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라도 피우고 싶다. 흡연은커녕 연초 한 번 손에 쥐어본 적 없으면서 우영은 그런 생각을 한다.
真想抽根烟。尽管从未吸过烟,甚至连烟草都没碰过一次,友荣还是有这样的想法。


가끔 이런 날이 있었다. 주로 비가 오는 날. 마지막으로 담배를 떠올렸던 건 사물함에 남아있던 짐 빼러 마지막으로 뮤직에이에 간 날이었다. 가져올 때는 고작 한두 개였던 것 같은데, 빼려고 모아보니 가방 서너 개를 가득 채운 짐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영은 건물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소나기였다. 연습실에 분명 투명 우산 한두 개는 있을 텐데. 가지러 올라가야 하나.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원 분들께 습관처럼 깍듯이 인사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든 게 다 일상적인데 제 처지만 그렇지를 못했다. 오늘 여기를 나서면 다시는 올 일이 없어진다. 몇 년 동안 집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이곳에 다시는 오지 못하게 된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우영은 다시 가방을 둘러메고 건물 뒤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有时会有这样的日子。主要是下雨天。最后一次想起香烟是在去音乐 A 拿走剩下的东西的那天。带来的时候好像只有一两个,但收拾起来却装满了三四个包,友荣不知道该怎么办,只好静静地站在建筑物前。那天也下雨了。天气预报上没有的阵雨。练习室里肯定有一两把透明伞。要不要上去拿呢?习惯性地向进入办公室的员工们恭敬地打招呼时,不知不觉手上用了力。所有的一切都很日常,只有自己的处境不是。今天离开这里后就再也不会来了。在这里度过了比家里还长的几年,再也不能来了。脚步无法迈开。友荣再次背上包,向建筑物后面的吸烟区走去。


작은 정자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우영은 마지막까지 지겹게 연습했던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귀가 아플 때까지 볼륨을 높여서, 마지막 연습곡이 될 줄도 모르고 언제나처럼 추고 또 췄던 곡을 들었다.
坐在小亭子里等待雨停,友荣反复听着最后一次练习时厌倦了的那首歌。他把音量调到耳朵疼的程度,听着那首他一如既往地跳了又跳的歌,却不知道那会是最后一次练习。



Say you want me, 说你想要我,

Say you want me out of your life
说你想让我离开你的生活

And I'm just a dead man walking tonight
而今晚我只是一个行尸走肉

But you need it, yeah you need it all of the time-
但你需要它,是的,你一直都需要它——



연습할 때는 사랑 노래 같았는데, 이젠 그냥 모든 게 다 제 얘기 같았다. 어이없네. 웃음이 나왔다. 구석에 우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흡연구역을 드나들었다. 간접적으로 흘러드는 담배 연기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며칠 전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흡연구역 출입 같은 건. 나 이제 혼자구나. 정말로 혼자구나. 담배 냄새 밴 채 지나다녀도 불러다 혼낼 사람 하나 없이, 온 세상 천지에 그 누구도 없이 이젠 나 혼자야. 마음이 좀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기도 했다.
练习的时候感觉像是情歌,但现在一切都像在讲我的故事。真是荒唐。笑了出来。人们不停地进出吸烟区,根本不知道角落里有友荣。间接飘来的烟味反而让人觉得舒服。几天前还做梦都想不到会这样。像进出吸烟区这种事。我现在是一个人了。真的一个人了。即使身上沾满了烟味,也没有人会叫住我训斥我,整个世界上没有任何人,现在只有我一个人。心情似乎也平静了下来。


날씨가 딱 그날 같다. 해가 지니 살에 닿는 공기가 꽤나 쌀쌀했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제복을 벗고 손에 잡히는 대로 갈아입은 연습복은 한여름에나 걸맞는 두께였다. 담배 연기보다 더 매캐한 기분이 되어 흡연 대신 한숨이나 내쉰다. 얜 언제 나오는 거야. 금방이라도 따라나올 줄 알았던 산은 몇 분이 지나도 코빼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체구가 비슷한 연습생들이 식당을 빠져나올 때마다 눈에 띄게 동요하며, 우영은 계단참에 앉아 산을 기다렸다.
天气和那天一模一样。太阳下山后,空气变得相当寒冷。直播一结束,我就脱下制服,随手换上了练习服,厚度适合盛夏。感觉比烟雾还要呛人,只能叹气代替吸烟。伞到底什么时候出来啊。我以为他很快就会跟出来,但几分钟过去了,连个影子都没见到。每当体型相似的练习生从食堂出来时,我都会显得特别焦虑,坐在楼梯间等待伞的友荣。


마지막 날, 신인개발팀 팀장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계속 생각났다. 후회하게 되실 거예요. 그때 우영이 했던 생각은 아주 단순했었다. 보란 듯이 데뷔해서 지금 저 이렇게 버리신 걸 후회하게 만들 거예요. 우리가 저런 애를 놓쳤다고. 나이 한 살 많다는 이유로 저런 어마어마한 애를 놓쳐버렸다고.
最后一天,我一直在想那些没能对新人开发团队队长说出口的话。你会后悔的。那时友荣的想法非常简单。我要光鲜亮丽地出道,让你们后悔现在这样抛弃我。让你们后悔错过了我这样的孩子。因为年纪大了一岁,就错过了这么了不起的孩子。


하지만 이제 우영의 계획은 단순하지 않다.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와버렸으니까.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으니까. 설사 자신이 속고 있다 해도, 이게 산의 플랜 Z라 해도 괜찮았다. 우영은 우영의 페이스대로 그 판을 뒤집어버릴 작정이었다. 제가 그 애랑 진짜 지독하게 얽힐 거거든요, 팀장님. 절 이용하지 않으면 데뷔할 수 없게. 같이 올라가는 것 아니면 아무런 의미도 없게. 필요 없어지자마자 그렇게 한순간에 버려진 제가요, 그 애한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거거든요.
但是现在友荣的计划不再简单了。因为情况已经和预想的不同了。因为他坚定了不能相信任何人的想法。即使自己被骗了,即使这是伞的计划 Z 也没关系。友荣打算按照自己的节奏翻转这局。我会和那孩子纠缠得非常厉害,队长。如果不利用我,就无法出道。除了一起上升,其他都没有意义。曾经被瞬间抛弃的我,对那孩子来说会成为必不可少的存在。


……그렇게만 되면 전 걔 의도가 뭐든 아무 상관 없거든요.
……只要那样的话,我根本不在乎他的意图是什么。



"우영아." "友荣啊。"



시야에 하얀 스니커즈 한 쌍이 들어온다. 가지런하게 선 작은 두 발. 살짝 말려내려간 흰 양말. 가느다란 발목. 하나하나 짚어 올라가다보니 습기 탓에 앞머리가 축 처진 산의 얼굴이 있었다. 어째 눈매도 입꼬리도 묘하게 내려간 것이 꼭 비 맞은 고양이 꼴이다. 늦었네. 나 추워 죽고나면 나오지, 왜. 우영의 말에 산이 살짝 웃는다. 이 상황에 잘도 웃음이 난다 싶어 우영은 제 발끝으로 산의 운동화 코를 톡 쳤다.
视野中出现了一双白色的运动鞋。整齐地站着的两只小脚。微微卷下的白色袜子。细细的脚踝。逐一往上看去,看到因为湿气而前额头发垂下来的伞的脸。眼神和嘴角都微微下垂,像一只被雨淋湿的猫。你迟到了。我都快冻死了你才出来,为什么。听到友荣的话,伞微微笑了。友荣觉得在这种情况下还能笑出来,真是不可思议,于是用自己的脚尖轻轻碰了碰伞的运动鞋鞋头。



"여기서 얘기 못하겠어. 너 기다리다 얼어죽을 뻔해서."
“我在这里说不出来。等你的时候差点冻死。”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산의 어깨 끝이 살짝 젖어들고 있는 게 보였다.
然后他从座位上站起来。可以看到伞的肩膀末端微微湿润。



"보컬연습실은 비었을 테니까 거기 가서 얘기하자."
“声乐练习室应该是空的,我们去那里谈吧。”

"…응." “…嗯。”



평소답지 않게 이어지는 질문이 없다. 산의 얼굴은 복잡해보였다. 얘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우영이 앞장 서 걷자 입을 꾹 다문 산이 잰 걸음으로 따라왔다. 산이 입은 바람막이가 쉼 없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돌아보지 않아도 열심히 뒤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필 또 저런 걸 입었어. 정작 자신은 검은 반팔티 하나 입어놓고, 우영은 흩날리며 날아드는 비가 못내 신경이 쓰였다.
平时不像他,没有接连不断的问题。伞的脸色看起来很复杂。原来他也会露出这样的表情啊。友荣走在前面,紧闭着嘴的伞快步跟了上来。伞穿的风衣不停地发出沙沙的声音。即使不回头也能知道他在努力跟上。偏偏又穿了那种衣服。友荣自己只穿了一件黑色短袖 T 恤,飘飞的雨水让他不禁有些在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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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서파 W. 西帕








단체 점호는 오후 11시.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생방송에 지친 탓에 모두 숙소로 곧장 돌아간 듯, 열 개의 보컬연습실은 전부 비어 있었다. 반 평이 안 되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키보드 하나와 의자 두 개, 그리고 누군가 미처 챙겨가지 못한 악보 몇 장이 보였다. 코인노래방보다 조금 더 큰 그 공간은 우영과 산이 들어가 앉는 것만으로 가득 찬다.
团体点名是晚上 11 点。还有一个多小时的时间,有很多话要说。因为直播太累了,大家似乎都直接回宿舍了,十个声乐练习室全都空着。打开不到半平米的练习室门,看到一个键盘和两把椅子,还有几张有人没来得及带走的乐谱。那个比投币式 KTV 稍微大一点的空间,只要友荣和伞进去坐下就满了。


이상하리만큼 세상이 고요했다. 우영은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온 잿빛 소음 방지 벽을 꾹 눌러보았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일이 낯설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나서는 따로 개인 보컬 연습을 받은 적이 없었고, 주 포지션이 댄스이니 일대일 강습을 받을 때도 대연습실을 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보컬연습실은 B반 건물에 있었으니 지금처럼 다른 목적으로 드나들 일도 없었고.
奇怪的是,世界变得异常安静。郑友荣用力按了按凸起的灰色隔音墙。在这样狭小的空间里和别人待在一起让他感到陌生。自从参加节目后,他没有单独接受过个人声乐训练,主要位置是舞蹈,所以即使是一对一的课程也在大练习室进行,这也是理所当然的。最初,声乐练习室在 B 班的建筑里,所以他也没有像现在这样为了其他目的进出。


최산은 이곳에서 노래 연습을 했을까. 테마곡을 부른 몇 안 되는 연습생 중 한 명이 산이라는 얘기를 언뜻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굳이 백 명 다 부를 필요가 없는 단체곡은 제작진이 추린 여섯 명 정도의 인원만 따로 녹음을 한다고 했었다. 그러게. 지금 떠올려보니 위로 쌓인 화음 중 하나가 산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우영은 여전히 부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산에게 살짝 가까이 다가갔다.
崔伞曾在这里练习过唱歌吗?好像听说过为主题曲演唱的练习生中有伞。制作组说过,不需要一百个人都唱的团体曲,只会挑选六个人左右单独录音。是啊,现在回想起来,叠加的和声中有一个声音确实像是伞的声音。郑友荣依然用肿胀的眼睛看着伞,轻轻地靠近了一点。



"산아. 우리 지금 비밀 얘기 할 거 아냐?"



산이 몸을 뒤로 젖힌다. 오밀조밀한 얼굴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

"문 닫아야지.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별 생각 없이 내뱉고 보니 빈정대는 투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산의 얼굴이 후식으로 나왔던 체리만큼이나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고운 말이 안 나갈 상황이긴 했지만 산의 표정을 보니 제가 심했다 싶었다. …응. 또 아까만큼이나 짧은 대답.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연습실 문이 닫혔다.



"난 네가 생방송 끝나면 나 바로 찾아올 줄 알았어."



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 만난 적 없거든. 우영은 자신이 말을 꺼내기 전에 산이 먼저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망설이다 건넨 말에 산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산아. 너는 나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적어도 그렇게 말을 했잖아. 그것도 생방송에서… 그럼 나 속인 거잖아. 이어지는 우영의 말을 듣던 산이 이번에는 고개를 푹 숙인다. 얼레.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갛다. 아니 빨갛다 못해 누르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붉다. 얘 또 왜 이래. 우영은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나 때문에 우는 거 아니지 설마.



"너 괜찮아?"

"응. 근데 우영아."

"…어."

"막상 네가 성 떼고 불러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



허어. 또 숨이 턱 막힌다. 야아, 지금 그런 말이 나올 때가…  빨개진 얼굴로 폭탄 발언을 하고는 산이 또 횡설수설 말을 잇는다. 미안. 여기 좀 덥지. 중앙 냉방 시스템이라 사람들 없을 때는 엄청 덥거든. 너 더위도 많이 타고 또……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산의 손목을 우영이 다급히 낚아챈다. 나 더위 많이 타는 건 또 어떻게 알어.



"……최산. 너 진짜 뭐야?"



산은 대답 대신 우영에게 붙들린 손목을 바라본다. 떼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우영의 이마께로 향한다. 예고 없는 몸짓에 우영은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돌려 손을 피했다. 이윽고 이마에 닿은 것은 산의 손목을 잡은 제 손등이었다. 너 지금 엄청 땀 흘려. 산의 나직한 목소리가 고요한 연습실 안에 울려퍼졌다. 한 템포 쉼호흡을 한 산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처음 봤을 때도 그랬어."



너 그날도 엄청 땀 흘리고 있었어. 꽤 시원했는데도. 그래서 더위 많이 타나보다 했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우영의 손등을 살짝 적신다.



"우영아. 나 너 속인 적 없는데."



산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응시 중인 남자애를 가만 쳐다보았다. 물음표 가득한 눈을 하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앉은 정우영.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데 기억력은 영 별로인 정우영.



"뭔 소리야. 너 그날 나 처음 만난 척 했잖아. 이름이 뭐냐고 물었잖아, 사실은 다 알고 있었면서. 그게 날 속인 게 아니면……"

"…따지고 보면 그때도 거짓말 한 적은 없는데."



하. 우영이 짧게 헛웃음을 내뱉는다. 산아. 너 진짜 진짜 이상한 거 알지. 산은 그 말을 듣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진짠데. 진짜 거짓말은 안 했는데. 이상하게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왜 자꾸만 우영에게는 유독 이런 기분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작은 일에도 서운하고 사소한 것에도 울적해진다. 친구 하자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가 또 한없이 축 처졌다. 성 떼고 불러주었으면 싶다가도 막상 산아, 산아, 들으니 못 견디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산은 살짝 젖어버린 우영의 옷소매를 왼손으로 하염없이 문질러본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일단은……
哈。郑友荣短促地发出一声冷笑。伞啊,你真的真的很奇怪,你知道吗?伞听到这话,感觉浑身的力气都被抽走了。是真的啊,我真的没有撒谎啊。却莫名其妙地感到失落。不知道为什么,总是对友荣有这种感觉。小事也会感到失落,琐碎的事情也会变得沮丧。听到“做朋友吧”这句话时,开心得像要飞起来,但又无尽地沮丧。希望他能去掉姓氏直接叫自己名字,但一听到“伞啊,伞啊”,脸就烫得受不了。伞用左手不停地揉搓着友荣微微湿润的衣袖。不知道该从哪里开始说起。所以,先……



"이거 놓고 말해줘." “放下这个再告诉我。”

"……." …….

"너 아직도 내 손목 잡고 있거든."
“你还在抓着我的手腕。”



화들짝 놀라 손을 놓는 우영의 얼굴이 산 못지 않게 붉어져 있었다.
吓了一跳松开手的友荣脸色和伞一样红。











열아홉 최산은 운명을 믿는 편이었다. 인생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이었고 만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는 말을 좋아했다.
十九岁的崔伞是一个相信命运的人。他的人生电影是《美丽心灵的永恒阳光》,他喜欢那句“该遇见的人总会遇见”。


운명을 믿으면 좋은 점이 많았다. 타로로 한 해를 내다보고 별자리로 오늘의 운세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사주 잘 보는 곳 찾아가 이름과 생년월일만 불러주면 적성과 미래의 직업까지 알려주기도 했다. 단어 하나에 얽매이는 건 싫었지만, 운명을 믿는 쪽과 믿지 않는 쪽으로 굳이 이분하자면 전자가 훨씬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낭만 좋아하는 산은 그 모든 말을 냉큼 다 믿어버렸다. 
相信命运有很多好处。可以通过塔罗牌预测一年,通过星座提前知道今天的运势。找到一个擅长看四柱的地方,只要报上名字和出生日期,就能告诉你性格和未来的职业。虽然不喜欢被一个词束缚,但如果非要在相信命运和不相信命运之间做出选择,前者显得更加浪漫。喜欢浪漫的伞毫不犹豫地相信了所有这些话。


꽃처럼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꺾고 다듬어 전할 운명. 1999년 7월 10일에 태어난 최산은 그런 운명이라고 했다. 플로리스트 같은 걸 하면 잘할 거랬다. 기질도 그렇고 사람들 앞에 나설 팔자는 아니니 혼자 하는 일을 하면 잘 맞을 거라고. 산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길 걷다 벚꽃잎 하나 떨어져도 감상에 젖고, 소원 성취를 위해 학종이 접다가도 '역시 난 손재주가 좋은 운명이야!' 되뇌면서 착실히 주어진 운명대로 살았다.
花一样美丽而无用的东西,折断、修剪、传递的命运。1999 年 7 月 10 日出生的崔伞就是这样的命运。有人说他如果做花艺师会很出色。性格也是如此,不是那种会在人前出风头的命运,做一个独自工作的职业会很合适。伞很喜欢这句话。走在路上,看到一片樱花瓣落下也会陷入感伤,为了实现愿望折纸鹤时也会反复念叨“果然我是有手艺的命运啊!”他踏实地按照命运过着生活。


그랬던 산이 운명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那样的伞不再相信命运了。

스무 살에 받은 파랗고 빳빳한 명함 한 장 덕에.
二十岁时收到的一张蓝色硬挺的名片。


그날 산은 어미 잃은 길고양이에게 발 묶여 외출했던 이유도 잊고 공원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분수대 앞에서는 아마추어 밴드가 무난한 연주에 무난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어미 찾아주는 일이 힘에 부쳐 잠시 멈춰선 산은 이 노래만 끝나면 다시 덤불 속을 뒤져봐야지 생각했었다. 그때였다. 한 여자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건 것은.
那天,伞被一只失去母亲的流浪猫缠住了脚,忘记了外出的原因,在公园里徘徊。在喷泉前,一支业余乐队正在进行平淡的演奏和歌唱。伞因为找猫妈妈的事情感到疲惫,暂时停了下来,想着等这首歌结束后再去灌木丛里找找。就在那时,一个女人带着意味深长的表情走过来和他说话。



"이상한 회사 아니니까 꼭, 꼭 연락 받아줘야 해요!"
“这不是一家奇怪的公司,所以一定、一定要接电话!”



꼭이요. 평생 찾아헤매던 고양이를 드디어 찾아냈다는 듯 감격스러운 얼굴로, 여자는 눈을 빛내며 산의 혼을 쏙 빼놓았다. 정신 차려보니 산은 호구조사에 응하듯 줄줄이 자신의 정보를 읊고 있었다. 여자는 바로 데뷔 시켜줄 수 있으니 꼭 연락달라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말을 세 번쯤 반복한 뒤 사라졌다. 
一定哦。女人仿佛终于找到了她一生中一直在寻找的猫一样,满脸感激地看着伞,眼睛闪闪发光。等伞回过神来,他已经像在接受户口调查一样,滔滔不绝地说出了自己的信息。女人重复了三次那句“我可以马上让你出道,所以一定要联系我”,然后就消失了。


보통 이런 상황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는 건 버스킹 밴드 중 한 명이어야 정상 아닌가? 구경꾼들 사이에서 정신 없이 바닥이나 수색하던 최산 말고 말이다. 어안이 벙벙해진 산은 벤치에 앉아 여자가 쥐어주고 간 명함을 다시 펼쳐보았다.
通常在这种情况下,被街头选角的应该是街头表演乐队中的一员才对吧?而不是在人群中忙着在地上找东西的崔伞。目瞪口呆的伞坐在长椅上,再次展开那个女人递给他的名片。




뮤직에이 엔터테인먼트 音乐 A 娱乐

신인개발팀 / 강지영 대리 新人开发团队 / 姜智英代理




타로집에서도, 오늘의 운세 어플에서도, 사주집에서도 이런 건 말 해준 적 없었는데. 아니, 진짜 이런 말은 없었는데? 산은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여자의 말대로 뮤직에이는 이상한 회사가 아니라 같은 반 애들이 다 좋아하는 아이돌들이 소속된 기획사라는 걸.
即使是在塔罗牌店、今日运势应用程序、四柱预测店里,也从未提到过这种事。不是,真的从来没有提到过这种事?伞回到家后,搜索了一下才知道。正如那个女人所说,Music A 并不是一家奇怪的公司,而是同班同学们都喜欢的偶像所属的经纪公司。


버스킹을 구경 중이던 수많은 사람들 중 신인개발팀 강지영 대리의 눈에 띈 것이 오로지 최산 하나 뿐일 운명. 그런 운명에 대해 산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在观看街头表演的众多观众中,只有崔伞吸引了新人开发团队姜智英代理的目光。这种命运,伞从未想过。


말도 안 돼. 대체 뭘 보고? 내가 음치면 어떡하려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꽤나 잘하기도 했지만, 가수라는 직업을 꿈꿔본 적은 없었던 산은 갑자기 억울해졌다. 어떡해. 그 아저씨 돌팔이였나봐.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어쩌고 저쩌고… 어련히도 그럴 운명이었으면 스무 살 먹고 아이돌 기획사에 캐스팅 됐을 리가 있냔 말이야. 심지어 이렇게나 규모 있는 회사에.
这不可能。到底看了什么?如果我是音痴怎么办?虽然喜欢唱歌而且也唱得不错,但从未梦想过成为歌手的伞突然感到委屈。怎么办。那位大叔是个庸医吗。什么美丽而无用的东西……如果真是那样的命运,二十岁的时候怎么可能被偶像企划公司选中呢。甚至还是这么大规模的公司。


그깟 캐스팅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산의 심정이 또 그렇지는 않았다. 「 영혼 체인지! 어느 날 눈 떠보니- 내가 인기 아이돌? 」 느낌의 판타지 로맨스를 너무 많이 읽은 탓인지 마음이 또 몽글몽글 들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 그러면 회사 건물이라도 구경하고 가요. 마침 도착한 강지영 대리의 메세지는 그런 산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那种选角无视就好了,但伞的心情却不是那样。可能是因为看了太多「灵魂交换!某天醒来发现——我成了人气偶像?」这种感觉的奇幻浪漫小说,心情又开始变得柔软而兴奋。既然这样,那就去公司大楼看看吧。刚好收到的姜智英代理的信息足以动摇伞的心。






"여기서부터는 연습생들 공간이에요." “从这里开始是练习生们的空间。”



왼쪽은 보컬실. 오른쪽은 작곡실. 레슨 없을 때는 자유롭게 예약해서 쓰면 되고요. 강지영 대리는 견학이라도 시키주듯 산을 데리고 뮤직에이 사옥의 지하 1층을 한 바퀴 돌았다. 일렬로 늘어선 연습실에서 새어나오는 음악 소리들이 복도를 가득 어지럽게 메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스케줄이 좀 빡빡해요. 약간 학교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재미있을 거예요. 산은 생각보다도 큰 회사 규모에 기가 죽어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左边是声乐室。右边是作曲室。没有课程的时候可以自由预约使用。代理姜智英带着伞像是参观一样,绕着 Music A 大楼的地下 1 层转了一圈。排成一列的练习室里传出的音乐声充满了走廊,显得有些杂乱。老实说,日程有点紧张。应该说有点像学校吧……不过会很有趣的。伞被比想象中还要大的公司规模吓到了,不停地点头。



"아, 저기는 제일 큰 댄스실인데, 아마 지금 우영이가 쓰고 있을 거예요."
“啊,那是最大的舞蹈室,可能现在友荣正在使用。”



우리 회사 제일 오래 다닌 친구요. 제일 잘하기도 하고. 의아한 산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강 대리가 빠르게 설명을 덧붙였다. 한 번 들어가볼래요? 그러고는 산이 고개를 젓기도 전에 문을 밀어젖혔다. 문이 열리자마자 복도 가득 무거운 비트가 쏟아져나왔다.
我们公司待得最久的朋友。也是最厉害的。也许是看出了伞疑惑的表情,姜代理迅速补充了解释。要进去看看吗?然后在伞还没来得及摇头之前,他就推开了门。门一开,沉重的节拍立刻充满了走廊。



When you're looking at those strangers
当你看着那些陌生人

hope to God you see my face-
希望上帝让你看到我的脸——



몸 안까지 쿵쿵 전해지는 진동. 세상이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시. 연습실 전체가 울릴 만큼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제 몸집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티셔츠를 입은 남자애가 춤을 추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온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서는, 누군가 들어온 걸 눈치도 못 챈 얼굴로.
身体里传来的震动。仿佛世界流动得有些缓慢的错觉。练习室里放着足以震动整个房间的音乐,一个穿着比自己身材大两倍的巨大 T 恤的男孩在跳舞。不知道跳了多久,头发全都被汗水浸湿了,完全没有察觉到有人进来的样子。



"배울 점이 엄청 많을 거예요. 우영이 진짜 성실하니까."
“会有很多可以学习的地方。友荣真的很勤奋。”



산은 그렇게까지 무언가에 몰두한 또래를 본 적이 없었다. 저만큼 추는 건 아마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안 될 거야. 얼마나 연습하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춤을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 애는 정말 춤 추는 걸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구나. 다른 건 아무 것도 신경 못 쓸 만큼.
伞从未见过同龄人如此专注于某件事。像他那样跳舞,恐怕光靠天赋是不够的。究竟练习了多少,付出了多少努力呢?虽然自己从未学过跳舞,但有一点是可以肯定的。那孩子真的非常非常喜欢跳舞,喜欢到其他什么都不在乎的地步。


산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잠들기 직전에도 거울 속 그 애의 눈빛을 떠올렸다. 자꾸만 지하 연습실의 더운 공기를, 땀 범벅이 될 때까지 춤을 추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던 그 애의 얼굴을 떠올렸다. 운명을 믿지 않게 된 순간, 누군가의 열망을 믿게 된 것 같았다. 그 열망이 산의 마음에 작게 불씨를 심어버린 것 같았다.
伞在回家的路上,甚至在快要入睡的时候,都会想起镜子里那个人的眼神。他不断地回想起地下练习室里闷热的空气,回想起那个即使跳到满身大汗也毫无疲惫之色的人的脸。在不再相信命运的那一刻,似乎开始相信某个人的渴望。那种渴望似乎在伞的心中种下了一颗小小的火种。




마침내 회사를 다시 찾아 입사를 결정하던 날. 산은 자신을 맞아준 열댓 명의 연습생들과 열심히 인사를 나누면서도 혹시 그 애랑 마주치면, 혹시 그러게 되면, 하고 혼자 시뮬레이션을 했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저도 모르게 그 얼굴을 다시 찾아댔다. 하지만 그 즈음엔 이미 회사 그 어디에도 우영은 없었다.
终于决定重新回到公司入职的那天。伞一边热情地和迎接他的十几名练习生打招呼,一边心里想着如果遇到那个人怎么办,如果真的遇到了该怎么办,自己一个人模拟了无数次。明明没有什么特别要说的话,却不由自主地想再见到那张脸。然而,那时公司里已经没有友荣的踪影了。


자신이 입사를 고민하는 동안 그 애는 몇 년이나 연습했던 회사를 나가버렸다고 했다. 산은 연습생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나고나서야 그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회사에 남은 연습생들에겐 그런 이별이 익숙해보였다. 산은 그러지 못했다. 왜인지 서운한 기분이 되어 춤 추던 그 애가 존재하던 연습실 거울이나 매일 골똘히 바라보곤 했다.
在他犹豫是否要入职的时候,那孩子已经离开了他练习了几年的公司。伞成为练习生一周后才听到这个消息。对公司里剩下的练习生来说,这样的离别似乎已经习以为常了。但伞却不能接受。不知为何,他感到一阵失落,每天都专注地盯着那个曾经跳舞的孩子存在过的练习室镜子。


그래서 프로그램 녹화 첫 날, 크게 당황하고 만 것이다.
所以在节目录制的第一天,他非常慌张。



"잘, 잘 부탁드립니다!" “请多多关照!”



피라미드형 세트장 한가운데에 그 애가 앉아 있었으니까.
因为他坐在金字塔形的布景中央。


우영은 어째 더 독기 가득한, 아니 독기를 넘어 살기에 가까운 눈빛을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최, 산, 이고요. 보컬을… 맡고 있어요. 산은 그 말을 하고서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말았다. 어쩌지. 정말 어떡하지? 괜히 알은 체를 했다가 혼자 친한 척을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겁이 났다. 사실 우영은 자신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기억도 못할 텐데. 내 이름도 나이도 모를 텐데.
友荣的眼神充满了愤怒,甚至接近杀气,他低头看着下面。你好,我的名字是崔伞,我是主唱。伞说完这句话后,脑子一片空白。怎么办,真的怎么办?他害怕自己主动打招呼会显得太过亲近,像是自作多情。其实友荣根本没正眼看过自己,当然也不会记得自己。连自己的名字和年龄都不知道。


석훈을 따라가 우영의 옆에 앉게 됐을 때 산은 생각했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차분하고 예의바르게 굴어야지. 이상한 애처럼 보이지 않게. 그리고 친해져야지. 엄청 엄청 친해져서 나중에 말해줘야지. 그때 네가 춤 추는 것 보고, 나도 같은 꿈을 꾸게 됐다고.
当伞跟着石勋坐到友荣旁边时,他心想。要像第一次见面的人一样冷静和有礼貌。不要让人觉得自己是个奇怪的家伙。然后要变得亲近。非常非常亲近,以后要告诉他。那时看到你跳舞,我也有了同样的梦想。


산은 그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우영의 팔뚝을 톡톡 두드렸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리 무서운 인상이 아니었다. 우영은 얼굴에 곡선이 많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 밑 점이 콕 찍혀있었다. 안녕하세요오. 산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 이상한 애처럼 보이지 말아야지. 
伞是这样反复思考后,轻轻敲了敲友荣的手臂。远看时没注意到,但近看时发现他并没有那么可怕的印象。友荣的脸上有很多曲线。黝黑的皮肤下,眼底有一个小点。你好啊。伞继续思考再思考。一定要留下好印象。不要看起来像个奇怪的家伙。



"그리고 전 그쪽 이름 아는데."
“而且我知道你的名字。”

"…에?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诶?你怎么知道我的名字?”



그렇게 마음만 굳게 먹는다고 '이상한 애'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산은 미처 몰랐다.
那么坚定心意也无法避免成为“奇怪的孩子”,伞并没有意识到这一点。











우영아, 널 다시 봤을 때 난 또 무심코 운명을 믿을 뻔했어.
友荣啊,再次见到你的时候,我差点又不由自主地相信了命运。


산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 어쩜 운명 같은 게 진짜 있나보다 생각했어. 네가 그날 연습하고 있었던 곡 있잖아. 나 그거 매일매일 들었거든. 연습실에 들어갈 때마다, 새벽에 집에 갈 때마다. 근데 네가 첫 녹화일에 그걸 췄잖아. 엄청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나 정말 다시는 못 볼 줄 알았거든, 네가 그거 추는 거.
伞一脸认真地说出了让人脸红的话。“我想,或许命运真的存在。你记得那天你在练习的那首歌吗?我每天都在听。每次进练习室,每次凌晨回家。可是你在第一次录制的时候跳了那首歌。我真的觉得很幸运。我以为再也看不到你跳那首歌了。”



"나는 네가 1등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처음부터."
我从一开始就希望你能拿第一。

"……." …….

"너 충분히 그럴 자격 있는 사람이니까."
“因为你是完全有资格的人。”



우영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얘는 이런 말을 나한테 왜 하지. 녹화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에 저 말고 다른 누군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란스러운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조금은 겁이 났었다. 약간은 간절했었다. 산이 정말 처음부터 자신을 속여왔을까봐.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이 상황에 얘마저 나를 이용했을까봐. 겉으로는 상관 없다 말하면서 사실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는지도, 유난히 말갛고 빛나는 얼굴을 한 얘만은 거짓말을 하지 않길 바랐는지도 몰랐다. 그게 저한테 이득이든 아니든.
郑友荣的心脏砰砰直跳。这个家伙为什么要对我说这些话。又不是在录制节目。这里除了我也没有其他人。他感到困惑的同时也有些安心。对,确实有点害怕。也有点迫切。害怕伞从一开始就在欺骗自己。在这种谁都无法信任的情况下,连他也在利用自己。虽然表面上说没关系,但其实心里希望事实并非如此。也许他特别希望这个脸色白皙、闪闪发光的家伙不要撒谎。不管这对他是否有利。


산은 알까? 우영의 자리를 저가 대신하게 됐다는 걸. 몇 년의 노력을 하루 아침에 뒤집어버렸듯이, 그들이 내 빈자리도 너로 손쉽게 채워넣었단 걸. 아마 모르니 저런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성격에 미안해서라도 그대로 버티고 있진 못했겠지.
伞知道吗?他代替了友荣的位置。几年的努力仿佛一夜之间被推翻了,他们也轻易地用你填补了我的空缺。他可能不知道,所以才会说出那样的话。以他的性格,即使感到抱歉,也不会就这样坚持下去。



"나도 진심이었어. 너 1등 할 것 같다 말했던 거."
“我也是认真的。我说你会得第一名。”



어차피 모르고 있는 거라면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 지금 발 딛은 곳이 원래 누구의 자리였는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사람을 믿으면서. 아무런 의도도 다른 속내도 없이 낯간지러운 말을 하면서. 헤어질 때는 실컷 울고 사소한 일에 자주 웃으면서.
反正如果不知道的话,就永远不知道吧。希望你不要在意现在站的地方原本是谁的位置,继续往上走。像现在这样相信别人。没有任何意图或其他心思,说着让人脸红的话。分别时尽情地哭,常常为琐事而笑。



"너도 충분히 그럴 자격 있으니까."
“你也完全有资格这样做。”



산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환해진다.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때 타지 않은 얼굴. 우영을 자주 난처하게 하는 얼굴.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형! 산이 형! 거기 있어요? 손바닥 두 개만한 보컬연습실 창문 밖으로 석훈의 얼굴이 보였다. 문을 열어주자 얼마나 뛰어다닌 건지 한참 동안이나 가쁜 숨을 몰아쉰다.
伞的表情显得格外明亮。那张脸纯洁得令人难以置信。经常让友荣感到尴尬的脸。这时,有人敲了敲门。哥!伞哥!你在吗?通过只有两只手掌大的声乐练习室窗户,可以看到石勋的脸。打开门后,他喘着粗气,好像跑了很久。



"형들 미쳤어요? 11시 넘은 지가 언젠데… 지금 방 바꾼다고 PD님이 형들 엄청 찾아요!"
“형들 미쳤어요? 11시 넘은 지가 언젠데… 现在换房间的话,PD님会到处找你们的!”



PM 11:17. 방음벽 탓에 신호도 제대로 안 터지는 휴대폰에 점호 시각을 훌쩍 넘긴 숫자가 선명히 떠 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우영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석훈이 다시 고함을 친다. 5분 안에 안 오면 다음 미션에 핸디캡 있대요. 빨리 와요. 빨리! 산이 우영의 손을 잡고 재빠르게 석훈을 따라나섰다.
PM 11:17。由于隔音墙的缘故,信号不好的手机上清晰地显示着已经远远超过点名时间的数字。时间怎么这么快就……。还没等友荣说完,石勋又大声喊道:“5 分钟内不来,下一次任务会有惩罚哦。快点来,快点!”伞抓住友荣的手,迅速跟着石勋走了出去。


졸지에 끌려가는 처지가 된 우영은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갑자기 방을 바꾼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오늘 마흔 명이나 퇴소를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거긴 한데…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제작진들의 낌새가 영 이상했다. 서바이벌 잘알 우영의 촉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상당히 급하게 판 짜는 느낌인데 이거.
猝不及防被拉走的郑友荣心中充满了疑惑。不是吧,突然换房间,这是什么情况。今天有四十个人退房了,某种程度上来说这是理所当然的……但也太突然了吧?制作组的举动非常奇怪。对生存节目了如指掌的郑友荣的直觉开始迅速运转。这感觉像是非常紧急地在安排什么。


그리고 우영의 예감은 대체로, 틀린 적이 없었다.
而且友荣的预感基本上从未出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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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급 재평가 1. 等级再评估
2. 방 배정 유출 2. 房间分配泄露
3. 최산 A반 3. 崔伞 A 班
4. 스포 금지 4. 禁止剧透
5. 정우영 5. 郑友荣


서바이벌의 꽃은 유출이다. 生存的花是泄露。


자정을 넘긴 시각. A씨는 탐라를 뒤덮은 사진 한 장을 클릭한다. 산처럼 쌓인 맥주캔을 분리수거 하고 오는 사이에 뭔가 터져도 단단히 터진 모양이었다. 급하게 플래시 터뜨려 찍은 이 사진은 해적 서바의 현장 스텝이 몇 분 전, 알계에 유언처럼 남기고 떠난 스포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떡밥을 몇 가지나 꽉꽉 눌러담았다는 스포. 유출자를 색출해 고소를 하네 마네 피드가 시끄러웠으나 A씨는 알 수 있었다. 이걸로 시청률이 오르면 올랐지 김 새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방송이란 게 다 그랬다.
午夜时分。A 先生点击了一张充斥着时间线的照片。在他去分类回收堆积如山的啤酒罐的过程中,似乎发生了什么大事。这张照片是几分钟前海盗生存节目的现场工作人员匆忙拍下并像遗言一样留在账号上的剧透。而且这剧透还包含了几条重磅消息。虽然大家吵着要找出泄密者并起诉,但 A 先生知道,这只会让收视率上升,绝不会让人失望。所有的节目都是这样的。


A3 용지에 빼곡히 적힌 건 연습생들의 이름이었다. 가나다 순도 소속사 순도 아닌 배치로 육십 명의 이름이 다섯 개씩, 열두 개의 칸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반도 랜덤이고, 포지션도 다 다르다. 생방송에서 발표된 순위와도 무관해보였다. 유출자는 혼란할 틈을 주지 않고 종이 귀퉁이에 힌트를 적어두었다. 등급 재평가 반영 / 숙소 방 배정. 휴먼졸림체로 적힌 그 글씨를 해석해낸 A씨는 재빠르게 제 자식 새끼들의 이름을 찾아 종이를 훑어내린다.
A3 纸上密密麻麻地写满了练习生的名字。既不是按字母顺序,也不是按所属公司顺序排列,六十个名字每五个一组,整齐地写在十二个格子里。分组是随机的,位置也各不相同。看起来和直播中公布的排名无关。泄露者没有给人留下混乱的余地,在纸角上写下了提示。等级重新评估反映/宿舍房间分配。A 先生迅速解读了那用人类手写体写的字,快速地在纸上寻找自己孩子们的名字。




[A-2] 请提供要翻译的文本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김예준 이건우 서지호 金艺俊 李建宇 徐志浩




뭐야. A씨는 눈을 한 번 세게 감았다가 뜬다.
什么啊。A 先生用力闭了一下眼睛,然后睁开。

이거 현실이야? 현실 맞아? 다시 확대를 해본다.
这是真的吗?真的是现实吗?我再次放大了看。




[A-2] 请提供要翻译的文本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김예준 이건우 서지호 金艺俊 李健宇 徐志浩




시발. A씨는 그대로 휴대폰을 떨구고 허공에 고함을 지른다. 미친 거 아니야? 미친 거 아니야? 제발. 이게 무슨 소리야? 다시 휴대폰을 주워 새로고침을 다섯 번 정도 반복하니 온 탐라에 이성을 잃어버린 여자들의 트윗이 들어찬다.
操。A 某直接把手机掉在地上,对着空气大喊。疯了吗?疯了吗?拜托。这是什么声音?他捡起手机,刷新了大约五次,整个时间线都被失去理智的女人们的推文填满了。


물 한 병도 같이 못 마시던 날티좌와 인프피좌
连一瓶水都不能一起喝的日常左和内向左

한 침대를 위아래로 공유하는 사이 되다?
成为上下铺共用一张床的关系?

이게 뭔소린데 씨발... 这他妈的是什么鬼话...
몇 주 만에 동거하는 전개 어쩔
几周后同居的展开如何

제 썰도 이거보다는 개연성 있어요
我的故事比这个更有连贯性
"일단 잡아라" “先抓住他”
"잡고나면 룸메 씨피가 될 것이다"
“抓住后就会成为室友 CP”


웃겨. 아니? 안 웃겨.  A씨는 조금씩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등급 재조정이 됐는데 우리 산이가 A반 됐다는 거지? 좀 전에 순위발표식에서 2위 기록한 걸로도 모자라 반까지 수직 상승했다는 거지?
搞笑。不是吗?不好笑。A 某的手开始微微颤抖。所以说重新评级后,我们伞成了 A 班?刚才在排名发布会上获得第二名还不够,现在连班级都直线上升了?


원래 부부라는 게 그렇거든요 原来夫妻就是这样的
종일 떨어져있어도 잠은 같이 자야되는 거거든요
即使整天分开,睡觉也要一起睡

제작진도 인정하고 공식이 미는 씨피
制作组也承认并官方推崇的 CP

#날퓌 함께할 가족 급구. #急寻一起生活的家人。
솔직히 박피디 물 들어올 때 노 저었다 인정?
说实话,朴 PD 趁热打铁了,承认吗?

#착한물타기인정합니다


근데 올라간 그 반에 우영이가… 그걸로도 모자라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가… 아니 날퓌가 지금. 아니……. 언어 능력을 상실한 A씨는 스쳐가듯 등장했던 숙소 전경을 찾아내기 위해 방송을 되감는다. 기억대로라면 2화 오프닝 무렵에 기상 미션을 하며 방 내부가 잠시 나왔었다. 여긴 아니고, 여기보다는 좀 더 앞이었고… 그래 여기.
不过上去的那个班里有友荣……这还不够,和他同住一个房间的室友……不,A 某现在失去了语言能力。为了找到一闪而过的宿舍全景,他开始倒回播放。如果记得没错的话,第二集开头的时候有个起床任务,房间内部出现了一会儿。不是这里,比这里再前面一点……对,就是这里。


세상 조그마한 방에 이층침대 세 개를 겨우 넣어두고서 다 큰 남자애들 여섯에게 쓰라고 했던 바로 그 방. 그래, 바로 이 방. 이 방에서 이제 우영이랑 산이가…….
在这个小小的房间里,勉强放下了三张双层床,让六个已经长大的男孩子使用。对,就是这个房间。在这个房间里,现在友荣和伞……。


저 이제 날퓌 못하겠어요... 我现在不能再逃避了...
너무...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요...
太多……太多的想法涌上心头……

너무 많은... 太多的...
  ㄴ 에이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세요 面对现实
      지금 이 순간에도 现在这一刻
      둘이 같은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을 거임
他们俩应该在同一个洗手间洗脸
    ㄴ 아 씨발 샴푸 같은 거 쓰면 어떡해요
ㄴ 啊,操,怎么能用这种洗发水呢

        몸에서 같은 향기 나는 날퓌 ㅅㅂ 죽고싶음
身体上散发着同样香气的日子,真想死


정도가 심하잖아. 이건 너무 버겁다고요. A씨는 이 정도로 온 세상이 돕는 씨피를 잡아본 적이 없었다. 제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다.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
程度太过分了。这太难以承受了。A 先生从未遇到过这样全世界都在帮助的 CP。无法保持理智地生活。这样下去无法生活。


그때 알림음과 함께 멘션 하나가 날아든다.
这时,随着提示音,一条提及信息飞了过来。


에이님... 우영이가 산이 艾尼姆... 友荣和伞
면도하는 거 가르쳐주면 어케요...? 如果教我怎么刮胡子呢...?


아, 씨발. 啊,操。

A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A 某就这样失去了意识。













When you're looking at those strangers
当你看着那些陌生人

hope to God you see my face
希望上帝让你看到我的脸

Young blood 年轻的血液


춤을 어떻게 췄길래 단번에 A등급을 받았는지
你是怎么跳舞的,竟然一下子就得了 A 等级

궁금하니까 당장 영상 올려줘…. 因为好奇,赶紧上传视频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