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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娛神) 1권  娛神(오신)第一卷


지은이│무휴여삼추  作者│無休如三秋

펴낸곳│비욘드  發行地│比昂德

투고메일│editor@ridi.com  投稿郵件│editor@ridi.com


ⓒ 무휴여삼추, 2020  ⓒ 無休如三秋,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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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각시>1)  1. <手偶> 1)


장례식장 입구에서 조신오는 발걸음을 멈췄다. 교통사고로 요절한 여배우의 얼굴을 장례식장 복도의 안내용 LED 화면에서 마주쳤기 때문이다.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옆으로 고인의 정보가 띄워져 있었다. 201호실, 정민영, 26세, 상주는 정XX 씨….
葬禮殯儀館的入口處,趙信奧停下了腳步。因為她在殯儀館走廊的指示 LED 螢幕上看到了因交通事故早逝的女演員的面容。笑著的女子照片旁邊顯示著故人的資訊。201 號房,鄭敏英,26 歲,喪主正 XX 先生……

생전의 사진 중 가장 예쁜 사진을 골랐나 보다. 조신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기억과 사뭇 다른 여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여자의 해맑은 미소는 부슬비가 내리는 구월의 밤, 조문객마저 드문 스산한 장례식 복도와 도통 어울리지 않았다.
似乎選擇了生前最美的照片。趙信奧微微眯起眼睛,凝視著那張與自己記憶截然不同的女人的臉龐。女人那清澈的微笑,與九月夜晚細雨紛飛的葬禮走廊,甚至連來喪者都稀少的冷清氛圍,完全不相稱。

“전무님, 302호 VIP실로 가시죠.”
「總經理,請您前往 302 號 VIP 室。」

“그래요.”  “是的。”

혹여나 엉뚱한 방향으로 갈까 염려스러웠는지 김 비서가 앞장서 길을 안내했다. 조신오는 발걸음을 돌려 준비된 엘리베이터를 탔다.
或許是擔心會走錯方向,金秘書率先引路。趙信奧轉身走向準備好的電梯。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죽은 자의 땅으로 그를 데려갔다.
電梯將他帶到了地下,死者的土地。

조신오가 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와 앉아 있던 직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은 정장 차림 장정 십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직각 인사를 하는 모습에 조문객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當趙信吾走進宴會廳時,提前坐好的員工們立刻從座位上站了起來。十幾名身穿黑色西裝的壯漢們整齊劃一地行了直角禮,讓前來吊唁的客人們瞪大了眼睛。

“어떡해. 조폭인가 봐.”  “怎麼辦。好像是黑道。”

“나 저 사람 알아. JG 그룹 회장 둘째 아들이잖아. 저번에 잡지에서 봤어.”
“我認識那個人。他是 JG 集團會長的二兒子。我上次在雜誌上看到過。”

“재벌 3세를 실물로 보긴 또 처음이네. 그런데 저 사람이 여긴 왜 왔대?”
“第一次親眼見到財閥三世呢。不過那個人為什麼來這裡?”

조문객 한 무리가 조신오를 힐끔대며 저들끼리 멋대로 수군거렸다. 인사 중이던 JG 직원 몇이 차가운 눈길을 던지자 쑥덕대던 소리는 쑥 들어갔다. 무리는 조신오에 대한 이야기를 중단하고 여배우에 관한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들은 별천지의 사람인 대기업 임원이 장례식장을 방문한 일보다, 각종 종편 채널을 달구는 중인 여배우의 시신이 이곳 장례식장 어딘가에 있단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一群悼念者瞥了瞥趙信吾,彼此之間低聲竊竊私語。幾名正在打招呼的 JG 員工投來冷冷的目光,讓他們的低語聲頓時消失。這群人停止了對趙信吾的討論,轉而聊起了女演員的話題。他們對於一位大企業高管造訪殯儀館的事並不感興趣,反而對於正在各大綜合頻道熱議的女演員的遺體就在這個殯儀館的某個角落感到更加好奇。

조신오는 여전히 허리를 굽히고 있는 청년들 사이를 지나쳐 빈소로 향했다.
趙信依然在彎腰的年輕人之間穿過,朝著空靈的靈堂走去。

빈소를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의외의 방문객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남자는 일개 경정의 부친상에 천하의 조신오가 나타난 데 놀란 눈치였다. 신오는 비굴할 만치 달라붙는 눈인사를 못 본 척하고, 예의에 따라 고인에게 먼저 절을 올린 뒤 향을 피워 올렸다. 이어 상주와 맞절했다. 경정이 황송하단 듯 깊게 고개를 숙인 뒤 신오와 눈을 마주쳤다. 탁하게 흐려진 눈동자가 계산속에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守靈的中年男子看到意外的訪客,驚訝得張口結舌。男子對於一名小小的警官的父親喪禮上,天下的趙信吾竟然出現,顯得十分驚訝。信吾假裝沒看到那副卑微的眼神,依照禮儀先向故人行禮,然後點燃香火。接著與喪主互行禮節。警官似乎感到受寵若驚,深深低下頭,隨後與信吾對視。那雙混濁的眼睛在計算中四處忙碌著。

경정은 조신오와 JG 그룹 전략 기획실이 중요 인사들을 관리한단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친인척의 대소사 및 의료 기록을 다 꿰고 있다가 적시에 인사를 통해 빚을 지운다 했던가. 그 관리 대상에 저 같은 피라미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다. 조신오 본인이 왔다. 얼마를 들고 왔을까. 두툼한 부의금을 기대하며 경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京正早已聽聞趙信五與 JG 集團戰略規劃室管理重要人事的傳聞。他們似乎對親戚的大小事務及醫療記錄了如指掌,然後在適當的時機通過人事來索取債務。沒想到自己這樣的小角色也在管理範圍之內。趙信五親自來了。他帶了多少錢呢?京正期待著一筆可觀的賠償金,忍不住吞了吞口水。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컸는지 조신오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정의 목울대를 응시했다. 냉기가 쌩쌩 흐르는 오만한 이목구비에 같잖다는 표정이 자연스레 배어 나왔다. 경정은 빤한 속내를 드러낸 게 민망해 헛기침을 했다. 조신오가 알 만하단 듯 슬쩍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느낌이 배어나는 턱선이 옆을 향하며 목선이 가로로 기울어졌다.
吞嚥聲似乎太大了,於是趙信吾凝視著來回晃動的警長的喉結。冷氣在那傲慢的五官中流淌,露出了不屑的表情。警長因為暴露了心思而感到尷尬,輕咳了一聲。趙信吾似乎明白了,輕輕地轉移了視線。那冷漠的感覺從下巴流露出來,側臉的脖子微微傾斜。

조신오는 측면 얼굴이 더 볼만한 남자였다. 붓털 같은 빡빡한 속눈썹과 우뚝한 콧날, 금수저 특유의 투명한 피부가 시선을 끌었다. 첩실에게서 본 자식이라더니, 확실히 아비인 조 회장이나 손위 형제인 부회장 조명하와는 결이 다른 이목구비였다.
趙信奧的側臉更顯得迷人。他那如畫筆般濃密的睫毛、高挺的鼻樑,以及金湯匙特有的透明肌膚,無不吸引著目光。據說是妾室所生的孩子,果然與父親趙會長和哥哥副會長趙明河的五官有著不同的韻味。

셔츠 깃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덜미 위, 붉은 자국이 눈에 띈다. 그 흔적은 정사 중 생긴 손톱자국이 분명했다. 거죽은 저리도 다르건만, 잠자리 취향만은 아비를 쏙 닮은 모양이다.
襯衫領口之間露出的雪白脖頸上,顯眼地留著紅色的痕跡。那道痕跡無疑是性交時留下的指甲印。雖然皮膚如此不同,但對於蜻蜓的喜好卻與父親如出一轍。

경정은 조신오의 미색을 구경하다 조 회장이 무명 배우였던 조신오의 어머니에게 한눈에 반해 만난 날 바로 여자를 끌고 갔다던 소문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 어미가 유별난 미모 때문에 겪었을 온갖 추잡한 짓거리를 상상하며 조신오를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았다. 어느덧 조신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목구비 중 유일하게 조 회장을 닮은 얄팍한 입술이 비틀렸다. 경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京正在欣賞趙信吾的美色時,自然想起了傳聞,說趙會長一見鍾情於趙信吾的母親,那位無名女演員,並在第一次見面時就帶走了她。想像著那位因為出眾的美貌而遭受的種種不堪的事情,京正不自覺地盯著趙信吾看。轉眼間,趙信吾的眼神變得冷漠。她那唯一像趙會長的薄唇扭曲了起來。京正驚訝地低下了頭。

조신오가 무미건조한 인사를 건넸다.
趙信吾冷淡地打了個招呼。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您一定非常傷心。」

“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을 보내 장례 일까지 도와주시고,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기까지 하시니, 송구해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我不知道該如何表達我的感謝之情。您派員工來幫助處理喪事,還在這麼忙的情況下親自來到這裡,我感到非常愧疚,無法抬起頭來。”

“당연히 찾아와 봐야죠. 매번 신경 써 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번엔 부친상을 당하신 와중에 폐를 끼치게 됐군요. 덕분에 큰 빚을 졌습니다.”
“當然要來看看。每次都關心我,我非常感謝,但這次在您父親去世的時候卻給您添了麻煩。多虧了您,我欠下了很大的債。”

“뭘 그런 일을 가지고…. 저는 그저 후배 녀석에게 일을 잘 처리하라고 조언한 것뿐입니다.”
“幹嘛為這種事……我只是對後輩小子建議要好好處理事情而已。”

조신오의 말에 경정은 굽실굽실 고개를 끄덕였다. 장남 앞에서 스무 살 연하의 젊은이에게 설설 기면서도 그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별것 아닌 일로 조신오와 연결되는 끈을 얻은 것이 웬 떡인가 싶었다.
在趙信吾的話語下,京正彎腰點頭。面對比自己小二十歲的年輕人,他卻毫不感到羞愧,反而覺得能與趙信吾建立這樣的聯繫,真是意外之喜。

이 모든 게 사망한 여배우 하나로 비롯된 일이었다.
這一切都是因為一位已故女演員而引發的事件。

사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경정이 한 일이라곤 후배 형사를 시켜 초동 수사 때 수집된 지문과 몇몇 증거를 훼손한 일 정도였다. 동행한 운전자가 실종 상태인 게 걸리긴 했지만, 담당 검사는 시신에서 딱히 의심스러운 외상이나 약물 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단 보고서를 믿고 별도의 재수사 지시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事實上,這並不是一件特別困難的事情。警長所做的事不過是讓後輩刑警在初步調查時毀壞了收集到的指紋和幾個證據。雖然同行的司機失踪的情況讓人感到不安,但負責的檢察官相信屍體上並沒有發現可疑的外傷或藥物反應的報告,因此在沒有下達重新調查的指示下結束了案件。

조신오는 그 별것 아닌 빚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었다. 기쁨에 경정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趙信來了,沒有忘記那微不足道的債務,特意來找她。喜悅之情讓京靜的嘴角不自覺地上揚。

조신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경정은 장남에게 빈소를 맡기고 조신오를 헐레벌떡 뒤따라왔다.
當趙信五站起身來時,警正將殯所交給長子,急忙跟在趙信五的身後。

“전무님, 오셨으니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않고요?”
「總經理,您來了,不吃個飯再走嗎?」

“일정이 빠듯해 어쩔 수가 없군요. 나오지 마십시오. 상주께선 빈소를 지키셔야죠.”
「行程緊湊,無法避免。請您不要出來。上主必須守著空位。」

“어휴, 전 괜찮습니다.”  “唉,我沒事。”

조신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정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신을 고쳐 신고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장정들이 우르르 일어나 조신오에게 한 번 더 인사했다.
儘管遭到趙信吾的勸阻,京正還是急忙換上鞋子,匆匆跑了出來,想要送他。坐在那裡的壯漢們紛紛站起來,再次向趙信吾行禮。

신발장 바로 옆, 정수기 물이 담긴 종이봉투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사내아이가 그를 피해 자리에서 비켜났다. 아이는 물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이 든 봉투를 쓰레기통에 휙 처박았다. 캔 식혜와 병맥주에 코를 킁킁대다가 아이는 그도 마음에 차지 않는지 빈소 바깥의 자동판매기 주변을 기웃거렸다.
鞋櫃旁邊,一個正在瞧著裝著飲水機水的紙袋的男孩,見到他後便避開了位置。男孩似乎對水的味道不滿,皺起了眉頭,將裝著水的袋子隨手扔進了垃圾桶。嗅著罐裝的食蕎和瓶裝啤酒,男孩又似乎對此也不滿意,開始在空靈的外面自動販賣機附近徘徊。

경정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조신오 대신 버튼을 누른 뒤, 누가 들을세라 은밀하게 말했다.
經正跑向電梯,代替申志奧按下按鈕後,低聲說道,生怕被人聽見。

“일부러 장례식장을 여기로 잡아 주신 깊은 뜻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무님께서 신경 쓰실 일 없게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我明白您特意將喪禮場地選在這裡的深意。我會妥善處理,不讓總經理您操心。”

“깊은 뜻이요?”  “深意嗎?”

조신오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비웃음으로 미미하게 비틀려 있다. 싸늘한 반응에 경정은 멈칫했다.
趙信吾凝視著他。嘴角微微扭曲,帶著一絲嘲諷。面對這冷淡的反應,京正不禁愣住了。

정민영의 조문객들을 감시하라고 같은 장례식장을 잡아 준 게 아니었나.
正敏英的喪禮不是讓人監視來參加喪禮的客人嗎?

생각해 보니 자신이 너무 나갔다 싶었다. 조신오가 아무리 귀신같은 작자라고 제 아비와 여배우가 죽을 날을 미리 알고 준비해 뒀을 리는 없다. 그저 우연이 겹친 것뿐이리라.
想想看,自己似乎有些過火了。即使是趙信五再怎麼像鬼神般的角色,也不可能提前知道自己父親和女演員的死期並做好準備。這不過是偶然的重疊而已。

조신오의 악명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제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배급사의 독점 공급과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입안되지 못하게 조신오가 손을 썼단 폭로 기사가 엊그제 터진 참이다. 그 잔상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由於趙信吾的惡名實在太過驚人,我似乎產生了誤解。前幾天爆出一篇報導,指控趙信吾干預了防止發行商壟斷供應和霸凌的法案無法提出。那個餘波可能影響了我的判斷。

조신오는 하청 업체의 비리를 조사해 역으로 고발하고, 현장 스태프에게 JG를 옹호하는 수천 장의 탄원서를 받아 낸 뒤 그를 의원 사무실로 보내 입안을 막았다. 그를 고발한 내부 고발자가 입안 방해 작전을 비롯한 전략 기획실의 작품 여럿이 조신오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라디오 방송과 신문 기사 몇 줄로만 언급됐을 뿐이다. 그 외 공중파 뉴스에선 관련 사건을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
趙信烏調查了下包商的貪污行為,反過來進行舉報,並向現場工作人員收集了數千份支持 JG 的請願書,然後將他送往議員辦公室以阻止其發言。舉報他的內部告密者向媒體透露,阻止發言的計劃以及戰略企劃室的多個作品都是出自趙信烏之手。然而,這些內容僅在廣播和幾篇報紙文章中提及。除此之外,主流新聞媒體一次也未報導相關事件。

그들은 조신오를 건드릴 수 없었다. 조신오는 JG의 실세인 조명하 부회장의 측근이며, 동시에 한낱 경정 따위를 공들여 관리하는 유능한 청소부였다. 조신오가 친 촘촘한 그물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나라에 얼마나 될까. 조신오는 그 끈끈한 그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덮었을까.
他們無法觸碰趙信五。趙信五是 JG 的實權人物趙明河副會長的心腹,同時也是一位精心管理著小小警正的能幹清潔工。能在這個國家中躲避趙信五那密不透風的網的人有多少呢?趙信五用那黏稠的網掩蓋了多少事情呢?

문뜩 섬뜩한 상상 하나가 경정의 뇌리를 스쳤다.
忽然,一個令人毛骨悚然的想像閃過京正的腦海。

이제껏 죽어 나간 여자가 정민영 하나일까.
至今為止死去的女人只有鄭敏英一個嗎。

경정은 눈앞에 있는 자를 바로 보았다. 제 경솔함을 깨닫자 겨드랑이가 축축하게 젖었다.
經正直視眼前的人。意識到自己的輕率,腋下濕漉漉的。

“제가 설레발을 쳤군요. 요새 골치 아픈 일이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혹시나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 싶어서요.”
“我真是多嘴了。聽說最近您有很多煩心事。我在想是否有什麼我可以幫忙的。”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我會再聯絡您的。”

조신오가 우아하게 선을 그었다. 수행원 중 하나가 치근덕거리는 경정을 은근히 뒤로 밀쳤다. 조신오는 경정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엘리베이터가 서 있는 층수를 확인했다. 그만 이 기분 나쁜 곳을 떠나고 싶은데,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趙信烏優雅地劃了一條線。隨行的其中一名隨從微微推開了那個煩人的京正。趙信烏將京正視作不存在,檢查了電梯所停的樓層。他只想離開這個令人不快的地方,但電梯卻在地下二樓停住,無法動彈。

「아저씨, 이것 좀 따 줄래요?」
「叔叔,這個可以幫我摘一下嗎?」

자판기를 기웃거리던 아이가 신오의 손을 붙들고 의자 위에 놓인 음료수 캔을 따 달라며 졸랐다.
在自動販賣機旁徘徊的孩子抓住了信吾的手,央求他幫忙打開放在椅子上的飲料罐。

신오는 아이를 못 본 척하고 한기가 인 목덜미를 습관적으로 쓸어내렸다. 목덜미가 허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겨 주신 목걸이가 자리에 없단 걸 확인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귀신 쫓는 부적이라며 한시도 몸에서 떼어 놓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을 잃어버리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信吾假裝沒看到孩子,習慣性地撫摸著脖子後的寒意。脖子後面感到空虛。他確認母親留給他的遺物項鍊不在身邊,臉色扭曲。明明是驅鬼的符咒,母親再三叮囑他不可離身,竟然就這樣丟失了,精神似乎出了問題。

그럴 법도 했다. 사람 죽는 걸 눈앞에서 보는 건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기 힘든 일이니까.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혼이 빠져나간 텅 빈 몸을 질질 끌고 돌아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제 두꺼운 낯가죽이 평소처럼 무표정을 잘 가장해 주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오는 목이 졸린 채 퍼렇게 질려 가던 정민영의 얼굴을 생각하며 얼마간 멍하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這樣的情況是可以理解的。親眼目睹人死去,即使經歷過幾次,也很難習慣。直到意識回來之前,只能拖著空洞的身體四處遊蕩,彷彿靈魂已經脫離。幸運的是,他那厚厚的面皮依然如往常般無表情地掩飾著一切。信吾想著被掐著脖子、臉色發青的鄭敏英,愣愣地站在電梯前。

아이가 재차 그의 손을 흔들었다.
孩子再次搖了搖他的手。

「제발요. 목말라 죽겠어. 뚜껑 딴 것들은 엄마가 이상한 걸 다 넣어 놔서 못 마셔요.」
「拜託了。我渴得快死了。蓋子打開的那些,媽媽放了奇怪的東西,根本不能喝。」

“…….”  “……”

「캔 따 주면 나도 아저씨 도와줄게요. 이대로 있음 아저씨 큰일 나는데. 긴 머리, 한복 입은 사람이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있어요.」
「如果你幫我打開罐子,我也會幫助你,叔叔。這樣下去可不行,叔叔會有大麻煩的。現在有個長頭髮、穿著韓服的人正在搭電梯。」

아이가 지하 2층에 머물러 있는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굴렀다.
孩子指著停在地下二層的電梯樓層,焦急地跺著腳。

「다 왔네, 다 왔어. 아저씨 이제 혼날 거야.」
「到了,到了。叔叔現在要被罵了。」

신오는 음료수 따개를 따 벤치 위에 도로 놓았다. 신오의 기이한 행동에 김 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가 음료수를 들고 헤헤 웃었다.
信吾將飲料瓶蓋打開,放回長椅上。信吾的奇怪行為讓金秘書歪著頭。孩子拿著飲料,咯咯笑著。

「여긴 내가 있을게요. 아저씨는 계단으로 가요.」
「這裡我會待著。叔叔您去樓梯那邊。」

“김 비서, 올라갈 땐 계단으로 갑시다.”
“金秘書,上樓時我們走樓梯吧。”

“네, 네.”  “是的,是的。”

김 비서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오의 말을 따랐다.
金秘書雖然感到困惑,但還是遵從了信吾的話。

한 층을 다 올라갔을 때,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도착한 벨 소리가 울렸다. 신오는 층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흰 치마 아래로,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창백한 발이 보였다. 아이는 ‘발’ 앞을 가로 막고 서서 제 가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시던 음료수를 내뱉은 아이의 티셔츠가 피에 젖어 벌겠다.
當電梯到達地下三層時,鈴聲響起。信奧向樓梯下方望去。白色裙子下,露出一雙塗著黑色指甲油的蒼白腳。孩子站在「腳」前面,低頭看著自己的胸口。喝著的飲料噴出來,孩子的 T 恤被血染紅。

「아이씨, 엄마가 여기도 뭘 넣어 놨어.」
「哎呀,媽媽在這裡放了什麼。」

아이가 연신 피가래를 뱉을 때마다 산성 세제에 녹은 살점이 가래에 섞여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는 그 핏자국을 보느라 넋이 빠져 신오와 한 약속을 잊은 듯했다. 창백한 발이 아이를 지나쳐 신오를 뒤따라왔다.
孩子每次不停地吐出血痰時,酸性的清潔劑溶解的肉塊也混在痰裡掉落在地。孩子似乎因為看著那血跡而失去了神智,忘記了與信吾的約定。蒼白的腳步越過孩子,跟隨著信吾而來。

‘발’의 걸음은 무척이나 빨랐다. 신오는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돌아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신오가 검은 매니큐어가 곱게 칠해진 정민영의 발톱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發」的步伐非常迅速。信吾感受到身後的氣息,背脊不禁一陣寒意。即使不回頭也知道那是誰。信吾怎麼可能認不出黑色指甲油塗得精緻的鄭敏英的腳趾。

정민영은 다소 신기가 있던, 유난히 고운 여자였다. 그렇게 예쁘지만 않았어도, 영력이 있단 소문만 돌지 않았어도 명하에게 끌려와 팔자에도 없는 무당 흉내를 내다 죽진 않았을 텐데. 팔자도 참 더러웠다. 신오는 그녀의 죽음을 정민영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하려 했다.
正敏英是一位有些神秘的,特別美麗的女子。即使她不是那麼漂亮,也不曾流傳過她有靈力的傳聞,名夏也不會把她帶來,讓她在命運中扮演無關的巫女,最終死去。命運真是殘酷。神奧試圖將她的死歸咎於正敏英個人,並試圖合理化這一切。

그러나 본인은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악에 받쳐 외쳤다.
然而本人似乎完全不這麼認為,憤怒地大喊。

「틀려, 네가 틀렸어!」  「錯了,你錯了!」

정민영의 손끝이 신오의 목덜미에 닿았다. 손끝의 차가운 기운에 솜털이 올올이 섰다. 그러나 정민영은 신오의 목을 끝내 잡아채지 못했다.
正敏英的手指觸碰到了信吾的脖子。手指的寒冷氣息讓細毛豎立起來。然而,正敏英最終還是沒有抓住信吾的脖子。

또 다른 귀신이 신오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정민영에게 침을 뱉었다. 지난 7년간 신오를 줄곧 괴롭혀온 손각시였다.
又一個鬼魂從信吾的影子中竄出,朝正敏英吐了口唾沫。這是過去七年來一直折磨信吾的手偶。

「퉤, 이년아, 임자 있는 몸에 손을 대려고? 이 개놈은 내가 침 발랐으니, 너는 찌그러져 있어라.」
「呸,你這個賤人,竟敢對有主之身下手?這個混蛋是我塗過唾液的,你就乖乖待著吧。」

정민영이 웃기지 말라며 으르렁거렸다.
正敏英怒吼著不要開玩笑。

「이거 놔. 저놈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된 거야. 내가 당한 그대로 저 새끼한테 갚아줄 거야. 그렇게 안 하곤 억울해서 못 살아!」
「放開這個。都是因為那傢伙我才變成這樣。我會把我所遭受的一切都報復回去。要是不這樣做我就活不下去!」

「못난 년, 백날 억울해 봐라. 저것들이 눈 하나 깜짝하나.」
「可憐的女人,白白冤屈一場。那些人根本不會眨一下眼。」

손각시는 정민영의 멍청함을 놀리다 이내 히히 웃었다.
손角詩在嘲笑鄭敏英的愚蠢後,隨即咯咯笑了起來。

「설칠 필요 없어. 저 개백정 놈은 내가 맛깔나게 조져 놓을 테니.」
「不需要設置。我會把那個狗屠夫好好地收拾一頓。」

손각시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도망치고 있는 신오의 등줄기에 달라붙었다. 신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누군가의 피가 고여 구두 속이 질척질척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그저 걸음을 옮겼다. 히히히히, 그를 비웃는 손각시의 웃음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했다.
手偶的貪婪目光緊緊黏附在逃跑的信吾背脊上。信吾忍著噁心,艱難地攀爬著樓梯。某人的血泊在鞋子裡黏膩不堪。他閉上眼睛,捂住耳朵,只是移動著步伐。嗤嗤嗤嗤,手偶嘲笑他的笑聲彷彿要將他的頭顱撕裂。

「저 좋다는 여자 배신해서 죽게 한 놈, 그러고도 반성 한 번 안 하는 놈들 족쳐온 세월이 얼마인지 아느냐? 네년은 어디 숨어 얌전히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那個背叛我、讓我死去的女人,還有那些連一次反省都沒有的傢伙,你知道這樣的日子過了多久嗎?你們就乖乖地躲在那裡靜靜地觀望吧。」

손각시가 그녀의 무기인 바늘을 과시하듯 흔들며 히죽거렸다.
手偶揮舞著她的武器針,得意地咧嘴笑了。

7년 전, 신오가 하동 큰무당 집에서 손각시를 조우했던 당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七年前,信吾在河東大巫的家中遇見手偶時的情景依然如故。


***


스물네 살, 신오는 용하기로 소문난 하동 큰무당 집 뒷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저를 집 밖으로 쫓아내려는 무당과 씨름 중이었다. 안색이 한창때 청년답지 않게 퀭했다.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앞의 무당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二十四歲的信吾跪坐在有名的河東大巫的後院,正與想要把他趕出家門的巫師摔鬥。他的臉色看起來不太像個正值青春的年輕人,顯得有些憔悴。他滿身是冷汗,向眼前的巫師懇求著。

‘도와, 제발 도와주세요. 귀신이, 귀신이 붙어서…. 미치겠어요. 살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救命,請幫幫我。鬼,鬼纏上我了…. 我快瘋了。活不下去才來到這裡的。」

자신이 겪은 일을 돌이켜 생각하자 신오는 구역질이 치밀었다. 큰무당이 그가 웩웩거리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當神甫回想自己所經歷的事情時,感到一陣噁心。大巫師看到他嘔吐的樣子,搖頭嘖嘖。

‘돈 보고 환장해서 귀신 붙은 집구석에 제 발로 기어들어 갈 땐 언제고? 후회해 봐야 늦었어. 곶감을 호랑이 앞에 들고 흔들어도 유분수지, 조가네 귀신이 그짝한테 단단히 눈을 대 부렀는디 이제 와 어쩐다고?’
「你什麼時候因為看錢而瘋狂,自己爬進了那個被鬼附身的地方?後悔也已經太遲了。就算把柿餅在老虎面前晃動也不過是自找麻煩,喬家那鬼已經對你下了狠手,現在又能怎麼辦?」

‘그러지 말고 제가 어떻게든 액수는 맞춰 드릴 테니 제발, 제발 그놈 피할 방법이라도 알려 주세요.’
「別這樣,我會想辦法讓金額合適的,拜託,拜託告訴我怎麼躲開那個傢伙。」

‘수 같은 거 없당께. 수백 년 묵은 집안 귀신이 그짝을 지 각시라고 딱 찍어 놓고 날름대고 있는디 굿한다고 그놈이 떨어지겄소? 백일을 해도 소용없제. 하여튼 난 모릉께 그냥 가소. 괜히 동티 내서 사람 여럿 죽이지 말고.’
「根本就沒有什麼數。數百年來的家族鬼魂已經把那個人定為他的媳婦,正盯著他呢,做法事能讓那個鬼魂離開嗎?即使做一百天也沒用。總之,我不管,還是走吧。別無緣無故地鬧出事來,害死好幾個人。」

신오가 아무리 빌어도 무당은 완고할 뿐이었다.
新吾無論怎麼懇求,巫女依然固執己見。

전화 연락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 한번 얼굴 보고 얘기나 해 보자고 오라고 하더니만, 무당은 신오의 사주를 들을 때부터 반응이 이상했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모의 성함을 듣고, 약간의 신상 털이를 하더니만 바로 안색을 굳히고 성질을 냈다.
當我打電話聯絡的時候,情況還沒有這麼糟。她說要見面聊聊,讓我過去,但當巫師聽到信吾的八字時,反應就變得奇怪了。她不斷地歪著頭,聽到父母的名字後,稍微詢問了一些個人情況,然後立刻面色凝重,變得有些生氣。

‘1989년 X월 X일, 자시라. 이름은 어찌 되는가? 뭐, 개명? 그려, 개명한 이름은 뭔데? 조신오, 제사 지낸 고기 조(胙)에 귀신 신(神) 즐거워할 오(娛)자라. 하이고, 무당 생활 삼십 년 만에 이딴 개똥 같은 이름은 또 처음 보겄네. 뭔 정신 나간 부모가 애한테 이딴 염병할 이름은 지어 줬단가. 부모님 함자는 어찌 되는가. 응, 그려, 태어난 곳은 서울이고, 어디 보자. 조신오, 조신오, …어라?’
「1989 年 X 月 X 日,子時。名字是怎麼回事?什麼,改名?對了,改名的名字是什麼?調神五,祭祀用的肉‘調’字加上‘神’字和‘愉’字。唉呀,當了三十年的巫師,這種狗屎般的名字還真是第一次見。什麼精神錯亂的父母會給孩子起這種該死的名字。父母的名字是什麼?嗯,對了,出生地是首爾,讓我看看。調神五,調神五,…咦?」

‘뭐 잘못된 거라도 있습니까?’
「有什麼不對的地方嗎?」

‘잘못? 허이고, 이런 씨부럴 옴쟁이 같은 놈을 다 봤나. 조씨 집안 귀신 때문에 굿 할러 왔음서 새치름하니 잡아뗄라고?’
「錯了?哼,這種混蛋小子你見過嗎?因為趙家鬼魂的緣故來做法事,卻想要輕易推卸責任?」

무당은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소금을 뿌리며 신오를 쫓아내려 했다. 굵은 소금과 함께 별별 욕이 다 쏟아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즉 자리를 떠나고도 남았겠지만 신오는 집요하게 무당에게 매달렸다. 그에겐 결코 이곳에서 물러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巫師猛然站起身來,拍掉身上的灰塵,開始撒鹽,試圖驅趕神靈。粗鹽與各種咒罵一同噴出。一般人早就離開這裡了,但神靈卻執著地纏著巫師。對他來說,絕對不能在這裡退卻的理由。

‘제발 사람 목숨 하나 구하는 셈 치고 도와주세요. 이대로 가면 전 진짜 죽어요. 그 짓을 또 당할 거예요. 씹, 미친 새끼들….’
「拜託,當作救一條人命來幫我。這樣下去我真的會死的。我會再遭遇那種事。該死,瘋狂的傢伙們……」

‘제 발로 기어들어 갈 땐 언제고 이제 와 남 욕은 왜 한당가?’
「你當初是自己爬進來的,現在卻為什麼要罵別人?」

‘모르고 한 짓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누가 머리에 총 맞았다고 그 괴물 같은 집에 들어가요?’
「我不知道會變成這樣。如果早知道會這樣,誰會進那個像怪物一樣的家裡呢?」

신오는 스스로 이 꼴을 자초했단 말에 발끈했다. 자신은 이런 결과를 원한 적 없다. 결단코 모든 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信吾對於自己自作自受的說法感到憤怒。他從未想過會有這樣的結果。這一切絕對是無可奈何地發生的事情。

큰무당이 코웃음을 쳤다.  大巫師嗤之以鼻。

‘부모가 애써 지어 준 이름 버리고, 귀신 들이는 이름 받은 건 자네 아니여? 신오(神娛), 고것이 귀신보고 즐겁게 놀다 가라고 허락해 주는 이름인 건 알고 있는감?’
「拋棄父母辛苦為你取的名字,接受了這個附有鬼神之名的名字的,難道不是你嗎?神娛,這名字是讓鬼神來這裡快樂地玩耍的,你知道嗎?」

‘그건….’  「那是……。」

그 역시 제가 바라서 얻은 이름은 아니었다. 억울하고 끔찍해 말문이 막혔다.
那個名字也不是我所渴望得到的。心中感到冤屈與可怕,讓我無法言語。

신오는 땅바닥만 노려보며 자신이 어머니가 무당집을 전전하며 받아 온 이름 대신, 그 소름 끼치는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을 떠올렸다.
信吾只是盯著地面,回想起自己為何會擁有那個令人毛骨悚然的名字,而不是母親在各個巫師家中所取的名字。



반년 전, 신오는 LA의 클럽 소파 위에 약에 취해 누워 있다가 어머니와 계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절에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단 설명에 이어 빚쟁이들이 몰려왔으니 신오라도 얼른 돌아와 상황을 수습해야 한단 말이 덧붙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신오는 미국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半年前,信吾在洛杉磯的俱樂部沙發上藥物過量,聽到母親和繼父發生車禍去世的消息。隨著從寺廟回來的路上發生意外的解釋,債主們也接踵而至,說信吾必須趕快回來處理情況。腦海中一片混亂。信吾不得不整理好在美國的留學生活,回到韓國。

부랴부랴 표를 끓고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탈상까지 매시간이 가시방석이었다. 계부 쪽 고모는 숫제 그를 잡아 죽일 듯 노려보며 닦달을 해 댔다.
匆匆忙忙地買了票回到韓國,精神恍惚地辦理了喪禮。直到出殯的每一個小時都像坐針氈一樣不安。繼父那邊的姑姑簡直像要把他瞪死似的,不斷地催促著。

‘하이고, 애 딸린 팔자 사나운 년이랑 결혼한다 할 때 말렸어야 했는데. 그 반반한 상판이 뭐라고 홀려선 신세를 조져? 아주 지 팔자를 지가 꼬고 자빠졌지.’
「唉,我本該在和那個帶著女兒的命苦女人結婚時勸阻她的。那張半張的臉到底有什麼好讓人著迷,搞得自己這麼狼狽?真是自作自受。」

고모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빈소를 하루 종일 지키며 신오 모자를 욕했다. 신오가 참다못해 그녀를 흘겨보자 고모는 씩씩대며 온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욕을 해 댔다.
姑姑是一個體力很好的人。她整天守在靈堂,對新吾罵個不停。新吾忍無可忍地瞥了她一眼,姑姑便氣呼呼地在整個葬禮上大聲咒罵。

‘저 재수 없는 눈깔 보게. 너, 너희 어머니가 너 때문에 절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만 줄 알아? 하나뿐인 아들, 전생에 진 죄를 씻어야 한단 소리에 미쳐선 집안 돈을 다 갖다 썼어. 이제 보니 그 말이 영 틀리진 않았네. 네 어미, 죄 없는 네 계부까지 저 꼴 난 걸 보면.’
「看看那該死的眼睛。你知道你母親因為你而捐給寺廟的錢有多少嗎?唯一的兒子,聽說要洗清前世的罪,結果她把家裡的錢都花光了。現在看來,那話真是一點都不錯。你母親,連無辜的繼父都變成這副模樣。」

어머니는 생전에 아들의 사나운 팔자를 막겠다며 무당집과 절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천도제니 뭐니 하는 짓거리마다 매번 적게는 몇백, 많게는 몇천의 돈을 썼다. 신오는 변명할 거리가 없어 죄인처럼 꾹 입만 다물고 있었다.
母親在世時常常往廟宇和道觀跑,為了阻止兒子兇險的命運。每次天道祭或其他儀式,花費的金錢少則幾百,多則幾千。神明也無法辯解,只能像罪人般緊閉雙唇。

‘어쩔 거야? 너희 재수 없는 것들 때문에 우리 집안이 다 망하게 생겼는데?!’
「你們要怎麼辦?因為你們這些倒霉的傢伙,我們家快要完蛋了!」

고모의 히스테릭한 외침에 신오는 고모부와 계부가 공장 일을 함께 했단 데 생각이 미쳤다. 아직 어린 고모의 아이들이 불안한 눈으로 저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가족 사업은 이게 문제로구나. 신오는 씁쓸하게 혀를 찼다.
在姑姑歇斯底里的呼喊中,信吾想到了姑父和繼父曾一起在工廠工作的事。還年幼的姑姑的孩子們用不安的眼神瞥了我一眼。家庭事業果然是個問題。信吾苦澀地嘖了一聲。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
「我會想辦法的。」

스물네 살, 정식 대학 졸업장도 없는 자신이 감당 못 할 빚임을 알면서 한 말이었다.
二十四歲,明知道自己沒有正式的大學畢業證書,卻還是說出了無法承擔的債務。



아무리 둘러봐도 비빌 데라곤 친부뿐이었다. 그러나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부에게 돈 때문에 매달리는 건 신오에게도 꺼림칙한 일이었다. 평창동 조 회장 댁 문을 두드리던 그 순간까지도 생전 어머니의 경고가 가슴속에서 불안스레 서걱거렸다.
無論怎麼看,能依靠的只有親生父親。然而,對於一個連面都沒見過的親生父親,因為金錢而依賴他,對於信吾來說也是一件令人不安的事情。直到敲響平昌洞趙會長家的門的那一刻,母親生前的警告在心中不安地回響著。

어머니는 신오가 고등학교 들어가던 해 친부의 존재를 알려 주며 절대 친부를 찾지 말라고 몇 차례 다짐을 받았다. 신오도 빚만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당부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친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신오는 이대로 교도소, 혹은 군대로 끌려가야 했다.
母親在信吾進入高中的那一年告訴他親生父親的存在,並幾次叮囑他絕對不要去尋找親生父親。如果不是因為債務,信吾本會遵從母親的叮囑。然而,他無法無奈地接受這一切。如果親生父親不幫助他,信吾就只能這樣被帶進監獄,或者被徵召入伍。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오래된 수목이 울창하게 늘어선 광활한 정원을 가로질렀다. 그 길 끝에 나타난 넓은 창을 가진 으리으리한 주택을 질린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신오의 도착을 기뻐하며 웃었다.
他拖著沉重的步伐穿過樹木繁茂的廣闊花園。當他驚愕地仰望著路盡頭出現的擁有寬大窗戶的宏偉住宅時,背後傳來有人高興地笑著迎接他的到來。

「왔다, 드디어 왔어. 꼭꼭 숨어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더니, 각시가 제 발로 기어들어 왔구나.」
「來了,終於來了。躲得再隱密也找不到,沒想到新娘竟然自己爬了進來。」

‘?’  ‘?’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엔 빈 정원뿐이었다. 괜스레 등 뒤가 오싹했다.
我回頭看,但那裡只有空蕩蕩的花園。莫名其妙地,背後感到一陣寒意。

그를 맞이한 친부의 반응 역시 묘했다. 그는 카메라 렌즈같이 무심한 눈으로 도축장의 짐승을 살피듯 신오를 쳐다보았다. 천하의 둘도 없는 개새끼라 한들 친아들만은 반가워하리란 생각은 신오만의 착각이었다.
他親生父親的反應也很奇特。他用如同相機鏡頭般冷漠的眼神,像是在檢視屠宰場的牲畜一樣打量著信吾。即使是天下無敵的混蛋,親生兒子也不會感到高興,這只是信吾的自我錯覺。

의외로 신오를 반긴 건 그의 손위 형, 조명하였다.
意外地迎接新吾的是他的哥哥,趙明。

‘덕분에 이 나이에 막내 신세를 벗게 되네. 너, 89년생이랬지? 스물네 살이면 대학은 졸업한 거야?’
「多虧了你,我這個年紀終於脫離了最小的身份。你是 89 年出生的吧?二十四歲的話,應該已經大學畢業了吧?」

‘아뇨, 아직 유학 중이에요.’
「不,我還在留學中。」

‘아, 그래?’  「啊,是嗎?」

알고 보니 명하와 신오는 유학지가 동일했다. 명하는 그곳의 난잡한 파티 문화가 여전한지 슬쩍 떠보곤 신오가 저와 비슷하게 유학생 생활을 즐긴 걸 확인하고 기뻐했다. 그의 미소에 신오는 매달릴 상대가 이쪽이란 걸 파악하고, 이것저것을 캐묻는 명하의 질문에 열심히 답을 했다. 그렇게라도 명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原來明河和信吾的留學地點是一樣的。明河偷偷試探那裡的派對文化是否依然混亂,發現信吾和自己一樣享受留學生生活,心中不禁感到高興。信吾察覺到明河的微笑是他所依賴的對象,於是對明河的各種問題熱心回答。這樣做只是為了博得明河的好感。

명하가 그 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히죽거렸다.
明夏似乎看穿了他的心思,露出了微笑。

‘잘됐네. 드디어 이 집안에도 나랑 맞는 사람이 하나 생겼어.’
「真是太好了。終於在這個家裡有了一個和我合得來的人。」

명하는 얼음장 같은 무표정을 한 조윤하를 힐끗 보곤 절레절레 고개를 젓더니, 그쪽보다 신오가 훨씬 마음에 든단 듯 씩 웃었다. 아침 드라마 속 신분 상승이 신오의 일이 될 수도 있단 징조였다.
名叫冰冷無表情的趙允河瞥了一眼,搖了搖頭,似乎對那邊不以為然,卻對申奧露出了滿意的微笑。這是早晨劇情中身份上升的徵兆,可能會成為申奧的事。

명하가 별것 아닌 투로 물었다.
明夏以不在意的口吻問道。

‘그런데 네 이름 한글 이름이야? 등본에 한자가 없던데?’
「那麼你的名字是韓文名字嗎?戶籍上沒有漢字啊?」

‘네, 발음 같은 글자들의 좋은 뜻이 다 담기라고, 어머니께서 일부러 그렇게 지으셨대요.’
「是的,母親特意這樣命名,是因為希望發音相似的字都能包含美好的意思。」

‘아아, 그래?’  「啊啊,真的嗎?」

명하가 미묘하게 말끝을 늘였다. 신오는 명하가 제 신상 조사를 했단 것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불쾌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금세 명하가 속한 화려한 세계에 정신이 팔렸다.
明夏微妙地拉長了語尾。信烏對明夏調查自己身世的事感到不快,但這種不悅並沒有持續太久。他很快就被明夏所屬的華麗世界所吸引。

명하에겐 약과 술, 섹스와 도박이 일상이었다. 그가 눈 돌아가게 비싼 술을 층층이 잔을 쌓아두고 벌칙 게임을 하다가, 더는 못 마시겠다며 돈다발을 허공에 뿌리는 모습은 신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오가 빚쟁이들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게 한 원흉인 그 대단한 돈이 명하에겐 그저 푼돈에 지나지 않았다. 신오는 명하가 가진 것이 부러워 목이 말랐다. 그 옆에서라면 자신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名哈的日常就是藥物、酒精、性愛和賭博。他在一堆堆堆疊的昂貴酒杯中進行懲罰遊戲,當他喊著再也喝不下去,將鈔票撒向空中時,給新奧留下了深刻的印象。新奧心中那位讓他遭受各種侮辱的債主,對名哈來說不過是微不足道的小錢。新奧渴望著名哈所擁有的一切,覺得如果在他身邊,自己也能成為“特別的人”。

‘동생아, 박 변호사한테서 법적 절차 얼추 다 마무리됐다고 연락 왔어.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의 일원이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본가로 들어와.’
「弟弟,從朴律師那裡得知法律程序大致上已經結束了。你現在也是我們家的一員,明天就馬上回家吧。」

명하의 말 한마디면 신오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신오는 제게 달라붙는 동경과 질시의 눈초리를 충분히 즐기며 답했다.
名夏的一句話讓所有看著辛奧的人都改變了目光。辛奧充分享受著對我投來的憧憬與嫉妒的目光,回答道。

‘아버지가 허락하실까?’  「父親會同意嗎?」

‘당연하지. 그 양반이 네 사정 알면 놀라 자빠질걸. 우리 집안 막내가 고시원에 있다고 소문이라도 나 봐.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當然了。如果那位先生知道你的情況,肯定會驚訝得跌倒。要是傳出我們家裡的幺子住在考試院的消息,真是丟臉得無法抬頭見人!」

명하는 어떻게 그 지경까지 되도록 제게 도와달란 소리 한 번 안 했느냐며 신오의 품에 자신의 카드를 밀어 넣고 끌끌 혀를 찼다.
明明怎麼會到這種地步,卻連一次請我幫忙的話都沒有說,然後把自己的卡片塞進信吾的懷裡,啧啧地舌頭一彈。

‘일단은 축하 파티부터 해야지. 아버지가 요새 과천에 가 계시니까 거기 다 모여 가족 식사를 하는 건 어때?’
「那麼我們先舉辦慶祝派對吧。因為爸爸最近在過天,所以大家聚在那裡一起吃頓家庭餐怎麼樣?」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신오는 기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拒絕的理由並不存在。信吾面帶喜色點了點頭。

약속한 날, 신오는 혹시나 늦을까 봐 서둘러 과천 별장을 찾았다. 와 보니 반쪽짜리 가족 모임이었다. 조윤하는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고, 조 회장은 돌 씹은 얼굴로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혼자 신난 명하 옆에서 신오는 잔뜩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約定的那天,信吾擔心會遲到,匆忙來到了果川的別墅。來到這裡卻發現只有半個家庭聚會。趙允河根本沒有參加,而趙會長則面無表情,整個過程中一句話也沒說。信吾一個人坐在興奮的名河旁邊,緊張得不知所措。

명하가 그에게 와인을 따르며 야릇한 농담을 건넸다.
名下為他倒了酒,並拋出了一句曖昧的玩笑。

‘뭘 그렇게 굳어 있어? 처음 시댁 식구들 만나러 온 새색시같이. 아니, 이 경우는 서방님 만날 생각에 설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你怎麼這麼僵硬?就像第一次見公婆的新人一樣。不是,這種情況下應該說是因為要見丈夫而感到興奮吧。」

‘?’  ‘?’

그 말이 꺼림칙하다고 느꼈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신오는 저를 짓누르는 분위기에 주눅 들어 그냥 명하가 주는 술만 잠자코 받아 마셨다. 와인이 생각보다 독했다. 정신이 어질어질하게 취했을 때, 명하가 그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무 내용도 없이 마지막에 신오의 원래 이름만이 적혀 있는 백지였다.
當我感到那句話令人不安時,我應該立刻離開。然而,信吾卻被壓迫的氣氛所困,默默地接受了名哈給他的酒。酒的酒精濃度比想像中還要高。當我感到頭暈目眩時,名哈在我面前遞出一張紙。那是一張空白的紙,最後只寫著信吾的本名。

‘유언장이랑 이것저것 서류 정리할 게 엄청 많아. 박 변호사가 네 서명 하나 받아다 주면 그것 보고 나머진 자기가 알아서 작성하겠대.’
「遺囑和其他各種文件要整理的事情非常多。朴律師說只要你簽個名,他就會根據那個來自己處理剩下的文件。」

술에 취해 있지만 않았어도 그 말이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챘을 것을, 신오는 멍한 정신으로 백지 각서에 사인을 했다.
即使沒有醉酒,他也會察覺到那句話有些奇怪,信吾在恍惚的神情中在白紙上簽下了名字。

그 뒤 까무룩 취해 잠이 들었을 것이다. 신오는 잠결에 명하가 제 옷을 밀어 올리고 복부 위에 먹물로 글씨를 쓰는 걸 느꼈다. 제 이름을 왜 저기다 쓰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위가 이상스레 어두침침했다. 명하와 조 회장, 낯선 여자 하나가 그를 둘러싸고 빙 돌아 앉아 있는 가운데 저만이 거대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在那之後,我想我醉得迷迷糊糊地睡著了。信吾在夢中感覺到明河把她的衣服撩起,並在他的腹部上用墨水寫字。他無法理解為什麼要在那裡寫他的名字。四周異常昏暗。明河、趙會長和一位陌生的女人圍著他坐成一圈,只有他一個人躺在那張巨大的床上。

뭔가 잘못됐단 예감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신오는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술에 약을 탄 건지 몸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겨우 게슴츠레 눈만 떠 조 회장이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有種不祥的預感讓我背脊發涼。神奧拼命想要睜開眼睛,但不知是酒裡摻了藥,身體卻動不了分毫。勉強睜開朦朧的眼睛,注視著趙會長的舉動。

조 회장이 신오의 손에 단도를 쥐여 주었다. 꽤나 창고해보이는 물건으로 나무로 된 손잡이 부분에 무어라 글자가 적혀 있었다. 비 우(雨) 자일까. 검붉은 얼룩 탓에 글자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회장은 그것으로 작은 헝겊 인형을 푹푹 찔러 댔다. 그때마다 인형의 배 속에서 쌀 낱알이 후드득 쏟아졌다. 인형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형상 같아 보여 소름이 끼쳤다.
趙會長將一把短刀交給了新吾。這是一件看起來相當古怪的物品,木製的手柄上寫著一些字。是「雨」字嗎?因為有著深紅色的污漬,無法清楚辨認字跡。會長用它不斷地戳著一個小布偶。每次戳下去,布偶的肚子裡就會噼啪作響地掉出幾粒米。每當布偶的身體搖晃時,似乎都在痛苦中掙扎,讓人不寒而慄。

조 회장은 단도로 충분히 인형을 찌르고 난 후 신오의 귀에 대고 뭐라고 이상한 주문을 읊조렸다.
趙會長在用短刀刺穿了玩偶後,對著信吾的耳邊低聲念著什麼奇怪的咒語。

‘잡았다, 잡았다, 귀신 잡았다. 각시가, 각시가 조씨 집안 이름 먹는 귀신 잡았다. 귀신아, 귀신아, 이젠 네가 술래다. 나 잡아 봐라. 나 잡아 봐라. 잡히면 그대로 너 서방 삼을게.’
‘抓到了,抓到了,抓到鬼了。新娘啊,新娘啊,抓到吃曹氏家名字的鬼了。鬼啊,鬼啊,現在你是捉迷藏的。來抓我啊。來抓我啊。抓到我就讓你做我的丈夫。’

그룹 회장이나 된단 사람이 인형 놀이라니,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신오는 이딴 개 같은 짓거리 안 해도 알아서 꺼져 줄 테니 관두라고 고함을 지르려 했다. 비명이라도 내질러야 등줄기를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공포가 덜해질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입은 단단히 꿰매진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我心想,身為集團會長的人竟然在玩偶戲,這是什麼行為啊。信吾想要大喊,告訴他這種狗屁的事情根本不需要做,他自然會自己消失。心中那股沿著脊背緩緩爬升的恐懼,似乎只有尖叫出來才能稍微減輕。然而,嘴巴卻像是被緊緊縫合了一樣,動也不動。

조 회장이 신오의 손바닥을 칼로 베어 내 흘러나온 피를 인형의 입매에 묻혔다. 인형이 스르르 고개를 들곤 피 묻은 입매를 길게 찢으며 비죽 웃었다. 벌건 눈동자가 신오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손에 방금 전 신오가 인형을 찔렀던 단도가 들려 있었다.
趙會長用刀劃破了新奧的手掌,流出的血液沾染在了玩偶的嘴角。玩偶輕輕抬起頭,嘴角沾滿血跡,露出了一絲狡黠的微笑。鮮紅的眼睛直視著新奧。那隻手中,正握著新奧剛剛刺入玩偶的短刀。

‘흐, 흐으….’  「嗚,嗚……。」

자박, 자박, 찢긴 천 밖으로 쌀을 흘리며 인형이 단도를 질질 끌고 신오에게 다가왔다. 안 돼, 안 돼, 다가오지 마. 신오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배배 꼬았다. 오금이 저려 몸이 뒤틀렸다. 두려움에 온몸이 진땀에 질척하게 젖었다.
沙沙,沙沙,撕裂的布料外洩著米粒,玩偶拖著短刀朝新吾走來。不要,不要,別過來。新吾扭動著不動的身體,膝蓋麻木,身體扭曲。恐懼讓全身浸滿了冷汗。

조용히 숨어 아비의 강신술을 지켜만 보고 있던 명하가 다가와 신오의 팔을 툭 건드렸다.
靜靜地躲在一旁觀察父親的降神術的明河走上前,輕輕拍了拍信吾的手臂。

‘도망 안 가? 술래가 잡으러 오는데.’
「不逃嗎?追捕者要來抓你了。」

명하가 건드린 부위부터 쫘르르 전기가 흘러 몸이 풀렸다. 신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없이 도망쳤다.
名夏觸碰的部位開始傳來一陣電流,讓身體放鬆了下來。新烏就這樣從座位上站起,神智不清地逃跑了。

‘오지 마! 시, 시팔, 가까이 오지 마!’
「不要過來!該死的,別靠近!」

잡히면 끝이었다. 신오는 암흑에 젖어 있는 긴 복도를 한참 내달렸다. 바로 등 뒤에서 단도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언제부터 그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인형이 크게 자라나 그 팔이 길어진 탓이었다. 이제 들리는 건 헐떡이는 남자의 숨소리뿐이었다.
被抓住就完了。信吾在浸泡在黑暗中的長走廊裡狂奔了好一陣子。就在他背後似乎聽到了短刀拖地的聲音,但不知從何時起,那聲音也消失了。是因為人偶長得太大,手臂變得更長了。現在聽到的只有那名男子急促的喘息聲。

그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울려 펴졌다.
那聲音正好在耳邊迴響。

「각시 잡았다.」  「抓到新娘了。」

‘!’  ‘!’

무형의 힘이 신오를 바닥에 고꾸라뜨렸다. 우아아악! 신오는 저를 짓눌러 오는 거대한 몸에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상대는 그를 아랑곳 않고 신오의 옷을 찢어발기고, 천 쪼가리로 사지를 묶은 뒤 신오를 도로 침실로 끌고 왔다.
無形的力量將神奧摔倒在地。啊啊啊!神奧驚恐地對著壓來的巨大身軀尖叫。對方毫不在意,撕扯神奧的衣服,然後用布片將他的四肢束縛,將神奧拖回了臥室。

침대 위에 몸이 내던져졌다. 신오는 자신의 두 다리가 넓게 벌어지는 걸 벌벌 떨며 쳐다보았다. 흥에 취한 목소리가 귓가에 쏟아졌다.
床上身體被扔了過去。信奧驚恐地看著自己雙腿大大地張開。陶醉的聲音在耳邊傾瀉而來。

「잡았다, 잡았다, 조씨 집안 이름 먹는 귀신이 각시 잡았다. 어여쁜 각시 잡았으니 오늘 밤 낭군이 색시 삼으리다.」
「抓到了,抓到了,吃掉趙家名字的鬼抓住了美麗的媳婦。抓住了美麗的媳婦,今晚新郎要把她當新娘。」

‘이거 놔! 싫어! 놔아아아아!’
「放開!我不想要!放開啊啊啊啊!」

귀신과 혼례 따윌 올렸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기겁해 꿈틀대는 몸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치솟아 신오의 몸을 뒤덮었다. 점액질의 어둠이 귓구멍과 입에, 콧구멍과 목구멍, 모공 할 것 없이 뚫린 구멍 전부에 속속들이 들이찼다.
我不知道如果舉行鬼神婚禮會遭遇什麼樣的情況。驚恐之中,黑暗的陰影突然從我身上竄起,將我的身體完全覆蓋。黏稠的黑暗如潮水般湧入我的耳朵、嘴巴、鼻孔和喉嚨,甚至是每一個毛孔,無一例外。

벌어진 다리 사이를 벌리고 차디찬 기운이 쑥 파고들어 길을 내려 했다.
在張開的腿之間,冰冷的氣息悄然滲入,試圖向下延伸。

‘그만, 그만! 시, 싫어, 하지 마아아앗!’
「夠了,夠了!詩,不要,別這樣啊啊啊!」

신오는 이성을 잃고 도리질을 쳤다. 귀신이 그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긴장해 잔뜩 조여든 신오의 둔부 근육을 억지로 잡아 벌렸다. 얼음처럼 차디찬 기운이 배 속을 뚫고 들어왔다. 눈앞에서 번개가 쳤다. 내장이 위로 다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파, 윽, 아파, 살려 줘…. 신오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몸속으로 파고드는 기운을 밀어 냈다.
信吾失去了理智,開始掙扎。鬼魂緊緊抓住他的腰,強行撐開緊繃的信吾臀部肌肉。冰冷的氣息穿透了他的腹部。眼前閃電劈下,似乎能聽到內臟的聲音。好痛,呃,好痛,救命啊……信吾用力收縮下腹,將侵入體內的氣息擠了出去。

귀신이 즐거워하며 킬킬댔다.  鬼魂高興地咯咯笑著。

「각시야, 여기까지 와서 빼긴. 서방을 애달아 환장하게 할 셈이냐.」
「各詩呀,來到這裡卻要逃走。是想讓我家夫君心煩意亂嗎?」

정신이 있었다면 침이라도 내뱉어 줬을 것이다. 그러나 신오는 눈을 까뒤집고 싫다며 발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 몸 위 바위처럼 무거운 존재를 밀어 낼 수 없었다. 혼례를 빙자한 겁간이었다. 신오는 귀신 아래 벌레처럼 깔려 상대가 행하는 짓을 고스란히 당했다. 살이 벌려지고, 내장을 갉아 먹히고, 혼을 빼앗긴 채 범해졌다. 시간이 멈췄다 빨라졌다 하며 제멋대로 흘렀다. 쿵, 쿵, 귀신이 몸을 뒤흔들 때마다 힘 빠진 뒤통수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만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如果還有意識,或許會吐出唾液。然而,神奧只是翻著眼睛,表示厭惡,瘋狂地掙扎著。她無法推開如同石頭般沉重的存在。這是一場以婚禮為名的強暴。神奧像蟲子一樣被壓在鬼魂之下,任由對方的行為完全施加在自己身上。肉體被撕裂,內臟被啃食,靈魂被奪走,遭受侵犯。時間在停滯與流逝之間任意流動。每當鬼魂搖晃她的身體時,無力的後腦勺撞擊地面的聲音時而遠去,時而靠近。

어느덧 사지가 완전히 늘어졌다. 정신이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초점이 나가 시커멓게 그을린 눈동자엔 저를 유린하고 있는 눈 벌건 귀신의 모습만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신오가 아무리 빌어도 길고 긴 초야는 끝날 줄을 몰랐다.
不知不覺四肢完全伸展開來。每當神智回來時,焦點卻模糊,黑乎乎的眼瞳中只映出那個正在侵犯我的紅眼鬼魂的身影。無論辛奧怎麼懇求,漫長的初夜似乎永遠不會結束。

이러다 정말로 숨이 넘어가게 생겼다고 여겼을 때다. 귀신이 다 죽어 가는 신오를 품에 안고 속삭였다.
當我真的覺得快要窒息的時候,鬼魂將快要死去的信吾抱在懷中低語道。

「각시야, 각시야, 어여쁜 각시야, 낭군에게 이름을 알려 다오. 그 이름 내가 먹고, 우리 서로 백년해로하자꾸나.」
「各氏呀,各氏呀,漂亮的各氏呀,告訴郎君你的名字吧。那名字我來吃,我們彼此共度百年好合吧。」

귀신이 순순히 제 말을 들으라며 차디찬 기운으로 신오의 몸속을 짓이겼다. 아래가 발씬 저려 오는 자극에 신오는 뭍에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부르르 떨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제 이름을 입에 담을 뻔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함부로 본명을 알려 줘선 안 된다던 어머니의 경고 탓이었다.
鬼魂乖乖地聽從我的話,冰冷的氣息壓迫著信奧的身體。因為下身的刺痛感,信奧像被拖上岸的魚一樣顫抖著。渴望著能儘快逃離這地獄,不由自主地差點就叫出了自己的名字。之所以沒有這麼做,是因為母親的警告,告訴我不可以隨便透露本名。

‘아흐, 흐, 시, 싫….’
「啊,呜,诗,不喜欢……。」

「각시야….」  「各詩呀……」

귀신이 잘못된 답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장 속에 파고든 기운이 배로 강해졌다. 미쳐 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신오는 엉엉 울어 대며 개구리처럼 벌어진 양다리를 바르작거리고, 발꿈치로 바닥을 밀어 댔다. 무형의 기운에 내장 전부가 거칠게 긁혔다. 이유 모를 아찔함에 허리가 퍽퍽 튀어 제멋대로 비틀렸다. 끔찍했다. 신오는 둔부를 비틀며 몸부림쳤다. 저도 모르게 아래를 조이자 귀신이 대견한 투로 신오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鬼魂說錯了答案,嘆了口氣。內臟裡滲透進來的氣息變得更加強烈。彷彿快要發瘋的感覺讓神奧哭得像個孩子,雙腿像青蛙一樣大張著,腳跟不斷地推著地面。無形的氣息粗暴地刮過了她的內臟。莫名的暈眩感讓她的腰部彈跳著,任意扭曲。這一切都令人毛骨悚然。神奧扭動著臀部掙扎著。她不自覺地收緊下身,鬼魂以驕傲的語氣輕撫著神奧的臉頰,低聲細語。

「어여쁜 것아, 어서 이름을 다오. 나는 네가 이름을 내줄 때까지 초야를 계속할 테니. 괜히 괴롭게 버틸 필요 없단다. 이름만 내어 주면 널 영영 아끼겠다고 약속하마.」
「可愛的孩子,快告訴我你的名字。我會一直守候,直到你告訴我你的名字。沒有必要白白地忍受痛苦。只要你告訴我名字,我就會永遠珍惜你。」

무서운 말이었다. 신오는 고통과 쾌감이 한계치에 달할 때마다 차라리 이름을 발설하고 잠깐만이라도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단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귀신에게 이름을 말하면 영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흐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버틴 뒤, 날만 밝으면 이 저주받을 집안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那是句可怕的話。信吾每當痛苦與快感達到極限時,總會被衝動驅使,想要透露自己的名字,哪怕只是片刻逃離折磨。然而,他無法這樣做。如果告訴鬼魂自己的名字,就永遠無法擺脫他。信吾啜泣著咬緊牙關。他決定不論如何都要忍耐,等天亮後就逃離這個該死的家族。

그러나 명하가 불쑥 끼어들어 그 희망을 꺾어버렸다.
然而,明夏突然插嘴,打破了那份希望。

‘흐읏…?’  ‘呃…?’

강신술이 실패할까 봐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명하는 소금 원 안에 숨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한 발만 쑥 빼 신오에게 팔을 뻗었다. 그리곤 신오의 셔츠를 걷어 올려 배를 드러냈다. 귀신더러 복부 위에 쓰인 이름을 보라고 한 짓이었다.
他可能因為擔心降神術會失敗而感到焦慮。命令著的他躲在鹽圓內,靜靜地觀察著情況,直到再也忍不住,伸出一隻腳,向信吾伸出了手。然後,他掀起信吾的襯衫,露出了腹部。這是要鬼魂看看他腹部上寫的名字的舉動。

「오호라.」  「哦呵。」

귀신이 눈을 빛내더니, 먹으로 쓰인 이름을 혀로 길게 핥았다. 끝장났구나. 신오는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鬼魂的眼睛閃爍著光芒,然後用舌頭長長地舔了舔用墨水寫的名字。完蛋了。神奧感覺到全身的汗毛都豎了起來。

「각시야, 맛 좋은 몸은 실컷 먹었으니 이제 맛 좋은 혼을 먹게 해 다오.」
「各詩呀,味道好的身體已經吃得夠多了,現在讓我來品嚐味道好的靈魂吧。」

귀신이 먹물 묻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신오의 귀에 대고 그의 본명을 연이어 세 번 불렀다. 그것이 진짜 이름이 맞다면 제물이 대답을 하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이름을 빼앗기고, 귀신에게 홀려 절로 혼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리곤 영영 제 각시로 살 수밖에. 귀신은 귓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혼을 빨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鬼魂用沾滿墨水的嘴唇舔著舌頭,對著信吾的耳朵連續叫了他的本名三次。如果那真的是他的名字,祭品就不可能不回答。被奪走名字,受到鬼魂的誘惑,靈魂也會不由自主地被奪走。然後就只能永遠作為他的妻子生活。鬼魂正張開嘴,想要吞噬從耳朵裡逃出的靈魂。

하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但是沒有任何消息。

「날 속인 거냐?」  「你在欺騙我嗎?」

방금 핥아 먹은 이름은 제 각시의 본명이 아니었다. 귀신은 불쾌함에 짐승 같은 이를 사납게 드러냈다.
剛剛舔過的名字並不是我妻子的本名。鬼魂不快地露出了獸性般的獠牙。

「각시야, 너처럼 예쁜 것을 내가 포기할 성싶으냐. 허튼짓 관두고 얼른 이름을 내놓아라.」
「各詩呀,你這麼漂亮的東西我怎麼可能放棄呢。別再胡鬧了,快把名字說出來。」

‘싫, 살려 줘, 싫어, 흣…!’
「不,我不要,救命,我不要,呜…!」

각시가 스스로 이름을 내주진 않을 모양이었다. 귀신은 각시의 옆구리와 이마, 귓구멍과 눈동자 등 이름이 있을 만한 곳을 살폈다. 그러다 귀신은 각시의 심장 쪽에서 각시의 진짜 이름이 귀신을 피해 꿈틀대는 기운을 느꼈다.
各시似乎不會自己告訴名字。鬼魂檢查了各시的側腹、額頭、耳孔和眼球等可能有名字的地方。然後,鬼魂在各시的心臟附近感受到各시的真實名字在逃避鬼魂而蠕動的氣息。

「여기로구나.」  「來到這裡了啊。」

마른침을 삼키며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무언가 눈앞에서 반짝였다. 이내 흉측한 형상이 귀신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벌건 눈동자와 추하디추한 혼이 끔찍하다. 인상을 찌푸리고 한참 그를 노려보던 귀신은 잠시 후 그것이 제물이 걸고 있는 목걸이 속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 것을 깨달았다. 누가 재수 없게 이런 데 거울을 뒀단 말인가. 귀신은 목걸이를 옆으로 치운 뒤, 각시의 이름을 찾는 데 도로 열중했다.
吞嚥著口水,當我轉過頭去的時候,眼前閃爍著什麼東西。隨即,一個可怕的身影擋住了鬼魂的視線。紅色的眼球和醜陋的靈魂令人毛骨悚然。鬼魂皺著眉頭,盯著那個身影看了好一會兒,才恍然發現那是自己在祭品所掛的項鍊裡的鏡子中映出的樣子。誰這麼倒霉,竟然在這裡放了鏡子。鬼魂把項鍊推到一旁,重新專注於尋找女子的名字。

「어디 갔지? 내 각시, 백년해로할 내 각시,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她去哪了?我的新娘,我的百年良伴,剛才還在這裡。」

귀신은 제 몸 아래 펄떡대는 뜨겁고 고운 몸을 샅샅이 뒤지며 각시를 제 것으로 만들어 줄 그의 진짜 이름을 찾았다. 이름, 어서 이름을 내놓으렴. 귀신은 아까와 같은 수색을 반복하다 또다시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鬼魂在我身下翻騰著熱烈而美麗的身體,徹底搜尋著,尋找能將新娘變成自己的真正名字。名字,快把名字拿出來。鬼魂重複著剛才的搜尋,然後再次面對鏡子裡的自己。

누가 재수 없게 이런 데 거울을 뒀단 말인가.
誰會倒霉到在這種地方放鏡子呢。

그는 한참 동안 제 벌건 눈동자, 제 혼, 제 이름을 노려보다 화가 나 거울을 뜯어내 던져 버렸다.
他盯著我紅紅的眼睛、我的靈魂、我的名字看了好一會兒,氣得把鏡子撕下來扔了出去。

‘아, 안 돼….’  「啊,不行……。」

신오는 제 어미가 비싼 값을 치르고 가져다준 거울이 바닥에 나뒹구는 걸 보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귀신 막을 부적이라며 항상 몸에서 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이었건만, 저마저 잃었으니 이젠 정말로 귀신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新奧看到母親花了高價買來的鏡子在地上滾動,忍不住顫抖。那是她一直叮囑要隨身攜帶的驅鬼符咒,如今連這個也失去了,真的只能任由鬼魂吞噬了。

「여기다 이름을 숨겼느냐?」  「你把名字藏在這裡了嗎?」

귀신이 히히 웃으며 들고 온 단도로 신오의 심장을 파 댔다. 신오는 비명도 채 내지르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경련했다.
鬼魂咯咯笑著拿著短刀刺入了信吾的心臟。信吾甚至來不及尖叫,張嘴抽搐著。

그리 한참 동안 심장 안을 후벼 팠을 것이다. 귀신은 또다시 자신의 모습과 조우했다. 거울을 치웠는데도 거울의 기운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제 각시의 이름을 숨겼다. 오로지 보이는 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커멓고 추한 제 혼뿐이다. 어떤 놈이 각시를 갖지 못하게 엄한 술수를 부려 놓은 것이다. 분노로 눈앞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他大概在心中挖掘了很久。鬼魂再次與自己的身影相遇。雖然鏡子已被移開,但鏡子的氣息仍然留在那裡,隱藏著他心愛之人的名字。眼前唯一可見的,只有自己名字刻在上面的黑暗而醜陋的靈魂。某個傢伙施下了嚴厲的詭計,讓他無法擁有心愛之人。憤怒讓他的眼前染上了鮮紅的色彩。

귀신은 뒤돌아서서 저를 불러 낸 조 회장에게 다가갔다.
鬼魂轉身走向叫我過來的趙會長。

「각시 데려다 놓으랬더니 감히 날 갖고 장난질을 쳐? 이놈아, 그동안 네 놈 집안이 누린 부귀영화가 누구 덕인 줄 잊었더냐?!」
「我叫你把小姐送回去,你竟敢拿我開玩笑?這小子,你家這段時間享受的富貴榮華是誰的功勞,難道你忘了嗎?!」

귀신은 조 회장이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 귓구멍으로 흘러나오는 혼을 와드득, 씹어 없애 버렸다. 껍데기만 남은 몸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鬼魂不給趙會長辯解的機會,三次呼喚他的名字,將從耳朵裡流出的靈魂咬碎,消失殆盡。只剩下空殼的身體發出一聲巨響,重重地摔在地上。

무당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명하가 그녀의 발목을 붙들어 잡아당겼다.
巫女驚叫著逃跑。明夏抓住她的腳踝,將她拉住。

‘어딜 도망가? 니년이 망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你想去哪裡逃?如果是你搞砸的,就得負責。」

‘제가 왜요? 귀신한테 가짜 이름 준 건 부회장님이시잖아요.’
「我為什麼要這樣?給鬼魂假名字的是副會長您吧。」

‘가짜? 하, 저 새끼, 대놓고 멍청한 척하더니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치네. 그건 됐으니까 일단 귀신이나 돌려 보내. 이러다 또 송장 치르게 생긴 거 안 보여?’
「假貨?哈,那小子,明目張膽地裝傻,竟然這樣背後捅人。那個就算了,先把鬼送回去。這樣下去又要讓人變成屍體了,你看不出來嗎?」

‘못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각시 포기 못 한다잖아요. 진짜 이름 알아내기 전까지 저러고 버틸 텐데, 절더러 어쩌라고요?’
「我做不到。不管發生什麼事,我都不會放棄各氏。直到我查出她的真實名字,我會這樣堅持下去,那我該怎麼辦呢?」

무당의 말에 명하는 지금이라도 이름을 실토하라며 신오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래 봐야 신오는 완전히 풀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헤 꼬부라진 혀로 신음할 뿐이었다. 명하는 인상을 찌푸리고 무당에게 지시했다.
無黨的話讓明毫不留情地用腳輕輕踢了踢信吾,催促他現在就說出名字。然而,信吾只是完全無神地睜開眼睛,嘴裡吐著扭曲的舌頭發出呻吟。明皺起眉頭,對無黨下達了指示。

‘그냥 이름 하나 지어서 귀신 줘 버려. 귀신 환장할 이름으로. 그런 다음에 강신술을 다시 하면 되잖아.’
「隨便取個名字給鬼,取個讓鬼受不了的名字。然後再進行降神術就可以了。」

명하는 어려울 것 없단 투로 무당에게 조씨 집안의 단도를 내밀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아나. 명하의 윽박지름에 무당은 제 목숨이 날아갈 걸 뻔히 알면서도 신오의 배에 새 이름을 적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名毫不在乎地將趙氏家族的短刀遞給了巫師。難道這真是像他所說的那麼簡單的事嗎?在名哈的威脅下,巫師明明知道自己的性命將會危在旦夕,卻仍然不得不在神奧的肚子上寫下新的名字。

‘조신오’  ‘調神五’

이름을 다 쓰고, 무당은 새로 인형을 만들어 거기다 귀신을 불러들였다. 진땀에 젖은 신오의 손에 단도를 쥐여 주고 인형의 배를 쑤셨다. 신오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귀신이 인형에 스며들었다. 끔찍하다. 안 된다고, 제발 살려 달라고, 신오는 꼬부라진 혀로 애걸했다.
寫完名字,巫女製作了新的偶像,並將鬼魂召喚進去。她把一把短刀遞給浸透著冷汗的信吾,然後刺入偶像的肚子。附著在信吾身上的鬼魂滲入了偶像裡。可怕啊。不要,求求你救我,信吾用扭曲的舌頭懇求著。

이젠 도망칠 힘도 없는데 인형이 눈을 뜨고 각시를 붙들었다. 인형의 작은 몸이 크게 부풀어 그 그림자가 신오의 전신을 휘감았다. 초야가 반복되었다. 긴긴밤이었다. 그러나 신오가 겪은 셀 수 없는 폭력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귀신은 끝내 각시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 귀신이 완전히 넋이 나간 신오를 품에 안고 이를 갈았다.
如今已無法逃跑,玩偶睜開了眼睛,緊緊抓住了新吾。玩偶的小身體膨脹得巨大,陰影將新吾的全身包裹住。初夜重複著。漫長的夜晚。然而,儘管新吾經歷了無數的暴力時光,鬼魂最終仍未能找到新娘的名字。鬼魂將完全失去神智的新吾抱在懷中,咬緊了牙關。

「어디 갔지? 내 각시, 백년해로할 내 각시,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떤 놈이 장난질을 쳤지?」
「她去哪了?我的新娘,我的百年良伴,剛才還在這裡……是誰在搞鬼?」

귀신은 한참 이름을 찾다가 이번에도 실패하자 벌건 눈을 부릅뜨고 강신술을 펼친 무당에게 다가왔다. 무당 역시 이름을 빼앗기고 힘없이 고꾸라졌다. 명하는 무당을 희생양으로 내놓고, 그사이 재빨리 문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鬼魂在找了很久名字後,這次又失敗了,便怒目圓睜,走向施展降神術的巫師。巫師也因被奪走名字而無力地倒下。命令著巫師作為犧牲品,趁機迅速逃出了門外。

닫힌 방 안에 남은 건 혼을 잃고 반송장이 된 사람 둘과 신오, 그리고 귀신뿐이었다. 귀신이 신오에게 다가와 다시 각시를 찾았다.
關閉的房間裡,只剩下失去靈魂、變成了反送狀的兩個人、信吾,以及鬼魂。鬼魂走近信吾,再次尋找新娘。

「이름, 이름을 알려 다오, 각시야, 낭군과 백년해로 하자꾸나.」
「名字,請告訴我名字吧,姑娘,我們要共度百年。」

신오는 몸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오심에 구역질을 했다. 그 입을 틀어막고, 귀신이 몸을 겹쳐 왔다. 어둠이 신오의 몸을 재차 살라 먹었다.
新奧在體內深處湧起的噁心感中感到作嘔。他捂住嘴,鬼魂卻重重地壓在他身上。黑暗再次吞噬了新奧的身體。

귀신이 떠난 것은 다음 날 아침, 햇빛이 방 깊숙한 곳까지 비친 뒤였다.
鬼魂離去是在第二天早晨,陽光照進了房間的深處。

‘이거 옮겨요.’  「這個搬走。」

문이 열린 뒤, 신오는 윤하가 넝마가 된 저를 향해 무어라 말하는 걸 듣고 정신을 잃었다. 자신이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단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신오는 제 세상이 어제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분명 저 혼자 있는 병실이건만, 등만 돌리면 저를 두고 수군대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門打開後,信吾聽見潤河對著變得破爛不堪的我說著什麼,隨即失去了意識。能在那地獄中活下來,讓我感到如同奇蹟般的驚訝。然而,這並不意味著一切都結束了。當我在醫院恢復意識時,信吾發現我的世界與昨天完全不同。明明只有我一個人在病房裡,卻只要一轉身,就能聽到背後低聲竊竊私語的聲音,讓我感到耳朵刺痛。

「저게 조씨 집안 산 제물인가 보네. 그 집안 인간들은 재복을 갖다준다면서 사람 잡아먹는 귀신을 집안 가신으로 모시고 있다데?」
「那是趙氏家族的山祭品嗎?聽說那家的人把吃人的鬼神當作家中的守護神,說是能帶來財運?」

「나도 들었지. 떡이야, 고기야, 원하면 사람까지 갖다 바친다네.」
「我也聽到了。餅啊,肉啊,想要的話甚至可以把人也奉上。」

「그 집안이 귀신 덕을 워낙 봤어야지. 그 집안이 약재를 팔 땐 귀신이 돌림병을 유행시키고, 곡식을 팔 땐 곡식 뿌리가 썩는 병을 동네마다 옮기고 다녔지. 값이 오를 전답을 미리 귀띔해 주고, 집안에 해가 될 것 같은 작자는 비명횡사하게 손을 써 주지 않았나.」
「那個家族真是受了鬼神的庇佑。當他們賣藥材時,鬼神就讓瘟疫在村子裡流行;當他們賣穀物時,鬼神又在每個村子裡傳播穀物根部腐爛的病。還提前告訴他們哪些地產會漲價,對於那些可能對家族造成傷害的人,似乎也會讓他們死得冤屈。」

「귀신이 공짜로 복을 주는 법도 있나? 그게 다 업으로 돌아올 것인데 겁도 없군.」
「鬼神會無緣無故地賜福嗎?這一切終究會回到因果上,你真是毫無畏懼。」

「돈이 자식보다 귀하다는데 어쩌겠나. 첫째 자식은 과부에, 둘째는 병신에, 셋째는 구멍 팔아 빌어먹는 신세가 될 거라고 일러 줘도 씨알도 안 먹히던걸.」
「錢比孩子更重要,這該怎麼辦呢。告訴他們,第一個孩子會成為寡婦,第二個會成為殘疾人,第三個會淪落到賣洞口乞討的地步,但他們根本不在乎。」

구멍 팔아 빌어먹는 신세가 될 거란 건 절 지칭하는 말이 분명했다. 신오는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洞穴裡乞討的命運,無疑是在指責我。神奧再也忍不住,怒吼了出來。

‘시팔, 거기 누구야?!’  「幹,那里誰啊?!」

「?」  「?」

등을 보이고 있던 흐릿한 덩어리들이 물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신오는 저를 보는 새파랗고 검은 얼굴에 심장이 철렁했다.
那些模糊的塊狀物轉過身來,面對著提問。神奧看到那張藍黑色的面孔,心中一陣驚慌。

귀신 중 하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鬼魂之一微笑著說。

「저거 우리가 보이나 봐.」
「那個我們好像看到了。」

「조씨 집안 귀신한테 호되게 당했다더니 반쯤 귀신이 됐나 보지.」
「聽說趙家被鬼魂折磨得很厲害,難道已經半個鬼了嗎?」

「그럼 우리도 한 입 씹어 먹을 수 있는 건가?」
「那麼我們也可以咬一口吃嗎?」

킥킥거림이 퍼져 나가더니, 덩어리들이 일시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신오는 맨발로 병실을 뛰쳐나와 정신없이 도망쳐야 했다.
咯咯的笑聲傳開,塊狀物體們瞬間蜂擁而至。信奧赤腳衝出病房,慌忙逃跑。

영안(靈眼)이 트인 것이다.  靈眼已經開啟。

귀신을 보고 만질 수도 있었고, 반대로 귀신도 신오를 보고 건드릴 수 있었다. 불만 끄면 어딘가에서 뱀처럼 차가운 것들이 나타나 신오의 몸을 탐했다. 가위에 눌리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 귀신에게 당한 것만도 이미 충분히 억울한데 이런 개 같은 부작용까지 남는 건 너무했다. 신오는 일그러진 얼굴로 큰무당을 올려다보았다.
看得見鬼魂,甚至能觸碰到它們,反過來,鬼魂也能看到神奧並觸碰到他。每當熄滅火焰時,總會有些像蛇一樣冰冷的東西出現,侵襲神奧的身體。被壓制的日子少之又少。已經因為鬼魂而感到無比委屈,卻還要承受這種狗屎般的副作用,實在是太過分了。神奧扭曲著臉龐,仰望著大巫師。

‘조신오란 이름은 그 집안에서 억지로 제게 붙여 준 겁니다. 설마 그것 때문에 제 눈에 저런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겁니까?’
「‘朝神五’這個名字是那個家族強行給我取的。難道正因為這樣,我的眼中才會出現那種奇怪的東西嗎?」

큰무당 주변을 둘러싸고 신오를 구경 중이던 것들이 신오의 말에 움찔 고개를 들고 신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圍繞著大巫師的眾生物們正在觀賞神奧,聽到神奧的話後,牠們驚訝地抬起頭,目不轉睛地盯著神奧。

「저게 지금 우리가 보인다고 한 거 맞지?」
「那個就是我們現在所看到的,對吧?」

「귀신 받게 길이 났으니 안 보이고 배기겠어? 저 꼴 봐. 귀신 받고 싶어서 뒤가 발씬거리는 거. 조금만 건드려 줘도 좋다고 자지러질걸.」
「鬼神附身的路已經開了,難道不會出現嗎?看看那副模樣。想要鬼神附身,後面都在顫抖呢。稍微碰一下就會高興得尖叫的。」

귀신들이 신오를 둘러싸고 멋대로 지껄여 댄다. 귀신들이 저희들 얘기를 하는 데 환장하는 걸 알면서 괜한 소릴 했다. 신오는 다급히 시선을 피하다 기와집 용마루에 걸터앉아 킬킬대고 있는 어린 동자승과 눈이 마주쳤다. 동자승뿐일까. 사방에 저를 보고 있는 눈이 너무 많았다. 두려움에 눈을 꽉 감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들렀던 벅적벅적한 우이동 굿당에서도 못 보았던 무서운 것들이 이 작은 집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鬼魂們圍著信吾隨意喧嘩。明知道鬼魂們在談論自己的事情,卻還是多嘴了。信吾急忙避開視線,與坐在瓦房屋脊上咯咯笑的幼童僧相視。難道只有幼童僧嗎?四周有太多的目光在注視著他。恐懼讓他緊緊閉上了眼睛。在來到這裡之前,在熱鬧的牛耳洞祭壇上也未曾見過的可怕事物,正盤踞在這小屋的每個角落。

그것들이 줄줄이 다가와 열에 달아오른 신오의 몸을 이리저리 어루만졌다. 귀신 받게 길이 났단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 몸에 야릇하게 열이 오르는 것이 미칠 것만 같다. 신오는 조씨 집안 귀신이 절 범했던 감각을 떠올리며 벌벌 떨었다.
那些東西一個接一個地靠近,輕柔地撫摸著熱得發燙的信吾的身體。聽說是因為招惹了鬼神,這話似乎並不是無的放矢,身體裡奇異的熱度讓他快要發瘋。信吾想起了趙家鬼神侵犯他的感覺,不禁顫抖不已。

‘으, 읏, 살려, 으으, 또, 또야…. 제발요, 읏, 하읏…!’
「呃,呃,救命,呃呃,又,又來了…. 拜託,呃,哈…!」

‘어쩌겄는가. 어미 공덕으로 그동안 편히 살다가 제 복을 다 차 불고 귀신 붙은 집안에 제 발로 들어갔응께 인자 그 집안 귀신으로 살아야지 별수 있나.’
「怎麼辦呢。因為母親的德行這段時間過得安穩,結果自己把福氣都用完了,還自願走進了有鬼神附身的家裡,現在只能當那家裡的鬼神活下去了,別無他法。」

‘그건 안 돼. 제발 도와주세요.’
「那樣不行。請幫幫我。」

울먹이며 달라붙었지만, 큰무당은 끝내 신오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무당이 문을 탁, 닫고 들어간 뒤 젊은 여자가 밖에 나와 소금을 수북하게 뿌렸다. 혼자 남겨진 신오는 맨땅 위에 꿇어앉아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哭泣著緊緊相依,但大巫師最終還是推開了神奧的手,離開了那個地方。巫師啪地關上門後,一位年輕的女子走出來,撒下厚厚的鹽。獨自留下的神奧跪坐在裸露的土地上,呆呆地望著那個場景。

용마루에 앉은 동자승이 다리를 까딱이며 신오를 손가락질했다.
坐在屋脊上的小和尚一邊晃著腿,一邊用手指指著神鶏。

「귀신 놀고 가라고 몸에 대자로 써 재낀 꼴 좀 봐. 저 꼴 되라고 제 어미가 그 치성을 드린 게 아닐 텐데.」
「鬼神別來打擾,身上寫著大字的模樣真是可笑。這樣的模樣可不是她的母親所供奉的結果。」

「어쩌겠어. 생기길 저리 생겨 먹었으니. 내가 조가네 귀신이라도 각시 삼아 끼고 살겠는걸.」
「怎麼辦呢。生來就是這樣的性格。我就算是把趙家那鬼當成妻子來過日子也無所謂。」

산발한 여귀가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散亂的女鬼對那話嗤之以鼻。

「흥, 계집도 아닌 사내놈 혼이 뭐 저리 달착지근 요상하담. 망측스러워라. 인평대군을 홀려 죽인 계집종 득옥이 년 같구먼. 이놈 저놈 홀리다 맞아 죽기 딱 좋게 생겼어.」
「哼,這小子不像個男人,怎麼這麼奇怪地讓人感到不舒服。真是可憐。就像那個迷惑了仁平大君而死的女奴得玉一樣。這小子看起來正好會被人迷惑而死。」

「이년아, 욕을 하려거든 침이나 닦고 하지 그러냐? 저도 먹고 싶어 환장하겠으면 괜한 소리 하긴.」
「這小子,想罵人之前不先擦擦嘴嗎?要是想吃得發瘋,就別說這些多餘的話。」

외팔이 귀신이 여귀를 뒤로 밀치곤 신오가 앉아 있는 곳으로 비틀비틀 다가왔다. 신오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귀신의 기다란 혀가 등줄기를 훑어 올리는 것이 섬뜩했다.
獨臂鬼神將女鬼推開,搖搖晃晃地朝著坐著的信吾走去。信吾驚慌地顫抖了一下。鬼神那條長長的舌頭在他背脊上滑過,讓人毛骨悚然。

‘흐…? 시, 시팔, 저리 안 꺼져?!’
「咦…?這、這個死東西,怎麼還不關掉?!」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는 걸 귀신이 외팔로 신오의 등줄기를 누르며 그를 붙들었다. 신오는 그대로 벌렁 쓰러졌다. 기회만 엿보고 있던 여러 잡귀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깔아뭉개고 사지를 붙들어 벌렸다. 그리곤 겨드랑이와 무릎 뒤, 사타구니와 둔부 골 사이 등 평소 빛을 볼 기회 없었던 여린 살들을 까득까득 씹어 먹었다.
閃電般地站起來想要逃跑的時候,鬼魂用一隻手臂壓住了新吾的背脊,將他抓住。新吾就這樣重重地倒下了。一直在伺機而動的各種雜鬼們蜂擁而至,將他壓扁,抓住他的四肢將他撕扯開。然後,它們開始咬食那些平時沒有機會見光的柔嫩肉體,尤其是腋下、膝蓋後、鼠蹊和臀部之間的肉。

개중 하나가 신오의 목에 걸린 거울 목걸이를 건드렸다.
其中一個觸碰了新吾脖子上的鏡子項鍊。

「이것 봐, 기분 나쁜 게 있는데.」
「你看,有些讓人不舒服的事情。」

「이리 줘. 내가 깨 버릴 테니.」
「給我吧。我會打破它的。」

‘손 떼! 시팔, 저리 꺼지지 못해?!’
「手放開!該死的,難道不能滾開嗎?!」

조씨 집안 귀신에게 그 추잡한 짓을 당하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도로 찾아낸 물건이었다. 그걸 여기서 빼앗길 수는 없었다. 신오는 안간힘을 다해 귀신들을 떼어 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在遭受趙氏家族鬼魂的可怕行為時,他仍然沒有忘記並重新找回了那件物品。這個東西在這裡是絕對不能被奪走的。信吾拼盡全力將鬼魂們撕扯開,然後奮力逃離了那個地方。

질주에 다리가 풀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화장실 앞까지 갔지만 신오는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갈 여력도 없었다. 그는 두 칸짜리 일본식 변기가 자리한 시멘트 건물 바닥에 엎드려 신물을 토했다
在狂奔中,他的腿軟了,肚子也翻騰不已。他走到了廁所前,但卻無法鼓起勇氣打開門進去。他伏在有兩間日本式馬桶的水泥建築地板上,嘔吐出胃液。

‘큽, 하아, 하아….’  「唔,哈啊,哈啊……」

속이 비어 격한 구토에도 나오는 게 없다. 위액이 역류해 목이 따가울 뿐이었다. 신오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입가를 닦고, 온 길을 비틀비틀 되돌아갔다. 무당집에서 야외 화장실까지, 대충 시멘트를 발라 만든 길 위가 덜 익어 떨어진 감 열매로 지저분했다. 문뜩 발아래 뭉개져 벌어진 열매의 질척한 촉감이 마치 여린 살을 칼로 짓뭉갤 때의 느낌과 흡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체 자신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걸까. 자신이 귀신처럼 사고했단 자각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肚子空空,劇烈的嘔吐中什麼也吐不出來。只有胃酸逆流,喉嚨刺痛。信吾疲憊不堪地擦了擦嘴角,踉踉蹌蹌地沿著來時的路返回。從巫師的家到戶外廁所,那條隨意用水泥鋪成的路上,滿是掉落的未熟柿子果實,顯得格外骯髒。突然腳下踩到一顆被壓扁的果實,黏糊糊的觸感讓他想起用刀子捏碎嫩肉的感覺。不知道自己到底在想什麼荒謬的事情。意識到自己像鬼魂般思考,背脊不禁一陣寒意。

간밤 꿈에서 신오는 조씨 집안 귀신이 여자를 목 조르고, 매끈한 피부를 칼로 저며낸 다음 뚝뚝 쏟아지는 피에 발등을 적시며 웃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거리감이 지나치게 가까운 꿈을 밤새 꾼 탓에 잠에서 깨어났을 땐 그것이 귀신이 한 짓인지 제가 한 짓인지 헛갈릴 지경이 되었다.
昨晚夢中,神明看見趙氏家族的鬼魂正在掐著一名女子的脖子,然後用刀割開她光滑的皮膚,隨著鮮血滴落,沾濕了她的腳背,鬼魂卻在一旁笑著。我因為做了這樣距離過於親近的夢,醒來時已經搞不清楚那是鬼魂的所作所為,還是我自己的行為。

귀접을 당한 날 밤 이후 신오는 그런 이상한 꿈을 꾸는 일이 잦아졌다. 어떤 무당은 그것이 신내림을 받아야 할 신병의 증세라고 했지만 신오는 그로는 설명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꿈을 통해 쏟아지는 귀신의 전생, 귀신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했다. 이는 귀신에게 혼을 점령당한 후유증이 분명했다. 신오는 그 긴긴밤을 귀신에게 유린당하다 이름을 빼앗기고, 혼마저 빼앗길 뻔했다. 겨우 빠져나왔으나 제 혼의 일부는 귀신과 섞여 영영 분리 불가능한 상태가 된 듯했다.
自從被鬼附身的那晚以後,信吾經常做一些奇怪的夢。有些巫師說這是必須接受神靈降臨的徵兆,但信吾覺得這樣的解釋不夠充分。夢中,鬼魂的前世和記憶如潮水般湧來,真實得令人驚訝。這無疑是被鬼魂佔據後的後遺症。信吾在那漫長的夜晚裡被鬼魂蹂躪,幾乎失去了自己的名字,甚至差點失去自己的靈魂。雖然勉強逃脫,但似乎他靈魂的一部分已經與鬼魂混合,永遠無法分離。

이러다 어느 순간 혼을 다 파먹히고 자신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암담하다. 신오는 두 손을 들어 올려 그 손에 피가 묻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생명선이 유독 짧은 손은 얼룩 하나 없이 말짱했다. 그러나 뜨뜻한 내장을 양손으로 받아 들었던 촉감은 여전히 손끝에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았다.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這樣下去,某個時刻會不會連靈魂都被吞噬,只剩下空殼呢?令人感到絕望。神甫舉起雙手,確認手上沒有沾染血跡。那條生命線異常短小的手,卻一點污漬都沒有。然而,雙手曾經握住的溫暖內臟的觸感,依然緊緊黏附在指尖,無法消散。我無法分辨什麼是真實,什麼是夢境。精神漸漸變得異常。

‘괜찮으세요?’  「您還好嗎?」

누군가가 길바닥에 멍하니 서 있던 신오의 손목을 세게 붙들었다. 신오는 흠칫 놀라 손을 쳐 냈다. 뒤돌아보니 빨간 카디건을 입은 작은 여자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有人狠狠地抓住了站在路邊發呆的信吾的手腕。信吾嚇了一跳,甩開了手。回過頭來,看到一個穿著紅色開襟毛衣的小女孩正盯著他。

‘그리 있으면 측간에 넋 빠져요, 손님.’
「這樣待著會在側間失去魂魄,客人。」

‘…….’

여자의 입에서 꾀꼬리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신오는 화장실이 바로 뒤인 것을 깨달았다. 한참 걸은 것 같은데 실은 그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말대로 등 뒤에 뭔가가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적셨다. 당장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발이 땅에 달라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女人的嘴裡流出了如同夜鶯般的聲音。聽到那聲音後,信吾才意識到洗手間就在身後。明明走了好一會兒,實際上卻只是原地踏步,沒有離開那個地方。正如女人所說,身後似乎有什麼東西緊緊貼著。冷汗浸濕了他的背脊。他立刻想要逃跑,但雙腳卻像是黏在地上一樣,動不了。

‘이게….’  「這個……」

‘제 손 잡으세요.’  「請握住我的手。」

여자가 그를 질질 끌고 복사꽃 흐드러진 언덕 쪽으로 데려갔다.
女人拉著他朝著繁花似錦的複製花山丘走去。

‘아무리 비셔도 소용없을걸요. 조 부자네 귀신 때문에 그러시죠? 예전에 어머니가 그 집안 쪽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당부하시던데요.’
「不管怎麼樣都沒用吧。是因為趙家那個鬼吧?我記得母親以前叮囑過我,千萬不要去看那個家。」

‘거짓말, 댁들이 굿 돈 올리려고 버티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지금이야 저리 펄펄 성을 내고 있지만 돈만 억수로 갖다 바치면 결국 굿을 해 줄 거 아냐.’
「謊言,難道你們以為沒有人知道你們在堅持是為了要進行祭祀嗎?現在你們雖然這麼生氣,但只要把錢拿來,最終還是會進行祭祀的。」

신오는 그녀를 쏘아보며 응수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손 잡고 굿당을 전전하며 깨달은 건 무당이나 귀신은 한 얼굴 한통속, 돈과 굿이라면 환장해 서로 손도 잡는 족속들이란 점이었다.
信奧瞪著她回應。從小時候起,牽著母親的手在祭壇間穿梭,所領悟到的就是巫師和鬼魂是一體的,若是涉及金錢和祭祀,便會瘋狂到彼此攜手的族群。

여자가 배시시 웃었다.  女人微微一笑。

‘그야 맞는 말씀이죠. 어쨌든 제 어머니 설득하려면 한 재산은 쓰셔야 할 텐데, 그 돈 절반만 제게 주세요. 제가 그 귀신 쫓아 드릴 테니.’
「那倒是對的。不過,要說服我母親,您至少得花一筆錢,請把那筆錢的一半給我。我會幫您驅趕那個鬼。」

‘하, 모녀가 쌍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당신이 해 보다 안 되면 당신 신어머니가 나서서 곱절로 돈을 요구할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哈,母女倆想要一起榨取錢財?你以為你試試看不行的話,你的繼母就不會出面要求雙倍的錢嗎?我會不知道嗎?」

‘의심도 많으시네요. 딴 무당들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신 모신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우리 신어머니보다 훨씬 영험하다고 다들 말할 테니까. 제가 모신 손각시는 남자에게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라 남자 악귀와는 상극이에요. 말려 죽이든, 찔러 죽이든, 어떻게든 그놈을 손님한테서 떼어 놓을 거예요.’
「您真是多疑呢。去問問其他的巫師吧。大家都會說我比我們的神母更靈驗,因為我才剛開始供奉神明。我所供奉的手偶是因為對男人心懷怨恨而死的鬼魂,與男性的惡鬼是相克的。不管是讓他死去,還是刺死他,無論如何我都會把那傢伙從客人身邊撇開。」

‘귀신을 귀신으로 상대하겠다고? 퍽이나 그럴싸하네.’
「你說要用鬼來對付鬼?真是可笑。」

‘싫으시면 반의반만 받을게요. 대신 절 서울로 데려가 주세요. 악귀는 굿으로 달래 봐야 소용없어요. 일단 가는 척하지만, 다음번 돌아올 땐 힘이 갑절이 돼서 해코지를 하니까. 정을 통한 귀인이 손님 곁에서 그를 막는 수밖에 없어요. 저를 귀인으로 삼으세요.’
「如果不想的話,我只會接受一半的份量。代替的話,請帶我去首爾。對於惡鬼,祭祀根本無法安撫。雖然表面上是裝作離開,但下次回來時,它的力量會加倍,會造成傷害。只有通過情感的貴人才能在客人身邊阻止它。請把我當作貴人。」

정을 통해야 한단 말에 신오는 제 귀를 의심했다. 확 뒤돌아서 노려보자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바람이 불었다. 흩날린 꽃잎이 여자의 곱디고운 입술에 붙었다. 그를 자연스레 떼어 내며 여자가 요염하게 입술을 벌리고 고개를 기울였다. 계산된 교태에 신오는 화가 치밀었다.
正因為要透過情感,信吾才懷疑自己的耳朵。猛然轉身瞪著她,卻見那女人毫不在意地笑了。風吹過,飄落的花瓣粘在她那美麗的嘴唇上。她自然地將花瓣撥開,妖媚地撅起嘴唇,微微側頭。面對這精心計算的媚態,信吾心中怒火中燒。

‘시팔, 내가 너 같은 게 감히 넘볼 사람으로 보여?’
「幹,你以為我會把你這種人放在眼裡?」

‘손님이니까 넘보죠. 손각시가 눈 돌아갈 만한 분이 어디 흔한 줄 아세요?’
「因為是客人,所以可以妄想一下。您以為像手偶這樣讓人眼花繚亂的人有多常見嗎?」

‘하여튼 무당이란 것들은 말 하나는 잘도 지어내지. 하기야 사람 홀려서 벌어먹는 사기꾼들이 밑천을 오죽 잘 갈고 닦았겠어.’
‘總之,這些巫師真是能編造話語。說到底,能靠迷惑人賺錢的騙子們,底子又怎麼會不打磨得如此精練呢。’

‘싫으면 그대로 떠나시든지요.’  「如果不喜歡,就隨便離開吧。」

여자가 저는 아쉬울 것 하나 없다며 자못 건방진 소리를 했다. 저리 나오면 누가 겁나 매달릴 줄 아나. 신오는 여자가 보란 듯 휙 돌아서 언덕을 내려왔다. 하동 큰무당이니 뭐니 말만 번지르르할 뿐, 결국 사기꾼이었다. 신오는 기와집 뒷마당으로 돌아갔다.
女人說我一點也不遺憾,語氣中帶著些許傲慢。誰會因為她這樣就害怕依附呢。神吾像是要讓女人看到似的,迅速轉身下了山坡。什麼河東大巫之類的,無非是口頭上的華麗,最終不過是個騙子。神吾回到了瓦房的後院。

‘……!’

뒷마당 안, 제 차례를 기다리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던 손님 중에 이상한 사람이 끼어 있었다. 남자의 벌건 두 눈 때문에 신오는 바로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신오를 각시 삼았던 그 귀신이다. 조가네 귀신이니 그 집안에만 붙어 사는 게 아니었던가. 신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後院裡,等待輪到自己的客人中,有一個奇怪的人坐在塑膠椅子上。因為那個男人紅紅的雙眼,信吾立刻認出了他。那是曾經把信吾當作新娘的鬼魂。難道這不是那個住在趙家裡的鬼嗎?信吾瞬間愣住了。

귀신이 신오를 돌아보았다.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위를 향한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귀신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며 신오 쪽으로 다가왔다.
鬼魂回頭看了信吾。嘴唇勾勒出弧線,朝上翹起。寒意陣陣襲來。鬼魂粗暴地推開人群,朝信吾的方向走去。

「여기 있었구나. 내 것, 내 보물. 각시야, 자꾸 도망가는 꼴을 보아하니, 오늘은 기어이 네 전부를 취해야겠구나.」
「原來在這裡啊。我的東西,我的寶藏。各氏啊,看到你不斷逃跑的樣子,今天我一定要把你全部都佔有。」

‘!!’

신오는 죽기 살기로 줄행랑을 쳤다. 귀신이 벌건 눈을 빛내며 신오를 뒤쫓아 왔다. 잡히면 끝장이었다. 신오는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었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信吾拼命逃跑。鬼魂發著紅光的眼睛緊緊追著信吾。若是被抓住,便是死路一條。信吾跑到快要喘不過氣來,感覺肺部快要爆炸了。

「내가 너처럼 귀한 걸 놓칠 성싶으냐?」
「我會讓像你這樣珍貴的東西溜走嗎?」

귀신이 손을 뻗어 신오를 붙들려 할 때였다. 누군가 귀신을 등 뒤에서 끌어안고 막았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였다. 기다란 머리가 바닥까지 닿고,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부리부리한 두 눈이 등잔불처럼 빛났다.
當鬼魂伸手想要抓住信吾的時候,某個人從背後抱住了鬼魂,阻止了它。那是一位穿著白色喪服的女人。她的長髮垂到地面,凌亂的髮絲中,兩隻圓圓的眼睛如燈火般閃耀。

「이 망할 년이! 개 같은 년아, 이 손 못 떼?!」
「這個該死的女人!像狗一樣的女人,這隻手不能放開嗎?!」

귀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그의 한쪽 눈을 바늘로 찔렀다. 귀신이 눈을 움켜쥐고 주저앉자 여자가 데려온 이들이 그를 칭칭 묶어 끌고 갔다.
鬼魂大聲尖叫。女人用針刺了他的其中一隻眼睛。鬼魂捂著眼睛跪下時,女人帶來的人將他緊緊綁住拖走了。

빨간 눈 귀신이 신오의 등 뒤에 고함을 내질렀다.
紅眼鬼魂在信吾的背後大喊。

「오늘만 이리 가는 줄 알아라. 7년 뒤에 보자. 내 저승에서 돌아오는 날, 네 혼을 다 발라먹을 것이다!」
「今天就讓你這樣過去吧。七年後再見。等我從陰間回來的那天,我會把你的靈魂全部吞噬!」

두려워 심장이 얼어붙었다. 신오는 희게 질린 얼굴로 달음박질쳤다.
心中充滿恐懼,心臟仿佛凍結了一般。神奧面色蒼白,拼命奔跑。

감나무 아래에 서 있던 애기 무당이 신오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며 빙긋 웃었다.
在柿子樹下站著的小巫女看到神鶴跑來,便微微一笑,似乎早已預料到會是這樣。

‘손님, 제 말대로죠?’  「客人,您是聽我說的吧?」

‘…….’

바닥에 누워 있던 신오는 제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여자의 손길에 눈을 떴다. 언제 자리에 누웠던가. 어안이 벙벙했다.
躺在地上的信吾在一位女子撫摸他頭髮的手勢中睜開了眼睛。他不知何時躺下的,感到有些愣神。

‘여기 어, 어디야? 방금 전에 눈 벌건 귀신이…?’
「這裡,呃,哪裡啊?剛才那隻眼睛紅紅的鬼魂…?」

신오는 벌떡 일어나 사방을 살폈다. 그는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애기 무당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붉은 눈 악귀에게 쫓긴 것이 생생하건만,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信吾猛然坐起,四處張望。他正躺在柿子樹陰下,頭枕著小巫女的膝蓋。剛才被紅眼惡鬼追趕的情景仍歷歷在目,卻無法在任何地方找到那一絲痕跡。

‘꿈이었나.’  「是夢嗎。」

여자가 신오의 속내를 읽은 듯 말했다.
女人似乎看透了信吾的心思,開口道。

‘꿈이긴요. 제가 구해 드린 건데.’
「夢想而已。那是我救了你。」

‘무슨 수로?’  「用什麼辦法?」

신오의 물음에 애기 무당이 품속에서 바늘을 꺼내 보여 주었다.
信吾的提問讓小女巫從懷中拿出一根針來展示。

‘제가 모시는 신은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죽어 귀신이 된 손각시예요. 수백 년간 이 바늘에 붙어 산 신령님이니 손님을 도와 귀신을 쫓아 드릴 거예요.’
「我所侍奉的神是被信任的男人背叛而死,成為鬼魂的手偶。這位神靈在這根針上生活了數百年,會幫助客人驅趕鬼魂。」

벌건 눈 악귀를 잡아간 여귀가 무당이 말한 손각시인 모양이었다. 신오는 맥이 풀려 여자의 무릎 위에 도로 누웠다. 여자가 옛날부터 그래온 것처럼 신오의 이마를 자연스레 쓸어내렸다. 여자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관자놀이를 짓이기는 듯하던 두통이 씻은 듯 가셨다.
紅眼的惡鬼被女鬼抓走,正如巫師所說的手偶。信吾無力地再次躺在女人的膝上。女人像往常一樣,自然地撫摸著信吾的額頭。每當女人的手指掠過,似乎壓迫著太陽穴的頭痛也隨之消散。

‘훠이, 훠이.’  ‘呼喂,呼喂。’

신오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것들이 그녀의 손짓에 멀리 물러나는 게 느껴졌다.
看著新吾垂涎欲滴的樣子,感覺到那些東西在她的手勢下遠遠退去。

‘절 서울로 데려가세요. 손님을 지켜 드릴게요.’
「請帶我去首爾。我會保護客人。」

‘정말로? 저 무서운 놈을 당신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거야?’
「真的嗎?你要怎麼對付那個可怕的傢伙?」

신오는 마지막 구원이라도 되는 듯 그녀를 절박하게 쳐다보았다.
信吾絕望地看著她,彷彿她是最後的救贖。

애기 무당이 눈을 가늘게 뜨곤 빙긋 웃었다.
小巫女微微眯起眼睛,露出一抹甜美的微笑。

‘물론이에요. 손님이 저를 배신하지만 않으신다면요.’
「當然可以。如果客人不背叛我的話。」


***


‘손님이 저를 배신하지만 않으신다면요.’
「如果客人不背叛我的話。」

…그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말았어야 했던가.
…那時我是否不該對那句話點頭呢。

서른한 살의 신오는 자신의 침대에 꼼짝 못 하고 누워 과오를 후회했다. 자신에게 이런 미래가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는 절대 나무 그늘 아래서 여자의 손을 붙잡지 않았을 것이다.
三十一歲的信吾躺在自己的床上動彈不得,懊悔著自己的過錯。如果他早知道會有這樣的未來,他絕對不會在樹蔭下握住那個女人的手。

애기 무당, 남소연을 서울로 데려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녀의 장담대로 신오는 더는 빨간 눈 악귀와 여타의 잡귀들에게 괴롭힘당하지 않게 되었다. 신오는 너무도 행복해 그녀의 생계를 평생 책임져 줄 생각을 했다.
當小巫女南素妍被帶到首爾時,一切似乎都運行得很順利。正如她所保證的,神奧不再受到紅眼惡鬼和其他雜鬼的困擾。神奧感到無比幸福,開始考慮要一輩子負責她的生計。

신오는 남소연에게 집도 사 주었다. 그럴 돈은 충분했다. 조 회장은 신오를 귀신 제물로 팔아먹기 위해 그를 친자로 인정했던 것이지만, 도리어 귀신의 먹이가 되어 폐인이 되었다. 덕분에 신오는 JG 그룹 오너 일가의 일원이란 허울 좋은 지위와 더불어 그에 걸맞은 부를 누릴 수 있었다.
信奧還為南小妍買了房子。那筆錢對他來說綽綽有餘。趙會長是為了將信奧當作鬼神的祭品而承認了他的親子身份,卻反而成為了鬼神的食物,淪為廢人。多虧如此,信奧得以享有 JG 集團擁有者家族成員的虛名地位,以及與之相稱的財富。

남소연이 택한 곳은 규칙 없이 지어진 백여 채의 집이 만든 미로 속, 꼬불꼬불한 길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집이었다. 몇 번을 찾아간 신오도 남소연의 안내 없이는 매번 도중에 길을 잃곤 했다.
南小妍所選的地方是一個由一百多棟無規則建造的房子所形成的迷宮,必須多次穿過蜿蜒曲折的小路才能到達的家。即使是幾次造訪的申烏,沒有南小妍的指引,每次也都會在途中迷路。

남소연은 그 집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南小妍非常喜歡那個家。

‘정말 매력적인 집이에요.’  「真的是一個迷人的家。」

‘어디가?’  「去哪裡?」

‘광복 전엔 독립투사를, 독재 시절엔 수배자를 숨겨 줬던 집이래요. 제가 숨어 있기 딱 좋은 곳이잖아요.’
「在光復之前是隱藏獨立運動者,在獨裁時期則是隱藏逃亡者的地方呢。這裡正是我躲藏的好地方。」

제가 배신하지만 않았어도 남소연은 아마도 그 비밀스러운 집에서 신오에게 들러붙는 잡귀를 쫓아 주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물론 다 부질없는 가정이었다. 평화로운 시절은 채 4년을 채우지 못했다.
如果我沒有背叛,南小妍也許會在那個神秘的家中,快樂地生活著,驅趕著附著在申吾身上的邪靈。當然,這一切都是徒勞的假設。和平的時光還不到四年就結束了。

남소연이 예감이나 한 듯 유독 결혼을 절박하게 조르던 때였다. 명하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단 얼굴로 신오 앞에 나타났다.
南小妍似乎有預感,特別迫切地催促著結婚。明河帶著一副什麼都知道的表情出現在信奧面前。

‘같잖은 게 할 짓은 다 하네. 신오 너 무당 부리고 있지? 것 때문에 귀신이 네 이름 못 찾고 그냥 간 거였냐? 우리 아버지는 그 일로 폐인 됐는데, 너만 깨 볶고 산다 이거지? 당장 그년 데려와. 얼마나 대단한 년인지 얼굴이나 보게.’
「真是無聊的事情都做得出來。信吾,你在驅使巫女吧?難道是因為這個,鬼才找不到你的名字就這樣走了?我父親因為那件事變得廢人,而你卻過得這麼好?馬上把那個女人帶來。我想看看她到底有多厲害。」

명하는 신오를 잠시 환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잔악하게 눈을 빛냈다. 신오는 버텼지만 명하는 그를 과천 별장의 어두운 침실에 가두고 약을 먹였다. 지독한 약 기운에 신오는 귀신이 저를 범하는 환각을 실제처럼 느꼈다. 신오는 결국 남소연을 명하에게 팔아넘겼다.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저를 데리러 오라고 말했다.
名號的神奧曾經短暫地受到款待,但此刻卻殘忍地閃爍著眼神。神奧雖然堅持著,但名號卻將他囚禁在過天別墅的黑暗臥室裡,並給他下了藥。在那可怕的藥力下,神奧感受到如同鬼魂侵襲自己的幻覺,彷彿真實一般。最終,神奧將南小妍賣給了名號。他撥打了電話,告訴她來接自己。

남소연은 신오 때문에 자신이 죽을 곳에 제 발로 기어들어 와 명하에게 목이 졸렸다.
南小妍因為申傲而自願爬進自己將死之地,被明河掐住了脖子。

‘우리 집안 귀신 도로 모셔와. 네가 쫓아냈으니까 불러오는 것도 네가 해야지.’
「把我們家裡的鬼再請回來。因為是你把它趕走的,所以也得由你來叫它回來。」

‘모, 못해요. 저승, 나장(羅將)이 잡아가서 도, 돌아오려면 7, 7년은 있어야 한다고 들…. 컥!’
「不,我做不到。聽說陰間的羅將會把我抓走,要回來至少要七七年……咳!」

‘하, 7년?’  「哈,七年?」

원치 않는 답에 명하는 가차 없이 남소연을 목 졸랐다. 남소연이 퍼렇게 질려 몸부림쳤다. 명하는 그녀가 원하는 답을 줄 때까지 힘을 풀지 않았다. 남소연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명하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들렸다.
名哈毫不留情地掐住了南小妍的脖子,逼迫她給出不想要的答案。南小妍面色發青,掙扎著。名哈直到她給出想要的答案才放鬆了力道。南小妍的呼吸變得急促,而名哈的嘴角卻漸漸上揚。

남소연이 죽어 가는데도 손각시가 가만있는 게 이상했다. 신오는 꼬부라진 혀로 손각시에게 도움을 청했다.
南小妍快要死了,卻發現手偶靜靜地待著,這讓人感到奇怪。辛奧用彎曲的舌頭向手偶求助。

‘왜? 도와, 소연 씨….’
「為什麼?幫我,素妍小姐……。」

「쉿」  「嘘」

히죽거리고 있던 손각시가 가만히 있으라며 검지를 입 앞에 갖다 댔다.
微笑著的手偶靜靜地示意要安靜,將食指放在嘴前。

「잠깐만 기다려. 쟤 숨 끊어지면 여자 배신해 팔아먹은 놈한테 붙을 테니.」
「等一下。如果他死了,我就會投靠那個背叛女人、出賣她的傢伙。」

‘…….’

그녀는 눈독을 들이던 것에 드디어 들러붙게 됐다며 침을 흘렸다. 그사이 결국 남소연이 사지를 늘어뜨렸다. 툭, 목숨이 끊어지는 소리가 신오의 귀를 찔렀다.
她終於對她一直盯著的東西產生了執著,流下了口水。這期間,南小妍終於垂下了四肢。咕噥,生命斷絕的聲音刺入了新吾的耳中。

‘나 참. 십 분도 못 버틸 년이.’
「真是的。連十分鐘都撐不住的女人。」

명하가 성이 덜 풀린 듯 투덜거리다 약기운에 경련 중인 신오의 몸을 발로 툭 찼다.
明夏似乎還沒完全清醒,嘟囔著用腳輕輕踢了踢正在藥力影響下抽搐的信吾。

‘치워.’  ‘收起來。’

피가 거꾸러질 듯했다. 하지만 신오는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血液似乎要倒流而出。然而,神奧卻無法拒絕那句話。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남소연의 시신을 수습하고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탈진해 잠들었다가 얼마 못 가 가위에 눌려 깨어났을 때다. 신오는 손각시가 제 몸을 타고 올라 입술을 핥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他半昏迷地收拾了南小妍的遺體,回到床上躺下。疲憊不堪地睡著,沒過多久便被壓迫感驚醒。此時,信吾發現一隻手偶正沿著他的身體爬上來,舔著他的嘴唇。

‘뭐, 뭐야?’  「什麼,什麼啊?」

「너만 믿고 있던 여잘 그 꼴로 만들어놓고 잠이 오더냐?」
「你把我一直信任的女孩弄成那副模樣,還能睡得著嗎?」

‘하, 내가 죽였어? 너도 명하 그 새끼 짓인 거 다 봤잖아. 시팔, 너도 구경만 했으면서 왜 이래? 꺼져, 비키란 말이야!’
「哈,我殺了他?你也看到了那小子做的所有事情。該死,你也只是旁觀而已,為什麼這樣?滾開,讓開!」

「저 살겠다고 제 여자 판 놈이 뭘 잘했다고 발광이야?」
「我為了活下去,賣了我的女人的那個傢伙到底有什麼好得意的?」

손각시가 눈을 번들거리며 신오의 목젖을 쿡쿡 바늘로 찔렀다. 신오는 진저리를 치며 밤새 그녀의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
手偶用針尖刺了信吾的喉結,眼中閃爍著光芒。信吾不得不忍受她整夜的折磨,感到一陣寒顫。

불행히도 그러한 밤은 일회로 끝나지 않고, 신오의 일상이 되었다.
不幸的是,那樣的夜晚並不是一次性的結束,而是成為了信吾的日常。

「많이 컸네. 나랑 놀면서 딴생각을 다 하고.」
「你長大了呢。跟我玩時卻在想其他的事情。」

손각시가 신오의 뺨을 바늘로 찌르며 히죽거렸다. 사나운 아픔에 신오는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잡한 꼴을 ‘현실’이라고 지칭해야 하는 제 처지에 헛웃음이 나왔다.
手偶用針刺了新奧的臉頰,露出了狡黠的笑容。因為劇烈的疼痛,新奧從沉思中回到了現實。面對眼前發生的醜陋情景,卻不得不稱之為「現實」,讓他不禁苦笑。

손각시가 신오의 몸을 벌건 혀로 핥으며 하반신을 야릇하게 붙여 왔다. 귀접이었다. 인간 아닌 것이 억지로 성감을 자극한다. 역겨운 몸짓에 구역질이 치받아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뼈 속에 스미는 한기에 등골이 쭈뼛 섰다. 신오는 침대 머리 쪽으로 턱을 젖히며 어떻게든 여자와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온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手偶用舌頭舔著新午的身體,並以奇異的方式貼近下半身。這是妖魅的誘惑。非人之物強行刺激著性慾。令人作嘔的動作讓我感到噁心,冷汗直流。骨髓中滲透的寒意讓我背脊發涼。新午仰起下巴,試圖不管怎樣與那女人保持距離。然而全身卻動不了分毫。

삐걱, 삐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