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손바닥이 별안간 이마를 덮었다. 대본을 쥐고 있던 金旼炡은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어째서인지 눈빛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손을 거둔 이는 본인의 이마를 짚어봤다가 다시금 金旼炡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염려가 배어 있다. 빳빳한 표지를 만지작거리던 金旼炡은 넌지시 말했다.
一只大手掌突然盖住了她的额头。拿着剧本的金旼炡转过头去看边上。不知为何,她的眼神里透着担忧。刚把手收回去的人摸了摸自己的额头,然后又小心翼翼地把手放在金旼炡的脸颊上。似乎没有发烧。低声嘀咕的声音里也透着关切。金旼炡正摆弄着硬邦邦的书皮,轻轻地说道。

 

"왜 그래?"  怎么了?

"너야말로 무슨 일 있어?"
你才是,发生什么事了?

 

대답은 않고 오히려 제게 되묻는다. 金旼炡이 고개를 가로젓고 대본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쿠션에 올려둔 핸드폰을 힐끔거리는 것은 놓치지 않았다.
她没有回答,反而反问我。金旼炡摇摇头,把视线移回剧本。但我没有错过她偷瞄放在靠垫上的手机。

 

"삼십 분 째 그 부분만 읽고 있는 거 모르지."
"已经对着同一个部分读了三十分钟了,你不知道吗?"

"응?"  嗯?

"한 장도 안 넘어갔어."
"连一页都没翻过去。"

 

그는 손가락으로 대본을 가리키며 작게 웃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별거 아닌 그 한마디에 괜히 찔려 金旼炡은 헛기침을 콜록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내 눈앞으로 테이크 아웃 잔이 건네졌다. 나는 정말 재미가 보고 싶었던 걸까. 金旼炡은 바로 옆에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정태준을 바라보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3년의 연애는 순탄했다. 크게 싸운 적도 없었으며 애초에 그 이전에 싸울 만한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 아주 똑같지는 않아도 취향 역시 어느 정도 엇비슷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권태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얼굴을 애써 지워내며 커피를 말끔히 비워냈다.
她用手指着剧本,轻轻地笑了。俗话说贼人心虚,这句无关痛痒的话却让金旼炡莫名心虚,她清了清嗓子。随后一杯外带咖啡递到了眼前。我真的是想看看有什么乐子吗?金旼炡看着就坐在旁边玩手机的郑泰俊,把头靠在椅背上。三年的恋爱很顺利。从没有大吵过,而且从一开始就不会制造可能会吵架的问题。虽然不是完全一样,但兴趣爱好也都差不多。也说不上是倦怠期。她努力抹去眼前浮现的那张脸,一饮而尽杯中的咖啡。

오늘따라 유독 쓰고 텁텁한 맛만 혀끝을 맴돌았다. 태연하게 잔을 받아 들고 커피를 마셨다. 저도 모르게 빨대를 몇 번 씹었더니 정태준은 짐짓 엄한 척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럭저럭한 일상이었다. 평범하고, 익숙하고, 편안…까지는 잘 모르겠다만. 金旼炡은 얼굴에 옷 소매를 가져다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해봤어야 알지, 그렇다고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밍밍해진 커피와 함께 씁쓸한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집으로 오는 내내 거듭 생각했지만, 여전히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껄끄럽기만 하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처음인 건 마찬가지인데 한쪽만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으니.
今天咖啡的苦涩和浑浊的味道格外明显地萦绕在舌尖。她若无其事地接过杯子喝着咖啡。不知不觉中咬了几下吸管,郑泰俊便故作严肃地皱眉摇头。这是再平常不过的日常。普通,熟悉,至于说舒适...那倒不太确定。金旼炡将衣袖贴在脸上,缓缓吸了一口气。不试试怎么知道呢,可这种事也不能随便问别人。她将苦涩的叹息和已经变得寡淡的咖啡一起咽下。回家的路上虽然反复思考,但依然觉得把那些词放在嘴边都很不自在。虽说对双方来说都是第一次,但只有这边还在摸不着头绪地徘徊。

 

"바람 쐬러 갈래?"  "要去透透气吗?"

"응?"  嗯?

"비행기 오래 타는 거 안 좋아하니까 아시아 쪽으로"
"你不喜欢长时间坐飞机,所以就选亚洲吧"

"오빠 이제 슬슬 프로모션 들어가야 하지 않아?"
"欧巴,你是不是该开始准备宣传活动了?"

 

아무리 남들이 다 아는 공개 연애 중이라고 해도 데이트를 마음 편히 한 적은 드물었다. 기사를 인정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같이 있을 때는 최대한 사람 없는 곳만 골라 다녔다. 그나마 해외에서는 사진이 덜 찍히니까 시간이 맞으면 종종 여행을 가기는 했다. 이러한 상황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님에도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결국 하나밖에 없다.
即使是众所周知的公开恋情,能轻松约会的时候也很少。和承认绯闻前一样,在一起的时候总是尽量选择人少的地方。好在去国外的时候被拍到的照片会少一些,所以时间合适的话偶尔会去旅行。在这种情况下,对于这种并非特别活动的事情犹豫不决的原因,归根结底只有一个。

 

"해외는 부담스러워?"  "去国外会有压力吗?"

"아니 그건 아닌데…"  "不,不是那样的……"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조금 그런가."
"在开始拍摄之前确实有点那样。"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你有想去的地方吗?"

"그것 보다는 그냥 너랑 놀고 싶어서 스케줄 없을 때."
"我只是想在你没有工作安排的时候和你一起玩。"

 

이래서 죄짓고 살면 안 된다. 혼자 뜨끔한 金旼炡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보일 리가 없는데 괜스레 옷 마무새도 정리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뭐 언제는 안 놀아줬나. 바톤 터치 하듯 작품에 들어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 바빠지면 밥 한 끼 함께 하는 것도 어려워 잠깐 얼굴만 보고 헤어지는 걸 이미 수없이 겪어 봤으면서. 쿠션을 끌어안으려던 정태준은 멈칫하고 金旼炡을 빤히 쳐다봤다.
这就是为什么不能做亏心事。金旼炡心虚地尴尬勾起嘴角。明明不可能被看见,却还是下意识整理了下衣服,重新坐正。我什么时候不陪你玩了。明明知道进入新作品就像接力棒一样,却还是说了这样的话。明明已经无数次经历过一旦忙起来连一起吃顿饭都难,只能匆匆见上一面就分开的情况。正要抱起抱枕的郑泰俊停住动作,直直地盯着金旼炡。

 

“지금 나 너무 애 같았어?”
"我刚才是不是太孩子气了?"

 

아니라고 대답하려다 노선을 틀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金旼炡이 그랬듯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她正要拒绝,却改变了主意,随意地耸了耸肩。她紧紧地抿着嘴,像金旼炡那样把头靠在了沙发上。

 

“리딩도 코 앞이고 이래저래 신경 쓸 일 많아서 그래. 가도 편히 못 쉬고 호텔에서 내내 대본만 붙잡고 있을 걸?”
“阅读也在眼前,应该也有很多其她的事情要操心。就算去了,也无法好好休息,整天都要抓着剧本不放吧?”

“다음에는 진짜 작품 들어가는 시기도 맞춰야겠다. 일할 때도 같이 하고, 쉴 때도 같이 쉬면 데이트 하기도 한결 편할 거고.”
“下次真的要试着把工作时间和休息时间安排在一起。工作的时候一起工作,休息的时候一起休息,约会起来也会方便很多。”

“나란히 쉬면 돈은 누가 벌어요.”
“并肩休息时,谁去挣钱啊。”

 

그가 피식 웃었다. 旼炡이는 거뜬히 먹여 살리니까 걱정마. 그리고는 주먹으로 어깨를 두드리고 팔을 벌렸다. 金旼炡은 안기는 대신 옆에 있던 쿠션을 그에게 던져주고 몸을 일으켰다.
她轻笑了一声。旼炡会好好地养活你的,不用担心。然后她用拳头轻轻敲了敲肩膀,张开双臂。金旼炡没有靠过去,而是把旁边的抱枕扔给了她,然后站了起来。

 

“가자.”  让我们走吧。

“응?”  嗯?

“놀자며, 볼링장 콜?”  一起玩吧,去保龄球场怎么样?

“촬영 때문에 자주 못 쳐서 감을 조금 잃었”
因为拍摄的关系很少打,所以有点生疏了

“멋없어. 시작도 안 하기 전에 변명하는 사람.”
“你好没劲。还没开始就开始找借口的人。”

“지는 사람이 후식까지 사는 거지.”
“输的人要请客吃甜点。”

“그럼 나는 지갑 안 챙겨도 되겠다.”
“那我可以不带钱包了。”

 

金旼炡은 대본을 소파에 내려두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마스크를 귀에 걸던 정태준이 金旼炡을 올려다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양산 가오걸 어디 안 갔네. 오늘은 무릎 꿇어도 안 봐준다. 역시나 그럭저럭한 연애였다
金旼炡放下剧本在沙发上,拿起了手机。正在戴口罩的郑泰俊抬头看着金旼炡,不禁苦笑。那个阳伞男孩还在啊。今天就算跪下也不会原谅。果然是一段平淡无奇的恋爱。

 

 

 

 

 

 

 

 

 

 

 

 

“너 사건 맡았던 검사 이름이 뭐라고 했지?”
"你说那个负责案件的检察官叫什么名字来着?"

 

비겁하게 수를 쓴 건 아니었다. 이 또한 金旼炡의 업보일 뿐이지. 손에서 빠져나온 공은 그대로 거터를 타고 미끄러져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핀덱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10개의 핀보다 金旼炡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건 의도가 묘연한 질문이었다. 金旼炡이 우두커니 서서 정태준을 바라보다 자리로 돌아왔다. 핸드폰을 빈 의자에 내려놓은 정태준이 몸을 일으키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그때 그 악플러 말이야.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金旼炡은 그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정태준은 타월로 꼼꼼히 공을 닦았다. 우리 소속사에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 진행하려는 선배님이 계신데 물어보길래. 긴장의 끈이 툭-하고 풀렸다. 金旼炡은 자세를 잡고 레일로 공을 굴리는 정태준을 지켜보다 마른침을 삼켰다. 이윽고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던 핀이 맥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스트라이크였다. 정태준은 환하게 웃으며 金旼炡에게로 걸어왔다.
这并不是什么卑鄙的手段。这不过是金旼炡的业报罢了。从手中滑出的球顺着球道滑行,转眼间消失不见。比起球道尽头完好无损的十个球瓶,更让金旼炡感到不安的是这个意图不明的问题。金旼炡呆呆地站着看着郑泰俊,然后回到了自己的位置。郑泰俊将手机放在空椅子上,起身随意地补充道。就是说那个恶意评论的人。金旼炡下意识地点了点头,反问道。怎么突然问这个?郑泰俊用毛巾仔细擦拭着球。因为我们公司有位前辈也想以名誉损害起诉,所以问问。紧张的弦突然松懈了下来。金旼炡看着摆好姿势将球推向球道的郑泰俊,不禁咽了口唾沫。片刻之后,整齐排列的球瓶轰然倒下。全中。郑泰俊面带灿烂的笑容向金旼炡走来。

 

"이번에도 삐끗하면 바로 역전이야."  "这次要是出差错就要反转了。"

"운이 좋네 오늘은."  "今天运气真不错。"

"어떻게 한 번 봐 드려요?"
"要不要让我看看?"

 

金旼炡이 앞을 가로막은 정태준을 밀어내고 다시 레일로 향했다. 형형색색의 공을 한참 동안 살펴보다 손가락을 넣고 들어 올리기 직전에 의자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고소 관련해서는 검사 말고 변호사를 소개 시켜 줘야 하는 거 아니야? 金旼炡의 질문에 정태준은 마시던 음료수를 내려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중얼거렸다. 그것도 그러네. 레일에서 미끄러진 공은 헤드핀을 명중했다. 쓰러지는 핀을 확인하고 金旼炡이 뒤를 돌았다.
金旼炡推开拦住自己的路的郑泰俊,重新朝台球桌走去。她认真地看了好一会儿五颜六色的球,在差一点要用手指去拿起来击打之前,她微微偏过头看向椅子那边。不过关于诉讼,不该推荐律师给我,而不是检察官吗?听到金旼炡的问题,郑泰俊放下手里的饮料,摇了摇头,喃喃自语道。你说的也对。从台球桌上滑下来的球正中头球。金旼炡看到倒下的球,转过身来。

 

"효림 언니 명함 줘?"  "给我贺琳姐姐的名片好吗?"

"그래 주면 고맙지."  谢谢你,我很感激。

 

정태준이 음료수는 건네며 대답했다. 어느덧 마지막 프레임이었다. 모니터에 떠 있는 점수를 확인한 金旼炡은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 속에서 원하던 것을 찾아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오른쪽에 있는 초록색 화살표를 눌렀다. 투구를 마친 정태준이 아쉬움을 가득 담은 얼굴로 자리에 되돌아왔다. 金旼炡은 익숙한 손길로 정태준의 등을 두드려주고 뒷주머니에 핸드폰을 꽂아 넣었다. 어깨에는 그의 머리가 얹혀졌다. 영락없는 연인의 모습이었다.
郑泰俊一边递过饮料一边回答。不知不觉已经到了最后一局。金旼炡看了看显示屏上的分数,伸手去拿放在桌上的手机。在未保存号码发来的短信中,她很快就找到了想要的内容。反复删改之后,她按下了右侧的绿色箭头。投球结束的郑泰俊一脸遗憾地回到座位。金旼炡熟练地拍了拍郑泰俊的背,把手机塞进后裤袋。郑泰俊的头靠在了她的肩上。活脱脱一对恋人的模样。

 

 

 

 

 

 

 

 

 

 

[네]  我的朋友,源文本是韩语“네”,意思是“是的”。我将它翻译成中文简体的是: 是的

이게 끝이라고?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다시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혹시 놓친 연락이 있나 싶어 통화목록과 문자를 번갈아 가며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金旼炡은 제가 보낸 문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진짜로 출근했어요? 무려 4시간 전이었다. 볼링치고 저녁 먹은 뒤에 한강에서 바람까지 쐬고 돌아올 동안 刘知珉에게 온 연락이라고, 답장을 적다가 실수로 화면을 잘못 누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짧은 문자 하나가 전부였다. 보통은 저렇게 대답으로 끝내지 않고 상대방은 어떤지 같이 물어볼 만도 한데. 金旼炡은 얼음을 씹어먹으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점멸되기 직전에 액정을 두드렸다. 대화를 이어 나갈 의지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단답이었다. 그 대신 귀찮고 관심 없으니까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기도 하고. 이래 놓고 누구보고 주고, 누구를 종이라고 하는 거야. 金旼炡은 입술을 비죽이다 핸드폰을 반대쪽으로 엎어놨다.
就这样结束了?揉了好几次眼睛再看,什么都没有改变。想着是不是漏掉了什么联系,轮番查看通话记录和短信也是一样。金旼炡把自己发的短信念了出来。真的去上班了吗?那是整整四个小时前的事了。从打完保龄球吃完晚饭,到在汉江吹完风回来的这段时间里,刘知珉就只回了一条短得让人怀疑是不是不小心按错屏幕的短信。通常不会就这样回复结束,应该会顺便问问对方在做什么的。金旼炡一边嚼着冰块一边死死盯着屏幕。在屏幕即将熄灭前轻敲了一下。对方的回复简短得看不出一丝想要继续对话的意愿。反而像是在说觉得麻烦也没兴趣所以别再联系了的意思。这样做了又说谁给谁,又说谁是谁的仆人呢。金旼炡撅着嘴把手机翻面放下了。

소파에 누워 한참 동안 천장만 바라보다가 느작느작 몸을 일으켰다. 오래간만에 볼링을 쳐서 그런지 어깨부터 손목까지 오른손 전체가 뻐근했다. 팔뚝을 주무르면서 하는 생각이라고는 은근히 몸이 탄탄하던데 운동도 잘할까, 라는 다소 부질없는 것들 뿐이었다. 하필 입고 있는 옷이 빌려 온 거래서 그랬다. 드레스룸에 시간마다 향수를 뿌려주는 분사기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옷에는 은은하게 향이 스며들어 있었다. 金旼炡은 소파를 벗어나려다 짤막한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잠금이 풀리면 바로 문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躺在沙发上盯着天花板看了好一会儿,才慢慢地坐起身来。可能是因为好久没打保龄球了,从肩膀到手腕整个右手都酸痛不已。揉着手臂时脑子里想的,也就是些像"身材看起来挺结实的,运动是不是也很擅长"之类毫无意义的事情。偏偏身上穿的还是借来的衣服。虽然更衣室里应该没有定时喷洒香水的装置,但衣服上还是隐约渗透着香气。金旼炡正要从沙发上起来,却轻叹了一口气,拿起了手机。一解锁就看到了短信。这一次她没有犹豫,快速地动起了手指。

핸드폰은 소파로 던져뒀다. 그래, 4시간이 지나도 답장을 해주는 게 어디야. 기대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며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金旼炡은 한 걸음도 제대로 걸어가지 못했다. 가까이에서 청아한 알림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뒷목이 뻣뻣하게 굳는 기분이었다. 눈앞의 핸드폰은 분명 제 것인데도 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현실감이 없었다. 1시간이 뭐야 지금 10분도, 아니 3분도 안 지났는데. 金旼炡이 얼떨결에 손을 뻗어 핸드폰을 낚아챘다. 잠금은 역시나 쉽게 풀렸다. 그와 함께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手机被随手扔在沙发上。是啊,就算四小时后才回复也算不错了。她带着降到谷底的期待迈开脚步。但金旼炡却连一步都没能好好走出去。因为从近处传来了清脆的提示音。她感觉头发都竖起来了,后颈僵硬得厉害。眼前的手机虽然确实是自己的,却让人感觉不太真实。就是这么不真实。别说一小时了,现在连十分钟,不,三分钟都没过呢。金旼炡下意识地伸手抓过手机。果然轻易就解开了锁屏。与此同时,唇间漏出了一声泄气般的笑声。

[네]  我的朋友,源文本是韩语“네”,意思是“是的”。我将它翻译成中文简体的是: 是的

지금은 퇴근했냐는 문자에 대한 답장이었다. 金旼炡은 무릎을 꿇고 앉아 빠르게 키패드를 눌렀다. 전화해도 돼요? 알림 소리가 울렸다. 네. 분명 똑같은 답장인데 어느덧 입꼬리는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다. 완벽히 뒤바뀐 주종관계였다. 金旼炡이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하게 호흡을 골랐다. 연결음은 금방 끊겼다. 또 뭐가 궁금해요. 헤어졌을 때보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这是对于"现在下班了吗"的短信的回复。金旼炡跪坐着,快速按着键盘。"我可以打电话给你吗?"提示音响起。"可以。"明明是一样的回复,嘴角却不知不觉画出了柔和的弧线。这是完全颠倒的主从关系。金旼炡将手放在胸前,平稳地调整呼吸。通话音很快就被接通了。"又有什么想问的吗?"比分别时更低沉的声音钻入耳畔。

 

"제가 깨운 거에요?"  "我弄醒你了吗?"

-방금 침대에 눕기는 했어요
刚刚躺到床上

 

金旼炡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시침은 10과 11사이에 반쯤 걸려 있었다. 주말인데 벌써 자기에는 시간이 아깝
金旼炡看了看墙上的时钟。时针停在 10 点和 11 点之间。周末就这么早睡觉太可惜了

 

-안 아까워요  translations 不可惜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을 읽을 수 있나. 핸드폰을 고쳐 쥔 金旼炡이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光是听到声音就能读懂心意吗。金旼炡握紧手机,从沙发上起身走向卧室。

 

-할 말 끝났어요?  你要说的话说完了吗?

"아니요."  不是。

-옆에 누가 없나보네요  -看来你旁边没有别人呢

"밤이니까요."  “因为已经晚上了。”

-거기는 건전한 관계구나  你们的关系很健康啊

 

들릴 듯 말 듯 한 야트막한 웃음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넘어왔다. 묘하게 비뚤어진 농담이었다.
从扬声器那头传来了一阵低低的、若隐若现的笑声。这是个微妙扭曲的笑话。

 

"답장을 왜 이렇게 늦게 해요."
翻译结果: "为什么回复我这么晚。"

-말했잖아요 업무 중에는 金旼炡씨가 봐줘야 한다고
不是说过了吗 工作时间必须由金旼炡xi来看管

"그때까지 퇴근을 안 했다는 거에요?"
“你到现在还没有下班吗?”

 

걸음은 침대 앞에서 멈춰섰다. 잠깐의 텀을 두고 刘知珉이 대답했다. 원래는 어제도 야근을 했어야 됐는데 일이 꼬여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됐네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살짝 갈라진 목소리에서는 피로가 뚝뚝 묻어나왔다. 金旼炡이 체크 셔츠를 벗어 침대에 내려두며 조심스레 물었다.
她在床前停下了脚步。过了一会儿,刘知珉回答道:"本来昨天也该加班的,但因为工作出了岔子才变成这样。"她的手紧紧攥着。略微沙哑的声音中透露出浓浓的疲惫。金旼炡一边脱下格子衬衫放在床上,一边小心翼翼地问道。

 

"잠은 좀 자요?"  睡一会儿吧?

-못 잔다고 하면 자장가 불러 줄거에요?
如果说睡不着的话,要我给你唱摇篮曲吗?

"무슨 얘기를 꺼낼 수가 없다니까."
"我就是没办法开口说啊。"

-金旼炡씨야 말로 엄청 뒤척이던데  金旼炡xi才是一直在翻来覆去的。

"그거야 검사님이 새벽까지 계속…피곤해서 그래요"
"那是因为检察官大人一直熬到天亮...所以才会这么疲惫"

-그런 게 왜 궁금해요
为什么要问这个

 

이번에는 金旼炡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얼핏 들으면 끝에 물음표가 찍혀 있고, 속으로 되뇌어 보면 마침표가 찍혀 있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실은 그다지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这一次,金旼炡的嘴唇紧紧地闭着。乍听之下像是以问号结尾,但在心里默念时却像是句号。究竟哪一个才是正确答案,这无从得知。说实话,她也并不是很想知道。

 

-데이트 잘 했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问约会过得怎么样也很奇怪吧

"…알고 싶기는 해요?"  "……你想知道吗?"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한껏 나른해졌다. 그게 아니면 피곤함 때문에 말투가 누그러졌을 수도 있었고. 이불을 정리하고 매트리스에 몸을 내린 金旼炡은 옆에 둔 셔츠를 만지작거리다 말을 이어갔다. 검사님은 저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뒤따라오는 대답은 그 속도가 부쩍 늦었다. 이럴 때면 저희들의 관계가 실감 나기도 했다. 金旼炡은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핸드폰을 베개 위에 올려뒀다.
可能是时间太晚了,氛围变得格外慵懒。也可能是因为疲惫,语气都变得柔和了。金旼炡整理好被子,躺到床垫上,一边摆弄放在旁边的衬衫一边继续说道。检察官对我没有什么好奇的吗?随后的回答明显慢了许多。这种时候,她们之间的关系才让人感觉真实。金旼炡把开着免提的手机放在了枕头上。

 

-원한다면 노력은 해볼게요  如果你想要的话,我可以试试

"됐어요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무슨."
"行了,这又不是叩头行礼,搞什么。"

-金旼炡씨 연예인이잖아  -金旼炡xi是艺人嘛。

"그게 왜요."  "那是为什么呢?"

-인터넷에 이름 검색만 해도 원하는 정보는 쉽고 빠르고 간단하게 얻을 수 있어요
-只要在网上搜索名字,想要的信息就可以很容易、很快、很简单地获得。

 

틀린 말은 안 했다. 이마저도 직업병인 건가 싶었다.
我没说错话。这也是职业病吗,我在想。

 

-쓸데없이 덧붙여지는 정보도 많고요  -还有很多无关的信息被添上

"제 이름 검색해본 적 있어요?"
你搜索过我的名字吗?

-고소장 받았을 때요  -当收到诉状时

"그런데 왜 파티에서 만났을 때는 아는 척 안 했어요."
那为什么在派对上见面时装作不认识呢?

-굳이 소개하는 것도 웃긴데. 안녕하세요 저는 金旼炡씨 사건 담당했던 검사 刘知珉이라고 합니다
特意介绍自己都觉得好笑。您好,我是负责金旼炡案件的检察官刘知珉。

"검사님."  "检察官。"

-왜요  为什么

"처음이 그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우리."
如果一开始就不是那样的话,我们会有什么不同吗?

-글쎄요 가정법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해서
嗯...我不太喜欢虚拟语气之类的

"그럼 도대체 검사님이 좋아하는 건 뭐에요."
那么检察官到底喜欢什么?

-일단은 金旼炡씨요  暂时是金旼炡xi

 

이로써 확실해지는 것이다. 刘知珉은 金旼炡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감히 제가 어찌 해볼 상대가 아니었다. 맥 빠지는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갔다. 무성의한 답장마저도 기어이 납득시켜버리니 괜히 허탈해져서 침대로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그다음에는 고양이가 있고, 그때 먹었던 잔치국수도 있고. 金旼炡은 고개를 주억이며 셔츠를 만지작거렸다. 고양이, 잔치국수와 동급이 된 기분은 나름 신선했다.
这下确定了。刘知珉在金旼炡的头脑里占据了最高位置。是她完全不敢触及的对象。不由得发出一声泄气的苦笑。连敷衍的回复都能让人信服,徒增一份空虚感,她颓然倒在床上。然后是猫,还有那时吃的寿面。金旼炡一边点头一边摆弄着衬衫。成为与猫和寿面同等重要的存在,这感觉倒也新鲜。

 

"검사님."  "检察官。"

-말해요  -告诉我

"혹시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你的理想型是什么?"

-애인 없는 사람이요  没有恋人的人

 

당연한 대답인데도 혼자 뜨끔해서 숨을 잘못 삼키고 말았다. 金旼炡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연신 기침을 콜록였다. 중간에 스피커로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도 같은데 기침 소리에 묻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겨우 목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虽然是理所当然的回答,但她还是被突然刺痛了一下,不小心呛到了。金旼炡转过头去不停地咳嗽。期间似乎从扬声器里传来了声音,但被咳嗽声盖住了,听不清说了什么。好不容易清了清嗓子,她才把手机放回耳边。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这有什么好大惊小怪的?

"아니 그냥…갑자기 훅 들어와서……"  "不是 就是…突然这么一下就……"

-가끔은 배우 맞나 싶다니까  有时真让人怀疑她是不是个演员

"저 연기 되게 잘하거든요?"  "我可是很会演戏的哦?"

-축하드려요  恭喜您

"…짜증나."  "…真烦人。"

-그럼 끊든가  那就挂断啊

 

여전히 아쉬움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金旼炡은 코웃음을 치며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누가 그런다고 진짜 끊을 줄 알아? 오기가 생겨서라도 새벽까지 전화하고 말지. 느릿느릿 움직여서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옆에 있던 베개는 허리 틈에 껴뒀다.
她仍旧没有丝毫的遗憾。金旼炡冷笑一声,握紧了手中的手机。谁会真的断绝联系?即使过了午夜也会继续打电话吧。她慢慢地移动身体,靠在床头上。身旁的枕头塞在了腰间。

 

-나 이제 배터리 얼마 안 남았어요
-我现在电池快没电了

"충전해요 그러면."  “充电吧,这样的话。”

-이런…안 통하네  -这种...没用啊

 

뜨끈해진 핸드폰을 잠시 내려두고 옆으로 손을 뻗어 충전기 선을 끌어왔다. 포트에 아직 꽂지 않았는데 별안간 화면이 밝아졌다. 상단바에 알림이 떠오른 것이었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노란색 말풍선을 누르고 카톡으로 들어갔다.
暂时放下发烫的手机,伸手去拿旁边的充电线。还没插入接口,屏幕突然亮了起来。顶部栏出现了通知。新消息已到达。点击黄色对话框进入了 KakaoTalk。

[누구랑 그렇게 오래 통화를 해 질투나게]
[和谁打这么久的电话让人嫉妒]

잠시 고민하던 金旼炡은 더듬거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냥 아는 언니. 어떻게 보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말풍선 옆에 붙은 1은 금방 사라졌다.
稍作思考后金旼炡犹豫地动了动手指。只是认识的姐姐。从某种角度来说也不算撒谎。对话框旁边的 1 很快就消失了。

[내일은 피티가 아침에 있어서]  [明天早上有 PT]

[일찍 자려고]  [想早点睡]

[너는 안 피곤해?]  你不累吗?

 

-뭐에요 설마 자는 건가?  怎么回事 该不会是睡着了吧?

"나도 전화 끝나면…아니 뭐라는 거야 잠깐만요."
"我也在电话结束后...不对在说什么啊等一下。"

-아 그거구나 지금  啊,是那个啊,现在

"말 시키지 말아봐요…"  "别让我开口说话..."

-재미있네 한유진도 전화할 때는 전화만 받았는데
真有意思,韩柚珍接电话的时候也只是接电话而已

 

그렇다고 서운하다거나 섭섭한 투였으면 몰라. 오히려 묘하게 흥미로워 보이니 답장을 보내던 손가락이 자꾸만 삐끗거리는 거다. 金旼炡은 짤막한 문장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다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답장 하나 보내는데 이렇게까지 진이 빠질 일이었나. 겨우 숨을 돌린 金旼炡이 핸드폰에 충전기를 연결했다.
不是说她觉得失望或别扭。相反,她的回复显得有趣得令人吃惊,以至于我一再地改动我的回信。金旼炡反复地在心里复述着简短的句子,然后按下了发送键。就为了发一个简单的回复,我已经这么犹豫不决了。金旼炡终于松了口气,把手机插上充电器。

 

"전화했었나 봐요 그런데 계속 통화 중이니까"
"看来她试着给我打过电话,但一直占线没接通。"

-변명을 왜 나한테 해요  -您为什么要对我解释?

"아니 그게…아무튼요."  "不是那个...总之。"

-안 끊고 이러는 것도 웃기기는 하네요
-这样不挂电话也挺好笑的

"오빠랑은 아무 때나 할 수 있……그렇다구요."
"因为和欧巴随时都可以......就是这样。"

-그래서 뭐래요  -那么要说什么呢

"…뭐가요."  "...什么事呢?"

-金旼炡씨 오빠가 뭐랬냐고  -金旼炡xi哥哥说了什么

 

잠시 망설이며 꼬인 선을 정리했다. 이걸 굳이 대답해야 되나 싶다가도, 숨기는 것도 그림이 이상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她犹豫了一下,理清了纷乱的思绪。虽然觉得是否有必要回答这个问题,但又觉得隐瞒反而会显得奇怪,于是开口说道。

 

"누구랑 전화를 오래 하냐고 물어보던데요…자기는 아침에 피티 받으러 가야 해서 일찍 잘거라고, 잘 자고 내일 보자고"
"她问我跟谁通话这么久...说她明早要去上私教课,所以要早点睡,说晚安明天见。"

 

금방 끊길 줄 알았던 통화는 의외로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다만 어느 시점 이후에는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本以为很快就会结束的通话意外地持续了很久。只是在某个时刻之后,气氛变得微妙起来。

 

-金旼炡씨는 뭐라고 했는데  金旼炡xi说了什么

"그냥 아는…네. 전화 끝나면 잘 거라고."
"只是认识的...嗯。说通话结束后就要睡了。"

-아는 뭐  -知道什么

"…뭐요."  "...什么啊。"

-아는 그다음에 안 들렸어  -知道后面没听见

"……"  ……

-여보세요  

"……"  ……

-끊는다  -挂断

 

한 번을 안 져준다. 金旼炡은 빈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웅얼거렸다. 언니요. 뱉어 놓고도 멋쩍어서 뜨끈해진 뒷목만 연신 주물렀다. 스피커 너머로는 적막이 짙어졌다. 이번에도 안 들렸나 싶어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아는 언니랑 전화 끝나면 잘 거라고 했어요 나도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푹 자라고 됐어요?
金旼炡一言不发地用手遮着脸嘟囔。姐姐。说完还不好意思地揉着后脖子。扬声器那边一片寂静。又没听见吗?她赶紧说道。我跟熟悉的姐姐打完电话就会好好睡,我也说我爱你,所以你要好好睡觉。

 

-잘 거야?  -睡得好吗?

 

정말 어쩌자는 걸까. 이제는 귓볼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到底想要怎么办呢。现在连耳垂都烧得滚烫。

 

-난 잠 다 깼는데 덕분에
多亏了你,我已经完全清醒了

"…검사님"  "…检察官"

-아니라며  不是这样的

"뭐가요…"  “什么啊...”

-누구랑 전화한다고?  "-和谁打电话呢?”

 

金旼炡은 손바닥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입안이 바싹 마르는 것만 같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金旼炡用手掌粗暴地抹了一把脸。嘴里好像都干涩起来。明明刚才还不是这个氛围。她用力咬住下唇

 

-다른 아는 언니랑도 이러지는 않죠?
你不会对别的姐姐也这样吧?

"그럼 제가 거기에서 뭐라고 말했어야 되는 건데요? 검사님? 세컨드?"
那您说我当时应该说什么呢?检察官大人?替补?

-왜 화가 났지 진짜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为什么生气啊 我是真心为你着想才这么说的

"장난 하지마요 하나도 재미없어"  别开玩笑了 一点都不好笑

-이게 장난 같아?  你觉得这是在开玩笑吗?

 

분위기는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게 흘러갔다. 대본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건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었다. 재촬영도, 편집도 불가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气氛真的变得无法预料接下来会发生什么。如果有剧本就好了,但这既不是电视剧也不是电影。这是无法重拍,也无法剪辑的现实。

 

"화난 거 아니에요."  "我没有生气。"

-그러면요  好的

"그냥…나는 답장도 손 벌벌 떨면서 겨우 했는데 검사님은 너무 태연하니까……"
"就是...我回复消息时手都在发抖,而检察官您却那么从容..."

-억울했다?  感到委屈?

 

영상통화도 아니기 때문에 보일 리 없는데 金旼炡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나 건너편에서도 한숨 소리가 넘어왔다.
没有视频通话,所以看不到金旼炡的反应,她没有回答,只是点了点头。果然,对面也传来一声叹息。

 

-이러면 덜 억울해요?  这样会不会感觉好点?

"…네?"  "……什么?"

-언니 소리 들었을 때 생수병 떨어트렸어요
听到姐姐这个称呼的时候我吓得把矿泉水瓶子掉在了地上

"……"  ……

-침대고 옷이고 다 젖었어
床单被子一切都湿了

 

거짓말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저를 달래기 위해 그냥 한번 해 본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다지도 간사하다. 속아 넘어가고 싶었다. 지금은 刘知珉이 작정하고 저를 벗겨 먹는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这或许是谎言。或许只是为了安慰我随口说的话。但人心就是这么狡猾啊。我想要被欺骗。就算现在刘知珉打定主意要把我吃干抹净,我也无所谓了。

 

-어떡 할까요  该怎么办呢

"그대로 있어요 갈아 입지 말고."
就这样别换衣服。

-그래요 뭐 감기 걸리면 약 정도는 사다주겠지
-好吧,要是感冒了至少会给买点药吧

"재수없어 진짜…"  "真是倒霉透了..."

-몰랐어요? 그게 매력인데  你不知道吗?这就是魅力所在

 

알다마다. 金旼炡은 침대에서 일어나 셔츠를 껴입었다. 말없이 전화를 끊은 다음에는 바로 택시를 불렀다. 집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나가냐. 게다가 刘知珉이랑은 헤어진지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모자를 눌러쓰며 스스로를 타박해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기어이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현관문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로비까지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바로 내려갔다.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 왼손에 든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不用说。金旼炡从床上起来穿上衬衫。挂断电话后立即叫了出租车。刚回到家没多久又要出门。而且和刘知珉分手还不到 24 小时。压了压帽子自责也于事无补。还是拿起手机和钱包出了门,站在电梯前。电梯门一开就走进去按下按钮。电梯直接下到大厅,一路都没有停。往外走时,左手拿着的手机短暂地震动了一下。

[추우니까 어디 들르지 말고 바로 와요]
翻译如下: [因为天冷,所以不要在外面乱逛,直接过来吧]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突然也好奇起来。会有不为这样的杰作所倾倒的人存在吗。

[있을 거는 다 있음]  [应有尽有]

[모자르려나...]  [还差点什么...]

다른 누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金旼炡은 아니다. 유리문 앞에서 우뚝 멈춰서서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는 제가 무슨 수로 刘知珉을 상대하겠는가. 진짜 미친 검사님이네.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린 金旼炡이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갔다.
虽然不知道别人怎么样,但至少金旼炡不是那样的人。站在玻璃门前呆呆地盯着手机的自己怎么可能应付得了刘知珉。真是个疯狂的检察官啊。金旼炡低声自语着,快步离开了玄关。

 

 

 

 

 

 

 

 

 

 

실감이 안 나는 한편으로 신기하기는 하다. 언제 올 줄 알고, 아니 언제부터 저렇게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걸까. 얼핏 보면 정말 집 지키는 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얼굴이나 성격은 개 보다는 고양이에 더 가깝겠지만 말이다. 金旼炡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刘知珉을 빤히 쳐다봤다.
一方面觉得很不真实,另一方面又觉得很神奇。她是怎么知道我什么时候回来的,不,她从什么时候开始就在玄关门前等着了呢?乍一看,她真的很像守门的狗一样。当然,无论是长相还是性格,都更接近猫咪就是了。金旼炡摘下戴着的帽子,直直地盯着刘知珉。

 

“진짜 말 잘 듣네요.”
"真是听话呢。"

 

축축하게 젖은 가슴팍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刘知珉은 픽 웃으며 金旼炡의 손에 들린 모자를 대신 가져갔다. 그래야 주인님한테 예쁨 받죠. 능청은 타고났을 것인데 정말이지 한마디 한마디조차 허투루 내뱉지 않았다. 金旼炡이 刘知珉에게 다가가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눈치 빠른 刘知珉은 쓰다듬기 편하라고 살짝 무릎을 굽혀줬다. 나란해진 시선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湿漉漉的胸口一下子映入眼帘。刘知珉咧嘴一笑,接过金旼炡手里的帽子。这样主人才会夸奖我漂亮呢。聪明绝对是天生的,真的从没说过莽莽撞撞的话。金旼炡走到刘知珉跟前,抬手去摸她的头顶。刘知珉眼疾手快,稍稍弯下腰方便她抚摸。两人的视线平行,感觉还不错。

 

“내일은 출근 안 하죠?”  “明天不上班吧?”

“글쎄요 그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서.”
"这个嘛,不是由我来决定的。"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는 刘知珉의 입꼬리에는 얄팍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홀린듯 입술을 맞댔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자 刘知珉은 인상을 찌푸리며 멀어지는 金旼炡을 따라갔다. 순간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 한구석을 파고드는 것을 金旼炡은 느꼈다. 기다려봐요. 권유 보다는 명령에 가까운 어조였음을 刘知珉도, 金旼炡도 알고 있었다. 金旼炡이 다시금 刘知珉의 입술에 제 것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뒷목을 감으려는 손을 피하며 슬며시 고개를 뒤로 뺐다. 기다리라니까. 刘知珉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이런 취향은 없었던 것 같은데. 새하얀 목에 도드라진 핏줄을 바라보던 金旼炡은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 순간 움찔하며 刘知珉의 어깨가 떨렸다. 살결에서 묻어나오는 향은 그 전과 달라져 있었다. 목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 金旼炡이 움푹 파인 쇄골에 연달아 입을 맞췄다. 이내 낮은 한숨 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金旼炡은 축축한 옷을 들춰내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慢慢地闭眼又睁开,刘知珉的嘴角挂着一抹浅淡的微笑。仿佛被蛊惑般,两人的嘴唇贴在了一起。轻轻触碰后分开,刘知珉皱着眉跟随着远离的金旼炡。那一刻,金旼炡感受到一种说不清的情感在心底蔓延。等一下。这语气与其说是请求,不如说更接近命令,刘知珉和金旼炡都心知肚明。金旼炡再次将自己的嘴唇贴上刘知珉的唇。随后躲开想要搂住后颈的手,悄悄往后退开。让你等等。刘知珉缓缓吸气,反复握紧又松开拳头。好像以前没有这种癖好。金旼炡注视着那白皙脖颈上凸显的血管,就这样把脸埋了进去。刘知珉的肩膀顿时颤抖了一下。肌肤散发的香气已与之前不同。金旼炡顺着颈线向下,在凹陷的锁骨处连续落下亲吻。低沉的叹息声随即在空中飘散。金旼炡掀开潮湿的衣服,将手伸了进去。

판판한 배를 쓸어내리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면 부지불식간에 손목이 붙잡힌다. 맞닿은 피부에서는 열기가 피어올랐다. 金旼炡은 고개를 들어 刘知珉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았다. 치워요. 혀로 아랫입술을 훑은 刘知珉이 천장을 올려다보다 손에 힘을 풀었다. 金旼炡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刘知珉의 허리를 붙잡아 제 쪽으로 이끌며 입술을 깊게 머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은 벌어졌고, 다급하게 숨결이 엉켰다. 金旼炡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입 안을 훑으면, 刘知珉 또한 뒤로 물러나며 움직임을 받아냈다. 모자는 어느덧 현관에 내팽겨졌고 두 사람은 거실 한복판에서 키스를 이어갔다. 먼저 물러난 사람은 역시나 金旼炡이었다.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번들번들한 刘知珉의 입술을 엄지로 훔쳤다. 刘知珉은 심히 못마땅한 눈빛으로 金旼炡을 쳐다보다 손가락이 제 입술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고개를 숙여 세게 깨물었다. 金旼炡은 아랑곳 않고 그녀의 턱을 간질였다.
当她抚摸着平坦的腹部,慢慢向上移动时,不知不觉间手腕被抓住了。相触的肌肤间升腾起热气。金旼炡抬起头,轻轻咬了一下刘知珉的下唇又松开。"住手。"刘知珉用舌头舔过下唇,抬头望着天花板,松开了手上的力道。金旼炡露出满意的微笑,抓住刘知珉的腰将她拉向自己,深深吻住了她的唇。对方仿佛等待已久般张开了嘴,急促的呼吸交织在一起。金旼炡缓缓向前走动,舔舐着对方的口腔,刘知珉也随之后退,配合着她的动作。不知何时帽子已被丢在玄关,两人在客厅中央继续着这个吻。率先退开的果然是金旼炡。她平静地调整着呼吸,用拇指擦拭着刘知珉亮晶晶的嘴唇。刘知珉用极为不满的眼神看着金旼炡,在对方的手指即将离开自己嘴唇的瞬间低头狠狠咬了一口。金旼炡毫不在意,转而挠了挠她的下巴。

 

"검사님."  "检察官。"

"내일 스케줄 없으니까 이러는 거죠?"
"因为明天没有行程才这样的吧?"

"손."  手。

 

솔직히 놀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어디까지 장단을 맞춰줄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으면서도 착실하게 손을 올려두니까 왠지 참기 어려워지는 거다. 刘知珉의 머리를 쓰다듬은 金旼炡은 불쑥 다가가 입술을 맞댔다. 한참 달아오르려고 하면 입천장을 쓸어내리고 뒤로 물러났다. 刘知珉이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짜증스럽게 본인의 머리를 헝클였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자칫하면 입 밖으로 욕지거리를 뱉어낼 것도 같았다.
Here is the translation to Simplified Chinese: 老实说我也想逗你玩,但我也很好奇,你到底会配合我到什么程度。你故作吃吃地笑着,又老老实实地把手举起来,这让我很难忍住不逗你。金旼炡亲了亲刘知珉的头发,突然凑过去亲她的嘴唇。就在两人的体温即将陡然上升之际,金旼炡舔了舔刘知珉的上颚,然后退后了几步。刘知珉紧闭双眼,然后睁开时一脸烦躁地揉乱了自己的头发。真是的,太过分了。我都快要脱口说出脏话了。

 

"刘知珉 검사님."  "刘知珉检察官。"

"뭐요, 앉을까요 이번에는?"  "怎么样,这次坐下来聊吗?"

"응."  嗯。

"…응?"  "...嗯?"

"손 다음에는 앉아 아닌가?"
"'手'之后不是'坐'吗?"

 

金旼炡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刘知珉은 진한 한숨을 내뱉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金旼炡을 올려다보고서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金旼炡은 망설이지 않고 양손으로 刘知珉의 볼을 감싸며 허리를 숙였다. 입속을 헤집는 움직임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刘知珉이 몸을 들썩이며 일어서려고 하면, 金旼炡은 왼손으로는 뺨을 두드리고, 오른손으로 어깨를 눌렀다. 그러나 힘의 차이는 분명했기에 소파를 짚고 몸을 일으킨 刘知珉은 금방 金旼炡을 벽으로 몰아붙이며 투박한 키스를 이어갔다. 이쯤이면 정말 많이 참았다는 걸 金旼炡도 느낄 수 있을 만큼.
金旼炡微笑点头,刘知珉沉重地叹了口气,慢慢地往下坐。跪坐在地上仰视金旼炡,她抬手示意金旼炡过来。金旼炡毫不犹豫地双手捧住刘知珉的脸颊,弯下腰去。她在刘知珉嘴里胡乱摸索,动作粗暴到了极点。刘知珉想站起身,金旼炡就一手拍她的脸,一手按住她的肩膀。但力量上的差距十分明显,刘知珉扶着沙发站起身,很快就将金旼炡推到墙上,继续粗暴的亲吻。这时候,金旼炡也能感觉到刘知珉已经忍耐很久了。

되갚기라도 하듯 스치기만 해도 달아나는 것처럼 감질맛 나게 움직이던 刘知珉은 가뿐하게 본인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전세는 역전되었고 이제는 도리어 金旼炡이 刘知珉에게 엉겨 붙어 숨을 갈구했다. 刘知珉은 金旼炡의 허리춤을 매만지며 물었다. 다음에는 뭐할까요. 벽에 머리를 기대고 호흡을 고르던 金旼炡이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안 축축해요? 刘知珉이 제 몸을 살펴보다 상의를 벗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刘知珉像是要报复回去一样,哪怕只是轻轻划过也会让她敏感地想逃开,现在她终于夺回了主导权。局势逆转了,现在变成金旼炡紧紧缠着刘知珉求欢。刘知珉抚弄着金旼炡的腰部,问道:“下次想玩什么呢?”金旼炡撑着墙喘气,低下头回答说:“不粘粘的吗?”刘知珉看了看自己的身体,脱下上衣扔到了地上。

 

"이 다음은 뭔데."  “接下来是什么?”

"……"  ……

"끝난 거에요 훈련?"  “训练结束了吗?”

"……"  ……

"그러면 상 줘야겠네 이제."
“那我也该给你奖励了。”

 

급하게 입술을 맞댄 刘知珉은 金旼炡이 걸친 셔츠를 벗겨내 아래로 떨어트렸다. 한 겹씩 떨어진 옷이 차츰 바닥에 쌓여 갔다. 소파에 앉아 刘知珉의 움직임을 받아내던 金旼炡은 뜨거운 손끝이 갈비뼈에 닿았을 때 입술을 떼고 무너지듯 앞으로 기댔다.
刘知珉匆忙地吻上金旼炡的嘴唇,将金旼炡身上披着的衬衫剥了下来扔到地上。一件件衣服逐渐地堆积在地板上。坐在沙发上,接受着刘知珉的动作的金旼炡,当温热的指尖触碰到她的肋骨时,把嘴唇分开,像崩溃了一样向前倾斜着身体。

 

"이건 뭐에요…"  "这是什么啊..."

 

金旼炡이 허벅지를 더듬다 손가락에 걸리는 것을 발견하고 刘知珉에게 물었다. 맨 어깨를 쓰다듬는 刘知珉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金旼炡의 손에 쥐여주고 옆자리에 앉았다. 손 안에 덩그러니 남은 박스를 확인한 金旼炡은 할 말을 잃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이걸 왜 가지고 있는 거에요. 아까 편의점 갔다 왔어요. 있다면서요 집에. 세어봤는데 약간 애매해서. 검사님 안 잘 거에요 오늘? 刘知珉은 무언가를 고민하듯 입을 꾹 다물고 박스를 내려다보다 金旼炡에게 다가가 바짝 옆으로 붙었다.
金旼炡在摸大腿时发现手指碰到了什么,就问刘知珉。正在抚摸着她裸露肩膀的刘知珉从口袋里拿出东西塞进金旼炡手里,然后坐在了旁边。金旼炡看着手中孤零零的盒子,一时语塞地看着刘知珉。'为什么会带着这个?''刚才去便利店买的。''家里不是有吗?''数了一下,感觉不太够。''检察官今晚不睡觉吗?'刘知珉像是在思考什么,紧抿着嘴唇看着盒子,然后凑近金旼炡紧贴着她的身边。

 

"손도 줬고, 앉기도 했고, 옷도 벗었고."
"牵过手了,也坐下了,衣服也脱了。"

"…그래서요."  "...然后呢。"

"각각 말고 하나로 퉁쳐서 받을게요 상은."
"不是分开的,统统放在一起收下吧,相信。"

"준다고 한 적 없는"  "从来没说过会给你的"

"지금부터 끝날 때까지는 검사님이라고 하지 말아봐요."
"从现在到结束为止,不要叫我检察官。"

"그러면 뭐라고…"  "那要说什么..."

 

박스를 도로 가져간 刘知珉이 능숙하게 포장을 뜯어 안에 든 것을 팔걸이에 올려뒀다. 몸을 겹쳐오며 한 손으로는 소파를 짚었다. 허리 좀 들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맨살에는 가죽이 닿게 되는 것이었다. 손목에 있던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 刘知珉을 金旼炡은 넋을 놓고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刘知珉은 자세를 낮추며 다가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아무래도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혀를 섞는 움직임은 더할 나위 없이 침착하고 농밀했다. 허리춤을 가까스로 붙잡은 金旼炡의 손을 이끌어 바지 버클에 올려두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刘知珉把盒子拿回来,熟练地拆开包装,将里面的东西放在扶手上。她俯身过来,一只手撑在沙发上。抬起腰来。按照指示移动的时候,赤裸的皮肤 inevitably 会碰到皮革。看着刘知珉用手腕上的发圈扎起头发,金旼炡看得出神,不自觉地咽了口唾沫。刘知珉降低姿势靠近,温柔地吻了上来。看来是有备而来。舌头交缠的动作沉稳而深情。将金旼炡勉强扶住腰际的手引导到裤子皮带扣上,也是同样的从容。

 어색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金旼炡을 거들어 이리저리 뒤척이다 발목에 걸쳐진 것은 대충 털어서 아래로 내팽겨쳤다. 종아리에서부터 옆구리까지 손으로 훑은 刘知珉은 金旼炡의 등 뒤에 자리 잡았다. 이제 시작이에요. 귓볼을 입술로 물었다 놓고 목덜미에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金旼炡은 팔베개를 해준 刘知珉의 손을 붙잡으며 급하게 말했다. 검사님 보이는데는 남기면. 중간에 잘려 나가서 끝마쳐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다른 한 손이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안쪽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看着金旼炡尴尬地摆弄手指,她在床上翻来覆去,随意甩开缠在脚踝上的东西扔到下面。刘知珉的手从小腿抚摸到腰侧,在金旼炡的背后找到了位置。现在要开始了。她用嘴唇轻咬对方的耳垂,然后把脸深深埋进对方的后颈。金旼炡抓住了充当枕头的刘知珉的手,急忙说道。检察官大人在看得见的地方留下的话。话还没说完就被打断了。因为另一只手危险地擦过了大腿内侧。

 

"하지 말라니까."  "别这样。"

"검사님이 검사님이지 그러면…잠깐만요."  "不愧是检察官,不过...等一下。"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허리에서 맴돌던 손은 기어코 가슴으로 향했다. 金旼炡이 도리질을 치자 머리 아래에 뒀던 팔을 빼고 빈자리에 쿠션을 밀어 넣었다. 金旼炡은 눈가에 올린 팔을 치우고 앞을 쳐다봤다. 刘知珉은 포장지를 이로 까서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끄집어냈다. 걱정마요 해달라고 할 때까지 안 할 거야.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때 알아챘어야 됐다. 입술을 겹쳐온 刘知珉은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건지를 몸으로 손수 이해시켜줬다.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달 나게 만들어놓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슬쩍 물러나서 제 일 아니라는 것처럼 방관했다. 나중에는 金旼炡이 입을 맞추려고 하면 아예 고개를 돌려 피하고 아래로 내려가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하필 손에 잡히는 것도 없어 멱살을 잡아채는 것도 불가능했다. 제법 애처롭게 팔뚝을 붙잡아도 刘知珉은 모르는 척 입술로 쇄골을 간질였다. 金旼炡은 허리를 바르작거리며 가쁜 숨을 내뱉었다. 자세를 고쳐 金旼炡을 제 품 안에 가둔 刘知珉은 허벅지로 무릎 사이를 벌렸다. 뭉근한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자 金旼炡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沿着大腿爬上来在腰间游走的手终究向着胸口而去。在金旼炡摇头时,抽出原本垫在头下的手臂,把靠垫塞进了空隙。金旼炡移开盖在眼睛上的手臂,望向前方。刘知珉用牙齿撕开包装,取出里面的东西。"别担心,在你说要之前我不会做的。"看到她意味深长的笑容时就该察觉到的。贴上嘴唇的刘知珉,用身体亲自让她明白为什么会那么自信地说出那番话。简直过分到令人难以置信,把人撩拨得心急如焚,在关键时刻却轻轻后退,像事不关己般袖手旁观。到后来,金旼炡想要亲吻时,她干脆转头躲开,俯下身把脸埋在胸口。偏偏手边什么都抓不到,连揪住衣领都做不到。即使可怜兮兮地抓住手臂,刘知珉也装作不知道,用嘴唇挠着锁骨。金旼炡扭动着腰,喘着粗气。刘知珉调整姿势将金旼炡禁锢在自己怀中,用大腿分开她的膝盖。在持续不断的缓慢动作下,金旼炡无可奈何地崩溃了。

 

"내가 누구에요."  "我是谁。"

"그냥 빨리 좀…제발……"  "就快点...拜托......"

"金旼炡 지금 너랑 이러고 있는 거 누구냐니까."
"金旼炡 现在和你这样的人是谁啊."

"검…아……"  "剑...啊......"

 

눈가에는 조금씩 물기가 어렸다. 金旼炡이 가까스로 刘知珉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眼角渐渐湿润。金旼炡艰难地将下巴搭在刘知珉的肩膀上。

 

"金旼炡씨."  "金旼炡xi。"

"검사님 진짜…쓰레기에요."  "检察官大人真是...个垃圾。"

"핸드폰에 내 번호 저장했어요?"
你手机里存了我的号码吗?

 

정말이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잔뜩 이골이 난 金旼炡은 고개를 숙여 하얀 어깨를 이를 내어 씹었다. 물론 타격감은 없었고 도리어 자극한 꼴이 되어 버려서 여린 한숨만 내뱉었다.
这真是个突如其来的问题。早已习惯了的金旼炡低下头,咬住那白皙的肩膀。当然没有任何触感,反而像是在刺激对方,只能轻轻地叹了口气。

 

"뭐라고 저장했어요."  "存成什么名字了。"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한…거기 좀 그만 만져요 미친아……"
"你怎么突然会问这个...快停下来,别再摸了,疯子......"

"밤새 이러고 있을까 그러면?"  "假如我整夜都这么做呢?"

"…언니요. "  "...姐姐。"

"응?"  嗯?

"知珉…아……언니라고…"  "知珉...啊......叫姐姐......"

 

다리 사이에 있던 허벅지가 빠져나가자마자 그 자리는 얇지만 탄탄한 팔이 대신했다. 다른 의미로 앑는 소리가 새어나갔으나 刘知珉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아래에 손바닥을 바짝 붙였다. 치받는 느낌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金旼炡은 무의식 중에 뒤로 허리를 뺐으나 파고드는 움직임은 배려 없이 힘을 실었다. 불러봐요 그렇게. 귓가를 아른거리는 목소리는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도무지 이 앞에서는 자존심 따위를 세울 재간이 없었다. 저릿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데 刘知珉은 슬쩍 속도를 늦췄다. 지치거나 힘이 빠져서 그런 게 절대 아님을 이제는 누구나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었다. 金旼炡은 이를 악물고 刘知珉의 팔을 밀어냈다. 그리고는 刘知珉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刘知珉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익숙하게 허리를 붙잡아 몸을 지탱해줬다.
两条大腿中间的空隙刚一消失,就立刻被一双细瘦却有力的手臂所填满。不同意义上的呻吟声溢了出来,但刘知珉毫不在意,只是将手掌紧紧贴在下方。那稳稳回荡的感觉过于强烈。金旼炡下意识地向后弓起腰身,但刺入的动作毫不留情,用力得很。叫出来,既然那么舒服。低哑的声音在耳畔呢喃,刘知珉尽力无视。可是,在这种场合下,自己实在提不起丝毫骄傲。从脚尖升起的酥麻感慢慢向上爬升,刘知珉不经意地放慢了速度。现在谁都清楚,这绝不是因为疲惫或力竭。金旼炡咬紧牙关,推开了刘知珉的手臂。然后不断盯着刘知珉,翻身跨坐在她的大腿上。刘知珉既不惊讶也不慌乱,只是顺其自然地揽住腰身,扶稳了她。

 

"…知珉언니."  "...知珉언니."

"응."  嗯。

"이제 만족해요?"  "现在满意了吗?"

"아…나 이런 취향 있었네."
"啊...原来我有这种癖好。"

 

손에 있던 것을 빼서 대충 아래로 던진 刘知珉이 머리 위를 더듬었다. 金旼炡은 눈에 보이는 것을 집어 그대로 刘知珉의 입에 물려줬다. 포장지 윗부분을 찢은 刘知珉이 그것을 다시 金旼炡에게 건넸다.
刘知珉把手中的东西随意地扔到下面,摸了摸头顶。金旼炡拿起眼前看到的东西,直接塞进了刘知珉的嘴里。刘知珉撕开包装纸的上部,又把它递给了金旼炡。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어요."  "这种事是跟谁学的?"

"질투에요 설마?"  "该不会是在吃醋吧?"

"그건 아니지만…그냥 좀 싫네요 감히."
"虽然不是那样...但是我就是有点不高兴呢。"

 

金旼炡이 포장지만 만지작거리자 刘知珉은 그것을 도로 가져가서 씌웠다.
金旼炡只是摆弄着包装纸,刘知珉就把它拿回去重新包好。

 

"검…님은 연애 많이 해봤죠."  “剑...您谈过很多恋爱吧。”

"일주일 만난 것도 연애라고 쳐야 돼요?"
才见面一周也要算恋爱吗?

"왜 뺨 맞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아요."
我大概知道为什么会被打耳光了。

"그래요 내가 개새끼지 뭐."  是啊,我就是个混蛋。

"연하만 좋아했어요?"  "你就只喜欢年下吗?"

"그게 어떻게 그렇게 이어질까요."  “它是如何互相关联的呢?”

"언니라는 거에 꽂혔잖아요."  “你被‘姐姐’这个称呼迷住了吧。”

 

허벅지를 쓰다듬던 刘知珉이 야트막한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 손으로 팔걸이를 짚고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켜 金旼炡을 마주봤다.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抚摸着大腿的刘知珉发出一声低沉的轻笑。她单手撑着扶手,缓缓抬起上身,与金旼炡四目相对。她们的嘴唇轻轻触碰后又分开。

 

"처음이에요."  "这是第一次。"

"네?"  "什么?"

"세컨도, 연하도, 비밀번호 알려준 것도 전부. 金旼炡씨가 내 인생에 획을 제대로 그어버리네요."
"无论是当秘书,还是年下,还是告诉你密码,都是第一次。金旼炡xi,你真的在我的人生里画下了一道深刻的痕迹。"

 

그러면 또 할 말이 없게 된다. 거짓말이라고 해도 믿고 싶었으니까. 刘知珉에 의해 다시 소파에 눕혀진 金旼炡은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저랑은 이러고 있어요. 刘知珉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说完这句话,两个人又陷入沉默。虽然知道可能是假的,但还是想相信。被刘知珉重新放倒在沙发上的金旼炡,一边整理粘在脸颊的头发,一边小心翼翼地开口问道:“那为什么对我这样?”刘知珉轻描淡写地回答道:

 

"그따위로 보는 사람은 없었거든."  "没有人这么看我。”

"예전부터 내 눈이 어떻다고 자꾸만 그런"
"从以前开始,你就一直说我的眼睛怎么样怎么样"

"대놓고 짠하다, 가엾다 이런 거 말이에요."
"就很直白地表示同情啊,觉得很可怜这种。"

 

상처받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는 건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金旼炡은 고민했고, 刘知珉은 말을 이어갔다.
她似乎并不知道自己用受伤的眼神看着她。该说是幸运吗。金旼炡思考着,刘知珉继续说道。

 

"그때는 나도 연민이라는 게 받고 싶었나봐."
那时我好像也想得到同情。

"……"  ……

"진심이든 아니든 불쌍하게 여겨 주는 사람이…하필 金旼炡씨였더라고. 본인 감정 하나 제대로 모르는."
“无论是真心还是假意,会可怜我的人......偏偏是金旼炡xi。她自己的感情都搞不清楚。”

 

스툴에서 담요를 끌어온 刘知珉이 넓게 펼쳐 몸 위로 덮었다. 金旼炡은 제 품으로 파고드는 刘知珉을 어정쩡하게 끌어안으며 담요를 정리했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였다.
刘知珉拿来一条毯子盖在她身上。金旼炡把扑进自己怀里的刘知珉尴尬地抱住,整理着毯子。这展开令人不知所措。

 

"그러는 金旼炡씨는 왜 나랑 이러고 있어요. 남자친구가 잘 안 해줘? 권태기 뭐 그런 건가?"
“金旼炡xi,你为什么要这么对我?男朋友没照顾好你吗?是不是已经厌倦了之类的?”

"아니요. 사이 좋아요 나름 꽤."
"不会。我们的关系还算不错。"

"얼마나 만났어요."  "在一起多久了?"

"3년 넘었어요."  "超过三年了。"

"좋을 때네."  “这会儿好。”

"그걸 검사님이 어떻게 알아요."
“检察官怎么知道的呢?”

 

슬몃 고개를 든 刘知珉은 金旼炡을 올려다보다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의 볼을 쿡 찔렀다.
刘知珉略微抬头看了看金旼炡,弱弱地笑了笑。金旼炡狠狠地戳了戳刘知珉的脸颊。

 

"편하고, 익숙하고, 든든하고. 안정적이잖아요 몸이나 마음이나."
"轻松,熟悉,可靠。无论是身体还是心灵都很稳定。"

"해 본 것처럼 얘기하네요."
"你说得好像很有经验似的。"

 

刘知珉이 金旼炡의 손을 붙잡에 제 머리에 올려뒀다.
刘知珉抓住金旼炡的手放在自己的头上。

 

"아닌 것 같아요?"  "不是这样吗?"

"아까 얘기했던 거 들어보면 썩…"
刚刚听她说的那些话感觉不太…

"4년 만나면 더 편해져요. 5년 만나면 더 익숙해지고, 6년 만나면 더 든든해요. 진짜 가족 보다도 더 내 편 같아."
"交往四年会更自在。五年会更熟悉,六年会更有依靠。感觉比亲人还要亲近。"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金旼炡은 고개를 주억였다.
轻抚着头发,金旼炡点了点头。

 

"그러니까 헤어지지 마요."  "所以请不要分手。"

"원래는 그 반대 아닐까요 검사님."
"按理说应该是相反的吧,检察官大人。"

"나 때문에 그만 만나라고?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因为我的关系要分手?这有点让人为难啊。"

 

도무지 속을 헤아릴 수 없으니 어디까지가 진심으로 어디서부터가 한번 해 본 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金旼炡은 동조도, 부정도 하지 않고 이불만 끌어올렸다. 연민이나 동정 같은 건 필요없다는 대사는 많이 들어봤다. 상대방에 제게 말하기도 했고, 제가 상대방에게 말했던 적도 있을 것이었다.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金旼炡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살짝 떼고 刘知珉을 내려다 봤다. 아직 잠이 든 건 아니었는지 금방 시선이 맞부딪혔다. 하고 싶어요? 金旼炡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完全猜不透她的心思,很难分清哪些是真心话,哪些是随口说说的。所以金旼炡既没有表示赞同,也没有否认,只是拉了拉被子。她听过很多次"不需要同情和怜悯"这样的话。别人对她说过,她也对别人说过。或许这就是一种普遍的情感吧。金旼炡轻轻收回抚摸头发的手,低头看着刘知珉。看来她还没睡着,两人的视线立刻相遇了。"想做吗?"金旼炡摇了摇头。

 

"주말인데 벌써 자려니 아쉬워요?"  "周末就这么早睡觉觉得可惜吗?"

"아니요."  不是。

"그러면 왜. 안타깝게도 나 관심법 같은 거 할 줄 몰라요, 말해줘야 알아."
"那为什么。很遗憾,我不知道怎么去关心别人,你得告诉我,我才能明白."

 

刘知珉은 쇄골에 두 어번 입을 맞추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되게…생각은 그쯤에서 잘라냈다.
刘知珉在她的锁骨上印下两个轻吻,搂住了她的腰。这样一来就很...她及时打住了自己的想法。

 

"언제 또 보나 해서요."
翻译: “不知道什么时候能再见到你。”

 

고개를 뒤로 뺀 刘知珉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金旼炡을 바라보다 희미하게 웃었다. 어디 멀리 가요? 아니요. 남자친구한테 들키지는 않았을 거고. 농담으로도 그런 말은 하지 마요. 그러면 뭐가 문제지. 모르겠어요.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이 멈추자 刘知珉은 그 손을 조심스럽게 아래로 끌어내렸다.
刘知珉后仰着头,用难以捉摸的眼神看着金旼炡,嘴角浮现出淡淡的笑意。"要去很远的地方吗?""不会。""应该没被男朋友发现吧。""连开玩笑也别这么说。""那究竟是什么问题?""我也不知道。"当那只抚摸着头发的手停下时,刘知珉小心翼翼地将它拉了下来。

 

"양심의 가책 같은 도덕심까지는 어떻게 해줄 수 없는데 어떡하나."
"良心和道德感这种事我帮不上忙啊,该怎么办呢。"

"그런 건 아닌데 그냥…"  "不是那样的,只是…"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애인 있는 어린 애 꼬드긴 이쪽이 아무래도 쓰레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조만간은 내가 金旼炡씨 약점도 잡아서 쥐고 흔들어볼게."
"不管从客观还是主观角度来看,勾引有对象的小孩的我才是垃圾,所以别太在意了。过不了多久我也会抓住金旼炡xi的把柄来拿捏她的。"

"그것도 아니잖아요."  "这也不对吧。"

 

金旼炡의 뺨에 손을 얹은 刘知珉은 부드럽게 입술을 머금으며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입천장을 뭉근히 쓸어내리고 뜨거운 살덩이를 감싸며 하며 마치 달래듯 키스했다. 金旼炡이 뺨에 얹어진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손바닥을 뒤집은 刘知珉이 손가락을 하나씩 엮어 단단하게 깍지를 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입술을 뗀 다음에는 몸을 구겨 金旼炡에게 안겨들었다.
刘知珉将手轻抚上金旼炡的脸颊,柔柔地含住她的唇,舌头探入口中。她缓缓扫过上颚,裹住那团火热的软肉,仿佛在安抚般亲吻着。金旼炡将自己的手覆上了停留在脸颊上的那只手。刘知珉像是一直在等这一刻,翻过手掌与她十指紧扣。没过多久,她率先结束这个吻,蜷缩着身子投入金旼炡的怀抱。

 

"그거 알아요? 주말부부가 금슬이 그렇게 좋대."
你知道吗?周末夫妻就喜欢那样的金丝眼镜。

"…결혼할 마음 아직 없는데요."  "...我还没准备好结婚......"

"말이 그렇다는 거죠."  "我的意思就是这样。"

"검사님 타로 본 적 있어요?"
"检察官大人算过塔罗牌吗?"

"갑자기 그건 왜요."  "怎么突然说这个。"

"나중에 보러 가요 거기 궁합도 나와."
"等会去看吧,那里还有合婚."

 

쇄골에서부터 어깨까지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她的手指从锁骨缓缓抚过肩膀。

 

"꽤 잘 맞지 않아요 그건? 못 한다는 소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개새끼는 난데 왜 자꾸 물지."
"这不是挺合适的吗?我从来没听说过做不到……你这混蛋怎么总咬人。"

"그 궁합 말한 거 아니거든요?"
"我说的不是那种合适。"

"그거 말고 봐서 뭐해요 우리가."
我们除了看还能干什么。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분명 없지만, 처지는 기분까지는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쓰린 한숨을 삼킨 金旼炡이 刘知珉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문득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연애하는 刘知珉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다소 주제 넘고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세컨드한테도 이러면 여자친구한테는 얼마나 잘해줄…그걸 내가 알아서 뭐해.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태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착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남자친구. 거기까지였다. 그와 함께 하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金旼炡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잘 짜여진 대본을 그저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었다. 편하고 든든하고 안정적이지. 때로는 가족보다 더 내 편 같은 사람이지. 그래서 내민 손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 손을 먼저 놓을 수도 없었지. 金旼炡은 귓가에서 아른거리는 목소리에 뒤늦은 대꾸를 했다. 헤어지지 않을 거에요.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어요. 비겁함 뒤로 진심을 숨겨뒀다.
这是一场危险的钢丝表演。虽然她说的话并没有错,所以显然不需要失望,但对于低落的心情却找不到任何解决办法。金旼炡吞下苦涩的叹息,把脸埋进刘知珉的颈窝。时不时会有好奇的时候,想象恋爱中的刘知珉会是什么样子,这是个有些僭越又无谓的想法。如果对替补队员都这么好,那对女朋友该有多好...但这些与我何干呢。闭上眼睛,脑海中浮现出泰俊的脸。善良、温柔又体贴的男朋友。仅此而已。在与她相处的三年时间里,金旼炡深刻地认识到,有些领域是仅凭努力无法跨越的。她只是在尽最大努力演绎着一个写得很好的剧本。舒适、可靠又稳定。有时候甚至比家人更像是自己人。正因如此才无法拒绝伸来的手,也无法主动放开那只手。金旼炡对耳边萦绕的声音做出迟来的回应:我不会分手的。现在还没有那个勇气。她把真心藏在了懦弱之后。

 

 

 

 

 

 

 

 

 

 

"친구는 요즘 통 안 보이네?"
"最近都没见到朋友了呢?"

 

메뉴판을 읽던 金旼炡이 슬쩍 고개를 들고 맞은편을 살펴봤다. 刘知珉은 잔에 물을 따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싸웠거든요.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사장님의 반응이었다.
金旼炡正在翻看菜单,不经意间抬头看向了对面。刘知珉倒水时若无其事地回答道:我们吵架了。更让我惊讶的是老板的反应。

 

"이번에는 또 왜."  "这次又是为什么。"

 

金旼炡은 앞으로 놓아준 잔을 만지작 거리다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들어서는 안 되는 대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추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친구라는 사람은. 태준이 남긴 카톡에 답장을 보내면서도 관심은 자꾸 엄한 곳으로 튀었다.
金旼炡把前面放的杯子捏来捏去,然后伸手去够手机。感觉像是偷听不该听的谈话。虽然也可能是猜错了,但是那个所谓的朋友可能是。回复泰俊留下的卡塔克时,注意力总是忍不住朝那边飘。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이랄까요."  可以说是立场差异造成的矛盾吧。

"딱 봐도 검사님이 말을 서운하게 했구만."
一看就知道是检察官说话伤人。

"사장님 은근히 걔 편만 드는 거 아시죠."
你知道老板总是偏袒她吧。

 

단골은 단골이구나 싶었다.  我觉得,真是一个忠实顾客啊。

 

"아유 나는 대놓고 유진이 편이지. 진짜 아들만 있었으면 진작 며느리 삼았다니까."
"哎呀我肯定是站在有真这边的。真的,要是我有儿子的话早就让她当儿媳妇了。"

"저는요."  "让我来。"

"우리 검사님을? 언감생심 못 오를 나무는 쳐다도 보지 않는 거야. 그나저나 이쪽은 누구셔, 유진이 빼고 다른 사람 데리고 오는 거는 또 처음 보네."
"我们的检察官大人?不该肖想的事情就别多看了。话说回来,这位是谁啊,除了幼珍以外第一次见你带别人来呢。"

 

그제야 金旼炡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중년의 여자를 쳐다봤다. 모자를 살짝 위로 올린 뒤에 어색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하니, 여자는 두 손을 모으고 감탄하다 별안간 刘知珉의 어깨를 찰싹 내리쳤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사람들만 만나? 刘知珉은 맞은 곳을 쓸어내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제 얼굴 보고 찾아오던데요. 말로 밥 벌어먹고 살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다. 金旼炡은 刘知珉을 빤히 바라보며 물을 마셨다.
这时金旼炡才转过头看向那位中年女性。她微微抬起帽子,有些尴尬地笑着打招呼,女人双手合十赞叹着,突然拍打刘知珉的肩膀。你是在哪里认识这些漂亮的人的?刘知珉揉着被打的地方,若无其事地说道:她们都是看我长相才来的。看来靠嘴说话吃饭的人都得有这种本事。金旼炡盯着刘知珉喝着水。

 

"나는 검사님이 혼자 아니면 유진이랑만 오니까 걔 말처럼 정말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줄 알았잖아."
我还以为检察官真的如那孩子所说只有一个朋友,因为你不是总是一个人来,就是和有真一起来。

"저 밥 한번 먹어달라는 사람이…손이 모자라서 못 세겠네. 안 그래요 旼炡씨?"
有一位求我给她吃饭的人......我的手不够多,数都数不过来。对吧,Minjoonxi?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온다. 덕분에 물을 잘못 삼켜 사레가 들린 金旼炡이 연신 기침을 콜록였다. 옆에 있던 사장님은 놀라서 金旼炡의 등을 쓸어줬고, 刘知珉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으며 냅킨을 건네 아예 일어나서 입가를 닦아줬다. 얼굴 보러 오는 사람, 밥 한 번 먹어 달라는 사람. 우연찮게도 金旼炡은 전부 그 범주에 속했다.
她连转向灯都没打就突然闯了进来。害得金旼炡呛了一口水,不停地咳嗽。旁边的店长吓了一跳,赶紧给金旼炡拍背,而刘知珉不知道在笑什么,一边递纸巾一边站起来帮她擦嘴。来看脸的人,想请吃饭的人。碰巧金旼炡全都属于这个范畴。

 

"아무튼 유진이랑은 빨리 화해하고, 여기 妹妹이랑도 사이 좋게 지내고."
"总之要快点和有真和好,也要和这里的妹妹好好相处。"

"전자는 생각 좀 해볼게요."  "我会好好考虑的。"

"사서 매를 벌지."  "图书管理员要打我屁股了。"

 

여자는 刘知珉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고서는 가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어느덧 식탁에는 음식이 가득 채워졌다. 刘知珉은 金旼炡의 왼손에 숟가락을, 오른손에 젓가락을 쥐여준 다음에야 식사를 시작했다. 당사자가 신경 쓰지 않는 일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는 없지만, 이미 쏟아진 물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유진이. 金旼炡은 도로 식탁에 식기를 내려두고 잔을 비워냈다. 刘知珉이 익숙하게 물을 따랐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물병을 옆으로 치운 刘知珉은 金旼炡의 손이 닿기 전에 잔을 가져가서 단번에 들이켰다.
女人轻轻拍了拍刘知珉的背,然后走进店里。不知不觉间,餐桌上已经摆满了食物。刘知珉先是把勺子放在金旼炡的左手,筷子放在右手,这才开始用餐。虽然当事人并不在意的事没必要特意提起,但已经泼出去的水也收不回来了。有真啊。金旼炡重新把餐具放回桌上,一饮而尽杯中的酒。刘知珉熟练地倒水。一次,两次,然后是第三次。把水瓶放到一旁后,刘知珉在金旼炡的手还没碰到杯子之前就拿起来一口气喝完了。

 

"어제 얘기해줬던 것 같은데."  好像昨天就说过了。

"줘요."  "给。"

"말을 해야 안 다고."  "应该说出来才对。"

"목 말라요, 그러니까 물이나 주세요."
我渴了,所以给我水吧。

 

이번에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반찬을 집어 밥그릇 위에 올려준다.
这次她连假装听都没听,只是夹起小菜放在她的饭碗上。

 

"그럼 어떡해요. 주변 음식점 중에 한유진이랑 같이 안 간 곳이 있을 것 같아요? 이왕 나왔으니 맛있는 거 먹으면 낫겠지 싶었어요. 그리고 여기 사장님 점심에는 거의 안 계셔. 저녁 장사할 때만 나와서 거드시는데 내가 그것까지 예상해야 됐을까? 밥은 죄 없으니 먹읍시다 좀."
"那怎么办呢。附近的餐厅里还能找到没和韩宥真一起去过的地方吗?既然已经出来了,我想吃点好吃的应该会好一些。而且这里的老板午餐时间几乎不在。她只在晚上营业时来帮忙,我难道连这个都要预料到吗?饭是无辜的,咱们吃吧。"

 

그래 놓고 본인도 수저를 내려둔다. 물을 따라서 마시다 아예 냉장고에서 새로운 물병을 꺼내왔다. 金旼炡은 억지로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밥알이 모래처럼 버석거렸다. 겨우 삼키고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다.
说完后她也放下了勺子。倒水喝了一口,干脆从冰箱里拿出了新的水瓶。金旼炡勉强舀了一勺饭送进嘴里。米粒像沙子一样干涩。好不容易咽下去后又动了动勺子。

 

"신경 쓰지 마요 머리 아프니까."
"别担心了,会头疼的。"

"……"  ……

"남자친구만으로도 벅차면서 무슨 한유진까지."
光是应付男朋友就已经很累了,还得管韩裕真。

 

金旼炡이 꾸역꾸역 제 몫의 음식을 비워낼 동안, 刘知珉은 죄 없다던 밥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식기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金旼炡을 확인한 다음에는 영수증을 챙겨 계산대로 향했다. 집에서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외출을 하지 말아야 하나. 애먼 고민을 하며 刘知珉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들어올 때는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나갈 때는 앞뒤로 살짝 떨어져서 걸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카페, 부동산, 편의점, 술집.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동안에는 어떠한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러다 刘知珉은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약국이었다. 金旼炡이 쭈뼛거리며 刘知珉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숙취해소제랑 소화제 주세요. 약사는 잠시 사라졌다가 봉투에 약을 담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刘知珉은 복용 방법을 알려주는 약사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에서 지갑을 꺼내 건넸다. 어제 술 안 마셨는데.
在金旼炡勉强吃完自己那份食物的时候,刘知珉却几乎没动过说没问题的饭。看到金旼炡放下餐具玩起手机后,她拿起收据走向收银台。在家的时候感觉还挺好的,是不是不该出门呢。带着莫名的烦恼只是看着刘知珉的背影,然后慢慢站起身。进来时肩并肩走着,出去时却前后错开了一点距离。面包店、连锁咖啡店、房产中介、便利店、酒吧。回程路上两人之间没有任何对话。这时刘知珉走进了一栋建筑物。是药店。金旼炡踌躇着跟着刘知珉走了进去。请给我解酒药和消化药。药剂师暂时消失了一会儿,然后把装着药的袋子放在了柜台上。刘知珉对着讲解服用方法的药剂师随意点点头,从钱包里拿出卡递了过去。明明昨天没喝酒。

계산을 마치고 뒤돌아선 刘知珉은 저를 빤히 쳐다보는 金旼炡에게 다가와 손을 붙잡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누른 다음에는 한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 어영부영 이끌려 가는 金旼炡은 刘知珉의 반대손에 들린 약국봉투에서 시선을 거두고 힘을 줘서 손을 잡아끌었다. 멈춰선 刘知珉은 金旼炡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조금만 걸어요 저기서 꺾으면 사람 안 다니는 골목 나와요. 金旼炡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刘知珉에게 붙잡힌 손을 뺐다. 刘知珉이 다시금 앞서 걷기 시작했다. 건물 몇 개를 지나치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말마따나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게 됐다.
结完账转过身的刘知珉走向正直勾勾盯着自己的金旼炡,抓住了她的手。用拇指和食指用力按压着她的手,然后叹了口气走出去。一直都没有松开手。被牵着走的金旼炡从刘知珉另一只手提着的药店袋子上移开视线,用力拉了拉她的手。停下脚步的刘知珉没有与金旼炡对视,装作若无其事地说道。走一小会儿,拐过那边就是没人走的小巷。金旼炡懵懵懂懂地点点头,把被刘知珉抓住的手抽了出来。刘知珉又开始走在前面。经过几栋建筑物进入巷子深处,果然到了一个人迹罕至的地方。

 

"그러니까 아까 그 얘기는…"
所以刚才那个话题是……

 

刘知珉은 먼저 운을 떼놓고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한숨을 내쉬다가 신발로 바닥을 툭툭 차고, 왼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刘知珉先说出这句话,然后反常地含糊其词,嘴唇微动。她叹了口气,鞋子轻轻踢着地板,左手抓住了头发。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에요."
"没必要特意在意这个。"

 

신경은 본인이 제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金旼炡은 목구멍에서 넘실거리는 말을 애써 삼켰다.
虽然她好像是最担心的人,但金旼炡却硬是咽下了在喉咙里翻涌的话语。

 

"그런데 내가 이런 걸로 미안해 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요?"
"不过,我为这种事道歉是不是也很可笑?"

"…누가 뭐래요?"  "……谁说什么了?"

"한유진은 나한테 그냥 흔적, 기억, 세월 뭐 이런 거에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쑥 튀어나올지 나도 모른다고."
"韩宥真对我来说只是一些痕迹、记忆、岁月之类的东西。我也不知道什么时候在哪里会突然冒出来。"

 

어째서인지 억울해 보이기는 했다.
不知为什么,看起来有些委屈。

 

"그래요, 솔직히 아직 미련은 많아요. 마음 정리 못한 건 사실인데 어찌 됐든 과거는 그냥 지나간 과거일 뿐이에요. 그거는 정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라고요."
"是的,说实话我还有很多留恋。没能理清心绪是事实,但不管怎样,过去就只是过去的事情而已。这一点我想谁都无法否认。"

"……"  ……

"지금 나랑 같이 있는 사람은 金旼炡씨잖아요. 한유진이 아니라 金旼炡."
"现在和我在一起的人是金旼炡xi。不是韩宥真,而是金旼炡。"

 

어쩌면 억울할 법도 했고.
也许会觉得有点冤枉。

 

"사소한 거 하나하나 따지려 들면 진짜 한도 끝도 없어요."
"要是计较每一点小事的话那真的是没完没了。"

"…저도 알아요 그건."  "...我也知道的。"

"나는 싫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이 밥도 제대로 안 먹을 정도로 신경 쓰는 일이 고작 내 과거라는 게."
"我不喜欢。我现在交往的人竟然因为我的过去而烦恼到连饭都吃不好。"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의 기분까지 이해하는 스스로가 조금은 원망스러워졌다.
金旼炡讨厌自己甚至能理解刘知珉的这种心情。

 

"과거는 내 역량 밖의 일이라고요. 어디 가서 세탁을 하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만약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미안하지만 나 지금 金旼炡씨랑 이러고 안 있어."
"过去的事已经超出了我的能力范围。我又不能到哪里去洗刷它。如果那是可能的,对不起,但我现在不会和金旼炡在一起。"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애초에 이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주는 것이다. 착각은 사치일 뿐이었다. 金旼炡에게 다가간 刘知珉은 더없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안아줘도 돼요? 저질러 놓고 동의를 구하는 건 도대체 어느 나라 예의인지. 金旼炡은 대답 대신 刘知珉의 허리춤을 움켜쥐었다.
结尾也很完美。这再次点明了这段关系最初是如何开始的。奢望只是一种无用的幻想。刘知珉小心翼翼地靠近金旼炡,搂住她的肩膀问道:"我可以抱你吗?"都已经抱了才来征求同意,这到底是哪国的礼仪。金旼炡没有回答,而是紧紧抓住了刘知珉的腰际。

 

"다음에는 같이 사는 妹妹이라고 할까요?"
"下次要说是住在一起的妹妹吗?"

"저 연예인이에요 검사님."  "我是明星,检察官。"

"동거는 이상하려나."  同居是否有些奇怪。

 

 

 

 

 

 

 

 

 

 

 

결국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눠마셨다. 소화제를 왜 샀냐고 묻는 金旼炡의 볼을 刘知珉은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最后她们在咖啡馆外打包买了三明治和咖啡一起分享。当金旼炡问她为什么买了消食药的时候,刘知珉轻拍她的脸颊笑了。

 

"그러면 숙취 해소제는 뭐에요."  那么宿醉解酒药是什么?

"수요일에 회식 있어서요."  "星期三有聚餐。"

"예전처럼 그런 자리에요?"  是像以前那样的场合吗?

"비슷해요. 그런데 저녁이니까 술을 조금 더 많이 마시겠죠."
"差不多吧。不过晚上嘛,当然要多喝点酒啦。"

 

샌드위치를 베어 물려던 金旼炡은 멈칫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걸 궁금해해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하다가 최대한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물었다.
金旼炡正准备咬下三明治,却突然顿住,转头看向一旁。犹豫片刻要不要问这种事后,她尽量用平淡的语气开口询问。

 

"연예인도 와요?"  "艺人也会来吗?"

"설마요. 그런 접대에는 안 가요."
我不会去那种接待。

"접대였어요 그 자리?"  "那是应酬场合吗?"

"그래서 제가 산 건데요. 오 대표 같은 사람들은 뭔가 뒤가 구려서."
"所以我才买下的。像吴代表这样的人总感觉有些不干净。"

"그럼 그때는 왜 나왔어요? 저 때문에?"
"那为什么那时候出来了?是因为我吗?"

 

약간은 기대했고  稍稍期待了一下

 

"아뇨 장관님이 밥 산다고 해서 끌려 갔는데 거기에 金旼炡씨가 있을 줄은 몰랐죠. 나름 되게 당황했는데 티 안 났어요?"
"不,部长说请我吃饭就被拉去了,没想到金旼炡xi也在那里。我其实挺慌的,看得出来吗?"

 

역시나 김이 빠졌다. 솔직한 대답 덕분에 머쓱해진 金旼炡은 숨도 쉬지 않고 커피를 빠르게 들이켰다. 와중에 刘知珉은 제 것까지 마시라며 잔을 건네줬다. 목이 마른 게 아니라 속이 타서 그런다는 것은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잔을 잡았는데. 저 쪽 역시 손을 떼지 않고 버팅겼다.
果然泄气了。金旼炡因为诚实的回答而感到尴尬,一口气快速喝完了咖啡。这时刘知珉把自己的那杯也递了过来,示意她喝。她希望对方不会发现自己不是因为口渴,而是因为心里焦躁才接过杯子。但对方却没有松手,依然紧握着杯子。

 

"다른 배우였으면 술 안 쏟았을 거에요."
"如果是其她演员的话,就不会把酒洒出来了。"

"…뭐, 뭐요."  "…什,什么。"

"알게 뭐야 노친네들한테 붙잡혀 있든 말든."
"管她呢,被那些老家伙纠缠着也好,不纠缠也罢。"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이러다 언젠가는 내가 이 사람의 무엇이라도 된 것 같은 오만에 빠지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잔을 잡은 金旼炡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不能一味地感到开心。我害怕自己会因此陷入一种错觉,仿佛自己成了这个人的什么人似的。金旼炡握着酒杯的手垂了下来。

 

"그러니까, 차라리 할 거면 이런 걸 하라고."
"所以说,要做的话就该做这种事。"

"……"  ……

"내가 다룰 수 있는 문제면 서로 이렇게 얼굴 붉힐 일 없는데."
"要是我能处理的问题,我们也就不用互相这样脸红了。"

 

볼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金旼炡이 흠칫 놀라자 刘知珉의 입꼬리가 위를 향해 나른하게 휘어졌다.
金旼炡因脸颊上传来的冰冷触感而瑟缩了一下,刘知珉的嘴角慵懒地向上勾起。

 

"오늘은 몇 시에 갈 거에요."
"今天几点去?"

"아직 샌드위치도 다 안 먹었는데 왜 내쫓으려고 해요."
"三明治还没吃完呢,为什么要赶我走。"

"준이 하트한테 전화 오잖아요 지금."
"准尼现在接到 Hart 的电话了。"

"…네?"  "……什么?"

 

金旼炡은 몸을 뒤적이며 핸드폰을 찾았다. 아까 옷 벗을 때 같이 뒀던 것 같은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刘知珉은 쿠션을 치워내고 소파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핸드폰을 낚아챈 金旼炡은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복도를 지나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닫힌 문에 머리를 기댄 金旼炡이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화면을 밀었다.
金旼炡找手机时扭动着身体。好像刚才脱衣服时放在一起了。她环顾四周,刘知珉移开抱枕,用手指指着沙发角落。金旼炡抓起手机,着急忙慌地离开了座位。穿过走廊,走向卧室的脚步似乎也显得很焦虑。金旼炡头抵在紧闭的门上,平静地调整呼吸,划开手机屏幕。

 

"여보세요?"  喂?

-네 여보인데요. 집이야?  是我,亲爱的。你在家吗?

"아니 지금은 나와 있는데 왜?"
不,我现在在外面,怎么了?

-그러면 오빠가 데리러 갈까? 어딘데?
那我去接你吧?你在哪里?

"그냥…점심 먹고 있지. 오늘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就是...在吃午饭。你不是说今天有约吗?

-아 맞다 그거 때문에 전화했어. 시간 괜찮으면 旼炡이도 같이 갈래? 형진이랑 예나도 온다는데. 다 같이 모이는 건 오랜만이잖아.
啊对了,我就是为了这个打电话的。如果时间允许的话,旼炡要不要一起来?亨镇和睿娜也说要来。大家好久没一起聚了。

 

金旼炡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땅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최형진과 이예나는 金旼炡의 몇 안 되는 동갑내기 배우 친구들이었다. 3년 전에 함께 드라마를 찍으며 친해져서 태준과도 익히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어쩌다 멤버 구성이 이렇게 됐을까. 旼炡아? 여보세요? 그럴 뜻이 없다는 걸 알지만 태준의 목소리가 마치 대답을 재촉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뜬 金旼炡이 주먹을 세게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런데 나 오늘 선약 있어.
金旼炡望着天花板咬着嘴唇。想不出合适的借口。更重要的是,崔亨镇和李艺娜是金旼炡为数不多的同龄演员朋友。三年前一起拍摄电视剧时熟悉起来,与泰俊也是相识的关系,怎么会组成这样的成员构成呢。旼炡?喂?虽然知道你并不想这样,但泰俊的声音听起来像是在催促回答。金旼炡闭上眼睛又睁开,紧握着拳头开口说道:'欧巴,但是我今天有约了。'

 

-응? 누구랑?  嗯?和谁?

"어제 전화한 언니랑 저녁 같이 먹기로 했어. 집에도 언니가 데려다줄거야."
昨天打电话的姐姐约好一起吃晚饭。姐姐也会送我回家。

 

바톤을 터치하듯 침묵은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金旼炡은 문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고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寂静如同传递接力棒一般传向对面。金旼炡离开倚靠着的门,向前迈出一步。

-아…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啊...是吗?那也没办法了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대리 꼭 부르고."
"别喝太多酒,一定要叫代驾。"

-旼炡이도 재미있게 놀고 조심히 들어가요
旼炡也要玩得开心,小心回家哦

"카톡할게."  "我待会儿发消息给你。"

-응 나도 사랑해요  -嗯 我也爱你

"나도요 끊을게."  “我也会挂断的。”

 

통화를 끝낸 金旼炡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침실 밖으로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건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刘知珉의 모습이었다. 그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金旼炡을 바라보다 현관으로 걸어갔다. 설마 기분 상했나. 金旼炡은 부지런히 뒤를 쫓아갔다. 슬리퍼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은 刘知珉은 현관문 앞에 서서 金旼炡을 쳐다봤다. 집으로 가면 돼요? 金旼炡은 그에게 다가가다 우뚝 멈춰 섰다. 핸드폰을 쥐고 있지 않은 刘知珉의 다른 손에는 차 키가 들려 있었다.
金旼炡结束通话后打开了紧闭的房门,走出了卧室。首先映入眼帘的是刘知珉斜靠在沙发上,低头摆弄手机的身影。她似乎察觉到动静,转头看向金旼炡,然后朝玄关走去。莫非她的心情不太好?金旼炡赶紧跟了上去。刘知珉换上了运动鞋,站在玄关门前,望着金旼炡。我可以回家吗?金旼炡走近她,却突然停住了脚步。握着手机的另一只手里拿着汽车钥匙。

 

"약속 장소 따로 있으면 말해요."
“如果约定在其她地方见面就告诉我吧。”

"검사님."  "检察官。"

"네."  "好。"

"아니에요 가요."  "不用了,走吧。"

 

도어락을 해제하고 먼저 밖으로 나간 刘知珉이 현관문을 붙잡고 金旼炡을 기다렸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모자를 챙겨온 金旼炡은 신발을 대충 꺾어 신고 반쯤 열린 문 틈으로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주차된 차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없었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운전석에 앉은 刘知珉은 시동을 켜자마자 내비게이션을 만지작거렸다. 집으로? 응. 벨트 매요. 네. 짤막한 네 마디를 끝으로 차체 안에는 간간이 치고 나오는 안내 멘트와 노래만 울려 퍼졌다. 점심에 그 난리가 났으니까 외식은 좀 그렇고. 시켜 먹어야 하나. 요리는 나도 못 하고, 검사님도…못 하겠지. 옷은 염치 불구하고 빌려 입으면 될 거고, 충전기는 검사님 꺼 쓰면 될 거고.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가는 내내 金旼炡은 집에서 챙겨야 할 물건 리스트를 핸드폰에 메모했고, 刘知珉은 한 번씩 조수석을 살펴보다 고개를 골렸다. 완벽한 동상이몽이었다.
刘知珉解开门锁先走了出去,扶着大门等金旼炡。金旼炡拿起沙发上散乱的帽子,随意地穿上鞋子,从半开的门缝中溜了出去。无论是在电梯里,还是走向停车场的路上,两人之间都没有任何对话。刘知珉为她打开副驾驶的门,然后坐进驾驶座,一发动车子就摆弄起导航。'回家吗?''嗯。''系好安全带。''好。'简短的四句话过后,车厢内只剩下偶尔传来的导航提示音和音乐声。中午闹成那样,出去吃饭不太合适。要不要叫外卖呢。我不会做饭,检察官大人应该...也不会吧。衣服的话虽然有点不好意思但可以借来穿,充电器可以用检察官的。还有什么来着。一路上,金旼炡在手机上记录着要从家里带的物品清单,而刘知珉则时不时地瞥一眼副驾驶,然后皱眉。这完全是两个人各怀心思。

 

 

 

 

 

 

 

 

 

 

도착해도 내리지 않길래 머릿속으로 운전하는 동안의 제 언행에 대해 복기를 했다. 딱히 거슬릴 게 없었다. 괜히 부담을 줄까봐 말도 안 걸었다. 그게 문제였나. 안전벨트를 꾹 쥐고 있는 손등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봤다. 10분만 기다려주세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나 싶어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뭘까. 刘知珉은 뒷좌석에 실린 백팩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到达目的地后她也没下车,我在脑海中回想着开车时的言行。似乎没什么特别令人不快的。为了不给她压力,我甚至都没有主动搭话。也许这才是问题所在。当我伸手想握住她紧抓着安全带的手背时,她猛地转过头来看着我。请等我十分钟。我以为她是要去换衣服,就先答应了。但这又是怎么回事。刘知珉盯着后座上的背包,慢慢开口说道。

 

"혹시 여행 가요?"  "你们要去旅行吗?"

"아뇨."  "不是。"

"캠핑 뭐 그런 건가?"  "是去露营之类的吗?"

"집으로 갈 건데요."  "要回家了。"

"아…그건 말이 되네요."  "啊...这倒说得通。"

 

자세를 바로 하고 운전석에 앉은 刘知珉이 기어를 변경하려다 멈칫했다. 주소 좀 불러줘요. 그리고 金旼炡이 말하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남부순환로 323길 33. 검색, 최단 경로, 안내하기. 주소를 곱씹어보던 刘知珉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金旼炡에게 물었다.
坐在驾驶座上调整姿势的刘知珉正要换挡时突然顿住了。请告诉我地址。然后按照金旼炡说的移动手指。南部循环路 323 街 33 号。搜索,最短路线,开始导航。刘知珉反复咀嚼着地址,这才回过神来问金旼炡。

 

"걔도 여기 살아요?"  "她也住在这里吗?"

"누구네 개요?"  "你的狗吗?"

"아니 그…金旼炡씨 남자친구요."  "不是的...我是金旼炡的男朋友。"

 

金旼炡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긴기민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빠 집 평창동인가 삼성동에 있을 걸요.
金旼炡歪着头,一脸狐疑地回答道:"应该是在欧巴家平昌洞还是三成洞那边。"

 

"그러면 이건 누구네 집이에요."
"那这是谁的家?"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뒤를 돌아봐도 무언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창밖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도 아니고. 刘知珉이 손을 들어올려 본인을 가리켰다. 나? 응. 응? 검사님. 우리 집? 네. 방금 거기에서 왔잖아. 그러니까 이제 다시 가야지. 너도? 안 되나? 나? 요? 刘知珉은 뒷목을 주무르며 엉망진창인 대화를 정리했다. 우리집에 간다. 쟤랑 같이. 왜?
我顺着她手指的方向看过去。背后应该不会有什么。窗外也不会刚好有人经过。刘知珉举起手指着自己。我?嗯。嗯?检察官。我们家?对。你刚才从那里来的。所以现在得回去。你也一起?不行吗?我?诶?刘知珉揉了揉后颈,整理了一下这支离破碎的对话。我们回家。和她一起。为什么?

 

"놓고 온 거 있어요?"  “你有落下什么东西吗?”

"아닐걸…요?"  "应该不是吧…?"

"그런데 왜 다시 가요."  “那为什么要再去一次呢?”

"그냥?"  “就这样吧?”

"장난해?"  “你在开玩笑吗?”

 

저도 모르게 날이 선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금방 표정을 굳히는 金旼炡을 확인한 刘知珉은 차분히 목을 가다듬었다.
不知不觉,我的声音变得尖锐。看到金旼炡迅速凝固的表情,刘知珉沉着地清了清嗓子。

 

"남자친구 안 만나요?"  “不交男朋友吗?”

 

金旼炡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金旼炡紧闭着嘴,只是点了点头。

 

"아까 걔한테 연락 왔잖아요."
刚才不是她联系你了吗。

 

또 다시 끄덕끄덕.  又是点点头。

 

"약속시간이 늦어요? 기다리면서 우리 집에 있겠다는 거지?"
约定时间要迟到了吗?想在我家里等着是吗?

 

끄덕이다가 도리도리. 어쩌라는 거야. 한숨을 내쉬고 손바닥으로 마른세수하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핸들을 끌어안은 刘知珉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金旼炡을 찬찬히 뜯어봤다. 귀엽게 생기면 다인가. 축 쳐진 눈썹과 입꼬리를 확인한 刘知珉은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开始点头然后摇头。这是什么意思啊。叹了口气,用手掌擦了擦脸,像是在洗面。抱着方向盘的刘知珉转头向右,仔细打量着金旼炡。长得可爱就是一切吗。刘知珉看着她垂下的眉毛和嘴角,最终忍不住笑出声来。

 

"어쩌자고 旼炡아."  "这可怎么办啊旼炡。"

"…네?"  "……什么?"

"이대로 그냥 차 돌려? 집에 가면 돼?"
就这样掉头回去?可以回家了吗?

"조금…늦게 있다가 가도 돼요?"  可以...待晚一点再走吗?

"마음대로 하세요."  随你便。

 

상체를 일으킨 刘知珉은 비상등을 끄고 기어를 변경했다. 차체가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하자 金旼炡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刘知珉은 곁눈질로 옆을 쳐다보고
刘知珉直起上身,关掉应急灯换了挡。当车子平稳启动时,金旼炡轻轻叹了口气。刘知珉用余光瞥了一眼身旁

콘솔박스를 더듬었지만, 문득 빈 통이 문득 떠올라 다시 핸들로 손을 옮겼다. 집에 가면 아이스크림이나 물려줘야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손가락을 까딱이던 刘知珉이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이내 후덥지근한 바람이 차 안으로 파고들었다. 여름이 머지 않은 모양이었다.
摸索着控制台,但突然想起空空的罐子,又把手放回方向盘上。回家得给她买个冰淇淋才行。刘知珉跟着扬声器里的音乐轻轻敲打着手指,调高了音量,稍微打开了车窗。闷热的风随即钻进车内。看来夏天已经不远了。

 

"검사님"  "检察官"

 

소음 속에서 용케 목소리를 들은 刘知珉이 볼륨을 낮추고 대답했다. 말해요. 金旼炡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刘知珉在嘈杂声中勉强听到了声音,便调低了音量回答。说吧。金旼炡依然低着头,只是摆弄着手机。

 

"자고 가는 건 좀 그래요?"
"留下过夜会不会不太好?"

 

뒷좌석을 슬쩍 쳐다본 刘知珉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성인끼리 연애하는데 뭐가 어떠나 싶다가도 연예인은 사정이 다를 것도 같아 대답을 망설였다.
刘知珉偷偷瞄了一眼后座后,深思了一番。虽然她们也不是小孩子,成年人谈恋爱也没什么,但艺人的情况可能不同,所以她犹豫要不要回答。

 

"상호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이걸 굳이 나한테 물어봐야 될까요?"
"在双方同意的情况下...有必要特地问我这个吗?"

"그러면 누구한테 물어봐요."  "那要问谁?"

"친언니 없어요?"  "没有亲姐姐吗?"

"오빠만 있는데요."  "只有哥哥。"

"아니면 친한 언니나 뭐…친구?"  “或是你关系好的姐姐什么的...朋友?”

"바람 피는 검사님네 집에서 자고 가는 게 괜찮은지를 걔들한테 물어보라고요?"
“让她们问问你在出轨的检察官家里过夜没关系吗?”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뭘 피는 누구? 刘知珉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金旼炡을 쳐다봤다.
她猛地踩了刹车。出轨的是谁?刘知珉一脸惊恐地看着金旼炡。

 

"왜 그렇게 봐요?"  你为什么那样看着我?

"방금 그거는 제 얘기인가요?"  你刚才说的是在说我吗?

"당연하죠."  当然了。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요?"
“在我们家过夜吗?”

 

또 대답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她又不回答,只是点了点头。

 

"내일 출근 안 해요?"  “明天不上班吗?”

"……"  ……

"아 직장인이 아니구나."  "啊,原来不是上班族啊。"

 

부럽다. 이것도 아니지. 뒤에서 클락션이 울렸다. 브레이크에 있던 발을 옮겨 엑셀을 밟으며 刘知珉이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물었다. 그러니까 金旼炡씨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라고. 아니라는 건지 아니면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이는지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刘知珉은 핸들을 힘주어 잡았다 놓았다.
真让人羡慕。不对。后面响起了喇叭声。刘知珉把脚从刹车挪到油门上,又重新整理思绪问道。也就是说金旼炡xi要在我们家过夜。不知道是在否认还是又只是点头,没有听到回答。刘知珉用力握了握方向盘又松开。

 

"저 가방은 뭐에요."  "那个包是什么?"

"제 짐이요."  "这是我的行李。"

"그걸 물어본 게 아니겠죠. 왜 가지고 왔냐고요."
"我问的不是这个。我是在问你为什么带来这个。"

"저라고 한량처럼 마냥 놀지는 않아요. 다음달에는 리딩도 있다고요."
"我也不是像游手好闲的人那样只知道玩。下个月还有朗读会呢。"

"그래서요."  "所以呢。"

"대본이랑 갈아입을 거…이것저것."  "剧本和换洗的衣物…这个那个。"

"누가 보면 며칠 우리 집에서 있다가는 줄 알겠네."
"看着这架势,还以为要在我们家住几天呢。"

"……"  ……

"金旼炡씨?"  "金旼炡xi?"

 

여기서 조용하면 되게 이상해지는 건데. 결국 刘知珉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켰다. 언젠가부터 스피커에서 노래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유유히 맴돌았다.
在这里保持沉默的话气氛会变得很奇怪。最终刘知珉把车停在了路肩上,打开了双闪。不知从何时起,扬声器里已经没有了音乐。只有规律的闪烁声在两人之间悠悠盘旋。

 

"정리를 해봅시다."  "让我们来整理一下。"

"검사님."  "检察官。"

"반론은 이따가 시간 줄게요."  "反驳的时间待会儿再给你。"

"언제는 내 마음대로 하라면서요. 말 잘 듣겠다며."
"有时让我随心所欲,有时说会听话的。"

 

이건 또 뭐야.  这又是什么。

 

"제가 무슨 범인이에요? 검사님이 뭐 나랑 있을 때도 검사님이야? 왜 자꾸 그렇게 취조하는 것처럼 무섭게 따져요?"
我是什么罪犯吗?和我在一起的时候也还是检察官大人吗?为什么总是像审问一样凶巴巴地追问啊?

"그럼 내가 검사지 무슨 배우야? 가수니?"
"那我是个检察官,你是个演员?歌手?"

"그런 건 출근해서나 하라고요. 지금 휴일이잖아, 일요일이요. 여기 검찰청 아니고 차 안이거든요?"
这种事到了办公室再说吧。现在是休息日,是星期天啊。这里不是检察厅,是在车里好吗?

 

내가 왜 혼나.  我为什么要挨骂。

 

"하루 자는 건 되고 이틀은 안 되나? 그러면 삼일이면 돈이라도 내야 돼요? 낼게요 1박에 얼마인데."
"睡一天可以但两天不行吗?那三天的话是不是要付钱?我付,一晚多少钱?"

"대화가 왜 이딴 식으로 흘러가죠?"
"为什么对话会变成这样?"

"검사님이 먼저 트집 잡았잖아요."  "是检察官先吹毛求疵的。"

"너가 이상한 소리만 하니까요."  "因为你总是说些奇怪的话。"

"나랑 자는 게 이상해요?"  "和我睡觉很奇怪吗?"

"그건 아니죠."  "那可不行。"

"저도 좋아요 검사님이랑 같이 있는 거."
"我也喜欢和检察官在一起。"

"저는 좋다고는 안 했는…뭐해요."  "我可没说我喜欢……你在做什么。"

"됐어요 내려줘요. 집에 갈래요."
"够了放我下来。我要回家。"

 

金旼炡은 안전벨트를 풀고 도어캐치를 잡아당겼다. 그런 金旼炡을 지켜보던 刘知珉은 급하게 잠금 버튼을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자 金旼炡이 刘知珉을 노려보고 잠금을 풀었고, 刘知珉은 金旼炡이 캐치를 잡는 순간에 재빨리 잠금버튼을 눌렀다. 유치한 대치였다.
金旼炡解开了安全带,拉开了车门锁扣。看着金旼炡的举动,刘知珉赶紧按下了锁扣按钮。“咔嚓”一声响起,金旼炡瞪着刘知珉,解开锁扣,就在金旼炡要拉开车门的瞬间,刘知珉灵活地再次按下锁扣按钮。这种幼稚的对峙重复了好几次。

 

"싫다면서 왜 못 내리게 해요."
“你说不喜欢,为什么不让我下车呢?”

"누가 싫대요?"  “谁不喜欢啊?”

"안 좋아한다면서요."  "你不是说你不喜欢吗。"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아요."  "虽然这样,我也不讨厌。"

"나만 바보잖아요 그러면."  "就我一个人像傻瓜一样。"

"내가 뭘 했죠 도대체?"  "我到底做了什么?"

"그러니까요 검사님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나한테 이러는 거잖아요."
“"所以,检察官您啥都不知道,才会对我这么说的,是不是?”"

"말을 안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您不告诉我,我怎么会""

 

차라리 누구처럼 뺨이라도 때리면 한 대 맞고 말지. 새까만 눈동자에는 차츰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还不如像别人那样扇我一巴掌算了。漆黑的眼眸里渐渐蒙上了水气。

 

"남자친구가 친구들이랑 같이 저녁 먹자고 해도 선약 있다고 하고 거절했는데, 그 언니가 집까지 데려다 줄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놀라고 했는데."
"男朋友约我和朋友们一起吃晚饭,我说有约在先就拒绝了,姐姐说会送我回家,让我别担心尽管去玩。"

"나 때문에 거절을 했다고요? 아니 왜 굳이"
"就因为我而拒绝了?干嘛非要这样"

"이러니까 말을 안 하죠!"
"这就是为什么我不想说!"

 

맹세컨대 울릴 마음은 정말 먼지 한 톨 만큼도 없었다. 다만 세상 일이라는 게 마음만으로는 굴러가지 않아서 문제인 거지. 刘知珉은 그제야 입을 다물고 金旼炡을 바라봤다.
“我发誓,我心里实在一点都不难过。只是世事不能单靠心意就能行,这才是问题所在。刘知珉这才闭口不言,望着金旼炡。”

 

"아니 내가 뭐 대단한 거 해달라고 했어요?"
我有要求什么过分的事情吗?

"……"  ……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주면 안돼?"
就不能假装什么都没看见吗?

 

운전석 도어 포켓에서 티슈를 꺼낸 刘知珉이 손에 든 것을 조심스럽게 金旼炡에게 건넸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노려보다 옷소매로 눈가를 거칠게 닦고 티슈는 그대로 刘知珉에게 던졌다.
刘知珉从驾驶座门袋里拿出纸巾,小心翼翼地递给金旼炡。金旼炡在刘知珉的手和脸之间来回瞪视,然后用衣袖粗暴地擦了擦眼角,把纸巾扔回给了刘知珉。

 

"검사님은 진짜 개새끼야."  "检察官真是个混蛋。"

"모르고 만난…집으로 갈까요?"  "要不要去我家……既然不小心遇到了?"

"왜 안아주지도 않는데?!"  为什么不抱抱我?!

"벨트…"  "安全带..."

 

풀려고 했어. 刘知珉은 버클을 풀고 조수석으로 다가갔다. 개새끼와 애새끼의 만남이라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她想解开。刘知珉解开安全带,走向副驾驶座。狗崽子和小鬼的相遇,真是绝妙的组合。

 

"아니 그러니까 나는…전부터 말했지만 그렇게 비중을 차지할 필요가 하등 없는"
"不是,所以我...虽然之前也说过,根本没必要占据这么重要的位置"

"등 떠밀지 말라고요 선택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别催我了,选择的事我自己会做决定。"

"그래요…중요한 약속은 아니었겠지.“  “是呢...估计也不是什么重要的约定吧。”

 

밥 한끼 같이 안 먹는다고 땅이 꺼지는 것도 아니고. 메뉴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고, 친구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고, 때로는 남자친구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一次不一起吃饭也不会让世界毁灭。可能菜单不合胃口,可能不喜欢那个朋友,有时候男朋友也会让人不开心。”

 

"조용히 해요 검사님."  “请安静点检察官nim。”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我心里是这么想的。"

"생각도 하지 마요. 그냥 가만히 안고만 있어."
“别想了,就静静抱着我。”

"이제 얼추 다 운 것 같은"
"现在差不多都哭完了"

 

이제는 개새끼 타이틀까지 넘본다. 刘知珉은 물린 어깨를 매만지며 한숨을 삼켰다. 이래서 연하는 안 만났는데. 물론 7년 사귄 한유진도 실질적으로는 연하에 더 가깝기는 했지만 이렇게 얼척 없이 다툰 적은 드문 편이었다.
现在连小畜生的头衔都要超越了。刘知珉揉着受伤的肩膀叹了口气。就因为和她处了才没见面的。当然,和她处了 7 年的韩柚珍实际上也更像是和小女友处对象,但很少像这样无理取闹过。

 

"이게 내 업보인가…"  这是我的工作吗...

"여보요?"  "喂?"

"집에 갑시다 이제. 너무 피곤하네."
我们回家吧,太累了。

 

 

 

 

 

 

 

 

 

 

 

저런 애랑 내가 할 거 못 할 거 다 했다는 거잖아. 백팩을 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은 잘 쳐줘 봤자 대학생이었다. 까딱하면 고등학생으로 볼 것도 같고. 刘知珉은 옆을 힐끔거리다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불만 있으면 말로 해요. 이참에 아예 맞먹기로 노선을 틀어버린 모양이다. 줄어드는 빨간색 숫자를 말없이 올려다보던 刘知珉이 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가방끈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 말을 안 해요. 너무 많아서 고르는 중이에요. 끈을 쥐고 있던 刘知珉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래저래 반응이 참 솔직하단 말이지. 불룩 튀어나온 볼을 찔러보려다가 불현듯 손가락이 물렸던 것이 떠올라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핸드폰을 붙잡고 빠르게 키패드를 누르는 모습을 빤히 구경하다 보면 집 앞까지는 금방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얼마나 있다가 갈 거에요. 金旼炡은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흠칫 놀라며 刘知珉을 쳐다봤다. 핸드폰은 살짝 옆으로 꺾는 걸 보면 대충 짐작은 갔지만 모르는 척 되물었다. 누구랑 그렇게 연락해요. 돌아오는 대답은 꾸밈 없었다. 남자친구요. 刘知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어락을 툭툭 두드렸다. 이윽고 새까만 판에 숫자가 떠올랐다.
这意味着她跟那样的人做过该做的不该做的一切。背着双肩包等电梯的样子,就算往好了说也只能看作是大学生。稍不留神还会被当成高中生。刘知珉瞥了一眼旁边,轻轻叹了口气。有不满就说出来啊。看来这次是彻底转向平起平坐的路线了。刘知珉默默地注视着递减的红色数字,随着清脆的声响电梯门一开,就拽着包带走了进去。为什么不说话啊。太多了所以正在选择呢。抓着带子的刘知珉的手垂了下来。这反应真是怎么看都很诚实啊。正要去戳那鼓起的脸颊时,突然想起之前手指被咬的事,只好作罢。一直盯着她拿着手机快速按键盘的样子看,很快就能到家门口了。那你要待多久才走啊。金旼炡像做坏事被抓到一样惊慌地看向刘知珉。从手机稍微歪向一边的样子大概能猜到,但她还是装作不知道地问道。在跟谁联系啊。得到的回答很直接。男朋友。刘知珉点点头,轻敲门锁。随即黑色的面板上浮现出数字。

잠깐 전화만 하고 들어오겠다는 金旼炡에게 刘知珉은 손을 내밀었다. 金旼炡은 그 손과 刘知珉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올려뒀다.
对说要打个电话就进来的金旼炡,刘知珉伸出了手。金旼炡来回看着那只手和刘知珉的脸,小心翼翼地把手机放了上去。

 

"가방이요."  "是包包。"

"아…"  "啊…"

"설마 남자친구가 누구랑 있는지 확인하고 그래요? 대신 받아줘?"
"该不会是在确认男朋友和谁在一起吧?要我替你接吗?"

"우리는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我们并不是那种关系啊?"

 

그런 게 뭔지는 모르겠다만 가방을 건네받고 핸드폰을 돌려줬다. 잠깐 말고 오래 하고 와요. 刘知珉은 현관문을 반쯤 열어 두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은 대충 소파 위에 올려둔 뒤에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뒤적였다. 장이라도 봐둬야 하나 싶었지만 애도 아니고 배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시켜 먹겠지 싶어 문을 닫았다. 식탁도 괜히 한번 손으로 쓸어보고, 모래시계도 만지작거리다 거실로 돌아왔다. 내 집을 내가 왜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편한 자세를 찾았다.
虽然不太明白是怎么回事,但还是接过了包并把手机还给了她。'去吧,不要太快回来。'刘知珉把门开了一半,走进了家里。随手把包放在沙发上后,走进厨房翻了翻冰箱。想着是不是该去买点东西,但转念一想她又不是小孩,饿了自然会知道点外卖,就关上了冰箱门。还无端地用手擦了擦餐桌,摆弄了一下沙漏,然后回到了客厅。我为什么要这么在意自己的家呢。坐在沙发上拿起遥控器,扭来扭去找了个舒服的姿势。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 했다. 아무리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한참 동안 돌아가던 채널이 멈췄다.
本以为她一定会去的。虽说选择权在她,但我实在无法理解。不停切换的电视频道终于停了下来。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요?"  "可以吃冰淇淋吗?"

 

이거 때문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대충 리모컨을 던져뒀다. 사람 한 명 더 있다고 집이 이렇게 소란스러워진다는 것을 덕분에 알았다. 그 소리가 아주 거슬리지은 않다는 것도, 소파가 그다지 넓은 게 아니라는 것도 그 덕분에. 반대편에 뻔히 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옆에 앉으려고 하길래 손가락으로 백팩을 가리켰다. 뭘 저렇게 바리바리 싸 왔어요. 들고 있어 봐요 먹으면 안 돼요. 金旼炡은 刘知珉의 나머지 손가락을 펼쳐 그 안에 콘을 쥐여주고 백팩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지퍼를 열고 뒤적이다가 무언가를 꺼내 들어 보였다. 웃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은 제법 수상쩍기도 했다. 뭐요. 검사님 딕션 되게 좋아요. 알고 있어요. 목소리도 듣기 좋고. 그것도 알고 있어요. 도와주면 되겠다 그러면. 제본된 책자를 제 다리 위에 올려두고서는 바짝 붙어 앉는 것이었다.
说这是原因也太可笑了。刘知珉点点头,随手把遥控器扔在一边。多亏如此,她才知道多一个人就能让房子变得这么热闹。也多亏如此,她才发现这声音并不讨厌,沙发其实也没那么宽敞。明明对面还有位置,却偏要坐在旁边,她只好用手指着背包。带这么多东西干什么。拿着吧,不能吃。金旼炡展开刘知珉的其她手指,把爆米花放在她手心里,然后走向放背包的地方。拉开拉链翻找着,拿出什么东西给她看。笑着走近的样子显得相当可疑。什么啊。检察官的咬字真好。我知道。声音也很好听。这个我也知道。那要帮忙吗。她把装订好的册子放在我腿上,紧挨着坐下了。

 

"때마침 주인공이 진짜 검사님 같아요."
"正好,主角很像真的检察官呢。"

 

형형색색의 포스트잇 플래그가 덕지덕지 붙은 대본을 한참 넘기던 金旼炡은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刘知珉을 바라봤다. 刘知珉은 눈치껏 손가락이 가리키는 문장을 읊었다.
金旼炡翻着贴满各色便利贴标记的剧本,指着其中一处看向刘知珉。刘知珉会意地读出了手指所指的句子。

 

"내가 말했지 기회 줄 때 알아서 받아 먹으라고,"
"我说过要在给机会的时候好好把握住,"

 

金旼炡이 자연스럽게 다음 대사를 읽었다.
金旼炡自然地读出了下一句台词。

 

"지금 이게요?"  "现在这是什么?"

 

그리고는 계속 하라는 듯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짝사랑이 찬밥 더운밥을 다 가리고. 배가 불렀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金旼炡은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으며 페이지를 넘겼다. 얘가 쟤 친구를 짝사랑해요. 그래서 그거 알고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의도가 사실 되게 불순해. 본인은 항상 갑의 입장에서 연애를 했거든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고. 金旼炡은 구연동화를 읽어주는 것처럼 刘知珉에게 줄거리를 설명했다.

 

"얘가 나랑 똑같다고요?"

"네, 저는 리딩 할 때마다 검사님 떠올리는데 상대방으로."

 

대본을 가져간 刘知珉은 자세를 바로 하고 내용을 훑었다. 그러고 보니 말투가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텍스트로 읽으니까
刘知珉拿着剧本,坐正了身子,快速地浏览着内容。仔细一看,话语的风格似乎有些奇妙的相似。用文字读的时候。

 

"싸가지 없죠 진짜."

 

얻어 걸렸겠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刘知珉이 판서를 살펴 보는것처럼 대본집을 속독했다. 그러는 동안 金旼炡은 쿠션을 치우고 刘知珉에게 기대 다리를 휘적였다
虽然被逮住了,但时机正好。刘知珉不情愿地点点头,像查看判决书一样快速浏览着剧本。期间金旼炡清理了靠垫,靠在刘知珉身上晃着腿。

 

"키스신도 있네요."  还有吻戏呢。

"후반에 저랑 걔랑 이어져서 꽤 많아요."
"后半部分我和她有很多对手戏。"

"싸가지랑?"  "和那个没礼貌的家伙?"

"응, 검사님 학식 시절이랑."
是的,就和检察官学习时期一样。

 

刘知珉은 대본에 빼곡히 남겨진 필기를 손끝으로 쓸어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런 것도 연습해요? 어느덧 말끔히 아이스크림을 해치운 金旼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대본 공부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는 카메라 앞에 서면 다 티가 나요. 마냥 어리게만 봤는데 본업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부터 꽤나 진지해졌다. 포스트잇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던 刘知珉이 책자를 반듯하게 펼쳐 허벅지 위에 올려뒀다.
刘知珉用指尖抚过剧本上密密麻麻的笔记,转过头来。'这种也要练习吗?'金旼炡已经把冰淇淋吃得干干净净,她漫不经心地回答道。'有没有认真研究剧本,站在镜头前就一目了然了。'一直以为她很年轻,但谈起本职工作时,声音就变得相当认真。刘知珉摆弄着便利贴的边角,把手册整齐地摊开放在大腿上。

 

"그래서 이걸 내가 하면 돼요?"
"所以这个是要我来做吗?"

"대사 합만 맞춰주면"  "只要对好台词就行"

 

고개를 꺾어 입술을 맞댔다.
扭过头,两人的嘴唇相碰。

 

"다시 말해봐."  重新说一遍。

"갑자기 무슨"  怎么突然这样

"불 꺼줘?"  要关灯吗?

 

배우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내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상을 끝낸 刘知珉은 대본을 다시 확인하고 金旼炡에게 입을 맞췄다.
看来演员这一行真不是谁都能干的。就算是工作,一想到自己的女朋友和别人这样。刘知珉结束了想象,重新确认剧本后,亲吻了金旼炡。

 

"말해야지."  "你得说出来啊。"

 

여기서 왜 또 키스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적혀 있는 대로 착실하게 움직인 刘知珉이 입술을 떼고 金旼炡을 내려다봤다. 같이 드라마를 찍다 열애설이 났다는 이야기를 이 순간만큼은 납득할 수 있었다.
虽然不知道为什么在这里又要接吻,但不管怎样。按照剧本忠实行动的刘知珉分开嘴唇,低头看着金旼炡。此刻她能理解为什么两人在拍摄电视剧时会传出恋爱绯闻。

 

"…선배."  "……前辈。"

 

刘知珉은 목을 감싸 이끄는 손길에 그대로 이끌려 갔다. 이건 대본에서 읽지 못한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떠나 싶었다. 눈을 감고 부던히 제 움직임에 맞춰오는 것을 구경하듯 지켜보다 뒤로 물러났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하고 가슴팍이 붙잡혀 애매한 거리에서 마주 보게 됐다. 진짜로 하면 어떡해요. 金旼炡이 숨을 고르며 옷자락을 잡은 손에 바짝 힘을 줬다. 본인이 더 즐기지 않았나. 刘知珉은 金旼炡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고 바닥에 떨어진 대본을 주워 테이블에 올려뒀다. 뒤따라 몸을 일으킨 金旼炡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刘知珉顺从地被那环绕着脖子的手引导着。虽然这似乎不是在剧本里读到的,但她觉得无所谓。她闭上眼睛,像是在观察对方如何配合自己的动作,然后向后退开。当然,还没退多远就被抓住了胸口,在暧昧的距离下四目相对。如果来真的怎么办。金旼炡调整着呼吸,紧紧抓住衣角。你不是更享受吗。刘知珉轻轻拍了拍金旼炡的手背,捡起掉在地上的剧本放在桌子上。金旼炡跟着站起身,一边整理凌乱的头发,一边靠在椅背上坐下。

 

"대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不是说是大学生吗?

"네, 연영과 3학년이랑 통계학과 2학년."
"是的,戏剧影视系三年级和统计学系二年级。"

"내가 연영과?"  我和演艺科?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刘知珉은 대본을 金旼炡에게 건네며 운을 뗐다. 발랑 까졌네요. 金旼炡은 무릎을 끌어안고 맞은편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검지로 본인을 가리켰다. 걔도 그렇고 연영과도 그렇고. 刘知珉이 손에 든 대본을 흔들어 보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연기하는 金旼炡, 상상이 잘 안됐다.
移到桌子前的刘知珉把剧本递给金旼炡,开口说道。真是大胆呢。金旼炡抱着膝盖看着对面,嘴角扬起一抹笑容,用食指指着自己。她是这样,戏剧影视系也是这样。刘知珉晃了晃手中的剧本,轻轻咂了咂嘴。很难想象金旼炡会演戏。

 

"왜요 나름 풋풋해요 얘네."  "为什么呢,她们这样挺青涩的。"

"불 꺼달라는 게?"  "是要关灯的意思吗?"

 

대본을 받아 든 金旼炡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 刘知珉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러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검사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刘知珉은 코웃음을 치고 손을 뻗어 비딱한 고개를 똑바로 세워줬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자 金旼炡은 다리를 펴서 刘知珉의 무릎을 장난스럽게 건드렸다. 刘知珉이 새하얀 다리를 제 허벅지에 내려두고 별안간 마사지 하듯 종아리를 주물렀다. 처음에는 바짝 긴장한 채로 刘知珉을 쳐다보던 金旼炡은 제법 부드럽게 근육을 풀어주는 손길에 몸을 맡기고 편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拿到剧本的金旼炡带着难以理解的表情上下打量着刘知珉。然后歪着头自言自语般嘀咕着。这似乎不是检察官该说的话。刘知珉轻哼一声,伸手将她歪着的头摆正。面对她既不肯定也不否定只是静静地注视着的目光,金旼炡伸直腿顽皮地碰了碰刘知珉的膝盖。刘知珉将她雪白的腿放在自己的大腿上,突然像按摩一般揉捏起她的小腿。金旼炡起初紧张地看着刘知珉,但在那相当温柔地舒缓着肌肉的手法下,她放松了身体,调整到更舒适的坐姿。

 

"검사님은 대학생 때 안 그랬어요?"
"检察官在大学时期没有这样过吗?"

"일단 그렇다는 게 뭔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해요."
"首先需要对'那样'的定义。"

"발랑까지는 안 까졌을 것 같기도 하고."

 

刘知珉은 무릎에서부터 아킬레스건까지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듯 뭉근히 눌렀다. 여기를 풀어주라고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 엄지로 뒷근육을 세게 건드리니 金旼炡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여기 나오는 애처럼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았을 것 같아요?"

"솔직히 좀…비슷하지 않아요?"  "说实话...有点像不是吗?"

"나 키스 되게 못했었는데."  "我真的很不擅长接吻。"

"…네?"  "……什么?"

"불 끌 때까지도 꽤 걸렸어요. 그전에는 진짜 손만 잡고 잤고."
要到熄灯的时候才花了一段时间。在那之前,真的只是牵着手睡觉。

 

金旼炡은 어딘가 탐탁지 않은 눈빛을 숨기지 않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물어본 거야. 刘知珉이 새햐얀 발목을 천천히 그러쥐었다.
金旼炡没有掩饰眼中的不悦,勉强地点了点头。既然不会相信为什么还要问。刘知珉慢慢握住了她那白皙的脚踝。

 

"그러셨던 분이 어쩌다 이렇게 됐대."
"这样的人怎么会变成这样。"

"원래 늦게 배운 도둑질이 제일 짜릿한 법이에요."
"本来就是,学得晚的偷盗最刺激。"

"지금 되게 양아치 같은 거 알아요?"
你知道你现在看起来很像流氓吗?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리를 타고 오르는 손길조차 그에 걸맞게 변했다. 무릎을 넘어서기 직전에 맞은편에서 쿠션이 날아왔다. 어깨를 맞고 떨어진 그것은 바닥을 나뒹굴다 刘知珉에 의해 다시 소파에 올려졌다.
没有必要否认。连抚摸着腿的手法都随之改变了。就在即将越过膝盖之前,对面飞来了一个靠垫。击中肩膀后掉落在地上打滚的靠垫,被刘知珉重新放回了沙发上。

 

"불만있으면 말로 해요."  "如果不满意,请说出来。

"없는데요"  "没关系。

"알려줘도 난리야."  "即使告诉我,我也会大吵大嚷的。

"거짓말을 참 못하시니까요"  "因为您真的很不会说谎。"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맞는 거죠."

"그러면 적당히 둘러대든가요."

"설마 신경 쓰여요 이런 게? 우리 사이에?"

 

비꼬는 건 아니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어떻게 알아 들었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됐다. 刘知珉은 볼을 긁적이다 넌지시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는 대충

 

"됐어요, 뭘 굳이 그래요 우리 사이에."

 

웃고 있지만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달래주기 귀찮은데. 刘知珉은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었다가 놓으며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양반다리를 한 金旼炡은 대본을 옆으로 치워두고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버튼을 눌렀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는 건 당연했다. 앞부분을 잡아 쥔 刘知珉이 슬쩍 힘을 줘서 金旼炡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냈다.

 

"진짜 손만 잡아요?"  “只是牵手吗?”

"멱살도 잡아도 돼요?"  "我可以抓住你的衣领吗?"

"어색할 것 같은데."  "感觉会很尴尬。"

"그러면 뭐 다른 사람들이랑은 만날 때마다 매번 하고 그랬나. 침대에서 꼭"
"那你是不是和其她人每次见面都要在床上做这些?"

"그 사람들이랑 金旼炡씨랑은 다르죠."  "她们和金旼炡xi是不一样的。"

"하는 게…예? 뭐가요?"  "什么…啊?什么不一样?"

"뭐든지."  "所有事情。"

 

배우 金旼炡, 역시나 그려지지 않는다. 얘가 연기를 못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감쪽같이 속고 있는 거야. 이건 분명 호감을 넘어서는 감정이었다. 게다가 쓸데없이 짙어지기까지.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기대감을 刘知珉은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이러면 서로 피곤한 일만 늘어난다는 걸 정말 모르는걸까. 刘知珉이 입 안을 혀로 훑고 다시 金旼炡에게 리모컨을 건넸다. 안 보이니까 비켜요.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옆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刘知珉은 쿠션을 치워내고 소파에 몸을 내렸다.
演员金旼炡,果然没有画出来。她是真的不会演戏还是我被糊弄了呢。这绝对超过了喜欢的感情。不仅如此,还莫名其妙地加深了。刘知珉轻易地从瞳孔里涌动的期待中读出来了。这样下去只会增加双方的疲惫。她真的不知道吗。刘知珉用舌头抹了抹嘴里,又把遥控器递给金旼炡。请让开,看不到。想换到对面座位,这次却是拍了拍旁边的沙发。刘知珉把靠垫移开,躺在了沙发上。

 

"그거 잘하는 거 이제 잘 아니까…다른 것도 하자는 거죠."
"因为我现在知道你很擅长这个...所以想试试其她的。"

"예를 들면요."  "比如说。"

"한강에서 오리배 타기?"  "在汉江划鸭子船?"

"진심이에요?"  "你是认真的吗?"

"아뇨, 갑자기 물어봐서 생각나는대로 뱉었어요."
"不,因为突然被问到,就顺口说了出来。"

"이건 정말 비꼬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金旼炡은 마른침을 삼키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金旼炡咽了咽口水,郑重地点了点头。

 

"남자친구는 그런 거 잘 안 해줘요? 만나면 뭐…하고 끝이에요?"
"男朋友不会做这些吗?见面的时候就是…做完就结束了?"

"…아뇨 어제는 볼링 쳤는데요."  "...不,昨天去打保龄球了。"

"그러면 남자친구랑 가도 되지 않아요 한강은?"
"那和男朋友去汉江不是也可以吗?"

"자주 가요 오빠랑은."  "我经常和欧巴一起去。"

"그런데 나랑도 가겠다?"  但是你也要和我一起去吗?

"싫다고 돌려서 말하는데 제가 못 알아 듣는 거에요?"
我都拒绝得这么明显了,你是听不懂吗?

"그렇다기 보다는…궁금하잖아요."  与其说是那样...不如说是很好奇。

"뭐가요."  "什么啊。"

"그런 데이트는 별로 안 하는 줄 알았죠.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하는 건가 싶어서요."
"我以为你不太喜欢那种约会。所以我在想你是不是因为这个才邀请我一起去的。"

 

어째서인지 적막이 길어졌다. 刘知珉은 곁눈질로 옆을 확인하고 리모컨을 집어들어 티비를 켰다. 채널을 돌리다 적당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두고 옆으로 리모컨을 치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티비 볼륨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不知为何,沉默持续了很久。刘知珉用余光看了看旁边,拿起遥控器打开了电视。她在频道间切换,找到一个合适的综艺节目后,把遥控器放到一边。没过多久,电视的音量逐渐降低了。

 

"저한테 검사님은 태준 오빠 대용품 같은 게 아니에요."
"对我来说,检察官不是泰俊欧巴的替代品。"

 

진심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 속에서도 진실과 거짓을 가려 내려 하는 제 처지는 다소 구차하기도 했다.
真诚对我来说依然如此陌生。在这种情况下,试图分辨真假的自己显得有些可悲。

 

"저는 그냥…검사님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것 뿐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여기 남기로 결정한 거고."
"我只是…想和检察官一起度过时间。所以今天也决定留在这里。"

"……"  ……

"알아가고 싶어요, 검사님이 어떤 사람인지."
"我想了解检察官是个什么样的人。"

 

刘知珉은 씁쓸한 한숨을 삼켜냈다. 이건 계획에 없던 판국이었다. 마음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기필코. 여지를 남기거나, 선을 넘어가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金旼炡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정태준을 만나러 가야 했다. 하지만 선택권을 넘긴 건 어디까지나 刘知珉이었으니 누굴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어디까지 재미를 볼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金旼炡에게 달려 있었다. 刘知珉은 하자는 대로 따라가겠다고 했으니 그저 따를 뿐이다. 정확히는 따라야만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 역시 작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어깨 위로 얹혀지는 무게감을 애써 모른척 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刘知珉咽下一声苦涩的叹息。这不在计划之中。她本不想要对方的心意。她觉得自己应该没有留下余地,也没有越界。金旼炡本该不要在这里浪费时间,去见郑泰俊才对。但是既然选择权是刘知珉给出的,她也不好怪罪谁。能玩到什么程度,最终还是取决于金旼炡。刘知珉说过会跟着对方的意思走,所以现在也只能跟随。准确地说,是必须跟随。不管怎么说,她也不想错过眼前的机会。强装着忽视落在肩上的重量,专注于屏幕。

자존심은 어쩌면 그때 전부 무너져 내렸나 보다. 대용품 취급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밤늦게 한강으로 드라이브 가고, 그러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손 잡고 산책하고. 장면 위로 저희들의 얼굴을 덧대어 보니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역시나 로맨스는 제 취향이 아니었다.
或许自尊心在那时就彻底崩塌了。没想到自己会开始觉得被当作替代品反而更好。深夜开车去汉江,在人迹罕至的地方牵手散步。当我试着把我们的脸重叠到这些场景上时,总觉得格外别扭。果然浪漫并不适合我。










"그나저나 어쩌다가 다치신 거에요?"
"话说回来,您是怎么受伤的?"

 

파일철을 책상에 내려 놓으며 하는 소리가 그랬다. 왼손에서 굴러가던 펜이 멈추었다. 모니터에 떠오른 메신저 쪽지를 확인한 刘知珉이 앞에 서 있는 수사관을 올려다봤다. 그녀는 마치 알려주는 것처럼 본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계장도 복사기에서 출력한 종이를 챙기다 말고 슬쩍 고개를 돌려 刘知珉을 쳐다보다 한 마디 거들었다. 설마 누구한테 맞기라도 하셨어요? 당연히 진지하게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를 방증하듯 수사관은 어떤 바보가 겁도 없이 검사님을 건드리겠냐며 웃어 보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였다.
她放下档案夹的时候就这么说了。左手滚动的笔停了下来。刘知珉确认了显示器上弹出的即时消息,抬头看向站在面前的调查员。她像是在提醒似的用手指轻轻敲了敲自己的嘴唇。组长也在整理复印机打印出来的纸张时,悄悄转过头看了看刘知珉,插了一句话。该不会是被人打了吧?当然不是认真地在问。调查员笑着说,哪个傻子会不要命地去惹检察官大人呢,印证了这一点。这话说得一半对一半错。

바보는 아니지만, 겁은 꽤나 없지.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었고.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지 농담으로 던진 추측마저 꽤나 그럴듯했다. 刘知珉은 손가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펜을 파일철 위에 내려두고 어깨를 으쓱였다.
傻倒不傻,胆子倒是不小。或者可能是相反的情况。可能因为职业的关系,就连开玩笑的猜测也相当有道理。刘知珉把差点从手指上滑落的笔放在文件夹上,耸了耸肩。

 

"연고라도 사다 드릴까요?"  “要我给您买点膏药吗?”

"괜찮아요, 이제 거의 아문 것 같아요."
"没事的,现在伤口好像已经快要愈合了。"


나란히 자리로 돌아간 수사관과 계장이 상처에 대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소싯적에 술 먹고 친구랑 시비가 붙어서 주먹 다짐 했을 때 저렇게 입술이 터졌거든. 넘어져서 다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기는 해요. 약간 뺨을 잘못 맞아서 이런 식으로 하면…아마 왼손에 반지를 끼고 있었나봐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눈빛은 제법 날카로웠다. 이래서 죄짓고 살면 안 된다니까. 얕은 헛웃음을 터트린 刘知珉이 태연하게 파일철을 펼쳐 들며 대답했다.
回到座位的调查员和组长并肩而坐,开始闲聊起伤口的事。年轻时候喝醉了跟朋友起冲突打架的时候,嘴唇就是这样裂开的。要说是摔倒弄伤的话,确实有点说不过去。大概是不小心被扇了一巴掌的话,这样…可能是左手戴着戒指吧。两人同时转头对视,眼神格外锐利。这就是为什么说不能犯罪啊。刘知珉轻轻发出一声冷笑,若无其事地展开文件夹回答道。

 

"술 마시고 씻다가 욕실 서랍에 부딪혔어요."
"喝了酒洗澡的时候撞到了浴室抽屉。"

"아유 저런…조심을 좀 하시지."  「哎呀,这样不行...请您小心点。」

"검사님도 취하실 때가 다 있네요."
"原来检察官也有醉酒的时候啊。"

"주말이니까요."  因为是周末。

 

작은 해프닝은 그렇게 유야무야 마무리 됐다. 刘知珉은 두 사람이 각자의 컴퓨터로 시선을 옮길 때까지 지켜보다 느릿하게 겉장을 넘겼다. 집중해서 서류를 읽으려는 찰나에는 오거나이저 근처에 놓인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월요일은 월요일이구나 싶었다. 안경을 치켜 올린 刘知珉이 대충 손을 뻗어 화면을 탭핑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팝업이 눈에 들어왔다. 기계를 집어 들고 잠금을 푼 다음에는 메시지의 내용을 훑었다. 약속이 생겨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그리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18분. 자정이 넘을 때까지 거실에서 티비를 보더니 이제 일어난 모양이었다. 할 말이 더 있는지 메세지를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화면을 둥둥 떠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풍선이 새로 덧붙어졌다.
小小的意外就这样不了了之了。刘知珉看着两人的视线各自回到电脑屏幕上,才慢慢地翻过文件的封面。正当她准备集中精神阅读文件时,放在记事本旁边的手机轻轻震动了一下。果然周一就是周一啊,她想着。刘知珉推了推眼镜,随意地伸手点击了屏幕。一个新消息提醒的弹窗映入眼帘。拿起手机解锁后,她快速浏览了消息内容:有约会要出去一下。然后她看了看时间,10 点 18 分。看来对方昨晚在客厅看电视看到半夜,现在才起床。屏幕上显示对方正在输入消息,看起来还有话要说。没过多久,又一条消息气泡出现了。

[작가님이랑 미팅인데 점심도 같이 먹을 거에요]
翻译: [和作者有个会面,中午也会一起吃饭]

刘知珉은 무감각한 얼굴로 홀드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걸 굳이 알려주는 이유는…
刘知珉面无表情地摆弄着等候按钮。为什么非要告诉这种事情...

[읽씹?]  [Translation?]

[😑]

얘는 진짜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지. 소파에서 나눴던 대화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알아가고 싶어요. 이미 밑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손가락을 움직여 측면 스위치를 아래로 내린 刘知珉이 책상 서랍을 열고 그 안에 핸드폰을 던져뒀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손등으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선잠에 든 제 품으로 꾸물거리며 안겨들고, 먼저 일어나 침대를 벗어나는 저에게 어딜 가냐 묻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그 말간 얼굴을 쳐다보기는 했다. 3년이면 보통 권태기가 오려나. 남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3년이면…한참 때 아닌가. 색바랜 기억은 불러 올 생각도 안 했는데 제 멋대로 떠올라 존재감을 피력한다. 그래, 빌어먹게도 너무 좋았지. 3년이든 5년이든 그게 무슨 대수였겠어. 아마 10년이 지났어도, 30년이 흘러갔어도 나는. 입 밖으로는 진한 한숨이 새어나갔다. 공연히 속이 끓었다.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몸을 일으킨 刘知珉은 제게로 모아지는 눈빛을 받아내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잠깐 옆 방 영감님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요 전화 좀 대신 받아주세요. 수사관은 걱정말라는 듯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她真的把我当什么了。我们在沙发上聊天的内容仍然记忆犹新。我想了解。难道我还没有把底都翻出来给她看吗。刘知珉按下桌子侧面的开关,拉开抽屉,把手机扔了进去。我不想知道。也没有必须知道的理由。她摘掉眼镜,用手背揉了揉眼睛。躺在我怀里睡得正香的她,醒来后第一个离开被窝,还问我要去哪。即使在准备上班的时候,我也反复看她冲我抱怨的脸。3 年的恋爱也到了疲软期吧。我不太明白别人是怎么谈恋爱的。不过 3 年了......早就过了最佳时机不是吗。我本不想回忆褪色的记忆,它却硬要现身昭示存在感。对,真她妈的太美好了。3 年还是 5 年又有什么关系。就算过了 10 年,30 年,我也还是......我重重叹了口气,内心毫无来由地躁动不安。刘知珉推开椅子站了起来,面带微笑地接受所有注视着她的目光,好像一切都很正常的样子。我去隔壁房间跟老王聊聊,你帮我接个电话可以吗?侦探似乎想让她放心,重重地点了点头。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숨을 크게 고르고 복도를 걸어갔다. 그래 봤자 열 걸음이었다. 刘知珉은 노크를 생략하고 문을 벌컥 열어재꼈다. 안에 있던 직원들이 멍하니 刘知珉을 바라봤다.
刚从办公室出来就深吸了一口气,沿着走廊走去。其实也就十步的距离。刘知珉没有敲门就猛地推开了门。办公室里的职员们呆呆地看着刘知珉。

 

"바람 펴본 적 있어요?"  "你有试过出轨吗?"

"뭐세요?"  "什么事?"

"정신적 바람이랑 육체적 바람이 뭐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해요?"
你觉得精神出轨和肉体出轨有什么不同呢?

 

반면 창문 근처에 서서 화분에 물을 주던 여자는 익숙하다는 듯 손을 휘적였으나, 刘知珉은 아랑곳 않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로 눈치를 살피던 직원들은 헛기침을 몇 번 하다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여자가 분무기를 만지작거리다 刘知珉을 향해 연신 물을 뿌렸다. 싸가지를 또 집에 두고 왔구나. 의자를 끌어온 刘知珉은 책상 위에 있던 에브리타임을 까서 입에 물고 어영부영 대답했다.
而站在窗边给花盆浇水的女人则熟练地挥了挥手,刘知珉毫不理会,径直走了进去。相互打量的员工们咳嗽了几声后悄悄避开了。女人摆弄着喷壶,不停地朝刘知珉喷水。看来又把礼貌给落在家里了啊。刘知珉拉来一把椅子,打开桌上的 every time 含在嘴里,含糊不清地回答道。

 

"내 지인 중에 청사 자동문도 알 정도로 공공연하게 사내 연애 중인 사람이 선배가 유일하거든요."
"在我的熟人中,只有前辈和同事的恋情公开到连办公大楼的自动门都知道的程度。"

"그래서요. 또 고백 받았니? 이번에는 애인 있는 새끼야 설마? 누군데? 내가 아는 애?"
翻译如下: “是吗。又收到告白了?这次是有对象的小子吧,该不会吧?是谁啊?我认识的人吗?”

"그건 알 거 없고."
不关你的事。

 

여자는 창틀 위에 분무기를 내려두고 刘知珉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입술은 왜 그 꼬라지세요.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질문을 툭하고 던지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퍽 진중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이내 한껏 정색하며 되묻는다.
女人将手持喷雾器放在窗台上,上上下下审视着刘知珉。她语气不善地质问道:“你嘴唇为什么那么歪?”女人沉思片刻,然后双臂交叉,一脸严肃地反问她。

 

"유 프로가 애인 있는 사람 건드렸니? 그래서 맞은 거야?"
"你碰了有主的人吗?是不是因为这个挨打的?"

 

여기나 저기나 직감은 바짝 날이 서 있다.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홍삼을 짜 먹었다.
不管在哪里,直觉都异常敏锐。刘知珉点点头,吃着红参。

 

"치정은 질색하시니 그럴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거고. 사건이야? 불륜? 판사로 전직해서 가정법원 가려고?"
痴情恶心你,我发誓绝不会有这种事,即便死而复生也不会。有案件吗?通奸?要转行当法官,然后去家事法庭?

"애인 있는데 다른 사람 만나는 이유는 뭐에요."
有男/女朋友却去见其她人的原因是什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这我怎么会知道呢。"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연애하면서?"
"你谈恋爱的时候从来没有这样想过吗?"

"그러는 너는 있으세요?"  你自己有过这种想法吗?

 

대답을 못했다. 한 명은 그렇게 다른 남자랑 약혼했고, 다른 한 명은 그렇게 본인과 만나고 있으니. 刘知珉이 물고 있던 스틱을 휴지통에 처박고 의자에 앉았다. 적당한 쓴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여자는 대답 없는 刘知珉을 내려다 보다 다시 분무기를 집어 들고 손잡이를 연신 눌렀다.
她无法回答。一个已经和别的男人订婚,另一个正在和她交往。刘知珉把叼着的棒棒糖丢进垃圾桶,坐在椅子上。口腔里充满了恰到好处的苦涩。女人看着没有回答的刘知珉,又拿起喷壶不停地按着把手。

 

"너 분명 누구 안 만나는데."
"你明明没在和谁约会。"

"그걸 어떻게 알아요 선배가."  "前辈你怎么会知道那个。"

"댁 연애하면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으셔요. 앞에서 사람이 떠들든 말든, 밥이 식든 말든 틈만 나면 아주…그런데 지금은요?"
"你谈恋爱的时候手机就没离过手。不管前面有人说话,不管饭菜凉了,只要有空就...但是现在呢?"

 

그러더니 턱짓으로 저를 가리켰다. 刘知珉은 양 손을 펼쳐 허벅지를 쓸어내리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도움이 안 되는 선배네요. 난 너에게 그런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답니다 후배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세요. 알아 들었으면 꺼져 상담료는 계좌로 입금하고. 역시나 들은 척 않고 밖으로 나갔다. 한유진 마음을 金旼炡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야, 아니면 金旼炡 마음을 한유진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야. 이래저래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사무실로 돌아온 刘知珉은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했다. 모니터가 환해지며 문서를 띄웠다. 이제 고작 11시였다.
然后她用下巴指了指自己。刘知珉在大腿上摊开双手,从椅子上站了起来。真是个没用的前辈啊。后辈,我可不想成为你那种有意义的人。张嘴就说谎话。听懂了就滚吧,咨询费转账到账户里。果然装作没听见就出去了。到底是该问韩宥真关于金旼炡的心意,还是该问金旼炡关于韩宥真的心意。这怎么想都得不出答案的问题。回到办公室的刘知珉坐在座位上点击鼠标。显示器亮起,打开了文档。现在才 11 点钟。

 

 

 

 

 

 

 

 

 

 

[퇴근은 언제해요?]  [什么时候下班?]

[저기요 검사님]  那个检察官大人

[이제는 읽지도 않네]  [现在甚至都不读了吧]

[설마 차단한 거는 아니죠?]  [难道屏蔽我了吗?]

[아니 그냥...저녁은 어떻게 할 건가 해서]
[不是就是...在想晚饭要怎么办]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가니까 어깨를 부딪히는 거다. 그럼에도 상대방에게 대충 고개를 까딱이고 문자를 읽어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온 게 11시 27분. 출입문을 나선 刘知珉이 계단을 내려가며 키패드를 눌렀다. 원래 업무 중에는 핸드폰 잘 안 봐요. 저녁에 약속 따로 없으면 같이 먹어요. 있다고 해도 저는 어차피 야근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고요. 대화창에 새로 띄워진 파란색 말풍선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동기들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식당에는 금방 도착하게 됐다. 저마다의 근황을 늘어놓으며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는 내내 점멸 되어 있던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며 그 위로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刘知珉은 동기들 몰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잠금을 풀었다.
边看手机边走路,结果撞到了别人的肩膀。尽管如此,她还是随意地点了点头,继续看着手机上的信息。最后一条消息是在 11 点 27 分。刘知珉走出门口,下楼梯时按着键盘。工作期间我一般不怎么看手机。晚上如果没有其她约的话就一起吃饭吧。就算你有约,我反正要加班,你不用在意我,该去就去。确认了对话框里新出现的蓝色气泡后,她加快了脚步。跟着先出来等着的同期一起走,很快就到了餐厅。在互相分享着近况等餐的过程中,一直保持暗屏的手机屏幕亮了起来,显示出新的通知。刘知珉偷偷握着手机解锁。

[전화해도 돼요?]  [我可以给你打电话吗?]

작가랑 같이 점심 먹는다고 하지 않았었나. 고개를 갸웃거린 刘知珉은 의자를 살짝 뒤로 빼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 잠깐 화장실이요. 테이블 사이를 빠져나가는 발걸음은 조급하지도, 한가하지도 않았다. 화면에 떠오르는 이름을 확인하고 사람이 오가지 않는 복도 쪽으로 몸을 숨겼다. 답장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일단 전화부터 건다는 건 알아서 받으라는 거야 뭐야. 刘知珉이 느릿하게 화면을 밀고 핸드폰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你不是说要和作者一起吃午饭吗。刘知珉略微点点头,微微后退着将椅子拉开,小心翼翼地站了起来。要去哪。我去趟洗手间。她走出餐桌之间的步伐既不匆忙,也不悠闲。确认了屏幕上出现的名字后,她躲进了人来人往较少的走廊那边。我都还没回你信息你就直接打电话过来,什么意思。刘知珉慢吞吞地推开屏幕,把手机贴在脸上。

 

-점심은요?  午饭呢?

"먹으러 왔죠. 金旼炡씨는요."  我来这里是为了吃饭。金旼炡xi。

-저도 먹고 있어요  我也在吃饭

"중요한 자리 아니에요? 작가님 만나고 그러는 거."
"不是很重要的场合吗?要和作家见面什么的。"

-친한 작가님이라 괜찮아요  因为是关系很好的作家,所以没关系

 

벽에 기댄 刘知珉은 핸드폰을 고쳐 잡고 金旼炡에게 물었다. 전화는 왜 했어요. 약간의 텀을 두고 대답이 들려왔다.
靠在墙上的刘知珉重新握好手机,问金旼炡。为什么要打电话。稍作停顿后,传来了回答。

 

-야근…하는 거죠 그러면  那就得加班了……

"일이 좀 밀렸어요."  工作有点堆积了。

-아니 그게 약속이 원래 없었거든요 저녁은. 그런데 검사님한테 답장을 조금 늦게 받고, 물론 업무 시간이라서 그랬겠지만
不,其实原本晚上没有约定的。但是收到检察官的回复有点晚,当然,这可能是因为工作时间的缘故

"요점은 뭘까요."  重点是什么呢。

-저녁을 먹고 들어갈 것 같다
晚饭后再回去

"그 얘기를 뭐 그렇게 구구절절 해요."
"为什么要说那么多废话。"

-그냥 설명…그런 거죠  就是个简单的说明…之类的

"문자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아무튼 알겠어요. 점심 맛있게 먹어요, 저녁도."
"发短信也就够了...总之我知道了。午饭吃得开心,晚饭也是。"

 

刘知珉은 차가운 벽에서 등을 떼고 자리를 벗어났다. 손을 내리려는데 별안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사님. 한숨을 애써 참고 대답했다. 왜요.
刘知珉从冰冷的墙上离开,直起身子。正要放下手时,突然传来一个急切的声音。检察官。她强忍住叹息回答道。怎么了。

 

-야근은 몇 시까지 해요?  今天要加班到几点?

"시간 딱히 안 정하고 처리해야 될 거는 끝내고 가요."
“时间不一定要定,处理完必须做的事就走吧。”

-그러면 많이 늦어요?  那会很晚吗?

"그게 중요해요?"  “那很重要吗?”

-맞춰서 들어가려고요 저도  -我也想按时进去

"자고 와도 돼요. 뭘 굳이 사람도 없는 집에 혼자 있어요."
"在我这里睡就行了。何必一个人待在空无一人的家里。"

 

걱정은 아니었다, 아마도. 비꼬는 것도 물론 아니었고.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려 했던 것 같은데 받아들이는 쪽은 어땠는지 모를 일이었다.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这大概不是出于担心。当然也不是在讽刺。似乎是想说不用在意,但不知道对方会如何理解。声音不再传来了。

 

"이제 끊어도 될까요?"  "现在可以挂断了吗?"

-……  已翻译成简体中文

"데이트 재미있게 해요."  "约会玩得开心噢。"

-…네  -...好的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흘러가던 시간이 멈추고 배경 화면으로 돌아왔다.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제 몫의 음식이 차려진 뒤였다. 누구랑 그렇게 전화를 하냐며 묻는 동기들에게는 부모님이라고 대충 둘러대고 의자에 앉아 식기를 손에 쥐었다. 대화에 합류하는 건 자연스러웠다. 대부분 일 얘기가 주를 이루었고 이따금씩은 연애나 결혼에 대한 주제로 흘러가기도 했다. 여느 날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럭저럭한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들고 나란히 지검으로 복귀했다. 걸어가는 동안 刘知珉은 간간이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아버지가 장관이 된 이후로는 하루에 몇 변씩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해 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기사를 정독하던 刘知珉은 스크롤을 다시 위로 올려 검색창을 탭핑했다. 돋보기 옆 엑스 버튼을 누르니 흐릿한 글자가 검색창에 나타났다. 검색어를 입력해주세요. 연신 깜빡이는 커서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느릿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ㄱㅣㅁㅁㅣㄴ. 아래로는 자동완성된 단어들이 나열됐으며 가장 상단에는 단연. 刘知珉은 청사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스크롤을 내렸다. 복귀작에 대한 기사들이 빼곡히 화면을 채웠다.
我低头看着手机。流逝的时间停滞了,屏幕回到了主界面。回到餐桌时,我的那份饭菜已经摆好了。当同事们问我在和谁通电话时,我随口搪塞说是父母,然后坐在椅子上拿起餐具。自然而然地加入了对话。大部分都在谈论工作,偶尔话题也会转向恋爱或婚姻。这是一个与往常没什么两样的普通午餐时间。吃完饭后,我们拿着从附近咖啡店买的外带咖啡,一起返回检察厅。走路时,刘知珉时不时地查看手机。自从父亲成为部长之后,每天在门户网站上搜索几次自己的名字已经成了习惯。专注地阅读新闻的刘知珉重新向上滑动屏幕,点击搜索框。按下放大镜旁边的叉号,搜索框中出现了模糊的文字。请输入搜索词。她盯着不停闪烁的光标看了很久,然后缓慢地移动手指。金旻。下面列出了自动完成的词条,最上面赫然是。刘知珉走进厅舍时往下滑动屏幕,复出相关的新闻密密麻麻地填满了屏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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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커플 金旼炡 정태준 볼링장 데이트 포착
三年情侣金旼炡郑泰俊保龄球馆约会被目击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허공에서 손가락이 멈추었다.
但在某个瞬间,她的手指在空中停住了。

배우 金旼炡, 정태준 커플의 데이트가 포착됐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金旼炡, 정태준이 볼링장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는 목격담이 확산됐다. 특히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金旼炡과 정태준이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정태준은 5월 말 영화 개봉을…
演员金旼炡和郑泰俊的约会被拍到。12 日,在网络社区和社交媒体上,有目击者称看到金旼炡和郑泰俊在保龄球馆约会的消息广泛传播。特别是在某网络社区,还上传了金旼炡和郑泰俊相视而笑的照片。郑泰俊将在 5 月底上映电影...

刘知珉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찬찬히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그래 봤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가십성 기사였기 때문에 맨 아래의 광고까지 닿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刘知珉一边等电梯一边慢慢阅读着文章。因为不过是一篇没什么新闻价值的八卦文章,所以很快就读到了最底下的广告。

(왼쪽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정태준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金旼炡의 모습, 정태준이 SNS에 올린 볼링장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정태준 인스타그램 캡처
(从左至右)网络社区发布的金旼炡递饮料给郑泰骏的照片,郑泰骏在社交媒体上发布的保龄球馆照片。图片来源=网络社区、郑泰骏 Instagram 截图

멀리서 줌을 당겨 찍었는지 화질은 다소 형편 없었다. 이걸 보고 어떻게 金旼炡인줄 아는 거지. 핸드폰을 얼굴 가까이에 대고 화면 속 사진을 살펴보던 刘知珉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다 사파리 창을 닫았다. 이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서는 계기판을 올려다보며 할 일을 정리했다. 당장 급한 건 다음 주에 있을 공판 준비고, 나머지 사건 관련된 것들은 부장님한테 검토받고 기안 작성하면 될 거고, 이번 주에 잡힌 약속은…수요일에 있는 회식. 비슷한 복장을 한 무리와 함께 빠져나가자 직원증이 달그락 거리며 흔들렸다.
看来是用远距离变焦拍摄的,画质相当差。这样怎么能看出是金旼炡呢。刘知珉把手机举到脸前仔细查看照片,反复摇头疑惑后关闭了 Safari 浏览器。这时电梯门打开了。走进电梯后,她抬头看着按钮面板,整理着要做的事情。当务之急是准备下周的庭审,其她案件相关的事项等部长审阅后再写提案就行,这周的约定是……周三的聚餐。当她和一群穿着相似制服的人一起离开时,工作证晃动着发出哐当声。

 

 

 

 

 

 

 

 

 

 

오후 9:07  晚上 9:07

刘知珉은 우측 하단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하고 책상을 훑어봤다. 모니터 옆에 쌓인 서류가 아직 한 가득이었다. 최소한 절반은 쳐내고 가야 금요일까지 업무가 밀리지 않을 텐데. 켜켜히 중첩된 종이 다발을 손으로 쓸어내리다 보면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댄 채로 텅 빈 사무실을 눈에 담았다. 목표로 정해뒀던 걸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11시까지는 하다 가는 게 맞았다. 안경을 벗어 케이스에 넣어둔 刘知珉이 헛웃음을 흘리며 책상 서랍을 열었다. 핸드폰은 꺼내서 키보드 위에 올려두고, 케이스는 구석으로 놓아뒀다. 캘린더를 들어올려 열쇠를 집어들고 서랍을 잠근 뒤에는 원래의 자리로 돌려놨다.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난 刘知珉은 공판 관련 서류를 백팩에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퍼를 채우고 슬쩍 들어보니 제법 무게가 나가서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다. 지금 가서 뭐 하겠다고 知珉아. 여전히 답은 보이지 않았다.
刘知珉确认了右下角显示的时间,扫视了一下桌面。显示器旁边还堆着满满的文件。至少要处理掉一半才能保证工作不会拖到周五。用手抚过层层叠叠的文件堆,不由自主地叹了口气。靠在头枕上,目光扫过空荡荡的办公室。即使完不成预定的目标,也该工作到 11 点再走。刘知珉摘下眼镜放进眼镜盒,轻笑着打开桌子抽屉。把手机拿出来放在键盘上,眼镜盒则放在角落。拿起日历取出钥匙,锁上抽屉后又把日历放回原处。关掉电脑站起身来的刘知珉开始把庭审相关文件整整齐齐地放进背包。拉上拉链略微提了提,觉得挺重的,犹豫了一下。现在去又能做什么呢,知珉啊。答案依然没有着落。

집까지는 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깨에 백팩을 짊어 멘 刘知珉이 옷걸이에서 자켓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복도는 마치 낮처럼 훤했고, 로비는 인기척 하나 없이 적막했다. 刘知珉은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내내 뒷목을 주물렀다. 이제 고작 월요일인데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이었다. 조수석에 대충 백팩을 던져두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고르다 포기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주차장을 벗어난 차체는 부드럽게 대로를 달렸다. 시간이 시간인 터라 오피스텔에 도착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관문 앞에 선 刘知珉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주인을 맞이하는 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두 개의 슬리퍼였다. 刘知珉은 신발을 벗다말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Here is the translation in Simplified Chinese: 把它带回家真不应该,现在后悔又有什么用呢。背着背包的刘知珉从衣架上拿起西服外套,走出办公室。走廊明亮得像白天,大厅空空如也,一点动静也没有。刘知珉一路走到停车场,脖子后面直冒冷汗。现在才周一,她就已经感到疲惫。她随意把背包扔在副驾驶座,自己坐上驾驶座发动汽车。她在手机里翻找音乐但还是放弃了,打开了车载音响。汽车平稳地驶上车道,驶离停车场。时间就像时间,不久就到达她的公寓。刘知珉来到门口,输入密码进入房子。迎接她的,是整整齐齐放在地上的两只拖鞋。刘知珉脱了一只鞋就停下,拿出手机看了看时间。

[9:57] 차는 막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디서 지체가 되었는지 도통 모를 노릇이었다. 슬리퍼를 끌며 느적느적 복도로 걸어가다 왼쪽 어깨에 멘 가방을 바닥으로 내려뒀다. 그리고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 위에 흐트러져 있는 대본이 유독 눈이 밟혔으나 굳이 손을 대지 않고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연거푸 서너 잔을 비워낸 뒤에야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내렸다. 티비를 켜두고도 내내 창 밖만 바라봤다. 볼륨을 최대한으로 줄이고서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 뒀던 백팩을 가지고 왔다. 그 이후로는 내내 같은 자리에서 서류를 뒤적였다. 피곤해서 그런지 활자가 좀처럼 읽히지 않고 유난히 튀어서 이렇게 할 만큼의 진도는 나가지 못했다.
[9:57] 虽然好像路上没有堵车,但不知道在哪里耽搁了时间。拖着拖鞋慢悠悠地走向走廊时,把挂在左肩上的包放在了地上。然后像是在找不同之处一样环顾四周。桌上凌乱的剧本特别引人注目,但并没有去碰它,而是走向了厨房。连续喝了三四杯水后才回到客厅,瘫在沙发上。虽然开着电视,但一直望着窗外。把音量调到最小后,慢慢起身拿起放在地上的背包。之后一直在同一个地方翻看文件。可能是因为太累了,文字怎么也看不进去,特别跳脱,没能取得应有的进展。

결국 쓰러지듯 뒤로 누워 얼굴에 서류를 덮어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지검에서 더 있다가 왔을 텐데. 커피를 마실까 생각하다가도 새벽까지 잠 못 자고 뒤척일까봐 혀로 입술만 축이고 말았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샤워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잔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그저 가만히 누워서 숨만 내쉬었다. 분명 피곤한데도 잠은 오지 않고. 냉장고에 맥주가 있었나 고민하다 오른손으로 소파를 짚을 즈음이었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刘知珉의 얼굴에 있던 서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처 주울 생각도 못 하고 벌떡 일어난 刘知珉이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눈빛이 맞부딪혔다. 중간에 잠깐 졸았던가.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시침은 10과 11의 사이에 어중간히 놓여 있다. 고작 20분이 지난 거였다.
刘知珉终于像倒下似的躺倒,用文件遮住了脸。如果知道会变成这样,当初就应该留在检察院再多待会儿才回来的。想喝咖啡,但担心通宵达旦地辗转反侧,只是舌尖舔了舔嘴唇而已。衣服也没换,淋浴也没洗,又不是在加班。不知过了多久。就那样平静地躺着,呼吸着。明明很累,却睡不着。正思考冰箱里还有没有啤酒,右手正在探向沙发的边沿。吱吱的声音从远处传来。同时,刘知珉脸上的文件掉到了地上。刘知珉还没来得及去捡,就猛地坐了起来,把头转向玄关。不远处,目光交汇了。好像刚才打了个盹。摸了摸口袋,意识到手机不在,就把视线移到了墙上的时钟上。时针正好卡在 10 和 11 之间。只过去了大概 20 分钟。

 

"언제 왔어요?"  "你什么时候来的?"

 

미팅 때문에 나갔다가 데이트를 하고 들어온다기에는 입고 있는 옷이 꽤나 편해보였다. 모자를 벗는 金旼炡을 바라보던 刘知珉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我翻译了源文本到简体中文: 由于去开会,走了出去然后进行约会再回来,她穿着的衣服看起来相当舒适。盯着脱下帽子的金旼炡看的刘知珉,不知不觉吞了口水。

 

"왜요? 내 뒤에 누구 있어?"
"怎么了?我背后有谁吗?"

 

복도 한복판에 멈춰선 金旼炡이 현관을 확인한 뒤에 다시 刘知珉을 빤히 쳐다봤다. 문자도 씹더니 이제는 말도 씹어. 불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소파로 걸어와 익숙하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한 손에 들린 비닐봉지에는 편의점 마크가 찍혀 있었다.

 

"야근한다더니 술 마셨어요?"  "说是要加班,怎么喝酒了?"

"…어디 갔다 오는 거에요."  "…这是要去哪里呢。"

"내가 먼저 물어봤어요."  "是我先问的。"

"늦는다면서요."  "说是要迟到了。"

"검사님 바람이겠죠 그건."  "想必是检察官大人的主意吧。"

 

부정은 못 했다. 그 정도 양심은 남아 있었다.
无法否认。良心还没泯灭到那种程度。

 

"술은 안 마셨어요. 들어온지는 20분 정도 됐고요. 金旼炡씨는요. 데이트 한다더니."
“她没喝酒。回来已经 20 分钟了。金旼炡你看,说是约会结果。”

"작가님이랑 헤어지자마자 태준 오빠 만났고요, 만나서 영화 보고 저녁 먹고 카페 갔다 왔어요. 집에 도착하니까 9시 조금 넘어 있던데 왜요. 자고 왔어야 됐어요?"
“我一跟作者分手就遇到了泰俊哥,我们见面后一起看电影、吃晚饭、去咖啡馆。回到家的时候已经过了 9 点一点,怎么这么晚了?应该早点回来睡觉的吧?”

"그건 金旼炡씨 마음이죠."  "这取决于金旼炡xi自己的想法。"

"검사님 마음은 어떤데요."  "检察官您心里怎么想呢?"

 

이렇게까지 흘러갈 대화였나. 속으로 한숨을 삼킨 刘知珉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소파로 던져뒀다. 날카롭지도,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은 눈빛이 가슴 한 구석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체한 듯 답답하고, 그래서 거슬리고. 선뜻 대답할 수는 없는 질문이었다. 刘知珉은 고민 끝에 金旼炡에게 물었다.
对话竟然发展到这种地步了。刘知珉在心里叹了口气,捡起掉在地上的文件扔到沙发上。那道眼神既不尖锐也不柔软,却仿佛在戳刺着心口的某个角落。就像消化不良般难受,因此令人烦躁。这是个不能轻易回答的问题。刘知珉思考良久后问金旼炡。

 

"중요해요 내 마음이?"

"궁금해요 검사님 마음이."  "我很好奇检察官的心思。"

 

야단 났구나 정말. 졸지에 본전도 못 찾았다. 불필요한 긴장감이 소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과연 어디까지 솔직해 져야 하는걸까. 가늠이 어려운 문제였다.
真是麻烦了。突然连本钱都亏掉了。不必要的紧张感在沙发周围徘徊。究竟该坦白到什么程度呢。这是个难以衡量的问题。

 

"궁금하다고 해서 전부 말해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을 텐데."
不是说有好奇就必须全部说出来。有时候不知道反而是好事。

"그걸 왜 검사님이 판단해요."  "这种事为什么要由检察官来判断。"

"어제는 모르는 척 넘어가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나도 또 울리기는 싫어서 그래요."
"昨天不是让我装作不知道吗?我也不想再被骗了。"

"그러게요. 나는 진짜 이런 검사님이 뭐가 좋아서 일찍 들어왔을까요."
"是啊。我真不明白这样的检察官有什么好,让我提前回来。"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가로저은 金旼炡은 대본을 챙겨 소파에 앉았다. 刘知珉은 뒤따라 몸을 내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만 알려주는 金旼炡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金旼炡苦笑着摇摇头,拿起剧本坐在沙发上。刘知珉跟着坐下,用手掌揉了揉脸。只告诉她不想知道的事情的金旼炡,让她感到有些埋怨。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요. 더 할 말도 없는 것 같은데."
"你也累了,回去休息吧。好像也没什么好说的了。"

"안아줘봐요 그럼 갈게요."  "抱抱我,我就走。"

 

金旼炡이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金旼炡目不转睛地盯着剧本回答道。

 

"제가 왜요."

"안고 싶으니까요."

"검사님은 부탁이라는 건 할 줄 몰라요?"

"안아주세요 그러면."  "那就抱抱我吧。"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아오는 목소리를 들은 후에는 대본을 옆으로 치워두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刘知珉은 한숨을 내쉬었다.
听到毫不犹豫的回答后,她将剧本放到一旁,注视着刘知珉。如果说不喜欢的话要怎么办。刘知珉叹了口气。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要我跪下来吗?"

"해봐요."  "试试看。"

 

그다지 대수롭지도 않아 하며 바닥으로 내려가는 刘知珉을 金旼炡은 말없이 지켜봤다.
金旼炡默默地看着刘知珉若无其事地走下地板。

 

"키스할래요?"  "要接吻吗?"

"……"  ……

"아, 실수."  "啊,我搞错了。"

"……"  ……

"해주세요 키스."  "请吻我。"

 

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동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따위는 아닐 테다. 그런 것들은 제 관심 밖의 일이다. 단추가 뜯겨져 나갈 것처럼 세게 셔츠를 잡아끌었다. 刘知珉이 찍어누르듯 입술을 부딪히는 金旼炡을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게 손등을 감쌌다. 입 안을 헤집는 움직임은 막무가내였다. 내색 없이 맞춰주던 刘知珉은 호흡이 가빠질 때마다 허벅지를 토닥였다. 어째서인지 둘 다 눈은 감지 않았다. 刘知珉이 틈을 보다 몸을 일으키기 직전에 金旼炡은 먼저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刘知珉은 소파에 기대 숨을 고르는 金旼炡을 올려다보다 손끝으로 입술을 쓸었다.
维系这段关系的动力大概不是那些看不见的感情。那些都是与她无关的事。她用力拽着衬衫,仿佛要把扣子扯掉。刘知珉轻柔地包裹住她的手背,像是在安抚着以压制般力道吻上来的金旼炡。在口腔中肆意搅动的动作毫无章法。刘知珉一边不动声色地配合着,一边在呼吸变得急促时轻拍她的大腿。不知为何,两人都没有闭上眼睛。就在刘知珉寻找空隙准备起身的瞬间,金旼炡先松开了手,向后退去。刘知珉靠在沙发上调整呼吸的金旼炡,用指尖擦过嘴唇。

 

"안 씻을 거에요?"  "不洗澡吗?"

"旼炡씨는요."  "旼炡xi。"

"오자마자 샤워하고 옷 갈아 입었어요."
"一到家就冲了个澡换了衣服。"

"편의점은 왜 갔다왔어요."  "为什么去了趟便利店?"

 

대답 대신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져줬다. 刘知珉은 제 가슴팍을 맞고 아래로 떨어진 것을 살펴보다 그대로 포장지를 찢었다. 주전부리 꽤 좋아하네. 刘知珉이 젤리를 입에 넣고 씹으며 테이블을 짚고 일어났다. 시선의 낙차가 어느덧 뒤바뀌었다. 刘知珉을 올려다 보던 金旼炡이 눈앞의 다리를 발로 차고 손을 까딱였다. 刘知珉은 무슨 일이 있냐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金旼炡에게 다가가 옆자리를 차지했다. 팔을 들어 올려 본인의 어깨에 두르고서는 자연스레 그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她没有回答,而是从袋子里掏出什么东西扔了过来。刘知珉看着砸在自己胸前掉下来的东西,直接撕开了包装。真喜欢吃零食啊。刘知珉把软糖放进嘴里咀嚼着,撑着桌子站了起来。视线的高低差不知不觉间已经颠倒了。抬头看着刘知珉的金旼炡用脚踢了踢面前的腿,轻轻挥了挥手。刘知珉装作若无其事地走到金旼炡身边坐下,抬起手臂搭在她的肩膀上,自然地钻进了她的怀里。

 

"씻겨 달라는 것도 부탁하면 들어줘요?"
"如果请求帮忙洗澡,也会答应吗?"

"혼자 자고 싶으면 그래 보든가."
想一个人睡就一个人睡吧。

"아쉽네요 기대했는데."  "真可惜,我还期待着呢。"

"차라리 술을 마셨다고 해요"  "还不如说我是喝醉了"

"그거야 어렵지 않죠."  "这个并不难。"

 

金旼炡은 옆을 흘겨보다 젤리를 한 움큼 집어갔다. 그리고는 손 안에 든 것을 고스란히 刘知珉의 입에 밀어 넣었다.
金旼炡斜眼看了看旁边,抓了一把果冻。然后把手里的果冻全都塞进了刘知珉的嘴里。

 

"괘씸해 진짜."  "真是可恶。"

"……"  ……

"도대체 누가 누구 세컨드에요."  "到底是谁在给谁当副手啊。"

"……"  ……

"어떻게 그렇게 한 번을 안 아쉬워 검사님은."
"检察官怎么从来都不觉得可惜呢。"

"……"  ……

"자고 와? 진짜 향수 덕지덕지 묻혀와봐?"
"去睡了?真要浑身喷满香水再来?"

 

한약을 먹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젤리를 씹어 삼킨 刘知珉이 새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刘知珉皱着眉头,像吃中药一样嚼着果冻咽下去,然后把脸埋在雪白的后颈上。

 

"비켜요, 벌써 열 한시야."
让开,已经十一点了。

 

그럼에도 밀어내지는 않는다. 刘知珉은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었다가 金旼炡에게 입을 맞췄다. 이내 눅진하게 호흡이 뒤섞이며 몸이 포개어졌다.
尽管如此也没有推开她。刘知珉慢慢地用鼻子吸了口气,停顿片刻后吻上了金旼炡。很快,温热的呼吸交织在一起,两具身体也重叠在了一起。

 

 

 

 

 

 

 

 

 

 

 

 웬일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길래 스케줄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더니. 셔츠를 정돈하며 부엌으로 걸어오던 刘知珉은 중간에 멈춰서서 야트막한 헛웃음을 흘렸다. 어색한 건 본인도 마찬가지인지 그릇을 식탁에 내려두고, 정수기에서 물을 따르는 행동마저 뻣뻣하기만 했다. 아무리 봐도 배우는 아닌데. 의자에 앉아서 딴청을 피우길래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려 했지만, 刘知珉은 문을 연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텅 비어 있어야 할 냉장고 안이 잡다한 식재료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 그냥 빨리 와서 먹기나 해요. 
不知为何今天一大早就醒了,还以为是不是有什么行程。刘知珉一边整理着衬衫一边走向厨房,中途停下来,不禁发出一声轻笑。看来她自己也觉得尴尬,把碗放在餐桌上,连从饮水机接水的动作都显得僵硬。无论怎么看都不像个演员啊。看她坐在椅子上装傻充愣,想要配合她从冰箱里拿出牛奶,但刘知珉拉开冰箱门后就僵在了原地。本应该空空如也的冰箱里却塞满了各种食材。啊算了快来吃吧。

 어깨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멋쩍음이 가득 묻어 있었다. 뒤돌아 선 刘知珉이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찬찬히 살펴봤다. 나름 구색을 맞춘 아침 식사였다. 식빵,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샐러드. 난장판이 된 싱크대와 인덕션에 비하자면 소소한 한 끼이기도 했고. 요리는 얘나 나나 거기서 거기겠다. 감상은 속으로 삼켜두고 식빵을 베어 물었다. 어떻게 구워야 겉은 멀쩡한데 탄 맛이 날 수 있을까. 刘知珉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저작운동을 이어갔다. 맞은편은 영 감흥 없는 표정으로 샐러드를 휘적이고 있었다. 드레싱을 다 섞은 다음에는 제 쪽으로 밀어주고 주스만 홀짝이고 말았다.
从肩膀后面传来的声音里充满了尴尬。转身的刘知珉仔细打量着餐桌上摆着的食物。这也算是搭配齐全的早餐了。面包片、炒蛋、培根、沙拉。相比起一片狼藉的水槽和电磁炉,这确实是顿简单的一餐。做饭这件事,她和我都半斤八两。我把感想咽在心里,咬了一口面包。怎么能把面包烤得外表正常却尝起来有焦味呢。刘知珉慢慢点着头,继续认真地咀嚼着。对面的人则一脸兴致缺缺地搅动着沙拉。把沙拉酱完全搅拌均匀后就把沙拉推到了我这边,自己只是小口啜饮着果汁。

 

"입맛 없어요?"  没胃口吗?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그렇다고 대답한다. 식빵 하나를 금방 해치운 刘知珉은 포크로 스크램블 에그를 자그맣게 떼어내 입으로 가져갔다. 아침에는 미각이 다소 둔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것부터 해치워야 되겠네. 刘知珉이 제 앞으로 끌어온 접시에 코를 박고 안에 담긴 것을 비워냈다. 삼키기도 전에 포크로는 과일을 찍었다. 이건 그냥 깎기만 했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별 시덥잖은 걸 바라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것이다. 刘知珉은 미심쩍은 눈빛을 애써 거두고 사과를 씹었다. 익숙한 맛이 비로소 느껴졌다. 겨우 한숨을 돌린 刘知珉이 샐러드로 손을 뻗었다.
她不太清醒似的打了个哈欠,这样回答道。刘知珉很快就吃完了一片面包,然后用叉子将炒蛋小小地戳开送进嘴里。早晨的时候味觉会有些迟钝也没关系。得先从这个开始吃吧。刘知珉把面前的盘子拉过来,把里面的东西一扫而空。还没咽下去就用叉子叉起了水果。这个只是削过皮而已,应该没问题。如果善于让人提不起劲来吃也算本事的话,那也算是本事吧。刘知珉故意收起了怀疑的眼光,吃起了苹果。终于感受到了熟悉的味道。刘知珉这才轻轻地呼了口气,伸手去拿沙拉。

 

"배 안 고프겠어요?"  "这样不会饿吗?"

"원래 아침 잘 안 먹어요. 밥보다는 잠이어서."
"我本来就不爱吃早餐。比起吃饭更想睡觉。"

"들어가서 더 자요. 여기는 내가 다 먹고…는 시간이 조금 빠듯하다. 퇴근하고 와서 치울게요."
"回去接着睡吧。这里我来收拾......虽然时间有点紧。下班回来再整理。"

"먹는 것만 보고요."  "光看吃的。"

 

무릎을 끌어안고 그 위에 기댄 金旼炡이 나른한 눈빛으로 刘知珉을 쳐다봤다. 단추 더 채워요 검사님. 샐러드를 퍼먹던 刘知珉이 멀뚱히 눈을 깜빡이자 金旼炡은 쇄골 근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일 것 같아요. 그제야 풀어뒀던 단추가 목 끝까지 채워졌다.
金旼炡抱着膝盖靠在上面,用慵懒的眼神看着刘知珉。检察官您把扣子再扣上吧。正在吃沙拉的刘知珉茫然地眨了眨眼,金旼炡用手指指了指锁骨附近。会露出来的。这时候才把松开的扣子一直扣到脖子。

 

"검사님 평소에 운동 따로 해요?"
"检察官平时有另外运动吗?"

"요즘은 바빠서 못 가요, 왜요?"
"最近太忙了去不了,怎么了?"

"그냥요. 새벽까지 그러고 출근하는 체력이 부러워서."
只是羡慕你熬夜到天亮还能去上班的体力。

 

어느덧 접시 위에 음식들을 말끔히 비워낸 刘知珉은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둬요 제가 치울게요. 이것까지만 하고 갈게요. 金旼炡은 싱크대까지 빈 접시를 가져다 두고 돌아와서는 핸드폰을 챙겨 거실로 걸어가는 刘知珉을 바라보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약속 있어요? 刘知珉이 현관으로 향하다 金旼炡에게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金旼炡이 느릿느릿 고개를 가로저었다.
不知不觉间将盘中的食物吃得一干二净的刘知珉推开椅子站了起来。让我来收拾吧。我收拾完就走。金旼炡把空盘子放到水池边,回过头来看着拿起手机往客厅走去的刘知珉,慢慢地站起身来。今天也有约会吗?刘知珉往玄关走去时问金旼炡。沉思片刻的金旼炡缓缓地摇了摇头。

 

"지검 올래요?"  要去检察院吗?

 

이번에는 잘못 들었다는 듯 작은 얼굴이 비딱하게 기울여졌다. 刘知珉이 신발을 고쳐 신으며 말을 덧붙였다. 점심 살게요 제가. 저녁에는 진짜로 야근해야 돼서 늦을 것 같고. 마주 보고 서서 서로를 눈에 담았다. 거실에 있는 金旼炡은 먼저 입술을 떼고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저한테 하는 말이에요? 현관의 刘知珉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도어락을 해제했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这次她歪着小脸,像是没听清似的。刘知珉一边调整着鞋子一边补充道:午饭我请。晚上真的要加班,可能会很晚。两人面对面站着,将对方的样子印在眼中。在客厅的金旼炡先开口,用手指着自己:是在对我说吗?在玄关的刘知珉回答说是的,同时解开了门锁。门随即打开了。

 

"지검 근처에서 점심 같이 먹자는 거죠?"
"是说要在地检附近一起吃午饭吗?"

"1시간 밖에 없어서 여기까지 오기는 좀 그래요."
"只有一个小时的时间,来这里好像有点不太合适。"

 

약속 있으면 어쩔 수 없고요. 내일 저녁…은 회식이니까 이번 주에 날 다시 잡아요. 刘知珉은 말을 덧붙이며 현관을 나섰다. 이제는 정말 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했다.
如果有约的话那也没办法。明天晚上...因为有聚餐,所以这周另外约时间吧。刘知珉一边说着一边走出了玄关。现在她真的该下停车场了。

 

"대답은 안 해줄 거에요?"  你不回答吗?

"아뇨 그냥…검사님이 먼저 밥 먹자고 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서요. 잠이 덜 깨서 꿈을 꾸는 건가…했죠."
"不是,只是...感觉检察官还是第一次主动约我吃饭。我还以为是自己没睡醒在做梦呢。"

 

이제는 아예 밖으로 나가서 문을 붙잡고 金旼炡을 쳐다봤다. 그래서 예약 해요 말아요. 식당으로 바로 가요? 그게 편하지 않을까요. 알겠어요. 주소는 이따가 문자로 보내줄게요. 대화는 그쯤에서 끝이 났다. 刘知珉은 손을 놓자마자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며 시간을 확인했다. 지각은 하지 않겠지만, 평소보다는 아슬아슬하게 사무실에 도착할 것 같았다. 결린 듯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청사 근처 식당을 머릿속으로 추렸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끝은 묘한 지점에 닿게 된다. 단 걸 좋아해서 그렇게 설탕을 넣지는 않았을 거고, 라벨이라도 사서 붙여 놔야 되나. 안전벨트를 채우면서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잔상을 지워내지 못했다. 남자친구한테도 그렇게 해주는 건가. 말간 얼굴 위로는 기사 속 사진이 오버랩 됐다. 차라리 아예 밤에만 보는 관계였다면 지금처럼 껄끄럽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고 그런 파트너로 정리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한 때 그렇게 바라고 꿈꿔 왔던.
“现在她已经走出去,抓住门看着金旼炡。对吧,那我订个位子吧。我们直接去餐馆怎么样?会比较方便吧。好的,我知道了。地址等一下发短信给你。” 对话就到此为止。刘知旼走进电梯后就立刻看了看时间。虽然不会迟到,但和往常相比进入公司会刚刚好。揉着有点僵硬的肩膀,在脑海里盘算着公司附近的餐馆。这样一想,思绪就会来到一个奇特的地方。她应该不会加太多糖,因为知道我不喜欢太甜。要不买个标签贴一下吧。系上安全带的时候,脑海里还留着戴着不知从哪里得来的围裙的她的影像。她对男朋友也会这样吗?报纸上的照片和眼前的景象重叠。要是只保持夜晚关系就好了,现在心里也不会这么别扭。直接理解为短期炮友就行了。但现在的样子...曾经梦想和渴望的...

 

"미쳤구나 진짜."  “你疯了真的。”

 

결국 제 손으로 뺨을 두어 번 두드리고 시동을 켰다. 그것도 부족한 것 같아 유리창에 머리도 박았다. 눈을 감고 차분하게 호흡을 고른 뒤에는 기어를 변경하고 악셀을 밟았다. 늦는 한이 있더라도 커피를 사 들고 가야 했다. 샷을 세 번 정도 추가한.
最后,我用手拍了拍脸颊,启动了车子。感觉还不够,又用头撞了下车窗。闭上眼睛平静地调整呼吸后,换了档位踩下油门。就算会迟到也必须买杯咖啡。要加三份浓缩的那种。

 

 

 

 

 

 

 

 

 

 

 어차피 내일이 회식인데 점심은 무슨. 선약이 있다며 에둘러 거절한 刘知珉은 수화기를 내려두고 서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2시까지 갈게요. 그 이후로 새로 덧붙여진 문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는 도로 결재판 위에 올려두고 서랍을 닫았다. 혹시 몰라 지검과 거리가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해둔 터라 제 시간에 도착하려면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서야 했다. 수사관이 보이는 쪽으로 몸을 기울인 刘知珉은 전화 오면 대신 받아서 자리에 없다고 해달라며 부탁한 뒤에 사내 메신저의 상태를 변경해뒀다. 차키를 챙겨 일어난 건 점심시간 15분 전이었다. 로비에서 차장검사를 만나 붙잡혔다가 겨우 빠져나온 게 10분 전. 그리고 늦을 수도 있다는 문자를 보냈던 게 대략.
反正明天有聚餐,午餐就算了。以有约在先为由婉拒的刘知珉放下电话听筒,从抽屉里拿出手机。'我 12 点到。'确认之后没有新添加的信息后,又把手机放回批示文件上面,关上抽屉。为以防万一预订了离检察厅有一段距离的地方,要准时到达的话就得比平时更早离开办公室。刘知珉身体倾向调查官那边,拜托她如果有电话打来就代为接听并说自己不在,然后更改了内部通讯软件的状态。拿起车钥匙起身时距离午餐时间还有 15 分钟。在大厅遇到副检察长被耽搁,好不容易脱身是 10 分钟前。发送可能会迟到的信息大概是在那时候。

 

"그렇게 구체적으로 설명 안 해줘도 돼요. 오래 안 기다렸어요 저도."
不用那么详细地解释。我也没等多久。

"미안해요 밥 먹자고 한 사람은 나였는데 괜히"
对不起,是我说要吃饭的,却莫名其妙

"지금 사과만 한 다섯번 정도 한 거 알아요?"
"你知道你已经道歉了大概五次了吗?"

 

刘知珉은 입술을 달싹이다 대답했다. 미안해요. 맞은편에서는 희미하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刘知珉动了动嘴唇回答道:"对不起。"对面传来一声若有似无的苦笑。

 

"알겠으니까 좀 들어요. 점심시간 끝나면 다시 일해야 하잖아요. 늦게 퇴근한다면서요 오늘은."
我知道了,听我说。午饭时间一结束就得回去工作,你不是说要晚点儿下班吗,今天。

 

金旼炡은 젓가락으로 刘知珉의 그릇 윗부분을 두드렸다. 고사라도 지내듯 내내 우두커니 앉아 있던 刘知珉이 그제야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식탁 위의 음식은 반 쯤 사라질 무렵 金旼炡은 넌지시 물었다. 출근하고 무슨 일 있었어요? 로비에서 만났다는 차장님한테 혼난 거야? 잔에 물을 따라주던 刘知珉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요.
金旼炡用筷子敲了敲刘知珉碗的上沿。一直像在祭拜似的呆坐着的刘知珉这才把食物往嘴里送。等桌上的食物快吃掉一半时,金旼炡试探着问道:"上班时发生什么事了吗?是被在大厅遇到的科长骂了吗?"正在给杯子倒水的刘知珉没有回答,反问道:"怎么突然这么问?"

 

"그냥 뭔가…분위기가 달려져서."  "就是感觉...气氛变得不一样了。"

"나 때문에 누가 기다리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我不太喜欢有人因为我而等待那样的事。"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죠 뭐."
生活中总有这样的日子嘛。

"그게 싫어요."  "我不喜欢那样。"

 

제 잔에도 물을 따르고 물병을 옆으로 치워뒀다. 단호한 대답을 들은 金旼炡은 다른 접시로 젓가락을 옮기려다 멈칫하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刘知珉은 제 뺨에 닿는 시선을 무시하고 묵묵히 본인 몫의 음식을 비워냈다. 한동안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이 적막한 공간을 채웠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맞은편의 접시가 얼추 비워진 것을 확인한 刘知珉은 젓가락을 내려두고 미적지근하게 식은 차를 마셨다. 그런데요 검사님. 金旼炡이 뒤따라 잔을 만지작거렸다.
给自己的杯子倒上水后把水瓶放到一旁。听到这样坚决的回答,金旼炡正要把筷子移向另一个盘子时顿了顿,抬头看向刘知珉。刘知珉无视落在自己脸颊上的视线,默默地将自己那份食物吃完。一段时间内谈话没有继续。只有餐具相碰的声音在寂静的空间里时隐时现。确认对面的盘子差不多空了后,刘知珉放下筷子,喝了口已经变温的茶。可是检察官。金旼炡跟着摆弄起杯子。

 

"검사님은 기다리는 거 괜찮아요?"
"检察官nim不介意等一下吗?"

 

유독 이 앞에만 서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정곡을 찌르다 못해 후벼파는 질문에 刘知珉은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다소 세게 잔을 내려뒀다. 그리고는 애써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라고 좋아서 기다리지는 않겠죠. 이번에는 金旼炡이 입술에 찻잔을 가져다댔다. 핸드폰과 지갑을 챙긴 刘知珉이 자리에서 일어나 金旼炡에게 물었다. 갈까요? 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따라 의자를 밀어냈다. 꽉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방을 나서려는 찰나에는 별안간 취향을 밝혔다. 안 싫어해요. 刘知珉은 주춤하고 옆을 쳐다봤다.
Here is the translation into Simplified Chinese: 只要站在她面前就会有一种赤身裸体的感觉。刘知珉被那些近乎毫无顾忌地痛批的问题弄得无法控制力道,有些用力地放下了酒杯。然后她勉强笑着回答。我不会单纯因为喜欢你而一直等下去的。这次金旼炡将茶杯凑到嘴边。收拾好手机和钱包的刘知珉从座位上站起,对金旼炡说到:我们走吧? 金旼炡点点头,推开椅子跟了上去。就在她们准备开门离开包厢的时候,刘知珉突然道出自己的喜好:我不讨厌。刘知珉停住脚步,侧目看向她。

 

"혼자 있는 거 잘해요. 오히려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저는."
"我很擅长独处。事实上,我需要这样的时间。"

 

 엠비티아이 아이거든요. 덧붙이는 말도 金旼炡다웠다.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刘知珉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방을 나서 카운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았다. 반면 金旼炡은 구경해도 되냐면서 刘知珉에게 받아낸 공무원증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刘知珉을 따라갔다. 사진은 언제 찍은 거에요? 스물 넷인가 다섯인가. 그러면 나보다 애기였을 때다. 미성년자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아요. 스물 다섯이면 저도 성인이었어요. 좋겠네요 스무살. 나이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누가 뭐래요. 짜증나 얼마나 차이난다고. 1학년과 6학년이면…택시 왔다.
我是 MBTI 型人格呢。她补充的话也很金旼炡风格。刘知珉一边帮她拂去肩上的头发,一边慢慢点头。离开房间走向前台的脚步并不怎么轻松。相反,金旼炡一边问可以看看吗,一边翻看从刘知珉那里要来的公务员证,跟在她后面。照片是什么时候拍的?二十四五岁的时候吧。那时候比我还小呢。我可不想听未成年人这么说。二十五岁的时候我也是成年人了。真好啊二十岁。年龄又不是我能控制的。谁说什么了。烦死了,年龄差有多大啊。一年级和六年级的话…出租车来了。

뒷좌석 문을 열어준 刘知珉이 金旼炡을 향해 손을 건넸다. 돌려달라는 의미라는 것은 모르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손과 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팔짱을 끼는 것이었다. 刘知珉은 금방 눈치를 채고 입을 열었다. 주세요. 金旼炡이 웃으며 대꾸한다. 두 손으로. 당장 아쉬운 사람이 분명했다. 刘知珉은 마지못해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려뒀다. 내놔요. 팔짱을 풀고 다가온 金旼炡이 刘知珉의 목에 공무원증을 걸어줬다. 올 때 메로나요. 아이스크림을 벌써 다 먹었어요? 아니에요 말한 내가 바보지 먼저 갈게요. 뒷좌석 문이 닫히고 택시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刘知珉도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刘知珉打开后座车门,向金旼炡伸出手。她不可能不明白这是让她归还的意思。即便如此,她还是来回看看手和自己的脸,然后抱起双臂。刘知珉很快察觉到了,开口说道:"请给我。"金旼炡笑着回应:"用双手。"显然是有人现在很着急。刘知珉无奈地将左手也放在右手上。"给我。"金旼炡放下抱着的手臂走近,将工作证挂在刘知珉的脖子上。"回来的时候带冰棍。""冰淇淋已经吃完了吗?""不是,是我傻了才这么说的,我先走了。"后座车门关上,出租车从眼前消失后,刘知珉也走向停车场。

 

 

 

 

 

 

 

 

 

 

 

"설마 오늘도 야근하시는 거 아니죠? 어제 검사님 자정 넘어서 들어가셨다면서요."
"该不会今天也要加班吧?听说检察官昨天是过了午夜才回家的。"

 

 6시가 넘었는데도 키보드 소리가 들려오자 수사관이 부리나케 다가와서 두 손으로 刘知珉의 모니터를 가렸다. 가방을 챙기던 계장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짐짓 엄한 척 말을 거들었다. 자꾸 그러시면 남들은 저희가 일 안 하는 줄 안다니까요. 刘知珉은 얼음이 다 녹아 밍밍해진 아메리카노를 입 안에 털어 넣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경을 벗는 것도 깜빡한 탓에 렌즈에는 지문이 덕지덕지 묻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사관과 계장은 질색하며 책상 위의 서류를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뒷목을 연신 주무르던 刘知珉은 대신 컴퓨터를 꺼주는 수사관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과자 남는 거 있으신가요. 수사관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눈을 감은 刘知珉을 바라보다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계장은 가방을 뒤적여 견과류 한 봉지를 꺼내 책상에 내려뒀다. 점심 또 안 드셨어요? 잠이 먼저라 오늘은. 계장의 질문에 刘知珉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봉지째 견과류를 입에 털어 넣었다.
已经过了六点还听到键盘声,调查员赶紧过来用双手遮住刘知珉的显示器。正在收拾包的组长也叉着腰装模作样地说道:您总这样的话,别人会以为我们不干活的。刘知珉喝完已经完全融化变得寡淡的美式咖啡,用手掌擦了擦脸。因为忘了摘眼镜,镜片上沾满了指纹。看到这一幕的调查员和组长厌恶地开始收拾桌上的文件。一直揉着后颈的刘知珉悄悄问正在帮忙关电脑的调查员:您那儿还有多余的零食吗?调查员看着靠在椅子深处闭着眼的刘知珉,回到了自己的座位。组长翻找包里拿出一袋坚果放在桌上。午饭又没吃吗?今天先睡为重。刘知珉对组长的问话轻描淡写地回答,然后把整袋坚果倒进嘴里。

 

"일찍 들어가세요. 이러다 진짜 병 난다니까요 검사님."
““早点进去吧。再这么下去真的要病了。””

"맞아요, 가서 저녁 든든하게 챙겨 드시고 푹 주무셔요."
““对啊,去好好吃顿晚饭,然后睡个好觉吧。””

 

걱정 어린 목소리는 고마운 한편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호의를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익힌 처세술일 수도 있었고, 파탄 난 7년의 연애로 얻은 의심병일 수도 있었다. 수사관이 가져다 준 과자를 까먹으며 刘知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满怀关切的声音一方面让人感激,一方面也让人有点不自在。不能单纯地接受善意可能是自小就养成的处世之道,也可能是 7 年破裂恋情带来的疑心病。刘知珉一边吃掉警官带来的饼干,一边从座位上站起身来。”


"안 그래도 약속 있어서 나가봐야 해요. 서류에 손도 안 댈 테니까 두 분도 이만 들어가세요."
"我本来也有约要出门。我不会碰文件的,你们两位也请回去吧。"


 그러나 함께한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다. 손까지 휘적이는 刘知珉을 보고도 수사관과 계장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럼 사이좋게 같이 나가시죠 검사님. 주차장까지만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이쯤 되면 刘知珉도 두손 두발 다 들어야 했다. 서랍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고 옷걸이에 걸린 자켓을 챙겨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마치 포박하듯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선 수사관과 계장이 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눌 동안, 刘知珉은 회식장소가 적힌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但是共度的时光无法抹去。看着步履蹒跚的刘知珉,检察官和警监也只是抱着胳膊摇头。那就请检察官同志与我们一道离开吧,我们至少要把您送到停车场。此时刘知珉也只能老老实实照办了。取出放在抽屉的手机,拿起挂在衣架的西装外套,离开座位。像是受监管似的,左右两边并排站着检察官和警监,当她们在走廊上与经过的同事们寒暄时,刘知珉又一次确认了聚会地点的短信。

 숙취해소제를 먹고 가야 덜 취하겠지. 하필이면 회식에 참석하는 멤버가 주당으로 소문이 자자한 지검장의 지인들이었다. 빈속에 쏟아부을 것을 생각했다면 점심은 거르지 말았어야 했지만, 잠도 얼마 못 잔 상황에서 버티다가는 빠르게 취해버리니. 인사불성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속이 쓰린 게 백 번 더 나았다.
喝点醒酒药再走,也许能少醉一点。偏偏参加应酬的成员都是传闻中与检察院关系密切的厅长的熟人。想到会往空腹里灌入许多酒水,我本不该跳过午饭的,但是一整天都没怎么睡,这样下去确实会很快醉倒。与其踉踉跄跄进家门惹人非议,还不如胃痛一百次来得好。

 계단을 내려온 刘知珉이 자켓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손에 쥐었다. 수사관은 먼저 인사를 한 뒤에 정류장으로 걸어갔고, 계장은 기어코 刘知珉의 차까지 동행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밥만 먹고 일찍 들어가라, 술은 마시지마라, 집에 가서는 씻고 바로 자라. 도어캐치를 잡아당기며 刘知珉은 가벼운 실소를 흘렸다. 저희 부모님도 이렇게까지는 안 하세요. 계장이 콧방귀를 끼며 받아쳤다. 장관님은 이런 모습 못 보시니까 그러시죠. 
从楼梯上下来的刘知珉从西装口袋里掏出车钥匙握在手里。检察官先打过招呼后就朝公交站走去,警监则一路跟到刘知珉的车边,絮絮叨叨说个不停。让她早点回去好好吃饭,不要喝酒,回家洗澡后立刻睡觉。刘知珉拉开车门时轻轻地笑了笑。我们父母也不会这样的。警监哼了一声回敬道,长官没见过您这副样子,所以才这样吩咐您。

 刘知珉은 할 말이 없어져서 내일 뵙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시동을 켜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뒤적여 인공눈물을 꺼냈다. 고개를 뒤로 젖혔는데 별안간 연결음이 울렸다. 인간들 벌써 도착했나. 刘知珉은 얼마 넣지도 못한 인공눈물을 대충 주머니에 넣어두고 화면을 쳐다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마음 편하게 쉬는 꼴을 못 보는 모양이었다. 크게 숨을 내쉰 刘知珉이 조수석에 놓인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刘知珉无话可说,留下明天见的招呼便钻进了车里。启动车子后在导航上输入地址。翻找副驾驶手套箱取出人工泪液。刚把头往后仰,突然响起了连接音。那些人这么快就到了吗。刘知珉匆忙将还没用多少的人工泪液塞进口袋,看向屏幕。俗话说得好,祸不单行,看来这个人和那个人都不愿让人安心休息。刘知珉深深叹了口气,将视线移向放在副驾驶座上的手机。

헛것을 본 게 아니었는지 화면에는 똑같은 이름이 떠 있었다. 刘知珉은 의식 없이 손을 뻗으려던 것을 겨우 참고 핸들을 부여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을 울리던 소리가 사라지고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으로 전환됐다. 먹은 건 과자 몇 개가 전부인데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렸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윽고 차체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정문을 통과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이어졌다. 퇴근시간인 터라 도로는 꽉 막혀서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었다. 刘知珉은 차장검사에게 가는 중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조수석에 엎어놨다. 
屏幕上显示的确实是同一个名字,并非幻觉。刘知珉勉强忍住下意识伸出的手,紧握方向盘。不久后,车内的铃声消失,显示屏切换到了导航模式。虽然只吃了几口零食,但胃部已经开始翻腾。她将头靠在头枕上,慢慢调整呼吸。终于,车子驶出停车场,穿过正门。导航继续指引着方向。因为正值下班时间,道路完全堵塞,前后都动弹不得。刘知珉发了条短信给主任检察官说自己正在赶去,然后把手机倒扣在副驾驶座上。

 도착 예정 시간 30분.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사려고 했던 스스로가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반쯤 열어뒀던 창문을 끝까지 올리고 에어컨을 켰다. 바깥에서 들어온 열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안내 멘트를 끊고 연결음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이번에는 참지 않고 화면을 눌렀다. 내비게이션은 교통상황을 반영하여 변경한 경로를 안내했다. 도착 예정 시간 26분. 刘知珉은 왼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핸들을 꺾었다. 좌회전 다음에는 직진, 그리고 150미터 앞에서 우회전. 고저 없는 목소리를 따라 착실하게 운전을 하다보면 예정시간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식당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차장 검사에게 연락이 왔다. 검사장님 거의 다 오셨다고 하니 서두르라는 말을 일방적으로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刘知珉은 디스플레이 구석에 떠 있는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는 차를 무시하고 차선을 바꿨다.
预计到达时间 30 分钟。中途想要去便利店买解酒药的自己实在是太可悲了。把半开着的车窗完全关上,打开了空调。外面的热气还没消散,导航提示音就被连接音取代了。这次她没有忍住,按下了屏幕。导航根据交通状况重新计算了路线。预计到达时间 26 分钟。刘知珉用左手按压着太阳穴,转动方向盘。左转之后直行,然后在 150 米前右转。跟随着毫无起伏的声音认真开车的话,预计时间就会慢慢减少。就要到达餐厅的时候,副部长检察官打来了电话。只是单方面地传达了检察长马上就要到了让她快点的消息就挂断了电话。刘知珉呆呆地望着显示屏角落里的时间。无视了后面按喇叭的车,换了车道。

신호에 따라 유턴을 하니 내비게이션은 빠르게 경로를 재탐색했다. 핸들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경로를 이탈했다는 멘트와 함께 도착 예정 시간은 점차 늘어났다. 모든 게 거슬렸다. 刘知珉은 입술을 말아물며 안내를 종료시켰다. 돌아 가는데 또 30분 걸리면 최소한 1시간이 지나는 거다. 악셀에서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쯤 되면 신호를 지킨 게 용할 정도였다. 주차장에 되는 대로 차를 세운 刘知珉은 핸드폰을 챙겨 운전석 밖으로 빠져나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계단 앞에 도착했으나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전화를 걸며 계단을 올라갔다. 출입문 근처에도 한유진은 없었다.
根据信号灯掉头时,导航仪迅速重新规划了路线。每当方向盘左右转动,都会收到偏离路线的提示,预计到达时间也在逐渐延长。一切都让人烦躁。刘知珉咬着嘴唇关掉了导航。如果回程还要花 30 分钟,那至少要花一个小时。脚一直没离开油门。能遵守交通信号已经算不错了。刘知珉随便把车停在停车场,拿上手机离开驾驶座。头痛欲裂。虽然到了楼梯前,但眼前一片模糊。她一边解锁手机拨号,一边爬上楼梯。在入口附近也没有看到韩宥真。

 겨우 숨을 돌리고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통화연결음이 끊기자마자 刘知珉은 말했다. 어디야. 아무리 기다려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好不容易喘过气来,重新握好手机。电话一接通,刘知珉就说道。你在哪里。等了半天也听不到声音,她把音量调到最大。


"할 말 없으면 끊을게."  "如果没什么要说的我就挂了。"

-……  已翻译成简体中文

"유진아."  "有真啊。"

-……  已翻译成简体中文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应该没什么事吧。"

-…미안해  ……对不起


심장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刘知珉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어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몰라 안으로 들어가 로비를 살펴봐도 한유진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여겼었다.
心脏似乎掉到了脚尖。刘知珉强撑着双腿站稳,环顾四周。为防万一走进大厅查看,却连韩宥真的影子都找不到。她觉得这反而是件好事。


"알면 됐어.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
知道了。我之后再联系

-싫어…지금 해  不要…现在做

"나 너랑 할 말 없어."
我没什么要跟你说的。

-내가 있어  我在

"그러면 얘기해 듣고 있으니까"  那就说说吧,我在听着

-싫어  不要

"어떡하라고 나한테.  让我怎么办啊。

"-얼굴 보고 얘기해 기다릴게  "等着跟你当面说"


 계단을 내려가던 刘知珉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럴 때는 대체로 좋지 않은 직감이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들어맞곤 했다. 원한 적도 없는데, 그럴 필요도 없는데.
刘知珉下楼梯的脚步停住了。这种时候,不好的预感总是一语成谶,仿佛在嘲笑着她。明明不是她想要的,也没有这个必要。


"너 지금 어디야."  "你现在在哪里。"

- …집 앞  - ...家门口

"미쳤어?"  "你疯了吗?"

-야근을 해도 잠은 집에서 잘 거 아냐
就算加班也是回家睡觉的吧


변하는 게 없다고 해서 이런 것까지 그대로여서 어쩌겠다고. 刘知珉은 왼손으로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这些东西虽然不会改变,但也不可能一成不变。刘知珉用左手粗暴地撩起头发。


"그냥 가. 나 약속 있어."
"随便走吧,我有约了。"

-상관없어  -没关系

 "이런 일에 고집부리지마."  "别在这种事上固执。"

-미안하다고 했잖아  我不是说过抱歉了吗

"알겠다니까."  "我知道了。"

-刘知珉

"차석현한테 내가 대신 연락해줘?"  "要我替你联系车锡贤吗?"

-…보고 싶었어  ...我想你了


그게 고작 무기다.  就这点武器吗。


-知珉아  -知珉啊

"밖에 있지 말고…“  "别在外面…"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한유진이 걱정된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머리카락을 움켜쥔 刘知珉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无法叫她进去等待。即便再担心刘知珉,这件事也做不到。刘知珉抓着头发,快步走下楼梯。


"금방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
"我马上就到,你在那儿别动。"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질 뻔한 것은 가까스로 참아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누구를 원망해야 됐을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金旼炡은 아니다. 애초에 집 주소를 알려준 사람도, 공동현관에서부터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전부 문자로 보내고 와달라고 한 사람도 刘知珉이었다. 그러니까 金旼炡이 한유진을 마주쳐야 할 이유는, 곧죽어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됐다. 
她好不容易忍住了把手机摔在地上的冲动,朝停车场走去。该怨恨谁呢?虽然其她的不确定,但有一点她可以肯定:不是金旼炡的错。从一开始就是刘知珉让她把家里地址告诉她,从大门密码到房门密码都要求她发短信告诉她的。所以金旼炡根本就不该遇到韩宥真,绝对不该遇到。这种事不该发生。

 刘知珉은 벨트를 채우자마자 급하게 차를 몰았다. 신호를 기다리는 순간마처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왜 아직도 안 오냐는 차장에게는 급한 일이 생겼다고 둘러댔다. 어디쯤이냐는 지검장에게는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네 다음 인사 때문에 다같이 모여서 얘기하기로 한 건데 주인공이 빠지면 어떡하냐는 타박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내일 끌려가서 혼이 나든, 단단히 찍혀서 외곽으로 밀려나든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刘知珉은 뛰듯이 걸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빠르게 연타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안전바를 동아줄처럼 붙잡았다.15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을 때는…그 때는. 한유진은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 말해준 적도 없거니와 숫자가 틀리는 것이 일정한 횟수를 넘어가면 경비실로 호출이 갔다. 때려 맞춰서 현관문을 열었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刘知珉系好安全带就急忙开车出发。等红灯的每一刻都像是度过了永恒。对于问她为什么还不来的科长,她只是搪塞说有急事。对于检察长询问她到哪了,她回答说难以参加。面对对方抱怨说这是为了讨论你下次升职的事情,主角却要缺席该怎么办的指责,她只是不停地道歉。明天被叫去挨骂也好,被记恨然后被调去偏远地方也罢,这些现在都不重要。抵达地下停车场的刘知珉几乎是跑着去按电梯按钮,连续快速地按着。双腿发软的她紧紧抓着扶手,仿佛那是救命的绳索。当电梯到达 15 层门打开的时候...那时候。韩宥珍并不知道密码。她从未告诉过她,而且输错密码超过规定次数就会通知保安室。她靠猜测打开大门的可能性微乎其微。

 그러므로 남은 경우의 수는 많지 않았다. 刘知珉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팽겨치듯 신발을 벗고 현관을 벗어났다. 복도를 지나 침실, 드레스룸, 서재를 훑어보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을 지켜보다 말을 걸었다. 회식 때문에 늦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刘知珉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되물었다. 계속 집에만 있었어요? 金旼炡이 고개를 끄덕였다.
因此,剩下的可能性不多。刘知珉走进了屋内。她随意脱下鞋子离开玄关。穿过走廊,检查了卧室、衣帽间和书房,然后又回到了客厅。金旼炡看着这样的刘知珉,开口问道。不是说要因为聚餐而晚点回来吗?刘知珉一边摆弄着手机一边反问。一直都待在家里吗?金旼炡点了点头。


"누가 찾아오지는 않았죠?"  "没有人来过吧?"

"검사님 집을요?"  "您是说检察官的家吗?"

"초인종 누른 사람 없었어요?"  没人按门铃吗?

"네, 택배 받아야 돼요?"  "是的,需要收快递吗?"

"아무도 안 왔다는 거죠?"  "没有人来吗?"

"그렇다니까요."  「那就是这样。」


 되갚아주기라도 하는 것인지 통화연결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刘知珉은 현관으로 걸어가며 종료버튼을 누르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안 와. 뒤에는 얄팍한 소음이 깔려 있었다.
似是报复一般,电话铃声一直持续着。刘知珉一边走向玄关一边按下挂断键,又重新拨了一遍。不知是幸还是不幸,这次听到了声音。"为什么不来",背景里传来细微的嘈杂声。


"집 앞이라며."  "在家门前。"

-집 앞 맞는데…여기 맞은편 건물에 식당 있고 그 옆에는
-这是我家门口......对面大楼有家餐馆,旁边是

"너는 진짜 사람을 꼭 등신 만들어야…됐어 내려갈게.“
“你非要把人当成垫脚石......好吧,我下去了”


전화를 끊은 刘知珉은 한숨을 내쉬며 현관을 나섰다. 정말이지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기억이 떠오르는 것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것만큼은 제 영역이 아니었다.
挂掉电话的刘知珉叹了口气,走出了门口。头真的要爆炸了。回忆涌上心头也没办法。那已经不在她能控制的范围内了。


"다시 가요?"  “再走吗?”


 어쩌면 이 또한 역량 밖의 문제일 수도 있다. 刘知珉은 닫힐 뻔하던 문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뒤를 돌아봤다. 복도 끝에는 金旼炡이 서 있었다. 
或许这也是超出能力范围的问题。刘知珉勉强抓住了快要关上的门,回过头去。走廊尽头站着金旼炡。


"적당히 마셔요. 검사님 취하는 거 좀 별로야."
"适度饮酒。我不太喜欢看到检察官您醉酒的样子。"


 그러겠다는 대답은 못했다. 그러지 않겠다는 대답 역시 꺼내지 않았다.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金旼炡은 모를 것이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누구에게 가는 것인지 눈치챘을리 없다. 그래야만 한다. 로비로 내려가는 동안 刘知珉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쓰린 한숨만 연거푸 내뱉었다. 헤어진 이후 한유진을 만날 때마다 생각했다. 이런 것들마저 사랑이어서는 안 된다고. 그저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겪어 본 적 없는 비참함을 느껴야 하는 게 어떻게 사랑일 수 있겠냐고. 텅 빈 로비에는 공허한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刘知珉의 원망이 향해야 할 곳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아니 너무 가까워서 매번 헤매였던 것이다.
她既没有答应,也没有拒绝。松开握着门的手,走向电梯。金旼炡应该不会知道。不会察觉到她要去哪里,要去见谁。这样最好。下到大堂的过程中,刘知珉将脸埋在掌心,不断地发出痛苦的叹息。分手后每次见到韩宥真时她都在想。这些感觉不应该是爱。仅仅是看着对方的脸就要经历前所未有的悲惨感受,这怎么可能是爱呢。空荡荡的大堂里只回响着空洞的脚步声。刘知珉的怨恨所指之处并不遥远。不,正是因为太过接近,才让她每次都迷失方向。

 적당히 식은 저녁 공기가 살갗을 감쌌다. 남들은 선선하다며 좋아했을 날씨였다. 刘知珉은 화단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기다리는 건 정말 싫었다.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끝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스스로가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싫었다. 그럴 때마다 한유진이 아팠다. 지독한 모순이었다. 나만큼 네가 상처받기를 바라면서도,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은 차마 바라볼 수 없다니. 그렇다면 이건 누굴 위한 장면이었을까.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눈시울은 어느 때보다 붉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刘知珉이 왼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c*** 진짜 유진아…속이 끓었다.
微凉的夜晚空气包裹着肌肤。对她人来说,这或许是个令人愉快的凉爽天气。刘知珉在花坛前停下脚步。她真的很讨厌等待。明知道对方不会来,却始终无法放下执念的自己,让她感到厌倦不堪。她也讨厌让别人等待。每当这种时候,她就为韩宥真感到心痛。这是个极其矛盾的心理。希望你像我一样受伤,却又无法直视你因此痛苦的样子。那么,这一幕又是为了谁而演?抬起的眼眸中盈满泪水。眼眶比任何时候都要红。还有那眼神。刘知珉用左手捂住自己的脸,低声呢喃。该死的,真的,有真啊...内心翻腾不已。


"…잘못했어 그런 말 안할게"  “......我错了,我不会再说这样的话了”

"……"  ……

"선 안 넘어…너가 싫어하는 거 진짜 안 해 이제"
“我不会越界...以后我真的不会做你讨厌的事情了”

"……"  ……

"그러니까 안아줘 친구도 그건 할 수 있어…"
“所以,来抱抱我吧,朋友之间也可以这么做的...”


가까이에서 맡아지는 술냄새에 저마저도 취하는 것 같았다. 刘知珉은 대꾸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콜택시 번호를 찾았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주소를 불렀다. 여기 남부순환로 삼백. 하지만 말은 끝마쳐지지 못했다.
被近在咫尺的酒气熏得我也有点醉意。刘知珉没有回答,只是用手机翻找叫出租车的电话号码。电话刚接通,她就报上了地址。这里南部环城路三百号。但是话还没说完。


"핸드폰 줘. 여기서 싸우기 싫어."
"把手机给我。我不想在这里吵架。"

"같이 갈 거야?"  "我们一起去吧?"

"달라니까."  快给我。

"대답 먼저야."  先回答我。

"주정은 그 새끼 앞에서나 부려."
"离那小子远点再喝酒吧。"

"온 건 너잖아."  "主动来找我的明明是你啊。"

"한유진."  "韩柔眯。"

"같이 갈 거지?"  "一起去吗?"

"핸드폰 내놔."  把手机交出来。

"같이가자."  一起走吧。

"한유"  韩瑜

"그렇게 부르지마…“  别那样叫我...


 울고 싶은 건 저였다. 그럼에도 이 앞에서는 울기 싫었다. 남아 있는 자존심도 없는 주제에 그랬다. 刘知珉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핸드폰을 바라보다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워들고 어플로 택시를 불렀다. 자켓을 집에 두고 왔는지, 조수석에 내팽겨쳤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차 키는 그 안에 있을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골목길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택시 번호를 확인한 刘知珉이 한유진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택시에 다다라서는 손을 놓았다. 刘知珉이 뒷좌석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등을 밀자 한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想哭的其实是我。即便如此,我也不想在她面前哭。明明已经没有任何自尊可言了,却还是这样。刘知珉看着无力地掉在地上的手机,紧紧攥住了拳头。弯腰捡起手机后用软件叫了出租车。不记得外套是落在家里了,还是随手扔在副驾驶座上了。车钥匙大概也在外套里。没过多久,一辆出租车停在了这条窄巷里。刘知珉确认了车牌号后抓住了韩宥真的手腕。到了出租车前便松开了手。刘知珉打开后座车门,轻轻推了推她的后背,但韩宥真摇了摇头。

 안으로 먼저 들어간 사람은 刘知珉이었다. 뒤따라 시트에 몸을 내린 한유진이 얼굴을 닦아내고 문을 닫았다. 다시 닫아야 할 것 같은데. 룸미러로 뒤를 바라보는 기사님과 눈이 마주친 刘知珉은 한유진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문을 열었다 닫았다. 그러는 사이 기사님은 콘솔박스 위에 티슈를 올려두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이제 출발할게요. 刘知珉은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티슈를 주기 위해 뻗었던 손은 여전히 한유진에게 붙잡힌 채였다.놓아야 했다. 놓는 쪽이 누가 됐든, 놓아지는 쪽이 누가 됐든 더이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刘知珉先进了车里。跟在后面坐进座位的韩宥真擦了擦脸,关上了车门。好像得再关一次。当刘知珉透过后视镜与司机的目光相遇时,她朝韩宥真那边倾身,重新开关了一次门。这时,司机将纸巾放在控制台上,轻轻咳了一声。我们现在出发。刘知珉向她点头致意,然后将视线转向窗外。伸出去要递纸巾的手依然被韩宥真握着。该放开了。不管是谁放开谁,谁被谁放开,都已经不重要了。

 몇 년째 바뀌지 않는 비밀번호에 기대감 따위를 가져서는 안 됐다. 刘知珉은 한유진을 침대에 앉혀두고 스탠드 밝기를 조절했다.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보일러 온도를 맞추는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러웠다. 한유진은 베개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刘知珉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고 가. 싫어. 왜. 집에 기다리는 사람 있어. 거짓말 하지마. 알아서 생각해. 刘知珉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对几年都没有变更的密码抱有期待是不应该的。刘知珉让韩宥真坐在床上,调节了台灯的亮度。启动空气净化器,调整暖气温度的动作毫无多余,一切都很自然。韩宥真整理好枕头,抓住了准备离开的刘知珉的手腕。留下来睡吧。不要。为什么。家里有人等着。别说谎。你自己想想吧。刘知珉一根一根地掰开那些摇摇欲坠的手指。


"…가지마"  "...别走"

"……"  ……

"내가 잘못했어…"  "是我的错……"

"……"  ……

"미안해"  "对不起"


 뜨거운 온기가 손가락을 감쌌다.
温暖的热量包裹着手指。


"이제는…나 기다리지마."  "现在...别再等我了。"

"…知珉아"  "...知珉啊"

"집 앞에 찾아오지마."  "别来我家门口。"

"刘知珉…""

지검도 안 돼."  "地检也不行。"


 차마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가로저었다. 어깨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刘知珉은 피가 나도록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맛이 금방 혀끝에 닿았다. 한유진은 손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不敢看对方,只是摇了摇头。肩膀在无助地颤抖。刘知珉咬破了嘴唇,直到尝到血腥味。韩宥真紧握着她的手指,没有放松。


"한 번만 믿어줘…나 진짜로 이제 신경 안 쓸게. 너가 누굴 만나든, 연애하든 관심 안 가질 거야. 아무 말도 안 하고, 너 시간 안 뺏고 그냥 기다릴테니까 知珉아…"
"请相信我一次……我真的以后不会在意了。不管你和谁见面,谈恋爱,我都不会关心。我什么都不说,不会占用你的时间,就这样等着,知珉啊……"

"……"  ……

"그만하자고 하지마……이대로 지낼 수는 있는 거잖아. 그건 욕심 아니잖아"
"别说要结束……我们可以就这样继续下去。这样的想法并不过分吧"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어느덧 6년이었다. 연인으로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친구라는 굴레에 묶여 지냈다. 한때는 그것이 최선이라 여긴 적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남이 될 수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끝없이 덧났고, 미련은 줄어들지 않고 멋대로 몸집을 부풀렸다.
就这样流逝的时光不知不觉已经六年了。作为恋人一起度过的岁月,如今却被困在朋友的枷锁中。曾经认为这就是最好的选择。觉得不可能一夜之间就变成陌生人。但在这期间,伤口不仅没有愈合反而不断溃烂,留恋也没有减少反而任意膨胀。


"나 아직 너 좋아해…너도 그거 알잖아. 모르는 거 아니잖아 刘知珉."
我还喜欢你...你也知道的。不是不知道的,刘知珉。

"유진아."  "有真啊。"

"말 못 해서 미안해 그런데 약혼은 정말"
对不能说出口感到抱歉 但是订婚的事是真的

"만약에 너가 정말 원했던 게 결혼이었다면…나는 사시든 뭐든 전부 포기하고 외국 갔을 거야."
"如果你真正想要的是结婚的话...我就会放弃司法考试或者其她一切,去国外。"

"…知珉아"  "...知珉啊"

"거기서 그냥 너랑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在那里,我会和你幸福地生活下去。"


 한유진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刘知珉은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다 고개를 돌렸다.
韩宥真的手落了下来。刘知珉反复握紧又松开右手,转过了头。


"잘 모르겠어. 내가 해줄 수 없던 게 뭐였는지, 내 사랑이 너에게는 많이 부족했던 건지."
"我不太明白。我不能为你做什么,我的爱对你来说还远远不够。"

"……"  ……

"유학을 따라 갔어야 하는 건지, 부모님을 더 설득했어야 했던 건지. 그런데 차마 너한테는 못 물어보겠더라."
我应该跟着去留学,还是应该更努力说服父母。但是,我实在不忍心问你。

"知珉아 그건"  "知珉啊,这件事"

"뭐가 됐든 이제는 그냥 묻을게."
"不管它是什么,现在我就直接问你吧。"


 이대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몇 번을 더 흔들리고, 무너지고, 후회해야 미련까지 완전히 놓아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때 가장 빛이 나는 법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배워야만 했다. 침실을 빠져나온 刘知珉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잔에 따랐다. 술을 마셨으니 약까지 챙겨주고 갈 수는 없었다. 다시 안으로 침대 옆 서랍 위에 잔을 올려둔 뒤에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닫았다.
她没想到事情会这样结束。还需要再动摇几次,崩溃几次,后悔几次,才能完全放下所有的留恋。过去只有在成为过去时才最闪耀。现在我们也必须承认并学会这个事实。离开卧室的刘知珉从冰箱里拿出纯净水倒进杯子里。因为喝了酒,所以不能再给她准备药了。重新回到房间把杯子放在床头柜上后,她毫不犹豫地关上了门。

 만약 그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네가 차석현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일 뿐이라고, 가깝게 지낸 건 맞지만 다른 마음은 가져 본 적 없다고 한 번만 말해줬으면 남들이 어떤 사진을 들이밀어도 그냥 무시했을 거야. 끝까지 솔직했던 네가 지키려 했던 건 우리였을까. 刘知珉이 문에 기대 눈을 감으며 꺼내지 못한 질문을 하나씩 지워냈다. 가정법에 붙은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했다.
如果那时候哪怕是说谎也好,如果你能说一句车锡铉只是从初中就认识的朋友,虽然关系亲近但从未有过别的心思,不管别人拿出什么照片我都会直接无视。始终坦诚的你想要守护的究竟是我们吗。刘知珉靠在门上,闭着眼睛一点点抹去那些未能说出口的问题。假设中的未来永远都是未知的。

 

 

 

 

 

 

 

 

 

 

  대본을 읽다 얼핏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옆으로 붙는 인기척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걸 보면 꽤나 깊은 잠을 잤던 모양이다. 한결 가벼워진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아이스크림 통이 가장 먼저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도 제가 꺼내둔 기억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으려 했지만, 아예 허리까지 끌어안고 품으로 파고드는 덕분에 뒤척이는 것을 멈추고 어깨를 토닥였다. 술 많이 마셨어요? 대답은 조금 뒤에 돌아왔다. 응,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 것치고는 맡아지는 냄새가 포근하기만 했다. 무언가에 뒤섞이지 않은 온전한 향수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아무리 날이 더워졌다고 해도 밤 늦을 때까지 셔츠 하나만 덜렁 입고 돌아다니면 안 될 텐데. 金旼炡은 제 쪽의 담요를 끌어 刘知珉에게 덮어줬다.
好像读着剧本不知不觉睡着了。连门开的声音和有人靠近的气息都完全没察觉,看来是睡得很沉。抬起变得轻松的眼皮,首先映入眼帘的是放在桌上的冰淇淋桶。仔细想想自己应该没有拿出来过。正当想找手机看时间的时候,因为对方整个人搂住自己的腰钻进怀里,只好停止翻身的动作,轻轻拍了拍她的肩膀。喝了很多酒吗?回答姗姗来迟。嗯,差点以为要死了。话虽这么说,闻到的气味却很温暖。未被其她气味掺杂的纯正香水味轻挠着鼻尖。就算天气变热了,也不该只穿一件衬衫在外面待到这么晚啊。金旼炡拉过自己这边的毯子,给刘知珉盖上。


"콩나물 사놓기를 잘했네."  "买豆芽是明智之举。"

"이번에는 설탕이랑 소금이랑 헷갈리지 마요."
"这次不要把糖和盐弄混了。"

"냉장고에 숙취해소제 마셨어요?"  "冰箱里喝了宿醉解毒剂了吗?"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초코맛으로."  "吃了巧克力口味的冰淇淋。"

"치사하게 혼자만?"  "太狡猾了,就你一个人?"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깨우기 미안하니까."
"你睡得太熟了...不忍心叫醒你。"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 감기라도 걸리는 거 아닌가.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刘知珉의 이마를 짚어봤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혼잣말이었는데 刘知珉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님. 응. 들어가서 자자. 싫어요. 이상한 고집을 부리시네. 조금만 이러고 있어요. 얼마나 조금.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어요. 집에는 어떻게 왔어요 지갑이랑 차 키 전부 두고 갔던데. 걸어오니까 두 시간 조금 걸리더라고요. 실없는 농담을 늘어놓는걸 보면 취한 것 같기도 했다. 
她的声音沉闷得厉害。这样下去该不会真的感冒吧。金旼炡小心翼翼地用手掌贴着刘知珉的额头。好像没有发烧。虽然是自言自语,但刘知珉还是点头表示同意。"检察官。""嗯。""我们进去睡吧。""不要。""您怎么这么固执。""让我就这样待一会儿。""多久算一会儿?""这个我还没想过。""你是怎么回家的?钱包和车钥匙都落在那儿了。""走回来的,花了两个多小时。"看她说着没营养的玩笑话,看来是真的喝醉了。

 일찍 집에 들어왔을 때는 회식이 취소된 줄 알았다. 그러나 저녁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기도 전에 刘知珉은 침실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겠거니 싶었다.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그러면 술을 많이 마시는 건가, 내일 아침에는 콩나물국이라도 끓여야겠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앞에 섰더니 돌아오는 질문은 다소 뜬금없었다.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현관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다음에는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온 이유가 어렴풋 짐작이 되기도 했다. 소파에 걸쳐뒀던 자켓까지 두고 가는 걸 보면 정말 정신이 없기는 한 것 같았다. 저래놓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주기는 할까. 차라리 제가 잘못 짚은 거니 회식을 가서 아주 늦기를 바라다가도, 같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제 보다는 일찍 들어오기를 바라게 되고. 그럴 주제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金旼炡은 저녁을 먹으면서, 대본을 읽으면서, 티비를 보면서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以为她早早回家是因为聚餐取消了。然而刘知珉还没等我问晚饭怎么办就进了卧室。我想她大概是要换衣服再出门。应该是要见重要的人吧,那会不会喝很多酒呢,明天早上得给她煮个豆芽汤。正想着这些无关紧要的事站在那里时,她问的问题却有些突兀。看着她一边打电话一边走出玄关后,我隐约猜到了她下班就直接回家的原因。看她连搭在沙发上的外套都忘了带,看来是真的很慌乱的样子。这样还说过去只是过去,又有谁会相信呢。宁愿是我猜错了,希望她去聚餐能晚点回来,可一想到她们在一起,又希望她能比昨天早些回家。明知自己没资格这样想,金旼炡还是一边吃晚饭,一边看剧本,一边看电视,始终摆弄着手机。

 왔으면 된 거다. 취해 있지 않았으니 다행인 거다. 침대로 가자고 해도 고개만 가로젓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나중에는 못 이기는 척 일어났으니까. 눈가에는 물기가 묻어 나오지 않았고, 얼굴에도 상처는 없었으니까. 그러면 된 거라고 여겼다.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금 제 품으로 안겨 들어도, 무슨 꿈을 꾸는지 내내 끙끙거리며 뒤척여도 무슨 일이 있냐고는 묻지 못했다.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마주해버릴 것 같았다. 제 앞에서 우는 刘知珉을. 아주아주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는 刘知珉 검사를. 어째서인지 모르겠다만 자꾸 그런 상상을 하게 됐다.
能来就好。幸亏没喝醉。虽然让她去床上时只是摇头的样子让我有些在意,但最后还是装作拗不过地起来了。眼角没有泪痕,脸上也没有伤痕,这样就够了,我是这么认为的。即使她洗完澡后又钻进我怀里,即使她做着什么梦不停地呻吟翻身,我也没能问她发生了什么。事实上,我也不想问。一问的话,恐怕就要面对了。面对在我面前哭泣的刘知珉。面对痛哭失声的刘检察官。不知为何,我总是不由自主地产生这样的想象。











 새벽까지 잠을 설친 건 저였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잔 건 刘知珉인데 안색은 어째 저쪽이 더 좋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며 밥을 안치고, 콩나물을 다듬고, 국을 끓이는 동안에도 金旼炡은 부엌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침실과 드레스룸을 연신 기웃거렸다. 아픈 거 아니냐 물었더니 어제 많이 마셔서 그런다는 속 편한 소리만 하고 있고. 결국 식탁에 앉혀두기는 했는데 밥이며 국을 퍼먹는 움직임에는 영 맥이 없었다. 金旼炡은 장을 볼 때 같이 사 온 밑반찬을 숟가락 위에 올려주며 말했다. 남겨요 억지로 먹지 말고. 刘知珉은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워낼 때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是我辗转难眠到天亮,而刘知珉一直睡到闹钟响,但不知为何反倒是她的脸色更难看。在看着 YouTube 一边煮饭、处理豆芽、熬汤的过程中,金旼炡也静不下来,一直在卧室和衣帽间之间来回踱步。问她是不是哪里不舒服,她只是敷衍地说昨天喝多了。最后总算是把她按在了餐桌前,但她吃饭喝汤的动作都显得有气无力。金旼炡把一起买回来的小菜放在她的勺子上说道:不想吃就别勉强了。刘知珉直到把一碗饭吃得干干净净才作出回应。


"검사님."  "检察官。"

"일어나서 해준 정성이 있는데 어떻게 남겨요."
"你辛苦做了早餐,怎么能剩下。"

"그거 말고요."  "不是说这个。"


 식기를 정리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刘知珉이 金旼炡을 내려다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진짜 아파서 저렇게 누그러진 거면 이건 또 이것대로 별로인데. 金旼炡이 한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刘知珉收拾好餐具站起身来,低头看着金旼炡等待她接下来的话。如果是真的因为不舒服才变得这么温顺的话,那这情况又是另一回事了。金旼炡吞下一声叹息,开口说道。


"점심 같이 먹을래요?"  "要一起吃午饭吗?"

"괜찮아요 저는."  "不用了,我没事。"

"사달라고 안 할게요."  "我不会让你请客的。"

"내가 여기에 카드 놓고 가면 되게 재수없을텐데."
"要是把卡留在这里,那我也太倒霉了吧。"


 별로였다 정말. 그런데 나는 저 별로인데다가 재수까지 없는 인간을 좋아한다. 그것만큼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식탁으로 다시 돌아온 刘知珉은 대뜸 金旼炡의 손을 잡았다 놓고 거실로 향했다. 金旼炡도 의자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刘知珉을 따라갔다. 선약 있어요? 소파에 걸쳐뒀던 자켓을 챙기며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였다.
真是糟糕透了。但我就是喜欢上了这个又糟糕又倒霉的人。这是无法否认的事实。回到餐桌的刘知珉突然抓住了金旼炡的手,然后松开,朝客厅走去。金旼炡也推开椅子站起身,跟着刘知珉。"你有约了吗?"刘知珉一边拿起搭在沙发上的外套,一边点了点头。


"누구요?"  谁呀?

"어제 같이 마신 인간들이요."  "昨天一起喝酒的那群人。"

"…그렇구나."  "...原来如此。"

"술자리에서 실수를 좀 했어요. 혼낼 거고, 그거 밥으로 퉁 칠 거에요. 못 빠져나가 아무리 저라도."
"我在酒桌上犯了点错。会被训斥,然后用一顿饭来抵消。就算是我也逃不掉的。"


 어디까지가 선의의 거짓말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현관까지 따라나간 金旼炡은 괜히 슬리퍼만 툭툭 발로 찼다.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金旼炡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나갔을 거라 생각한 刘知珉은 여전히 앞에 서 있었다.
她无法分辨善意的谎言到底在哪里。金旼炡跟到玄关,无聊地用脚踢着拖鞋。门锁解开的声音响起。金旼炡这才抬起头。本以为已经离开的刘知珉依然站在面前。


"케이크 좋아해요?"  喜欢蛋糕吗?

"…네?"  "……什么?"

"저녁 시간 맞춰서 퇴근은 못해요."
下班时间赶不上晚饭时间。


 혼났는데 그 정도 눈치는 봐야 다음날 또 안 불려가지. 지극히 직장인스러운 대답이었다. 멍하니 刘知珉을 바라보던 金旼炡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挨了骂好歹也要察言观色,否则明天又要被叫过去。这回答简直像极了职场人。茫然望着刘知珉的金旼炡缓缓点了点头。


"밥 챙겨 먹어요. 간식 같은 걸로 대충 때우지 말고."
"吃饭别忘了。别随便就用点心之类的东西凑合。"

"검사님도…야근 너무 오래하지 말고요."  "检察官…也别加班太晚。"

"갈게요, 저녁에 봐요."  "我走了,晚上见。"

"그때 그거 해줘요."  "到时候帮我做那个。"


 핸드폰을 슬쩍 본 刘知珉이 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렸다. 지금쯤이면 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은 金旼炡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刘知珉瞥了一眼手机,用手指敲了敲门。金旼炡也知道现在应该下去停车场了。


"전에 술집에서 택시 태워서 보낼 때 했던 거요."
"那次在酒吧,让你坐出租车回去的时候做的。"

"취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것까지 기억 하네요."
"你不是喝醉了吗?连这种事都记得啊。"

"안 해주면 점심은 그냥 어제 먹던 프링글스"
"不做的话午饭就只能吃昨天的品客薯片了"

"애도 아니고 진짜…"  "真是的,又不是小孩子…"


 영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손은 흔들어준다. 재미있는 검사님이라니까. 金旼炡은 문이 닫힌 뒤에도 한참 동안 현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기 위해 세컨드를 자처한 刘知珉. 그렇다면 나는 刘知珉이 계속 과거에 붙잡혀 있기를 바래야 하는 건가. 이래저래 답이 보이지 않았다.
虽然不太情愿但还是挥了挥手。真是个有趣的检察官啊。金旼炡在门关上后也在玄关处徘徊了很久。为了忘记前女友而主动成为替代品的刘知珉。那么我是不是该希望刘知珉一直被困在过去呢。无论如何都看不到答案。

 

 

 

 

 

 

 

 

 답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 이쪽이 더 했지만.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한 金旼炡은 재빨리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看不到答案,这其实是我更多的原因。金旼炡确认了出现在屏幕上的名字,迅速拿起手机。


-뭐하고 있어?  -你在干什么?

"나 그냥 집에서…대본 연습 하고 있지."
“我就在家里面......对着剧本练习呢。”

-다행이다 오빠 그 근처인데 잠깐 들를까?
“-那太好了哥哥,我就在附近,可以顺道过来吗?”

"지금 온다고? 우리 집에?"  现在要来吗?来我家?

-점심 같이 먹으면 안돼? 12시에 맞춰서 가려고 하는데
我们不能一起吃午饭吗?我打算 12 点到那里


 모처럼 만에 겹친 휴식기인데 데이트가 뜸하기는 했다. 다음 달이면 태준은 태준대로 영화 홍보로 인해 스케줄이 늘어날 것이고, 저는 저대로 리딩과 촬영준비로 지금보다 바빠질 것이었다. 그것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은 아니었다. 金旼炡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내가 뭐 시켜둘까?
难得遇到两人都休息的时期,约会反而少了起来。下个月泰俊那边因为要宣传电影而日程会变得繁忙,我这边也会因为剧本阅读和拍摄准备比现在更忙。这种事我不可能不在意。金旼炡急忙回答道:"我来点些什么好呢?"


-오빠가 포장해서 갈게. 먹고 싶은 거 있어?
欧巴给你打包带走。你想吃什么?

"점심이니까 그냥…가벼운 거?"  "因为是午饭...吃点清淡的?"

-그래요 샌드위치. 도착하면 전화할게.  -好啊,三明治。到了我给你打电话。

"응…조심히 와."  "嗯…路上小心。"


 전화가 끊기자마자 金旼炡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오늘이 벌써 목요일…너무 오래 있기는 했지. 비로소 현실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마냥 눌러앉아 지내는 것도 민폐이려나. 테이블에 가득 쌓인 대본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金旼炡이 입술은 안으로 말아 물었다. 촬영 들어가면 진짜 바빠질 것 같은데. 같은 게 아니라 집에도 못 들어가고 벤에서 쪽잠 자면서 스케줄 뛰어야 하는데. 그러면 진짜 만날 시간이…없기는 한데. 金旼炡은 대본집 옆에 놓인 디퓨저로 시선을 옮겼다. 그냥 계속 뻔뻔해져? 직접적으로 가라는 말할 때까지는 눈치 줘도 모르는 척 옆에 있어? 역시 답은 나오지 않았다. 
电话一挂断,金旼炡就深深地叹了口气,抬头望着天花板。今天已经是星期四了...待得确实有点太久了。终于有了回到现实的感觉。一直这样赖着不走是不是也给人添麻烦了。金旼炡盯着桌上堆积如山的剧本,咬着嘴唇想着。开拍之后真的会很忙。不,不是会很忙的问题,根本就回不了家,只能在保姆车上打盹,然后继续赶行程。那样的话真的就没有时间见面了...虽然本来就没有。金旼炡的视线转向剧本旁边的香薰。要继续厚着脸皮待着吗?即使她暗示要自己离开,也装作不懂继续留在她身边?果然还是得不出答案。

 한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침실 화장실로 향했다. 디스펜서에 나란히 꽂힌 칫솔 두 개가 유독 눈에 밟혔다. 허전하다는 생각은 하려나. 고작 나흘 같이 있었다고 그러지는 않겠지. 金旼炡은 칫솔을 쥔 채 화장실을 둘러봤다.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바디워시가 바뀐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치약 묻힌 칫솔을 입에 물고 화장실을 나와 침실을 두리번거렸다.당장 가는 것은 아닌데도 마치 다시 오지 않을 곳을 눈에 담듯 벽에 걸린 그림, 창가의 커텐, 스탠드와 향초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Translated Text: 一刻钟也没有闲着去发呆的时间,金旼炡意识到这一点,转身向卧室浴室走去。洗手台上并排放着两支牙刷,分外刺眼。会不会觉得空虚呢。也不会因为才离开四天就这样吧。金旼炡拿着牙刷看了看周围的浴室。像在找不同的图画一样。除了沐浴露换掉了,其她地方没什么大变化。金旼炡咬着沾了牙膏的牙刷离开浴室,走进卧室四下打量。 尽管没说要马上离开,她却像要把这里看个遍,把每样东西都印在眼里一样,仔细地检查着墙上挂的画、窗边的窗帘、床头柜和香薰蜡烛。

 그러다 시선이 멈춰선 곳은 침대 옆 미니냉장고였다. 슬리퍼를 벗고 터벅터벅 걸어온 金旼炡이 조심스럽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 사람은 자주 집에 왔겠지. 그러니까 마시는 생수도 따로 넣어두고, 침대 옆에 있는 냉장고인 걸 보면…金旼炡은 빠르게 머리를 휘젓고 문을 닫았다. 쓸데없는 상상이었다. 화장실로 돌아와 연신 물로 입을 헹구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목소리를 애써 밀어냈다. 유진이. 물론 실패해서 찬물로 몇 번이나 얼굴을 씻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에는 침실 구석에 있던 백팩을 챙겨 거실로 나갔다. 
她的视线最后停留在床边的小冰箱上。金旼炡脱掉拖鞋,拖着疲惫的步伐走过去,小心翼翼地打开冰箱门。那个人一定经常来这里吧。所以才会特意放着饮用水,而且冰箱就放在床边……金旼炡快速摇了摇头,关上了门。这都是无谓的想象。她回到浴室,不停地用水漱口,试图压下脑海中浮现的声音。柳眞啊。当然没能成功,只好用凉水洗了好几次脸。洗完澡换好衣服后,她拿起角落里的背包走到了客厅。

 사서 고생이지, 괜히 찔려서 대본도 도로 가져가고. 헛웃음이 절로 터졌다. 부엌까지 깨끗히 청소한 다음에는 모자를 눌러쓰고 현관으로 향했다. 집주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쫓겨나는 기분이냐.복도 너머의 거실을 바라보다 괜히 백팩도 한 번 뒤적였다. 혹시 챙기지 않은 게 있나, 두고 가는 게 있나. 그러다 두고 가면 좀 어떠나 싶어 슬리퍼를 벗고 운동화에 발을 밀어 넣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점심만 먹고 오면 되는 건데, 잠깐 얼굴만 보고 오면 되는 건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때마침 도착한 택시 뒷좌석에 타면서도 불은 다 껐는지, 보일러는 외출로 돌려놨는지, 현관문은 제대로 닫혔는지를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러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문자를 보냈다. 집에 잠깐 다녀올게요. 아니나 다를까 도착할 때까지도 확인을 안 했다.
自找麻烦啊,莫名心虚还把剧本拿回来。她不禁苦笑。把厨房也打扫干净后,她压低帽子走向玄关。明明房主什么都没说,为什么感觉自己像是被赶出来一样。望着走廊那边的客厅,又无端翻了翻背包。是不是有什么没带,有什么要留下的。转念一想留下些什么又有什么关系,她脱掉拖鞋,把脚塞进运动鞋里。这种说不清道不明的感觉。明明只是去吃个午饭的事,明明只是去看一眼就回来的事。坐电梯下楼时,坐上恰好到达的出租车后座时,她还在反复确认是否关好了灯,是否把暖气调到外出模式,玄关门是否关好。然后解锁手机发了条信息。我回家一趟。果不其然,直到她到达目的地对方都没有确认。

 

 

 

 

 

 

 

 

 

"확인 안 했어?"  "你没确认过吗?"

"오빠가 나온다고? 언제?"  "欧巴要来吗?什么时候?"

"자세한 건 감독님이 작가님이랑 상의해서 말씀해주신대."
"具体细节导演说要和编剧商量后再告诉我们。"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놓칠 뻔 했다. 金旼炡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정태준을 바라봤다. 그는 익숙하게 음료잔을 들어 金旼炡의 입술 가까이로 옮겨줬다. 어영부영 빨대를 문 金旼炡이 음료수를 마시며 정태준에게서 잔을 가져갔다.
差点把手中的三明治掉在地上。金旼炡努力控制着表情看向郑泰俊。她熟练地端起饮料杯,移到金旼炡的嘴边。金旼炡含住吸管喝了一口,从郑泰俊手中接过杯子。


"특출이라서 씬은 많지 않을 거래."
"据说因为很特殊,所以戏份不会太多。"

"나는 왜 작가님한테 그런 말을 못 들었지? 점심 먹을 때도 아무런 얘기 없었는데."
"为什么作家没跟我说这些话呢?吃午饭的时候也什么都没说。"

"감독님이 제안하셨어. 우리 대표님이랑 친구시잖아."
"是导演提议的。她不是和我们代表是朋友吗。"

"아…그래? 오빠는 하겠다고 한 거고?"
"啊...是吗?欧巴是说要做的?"


포장지를 정리하던 정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뭔가 안 내켜 하는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지? 농담인지 알면서도 뜨끔했다.
正在整理包装纸的郑泰俊歪着头笑了。总觉得她有点不情愿,是我的错觉吗?虽然知道是玩笑话,但还是有点刺痛。


"재미있지 않을까? 오랜만이잖아 같이 촬영하는 거."
这不会很有趣吗?我们好久没有一起拍摄了。

"그렇기는 하지. 벌써 3년 전이니까."
"说得也是啊。都已经是三年前的事了。"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화제성 높아져서 드라마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고."
"虽然这话由我说出来有点那个,但这样提高话题度对电视剧的宣传也有帮助。"


틀린 말은 아니다. 정태준은 그만큼 주목받는 배우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복덩이가 제 발로 굴러 들어온 격일 것이다. 게다가 공개 연애 이후 함께 작품을 한 적 없는 배우들을 가장 먼저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작가 감독이 있을까. 金旼炡은 반쯤 남은 샌드위치를 내려두고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这话也没错。郑泰俊就是这样一个备受瞩目的演员。对导演来说,这简直就是一个天降的惊喜。而且,如果能有机会第一个拍摄这对公开恋爱后从未合作过的演员,又有哪个编剧导演会拒绝呢。金旼炡放下吃了一半的三明治,用湿巾擦了擦手。


"더 안 먹어도 돼? 아침도 건너뛰었을 거 아냐."
"你确定不多吃点吗?你肯定也没吃早饭吧。"

"과자 이것저것 주워 먹어서 괜찮아."
零食都吃了点,没事的。

"저녁에는 밥 먹자. 한식으로."  晚上一起吃饭吧,吃韩餐。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는데. 잔을 집으려던 손이 삐끗하고 미끄러졌다. 정태준은 익숙하게 남은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金旼炡의 가까이로 잔을 옮겨줬다.
这真是意料之外。正要端起酒杯的手滑了一下。郑泰俊习惯性地咬了一口剩下的三明治,把酒杯移到了金旼炡身边。


"저녁에?"  "今晚吗?"

"응, 이거 맞춰주고 한 끼 얻어먹으려는데 안 되나?"
"嗯,帮你解决这事然后换顿饭,不行吗?"


그는 장난스럽게 대본을 팔락였다. 갑작스러운 제안은 아니었다. 한 사람이 작품에 들어가면 종종 이런 식으로 만나 연습을 도와주곤 했다. 金旼炡은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정태준의 손에 들린 대본을 쳐다봤다. 검사님도 저녁 시간 맞춰 퇴근은 못 한다고 했으니까…밥만 먹고 헤어지면 되겠지. 고민은 짧게 끝내고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她玩笑般地晃了晃剧本。这并非突然的提议。当一个人接了新作品时,经常会这样见面帮忙练习。金旼炡一边喝着饮料润喉一边看着郑泰俊手中的剧本。检察官也说今天晚上没法按时下班...只要吃完饭就各自回去就好了吧。她很快做出决定,若无其事地笑了笑。


"마음에 안 들면 국물도 없는 거 알지?"
翻译结果: "心里不喜欢也得忍着,知不知道?"

"그럼요, 우리 金旼炡씨 꼼꼼함은 제가 제일 잘 알죠."
当然了,我最了解我们金旼炡xi的细心。

"촬영장에서 오빠 보면 웃길 것 같은데. 무슨 역할인지도 몰라?"
想象在片场看到欧巴的样子一定很有趣。连是什么角色都不知道吗?

"복학생이라는 얘기는 들었어."  听说是复学生。


 ng 엄청 나겠다. 내기할까 누가 더 적게 내나. 진짜 또 까분다 오빠 내 커리어 따라 잡으려면 잠도 못 잔다니까. 나도 장난 아냐 제대하고 연기에 물이 올랐다고 칭찬 엄청 받았어 영화 찍을 때. 해봐? 전혀 쫄리지 않지 나는. 한 번 날 때마다 십만원이다. 김배우님 덕분에 소고기 회식하겠네.
Here is the translation in Simplified Chinese: 她肯定会很艰难。要不要打个赌看看谁的少些。真的,又要被 diss 了哥哥说我的事业追不上她,她根本没时间睡觉。我也不是开玩笑,退伍后我对表演产生了浓厚的兴趣,拍戏的时候受到了很多赞扬。想试试吗?我一点也不害怕。每次有机会我都会努力争取。多谢金演员,可以请客吃烤肉了。

 

 

 

 

 

 

 

 

 

 생각했던 것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어쩌면 저녁을 먹다 2차로 옮겨 술을 마셔서 다행이었다. 대리를 부른 덕분에 집까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었으니. 비록 대본은 집에 두고 왔지만, 그거야 내일 아침이라도 가지러 가면 되는 거고. 택시에 오른 金旼炡은 입에 익은 주소를 기사님에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답장은 역시나 없었다. 22:39 상단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에는 키패드를 꾹꾹 눌러 문장을 완성시키고, 속으로 몇 번 읽어보다 문자를 보냈다. 검사님 퇴근 했어요? 저는 지금 들어가는 중이에요. 혹시 몰라 가는 내내 읽었는지 아닌지를 살펴봤지만 도착할 때까지도 달라지는 문구는 없었다. 
虽然比预想的晚了一些,但还好是吃完晚饭又转场喝酒。多亏叫了代驾,我才能自然而然地说不用送我回家。虽然剧本落在家里了,但明早去取就行了。金旼炡上了出租车后,向司机报出熟悉的地址,然后掏出手机。果然还是没有回复。确认了显示在顶部的 22:39 后,她按着键盘完成了句子,在心里读了几遍后发送了短信。检察官下班了吗?我现在正在回家。一路上她都在不时查看对方是否已读,但直到到家为止,短信状态都没有任何变化。

 집에 있으면 답장은 보내줬을 것 같은데 진짜로 아직까지 일하고 있나. 택시에서 내린 다음에는 전화도 걸어봤다. 공동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통화 연결음은 끊기지 않았다.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 것도 착각일 뿐이었나 싶었다. 하긴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평소랑 다르고 어쩌고를 내가 판단해. 金旼炡은 닫힘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계기판을 올려다봤다. 숫자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현관문으로 걸어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그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저를 맞이하는 건 차분하고 적막한 어둠뿐이었다. 신발장 간접등에 의지하여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如果在家的话应该会回复我的,难道真的还在工作吗。从出租车下来后也打了电话。从大门到电梯的路上,通话铃声一直没有断开。开始觉得是不是自己看错了她的状态不好。话说回来,见面时间那么短,我又怎么能判断她是否跟平时不一样呢。金旼炡按下关门键,抬头看着电梯显示屏。数字不快不慢地变化着,没过多久紧闭的门就打开了。走到家门口输入了门锁密码。拉开门把手,从门缝中挤进去。果不其然,正如所料。迎接她的只有沉静寂寥的黑暗。借着鞋柜的间接照明脱下鞋子,走进了屋内。

 거실에 다다른 金旼炡은 버튼을 하나씩 눌러 조명을 켰다.쓰고 있던 모자는 벗어 소파에 내려뒀다. 일단 티비부터 틀어두고 손을 씻기 위해 거실 화장실로 향했다. 부엌을 지나쳐서 복도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걸어가다가 멈춰섰다. 잘못 봤나 싶어 눈도 비볐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식탁으로 다가갔다. 설마 이거 주려고 집까지 왔다 갔다고?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건 깔끔히 포장된 박스였다. 金旼炡은 핸드폰 잠금을 풀고 최근 통화목록을 살피다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을 눌렀다. 이번에도 연결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벨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벨소리? 핸드폰을 고쳐잡은 金旼炡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식탁을 벗어났다. 거실 언저리를 한참 동안 배회하다가 우뚝 멈춰섰다. 방금 전까지 울렸던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金旼炡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금 刘知珉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연결음과 함께 벨소리가 들려왔다. 
金旼炡走进客厅,一个一个按下按钮开灯。她把戴着的帽子脱下放在沙发上。先打开电视,然后朝客厅的卫生间走去洗手。经过厨房,沿着走廊向右走…突然停了下来。以为看错了还揉了揉眼睛。像着了魔似的走向餐桌。难道是为了给这个才特意来家里的吗?桌上孤零零地放着一个包装整齐的盒子。金旼炡解锁手机,查看最近通话记录,按下最上面的名字。这次又是连续的拨号音。仔细听的话,似乎能听到微弱的铃声…铃声?金旼炡重新握好手机,环顾四周离开了餐桌。在客厅附近徘徊了好一会儿,突然停住了。因为刚才的铃声消失了。金旼炡歪着头,又给刘知珉打了个电话。这次也是伴随着拨号音传来了铃声。

 거실을 지나 복도 끝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침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은 역시나 어두웠고, 金旼炡은 그곳에서 홀로 빛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가며 침대로 다가갔다. 어설프게 말린 이불을 살펴보기 위해 뻗었던 손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야근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한데.
我小心翼翼地走过客厅,来到走廊尽头。卧室门半掩着。里面照例是漆黑一片,我很容易就发现了唯一的亮光。我尽量放轻脚步,走向床边。我原本伸手要查看那团笨拙摊开的被子,手却僵在半空。幸好她没有加班,不然我就惨了。

金旼炡(배우)  金旼炡(演员)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끊기지 않은 벨소리가 거슬렸는지 이불 속에서 나온 새하얀 손이 화면을 몇 번 두드리다, 아예 베개 밑으로 핸드폰을 넣어뒀다. 집에 와 있었구나. 자고 있어서 답장을 못하고, 전화를 못 받은 거구나. 신발을 내가 왜 못 봤지. 핸드폰을 쥔 金旼炡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金旼炡 맞지, 배우도 맞고.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이불 더미를 지켜보던 金旼炡은 쓰게 웃으며 침실에서 빠져나왔다. 
这话倒也没错。似乎是被持续的铃声打扰到,被子里伸出一只雪白的手拍了几下屏幕,干脆把手机塞到了枕头底下。原来在家啊。因为在睡觉所以没法回信息,接电话。我怎么没看见鞋呢。金旼炡握着手机的手垂了下来。是金旼炡没错,演员也没错。看着被子有规律地起伏,金旼炡苦笑着离开了卧室。

 그리고는 원래 하려고 했던 것처럼 거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왔으며, 식탁에 있던 박스는 냉장고에 넣어뒀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봤다. 볼륨을 작게 해놔서 저 사람이 왜 웃고, 왜 울고, 왜 화를 내는지는 알지 못했다. 집에 잘 도착했냐는 태준의 카톡에 답장을 하고 나서는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검사님 바보네. 그렇게 저장해놨다가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떡하려고. 배우 金旼炡이 누구냐고 물어 보면 어떡하려고. 속으로 삼키는 한숨이 쓰리기만 했다.대본을 가지고 오지 않은 터라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일찍 자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金旼炡은 누웠다가도 몸을 일으켜 등받이에 기대 앉고, 그러다가 다시 모로 누워 쿠션을 끌어안았다. 
然后她就像原计划那样去客厅的洗手间洗了手,把餐桌上的盒子放进了冰箱,坐在沙发上看电视。因为音量调得很小,所以不知道电视里的人为什么笑,为什么哭,为什么生气。回复了泰俊发来的"到家了吗?"的 kakao 消息后,就一直无所事事地摆弄着手机。但是,检察官真是个傻瓜啊。这样存着名字要是被别人看到该怎么办。要是有人问演员金旼炡是谁又该怎么办。心里暗自叹息,感到一阵苦涩。因为没有带剧本回来,也没什么特别要做的事。但也不想这么早就睡。金旼炡躺下又坐起来靠在椅背上,然后又侧身躺下抱着靠垫。

 뒤숭숭한 마음만큼 채널도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못하고 분단위로 바뀌었다. 철지난 영화에서부터 당장 어제 나왔던 드라마와 몇 년전에 유행한 예능까지.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한 金旼炡은 리모컨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배우라고 굳이 붙여둔 걸 보면 연락처에 다른 金旼炡도 있다는 거겠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잔상을 좀처럼 지워내지 못해서 그런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金旼炡을 몇 명이나 아는 건지, 그 중에서 나는 몇 번째인지, 혹시라도 저장된 이름을 바꿀 마음은 전혀 없는 건지. 당연히 그 중 무엇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할 것이었다. 
心绪不宁的感觉让她无法将频道固定在一处,每分钟都在不停切换。从过时的电影到昨天才播出的电视剧,再到几年前流行的综艺节目。金旼炡对这些都提不起兴趣,只是不断摆弄着遥控器。既然特意标注了"演员",说明通讯录里应该还有其她叫金旼炡的人吧。或许是因为挥之不去的残影,思绪开始不断延伸:她认识几个金旼炡,在其中我排第几,她是否完全没有改变保存名字的想法。当然,这些问题都不可能说出口。

 배 위에 리모컨을 올려둔 金旼炡이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살펴봤다. 태준 오빠도 이런 감정을 느껴서 조금만 다정하게 바꿔 달라고 했던 건가. 그러면 진짜 반성해야 되네 나. 金旼炡은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다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웃기지도 않은 반성이기는 했다. 그걸 1년이 지나서야, 세컨드 하는 사람 집에서 하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여러모로 최악의 여자친구였다. 연거푸 한숨을 내쉬던 金旼炡이 벌떡 일어나 소파를 벗어났다.
把遥控器放在肚子上的金旼炡掏出手机查看联系人。泰俊欧巴也是因为有同样的感受,才让自己变得温柔一点吗?这么说的话,我真该好好反省了。金旼炡望着雪白的天花板,嗤笑着摇了摇头。这种毫无意义的反省真是可笑。都过了一年了,还是在约炮对象家里做这种反省。自己确实是个糟糕透顶的女朋友。接连叹了几口气的金旼炡猛地从沙发上站了起来。

씻고 나오면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질까 싶어 드레스룸에서 옷을 챙겨 거실 화장실로 향했다. 이와중에 혹여나 물소리 때문에 깰까봐 침실은 못 갔다. 잠은 푹 자야지, 월요일부터 야근했고 어제는 회식…도 갔다 왔으니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갈피를 잃은 눈동자도, 바짝 마른 입술도,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의외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金旼炡은 수증기로 가득한 화장실을 빠져나와 부엌으로 걸어갔다.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고 냉장고를 열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정말 놀라서 까무러칠 것이었다. 
她洗完澡出来,想着洗完澡会不会让脑中的无聊想法消失,就从更衣室拿了些衣服走向起居室的洗手间。她害怕水声会吵醒对方,所以没敢去卧室。应该睡个好觉,从星期一开始加班,昨天还应酬了...所以很累。这是她第一次见到这样的模样。迷茫的眼神,干裂的嘴唇,乱蓬蓬的头发。没想到她竟然难以隐藏自己的情绪,这让她很不习惯。这也意味着她当时心境很糟。金旼炡从蒸汽氤氲的洗手间里出来,走向厨房。她从净水器里取水喝,然后打开冰箱。她真没想过会陷入这种困境。如果父母知道这件事,肯定会大吃一惊。

 내일 아침에는 뭘 해줘야 될까라니. 안을 훑어보다 괜스레 상자를 툭툭 건드렸다. 내내 신세 지는 게 미안해서 식사를 차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말끔하게 비워내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래서 요리를 배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귀찮아도 끼니는 거르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어렴풋 이해했다. 저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明天早上该给她做什么呢。她扫视着冰箱内部,无意识地碰了碰盒子。一直麻烦她感到过意不去,所以才准备了饭菜。不过看着她把饭菜吃得干干净净的样子,突然明白了为什么要学做饭。也模糊地理解了妈妈那句'再麻烦也不要漏掉一顿饭'的唠叨。虽然不知道对一个比自己大五岁的人产生这种感情是否恰当。

뭐라도 하면 얹혀 지낸다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도리어 다른 감정으로 마음은 더더욱 무거워져 갔다. 평소였다면 하나 꺼내 맛을 봤을 텐데 저녁을 먹고 2차까지 갔다 와서 그런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배도 부르고, 씻고 나오기도 했고, 시간도 늦었고. 金旼炡은 냉장고 문을 닫은 뒤에 거실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볼륨을 조금 높이고 채널을 고정했다. 
本以为做点什么能减轻寄人篱下的负担感,但看来还是失败了。反而因为其她情绪,心情变得更加沉重。平时的话,她会拿出一个来尝尝,但可能是因为吃完晚饭又去了第二摊的缘故,现在却提不起兴致。肚子也饱了,刚洗完澡,时间也不早了。金旼炡关上冰箱门后回到了客厅。这次她把音量调高了一些,固定在一个频道上。

 드라마를 보는 동안 대화창에는 새로운 말풍선이 차근차근 쌓여 갔다. 새로운 약속이 잡혔다. 어차피 대본을 가지러 집에 가야 했으니 내일 보자는 답장을 보냈다. 보고 싶다는 문장에는 울먹이는 이모지를 덧붙였다.
看电视剧时,聊天窗口里逐渐堆积起新的对话气泡。新的约定被敲定了。反正也要回家拿剧本,就回复说明天见面吧。在"想见你"那句话后面,加上了一个哭泣的表情符号。

[헤어지기 싫다]  我不想分开

-갑자기?-오빠 진짜 취했어?  突然?哥哥你真的喝醉了吗?

[아니 그런 헤어지는 거 말고]
[不是说那种分手的事]

[오늘도 내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거지]
[是想今天明天都一直在一起]

[시간 맞춰서 만날 필요 없이 계속]
[无需按时见面就可以持续]

-난 또 뭐라고ㅋㅋㅋㅋ  我又该说什么呢ㅋㅋㅋ

-그런데 서른은 넘어야 하지 않아? 아직 어리잖아 오빠나 나나
"可是不是要过了三十岁才行吗?无论是哥哥还是我都还年轻呢"

[나이가 중요한가 너랑 나랑 좋으면 그만이지]
[年龄重要吗,你我觉得好就行]

[군대 문제 해결했고]  [解决了兵役问题]

[이제는 신인도 아니고]  [现在也不是新人了]

[모아놓은 돈도 있고]  【存了点钱】

-金旼炡은 여전히 연기에 욕심이 많고
金旼炡对表演仍然充满渴望

-정태준도 해외진출 하고 싶다고 했고
郑泰俊也说她想进军海外

-한참 활동하는 와중에 결혼 소식 알리면 팬들은 실망할 거고
如果在事业正当红的时候宣布结婚消息的话粉丝们会很失望

[술이 확 깬다 旼炡아]  [酒一下子醒了,珉秀啊]

-알면 잘 해  知道了就好好做

 [나도 사랑해요]  我也爱你

-잘자  晚安

[옆에서 듣는 날도 오겠지  这里是对原文的中文翻译: 也会有能在你身边聆听的那一天

]올 거야.  她会来的。


"…아마도."  "...大概吧。"


 답장을 보내자마자 핸드폰을 치웠다. 같이 살고 싶다는 말에 이렇게까지 감흥이 없을 수가 있나. 金旼炡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왼쪽 손목을 눌렀다. 맥박이 차분한 속도로 뛰고 있었다.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오늘도 깨닫게 됐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리고 리모컨을 손에 쥐었다. 메뉴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있었다. 적당히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으니 여기에서 나가는 건…대충 계산해보다 티비를 껐다.
发完回信就收起了手机。对于一起住的提议竟然能如此无动于衷。金旼炡用右手食指和中指按压左手腕。脉搏以平稳的频率跳动着。今天又一次认识到,有些领域仅凭努力是无法企及的。她用手掌拍了拍脸,拿起遥控器。按下菜单键查看时间,不知不觉已过了午夜。约好睡个懒觉起来一起吃早午饭,所以从这里出发的话...她边粗略计算着边关掉了电视。

지금쯤이면 자야 했다. 쿠션을 정리하며 핸드폰을 챙긴 金旼炡은 간접등을 제외한 조명을 모두 내리고 조심스럽게 침실로 걸어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있는 刘知珉을 바라보며 베개를 툭툭 털었다. 나름 인기척을 냈는데 돌아보지도 않았다. 결국 어깨 즈음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살짝 흔들었다. 검사님 옆으로 조금만 가봐요. 대답은 없었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어 있는 침대 공간을 눈으로 대충 가늠해보고 일단 매트리스에 앉았다. 잠버릇이 험한 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했다. 어제는 평소보다 뒤척이기는 했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등을 토닥여주고 말았는데. 겨우 다리를 뻗은 金旼炡은 刘知珉이 전부 가져가버린 이불을 천천히 끌어왔다.
Here is the translation in Simplified Chinese: 这会儿早该睡了。整理好抱枕,拿上手机,金旼炡关掉除了夜灯之外的所有灯,小心翼翼地走进卧室。看着把被子拉到头顶的刘知珉,她拍了拍枕头。她试图弄出些动静,但刘知珉却一个转头的反应都没有。最后,她轻轻推了推大概是肩膀的位置。办案官,您稍微往边上让让。依旧没有回答。这么一来搞不好会掉下去。她大致用眼神判断了一下空荡荡的床的位置,先坐到了床垫上。记得她的睡相不是特别糟。虽然昨晚确实比平时辗转反侧更多,但有正当的理由,她给刘知珉顺了顺背。金旼炡勉强伸直了腿,慢慢地拉过刘知珉完全占据了的被子。


"…왔어요"  "...来了"


 나쁜짓을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흠칫 놀랐다. 金旼炡은 쥐고 있던 이불을 놓으며 되물었다. 깼어요? 잠꼬대였는지 한참 지나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옆을 내려다보던 金旼炡은 다시금 이부자리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她像个被当场抓住做坏事的人一样吓了一跳。金旼炡放下手中的被子,追问道:“醒了吗?还是说梦话?”过了好一会儿,还是没有回答。金旼炡看了看旁边,又开始整理刘知珉的被窝。


 "보냈는데…"  “发过去了......”


진짜 잠꼬대야? 金旼炡이 누우려다 말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검사님. 묵묵부답이었다. 별 일이 다 있다고 여기며 刘知珉이 덮은 이불을 정리했다. 
"真是梦话吗?金旼炡正要躺下,又看向刘知珉。知珉检察官。没有回答。金旼炡以为她在胡说,整理刘知珉盖上的被子。


"…문자요"  "…短信"

"네?"  "什么?"


이번에는 아예 몸을 기울여서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는지 들어라도 보려고.
这一次她整个人都靠了过去,把脸凑得很近,想要听听她们在说些什么。


"왜 들어왔냐고…"  "问我为什么进来…"

"……"  ……

"문자…못 봤어요?"  "没看到短信吗?"


뒤척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이불을 붙잡은 金旼炡은 천천히 아래로 손을 내렸다. 감추어져 있던 얼굴은 그제야 드러났다. 쌕쌕거리는 숨소리도, 갈아입지 않은 옷도. 아래에 있던 이불을 다시 끌어 올리려다가 그마저도 힘에 부친지 손을 놓고 몸을 웅크린다.
辗转反侧后深深叹了口气。抓着被子的金旼炡慢慢把手放了下来。藏着的脸这才显露出来。急促的呼吸声,还有没换下的衣服。想把下面的被子重新拉上来,但似乎连这点力气都没有了,松开手蜷缩着身子。


"…나가서 자요"  "…我去外面睡"

"검사님."  "检察官。"

"밤에 추우니까…보일러 틀고"  晚上冷的时候...记得开暖气

"…검사님."  ...检察官。

"그러게 왜 들어와요…그냥 집에서"  “那为什么要进来啊......干嘛不在家里呆着”

"刘知珉 검사님."  "刘知珉检察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겨우겨우 눈을 뜨고 저를 올려다봤다.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미처 닿기도 전에 손이 밀쳐졌다. 힘이라고는 조금도 실려 있지 않았으나 그대로 밀려나 이불로 떨어졌다. 다 갈라진 목소리와 불규칙한 호흡, 붉게 달아오른 뺨까지. 한숨을 삼킨 金旼炡이 刘知珉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뜨거웠다.
眼皮颤抖着。勉强睁开眼睛,抬头看着我。金旼炡小心翼翼地动了动手。但是,还没来得及碰到,手就被推开了。虽然用不上什么力气,但还是直接被推开,掉在被子上。嘶哑的嗓音,不规律的呼吸,通红的脸颊。金旼炡叹了口气,把手放在刘知珉的额头上。烫得厉害。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  “你这状况持续多久了?”

"…퇴근하고."  ...下班后。

"그게 몇 시인데요."  “现在几点啊?”

"8시였나…"  “8 点吧...”


 문자 봐요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 나. 휙하고 고개를 돌린 刘知珉이 손을 더듬어 이불을 움켜쥐었다. 金旼炡은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려주며 되물었다. 문자 보냈어요? 대꾸할 기운도 없는지 고개만 느릿느릿 끄덕였다. 서랍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잠금을 풀고 바로 문자를 확인했다.
看了信息,具体时间已经记不清了。刘知珉猛地转过头,摸索着抓住了被子。金旼炡一边把被子拉到她的脖子处,一边反问道。发信息了吗?她似乎连回应的力气都没有了,只是慢慢地点了点头。金旼炡拿起放在抽屉上的手机,解锁后立即查看了信息。

[집에 잠깐 다녀올게요]  [回家很快就回来]

[검사님 퇴근 했어요? 저는 지금 들어가는 중이에요]
您检察官已经下班了吗?我现在正在进入中

그 사이에는 말풍선이 없었다. 몇 번을 확인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핸드폰을 옆으로 치운 金旼炡은 刘知珉의 어깨를 흔들었다. 누구한테 보냈어요 문자. 刘知珉은 뒤늦게 대답했다. 金旼炡. 그럴리 없었다.
对话框里是空的。反复确认了好几遍也没有变化。金旼炡把手机放到一边,摇了摇刘知珉的肩膀。你给谁发短信了。刘知珉迟迟才回答。金旼炡。这不可能。


"어떤 金旼炡."  "金旼炡"

"…미안한데 내가 지금 장난 받아줄"
"…抱歉,我现在不能开玩笑"

"金旼炡 배우 맞아요?"  "请问您是演员金旼炡吗?"


 제 핸드폰 옆에 놓여져 있는 것을 들고 刘知珉에게 건넸다. 잠금 풀어요. 화면을 몇 번 만지던 刘知珉이 이불로 핸드폰을 던졌다. 金旼炡은 그것을 손에 든 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몸살이래요 심한 건 아닌데 옮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서 자요.
我拿起放在手机旁边的东西递给刘知珉。解开锁屏。刘知珉点击屏幕几下后就把手机扔到了被子上。金旼炡拿着手机,手指开始移动。说是感冒了,虽然不严重,但可能会传染,所以今天就在家里睡吧。


"8시 27분에 보냈네요."  "在 8 点 27 分发过来的。"

"……"  ……

"金旼炡, 41기."  "金旼炡,41 期。"

"……"  ……

"아프지 말래요 金旼炡이."  "她说了不要难过,金旼炡。"

"……"  ……

"뭐하는 거에요 이게?"  "你在干什么?“


 날이 선 목소리가 절로 튀어 나갔다. 이렇게 정신이 없을 정도로 아팠으면서, 그 와중에 보낸 문자가 집에 오지 말라는 거였다. 金旼炡은 던지듯 서랍 위로 핸드폰을 치워뒀다.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刘知珉은 잔뜩 인상을 쓰며 이불을 걷어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金旼炡이 입술을 물었다 놓으며 대답했다. 저는 41기 金旼炡이 아니라서 검사님한테 문자 받은 적 없다고요. 刘知珉은 매트리스를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어디 있어요. 뭐요. 핸드폰이요.金旼炡은 서랍 위에 엎어져 있는 것을 가져와 刘知珉에게 건넸다. 화면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刘知珉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刺耳的声音不由自主地冲出来。 尽管痛得神智不清, 这时候却发信息叫她不要回家。金旼炡 将手机丢在抽屉上发出闷响。 刘知珉皱起眉头,把被子掀开。 那是什么声音。 金旼炡咬着嘴唇回答道,我不是第 41 期的金旼炡,没收过检察官的信息。 刘知珉扶着床垫勉强坐起身来。手机在哪?怎么回事? 金旼炡将翻倒在抽屉上的手机拿给刘知珉。 刘知珉盯着屏幕看了好一会儿,用手掌抹了把脸,重重地叹了口气。


"그래서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요."
"要是你没来的话该怎么办啊。"

"……"  ……

"아니 애초에 진짜로 내가 안 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你真以为我本来就不会来吗?"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갔다.
金旼炡抢过了刘知珉手中的手机。


"약이라도 사다 달라고 했어야죠. 오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검사님 바보에요?"
"应该说去买点药来的,而不是叫我别来。检察官大人是笨蛋吗?"

"병원 갔다 왔는데 뭐하러 그래요."
"刚去了一趟医院,干嘛这样啊。"

"갔다 왔는데도 상태가 이러냐고요."  "都已经去过医院了,状态还是这样。"

"몸이 이따위인걸 나보고 어떡하라고요."  Here is the translation: "让我这样的身体,你要我怎么办啊。"


이겨먹을 기운은 남아 있었나 보다.
看来胜利的决心还剩下一点。


"말을 꼭 그렇게 해야 돼요?"
"非得这么说话吗?"

"나한테 뭘 바라는 거에요 도대체."
“您到底想从我这里得到什么?”

"바라면 들어주기는 해요?"  "许愿的话会实现吗?"

"들어줄 수 있는 걸 말해요."
说说你的愿望是什么。


마른 기침을 콜록이던 刘知珉은 金旼炡이 가져간 핸드폰을 빼앗듯 낚아챘다. 잠시 닿은 살결마저 뜨거웠다. 
刘知珉干咳一声,像是要抢回金旼炡拿走的手机一样抓住了它。即使只碰到了一瞬,肌肤相触的地方也灼热非常。


"어떡할 거에요."  "我们该怎么办呢?"

"…뭐를요."  "...什么意思?"

"누구든 나가서 자야 될 거 아냐"
"任何人都必须出去睡觉,不是吗?"


끝까지 이런 식이었다. 정작 원하는 건 뭔지도 모르면서, 알면서도 모른척 할 거면서. 
到最后都是这样。明明不知道自己真正想要什么,即使知道也要装作不知道。


"내가 가면 화낼 거잖아요."  "我要是走的话你会生气的。"

"그걸 말이라고 해요?"  "这也叫说话吗?"

"그럼 나가요, 쓸데없이 고집부리지 말고."
"那就出去吧,别无谓地固执了。"


 刘知珉은 이불을 끌어올리며 등을 지고 누웠다. 金旼炡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렸다. 바닥을 딛고 서서 刘知珉을 내려다보고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로 나타났을 때는 침대를 빙 돌아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손에 든 것은 눈과 이마 사이에 대충 올려두고 다시 본인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刘知珉이 몸을 돌려 金旼炡을 쳐다봤다. 金旼炡은 본 척도 않고 스탠드 조명을 껐다.
刘知珉拉起被子转身躺下。金旼炡看着她这样子,把腿从床上放下。踩在地板上站起来俯视着刘知珉,然后迈步离开。没过多久她回到卧室时,绕过床走到另一边。她把手里拿着的东西随意地放在眼睛和额头之间,然后回到自己的位置。刘知珉转身看向金旼炡。金旼炡假装没看见,关掉了落地灯。


"옮아도 검사님한테는 간호해달라는 말 절대 안 해요."
"就算生病了也绝对不会让检察官照顾我。"

"그게 문제가 아니라"  "这不是问题所在"

"아프면 집으로 갈 거라고요 저도."
"我也说过如果疼的话就回家。"

"金旼炡씨."  "金旼炡xi。"

"걱정한 내가 등신이지 진짜…"  "担心的我简直是个二百五…"


 더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헤드에 기대 앉은 金旼炡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마치 제게 허락된 위치는 딱 이정도라고 확인시켜 주는 것만 같았다. 배우 金旼炡. 허탈했다. 그래도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착각일 뿐이었다는 거다.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겨우 삼켜내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넘실거리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해서, 저러다 밤새 앓으면 어쩌나 싶어서,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도 거짓말인 것 같아서, 약은 제대로 챙겨 먹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끝끝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가 그저 한심할 따름이었다. 
再也听不到声音了。靠在床头的金旼炡转过头看向另一边,咬着嘴唇。仿佛在提醒自己,这就是自己被允许停留的位置。演员金旼炡。感到虚脱。本以为已经稍微靠近了一些,却原来这也只是错觉而已。努力吞下即将脱口而出的叹息,紧紧抓住被子。手心里残留的温度依然清晰,担心她会整夜发烧,怀疑她去医院的话也是谎言,无法确认她是否按时吃药,最终无法离开床铺的自己,只觉得可悲至极。

 집에 오지 말라는 문자나 받아놓고, 고집부리지 말라는 소리나 들어 놓고. 진짜 잘한다 金旼炡.미처 참을 새도 없이 손등에 눈물이 떨어졌다. 급하게 눈가를 닦아낸 金旼炡은 터져 나오려는 서러움을 꾸역꾸역 속으로 밀어냈다. 조용히 숨을 고르려고 했지만, 다시금 손등으로는 뜨거운 물기가 닿았다. 의지와 무관한 현상이었다. 미처 닦을 새도 없이 연달아 물방울이 맺혔다. 이불을 치워낸 金旼炡이 몸을 움직여 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렸다. 급한대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눈물이 타고 흐른 자국이 남아 있는 뺨을 손바닥으로 대충 쓸어내리고 세면대 앞에 섰다. 왼쪽으로 레버를 완전히 돌린 뒤에 쏟아지는 냉수을 손으로 받고, 찰랑이는 물 속에 얼굴을 묻었다.
收到叫自己别回家的短信,听到让自己别固执的话。你真行啊金旼炡。还没来得及忍住,泪水就已经落在手背上。金旼炡急忙擦了擦眼角,强行把快要爆发的委屈往心里压。她试图平静地调整呼吸,但滚烫的泪水又一次落在手背上。这是无法控制的生理反应。泪珠接连不断地涌出,来不及擦拭。金旼炡掀开被子,移动身体,将腿放下床。她匆忙走进洗手间并锁上门。用手掌草草擦过还留有泪痕的脸颊,站在洗手台前。将水龙头开关完全转向左边,接住喷涌而出的冷水,将脸埋进晃荡的水中。

 잠깐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달아오른 눈가를 지워내기 위해 金旼炡은 몇 번이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나중에는 얼굴은 멀끔해진 반면 손끝이 붉게 변해 있었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낸 다음에는 찬찬히 숨을 골랐다. 핸드폰만 챙겨서 거실로 가자. 머릿속으로 서너 번 연습을 해보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시작부터 계획은 완전히 어긋났다.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한 刘知珉은 매트리스 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물소리 때문에 깼나. 金旼炡은 마른침을 삼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她暂时抬头看向镜子。为了消除发红的眼眶,金旼炡一遍又一遍地往脸上泼冷水。到最后,脸虽然变得干净,但指尖却变得通红。用毛巾草草擦干水渍后,她慢慢地调整呼吸。只带上手机去客厅吧。在脑海中演练了三四遍后,她小心翼翼地打开门。从一开始计划就完全落空了。本以为会在睡觉的刘知珉正坐在床垫边上低着头。是因为水声而醒的吗。金旼炡咽了咽口水,向前迈出一步。

  벽을 더듬어 화장실 불을 끄고 나서는 서랍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했다. 뺨에 닿는 시선은 모르는 척 무시하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저 그냥 나가서 잘게요. 그 말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다시 발걸음을 뗐다. 정확히는 떼려고 했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왼쪽 손등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기어코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쓰린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摸索着墙壁关掉洗手间的灯后,朝着抽屉走去。尽可能镇定地行动着。无视贴在脸颊上的视线,拿起了手机。我就出去睡吧。只留下这句话,再次迈开脚步。准确地说是想要迈开,却动弹不得。因为终究还是发现了贴在左手背上的创可贴。不由得叹了口气。


"얘기 좀 해요."  "我们谈谈吧。"

"내일 해요. 검사님 지금 몸도 별로 안 좋은"
"明天吧。检察官现在身体也不太好。"

"이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데."
"那接下来我该怎么做才对呢。"


金旼炡이 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비로소 눈빛이 맞닿았다. 刘知珉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고 말을 이어갔다.
金旼炡悄悄地吞了口唾沫。终于四目相对了。刘知珉短暂地吸了口气又呼出来,接着说道:


"모른척 하고 그냥 내보내요?"  就这样装作不知道放她走吗?

"……"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안아요?"
"什么都不说就抱我吗?"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에서 물기가 아른 거릴수 있었을까. 목소리는 더없이 무미건조한데, 표정은 감정 하나 없이 메말라 있는데. 金旼炡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실은 그럴 수 없었다.
那深邃的眼眸中真的能泛起水光吗?声音如此平淡无味,表情却干涩得没有一丝感情。金旼炡没有轻易回答。事实上,她无法回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될까요. 어떻게 해야 좀…나아질까요 누구든. 나는 이제 모르겠으니까 金旼炡씨가 말해 봐요."
"到底该怎么办呢。要怎么做才能…变得好一点呢。现在我已经不知道了,金旼炡xi你来说说看吧。"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刘知珉이…나는 그냥 刘知珉을……핸드폰을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我并不是想这么做的。只是刘知珉…我只是对刘知珉……握着手机的手不自觉地攥紧了。


"아파요. 아픈데…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好疼。很疼……但我却什么都做不了。"

"……"  ……

"그냥 나는……같이 안 아팠으면 싶은 거에요…솔직히 이런 모습 보이기도 싫고요."
"我只是……不想让你也跟着难过……说实话,我也不想让你看到我这个样子。"

"……"  ……

"왜 자꾸 바닥까지 알려고 해요…"
"为什么总是想要探究到底……"


 나도 감당 못하는 걸 들여다봐서 어쩌겠다고. 刘知珉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엉성하게 제 손목을 감싼 손가락을 내려다보던 金旼炡은 침대 가까이로 바짝 다가갔다. 刘知珉의 머리가 기대는 것처럼 몸에 닿았다. 金旼炡이 붙잡히지 않은 손을 그 위로 조심스럽게 올려뒀다. 머리결을 타고 내려간 손은 어깨에 얹혀졌다. 지금도 이렇게 몸이 뜨끈뜨끈한데,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건데, 누구인지 확인할 정신도 없이 문자를 보냈는데. 출근하기 전에 했던 말은 용케 기억하고 케이크를 사왔다는 거다. 다정한 거야 아니면 미련한 거야. 金旼炡이 어깨를 다독이던 손을 옮겨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편한 옷 가져다 줄게요. 刘知珉은 金旼炡의 손목을 놓지 않고 한참 뒤에야 고개를 가로저었다. 
明知自己无法承受却还要深究到底是为什么。刘知珉叹了口气,低下头。金旼炡看着松松地握着自己手腕的手指,靠近床边。刘知珉的头靠在了她身上。金旼炡小心翼翼地把未被抓住的手放在她头上。顺着头发滑下的手停在了肩膀上。现在身体还这么热,却穿着原来的衣服躺在床上,连确认是谁的意识都没有就发了信息。上班前说的话却清楚地记得,还买了蛋糕回来。这是温柔还是执着呢。金旼炡把抚摸着肩膀的手移到衬衫纽扣上,一边摆弄着说道:我去拿舒服的衣服给你。刘知珉没有放开金旼炡的手腕,良久才摇了摇头。


"…병원에서는 뭐래요."  "……医院怎么说?"

"……"  ……

"약은 어디에 있어요."  "药在哪里。"

"……"  ……

"누워 있어요. 어지러울 거 아냐."
"躺下吧。你会头晕的。"


훤히 드러난 목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어느 하나 뜨겁지 않은 곳이 없었다. 金旼炡은 제 손목을 위태롭게 붙잡고 있는 손을 끌어 허리춤에 올려뒀다. 안아요. 刘知珉이 고개를 들고 金旼炡을 바라봤다.
用手掌覆上裸露的脖颈,每一处都是滚烫。金旼炡将那只危险地抓着她手腕的手拉下来放在腰间。"抱我。"刘知珉抬头注视着金旼炡。


"알겠으니까 안아달라고요. 안 물어볼거니까, 궁금해하지도 않을 거니까 안아줘요 그냥."
"我知道了,所以抱我吧。我不会问的,也不会好奇的,所以就这样抱着我吧。"


손가락을 접어 옷자락을 쥐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金旼炡이 한 손으로 어깨를, 다른 손으로 머리를 감으며 刘知珉을 끌어안았다. 허리춤에 올려진 손가락은 잠깐 움찔거리다 어색하게 옷자락을 붙잡았다. 이렇게 아플 거면 다음부터는 회식 가지 마요. 刘知珉은 변함없이 묵묵부답이었다.
手指蜷缩着抓住衣角。即便如此仍然难以移动。最终等不及的金旼炡用一只手揽住肩膀,另一只手抚着头将刘知珉抱在怀里。搭在腰际的手指微微颤抖着,笨拙地抓住了衣角。既然会这么痛苦,以后就别去聚餐了。刘知珉依然沉默不语。


"부탁하는 거 아니에요."  "这不是在求你。"

"……"  ……

"나라고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겠냐고요."
"你以为我想看到这种场面吗?"

"…미안해요."  "…对不起。"


고작 한다는 말이 그게 전부다. 누구에게도 내키지 않은 사과였을 것이다. 金旼炡은 마른 한숨을 삼키고 품 안에 가두는 것처럼 刘知珉을 바짝 끌어당겼다. 차라리 옮고 싶었다. 열병이 됐든 몸살이 됐든 미련이 됐든. 지금 이순간 만큼은 전부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을까 싶었다. 金旼炡이 뒤로 물러나 刘知珉을 내려다봤다. 이것만 다시 적셔 올 거니까 누워 있어요. 그리고는 베개 근처에 떨어져 있는 수건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미지근한 물을 틀어두고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그 사람은 알기나 할까 저렇게 힘들어 하는지. 
想道歉就道歉,这就是全部了。对任何人来说,这都不是一个开心的道歉。金旼炡深吸了一口气,仿佛要把刘知珉牢牢锁在怀里。她更想把刘知珉整个人搂在怀里。不管是发热还是身体不舒服,抑或是离不开。此刻她想把一切都带走。也许这样就会少一些痛苦。金旼炡后退一步,低头看着刘知珉。我再帮你清理一下,你就躺着别动。然后她拿起了枕头边上的毛巾,走向了浴室。她打开了温水,用手掌轻轻按压着眼角。她自己知不知道,自己有多痛苦。

 레버를 아래로 누르고 손에 바짝 힘을 줘서 수건의 물기를 짰다. 주제넘은 참견이지만 그 사람만큼은 몰랐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됐다. 따뜻해진 수건을 챙긴 金旼炡은 침실로 돌아와 刘知珉의 앞에 섰다. 누워 있으라니까 말도 안 듣고. 단추를 반쯤 풀어 셔츠를 옆으로 젖혀뒀다. 얼굴과 목, 훤히 드러난 어깨를 차례로 닦아주고 나머지 단추도 끝까지 풀어냈다. 바스락거리며 셔츠가 아래로 떨어졌다.
Here is the translation in Simplified Chinese: 把手柄向下按,用力握住毛巾擦干水渍。虽然这不是我该管的事,但还是希望她别知道这件事。金旼炡拿着暖和的毛巾回到卧室,站在刘知珉面前。让她躺下结果也不听话。解开了一半的衬衫扯到一边,露出脸、脖子和整片的肩膀,依次为她擦拭,然后把剩下的扣子也全部解开。衬衫嘶拉嘶拉地滑落下来。


"이제 누워서 안아줘요."  现在躺下来抱抱我吧。

"…그러다 진짜 옮아요."  "...小心真的会传染的。"

"이대로 키스하기 전에 침대에 눕기나 해요. 검사님이야 말로 고집부리지 말고."
我们俩就这么躺在床上先接吻怎么样?检察官nim,别再犟嘴了。


마음 같아서는 진작 이불에 돌돌 말아서 자리에 눕혔겠지만, 맥없이 늘어진 刘知珉을 온전히 제 힘으로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환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金旼炡은 차게 식은 수건을 서랍 구석으로 치워두고 먼저 刘知珉의 반대쪽으로 걸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베개 뒤에 자리를 잡고서는 손바닥으로 옆을 두드렸다. 刘知珉이 고개를 돌려 金旼炡을 쳐다봤다.
要是按她的心意,早就把人裹进被子里躺好了,但是要完全靠自己的力气照顾瘫软无力的刘知珉实在是不现实。这意味着需要病人的配合。金旼炡把已经变凉的毛巾收到抽屉角落,先绕到刘知珉的另一边,坐在床边。她在枕头后面找好位置,然后用手掌拍了拍身边。刘知珉转过头看向金旼炡。


"빨리 와요 누구 덕분에 나도 피곤해요 진짜."
"快点来啊,还不都是因为你,我也累死了,真的。"


이불을 만지작거리더니 느작거리며 몸을 움직여 위로 올라왔다. 먼저 누워 이불 속으로 들어간 金旼炡이 제 옆으로 다가온 刘知珉에게 꼼꼼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팔을 벌려 다가갔다. 그러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제게로 안겨든다.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거면 된 거지. 그 이상을 바라는 건 내 욕심일 뿐이잖아. 씁쓸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초라한 진심은 걱정 아래에 은밀히 감춰뒀다.
她摆弄着被子,慢慢地挪动身体爬了上来。先躺下钻进被窝的金旼炡给爬到自己身边的刘知珉细心地盖好被子,张开双臂靠近她。即便什么都没说,对方也投入了自己的怀抱。这时她终于能松一口气闭上眼睛。是啊,这样就够了。想要更多只是我的贪心罢了。虽然苦涩,但这是无法否认的现实。所以那点可怜的真心被小心翼翼地藏在了担忧之下。

 

 

 

 

 

 

 

 

 

약을 먹기는 먹은 모양이었다. 짝다리를 짚은 채 비딱하게 문에 기댄 金旼炡은 차마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출근 준비를 마친 刘知珉이 어깨죽지를 툭툭 털어내고 뒤를 돌았다. 드레스룸 입구에 서 있는 金旼炡을 확인하고서는 스타일러에서 자켓을 꺼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다. 일어났네요. 간밤을 꿈으로 착각할 만큼 멀쩡한 모습이었다. 金旼炡이 刘知珉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얕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골반 틀어져요 그러다. 저건 또 무슨 소리일까 싶다.
金旼炡似乎已经吃了药。她两腿交叉,僵硬地倚在门上,甚至说不上话来。准备好出门的刘知珉拍了拍肩,转过身来。看到站在更衣室门口的金旼炡,她若无其事地说道:起床了啊。看起来一切正常,完全感觉不到昨晚发生过什么。金旼炡上下打量刘知珉,发出浅浅的笑声。我的骨盆崩了,这又是什么意思呢?我很好奇。


"다리 길이 달라지면 척추랑 관절 망가지고, 피로도 쉽게 쌓여서 부종 생겨요."
"腿长不一会导致脊椎和关节受损,而且容易疲劳导致水肿。"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요?"  "就只有这点话要说吗?"


 답지 않게 망설인다. 입술도 달싹이다가, 혀로 그 입술을 축이다가 괜히 딴청을 피우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她犹豫着,没有给出正面回答。嘴唇翕动着,舌头舔湿干燥的嘴唇,闪烁其词地回避着我的目光,这样回答道。


"어제는 미안했어요. 아파서 이래저래 경황이 없고"
"昨天真是对不起。我身体不适,稍显狼狈......"

"병원에서는 뭐라고 했냐니까요."  "医院怎么说?"

"몸살이요. 원래 환절기 지날 쯤에 한번씩 크게 앓아요. 미안해요 신경 쓰게 해서."
"感冒发烧。每到换季的时候我都会病一场。抱歉让你担心了。"

"약은요."  "药呢?"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된대요."  "早晚吃就可以了。"

"출근해도 되는 거 맞아요?"  "可以上班了吗?"

"네, 덕분에 열도 떨어졌고 몸도 많이 나아졌어요."
"是的,多亏了您,我的烧退了,身体也好多了。"


 문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고 앞으로 걸어갔다. 刘知珉의 앞에 멈춰선 金旼炡은 오른손을 들어 이마에 올려뒀다. 확실히 어제와 달리 적당한 체온이 손바닥을 맴돌았다. 이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손이 제 이마를 덮었다. 혹시라도 아프면 말해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대답할 뻔했다.
她从门上挪开身子,向前走去。在刘知珉面前止住脚步后,金旼炡抬起右手放在额头上。明显跟昨天不同,适度的体温包裹住她的手掌。接着,不大不小的手掌覆上了她的额头。如果不舒服一定要说。她差点脱口而出回答。


"아침은 그냥 둬요. 어제 빵집 사장님이 챙겨준 샌드위치 있어서 그거 먹으면 돼요."
"早餐就别管了。昨天面包店老板准备了三明治,吃那个就行。"

"……"  ……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뭐가 맛있는지는 몰라서 그냥 제일 인기 많다는 걸로 샀어요."
"我听说这很出名,不过不知道味道怎么样,就买了最热门的那个。"


 金旼炡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金旼炡默默地点了点头。


"고마워요 매번."  “谢谢你每次。”

"……"  ……

"괜찮으면 점심 같이…"  “如果方便的话,中午一起吃饭吧......”

"……"  ……

"약속 있나 보네요."  “看来你有约了。”


 순간 숨을 잘못 삼키고 말았다. 사레가 들려 연신 마른 기침을 콜록이는 金旼炡의 등을 刘知珉은 부드럽게 쓸어줬다. 어떻게 알았을까. 金旼炡은 차마 묻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刘知珉은 드레스룸 밖으로 빠져나갔다. 멍하니 앞만 바라보던 金旼炡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는 익숙한 자켓이 걸쳐져 있었다. 부엌 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제가 찾던 이가 금방 시야에 들어왔다. 냉장고를 뒤적인다. 우유를 꺼내 잔에 따르고 식탁에 올려뒀다. 건조대에서 그릇을 꺼낸 뒤에 샌드위치를 그 위에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부엌을 벗어나서 거실로 걸어왔다. 
那一刻她不慎呛到了。刘知珉轻轻抚摸着因呛咳不止的金旼炡的背。她是怎么知道的呢。金旼炡没敢问出口,只是咽了咽口水。这时刘知珉已经走出了衣帽间。呆呆地望着前方的金旼炡终于回过神来,跟着走向了客厅。沙发上搭着一件熟悉的外套。转头望向厨房,她要找的人立刻映入眼帘。她在翻冰箱。倒了杯牛奶放在餐桌上。从沥水架上取出盘子,把三明治放在上面。然后离开厨房走向客厅。

 이따가 먹어요. 요리에 관심 없어서 해줄 만한 게 없네요. 가끔 야근할 때 동기가 사다 주는데 저는 맛있게 먹었어요. 자켓을 챙겨 들며 하는 말은 그랬다. 손에는 접시에 올려진 것과 똑같은 포장지가 들려 있었다. 출근하기 전에 경찰서 잠깐 들러서 자료 좀 받아가야 해서요.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묻지 못한 질문에 대해 선수쳐서 대답을 해줬다.
等会儿再吃吧。因为对做饭没什么兴趣,能给你做的东西不多。同事加班的时候偶尔会买来,我觉得挺好吃的。她一边拿起外套一边这样说着。手里拿着和盘子里一样的包装纸。我得在上班前先去趟警察局拿些资料。仿佛读懂了她的心思一般,抢在她发问之前就给出了答案。

백팩을 어깨에 걸치고 현관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어제보다 확실히 가벼워 보이기는 했다. 저 역시 슬슬 외출 준비를 해야 됐다. 그래야 늦지 않게 집에 도착할 거고, 저를 데리러 온 태준에게 다른 곳에서 자고 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테니까. 하물며 갑작스럽게 잡은 약속도 아니었다. 이미 어젯밤에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며 연락을 마쳤다. 오늘만큼은 선후관계가 분명했다. 거짓말이라는 게 들킬까봐 제게로 향한 눈빛을 물러나지 않고 받아냈다. 꾹 다문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背着背包走向玄关的背影比昨天确实看起来轻松许多。我也该准备出门了。这样才能按时到家,不会让来接我的泰俊发现我在别处过夜的事实。况且这也不是临时约定的见面。昨晚就已经确定好时间地点结束联系了。至少今天的前因后果很清楚。为了不让谎言被识破,我直视着投向我的目光毫不退缩。紧闭的嘴唇慢慢张开。


"먹고 싶은 거 있어요?"  想吃什么吗?

"그냥 밥이면 돼요."  随便吃点饭就行。

"알겠어요. 시간 맞춰서 나와요."  好的。按时出来哦。


刘知珉은 가방끈을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봤다. 놓아야 된다는 것은 저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이상하게 자꾸 허튼 욕심이 생기고 만다.
刘知珉低头看着抓着包带的手。她也知道应该放手。但是真的,莫名其妙地总是会生出一些不该有的贪念。


"지검 앞으로 가면 돼요?"  去检察院前面就可以了吗?

"…네?"  "……什么?"


 다 알면서 물어봤다. 식당에서 바로 만날 거고, 밥만 먹고 바로 헤어져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슬리퍼만 발로 툭툭 찼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적당히 따스한 온기가 손등을 감싸고, 그와 동시에 입술에는 부드러운 촉감이 닿았다. 刘知珉이 살짝 힘을 주면 가방끈을 잡고 있던 손은 아래로 떨어졌다. 金旼炡은 멀어지려는 刘知珉의 셔츠를 붙잡아 제 몸쪽으로 바짝 이끌었다. 달래는 것처럼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기를 서너 번 반복한 다음에야 金旼炡은 뒤로 물러났다.
明明都知道却还要问。明知道要直接在餐厅见面,吃完饭就得分开。所以这次只是装傻,用脚踢踢拖鞋。感觉嘴里干得发涩。温暖的触感包裹着手背,同时嘴唇也感受到柔软的触碰。刘知珉稍稍用力,抓着包带的手便垂了下来。金旼炡抓住刘知珉想要远离的衬衫,将她紧紧拉向自己。像是在安抚一般,双唇轻轻相触又分开,重复了三四次后,金旼炡才后退。


"12시 10분 쯤에 와요. 그때는 점심시간이라서 사람 많이 없을 거에요."
"大概 12 点 10 分来。那时候是午餐时间,人不会很多。"

"……"  ……

"모자는 안 돼요. 수상한 복장이면 앞에서 붙잡아요. 내가 로비에서 기다리기는 할 건데, 혹시라도 어떻게 왔냐고 누가 물어보면 刘知珉 검사랑 약속 있다고 해요."
"不要戴帽子。如果打扮可疑的话会在前面被拦下来。我会在大厅等你,如果有人问你是怎么来的,就说跟刘知珉检察官有约。"


언제 잡았는지 모를 손은 여전히 겹쳐진 채였다.
不知何时牵起的手依然交叠着。


"도시락 시킬 거에요."  "我要订便当。"

"…네?"  "……什么?"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안에서 먹자고요. 金旼炡씨만 괜찮다고 하면."
"哪儿也别去了,就在里面吃吧。如果金旼炡xi觉得可以的话。"

"안이 어디…"  "这里面是哪里啊..."

"제 사무실이요."  "我的办公室。"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나 괜찮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름 잡힌 셔츠를 정리해줬다.
虽然稍微考虑了一下,但确实没有不行的理由。金旼炡点点头,整理了一下褶皱的衬衫。


"갈게요, 들어가서 쉬어요."  "我走了,进去休息吧。"

"운전 조심히…하구요. 이따가 봐요."  "开车小心……一会儿见。"

"네, 정문에 도착하면 전화해요."  "好的,到正门的时候我会打电话。"


사실 이런 대화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나이가 나이인 터라 역할을 맡아본 적도 없었다.그러니까 보통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도 그렇고 연인보다는 한 집에 사는…결혼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金旼炡은 신발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비척이며 걸어가다가 복도 한복판에 멈추어 서서 침실 쪽을 빤히 쳐다봤다. 지금 일어났으려나. 먹은 것도 없는데 체한 것처럼 명치가 답답해졌다.
说实话,这样的对话让她感到陌生和尴尬。以她这个年纪,还从未扮演过这样的角色。通常来说,无论是在电视剧还是电影里,与其说是恋人,更像是住在同一个屋檐下的...已婚的...直到听见门关上的声音才回过神来。在想什么不着边际的事情呢。金旼炡用力地把头撞在鞋柜上,自言自语着。蹒跚着走了一会儿,在走廊中央停下来,直直地望着卧室的方向。她现在醒了吗。明明什么都没吃,却觉得胸口堵得慌,就像消化不良一样。

 

 

 

 

 

 

 

 

 

 말마따나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나가던 몇몇이 힐끔거리면서 쳐다보기는 했지만 굳이 눈길을 주지 않고 출입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는 배우 金旼炡이 아니라, 배우 金旼炡을 닮은 사람을 봤다고 여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방송국 근처도 아니고, 카메라도 없고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로 가리지도 않고 당당하게 얼굴을 내놓고 다니기 때문에 긴가민가하다 연예인은 아닐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正如所说,这里行人寥寥。虽然有几个路人偷瞄了几眼,但也没有特别在意就走进了入口。一般在这种情况下,人们更倾向于认为看到的不是演员金旼炡本人,而是一个长得像她的人。毕竟这里既不是电视台附近,也没有摄像机,她又没戴帽子或口罩,而是光明正大地露着脸走来走去,所以人们会觉得狐疑,最终得出这不是明星的结论,继而各走各的路。

 얼떨떨한 쪽은 도리어 金旼炡이었다. 인식기에 직원증을 찍고 저를 안으로 이끄는 모습은 여느 날처럼 자연스러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괜히 긴장해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다들 밥 먹으러 가서 안에 아무도 없어요. 눈치 빠른 刘知珉은 제 뒤에 있는 金旼炡을 돌아보고서는 직원증을 목에서 빼서 바지 주머니 안에 넣어뒀다. 살면서 이런 곳을 몇 번이나 와볼까. 金旼炡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刘知珉을 따라갔다.
反倒是金旼炡显得有些不知所措。刘知珉像往常一样自然地在识别器上刷了工作证,将她带进了办公室。乘电梯上楼时,她紧张得只是不停地摆弄手指。"大家都去吃饭了,里面没有人。"眼力见儿很好的刘知珉回头看了看身后的金旼炡,把工牌从脖子上取下来放进了裤子口袋里。这样的地方这辈子能来几次呢。金旼炡四处张望着跟在刘知珉身后。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직원증을 벗어 바지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몸을 내린 金旼炡을 대신하여 도시락 포장을 뜯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오는 행동은 역시나 자연스럽고 익숙해 보였다. 金旼炡이 젓가락을 받아들며 물었다. 자주 사무실에서 먹어요? 刘知珉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종이컵 옆에 내려뒀다. 
刚一进办公室就把工牌摘下放进裤子口袋,然后坐在了椅子上。替坐在对面的金旼炡拆开便当盒包装,去饮水机接水的动作看起来都很自然熟练。金旼炡接过筷子问道,经常在办公室吃饭吗?刘知珉摆弄着手机,然后把它放在纸杯旁边。


"점심에 아주 바쁘거나, 야근하는데 밖에 나가서 먹기 귀찮으면요."
"午饭时特别忙,或者加班的时候懒得出去吃就会在这吃。"

"이건 뭐에요."  "这是什么啊。"


金旼炡이 젓가락으로 건너편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려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태연히 대답했다. 타이머요.
金旼炡用筷子指了指对面。泰妍转头看了看手机屏幕后平静地回答道:"是计时器。"


"…왜요?"  "...为什么?"

"사람들 오기 전에 나가야 오해를 덜 받겠죠."
"在别人来之前离开,可以减少误会。"


무슨 오해냐고 묻기도 전에 刘知珉은 돈까스를 집어 金旼炡의 입 가까이로 가져다댔다.
还没来得及问是什么误会,刘知珉就把炸猪排递到了金旼炡嘴边。


"저랑 공적으로 엮이면 좋은 말 나올리가 없거든요."
"跟我扯上公事的话,不会有什么好话传出去的。"

"…그거는 또 왜요."  "...这又是为什么。"

"누가 봐도 수사 관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도박, 약물, 탈세, 스폰서 기타 등등. 사랑스러운 주제는 아니잖아요."
谁看了都会觉得是和调查有关的事吧?赌博、毒品、逃税、赞助以及其她等等。这些可都不是什么令人愉快的话题。


 팔 아파요. 마지막에 덧붙이는 문장은 장난스러운 엄살이 섞여 있었다. 金旼炡은 刘知珉을 빤히 바라보다 젓가락으로 돈까스를 낚아챘다.
胳膊好痛。最后加上的这句话里带着几分玩笑的撒娇意味。金旼炡直直地盯着刘知珉,用筷子夹起了炸猪排。


"우리도 공적인 거에요 지금?"  现在我们这也是公事吗?

"사적이죠, 다소 지나칠 정도로."  这是私事,而且有点过头了。

"그러데 왜요."  那为什么呢。

"남들한테 사생활을 들키고 싶지는 않거든요.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我不想让别人知道我的私生活。也不想让别人看到。

"만약에요, 밖에서 저 만나면 모르는 척 할 거에요?"
如果在外面遇到我的话,你会假装不认识我吗?

"그럴 일이 있을까요."  "怎么会有这种事呢。"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했잖아요."  所以我才说是假设嘛。


그래도 고민하는 척은 해줬다. 金旼炡은 대답을 기다리며 제 몫의 음식을 찬찬히 비워냈다. 어느덧 刘知珉의 도시락은 반쯤 사라져 있었다. 종이컵이 테이블에 내려졌다.
她还是装作在认真思考的样子。金旼炡一边等待回答,一边慢慢吃完了自己那份食物。不知不觉间,刘知珉的便当也吃掉了一半。纸杯被放在了桌上。


"해야 돼요?"  这里是英文到简体中文的翻译: “必须要做吗?”


젓가락이 멈췄다.  筷子停了下来。


"원하면 그렇게 하고요."  "如果你想要的话就那样做吧。"

"안 원하면 아는 척 해줘요?"
如果不想要,就当不认识吗?

"갈 때 아이스크림 사갈까? 냉장고에 몇 개 안 남았던데."
回去的时候要不要买冰淇淋?冰箱里没剩几个了。


배우는 내가 아니라 저 쪽이 해야 된다. 지금 당장 데뷔한다고 해도 신인상은 거뜬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该做演员的不是我而是那边那位。就算现在马上出道,也感觉能轻松获得新人奖。


"아니면 뭐…일찍 들어와요 저녁은 旼炡씨가 좋아하는"
"要不然的话...早点回来吧,晚饭就做旼炡你喜欢的"


金旼炡은 숟가락으로 밥을 가득 퍼서 刘知珉의 입에 넣어줬다. 당황도 하지 않고 받아 먹으며 어깨만 으쓱이는 刘知珉을 이길 재간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金旼炡用勺子盛了满满的饭送到刘知珉嘴边。看着刘知珉毫不慌张地接着吃,还只是耸了耸肩,她实在是找不到任何办法能赢过对方。


"그런 아는 척이겠냐고요. 누가 들으면 진짜 오해"
“怎么可能知道这种事。被别人听到会误会的。”

"있는 대로 했는데?"  "我已经尽力了?"

"하지마요."  "别这样。"


 말은 얼마나 잘 듣는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덧 20분이 지나갔다. 텅 빈 용기를 정리하던 刘知珉이 金旼炡에게 눈짓했다. 다 먹은 거 맞아요. 그래도 3/4는 비워냈는데 어딘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종이컵을 구겨 비닐봉투 안에 넣는다. 金旼炡은 刘知珉을 거들어 젓가락을 부러트리고 물티슈로 테이블 말끔히 닦아냈다. 이것만 버리고 올게요 구경하고 있어요. 뭐를요. 서류랑 복사기? 아무 말이나 해본 거죠. 아무래도 그렇네요. 金旼炡이 사무실을 나서는 刘知珉을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刘知珉은 문을 살짝 열어두고 밖으로 사라졌다.
她点点头说自己很会倾听别人说话。不知不觉已经过去 20 分钟了。刘知珉整理好了空容器,朝金旼炡使了个眼色。全吃完了吧。虽然剩下 1/4 没吃干净,但她用不太开心的表情把纸杯揉成一团扔进塑料袋里。金旼炡扶着刘知珉站起来,把筷子折断扔掉,然后用湿纸巾把桌子擦得很干净。“我去扔这个垃圾,你在这里看着就行。”“看什么啊,文件和复印机吗?”“胡说八道,你自己知道的。”金旼炡目送刘知珉走出办公室,摇了摇头。刘知珉把门开了个小缝就消失了。

 우두커니 서서 의자를 만지작거리던 金旼炡은 책상 가까이로 자리를 옮겼다.허리까지 올라오는 서류를 손가락으로 쓰윽 훑어보다 야트막한 탄식을 내뱉었다. 이래서 새벽까지 야근을 하는구나. 심지어 바닥에는 책상 높이만큼 쌓인 종이더미가 서너 개 있었다. 金旼炡은 찬찬히 사무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출입문 근처 나란히 놓인 책상 위에도 마찬가지로 서류가 가득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刘知珉 책상에 올려져 있는 사무실 전화기는 잠잠했다. 혹시 몰라 다른 직원의 자리를 확인했으나 그쪽 역시 불빛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진동으로 해둔 제 핸드폰은 미동도 없이 조용했으니 남아 있는 것은. 
林玟智站在原地仔细摸着椅子,将位置移到桌子附近。她用手指草草翻过堆到腰部的文件,无奈地叹了口气。原来是为了通宵加班啊。地板上甚至摞着和桌高一样高的纸堆,有好几个。林玟智开始慢慢检查办公室。进门附近并排放着的桌子上也都堆满了文件。就在这时,突然电话铃声响了起来。刘知珉桌上的办公室电话没有动静。为了以防万一,她查看了其她同事的位置,但那边也没有亮灯。自己设定为振动模式的手机平静无声,那么响个不停的就只能是......

 金旼炡은 테이블 구석을 덩그러니 차지한 핸드폰을 바라봤다. 놓고 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벨소리가 뚝 끊겼다. 옷걸이에 걸린 자켓을 한 번 쓸어보고 창 밖을 내다보는데 어깨 너머로는 다시금 벨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이번에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金旼炡은 뒤를 돌아 잠시 고민했다. 혹여나 중요한 연락이면 어쩌나 싶었다.금방 들어오겠지 하는 마음이 반, 가져다 줘야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그러다 후자로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져서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지만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건. 
金旼炡看着桌子角落里孤零零的手机。原本以为是落下的,但铃声突然就断了。她抚摸了一下挂在衣架上的夹克,正望向窗外时,肩膀后面又传来了铃声。这次甚至持续了相当长的时间。金旼炡转身犹豫了一会儿。要是是重要的联系该怎么办呢。一半觉得她马上就会回来,一半觉得是不是该帮忙拿过去。然后心里稍微倾向于后者,便朝桌子走去。伸手就能够到,但却连尝试都不敢。因为这是。

 기분이 조금 많이 이상했다. 저렇게 저장할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니까, 그럼에도 저는 金旼炡 배우였으니까. 겨우 한숨을 내쉰 金旼炡은 핸드폰을 테이블 쪽으로 뒤집어놨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벨소리가 멈췄다. 유진이. 헤어진 여자친구와 과연 어디까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다 알고 시작했다고 해도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과거는 정말 과거일 뿐인가. 그 과거가 끊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 그걸 과거라고 볼 수 있는 건가. 金旼炡은 투명한 케이스가 끼워진 핸드폰을 멀거니 내려다보다 의자에 앉았다. 刘知珉은 진짜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도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 있구나. 金旼炡은 손에 쥐고 있던 제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두고 화면을 두드렸다. 영화 본 다음에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아닌가. 저녁 먹고 영화 보기로 했었나. 
心情有点不太对劲。再次意识到原来还能那样保存,但我毕竟是演员金旼炡。金旼炡长叹一声,把手机翻扣在桌子上。铃声仿佛是有意般停了下来。有真啊。突然好奇和分手的女友到底能维持多近的关系。耳边回响着说还留有很多眷恋的声音。即使是明白一切才开始的,心里难受还是在所难免。过去真的只是过去吗?如果说那个过去没有断开,一直延续到现在的话,那还能说是过去吗?金旼炡呆呆地望着套着透明保护壳的手机,坐在了椅子上。刘知珉明明什么都没做,就那样静静地待着,却能让人变得如此愚蠢。金旼炡把手中的手机放在桌上,点了点屏幕。看完电影后约好要吃晚饭来着...还是说是吃完晚饭再看电影来着?

 잠금을 풀고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예약했다며 태준이 보낸 사진을 꼼꼼히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刘知珉이 나타났다. 가요 택시 잡아줄게요. 金旼炡은 말없이 일어나 刘知珉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전화가 왔었다는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무실을 나서 복도를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출입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解锁后进入聊天室。仔细确认了泰俊发来的订位照片后抬起头。伴随着关门声,刘知珉出现了。走吧我帮你叫出租车。金旼炡默默地站起来把手机递给刘知珉。关于有电话打来的事并没有特意提起。准确地说,从离开办公室,走过走廊,乘电梯下楼,一直到走出大门,她都没有开口。

 앞서 걷는 刘知珉도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계단을 내려오고 주차장을 지나 정문에 다다를 때까지 본인에게 아는 척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인사만 건넸다. 택시를 잡아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심히 가요. 검사님도 들어가요. 한 마디씩 주고 받은 뒤에 문을 닫았다. 어딜 가냐고 묻는 기사님에게 익숙한 주소를 부르고 시트에 기대 시간을 확인했다.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고, 겸사겸사 나간 김에 카페에 가서 테이크 아웃해오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도 같았다. 피곤하니까 샷은 추가해야 되겠지. 金旼炡은 눈을 감았다.
先走的刘知珉似乎也没有什么要说的,从楼梯走下来,经过停车场,到了正门时,只是对认识她装出一副熟悉样子的人们客套地打了招呼。叫了出租车上车的时候也一样。小心开车。检察官您也请上车。互道一句后,就关上了门。司机问要去哪里,她报出熟悉的地址,靠在座椅上看了看时间。到了之后打算先去药店买些消化药,正好也可以去咖啡店外带一杯,时间差不多就可以了。有点累,还是要加双份浓缩咖啡吧。金旼炡闭上了眼睛。











"우리 헤어져?"  "我们分手吧?"

 건네받은 셔츠를 걸치던 金旼炡이 멈칫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태준은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든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음 말을 가만히 기다렸는데, 상대방 또한 대답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그저 눈만 깜빡인다. 金旼炡은 모자를 반듯하게 정리해주고 왼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들고 있는 콘을 입 가까이에 가져다 대도 먹지 않고 저만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金旼炡이 가볍게 헛웃으며 태준의 입술에 아이스크림을 묻혔다.
正穿着递过来的衬衫的金旼炡停顿了一下,转过头。郑泰俊双手拿着冰淇淋望着她。觉得那又是什么意思,静静等待下文,但对方似乎也在等待回答,只是眨着眼睛。金旼炡把帽子整理好,接过了左手的冰淇淋。怎么会变成那样呢。把手中的甜筒拿到嘴边却不吃,只是低头看着。金旼炡轻笑着把冰淇淋蹭到泰俊的嘴唇上。


"녹기 전에 드세요."  "在融化之前吃吧。"

"旼炡아."  "旼炡啊。"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니까 그러네."
"我只是好奇才问的,你看你这样。"


 괜한 말을 꺼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 金旼炡은 비어 있는 정태준의 왼손을 잡아 단단하게 깍지를 꼈다. 그럼에도 축 쳐진 눈꼬리는 좀처럼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녹아서 손이 끈적해지는 건 싫었는지 아이스크림은 단번에 먹어 치우고 입을 꾹 다물었다.장난스럽게 모자를 툭툭 건드려도 웃지 않고 고개만 가로저었다. 결국 金旼炡이 까치발을 들어 그를 끌어 안았다. 
后知后觉地意识到说了不该说的话。环顾四周的金旼炡握住了郑泰俊空着的左手,十指紧扣。尽管如此,她耷拉的眼角依然没有丝毫上扬的迹象。可能是不喜欢融化后手变得黏糊糊的感觉,她一口气吃完了冰淇淋,紧紧地抿着嘴。即使调皮地碰了碰她的帽子,她也没有笑,只是摇了摇头。最后金旼炡踮起脚尖抱住了她。


"그게 왜 궁금하지 金旼炡은…"  "为什么要好奇那个呢,金旼炡…"


 성까지 붙이는 걸 보면 정말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무릎을 굽히며 제 어깨에 기대어 왔다. 아이스크림이 묻지 않게 최대한 피하며 정태준의 등을 토닥였다.
看她连姓都加上了,看来是真的很失望。这时她弯下膝盖,靠在了我的肩膀上。我尽量避免弄脏冰淇淋,一边轻轻拍着郑泰俊的背。


"누가 물어봐서 그래. 헤어진 애인은 어떻게 저장해야 되냐고."
"有人问我该怎么保存前任的联系方式。"

"그러면 바로 번호 삭제해야지."  "那就应该马上删掉号码。"

"나쁘지 않게 헤어졌을 수도 있잖아."
“我们本可以分手得体面一些的。”


 어깨에 올려뒀던 얼굴을 떼고 金旼炡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지워내지 못한 서운함과 의아스러움이 한데 섞여 있다.
金旼炡放下搭在肩膀上的脸,双眼中的怨怼与疑惑交织在一起,注视着她。


"좋은데 왜 헤어져?"  “我们在一起很好,为什么要分手?”

"좋은데 헤어진 게 아니라 싸우고, 상처주고 이렇게 말고 서로 편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는 그런 거 아닐까."
“如果分手不是因为吵架和伤害对方,而是因为两人都能心平气和地送别,岂不是更好吗?”


 역시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건 이상해. 金旼炡은 거의 다 녹아서 흘러내리기 직전인 아이스크림을 한 입에 삼키고 손을 탈탈 털었다. 정태준은 그런 金旼炡을 지켜보다 대뜸 팔을 벌렸다. 익숙하게 품에 안긴 金旼炡이 깜깜함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她一脸难以理解的表情。我自己也觉得那很奇怪。金旼炡一口吞掉了已经快融化的冰淇淋,抖了抖手。郑泰俊一言不发地看着她,然后突然张开手臂。熟悉地抱住金旼炡,金旼炡抬头望着漆黑的夜空。


"난 헐리웃 못 갈 것 같아 旼炡아."
“我好像走不进好莱坞了,Min 炡呀。”

"나랑 친구도 못 하겠네."  "看来你连跟我做朋友都不行啊。"

"농담으로도 그런 말은 하지마…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开这种玩笑也不要说...真的以为心都要掉了。”

"심장은 그렇게 쉽게 떨어지지 않아 오빠."
"内心没那么容易放下的,欧巴。"

"이 타이밍에서 꼭 그래야겠어?" 
"在这个时候非要这样吗?"

"이름으로 저정하는 게 그나마 무난한 건가. 旼炡이, 이렇게."
"用名字来保存比较合适吧。旼炡啊,就这样。"

"그렇게 바꿀 거야? 태준이로? 너는 뭔가 정태준이라고"
您好,我无法直接翻译未知语言。请提供源文本的语言,以及需翻译成的目标语言。谢谢

"아니 당연히 날려야지."   "当然要灭了她们啊。"


 정태준은 먼저 뒤로 물러나서 金旼炡을 쳐다봤다. 저건 서운함이다. 누가 배우 아니랄까봐 감정이 지나치게 풍부했다.金旼炡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郑泰俊首先往后退了一步,注视着金旼炡。那是失落的神情。不愧是演员,感情表现太过丰富。金旼炡带着尴尬的笑容向她走近。


"태준이로 해줘?"  "叫我泰俊好吗?"

"하트는 빼지마."  "别忘了加爱心。"

"헤어졌는데 어떻게 그래."  "都分手了怎么还这样。"

"성을 붙이고 하트는 건드리지마."  "戴上姓氏但别动那颗心。"

"정태준, 괄호 열고 배우 괄호 닫고 하기전에 조용히해."
郑泰俊,左括号与演员右括号在行动前请保持安静。

"그건 너무 정이 없잖아 친구도 그렇게 저장 안 하겠다!"
"这也太冷淡了吧,就连朋友都不会这么存号码!"


 친구는 아니니까 그렇게 저장했나보다.정태준에게 팔짱을 끼며 앞으로 걸어갔다.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그는 슬쩍 팔을 빼고 金旼炡의 어깨를 감쌌다. 그런데 旼炡아. 金旼炡이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그를 올려다봤다. 불러놓고도 한참동안 말이 없던 정태준은 셔츠를 만지작거리다 다시 운을 뗐다. 旼炡이 너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金旼炡도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아니 없어. 이후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라고 여겼었다. 어느덧 사귄지 3년이나 됐으니 숨소리만 들어도 익숙하고 편안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金旼炡은 혀로 입술을 쓸었다. 요즘은 그 또한 섣부른 착각이 아니었나 되돌아 보곤 했다.
朋友才不是,所以才这样存的吧。金旼炡搭上胳膊,跟在前面走着。并肩迈步时,她悄悄把手抽了出来,搂住金旼炡的肩膀。但是旼炡啊。金旼炡歪着头斜眼看她。叫了半天不说话的郑泰俊摸着衬衫,又开口道,旼炡你想过这样的事吗?金旼炡也停顿了一下,回答说,没有啊。之后谈话就此中断。沉默并不尴尬,以前一直以为这样的关系不需言语就很熟悉很舒服的。明明已经交往三年了,呼吸声都那么习以为常。金旼炡用舌头舔了舔嘴唇。最近才意识到,那也许只是自己的臆想和武断吧。


"다음주가 첫 리딩이라고 했지?"  "下周是首次读书会,是吗?"

"응, 오빠도 시사회 다음주 아니야?"
是啊,欧巴的试映会不也是下周吗?

"시간 빠르다 진짜…곧 있으면 촬영 들어가겠구나. 지방 촬영도 꽤 많다며 이번에는."
时间过得真快啊...马上就要开始拍摄了。听说这次外地拍摄的场景很多。

"바다는 실컷 볼 것 같아."
看来能看够大海了。


 공원을 한바퀴 빙 돌고나서 벤치에 앉았다. 金旼炡은 트랙을 따라 산책하는 강아지를 구경하다 사진을 찍었다.旼炡아. 응. 내일은 뭐할까. 그냥 집에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언제 올 거야. 오늘 원래 보기로 했던 시간에.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깜빡할 게 따로 있지 약속을 두번 잡으면 어떡해. 그런 일 없을 거야 이제 걱정마. 나는 언제라도 너 볼수 있으니까 크게 상관 없기는 한데 다른 사람은 그게 아니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오른손은 정태준의 손바닥 안에 들어가 있었다.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꾹꾹 눌러주는 손길에는 나긋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悠悠然在公园里转了一圈后,坐在长椅上。金旼炡逛到跑道边,看着沿着小道散步的小狗,拍了几张照片。旼炡啊。嗯?明天要做什么呢?应该就呆在家里吧。我也是。你什么时候来?约好的时间来。对不起嘛这么说。我这种健忘的人,如果两次订下约会怎么办?不会发生那种事的,别担心了。我随时都能见到你,所以我没大问题,不过别人可不一定这样想。点了点头。不知不觉间,右手已经握在定俊的手掌心里。用手指轻轻按压,像在按摩一样,充满了温暖的爱意。


"속은 좀 괜찮아?"  “你的腿还好吗?”

"걸었더니 한결 나아졌어."  走了走,感觉好多了。

"오늘 만났다는 사람이 그때 그 언니라고 했나? 강 변호사님 후배라던?"
“你今天见的那个人是之前说的那个律师的后辈吗?”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강효림도 그 대학교를 나왔다고 들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후배는 맞지. 金旼炡은 그렇다 대답하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这话也不算完全错误。听说姜孝琳也是那所大学毕业的,所以算起来确实是后辈。金旼炡这样答道,同时抓住了她的手。


"혹시 불편한 자리였어? 그래서 체했나?"
我翻译了源文本到简体中文: “也许是个不舒服的场合吗?所以才推脱的?”

"아니 좋았어. 그냥 내가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그래."
翻译如下: "不,挺好的。就是我今天比平时吃得多了一点。"

"입에 맞았어 음식이?"  食物合你口味吗?

"나쁘지 않았어."  还不错。

"진짜 맛있었나보네 너가 과식할 정도면. 식당은 어디야?"
"看来真的很好吃啊,你都吃多了。是哪家餐厅?"

"서초쪽인데…이름은 기억 안나. 나도 따라간 거여서."
"在瑞草那边…名字记不清了。我也是跟着别人去的。"


 정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힐끔 쳐다본 金旼炡이 손에 들린 핸드폰을 빠르게 탭핑했다. 23:14 헤어지기 무리 없는 시간이었다. 밝아진 화면을 바라보던 정태준도벌써 이렇게 됐냐며 머쓱하게 웃고 몸을 일으켰다. 공원을 나서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비로소 가벼워졌다. 자고갈까. 그러던지. 진짜? 빌려줄 수는 있어 연예인 디씨해서 하루 10만원 어때. 들어가세요 김 배우님. 운전 조심히 하구. 내일 보자. 
郑泰俊慢慢地点了点头。金旼炡瞥了她一眼,快速地在手机上敲打着。23:14,是个可以分开的合适时间。看着亮起的屏幕,郑泰俊也不好意思地笑了笑,说着"已经这个时候了啊",然后站起身来。走出公园往家去的脚步终于变得轻快起来。要不要留宿?随你。真的吗?可以借给你,因为你是明星所以一天十万韩元怎么样。请进吧金演员 nim。开车小心。明天见。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도 시시콜콜 했다. 그러면 남은 건 침대가 이렇게 넓었나 하고 멍하니 서 있는 金旼炡 뿐이다. 휴식기를 서울에서 보내는데 이렇게 집을 오래 비웠던 적도 드물었다. 매트리스 끝에 앉아 침실을 둘러보던 金旼炡은 작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며칠 다른 집에서 보냈다고 이렇게 낯설어도 되나. 거실에서 챙겨온 대본을펼치기는 했지만 들여다 보지 않고 종이 끄트머리만 내내 만지작거렸다. 퇴근했으려나. 저녁은 먹었나. 약은 챙겼으려나.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화면에 떠오르는 알림이라고는 태준에게서 온 카톡 몇 개가 전부였다.
最后的对话也都是些鸡毛蒜皮的小事。现在就只剩下金旼炡站在那里,恍惚地想着床怎么变得这么宽阔。虽然休息期是在首尔度过,但这么长时间不在家的情况也很少见。金旼炡坐在床垫边缘环顾卧室,不禁轻笑了一声。不过是在别处待了几天,怎么就这么陌生了。虽然从客厅拿来的剧本已经摊开,但她并没有去看,只是一直摆弄着纸张的边角。她下班了吗?晚饭吃了吗?有按时吃药吗?掏出手机,但屏幕上的通知只有泰俊发来的几条 kakao 消息而已。

 

"…늦으면 걱정도 안 되나."  "……也不会担心迟到吗。"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핸드폰을 베개쪽으로 던져뒀다.샤워를 하고 나와서도 대본을 챙겨 거실로 향했다. 리딩이 코 앞이었다. 허튼 곳에 정신 팔려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金旼炡은 테이블에 있던 펜을 집어들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소리 내어 대사를 말하다가 지문에 적힌대로 표정을 짓고 손을 올리고 바닥을 찼다. 나름 1시간은 집중을 했었다.그런데 하필 다음 장면이 키스신이어서, 그것도 刘知珉이랑 같이 연습했던 그 부분이어서, 대본 속 연영과는 정말 작가님이 刘知珉을 만난 적 있나 싶을 정도로 닮아 있어서 더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거다. 
嘟囔着自言自语,把手机扔到了枕头边。洗完澡后也拿着剧本去了客厅。台词排练就在眼前,这意味着没时间把精力分散在其她地方。金旼炡拿起桌上的笔,调整了一下坐姿。按照剧本要求大声念着台词,做出相应的表情,抬手,踢地板。好歹集中精神练习了一个小时。但偏偏下一场戏是吻戏,而且还是和刘知珉一起排练过的那一段,剧本里的演英和刘知珉简直像是作者见过她本人一样相似,以至于她再也翻不动下一页了。

 金旼炡은 대본을 옆으로 치우고 리모콘을 집어들어 버튼을 꾹꾹 눌렀다.밤에 저런 장면을 읽는 게 아니었는데. 편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렸다. 제 취향과 거리가 먼 담백하고 잔잔한 영화를 골라 틀어두고 볼륨을 낮췄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반드시. 필사적으로 다짐하며 화면에 온 정신을 쏟았다.그래봤자 새벽까지 넷플릭스 정주행 한 사람이 될 뿐이었지만. 
金旼炡把剧本推到一边,拿起遥控器一个接一个地按着按钮。晚上不该读那种场景的。她舒服地躺在沙发上,把被子拉到脖子。选了一部与自己口味相去甚远的清淡平和的电影放着,调低了音量。她觉得睡一觉醒来应该会好一些。不,必须要好起来才行。她拼命地这样告诫自己,全神贯注地盯着屏幕。但到头来,她也不过是个熬到凌晨追剧的人罢了。










 후드를 뒤집어 쓴 金旼炡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 대본을 내려뒀다. 정태준이 대사를 치다 멈칫하고 金旼炡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오빠 진짜 괜찮다니까 별로 많이 안 기다렸어.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부재중 전화 7통, 문자 12개,카톡 25개. 처음과 마지막의 시간은 얼추 30분 정도 차이가 났다. 길게 잡는다면 한 시간 이상을 주차장에서 기다렸을 수도 있었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아프지 않으면 됐다니. 金旼炡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戴着帽兜的金旼炡深深叹了口气,放下剧本。郑泰俊说台词时犹豫了一下,上下打量着金旼炡。哥真的没事,我也没等太久。这样的安慰一点用都没有。未接来电 7 通,短信 12 条,KakaoTalk 消息 25 条。从最早到最晚相差大约 30 分钟。如果算得宽泛些,她可能在停车场等了一个多小时。结果就说只要不疼就好。金旼炡用手掌抹了把脸。


"늦잠 잘 수도 있지. 벨소리 못 들을 수도 있고."
原文:"늦잠 잘 수도 있지. 벨소리 못 들을 수도 있고." 翻译:“也可能睡过头了。可能没听见铃声。”

"나 진짜 최악이야 오빠."
"欧巴,我真是糟透了。"

"그 정도는 아닌데 볼륨은 좀 키워놓는 게 좋겠다. 잠도 침대에서 자고."
"没那么糟,不过最好把音量调大一点。还有就是要在床上睡觉。"

"…집에 가야 되나봐 진짜."  "…看来我是真得回家了。"

"본인 집 두고 어디를 가시려고요. 설마 본가?"
"抛下自己的家打算去哪里呢?不会是要回老家吧?"


 金旼炡은 빠르게 고개를 휘저었다. 그 집이 본인 집도, 본가도 아니어서 내가 최악이라는 거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진심이 튀어나올까봐이를 꽉 물었다. 
金旼炡快速地摇了摇头。因为那房子不是她的家,也不是本家,觉得自己真是糟糕透顶。为了防止不经意间说出真心话,她紧紧地咬住了牙。


"나보고 집에 가라는 것도…아니지?"  你让我回家...也不是吧?

"……"  ……

"많이 피곤해? 안에 가서 편하게 자. 연습 이따가 해도 돼, 오빠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야."
"很累吧?进去舒服地睡吧。练习等会儿再说也行,反正欧巴现在有的是时间。"

"……"  ……

"旼炡아 어떡할래."  "旼炡,你想怎么办。"


 울고 싶었다 정말. 나도 모르는 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라고.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겨우겨우 속으로 삼키고입술을 열었다. 나 오늘 밖에 못 나가게 해. 정태준은 꽤나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라고?
我真的好想哭。问我连我自己都不知道的事情该怎么办。好不容易把想要爆发的叹息咽下去后才开口说道。今天别让我出门。郑泰俊用相当惊慌的声音反问道。你说什么?


"오빠 집에 갈 때까지는 외출 금지시켜. 정신 차리고 연습 하라고 해. 집중 못 하면 혼내. 한 눈 팔면 밥도 주지마."
告诉她在回哥哥家之前禁止外出。让她好好清醒一下专心练习。要是不能集中精神就惩罚她。如果分心走神的话就不给她吃饭。


 金旼炡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金旼炡放下遮住脸的手,紧握成拳。


"너 진짜 잠 덜 깬 것 같아."
"你看起来真的还没睡醒。"

"아냐, 괜찮아."  "不,我没事。"

"旼炡아 그냥 침대에서 쉬다와. 누워서 이불 덮고 눈 감은 다음에 백까지만 세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旼炡啊,你就好好躺在床上休息吧。盖上被子闭上眼睛,数到一百,心情就会变好的。"

"지금 잠이 문제가 아니야 오빠."
"现在不是睡眠的问题,欧巴。"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말을 해야 어떻게 해줄 거 아냐."
"那到底是什么问题呢?你得说出来,我才能知道该怎么帮你啊。"


 이제는 이 쪽도 진지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떻게 말해. 밤새도록 刘知珉 연락 기다리다가 이 지경이 됐다고, 당장이라도 택시 부르고 싶은 거 가까스로 참고 있다고 어떻게 말을 해. 올곧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던 金旼炡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만 하고 올게. 정태준은 뒤따라 숨을 내뱉고고개를 끄덕였다. 金旼炡이 소매를 걷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침실에 도착했을 때는 그마저도 거슬려서 아예 후드를 벗어 침대에 던져놨다. 화장실에 들어와서는 세면대를 짚고 거울 속의 제 모습을 살폈다. 누가 봐도 잠을 설친 꼴이었다. 레버를 왼쪽으로 완전히 돌려 물을 틀었다.얼음장 같이 차가운 냉수에 한참동안 손을 담그고 있다가 그대로 뒤를 돌았다. 슬리퍼를 대충 벗고 침실로 온 다음에는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후드를 뒤적였다. 
现在自己这边也变得认真起来了。可是该怎么说呢。整晚等待刘知珉的联系才变成这样,好不容易才忍住想马上叫出租车的冲动,这种话要怎么说出口。一直坦然直视着对方的金旼炡深深叹了口气,从座位上站了起来。我去洗把脸就回来。郑泰俊跟着呼出一口气,点了点头。金旼炡一边卷起袖子一边走在走廊上。到达卧室时,连这都让她觉得烦躁,索性把连帽衫脱下扔在床上。进入浴室后,她扶着洗手台,端详着镜子里的自己。任谁看都是一副彻夜未眠的样子。她把水龙头完全转向左边打开。将手浸在冰冷的凉水中许久,然后就那样转过身。随意脱掉拖鞋后来到卧室,翻找着扔在床上的连帽衫。

 뭐가 문제인지는 金旼炡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를 쓰고 무시하려고 하다 이 꼴이 난 거였다. 문에 기대어 선 金旼炡은 손 안에 든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정태준 너가 틀렸어. 金旼炡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야. 손의 물기를 대충 바지춤에 닦아내고 잠금을 풀었다. 연락처를 뒤적였고, 끝내 그 이름을 찾아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스피커폰이 아닌데도 유난히 크게 소리가 울렸다.
金旼炡也清楚地知道问题出在哪里。正是因为拼命想要忽视才变成这样的。靠在门上的金旼炡死死盯着手中的手机,像滑落一般瘫坐在地上。郑泰俊你错了。金旼炡真是糟糕透顶。随意在裤子上擦掉手上的水渍后解开锁屏。翻找通讯录,最终找到那个名字后移动手指。明明不是免提却响起格外大的声音。


-여보세요  


 金旼炡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아무리 그래도 며칠 집에 같이 있던 사람이 다음날까지 안 들어오면 걱정이 아니라 궁금해서라도 어디서 뭐 하냐는 문자 하나 정도는 보낼만 하지 않아요? 당연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 그저 입술만 말아물고 핸드폰을 고쳐 잡았다.
金旼炡紧闭双眼又睁开。虽说怎么想都是,和自己在家里一起住了几天的人,要是第二天都没回来的话,就算不是担心,出于好奇也该发个消息问问在哪做什么吧?这话当然是说不出口的。她只是抿着嘴,重新握紧了手机。


-金旼炡씨  -金旼炡xi

"……"  ……

-잘못 걸었어요?  -打错电话了吗?


 공간 가득 그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金旼炡은 대답하지 않고 화면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초는 분이 되고, 그 분이 천천히 쌓여가는데도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이러니 못 놓는 거다. 잘못 걸었다고 느꼈으면 종료버튼을 누르면 그만인데, 마치 다 안다는 것처럼기다리니까. 
声音在空间里回荡,但金旼炡只是默默地盯着屏幕。秒变成了分钟,时间一点点积累,电话却始终没有挂断。就是这样才放不下。如果觉得打错了的话按结束键就好了,可她却像是什么都知道似的在等待。


"…어디에요."  "……在哪里。"

-집이죠  -是家里

"뭐하고 있는데요."  "你在做什么呢?"

-점심 먹으려고요  -准备吃午饭

"누구랑요."  "和谁呀?”

-혼자요  -一个人


 묻는 말에 답지 않게 고분고분 대답하다 침묵이 길어지면 선심 쓰듯 질문을 던진다. 金旼炡씨는 어디에요. 
对问题做出反常地温顺回答,沉默变长后便施舍般地抛出问题:"金旼炡在哪里?"


"집이요."  "回家。"

-물소리가 왜 들려요  -为什么听到水声

"씻고 있었으니까요."  "因为我在洗澡啊。"


 대화는 좀처럼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하지만 저는 그 쪽처럼 여유가 있지도 않고, 아쉬움이 없지도 않다.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지 刘知珉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을 거다. 분명 쌍방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인데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우위가 기울어질 수도 있을까. 刘知珉은 이 또한 예상했기 때문에 전권을 넘기겠다는 말을 한 걸까. 형식적으로 주를 가져가면 뭐해, 막상 까보면 발 밑에 있는 게 누구인데. 金旼炡은 문에 머리를 박았다.
对话难以继续延长。但我不像她那样从容,也并非毫无遗憾。刘知珉根本无法猜测我是以怎样的心情打这通电话的。不,她从一开始就没这个想法吧。明明是在双方同意的情况下建立的关系,怎么会如此一边倒地倾斜呢。刘知珉是否也预料到了这一点,所以才说要移交全权的?就算形式上占据主导又如何,实际上谁才是被踩在脚下的人啊。金旼炡把头撞在了门上。


"왜 말을 안 해요."  你为什么不说话。

-씻던 중에 전화를 한 사람의 심리는 뭘까 고민하느라
思考着为什么有人会在洗澡时打电话的心理

"뭐일 것 같은데요."  "大概是什么呢。"

-글쎄요 우리 집에 두고 간게 갑자기 떠올랐나 
嗯,突然想起我落在家里的东西了


 이제는 가늠도 안 됐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서부터가 진담인지. 刘知珉 진짜 배우해야 된다니까. 金旼炡의 입술 사이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갔다.
现在已经无法分辨了。哪些是玩笑话,从哪里开始才是真心话。刘知珉真的该去当演员了。金旼炡的嘴角漏出一声苦笑。


-아니면 같이 샤워했던 날이 생각났나
还是想起了一起洗澡的那天

"검사님 진짜 미친새끼네요…"  检察官真是个疯子...

-칭찬으로 들리네요  听起来是在夸奖我呢


 나는 진짜 못 이겨 이사람. 죽었다 깨어나도 刘知珉은
真是对这个人没办法。就算死了重生也是刘知珉


"어제 왜 집에 안 들어왔는지 물어보지도 않네요."
你都不问我昨天为什么没回家。

-그 사람이랑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
-不是和那个人在一起吗?

"그러게요, 지금도 오빠랑 같이 있네요."
说的是呢,现在也和欧巴在一起。

-질투 같은 걸 원하는 거에요 설마?
该不会是想要吃醋之类的吧?

"해본 적은 있어요?"  你试过吗?

-아마도요  -可能是吧

"누구한테요."  "是跟谁在一起的呢?"


 주제 넘은 도발이었다. 실은 그런 모습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으면서.
这完全超出了话题,是在刻意挑衅。其实我一点都不好奇她那个样子。


 -듣고 싶은 대답이 한유진이에요?
-你想听到什么回答呢,韩柔真?

"……"  ……

-선 넘네 또  -又过界了

"……"  ……

-데이트 잘하다가 갑자기 왜 이러나 했더니, 개새끼가 주인을 안 찾아서 빈정 상한 거구나
-和她约会的时候突然不知道她怎么了,原来这混蛋找不到主人所以心情不好啊。

"……"  ……

-바라는 것도 많아 참  -你还真是贪心不足呢


 개새끼. 진짜 개새끼. 사람 머리 꼭대기에 있는 개새끼. 金旼炡이 좋아하는 개새끼.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난 金旼炡은 세면대 레버를 아래로 내렸다. 물소리가 사라진 너른 공간에는 시린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 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일까 우리는
混蛋。真是个混蛋。高高在上的混蛋。金旼炡喜欢的混蛋。金旼炡用力支撑双腿站了起来,将洗手台的水龙头拉下。水声消失后,宽敞的空间里只剩下刺骨的寂静。我们怎么会变得如此一团糟


"오늘도 출근해요?"  "今天也去上班吗?"

-잠깐 나갔다 올 건데 왜요
-我出去一下就回来,怎么了?

"끝나면 짐 챙겨서 이리로 와요."
"结束后收拾好行李过来吧。"

-어디로요  -发到哪里?

"주소 알잖아요. 비밀번호 문자로 보낼게요"
"你知道地址的。密码我会用短信发给你"

-같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我不是说过要和你在一起吗?

"저녁 먹고 갈 거에요 오빠는."
“吃完晚饭我就走,哥。”

-그리고 나를 불러?  “-然后叫我?”

"올 거잖아요."  “你会来的吧。”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金旼炡은 아랑곳 않고 핸드폰만 세게 움켜쥐었다.
传来了泄气般的笑声。金旼炡毫不在意,只是紧紧攥着手机。


"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간다며. 검사님이 하겠다고 했잖아 이거."
"我说来就来,说走就走。不是检察官大人说过要这样吗。"

-세컨드 처음 맞아요? 되게 잘하네
-第一次当替补吗?做得很好嘛


 고작 대화만으로 이렇게 진이 빠지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었다. 화장실을 나온 金旼炡이 침대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오빠 나가면 문자할게요. 이불을 대충 밀어내고 쓰러지듯 누워 천장을 올려답봤다. 마음대로 해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 핸드폰은 대충 베개 밑으로 밀어넣었다. 피곤하기는 해도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커피를 마신 것처럼 정신은 또렷했다. 金旼炡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이불을 끌어안았다. 100을 넘어 200까지 세어봤지만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벌떡 일어나 정자세로 침대에 앉은 金旼炡이베개를 주먹으로 내리치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구석에 내팽겨져 있던 후드에 대충 팔과 머리를 넣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매트리스를 벗어나 바닥을 딛고 섰다. 
仅仅是对话就能让人这么疲惫也是一种能力。从洗手间出来的金旼炡走向床边回答道。欧巴出门的时候我会发信息的。随意推开被子,像瘫倒一样躺下,望着天花板。随你便。一听到声音就挂断电话,闭上了眼睛。手机随意塞进枕头下面。虽然很疲惫,但并不困。反而像喝了咖啡一样异常清醒。金旼炡辗转反侧,抱住了被子。数到一百,甚至数到两百,心情也没有任何变化。或许答案从一开始就已经注定了。金旼炡猛地坐起来端正地坐在床上,用拳头捶打枕头,整理凌乱的头发。随意把手臂和头伸进角落里丢着的连帽衫里,往下拉了拉。离开床垫,站在了地板上。

 연습 도와주러 집까지 온 사람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 는 없었다. 이번에는 진짜 집중해서 읽어야지. 거듭 다짐하며 문고리를 밀어냈다. 거실로 걸어가기 전에 제 뺨을 서너번 두드리고 고개를 빠르게 도리질 쳤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 세월을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고작 이런 걸로 흔들려. 숨 쉬듯 해왔던 연기였다. 이제는 진심마저도 꾸며낼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익은 역할이었다. 정태준의 여자친구. 평소대로만 하면 되는 거다. 해왔던 대로, 늘 그랬던 것처럼. 金旼炡은 마음을 다잡으며 소파로 다가갔다. 정태준이 핸드폰을 내려두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웃어보였다. 더 자고 오라니까 왜 벌써 깼어. 金旼炡이 익숙하게 그의 옆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았다.
不能一直让特地来家里帮忙练习的人干等着。这次一定要真正集中精神读才行。她一边反复告诫自己,一边推开门把手。在走进客厅之前,她拍了拍自己的脸颊三四下,快速地摇了摇头。都已经走到这一步了,那些岁月我都是怎么挺过来的,却因为这种事动摇。演戏对她来说就像呼吸一样自然。现在已经熟练到连真心都能伪装的地步了。郑泰俊的女朋友。只要像平常一样就好。就像一直以来那样,像往常一样。金旼炡整理了下心情,走向沙发。郑泰俊放下手机,转过头对她微笑。明明让你多睡会儿,怎么这么早就醒了。金旼炡习惯性地坐在她身边,抱住了靠垫。


"자장가라도 불러줘?"  “给我唱首催眠曲怎么样?”

"오빠 음치잖아."  "欧巴你五音不全啊。"


 부정은 못하겠는지 제가 안고 있는 쿠션에 머리를 대고 다리를 뻗었다. 金旼炡은 그가 편하게 누울 수 있게 자세를 고치고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더듬었다.
似乎无法否认,她把头靠在我怀里的靠垫上,伸直了腿。金旼炡调整了姿势让她能舒服地躺着,用手掌摸索着身旁的位置。


"뭐 찾아?"  "找什么呢?"

"나 아까 대본 여기다 두고 가지 않았어?"
"我刚才是不是把剧本放在这里了?"


 그는 테이블에 쌓여 있는 대본집을 하나 가지고 와서 金旼炡에게 쥐여줬다.
她拿起桌上摞着的剧本之一,递给了金旼炡。


 "이거 말고 4권."  "这本不是,另外第四册。

"4권은 내가 읽고…아니다 너가 가지고 들어갔나?"
"第四册是我读的...不对,是你拿进去了吗?"

"내가? 씻으러 갈때?"  "我吗?去洗澡的时候?"

"이거이거 진짜 큰일이네. 잠깐만 있어봐."
"哎呀这可真是大事了。稍等一下。"


 정태준은 금방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소파에서 벗어났다. 복도 끝으로 걸음을 옮기다 침실로 들어가는 그를 金旼炡은 빤히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나타난 그는 연신 갸우뚱거리다 金旼炡에게 다가왔다. 없네 안에도. 머리 위로 얹혀진 큰 손이 일정한 박자로 부드럽게 토닥이다 얼굴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마를 짚어보고 눈가를 가리는 그의 손에 金旼炡도 제 손을 올려뒀다. 매니저 차에 두고 온 거 아냐? 최근에 스케줄은 없었는데.金旼炡이 그의 손을 끌어내리며 위를 올려다봤다.
郑泰俊立即直起上身,离开了沙发。当她走向走廊尽头进入卧室时,金旼炡一直盯着她看。没过多久她就出现了,一边摇头一边走向金旼炡。'里面也没有。'一只大手轻轻地以固定节奏拍着她的头顶,然后滑向她的脸。当她的手按在额头上遮住眼睛时,金旼炡也把自己的手放了上去。'是不是落在经纪人车上了?最近也没什么行程。'金旼炡一边拉下她的手一边抬头看着她。


"본가까지 갔을리는 없고."  "应该不会去本家。"

"응, 요즘 외출 거의 안 하고 집에만…있었지."
"是啊,最近几乎不出门,一直待在家里..."


 집에만 있었다. 刘知珉 집에서 내내 대본만 공부했다. 내 침실이 아니라 그 침실에 있겠구나.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我一直待在家里。一直在刘知珉的家里学习剧本。不是在我自己的卧室,而是在那个卧室里吧。我强忍着表情继续说道。


"그때인가 보다. 작가님 만나러 갈때."
应该就是那个时候吧。去见作者的时候。

"점심 같이 먹었다고 한 날?"
"就是我们一起吃午饭的那天?"

"물어볼 게 있어서 대본도 들고 갔었는데, 회사에서 팀장님 뵙고 오느라 거기에 뒀던 것도 같고."
"我本来带着剧本去公司,想问点事儿的,但因为去见了经理,好像把剧本落在那儿了。"

"점심 먹으러 나가는 김에 회사 들러?"
"顺便出去吃午饭,要不要顺道去公司?"

"됐어 번거롭게 무슨. 매니저 언니한테 부탁하면 돼."
"算了吧,费那事干嘛。跟经纪人姐姐说一声就行。"


 金旼炡은 옆에 있던 핸드폰을 주워 정태준에게 건넸다.정태준은 핸드폰과 金旼炡을 차례로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이름을 입에 담았다. 旼炡아. 金旼炡이 고개를 끄덕였다.
金旼炡捡起旁边的手机递给郑泰俊。郑泰俊轮流看着手机和金旼炡,低声念出了她的名字。旼炡啊。金旼炡点了点头。


"아니야. 그냥 한 번 불러봤어."
"没什么。我就是想叫叫看。"

"뭐지 싱겁게."  "这也太无趣了。"

"슬슬 준비하자 아침도 안 먹었잖아."
"差不多该准备了 你还没吃早饭呢。"


 쿠션 위에 핸드폰을 내려두고 金旼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 근처에 우두커니 서 있던 정태준이 발걸음을 떼고 金旼炡을 따라갔다.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던 金旼炡은 훤히 열린 문을 바라보다 그에게 물었다. 계속 거기에 있을 거야? 정태준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드레스룸 문을 닫았다. 金旼炡이 느릿하게 후드를 벗으며 문쪽으로 다가갔다. 문고리 옆에 있는 잠금핀을 누르려다손을 거두었다. 옷을 마저 갈아입은 뒤 드레스룸을 빠져나가 침실을 살펴봤지만 태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金旼炡은 베개 위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들고 거실로 향했다. 정태준은 현관에 멀뚱히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앞으로 손이 건네졌다. 金旼炡은 익숙하다는듯 그의 손을 잡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진짜 대본 가지러 안 가도 돼? 급한 거 아니어서 괜찮습니다 정 배우님. 그래도 나 있을 때 끝까지 리딩 해보면 좋잖아. 오늘 밤 새서 다 하려고? 그것도 나쁘지 않지. 됐어 오빠도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야지. 닫힘 버튼을 누르던 정태준이 말했다.
金旼炡把手机放在坐垫上,从座位上站了起来。站在沙发旁边的郑泰俊迈步跟随着金旼炡。在衣帽间挑选衣服的金旼炡看着大开的门问她:"你要一直站在那里吗?"郑泰俊这才回过神来,关上了衣帽间的门。金旼炡慢慢脱下卫衣,走向门边。她伸手要按门把手旁的锁销,但又收回了手。换完衣服后走出衣帽间,环顾卧室却找不到泰俊的身影。金旼炡拿起枕头上的手机,向客厅走去。郑泰俊呆呆地站在玄关处看着她。大概是很饿了吧。她快步走向她。一只手伸了过来。金旼炡习惯性地握住她的手,换上鞋子。"真的不用去拿剧本吗?""不着急,郑演员。""要是趁我在的时候把台词读完不是更好吗?""想通宵把它读完吗?""那也不错。""算了,哥也累了,该回去休息了。"正在按关门键的郑泰俊说道。


"정말 나 때문이야?"  "真的是我的原因吗?"


 핸드폰에 새로 떠 있는 알림을 하나씩 확인하던 金旼炡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正在一个个查看手机上新弹出的通知的金艺旼转过头来看向她。


"나는 피곤해도 너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旼炡아."
我和你在一起时,即使疲惫也很开心艺旼啊。

"나도 그래. 그런데 오빠 당장 다음주부터 스케줄 풀로 찼잖아.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맙지만…"
我也是这样想的。但是哥哥,从下周开始你的日程已经排满了。虽然很忙,但还是感谢你能抽出时间来...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나를 챙기지 않아도 돼. 차마 그것은 뱉어낼 수 없었다.
话说到一半就说不下去了。虽然很感谢,但你不用这样照顾我。这样的话终究还是说不出口。


"가끔은 잘 모르겠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有时候我真的不太明白你在想什么。"

"그냥 나는…오빠 걱정되니까. 우리 아직은 일이 먼저여야 하는 거잖아. 이번 작품 오빠한테 중요하고, 의미도 깊고"
"我只是...因为担心欧巴。我们现在应该把工作放在第一位。这部作品对欧巴来说很重要,也很有意义。"

"그 뿐인 거지?"  "就这样吗?"

"응, 그 뿐이야. 혹시 서운하게 만들었으면 미안해. 나 진짜 이번에는 별 생각 없었어."
"嗯,就这些了。如果让你觉得失望了的话很抱歉。这次我真的没想太多。"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정태준의 손을 붙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맑은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 헐거운 손을 단단히 고쳐 잡은 정태준이 金旼炡을 이끌어 밖으로 나섰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뒤돌아 서려는 정태준을 金旼炡이 어렵지 않게 잡아세웠다. 허리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등을 토닥이다 이끄는대로 시트에 앉았다. 벗겨진 모자는 金旼炡의 무릎에 올려졌다. 어느덧 정태준은 차 안으로 반 쯤 들어와 있었다.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던 金旼炡은 먼저 눈을 감았다.
金旼炡小心地抓住郑泰俊的手。过了不久,电梯到达地下停车场,伴随着清脆的声响打开了门。郑泰俊紧紧握住那松散的手,领着金旼炡走了出去。当郑泰俊打开副驾驶的门准备转身时,金旼炡轻易地拦住了她。搂住她的腰轻拍她的后背许久,然后顺从地坐在了座位上。摘下的帽子放在了金旼炡的膝盖上。不知不觉间,郑泰俊已经半个身子探进了车里。注视着靠近的她,金旼炡先闭上了眼睛。











 기가 차서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불러서 기껏 왔더니 집주인은 술 마시고 뻗어 있다?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맥주캔을 확인한 刘知珉이 빈 소파로 대본집을 던져뒀다. 흔들어서 깨울까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티비 볼륨을 낮추고 먹다 남은 과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팔자 좋네. 누구는 당장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서 자러왔구만. 刘知珉은 단맛 나는 감자칩을 무감각하게 씹어먹으며 캔을 집어들었다. 비어 있는 세 개는 반으로 구겨서 한 손에 들었고, 반도 넘게 남은 것은 다른 손에 들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气得连苦笑都笑不出来。特地叫我来了,结果房主喝醉了躺在那里?刘知珉看了看桌上散落的啤酒罐,把剧本扔在了空沙发上。本想摇醒她,但觉得没这个必要,于是调低了电视音量,开始收拾吃剩的零食。真是好命。有人明天一大早还得上班,还带着换洗的衣服来这里睡觉。刘知珉麻木地嚼着甜味薯片,捡起了啤酒罐。把三个空罐子捏扁拿在一只手里,另一只手拿着还剩一半多的啤酒罐走向厨房。

 맥주를 싱크대에 쏟고 물을 틀었다. 빈캔은 구석에 모아둔 뒤에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냈다. 마개를 열고 반 쯤 마시고서는 다시 거실로 걸어갔다. 우리 집에서도 그러더니 본인 집에서도 침대가 아니라 여기에서 자네. 흐트러진 대본을 차곡차곡 정리해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둔 刘知珉이 金旼炡을 지켜보다 소파에 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집주인이 소파에서 자는데 손님, 아니지 개새끼가 혼자 침대를 차지하는 것도 웃기고. 刘知珉은 쿠션을 목 뒤에 넣고 느릿하게 뒤로 누웠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금방 흥미를 잃고 핸드폰을 배 위에 올려뒀다.
把啤酒倒进水槽,打开水龙头。将空罐子堆在角落里后,打开冰箱拿出矿泉水。拧开瓶盖喝了一半,然后又走回客厅。不管是在我家还是在自己家,都不睡床偏要睡在这里啊。整理好散乱的剧本并推到桌子一角的刘知珉看着金旼炡,在沙发上坐了下来。再怎么说,房主睡沙发,而客人,不,这狗崽子却独占床铺也太可笑了。刘知珉把靠垫垫在脖子后面,慢慢地躺了下来。看着油管视频也很快就失去了兴趣,把手机放在了肚子上。


"진짜 집 지키라는 거야 뭐야…"
"真的让我看家吗……"

"……"  ……

"저기요 金旼炡씨."  这里,金旼炡xi。


 일어날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刘知珉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23:11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金旼炡이 누워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소파와 테이블을 비집고 그 사이에 몸을 내렸다. 이기지도 못할 술은 왜 마시는 거야. 홍조 띤 볼을 손가락으로 쿡 눌렀다.金旼炡은 미간을 찌푸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어나요 잘 거면 안에서 자. 취한 사람 상대로 설득이 통할 리 없지만 일단 시도는 해봤다. 刘知珉은 테이블에 올려뒀던 생수병을 가지고와 金旼炡의 볼에 붙였다.
她没有要醒过来的迹象。刘知珉用手机确认了时间。23:11,这样也不能一直等下去。从座位上起身,走向金旼炡躺着的地方。在沙发和茶几之间找了个位置坐下。明知道喝不了酒为什么还要喝。用手指戳了戳泛红的脸颊。金旼炡皱着眉头把脸转向一边。快起来,要睡的话去里面睡。虽然对着醉酒的人讲道理肯定不会有用,但还是试着劝说了一下。刘知珉拿来放在桌上的矿泉水瓶,贴在金旼炡的脸颊上。


"왔다 간 줄도 모르겠네."  不知不觉就来了又走了。

"……"  ……

"진짜 이래놓고 나한테 짜증 내기만 해봐."
“真这样还敢对我发脾气试试?”


 생수병은 도로 테이블로 치워뒀다. 물기가 묻은 볼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리모컨을 찾을 즈음이었다. 저만치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려왔다. 반대쪽 소파를 바라보던 刘知珉이 엉거주춤 일어나 걸음을 옮기려 했다.
生水瓶是摆回桌子上的。小心翼翼地用手指擦去脸上的水渍,正要去找遥控器的时候。从不远处传来熟悉的铃声。望着对面沙发的刘知珉尴尬地站起,正要迈开步伐。


"……"  ……


 핸드폰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손목이 붙잡힌 덕분이었다. 가지마요. 웅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취기가 은은히 배어 있었다. 刘知珉은 말없이 소파 끝에 앉아 金旼炡을 내려다봤다. 눈은 풀렸고, 볼은 홍조로 가득하고, 입술은 붉고. 조심성이 없었다. 
她没能看手机,因为手腕被抓住了。"别走。"含糊的声音里透着醉意。刘知珉默默坐在沙发边缘,低头看着金旼炡。眼神迷离,脸颊泛红,双唇嫣红。真是太不小心了。


"…가지말라구요."  "...别走呀。"

"누가 간대요?"  "谁要去啊?"

"왜 이렇게 사람이 재수가 없어요?"
"怎么会有这么倒霉的人啊?"


 취중진담은 믿지 않는 편이었다.그런 것들은 대체로 치기 어린 주정에 불과했다. 생수병에 남아 있던 물을 마저 비워낸 刘知珉은 플라스틱을 구겨 테이블에 올려뒀다. 그리고는 소파를 짚고 일어나려다 손이 미끄러진 金旼炡을 거들어 제 쪽으로 기대게했다. 몸을 살짝 비틀었더니 어중간하게 안아주는 꼴이 됐다.
她一向不相信酒后吐真言。那些大多只是幼稚的醉话罢了。刘知珉喝完水瓶里剩下的水,把压扁的塑料瓶放在桌上。然后扶住想要撑着沙发站起来但手却滑了一下的金旼炡,让她靠在自己这边。身体稍微一扭,就变成了半抱着她的姿势。


"…저기요"  "…那个"

"왜요."  "为什么。"

"刘知珉 검사님…"  "刘知珉检察官..."

"말씀하세요."  请说。

"제가 이렇게 부르면…기분 좋아요?"  "如果我这样叫你...感觉舒服吗?"


 역시나 주정이다. 刘知珉은 짤막한 한숨을 내뱉고 소파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맥없이 쿠션에 기댄 金旼炡은 빨리 대답하라는 듯 刘知珉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얘는 남자친구 앞에서도 이러나.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시 손목을 붙잡는다. 물 가져다 줄게요. 싫어요. 찬물 좀 마셔요. 싫다구요. 취하면 고집까지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성가셨다. 어째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딴 걸 닮아 있는지. 한숨을 크게 내쉰 刘知珉이 손목을 비틀었다.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金旼炡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한 걸음, 그리고 두 걸음.
果然是醉话。刘知珉轻叹一声,身体倾向沙发。无力地靠在靠垫上的金旼炡,像是催促回答似的轻轻碰了碰刘知珉的腿。不知道她在男朋友面前是不是也这样。随意点了点头正要起身,手腕又被抓住了。我去给你拿水。不要。喝点凉水吧。我说不要。看来喝醉了固执劲儿也上来了。各种方面都很麻烦。怎么我遇到的人都有着相似的毛病呢。刘知珉深深叹了口气,扭动手腕。你在这里等一下。她把黏在金旼炡脸颊上的头发拨开,从沙发上站了起来。一步,然后是第二步。


"…저는 金旼炡 배우 싫어요."  "...我不喜欢金旼炡演员。"


 세 걸음을 딛기 전에 뒤를 돌았다. 멀리도 못 갔다.
她在迈出第三步之前就回头了。没走多远。


"배우인 거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你明明也知道我是演员啊..."

"……"  ……

"재수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정도 없고."
这里是 Simplified Chinese Language 翻译: "再三无计可施,四两撇五两拨,毫无节制。"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다 반대편 소파 위에 올려진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金旼炡 배우. 刘知珉은 얕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걸 또 언제 본 건지. 눈썹을 긁적이다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생수를 꺼내 한 손에 쥐었다. 다른 손에는 제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거실로 돌아온 刘知珉은 金旼炡 옆에 앉아 생수병 마개를 열었다. 마셔요. 金旼炡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起初她不知道是什么声音。然后看到放在对面沙发上的手机。金旼炡演员。刘知珉轻叹了一口气。不知道她什么时候又看到了那个。一边挠着眉毛一边走进厨房打开冰箱。拿出矿泉水握在一只手中。另一只手拿着自己的手机。回到客厅的刘知珉坐在金旼炡旁边拧开了矿泉水瓶盖。喝吧。金旼炡摇了摇头。


"그러면 어떡해요. 내 주변에는 41기 金旼炡도 있고, 태평양 金旼炡도 있는데."
"那该怎么办呢。我周围既有 41 期的金旼炡,还有太平洋的金旼炡。"

"……"  ……

"일단 마셔요. 그리고 나서 정해봅시다. 배우 金旼炡이 됐든, 주인님이 됐든, 연하녀가 됐든."
"先喝水吧。然后再来决定。无论是成为演员金旼炡,还是主人,还是年下女。"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되는 건가. 병을 건넨 刘知珉은 핸드폰 잠금을 풀고 연락처로 들어갔다. 저장된 이름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 이희재(47기), 한호연(삼전 법무), 박세라(명우 흉부), 김동진(서경일보 기자), 이승하(디마프 작가) 刘知珉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천장만 올려다봤다. 金旼炡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金旼炡에게서 생수병을 가져갔다. 괜히 속이 타서 바닥까지 단번에 비워내고 빈 병만 만지작거렸다. 옆을 슬쩍 쳐다보니 정해준 거라도 있는지 망설이지 않고 화면을 꾹꾹 누르는 것이었다. 다 했어요? 金旼炡은 대답 하지 않고 핸드폰을 휙하니 던져줬다.
连这种事情都要操心吗。递过水瓶的刘知珉解锁手机进入通讯录。保存的名字大多大同小异。李熙载(47 期),韩浩延(三星法务),朴世罗(明友胸外科),金东镇(西京日报记者),李承夏(DIMAF 作家)。刘知珉握着手机仰望着天花板。把手机递给金旼炡,从金旼炡那里接过矿泉水。莫名心烦意乱,一口气喝完整瓶水后只是摆弄着空瓶。偷瞄了一眼旁边,看到她似乎已经决定好了什么,毫不犹豫地按着屏幕。弄完了吗?金旼炡没有回答,只是利落地把手机扔了回来。


"…심플하고 좋네요."  "……简单又好。"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확인한 刘知珉은 쓴웃음을 삼키며 홀드버튼을 눌렀다. 旼炡이. 속으로 불러보다가 다시 잠금을 풀었다. 가나다라마바사아.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 눈에 익은 이름을 터치했다. 한참동안 쳐다보다 화면이 점멸되기 직전에 편집버튼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별 걸 다 하지 진짜. 너 하나 정리하겠다고. 자판이 떠오르며 커서가 깜빡였다. 한 글자씩 지워 공란으로 만들었다.
确认屏幕上显示的名字后,刘知珉忍住苦笑按下了保留键。旼炡。在心里默念着,又解开了锁屏。按照韩文字母顺序。快速下滑屏幕点击了那个熟悉的名字。盯着看了许久,就在屏幕即将变暗之前,手指移向了编辑按钮。真是做什么都要较真。就为了整理你一个人。键盘弹出,光标闪烁着。一个字一个字地删除,直到变成空白。


"하트도 해도 돼요?"  "我能比个爱心手势吗?"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취소. 변경사항폐기. 刘知珉은 아무렇지 않은 척 金旼炡에게 되물었다. 무슨 색으로요.
但也仅此而已。取消。放弃更改。刘知珉若无其事地反问金旼炡。什么颜色?


"…진짜요?"  "……真的吗?"

"그게 뭐 어렵다고요."  "这有什么难的。"


 고심 끝에 金旼炡이 대답했다. 하얀색으로 해줘요. 이모지를 뒤적이던 刘知珉은 이름 옆에 하트를 붙이고 金旼炡에게 보여줬다. 金旼炡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가져가서 한참동안 화면을 들여다봤다.
金旼炡经过深思熟虑后回答道。改成白色吧。刘知珉翻找表情符号,在名字旁边加上了一颗心,然后给金旼炡看。金旼炡一脸茫然地拿过手机,盯着屏幕看了好一会儿。


"…진짜로 해줬다."  "...你真的帮我改了。"

"이게 그렇게 속상한 일이었어요? 이해가 안 되네…"
"这件事让你这么难过吗?我真不明白..."


 벌써 열 두시였다. 刘知珉은 지그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혼자서 술 마시고 뻗을 정도로 싫었으면 진작 얘기를 하든가. 어깨에는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已经十二点了。刘知珉闭着眼睛喃喃自语。如果讨厌到要一个人喝酒喝到不省人事的地步,那就该早点说出来。肩上感受到适当的重量。


"꼭 그거 때문은…아니고요."  "不完全是因为那个……"

"그러면 뭔데요. 남자친구랑 싸웠어요?"  "那是什么呢?和男朋友吵架了吗?"

"약간 그랬는데 나중에는 풀었어요."  "确实是这样的,不过后来和好了。"


 그래서 부른 거면 납득은 됐다.
如果是因为这个叫我的话,我倒是能理解。


"왜 싸웠는데요."  "为什么吵架啊。"

"사실 싸운 건 아니고 그냥…오빠가 조금 섭섭했대요."
"其实不是吵架,只是...她说有点失望。"


 연애가 다 그랬다. 머릿속에 떠오르려는 얼굴을 애써 무시한 刘知珉이 눈을 떠서 金旼炡을 쳐다봤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술이 덜 깼는지 전반적으로 볼이며, 목이며, 입술이 다 붉었다.
恋爱总是这样。努力掩饰脑海中浮现的那张脸的刘知珉睁开眼睛,望向金旼炡。金旼炡一边抚摸刘知珉的手指,一边继续说道。看样子醉意还没有完全消退,整张脸颊、脖子和嘴唇都泛着红晕。


"저는 아침에 와서 저녁까지 연습 도와주니까…밥 먹고 헤어져야지 싶었거든요. 어제도 데이트 늦게까지 했고."
"我从早上来帮忙练习到晚上…就想着吃完饭再分开。昨天约会也到很晚。"

"그래서요."  "所以呢。"

"피곤하니까 일찍 들어가라고 했던 건데 오빠는 피곤해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그런데 다음주에 영화 개봉해서 스케줄 진짜 꽉 차 있을 거란 말이에요."
“我说你累了就早点睡,可是哥哥即使累了也想和你在一起......只是下周有电影要上映,行程真的排得满满的。”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쉬었으면 하는 거죠. 가만히 듣고 있던 刘知珉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所以希望你不要太勉强自己,好好休息。一直静静听着的刘知珉轻笑着握紧了拳头。


"오빠는 피곤하니까 쉬어야 하고, 세컨드는 출근을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欧巴因为累了需要休息,至于替补上不上班关我什么事?"

"…네? 아니……응?"  "......什么?不......啊?"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다. 진담 보다는 농담에 가까웠는데, 진담이 아주 없지는 않은.팔짱 낀 채로 전원 꺼진 티비를 응시하던 刘知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하니 저를 올려다보는 金旼炡을 모른척 하고 핸드폰을 챙겨 침실로 향했다. 같이 있으면 덩달아 유치해지는 기분이란 말이지. 화장실로 들어간 刘知珉이 익숙하게 선반을 뒤적여 칫솔을 꺼내들었다. 포장을 벗겨 솔을 물로 한번 헹구고 치약을 짜냈다. 제 것을 입에 물고서는 디스펜더에 있던 칫솔에도 똑같이 치약을 묻혔다. 양치질을 하며 화장실 밖으로 나와 거실로 걸어갔다. 
那是一句无心之言。与其说是真话,不如说更接近玩笑,但也不是完全没有真心。交叉着双臂盯着关闭的电视的刘知珉从座位上站了起来。她无视了呆呆望着自己的金旼炡,拿起手机走向卧室。和对方在一起的时候总会不由自主地变得幼稚。走进浴室的刘知珉熟练地翻找架子,拿出牙刷。拆开包装后用水冲洗了一下刷毛,挤上牙膏。叼着自己的牙刷,又给放在牙刷架上的另一支牙刷挤上同样的牙膏。一边刷牙一边走出浴室,向客厅走去。

 金旼炡은 복도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刘知珉이 金旼炡에게 다가가 칫솔을 입에 물려줬다. 움직이지 않고 멀거니 저를 쳐다보길래 대신 칫솔질을 해주다가 金旼炡의 뒤에 섰다. 어깨를 붙잡고 걸어가다 화장실에 다다르면 손목을 잡아 끌고 세면대로 데리고 왔다. 먼저 입을 헹구고 디스펜서에 칫솔을 걸어둔 刘知珉은 수납장에서 찾아낸 세안밴드를 쓰고 얼굴을 씻었다. 샤워했죠? 金旼炡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화장실을 나갔다. 드레스룸에 치워뒀던 가방에서 편한 옷을 꺼내 갈아 입고 침실로 돌아오면, 침대와 화장실 사이에 서 있던 金旼炡이 보였다. 
金旼炡呆呆地站在走廊中间。刘知珉走近金旼炡,把牙刷塞进她嘴里。见她一动不动地盯着自己,便帮她刷起牙来,然后站到她身后。扶着她的肩膀走着,到了洗手间就抓住她的手腕把她带到洗手池前。刘知珉先漱了口,把牙刷挂在牙刷架上,戴上从收纳柜里找到的洗脸发带洗了把脸。"洗过澡了吧?"见金旼炡点头,她用毛巾擦干水迹走出洗手间。从衣帽间收起的包里拿出舒适的衣服换上,回到卧室时,看见金旼炡站在床和洗手间之间。


"먼저 자도 돼요?"  "我可以先睡吗?"

"…네."  "…是的。"

"스케줄은 많지 않지만 저도 내일 출근을"
虽然行程不多,但我明天也要上班......

"아 진짜 밉다 刘知珉…"  "啊真是讨厌刘知珉..."


 그러더니 발을 떼고 침실 밖으로 걸어간다. 뒤늦게 아차 싶었다. 이건 제가 너무한 게 맞다. 金旼炡이라고 이 관계가 편할리는 없을 텐데. 마른 침을 삼키며 뒤를 따라가던 刘知珉이 조심스럽게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뿌리치는 손길에는 날 선 감정이 실려 있었다. 결국 刘知珉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金旼炡의 앞을 가로막았다.
说着她移开脚步走出卧室。后知后觉地意识到了不对。是自己做得太过分了。对金旼炡来说这段关系也不会轻松。刘知珉咽了咽口水,跟在后面小心翼翼地拉住了她的衣角。甩开的动作里带着锋利的情绪。最终刘知珉快速移动身体挡在了金旼炡面前。


"아까 그거는…장난이었다고 하면 믿을래요?"  "刚才那个...如果说是开玩笑的你信吗?"

"그런 게 재미있어요 검사님은?"  "检察官觉得这种事很有趣吗?"

"아니 그냥…미안해요 생각이 짧았어요."  "不,只是...对不起,我考虑不周。"

"우습죠, 검사님은 내가."  "真可笑,我在检察官眼里。"

"그게 아니라…"  "不是那样的..."


 입이 바짝 말라왔다. 머리가 잠깐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金旼炡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어트렸다.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刘知珉이 조심스럽게 金旼炡에게 손을 뻗었으나 미처 닿기도 전에 金旼炡은 그것을 밀어냈다. 
嘴巴变得干涩。脑子好像一时间僵住了。金旼炡叹了口气,垂下头。进退两难。刘知珉小心翼翼地向金旼炡伸出手,但还没碰到,金旼炡就把它推开了。


"됐으니까 가서 자요.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요."
"算了,去睡吧。明天不是要上班吗?"

"金旼炡씨는 어떡하고요."  "金旼炡xi怎么办。"

"몰라요, 그런데 검사님 얼굴 보기 싫어요 지금은."
"不知道,但是现在我不想看到检察官的脸。"


 먼저 자리를 피한 金旼炡은 소파에 앉아 대본집을 펼쳐들었다. 쭈뼛거리며 刘知珉이 다가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차마 옆에 않지는 못하고 멀찍히 떨어진 곳에 엉덩이를 붙인 刘知珉은 애꿎은 쿠션만 잡아 뜯으며 눈치를 살폈다. 金旼炡씨.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率先避开座位的金旼炡坐在沙发上翻开剧本。即使刘知珉犹豫着靠近,她也只是翻页,连一个眼神都没给。刘知珉不敢直接坐在旁边,而是在远处找了个位置坐下,一边撕扯着无辜的靠垫一边观察着情况。金旼炡xi。果然没有得到回应。


"내가 어떻게 해야…화가 풀릴까요."  "我该怎么做...才能解开心结呢?"

"화 안 났어요."  "我没生气。"

"얼굴 보고 말하면 안 돼요?"
"不能看着脸说话吗?"

"피곤하다면서요."  "你不是说累了吗。"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출근해야 된다고 했지."
"我没那么说。我说要上班了。"


 그제야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사실상 노려보는 것에 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눈이 마주친 게 어딘가 싶었다. 刘知珉은 슬쩍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제는 손만 살짝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목을 가다듬은 刘知珉이 金旼炡에게 물었다. 연습하는 거 도와줄까요. 金旼炡은 역시나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필요 없어요. 확실한 거절이었다.
这时她才抬起头看着对方。与其说是看,不如说更接近瞪视,但总算是四目相对了。刘知珉悄悄地挪动身体。现在只要稍微伸手就能碰到的距离。刘知珉清了清嗓子问金旼炡:要我帮你练习吗?金旼炡依然目不转睛地盯着剧本回答:不用了。这是明确的拒绝。


"선 넘어서 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
"对不起越界了。都是我的错。"

"알면 됐어요."  "知道就行了。"

"안 된 것 같은데…"  好像不行......


 페이지가 또 다시 넘어갔다. 刘知珉은 입술을 물어뜯다 쿠션을 치워내고 金旼炡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页面又翻过一页。刘知珉咬着嘴唇,移开靠垫,坐到了金旼炡旁边。


"앞으로는 그런 얘기 안 꺼낼게요. 이번에는 정말 실수였어요."
"以后我不会再提这样的话了。这次真的是个失误。"

"……"  ……

"金旼炡씨."  "金旼炡xi。"

"……"  ……

"旼炡씨."  "旼炡xi。"


 하는 수 없이 손에 들린 대본을 빼앗듯 가져가버렸다. 金旼炡이 刘知珉을 바라보다한숨을 내뱉고 테이블 위에 놓인 다른 대본집을 집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刘知珉이 바지춤에 손바닥을 문지르고 오른손으로 대본을 가렸다.
不得已从她手中夺过剧本。金旼炡看着刘知珉叹了口气,拿起桌上另一本剧本。看着这一幕的刘知珉用手掌擦了擦裤腰,右手遮住了剧本。


"…旼炡아 미안해."  ……旼炡,对不起。

"……"  ……

"믿어줄지 모르겠는데 진심은 아니었어."  "虽然不知道你会不会相信,但我真的不是故意的。"


 말을 마친 刘知珉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안으로 말아물었다.
说完这些话的刘知珉低下头,将嘴唇抿在了一起。


"사실 몰라도 되거든요. 내가 얼마나 검사님 연락을 기다렸는지, 어떤 마음으로 검사님한테 전화를 했는지, 데이트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것까지 검사님이 전부 알아줄 필요는 없거든요."
"其实您不需要知道。我有多期待检察官您的联系,带着怎样的心情给您打电话,约会结束回家的路上在想些什么。这些事情,检察官您不需要全都知道。"


 金旼炡은 刘知珉의 손등 위로 제 손을 올려뒀다.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金旼炡把自己的手放在刘知珉的手背上。她依然无法抬起头。


"그래도요, 너무 무시하지는 마요 내 진심. 전에도 말했잖아요 나한테 검사님은 대용품 같은 거 아니라고."
”但还是,不要太忽视我的真心。我之前也说过,对我来说检察官您不是替代品那种存在。“

"……"  ……

"맞아요 오늘은 내가 욕심낸 거에요. 월요일이라서 출근해야 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 불렀어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그랬죠 뭐."
”是啊,今天是我贪心。明知道是周一还要上班,却还是给你打电话。我没有别的意思。就是很想见你,所以才那样。对吧?“


 이런 것까지 바라지는 않았으니까. 누군가들의 관계를 흔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我不敢奢求这么多。我根本没有想要影响别人关系的想法。


"검사님 바쁜 거 이제는 알아요. 사무실에서 봤어요 서류 엄청 쌓여 있는 거. 하루에 딱 세 번만 문자 먼저 보내줘요. 잘 잤냐고, 점심은 먹었냐고, 잘 자라고. 그 이상은 욕심 안 부릴게요."
"检察官我现在知道您很忙。我在办公室看到了堆积如山的文件。一天只要主动发三次消息就好。问我睡得好不好,有没有吃午饭,晚安。我不会再贪心要求更多了。"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욕심이 아닌 건가. 거기까지는 해도 되는 건가. 刘知珉은 왼손으로 소파를 세게 움켜쥐었다. 돌덩이가 얹혀진 것처럼 뒷목이 뻐근했다.
她无法轻易回答。那真的不是贪心吗?那样做真的可以吗?刘知珉左手紧紧抓住沙发。后颈像压着块石头一样僵硬疼痛。


"나도 미안해요 이렇게까지 싸울 일은 아니었는데."
"我也很抱歉,本不该吵成这样的。"

"……"  ……

"검사님도 걱정해요 많이. 태준오빠만 특별하게 보는 거 아니에요 진짜"
"检察官大人也很担心你呢。真的不是只对泰俊欧巴特别关注。"


 달갑지 않은 걱정이라고 하면 너는 또 상처를 받고, 그 걱정을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내가 너무 버거워. 속으로 한숨을 삼킨 刘知珉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욱여 물고 있던 입술을 놓았다. 이제는 온 몸이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如果说是不受欢迎的担心的话,你又会受伤,而我接受全部的担心对我来说太費力了。刘知珉内心叹了口气,缓缓点了点头,松开了一直咬着的嘴唇。现在全身都感到被压抑的感觉。


"먼저 들어가서 자요. 저 이것만 보고 갈게요."
"你先进去睡吧。我就看看这个就走。"


 눈을 마주칠 자신도 없었다. 刘知珉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를 벗어났다.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닫고 침대로 그대로 쓰러졌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체한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시간은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Here is the translation in Simplified Chinese: 她连直视刘知珉的勇气都没有。刘知珉就那样从位置上站起来,离开了沙发。一进卧室就立刻关上门,瘫倒在床上。把被子盖到头顶,慢慢调整呼吸。像是虚脱一般,内心翻江倒海。时间解决不了任何事。那么到底能忍耐多久呢。











"검사님 아직 감기 다 안 나으셨죠."
"检察官大人您的感冒还没完全好吧。"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던 刘知珉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바라봤다. 수사관이 팔짱을 낀 채로 저를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 옆의 계장은 같은 자세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 수사관과 刘知珉을 번갈아 쳐다봤다. 刘知珉이 두 사람의 식판을 확인하고 슬쩍젓가락을 내려뒀다. 다 드신 거에요? 수사관의 질문에는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用筷子数着米粒的刘知珉抬起头看向对面。调查官双臂交叉,正在盯着她。旁边的组长保持着同样的姿势低头看手机,时不时地看看调查官和刘知珉。刘知珉看了看两人的餐盘,悄悄放下筷子。听到调查官问是不是吃完了,她随意地点点头,把椅子往后推。


 "약은 챙겨 먹는 거죠?"
"药有按时吃吧?"

"목금토, 3일치라서 없어요 이제."  "周四周五周六,三天的量已经吃完了。"


 刘知珉과 수사관의 대화를 듣던 계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로 호되게 고생하시고도 정신을 못 차리시면 어떡해요. 刘知珉이 멀거니 저를 쳐다보자 계장은 손가락으로 刘知珉의 식판을 가리켰다. 밥이 보약입니다 검사님. 반도 비워내지 못한 음식을 확인한 刘知珉은 머쓱하게 웃으며 퇴식구로 걸어갔다. 
刘知珉和调查员交谈时,警长补充了一句。连狗都不会得的夏季感冒,您都受了这么大罪,怎么还是不能好好照顾自己呢?刘知珉茫然地看着她时,警长用手指了指刘知珉的餐盘。检察官,饭就是良药啊。看着连一半都没吃完的饭菜,刘知珉尴尬地笑了笑,朝餐具回收处走去。

 두 사람이 나란히 한숨을 내쉬며 刘知珉을 뒤따랐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처사였다니까요. 엊그제 들어온 시보가 봐도 몰아주기지 이건. 우리가 언제부터 옆방 휴가 갔다고 사건을 나눠가졌다고요. 서프로가 차장님 오른팔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챙겨주실 줄은 또 몰랐네. 우리 검사님이 능력이 출중하시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양이라는 게 있잖아요. 다음번에는 진짜 쓰러지셔야 해. 
两个人嘟囔着跟在刘知珉后面。再怎么说这也太过分了,就算刚来的实习生看了也会觉得针对。我们什么时候开始请了隔壁的假就分担起了案件了?就算副局长是刘长官的左膀右臂,也没想到会这么照顾她。我们检察官的能力确实出众,但量力而行也很重要啊。下次真得让您倒下了才行。

 아무 것도 모르는 남들은 인사 앞두고 실적 만들어주려 한다며 떠들어 댔지만 실상은 회식 불참에 대한 유치한 보복에 불과했다. 식판을 반납한 刘知珉이 두 사람을 향해 지갑을 흔들어보였다. 제가 살게요 카페 가시죠. 계장과 수사관은 서로 마주보다 고개를 가로젓고 刘知珉에게로 걸어갔다.
不明真相的人们都在嚷嚷说是为了给她在调职前制造政绩,但实际上不过是对她不参加聚餐的幼稚报复。刘知珉放下餐盘,朝两人晃了晃钱包。"我请客,去咖啡厅吧。"队长和调查员互相对视了一眼,摇摇头,向刘知珉走去。

 구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나란히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았다. 刘知珉은 연신 어꺠를 주무르며 음료를 비워냈다. 몸살을 앓고 난 이후로 내내 사무실에만 처박혀 지냈으니 컨디션이 나아질리가 없었다. 이참에 진짜 사고 한 번 크게 치고 시골로 좌천이나 돼? 실없는 상상이나 하며 빨대를 씹었다. 
刘知珉拎着咖啡店外卖的咖啡,和我并肩坐在树荫下的长凳上。她一直揉着太阳穴,很快就喝光了饮料。自从病倒之后,她一直被困在办公室,身体状况自然也没能好转。这么一想,要不真的出点大差错,被贬到农村去算了?边这么胡思乱想,边咬着吸管。


"검사님."  "检察官。"

"네."  "好。"

"전화와요."  "打电话过来。"


 녹음이 우거진 나무를 올려다보던 刘知珉이 허벅지에 올려뒀던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홍성희 대표님. 자칫하면 손에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刘知珉은 자리에서 일어나 벤치를 벗어나며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 知珉이 잘 지내지? 점심은 먹었고? 살가운 목소리는 십수 년째 변함이 없었다. 刘知珉은 목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刘知珉抬头看着绿叶茂盛的树木,随后将视线移向放在大腿上的手机。洪成熙代表。她差点弄掉了手中的外带杯。刘知珉从长椅上站起来,向旁边滑动屏幕。'知珉过得好吗?吃过午饭了吗?'那温柔的声音十几年来都没有改变。刘知珉清了清嗓子,重新握好手机。


"그럼요, 대표님은 식사하셨어요?"  "当然了,代表您用餐了吗?"

-응, 아까 유진이랑 같이 했지. 회사 근처에 괜찮은 한정식집 생겼는데 나중에 셋이서 한 번 갔다오자.
译文: -啊,刚才和友镇一起去的。公司附近新开了一家不错的定食屋,我们三个人改天一起去一次吧。

"저야 언제든…좋죠."  "我随时都可以...很好。"


 갈증은 나지 않는데 입이 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다.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세월 앞에서는 저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我并不觉得口渴,只是嘴巴干涩得很。在毫无预兆地冒出头的时光面前,我也显得手足无措,只能任它摆布。


-일이 있어서 연락한 건 아니고, 요즘 통 얼굴 보기 어려워서 말이야. 어떻게 지내는지 유진이한테 물어봐도 그걸 왜 저한테 묻냐는 소리만 하네.
-我找你不是为了工作上的事,只是最近你老是见不到人影,就想问问优真你最近过得怎么样。我问她的时候她还说,为什么问我这个问题啊。

"아…그게 제가 근래에 좀 바빠서요. 야근도 많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업무 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啊...是我最近比较忙嘛。加班很多,周末也得上班处理工作,整个人都晕头转向的。”

-知珉이가 妹妹이지만 나도 그렇고 회장님도 그렇고 많이 의지하고 있어. 너 덕분에 유진이가 마음 잡고 공부해서 한국에서 좋은 대학도 다니고
虽然知珉是我的妹妹,但我和董事长都很依赖她。多亏了你,雨珍才能专心学习,在韩国上好大学。

"정말로 저는 한 거 별로 없어요. 유진, 아니 언니가"
"我真的没做什么。悠真,不,姐姐"

-독립한 이후로는 같이 살 때처럼 살펴주기가 어렵다. 뭐라고 얘기를 하지는 않는데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나봐.
-独立之后,已经不像以前住在一起时能照看对方。虽然什么也没说,但似乎承受了不少压力。

"…네. 혼자 살면 아무래도 건강 챙기기가…그렇죠."
"...嗯。一个人生活果然照顾自己的健康...比较困难吧。"

-혹시 시간 되면 知珉이가 먼저 연락 한번만 해줘. 그 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걔는 쓸데없이…나이를 헛으로 먹었다니까 정말.
“如果你有时间的话,请知珉先联系我一次。那家伙的自尊心啊,真是的...老糊涂了。”


 벤치에 앉아 있던 수사관과 계장은 刘知珉에게 손을 흔들다 청사 건물을 가리켰다.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늘을 벗어났다. 내리 쬐는 햇빛이 이제는 제법 따가웠다.
刘知珉向长椅上坐着的侦探和警官挥了挥手,然后指向警局大楼。刘知珉点点头,走出了树荫。炽热的阳光已经让她感到有些燥热。


"대표님 죄송한데 제가…들어가 봐야 될 것 같아서요."
“董事先生对不起,我觉得我应该进去看看...”

-어머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오후 업무 봐야지 우리 검사님.
哎呀时间都已经这么晚了。下午还得工作呢,我们检察官大人。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没有一件事是容易的。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죄송해요."  之后再联系您,抱歉。

-죄송할 게 뭐가 있어 知珉이가. 나야 말로 매번 미안하지.
知珉你有什么好道歉的。倒是我一直很抱歉。

"들어가세요."  请进。

-응, 그래. 知珉이도 바쁠 텐데 건강 잘 챙기고. 환절기마다 감기로 고생하잖아.
嗯,好。知珉你也很忙吧,要好好照顾身体。每到换季你都会感冒。

"저는…네. 괜찮아요."  “我......嗯。我没事。”

-조만간 밥 먹자. 자리는 내가 만들게
-很快我们出来吃个饭吧。地点我来安排。


 뜨끈해진 핸드폰을 손에 쥐고 계단을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사관이 刘知珉에게 테이크아웃 잔을 건넸다. 누구랑 전화하셨길래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세요. 잔을 받아든 刘知珉이 어색하게 웃으며 바지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뒀다.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她拿着已经烫手的手机爬上了楼梯。在电梯门前等候的侦探递给刘知珉一个外带饮料杯。你刚刚和谁打电话了,表情怎么那么不好看呢。接过杯子的刘知珉尴尬地笑了笑,然后把手机塞进裤子口袋里。不久,紧紧关闭着的门开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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