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도깨비 (2) 第 30 話 鬼怪(2)
예림이는 다른 일정을 위해 떠나고 유명우도 먼저 올려 보냈다.
藝琳為了其他行程先行離開,柳明宇也先送他上去了。
석하얀과 둘만 남자 가슴이 살짝 설렜다. 나한테 호감을 가진 여자와 단둘만 있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처음인가?
只剩下石夏妍和我兩人,男生的心臟微微跳動著。不知道有多久沒和一個對我有好感的女生單獨相處了……是第一次嗎?
비록 석하얀은 학구열로 가득 차 있었지만.
雖然石夏妍滿腦子都是求知的熱情。
그녀가 눈을 빛내며 종이에 던전 입구를 그렸다. 그림은 못 그리네.
她眼睛發亮地在紙上畫出了地城的入口。畫得真糟糕。
“던전 포화 상태를 입구의 형태와 마나 분포도를 계산해 추측할 수 있다니, 놀랍네요. 지금은 단순 평균치 계산이라 이따금 급하게 공략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잖아요. 발생한 지 삼 일 이내인 던전은 초록색,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의 던전은 붉은색이라는 지표 외에는 없으니까요.”
「能夠透過入口的形狀和魔力分布來推測地城的飽和狀態,真是令人驚訝。現在只是簡單的平均值計算,有時候還是會遇到必須急忙開始攻略的情況。因為除了發生三天以內的地城標示為綠色、以及破裂發生前一天的地城標示為紅色之外,沒有其他指標了。」
“아직 추측일 뿐입니다. 장담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부족하죠. 특히 한국에는 던전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니까요.”
「這還只是推測而已。資料太少,無法保證準確。尤其在韓國,地城的數量並不多。」
내 말에 석하얀이 안타까움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聽我這麼說,石夏妍無奈地嘆了口氣。
“맞아요! 너무 적어요. 아, 이런 소리 밖에서 하면 돌 맞겠지만요. 그래도 좀 더 많은 던전을 조사해 볼 수 없는 게 안타깝다니까요.”
「沒錯!太少了。啊,這種話要是在外面說,肯定會被人丟石頭啦。不過真的很可惜,不能多調查一些地城啊。」
“다수의 던전을 조사, 통계를 내어 본다면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如果能調查多數地城,做出統計,說不定會發現什麼新東西呢。」
“그러니까요! 아니 왜 대부분의 나라가 외국인은 조사도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략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펴만 보겠다는데. 솔직히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던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사람들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는데!”
「就是啊!我真的不懂為什麼大多數國家都不讓外國人調查。又不是要攻略,只是想看看而已。說實話,這不應該是全世界都要合作的事情嗎?如果能更了解地城,大家就能更安全!」
울분에 차 외치던 석하얀이 이번에는 감동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滿腔怒氣喊叫的石夏妍這次卻用充滿感動的眼神看著我。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국내에선 유진 씨가 처음이에요! 아직 던전은 무작위의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라는 설이 대세거든요. 그런데 규칙성이 있다고 확신하고 조사, 연구까지 하는 사람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在國內能這麼順利溝通的人,尤珍小姐是第一個!現在大家普遍認為地城還是隨機且不可預測的災難呢。但沒想到會在這裡遇到如此堅信其中有規律性,還親自調查、研究的人。」
그녀가 덥석 내 손을 잡으며 얼굴을 들이댔다. 아니, 잠깐만요. 저 연구 같은 거 안 하는데요.
她突然抓住我的手,臉貼了過來。不,等一下。我可沒在做什麼研究啊。
“저랑 같이 연구실 차리지 않으실래요?”
「要不要跟我一起開個研究室呢?」
“…사양하겠습니다.” 「……我就不勉強了。」
“왜요? 우리 둘이라면 분명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을 거예요!”
「為什麼呢?我們兩個一定能有驚人的發現!」
누가 삼촌조카 아니랄까 봐 석시명이랑 하는 짓도 비슷했다.
真不愧是叔侄,石時明的行為也很相似。
“저는 그냥 몸으로 뛰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아본 거라 책상 앞에서 머리 쥐어짜는 건 못합니다.”
「我只是靠身體力行,粗略了解而已,坐在書桌前絞盡腦汁可不行。」
“괜찮아요. 계속 몸으로 뛰시면 돼요. 정리는 제가 다 할게요. 통계학이 제 전공입니다!”
「沒關係,你繼續用身體力行就好,整理的工作我來做,統計學是我的專長!」
“검정고졸이라 학력이…….” 「只有高中文憑……」
“문제없어요. 저 교수 자격 있거든요. 안 그래도 빽으로 던전이나 각성자 관련 학과 신설할 생각이었고요. 세상에서 제일 상냥한 교수님이 되어 드릴게요. 논문도 그냥 통과시켜 드립니다!”
「沒問題的。我有教授資格呢。其實我正打算靠關係新設地城或覺醒者相關科系。我要成為世上最親切的教授。論文也會直接幫你通過!」
빽으로 학과 신설할 거라니, 집안이 대단한 아가씨였구나. 대학 졸업증 공으로 얻게 해준다는 말이 솔깃했지만 그래도 이제 와서 공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靠關係新設科系,果然是出身不凡的大小姐。雖然聽到能靠大學畢業證書搞定一切的話讓人心動,但現在已經沒興趣再讀書了。
게다가 던전학 권위자가 될 사람과 길게 엮여 봐야 순식간에 밑천 털리고 말겠지. 그냥 가끔 아는 척이나 하는 편이 나았다.
況且跟將成為地城學權威的人長期糾纏,分分鐘就會被榨乾底細。還是偶爾裝熟比較好。
“죄송하지만 전 이제 다른 쪽에 관심이 더 많아져서 던전과 각성자에 대한 연구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抱歉,但我現在對其他方面更感興趣,不想再研究地下城和覺醒者了。」
“…다른 쪽이요?” 「……另一邊嗎?」
“네. 몬스터에 대해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是的。 我打算研究一下怪物。」
키우다 보면 겸사겸사 공부도 되겠지.
養著養著,順便也能學點東西吧。
“몬스터…….” 「怪物......」
아련하게 중얼거리던 석하얀이 돌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朦朧低語的石夏然突然露出一副肅穆的表情。
“한유진 씨 연구실과 제 연구실, 협력하죠.”
「韓有珍小姐的研究室和我的研究室,合作吧。」
“저 연구실 없습니다. 세울 계획도 없습니다. 그냥 마수 한 마리 키우고 있을 뿐입니다.”
「那個研究室不存在。我也沒有打算設立。只是養著一隻魔獸而已。」
“키우고 계세요? 벌써요? 와, 역시 몸으로 뛰는 연구자!”
「你在養嗎?已經開始了?哇,果然是親身實踐的研究者!」
석하얀이 본받아야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였다.
正當石夏妍興奮地說要學習效仿的時候。
탁! 啪!
“어?” 「咦?」
갑자기 불이 꺼졌다. 창이 없는 지하인 데다 복도의 불까지 죄다 꺼져 버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突然燈全滅了。因為是沒有窗戶的地下室,加上走廊的燈也全都熄了,連前方一尺都看不清楚。
정전인가? 是停電了嗎?
“불 나갔나 봐요.” 「好像停電了。」
“그러게요. 휴대폰 손전등 켤게요.”
「是啊。我來開手機手電筒。」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홈버튼을 눌렸다. 희미한 빛이 들어오며 내 책상 앞에 서 있는 석하얀의 얼굴이 비춰 보였다.
從口袋裡掏出手機,按下了 Home 鍵。微弱的光線透出,映照出站在我書桌前的石夏妍的臉龐。
놀라다 못해 경악으로 굳어 버린 얼굴이.
驚訝到無法動彈,臉上凝結成震驚的表情。
“…석하얀 씨?” 「……石夏言?」
갑자기 왜 저러지. 휴대폰 빛 속에서 보니까 엄청 무섭—
突然怎麼了。從手機的光裡看過去,真的很可怕——
“꺄아아악!!” 「啊啊啊啊!!」
“뭐, 뭡니까?!” 「什、什麼啊?!」
찢어지는 비명에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撕裂般的慘叫聲讓我的心猛地一沉。驚恐之下,我本能地回頭望去。
퍼렇게 뜬 피투성이 얼굴이 안개 같은 빛과 함께 둥둥 떠 있다. 하얗게 뒤집어진 눈이 내 눈과 똑바로 마주쳤다.
滿臉血跡的蒼白臉龐伴隨著霧氣般的光芒漂浮著。翻白的眼睛直直地與我的目光相對。
시, 시발……. 他、他媽的………。
덜컹덜컹덜컹덜컹! 咯咯咯咯!
의자와 책상이 마구 흔들린다. 강의대 위의 프린트물들이 태풍에 휘말린 듯 이리저리 나부꼈다.
椅子和書桌劇烈搖晃著。講台上的講義像被颱風捲起般四處飄散。
“꺄아악! 엄마아!!” 「啊啊啊!媽媽!!」
나는 석하얀의 비명 속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게 아니라 의자가 흔들려서 떨어진… 젠장, 비명 안 지른 게 어디야! 이게 대체 무슨…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 던전에 몬스터도 있으니 귀신도 있나……?
我在石夏妍的尖叫聲中,重重地坐倒在地上。不是腿沒力氣,而是椅子晃動才摔下去的……該死,沒尖叫已經算不錯了!這到底是什麼……世上哪裡會有鬼……地下城裡有怪物,那會不會也有鬼……?
아니 그보다 공포 저항 스킬 있는데 왜 온몸이 떨리고 눈물 날 것 같이 무섭… 아.
不,先不說那個,我明明有恐懼抗性技能,為什麼全身卻在發抖,眼淚都快要流出來了,好可怕……啊。
껐지. 끄고 안 켰다. 나는 바보인가.
關了。關了就沒再開。我是笨蛋嗎。
얼른 공포 저항 스킬을 다시 활성화했다. 그러자 곧장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趕緊重新啟動恐懼抗性技能。隨即心中立刻感到安定。
‘아침에 상태가 안 좋았던 것도 스킬 끈 탓이었나?’
「早上狀態不好也是因為關掉技能的關係嗎?」
스킬 설명은 위압 무효뿐이었지만 L급 스킬이니 다른 효과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 패시브니 아마 평소에도 정신력을 좀 높여 주고 있지 않았을까.
技能說明只有無視威壓,但因為是 L 級技能,所以很可能還有其他效果。而且是被動技能,或許平時也會提升一些精神力吧。
그래도 내 원래 멘탈이 약한 편은 아니었는데 스킬 꺼졌다고 불안에 휩싸이다니. 이래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건가.
儘管如此,我原本的心理素質也不算差,技能一關就陷入不安。難怪有句話說,坐得穩的人不怕坐不穩的地方。
“석하얀 씨!” 「石夏妍小姐!」
놓친 휴대폰을 주워 손전등을 켜고 얼른 석하얀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그녀는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撿起遺失的手機,開啟手電筒,急忙走向石夏妍。她癱坐在地上,神情恍惚。
“괜찮아요?” 「沒事吧?」
어깨를 가볍게 흔들자 흐느적거리다가 아예 푹 쓰러져 버린다. 숨은 멀쩡히 쉬고 있고. 단순히 기절한 건가. 나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외쳤다.
輕輕晃了晃肩膀,她搖搖晃晃地,最後徹底倒了下去。呼吸依然平穩。難道只是單純昏倒了嗎。我抱著她大聲喊道。
“그만해! 도깨비!” 「住手! 鬼怪!」
대낮에 갑자기 귀신이, 그것도 이런 과장된 퍼포먼스를 보이며 나타날 리 없잖은가.
大白天的突然出現鬼魂,而且還是以這種誇張的表演方式出現,根本不可能吧。
머릿속이 차가워지자 범인은 금방 떠올랐다.
頭腦一清醒,兇手立刻浮現腦海。
도깨비다. 是鬼怪。
장난치기를, 특히 사람 놀래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
喜歡惡作劇,尤其是嚇唬人的鬼怪。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知道了,知道了。別生氣啦~」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중성적인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어 복도의 불이, 교육실의 불이 탁, 탁, 탁 차례로 켜졌다.
帶著中性,分不清男女的聲音調皮地說道。接著走廊的燈、教室的燈依次啪、啪、啪地亮了起來。
“만나고 싶다기에 와 준 건데.”
「說想見我,我才特地來的。」
낄낄거리며, 책상 위에 인영이 나타났다. 붉은 도깨비 가면에 푸른 도포를 늘어뜨린 사람이었다. 녀석이 피투성이 푸른색 얼굴 모형을 휘휘 휘둘렀다.
咯咯笑著,桌上出現了人影。那是一個戴著紅色鬼面具,披著藍色長袍的人。那傢伙揮舞著一個滿是血跡的藍色臉模。
“내가 조금 심했나.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어. 진짜야. 원래는 조절 잘하는데 오랜만이라 그랬나 봐.”
「我是不是有點過分了。沒想到會昏倒。真的喔。平常我都控制得很好,可能是因為好久沒這樣了吧。」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지만…….”
「幸好似乎沒有受傷……。」
나는 도깨비를 올려다보았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작은 편도 아니었다. 괴짜에 장난스럽지만 선량한 인간.
我抬頭望向那個鬼怪。這是我第一次親眼見到他。身高不算高,但也不算矮。是個古怪又調皮,但心地善良的人。
중거리 공간이동, 은신, 나중에는 초장거리 포탈까지 지니게 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헌터.
中距離空間移動、隱身,後來甚至擁有超長距離傳送門,這是一位不屬於任何一方的獵人。
탐난다. 真令人垂涎。
게다가 앞의 둘만 있는 지금도,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而且即使現在只有前面兩個,如果能得到他的幫助的話。
‘던전을 조사할 수 있지.’
「可以調查地城。」
석하얀이 미국까지 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던전 생성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石夏妍不必遠赴美國,就能在國內發現地城生成法則。
‘…장난치기 좋아하는 도깨비. 남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 목숨 걸었다는 소리까지 듣는 도깨비.’
「……喜歡惡作劇的鬼怪。甚至有人說他拼了命只為了嚇唬別人一跳的鬼怪。」
이건 기회다. 這是個機會。
나는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我帶著嘲諷的笑意,挑釁地揚起嘴角說道。
“전혀 무섭지도 않은 장난은 그만 치지 그래?”
「別再開那些一點也不可怕的玩笑了,好嗎?」
“뭐?!” 「什麼?!」
도깨비가 펄쩍 뛰었다. 鬼怪跳了起來。
“무섭지 않다고?! 기겁해서 완전 창백해졌던 주제에! 다리 풀려서 주저앉아 벌벌 떨었으면서!”
「說不害怕?!明明嚇得臉色蒼白!腿軟坐倒在地,還全身發抖!」
“네가 잘못 본 거겠지. 어두워서.”
「你一定是看錯了吧。因為太暗了。」
“아니거든? 봤거든? 똑똑히 다 봤거든?”
「不是這樣的喔?我看到了喔?我清清楚楚全都看到了喔?」
억울해하는 도깨비를 향해 덩달아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부러 말을 더듬었다.
對著委屈的鬼怪,我也跟著露出一副憋屈的表情,故意結巴地說話。
“그, 그건. 그냥 예상치 못해서 그런 거고.”
「那、那個。只是因為沒預料到才那樣的。」
“역시 놀란 거 맞잖아! 예상했으면 안 놀랐을 거 같냐? 겁쟁이~ 겁쟁이~”
「果然還是嚇到了吧!如果早有預料就不會嚇一跳了嗎?膽小鬼~膽小鬼~」
“예상했으면 당연히 안 놀라지! 솔직히 네 장난 유치해.”
「早就預料到了當然不會驚訝!說實話,你的惡作劇很幼稚。」
“유치! 고전적인 거야!” 「幼稚!這是經典手法!」
도깨비가 발을 동동 굴렀다. 슬슬 낚싯줄을 당겨 볼까.
鬼怪跺著腳。該慢慢收緊魚線了。
“그럼 내기라도 해 볼래?”
「那要不要來打個賭?」
“내기? 내기 좋지, 내기! 뭐 걸게?”
「賭注?賭注好啊,賭注!要賭什麼?」
“날 놀래키지 못하면 내가 너보다 더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고! 음… 3년간 내 부하 노릇을 하는 거야.”
「如果你嚇不到我,就得承認我比你厲害!嗯……接下來三年當我的部下吧。」
좀 유치한 말이었지만 도깨비는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어깨를 으쓱하더니 하하하 웃는다.
雖然有點幼稚的話,但鬼怪似乎很喜歡。牠聳了聳肩,然後哈哈大笑起來。
“좋아, 좋아. 하지만 난 무척이나 유능하고 대단한 인재라고! 내 3년이면 넌… F급이지만 해연 길드장 형이니까 특별히 깎아서 20년 부하로 삼아 줄게!”
「好啦,好啦。但我可是非常有能力又了不起的人才!就算是我三年,你……雖然是 F 級,但因為是海淵公會長哥的關係,我特別破例,當成 20 年的部下來用!」
나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나 보군. 그래도 속속들이 다 파악하진 못한 듯했다. 하긴 도깨비가 아무리 대단해도 몸은 하나니까. 고작 F급짜리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볼 리는 없었다.
看來他也知道關於我的事。不過似乎並沒有完全掌握一切。畢竟再厲害的鬼怪也只有一個身體,不可能細查一個 F 級的每一舉一動。
그래도 이렇게 엮인 이상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既然已經這麼牽扯在一起,今後還是稍微小心一點比較好。
“계약서 가지고 있지?” 「你有帶合約書吧?」
내 말에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뚝 멈췄다. 가면 너머의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봐 왔다.
聽到我的話,鬼怪的笑聲頓時停止。面具背後的眼睛直直地盯著我看。
“계약서라고? 계약서까지 쓰게?” 「合約書?竟然還要寫合約書?」
역시 애들 장난 같은 부하 노릇이라 생각했나 보군. 하지만 그럼 안 되지. 확실하게 해야지.
果然還是覺得當手下像小孩子在玩耍吧。不過那可不行。一定要做得徹底。
“당연히 정식으로 계약서 써야지. 왜, 겁나?”
「當然要正式簽合約啊。怎麼,怕了?」
“아니! 하지만 이해가 안 가네. 너무 수상하잖아? 게다가 너무 자신만만하고.”
「不!只是覺得不太能理解。太可疑了吧?而且還太自信滿滿的。」
도깨비의 몸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내 쪽으로 스르륵 다가 와서는 빙글 맴을 돌며 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鬼怪的身體悠悠地飄浮在空中。牠輕輕地朝我這邊靠近,繞著我轉了好幾圈,仔細地打量著我。
“저항 스킬은 패시브니까 없을 테고, 아이템 쓰려고?”
「抗性技能是被動的,應該沒有吧,你是想用道具?」
“안 써. 의심스러우면 계약서에 아이템 불가 조항 추가해도 돼.”
「不會用的。如果覺得可疑,也可以在合約書裡加上禁止使用道具的條款。」
“그럼 정신력 올려 주는 스킬?”
「那就是提升精神力的技能?」
“그것도 안 써. 어차피 내 스킬은 고작해야 5% 상승이라고. 티도 안 날걸? 스킬도 계약서에 추가할게. 나는 물론이고 타인의 액티브 스킬도 사용하지 않을 것, 정도면 되겠지?”
「那個也不用。反正我的技能頂多只提升 5%,根本看不出來吧?技能也會加到合約裡。我當然不會用,別人的主動技能也不會用,這樣應該就行了吧?」
그렇게 말했지만 도깨비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았다. 감이 좋네.
雖然這麼說,但鬼怪依然沒有打消懷疑。真是有眼光。
“으으음, 이상해, 수상해. 뭔가 감춘 게 있는 거 같단 말이야! 분명 질 텐데? 조금 전에도 엄청 놀랐는데? 다리도 풀렸는데?”
「嗯嗯,怪怪的, suspicious。感覺好像藏了什麼東西!明明會輸的吧?剛剛還嚇了一大跳呢?腿都軟了耶?」
감추긴 감췄지. 일단 저 녀석을 안심시켜야 할 듯했다. 이대로라면 계약서에 쉽게 사인하지 않을 태도였다.
雖然藏了起來,但總得先讓那傢伙安心才行。照這樣下去,他是不會輕易在合約上簽字的。
“솔직히 말해… 속셈이 있긴 있어.”
「說實話……確實有點盤算。」
조금 쑥스러운 척하며 말을 이었다.
帶著一點害羞的樣子繼續說道。
“사실 진다 해도 내겐 손해가 되지 않는 내기니까.”
「其實就算輸了,對我來說也不會有損失的賭注。」
“손해가 안 된다고?” 「不會吃虧?」
“그래. 나는 평범한 F급 헌터고 넌 그 유명한 도깨비지. 이기면 대박이지만 져 봤자 도깨비의 부하 타이틀을 따게 되는 거잖아?”
「沒錯。我是普通的 F 級獵人,而你是那個有名的鬼怪。贏了當然大賺一筆,但就算輸了,也只是成為鬼怪的手下而已,不是嗎?」
이번에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하려고 노력할 것도 없이 김성한에게 30번 고백한 사실을 떠올리자 금세 목덜미가 붉어졌다. 쪽팔려, 젠장.
這次露出了害羞的表情。回想起自己向金成漢告白了 30 次,根本不用努力演戲,脖子立刻就紅了。真丟臉,該死。
“너는… 네 말대로 대단하고, 또… 음, 팬… 까진 아니지만. 그, 그러니까 부하가 된다면 영광… 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한테 나쁘게 대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你是……如你所說的那麼了不起,還有……嗯,雖然不是粉絲,但如果能成為你的部下,那真是榮幸……應該這麼說吧。總之,我覺得你不會對我不好。還有……」
“또?” 「又來了?」
도깨비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가면을 쓰지 않았더라면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 드러났을 게 분명했다.
鬼怪用興奮的聲音問道。如果沒有戴面具,臉上肯定會露出得意的笑容。
“…멋있었어. 내 보따리 속에는 온갖 비밀이 담겨 있으나, 하고 선언했을 때. 진짜로 멋졌어.”
「……真帥。在我那包袱裡藏著各種秘密,當我這麼宣告的時候。真的很帥。」
“내가 대단하고 멋지긴 하지!”
「我確實很了不起也很帥!」
도깨비가 낄낄거리며 공중으로 훅 치솟았다. 저러다 천장에 머리 부딪힐라.
鬼怪咯咯笑著,一躍衝向空中。這樣下去會不會撞到天花板啊。
“너, 마음에 든다! 그냥 부하가 되고 싶다고 했으면 웃어 넘겼을 텐데, 도발해서 내기를 걸어오다니. 재미있어! 계약서까지 챙기는 것도 마음에 들어!”
「你,我很喜歡!如果你只是說想成為我的部下,我可能會一笑置之,但你竟然挑釁我還打賭,真有趣!連合約書都準備好了,我也很喜歡!」
“진다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이길 자신 있거든?”
「就算輸了也沒關係,但我有信心會贏喔?」
“그래, 그래, 좋아!” 「好、好、好極了!」
도깨비의 손에 한 장의 양피지가 들렸다.
妖怪的手中握著一張羊皮紙。
“내기하자!” 「來打賭吧!」
낚시 성공이다. 釣魚成功了。
유쾌한 웃음소리 속에서 석하얀을 고쳐 안았다. 이제 다 된 밥만 떠먹으면 되니까 이 아가씨 좀 어떻게 해 줘야지.
在愉快的笑聲中,他重新抱緊了石夏妍。現在只剩下盛飯吃了,這位小姐得好好照顧一下才行。
“그 전에 이 사람 의무실로 데려가 주지 않을래?”
「在那之前,能不能先把這個人帶去醫務室?」
내 말에 도깨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곤 석하얀을 데리고 사라졌다가 이내 다시 나타났다.
聽我這麼說,鬼怪爽快地點了點頭,帶著石夏然消失了,隨後又再次出現。
역시 공간이동 스킬은 정말 좋구나. 나도 가지고 싶어.
果然空間移動技能真是太棒了。我也好想擁有。
“자, 계약서 작성하자!” 「來,簽訂合約吧!」
도깨비가 들고 있던 양피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협회 보장으로 A급용 스탯 하락 계약서였다.
鬼怪將手中的羊皮紙放在桌上。那是一份由協會擔保的 A 級用能力值下降合約書。
‘그러고 보니 도깨비 스탯은 어떠려나. 이름도 확인해 볼까.’
「說起來,妖怪的屬性到底如何呢?名字也來確認一下吧。」
이름을 보면 성별까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떡잎 스킬을 쓰자 베일에 가려진 도깨비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只看名字,或許就能知道性別。使用了「떡잎」技能後,隱藏的鬼怪狀態欄顯現了出來。
[각성자 – 윤윤 [覺醒者 – 尹潤]
현재 스탯 등급 B
目前能力等級 B
각성 가능 스탯 등급 B
覺醒可能屬性等級 B
최적화 초기 스킬 最佳化初期技能
누구게?(S) 획득 誰呢?(S) 獲得
구름 발걸음(B) 획득] 獲得【雲步(B)】
…이름이 저게 뭐야? 누가 도깨비 아니랄까봐 괴상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겠고.
…那名字到底是什麼?真不愧是鬼怪,怪異得很。根本分不清是男是女。
스탯은 B로 높은 편이었고 의외로 최적화 초기 스킬 중 공간이동과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누구게?는 은신 스킬인 듯하고 구름 발걸음은 비교적 흔한 비행 스킬이었다.
屬性是 B,算是偏高,意外的是在最初的優化技能中,竟然一個與空間移動相關的技能都沒有。誰呢?似乎是隱身技能,而雲步則是相對常見的飛行技能。
“작성 안 해? 그새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어?”
「不寫了嗎?難不成心意變了?」
상태창을 살피느라 잠깐 멍하게 있자 도깨비가 재촉해 왔다. 성격 급하네.
因為盯著狀態欄看,愣了一下,結果被鬼怪催促了。真是急性子。
펜을 꺼내들어 계약서의 텅 빈 공간에 조건을 적었다.
拿起筆,在合約書的空白處寫下條件。
“한 번은 애매하니까 삼세번으로 해~”
「一次不行就三次吧~」
내가 쓰는 내용을 지켜보던 도깨비가 참견해 왔다. 애매해서가 아니라 자기 재밌으려고 횟수 늘리는 거 아니냐.
我正在寫的內容,被一旁觀察的鬼怪插嘴了。他不是覺得模糊不清,而是懷疑我是不是為了自己好玩才增加次數。
“딱 한 번이라도 안 놀라면 부하 1호로 올려줄게!”
「只要有一次不嚇一跳,我就提拔你當一號手下!」
“다른 부하도 있어?” 「還有其他部下嗎?」
“너까지 셋!” 「連你也三個!」
하긴 심복이 있어야 도깨비에게 불상사가 생길 시 그 보따린가 뭔가를 대신 풀어 줄 수 있겠지.
說到底,有心腹在身邊,萬一妖怪出了什麼差錯,總能代為解開那個包袱什麼的吧。
간간히 참견받아 가며 승부 판정 조건과 스킬 아이템 사용 불가 등을 적어 내려갔다. 도깨비가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는 바람에 공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偶爾被插手干涉著,將勝負判定條件和技能道具使用禁止等事項一一記錄下來。因為鬼怪事事都要仔細確認,空間幾乎不夠用了。
까불거리는 태도와 달리 의외로 세심하다.
與他那囂張的態度相反,意外地相當細心。
“불합리한 명령은 듣지 않겠다는 부분은 반드시, 상세하게 필요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내가 진다면 타인의 비밀정보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는 것도 쓰고!”
「不會聽從不合理命令的部分一定要詳細寫清楚。雖然不太可能,但如果我輸了,也要寫上不會打聽他人秘密情報的!」
“그런 건 당연히 안 물어. 네가 위험할 짓은 할 생각 없다고.”
「那種事當然不會問。我知道你不會做危險的事。」
귀한 몸이신데 소중히 다뤄 드려야지.
您是珍貴的身體,應該好好珍惜對待。
마지막으로 내기 기간은 일주일로 정한 뒤 사인까지 끝마쳤다.
最後,我們將賭約期限定為一週,並完成了簽字。
“민폐니까 가능한 다른 사람까진 끌어들이지 마. 그리고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 줬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욕실이나 화장실 같은 곳 말이야.”
「因為會造成困擾,盡量不要牽扯到其他人。而且希望能至少保有基本的隱私,比如浴室或廁所這種地方。」
“걱정 마! 화장실이나 목욕탕은 몰래 들어간 적도! 그럴 생각 한 적도! 없어!”
「別擔心!廁所或浴室我從來沒偷偷進去過!也從沒想過要那麼做!」
“그래, 그래. 착하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好啦好啦,你真乖。那以後就麻煩你了。」
나는 계약서를 소중히 챙긴 뒤 미래의 부하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我珍惜地收好合約書,然後對未來的部下露出溫柔的微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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