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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娛神) 1권  娛神(오신)第一卷


지은이│무휴여삼추  作者│無休如三秋

펴낸곳│비욘드  發行地│比昂德

투고메일│editor@ridi.com  投稿郵件│editor@ridi.com


ⓒ 무휴여삼추, 2020  ⓒ 無休如三秋,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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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각시>1)  1. <手偶> 1)


장례식장 입구에서 조신오는 발걸음을 멈췄다. 교통사고로 요절한 여배우의 얼굴을 장례식장 복도의 안내용 LED 화면에서 마주쳤기 때문이다. 웃고 있는 여자의 사진 옆으로 고인의 정보가 띄워져 있었다. 201호실, 정민영, 26세, 상주는 정XX 씨….
葬禮殯儀館的入口處,趙信奧停下了腳步。因為她在殯儀館走廊的指示 LED 螢幕上看到了因交通事故早逝的女演員的面容。笑著的女子照片旁邊顯示著故人的資訊。201 號房,鄭敏英,26 歲,喪主正 XX 先生……

생전의 사진 중 가장 예쁜 사진을 골랐나 보다. 조신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기억과 사뭇 다른 여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여자의 해맑은 미소는 부슬비가 내리는 구월의 밤, 조문객마저 드문 스산한 장례식 복도와 도통 어울리지 않았다.
似乎選擇了生前最美的照片。趙信奧微微眯起眼睛,凝視著那張與自己記憶截然不同的女人的臉龐。女人那清澈的微笑,與九月夜晚細雨紛飛的葬禮走廊,甚至連來喪者都稀少的冷清氛圍,完全不相稱。

“전무님, 302호 VIP실로 가시죠.”
「總經理,請您前往 302 號 VIP 室。」

“그래요.”  “是的。”

혹여나 엉뚱한 방향으로 갈까 염려스러웠는지 김 비서가 앞장서 길을 안내했다. 조신오는 발걸음을 돌려 준비된 엘리베이터를 탔다.
或許是擔心會走錯方向,金秘書率先引路。趙信奧轉身走向準備好的電梯。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죽은 자의 땅으로 그를 데려갔다.
電梯將他帶到了地下,死者的土地。

조신오가 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와 앉아 있던 직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은 정장 차림 장정 십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직각 인사를 하는 모습에 조문객들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當趙信吾走進宴會廳時,提前坐好的員工們立刻從座位上站了起來。十幾名身穿黑色西裝的壯漢們整齊劃一地行了直角禮,讓前來吊唁的客人們瞪大了眼睛。

“어떡해. 조폭인가 봐.”  “怎麼辦。好像是黑道。”

“나 저 사람 알아. JG 그룹 회장 둘째 아들이잖아. 저번에 잡지에서 봤어.”
“我認識那個人。他是 JG 集團會長的二兒子。我上次在雜誌上看到過。”

“재벌 3세를 실물로 보긴 또 처음이네. 그런데 저 사람이 여긴 왜 왔대?”
“第一次親眼見到財閥三世呢。不過那個人為什麼來這裡?”

조문객 한 무리가 조신오를 힐끔대며 저들끼리 멋대로 수군거렸다. 인사 중이던 JG 직원 몇이 차가운 눈길을 던지자 쑥덕대던 소리는 쑥 들어갔다. 무리는 조신오에 대한 이야기를 중단하고 여배우에 관한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들은 별천지의 사람인 대기업 임원이 장례식장을 방문한 일보다, 각종 종편 채널을 달구는 중인 여배우의 시신이 이곳 장례식장 어딘가에 있단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一群悼念者瞥了瞥趙信吾,彼此之間低聲竊竊私語。幾名正在打招呼的 JG 員工投來冷冷的目光,讓他們的低語聲頓時消失。這群人停止了對趙信吾的討論,轉而聊起了女演員的話題。他們對於一位大企業高管造訪殯儀館的事並不感興趣,反而對於正在各大綜合頻道熱議的女演員的遺體就在這個殯儀館的某個角落感到更加好奇。

조신오는 여전히 허리를 굽히고 있는 청년들 사이를 지나쳐 빈소로 향했다.
趙信依然在彎腰的年輕人之間穿過,朝著空靈的靈堂走去。

빈소를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의외의 방문객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남자는 일개 경정의 부친상에 천하의 조신오가 나타난 데 놀란 눈치였다. 신오는 비굴할 만치 달라붙는 눈인사를 못 본 척하고, 예의에 따라 고인에게 먼저 절을 올린 뒤 향을 피워 올렸다. 이어 상주와 맞절했다. 경정이 황송하단 듯 깊게 고개를 숙인 뒤 신오와 눈을 마주쳤다. 탁하게 흐려진 눈동자가 계산속에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守靈的中年男子看到意外的訪客,驚訝得張口結舌。男子對於一名小小的警官的父親喪禮上,天下的趙信吾竟然出現,顯得十分驚訝。信吾假裝沒看到那副卑微的眼神,依照禮儀先向故人行禮,然後點燃香火。接著與喪主互行禮節。警官似乎感到受寵若驚,深深低下頭,隨後與信吾對視。那雙混濁的眼睛在計算中四處忙碌著。

경정은 조신오와 JG 그룹 전략 기획실이 중요 인사들을 관리한단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친인척의 대소사 및 의료 기록을 다 꿰고 있다가 적시에 인사를 통해 빚을 지운다 했던가. 그 관리 대상에 저 같은 피라미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다. 조신오 본인이 왔다. 얼마를 들고 왔을까. 두툼한 부의금을 기대하며 경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京正早已聽聞趙信五與 JG 集團戰略規劃室管理重要人事的傳聞。他們似乎對親戚的大小事務及醫療記錄了如指掌,然後在適當的時機通過人事來索取債務。沒想到自己這樣的小角色也在管理範圍之內。趙信五親自來了。他帶了多少錢呢?京正期待著一筆可觀的賠償金,忍不住吞了吞口水。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컸는지 조신오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정의 목울대를 응시했다. 냉기가 쌩쌩 흐르는 오만한 이목구비에 같잖다는 표정이 자연스레 배어 나왔다. 경정은 빤한 속내를 드러낸 게 민망해 헛기침을 했다. 조신오가 알 만하단 듯 슬쩍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느낌이 배어나는 턱선이 옆을 향하며 목선이 가로로 기울어졌다.
吞嚥聲似乎太大了,於是趙信吾凝視著來回晃動的警長的喉結。冷氣在那傲慢的五官中流淌,露出了不屑的表情。警長因為暴露了心思而感到尷尬,輕咳了一聲。趙信吾似乎明白了,輕輕地轉移了視線。那冷漠的感覺從下巴流露出來,側臉的脖子微微傾斜。

조신오는 측면 얼굴이 더 볼만한 남자였다. 붓털 같은 빡빡한 속눈썹과 우뚝한 콧날, 금수저 특유의 투명한 피부가 시선을 끌었다. 첩실에게서 본 자식이라더니, 확실히 아비인 조 회장이나 손위 형제인 부회장 조명하와는 결이 다른 이목구비였다.
趙信奧的側臉更顯得迷人。他那如畫筆般濃密的睫毛、高挺的鼻樑,以及金湯匙特有的透明肌膚,無不吸引著目光。據說是妾室所生的孩子,果然與父親趙會長和哥哥副會長趙明河的五官有著不同的韻味。

셔츠 깃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덜미 위, 붉은 자국이 눈에 띈다. 그 흔적은 정사 중 생긴 손톱자국이 분명했다. 거죽은 저리도 다르건만, 잠자리 취향만은 아비를 쏙 닮은 모양이다.
襯衫領口之間露出的雪白脖頸上,顯眼地留著紅色的痕跡。那道痕跡無疑是性交時留下的指甲印。雖然皮膚如此不同,但對於蜻蜓的喜好卻與父親如出一轍。

경정은 조신오의 미색을 구경하다 조 회장이 무명 배우였던 조신오의 어머니에게 한눈에 반해 만난 날 바로 여자를 끌고 갔다던 소문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 어미가 유별난 미모 때문에 겪었을 온갖 추잡한 짓거리를 상상하며 조신오를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았다. 어느덧 조신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목구비 중 유일하게 조 회장을 닮은 얄팍한 입술이 비틀렸다. 경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京正在欣賞趙信吾的美色時,自然想起了傳聞,說趙會長一見鍾情於趙信吾的母親,那位無名女演員,並在第一次見面時就帶走了她。想像著那位因為出眾的美貌而遭受的種種不堪的事情,京正不自覺地盯著趙信吾看。轉眼間,趙信吾的眼神變得冷漠。她那唯一像趙會長的薄唇扭曲了起來。京正驚訝地低下了頭。

조신오가 무미건조한 인사를 건넸다.
趙信吾冷淡地打了個招呼。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您一定非常傷心。」

“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을 보내 장례 일까지 도와주시고,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기까지 하시니, 송구해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我不知道該如何表達我的感謝之情。您派員工來幫助處理喪事,還在這麼忙的情況下親自來到這裡,我感到非常愧疚,無法抬起頭來。”

“당연히 찾아와 봐야죠. 매번 신경 써 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번엔 부친상을 당하신 와중에 폐를 끼치게 됐군요. 덕분에 큰 빚을 졌습니다.”
“當然要來看看。每次都關心我,我非常感謝,但這次在您父親去世的時候卻給您添了麻煩。多虧了您,我欠下了很大的債。”

“뭘 그런 일을 가지고…. 저는 그저 후배 녀석에게 일을 잘 처리하라고 조언한 것뿐입니다.”
“幹嘛為這種事……我只是對後輩小子建議要好好處理事情而已。”

조신오의 말에 경정은 굽실굽실 고개를 끄덕였다. 장남 앞에서 스무 살 연하의 젊은이에게 설설 기면서도 그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별것 아닌 일로 조신오와 연결되는 끈을 얻은 것이 웬 떡인가 싶었다.
在趙信吾的話語下,京正彎腰點頭。面對比自己小二十歲的年輕人,他卻毫不感到羞愧,反而覺得能與趙信吾建立這樣的聯繫,真是意外之喜。

이 모든 게 사망한 여배우 하나로 비롯된 일이었다.
這一切都是因為一位已故女演員而引發的事件。

사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경정이 한 일이라곤 후배 형사를 시켜 초동 수사 때 수집된 지문과 몇몇 증거를 훼손한 일 정도였다. 동행한 운전자가 실종 상태인 게 걸리긴 했지만, 담당 검사는 시신에서 딱히 의심스러운 외상이나 약물 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단 보고서를 믿고 별도의 재수사 지시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事實上,這並不是一件特別困難的事情。警長所做的事不過是讓後輩刑警在初步調查時毀壞了收集到的指紋和幾個證據。雖然同行的司機失踪的情況讓人感到不安,但負責的檢察官相信屍體上並沒有發現可疑的外傷或藥物反應的報告,因此在沒有下達重新調查的指示下結束了案件。

조신오는 그 별것 아닌 빚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었다. 기쁨에 경정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趙信來了,沒有忘記那微不足道的債務,特意來找她。喜悅之情讓京靜的嘴角不自覺地上揚。

조신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경정은 장남에게 빈소를 맡기고 조신오를 헐레벌떡 뒤따라왔다.
當趙信五站起身來時,警正將殯所交給長子,急忙跟在趙信五的身後。

“전무님, 오셨으니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않고요?”
「總經理,您來了,不吃個飯再走嗎?」

“일정이 빠듯해 어쩔 수가 없군요. 나오지 마십시오. 상주께선 빈소를 지키셔야죠.”
「行程緊湊,無法避免。請您不要出來。上主必須守著空位。」

“어휴, 전 괜찮습니다.”  “唉,我沒事。”

조신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정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신을 고쳐 신고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장정들이 우르르 일어나 조신오에게 한 번 더 인사했다.
儘管遭到趙信吾的勸阻,京正還是急忙換上鞋子,匆匆跑了出來,想要送他。坐在那裡的壯漢們紛紛站起來,再次向趙信吾行禮。

신발장 바로 옆, 정수기 물이 담긴 종이봉투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사내아이가 그를 피해 자리에서 비켜났다. 아이는 물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이 든 봉투를 쓰레기통에 휙 처박았다. 캔 식혜와 병맥주에 코를 킁킁대다가 아이는 그도 마음에 차지 않는지 빈소 바깥의 자동판매기 주변을 기웃거렸다.
鞋櫃旁邊,一個正在瞧著裝著飲水機水的紙袋的男孩,見到他後便避開了位置。男孩似乎對水的味道不滿,皺起了眉頭,將裝著水的袋子隨手扔進了垃圾桶。嗅著罐裝的食蕎和瓶裝啤酒,男孩又似乎對此也不滿意,開始在空靈的外面自動販賣機附近徘徊。

경정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조신오 대신 버튼을 누른 뒤, 누가 들을세라 은밀하게 말했다.
經正跑向電梯,代替申志奧按下按鈕後,低聲說道,生怕被人聽見。

“일부러 장례식장을 여기로 잡아 주신 깊은 뜻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무님께서 신경 쓰실 일 없게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我明白您特意將喪禮場地選在這裡的深意。我會妥善處理,不讓總經理您操心。”

“깊은 뜻이요?”  “深意嗎?”

조신오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비웃음으로 미미하게 비틀려 있다. 싸늘한 반응에 경정은 멈칫했다.
趙信吾凝視著他。嘴角微微扭曲,帶著一絲嘲諷。面對這冷淡的反應,京正不禁愣住了。

정민영의 조문객들을 감시하라고 같은 장례식장을 잡아 준 게 아니었나.
正敏英的喪禮不是讓人監視來參加喪禮的客人嗎?

생각해 보니 자신이 너무 나갔다 싶었다. 조신오가 아무리 귀신같은 작자라고 제 아비와 여배우가 죽을 날을 미리 알고 준비해 뒀을 리는 없다. 그저 우연이 겹친 것뿐이리라.
想想看,自己似乎有些過火了。即使是趙信五再怎麼像鬼神般的角色,也不可能提前知道自己父親和女演員的死期並做好準備。這不過是偶然的重疊而已。

조신오의 악명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제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배급사의 독점 공급과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입안되지 못하게 조신오가 손을 썼단 폭로 기사가 엊그제 터진 참이다. 그 잔상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由於趙信吾的惡名實在太過驚人,我似乎產生了誤解。前幾天爆出一篇報導,指控趙信吾干預了防止發行商壟斷供應和霸凌的法案無法提出。那個餘波可能影響了我的判斷。

조신오는 하청 업체의 비리를 조사해 역으로 고발하고, 현장 스태프에게 JG를 옹호하는 수천 장의 탄원서를 받아 낸 뒤 그를 의원 사무실로 보내 입안을 막았다. 그를 고발한 내부 고발자가 입안 방해 작전을 비롯한 전략 기획실의 작품 여럿이 조신오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라디오 방송과 신문 기사 몇 줄로만 언급됐을 뿐이다. 그 외 공중파 뉴스에선 관련 사건을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
趙信烏調查了下包商的貪污行為,反過來進行舉報,並向現場工作人員收集了數千份支持 JG 的請願書,然後將他送往議員辦公室以阻止其發言。舉報他的內部告密者向媒體透露,阻止發言的計劃以及戰略企劃室的多個作品都是出自趙信烏之手。然而,這些內容僅在廣播和幾篇報紙文章中提及。除此之外,主流新聞媒體一次也未報導相關事件。

그들은 조신오를 건드릴 수 없었다. 조신오는 JG의 실세인 조명하 부회장의 측근이며, 동시에 한낱 경정 따위를 공들여 관리하는 유능한 청소부였다. 조신오가 친 촘촘한 그물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나라에 얼마나 될까. 조신오는 그 끈끈한 그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덮었을까.
他們無法觸碰趙信五。趙信五是 JG 的實權人物趙明河副會長的心腹,同時也是一位精心管理著小小警正的能幹清潔工。能在這個國家中躲避趙信五那密不透風的網的人有多少呢?趙信五用那黏稠的網掩蓋了多少事情呢?

문뜩 섬뜩한 상상 하나가 경정의 뇌리를 스쳤다.
忽然,一個令人毛骨悚然的想像閃過京正的腦海。

이제껏 죽어 나간 여자가 정민영 하나일까.
至今為止死去的女人只有鄭敏英一個嗎。

경정은 눈앞에 있는 자를 바로 보았다. 제 경솔함을 깨닫자 겨드랑이가 축축하게 젖었다.
經正直視眼前的人。意識到自己的輕率,腋下濕漉漉的。

“제가 설레발을 쳤군요. 요새 골치 아픈 일이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혹시나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 싶어서요.”
“我真是多嘴了。聽說最近您有很多煩心事。我在想是否有什麼我可以幫忙的。”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我會再聯絡您的。”

조신오가 우아하게 선을 그었다. 수행원 중 하나가 치근덕거리는 경정을 은근히 뒤로 밀쳤다. 조신오는 경정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엘리베이터가 서 있는 층수를 확인했다. 그만 이 기분 나쁜 곳을 떠나고 싶은데,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趙信烏優雅地劃了一條線。隨行的其中一名隨從微微推開了那個煩人的京正。趙信烏將京正視作不存在,檢查了電梯所停的樓層。他只想離開這個令人不快的地方,但電梯卻在地下二樓停住,無法動彈。

「아저씨, 이것 좀 따 줄래요?」
「叔叔,這個可以幫我摘一下嗎?」

자판기를 기웃거리던 아이가 신오의 손을 붙들고 의자 위에 놓인 음료수 캔을 따 달라며 졸랐다.
在自動販賣機旁徘徊的孩子抓住了信吾的手,央求他幫忙打開放在椅子上的飲料罐。

신오는 아이를 못 본 척하고 한기가 인 목덜미를 습관적으로 쓸어내렸다. 목덜미가 허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겨 주신 목걸이가 자리에 없단 걸 확인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귀신 쫓는 부적이라며 한시도 몸에서 떼어 놓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을 잃어버리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信吾假裝沒看到孩子,習慣性地撫摸著脖子後的寒意。脖子後面感到空虛。他確認母親留給他的遺物項鍊不在身邊,臉色扭曲。明明是驅鬼的符咒,母親再三叮囑他不可離身,竟然就這樣丟失了,精神似乎出了問題。

그럴 법도 했다. 사람 죽는 걸 눈앞에서 보는 건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기 힘든 일이니까.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혼이 빠져나간 텅 빈 몸을 질질 끌고 돌아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제 두꺼운 낯가죽이 평소처럼 무표정을 잘 가장해 주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오는 목이 졸린 채 퍼렇게 질려 가던 정민영의 얼굴을 생각하며 얼마간 멍하니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這樣的情況是可以理解的。親眼目睹人死去,即使經歷過幾次,也很難習慣。直到意識回來之前,只能拖著空洞的身體四處遊蕩,彷彿靈魂已經脫離。幸運的是,他那厚厚的面皮依然如往常般無表情地掩飾著一切。信吾想著被掐著脖子、臉色發青的鄭敏英,愣愣地站在電梯前。

아이가 재차 그의 손을 흔들었다.
孩子再次搖了搖他的手。

「제발요. 목말라 죽겠어. 뚜껑 딴 것들은 엄마가 이상한 걸 다 넣어 놔서 못 마셔요.」
「拜託了。我渴得快死了。蓋子打開的那些,媽媽放了奇怪的東西,根本不能喝。」

“…….”  “……”

「캔 따 주면 나도 아저씨 도와줄게요. 이대로 있음 아저씨 큰일 나는데. 긴 머리, 한복 입은 사람이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있어요.」
「如果你幫我打開罐子,我也會幫助你,叔叔。這樣下去可不行,叔叔會有大麻煩的。現在有個長頭髮、穿著韓服的人正在搭電梯。」

아이가 지하 2층에 머물러 있는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굴렀다.
孩子指著停在地下二層的電梯樓層,焦急地跺著腳。

「다 왔네, 다 왔어. 아저씨 이제 혼날 거야.」
「到了,到了。叔叔現在要被罵了。」

신오는 음료수 따개를 따 벤치 위에 도로 놓았다. 신오의 기이한 행동에 김 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가 음료수를 들고 헤헤 웃었다.
信吾將飲料瓶蓋打開,放回長椅上。信吾的奇怪行為讓金秘書歪著頭。孩子拿著飲料,咯咯笑著。

「여긴 내가 있을게요. 아저씨는 계단으로 가요.」
「這裡我會待著。叔叔您去樓梯那邊。」

“김 비서, 올라갈 땐 계단으로 갑시다.”
“金秘書,上樓時我們走樓梯吧。”

“네, 네.”  “是的,是的。”

김 비서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오의 말을 따랐다.
金秘書雖然感到困惑,但還是遵從了信吾的話。

한 층을 다 올라갔을 때,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도착한 벨 소리가 울렸다. 신오는 층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흰 치마 아래로,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창백한 발이 보였다. 아이는 ‘발’ 앞을 가로 막고 서서 제 가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시던 음료수를 내뱉은 아이의 티셔츠가 피에 젖어 벌겠다.
當電梯到達地下三層時,鈴聲響起。信奧向樓梯下方望去。白色裙子下,露出一雙塗著黑色指甲油的蒼白腳。孩子站在「腳」前面,低頭看著自己的胸口。喝著的飲料噴出來,孩子的 T 恤被血染紅。

「아이씨, 엄마가 여기도 뭘 넣어 놨어.」
「哎呀,媽媽在這裡放了什麼。」

아이가 연신 피가래를 뱉을 때마다 산성 세제에 녹은 살점이 가래에 섞여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는 그 핏자국을 보느라 넋이 빠져 신오와 한 약속을 잊은 듯했다. 창백한 발이 아이를 지나쳐 신오를 뒤따라왔다.
孩子每次不停地吐出血痰時,酸性的清潔劑溶解的肉塊也混在痰裡掉落在地。孩子似乎因為看著那血跡而失去了神智,忘記了與信吾的約定。蒼白的腳步越過孩子,跟隨著信吾而來。

‘발’의 걸음은 무척이나 빨랐다. 신오는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돌아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신오가 검은 매니큐어가 곱게 칠해진 정민영의 발톱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發」的步伐非常迅速。信吾感受到身後的氣息,背脊不禁一陣寒意。即使不回頭也知道那是誰。信吾怎麼可能認不出黑色指甲油塗得精緻的鄭敏英的腳趾。

정민영은 다소 신기가 있던, 유난히 고운 여자였다. 그렇게 예쁘지만 않았어도, 영력이 있단 소문만 돌지 않았어도 명하에게 끌려와 팔자에도 없는 무당 흉내를 내다 죽진 않았을 텐데. 팔자도 참 더러웠다. 신오는 그녀의 죽음을 정민영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하려 했다.
正敏英是一位有些神秘的,特別美麗的女子。即使她不是那麼漂亮,也不曾流傳過她有靈力的傳聞,名夏也不會把她帶來,讓她在命運中扮演無關的巫女,最終死去。命運真是殘酷。神奧試圖將她的死歸咎於正敏英個人,並試圖合理化這一切。

그러나 본인은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악에 받쳐 외쳤다.
然而本人似乎完全不這麼認為,憤怒地大喊。

「틀려, 네가 틀렸어!」  「錯了,你錯了!」

정민영의 손끝이 신오의 목덜미에 닿았다. 손끝의 차가운 기운에 솜털이 올올이 섰다. 그러나 정민영은 신오의 목을 끝내 잡아채지 못했다.
正敏英的手指觸碰到了信吾的脖子。手指的寒冷氣息讓細毛豎立起來。然而,正敏英最終還是沒有抓住信吾的脖子。

또 다른 귀신이 신오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정민영에게 침을 뱉었다. 지난 7년간 신오를 줄곧 괴롭혀온 손각시였다.
又一個鬼魂從信吾的影子中竄出,朝正敏英吐了口唾沫。這是過去七年來一直折磨信吾的手偶。

「퉤, 이년아, 임자 있는 몸에 손을 대려고? 이 개놈은 내가 침 발랐으니, 너는 찌그러져 있어라.」
「呸,你這個賤人,竟敢對有主之身下手?這個混蛋是我塗過唾液的,你就乖乖待著吧。」

정민영이 웃기지 말라며 으르렁거렸다.
正敏英怒吼著不要開玩笑。

「이거 놔. 저놈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된 거야. 내가 당한 그대로 저 새끼한테 갚아줄 거야. 그렇게 안 하곤 억울해서 못 살아!」
「放開這個。都是因為那傢伙我才變成這樣。我會把我所遭受的一切都報復回去。要是不這樣做我就活不下去!」

「못난 년, 백날 억울해 봐라. 저것들이 눈 하나 깜짝하나.」
「可憐的女人,白白冤屈一場。那些人根本不會眨一下眼。」

손각시는 정민영의 멍청함을 놀리다 이내 히히 웃었다.
손角詩在嘲笑鄭敏英的愚蠢後,隨即咯咯笑了起來。

「설칠 필요 없어. 저 개백정 놈은 내가 맛깔나게 조져 놓을 테니.」
「不需要設置。我會把那個狗屠夫好好地收拾一頓。」

손각시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도망치고 있는 신오의 등줄기에 달라붙었다. 신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누군가의 피가 고여 구두 속이 질척질척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그저 걸음을 옮겼다. 히히히히, 그를 비웃는 손각시의 웃음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했다.
手偶的貪婪目光緊緊黏附在逃跑的信吾背脊上。信吾忍著噁心,艱難地攀爬著樓梯。某人的血泊在鞋子裡黏膩不堪。他閉上眼睛,捂住耳朵,只是移動著步伐。嗤嗤嗤嗤,手偶嘲笑他的笑聲彷彿要將他的頭顱撕裂。

「저 좋다는 여자 배신해서 죽게 한 놈, 그러고도 반성 한 번 안 하는 놈들 족쳐온 세월이 얼마인지 아느냐? 네년은 어디 숨어 얌전히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那個背叛我、讓我死去的女人,還有那些連一次反省都沒有的傢伙,你知道這樣的日子過了多久嗎?你們就乖乖地躲在那裡靜靜地觀望吧。」

손각시가 그녀의 무기인 바늘을 과시하듯 흔들며 히죽거렸다.
手偶揮舞著她的武器針,得意地咧嘴笑了。

7년 전, 신오가 하동 큰무당 집에서 손각시를 조우했던 당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七年前,信吾在河東大巫的家中遇見手偶時的情景依然如故。


***


스물네 살, 신오는 용하기로 소문난 하동 큰무당 집 뒷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저를 집 밖으로 쫓아내려는 무당과 씨름 중이었다. 안색이 한창때 청년답지 않게 퀭했다.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앞의 무당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二十四歲的信吾跪坐在有名的河東大巫的後院,正與想要把他趕出家門的巫師摔鬥。他的臉色看起來不太像個正值青春的年輕人,顯得有些憔悴。他滿身是冷汗,向眼前的巫師懇求著。

‘도와, 제발 도와주세요. 귀신이, 귀신이 붙어서…. 미치겠어요. 살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救命,請幫幫我。鬼,鬼纏上我了…. 我快瘋了。活不下去才來到這裡的。」

자신이 겪은 일을 돌이켜 생각하자 신오는 구역질이 치밀었다. 큰무당이 그가 웩웩거리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當神甫回想自己所經歷的事情時,感到一陣噁心。大巫師看到他嘔吐的樣子,搖頭嘖嘖。

‘돈 보고 환장해서 귀신 붙은 집구석에 제 발로 기어들어 갈 땐 언제고? 후회해 봐야 늦었어. 곶감을 호랑이 앞에 들고 흔들어도 유분수지, 조가네 귀신이 그짝한테 단단히 눈을 대 부렀는디 이제 와 어쩐다고?’
「你什麼時候因為看錢而瘋狂,自己爬進了那個被鬼附身的地方?後悔也已經太遲了。就算把柿餅在老虎面前晃動也不過是自找麻煩,喬家那鬼已經對你下了狠手,現在又能怎麼辦?」

‘그러지 말고 제가 어떻게든 액수는 맞춰 드릴 테니 제발, 제발 그놈 피할 방법이라도 알려 주세요.’
「別這樣,我會想辦法讓金額合適的,拜託,拜託告訴我怎麼躲開那個傢伙。」

‘수 같은 거 없당께. 수백 년 묵은 집안 귀신이 그짝을 지 각시라고 딱 찍어 놓고 날름대고 있는디 굿한다고 그놈이 떨어지겄소? 백일을 해도 소용없제. 하여튼 난 모릉께 그냥 가소. 괜히 동티 내서 사람 여럿 죽이지 말고.’
「根本就沒有什麼數。數百年來的家族鬼魂已經把那個人定為他的媳婦,正盯著他呢,做法事能讓那個鬼魂離開嗎?即使做一百天也沒用。總之,我不管,還是走吧。別無緣無故地鬧出事來,害死好幾個人。」

신오가 아무리 빌어도 무당은 완고할 뿐이었다.
新吾無論怎麼懇求,巫女依然固執己見。

전화 연락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 한번 얼굴 보고 얘기나 해 보자고 오라고 하더니만, 무당은 신오의 사주를 들을 때부터 반응이 이상했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모의 성함을 듣고, 약간의 신상 털이를 하더니만 바로 안색을 굳히고 성질을 냈다.
當我打電話聯絡的時候,情況還沒有這麼糟。她說要見面聊聊,讓我過去,但當巫師聽到信吾的八字時,反應就變得奇怪了。她不斷地歪著頭,聽到父母的名字後,稍微詢問了一些個人情況,然後立刻面色凝重,變得有些生氣。

‘1989년 X월 X일, 자시라. 이름은 어찌 되는가? 뭐, 개명? 그려, 개명한 이름은 뭔데? 조신오, 제사 지낸 고기 조(胙)에 귀신 신(神) 즐거워할 오(娛)자라. 하이고, 무당 생활 삼십 년 만에 이딴 개똥 같은 이름은 또 처음 보겄네. 뭔 정신 나간 부모가 애한테 이딴 염병할 이름은 지어 줬단가. 부모님 함자는 어찌 되는가. 응, 그려, 태어난 곳은 서울이고, 어디 보자. 조신오, 조신오, …어라?’
「1989 年 X 月 X 日,子時。名字是怎麼回事?什麼,改名?對了,改名的名字是什麼?調神五,祭祀用的肉‘調’字加上‘神’字和‘愉’字。唉呀,當了三十年的巫師,這種狗屎般的名字還真是第一次見。什麼精神錯亂的父母會給孩子起這種該死的名字。父母的名字是什麼?嗯,對了,出生地是首爾,讓我看看。調神五,調神五,…咦?」

‘뭐 잘못된 거라도 있습니까?’
「有什麼不對的地方嗎?」

‘잘못? 허이고, 이런 씨부럴 옴쟁이 같은 놈을 다 봤나. 조씨 집안 귀신 때문에 굿 할러 왔음서 새치름하니 잡아뗄라고?’
「錯了?哼,這種混蛋小子你見過嗎?因為趙家鬼魂的緣故來做法事,卻想要輕易推卸責任?」

무당은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소금을 뿌리며 신오를 쫓아내려 했다. 굵은 소금과 함께 별별 욕이 다 쏟아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즉 자리를 떠나고도 남았겠지만 신오는 집요하게 무당에게 매달렸다. 그에겐 결코 이곳에서 물러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巫師猛然站起身來,拍掉身上的灰塵,開始撒鹽,試圖驅趕神靈。粗鹽與各種咒罵一同噴出。一般人早就離開這裡了,但神靈卻執著地纏著巫師。對他來說,絕對不能在這裡退卻的理由。

‘제발 사람 목숨 하나 구하는 셈 치고 도와주세요. 이대로 가면 전 진짜 죽어요. 그 짓을 또 당할 거예요. 씹, 미친 새끼들….’
「拜託,當作救一條人命來幫我。這樣下去我真的會死的。我會再遭遇那種事。該死,瘋狂的傢伙們……」

‘제 발로 기어들어 갈 땐 언제고 이제 와 남 욕은 왜 한당가?’
「你當初是自己爬進來的,現在卻為什麼要罵別人?」

‘모르고 한 짓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누가 머리에 총 맞았다고 그 괴물 같은 집에 들어가요?’
「我不知道會變成這樣。如果早知道會這樣,誰會進那個像怪物一樣的家裡呢?」

신오는 스스로 이 꼴을 자초했단 말에 발끈했다. 자신은 이런 결과를 원한 적 없다. 결단코 모든 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信吾對於自己自作自受的說法感到憤怒。他從未想過會有這樣的結果。這一切絕對是無可奈何地發生的事情。

큰무당이 코웃음을 쳤다.  大巫師嗤之以鼻。

‘부모가 애써 지어 준 이름 버리고, 귀신 들이는 이름 받은 건 자네 아니여? 신오(神娛), 고것이 귀신보고 즐겁게 놀다 가라고 허락해 주는 이름인 건 알고 있는감?’
「拋棄父母辛苦為你取的名字,接受了這個附有鬼神之名的名字的,難道不是你嗎?神娛,這名字是讓鬼神來這裡快樂地玩耍的,你知道嗎?」

‘그건….’  「那是……。」

그 역시 제가 바라서 얻은 이름은 아니었다. 억울하고 끔찍해 말문이 막혔다.
那個名字也不是我所渴望得到的。心中感到冤屈與可怕,讓我無法言語。

신오는 땅바닥만 노려보며 자신이 어머니가 무당집을 전전하며 받아 온 이름 대신, 그 소름 끼치는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을 떠올렸다.
信吾只是盯著地面,回想起自己為何會擁有那個令人毛骨悚然的名字,而不是母親在各個巫師家中所取的名字。



반년 전, 신오는 LA의 클럽 소파 위에 약에 취해 누워 있다가 어머니와 계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절에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단 설명에 이어 빚쟁이들이 몰려왔으니 신오라도 얼른 돌아와 상황을 수습해야 한단 말이 덧붙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신오는 미국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半年前,信吾在洛杉磯的俱樂部沙發上藥物過量,聽到母親和繼父發生車禍去世的消息。隨著從寺廟回來的路上發生意外的解釋,債主們也接踵而至,說信吾必須趕快回來處理情況。腦海中一片混亂。信吾不得不整理好在美國的留學生活,回到韓國。

부랴부랴 표를 끓고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탈상까지 매시간이 가시방석이었다. 계부 쪽 고모는 숫제 그를 잡아 죽일 듯 노려보며 닦달을 해 댔다.
匆匆忙忙地買了票回到韓國,精神恍惚地辦理了喪禮。直到出殯的每一個小時都像坐針氈一樣不安。繼父那邊的姑姑簡直像要把他瞪死似的,不斷地催促著。

‘하이고, 애 딸린 팔자 사나운 년이랑 결혼한다 할 때 말렸어야 했는데. 그 반반한 상판이 뭐라고 홀려선 신세를 조져? 아주 지 팔자를 지가 꼬고 자빠졌지.’
「唉,我本該在和那個帶著女兒的命苦女人結婚時勸阻她的。那張半張的臉到底有什麼好讓人著迷,搞得自己這麼狼狽?真是自作自受。」

고모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빈소를 하루 종일 지키며 신오 모자를 욕했다. 신오가 참다못해 그녀를 흘겨보자 고모는 씩씩대며 온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욕을 해 댔다.
姑姑是一個體力很好的人。她整天守在靈堂,對新吾罵個不停。新吾忍無可忍地瞥了她一眼,姑姑便氣呼呼地在整個葬禮上大聲咒罵。

‘저 재수 없는 눈깔 보게. 너, 너희 어머니가 너 때문에 절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만 줄 알아? 하나뿐인 아들, 전생에 진 죄를 씻어야 한단 소리에 미쳐선 집안 돈을 다 갖다 썼어. 이제 보니 그 말이 영 틀리진 않았네. 네 어미, 죄 없는 네 계부까지 저 꼴 난 걸 보면.’
「看看那該死的眼睛。你知道你母親因為你而捐給寺廟的錢有多少嗎?唯一的兒子,聽說要洗清前世的罪,結果她把家裡的錢都花光了。現在看來,那話真是一點都不錯。你母親,連無辜的繼父都變成這副模樣。」

어머니는 생전에 아들의 사나운 팔자를 막겠다며 무당집과 절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천도제니 뭐니 하는 짓거리마다 매번 적게는 몇백, 많게는 몇천의 돈을 썼다. 신오는 변명할 거리가 없어 죄인처럼 꾹 입만 다물고 있었다.
母親在世時常常往廟宇和道觀跑,為了阻止兒子兇險的命運。每次天道祭或其他儀式,花費的金錢少則幾百,多則幾千。神明也無法辯解,只能像罪人般緊閉雙唇。

‘어쩔 거야? 너희 재수 없는 것들 때문에 우리 집안이 다 망하게 생겼는데?!’
「你們要怎麼辦?因為你們這些倒霉的傢伙,我們家快要完蛋了!」

고모의 히스테릭한 외침에 신오는 고모부와 계부가 공장 일을 함께 했단 데 생각이 미쳤다. 아직 어린 고모의 아이들이 불안한 눈으로 저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가족 사업은 이게 문제로구나. 신오는 씁쓸하게 혀를 찼다.
在姑姑歇斯底里的呼喊中,信吾想到了姑父和繼父曾一起在工廠工作的事。還年幼的姑姑的孩子們用不安的眼神瞥了我一眼。家庭事業果然是個問題。信吾苦澀地嘖了一聲。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
「我會想辦法的。」

스물네 살, 정식 대학 졸업장도 없는 자신이 감당 못 할 빚임을 알면서 한 말이었다.
二十四歲,明知道自己沒有正式的大學畢業證書,卻還是說出了無法承擔的債務。



아무리 둘러봐도 비빌 데라곤 친부뿐이었다. 그러나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부에게 돈 때문에 매달리는 건 신오에게도 꺼림칙한 일이었다. 평창동 조 회장 댁 문을 두드리던 그 순간까지도 생전 어머니의 경고가 가슴속에서 불안스레 서걱거렸다.
無論怎麼看,能依靠的只有親生父親。然而,對於一個連面都沒見過的親生父親,因為金錢而依賴他,對於信吾來說也是一件令人不安的事情。直到敲響平昌洞趙會長家的門的那一刻,母親生前的警告在心中不安地回響著。

어머니는 신오가 고등학교 들어가던 해 친부의 존재를 알려 주며 절대 친부를 찾지 말라고 몇 차례 다짐을 받았다. 신오도 빚만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당부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친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신오는 이대로 교도소, 혹은 군대로 끌려가야 했다.
母親在信吾進入高中的那一年告訴他親生父親的存在,並幾次叮囑他絕對不要去尋找親生父親。如果不是因為債務,信吾本會遵從母親的叮囑。然而,他無法無奈地接受這一切。如果親生父親不幫助他,信吾就只能這樣被帶進監獄,或者被徵召入伍。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오래된 수목이 울창하게 늘어선 광활한 정원을 가로질렀다. 그 길 끝에 나타난 넓은 창을 가진 으리으리한 주택을 질린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신오의 도착을 기뻐하며 웃었다.
他拖著沉重的步伐穿過樹木繁茂的廣闊花園。當他驚愕地仰望著路盡頭出現的擁有寬大窗戶的宏偉住宅時,背後傳來有人高興地笑著迎接他的到來。

「왔다, 드디어 왔어. 꼭꼭 숨어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더니, 각시가 제 발로 기어들어 왔구나.」
「來了,終於來了。躲得再隱密也找不到,沒想到新娘竟然自己爬了進來。」

‘?’  ‘?’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엔 빈 정원뿐이었다. 괜스레 등 뒤가 오싹했다.
我回頭看,但那裡只有空蕩蕩的花園。莫名其妙地,背後感到一陣寒意。

그를 맞이한 친부의 반응 역시 묘했다. 그는 카메라 렌즈같이 무심한 눈으로 도축장의 짐승을 살피듯 신오를 쳐다보았다. 천하의 둘도 없는 개새끼라 한들 친아들만은 반가워하리란 생각은 신오만의 착각이었다.
他親生父親的反應也很奇特。他用如同相機鏡頭般冷漠的眼神,像是在檢視屠宰場的牲畜一樣打量著信吾。即使是天下無敵的混蛋,親生兒子也不會感到高興,這只是信吾的自我錯覺。

의외로 신오를 반긴 건 그의 손위 형, 조명하였다.
意外地迎接新吾的是他的哥哥,趙明。

‘덕분에 이 나이에 막내 신세를 벗게 되네. 너, 89년생이랬지? 스물네 살이면 대학은 졸업한 거야?’
「多虧了你,我這個年紀終於脫離了最小的身份。你是 89 年出生的吧?二十四歲的話,應該已經大學畢業了吧?」

‘아뇨, 아직 유학 중이에요.’
「不,我還在留學中。」

‘아, 그래?’  「啊,是嗎?」

알고 보니 명하와 신오는 유학지가 동일했다. 명하는 그곳의 난잡한 파티 문화가 여전한지 슬쩍 떠보곤 신오가 저와 비슷하게 유학생 생활을 즐긴 걸 확인하고 기뻐했다. 그의 미소에 신오는 매달릴 상대가 이쪽이란 걸 파악하고, 이것저것을 캐묻는 명하의 질문에 열심히 답을 했다. 그렇게라도 명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原來明河和信吾的留學地點是一樣的。明河偷偷試探那裡的派對文化是否依然混亂,發現信吾和自己一樣享受留學生生活,心中不禁感到高興。信吾察覺到明河的微笑是他所依賴的對象,於是對明河的各種問題熱心回答。這樣做只是為了博得明河的好感。

명하가 그 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히죽거렸다.
明夏似乎看穿了他的心思,露出了微笑。

‘잘됐네. 드디어 이 집안에도 나랑 맞는 사람이 하나 생겼어.’
「真是太好了。終於在這個家裡有了一個和我合得來的人。」

명하는 얼음장 같은 무표정을 한 조윤하를 힐끗 보곤 절레절레 고개를 젓더니, 그쪽보다 신오가 훨씬 마음에 든단 듯 씩 웃었다. 아침 드라마 속 신분 상승이 신오의 일이 될 수도 있단 징조였다.
名叫冰冷無表情的趙允河瞥了一眼,搖了搖頭,似乎對那邊不以為然,卻對申奧露出了滿意的微笑。這是早晨劇情中身份上升的徵兆,可能會成為申奧的事。

명하가 별것 아닌 투로 물었다.
明夏以不在意的口吻問道。

‘그런데 네 이름 한글 이름이야? 등본에 한자가 없던데?’
「那麼你的名字是韓文名字嗎?戶籍上沒有漢字啊?」

‘네, 발음 같은 글자들의 좋은 뜻이 다 담기라고, 어머니께서 일부러 그렇게 지으셨대요.’
「是的,母親特意這樣命名,是因為希望發音相似的字都能包含美好的意思。」

‘아아, 그래?’  「啊啊,真的嗎?」

명하가 미묘하게 말끝을 늘였다. 신오는 명하가 제 신상 조사를 했단 것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불쾌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금세 명하가 속한 화려한 세계에 정신이 팔렸다.
明夏微妙地拉長了語尾。信烏對明夏調查自己身世的事感到不快,但這種不悅並沒有持續太久。他很快就被明夏所屬的華麗世界所吸引。

명하에겐 약과 술, 섹스와 도박이 일상이었다. 그가 눈 돌아가게 비싼 술을 층층이 잔을 쌓아두고 벌칙 게임을 하다가, 더는 못 마시겠다며 돈다발을 허공에 뿌리는 모습은 신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오가 빚쟁이들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게 한 원흉인 그 대단한 돈이 명하에겐 그저 푼돈에 지나지 않았다. 신오는 명하가 가진 것이 부러워 목이 말랐다. 그 옆에서라면 자신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名哈的日常就是藥物、酒精、性愛和賭博。他在一堆堆堆疊的昂貴酒杯中進行懲罰遊戲,當他喊著再也喝不下去,將鈔票撒向空中時,給新奧留下了深刻的印象。新奧心中那位讓他遭受各種侮辱的債主,對名哈來說不過是微不足道的小錢。新奧渴望著名哈所擁有的一切,覺得如果在他身邊,自己也能成為“特別的人”。

‘동생아, 박 변호사한테서 법적 절차 얼추 다 마무리됐다고 연락 왔어.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의 일원이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본가로 들어와.’
「弟弟,從朴律師那裡得知法律程序大致上已經結束了。你現在也是我們家的一員,明天就馬上回家吧。」

명하의 말 한마디면 신오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신오는 제게 달라붙는 동경과 질시의 눈초리를 충분히 즐기며 답했다.
名夏的一句話讓所有看著辛奧的人都改變了目光。辛奧充分享受著對我投來的憧憬與嫉妒的目光,回答道。

‘아버지가 허락하실까?’  「父親會同意嗎?」

‘당연하지. 그 양반이 네 사정 알면 놀라 자빠질걸. 우리 집안 막내가 고시원에 있다고 소문이라도 나 봐.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當然了。如果那位先生知道你的情況,肯定會驚訝得跌倒。要是傳出我們家裡的幺子住在考試院的消息,真是丟臉得無法抬頭見人!」

명하는 어떻게 그 지경까지 되도록 제게 도와달란 소리 한 번 안 했느냐며 신오의 품에 자신의 카드를 밀어 넣고 끌끌 혀를 찼다.
明明怎麼會到這種地步,卻連一次請我幫忙的話都沒有說,然後把自己的卡片塞進信吾的懷裡,啧啧地舌頭一彈。

‘일단은 축하 파티부터 해야지. 아버지가 요새 과천에 가 계시니까 거기 다 모여 가족 식사를 하는 건 어때?’
「那麼我們先舉辦慶祝派對吧。因為爸爸最近在過天,所以大家聚在那裡一起吃頓家庭餐怎麼樣?」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신오는 기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拒絕的理由並不存在。信吾面帶喜色點了點頭。

약속한 날, 신오는 혹시나 늦을까 봐 서둘러 과천 별장을 찾았다. 와 보니 반쪽짜리 가족 모임이었다. 조윤하는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고, 조 회장은 돌 씹은 얼굴로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혼자 신난 명하 옆에서 신오는 잔뜩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約定的那天,信吾擔心會遲到,匆忙來到了果川的別墅。來到這裡卻發現只有半個家庭聚會。趙允河根本沒有參加,而趙會長則面無表情,整個過程中一句話也沒說。信吾一個人坐在興奮的名河旁邊,緊張得不知所措。

명하가 그에게 와인을 따르며 야릇한 농담을 건넸다.
名下為他倒了酒,並拋出了一句曖昧的玩笑。

‘뭘 그렇게 굳어 있어? 처음 시댁 식구들 만나러 온 새색시같이. 아니, 이 경우는 서방님 만날 생각에 설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你怎麼這麼僵硬?就像第一次見公婆的新人一樣。不是,這種情況下應該說是因為要見丈夫而感到興奮吧。」

‘?’  ‘?’

그 말이 꺼림칙하다고 느꼈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신오는 저를 짓누르는 분위기에 주눅 들어 그냥 명하가 주는 술만 잠자코 받아 마셨다. 와인이 생각보다 독했다. 정신이 어질어질하게 취했을 때, 명하가 그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무 내용도 없이 마지막에 신오의 원래 이름만이 적혀 있는 백지였다.
當我感到那句話令人不安時,我應該立刻離開。然而,信吾卻被壓迫的氣氛所困,默默地接受了名哈給他的酒。酒的酒精濃度比想像中還要高。當我感到頭暈目眩時,名哈在我面前遞出一張紙。那是一張空白的紙,最後只寫著信吾的本名。

‘유언장이랑 이것저것 서류 정리할 게 엄청 많아. 박 변호사가 네 서명 하나 받아다 주면 그것 보고 나머진 자기가 알아서 작성하겠대.’
「遺囑和其他各種文件要整理的事情非常多。朴律師說只要你簽個名,他就會根據那個來自己處理剩下的文件。」

술에 취해 있지만 않았어도 그 말이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챘을 것을, 신오는 멍한 정신으로 백지 각서에 사인을 했다.
即使沒有醉酒,他也會察覺到那句話有些奇怪,信吾在恍惚的神情中在白紙上簽下了名字。

그 뒤 까무룩 취해 잠이 들었을 것이다. 신오는 잠결에 명하가 제 옷을 밀어 올리고 복부 위에 먹물로 글씨를 쓰는 걸 느꼈다. 제 이름을 왜 저기다 쓰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위가 이상스레 어두침침했다. 명하와 조 회장, 낯선 여자 하나가 그를 둘러싸고 빙 돌아 앉아 있는 가운데 저만이 거대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在那之後,我想我醉得迷迷糊糊地睡著了。信吾在夢中感覺到明河把她的衣服撩起,並在他的腹部上用墨水寫字。他無法理解為什麼要在那裡寫他的名字。四周異常昏暗。明河、趙會長和一位陌生的女人圍著他坐成一圈,只有他一個人躺在那張巨大的床上。

뭔가 잘못됐단 예감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신오는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술에 약을 탄 건지 몸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겨우 게슴츠레 눈만 떠 조 회장이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有種不祥的預感讓我背脊發涼。神奧拼命想要睜開眼睛,但不知是酒裡摻了藥,身體卻動不了分毫。勉強睜開朦朧的眼睛,注視著趙會長的舉動。

조 회장이 신오의 손에 단도를 쥐여 주었다. 꽤나 창고해보이는 물건으로 나무로 된 손잡이 부분에 무어라 글자가 적혀 있었다. 비 우(雨) 자일까. 검붉은 얼룩 탓에 글자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회장은 그것으로 작은 헝겊 인형을 푹푹 찔러 댔다. 그때마다 인형의 배 속에서 쌀 낱알이 후드득 쏟아졌다. 인형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형상 같아 보여 소름이 끼쳤다.
趙會長將一把短刀交給了新吾。這是一件看起來相當古怪的物品,木製的手柄上寫著一些字。是「雨」字嗎?因為有著深紅色的污漬,無法清楚辨認字跡。會長用它不斷地戳著一個小布偶。每次戳下去,布偶的肚子裡就會噼啪作響地掉出幾粒米。每當布偶的身體搖晃時,似乎都在痛苦中掙扎,讓人不寒而慄。

조 회장은 단도로 충분히 인형을 찌르고 난 후 신오의 귀에 대고 뭐라고 이상한 주문을 읊조렸다.
趙會長在用短刀刺穿了玩偶後,對著信吾的耳邊低聲念著什麼奇怪的咒語。

‘잡았다, 잡았다, 귀신 잡았다. 각시가, 각시가 조씨 집안 이름 먹는 귀신 잡았다. 귀신아, 귀신아, 이젠 네가 술래다. 나 잡아 봐라. 나 잡아 봐라. 잡히면 그대로 너 서방 삼을게.’
‘抓到了,抓到了,抓到鬼了。新娘啊,新娘啊,抓到吃曹氏家名字的鬼了。鬼啊,鬼啊,現在你是捉迷藏的。來抓我啊。來抓我啊。抓到我就讓你做我的丈夫。’

그룹 회장이나 된단 사람이 인형 놀이라니,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신오는 이딴 개 같은 짓거리 안 해도 알아서 꺼져 줄 테니 관두라고 고함을 지르려 했다. 비명이라도 내질러야 등줄기를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공포가 덜해질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입은 단단히 꿰매진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我心想,身為集團會長的人竟然在玩偶戲,這是什麼行為啊。信吾想要大喊,告訴他這種狗屁的事情根本不需要做,他自然會自己消失。心中那股沿著脊背緩緩爬升的恐懼,似乎只有尖叫出來才能稍微減輕。然而,嘴巴卻像是被緊緊縫合了一樣,動也不動。

조 회장이 신오의 손바닥을 칼로 베어 내 흘러나온 피를 인형의 입매에 묻혔다. 인형이 스르르 고개를 들곤 피 묻은 입매를 길게 찢으며 비죽 웃었다. 벌건 눈동자가 신오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손에 방금 전 신오가 인형을 찔렀던 단도가 들려 있었다.
趙會長用刀劃破了新奧的手掌,流出的血液沾染在了玩偶的嘴角。玩偶輕輕抬起頭,嘴角沾滿血跡,露出了一絲狡黠的微笑。鮮紅的眼睛直視著新奧。那隻手中,正握著新奧剛剛刺入玩偶的短刀。

‘흐, 흐으….’  「嗚,嗚……。」

자박, 자박, 찢긴 천 밖으로 쌀을 흘리며 인형이 단도를 질질 끌고 신오에게 다가왔다. 안 돼, 안 돼, 다가오지 마. 신오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배배 꼬았다. 오금이 저려 몸이 뒤틀렸다. 두려움에 온몸이 진땀에 질척하게 젖었다.
沙沙,沙沙,撕裂的布料外洩著米粒,玩偶拖著短刀朝新吾走來。不要,不要,別過來。新吾扭動著不動的身體,膝蓋麻木,身體扭曲。恐懼讓全身浸滿了冷汗。

조용히 숨어 아비의 강신술을 지켜만 보고 있던 명하가 다가와 신오의 팔을 툭 건드렸다.
靜靜地躲在一旁觀察父親的降神術的明河走上前,輕輕拍了拍信吾的手臂。

‘도망 안 가? 술래가 잡으러 오는데.’
「不逃嗎?追捕者要來抓你了。」

명하가 건드린 부위부터 쫘르르 전기가 흘러 몸이 풀렸다. 신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없이 도망쳤다.
名夏觸碰的部位開始傳來一陣電流,讓身體放鬆了下來。新烏就這樣從座位上站起,神智不清地逃跑了。

‘오지 마! 시, 시팔, 가까이 오지 마!’
「不要過來!該死的,別靠近!」

잡히면 끝이었다. 신오는 암흑에 젖어 있는 긴 복도를 한참 내달렸다. 바로 등 뒤에서 단도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언제부터 그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인형이 크게 자라나 그 팔이 길어진 탓이었다. 이제 들리는 건 헐떡이는 남자의 숨소리뿐이었다.
被抓住就完了。信吾在浸泡在黑暗中的長走廊裡狂奔了好一陣子。就在他背後似乎聽到了短刀拖地的聲音,但不知從何時起,那聲音也消失了。是因為人偶長得太大,手臂變得更長了。現在聽到的只有那名男子急促的喘息聲。

그 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울려 펴졌다.
那聲音正好在耳邊迴響。

「각시 잡았다.」  「抓到新娘了。」

‘!’  ‘!’

무형의 힘이 신오를 바닥에 고꾸라뜨렸다. 우아아악! 신오는 저를 짓눌러 오는 거대한 몸에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상대는 그를 아랑곳 않고 신오의 옷을 찢어발기고, 천 쪼가리로 사지를 묶은 뒤 신오를 도로 침실로 끌고 왔다.
無形的力量將神奧摔倒在地。啊啊啊!神奧驚恐地對著壓來的巨大身軀尖叫。對方毫不在意,撕扯神奧的衣服,然後用布片將他的四肢束縛,將神奧拖回了臥室。

침대 위에 몸이 내던져졌다. 신오는 자신의 두 다리가 넓게 벌어지는 걸 벌벌 떨며 쳐다보았다. 흥에 취한 목소리가 귓가에 쏟아졌다.
床上身體被扔了過去。信奧驚恐地看著自己雙腿大大地張開。陶醉的聲音在耳邊傾瀉而來。

「잡았다, 잡았다, 조씨 집안 이름 먹는 귀신이 각시 잡았다. 어여쁜 각시 잡았으니 오늘 밤 낭군이 색시 삼으리다.」
「抓到了,抓到了,吃掉趙家名字的鬼抓住了美麗的媳婦。抓住了美麗的媳婦,今晚新郎要把她當新娘。」

‘이거 놔! 싫어! 놔아아아아!’
「放開!我不想要!放開啊啊啊啊!」

귀신과 혼례 따윌 올렸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기겁해 꿈틀대는 몸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치솟아 신오의 몸을 뒤덮었다. 점액질의 어둠이 귓구멍과 입에, 콧구멍과 목구멍, 모공 할 것 없이 뚫린 구멍 전부에 속속들이 들이찼다.
我不知道如果舉行鬼神婚禮會遭遇什麼樣的情況。驚恐之中,黑暗的陰影突然從我身上竄起,將我的身體完全覆蓋。黏稠的黑暗如潮水般湧入我的耳朵、嘴巴、鼻孔和喉嚨,甚至是每一個毛孔,無一例外。

벌어진 다리 사이를 벌리고 차디찬 기운이 쑥 파고들어 길을 내려 했다.
在張開的腿之間,冰冷的氣息悄然滲入,試圖向下延伸。

‘그만, 그만! 시, 싫어, 하지 마아아앗!’
「夠了,夠了!詩,不要,別這樣啊啊啊!」

신오는 이성을 잃고 도리질을 쳤다. 귀신이 그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긴장해 잔뜩 조여든 신오의 둔부 근육을 억지로 잡아 벌렸다. 얼음처럼 차디찬 기운이 배 속을 뚫고 들어왔다. 눈앞에서 번개가 쳤다. 내장이 위로 다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파, 윽, 아파, 살려 줘…. 신오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몸속으로 파고드는 기운을 밀어 냈다.
信吾失去了理智,開始掙扎。鬼魂緊緊抓住他的腰,強行撐開緊繃的信吾臀部肌肉。冰冷的氣息穿透了他的腹部。眼前閃電劈下,似乎能聽到內臟的聲音。好痛,呃,好痛,救命啊……信吾用力收縮下腹,將侵入體內的氣息擠了出去。

귀신이 즐거워하며 킬킬댔다.  鬼魂高興地咯咯笑著。

「각시야, 여기까지 와서 빼긴. 서방을 애달아 환장하게 할 셈이냐.」
「各詩呀,來到這裡卻要逃走。是想讓我家夫君心煩意亂嗎?」

정신이 있었다면 침이라도 내뱉어 줬을 것이다. 그러나 신오는 눈을 까뒤집고 싫다며 발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 몸 위 바위처럼 무거운 존재를 밀어 낼 수 없었다. 혼례를 빙자한 겁간이었다. 신오는 귀신 아래 벌레처럼 깔려 상대가 행하는 짓을 고스란히 당했다. 살이 벌려지고, 내장을 갉아 먹히고, 혼을 빼앗긴 채 범해졌다. 시간이 멈췄다 빨라졌다 하며 제멋대로 흘렀다. 쿵, 쿵, 귀신이 몸을 뒤흔들 때마다 힘 빠진 뒤통수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만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如果還有意識,或許會吐出唾液。然而,神奧只是翻著眼睛,表示厭惡,瘋狂地掙扎著。她無法推開如同石頭般沉重的存在。這是一場以婚禮為名的強暴。神奧像蟲子一樣被壓在鬼魂之下,任由對方的行為完全施加在自己身上。肉體被撕裂,內臟被啃食,靈魂被奪走,遭受侵犯。時間在停滯與流逝之間任意流動。每當鬼魂搖晃她的身體時,無力的後腦勺撞擊地面的聲音時而遠去,時而靠近。

어느덧 사지가 완전히 늘어졌다. 정신이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초점이 나가 시커멓게 그을린 눈동자엔 저를 유린하고 있는 눈 벌건 귀신의 모습만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신오가 아무리 빌어도 길고 긴 초야는 끝날 줄을 몰랐다.
不知不覺四肢完全伸展開來。每當神智回來時,焦點卻模糊,黑乎乎的眼瞳中只映出那個正在侵犯我的紅眼鬼魂的身影。無論辛奧怎麼懇求,漫長的初夜似乎永遠不會結束。

이러다 정말로 숨이 넘어가게 생겼다고 여겼을 때다. 귀신이 다 죽어 가는 신오를 품에 안고 속삭였다.
當我真的覺得快要窒息的時候,鬼魂將快要死去的信吾抱在懷中低語道。

「각시야, 각시야, 어여쁜 각시야, 낭군에게 이름을 알려 다오. 그 이름 내가 먹고, 우리 서로 백년해로하자꾸나.」
「各氏呀,各氏呀,漂亮的各氏呀,告訴郎君你的名字吧。那名字我來吃,我們彼此共度百年好合吧。」

귀신이 순순히 제 말을 들으라며 차디찬 기운으로 신오의 몸속을 짓이겼다. 아래가 발씬 저려 오는 자극에 신오는 뭍에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부르르 떨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제 이름을 입에 담을 뻔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함부로 본명을 알려 줘선 안 된다던 어머니의 경고 탓이었다.
鬼魂乖乖地聽從我的話,冰冷的氣息壓迫著信奧的身體。因為下身的刺痛感,信奧像被拖上岸的魚一樣顫抖著。渴望著能儘快逃離這地獄,不由自主地差點就叫出了自己的名字。之所以沒有這麼做,是因為母親的警告,告訴我不可以隨便透露本名。

‘아흐, 흐, 시, 싫….’
「啊,呜,诗,不喜欢……。」

「각시야….」  「各詩呀……」

귀신이 잘못된 답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장 속에 파고든 기운이 배로 강해졌다. 미쳐 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신오는 엉엉 울어 대며 개구리처럼 벌어진 양다리를 바르작거리고, 발꿈치로 바닥을 밀어 댔다. 무형의 기운에 내장 전부가 거칠게 긁혔다. 이유 모를 아찔함에 허리가 퍽퍽 튀어 제멋대로 비틀렸다. 끔찍했다. 신오는 둔부를 비틀며 몸부림쳤다. 저도 모르게 아래를 조이자 귀신이 대견한 투로 신오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鬼魂說錯了答案,嘆了口氣。內臟裡滲透進來的氣息變得更加強烈。彷彿快要發瘋的感覺讓神奧哭得像個孩子,雙腿像青蛙一樣大張著,腳跟不斷地推著地面。無形的氣息粗暴地刮過了她的內臟。莫名的暈眩感讓她的腰部彈跳著,任意扭曲。這一切都令人毛骨悚然。神奧扭動著臀部掙扎著。她不自覺地收緊下身,鬼魂以驕傲的語氣輕撫著神奧的臉頰,低聲細語。

「어여쁜 것아, 어서 이름을 다오. 나는 네가 이름을 내줄 때까지 초야를 계속할 테니. 괜히 괴롭게 버틸 필요 없단다. 이름만 내어 주면 널 영영 아끼겠다고 약속하마.」
「可愛的孩子,快告訴我你的名字。我會一直守候,直到你告訴我你的名字。沒有必要白白地忍受痛苦。只要你告訴我名字,我就會永遠珍惜你。」

무서운 말이었다. 신오는 고통과 쾌감이 한계치에 달할 때마다 차라리 이름을 발설하고 잠깐만이라도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단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귀신에게 이름을 말하면 영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 흐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버틴 뒤, 날만 밝으면 이 저주받을 집안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那是句可怕的話。信吾每當痛苦與快感達到極限時,總會被衝動驅使,想要透露自己的名字,哪怕只是片刻逃離折磨。然而,他無法這樣做。如果告訴鬼魂自己的名字,就永遠無法擺脫他。信吾啜泣著咬緊牙關。他決定不論如何都要忍耐,等天亮後就逃離這個該死的家族。

그러나 명하가 불쑥 끼어들어 그 희망을 꺾어버렸다.
然而,明夏突然插嘴,打破了那份希望。

‘흐읏…?’  ‘呃…?’

강신술이 실패할까 봐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명하는 소금 원 안에 숨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한 발만 쑥 빼 신오에게 팔을 뻗었다. 그리곤 신오의 셔츠를 걷어 올려 배를 드러냈다. 귀신더러 복부 위에 쓰인 이름을 보라고 한 짓이었다.
他可能因為擔心降神術會失敗而感到焦慮。命令著的他躲在鹽圓內,靜靜地觀察著情況,直到再也忍不住,伸出一隻腳,向信吾伸出了手。然後,他掀起信吾的襯衫,露出了腹部。這是要鬼魂看看他腹部上寫的名字的舉動。

「오호라.」  「哦呵。」

귀신이 눈을 빛내더니, 먹으로 쓰인 이름을 혀로 길게 핥았다. 끝장났구나. 신오는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鬼魂的眼睛閃爍著光芒,然後用舌頭長長地舔了舔用墨水寫的名字。完蛋了。神奧感覺到全身的汗毛都豎了起來。

「각시야, 맛 좋은 몸은 실컷 먹었으니 이제 맛 좋은 혼을 먹게 해 다오.」
「各詩呀,味道好的身體已經吃得夠多了,現在讓我來品嚐味道好的靈魂吧。」

귀신이 먹물 묻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신오의 귀에 대고 그의 본명을 연이어 세 번 불렀다. 그것이 진짜 이름이 맞다면 제물이 대답을 하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이름을 빼앗기고, 귀신에게 홀려 절로 혼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리곤 영영 제 각시로 살 수밖에. 귀신은 귓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혼을 빨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鬼魂用沾滿墨水的嘴唇舔著舌頭,對著信吾的耳朵連續叫了他的本名三次。如果那真的是他的名字,祭品就不可能不回答。被奪走名字,受到鬼魂的誘惑,靈魂也會不由自主地被奪走。然後就只能永遠作為他的妻子生活。鬼魂正張開嘴,想要吞噬從耳朵裡逃出的靈魂。

하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但是沒有任何消息。

「날 속인 거냐?」  「你在欺騙我嗎?」

방금 핥아 먹은 이름은 제 각시의 본명이 아니었다. 귀신은 불쾌함에 짐승 같은 이를 사납게 드러냈다.
剛剛舔過的名字並不是我妻子的本名。鬼魂不快地露出了獸性般的獠牙。

「각시야, 너처럼 예쁜 것을 내가 포기할 성싶으냐. 허튼짓 관두고 얼른 이름을 내놓아라.」
「各詩呀,你這麼漂亮的東西我怎麼可能放棄呢。別再胡鬧了,快把名字說出來。」

‘싫, 살려 줘, 싫어, 흣…!’
「不,我不要,救命,我不要,呜…!」

각시가 스스로 이름을 내주진 않을 모양이었다. 귀신은 각시의 옆구리와 이마, 귓구멍과 눈동자 등 이름이 있을 만한 곳을 살폈다. 그러다 귀신은 각시의 심장 쪽에서 각시의 진짜 이름이 귀신을 피해 꿈틀대는 기운을 느꼈다.
各시似乎不會自己告訴名字。鬼魂檢查了各시的側腹、額頭、耳孔和眼球等可能有名字的地方。然後,鬼魂在各시的心臟附近感受到各시的真實名字在逃避鬼魂而蠕動的氣息。

「여기로구나.」  「來到這裡了啊。」

마른침을 삼키며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무언가 눈앞에서 반짝였다. 이내 흉측한 형상이 귀신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벌건 눈동자와 추하디추한 혼이 끔찍하다. 인상을 찌푸리고 한참 그를 노려보던 귀신은 잠시 후 그것이 제물이 걸고 있는 목걸이 속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 것을 깨달았다. 누가 재수 없게 이런 데 거울을 뒀단 말인가. 귀신은 목걸이를 옆으로 치운 뒤, 각시의 이름을 찾는 데 도로 열중했다.
吞嚥著口水,當我轉過頭去的時候,眼前閃爍著什麼東西。隨即,一個可怕的身影擋住了鬼魂的視線。紅色的眼球和醜陋的靈魂令人毛骨悚然。鬼魂皺著眉頭,盯著那個身影看了好一會兒,才恍然發現那是自己在祭品所掛的項鍊裡的鏡子中映出的樣子。誰這麼倒霉,竟然在這裡放了鏡子。鬼魂把項鍊推到一旁,重新專注於尋找女子的名字。

「어디 갔지? 내 각시, 백년해로할 내 각시,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她去哪了?我的新娘,我的百年良伴,剛才還在這裡。」

귀신은 제 몸 아래 펄떡대는 뜨겁고 고운 몸을 샅샅이 뒤지며 각시를 제 것으로 만들어 줄 그의 진짜 이름을 찾았다. 이름, 어서 이름을 내놓으렴. 귀신은 아까와 같은 수색을 반복하다 또다시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鬼魂在我身下翻騰著熱烈而美麗的身體,徹底搜尋著,尋找能將新娘變成自己的真正名字。名字,快把名字拿出來。鬼魂重複著剛才的搜尋,然後再次面對鏡子裡的自己。

누가 재수 없게 이런 데 거울을 뒀단 말인가.
誰會倒霉到在這種地方放鏡子呢。

그는 한참 동안 제 벌건 눈동자, 제 혼, 제 이름을 노려보다 화가 나 거울을 뜯어내 던져 버렸다.
他盯著我紅紅的眼睛、我的靈魂、我的名字看了好一會兒,氣得把鏡子撕下來扔了出去。

‘아, 안 돼….’  「啊,不行……。」

신오는 제 어미가 비싼 값을 치르고 가져다준 거울이 바닥에 나뒹구는 걸 보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귀신 막을 부적이라며 항상 몸에서 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이었건만, 저마저 잃었으니 이젠 정말로 귀신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新奧看到母親花了高價買來的鏡子在地上滾動,忍不住顫抖。那是她一直叮囑要隨身攜帶的驅鬼符咒,如今連這個也失去了,真的只能任由鬼魂吞噬了。

「여기다 이름을 숨겼느냐?」  「你把名字藏在這裡了嗎?」

귀신이 히히 웃으며 들고 온 단도로 신오의 심장을 파 댔다. 신오는 비명도 채 내지르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경련했다.
鬼魂咯咯笑著拿著短刀刺入了信吾的心臟。信吾甚至來不及尖叫,張嘴抽搐著。

그리 한참 동안 심장 안을 후벼 팠을 것이다. 귀신은 또다시 자신의 모습과 조우했다. 거울을 치웠는데도 거울의 기운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제 각시의 이름을 숨겼다. 오로지 보이는 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커멓고 추한 제 혼뿐이다. 어떤 놈이 각시를 갖지 못하게 엄한 술수를 부려 놓은 것이다. 분노로 눈앞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他大概在心中挖掘了很久。鬼魂再次與自己的身影相遇。雖然鏡子已被移開,但鏡子的氣息仍然留在那裡,隱藏著他心愛之人的名字。眼前唯一可見的,只有自己名字刻在上面的黑暗而醜陋的靈魂。某個傢伙施下了嚴厲的詭計,讓他無法擁有心愛之人。憤怒讓他的眼前染上了鮮紅的色彩。

귀신은 뒤돌아서서 저를 불러 낸 조 회장에게 다가갔다.
鬼魂轉身走向叫我過來的趙會長。

「각시 데려다 놓으랬더니 감히 날 갖고 장난질을 쳐? 이놈아, 그동안 네 놈 집안이 누린 부귀영화가 누구 덕인 줄 잊었더냐?!」
「我叫你把小姐送回去,你竟敢拿我開玩笑?這小子,你家這段時間享受的富貴榮華是誰的功勞,難道你忘了嗎?!」

귀신은 조 회장이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 귓구멍으로 흘러나오는 혼을 와드득, 씹어 없애 버렸다. 껍데기만 남은 몸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鬼魂不給趙會長辯解的機會,三次呼喚他的名字,將從耳朵裡流出的靈魂咬碎,消失殆盡。只剩下空殼的身體發出一聲巨響,重重地摔在地上。

무당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명하가 그녀의 발목을 붙들어 잡아당겼다.
巫女驚叫著逃跑。明夏抓住她的腳踝,將她拉住。

‘어딜 도망가? 니년이 망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你想去哪裡逃?如果是你搞砸的,就得負責。」

‘제가 왜요? 귀신한테 가짜 이름 준 건 부회장님이시잖아요.’
「我為什麼要這樣?給鬼魂假名字的是副會長您吧。」

‘가짜? 하, 저 새끼, 대놓고 멍청한 척하더니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치네. 그건 됐으니까 일단 귀신이나 돌려 보내. 이러다 또 송장 치르게 생긴 거 안 보여?’
「假貨?哈,那小子,明目張膽地裝傻,竟然這樣背後捅人。那個就算了,先把鬼送回去。這樣下去又要讓人變成屍體了,你看不出來嗎?」

‘못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각시 포기 못 한다잖아요. 진짜 이름 알아내기 전까지 저러고 버틸 텐데, 절더러 어쩌라고요?’
「我做不到。不管發生什麼事,我都不會放棄各氏。直到我查出她的真實名字,我會這樣堅持下去,那我該怎麼辦呢?」

무당의 말에 명하는 지금이라도 이름을 실토하라며 신오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래 봐야 신오는 완전히 풀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헤 꼬부라진 혀로 신음할 뿐이었다. 명하는 인상을 찌푸리고 무당에게 지시했다.
無黨的話讓明毫不留情地用腳輕輕踢了踢信吾,催促他現在就說出名字。然而,信吾只是完全無神地睜開眼睛,嘴裡吐著扭曲的舌頭發出呻吟。明皺起眉頭,對無黨下達了指示。

‘그냥 이름 하나 지어서 귀신 줘 버려. 귀신 환장할 이름으로. 그런 다음에 강신술을 다시 하면 되잖아.’
「隨便取個名字給鬼,取個讓鬼受不了的名字。然後再進行降神術就可以了。」

명하는 어려울 것 없단 투로 무당에게 조씨 집안의 단도를 내밀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아나. 명하의 윽박지름에 무당은 제 목숨이 날아갈 걸 뻔히 알면서도 신오의 배에 새 이름을 적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名毫不在乎地將趙氏家族的短刀遞給了巫師。難道這真是像他所說的那麼簡單的事嗎?在名哈的威脅下,巫師明明知道自己的性命將會危在旦夕,卻仍然不得不在神奧的肚子上寫下新的名字。

‘조신오’  ‘調神五’

이름을 다 쓰고, 무당은 새로 인형을 만들어 거기다 귀신을 불러들였다. 진땀에 젖은 신오의 손에 단도를 쥐여 주고 인형의 배를 쑤셨다. 신오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귀신이 인형에 스며들었다. 끔찍하다. 안 된다고, 제발 살려 달라고, 신오는 꼬부라진 혀로 애걸했다.
寫完名字,巫女製作了新的偶像,並將鬼魂召喚進去。她把一把短刀遞給浸透著冷汗的信吾,然後刺入偶像的肚子。附著在信吾身上的鬼魂滲入了偶像裡。可怕啊。不要,求求你救我,信吾用扭曲的舌頭懇求著。

이젠 도망칠 힘도 없는데 인형이 눈을 뜨고 각시를 붙들었다. 인형의 작은 몸이 크게 부풀어 그 그림자가 신오의 전신을 휘감았다. 초야가 반복되었다. 긴긴밤이었다. 그러나 신오가 겪은 셀 수 없는 폭력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귀신은 끝내 각시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 귀신이 완전히 넋이 나간 신오를 품에 안고 이를 갈았다.
如今已無法逃跑,玩偶睜開了眼睛,緊緊抓住了新吾。玩偶的小身體膨脹得巨大,陰影將新吾的全身包裹住。初夜重複著。漫長的夜晚。然而,儘管新吾經歷了無數的暴力時光,鬼魂最終仍未能找到新娘的名字。鬼魂將完全失去神智的新吾抱在懷中,咬緊了牙關。

「어디 갔지? 내 각시, 백년해로할 내 각시,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어떤 놈이 장난질을 쳤지?」
「她去哪了?我的新娘,我的百年良伴,剛才還在這裡……是誰在搞鬼?」

귀신은 한참 이름을 찾다가 이번에도 실패하자 벌건 눈을 부릅뜨고 강신술을 펼친 무당에게 다가왔다. 무당 역시 이름을 빼앗기고 힘없이 고꾸라졌다. 명하는 무당을 희생양으로 내놓고, 그사이 재빨리 문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鬼魂在找了很久名字後,這次又失敗了,便怒目圓睜,走向施展降神術的巫師。巫師也因被奪走名字而無力地倒下。命令著巫師作為犧牲品,趁機迅速逃出了門外。

닫힌 방 안에 남은 건 혼을 잃고 반송장이 된 사람 둘과 신오, 그리고 귀신뿐이었다. 귀신이 신오에게 다가와 다시 각시를 찾았다.
關閉的房間裡,只剩下失去靈魂、變成了反送狀的兩個人、信吾,以及鬼魂。鬼魂走近信吾,再次尋找新娘。

「이름, 이름을 알려 다오, 각시야, 낭군과 백년해로 하자꾸나.」
「名字,請告訴我名字吧,姑娘,我們要共度百年。」

신오는 몸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오심에 구역질을 했다. 그 입을 틀어막고, 귀신이 몸을 겹쳐 왔다. 어둠이 신오의 몸을 재차 살라 먹었다.
新奧在體內深處湧起的噁心感中感到作嘔。他捂住嘴,鬼魂卻重重地壓在他身上。黑暗再次吞噬了新奧的身體。

귀신이 떠난 것은 다음 날 아침, 햇빛이 방 깊숙한 곳까지 비친 뒤였다.
鬼魂離去是在第二天早晨,陽光照進了房間的深處。

‘이거 옮겨요.’  「這個搬走。」

문이 열린 뒤, 신오는 윤하가 넝마가 된 저를 향해 무어라 말하는 걸 듣고 정신을 잃었다. 자신이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단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신오는 제 세상이 어제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분명 저 혼자 있는 병실이건만, 등만 돌리면 저를 두고 수군대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門打開後,信吾聽見潤河對著變得破爛不堪的我說著什麼,隨即失去了意識。能在那地獄中活下來,讓我感到如同奇蹟般的驚訝。然而,這並不意味著一切都結束了。當我在醫院恢復意識時,信吾發現我的世界與昨天完全不同。明明只有我一個人在病房裡,卻只要一轉身,就能聽到背後低聲竊竊私語的聲音,讓我感到耳朵刺痛。

「저게 조씨 집안 산 제물인가 보네. 그 집안 인간들은 재복을 갖다준다면서 사람 잡아먹는 귀신을 집안 가신으로 모시고 있다데?」
「那是趙氏家族的山祭品嗎?聽說那家的人把吃人的鬼神當作家中的守護神,說是能帶來財運?」

「나도 들었지. 떡이야, 고기야, 원하면 사람까지 갖다 바친다네.」
「我也聽到了。餅啊,肉啊,想要的話甚至可以把人也奉上。」

「그 집안이 귀신 덕을 워낙 봤어야지. 그 집안이 약재를 팔 땐 귀신이 돌림병을 유행시키고, 곡식을 팔 땐 곡식 뿌리가 썩는 병을 동네마다 옮기고 다녔지. 값이 오를 전답을 미리 귀띔해 주고, 집안에 해가 될 것 같은 작자는 비명횡사하게 손을 써 주지 않았나.」
「那個家族真是受了鬼神的庇佑。當他們賣藥材時,鬼神就讓瘟疫在村子裡流行;當他們賣穀物時,鬼神又在每個村子裡傳播穀物根部腐爛的病。還提前告訴他們哪些地產會漲價,對於那些可能對家族造成傷害的人,似乎也會讓他們死得冤屈。」

「귀신이 공짜로 복을 주는 법도 있나? 그게 다 업으로 돌아올 것인데 겁도 없군.」
「鬼神會無緣無故地賜福嗎?這一切終究會回到因果上,你真是毫無畏懼。」

「돈이 자식보다 귀하다는데 어쩌겠나. 첫째 자식은 과부에, 둘째는 병신에, 셋째는 구멍 팔아 빌어먹는 신세가 될 거라고 일러 줘도 씨알도 안 먹히던걸.」
「錢比孩子更重要,這該怎麼辦呢。告訴他們,第一個孩子會成為寡婦,第二個會成為殘疾人,第三個會淪落到賣洞口乞討的地步,但他們根本不在乎。」

구멍 팔아 빌어먹는 신세가 될 거란 건 절 지칭하는 말이 분명했다. 신오는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洞穴裡乞討的命運,無疑是在指責我。神奧再也忍不住,怒吼了出來。

‘시팔, 거기 누구야?!’  「幹,那里誰啊?!」

「?」  「?」

등을 보이고 있던 흐릿한 덩어리들이 물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신오는 저를 보는 새파랗고 검은 얼굴에 심장이 철렁했다.
那些模糊的塊狀物轉過身來,面對著提問。神奧看到那張藍黑色的面孔,心中一陣驚慌。

귀신 중 하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鬼魂之一微笑著說。

「저거 우리가 보이나 봐.」
「那個我們好像看到了。」

「조씨 집안 귀신한테 호되게 당했다더니 반쯤 귀신이 됐나 보지.」
「聽說趙家被鬼魂折磨得很厲害,難道已經半個鬼了嗎?」

「그럼 우리도 한 입 씹어 먹을 수 있는 건가?」
「那麼我們也可以咬一口吃嗎?」

킥킥거림이 퍼져 나가더니, 덩어리들이 일시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신오는 맨발로 병실을 뛰쳐나와 정신없이 도망쳐야 했다.
咯咯的笑聲傳開,塊狀物體們瞬間蜂擁而至。信奧赤腳衝出病房,慌忙逃跑。

영안(靈眼)이 트인 것이다.  靈眼已經開啟。

귀신을 보고 만질 수도 있었고, 반대로 귀신도 신오를 보고 건드릴 수 있었다. 불만 끄면 어딘가에서 뱀처럼 차가운 것들이 나타나 신오의 몸을 탐했다. 가위에 눌리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 귀신에게 당한 것만도 이미 충분히 억울한데 이런 개 같은 부작용까지 남는 건 너무했다. 신오는 일그러진 얼굴로 큰무당을 올려다보았다.
看得見鬼魂,甚至能觸碰到它們,反過來,鬼魂也能看到神奧並觸碰到他。每當熄滅火焰時,總會有些像蛇一樣冰冷的東西出現,侵襲神奧的身體。被壓制的日子少之又少。已經因為鬼魂而感到無比委屈,卻還要承受這種狗屎般的副作用,實在是太過分了。神奧扭曲著臉龐,仰望著大巫師。

‘조신오란 이름은 그 집안에서 억지로 제게 붙여 준 겁니다. 설마 그것 때문에 제 눈에 저런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겁니까?’
「‘朝神五’這個名字是那個家族強行給我取的。難道正因為這樣,我的眼中才會出現那種奇怪的東西嗎?」

큰무당 주변을 둘러싸고 신오를 구경 중이던 것들이 신오의 말에 움찔 고개를 들고 신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圍繞著大巫師的眾生物們正在觀賞神奧,聽到神奧的話後,牠們驚訝地抬起頭,目不轉睛地盯著神奧。

「저게 지금 우리가 보인다고 한 거 맞지?」
「那個就是我們現在所看到的,對吧?」

「귀신 받게 길이 났으니 안 보이고 배기겠어? 저 꼴 봐. 귀신 받고 싶어서 뒤가 발씬거리는 거. 조금만 건드려 줘도 좋다고 자지러질걸.」
「鬼神附身的路已經開了,難道不會出現嗎?看看那副模樣。想要鬼神附身,後面都在顫抖呢。稍微碰一下就會高興得尖叫的。」

귀신들이 신오를 둘러싸고 멋대로 지껄여 댄다. 귀신들이 저희들 얘기를 하는 데 환장하는 걸 알면서 괜한 소릴 했다. 신오는 다급히 시선을 피하다 기와집 용마루에 걸터앉아 킬킬대고 있는 어린 동자승과 눈이 마주쳤다. 동자승뿐일까. 사방에 저를 보고 있는 눈이 너무 많았다. 두려움에 눈을 꽉 감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들렀던 벅적벅적한 우이동 굿당에서도 못 보았던 무서운 것들이 이 작은 집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鬼魂們圍著信吾隨意喧嘩。明知道鬼魂們在談論自己的事情,卻還是多嘴了。信吾急忙避開視線,與坐在瓦房屋脊上咯咯笑的幼童僧相視。難道只有幼童僧嗎?四周有太多的目光在注視著他。恐懼讓他緊緊閉上了眼睛。在來到這裡之前,在熱鬧的牛耳洞祭壇上也未曾見過的可怕事物,正盤踞在這小屋的每個角落。

그것들이 줄줄이 다가와 열에 달아오른 신오의 몸을 이리저리 어루만졌다. 귀신 받게 길이 났단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 몸에 야릇하게 열이 오르는 것이 미칠 것만 같다. 신오는 조씨 집안 귀신이 절 범했던 감각을 떠올리며 벌벌 떨었다.
那些東西一個接一個地靠近,輕柔地撫摸著熱得發燙的信吾的身體。聽說是因為招惹了鬼神,這話似乎並不是無的放矢,身體裡奇異的熱度讓他快要發瘋。信吾想起了趙家鬼神侵犯他的感覺,不禁顫抖不已。

‘으, 읏, 살려, 으으, 또, 또야…. 제발요, 읏, 하읏…!’
「呃,呃,救命,呃呃,又,又來了…. 拜託,呃,哈…!」

‘어쩌겄는가. 어미 공덕으로 그동안 편히 살다가 제 복을 다 차 불고 귀신 붙은 집안에 제 발로 들어갔응께 인자 그 집안 귀신으로 살아야지 별수 있나.’
「怎麼辦呢。因為母親的德行這段時間過得安穩,結果自己把福氣都用完了,還自願走進了有鬼神附身的家裡,現在只能當那家裡的鬼神活下去了,別無他法。」

‘그건 안 돼. 제발 도와주세요.’
「那樣不行。請幫幫我。」

울먹이며 달라붙었지만, 큰무당은 끝내 신오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무당이 문을 탁, 닫고 들어간 뒤 젊은 여자가 밖에 나와 소금을 수북하게 뿌렸다. 혼자 남겨진 신오는 맨땅 위에 꿇어앉아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哭泣著緊緊相依,但大巫師最終還是推開了神奧的手,離開了那個地方。巫師啪地關上門後,一位年輕的女子走出來,撒下厚厚的鹽。獨自留下的神奧跪坐在裸露的土地上,呆呆地望著那個場景。

용마루에 앉은 동자승이 다리를 까딱이며 신오를 손가락질했다.
坐在屋脊上的小和尚一邊晃著腿,一邊用手指指著神鶏。

「귀신 놀고 가라고 몸에 대자로 써 재낀 꼴 좀 봐. 저 꼴 되라고 제 어미가 그 치성을 드린 게 아닐 텐데.」
「鬼神別來打擾,身上寫著大字的模樣真是可笑。這樣的模樣可不是她的母親所供奉的結果。」

「어쩌겠어. 생기길 저리 생겨 먹었으니. 내가 조가네 귀신이라도 각시 삼아 끼고 살겠는걸.」
「怎麼辦呢。生來就是這樣的性格。我就算是把趙家那鬼當成妻子來過日子也無所謂。」

산발한 여귀가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散亂的女鬼對那話嗤之以鼻。

「흥, 계집도 아닌 사내놈 혼이 뭐 저리 달착지근 요상하담. 망측스러워라. 인평대군을 홀려 죽인 계집종 득옥이 년 같구먼. 이놈 저놈 홀리다 맞아 죽기 딱 좋게 생겼어.」
「哼,這小子不像個男人,怎麼這麼奇怪地讓人感到不舒服。真是可憐。就像那個迷惑了仁平大君而死的女奴得玉一樣。這小子看起來正好會被人迷惑而死。」

「이년아, 욕을 하려거든 침이나 닦고 하지 그러냐? 저도 먹고 싶어 환장하겠으면 괜한 소리 하긴.」
「這小子,想罵人之前不先擦擦嘴嗎?要是想吃得發瘋,就別說這些多餘的話。」

외팔이 귀신이 여귀를 뒤로 밀치곤 신오가 앉아 있는 곳으로 비틀비틀 다가왔다. 신오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귀신의 기다란 혀가 등줄기를 훑어 올리는 것이 섬뜩했다.
獨臂鬼神將女鬼推開,搖搖晃晃地朝著坐著的信吾走去。信吾驚慌地顫抖了一下。鬼神那條長長的舌頭在他背脊上滑過,讓人毛骨悚然。

‘흐…? 시, 시팔, 저리 안 꺼져?!’
「咦…?這、這個死東西,怎麼還不關掉?!」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는 걸 귀신이 외팔로 신오의 등줄기를 누르며 그를 붙들었다. 신오는 그대로 벌렁 쓰러졌다. 기회만 엿보고 있던 여러 잡귀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깔아뭉개고 사지를 붙들어 벌렸다. 그리곤 겨드랑이와 무릎 뒤, 사타구니와 둔부 골 사이 등 평소 빛을 볼 기회 없었던 여린 살들을 까득까득 씹어 먹었다.
閃電般地站起來想要逃跑的時候,鬼魂用一隻手臂壓住了新吾的背脊,將他抓住。新吾就這樣重重地倒下了。一直在伺機而動的各種雜鬼們蜂擁而至,將他壓扁,抓住他的四肢將他撕扯開。然後,它們開始咬食那些平時沒有機會見光的柔嫩肉體,尤其是腋下、膝蓋後、鼠蹊和臀部之間的肉。

개중 하나가 신오의 목에 걸린 거울 목걸이를 건드렸다.
其中一個觸碰了新吾脖子上的鏡子項鍊。

「이것 봐, 기분 나쁜 게 있는데.」
「你看,有些讓人不舒服的事情。」

「이리 줘. 내가 깨 버릴 테니.」
「給我吧。我會打破它的。」

‘손 떼! 시팔, 저리 꺼지지 못해?!’
「手放開!該死的,難道不能滾開嗎?!」

조씨 집안 귀신에게 그 추잡한 짓을 당하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도로 찾아낸 물건이었다. 그걸 여기서 빼앗길 수는 없었다. 신오는 안간힘을 다해 귀신들을 떼어 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在遭受趙氏家族鬼魂的可怕行為時,他仍然沒有忘記並重新找回了那件物品。這個東西在這裡是絕對不能被奪走的。信吾拼盡全力將鬼魂們撕扯開,然後奮力逃離了那個地方。

질주에 다리가 풀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화장실 앞까지 갔지만 신오는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갈 여력도 없었다. 그는 두 칸짜리 일본식 변기가 자리한 시멘트 건물 바닥에 엎드려 신물을 토했다
在狂奔中,他的腿軟了,肚子也翻騰不已。他走到了廁所前,但卻無法鼓起勇氣打開門進去。他伏在有兩間日本式馬桶的水泥建築地板上,嘔吐出胃液。

‘큽, 하아, 하아….’  「唔,哈啊,哈啊……」

속이 비어 격한 구토에도 나오는 게 없다. 위액이 역류해 목이 따가울 뿐이었다. 신오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입가를 닦고, 온 길을 비틀비틀 되돌아갔다. 무당집에서 야외 화장실까지, 대충 시멘트를 발라 만든 길 위가 덜 익어 떨어진 감 열매로 지저분했다. 문뜩 발아래 뭉개져 벌어진 열매의 질척한 촉감이 마치 여린 살을 칼로 짓뭉갤 때의 느낌과 흡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체 자신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걸까. 자신이 귀신처럼 사고했단 자각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肚子空空,劇烈的嘔吐中什麼也吐不出來。只有胃酸逆流,喉嚨刺痛。信吾疲憊不堪地擦了擦嘴角,踉踉蹌蹌地沿著來時的路返回。從巫師的家到戶外廁所,那條隨意用水泥鋪成的路上,滿是掉落的未熟柿子果實,顯得格外骯髒。突然腳下踩到一顆被壓扁的果實,黏糊糊的觸感讓他想起用刀子捏碎嫩肉的感覺。不知道自己到底在想什麼荒謬的事情。意識到自己像鬼魂般思考,背脊不禁一陣寒意。

간밤 꿈에서 신오는 조씨 집안 귀신이 여자를 목 조르고, 매끈한 피부를 칼로 저며낸 다음 뚝뚝 쏟아지는 피에 발등을 적시며 웃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거리감이 지나치게 가까운 꿈을 밤새 꾼 탓에 잠에서 깨어났을 땐 그것이 귀신이 한 짓인지 제가 한 짓인지 헛갈릴 지경이 되었다.
昨晚夢中,神明看見趙氏家族的鬼魂正在掐著一名女子的脖子,然後用刀割開她光滑的皮膚,隨著鮮血滴落,沾濕了她的腳背,鬼魂卻在一旁笑著。我因為做了這樣距離過於親近的夢,醒來時已經搞不清楚那是鬼魂的所作所為,還是我自己的行為。

귀접을 당한 날 밤 이후 신오는 그런 이상한 꿈을 꾸는 일이 잦아졌다. 어떤 무당은 그것이 신내림을 받아야 할 신병의 증세라고 했지만 신오는 그로는 설명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꿈을 통해 쏟아지는 귀신의 전생, 귀신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했다. 이는 귀신에게 혼을 점령당한 후유증이 분명했다. 신오는 그 긴긴밤을 귀신에게 유린당하다 이름을 빼앗기고, 혼마저 빼앗길 뻔했다. 겨우 빠져나왔으나 제 혼의 일부는 귀신과 섞여 영영 분리 불가능한 상태가 된 듯했다.
自從被鬼附身的那晚以後,信吾經常做一些奇怪的夢。有些巫師說這是必須接受神靈降臨的徵兆,但信吾覺得這樣的解釋不夠充分。夢中,鬼魂的前世和記憶如潮水般湧來,真實得令人驚訝。這無疑是被鬼魂佔據後的後遺症。信吾在那漫長的夜晚裡被鬼魂蹂躪,幾乎失去了自己的名字,甚至差點失去自己的靈魂。雖然勉強逃脫,但似乎他靈魂的一部分已經與鬼魂混合,永遠無法分離。

이러다 어느 순간 혼을 다 파먹히고 자신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암담하다. 신오는 두 손을 들어 올려 그 손에 피가 묻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생명선이 유독 짧은 손은 얼룩 하나 없이 말짱했다. 그러나 뜨뜻한 내장을 양손으로 받아 들었던 촉감은 여전히 손끝에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았다.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這樣下去,某個時刻會不會連靈魂都被吞噬,只剩下空殼呢?令人感到絕望。神甫舉起雙手,確認手上沒有沾染血跡。那條生命線異常短小的手,卻一點污漬都沒有。然而,雙手曾經握住的溫暖內臟的觸感,依然緊緊黏附在指尖,無法消散。我無法分辨什麼是真實,什麼是夢境。精神漸漸變得異常。

‘괜찮으세요?’  「您還好嗎?」

누군가가 길바닥에 멍하니 서 있던 신오의 손목을 세게 붙들었다. 신오는 흠칫 놀라 손을 쳐 냈다. 뒤돌아보니 빨간 카디건을 입은 작은 여자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有人狠狠地抓住了站在路邊發呆的信吾的手腕。信吾嚇了一跳,甩開了手。回過頭來,看到一個穿著紅色開襟毛衣的小女孩正盯著他。

‘그리 있으면 측간에 넋 빠져요, 손님.’
「這樣待著會在側間失去魂魄,客人。」

‘…….’

여자의 입에서 꾀꼬리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신오는 화장실이 바로 뒤인 것을 깨달았다. 한참 걸은 것 같은데 실은 그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말대로 등 뒤에 뭔가가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적셨다. 당장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발이 땅에 달라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女人的嘴裡流出了如同夜鶯般的聲音。聽到那聲音後,信吾才意識到洗手間就在身後。明明走了好一會兒,實際上卻只是原地踏步,沒有離開那個地方。正如女人所說,身後似乎有什麼東西緊緊貼著。冷汗浸濕了他的背脊。他立刻想要逃跑,但雙腳卻像是黏在地上一樣,動不了。

‘이게….’  「這個……」

‘제 손 잡으세요.’  「請握住我的手。」

여자가 그를 질질 끌고 복사꽃 흐드러진 언덕 쪽으로 데려갔다.
女人拉著他朝著繁花似錦的複製花山丘走去。

‘아무리 비셔도 소용없을걸요. 조 부자네 귀신 때문에 그러시죠? 예전에 어머니가 그 집안 쪽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당부하시던데요.’
「不管怎麼樣都沒用吧。是因為趙家那個鬼吧?我記得母親以前叮囑過我,千萬不要去看那個家。」

‘거짓말, 댁들이 굿 돈 올리려고 버티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지금이야 저리 펄펄 성을 내고 있지만 돈만 억수로 갖다 바치면 결국 굿을 해 줄 거 아냐.’
「謊言,難道你們以為沒有人知道你們在堅持是為了要進行祭祀嗎?現在你們雖然這麼生氣,但只要把錢拿來,最終還是會進行祭祀的。」

신오는 그녀를 쏘아보며 응수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손 잡고 굿당을 전전하며 깨달은 건 무당이나 귀신은 한 얼굴 한통속, 돈과 굿이라면 환장해 서로 손도 잡는 족속들이란 점이었다.
信奧瞪著她回應。從小時候起,牽著母親的手在祭壇間穿梭,所領悟到的就是巫師和鬼魂是一體的,若是涉及金錢和祭祀,便會瘋狂到彼此攜手的族群。

여자가 배시시 웃었다.  女人微微一笑。

‘그야 맞는 말씀이죠. 어쨌든 제 어머니 설득하려면 한 재산은 쓰셔야 할 텐데, 그 돈 절반만 제게 주세요. 제가 그 귀신 쫓아 드릴 테니.’
「那倒是對的。不過,要說服我母親,您至少得花一筆錢,請把那筆錢的一半給我。我會幫您驅趕那個鬼。」

‘하, 모녀가 쌍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당신이 해 보다 안 되면 당신 신어머니가 나서서 곱절로 돈을 요구할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哈,母女倆想要一起榨取錢財?你以為你試試看不行的話,你的繼母就不會出面要求雙倍的錢嗎?我會不知道嗎?」

‘의심도 많으시네요. 딴 무당들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신 모신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우리 신어머니보다 훨씬 영험하다고 다들 말할 테니까. 제가 모신 손각시는 남자에게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라 남자 악귀와는 상극이에요. 말려 죽이든, 찔러 죽이든, 어떻게든 그놈을 손님한테서 떼어 놓을 거예요.’
「您真是多疑呢。去問問其他的巫師吧。大家都會說我比我們的神母更靈驗,因為我才剛開始供奉神明。我所供奉的手偶是因為對男人心懷怨恨而死的鬼魂,與男性的惡鬼是相克的。不管是讓他死去,還是刺死他,無論如何我都會把那傢伙從客人身邊撇開。」

‘귀신을 귀신으로 상대하겠다고? 퍽이나 그럴싸하네.’
「你說要用鬼來對付鬼?真是可笑。」

‘싫으시면 반의반만 받을게요. 대신 절 서울로 데려가 주세요. 악귀는 굿으로 달래 봐야 소용없어요. 일단 가는 척하지만, 다음번 돌아올 땐 힘이 갑절이 돼서 해코지를 하니까. 정을 통한 귀인이 손님 곁에서 그를 막는 수밖에 없어요. 저를 귀인으로 삼으세요.’
「如果不想的話,我只會接受一半的份量。代替的話,請帶我去首爾。對於惡鬼,祭祀根本無法安撫。雖然表面上是裝作離開,但下次回來時,它的力量會加倍,會造成傷害。只有通過情感的貴人才能在客人身邊阻止它。請把我當作貴人。」

정을 통해야 한단 말에 신오는 제 귀를 의심했다. 확 뒤돌아서 노려보자 여자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바람이 불었다. 흩날린 꽃잎이 여자의 곱디고운 입술에 붙었다. 그를 자연스레 떼어 내며 여자가 요염하게 입술을 벌리고 고개를 기울였다. 계산된 교태에 신오는 화가 치밀었다.
正因為要透過情感,信吾才懷疑自己的耳朵。猛然轉身瞪著她,卻見那女人毫不在意地笑了。風吹過,飄落的花瓣粘在她那美麗的嘴唇上。她自然地將花瓣撥開,妖媚地撅起嘴唇,微微側頭。面對這精心計算的媚態,信吾心中怒火中燒。

‘시팔, 내가 너 같은 게 감히 넘볼 사람으로 보여?’
「幹,你以為我會把你這種人放在眼裡?」

‘손님이니까 넘보죠. 손각시가 눈 돌아갈 만한 분이 어디 흔한 줄 아세요?’
「因為是客人,所以可以妄想一下。您以為像手偶這樣讓人眼花繚亂的人有多常見嗎?」

‘하여튼 무당이란 것들은 말 하나는 잘도 지어내지. 하기야 사람 홀려서 벌어먹는 사기꾼들이 밑천을 오죽 잘 갈고 닦았겠어.’
‘總之,這些巫師真是能編造話語。說到底,能靠迷惑人賺錢的騙子們,底子又怎麼會不打磨得如此精練呢。’

‘싫으면 그대로 떠나시든지요.’  「如果不喜歡,就隨便離開吧。」

여자가 저는 아쉬울 것 하나 없다며 자못 건방진 소리를 했다. 저리 나오면 누가 겁나 매달릴 줄 아나. 신오는 여자가 보란 듯 휙 돌아서 언덕을 내려왔다. 하동 큰무당이니 뭐니 말만 번지르르할 뿐, 결국 사기꾼이었다. 신오는 기와집 뒷마당으로 돌아갔다.
女人說我一點也不遺憾,語氣中帶著些許傲慢。誰會因為她這樣就害怕依附呢。神吾像是要讓女人看到似的,迅速轉身下了山坡。什麼河東大巫之類的,無非是口頭上的華麗,最終不過是個騙子。神吾回到了瓦房的後院。

‘……!’

뒷마당 안, 제 차례를 기다리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던 손님 중에 이상한 사람이 끼어 있었다. 남자의 벌건 두 눈 때문에 신오는 바로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신오를 각시 삼았던 그 귀신이다. 조가네 귀신이니 그 집안에만 붙어 사는 게 아니었던가. 신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後院裡,等待輪到自己的客人中,有一個奇怪的人坐在塑膠椅子上。因為那個男人紅紅的雙眼,信吾立刻認出了他。那是曾經把信吾當作新娘的鬼魂。難道這不是那個住在趙家裡的鬼嗎?信吾瞬間愣住了。

귀신이 신오를 돌아보았다.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위를 향한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귀신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며 신오 쪽으로 다가왔다.
鬼魂回頭看了信吾。嘴唇勾勒出弧線,朝上翹起。寒意陣陣襲來。鬼魂粗暴地推開人群,朝信吾的方向走去。

「여기 있었구나. 내 것, 내 보물. 각시야, 자꾸 도망가는 꼴을 보아하니, 오늘은 기어이 네 전부를 취해야겠구나.」
「原來在這裡啊。我的東西,我的寶藏。各氏啊,看到你不斷逃跑的樣子,今天我一定要把你全部都佔有。」

‘!!’

신오는 죽기 살기로 줄행랑을 쳤다. 귀신이 벌건 눈을 빛내며 신오를 뒤쫓아 왔다. 잡히면 끝장이었다. 신오는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었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信吾拼命逃跑。鬼魂發著紅光的眼睛緊緊追著信吾。若是被抓住,便是死路一條。信吾跑到快要喘不過氣來,感覺肺部快要爆炸了。

「내가 너처럼 귀한 걸 놓칠 성싶으냐?」
「我會讓像你這樣珍貴的東西溜走嗎?」

귀신이 손을 뻗어 신오를 붙들려 할 때였다. 누군가 귀신을 등 뒤에서 끌어안고 막았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였다. 기다란 머리가 바닥까지 닿고,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부리부리한 두 눈이 등잔불처럼 빛났다.
當鬼魂伸手想要抓住信吾的時候,某個人從背後抱住了鬼魂,阻止了它。那是一位穿著白色喪服的女人。她的長髮垂到地面,凌亂的髮絲中,兩隻圓圓的眼睛如燈火般閃耀。

「이 망할 년이! 개 같은 년아, 이 손 못 떼?!」
「這個該死的女人!像狗一樣的女人,這隻手不能放開嗎?!」

귀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그의 한쪽 눈을 바늘로 찔렀다. 귀신이 눈을 움켜쥐고 주저앉자 여자가 데려온 이들이 그를 칭칭 묶어 끌고 갔다.
鬼魂大聲尖叫。女人用針刺了他的其中一隻眼睛。鬼魂捂著眼睛跪下時,女人帶來的人將他緊緊綁住拖走了。

빨간 눈 귀신이 신오의 등 뒤에 고함을 내질렀다.
紅眼鬼魂在信吾的背後大喊。

「오늘만 이리 가는 줄 알아라. 7년 뒤에 보자. 내 저승에서 돌아오는 날, 네 혼을 다 발라먹을 것이다!」
「今天就讓你這樣過去吧。七年後再見。等我從陰間回來的那天,我會把你的靈魂全部吞噬!」

두려워 심장이 얼어붙었다. 신오는 희게 질린 얼굴로 달음박질쳤다.
心中充滿恐懼,心臟仿佛凍結了一般。神奧面色蒼白,拼命奔跑。

감나무 아래에 서 있던 애기 무당이 신오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며 빙긋 웃었다.
在柿子樹下站著的小巫女看到神鶴跑來,便微微一笑,似乎早已預料到會是這樣。

‘손님, 제 말대로죠?’  「客人,您是聽我說的吧?」

‘…….’

바닥에 누워 있던 신오는 제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여자의 손길에 눈을 떴다. 언제 자리에 누웠던가. 어안이 벙벙했다.
躺在地上的信吾在一位女子撫摸他頭髮的手勢中睜開了眼睛。他不知何時躺下的,感到有些愣神。

‘여기 어, 어디야? 방금 전에 눈 벌건 귀신이…?’
「這裡,呃,哪裡啊?剛才那隻眼睛紅紅的鬼魂…?」

신오는 벌떡 일어나 사방을 살폈다. 그는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애기 무당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붉은 눈 악귀에게 쫓긴 것이 생생하건만,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信吾猛然坐起,四處張望。他正躺在柿子樹陰下,頭枕著小巫女的膝蓋。剛才被紅眼惡鬼追趕的情景仍歷歷在目,卻無法在任何地方找到那一絲痕跡。

‘꿈이었나.’  「是夢嗎。」

여자가 신오의 속내를 읽은 듯 말했다.
女人似乎看透了信吾的心思,開口道。

‘꿈이긴요. 제가 구해 드린 건데.’
「夢想而已。那是我救了你。」

‘무슨 수로?’  「用什麼辦法?」

신오의 물음에 애기 무당이 품속에서 바늘을 꺼내 보여 주었다.
信吾的提問讓小女巫從懷中拿出一根針來展示。

‘제가 모시는 신은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죽어 귀신이 된 손각시예요. 수백 년간 이 바늘에 붙어 산 신령님이니 손님을 도와 귀신을 쫓아 드릴 거예요.’
「我所侍奉的神是被信任的男人背叛而死,成為鬼魂的手偶。這位神靈在這根針上生活了數百年,會幫助客人驅趕鬼魂。」

벌건 눈 악귀를 잡아간 여귀가 무당이 말한 손각시인 모양이었다. 신오는 맥이 풀려 여자의 무릎 위에 도로 누웠다. 여자가 옛날부터 그래온 것처럼 신오의 이마를 자연스레 쓸어내렸다. 여자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관자놀이를 짓이기는 듯하던 두통이 씻은 듯 가셨다.
紅眼的惡鬼被女鬼抓走,正如巫師所說的手偶。信吾無力地再次躺在女人的膝上。女人像往常一樣,自然地撫摸著信吾的額頭。每當女人的手指掠過,似乎壓迫著太陽穴的頭痛也隨之消散。

‘훠이, 훠이.’  ‘呼喂,呼喂。’

신오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것들이 그녀의 손짓에 멀리 물러나는 게 느껴졌다.
看著新吾垂涎欲滴的樣子,感覺到那些東西在她的手勢下遠遠退去。

‘절 서울로 데려가세요. 손님을 지켜 드릴게요.’
「請帶我去首爾。我會保護客人。」

‘정말로? 저 무서운 놈을 당신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거야?’
「真的嗎?你要怎麼對付那個可怕的傢伙?」

신오는 마지막 구원이라도 되는 듯 그녀를 절박하게 쳐다보았다.
信吾絕望地看著她,彷彿她是最後的救贖。

애기 무당이 눈을 가늘게 뜨곤 빙긋 웃었다.
小巫女微微眯起眼睛,露出一抹甜美的微笑。

‘물론이에요. 손님이 저를 배신하지만 않으신다면요.’
「當然可以。如果客人不背叛我的話。」


***


‘손님이 저를 배신하지만 않으신다면요.’
「如果客人不背叛我的話。」

…그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말았어야 했던가.
…那時我是否不該對那句話點頭呢。

서른한 살의 신오는 자신의 침대에 꼼짝 못 하고 누워 과오를 후회했다. 자신에게 이런 미래가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는 절대 나무 그늘 아래서 여자의 손을 붙잡지 않았을 것이다.
三十一歲的信吾躺在自己的床上動彈不得,懊悔著自己的過錯。如果他早知道會有這樣的未來,他絕對不會在樹蔭下握住那個女人的手。

애기 무당, 남소연을 서울로 데려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녀의 장담대로 신오는 더는 빨간 눈 악귀와 여타의 잡귀들에게 괴롭힘당하지 않게 되었다. 신오는 너무도 행복해 그녀의 생계를 평생 책임져 줄 생각을 했다.
當小巫女南素妍被帶到首爾時,一切似乎都運行得很順利。正如她所保證的,神奧不再受到紅眼惡鬼和其他雜鬼的困擾。神奧感到無比幸福,開始考慮要一輩子負責她的生計。

신오는 남소연에게 집도 사 주었다. 그럴 돈은 충분했다. 조 회장은 신오를 귀신 제물로 팔아먹기 위해 그를 친자로 인정했던 것이지만, 도리어 귀신의 먹이가 되어 폐인이 되었다. 덕분에 신오는 JG 그룹 오너 일가의 일원이란 허울 좋은 지위와 더불어 그에 걸맞은 부를 누릴 수 있었다.
信奧還為南小妍買了房子。那筆錢對他來說綽綽有餘。趙會長是為了將信奧當作鬼神的祭品而承認了他的親子身份,卻反而成為了鬼神的食物,淪為廢人。多虧如此,信奧得以享有 JG 集團擁有者家族成員的虛名地位,以及與之相稱的財富。

남소연이 택한 곳은 규칙 없이 지어진 백여 채의 집이 만든 미로 속, 꼬불꼬불한 길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집이었다. 몇 번을 찾아간 신오도 남소연의 안내 없이는 매번 도중에 길을 잃곤 했다.
南小妍所選的地方是一個由一百多棟無規則建造的房子所形成的迷宮,必須多次穿過蜿蜒曲折的小路才能到達的家。即使是幾次造訪的申烏,沒有南小妍的指引,每次也都會在途中迷路。

남소연은 그 집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南小妍非常喜歡那個家。

‘정말 매력적인 집이에요.’  「真的是一個迷人的家。」

‘어디가?’  「去哪裡?」

‘광복 전엔 독립투사를, 독재 시절엔 수배자를 숨겨 줬던 집이래요. 제가 숨어 있기 딱 좋은 곳이잖아요.’
「在光復之前是隱藏獨立運動者,在獨裁時期則是隱藏逃亡者的地方呢。這裡正是我躲藏的好地方。」

제가 배신하지만 않았어도 남소연은 아마도 그 비밀스러운 집에서 신오에게 들러붙는 잡귀를 쫓아 주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물론 다 부질없는 가정이었다. 평화로운 시절은 채 4년을 채우지 못했다.
如果我沒有背叛,南小妍也許會在那個神秘的家中,快樂地生活著,驅趕著附著在申吾身上的邪靈。當然,這一切都是徒勞的假設。和平的時光還不到四年就結束了。

남소연이 예감이나 한 듯 유독 결혼을 절박하게 조르던 때였다. 명하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단 얼굴로 신오 앞에 나타났다.
南小妍似乎有預感,特別迫切地催促著結婚。明河帶著一副什麼都知道的表情出現在信奧面前。

‘같잖은 게 할 짓은 다 하네. 신오 너 무당 부리고 있지? 것 때문에 귀신이 네 이름 못 찾고 그냥 간 거였냐? 우리 아버지는 그 일로 폐인 됐는데, 너만 깨 볶고 산다 이거지? 당장 그년 데려와. 얼마나 대단한 년인지 얼굴이나 보게.’
「真是無聊的事情都做得出來。信吾,你在驅使巫女吧?難道是因為這個,鬼才找不到你的名字就這樣走了?我父親因為那件事變得廢人,而你卻過得這麼好?馬上把那個女人帶來。我想看看她到底有多厲害。」

명하는 신오를 잠시 환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잔악하게 눈을 빛냈다. 신오는 버텼지만 명하는 그를 과천 별장의 어두운 침실에 가두고 약을 먹였다. 지독한 약 기운에 신오는 귀신이 저를 범하는 환각을 실제처럼 느꼈다. 신오는 결국 남소연을 명하에게 팔아넘겼다.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저를 데리러 오라고 말했다.
名號的神奧曾經短暫地受到款待,但此刻卻殘忍地閃爍著眼神。神奧雖然堅持著,但名號卻將他囚禁在過天別墅的黑暗臥室裡,並給他下了藥。在那可怕的藥力下,神奧感受到如同鬼魂侵襲自己的幻覺,彷彿真實一般。最終,神奧將南小妍賣給了名號。他撥打了電話,告訴她來接自己。

남소연은 신오 때문에 자신이 죽을 곳에 제 발로 기어들어 와 명하에게 목이 졸렸다.
南小妍因為申傲而自願爬進自己將死之地,被明河掐住了脖子。

‘우리 집안 귀신 도로 모셔와. 네가 쫓아냈으니까 불러오는 것도 네가 해야지.’
「把我們家裡的鬼再請回來。因為是你把它趕走的,所以也得由你來叫它回來。」

‘모, 못해요. 저승, 나장(羅將)이 잡아가서 도, 돌아오려면 7, 7년은 있어야 한다고 들…. 컥!’
「不,我做不到。聽說陰間的羅將會把我抓走,要回來至少要七七年……咳!」

‘하, 7년?’  「哈,七年?」

원치 않는 답에 명하는 가차 없이 남소연을 목 졸랐다. 남소연이 퍼렇게 질려 몸부림쳤다. 명하는 그녀가 원하는 답을 줄 때까지 힘을 풀지 않았다. 남소연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명하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들렸다.
名哈毫不留情地掐住了南小妍的脖子,逼迫她給出不想要的答案。南小妍面色發青,掙扎著。名哈直到她給出想要的答案才放鬆了力道。南小妍的呼吸變得急促,而名哈的嘴角卻漸漸上揚。

남소연이 죽어 가는데도 손각시가 가만있는 게 이상했다. 신오는 꼬부라진 혀로 손각시에게 도움을 청했다.
南小妍快要死了,卻發現手偶靜靜地待著,這讓人感到奇怪。辛奧用彎曲的舌頭向手偶求助。

‘왜? 도와, 소연 씨….’
「為什麼?幫我,素妍小姐……。」

「쉿」  「嘘」

히죽거리고 있던 손각시가 가만히 있으라며 검지를 입 앞에 갖다 댔다.
微笑著的手偶靜靜地示意要安靜,將食指放在嘴前。

「잠깐만 기다려. 쟤 숨 끊어지면 여자 배신해 팔아먹은 놈한테 붙을 테니.」
「等一下。如果他死了,我就會投靠那個背叛女人、出賣她的傢伙。」

‘…….’

그녀는 눈독을 들이던 것에 드디어 들러붙게 됐다며 침을 흘렸다. 그사이 결국 남소연이 사지를 늘어뜨렸다. 툭, 목숨이 끊어지는 소리가 신오의 귀를 찔렀다.
她終於對她一直盯著的東西產生了執著,流下了口水。這期間,南小妍終於垂下了四肢。咕噥,生命斷絕的聲音刺入了新吾的耳中。

‘나 참. 십 분도 못 버틸 년이.’
「真是的。連十分鐘都撐不住的女人。」

명하가 성이 덜 풀린 듯 투덜거리다 약기운에 경련 중인 신오의 몸을 발로 툭 찼다.
明夏似乎還沒完全清醒,嘟囔著用腳輕輕踢了踢正在藥力影響下抽搐的信吾。

‘치워.’  ‘收起來。’

피가 거꾸러질 듯했다. 하지만 신오는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血液似乎要倒流而出。然而,神奧卻無法拒絕那句話。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남소연의 시신을 수습하고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탈진해 잠들었다가 얼마 못 가 가위에 눌려 깨어났을 때다. 신오는 손각시가 제 몸을 타고 올라 입술을 핥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他半昏迷地收拾了南小妍的遺體,回到床上躺下。疲憊不堪地睡著,沒過多久便被壓迫感驚醒。此時,信吾發現一隻手偶正沿著他的身體爬上來,舔著他的嘴唇。

‘뭐, 뭐야?’  「什麼,什麼啊?」

「너만 믿고 있던 여잘 그 꼴로 만들어놓고 잠이 오더냐?」
「你把我一直信任的女孩弄成那副模樣,還能睡得著嗎?」

‘하, 내가 죽였어? 너도 명하 그 새끼 짓인 거 다 봤잖아. 시팔, 너도 구경만 했으면서 왜 이래? 꺼져, 비키란 말이야!’
「哈,我殺了他?你也看到了那小子做的所有事情。該死,你也只是旁觀而已,為什麼這樣?滾開,讓開!」

「저 살겠다고 제 여자 판 놈이 뭘 잘했다고 발광이야?」
「我為了活下去,賣了我的女人的那個傢伙到底有什麼好得意的?」

손각시가 눈을 번들거리며 신오의 목젖을 쿡쿡 바늘로 찔렀다. 신오는 진저리를 치며 밤새 그녀의 괴롭힘을 견뎌야 했다.
手偶用針尖刺了信吾的喉結,眼中閃爍著光芒。信吾不得不忍受她整夜的折磨,感到一陣寒顫。

불행히도 그러한 밤은 일회로 끝나지 않고, 신오의 일상이 되었다.
不幸的是,那樣的夜晚並不是一次性的結束,而是成為了信吾的日常。

「많이 컸네. 나랑 놀면서 딴생각을 다 하고.」
「你長大了呢。跟我玩時卻在想其他的事情。」

손각시가 신오의 뺨을 바늘로 찌르며 히죽거렸다. 사나운 아픔에 신오는 상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잡한 꼴을 ‘현실’이라고 지칭해야 하는 제 처지에 헛웃음이 나왔다.
手偶用針刺了新奧的臉頰,露出了狡黠的笑容。因為劇烈的疼痛,新奧從沉思中回到了現實。面對眼前發生的醜陋情景,卻不得不稱之為「現實」,讓他不禁苦笑。

손각시가 신오의 몸을 벌건 혀로 핥으며 하반신을 야릇하게 붙여 왔다. 귀접이었다. 인간 아닌 것이 억지로 성감을 자극한다. 역겨운 몸짓에 구역질이 치받아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뼈 속에 스미는 한기에 등골이 쭈뼛 섰다. 신오는 침대 머리 쪽으로 턱을 젖히며 어떻게든 여자와 멀어지려 했다. 하지만 온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手偶用舌頭舔著新午的身體,並以奇異的方式貼近下半身。這是妖魅的誘惑。非人之物強行刺激著性慾。令人作嘔的動作讓我感到噁心,冷汗直流。骨髓中滲透的寒意讓我背脊發涼。新午仰起下巴,試圖不管怎樣與那女人保持距離。然而全身卻動不了分毫。

삐걱, 삐걱,  吱嘎,吱嘎,

째-깍, 째애깍-.  嘀嗒,嘀嗒—。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 사이로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의 소리는 너무 빨랐고, 시간의 소리는 너무 늦었다. 어디선가 사체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코가 얼얼하다. 관자놀이와 정수리가 두통에 시큰거렸다. 공기가 희박해 기도가 따끔거렸다. 할딱이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 음기가 스며들어 불쾌한 열을 불러일으켰다. 지옥이 있다면 이와 같을까. 일 분 일 초를 견디는 것이 힘겨웠다.
床板發出吱吱作響的聲音,與此同時,秒針的滴答聲在耳邊響起。空間的聲音太快,時間的聲音卻太慢。某處傳來屍體腐爛的惡臭,令人作嘔。鼻子刺痛,太陽穴和頭頂因頭痛而隱隱作痛。空氣稀薄,喉嚨感到刺痛。透過微微張開的嘴唇,陰氣滲入,帶來不快的熱感。如果有地獄,或許就是這樣。忍受每一分鐘每一秒都變得艱難。

「그러기에 누가 배신하래?」  「那麼,誰說要背叛呢?」

손각시가 킬킬 웃었다.  手偶輕聲笑著。



“으….”  “呃……。”

신오는 관자놀이를 부수는 듯한 통증에 잠에서 깼다. 지난밤 내내 시달린 탓에 온몸이 쑥쑥 아렸다. 뼈마디가 다 저렸다. 신병을 앓던 때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 속을 언제까지 헤매야 하는 걸까.
信吾在一陣似乎要將顳顬骨擊碎的疼痛中醒來。因為昨晚整晚的折磨,整個身體都感到酸痛無比。關節處都在作痛。彷彿又回到了患病的時候。這無盡的深淵裡,究竟要徘徊到何時呢?

몸이 축축 가라앉아 일어나기도 힘든데, 하필 명하는 이런 날 신오를 과천의 별장으로 불러들였다. 그곳으로 와 요양 중인 아버지 조 회장의 경영 지시 사항을 전달받아 가란 얘기였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조 회장이 회복됐을 리 없으니 애초에 경영 지시는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는 명하가 승계 싸움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리일 게 분명했다.
身體沉重得無法起身,偏偏名哈在這樣的日子裡把新吾叫到了過天的別墅。來到那裡是要傳達正在療養中的父親趙會長的經營指示。趙會長正等著死,根本不可能康復,因此經營指示無非是個藉口,實際上這無疑是名哈為了繼承之戰而準備的場面。

그 끔찍한 곳엔 정말로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지 않고 버틴다 한들 딱히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我真的不想去那個可怕的地方。但是不去又能怎樣,情況也不會有所改善。

“…좆같네.”  “…真是糟糕。”

신오는 부어오른 눈두덩을 누르며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어렵사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겁먹은 모습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더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제가 귀신에게 당하며 울부짖던 걸 재미나게 구경했던 놈 앞에서 약한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자동차 차창에 비친 남자는 어젯밤 말 못 할 짓을 당했다곤 믿기지 않을 만큼 멀쩡해 보였다.
信吾壓著腫脹的眼皮,坐了好一會兒才艱難地站起來。為了掩飾自己害怕的樣子,反而更加注意自己的衣著。面對那個曾經在我被鬼魂纏身時樂在其中的傢伙,我可不能顯得脆弱。汽車窗戶映出的男人,看起來一點也不像昨晚遭遇了無法言喻的事情。

과천 별장에 도착했을 때, 잿빛 겨울 하늘에서 비가 한두 방울 떨어져 차창을 두드렸다. 늦은 오후에나 올 거라던 비가 벌써 시작된 것이 짜증스럽다. 몇 달 전 가을, 정민영이 죽던 날의 폭우가 떠올라 기분이 더러웠다.
當抵達果川別墅時,灰色的冬天天空中開始滴下幾滴雨水,敲打著車窗。原本說是要到晚些時候才會下雨,卻已經開始了,讓人感到煩躁。幾個月前的秋天,正敏英去世那天的暴雨浮現在腦海中,心情變得更加糟糕。

별장 안에 들어가 보니 이미 누나 조윤하가 도착해 명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別墅裡進去一看,姐姐趙允河已經到達,正與名河展開心理戰。

“아버지가 부르셨다면서, 왜 명하 네가 상석에서 그러고 있어?”
「你父親叫你了,為什麼你還坐在上席上?」

윤하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에 신오는 기가 질려 제자리에 멈춰 섰다. 꼿꼿한 등줄기만 봐도 그녀가 예의 강철 같은 무표정으로 명하를 대하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允夏冰冷的聲音讓信吾驚呆了,停在原地。僅從她筆直的背影就能看出,她正以鋼鐵般的面無表情對待名夏。

“일이 그렇게 됐네. 원래는 아버지 침실에서 담소도 나누고 실적 보고도 할 참이었는데, 아버지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계획이 다 틀어졌지 뭐야.”
“事情就是這樣發展的。本來是打算在父親的臥室裡聊聊天,還有業績報告的,但父親的身體狀況突然變差,計劃全都泡湯了。”

“퍽이나 그렇겠지.”  “那倒是。”

명하의 뻔한 헛소리에 윤하는 차가운 얼굴로 동생을 내려다보았다. 조 회장은 7년 전 밤에 쓰러진 뒤 딸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되었다. 그를 두고 능글거리는 꼴이 가당찮았다.
名夏的荒謬話語讓允河冷冷地俯視著弟弟。趙會長在七年前的那個晚上倒下後,連女兒都認不出來了。留在他身邊的這種輕浮模樣實在讓人無法忍受。

“방금 전에 김 박사님이 들렀다 가셨어. 무리하시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시던걸. 걱정 마. 내가 사전에 아버지께 의중을 충분히 여쭤봤으니까. 누나는 내 말이 아버지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잘 새겨듣고 가도록 해.”
「剛才金博士來過。他特別叮囑我絕對不能勉強自己。別擔心,我事先已經充分詢問過父親的想法。姐姐會把我的話當作父親的話來好好聽著。」

“7년간 자리보전하고 계신 분이 대체 뭐라고 하셨는데?”
“七年來一直在保留位置的人到底說了什麼?”

“누나 부부는 JG ENM 쪽에서 완전히 손 떼라고 하셨어. 뒷일은 신오더러 나서서 수습하래. 어쩔 수 없잖아. 연예 기획사 대표가 여배우 시신을 자기 차에 버려두고 도망갔어. 그 끔찍한 사건 용의자가 누군데? 누나 남편 백경완이잖아. 누군가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
「姐姐和姐夫完全被 JG ENM 那邊叫停了。後面的事情要交給新奧來處理。這也沒辦法。娛樂公司代表把女演員的屍體丟在自己的車裡就逃跑了。那起可怕事件的嫌疑人是誰?不就是姐姐的丈夫白京完嗎?總得有人負責吧?」

“헛소리 마. 내 남편은….”
“胡說八道。我的丈夫是……。”

윤하는 제 남편은 범인이 아닌 피해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말해 봐야 들을 상대가 아니거니와, 상황이 지독하게 맞물려 어떤 변명으로도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다.
允河想要說她的丈夫不是罪犯而是受害者,但最終還是閉上了嘴。反正說了也不會有人聽,況且情況糾結得無法用任何辯解來證明丈夫的清白。

정민영, 스물여섯 여배우의 시신이 차 안에서 발견된 것은 작년 9월의 일이다. 방치된 지 한참 만에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가 그녀를 찾아냈다. 차량 소유주는 JG 그룹의 첫째 사위인 백경완이었다. 그를 두고 스폰서 관계였던 여자를 우발적으로 죽인 뒤 시신을 갖다 버린 거라는 둥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았지만 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사자인 백경완이 정민영의 시신을 두고 사라진 직후, 행방을 감춘 탓이었다.
正敏英,二十六歲的女演員,其遺體於去年九月在車內被發現。經過一段時間的放置後,接到居民報案的 119 救援隊出動找到了她。車輛的所有者是 JG 集團的長子女婿白京完。關於他與這位女性的贊助關係,傳出了各種可怕的謠言,稱他在意外中殺死了她,然後將遺體棄置,但對他的調查並未展開。因為當事人白京完在正敏英的遺體被發現後不久便消失了,導致行蹤不明。

사람들은 얼마 후 터진 속보에 백경완이 실종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JG 그룹 계열사에서 천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그 범인이 백경완이란 뉴스였다.
人們不久後便能猜測到白京完失踪的原因。JG 集團旗下發生了十億韓元的挪用事件,而罪犯正是白京完。

경완은 명하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신오는 뉴스를 듣자마자 확신했다.
經完已經陷入明河的陷阱中。信吾在聽到消息的瞬間便確信了。

백경완은 천금을 준다 한들 제 아내를 버리고 잠적할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짓이라고 발표된 횡령 건은 애초에 명하의 투자 실패를 묻기 위한 분식 회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명하는 외국계 자문사만의 말만 믿고 껍데기만 남은 회사에 투자해 천억 원대 손실을 보고도 주주 총회에서 표를 잃지 않기 위해 계열사의 돈을 담보 없이 빌려다 손실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
白京完即使給予千金,也不會拋棄妻子而潛逃。此外,據說是他的行為的挪用公款事件,實際上是源於明河為了掩蓋投資失敗而進行的虛假會計。明河只相信外資顧問公司的話,投資於一個只剩空殼的公司,結果損失了千億韓元,為了在股東大會上不失去表決權,他以子公司的資金作為擔保,無抵押借款來填補損失,從而操縱了會計帳簿。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내부 고발로 금감원 조사가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백경완이 실종되면서 일이 흐지부지되었다. 명하는 자신이 날린 투자 자금을 백경완이 들고튄 걸로 꾸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백경완의 실종에 명하가 관여했을 게 분명했다.
尾巴長了就會被抓,正當內部揭發即將引來金監院調查之際。然而,隨著白京完的失踪,事情變得模糊不清。明河得以將自己投資的資金包裝成白京完潛逃的情況,從而逃過一劫。明河肯定與白京完的失踪有關。

그리고 정민영. 백경완은 그녀의 죽음과도 관련이 없었다.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닌 명하였다. 신오는 그에 관해서라면 증언도 가능했다. 명하가 정민영을 과천 별장으로 끌고 가 죽게 한 날, 자신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而鄭敏英,白京完與她的死並無關聯。應該對那件事負責的人並不是他,而是明河。信吾對此也能作證。因為在明河將鄭敏英帶到果川別墅致死的那一天,他自己也在現場。

생각해보면 그날은 온종일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명하는 분식 회계 건이 언론에 터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신오에게 모든 짜증을 풀었다.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는지 클럽의 VIP 룸에서 성 상납을 받았다. 거기서 멈췄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명하는 정민영에게 당치 않은 무당 노릇까지 강요했다.
回想起來,那天真的是一整天都不順利的一天。名因為擔心分食會計的事件會被媒體曝光而心神不寧,將所有的煩躁都發洩在了新奧身上。即便如此,似乎還是無法平息怒火,在俱樂部的 VIP 房間裡接受了性交易。如果就此止步,那該多好。然而,名卻還強迫正敏英扮演不相稱的巫師角色。

신기도 거의 없는 정민영이 조씨 집안 귀신을 불러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엉뚱한 잡귀가 끼어들었고, 신오는 그에 씌어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다음 날 아침 제 방 침대 위였다. 빙의의 후유증인지 신오는 전날 밤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信祈禱幾乎不存在的鄭敏英不可能召喚到趙氏家族的鬼魂。意外的雜鬼插了進來,信奧因此失去了意識。醒來時發現自己在第二天早上躺在自己的房間床上。或許是附身的後遺症,信奧對前一晚的事情完全不記得了。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到底發生了什麼事?」

「하, 너도 참 편하게 사는구나. 죄짓고 저리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도 재주지.」
「哈,你也真是活得輕鬆啊。犯了罪就這樣徹底忘記,這也是一種本事呢。」

손각시는 알쏭달쏭한 말을 던질 뿐 궁금해 죽으라며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알려 주지 않았다. 신오는 한참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던 중에 백경완이 차를 버리고 도주했단 뉴스를 접했다. 그 순간 제 손으로 누군가를 목 졸랐던 일이 퍼뜩 생각났다. 이어 퍼렇게 질린 정민영의 얼굴이 기억났다.
손각只是拋出模糊不清的話,讓人好奇得快要死去,卻絕對不會告訴我昨晚發生了什麼事。信吾在思考了很久,苦惱不已的時候,聽到了白京完拋下車輛逃跑的消息。那一瞬間,我突然想起了自己親手掐死過某人的事情。接著,青紫色的鄭敏英的臉龐也浮現在腦海中。

가슴이 철렁했다.  心中一震。

‘명하가 정민영을 죽인 것 맞지?’
「明河殺了鄭敏英,沒錯吧?」

신오는 마음속에 차오른 불안감을 몰아내기 위해 손각시에게 물었다. 하지만 손각시는 끝내 콧방귀만 뀔 뿐이었고, 신오는 견디다 못해 자문자답을 했다.
信吾為了驅散心中湧現的不安,向手偶詢問。然而手偶卻只是輕蔑地哼了一聲,信吾忍無可忍,開始自問自答。

‘명하가, 그 개새끼가 죽인 것 맞아. 그래놓고 경완이한테 죄를 다 뒤집어씌운 거잖아.’
「名夏就是那隻狗崽子殺的。然後把所有的罪都推給了京完。」

신오는 연신 중얼거리며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따끔했다. 거기,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내린 상처가 남아 있었다.
新奧不停地喃喃自語,輕輕撫摸著脖子後面。感到一陣刺痛。那裡,留下了一道被某人用指甲劃過的傷痕。

“이사회에 JG ENM 대표 이사 교체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거야.”
「JG ENM 代表董事的更換將正式列入董事會議程。」

명하의 의기양양한 목소리에 신오는 상념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습관적으로 목덜미를 쓸어내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어차피 목걸이는 그곳에 없었다. 괜스레 손만 허전했다.
明夏的意氣風發的聲音讓神甫從沉思中驚醒,回到了現實。他發現自己習慣性地撫摸著脖子後面。反正那裡根本沒有項鍊。手上莫名其妙地感到空虛。

명하가 계속해서 빈정거렸다.  明夏不斷地嘲諷著。

“혹시 충격 받을까 싶어서 미리 알려 주는 거야. 그래도 가족인데, 누나가 아무 대비도 없이 이사들한테 당하게 놔둘 수는 없잖아.”
“我只是擔心你會受到衝擊,所以提前告訴你。畢竟是家人,姐姐不能讓你毫無準備地被搬家的人欺負。”

명하는 느긋하게 웃으며 승자의 관용을 베푸는 척했다. 그러나 온 얼굴에 넘쳐흐르는 희색은 차마 숨기지 못했다.
明亨悠然地笑著,假裝施予勝者的寬容。然而,臉上洋溢的喜悅卻無法掩飾。

명하와 윤하는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만 일 년간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JG홀딩스의 주주 총회장을 무대로 1대 주주가 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신오 역시 명하의 심복으로서 싸움의 한 축을 담당해야만 했다. 대주주들을 설득하고, 캐스팅 보트를 쥔 소액 주주들의 표를 얻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일이 마무리되어 갈 즘에는 매일 코피를 흘렸다.
名夏和允河從去年三月到現在,已經在集團治理結構的頂端——JG 控股的股東大會上展開了為成為第一大股東的全力戰鬥。信奧作為名夏的心腹,也必須擔負起戰鬥的一部分。他四處奔走,說服大股東,爭取握有關鍵票數的小股東的支持。隨著事情逐漸接近尾聲,他每天都流鼻血。

하지만 3차 주주 총회 때까지도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치솟았던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둘 사이의 싸움도 잠시 휴식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명하는 장외 싸움으로 그룹의 캐시 카우 격인 JG ENM을 빼앗았다. 결정적 승기를 붙든 것이다. 명하는 윤하에게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 좀이 쑤셨다.
然而,直到第三次股東大會時,經營權爭奪戰仍未結束。飆升的股價開始下滑,而雙方的鬥爭也暫時進入休息期,名人卻在場外戰鬥中奪走了集團的現金牛 JG ENM,掌握了決定性的勝機。名人想要向允河炫耀這一事實,心中不禁感到得意。

윤하가 싸늘히 답했다.  允夏冷冷地回答。

“충격은. 네가 이리 나올 거 예상 못 했던 사람이 어디 있다고.”
“衝擊是。誰會預料到你會這樣出現呢。”

명하가 노력한 보람도 없이 윤하의 얼굴에 동요의 기색 따윈 없었다. 명하는 기분이 잡쳐 그녀를 쏘아보았다. 윤하는 그를 무시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明哈的努力似乎毫無效果,尹哈的臉上沒有絲毫動搖的跡象。明哈心情不佳,瞪了她一眼。尹哈卻無視了他,起身離開了。

“용건이 다 이딴 것뿐이라면 난 시간 낭비 그만하고 일어날게. 그리고 더는 아버지 팔아서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지 마. 이제 내가 너희와 개인적으로 얼굴 볼 일은 상속 개시 때밖에 안 남았으니까.”
「如果用意只是這些,那我就不浪費時間了,起身走人。還有,不要再讓我父親忙著叫人來去。現在我和你們個人見面的機會,只有在繼承開始的時候了。」

윤하는 하고픈 말을 쏟아 뱉곤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명하는 윤하를 깔아뭉개는 기쁨에 취해 있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에 한 방 맞은 얼굴로 움찔 깨어났다. 어안 벙벙했던 얼굴이 삽시간에 분노로 일그러졌다.
允河將想說的話一口氣吐出後,便關上門走了出去。明河沉浸在壓制允河的快感中,卻在聽到門關上的聲音時,像被打了一拳般驚醒。那張愣愣的臉瞬間扭曲成了憤怒。

“시팔, ‘그날’ 저년이나 잡아갈 것이지.”
“該死,‘那天’的那個女人一定會被抓走。”

신오는 명하가 말하는 ‘그날’이 언제를 말하는지 바로 인지했다. 눈 벌건 악귀에게 당한 것이 조 회장이 아니고 윤하였으면 좋겠다고 명하가 몇 번이나 투덜거리는 걸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信吾立刻明白明河所說的「那一天」是指什麼。因為他曾聽明河抱怨過好幾次,希望遭遇紅眼惡鬼的不是趙會長,而是尹。

하지만 귀신이 과연 윤하를 탐내기나 할까. 귀신 덕에 흥한 집안의 딸답지 않게 윤하는 특이할 만치 영감이 없었다. 이 끔찍한 집안에서 자라며 가위 한 번 눌린 적이 없었고, 남들이 다 보는 것도 그녀만은 늘 못 보고 지나치곤 했다. 명하가 윤하를 껄끄러워하는 데는 그녀의 그런 체질도 한몫을 했다.
但是鬼魂真的會垂涎允河嗎?作為因鬼魂而興旺的家族的女兒,允河卻異常地缺乏靈感。在這個可怕的家中長大,她從未被壓過一次,別人都能看到的東西,她卻總是無法察覺。明河對允河感到不自在,這也與她的這種體質有關。

잠시 후, 윤하의 포르셰 엔진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씩씩대던 명하의 얼굴이 점차 평온해졌다.
稍後,允河的保時捷引擎聲音完全消失了。喘息不已的明河臉上逐漸露出了平靜的神情。

“후우–.”  “呼——。”

종내 명하는 긴 한숨으로 분노를 갈무리하곤 제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빙긋 웃었다. 변덕스러운 감정 변화 끝에 짓는 미소였다. 신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오래된 습관대로 조용히 침묵하며 명하의 말을 기다렸다.
終於,名哈以一聲長長的嘆息壓抑住怒火,然後像是從未發過怒般微微一笑。那是經過變幻莫測的情緒波動後所露出的微笑。信吾感受到危險,依照舊習慣靜靜地沉默,等待名哈的話語。

“조신오.”  “趙信五。”

그 순종적인 태도가 흡족했는지 명하가 그를 손가락으로 불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공범자끼리의 친근한 눈빛을 보내며 신오의 뺨을 두드렸다.
那順從的態度似乎讓明哈感到滿意,他用手指召喚了他。當他走近時,明哈用共犯之間的親切眼神看著他,輕輕拍了拍新吾的臉頰。

“조윤하는 언제 네가 교육 좀 시켜야겠다. 멍청한 게 너처럼 기어야 할 때 길 줄을 몰라.”
“趙允哈,總有一天我得好好教教你。你這傢伙,真是笨得不行,該爬的時候卻不知道該怎麼走。”

굴욕적인 말이었다.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신오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명하가 그를 들여다보며 히죽거렸다.
那是句令人羞辱的話。瞬間,信吾的表情失控,臉上扭曲不堪。明河看著他,露出了狡黠的笑容。

“저딴 것도 지 남편 걱정은 되나 봐. 경찰론 안 되니까 무당집 들락거리면서 자기 남편 찾는다더라.”
“這種事居然還會擔心她老公呢。因為警察不行,所以她就跑去廟裡找她老公。”

“조윤하가? 헛소문이겠지.”  “趙允河?那一定是無稽之談。”

신오는 믿기지 않는 말에 실소했다. 윤하는 이 집안에서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무당집에 드나드는 조윤하라니 도통 상상이 되질 않았다.
信吾對於難以置信的話輕笑了一聲。允河是這個家中唯一相信鬼魂不存在的人。常常出入巫師家中的趙允河,實在讓人無法想像。

“사실이야. 이미 소문이 파다한걸.”
“這是真的。謠言已經傳得沸沸揚揚了。”

“하, 조윤하가 제정신이 아니긴 한가 보네. 사람이 실종됐는데 무당을 찾아가? 그것들이 뭘 안다고?”
「哈,調允河果然是失去理智了。人都失踪了,居然去找巫師?那些人能知道什麼?」

“혹시 알아? 제법 신통한 소리를 했을 수도. 어린 년 끼고 필리핀에서 새살림을 차렸다고 점쟁이가 일러 줬을 수도 있지.”
“你知道嗎?她可能說了些相當神奇的話。算命師可能告訴過她,跟一個小女孩在菲律賓重新開始生活。”

“…….”  “……”

명하가 백경완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모욕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욕하는 짝이다. 신오는 기가 막혀 하마터면 명하를 똑바로 바라볼 뻔했다.
明夏用荒謬的話語侮辱白京完。就像沾滿糞便的狗在罵沾滿稻草的狗一樣。辛奧氣得幾乎要直視明夏。

명하가 빤질거리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明夏用閃閃發光的面孔繼續說道。

“무당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소린데, 신오 너 취임식 이후에 거기 분위기 쇄신 제대로 해. 배급 쪽도 시원찮고 제작 쪽은 엉망인데, 촬영장엔 귀신까지 나온다잖아.”
“既然提到巫師的話,那我就說一句,信吾你在就職典禮之後,務必要好好振興那裡的氣氛。配給方面也不怎麼樣,製作方面更是一團糟,聽說拍攝現場甚至出現了鬼魂。”

“귀신?”  “鬼神?”

신오는 떨떠름하게 반문했다. 명하가 어깨를 으쓱였다.
新奧冷冷地反問。明夏耸了耸肩。

“정민영이 귀신이 촬영장에 출몰한대. 웃기지도 않아. 그딴 소리 안 나오게 입단속 제대로 시켜. 아예 이쪽 판에 발도 못 붙이게 찍어 파 버려. 그래야 귀신이 되어서도 감히 개길 생각을 못 할 것 아냐.”
「正敏英說鬼魂在拍攝現場出現。根本不好笑。別再說這種話,給我好好閉嘴。乾脆讓他完全無法踏入這個圈子,徹底把他拍掉。這樣鬼魂也不敢妄想來捣乱。」

제 딴엔 재미난 소리를 했다 싶었던지 명하가 코웃음을 치며 킬킬댔다.
我以為我說了有趣的話,名哈卻嗤之以鼻,咯咯笑了起來。



“으….”  “呃……。”

관자놀이가 징징거렸다. 신오는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드는 편두통에 헐떡이며 정원을 가로질렀다. 어서 빨리 별장을 떠나고 싶었다. 그는 등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애써 무시한 채 바삐 걸었다. 시선의 방향이 ‘그 방’인 듯해 기분이 더러웠다. 그러나 차마 뒤를 돌아보고 그를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 그 방에서 일어났던 일만 떠올려도 시야가 아득해지며 명치가 꽉 막혔다.
觀顳骨在作響。辛奧面色蒼白,忍受著令人窒息的偏頭痛,急匆匆地穿過花園。他迫不及待想要離開這個別墅。他努力忽視背後似乎有某人注視的感覺,匆忙地走著。視線的方向似乎是「那個房間」,讓他感到不快。然而,他卻沒有勇氣回頭去確認。光是想起那個房間裡發生的事情,視野就變得模糊,胸口也感到一陣壓迫。

그저 모든 게 끔찍하다.
一切都太可怕了。

남소연도, 정민영도, 그동안 제가 한 모든 일은 사실 모두 그 방에 다시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한 짓들이었다. 그리 발버둥 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개 같은 곳에 재깍재깍 끌려올 수밖에 없단 사실이 답답하다. 저주에 걸린 기분이었다. 귀신이 제 혼을 범하며 몸속에 이 집안의 인력에 반응하는 무형의 자석을 심어 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南小妍和鄭敏英,這段時間我所做的一切,其實都是為了不再被拉回那個房間。儘管我掙扎了這麼久,最終還是不得不被拖回這個狗屁的地方,這讓我感到無比沮喪。彷彿中了詛咒一般。我懷疑是不是有鬼魂在侵犯我的靈魂,並在我體內植入了對這個家族的無形磁鐵。

미칠 듯한 짜증에 담배를 꺼냈다. 막 점화하려 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이어 들려온 전혀 예상 못 한 목소리에 신오는 들고 있던 전자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在快要發狂的煩躁中,我掏出了香煙。正要點燃的時候,電話響了。隨之而來的完全意想不到的聲音讓我手中的電子煙掉落在地。

백경완의 전화였다.  白京完的電話。

“야, 개새끼야, 너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너, 지금 어디야? 뭐 하느라 이렇게 연락이 안 돼?”
「喂,混蛋,你到底藏在哪裡…!你現在在哪裡?在幹什麼,怎麼這麼久都聯絡不上?」

신오는 언성을 높였다가 장소를 깨닫고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긴장감 없는 물음이 돌아왔다.
信吾提高了聲音,卻意識到場所的情況,於是壓低了聲音。電話那頭傳來一個毫無緊張感的詢問。

- 윤하 씨는 잘 지내?
- 윤하小姐,你過得好嗎?

경완은 몇 달 만에 전화를 해선 다짜고짜 아내 안부부터 물었다. 역시나 놈다웠다. 한량 새끼, 누군 저 때문에 말라 죽는데 저 혼자 연애질이지. 신오는 이를 갈며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세게 짓눌렀다.
經完幾個月後打了電話,卻一上來就問起妻子的近況。果然還是那個樣子。這個混蛋,誰因為我而憔悴得快死了,他卻自己在那裡談戀愛。信吾咬牙切齒,狠狠地壓著隱隱作痛的鬢角。

“멀쩡하다 못해 사람 잡게 생겼다. 이딴 전화할 시간 있으면 어디 처박혀 있는지 네 아내한테나 빨리 알려. 조윤하가 나 씹어 죽이기 전에.”
“完好無損得讓人覺得可怕。如果有時間打這種電話,快告訴你妻子你到底躲在哪裡。在趙允河把我咬死之前。”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윤하 씨 봄바람처럼 따뜻한 여자야. 뻔하네. 잘못은 자기가 하고 괜히 윤하 씨 탓하고 있는 거겠지.
- 別說些無理的話。我們的允夏小姐就像春風一樣溫暖。真是明顯。錯在自己卻無端地怪罪允夏小姐。

“하, 미친놈아. 그렇게 진심인 새끼가 정민영이는 왜 차에 싣고 갔던 거야? 소문대로….”
“哈,瘋子。那麼真心的傢伙,正敏英為什麼會被你載上車呢?果然如傳聞所說……。”

- 소문대로 뭐, 내가 조명하가 찍은 애를 건드렸을까 봐?
- 聽說我是不是碰到了我拍的那個女孩?

경완의 반문에 신오는 자신이 실언했단 걸 바로 자각했다. 경완은 여섯 살 연상, 것도 일 년에 웃는 일이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얼음장 같은 여자에게 반해 인생을 건 특이한 취향의 소유자였다. 그가 정민영을 추행하다 그녀를 죽였을 거란 세간의 짐작은 근거 없는 억측인 게 당연했다.
京完的反問讓信烘意識到自己說錯了話。京完是一位比他年長六歲的女性,這位冰冷如冰塊的女人一年中笑的次數屈指可數,他對她的迷戀使他成為一個將人生賭注於特異嗜好的擁有者。人們猜測他在對鄭敏英施暴後殺了她,這種想法顯然是毫無根據的臆測。

“그런 거면 걔 시신은 왜 네 차에 버려두고 간 건데? 기자들한테 조명하 조사하라고 한 짓이었냐? 멍청한 새끼야, 꿈 깨고 처 기어 나오기나 해. 횡령 건 터진 건 알고 있지? 조명하가 정민영 건까지 싸잡아서 다 너한테 뒤집어씌울 거야.”
「那麼,為什麼他的屍體會被你丟在車裡?是讓記者們去調查的把戲嗎?你這個笨蛋,醒醒吧,快出來面對現實。你知道挪用公款的事已經曝光了吧?鄭明河會把正敏英的事一起全都推到你身上。」

신오는 그동안 못 했던 말을 사납게 토해 냈다. 백경완은 신오와 동갑인 데다 이 망할 집안에선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 나름 유대감이 형성된 관계라 여겼건만, 경완은 깡그리 흔적을 지우고 도주하면서 저에겐 아무 언질도 주지 않았다. 그가 흙탕물을 만들고 간 탓에 신오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명하가 앞으로 경완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저를 의심의 눈으로 감시할 것이 짜증스러웠다.
信吾將這段時間無法說出口的話激烈地吐了出來。白京完與信吾同齡,在這個該死的家族中,他算是唯一能夠溝通的人。雖然我以為我們之間形成了一定的聯繫,但京完卻徹底抹去所有痕跡逃跑,對我沒有留下任何訊息。因為他留下了泥濘,信吾的行動空間不得不縮小。明河未來會因為京完的事而對我產生懷疑,這讓我感到非常煩躁。

경완이 피식 웃었다.  京完輕輕一笑。

- 왜? 내가 안 나타나야 좋은 건 너도 마찬가질 텐데.
- 為什麼?我不出現對你來說也應該是好事吧。

“뭐?”  “什麼?”

- 정민영, 제대로 수사하면 너도 골치 아파질 것 아냐. 걔 과천 별장에 데려간 거 내가 아니고 너였잖아. 그거 밝혀져도 괜찮은 거였어?
- 正敏英,如果好好調查的話,你也會變得很麻煩吧。把她帶到過天的別墅的不是我,是你啊。那件事被揭穿也沒關係嗎?

심장이 철렁했다. 경완의 말대로 경완이 실종된 탓에 신오는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 만일 제대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저는 어찌 됐을까. 신오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반문했다.
心臟一緊。正如京完所說,因為京完失踪,信烘才能逃過調查的網絡。如果調查正常進行,我會怎麼樣呢?信烘吞了吞口水,反問道。

“내가 뭘? 정민영은 사고로 죽었어. 조명하가 좆같이 굴어서 그리된 거지 내 탓은 아니란 말이야.”
“我做了什麼?鄭敏英是因為意外死的。是因為趙明河的混蛋行為才變成這樣,這不是我的錯。”

언성 높인 목소리가 불안스레 떨렸다. 그날 밤 기억을 떠올릴 수 없음에도 신오는 종종 제 손아귀 안에서 사람의 목을 졸랐던 감촉을 느꼈다. 퍼렇게 질려 누워 있던 정민영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신오는 그녀가 저항하며 내저은 손길로 목을 할퀴던 순간을 떠올리며 목을 긁었다.
提高的聲音顯得不安地顫抖著。儘管無法回想起那晚的記憶,信吾卻時常感受到自己手中緊緊掐住人的脖子的觸感。那張面色蒼白、躺在地上的鄭敏英的臉龐不斷在眼前閃現。呼吸變得急促。信吾回想起她掙扎時用力抓撓脖子的瞬間,忍不住抓了抓自己的脖子。

아니다.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매일 밤 귀신의 전생을 꿈에서 체험하다 보니 그가 한 짓을 제가 한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정민영이 죽은 건 순전히 명하 탓이었다. 자신은 하등의 잘못도 없었다. 신오는 스스로를 설득하기라도 하듯 강박적으로 읊조렸다.
不是的。我沒有殺人。每天晚上在夢中體驗鬼魂的前世,讓我明白我確實誤以為那些是我做的。鄭敏英的死完全是明河的錯。他自己並沒有任何錯誤。信吾像是在自我說服般,強迫地低語著。

거칠어지는 신오의 숨소리에 경완이 알 만하단 듯 말했다.
隨著神奧的呼吸變得粗重,京完似乎明白了什麼般地說道。

- 그래, 넌 아무 죄 없어. 내가 잘 알지.
- 是的,你沒有任何罪。這我很清楚。

“…….”  “……”

비아냥거림 가득한 말이었다. 신오는 비위가 상해 입매를 비틀었다.
充滿嘲諷的話語。信奧感到不快,嘴角扭曲。

- 그래, 정민영이야 아무 상관 없다 치고. 그 외에 무슨 볼일로 날 찾는 건데?
- 是啊,正敏英嘛,無所謂。那還有什麼事找我呢?

경완은 별일 아니면 그대로 전화를 끊겠단 투였다. 신오는 이를 갈며 뻣뻣한 목덜미를 신경질적으로 붙들었다.
京完似乎不打算接下來的電話,除非有特別的事情。信吾咬著牙,神經質地抓住僵硬的脖子。

“내 목걸이, 네가 갖고 있냐?”
“我的項鍊,你有嗎?”

신오는 목걸이의 행방을 고심하던 끝에 정민영의 손톱이 제 목을 할퀴고 지나간 뒤 목덜미가 허전해진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유일한 단서였다. 신오는 정민영의 자취를 탐색하며 목걸이를 찾아내려 미친 듯이 애를 썼다. 매수한 경찰을 통해 사고 현장과 정민영의 시신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목걸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혹시나 정민영의 시신을 화장했을 때 목걸이도 딸려 들어가 재가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뜩, 신오는 사건 관련자 중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 있단 걸 떠올렸다. 경완이었다.
信吾在苦思項鍊的下落後,隱約記起正敏英的指甲劃過他脖子的瞬間,讓他的脖子感到一陣空虛。這是唯一的線索。信吾在追尋正敏英的足跡,拼命想要找到項鍊。他透過收買的警察,徹底搜尋了事故現場和正敏英的屍體周圍。然而,無論在哪裡都沒有找到項鍊。真是鬼哭神嚎。信吾不禁懷疑,或許在火化正敏英的屍體時,項鍊也隨之化為灰燼,讓他無法安眠。就在某一天,信吾突然想起,事件相關者中還有一個人是他未曾確認的,那就是京完。

- 뭐야. 것 때문에 날 찾은 거였어?
- 什麼啊。是因為那個東西來找我的嗎?

“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這不完全是因為那個……。”

- 내가 갖고 있다면 어쩔 건데. 찾으러 오게?
- 如果我擁有的話,你打算怎麼辦?要來找我嗎?

“당연하지. 위치만 알려 줘. 어디 있는지 좌표만이라도 찍어 주면…. 어, 경완아?”
“當然可以。只要告訴我位置。只要標出坐標就好……啊,京完啊?”

말하던 도중에 전화가 끊겼다. 신오는 황당해하며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발신자 제한 표시가 된 번호로 온 전화가 끊어졌다는 표시가 떠 있을 뿐이었다.
正在說話的時候,電話突然斷了。信吾驚訝地看著手機。螢幕上只顯示著來電者限制的號碼,並顯示通話已斷的標記。

“이 새끼가 진짜….”  “這小子真是……。”

신오는 애꿎은 전화기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信吾瞪著那無辜的電話,咬緊了牙關。除此之外,別無他法。


***


“하여튼 도움 안 되는 새끼….”
“反正是個沒用的傢伙……。”

신오는 거칠게 차 문을 닫고 이를 갈았다. 시커먼 안색을 본 김 비서가 두통약을 내밀었다. 약을 삼키며 신오는 중요 일정 보고를 들었다.
信吾粗暴地關上車門,咬緊牙關。看到他陰沉的臉色,金秘書遞上了止痛藥。他吞下藥後,聽取了重要日程的報告。

“오늘 저녁 7시에 플라자 호텔에서 투자자들과의 대화가 있습니다. 차규석, 아슬란 그룹 공동 대표와의 대담 형식으로 8시 반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今天晚上七點在廣場酒店將舉行與投資者的對話。將以與車圭錫、阿斯蘭集團共同代表的對談形式進行,預計到八點半結束。」

“자료는 기존 내용 그대로입니까?”
“資料是與原有內容一樣嗎?”

“네, 그렇습니다. 혹시 변동 사항 있으면 추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是的,沒錯。如果有變動的事項,我會稍後報告。”

“다른 일정은요?”  “其他行程呢?”

“이번 주말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고, 다음 주 월요일 12시에 취임식 후 첫 기자 간담회 겸 오찬 모임 있습니다. 관련 보도 자료를 준비해 뒀습니다. 검토하시고 수정할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這個週末沒有特別的行程,下週一中午 12 點將舉行就職典禮後的第一次記者會暨午餐會。我已經準備好了相關的新聞稿。請您檢閱並告訴我需要修改的地方。”

“알겠어요.”  “我知道了。”

“다음주 수요일 5시에 대한 상공 회의소가 주최한 정책 간담회에 JG 대표로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조명하 부회장님께서는 일정이 겹쳐 참석이 어려우시다고 연락해 놨습니다.”
下週三五點,JG 代表將參加由商會主辦的政策座談會。趙明河副會長因日程衝突,已通知無法參加。

가 봐야 새로 부임한 공정 거래 위원장에게 아쉬운 소리나 듣게 될 게 뻔한 자리였다. 원래대로라면 백경완이 대신 참석했을 테지만, 이제는 신오가 그를 대신해야 했다. 성가신 일이 산더미다. 두통이 치밀었다.
去那裡只會聽到新任公正交易委員會主席的失望之聲,這是顯而易見的場合。照理說,白京完會代替出席,但現在新奧必須代替他。麻煩事如山般堆積。頭痛開始加劇。

김 비서가 신오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金秘書小心翼翼地觀察著信吾的神情,繼續說道。

“KJ항공 인수 건 실무팀 미팅은 언제로 날짜를 잡을까요? 안 그래도 부회장님께서 진행 상황을 물어보시던데요.”
「KJ 航空收購案的實務團隊會議我們要定在什麼時候呢?副會長剛好在詢問進展情況。」

싫은 화제였다. 김 비서의 언급에 신오는 바로 인상을 구겼다.
這是一個令人厭惡的話題。聽到金秘書的提及,信吾立刻皺起了眉頭。

KJ항공 매각설이 불거질 때부터 불길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명하는 지분 확보는 물론 주주들의 지지도 얻을 절호의 기회라며 욕심을 부렸다. 과욕이었다. 인수자금부터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명하가 신오를 JG ENM에 심은 것은 신오더러 그곳에서 현금을 짜내오란 지시나 다름없었다.
KJ 航空的出售傳聞一出,我就覺得不妙。果然不出所料。名哈不僅想要確保股份,還想藉此獲得股東的支持,真是貪心。這是過度的貪婪。從收購資金開始就明顯不足。名哈將新奧植入 JG ENM,無異於指示新奧去那裡榨取現金。

개새끼, 돈은 돈대로 벌어오고 거기다 귀신까지 퇴치하라 이거지.
狗崽子,賺錢的事就賺錢,還要去驅除鬼魂,這是什麼意思。

신오는 김 비서에게 퉁명스레 말했다.
新奧冷冷地對金秘書說道。

“미팅 건은 내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얘기할게요. 그나저나 조명하 부회장님이 촬영장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갖고 농담하시던데요. 김 비서, 혹시 아는 바 있어요?”
「會議的事情我再想想再跟你說。不過,聽說趙明河副會長在拍攝現場開玩笑說有鬼出現。金秘書,你知道什麼嗎?」

김 비서가 살짝 얼굴을 굳혔다.
金秘書微微皺起了眉頭。

“<기문총화>라고, 스튜디오 시시포스가 제작 중인 6부작 미니 시리즈 촬영 중에 나온 소문으로 압니다. 감독과 몇몇이 대박 날 조짐인 것 같다고 SNS에 몇 마디 썼는데, 그게 이상하게 와전이 되어서….”
「我聽說是《奇門總話》,是工作室西西弗斯正在製作的六集迷你系列拍攝中出現的傳聞。導演和幾個人似乎在社交媒體上寫了幾句話,說有大賣的跡象,但那卻奇怪地被曲解了……。」

“죽은 정민영이 귀신이 돼 돌아다닌다고 소문이 난 겁니까?”
「死去的鄭敏英變成鬼魂四處遊蕩的傳聞是真的嗎?」

“그렇습니다.”  “沒錯。”

“직업이 그래서인지 상상력들이 풍부하네요.”
「職業的關係,想像力真是豐富呢。」

“네, 네, 아마도 그런 모양입니다.”
“是的,是的,可能是那樣。”

신오의 냉소에 비서가 진땀을 흘렸다. 신오는 그를 조용히 쏘아보았다. 귀신이 목격됐으니 대박이 날 거라고? 그딴 구닥다리 홍보 때문에 몇 달 동안 어렵사리 묻은 정민영의 존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단 데 화가 치밀었다. 어떤 놈인지 면전에서 박살을 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信吾的冷嘲讓秘書冒出了冷汗。信吾靜靜地瞪了他一眼。因為目擊了鬼魂,所以會大賺一筆?因為這種老掉牙的宣傳,幾個月來艱難隱藏的鄭敏英的存在又重新浮出水面,讓他心中怒火中燒。似乎有必要當面把那個傢伙打得粉碎,才能讓心裡痛快。

“월요일 기자 간담회 때 시시포스 박광일 대표도 동석하기로 되어 있죠? 연락해서 <기문총화> 감독, 주연 배우도 함께 참석시키라고 하세요. 홍보만 잘해 주면 1분기 간판 드라마가 될 조짐이 보이는데, 서로 윈-윈 하면 좋잖아요.”
「星期一的記者會上,西西弗斯的朴光日代表也會出席吧?請聯絡他,讓《奇門遁甲》的導演和主演也一起參加。如果宣傳做得好,第一季度的招牌劇有成為熱門的跡象,大家互利共贏不是很好嗎?」

“좋은 생각이십니다. 대표님께서 제작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인상을 기자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這是個好主意。我想代表您可以給記者們留下您對製作方面非常感興趣的印象。”

신오의 속내를 모르는 비서가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不知信吾心思的秘書一邊插話一邊點頭。


***


기자 간담회 자리는 껍데기 번드르르한 말 잔치에 지나지 않았다. 진행을 맡은 홍보실의 누군가가 임원진을 소개하고 이어 <새로운 도약, 원년이 될 새해>란 제목의 담화문을 읽어 나갔다. 취임식 때 신오가 발표한 것의 요약본이나 마찬가지인 내용이었다. 신오 역시 미리 배부된 보도 자료를 무감하게 읽기만 했다. 기자들이야 어차피 제가 먹여 살리는 인간들이다. 애써 공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記者座談會的場面不過是外表光鮮的言辭盛宴。負責進行的公關部某位成員介紹了高層,接著朗讀了一篇題為《新的飛躍,將成為元年的新年》的講話稿。這內容幾乎是新奧在就職典禮上所發表的摘要。新奧也只是無感地讀著事先發放的新聞資料。記者們本來就是我養活的人,無需特別費心。

“그동안 JG ENM이 영화업에 치중해 콘텐츠 사업과 운영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JG의 신임 대표로서 저는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플랫폼 사업의 다변화와 내실화를 꾀할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배급 시장 1위를 재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부가 판권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며….”
「這段時間以來,JG ENM 在電影業務上過於專注,導致內容事業和運營上存在不足的指摘。作為 JG 的新任代表,我將消除這些擔憂,並致力於平台業務的多元化和內部強化。……同時,我的目標是重新奪回發行市場的第一名。……為了提高投資收益,我正在構思提高附加版權收益的方案……。」

문장 하나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들이 자판을 두드려 즉석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물론 그 역시 배부된 초안에 살을 붙이는 작업에 불과했다.
一句話剛結束,記者們便迅速敲打鍵盤,即席撰寫文章。當然,這也不過是對發放的草稿進行潤飾的工作。

“아시다시피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는 올해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기문총화> 등 한국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윤여걸 감독께서 <기문총화>를 한국 호러 드라마의 획을 그을 작품으로 만들 작정이시라니, 이 자리에 모인 기자분들께서 애국한다고 생각하시고 좋은 홍보 기사 써 주십시오.”
“如您所知,國內市場已經達到飽和狀態。我們今年將全力以赴進軍海外市場,計劃製作《奇門總話》等具有濃厚韓國色彩的作品。尹汝貞導演打算將《奇門總話》打造為韓國恐怖劇的里程碑之作,希望在座的記者朋友們能夠出於愛國心,撰寫出好的宣傳文章。”

언급이 반가웠던지 윤여걸 감독이 벌떡 일어나 잘 부탁드린다며 익살스레 인사를 했다. 대동한 여배우가 화사하게 웃자 기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신오는 둘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별다른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提到的時候似乎很高興,尹汝傑導演立刻站起來,幽默地說道「請多多指教」。與他同行的女演員燦爛地微笑,記者們的臉上也浮現出笑容。申奧仔細觀察著兩人,但並沒有感覺到什麼特別的跡象。

간담회 후, 오찬 자리로 이동하려 할 때였다. 신오는 뭔가 이상한 위화감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실내에 이상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서넛 보였다. 한복은 그렇다 쳐도 이 겨울에 웬 반팔 티셔츠일까. 신오는 그를 쳐다보다가 남자와 그 옆 여자의 이목구비가 지우개로 지운 듯 흐릿하게 뭉개진 것을 발견했다.
會議結束後,正準備移動到午餐的時候。信吾感到周圍有些異樣的違和感,於是四處張望。室內有幾個穿著奇怪衣服的人。雖然韓服可以理解,但這個冬天怎麼會有人穿短袖 T 恤呢。信吾盯著那個人,發現那個男生和旁邊女生的五官似乎被橡皮擦抹得模糊不清。

“…어.”  “…嗯。”

놀람에 멍청한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신오가 자기들을 볼 수 있단 걸 눈치챈 것들이 일순간에 신오를 돌아보았다. 자글자글 물 끓는 듯 격렬한 소음이 신오를 덮쳤다.
驚訝地發出了愚蠢的驚嘆聲。察覺到信吾能看到他們的那些人瞬間轉過頭來看信吾。像水在沸騰般激烈的噪音襲向了信吾。

「저게 조가네 이름 먹는 귀신이 눈독 들인 제물 맞지? 그놈 쫓아내려다 손각시를 붙였다며? 저런 멍청한 놈을 봤나.」
「那是喬家名字的鬼魂盯上的祭品吧?為了驅趕那傢伙還附上了手偶?真是見過這麼愚蠢的人了。」

「앙상한 것 봐. 손각시가 매일 얼마나 뜯어 먹었는지 뼈 밖에 안 남았어.」
「看看這副模樣。手偶每天被啃得只剩下骨頭了。」

「뭘. 말랐어도 향긋하고 예쁘기만 한걸. 저 보드라운 거죽 아래 골수는 또 얼마나 맛있겠어?」
「什麼。就算瘦了,還是香噴噴的,漂亮得很呢。在那柔軟的皮下,骨髓又會有多麼美味呢?」

「침만 흘리지 말고 한번 덮쳐 보게. 즐겁게 씹어 삼키라고 이름까지 그럴듯하게 붙여 놨잖아.」
「別只流口水,來試著撲上去吧。不是已經給你起了個聽起來不錯的名字,讓你愉快地咀嚼吞下去嗎?」

「손각시가 가만 놔두겠어? 아이고, 아쉬워라. 고년만 아니었어도 저 야들야들 벌건 살, 오독오독 허연 뼈, 입 안에 넣고 살살 녹여 먹을 텐데.」
「手偶會讓你安然無恙嗎?唉,真可惜。如果不是那個老太婆,那嫩嫩的紅肉,脆脆的白骨,早就放進嘴裡慢慢融化吃掉了。」

망할 것들이 아예 작정하고 떠들어 댄다. 광기 진득한 목소리에 정신이 얼얼했다. 잡귀에게 휩쓸려 넋을 잃지 않기 위해 신오는 심호흡을 했다. 그 모습에 잡귀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귀청이 징징 울리고, 관자놀이가 빠개질 듯했다.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걸 이를 악물고 겨우 참다가 신오는 불현듯 귀곡성이 일시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該死的東西們完全是下定決心在喧鬧。瘋狂而刺耳的聲音讓人感到頭腦麻木。為了不被邪靈捲走而失去靈魂,信奧深吸了一口氣。看到這一幕,邪靈們捧著肚子大笑。耳朵裡嗡嗡作響,太陽穴似乎要爆炸。想要尖叫卻咬緊牙關勉強忍耐,信奧突然感覺到耳邊的鬼哭聲瞬間消失了。

“……?”  「……?」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청명한 기운이 돌아 머리가 맑아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신오는 고개를 돌리고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 저를 쏘아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고요하고, 강렬한 시선이었다.
音量靜音按鈕似乎被按下,所有的聲音都消失了。清晰的氣息回流,讓我的頭腦變得清醒。究竟發生了什麼事?神奧努力轉過頭,試圖尋找原因。感覺到在某個地方,有人正盯著我。那是一種寧靜而強烈的目光。

누구지?  誰呢?

상대를 확인하기도 전, 다리 사이가 가려워 신오는 시선을 내렸다. 양 허벅지 위로 기다란 머리카락이 가랑이 사이에 쏟아져 있는 것이 보였다.
在確認對方之前,信奧因為腿間癢而低下了視線。她看到長長的頭髮灑落在兩條大腿上,垂落在腿間。

‘시팔…!’  「死八…!」

손각시가 제 다리 사이에 와 있었다. 그것과 시선이 마주치기 전에 신오는 퍼뜩 시선을 돌렸다. 공포로 숨이 막혔다. 귀접을 당하는 건 대개 밤이었다. 귀신이 대낮에 이렇게까지 미친 짓을 벌일지는 몰랐다. 어찌 대처할지 몰라 숨이 가빠졌다. 누구 도와줄 사람 없나 싶어 휘휘 돌아본 시선에 잡귀들이 손각시를 피해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게 보였다.
手偶就在我的腿間。還未與它的目光相遇,神翁便猛然轉過視線。恐懼讓我窒息。通常被鬼魂纏身的時候都是在夜晚,沒想到鬼魂竟會在白天如此瘋狂。我不知道該如何應對,呼吸變得急促。我四處張望,心中想著是否有人能幫助我,卻看到那些邪靈們躲避手偶,蜷縮在角落裡隱藏著。

「나랑 노는데 어딜 딴 데다 신경을 써?」
「跟我玩時為什麼要分心去想別的事?」

“!”  “!”

손각시가 킬킬대며 신오의 허벅지 사이를 야릇하게 쓸어내렸다. 몸이 배배 꼬이며 열감이 올랐다. 잡귀들이 침을 꼴깍거리며 그를 지켜보았다. 손각시가 보란 듯 코웃음을 쳤다.
手偶輕輕地在新吾的腿間撫過,發出咯咯的笑聲。身體扭曲著,熱感湧上心頭。邪靈們吞嚥著口水,靜靜地注視著他。手偶似乎在炫耀般地嗤之以鼻。

「이것들아, 감히 누구 님 것에 침을 흘려? 너흰 거기서 이 몸이 요것 갖고 노는 꼴이나 잘 구경들 하거라.」
「這些東西,竟敢對誰的東西流口水?你們就好好在那裡看著我玩這個吧。」

이 미친 게 제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신오는 무릎 위에 손톱을 세웠다. 손각시의 손길에 깊은 밤, 그녀에게 속절없이 당할 때처럼 절제할 수 없는 성감이 치밀었다. 허리가 뻣뻣해지고 이목구비가 열에 발그레해졌다. 뻑뻑한 목구멍을 뚫고 교성이 터져 나오려 한다. 아직 기자들이 연회장을 다 빠져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신오는 이를 악물었다. 등줄기가 떨리고 진땀이 이마를 적셨다.
這個瘋子似乎是想要主張自己的所有權。信吾將指甲架在膝蓋上。在手偶的觸碰下,深夜裡,當她毫無抵抗地被征服時,無法自制的快感湧上心頭。腰部變得僵硬,五官因熱而泛紅。喉嚨緊繃,似乎要發出聲音。此時,記者們還沒有完全離開宴會廳。信吾咬緊牙關,背脊顫抖,冷汗浸濕了額頭。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代表,您還好嗎?”

김 비서가 신오의 일그러진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신오는 괜찮다고 잠긴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손각시를 뿌리치고 도망치려 해도 두 발이 땅에 붙은 듯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무릎을 움츠리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로도 손각시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金秘書擔憂地看著辛奧扭曲的臉龐。辛奧用低沉的聲音回答說沒事,並搖了搖頭。即使想要推開手偶逃跑,雙腳卻像是黏在地上一樣無法站起來。蜷縮著膝蓋是最好的辦法。然而,即便如此,他也無法阻止手偶的進攻。

손각시가 기어이 신오의 두 다리 사이로 억지로 얼굴을 밀어 넣고 길게 혀를 빼 사타구니 사이를 핥았다. 말캉한 살덩이가 성기를 자극했다. 바지 아래로 성기가 빳빳하게 부풀었다. 빌어먹을…. 눈앞이 까맣게 질렸다. 신오가 진땀에 푹 젖은 상태로 숨을 헐떡거리자 기자들 몇이 그를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그 시선에 이성이 돌아왔다. 신오는 바짓단을 쥐고 손각시의 희롱을 견디며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했다.
孫中山把臉逼到葛新吾的兩腿之間,伸出長舌在他的股溝之間舔舐。光滑的皮肉刺激著他的陰莖。他的陰莖在褲子下面硬硬地漲大了。操....他的眼睛瞪得大大的。欣兒大口大口地喘著氣,全身都被汗水濕透了,他能感覺到有幾個記者在回頭看他。這幾道目光讓他回過神來。鑫兒攥緊了巴茲坦,拼命佯裝鎮定,忍受著孫學思的奚落。

손각시가 그를 비웃었다.  手偶嘲笑了他。

「생각보다 잘 버티네? 어디 언제까지 참나 보자.」
「想不到你挺得這麼好?那就看看你能撐到什麼時候。」

히히히히, 웃음소리가 오싹했다. 신오는 손각시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간담이 서늘했다. 그는 이내 제 손이 남의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벨트를 푸는 손길에 피가 식었다.
嘿嘿嘿嘿,笑聲讓人毛骨悚然。神奧不知道手偶會做出什麼事情,心中感到一陣寒意。他隨即感覺到自己的手像是別人的一樣在動。解開腰帶的手勢讓他感到一陣冰冷。

펑, 누군가 플래시를 터트렸다.
砰,有人閃光燈閃爍了。

심장이 떨어질 듯했다. 헉, 신오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 덕분인지 주박이 풀렸다. 발이 움직인다. 신오는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心臟彷彿要掉下來了。赫,信吾深深吸了一口氣。多虧如此,束縛解開了。腳開始動了。信吾恍惚地從座位上站了起來。

“김 비서, 자동차 키 줘요. 난 그만 돌아가 볼 테니.”
「金秘書,把車鑰匙給我。我就要回去了。」

“네? 오찬 자리에 <기문총화> 감독과 주연 배우가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您說什麼?午餐會上《奇門總話》的導演和主演正在等您呢。”

김 비서가 당치 않게 토를 달았다. 평소라면 한마디 쏘아붙여 입을 다물게 했을 테지만, 지금 신오는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金秘書不合時宜地插嘴了。如果是平常,她會狠狠地回嘴讓他閉嘴,但現在的信吾視線模糊,什麼都看不清。

“나중으로 미뤄요. 당장 가 봐야 할 데가 있어요.”
「我們先推遲吧。我現在有地方要去。」

“…네, 그렇게 하십시오.”  “…是的,請這樣做。”

김 비서의 말끝에 의심쩍은 기색이 서렸다. 부디 그가 명하에게 이상한 말을 전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金秘書的話語中流露出懷疑的神色。只希望他不會將奇怪的話傳達給明哈。

신오는 키를 받자마자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각시가 쫓아와 다시 제 몸의 통제권을 빼앗기 전에 숨을 만한 장소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손각시에게 발목을 붙들렸다. 의식이 어그러지더니, 잘못 겹쳐진 레이어처럼 정신이 육신을 벗어나 헛돌았다. 누군가 신오의 혼을 밀어 내고, 그 육신에 똬리를 틀고 눕는 게 느껴졌다. 지독한 두려움과 뒤섞인 성적 흥분에 눈앞이 어지러웠다.
信吾一接到鑰匙便朝停車場走去。他打算逃到一個可以喘息的地方,趁著手傀儡還未追上來,重新掌控自己的身體。然而,在抵達停車場之前,他的腳踝卻被手傀儡緊緊抓住。意識開始混亂,彷彿錯誤重疊的層次,精神脫離了肉體,陷入迷失。有人將信吾的靈魂推開,感覺到那具肉體在裡面盤踞著。混合著可怕的恐懼與性興奮,眼前一片模糊。

제 손이 남의 것처럼 움직여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인적 드문 화장실 문을 열었다.
我的手像是別人的一樣,打開了通往停車場路口那個人跡罕至的廁所門。

“헉, 헉!”  “哈,哈!”

브리프 안에 갇힌 성기가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단단해졌다. 사정하지 못하면 그대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변기 뚜껑 위에 털썩 주저앉아 정신없이 벨트를 풀어 던지고, 바지와 속옷을 거칠게 밀어 내렸다. 성기가 바짝 서 뚝뚝 선액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기묘했다. 이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도,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신오는 두 손으로 성기를 붙들고 미친 사람처럼 용두질했다.
我的陰莖被困在內褲裏,脹硬得像要爆裂一樣。我覺得如果再不射,我就要失去理智了。我在廁所的蓋子上摸索著,慌忙地解開我的皮帶,扔掉皮帶,粗暴地推下我的褲子和內褲。看到我的陰莖勃起並滴下精液,我感到很奇怪。他感覺到不對勁,但他無法阻止自己。欣兒用雙手抓住他的陰莖,瘋狂地抽搐著。

“아으, 아, 흣…!”  “啊…啊,哈…!”

대뇌 피질을 사포로 비비는 듯했다. 아찔한 자극에 오한이 일었다. 딱딱하게 굳은 뺨 위로 손털이 곤두섰다. 이가 딱딱 부딪치고, 턱과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평소 관심 한번 둔 적 없는 젖꼭지 끝이 가려워 미칠 듯했다. 신오는 넥타이를 풀어 내던지고, 셔츠 단추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가슴팍을 쥐어뜯었다. 유두 따위를 성감대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건만, 손가락이 작은 살을 짓뭉갤 때마다 등줄기가 저려 허리가 절로 비틀렸다.
大腦皮層彷彿被砂紙摩擦著。刺痛的刺激讓我感到一陣寒意。僵硬的臉頰上,汗毛豎立起來。牙齒碰撞發出清脆的聲音,下巴和腰部不由自主地向後仰去。平時從未關心過的乳頭竟然癢得讓我快瘋了。新奧脫下領帶,將手伸進襯衫的扣子間,抓住胸膛。雖然從未想過乳頭之類的東西會成為敏感區,但每當手指捏住那小塊肉時,背脊便感到一陣麻痺,腰部也不由自主地扭動。

몸이 제 것 같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고양감이 뼛속을 적셨다. 기분이 이상할 만치 좋았다. 마신 물에 누군가 약을 타 놓기라도 한 것 같다. 힘없이 벌어진 입에서 교성이 물처럼 흘러나왔다. 신오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가까스로 손등을 물어뜯었다. 얇은 피부가 이에 짓이겨지는 것마저 자극적이었다. 제정신이 아님을 알면서도 신오는 제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身體彷彿不再是我的。異常的快感浸透了我的骨髓。心情好得令人感到奇怪。就像喝的水裡被人下了藥。無力地張開的嘴裡,呻吟如水般流出。信吾用最後一絲理智勉強咬住自己的手背。薄薄的皮膚被牙齒壓迫的感覺甚至讓人感到刺激。明知道自己失去理智,信吾卻無法控制自己的身體。

“으응, 으, 으응….”  “嗯,呃,嗯……”

손바닥 안에서 비벼지고 있는 성기 끝에서 쿠퍼액이 흥건하게 번졌다. 허벅지 사이가 움찔움찔 떨렸다. 절정의 감각에 신오는 무릎이 벽에 닿게끔 다리를 넓게 벌리고, 발끝을 세웠다. 독 오른 뱀처럼 벌겋게 머리를 세운 성기가 금방이라도 정액을 토해 낼 듯 꺼덕거렸다. 오금 뒤 힘줄이 쫙쫙 곤두서고 둔부와 허리가 사출을 준비하며 뻣뻣하게 굳었다. 미칠 것만 같다. 물막이 인 듯 시야가 뿌옇게 흐렸다.
他的陰莖頂端在他的手掌中摩擦,上面沾滿了前精液。他的大腿之間發出了一陣顫抖。隨著高潮的感覺,新雄張開雙腿,膝蓋觸碰牆壁,用腳尖站立。他的陰莖像毒蛇一樣勃起,悸動得像隨時要噴出精液。他背部的肌腱斷裂,臀部和下背部僵硬,隨時準備射精。太瘋狂了我的視線像水膜一樣模糊。

쾌락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제 몸에 씐 손각시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當我準備好迎接快樂的時候,附身在我身上的手偶露出了狡黠的微笑。

「이러고 있으니, 그날 밤 좋아 죽던 게 생각나지?」
「這樣一來,你還記得那天晚上快樂得要死的情景嗎?」

불쾌한 말에 신오는 몸을 잠식한 열기를 잠시 잊었다. 그녀가 말하는 그날 밤이 어떤 날인지 되물을 필요 따윈 없었다. 신오는 저를 각시 삼겠다던 눈 빨간 악귀에게 짓눌려 유린당했던 날 밤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
不快的話語讓神奧暫時忘卻了侵蝕她身體的熱度。她不需要再問那個晚上究竟是什麼樣的一天。神奧從未忘記過被那個說要把她當作新娘的紅眼惡鬼壓迫和凌辱的那個夜晚。

“시팔, 누가….”  “該死,誰…。”

「네가 밤새 앙앙대는 꼴을 보느라 그 집 잡귀들이 말라 죽을 뻔했다던데, 뭘 이제 와 잡아떼.」
「聽說你整晚哭哭啼啼的樣子,讓那家裡的鬼魂差點乾死,現在又在這裡狡辯什麼。」

“그런 적….”  “那樣的時候……。”

「없기는. 어찌나 좋았던지 그 맛을 못 잊고, 일편단심인 여자 버리고 결국 서방 불러들인 놈이. 하기야 길이 그렇게 났으니 뒤가 발씬발씬해서 귀신 안 받고는 못 살겠지.」
「沒有啊。那滋味是多麼美好,以至於無法忘懷,拋下了對他一心一意的女人,最終還是把丈夫叫進來的傢伙。說實話,路是這樣修的,後面又窄又擠,沒鬼來找麻煩是活不下去的。」

“씨, 씹, 그런 적 없다, 고, 흣, 하잖….”
“噗,啃,從來沒有過,啊,哈……”

「그럼 소연이는 왜 죽인 건데? 너만 믿고 목숨 건 여자 죽이고, 왜 제 발로 귀신 아가리에 몸뚱이를 처넣은 건데?」
「那麼小妍為什麼會被殺呢?你只相信她,卻殺了這個賭上性命的女人,為什麼要自己走進鬼的嘴裡呢?」

“…….”  “……”

손각시가 대낮부터 왜 미쳐 날뛰는지 알겠다. 남소연의 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이다. 신오는 제가 여기서 이딴 꼴로 뒹굴고 있는 이유를 깨닫자 맥이 탁 풀렸다. 모든 게 이토록 개 같을 수 있을까.
我明白為什麼手偶從大白天就瘋狂地亂竄。因為南小妍的忌日快到了。當信吾意識到自己為什麼會在這裡這樣狼狽地打滾時,心情頓時變得沉重。所有的一切怎麼會如此糟糕。

“명하가, 명하가 죽….”  “明夏死了,明夏死了……”

「네가 놈한테 팔아넘겼어. 배신했잖아.」
「你把他賣了。背叛了吧。」

“어쩔 수 없었…. 나도, 흐,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我也無法控制……我也是,呃,想要這樣做的……”

「…….」

저도 모르게 귀신이 가장 싫어할 말을 뱉고 말았다. 손각시가 안색을 싹 바꾸고 한참 신오를 노려보았다. 한에 찌든 퍼런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내 그녀가 입술을 찢고 웃었다.
我不知不覺說出了鬼最討厭的話。手偶的臉色瞬間變了,盯著我看了好一會兒。那因怨恨而變得青紫的嘴唇顫抖著。隨即她撐開嘴唇,露出了笑容。

「거짓말만 내뱉는 입술은 차라리 꿰매 버릴까.」
「謊言不斷從嘴裡吐出,不如乾脆把它縫起來算了。」

그녀가 귀신 붙은 바늘을 신오의 옷 어딘가에서 꺼내 눈앞에서 휘휘 흔들었다. 낡은 바늘은 남소연이 죽은 뒤, 아무리 떼어 내려고 해도 다시 돌아와 제 몸 어딘가를 쿡쿡 찌르곤 하는 물건이었다. 잊을 만하면 기분 나쁜 통증으로 신오에게 남소연을 향한 죄책감을 자극했다.
她從信吾的衣服某處拿出一根附著著鬼魂的針,眼前揮舞著。這根舊針在南小妍死後,無論怎麼想要撕掉,它總是會再次回來,時不時地刺痛她的身體。每當她快要忘記時,這種令人不快的疼痛便會刺激信吾心中對南小妍的罪惡感。

「그래, 네 서방은 각시가 벙어리여도 밤일만 잘하면 불만 따윈 없겠지. 입은 꿰매고, 구멍은 잘 길들여 내놓으면 나한테 고맙다고 절을 할걸.」
「對,妳的丈夫就算是啞巴,只要夜裡的事做得好,肯定不會有不滿。嘴巴縫起來,洞穴好好馴服,然後拿出來,他會感激得向我磕頭的。」

“하읏, 개, 소리, 네 욕심에, 윽, 날 누구한테 줘?”
“哈,狗,聲音,你的欲望,呃,給我誰?”

「아냐, 정말이야. 몇 년간 실컷 먹었으니 네 서방한테 널 팔아먹고 딴 걸 얻어먹어도 좋겠다 싶어서. 여자 팔아먹어 연명한 놈, 사내놈한테 팔아넘겨 영영 그놈 노리개로 살게 하는 것도 제법 통쾌하지 않겠어?」
「不,真的。這幾年我吃得很飽,所以覺得把你賣給你的丈夫,換取其他的東西也不錯。靠賣女人活命的傢伙,把你賣給別的男人,讓你永遠成為他的玩物,這樣也挺痛快的,不是嗎?」

“…….”  “……”

「어디, 네가 네 서방 밑에서 어찌 자지러질지 미리 구경 좀 해 볼까?」
「喂,你想不想先看看你在你丈夫身下是怎麼顫抖的?」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손각시가 신오의 손을 제멋대로 썼다. 절정 직전에서 성기가 쫙 위로 잡아당겨졌다. 왼손이 성기 뿌리를 단단히 붙들어 사출을 막는 동안, 오른손이 팽팽히 당겨진 고환 아래쪽으로 미끄러졌다. 다섯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은 회음을 꽉꽉 눌러 자극할 때마다 눈앞에서 별이 튀었다. 기어이 손목이 구부러졌다. 검지와 중지가 둔부 사이, 주름진 입구에 닿았다.
他還沒來得及問那是什麼意思,手上的字跡就全寫在欣兒身上了。就在他達到高潮之前,他的陰莖被緊緊地向上拉扯。左手緊緊抓住他的陰莖根部,阻止他射精,右手則滑到他緊繃的睪丸下面。當五根手指緊緊壓住他僵硬的會膜,刺激它時,星星在他眼前閃爍。輕輕地,他的手腕彎了起來。我的食指和中指觸摸到了撅起的入口,在臀部之間。

“!”  “!”

오싹한 이물감에 신오는 허리를 펄떡이며 몸을 뒤로 물렸다. 변기 벽에 둔부가 부딪쳐 흔들렸다. 등 뒤에 닿는 도자기의 질감이 지독히도 차가워 제 몸이 이상할 만치 뜨겁단 게 실감 났다. 두 다리가 넓게 벌어지고, 마디 굵은 손이 후문을 파고들었다.
一陣寒意襲來,信奧驚慌地彎腰,身體向後退去。臀部撞上馬桶的牆壁,發出顫動。背後觸碰到的陶瓷質感冷得刺骨,讓他感受到自己身體異常的燙。雙腿大幅張開,粗壯的手掌深入後門。

신오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입 밖으로는 그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답답했다. 속에서 차오르는 열기가 목구멍을 바짝바짝 태워 속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진탕으로 들끓는 안으로 손가락이 쑤욱 파고들자 그 차가움에 등골이 오싹했다. 감각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다. 손가락 마디가 갈라지는 부위가 주름 입구에 턱 걸리는 진동에도 몸이 바르르 떨렸다.
信奧心中尖叫著。然而,嘴裡卻沒有發出任何聲音。感到窒息。內心湧起的熱氣燒灼著喉嚨,彷彿要將自己燒得粉碎。當手指深入那翻滾的內部時,感受到的寒冷讓背脊一陣發涼。感覺異常清晰。手指關節在皺褶的入口處卡住,隨著震動,身體不由自主地顫抖著。

모든 동작이 평소보다 배로 증폭되어 신경을 자극했다. 손끝이 내장을 어루만지고 손톱이 점막을 부드럽게 할퀴는 것만으로 눈앞이 번쩍거렸다. 몸을 벌벌 떨며 그를 피하려고 둔부를 움쭉대고만 있건만, 안을 탐색하는 듯했던 동작이 금세 형편없이 거친 피스톤질로 바뀌었다.
所有動作都比平時加倍放大,刺激著神經。手指輕觸內臟,指甲輕柔地劃過黏膜,眼前瞬間閃爍。身體顫抖著,試圖躲避,臀部不斷扭動,但那似乎在探索的動作很快變成了粗暴的活塞運動。

“……!”  “……!”

허리가 비틀렸다. 인정사정없이 밑을 찔러 대는 자위에 아랫배가 쑤셨다. 직장 속 어딘가를 비벼 댈 때마다 눈앞이 희게 질렸다. 불쾌한 쾌감이 너무도 거북스러우면서도 너무도 강렬해 정신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제 손이건만 완전히 낯선 남자가 제 아래를 쑤셔 대는 것처럼 느껴져 연신 구토가 치받았다.
腰部扭曲了。無情地刺入下方的自我安慰讓下腹部感到刺痛。每當在體內某處摩擦時,眼前都變得一片白茫茫的。令人不快的快感既讓人感到厭惡,又強烈到讓人覺得精神快要崩潰。明明是自己的手,卻感覺像是完全陌生的男人在刺入我的下身,讓我不斷想要嘔吐。

좁게 붙인 손가락이 점막을 훑어 낼 때마다 몸속에서 쑤걱쑤걱, 추잡한 소리가 났다. 닫혀 있는 게 자연스러운 부위가 너무도 쉽게 벌어지는 게 괴이했다. 손가락 세 개가 내장 깊숙이 파고들어 안을 휘저을 때마다 점막이 자연스레 손끝에 달라붙어 마디를 조였다. 손각시에게 당했던 숱한 밤, 의식이 온전치 못한 동안에 손각시가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 분명했다. 개 같은, 쳐 죽여도 모자랄…. 신오는 눈을 부릅뜨고 손각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살의가 짙어질수록 손각시는 신이 나 킥킥댔다.
狹窄的手指每次輕輕撫過黏膜時,體內都發出咕嚕咕嚕的噪音,令人作嘔。原本應該緊閉的部位卻如此輕易地被打開,實在令人毛骨悚然。三根手指深入內臟,攪動著裡面,每當黏膜自然地黏附在指尖時,關節便被緊緊束縛。無數個被手偶支配的夜晚,在意識不清的時候,手偶對我的身體做了什麼,這是毋庸置疑的。像狗一樣,死都不為過……神靈瞪大眼睛,對手偶詛咒不已。隨著殺意愈發濃烈,手偶卻興奮地咯咯笑著。

그녀는 오랜만에 겪는 육신의 열락에 취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신오의 몸을 갖고 노는데 푹 빠져 한 줌의 쾌감이라도 더 빨아먹고 싶어 신오의 오감을 쥐어짰다. 질척하게 젖은 신오의 귀두 끝을 손끝으로 비비고, 전립선을 쑤시고, 젖꼭지를 피멍이 들게 쥐어뜯었다. 그러나 여지없이 그 끔찍한 짓거리들을 사정 직전에 그치고 마는 것이었다.
她沉醉於久違的肉體快感中,喜悅得無法自已。她完全沉浸在擁有信吾的身體中,渴望再多吸取一絲快感,於是緊緊掐住信吾的五感。用指尖摩擦著濕漉漉的信吾的龜頭,戳弄著前列腺,狠狠地捏著乳頭,直到出現淤青。然而,這些可怕的行為總是在即將達到高潮之際戛然而止。

몇 번이나 사정이 지연되며 신오의 머릿속은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헤벌어진 다리가 마라톤을 완주한 때처럼 벌벌 떨렸다. 사출의 욕망에 입 안이 바싹 말랐다.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서 사정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 거짓말 같다. 신오는 이제 사정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성기를 붙들고 놔주지 않는 손목을 잘라 버리고 싶었다.
幾次的射精延遲讓新奧的腦海變得一片混亂。張開的雙腿像是剛完成馬拉松一樣顫抖著。口腔因渴望射精而變得乾燥。曾經害怕在馬桶蓋上射精的感覺如今似乎成了謊言。新奧現在除了射精之外什麼也無法思考。他想要割斷緊緊抓住自己性器的手腕。

신오는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벽에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기댄 채 헐떡였다. 이러다 ‘그날 밤’, 귀신에게 당하면서 겪었던 그 끔찍한 쾌감이 되살아날까 봐 너무도 두려웠다.
新奧雙腿大大地張開,頭部緊靠在燙熱的牆壁上,氣喘吁吁。她非常害怕,會不會再度喚起那個「那天晚上」遭遇鬼魂時所經歷的可怕快感。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헉, 헉, 신오는 턱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숨기려 입을 막았다. 이미 늦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哪裡傳來了腳步聲。心中一緊。哈,哈,信奧用手捂住嘴,試圖掩飾到喉嚨的急促呼吸。已經來不及了。門外傳來了動靜。

“저기요, 안에 무슨 일 있어요?”
「請問,裡面發生什麼事了?」

화장실 문 아래로 반질반질한 구두코가 보였다.
廁所門下露出一雙閃亮的鞋尖。

“이봐요. 안에 있는 거 아니까 대답해요. 거기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겁니까?”
“喂。我知道你在裡面,快回答我。你現在在那裡做什麼?”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손각시가 히히 웃었다.
年輕男子的聲音。手偶笑著咯咯地笑。

「잘됐네. 네 서방 노릇 대신해 줄 놈이 필요하던 참인데.」
「真是太好了。我正需要一個能替你當姐夫的人。」

목울대가 남의 것처럼 꿀떡거렸다. 이 미친 게…. 신오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손각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신오의 손이 억지로 뻗어나가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슬로우 화면으로 찍은 듯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喉嚨像是別人的一樣咕嚕咕嚕作響。這瘋子……信吾搖頭表示不行。手偶並沒有聽他的話。信吾的手強行伸出,抓住了廁所門的把手。門像是慢動作拍攝般緩緩打開。

“…….”  “……”

구둣발 남자가 신오의 꼬락서니를 내려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靴子男孩低頭看著信吾的模樣,沉默了片刻。

밖의 찬 기운이 밀려들어 몸에 오한이 일었다. 공기 중에 드러난 피부 위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신오는 뒤늦게 제 몸이 습기로 축축한 것을 깨달았다. 땀에 젖은 셔츠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불쾌했다. 젖은 머리칼 때문에 시야가 흐리고, 땀방울이 스며 눈매가 쓰라렸다. 제가 가진 열 개 손가락 중 그 어느 것 하나로도 땀방울을 닦아 낼 수 없었다. 그것들은 전부 두 다리 사이에 얽혀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헤벌어진 두 다리와 손가락 꽂힌 구멍에 와 박혔다. 수치심에 신오는 목구멍이 콱 막혔다. 끝장이다.
外面的寒氣湧入,讓我感到一陣寒顫。皮膚上露出的地方起了陣陣寒意。信吾這才意識到自己的身體因為潮濕而變得黏膩。沾滿汗水的襯衫緊緊貼在身上,讓人感到不適。濕漉漉的頭髮模糊了視線,汗珠滲入眼中,讓眼睛感到刺痛。我十根手指中沒有一根能擦去汗珠。它們全都纏繞在兩腿之間。男人的目光停留在張開的雙腿和插入的手指上。羞恥感讓信吾的喉嚨一緊。完蛋了。

손각시가 킬킬댔다.  手偶輕聲笑著。

「좋아 죽을 거면서 뭘.」
「明明快要死了,還在那裡說什麼。」

그녀의 미소가 신오의 입매에 달라붙었다. 신오는 제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치켜 올라가는 걸 느꼈다. 음탕하게 휘어진 입매를 혀로 핥는 동안 귀신 들린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검지와 중지가 반대 방향으로 꺾여 구멍을 열어젖혔다. 벌어진 항문 안으로 밀려드는 찬바람에 둔부가 움쭉거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입구가 연지를 바른 입술처럼 달싹였다. 신오는 생식기가 될 준비를 마친 배설 기관을 가로로 길게 벌리고, 오랜 자위로 붉게 부푼 점막을 내비쳤다.
她的笑容緊貼著新奧的嘴角。新歐覺得自己的嘴角彎起了一個弧度,當他的舌頭舔過淫慾的彎唇時,被附身的手自發地動了起來。食指和中指朝相反的方向彎曲,開啟和閉合洞口。他的臀部因冷氣沖入張開的肛門而抽搐。發紅的入口就像纖維紙上的嘴唇一樣發芽。新歐將準備成為生殖器官的排泄器官水平伸展,露出因長期手淫而紅腫的黏膜。

“…여, 여기에, 싸 봐.”
“…妳,妳在這裡,打吧。”

헐떡임 섞인 달뜬 목소리가 목구멍을 통과해 허공에 흩어졌다. 지독히도 천박한 말에 신오는 제 귀를 의심했다. 제가 내뱉고도 그 말이 진짜인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불행히도 추잡한 미소가 여전히 입매를 장식하고 있었다. 절망감에 정신이 멍해졌다.
喘息交織的激動聲音穿過喉嚨,散落在空中。對於那極其淺薄的話語,神祇不禁懷疑自己的耳朵。即使是自己吐出的話,也無法真切地感受到其真實性。不幸的是,那猥褻的微笑依然裝飾著嘴角。絕望感讓思緒變得恍惚。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당황한 것일까. 남자는 반응 없이 좀체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손각시가 안달하며 손가락으로 안을 들쑤셨다.
男人似乎對這荒謬的情況感到驚慌。他沒有任何反應,始終沒有縮短距離。手偶急得用手指戳了戳裡面。

“아, 아…! 아, 흐흣….”
“啊,啊…!啊,呜呜…。”

혹사당한 전립선이 자극받을 때마다 소변을 지릴 듯한 오싹오싹한 느낌이 등줄기를 짓이겼다. 신오는 미간을 절박하게 조이고, 새빨개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피부 아래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오싹했다. 열에 벌게진 입술을 이로 잘근잘근 짓씹었다. 생리적인 눈물에 눈매가 축축하게 젖었다.
被過度勞累的前列腺每次受到刺激時,令人毛骨悚然的感覺彷彿要讓他尿失禁,沿著脊背蔓延。信吾緊皺著眉頭,臉龐因為羞紅而扭曲。皮膚下彷彿有蟲子在爬行的感覺讓他感到不寒而慄。他用牙齒咬著因熱而紅腫的嘴唇,生理性的淚水讓他的眼眶濕潤。

남자가 신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발걸음 소리에 손각시가 애달아 하며 몸을 비틀었다. 신오 역시 가슴팍을 과장되게 젖히며 어떻게 좀 해 주었으면 하는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시선이 차가웠다. 신오는 꿀꺽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격하게 오르내릴 때마다 하지가 함께 조여들어 구멍 속에 박힌 손가락의 부피감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물감에 주름진 입구가 수축해 손가락을 밀어 내며 움쭉대자 귀신 들린 손가락이 마디를 구부려 입구를 더 크게 벌렸다. 넓게 벌어진 구멍 주변, 피막이 얇게 융기해 반지 모양 둥근 윤곽선을 만들었다.
男人向信吾走近了一步。腳步聲讓手偶感到焦急,身體扭動著。信吾也誇張地向後仰著胸膛,帶著渴望被幫助的表情望著對方。男人的目光冷漠。信吾吞了吞口水。每當喉結劇烈上下起伏時,插在洞裡的手指的體積感愈發清晰。因異物感而皺縮的入口收縮,將手指推了出去,附身的手指彎曲著,讓入口變得更大。寬闊的洞口周圍,薄薄的膜隆起,形成了圓環形的輪廓。

이미 버겁다. 손가락보다 더 굵은 것이 구멍에 파고든다면 입구가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게 벌어지고 말 것이다. 그 모습이 그림을 그린 듯 생생하게 머릿속이 가득 찼다. 침샘이 부풀어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신오는 재차 침을 삼키고 다시 아래를 조였다. 머릿속이 멍했다. 아랫배가 뜨겁고 구멍 속이 가려워 이성이 흐려졌다.
已經感到無法承受。若是比手指還粗的東西鑽進洞裡,入口將會毫無皺褶地緊緊張開。那幅景象如同畫作般生動地充滿了我的腦海。唾液腺腫脹,口中積聚了唾液。信吾再次吞下唾液,然後再次收緊了下身。腦海中一片空白。下腹部燒灼,洞內癢得讓理智變得模糊。

「각시야, 각시야, 어여쁜 각시야. 오랜만에 서방이 찾아 왔으니 문 좀 열어 주렴.」
「各氏呀,各氏呀,漂亮的各氏呀。好久不見,夫君來訪,請打開門吧。」

손각시가 벌건 눈 악귀의 목소리를 흉내 내 노래를 불렀다. 신오는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리할 수 없어 눈만 꽉 감았다. 각시야, 각시야, 손각시가 끈질기게 불러 대는 노래가 스멀스멀 뇌를 적셨다. 심장이 너무 뛰어 호흡이 가빠졌다. 가벼운 질식 상태의 혼몽함에 넋이 빠진 사람처럼 이목구비가 멍청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手偶像模仿著紅眼惡鬼的聲音唱著歌。信奧想要捂住耳朵,但無法如此,只能緊緊閉上眼睛。各姊呀,各姊呀,手偶不斷地唱著的歌緩緩浸入了腦海。心臟跳得太快,呼吸變得急促。在輕微窒息的迷糊狀態中,感覺到五官像失去神智的人一樣愚蠢地放鬆。

벌건 눈 귀신이 저를 범했던 날 밤 새겨진 감각이 떠올라 뒤가 자꾸 근질거리는 것이 괴로웠다.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한 기운이 내장의 굴곡진 요철 부위를 후벼 파며 자극할 때마다 눈앞이 아찔해지게 치솟던 현기증이, 구역질하며 내민 혀에 감기던 차가운 손가락의 감각이 마치 지금 겪는 것처럼 선명했다. 속절없이 벌어진 내장 속을 형체 없던 무언가가 끝도 없이 쳐 대던 느낌을, 배 속이 짓이겨지는 감각을 이기지 못해 말간 소변처럼 이상한 물까지 지리며 울부짖었던 때를 잊을 수가 없었다.
猩紅眼睛的鬼魂在那晚侵犯了我,刻骨銘心的感覺浮現,讓我背後不斷癢得難以忍受。冰冷而堅硬的氣息每次刺入內臟的曲折凹凸處時,令我眼前一陣眩暈,仿佛要昏厥過去,舌頭上感受到的冰冷手指的觸感彷彿就在此刻般清晰。無法抵擋的內臟深處,無形的某種東西無止盡地撞擊著,讓我感受到腹部被壓迫的痛苦,甚至無法忍受地像清澈的尿液般流出奇怪的液體,痛苦地哀嚎著,那段時光我無法忘懷。

「각시야, 각시야, 귀신 즐겁게 해 줄 각시야. 어서 문을 열고 널 즐기게 해 다오.」
「各氏呀,各氏呀,讓鬼魂快樂的各氏呀。快打開門,讓我來享受你吧。」

손각시가 귀신더러 즐기다 가란 뜻의 이름이 새겨진 배를 야릇하게 쓰다듬었다. 내장 속으로 열이 확 퍼졌다. 잡귀들이 말한 대로 뒤가 발씬거려 참을 수가 없다. 내장 속을 엉망으로 휘저어지며 직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절정을 겪었던 감각이 등줄기를 지배했다.
手偶輕輕撫摸著刻有「去享受吧」的船,心中感到一陣奇妙的熱流湧入內臟。正如那些邪靈所說,背後的感覺讓我無法忍受。內臟被攪動得一片混亂,從深處的直腸開始,感受到的高潮感覺支配著我的脊背。

그리 당하지 못하면 목이 말라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似乎如果不那樣做,就會渴死一樣。

쑤셔 줘. 얼른. 제발….
給我吧。快點。拜託……

신오는 멍하니 초점 나간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목구비가 뿌옇게 흐렸다. 남자의 눈이 두 개인지, 입이 하나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것은 남자의 두 다리 사이, 저를 즐겁게 해 줄 살덩이뿐이었다. 저걸 넣어 내장을 휘저어 줬으면. 귀신보다 더 기분 좋게 해줬으면.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자 남자가 혀를 찼다. 신오는 남자의 붉은 혀가 제 입 안을 범해 주길 바라며 헤프게 웃었다.
信奧茫然地抬頭望著男人,眼神失去了焦點。五官模糊不清,無法確認男人是否有兩隻眼睛或一張嘴。眼前唯一能看見的,只有男人兩腿之間,那具能讓我愉悅的肉體。希望能把它放進來,攪動我的內臟。比鬼魂還要讓人感到愉悅。當我用舌頭舔了舔乾燥的嘴唇時,男人發出了一聲舌頭的聲音。信奧期待著男人的紅舌能在她的口中肆虐,忍不住放聲笑了。

더는 참기 힘든 듯 남자가 신오의 뺨을 아프게 붙들었다. 신오의 얼굴에 가득한 천박한 미소를 뭉개 버렸다.
男人似乎再也忍受不住,狠狠地抓住了信吾的臉頰。將信吾臉上那滿是膚淺微笑的表情捏碎。

“약 처먹었어요? 대낮부터 발정 나 지랄이야.”
「你吃藥了嗎?大白天就發情真是瘋了。」

“……?”  「……?」

지독히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뺨에 반사적으로 소름이 끼쳤다. 저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모욕적인 말에 성질을 내야 옳았다. 하지만 신오는 그럴 수가 없었다.
那是一個極其冰冷的聲音。我的臉頰不由自主地起了雞皮疙瘩。面對那種不把我當人看的侮辱性言語,我本該發怒。然而,信吾卻無法這樣做。

저걸 가져야 했다.  我必須得到那個。

무슨 수를 쓰든 저걸 제 것으로 품어야 했다.
無論用什麼手段,都必須將那個變成自己的。

남자가 더러운 걸 털어 내듯 신오의 뺨을 뿌리치고 나가 버리려 했다. 그 순간 신오는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혔다. 정신이 뚝 끊어졌다. 상대를 잃을 수 없단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팔을 뻗어 남자의 손을 붙들었다.
男人像是要把髒東西甩掉般,想要推開信吾的臉頰,然後離開。就在那一瞬間,信吾被無法控制的興奮所佔據。意識瞬間斷裂。腦海中只有一個念頭:不能失去對方。他伸出手,抓住了男人的手。

“뭐 하는…?”  「在做什麼…?」

남자가 진저리를 치면서도 제 손을 내치지 않는 게 눈물 날 정도로 기뻤다. 신오는 웃으며 남자의 손끝을 입에 담고 혀로 음란하게 핥았다.
男人雖然感到不安,卻沒有將我的手推開,這讓我感動得幾乎要流淚。信奧微笑著將男人的手指放進嘴裡,淫蕩地用舌頭舔著。

“해, 제발….”  “求你,拜託……。”

날 각시 삼아야 하잖아.
你得把我當作新娘啊。

신오는 남자의 젖은 손을 가져다 그를 넓게 벌린 제 가랑이 사이에 대고 미끄러뜨렸다. 어서 넣어 줘. 어서, 날 네 것으로 삼아.
信奧將男人濕潤的手放在他寬闊張開的腿間,輕輕滑動著。快點放進來。快點,把我變成你的。

“이름, 이름 알려 줄…. 흣…?!”
「名字,告訴我你的名字…. 呵…?!」

신오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려다 도중에 말을 삼켜야 했다. 남자가 제 손목을 부러질 듯 쥐고, 신오의 몸을 벽 쪽으로 밀어 붙었다. 거칠어진 숨이 귓가에 쏟아지는 것이 오싹했다. 신오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삽입을 기다렸다. 안달 난 허리가 제멋대로 흔들려 제 성기가 남자의 복부에 비벼지는 게 황홀했다. 남자가 이를 악물더니, 신오가 더는 달라붙지 못하게 허리를 꽉 쥐었다.
新歐想說出自己的名字,但說到一半就不得不把話吞回去。那人握住我手腕的手收緊到快要斷掉,他將新奧的身體推到牆上。他粗重的呼吸灌入我的耳中,讓我脊背發涼。新歐將雙腿張開,等待著插入。他的臀部不受控制地搖晃,感覺到我的陰莖在他的腹部摩擦,真是欣喜若狂。男人咬緊牙關,捏住腰部,阻止 Xin'o 緊緊抱住他。

“아, 아흣!”  “啊,啊哈!”

그 강력한 악력마저 쾌감으로 다가왔다. 신오는 이마를 남자의 가슴에 문지르며 몸을 배배 꼬았다.
那強大的握力甚至變成了快感。信奧將額頭摩擦在男人的胸膛上,身體扭動著。

신오는 홀로 그리 즐기다 유난히 상대가 조용한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퍼런 눈으로 신오가 교성을 뱉으며 허리를 뒤흔들고 있는 꼴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서늘한 눈빛에 신오는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
信吾獨自享受著,突然意識到對方異常安靜,抬起了頭。對方用藍色的眼睛注視著信吾,觀察著他吐出聲音並扭動著腰身的樣子。在那冷冽的目光下,信吾的神智瞬間回過神來。

…뭐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什麼啊?我現在在做什麼呢?

신오는 완벽한 혼란 속에서 눈을 끔뻑였다. 상대의 새빨간 입술이 요사스레 움직였다. 비수처럼 시퍼런 말이 그 사이로 흘러나왔다.
信奧在完美的混亂中眨了眨眼。對方鮮紅的嘴唇妖媚地動著。像匕首般的青藍話語從中流出。

“왜요? 개 같은 짓거리로 사람 또 홀리시게요?”
“為什麼?又用狗一樣的把戲來迷惑人嗎?”

“?!”  “?!”

‘또’란 말에 신오는 놀라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순식간에 신오의 몸을 쓰레기 구기듯 구석에 내던져 버렸다. 신오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잠시 후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남자가 성난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나는 기척이 들렸다.
「又」這個詞讓信吾驚訝地想確認對方的臉色。然而,男人瞬間將信吾的身體像扔垃圾一樣丟到角落。信吾就這樣摔倒在地。過了一會兒,廁所的門打開,男人帶著憤怒的腳步聲離開了。

“시, 시팔, 헉, 흐, 이 새끼 어디 갔어?”
“詩,詩八,哈,嘿,這小子去哪了?”

신오는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옷을 주워 입고 화장실 밖으로 튀어나왔다. 눈을 부라리며 제 추태를 목격한 남자를 찾았지만 남자의 흔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절 남창 취급한 작자가 어디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닐지 불안해 심장이 벌렁거렸다. 뺨이 화끈거리고 아랫배 속이 화했다. 그것이 분노 때문인지, 덜 삭은 욕정 때문인지 구별되지 않는 것이 끔찍했다.
信奧在脫離恐慌狀態後,迅速撿起衣服穿上,衝出了洗手間。她瞪大眼睛尋找目擊她窘態的男人,但那個男人的身影早已消失不見。對她這個男妓的待遇讓她感到不安,心臟怦怦直跳。臉頰發燙,下腹也感到不適。究竟是因為憤怒,還是因為未消退的慾望,讓她無法分辨,這種感覺令人毛骨悚然。

“미친, 염병, 개 같은…! 아흐흣, 시팔 새끼….”
“瘋了,該死,像狗一樣…!啊哈,死小子…。”

신오는 애꿎은 벽을 발로 차 대다 목 뒤를 콱콱 찌르는 통증에 목을 싸매고 주저앉았다. 소맷귀에 달려 있던 손각시의 바늘이 어느새 경추에 박혀 있었다.
新奧怒火中燒,踢了踢無辜的牆壁,隨即感到脖子後面一陣刺痛,忍不住捂住脖子坐了下來。袖口上掛著的手偶針不知何時已經刺入了頸椎。

「멍청한 놈이 그걸 못 잡고 놓쳐?」
「笨蛋居然抓不住那個,放掉了?」

손각시가 으르렁거렸다. 개 같은 발정이 가시기 바쁘게 귀신 바늘이 절 괴롭혔다. 신오는 바닥에 웅크린 채 허옇게 질린 얼굴로 한참을 끙끙거려야 했다.
手偶發出低吼聲。像狗一樣的發情急切地想要消退,鬼針刺得我痛苦不堪。神甫蜷縮在地上,臉色蒼白,苦苦呻吟了許久。

월요일, 한 주의 시작부터 모든 게 너무도 개같았다.
星期一,從一週的開始起,一切都糟透了。




2. <귀신통> 上  2. <鬼神通> 上


화요일이라고 기분이 좋아질 리는 없었다.
星期二並不會讓人感到心情愉快。

신오는 알람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움찔 굳었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 뼈 마디마디가 삐걱대는 듯했다. 어제, 손각시에게 기가 쫙쫙 빨린 후유증이었다. 현기증에 눈앞이 빙빙 도는 걸 견디며 욕실로 들어간 순간 변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구역질 나는 전날의 경험이 떠올라 속이 뒤집혔다.
信吾聽到鬧鐘聲,想要起身卻驚慌地僵住了。全身像是被狠狠打過一樣疼痛。骨頭的每一個關節似乎都在嘎吱作響。昨天,被手偶吸乾了精氣後的後遺症。忍受著頭暈目眩的感覺,當他走進浴室的瞬間,馬桶映入眼簾。前一天噁心的經歷浮現在腦海中,讓他感到一陣翻騰。

미친 새끼, 아무리 귀신에 홀렸다고 해도….
瘋狂的傢伙,無論怎麼說被鬼附身……

인상을 구길 대로 구기고 본 거울 속 몰골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꼴이었다. 눈 밑은 퀭하고 입술은 열로 갈라졌다. 그는 기가 차 헛웃음을 흘리다 허리에 선명하게 난 손바닥 모양 멍을 발견하고 웃음을 그쳤다. 남자가 저를 붙들고 있는 사이 저 혼자 발정을 참지 못해 허리를 흔들어 대며 앓아 댔던 꼴이 떠올라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거울을 산산이 조각내고픈 충동을 힘겹게 억눌렀다. 고작해야 손이나 찢길 뿐이다. 차라리 기억을 지우는 광선을 발명해 빌딩 위에서 서울 전체에 대고 쏘는 게 굴욕감을 더는 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他在鏡子裡的模樣糟糕到讓人無法直視,臉龐皺巴巴的,眼下黑眼圈深重,嘴唇因為發燒而裂開。他驚訝地輕笑,卻在發現自己腰間清晰的手掌印時,笑聲戛然而止。當那個男人抓住他的時候,他無法自已地扭動腰肢,回想起那尷尬的情景,心情瞬間跌入谷底。他艱難地壓抑著想要將鏡子打碎的衝動,最終只會弄傷自己的手。與其如此,不如發明一種能抹去記憶的光線,從大樓上對著整個首爾發射,這樣更能有效地消除他的羞辱感。

신오는 벽을 짚고 대충 물기를 닦다가 수건에서 피가 묻어나는 걸 발견하고 한 번 더 욕을 했다. 손가락으로 인정사정없이 쑤셔 댔을 때 입구가 찢긴 모양이었다. 상처 난 부위는 물기가 닿기만 해도 쓰라린 데다, 걸을 때마다 동통이 올라왔다. 몸이 만신창이였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수는 없다. 병가를 냈다간 바로 명하에게 연락이 갈 터였다. 당장 내일 오후 5시로 예정된 정책 간담회에 딴 사람을 참석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신오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한 발 디딜 때마다 머리가 쿵쿵 울렸다. 정수리가 빠개질 듯했다. 그는 겨우 부엌에 기어가 진통제를 한 움큼 삼켰다.
信吾靠著牆壁隨意擦拭著水漬,卻發現毛巾上沾染了血跡,忍不住又罵了一聲。他用手指無情地戳著,似乎入口處已經撕裂。受傷的地方只要一碰到水就刺痛不已,走路時每一步都伴隨著劇烈的疼痛。身體傷痕累累。然而,他也不能整天躺著。如果請了病假,馬上就會通知明河。明天下午五點的政策座談會,絕對不能讓其他人代替出席。信吾勉強地站了起來。每走一步,頭部就像要炸裂般地轟鳴。他艱難地爬到廚房,吞下了一把止痛藥。

누구였지?  誰是那個人?

신오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식탁 의자에 앉아 남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해 내려고 기를 썼다. 지우개로 지운 듯 모든 게 흐렸다. 귀신이 제 몸속을 들락날락하며 혼을 쏙 빼 놓은 탓이었다. 얼굴이 기억나야 그 새끼를 잡아 족치든 할 것 아닌가. CCTV든 뭐든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살펴봐야 할 것이다. 놈이 그 일로 저를 협박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딴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信奧面色蒼白地坐在餐桌椅上,努力回想起那個男人的臉和聲音。彷彿被橡皮擦抹去般,一切都變得模糊不清。就像鬼魂在她的身體裡進進出出,將她的靈魂抽離。若是無法記起他的臉,怎麼能抓住那個混蛋呢?無論是 CCTV 還是其他任何可能的線索,都必須仔細檢查。想到他可能會因為這件事來威脅自己,讓她全身都起了雞皮疙瘩。這種事情無論如何都必須阻止。

하지만 그 전에 또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但是在那之前,如果這種事情再次發生呢?

손각시가 남소연의 기일 전에 뭔가 더 끔찍한 일을 할 것은 분명했다.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벌인 추잡한 짓거리를 주변의 딴 남자와 벌이게 될지도 몰랐다. 저를 쓰레기 구기듯 버리고 떠났던 남자의 혐오 어린 시선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아니, 차라리 그리 떠나 준 게 다행한 일일 지도 몰랐다. 기자들이 사방에 깔린 호텔 화장실에서 면식도 없는 남자와 정사를 벌이다 발각됐을 것을 상상하자 전신이 오싹했다.
手偶在南小妍的忌日之前,肯定會做出更可怕的事情。她可能會在廁所隔間裡與周圍的其他男人發生不堪的行為。那個像垃圾一樣拋棄了我的男人,帶著厭惡的目光浮現在腦海中,讓我窒息。也許,反而是他這樣離開,才是件幸運的事。想像著如果在酒店廁所裡與陌生男人發生關係被記者發現的情景,整個人都感到毛骨悚然。

그런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 어떻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남소연의 일이 아니더라도 강신술로 폐인이 된 무당 때문에 무당들은 아예 신오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這種事情必須事先防止。怎麼做呢?可以向誰尋求幫助呢?即使不是南小妍的事,因為有因為降神術而成為廢人的巫師,巫師們根本不想與神奧對視。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7년이 다 될 것이 무섭다. 여기저기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재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속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엉망으로 엉켰다. 그나마 위안이 되던 어머니의 유품마저 잃어버린 상황에서 신오는 신경질적으로 목을 긁어내렸다.
答案似乎無法看見。這樣下去七年就要到了,讓人感到恐懼。似乎在各處都能聽到定時炸彈的計時聲。心中感到壓抑,腦海裡一片混亂。即使是那本來能帶來安慰的母親遺物也已經失去,信吾焦躁地抓著脖子。

손각시가 신오의 등 뒤에서 킬킬대며 그를 약 올렸다.
手偶在辛吾的背後咯咯笑著,戲弄著他。

「정 못 견디겠으면 네 서방님 불러내 날 쫓아내던가. 아이고, 부러워라. 아양 떨고 예쁨받고 꽃길 걸으며 살겠구나.」
「如果真的受不了,就叫你的丈夫出來把我趕走吧。唉,真讓人羨慕。可以撒嬌受寵,走在花路上生活呢。」

“시팔, 입 좀 닥치고 있어!”
“幹,你給我閉嘴!”

신오는 들고 있던 물컵을 개수대에 내던져 박살 냈다.
信吾將手中拿著的水杯扔向水槽,摔得粉碎。



출근 준비에 평소보다 배로 시간이 걸렸다. 김 비서는 주차장에서 차를 대기시키고 기다리고 있다가 다 죽어 가는 신오의 안색을 보고 깜짝 놀랐다.
出門準備花了平時兩倍的時間。金秘書在停車場等著車,看到快要死去的辛奧臉色,驚訝不已。

“대표님,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代表님,您的身體看起來不太好。」

“감기 기운이 있어요. 그나저나 어제 간담회 이후에 별일 없었습니까?”
“我有點感冒。對了,昨天的座談會之後有沒有發生什麼事?”

신오는 김 비서의 말허리를 자르며 관심을 차단했다. 김 비서는 신오의 심기가 불편한 걸 재빨리 눈치챘다. 바로 목소리를 낮추고 신중하게 답을 했다.
信吾打斷了金秘書的話,切斷了他的關注。金秘書迅速察覺到信吾的心情不佳,立刻降低了聲音,謹慎地回答。

“네, 신경 쓰실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윤여걸 감독과 정가연 씨에겐 따로 약속을 잡겠다고 연락해 뒀고요.”
“是的,沒有需要您操心的事情。我已經聯絡了尹汝傑導演和鄭佳妍小姐,會另行約好時間。”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
“其實不需要做到那種地步。”

“아, 죄송합니다. 바로 취소하겠습니다.”
“啊,對不起。我馬上就取消。”

“아뇨. 변덕스럽다니 어쩌니, 괜한 소리 듣기 싫으니 놔두세요. 김 비서는 간담회 장소로 쓰인 빌딩 보안 담당자나 알아봐 주세요. 면담하면서 직접 지시할 사항이 있습니다.”
“不是的。變幻無常怎麼樣,我不想聽到多餘的話,請放手。金秘書,請去聯繫一下擔任會議地點的建築物保安負責人。我有一些需要在面談時直接指示的事項。”

“네, 알겠습니다.”  “是的,我明白了。”

화장실 주변의 CCTV 영상을 살펴봐야 했다. 신오가 뜬금없이 보안 담당자를 찾는 게 이상할 터인데, 김 비서는 토를 달지 않았다. 신오는 군말 없는 태도에 만족했다. 시시콜콜한 말을 뱉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조조한 기분은 차가 움직이자 더욱 저조해졌다. 작은 진동에도 뼈가 쑤셨다. 표정이 흉흉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김 비서가 백미러로 뒤를 힐끔거리며 신오를 살피다가 아예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렸다.
我必須查看廁所周圍的 CCTV 影像。信吾突然去找保安負責人,這本來是件奇怪的事,但金秘書並沒有多說什麼。信吾對這種不多言的態度感到滿意。此時他並不想說些瑣碎的話。原本就不好的心情,隨著車子移動變得更加低落。即使是小小的震動,骨頭也感到刺痛。他無法掩飾自己愁苦的表情。金秘書透過後視鏡瞥了一眼信吾,然後將視線完全轉向其他地方。

수요일 행사를 겨우 마치고, 신오는 그 한 주를 빌빌거리며 버텼다. 진통제 한 통을 거의 비운 뒤에야 금요일 밤이 찾아왔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앉자 참았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星期三的活動勉強結束後,信吾在那一周裡勉強撐著。幾乎把止痛藥用光後,星期五的晚上終於來臨。回到家坐在床上,壓抑已久的疲憊感一下子湧了上來。

“하아….”  “哈啊……。”

어깨가 뻐근했다. 주무르는 손끝에 닿는 근육이 돌처럼 딱딱했다. 며칠 내내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걸 깨달았다. 손각시에게 홀려 또 무슨 짓을 벌이게 될까 봐 두려웠던 탓이다. 정신줄이 너덜너덜하게 헤어져 뚝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머리가 징징 울렸다. 신오는 씻은 몸을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자리에 누웠다. 신이 난 손각시가 무어라 알아듣지도 못할 저주의 말을 자글자글 떠들어 대는 통에 골이 욱신거렸다. 겨우 한두 시간 눈을 붙였다 깨어나 보니 명하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肩膀感到僵硬。揉捏的手指觸碰到的肌肉像石頭一樣堅硬。我意識到自己這幾天一直神經緊繃。因為害怕被手偶迷住,又會做出什麼事情來。我的精神快要崩潰,隨時可能斷裂。頭部隱隱作痛。神也沒有好好擦乾身子就躺下了。興奮的手偶不斷喃喃自語著我聽不懂的詛咒,讓我的頭更痛了。勉強閉眼一兩個小時後醒來,發現名哈發來了訊息。心情瞬間沉了下來。


[어젯밤에 TV 봤어? GTV에서 재미난 걸 하더라.]
你昨晚看電視了嗎?GTV 上有個有趣的節目。


무슨 소리인가 싶어 신오는 어젯밤 채널 편성표를 살폈다. 어젯밤 10시, <기문총화>가 방영되었다. 명하가 연락한 게 이것 때문인가 싶었다.
無論是什麼聲音,信吾昨晚查看了頻道排程表。昨晚十點,《奇門遁甲》播出了。明河聯絡的原因是這個嗎?

신오는 스마트 TV의 다시 보기 버튼을 눌렀다. 검은 화면 위로 1부의 소제목이 떴다.
信奧按下了智能電視的重播按鈕。黑色的屏幕上顯示出第一部的副標題。

<귀신통2)>  <鬼神通 2) >

무슨 뜻일까. 신오는 내용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這是什麼意思呢。神奧靜靜等待著內容的延續。

이야기는 한복 입은 노인이 옛이야기를 구연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故事從一位穿著韓服的老人在講述古老故事的場景開始。


…옛날, 김 판서하고 이 판서가 서로 앞뒤 집에 살았답니다. 그래, 앞뒤 집에 살았는데 어, 그 이 판서 아들이 얼굴이 노래가지고 병에 걸려 앓으니, 뭘 세상 숫한 약을 써도 못 고쳤단 이야기죠. 그래서, 이 판서 아들이 그렇게 수삼 년을 좋은 약을 써도 앓기만 하고 이래 안나니 그래서 종끼리 물에 나갔데요, 이 판서 종하고요. 몸종하고 또 김 판서 몸종하고 웃물에 이래 나가니까, 이 판서 몸종이 아주 출출 울더래요.
…從前,金判書和李判書住在前後的兩棟房子裡。是的,他們住在前後的房子裡,然而,李判書的兒子臉色發黃,因為生病而一直在受苦,無論用什麼世上稀奇的藥方都無法治好。於是,李判書的兒子這樣病了三年,吃了很多好藥卻依然無法痊癒,於是他的家僕和李判書的家僕一起去河裡玩水。當他們在水裡玩時,李判書的家僕非常渴望地哭了起來。

그래서 김 판서 몸종이 그래더래요.
所以金判書的僕人這樣說。

“너는 왜서 그래 우느냐?”
“你為什麼這樣哭呢?”

“그런 기 아니라 우리 집에 도련님이 인제는 수일 내로 돌아가실 것 같으니, 돌아가시기만 하면 나는 밥 먹을 곳이 없다.”
“不是那樣的,我們家少爺似乎在幾天內就要回去了,等他一回去,我就沒有地方吃飯了。”

이래며 울더래요. 그래서,  這樣哭著呢。所以,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러더라고 하지 말고 이 판서님한테 가서 우리 김 판서가 참, 용맹하니까 자네 아들이 내 아들이고 내 아들이 자네 아들이니까 처음으로는 고쳐 달라는 소리를 하지 말고 웃음으로 다 농담으로 다 조롱하라. 서로 농담부터 나눠가지고 내중에 가서 농담이 되거든 자네 아들을 내 아들로 생각하고서는 곤쳐 주게.”
“不是那樣的,別說我這麼說,去跟這位判書大人說,我們的金判書真是勇敢,所以你的兒子是我的兒子,我的兒子也是你的兒子,第一次的時候不要說要改,先用笑聲來開玩笑,互相開開玩笑,如果能成為玩笑,就把你的兒子當作我的兒子來對待。”

<중략>  抱歉,我無法提供該文本的翻譯

그래서, 거 마지막으로 떡하고 술하고, 마저 먹여 보내고 인제 그때서는 김 판서가 앉어가지구서 존신(尊神)을, 그 원혼신을 불렀답니다. 불러 가지구선,
所以,最後就把餅和酒吃完,然後在那時候金判書坐著,呼喚了尊神,那位冤魂神。呼喚之後,

“너 어떻게 돼서 이 집에 와서 원수를 가릴라고 그러느냐?”
「你怎麼會來這個家想要報仇呢?」

참, 고대로 역사를 내리 읽거든요.
真的,從古代開始就一直在讀歷史呢。

「제가 장사를 했는데, 이 집 대감님이 지(제) 젖통을 만지길레 제가 그걸 베어 버리고 죽었는데, 시체가 안즉(아직) 저 수채에서 썩지도 않았습니다.」
「我做生意的時候,這位大人摸了我的胸部,我就把他咬了,結果死了,但屍體到現在還沒有在那水池裡腐爛。」

“그럼, 니가 그럼 니가 그렇게 명석하고 잘 아느냐?”
“那麼,你就這麼聰明,這麼了解嗎?”

「잘 알지요.」  「我知道。」

“그럼, 나하고 내기를 할까?”
“那麼,我們來打個賭吧?”

인제, 김 판서가 그래니,
現在,金判書說,

“너 재주가 그렇게 좋고 이래면 나하고 내기를 하자.”
“你這麼有本事,那就跟我打個賭吧。”


화면이 암전했다가 밝아졌다.  畫面暗了又亮起來。

노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조선 시대 양반의 방이 나타났다.
老人消失了,取而代之的是朝鮮時代貴族的房間。

젊은 도령이 금침에 누워 색색 앓고 있다. 창호 바른 문 너머에서 종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年輕的公子躺在金床上,色彩斑斕地呻吟著。窗戶外的門後,傳來了鐘聲低語的聲音。


“아이고, 우리 도련님이 다 죽게 생기셨어. 온갖 약을 써도 수가 차도가 없으시니 이를 어찌한담.”
「哎呀,我們的少爺快要死了。用盡了各種藥物也沒有任何好轉,這該怎麼辦呢。」

“우리 김 판서님께 부탁을 드려보지 그래? 그 양반이 재주가 용하시거든. 내가 알려 드렸단 말은 하지 말고 주인 어르신께 비밀리에 말씀을 드려 보게.”
「我們不妨請教一下金判書吧?那位先生的才華可真了不起。你可別提我告訴過你,偷偷地跟主人說說。」


“…….”  “……”

이후 드라마는 노인이 구술한 옛 귀신 이야기대로 전개되었다. 신오는 십여 분의 영상을 눈으로 샅샅이 훑으며 혹시 화면에 이상한 게 보일지 기다렸다.
隨後劇情按照老人的口述,展開了古老的鬼故事。信吾仔細地掃視著十幾分鐘的影像,等待著是否能在畫面中看到什麼異樣的東西。

이윽고 신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이 화면에 등장했다.
終於,一幕足以吸引信吾目光的場景出現在畫面上。


“어?”  「咦?」

자정이 되어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다. 도령은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子夜時分,所有人都沉沉入睡。少爺被奇怪的聲音驚醒。

「아무개야, 아무개야….」  「某某啊,某某啊……」

다정한 목소리였다. 누굴까. 어머니 같기도 하고, 말 한 번 제대로 못 붙여 본 아랫마을의 곱단이 같기도 했다. 마음이 설렜다. 한밤중에 사람을 저런 식으로 부르는 것은 창귀밖에 없단 걸 알면서도 도령은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那是一個溫柔的聲音。會是誰呢?有點像母親,也有點像從未好好交談過的下村的姑娘。心中不禁感到一陣激動。雖然知道在半夜裡這樣呼喚人的只有鬼魂,但少爺卻不由自主地回答了。

“거 누구냐?”  “你是誰?”

「…….」

기다리던 대답을 듣자마자, 문밖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도령은 뒤늦게 아차 싶어 혀를 찼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머리가 멍해지며 몸이 절로 움직였다. 어어, 놀랄 사이도 없이 도령은 귀신에게 홀린 상태로 문을 열고 나섰다. 마당 한복판에 머리를 길게 푼 여자가 허공에 반쯤 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의 발아래로 핏줄기가 뚝뚝 떨어져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聽到期待已久的回答後,門外瞬間變得寂靜無聲。少爺心中一驚,想要後悔卻已為時已晚。瞬間,腦袋變得空白,身體不由自主地動了起來。啊,還來不及驚訝,少爺便像被鬼魅附身般,打開了門走了出去。院子中央,一位長髮披肩的女子半懸在空中,正靜靜地等待著他。女子腳下的血跡滴滴答答地落下,形成了一個水坑。


“…뭐야 저거.”  “…那是什麼。”

신오는 화면이 검게 변해 마치 까만 매니큐어를 바른 듯한 발톱을 클로즈업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귀신이 도령의 이름을 세 번 불러 그를 꼬여 내던 장면부터 이미 속이 뒤틀리던 참이었다. 검은 발톱, 정민영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선 호흡을 잊고 말았다.
信奧沒有錯過畫面變黑,仿佛塗上黑色指甲油的腳趾甲特寫。從鬼魂叫著道靈的名字三次,將他引誘出去的那一幕開始,我的心情就已經扭曲了。黑色的指甲,讓我想起鄭敏英的樣子,讓我不禁屏住了呼吸。


「이리 온.」  「過來。」

귀신이 까딱 손을 움직였다. 도령은 백치 같은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퍼렇게 변한 망자의 얼굴이 그에겐 이 세상 가장 고운 정인의 얼굴로 보였다. 히히, 귀신은 만족스레 웃으며 도령을 향해 팔을 뻗었다.
鬼魂輕輕動了動手。少爺面帶呆滯的神情走向她。變得蒼白的亡者面容在他眼中卻是這世上最美的愛人臉龐。嘿嘿,鬼魂滿意地笑著,向少爺伸出了手。

갈퀴 같은 손이 도령의 목에 감기기 직전이다. 김 판서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像耙子的手即將纏上少爺的脖子。金判書擋在了她的面前。

“귀신이 어찌하여 산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가? 천륜을 거스르는 짓이니 더는 방자하게 굴지 말고 썩 물러가거라.”
“鬼神怎能左右活人的生命?這是違背天理的行為,莫再放肆,速速退去。”

여귀가 악에 받쳐 목청을 높였다.
女鬼憤怒地提高了嗓門。

「같은 양반이라고 편드는 것이오? 우물 뚜껑이나 열어 보고 말해 보시지. 거기 묻힌 내 몸이 살 하나 썩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을 것이니! 양반이 여염집 아녀자를 희롱해 살해하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세상이니 천륜이 다 무슨 소용인가?」
「你是在偏袒同樣的貴族嗎?不妨打開井蓋看看再說。那裡埋著我的身體,毫髮無損地完好無缺!貴族們竟然可以隨意戲弄平民女子,甚至殺人後依然逍遙自在,這樣的世界,天理又有什麼用呢?」

여귀는 절 방해 말라며 김 판서에게 달려들었다. 귀신의 날카로운 손톱에 김 판서가 목을 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 판서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의 발아래로 방금 전까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던 그림자가 거대하게 부풀었다. 쫑긋한 두 귀와 집채만 한 몸뚱이와 솥뚜껑만 한 머리, 대들보만 한 다리와 불타는 금빛 눈을 지닌 짐승의 형상이었다. 여귀는 그 모습에 놀라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女鬼朝金判書撲去,警告他不要妨礙。金判書面臨著被鬼魂尖銳的指甲刺中的危險。他的眼中閃過異樣的光彩。在他腳下,剛才還是人的形狀的影子,突然巨大地膨脹起來。那是一隻擁有豎起的耳朵、如房屋般龐大的身軀、如鍋蓋般的頭顱、如大樑般的腿和燃燒著金色眼睛的野獸形象。女鬼被這一幕驚呆了,頓時僵在了原地。


가슴이 철렁한 것은 신오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는 연유를 모르겠다. 신오는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화면 속 짐승의 시커먼 그림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心中一陣驚悸的感覺,對於信吾來說也是如此。心臟似乎要爆炸般的怦怦直跳,卻不知其原因。信吾只是呆呆地張著嘴,目不轉睛地盯著螢幕中那隻野獸的黑暗身影。


김 판서가 귀신의 두려움을 읽고 짐짓 온화하게 그녀를 달랬다.
金判書讀懂了鬼魂的恐懼,故作溫和地安撫她。

“사정을 듣고 보니 네가 이러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겠구나. 한데 그렇다고 산 사람 목숨을 빼앗게 놔둘 수는 없으니…. 어떠냐. 네 재주가 그리도 신통하니 나와 내기를 하자. 만일 네가 날 이긴다면 나는 직접 관가에 가 네 죽음을 알리고 이 판서가 죗값을 받게 해 주마. 그러나 네가 진다면 너는 그날로 이 집 안에서 사라져야 한다.”
“聽了事情的經過,我想我已經能猜到你這樣做的原因了。不過,就算如此,我也不能讓活人喪命……怎麼樣?既然你的本事如此了得,不如和我打個賭。如果你贏了,我就親自去官府告知你的死訊,讓這位判書受到應有的懲罰。但如果你輸了,你就必須在那天從這個家裡消失。”

「좋소, 어디 해보지요.」  「好吧,那就試試看。」

아무리 상대가 두렵다 한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순 없었다. 여귀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無論對手多麼可怕,來到這裡就不能退縮。女鬼咬緊牙關大聲喊道。


화면이 전환되며 여귀와 김 판서의 내기 장면이 이어졌다. 그러나 신오는 이미 드라마 내용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눈이 벌게져 TV 전원을 꺼 버렸다.
畫面轉換,女鬼與金判書的賭局場景接續而來。然而,信吾已經完全無法專注於劇情內容。他的眼睛紅了,便將電視電源關掉。

“윤 감독, 이 개새끼가….”
“尹導演,這隻狗崽子……。”

씩씩대는 제 숨소리가 요란했다. 조 회장이 쓰러지던 날, 자신이 당했던 일이 함께 떠오른 탓이다. 이름을 세 번 불러 사람을 홀려 내는 귀신 얘기가 저런 식으로 툭 튀어나와서는 안 됐다. 이건 조씨 집안 눈 벌건 귀신의 방식이었다.
我喘息的聲音格外響亮。那天,趙會長倒下的時候,我所經歷的事情也隨之浮現。三次呼喚名字來引出人的鬼魂故事,這樣的情節不應該這樣突然冒出來。這是趙家那雙眼睛通紅的鬼魂的方式。

드라마를 이용해 제 집안 치부를 드러내려는 놈이 있다. 분노로 속이 뒤집혔다. 하지만 동시에 신오의 하체는 성적 자극이라도 받은 듯 뻐근하게 경직되었다. 신오는 이해 못 할 반응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정민영, 조씨 집안 귀신, 거대한 짐승의 형상이 차례차례 머릿속을 스쳤다.
有個人想利用戲劇揭露我家族的秘密。我心中充滿了憤怒,感到翻江倒海。然而,同時,信吾的下半身似乎也受到性刺激般僵硬不已。信吾在無法理解的反應中咬緊了牙關。鄭敏英、趙氏家族的鬼魂、巨大的野獸形象一一在腦海中閃過。

그중 신오의 심중에 가장 나중까지 남은 것은 뾰족 귀 짐승의 그림자였다.
在其中,信吾心中最後留下的,是尖耳獸的影子。


***


“김 비서, 윤 감독에게 내 사무실로 당장 오라고 해요.”
「金秘書,讓尹導演馬上來我的辦公室。」

신오의 다급한 목소리에 전화기 너머에서 김 비서가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在信吾急促的聲音中,電話那頭的金秘書驚慌地反問道。

- 주말이라 쉬시는 것 아니셨습니까?
- 您不是在週末休息嗎?

“안 쉽니다. 삼십 분 내로 차 보내고, 윤 감독에게 최대한 빨리 연락하세요.”
“不是簡單的事。請在三十分鐘內派車,並儘快聯絡尹導演。”

- 네,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 是的,我會迅速處理。

김 비서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테지만 신오는 마냥 얌전히 기다릴 수 없었다. 좀이 쑤셔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얼마 후 김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金秘書自然會處理好,但信奧卻無法安靜地等待。他在房間裡來回走動,心中焦躁不安。過了一會兒,金秘書打來了電話。

- 윤 감독이 빨라도 내일 오후에나 서울에 올 수 있답니다.
- 尹導演最快也要到明天下午才能到首爾。

짜증이 확 치밀었다. 까라면 깔 것이지, 저가 뭐나 된다고 대표 이사가 부르는데 엉덩이 붙이고 앉아 버틴단 말인가. 윤 감독 이 새끼가 딴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惱怒瞬間湧上心頭。如果要罵就罵吧,這傢伙憑什麼代表董事長叫我,卻坐在那裡不動。我懷疑尹導演這個傢伙是不是在打什麼鬼主意。

“내일 오후요? 내가 급하다고 전달 안 했습니까?”
「明天下午嗎?我不是說過我很急嗎?」

- 그것이… 도룡동 세트장에서 촬영 중인데 스케줄 조절이 힘들답니다. 제가 지금 당장 대전으로 내려가서 대표님 말씀을 대신 전달할까요?
- 那個… 現在在道龍洞的攝影棚拍攝,調整日程有點困難。我現在就下去大田,代替代表傳達一下話怎麼樣?

김 비서가 제법 신통한 소리를 한다. 신오는 냉소했다. 가서 무슨 말을 대신 전하겠단 건가.
金秘書說得還真有幾分道理。申烏冷笑了一聲。去傳達什麼話呢?

“됐어요. 나 혼자 가 볼 테니 차 보내세요. 윤 감독에겐 적당히 둘러대요. 지난번에 미안했다고, 응원차 내려가겠다고요.”
“好了。我自己去看看,請派車來。對尹導演隨便應付一下,說上次很抱歉,會去給他加油的。”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是的,我會這樣做。

신오는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 기타 의전 없이 홀로 대전으로 차를 몰았다. 출발할 때만 해도 흥분에 휩싸여 피로를 몰랐으나, 매연과 교통 체증으로 점점 두통이 치밀었다.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 차선에서 시속 14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해 고속 도로에서 빠져나왔다.
信奧迅速地駕車前往大田,沒有其他的儀式。出發時他充滿興奮,完全不覺得疲憊,但隨著廢氣和交通堵塞,頭痛漸漸加劇。為了脫離這條路,他在一車道上以超過時速 140 公里的速度狂奔,成功地從高速公路上脫離。

그때부터 스튜디오에 도착할 때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전자 담배에서 흘러나온 수증기가 차내에 뿌옇게 차올라 창문을 내리자 미세 먼지 가득한 겨울 공기가 흘러들어 왔다. 무슨 놈의 날씨가 이따윌까. 그는 짜증이 잔뜩 인 얼굴로 스튜디오 주차장에 차를 세운 채 뿌연 연기 속에서 곤두선 신경을 니코틴으로 무디게 만들며 잠시 멍하니 자극에 취해 있었다.
從那時起到達工作室的時候,他一直在抽煙。電子煙裡冒出的水蒸氣在車內彌漫,當他搖下窗戶時,冬天裡充滿微塵的空氣湧了進來。這天氣到底是怎麼回事?他滿臉不悅地將車停在工作室的停車場,讓朦朧的煙霧包圍著自己,神經在尼古丁的麻痺下暫時陷入恍惚的狀態。

심란한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촬영장에 도착하고 보니 정민영이 이곳에 출몰한단 소문이 뇌리에 선명해졌다. 니코틴을 혈관 가득 채웠으나 저를 따라오던 새파란 발의 잔상이 끝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為了平靜心中的不安。當我到達拍攝現場時,關於鄭敏英在這裡出現的傳聞在腦海中變得清晰可見。雖然尼古丁充滿了我的血管,但跟在我身後的那雙青藍色的腳印卻始終無法從腦海中消失。

귀신은 무섭다. 그러나 조명하의 지랄도 그만큼 무섭다. 후우, 신오는 체념하곤 차 밖으로 나왔다.
鬼魂是可怕的。然而,照明下的瘋狂同樣可怕。呼,神奧無奈地走出了車外。

퍽, 누군가 차 문에 세게 부딪혔다.
啪,某人重重地撞上了車門。

“어.”  “嗯。”

괜찮으냐는 말에 인색한 성정 탓에 신오는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고 머뭇거렸다. 재수 없게 이게 웬일일까. 짜증스러워 볼이 홀쭉해지도록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뿜었다. 차 문에 부딪힌 상대가 자욱한 담배 연기에 휘휘 손을 내저었다. 캡 모자 아래 드러난 입술이 몹시도 붉다. 분장한 배우일까. 사내의 입술치고 너무 요사스러운 색이었다.
因為性格吝嗇於「還好嗎」的詢問,神甫錯過了道歉的時機,猶豫不決。真是倒霉,這是怎麼回事呢?他惱怒地吸了一口煙,直到臉頰變得瘦削,然後長長地吐出煙霧。撞上車門的對方在濃厚的煙霧中揮手驅散。帽子下露出的嘴唇顯得格外紅潤。難道是化妝的演員?這男人的嘴唇顏色實在過於妖豔。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남자는 점퍼를 손에 든 채, 흰 반팔 티셔츠 하나를 달랑 걸치고 있었다. 티셔츠 아래로 비친 단단한 가슴팍의 윤곽에 숨이 가빠 왔다. 근육이 보기 좋게 갈라진 건장한 위팔과 혈관이 보기 싫지 않게 올라온 늘씬한 팔뚝이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다. 침샘이 부풀어 마른침이 고였다.
儘管天氣仍然有些寒冷,男人卻只穿著一件白色的短袖 T 恤,手中握著一件夾克。T 恤下隱約可見的結實胸膛輪廓讓人心跳加速。肌肉分明的健壯上臂和血管清晰可見的纖細前臂無比迷人。口水腺膨脹,口中不由自主地聚集起乾涸的唾液。

제 허리를 붙들었던 사내의 손도 저 남자만큼 컸을까. 그 앞에서 이성을 잃고 흐트러졌던 때의 감각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머릿속이 흐려졌다. 신오는 상대의 다리 사이를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응시했다. 야릇한 기분이 몰려들었다. 기자 간담회 때 겪었던 기묘한 열이 단전 아래에 퍼졌다.
他緊緊抓住我腰的那個男人的手,是否也和那個男人一樣大呢?在他面前失去理智、變得凌亂的感覺接連湧上心頭。腦海變得模糊。信吾像被某種東西吸引般,凝視著對方的腿間。奇妙的感覺湧上心頭。記者會上經歷的那種奇怪的熱度在下腹蔓延開來。

붉은 입술 사이로 기가 차단 투덜거림이 튀어나왔다.
紅唇之間傳出一陣氣憤的嘟囔聲。

“사람 치어 놓고 구경하세요?”
“讓人受傷了還在那裡看熱鬧嗎?”

노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울림에 신오는 멍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났다. 방금 전까지 제가 넋 놓고 사내의 다리 사이를 쳐다보았단 걸 깨닫자 오싹 소름이 끼쳤다.
那是一種彷彿在唱歌的聲音。心臟因那令人心跳加速的共鳴而驚醒,神甫在恍惚的麻痺狀態中回過神來。當他意識到自己剛才正呆呆地盯著那個男人的腿時,不禁感到一陣寒意。

“시팔….”  “該死……。”

이게 누구 때문일지는 빤했다. 손각시 때문에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만 같았다. 기자 간담회 때의 추태가 생각나 귓등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때처럼 손각시에게 몸을 빼앗기고 발정 난 미친놈처럼 행동하게 될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這是誰的錯一目了然。似乎都是因為手偶,我的精神漸漸變得不正常。想起記者會上的失態,耳朵不由自主地紅了起來。我擔心會像那時一樣,被手偶控制,像發情的瘋子一樣行動,讓我神經緊繃。

신오의 욕에 문에 부딪히고도 사과 한마디 못 들은 상대가 입매를 굳혔다.
新奧的詛咒撞上了門,卻連一句道歉都沒聽到,對方的嘴角緊緊抿住。

“방역차 모나. 그 꼴이니 사람 치고 가도 모르긴 하겠네요.”
“防疫車莫娜。那副模樣,讓人看了也不知是人還是鬼。”

신오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한참 만에 남자가 전자 담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한 연기를 대놓고 탓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하, 신오는 헛웃음을 흘리며 왼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명하 외에 제게 이딴 식으로 시건방지게 구는 놈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신오는 담배를 문 채 남자를 고압적인 눈빛으로 깔아 보았다. 캡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도 밀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서 대치했다.
信吾心想這個男人到底在說什麼。過了一會兒,他才發現男人正在明目張膽地責怪電子煙冒出的濃煙。哈,信吾忍不住輕笑,左眉微微揚起。除了明河,這種無禮的傢伙真是好久不見了。信吾叼著煙,用高壓的眼神瞪著那個男人。戴著鴨舌帽的男人也不甘示弱,堅定地站在那裡對峙著。

웃기는 놈일세. 신오는 속으로 상대를 같잖게 깔아 보면서도 겉으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가장했다. 온 국민이 파파라치 행세를 하는 나라 아닌가. 괜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신오는 빤질빤질한 낯짝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真是個有趣的傢伙。信吾心裡暗自看不起對方,卻在外表上裝出一副和藹可親的微笑。這不是一個全民都在扮演狗仔隊的國家嗎?他不想惹麻煩。信吾用他那張光滑的臉孔遞出了名片。

“이거 실례했네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병원 가 보시고, 여기로 연락주세요.”
“這真是失禮了。希望您沒有什麼不舒服的地方,讓我很擔心。請去醫院看看,然後再聯絡我。”

남자가 신오가 내민 명함을 빤히 바라보았다. 캡 모자 아래로 입술이 휘어졌다. 기묘한 웃음이었다. 제 웃음을 흉내 내는 듯해 더욱 불쾌했다. 한마디 쏘아붙이기 전에 남자가 군말 없이 명함을 받고 몸을 돌렸다. 햇살 아래 남자가 입은 티셔츠가 희게 빛났다. 신오는 그 아래로 비친 남자의 단단한 등줄기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男人凝視著信吾遞過來的名片。帽子下的嘴唇微微扭曲,露出一抹奇怪的笑容。那笑容似乎在模仿自己的笑容,讓人更加不快。在開口之前,男人默默地接過名片,轉過身去。在陽光下,男人穿的 T 恤閃耀著白光。信吾凝視著他那在 T 恤下顯露出的結實背脊,久久無法移開目光。



“조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趙代表,請您快來。”

윤여걸 감독이 후드 티에 후줄근한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나타났다. 얼굴에 비굴한 미소가 가득했다. ‘어라?’ 신오는 제가 사람을 잘못 짚었나 싶었다. 상대는 신오를 향한 호의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기색이었다. 정민영에 대한 소문을 일부러 냈다거나, 제 집안을 치부를 드라마 내용에 녹여 내 우회 공격할 위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尹汝傑導演穿著一件寬鬆的連帽衫和一件隨意的外套出現。他的臉上掛著卑微的微笑。‘咦?’申奧心想自己是不是看錯了人。對方似乎無法表現出對申奧的好意,顯得焦急不安。看起來並不像是故意散播有關鄭敏英的流言,或是將自己家族的財富融入劇情中,來進行迂迴攻擊的角色。

“지난번 간담회 때엔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제 쪽에서 먼저 청해 놓고 감독님을 바람맞혀서 내내 마음에 걸리더군요. 한번 다시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좀이 쑤셨는데 이렇게 뵐 수 있어 다행입니다.”
“上次的座談會因為日程的關係我提前離開了。我這邊先提出邀請,卻讓導演您失望,心裡一直感到不安。一直想再安排一次聚會,能在這裡見到您真是太好了。”

“저 역시 그랬는데 저와 대표님이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어제오늘 비 때문에 분위기가 음산했는데, 대표님이 오시니 날씨까지 화창해지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네요. 그렇죠, 이 작가?”
“我也是這樣想的,似乎我和代表的心意相通。因為昨天和今天的雨,氣氛有些陰鬱,但代表一來,天氣也變得晴朗,真是再好不過了。對吧,這位作家?”

윤 감독 옆에 끌려와 있던 작가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윤 감독이 아예 작정하고 아부하는 데 질린 얼굴이었다. 신오는 감독의 수다에 적당히 맞춰 주며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드라마의 메인 작가는 표정이 약간 냉소적이긴 했으나, 특별한 적의는 엿보이지 않았다. 이 여자는 범인이 아니다. 대체 누가 드라마 속에 제 집안 귀신에 대한 암시를 숨긴 걸까.
在尹導演身邊被拉來的作家面露不悅,微微點頭。她的表情顯得對尹導演的阿諛奉承感到厭倦。新奧則適時地配合導演的喋喋不休,四處打量。劇本的主創作家雖然表情有些冷嘲熱諷,但並沒有顯露出特別的敵意。這個女人不是罪犯。究竟是誰在劇中隱藏了對她家裡鬼魂的暗示呢?

“초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SNS는 물론이고 관련 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데 저희가 워낙 바빠서 엄두를 못 내고 있네요.”
「初期反應非常好。不僅在社交媒體上,相關雜誌的訪談請求也接連而來,但我們實在太忙,無法應對。」

“일정이 너무 빡빡한 것 아닙니까?”
「行程是不是太緊湊了?」

“아하하,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요새는 이쪽 바닥도 근로 기준이 강화돼서요. 뭘 좀 열정적으로 했다 싶으면 열정 착취니 뭐니, 꼬리표를 달아 물어뜯습니다.”
“哈哈,代表您也知道,最近這個行業的勞動標準加強了呢。如果稍微熱情地做了些什麼,就會被貼上熱情剝削的標籤,讓人咬牙切齒。”

감독은 바쁜 게 절대 제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고 열심히 변명했다. 신오는 의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이 노조와 근로 기준법을 탓하며 푸념하는 걸 흘려들었다.
導演努力辯解,忙碌絕對不是因為自己的無能。信奧例行公事地點了點頭,隨意聽著導演抱怨工會和勞動基準法。

“실무적인 얘기는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하죠. 이 자리엔 팬심으로 온 거라. 배우분들을 만나 보고 싶네요. 다들 연기가 훌륭하던데요.”
「實務性的事情稍後再具體討論吧。今天來這裡是因為粉絲的心情。我想見見演員們。大家的演技都很出色呢。」

“아, 공포물은 감정 이입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배우들이 아주 열연하고 있습니다.”
“啊,恐怖片中情感共鳴不是很重要嗎?演員們非常投入地演出。”

윤 감독이 반색하며 처녀 귀신 역 배우를 소개했다. 소복 입은 여배우가 빙긋 웃는다. 악의 가득한 얼굴로 도령을 고문해 대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배우들이란…. 어쨌든 저 여자도 신오가 관심을 둘 이는 아니었다. 누가 범인일까. 신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곳곳을 살피다 그나마 가장 의심스러운 윤여걸 감독에게 물었다.
윤導演面帶微笑地介紹了扮演處女鬼的女演員。穿著素服的女演員微微一笑。那張充滿惡意的臉龐,曾經對著公子施加折磨的樣子已經無影無蹤。演員們……無論如何,那位女士也不是信吾會關心的對象。究竟誰才是犯人呢?信吾微微眯起眼睛,四處觀察,最後向最可疑的尹女傑導演詢問。

“설정이 독특하던데요. 이름을 세 번 불러서 사람 혼을 홀리는 귀신이라니 누구 아이디어래요?”
“設定真獨特呢。居然是要叫名字三次來迷惑人的鬼魂,這是誰的主意啊?”

신오는 별것 아닌 척 허를 찔러 보았다. 그러나 윤여걸은 켕기는 기색이라곤 없이 그저 신난 얼굴로 대꾸했다.
新奧隨意地試探了一下,但尹如傑卻毫無緊張的樣子,只是面帶興奮地回應。

“오리지널은 아니고 여기저기서 갖고 왔습니다. 박지원의 <호질>부터 도시 괴담까지요. 익숙한 소재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였죠.”
“這不是原創,而是從各處收集而來的。從朴志源的《虎叱》到城市怪談。這是試圖用熟悉的題材來提高讀者的理解度。”

“…아, 그래요?”  “…啊,是嗎?”

정말? 그게 다란 말인가. 신오는 혼란스러움에 눈을 끔뻑였다.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장면이 그저 우연히 만들어졌단 게 믿기지 않았다.
真的嗎?這就是全部嗎。神吾因困惑而眨了眨眼。讓他心頭一緊的場景竟然只是偶然產生的,這讓他無法相信。

“대표님, 출연진을 보셨으니 이제 촬영장도 한번 둘러보셔야죠?”
“代表您好,既然您已經看過演員陣容,那麼現在也該去拍攝現場看看了吧?”

“…그러죠.”  “…是啊。”

신오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허락이 떨어지자 윤 감독은 신오를 특수 촬영장 스튜디오로 데려갔다. 그가 흥분한 기색으로 크레인을 가리켰다.
信吾有些不情願地回答。獲得許可後,尹導演將信吾帶到了特效拍攝的工作室。他興奮地指著起重機。

“주인공인 김 판서가 호랑이 산신의 정기를 타고 태어난 인물이라 이능을 발휘하는 장면이 제법 됩니다. 슈퍼 크레인을 사용해 촬영한 다음에 크로마키 배경 작업을 하고 있죠.”
「主角金判書是乘著老虎山神的精氣出生的人物,因此展現異能的場景相當不錯。使用超級起重機拍攝後,正在進行色鍵背景的處理。」

그래서 그림자가 그 꼴이었구나. 신오는 고양이처럼 뾰족하던 짐승의 귀를 떠올렸다. 다시금 아랫배가 뜨끈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몸이 또 개같이 반응하려 한다. 신오는 호텔 화장실에서 겪었던 일을 재차 경험하게 될까 봐 눈알을 굴리며 손각시를 찾았다. 그러나 손각시는 어디 먼 곳에 있는지 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귀신 탓이 아니란 말인가. 손각시가 손 쓴 것도 아닌데 자신의 몸이 왜 이딴 식으로 반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所以影子就是那副模樣啊。信奧想起了像貓一樣尖銳的野獸耳朵。下腹再次變得溫熱,心臟快速跳動。身體又像狗一樣想要反應。信奧翻著眼珠,尋找著手偶,擔心會再次經歷在酒店廁所裡的事情。然而,手偶似乎在遙遠的地方,完全感覺不到它的氣息。那麼,這不是鬼魂的錯嗎?手偶並沒有出手,為什麼自己的身體會以這種方式反應,真是讓人捉摸不透。

옆에서 누군가 신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旁邊有人對信吾點了點頭打了個招呼。

“조신오 대표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연 배우 김재훈입니다.”
“趙信五代表,抱歉讓您久等了。我是主演金在勳。”

“아, 반갑습니다.”  “啊,很高興見到你。”

김 판서 역을 맡은 남자 배우였다. 신오는 별다른 느낌 없는 남자에게 의례적으로 인사를 돌려주다가 그가 입고 있는 조선 시대 선비 복장에 눈길을 주었다. 정확히는 장신구처럼 달려 있는 작은 단도가 신경에 거슬렸다. 제 집안 단도와 묘하게 비슷한 듯하다. 신오는 가타부타 설명 없이 손을 내밀었다.
他是一位飾演金判書的男演員。信吾在對這位沒有特別感覺的男士例行性地打招呼時,注意到了他身上穿著的朝鮮時代儒生服裝。準確地說,是那件像飾品般懸掛的小短刀讓他感到不安。似乎和他家裡的短刀有些相似。信吾沒有多加解釋,便伸出了手。

“그 칼, 잠깐 줘 볼래요?”
“那把刀,可以借我一下嗎?”

“아, 네.”  “啊,是的。”

김재훈 역시 별다른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소품인 단도를 내밀었다. 신오는 그를 받고 작게 혀를 찼다.
金在勳也沒有要求特別的解釋,伸出了一把小刀。申奧接過後輕輕地嘖了一聲。

“손잡이랑 칼집이 전부 나무네요?”
“手把和刀鞘都是木頭的嗎?”

“네, 아무래도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무게감 때문에 가짜 칼인 게 티가 나서요.”
“是的,若是用塑膠製作的話,因為重量的關係,會讓人一眼就看出是假的刀。”

“…….”  “……”

정말일까. 제 집안 단도와 드라마 소품의 모양이 이토록 흡사한 게 단순한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신오는 단도를 한참 의심스레 쳐다보았다. 그러다 단도 뒤편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란 글귀를 발견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임을 자랑하는 짧은 음각에 온갖 의심이 다 눅는다. 그래, 애당초 조씨 집안 단도는 칼집이 없지 않나. 제가 착각한 모양이었다. 신오는 칼을 도로 김재훈에게 돌려주었다.
真的嗎。我的家族短刀和電視劇道具的形狀如此相似,難道只是巧合?信吾懷疑地盯著短刀看。然後在短刀的背面發現了「中國製造」的字樣。這短短的浮雕讓我對中國作為世界工廠的驕傲產生了各種懷疑。對了,原本趙氏家族的短刀是沒有刀鞘的。我似乎搞錯了。信吾把刀又還給了金在勳。

윤 감독은 그 와중에도 계속 촬영 장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尹導演在這期間仍然不斷地炫耀拍攝設備。

“기대하십시오. 김 판서가 호랑이를 타고 조선 팔도를 날아다니는 신을 촬영할 건데 각도가 아주 근사할 겁니다.”
“請期待。金判書將拍攝騎著老虎在朝鮮八道飛翔的神明,角度會非常精彩。”

“설마요.”  “怎麼可能。”

낫살 먹은 성인 남자가 타도 괜찮은 건 네발 달린 말뿐이다. 신오는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하게 답했다. 득달같이 현장에 찾아와 놓고, 단서 하나 찾지 못한 상황에서 윤여걸의 자랑 따위가 곱게 들릴 리 없었다.
只有四條腿的馬,才是年過半百的成年男子可以駕馭的。神奧雙臂交叉,冷淡地回答。匆匆忙忙地來到現場,卻一無所獲,這種情況下,尹如傑的自誇根本無法入耳。

신오는 윤여걸 혼자 떠들게 두고 크레인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 매달린 이상한 기구가 눈에 띄었다. 흡사 교수대의 끈처럼 보이는 불길한 물건이었다. 무언가 생각날 듯 말 듯 아지랑이 같은 잔상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信吾讓尹如傑獨自喋喋不休,然後朝著起重機走去。那裡懸掛著一個奇怪的裝置,映入眼簾。那是一件看似像絞刑架的繩索般不祥的物品。腦海中似乎浮現出什麼,朦朧的殘影在眼前閃爍。

“이건 뭡니까?”  “這是什麼?”

“촬영 소품입니다. 악역인 악귀가 희생자들을 나무에 줄로 매달아 죽이는 장면을 찍을 거라서요.”
“這是拍攝道具。因為要拍攝反派惡鬼將受害者用繩子吊在樹上致死的場景。”

감독의 말에 조씨 집안 눈 벌건 귀신이 사람을 나무에 목매달아 죽였던 간밤 악몽이 떠올랐다. 신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크레인을 가까이서 살폈다.
監督的話讓趙氏家族那隻眼睛通紅的鬼魂在昨晚吊死人的噩夢浮現於心。申奧微微眯起眼睛,仔細打量著起重機。

도구는 얼핏 봐선 디스크 치료용 견인기를 본뜬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전혀 달랐다. 견인기가 턱 쪽을 고정하여 목뼈 간격을 늘이는 데 쓰인다면 이쪽은 전적으로 목을 조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這個工具乍看之下似乎是模仿了用於椎間盤治療的牽引器。然而,它的用途完全不同。如果牽引器是用來固定下巴以增加頸椎間距,那麼這個工具則完全是為了勒住脖子而設計的。

배 속이 오싹했다. 악귀가 희생자들을 목 졸라 죽이며 느꼈던 황홀감이 전신을 뒤덮는다. 이 이상한 증세는 분명 조씨 집안 귀신이 제 혼을 엉망으로 범한 후유증일 것이다. 그 감각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신오는 머리를 휘휘 흔들어 환각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肚子裡一陣寒意。惡鬼在勒死犧牲者時所感受到的快感籠罩了全身。這種奇怪的症狀無疑是趙氏家族的鬼魂在攪擾了她的靈魂後所留下的後遺症。她不想被那種感覺所吞噬。新奧努力搖頭,想要擺脫這種幻覺。

“한번 매달려 보실래요?”  “要試著懸掛一下嗎?”

“뭐요?”  “什麼?”

윤 감독이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걸었다. 오냐오냐 받아 줬더니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는구나. 신오는 정색한 표정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尹導演開了個荒謬的玩笑。我隨和地接納了,結果他竟然不知好歹地爬上來。信奧用嚴肅的表情瞥了他一眼。

뒤돌아본 시선에 끔찍한 것이 보였다.
回首的目光中看見了可怕的東西。

정민영이 윤 감독의 뒤에 매달려 그에게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다.
正敏英緊緊依偎在尹導演的背後,對他低聲耳語著什麼。

「저걸 목 졸라 죽여 버려. 게거품을 물고 질질 쌀 때까지 대롱대롱 매달아 놔.」
「把那個勒死。讓他泡沫直流,直到垂死掙扎。」

낄낄대는 정민영의 웃음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저게 여기 딱 붙어 있을 줄은 몰랐다. 신오는 제 예상보다 끔찍한 상황에 오금이 저렸다.
正敏英的笑聲讓我全身僵硬。我沒想到她會這麼靠近。信吾面對比預想中更可怕的情況,膝蓋不由自主地發抖。

“어서 매달려 보세요. 무척 즐거우실 겁니다.”
“快來試試看。您一定會非常高興的。”

윤 감독의 눈동자는 귀신에게 홀려 게게 풀려 있었다. 진심으로 신오를 목매달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신오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숨기려고 입매를 끌어 올렸다.
윤導演的眼神被鬼魂所迷惑,神情恍惚。那是一種真心想要將神奧吊起來的眼神。神奧試圖掩飾自己蒼白的驚恐表情,勉強扯起嘴角。

“아쉽지만 그런 경험은 종방연 이후로 미루도록 하죠. 전 일정이 있어서 그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雖然有些遺憾,但這樣的經歷就暫時放在結束聚會之後吧。我有行程,所以得先回去了。”

“…네.”  “…是的。”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세요. 촬영이 잘 진행되게끔 여러 편의를 봐 드릴 겁니다.”
“如果有需要的事項,請聯繫我們。我們會提供各種便利,以確保拍攝順利進行。”

명함을 내민 신오의 손을 정민영이 꽉 붙들었다. 망자가 뿜어내는 한기가 뼈 속을 찔렀다. 살 썩는 냄새에 속이 뒤집혔다.
正敏英緊緊握住伸出名片的信吾的手。亡者散發出的寒氣刺入了骨髓。腐肉的氣味讓人作嘔。

“그럼 이만….”  “那麼就這樣吧……。”

신오는 급히 마무리를 짓고 등을 보이고 도망쳤다. 한발 늦었다. 정민영이 쫓아와 신오의 목을 양손으로 졸랐다. 경동맥 바로 위를 눌렸다. 아찔한 현기증에 신오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애써 참으며 걸음을 걸으려 기를 썼다. 심장이 두려움에 터지려 했다. 정민영이 그의 등에 매달려 속삭이자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信吾急忙結束了事情,轉身逃跑。已經晚了一步。鄭敏英追上來,用雙手掐住信吾的脖子。正好壓在頸動脈上。信吾感到一陣暈眩,差點當場跪下。努力忍耐著,拼命想要走動。心臟因恐懼而快要爆炸。鄭敏英在他背後低語,讓信吾的脖子上不由自主地起了一陣寒顫。

「어딜 도망가려고? 네가 틀렸어. 다 네 잘못이야. 인정하란 말이야!」
「你想逃去哪裡?你錯了。這一切都是你的錯。我要你承認!」

“놔, 이것, 큽…!”  “放開,這個,好大…!”

「이년이 불쌍해서 봐줬더니만 분수를 모르고 기어오르네. 썩 꺼져, 이년아!」
「這個女人真可憐,讓我心生憐憫,卻不知分寸地爬上來。給我滾開,這個女人!」

신오의 차 아래 숨어 해를 피하고 있던 손각시가 뒤늦게 달려와 정민영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정민영을 들이받아 밀어 버렸다. 서슬에 신오는 균형을 잃고 계단을 헛디뎠다. 몸이 그대로 미끄러졌다. 뼈 여럿이 박살 날 각오를 했을 때, 누군가 신오의 팔을 붙들어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在新午的車下躲避陽光的手傀儡,遲遲趕來,朝鄭敏英衝去。她撞上了鄭敏英,將她推開。因為這一撞,新午失去了平衡,腳下一滑,跌下了樓梯。當他準備好承受骨頭粉碎的時候,有人抓住了新午的手臂,將他拉向自己。

“괜찮아요?”  “還好嗎?”

커다란 몸이 신오를 꽉 끌어안았다. 정민영이 떨어져 나가며 등뼈가 시리던 한기가 함께 사라졌다. 신오는 안도하며 몸을 떨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상대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巨大的身軀緊緊地抱住了信吾。正敏英的離去讓脊背上的寒意一同消散。信吾鬆了一口氣,身體顫抖著。想要說沒事,卻試圖從對方的懷抱中掙脫,但身體卻不聽使喚。

정민영을 쫓아 버린 뒤 뒤늦게 나타난 손각시가 신오의 등 뒤에 숨었다. 그녀는 상대를 힐끔거리며 침을 질질 흘렸다.
正敏英被趕走後,遲遲出現的手偶藏在信吾的背後。她瞥了一眼對方,口水直流。

「맛있겠다. 하지만 무서워. 자칫하다 내가 잡아먹힐 거야.」
「看起來很好吃。但是好可怕。要是稍不注意我就會被吃掉。」

“……?”  「……?」

손각시는 눈앞 상대를 잡아먹고 싶어 온몸을 배배 꼬았다. 신오는 제 몸이 따라 반응하는 게 끔찍했다. 상대가 제 몸에 닿은 신오의 발기를 눈치채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남자의 혐오 어린 시선에 도리어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手指姑娘渴望吞噬眼前的對手,整個身體扭動著。信吾感到自己的身體竟然也隨之反應,令人毛骨悚然。對手察覺到信吾的勃起,皺起了眉頭。面對男人那充滿厭惡的目光,反而讓她的心臟怦怦直跳,彷彿要爆炸一般。

「먹고 싶어. 저렇게 군침 도는 건 처음이야. 하지만 어쩐다. 저런 건 삼키지도 못할….」
「我想吃。這樣讓人垂涎欲滴的東西還是第一次見。但是怎麼辦呢。這種東西根本無法吞下去……」

손각시의 목소리가 끊겼다. 남자가 신오의 몸을 확 떠민 탓이다. 남자의 손짓에 손각시가 신오의 몸 밖으로 훅 밀려 났다. 신오는 주저앉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手偶的聲音斷了。這是因為男人猛地推了信吾的身體。手偶在男人的手勢下,被猛地推出了信吾的身體外。信吾愣愣地坐在那裡,面露困惑地仰望著男人。

흰 티셔츠가 익숙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그 남자다.
白色 T 恤讓我感到熟悉。那是在停車場遇見的那個男人。

“뭘 믿고 그렇게 재수가 없어요?”
“你憑什麼這麼倒霉?”

남자가 냉기 뚝뚝 떨어지는 어투로 혀를 찼다. 속이 서늘했다. 남자의 비범한 기운에 눌린 손각시가 저 멀리서 침만 줄줄 흘리며 안달을 냈다. 남자가 무섭기라도 한 듯 가까이 오지 못하고 끙끙대기만 한다. 신오는 눈앞 사내가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男人用冷冰冰的語氣啐了一口。心裡感到一陣寒意。被男人非凡的氣場壓迫著的手偶在遠處流著口水,焦急不已。男人似乎害怕般無法靠近,只能在那裡呻吟。信吾意識到眼前的男人並非普通人。

“당신, 이름이 뭐야?”  “你,叫什麼名字?”

남자의 몸짓이 뚝 굳었다. 서늘한 눈을 뜨고 신오를 똑바로 바라봤다.
男人的身體瞬間僵硬了。他睜開冰冷的眼睛,直視著信吾。

“뭐 하려고 남의 이름은 자꾸 묻는 건데요?”
「你為什麼老是問別人的名字呢?」

제가 언제 또 이름을 물어본 바 있다고 저러는 걸까. 신오는 의아해 남자를 바로 보았다. 캡 모자 아래 드러난 얼굴이 해사하다. 어지간한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듯한 까만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차분한 눈빛과 단정한 이목구비가 맑은 물 같은 기운을 풍겼다.
我不知道他為什麼會這樣說,難道我曾經問過他的名字嗎?信奧疑惑地看著那個男人。帽子下露出的臉龐清秀而俊朗。那雙似乎對一般事務毫不在意的黑色眼睛給人留下了深刻的印象。平靜的眼神和端正的五官散發出如清水般的氣質。

“…아.”  “…啊。”

신오는 홀린 듯 상대를 바라보다 그 얼굴을 처음 본 장소를 뒤늦게 떠올렸다. 상대의 정체를 깨닫기 바쁘게 굴욕감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信奧如同被迷住般凝視著對方,遲遲想起第一次見到那張臉的地方。當她急忙意識到對方的身份時,羞辱感讓她的臉頰瞬間紅透。

‘약 처먹었어요? 대낮부터 발정 나 지랄이야.’
「你吃藥了嗎?大白天就發情真是瘋了。」

저 고운 입술에서 그딴 말이 나왔던 게 믿기지 않았다.
我無法相信那樣的話竟然從那雙美麗的嘴唇中說出來。

“너….”  “你……。”

“해영 씨, 촬영 늦었어요!”
“海英小姐,拍攝晚了!”

남자를 막 붙들려는 찰나, 스태프 하나가 그를 부르러 왔다. 해영이라고 불린 남자는 신오를 힐끗 쳐다본 뒤 관심이 다 식은 얼굴로 걸음을 돌렸다. 그 뒷모습이 호텔 화장실에서 절 차갑게 내던지고 돌아섰던 날과 똑같았다.
就在他快要抓住那個男人的瞬間,一名工作人員來叫他。被稱為海英的男人瞥了一眼信吾,然後面無表情地轉身離去。他的背影與那天在酒店洗手間裡冷冷地扔下的一模一樣。


***


남자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쪽팔림과 분노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감정을 갈무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신오는 정체 모를 흥분에 사로잡힌 채 서울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색 엔진에 드라마 제목을 입력했다. 남자의 이름과 사진을 볼 요량이었다. 그걸 알아서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아무리 하찮은 정보라도 남자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었다.
我必須弄清楚那個男人的身份。這是我在一路上前往首爾時,因為尷尬和憤怒而抓著頭髮,情緒整理後得出的結論。回到首爾的家,信奧被一種無法名狀的興奮所驅使,立刻在搜尋引擎中輸入了劇名。她想看看那個男人的名字和照片。至於知道了這些之後想做什麼,她自己也不清楚。她只是想知道,無論多麼微不足道的資訊,只要是關於那個男人的,她都想知道。

잠시 후, 고만고만한 정보가 휴대 전화 액정에 떴다.
稍後,手機螢幕上顯示出一些平常的資訊。

<기문총화> - 6부작 드라마, 방송 중
《奇門遁甲》 - 六部曲電視劇,正在播出中

GTV ∥ 드라마 ∥ 20XX, X월 X일~
GTV ∥ 劇集 ∥ 20XX 年 X 月 X 日~

TV정보, 출연, 시리즈  電視資訊、出演、系列


소개: 청구야담, 기문총화 등 민담으로 전해져 온 귀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시대를 초월한 민중의 정의 구현 의지를 조명한다.
介紹:以《靑丘野談》、《奇門總話》等民間故事為靈感,照亮了跨越時代的民眾對正義實現的堅定意志。


제작: 윤여걸, 강민석(연출), 이선(극본) 외
製作:尹汝傑、姜閔錫(導演)、李善(劇本)等

추천 정보: 원작 만화
推薦資訊:原作漫畫


출연: 김재훈, 강진희, 한이주
演出:金在勳,姜珍熙,韓怡珠

메인 출연진에 해영의 이름은 없었다. 이상스러운 실망감에 초조하게 ‘출연진 더 보기’를 눌렀지만 그 역시였다. 비중 없는 단역이라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 걸까. 신오는 아쉬워 좀이 쑤셨다. ‘해영, 배우’란 검색어를 입력해 나온 결과물 역시 신통치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적당한 때 윤 감독에게 남자에 대해 물어보면 되는데, 어째서인지 지금 당장 남자에 대한 걸 알고 싶었다.
主角名單中沒有海英的名字。心中湧起一股奇怪的失望感,焦急地按下了「查看更多演員」,但結果依然如此。難道是因為她只是個不重要的配角,連名字都無法列上嗎?信吾感到有些不快,心裡不禁有些焦躁。輸入「海英,演員」這個搜尋詞後,出現的結果也不怎麼樣。乾脆放棄,等到適當的時候再問尹導演有關那個男人的事,但不知為何,現在卻特別想知道有關他的事情。

‘해영, 기문총화’란 검색어를 따로 입력했다. 달랑 한 페이지의 결과물이 검색되었다. 신오는 그것들을 일일이 다 뒤진 끝에 주연 배우 김재훈에 관한 기사 한 귀퉁이에서 겨우 남자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海英,奇門總話」這個搜尋詞被單獨輸入。僅僅搜尋到一頁的結果。信吾在逐一翻閱這些資料後,終於在有關主演演員金在勳的文章一角勉強找到了那個男人的名字。

배우 김재훈이 새 드라마 <기문총화>에서 조선 시대 퇴마사 역할로 변신한다.김재훈은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원귀의 원한을 풀어주는 김 판서 역을 열연해 팔색조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인 배우 범해영은 아역 시절 김 판서를 연기하며 그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演員金在勳將在新劇《奇門總話》中化身朝鮮時代的驅魔師。金在勳將以日益精湛的演技,熱情演繹為冤魂解怨的金判書,展現多樣的魅力。新人演員範海英將在童年時期飾演金判書,與他展開默契的合作。

“…범해영.”  “…範海英。”

범 씨로구나. 한자 이름의 뜻풀이도 알아보았다. 해영(孩嬰), 얼추 젖먹이 호랑이란 뜻이려나. 신오는 온전한 이름 세 글자를 입 안에서 굴려 보았다. 흡족함에 저도 모르게 입매가 느슨해지는 이유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範氏啊。我也查了一下漢字名字的意思。海英(孩嬰),大概是指像小老虎一樣的嬰兒吧。信奧在嘴裡反覆咀嚼著這三個完整的名字。因為滿足,不知不覺中嘴角也放鬆了,自己卻無法理解這個原因。

손각시가 옆에서 차게 빈정거렸다.
手偶在旁冷冷地嘲諷。

「좋다고 웃긴. 이래서 죽은 자만 불쌍하다고 하는 거지.」
「真是好笑。這就是為什麼死去的人才最可憐。」

“…….”  “……”

신오는 머금고 있던 미소를 싹 지웠다. 저더러 대낮부터 발정 났느냐고 비웃었던 놈을 보면서 미친놈처럼 실실댄 것이 믿기지 않았다. 손각시가 끌끌 혀를 차며 휘휘 천장을 헤엄치고 다녔다.
信奧將嘴角的微笑完全抹去。看著那個白天就嘲笑他發情的傢伙,實在無法相信自己像個瘋子一樣傻笑。手偶像咂了咂舌,悠然自得地在天花板上游蕩。

「해영, 범해영이라, 이름도 보통내기가 아니네. 아쉬워라. 조금만 더 만만했어도 오장육부 양기를 쪽쪽 빨아먹을 텐데. 어쩐다, 잡아먹으려다 잡아먹히게 생겼으니.」
「海英,範海英,名字也不簡單呢。真可惜。如果再稍微容易一點,就能把五臟六腑的陽氣吸得一乾二淨了。怎麼辦,明明是想要吃掉對方,卻要被吃掉了呢。」

“네가 잡아먹혀?”  “你要被吃掉嗎?”

「허유, 내가 그딴 말을 언제 했다고?」
「許幽,我什麼時候說過那種話?」

“…….”  “……”

손각시는 저는 그런 적 없다며 딱 잡아떼고 쪼르르 그늘로 가 숨더니, 잠깐 뒤 도로 오두방정을 떨었다. 맛있겠다, 맛있겠어. 안달하며 손톱을 씹고, 침을 꿀떡댄다. 그때마다 신오의 등줄기에도 척수 안이 지끈거리는 듯한 묘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手指姑娘否認自己有過那樣的事,然後迅速躲到陰影裡,過了一會兒又回來喧鬧不已。好像很好吃,好像很好吃。她焦急地咬著指甲,吞嚥著口水。每當這時,信吾的背脊也似乎感受到一種奇妙的刺痛感在脊髓中升起。

신오는 몸에 피어오르는 열기를 억누르며 재차 물었다.
信奧壓抑著身體裡湧現的熱度,再次問道。

“분명 잡아먹힐 수 있다고 말했어.”
“我明明說過會被吃掉的。”

「그런 적 없다. 귀신은 거짓말 안 해. 우리가 너희같이 간사한 종자인 줄 알아?」
「從來沒有過。鬼魂不會說謊。你以為我們是像你們這樣狡猾的種族嗎?」

히히히, 말하고도 웃기는지 손각시가 미친 사람처럼 킥킥거렸다. 그녀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걸 아는 잡귀들이 그녀를 따라 시끄럽게 웃는다. 신오는 무릎걸음으로 손각시를 따라가며 따져 물었다.
嘻嘻嘻,說著話還笑得出奇,手偶像像個瘋子似的咯咯笑著。知道她說謊如同吃飯般的那些妖怪們也跟著她大聲笑著。神奧跪著跟在手偶像身後,開始質問她。

“아냐, 너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생각해 보니 저 남잘 처음 봤을 때도 그 소릴 했어. 맛있겠지만 무서워서 못 먹겠다고.”
“不是,你明明是這樣說的。想想看,第一次看到那個男人的時候你也這麼說過。雖然看起來很好吃,但因為害怕所以不敢吃。”

「누가아아아아?」  「誰啊啊啊啊?」

열받은 손각시가 빽 고함을 내질렀다. 창이 우르르 떨리고 잡귀들이 요동치며 도망쳤다.
憤怒的手偶發出了一聲尖叫。窗戶震動不已,妖邪們驚慌失措地逃竄。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있는 건 확실…. 윽!”
“從反應來看,肯定有什麼……呃!”

손각시가 놀라 벌렁 넘어진 신오의 몸을 타고 올라 그 몸을 핥아 댔다.
手偶驚訝地翻身,爬上新吾的身體,開始舔舐他的身體。

「그래, 네 말대로 맛나 보이는데 무서워서 먹을 순 없고, 환장하겠다. 네놈이 한 몸 희생할 수밖에.」
「對,照你說的看起來很好吃,但我太害怕了,無法下口,真是讓我抓狂。你這家伙只能犧牲自己了。」

“그, 그, 게 무슨…? 흐, 하읏! 너 또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래?”
“那,那,那是什麼…?哈,哈!你又要,做,什麼事了嗎?”

「맛나 보이는 걸 탐내는 게 어디가 어때서? 아닌 척 마, 앙큼한 놈아. 너도 놈을 보자마자 들러붙고 싶어서 환장했으면서.」
「想要品嚐看起來美味的東西,這有什麼不對?別裝作不在意,狡猾的小子。你一看到他就想要黏上去,心裡早就急得不得了了。」

“개소리 작작, 흣, 해…. 아흣, 날 이상하게 만든 건 너면서.”
「別再胡說了,哼,真是的……啊哈,讓我變得奇怪的就是你。」

「엄한 사람 잡긴. 귀신 받게 길 난 뒷구멍이 벌름대는 게 내 탓이야? 호박씨 그만 까고 가서 작자와 흘레붙기나 해. 네 서방 돌아오면 못 붙어먹은 게 아까워 울 것 아니냐. 뭐야, 꼴에 지조라도 지키려고?」
「嚴厲的人抓著。鬼神附身的路上,後門張開是我的錯嗎?別再剝南瓜子了,去跟那傢伙黏上吧。等你丈夫回來,沒能一起吃的會讓你心疼得想哭吧。怎麼了,還想保持什麼節操?」

“시팔, 내가 그 새끼랑 그딴 짓거릴 왜 해?!”
“幹,你為什麼要跟那傢伙做那種事?!”

「그걸 몰라서 물어?」  「你不知道所以才問嗎?」

손각시가 등줄기를 쭉 훑어 내던 손을 기어이 둔부 골까지 미끄러뜨렸다. 신오는 흠칫 놀라 근처의 컵을 내던졌다. 잔이 산산이 깨지고, 담겨 있던 커피가 사방으로 튀어 벽에 갈색 얼룩을 남겼다. 날카로운 소음에 손각시가 움찔 놀라더니 이내 성난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手偶的手沿著背脊滑過,終於滑到了臀部的縫隙。信吾驚慌失措,將附近的杯子摔了出去。杯子應聲而碎,裡面的咖啡四濺而出,留下了棕色的污漬在牆上。尖銳的聲響讓手偶驚慌不已,隨即用憤怒的聲音低吼起來。

「건방진 것이 감히 어디서 패악을 부려?」
「你這無禮的東西,竟敢在這裡胡作非為?」

버둥대는 사지에 바늘이 박혔다. 아악! 치 떨리는 아픔에 몸이 퍼뜩퍼뜩 튀었다. 신오는 머리를 쥐어 싸매고 숨을 헐떡였다. 두개골 안이 쩍쩍 울리고, 엄지손톱 밑이 바늘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신오는 귀신을 등에 태운 채로 기어가 진통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삼켰다. 소용없었다. 너무 아파 몸이 멋대로 경련했다.
掙扎的四肢被針刺入。啊啊!因為顫抖的疼痛,身體猛然彈起。信吾捂著頭,喘著氣。顱骨內部發出咯吱咯吱的聲音,拇指甲下像是被針刺了一樣隱隱作痛。信吾背著鬼魂,爬行著一次吞下了好幾顆止痛藥。毫無效果。疼痛太劇烈,身體不由自主地抽搐。

“나, 나한테 왜 이래…. 명하, 명하한테 가라고 했잖아. 개새끼는 그놈이야. 놈이 죽였어. 남소연 씨는 걔가 목 졸라 죽였다고…!”
“我,我為什麼要這樣對我自己……明河,我不是叫你去找明河嗎。那個混蛋就是他。他殺了她。南素妍小姐是說他把她勒死的……!”

「팔아넘긴 건 너지. 네가 그 새끼보다 더 나쁜 놈이야.」
「賣掉的是你。你比那個混蛋更糟糕。」

손각시가 지겹지도 않은지 백 번, 천 번 반복한 말을 재차 입에 담았다. 하하, 신오는 체념한 채 헛웃음을 흘렸다. 곧 음기 가득한 머리칼이 하반신을 칭칭 옭아맸다.
手偶似乎也不覺得厭倦,反覆說了百遍、千遍的話。哈哈,神甫無奈地輕笑了一聲。隨即,充滿陰氣的長髮緊緊纏繞住了下半身。


***


「왜 늘 죽은 자만 불쌍해야 해? 불공평해. 때로는 산 놈들도 불쌍해야지. 야, 여기 좀 보아라, 귀신한테 뒤 대 주고 출세한 놈, 저 좋다는 여자 배신해서 죽게 한 놈, 그러고도 제 죗값도 치르지 않고 떵떵거리면서 사는 놈이 귀신 앞에서 꼼짝 못 하는 꼴 구경들 하시게.」
「為什麼只有死者才值得同情?這太不公平了。有時候活著的人也應該值得同情。嘿,看看這裡,背叛鬼魂而出人頭地的傢伙,背叛心愛的女人讓她死去的傢伙,結果卻不必承擔自己的罪責,依然過著奢華的生活,這樣的人在鬼魂面前卻動不了,真是讓人看了心裡不平。」

“…입 닥치지 못해?”  “…你就不能閉嘴嗎?”

「째려보기는. 싫으면 너보다 맛난 걸 먹게 해 주든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인데 왜 그걸 안 해?」
「如果不想被瞪著,那就讓我吃比你更好吃的東西。這對你我都是好事,為什麼不這麼做呢?」

손각시가 신오의 등을 타고 올라, 사방팔방 잡귀들에게 제가 목줄 쥐고 있는 놈 구경하라고 고함을 질러 댔다. 전선을 타는 놈, 신호등에 매달린 놈, 벽에 달라붙은 놈, 으깨져 여기저기 흩어진 놈들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신오를 쳐다보았다. 신오는 그들을 못 본 척 횡단보도를 건넜다.
手偶爾爬上新五的背,對四面八方的邪靈們大聲喊著,讓他們來看看我手中牽著的傢伙。那些在電線上攀爬的、懸掛在紅綠燈上的、黏在牆上的、被壓碎到處散落的傢伙們,眼睛瞪得圓圓的,盯著新五。新五假裝沒看到,穿過了人行道。

손각시는 남소연의 기일 전에 절 자살하게 할 모양이었다.
手角似乎打算在南小妍的忌日之前讓她自殺。

범해영에게 가 양기를 빨아먹으라고 시시때때로 발광을 하는 통에 신오는 신병이 악화됐다. 두통이 치솟고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기를 반복했다. 집중력이 흩어져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데도 짜증이 치솟았다. 먹기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입에 대는 음식이 다 비려 살이 쫙쫙 내렸다. 고기는 누린내가 너무 심해 한 점도 입에 댈 수 없고, 물도 잘 소화가 되지 않았다. 신오는 몸속 정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範海英不斷地發狂,讓信奧忍不住去吸取陽氣,結果他的病情惡化了。頭痛如潮,身體時冷時熱,反覆不定。專注力分散,連簡單的事情也讓他感到煩躁。明明應該好好吃飯,卻是嘴裡的食物全都淡而無味,體重直線下降。肉類的腥味太重,連一口都無法入口,水也難以消化。信奧感覺到體內的精血正在急速流失。

아무리 귀신이 닦달한다 한들 호텔 화장실에서 그딴 꼴을 보인 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입을 꽉 다물고 버티고 있는 사이 윤기 잃은 육신이 버석버석하게 타올랐다. 피로로 신경이 곤두섰다. 그럼에도 자리에 누우면 잠이 오질 않았다. 잠깐의 쪽잠에는 항상 손각시가 들이닥쳐 신오의 몸을 탐하며 기를 빨아먹었다.
無論鬼魂如何糾纏,對於在酒店廁所裡出現那種情況的人,卻無法輕易接近。緊緊閉著嘴巴忍耐的同時,失去光澤的肉體開始枯萎燃燒。疲憊讓神經緊繃。儘管如此,躺下卻無法入睡。短暫的打盹總是被手偶闖入,侵佔信吾的身體,吸取他的精氣。

최악인 건 이상야릇한 악몽이었다. 조씨 집안 귀신이 등장하는 악몽에 해영이 덩달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最糟糕的是那詭異的惡夢。趙氏家族的鬼魂出現在惡夢中,海英也開始隨之出現。

인간의 상상력이란 대단했다. 귀신이 인간이었던 시절의 꿈속에서 해영은 그 시대에 걸맞은 저고리와 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다.
人類的想像力真是驚人。在鬼魂還是人類的時代,海英在夢中穿著符合那個時代的上衣和褲子。

‘각시야, 사람 죽이는 게 돈 때문이랬지? 내가 너한테 멧돼지 백 마리를 잡아 주면 그 일 그만둘 테야?’
「各詩呀,殺人是因為錢對吧?如果我幫你捕到一百頭野豬,你就會停止那件事嗎?」

신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일까. 꿈속의 해영은 실제 해영보다 어리고, 해맑고, 더 귀여웠으며 바보 같을 만큼 헌신적이었다. 그는 귀신이 어떤 작자인지도 모르고 그저 그 고운 낯가죽과 옥 같은 자태에 홀려 놀아났다. 어떻게든 귀신의 환심을 사려고 그에게 노루나 산돼지, 숱한 동물을 사냥해 갖다 바치고, 귀신이 덜미가 잡혀 붙들려 갈 뻔했을 땐 그를 구출해 숲속 자신의 굴 속에 숨겨 주기도 했다.
這是反映了信吾的喜好嗎?夢中的海英比現實中的海英更年輕、更純真、更可愛,甚至愚蠢地充滿了奉獻精神。他不知道那是什麼樣的鬼魂,只是被那張美麗的面孔和如玉般的身姿所吸引,沉迷其中。為了贏得鬼魂的好感,他不惜獵捕鹿、野豬以及無數的動物來獻上;當鬼魂差點被抓住時,他又將其救出,藏在自己在森林中的洞穴裡。

귀신은 겨울 내내 그곳에서 숨어 지냈다. 밤이면 추위를 피해 해영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자곤 했다. 해영의 몸에선 마른 낙엽과 축축한 이끼, 오래된 소나무 숲의 싸한 바람 냄새가 났다. 제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와는 많이 다른 냄새가 신기해 귀신은 가끔 해영의 몸 이곳저곳을 킁킁대며 냄새의 진원지를 찾곤 했다. 그러다 보면 늘 얼굴이 벌게진 해영과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다음은 아주 쉬웠다. 귀신은 눈까풀을 접으며 빙긋 웃어 보인 것만으로 상대를 유혹할 수 있었다. 긴 겨울밤, 인적 하나 없는 지루한 숲속에선 제게 몸이 단 눈 까만 아이를 희롱하는 것 정도가 유일한 도락이었다.
鬼魂在冬天整個季節都藏身於那裡。夜晚時,為了躲避寒冷,牠會緊緊抱著海英入睡。海英的身上散發著乾枯的落葉、潮濕的苔蘚,以及古老松林中清冷的風味。與自己身上散發的血腥味截然不同的氣味讓鬼魂感到好奇,牠時常在海英的身體各處嗅探,尋找氣味的源頭。這樣一來,牠總是會與臉紅的海英四目相接。接下來就變得非常簡單。鬼魂只需輕輕合上眼皮,露出微笑,就能誘惑對方。在漫長的冬夜,無人問津的沉悶森林中,戲弄那個身體單薄、眼睛黑亮的孩子,便是牠唯一的樂趣。

꿈속의 해영은 숨 막히게 색정적이었다. 그 말간 얼굴과 맑은 눈빛이 쾌락에 흐려져 뿌옇게 일그러지는 순간이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신오는 그것이 꿈임을 알면서도 해영의 입술을 허기진 듯 취할 수밖에 없었다.
夢中的海英是令人窒息的色彩誘惑。她那清澈的臉龐和明亮的眼神在快感中變得模糊扭曲的瞬間,實在是太過刺激。信吾明知這是夢,卻仍然無法抗拒地渴望著海英的雙唇。

그러나 불행히도 그 꿈은 항상 신오가 해영을 나무에 매달아 목 졸라 죽이는 데서 끝났다. 요사스럽고 어여쁜 남자의 붉은 입술이 퍼렇게 질려 가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신오는 그러한 결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목 졸린 해영이 그에게 살려 달라 빌다가 종내 축 늘어지는 모습에 허리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이 끔찍했다. 그럼에도 꿈에서 깨어나 보면 속옷이 축축했다.
然而不幸的是,那個夢總是以信吾將海英吊在樹上勒死而告終。那個妖媚而美麗的男人紅唇漸漸變得青紫,讓人心痛,但信吾卻無法逃脫這樣的結局。被勒住的海英向他求饒,最終卻無力垂下的樣子讓人感到恐怖,腰部以下也感到一陣酸痛。儘管如此,醒來時卻發現內褲是潮濕的。

귀신 탓이었다. 자신이 이상해진 건 다 그 탓이었다.
鬼魂的錯。自己變得奇怪全都是因為它。

꿈의 빈도가 잦아지며 신오는 잠을 자기 꺼려질 지경이 되었다. 낌새를 봐서 숙면을 취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차라리 탈진해 잠들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夢境的頻率越來越高,信吾變得不太敢入睡。如果察覺到無法安穩入眠,他寧願在疲憊中熬夜,直到精疲力竭才會沉沉入睡。

그런 날이면 TV를 켜고 해영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또 봤다. 1화의 맨 끝, 2분도 안 되는 부분을 수백 번 재생했다. 남자의 목소리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 판막과 심실을 때려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在那樣的日子裡,我會打開電視,反覆觀看海英出現的場景。第一集的最後,還不到兩分鐘的部分,我重播了數百遍。男人的聲音中傳來無法言喻的情感,不斷撞擊著心房和心室,讓我的心感到刺痛。

함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손각시가 신오의 귀에 대고 들으란 듯 속삭였다.
一起盯著螢幕的手偶對著新吾的耳邊輕聲細語,彷彿在說「聽著」。

「갖고 싶어. 갖고 싶어.」
「我想要。我想要。」

“갖고 싶어. 갖고 싶어….”
“我想要。我想要……。”

신오는 그녀를 따라 중얼거리다 흠칫 굳었다. 손각시가 웃으며 신오의 턱을 쥐고 들어 올렸다. 신오는 화면 속 해영과 시선이 마주쳤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을 뿐인데, 흡사 해영이 저를 똑바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해영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음경에 피가 몰렸다. 신오는 몸을 구부렸다. 미친 짓임을 알면서도 수음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바지 지퍼를 내렸다.
信吾跟著她低聲喃喃,突然僵住了。手偶師微笑著捏住信吾的下巴,將他抬起。信吾與畫面中的海英目光相遇。明明只是盯著鏡頭,卻彷彿海英正直視著自己,讓他產生了錯覺。心臟怦怦直跳。電視中流出的海英柔和的聲音讓他感到一陣熱潮湧上。信吾彎下了身子。明知道這是瘋狂的行為,卻無法不去自娛自樂。他拉下了褲子的拉鍊。

그날 밤 꿈은 무척 야릇해 몽정을 하고도 다음 날 아침까지 발기가 식지 않았다.
那天晚上夢境非常奇妙,做了春夢,直到隔天早上仍然沒有消退的勃起。


***


며칠 뒤 오후였다. 신오는 주문한 기억도 없는 견인기를 택배로 받았다. 오배송이라고 믿고 싶었으나 주문자 이름에 버젓이 제 이름이 적혀 있었다.
幾天後的下午。信吾收到了自己根本不記得訂購的拖車。雖然想相信是誤送,但訂購者的名字清清楚楚地寫著我的名字。

그를 버리려다 결국 포장을 뜯고 말았다. 설명서를 자세히 읽었다. 도르래를 문고리에 고정한 뒤 한쪽 줄에는 물을 담은 플라스틱 백을 걸고, 반대편 쪽에 턱을 걸어 물주머니의 무게로 목뼈를 들어 올릴 것. 내용을 숙지한 뒤 신오는 그를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她原本打算拋棄他,卻最終還是拆開了包裝。她仔細閱讀了說明書。將滑輪固定在門把上,一側掛上裝滿水的塑膠袋,另一側則掛上下巴,利用水袋的重量來抬起脖子。了解內容後,信奧長時間地俯視著他。

마침 TV 화면 위엔 해영이 등장하는 장면이 정지 화면으로 떠 있었다. 환상을 구현해 보기 좋았다. 신오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물을 담은 플라스틱 백이 무겁게 아래로 추락해, 해영의 목에 감긴 가죽 끈이 그의 목을 꽉 조이는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電視畫面上正停留著海英出現的場景,實現了幻想。信吾迷迷糊糊地睜開眼睛。裝滿水的塑膠袋沉重地掉下來,纏繞在海英脖子上的皮繩緊緊地勒住了他的脖子,這一幕充斥著他的腦海。

그가 발버둥 쳐도 끈을 놔 주지 않으리라. 창백하게 식어 가는 시신의 뺨 위, 혈액이 가라앉아 형성된 검푸른 반점이 검버섯처럼 올올이 어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신오는 끈 부분을 천천히 목에 둘러 보았다.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경동맥을 누르는 압박감이 미묘한 도착감을 불러일으켰다.
他即使掙扎也無法鬆開繩子。冰冷的屍體臉頰上,血液沉澱形成的深藍色斑點如同黑蘑菇般密密麻麻地佈滿了。信奧慢慢將繩子繞在脖子上,手掌用力握緊。壓迫著頸動脈的感覺引發了一種微妙的到達感。

전화벨 소리가 귀를 때렸다. 신오는 퍼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흠뻑 취해 있었던 끔찍한 상상에 정신이 얼얼했다.
電話鈴聲刺入了耳中。申烏頓時從沉思中驚醒過來。剛才他還沉浸在可怕的幻想中,心神恍惚。

“네, 조신오입니다. 아, 박인태 사장님, 네, 통화 괜찮습니다.”
“是的,我是趙信五。啊,朴仁泰社長,是的,通話沒問題。”

매니지먼트사 사장의 전화였다. 신오는 서류철에서 사장이 전에 보낸 자료를 빼냈다. 세 여배우의 프로필이었다. 신오는 개중에서 명하가 마음에 들어 한 것을 뽑아 들었다.
電話是管理公司的社長打來的。信吾從文件夾中拿出了社長之前發來的資料。那是三位女演員的簡介。信吾挑出了其中名夏最中意的一個。

“네, 이달 13일이요. 그날 부회장님이 콘퍼런스에 참석하시니 동반 참석하라고 하세요. 네, 그렇죠. 선상 파티니까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얘기해 두시고요. 여타 사항은 박인태 사장님께서 부족함 없이 챙겨 주실 거라 믿습니다.”
“是的,這個月的 13 日。那天副會長會參加會議,所以請你也一起參加。對,沒錯。因為是船上派對,所以要注意服裝。我相信其他事項會由朴仁泰社長妥善安排。”

한두 번 해 본 일도 아닌데 실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박인태는 매니지먼트 사업보다 포주로서의 재주가 한층 출중한 자였다. 명하가 어떤 놈인지 속속들이 아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해 여자를 보낼 터였다.
這不是第一次做這件事,應該不會出錯。而且,朴仁泰在經營管理事業方面的才能,遠不及他作為皮條客的本領。明夏對那個傢伙的了解已經非常透徹,準備好了一切,將會把女人送出去。

“다른 두 배우도 괜찮더군요. 다음번에….”
“其他兩位演員也不錯呢。下次再見…。”

신오는 박인태 사장과 사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뜩 범해영의 소속사가 박인태가 사장인 그 악독한 회사임을 상기했다. 갑작스레 목이 탔다. 신오는 끈이 묶인 목 부위를 세게 문질렀다. 손각시가 그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야릇하게 그를 자극했다.
信吾在與朴仁泰社長進行業務交談時,突然想起範海英的經紀公司正是那個由朴仁泰掌控的惡毒公司。頓時,他感到喉嚨乾渴。信吾用力摩擦著被繩索束縛的脖子。手偶在他的腿間鑽來鑽去,奇妙地刺激著他。

- 조 대표님?  - 趙代表您好?

사장이 전화기 너머의 침묵을 이상스럽게 여겼다. 신오는 꿀꺽 침을 삼켰다. 가지고 싶어, 가지고 싶단 말이야. 손각시와 자신의 목소리가 섞인 환청이 귓전에서 맴돌았다. 뇌가 독에 물들어 이성이 마비되었다.
社長對電話那頭的沉默感到奇怪。信吾吞了吞口水。想要,真的想要。手偶和自己的聲音交織的幻聽在耳邊迴盪。大腦被毒素侵染,理智陷入麻痺。

박인태의 회사는 업계에도 악명이 자자했다. 그딴 소속사와 계약한 걸 보면 해영이 얼마나 하찮은 무명 배우일지 안 봐도 훤했다. 어쩌면 이미 명하 같은 놈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朴仁泰的公司在業界也聲名狼藉。看他跟那種經紀公司簽約,根本不需要多想,就知道海英是多麼微不足道的無名演員。或許她已經在像明河那樣的人手下被剝削了。

신오는 범해영의 스폰서 명단에 명하가 있는 걸 상상하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손각시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단 걸 깨달았다.
信奧想像著範海英的贊助名單上有名夏,皺起了眉頭,隨後意識到有一個非常簡單的方法可以擺脫手偶的困擾。

돈으로 놈을 사면 된다.
用錢就能買到那個傢伙。

왜 그 생각을 미처 못 했을까.
為什麼我之前沒有想到這個呢。

“사장님 소속사에 범해영이란 배우 있죠?”
「社長,您所屬的公司裡有位名叫範海英的演員吧?」

- 아, 네, 있습니다.
- 啊,是的,有的。

박인태의 소속사에 제 발로 기어들어 온 놈이라면 어떤 더러운 일이라도 거부할 수 없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신오의 일을 소문내지 않고 잠자코 있는 걸 보면 어쩌면 그 일로 뭔가를 얻어 내려고 그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如果是自願爬進朴仁泰所屬公司的傢伙,那麼他肯定無法拒絕任何骯髒的事情,或者根本不會拒絕。看他對辛奧的事情保持沉默,或許他是在等待機會,想要從中獲得什麼。

손각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흘렸다. 신오는 그녀를 마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간밤의 꿈이 떠올라 아랫배가 뻐근했다.
手偶點頭流著口水。信吾對著她,吞下了口水。昨夜的夢浮現在腦海,腹部感到一陣沉重。

“마스크가 괜찮더군요. 그 친구더러 내 사무실로 인사차 오라고 전해 주세요. JG의 조신오가 면담해 보고 싶어 한다고요.”
“口罩還不錯呢。請告訴那位朋友來我辦公室打個招呼。JG 的趙信吾想要面談。”

-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啊,是的,我會這麼做。

잠깐의 침묵 뒤에 박인태가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박인태의 수완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영을 제게 보낼 것이다.
稍作沉默後,朴仁泰給出了肯定的回答。憑藉朴仁泰的手腕,無論用什麼手段,他都會把海英送到我身邊。

진작 이리할걸. 신오는 만족감에 입매가 휘어지는 걸 느꼈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려 담배를 물지 않고는 흥분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早該這樣做了。神奧感受到滿足感讓嘴角微微上揚。心臟劇烈地跳動著,讓他無法不抽煙來壓抑心中的興奮。



…그러나 얼마 후, 신오의 사무실에 나타난 범해영은 신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然而不久後,出現在信奧辦公室的範海英卻說出了與信奧期待完全不同的話。

범해영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範海英低聲說道。

“저는 매춘은 안 합니다.”
“我不做賣淫。”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걸까. 신오는 펼쳐 보이던 파일철을 쥔 채로 굳어 버렸다. 방금 전까지 예의 청량한 저음으로 신오를 홀려 놓은 남자가 충격에 멍해진 신오의 멍청한 표정을 차게 내려다보았다.
現在自己聽到了什麼話呢。信吾握著展開的文件夾,愣住了。剛才還用清亮低沉的聲音迷住信吾的男人,冷冷地俯視著信吾因震驚而愣住的愚蠢表情。

“저번에 제가 뭔가 오해할 만하게 행동했다면 그건 대표님이 착각하신 겁니다. 전 대표님 취향에 맞춰 드릴 수 없는 사람이니까 이런 일로 더는 오라 가라 하지 마십시오. 제 말뜻 이해하신 걸로 알고 전 그만 가 보겠습니다.”
“上次如果我有什麼行為讓您誤解,那是因為代表您誤會了。我不是能迎合您喜好的人,所以請不要再因為這種事讓我來來去去。我知道您理解我的意思,我就不再打擾了。”

“이봐요, 범해영 씨!”  「嘿,範海英小姐!」

해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海英就這樣從座位上站起來,打開辦公室的門走了出去。

“저 새끼, 내가 뭘 했다고….”
「那小子,我到底做了什麼……。」

신오는 화가 나 들고 있던 파일철을 서랍 속에 던져 버렸다. 해영에게 내줄 집, 제공할 스폰 등에 관해선 말 한마디 못 꺼내 본 상태였다. 제 취향이 뭐가 어쨌단 건가. 저를 발정 난 개 보듯 했던 해영의 눈빛을 떠올리자 굴욕감에 몸이 떨렸다.
信吾氣憤地將手中的文件夾扔進了抽屜裡。對於要給海英的房子、提供的贊助等問題,連一句話都沒能說出口。我的喜好又怎麼了呢?想起海英那如同看待發情狗般的眼神,羞辱感讓我全身顫抖。

빌어먹을, 그건 다 귀신에 홀려서 한 짓이었는데.
該死,那都是被鬼魂附身所做的事。

휴대 전화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粗暴地按下了手機的按鈕。

“박인태 사장님, 방금 전에 범해영 씨가 왔다 갔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듯하군요. 사장님이 설명을 부주의하게 하신 겁니까? 그 친구가 나에 관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던데, 해명할 테니까 내 사무실로 바로 돌려 보내세요.”
「朴仁泰社長,剛才範海英小姐來過了。似乎有些誤會。是社長您解釋得不夠仔細嗎?那位朋友對我有很大的誤解,我會解釋清楚的,請馬上把她送回我的辦公室。」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휴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몇 분 뒤, 박인태가 쩔쩔매며 전화를 걸었다. 해영 쪽이 아닌 박인태 쪽에서 전화가 왔을 때부터 신오는 사장이 해영을 설득하지 못한 것을 눈치챘다.
他沒有聽到回答就直接掛斷了電話。幾分鐘後,朴仁泰慌忙撥打了電話。當電話是從朴仁泰那邊打來,而不是海英那邊時,信吾就察覺到社長未能說服海英。

역시 예상대로였다.  果然如預期般。

-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불찰입니다. 범해영 씨가 얼마 전부터 컨디션이 나빠서 쌓인 게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가 잠깐 판단력을 잃고 대표님께 큰 무례를 끼친 것 같습니다.
- 對不起,代表先生。是我的失誤。範海英小姐最近狀況不佳,積壓了很多事情……看來這位朋友暫時失去了判斷力,對您造成了很大的失禮。

“그래서요. 사무실에 도로 오겠대요, 말겠대요?”
“所以呢。他說要回辦公室,還是不回呢?”

- 그게 촬영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당분간은 어렵다고 죽는소릴 하네요.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 他說拍攝日程太緊湊,暫時很難做到,真是讓人心煩。如果能給我一點時間……

“촬영 스케줄이요?”  “拍攝日程嗎?”

달랑 2분 촬영한 단역 주제에 꼴값을 떤단 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그 말을 했다간 박인태가 절절매며 신오의 말을 두둔할 것이 뻔했다. 어째서인지 저 외에 딴 사람이 해영을 무시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我忍住了想要說出「就只拍了兩分鐘的配角,卻在這裡自以為是」的話。要是說出口,朴仁泰肯定會情緒激動地為申奧辯護。不知為何,我不想看到除了我之外的任何人對海英不屑一顧的樣子。

“그 친구 출연한 드라마 찍는 제작사가 누구 건지 뻔히 알면서 그래요? 박인태 사장님, 잘 들으세요. 소속사 박살 나는 꼴 보기 싫으면 그 친구 잘 구슬려서 제 방에 데려다 놓으세요.”
「你明明知道那位朋友參演的劇集是由哪家製作公司拍的,還這樣說嗎?朴仁泰社長,請好好聽著。如果不想看到經紀公司垮掉的情況,就好好勸說那位朋友,把他帶到我的房間來。」

- 대표님, 진정하시고….  - 代表,請冷靜一下……

“아, 그래요. 이리된 것 차라리 13일 콘퍼런스 때 보면 좋겠네요. 부회장님 모실 여배우를 보낼 때 범해영 씨도 함께 보내시면 되겠네요. 드레스와 구두는 박인태 사장님 안목대로 잘 골라 보내주시고요.”
“啊,對了。這樣的話,倒不如在 13 日的會議上見面比較好呢。副會長要邀請的女演員時,可以一起送範海英小姐過來。禮服和鞋子就請朴仁泰社長依照他的眼光好好挑選寄過來。”

- …누구 드레스 말씀입니까?
- …您是在說誰的裙子呢?

신오가 일부러 헷갈리게 말한 터라 박인태가 당황해 드레스의 주인을 물었다. 신오는 비죽 웃었다.
新奧故意說得讓人困惑,朴仁泰驚慌地詢問了裙子的主人。新奧微微一笑。

“여배우가 입을 드레스요. 설마 내가 범해영 그 친구한테 여자 속옷 입힐 놈으로 보입니까?”
“女演員要穿的裙子。難道我看起來像是會讓範海英那個朋友穿上女內衣的人嗎?”

-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말을 헛들었네요.
- …啊,是的,對不起。我剛才稍微聽錯了。

박인태 사장이 짐짓 머쓱한 척을 했다. 여우 같은 작자는 보나 마나 여배우의 드레스 외에 해영이 입을 만한 것을 따로 챙겨 보낼 것이 분명했다. 기왕이면 몸 선이 비치는 섹시한 디자인이면 좋겠다. 그를 구둣발로 짓밟아 줄 생각에 아랫배가 흡족하게 달아올랐다.
朴仁泰社長故作尷尬的樣子。這個狡猾的家伙顯然會特意準備一些除了女演員的禮服之外,海英可以穿的衣服。如果能是身材曲線勾勒出來的性感設計就更好了。想到要用靴子踩在他身上,讓我下腹感到一陣滿足的熱潮。

건방진 새끼, 네가 매춘을 안 하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放肆的小子,你以為你不賣淫就能撐下去嗎?

지금이야 절 더러운 남창 보듯 깔보고 있지만, 해영은 곧 신오의 밑에 깔려 것보다 더한 짓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딴 눈깔로 사람 보는 건 더는 못하겠지. 이왕 이리된 것 아예 제대로 밟아 호텔 일까지 다 묻어 버리는 게 좋겠다. 신오는 비린 얼굴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現在雖然像看待骯髒的男妓一樣輕視我,但海英很快就會在信吾的腳下做出比這更糟的事情。到那時,她就再也無法用那種眼光看人了。既然事情已經這樣,不如乾脆徹底解決,把酒店的事全都掩蓋掉。信吾用他那張油膩的臉噴出了煙霧。


***


13일, 신오는 콘퍼런스 참석차 크루즈 선에 탑승했다.
13 日,信奧登上郵輪參加會議。

이런 자리가 으레 그러하듯 행사장 안에는 웃는 건지 화난 건지, 표정을 알 수 없는 자들과 조증에 휩싸여 눈이 번들거리는 부류가 넘쳐났다.
這樣的場合一向如此,會場內充斥著那些不知是笑是怒、表情難以辨認的人們,以及一群因狂躁而眼神閃爍的人。

“글로벌 위기라고들 말들이 많습니다. 경제 침체는 장기화되고,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 오히려 기업의 리더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도덕성의 가치를 인정하며 ‘고난의 시기’를 ‘윈-윈의 시대’로 바꿔 고통마저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大家都在說這是全球危機。經濟衰退正在持續,專家們分析不確定性將會進一步增加。然而,在這樣的時代,企業的領導者應該能夠提出希望和願景。我認為,必須承認企業所需的公平性和道德價值,並且需要一種新的視角,將‘困難時期’轉變為‘雙贏的時代’,甚至能夠將痛苦轉化為創新。」

행사를 주최한 명진 그룹의 한 회장은 전적으로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예상 시간을 훨씬 넘기고도 발언을 멈출 줄 몰랐다. 사회자의 얼굴이 난처함에 붉어졌다. 그러나 감히 누구도 재계 서열 2위인 한 회장을 말리지 못했다. 다들 표정을 알 수 없는 맨들맨들한 얼굴로 웃기만 했다. 신오 역시 표정 관리를 하느라 눈매에 잔뜩 힘을 줬다.
舉辦活動的名進集團一位會長完全屬於後者。他不知疲倦地發言,超過了預定的時間。主持人的臉上露出了尷尬的紅暈。然而,沒有人敢打斷商界排名第二的韓會長。大家都面帶難以捉摸的微笑,表情平淡。辛奧也在努力控制表情,眼神中充滿了緊張的力量。

“물론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택시 카르텔과 같은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우버와 같은 혁신적 기업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함에도 정부의 규제 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고….”
“當然,這條路不會一帆風順。韓國因為像計程車卡特爾這樣的既得利益者的抵抗,連像優步這樣的創新企業也無法進入市場。儘管必須迅速應對第四次產業革命,政府的規制改革卻只是空談而已……”

조명하는 한 회장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간 크게도 고개를 떨어뜨리며 대놓고 조는 모습을 보였다. 일정한 박자로 고개가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길 반복했다. 무표정을 가장한 기업 대표들이 은근히 그를 곁눈질했다. 닿았다 떨어지는 눈동자마다 비릿한 비웃음이 가득했다. 신오는 헛기침을 해 명하를 깨웠다. 잠에서 깬 명하가 인상을 팍 쓰더니, 주최 측에서 제공한 스마트 패드로 시간을 확인했다.
我坐在照明燈下的會長旁邊。他大膽地低下頭,公然打瞌睡。頭以一定的節奏不斷地低垂又抬起。面無表情的企業代表們悄悄地側目觀察他。每當他的眼睛閉合又睜開時,裡面都充滿了冷漠的嘲諷。信奧清了清喉嚨,將名哈喚醒。剛醒的名哈皺起眉頭,查看了主辦方提供的智能平板上的時間。

“이거 제대로 작동하는 거 맞아?”
“這個真的正常運作嗎?”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패드가 고장 난 것 아니냐며 명하는 불만스러워했다. 신오는 들은 척 만 척 했다. 명진에서 이번 분기에 새로 출시한 고가의 패드인데 그럴 리 없었다. 명하의 말은 그저 제 휴대 전화를 빼앗긴 것이 불만스러워 내뱉는 투덜거림에 불과했다.
才過了五分鐘,明河對於平板電腦壞掉的說法感到不滿,心中抱怨著。信吾則假裝沒聽見。這是明進這個季度新推出的高價平板,怎麼可能壞掉呢?明河的話不過是因為被奪走手機而發出的不滿嘀咕罷了。

행사장 내에서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허가된 기기 외에는 일체의 장비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명하처럼 불만을 털어놓는 측들도 불법 촬영을 막기 위한 조치란 설명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모인 이들 대다수가 콘퍼런스보다 행사 뒤 크루즈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여타 서비스에 더 관심이 많은 탓이었다.
在會場內,為了防止信息洩露,除了獲准的設備外,禁止攜帶任何裝置。即使像名哈這樣的人抱怨,面對為了防止非法拍攝而採取的措施,大家也只能點頭同意。聚集在這裡的大多數人對於會議的興趣不如對活動結束後在郵輪上可以享受的其他服務感興趣。

얼마 후, 지루했던 콘퍼런스가 끝났다. 신오와 명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주최 측이 준비한 애프터 파티에 참석했다.
不久後,無聊的會議結束了。信吾和明河從桌子上起身,參加了主辦方準備的派對。

“Amado Mio-”  “我的愛人—”

갑판 위,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 위에서 재즈 밴드가 공연을 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가수가 익숙한 탱고 리듬의 노래를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정상급 밴드의 공연을 관람하며 샴페인과 와인, 미슐랭 삼성급 호텔 주방장의 솜씨가 돋보이는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셀러브리티들이 자연스레 그들과 합석해 은밀히 몸을 기대 왔다.
在甲板上,以海洋為背景的舞台上,爵士樂隊正在演出。穿著黑色連衣裙的女歌手魅力四射地演唱著熟悉的探戈節奏。參加會議的人們一邊欣賞著頂級樂隊的表演,一邊享用香檳和葡萄酒,以及米其林三星級酒店廚師的精緻料理。等待他們的名人們自然地與他們同桌,悄然地靠近。

“전 이 곡을 번안된 것으로만 들어 봤는데, 원곡이 더 좋네요. 사랑하는 내 사람. 직설적인데 아름다워요.”
“我只聽過這首歌的翻譯版,但原曲更好呢。愛我的那個人。直白卻美麗。”

명하 옆에 앉은 여배우가 흥겨운 리듬을 즐기며 명하를 향해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긴장하지 않고 파티 분위기에 잘 섞이는 것이 박인태가 사람을 잘 골라 보낸 듯했다. 여배우가 알아서 찰싹 달라붙어 준 덕에 명하는 흡족한 얼굴로 연신 싱글거렸다.
名哈旁邊坐著的女演員享受著愉快的節奏,優雅地對名哈微笑。看來朴仁泰選人很有眼光,讓他在派對的氛圍中毫不緊張地融入其中。多虧了女演員主動親近,名哈滿意地不斷露出笑容。

그를 지켜보고 있는 신오는 괜히 배알이 뒤틀렸다. 박인태는 여배우와 함께 범해영도 배에 탈 것이라고 장담을 했다. 그러나 그 잘난 자식은 여태 낯짝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제는 하선 후에나 사장을 족칠 수 있었다. 속이 부글부글했다.
他在旁邊看著的信吾不由得感到一陣反胃。朴仁泰向大家保證,女演員和範海英也會上船。然而,那個自以為是的傢伙至今還沒有露面。現在只能在下船後再找機會對付他。心中一陣翻騰。

보고 싶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데, 눈앞에는 보기 싫은 작자들만 가득했다. 바에서 술을 마시며 여가수의 몸을 주물럭대고 있는 남자, 승무원을 붙들고 그 귀에 추잡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노인, 얻어 낼 것이 있기에 라이벌 그룹 CEO의 등에 간사하게 손을 얹고 비굴하게 웃고 있는 간부, 젊은 남자를 대동하고 몰래 객실로 숨어드는 여자, 밤을 새울 기세로 카지노 테이블에 앉은 작자. 신오는 그들 하나하나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 어디에도 제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것은 없었다. 그는 객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스마트 패드로 제가 미리 신청해 둔 클리닉 서비스를 확인했다.
想見的人卻不見,眼前卻全是些不想見的傢伙。吧台上,一名男子正喝著酒,隨意地撫摸著女歌手的身體;一位老者緊緊抓住空姐,對著她耳邊低聲說著不堪入耳的話;一名高層主管因為想要得到什麼,狡猾地將手搭在競爭對手的 CEO 肩上,卑微地笑著;一名女子帶著年輕男子,偷偷溜進客房;還有一個人,似乎準備通宵達旦,坐在賭場桌前。信吾仔細打量著他們每一個人,卻沒有一個人能引起他的興趣。他轉身朝客房走去,並用智能平板查看自己事先申請的診所服務。

그는 크루즈의 내의 특별 서비스 중 하나였다. 선객은 오타루까지 가는 동안 관리실 및 자신의 객실에서 피부 관리와 마사지 등의 간단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통증에 예민하다고 말만 잘 꾸며 내면 마취 주사를 맞는 것 역시 가능했다. 마취제는 식약청에서 허가된 합법적 약품이었지만, 맞는 속도를 잘만 조절하면 효과가 마약 못지않았다. 약제가 소변으로 배출되기에 발각될 위험도도 낮았다.
他是郵輪內的一項特別服務。乘客在前往小樽的途中,可以在管理室和自己的客房內接受皮膚護理和按摩等簡單的療程。如果他們聲稱對疼痛特別敏感,也可以接受麻醉針。雖然麻醉劑是經食品藥物管理局批准的合法藥品,但如果掌握好注射的速度,其效果不亞於毒品。由於藥物會通過尿液排出,因此被發現的風險也相對較低。

신오는 앰풀을 따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을 해 두었다. 범해영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약 외에도 신오의 취향에 맞춘 기타 물품이 선실 내에 완비되어 있을 것이다.
信吾已經特別要求準備一瓶藥水。這是為了範海英而準備的。除了藥物之外,信吾的喜好也會在艙內準備好其他物品。

범해영이 오지 않았으니 그것들을 다 쓰레기로 처분할까 하다가 신오는 해영 대신 제가 주사를 맞기로 예약 내용을 변경했다. 어차피 범해영은 오지 않을 터, 남은 시간에 숙면이나 취할 생각이었다.
範海英沒有來,所以我考慮把那些全部當垃圾處理,於是申烘改了預約,決定代替海英打針。反正範海英不會來,剩下的時間我打算好好睡一覺。

객실에 들어선 조무사는 신오에게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능숙한 솜씨로 정맥 주사를 준비했다. 신오는 그녀가 주사를 놓기 전에 조무사에게 필요 사항을 말했다.
客房裡的護士毫不在意地進入,熟練地準備著靜脈注射。信奧在她打針之前告訴護士所需的事項。

“주사, 앰풀병 다 놓고 가요.”
“把針筒和安瓶都放下來吧。”

조무사가 그의 혈액이 묻은 주삿바늘, 약병 따윌 갖고 가 언론사에 팔아 치울지도 몰랐다. 아예 머리가 없다면 SNS에 그걸 증거 사진으로 올릴지도 모르고. 그딴 일 따윈 질색이었다. 지갑을 열어 잡히는 대로 지폐를 팁으로 주었다. 조무사가 군말 없이 흰 액체가 든 약병과 주사를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약이 혈관에 퍼지자 심박 측정을 위한 패드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눈꺼풀이 노곤하게 늘어졌다.
助理可能會把沾有他血液的針頭和藥瓶賣給媒體。要是完全沒有頭腦,甚至可能會把這些當作證據照片上傳到社交媒體。這種事讓人厭惡。我打開錢包,隨手給了他幾張鈔票作為小費。助理沒有多說什麼,將裝有白色液體的藥瓶和針筒放在桌子上。藥物進入血管後,心跳測量的貼片變得輕盈,眼皮也變得沉重。

뒤통수가 베개 속으로 푹 꺼지는 듯했다. 수마가 따스한 물처럼 몸을 휘감았다. 어머니 배 속에 수태해 있었던 때가 이처럼 편안했을까.
後腦勺似乎深深地陷入了枕頭中。溫暖的水流似的包裹著身體。母親肚子裡懷著我的時候,是否也這樣舒適呢?

그런 생각 탓인지 신오는 그 옛날, 자신이 막 태어났던 당시의 꿈을 꿨다.
或許是因為這樣的想法,信吾夢到了那個遙遠的過去,自己剛出生的時候。


음침한 당집 안, 어머니가 갓난쟁이인 저를 업고 무당에게 빌고 있었다.
陰暗的廟宇裡,母親抱著剛出生的我向巫師祈求。

‘어쩜 좋아요. 또 그 꿈을 꿨어요. 그 악귀요. 나무에 사람 매달아 죽이던 그 악귀 놈이 우리 아들을 보곤 눈을 희번덕거리잖아요. 그리 찾던 제 짝이라고, 혼례를 치르게 이름을 알려 달라는데, 겨우 도망쳐서 이리 달려왔어요.’
「怎麼辦呢。我又做了那個夢。那個惡鬼。那個把人掛在樹上殺死的惡鬼看到我們的兒子,眼睛瞪得大大的。它說那是它一直在找的伴侶,想要我告訴它名字來舉行婚禮,我勉強逃了出來,急忙跑了過來。」

‘어쩌다 그런 끔찍한 게 붙게 된 거요? 꿈을 꾸기 시작한 게 아들을 갖고서부터라고 했던가?’
「怎麼會碰上那麼可怕的事情呢?好像是從開始做夢之後,才有了兒子吧?」

‘네.’  「是。」

‘아이의 전생 업보거나, 그 아비 쪽 집안의 문제일 듯싶으나 그를 따진다 한들 무엇 하겠소. 왜 태중에 있을 때 아이를 없애지 않았소? 귀신 각시로 살다 죽을 바에야 아예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을 텐데.’
「這孩子的前生業報,或許是他父親那邊的問題,但即使追究又能如何呢?為什麼在胎中時不將孩子打掉呢?與其活著像個鬼魂般死去,還不如根本不出生來得好。」

‘이 어린 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세요? 그런 말 말고 이 애가 살아날 방법이나 좀 알려 주세요.’
「這個孩子有什麼罪呢?別說這種話,請告訴我這個孩子活下去的方法。」

무당은 어머니의 끈질긴 애원에 넘어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巫師在母親的苦苦哀求下,無奈地坐了下來。

‘그 꿈 얘기나 자세히 해 보시오. 혹여 거기 이 아이가 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那夢的故事詳細說說吧。或許那裡有這個孩子活下去的方法。」

어머니는 고개가 떨어져라 끄덕이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귀신이 사람 시절 지었던 죄와 그 때문에 쫓겨 다니며 산 일, 그가 훔쳤던 재산과 이름들, 그가 사람이던 시절 유일하게 정을 주었던 짐승과 결국 죽어 악귀가 된 사연을 풀어놓는 데엔 꽤나 시간이 걸렸다.
母親點著頭,開始講述一段漫長的故事。她講述了鬼在做人時所犯的罪,以及因此而四處逃亡的生活,他所偷竊的財物和名字,還有他在做人時唯一給予情感的獸類,最終死去成為惡鬼的經歷,這一切都花了相當多的時間來敘述。

무당이 긴긴 사연을 다 듣고 가장 중요한 일부터 짚었다.
巫師聽完了冗長的故事,首先指出了最重要的事情。

‘또 그 꿈을 꾸더라도 절대 귀신에게 아이의 이름을 알려 줘선 안 되오.’
「即使再做那個夢,也絕對不能告訴鬼魂孩子的名字。」

‘그러고 싶어도 못 해요. 무서워서 애기 이름도 못 짓고, 출생 신고도 안 했는걸요.’
「我想那樣做,但做不到。因為太害怕了,連寶寶的名字都不敢取,出生登記也沒有辦理。」

‘그건 잘했구려. 그나저나 그 귀신의 이름은 대체 뭐였소?’
「那做得很好。不過,那個鬼的名字到底是什麼呢?」

‘몰라요. 너무 이름을 자주 바꿔서 뭐가 진짜인진 알 수가 없어요. 그 귀신의 고향 사람들이 ‘찌끌’이라고 부르긴 하던데….’
「我不知道。因為名字改得太頻繁,根本無法知道哪個才是真的。那個鬼的故鄉人們叫它‘찌끌’……」

‘찌끌?’  ‘찌끌?’

‘귀신이 태어났을 때, 웬 스님이 전생의 업 때문에 혼도 온전히 못 남기고 찌꺼기만 남을 팔자라고 했어요. 그 뒤로 부모도 그를 ‘찌끌’이라고만 부르더군요.’
「鬼魂出生的時候,有位僧人因為他的前世業報,說他注定只能留下殘餘的靈魂,無法完整。從那以後,父母也只叫他‘殘渣’。」

‘찌꺼기라….’  「剩餘物……。」

‘저 자신은 그 별명을 신통치 않아 하며 틈만 나면 남의 이름을 훔치려 했어요. 억지를 써 이름난 선비의 호를 빼앗기도 했고요.’
「我自己對那個綽號並不怎麼喜歡,總是趁機想要偷取別人的名字。有時甚至強詞奪理地奪走了名士的號。」

‘그 선비가 누구요?’  「那位書生是誰?」

‘호랑이 박사, 춘풍 선생이라고 다들 그리 부르던데요.’
「大家都叫他虎狼博士,春風老師。」

‘그 사람이 누군지 귀신들한테 물어봐야겠소.’
「我得問問鬼神那個人是誰。」

무당은 허공에 대고 얘기하며 계속 점을 쳤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신오의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동안 어머니는 신오를 안은 채 무당이 묻는 말에 답하고 졸기를 반복했다.
巫師對著空氣講話,持續占卜。每當有疑問時,便會向信吾的母親詢問一些事情。在此期間,母親抱著信吾,回答巫師的問題,並不斷打瞌睡。

찌끌, 찌끌이라 했던가…. 무당은 밤새 아이의 심장 쪽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연신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그녀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아이를 살릴 방도를 알려 주었다.
塵埃,曾經稱之為塵埃嗎……巫女整夜凝視著孩子的心臟,不斷低語著什麼。然後在第二天清晨,她告訴了孩子的母親拯救孩子的方法。

‘천만다행이오. 아이를 귀신에게서 숨길 방법이 있소.’
「真是萬幸。我有辦法可以把孩子藏起來,免受鬼魂的侵擾。」

‘네?’  「你?」

‘귀신 중 춘풍 선생에 대해 아는 이가 있구려. 천운으로 아이와 그분의 육십갑자가 같으니 그를 이용해 봅시다.’
「有誰知道春風先生這位鬼神呢?因為天運使得孩子與那位的六十甲子相同,我們不妨利用他。」

신오의 어머니는 무당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좋은 소식인 듯해 아무 말 않고 열심히 고개만 끄덕였다.
信吾的母親無法理解巫師的話是什麼意思。然而,既然似乎是好消息,她便默默地努力點頭。

‘기사년, X월 X일 자시로 출생 신고를 하시오. 앞으론 그게 이 아이가 태어난 날이오.’
「記事年,X 月 X 日,請報告出生。從今往後,這就是這個孩子的出生日期。」

‘알겠습니다.’  「我明白了。」

‘그리고 이 거울, 이걸 한시도 몸에서 떼지 말도록 하고.’
「而且這面鏡子,務必要時刻貼身攜帶。」

마지막으로 무당은 아이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그녀에게 몰래 보여 준 뒤 주먹 속에 숨겼다.
最後,巫師偷偷地把寫有孩子名字的紙條給她看,然後將其藏在拳頭裡。

‘이게 아이의 본명과 호(號)요. 흰 눈이 흰 토끼를 숨겨 주는 법이라 둘을 일부러 비슷하게 지었으니 호를 본명처럼 쓰되, 본명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마시오.’
「這是孩子的本名和號。白雪隱藏白兔的方式,所以故意取了相似的名字,號可以像本名一樣使用,但本名絕對不能告訴任何人。」

‘네, 그러겠습니다.’  「是的,我會這樣做。」

‘이름은 타인에게 불려야 힘을 얻는 법이나, 이 애는 그리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하오. 출생 신고를 한 날 자정에 아이의 본명을 깨끗한 한지에 어미의 피로 쓰고, 그를 태운 재를 물에 녹여 아이에게 먹이시구려. 그리해야 본명이 혼에 새겨져 다른 이름이 덧씌워지는 걸 막을 수….’
「名字必須被他人呼喚才能獲得力量,但這個孩子無法如此,因此必須採取其他方法。在出生登記的那天午夜,將孩子的本名用母親的血寫在乾淨的韓紙上,然後將其燒成的灰烬溶入水中讓孩子飲用。如此一來,孩子的本名才能深深刻印在靈魂中,避免被其他名字所覆蓋……」

무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쾅 소리와 함께 집이 우르르 흔들렸다.
巫師的話還未說完,轟然一聲,房子隨之劇烈搖晃。

‘왔구나.’  「來了啊。」

무당이 종이를 신오 어머니의 손에 쥐여 주고, 그녀를 억지로 집 밖으로 밀어 냈다.
巫師把紙張塞到神母的手中,並強行將她推到屋外。

‘어서 도망쳐요. 그리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
「快逃吧。然後無論發生什麼事,絕對不要回頭。」

무당의 얼굴이 워낙 비장해 어머니는 묻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그곳을 떠났다. 누군가 뒤를 빠짝 쫓는 느낌에 그녀는 타고 온 차에 올라타 시동을 켜자마자 액셀을 밟았다.
巫師的臉色極為嚴肅,母親不敢詢問,匆忙地離開了那個地方。她感覺到有人在後面緊緊追趕,於是立刻上了車,啟動引擎後便踩下油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을 때였다. 그녀는 무당의 경고를 잠시 잊고 백미러로 무당집을 흘끔 보았다. 목이 기이하게 꺾인 무당이 칼을 들고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따라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當距離稍微拉開時,她暫時忘記了巫師的警告,透過後視鏡瞥見了巫師的家。她看到那位脖子奇異扭曲的巫師手持刀具,以快速的速度追著汽車而來。

‘!!’

「거기 서지 못해?!」  「你不能站在那裡嗎?!」

무당이 벌건 눈을 홉뜨고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걸걸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속이 철렁했다. 그녀는 기겁해 액셀을 세게 밟았다. 부우웅, 사거리를 정차도 하지 않고 최고 속도로 통과하던 차였다. 측면에서 트럭 한 대가 툭 튀어나왔다.
巫師睜大了紅紅的眼睛,放聲大喊。從她口中流出的卻是粗獷男人的聲音。心中一緊,她驚慌失措地猛踩油門。轟隆,車子以最高速度穿過十字路口,連停下來的時間都沒有。側面突然冒出一輛卡車。

‘으아악!’  「啊啊啊!」

그녀는 차가 박살 나기 직전에 핸들을 직각으로 꺾어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쯧, 눈 벌건 귀신이 혀를 찼다. 여자는 두려움에 떨며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계기판의 기름이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귀신의 추격이 무서워 차를 멈출 수 없었다.
她在車子快要撞毀的瞬間,將方向盤直角扭轉,勉強保住了性命。啧,眼睛通紅的鬼魂舌頭一彈。女人驚恐地顫抖著,再也不敢回頭。儀表板上的油漸漸見底,但因為害怕鬼魂的追擊,她無法停下車。

미친 듯한 질주로 도시를 벗어났다. 먼 곳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무당이 숨이 끊겨 객사한 것이 분명했다. 몸이 떨려 더는 운전이 힘들었다. 겨우 돌아본 시야엔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차를 정차하고, 핸들에 머리를 묻고 끅끅대며 울었다.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瘋狂地駛出城市。遠處傳來救護車的警報聲。無疑是巫師斷氣而亡。身體顫抖得無法再繼續駕駛。勉強回頭看去,卻什麼鬼影都沒有。這時她停下車,將頭埋在方向盤上,啜泣著哭了出來。恐懼讓她無法忍受。

귀신이 차 뒤에 바짝 붙어 으르렁거렸던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鬼魂緊貼在車後,低沉的咆哮聲在耳邊迴盪。

「두고 봐라. 내 언젠가 그 이름을 꼭 빼앗을 것이다.」
「等著瞧吧。總有一天我會奪走那個名字。」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평생 그 말에 시달리게 될 것을 예감했다. 그녀는 절망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她預感到自己將會終其一生受到那句話的折磨。為了克服絕望與恐懼,她緊緊抱住一個什麼都不懂的孩子。

‘절대 그리 두진 않을 거야. 엄마가 어떻게 되더라도 너만은 지켜 낼 거야.’
「我絕對不會讓你這樣過去。不管媽媽怎麼樣,我一定會保護你。」

…아니요. 어머니, 그래 봐야 소용없을 거예요.
…不,母親,這樣做也沒有用的。

신오는 꿈을 지켜보고 있다가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신오는 그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애를 썼건만, 그녀의 아들은 어리석게도 스스로 저를 찾아 헤매던 악귀의 소굴로 들어와 그곳에 발이 묶였다. 이를 안다면 어머니는 얼마나 원통해할 것인가.
信吾在默默注視著夢想,苦澀地搖了搖頭。信吾知道她的努力將會付諸東流。儘管她如此拼命,但她的兒子卻愚蠢地闖入了自我尋找的惡鬼巢穴,並被困在那裡。如果她知道這一切,母親將會有多麼的心痛。

허탈하게 꿈을 지켜보고 있던 신오의 귀에 불길한 목소리가 들렸다.
聽到不祥的聲音,神奧無奈地注視著自己的夢想。

「각시야.」  「各詩呀。」

찌끌, 조씨 집안의 악귀였다. 과거를 떠올리기 바쁘게 영혼에 각인된 익숙한 악몽이 몸을 일으켜 기존의 꿈을 뒤덮어 버렸다. 풍경이 무너지고, 어머니가 갓난아이인 저를 안고 울고 있는 모습이 빠르게 사라졌다. 꿈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과천 별장의 어둠이었다.
찌끌,趙氏家族的惡鬼。回想過去的同時,靈魂中烙印的熟悉惡夢迅速浮現,覆蓋了原本的夢境。風景崩塌,母親抱著剛出生的我哭泣的身影迅速消失。取而代之的是過天別墅的黑暗。

「예쁜 것,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漂亮的東西,一直在等我啊。」

무의식에 뚫린 검은 굴 깊은 곳에서 조씨 집안 귀신이 신오를 부르며 기어 나왔다.
在無意識的黑暗洞穴深處,趙氏家族的鬼魂呼喚著信吾,緩緩爬出來。


“조 대표님, 조신오 씨? 정신 차리세요.”
“趙代表,趙信吾先生?請清醒過來。”

어딘가에서 성난 목소리가 재차 귀를 울렸다. 신오는 그에게 대답하려고 했다. 나 여기 있어요. 구해 줘요.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 줘. 신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악귀가 신오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 몸을 짓눌렀다. 차가운 음기가 엉덩이골 사이를 파고들었다. 우웩, 구역질에 열린 입 속으로 귀신의 손이 파고들어 혀를 짓눌렀다. 뱀 같은 혀가 귓구멍 안을 훑는다. 눈물이 뺨을 적셨다.
某處傳來憤怒的聲音再次在耳邊迴響。信吾試圖回答他。我在這裡。救救我。拜託,讓我離開這裡。信吾向聲音傳來的方向伸出了手。惡鬼壓制著信吾,讓他無法逃脫。冰冷的陰氣侵入了他的臀部之間。呃,嘔吐的感覺讓嘴巴張開,鬼的手伸進了他的口中,壓住了他的舌頭。像蛇一樣的舌頭在耳道裡游走。淚水浸濕了他的臉頰。

싫어, 싫….  不喜歡,不喜歡……

신오는 꿈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꿈 밖에선 응응대는 잠꼬대 같은 소리가 입술 사이로 샌 게 전부였다. 그 소리가 짜증스러운지 잠을 깨우던 이가 신오의 어깨를 심술궂게 흔들었다.
信吾在夢中尖叫。夢外傳來的只有像是喃喃自語的聲音從嘴唇間漏出。那聲音似乎讓人感到煩躁,將他喚醒的人惡作劇般地搖晃著信吾的肩膀。

“그만 일어나세요.”  “請您起來。”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에 신오의 발목을 붙들고 버티던 귀신의 손아귀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신오는 그대로 잠에서 튕겨 나왔다. 충격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눈을 찌푸려 뜨고 제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확인했다. 객실의 낮은 천장이 보였다. 귀신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제 흉곽이 가쁜 숨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꼴이 보였다. 신오는 힘이 안 들어가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악귀의 혀가 그를 축축하게 적셨던 느낌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男人冰冷的聲音讓緊緊抓住信吾腳踝的鬼魂瞬間失去了力量。信吾隨即從夢中彈了出來。心臟因震驚而狂跳不已。他皺起眉頭,睜開眼睛確認自己身在何處。低矮的客房天花板映入眼簾。鬼魂卻無影無蹤。他的胸膛因急促的呼吸而上下起伏。信吾用無法使力的手撫過自己的臉,身體因惡鬼的舌頭曾經濕潤地舔過而顫抖不已。

악몽의 파편이 뇌리에 들러붙어 섬뜩한 기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과천 별장의 어둠과 목이 부러진 채 저를 쫓아오던 무당, 어머니의 울음이 선명한 장면이 되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惡夢的碎片緊緊纏繞在腦海中,令人毛骨悚然的感覺無法平息。過天別墅的黑暗與那位脖子折斷的巫師追著我,母親的哭聲清晰地浮現在眼前,瞬間掠過。

“제가 안 오면 소속사를 박살 낼 거라고 하셨다면서, 왜 이러고 계십니까?”
“您不是說如果我不來就會把經紀公司搞垮嗎?那麼,您為什麼會這樣呢?”

넋 놓고 있는 신오에게 상대가 날카롭게 뭐라고 힐난했다. 약이 덜 깨 머리가 멍한 통에 신오는 그가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신오는 상대가 저를 비난하고 있단 것만 어렴풋하게 알아차렸다. 악몽으로 기분이 저조한 상태에서 상대의 뾰족한 목소리가 신경을 쿡쿡 찔렀다. 얼마나 겁 없는 놈이기에 감히 제 앞에서 성질을 부리는 걸까. 신오는 약 기운에 흐린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상대의 목소리가 한층 딱딱하게 굳었다.
神甫神情恍惚,對方尖銳地指責著他。因為藥效尚未完全消退,神甫的頭腦昏沉,無法理解對方在說什麼。他隱約察覺到對方在責備自己。在噩夢中情緒低落的狀態下,對方尖銳的聲音如針般刺入他的神經。這傢伙到底有多無畏,竟敢在他面前發脾氣。神甫在藥效的影響下,面色模糊地冷笑了一聲。對方的聲音變得更加僵硬。

“눈 풀리셨네요. 뭘 얼마나 맞으셨어요?”
“眼睛放鬆了呢。你受了多少傷?”

상대가 신오의 팔뚝을 어루만지며 주사 자국을 확인했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신오는 손길을 쳐 내고 상대를 확인했다. 범해영이 눈앞에 있었다. 조무사가 언제 돌아가고, 해영이 언제 객실에 들어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마취 주사의 부작용인 단기 기억 상실 증세였다.
對方輕輕撫摸著信奧的手臂,檢查著針孔。信奧的神智瞬間清醒過來。他推開了那隻手,確認了對方的身份。範海英就在他面前。他完全不記得護士什麼時候回去,海英又什麼時候進了房間。這是麻醉針的副作用,造成了短期記憶喪失的症狀。

범해영이 제 이목구비를 샅샅이 살피는 게 느껴졌다. 신오는 해영의 손에 휴대 전화기가 들려 있지 않은데 안도했다. 일단 객실 밖으로 몸을 피한 뒤, 다시 놈을 상대하면 될 터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신오는 다리가 풀려 도로 주저앉아야 했다. 시야가 세게 흔들리고 남의 몸처럼 몸이 멋대로 늘어졌다. 침대에 드러눕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속으로 욕을 짓씹으며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範海英仔細打量著我的五官。申奧看到海英的手中沒有手機,心中鬆了一口氣。先躲到客房外,再與那傢伙對峙也不遲。正想站起來,卻因為腿軟而又坐了回去。視野劇烈搖晃,身體像是別人的一樣任意扭曲。能沒有躺在床上已經算是幸運了。心中暗罵著,努力裝出一副泰然自若的樣子。

“자다 깨서 그래요.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 맨 처음 본 게 범해영 씨 얼굴이라 기분 좋네요. 박인태 사장이 용케 그쪽을 설득했나 봐요.”
“我剛醒來。好久沒有睡得這麼沉,醒來第一眼看到的是範海英的臉,心情真好。朴仁泰社長真是費了不少心思說服了那邊吧。”

신오는 허리를 세우고 앉아 일부러 과장되게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기운에 멍한 표정을 수습하기는 불가능했다. 횡설수설한 말투와 한 톤 높은 목소리가 스스로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범해영이 알 만하다는 표정으로 동공이 확장된 신오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新奧坐直了腰,故意誇張地笑了笑。儘管如此,仍然無法掩飾因藥效而顯得恍惚的表情。那支離破碎的語調和高了一個音調的聲音,連他自己聽了都覺得奇怪。範海英用一種似懂非懂的表情,仔細注視著新奧擴大的瞳孔。

“설득은 조 대표님이 하셨죠.”
「說服是由趙代表您來做的。」

“아, 그런 걸로 해둡시다. 어때요. 내 제안을 들어 볼 마음이 생겼습니까?”
“啊,那就這麼定了。怎麼樣?你有興趣聽聽我的提議嗎?”

“불행히도 지난번과 심적으로 크게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不幸的是,與上次相比,心理上並沒有太大的變化。”

“그럼?”  “那麼?”

“여전합니다. 저는 매춘은 안 합니다.”
“我還是一樣。我不做賣淫的工作。”

“…….”  “……”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픽 샜다. 신오는 비아냥거림을 섞어 되물었다.
真是無言以對,忍不住輕笑出聲。神奧帶著嘲諷的語氣反問道。

“배까지 타 놓고 고작 한단 소리가 그겁니까?”
「已經上了船,竟然只說這種話嗎?」

“그 말씀을 드리려고 온 겁니다. 제 입장을 밝혔으니 이제 그만 가 보겠습니다.”
“我來是想說這句話的。既然我已經表明了我的立場,那我就不打擾了。”

“장난합니까? 범해영 씨 여긴 바다 위예요. 속초로 돌아갈 때까지 당신은 이 배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단 말입니다.”
“你在開玩笑嗎?範海英小姐,這裡是在海上。直到回到束草,你一腳都不能踏出這艘船。”

거절은 전화로도 충분했다. 스폰을 받으러 온 게 뻔한데, 괜히 아닌 척 앙탈을 부리는 게 웃겼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세우고 싶은 걸까.
拒絕用電話就足夠了。明明是來接受贊助的,卻還故作不在乎地撒嬌,真是可笑。難道是想要保留最後一點自尊心嗎?

그러나 잘못 판단했다. 남자는 아파트 14층 높이의 거대한 크루즈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남자는 을인 자신의 위치를 절실히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남자를 꺾어 작신작신 밟아 줄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然而判斷錯誤。男人就像被困在 14 樓高的巨大郵輪裡一樣。在這裡,男人將深刻體會到自己身為乙方的處境。想到要把男人壓制得喘不過氣,心中不禁露出了笑容。

“매춘은 안 한다라. 범해영 씨, 뭐 특별한 신념이라도 있어요?”
「我不做賣淫。範海英小姐,有什麼特別的信念嗎?」

신념 때문에 군대를 안 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쪽도 비슷한 거냐고 비웃었다. 해영이 태연히 반박했다.
有些人因為信念而不去當兵,她嘲笑道那是不是也差不多。海英淡然地反駁道。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처럼 구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如果是正常思考的人,像我這樣做不是理所當然的事嗎?」

“거참 재밌는 말이네요. 듣고 있자니. 꼭 나만 비정상적이란 뜻으로 들리네. 범해영 씨, 그렇게 사람 이상하게 볼 필요 없어요. 상황이 낯설어서 경계심이 올라간 모양인데, 주변을 둘러봐요. 내가 그렇게 이상한 놈이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을 테니까.”
“真是有趣的話呢。聽著聽著,總覺得這是在說我不正常。範海英小姐,沒必要這樣看人。看來是因為情況陌生,讓你提高了警覺,不妨四處看看。我並不是那麼奇怪的人,你很快就會知道的。”

“성 접대하라고 사람을 억지로 불러내는 게, 대표님에게는 너무도 일상적인 일인 모양이네요.”
「強迫叫人來提供性服務,對於代表來說似乎是太過平常的事了呢。」

해영의 말이 속을 찌르고 들어왔다. 신오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海英的話刺入了心底。信奧瞬間臉色僵硬,但仍努力保持微笑。

“범해영 씨, 사람 참 뻣뻣하네요. 까칠하게 굴지만 말고 내 말도 한번 들어 봐요. 성 접대라고 했죠? 뭐, 좋아요. 범해영 씨 말대로 나와 범해영 씨가 육체관계를 맺게 된다고 쳐요. 그게 범해영 씨에게 전적으로 손해되는 일입니까? 하룻밤만 잘 견디면 평생 신세가 편할 텐데, 그게 그렇게 계산이 안 돼요?”
「範海英小姐,您真是個死板的人呢。別這麼尖酸刻薄,聽我說一句話。您說是性接待,對吧?好吧,依您所說,假設我和範海英小姐發生了肉體關係。這對範海英小姐來說完全是損失的事情嗎?只要忍耐一晚,將來的日子就會輕鬆許多,這樣的計算難道不成立嗎?」

“…….”  “……”

해영이 잠시 말을 멈추고 신오를 희한한 생물처럼 바라봤다.
海英暫時停下話語,奇異地注視著信吾,彷彿他是一種奇特的生物。

“계산 안 됩니다. 속 모를 사람과 몸을 섞으라고요? 대표님께는 그게 무척 쉬운 일인가 보군요.”
「這不合算。讓我和一個不知情的人混在一起?對您來說,這似乎是件非常簡單的事呢。」

이십대 후반 남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신오는 손등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킬킬댔다.
這句話聽起來讓人難以相信竟然是出自一位二十多歲男子之口。信吾用手背揉了揉困倦的眼睛,輕聲笑了起來。

“조선 시대 드라마에 출연하더니 그 시대 여자처럼 구는 겁니까? 이보세요, 그딴 개소리나 늘어놓으려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니잖아요. 그냥 솔직하게….”
“你是說你在朝鮮時代的劇中演出,現在就像那個時代的女人一樣嗎?喂,您可不是為了說這種廢話而來的吧。就坦白點……”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표님이 억지를 쓰셨잖습니까.”
「我無能為力。代表不是在強詞奪理嗎?」

남자가 신오의 말허리를 자르며 단호하게 부정했다. 남자의 말은 기가 막힐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순진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남자는 신오의 예상을 능가할 만큼 약삭빠른 작자일 지도 몰랐다. 뭘 얼마나 얻어 내려고 이러는 걸까.
男人斬釘截鐵地否定了信吾的話。男人的話直截了當,令人驚訝。究竟是天真還是愚蠢,讓人無法判斷。也許,男人實際上是一個比信吾預想中更狡猾的人。他究竟想從中獲得什麼呢?

“내 억지 덕분에 그 귀한 낯짝을 볼 수 있었단 얘기로군요. 잘됐네. 더 험하게 억지 써야겠어. 범해영 씨가 내 말 듣고 싶어질 때까지 한번 해 봐요?”
“這是因為我的強求,才讓我得以見到那珍貴的面孔呢。真是太好了。得更狠地強求一下了。要不試試看,直到範海英小姐想聽我的話為止?”

“대표님….”  “代表님…。”

범해영의 목소리에 성난 기색이 깔렸다. 신오는 고개를 들고 범해영의 잘생긴 낯짝과 오만한 눈빛을 빤히 쏘아 보았다. 저리 뻣뻣하게 날을 세운다 한들 어쩔 것인가. 이 게임은 이미 승자가 정해져 있었다.
範海榮的聲音中帶著憤怒的色彩。申奧抬起頭,直盯著範海榮那張英俊的臉龐和傲慢的眼神。即使如此僵硬地擺出姿態又能如何呢?這場遊戲的勝者早已注定。

“이쪽 판이 발견되지 못하면 그대로 묻히는 세계인 건 알고 있죠? 죽을 둥 살 둥 애를 써도 뜰까 말까 한데, 거기에 누구 하나 발목 잡고 늘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뻔하지. 범해영 씨는 죽었다 살아나도 못 떠요. 내가 다 족족 막을 테니까.”
“如果這一方的牌無法被發現,那麼這個世界就會被埋沒,你知道吧?即使拼命掙扎,也不過是生死未卜而已,如果再有人拖住腳踝,那會怎麼樣呢?不言而喻。范海英小姐就算死而復生也無法逃脫。我會一一阻止她的。”

“…….”  “……”

“<기문총화>의 파일럿, 평가가 괜찮았죠? 그런데 어쩌죠. 레귤러로 갈 만한 시청률은 못 되던데. 1시즌은 캔슬해야겠어요. 뭐, 아쉽지만 별수 있나요. 범해영 씨가 이리 비협조적으로 나오는데.”
《機文總話》的試播集,評價還不錯吧?可是怎麼辦呢,收視率卻不夠成為常規節目。第一季得取消了。唉,雖然可惜,但也沒辦法。範海英小姐這麼不合作。

“고작 단역 배우 하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難道因為一個小角色的演員,就值得這樣做嗎?”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요.”
“因為我就是想這樣做。”

조신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는데 업계에서 누가 그를 말리겠는가. 신오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웃었다. 범해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신오는 한층 유쾌해졌다.
趙信奧如此渴望,業界中又有誰能阻止他呢?信奧揚起嘴角,露出了笑容。範海英的臉色變得僵硬。信奧的心情更加愉快了。

“당연한 얘기지만 범해영 씨, 앞으로 이쪽 판에서 일 구하기 어려울 겁니다. 얼른 딴 일을 알아보는 게 좋을걸요. 뭐 사실 어디로 가든 범해영 씨 고용하겠단 데 찾기는 어려울 테지만.”
“這是理所當然的事,但範海英小姐,未來在這個圈子裡找工作會很困難。還是快點去找其他工作比較好。其實不管去哪裡,想要雇用範海英小姐都不容易。”

“대한민국에 발도 못 붙이게 하시려고요?”
“您是想讓我在大韓民國連腳都踏不進去嗎?”

“그게 싫으면 나와 하룻밤 자고 나가면 될 일입니다. 걱정 말아요. 범해영 씨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테니.”
“如果不喜歡,那就和我共度一夜再離開就好了。別擔心,範海英小姐也能愉快地享受。”

신오는 탁자 위의 앰풀병과 주사기를 곁눈질했다. 정 싫으면 의식을 잃은 상태여도 상관없단 뜻이었다. 범해영의 얼굴이 고통과 굴욕에 시시각각 젖는 걸 못 보는 건 아쉽다. 그러나 애당초 신오는 손각시를 달래는 게 목적이었다. 무척이나 달 게 뻔한 그 몸을 맛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기대감에 젖어 범해영의 답을 기다렸다.
信吾瞥了一眼桌上的安瓶和針筒。這意味著即使失去意識也無所謂。如果不喜歡的話,這樣的狀態也無所謂。無法看到範海英的臉龐在痛苦和屈辱中逐漸變得潮濕,讓人感到遺憾。然而,信吾的初衷是安撫手偶。僅僅品嚐那明顯會非常甜美的身體就已經足夠了。他沉浸在期待中,靜靜等待範海英的回答。

범해영은 신오의 시선을 견뎌 내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섬세한 이목구비가 수심에 젖어 있었다. 그러다 문뜩 생각을 달리한 듯, 남자가 낯빛을 바꾸고 신오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範海英忍受著辛奧的目光,沉默了許久。她精緻的五官中流露出一絲憂慮。就在這時,似乎突然改變了心思,男人的臉色變了,慢慢朝辛奧走來。

신오는 고개를 들고 투명하리만치 맑은 남자의 검은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메이크업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여전히 입술이 붉다. 본래 저 색인 걸까. 고우면서도 색스러운 입매가 일그러지게끔 엉망으로 입 맞추고 싶단 충동이 일었다. 손을 뻗어 그의 상반신을 잡아당기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한 약 기운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끈 것이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信奧抬起頭,仰望著那雙透明般清澈的黑色眼眸。看來並沒有化妝,但她的嘴唇依然紅潤。這本來就是她的顏色嗎?那柔美而性感的唇形讓我產生了想要胡亂親吻的衝動。我想伸手拉住他的上半身。然而,身體仍然受到藥效的影響,無法使力。用無謂的話語拖延時間,完全是徒勞無功。

「못난 놈, 저러다 암것도 못 하고 허탕 치지.」
「沒用的傢伙,這樣下去什麼都做不了,白忙一場。」

탁자 옆에 웅크리고 있던 손각시가 신오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꼴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안달을 내며 탁자 서랍을 따닥따닥, 시끄럽게 손으로 두드렸다. 그 안에 든 물건을 어서 사용하란 닦달이었다. 짜증이 치밀었다.
桌子旁蜷縮著的手偶無奈地看著新吾無法從床上起來的樣子。她焦急地用手拍打著桌子抽屜,發出叩叩的聲音。那是催促他快點使用裡面的物品。心中的煩躁不斷上升。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동안에 범해영이 신오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她在盯著她的同時,範海英已經走到了申傲的面前。

신오의 머리 위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柔和的聲音從信吾的頭頂傳來。

“대표님, 대표님의 억지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제가 여기 온 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요.”
“代表님,代表님의強迫讓我來到這裡,這是事實。但是除了這個原因,我來這裡還有其他的理由。”

“뭡니까?”  “這是什麼?”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제게 진정 바라시는 게 뭔지 확인해 보려고요.”
「我想確認一下代表是什麼樣的人,以及您真正希望我做什麼。」

“……?”  「……?」

신오는 범해영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한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혐오도 탐욕도 아닌, 제 말대로 탐색에 가까운 눈빛이 기이하게 낯설다. 그것이 사람보다 짐승의 눈동자에 주로 비치는 눈빛인 탓이다. 혹여 저를 향할지 모를 초식 동물의 뿔을 경계하며 동공에 날을 세우고 있는 이빨 사나운 것들의 노란 눈동자 말이다.
信奧遲遲發現範海英的眼神微妙地變化了。那不是厭惡也不是貪婪,而是如她所說的,接近於探索的眼神,奇異地讓人感到陌生。這種眼神主要反映在野獸的眼中,而非人類。就像那些對可能朝自己方向而來的草食動物的角保持警惕,瞳孔中閃爍著鋒利光芒的牙齒兇猛的生物的黃色眼睛。

신오는 제 눈이 잘못된 건가 싶어 눈을 끔뻑거렸다. 역시나 방금 전 느낌은 착각인 듯 눈앞엔 머루처럼 말간 눈동자가 있을 뿐이다. 저런 눈에서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다니, 약이 덜 깨긴 한 모양이었다.
信吾不禁懷疑自己的眼睛是否出了問題,眨了眨眼。果然,剛才的感覺似乎是錯覺,眼前只有如葡萄般清澈的眼睛。竟然會在那樣的眼睛中聯想到野生動物紀錄片,似乎還沒有完全清醒過來。

신오가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높인 걸 알았을까. 범해영이 그를 빤히 보다 살포시 입매를 누그러뜨렸다.
信吾是否本能地提高了警覺?範海英凝視著他,輕輕地撫平了嘴角。

“지난번에 박인태 사장님께 ‘해명’할 테니 절 다시 보내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땐 하고 싶은 얘길 다 못 하셨죠? 오늘 하십시오. 배가 정박할 때까지 시간 충분하니까 뭘 원하시는지, 제게 뭘 해 주실지 분명히 얘기해 주세요.”
“上次朴仁泰社長說要‘解釋’,所以請再把我送回去。那時候您想說的話都沒說完吧?今天就說吧。在船停靠之前有足夠的時間,請明確告訴我您想要什麼,您能為我做什麼。”

“아, 그건….”  “啊,那個……。”

“혹시 압니까. 듣고 제가 솔깃해할지.”
“或許你知道。我聽了會不會感興趣。”

신오는 범해영의 미소 탓에 말을 더듬다 그가 내뱉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제게 협상을 제안한 것 맞나? 기분 탓인지 해영은 말투마저 한층 부드럽게 변한 느낌이다. 그를 탐색의 시선으로 쳐다보자 해영이 그를 마주 응시하며 보조개가 패도록 깊게 미소 지었다.
信吾因範海英的微笑而結結巴巴,他對自己所說的話瞪大了眼睛。現在是向我提出協商的意思嗎?難道是我的錯覺,海英的語氣似乎也變得更加柔和了。當他用探尋的目光看著她時,海英深深地微笑,露出了可愛的酒窩。

시팔. 그 얼굴이 너무 예뻐 가슴이 철렁했다. 신오는 좋아 죽겠는 걸 애써 숨겼다. 그래, 이리 나와야지. 깨끗한 척 하더니, 결국 제 몸값을 올리려고 그리 뻗댄 거 맞지 않나. 그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은 것에 우쭐했다.
該死。那張臉實在太美了,讓我心頭一震。信奧努力掩飾著自己快要喜極而泣的心情。對,應該這樣出現。明明裝得一副清純,最後卻是想抬高自己的身價,這不是正中我的預測嗎?他對自己的預測能夠成真感到得意。

“<기문총화>, 굳이 주인공을 김재훈 씨로 할 필요가 없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재훈 씨는 너무 이미지가 중후해요. 어차피 중반부엔 김 판서의 젊은 시절 얘기, 후반부엔 전생 얘기가 주가 될 거라면서요. 쓸데없는 얘긴 걷어 내고 새 판을 짤 테니 그 판 주연, 범해영 씨가 맡아요.”
「《奇門總話》,我認為主角不一定要是金在勳先生。金在勳先生的形象太過沉穩。反正中段會講到金判書的年輕時期,後段則是前世的故事。那些無關緊要的話題會被刪除,重新編排劇本,主角由範海英小姐來擔任。」

“전 그럴 만한 연기력이 없는데요.”
“我沒有那樣的演技。”

“누군 있대요? 트레이너 서넛 갖다 붙이면 개도 연기하던데 뭘.”
“誰說有呢?把訓練師的三個字貼上去,連狗都會演戲呢。”

“김재훈 씨는요?”  「金在勳先生呢?」

“김재훈 씨는 따로 일감이 몰려 바쁠걸요. G-쇼핑의 광고도 새로 찍어야 할 테고.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어쩌겠어요.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金在勳先生應該會忙得不可開交,因為他有很多工作要處理。G-購物的廣告也得重新拍攝。即使有不滿又能怎樣呢?我已經這麼決定了。」

어마어마한 얘기에 범해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오는 어깨가 으쓱했다. 세상의 인간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는 전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부류라고 뻐기고 싶었다.
驚人的話題讓範海英輕輕嘆了口氣。申奧則耸了耸肩。這個世界上的人可以分為那些必須做事的人和那些可以做自己想做事的人。他完全想要自豪地屬於後者。

범해영이 물었다.  範海英問道。

“제게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나요?”
“我值得你這樣做嗎?”

“물론이에요.”  “當然是。”

“대단하네요. 하룻밤에 주연 배우 자리 하나라면, 그다음 밤에는 뭘 또 얼마나 주실 건데요?”
“真了不起呢。如果一夜之間就能得到主角的角色,那接下來的晚上又會給我多少呢?”

어느새 범해영이 신오의 눈앞까지 와 있었다. 신오는 다소 놀라 입을 벌렸다. 얇되 윤곽선이 선명한 신오의 입술에 범해영의 시선이 꽂혔다.
不知不覺,範海英已經來到申奧的眼前。申奧有些驚訝地張開了嘴。範海英的目光緊緊盯著申奧那薄而輪廓分明的嘴唇。

시선을 내리깐 해영의 눈까풀 아래 펼쳐진 숱 많은 눈썹이 무척이나 부드러워 보였다. 신오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까만 눈동자에 흐르는 빛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크루즈 아래, 심해의 아득한 어둠처럼 사람을 홀렸다. 꿀꺽, 신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손각시가 그 옆에서 함께 침을 삼켰다.
海英低下視線,眼皮下展現出來的濃密眉毛看起來格外柔和。信奧凝視著他,與那名男子的目光相遇。男子的黑色瞳孔中流淌著的光芒格外特別。就像郵輪下,深海的遙遠黑暗,令人著迷。信奧不由自主地吞了口水。手偶在他旁邊也一起吞了口水。

범해영이 어서 말해 보란 듯 땀에 젖은 신오의 머리칼을 이마에서 쓸어 주었다. 예상 못 한 다정한 손길에 심장 박동이 세게 뛰었다. 그저 이마와 뺨에 손끝이 닿았을 뿐인데, 배 속, 내장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진 듯 속이 뜨거웠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範海英似乎在催促著,輕輕撫去新吾額頭上濕透的頭髮。意想不到的溫柔觸碰讓心跳加速。只是手指輕輕觸碰了額頭和臉頰,卻讓腹中和內臟似乎被柔和地撫摸,心中感到一陣熱流。腦海中一片空白。

신오는 헐떡이며 답했다.  新奧喘著氣回答。

“원하는 대로 줄게요. 뭘 원해요?”
“我會給你想要的。你想要什麼?”

마음에 드는 답에 범해영이 신오의 눈앞에서 웃었다. 요염한 붉은 입술이 화려한 호선을 그렸다. 신오는 허리 아래로 급격히 피가 몰리는 걸 느꼈다.
範海英在申奧面前笑了,對她心儀的回答感到滿意。她那誘人的紅唇勾勒出華麗的弧線。申奧感覺到血液急劇湧向腰部以下。

“알아맞혀 보세요.”  “猜猜看。”

범해영이 신오의 목줄기 깊숙이 입술을 묻었다.
範海英深深地將嘴唇埋入辛奧的脖子裡。

“윽…!”  “呃…!”

뜨거운 석탄이 피부를 태우는 느낌이다. 전류가 튀는 짜릿함에 신오는 퍼뜩 몸을 튕겼다. 범해영이 진정하라며 경동맥 위의 피부를 부드럽게 짓씹었다. 상대는 신오가 가장 약한 곳을 바로 알아보고 공격했다. 신오는 눈앞이 핑 도는 걸 느꼈다.
炙熱的煤炭燒灼著皮膚的感覺。電流跳躍的刺痛讓信奧猛然一震。範海英安撫著,輕柔地咬著頸動脈上的皮膚。對方立刻識破了信奧最脆弱的地方並發起攻擊。信奧感覺眼前一陣眩暈。

말캉한 혀가 신오의 혈관 속까지 파고들고 싶은 듯 목덜미의 피부와 튀어나온 혈관의 윤곽을 집착적으로 더듬었다. 입술이 피부를 빨아들여 곳곳에 울혈을 남기는 것이 황홀했다.
柔軟的舌頭似乎想要深入信吾的血管,執著地在頸部的皮膚和突出的血管輪廓上游走。嘴唇吸吮著皮膚,留下處處的充血,令人陶醉。

신오는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찰칵, 잠금 고리가 걸리는 소리를 들었다. 목이 답답했다. 눈을 떠보니 목을 조를 수 있게끔 개조한 견인기가 목에 감겨 있었다. 탁자 서랍 안에 있어야 할 물건이 왜 여기 있나. 설마 제가 약에 취한 상태에서 범해영에게 위치를 일러 준 건가.
信吾一時失神,聽見「喀嚓」一聲,鎖扣上了。脖子感到窒息。睜開眼睛,發現一個改裝過的拖車正緊緊纏繞在脖子上。原本應該在桌子抽屜裡的東西,怎麼會在這裡?難道我在藥物影響下,告訴了範海英我的位置?

“범해영 씨, 이걸 어떻게…?”
「範海英小姐,這個怎麼…?」

“계속 탁자 서랍을 힐끔거리시기에 뭐가 있나 싶었죠.”
“她不斷瞥向桌子的抽屜,我心想裡面到底有什麼。”

“…….”  “……”

두어 번 쳐다본 것뿐인데, 그걸 눈치챘단 말인가. 신오는 해영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당혹감에 숨이 가빠졌다. 신오가 경악해 굳어 있는 동안 해영이 견인기가 들어 있던 브리프케이스를 열어 안에 든 물건을 마저 꺼냈다. 우아한 손길로 구속구와 섹스 기구를 차례차례 들어 본다. 신오는 눈을 꽉 감았다.
只看了幾眼,居然被她察覺到了。信吾不敢相信海英的話。困惑讓他喘不過氣來。在信吾驚愕得僵住的同時,海英打開了裝有牽引器的公事包,將裡面的物品一一拿出。她優雅地用手指依次拿起束縛具和性器具。信吾緊緊閉上了眼睛。

범해영이 나른하게 탄식했다.  範海英懶洋洋地嘆了口氣。

“제 목 한 번 조르려고 준비를 철저히 하셨네요.”
“標題:您準備得真周到,真是想要逼我一次呢。”

신오는 가슴이 철렁했다. 촬영장에 들렀을 때 크레인을 홀린 듯 바라본 걸 들킨 걸까. 제 변태적인 욕망을 해영이 눈치챘나 싶어 피가 식었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해영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했다.
心中一緊,信吾感到一陣不安。當他在拍攝現場時,是否被發現自己如同被起重機吸引般的目光?他不禁懷疑海英是否察覺到自己那變態的慾望,心中一陣冰冷。然而,他卻若無其事地假裝沒有聽懂海英的話。

“이봐요, 범해영 씨,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네요. 내가 댁 목을 왜 조르….”
“喂,範海英小姐,似乎有些誤會了。我為什麼要掐你的脖子……。”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해영이 약 기운에 흔들리는 신오의 몸을 너무도 쉽게 밀쳤다. 침대에 뒤통수가 눌렸다. 그 상태로 몸을 뒤집더니, 남자가 손바닥으로 신오의 뒤통수를 침대 위로 우악스럽게 짓눌렀다.
話還沒說完。海英輕易地將因藥力而搖晃的信吾推開。後腦勺撞上了床。就在那個狀態下,他翻過身來,男人用手掌粗暴地壓住信吾的後腦勺在床上。

“아, 그럼 대표님이 졸리고 싶어 준비하신 거였나요?”
“啊,那麼代表是想要打瞌睡才準備的嗎?”

“뭐, 뭐라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요!”
“什麼,您在說什麼呢?不可能的吧!”

잡아떼 봐야 소용없었다. 뒤로 꺾인 팔목이 결국 단단히 묶였다. 전신이 오싹했다. 신오는 놀라 발버둥을 쳤다. 그를 누르며 해영이 가차 없이 힘을 가했다. 어깨를 붙들고 탈골 직전까지 비틀었다. 통증에 힘을 빼자 해영이 신오의 뒤통수를 재차 세게 눌렀다. 침대 위로 코와 눈두덩이 뭉개졌다. 과천 별장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나 몸이 소스라쳤다.
抓住也沒有用。向後扭曲的手腕最終被緊緊綁住。全身感到一陣寒意。信吾驚慌地掙扎著。海英毫不留情地加大了力道,緊緊抓住他的肩膀,扭到快要脫臼的地步。因為疼痛而放鬆的時候,海英再次用力壓住信吾的後腦勺。鼻子和眼皮被壓在床上。想起在果川別墅經歷的事情,身體不由自主地顫抖。

“후, 흡…! 이, 이 새끼, 너, 뭐 하는…!”
“後,吸…!這,這小子,你,幹嘛…!”

“원하는 대로 다 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허락 떨어진 김에 아쉬울 것 없이 탈탈 털어 내려고요.”
“您不是說過會把想要的一切都給我嗎?既然得到了允許,我就不會留有遺憾地徹底掏空一切。”

“뭐? 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도, 돈 주겠다고!”
“什麼?嘿,這不是那個意思,我是說,會給你錢的!”

손목에 이어 발목까지 구속구가 묶였다. 신오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허리를 펄떡거리며 발버둥 쳤다. 시뻘게진 목에 해영의 손이 닿았다.
手腕到腳踝的束縛緊緊纏繞著。信烘唯一自由的腰部不停扭動,掙扎著。海英的手觸碰到了他通紅的脖子。

“이 미친…!”  “這個瘋子…!”

목이 콱 졸렸다. 해영이 조일 수 있는 데까지 목 끈을 조였다. 눈앞이 허옇게 질렸다. 신오는 묶인 손을 움직이려다 여의치 않자 그나마 자유로운 손가락을 쫙 펴 해영의 몸을 움켜쥐려 했다. 그러나 빈손으로 허공을 긁어내렸을 뿐이다. 뭔가 잘못됐다. 절박하게 도드라진 허연 손가락 관절을 상대가 즐거이 관찰하는 게 느껴졌다.
脖子被緊緊勒住了。海英將脖繩收緊到能夠忍受的程度。眼前變得一片模糊。信吾試著動一下被束縛的手,但無法如願,於是他將尚且自由的手指伸開,想要抓住海英的身體。然而,他的空手只是在空中撥弄而已。事情似乎出現了問題。能感受到對方愉悅地觀察著他那因為絕望而突出的白皙手指關節。

“하룻밤에 얼마나 주실 건데요?”
「您打算給我多少呢?」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등줄기에 떨어졌다. 휴, 신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대를 올리려고 일부러 거친 척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어느 간 큰 놈이 감히 제게 덤벼들 생각을 하겠는가. 신오는 다소 긴장을 풀었다. 얼마쯤 불러야 놈이 순순하게 굴까. 그는 해영이 만족할 만한 화대를 머릿속으로 바삐 계산했다.
柔和的聲音在背脊上輕輕落下。唉,信吾鬆了一口氣。看來是故意裝出粗魯的樣子來提高報酬。說實話,哪個膽大包天的傢伙敢對我出手呢。信吾稍微放鬆了緊張的情緒。要喊多少價格,這傢伙才會乖乖就範呢。他在腦海中忙著計算著能讓海英滿意的報酬。

“일억, 일억 줄 테니까. 부족하면 더 줄게요. 원하는 금액을 알려 주면….”
「一億,一億我會給你。如果不夠我會再給你。告訴我你想要的金額……。」

“…….”  “……”

적당한 금액이었는지 그제야 해영이 입매를 풀며 웃었다.
適當的金額嗎?這時海英才放鬆了嘴角,露出了笑容。

“하룻밤에 일억이라. 열 번이면 십억이네. 쏠쏠하네요.”
“一夜一億。十次就是十億呢。真是小日子過得不錯。”

“열 번까진 됐고…. 일단 이것 좀 풀고 얘기합시다. 범해영 씨가 바라는 조건으로 계약서 써줄 테니.”
“已經十次了……先把這個解決了再說吧。我會按照範海英小姐希望的條件來寫合同。”

“알아요. 샐샐 웃으면서 제 비위를 맞춰 놓고 제 목을 조르시겠죠.”
“我知道。你會一邊笑著,一邊迎合我的心情,然後掐住我的脖子。”

“……?”  「……?」

무슨 소린지 듣는 사람도 알아듣게 말해 주면 좋겠다. 의아해 쳐다보자 해영이 바로 화제를 바꿨다.
聽的人能明白的話就好了。當我疑惑地看著她時,海英立刻轉換了話題。

“여하튼 희한한 분이네요. 한 번에 일억이라. 이 짓 못 해서 환장한 귀신이라도 붙었나. 벌건 대낮에 화장실에서 뒷구멍 쑤시고 있던 것도 그건가. 하고는 싶은데 화대는 아깝고. 누가 공짜로 변기 취급 해 줬으면 해서요?”
“無論如何,真是個奇怪的人呢。一口氣要一億。難道是因為無法做這種事而瘋掉的鬼魂附身了嗎?在大白天的廁所裡捅後面那件事也是這樣嗎?想做卻又覺得酬勞太可惜了。希望有人能免費把我當成馬桶來用?”

“시팔 새끼가 진짜!”  “該死的小子真是的!”

신오는 온몸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머리를 쳐들었다. 뒷머리로 받아 버리려는 걸 해영이 목 끈을 조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信奧全身染上了鮮紅的顏色,抬起了頭。海英用勒緊的繩索回應了他想用後腦勺接住的動作。

목구멍에서 꾸르륵, 하고 기이한 소리가 났다. 질식의 공포가 닥쳐왔다. 신오는 온몸을 펄떡대며 해영을 밀쳐 내려 했다. 버둥대는 와중에 뭔가 차가운 게 피부에 와 닿았다. 주삿바늘이다. 안 된다고 고함을 내지르기 전에, 바늘 끝이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喉嚨裡發出咕嚕咕嚕的奇怪聲音。窒息的恐懼襲來。信奧全身顫抖著,想要把海英推開。在掙扎的過程中,有什麼冰冷的東西觸碰到了皮膚。是針頭。在還沒來得及大喊不行之前,針尖已經刺入了皮膚。

“……!”  “……!”

우윳빛 액체가 혈관에 퍼졌다. 정신이 흐려졌다. 해영이 축 늘어진 신오의 몸을 안아 그를 화장실 문 가까이로 옮겼다. 피와 정액, 모든 흔적을 물로 씻어 내 지워 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 신오는 헛도는 다리로 바르작대며 저항했다. 굳어 버린 혀로 무어라 웅얼거렸으나 해영은 듣지 않았다.
乳白色的液體在血管中擴散。意識變得模糊。海英抱起軟弱無力的信吾,將他移向廁所門口。她不想把他帶到那個可以用水沖洗掉血跡和精液、抹去所有痕跡的地方。信吾用無力的雙腿掙扎著抵抗,嘴裡含糊不清地喃喃著什麼,但海英並沒有聽見。

그가 신오의 몸을 화장실 밖, 문 아래에 내려놓았다. 드르륵, 목 끈과 연결된 도르래가 문 위에 걸렸다. 안 돼, 안 돼…. 신오는 해영이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입 안의 살점을 필사적으로 짓씹었다. 해영이 반대편 문 쪽으로 끈을 넘겼다. 물주머니가 걸린 쪽이었다. 이어 화장실 안쪽에서 물소리가 났다. 물주머니가 점점 무거워졌다. 연결된 목 끈이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他把信吾的身體放在廁所外,門下。咯噔,與繩索相連的滑輪掛在門上方。不要,不要……信吾意識到海英要做什麼。為了不失去意識,他拼命咬緊嘴裡的肉。海英把繩子越過了對面的門。那是水袋懸掛的一側。隨後,廁所裡傳來了水聲。水袋越來越重。連接的繩索開始緊繃。

“흐으, 흐….”  “嗚,嗚……。”

목 끈을 따라 목이 뒤로 젖혀졌다. 상반신이 들리고 허리가 절로 세워졌다. 압박감이 점차 강해졌다. 신오는 목뼈가 부러질까 봐 겁나 힘 풀린 다리로 비슬비슬 일어섰다. 최대한 문에 몸을 붙이고 장딴지를 세웠다. 목 끈을 당기는 힘이 세지며 몸이 계속 들려 문 끝 쪽에 머리가 닿았다. 발끝이 허공에 뜰락 말락 했다.
繩索沿著脖子拉緊,脖子被向後仰起。上半身抬起,腰部自然而然地挺直。壓迫感逐漸加強。信吾擔心脖椎會折斷,腿部無法使力地微微站起來。儘量將身體貼在門上,抬起小腿。拉緊的繩索力量增強,身體不斷被抬起,頭部碰到了門的邊緣。腳尖在空中懸浮著。

“그, 그만…, 흐, 흡, 이 미친, 새, 끼가…. 시팔, 죽… 여, 버릴 거야, 이, 새끼….”
“他,他住手……哈,吸,這瘋狂的,鳥,混蛋……該死,去死……我,我會丟掉這個,混蛋……”

감히 제게 이딴 짓을 하고도 뒷일이 무섭지 않을까. 신오는 이 자리를 피하기만 하면 놈을 제대로 발라 버리겠단 생각을 하며 이를 갈았다. 게게 풀리려는 눈을 부릅떠 상대를 노려보았다. 해영이 그 시선을 태연히 받아 냈다. 별일 아니란 얼굴로 신오의 표정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다. 그 무감한 눈빛에 신오는 속이 섬뜩했다.
感覺到這樣的行為竟敢對我做,難道不怕後果嗎?信吾心中暗想,只要逃離這個地方,就一定能好好教訓那傢伙,心中不禁咬緊牙關。他瞪大眼睛,盯著對手。海英卻泰然自若地接受了這道目光,面無表情地仔細觀察著信吾的變化。那無感的眼神讓信吾感到一陣寒意。

겁에 질린 신오의 표정에 그제야 해영의 눈매가 길게 가늘어지며 접혔다. 남자는 옅게 웃곤, 발끝으로 들고 있던 물주머니를 예고 없이 떨어뜨렸다.
驚恐的信吾表情讓海英的眼神這才變得細長而深邃。男人輕輕一笑,隨即將腳尖提著的水袋毫無預警地掉落。

“!!”  “!!”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신오는 채 비명을 내지르지 못했다. 그저 벌어진 입에서 풀무의 공기가 빠지듯 쉬익쉬익 하는 소리가 샜을 뿐이다.
眼球似乎要突出来了。信吾甚至没有发出尖叫。只是从张开的嘴里,发出像风箱放气般的嘶嘶声。

공기가 부족했다. 질식당하고 싶지 않다. 호화 크루즈선에서 경동맥 압박 자위를 하다 사망했노라고 사람들에게 회자될 것이 끔찍했다. 신오는 발광하며 온몸을 절박하게 흔들었다. 그런다 한들 틀어 막힌 기도는 뚫릴 줄 몰랐다. 그는 한 점의 산소라도 들이마시려고 혀 줄기를 세운 채 그 끝을 입 밖으로 내밀고 허공을 핥았다.
空氣不足。 我不想窒息。 在豪華郵輪上因頸動脈壓迫自慰而死,這樣的事情被人們談論著,實在可怕。 新奧發狂地全身絕望地顫抖著。 就算如此,堵塞的氣道也無法暢通。 他努力想吸入一絲氧氣,將舌頭伸出,舔著空氣。

해영이 우스꽝스럽게 튀어나온 혀를 보더니, 동정을 베풀 듯 물주머니를 조금 들어 올려 주었다. 기도의 압박감이 줄었다. 숨이 다소 트여 신오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었다.
海英看到他滑稽地伸出的舌頭,便像施以同情般稍微抬起水袋。祈禱的壓迫感減輕了。呼吸稍微通暢,信吾的肩膀隨著呼吸而微微顫動。

“헉, 헉!”  “哈,哈!”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이것도 먹고 싶으실 텐데.”
“啊,對了。我忘了這個。你也一定想吃這個吧。”

해영이 기다렸단 듯 크게 벌어진 신오의 입 안으로 재갈을 밀어 넣었다. 저걸 물면 정말 끝이다. 죽기 직전까지 몰려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어 어떻게든 재갈을 물지 않으려 했다. 해영이 신오의 턱뼈를 쥐고 뼈를 바스러뜨릴 듯 힘을 주었다. 재갈의 공 부위가 입 안으로 억지로 밀려들었다. 무력하게 벌어진 입술 틈새로 둥근 고무 구체가 욱여 넣어져 기도로 가는 숨길을 막았다. 답답함이 한층 강해졌다. 쉭쉭, 가쁜 호흡에 눈물이 스몄다. 분노와 흥분, 경악과 두려움에 피가 자글자글 끓었다. 혈액이 걸쭉해져 몸속이 젤리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海英似乎在等待著,將嚴厲的口綁塞進信吾的嘴裡。如果他咬住那個,真的就完了。在快要死去之前,無法向任何人求助。她咬緊牙關,拼命不讓自己咬住那個。海英緊握著信吾的下巴,似乎要將他的骨頭捏碎。口綁的空氣部分被強行推入他的口中。無力地張開的嘴唇縫隙裡,圓形的橡膠球被塞進去,堵住了通往氣道的呼吸道。窒息感愈發強烈。呼吸急促,淚水潸然滑落。憤怒、興奮、驚恐和恐懼讓血液沸騰。血液變得黏稠,彷彿身體裡充滿了果凍的感覺。

신오는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해영을 바라봤다. 아직도 저딴 눈빛이네. 해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젓더니, 발끝으로 지탱하고 있던 물주머니를 가차 없이 떨어뜨렸다.
信奧用充滿怒火的目光盯著海英。她的眼神依然如此。海英似乎對此不滿,搖了搖頭,毫不留情地將用腳尖支撐著的水袋掉了下來。

“!!”  “!!”

목뼈가 부러질 듯했다. 신오는 숨을 빨아들이려고 기를 썼다. 산소 없이, 흉곽만이 홀로 부풀었다 꺼졌다 했다. 기도는 틀어 막혔고, 부족한 숨에 폐가 쪼그라들었다. 폐포가 불타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었다. 진땀이 흐르고, 몸이 발작을 일으킬 듯 세게 경직되기를 반복했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눈알이 공막 너머로 넘어가려 했다. 갇힌 혀가 멋대로 꼬부라져 자꾸 재갈에 연결된 고무공을 굴렸다. 혀끝을 막는 벽의 느낌이 너무 답답해 이로 공을 세게 물었다. 치아가 고무 위에서 미끄러질 뿐, 그를 갈라 찢어 버릴 수는 없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온몸이 진땀에 흠뻑 젖고, 침샘이 과하게 부풀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줄줄 타액이 흘렀다.
脖骨似乎要折斷了。申奧拼命想要吸入空氣。沒有氧氣,胸腔孤獨地膨脹又收縮。氣道被堵塞,缺乏的呼吸讓肺部萎縮。肺泡燃燒的感覺讓人心煩意亂。冷汗直流,身體反覆強烈僵硬,彷彿要發作一般。這樣下去似乎會死去。眼球似乎要越過角膜。被困的舌頭任意扭曲,不斷地滾動著連接著嚼子的橡膠球。舌尖抵住的牆壁感覺讓人窒息,於是我用牙齒狠狠地咬住那球。牙齒在橡膠上滑動,卻無法將其撕裂。快要發瘋了。全身浸泡在冷汗中,唾液腺過度膨脹,透過張開的嘴唇不斷流出唾液。

손끝 발끝이 무도병 환자의 것처럼 발발 떨렸다. 머릿속이 허옇게 빈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신오는 제 모습이 어떨지가 눈에 선했다. 정민영과 똑같은 꼴일 것이다. 퍼렇게 질린 입술을 헤 벌리고 쓰러져 있던 여자, 교살당한 시신의 얼굴 위로 자신의 모습이 겹쳤다.
手指和腳趾像舞蹈病患者一樣顫抖著。儘管腦海中一片空白,信吾卻清晰地想像著自己的模樣。一定和鄭敏英一樣。那張嘴唇發青、張開的女人,倒在地上,她的臉上重疊著自己的身影。

범해영이 새빨개진 신오의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範海英輕輕舔著新吾紅透的耳朵,低聲細語。

“대표님 꼴을 보니까 그 말이 생각나네요.”
“看到代表的樣子,我想起了那句話。”

초콜릿처럼 진득한 목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像巧克力般濃郁的聲音鑽進了耳朵裡。

“가학 성애와 피학 성애는 실은 종이 한 장 차이란 말.”
“施虐癖和受虐癖其實只是一紙之差。”

“아, 흐, 큽….”  “啊,哈,呃……。”

해영이 물주머니를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별도의 끈을 물주머니에 연결했다. 이제 신오는 해영의 손 하나로 호흡을 완벽히 통제당할 수밖에 없었다. 잔뜩 긴장해 신오는 해영의 손만을 쳐다보며 눈알을 굴렸다.
海英將水袋用繩子連接起來,讓她能夠用手提起水袋。現在,信奧只能完全被海英的一隻手控制呼吸。緊張不已的信奧只盯著海英的手,眼珠不停地轉動。

해영의 큰 손이 신오의 복근에 달라붙었다. 놀라 몸에서 힘이 빠졌다. 물주머니가 아래로 내려갔다. 신오는 시뻘게진 얼굴로 무릎을 붙이고 해영의 손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힘으로 해영을 이길 수 없었다. 벨트가 풀리고, 바지 지퍼가 내려가더니 다리가 차례로 들려 바지가 벗겨졌다. 남은 것은 달랑 속옷 한 장뿐이었다. 해영이 브리프 아래, 심지를 세우고 있는 성기 기둥을 손으로 쥐었다.
海英的大手緊緊抓住信雄的腹肌。在驚訝中,力量從他的身體中流失。水袋滑了下去。新宇面无表情,双膝并拢,想挡住海英的手,但他的力气无法战胜海英的手。他的皮帶被解開,褲子的拉鍊被拉開,雙腿被一條接一條地抬起,直到褲子脫落。只剩下一條大朗內褲。在他的內褲下面,海英伸手去摸他勃起的陰莖。

“…으! 으응…!”  “…呃!嗯…!”

뜨거운 손이 밀가루 반죽처럼 생식기를 쳐 댔다. 튀어 오른 혈관을 쓸어내리고, 포피를 거칠게 긁으며 요도 구멍을 인정사정없이 벌렸다. 재갈만 아니었다면 신오는 낯뜨거운 비명을 목이 쉬도록 내질렀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해영의 손을 피하려 몸부림쳤지만 물러날 곳이 없었다. 등 뒤는 화장실 문이고 앞은 해영이 단단히 가로막고 선 채였다.
炙熱的手像麵團一樣拍打著生殖器。撫過突起的血管,粗暴地刮過包皮,無情地撐開尿道口。如果不是被塞住,信吾早已羞恥地尖叫到聲音沙啞。他拼命想躲開海英的手,但無處可退。背後是廁所的門,面前則是海英堅定地擋住了去路。

고환을 쓸어내리던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중지가 둔부 사이를 파고들었다. 직장 입구로 중지 한 마디가 파고 들어갔다. 눈앞이 아찔했다. 신오는 무릎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줄이 확 당겨져 목울대가 희게 튀어나오게끔 목이 젖혀졌다.
一直抚摸他睾丸的手滑了下来,中指钻进了他的臀部之间。一停就鑽進了他的直腸入口。他的眼睛眩暈了。辛歐的膝蓋屈曲,下垂。繩子使勁往後拉他的脖子,直到他的喉嚨突出來。

목 끈의 고리 부분이 경동맥 바로 위를 눌렀다.
項繩的環部分壓在了頸動脈正上方。

“흐, 흡…, 후으, 으으…!”
“嗚,吸……,呼……,呃呃……!”

산소 부족이 몽롱한 도취감을 불러일으켰다. 야릇한 쾌감에 음경 끝에서 선액이 흘러 해영의 손안이 질척해졌다. 해영이 미끈거리는 손으로 성기 기둥을 붙들고 용두질했다.
氧氣不足引發了恍惚的陶醉感。奇妙的快感使得陰莖尖端流出液體,讓海英的手變得濕滑。海英用滑膩的手握住陰莖,開始抽動。

“!!”  “!!”

눈앞이 어그러졌다. 무릎이 꺾여 허벅지 사이가 절로 떴다. 목이 졸리기 전에 해영이 어깨로 신오의 몸을 찍어 누르며 고정했다. 아픔에 헐떡이는 동안 해영의 손이 신오의 사타구니 사이로 뱀처럼 파고들었다.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여린 살을 후벼 팠다. 샅 사이의 살을 비집어 벌려 회음의 여린 살을 꾹꾹 누른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피부 아래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眼前變得扭曲。膝蓋彎曲,腿間不由自主地張開。在脖子被勒緊之前,海英用肩膀壓住信吾的身體,將他固定住。在疼痛中喘息的同時,海英的手像蛇一樣鑽入信吾的胯下。像鉤子般的手指挖掘著柔嫩的肌膚。撐開腿間的肉,緊緊壓住會陰的柔嫩肌膚。眼前閃爍著光芒。彷彿有電流在皮膚下流動。

“으, 으응! 으응…!”  “呃,呃嗯!呃嗯…!”

회음을 누를 때마다, 검지 끝이 직장 입구의 점막을 지분거릴 때마다 원인 모를 가려움과 소변을 지릴 듯한 아찔함이 번갈아 교차했다. 신오는 미친 듯이 도리질을 쳤다. 그만하라고 속으로 고함을 내질러 봤자 막힌 재갈 사이로 우스꽝스러운 비음만이 샐 뿐이었다. 허리 아래가 제멋대로 녹아나는 느낌이 끔찍했다. 묶인 손목이 허리 뒤에서 속절없이 비틀렸다. 애꿎은 손바닥만을 손톱으로 긁었다. 그래도 가려움이 가시질 않았다.
每當按壓會陰時,食指尖觸碰到直腸入口的黏膜,無法解釋的癢感和如同要尿失禁般的眩暈交替著襲來。信吾瘋狂地扭動著身體。即使在心中大喊要停止,從被堵住的口中流出的也只是滑稽的鼻音。腰部以下的感覺如同無法控制地融化,令人毛骨悚然。被束縛的手腕在腰後無助地扭動著。無辜的手掌只好用指甲去抓撓,但癢感依然無法消退。

괴로움에 벌게진 눈매를 해영이 다른 방향으로 오해했다.
海英誤解了因痛苦而紅腫的眼睛。

“제 예상보다도 더 잘 즐기시네요.”
「您享受得比我預期的還要好呢。」

남자가 어이없단 목소리로 웃었다. 그의 시선이 브리프 아래 선명하게 양감을 드러낸 신오의 성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신오는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씹어 죽여도 모자랄 놈을 밀어 내고 도망쳐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었다. 무릎 뒤가 저리고 허리가 멋대로 풀려 몇 번이나 주저앉을 뻔하다가 목이 졸리는 감각에 놀라 필사적으로 두 다리에 힘을 줬다.
男人以不可思議的聲音笑了。他的目光緊緊盯著布料下清晰顯露的信吾的性器。信吾除了搖頭否認外,別無他法。明明應該將這個該死的傢伙咬死,卻連逃跑的力氣都沒有。膝蓋後面刺痛,腰部無法自控地鬆弛,幾次差點坐下來,卻因為喉嚨被勒住的感覺驚慌失措,拼命地用力支撐著雙腿。

해영의 악의적인 수음이 자꾸 몸에서 힘을 앗아 갔다. 공포와 고통에 몸이 오히려 예민하게 반응했다. 속옷은 이미 축축하게 젖었고 불거진 성기 때문에 앞섶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주물럭대는 손길이 괴로워 신오는 새빨개진 몸으로 바르작댔다. 발버둥치는 몸짓에 해영이 잠시 손길을 멈추고 일부러 속옷 입구를 잡아 벌렸다. 천 밖으로 젖은 살덩이가 기다렸단 듯 튀어나와 크게 흔들렸다. 수치스러워 신오는 꽉 눈을 감았다. 해영이 그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세차게 용두질을 했다. 고환과 성기 끝이 남자의 손에 짓이겨졌다. 성기가 요란스레 흔들려 귀두갓 부위가 자꾸 속옷 밴드 부분에 쓸렸다. 허리를 움찔움찔 튕기며 그를 피하려 하자 해영이 반투명해진 천과 성기를 함께 붙잡고 문질렀다. 질척하게 젖은 속옷이 성기에 달라붙어 살덩이를 압박했다. 축축하고, 미끈거리고, 어떤 부분은 까슬거리기도 했다. 실제의 정사 못지않은 감각에 온전히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海英惡意的手淫不斷消耗著我身體的力量。她的身體對恐懼和痛苦的反應相當敏感。他的內褲早已濕透,襯衫的前襟也被漲大的陰莖拉得繃緊。摸索的手很痛,他用發紅的身體摩擦著。海英停止了他的觸摸,故意將內衣的開口扯開。濕漉漉的肉棒從布料中彈出,好像一直在等待著他,瘋狂地扭動著。羞愧之下,新歐緊緊閉上了眼睛。海英低頭盯著他的臉,用力地剃他的頭。他的睪丸和陰莖的尖端被男人的手捏碎了。他的陰莖瘋狂地抽搐著,而龟頭不停地摩擦著內衣的帶子。海英抓住半透明的布料和他的陰莖一起摩擦。潮濕的內衣緊緊地貼著他的陰莖,壓迫著肉體。又濕又滑,有些地方還很癢。我很難把心思放在這感覺上,這感覺就像真的一樣。

“으응, 그으, 으응…!”  “嗯,呃,嗯…!”

해영의 딴 손이 속옷을 밀치고 드러난 틈으로 파고들었다. 신오는 깜짝 놀라 묶인 손으로 그를 밀어 내려 했다. 해영이 신오를 문 쪽으로 바짝 밀쳐 손과 허리를 눌렀다. 거친 힘에 몸이 그대로 밀려 쿵 소리가 났다. 갈비뼈에 금이 간 듯했다.
海英的另一隻手穿過內衣的縫隙鑽了進去。信吾驚訝地用被束縛的手想要推開他。海英將信吾緊緊地推向門的方向,壓住了他的手和腰。粗暴的力量使身體被直接推開,發出了一聲巨響。感覺肋骨似乎都要裂開了。

신오를 꼼짝 못 하게 하고, 해영이 신오의 둔부 사이를 무감하게 문질렀다. 배설 기관에 지나지 않는 곳의 주름을 기계적으로 비벼 대는 감각이 공포를 불러 왔다. 두 다리가 겁에 질려 오므라들었다. 등줄기가 오싹해 발발 떨리는데, 기이하게도 온몸에 뜨끈하게 열이 올라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信吾動彈不得,海英無感地在信吾的臀部之間摩擦著。對於這個僅僅是排泄器官的地方,機械性地揉捏所帶來的感覺引發了恐懼。雙腿因驚恐而縮了起來。背脊一陣寒意,顫抖不已,奇怪的是全身卻熱乎乎的,兩頰紅得像是染上了顏色。

직장 입구가 문질러진 것만으로 둔부 안쪽과 아랫배 속이 근질근질했다. 개 같은 감각이다. 신오는 이마로 해영의 어깨를 밀어 내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해영은 신오가 사정할 때까지 단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정액이 터져 나와 해영의 손 안을 적시는 게 미치도록 싫었다. 발버둥을 치는 신오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꽉 누른 채 해영은 꿈틀대는 기둥을 죽죽 흔들어 정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냈다. 요도가 벌어져 물이 줄줄 흘렀다. 정액을 흡수한 천의 중앙 부위가 불투명하게 물들어 축 늘어졌다. 답답하고 찝찝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신경질적으로 허리를 들썩였다. 해영이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는 신오의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감싸고, 살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속옷을 다리 아래로 끌어 내렸다. 정액을 머금은 천이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구속구로 묶인 발목 위에 얹혔다.
光是直腸口的摩擦就讓我的內側臀部和下腹部疼痛不已。感覺就像狗一樣。申宇掙扎著,用額頭推著海英的肩膀,但海英直到申宇射出精液,都沒有退後一步。他討厭自己的精液噴射出來,濕透了海英的手。海英用膝蓋緊緊地壓住申宇掙扎的大腿,大力地搖晃著扭動的肉棒,想把最後一滴精液都弄出來。尿道口裂開了,滴出了精液。吸收了精液的布中央變得不透明,下垂著。又緊又繃的感覺讓我抓狂。我緊張地抬起腰。海英發出輕微的哼聲。 他的大手環抱著信雄的腰,把緊貼著他的肉體不肯脫下的內衣從他的腿上拉下來。沾滿精液的布料滑到他的兩腿之間,搭在他被綁住的腳踝上。

툭, 액체를 머금은 부분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가라앉았다. 그깟 천 한 장이 뭐라고 하반신이 휑한 느낌이 들었다. 신오는 수치심에 무릎을 좁혔다. 해영이 웃었다.
噗,沾滿液體的部分發出沉重的聲音,沉沉地落在地上。那一塊布料到底算什麼,讓下半身感到空蕩蕩的。信吾因為羞恥而緊緊合攏膝蓋。海英笑了。

“끈질기네. 여기까지 와서 수줍은 척을 하고.”
“真是頑強呢。竟然來到這裡還裝作害羞。”

“으, 으니, 으…!”  “呃,呃尼,呃…!”

해영이 속옷을 벗기느라 잠깐 빼냈던 손가락을 도로 신오의 몸 안에 파묻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먼저, 단단한 관절이 뒤를 이어 몸속을 침입했다. 허, 허윽, 흐…! 흐읏! 신오는 숨을 꼴딱거리며 해영의 가슴에 자신의 어깨와 뺨을 문질렀다. 싫다. 이건 너무 싫다. 눈앞이 까맣게 질렸다. 다리가 풀려 자꾸만 몸이 미끄러졌다. 목줄이 경동맥을 압박했다. 빌어먹게도 성기가 바짝 고개를 쳐들었다. 극도의 흥분에 아랫배가 딴딴하게 굳었다.
海英為了脫下內衣而短暫抽出的手指,又重新鑽進了信雄的身體。先是尖利的指甲侵入,接著是結實的關節。信雄喘著氣,用肩膀和臉頰磨蹭著海英的胸膛。我討厭這樣。我好討厭這樣。他的眼睛瞪得大大的。他的雙腿讓路,一次又一次滑倒。皮帶壓在他的頸動脈上。我的老二硬得像塊石頭我的下腹因興奮而緊繃。

손가락이 안을 쑤시고 빠져나올 때마다 둔부 안쪽이 무겁게 처지는 듯했다. 부푼 전립샘에서 배어 나온 액이 내장 속에 고이는 것 같아 끔찍했다. 발가락이 화기에 오그라든 양 멋대로 구부러지고, 발등의 얇은 피부 위로 혈관이 꼿꼿하게 섰다.
手指每次刺入內部並抽出時,臀部內側似乎都沉重地下垂。從腫脹的前列腺滲出的液體在內臟中積聚,讓人感到可怕。腳趾像是被火燒得縮起,任意彎曲,腳背上薄薄的皮膚上血管挺立。

이 상황이 미치도록 싫은데 육신은 신오의 의지를 배반한 채 쾌감에 녹아 발광했다. 급소가 억지로 벌어지는 게 뭐가 좋다고 이리 걸신들린 듯 반응하는 걸까.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제발 어서 이 미친 짓거리가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의 바람을 비웃듯 해영의 손놀림은 점점 거칠어지고 빨라지기만 했다. 이러다 몸이 영영 이상해지고 말리라. 신오는 구속구에 손목이 쓸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미친 사람처럼 해영의 손등을 긁었다.
這種情況讓人無法忍受,但肉體卻背叛了信吾的意志,沉浸在快感中發狂。為什麼這樣強行張開要害的感覺會讓人如此反應,就像被鬼神附身一樣?我快要失去理智了。真希望這瘋狂的事情能快點結束,但海永的手勢卻越來越粗暴,速度也越來越快。這樣下去身體肯定會永遠變得不正常。信吾對手腕被束縛的感覺毫不在意,像個瘋子一樣抓著海永的手背。

해영이 신오의 뺨을 붙들고 물었다.
海英抓住信吾的臉頰問道。

“계속 귀엽게 굴 거죠?”
“你會繼續可愛下去吧?”

해영의 손톱이 전립선을 세게 긁어내렸다.
海英的指甲狠狠地刮到了前列腺。

“-!!”

만일 입이 벌어져 있었다면 엉망진창의 신음을 내지르며 발작했을 것이다. 신오는 배와 가슴을 비틀며 울부짖었다. 해영이 허공에서 흔들리는 신오의 성기를 잡아채 선액에 흠뻑 젖어 벌름대는 신오의 요도 구멍을 세차게 비볐다. 감각의 파고가 몰려들어 눈앞이 희게 질렸다. 요도를 찔릴 때마다 뇌가 뭉개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신오는 허리를 뻣뻣하게 굳히며, 재갈을 혀로 세게 밀어 냈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한 치의 누실 없이 쌓이고 쌓여 끝이 왔다. 경련 끝에 허리 위로 잔물결이 짜르르 흘렀다. 해영의 손 안이 신오가 울컥 토해 낸 정액으로 희게 물들었다.
如果他的嘴巴張開的話,一定會發出混雜的呻吟聲。信雄哭喊著,扭動著肚子和胸膛。海英憑空抓住申雄擺動的陰莖,使勁地在他被腺液浸透的尿道口摩擦。信雄的眼睛因為澎湃的感覺而泛白。尿道口的每一次刺痛,都讓他感覺腦袋像是被壓碎了一樣。欣兒挺起背脊,用舌頭用力抵住塞口。一切都沒有改善。所有的感覺一絲不苟地堆疊著,堆疊著,到了最後,漣漪在他的背上淌下,痙攣著。海英的手被信雄喊出的精液染白了。

온몸이 떠올라 구름 속에 잠겼다가 갑작스레 추락했다. 벌겋게 달아올랐던 뇌가 일시에 전소해 재만을 남겼다. 풀썩, 무언가가 힘없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탈력감에 무릎이 꺾여 제 몸이 쓰러지는 소리였다. 사지가 중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맥없이 흔들렸다. 위험하단 걸 알면서도 몸이 축 늘어지는 걸 막지 못했다. 물주머니가 위로 딸려 오며 신오의 목을 사정없이 조였다. 컥,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은 충격이 닥쳤다. 신오의 성기가 그에 자극받은 듯 재차 정액을 지렸다. 방울, 방울마다 온몸의 기운이 빨려 나가 손끝이 차가워졌다. 안 돼, 죽어, 죽을 것…. 뚝뚝, 침과 정액이 신오의 허벅지 위로 떨어져 엉겼다가 이내 미끄러져 객실 바닥에 고였다.
全身浮起,沉浸在雲端中,卻突然墜落。通紅的腦袋瞬間被燒盡,只剩下灰燼。啪嗒,一聲無力崩潰的聲音傳來。因為無力感,膝蓋彎曲,身體倒下的聲音響起。四肢無法抵抗重力,無力地搖晃著。明知危險,卻無法阻止身體的無力垮掉。水袋向上拉扯,無情地勒住了新奧的脖子。咔嚓,頸椎似乎要斷裂的衝擊襲來。新奧的性器似乎受到刺激,再次射出了精液。滴答,滴答,每一滴都吸走了全身的氣力,手指變得冰冷。不要,死去,會死的……滴滴,唾液和精液滴落在新奧的大腿上,交織在一起,隨即滑落,聚集在客艙的地板上。

찰칵,  喀嚓,

그 모습을 해영이 싸구려 일회용 카메라로 찍었다.
海英用一台便宜的一次性相機拍下了那個場景。

“?”  「?」

절정의 감각이 너무 거셌던 탓에 신오는 한참을 시체처럼 늘어져 있다가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 눈까풀을 깜빡여 흥건한 눈물을 떨어뜨린 뒤, 신오는 눈앞 상황을 파악하려고 눈을 부릅떴다. 이미 늦었다. 찰칵, 찰칵, 카메라 렌즈가 신오의 몸 이곳저곳을 탐욕스레 오가며 한참 사진을 찍고 있었다.
絕頂的感覺過於強烈,信吾像屍體般癱軟了好一會兒,才勉強恢復意識。他眨了眨眼,淚水濕潤了眼眶,然後努力睜大眼睛想要了解眼前的情況。已經太遲了。咔嚓,咔嚓,攝影機的鏡頭貪婪地在信吾的身體各處游走,拍攝著照片。

이 개새끼는 돌아도 보통 돈 놈이 아니었다. 신오는 분노로 머리가 타 버릴 것만 같았다. 불행히도 그는 이것이 몇 번째 셔터음인지도 가늠이 되질 않았다. 정액을 지리며 절정에 달한 모습이 필름에 담겼을 거란 확신에 온몸이 벌벌 떨렸다.
這隻狗崽子可不是普通的混蛋。信吾的怒火幾乎要燒盡他的頭腦。不幸的是,他根本無法判斷這已經是第幾次快門聲。全身顫抖著,他確信那種在高潮時的樣子已經被拍攝下來。

최악의 사태였다. 해영이 찍은 사진을 이용해 저를 얼마나 귀찮게 할지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 분한 마음에 재갈을 물고 으르렁거렸다. 해영이 그 일그러진 표정에 대고 한 번 더 셔터를 눌렀다.
最糟糕的情況發生了。光是想像海英會用她拍的照片來怎麼折磨我,就讓我感到作嘔。心中憤怒,我咬緊牙關低吼著。海英對著那扭曲的表情又按下了一次快門。

작작 하라고 뭉개진 고함을 지르며 신오는 고개를 한껏 젖히고, 어깨를 움츠렸다. 그래 봐야 렌즈를 피할 수 없었다. 해영이 신오의 셔츠 단추를 풀어 젖꼭지 끝을 어루만졌다. 살을 잡아당기고, 그를 살살 돌리며 성감을 이끌어 냈다. 말랑하던 살덩이 끝을 붙들고 그를 오래도록 공들여 어루만져 끝을 세웠다. 그리곤 벌겋게 일어선 그 끝에 정액을 덧발랐다. 발기한 젖꼭지 끝에 젖빛 체액이 망울졌다. 남자가 작위적으로 연출한 모습에 기가 막혔다. 신오는 가슴을 좁히고 어깨로 남자를 밀어 내려 했다.
隨著一聲低沉的喊叫,Xin'o 頭也不回地縮起了肩膀。即使如此,他還是無法避開鏡頭。Hae-young 解開了 Shin-oh 襯衫的鈕扣,輕撫他的乳尖。他扯著肉,圍繞著他,引出他的性感帶。他握住柔軟的肉尖,長期用力地撫摸,使他變硬。然後用她的精液塗在他勃起的頂端。她勃起的乳頭頂端閃爍著乳白色的液體。男人藝術性的手法令人嘆為觀止。蕭曉收起胸膛,用肩膀將他壓在身下。

해영은 그를 이용했다. 그는 저항하는 신오의 몸짓이 마치 교태처럼 보이는 순간을 노려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대는 소리마다 신오는 눈을 깜빡였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하려는 걸까. 남자는 기어이 필름 한 통을 다 쓸 모양이었다.
海英利用了他。她瞄準了信吾抵抗的身姿,瞬間看起來就像是在撒嬌,迅速按下了快門。每當咔嚓聲響起,信吾都眨了眨眼。腦海裡一片混亂。這種事情要持續到什麼時候呢。那個男人似乎真的打算把整卷膠卷都用完。

해영이 신오의 속내를 읽은 듯 말했다.
海英似乎看透了信吾的心思,開口道。

“아직 열두 장 더 남았어요. 이번엔 다른 콘셉트로 찍어 보실래요?”
“還剩下十二張呢。這次想試試不同的概念嗎?”

“……?”  「……?」

해영이 견인기가 들어 있던 포장지를 넓게 벌렸다. 무얼 하려는지 두려웠다. 바짝 굳은 신오의 얼굴 위로 해영이 비닐을 씌웠다.
海英大大地撐開了裝著拖車的包裝紙。她感到一陣恐懼,不知道她要做什麼。海英將塑膠袋緊緊地覆蓋在緊繃的信吾臉上。

“!”  “!”

신오는 해영이 어떤 플레이를 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목을 조르는 것도 모자라 신오의 호흡까지 통제할 생각이었다. 신오는 제가 눈도장을 찍은 남자가 상상을 초월한 미친놈이란 사실에 당황했다. 이 상황이 무척이나 즐겁단 듯 말갛게 웃는 남자의 모습에 신오는 정신이 멍해졌다.
信吾立刻察覺到海英想要進行什麼樣的行動。不僅要勒住她的脖子,甚至還想控制信吾的呼吸。信吾對自己所看上的男人竟然是個超乎想像的瘋子感到驚訝。在這種情況下,看到那個似乎非常享受的男人清澈的笑容,信吾的思緒變得恍惚。

개새끼.  狗崽子。

“제가요?”  “我嗎?”

해영이 볼우물이 패게 웃으며 신오를 비웃었다. 네가 비난할 자격이 되느냐는 반문이었다.
海英的圓形水井笑著嘲笑著信吾,似乎在反問他是否有資格指責。

머리를 빙빙 돌리며 피하는 걸 해영이 목덜미를 잡아 경동맥을 꾹 눌렀다. 신오는 시뻘게진 얼굴로 턱을 내려 그 손목을 찍어 누르려 했다. 웃기지도 않는 저항에 해영이 쥐고 있던 성기를 부러뜨릴 듯 거칠게 쥐었다. 생리적인 눈물이 줄줄 흘렀다.
海英一邊轉動著頭,試圖躲避,卻被抓住脖子,狠狠地壓住了頸動脈。信奧面色通紅,低下下巴想要壓制她的手腕。對於這種根本不值得一笑的抵抗,海英握著的生殖器似乎要被她粗暴地捏斷。生理性的淚水不斷流下。

몇 번의 드잡이질 끝에 해영이 플라스틱 봉투를 완전히 신오의 얼굴에 씌웠다. 답답하다. 깊게 들이쉰 들숨에 플라스틱 봉투가 신오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눈물과 땀이 플라스틱에 달라붙어 시야를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
經過幾次拉扯,海英終於將塑膠袋完全蓋在信吾的臉上。感到窒息。深深吸入的氣息讓塑膠袋緊緊貼在信吾的臉上。眼淚和汗水黏附在塑膠上,讓視線更加模糊。

“……!”  “……!”

이번엔 정말로 죽을지도 몰랐다. 범해영이 비닐 아래로 비친 신오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입술을 핥았다. 미친 새끼, 개새끼! 신오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발광했다.
這次真的可能會死。範海英看到塑膠下透出的申奧哭泣的臉龐,舔了舔嘴唇。瘋狂的傢伙,狗屎!申奧肩膀顫抖著,發狂了。

순간, 물주머니가 밑으로 처졌다.
瞬間,水袋向下垂了下來。

목이 졸렸다. 신오는 다 죽어 가며 꺽꺽 울었다. 그 사이에 가랑이가 억지로 벌어졌다. 구멍 바로 아래로 차가운 금속 막대가 달라붙었다. 기다란 끝이 핀셋처럼 직장 입구를 이리저리 벌렸다. 치가 떨렸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신오는 분해 눈물을 흘렸다.
脖子被勒住了。信吾快要窒息,發出啾啾的哭聲。在這期間,腿部被強行撐開。冷冰冰的金屬棒緊緊貼在洞口下方。長長的尖端像鑷子一樣在肛門入口處來回撥弄。牙齒顫抖著。再也無法忍受了。信吾流下了憤怒的淚水。

“대표님이 목 졸리는 걸 좋아하시는 건 확인했습니다. 이제 여길 쑤셔 주면 얼마나 좋아하실지만 알아보면 되겠네요.”
“我已確認代表喜歡被掐住脖子的感覺。現在只要知道如果在這裡插入的話,他會有多麼喜歡就可以了。”

해영이 손에 쥔 물건의 손잡이를 회음에 비비며 겁을 줬다. 신오는 남자가 든 기다란 막대 같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제가 준비한 게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막대기가 구멍 입구를 재차 장난스럽게 찔렀다. 신오는 두려움에 몸을 굳혔다. 막대가 그대로 구멍을 쑤시고 들어올 것이 두려웠다.
海英用手中的物品把手柄摩擦在會陰上,嚇了她一跳。信吾完全無法猜測那根男人手中拿著的長棍子究竟是什麼。在她還沒來得及辯解這不是自己準備的時候,棍子又一次調皮地戳向了洞口。信吾因恐懼而僵住了身體。她害怕那根棍子會直接刺進洞裡。

허벅지를 바짝 조이고 둔부를 들어 올려 남자의 손길을 피하려 했다. 해영이 벌주듯 커다란 손으로 고환과 음경을 쥐고 비볐다. 음모에 엉겨 말라붙은 정액이 버석거리는 소리를 냈다. 끔찍한 마찰감이었다. 이로 물고 있는 고무공 사이로 습기 찬 단 숨이 터져 흘렀다. 습기로 온 얼굴이 축축했다. 성기 끝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귀두 끝이 코팅한 것처럼 흠뻑 젖어 번들거렸다. 선액이 줄줄 흐른다. 다시 절정이 다가오는 것이 괴로웠다.
她把大腿擠在一起,抬起屁股躲避他的碰觸。海英的大手捏揉著他的睪丸和陰莖,像是在懲罰他。乾涸的前精液在他的陰毛上滑動。這是一種可怕的摩擦。短促、濕潤的呼吸從他牙齒間的橡膠球逸出。我的臉濕漉漉的。他的陰莖尖端也是如此。他的陰莖頂端也是一樣,濕淋淋的,像塗了一層膜一樣閃閃發光。腺液在滴落。臨近的高潮令人痛苦不堪。

해영의 엄지가 신오의 항문, 주름 입구를 엄지로 더듬었다. 근육의 경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남자는 구멍의 수축과 이완을 손끝으로 느끼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오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때를 노려 구멍 속에 기구를 찔러 넣을 것이 분명했다.
海英的拇指探入信娥的肛門,也就是她的褶皺入口。來檢查肌肉的僵硬程度他用指尖感受洞口的收縮與放鬆,等待適當的時機。他要在信王最痛苦的時候,將器具插入洞中。

“……!”  “……!”

금속 막대가 쑥, 안을 찔러 들었다가 바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숨을 뱉으며 내지른 비명에 비닐이 밀려났다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했다. 본능적 거부감에 신오는 둔부를 정신없이 들썩거렸다.
金屬棒子猛然刺入,隨即又從裡面拔出。隨著一聲喘息般的尖叫,塑膠袋被推開,然後黏在了臉上。出於本能的拒絕感,神奧的臀部不由自主地顫動著。

해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海英低聲說道。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我知道您會喜歡的。”

신오는 아니라고 도리질 쳤다. 해영이 거짓말 말라며 고개를 기울였다. 금속 막대가 더 깊은 곳까지 살을 비집고 들어갔다. 내장에 칼날이 닿는 듯했다. 끔찍한 한기에 신오는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막대가 안에서 회전했다. 가벼운 쇼크 상태에서 구역질이 확 치받았다. 위액에 목이 쓰라렸다. 눈물이 뚝뚝 떨어져 비닐 안을 흥건하게 적셨다.
信吾否認了。海英搖頭說他不要說謊,微微側著頭。金屬棒深入肉體,似乎要刺入內臟。可怕的寒意讓信吾彎下了腰。棒子在裡面旋轉。輕微的震驚讓他感到噁心。胃酸讓喉嚨刺痛。眼淚滴滴答答地落下,將塑膠袋浸濕。

신오의 허리가 마구 비틀리는 걸 내려다보면서도 해영은 손길에 주저함이 없었다. 금속 막대로 여린 안을 마구 들쑤셔 찔러 대는 통에 속이 다 헤어질 것만 같았다. 몸이 긴장해 조여들며 막대가 안으로 쑥 파고들었다. 뭉툭한 끝이 예민한 부위를 쿡쿡 찔러 댔다. 거대한 침이 몸속에 틀어박힌 듯했다. 막대는 신오의 몸속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호흡이 가빠지며 막대가 안을 찌르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가로로 긴 손잡이 부분이 회음을 깊게 눌렀다. 야릇한 쾌감에 아래를 조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막대 끝이 신오가 진저리치는 부분을 길게 눌렀다.
海英毫不猶豫地撫摸著她,即使他看著欣歐因痛苦而扭曲的背脊。金屬棒在她體內戳來戳去時,她的內臟好像要裂開似的。金屬棒插入時,她的身體繃緊了又繃緊。鈍頭在敏感部位戳來戳去。感覺就像一根巨大的針插進了他的身體裡。肉棒隨著 Xin'o 身體肌肉的運動而移動。隨著他呼吸的急促,肉棒刺入的速度也越來越快。橫向的長柄深深壓入她的會膜。情慾的快感增加了向下的壓力。肉棒的尖端壓在欣澳的肉縫上。

“으응…! 으응!!”  “嗯…!嗯!!”

허리가 녹았다. 악질적인 고통과 쾌감에 정신이 확 날아갔다. 최악의 끝을 달렸다. 위기감이 머릿속을 덮쳤다. 과천 별장의 침실 안, 귀신을 받아 내며 개구리처럼 넓게 벌린 가랑이 사이가 발발 떨리도록 절정을 겪었던 때가 떠올랐다. 공포로 흉곽이 울렁거렸다.
腰部融化了。惡劣的痛苦與快感讓我的意識瞬間飛散。最糟糕的結局正在逼近。危機感籠罩了我的腦海。在過天別墅的臥室裡,回想起那時我像青蛙一樣大張著腿,迎接著鬼魂,感受到顫抖的巔峰。恐懼讓我的胸腔翻騰不已。

해영이 물었다.  海英問道。

“계속 더 하실 거죠? 쓸 돈이 있는데 여기서 그만두기 아깝잖아요.”
“您還會繼續嗎?有錢可以花,這裡停下來太可惜了。”

아니다.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不是的。我真的不想那樣。

신오는 뒤늦게 절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잘못했어. 네 말이 옳아.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입술을 크게 벌리고 뻐끔댔다. 해영이 어서 제 말을 알아듣고 저 끔찍한 것을 제발 빼 줬으면 했다. 이 미친놈은 내장을 막대로 쑤셔 저를 출혈 과다로 죽이고도 남을 놈이었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온몸을 다해 빌었다.
信吾在遲來的時刻急切地搖了搖頭。錯了。你的話是對的。因為我錯了,就這樣結束吧…!我無法發出聲音。嘴唇大張著,卻只是無聲地蠕動。希望海英能快點明白我的話,求你把那可怕的東西拿走。這個瘋子用棍子戳進內臟,足以讓我因失血過多而死去。求你,求你,別這樣,我全身心地祈求著。

해영이 웃었다. 그가 공포에 벌겋게 달아오른 신오의 귓불을 피가 날만치 세게 물었다.
海英笑了。他用力咬住因恐懼而紅得發燙的信吾耳垂,幾乎要出血。

막대가 스폿을 제대로 눌렀다.
棒子正確地壓住了點。

“!”  “!”

신오의 손가락이 관절이 희게 불거지도록 구부러진 채 딱딱하게 굳었다.
新奧的手指彎曲得關節變得蒼白,僵硬地凝固了。

끈이 한층 세게 목을 졸랐다. 성기를 틀어쥔 손놀림이 바빠졌다. 의식이 끊기는 간격이 점차 짧아진다. 해영의 손짓에 따라 물주머니가 오르락내리락했다. 경동맥이 납작하게 짜부라졌다가 회복되었다 하며 심장과 뇌로 향하는 피를 막고 틔우길 반복했다. 세상 모든 게 얇은 플라스틱 백으로 화해 신오의 온몸에 바짝 달라붙었다. 신오는 그 안에 시신처럼 누워 숨을 멈췄다.
繩子越來越緊地勒住了脖子。握住性器的手勢變得急促起來。意識斷開的間隔逐漸縮短。隨著海英的手勢,水袋上下起伏。頸動脈被壓扁又恢復,反覆阻擋並釋放流向心臟和大腦的血液。世界上的一切都像薄薄的塑膠袋一樣緊緊貼在新奧的全身上。新奧像屍體一樣躺在裡面,停止了呼吸。

아, 안 돼… 안 돼…. 크게 뜨였던 신오의 눈이 게슴츠레 흐려졌다. 비닐 속이 온통 습기로 축축해 뿌옇게 흐려졌다. 속눈썹이 젖어 눈까풀이 천근만큼 무겁게 내려앉았다. 신오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한번 눈까풀이 닫혔다간 영영 눈을 뜰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啊,不行…不行…. 瞬烏的眼睛大睜著,卻漸漸變得模糊。塑膠袋裡全是潮濕,變得朦朧不清。睫毛濕潤,眼皮沉重得像千斤一樣垂了下來。瞬烏拼命不讓自己閉上眼睛。因為一旦眼皮閉上,就再也無法睜開了。

그러나 쉽지 않았다. 숨이 폐에 닿지 않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눈앞이 까맣게 질렸다 희게 탈색되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산소 부족으로 머릿속이 먹먹해졌다. 뇌가 질식당하는데, 그것이 기묘하게 기분 좋았다. 신오는 쾌감에 멍해진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다 눈을 감았다.
然而並不容易。無法呼吸的時間逐漸延長。眼前變得漆黑,反覆感覺到變得蒼白。因為缺氧,腦袋變得昏沉。大腦在窒息中,這種感覺奇妙地讓人愉悅。信吾以快感麻木的目光凝視著空中,然後閉上了眼睛。

어둠이 밀려와 정신이 한층 깊게 가라앉았다. 무저갱의 바닥으로 혼이 끌려갔다. 플라스틱 백의 지퍼가 영영 닫히는 환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죽음과 맞닿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쾌락이 피어올랐다.
黑暗湧來,意識愈加沉淪。靈魂被拖向無底深淵的底部。塑膠袋的拉鍊在腦海中永遠關閉的幻覺佔據了我的思緒。在與死亡相接的地方,無法形容的快感悄然綻放。

사지가 축 늘어졌다.  四肢無力地垂下。

몸이 아예 허공에 떠올라 발끝이 땅에 닿지 않는 듯한 느낌이 닥쳤다. 나무 아래 매달린 시신이 된 기분이었다. 신오는 지금 이곳이 아닌, 그 옛날, 그 어떤 이상한 곳으로 혼이 끌려가 그곳에서 목이 매달리는 듯한 착란에 빠졌다.
身體彷彿完全懸浮在空中,腳尖似乎無法觸及大地。感覺就像是懸掛在樹下的屍體。信吾此刻並不在這裡,而是被牽引到那遙遠的過去,陷入一種在某個奇異之地上吊的錯亂中。

환각이 피어올랐다. 시선 너머로 줄로 나무에 사람을 매다는 남자가 보였다. 뒷모습이 익숙하다. 그는 조씨 집안 귀신이 아직 사람이던 시절의 모습이었다.

꿈이로구나.

신오는 살인자가 누군가를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는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너 이, 름, 큿! 헉, 흣! 이, 름이, 큿! 뭐…야?’

목줄에 매달린 희생자가 분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살인자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려 주면 어떻게든 찾아내 잡아 죽이려고? 안됐지만 이 양반아, 내 본명을 아는 건 날 낳은 어머니뿐이야. 귀신들도 내 이름은 모르거든?

‘크, 흣, 이, 이놈…!’

희생자는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풀린 목줄을 풀 수는 없었다. 살인자는 희생자를 최대한 길게 고통을 주어 죽인 뒤, 그의 호패를 훔쳤다. 이렇게 훔친 이름과 신분으로 양반가의 자제인 척하며 얼마간 호의호식할 수 있을 터였다.

저를 겁간한 양반 놈을 돌로 쳐 때려눕히고 그의 신분을 훔쳤던 첫 범행 이후 이리 살아온 것이 십수 년이다. 거짓 이름, 거짓 신분으로 살길 반복해 이젠 저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누가 과연 절 붙잡아 복수할 수 있단 말인가. 귀신도 저는 찾지 못할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두고 봐야죠.”

“……?”

해영이 신오의 꿈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대체 뭘까. 설마 제 눈빛만 보고 속마음을 읽은 걸까. 신오가 얼떨떨해하는 사이에 해영은 비닐을 치우고, 쾌감에 백치처럼 흐리멍덩해진 신오의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찍었다. 찰칵, 찰칵, 신오는 조씨 집안 귀신 꿈에 사로잡혀 있다가, 연이은 소음에 눈을 끔뻑거리며 어렴풋이 정신을 차렸다.

“으? 아…?”

하반신이 마비된 듯 감각이 둔중한가 싶더니, 몸 안에 든 것이 다시 어딘가를 찌르자 몸이 확 뜨거워졌다. 힘없이 무릎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발가락으로 미끄러지는 몸을 겨우 지탱했으나 목이 가볍게 졸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눈앞이 하얗게 질리는 압박감에 재차 사정했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절정이었다. 거의 묽다시피 한 액이 성기 끝에 망울졌다가 허벅지 사이를 타고 줄줄 흘렀다.
下半身似乎麻痺了,感覺遲鈍,當身體裡的某樣東西再次刺痛時,身體瞬間變得燒灼般的熱。無力的膝蓋幾乎要軟倒在地。勉強用腳趾支撐著滑動的身體,但無法阻止輕微的昏昏欲睡。眼前因壓迫感而變得一片白茫茫,再次懇求著。這已經是第幾次的巔峰了。幾乎如水般稀薄的液體在陰莖的尖端聚集,然後沿著大腿之間流淌而下。

“아, 흐흐, 으응….”  “啊,呵呵,嗯……。”

야릇한 교성이 귓전을 맴돌았다. 누가 저리 다 죽은 짐승처럼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걸까. 신오는 제 육신과 한 발 떨어진 구석에서 방황하며 몸을 웅크리고 귀를 막았다. 어차피 저 시신을 수습하는 건 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잠시라도 미루고 싶었다. 고통에 비틀린 푸른 발을 곧게 펴고 싶지 않았다. 망자의 피부를 쥔 순간 그 한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감촉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다.
怪異的呻吟在耳邊迴盪。究竟是誰在發出像死去的野獸般的痛苦聲音?信吾在與自己肉身相隔一腳的角落裡徘徊,蜷縮著身體捂住耳朵。反正收拾那具屍體的事是他的工作。然而,他卻想暫時推遲這件事。他不想伸直那雙因痛苦而扭曲的藍色腳。因為他已經知道,握住亡者的皮膚那一瞬間,那股寒意滲透到骨髓的感覺是多麼可怕。

“질질 싸네. 그렇게 좋으세요?”
“真是無聊。你這麼喜歡嗎?”

해영의 목소리가 수면 너머에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말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신오는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상대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 입이 헤벌어졌다. 플라스틱 봉투와 재갈이 한참 전에 치워졌음에도 그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힘이 풀린 턱 아래로 뚝뚝, 맑은 침이 흘러내렸다.
海英的聲音在水面之上聽起來模糊不清。她在說什麼,完全無法理解。信吾努力用微微睜開的眼睛捕捉對方的身影。嘴巴微微張開。儘管塑膠袋和口塞早已被收走,他卻沒有察覺到這一點。鬆弛的下巴下,清澈的唾液滴滴流下。

그 모습을 해영이 야무지게 필름에 담았다.
海英將那一幕牢牢地拍攝在膠卷上。

의식이 암전됐다.  意識陷入了黑暗。


***


“…….”  “……”

신오는 배가 속초에 도착하기 직전에 의식을 되찾았다. 의식이 끊긴 뒤 바로 잠들었는지 그는 침대 위에 엎드려 누운 꼴이었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해영이 뒷수습을 하고 간 것일까. 객실 안은 어제 그가 벌인 행각을 짐작할 수 없을 만치 깨끗했다. 견인대도 물주머니도, 그 끔찍한 금속 기구도 없었다. 오로지 그대로인 것은 신오의 몸뿐이었다. 해영은 나체인 신오가 땀에 젖은 셔츠 한 장만을 달랑 입고 있게 놔두었다. 누군가에게 들켜 망신을 당하길 바란 듯했다.
信奧在船隻即將抵達束草之前恢復了意識。在失去意識後,他似乎立刻就沉沉入睡,現在正趴在床上。他坐起身來,四處打量。是海英來收拾善後了嗎?客房內一片乾淨,完全無法想像他昨天所做的事情。牽引帶、水袋,以及那可怕的金屬器具都不見了。唯一保持原樣的只有信奧的身體。海英讓赤裸的信奧只穿著一件沾滿汗水的襯衫,似乎是希望他被某個人發現而感到羞恥。

“미친놈. 개, 새끼….”  “瘋子。狗,混蛋……。”

신오가 다 죽어 가는 꼴을 보며 해영이 즐거이 웃던 것이 기억났다. 끔찍함에 손이 떨렸다. 신오는 붙박이장을 열어 여벌의 셔츠와 속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다 흔적 없이 묻고 싶었다.
看著信吾快要死去的樣子,海英愉快地笑著的情景讓我記憶猶新。可怕得讓我手都在顫抖。信吾打開了壁櫥,拿出多餘的襯衫和內衣換上。我想將在這裡發生的所有事情都毫無痕跡地埋藏起來。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어디에도 견인기와 기타 물건을 넣었던 브리프케이스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해영이 챙겨 간 것이 분명했다.
但是那樣做是不可能的。無論在哪裡,都看不到裝有拖車和其他物品的公事包。這明顯是海英帶走的。

남자는 신오의 추잡한 모습을 찍은 일회용 카메라도 함께 가져갔다. 신오는 치미는 분노에 이를 북북 갈았다.
男人帶走了拍下信吾卑劣模樣的一次性相機。信吾因憤怒而怒火中燒。

몸을 추슬러 겨우 집에 돌아왔으나 정신이 온전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신오는 김 비서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에 들어왔다. 코트를 벗고, 목을 꽁꽁 싸맸던 머플러를 풀어 바닥에 던졌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굉장했다. 목과 손목에 든 퍼런 멍은 며칠이 지나도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니었다.
身體勉強地回到家中,但要讓精神完全恢復卻還需要一段時間。信吾對金秘書的問候聽得模糊不清,便進了家。脫下外套,將緊緊包裹著脖子的圍巾解開,隨手扔在地上。鏡子中映出的樣子令人驚訝。脖子和手腕上的青紫瘀傷,幾天內是無法輕易消失的。

스탠드를 들어 거울을 내리쳤다. 표면에 금이 간 뒤에도 쿵쿵 내리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유리가 조각나 잔해가 사방에 튀었다. 그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 스탠드를 벽에 내던져 박살 내고 그 잔해들을 구둣발로 짓이겼다.
我舉起檯燈猛擊鏡子。即使表面出現了裂痕,我仍然不停地重擊。玻璃碎裂,殘骸四散飛濺。這樣還無法平息我的怒火,我將檯燈扔向牆壁,將其砸得粉碎,然後用靴子踩碎那些殘骸。

사지를 움직일 때마다 몸속 여기저기서 뼈마디가 흔들리듯 듯한 뻐근함이 느껴지고, 몸속 깊은 곳이 욱신거렸다. 막대가 내장을 찔러 대던 감각이 생생하다. 그를 피하고자 우스꽝스럽게 엉덩이를 흔들어 댔던 제 몰골과 결국 허벅지를 좁히고 줄줄 사정했던 것까지 모두 기억났다. 그를 찍던 카메라 셔터 소리를 생각하자 환장해 딱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미치도록 화가 났다. 신오는 축축 처지는 몸에서 힘을 짜내 발광하며 방 안의 세간을 부쉈다.
每當四肢移動時,身體裡的骨節彷彿在搖晃,感受到一種僵硬的疼痛,內心深處也隱隱作痛。那根棍子刺入內臟的感覺依然鮮明。為了躲避他,我滑稽地搖擺著臀部,最終卻是緊縮大腿,流下了淚水,這一切都歷歷在目。想到拍攝他的相機快門聲,我幾乎要瘋掉了,心中充滿了無法抑制的怒火。信吾在這具沉重的身體中擠出力量,瘋狂地摧毀著房間裡的所有物品。

분이 풀리는 것보다 탈진이 더 빨랐다. 벽걸이 TV까지 내던지고 나자 눈앞이 핑 돌았다. 신오는 자리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씩씩거렸다. 허옇게 질린 얼굴에 눈매만 벌겋게 독이 올라 있는 게 느껴졌다. 해영이 저 어딘가에서 저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아 속이 뒤집혔다. 고작 그 정도로 지쳐 나가떨어질 거면서 감히 절 범하려 했던 거냐고 킬킬대는 환청이 귀를 괴롭혔다. 신오는 오기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憤怒消散的速度不及疲憊來得快。當我把壁掛電視扔出去後,眼前一陣眩暈。信吾坐在地上,冷汗直流,氣喘吁吁。臉色蒼白,只有眼神中透出一絲紅毒。彷彿海英在某個地方嘲笑著我,讓我心中翻騰。竟然只是這點疲憊就要倒下,卻還敢想要侵犯我,耳邊響起的嘲笑聲讓我無法忍受。信吾憑著一股勁站了起來。

“…개새끼, 너 어디 한번 두고 봐.”
“…狗崽子,你等著瞧吧。”

신오는 박인태가 알려 준 범해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단 연결음만이 이어졌다. 머릿속이 벌겋게 불이 붙었다. 놈을 당장 끌고 와 제가 당한 일을 백 배로 갚아 줘야 했다.
信吾撥打了朴仁泰告訴他的範海英的電話號碼。只有關機的連接音不斷響起。腦海中一片火紅。必須立刻把那傢伙拖來,讓他百倍奉還我所遭受的痛苦。

신오는 박인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信吾撥打了朴仁泰的電話。

“박 사장, 범해영 그 새끼, 당장 내 집으로 끌고 와요. 범해영 그 갈아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박 사장이 교육을 어떻게 한 겁니까?”
“朴社長,把範海榮那小子立刻帶到我家來。範海榮那個連吃了都不夠的傢伙,朴社長你是怎麼教他的?”

박인태가 당황한 투로 저도 연락이 안 되는 둥 변명을 늘어놓았다. 말은 길었으되 결론은 해영을 데려올 수 없단 얘기였다. 뚜껑이 열렸다. 신오는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朴仁泰驚慌失措地說著聯絡不上等藉口。雖然話說得很長,但結論就是無法帶海英過來。蓋子打開了。申烏用混合著金屬聲的嗓音大喊了起來。

“개소리 작작 하고 어떻게든 그 자식 내 앞에 데려와! 너네 그 같잖은 소속사든 뭐든 싹 다 조져 버리기 전에!”
“閉嘴,快把那小子帶到我面前!在你們那可笑的經紀公司之前,全部都給我徹底搞定!”

분노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떨림만이 남았다. 신오는 휴대 전화기의 바디가 손안에서 미끈거리는 걸 뒤늦게 느꼈다. 액정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액정에 대고 있던 뺨에도 피가 묻어났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발광하는 동안에 어디에서 피부가 찢긴 듯 베인 곳마다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욕을 짓씹으며 욕실로 가 상처를 씻고 얼굴을 닦았다. 물이 닿은 곳마다 쓰라림이 솟았다. 생살이 종이에 베인 듯한 촉감이 기분을 더럽게 했다. 아예 펑펑 피가 쏟아져 고통이 강해지는 편이 나았다. 손을 세게 쥐고 신오는 욕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憤怒如退潮般消散,只剩下顫抖。信吾遲遲感受到手機的機身在手中滑溜。螢幕上沾滿了血跡。臉頰上也沾染了血。展開手掌,發現在發光的過程中,皮膚似乎在某處被撕裂,血液正從每一處傷口滲出。咒罵著走向浴室,清洗傷口並擦拭臉龐。水觸碰的地方都傳來刺痛感。生肉般的觸感讓心情變得糟糕。與其讓血流如注,痛苦加劇,倒不如這樣。信吾緊握雙手,重重地坐在浴室的地板上。

“개새끼, 개새끼, 시팔….”  「狗崽子,狗崽子,該死……。」

말을 뱉을 때마다 목에서 피 냄새가 올라왔다. 목구멍이 쓰라려 꿀떡꿀떡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움직일 때마다 멍이 든 부분이 자극되어 아팠다. 멍 자국을 만져보다 보니 손끝이 열로 후끈거렸다.
每當說話時,喉嚨裡都彷彿冒出血腥味。喉嚨刺痛,我不由自主地吞了吞口水。每當喉結移動時,淤青的部位就會受到刺激,感到疼痛。當我觸碰到淤青的痕跡時,手指尖感到一陣熱辣。

신오는 목 부위 외, 제 몸의 다른 곳이 어떤 상태인가를 살폈다. 내려다본 손목과 발목엔 구속구에 쓸린 흔적이 선명했다. 셔츠 안 가슴팍을 쓸어내리자 유두 끝에서 정액이 가루가 되어 묻어났다. 구역질이 치받았다. 신오는 옷을 입은 채로 샤워기를 틀었다. 물줄기가 땀과 체액을 씻어 냈다.
信吾除了脖子外,檢視了自己身體其他部位的狀況。低頭看著手腕和腳踝,清晰可見被束縛器磨擦的痕跡。當我撫摸著襯衫內的胸口時,乳頭尖端沾上了變成粉末的精液。噁心感湧上心頭。信吾穿著衣服打開了淋浴器。水流沖刷著汗水和體液。

몸을 다 씻고 나니 완전히 맥이 풀렸다. 욕조 밖을 벗어날 힘이 없다. 신오는 뜨거운 물을 맞으며 욕조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삼십 분을 그리해도 몸이 계속 떨렸다. 여간해선 한기가 가라앉지 않을 듯싶었다.
洗完身體後,我完全感到無力。沒有力氣離開浴缸。信奧在熱水中蜷縮著,浸泡在浴缸裡。這樣過了三十分鐘,身體仍然在顫抖。似乎一時半刻無法驅散這股寒意。

「미련한 놈, 빨라는 양기는 한 방울도 못 빨고 저 혼자 질질 싸다 왔구먼.」
「愚蠢的傢伙,想要吸的東西連一滴都沒吸到,卻自己在那裡尿了一身。」

여자의 긴 머리칼이 발등을 간질였다. 신오는 기가 차 헛웃음을 흘렸다. 이럴 때마저 손각시는 저를 혼자 두지 않았다.
女人的長髮撩撥著她的腳背。信奧無奈地輕笑了一聲。即使在這種時候,手偶也沒有讓她獨自一人。

고개를 들어 옆을 보았다. 시퍼런 여자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공포에 비명을 내지르고 싶지만 신오에겐 그럴 만한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힌 일을 연달아 당한 터에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분노가 치받았다.
我抬起頭來,看向旁邊。藍色的女人臉孔就在眼前。雖然想要因恐懼而尖叫,但我已經沒有力氣去那樣做了。在接連遭遇如此匪夷所思的事情之後,恐懼還未來得及湧現,怒火已經湧上心頭。

“시팔, 개소리 닥치고 꺼져. 어제는 가만히 보고만 있던 게.”
“去你的,閉嘴滾開。昨天明明只是靜靜地看著。”

손각시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手偶似乎感到遺憾,舔了舔嘴唇。

「다음에는 고개 젓지 마.」
「下次不要搖頭。」

“…….”  “……”

손각시가 무얼 아쉬워하는지 깨닫자 소름이 끼쳤다.
當我意識到手偶在渴望什麼時,感到一陣寒意。

‘계속 더 하실 거죠? 쓸 돈이 있는데 여기서 그만두기 아깝잖아요.’
「您還會繼續嗎?已經有錢了,這裡停下來太可惜了。」

손각시는 해영의 물음에 신오가 기겁해 고개를 저었던 일을 타박하고 있었다. 신오는 이를 악물었다. 다음번은 없었다. 동성의 사내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며 두려움에 몰려 절절 비는 일은 제 인생 다시는 없어야 했다.
손각是對海英的提問感到驚恐,搖頭的事情感到不滿。信吾咬緊牙關。下次不會再有了。對於同性的男人被單方面操控,陷入恐懼中懇求的事情,這一生再也不應該發生。

“웃기지 마. 시팔, 네가 무슨 소릴 지껄여도 그 새끼랑 엮일 일 없으니까 입 닥치고 꺼져!”
“別開玩笑了。去你媽的,不管你說什麼,那傢伙都不會跟你有任何關係,所以閉嘴滾開!”

「뭘 별스럽게 수줍어해? 놈 앞에서 구멍 벌리고 아양도 떨었던 분이.」
「你為什麼要這麼害羞?在他面前可是張嘴撒嬌的那個人。」

손각시가 우습다며 킬킬댄다. 그동안 제가 겪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참다못해 신오는 헛구역질을 했다. 쓴 물이 올라와 퉁퉁 부어오른 목 안을 할퀴었다. 욕조의 수챗구멍에 신물을 뱉어 낸 뒤 그대로 욕조 바닥에 머리를 대고 온몸을 웅크리고 엎드렸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릴 만큼 추운데, 목구멍 안과 배 속만은 불을 품은 듯 뜨거웠다.
手偶戲的笑聲讓人覺得可笑。這段時間我經歷的荒唐事如閃電般在腦海中閃過。忍無可忍的我嘔吐了起來。苦澀的液體湧上來,撕扯著腫脹的喉嚨。我將嘔吐物吐進浴缸的排水孔後,便將頭靠在浴缸底部,整個身體蜷縮著趴下。全身冷得發抖,唯獨喉嚨和腹部卻像是燃燒著火焰般熱。

“시팔, 시팔….”  “幹,幹……。”

자신이 비 맞은 개처럼 참혹한 꼴로 떨고 있단 게 미치도록 화가 났다. 왜 제가 이딴 꼴이 된 걸까. 어쩌다 여기까지 추락하게 된 걸까. 불현듯 자괴감이 엄습했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것일까. 애초에 남소연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을까. 아니, 이 집안에 발을 들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깟 빚이 뭐라고. 어머니 말을 잠자코 들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한다 한들 늦었다. 저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까지 오고 말았다.
自己像被雨淋濕的狗一樣,顫抖得淒慘,心中充滿了無法抑制的怒火。為什麼我會變成這副模樣?究竟是怎麼跌到這種地步的?突然間,自我厭惡感襲來。事情到底是從哪裡開始出錯的呢?一開始就不該牽扯到南小妍嗎?不,踏入這個家門本身就是錯誤。原本不該這樣做的……那點債務又算什麼呢?我本該靜靜地聽母親的話。然而,即使後悔也已經太遲了。我已經走得太遠,無法回頭。

손각시가 그를 비웃었다.  手偶嘲笑了他。

「미련한 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떼어 놓고 싶어 했을 땐 언제고, 이젠 방법이 생겨도 싫대?」
「愚蠢的傢伙,當初不惜一切想要把我分開的時候是什麼時候,如今有了辦法卻又不想了?」

“무슨…. 너, 그거 무슨 소리야?”
“什麼…. 你,這是什麼意思?”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다. 신오는 묻고 있던 머리를 퍼뜩 들었다.
耳朵瞬間豎了起來。神奧驚訝地抬起了原本低垂的頭。

「내가 괜히 너한테 놈의 양기를 받아 내라 한 줄 아느냐? 그 무시무시한 놈한테 그냥 달라붙었다간 쪽도 못 쓰고 잡아먹힐 것 아냐. 널 이용해 놈에게 들러붙어 볼까 했더니, 하여튼 변변찮은 놈.」
「我為什麼要讓你去接受那傢伙的陽氣,你知道嗎?如果隨便靠近那個可怕的傢伙,恐怕連反抗的機會都沒有就會被吃掉。我本來想利用你去靠近他,結果你這傢伙真是沒用。」

“자세히 말해 봐. 너 진짜로 놈한테 붙을 거야? 나 버리고?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해?”
“詳細說說。你真的要跟那傢伙在一起嗎?要拋下我?怎麼,怎麼可能呢?”

「머리가 있으면 굴려 봐. 내가 너한테 어떤 식으로 붙었는지 기억해 보면 알 것 아니냐.」
「如果你有頭腦,就想想看。我是以什麼樣的方式附著在你身上的,你應該會知道吧。」

손각시는 자신이 남소연을 배신한 탓에 저에게 들러붙었다. 잊을 만하면 옷 어딘가에서 손각시의 바늘을 발견하곤 하는 게 그 증거였다. 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한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걸 알겠다. 하지만….
手偶因為背叛了南小妍而黏上了我。每當我快要忘記的時候,總會在衣服的某個地方發現手偶的針,這就是證據。我明白,愛著的男人背叛了她,這份怨恨成為了驅動她的力量。但是……

“놈이 날 배신하면 그쪽한테 붙을 거란 얘기야? 하, 웃기시네. 배신하고 말 것도 없어. 놈은 나랑 아무것도 아닌 관계라고.”
“那傢伙如果背叛我,就會投靠你嗎?哈,真是可笑。根本不需要背叛。那傢伙跟我根本就沒有任何關係。”

「노력해 봐. 놈한테 연정을 준 뒤 버림받도록 해. 별것 아니잖아?」
「努力看看。給那傢伙一點情感後再被拋棄。這不算什麼吧?」

몇백 년 묵은 손각시가 모 교육 방송의 화가 같은 소릴 해 댄다. 어처구니없었다.
幾百年來的手偶在某個教育廣播中發出像畫家的聲音。真是令人無法置信。

「힘들면 도와주랴? 놈한테 간도 쓸개도 다 내놓게 일편단심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데.」
「如果你辛苦,我就幫你嗎?我可以讓那傢伙心甘情願地把肝膽都拿出來。」

손각시가 바늘을 꺼내 신오의 심장 위에 대고 꾹 누르려 한다. 신오는 진저리치며 몸을 물렸다.
手偶拿出針,準備壓在新吾的心臟上。新吾不由得打了個寒顫,身體不由自主地退縮。

“저리 안 꺼져?”  “你怎麼還不關掉?”

「이 방법뿐이라니까. 몸정부터 들여. 놈 양기를 빨아먹다 보면 너무 맛있어서 놈에게 반하는 건 금방일 테니.」
「這方法只有這個。先把身體放進去。等到吸乾那傢伙的陽氣,會好得讓你立刻對他產生好感的。」

소름 끼치는 소리를 잘도 했다. 그딴 개 같은 방법 외에도 손각시를 떼어 낼 다른 수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신오는 저에게 들러붙으려 했던 조씨 집안 눈 벌건 귀신을 떠올렸다. 인형, 강신술, 잘 알아보면 명하가 했던 것보단 덜 위험한 방식으로 귀신을 딴 사람에게 들러붙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令人毛骨悚然的聲音真是好聽。除了那種狗屎般的方法,肯定還有其他能將手偶解放的辦法。神奧想起了曾經試圖附身於他的趙家那隻眼睛通紅的鬼魂。人偶、降神術,仔細想想,讓鬼魂附身於別人的方式,或許比明夏所做的更不危險。

그리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손각시가 다가와 신오의 귀에 대고 은근히 속삭였다.
她沉思了許久。手偶走近,輕聲在信吾的耳邊低語。

「잘 계산해 봐. 날 떼어 놓고 조씨 집안 이름 먹는 귀신이 돌아오기 전에 한탕 해서 도망가야지. 그래야 네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의 몸이 될 것 아냐.」
「好好算一算。在那個把我撇開的趙家鬼魂回來之前,得趁機大幹一場然後逃走。這樣你才能成為你一直渴望的自由之身。」

“…뭐?”  “…什麼?”

신오는 귀신이 제 계획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에 퍼뜩 놀랐다. 그의 목표는 망가진 자신의 인생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귀신이 저를 찾지 못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조신오 이전의 이름을 되찾고, 신분을 세탁해 명하도 귀신도 찾지 못할 먼 곳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그동안 몰래 숨겨 온 꿈을 귀신이 어찌 아는지 섬뜩했다.
新奧驚訝於鬼魂竟然如此了解他的計劃。他的目標是將自己破碎的人生回到原點。為了回到鬼魂無法找到他的時光,他想要找回新奧之前的名字,洗清身份,並在遙遠的地方過上人類的生活,讓鬼魂也無法找到他。這段時間以來,他偷偷隱藏的夢想,鬼魂怎麼會知道,讓他感到毛骨悚然。

손각시가 히죽 웃었다.  手偶微微一笑。

「네 잠꼬대는 누가 다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你以為誰會聽到你的夢話?」

“…….”  “……”

「다 훼방을 놓을 수도 있지만, 놈이 탐나니 이번 한 번만 봐주마. 나한테 놈을 넘겨. 거기 붙고 넌 놔줄 테니. 너도 귀신 괴롭힘 없이 하루라도 편히 자 보고 싶지 않아?」
「雖然可以破壞一切,但因為我對那傢伙感興趣,就這一次放你一馬。把他交給我。你在那裡待著,我就會放你走。你難道不想在沒有鬼魂困擾的情況下,安穩地睡上一天嗎?」

귀가 눅진해질 만큼 달콤한 말이었다. 하지만 손각시가 제게 그딴 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那是讓耳朵感到甜蜜的話語。然而,手偶不可能允許我這種事。她肯定有什麼陰謀。

신오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新奧用舌頭舔了舔嘴唇,問道。

“놈한테 붙겠다니. 남소연은 어쩌고…?”
「要跟那傢伙在一起嗎?南小妍怎麼辦…?」

신오의 파멸을 원하며 오래도록 그를 농락해 온 손각시가 너무 쉽게 그를 포기할 리 없었다. 애당초 손각시가 저에게 들러붙은 건 남소연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다. 그녀가 남소연은 뒤로 젖혀 두고 범해영에게만 매달리는 게 이상했다.
信吾的毀滅是她長久以來所渴望的,這位操控者不會輕易放棄他。最初,操控者之所以纏上信吾,是因為對南小妍的復仇。她將南小妍拋在一旁,卻只對範海英死死糾纏,這實在令人費解。

손각시가 귀신의 얼굴로 웃었다.
手偶以鬼神的面容微笑。

「어쩌겠어. 저리도 맛나 보이는 걸. 핥기라도 해 봐야지.」
「怎麼辦呢。看起來那麼美味。總得舔一舔。」

“…….”  “……”

손각시가 침을 줄줄 흘리며 키득댄다. 귀신이 좋아하는 건 돈과 놀이, 그리고 양기 충만한 육신이라던 남소연의 말이 떠올랐다.
手偶正流著口水咯咯笑著。讓我想起南小妍說過的,鬼魂喜歡的東西是金錢、遊戲,以及充滿陽氣的肉體。

신오의 생각을 읽고 손각시가 그를 비웃었다.
新吾的想法被手偶讀懂了,她嘲笑了他。

「저도 똑같은 주제에 뭘.」
「我也是同樣的主題啊。」


***


손각시는 당장 신오더러 대전으로 내려가 해영을 만나라고 닦달을 했다. 하지만 신오는 그 말대로 할 수 없었다. 열이 올라 며칠을 끙끙 앓아야만 했고, 몸이 회복된 뒤에는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법원이 횡령 건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명하 대신 만만한 신오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손각是立即催促信吾下大殿去見海英。然而信吾卻無法如她所言行事。他發燒了幾天,痛苦不堪,等到身體恢復後,法院卻似乎正好趁此時機,因為挪用公款的案件發出了逮捕令。信吾作為名下的替代者,必須以證人的身份出庭接受檢察官的調查。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首爾中央地檢特別第二部’

궁서체로 새겨진 문패부터 재수가 없었다. 신오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담당 직원에게 휴대 전화기를 제출했다. 혹여 이 와중에 해영에게 연락이 온대도 답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미치도록 화가 났다.
從刻有宮書體的門牌開始就不吉利。信吾在進入調查室之前,將手機交給了負責的職員。即使在這個過程中有海英的聯絡,也無法回覆。讓人憤怒得要命。

조사를 마치고 나왔을 땐 신경이 갈릴 대로 갈린 채였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제 낯빛이 창백하게 질린 걸 알 수 있었다. 김 비서는 고생하셨단 말 외에는 군말을 하지 않았다. 신오는 생수병을 열어 진통제를 삼켰다. 물에서 나는 비린내가 역했다. 이를 악물고 구역질을 숨겼다. 며칠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으니 상태가 좋을 리 없었다. 몇십 분만이라도 숙면이 간절했다.
調查結束後,我的神經已經緊繃到極點。即使不看鏡子,我也知道自己的臉色蒼白。金秘書除了說辛苦了之外,沒有多說什麼。申奧打開一瓶礦泉水,吞下了止痛藥。水中的腥味讓我感到不適。我咬緊牙關,忍住了嘔吐。幾天來一點也沒睡,接受檢察官的調查,狀態自然不會好到哪裡去。我迫切需要幾十分鐘的安穩睡眠。

“클리닉으로 갑시다.”  “我們去診所吧。”

“네, 예약해 뒀습니다.”  “是的,我已經預訂好了。”

김 비서가 눈치 빠르게 구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신오는 운전석에 몸을 묻고, 열 오른 눈두덩 위에 손등을 댔다. 이마가 기분 나쁜 미열로 뜨뜻했다.
金秘書的敏銳讓人感到慶幸。信奧將身體埋在駕駛座上,手背輕輕搭在發熱的眼皮上。額頭因為不舒服的低燒而感到燙熱。

그대로 쉬고 싶었지만 명하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我本想就這樣休息,但還是得向明河報告。

몇 번의 연결음 후, 명하가 전화를 받고는 대뜸 물었다.
幾次連接音後,明河接起電話,立刻問道。

- 뭐래?  - 你在說什麼?

신오는 명하가 제일 궁금해 할 것부터 답했다.
信奧首先回答了明哈最想知道的事情。

“분식 회계 쪽 냄새를 맡았어. 십 년 이상 감옥에서 썩을 거라고 협박하던데.”
“我聞到了會計造假的味道。他們威脅說會在監獄裡待十年以上。”

- 십 년? 여기가 미국인 줄 아나 보네. 그 새끼들 정권 바뀐 뒤에 충견 흉내에 너무 심취해 있다니까.
- 十年?這裡以為是美國嗎?那些傢伙在政權更迭後,對於當忠犬的模樣沉迷得太厲害了。

명하가 제 말에 취해 검찰들을 까 댔다. 신오는 그가 진정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名夏被我的話吸引,開始對檢察官們發難。新烏則靜靜地等到他平靜下來。

충견 흉내라 했나. 명하는 검사들을 비웃었지만, 신오는 차라리 그들이 부러웠다. 그들이 그토록 맹목적인 척하는 건 그렇게 했을 때 목숨은 부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는 어떤가. 멍멍 짖고, 배를 내밀고, 온갖 더러운 일을 다 한 뒤에 갈 곳이 감옥뿐이라면 너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가. 신오는 조사실에서 검사가 그를 회유하던 말을 곱씹었다.
忠犬的模樣嗎?雖然嘲笑著命令他的檢察官,但信吾卻更羨慕他們。他們之所以能如此盲目地表現,正是因為這樣做能保住性命。那我呢?如果我只是汪汪叫,肚子朝天,做盡各種骯髒的事,最後卻只能進監獄,那豈不是太虧了?信吾在調查室裡反覆思索著檢察官對他的勸誘。

‘조 대표님, 이대로 백경완 씨 못 찾고 일이 흐지부지되면 결국 조 대표님이 다 뒤집어쓰실 걸요. 대표님도 일사부재리 원칙 정도는 아시죠? 대표님이 죗값을 다 치렀으니, 혹여 나중에 조명하 부회장이 진범이라고 밝혀져도 그 양반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겁니다. 늘 그랬듯 죄짓고도 법망을 빠져나갈 테죠.’
「趙代表,若這樣下去找不到白京完,事情就會不了了之,最終還是您自己承擔後果。代表您也知道一事不再理的原則吧?您已經受過懲罰了,即使將來趙明河副會長被證明是真兇,那位先生也不會受到懲罰。就像往常一樣,他會逃過法律的制裁。」

‘…….’

‘참 신기해요. 백경완 씨나 조 대표님이나 왜 그렇게 조명하 부회장에게 꼼짝을 못하는 겁니까? 혹시 약점이라도 잡힌 거면 누가 대표님을 구원할 사람인지 똑똑하게 계산해 보세요.’
「真是奇妙呢。白京完先生和趙代表為什麼對照明副會長如此無能為力呢?如果是被抓住了什麼把柄,那麼誰能拯救代表呢,請好好算一算。」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我不太明白您的意思。」

‘뻔한 걸 모른 척하시네요. 특검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제 선에서 조사 종료하면 그걸로 이 일은 다 묻혀요. 조 대표님 사면해 줄 사람은 예수님도 조명하도 아니고, 바로 저란 말입니다.’
「您假裝不知道明顯的事情呢。只要特檢不介入,我這邊的調查結束後,這件事就會被掩蓋。能夠赦免趙代表的人,既不是耶穌也不是照明者,而是我。」

자백을 받아 내는데 도통한 사람다웠다. 검사는 신오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그를 들었다 놨다 했다. 신오는 저도 모르게 반문하고 말았다.
他真是一個擅長逼供的人。檢察官就像看透了新吾的內心,將他玩弄於股掌之中。新吾不自覺地反問了起來。

‘나한테 뭘 얻어 내려고 하는 소립니까?’
「你想從我這裡得到什麼?」

‘백경완. 찾아내면 조명하 부회장 말고 우리 쪽에 넘기시죠. 그게 대표님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白京完。如果找到的話,請把它交給我們,而不是趙明河副會長。這是代表生存下去的唯一方法。」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신오는 저 역시 백경완의 행방이 무척이나 궁금하단 말을 속으로 삼키며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那真的是像話那麼簡單的事嗎。神奧心中默默吞下自己對白京完行蹤的好奇,輕輕撫摸著脖子。

전화기 너머에서 명하가 조증이 다소 가라앉은 맥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電話那頭,明河用一種情緒稍微平靜下來的無力聲音問道。

- 그래, 이젠 어쩔 셈이야?
- 好吧,那你打算怎麼辦?

그러게, 어쩌면 좋을까. 신오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조명하와 검사, 두 사람 중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과천 별장, 그 방으로 끌려갈 수는 없었다. 신오는 우울하게 답했다.
那麼,該怎麼辦呢。信吾在心中自言自語。究竟該和照明河還是檢察官握手呢?答案早已確定。無法被帶到果川的別墅,那個房間。信吾沮喪地回答。

“백경완을 검찰보다 먼저 찾아야지. 백경완이 못 찾으면 개털 될 걸 아니까 검찰도 괜히 세게 나오는 거잖아.”
“我們得比檢察官先找到白京完。因為白京完如果找不到,就會變得一無所有,所以檢察官才會無端地強硬出手。”

- 어쩌겠어. 증거가 없으면 죄도 없는 걸.
- 怎麼辦呢。如果沒有證據,就沒有罪。

“물론이야. 여기저기 들쑤시지 못하게 손을 쓸게.”
“當然可以。我會想辦法不讓你到處亂動。”

- 너 혼자 신속하게 되겠냐? 정 의원한테 도와달라고 연락해 둘까?
- 你能獨自迅速完成嗎?要不要聯絡鄭議員請他幫忙?

“어, 그렇게 해 줘.”
“哦,這樣做吧。”

- 정 의원, 요새 골반이 안 좋아서 요정은 별로라더라. ‘필로소피’ 쪽에 예약 잡아둘게. 조신오, 간만에 맛있는 거 먹겠네. 형한테 고마워해라.
- 鄭議員,最近骨盆不太好,所以妖精就不太行了。我會幫你預約「哲學」那邊。趙信吾,這次終於能吃到好東西了。要感謝你哥哥。

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든지. 프랑스 요리든 콩밥이든, 명하가 저 대신 처먹어만 준다만 참 고맙겠다. 신오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 말을 꾹 눌러 담았다.
這麼羨慕就去吧。不管是法國料理還是豆飯,名哈替我吃下去就真是太感謝了。信奧把快要脫口而出的話硬生生地咽了下去。

“김 비서, 통화 들었죠? 정 의원 사무실에 전화해서 최대한 빠른 날로 점심 약속 잡아 줘요.”
「金秘書,您聽到了嗎?請打電話給鄭議員的辦公室,盡快安排一個午餐約會。」

“네, 알겠습니다.”  “是的,我明白了。”

명하와 통화한 탓에 진이 빠졌다. 축 늘어져 있다가 신오는 휴대 전화의 알람이 부재중 통화 표시로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발신자가 박인태였다. 신오는 자세를 바로잡고 그가 추가로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因為和名하通話,心情變得沉重。神奧懶洋洋地坐著,發現手機的鬧鐘因為未接來電而閃爍。來電者是朴仁泰。神奧整理了一下姿勢,查看了他額外發送的訊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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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통화 가능하실까요?   代表您好,方便通話嗎?

해영의 일이 분명했다. 신오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海英的事情很明確。信吾立刻打了電話。

“네, 박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是的,朴總經理,有什麼事嗎?”

해영을 몇 시에 신오에게 보낼지 묻는 전화일 줄 알았다. 그러나 박인태가 신오의 예상을 배반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我以為是問海英幾點要把信送給信吾的電話。然而,朴仁泰卻說出了出乎信吾預料的話。

- 대표님, 죄, 죄송합니다. 범해영 씨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 代表님,對不起,對不起。範海英小姐消失了。

이성이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理智斷裂的聲音傳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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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직 범해영 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변인들에게도 전혀 알린 바가 없어서 추적이 어렵습니다.
對不起。我們還沒有找到範海英小姐的下落。周圍的人也完全沒有告知,所以追蹤起來很困難。

신오는 박인태가 남긴 메시지를 읽던 도중 전화기를 던져 버렸다. 범해영이 사라진 뒤 5일이 지났지만 박인태는 그의 행방을 찾을 만한 단서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그에겐 더 기대를 걸 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信吾在讀著朴仁泰留下的訊息時,將電話扔了出去。範海英消失已經五天,但朴仁泰卻連一絲能找到他行蹤的線索都無法得知。他心中感到再也無法寄予任何期待。

신오는 액정에 금이 간 휴대 전화기를 바닥에서 주워 습관적으로 해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도 역시 전원이 꺼져 있단 알림음만이 돌아왔다. GPS 위치 추적도, 신용 카드 사용 내역 조회도 소용없었다. 해영은 크루즈에 왔을 때 이미 모든 도피 준비를 마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니 간 크게 저를 목 조르고, 추한 사진을 찍어 갔겠지. 설마 이 새끼가 이대로 백경완처럼 영영 숨어 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다.
信吾撿起了屏幕上有裂痕的手機,習慣性地撥打了海英的電話。今天又是只有關機的提示音響起。GPS 定位追蹤和信用卡使用記錄查詢都毫無用處。海英在來郵輪的時候,應該已經做好了所有的逃亡準備。所以她才會大膽地掐住我的脖子,拍下那醜陋的照片。難道這傢伙就這樣像白京完一樣永遠隱藏起來了嗎?我感到不安,快要發瘋了。

「내 이럴 줄 알았지. 너 때문에 다 망쳤어! 양기를, 그 맛있는 걸 제대로 빨아먹지도 못하고 놓쳤어!」
「我早就知道會這樣。都是因為你,搞砸了一切!陽氣,那美味的東西,連好好吸收都沒能做到,就這樣錯過了!」

손각시가 지랄 발광을 하며 신오의 손목을 긁어내렸다. 독기에 뼈마디가 쑥쑥 아렸다. 며칠째 손각시의 패악을 받아 내느라 신오는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手偶瘋狂地抓著新午的手腕,痛苦的感覺讓骨頭關節都在作痛。幾天來,新午忍受著手偶的惡行,幾乎快要血乾了。

해영을 찾기 위해 놈의 신상을 싹 다 뒤져 보라 지시했다가 신오는 박인태가 놈의 주민 번호도 제대로 모른단 사실을 알고 뒷목을 잡았다.
為了找到海英,我指示徹底調查那個家伙的所有資料,結果申烘知道朴仁泰連那個家伙的居民號碼都不知道,頓時感到一陣頭暈。

“어떻게 그딴 것도 몰라요? 소속사 가입하면서 제출한 기본 신상 서류가 있을 것 아닙니까? 임금 입금할 계좌 정보도 있고, 당연히 신분증 사본도 받았겠지. 설마 2분짜리 단역 배우라 더 관리할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다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 겁니까?”
「怎麼連這種事都不知道呢?加入經紀公司時提交的基本個人資料應該還在吧?還有工資入帳的帳戶資訊,當然也應該收過身份證的複印件。難道因為是兩分鐘的配角演員就覺得不需要管理,全部都丟進垃圾桶了嗎?」

“그, 그게 저도 이번에 찾다 보니까 서류가 누락된 걸 알았습니다. 원래 정식으로 소속사에 들어온 친구도 아니고, 윤여걸 감독이 부탁해 들어온 케이스라서 그런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윤 감독이 뭔가 친분이 있지 않을까요?”
“那、那個我這次查的時候也發現文件遺漏了。原本也不是正式進入經紀公司的朋友,這是因為尹耀傑導演的請求而進來的情況,所以似乎出現了這樣的問題。尹導演是不是有什麼交情呢?”

박인태는 제 잘못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불려 온 윤여걸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는 이선 작가에게 부탁받았을 뿐, 해영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물러났다.
朴仁泰劃清界線,表示這不是他的錯。被召來的尹汝傑導演也是如此。他說他只是受李善作家的委託,對於海英的事情並不知情。

김 비서가 문제의 작가를 만나러 갔다.
金秘書去見問題的作家。

‘이선 작가님, 범해영 씨는 작가님 소개로 캐스팅된 거라면서요?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습니까?’
「李宣作家,範海英是因為作家的介紹而被選上的,是嗎?你們有私交嗎?」

‘전혀요. 하지만 제가 큰 신세를 진 건 사실이에요. 뭐가 궁금해서 절 부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범해영 씨가 곤란해질 만할 일은 알려 드릴 수 없어요.’
「完全不是。但是我確實欠了您一個大人情。我不知道您叫我過來是因為什麼好奇,但我無法告訴您會讓範海英小姐陷入困境的事情。」

신오는 김 비서가 갖고 돌아온 작가의 답변에 비위가 확 상했다. 해영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감정적으로 친밀하기 때문에 협조는 해주지 않겠단 얘기였다. 특히나 ‘감정적으로 친밀’ 부분이 가장 불쾌했다. 촬영장에서 만났던 작가의 얼굴이 제가 보기에도 꽤나 곱상했던 듯해 더욱 짜증스러웠다.
信吾對金秘書帶回來的作家的回覆感到非常不快。雖然對海英並不熟悉,但因為情感上親密,所以不會協助的意思。尤其是「情感上親密」這部分讓他感到最為不悅。在拍攝現場見過的作家臉孔,對我來說似乎也相當俊俏,這讓我更加惱火。

“김 비서, 이선 작가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지 않던가요?”
“金秘書,李宣作家難道不比照片更好看嗎?”

“아, 네, 연예인인 줄 알았습니다. 굉장한 미인이더군요.”
“啊,是的,我以為您是名人。真是位了不起的美人。”

“김 비서가 여자 외모 칭찬을 하는 날도 다 있고 별일이네요.”
「金秘書也會讚美女性的外貌,真是稀奇。」

신오는 그러라고 일부러 말을 던져 놓고선, 김 비서가 그에 동조하자 거칠거칠한 냉소로 그를 입 다물게 만들었다.
新奧故意拋出話題,當金秘書附和時,便用粗糙的冷嘲熱諷讓他閉上了嘴。

큰 신세를 졌다고? 하룻밤 일억을 준대도 마다하고 사람 목을 졸라 대더니, 해영은 이 여자한텐 그저 좋다며 친절을 베풀었던 모양이다. 배알이 뒤틀렸다.
大恩大德?就算給我一億,我也不會接受,卻對著這個女人緊緊掐著她的脖子,海英對她卻只是心情愉快地施以恩惠。真是讓人感到不快。

“김 비서, 이선 작가가 범해영 씨한테 어떤 신세를 졌는지 자세히 알아봐요.”
「金秘書,請詳細調查一下李善作家對範海英小姐所欠的恩情。」

신오는 차마 둘이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란 말은 못 하고 에두른 조사를 지시하다가 전화기에 메시지가 뜬 것을 발견했다. 낯선 번호였다.
信吾無法直接詢問他們之間的關係,只能委婉地指示調查,這時他發現電話上出現了一條消息。那是一個陌生的號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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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작가님은 왜 찾아가셨습니까?
李善作家為什麼來訪呢?

해영이었다. 개새끼, 나 때문에 번호까지 바꿨다 이거지. 소속사, 촬영장을 들쑤셔 놨으니 저 찾는 거 뻔히 알 텐데, 대뜸 한단 소리가 딴 여자 걱정인 게 열받았다.
海英。這個混蛋,因為我甚至改了電話號碼。經紀公司、拍攝現場都被我搞得一團糟,他們明明知道在找我,卻突然說出擔心別的女人的話,真讓人火大。

신오는 이를 갈며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고집스레 통화를 거절했다.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안내음엔 하마터면 전화기를 던져 버릴 뻔했다. 신오는 손짓으로 김 비서를 내보낸 뒤, 성마른 손길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信吾咬牙切齒,立刻撥打了電話。對方固執地拒絕接聽。語音信箱的提示音讓他差點把電話扔掉。信吾揮手讓金秘書退下,然後用焦躁的手指輸入了訊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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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타입이라 친분 좀 쌓아 보려고요.
我想和你建立一些關係,因為你是我的類型。

열받으라고 던져 본 말에 한참을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대답할 가치도 없단 반응이다. 신오는 씩씩대며 다른 메시지를 작성했다.
等了好一會兒,卻沒有回應,這是對我丟出的話的無視,根本不值得回答。信奧生氣地寫下了另一條消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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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어요? 내가 곧 그쪽 사돈의 팔촌까지 다 만나고 다닐 건데 그 전에 잠자코 기어 나오지 그래요?
你在哪裡?我馬上就要去見你那邊的親戚,為什麼不先安靜地出來呢?
대표님처럼 바쁜 분이 굳이 그러실 것까지 있나요?
代表像您這樣忙碌的人,真的有必要這樣做嗎?
뭘 빼고 그래요. 나한테 그딴 짓 하고 튀었을 땐 이 정도 상황은 다 예상했을 거면서.
你為什麼要這樣做呢?當你對我做那種事然後逃跑的時候,這種情況你早就預料到了吧。
그게 다 제 탓인 것처럼 구시네요.
那好像都是我的錯呢。

“그럼 아니냐, 개새끼야?”  “那不是嗎,狗崽子?”

분이 치받아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먼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사이에 해영이 메시지를 보냈다.
憤怒湧上心頭,話語在發送訊息之前便脫口而出。就在這時,海英已經發送了訊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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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본인 편하게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네요. 일이 누구 때문에 시작됐는지 까맣게 잊으셨나 봐요.
代表您好像有隨心所欲操控記憶的能力呢。看來您完全忘記了這件事是因為誰而開始的。

“…….”  “……”

문뜩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어진 문자에 신오는 제 예감이 맞단 걸 확인했다.
忽然感到一陣不祥的預感。隨後的文字讓神王確認了自己的預感是正確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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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에 도움 되시라고 보냅니다.
回憶的幫助,特此寄上。

첨부된 사진은 두 장이었다.
附上的照片有兩張。

파일을 클릭했다. 붉은 기 도는 살덩이가 화면 안에 가득 찼다. 신오는 그것이 렌즈를 갖다 대고 유두를 찍은 사진임을 한참 만에 알았다. 사내의 젖꼭지 끝에 희뿌연 정액이 매달린 모습이 기괴했다. 그 아래 사진은 남자의 허벅지를 찍은 것이었다. 흰 가랑이 사이가 땀과 흘러내린 정액으로 질척했다.
點擊了檔案。紅色的氣息充滿了螢幕。過了好一會兒,信吾才明白那是一張對著鏡頭拍攝的乳頭照片。男人的乳頭尖端懸掛著混濁的精液,讓人感到怪異。下面的照片則是拍攝了男人的腿部。白皙的大腿之間因汗水和流下的精液而變得黏膩。

“미친 새끼….”  “瘋狂的傢伙……。”

휴대 전화를 쥔 손에 땀이 배었다. 신오는 초조한 눈길로 화면을 연신 훑어 내렸다. 누군가 저를 알아볼 만한 사진인가를 계속해 살폈다. 허벅지 안쪽의 갈색 점이 신경에 거슬렸다. 또 어디 위험한 곳이 있을까 싶어 한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눈동자가 뻑뻑하게 말랐다. 두통이 치민다. 신오는 떨리는 손으로 눈두덩이 위를 문질렀다.
手中握著的手機浸透了汗水。信吾焦急地用目光不斷掃視著螢幕。一直在仔細查看是否有能讓人認出我的照片。大腿內側的棕色斑點讓我感到不安。我又在想還有哪裡可能危險,盯著照片看了好一會兒,眼睛乾得像要裂開。頭痛襲來。信吾用顫抖的手輕輕摩擦著眼皮。

범해영이 이어 메시지를 보냈다.
範海英隨後發送了消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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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사진은 아직 인화하지 않았습니다.
其他照片還沒有沖洗出來。

개새끼, 뭘 어쩌라는 걸까. 신오는 신경질적으로 반문했다.
狗崽子,究竟想怎麼樣?神奧神經質地反問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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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所以呢?
뭘 원하는지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요?
您會問我想要什麼嗎?
뭘 원합니까?   你想要什麼?
글쎄요. 이 상황에선 대표님께서 스스로 답을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嗯……在這種情況下,代表您似乎需要自己找到答案。

해영이 말을 빙빙 돌린다. 뻔한 밀당이었다. 신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사진을 찍히고도 선제 대응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크루즈에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사람을 써서 해영을 납치라도 했어야 했다. 검찰 조사를 제게 미룬 명하가 얄미웠다. 모든 게 제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놈이 어떤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할지 짜증이 치밀었다. 신오는 엄지를 피가 날 정도로 짓씹었다.
海英的話繞來繞去,真是明顯的拉鋸戰。信吾心中翻騰不已,後悔在拍照後沒有先行應對。從郵輪上清醒過來的時候,就該派人把海英綁架了。把檢察調查推給我的名河讓我感到厭煩。所有事情都不如我所願,對那傢伙會提出什麼荒謬的要求感到煩躁。信吾咬緊了拇指,直到出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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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영 씨, 주변을 뒤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거라고 약속하죠.
範海英小姐,您承諾在一段時間內不會再四處搜尋了。
너무 당연한 얘길 하시네요. 그 외는요?
你說的真是太理所當然了。其他的呢?
내가 했던 제안, 아직 유효합니다. 것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봐요. 범해영 씨가 더는 무례하게 굴지만 않는다면 그날 일은 눈 감고 넘어가 줄 테니.
我之前的提議,仍然有效。如果還有其他需要的,請告訴我。只要範海英小姐不再無禮,我就會對那天的事情睜一隻眼閉一隻眼。
아, 그래요?   啊,是嗎?

건방진 반문에 이성이 뚝 끊어지려 했다. 신오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말려들지 말자. 놈에겐 얻어 낼 것이 많다. 손각시를 쫓아내 줄 귀한 인재가 아닌가. 어쨌든 분명한 건 탐욕스러운 자들에겐 머리를 굴리게끔 시간적 여유를 줘선 안 된다는 점이다. 신오는 짐짓 고압적인 어투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對於這無禮的反問,理智似乎要斷裂了。信吾咬緊牙關忍耐著。不要被捲入其中。對那傢伙來說,還有很多可以榨取的東西。難道不是一位能驅逐手偶的珍貴人才嗎?無論如何,明確的一點是,對於那些貪婪之徒,絕不能給他們思考的時間。信吾故作高壓的語氣撰寫了消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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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영 씨, 나같이 바쁜 사람은 괜히 아닌 척 빙빙 돌리는 화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간 낭비 말고 내게 바라는 게 뭔지나 말해 봐요.
範海英小姐,我這樣忙碌的人可不喜歡故作姿態、繞圈子的說話方式。別浪費時間,直接告訴我你想要什麼。

이가 북북 갈렸다. 그러나 일단은 놈이 원하는 바를 선뜻 내줘야 했다. 놈을 만족시켜 준 뒤, 추후 그가 경계를 푼 때를 이용해 당한 것을 갚아 줄 것이다. 신오는 숨을 죽이고 해영이 말하길 기다렸다.
牙齒咯吱作響。然而,暫時必須滿足那傢伙的要求。在讓他滿意之後,待他放鬆警惕的時候再來報復。信吾屏住呼吸,靜靜等待海英的話語。

한참을 기다려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신오는 참지 못하고 제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해영이 전화를 받았다.
等了很久也沒有收到消息。信吾忍不住,先從這邊打了電話。這次是海英接的電話。

- 네, 범해영입니다.  - 是的,我是範海英。

긴장한 탓일까. 남자의 기분 좋은 저음은 끝에 가서 음색이 미묘하게 갈라졌다. 다소 쉰 목소리에 신오는 입 안이 말랐다. 저 작자를 무너뜨려 숨도 쉴 수 없게끔 목을 졸라 보고 싶었다. 무릎 꿇려 제멋대로 휘둘러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바람이었다. 객실 안에서 저를 직신직신 짓밟으며 작자가 지었던 초연했던 표정을 떠올리자 분함에 속이 들끓었다.
緊張的緣故嗎?那男人令人愉悅的低音在結尾時微妙地變了調。略顯沙啞的聲音讓我口乾舌燥。我想要扼住那傢伙的脖子,讓他無法呼吸,想要將他摔倒在地,讓他跪下,隨心所欲地揮舞,才能解我心頭之恨。然而,這並不是一件容易的事。當我在客廳裡想起那傢伙在我面前冷漠的表情,心中的怒火便翻湧而起。

“우리 잠깐 얼굴 보고 얘기하죠. 지금 어디로 가면 됩니까?”
“我們暫時見個面聊聊吧。現在該去哪裡呢?”

- 어디에 있는지 알면 잡으러 오시게요?
- 如果知道在哪裡,您會來抓我嗎?

“당신이 도망갔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因為你逃跑了,所以也無可奈何啊。”

뱉고 나니 유치했다. 이 새끼 일에는 왜 이리 이성을 유지하기 힘든지 모르겠다. 신오는 재빨리 언성을 낮추고 발개진 얼굴을 쓸어내렸다.
吐出來後覺得很幼稚。這小子為什麼在這種事情上這麼難以保持理智呢?信吾迅速降低了聲音,抹去了紅腫的臉頰。

“왜 도망갔어요? 뒷감당이 무서워서 줄행랑칠 거였으면 당신 좋을 대로 분풀이하질 말았어야지.”
“你為什麼要逃跑?如果是因為害怕後果而潛逃,那你就不該隨心所欲地發洩情緒。”

- 도망은요. 잠적한 것뿐인데.
- 逃跑呢。只是失踪而已。

“뭐요?”  “什麼?”

- 대표님 덕분에 제 분량이 다 잘렸어요. 뭐, 원래 얼마 되지도 않지만요. 서울에 머무를 수도 없었습니다. 박인태 사장님이 집까지 찾아와 절 죽이려 하셨습니다. 저 때문에 소속사가 망하게 됐다고 게거품을 무시더군요.
- 多虧了代表,我的份量全都被刪掉了。嗯,原本也不多。也無法在首爾待下去。朴仁泰社長甚至親自來到我家,想要殺了我。他說因為我,所屬公司快要倒閉了,真是胡言亂語。

“…….”  “……”

신오는 이마를 짚고 침묵했다.
新奧捂著額頭,沉默不語。

그는 박인태가 14일 저녁, 해영을 손본 일을 쏙 빼놓고 해영이 알아서 증발해 버린 척 속여 말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他才明白,朴仁泰在 14 日晚上,故意隱瞞了對海英的處理,假裝海英自動消失了。

박인태는 신오가 이성을 잃고 쏟아 낸 화를 해영에게 고스란히 갖다 풀었을 것이다. 그도 모르고 해영이 절 협박하려고 도주한 줄 오해하고 그를 찾아야 한다고 생쇼를 벌였으니….
朴仁泰一定將申烏失去理智所發洩的怒火,毫無保留地轉嫁給海英。甚至他還誤會了海英是因為想要威脅自己而逃跑,於是大發雷霆地說要去找她……

“…박인태 사장한테 맞은 건 아니죠?”
“…不是被朴仁泰社長打了吧?”

- 어땠을 것 같으세요?
- 您覺得會怎麼樣呢?

빤한 걸 묻는단 투였다. 신오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겉으로야 소속사 사장이란 그럴듯한 직함을 두르고 있지만 박인태는 천성이 조폭인 작자였다. 해영이 그에게 무방비하게 두들겨 맞았을 걸 생각하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她的語氣似乎在問一些明顯的事情。信吾吞下了口水。表面上他雖然披著經紀公司社長這個看似體面的頭銜,但朴仁泰本質上是一個黑道出身的人。想到海英曾經毫無防備地被他痛打,心中不禁燃起無法忍受的怒火。

이상했다. 사실 배를 잡고 웃어야 할 일 아닌가. 놈을 제대로 손보라고 닦달까지 했으면서 정작 해영이 저 아닌 다른 자에게 맞아 말도 잘 제대로 안 나올 상태란 걸 알자 기분이 바닥을 쳤다. 제가 싼 똥에 스스로 미끄러진 듯 화가 났다. 그런 자신의 심리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奇怪。其實這不是該笑著捧腹的事嗎?明明還催促著要好好教訓那傢伙,卻發現海英被別人打得連話都說不清,心情瞬間跌到了谷底。就像是自己在自己拉的屎上滑了一跤,讓我感到憤怒。對於這樣的心情,我自己也無法理解。

“범해영 씨,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範海英小姐,我並不是有意如此。」

빤한 거짓말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해영이 기가 차단 듯 웃었다.
這是一個明顯的謊言。電話那頭,海英似乎被氣得笑了出來。

- 설마 저한테 미안해하시는 겁니까?
- 難道您是在對我道歉嗎?

“…….”  “……”

- 그럴 리가 없죠. 아무래도 대표님은 배우를 하시긴 무리겠어요. 사진 유출이 정 그렇게 걱정되시면 일단 박인태 사장님께 전화하셔서 저 때문에 소속사에 피해가 갈 일은 없다고 장담해 주세요. 조 대표님이나 박 사장님이나 괜한 짓으로 절 자극하는 건 그만두시고요. 그래 봐야 피차간에 좋을 일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 怎麼可能呢。看來代表您當演員還是有些困難。如果您真的那麼擔心照片外洩的問題,請先打電話給朴仁泰社長,向他保證因為我不會對公司造成任何損害。請您和趙代表、朴社長都別再做無謂的事來刺激我。這樣做對雙方都沒有任何好處。

“범해영 씨, 극단적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서로 간에 이익이 되게끔….”
「範海英小姐,請不要極端地解決問題,而是要讓彼此之間都能獲益……」

하청 업체를 회유하며 입에 단내가 날 만큼 내뱉었던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해영이 차갑게 말허리를 잘랐다.
哈承包商的話語如同甜蜜的蜜糖般流出,讓人心中感到愉悅。海英冷冷地打斷了話題。

- 뭘 원하느냐고 하셨죠? 더는 조 대표님과 얽히지 않는 것, 당장은 그게 시급합니다. 저 말고도 대표님 취향에 맞춰 드릴 분은 이 판에 널렸어요. 하룻밤에 일억 쓰시고, 저 말고 딴 사람과 즐기세요.
- 您問我想要什麼?目前最急迫的就是不再與趙代表糾纏。除了我之外,還有很多人可以迎合代表的喜好。您可以在一夜之間花一億,與其他人一起享樂。

신오의 접근을 영영 잘라내 버리겠단 말이었다. 실망감에 심장이 찌부러지는 듯했다.
她決心永遠切斷與信吾的接觸。心中充滿失望,彷彿心臟都要被壓扁了一般。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손각시가 튀어나와 놈을 놓치면 안 된다며 귀를 물어뜯었다. 내장에서 열이 들끓었다. 머리가 깨질 듯하다. 갈증이 너무 심해 숨이 막혔다. 신오는 멍든 목을 긁어내렸다. 해영이 제 눈 밖으로 벗어날 거란 생각에 손이 벌벌 떨렸다.
藏在陰影中的手偶突然跳出來,咬住了他的耳朵,聲音急促地說著不能放過他。內臟裡熱浪翻湧,頭痛得像要爆炸。口渴得無法呼吸。信吾抓著淤青的脖子,心中不斷掙扎。想到海英會逃出自己的視線,手不由自主地顫抖著。

이대로 놈을 놓칠 수 없었다. 제 두 손으로 놈을 목 졸라 그 잘난 낯짝이 일그러지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아니, 일단은 저 작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잘 구슬리는 게 현명했다. 저지른 짓 따윈 잊어주겠노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돈이든 배역이든 원하는 걸 다 내줘 환심을 사는 것이다. 그리 놈의 경계를 푼 뒤, 무저항인 자를 산산이 부수면 즐거움이 꽤나 쏠쏠할 터였다.
我絕不能就這樣放過他。必須用我的雙手掐住他的脖子,才能看著他那張自以為是的臉扭曲,這樣我才能心滿意足。不,首先要讓那傢伙無法逃跑,巧妙地安撫他才是明智之舉。假裝忘記他所做的事,毫不在意地說我會原諒他,然後不論是金錢還是角色,通通給他想要的,以此來贏得他的好感。等到他放下戒心後,對一個毫無抵抗能力的人進行徹底的摧毀,將會是相當愉快的享受。

그러나 어쨌든 그 모든 일은 제 눈앞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然而無論如何,所有這些事情都必須在我眼前發生。

“범해영 씨, 어디에 있습니까? 만나러, 만나러 가겠습니다.”
“範海英小姐,您在哪裡?我會去見您,去見您。”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붙들어 제 곁에 데려와야 한다. 해영을 부르는 목소리가 애걸이라도 하듯 떨렸다.
無論用什麼方法,都必須把他留在身邊。呼喚海英的聲音顯得如同懇求般顫抖。

해영은 그를 충분히 즐긴 뒤,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海英在充分享受過他之後,告訴了他自己所在的地方。



하필 주말이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차들로 도로가 북적였다. 신오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다행히 여주를 벗어나자 길이 뻥 뚫렸다. 액셀을 밟아 서울과는 사뭇 다른 각도의 비탈길을 질주했다. 연둣빛 숲과 늠름한 능선의 산맥들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偏偏是週末。從首爾前往江原道的車輛使得道路熙熙攘攘。信吾不斷抽著煙。幸好一離開了驛州,路就變得暢通無阻。他踩下油門,駛上與首爾截然不同的斜坡。嫩綠色的森林和雄偉的山脊在眼前出現又迅速遠去。

이정표 속 횡성이란 글자가 보였다. 생전 처음 와 본 곳이건만 그 글자가 이상스레 반가웠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가 근처라고 안내한다. 거리가 짧아질수록 가슴이 세게 뛰었다.
路標上的「橫星」字樣映入眼簾。雖然是生平第一次來到這裡,但那個字卻讓我感到異常的高興。導航告訴我目的地就在附近。隨著距離的縮短,我的心跳愈加劇烈。

“?”  「?」

해영이 일러 준 펜션을 백여 미터 앞둔 곳에서 신오는 해영처럼 보이는 남자를 지나쳤다. 널찍한 등과 청명한 기운이 느껴지는 목덜미가 해영이 분명했다. 신오는 차를 후진해 그에게 다가갔다.
信吾在距離海英所說的民宿約一百公尺的地方,經過了一個看起來像海英的男人。寬闊的背影和清晰的氣息讓信吾確信那就是海英。信吾將車倒退,朝他走去。

“범해영 씨.”  “範海英小姐。”

해영과의 거리가 십여 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신오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그를 불렀다. 해영이 기척을 듣고 그를 쳐다보았다. 자작나무 잎사귀 모양으로 얼룩진 햇살이 남자의 맑고 투명한 얼굴에 떨어졌다.
當與海英的距離只剩下十幾米時,信吾探出車窗叫住了他。海英聽到動靜,轉過頭來看他。斑駁的陽光如白樺樹的葉子般灑落在男子清澈透明的臉龐上。

뺨 한쪽에 누렇게 변한 멍이 보였다. 신오는 이가 절로 악물렸다.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분노인지 기쁨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속이 울렁였다. 급히 차를 갓길에 주차했다. 쏴아, 차 문을 열고 나온 순간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를 씻었다.
他臉頰一側出現了變黃的瘀傷。信奧不由自主地咬緊了牙關。自己所感受到的情緒是憤怒還是快樂,難以判斷,心中感到一陣翻騰。他急忙將車停在路邊。當他打開車門的瞬間,耳邊傳來風吹動樹葉的聲音,彷彿在洗滌他的耳朵。

“대표님, 여기까지 직접 오실 줄 예상 못 했습니다.”
“代表您好,沒想到您會親自來到這裡。”

해영이 의외란 듯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듣는 남자의 목소리에 신오는 우습게도 뺨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쿵쿵 뛴다. 해영의 시선을 마주하자 머릿속이 허옇게 변해 준비해 온 말을 다 잊고 말았다. 신오는 당황했다. 개자식이라고 이를 갈며 욕했던 자를 앞에 두고 저는 흡사 넋 빠진 머저리처럼 굴고 있었다. 아니다, 저는 그저 사냥감을 앞에 두고 설렜을 뿐이다. 살의가 지나쳐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이를 악물고 평정을 되찾으려고 기를 썼다.
海英似乎感到意外地說道。聽到這麼久未聽的男人聲音,信吾竟然有些好笑地臉頰發燙。心臟砰砰直跳。當與海英的目光相遇時,腦海中一片空白,準備好的話全都忘了。信吾感到慌亂。面對那個曾經咬牙切齒罵過的混蛋,我卻像個失魂落魄的傻瓜一樣。不是的,我只是對面前的獵物感到興奮而已。或許是因為過於激動,腦袋似乎出現了問題。我咬緊牙關,努力想要恢復平靜。

“대표님?”  “代表님?”

해영이 이상한 듯 눈을 갸름하게 떴다. 신오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얼굴을 쓸어내려 뺨에 어린 홍조를 숨겼다.
海英有些奇怪地睜大了眼睛。信吾假裝若無其事地撫平臉頰,掩藏了臉上泛起的紅暈。

“와야 해서 온 겁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것도 있고 해서….”
“我來是因為必須來。我有些事情想親自確認一下……”

왼쪽 뺨의 멍 외에도 해영의 콧날과 광대뼈 주변엔 긁힌 자국이 여럿 있었다. 화가 치밀었다. 저는 해영을 끌고 오라고만 했지 배우 얼굴에 손을 대란 얘긴 하지 않았다. 신오의 굳은 얼굴을 보고 해영이 물었다.
除了左邊臉頰的瘀傷,海英的鼻樑和顴骨周圍也有好幾道抓傷。怒火中燒。我只是叫他把海英帶過來,並沒有說要對演員的臉下手。看到信吾那張嚴肅的臉,海英問道。

“보기보다 멀쩡해서 실망하셨어요?”  “看起來比想像中還要好,讓你失望了嗎?”

“전혀요.”  “完全不是。”

다소 급히 말한 탓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신오는 아직 멍이 남은 목을 붙들고 느리게 침을 삼켰다.
因為說得有些急促,聲音變得有些顫抖。信吾仍然緊握著還留有淤青的脖子,慢慢地吞下口水。

“그런 걸로 실망하지 않아요. 범해영 씨는 나란 사람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我不會因為那樣而失望。範海英小姐似乎對我有著深刻的誤解。”

“오해하지 않습니다.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는 선실 안에서 여러 번 확인했는걸요.”
“我不會誤解。代表您是什麼樣的人,我在艙內已經確認過好幾次了。”

해영이 ‘여러 번’이란 단어에 강세를 주었다. 신오는 선실 안에서 해영이 아주 오래도록 저를 갖고 놀았던 걸 떠올렸다. 목을 조르고,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여러 도구를 써 괴롭히며 신오를 여러 번 죽였다 살렸다 했다. 해영의 행방을 찾았단 기쁨에 잠시 잊었던 분노가 새롭게 되살아났다.
海英對「多次」這個詞加了重音。信吾在船艙裡回想起海英曾經長時間玩弄自己的情景。她掐著他的脖子,將塑膠袋覆蓋在他的臉上,使用各種工具折磨他,讓信吾多次死去又復活。因為找到海英的行蹤而短暫忘卻的怒火再次被喚醒。

“확인만 했어요? 협박용으로 사진까지 남겼으면서.”
“你只是確認了一下嗎?還留了照片作為威脅呢。”

“협박이라뇨. 대표님이 제게 매춘을 강요하셨고, 전 그에 맞대응한 것뿐입니다. 정당방위였죠.”
「威脅嗎?代表您強迫我賣淫,而我只是對此做出了反應。這是正當防衛。」

신오가 알기로 브레스 컨트롤을 정당방위라고 판결할 판사는 대한민국에 없었다.
信吾所知,韓國並不存在會判斷呼吸控制為正當防衛的法官。

“정당방위? 약에 취한 사람 목 졸라 죽이려고 했던 놈이 할 소리야?”
「正當防衛?一個想要勒死醉藥的人,居然敢說這種話?」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한 일인 걸요. 조 대표님이 데려간 여배우들이 어떻게 됐는지 업계에 소문이 파다한데, 저도 멍청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為了保護我自己,我才這麼做的。據說趙代表帶走的女演員們在業界的傳聞已經傳得沸沸揚揚,我也不能傻傻地任人宰割。”

신오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 바닥 사람으로서 해영이 저에 관한 추문을 알고 있단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다 한들 덤덤해질 수는 없었다. 해영이 제 이마에 ‘쓰레기’란 딱지를 여러 장 거듭해 붙이는 듯해 짜증이 들끓었다.
信吾的臉頰紅得像火一樣。作為這個圈子的人,海英知道有關他的流言蜚語並不奇怪。即便如此,他也無法淡然處之。海英似乎在他額頭上不斷貼上「垃圾」的標籤,讓他感到無比惱火。

“그쪽 판에 있는 것들, 다 관심 종자에 허언증 환자들인 거 몰라요?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왜 사람 말을 못 믿고….”
“那邊的那些東西,都是些對興趣有執著的妄想症患者,你不知道嗎?我不是這樣說的嗎。為什麼不相信別人的話……”

“아니라는 분이 크루즈 여행 때 아네로스를 챙겨 오셨죠. 전 대표님을 보고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단 걸 실감했습니다.”
“不是的那位在郵輪旅行時帶了阿內羅斯。我看到代表的時候,深刻體會到‘無風不起浪’的道理。”

“이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잠깐만요, 범해영 씨, 설마 지금 대화도 녹음 중입니까?”
“這小子真是讓人想看啊……等一下,範海英小姐,難道現在的對話也在錄音中嗎?”

신오는 해영이 한쪽 주머니에 계속 손을 넣고 있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해영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信吾遲遲才注意到海英一隻手一直放在口袋裡。海英淡然地回應道。

“대화 당사자가 참여한 녹음은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불법이 아니니까요.”
“對話當事人參與的錄音,即使未經同意也不算違法。”

“…….”  “……”

신오는 말문이 막혔다. 해사한 겉껍질에 속았다. 눈앞의 남자는 신오도 함부로 어찌 못 할 독종이었다. 멍든 얼굴을 보고 설핏 들었던 죄책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신오는 제가 잘못 판단했음을 자각했다. 이 건방진 미친놈은 좋은 말로 구슬려선 결코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信吾的嘴巴被堵住了。他被外表的光鮮所欺騙。眼前的男人是信吾也無法隨意對付的狠角色。看到他那受傷的臉,曾經閃過的罪惡感如雪般融化。信吾意識到自己判斷錯誤。這個傲慢的瘋子絕對不會因為好話而按照他的意願行事。

신오와 해영은 각자 서로에게 질렸다. 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상대를 경계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외엔 모든 게 고요했다.

신오는 시선을 멀리 들어 인적 하나 없는 강원도의 길을 바라보았다. 깨달음이 머릿속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손각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라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를 거야.」

해영의 등 뒤, 공사를 하다 만 듯한 구덩이에 눈길이 갔다. 흙구덩이는 깊이가 상당히 깊었다. 신오는 그 안으로 해영을 밀쳐 넣는 걸 상상했다. 재수가 좋다면 해영은 머리부터 떨어져 인사불성이 될 것이다.

「도와줄게.」

손각시가 약속했다. 그리곤 아예 신오의 몸속에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신오는 꿀꺽 침을 삼켰다. 손각시에게 몸을 빼앗기는 건 끔찍했지만 눈앞의 남자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도 잠시 인내할 수 있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손각시가 신오의 몸속에서 기를 폈다. 신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제 몸이 제 것이 아닌 듯한 부유감이 닥쳤다. 내장 속이 뻐근했다. 피가 끈적거리다 못해 아예 엉겨 몸속이 점액질의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許可一落,手偶便在新吾的身體裡展開了氣息。新吾微微睜開眼睛。感覺自己的身體彷彿不是自己的,浮游感襲來。內臟裡感到一陣沉重。血液黏稠得無法流動,彷彿整個身體裡充滿了某種黏稠的物質。

온몸에 힘이 넘쳤다. 장정이라도 들어 내던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신오는 해영의 손목을 덥석 쥐었다. 괴력에 해영이 퍼뜩 놀랐다. 기세를 몰아 그를 세게 밀쳤다. 떨어져. 그대로 반쯤 죽어 버려. 신오는 해영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걸 보며 히죽 웃었다.
全身充滿了力量。彷彿連壯漢也能輕易拋出。信烘緊緊握住海英的手腕。海英被這股怪力驚訝得一愣。信烘乘勢用力將他推開。滾開。就這樣半死不活地倒下去。信烘看著海英的身體向後倒去,露出了狡黠的微笑。

그러나 그 순간 해영이 손을 뻗어 신오의 몸을 붙들었다. 몸이 와락 바닥으로 끌려갔다.
然而就在那一瞬間,海英伸手抓住了信吾的身體。身體猛然被拖向地面。

신오는 땅바닥을 해영과 함께 뒹굴었다. 등뼈에 충격이 느껴졌다. 평소라면 고통에 그대로 몸을 굳히고 물러났을 테지만, 신오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그대로 해영의 몸 위로 올라탔다. 바닥에 깔린 해영이 허리를 들썩이며 신오를 밀어 내려 했다. 신오는 온몸에 힘을 주고 그를 버텨 냈다.
信吾和海英在地上打滾。背脊感到一陣衝擊。平時的他會因為疼痛而僵住身體退開,但信吾卻沒有感受到痛苦,直接爬到了海英的身上。躺在地上的海英扭動著腰想要把信吾推下去。信吾全身使力,堅持住了。

해영이 주먹을 날렸다. 관자놀이를 제대로 맞아 머리가 흔들렸으나 신오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해영의 주먹을 힘주어 붙들고, 오히려 손을 깍지 끼어 바닥에 눌러 버렸다. 해영이 놀란 표정을 짓다가 광기 어린 신오의 눈빛을 발견하고 혐오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신오는 오싹한 만족감을 느꼈다.
海英揮出了拳頭。雖然正中太陽穴,頭部搖晃了一下,但信吾並沒有感到疼痛。他用力抓住海英的拳頭,反而將她的手壓在地上。海英驚訝地做出表情,卻發現了信吾眼中瘋狂的光芒,於是用厭惡的目光瞪著他。信吾感到一陣毛骨悚然的滿足感。

「더해, 어서, 어서, 저놈을 싹싹 씹어 삼켜.」
「快點,快點,把那傢伙徹底咬碎吞下去。」

손각시가 정신없이 웃으며 신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신오는 해영이 씩씩대며 온 힘으로 저를 밀어 내는 걸 어렵지 않게 찍어 누를 수 있었다. 결국 잘생긴 목줄기를 손안에 쥐는 데 성공했다. 꿈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실제가 되었다. 온몸이 환희에 덜덜 떨렸다. 해영이 해사했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저를 노려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手偶像毫無顧忌地笑著,為信奧注入了力量。多虧如此,信奧輕鬆地壓制住了海英全力以赴地推開自己的樣子。最終,他成功地握住了那條英俊的脖繩。夢中才能實現的事情,竟然變成了現實。全身因喜悅而顫抖。看到海英那張清秀的臉龐被染上鮮紅,並瞪著我,讓人感到十分愉悅。

신오는 숨을 고르며 히죽거렸다.
新奧能夠平靜地喘息,露出了微笑。

“사람, 이 말을 하면, 헉, 헉, 귓구멍을 열, 줄도 알아야지.”
「人啊,說這話的時候,嘿,嘿,耳朵要打開,這點也要知道。」

“사람 말, 같아야, 흑, 그렇게 하죠.”
「人言,應該相同,黑,這樣做吧。」

이 새끼 봐라. 신오가 주춤하는 사이에 해영이 퍽 소리 나게 신오의 가슴 쪽을 쳐올렸다. 누가 밀려날 줄 알고. 신오는 힘을 주어 버텼다. 해영이 신오를 노려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근육을 긁는 감촉이 감미로웠다. 쿵쿵, 심장 박동이 거세졌다. 해영이 뿜어내는 숨이, 벌겋게 달아오른 몸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신오의 몸을 달궜다. 손각시가 혀를 길게 빼 해영의 몸을 핥으며 저 몸을 더 맛보게 해 달라고 난리를 피웠다. 안달나긴 신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침이 고였다. 실신한 해영을 맛볼 기대로 배 속이 저렸다. 목줄기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더했다. 해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這小子真是的。在信吾猶豫的瞬間,海英猛地一拳打向信吾的胸口。誰知道會被推開呢。信吾用力抵住。海英瞪著信吾,緊緊握住他的胸膛。指甲刮過肌肉的觸感令人陶醉。咚咚,心跳變得急促。海英噴出的氣息,從通紅的身體中散發出的體溫讓信吾的身體變得燥熱。手偶伸出長長的舌頭,舔著海英的身體,喧鬧著要他多品嚐那具身體。焦急的信吾也不例外。口水在嘴裡聚集。對於品嚐昏迷的海英的期待讓他的肚子感到緊繃。握住脖子的手加大了力道。海英的臉頰染上了鮮紅的顏色。

「쓰러져. 그만 발버둥 치고 양기를 내놔.」
「倒下吧。別再掙扎了,交出陽氣。」

손각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신오는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멍하게 취한 그의 얼굴을 해영이 빤히 응시했다. 그 눈빛이 두개골을 관통해 뒤통수에 고일 듯했다. 신오는 머루처럼 퍼렇게 빛나는 눈동자를 홀린 듯 응시했다.
手偶的聲音在他腦海中迴響。信烏嘴唇微動,跟著她的話語。海英凝視著他那恍惚的面容,似乎那目光能穿透顱骨,直達後腦。信烏如同被迷住般,注視著那雙如葡萄般閃耀的眼睛。

해영이 퍼렇게 힘줄이 올라온 얼굴로 힘겹게 입술을 들썩였다.
海英面色發青,臉上的血管鼓起,艱難地抬起了嘴唇。

“…더럽게 시끄럽네.”  “…真是吵得要命。”

“?”  「?」

방금 전까지 신오의 몸을 밀어 내기만 하던 해영이 불현듯 신오의 몸을 끌어안았다. 신오는 허리를 붙드는 단단한 힘에 당황했다. 해영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붉은 입술이 시야를 자극했다. 신오는 반사적으로 달라붙어 그에게 입을 맞췄다.
就在剛才,還只是推開信吾的海英,突然間卻將信吾的身體緊緊抱住。信吾被那緊緊摟住的力量驚訝不已。海英就在他面前,紅唇刺激著他的視線。信吾本能地貼上去,吻了他。

달콤하다.  甜蜜。

남자의 피부는 약이라도 발라 놓은 듯 달았다. 어떻게 사람 살에서 이런 맛이 나는 걸까.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을, 그 감각을 달게 느끼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과천 별장의 일 이후로 신오는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었다. 뜨겁든 차갑든, 사람이든 귀신이든, 나 아닌 것과 몸을 섞는 게 끔찍했다.
男人的皮膚就像塗了藥一樣光滑。怎麼會有人身上有這樣的味道呢?我無法理解自己在舌尖上感受到的那種味道,那種感覺是如此甜美。自從過天別墅的那件事以後,信吾開始避開與他人的接觸。無論是熱的還是冷的,無論是人還是鬼,與我無關的存在交融在一起的感覺讓我感到可怕。

체온에 대한 혐오가 해영에게만 통용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것도 다 귀신 때문일까. 신오는 호흡이 가빠지는 것도 잊고, 허기진 사람처럼 상대의 입술을 빨았다. 해영의 아랫입술 살점 일부가 제 입술 안으로 빨려 들었다. 말랑한 점막의 감촉이 숨 막히게 야했다. 밀려든 체액이 살보다 몇 배는 달아 전율이 일었다. 단전 아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몸속에 스며든 양기에 손각시가 만족한 듯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흐늘흐늘 몸이 늘어졌다.
體溫的厭惡並不僅僅存在於海英身上,這是為什麼呢?這一切都是鬼魂的原因嗎?信吾忘記了呼吸變得急促,像個飢餓的人一樣吸吮著對方的嘴唇。海英的下嘴唇的一部分被吸進了他的嘴裡。柔軟的黏膜觸感令人窒息地性感。湧入的體液比肉體多出幾倍,讓人顫慄。丹田下方熱得發燙。滲入體內的陽氣似乎讓手偶感到滿足,嘆了口氣,發出感慨。身體柔軟地變得懶散。

해영이 얼굴을 비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 더, 조금만 더…. 아쉬워 신오는 그에게 달라붙었다.
海英扭動著臉,撕開了嘴唇。再多一點,再多一點……心有不甘的信吾緊緊依偎著他。

해영이 그의 목 뒤편을 받쳤다. 귓전에 대고 부는 숨이 전신을 오싹하게 했다.
海英用手撐住他的脖子後面。輕輕吹在耳邊的氣息讓全身都感到一陣寒意。

“조신오.”  “趙信五。”

“?”  「?」

뜬금없는 호명이었다. 저항할 틈도 없이 몸에서 쑥 힘이 빠졌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몸을 물리고 도망치려 했다. 해영이 그를 눈치채고 신오의 목을 붙든 손에 힘을 더했다.
突如其來的呼喚。身體毫無反抗的餘地,瞬間失去了力氣。出於本能的拒絕感,我想要掙脫並逃跑。海英察覺到了他,對新吾的脖子緊握的手加大了力道。

“!”  “!”

삭은 허수아비처럼 순식간에 몸이 떠밀렸다. 신오는 놀라 해영의 어깨를 붙들고 그를 밀어 내려 했다. 어림도 없었다. 해영이 한 마리 맹수처럼 신오의 몸을 타고 올라 그 몸을 깔아 눕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세가 이미 반전되어 있었다. 목에 해영의 두 손이 감겼다. 목을 조르는 자세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신오는 눈을 부릅떴다. 이미 한 번 당해 본 일이라 공포가 더욱 컸다.
삭像稻草人般瞬間被推了出去。信吾驚訝地抓住海英的肩膀,想要將他推開,但根本無法做到。海英像一隻猛獸般爬上信吾的身體,將他壓倒在地。當他回過神來時,姿勢已經完全反轉。海英的雙手緊緊纏繞在他的脖子上。勒住脖子的姿勢是如此自然。信吾瞪大了眼睛。因為已經經歷過一次,恐懼感更加強烈。

“놔, 크, 큽! 이, 이 개, 새끼…!”
“放開,放開!這,這隻狗,混蛋…!”

듣기 싫단 듯 해영이 망설임 하나 없이 목을 졸랐다. 덜 나은 목구멍에서 칼에 찔린 듯한 아픔이 올라왔다. 신오는 해영의 손을 붙들고 발버둥을 쳤다. 발로 미친 듯이 바닥을 밀어 대고, 허리를 띄운 채 발꿈치로 몸을 세우려고 발광을 했다. 그때마다 해영의 손이 스패너처럼 목을 조였다. 숨이 넘어가려 했다. 괴롭다. 얼굴이 시뻘겋게 물드는 꼴을 해영이 구경했다. 객실에서 겪었던 그 시선이었다. 공포와 흥분에 진땀이 삽시간에 온몸을 적셨다.
聽起來不想聽的海英毫不猶豫地掐住了我的脖子。從那稍微好一些的喉嚨裡傳來如同被刀刺般的疼痛。信吾抓住海英的手,拼命掙扎。用腳瘋狂地在地板上推著,試圖用腳跟將身體撐起來,每次都像是發狂一般。每當這時,海英的手就像扳手一樣緊緊掐住我的脖子。呼吸快要不過來了。好痛苦。海英看著我臉色變得通紅的樣子。那是我在客艙裡經歷過的目光。恐懼和興奮讓冷汗瞬間浸透了全身。

의식이 가물거릴 지경이 되어서야 해영이 비로소 슬쩍 숨구멍을 틔워 주었다. 헉, 헉, 신오는 경악해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해영이 별스럽지 않단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태연한 표정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意識模糊到極點時,海英終於輕輕地打開了一絲呼吸的空隙。哈、哈,信吾驚愕地抬頭看著對方。海英面無表情地俯視著我。那副泰然自若的表情讓我背脊一陣寒意。

“미, 미친, 새끼,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
“你、你這個瘋子、混蛋,居然對我做這種事……。”

해영의 눈이 갸름해졌다. 그가 신오의 경동맥을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海英的眼睛變得修長。他輕輕按著信吾的頸動脈,問道。

“네, 제가 대표님을 목 조르고, 치욕을 줬죠. 인정할게요. 그래서요? 그게 어디가 어떻다는 건데요?”
“是的,我掐了代表的脖子,給了他羞辱。我承認了。那又怎樣?這有什麼關係呢?”

“?”  「?」

고요한 목소리였다. 신오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해영의 눈빛에 기이함을 느꼈다. 저를 조롱하고, 비웃는 게 차라리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해영의 눈에 비치는 것은 짜증과 분노가 아닌 순수한 의아함이다. 신오의 반응이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는단 반응이었다.
那是一種平靜的聲音。信吾感受到與情況不符的平靜海英的眼神中透出的奇異感。嘲弄和嘲笑反而是更自然的情況。然而,映入海英眼中的並不是惱怒和憤怒,而是純粹的疑惑。這是對信吾反應的真心不解。

“순전히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대표님, 왜 제게 화를 내시죠? 타인에겐 당연하게 강요했던 일을 왜 대표님 본인은 못 견디시는 건데요?”
“純粹是出於好奇問一下。代表,您為什麼對我生氣呢?您對他人理所當然地強加的事情,為什麼您自己卻無法忍受呢?”

왜 저딴 당연한 걸 묻는 걸까. 신오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려는 비웃음을 억눌렀다.
為什麼要問這種理所當然的事呢。神奧瞬間壓抑住了即將湧出的嘲笑。

그야 남이니까. 남의 고통은 내 고통과 다르니까.
那是因為是別人的事。別人的痛苦與我的痛苦是不同的。

죽은 건 정민영이지 내가 아니지 않나.
死的是鄭敏英,不是我吧。

“뭐가 달라서요? 대표님도 남들과 똑같은 인간이잖아요. 숨 쉬고, 밥 먹고, 때 되면 죽는.”
“有什麼不同呢?代表也是和其他人一樣的普通人啊。呼吸、吃飯,到了時候也會死。”

해영의 침착한 목소리에 이상하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이한 것은 손각시의 반응이었다. 해영을 가지라며 난리를 피울 땐 언제고, 해영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움츠리며 슬슬 뒤로 물러나며 도망쳤다. 신오는 그녀가 제 머릿속 구석으로 파고 들어가 숨는 걸 느꼈다. 흙구덩이 속의 퀴퀴한 악취가 불현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빙의로 마비되었던 감각이 제자리를 되찾고 있었다. 목이 너무 아팠다. 등이 빠개질 듯했다.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피 냄새가 역겨웠다.
海英冷靜的聲音讓我全身不由自主地起了雞皮疙瘩。奇怪的是手偶的反應。當她大鬧著要海英時是什麼情況,而現在每當海英的手觸碰到她,她卻縮起身子,慢慢後退逃跑。新奧感覺到她正躲進自己腦海的角落裡。泥坑裡的刺鼻氣味突然變得清晰可見。被附身麻痺的感覺正在逐漸恢復。喉嚨痛得厲害。背部彷彿要裂開。沿著食道上升的血腥味讓人作嘔。

시팔,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걸까. 내가 어쩌다…. 신오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어두컴컴한 구덩이 속이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시야 가득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한 남자뿐이다. 제가 범하려던 이였다. 그가 진득한 살의를 품고 저를 노려본다.
該死,我為什麼會在這裡這樣。到底是怎麼回事…. 信奧用閃閃發光的眼睛四處打量。這是一個陰暗的深淵。周圍沒有任何人,什麼也沒有。視野中唯一存在的只有一個男人。他就是我本來想要犯的那個人。他懷著濃烈的殺意盯著我。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누구도 모를 거란 자각에 더럭 겁이 났다. 신오는 마지막 힘을 짜내 발버둥을 쳤다. 아무 소용도 없었다. 몸 위에 올라탄 자는 바위처럼 무거웠다. 무저갱처럼 제 기운을 빨아들이기까지 했다. 진이 빠져 점차 동작이 작아졌다. 눈물로 눈매가 축축하게 젖었다.
這裡發生的任何事情,沒有人會知道,這種自覺讓我感到恐懼。信吾拼盡最後的力氣掙扎著,但毫無用處。壓在身上的人重得像塊石頭,甚至像無底深淵般吸走了我的力量。隨著精力的耗盡,動作漸漸變得微弱。眼淚讓我的眼眶濕潤。

“큽, 흐으, 흐, 놔, 허윽, 그, 그, 만….”
“큽, 흐으, 흐, 놔, 허윽, 그, 그, 만….”

“왜요? 대표님은 이런 짓을 당해도 안 죽고 버티실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為什麼?代表不是可以忍受這種事情而不死嗎?”

타인의 죽음엔 무감하고, 본인의 죄는 부정하기 바쁜 비겁한 인간을 벌하기라도 하듯 열 개의 손가락이 신오의 목에 단단히 감겨 악력을 가했다.
他對他人的死亡毫無感覺,卻忙著否認自己的罪行,彷彿要懲罰這樣卑怯的人,十根手指緊緊地纏繞在信吾的脖子上,施加著強大的力量。

아, 아냐, 그, 렇지….
啊,啊不是,那樣……

저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그렇게 목을 졸라 대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신오는 고개를 저으려 했다. 살고 싶었다. 이딴 꼴로 죽고 싶지 않았다.
我也是一樣的人啊,這樣掐著脖子,除了死別無選擇,神吾想搖頭。 我想活下去。 我不想以這種模樣死去。

“사, 살려….”  “救命…。”

「……!」  「……!」

죽음을 예감한 순간, 손각시가 신오의 몸에서 탈출하고자 난동을 피웠다. 그녀는 몇 년간 달라붙어 있던 신오의 혼을 끊어 내고, 해영의 몸에 들러붙고자 혀를 내밀었다. 경동맥에 혀를 붙이고, 핏줄을 통해 해영의 몸속에 파고들려는 찰나였다.
死亡的預感瞬間降臨,手偶開始在信吾的身體中掀起騷動,試圖逃脫。她斷開了幾年來緊緊纏繞在信吾身上的靈魂,伸出舌頭想要附身於海英。就在舌頭貼上頸動脈,試圖透過血管深入海英的身體的瞬間。

해영이 신오의 뺨을 휘갈겼다.
海英狠狠地打了信吾的臉頰。

손각시가 뒤로 밀려 나 도로 신오의 몸에 들러붙었다. 충격에 신오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는 두 팔을 허공에 뻗고 허우적댔다. 해영이 가만있으라며 아랫배를 무릎으로 꽉 눌렀다.
手偶被推開,重新緊緊貼在信奧的身上。衝擊使信奧的身體劇烈搖晃。他雙臂伸向空中,掙扎著。海英用膝蓋緊緊壓住他的下腹,讓他安靜下來。

그사이 손각시가 냉큼 신오의 옷에서 제 무기인 바늘을 꺼내 해영의 무릎 뒤로 파고들려 했다. 해영은 그러게끔 두지 않았다. 남자는 신오에게 따귀를 재차 날렸다. 퍽, 손각시가 무형의 벽에 밀린 듯 뒤로 밀려났다.
就在這時,手偶迅速從信吾的衣服裡掏出她的武器——針,想要刺入海英的膝蓋後面。海英並不打算讓她如願。那名男子再次給了信吾一個耳光。啪,手偶似乎被無形的牆壁推擠,向後退去。

「이놈이!」  「這小子!」

손각시는 버럭 성을 내려다가 절 쳐다보는 노란 눈 짐승과 시선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 굳은 순간, 해영이 한 번 더 손을 들었다. 저딴 걸 정통으로 맞을 수는 없었다. 손각시는 신오의 혼을 방패막이로 내밀고 멀리 도망쳤다.
手角獅子正要發怒時,與一隻用黃色眼睛注視著他的野獸對上了視線。驚訝之餘,海英再次舉起了手。這種東西可不能正面迎擊。手角獅子將信吾的靈魂當作盾牌,遠遠逃跑了。

따귀는 고스란히 신오의 혼에 떨어졌다.
巴掌直接落在了信吾的靈魂上。

“헉!”  “哇!”

신오는 통증이 세포 하나하나를 찢어발기는 걸 느꼈다. 내장이 뒤집혔다. 머릿속에 불이 붙어 뇌가 불쾌한 열기 속에서 느리게 녹아내렸다. 고통이 역치를 넘었다. 신병에 처음 발작했을 때 경험했던 그 지랄 맞은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新奧感受到疼痛撕裂著每一個細胞。內臟翻轉。腦海中燃起火焰,大腦在不快的熱度中緩緩融化。痛苦超過了極限。第一次在新兵時發作時經歷的那種詭異的感覺籠罩了全身。

구역질하며 손등을 긁자 해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신오를 내려다보았다. 신오는 눈물 고인 눈으로 겨우 해영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를 바라보며 도와 달라고 입술을 들썩였다. 말이 차마 입 밖을 통과하지 못했을 때, 의식이 뭉그러졌다. 힘이 풀려 눈동자가 눈꺼풀 너머로 넘어갔다. 손발이 제멋대로 비틀렸다.
海英厭惡地抓著手背,海英用疑惑的目光俯視著信吾。信吾眼中含著淚水,勉強與海英對視。他望著她,嘴唇微微顫動,似乎在請求幫助。當話語無法從嘴裡說出時,意識開始模糊。力氣全無,眼球隨著眼皮的下垂而移動。四肢不受控制地扭曲著。

발작이 닥쳤다. 눈까풀이 내리 덮여 눈동자 앞을 가로막았다.
發作來襲。眼皮垂下,遮住了眼前的視線。

새까만 어둠이 밀려들었다. 그 속에서 새하얀 얼굴 하나가 뽀얗게 떠올랐다.
漆黑的黑暗湧了進來。在那裡,一張雪白的臉龐悄然浮現。

남소연이 신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南小妍望著新吾說道。

「제 명을 깎아서 손님을 지켜 드렸어요. 그 공을 이렇게 갚으시네요. 장담하죠. 손님께서도 저와 똑같은 꼴을 당하게 되실 거예요.」
「我削減了自己的命來保護客人。您竟然這樣回報我。我敢打賭,客人您也會遭遇和我一樣的下場。」

신오는 벌벌 떨리는 입술을 들썩였다. 제발, 싫어. 용서해 줘.
新奧的嘴唇顫抖著。求你,別這樣。饒了我吧。

어딘가에서 그동안 자신이 쌓아 놓은 죄업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소연, 정민영, 그리고…. 신오는 죗값을 등으로 업고 버텼으나 그 무게로 제 몸이 진창에 빠져드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某處傳來了自己這段時間以來所積累的罪業轟然崩潰的聲音。南小妍、鄭敏英,以及……申烏雖然背負著罪孽堅持著,但那份重量卻無法阻止她的身體陷入泥淖之中。

싫어, 내 죄가 아냐.
討厭,這不是我的罪。

난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我沒有殺任何人。

“대표님, 대표님?”  “代表님,代表님?”

의식이 깜빡이는 와중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했다. 신오는 의식을 되찾으려고 정신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온몸이 제 것 아닌 것처럼 경련 중인 게 느껴졌다.
意識在閃爍之間,某人的聲音時近時遠。信吾拼命想要恢復意識,焦急地吞嚥著口水。全身感覺像不是自己的,正在抽搐。

“누, 구야? 나, 나, 어디….”
“誰,哥哥?我,我,在哪裡……。”

여기가 어딜까. 신오는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느릿느릿한 말투로 물었다. 어딘가 먼 곳을 헤매다 돌아온 것처럼 머릿속이 아득했다. 낯선 남자가 그를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這裡是在哪裡呢?信奧用還未完全清醒的語氣緩慢地問道。感覺像是從某個遙遠的地方徘徊回來,腦海中一片模糊。一個陌生的男人用奇怪的表情盯著他。

“소, 연 씨 어디, 로? …소연 씨, 어디로 데, 려갔어?”
“小妍,妳去哪裡了?…小妍,妳要帶我去哪裡?”

“그건 누굽니까? 당신 때문에 죽은 여자인가요?”
“那是誰呢?是因為你而死的女人嗎?”

남자의 말이 가슴속을 후벼 팠다.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났다. 흙먼지에 더러워진 뺨 위로 물줄기가 자국을 남겼다.
男人的話深深刺入了心中。明明不悲傷,卻流下了眼淚。臉頰上沾滿了灰塵,水流在上面留下了痕跡。

해영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海英靜靜地望著他,過了好一會兒才開口。

“대표님은 참, 이상한 사람이세요.”
“代表님真是個奇怪的人。”

‘대표님’이란 말에 천천히 정신이 돌아왔다. 신오는 착란 상태에서 벗어나 눈을 깜빡였다. 등 아래로 축축한 흙바닥이 느껴졌다. 왜 여기 와 있는지를 깨달았지만, 방금 전까지 제가 무어라 중얼거렸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의식을 잃었던 듯했다. 아니, 통증이 여전한 걸 보면 그저 잠깐 까무러쳤다 깬 건지도 몰랐다.
「代表님」這個詞讓我慢慢回過神來。信吾從混亂的狀態中脫離,眨了眨眼。背下方感受到潮濕的土壤。雖然我明白自己為什麼會在這裡,但剛才我到底喃喃自語了什麼卻完全想不起來。似乎失去了意識有一段時間。不,從持續的疼痛來看,或許只是暫時昏厥了一下而已。

“범해영 씨….”  “範海英小姐……。”

힘없는 목소리로 해영을 불렀다. 해영이 대꾸 없이 흙구덩이를 빠져나갔다. 신오는 자석에 이끌린 철 가루처럼 그를 뒤따라갔다.
我用無力的聲音呼喚海英。海英沒有回應,從泥坑中爬了出來。信吾像被磁鐵吸引的鐵粉一樣跟在他身後。

잠깐 사이에 해가 많이 기울었다.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산맥에서 불어온 찬 바람이 몸을 때렸다. 숲이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한들 강원도의 바람엔 아직 겨울 냄새가 남아 있었다. 젖은 몸의 체온을 순식간에 앗아 간다.
短短的時間內,太陽已經傾斜了許多。剛從坑裡爬出來,山脈吹來的寒風便襲來了。雖然森林已經染上了嫩綠色,但在江原道的風中,仍然留有冬天的氣息。濕透的身體瞬間被奪走了體溫。

뼈마디가 시렸다. 신오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결국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땅에 닿는 무릎의 연골이 쑥쑥 아려 신음이 터져 나왔다. 손각시를 몸에 들인 후유증이었다. 제가 왜 그딴 미친 짓을 했을까. 근래 하는 일이라곤 후회뿐이었다.
骨節感到刺痛。信吾失去平衡,踉蹌著最終跪下,坐在地上。膝蓋接觸地面的軟骨劇烈疼痛,忍不住發出呻吟。這是抱著手偶的後遺症。我為什麼要做那種瘋狂的事呢。最近所做的事情只有後悔。

“범해영 씨, 잠깐만, 잠깐만요….”
「範海英小姐,等一下,等一下……」

해영에게 손을 뻗었다. 그를 붙들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가지 마요, 범해영 씨, 제발, 내 얘기 좀 듣고…. 훌쩍거림 섞인 갈라진 목소리가 목구멍을 뚫고 나왔다. 신오는 그 자리에 웅크렸다. 몸이 너무 아파 딱 죽을 것만 같았다. 피부의 표피 아래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불쾌한 통증이 신경을 짓씹었다. 가렵고 쓰라리고 불쾌한 와중에 두통이 격심해졌다. 관자놀이가 깨져 나간다. 뇌가 뭉개져 귓구멍 밖으로 흘러나오는 듯했다.
我伸手去抓海英。我必須抓住他,但身體卻不聽使喚。頭痛得像要爆炸一樣,無法再走下去。不要走,範海英,拜託,聽我說幾句……帶著抽泣的沙啞聲音從喉嚨裡擠了出來。信吾蜷縮在那裡。身體痛得像要死去一樣。皮膚表層下似乎有蟲子在爬行,令人不快的疼痛在神經中撕扯著。癢、刺痛和不適之中,頭痛愈發劇烈。太陽穴像要炸裂一樣。腦袋似乎被擠壓著,像要流出耳朵外。

“흐으, 아흐으…. 흡….”  “嗚……啊嗚……吸……”

흐느낌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해영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해가 기울어 해영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남자가 드리운 음영이 신오의 어깨를 덮었다. 그 부위에서만 고통이 덜했다. 자글자글 끓는 곳에 찬물을 끼얹은 듯하다. 신오는 떨리는 손으로 어깨를 어루만지다가 이어 제 입술을 더듬었다. 피딱지가 진 부위가 아팠다. 그럼에도 해영의 입술을 훔쳤을 때 느꼈던 달콤함이 떠올라 속이 뜨거워졌다. 온몸의 감각이 외쳤다. 저 남자를 어떻게든 붙잡아야만 했다.
嗚咽的聲音異常不尋常。海英停下了腳步。夕陽西下,海英的影子被拉得很長。男人的陰影覆蓋了信吾的肩膀。那個地方的痛苦減輕了些。就像在滾燙的地方潑上了冷水。信吾用顫抖的手輕撫著肩膀,然後又摸了摸自己的嘴唇。傷口結痂的地方很痛。儘管如此,當他偷吻海英的時候,那種甜蜜的感覺浮現在腦海中,讓他心中一熱。全身的感覺都在呼喊。他必須不惜一切抓住那個男人。

“잠깐만, 잠깐 내 얘기 듣고 가요. 제발, 제발요….”
「等一下,等一下,聽我說一下。拜託,拜託你……。」

“머뭇대면 또 절 덮치시려고요?”
“你是想再襲擊我嗎?”

해영이 지겹단 투로 말을 뱉었다.
海英以厭煩的口氣說道。

“아, 아파, 아파서 그래요. 도와줘요. 제발….”
“啊,好痛,好痛啊。幫幫我。拜託……。”

“아프면 병원에 가세요. 엄한 사람한테 집적대지 말고요.”
「如果痛的話就去醫院。不要對不相干的人糾纏不清。」

“소용없어요. 범해영 씨, 흐, 으…. 다, 당신이 곁에 있어야 낫는 병이니까.”
“沒用的。範海英小姐,呃,嗯……這是只有在你身邊才能痊癒的病。”

횡설수설 내뱉은 말에 해영의 걸음걸이가 뚝 멈췄다.
海英的腳步因為胡言亂語而突然停下。

“헛소리 작작 하세요. 그딴 말로 사람 홀리는 거 최악이니까.”
“別再胡說八道了。用那種話來迷惑人真是最糟糕的。”

해영이 더 험한 말을 내뱉으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왜 저러는 걸까. 신오는 남자의 시선이 제 뺨을 훑고 있음을 느꼈다. 더듬어 본 손끝에 물기가 흥건했다. 신오는 자신이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깨달았다.
海英本想說更過分的話,卻轉過頭後立刻閉上了嘴。她在想,這是為什麼呢。信吾感覺到那個男人的目光正掃過她的臉頰。她的手指觸碰到的地方濕漉漉的。信吾意識到自己正不停地流著淚。

해영이 설마 제가 우는 모습에 반응한 걸까. 신오는 확인을 위해 한층 서러운 표정으로 해영을 올려다보았다. 남자가 확 미간을 찌푸렸다.
海英難道是因為我哭的樣子而反應了嗎?信吾為了確認,帶著一絲悲傷的表情抬頭看著海英。那男人的眉頭緊皺。

“왜 우세요? 제가 뺨 몇 대 때린 것 때문에요? 대표님이 제게 하려던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요.”
“為什麼哭呢?因為我打了你幾巴掌嗎?跟代表您想對我做的事情比起來,這根本不算什麼。”

해영이 이상했다. 늘 낮고 건조하던 목소리가 흔들리고, 눈빛이 잔뜩 화난 사람처럼 달아올랐다. 소년처럼 뽀얀 두 뺨에 홍조가 어린 것이 보였다.
海英有些奇怪。她那平時低沉乾燥的聲音顫抖著,眼神像是充滿怒火的人一樣變得炙熱。她那如少年般白皙的雙頰上泛起了紅暈。

희한했다. 이건 대체 뭘까. 자신이 뱉은 어떤 말에도 멸시와 혐오 외에는 반응하지 않던 남자가 동요하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신오는 눈을 끔뻑였다. 눈까풀의 움직임마다 그렁그렁 고여 있던 눈물이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해영이 미간을 좁혔다.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짙은 감정으로 일렁이는 걸 신오는 놓치지 않았다.
奇怪。這到底是什麼呢?那個對自己所說的任何話都只以輕蔑和厭惡回應的男人,竟然動搖了。面對這無法理解的情況,信奧眨了眨眼。每當眼皮的動作,積聚在眼中的淚水便滴滴落下。海英微微皺起眉頭。信奧沒有錯過那男人黑色眼瞳中閃爍著濃烈情感的瞬間。

뭐야, 이러면 되는 거였어?
這是什麼啊,這樣就可以了嗎?

심장이 쿵쿵 요동쳤다.  心臟砰砰直跳。

“아파요…. 당신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아서요.”
“好痛……我覺得沒有你我會死去。”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세요.”
「別說些不切實際的話。」

마구 내던진 말이 키워드였다. 해영이 인상을 찌푸리고 뒤로 돌아선 순간, 신오는 늘 여유롭던 남자의 표정에서 최초의 균열을 발견했다.
隨意拋出的話語成為了關鍵。海英皺起眉頭,轉身的瞬間,信吾在那個一向從容的男人的表情中,首次發現了裂痕。

신오의 본능이 이쪽이 옳은 방향이라고 청신호를 깜빡였다.
信吾的本能閃爍著這是正確方向的綠燈。

“어쩌라고요. 당신이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당신에게 닿지 않으면 아파 죽을 것 같아. 제발요, 범해영 씨,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고 도와줘요.”
「那又怎樣呢?我快要瘋了,因為我想要你……如果碰不到你,我就會痛苦得快要死去。拜託你,範海英小姐,想著救一條人命,幫幫我吧。」

“도와 달라뇨. 어떻게요? 몸을 팔란 협박이 안 통하니까 이젠 말을 이상하게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하시네요.”
“怎麼會需要幫忙呢?要怎麼做?因為賣身的威脅不管用了,所以現在開始用奇怪的話來讓人困惑了嗎?”

해영의 목소리가 도로 싸늘해졌다. 어지간히도 몸 파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신오는 어쩌면 해영이 요새 보기 드물게 꽉 막힌 사람일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스폰서 제의 따위는 진절머리를 내며 단칼에 거부했던 거겠지.
海英的聲音變得冷淡。她似乎非常厭惡出賣自己的身體。信吾心想,海英或許最近變得格外固執。難怪她會對贊助的提議感到厭煩,毫不留情地拒絕了。

해영은 신오에겐 참으로 낯선 상대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신오는 그동안 제 쪽에서 먼저 사람을 아쉬워해 본 일이 없었다. 타고 나기라도 한 듯 그에겐 상대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 훤히 보였다. 별것 아닌 말과 미소 한 번이면 어느 누구든 홀려 제 것이 되었다.
海英對新奧來說真是個陌生的對象。雖然不想自誇,但新奧從來沒有主動渴望過任何人。似乎天生就具備這種能力,他總能輕易看透對方的心思。只要一句微不足道的話和一個微笑,便能讓任何人心甘情願地成為他的。

해영만이 예외다. 저치의 마음을 열려면 어떤 열쇠를 써야 하는 걸까. 실마리는 손에 쥐었으나 정확한 답이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두통이 심해 판단이 쉽지 않다. 신오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어 출구를 찾는 기분이었다.
海英是唯一的例外。要打開她的心,該用什麼鑰匙呢?雖然手中握有線索,但心中卻無法浮現出準確的答案。頭痛得厲害,判斷變得困難。信吾壓著太陽穴,神經緊繃。彷彿在黑暗中摸索著牆壁尋找出口的感覺。

신오가 뜸을 들이는 사이에 해영이 먼저 지친 기색을 보였다.
在信吾猶豫不決的時候,海英先顯露出疲憊的神色。

“됐습니다. 더는 이딴 화제로 대표님과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표님께선 대표님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존재한단 걸,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란 걸 이해도 못 하시잖아요.”
“好了。我不想再用这种话题和您对话了。您根本无法理解,世上还有与您不同思维方式的人,也有一些是用钱买不到的东西。”

해영은 마지막 말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마치 그것이 제 신념이라도 되는 듯. 이거로구나. 답에 도달했다. 신오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부류인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어떤 방식이 통할지도.
海英清晰地發音了最後一句話。彷彿那是她的信念一般。原來如此。她找到了答案。神奧似乎明白眼前的男人屬於哪一類型,也知道對他來說什麼方式會有效。

신오는 돌아서는 남자의 팔뚝을 붙들었다. 손끝을 통해 뭔지 모를 맑은 기운이 전신에 퍼졌다. 두통이 옅어지는 것이 신기해 입술이 벌어졌다. 신오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信吾抓住了轉身的男人的手臂。透過指尖,一種不知名的清澈氣息在全身蔓延。頭痛減輕的感覺讓信吾驚訝,嘴唇微微張開。信吾吞下了口中的乾涸唾液。

“그래서요. 범해영 씨의 사고방식을 따르면 내 곁에 있어 줄 겁니까?”
“所以呢。如果按照範海英小姐的思維方式,你會一直在我身邊嗎?”

“이 손 놓으세요.”  “放開這隻手。”

“몸을 파는 게 그렇게 싫으면 연애를 하면 되잖아요.”
「如果這麼討厭賣身,那就談戀愛不就好了。」

“뭐요?”  “什麼?”

해영의 목소리가 꺾였다. 빠아앙, 문장 말미의 쇳소리는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화물차의 경적 소리에 묻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춘 해영의 얼굴은 해괴한 말을 들은 듯 일그러져 있었다.
海英的聲音變得低沉。砰的一聲,句尾的金屬聲正好被旁邊經過的貨車喇叭聲淹沒。頭燈的光芒照在海英的臉上,似乎聽到了不可思議的話語,面容扭曲。

매연이 흩어진 뒤, 해영이 입을 열었다.
煙霧散去後,海英開口了。

“연애요?”  “戀愛嗎?”

“그래요, 안 됩니까?”  “是的,不可以嗎?”

신오는 창백한 낯빛으로 상대를 절박하게 바라보았다. 해영의 까만 눈동자가 퍼렇게 일렁거렸다. 남자가 신오의 몸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신오의 목에 남은 멍을 보곤 혐오에 낯빛을 굳혔다가, 피딱지가 얹힌 입술을 보고는 마뜩잖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눈물 젖은 뺨을 보곤 혀를 찼다. 통 속을 알 수 없었던 남자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감정이랄 만한 게 담겼다. 신오는 남자의 무표정에 균열이 생긴 원인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信吾用蒼白的面容迫切地注視著對方。海英的黑色眼眸閃爍著藍色的光芒。男人慢慢地上下打量著信吾的身體。看到信吾脖子上殘留的淤傷,他的臉色因厭惡而變得僵硬,然後看到那沾著血痂的嘴唇,便不屑地微微眯起眼睛,看到那沾滿淚水的臉頰,則不由自主地舌頭一彈。男人的眼中首次流露出情感,雖然無法看透他的內心,但信吾敏銳地察覺到了他面無表情背後的裂痕。

…그래, 어떤 작자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서야 비로소 옷을 벗지.
…對,某些作家只有在溫暖的陽光下才終於脫下衣服。

신오는 해영을 붙잡으려면 우악스레 힘을 쓰기보다 남자가 먼저 다가오게 빈틈을 보이는 게 낫다는 걸 간파했다. 맹수를 우롱하려고 그 앞에서 일부러 다리를 저는 척 절름거리는 사슴의 지혜를 본받을 필요가 있었다. 신오는 해영의 뺨을 조심스레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信吾明白,要想抓住海英,與其粗暴地使力,不如讓男人主動靠近,露出破綻。這需要學習那隻故意在猛獸面前一瘸一拐的鹿的智慧。信吾小心翼翼地撫摸著海英的臉頰,低聲說道。

“범해영 씨,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範海英小姐,我需要你。”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我無法理解您在說什麼。」

해영이 신오의 몸을 밀어 내며 그를 흘겨보았다.
海英推開信吾的身體,瞥了他一眼。

“사람을 개새끼라고 욕했다가 이젠 연애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 하시는 뭡니까.”
「你剛才罵人是狗崽子,現在卻在談戀愛?這不是坐雲霄飛車,究竟在幹什麼呢?」

“그동안 무례하게 군 건 사과할게요. 내가 구제 불능의 인간이라서 그쪽이 날 거부하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겁니다. 억지로라도 갖고 싶어서 안 해야 할 짓을 했습니다. 미안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날 똑바로 바라봐 줘요.”
“這段時間我對你的無禮行為深感抱歉。因為我是一個無可救藥的人,無法忍受你拒絕我,所以才會這樣做。我強迫自己想要擁有你,做了不該做的事。對不起,我全都錯了。所以,拜託,請好好看著我。”

신오는 끈질기게 해영의 곁에 달라붙었다. 해영의 자장(磁場) 안에 들어서는 것이 미치도록 좋았다. 고통에 비틀렸던 몸에 온기가 어렸다. 귀를 더럽히던 손각시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시야를 뿌옇게 흐려 놓았던 추잡한 상들이 사라졌다. 마음이 들떠 거짓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信奧不斷地黏在海英的身邊。進入海英的磁場讓他感到無比愉悅。曾經因痛苦而扭曲的身體感受到了一絲溫暖。耳邊那令人厭惡的手偶聲音漸漸減少,模糊不清的醜陋景象也隨之消失。心情激動的他,謊言如泉湧般流出。

평생 거미 한 마리 살린 것이 선행의 전부였던 남자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귀에게 살을 뜯기던 나날 끝에 눈앞에 극락에 갈 수 있는 가느다란 실이 내려졌을 때, 남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겨우 얻은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기 위해 눈이 뒤집혔겠지. 분명 그랬을 것이다.
我想起了一個男人,他一生中唯一的善行就是救了一隻蜘蛛,結果死後卻墮入了地獄。在被阿鬼啃食的日子結束時,當他眼前出現了一條通往極樂的細線時,這個男人會有什麼反應呢?為了不錯過這來之不易的機會,他的眼睛一定是翻白的。肯定是這樣的。

신오는 해영의 팔목 언저리 부근의 허공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다가 용기를 낸 듯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손끝부터 고통이 옅어졌다. 속이 울컥했다. 더 만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어깨뼈 봉우리와 쇄골을 거쳐, 남자의 심장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확연한 온기와 생명력에 자꾸 마른침이 넘어갔다. 뺨이 홧홧했다. 기이한 감동에 신오는 목울대를 울리며 멍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信奧小心翼翼地撫摸著海英的手腕附近的空氣,似乎鼓起勇氣將手放在他的肩膀上。手指尖的痛楚漸漸減輕。心中一陣翻湧。想要再多觸碰,無法忍耐。手沿著肩胛骨的隆起和鎖骨,輕輕放在男子的心臟上。明顯的溫暖和生命力讓她不斷吞嚥口水。臉頰熱辣辣的。信奧因奇異的感動而喉嚨微顫,目光呆滯地凝視著對方。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리고, 상반신을 기울였다. 키스의 전초 자세였다. 해영이 그를 단호하게 밀어 냈다. 신오는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범해영다운 철벽이었다. 신오는 터져 나오려는 욕을 참으며 짐짓 머쓱한 척 제 목 뒤를 쓸어내렸다. 우아하게 잘 빠진 다섯 손가락이 난잡하게 멍든 창백한 목덜미에 감겼다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모습에는 묘하게 선정적인 구석이 있었다. 해영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신오가 시선을 눈치채자 바로 거리를 벌리며 뒷걸음질 쳤다.
我不自覺地張開了嘴唇,身體微微前傾。這是吻的前奏姿勢。海英果斷地將他推開。信吾差點摔倒,勉強保持了平衡。這是範海英一貫的堅固防線。信吾忍住即將爆發的咒罵,故作尷尬地撫摸著自己的脖子。那優雅的五指纏繞在淤青的蒼白脖頸上,隨後柔和地滑落,卻透著一絲奇妙的性感。海英目不轉睛地盯著那一幕。當信吾察覺到她的目光時,立刻拉開距離,向後退去。

조금 전 시선의 의미는 대체 뭘까? 신오는 혀끝으로 입술을 핥으며 해영을 졸졸 따라갔다.
稍早前,目光的意義究竟是什麼呢?信吾用舌尖輕舔著嘴唇,緊緊跟隨在海英身後。

해영이 고개를 저었다.  海英搖了搖頭。

“필름 때문에 이상한 연기를 하시는 거면 됐습니다. 안심하세요. 대표님이 사과하셨으니까 저도 더는 이상한 짓 않겠습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만 괴롭히지 않으시면 제가 그걸로 해코지할 일은 없을 겁니다.”
「如果是因為拍攝而做出奇怪的行為,那就沒關係了。請放心。因為代表您已經道歉了,所以我也不會再做奇怪的事。如果您不再困擾我和我周圍的人,我就不會因此而報復。」

“그런 게 아니라고 하잖습니까. 난 그저….”
“不是那樣的,我只是……。”

신오는 잠시 뜸을 들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거짓말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고 자부해 왔건만, 이딴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기엔 저에게도 각오가 필요했다.
信吾稍微停頓了一下,咕嚕,吞下了口水。雖然他一直自信自己對於撒謊有著天生的才能,但要說出這種荒謬的話,他也需要做好心理準備。

“범해영 씨가 좋아서….”  「因為喜歡範海英小姐……。」

시기적절하게 낯이 달아올랐다. 거부감 때문에 떠오른 홍조였으나 해영을 속이는 데는 도움이 될 터였다. 해영이 황당하단 듯 신오를 바라보았다.
時機恰到好處地臉紅了。雖然是因為拒絕感而浮現的紅暈,但對於欺騙海英來說卻是有幫助的。海英似乎感到不可思議地看著信吾。

“절 몇 번이나 보셨다고요?”
“您說您看過幾次?”

“첫눈에 반했단 말도 있잖습니까. 운명적 사랑, 혼의 끌림, 범해영 씨 출연하는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말이잖아요.”
“第一眼就愛上了的話不是也有嗎?命運的愛,靈魂的吸引,範海英小姐出演的劇中也有提到這些話。”

“<기문총화>를 보셨어요?”  「您看過《奇門總話》嗎?」

“다는 못 봤어요. 범해영 씨가 나오는 부분만 돌려 보느라.”
“我沒看到其他的部分,只是反覆看了範海英小姐出現的那一段。”

“…….”  “……”

해영이 믿기지 않는단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신오는 의심 많은 작자를 설득하기 위해 열연을 펼쳤다.
海英似乎不敢相信地微微睜開了眼睛。信吾為了說服這位多疑的角色,展開了熱烈的演說。

“나라고 좋아서 그 짓을 했겠어요? 나도 당신한테 신경 끄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어요. 하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해. 잠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당신 얼굴이 눈앞에서 떨어지지 않는걸. 나도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걸. 그쪽이 스태프에게 웃어 주는 걸 우연히 봤을 땐….”
「我會做那種事是因為我喜歡你嗎?我也努力不去在意你,但這怎麼可能呢?即使在睡覺的時候,吃飯的時候,你的臉也總是在我眼前。我也無法控制我的心情。當我偶然看到你對工作人員微笑的時候……。」

신오는 일부러 숨을 한 박자 쉬고, 바닥에 시선을 떨궜다.
信吾故意停頓了一下,將目光低垂在地板上。

“질투로 괴로워 잠을 잘 수도 없었어요. 병원에선 마음의 병이라고 하더군요. 신체화가 일어난 거라고…. 너무 괴로웠어요. 누군가가 너무 좋아 곧 죽을 것 같다니, 그딴 건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걸요. 날이 갈수록 비참해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남자고, 날 알지도 못하고, 날 좋아해 줄 가능성은 일 퍼센트도 없는 사람이니까….”
「因為嫉妒而痛苦,連覺都睡不好。醫院裡說是心靈的病。這是身體化的現象……我真的很痛苦。有人讓我如此喜歡,以至於感覺快要死了,這是我一生中第一次經歷這種事。日子一天天過去,我變得越來越悲慘,無法忍受。你是個男人,根本不認識我,對我產生喜歡的可能性連一個百分比都沒有……」

거짓 연기에 스스로 취했는지 정말로 속이 욱신거리는 게 웃겼다. 해영에게 처절히 버림받으면 된다고 했던가. 신오는 어쩌면 손각시가 시킨 일을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사람 속이는 일이야 제 전문이지 않은가. 속이는 대상이 자신이라고 해서 어려울 것은 없었다. 반한 척, 처절히 버림받은 척, 저 자신마저 속인다면 손각시도 속아 해영에게 들러붙을 것이다.
在虛假的演技中自我陶醉,真的讓人感到心中隱隱作痛,這讓我覺得好笑。難道不是說過,只要被海英徹底拋棄就好了嗎?信吾或許能夠完成手偶所指派的任務。欺騙他人本來就是他的專長。即使欺騙的對象是自己,也不會有什麼困難。假裝心動,假裝被徹底拋棄,如果連自己都能欺騙,那麼手偶也會被騙,進而依附於海英。

앞으로도 얼마든지 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척 완벽히 연기해 주겠다.
我會繼續完美地假裝真心愛著那傢伙。

신오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信吾用幾乎要哭出來的聲音告白了。

“어차피 안 될 것 그쪽과 친해지고라도 싶어서 사무실로 불렀던 겁니다.”
“反正也不會成功,所以才想和你親近,才叫你來辦公室的。”

해영이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海英似乎不敢相信,搖了搖頭。

“그렇게 애틋해서 박인태 사장에게 성 상납을 지시하셨나 보네요.”
“那麼深情厚意,難道是指示朴仁泰社長進行性贈與嗎?”

이야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팔, 신오는 속으로 욕을 짓씹었다. 박인태 그 멍청한 새끼 때문에 품이 배로 드는 게 짜증스러웠다. 그는 자신과 해영의 불쾌한 기억을 그럴듯한 말로 덧칠하기 시작했다.
故事又回到了原點。該死,信吾在心裡咒罵著。因為朴仁泰那個笨蛋,讓事情變得更加麻煩,讓他感到厭煩。他開始用看似合理的話語來掩飾自己和海英之間不愉快的回憶。

“다짐하건대 난 박인태 사장에게 단 한 번도 그딴 얘길 한 적 없습니다. 얼굴 한 번 보고 싶어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청한 게 다예요. 그걸 마음대로 오해한 건 범해영 씨 아닙니까? 사람을 매도해서 이상하게 만드니까 나도 덩달아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며 화를 낸 거지, 처음부터 이상한 마음 먹고 범해영 씨에게 접근한 걸 결코 아닙니다.”
“我發誓我從來沒有對朴仁泰社長說過那種話。我只是想見他一面,請求安排一次見面而已。這一切都是範海英小姐隨意誤解的吧?因為把人誣陷得奇怪,我也不得不說出心裡不想說的話而生氣,絕對不是一開始就抱著奇怪的心思接近範海英小姐。”

“데이트 강간 약품까지 준비해 놓으셨던 분이 할 소리는 아니네요.”
“準備了約會強暴藥品的人可不是說這種話的。”

신오는 말문이 막혔다. 짝사랑 때문에 병까지 난 순정남과 강간 미수범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는 이 꼴을 초래한 과거의 저를 욕했다.
信吾無言以對。因為單戀而病倒的純情男與強姦未遂者之間的鴻溝,讓他感到無比艱難。他責怪過去的自己,導致了這樣的局面。

“그땐 약에 취해 있어서….”
“那時我正沉醉於藥物之中……”

형편없는 변명이었다. 해영의 눈이 차게 식었다. 마음이 닫히자, 고통을 달래 주던 기운이 끊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이 얘기로는 설득이 어렵다. 신오는 하던 말을 중단하고 호흡을 일부러 참았다가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這是一個糟糕的藉口。海英的眼神冷漠下來。心一旦關閉,原本能安撫痛苦的力量也隨之消散,讓人感到遺憾。這樣的話題很難說服人。信吾停下了正在說的話,故意屏住呼吸,臉紅著提高了聲音。

“범해영 씨가 먼저 날 변태, 쓰레기 취급 했잖아요. 화가 나서 그쪽 말을 긍정해 버린 걸 갖고, 그,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사람을 고문해 놓고선.”
「範海英小姐先是把我當成變態、垃圾來對待的吧。因為生氣才不小心肯定了對方的話,然後,然後就把那當真,折磨人。」

“대표님이 원하신 거였죠. 그리고 실제로 즐기기도 하셨고요.”
“這是代表所希望的。而且他實際上也享受過。”

해영이 신오를 위아래로 훑으며 반박했다. 신오도 덩달아 자신이 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꾸민 게 아닌데도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변기 위에서 허리를 흔들었던 꼴이, 목을 졸리며 벌레처럼 꿈틀댔던 모습이 생각나 손끝이 벌벌 떨렸다.
海英一邊上下打量著信吾,一邊反駁。信吾也不由自主地想起了自己曾經遭遇的事情。明明不是故意的,卻不由自主地臉紅了起來。想起自己在馬桶上扭動腰身的樣子,還有被掐著脖子像蟲子一樣扭動的情景,手指不禁顫抖起來。

신오는 원망스레 중얼거렸다.  新奧悶悶不樂地嘟囔著。

“…범해영 씨가 그렇게 반응하게 했잖습니까.”
“…範海英小姐就是這樣反應的,不是嗎?”

“자초하신-.”  “自找的-。”

“웃기지 마요. 내,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당신이 썼던 그, 그 이상한 것들, 원래 내가 아니라 조명하한테 갈 거였어. 실수로 내 객실에 온 것뿐인데…. 내가 변태 자식 뒤를 봐주니까, 나도 그 새끼와 한통속인 줄 알았겠지. 날 그딴 짓을 당해도 싼 놈으로 본 거잖아.”
“別開玩笑了。我,我有多害怕你知道嗎…. 你寫的那些,那些奇怪的東西,本來是要給照明哈的。只是誤打誤撞來到我的房間而已…. 我在那變態傢伙身後盯著他,你也許會以為我和那傢伙是一夥的吧。你把我當成值得被這樣對待的傢伙。”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 신오는 해영이 이 동요를 공포와 설움으로 인한 것으로 오해하길 바랐다. 그리고 저를 동정해 주길, 마음을 열어 주길 기대했다. 해영에게서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怒火中聲音顫抖。信吾希望海英誤解這種動搖是出於恐懼和悲傷。然後期待她能同情自己,打開心扉。海英回應了如寒霜般的聲音。

“거짓말 마세요.”  「別說謊。」

속이 뜨끔했다. 신오는 표정을 숨기려고 허탈하게 웃었다.
心中一陣刺痛。信奧努力掩飾表情,無奈地笑了笑。

“범해영 씨는 내 말이 전부 거짓말로 들리나 보네요.”
「範海英小姐,您似乎覺得我的話全都是謊言。」

“거짓말이니까 거짓말로 들리는 거겠죠.”
「因為是謊言,所以聽起來像謊言吧。」

어찌나 똑똑하신지. 신오는 해영의 완고함에 감탄하는 한편 단단히 상처받은 사람의 삐딱함을 연기했다.
她真是聰明得令人驚訝。信吾在感嘆海英的固執的同時,也演繹了那個受了重傷的人的倔強。

“아, 그래요, 계속 그렇게 들어요. 사람을 잘 봐서 참 좋겠네. 쓰레기, 변태 새끼를 한눈에 알아보니 얽힐 일도 없고 얼마나 좋아.”
“啊,是嗎,繼續這樣聽下去吧。能看清人真是太好了。垃圾、變態的傢伙一眼就能認出來,這樣就不會有牽扯,真是太好了。”

“대표님….”  “代表님…。”

“됐어. 시팔, 나도 어지간하면 나 싫단 새끼한테 이렇게까지 매달리고 싶지 않아. 당신이 날 좋아해 줄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냥 덜 아프게만 해 줘요. 얼마면 돼요? 빌딩 한 채 줄게 나와 잘래요? 시팔, 사람이 아파 죽겠다는데, 그쪽이랑 딱 하룻밤만 자면 살 것 같은데, 그걸 못 들어줘요?”
“好了。該死,我也不想這樣死死纏著一個我討厭的人。如果你不喜歡我,那就請讓我少受點傷。要多少才行?我可以給你一棟大樓,跟我一起過夜嗎?該死,人快痛死了,跟你只要一晚就能活下去,這個要求你都不能答應嗎?”

비굴할 만치 납작 엎드렸다. 불쌍한 척, 절박한 척, 최선을 다했다. 해영이 돌아서서 신오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신오는 제 노력이 결심을 맺을 것임을 예감했다.
他卑微地趴在地上,彷彿要完全屈服。裝作可憐,裝作絕望,竭盡所能。海英轉過身,直視著信吾。他慢慢走近。信吾預感到自己的努力將會結出果實。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紅唇慢慢地張開。

“네, 그렇게 못 합니다.”
“不,我做不到。”

“…….”  “……”

“대표님 감정이 어떻든 그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그만 억지 쓰시고, 사진 도는 꼴 보기 싫으시면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代表的情感如何,我都不想被牽連進去。所以請不要再強辯,如果不想再看到照片的樣子,就不要再出現在我面前。”

단호하고 차갑다. 신오를 멸시하듯 바라보고 해영이 고개를 돌렸다. 고통을 덜어 주었던 맑은 기운이 해영의 발걸음을 따라 저만치 멀어졌다. 신오는 덜덜 떨었다. 어째서인지 심장 한쪽이 진짜로 아팠다. 서늘한 칼날이 심실과 심방 사이를 헤집는 듯했다.
果斷而冷漠。她像是在輕蔑地看著信吾,海英轉過了頭。曾經減輕她痛苦的清澈氣息,隨著海英的步伐漸漸遠去。信吾顫抖著。不知為何,心臟的一側真的感到疼痛。彷彿一把冰冷的刀刃在心室與心房之間撕扯著。

관자놀이에서 맥이 느껴졌다. 쿵쿵, 어느 순간 두통이 덤불에 붙은 불처럼 확 살아났다. 해영이 멀어진 거리에 비례해 고통이 강해졌다. 감각이 절정에 이르자 서러워 진심으로 눈물이 났다.
觀顳部感受到脈搏。轟轟,某一瞬間頭痛如叢林中的火焰般猛烈地復甦。隨著海英漸行漸遠,痛苦愈發強烈。感覺達到巔峰時,悲傷湧上心頭,真心流下了淚水。

“…그래요. 다 그만둡시다.”  “…是啊。那就都放棄吧。”

신오는 해영에게 답했다.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는 뒤돌아서서 해영과 반대 방향으로 비척비척 걸었다.
新奧對海英回答。鼻音的聲音讓他感到羞愧。他轉過身,朝著與海英相反的方向蹣跚而行。

“대표님?”  “代表님?”

해영이 신오가 차를 놔두고 엉뚱한 곳으로 걸어가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 신오는 그 부름이 들리지 않았다. 다 관두자. 애당초 해영이 저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손각시의 말만 믿고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을 할 뻔했다. 설령 그게 성공했다 한들 그 끝은 해영의 배신이었다. 심장이 난도질당한 듯한 지금의 고통을 평생 지고 갈 뻔했다.
海英對於信吾將車子留在一旁,卻朝著奇怪的方向走去感到疑惑。信吾似乎沒有聽到那聲呼喚。算了吧。當初海英和他之間會有什麼特別的關係,根本就是不可能的事。只相信手偶的話,差點做了世上最愚蠢的事情。即使那樣成功了,結局也只是海英的背叛。此刻心臟如同被撕裂般的痛苦,差點要背負一輩子。

어떤 길을 가든, 무슨 수를 쓰든 저에겐 고통뿐이었다. 왜 모든 게 다 이따위일까. 그냥 다 끝내고 편해지고 싶었다. 길 너머, 신오를 기다리고 있던 잡귀가 제게 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며 손을 흔들었다. 신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無論走哪條路,無論使出什麼手段,對我來說只有痛苦。為什麼一切都是這樣呢?我只想結束一切,變得輕鬆。路的另一邊,等待著神奧的邪靈向我揮手,說一切都會解決。神奧點了點頭。

한 걸음만 떼면 귀신의 손을 붙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누군가 신오의 몸을 붙들고 나뒹굴었다.
只要邁出一步,就能抓住鬼的手。然而在那之前,有人緊緊抓住了信吾的身體,讓他翻滾不已。

“뭐 하는 짓입니까?!”  「你在做什麼啊?!」

으르렁대는 것 같은 목소리에 신오는 정신이 번쩍 났다. 빠아앙! 방금 전, 저를 칠 뻔했던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신오는 이마에 닿는 아스팔트 감촉에 당황했다. 제가 언제 바닥에 쓰러진 걸까.
聽到像是咆哮的聲音,信奧的精神瞬間清醒過來。砰!剛才差點撞到我的汽車的喇叭聲在空氣中散開。信奧對著額頭接觸到的瀝青感到驚慌。我究竟是什麼時候倒在地上的呢?

“내, 내가 뭘…?”  “我,我在做什麼…?”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我想死,快瘋了?!”

해영의 말에 신오는 제가 도로에 뛰어들려 했단 걸 알아차렸다. 홀렸구나. 잡귀가 히히 웃으며 자작나무 숲 너머로 희미하게 사라지는 게 보였다. 끔찍해 오한이 일었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海英的話讓信吾察覺到自己曾經想要衝進馬路。真是著了迷。那可怕的鬼魂在白樺樹林的另一邊,帶著詭異的笑聲漸漸消失。令人毛骨悚然,他感到一陣寒意。信吾蜷縮著身體,顫抖不已。

“그, 그만 비켜요. 아파. 어깨, 빠진 것 같아.”
“你、你讓開。好痛。肩膀,好像脫臼了。”

“죽으려던 사람이 그딴 건 왜 걱정해요?”
「想要死的人為什麼要擔心那種事?」

“범해영 씨야말로 날 왜 걱정해요? 날 왜 살렸….”
「範海英小姐,您為什麼要擔心我呢?您為什麼要救我……。」

“맞기 싫으면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요.”
「不想被打就安靜點閉嘴。」

해영이 신오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손바닥에서 피가 묻어났다. 신오를 구하느라 바닥에 쓸린 모양이었다. 비릿한 철 냄새가 너무도 좋았다. 그를 붙들고 뺨을 비볐다. 해영이 몸을 굳혔다.
海英用手堵住了信吾的嘴。手掌上沾染了血跡。看來是為了救他而在地上擦傷了。那腥臭的鐵味讓人感到無比愉悅。她緊緊抓住他,將臉頰摩擦在一起。海英的身體僵硬了。

“대체….”  “到底……。”

“좋아해요. 죽을 만큼 좋아해요, 해영 씨.”
“我喜歡你。喜歡到快要死的地步,海英小姐。”

신오는 해영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차에 뛰어드는 꼴까지 보여서인지 해영은 아까만큼 매몰차게 굴지 못했다. 남자는 악한 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물렀다. 그를 이용해 신오는 입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信奧緊緊地纏著海英。或許是因為他跳進車裡的樣子,海英沒有像之前那樣冷漠。男人對惡者強硬,對弱者卻柔和。信奧藉此成功地吻上了他的嘴。

질척이는 소리가 날 지경으로 그의 입술을 빨고, 점막을 훑었다. 철저하게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키스였다. 게걸스럽고 비천했다. 해영의 살은 역시나 숨 막히게 달았다. 정수리와 관자놀이를 짓이기던 통증이 씻은 듯 가셨다. 입맞춤 내내 눈물이 흘렀다.
他用嘴唇吮吸,直到發出黏膩的聲音,輕輕撫過黏膜。這是一個徹底迎合對方心意的吻。貪婪而卑微。海英的肌膚果然是令人窒息的甜美。壓迫著頭頂和太陽穴的疼痛似乎瞬間消失了。吻的過程中,淚水不斷流下。

해영이 그를 빤한 시선으로 응시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海英用直白的目光盯著他,然後站了起來。

“말씀드렸죠. 사람을 이딴 식으로 홀리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我跟你說過了。我不喜歡這種方式迷惑人。”

“무슨 상관이래요? 어차피 나한테 홀리지도 않을 거면서.”
“這有什麼關係呢?反正也不會對我著迷。”

“대표님….”  “代表님…。”

“어차피 그쪽이 날 좋아하리라고 기대 안 해요. 내 감정 따위 보답받을 거라고 바라지 않을게요. 그냥 나 혼자 좋아할 테니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만 도와주면 안 됩니까?”
“反正我也不指望你會喜歡我。我不會期待我的感情會得到回報。就讓我一個人喜歡你吧,只要在我的感情消失之前幫幫我,行嗎?”

신오는 고개를 쳐들고 갈증 이는 시선으로 해영을 응시했다. 애타는 눈빛은 따로 꾸며 낼 필요가 없었다. 해영의 숨을, 그의 온기를 한 줌이라도 더 빼앗고 싶어 마음이 타들어 갔다.
信奧抬起頭,帶著渴望的目光凝視著海英。那焦急的眼神不需要任何修飾。他的心中燃燒著,渴望奪走海英的一絲呼吸,甚至一點溫暖。

“큰 거 안 바랄게요. 그냥 조금만, 몸만이라도 내게 주면 안 돼요? 그쪽이 싫어할 만한 짓은 일절 안 할게요. 당신이 좋아.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제발 곁만 내줘요.”
“我不奢望太多。只要給我一點點,哪怕只是身體也好,可以嗎?我不會做任何你會討厭的事。我喜歡你。光是看著你就好。拜託,讓我靠近你。”

해영의 바짓단을 붙잡고, 신오는 그의 정강이에 얼굴을 기댔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상대의 처분만 기다리겠단 듯 비굴한 눈빛으로 해영을 올려다보았다.
海英的褲腳被緊緊抓住,信烘將臉頰靠在他的小腿上。跪著的姿勢似乎只是在等待對方的處置,帶著卑微的眼神仰望著海英。

“대표님은….”  “代表님是……。”

해영의 붉은 입술에서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해영이 고개를 돌리고 잠시 숨을 골랐다.
海英的紅唇中流出了鎖住的聲音。海英轉過頭,稍微調整了一下呼吸。

‘어라?’  「咦?」

신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해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뺨과 목덜미에 퍼진 붉은 기가 보였다. 전혀 예상 못 한 모습이었다. 신오는 눈매를 좁혔다. 그러나 제가 착각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해영이 예의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信吾從座位上站起來,走近海英。她的臉頰和脖子上泛著紅暈,這是他完全沒有預料到的情景。信吾微微眯起眼睛,但似乎是他自己產生了錯覺。片刻後,海英用一貫冷靜的聲音說道。

“전혀 예상 못 한 지점에서 자존심을 확 굽히시네요.”
“在完全意想不到的地方,您的自尊心卻突然屈服了呢。”

“어쩔 수 없잖아요. 사랑은 반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니까.”
「這是無可奈何的。愛情是被愛的人輸的遊戲。」

노래 제목이었던가. 신오는 어딘가에서 흘려들은 말은 대충 주워섬기며 꾸준히 뒷걸음질 치는 해영에게 바짝 따라붙었다.
歌名是什麼來著。信吾在某處聽到的話,隨意拼湊著,緊緊跟在不斷後退的海英身後。

“사랑이요?”  “愛嗎?”

해영이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가슴과 어깨가 툭 부딪쳤다. 탈진 직전이라 신오는 그 작은 반동에도 크게 몸이 흔들렸다. 해영이 신오의 허리를 자연스레 붙들고 뒷머리를 받쳤다.
海英突然停下了腳步。胸口和肩膀撞在了一起。因為快要疲憊不堪,信奧在那微小的反彈中也大幅度地搖晃了身體。海英自然地抱住了信奧的腰,支撐住了他的後腦勺。

“그딴 거 흉내 내다 진짜로 제게 홀리시면 어쩌시려고요?”
「你要是真的被我這種東西迷住了怎麼辦?」

“?”  「?」

검지가 눈매를 적신 눈물을 거둬들였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신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윤곽선 뚜렷한 입술이 어미 새 앞에서 입을 벌린 새끼 새의 부리와 흡사한 모양으로 벌어졌다. 해영의 눈이 갸름해졌다. 그의 눈동자에 일순간 흡족함이 깃든 것이 신오는 이해되지 않았다. 해영의 까만 눈이 점점 가까워졌다. 심장이 쿵쿵 뛰더니, 입술이 마주 닿는 순간 터질 듯 부풀었다.
檢指拭去眼眸中的淚水。因為不明白發生了什麼情況,信奧驚訝地睜大了眼睛,張開了嘴。輪廓分明的嘴唇像母鳥面前張嘴的小鳥的喙一樣張開。海英的眼睛變得狹長。他的眼中瞬間閃過一絲滿足,信奧卻無法理解。海英的黑眼睛逐漸靠近。心臟砰砰直跳,當嘴唇相觸的瞬間,似乎要爆炸般地膨脹。

말캉한 살점이 서로 맞물려 엉겨 붙었다.
柔軟的肉體彼此交纏在一起。

화물차가 한 대 더 옆을 지나쳤다. 바짝 마주 안은 채인 두 남자의 몸이 풍압에 흔들렸다. 요란한 엔진 소리가 가청 영역 너머로 사라졌을 때야 비로소 키스가 끝났다. 입술의 습기와 축축한 잔열에도 불구하고 신오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一輛貨車從旁邊駛過。兩名緊緊相擁的男子的身體在風壓中搖晃。當轟鳴的引擎聲消失在可聽範圍之外時,吻才終於結束。儘管嘴唇上還殘留著濕氣和潮濕的餘熱,信奧仍然無法相信剛剛發生的事情。

해영이 화물차를 보며 직전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중얼거렸다.
海英看著貨車,似乎完全忘記了剛才的事情,喃喃自語。

“밤 운전인데, 너무 난폭하네요.”
「晚上開車,真是太魯莽了。」

난폭하긴 해영의 혀도 못지않았다. 그가 빨아먹은 곳곳이 아직도 아렸다.
他的舌頭也不遑多讓,粗暴得令人驚訝。他所吮吸的地方至今仍然感到刺痛。

해영이 멍한 신오를 내버려 두고 몸을 돌렸다. 신오는 그제야 키스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해영의 등 뒤에 대고 혀 풀린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海英將發呆的信吾撇在一旁,轉過身去。信吾這才從吻的甜蜜中回過神來,對著海英的背影用放鬆的聲音喃喃自語。

“호, 홀려도 됩니다. 나, 난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好,隨便迷惑我吧。我,對我來說,隨時都歡迎。”

해영은 대꾸 없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 버렸다. 어찌나 재빠른지 비틀거리는 신오의 걸음걸이로는 남자를 뒤따라갈 수 없었다. 신오는 걸어서 따라잡는 걸 포기하고 제 차로 돌아가 시동을 켰다.
海英沒有回應,快步走在前面。她的步伐之快,讓搖搖晃晃的信吾根本無法跟上。信吾放棄了徒步追趕,轉身回到自己的車上,啟動了引擎。

차로 졸졸 그를 뒤따라갔다. 해영이 돌아보기라도 하면 바로 전의 입맞춤이 무슨 의미였느냐고 물을 참이었다. 그러나 해영은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조급해진 신오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해영을 불렀다.
我緊緊跟在他身後。每當海英回頭,我都想問那剛才的吻究竟意味著什麼。然而,海英始終沒有回頭。變得焦急的信吾把臉伸出車窗,呼喚著海英。

“범해영 씨, 어디 가는 겁니까?”
「範海英小姐,您要去哪裡?」

“집이요. 피곤해서 그만 자야겠습니다.”
“家裡。因為累了,我該去睡了。”

“서울로 가는 거면 내 차를 타요. 데려다줄게요.”
“如果要去首爾,就坐我的車吧。我會送你去。”

“아뇨. 짐이 여기 있습니다.”
“不,這裡有我的行李。”

“타요. 밤이라 걷기 위험합니다.”
“泰友。晚上走路很危險。”

“글쎄요. 제 생각엔 대표님 옆자리가 더 위험할 듯한데요.”
“嗯,我覺得代表旁邊的座位似乎更危險呢。”

신오를 안달 나게 하려고 작정을 한 듯, 해영은 신오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海英似乎下定決心要讓信吾焦急不已,無論信吾說什麼,她都不聽,繼續朝自己的方向前進。

신오는 어쩔 수 없이 차를 엉성하게 주차했다. 사정 모르는 이가 보면 발작을 일으켜 급히 정차한 것처럼 보이게끔. 하아, 한숨을 내쉬고 운전석에 머리를 박았다. 빵, 경적 소리에 놀라 해영이 뒤를 돌아보았다. 신오는 그가 다가올 때까지 엎드려 숨을 참았다.
信吾無奈地將車子停得歪歪扭扭。若是旁人看到,會以為他是因為發作而急忙停下來的。哈啊,他嘆了口氣,將頭埋進駕駛座。叭,喇叭聲驚動了海英,她回過頭去看。信吾在他走近之前,伏在那裡屏住呼吸。

“괜찮으세요?”  “您還好嗎?”

신오는 호흡 곤란에 빨개진 얼굴로 해영을 올려다보았다.
新奧面色潮紅,因呼吸困難抬頭望向海英。

“아뇨. 그쪽 때문에 전혀 괜찮지 못해요.”
“不,因為你我根本就不好。”

“…….”  “……”

해영이 열 오른 신오의 눈매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작은 한숨 뒤, 그는 운전석 문을 열고 신오를 끌어냈다.
海英凝視著面露怒色的信吾。輕輕嘆了口氣後,他打開駕駛座的門,把信吾拉了出來。

“제가 운전할 테니 나오세요.”
“我來開車,你出來吧。”

“내 차인데 범해영 씨가 왜요?”
“這是我的車,範海英小姐為什麼?”

“9시 뉴스에 몇 중 추돌 사고 얘기가 나올까 봐 겁나서 그렇습니다.”
“我害怕在九點新聞中會提到幾起連環撞車事故。”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네요.”
“發出可怕的聲音卻毫不在意呢。”

신오는 불만스레 입술을 비죽였다. 해영이 그를 못 본 척하며, 신오의 귀가 번쩍 뜨일 소리를 했다.
信吾不滿地撅起了嘴唇。海英假裝沒看到他,發出了一聲能讓信吾耳朵豎起的聲音。

“숙소까지 제가 운전할 테니, 들러서 약도 바르고 잠시 쉬다 가세요.”
「到住宿的地方我來開車,你們可以順道停下來塗點藥,休息一下再走。」

제집에 들어와 라면 먹고 가란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신오는 지체하지 않고 차에서 나왔다. 해영이 운전석에 올랐다. 그대로 절 버리고 가 버릴까 봐 신오는 재빨리 조수석에 앉았다. 해영이 무표정으로 농담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했다.
我感覺就像是被告知「進我家吃碗泡麵吧」的樣子。信吾毫不猶豫地從車裡下來。海英坐上了駕駛座。信吾擔心她會就這樣拋下我,於是迅速坐上了副駕駛座。海英面無表情地說了一句不知是玩笑還是真話的話。

“뒷좌석이 사장님석인 건 아시죠?”
“後座是總經理的位置,您知道吧?”

자리를 잘못 찾았단 투다. 신오는 비죽 웃었다.
她說自己找錯了位置。信吾微微一笑。

“내가 뒤에서 덮치면 어쩌려고요.”
“你打算怎麼辦,如果我從背後襲擊你呢?”

“그도 그러네요.”  “他也是這樣呢。”

해영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숙소로 차를 몰았다.
海英乾脆地承認了,然後駕車前往住宿地。


<다음 권에서 계속>  <下卷續>

[각주 모음]  [各注彙編]


1) 묘령의 나이가 되었으나 춘정을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난 처녀의 혼이 견디다 못해 마침내 악귀가 된 것. 대대로 그 집을 저주하고 다른 처녀에게 해를 미친다는 일설이 있다. <조선의 귀신>, 무라야마 지쥰, 동문선
一位年紀尚輕卻不知春情的少女,無法忍受而離開了這個世界,她的靈魂最終變成了惡鬼。據說她世世代代詛咒那個家,並對其他少女造成傷害。<朝鮮的鬼神>,村山治純,東文選

2) 원귀를 귀신통에 넣은 김 판서, <한국구비문학대계>, 843~848쪽, (영월읍 설화243)
2) 將怨鬼放入鬼神桶的金判書,《韓國口頭文學大系》,843~848 頁,(寧越邑 說話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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