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은 세후레가 될 바에야  与其做个半吊子的处女

친구이고 싶었다.  我本希望我们只是朋友

이제 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늦은 감이 있지만.
现在才产生这种想法确实有些迟了


원래 순리가 그랬다. 포옹? 세이프. 키스? 아슬아슬 세이프. 그런데 섹스는 무슨 이유를 붙이든 간에 무리였다. 섹스 전후에 아무 변화도 없는 건 말이 안 됐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쳤든가 쿨병에 걸렸든가 둘 중 하나일 테다.
世间常理本就如此。拥抱?安全线内。接吻?岌岌可危的安全线。但性爱无论找什么理由都越界了——做完后毫无改变根本说不通。要是有人坚称可能,不是疯了就是得了性冷淡。


즉 유우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제 리쿠와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되기는 글렀다는 의미이다. 세후레처럼 된 지 반년이 넘은 데다 2개월째 동거 중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능함의 끝을 달리는 상황이었다. 일단 리쿠는 게이가 아니고 (아마)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这意味着无论勇志如何挣扎,与前田陸回归普通朋友关系都已无望。成为炮友超半年外加同居两月的现状,怎么想都是愚蠢的极致。何况陸并非同性恋(大概),还有定期联络的对象。


다소 짐승 같은 이야기지만 어쩌다 눈 맞으면 으레 그런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유우시는 처박힐 때마다 후회했다. 실연 좀 했다고 무작정 집에 부르는 게 아니었다고….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평범한 지인 A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if만 늘어난다.
虽说是有些兽性的关系,但每次眼神交汇总会滑向那种氛围。而勇志总在深陷其中后后悔——不该因失恋就随便叫人回家…可若不这样,或许至今还能维持普通熟人 A 的身份?无用的假设不断堆积。


유우시는 의외로 단순했다. 행위 중에만 잡생각이 많을 뿐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잊었다.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처음부터 안 될 게임인데 발 뺄 타이밍을 놓쳐버린 거지 뭐. 덕분에 영영 묶인 신세지만.
勇志意外地单纯。过程中杂念丛生,结束后却像从未发生过般彻底遗忘。反正纠结也不会改变什么,这本就是注定失败的游戏,只是错过了抽身时机罢了。从此永远被束缚的命运。


그래도 가끔 궁금하긴 했다. 널브러진 티슈랑 다 쓴 콘돔 치우고 있는 까만 등짝을 볼 때면… 쟨 도대체 무슨 생각 중일까 하고. 물론 소리 내 물어본 적은 없다.
但偶尔还是会好奇。当收拾散落的纸巾和用过的避孕套,凝视那个黑色背影时…他到底在想什么?当然从未问出口。


“오늘 데이트 간다고?”  今天要去约会?


시체처럼 엎어져 있던 유우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일으켰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라기보다는 첫 오프라고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굳이 정정하진 않는다. 귀찮으니까.
像尸体般趴着的勇志突然翻身坐起,仿佛刚才的颓废都是假象。他没有回答,只是点了点头。说是约会不如称初次面基更准确…但懒得纠正了。


“뭐 하는 사람인데?”  对方是做什么的?

“그냥 회사원.”  普通上班族。

“사진 없어?”  有照片吗?

“있어. 잠시만….”  有。稍等...


유우시가 핸드폰을 들었다. 방해 금지 모드 탓에 밀린 메시지가 엄청났다. 대부분 매칭 어플에서 온 것들이지만. 개중엔 썸남 메시지도 있었다.
勇志拿起手机。勿扰模式积压了大量消息,多半来自匹配软件。其中还夹杂着暧昧对象的来信。

일단 사진 보여 달랬으니까…. 썸남 프로필을 누르고 리쿠 쪽으로 화면을 들이밀었다. 리쿠의 검은 눈동자가 무방비하게 화면을 담았다. 동시에 질색한다.
既然对方要看照片……他点开暧昧对象的资料页,将屏幕转向陸那边。陸毫无防备的黑瞳瞬间映出屏幕内容,随即露出嫌恶的表情。


“누가 좆 사진 보여달래?”  谁他妈要看这种鸡巴照片?

“이게 프로필이야. 이거 말곤 못 봤어.”
“这是个人资料。除了这个没别的了。”

“너 진짜 미쳤어?”  “你疯了吗?”


리쿠가 잽싸게 유우시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설마 너도 몸 사진 올려둔 거 아니지? 분명 낯선 앱일 텐데 유우시의 대답보다 리쿠가 프로필 확인하는 게 더 빨랐다. 다행히 유우시의 프로필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프로필 아래에 짤막한 자기소개가 있었다.
陸敏捷地从勇志手中夺过手机。该不会你也上传了裸照吧?明明是陌生应用,陸查看资料的速度却比勇志回答更快。幸好勇志的资料里空空如也。只有个人简介栏留着段简短的自我介绍。

東京 04  东京 04

핸드폰 쥔 게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 실시간으로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나 같이 내용이 비슷했다.
手机的主人似乎不知道手机不在自己手里,消息如潮水般实时涌来。每一条内容都大同小异。


안녕하세요  你好

잘 부탁드립니다  请多关照

만날 수 있나요?  能见面吗?

40대도 괜찮나요?  40 多岁也可以吗?


40대? 이게 돌았나…. 리쿠가 멋대로 사용자를 차단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유우시가 뒤늦게 폰을 뺏으려 들었다. 잽싸게 팔을 들어 막아낸 리쿠가 그 후로도 몇 명의 사용자를 차단했다.
四十岁?这是疯了吗…陆擅自把用户给拉黑了。察觉到不对劲的勇志想抢过手机,却被陆敏捷地抬起胳膊挡住。之后陆又接连拉黑了好几个用户。


“만나지 마.”  “别见面。”

“왜?”  “干嘛?”

“상식적으로 좆 사진만 보고 만나고 싶냐?”
正常人会光看鸡巴照片就想约炮?

“이쪽에선 흔한 일이야.”  在这边很常见啦。


묘하게 선 긋는 뉘앙스였다. 연애를 주제로 대화할 때 유우시 화법이 대체로 그랬다. 게이라서 그래. 리쿠는 이런 거 모르잖아. 그런 식으로 말하면 리쿠 쪽이 할 말 없어진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带着微妙划清界限的意味。每当话题涉及恋爱时,勇志的说话方式总是如此。因为是 gay 吧。反正陸也不懂这些——他分明知道用这种语气就能让陸接不上话。


“몇 살인데?”  你多大?

“스물여덟인가….”  二十八吧…

“진짜 미친 거지? 스물여덟은 확실해?”
疯了吧?确定是二十八岁?


유우시의 몸이 자연스레 리쿠 쪽으로 기울었다. 리쿠 어깨에 턱을 대고 핸드폰 화면을 가볍게 터치해 방금 본 프로필 사진을 다시 띄웠다.
勇志的身体自然地朝陸那边倾斜。他把下巴搁在陸的肩膀上,轻轻点击手机屏幕,重新调出刚才看过的个人资料照片。


“사진 보면 스물여덟 같은데?”  看照片像二十八岁?


다소 뻔뻔한 말투에 리쿠가 실소를 터뜨렸다.
这厚脸皮的语气让陸噗嗤笑出声来。


“좆만 보고 어떻게 알아.”  光看鸡巴怎么知道。

“그냥 느낌이.”  就是感觉。

“아무튼 만나지 마. 이 사람은 관둬.”
总之别见面。这人算了吧。

“아. 알았다. 질투하는 거지?”  啊。知道了。吃醋是吧?

“뭐?”  啥?

“리쿠보다 커서.”  “比陸还要大。”


정확히 10초 정도 침묵이 감돌았다. 아까까지 질색하던 리쿠가 유심히 화면을 바라봤다. 본의 아니게 도발해버렸나? 그런 얼굴로 유우시가 키득거렸다. 동시에 화면에서 시선을 뗀 리쿠가 답을 내렸다. 이 자식 일본인 아니네.
整整十秒的沉默在空气中凝结。方才还满脸嫌弃的前田陸突然专注地盯着屏幕。我是不是无意间挑衅到他了?得能勇志看着对方的表情窃笑起来。与此同时,移开视线的陸给出了结论——"这小子根本不是日本人。"


“맞아. 쭉 일본어로 대화했어.”  没错,我们全程都用日语交流。

“요즘 일본 사는 외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톡 좀 한 거론 몰라.”
现在住在日本的外国人多了去了,聊个天而已有什么好奇怪的。

“아니 일본인 맞다니까.”  不,他真是日本人。

“야 솔직히.”  喂,说实话。

“…….”  ……

“이거 들어가면 너 찢어져.”  这个进去你会裂开的


다시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유우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동시에 뺨과 귀가 익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리쿠는 생각한다. 어라. 나 지금 실수한 건가.
令人窒息的沉默再度降临。得能勇志脸上的笑意消失了。前田陸目睹着他脸颊与耳尖逐渐泛红的过程,暗自思忖:糟糕,我是不是搞砸了。

아니나 다를까 유우시가 제법 사나운 눈으로 리쿠를 노려봤다.
果不其然,勇志用相当凶狠的眼神瞪向陸。


“변태.”  变态。


리쿠가 아랑곳하지 않고 유우시의 핸드폰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연락 수단이 없으면 못 만날 테니까. 마지막으로 으름장을 놨다. 아무튼 못 만나게 할 거니까. 유우시가 듣는 시늉도 않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陸不管不顾地直接关掉了勇志的手机电源。没有联系方式就见不了面了吧。最后还撂下狠话——反正不会让你们见面的。勇志连假装听进去都懒得演,径直从床上起身。


“원래 시부야에서 밥 먹기로 했어.”
本来约好在涩谷吃饭的。

“…….”  ……

“스테이크.”  牛排


이 흐름은 아무래도 사달라는 거겠지. 딱 그런 얼굴을 하며 리쿠가 예상한 반응을 보였다.
看这架势怕是要出乱子。前田陆果然如预料般露出了"果然如此"的表情。


“내가 사줄게.”  “我买给你。”

“오늘 아프게 했으니까?”  因为今天弄疼你了?


리쿠가 당황한 듯 웃었다. 그 난처한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계속 짓궂은 농담을 뱉고 싶을 만큼.
陸慌乱地笑了。看他那副窘迫的样子真有意思,让人忍不住想继续捉弄他。


“뭐… 응.”  “那个…嗯。”


그러나 이어지는 무신경한 대답이 단번에 유우시 속을 죽죽 할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잤기 때문이라는 거지? 진심이 될 마음은 없지만 한 게 있으니 애프터 서비스는 하시겠다 이거고. 순 쓰레기 새끼 아니야….
但接下来那漫不经心的回答瞬间将勇志的心撕得鲜血淋漓。所以归根结底就是因为睡过了?虽然没打算认真但既然做了就会提供售后服务是吧。真是彻头彻尾的人渣啊…


억울하지만 익숙했다.  委屈却已习以为常。

늘 이런 식이니까. 리쿠는 절대 유우시 혼자 꿈을 꾸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总是这样。前田陸绝不会让得能勇志独自做梦。







  乱念

(어지러운 생각)  (纷乱的思绪)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당시 리쿠는 주머니가 얕은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핸드폰을 꺼내며 지갑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어가고 있었다. 그걸 동기와 걸어가던 유우시가 발견해 건네줬고 그때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인식했다.
两人的初次相遇纯属偶然。当时陆穿着口袋很浅的皮夹克,掏出手机时根本没注意到钱包掉了出来。正和同学并肩走着的勇志发现后追上来归还,那是他们第一次看清彼此的脸。


바로 든 생각은 그거였다. 우리 학교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금방 헤드폰을 귀에서 뗀 리쿠가 연신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둘 다 낯가림 max 상태여서 그 이상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라인 교환? 그런 걸 했을 리가. 유우시가 별거 아니라며 동기에게 돌아갔고 리쿠도 금방 돌아섰다.
我立刻想到的是:我们学校有这样的人吗?刚摘下耳机的陆连连低声道谢。两人都处于极度认生的状态,没能继续交谈下去。交换联系方式?怎么可能。勇志说着"没什么大不了的"回到同学身边,陆也很快转身离去。


그날 일을 완전히 잊었을 무렵 두 번째 우연이 찾아왔다. 이미 몇 주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물론 캠퍼스에서 마주쳤으니 같은 학교 학생이겠거니 했지만 같은 강의를 듣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워낙 인원이 많은 강의라 한 사람 한 사람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就在我几乎完全忘记那天的事时,第二次偶遇不期而至。那是在已经上了几周的公共选修课上。虽然知道在校园里碰见肯定是同校学生,但做梦都没想到会和我选同一门课。都怪这门课人数太多,根本没法把每个人都认清楚。


먼저 아는 척한 건 리쿠였다. 살갑게 말을 붙였다기보다는 어? 하고 눈치를 줬다. 눈이 마주쳤고 유우시가 몇 주 전의 기억을 더듬는 사이 리쿠가 자신의 지갑을 흔들었다.
最先装作认识的是陆。与其说是热情搭话,不如说是用"嗯?"的眼神暗示。两人视线交汇,在勇志努力回忆几周前的记忆时,陆晃了晃自己的钱包。


“맞죠?”  “对吧?”

“아….”  啊…


교수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스몰토크를 나눴다. 학부는 어디인지. 몇 학년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강의 끝났을 땐 함께 나섰다. 어쩐지 리쿠가 가방 챙기는 걸 기다려 주는 눈치길래.
在教授进来前闲聊了几句。哪个学院的。几年级了。叫什么名字。下课的时候一起往外走。总觉得前田陸收拾书包的动作像是在等我。


강의실 앞에서 리쿠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와 마주쳤다. 리쿠~♡ 하고 부르는 애교 섞인 목소리엔 물결과 하트까지 포함인 듯했다. 리쿠가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가려다 말고 유우시를 향해 인사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보자. 자연스레 말을 놓길래 유우시도 그대로 따라 했다. 응 다음 주에 봐.
在教室前遇到了等陸的女生。"陸~♡"那撒娇般的声音里仿佛带着波浪线和爱心符号。陸笑着刚要朝那边走去,又转身对得能勇志打了招呼。那下周见啦。看他很自然地用平语说话,勇志也顺着回应。嗯下周见。


그날을 계기로 교양 강의 때 서로의 옆자리를 사수했다. 마침 둘 다 서로를 제외하곤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과제 핑계로 라인을 교환했다. 리쿠의 프로필은 심플했다. 사진은 없었고 상태 메시지만 있었다.
从那天起,我们开始在文化课上固守彼此的邻座。恰巧除了对方,我们都不认识其他人。借着课题的由头交换了 LINE。陆的个人资料很简洁——没有照片,只有状态留言。

前田陸

❤️

보통 남자가 자의로 빨간 하트를 눌렀다고 보긴 어렵지. 연애 중이겠거니 짐작했다. 아마 저번에 강의실 앞까지 찾아왔던 여자가 여자 친구 아니었으려나. 그 후로도 두 번 정도 더 봤으니까. 심각한 비음으로 리쿠~♡ 하고 부를 때마다 정말이지 물결과 하트까지 들리는 듯했다.
普通男人不会自愿发送红心表情吧。我猜他应该正在恋爱中。上次追到教室门口的那个女生,大概就是他女朋友。后来还见过他们两次——每次听她用黏腻的鼻音拖着长调喊"陸~♡"时,简直像能看见翻涌的波浪和跳动的心形特效。


기말 테스트 날 처음으로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식당이라고 해봤자 학교 앞 라멘집이었지만. 마침 두 사람 다 직전에 치른 교양 테스트가 마지막 테스트였다.
期末考那天我们第一次在食堂一起吃饭。说是食堂其实也就是校门口的拉面店。刚好两人刚结束的选修课考试都是最后一场。


“마에다군 여자 친구 있지.”  「前田君有女朋友吧。」


라멘을 기다리며 유우시가 물었다. 헤드폰을 정리해서 가방에 넣던 리쿠가 힐끔 유우시를 바라보며 웃었다.
等拉面时勇志突然问道。正把耳机收进包里的陸抬眼瞥了他一下,嘴角挂着笑。


“없는데.”  “没有啊。”

“그래? 저번에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여자 친구인 줄 알았어.”
“是吗?我还以为上次在教室前面等的人是你女朋友呢。”

“걘 그냥 후배야.”  “那只是后辈而已。”

“그럼 상태 메시지에 하트는?”  “那状态消息里的爱心又是怎么回事?”


끝 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리쿠가 폭소했다. 잠시만. 나 지금 추궁 당하는 것 같은데. 하트?
面对没完没了的问题,陆放声大笑。"等一下,我现在怎么感觉像是在被审问啊。爱心?"

리쿠가 서둘러 핸드폰을 켰다. 본인의 상태 메시지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윽고 좀 황당한 반응이 터졌다. 에? 뭐야. 나 이런 거 설정 안 했는데.
陆慌忙打开手机,看神情完全不知道自己的状态消息是什么。不一会儿露出了有些荒唐的反应。“咦?什么啊。我根本没设置过这个。”


“하? 네가 안 하면 누가 해.”
“哈?你不做谁来做。”

“모르겠어. 전 여친인가….”  “不知道。是前女友吗…...”


빨간 하트 지우는 손가락을 바라보며 유우시는 생각했다. 보기보다 무신경한 구석이 있으시군. 모를 수가 있나? 프로필 사진을 아예 설정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확실히 자신의 프로필을 볼 일이 없긴 할 테지만.
得能勇志盯着正在擦除红色爱心的手指想。原来比看起来更迟钝啊。怎么可能不知道?如果是那种连头像都不设置的类型,确实不会看自己的资料吧。

그래도 빨간색 하트는 좀 강렬하지 않나….
不过红色爱心也太醒目了吧…...


“전 여친이랑은 언제 헤어졌는데?”  “和前女友什么时候分手的?”

“두 달 됐나?”  “有俩月了?”

“헤….”  “呵…...”

“토쿠노는? 여자 친구 있어?”  “得能你呢?有女朋友吗?”

“…응.”  …嗯。


당시 유우시에겐 남자 친구가 있었다. 뭐… 성별 빼곤 거짓말은 아니니까. 리쿠가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리는 사이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자연스레 대화가 끊겼다. 면 요리라 그런지 먹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当时勇志身边有个男朋友。嗯…除了性别外倒也不算说谎。就在陸嘀咕着"原来是这样啊"的时候,点的拉面端上来了。对话自然中断了。因为是面食,吃起来倒也没花太长时间。


라멘 먹고 나왔을 땐 겨우 오후 두 시였다. 아쉽게도 뭘 더 하자고 제안할 사이는 아닌지라 깔끔하게 역까지만 함께 걸었다. 학부도 학년도 다른데 가을 학기에 또 같은 강의를 듣는 우연 따위 일어나지 않겠지. 리쿠와의 인연은 오늘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 다니다 보면 으레 있는 일이라 딱히 아쉽진 않았다.
吃完拉面出来才下午两点。可惜没到能提议再干点什么的交情,于是干脆地一起走到车站就分开了。学部不同年级也不同,秋学期再选到同一门课的巧合应该不会发生吧。我想和陸的缘分今天就该结束了。大学里这种萍水相逢的事很常见,倒也没什么可惜的。

前田陸

유우시가 리쿠에게 미친 영향이라곤 원래 심플한 프로필을 더 심플하게 만든 것 정도일까. 몰래 리쿠를 짝사랑하던 사람들은 지금쯤 쾌재를 부르고 있겠군. 그날도 라인을 보내진 않았다. 물론 리쿠에게서 온 것도 없었다.
勇志对陸产生的影响,大概就是把原本简洁的个人资料变得更简洁了吧。那些偷偷暗恋着陸的人,现在恐怕正在拍手称快。那天依然没有发来消息。当然,陸那边也毫无动静。


방학이 되자 연애와 바이트에 치이느라 자연스레 리쿠의 존재를 잊었다. 성인 되고 처음 사귄 남자 친구는 다섯 살 연상에 좀 구제 불능이었다. 연애 초기엔 안 그랬는데 갈수록 돈이 없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데이트 비용을 유우시가 전부 부담하는 게 당연해졌다. 딱히 불만이었던 건 아니다. 초기엔 남자 친구가 낸 적도 있었으니까.
一放暑假,我就被恋爱和打工折腾得焦头烂额,自然忘记了前田陸的存在。成年后交往的第一个男友大我五岁,实在有点无可救药。恋爱初期倒还好,后来就总说没钱。不知从何时起,得能勇志承担所有约会费用成了理所当然的事。倒也不是特别不满——毕竟最初他也出过钱。


부모님에게 용돈을 더 달라고 말하기가 그래서 심야 바이트를 시작했다. 전석 룸 형식으로 된 고급 이자카야였는데 마감 타임 시급은 평균의 두 배였다. 열아홉 패기로 꾸역꾸역 버텼지만 먹는 양을 늘려도 살이 쭉쭉 빠졌다. 주변 모두 무슨 일 있었냐며 걱정하는데 남자 친구만 몰라줬다. 입버릇처럼 호주 여행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不好意思开口向父母要更多零花钱,所以开始打深夜工。那是一家采用全包厢制的高级居酒屋,关店时薪是平均工资的两倍。凭着十九岁的莽劲硬撑下来,可就算增加食量体重还是直线下降。周围人都担心地问我是不是出了什么事,唯独男朋友毫无察觉。他总像口头禅似的哼着想去澳大利亚旅游的歌。


웬 호주? 하면서도 바이트 휴게 시간이면 비행기 표부터 찾아봤다. 이쪽이 얼마를 내야 하지? 당장 유우시의 한 달 월급으로 두 사람이 호주에 다녀오는 건 무리였다. 우연히 핸드폰 화면 바라본 바이트 동료가 끼어들었다. 에 토쿠노 호주 가게? 재밌겠다. 유우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기에는 돈이 전혀 없습니다만….
“怎么突然要去澳大利亚?”虽然嘴上这么说着,但一到兼职休息时间,他就忍不住查起了机票价格。这边得付多少钱啊?光靠勇志一个月的工资,两个人去趟澳大利亚根本不可能。偶然瞥见他手机屏幕的兼职同事插嘴道:“哎?得能要去澳大利亚?真有意思。”勇志苦笑着回答:“倒是想去,可完全没钱啊……”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호주행은 불발됐다. 며칠 후 우연히 일하던 이자카야에서 남자 둘이 키스하는 걸 목격했는데 (동성이라는 점은 내성이 있어 괜찮았지만) 그게 하필 유우시의 남자 친구였기 때문이다.
不知道该说是幸运还是不幸,澳洲之行最终没能成行。几天后,我偶然在打工的居酒屋目睹两个男人接吻(我对同性恋倒是有免疫力所以无所谓),但偏偏那人正是勇志的男朋友。

인생 처음으로 길에서 대판 싸웠다. 일방적으로 남자 친구 쪽이 언성을 높였다. 정작 화낼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人生第一次在街上大吵了一架。男方单方面提高了嗓门。真正该生气的人明明另有其人,这倒打一耙的架势可真够离谱的。


“솔직히 유우쨩이 요즘 나한테 소홀하긴 했잖아. 맨날 바이트 핑계나 대고.”
“说实话,勇志最近对我是有点冷淡呢。老是拿打工当借口。”

“피곤해서 그랬어.”  “太累了才这样的。”

“그니까. 며칠 전에 내가 하자고 했을 때도 피곤하다고 거부했잖아. 나니까 넘어갔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가만 안 있어. 너 그게 얼마나 사람 자존심 짓밟는 짓인지 알아?”
“所以说啊,前几天我主动提出要做的时候,你也用太累拒绝了吧?也就是我才会忍气吞声,换别人早跟你翻脸了。你知道这种践踏别人自尊的行为有多过分吗?”


그러는 너는. 나한테는 햄버거 하나도 얻어 먹으면서 이런 비싼 이자카야는 어떻게 온 건데?
说这种话的你呢?连买个汉堡都要我请客的人,怎么突然有钱来这种高级居酒屋了?

따위의 말은 차마 뱉을 수 없었다. 남자 친구가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관중이 있었고 그냥 좀… 쪽팔렸다. 저를 두고 바람을 피운 것에 대한 슬픔보다 분노나 수치스러움이 훨씬 컸다. 너무 화가 나서 엉엉 소리 내 울고 싶었지만 아직 바이트가 끝난 게 아니라 가게로 돌아가야 했다.
“劈腿”之类的词终究没能说出口。因为男友突然提高嗓门引来周围视线,只觉得...太丢人了。比起被背叛的悲伤,愤怒和羞耻感更强烈地灼烧着心脏。气得想嚎啕大哭,可兼职还没结束,只能咬牙擦干眼泪回到店里。


“…그래. 그만하자.”  “…好吧。到此为止吧。”

“유우시. 잠시만.”  勇志。等一下。


팔목이 붙잡히는 바람에 걸음을 멈췄다. 놔. 소리쳐도 남자 친구는 들은 체도 안 했다. 유우시가 붙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문지르며 한 번 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놓으라고.
手腕突然被抓住的脚步被迫停下。"放开。"即使喊出声男友也充耳不闻。勇志用没被抓住的那只手背狠狠揉搓着眼角,带着哭腔又喊了一声。"给我松开。"

자칫 몸 싸움으로 번질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였다.
就在气氛剑拔弩张、几乎要演变成肢体冲突的危急时刻。


“저기요. 상대가 싫다잖아요.”  喂。对方明明很讨厌你啊。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싶어서 고개를 들었을 때 뜻밖에도 리쿠가 있었다. 약 한 달 만인가.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이 그대로여서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꼭 어제까지 만났던 사람처럼.
这声音似曾相识,我抬头时竟意外看见了前田陸。约莫有一个月没见了吧。虽说是久别重逢,但他的发型和衣着丝毫未变,熟悉得仿佛昨天才见过面。


남자 친구가 리쿠와 유우시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아 그럴 줄 알았어. 너도 바람 피우고 있었던 거지? 계속 핑계 대면서 안 만날 때 알아봤어.
男友的视线在前田陸和得能勇志之间来回游移,随即恍然般扯出苦笑。"啊我就知道。你也在劈腿对吧?每次找借口不见面的时候我就察觉了。"

헛소리도 이 정도면 병 아닐까.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유우시가 가게로 돌아갔다. 일은 일이니까 최대한 분노를 삭혔다. 다행히 남자 친구도 리쿠도 쫓아오지 않았다.
这种程度的胡话怕不是有病。得能勇志轻描淡写地无视了这句话回到店里,工作毕竟是工作,他极力压抑着怒火。所幸男友和前田陸都没有追上来。


약 한 시간 후 마감하고 나오는 길에 리쿠와 맞닥뜨렸다. 리쿠는 맞은편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태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约一小时后打烊出来时撞见了前田陸。他正在对面便利店门口抽烟。我做梦都没想到他会一直等到现在。

눈이 마주친 순간 리쿠가 담배를 끄고 다가왔다.
四目相对的瞬间,陸掐灭烟蒂走了过来。


“괜찮아?”  “没事吧?”

“…응.”  …嗯。

“안 본 사이에 살 많이 빠졌네.”
一阵子不见,你瘦了好多。


별거 아닌 한마디에 괜히 코 끝이 찡했다. 딱히 친하지도 않은 리쿠도 바로 아는 걸 애인이라는 놈만 몰랐다고 생각하니까 더 서럽고 괘씸해서.
明明只是句无关痛痒的话,鼻尖却莫名发酸。想到连不算熟络的陸都一眼看穿的事,那个号称恋人的家伙却浑然不觉,便愈发委屈恼恨起来。


“나 기다렸어?”  你在等我吗?

“응. 뭔가 좀 걱정돼서. 그 자식이 어디서 숨어있다가 덤빌지도 모르고.”
嗯。总觉得有点担心。不知道那家伙会从哪个角落突然扑出来。


가로등에 비친 유우시의 눈이 조금 부었다. 리쿠의 시선이 제게 닿은 걸 알아차린 유우시가 고개를 한껏 숙이곤 분위기를 전환하려 농담을 던졌다.
路灯下,勇志的眼睛微微泛红。察觉到陆的视线落在自己身上,他猛地低下头,试图用玩笑话转移气氛。


“싸움 잘해?”  “很能打吗?”

“아니. 나 평화주의라서.”  “不,我是和平主义者。”

“…뭐야 그게.”  “…这算什么啊。”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낫잖아.”  两个人总比一个人强吧。


유우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리쿠의 손이 가볍게 유우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을 대하는 듯한 손길이었다. 남자 친구와 나눈 대화 맥락상 티가 났을 게 분명한데 왜 여자 친구가 있다고 속였냐는 추궁 따윈 하지 않았다.
勇志像是觉得荒唐似地笑了。陸的手轻轻抚上勇志的头发,那动作活像在对待年龄相差很多的弟弟。明明在刚才和男友的对话中明显露出了破绽,却连"为什么谎称有女友"这样的追问都没有。


잠시 아무런 대화 없이 걸었다. 자취방에 가까워질 때쯤 유우시가 중얼거렸다. 자고 갈래?
两人沉默着走了一阵。快到出租屋时,勇志低声嘟囔道:要留下来过夜吗?

딱히 꼬시려던 건 아니었지만… 뱉자마자 아차 싶었다.
倒也不是存心勾引……话说出口的瞬间就后悔了。


“역겨우면 거절해도 돼.”  “觉得恶心的话,拒绝也没关系。”

“뭐가?”  “什么?”

“…눈치챘을 거 아냐. 나 게이인 거.”
“…你应该早察觉到了吧。我是同性恋这件事。”

“응. 근데 역겹다곤 생각 안 했어.”
“嗯。但没觉得恶心。”


아. 그렇구나. 리쿠는 그런 거 개의치 않는 사람이구나. 유우시가 수긍하듯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묘하게 마음이 들뜨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깨닫는다. 이게 헤테로의 무시무시함이구나. 아무런 의도나 자각 없이 사람 마음을 낚아버리는 거.
啊,原来如此。陆就是那种毫不在意这种事的人啊。勇志像是认同般微微点了点头。莫名地心情有些雀跃,却不知缘由。只是突然意识到:这就是异性的可怕之处吧。毫无意图或自觉,就能轻易勾走人心。


자취방의 작은 테이블 밑에 앉아서 리쿠와 캔을 깠다. 취기 없인 도저히 못 잘 것 같아서. 유우시 쪽이 일방적으로 폭주했다. 안주도 없이 연신 캔을 들이켰다. 그 결과 두 캔 비워낸 순간부터 처울기 시작했다. 마치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도무지 제어할 수 없었다.
坐在出租屋的小桌子底下,我和陸开了罐啤酒。不喝点酒今晚怕是睡不着了。勇志那边完全是在单方面暴走,连下酒菜都没有就不停地灌着酒。结果刚喝完两罐就开始发酒疯,眼泪像水龙头似的哗哗流,根本止不住。


(전) 남자 친구가 낯선 남자와 키스하던 장면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나를 두고 그럴 수 있지. 이자카야도 그 남자한테 뜯을 작정이었나. 그럼 결국 돈 때문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前)男友和陌生男人接吻的画面在眼前挥之不去。怎么可以丢下我做出这种事。居酒屋也是打算让那男人请客吧?那说到底是为了钱吗?思绪像连环套般不断延伸。

취기에 나른해진 유우시의 몸이 저절로 리쿠 쪽으로 기울었다. 책임 전가는 좀 약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이때 리쿠가 밀어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醉意让勇志的身体不自觉地朝陸那边倾斜。虽然推卸责任有点过分,但说实话,这时候陸本该推开他的。


“…키스해줘.”  “…吻我。”


물론 리쿠는 밀어내지 않았다.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뱉은 건지 모를 말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저 유우시를 빤히 바라보며 곤란하다는 듯이 웃기만 했다.
当然,陆没有推开他。面对那句不知把自己当成谁才说出口的话,他也没有回应。只是直直地望着勇志,露出为难的笑容。


“전에 사귀던 사람도 이런 식으로 꼬셨어?”
“你以前交往的人也是这么勾引你的吗?”

“…지금 꼬시는 거 아닌데.”  …现在可不是在撩你哦。

“아 그래?”  啊 是吗?


유우시의 손이 리쿠의 볼을 덥석 붙잡았다. 리쿠가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냅다 입술부터 갖다 댔다. 전 남친에게 이 장면을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애석할 따름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리쿠 쪽이 훨씬 잘생겼으니까. 아까 너도 바람 피운 거냐며 부들댔던 것도 자격지심이었다든가?
勇志的手突然扣住陸的脸颊。还没等陸开口,就粗暴地吻了上去。唯一遗憾的是没法让前男友看到这一幕——毕竟说穿了,陸那张脸可要帅气得多。之前嚷嚷着"你也出轨了吗"的歇斯底里,说到底不过是自卑心作祟吧?


리쿠의 입술을 간질이듯 빨다 말고 유우시가 하던 걸 멈췄다. 겨우 맥주 두 캔에 만취했을 리 없었다. 그냥 너무 울어서 정신이 나갔던 모양이다. 리쿠가 목석처럼 가만히 있으니까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리쿠는 게이도 아니고 그전에 친하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인데….
陆的嘴唇被轻轻吮吸到一半,勇志突然停了下来。区区两罐啤酒不可能让他醉成这样。看来只是哭得太凶失了神志。察觉到陆像石像般僵住不动,勇志猛然清醒——我到底在干什么?陆又不是同性恋,更何况我们之前连熟人都算不上……

유우시가 황급히 리쿠에게서 몸을 떨어뜨렸다.
勇志慌忙从前田陸身上抽离。


“…미안.”  “…对不起。”


작게 중얼거리며 눈치를 봤다. 리쿠는 딱히 이렇다 할 표정이 없었다. 화난 느낌으로 정색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유우시를 빤히 응시하다 말고 웃으면서 다가왔다.
小声嘟囔着偷瞄对方神色。陸脸上看不出特别的表情,既没有生气的冷脸,只是直勾勾盯着勇志看了一会儿,突然笑着走近。


“네가 시작한 거니까….”  既然是你先开始的……


뒷말은 없었지만 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네가 시작한 거니까 책임져.
虽然没有说出口,但仿佛在无声地宣告:既然是你先招惹的,就得负责到底。

다시 입술이 붙었다. 리쿠가 먼저 키스했다는 걸 인지한 순간 완전히 술이 깼다. 유우시가 슬쩍 몸을 뒤로 뺐다. 마에다군 잠시만….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금세 입술에 먹혀들었다. 밀어내야 하는데. 분명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嘴唇再次相贴。意识到是前田陸主动吻上来的瞬间,酒意彻底清醒了。得能勇志悄悄往后缩了缩身子。"前田君等一下..."刚想说什么,立刻又被吞没在唇齿间。明明脑子里想着该推开,奇怪的是身体却不受控制。


생각해 보면 전 남친은 키스를 못 하는 편에 속했다. 키스하면서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불쑥 리쿠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 뭔가 속이 간지러운 걸 느꼈다. 아래가 묵직해졌다. 리쿠가 키스를 잘하는 건지, 순전히 자신이 리쿠에게 반응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 순간에 극도로 흥분했다는 사실이다.
仔细想想,前男友算是不会接吻的那类。因为从未在亲吻时感受过什么。但当陸的舌头突然探入口中时,体内泛起奇异的酥痒。下身变得沉重。分不清究竟是陸吻技太好,还是纯粹自己对他有反应。唯一确定的是,那个瞬间极度亢奋。


리쿠의 손이 습관처럼 유우시의 납작한 가슴에 닿았다. 그때까지도 유우시는 혀 섞는 데 정신이 팔려 아무 생각도 못 했다. 기어코 움켜쥘 게 없는 가슴 어딘가를 방황하는 손길을 느꼈을 때… 유우시가 리쿠를 거세게 밀어냈다.
陆的手习惯性地碰到了勇志平坦的胸部。直到那时,勇志还沉浸在舌吻中,完全没反应过来。当那只手终于在他贫瘠的胸膛上游移摸索时……勇志猛地推开了陆。


“…취했어.”  …我醉了。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품이 큰 티를 입어 천만다행이었다. 발기한 걸 들켰다가는 진짜 혀 깨물고 뒤질 테니까. 언뜻 쳐다본 리쿠의 입술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유우시가 마치 못 할 짓을 했다는 듯 손으로 그걸 마구 닦아냈다.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胃里翻腾着,脑袋晕乎乎的。幸好穿着宽松 T 恤才没露馅。要是被人发现勃起的话,真的会咬舌自尽吧。余光瞥见陸的嘴唇泛着水光,勇志像做了错事般用手背狠狠擦了几下。那张脸看起来碰一下就会哭出来似的。


리쿠의 시선이 헐렁한 티셔츠로는 미처 다 가리지 못한 유우시의 아래에 닿았다. 그 시선을 깨달은 유우시가 뒤늦게 다리를 한껏 오므려봤지만 소용없었다. 리쿠가 눈앞의 유우시를 낱낱이 훑기 시작했다. 부은 눈과 꼭 깨문 입술. 벌겋게 익은 뺨. 그리고 쭈뼛거리는 자세까지.
陆的目光透过宽松的 T 恤,落在勇志未能完全遮掩的下身。察觉到这视线的勇志慌忙夹紧双腿,却为时已晚。陆开始细细打量眼前的勇志——浮肿的眼睑、紧咬的唇瓣、涨红的脸颊,乃至那瑟缩的姿态。


“도와줄까?”  “要帮忙吗?”


곧 리쿠에게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유우시의 얼굴이 물음표로 변했다.
很快,从前田陆嘴里蹦出一句出人意料的话。与此同时,得能勇志脸上浮现出问号。


“어떻게?”  “怎么弄?”

“손으로.”  “用手。”

“…설마 너도 이쪽이야?”  “…难道你也是这边的人?”

“아니. 근데 어떻게 하는지는 아니까….”
“不。但我知道该怎么操作…。”


아. 집에서 셀프로 하던 걸 응용해보시겠다 이거군. 실험체는 눈앞의 토쿠노 유우시고. 유우시가 여전히 제 손목을 잡고 있는 리쿠의 손을 잠깐 바라봤다. 이 손으로 제 걸 쥔다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꼴렸다.
啊。这是要把在家自慰那套用在我身上啊。实验品就是眼前的得能勇志。勇志盯着前田陸仍抓着自己手腕的手看了片刻。想到这只手要握住我的东西…说实话硬了。

불행 중 다행인 건 맥주 두 캔에 유우시가 그 정도로 미치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리쿠의 손을 떼어내며 실소를 터뜨렸다.
不幸中的万幸是两罐啤酒还不至于让勇志疯到那种程度。他甩开陸的手轻笑出声。


“농담하지 마.”  “别开玩笑了。”

“…….”  ……

“게이라고 남자면 다 되고 그런 건 아니니까….”
说是男同就什么都能接受…才不是这样

“…미안. 그런 뜻은 아니었어.”  …抱歉,我不是那个意思


그날 실수는 키스에서 그쳤다. 다음 날 낮 유우시가 잠에서 깼을 땐 리쿠는 이미 곁에 없었다. 침대 밑에 깔아둔 이부자리도 어제 먹다 남았을 맥주 캔도 싹 정리돼있어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꿈이었나? 그럼 어디까지가 꿈이지. 설마 전 남친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도?
那天的失误止于亲吻。第二天中午勇志醒来时,陆已经不在身边。连铺在床下的被褥和昨晚喝剩的啤酒罐都被收拾得一干二净,让他瞬间产生错觉——难道是梦?那究竟到哪部分才是梦?总不会连前男友出轨的事也是幻觉吧?


그럼 아직 현 남친인가… 하면서 라인을 눌러봤다.
那现在还是现男友吗…这样想着,我点开了 LINE。


그렇게 살지 마  别那样活着

어린 게 까져서는  小崽子皮痒了是吧

어제 그 자식은 누구야?  昨天那小子是谁?

보나마나 매칭 어플로 만난 놈이지?
还用想?肯定是交友软件上约的货

너 속고 있는 거야  你被骗了

걔가 너한테 진심일 거 같냐?
你觉得他对你是真心的吗?

정신 차려  清醒过来


전 남친 맞네. 유우시가 망설임 없이 차단 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끝날 사이라면 말다툼 따위에 헛된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번호도 차단하고. 몇 장 안 되는 같이 찍은 사진들도 다 지웠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라 그런지 정리할 게 많지 않았다. 남은 건 감정을 추스르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果然是前男友。勇志毫不犹豫地按下了屏蔽键。反正是要结束的关系,他不想在无谓的争吵上浪费时间。号码也拉黑了。为数不多的合照也全部删除。或许因为交往时间不长,需要清理的东西并不多。剩下的只是整理情绪而已。他原本是这么想的……


불시에 새벽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전 남친이 말하는 ‘그 자식’은 정황상 리쿠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건 리쿠와 키스했던 것도 진짜라고 봐야겠지…. 사실 거짓일 가능성은 제로였다. 왜냐하면 유우시가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손목을 붙잡았던 손도. 리쿠의 혀도. 그리고 끝내 서버리고 만 것도.
突然想起凌晨发生的事。前男友口中的"那家伙"从情况来看只能是陸。这就意味着和陸接吻的事也是真的吧…其实不可能是假的。因为勇志的记忆清晰得过分——抓住我手腕的那只手、陸的舌头、还有最后瘫软的模样。


도와줄까? 손으로.  要帮忙吗?用手。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렸을 뿐인데… 다시 반응이 오는 게 느껴졌다. 진짜 미친 거 아닐까. 원래 이렇게 밝히는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 남친이 하자고 조를 때는 귀찮다고 느낀 적도 더러 있었다. 꼭 봉사하는 기분이 들어서.
仅仅回想起他的面容和声音…身体就再次产生了反应。我该不会是疯了吧。原本我并不是这么容易兴奋的类型。甚至前男友求欢时,还经常觉得麻烦。总有种在尽义务的感觉。

반면 리쿠와 할 때는 전적으로 리드 당하는 느낌이었다. 평소 친구 같이 대해왔지만 그 순간 만큼은 연상 같았다.
但和前田陸做的时候完全是被主导的感觉。平时相处像朋友,唯独那个瞬间他像年长者。


속에서 악마가 묻는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유우시의 감상이 어떻든 간에 리쿠와는 가망이 없다. 본인이 이쪽은 아니라고 했었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心底的恶魔在低语。所以呢?你又能怎样?无论勇志如何感伤,他和陸之间都毫无可能。对方早已明确表态过不是同类人…那么答案就只剩下一个。

처음으로 리쿠의 프로필을 눌러 대화 창을 열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리쿠에게선 라인 하나 오지 않았다.
第一次点开陸的个人资料打开对话框。明明昨天发生了那种事,他连一条 LINE 都没发来。


마에다군  前田君

어젠 내가 너무 취했나 봐
看来我昨天真的喝得太醉了

없었던 일로 해줘  当作什么都没发生过

진짜 미안  真的很抱歉


그냥 그렇게만 보내긴 조금 그래서 고심 끝에 귀여운 이모지를 하나 넣었다. 울고 있는 고양이 이모지.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 주지 않으려나? 딱히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막연히 그런 확신이 들었다. 리쿠라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어딘가에 떠벌리진 않을 것 같다는….
就这样直接发过去总觉得有点不妥,纠结再三还是加了个可爱的表情包——一只流泪的猫猫。这种程度的话应该能蒙混过关吧?明明和对方算不上熟稔,却莫名涌起这样的确信。如果是陸的话…总觉得他不会到处宣扬自己是同性恋这件事……


리쿠에게선 반나절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읽음 표시도 안 떴다. 이쯤 하자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거 리쿠의 라인이 맞긴 한 건가? 마지막 테스트 날 하트 떼는 걸 실시간으로 봤으니 맞긴 할 텐데. 종일 세 번 정도 리쿠와의 대화 창을 들락날락했다. 지금쯤 읽었을까 하고.
已经过了半天,陆那边还是没有回复。连已读标记都没出现。做到这个份上,我不禁产生了疑问——这真的是陆的账号吗?虽然最后测试日亲眼看着他拆下心形贴纸,应该是没错的。一整天里,我反反复复点开和陆的对话框三次。想着现在总该看到了吧。


자정에 가까워졌을 때 마침내 읽음 표시가 떴다. 보내자마자 읽히면 무섭다고 생각할 것 같아 일부러 대화 창 목록을 띄워놓고 잠자코 기다렸다.
临近午夜时终于显示已读。怕对方秒读会让我心慌,我故意开着对话框列表默默等待。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하려는 거지? 답장이 오기만을 3분 정도 눈 빠져라 보고 있을 때였다.
究竟想回复什么呢?就在我望眼欲穿盯着屏幕等了三分钟时。


무리笑  无理笑


…하? 유우시가 그대로 정색했다. 이건 반나절 동안 열심히 생각한 약 20가지 정도의 예상 반응에 없는 기출 변형이었다. 무리? 지금 웃긴 상황인가? 왜 처웃지? 차마 대화 창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아 목록에서 ‘무리笑’만 쳐다보고 있는데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哈?勇志直接板起了脸。这完全超出了他苦思冥想大半天列出的约 20 种预期反应范围。无理?现在这情况很可笑吗?为什么在偷笑?他实在没勇气点开对话框,只能盯着列表里的“无理笑”发呆,这时又弹出一条消息。


만나서 얘기하자  见面聊吧


윙크하는 귀여운 이모지가 하나 도착했다.
一个眨着眼的可爱表情包突然发了过来。

그러니까 저는 앞으로 당신을 안 볼 작정이었습니다만.
所以我已经打定主意以后再也不见你了。


결국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리쿠와 만나기로 했다. 진심으로 그게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날이 더우니 밤에 보자길래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最终决定和前田陸再见最后一面。我真心祈祷这真的是最后一次。他说天太热约晚上见,我便乖乖应了声好。


토요일 밤 신주쿠는 엄청 붐볐다. 정체 모를 지하돌에게서 받은 전단지로 부채질이나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토쿠노 하고.
周六夜晚的新宿喧嚣得可怕。正用某个地下偶像发的传单扇风时,远处突然传来呼唤——是得能勇志的声音。

돌아봤을 땐 리쿠가 여태 본 적 없는 스타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뭐지. 저 마성의 게이 같은 느낌은. (순전히 유우시의 감상이다) 학교에서는 물론 가게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리쿠는 대체로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그냥 티에 청바지. 머리도 내추럴한.
回头一看,前田陆正以一种从未见过的风格朝这边走来。搞什么啊,这种魔性基佬般的气场。(纯粹是得能勇志的个人感想)无论是在学校还是偶然在店门口碰面时,陆通常都穿得很休闲。就 T 恤配牛仔裤,头发也是自然款。


그날은 달랐다. 검은 셔츠에 앞머리를 살짝 깐 스타일이었는데 과장이 아니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오직 리쿠만 눈에 들어왔다. 가까워질수록 링 피어싱 반짝거리는 게 시선을 분산했다. 좀 넋 놓고 보고 있었더니 리쿠가 유우시의 얼굴 앞에다 손바닥을 흔들었다.
那天不一样。他穿着黑色衬衫,额发微微分开,毫不夸张地说,在熙攘人群中只有前田陸闯进了视野。越靠近,那枚闪动的唇环就越是分散注意力。正恍惚盯着看时,陸突然在得能勇志眼前晃了晃手掌。


“토쿠노?”  “得能?”

“아… 응.”  啊…嗯…


이럴 줄 알았으면 좀 꾸미고 나올 걸 그랬나…. 유우시가 뒤늦게 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 리쿠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알 수 없었다.
早知道会这样就该好好打扮再出来的…勇志迟来地揉弄着我的头发。没照镜子所以不知道在陸眼里是什么模样。


잠시 후 리쿠가 예약한 바에 도착했다. 칵테일 주문하며 저도 모르게 가격부터 살폈다. 혹시 몰라서 3만엔 가져왔으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주문을 마쳤다. 어쩐지 눈 마주치는 게 부끄러워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했다.
片刻后抵达了陸预定的酒吧。点鸡尾酒时不自觉先看了眼价格。想着反正带了三万日元应该够用,便完成了点单。不知为何羞于对视,只好把视线钉在桌面上。


“마에다군 오늘 평소랑 좀 스타일이 다르네.”
“前田君今天和平时的风格有点不一样呢。”

“아. 낮에 약속 있어서.”  啊 白天有约了。

“여자 친구?”  女朋友?

“저번에 없다고 했잖아.”  上次不是说没有吗。

“안 본 사이에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说不定我们没见这段日子就有了呢。


상태 메시지 변경에 힘썼는데 다들 차였나 보군.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게 속으로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精心修改的状态消息却无人回应,看来都被拒绝了吧。他在心里默默给素未谋面的陌生人送上空洞的安慰。

칵테일이 나올 때까지 일부러 본론을 피해 대화했다. 바이트 얘기라든가 다음 학기 계획이라든가….
鸡尾酒上来前故意聊些无关话题。兼职工作啦,下学期计划啦……

술이 들어가자 곧바로 본론이 튀어나왔다.
酒精下肚后,话题立刻直奔主题。


“…라인 답장 무슨 뜻이야?”  ……LINE 已读不回是什么意思?

“뭐가?”  “什么?”

“무리라고 한 거.”  “说过不行的。”

“아.”  “啊。”


리쿠가 수줍게 웃었다.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웃음이었다. 대체로 그런 예감은 들어맞기 마련이다. 리쿠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까만 눈동자가 조명 두 개를 비춰 반짝거리고 있었다.
陸害羞地笑了。虽然不明白其中含义,但那笑容总让人有不祥的预感。而这类预感往往都会应验。再次与陸四目相对时,他漆黑的瞳孔里映着两盏灯光,正闪闪发亮。


“사실 너랑 키스한 거 나쁘지 않았거든.”
“其实和你接吻的感觉…还不赖。”

“…….”  ……

“남자한테 그런 적은 처음이라서 확인해보고 싶었어.”
“因为是第一次和男人这样…所以想确认看看。”


하? 유우시의 얼굴이 저절로 굳었다.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뱉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장 난 상태가 됐다. 다시 입을 뗀 건 꽤 텀을 둔 후였다.
哈?得能勇志的脸不自觉地僵住了。他完全不知道该用什么表情、说什么话,整个人就像死机了一样。过了好一会儿,他才重新张开嘴。


“뭘 확인하고 싶은데?”  “想确认什么?”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能做到什么程度呢。”

“확인하면 어쩔 건데?”  「要是确认了又怎样?」

“…글쎄. 내가 게이인지 아닌지 알게 되겠지?”
「...谁知道呢。或许就能弄清楚我到底是不是 gay 了吧?」


유우시가 칵테일 잔을 쥐었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지라 무작정 마시기 시작했다. 옆에서 리쿠가 만류했다. 토쿠노 그거 달콤한 것 같아도 꽤 도수 있어. 그 말이 그 순간엔 아득하게 느껴졌다. 리쿠 말대로 거의 음료수처럼 느껴지는 맛이라 얕봤던 탓도 있었다.
勇志握住了鸡尾酒杯。这对话实在无法清醒着听下去,他索性开始灌酒。身旁的陸试图劝阻。得能,那杯看着甜但度数很高。这句话在当下显得无比遥远。正如陸所言,尝起来像饮料般的口感让他轻敌了。


내가 계산해야 하는데… 생각은 했지만 지갑 꺼낼 힘이 없었다. 멀쩡히 걸어서 들어갔다가 리쿠의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리쿠에게서 뭔가 좋은 향기가 났다. 어깨에 얼굴 묻고 킁킁거렸더니 리쿠가 못 말린다는 듯 혀를 찼다.
该我来结账的...虽然这么想着却连掏钱包的力气都没有。明明是自己走进来的,最后却靠着陸的搀扶才出去。陸身上飘来好闻的香气。把脸埋在他肩头嗅个不停时,陸咂舌发出无可奈何的声响。

토쿠노. 정신 좀 차려봐. 나 너희 동네만 기억하지 집이 어딘지까진 기억 안 나.
得能,你给我清醒点。我只记得你们小区,连家在哪儿都想不起来。


“…집에 가지 말자.”  “…别回家了。”

“뭐?”  啥?

“확인하고 싶다며. 하자는 거지? 하자.”
“不是说想确认吗?那就做吧。来做。”


술이 들어가니 저절로 애교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시요. 시요. 이 말밖에 못 하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더니 리쿠가 끝내 택시 잡기를 포기했다.
酒精作用下撒娇般的声线不自觉溜了出来。要。要。像只会说这个词似地嘟囔着,陸最终放弃了拦出租车。

다시 팔이 붙들렸다. 리쿠가 걷는 대로 따라 걸을 뿐인데 발이 자꾸만 푹푹 빠졌다. 마에다군… 나 못 걷겠어. 투정과 함께 유우시가 냅다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문득 올려다본 리쿠의 얼굴이 좀 서늘했다. 귀찮아 죽겠다는 걸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어라 근데 왜 꼴리지….
手臂再次被拽住。明明只是跟着前田陸的脚步走,靴子却不断陷进雪里。"前田君...我走不动了"...伴着撒娇般的嘟囔,勇志突然一屁股跌坐在沥青路面上。抬眼时突然发现陸的表情透着寒意,满脸写着"烦死了"。奇怪...怎么反而更来劲了...


결국 업혀서 근처 비즈니스호텔에 들어갔다. 침대에 엎어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옆에 앉은 리쿠를 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마에다군 나 물…. 리쿠가 순순히 미니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다가왔다. 유우시가 자연스레 리쿠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最终被背着进了附近的商务酒店。趴在床上还没缓过神来,看到坐在旁边的陆,发出痛苦的呻吟:“前田君…我渴…”。陆顺从地从迷你冰箱里拿出矿泉水走过来。勇志很自然地把头枕在陆的大腿上躺下。


“그러다 잘못 넘기면 큰일 나. 앉아서 마셔.”
再乱动会出大事的。给我坐着喝。

“…못 앉겠어.”  ...坐不住。


마지못해 리쿠가 누워있는 유우시에게 물을 먹여줬다. 뭔 애도 아니고. 라고 생각했지만 고분고분 물 마시고 있는 얼굴을 보니 좀 어리게 생긴 것 같기도. 딱 거기까지 생각했는데 유우시가 더 안 먹겠다는 듯 고개를 뗐다. 동시에 유우시의 고개가 리쿠의 바지 쪽으로 돌아갔다.
前田陸不情不愿地给躺着的得能勇志喂水。又不是小孩子。虽然这么想着,但看他乖乖喝水的侧脸又觉得有几分稚气。刚想到这里,勇志就扭开头表示拒绝。同时他的脑袋转向了陸的裤裆方向。


“근데… 왜 섰어?”  “不过…为什么站着不动?”


당황한 리쿠가 생수병을 놓쳤다. 생수병에 든 물이 그대로 유우시의 얼굴로 쏟아졌다. 다행히 직전에 병은 붙잡았지만 이미 유우시의 얼굴을 흠뻑 적신 뒤였다. 질끈 눈 감은 유우시가 벌떡 일어났다. 눈이 따가운지 손바닥으로 마구 얼굴을 비볐다.
前田陆慌乱中失手掉落矿泉水瓶。 瓶中的水直接泼洒在得能勇志脸上。 幸好最后一刻接住了瓶子,但勇志的脸早已被淋得湿透。 紧闭双眼的勇志猛地站起身,似乎被水刺痛了眼睛,用手掌胡乱揉搓着脸颊。

리쿠가 욕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와 유우시의 얼굴을 닦아줬다. 고분고분 얼굴을 내준 유우시가 슬쩍 리쿠를 떠봤다. 있잖아.
陆从浴室拿来毛巾替勇志擦脸。 乖乖仰着脸的勇志突然偷瞄了陆一眼。 「那个啊...」


“응.”  “嗯。”

“마에다군은… 남자한테 박히는 거 무리겠지?”
“前田君你... 被男人进入果然还是不行吧? "


리쿠가 쑥스럽다는 듯 콧등을 구기며 웃었다. 꼭 나쁘지 않을지도? 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陆害羞似地皱着鼻头笑了。 说不定... 也没那么糟? 他欲言又止的神情仿佛这么说着。


“응. 절대 무리.”  “嗯。 绝对不行。 "


예상대로 헤테로임을 강력 주장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不出所料得到了坚定主张异性恋的回答。

유우시가 그새 충혈된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도 그럴 게 유우시는 여태 박으면 박았지 깔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전 남친이랑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勇志泛红的眼睛缓慢眨动。 他忽然觉得思绪混乱——毕竟这人向来只有进入别人的份,从未被压在身下。 当然,和前男友做时也是如此。


솔직히 깔릴 바에야 헤테로로 사는 게 낫겠다 생각할 만큼 거부감이 있었다. 내로남불이라 지적해도 할 말 없지만 넣는 건 간단한데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좀 아찔했다. 그러니 거절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했다. 잘 이해했는데…. 이놈의 빌어먹을 호기심이 문제였다.
说实话,与其被压得喘不过气,还不如当个异性恋——这种抗拒感强烈到让我产生这种念头。就算被人指责双标我也无话可说,插入动作明明很简单,可只要想象被进入的瞬间就头晕目眩。所以理智上我明白该拒绝。明明很清楚的…可这该死的、天杀的好奇心才是罪魁祸首。


아니면 취기 탓인가? 그냥 해보고 싶었다. 리쿠의 얼굴엔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유우시가 속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꿈에도 모를 리쿠가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키스했다.
还是说酒精作祟?只是突然想试试看。前田陸的脸上带着奇异的说服力。就一次应该没关系吧…得能勇志内心的挣扎,浑然不觉的陸根本等不及那片刻犹豫,直接吻了上去。

아. 좋아. 저번에 키스한 후로 한동안 이 느낌을 잊지 못했지. 유우시가 자연스레 리쿠의 목을 끌어안았다. 뜨거운 손가락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온다. 또 집요하게 납작한 가슴을 꼬집고 괴롭히는데 화나기보다는 흥분됐다.
啊…舒服。自从上次接吻后,这感觉让我念念不忘呢。勇志自然地环住陸的脖颈,滚烫的手指探进 T 恤下摆。那作恶的手又开始执拗地揉捏平坦的胸部,比起恼怒,更多的是涌动的兴奋。


섹스 자체는 처음이 아닌데 뒤를 내준 건 처음이라서. 몇 분을 아프다고 울다가 나중에는 생전 내본 적 없던 목소리로 앙앙댔다. 끝까지 처박히고 눌리는 느낌이 죽을 것 같았다. 침 흐르는 것도 못 닦고 그저 신음만 뱉어댔다. 몇 차례 행위가 끝나고 엎드린 채 발발 떨며 깨달았다.
虽然性爱本身并非初次,但将主导权完全交出却是头一遭。我先是呜咽着喊疼了好几分钟,后来竟发出从未有过的娇腻呻吟。被彻底贯穿碾压的感觉几乎令人窒息,涎水横流也无力擦拭,只能不断吐出甜腻喘息。几番云雨后,当我颤抖着蜷缩在床单上时才猛然醒悟——

아. 지금 새로운 세계에 눈 뜬 거구나. 좆 같은데 좋고, 좋은데 좆 같았다. 이거 대체 뭐지? 옆에서 태연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개는 리쿠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啊。现在睁眼看到了新世界。既操蛋又爽,既爽又操蛋。这到底是什么?我望着旁边若无其事地叠着散落一地衣服的陆,心里想着。

딱 쟤 같이 박아줄 게이를 어디서 구하면 좋지….
真想找个像他那样的基佬狠狠干我啊……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리쿠와 비슷한 외모, 속궁합인 사람을 찾는다는 건….
直截了当地说,根本找不到那样的人。这原本就是天方夜谭。想找到和前田陸容貌相似、身体契合的对象什么的…

오직 육체적 관계가 중점인 지금의 관계는 유우시가 제안했다. 당시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우시가 좋아하는 건 리쿠와 섹스할 때 느꼈던 쾌감이지 리쿠 본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리쿠가 그 말 같지도 않은 제안에 응할 줄은 몰랐다. 만약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리쿠와의 관계는 그때 완전히 끝났을 테다.
现在这段纯粹以肉体关系为重点的关系,是得能勇志提出的。当时觉得并不算坏。因为我以为勇志喜欢的只是和陸做爱时的快感,而非陸本身。只是没想到陸会答应这种荒唐的提议。如果当时被拒绝的话,我和陸的关系在那时就会彻底结束了吧。


그 순간부터 하고 싶을 때마다 했다. 먼저 연락하는 쪽은 단연 유우시였다. 리쿠는 거절하진 않았지만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그게 유우시의 자존심을 서서히 짓밟았다. 갈수록 라인 보내기가 묘하게 부끄럽고 망설여졌다.
从那一刻起,他们想什么时候做就什么时候做。总是得能勇志先联系。前田陆虽然从不拒绝,但也从不主动联系,这慢慢践踏着勇志的自尊心。渐渐地,发消息这件事变得莫名羞耻又令人犹豫。

한 번은 일부러 일주일 이상 연락을 끊은 적도 있었다. 열흘 정도 지났을 때 리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것도 밀당이랍시고 안 받을까 하다가 마지못해 받아줬더니.
有一次我故意断联超过一周。大约十天后,前田陸打来了电话。明明说是推拉战术不想接的,结果还是勉强接了。


“왜?”  “干嘛?”

“연락 없길래 죽었나 하고.”  “以为你失联这么久是死了。”

“진짜 죽었으면 어쩌려고? 열흘이나 지났는데.”
“真死了你打算怎么办?都十天了。”

“남자 친구 생긴 줄 알았어.”
“还以为你交新男友了。”


리쿠는 또 아무렇지 않게 유우시의 속을 할퀴었다. 서로 애인이 생기면 이 관계는 안녕이라는 뜻인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인 몰래 다른 누군가와 섹스한다면 그건 바람이 되니까.
陆又一次若无其事地挠乱了勇志的心绪。彼此有了恋人就意味着这段关系该结束了吗?细想起来这再理所当然不过。瞒着恋人和别人上床,那不就是出轨么。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의 저능함에 탄식했다. 새삼 리쿠와의 관계가 매우 불결하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느껴졌다.
呼吸瞬间哽在喉头。他为自己低劣的本能叹息。此刻与前田陸的关系显得如此肮脏,仿佛触犯了绝对不可逾越的禁忌。


“…생겼다면?”  “…要是有了呢?”

“헤어지면 안 되나?”  “我们不该分手吗?”

“…하?”  “…哈?”

“솔직히 나보다 못생겼을 거 아냐.”
“说实话应该长得不如我吧。”


유우시 얼빠잖아…. 리쿠의 뻔뻔한 대사와 애교스러운 목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리쿠는 종종 이럴 때가 있었다. 예상한 반응과는 전혀 다른 생뚱맞은 대답을 내놓는다.
勇志完全懵了…被陸那厚脸皮的台词和撒娇般的声音堵得说不出话来。陸偶尔就会这样。总是给出与预期反应截然不同的荒唐回答。


“왜 헤어지라고 하는 건데?”  “为什么要我分手?”

“유우시랑 계속 같이 있고 싶으니까.”
因为想和勇志一直在一起。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넘어가면 안 된다. 아무리 달콤한 말투로 말한다 한들 결국 섹스하고 싶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고.
在心底反复默念着。不能沦陷。无论他用多么甜蜜的语调诉说,归根结底不过是想做爱的意思。


“오랜만에 하고 싶어.”  “好久没做,想你了。”


봐. 이렇다니까. 그런데 냉철한 이성과는 달리 가슴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리쿠가 처음으로 먼저 나를 원한다는데… 괜찮지 않을까 하고.
看吧。我就说是这样。但与冷静的理性相反,心脏开始疯狂跳动。陆第一次主动想要我…应该没关系吧。

거울에 비친 얼굴이 새빨갰다. 얼굴은 물론 귀와 목까지 화끈거렸다. 겨우 열흘 안 했다고 애타는 건 유우시도 마찬가지라서. 통화할 때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한껏 고개 숙인 채 웅얼거렸다.
镜中映出的脸庞红得发烫。不仅脸颊,连耳根和脖颈都烧得厉害。明明才十天没做,勇志那边也急不可耐。视频通话时明明看不见脸,却还是全程低着头含混嘟囔。


“집으로 와. 기다릴게….”  “回家吧。我等你…”


핸드폰 저편에서 들리는 리쿠의 웃음소리가 심장을 들쑤셨다.
电话那头传来陆的笑声,搅得心脏乱跳。

자꾸만 이대로도 괜찮은 거 아닐까 타협하게 된다.
总忍不住想着"就这样妥协也没关系吧"。








아. 다 말하니까 후련하다.  啊,全说出来真痛快。

그런 표정으로 유우시가 메론소다를 마셨다. 오늘따라 더 다네. 정작 생각지도 못한 심연을 들어버린 사쿠야는 어딘가 기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得能勇志带着那样的表情喝下了蜜瓜汽水。今天格外甜呢。藤永咲哉却露出了近乎惊惶的神色——他猝不及防地窥见了对方眼底的深渊。


참고로 사쿠야는 유우시가 이자카야 다음으로 일하기 시작한 빵집의 단골로 빵 이야기를 하다 급격히 친해졌다. 사쿠야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며 동급생을 짝사랑 중이라고 한 거로 보아 게이일 확률이 85% 정도 됐지만 (남고이므로) 정작 본인은 들켰다는 자각이 없다.
顺便一提,藤永咲哉是得能勇志在居酒屋之后开始打工的面包店常客,两人因聊面包话题迅速熟络起来。藤永咲哉目前是高中二年级学生,从他坦言暗恋同班男生来看(男校缘故),有 85%概率是 gay,但本人似乎并未察觉已被看穿。


금세 귓불을 붉힌 사쿠야가 눈앞의 메론소다를 차마 마시지 못하고 빨대로 휘휘 젓기만 했다.
藤永咲哉的耳垂瞬间染上红晕,盯着眼前的蜜瓜汽水迟迟不敢下口,只咬着吸管来回搅动。


“…그러니까 결론이 뭐예요?”  “…所以结论是什么?”

“세후레를 관두고 싶어.”  “我想退出色情行业。”

“그럼 관두고 싶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那直接说想退出不就好了。

“…그건 그런데.”  …话是这么说。


유우시가 말을 하다 말고 도중에 말끝을 흐렸다. 곧 사쿠야랑 마찬가지로 메론소다를 휘휘 젓기 시작한다. 유우시답지 않은 망설임에 사쿠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勇志说到一半突然含糊其辞,很快像咲哉那样开始搅动蜜瓜汽水。这不像勇志的犹豫让咲哉惊讶地睁圆了眼睛。


“혹시 진심이에요?”  该不会是认真的吧?

“…….”  ……

“그건 안 되죠. 상대는 게이도 아니라면서요.”
“那可不行。您不是说对方连男同都不是吗?”


어쩐지 고등학생 주제에 대학생인 자신보다 통찰력이 뛰어난 것 같은데…. 사실 사쿠야 말이 백 번 옳았다. 무작정 리쿠를 탓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어차피 안 될 관계를 여기까지 질질 끌고 온 건 유우시의 잘못도 크다.
明明只是个高中生,洞察力却似乎比自己这个大学生更敏锐...其实藤永咲哉说得一点没错。就算一味责怪前田陸也解决不了问题。说到底,把这段本就不可能的感情拖泥带水地维持到现在,得能勇志也有很大责任。


“그냥 리쿠 속마음이 알고 싶어.”
“我只是想知道陸的真实想法。”

“…….”  ……

“하루만 연락하는 사람인 척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能不能假装成只联系一天的人帮帮我?”


사쿠야의 눈이 다시 커졌다.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조하듯 제 교복 넥타이를 쥐고 흔든다.
藤永咲哉的眼睛再次瞪大了。尽管知道两人坐的桌子周围没有人,他还是东张西望地环顾四周。像是强调一般,他抓住自己的校服领带摇晃着。


“나 고등학생인데요?”  “我还是高中生呢?”

“상관없어.”  无所谓。

“상관 있을걸요. 가끔 중학생이란 오해도 받는데 백 퍼 안 믿을걸요.”
才不是无所谓呢。偶尔还会被误认成初中生,百分之百不会信你的。

“중요한 건 우리가 잘 어울리냐가 아니야.”
重点不是我们配不配。


도와줄 거지? 유우시가 대뜸 사쿠야의 손을 붙잡았다. 간절한 고양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걸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물론 그다음에 제안한 디저트 페어에 데려가 주겠다는 말 때문은 진짜 아니고. 세 살 차이에도 유대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다 우정과 의리 때문이다.
会帮我的吧?勇志突然抓住藤永咲哉的手。被那双渴求的猫眼凝视着实在难以拒绝。当然,绝对不是因为之后他提议要带我去甜品店——虽然相差三岁但总归有些羁绊。纯粹是出于友情和义气罢了。


삼자대면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三方对峙的时刻来得比想象中更快。

리쿠와 스테이크 먹기로 약속한 날 유우시가 사쿠야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사쿠야는 최대한 어른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음을 강력 어필했다. 일단 무채색의 후드티에 청바지. 그리고 키링 하나 안 달린 크로스백을 맸다. 이 정도면 대학생으로 보이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유우시가 단호하게 고3인 설정으로 가겠다고 일축했다.
和前田陆约好吃牛排的那天,得能勇志带着藤永咲哉前往约定地点。咲哉极力想表现得成熟些——素色连帽衫配牛仔裤,背着没有挂饰的斜挎包。这样总该不像高中生了吧?可勇志斩钉截铁否决道:"必须按高三生的人设来。"


마침내 약속 장소에 다다라 핸드폰 보고 있는 리쿠를 마주한 순간 사쿠야는 깨달았다. 이건 진지하게 게임이 안 됐다. 리쿠는 오늘따라 평소 안 끼던 안경에 블레이저까지 입고 있었다. 사쿠야가 경악하며 유우시의 뒤로 숨으려 했지만 유우시가 무력으로 사쿠야의 팔을 잡고 이끌었다.
终于到达约定地点,藤永咲哉在看到正盯着手机的前田陸的瞬间就明白了——这下可真是玩脱了。陸今天一反常态地戴了副平时不用的眼镜,甚至还穿着西装外套。咲哉震惊地想要躲到得能勇志身后,却被勇志一把拽住胳膊强行拖了过去。


“늦어서 미안. 한 명 더 껴도 괜찮지?”
“抱歉来晚了。再加一个人可以吗?”


핸드폰 두드리던 리쿠의 손가락이 멈췄다. 곧 리쿠의 시선이 눈앞의 유우시와 그 옆에 선 사쿠야에게 차례로 닿는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리쿠가 사쿠야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누구야? 사촌 동생?
陆敲击手机的手指突然停住了。很快,他的目光依次落在眼前的勇志和站在旁边的咲哉身上。将手机塞进口袋的陆望着咲哉,露出宠溺般的笑容。"谁啊?表弟?"


사쿠야가 대놓고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저는 당신 세후레의 썸남(설정)입니다만…. 그런 말은 차마 못 했다. 사전에 유우시로부터 웬만해선 입 열지 말라는 잔소리를 단단히 들은 덕분이었다. 유우시가 들어가서 설명하겠다며 말을 잘랐고, 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藤永咲哉开始明目张胆地扭捏起来。"我是您专属的暧昧对象(设定)..."这种话终究没能说出口。多亏事前被勇志再三叮嘱过"除非万不得已千万别开口"。勇志打断对话表示由自己进去说明,三人随即走进了店铺内。


두 사람으로 예약한 탓인지 테이블에는 딱 두 사람분의 물컵과 수저가 세팅돼있었다. 리쿠가 사람이 한 명 늘었다고 말하자 직원이 바로 자리를 바꿔줬다. 솔직히 사쿠야는 이때부터 가시방석이었다. 이어서 직원이 메뉴판 세 개를 나눠줬지만 하나는 쓸쓸하게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유우시와 사쿠야와 메뉴판 하나를 함께 봤기 때문이다.
由于是两人预约的缘故,桌上只摆放了两套餐具。前田陸告知服务员增加一人后,对方立刻更换了座位。说实话藤永咲哉从这时起就如坐针毡。接着服务员分发三份菜单时,其中一份孤零零地倒扣在桌上——因为得能勇志和藤永咲哉正共看同一本菜单。


“사쿠탄은 뭐 먹고 싶어?”  “咲哉想吃什么?”

“사쿠… 사쿠탄?!”  “咲…咲哉?!”


처음 듣는 애칭에 당황하기도 잠시 유우시가 사쿠야의 종아리를 툭 쳤다. 금세 상황을 파악한 사쿠야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유우시가 골라주는 거면 다 좋은데…. 반사적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올 것 같은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听到初次听闻的昵称,得能勇志愣了一下,随即轻轻敲了下藤永咲哉的小腿。咲哉很快会意,尴尬地笑了笑。只要是勇志选的我都喜欢……我强忍着差点脱口而出的敬语。


“그럼 비싼 거 먹자. 오늘은 리쿠가 다 사주는 날이니까.”
“那吃贵的吧。今天可是陸请客的日子呢。”

“…에 그래도 나까지 얻어먹는 건 좀.”
“…话虽如此,连我的份都要蹭就有点…”

“괜찮아. 리쿠가 나한테 한 짓이 있어서 사쿠탄 것까지 사줘도 돼. 그치?”
“没关系。陆对我做的事,就算把咲哉那份也原谅了也行。对吧?”


진작 고르고 메뉴판을 테이블에 올려놨던 리쿠가 좀 황당하다는 듯 유우시를 바라봤다. 그러나 곧 수긍의 대답이 떨어진다. 응 눈치 보지 말고 알아서 골라.
早就选好菜单并把菜单放在桌上的陆一脸荒唐地看向勇志。但很快便传来他同意的回答:嗯,别察言观色了,自己看着选吧。


“사쿠탄 들었지? 와인이나 샴페인은 어때?”
“咲哉你听说了吗?来点红酒或香槟怎么样?”

“…에 술은 좀.”  “…酒还是算了。”

“논알콜로 마시면 되지.”  “喝无酒精的不就行了。”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주문은 평범하게 했다. 술은 사쿠야를 생각해서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직원이 메뉴판을 걷어가자 테이블 위로 찬 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했다. 
嘴上虽那么说,点的东西却很普通。因为想到藤永咲哉,特意没点酒。服务员收走菜单后,餐桌上开始呼呼地刮起冷风。

무심하게 핸드폰만 쳐다보던 리쿠가 뒤늦게 유우시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알아차린 유우시가 뭐냐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리쿠가 턱짓으로 사쿠야를 가리켰다.
原本漫不经心盯着手机的前田陸,迟了几秒才看向得能勇志。察觉到视线的勇志皱眉露出"干嘛"的表情。陸用下巴朝藤永咲哉的方向示意。


“누구야?”  谁啊?

“요즘 연락하기 시작한 사람.”  “最近开始联系的人。”

“내가 네 핸드폰에서 매칭 어플 다 지워버린 거로 기억하는데?”
我记得把你手机里所有交友软件都删光了吧?

“지인 소개로 만났어.”  熟人介绍认识的。

“중학생을?”  初中生?


사쿠야가 얼굴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중저음으로 끼어들었다.
藤永咲哉用与那张脸毫不相称的中低音插了进来。


“…수험생인데요.”  “…我是考生。”


그리고 무참히 씹혔다.  然后被毫不留情地嚼碎了。

리쿠는 아예 사쿠야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서 유우시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우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쿠야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거 스테이크를 씹어 넘길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벌써 체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괜히 찬 물만 벌컥 들이켠다.
陸连看都没看藤永咲哉一眼,只是直勾勾盯着勇志。勇志也同样如此。咲哉把嘴唇咬得咯吱作响。这牛排怕是嚼不动了。明明什么都没吃,胃里却翻江倒海得快要吐出来。他胡乱灌了几口冰水,喉结急促地上下滚动。


“들었지? 중학생 아니고 고3이야.”  “听说了吗?不是初中生,是高三的。”

“그래서?”  所以呢?

“뭐가?”  “什么?”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你到底想对我说什么?


사쿠야의 눈이 커졌다. 이 형 왠지 심연을 꿰뚫고 있는 듯. 급하게 테이블 아래로 핸드폰을 켰다. 정말 티 나게도 30초 후에 유우시의 핸드폰이 작게 진동했다.
藤永咲哉的瞳孔骤然放大。这位表哥的眼神仿佛能洞穿深渊。他慌忙在桌下点亮手机屏幕——果然三十秒后,得能勇志的手机传来细微震动。


다 들킨 것 같은데요?  看来全暴露了呢?


유우시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화면을 껐다. 리쿠가 맞은편에선 보이지도 않는 화면을 보며 핀잔했다. 답장 안 해? 유우시가 괜찮다며 테이블 아래로 사쿠야의 종아리를 툭 친다. 쓸데없는 짓은 말라는 듯이.
得能勇志维持着扑克脸关闭屏幕。前田陸在对面盯着根本看不见的界面咂舌:"不回复?"勇志用膝盖轻撞藤永咲哉的小腿示意无妨,桌下传来衣料摩擦的窸窣声,仿佛在警告他别做多余的事。


“너랑 이제 안 할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어.”
“我想说的是,以后不会再和你做了。”


그리고 냅다 질렀다. 동시에 사쿠야가 놀란 듯 딸꾹질을 했다. 유우시가 사쿠야의 컵에 다정하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괜찮아 사쿠탄. 내가 다 말할게.
他猛地灌了下去。与此同时藤永咲哉像是被吓到般打了个嗝。得能勇志温柔地往咲哉杯子里添水说道:"没事的咲哉,我会全部说出来的。"

그러니까 사쿠탄이라고 하지 말라고요…. 라는 말은 역시 할 수 없었다.
"所以都说了别叫我咲哉..."这句话终究还是没能说出口。


“아 그래?”  啊 是吗?

“별로 안 놀라네.”  倒不是很惊讶呢。

“뭐 언젠가 이럴 것 같았어.”
总觉得迟早会变成这样。


유우시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너라면 언젠가 이럴 것 같았어? 그러니까 훨씬 전부터 끝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거지. 끝을 안 만들려는 생각 따윈 없으셨던 거고. 잠깐 떠보려다 진짜로 연을 끊게 생겼다. 좆 됐네 진짜….
勇志的表情略微僵硬。你早就料到会变成这样?也就是说你从一开始就知道结局会来临。压根没想过要避免这个结局吧。试探着想要抽身却差点真的断了联系。妈的这下真完蛋了...


냉전도 잠시 스테이크가 나온 순간 태연하게 썰기 시작하는 유우시를 사쿠야가 조금 경이롭다는 듯 바라봤다. 저 방금까지만 해도 사랑 때문에 고민하지 않으셨던가요. 유우시가 먼저 자른 스테이크 접시를 사쿠야 쪽으로 밀어주고 사쿠야의 접시를 자기 쪽으로 갖고 왔다.
冷战的气氛刚持续片刻,牛排上桌的瞬间,得能勇志便若无其事地开始切肉。藤永咲哉略带讶异地望着他——这位先生刚才不还在为情所困吗?勇志将切好的牛排碟推向咲哉方向,顺手将对方的餐碟拉到自己面前。


“에… 고마워.”  “呃…谢谢。”

“뭘. 사쿠탄과 나 사이에.”  干嘛。我和咲哉之间的事。


남(친한 형의 세후레)이 사주는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대화가 끊기고 음식이 입에 들어가니까 그냥 다 괜찮아졌다. 사쿠야가 맛있다는 듯 잘 먹는 걸 보며 유우시가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맞은편의 리쿠는 몇 입 먹지도 않았으면서 진작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식 맛을 전혀 못 느끼는 얼굴로 저작 운동만 했다.
前男友(其实是挚友的弟弟)请客的牛排意外地美味。当对话中断食物入口时,一切都变得无所谓了。看着藤永咲哉吃得津津有味的模样,得能勇志露出满足的笑容。而对面的前田陸几乎没动几口,早就摆出疲惫的神情,机械地咀嚼着食不知味的牛排。


약속대로 계산은 리쿠가 했다. 사쿠야가 뒤늦게 눈치 보며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리쿠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야. 잘 먹는 거 보니까 좋더라. 물론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저 형은 식사 내내 유우시만 쳐다봤으니까.
按照约定,前田陆结了账。藤永咲哉后知后觉地点头致意,含糊嘟囔着"谢谢..."。陆笑着回应:"没事,看你吃得香我就开心。"——这当然是显而易见的谎言。毕竟这位老哥整顿饭的视线都黏在得能勇志身上呢。


리쿠의 시선이 다시 유우시에게 닿았다. 집에 가자. 목소리는 무심한데 눈빛이 어딘가 집요했다. 그걸 가볍게 피한 유우시가 사쿠야 쪽으로 붙었다. 미안. 나 사쿠탄 바래다주고 갈게. 당황한 사쿠야가 손사래를 쳤다.
陆的目光再次落在勇志身上。"回家吧。"声音漫不经心,眼神却透着执拗。勇志轻巧避开,往咲哉身边靠去。"抱歉,我得先送咲哉回去。"咲哉慌忙摆手拒绝。


“에… 난 괜찮… 아니 응.”
“呃…我没事…不对 嗯。”

“가자 사쿠탄.”  “走吧 咲哉。”


유우시가 자연스레 사쿠야의 어깨에 팔을 감고서 돌아섰다. 사쿠야가 잽싸게 뒤돌아 리쿠를 향해 인사했다. 리쿠는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멀어지는 유우시의 등짝만 쳐다보고 있었다. 덕분에 스테이크만 먹고 나왔을 뿐인데 리쿠에게 못 할 짓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勇志自然地搂住咲哉的肩膀转过身去。咲哉敏捷地回头向陸行礼致意。陸却没什么反应,只是面无表情地盯着勇志逐渐远去的背影。明明只是出来吃了顿牛排,却莫名有种对陸做了亏心事的感觉。

죄스럽달까. 다시 생각하면 이상한 표현이었다. 유우시와 리쿠가 단순히 세후레라면 사쿠야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说是愧疚或许不太准确。仔细想想这个表达确实有些奇怪。如果勇志和陸只是单纯的后辈关系,咲哉会产生这种心情未免太不合常理。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어때요?”  “现在回头还来得及吧?”

“왜? 바래다줄게.”  “为什么?我送你吧。”

“사실은 그냥 저 형이 질투했으면 하는 거죠?”
其实你只是希望那位学长吃醋吧?

“뭐? 그런 거 아닌데.”  “哈?才不是那样。”

“좋아하는 마음은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전해져요.”
“喜欢的心情如果不坦率表达出来,对方是不会明白的。”


마지막 말에 유우시가 우뚝 멈춰 섰다. 빨리 가요. 제가 봤을 땐 저 형도 마음 있는 것 같으니까… 빨리 가서 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해요.
得能勇志在最后一句话前猛地停住脚步。"快去吧。我看那位前辈也对你有意思...快去告诉他我们之间什么关系都没有。"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던 유우시가 미안하단 말과 함께 돌아섰다. 리쿠가 그새 사라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급했다. 정신 차렸을 땐 어느새 달려가고 있었다.
勇志望着虚空若有所思片刻,低声道歉后转身离去。想到前田陸可能已经消失不见,他心头突然焦灼起来。等回过神来时,自己已经跑了起来。


다행히 리쿠는 여전히 아까 헤어졌던 길에 있었다. 그렇지만…. 리쿠의 뒷모습이 제대로 시야에 담긴 순간 유우시가 뛰던걸 멈췄다. 그 인기척에 리쿠의 옆에서 걷던 여자가 돌아본다. 안 본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낯이 익었다. 언젠가 강의실 앞에서 리쿠~♡하고 불렀던 후배라는 걸. 즉 유우시랑 동갑이라는 소리다.
所幸陸仍停留在方才分别的街道。但...当那个熟悉的背影完整映入眼帘时,勇志猛然刹住脚步。察觉到动静的瞬间,走在陸身旁的女生转过头来——时隔半年未见却依然眼熟,正是当年在教室前娇声喊着"陸~♡"的后辈。也就是说,她和勇志同龄。


차라리 모른 척 지나가길 바랐는데…. 걸음을 멈춘 여자가 리쿠에게 무언가 떠들었고 곧 리쿠가 돌아봤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아까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오늘따라 리쿠는 유우시가 좋아하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나와서 최종적으로 만나는 게 결국 여자라는 거지.
我宁愿装作没看见直接走过去……停下脚步的女人对陆说了些什么,很快陆就转过头来。视线再次交汇。从刚才初见时就感觉到了,今天的陆偏偏穿着勇志喜欢的打扮。这样精心装扮出门,最终要见的人果然是个女人啊。

그놈의 여자. 여자. 여자. 어느새 리쿠가 유우시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那个该死的女人。女人。女人。不知不觉间,前田陸已经站到了得能勇志的跟前。


“사쿠탄인가 뭔가 중학생 데려다준다더니?”  “听说藤永咲哉那家伙带了初中生回家?”

“수험생이라니까.”  “说是考生来着。”

“아무튼.”  “总之。”

“그러는 넌? 집에 가자더니 약속 있었네.”
“那你呢?说要回家结果还有约啊。”

“우연히 만난 거야.”  “只是偶然遇到的。”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라고 비꼬고 싶은 걸 꾹 참아냈다.
这种巧合怎么可能有。我强忍着没说出这句讽刺的话。


“그래서? 집에 안 가?”  “所以呢?不回家吗?”

“응. 한 잔 마시자길래.”  嗯。说好要喝一杯的。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됐다. 리쿠를 노려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어떻게 바꿀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밤과 술과 여자라니… 끝장인 조합이다.
瞬间表情管理彻底失效。明知自己正瞪着陸,却怎么都调整不了表情。这也难怪——深夜、酒精和女人…简直是致命组合。


이런 상황에서 솔직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겠냐고. 금방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내가 리쿠를 좋아하는 게 맞긴 한가? 속궁합 좋은 거랑 사랑은 별개의 문제지. 객관적으로 리쿠 정도 외모면 어플에서 만날 수 있는 게이들의 평균치에 비해 월등히 높긴 했다. 결국 외모에 끌린 게 분명했다. 누구 말대로 얼빠라서. 마에다 리쿠가 좋은 게 아니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在这种情形下,还能坦率地表达喜欢的心意吗?我的心立刻摇摆不定。我真的喜欢陆吗?八字相合和爱情根本是两回事。客观来说,以陆的外貌条件,确实远超交友软件上能遇到的男同平均水平。说到底,我显然是被外貌吸引了。就像有人说的那样,我就是个颜控。我努力合理化着——我喜欢的并不是前田陆这个人。


마주한 리쿠의 눈빛이 건조했다. 후배라는 여자와는 거리가 좀 있는데도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陆的眼神干燥无光。明明和那个后辈女生保持着距离,却故意压低声音呢喃。


“기다리지 마.”  “别等了。”

“…….”  ……

“오늘 안 들어갈 수도 있어.”
“今天可能进不去了。”


웃을 듯 말 듯 애매한 얼굴로 리쿠가 쌩하니 돌아섰다. 몸매 실루엣이 다 드러나는 핑크 원피스 입은 여자 후배에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꼭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陆似笑非笑地转过身去,粉色连衣裙勾勒出全身曲线的女后辈正朝他走来的背影映入眼帘…莫名有种败北感。


감히 쫓아갈 자신은 없어서 핸드폰을 켰다. 마음이 급해서 달달 떨리는 손으로 라인 대화 창을 눌렀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메시지를 입력한다.
我根本不敢追上去,只能打开手机。心急如焚地用颤抖的手指点开 LINE 聊天窗口,语无伦次地输入想到的话。


리쿠  

아ㄲ깐장난이었어  啊刚才只是开玩笑啦

미안  抱歉

잘못했어ㅓ  我错了

집에가자  回家吧


멀어지는 리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진동이 연달아 울리는 걸 알아차렸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바라본다. 찰나에 리쿠가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주변에 차가 쌩 지나가자 리쿠가 차도 쪽을 걷던 여자 후배와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했다.
望着前田陸逐渐远去的背影。他似乎察觉到连续震动的手机,从口袋里掏出手机看了看屏幕。刹那间,陸又将手机塞回口袋。当身旁有车辆呼啸而过时,他立刻改变方向,与原本走在机动车道旁的学妹调换了行走路线。


그걸 보면서 자연스레 깨닫는다. 사실 리쿠에게 저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고. 그냥 틈만 나면 섹스만 하는 거 말고. 그거 이외에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말고. 그냥… 진짜 애인 같은 거. 물론 무리라는 걸 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상처 받을 것도 없지 않나.
看着这一切,我自然而然地明白了。其实我似乎一直渴望得到陆那样的爱。不是那种一有空就只会上床的关系。不是那种除了性以外对彼此一无所知的关系。而是...真正的恋人般的感情。当然我知道这是奢求。从一开始就心知肚明,所以也不会受伤不是吗。


죽어도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 대화 창을 잠깐 바라보다 돌아서서 걸었다. 역과 반대 방향이었지만 리쿠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는 건 영 안 내켰다. 차라리 좀 걷다가 다른 역에서 타든가 하지 뭐.
我盯着那个连已读标记都不会弹出的对话框看了片刻,转身离开。虽然与车站方向相反,但实在不想沿着前田陆走过的路回去。宁可多走几步去别的车站换乘。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가슴이 세차게 뛰어서 몸 전체가 경련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那时手机突然震动起来。一瞬间我以为心脏要停跳了。胸口剧烈起伏,全身都产生类似痉挛的错觉。


어떻게 됐어요?  怎么样了?


사쿠야구나.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건지 눈물이 핑 돌았다. 가까스로 참고서 답장을 꾹꾹 입력했다.
是藤永咲哉啊。我到底在期待什么呢,眼眶瞬间涌上泪水。强忍着哽咽,手指用力戳着屏幕回复消息。


덕분에 잘 해결했어  多亏你才顺利解决了

다행이다  太好了

그 형 생각했던 것보다 잘생겨서 깜짝 놀랐어요
那位哥哥比想象中帅多了,吓我一跳

근데 유우시군도 잘생김  不过勇志君也挺帅的


기분이 한없이 축 처졌다. 누군가에게 안겨서 위로 받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상대가 없었다. 어플밖엔…. 충동적으로 깔려다가 관뒀다. 리쿠가 한 번만 더 어플로 사람 사귀면 자기랑은 끝이라고 강조했던 게 떠올라서.
心情无比低落。虽然想找个人依靠寻求安慰,却找不到可以联系的对象。除了那个交友软件……冲动之下点开又关掉了。想起陆曾强调过,要是再用交友软件认识人,就和他彻底结束。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게 끝이 아니면 뭐지? 신경 쓸 필요 있나? 앱 스토어에서 전 남친들 사귈 때 자주 이용했던 어플을 깔았다. (비록 전부 똥차였지만) 늘 그랬듯 프로필 사진은 설정하지 않고 상태 메시지만 바꿨다.
突然冒出这样的念头:如果现在还不是终点,那又算什么?何必在意呢?我在应用商店下载了以前交往时经常用的那款交友软件。(虽然全都是渣男)和往常一样,我只改了状态消息,没设置头像。

東京 04  东京 04

그리고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신주쿠에서 번개 가능한 분. 이거 너무 섹스하잔 뜻 같나? 아예 아니라고도 못 하지만. 확인 버튼 누를지 말지 망설일 때였다.
然后开始写帖子。“新宿可闪电约。这样写会不会太像约炮了?”虽然也不能说完全不是。正犹豫着要不要点击确认按钮。

뒤에서 후드 모자를 확 잡아 당기는 손길에 놀란 유우시의 손이 멋대로 핸드폰을 꽉 붙잡았다. 그게 전송 버튼을 눌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돌아본 곳에는 아까와 똑같은 착장의 리쿠가 서 있었다.
背后突然伸来的手猛地拽住兜帽,惊得勇志的手不由自主地紧握住手机。他做梦都没想到这一下竟按到了发送键。回头望去,只见陆仍穿着方才那身装束站在那里。


“집에 간다며.”  “说是要回家了。”

“…그러는 넌 술 마신다며.”  “…你明明说自己不喝酒的。”

“라인이 너무 애절해서 돌아왔는데.”
“这线条太过凄美,让我忍不住又回来了。”


리쿠의 시선이 어느덧 유우시의 핸드폰 화면에 닿았다. 유우시가 뒤늦게 핸드폰을 뒤로 숨기려 했지만 리쿠의 손이 낚아채는 게 더 빨랐다. 당황한 유우시가 무작정 손을 뻗었지만 리쿠가 핸드폰을 꼭 쥔 채 유우시를 피해 뒤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메시지가 35개나 쌓였다.
陆的目光不知不觉落在了勇志的手机屏幕上。勇志慌忙想把手机藏到身后,但陆的手更快地一把抢了过来。勇志慌乱地伸手去够,陆却紧握着手机后退几步躲开了。短短一瞬间,未读消息竟已堆积了 35 条。


신주쿠 어디 계세요? 지금 나갈 수 있습니다
新宿你在哪?我现在可以出来

마침 신주쿠인데 만나서 대화해요  正好在新宿 见面聊聊吧

섹스하고 싶어?  想操吗

37세입니다만 괜찮을까요?  37 岁可以吗?


어쩜 눈에 들어오는 내용들이 모조리 좆 같았다. 리쿠가 포스트를 삭제하고 재차 어플을 삭제했다. 이 놈의 어플은 삭제하고 삭제해도 또 깔린다. 아예 못 까는 기능을 개발하든가 해야지.
也许映入眼帘的内容全都狗屁不如。陆删掉了帖子,再次卸载了应用。这该死的软件删了又删还是会自动安装。干脆开发个彻底无法安装的功能算了。

뒤늦게 다가온 유우시가 리쿠 손에서 핸드폰을 확 뺏었다. 그땐 이미 어플 자체가 사라진 후였지만.
得能勇志迟来一步,猛地从前田陆手中夺过手机。可那时应用本身早已消失无踪。


“남의 핸드폰 멋대로 만지지 좀 마.”
“别随便碰别人的手机。”

“어플로 사람 만나는 거 관두랬지. 네 몸 소중한 줄 알라고.”
不是说好不用交友软件了吗?要懂得珍惜自己的身体。

“네가 그런 말 하는 거 진짜 웃긴 거 알아?”
你知道从你嘴里说出这种话有多可笑吗?


누가 보면 애지중지 다루는 줄 알겠네. 함부로 대하는 건 자기면서.
看你这小心翼翼的样子,不知道的还以为在对待什么珍宝呢。明明对别人就那么随便。

유우시가 톡 쏘아붙이곤 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말은 세게 했지만 속으로는 조금 들떴다. 리쿠가 결국 그 후배가 아닌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한편으론 언제든 다시 가버릴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홱 돌아봤다가 바짝 쫓아오던 리쿠와 부딪칠 것처럼 됐다. 유우시가 리쿠의 블레이저 소매를 붙잡았다. 마치 강아지 데리고 가듯 앞장 선다. 리쿠가 순순히 그런 유우시 뒤를 따랐다.
勇志猛地甩出一句话,转身朝车站方向走去。嘴上说得强硬,心里却暗自雀跃——陆终究选择了自己,而不是那个后辈。可转念又担心他随时会离开,不安的情绪在胸口翻涌。他猛地回头,差点撞上紧跟在后的陆,慌忙抓住对方校服袖口,像牵小狗似的大步走在前面。陆竟也乖乖跟着这样的勇志,亦步亦趋。


결국 그날 밤도 질리도록 했다. 이거 진짜 언해피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함부로 대하는 건 네가 아니냐고 한마디 뱉은 게 어지간히 신경 쓰였는지 그날따라 리쿠가 애무에 한껏 공을 들였다. 거기에 일일이 흥분하고 마는 게 수치스러워서 끝나자마자 답지 않게 떼를 썼다. 이제 자신이 박는 게 아니면 절대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那晚终究还是做到腻烦。这结局实在称不上愉快。前田陆似乎格外在意那句"随便应付的人是你吧"的埋怨,那晚的爱抚格外卖力。偏偏每被撩拨就轻易兴奋的自己太过羞耻,刚结束就反常地闹起别扭,撂下狠话说除非换自己在上面否则绝对不做。

물부터 먹여주던 리쿠가 피식 웃었다.
先递上水的陸噗嗤笑了出来。


“그래. 알았어.”  “好。知道了。”


언젠가처럼 리쿠 허벅지에 머리 베고 누워 물을 받아 마시던 유우시가 생수병을 밀어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진짜로? 리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就像某天一样,得能勇志枕在前田陸的大腿上躺着喝水,突然把矿泉水瓶推开了。他瞪圆眼睛反问:“真的吗?”陸若无其事地点了点头。


“웅. 그게 그렇게 소원이면.”  “嗯。既然你那么想要的话。”

“…근데 너 해본 적 없을 거 아냐.”
…不过你应该没经验吧。

“너도 내가 처음이라며.”  你说过我也是你的第一次。

“그건 그런데….”  “话是这么说啦…”

“여태 나한테 당한 거 다 나한테 풀어.”
“把在我这儿受的气都冲我撒出来。”


어딘가 덤덤하게 중얼거리는 리쿠를 바라보며 유우시는 사쿠야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望着某处低声嘟囔的陸,勇志想起了藤永咲哉的声音。

좋아하는 마음은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전해져요.
不把喜欢的心情坦率表达出来,就永远无法传达给对方啊。


솔직히 그동안 리쿠에게 마냥 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리쿠가 싫다는 사람 붙잡고 억지로 뭘 한 것도 아니고 유우시도 다 동의했던 거니까. 이제 와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건 그저 투정에 불과했던 셈이다.
说实话,我从不觉得自己单方面被陆占尽便宜。他既没强迫讨厌的人就范,勇志也是心甘情愿的。现在翻这些旧账,不过是撒娇罢了。

유우시가 천천히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키스할 것처럼 얼굴이 가까워졌다.
勇志缓缓起身。他的脸凑得极近,仿佛下一秒就要吻上来。


“…지금 이대로도 좋아.”  ……就这样也很好。

“갑자기?”  突然这样?

“너랑 하고 이쪽으로도 느낀다는 걸 알게 돼서.”
和你做过之后,才发现对男人也会有感觉。

“…….”  ……

“근데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은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
不过没和其他人试过,所以也不太清楚。


이쪽이 천성인지. 아니면 오직 리쿠에게만 반응하는 건지. 리쿠가 생긋 웃으며 유우시의 뺨에 쪽 입 맞췄다.
这是天性使然吗?还是唯独对陸有反应?陸嫣然一笑,在勇志的脸颊上轻轻啄了一口。


“그럼 그냥 계속 나랑만 하자.”
“那就永远只和我做吧。”

“…하?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哈?我们又不是恋爱关系?”

“사귈래?”  “要交往吗?”

“가벼워서 싫어.”  “你太轻浮了,不喜欢。”

“나 보기보다 진지한 남잔데.”  “我比你想象的要认真得多。”


전혀 안 그래 보입니다만.  看起来一点也不像呢。

유우시가 금방 시선을 돌렸다. 방금 리쿠에게서 날아온 ‘사귈래?’라는 한마디가 반사적인 농담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리쿠의 화법 자체가 그랬다. 버튼 누르면 나오듯 쉬지 않고 플러팅을 해대는데 거기 놀아나면 이쪽만 곤란해진다. 아마 돌아서면 자신이 언제 그랬냐고 반문할 만큼 쉽게 뱉은 말일 테니까.
勇志立刻移开了视线。他心知肚明前田陸那句"要交往吗?"不过是条件反射的玩笑话——那家伙的说话方式向来如此。就像按下按钮就会自动播放般,永不停歇地发射着暧昧信号,若当真回应只会让自己陷入窘境。恐怕转身就会装傻反问"我什么时候说过这种话"吧。


“넌 진짜 나랑 왜 해?”
你到底是为什么要和我做?


유우시가 줄곧 참아왔던 질문을 꺼냈다. 딱히 바라는 대답이 있었다기보다는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리쿠는 처음부터 대답이 정해졌던 것처럼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勇志抛出了压抑已久的疑问。倒不是期待什么答案,纯粹是出于好奇。陸却像早有标准答案般,连睫毛都没颤动一下。


“너랑 하는 게 제일 좋으니까.”
“和你一起最舒服了。”

“전 여친이랑 할 때보다?”  “比和前女友做的时候爽?”

“비교도 안 되지.”  “根本没得比。”


와 정말 씹스럽다…. 그야말로 세후레다운 대사가 아닐 수 없다.
哇真他妈下流…这绝对是吴是温风格的台词没跑了。


“그 정도야?”  “就这种程度?”

“나도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 안 해봐서 남자가 좋은 건진 잘 모르겠지만 너랑 하는 건 좋아.”
虽然我也没和别人做过所以不知道男人是不是都这么好...但和你做很舒服。


무엇보다 혐오스러운 건 그 씹스러움이 전혀 싫지 않다는 사실이다. 리쿠가 별안간 유우시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뜨거운 품에 갇힌 유우시가 직전에 리쿠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最令人作呕的是,他竟丝毫不讨厌这种下流感。前田陸突然将得能勇志猛地拽入怀中。被禁锢在滚烫怀抱里的勇志,下意识重复了陸刚才说的话。


“그럼 너도 나랑만 해.”  “那你也只能和我做。”

“응. 당연하지.”  嗯。当然啊。


또 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대답.
又一次条件反射般脱口而出的回答。

정말 그렇게 할지 조금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其实连自己都不确定会不会真的那么做。








사실 리쿠 입에서 사귀자는 말이 튀어나온 게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其实陆嘴里蹦出"交往吧"这句话,那天并不是第一次。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첫 섹스 다음 날. 세후레 한 달 차. 동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공통으로 섹스 후에 그런 말을 꺼냈다. 아직 여운에 헐떡이는 유우시를 바라보면서 건성으로.
以前也常有这种事。第一次做爱的第二天。交往满一个月时。刚开始同居没多久的时候。共通点都是在性爱后说出那样的话——一边望着仍沉浸在余韵中喘息不已的勇志,一边漫不经心地。

그건 뭐랄까… 사랑 고백으로 들리진 않았다. 아마 세후레를 다르게 표현할 단어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怎么说呢…听起来不像是爱的告白。我想他只是需要一个不同的词来表达"세후레"罢了。


무엇보다 당시 유우시는 리쿠를 그저 속궁합 끝내주는 타과 선배 정도로만 인식했다. 문제의 남친과 헤어진 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선배에게 금세 호감을 품었다. 그 선배랑 연락하는 중에도 리쿠와의 관계는 이어졌다.
当时勇志不过把陸当作一个床上功夫惊人的外系学长。和问题男友分手后,经熟人介绍认识的这位前辈很快让他产生好感。即便在和那位前辈保持联系期间,他与陸的关系也仍在继续。

대신 리쿠와 섹스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면 리쿠의 태도도 덩달아 거칠어졌다. 쾌감이 잡생각을 떨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도록.
只不过和陸做爱时,他经常分心想着别人。每当这种时候,陸的动作就会跟着粗暴起来——仿佛要用快感震碎所有杂念,让他什么都无法思考。


질투하나? 같은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리쿠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고 리쿠는 동시에 여러 사람과 연락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냥 내로남불 같았다. 자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유우시가 그러는 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괘씸해서 리쿠에게 몇 번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했다.
嫉妒吗?我似乎从未有过这样的想法。因为陆的身边总是围绕着很多人,看起来他同时和好几个人保持着联系。这简直就像只许州官放火,不许百姓点灯。他自己可以这样,但勇志这么做就让人无法坐视不理。因为心里不爽,我几次三番地让陆把腿挪开。


“전에도 말했지만 잘 모르는 애라니까.”
“我之前也说过,我跟他不熟。”

“그래도 전공에서 볼 거 아냐.”
反正专业课还会见面的吧。

“도대체 걔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那家伙到底哪里让你这么着迷?

“그냥… 잘생겼잖아.”  “就...长得帅呗。”


게이고. 단순한 대답에 리쿠가 혀를 찼다. 넌 잘생긴 게이면 다 좋아? 명백히 비꼬는 투였지만 유우시가 나름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대답했다. 응.
前田陸发出啧声。这种敷衍回答让他忍不住咂舌。只要是帅哥基佬你都喜欢?明明是嘲讽的语气,得能勇志却认真思考后郑重回答:嗯。


어차피 리쿠가 도와주지 않아도 공통 지인이 있었기에 짝사랑 상대와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몇 번 둘이서 따로 만나서 밥을 먹었다. 눈 마주칠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리쿠를 조금 닮은 것 같다고…. 한 번 그렇게 생각하자 그 선배의 모든 걸 리쿠와 비교하게 됐다. 굳이 따지자면 리쿠보다 희고, 눈은 조금 더 작은 것 같고….
反正就算前田陆不帮忙,因为有共同认识的人,和暗恋对象见面也不是难事。我们俩单独吃过几次饭。四目相对时,我突然冒出这样的念头——他好像有点像陆啊……一旦这么想,就会忍不住把那位前辈的一切都和陆作比较。硬要说的话,他比陆皮肤更白,眼睛似乎也稍微小些……


고작 세 번 본 거로 결정을 내렸다. 나쁘지 않은 듯. 리쿠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리쿠와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집 나설 때 리쿠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나갈 땐 솔로지만 돌아올 땐 커플일 거라면서.
仅仅见了三次面就做了决定。感觉还不赖。我早就知道和前田陆继续纠缠下去没有好处。是时候和他做个了断,重新开始了。我一边这样下定决心,一边在出门时对陆放了狠话——"出去时是单身,回来时就是情侣了"。

리쿠는 그저 웃으며 건투를 빈다고 했다. 리쿠가 질투한다는 건 다 유우시의 망상이었음을 알려주듯이. 하긴 게이도 아닌데 유우시가 누굴 만나든 질투 따위 할 리 없다.
陸只是笑着说了句祝你好运。仿佛在告诉勇志,所谓陆会吃醋不过是他自己的妄想。也是,又不是同性恋,勇志和谁交往陆怎么可能吃醋。


황당하게도 고백하려고 나갔다가 도리어 고백 받아버렸다. 유우시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는 사이 상대가 선수를 쳤다. 이 정도면 잘 맞는 것 같은데 만나보는 것 어떠냐고. 분명 바랐던 상황이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자 기분이 묘했다. 여기서 그러겠다고 대답하면 앞으로 리쿠랑은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荒唐的是,本想出去告白反而先被表白了。就在勇志犹豫着难以启齿时,对方抢先出手了。说觉得两人挺合得来要不要试试。明明是自己期待的场景,当真成为现实时心情却微妙起来。要是答应交往的话,以后和陆又该怎么相处?突然就冒出这样的念头。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평소처럼 현관문을 연 리쿠의 눈이 살짝 커졌다. 빗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유우시가 이렇게 흠뻑 젖어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말 그대로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유우시가 리쿠를 보자마자 와락 안겼다. 얼떨결에 리쿠가 유우시의 등허리를 껴안았다.
几小时后。前田陸像往常一样打开玄关的门,眼睛微微睁大。虽然听到了雨声,但他做梦也没想到得能勇志会湿成这样回来。浑身湿透、活像只落汤鸡的勇志一看到陸就猛地抱了上来。猝不及防间,陸下意识环住了勇志的后腰。

곧 유우시에게서 젖은 꼴 만큼이나 젖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很快,从勇志那里传出了和湿透的样子一样湿润的声音。


“…리쿠. 나 차였어.”  “… 陆。 我被甩了。 ”

“에?”  “诶?”

“나 별로 매력 없나 봐….”
“我大概真的没什么魅力吧….”


그렇게 말하는 유우시의 얼굴이 어딘가 처연했다. 축 늘어뜨린 눈썹과 눈꼬리가 귀여웠다. 리쿠가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에 절대 아냐. 네가 얼마나 귀여운데.
得能勇志说这话时,脸上带着几分凄楚。低垂的眉尾和眼角透着可爱。前田陸下意识喃喃道:"才不是...你明明这么可爱。"

어둠 속 유우시의 눈빛이 형형했다. 그 한마디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黑暗中,得能勇志的目光炯炯发亮。仿佛绝不会放过那句话语般。


“진짜?”  真的?


리쿠가 못 말린다는 듯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前田陸像是拦不住似的,轻轻笑出了声。


“응. 진짜.”  嗯。真的。


유우시가 수줍게 웃었다. 곧 살며시 고개 들어 리쿠에게 입 맞췄다. 가볍게 포갠 입술이 금세 떨어졌다. 유우시가 작게 속삭였다. 나 때문에 적셔서 미안… 같이 씻자.
勇志羞涩地笑了。随即轻轻抬头吻上陸的唇。短暂交叠的唇瓣很快分开。勇志低声呢喃道:都怪我弄湿你了…一起洗吧。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이번에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리쿠가 먼저 욕실로 향하는 유우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一切发生得如此自然。当陸再次恍惚点头时,望着勇志走向浴室的背影,嘴角不自觉漾开笑意。

가만 보면 아주 사람 혼을 쏙 빼놓는다니까….
仔细一看,简直能把人的魂儿都勾走呢……


유우시는 그날 여태 자각하지 못했던 두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나는 자신이 쾌감 따위가 아닌 리쿠 본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언제부턴가 리쿠를 닮은 사람만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勇志在那天察觉到了自己至今未曾意识到的两个事实。一是他喜欢的并非快感之类的东西,而是陆本身;另一个则是从不知何时起,自己一直在寻找与陆相似的人。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난 지금 유우시는 중증의 상사병을 앓고 있다. 상대는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며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데… 이 지독한 관계에 탈출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달라진 건 리쿠도 마찬가지였다. 전과 달리 소유욕을 보일 때가 많았다. 바로 지금처럼.
几个月后的现在,勇志患上了严重的相思病。对方依然同住一个屋檐下,每晚都折磨着他……这段病态的关系根本找不到出口。陆也同样变了,比起从前更频繁地显露出占有欲——就像此刻这样。

내일 사쿠야랑 디저트 페어 간다는 말을 괜히 했나… 보이는 피부란 피부는 족족 빨렸다. 목, 쇄골, 팔 가릴 거 없이. 이래서 내일 나갈 순 있으려나.
明天跟咲哉约好去甜品展的事是不是不该提啊…现在身上能露的皮肤全都红透了。脖子、锁骨、手臂,没一处能遮的。这样明天还怎么出门啊。

물론 리쿠는 이걸 노린 걸 테지만.
当然,陆是故意这么做的。


“…아. 진짜 하지 마… 제발.”
“…啊。真的别这样…求你了。”


이 짓은 왜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지. 한계까지 들어올 때마다 다리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이따금 시트로 떨어진다. 아니, 땀이 아니라 눈물인가. 이 저능한 패턴엔 변화가 없다. 싫다고, 하지 말라고 마구 소리치다 나중에는 좋다고 울어대는 것.
这种事为什么做多少次都不会腻呢。每次被推到极限时,双腿都会绷紧力道。额头的汗珠不时滴落在床单上。不,或许不是汗而是眼泪。这种愚蠢的模式毫无变化。先是拼命哭喊着不要、停下,到后来却又啜泣着说还要。

진짜 졸업해야 하는데. 대학 졸업 때까진 가능하려나….
真的该毕业了。不知道能不能撑到大学毕业的时候…


새벽까지 시달린 탓인지 눈 떴을 때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도 사쿠야에게서 한껏 기대에 찬 라인이 온 걸 보니 차마 취소할 수 없어서 일단 씻고 손에 집히는 대로 남방을 꺼내 입었다.
可能是因为被折磨到凌晨的缘故,从睁眼开始状态就糟糕透顶。但看到咲哉发来充满期待的消息,实在不忍心取消约会,只好先冲个澡,随手抓了件衬衫套上。

거울에 비친 몰골이 가관이었다. 이건 뭐 전날 섹스했다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오죽하면 리쿠도 핀잔했다.
镜中映出的模样简直惨不忍睹。这又不是在宣传昨晚做过爱…...连陆都忍不住吐槽了。


“목 그러고 나갈 거야?”  就这么光着脖子出去?

“…그럼 뭐 이 날씨에 목도리라도 하고 가?”
…不然呢?这种天气难道还要围条围巾再走?


할 말이 없어진 건지 리쿠가 입을 다물었다. 곧 입고 있던 잠옷 상의를 벗었다. 상대적으로 깔끔한 앞판과 달리 등이 엉망이었다. 손톱에 죽죽 긁힌 흔적이 처참했다. 가해자인 유우시가 조용히 눈을 피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더 심하니까 딱히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기로 했다.
前田陸似乎无话可说,抿紧了嘴唇。他随即脱掉穿着的睡袍上衣。与相对整洁的前襟形成鲜明对比,后背简直惨不忍睹——指甲抓出的道道红痕触目惊心。作为加害者的得能勇志默默移开视线。真要计较的话,自己身上那些痕迹更夸张,所以他决定不产生任何负罪感。


“나도 따라갈래.”  “我也要跟着去。”


어느새 네이비색 맨투맨을 입은 리쿠가 중얼거렸다. 동시에 유우시가 황당하다는 듯 리쿠를 바라봤다.
不知何时穿着藏青色卫衣的陸低声嘟囔。与此同时勇志露出荒唐的表情看向他。


“너 디저트 페어에 관심 없잖아.”
你不是对甜品展没兴趣吗。

“응. 근데 너한텐 관심 있으니까.”
嗯。但对你感兴趣啊。


뭐라는 거야 진짜. 타박하려다가 말았다. 말다툼할 기운도 없었기 때문이다. 끝내 사쿠야에게 양해의 라인을 보냈다. 허락을 구한다기보다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지만.
"你这是在说什么啊,真是的。"我本想责备他,最终还是作罢。毕竟连争吵的力气都没有了。最后只给咲哉发了条谅解信息——说是征求同意,倒更像单方面的通知。


사쿠야 미안  藤永咲哉 对不起

리쿠도 같이 갈 것 같아
陆好像也要一起去

갑자기 디저트가 먹고 싶다네  突然想吃甜点了呢


전철 안 남방 옷깃을 올려 목을 최대한 가린 유우시가 리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기운이 없고 졸려서 사람들 시선 같은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리쿠도 딱히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저 손등으로 유우시 이마의 열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속삭였다. 가는 길에 약 좀 사자. 너 열 있는 것 같아. 유우시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电车上,得能勇志将衬衫领口竖起尽量遮住脖子,靠在前田陸的肩膀上。他无精打采又昏昏欲睡,根本无暇顾及旁人的目光。陸也一副毫不在意的模样,只是用手背轻触勇志发烫的额头,低声呢喃道:"待会路上买点药吧,你好像发烧了。"勇志没有回答,只是轻轻点了点头。


며칠 사이에 두 번째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사쿠야는 저번과는 정반대의 (리쿠 눈엔 사실 그게 그거였지만) 복장을 하고 있었다. 비비드 톤 후드티에 백팩을 매고 있었는데 키링이 가방 크기 만큼 뒤덮고 있었다. 리쿠와 눈이 마주친 사쿠야가 난처한 듯 가방의 방향을 바꾸어 뒷면을 안고 있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로 숨겨버렸다.
短短几天内,第二次三方会面开始了。藤永咲哉穿着与上次截然相反的装束(虽然在前田陸眼里其实没什么区别)——荧光色连帽衫搭配双肩包,钥匙链几乎盖满了整个包面。与陸视线相触的咲哉略显尴尬地调转背包方向,将背面抱在胸前,刚落座就迅速把包藏到了椅背后。


“오랜만이네 사쿠탄.”  “好久不见啊,咲哉。”


뜻밖에도 인사는 리쿠 쪽이 건넸다. 사쿠야가 물을 마시다 말고 헛기침을 했다. 아니 이젠 쌍으로 나를 사쿠탄이라고…. 리쿠는 저번 만남과 달리 힘을 푼 차림이었다. 그러나 당장 사쿠야의 시야를 방해하는 건 리쿠의 옷차림 따위가 아니었다. 유우시 목과 쇄골 쪽의 무시무시한 자국은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出乎意料的是,前田陸先打了招呼。藤永咲哉喝水时被呛到,干咳了几声。不会吧,现在连他也成对地叫我“咲炭”了……与前次见面不同,陸这次穿着很随意。但此刻妨碍咲哉视线的并非陸的衣着——得能勇志脖颈与锁骨处触目惊心的痕迹,已经到了无法假装没看见的程度。


“…유우시 근데 화상 입었어?”  “…勇志 你受伤了?”


차라리 그랬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당황한 유우시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미 그거로 대답을 들은 것도 같았지만 옆에 있던 리쿠가 대답을 대신했다. 아 이거 고데기에 덴 거야.
"还不如那样呢。"我一边暗自期盼着,一边问道。得能勇志涨红了脸,尴尬地笑了笑。虽然似乎已经从他那里得到了答案,但站在一旁的前田陸替他回答了。"啊,这个是被卷发棒烫到的。"

사쿠야의 눈이 유우시의 머리칼에 닿았다.
藤永咲哉的指尖触到了勇志的发丝。


“…머리가 저렇게 짧은데요.”  …头发居然这么短呢。


동시에 리쿠의 눈도 유우시의 머리에 닿았다. 가볍게 유우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与此同时,陆的目光也落在了勇志的头上。他轻轻抚摸着勇志的头发,笑了起来。


“응. 그래도 시도해볼 순 있으니까.”
嗯。不过总可以试试看嘛。


사쿠야가 어딘가 멍한 눈으로 리쿠를 바라봤다. 이 형의 숨은 정체는 인간 고데기였구나…. 머릿속으로 잽싸게 리쿠에 대한 감상을 고친다. 유우시의 세후레. 잘생긴 형. 인간 고데기.
藤永咲哉用恍惚的眼神望着陸。原来这位哥哥的真实身份是人间卷发棒啊…...脑海里飞快修正着对陸的印象。勇志的专属。帅气的哥哥。人间卷发棒。


거의 죽은 눈으로 앉아있던 유우시가 쇼트케이크를 먹자 안광을 되찾았다. 사쿠야는 아까부터 맛있다는 말밖에 안 했다. 리쿠가 먹는 둥 마는 둥 두 사람을 관찰하다 사쿠야를 향해 물었다.
得能勇志用几乎死气沉沉的眼神呆坐着,直到吃了草莓蛋糕才恢复神采。藤永咲哉从刚才起就只会重复"好吃"这句话。前田陸一边心不在焉地吃着,一边观察两人,突然朝咲哉发问。


“사쿠탄은… 유우시 어디가 좋아?”  “咲哉…勇志你喜欢哪里?”


사쿠야가 휘낭시에를 먹다 말고 다시 헛기침을 했다. 유우시가 다급히 물컵을 챙겨줬다. 몇 모금 들이켜다 말고 리쿠의 눈치를 본다. 썸남 설정은 끝내기로 한 거 아니었나…. 어디까지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유우시를 바라봤더니 정작 유우시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藤永咲哉吃了一半的费南雪,又干咳起来。得能勇志慌忙递过水杯。他喝了几口就停下,偷瞄前田陸的脸色。不是说好要结束暧昧关系设定吗…...咲哉不知道该透露多少实情,抬眼望向勇志时,发现对方也正露出不知所措的表情。

사람을 이용해놓고 방관이냐고….  利用完人就冷眼旁观吗…


“유우시랑은 그냥 친구 하기로 했어요.”
“和勇志说好就只做朋友了。”

“친구? 왜? 우리 유우시 어디가 부족해서?”
朋友?为什么?我们勇志哪里不够好?

“…엄마가 대학생 만나면 죽인댔어요.”  “…妈妈说要是敢和大学生交往就杀了我。”


풉. 유우시가 억지로 웃음을 참아냈다. 리쿠가 멍한 얼굴로 유우시와 사쿠야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뒤늦게 맞장구를 쳤다. 하긴. 학생 때는 또래를 만나야지. 사쿠야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곧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噗。得能勇志强忍住笑意。前田陸一脸茫然地来回看着勇志和藤永咲哉,过了半晌才迟钝地附和道。也是啊。学生时代就该和同龄人相处嘛。咲哉用力点了点头,随即发动了致命一击。


“그리고 내가 보기엔 둘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而且在我看来,你们两个更般配呢。


리쿠가 사쿠야의 말에 유우시를 바라봤다. 네 전 썸남이 저러는데 어떻게 생각해? 꼭 이렇게 묻는 듯한 얼굴로.
前田陸用"那你觉得我那个暧昧对象这样如何?"的表情,望着藤永咲哉说完后的得能勇志。

유우시가 가볍게 화제를 전환했다. 사쿠야 이것도 먹어봐. 이게 여기 시그니처랬어. 사쿠야가 금세 디저트에 시선이 팔렸다. 유우시가 힐끔 눈치를 보다 리쿠에게도 중얼거렸다. 좀 먹어. 디저트 페어를 왔으면….
勇志轻巧地转移了话题。"咲哉也尝尝这个,据说是这里的招牌甜点。"藤永咲哉的视线立刻被甜品吸引。勇志偷瞄着两人神色,又对前田陸低声嘟囔:"你也吃点...既然都来甜品约会了......"


거의 식사 수준으로 디저트를 먹고 나온 세 사람이 갈림길에 섰다. 리쿠의 잠깐 구경할 게 있다는 말에 사쿠야가 눈치껏 빠져줬다. 공부하러 가야 한다면서. (방학이면서)
三人几乎把甜点当正餐吃完后,站在了岔路口。前田陆说想稍微逛一下,藤永咲哉便识趣地借故离开,说要回去学习。(明明还在放假中)

유우시가 자연스레 리쿠의 뒤를 따랐다. 걸으면서 문득 옷 소매를 보고 깨달았다. 이거 리쿠 남방이었구나. 어차피 옷장 공유한 지 오래라 중요한 건 아니지만. 뭘 구경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물었다.
勇志自然地跟上了陆的脚步。走着走着,突然瞥见衣袖才意识到——这原来是陆的衬衫啊。反正共享衣橱已久,倒也不是什么要紧事。看他不知要带自己去哪儿,便开口问道。


“뭐 살 건데?”  “要买什么?”

“산다기보다 구경.”  比起活着更像在围观

“그러니까 뭐?”  所以呢?

“커플링.”  情侣款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만나는 사람 없다더니? 최근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딱히 누구랑 연락하거나 만나는 듯한 기색은 없었다. 누굴 만나는 와중에 사람 목을 이렇게 뜯어 놓으면 진짜 미친 새끼인 거지.
心脏瞬间重重沉了下去。我强作镇定地问道:不是说没在约会吗?虽然努力回想最近的记忆,但确实没发现他和谁联系或见面的迹象。要是在约会途中把人脖子撕成这样,那绝对是疯狗畜生吧。


하지만 타인의 커플링을 대신 구경하는 사람도 있나? 정황상 자신이 살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갖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리쿠에게선 이렇다 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캐묻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리쿠는 이미 생각한 가게가 있는 듯 수많은 쥬얼리 샵을 지나쳐 어느 한 매장으로 들어갔다.
但真的会有人专门去看别人挑情侣对戒吗?这种情形下,任谁都会觉得是给自己买的吧。正胡思乱想着,陸那边却迟迟没有回应。继续追问似乎也不太合适,我只好闭上嘴。陸像是早已心有所属,径直穿过无数珠宝店,走进其中一家门店。


두 사람이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붙었다. 어느 분이 사실 거예요? 하고 묻자 리쿠가 가볍게 손짓했다. 여자 친구 분이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이어지는 질문에 리쿠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심플한 거… 뭐 많이 안 박힌 게 좋을 것 같아요. 리쿠가 상대를 말해준 것도 아닌데 저절로 몇 번 마주쳤던 리쿠의 후배가 떠올라 기분이 축 처졌다. 아. 이래서 헤테로랑 엮이면 안 된다니까.
两人一进去就有店员跟了上来。“请问哪位是准新郎?”听到询问,前田陸轻轻摆了摆手。“您女朋友喜欢什么风格呢?”面对接二连三的问题,陸沉思片刻答道:“简约的…不要镶太多钻的那种。”明明他连对象都没提过,我脑海里却自动浮现出那个和陸偶遇过几次的后辈,心情顿时跌到谷底。啊…所以我才说不能和直男扯上关系啊。


유우시는 그저 리쿠가 이것저것 껴보는 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직원이 도중에 유우시에게 말을 붙였다. 한 번 둘러보세요. 꼭 커플링 아니어도 다양한 거 있으니까요. 유우시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勇志只是静静站在一旁,看着陆东挑西拣。店员中途向勇志搭话:"您也随便看看吧,不一定要买对戒,我们这里款式很多的。"勇志尴尬地笑了笑,点头应和。

그때 마음에 드는 걸 찾았는지 같은 것만 몇 번을 껴보던 리쿠가 유우시에게 반지를 내밀었다. 유우시가 뭐냐는 듯 쳐다보자 가볍게 웃는다.
那时,前田陆似乎终于找到了心仪之物,反复试戴了好几枚同样的戒指后,将其中一枚递给了得能勇志。勇志投来疑惑的目光时,他轻轻笑了。


“잠깐 껴봐. 어떤 느낌인지 보게.”
“让我插进来试试。看看是什么感觉。”


가지가지한다 싶었지만 지켜보는 직원도 있고 해서 마지못해 꼈다. 검지에 꼈더니 리쿠가 다가와 확 반지를 뺐다. 커플링은 약지에 끼는 거라면서 고쳐 끼워주는데 직원이 급히 다른 사이즈를 갖다줬다. 고객님한텐 이 사이즈가 맞을 것 같아요. 리쿠가 직원에게 반지를 받아 다시 유우시의 손가락에 천천히 끼워줬다.
虽然觉得太过招摇,但碍于店员在场还是勉强戴上了。刚套上食指,陸就突然凑近把戒指抽走。"情侣对戒要戴无名指才对",他边说边重新帮我戴上。店员匆忙拿来另一枚尺寸:"这位客人应该更适合这个尺码"。陸接过戒指,缓缓将它套进勇志的手指。


뭐랄까 그 순간이 꼭 슬로우 모션 같았다. 별로… 저랑 나눠 낄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속이 간지러워서. 동시에 아리는 것 같기도 했다. 유우시가 금방이라도 뺄 것처럼 다른 손으로 반지를 붙잡았다. 그걸 가볍게 떼어낸 리쿠가 물었다. 이거 어떤 것 같아? 유우시가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 반지를 빼 진열장 위에 올려놨다.
那一刻仿佛慢镜头般漫长。明知...这不该是我们共享的戒指,却莫名心头瘙痒。同时又有种被看穿的错觉。勇志用另一只手按住戒指,像是随时要摘下来。陸轻轻拨开他的手问道:"觉得怎么样?"勇志尴尬地笑了笑,最终把戒指褪下放回了展示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여자 친구한테 물어봐야지.”
“干嘛问我这个。该去问你女朋友才对。”

“네 눈엔 어떠냐고.”  你眼里看着怎么样?

“괜찮은 것 같은데.”  好像还不错。


건성으로 대답했다. 좀 차가웠나. 직원 눈치를 보며 유우시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 난 그냥 커플링 같은 거 잘 모르니까…. 목소리 때문인지 직원은 리쿠와 유우시가 몇 살 나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직 어린 학생분은 이런 거 안 하긴 하죠. 분명 저를 위해 맞장구를 쳐주는 건데도 썩 기쁘진 않았다.
得能勇志漫不经心地答道。或许语气太冷淡了。他瞥着店员的神色苦笑着。不是...我只是不太懂对戒这种东西...。或许是声音的缘故,店员似乎以为前田陸和勇志有着不小的年龄差。"年轻学生确实不会买这个呢。"明明是在附和我,却让人高兴不起来。


끝내 리쿠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가게를 나서며 유우시가 한 번 더 물었다. 그때 우연히 마주쳤던 후배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연락하던 리쿠가 한 번에 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응? 뭐라고? 유우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냥… 확인 사살 받아봐야 상처 받는 건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最终陆什么都没买。走出店铺时勇志又问了一遍。那时候偶然碰到的后辈吧?正在用手机和某人联系的陆一下子没听清,反问道。嗯?说什么?勇志摇了摇头。没什么。只是…他想着确认补刀的话受伤的只有自己,便什么都不想听了。


하룻밤을 꼬박 앓았다. 리쿠가 밤새 간호해준 덕분에 금방 나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계속 아프고 싶었다. 다 나으면 금방 리쿠의 정신이 딴 데로 팔릴까 봐. 이젠 아무리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쿠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음을. 언제부터인지 묻는다면 그건 오리무중이지만….
熬了整整一夜。多亏前田陆通宵照顾,很快就好了,但说实话心里却希望病痛能持续下去。因为一旦痊愈,怕他的心思立刻就会转到别处。现在就算再不愿意也不得不承认——自己已经深深喜欢上了陆。若问从何时开始,那便是一笔糊涂账了……


그 일이 있고도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했다. 리쿠는 꼭 남친처럼 굴었다. 틈만 나면 유우시의 핸드폰을 뺏어 자기 몰래 매칭 어플을 깔진 않았는지 확인하려 들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도망치듯 침대에 누우면 자기 침대 뻔히 놔두고 유우시의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손을 더듬어 얼굴을 찾고 냅다 입술을 붙여 입술에 닿는 감촉으로 입술을 찾았다. 키스만 했다 하면 금세 반응이 왔다.
那件事之后,两人的关系依然如故。陆表现得就像正牌男友,一有机会就抢走勇志的手机,检查他是否偷偷安装了交友软件。每当勇志什么都不想做、像逃跑般躺到床上时,陆明明有自己的床,却偏要钻进勇志的被窝。他会摸索着找到对方的脸,突然贴上嘴唇,用唇瓣相触的触感来确认位置。只要接吻,立刻就会有反应。


뒤를 내준 채 신음할 때마다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진짜로 벗어나야 해. 하지만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밖에 없어서 오랜만에 지인에게 연락을 돌렸다. 어차피 리쿠 같은 사람 따위 절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이젠 아무나 상관없었다. 게이면서 유우시를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每次在他身后呻吟时,我都会想:这样下去不行,必须真正挣脱。但该怎么做?除了结识新的人别无他法,于是时隔许久我给熟人发了消息。反正像陆那样的人绝对不可能再找到,现在是谁都无所谓了——只要是同性恋、能真心爱勇志的人,谁都行。


조건을 확 낮추자 만날 사람이 꽤 많았다. 갖은 핑계로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새벽 늦게 들어가선 피곤하다며 침대에 직행했다. 처음 며칠은 리쿠에게서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그냥 유우시 말을 순순히 믿는 눈치였다.
条件一放宽,能见面的人就多了起来。我找尽各种借口减少在家的时间,凌晨才回去,还总以累为借口直接上床睡觉。头几天,陆那边没什么特别的反应,看起来是乖乖相信了勇志的话。

그 짓을 일주일쯤 반복했을 때, 처음으로 리쿠가 새벽 네 시까지 자지 않고 유우시를 기다렸다. 무려 동이 틀 무렵에야 돌아온 유우시에게서 옅은 술 냄새가 났다. 확실히 전에 안 하던 이상 행동이었다. 리쿠가 아무렇지 않게 저를 지나쳐 욕실로 걸어가려는 유우시의 팔목을 붙잡았다. 빼려고 해도 단단히 힘을 준 덕분에 그럴 수 없었다.
这样的事持续了一周左右时,陆第一次熬到凌晨四点没睡等着勇志。直到天蒙蒙亮才回来的勇志身上飘着淡淡的酒气——这确实是之前从未有过的反常行为。当勇志若无其事地要经过他走向浴室时,陆突然攥住了他的手腕。对方试图挣脱,却因他刻意施加的力道而动弹不得。


“왜? 할 말 있어?”  “为什么?有话要说?”

“요즘 왜 그래?”  最近怎么了?

“뭐가?”  “什么?”

“만나는 사람 생겼어?”  有交往对象了?

“…그냥 알아가는 중이야.”  …就是互相了解阶段。


리쿠가 소파에서 일어나 유우시에게 다가왔다. 또 아무렇지 않게 입술을 붙이려고 하길래 유우시가 손으로 리쿠의 얼굴을 밀어냈다. 하지 마… 술 마셨어.
陸从沙发上起身走向勇志。又像没事人似地要凑上来接吻,被勇志用手抵住脸推开。别这样…你喝酒了。

그러나 동시에 리쿠가 다시 다가왔다. 상관없어. 중얼거림과 함께 다시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원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지겨워야 정상인 건데. 이상하게 할 때마다 처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취기 때문인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섰다. 습관처럼 입술 벌려 혀를 받아내며 리쿠의 목에다 팔을 둘렀다. 더 밀착할 것도 없는 품에 리쿠를 꽉 채울 것처럼 끌어당긴다.
但与此同时,陆又凑了过来。“没关系。”他含糊嘟囔着,再次含住我的嘴唇。明明重复同样的动作本该令人厌倦,奇怪的是每次触碰都像初次般令人战栗。或许是酒精作祟,本能早已凌驾于理性之上。我习惯性张唇接纳他的舌,手臂环住陆的后颈,将他拽进怀里——仿佛要把这个拥抱不到任何缝隙的胸膛,用陆的体温彻底填满。

미친 사람처럼 혀를 섞다 말고 유우시가 불현듯 입술을 떨어뜨렸다. 타액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후드티 소매로 마구 문질렀다.
像疯了一样交缠的舌头突然分开,勇志猛地移开嘴唇。他用连帽衫的袖子胡乱擦拭着闪着唾液的嘴唇。


“…치사해. 취한 사람한테 이러는 거.”
“…真过分。对喝醉的人做这种事。”

“내가? 네가 아니라?”  我?不是你吗?

“내가 뭘 했다고….”  我做什么了……

“나 말곤 아무랑도 안 하기로 했잖아.”
不是说好除了我谁都不碰的吗。


잠시 가늠하는 듯하던 유우시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애도 아니고 도대체 언제 이야기를. 그런 것쯤 분위기 타서 뱉은 말에 불과한데. 유우시가 알았다는 듯 입고 있던 남방을 벗었다. 곧이어 그 안에 입고 있던 티셔츠도 벗는다. 상체만 맨몸이 된 채 리쿠를 빤히 바라봤다. 상황에 맞지 않게 건드리면 울 것 같은 눈으로.
得能勇志像是估量什么似地停顿片刻,突然嗤笑出声。又不是小孩子,什么时候的约定还当真。这种话不过是看气氛随口说的罢了。他带着了然的神情脱下衬衫,接着扯掉里面的 T 恤。赤裸着上半身直勾勾盯着前田陸,那双眼睛湿漉漉的,仿佛碰一下就会哭出来。


“그래. 하자. 해.”  好啊。做吧。来。

“…….”  ……

“결국 몸이 목적이지? 하라고. 상관없어. 별로.”
反正就是想要身体对吧?来啊。无所谓。反正我也不在乎。


사랑 같은 거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고. 마지막 말은 어딘가 자신에게 뱉는 듯한 뉘앙스였다. 리쿠가 무심한 눈으로 유우시의 얼굴을 그리고 그 아래 몸을 천천히 훑었다. 곧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다.
没有爱照样能做。最后那句倒像是说给自己听的。前田陸用淡漠的眼神描摹勇志的脸,再缓缓扫过下方赤裸的身体,忽然露出些许荒谬的笑意。


“그렇다기엔 넌 나 좋아하잖아.”  "可你明明喜欢我啊。"


그 한마디가 유우시의 심장을 관통했다. 날카로운 무언가로 마구 찌른다.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 표정. 그냥 리쿠의 모든 게 저를 비웃고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모르는 줄 알았을 땐 그냥 넘길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알면서 그랬다고 생각하자 살의를 느끼게 만든다. 아는데 그랬어? 알면서 나를 갖고 놀았다고?
那句话刺穿了勇志的心脏。像被什么尖锐的东西胡乱捅刺着。仿佛早就知道般的言语。表情。只觉得前田陆的一切都在嘲笑我、压迫我,令人难以忍受。本以为不知道时还能勉强忍受的一切,在意识到他其实心知肚明后,便化作了杀意。明明知道还这样?明知故犯地玩弄我吗?

유우시가 새빨개진 눈으로 리쿠를 노려봤다. 독기어린 눈빛과 달리 축 내려간 눈꼬리가 서글픈 느낌을 자아냈다.
勇志用通红的眼睛瞪着陸。与充满敌意的眼神相反,下垂的眼角透着几分哀伤。


“…제일 싫어.”  …最讨厌了。


그 한마디를 남긴 채 유우시가 욕실로 돌아갔다. 나왔을 때 리쿠는 어딜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신경 안 쓰는 척 침대로 직행했다. 리쿠는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扔下这句话后,勇志转身进了浴室。出来时陆已不知去向,他佯装不在意径直走向床铺。陆很久都没回来。

그렇게 끝 모를 냉전이 시작됐다. 리쿠 또한 유우시를 대놓고 무시했다. 유우시의 생일 전날까지도 그랬다. 원래는 생일을 핑계로 데이트하자 꼬셔볼 생각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애초에 리쿠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애인도 아닌데 데이트는 무슨.
无休止的冷战就此开始。陆也明目张胆地无视勇志,直到他生日前夜都如此。原本想借生日约会引诱对方的计划彻底泡汤——说到底,和陆约会本就是天方夜谭。连恋人都算不上,约什么会呢。

소개 받아 연락 중이던 사람이랑 만나기로 했다.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괜히 부담 주기 싫어 생일이란 사실을 숨겼기에 축하 따위는 받지 못했다.
和相亲认识的人约好见面了。因为不想给对方无谓的压力,隐瞒了生日的事实,所以也没收到什么祝福。


한창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라인이 왔다.
正在餐厅吃饭时 LINE 消息突然弹了出来


유우시군  勇志君

생일 축하해요  生日快乐


발신인은 사쿠야였다. 귀여운 생일 축하 이모지도 다섯 개나 왔다. 잠시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 후 고맙다고 답장을 하려는데 라인이 하나 더 왔다.
发件人是咲哉。还发来了五个可爱的生日祝福表情包。我正想向对方道谢并稍作解释,这时又收到一条消息。


근데 지금 어디예요?  你现在在哪儿呢?

긴자 왜?  银座怎么了?

아 뭐 하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啊没什么 就是突然好奇问问

생일인데 맛있는 거 먹고 있어요?
生日这天在吃好吃的吗?


순간 유우시의 시선이 테이블 옆에 놓인 메뉴판에 닿았다. 생각 없이 식당 이름을 보냈더니 검색해본 듯 사쿠야가 맛있겠다며 즐겁게 보내라고 했다. 이모지 하나로 답장을 대신한 유우시가 핸드폰을 내려놨다. 맞은편에 앉은 소개남이 누구냐고 묻길래 대충 아는 동생이라 둘러댔다.
勇志的视线无意间落在桌边的菜单上。随手发了餐厅名字过去,藤永咲哉似乎搜索后回了句"看起来不错",还愉快地祝他吃得开心。勇志用表情符号回复后放下手机。对面相亲男问是谁时,他敷衍说是认识的弟弟。


소개남은 여덟살 연상으로 나이에 맞지 않게 소녀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든가. 유우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밝게 리액션을 해줬다. 전반적으로 착한 사람 같았다. 딱히 두근거린다든가 끌리는 느낌은 없지만.
介绍 他是个比我大八岁,却有着与年龄不符的少女感的人。比如会用手掩着嘴笑,对勇志说的每句话都给出明亮的反应。整体看来是个善良的人。虽然并没有心跳加速或被吸引的感觉。

도중에 소개남이 얼굴을 붉힌 채 쭈뼛거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웅얼거렸다.
途中,介绍男红着脸支支吾吾。看那欲言又止的模样,我刚问怎么回事,他又用手掩着嘴含糊嘟囔起来。


“사실 이다음에 호텔 예약해놨는데 괜찮으시면 갈래요?”
其实我订好了接下来的酒店...不介意的话要一起去吗?

“…….”  ……

“꼭 뭘 하자는 건 아니고 그냥 대화라도 했으면 해서….”
不是非要做什么...只是想聊聊天...


무표정으로 파스타를 씹던 유우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차피 갈 곳도 할 것도 없었으니까. 일순간 리쿠의 얼굴이 스치긴 했지만 금세 잊어냈다. 같은 집 살면서 자정부터 지금까지 축하한단 말 한마디, 라인 한 통 없는 사람한테 뭘 바라겠다고.
面无表情嚼着意面的勇志爽快点了点头。反正也无处可去。前田陸的脸庞在脑海一闪而过,但很快被抛之脑后。同住一个屋檐下却从零点到现在连句祝福都没有,连条 LINE 消息都不发的人,还能指望什么。

소개남이 수줍은 듯 웃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유우시가 다시 파스타 면을 집었다. 귀엽고 애교도 많은 사람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만나도 되는 걸까? 잠시 고민에 잠겼다.
介绍对象腼腆地笑了。直勾勾盯着对方看的勇志又卷起一叉子面条。明明是个可爱又会撒娇的类型,心里却莫名毫无波澜。带着这种心情继续约会真的好吗?他陷入了短暂的纠结。


식사는 소개남이 결제했다. 더치페이라도 하자고 했지만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사는 게 당연한 것 같다길래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역시 전 남친이 희귀 케이스였던 것 같다. 살아보니 리쿠도 그렇고 이 소개남도 그렇고 사주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서. 그땐 전 남친 말대로 유우시가 호구였다.
这顿饭是相亲男付的钱。我本来提议 AA 制,但他说自己年纪大些,请客是理所当然的事,我也就没再坚持。看来前男友确实是个特例。活到现在才发现,像前田陸也好,这个相亲对象也好,愿意主动买单的男人其实不少。那时候正如前男友所说,得能勇志确实是个冤大头。


소개남 차는 가게 근처 주차장에 있댔다. 차를 빼서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소개남이 건널목을 건넜다. 갑자기 외톨이가 된 유우시가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다. 부재중 전화도 라인도 아무것도 없다. 리쿠에게서 온 거라곤. 아 이렇게 허무하게 끝인 건가?
介绍男的车停在店铺附近的停车场。他说要把车开过来,让我稍等片刻,说完便穿过人行横道。突然变成孤身一人的勇志再次看向手机。未接来电和 LINE 消息都没有。来自前田陆的……啊,就这样毫无意义地结束了吗?


“토쿠노.”  “得能。”


그때 소름 끼치게도 어디선가 리쿠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돌아봤을 땐 리쿠가 막 집에서 나온 것 같은 차림으로 저를 향해 매섭게 돌진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 까지 생각하던 유우시가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디저트 페어가 끝났을 때 리쿠와 사쿠야가 라인을 교환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就在那时,令人毛骨悚然的是,不知从哪里传来了前田陆的声音。我朝声音方向转头时,只见他一副刚出门的打扮,正凶狠地朝我冲来。得能勇志刚想到"他怎么知道..."就猛然惊觉——甜品展结束时,前田陆和藤永咲哉交换了联系方式的事,竟被自己忘得一干二净。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리쿠는 어딘가 단단히 화난 얼굴이었다.
当然现在重要的不是这个。转眼已逼至眼前的陆,脸上明显带着某种难以化解的怒意。


“가만 보면 넌 맨날 이런 식이야.”
“仔细想想,你总是这副德性。”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소리야?”
“突然冒出来说什么呢?”

“진짜 몸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해?”  “你真以为我是冲着身体来的?”

“…….”  ……

“아무리 잘해보려고 해도 갖은 핑계 대면서 날 배제한 건 너잖아.”
“就算你拼命找借口表现得再好,把我排除在外的难道不是你吗。”


뛰어왔는지 리쿠의 앞머리가 살짝 젖어있었다. 시선을 느낀 리쿠가 앞머리를 헝클다 말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유우시의 시선이 리쿠의 손바닥에 올려진 걸 담았다. 낯선 반지 케이스. 윗면엔 저번에 리쿠와 들렀던 가게의 브랜드명이 새겨져 있었다.
陆的刘海微微汗湿,像是刚跑过。察觉到视线的他停下拨弄刘海的指尖,从口袋里掏出什么。勇志的目光落在陆掌心——陌生的戒指盒,盒面刻着上次他们逛过的那家店名。

반지 케이스가 고스란히 유우시 손으로 넘어갔다. 리쿠가 억지로 쥐여준 탓이었다.
戒指盒完好无损地落入了勇志手中。都是因为陸硬塞给他的缘故。


“생일선물이니까 누구랑 끼든지 알아서 해.”
“既然是生日礼物,想和谁戴都随你便。”

“…….”  ……

“그리고 사람 좀 가려서 만나. 너 남자 보는 눈 최악이니까.”
“还有挑男人的眼光放亮点。你选男人的品味简直烂透了。”


리쿠가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돌아섰다. 디저트 페어 때 유우시가 빌려 입었던 남방이 멀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온 소개남이 유우시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조수석 창이 열렸다. 타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유우시의 눈은 리쿠의 남방만 쫓고 있었다.
陸自嘲地笑了笑转身离去。甜品展上勇志借穿的那件衬衫渐渐远去。没过多久,停车场里开车过来的相亲男正好停在勇志面前。副驾车窗降了下来。上来吧。听着这个声音时,勇志的视线却仍追随着陸的衬衫。


그게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반지 케이스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우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就在它从视野中消失的瞬间,攥着戒指盒的手猛然收紧。勇志用自言自语般的音量呢喃道:对不起。

곧 달리기 시작했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 리쿠의 그림자를 쫓아서. 다행히 리쿠의 뒷모습이 다시 유우시의 시야에 걸렸다. 조금 더 속도를 냈다.
很快就开始跑了。拐过转角,追逐着前田陆消失的身影。幸运的是,陆的背影再次映入得能勇志的视野。他又加快了些速度。

이윽고 리쿠를 따라잡았을 때 유우시가 리쿠의 등을 주먹으로 퍽 쳤다. 꽤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리쿠가 앓는 소릴 내며 돌아봤다. 하? 진심으로 기가 막힌다는 얼굴.
不一会儿,追上陆的勇志用拳头狠狠捶了下他的后背。伴随着相当沉闷的声响,陆发出吃痛的呻吟转过头来。哈?那张脸上写满了"真他妈服了"的表情。

유우시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웃었다.
勇志喘着粗气平复呼吸,笑了起来。


“너도 포함인 거 알지?”  “你知道也包括你吧?”

“뭐?”  啥?

“내가 남자 보는 눈 최악인 거.”
“我看男人的眼光真是差到极点。”


그도 그럴 게 좋아하면 진작 말하라고.
喜欢的话就该早点说出来啊。

유우시가 성큼성큼 리쿠에게 다가갔다. 곧 입술을 다 뜯을 것처럼 거칠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얼굴이 반쯤 뭉개졌지만 두 사람 다 개의치 않았다. 그 살기어린 키스의 무엇이 우스운지 리쿠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勇志大步流星地逼近陸,随即像要撕碎对方嘴唇般粗暴地吻了上去。两人脸庞都被挤压得变形,却毫不在意。不知这充满侵略性的吻哪点戳中笑穴,陸脸上渐渐漾开笑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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