다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오로지 나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더이상 반짝이지 말라고 할 만큼 무례할 수 없었다. 그저 배연아가 떠난 후 혼자 남아 손도 대지 못한 커피가 다 식어빠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裴妍雅哭了吗?她的表情看起来像是要哭的样子。她紧紧握住我的双手,真诚地说了声谢谢,然后离开了,我却无法挽留她。因为我知道裴妍雅是一个能够更加闪耀的人,我不能如此无礼地要求她为了我放弃梦想,不再闪耀。我只能在裴妍雅离开后,独自一人呆坐在那里,连碰都没碰过的咖啡已经完全凉了。


나는 왜 걔에게 가장 먼저 위로받고 싶었을까.
我为什么会想要最先从他那里得到安慰呢。

왜 걔가 제일 보고 싶었지?
为什么最想见的人是他呢?


길게 말하지 않았는데도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만 듣고도 곧장 뛰어나와주는 김도훈은 도대체 뭘까. 못 봐 줄 꼴이 분명할 텐데도 엉망인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보다 더 슬픈 표정을 짓는 김도훈은 도대체 뭘까. 걔는 형편없이 마르고 딱딱했는데도, 나를 가득 안아주는 품이 너무 따뜻해서. 좋은 냄새가 나서. 뛰어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다듬지도 못했으면서 무릎까지 땅바닥에 대고 소중한 것을 안듯이 그렇게. 해 주는 게. 이해할 수가 없어서.
虽然我没有说太多,但金道勋听到我颤抖的声音就立刻跑出来,他到底是什么样的人啊。明明看到我一团糟的脸应该会觉得难以忍受,但金道勋却露出比我更悲伤的表情,他到底是什么样的人啊。虽然他瘦得可怜,身体也很僵硬,但是拥抱我的怀抱却如此温暖。散发着好闻的气味。明明因为跑过来而呼吸急促,却还是单膝跪地,像抱着珍贵的东西一样抱着我。这样对待我。我真的无法理解。



3

- 착하다. 우리 도훈이. 착해.
- 真乖啊。我们的道勋。真乖。


밥 때마다 달려와서 밥을 챙겨 먹이고. 우울에 잠식당해 자취방에 처박힐 만하면 연락도 없이 쳐들어오고. 엉망이 된 집을 청소해 주고. 함께 술을 마셔 주고. 멍하게 걷다가 벽에 부딪힐 것 같으면 잡아 끌어 주고. 심지어는 신발끈 하나까지 손수 묶어 주는 김도훈.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김도훈의 친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만 같은 실연의 고통 속에서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건 백 퍼센트 김도훈의 덕이라고. 
每到吃饭时间就跑来给我准备饭菜。当我被抑郁吞噬,把自己关在出租屋里时,他会不请自来。他会打扫凌乱的房间,陪我一起喝酒。当我恍惚地走路快要撞上墙时,他会拉住我。他甚至会亲自帮我系鞋带,这就是金道勋。金道勋的善意从不求回报。我不明白原因。只知道在那种失恋的痛苦中,我没有选择死亡而是活了下来,百分之百是因为金道勋。


그러니까 이때쯤부터 나는 속 모를 김도훈의 친절을 이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也许就是从那时起,我开始利用金道勋那难以捉摸的善意了。


- 도훈이 착하다... 옳지. 우리 착한 도훈이...
- 道勋真善良... 没错。我们善良的道勋...


너 그때 나한테 키스 왜 했어? 또 해도 돼? 나 그냥 지금 좀 외롭고, 괴롭고, 해소하고 싶고. 
你那时为什么吻我?可以再吻一次吗?我现在只是有点孤独,痛苦,想要释放一下。

어쨌든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不管怎样,是你先开始的

라는 회피형 개새끼의 심보로.  像个逃避型的狗崽子的心态。


어째서 닿으면 이렇게까지 열이 오르는 거야. 그냥 친하게 지내는 같은 성별의 동생일 뿐인데. 자꾸 닿고 싶어서. 더 깊게 물리고 싶어서. 두 살이나 어리면서 꽤 능숙하게 팔을 끌어 제 목에 감게 하는 행동거지가, 짝을 만난 것처럼 섞이는 혀가, 진득하게 달라붙는 입술이. 
为什么一碰到就会这么发烫呢。明明只是关系亲密的同性弟弟而已。却总是想要触碰,想要更深入地咬合。虽然小两岁却相当熟练地拉过手臂环住自己的脖子,像是遇到了伴侣一样交缠的舌头,黏腻地贴合的嘴唇。


- 형 나한테 왜 키스해. 
- 哥哥为什么要亲我。


형이 먼저 키스했잖아, 나한테. 왜 했어. 두피가 뜯길 것처럼 머리카락을 그러쥐고 으르렁거리는 김도훈의 말에는 대답하지도 못 하면서. 너랑 내가 왜 이러는지, 내가 너한테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김도훈을 아래로 눕히고 올라타면서도, 입술을 크게 삼키면서도, 또 지병처럼 도지는 회피 성향을 떨쳐내지 못하고. 아주 본능적이고 아주 동물적으로. 그저 하고 싶은 대로. 
哥哥先吻的我,不是吗?为什么要这么做?金道勋紧紧抓住头发,仿佛要把头皮扯下来一样,咆哮着说,却无法回答。我也不知道我们为什么会变成这样,我为什么会对你这样。即使将金道勋压在身下,即使大口吞咽着他的嘴唇,却仍然无法摆脱像慢性病一样发作的回避倾向。非常本能,非常原始。只是按照自己的欲望行事。



4

이상하다.  真奇怪。


점점  渐渐

걔랑  那家伙

닿는 게   触碰

좋아서  喜欢

기분 좋아서  心情愉悦


어느 순간부터 배연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김도훈을 붙잡고 엉엉 울기도 하고 술이 떡이 될 때까지 마시며 배연아의 이름을 부르짖던 날도 아득해졌다. 한 번쯤 연락해 볼 용기도 나지 않는 배연아를 그리워하는 시간보다, 그저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김도훈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대체로 닿고 싶고, 입맞추고 싶고, 안고 싶고, 그런 충동들. 눈앞의 김도훈을.
不知从何时起,我不再想起裴妍雅。那些抱着金道勋嚎啕大哭,或是喝得烂醉如泥呼喊着裴妍雅名字的日子也变得遥远。比起思念连联系一下的勇气都没有的裴妍雅,我更多地想着总是在身边的金道勋。大体上是想触碰他,想亲吻他,想拥抱他,这样的冲动。眼前的金道勋。


계속 닿고 싶고 매일매일 입맞추고 싶어 
想要一直触碰,每天每天都想亲吻

김도훈이랑  金道勋和


왜지? 왜 닿고 싶은 거지. 이런 건 배연아와의 연애 초기에나 느꼈던 감각인데. 아. 아무래도 그냥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어떻게라도 해소하고 싶었나 보지. 최초의 스킨십은 김도훈 발이었고, 그 후로도 김도훈은 내가 하고 싶을 때마다 다 해 줬잖아. 다 받아줬잖아. 그러니까 그냥, 어, 좀 개새끼 같아도. 분출할 수 없는 욕구의 해소. 뭐 그런 거. 그런 게 아니면 별다른 이유가 있겠어?
为什么呢?为什么想要触碰呢。这种感觉只有在和裴妍雅恋爱初期才体验过。啊。大概只是因为寂寞吧。可能只是想找个方式发泄一下。最初的肌肤之亲是金道勋主动的,之后每次我想要的时候金道勋都会满足我。都会接受我。所以就只是,呃,虽然有点混蛋。无法宣泄的欲望的发泄。就是那样的东西。如果不是这样的话还能有什么别的理由呢?

왜냐하면 도훈이는 남자잖아. 그냥... 남자랑도 키스는 되는구나 하고 말았다.
因为道勋是男生嘛。只是...想着原来和男生也能接吻啊就算了。



5

무슨 사이냐고? 우리가 무슨 사인데...
你问我们是什么关系?我们能是什么关系啊...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무슨' 사이가 될 수 있는 건가?
你也是男人,我也是男人,我们能成为"什么"关系呢?

김도훈이 하는 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것 투성이다.
金道勋说的话都是些让人听不懂的东西。


나의 사고 회로는 아주 단순하다. 그냥 닿으면 좋으니까. 무언가 해소되니까.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그게 아닌 다른 관계 정립이 필요한가? 우리가 어떤 관계가 될 수 있는데? 그냥 친한 형동생이잖아. 그 이상의 무엇이 될 수가 있는 거야? 꼭 그래야만 해? 
我的思维方式很简单。只是因为触碰就感觉很好。因为能释放些什么。除此之外还需要其他理由吗?除此之外还需要建立其他关系吗?我们能成为什么样的关系呢?我们不就是关系很好的哥哥弟弟吗。能成为比这更多的什么吗?一定要那样吗?


- 나 남잔데?  - 我是男人啊?


근데 너 왜 화내?  但是你为什么生气?

목에 핏대가 서도록,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언성 높여 화를 내는 김도훈. 지금껏 본 적 없는 표정. 눈물을 축축하게 매달고 있는 것도 같았고. 매사 다정하고 내가 하는 것, 하자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오케이였던 김도훈이 나를 있는 힘껏 뿌리치고 밀어내는 게 이상했다. 어색했다. 어울리지 않았다. 가슴 한켠이 시큰거렸다. 
金道勋怒吼着,脖子上青筋暴起,脸涨得通红。这是我从未见过的表情。他的眼睛似乎还挂着泪水。一向温柔体贴,对我的一切要求都欣然应允的金道勋,此刻却用尽全力推开我,这感觉很奇怪。很尴尬。很不协调。我的心一角隐隐作痛。


너는 그렇게 화를 내고도 또 돌아와.
你就这样生气了还会再回来。


왜 돌아와?  为什么回来?

왜 또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 줘.
为什么你又按我说的都做了。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어떻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너랑 내가 정말로 사랑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냥 친한 형동생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는 거야? 남자랑 남자가 사랑할 수 있냐고. 만날 수가 있느냐고. 나는 그런 세계를 잘 몰라서. 몰라서 지금까지 너를 이용하기만 하고. 그랬는데.
你也是男人,我也是男人,你怎么能说喜欢我呢?我们真的能相爱吗?我们真的能成为比亲密的兄弟更亲密的关系吗?男人和男人能相爱吗?能在一起吗?我对这样的世界不太了解。因为不了解,所以一直以来只是利用你。可是现在。


내가 감히  我怎敢

어떻게 너를  如何才能爱上你



6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但是对于其他人来说

내게만 짓던 표정  只对我露出的表情

하는  


김도훈  金道勋

을 

보니까  看起来

참을 수 없는 기분이 
无法忍受的感觉




7

비겁하게도 내가 선택한 방법은 회피였다. 
懦弱地,我选择了逃避的方法。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김도훈에 관한 모든 것을. 김도훈의 얼굴도, 목소리도, 그동안 함께 했던 것들도, 속에서 부글거리는 알 수 없는 내 감정도, 마지막에 보고 말았던 '그' 표정도. 첫사랑이라고? 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리한 상황에서 달아나는 건 타고난 회피형인 나로써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我竭尽全力不去想这些。关于金道勋的一切。金道勋的脸庞,他的声音,我们一起度过的时光,内心翻腾的莫名情感,还有最后看到的"那个"表情。初恋?啊...面对不想面对的不利局面逃避,对天生逃避型的我来说是理所当然的选择。

그냥 처음부터 김도훈이란 애를 몰랐던 것처럼. 차라리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 후로 그냥 연락하지 않았다. 김도훈에게서도 먼저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몇 번 이랬던 적이 있지만서도 이번에는 유난히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그럼에도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은 자존심 같은 것이 아니라 생존 본능과도 닮아있다.
就像从一开始就不认识金道勋一样。宁愿回到不认识他的时候。之后就再也没有联系过。金道勋那边也没有主动联系过来。虽然以前也有过几次这样的情况,但这次心里特别空虚。尽管如此,绝不主动联系并不是因为自尊心之类的,而是更像一种生存本能。


지금 김도훈을 만나버리면 모든 걸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现在如果遇到金道勋的话,感觉一切都会变得无法挽回。

필사적으로 외면했던 것들을 모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것 같아서.
我感觉必须要正面直视那些曾拼命回避的事情了。

단단히 마음 먹은 게 전부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因为感觉坚定的决心可能会全部崩塌。

또...  又...

아 모르겠다.  啊,我不知道。


굳이 번화가까지 나가 몇 안 되는 친구를 만나고 평범한 시간을 보낸 건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배연아도 없고 김도훈도 없는 일상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뜬 구름 잡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의식을 하는 것부터가 틀려먹은 걸 알지만은 나로써는 그런 희망이라도 붙들어야 마음이 편해졌다.
特意跑到繁华街区去见几个不多的朋友,度过平凡的时光,这种事已经很久没有发生了。我想象着,如果就这样继续下去的话,或许能慢慢适应没有裴妍雅和金道勋的日常生活吧。虽然我知道从一开始就这样意识到就已经错了,但对我来说,抓住这样的希望才能让心里感到安宁。


나는 용기가 없단 말이야.  我没有勇气。

나는 몹시도 비겁하고,  我是如此懦弱,

어쩌면 너처럼 한없이 다정하고 착한 
也许像你一样无限温柔善良

사랑스러운 사람을 담기에는  装不下那么可爱的人

내 그릇은 너무 작을지도 모르니까.
我的器量可能太小了。


사랑스럽다고?  可爱吗?

처음으로 순순히 인정한 감정이다.  这是第一次坦率地承认的感情。


그리고 그 순간에 네가 눈앞에 나타난 건 어떤 영화의 절정부보다도 더 극적인 순간이었지.
然后在那一刻,你出现在我眼前的瞬间比任何电影的高潮场面都更加戏剧性。



8

내내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제 마음을 자신도 모른다는 건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그래서 도대체 나는 김도훈이랑 어쩌고 싶은 거지?
我一直都想哭。原来连自己都不了解自己的心意是这么痛苦的事啊。那么到底我想和金道勋怎么样呢?


하필이면 또 첫사랑이라는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김도훈. 나를 알아보기 직전까지 그 사람의 품에 반쯤 안기다시피 하여 말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속이 부대꼈다.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심술이 났다. 나와 연락하지 않는 동안 너는 그 사람과 잘 지낸 거야? 좋아 보인다? 애새끼 같은 생각의 연속이다. 
偏偏又是和那个所谓的初恋在一起的金道勋。看到他几乎半靠在那个人怀里,脸上带着柔和的表情,直到快要认出我的那一刻,我感到心里翻腾不已。仿佛整个人都要翻过来了。所以我心生怨气。在不和我联系的这段时间里,你是和那个人相处得很好吗?看起来很开心啊?一连串幼稚的想法涌上心头。

김도훈의 첫사랑은 아주 멀끔하고, 어른의 느낌을 풍겼고, 좋은 냄새가 났으며, 누군지도 모르는 나에게도 발랄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사람이었다. 정색하고 애처럼 굴 새도 없이 사람을 허물어지게 만드는 아우라가 있었다. 질투가 나서 미치겠는데도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유치한 생각이나 하던 내 스스로가 부끄럽고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 그 사람이 제 머리를 벅벅 만지는 손길에도 그냥 바보처럼 속도 없이, 그 손을 타고만 있었다. 
金道勋的初恋是一个非常干净利落、散发着成熟气息、散发着好闻香味的人。即使对不认识的我,也会活泼地笑着开玩笑。他有一种能让人不知不觉放松下来的气场,不会严肃地像个孩子一样行事。虽然嫉妒得发狂,却感觉有一道无法逾越的墙。甚至让我觉得刚才还在想着幼稚想法的自己变得羞愧和渺小。所以,即使他用手使劲揉我的头,我也像个傻瓜一样毫无反应,只是任由那只手摆布。


뭔가,  什么,

패배감.  挫败感。

 

말도 없이 김도훈을 따라갔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시킨 행동이다. 오랜만에 만난 김도훈은 추위 때문에 조금 붉어진 뺨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친 내가 가지 않고 제 옆에 붙어 있어도 구태여 삐죽이지 않았다. 버스를 따라 타고 옆자리에 앉고 자취방을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가는 그 모든 순간에도.
我默默地跟着金道勋。这是身体比大脑先做出的反应。许久未见的金道勋因为寒冷而脸颊微红,偶然相遇的我没有离开,而是紧贴在他身边,他也并没有表现出不悦。即使在跟着他一起坐上公交车,坐在他旁边,自然而然地跟着他进入出租屋的所有时刻里,他也没有表现出不快。


- 이거 진짜 웃기는 새끼네. 야 신정환. 이유를 말하라고. 떼쓰지 말고.
- 这家伙真是个搞笑的家伙。喂,申正焕。说出理由来。别耍小孩子脾气。


침묵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입 다물고 쳐다만 보고 있는 내게 결국 먼저 다가오는 건 김도훈이다. 나에게, 또 상황에 크게 한 발자국 다가와 직면할 줄 아는 김도훈. 나와는 천지차이다. 김도훈은 나보다 어리지만 나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강하고. 
最终,是金道勋先向我走来,就像我在进行沉默抗议一样,只是闭着嘴盯着看。金道勋知道如何向我,以及向整个情况迈出一大步并直面它。我们之间有天壤之别。金道勋虽然比我年轻,但比我勇敢得多,也强大得多。

이 순간마저도 김도훈만큼 강하지 못한 나는 얼마나 우스운 꼴인가. 그저 울고 싶었다. 울 것 같아서 그냥 막, 다 쏟아냈다. 나도 모르겠다고. 너를 향한 내 마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게 어떤 감정인 건지, 나는 너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그래서 나는 또 모든 책임과 선택을 너에게 떠넘기는 머저리 같은 말이나 하고.
这一刻,我连金道勋那样坚强都做不到,自己是多么可笑啊。只想哭。感觉要哭了,就把一切都倾泻而出。我也不知道。对你的感情到底是什么,这是什么样的情感,我想和你怎么样。所以我又说了些把所有责任和选择都推给你的蠢话。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尽管如此,你还是


- 나는 형을 좋아해.  - 我喜欢哥哥。


늘 그랬던 것처럼 아주 용감하고 강하게
一如既往地勇敢而坚强


- 형도 그냥 나를 좋아해.
- 哥哥也只是喜欢我而已。




지독한 정적이다. 그러나 숨이 막히진 않았다. 어색하지도 않았고. 그냥 나랑 사귀자 신정환. 맹랑하게 신정환의 허벅지 위에 올라앉아 발칙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남자애. 신정환은 즉답하지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만해도 툭 건드리면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던 표정이 유순하게 풀어진다.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약간 기가 막히다는 듯 터져나오는 헛웃음이었다. 그것은 김도훈이 좋아하는 신정환의 것이었다.
寂静令人窒息。但并不让人感到窒息。也不觉得尴尬。"就这样和我交往吧,申正焕。"大胆地坐在申正焕的大腿上,毫不在意地说出这种无礼的话的男孩。申正焕没有立即回答,但刚才还像是稍微一碰就会哭出来的表情,现在变得温顺了。淡淡的微笑浮现出来。有点像是哭笑不得的苦笑。那正是金道勋喜欢的申正焕的样子。

 

"야. 왜 웃어. 대답 안 해?"
"喂,你笑什么?为什么不回答?"

"야라니, 너 자꾸 형한테 반말하고."
"呀,你怎么总是对哥哥说平语啊。"

"지금 그게 중요해? 신정환 씨. 대답하시라고요. 이렇게까지 떠먹여줬는데도 못 받아먹으면 병신 아니면 고자야."
"现在这个重要吗?申正焕先生。请回答。都已经喂到嘴边了,如果还吃不到,那不是傻子就是太监。"

"으으음."  "嗯嗯。"

"이런 씹새끼가"  "这个狗娘养的"


신정환이 장난을 치듯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모르쇠 능청을 떨었다. 그걸 보고 눈이 훼까닥 뒤집어진 김도훈이 날 세운 손으로 신정환의 모가지를 퍽퍽 친다. 얻어맞고도 좋다고 신정환이 크하학 웃는다. 김도훈은 멈추지 않고 그 손으로 신정환의 옆구리와 명치까지 아프지 않게 푹푹 찔렀다. 아프긴커녕 간지러운 감각에 신정환이 몸을 파드득 떨며 웃었다. 심각하고 무거웠던 공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다. 헤드에 기대어 있던 신정환의 몸이 침대 위로 나동그라지고 위에 올라탄 김도훈이 덩달아 흐흐 웃으며 신정환의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붙들었다.
申正焕像在恶作剧一样转动眼珠,装作一副不知情的样子。看到这一幕,金道勋眼睛一瞪,用手掌边缘不停地拍打申正焕的脖子。即使被打,申正焕还是哈哈大笑。金道勋没有停下,继续用手轻轻戳刺申正焕的肋骨和胸口。非但不痛,反而因为痒痒的感觉,申正焕浑身颤抖着笑了起来。原本严肃沉重的气氛瞬间消散。靠在床头的申正焕滚到床上,金道勋跟着爬上床,嘿嘿笑着抓住申正焕的双手举过头顶。


"..."


웁스  哎呀

지금 자세, 지금 각도, 지금 표정. 모든 게 음란했다...
现在的姿势,现在的角度,现在的表情。一切都如此淫靡...

미묘해진 분위기에 깔깔 웃으며 장난치던 두 사람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신다. 두 손을 결박당한 채 아래에 깔린 신정환이 순진한 척 눈을 깜빡이며 김도훈을 올려다본다. 의도가 뚜렷하다. 꼬시는 거지 지금. 김도훈은 기대에 부응하듯 보란듯이 침을 꿀꺽 삼켰다. 
在微妙的气氛中,两人原本嬉笑打闹的脸上笑意渐渐消失。双手被束缚的申正焕躺在下面,装作天真地眨着眼睛仰望着金道勋。他的意图很明显。这是在诱惑他呢。金道勋仿佛回应期待般,明显地咽了口唾沫。

그러니까 이건 섹각이다.  所以这是性感的想法。

둘 다 아다동정은 아닌지라 그 기류를 읽지 못할 리 없었다. 신정환과 수많은 키스를 반복하며 수많은 섹텐 비슷한 것을 겪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짜다. 하지 않으면 병신 새끼다. 그래서 김도훈은 그대로 고개를 숙인다. 김도훈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걸 본 신정환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숨결이 가까워지고, 코끝이 닿고, 이제 입술만 닿으면 될 차례였는데. 
两人都不是处男,不可能读不懂这种氛围。虽然申正焕和他曾无数次接吻,经历过无数次类似性爱的行为,但这一次是真的。如果不做就是傻瓜。所以金道勋就这样低下头。看到金道勋的脸靠近,申正焕自然而然地闭上了眼睛。呼吸越来越近,鼻尖相触,现在只差嘴唇相碰了。


금세 닿을 줄 알았던 입술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자 신정환이 한쪽 눈을 슬쩍 뜬다. 그럼 코앞에서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고 있는 김도훈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친다. 한참을 그렇게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가 별안간 김도훈은 몸을 일으켰다. 신정환의 배 위에 손을 댄 채 올라앉아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当预期中的嘴唇触感迟迟未至,申正焕微微睁开一只眼。他的视线立即与近在咫尺的金道勋那双圆睁的深邃眼眸相遇。两人就这样对视良久,突然间金道勋直起身子。他一手搭在申正焕的腹部,跨坐起来,脸上露出一丝思索的神情。


"형."  "哥。"

"어?"  "咦?"

"나 형이랑 하기 싫어."  "我不想和哥哥一起做。"

"...뭐?"  "...什么?"


어이가 털려버린 신정환이 알게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자존심이 상하...는 건가? 뭐지? 왜? 나 좋아한다며. 그럼 당연히 그거... 하고 싶은 거 아냐? 근데 남자랑 남자는 어떻게 하는 거지?(씨발) 게이는 성적 매력을 느끼는 기준이 다른가?(ㅗ) 쓸데없는 생각이 넘치고 퍽 심각한 표정이 된 신정환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김도훈은 입을 꾹 다물고 신정환의 어깨 위에 손만 올릴 뿐이었다.
申正焕不知不觉地皱起眉头,显得有些不知所措。是自尊心受挫了吗?到底是怎么回事?为什么?不是说喜欢我吗?那不是应该想要...那个吗?但是男人和男人之间要怎么做呢?(妈的)同性恋的性吸引力标准是不是不一样?(靠)申正焕满脑子都是这些无谓的想法,表情变得异常严肃,他坐起身来。尽管如此,金道勋只是紧闭着嘴,把手放在申正焕的肩膀上。


"왜? 나 별로야?"  "为什么?我不好吗?"

"그럴 리가 없잖아. 나 형 좋아한다고."
"怎么可能呢。我喜欢哥哥啊。"

"근데?"  "但是?"

"형이랑 사귀고 싶어."  "我想和哥哥谈恋爱。"

"..."

"아무 사이도 아닌 형이랑은 하기 싫어."
"我不想和一个跟我没有任何关系的哥哥做。"


아...  啊...

꽤 결연하게 말하는데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신정환은 비직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이내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또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申正焕觉得他说话的样子虽然很坚决,却莫名地可爱。他忍住了差点溢出的笑意。然后又陷入了沉思,再次向自己抛出了一个根本性的问题。


너 김도훈이랑 사귈 수 있어?
你能和金道勋谈恋爱吗?

지금까지 이렇게 상처 줘 놓고 잘할 수 있겠어?
到现在为止这样伤害了我,你觉得还能做得好吗?


 나에게는 준비가 필요해. 그러니까...
我需要做好准备。所以...

신정환이 길게 한숨하고 두 팔을 벌려 김도훈의 마른 몸을 그냥 꽈악 끌어안았다. 빼빼 마른 가슴팍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깊게 숨을 들이키면 어린애 냄새 같기도 하고 엷은 땀냄새 같기도 한 김도훈의 체취가 코를 파고든다. 그럼 편안해졌다. 또 대답도 없이 멋대로 자신을 끌어안는데도 김도훈은 순순하다. 얌전하다. 착한 아이처럼 신정환의 목소리만을 기다린다.
申正焕长长地叹了口气,张开双臂紧紧地抱住了金道勋瘦削的身体。他把脸埋在那瘦瘦的胸膛上。深深地吸了一口气,金道勋的体味钻入鼻腔,闻起来像是孩子的气息,又像是淡淡的汗味。这让他感到安心。尽管申正焕没有回答就擅自抱住他,金道勋还是顺从的。他很乖巧。像个乖孩子一样只等着申正焕开口说话。

신정환은 고민 끝에 고개를 슬쩍 든다. 판판한 가슴팍에 여전히 코는 파묻은 채 눈만 빼꼼 내밀어 김도훈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팔로는 김도훈을 끌어안은 채로. 
申正焕经过深思熟虑后微微抬起头。他的鼻子仍然埋在平坦的胸膛上,只露出眼睛偷偷地仰望着金道勋。他的手臂依然紧紧地环抱着金道勋。

아... 근데 좀 부끄럽네.
啊...不过有点害羞呢。

김도훈은 어서 뭐라도 말하라는 듯 담담하지만 채근하는 눈빛이다. 까만 눈동자가 깜빡이며 신정환을 똑바로 응시한다. 신정환은 온몸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말해야 하는데 자꾸 입술만 달싹거리다 먹혀들고, 
金道勋的眼神平静却催促,仿佛在催促他赶快说点什么。漆黑的眼睛眨动着,直直地盯着申正焕。申正焕感到全身发痒。他想说些什么,但嘴唇只是不停地蠕动,却发不出声音,


"도훈아 있잖아."  "道勋啊,你知道吗。"

"응."  "嗯。"

"나랑..."  "和我..."

"응."  "嗯。"

"...뎃,"  "...呢,"

"응?"  "嗯?"

"데, 데이..."  "道,道勋..."

"씨발... 형 병신이야? 말을 하려면 좀 똑바로 해."
"他妈的...哥你是傻逼吗?说话能不能好好说。"

"데잇..."  "道勋..."

"정답 데이식스."  "正确答案是 DAY6。"

"아아아아 아니야아아아..."  "啊啊啊啊 不是啊啊啊..."


왜 갑자기 애교 떨지. 속 터져서 야마 돌기 직전이었던 김도훈은 갑작스런 신정환의 앙탈에-존나 저음에 존나 영혼 없긴 했는데 뼛속까지 진심일- 말문이 턱 막히고 웃음이 퍽 터졌다. 신정환은 난데없이 애교 공격 갈긴 주제에 한 술 더 떠서 김도훈의 몸통에 뺨을 마구 부벼댄다. 완전 애교쟁이였네 이거... 솔직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이러고 애교 부리는데 어떻게 참음? 배알 없이 앞니 만개해서 껄껄 웃었다.
为什么突然撒娇。金道勋正被气得快要爆发,但申正焕突如其来的撒娇——虽然声音低沉得要命,听起来毫无灵魂,却是发自内心的——让他顿时语塞,忍不住笑出声来。申正焕不仅无缘无故地发起撒娇攻势,还变本加厉地用脸颊不停蹭着金道勋的身体。这完全就是个撒娇高手啊... 说实话,他根本忍不住笑。喜欢的人这样撒娇,怎么可能忍得住?他毫无防备地露出满口大白牙,哈哈大笑起来。


"나랑 데이트 하자......"  "和我约会吧......"


김도훈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다 뭉개진 발음으로 그렇게 웅얼거리는데... 
金道勋把脸埋在怀里,声音细若蚊蝇,发音含糊不清,就这样喃喃自语着...

어어  呃呃

그 말을 뇌내에서 처리하는 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김도훈은 얼이 빠져서 고장이 났고, 마침내 알아들은 후에는 비둘기처럼 퍼덕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大脑处理这句话花了几秒钟时间,在此期间金道勋愣住了,像是坏掉了一样。当他终于理解后,就像鸽子一样扑腾着从座位上猛地站了起来。



강제로 품에서 떨어져나간 신정환은 곧장 큰 손으로 제 얼굴을 죄다 가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아마 이게 만화였다면 연기가 푸쉬쉭 새어나는 이모션이 생겼을 것이다. 귀가 아주 시뻘겋게 익었다. 손가락 마디까지 빨개진 신정환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김도훈은 우다다 모드의 강아지처럼 미친새끼 마냥 좁은 자취방을 뛰어다녔다.
被强行从怀抱中推开的申正焕立刻低下头,用他那双大手试图遮住整张脸,如果这是漫画的话,恐怕会出现冒着蒸汽的表情符号。他的耳朵红得发烫。连指节都变得通红的申正焕抬不起头来,而金道勋则像进入狂奔模式的小狗一样,疯狂地在狭小的出租屋里跑来跑去。


아 씨발 신정환 너 미쳤어?
啊 他妈的 申正焕 你疯了吗?

!!!


못 참겠다 씨발  忍不了了 他妈的

화장실까지 뛰쳐 들어갔다가 뛰쳐 나온 김도훈은 신정환이 앉아 있는 침대까지 우다다 달려가 다이브 쳤다. 엑소시즘 필요한 귀신 들린 소녀 마냥 신정환의 앞까지 네 발로 벅벅벅 기어갔다. 신정환은 얼굴을 다 가리고 있느라 보이지도 않을 텐데 가까이 다가오는 김도훈의 기척이 느껴지기라도 하는지 몸을 움츠리며 아아아아 매가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金道勋冲进厕所又冲出来,一路飞奔到申正焕坐着的床边,扑通一声跳了上去。他像个需要驱魔的鬼附身少女一样,四肢着地爬到申正焕面前。申正焕虽然用手捂住脸看不见,但似乎感觉到金道勋靠近的气息,缩起身子发出了一声毫无意义的尖叫。

얼굴을 가리고 있는 신정환의 두 손을 덥썩 잡아 치워내자 터질 듯이 붉어져 있는 흰 얼굴이 드러난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이마에 땀도 송글송글하고 눈가도 축축하다. 아 썅...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 나 돌겠다고 지금. 존나 박아버리고 싶어 따먹고 싶어 씨발 제발 제발!!
把申正焕遮住脸的双手用力拉开,露出了他涨得通红的白皙脸庞。他羞得额头上冒出细密的汗珠,眼角也湿润了。啊,该死...我真的要疯了。我现在快要失去理智了。他妈的好想狠狠地干他,好想吃掉他,操,求求你了,求求你了!!

신정환이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지을 때까지 욕망으로 번들번들한 눈으로 꼬라보던 김도훈의 표정이 갑자기 차게 식는다. 눈에 띄게 온도가 내려가고 낯빛이 변하는 걸 보며 낯간지러움에 바들바들 떨던 신정환도 어? 뭐지? 하고 입술을 감쳐문다. 갑자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나. 왜...
申正焕露出快要哭出来的表情时,金道勋那双因欲望而闪闪发亮的眼睛突然冷了下来。看着他的眼神明显降温,脸色也变了,原本因羞涩而微微颤抖的申正焕也疑惑地抿了抿嘴唇。突然间是什么让他不高兴了呢?为什么...


안광이 없는 시꺼먼 바둑알 같은 눈이 신정환을 본다.
一双没有光彩的漆黑眼珠般的眼睛注视着申正焕。


"배연아도 이러고 꼬셨냐?"  "你也是这样勾引裴然雅的吗?"


아니 뭔 소리야   什么意思啊

어이 털려버린 신정환이 큰 손으로 김도훈 얼굴 밀어내면 대답 안 하냐고 개지랄 왕왕 해댔다. 대답해 신정환 배연아도 이렇게 꼬셨냐고 배연아한테도 어? 그런 표정 지으면서 어? 예쁘게 귀엽게 어? 나랑 데이트 함 하자고 그러고 꼬셨냐? 배연아는 이런 형을 나보다 먼저 봤다는 거지? 지독한 것... 아 질투나서 돌아버리겠네 야 신정환 대답 안 해? 그랬냐고 맞냐고 대답하라고 야아아아아아아아 
被戳穿的申正焕用他的大手推开金道勋的脸,大声嚷嚷着为什么不回答。"回答我,申正焕,你是不是也这样勾引裴妍雅的?对裴妍雅也是这样吗?嗯?摆出那种表情,嗯?漂亮可爱地,嗯?说什么'和我约会一次吧'这样勾引的?裴妍雅比我先看到这样的哥哥,是吧?真是可恶...啊,嫉妒得快疯了。喂,申正焕,你不回答吗?是不是这样的,是不是真的,快回答啊,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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