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없음 根本沒有



마음이 텅 비면 깡통 같은 소리가 났다. 가볍게 굴러다니고 가볍게 차여 바닥과 마찰할 때는 요란하다. 쉽게 채우고 쉽게 비웠다. 깡통에 웰빙 슬로우 푸드 같은 걸 담을리는 없으니 그 안에 든건 죄 인스턴트였다. 급하게 먹어치우다 결국 체하고 손 따고 피 보고 새드엔딩이 된다. 사랑을 인스턴트로만 채우는 승민에게 외로움은 감정보다는 천성이다. 영원히 충족 시킬 수 없는 빈 공간이다. 베푼 다정은 비명에 가까웠다. 외로워 죽겠으니 살려달라고 내지르는 모든 것이다. 콘센트 위에 쏟은 슈크림라떼를 나서서 닦아주는 것부터 옆자리에 앉은 아무개의 무릎에 겉옷을 벗어주는 것까지 전부. 동방예의지국인 동시에 남녀칠세부동석의 꼰대 문화까지 잔존한 나라에서 그런 병을 가진 덕분에 오해를 좀 샀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잘해주면서 어장 친다고. 고등학생 때부터 들은 말인데 승민이 어장이라는 말의 뜻을 안 건 스무살이 되어서 겨우였다. 매일 매일 폐 안에 쌓이는 비명만 지르며 살았는데 그렇게 됐다. 날카로운 인상에 쭉 뻗은 팔다리는 승민이 빈 깡통을 채우기에 적합한 기본 조건을 만들어줬다. 외관과 미스매치인 깡통 같은 속 탓에 어장남 타이틀도 얻은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옆에 끼고 살을 부비고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귀에 속삭여도 여전히 깡통은 깡통이었으므로. 
心裡空蕩蕩的時候,發出了像空罐子一樣的聲音。輕輕滾動,輕輕被踢到地面摩擦時,聲音很響亮。容易填滿,也容易清空。空罐子裡不會裝進健康的慢食,裡面裝的全是速食。匆忙吃下去,最終噎到,手受傷,流血,變成悲劇結局。對於只用速食填滿愛的勝民來說,孤獨更像是天性而非情感。那是一個永遠無法滿足的空洞。施予的溫柔幾乎接近尖叫。因為孤獨得快要死了,所有的呼喊都是求救。從在插座上灑出的奶油咖啡開始,到把外套脫下給坐在旁邊的某人的膝蓋,全部都是。作為一個東方禮儀之國,同時又保留著男女七歲不同席的老派文化,因為有這樣的病,讓我產生了一些誤解。明明不喜歡卻還是對人好,被說成是在撈魚。從高中時期就聽過這句話,但勝民直到二十歲才勉強明白「撈魚」的意思。每天都在肺裡堆積著尖叫,結果就變成這樣。尖銳的外表和修長的四肢讓勝民具備了填滿空罐子的基本條件。因為外觀和內心不匹配,還獲得了「撈魚男」的稱號。即使與人相遇,緊緊相擁,耳邊低語著「我愛你,我愛你,我愛你」,空罐子依然是空罐子。


스무살 때 친해지고 싶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건 판단 오류였다. 승민은 동성애를 아가씨가장따뜻한색블루콜미바이유어네임 타취 절절한 로맨스로만 접해서 보편적인 동성애의 양상도 제 사랑도 알지 못했다. 남자랑 섹스하고 싶은 기분이 짝사랑으로 이어진다는 연결고리를 못 찾았다. 반병 따리 주량의 소유자였지만 용감하게 소주를 두병이나 마시고 그 선배한테 업혀서 집에 가다 저랑자요 웅얼웅얼 뱉고 뺨 맞았다. 짝사랑은 해본 적 없는 승민의 첫번째 차임이라 다소 불명예스러웠다. 그 불명예를 극복하고자 승민은 게이 어플 깔았다. 취했으면 얌전하게 토라도 하던지 길바닥에서 주무시던지 하면 좋았을텐데 게이 어플이나 깔아서 인생이 좀 피곤해졌다. 아무 사진 골라넣고 오승민이니까 이름까긴 싫어 짱돌 굴린 결과 값이 5였다. 5는 거기서 만난 새끼한테 뒤도 따이고 지갑도 따였다. 할 때는 좋았는지 좆같았는지 기억이 잘 안났다. 좋았으니까 그냥 누워도 있다가 소매치기 당했나. 진짜 씨발 새끼 죽여버린다고 정성스러운 장문의 메세지도 준비 했는데 차단 당해서 그새끼 결국 못 잡았다. 경찰서 가서 제가게이어플에서만난새끼한테후장동정도지갑도따였는데요 자진 신고할 자신이 없어서 신고도 안했다. 몸도 마음도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있으면 생각이 저 절벽에 쳐박혔다. 깡통이 저 멀리 바위 틈에 부딪혀 구겨질 위기에 매번 처했다. 
二十歲時有位想要親近的學長,但那是判斷錯誤。勝民對同性戀的認識僅限於《你的名字》中的溫暖藍色,對於普遍的同性戀現象和我的愛情一無所知。想和男生發生性關係的感覺無法找到與單戀的聯繫。雖然酒量不佳,但勇敢地喝了兩瓶燒酒,結果被那位學長背著回家,喃喃自語著「要一起睡嗎」,卻被打了一巴掌。對於從未有過單戀經歷的勝民來說,這是相當不光彩的第一次。為了克服這份不光彩,勝民下載了同志應用程式。如果喝醉了就安靜地嘔吐,或者在路邊睡覺就好了,但卻下載了同志應用程式,讓生活變得有些疲憊。隨便選了一張照片,因為叫自己「吳勝民」不想,所以取了個石頭的名字,結果值是 5。5 是從那裡遇到的傢伙,背後被偷了錢包。當時是好還是糟糕,記不太清了。因為好所以就這樣躺著,結果被偷了。真的該死,準備了長篇的訊息說要殺了那傢伙,但被封鎖了,最終還是抓不到他。去警局報案時說「我在同志應用程式上遇到的傢伙,後面被偷了錢包,但不敢自首,所以沒有報案。」不想讓身心都變得沉重。即使如此,獨處時思緒也會撞上那懸崖。罐頭每次都面臨被遠處岩石撞壞的危機。


오랜 걸창 경력 위로 사랑에 같잖은 환상이 생겼다. 진짜 레알 트루 러브 따위는 없다고 자조하다가도 어딘가엔 정말 저를 사랑해줄, 이딴 병적인 외로움을 해소 시켜줄 아무개가 있으리라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승민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지만서도 클럽에 가고 이상한 새끼 개 많은 어플도 했다. 사랑을 하려면 우선 사람을 만나야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살다보니 인생이 좀 피곤해졌다. 단촐했던 연락처에 전여친 전전남친 전전전섹스도안하고헤어진남친 등등으로 점철 됐다. 걸창 경력만 쌓아올렸다. 치사하고 더러운 연락이 가끔 왔는데 승민은 그냥 무시만하고 차단도 안했다. 대화 나누고 마음 비슷한 거 나눈 사이에 차단은 좀 너무 하지. 그게 승민의 좆같은 정이었다. 지랄 진짜…
在長期的同志經歷中,對愛情產生了可笑的幻想。雖然自嘲「根本沒有真正的真愛」,但心裡總是想著某個地方會有真的愛我的人,能解決這種病態的孤獨。因此,勝民雖然討厭吵鬧的地方,還是去了俱樂部,還下載了很多奇怪的應用程式。想要談戀愛,首先得見到人。這樣生活下去,人生變得有些疲憊。原本簡單的聯絡人裡,充斥著前女友、前前男友、前前前的分手男友等。只不過累積了同志經歷。偶爾會收到一些低賤和骯髒的聯絡,但勝民只是無視,甚至不封鎖。畢竟在交流中分享了心情,封鎖就有點過分了。這就是勝民的可憐之處。真是的…













스물두살 때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하필 지석의 대학 지석의 과가 그 고깃집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했다. 그냥 시간이 남아도는 스물두살 2학년이 된 지석도 그 자리에 있었다. 소고기나 처먹으러 가지 왜 돼지를 처먹는다고 지랄들이셔 아주 승민은 그나마 순했던 성격도 일할 때 다 버렸다. 집에 가면 후회 하며 회개하겠지만 아무튼 속으로 중얼중얼 쌍욕만 늘었다. 듣는 게 그 따위라 어쩔 수 없었다. 대학생들은 말이 많고 시끄럽고 목소리가 크다. 고기도 과하게 많이 처먹었다. 술은 더 많이 처마셨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행색이다. 집에 얌전히 들어가서 쳐 주무시지 왜 기어 나와서 돼지를 학대하고 소주 공장을 돌아가게 만드는가 노동자 혁명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에라이. 노동자 혁명이나 기획하던 고단한 승민이 퇴근 하려고 나올 때 초면의 그는 승민의 보라색 후드티 끝자락을 잡아 쭉 늘렸다.
二十二歲時在燒肉店打工,偏偏智石的大学智石的科系在那家燒肉店舉辦新生歡迎會。只是時間閒著的二十二歲二年級的智石也在那裡。去吃牛肉幹嘛,為什麼要吃豬肉,真是的,勝敏那個原本性格還算溫和的人在工作時全都丟掉了。回到家會後悔並懺悔,但無論如何心裡只在咕噥著髒話。聽到的就是這種話,無可奈何。大學生們話多又吵,聲音也大。肉吃得過多,酒喝得更多。就像放棄做人一樣的模樣。回家乖乖地睡覺就好了,為什麼要爬出來虐待豬,讓燒酒工廠運轉,這得通過工人革命來糾正……真是的。疲憊的勝敏在計劃工人革命的時候,準備下班時,初次見面的他拉住了勝敏的紫色連帽衫的邊緣,狠狠地拉了一下。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我們去買冰淇淋吧


전 직원인데요 한마디면 그만인데.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웠다. 여기저기서 아이스크림 내 것도 사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취객은 사람 구분도 못한다. 메로나누가바쌍쌍바 또 뭐? 모두의 시선이 승민과 후드 끝을 잡은 애한테 몰렸다가 자기 할 말 끝나면 일제히 흩어졌다. 승민은 그 시선에 휩쓸려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라는 어른들 말은 한치 틀림이 없다. 주섬주섬 제 짐을 챙기고 짐짝 같은 취객을 챙겨 자리를 뜨려는 인파 사이에서 그는 승민의 소매를 잡고 나왔다. 편의점은 오른쪽 골목에 있는데. 
我曾經是這裡的員工,只要一句話就能解決。人實在太多,吵得厲害。到處都有人在說要買冰淇淋,還有我的。醉漢根本分不清人。梅露娜、拿鐵、雙雙棒,還有什麼?所有人的目光都集中在勝敏和抓著帽子邊緣的那個人身上,等他們說完自己的話後,便一齊散開。勝敏被那目光所吸引,點了點頭。大人們說的「不對就是不對」一點也沒錯。他在一堆人群中收拾自己的行李,還要照顧像行李一樣的醉漢,正準備離開時,他抓住了勝敏的袖子。便利商店在右邊的小巷裡。









너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你叫什麼名字來著?

전 그 학교 학생 아닌데요
我不是那所學校的學生。


반대쪽 골목으로 걸어나온 지석은 드디어 제일 첫 번째로 물었어야 할 말을 물었다. 너 우리 과 아냐? 아냐… 사실 알아. 뭐야 진짜…(알긴 뭘) 그리고 말은 왜 놔? 2차 갈래? 너네랑 같이? 아니 나랑 따로.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냐? 빠져도 몰라 괜찮아 그리고 난 신입생도 아니야. 아이스크림 사가야 되는 거 아니야? 몰라 알아서 사 먹겠지. 
反對側小巷走出來的智石終於問出了第一個應該問的問題。你不是我們系的吧?不是…其實我知道。到底是什麼…(知道什麼)那你為什麼不說話?要去第二次嗎?跟你們一起?不,我要單獨去。不是應該一起去嗎?即使不去也沒關係,然後我也不是新生。不是要去買冰淇淋嗎?我不知道,隨便買吧。


아무튼 너 이름이 뭐야 總之你叫什麼名字?

…나 오승민 …我叫吳承敏。

예쁜 이름이네? 這名字真好聽?


나는 곽지석이야. 공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을 말하며 똑바로 쳐다본 눈알이 청량하다. 그래서 그딴 눈 맞춤이 습관이라고 믿고 싶었다. 지석이 신입생 환영회 테이블에 앉아서도 옆에 앉은 아무 애 이름을 묻고 예쁜 이름이다, 뱉고 보는 요즘 말로 유죄 선배의 일종이길 간절히 바랬다. 아니면 이게 봄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 같은 심장의 농간이길 바랬다. 삼월에는 심장이 가벼워지니까. 술은 입에도 안 댔지만 너무 오래 알코올 옆에서 일해서 좀 옮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변명을 붙이는 건 큭큭 웃는 지석이 너무나 취향의 인물이라 그렇다. 지석은 보편 타당히 잘난 인물을 가진 사람이지만서도 평생 날카로우니 뾰족하니 그런 말만 듣던 승민과는 정반대의 동그랗고 말랑한 미인이었다. 가로등 아래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승민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我是郭志石。他用混合著空氣的聲音說道。說著名字時,直視的眼睛清澈明亮。因此我想相信這樣的眼神接觸是他的習慣。志石坐在新生歡迎會的桌子旁,問旁邊坐著的某個人的名字,並說這名字真好聽,真心希望這是某種有罪的學長。要不然我希望這只是春風中飄揚的紙張般的心臟的把戲。三月的時候心臟會變得輕盈。我雖然沒有碰酒,但因為在酒精旁邊工作太久,或許也沾染了一些。這樣那樣的藉口都是因為志石那笑得咯咯響的樣子實在是我的菜。志石雖然是個普遍而優秀的人,但卻是與一生都聽著尖銳話語的勝民截然相反的圓潤而柔軟的美人。在路燈下,透明的棕色眼睛慢慢朝勝民那邊移動。


근데 이거 너 아냐? 這個不是你嗎?


지석은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밤 골목이 어두워 밝은 화면에 눈이 쑤셨다. 눈 한번 깜빡이고 다시 본 화면은 승민의 사진이 맞았다. 번개 한번 했다가 소매치기 당하고 두번은 안 들어가본 그 어플이었다. 
智石把手機螢幕伸了過來。夜晚的小巷很暗,明亮的螢幕刺得眼睛發痛。眨了一下眼睛再看,果然是勝敏的照片。那個應用程式只用過一次就被偷了,第二次就再也沒進去過。


어떻게 알았어? 你怎麼知道的?

메세지 안 보길래 말 걸어봤어
因為沒看到訊息,所以試著跟你聊聊。

오승민이라서 5야? 귀엽네 因為是吳承敏所以是 5 嗎?好可愛




지랄… 胡說…




아니 오늘 꼭 그런 목적의 만남을 가지자는건 아니고, 친해지자? 뭐 이 정도?




승민의 깡통 같은 마음은 소리가 요란하고 봄바람에도 쉬이 휘청인다. 완식 미남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동그랗고 작고 멀건 애가 언제부터 완식이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勝敏的空心心情聲音喧鬧,春風中也容易搖晃。在完植這個帥哥面前更是如此。那個圓圓小小、白皙的孩子,不知道從什麼時候開始就成了完植……





메세지 봤어? 지금 봐 你看到訊息了嗎?現在看一下





지석이 말했다. 승민은 홀린듯 휴대폰을 켰다. 두번 들어가고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지우지도 않았다. 다시 본 지석의 프로필은 텅비어있었다. 그 얼굴 엇비슷한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당연히 승민은 답했을 것이다. 몰라도 그랬을 것이다. 
智石說道。勝敏像著了魔一樣打開了手機。進去兩次,雖然沒有仔細看過,但也沒有刪除。再次看到智石的個人資料,卻是空空如也。如果有一張類似的照片,勝敏肯定會回覆的。即使不知道,他也會這樣做。





[안녕하세요!] 你好!

[지금 만날래요?] 23:37 [現在要見面嗎?] 23:37







…이렇게 보내면 누가 답을 해
…這樣發出去誰會回覆

그럼 뭐라고 보내? 那我該怎麼回?

뭐하냐거나… 그런 평범한거 있잖아 你在幹嘛… 這種普通的事不是很常見嗎

에이 재미없어 唉,真無聊






[지금 머해??]  [你現在在做什麼??]

[만날래??] 22:54  [要見面嗎??] 22:54




지석은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승민의 폰이 두번 울렸다. 저도 모르게 풉 웃고 말았다. 지석은 승민을 조금 올려다본다. 긍정 평가를 기다리는 듯 싶다. 
志石再次發送了訊息。勝敏的手機響了兩次。我不自覺地笑了出來。志石稍微抬頭看了看勝敏。似乎在等待正面的評價。



22:54 [만나서 뭐할건데]  22:54 [見面要做什麼]



[뭐 이것 저것 할 수 있지]
[這個那個都可以做]

[그건 차차 생각해보자고] 22:55 [那個慢慢再想吧] 22:55






심장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깡통 같은 승민은 쓸데 없이 과감해진다. 그의 오랜 경력은 허투루 쌓이지 않았다.
在心臟像紙一樣輕的天氣裡,心情像空罐頭的勝敏變得無所顧忌。他的長期經驗並不是白白積累的。





쉬다 갈래? 休息一下嗎?




오오 생각보다 적극적이다 너. 승민의 말을 들은 지석은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따라 걷는 승민의 검지와 중지를 걸어잡았다. 손을 잡았으면 차라리 무감했을텐데 닿는 면적이 적어 희소해진 촉감이 근질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데 이유를 몰라 침만 삼켰다. 가로등 켜진 길 아래서 승민의 뒷통수가 낭만적이다 싶었다. 승민은 제일 익숙한 모텔까지 지석의 손가락에 걸려 걸어왔다. 앞장 선건 지석이지만 길을 아는 건 승민이었다. 지석은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걸어나갔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데 있어, 라고 말하며 조금 수치스럽기는 했다. 








보통은 다 모텔에서 하나?


천진한 어조가 승민의 목을 콱 막는다. 


………뭘?

알면서

너는 어디서 하는데

우리 집 아님 걔네 집

와…

와~이 파이 비번 알아?



목을 쭉 내밀다 승민의 폰에 와이파이가 연결 된 걸 본 지석이 말했다. 진짜 씨발 승민은 폰에 와이파이가 연결 되는게 너무 쪽팔렸는데 지석은 태연했다. 승민은 곽휴지 아래를 뒤집어보라고 말했다. 너무 익숙해서 구역질이 난다. 


그게 훨씬 빨라

오 꿀팁이네


지석은 억억 웃었다. 그리고 미감이 구린 원형 테이블 위에 놓인 콘돔 하나를 지갑에 넣었다. 쳐다보고 있는 승민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기념품 할래? 지갑에 콘돔 넣고 다니면 행운이 온대. 친절하지만 너무 천진스러워 승민은 거절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누가 맨날 들고 다니는 지갑에 콘돔을 넣어놓나. 적어도 승민은 그럴 깡이 없었다. 누가 지갑 훔쳐가면 어떡하냐 쪽팔려서…













씻고 나오니 따뜻한 물에 몸이 녹아 기분이 나른했다. 이대로 누우면 잠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아무렴 고깃집에서 네시간 불판 갈다가 모르는 사람 손 잡고 모텔까지 왔으니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지석이 씻는 사이 가운만 입은 승민은 꾸벅꾸벅 졸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생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조금 과부하가 온 것 같다.




뭐해?


자?


니가 오자며어



나른한 정신 사이로 목소리가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지석은 품 안으로, 눈 앞으로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니 방금까지 졸리던게 싹 가셨다. 지석은 승민의 얼굴에 가볍게 입 맞췄다. 쪽쪽거리는 소리가 간지러웠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잘생겼네. 생각하는 순간 지석은 승민의 허리를 끌어안고 또 입 맞췄다. 지석의 살이 좀 차가워 그래서 승민은 헉, 숨을 참고 말았다. 지석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냥 하던 일이나 마저했다. 입술만 맞부딪혔을 뿐인데 순간 달아올랐다. 시작하기가 껄끄러워그랬지 한번 불 붙으니 활활 타오른다. 자세히 안 봐서 몰랐는데 입술 두껍단 게 느껴졌다. 숨이 차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집요하게 혀를 얽어왔다. 승민은 그게 부끄러워 눈을 꾹 감았다. 지석의 얼굴이 안 보이는 건 아쉬웠는데 눈 뜨면 정말 그나마 남은 제정신도 팔아먹을 지경이었다. 지석이 자꾸 다리 사이로 몸을 붙여왔다. 갇힌 아래가 답답했다. 지석은 몸도 마음도 가볍다. 동작마다 여유가 넘친다. 보채지 않는다. 오히려 달랜다. 승민은 그럴 수록 애가 탔다. 하자고 한 건 지석인데 끌어당긴 건 승민이었다. 승민이 지석의 목에 팔을 감자 지석은 승민을 빤히 내려다본다. 




실물이 낫다 너




목소리 진짜 꼴린다… 생각만하고 말하지는 않았다. 무릎 꿇은 지석의 허벅지 위에 두 다리를 올려 다리가 벌어졌다. 지석은 고개를 숙여 승민의 몸에 입 맞췄다. 허리에 입술이 닿으니 이상한 소리가 난다. 귀 뜨거워지는 걸 느껴보긴 오랜만이다. 피하고 싶어 비틀리는 몸을 지석은 힘 주어 붙잡았다. 입을 맞추다 이를 세워 살짝 깨물었다. 허리 쯤이었던가… 


으응, 야, 그거 싫어…

싫었어? 미안미안


금방 입을 뗀 자리가 허전했지만 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세게 문 것도 아닌데 그랬다. 지석은 손이 차가운 편인데도 만져진 곳마다 열이 몰린다. 테이블 위의 젤을 손에 쭉 짠 지석은 구멍을 천천히 돌리다 쑤셔넣었다. 열심히 풀지도 않았는데 쑥 들어갔다. 이물감이 들어 순간 몸이 튕겼는데 지석은 허리를 잡은 남은 한 손에 힘을 줬다. 뒤를 헤집는 손이 자꾸 빨라졌다. 반응하는 곳을 찾으려는 건지 이리저리 움직였다. 승민은 더 애만 탄다. 앞은 꺼떡이고 뒤에선 나올리 없는 액이 나오는 기분이 든다. 자극이 모자라 오히려 힘들었다.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으응, 손 그만하고 빨리이이……


빨리 뭐?


지석은 움직이던 손도 빼버렸다. 갑자기 비어버린 뒤가 움찔거렸다. 커다란 눈이 순진한 척 깜빡인다. 빨리 뭐 하자고 승민아?


…넣어달라고오……


팔 사이로 숨은 승민을 지석은 헤집어봤다. 어둡게 덮은 지 얼마 안된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흐드러졌다. 팔을 밀어낸 손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쩐지 승민은 얼굴을 숨긴 팔을 순순히 치웠다. 시야가 확 밝아져 눈이 부셨다. 지석은 천천히 제것을 승민의 뒤에 넣었다. 승민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손가락과 달리 뻑뻑하게 들어갔다. 지석의 미간이 구겨졌다. 낮게 숨을 뱉다 퍽, 세게 올려붙인다. 승민은 놀라 작게 비명 지르고 말았다. 내려다보는 지석의 눈에 호기심 같은 것이 차올랐다. 


좋아?

………그만 물어봐…

아 궁금하잖아


난 해본 적 없어서 모른단 말이야. 지석은 이상한 것만 궁금해했다. 문장이 끊임 없는 물음표로 끝났다. 감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석은 말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접합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질척하게 울렸다. 지석이 허릿짓할 때마다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신음만 흘러나왔다. 문장 여기 저기 비음만 묻어있다. 


아, 지석,아, 아파 좀만 천천히 해애…

나 봐


지석은 승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박은 채로 가까이 다가오면 깊이 들어간다는 건 잊은 얼굴이었다. 끝까지 들어온 건가 싶어 윤곽이 느껴질리 없는데 배를 쓸었다. 이미 벅찼다. 지석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승민의 손을 움켜쥐어 꾹 눌렀다. 허리도 멈추지 않았다. 척척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온몸이 다 흔들려서 머리까지 울린다. 뒤도 이미 벅찼다. 숨이 모자랐다. 막힌 음성이 수치스러웠는데 멈출 수 없었다. 


응,흑,아아,응,싫어어…


눈이 부셨는데 억지로 지석을 봤다. 몸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얗고 말랐는데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름 운동 선수 출신에 헬스도 열심히 하는 승민은 작고 마른 지석이 움직이는데로 흔들렸다. 내려다보는 눈알에 자꾸 흥분했다. 이럴 때 싫단 말는 순 구라다. 여기까지 들어간 적 있었나? 기억해낼 필요 없을 지도 모르겠다. 지석은 끝까지 쳐올릴 때마다 배를 꾹 눌렀다. 지석은 승민이 싫다고 말할 때마다 키스했다. 싫지 않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종알종알 말걸 때는 언제고 조용히하란 뜻 같기도 했다. 후장만 느끼는 거면 좋았을텐데. 심장까지 펄떡인다. 상기된 얼굴이랑 눈을 마주칠 때 마다. 그 느낌이 마치 공중에 끊긴 줄을 매달고 뛰어내리는 기분이라 승민은 그냥 지석의 목을 끌어당겨 안았다. 밀착할 수록 지석은 속도를 높였다. 숨이 뚝뚝 끊겼다. 아, 으, 흑, 으응…… 결국 승민은 혼자 부르르 떨며 사정했다. 지석은 끝내지 못했던지 혼자 헉헉 댄다. 한번 가서 한껏 예민해진 뒤에 좆을 문지르다 퍽퍽 박아올렸다. 야 이상해, 아, 그,만, 아윽, 아…! 박는 속도에 따라 온몸이 흔들렸다. 아파서인지 좋아서인지 눈물이 맺혀 눈 앞이 흐렸다. 숨도 덜 고른 채 다시 시작된 추삽질이 버거웠다. 이 정도면 한 번 더 쌀 수도 있다. 앞이 다시 뻣뻣해진 것 같기도 했다. 지석이 자꾸 거칠게 움직여서 그렇다. 지석은 뒤에서 좆을 빼내 몇번 문지르다 승민의 배 위에 사정했다. 액이 뜨끈했다. 말은 없고 더운 숨만 흩어졌다. 지석은 뭐든 빤히 보는 습관이 있다. 또 쪼끄만 게 한껏 내려다본다. 오르락내리락 들썩이는 승민의 배를 그렇게 쳐다봤다. 승민은 시선에 느낄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뚫릴 것 같아… 그게 못내 쪽팔려 몸을 빨리 일으켜버렸다. 뭔진 몰라도 들키기 싫었다.



울어?

안 울어

울었는데?

아 보지마…



지석은 고개 숙인 승민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직 더운 숨이 훅 끼쳤다. 옅게 들썩이는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씨발…… 얼굴 보면 또 하고 싶을 것 같아. 눈가를 닦는 척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귀가 뜨겁다. 지석은 짖궂게 묻는다. 





한번 더 하고 싶어?





자모 마다 웃음이 흘러넘친다. 좋은 일도 없는데 자꾸 웃는 걸 보니 아무래도 웃음이 습관인듯 싶다. 지석은 눈 앞에서 갸우뚱 고개짓한다. 조명도 어두운 방 안이 옅은 눈동자에 다 비치는 것 같다. 그런 옅은 눈동자가 승민을 꿰뚫는 것 같았다. 아까는 살갗이었고 지금은…














………눈이 마주치면 이도 부딪혔다. 진짜 뭐가 문제야…




















@d0ntthinkitsw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