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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진정해라 (1)  第 88 話 冷靜點(1)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我也一起去。」


[예. 모시러 가겠습니다.]  [是。馬上去接您。]


김성한과의 통화를 끊고 곧장 외출 준비를 했다. 집을 나서는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和金成漢通完電話後,立刻開始準備外出。出門的整個過程中,腦袋一直昏昏沉沉的。

‘일주일도 채 안 지났는데.’
「才不到一個星期而已。」

설마 정상적으로 공략을 끝낸 것이 아니라, 도중에 빠져나온 것일까. 게이트석을 써야만 했을 상황이라면 멀쩡히 나왔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難道不是正常攻略結束,而是中途逃出來了嗎?如果是必須使用傳送石的情況,要說完好無損地出來,實在很難相信。

“하여간 동생 새끼 진짜!”
「真是的,這個弟弟傢伙!」

이래 놓고 나한테 위험하느니 어쩌니 잔소리 해댄 거냐. 너부터 잘해라!
這樣說完還對我嘮叨什麼危險不危險的。你自己先做好吧!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유현이가 들어간 S급 던전은 길이 막히지 않더라도 30분 이상 걸렸다.
我走到外面,上了等候中的車。劉賢進入的 S 級地城,即使路不塞車,也要花超過三十分鐘。

“다른 소식은 없습니까?”  「有其他消息嗎?」

내 말에 김성한이 휴대폰으로부터 시선을 뗀다.
聽我這麼說,金成漢才從手機上移開視線。

“게이트실의 감시카메라는 보안상 즉각적인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던전의 등급 대비 공략팀의 전력이 공략 최소 기준과 비슷하거나 못 미칠 경우 게이트 주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상급 헌터일수록 공략 직후, 또는 탈출 직후 피아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격해 오는 경우가 많아 섣부른 접근은 절대 금물입니다.”
「因安全考量,閘門室的監視攝影機無法即時確認。此外,若攻略隊的戰力與地城等級相當或低於攻略最低標準,則規定不得接近閘門周圍。尤其是高級獵人,攻略結束後或逃脫後,常常因無法正確分辨敵我而先發制人攻擊,因此絕對禁止輕率接近。」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목숨이 오가는 격전 직후 잔뜩 예민해져 있을 때 낯모르는 놈들이, 그것도 위협이 될 수 있는 헌터가 접근해 오면 칼부터 날리고 보는 경우는 꽤 흔했다.
這點我也知道。激戰過後命懸一線,大家神經緊繃,陌生人,尤其是可能構成威脅的獵人靠近時,先拔刀攻擊的情況相當常見。

심지어 이번에는 S급 헌터에 예상 공략 기간보다 빠르게 나왔으니 섣불리 접근할 생각은 아무도 못 하겠지.
更何況這次是 S 級獵人,比預期攻略時間還早出現,誰也不敢輕舉妄動接近。

“그래도 상태는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不過還是得確認一下狀況吧。」

규정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볼멘소리가 나왔다. 윤윤이 있었으면 먼저 들여다봐 달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明明知道規定,還是不禁發出了抱怨聲。要是有尹允在,應該可以先請他去查看的。

“공략이든 탈출이든 게이트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게이트실에 만일을 대비한 상급 포션도 준비해 두었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공략에 성공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원이 적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거리낄 것도 없고, 기승수도 있지 않습니까.”
「無論是攻略還是逃脫,只要確認了傳送門已經啟動,應該不會有大問題。我們也在傳送門室準備了以防萬一的高級藥水。而且我個人認為你們已經成功攻略了。雖然人數不多,但反而沒有顧忌,還有騎乘獸,不是嗎?」

…하긴 전에 기승수가 있으면 던전 공략 시간이 절반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원래 예상이 열흘 이상이었으니 진짜 절반으로 줄었다면 공략 끝내고 나왔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說起來之前聽說有騎乘獸的話,地下城攻略時間可以縮短到一半。原本預計要十天以上,如果真的縮短到一半,那麼很有可能已經攻略完畢並離開了。

그럼 다행이지만. 아니, 다행 맞긴 한가? 보스 몬스터까지 잡았다는 건데, 그럼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확률은 중도 탈출보다 높지 않나?
那就太好了。不過,真的算太好了嗎?既然連 Boss 怪都打倒了,那麼受重傷的機率豈不是比中途逃脫還要高?

진짜 미친 새끼. 시발, 5년 후나 지금이나 누가 똑같은 새끼 아니랄까 봐 제 몸 안 챙기고 지랄이다.
真他媽瘋了。靠,五年後還是現在,誰不是同一個瘋子,自己身體都不顧了,真是瘋狂。

별다른 소식은 더없이 던전 건물에 도착했다. S급 던전이니만큼 저번 A급 던전보다 건물이 더 크다. 주위도 휑했다. 거리에는 인기척이 거의 없으며 폐업한 가게들도 보인다.
沒有什麼特別的消息,我來到了地城建築物。既然是 S 級地城,建築比上次的 A 級地城還要大。周圍也很荒涼。街上幾乎沒有人影,還能看到關門歇業的店家。

터질 일도 거의 없고 문제가 생긴다 해도 빠른 처리가 가능한 중하급 던전과 달리 상급, 특히 S급 던전 주위는 집값이 곤두박질친다. 손님이 없으니 가게는 문을 닫고 그나마 주거지는 싼 맛에 잠만 자는 용도로나 쓰인다.
不像幾乎不會爆炸、即使出問題也能迅速處理的中下級地城,上級地城,尤其是 S 級地城周圍的房價會暴跌。因為沒客人,店家紛紛關門,剩下的住宅區也只是因為便宜才用來睡覺而已。

텅 빈 거리와 달리 게이트 건물 앞에는 사람이 득시글하다. 돌아가며 대기 중이었던 해연의 헌터들에 더해 협회 측 사람들도 보인다.
與空蕩蕩的街道不同,閘門建築前擠滿了人。不僅有輪流待命的海淵獵人,還能看到協會方面的人員。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입구로 향하자 몇몇이 나를 막아선다.
一下車就直接朝入口走去,幾個人攔住了我。

“위험합니다!”  「危險!」

“안에서 먼저 연락해 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請先等到裡面主動聯絡為止。」

뭘 더 기다려. 여기서 쪼그리고 앉아 밤새 울리? 난 이미 반쯤 밤새웠다.
還等什麼。要在這裡蹲著哭一整晚嗎?我已經熬了半夜了。

그래도 막아서는 게 이해는 가니.
不過能夠阻擋也是可以理解的。

“김성한 씨, 앞장서 주시겠습니까?”
「金成漢先生,請您帶頭前進可以嗎?」

“네. 절대 제 앞으로 나서지 마십시오.”
「是的。絕對不要走在我前面。」

S급 방어 헌터가 동행한다고 하자 더는 막는 사람이 없었다. 못 막는 것일 수도 있고.
說有 S 級防禦獵人同行後,就沒有人再阻攔了。也可能是因為無法阻擋吧。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이 큰 만큼 복도도 더 길었다. 중하급 던전에 비해 다른 시설이 더 있는 건 아니다. 겹겹의 벽이다.
緊閉的門被打開,走了進去。建築物越大,走廊也越長。與中下級地城相比,並沒有更多的設施。層層疊疊的牆壁。

그 탓인지 가뜩이나 공기가 답답하건만, 걸어가려니 한층 더 속이 막혀 왔다. 너무 신중하신 거 아니냐고 입술이 무심코 달싹거린다.
或許是因為那個原因,本就悶熱的空氣,走著走著更讓人感到胸悶。嘴唇不由自主地輕輕動了動,心想是不是太過謹慎了。

드디어 마지막 문이 열리고, 피 냄새가 확 덮쳐든다. 공략이 끝나 안정화에 접어든 푸른빛 게이트 앞에 한유현이 서 있다. 역광 탓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일단 두 다리로 서 있으니 큰 부상은 없는 듯했다.
終於最後一道門打開了,血腥味瞬間撲面而來。攻略結束,進入穩定階段的藍光之門前,韓有賢站著。因為逆光,表情看不清楚,但至少能站穩雙腿,似乎沒有大礙。

그 옆에 피스도 보인다. 아성체 정도의 크기로 나와 눈이 마주치자 꼬리를 살랑 흔든다.
旁邊也能看到 Peace。牠的體型大約是亞成體大小,當牠與我對視時,尾巴輕輕地搖擺著。

진짜, 망할 것들.  真是的,該死的傢伙們。

“한유현 너!”  「韓有賢,你這個!」

“안녕, 형. 마중 나와 준 거야?”
「嗨,哥。你是出來接我嗎?」

“마중은 무슨! 네가 기어 나올 생각을 안 하니까—!”
「什麼迎接啊!是因為你根本不打算爬出來——!」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왜 안 나온 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유현이의 얼굴이 두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오른쪽 눈가부터 귀까지 길게 상처가 나 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눈까지 다쳤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위치다.
說起來,這傢伙怎麼還沒出來呢,這個念頭閃過腦海。劉賢的臉清晰地映入雙眼。從右眼角到耳朵處有一道長長的傷痕。如果再往裡一點,眼睛都可能受傷,位置相當險峻。

무심코 손이 상처로 향했다.
不經意地手伸向了傷口。

“그러다 옷에 피 묻어.”
「這樣會把衣服弄髒血的。」

“포션은 어디다 팔아먹고 이 꼴이야?”
「藥水都賣去哪了,怎麼會變成這副模樣?」

“별로 큰 상처도 아니고 피스도 있으니 아꼈지. 인벤토리가 하나뿐이니 혹 모르잖아.”
「也不是什麼大傷,而且還有繃帶,所以才捨不得用。因為只有一個背包,說不定哪天會用得上。」

“그러게 왜 무모한 짓을 해! 잠시만, 포션이—”
「說了吧,幹嘛做這種魯莽的事!等一下,藥水——」

포션을 꺼내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야 밖에 힐러가 대기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뭐, 포션 아낄 형편도 이제는 아니고.
拿出藥水治療傷口後,才想起外面有治療師在待命。嘛,現在也不是省藥水的時候了。


- 끄응, 낑.  - 嗯,唔。


그때 피스가 작게 낑낑거렸다. 아래를 보자 어느새 유체 크기로 작아진 피스가 한쪽 앞발을 들어 올리고 있다. 조그만 앞발등에 길게 그어진 상처가 보인다.
那時 Peace 輕輕地哼哼著。往下看,Peace 已經縮小到靈體大小,正抬起一隻前爪。小小的前爪背上有一道長長的傷痕。

이런 젠장.  真是該死。

“피스야! 내 동생이 미친놈이라 미안해. 엄한 네가 고생하고.”
「Peace 啊!對不起,我弟弟是個瘋子,讓你辛苦了。」

얼른 피스를 안아 들어 앞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털 지저분해진 것 좀 봐라. 핏덩이도 군데군데 엉켜 있다. 심지어 내 품에 머리를 파묻는 게 어째 영 기운이 없었다.
趕緊抱起 Peace,為牠治療前腳的傷口。看看牠那髒兮兮的毛髮,血塊也在好幾處糾結在一起。甚至牠把頭埋在我懷裡,感覺有些沒精神。

“왜 그래, 피스야.”  「怎麼了,Peace?」


- 끄앙.  - 嗚啊。


“피곤해?”  「累了嗎?」

“피곤하기보단 졸려서 그럴걸.”  「應該是因為睏了,而不是累了吧。」

“제대로 안 잤, 아니 당연히 못 잤겠지. 둘 뿐이었으니.”
「根本沒睡好,不,當然是沒睡著了。畢竟只有我們兩個。」

서로 말도 안 통하니 불침번 세우고 눈 붙일 수도 없었을 거다. 혀를 쯧쯧 차는데 유현이 녀석이 투정이 약간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彼此根本無法溝通,連站哨稍微閉眼休息都不可能吧。咂咂舌頭的同時,柳賢那傢伙帶著一點撒嬌的語氣說道。

“나도 졸려.”  「我也睏了。」

“그러게 왜— 아니, 일단 나가자. 꼴도 엉망이고, 가서 씻고 자는 게 좋겠다. 다른 다친 곳은 없어?”
「說啊,為什麼——不,先出去吧。樣子也太亂了,還是去洗洗睡覺比較好。其他地方有受傷嗎?」

“응, 없어.”  「嗯,沒有。」

피스를 다독이며 돌아서자 뭔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성한이 보였다. 문 안쪽으로 들어왔을 텐데 언제 밖으로 나갔지.
輕撫著 Peace 轉身時,看見金成漢露出一副模稜兩可的表情。他應該是走進門裡了,卻不知何時又出去了。

“길드장님, 무사하셨군요!”  「公會長,您平安無事啊!」

“공략을 끝낸 겁니까? 아니면—”
「你已經攻略完了嗎?還是——」

건물을 나서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진 않고 멀찍이 떨어진 채 질문만 던졌다. 우리에서 맹수 끌고나온 줄. 우리 애 안 뭅니다. 그러다 괜찮은 듯싶으니 하나둘 접근해 온다.
一出建築物,人群便蜂擁而至……但他們沒有靠近,只是遠遠地拋出問題。以為我帶著猛獸出籠。我的孩子不會咬人。等到看起來沒事了,才有人一個接一個地靠近。

해연 길드원들은 안심하고 다행이란 말을 건네 왔지만 협회 쪽은 달랐다. 공략한 거 맞다는 김성한의 대답에 열을 내며 달라붙었다. 무려 S급 던전의 예상 공략 기간을 절반이나 단축시켰으니 눈이 뒤집힐 만도 하지만.
海淵公會成員們放心地說著「真是太好了」,但協會那邊卻不一樣。對於金成漢回答確實攻略成功,他們氣得緊緊盯著不放。畢竟,將 S 級地城的預計攻略時間縮短了一半,這種事誰聽了不會眼睛發直呢。

“곧바로 헌터협회로 가 주시겠습니까? 위쪽에서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여 발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能否請您立刻前往獵人協會?上頭希望能盡快整理情況並進行發布。」

“S급 던전의 관리가 종전보다 훨씬 안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도 한층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 기승수도 함께 데리고 가시지요.”
「如果讓大家知道 S 級地城的管理比以前更加穩定,國民們也會更加安心。祈勝秀也一起帶上吧。」

그래, 뭐 좋은 말이긴 하다만. 며칠간 잠도 못 자고 고생한 사람에게 뭘 더 하라고. 심지어 반쯤 잠든 피스까지 끌고 가겠다니 미쳤나. 까짓것 하루 늦추면 S급 던전이 줄줄이 터져 나가기라도 한다냐.
是啊,雖然說得好聽,但對於這幾天沒睡覺辛苦的人還能要求什麼呢。甚至還要拖著半睡半醒的 Peace 一起去,這不是瘋了嗎。就算晚一天,S 級地城也不會一個接一個爆出來吧。

“바로 못 가니까 내일 다시 연락하시죠.”
「因為現在不能馬上過去,明天再聯絡吧。」

내 목소리에 절로 짜증이 섞여들었다. 협회 측 남자가 당황한다.
我的聲音中不自覺地帶上了幾分惱怒。協會那邊的男子顯得有些慌張。

“예? 아니, 해연 길드장님께 말씀드린 겁니다만. 대답을 해 주시면…….”
「欸?不,我是跟海妍公會長說過了。如果您能回答的話……」

“그런 권유 자체가 무례하다는 사실, 모르십니까?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돼요? 아니면 명색이 헌터가, 헌터협회 사람이 던전 한 번 안 돌아 보고 책상머리나 지키며 종잇장만 들여다보고 살았습니까? 아, 신인교육용으론 한 번 돌긴 했겠네요. 목에 걸고 있는 협회 소속 헌터증 도박판에서 딴 게 아니라면.”
「您難道不知道這種勸誘本身就是無禮的事嗎?現在的情況您不明白嗎?還是說,身為獵人,獵人協會的人從未親自進過地城,只會守在書桌前看著紙張過活?啊,作為新手訓練用倒是可能進去過一次。除非您掛在脖子上的協會所屬獵人證是從賭場贏來的。」

고작 둘이서 S급 던전 빠른 클리어가 뭘 뜻하는 건지 모르는 건가 진짜. 대가리가 없나.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 목소리가 높아지자 품안의 피스가 눈을 떴다.
難道真不知道兩個人就能快速通關 S 級地城代表什麼嗎?真是沒腦子。越想越氣,聲音也越來越大,懷裡的 Peace 睜開了眼睛。


- 끼앙.  - 嗚哇。


“아냐,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沒事,沒關係。不用在意。」

“그리 오래 시간을 뺏지는—”
「不會耽誤太久時間——」


- 크르르.  - 咕嚕咕嚕。


남자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자 피스가 대뜸 이를 드러냈다. 그러자 남자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친다.
當男子再靠近一點時,Peace 立刻露出牙齒。男子嚇了一跳,連忙後退。

많이 졸린가 보다. 예민해졌잖아. 피스를 달래며 혹시나 싶어 유현이를 돌아보았다.
看起來很睏呢。變得有點敏感了。安撫著 Peace,忍不住回頭看了看柳賢。

“혹시 갈 생각 있어?”
「你有打算要走嗎?」

“아니, 전혀.”  「不,一點也不好。」

그래, 당연히 가기 싫겠지. 유현이까지 고개 젓자 협회 측 사람들도 더는 달라붙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또 귀찮게 굴세라 얼른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떠났다.
是啊,當然不想去。連柳賢都搖頭,協會那邊的人也不再糾纏。即便如此,怕他們又來煩人,還是趕緊上了車離開了。


* * *


[—따라서 이번 해연 길드의 S급 던전 공략 시간 단축은 상급 던전 주변 기피 현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因此,今年海淵公會的 S 級地下城攻略時間縮短,預計將對高級地下城周邊的迴避現象帶來正面影響。]


9시 뉴스 앵커의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헌터협회 측에서 보내온 자료화면이 티브이 가득히 띄워진다. 공략 당사자가 협조를 거부했지만 제 나름 조사하여 급한 대로 발표한 모양이었다.
隨著九點新聞主播平靜的聲音,獵人協會方面寄來的資料畫面充滿了整個電視螢幕。雖然被攻擊的當事人拒絕配合,但他們似乎還是自行調查後,匆忙發布了消息。

한유현은 1인용 소파에 기대어 앉은 채 뉴스를 적당히 흘려들었다. 새로울 것도, 중요한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다 문득 인벤토리에서 공략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韓有賢靠坐在單人沙發上,隨意地聽著新聞。沒有什麼新鮮事,也沒有什麼重要的內容。忽然,他從背包裡拿出一件攻略獎勵中得到的道具。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되는 길쭉한 타원형의 붉은색 알. 그것이 불이 꺼져 어둑한 거실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大約有三節手指長的細長橢圓形紅色藥丸。在燈光熄滅、昏暗的客廳中微微發光。


[붉은색 알 – SSS급]
[紅色藥丸 – SSS 級]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이름과 등급뿐이다. 등급이 높으니 예사 물건은 아닐 텐데 사용처도 방법도 알 수 없다.
沒有任何說明,只有名字和等級。等級很高,應該不是普通的東西,但用途和使用方法都無從得知。

잠시간 알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길게 놓여 있는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暫時凝視著蛋,然後又放回了背包。接著將視線轉向那張長長的沙發。

소파에는 그의 형이 잠들어 있었다. 한유진의 품에 안겨 있는 화염 뿔사자의 털이 반지르르하다. 피스를 씻기고 나서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새로 들어온 새끼드래곤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한탄하더니, 잠깐만 눈 붙이겠다고 하고는 곯아떨어져 버렸다.
沙發上躺著他的哥哥。火焰角獅子毛茸茸的,依偎在韓有珍的懷裡,閃閃發亮。洗完皮斯後,他帶著疲憊的臉坐在沙發上,抱怨因為新來的小龍寶寶睡不好,說著要小睡一會兒,結果卻一頭栽進了夢鄉。

블루 잠들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고 8시에 깨워 달라고 했지만 벌써 9시가 지났다. 잊은 것은 아니다. 애초에 깨워 줄 생각이 없었다.
藍說過睡覺前要回去,拜託八點叫醒他,但已經過了九點。並不是忘了,而是根本沒打算叫醒他。

‘적당히 해도 될 것을.’
「適可而止就好了。」

어차피 새끼 때만 잠시 맡는 것을 정성을 들이다 못해 다 키워 놓고도 저렇게 끌어안고 있다. 심지어 힘의 차이로 본다면 고양이가 다 큰 호랑이를 귀엽다고 핥아 주는 꼴이다. 한유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反正只是暫時照顧幼崽,卻用盡心力,甚至養大了還這樣緊緊抱著。從力量差距來看,就像貓舔著已經長大的老虎一樣可愛。對韓有賢來說,這既是無法理解又能理解的模樣。

그의 형은 원래 저랬으니까.
他的哥哥本來就是這樣的。

“형이 이상한 거야.”  「哥你才奇怪呢。」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低沉的聲音靜靜地喃喃自語著。從小就是這樣。

형제의 부모는 둘째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빠르게 눈치챘다. 물론 뚜렷한 무언가를 느낀 것은 아니다. 꺼림칙함, 불길함, 또는 두려움. 제 자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일종의 강박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兄弟的父母很快察覺到二兒子與他們不同。當然,他們並沒有感受到什麼明顯的異樣。只是一種不安、凶兆,或是恐懼。雖然是自己的孩子,卻又彷彿不是,這種感覺有點像強迫症般的執念。

아예 타인이었다면 그냥 조금 대하기 불편하다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제 손으로 돌봐야 하는 혈육이라는 사실에, 자식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죄책감까지 섞여 부모에게는 끔찍한 악몽처럼 다가왔다.
如果是完全的陌生人,頂多只是覺得有點相處不自在而已。但因為是自己親手撫養的血親,還夾雜著對孩子產生那種感情的罪惡感,對父母來說,這如同一場可怕的惡夢般襲來。

별다른 일이 없었더라면 둘째는 버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가능한 없는 셈 치고 눈과 귀를 막았을 것이다.
如果沒有發生什麼特別的事情,第二個孩子可能早就被遺棄了。即使不是,也會當作不存在,閉上眼睛、堵住耳朵。

하지만 첫째가 동생을 아무렇지 않게 대해 버렸다. 혼란에 빠진 부모 대신 동생을 챙겼다. 그 모습에 부모는 첫째마저 외면했다. 부모인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 현실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둘 다 이상한 것으로 치면 편해질 수 있었다.
但是長子卻對弟弟毫不在意。代替陷入混亂的父母照顧弟弟。看到那一幕,父母連長子也開始疏遠。因為他們無法忍受那種彷彿在說父母自己有問題的現實。不過,只要把兩人都當成怪人看待,就能感到輕鬆些。

그렇게 결정짓고 나자 부모는 오히려 편해졌다. 부부가 같은 감정을, 같은 죄를 공유하고 훨씬 끈끈해진 사이가 되어 신혼 때처럼 즐겁게 살았다.
這麼一決定之後,父母反而變得輕鬆了。夫妻倆共享相同的情感與罪孽,關係更加緊密,像新婚時期一樣快樂地生活著。

한유현은 그 모든 과정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반면에 한유진은 다른 가정에 비해 좀 특이하다고 생각은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이좋은 부모님에 착하고 말 잘 듣는 동생. 그걸로 만족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韓有賢敏銳地察覺到了整個過程。相反地,韓有珍雖然覺得比起其他家庭有些特別,但並沒有太在意。因為她已經滿足於有和睦的父母和乖巧聽話的弟弟了。

만약 한유진이 평범하게 동생을 거부했더라면. 그랬더라면 행복한 부부가 아닌 행복한 세 가족이 되었을 것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사랑하는 외동아들을 두고 잦은 여행을 다니진 않았을 테니까.
如果韓有真平凡地拒絕了弟弟。那樣的話,他們就不會是幸福的夫妻,而會是幸福的三口之家。也許父母不會因事故而喪生。因為他不會經常出門旅行,拋下正值專心讀書的心愛獨子。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하게 대학에 들어가고, 던전 쇼크를 무사히 넘겼다면 각성브로커를 찾아다닐 일도 없이 평범한 학생의 신분으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한유현의 각성 소식을 듣고도 조금 놀랄 뿐 남 일처럼 넘겼을 터다.
如果平凡地成長,平凡地進入大學,並且平安度過地城震撼,那麼也不會去找覺醒經紀人,而是會以普通學生的身份繼續生活。即使聽到韓有賢的覺醒消息,也只會稍微驚訝一下,然後當作別人的事一笑置之。

그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있었다.
明明知道那樣,卻還是緊緊抓著不放。

한유현은 약간의 죄책감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쓰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아닌 그 누구라 하더라도 순수하게 주어지는 애정과 돌봄이 달갑지 않을 리 없다. 심지어 그것이 유일하다면 더더욱 움켜쥐고 있을 수밖에.
韓有賢感受到一絲罪惡感的刺痛,苦澀地揚起嘴角。無論是誰,純粹被給予的愛與關懷都不會讓人感到排斥。甚至如果那是唯一的存在,更是只能緊緊抓住不放。

“…그러니 참아야겠지.”  「…… 所以只能忍耐了。」

한숨을 섞어 투덜거렸다.  帶著一聲嘆息抱怨著。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누는 건 당연히 싫다. 부모가 갑자기 네 동생이 생겼단다, 사이좋게 지내렴 하고 생판 모를 남을 들이미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줄줄이 늘어나고 있다.
把自己的東西和別人分享當然是不喜歡的。這感覺就像父母突然告訴你說你多了一個弟弟,還要你們好好相處,卻把一個完全陌生的人硬塞進來一樣。更糟的是,這樣的人還越來越多。

짜증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자신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떨거지들이 한유진의 안전에 도움이 되기에 그럭저럭 눈감을 수 있었다.
真是令人惱火的情況。不過他知道自己才是最重要的,既然那些廢物對韓有珍的安全有幫助,他也只能勉強睜一隻眼閉一隻眼。

어쩔 수 없이 손 놓고 있을 때보단 나았으니까.
總比無可奈何地束手無策要好。

‘자리 비운 사이 별일도 없었던 듯하고.’
「看起來我不在的這段時間也沒發生什麼特別的事。」

빠른 공략을 위해 피스는 필요했지만 김성한은 일부러 두고 갔다. 해연의 다른 상급 헌터들도 고스란히 남겨두고 미숙하나마 박예림도 있다. 그리고 성현제. 그의 성격상 확실하게 쓸모 있다고 판단된 한유진을 지켜 주지 않을 리 없었다. 설사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안전은 보장해 줄 것이다.
為了快速攻略,確實需要 Peace,但金成漢故意留下了他。海妍的其他高級獵人們也全都留下了,雖然還不成熟,但也有朴藝琳。而且還有成賢濟。以他的性格,絕不會不保護被他確定有用的一韓有真。即使有其他盤算,也會保證眼前的安全。

그때 테이블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작게 울렸다. 한유현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무런 내용 없는 세 장의 사진이다. 첫 번째 사진은 병실이었다.
這時放在桌上的手機輕輕響起。韓有賢拿起手機查看訊息。是三張沒有任何文字的照片。第一張照片是病房的景象。

“…여긴.”  「……這裡是。」

벽에 금이 가고 문이 부서진 특실. 매끄러운 곡선의 눈썹이 대번에 찌푸려진다. 이어 다음 사진은 한유진이었다. 사진 속 목에 난 손자국이 뚜렷하다. 마지막 사진 또한 그의 형이었다. 가슴팍을 무언가에 의해 공격당한 듯 옷이 찢어지고 핏자국이 흥건한 채의.
牆壁出現裂痕,門也被撞壞的特別病房。那光滑弧線的眉毛立刻皺了起來。接著下一張照片是韓有真。照片中脖子上的指痕清晰可見。最後一張照片也是他的哥哥。胸口似乎被什麼東西攻擊過,衣服被撕破,血跡斑斑。

콰직!  喀滋!

손아귀의 휴대폰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手掌中的手機瞬間變形。

내가 키운 S급들 88화  我培育的 S 級們 第 88 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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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留言 26

yss***
조졌네... 유현아! 함만 봐 주자! 유현아!!
完蛋了……柳賢啊!就姑且放過他吧!柳賢!!
20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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