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정에 가까웠던 김도훈의 짝사랑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순애의 색을 띠게 되었는가. 
金道勋那近乎欲望的暗恋,怎么会变得如此纯情呢。

신정환이 진정할 때까지 무릎 꿇고 품에 안아 다독여 준 김도훈은 다리가 저린 줄도 지루한 줄도 몰랐다. 어깨가 들썩이는 게 멈추고 나서야 품에서 떼어냈고, 시뻘겋게 짓무르고 팅팅 불은 눈가와 뺨을 손으로 꼬박 닦아주었다. 그만 좀 울어요. 괜히 툴툴거리는 투로. 그리곤 신정환의 머리 위로 덮어주었던 겉옷을 어깨에 걸쳐주고, 손목을 잡아 일으켜세우고. 자연스럽게 제 자취방으로 이끌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신정환이 그랬다. 도훈아, 나 손 잡아 줘... 여긴 귀신의 집도 아니었는데.
申正焕平静下来之前,金道勋一直跪着抱着他安抚,丝毫没有感到腿麻或无聊。直到申正焕的肩膀不再抽动,他才松开怀抱,用手仔细擦拭着申正焕红肿的眼角和脸颊。别哭了,他假装抱怨地说。然后,他把之前盖在申正焕头上的外套披在他肩上,抓住他的手腕扶他起来。自然而然地,他把申正焕带到了自己的出租屋。在上楼梯的时候,申正焕说道:"道勋啊,牵着我的手吧..."这里又不是鬼屋。

그래서 손 꼭 잡고 올라왔다. 도어락 비번을 누르는 동안에도 손은 놓지 않았다. 신정환이 위태로워 보여서 그랬다. 결단코 사심은 없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所以紧紧牵着手上来了。输入门锁密码的时候也没有松开手。因为申正焕看起来摇摇欲坠,所以才这样做的。绝对没有私心。也没有那个闲暇。

편한 옷을 주면 이번에는 직접 갈아입고 나왔다. 그다지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몸을 녹여주듯 이불을 끌어다 주었고, 쥐뿔도 없는 자취방 뒤져서 따뜻한 녹차 한 잔 내어줬다. 밥도 먹였다. 햇반에 비엔나 소시지랑 조미김이 다였지만. 밥알을 조금 뒤적거리다 말길래 먹으라 강권하진 않았다.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서 짓무른 얼굴을 살살 닦아주었다. 신정환은 그런 김도훈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피부가 따끔거리는지 인상을 조금 썼을 뿐이다. 
给他舒适的衣服后,这次他自己换上了。虽然天气并不是很冷,但还是给他盖上了被子,仿佛要温暖他的身体。翻遍了空无一物的出租屋,给他泡了一杯热绿茶。还给他吃了饭。虽然只有即食米饭、维也纳香肠和调味海苔。他只是稍微动了动饭粒就停下了,我也没有强迫他继续吃。用毛巾沾了温水,轻轻擦拭他浸湿的脸。申正焕没有推开金道勋。只是因为皮肤刺痛而微微皱了皱眉。


"이제 나를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대. 오디션 준비할 거라고. 연아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
"他说他现在可能没时间见我了。因为要准备试镜。延雅一直梦想成为演员。"


김도훈은 의심하게 되는 거다. 정말일까? 저것은 대외적인 사유일 뿐 사실은 신정환을 향한 배연아의 마음이 영영 식어버린 건 아닐까. 나 때문에. 그래서 허울좋게 변명하는 거 아닐까. 내가 너무 넘겨짚는 건가. 좀 재수없나.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감히 관련하여 말을 꺼낼 순 없었다. 그냥 삐져나온 신정환의 맨발 위를 이불로 덮어주기나 했다.
金道勋开始怀疑了。真的是这样吗?那只是对外的理由,实际上是申正焕对裴姸雅的感情永远消失了吗?因为我。所以才找了个冠冕堂皇的借口吗?我是不是想得太多了?有点讨厌吗?疑虑一个接一个地涌现,但他不敢开口问。他只是用被子盖住了申正焕露在外面的光脚。

기어이 신정환을 침대에 재우고 자신이 바닥에서 자는 기행을 벌인다. 신정환이 한사코 거절했으나 결국 그렇게 됐다. 김도훈은 보통 눈이 저절로 감길 때까지 핸드폰을 하는 나쁜 생활 습관이 있었지만 일찍이 불을 끄고 누웠다. 신정환이 누운 침대를 부러 등지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마찬가지로 신정환과 단둘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흥분감 같은 건 없었다. 신정환에게 괴로울 이 밤이 그냥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申正焕终究还是被安置在床上睡觉,而他自己则在地板上睡觉,上演了一出奇怪的戏码。尽管申正焕再三拒绝,但最终还是这样安排了。金道勋平常有个坏习惯,就是玩手机直到眼睛自动闭上,但这次他早早就关灯躺下了。他故意背对着申正焕睡的床,强迫自己入睡。同样地,他也没有因为和申正焕单独共处一室而感到兴奋。他只希望这个对申正焕来说可能很痛苦的夜晚能快点过去。


"..."


부스럭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는 기척이 느껴지나 싶더니 신정환은 김도훈의 등뒤에 바짝 붙어 누웠다. 체온과 체취. 김도훈의 티셔츠 자락을 끌어당기고 마른 등에 이마를 대는 게 느껴졌다. 김도훈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느리게 눈을 뜨고 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听到床上传来窸窸窣窣的声音,申正焕紧贴着金道勋的后背躺下。体温和气息。金道勋感觉到申正焕拉扯着他的 T 恤下摆,额头抵在他干瘦的背上。金道勋没有回头,只是缓缓睁开眼睛,静静地望着墙壁。


"그만 좀 울어요. 옷이 다 젖잖아."
"别再哭了。衣服都湿透了。"


언젠가 잠결에 신정환이 이렇게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던 적이 있지 않았나. 그때의 기분은 어땠더라. 잊을 수 없다. 터질 듯 뛰었던 심박. 체온과 체취. 허리께에 감겼던 단단한 팔의 감촉. 그땐 투명하게 흥분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有一次,我似乎记得申正焕在我半梦半醒时从背后抱住了我。那时的感觉是怎样的呢?难以忘怀。心跳快得仿佛要爆炸。体温和气息。腰间环绕的结实手臂的触感。那时我清晰地感到兴奋。但现在却不一样了。

김도훈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은 신정환은 또 쿨쩍이며 코를 먹기 시작했다. 
听到金道勋平静的声音后,申正焕又开始抽泣着擤鼻子。


"도훈아..."  "道勋啊..."

"응."  "嗯。"

"나 한 번만, 더, 안아 주라."
"再抱我一次,就一次。"


틈마다 들숨이 섞여 끊기는 목소리다. 축축했다. 
每一次呼吸都让声音断断续续。湿润而沙哑。

김도훈은 신정환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몸을 돌리지도 않고 그 자세 그대로 계속해서 벽만 바라봤다. 정적 끝에 신정환은 몇 번 더 훌쩍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랬다.
金道勋没有回应申正焕的话。他根本无法那样做。他没有转身,就那样继续盯着墙壁。沉默过后,申正焕又抽泣了几次,然后用低沉的声音说道。


"미안..."  "对不起..."


제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서. 통제할 수 없어질 것 같아서 그런 건데. 그냥 눈을 질끈 감았다.
我不知道自己会做出什么事。感觉快要失去控制了。所以我只是紧紧闭上了眼睛。




헤질녘 게딱지  黄昏的蟹壳
-5-



김도훈의 전국~ 순애자랑대회가 시작된다.  金道勋的全国~纯爱者炫耀大赛开始了。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후로 배연아로부터의 연락은 완전히 두절되었고, 어째서인지 캠퍼스에서도 코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불행인가? 다행인가? 배연아에게 미련이 덕지덕지 남은 신정환에겐 불행이겠지만 그의 정신 상태를 보아서는 다행 쪽에 가까웠다.
不知是不幸还是幸运,从那以后与裴妍雅的联系完全中断了,不知为何在校园里也看不到她的影子。是不幸吗?是幸运吗?对于对裴妍雅仍然念念不忘的申正焕来说可能是不幸,但考虑到他的精神状态,倒更像是件幸事。

김도훈은 시간이 맞을 때면 꼭 체교과 건물에 난입했다. 강의실 앞에 덩그러니 서서 신정환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방구석 폐인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꼬박꼬박 강의는 나오는 건 의외네. 은근히 게으른 구석이 있는 것 같았는데. 체교과 내 유명인사가 됐다. 우리 과 아닌데 맨날 오는 키 크고 까무잡잡하고 잘생긴 애 도대체 누구냐고. 걔 신정환이랑 맨날 붙어 다니던데. 신입생인 것 같았는데. 수근거리는 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신경 끄고 그냥 신정환 픽업해서 떠났다. 
金道勋一有空就会闯入体教系大楼。他孤零零地站在教室前,只等着申正焕出来。本以为他会成为宅男,没想到还是很规律地来上课,真是出乎意料。他看起来有点懒散的样子。他成了体教系的名人。大家都在议论,那个不是我们系却总是来,个子高高的、皮肤黝黑的帅哥到底是谁。他好像总是和申正焕形影不离。看起来像是新生。虽然听得见周围的窃窃私语,但他并不在意,只是接上申正焕就离开了。

그러고 보니 체교과... 신정환도 나중에는 체육 선생님이 되는 건가. 웃기다. 잠시 체육쌤을 떠올렸다. 금세 잊었다. 눈앞의 신정환이 또 밥알을 셀 것처럼 깨작거리고 있어서. 국밥집에서 저렇게 깨작대는 사람도 없을 거다. 김도훈은 못마땅한 눈으로 신정환의 국밥 뚝배기 위에 커다란 석박지 하나 얹어줬다.
说起来体育课... 申正焕以后也会成为体育老师吗。真有意思。我短暂地想起了体育老师。很快就忘记了。因为眼前的申正焕又在像数米粒一样小口小口地吃着。在这种大排档里,大概也没有人会这么小口吃饭吧。金道勋不满地看着申正焕,往他的牛肉汤锅里放了一大块泡菜。


신정환은 그냥 동태가 됐다. 좀비 같기도 했고. 그냥 생명력이나 활력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껏 초췌해진 얼굴로 전혀 세팅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로 캠퍼스 활보했다. 삐까뻔쩍하게 꾸미는 거 좋아하는 김도훈 옆에서 허름한 츄리닝에 슬리퍼 끌고 처덕처덕 걸었다. 돌아오려던 배연아도 이 꼴 보면 도망가겠다 형... 그렇게 생각해도 김도훈은 신정환이 그런 꼬라지여도 좋은 게 최종 좆된 거였다.
申正焕变得像一条咸鱼。他看起来像个僵尸,完全感觉不到生命力和活力。他顶着一张憔悴的脸和凌乱的头发在校园里游荡。在喜欢打扮得光鲜亮丽的金道勋身边,他穿着破旧的运动服,拖着拖鞋慢吞吞地走着。哥,就算裴妍雅想回来,看到你这副模样也会逃走的...尽管如此,金道勋还是觉得申正焕这副邋遢的样子很好,这才是真正的糟糕。

툭 하면 다리가 풀려 쓰러지려기에 김도훈이 매번 팔뚝을 붙들어야 했다. 신정환의 수척한 몰골과 사라진 배연아 덕에 둘이 헤어졌다는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다. 사실이어서 정정할 것도 없었다. 유명한 씨씨라는 건 이런 후폭풍을 낳는다. 뒷말이 많아진다. 배연아가 신정환 버리고 결혼했다더라, 신정환 집에 빚이 많은데 배연아가 그걸 알게 돼서 헤어졌다더라... 그것들이 신정환을 더 괴롭혔다.
金道勋每次都得扶住申正焕的胳膊,因为他动不动就腿软得要倒下。由于申正焕消瘦的样子和裴姸雅的消失,两人分手的传闻迅速传开。事实如此,也没什么可澄清的。作为知名情侣就会有这样的后果。流言蜚语越来越多。有人说裴姸雅抛弃申正焕去结婚了,还有人说申正焕家里欠了很多债,裴姸雅知道后就分手了……这些谣言让申正焕更加痛苦。

에타에도 그런 게 종종 올라오길래 김도훈은 명예로운 순애의 키보드워리어가 된다. 족족 악플 달고 다녔다. 김도훈의 과에서도 뭣도 모르는 놈들로부터 알음알음 그런 소리들이 들렸다. 잔뜩 심기 불편해진 김도훈은 들고있던 플라스크나 유리 스포이드 같은 걸 집어던지곤 했다. 미친새끼 타이틀을 얻고 깨먹은 걸 모두 물어내야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야야 이해해라 김도훈 쟤 요즘 신정환이랑 무지 붙어 다니더라. 쑥덕쑥덕.
在论坛上也经常看到这种帖子,金道勋成了维护纯爱的键盘侠。他到处留下恶评。金道勋所在的系里也有一些什么都不懂的家伙在私下议论这些。金道勋心情变得非常不爽,经常把手里拿着的烧瓶或玻璃滴管之类的东西摔出去。虽然因此获得了疯子的称号,还得赔偿所有打碎的东西,但他并不后悔。"喂喂,你们理解一下啊,金道勋最近和申正焕形影不离呢。"窃窃私语声传来。


"형."  "哥。"

"응."  "嗯。"

"신발끈."  "鞋带。"

"응?"  "嗯?"

"풀렸다고."  "解开了。"


오질나게 붙어다니는 동안 존댓말 개나 주고 말이 반토막 난 김도훈은 싹바 뒤진 본새로 신정환의 운동화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신정환은... 그러거나 말거나 초점 없이 멍한 눈으로 그냥 슬쩍 내려다보고 말았다. 그냥 응...... 듣는 사람까지 맥 빠지는 목소리였다. 사람이 무슨 말하는 게 응. 응? 응... 이 지랄. 영 정신 딴 데 팔고 다니는 사람이 그러고 다니다가 신발끈 밟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필시 신정환의 지금 상태라면 그대로 이마며 코를 다 깨먹을 거다.
在形影不离的期间,金道勋说话变得客气又简短,他一副死了爹妈的样子用下巴指了指申正焕的运动鞋。申正焕...对此毫不在意,只是用茫然的眼神瞥了一眼。他只是应了一声"嗯......",连听的人都觉得没劲的声音。人说话怎么就"嗯"呢。"嗯"?"嗯..."这是什么鬼。这么心不在焉地走来走去,万一踩到鞋带摔倒了怎么办。以申正焕现在的状态,肯定会把额头和鼻子都摔破的。

제 앞머리 벅벅 흩뜨리며 신경질적인 액션을 취한 김도훈은 그냥 펄럭펄럭 걸어가려는 신정환의 팔목을 붙들어 세웠다. 몸에 힘을 다 빼고 다니기라도 하는지 멀대 같은 몸을 크게 휘청거린 신정환이 멍한 눈으로 김도훈을 돌아본다. 
金道勋一边烦躁地抓挠着自己的刘海,一边抓住了正要飘然离开的申正焕的手腕。申正焕似乎浑身无力,高大的身躯摇摇晃晃,他用茫然的眼神回头看向金道勋。

김도훈은 털실이 발처럼 주렁주렁 너덜너덜 달린 멋쟁이 가방-엄마가 사줌-을 바닥에 툭 던져놓고 신정환 앞에 한쪽 무릎 꿇고 앉는다. 실컷 때타고 나부끼는 신발끈을 단단히 매어줬다. 반대편도 혹시나 싶어 풀어서 다시 꽉. 그러는 내내 신정환은 그냥 멍하니 김도훈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는데. 
金道勋把那个毛线球一样挂满流苏的时髦包包——妈妈买的——随意地扔在地上,然后单膝跪在申正焕面前。他把磨损飘动的鞋带系得紧紧的。为了以防万一,他又把另一边的鞋带解开重新系紧。在这整个过程中,申正焕只是呆呆地低头看着金道勋。


"..."


김도훈은 제 머리통 위를 쓰다듬는 손길에 그 자리에서 우뚝 정지. 
金道勋在感受到抚摸自己头顶的手时,立刻僵在了原地。

큼직한 손. 느릿하게.  宽大的手。缓慢地。


"착하다 우리 도훈이. 착해."  "真乖啊,我们的道勋。真乖。"


고개를 드니까 신정환이 웃고 있었다. 물 많이 적신 수채화 마냥 옅었지만.  
抬起头时,申正焕正在微笑。虽然笑容淡淡的,就像被水浸透的水彩画一样。

아주 오랜만에 보는 웃는 얼굴에, 김도훈은 감격이라도 한 건지. 되려 표정 관리 못해서 이상한 표정을 짓고. 약간 울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고. 그냥 신정환을 꽉 끌어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看到许久未见的笑脸,金道勋不知是否感动得不能自已。反而因为无法控制表情而露出了奇怪的神色。有点想哭的感觉,同时还得努力压抑住想紧紧抱住申正焕的冲动。




둘은 술을 많이 마셨다. 김도훈보다 술을 못 마시는 신정환이 먼저 꽐라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술집에서 나오자마자 신정환이 갈지자로 걷기 시작했으니 김도훈의 자취방으로 모시는 것 역시 어쩔 도리 없는 일이었다. 
两人喝了很多酒。申正焕的酒量不如金道勋,所以他先醉倒是理所当然的。一出酒馆,申正焕就开始东倒西歪地走路,所以把他带到金道勋的出租屋也是无可奈何的事。

이런 일이 잦아졌다. 주에 네다섯 번은 되었다. 모든 이별한 사람이 그러하듯 신정환은 술을 애지게 퍼먹었고, 친구가 없어서 매번 김도훈과 함께였고, 김도훈은 취한 신정환을 수거해야만 직성이 풀렸으니. 이제 김도훈의 자취방에 신정환 전용 여벌옷이 생긴 지도 제법 되었다.
这种事变得越来越频繁了。一周至少发生四五次。和所有分手的人一样,申正焕痛饮酒精,因为没有朋友,每次都是和金道勋在一起。金道勋总是觉得有责任照顾醉酒的申正焕。现在金道勋的单身公寓里已经有了专门为申正焕准备的备用衣服,这种情况已经持续一段时间了。

음주 후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말은 익히들 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신정환과 김도훈의 첫 키스가 그러했으니. 오늘은 그때를 쏙 빼닮았다. 아니. 그냥 빼다 박았다. 발단부터 전개까지 모든 게 똑같았다.
人们常说酒后会创造历史。申正焕和金道勋的第一次接吻就是如此。今天的情况与那时如出一辙。不,简直就是一模一样。从开始到发展,一切都完全相同。

신정환은 또 스스로 옷을 갈아입지 못할 만큼 취했고, 몸을 가누지 못했고. 보다 못한 김도훈이 또 이거는 날고기다 이거는 원숭이다 이건 구체관절인형이다 세뇌하며 신정환의 상의를 벗겼다. 아주 수발을 들고 산다. 인기짱 멋쟁이 게이 김도훈의 처지가 요양보호사까지 떨어지다니. 자조해도 다 스불재다. 
申正焕又喝得醉醺醺的,连衣服都换不了,身体也控制不住。看不下去的金道勋又一边念叨着"这是生肉"、"这是猴子"、"这是球形关节娃娃",一边帮申正焕脱掉上衣。简直是在照顾他的生活起居。人气爆棚的帅哥 gay 金道勋的处境竟然沦落到了护工的地步。即便自嘲,也都是自作自受。

다만 화장실의 샤워부스는 아니었다. 그냥 보일러 뜨끈하게 돌린 방바닥이다. 둘 다 바닥에 앉은 채였는데 신정환은 옷이 벗겨지는 반동 그대로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뒤통수를 찧을 것 같아 김도훈은 또 언젠가처럼 다급하게 신정환의 뒷목을 받쳤고, 졸지에 신정환의 위에 올라타듯 몸을 포갠 꼴이 된 건 정말이지 사고였다. 단언한다.
不过不是在浴室的淋浴间里。只是暖气开得很足的房间地板上。两人都坐在地上,申正焕衣服被脱掉的反作用力让他仰面倒下。金道勋担心他会磕到后脑勺,就像以前那样急忙托住了申正焕的后颈,结果一不小心就变成了骑在申正焕身上的姿势。这真的是个意外。我可以断言。

또다. 또. 신정환은 또. 또 푸후우우. 만취자의 호흡을 김도훈의 얼굴에 뿜다가 별안간 긴 팔을 뻗어왔다. 제 위에 포개어진 김도훈의 새카만 머리카락에 하얀 손가락을 얽어 양껏 쓰다듬고, 천천히 내려와 드러난 뒷목을 살살 주물렀다. 아. 데자뷰. 김도훈의 몸이 경직됐다. 표정도 티나게 굳었을 것이다. 그 큰 손은 곧 김도훈의 뺨을 쓰다듬고, 코끝을 만지고. 
又来了。又来了。申正焕又来了。又是呼呼。醉醺醺的呼吸喷在金道勋的脸上,突然伸出长长的手臂。将白皙的手指缠绕在金道勋压在他身上的乌黑头发里,尽情地抚摸着,然后慢慢下移,轻轻揉捏着裸露的后颈。啊。似曾相识。金道勋的身体僵硬了。表情也明显变得僵硬了吧。那只大手很快就抚摸着金道勋的脸颊,触碰着鼻尖。


"도훈이 착하다... 옳지. 우리 착한 도훈이..."
"道勋真乖... 对了。我们乖巧的道勋..."


다 풀린 눈을 하고 또 헤벌쭉 웃으면서. 
眼睛睁得大大的,还咧嘴傻笑着。

김도훈은 입술을 깨물고 간신히 참아냈다. 당장 입술을 부닥치고 싶은 충동을. 혀를 빨고 싶은 욕정을. 전부 침을 바르고 삼켜버리고 싶은 날것의 소유욕을. 바닥에 짚은 손을 주먹쥐었다. 꽈악. 길지 못한 투박한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도록.
金道勋咬着嘴唇,勉强忍住了。那种想要立刻亲吻对方嘴唇的冲动。想要吮吸对方舌头的欲望。想要全部舔舐吞噬的原始占有欲。他紧握着撑在地板上的手。用力到短短的粗糙指甲都嵌入了掌心。

그렇게까지 해서 참아냈으나 모든 걸 허투루 돌아가게 만든 건 신정환이다.
尽管如此忍耐着,但让一切都变得徒劳的却是申正焕。

신정환이 입술을 먼저 붙여왔으므로.  申正焕先吻了上来。

처음부터 비스듬히 고개를 꺾고 입술을 포갰다. 어느새 감싸고 있던 김도훈의 양빰을 끌어당겨서다. 작정한 거다, 아주. 김도훈은 눈도 못 감았다. 놀랄 틈도 없이 혀가 밀려들었다. 김도훈이 이 깍 깨물고 참아냈던 것들을 술취한 신정환은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고 만다. 모든 게 침범이었다.
从一开始就歪着头吻上了嘴唇。不知不觉间,他抓住金道勋的双颊将其拉近。这是蓄谋已久的行为,毫无疑问。金道勋连眼睛都来不及闭上。舌头在他还没来得及惊讶时就侵入了。金道勋一直咬牙忍耐的事情,醉酒的申正焕却毫不在意地做了出来。一切都是侵犯。




...


김도훈의 핀트는 끊어진다. 이것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아슬하게 달려 있던 줄이 틱 하고 끊어진다. 김도훈에게도 그 이상 참아야만 할 의무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金道勋的理智断线了。这一次也和那时一样。脑海中岌岌可危的那根弦,啪的一声断掉了。因为金道勋也没有必要再忍耐下去了。

제 뺨을 감싸쥔 신정환의 손목을 붙들어 제 목에 감게 하고는 입술을 크게 베어물었다. 호흡 좋게 섞이던 혀가 빠져나갈 때마다 서로의 입술을 쪽쪽 빨았다.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소리의 천지다. 드러워. 신정환은 김도훈의 목 뒤에서 깍지낀 두 손에 힘을 주며 더 가까이 김도훈을 끌어당겼다. 반쯤 매달리다시피 했다. 입술이 멋없이 마구 짓눌려지는데도 요령 좋게 서로의 혓바닥을 빼어문다. 대가리가 펑펑 터졌다. 씹.
我抓住申正焕捧着我脸颊的手腕,让它环绕在我的脖子上,然后狠狠地咬住他的嘴唇。每当舌头分开时,我们都会吮吸对方的嘴唇,发出啧啧的声音。到处都是黏腻湿润的声音。真恶心。申正焕双手在金道勋的后颈交叉,用力将金道勋拉得更近。他几乎是半挂在金道勋身上。尽管嘴唇被粗暴地压在一起,我们的舌头仍然灵巧地纠缠着。脑袋嗡嗡作响。该死。

하나같이 빼짝 마른 가슴팍이 맞닿는다. 김도훈은 신정환의 들뜬 허리 아래로 팔을 집어넣어 신정환을 꽉 끌어안았다. 신정환의 발끝이 자취방 방바닥의 후진 장판을 삑삑거리며 밀어냈다. 헐떡거리는 숨이 넘쳤다. 아, 허억. 신정환은 숨이 찰 때마다 비벼지는 입술 틈으로 거친 호흡을 터뜨렸다. 김도훈은 그 숨들마저 다 삼켜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两人瘦削的胸膛紧紧相贴。金道勋将手臂伸到申正焕兴奋的腰下,紧紧地抱住了他。申正焕的脚尖在破旧的房间地板上发出吱吱声。急促的喘息声充满了房间。啊,呼。每当申正焕喘不过气来时,他就从摩擦的嘴唇间发出粗重的呼吸。金道勋恨不得将这些呼吸全都吞下。

그때쯤 김도훈은 머리통을 터뜨려버릴 것 같은 흥분감을 못 이기고 멋대로 허리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신정환의 허벅지 어디쯤에 제 앞을 부비며 헐떡거렸다. 맞물린 입술 틈으로 들끓는 소리가 새어날 것 같았다. 쥐고 있던 신정환의 허리와 옆구리에 빨간 손자국이 남는다. 조절이 안 됐다. 아, 제발.
那时候,金道勋无法控制几乎要爆炸的兴奋感,不由自主地扭动着腰部。他喘息着,将自己的前端蹭在申正焕的大腿某处。从紧贴的嘴唇间似乎要漏出沸腾的声音。他紧握着申正焕的腰和侧腹,留下了红色的手印。他无法自制。啊,求你了。

이번엔 진짜 형이 먼저 한 거잖아.
这次真的是哥哥先开始的吧。


"형, 형."  "哥,哥。"

"으응..."  "嗯..."


김도훈은 입술을 떨어트리고 정신없이 신정환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새처럼 몇 번이나 찍어 눌렀다. 흥분으로 쉬어버린 걸걸한 목소리로 신정환을 불렀다. 정신이 깜빡깜빡 넘어가긴 매한가지인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를 내며 유순하게 대답하는 신정환. 김도훈은 입술을 옮겨 신정환의 얼굴 구석구석에 쪽쪽대고 혀를 내어 핥았다. 허리를 감쌌던 손이 기어올라가 방바닥에서 떨어진 신정환의 뒤통수를 그러쥐고 머리카락을 멋대로 잡아채고 있었다.
金道勋松开嘴唇,像小鸟啄食一般在申正焕的唇上连续轻啄了好几下。他用因兴奋而变得沙哑的声音呼唤着申正焕。申正焕似乎也意识恍惚,以一种从未听过的声音温顺地回应着。金道勋移动嘴唇,在申正焕脸上的每个角落亲吻,并伸出舌头舔舐。原本环绕在腰间的手向上攀爬,抓住了申正焕离开地板的后脑勺,肆意地揪着他的头发。


"형 왜 나한테 키스해."  "哥哥为什么要亲我。"

"으음,"  "嗯,"

"형이 먼저 키스했잖아, 나한테. 왜 했어."
"哥哥先吻的我。为什么要这么做?"


집착하듯 그랬다. 김도훈의 눈에 불꽃이 타닥타닥 튀었다. 신정환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눈동자엔 초조와 욕망이 한 데 담겨있었다. 
他执着地这样做。金道勋的眼中闪烁着火花。他盯着申正焕的眼神仿佛要将他吞噬,眼中充满了焦虑和欲望。

이유를 알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평생 여자만 만나던, 얼마 전까지 여자친구가 있던, 그 여자친구 때문에 오늘까지도 괴로워하던 사람이 남자애한테 왜 키스를 갈기느냐고. 보통 헤테로 남자는 술 좀 취했다고 같은 남자한테 입술 안 박아. 형 또라이야? 저번에 내가 먼저 했을 때도 순순히 응해주는 게 또라이 같긴 했어. 형 진짜 미친새끼야? 왜 나한테 키스해.
想知道原因不是很正常吗?一个一辈子只和女人交往,直到不久前还有女朋友,到今天还因为那个女朋友而痛苦的人,为什么要亲吻一个男孩呢?一般的异性恋男人就算喝醉了也不会去亲吻同性。哥你是不是疯了?上次我主动的时候,你也很顺从地回应了,那时候就觉得你有点疯。哥你真的是个疯子吗?为什么要吻我?

신정환은 김도훈의 말을 듣고 있긴 한 건가. 김도훈은 신정환을 줄곧 노려보는데 시선이 몇 초 닿지를 못하고 자꾸 헤롱헤롱 넘어간다.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신정환은 마땅한 답을 내놓지도 않은 주제에 힘을 주어 김도훈을 잡아당긴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김도훈을 뒤집어 눕히고 제가 위로 올라탔다. 아주 능동적이었다. 제 멋대로고. 또 부지불식간에 입술이 먹혔다. 혀가 빨렸다. 
申正焕到底有没有在听金道勋说话呢?金道勋一直盯着申正焕看,但视线总是无法停留几秒就飘忽不定。他们无法对视。申正焕虽然没有给出合适的回答,却用力拉住了金道勋。金道勋失去平衡向前倒去,申正焕将他翻身压在身下,自己骑了上去。他表现得非常主动,完全按照自己的意愿行事。不知不觉间,嘴唇又被吻住了,舌头被吮吸着。

답을 일부러 회피하는 건지 술이 취해서 정신이 없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김도훈은 그냥 더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했다. 그저 눈앞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술 핑계를 댔다. 술냄새 나는 신정환의 혀를 너무 많이 빨아서 나도 완전히 취해버린 것 같다고......
不知道是故意回避回答还是因为醉酒而神志不清。金道勋决定不再追问了。他就这样决定了。只专注于眼前的欲望。以酒为借口。因为吸吮了太多申正焕带着酒气的舌头,我好像也完全醉了......




다음날 둘은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눈을 뜬다. 아무렇지 않게 모자 눌러쓰고 츄리닝 바람으로 근처 국밥집 가서 해장을 했다. 신정환의 다 뒤져버린 식욕은 돌아올 차도를 보이지 않아 여전히 깨작거렸으니 구색만 맞추는 셈이다. 불고기버거 한 개를 한 입 컷 하던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속상하네. 버릇처럼 신정환 뚝배기에 석박지 올려주면 신정환은 힘없이 웃었다.
第二天,两人若无其事地并排醒来。他们若无其事地戴上帽子,穿着运动服去附近的国밥店吃解酒汤。申正焕已经完全失去的食欲还没有恢复的迹象,他仍然只是小口小口地吃着,只是为了应付一下。曾经一口就能吃掉一个烤肉汉堡的人怎么会变成这样呢?真让人难过。当金道勋习惯性地给申正焕的汤碗里加了些泡菜时,申正焕无力地笑了笑。

또 당연하다는 듯이 어제의 일에 대해선 침묵했다. 사실 이미 학습된 거다. 처음 키스했을 때도 신정환은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배연아를 챙겨 나갔고, 어떤 언급도 없었고, 김도훈이 먼저 그날이 기억나지 않느냐 물었을 땐 곤란하다는 듯이 혹시 제가 실수라도 했냐며 완-벽-히 잊어버린 모습을 보였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 않겠냐는 김도훈의 결과 도출이다.
他又像理所当然一样对昨天的事保持沉默。事实上,这已经是学习到的行为了。第一次接吻时,申正焕第二天也若无其事地照顾裴妍雅,没有任何提及。当金道勋先问他是否记得那天的事时,他表现得很为难,问是不是自己做错了什么,完-全-忘记的样子。金道勋推断这次也会是一样的结果。

그래도 괜히 심술이 나서 꼭 확인을 해보고 싶은 거다. 성과 없음이 분명할지언데도 사람은 꼭 사서 상처를 받곤 한다. 지금 형이랑 내 입술이 씹창이 났는데 간밤에 뭔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하지도 않냐고. 이상하단 생각 안 드냐고.
尽管如此,还是无缘无故地感到不快,想要确认一下。即使明知不会有结果,人们还是总喜欢自找伤心。现在哥哥和我的嘴唇都破得不成样子,难道你不好奇昨晚发生了什么吗?难道你不觉得奇怪吗?


"형."  "哥。"

"응."  "嗯。"


김도훈은 뚝배기에 코 박고 국밥 얼큰하게 처먹다가 신정환을 불렀다. 신정환은 아까 김도훈이 챙겨준 석박지 끄트머리를 존나 쪼끄맣게 베어물고는 레전드 깨작깨작의 행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金道勋把脸埋在石锅里大口吃着辣汤饭,然后叫来了申正焕。申正焕正在小口小口地啃着金道勋刚才给他的泡菜末端,展示着传奇级的细嚼慢咽。


"어제 아무것도 기억 안 나?"
"你不记得昨天发生的任何事吗?"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이따 커피 뭐 마실래, 라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선도 신정환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냥 일상 대화를 하듯.
尽量表现得若无其事。就像问"待会儿想喝什么咖啡"那样自然。目光也没有对着申正焕。就像在进行日常对话一样。


"...나 또 뭐 실수했어?"  "...我又做错什么了吗?"

"..."

"미안... 기억이 안 나네..."  "对不起...我想不起来了..."


형이 실수한 거 있으면 꼭 말해 주라, 도훈아...
如果哥哥有什么做错的地方,一定要告诉我,道勋啊...

허허.  呵呵。

그럼 그렇지... 고추에 쌈장 존나 많이 찍어서 개크게 베어 물기나 했다. 아 씨발. 청양고추였네. 인생 좆같다.
果然如此...我就蘸了一大堆辣酱,然后狠狠地咬了一大口辣椒。妈的,原来是青阳辣椒。人生真他妈的糟糕。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씨발...  搞什么鬼啊,妈的...


반복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신정환의 개좆같은 술버릇은 장착된다. 파블로프의 개 마냥 술만 처먹으면 김도훈에게 키스하는 신정환. 씨발도 이런 씨발이 없었다. 다음날이면 몽땅 까먹을 거면서.
这是一种循环。从那天开始,申正焕那狗屁一样的酒品就固定下来了。就像巴甫洛夫的狗一样,申正焕一喝酒就会亲吻金道勋。这他妈的真是操蛋。明明第二天就会全部忘记。

몇 번 확인도 해 봤다. 다음날에 또, 기억 안 나? 필름 끊겼어? 그러면 열에 열은 다 기억이 안 난다고 그랬다. 그러시겠죠 씨발. 좆같음의 연속이었으나 끊을 수는 없었다. 아무렴. 이유가 무엇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키스하고 부대껴 오는데 마다할 필요가 있나. 관계 발전은 글러먹지만 닿는 것만으로도 좋아 미치겠다고.
我反复确认了好几次。第二天又问,你不记得了吗?断片了?十有八九都会说不记得了。你他妈的当然会这么说。虽然感觉糟透了,但我还是无法停止。无所谓了。不管出于什么原因,喜欢的人主动亲吻你、贴近你,有什么理由拒绝呢?虽然关系的发展糟糕透顶,但仅仅是身体的接触就让我欣喜若狂。

시도때도 없었다. 김도훈의 자취방에선 그냥 뭐, 자동이었고. 술집 화장실 칸 안으로 대뜸 밀어넣고 한 적도 있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이끌어 벽으로 몰아세우고 비빌 때도 있었고(앙 벽치기♥), 자취방 문 따기도 전에 복도에서 숨 막히게 키스한 적도 있었다. 처음엔 미치게 당황스러웠는데 그런 돌발 행동에도 서서히 적응이 되어간다. 외려 좋았다. 좋았다가 아니었다가 했다. 나도 기분이 오락가락 한다. 어쩌라고.
时间地点都不重要。在金道勋的出租屋里,那就是,自然而然的事。有时会突然把我推进酒吧厕所隔间,有时会把我拉到人迹罕至的小巷,将我抵在墙上摩擦(啊,壁咚♥),有时甚至还没打开出租屋的门,就在走廊里让人窒息地接吻。起初我感到非常惊慌,但渐渐地也适应了这些突如其来的行为。反而觉得挺好的。时而觉得好,时而又不觉得。我的心情也起起落落。有什么办法呢。

왜 하는 걸까. 그냥 술이 취해서? 취했는데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배연아가 보고 싶어서? 배연아 대신으로? 그런 거에 비해 신정환은 요즘 배연아를 언급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배연아처럼 조그맣고 폭신하고 귀여운 여자의 대체품으로 키가 자기만 한 딱딱하고 시커먼 남자애를 쓰는 건 정신머리에 문제가 좀 많지 않나... 애초에 여자 좋아하는 헤테로 새끼가. 기만이다. 씨발.
为什么要这样做呢。只是因为醉酒吗?醉了却没有办法发泄欲望?是因为想念裴妍雅吗?还是把他当成裴妍雅的替代品?相比之下,申正焕最近提到裴妍雅的频率明显减少了。即便如此,用一个和自己一样高、硬邦邦、黑乎乎的男孩来代替像裴妍雅那样娇小、柔软、可爱的女孩,这脑子是不是有点问题... 本来就是喜欢女人的直男。真是欺骗。他妈的。


왜 하는 걸까.  为什么要这样做呢。

형은 왜 나한테 키스하는 걸까.
哥哥为什么要吻我呢。

이따금씩 불쑥불쑥 화가 치솟기도 했고,
有时会突然感到怒火中烧,

이대로도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我也曾想过就这样也挺好的,

좆같다가도,  虽然有时候很操蛋,

너무 좋고,  太棒了,

발로 차버리고 싶다가도,  有时想一脚踢开,

또 신정환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싶고,
又想把申正焕弄得一团糟,

울게 만들고 싶고,  想让你哭泣,

또 우는 건 보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가,
我又想着不想看到他哭了,

그냥,  就这样,

결국은,  最终,

나는 역시 형이 너무 좋아.
我真的太喜欢哥哥了。

형이 하자는 건 다 할 거야.
哥哥想做的我都会去做。

해 줄 거야.  我会为你做的。

하고 신정환의 목을 감쌌다.
然后环抱住申正焕的脖子。


근데 오늘 마신 건 고작 맥주 두 캔이었고. 신정환이 아무리 술찌라지만 겨우 이걸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할 리는 만무했고, 내일 필름이 완전히 끊길 확률도 제로에 수렴했고.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시고 간만에 취하지 않은 가뿐한 몸으로 각자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但今天喝的只是两罐啤酒而已。申正焕再怎么酒量差,也不可能因为这点酒就醉得不省人事,明天断片的可能性也几乎为零。所以今天本打算就喝到这里为止,难得保持清醒的状态各自回家的。

인적이 드문 근처 공원의 벤치였다. 노상을 까기엔 추운 날씨였는데도 그렇게 청승을 떨었다. 비어버린 맥주캔을 비닐봉지에 넣으며 뒷정리를 하는 김도훈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신정환이.
那是附近一个人迹罕至的公园里的长椅。虽然天气寒冷不适合在户外喝酒,但他们还是这样消沉地坐着。金道勋正把空啤酒罐放进塑料袋里收拾残局时,申正焕抓住了他的手腕。

사람은 하나도 없고 싸늘한 바람이 부는 밤이다. 신정환은 지금까지 키스를 나누었던 그 어느때보다도 꽤 초점 있는 또릿한 눈으로 김도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맞춰왔다. 날이 추웠는데도 신정환의 입술만큼은 따뜻했다. 신정환이 멀쩡해 보이는 만큼 김도훈은 아예 맨정신에 가까웠다. 키가 엇비슷한 두 사람이 목석처럼 서서 그렇게 입을 맞췄다.
夜晚寒风凛冽,四下无人。申正焕用比以往任何一次接吻时都更加清醒、专注的眼神静静地注视着金道勋,然后吻了上去。尽管天气寒冷,申正焕的嘴唇却依然温暖。申正焕看起来很清醒,而金道勋则更接近完全清醒的状态。两个身高相仿的人像木头一样站着,就这样亲吻着。

아무렴 평소보다 템포가 아주 느린 키스였다. 김도훈이 맥주캔 든 비닐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쥐는 동안 신정환은 느긋하게 뜨거운 혀를 내밀었고, 김도훈이 입술을 여는 것도 아주 느렸다. 서로의 혀가 엉겨붙는 감각이 선명해질 때쯤에야 김도훈은 눈을 감았다. 맥주 맛. 키스는 길지 않았다. 천천히 호흡을 맞추며 아주 느리게 잠깐.
无论如何,这个吻的节奏比平时慢得多。金道勋拎着装有啤酒罐的塑料袋,袋子发出沙沙声响时,申正焕慢悠悠地伸出了滚烫的舌头,金道勋张开嘴唇的动作也非常缓慢。直到两人的舌头纠缠在一起的感觉变得清晰时,金道勋才闭上了眼睛。啤酒的味道。这个吻并不长。只是缓缓地调整呼吸,非常缓慢地短暂相吻。


딱 아쉬울 정도로만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져나가고 김도훈은 불현듯 궁금해지는 거다. 신정환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신정환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던 사실을.
刚刚分开的嘴唇还带着一丝不舍,金道勋突然感到好奇。因为喜欢申正焕,所以完全相信申正焕。那个从未怀疑过的事实。


"야 신정환."  "喂,申正焕。"


그래서 김도훈은 묻는다. 조금 전까지 제 입술을 빨던 신정환과 코가 닿는 거리에서.
于是金道勋问道。在与刚刚还在吮吸他嘴唇的申正焕鼻尖相触的距离上。


"너 기억 안 난다는 거 다 거짓말이지."
"你说你不记得了,全都是骗人的吧。"


하고.  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