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다. 가슴에 비숑이 날아와 꽂힌다. 누구 가슴인진 모르겠다. 아무튼간 좌우지간. 신정환과 배연아 사이에 이렇게 차가운 기류가 흐르는 건 김도훈으로썬 처음이었다. 또 죄 진 것도 없는데 죄인 된 기분으로 가시방석에 엉덩이 붙이고 앉은 꼴이다. 김도훈은 새삼스럽게 근본적인 좆같음을 상기한다. 내가 도대체 왜 허구한 날 이 헤테로 커플 사이에 끼어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冷冽刺骨。一只比熊犬飞来,扎进了胸口。不知是谁的胸口。总之无论如何。金道勋第一次感受到申正焕和裴姸娥之间如此冰冷的气流。明明没有犯错,却像个罪人一样坐立不安,如坐针毡。金道勋再次回想起这种根本性的糟糕感觉。我到底为什么要日复一日地夹在这对异性恋情侣之间,遭受这样的羞辱?
사실 둘이 싸운 적이야 허다하고 각자 따로 김도훈을 불러내어 툴툴거린 적이야 많다만-신랄한 뒷담은 배연아만 깠지만- 아예 김도훈 앞에서 싸우는 건 처음 아닌가? 그렇다고 언성 높이고 볼썽사납게 싸우는 건 또 아니었다. 둘은 고요했다. 조근조근하고. 평소의 통통 튀는 배연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더 살 떨렸다.
事实上,他们俩吵架的次数数不胜数,各自单独找金道勋抱怨的次数也很多——尽管只有裴渊雅会说些尖酸刻薄的话——但是在金道勋面前直接吵架,这还是第一次吧?话虽如此,他们也并没有提高嗓门或者难看地争吵。两人都很平静。说话轻声细语。平时活蹦乱跳的裴渊雅此刻看不到踪影。这让人更加毛骨悚然。
"나간다는 말 없었잖아." "你没说过要出去啊。"
"도훈이잖아." "是道勋啊。"
"도훈이여도." "即使是道勋。"
"내가 친구 만나러 나가는 거 하나까지 오빠한테 다 보고를 해야 해?"
"我每次出去见朋友都要向欧巴汇报吗?"
"평소엔 했잖아. 집앞 편의점 나갈 때도 전화 걸잖아, 너."
"平时不是都会打电话吗?就连去家门口便利店的时候也会打电话给我,你。"
"한 번 안 했다고 너무 잡아먹을 것처럼 군다 오빠."
"哥哥,你不要因为一次没做就表现得好像要吃了我似的。"
"그마저도 내가 도훈이 입으로 들어야겠어?"
"这些话也必须从道勋的嘴里亲自听到吗?"
"김도훈이 오빠 불렀어?" "金道勋欧巴叫我了吗?"
대번에 눈꼬리가 뾰족해진 배연아가 김도훈을 쏘아본다. 지금까지 김도훈이 본 배연아의 표정 중 가장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었으나 그다지 타격은 없었다. 뭐 어쩌라고. 좀 눈치 보이긴 해도 막말로 김도훈의 잘못은 없지 않은가? 몰래 나온 거였으면 비밀로 해달라고 언질이라도 해 주든가. 아마 곧이곧대로 응해주진 않았겠지만. 김도훈은 그냥 눈 땡그랗게 뜨고 모르쇠 어깨를 으쓱였다.
白妍雅的眼角立刻变得尖锐,瞪着金道勋。这是金道勋见过的白妍雅最冷酷、最锋利的表情,但他并没有受到太大影响。能怎么办呢?虽然有点不好意思,但说白了金道勋也没做错什么,不是吗?如果是偷偷出来的,至少应该暗示一下要保密。不过即使那样,他大概也不会老老实实答应。金道勋只是睁大眼睛,耸了耸肩,装作一无所知。
배연아도 대뜸 김도훈에게 화살 돌려 화풀이 할 만큼 얄궂은 인간은 아니었기에 그냥 짧게 한숨 쉬고 만다. 화기애애했던 술자리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잔뜩 언짢은 표정의 배연아, 배연아의 뒤에 단단히 서있는 신정환, 맞은편에 앉아 그냥 휘파람 휘휘 부는 김도훈. 김도훈 이 새끼도 어지간히 뻔뻔하긴 했다.
裴妍儿也不是那种会立即把怒火转向金道勋发泄的刻薄之人,所以只是短暂地叹了口气。原本欢乐的酒局瞬间冷却下来。表情十分不悦的裴妍儿,坚定地站在裴妍儿身后的申正焕,以及坐在对面悠闲吹着口哨的金道勋。这个金道勋也真是够厚脸皮的。
"와서 앉아. 같이 마시자." "过来坐下。我们一起喝吧。"
배연아는 이 상황을 그냥 그렇게 뭉뚱그렸다. 제 옆자리의 의자를 빼며 신정환에게 앉을 것을 권하는 걸로.
裴妍雅就这样简单地概括了这种情况。她拉出自己旁边的椅子,邀请申正焕坐下。
신정환의 눈썹이 잘게 구겨진다. 그게 김도훈의 눈에 들어왔다. 찡그려지는 눈썹, 애매하게 벌어진 입술로 작게 한숨쉬는 거, 손으로 제 목덜미의 엷은 살을 손가락으로 조물거리는 습관 같은 거. 배연아라면 껌뻑 죽는 신정환인데도 어지간히 이 상황이 못마땅한가 싶었다.
申正焕的眉头微微皱起。金道勋注意到了这一点。皱起的眉头,微微张开的嘴唇轻轻叹息,手指习惯性地揉捏着自己后颈薄薄的皮肤。虽然申正焕对裴妍雅一见钟情,但看起来他对这种情况相当不满意。
그럼에도 못 이기는 척 배연아의 옆자리에 앉는 게 신정환이다. 병신 새끼... 라는 말이 진짜 목끝까지 차오른 걸 겨우겨우 삼켰다.
尽管如此,还是装作无可奈何地坐在裴妍雅旁边的是申正焕。白痴混蛋...这句话真的差点脱口而出,好不容易才咽了回去。
그렇게 그렇게 그냥 그렇게 평소처럼 돌아가나 싶었는데 오늘은 김도훈의 예상을 벗어난다. 신정환이 자질구레한 첨언이나 말대꾸 없이 자리에 앉음으로써 어느 정도 상황이 정돈된 거라 생각했는데. 배연아도, 김도훈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就这样就这样,本以为一切都会像往常一样继续下去,但今天却出乎金道勋的意料。申正焕没有像往常一样提出琐碎的意见或反驳,而是安静地坐在了自己的位置上,这让人觉得情况似乎已经得到了某种程度的缓解。裴妍雅和金道勋都对此深信不疑。
조금 누그러진 배연아가 언제나처럼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 평소의 배연아로 돌아왔다. 통통 튀고, 누구나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화력 맥스의, 사랑스러운 분위기 메이커.
稍微平静下来的裴渊雅像往常一样微笑着试图缓解气氛。她回到了平时的样子。活泼可爱,让每个人都能轻松相处,亲和力满分的,讨人喜欢的气氛制造者。
신정환이 달랐다. 배연아가 직원에게 신정환 몫의 잔을 받고, 그 잔에 술을 따라주는 동안에도 신정환은 입고 온 후드집업 주머니에 양손 짱박고 그걸 쳐다보고만 있었다. 평소였으면 제가 먼저 배연아의 안주와 술까지 전부 챙기고도 남을 작자였다. 딸 챙기듯 유난스러웠던 그의 행적은 김도훈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그 광경이 몹시도 괴랄하게 느껴졌다. 배연아가 못내 당황한 눈치다. 그건 김도훈도 마찬가지였다. 배연아가 존나 째려볼 때도 어쩌라고 스탠스였던 김도훈도 젓가락 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신정환 눈치 살살 봤다.
申正焕有些不同寻常。当裴姸雅从服务员那里接过申正焕的酒杯,并为他倒酒时,申正焕只是双手插在身穿的连帽衫口袋里,一直盯着那杯酒。要是平常,他早就会抢先照顾好裴姸雅的下酒菜和酒了。金道勋很清楚他平时那种像照顾女儿一样的夸张行为,所以现在这种情况让他感到非常不自在。裴姸雅看起来也很困惑。金道勋也是如此。即使裴姸雅狠狠地瞪着他,金道勋也只是保持着一副"你能拿我怎么样"的态度,但他还是一边轻咬着筷子尖,一边小心翼翼地观察着申正焕的反应。
배연아가 애써 웃으며 잔을 들어올린다. 짠 하자, 짠. 김도훈도 잔을 들었다. 그러나 신정환은 들지 않았다. 여전히 주머니에 손 찔러넣은 채 배연아와 김도훈의 잔을 한 번, 각각의 얼굴을 한 번씩,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진 제 잔을 한 번. 느리고 서늘하게 흘겨본다. 왁자지껄한 술집 안에서 그들의 테이블에만 정적이 맴돈다. 불편한 공기가 덮쳤다.
裴妍雅勉强笑着举起酒杯。干杯,干杯。金道勋也举起了酒杯。但申正焕没有举杯。他依然双手插在口袋里,冷冷地瞥了一眼裴妍雅和金道勋的酒杯,又看了看他们的脸,最后看向自己面前孤零零的酒杯。在喧闹的酒吧里,只有他们的桌子周围笼罩着一片寂静。一股令人不适的气氛笼罩着他们。
그러다 별안간 신정환은 왼손을 꺼내어 제 몫의 잔을 퍽 하고 쳤다. 엥. 소주잔이 쓰러지고 배연아가 기껏 따라준 술이 테이블 위로 쏟아진다. 잔이 데구르르 굴렀다. 꺅 하고 짧게 비명을 지른 배연아가 굳는다. 뇌가 고장난 사람처럼. 로딩이 걸린 사람처럼. 상황 판단을 하는 커다란 눈이 데구르르 구른다. 신정환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제 주머니에 도로 손을 집어넣고 그냥 허공을 본다.
突然,申正焕伸出左手,啪地一声打翻了自己的酒杯。哎呀。烧酒杯倒下,裴妍雅刚刚倒好的酒洒在了桌子上。酒杯咕噜噜地滚动。裴妍雅短促地尖叫了一声"啊",然后僵住了。就像大脑出故障的人一样。就像卡住加载的人一样。她那双判断情况的大眼睛咕噜噜地转动着。申正焕的表情没有变化。他把手重新插回口袋,只是盯着虚空。
배연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가는 동안...
在裴妍雅的表情逐渐凝固的同时...
김도훈은 아랫입술을 질근 씹었다.
金道勋咬住了下唇。
상황에 맞지 않는 격렬한 웃참이다. 웃음이 비직비직 새어나올 것 같았다.
这是一个不合时宜的剧烈笑意。笑声似乎随时都会不受控制地泄露出来。
고양이야? 고양이인 거야? 심술난 고양이나 하는 짓을 신정환이 하고 있잖아요, 지금. 심기 불편을 드러내는 최대치의 행동이 고작 이런 거라니. 어떤 의미론 신정환답달지. 아 너무 웃기고 하찮고...... 귀엽다. 중증이다. 분위기가 개씹창이 났는데도 그런 생각밖에 안 든다니. 배연아도 신정환도 아주 진지한 상태인데 김도훈만 이딴 생각을 하고 안쪽 볼살을 씹으며 웃음을 참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是猫吗?真的是猫吗?申正焕现在的行为就像一只闹脾气的猫一样。表达不满情绪的最大程度竟然只是这样而已。从某种意义上来说,这倒是很申正焕。啊,太好笑了,太无聊了......太可爱了。这病得不轻。明明气氛糟糕透了,却只能想到这些。裵演雅和申正焕都处于非常严肃的状态,只有金道勋在想这些有的没的,一边咬着腮帮子一边拼命忍住不笑。
배연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기 잔을 내려놨다.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그대로 떠났다. 김도훈에게 인사도 없이. 신정환은 배연아를 잡지 않았다.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구부정하게 앉은 자세 그대로였다. 내내 웃음을 참느라 고개 푹 떨구고 있던 김도훈이 그제서야 큼큼, 하고 마른 입술을 축였다.
裴妍雅默默地放下了自己的杯子。收拾好包站了起来。就这样离开了。连向金道勋道别都没有。申正焕没有挽留裴妍雅。他依然双手插在口袋里,弓着背坐着。一直低着头忍笑的金道勋这时才清了清嗓子,润了润干燥的嘴唇。
"하아아아..." "哈啊啊啊..."
배연아가 완전히 가게 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신정환은 길게 한숨한다. 계속 주머니에 처박혀있던 큰 손으로 제 얼굴을 무식하게 벅벅 문질렀다. 한참동안 제 얼굴을 가린 채 가만히 앉아 있었고, 김도훈도 섣불리 먼저 말을 붙일 수 없었다.
裴妍雅完全消失在店外后,申正焕才长长地叹了口气。他用一直塞在口袋里的大手粗鲁地揉搓着自己的脸。他遮着脸静静地坐了好一会儿,金道勋也不敢贸然先开口说话。
그리고 마침내 신정환이 한 말은,
然后申正焕最后说道,
"미안하다, 도훈아." "对不起,道勋。"
이런 거여서. 就是这样。
"뭐가요." "什么事?"
"자꾸 우리 일에 휩쓸리게 하는 것 같아서."
"总觉得让你一直卷入我们的事情里。"
속 없는 새끼. 애꿎은 김도훈한테 화를 낼 수도 있을 텐데 천성이 자상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것과 별개로 '우리' 같은 워딩은 짜증났다.
没心没肺的小子。明明可以对无辜的金道勋发火,却偏偏要证明自己天性善良似的。不过,撇开这一点不谈,"我们"这样的措辞还是让人觉得很烦。
그러다 불현듯 궁금해지는 거다. 突然间,他变得好奇起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침묵해버린 그날에 대해서.
关于那天,没有人先开口,我们一起陷入了沉默。
"형 근데요." "哥,不过啊。"
"응." "嗯。"
"우리집에서 연아 누나랑 자고 간 날 있잖아요. 놀이공원 갔다가."
"记得那天你和妍雅姐姐在我家过夜吗?就是我们去游乐园之后那次。"
"응." "嗯。"
"필름, 끊겼어요?" "记忆断片了吗?"
"응?" "嗯?"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什么都不记得了吗?"
신정환의 눈동자가 구른다. 그걸 왜 묻냐는 듯이 태연작약하다 못해 의문스럽다는 표정이다. 거기서 김도훈은 돌아올 대답을 예상했지만, 잠시 고민하는 체를 하던 신정환은 단순히 '기억 안 난다' 정도의 서술로 그치지 않고 또 자상함을 뽐낸다.
申正焕的眼珠转动着。他的表情不仅显得泰然自若,甚至带着一丝疑惑,仿佛在说"为什么要问这个"。金道勋本以为会得到这样的回答,但装作思考了一会儿的申正焕并没有简单地说"不记得了"就完事,而是再次展现了他的体贴。
"혹시 내가 무슨 실수 했어?"
"我是不是做错什么了?"
네 존나요. 是的,他妈的。
제가 먼저 하긴 했는데 형도 내 입술 빨았잖아요.
虽然是我先开始的,但哥哥你也吸了我的嘴唇不是吗。
"아니에요. 그냥, 많이 취했던 것 같아 보여서 물어본 거예요."
"不是的。只是看你好像喝得很醉,所以才问问。"
헤질녘 게딱지 黄昏的蟹壳
-4-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이 공존했다.
对于这个结果,心中存在着矛盾的感受。
다행이다, 근데 신정환 개씨발새끼. 还好,但是申正焕这个狗娘养的。
여태 학습한 신정환의 성격 상 기억을 한다면 분명히 쌩깠을 것이다. 그 길로 김도훈과 연을 끊었을 것이다.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니까 김도훈과 아무렇지 않게 얼굴 보고 지낼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저 이렇게라도 얼굴 보고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김도훈의 지리멸렬한 짝사랑의 색이었으니. 어쩌다 이런 순애보가 되었는지.
根据申正焕至今所表现出的性格来看,如果他还记得的话,肯定会对金道勋冷眼相待。他会立即与金道勋断绝关系。我对此深信不疑。确信无疑。从这个角度来说,反而是因为他不记得了,才能和金道勋若无其事地见面相处,这一点实在是万幸。金道勋那可怜的单相思,也只能期望能这样见面相处了。不知怎么就变成了这样一个痴情种。
하지만 김도훈도 사람인지라 한 켠으로는 울컥울컥 치솟는 거다. 그래. 아무리 내가 먼저 했다지만 형이 먼저... 울컥울컥. 형이 먼저 나 안았잖아. 키스했는데 가만히 있었잖아. 혀도 같이 움직였잖아. 왜 그랬어. 그랬으면서 왜 싹 다 잊었어. 먼저 들이박아놓고 책임 전가다. 기억하면 뭐 어쩔 건데. 달라지는 거 하등 없다 도훈아. 머리로는 아는데 그냥 마음이 그랬다. 울컥울컥. 자꾸만.
但金道勋毕竟也是人,心里一阵阵翻涌。没错。虽然是我先开始的,但哥哥先...心里翻涌。是哥哥先抱的我。接吻的时候也没有拒绝。舌头也一起动了。为什么那样做。既然那样做了,为什么又全都忘记了。明明是先主动的,现在却推卸责任。就算记得又能怎样。道勋啊,什么都不会改变的。理智上他明白,但心里就是这样。一阵阵翻涌。不停地。
김도훈도 술이 아예 취하지 않았던 건 아닌데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 또렷한 게 낭패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몇 달을 내리 짝사랑한 사람이랑 사고처럼 입술 부비고 혀 섞었는데 어떻게 잊겠어. 밤마다 떠올라서 미칠 지경이었다. 또 휴지 더미가 쌓인다. 역겹다. 토할 것 같아. 얼굴만 봐도 그날의 감각이 선연히 떠올랐었는데. 머릿속에 온통 시뻘건 생각뿐인데 아무렇지 않게 얼굴 마주보고 있는 스스로도 좀 징그러웠다.
金道勋虽然也没有完全醉倒,但那天的记忆如此清晰却让他感到懊恼。大概就是这样吧。和暗恋了几个月的人意外地亲吻、交缠舌头,怎么可能忘得掉呢。每晚回想起来都快要发疯了。又是一堆纸巾堆积如山。真恶心。想吐。只要看到他的脸,那天的感觉就鲜明地浮现出来。脑子里全是血红的想法,却还能若无其事地面对面,连自己都觉得有点恶心。
그래... 그랬는데, 아무 기억도 안 난단 말이지.
是啊...虽然是那样,但我一点也想不起来了。
아니다. 그래. 그래그래.
不是。对。对对对。
기억 안 나서 다행이다. 최종 다행인 거다. 상술했다시피 신정환이 그날을 기억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다시는 못 봤을지도. 이렇게라도 계속 잘 지낼 수 있는 걸, 얼굴이라도 보고 지낼 수 있는 걸 감사히 여기자. 아아 끔찍한 짝사랑이여.
幸好他不记得了。这是最幸运的事。如前所述,如果申正焕记得那天的事,他们可能就无法像现在这样相处了。也许真的再也见不到面了。能够像这样继续好好相处,能够见到对方的脸,就该心存感激了。啊啊,可怕的单相思啊。
그런데 이렇게 되면 모든 게 도루묵이다. 아무런 발전도 없을 바에 그냥 신정환의 기억을 모두 지운 채 '평소처럼 지낸다'가 김도훈의 목적이자 위시인데. 그러니까, 평소처럼 하루 걸러 하루 만나고, 뭐, 배연아랑 셋이서라도, 같이 술 마시고. 어? 늘 하던 거 있잖아.
但是这样的话一切都白费了。如果没有任何进展,金道勋的目的和愿望就是在抹去申正焕的所有记忆的同时"像往常一样相处"。也就是说,像平常一样隔天见一次面,嗯,即使和裴姸雅三个人一起,也能一起喝酒。对吧?就像我们一直在做的那样。
배연아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날 이후로 만남이 뜸해졌다. 신정환은 물론이고 배연아조차도 연락이 없었다. 그 어떤 때보다 분위기가 존나 심각했던 건 맞는데... 이쯤되면 둘 중 하나는 김도훈을 불러내서 속상함을 토로해야 맞다. 특히나 배연아 쪽이... 그런데 둘 다 연락 두절된 지 일주일을 돌파했다.
自从裴妍雅愤然离席的那天之后,他们之间的见面变得稀少了。不仅申正焕没有联系,就连裴妍雅也杳无音信。虽然气氛确实比以往任何时候都要严肃得多...但到了这个地步,他们两个中至少应该有一个人找金道勋倾诉心中的不快才对。尤其是裴妍雅那边...然而,两人都已经断绝联系一周多了。
이러면 나만 존나 나가린데 씨발...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신정환 얼굴 보고 지내겠다고 싹 다 까먹어버린 신정환을 용서한 건데...
这样的话只有我他妈的完蛋了... 像往常一样,我原谅了申正焕,因为他完全忘记了只是想平淡地看着申正焕的脸过日子...
"둘이 헤어졌다던데 너 기회 아니냐?"
"听说他们俩分手了,这不是你的机会吗?"
"뭐?" "什么?"
캠퍼스 벤치에 나란히 앉은 최영재가 덤덤하게 한 말에 김도훈은 스프링처럼 펄떡 튀어오른다. 쪽지 시험 때문에 벤치에 앉아서도 아이패드로 기본간호학 요약 필기나 들여다보던 최영재가 화들짝 놀란다. 어머나 깜짝이야.
金道勋听到崔永才平静地说出那句话后,像弹簧一样猛地跳了起来。正因为小测试而坐在长椅上专注地看着 iPad 上的基础护理学笔记的崔永才被吓了一跳。天哪,吓死我了。
"아니야? 소문 났던데?" "不是吗?我听说已经传开了?"
"누구랑 누가 헤어져? 신정환이랑 배연아?"
"谁和谁分手了?申正焕和裴妍雅?"
"둘이 완전 따로 다니고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는 소문."
"有传言说他们俩完全分开行动,即使偶然相遇也不打招呼。"
"나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我从来没听过这种话。"
"그러시구나." "原来如此。"
니가 아니라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쯔쯔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은 최영재가 다시 아이패드로 시선을 돌린다.
你说不是你那我还能说什么呢。啧啧,最英才摇着头,又把视线转回了平板电脑。
반면에 김도훈은 혼란해진다. 헤어졌다고? 진짜? 둘이? 그래서 연락 안 하는 건가? 아니, 둘이 헤어졌다고 나한테 연락을 안 해? 나는 둘이 사귈 때만 너네 친구야? 헤어졌어도 연락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지랄맞은 서운함까지 비죽 고개를 내민다. 아니 말해 줄 수 있잖아. 그렇게 됐다고. 그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배연아와 친구로 남고, 신정환을 전력으로 꼬실 텐데.
相反,金道勋感到困惑。分手了?真的吗?他们俩?所以才不联系的吗?不对,他们分手了就不联系我了?我只是在他们恋爱时才是朋友吗?分手后也可以联系的吧?一股莫名的委屈感油然而生。明明可以告诉我的。如果是那样的话,我就可以高高兴兴地和裴姸雅保持朋友关系,全力去追求申正焕了。
씨발... 하긴. 진짜 나를 친구로 생각한 게 맞아? 같은 맥락 들이밀며 서운해할 게 뭐가 있나. 나도 속에 이딴 음침한 생각이나 품고 있는데. 누가 누굴 원망해. 그것보다도 우선은 팩트 체크가 먼저다. 최영재가 용어 외우느라 중얼거리는 거 싸그리 무시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妈的... 也是。他真的把我当朋友了吗?用同样的逻辑来感到委屈有什么意义。我自己心里也藏着这种阴暗的想法。谁有资格怪谁呢。比起这个,先确认事实更重要。我拿出手机,完全无视了崔永才为了记住术语而喃喃自语的声音。
누구한테 연락할 건데? 你要联系谁?
배연아? 신정환? 裴妍雅?申正焕?
어쩐지 망연해지는 기분이다. 不知为何,心里涌起一股茫然的感觉。
"도훈~" "道勋~"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든다. 좋은 향이 났다. 배연아의 향수 냄새였다.
熟悉的声音。抬起头来。闻到了好闻的香味。是裴妍雅的香水味。
벤치에 앉은 김도훈의 앞으로 다가온 배연아가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김도훈에게 인사했다. 덩달아 고개를 든 최영재가 그랬다.
裴妍雅走到坐在长椅上的金道勋面前,将长发别到耳后,向金道勋打招呼。崔永宰也跟着抬起了头。
"우와. 배연아다." "哇哦。是裴渊啊。"
사실 그 어떤 감동도 담기지 않은 무감한 말투였다. 하기사. 김도훈이 배연아와 뒤지게 붙어다니는 동안에도 최영재랑은 대면한 적 없었고, 배연아는 어쨌든 이 학교에서 약간 연예인 같은 이미지가 없잖아 있었으니 최영재가 신기해할 만도 했다. 사실 전혀 안 신기해하는 것 같지만. 배연아는 까르르 웃었다. 배연아다? 나 연예인이야?
事实上,那是一种毫无感情的语气,没有包含任何感动。也是,在金道勋和裴姸娥形影不离的那段时间里,崔永载从未和他们面对面接触过,而且裴姸娥在这所学校里多少有点像明星的形象,所以崔永载觉得新奇也是情有可原的。虽然看起来他似乎一点也不觉得新奇。裴姸娥咯咯地笑了。裴姸娥?我是明星吗?
"오랜만이다 그치. 너무 바빠서 그동안 연락을 못 했어."
"好久不见了,对吧?因为太忙了,一直没能联系你。"
진짜일까. 这是真的吗。
"점심 먹었어? 같이 밥이라두 먹을래?"
"吃过午饭了吗?要不要一起吃点东西?"
친구도 같이 먹으러 가요. 배연아 특유의 넉살 좋음, 오지랖, 친화력이 발동한다.
朋友也一起去吃吧。裴渊啊特有的厚脸皮、多管闲事和亲和力开始发挥作用了。
캠퍼스 근처 서가앤쿡까지 걷는 내내 배연아는 끊임없이 조잘댔다. 일주일하고도 며칠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어제도 본 것처럼 편안하다. 배연아의 타고난 성격 덕분이겠지. 김도훈은 언제나처럼 배연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배연아는 최영재에게도 곧잘 말을 붙였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在走向校园附近的西餐厅的路上,裴妍雅一直喋喋不休地说个不停。尽管有一周多的空白期,但感觉就像昨天才见过面一样自在。这大概要归功于裴妍雅天生的性格吧。金道勋像往常一样附和着裴妍雅的话,而裴妍雅也经常主动与崔永载搭话。气氛十分融洽。
학교에서도 언제나 신정환이랑 붙어다니던 배연아인데, 왜 혼자 있었던 거지.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신경 쓰여 미칠 노릇이었다. 진짜 헤어진 건가? 신정환은 어디에 갔어? 묻고 싶은 게 산더미다. 진짜 헤어졌어? 누나. 헤어졌어? 신정환이랑?
在学校里总是和申正焕形影不离的裴妍雅,为什么会独自一人呢?虽然装作若无其事,但还是让人担心得快要发疯了。真的分手了吗?申正焕去哪里了?想问的问题堆积如山。真的分手了吗?姐姐。分手了吗?和申正焕?
테이블을 잡고 앉는다. 김도훈의 옆자리엔 배연아가 앉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최영재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자연스럽게 그 맞은편에 앉은 최영재의 눈이 식사 내내 바지런히 굴렀다. 서스럼없이 김도훈의 어깨나 허벅지를 만지는 배연아. 김도훈에게 샐러드의 방울토마토를 손수 먹여주는 배연아. 배연아 몫의 스테이크를 썰어 앞접시 위로 옮겨주는 김도훈. 음식을 흘리면 냅킨을 챙겨주는 김도훈. 내내 김도훈의 옆얼굴을 보는 배연아와 적절히 맞장구 쳐주며 웃는 김도훈. 일련의 모든 것들이 지독히도 익숙해 보였다.
他们坐到了桌边。裴妍雅理所当然地坐在了金道勋旁边。崔永宰的表情变得微妙起来。自然而然地坐在对面的崔永宰,整个用餐过程中眼睛都在不停地转动。裴妍雅毫不顾忌地触碰金道勋的肩膀或大腿。裴妍雅亲手喂金道勋沙拉里的小番茄。金道勋为裴妍雅切好牛排,放到她的盘子里。金道勋在裴妍雅弄洒食物时递上餐巾。裴妍雅一直看着金道勋的侧脸,而金道勋则适时地附和着笑。这一系列的举动看起来都异常熟悉。
최영재가 짧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崔永才短促地发出一声苦笑。呵。
"뭐야. 왜 쪼개." "怎么回事。为什么这么小气。"
"아냐. 아무것도." "不,没什么。"
최영재의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을 보고 따라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김도훈이 비죽거린다. 왜 저래. 그리고 마저 파스타를 먹었다. 최영재가 그러든 말든 김도훈은 여즉 머릿속이 복잡했다. 언제 물어보지. 어느 타이밍에 물어보지, 같은 것들로.
金道勋看到崔永才微妙的不悦表情,也跟着做出不悦的表情,然后嘟囔道:"他怎么了?"接着继续吃着意大利面。不管崔永才怎么样,金道勋的脑子里还是一团乱麻。什么时候问呢?在什么时机问呢?诸如此类的问题。
그래서 또 목살스테이크 한 점, 파인애플 한 점 썰어서 배연아 앞접시에 올려주며 넌지시 물었다.
于是他又切了一片猪颈肉和一片菠萝,放在裴渊雅面前的盘子里,不经意地问道。
"누나." "姐姐。"
"응?" "嗯?"
"정환이 형이랑 헤어졌어?" "正焕哥和他分手了吗?"
너무 직구였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꽂힌 말에 최영재도 우뚝 멈추고, 김도훈이 챙겨준 스테이크 입에 넣으려던 배연아도 우뚝 멈춘다. 근데 이미 뱉은 말 주워담을 수도 없고. 김도훈은 그냥 뻔뻔하게 눈 동그랗게 뜨고 배연아를 빤히 봤다. 대답을 채근하듯.
这话是不是太直白了。没经过任何过滤就直接说出口的话让崔永才也愣住了,正准备吃金道勋给的牛排的裴姸娥也停下了动作。但已经说出口的话也收不回来了。金道勋就厚着脸皮睁大眼睛直勾勾地盯着裴姸娥,好像在催促她回答。
배연아는 스테이크를 느리게 입에 밀어넣고, 천천히 씹다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裴妍雅慢慢地将牛排送入口中,缓缓咀嚼,然后喝了一口水。接着,她灿烂地笑了。
"안 헤어졌어~ 그냥 오빠가 그때 화난 게 아직 안 풀렸나? 하하."
"没分手啦~ 只是欧巴那时候生的气还没消吗?哈哈。"
그때 김도훈의 표정에 스친 것은 무엇일까. 안도? 실망? 어느 쪽이든 스스로가 최악의 인간으로 느껴졌다.
那时金道勋脸上闪过的是什么表情呢?安心?失望?无论是哪一种,都让他觉得自己是个糟糕透顶的人。
"도훈~ 누나 걱정한 거야?" "道勋~ 姐姐是在担心你吗?"
그러면서 김도훈의 팔뚝에 찰싹 달라붙는 배연아. 어깨에 뺨을 비비는 배연아. 김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말끝을 흐리며 물 마셨다. 최영재가 개눈까리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说着,裴妍雅紧紧地贴在金道勋的手臂上。裴妍雅把脸颊蹭在金道勋的肩膀上。金道勋若无其事地说,不,嗯,也不是那样...话音渐弱,喝了口水。他甚至没注意到崔永才正在偷偷观察着这一切。
소득. 없었다. 냉전이 길어졌을 뿐 신정환과 배연아는 건재했다. 언제나 그랬듯 결국엔 신정환에게로 돌아가겠지. 그러고 나면 배연아와 함께 또 신정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둘이 헤어지길 염원하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没有收获。冷战只是变得更长了,申正焕和裴姸娥依然坚挺。一如既往,最终她还是会回到申正焕身边。然后我就能和裴姸娥一起再次见到申正焕了。比起希望他们分手,这种可能性更大。一如既往。
다음 강의가 있다며 손 흔들고 멀어지는 배연아. 다시 연락할게 도훈~ 명랑한 목소리로 외치고 팔 붕방 흔드는 거에 같이 휘적거려줬다. 그럼 배연아가 꺄르르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그러고 나서야 시야에서 사라졌다.
下一堂课要开始了,裵妍雅挥手告别渐渐远去。"金道勋,我们再联系哦~"她用欢快的声音喊道,同时挥舞着手臂。我也跟着挥了挥手。然后就听到裵妍雅咯咯的笑声传来。之后她才从我的视线中消失。
"야." "喂。"
뒤통수에서 들리는 최영재의 목소리가 아주 낮게 깔려 있었다.
从后脑勺传来的崔永才的声音非常低沉。
김도훈은 최영재의 그 목소리를 안다. 매사 담담해 보여도 예민한 구석이 있는 최영재가 무언가 단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혹은 아주 화가 났을 때만 내는 목소리다. 아주 적은 빈도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최영재가 이런 목소리를 내고 나서는 대체로 좆같은 일들이 벌어졌었다. 그래서 김도훈은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직감적으로 좆됐음을 감지했다.
金道勋知道崔永才那种声音。虽然崔永才看起来对什么都很淡然,但他有敏感的一面。只有在某些事情让他非常不满意,或者他非常生气的时候,才会发出这种声音。这种情况很少发生,但每当崔永才用这种声音说话后,通常都会发生一些糟糕的事。所以金道勋一听到这种声音,就本能地感觉到事情要糟。
"왜애. 왜 또 그런 목소리 내."
"干嘛呀。为什么又用那种语气说话。"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 같이 밥 잘 먹어놓고 왜? 뒤를 돌아보면 최영재가 표정 한 점 없이 싸늘한 낯을 하고 김도훈을 바라봤다. 긴장한 침이 절로 삼켜졌다.
真的不明白是怎么回事。明明一起吃饭吃得好好的,为什么?回头一看,崔英才面无表情,冷冷地盯着金道勋。紧张的唾液不由自主地咽了下去。
"병신 새끼냐?" "你是傻逼吗?"
"아니 근데 왜 갑자기 욕을 하고 지랄"
"不是,为什么突然骂人发疯"
"니 눈치가, 존나 없는 편은 아니지 않았나?"
"你的眼力劲儿,不算是特别差吧?"
"뭔 소리야 진짜." "真是胡说八道。"
"처신 똑바로 해. 병신 되기 싫으면."
"好好表现。除非你想变成个废物。"
니는 평소에 머리 좋은 척이란 척은 다 하더니 이럴 땐 눈치 말아처먹고 머저리 짓 하는지 모르겠네. 야. 모르겠어? 배연아가 너 좋아하잖아.
你平时装得一副聪明的样子,到了这种时候却一点眼力劲都没有,真不知道你怎么这么傻。喂,你还不明白吗?裴妍雅喜欢你啊。
"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喂,你在说什么胡话..."
일단 반박부터 하고 시작했는데 곧장 말문이 턱 막혔다.
刚开始就反驳,但很快就语塞了。
정말 몰랐어? 你真的不知道吗?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你不是一直想努力忽视这件事吗?
유난히 김도훈을 예뻐했던 거부터 시작해서 김도훈의 예쁘단 칭찬에 몸 베베 꼬던 그때, 배연아의 뺨과 귓바퀴가 붉어졌던 건 왜 기억에서 지웠는지. 제 남친 놔두고 굳이 김도훈의 품에 안겨서 잤던 거. 신정환 몰래 김도훈에게 연락해서 불러냈던 거, 꼭 싸워야만 둘이 만나냐고 했던 거. 그래서 결국 신정환이랑 싸운 거.
从特别喜欢金道勋开始,到因金道勋的"漂亮"赞美而扭捏的那时候,为什么要从记忆中抹去裴妍雅脸颊和耳朵变红的画面呢。放着自己的男朋友不管,偏偏要钻进金道勋怀里睡觉。背着申正焕联系金道勋把他叫出来,还说非得吵架才能见面吗。结果最后还是和申正焕吵了一架。
아. 啊。
아...... 啊......
최영재가 넋이 나가버린 김도훈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흔들리는 까만 눈동자를 보고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준다. 정신 차리고 살아라. 사투리 옅게 섞인 목소리가 경고하는 걸 듣고, 김도훈은 그냥......
崔永才走近失魂落魄的金道勋面前,用手指轻轻戳了戳他的脸颊。看着那双摇晃的黑眼睛,他用手掌抚摸着金道勋的脸。醒醒吧,活下去。听到带着淡淡乡音的声音警告道,金道勋就只是......
23 배연아 선배 23 裴妍雅前辈
도훈! 잘 들어갓어?ㅋㅋ 道勋!安全到家了吗?哈哈
읽씹 已读不回
23 배연아 선배 23 裴妍雅前辈
왜 답장 안해 ㅠㅠ 为什么不回复我呢 ㅠㅠ
읽씹 已读不回
23 배연아 선배 23 裴妍雅前辈
도훈아 道勋啊
무슨 일 있어? 发生什么事了?
읽씹 已读不回
그렇게 며칠. 就这样过了几天。
김도훈은 진동과 함께 켜지는 핸드폰 화면을 슥 본다. 배연아 아니면 최영재겠거니. 그러나 김도훈은 곧 침대에서 펄떡 뛰어오른다.
金道勋瞥了一眼伴随着震动亮起的手机屏幕。他以为是裴姸雅或崔永才。然而,金道勋很快就从床上跳了起来。
22 신정환 선배 22 申正焕前辈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뜻밖의 발신인에 손을 벌벌 떨었다. 배연아와 싸운 그날 이후로 거의 한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동안 신정환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었는데. 카톡도 아닌 전화. 침을 꿀꺽 삼키고 같잖게 큼큼, 목을 가다듬은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已经过了晚上十点。看到意外的来电人,手不禁颤抖起来。自从和裴妍雅吵架那天以来,已经过去将近一个月了。这段时间里,连申正焕的影子都没见到。不是 KakaoTalk 消息,而是电话。咽了口唾沫,尴尬地清了清嗓子,才接起电话。尽量表现得若无其事。
핸드폰 너머를 가만히 귀 기울이다가, 김도훈은 빠르게 침대에서 벗어난다. 아무렇게나 입고 있던 편한 옷 위에 아무 잡히는 겉옷 하나 걸치고 자취방에서 뛰쳐나간다.
金道勋静静地倾听着手机那头的声音,随即迅速从床上起身。他随意套上一件外套,披在身上原本穿着的舒适衣服上,然后冲出了自己的单身公寓。
김도훈의 자취방 건물 앞에 신정환이 있었다. 처량하게 쭈그려앉아 있었다. 넓은 어깨를 굽히고 긴 다리를 접어 끌어안은 뒷모습이 작았다. 맨발에 슬리퍼 신고 뛰어내려온 김도훈이 헐떡거리며 그 옆에 서니까,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희멀건 얼굴이 축축하다. 눈가가 다 짓물러 있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처연한 얼굴을 보고 김도훈은... 그냥 말을 잃어서.
金道勋的出租屋楼前,申正焕蹲坐在那里,显得孤单可怜。他弯着宽阔的肩膀,双腿蜷缩在怀里,背影看起来很小。金道勋穿着拖鞋赤脚跑下楼,气喘吁吁地站在他身边。申正焕抬起了一直低垂的头。他苍白的脸上湿漉漉的,眼角都哭肿了。看着申正焕抬头望向自己的那张凄凉的脸,金道勋...就这样失去了言语。
어쩌면 이 날을 고대했는데. 그렇게 빌고 바라고 염원했는데.
也许我一直期待着这一天。我如此祈祷、渴望、祈求。
눈이 마주치자마자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쓰는 얼굴을 보고. 울음을 삼키는 목울대를 보고. 분명 기뻐야 하는데 가슴에 큰 돌덩이를 얹혀놓은 것처럼 갑갑하기만 해서. 김도훈은 걸치고 온 겉옷을 신정환의 머리 위로 덮어준다. 그리고 신정환의 옆에 나란히 쭈그려 앉았다. 발밑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맹이를 차고, 슬리퍼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제 발가락이나 들여다보면서.
目光相遇的瞬间,看到泪水顺着脸颊流下。看到他努力不让自己皱眉的表情。看到他吞咽着哭泣的喉结。明明应该高兴,却感觉胸口像压着一块大石头一样闷得慌。金道勋把自己披着的外套盖在申正焕的头上。然后蹲在申正焕的身边。踢着脚下滚动的小石子,盯着拖鞋里不安分的自己的脚趾。
"도훈아..." "道勋啊..."
"네." "好的。"
훌쩍. 훌쩍. 抽泣。抽泣。
"나 한 번만 안아 주라."
"抱我一次就好。"
김도훈의 겉옷에 푹 파묻힌 흰 얼굴이 이쪽을 본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김도훈을 본다. 눈물길이 마르지 않은 뺨을 하고. 아. 김도훈은 속으로 탄성했다. 어찌 거절을 할 수 있겠는가.
金道勋外套里埋着的白皙脸庞朝这边看来。用湿润的眼睛看着金道勋。脸颊上还有未干的泪痕。啊。金道勋在心里惊叹。怎么可能拒绝呢。
신정환 쪽으로 몸을 돌린다. 무릎이 무너졌다. 땅바닥에 무릎을 댄 채 두 팔을 크게 벌려 신정환을 품에 안았다. 가득 끌어안진 못했다.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천천히 끌어당기면 신정환이 몸을 기울여 김도훈의 어깨에 얼굴을 댔다. 귓전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단히 감격스럽지도, 두근거리지도 않았다. 몸이 닿았다고, 피부가 닿았다고 유난스럽게 굴 수도 없었다.
申正焕转过身来。膝盖一软跪了下来。他跪在地上,张开双臂拥抱申正焕。没有完全抱住,动作很小心。慢慢地拉近,申正焕倾身将脸贴在金道勋的肩膀上。耳边传来抽泣声。脑海一片空白。既没有感到特别感动,也没有心跳加速。仅仅是身体接触,皮肤相碰,也不能表现得太夸张。
그냥... 형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就是... 希望哥哥不要哭。
그런 순애보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신정환의 어깨가 떨리는 게 멈출 때까지. 두터운 손으로 등을 도담도담 두드려줬다.
怀着这样纯情的想法。直到申正焕的肩膀不再颤抖。用厚实的手掌轻轻拍打着他的后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