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은 알았다. 산과 키스했던 그날부터 마냥 붙잡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형이 날 기다리느라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지. 나한테 어른인 척 좀 하겠답시고 다 짊어지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그래도 정우영은 자신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욕이야 줄일 수 있고, 존댓말도 꼬박꼬박 붙일 수 있지만. 형이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어쩔 수 없는 거다.
这样会发生是意料之中的事。从那天和伞接吻起,我就知道不能一直抓住不放。如果哥哥因为等我而感到辛苦怎么办。如果他假装成熟,试图承担一切又该怎么办。即便如此,郑友荣也不想改变自己。虽然可以少说脏话,也可以一直用敬语。但如果哥哥不喜欢我这个人,那也没办法。


정우영이 어른이 된 이유는 그저 시간이 흘러서였을 뿐이다.
郑友荣成为大人的原因只是因为时间流逝。


애면 애인 거고. 형한테 일부러 으른같이 안 굴어도 사랑받는 사람 하고 싶어서. 척했다가 형이 그거에 빠져 버리면 나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게 되니까. 그 말에는 산에게 안도를 주기 위한 의도 역시 섞여 있었다. 어른인 척 그만해도 된다고. 나는 형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다 망했다. 알면서도 붙잡지를 못했다.
애면 애인 거고. 형한테 일부러 으른같이 안 굴어도 사랑받는 사람 하고 싶어서. 척했다가 형이 그거에 빠져 버리면 나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게 되니까. 그 말에는 伞에게 안도를 주기 위한 의도 역시 섞여 있었다. 어른인 척 그만해도 된다고. 나는 형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다 망했다. 알면서도 붙잡지를 못했다.



"형한테는," “对哥哥来说,”

"……."

"내가 했던 게 진심으로도 안 보였구나."
“我做的事情在你眼里根本不是真心的。”



돌아가는 길에 가오 없게 줄줄 울었다. 다 알면서. 저 형이 어떤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택했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 알았으면서. 형을 돌릴 방법이 없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사랑이 정우영 딴에는 처음이라서. 뭘 해도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산이 우영을 포기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 옆에서 행복하게 웃는 산을 보고 뭘 더 할 수 있을까. 최산은 좋은 사람이다. 그런 산에게 부담이 되기 싫었다.
回去的路上,我毫无形象地哭了。明明都知道的。明明知道那个哥哥是怀着怎样的心情选择了别人,明明知道他在想什么。因为没有办法让哥哥回心转意,因为像这样无法如愿的爱情对郑友荣来说是第一次。不管做什么都不想放弃。但是伞让友荣放弃了。看到伞在别人身边幸福地笑着,还能做什么呢。崔伞是个好人。不想给那样的伞带来负担。






"그 친구 갔어?" “那朋友走了吗?”

"……응." “……嗯。”

"아는 동생?" “认识的弟弟?”



너 아팠던 거 알고 약 사다 줬나 보네. 재열이 제자리로 돌아온 산을 향해 봉지를 흔들거렸다. 재열은 이후 우영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끝끝내 아는 동생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어떤 질문도 더 꺼내지 않았다.
你生病了,他知道后给你买了药吧。宰烈对着回到座位上的伞晃了晃袋子。之后,宰烈再也没有问过友荣的事。即使他最终没有回答“是认识的弟弟吗”这个问题,宰烈也没有再问任何问题。


그 뒤로 우영은 산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말이 많은 쪽은 산이 되었다. 평소였으면 흰 말풍선이 화면에 가득했을 텐데, 이제 흰색은커녕 노란 말풍선 옆 숫자 1조차 지워지지 않는다. 수험생한테 민폐일까 걱정했던 일은 다 핑계였나 보다. 어떻게든 연락하고 싶었다. 우영에게 닿아 보면 사과할 기회 정도는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이기심이었다.
그 뒤로 우영은 산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말이 많은 쪽은 산이 되었다. 평소였으면 흰 말풍선이 화면에 가득했을 텐데, 이제 흰색은커녕 노란 말풍선 옆 숫자 1조차 지워지지 않는다. 수험생한테 민폐일까 걱정했던 일은 다 핑계였나 보다. 어떻게든 연락하고 싶었다. 우영에게 닿아 보면 사과할 기회 정도는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이기심이었다. 从那以后,友荣没有收到伞的联系。话多的一方变成了伞。平时屏幕上应该会满是白色对话框,但现在连黄色对话框旁边的数字 1 都没有消失。担心会打扰考生的事情看来都是借口。不管怎样都想联系。心里有个小小的私心,想着如果能联系上友荣,或许会有机会道歉。


임현승한테도 물었다. 우영이 요즘 바쁘다고 연락 안 되던데. 너 걔랑 뭔 일 있냐? 하다 하다 임현승 타고 정우영 친구들한테 연락 넣는 상상까지 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긴 건 고작 최남원 한 명이다. 얼굴 아는 애가 딱 걔 하나여서, 그보다 더 용기를 낼 수는 없어서 ─ 또는 자신과의 사이를 모르는 애들한테도 알려지면 우영이 곤란해질까 봐 ─ 발신 기록은 단 하나 띄우고 끝났다. 그런데 걔도 연락을 안 받았다. 우영이 핸드폰 뺏어다 차단이라도 했을지, 아니면 옆에서 받지 말라고 협박이라도 했을지. 최산의 상상에서만 정우영이 보였다.
问了任贤胜。友荣最近很忙,联系不上。你和他有什么事吗?甚至想象过通过任贤胜联系郑友荣的朋友们。实际上只联系了崔南元一个人。因为认识的就只有他一个,没办法鼓起更大的勇气——或者担心如果让不认识他们关系的人知道了,会让友荣为难——所以只留下了一个拨出记录就结束了。但是他也没有接电话。是友荣把手机拿走了然后拉黑了,还是在旁边威胁他不要接电话。崔伞的想象中只有郑友荣的身影。


나는 걔에 대해 아는 게 얼마나 되더라.
我对他了解多少呢。



"애인도 있는 애가 정우영은 자꾸 왜."
“有恋人的家伙为什么总是找郑友荣。”

"몰라." "不知道。"

"걔 알아서 잘 살 놈이야. 너도 알면서."
“他是个能自己过好日子的人。你也知道的。”



걔는 나 없이 잘 살던가. 나는? 나는 걔 없이 잘 살았나?
他没有我过得好吗?我呢?我没有他过得好吗?


최산이 정우영을 떠올렸을 때, 우영에게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날은 없었다. 뭐만 하면 우영은 산을 찾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때에도 우영은 예쁜 건 다 모아다 산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확언할 수 없다. 감히 그가 자신이 없으면 못 살 거라는 오만한 말을 할 처지도 안 되었으며, 그런 욕심을 내고 살아 본 적도 없었다. 반면 최산 본인을 떠올리면 정우영이 흐릿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영의 희미한 미소와 닿을 듯 닿지 않는 손길이 스친다. 그러나 당장 핸드폰 안에도 우영이 있고 방에도 색이 빠진 장미꽃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걸 아무렇지 않게 과거에 묻고 갈 수 있을까.
崔伞想到郑友荣时,没有一天看不到友荣的身影。无论做什么,友荣总是找伞,即使相隔很远,友荣也会把所有漂亮的东西收集起来给伞看。尽管如此,他也不能确定。他不敢说出没有自己友荣就活不下去这样傲慢的话,也从未有过这样的奢望。反过来,崔伞想到自己时,郑友荣却显得模糊。友荣看着自己的那淡淡的微笑和若即若离的触碰浮现眼前。然而,手机里依然有友荣的身影,房间里依然摆放着褪色的玫瑰花。能否毫不在意地将这一切埋葬在过去呢?



"넌 둘 중 하나 골라. 하재열인지 정우영인지."
“你选一个吧。是河在烈还是郑友荣。”

"……."

"고르고 나서 나머지 하나는 뒤도 돌아보지 마."
“选好之后,剩下的一个就别再回头看了。”



네가 마음 굳게 먹어. 할 거면 해. 안 할 거면 하지 말고. 어물쩍거리면 너도 다치고 그 둘도 다쳐. 이건 네 걱정이 아니라 정우영 걱정이야. 현승은 아무 말 없는 산을 향해 크게 한숨을 쉬었다.
你要下定决心。要做就做,不做就别做。犹豫不决的话,你也会受伤,他们两个也会受伤。这不是在担心你,而是在担心郑友荣。贤胜对着一言不发的伞大大地叹了口气。



"넌 인제 와서 그러면 어쩌냐."
“你现在才这样做有什么用。”



그러게. 所以说。










우앵이. 저장명이 정우영도 우영도 아닌 우앵이 된 이유. 걔가 해 달라고 해서였다. 아, 쫌 귀엽게 저장해 줄 수 있잖아요. 정우영이 뭐야. 정우영이. 나는 귀엽게 사니 형이라고 저장했는데. (누가 해 달랬어?) 형이 지금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해 준다고 해야지. 내가 막, 뭐, 하트 붙여 달라고도 안 할 건데. 그냥 조금만 양보합시다. 우영이는 임팩트가 없으니까, 우앵이 어때요. 우앵. 귀엽다. 그즈음 포기했다는 듯 숨을 내쉬고 정우영을 지웠다. 그 자리에 우앵이 들어왔다.
우앵이。储存名变成了郑友荣也不是友荣,而是“우앵이”的原因。是因为他让这么做的。啊,可以储存得可爱一点嘛。郑友荣是什么啊。郑友荣。我可是可爱地储存成了“伞哥”。(谁让你这么做的?)哥现在不应该说这种话!应该说会帮忙才对。我又不会让你加个什么爱心。就稍微让步一下吧。友荣这个名字没有冲击力,叫“우앵이”怎么样。우앵。可爱吧。那时我叹了口气,像是放弃了似的,删掉了“郑友荣”。那个位置变成了“우앵이”。


산은 연락이 닿지 않는 우영을 액정 너머로라도 지켜보곤 했다. 현승의 말처럼 재열에게 미안했고 우영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산에게 포기할 선택지를 고르는 건 너무 버거운 일이다. 가야 하는 방향은 항시 정해져 있고 오롯이 앞만 바라보고 걸으면 되는 인생이었는데. 아무도 정해 주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게, 산은 어려웠다. 최산은 어른이 아니니까.
伞通过屏幕默默地关注着无法联系的友荣。正如贤胜所说,他对在烈感到抱歉,对友荣也感到抱歉。然而,对于伞来说,选择放弃是件非常艰难的事。他的人生方向总是明确的,只需专注于前方并继续前行。然而,没有人替他做决定,所有的责任都必须由他自己承担,这对伞来说很难。崔伞还不是大人。


자신에게서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자기를 미워하게 될까 봐. 산은 그것도 무서웠다. 그럴 사람들이 아닐 것도 알지만 지레 겁부터 냈다. 한참 우영의 연락처를 띄우던 핸드폰의 빛이 끊긴다. 이미 우영이는 날 잊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다시 찾아갔다가 더 상처를 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은 늘어만 가는데 해결책이 나오는 건 하나도 없다.
自己没有被选择的人会不会因此恨自己。伞也害怕这个。虽然知道他们不是那样的人,但还是先害怕了。手机屏幕上友荣的联系方式亮了很久,光线突然消失了。如果友荣已经忘记了我怎么办。再去找他会不会让他更受伤。担忧越来越多,但没有一个解决办法。



재열이 형 再烈哥

< 산아 이따 만날래? 伞啊,待会儿见面吗?

< 형 시간이 잠깐 날 것 같은데 너 괜찮으면 보자
형 시간이 잠깐 날 것 같은데 너 괜찮으면 보자



내가 좋아하던 이상형과 나를 좋아하던 정우영.
我喜欢的理想型和喜欢我的郑友荣。



어디서 볼까? > 在哪里见面?



무언가 알아차렸다. 이 문장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다.
他意识到了什么。仅凭这一句话就能结束一切。


하재열은 바쁜 사람이다. 자기 할 일에 열중하는 멋진 사람이지만 정우영만큼 최산에게 관심을 쏟아 주지 않는다. 하재열은 최산보다 연상이다. 여유가 넘치지만 당장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정우영보다 빠르게 찾아와 주지 않는다. 하재열은 최산의 남자 친구다. 그러나 정우영에게서 받았던 사랑보다 많은 것을 받지 못한다.
하재열是个忙碌的人。虽然他是个专注于自己工作的帅气男人,但他不像郑友荣那样关注崔伞。하재열比崔伞年长。他很从容,但在需要依靠的时候,他不会像郑友荣那样迅速出现。하재열是崔伞的男朋友。然而,他没有给予崔伞比郑友荣更多的爱。


정우영은 정우영인데 하재열은 이상형에 불과하다. 산이 어려운 선택을 겨우 끝냈다.
郑友荣是郑友荣,但河在烈只是理想型。伞终于做出了艰难的选择。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어. 오늘 쌀쌀할 텐데."
“为什么穿得这么少出来。今天会有点冷。”



막상 얼굴을 보니 우물쭈물하기만 하고 입에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어딘가 갑갑하게 턱 막혔다. 선택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며, 당사자에게 직접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건 산에게 지나친 형벌이었다.
一看到他的脸,伞就支支吾吾,什么话也说不出来。某种压抑感堵在喉咙里。光是做出选择是不够的。做出决定,付诸行动,亲自向对方告别,对伞来说简直是过于严厉的惩罚。



"……형. 생각해 봤는데." "……哥。我想了想。"

"응?" “嗯?”

"미안해." “对不起。”



정우영에게 죄를 지어 받은 벌이라면 최산은 받들 수 있었다.
如果这是对郑友荣犯下的罪行所受到的惩罚,崔伞愿意接受。



"만나 보면서 생각해 달라고 했었잖아. 근데…… 그게."
“见面的时候不是让你考虑一下吗?可是……那个。”

"산아." “伞啊。”

"나…… 안 될 것 같아. 형을 만나기에는 내가 너무 미안해."
"我……好像不行。我觉得我对不起哥哥,没办法见他。"

"갑자기 뭐 때문에 이래." "突然怎么了。"

"……."

"그때 그 아는 동생 때문에 그래?"
“那是因为那个认识的弟弟吗?”



아는 동생이라는 그 짧은 대답 하나 망설였던 최산을 두고 하재열은 알아차렸었다. 산에게 그 남자애에 대해 다시 묻지 않았던 것도 더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산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였을 수도, 좋아하는 사람의 짝사랑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회피였을 수도 있다. 재열은 산의 사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知道只是一个认识的弟弟,那个简短的回答让崔伞犹豫不决,河在烈已经察觉到了。他没有再问伞关于那个男孩的事,因为他不想再听了。这是伞自己的问题。也许是对喜欢的人的礼貌,也许是不想知道喜欢的人单恋的逃避。再烈只是在等待伞的爱情结束。



"헤어지고 걔한테 갈 거야?" “分手后你会去找他吗?”



그때 산이 얻은 결론은 별것도 없었다. 어른도 애 같을 수 있는 거구나. 그게 다였다. 다 뱉고 나니 막혀 있던 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게 너무도 시원섭섭해서 되레 울음이 났다. 내 미안함을 증폭시켜서라도 나를 택하는 사람에게서 등을 돌린다는 건, 꽤 어렵고도 비겁한 일이었다. 이별을 결심하면서도 남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사람은 그렇게 살아 본 적이 없다.
那时伞得出的结论并没有什么特别的。原来大人也可以像孩子一样。就这样而已。把所有话都说出来后,感觉堵在心里的东西被疏通了。这种感觉既舒畅又有些失落,反而让他哭了起来。即使通过放大自己的歉意来选择自己的人,转身离开也是一件相当困难且懦弱的事情。即使决定了分手,还以对别人感到抱歉为理由的人,从来没有这样生活过。



"형은 이렇게 어린애를 울리고 싶어?"
“哥是想让这么小的孩子哭吗?”

"뭐?" “什么?”

"난 다시는 안 울리고 싶어."
“我再也不想让你哭了。”

"무슨 소리야?" “什么声音?”

"나 오래 고민했어. 서로 더 힘들게 하지 말자. 갈게."
"我思考了很久。我们不要再互相为难了。我走了。"


 

그렇다면 차라리 어린애가 되어 비겁하게 살아 봐야겠다.
那么干脆变成小孩子,卑鄙地活下去吧。


뒤에서 산의 이름이 한 번 더 들렸다가 멎었다. 산은 또 우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을 전화라도 좋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결말이 날 짝사랑이라면 전해 보기라도 하고 끝을 맺고 싶었다. 후련해서, 미안해서, 후회되는 마음에, 무언가 또 하나 끝났다는 생각에. 이제 다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안도 때문에. 신호가 가는 내내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었다.
后面又听到了一次伞的名字,然后停了下来。伞再次给友荣打了电话。即使是不会接的电话也无所谓。反正如果是迟早会有结局的单恋,至少想要传达一下然后结束。因为释然,因为抱歉,因为后悔,因为觉得又有某些东西结束了。因为那种一切都会好起来的微弱安心感。在信号响起的整个过程中,他用手背擦去了不断落下的眼泪。



[여보세요?] [喂?]



울음이 멈춘 건 신호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哭声停止是在信号结束的时候。



"……."

[형? 최산 형 맞죠?] [哥?崔伞哥,对吧?]



근데 정우영 목소리가 아닌데. 우뚝 멈춰서서 뺨에 흐르는 눈물 닦을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산은 머리를 굴렸다. 이 목소리 누구더라. 어디서 들어본, 진짜 어디서 들어봤는데.
不过这不是郑友荣的声音啊。我停下脚步,连擦掉脸颊上的泪水都忘了,就那样僵住了。伞开始思考。这是谁的声音来着?在哪里听过,真的在哪里听过。



"……최남원?" “……崔南元?”

[형. 형. 맞죠?] [哥。哥。对吧?]

"어……. 맞는데. 네가 왜 우영이 전화로 받아?"
“呃……对啊。你为什么用友荣的电话接?”

[아, 좀 그런 일이……. 아. 혹시 형 안 바쁘면 여기 와 줄 수 있어요?]
[啊,有点那种事……啊。如果哥哥不忙的话,可以来这里吗?]

"어딘데?" “在哪儿?”

[노래방인데요. 이 새끼 기분 안 좋은지 노래만 처부르고 집을 안 가서.]
[这是 KTV。这家伙心情不好,只顾着唱歌,不回家。]



저 지금 잠깐 폰 쌔벼서 나온 거거든요. 금방 들어가야 돼요. 맨날 형 얘기만 꺼내면 팍 우울해지길래.
我现在只是暂时偷了手机出来的。很快就得回去。每次一提到哥哥的事就会突然变得很忧郁。


남원은 그냥 모르는 전화번호 안 받는 애였다. 우영이 남원의 핸드폰을 뺏어다 차단한 것도 아니고, 옆에서 받지 말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었다. 최산 번호 몰라서 스스로 안 받은 거였다. 이 사실 파헤칠 정신도 없이 빠르게 쏟아지는 남원에 말에 혼미해지던 중 멀리서 어떤 남자애가 노래방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게 들린다. 이걸 노래라고 해야 하나. 그냥 샤우팅 아니야?
南元就是那种不接陌生电话的孩子。友荣并没有抢走南元的手机去屏蔽电话,也没有在旁边威胁他不要接电话。只是因为南元不知道崔伞的号码,所以自己没接而已。在还没来得及深究这个事实的时候,南元快速倾泻的话语让人头晕目眩,远处传来一个男孩在 KTV 里大声喊叫的声音。这能叫唱歌吗?不就是在喊吗?



"갈게. 근데 걔 뭐 부르길래 소리가 이래?"
“我走了。不过他在叫谁,声音怎么这样?”

[게릴라.] [游击队.]

"……."

[다음 곡 불놀이야라는데요.] [下一首歌是《불놀이야》。]



샤우팅이었다. 내버려 두면 목 다 상해 있을 것 같았다. 산은 더 울 시간도 없이 걸음을 빨리했다. 드디어 닿았다. 기어이 방향을 꺾어 향할 도착지가 정우영이다. 두렵기만 하던 변화가 화사하기만 하다. 눈꼬리 끄트머리에 달려 있던 마지막 눈물방울이 톡 떨어진 뒤로 내리던 비가 그쳤다.
是喊叫声。如果放任不管,嗓子会完全坏掉。伞加快了脚步,连哭的时间都没有。终于到了。最终转向的目的地是郑友荣。一直害怕的变化现在变得光明起来。挂在眼角的最后一滴泪水掉落后,雨停了。



"……르라고 몇 번을 말하냐. 나 집 갈 거라고."
“……我说了多少次了。我要回家。”

"자기야. 의리 다 죽었어?" "亲爱的。义气都没了吗?"

"수능 며칠 남았지?" “高考还剩几天?”

"알 게 뭐야." “关我什么事。”

"미쳤니 우영아." “你疯了吗,友荣。”

"좀 그런 듯." “有点那样。”



코인노래방에 입장하자마자 어디서부터 희미하게 들리는 우영과 남원의 목소리가 산의 귀를 확 이끌었다. 누가 마이크 대고 대화해. 골 때리는 콤비를 따라 발을 옮기려던 것도 잠깐이었다. 좀 미친 우영이는 노래나 불러. 남원이는 갈 거야. 문을 박차고 나온 남원의 뒤로 우영이 나온다. 눈이 마주쳤다.
一进入投币式 KTV,友荣和南元的声音就模糊地传入伞的耳朵。谁在对着麦克风说话。正要跟着这对搞笑组合走过去的脚步也停了一下。稍微有点疯的友荣在唱歌。南元要走了。南元推开门走出来,友荣跟在后面。眼神交汇了。



"……."

"……."

"……나 간다." “……我走了。”

"야, 같이 가." “喂,一起走。”



남원이 산을 슬쩍 보고 우영의 눈치를 또 슬쩍 보더니 급하게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우영의 표정이 굳었다. 남원이 먼저 산의 옆을 지나쳐 문을 열고 나가는 동안 우영은 산의 시선을 다시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남원을 따라 나가려는 우영의 팔을 산이 잡아챘다.
南元偷偷看了一眼伞,又偷偷看了一眼友荣的脸色,急忙想要离开这里。友荣的表情变得僵硬。南元先从伞旁边经过,打开门走了出去,而友荣则没有再试图与伞对视。伞抓住了正要跟随南元出去的友荣的手臂。



"얘기 좀 하자." “我们聊聊吧。”

"할 얘기 없어요." “没什么好说的。”

"나는 있어." “我在。”

"어쩌라고." “那又怎样。”

"영아." “友荣。”



산의 손을 확 뿌리쳐 낸 우영이 뒤를 돌아 미간을 찌푸렸다.
友荣猛地甩开伞的手,转过身皱起了眉头。



"나 이제 형 안 좋아해요."
“我现在不喜欢哥哥了。”



거짓말. 谎言。



"그러니까 그 형이랑 만나요. 나 신경 쓰지 말고."
“所以去和那个哥哥见面吧。别管我。”



항상 속이는 건 우영이었고 속는 건 산이었다. 거짓말을 잘하는 정우영을 처음 간파해낸 게 매번 그에게 속던 최산이다. 거짓말이다. 산은 처음으로 우영에게 속지 않았다. 안 좋아하면 이렇게까지 피할 일이 아니었다. 정우영 성격에 그럴 리가 없었다. 우영에 대해 아는 게 얼마나 있냐던 의문. 산은 남들이 아는 우영을 몰랐고, 남들이 모르는 우영만 잘 알았다.
总是欺骗的是友荣,而上当的是伞。第一次识破善于撒谎的郑友荣的,正是每次都被他欺骗的崔伞。这是个谎言。伞第一次没有被友荣欺骗。如果不喜欢的话,就不会躲得这么远。以郑友荣的性格,是不可能这样的。关于友荣知道多少的疑问。伞不了解别人所知道的友荣,只了解别人不知道的友荣。



"영아." “友荣。”

"자꾸 왜요!" “老是为什么!”

"나 헤어졌어." “我分手了。”



소리치던 우영이 무어라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인상을 한 번 더 팍 찌푸린다. ……그걸. 그걸 나한테 말해 봤자. 우영의 멈춰 있던 눈동자가 차츰 떨리기 시작한다.
喊叫的郑友荣本想再说些什么,但闭上了嘴。他皱起眉头,怀疑自己是不是听错了。……那个。那个就算跟我说了也没用。郑友荣停滞的眼神开始逐渐颤抖起来。



"기다릴게. 진짜야." “我会等你的。真的。”

"……."

"그러니까 노래 그만 불러." “所以别再唱歌了。”



목 상하겠다. 지나친 이기심의 끝은 지독하게 이타적이다. 노래방에 간 이유는 멋대로 우영을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한 곡도 부르지 않고 돌아가는 이유는 우영을 위해서다. 기다린다고 했으니 정말 기다려야 한다. 산은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그래서 미련 없이 정우영을 두고 자리를 뜰 수 있다.
脖子会疼的。过度的自私最终会变得极其无私。去 KTV 的理由是为了随意见到友荣,但不唱一首歌就回去的理由是为了友荣。既然说了要等,那就真的要等。伞有信心。这次不会改变的信心。所以可以毫不留恋地离开郑友荣。


이상하지. 갑자기 이렇게 변한 게.
奇怪吧。突然就这样变了。

그런데 난 변한 게 아니고 원래 이랬던 거야.
但是我没有变,我本来就是这样的。


해내야만 했던 부모님의 기대라는 길잡이 속 어른도, 사랑 하나에 쩔쩔매서 한참을 헤매다 길을 잃은 어린애도. 모든 게 최산일 뿐이다.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산은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 제 감정에 솔직해져 본다. 그제야 어른의 의미를 깨닫는다. 저보다 두 살 어린 정우영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다. 최산은 어른 정우영을 기다리기로 했다.
在必须要实现的父母期望的指引下,既是大人,也是因为一份爱而手足无措、迷失方向的孩子。所有的一切都是崔伞。放弃成为大人的伞,重新回到孩子的状态,变得对自己的感情坦诚。只有这样,他才明白了大人的意义。他从比自己小两岁的郑友荣那里得到了启示。崔伞决定等待大人郑友荣。



남원아 형 최산인데 > 南元啊,哥是崔伞

나중에 우영이 수능 시험장 나오면 어딘지 알려 줄 수 있어? >
以后友荣从高考考场出来时能告诉我在哪里吗?

최남원 崔南元

< ㅁㅊ 당빠죠

< 불자마자 제보함 一接到消息就报告



어린애 정우영이 했던 거 그대로 하면서.
小孩子郑友荣做的事情一模一样。


수능 날은 어김없이 또 추웠다. 시험도 잘 봐 놓고 후련하지도 못했던 지난 열아홉 때가 떠올랐다. 그 가운데에서 정우영이 꽃다발 들고 달려왔던 것도, 자신이 우영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통 잊힐 틈이 없었다. 수능이 끝날 시간에 맞춰 산은 운동장 제일 끝 구석 쪽에서 발을 굴렀다. 잘 봤으려나. 내가 연락을 너무 많이 했나? 신경 쓰였을까? 2년 전 우영이 했을 법한 걱정을 자기가 그대로 하는 것 같아 묘해지는 기분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高考那天依旧寒冷。回想起过去十九岁那年,虽然考试考得不错,却没有感到轻松。在那其中,郑友荣捧着花束跑来的情景,以及自己觉得有友荣在真是太好了的想法,都没有被遗忘。高考结束的时间一到,伞就在操场最角落踱步。他考得好吗?我是不是联系他太多了?他会不会因此分心?两年前友荣可能会有的担忧,现在自己也在经历,心情变得复杂,嘴唇干裂。


하나둘 학교 건물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틈 사이에서 혹여나 정우영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무리를 샅샅이 눈으로 뒤졌다. 몇 분을 그러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뒤에서 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산은 흠칫 떨며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남자애는 목소리로 그 행동을 멈추게 했다.
一个接一个,考完试的考生们开始从学校建筑里走出来。伞在这些人群中仔细搜寻,生怕错过了郑友荣。这样过了几分钟。有人从后面抱住了伞的腰。伞吓了一跳,想要转头看看是谁,但比他矮的男孩用声音让他停下了这个动作。



"돌지 마요." “不要转。”

"……우영이야?" “……是友荣吗?”

"……."



돌지 말라니까 일단 안 돌긴 하는데. 제 허리에 감긴 손을 보니 누가 봐도 정우영이다. 대기한다고 심심했는지 손등에 컴싸로 고양이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 고양이다. 매일같이 보던 고양이.



"나 말고 형 허리 이렇게 끌어안을 사람 있어요?"
“除了我,还有谁会这样抱住哥哥的腰?”

"어?" “啊?”

"없죠?" “没有吧?”

"없지?" “没有吧?”

"그거 내 거예요?" “那个是我的吗?”

"네 거지." “是你的。”



아니고서야 만날 고딩이 어디 더 있냐고. 산은 품에 고이 모셔 왔던 보라색 꽃다발을 주기 위해 뒤를 돌기로 했다. 그보다 앞서서 우영의 손이 꽃다발을 낚아챈다. 산이 당황해 멈칫거리는 동안, 우영은 산의 어깨를 잡고 제힘으로 돌려냈다. 표정은 아무렇지 않다. 아무리 봐도 방금 수능 끝낸 열아홉 살의 표정은 아니었다.
不是还有其他高中生吗?伞为了把怀里珍藏的紫色花束送出去,决定转身。然而,友荣的手比他更快地抢走了花束。伞惊慌地停住了脚步,友荣抓住伞的肩膀,用力把他转了过来。他的表情毫无波澜。怎么看都不像是刚结束高考的十九岁少年的表情。



"형도 내 거예요?" “哥也是我的吗?”



멘트는 열아홉인데. 台词是十九岁。



"네 거지." “是你的。”

"그럼 됐어." “那就好。”



산에게서 빼앗다시피 한 꽃다발로 사람들에게서 둘의 얼굴을 가린다. 곧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예상치 못한 전진 때문에 산이 한 발짝 뒷걸음질을 치며 눈을 크게 떴다. 우영은 진즉 눈을 감았다. 벌어진 틈으로 혀가 섞이니 양쪽에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전의 알코올 섞인 키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달았다. 우영은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고 오길 다행이라 생각했고, 산은 사랑이 이토록 달게 이어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用从伞那里几乎抢过来的花束遮住了两人的脸。很快,两人的嘴唇碰在了一起。因为意想不到的前进,伞退后了一步,睁大了眼睛。友荣早已闭上了眼睛。舌头在微开的缝隙中交织,两边的嘴角都上扬了。比起之前混合着酒精的吻,这次甜得多。友荣觉得幸好自己嘴里含了一块巧克力,而伞则觉得幸好爱情可以如此甜蜜地延续下去。


우영의 왼손에 들린 꽃다발 포장지가 부스럭거렸다. 산은 그 왼손을 붙들었다. 그려진 고양이가 산의 피부에 밀려 번진다. 여럿 찍혀 있던 점이 하나만 남았다. 조금 사납게 생겼던 고양이의 눈이 아래로 처져 맹맹한 인상으로 변한다. 산이 힘을 들여 우영의 손을 쥐자 둘 사이의 거리가 떨어졌다.
友荣的左手拿着的花束包装纸沙沙作响。伞抓住了那只左手。画着的猫被挤压在伞的皮肤上,变得模糊了。原本有很多点的地方只剩下一个。那只看起来有点凶的猫的眼睛垂了下来,变成了呆呆的表情。伞用力握住友荣的手,两人之间的距离拉开了。



"……너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你突然这样做是什么意思!”

"받아줬잖아요." “接受了嘛。”

"아니, 받아줬다고 해도!" “不,即使接受了!”

"좋았으면서." “明明很喜欢。”

"좋긴 했는데!" “虽然很好,但是!”

"뭐가 문제예요?" “什么问题?”

"그게!" “那是!”



사실 문젯거리가 될 건 없었다. 부끄러워서 그렇지.
其实没什么问题。只是有点害羞而已。


우영은 실실 웃으면서 산의 뒷덜미에 올려두었던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요. 형 부끄러운 거 다 알았다. 그래서 이 꽃은 뭔데요? 생각을 꿰뚫린 것처럼 제가 먼저 꺼내려던 꽃 이야기의 서두를 빼앗겼다. 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조용히 말을 꺼낸다.
友荣笑嘻嘻地抬起放在伞后颈的手,轻轻抚摸他的头。知道了,哥,我知道你害羞了。那么这朵花是怎么回事?就像看穿了我的心思一样,他抢先说出了我本来要提起的花的故事开头。伞撅了撅嘴,然后安静地开口说道。



"네가 프리저브드 줬던 거 색 빠졌어."
“你给我的永生花褪色了。”

"오래 못 갔네." “没坚持多久啊。”

"근데 그것도 프리저브드야." “但那也是永生花。”

"그럴 것 같았어요." “我觉得会那样。”

"그리고 보라색 장미 있잖아.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긴 한데 불완전한 사랑이란 뜻도 있대."
“而且你知道紫玫瑰吗?花语是永恒的爱,但也有不完美的爱的意思。”

"진짜요? 그건 몰랐는데. 나 그냥 형이 보라색이랑 장미 좋아한대서 보라색 장미 산 건데?"
“真的吗?我不知道啊。我只是听说哥哥喜欢紫色和玫瑰,所以买了紫色玫瑰。”

"알아. 그래서 내가 찾아봤잖아." “我知道。所以我才去找了。”



단순하게 보라색이랑 장미 좋아한다니까 보라색 장미 구해 왔을 거라는 건 알았다. 산은 괜히 궁금해져서 집에 장미를 두고 바로 꽃말을 찾아봤었다. 영원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뜻도 담고 있어 선물하기에 애매할 수 있……. 그 문단에서 인터넷 창을 닫았다.
单纯地说喜欢紫色和玫瑰,所以他知道伞会带来紫色玫瑰。伞因为好奇,把玫瑰放在家里后立刻查了花语。虽然有永恒的爱的意思,但也包含着不完美的爱的意思,所以作为礼物可能会有些尴尬……他在那段文字上关闭了浏览器。


제 수능 날 꽃을 들고 달려왔던 게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산은 우영을 기다리면서 꽃을 마구 찾아댔다. 뭐가 제일 좋을까. 이거 예쁜 것 같다. 이거 예쁘지? 괜찮아 보여? 아, 근데 꽃말이 좀……. 받아주던 현승은 차라리 자기가 우영이한테 무슨 꽃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가 극구 반대표를 얻었다. 절대 티 안 나게 주고 싶다고 했다. 둘이 연락하고 있었으면 벌써 티 다 났겠네. 현승이 고개를 저었다.
我首先想到的是在我高考那天,伞拿着花跑来的情景。伞一边等着友荣,一边不停地挑选花。什么花最好呢?这个看起来很漂亮。这个漂亮吗?看起来还行吗?啊,不过这个花语有点……。接过花的贤胜说,倒不如自己去问友荣喜欢什么花比较好,但却遭到了强烈反对。伞说他绝对不想让友荣看出任何端倪。如果他们俩一直在联系的话,早就露馅了。贤胜摇了摇头。



"그래서 그 꽃도 영원한 사랑이야."
“所以那朵花也象征着永恒的爱。”

"우와." “哇。”

"변하지 않는 사랑도 있대." “也有不变的爱。”



끝내 찾은 건 보라색의 스타티스였다. 자랑스럽게 건네며 멋지게 꽃말을 알려 주려고 했는데 키스로 인사하고 시작도 제가 떼지 못했다.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어도 산은 좋았다. 그건 우영도 같았다.
最终找到的是紫色的海星花。正想自豪地递过去并告诉他花语时,却被一个吻打断了,连开头都没能说出口。即使没有一件事能如愿,伞还是很开心。友荣也是如此。



"형이 못 박은 거예요. 안 변하겠다고."
"哥钉下的。说不会变的。"



우영이 산의 입술에 짧게 쪽 하고 닿았다 떨어졌다. 그렇게 고생을 시켰는데 환하게도 웃는 모습이 눈에 가득 찬다. 정우영은 어린애 속 어른이다. 최산은 그 옆에서 어른이 되려 하지 않는다. 산이 우영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시 한번 깊게 입을 맞추었다. 우영의 손에서 꽃다발이 떨어진다.
友荣轻轻地在伞的嘴唇上碰了一下,然后离开了。尽管让他受了那么多苦,但伞依然灿烂地笑着,这一幕充满了友荣的眼睛。郑友荣是个孩子心中的大人,而崔伞在他旁边却不想成为大人。伞没有回答友荣的话,而是再次深深地吻了他。友荣手中的花束掉了下来。






"근데 형. 형 나한테 해야 할 말 있는데."
“可是,哥。哥有话要对我说。”

"뭐?" “什么?”

"그때 그랬잖아요. 아직 나를 좋아한다고는 못 말하겠다고."
“那时候你不是说过吗?还不能说喜欢我。”

"아." “啊。”



산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우영이 힐끔 산을 올려다보곤 말했다.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제야의 종 중계방송을 노트북으로 켜 둔 올해의 마지막 1분. 맥주 캔을 내려놓으려던 산의 손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멈추었다. 자신의 졸업식 날, 아직 우영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때에 했던 기다려 달란 말.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伞的膝盖上枕着头躺着的友荣瞥了一眼伞,说道。12 月 31 日晚上 11 点 59 分。笔记本电脑上播放着新年钟声直播,这是今年的最后一分钟。伞正准备放下啤酒罐的手在空中尴尬地停住了。那是他毕业典礼那天,还没能接受友荣心意时说的“请等我”。瞬间,他的脸热得发烫。



"……지금?" “……现在?”

"그럼 언제 하게요." “那什么时候做呢。”

"야, 막상 하라고 시키니까 좀……."
“呀,真让你做的时候有点……”

"안 되겠다. 줘요."



야, 야! 우영이 몸을 일으켜 산이 쥐고 있던 캔을 빼앗았다. 새해까지 앞으로 30초 남았습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모니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동안 산은 우영에게 밀려 눕혀진다. 말릴 새도 없이 얼마 있지도 않은 맥주가 우영의 입안으로 쏟아졌다. 네 거 사 뒀는데 왜 뺏어서 마셔! 멀쩡히 바닥에 놓인 따지도 않은 캔을 보고 억울해했다. 우영은 승리의 미소 따위를 지었다.
“呀,呀!”友荣站起来,把伞手里的罐子抢了过来。“距离新年还有 30 秒!”响亮的声音从显示器里传出来,伞被友荣推倒在地。还没来得及阻止,所剩无几的啤酒就倒进了友荣的嘴里。“我给你买了自己的,为什么要抢我的喝!”伞看着地上完好无损的罐子,感到委屈。友荣露出了胜利的微笑。



"나 성인 소원 있어요." “我有一个愿望。”

"뭔데." “什么。”

"뭐게요." “什么呢。”

"말로 해." “用说的。”

"들어줄 거예요?" “会听我说吗?”

"뭔지 말을 해야," “你得说出来,”

"대답부터 해요. 아니면 나 말 안 해."
"先回答。否则我不说话。"

"……아, 들어줄게. 들어줄게. 뭔데?" “……啊,我会听的。我会听的。什么事?”



10, 9, 8,



"근데, 형." “可是,哥。”



7,



"이러고 있으면." “这样下去的话。”



6, 5,



"형이 더 잘 알 것 같은데."
“哥应该更清楚吧。”



4, 3, 2,



"그럼 나도 하나만 빌자." “那我也许一个愿望吧。”

"뭘요." “什么。”



1.



"너 반말 한 번만 해 봐."
“你试着用一次半语。”



우영의 손에 들린 빈 캔이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토록 기다렸던 종소리인데, 서로를 보기에도 바빠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우영이 누워 있는 산의 양옆으로 손을 뻗었다. 가두어진 꼴에도 흔들림 없이 오롯이 우영만을 눈에 담는다. 그 사이 노트북 화면은 닫혔다. 요란하게 축하하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공간에 둘만의 대화만 둥둥 떠다닌다.
友荣手中的空罐子滚落到床下。新年快乐!那是他们一直等待的钟声,但他们忙着看对方,根本没听见。友荣伸手到躺在床上的伞的两侧。即使被困住,伞的眼中也只有友荣。此时,笔记本电脑的屏幕已经合上。喧闹的庆祝声不再响起,空间里只剩下他们两人的对话在回荡。



"언젠 하지 말라 했다가 이젠 또 하라 했다가."
“曾经说不要做,现在又说要做。”

"해 봐. 응?" “试试看。嗯?”

"알았다고 산아." “知道了,伞啊。”

"누가 이름까지 부르래." “谁让你连名字都叫出来的。”



스무 살이 된 정우영과 스물둘이 된 최산.
二十岁的郑友荣和二十二岁的崔伞。



"산아." “伞啊。”



최산보다 어른 같은 정우영. 그래서 연상인 걸로 치기로 했다.
比崔伞更像大人的郑友荣。所以决定把他当作年长者。



"싫어?" “讨厌吗?”



짐짓 사나운 체하는 말투와 표정에 산은 우영의 목덜미를 팔로 끌어안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예전의 그 웃음이다. 우영에게서 꽃을 받았을 때마다 지었던 환한 미소. 이제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산은 우영을 보고 행복하게 웃었다.
假装凶狠的语气和表情中,伞用手臂搂住友荣的脖子,把他拉向自己。那是以前的笑容。每次从友荣那里收到花时露出的灿烂微笑。现在即使什么都没收到,伞看到友荣也会幸福地笑。



"좋아해." “喜欢你。”

"……."

"좋아해, 우영아." “喜欢你,友荣啊。”



결국 정우영이다. 마침내. 다행히도. 最终是郑友荣。终于。幸好。


주변에 널리고 널린 남자애들. 그중 찾기 힘든 사랑에 미친 놈. 사랑하는 사람 하나에 모든 다정을 쏟아붓고도 남은 애정이 있는 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영화에서나 흔하고 현실적인 사랑꾼. 씨씨 커플 할 거라던 우영의 말도 안 되는 방대한 목표도 이루어졌다. 모든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욱여넣은 퍼즐 조각이 들어간다.
周围到处都是男孩子。其中很难找到一个为爱疯狂的人。一个把所有的温柔都倾注在一个爱人身上却还有剩余感情的人。过于不现实,像电影里常见的现实主义爱情狂。友荣那荒谬的要成为校园情侣的宏大目标也实现了。虽然不符合所有条件,但拼图的碎片还是被硬塞了进去。


산은 낭만을 꿈꾼다. 인생은 영화 한 편이고, 최산은 그곳의 주인공이다.
伞梦想着浪漫。人生是一部电影,而崔伞是那里的主角。

그렇기에 정우영은 최산의 영화에서,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正因为如此,郑友荣在崔伞的电影中,或许是这个世界上最。








흔해 빠진 로맨티스트 平凡的浪漫主义者

로썸 罗썸












별건 없지만... 상편 BGM 정했을 때부터 만들어야지 했던 영상
没什么特别的... 只是从决定上篇 BGM 时就想做的视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