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은 멍하니 고기 불판을 바라봤다. 코끝이 뜨거웠다. 가을바람을 한껏 맞아 얼얼했던 얼굴이 불판에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다. 성화는 미리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다.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익어가는 고기만 응시했다. 일종의 시위였다. 산이가 다녀가고 난 뒤로 홍중이 또 말을 잃었다. 성화가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을 때도, 그 연초가 다 타들어 가 꽁초만 남았을 때도, 홍중은 고개를 젖힌 채로 빛무리가 번지는 단풍잎 사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대화 주제가 뭔지도 기억이 안 났다. 홍중이 가끔 속눈썹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 때면 성화는 누구든 사정없이 때리고 싶어진다. 그 주체가 자신일 때가 가장 많았다.
弘中呆呆地看着烤肉架。鼻尖有些发热。被秋风吹得发麻的脸在烤肉架前慢慢暖和起来。星化提前把肉放在了烤肉架上。两人面对面坐着,默默地注视着烤肉的熟成。这是一种抗议。自从伞走了之后,弘中又不说话了。即使星化打开烟盒再次叼上烟,即使那支烟燃尽只剩烟蒂,弘中也只是仰着头看着光晕在枫叶间闪烁。就在不久前,他们还在笑着聊天,但现在连话题是什么都记不起来了。每当弘中偶尔垂下睫毛闭上嘴时,星化就想狠狠揍人,而大多数时候,这个对象就是他自己。

 

홍중은 성화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도 굳게 다문 입을 열지는 않았다. 갑자기 또 뭐가 그렇게 기분을 상하게 만든 걸까. 걸음마다 조마조마했다. 살얼음판도 이보단 낫겠다. 홍중은 꼭 성화가 저를 밟고 걸은 듯이 넝마가 된 얼굴로 성화를 뒤를 따랐다. 성화는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런 때에 홍중에게 억지로 말을 걸지 않는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라는 것을. 억지로 다그쳤다간 홍중은 조개가 오므라들 듯 자신을 꽉 닫아버리곤 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몰려오는 고통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했다.
弘中跟着星化走着,但始终紧闭着嘴巴,没有开口。他到底是因为什么突然心情变得这么糟糕呢?每一步都让人心惊胆战。比走在薄冰上还要糟糕。弘中就像是被星化踩在脚下一样,满脸疲惫地跟在星化后面。星化经历了几次这样的情况后才明白,这种时候不强行和弘中说话是最明智的选择。如果强行逼问,弘中就会像贝壳一样紧紧闭合自己。思绪太多,无法自我整理时,他会独自承受涌来的痛苦。

자리를 피해버리려는 걸 억지로 붙잡고 늘어졌을 때 소리도 없이 울던 홍중을 품에 안고 몇 시간이고 달랜 적도 있었다. 홍중은 그치지 않고 울었다. 성화의 품에 안긴 것이 고통스러워 울었고,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워 또 울었다. 말라가는 입술에 물병을 대주면 얌전히 물을 마시면서도 울었다. 입술을 축이고 난 다음에 무얼 했더라. 홍중은 울면서 자신에게 입을 맞췄다. 뭐가 그렇게 서글픈지 계속 울면서 성화의 옷을 벗겼다. 몇 시간이고 울다 지쳐 진이 빠진 몸을 괴롭히면서 성화도 조금 울었다. 한참이나 서로를 껴안고 탐하고 나서야 홍중은 입을 열었다. 배고파. 그 한 마디는 지난 몇 시간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 버리곤 다시 두 사람을 일상으로 회귀시켰다. 밥 먹자. 홍중의 선택이었기에 성화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홍중은 생각이 많아지면 그렇게 입을 다물었고 생각이 다 정리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어떤 정리를 했는지 절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본인은 후련한 듯 평소대로 돌아왔다. 성화는 그 틈새가 무서웠다. 그 틈새로 홀로 몸을 던져버렸을 홍중이 어디까지 가라앉고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물을 수 없었다. 넌 어디쯤 있니. 우린 대체 어디까지 온 걸까. 저 동그란 머리통 안에서 자신이 홍중에게 어떤 말을 내뱉고 있을지, 자신이 내뱉은 말이 어떤 비수가 되어 꽂히고 있을지 두려웠다.
弘中一旦思绪繁杂就会闭口不言,直到理清思路后才会开口。虽然他从不告诉别人他整理了什么,但他自己似乎很轻松地恢复了平常的样子。星化害怕那段空隙。他担心在那段空隙中,独自沉浸的弘中会沉到多深,但他无法询问。你现在在哪里?我们到底走到了哪里?在那圆圆的脑袋里,自己会对弘中说些什么?自己说的话会变成什么样的利刃刺入他的心中?这些都让他感到害怕。

 

이건 업보다. 这是报应。

성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꾹 물었다.
朴星化这样想着,紧紧咬住了嘴唇。

 

산과 우영이 오기도 전에 고기를 미리 구워 홍중에게 건넸다.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요량이었다. 홍중은 그새 또 머릿속이 정리된 건지 옅게 웃으며 고기를 입에 넣었다. 성화는 불판을 가득 채웠던 고기들을 모두 홍중의 앞접시에 잘게 잘라 올려준 뒤 본인은 소주를 시켰다.
산和友荣还没来之前,已经提前烤好了肉递给弘中。是为了稍微让他心情好一点。弘中似乎已经整理好了思绪,淡淡地笑着把肉放进嘴里。星化把烤盘上满满的肉都切成小块放到弘中的小碟子里,然后自己点了烧酒。

 

“근데 여기 내가 있어도 되나?”
“但是我在这里可以吗?”

 

홍중은 올려준 고기를 먹지도 않고 뒤적거리며 물었다. 저거였나. 성화는 기운이 빠져서 들고 있던 소주병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弘中拨弄着已经放上来的肉,却没有吃,问道:“是那个吗?” 星化无力地放下了手中的烧酒瓶。

 

“정우영이랑 최산, 둘 중에 네가 모르는 애 있어?”
“郑友荣和崔伞,两个人中有你不认识的吗?”

“…….” “……”

“얼른 먹기나 해.” “赶紧吃吧。”

 

성화는 말을 끝으로 소주를 털어 넣었다. 오늘따라 더 쓴 알코올로 입안을 헹구고 그대로 삼켰다. 독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星化说完话后,把烧酒一饮而尽。今天的烧酒格外苦涩,他用酒精漱了漱口,然后直接咽了下去。感觉像是在喝烈酒。

 

 

우영과 산이 도착했다. 둘 다 무얼 하다 온 건지 얼굴은 빨갛게 얼어선 덜덜 떨면서 들어왔다. 홍중은 쟤네 얼굴 보라며 기겁을 했고, 전말을 아는 성화는 계란찜 하나와 고기를 더 주문할 뿐이었다. 해가 지니까 춥다며 부산스럽게 굴던 우영은 미리 익혀둔 고기에 박수를 쳤다. 홍중은 뒤돌아 가게 앞에 세워진 자전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友荣和伞到了。两个人不知道干了什么,脸冻得通红,哆哆嗦嗦地进来了。弘中看到他们的脸吓了一跳,而知道真相的星化只是多点了一份蒸蛋和肉。太阳下山后天气变冷,忙碌的友荣为提前烤好的肉鼓掌。弘中转过身,目光一直停留在店前停着的自行车上。

 

“저 자전거 뭐냐. 너희냐?” “那辆自行车是怎么回事?是你们的吗?”

“어. 잘 봐요. 누가 훔쳐 가지 못하게.”
“哦。好好看着。别让人偷走了。”

“술집 앞에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는데 누가 훔쳐 가겠냐.”
“酒吧前面停着一辆带辅助轮的自行车,谁会偷走呢。”

“산이 같은 애?” “像伞那样的孩子?”

 

우영이 잔을 채워 산에게 하나를 건넸다. 산이 코를 훌쩍이며 잔을 맞댔다.
友荣把杯子倒满,递给了伞。伞吸了吸鼻子,碰了碰杯。

 

“다음 주엔 나머지 하나도 떼자.”
“下周把剩下的也摘掉。”

 

우영이 막 나온 계란찜을 산의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화가 코웃음을 쳤다.
友荣把刚出锅的蒸蛋推到伞面前,说道。看着这一幕的星化嗤笑了一声。

 

“뭐하냐. 너 얘 계란찜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你在干嘛?你怎么知道他喜欢吃蒸蛋?”

“우리 같이 날밤 깠는데. 말 안 했어?”
“我们一起熬夜了。没说吗?”

 

산은 말이 없었다. 홍중의 잔에 술을 채우고 술병을 건넬 뿐이었다. 홍중은 대답을 회피하는 듯한 산의 표정을 살피고 화제를 전환했다.
伞没有说话,只是给弘中的杯子倒满酒,然后递过酒瓶。弘中观察着伞那似乎在回避回答的表情,转移了话题。

 

“그래서 오늘 박성화가 고기 쏘는 거랬잖아.”
“所以今天朴星化请客吃肉。”

“근데 홍중이 형은 왜 온 거예요?”
“근데 홍중이 형은 왜 온 거예요?” “可是弘中哥为什么来了?”

 

악의 없는 질문이 홍중의 손을 멈칫하게 했다. 우연히 산과 홍중은 나란히 앉아있었고, 우영은 천진난만한 질문으로 두 사람을 입 다물고 술이나 먹게 했다. 성화는 우영의 뒷목을 손날로 가볍게 쳤다. 왜 때리냐며 소리를 지르는 태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잔을 불판 앞으로 모았다.
无恶意的问题让金弘中的手停了下来。偶然间,伞和金弘中并排坐着,友荣用天真的问题让两人闭嘴喝酒。朴星化轻轻地用手刀拍了拍友荣的后颈。对于为什么打他而大喊大叫的态度被轻轻忽视了,他把杯子移到了烤盘前。

 

“내가 불렀어. 돈 내는 내가 불렀는데 왜 네가 나서? 건배나 해.”
“我叫的。我出钱叫的,为什么你要出头?干杯吧。”

“인원은 많을수록 좋죠. 자자, 짠.”
“人越多越好。来来,干杯。”

 

산도 분위기를 전환하려 홍중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홍중은 떨떠름한 얼굴로 잔을 모았다.
伞也为了转换气氛,拼命摇晃着弘中的肩膀。弘中带着不情愿的表情举起了杯子。

 

“나 정우영 때문에 이 잔만 먹고 꺼진다. 우영아, 나 간다. 다신 보지 말자, 안녕.”
“我因为郑友荣才喝这杯酒,然后就走。友荣啊,我走了。再也不要见面了,再见。”

“아, 형. 그런 뜻이 아니라 반가워서 그러지!”
“啊,哥。我不是那个意思,只是因为很高兴见到你!”

“나 꺼지고 밖에 자전거 없어져도 놀라지 마.”
“我消失了,外面的自行车也不见了,不要惊讶。”

“그거 산이 거예요!” “那是伞的东西!”

“최산, 네 자전거 넝마 돼서 발견돼도 놀라지 마. 나 꺼지라 한 정우영이 새로 사줄 거야.”
“崔伞,如果你的自行车被发现变成破烂也不要惊讶。那个叫我滚开的郑友荣会给你买新的。”

 

우영이 홍중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友荣听到弘中的话,眼睛睁得大大的。

 

“우리 산이 그렇게 이름에 성 붙이는 거 싫어하는데.”
“我们伞不喜欢在名字前加姓。”

“언제 봤다고 우리 산이래?” “什么时候见过我们的伞?”

 

성화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홍중도 마찬가지였다. 별 꼴 다 본다는 표정으로 사정없이 구겨졌다. 얼굴이 딸기처럼 변한 건 산 혼자였다. 우영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입술을 삐죽이다 산과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날렸다.
성화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홍중도 마찬가지였다. 별 꼴 다 본다는 표정으로 사정없이 구겨졌다. 얼굴이 딸기처럼 변한 건 산 혼자였다. 우영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입술을 삐죽이다 산과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날렸다. 朴星化忍不住笑出声来。金弘中也一样。他们的脸上露出了一副见怪不怪的表情,毫不留情地皱起了眉头。脸变得像草莓一样红的只有崔伞一个人。郑友荣眼睛都不眨一下,撅起嘴唇,当和崔伞的目光相遇时,眨了眨眼。

 

“우리 산이는 이름 불러줘야 좋아해요. 아니면 섭섭하다고 막 울어.”
“我们伞喜欢别人叫他的名字。不然他会觉得委屈,甚至会哭。”

“안 울었어.” “没哭。”

“아니야, 너 울었어. 기억 안 나?”
“不是的,你哭了。你不记得了吗?”

 

산이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우영이 눈썹을 까딱였다. 산은 또 불안해진 마음에 술만 한 모금 넘겼다. 꼭 저런다. 그날 밤 이야기만 나오면 저렇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꼭 상기시키려고 한 번씩 언급한다. 학교 매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등굣길 카페에서 마주쳤을 때에도 우영은 스치듯 이야기를 그날 밤 이야기를 꺼냈다. 산이 영 기억을 못하는 눈치이면 우영은 꼭 취중고백을 통해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마냥 시무룩한 얼굴을 지었다.
伞露出一副完全不明白的表情,友荣挑了挑眉毛。伞又因为不安的心情只喝了一口酒。他总是这样。每当提到那天晚上的事情时,他总是露出那种不舒服的表情,却又总是要提起一次。无论是在学校小卖部偶遇时,还是在图书馆偶遇时,或者是在上学路上的咖啡馆碰面时,友荣总是随口提起那天晚上的事情。如果伞看起来完全不记得,友荣就会像通过醉酒告白承诺结婚的人一样,露出一副沮丧的表情。

 

“넌 어떻게 우리가 함께 보낸 첫날 밤을 그렇게 잊을 수가 있어.”
“你怎么能忘记我们一起度过的第一个夜晚。”

 

입이 말랐다. 저 모든 말들을 장난으로 넘겨야할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그날 밤 일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지. 대답은 뻔했다. 사실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산은 모르는 척했을 것이 뻔했다. 결론에 도달하여 모든 순간들을 장난스럽게 넘겨버렸다.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고, 결국 보조 바퀴 떼는 것에는 실패한 오늘에도 그랬다. 우영은 긴장이 풀려 근육통을 호소하는 산 대신 자전거를 끌어주었다. 공원에 세워둘까 했지만 하룻밤만 지나도 뒷바퀴만 남기고 갈 자전거 도둑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산이 끌고 가겠다고 했지만 우영은 웃기만 할 뿐 자전거를 넘기지 않았다.
嘴唇干裂了。不知道该把那些话当作玩笑话一笑置之,还是再认真地思考一下那天晚上的事情。答案显而易见。其实,即使记得,伞也会装作不知道。得出结论后,把所有的瞬间都当作玩笑话一笑而过。今天也是如此,虽然成功骑上了自行车,但最终还是没能摘掉辅助轮。友荣替紧张得肌肉酸痛的伞推着自行车。虽然想把自行车停在公园里,但在这个一夜之间就会被偷得只剩后轮的国家里,这是不可能的。伞说他自己推回去,但友荣只是笑了笑,并没有把自行车交给他。

 

“됐어요, 허리 28인치 씨. 근데 너 꼭 사이즈 다시 재 봐라. 절대 28인치 아닐 걸.”
“算了吧,28 英寸腰先生。不过你最好再量一下尺寸,绝对不是 28 英寸。”

“맞다니까.” “我说对了。”

“아니라고.” “不是。”

 

짐짓 단호한 대답에 말을 잃은 것은 오히려 산이었다. 아, 제발. 우영은 넌지시 키워드만을 던지며 대답을 요구하는 듯했다. 무슨 답을 원하는 걸까. 산은 그저 눈을 휘어가며 웃었다.
假装坚定的回答反而让伞失去了话语。啊,拜托。友荣似乎只是隐晦地抛出关键词,要求回答。他到底想要什么答案呢?伞只是眯着眼睛笑了笑。

 

“그대. 좀 변태 같아.” “你有点变态。”

“근데 그거 좀 듣기 좋아.”
“不过那听起来还不错。”

“어떤 거?” “什么?”

“그대.” “你。”

 

보조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덜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우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묵묵히 끌었다. 또다. 또 가을바람, 또 그 바디워시 향기. 산은 들키지 않도록 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진한 가을 냄새가 산을 괴롭혔다.
辅助轮撞到石块发出咯噔声。郑友荣毫不在意,默默地推着自行车。又来了,又是秋风,又是那沐浴露的香气。崔伞咽了咽口水,转过头去,生怕被发现。浓浓的秋天味道让崔伞感到难受。

 

“근데 성화 형, 여자친구랑은 화해했어?”
“不过星化哥,你和女朋友和好了吗?”

 

생각에 잠겨 있던 산이 우영이 폭탄 발언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쟤는 참 악의 없이 이런저런 말을 잘 뱉는데 거기에 항상 가시가 있다. 방금 건 가시도 아니고 거의 단검 수준이다. 그러나 홍중은 관심이 없는 듯 구운 부추만 깨작거릴 뿐이었다. 그리곤 무심히 그것을 입안으로 넣으며 대신 대답했다.
沉思中的伞被友荣的爆炸性发言惊醒了。那家伙总是无意中说出各种各样的话,但总是带刺。刚才那句不是带刺,简直就是匕首。然而,弘中似乎并不在意,只是随意地拨弄着烤韭菜。然后他漫不经心地把它放进嘴里,代替回答了。

 

“어, 화해했대.” “哦,他们和好了。”

“무슨 소리야. 아직 못 했는데.”
“什么声音啊。我还没做呢。”

 

성화가 술기운이 오른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홍중이 그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뾰족하게 말했다.
星化眨了眨因为酒意而微醺的眼睛回答道。弘中盯着那双眼睛看了一会儿,然后尖锐地说道。

 

“아닌데, 했다고 했는데.” “不是啊,我说我做了。”

“아니라니까.” “不是。”

 

성화가 건조한 눈으로 홍중을 바라봤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우영이 낭패라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산이 가위와 집게를 들고 본인이 고기에 몰두할 시간이 찾아오길 간절히 빌었다. 당첨은 우영이었다. 성화는 우영의 빈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곤 홍중과 산이 앉은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졸지에 대작을 하게 된 우영은 안쓰러운 표정을 한 산이 챙겨주는 안주를 틈틈이 집어 먹으며 속도를 따라갔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홍중이었다. 홍중은 벌써 홀로 두 병을 비워가는 성화의 잔에 제 젓가락을 툭 올려놓았다. 그만 마시라는 뜻이었다. 성화는 잔을 내려놓고 알코올 향이 나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눈가를 문질렀다. 양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우영이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물을 따랐다.
星化用干涩的眼神看着弘中。两人之间流淌着沉默。友荣一脸尴尬地紧闭着嘴,把肉放在烤盘上。伞拿着剪刀和夹子,祈祷自己能有时间专注于烤肉。结果是友荣中了。星化给友荣的空杯倒满了酒,然后一口气喝了几杯,连看都没看坐在弘中和伞那边。突然被迫对饮的友荣,一边吃着伞给他夹的下酒菜,一边努力跟上速度。最终先举白旗的是弘中。弘中把自己的筷子轻轻放在已经喝了两瓶的星化的杯子上,意思是让他别再喝了。星化放下杯子,长长地呼出带有酒精味的气息,揉了揉眼角。两颊红彤彤的友荣嚼着肉,喝了口水。

 

“형. 제가 잘못했어요. 안 물어볼 테니까 그만 마셔요.”
“哥。我错了。我不会再问了,别再喝了。”

“그래요, 얘 죽겠다.” “对啊,这孩子要死了。”

“야. 나와.” “喂,出来。”

 

성화가 겉옷을 뒤져 담배를 꺼냈다. 홍중이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영 살벌한 분위기에 우영이 성화를 따라나섰다. 산이 본인이 앉아있겠다며 입 모양을 벙긋거리고 홍중의 앞접시에 안주를 덜어주었다. 술기운이 오른 우영은 술집 앞 어귀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성화의 옆에 가 섰다. 성화가 담배 한 개비를 건넸고, 우영은 입만 벌려 그것을 앞니로 물었다. 쌀쌀한 날씨였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첫 모금을 물자니 술집 앞에 이질적으로 주차된 자전거가 보였다. 우영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자전거에 가까이 다가갔다. 한쪽 보조 바퀴가 빠져 흔들거리는 자전거로 다가가 이곳저곳을 살폈다. 담배를 피우는 것에 집중하던 성화가 우영을 툭 건드렸다. 뭐하냐.
성化从外套里掏出一支烟。弘中叹了口气,把筷子像扔似的放下。气氛很紧张,友荣跟着星化走了出去。伞说他会坐在那里,嘴唇微动,把小菜夹到弘中的小碟子里。喝了点酒的友荣在酒馆门口点燃了香烟,站在星化旁边。星化递给他一支烟,友荣张开嘴,用门牙咬住了它。天气有点冷。点燃香烟,吸了第一口时,他看到了停在酒馆前面的一辆显得格格不入的自行车。友荣吐出烟雾,走近自行车。那辆自行车的一侧辅助轮掉了,摇摇晃晃的,他走近仔细查看。专注于抽烟的星化轻轻碰了碰友荣。你在干嘛。

 

“형, 나 물어볼 거 있는데.”
“哥,我有件事想问。”

 

뭔데. 어차피 시시껄렁한 이야기겠거니, 성화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什么啊。反正是无聊的故事吧,星化再次叼起香烟,毫不在意地想着。

 

“게이 맞죠?” “你是同性恋,对吗?”

 

우영이 자전거 안장에 걸터앉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을 바라본 채였다. 그 시선의 끝에 홍중과 산이 있었다. 성화는 담배 연기를 내뱉는 것도 잊은 채로 낮은 숨을 뱉었다.
友荣坐在自行车座上,叼着一根香烟。他透过玻璃窗望向店内。视线的尽头是弘中和伞。星化忘记了吐出烟雾,只是低声叹了口气。

 

“남자 좋아하잖아.” “你不是喜欢男人吗?”

“……누굴 말하는 거야.” “……你在说谁。”

“쟤, 최산.” “他,崔伞。”

 

우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확신에 찬 웃음이 서늘했다.
郑友荣扬起一边嘴角笑了。那自信的笑容带着一丝寒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