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잊은 척했던 (3)
第60話 假裝忘記的事(3)
“한유진 헌터님!” 「韓有真獵人!」
박하율이 반가움과 걱정을 담아 소리쳤다. 동시에 경계하던 놈들의 표정에 놀라움이 스몄다.
朴夏律帶著喜悅與擔憂大聲喊道。與此同時,那些戒備的傢伙臉上浮現出驚訝的神色。
“설마 했는데, 진짜 한유진?”
「真沒想到,竟然真的是韓有珍?」
“한유진이 왜 여기 있어? 해연 길드장이 얼굴도 안 보이게 싸매 놨다던데!”
「韓有珍怎麼會在這裡?聽說海燕公會長把她包得連臉都看不見!」
“시발, 한유현도 온 거 아니냐?”
「他媽的,難不成韓有賢也來了?」
놈들이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긴 나 혼자 왔다고는 생각 못 하겠지. 하지만 혼자다.
那些傢伙慌張地四處張望。說實話,他們不可能以為我一個人來的。但我確實是獨自一人。
“진짜 해연 길드장님도 오셨어요?”
「真的連海妍公會會長也來了嗎?」
박하율이 코피 얼룩진 얼굴로 설레 했다. 얘는 처맞고도 여전히 헌터가 좋을까. 중증이구만.
朴夏律帶著鼻血斑斑的臉龐興奮不已。這傢伙被打了還是這麼喜歡獵人嗎。真是重症了。
“저 혼잡니다.” 「是我本人。」
“네? 하지만—!” 「欸?可是——!」
“눈이나 감으세요.” 「閉上你的眼睛吧。」
옆으로 비켜서며 박하율을 향해 이어링의 방어막 스킬을 썼다. 박하율이 외치는 소리가 방어막에 막혀 조그맣게 들려왔다. 지금 내 스탯으로 이 정도니 박하율은 아무것도 못 듣겠지. B급 방어막이니 내가 실수하지 않는 한 털끝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다. 독은 가급적이면 안 써야지.
我往旁邊讓開,對著朴夏律施展了耳環的防護罩技能。朴夏律喊叫的聲音被防護罩擋住,只能聽到微弱的聲音。以我現在的屬性值來看,朴夏律什麼都聽不到吧。既然是 B 級防護罩,只要我不出錯,連一根頭髮都不會受傷。毒素盡量還是別用比較好。
“…혼자라고?” 「……一個人?」
김용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의심도 많아라.
金容鎮難以置信地喃喃自語。真是多疑啊。
“혼자가 아니라면 벌써 누구든 튀어나왔겠지. 알고들 있겠지만, 내가 좀 과하게 보호받는 처지잖아?”
「如果不是一個人的話,早就有人跳出來了吧。雖然你們都知道,但我可是被過度保護的對象喔?」
여기서 이러고 있는 꼴 보면 기겁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내 말에 놈들이 안도했다.
看到我在這裡這副模樣,會嚇壞的人可不只一兩個。聽我這麼說,那些傢伙都鬆了口氣。
“스탯 F급짜리가 정신이 나갔나.”
「F 級的屬性居然精神錯亂了嗎。」
D급이 내 쪽으로 다가오려는 것을 김용진이 팔을 뻗어 막았다.
D 級正想朝我這邊走來,金容鎮伸手擋住了他。
“기다려. 뭔가 있으니까 저렇게 자신만만하겠지. 여기까지 들키지 않고 따라온 것만 해도 보통은 아니다.”
「等等。既然那麼自信,肯定有什麼秘密。能一路跟蹤到這裡還沒被發現,也不是普通人能做到的。」
“그래도 스탯은 확실하게 F급 아닙니까? 협회 인증받았잖아요.”
「不過他的屬性確實是 F 級吧?協會也認證過了。」
“장비빨 받아 봤자 C급 수준은 못 될 텐데. 굴러들어 온 떡이죠, 저건.”
「就算靠裝備加成,也不可能達到 C 級水平。那真是撿到的便宜。」
떡은 우리 삐약이고. 동글동글 말랑말랑 구르기도 잘 구른다.
那個便宜就是我們的小雞。圓滾滾又軟綿綿,滾起來也很靈活。
“일단, 반갑다고 해둘까. 우리가 초면이긴 한데 초면도 아닌 뭐 그런 사이거든.”
「先說聲很高興認識你吧。雖然我們是初次見面,但又好像不是那麼完全的初次見面。」
내 말에 놈들이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聽我這麼說,那幾個傢伙露出一副我在胡說八道的表情。
“…TV에서 보긴 봤지만.” 「……雖然在電視上看過。」
“아냐, 실제로 만났어. 사실 내가 회귀했거든. 과거로 돌아왔다고. 놀랍지?”
「不,是實際見過面。其實我是回到了過去,重生了。很驚訝吧?」
내 손으로 죽인 지 4년 된 놈들 앞에서 이 말 하니 기분 좋네. 실감도 팍팍 나고. 유현이는 너무 바로 살아나서 뭔가 애매했어.
在我親手殺死他們四年後,對著他們說這話,心情真好。感覺也特別真實。柳賢活得太快了,總覺得有點模糊不清。
“무려 5년이나! 아, 당신들하고는 4년 전에 만났어. 지금으로부터는 1년 후고, 그 뒤로는 본 적 없지. 내가 죽였으니까. 이렇게 다시 만나니까 정말 반갑다. 어차피 또 죽을 거 내 대나무 숲이나 좀 해주라.”
「竟然有整整五年!啊,我是四年前和你們見過面。那是從現在算起一年前,之後就沒再見過了。因為我殺了你們。這樣再見面真是太高興了。反正你們還會死,幫我守護一下我的竹林吧。」
속 시원하게 말이나 해보자.
痛快地說點什麼吧。
“…뭐야, 미쳤나?” 「…什麼啊,你瘋了嗎?」
“내가 미친놈처럼 보일 거라는 거 나도 알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상처 받잖아. 게다가 네놈들도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건 아니면서. 내가 오십 보면 너 새끼들은 오백 보는 될 거다. 특히 김용진 이 제대로 미친 새끼야, 내가 그때 널 너무 편하게 죽여 버려서 정말 안타까웠다.”
「我知道我看起來像個瘋子,但你這麼直白地說出來,會讓人受傷的。而且你們那些傢伙也沒什麼腦子。我看五十,你們這些傢伙得看五百。特別是金容鎮,那傢伙真的是個徹底的瘋子,我當時太輕鬆地殺了你,真的很可惜。」
이렇게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지다니.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하면 진짜로 미친 놈 같군. 사람 죽이는 거 절대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눈 돌아갈 때도 있는 법이고, 비록 나랑은 없던 일 됐다지만 저놈들이 여러 사람 앞날 많이 망쳤고 망칠 거라는 건 변함이 없고.
竟然又給了我一次機會。心裡想著「謝謝你」,感覺自己真像個瘋子。我絕對不喜歡殺人。但人生難免會有一兩次失控的時刻,雖然這件事和我無關了,但那些傢伙毀了很多人的前途,未來也還會繼續毀下去,這點是不變的。
“그래도 네놈들 덕분에 정신은 바싹 차리게 되었지.”
「不過多虧了你們這幫傢伙,我才徹底清醒過來。」
2년 차 넘어서서는 자리도 제대로 잡았고. 고정 팀까지는 못 만들었지만 그 즈음엔 능력 괜찮은 헌터도 매번 꼬박꼬박 구할 수 있었… 잠깐만. 생각해 보니 그때가 딱 MKC 망하고 해연이 그 빈자리에 대신 들어간 시기였다.
過了兩年多,位置也算穩固了。雖然沒能組成固定隊伍,但那時候每次都能穩穩地找到能力不錯的獵人……等一下。仔細想想,那正是 MKC 倒閉,海妍代替進入那個空缺的時期。
각성센터 생기고 박 터질 때와 다르게 여유가 생겼을 시점이었지. 해연으로부터 싫은 소리 듣는 일도 줄어들었고. 던전 난이도 날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설마 동생 놈이 사람 붙인 거였나?
覺醒中心成立後,情況不像以前那樣緊繃,反而變得從容了些。被海妍罵的次數也減少了。直到地城難度開始暴走之前……難道是弟弟那傢伙找人來的嗎?
그리고 유현이 놈이 등급 바뀐 던전에 몸소 뛰어들어 왔을 때는 해연이 국내 1위로 자리 잡아서 길드장 일도 나름 한가해졌을 즈음이었다.
然後當那個柳賢親自跳進等級改變的地下城時,正好是海妍已經穩坐國內第一,當起公會長後也算是比較清閒的時候。
“음, 역시 사람이 너무 한가하면 안 돼.”
「嗯,果然人不能太閒。」
다른 길드들이랑 싸우느라 바빴으면 던전 게이트 닫히기 전에 도착해 뛰어드는 미친 짓 할 여유도 없었을 텐데. 저 대신 기껏해야 A급 헌터 한둘 보내고 말았겠지.
如果忙著和其他公會打架,根本沒空在地城大門關閉前趕到並衝進去做這種瘋狂的事。頂多也只能派一兩個 A 級獵人來代替我而已吧。
“저놈, 진짜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요?”
「那傢伙,真的不像是正常人吧?」
미친 놈 보는 시선과 함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너무하네. 내 정신은 대체로 말짱한데.
伴隨著瘋子般的目光,耳邊傳來竊竊私語。真過分啊。我的精神明明是清醒的。
“비록 복권 번호는 모르지만 과거로 돌아온 건 사실이라고. 무슨 이야기 해줄까. 궁금한 거 있어? 앞으로 나올 S급 헌터 누가 있는지 말해 줘? 대박급 신규 던전은 어때? 주식엔 관심 많지? 이동완 너, 지금 산 주식 그거 한 달 내로 휴지쪼가리 된다.”
「雖然不知道樂透號碼,但確實是回到了過去。要不要我說點什麼?有什麼想問的嗎?要不要告訴你接下來會出現哪些 S 級獵人?超厲害的新地城怎麼樣?你對股票很有興趣吧?李東完,你現在買的那支股票,一個月內就會變成廢紙。」
그걸 일 년 후까지도 입이 닳도록 주절거리는 찌질한 새끼.
那個連到了一年後還嘮叨個不停的可憐蟲。
아무튼. 總之。
“이렇게 다시 만나니까 좋네. 너희는 회귀 못 해 봐서 내 심정 잘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일들이 죄다 없었던 일 되는 거, 그거 은근 찝찝하더라고. 그래서 생각 안 하려고 했거든. 어차피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처음에는 그냥 얌전히 지내려고도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나랑 엮였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지.”
「這樣再見面真好。你們沒經歷過回歸,可能不太懂我的心情,但我經歷過的事情全都變成沒發生過,說實話,心裡挺怪異的。所以我本來想不去想這些。反正情況也變了很多,剛開始我也只是想安分守己地過日子。最重要的是,我努力不去想那些因為和我有牽連而死去的人竟然活著四處走動……」
그냥 친한 사람이 죽었다, 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나는 살았다. 동시에 기억까지 전해 받았다. 눈앞에 시체가 있는데, 그 사람이 날 생각하는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유현이야 평생의 기억 중 일부이니 양이 너무 많아 드문드문 들어왔지만, 보통은 죽기 직전의 기억이 반드시 들어왔다. 그냥 적당히 아는 사람 정도라면 그래도 괜찮았다.
並不是說只是熟識的人死了。正因為那樣,我才得以活下來。與此同時,我還繼承了記憶。眼前有屍體,那個人對我的思念記憶便浮現出來。雖然柳賢只是他一生記憶中的一部分,量太多所以零零散散地出現,但通常都是死前的記憶必定會出現。若只是普通認識的人,那樣也還算可以接受。
하지만 그게, 날 걱정하고 있으면, 진짜 미칠 노릇이라서.
但是,如果他真的在擔心我的話,那真的是要瘋了。
쓸데없이 좋은 사람이라, 좋은 기억만 있으면. 내 이름 부르는 환청이 몇 날 며칠 귓가를 떠나지를 않았다. 계속 기억하고 있으면 내가 죽을 거 같아서 억지로 잊으려 노력했다.
不必要地善良,只留下美好的回憶。叫著我名字的幻聽在耳邊縈繞了好幾天好幾夜。一直記著的話,我覺得自己會死去,所以努力強迫自己忘記。
그런데 이제는 다들 살아 있다.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但是現在大家都還活著。該怎麼形容這種感覺呢。
유현이와는 다르게 몇 년간 속에 묻어 두었다. 유현이와는 다르게 이제 나를 알지도 못한다.
和柳賢不同,我將心事埋藏了好幾年。和柳賢不同,現在他甚至已經不認識我了。
눈앞의 저놈들처럼. 就像眼前那些傢伙一樣。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 전에 연락하고 만나도 되긴 되는 걸까. 당신들 죽은 덕분에 내가 살았는데.
該高興呢,還是該難過呢,該說抱歉呢,還是該說謝謝呢。在那之前,能不能先聯絡一下再見面呢。因為你們死了,我才能活著。
이런 걸 어디다 상담할 수도 없고, 그냥 잊은 척하고 지냈다.
這種事也無處可商量,只能假裝忘記,繼續過日子。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몇몇은 진짜 좋은 사람들이었거든. 반쯤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술독에 빠져 지냈을 정도로.”
「你們怎麼看?有些人真的是好人呢。當時我幾乎快要瘋了,整天沉浸在酒精裡。」
내 말 더 듣기 싫었는지 놈들이 전투 대형을 갖추었다. 대답 정도는 해주지. 투덜거리며 D급 던전 보상으로 얻은 곡도를 꺼내들었다.
我看他們似乎更不想聽我說話了,於是他們擺出了戰鬥陣型。總該回應一下吧。我一邊嘟囔著,一邊從 D 級地城獎勵中拿出了曲刀。
“가운데 몰아넣고 사로잡아!” 「集中包圍,給我抓住他!」
김용진의 외침과 함께 방패를 앞세운 두 헌터가 내 양옆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C급 방어 헌터가 스킬을 쓰며 내 머리 위로 뛰어 올랐다. 나를 뛰어넘어 뒤를 잡으려는 모양인데, 어림없지.
隨著金容鎮的呼喊,兩名舉盾的獵人分別移動到我兩側。與此同時,一名 C 級防禦獵人施展技能,跳到我頭頂上方。看來是想跳過我從背後偷襲,想得美。
다리를 살짝 굽혔다가 위로 도약했다. C급이 깜짝 놀라며 방패로 나를 내려치려 들었다.
輕輕彎曲雙腿,然後向上躍起。C 級嚇了一跳,揮起盾牌想要砸向我。
텅! 空!
내 팔뚝이 방패와 충돌하고, 다른 쪽 손으로 방패를 움켜쥐며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我的手臂撞上了盾牌,另一隻手緊握著盾牌,身體隨即旋轉了起來。
강한 회전력을 버티지 못하고 방어계 C급이 방패를 놓친 채 아래로 내던져지듯 떨어졌다. 직후 빼앗은 방패를 D급 헌터를 향해 날렸다.
無法承受強烈的旋轉力,防禦系 C 級獵人失手掉落盾牌,彷彿被往下拋擲般墜落。隨後,他將奪來的盾牌朝 D 級獵人投去。
콰득! 喀嚓!
“컥!” 「噫!」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방패가 D급의 머리를 정확히 후려쳤다. 그사이 다른 D급 헌터 들이 무기를 든 채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劈開空氣飛去的盾牌,精準地擊中了 D 級的頭部。此時,其他 D 級獵人們揮舞著武器,朝我衝了過來。
공중에서는 몸을 피하기 힘들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在空中很難閃避身體攻擊。我也很清楚這點。但話說回來。
“억?!” 「欸?!」
촉수를 뻗어 D급의 목에 휘감고는 그대로 강하게 당겼다. 비틀거리며 버티고 서려는 D급을 축 삼아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착지했다.
觸手伸出纏繞在 D 級的脖子上,然後用力一拉。以搖搖欲墜、試圖站穩的 D 級為支點,在空中轉換方向後著陸。
“이 자식!” 「這傢伙!」
찔러드는 창날을 가볍게 피하며 창수의 이마에 곡도를 박아 주었다. 동시에 촉수를 통해 독을 흘려보냈다.
輕巧地閃避刺來的矛尖,將曲刃刺入昌秀的額頭。同時透過觸手注入毒液。
두 명의 D급이 차례로 풀썩풀썩 무너져 내린다.
兩名 D 級依次撲通撲通地倒下。
“젠장!” 「該死!」
D급 헌터들이 당황하는 사이 김용진이 곧장 도망치려 들었다. 판단도 빠르셔라.
當 D 級獵人們還在慌亂時,金容鎮已經立刻想要逃跑了。判斷真快。
가시 덫. 荊棘陷阱。
“억!” 「啊!」
김용진이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엎어졌다. 뽑아낸 곡도를 C급 방어 헌터에게 던져 일어서려는 것을 막고, 남은 헌터에게도 가시 덫을 썼다.
金容鎮像被石頭砸中的青蛙般倒了下去。他將拔出的彎刀丟向 C 級防禦獵人,阻止他站起來,並對剩下的獵人也使用了刺籠陷阱。
정말이지, 섭섭할 정도로 쉽네. 회귀 전에는 죽을 고생을 했었는데.
真是的,簡單到讓人覺得有點失望。回歸之前可是吃盡了苦頭。
“역시 연락을 하는 게 좋을까? 응? 용진아.”
「果然還是聯絡比較好嗎?嗯?容鎮啊。」
덜덜거리고 있는 김용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我走近正顫抖不已的金容鎮,問道。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는데, 뭐라고 하지. 날 모르니까. 하지만 이대로 계속 모른 척할 수도 없잖아. 네놈들처럼 그 사람들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아직은 각성 전이겠지만 각성센터 생기면 헌터가 될 거고, 네놈들처럼 던전에 들어가겠지. 그 개판인 상황 속에서.”
「電話號碼記得,但該怎麼說呢。因為他們不認識我。但這樣一直裝作不知道也不行啊。那傢伙們也會繼續活下去的吧。雖然現在還沒覺醒,但覺醒中心一成立,他們就會成為獵人,然後像你們一樣進入地城。在那混亂的狀況裡。」
김용진의 한쪽 다리를 예쁘게 자르고 가시 덫을 풀어 주었다.
幫金容鎭漂亮地截斷了一條腿,並解開了刺籠陷阱。
“으아아악! 끄억, 네, 네놈, 대체……!”
「啊啊啊啊!嗝,妳、妳這傢伙,到底……!」
“회귀했다고 다 책임질 필요는 없고. 애초에 없던 일도 되었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에는 남아 있으니까. 이대로 계속 잊은 척하면, 진짜 쓰레기 같겠지.”
「回歸了也不一定要全部負責。反正本來就沒發生過的事。但因為還留在我的記憶裡。如果就這樣繼續裝作忘記,真的會像個垃圾吧。」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那該怎麼辦呢。
김용진에게 다시 가시 덫을 쓰고 인벤토리에서 마석가루 병을 꺼내어 주위에 적당히 뿌렸다. 이 근처 몬스터는 아직 다 잡지 않았다. 금방 기어 나오겠지.
金容鎮再次使用了帶刺陷阱,並從背包中拿出魔石粉瓶,適量地撒在周圍。這附近的怪物還沒全滅,牠們很快就會爬出來吧。
“이제는 진짜로 다시 만날 일 없길 바라마.”
「現在真心希望我們不會再見面了。」
한숨 한번 내쉬고 돌아섰다. 박하율 저놈 봐라. 눈 감고 있으랬더니 기어이 다 보고 토했다. 다가가 방어막을 거두었다.
嘆了一口氣,轉身離開。看看那個朴夏律,明明叫他閉眼,結果還是全看見了,還吐了出來。我走過去,收起了防護罩。
“괜찮아요?” 「沒事吧?」
“…아, 네. 저는, 요.”
「……啊,嗯。我是,這樣。」
“일단 자리를 뜨죠. 피 냄새 맡고 몬스터들이 나타날 겁니다.”
「先離開這裡吧。聞到血腥味怪物們就會出現。」
“네, 네.” 「是,是的。」
박하율을 데리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帶著朴夏律走回了來時的路。
“한유진 헌터님이 말로 설득할 때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要是當時能聽到韓有真獵人用言語說服就好了……。」
청소가 깨끗이 된 게이트 근처에 다다를 즈음, 기운을 차린 박하율이 말했다. 그놈들 상대한 거 말인가? 설득한 거 아닌데. 일방적으로 상담한 거지. 소리가 안 들리니 설득하는 걸로 보였나 보다.
當走近清掃乾淨的傳送門附近時,恢復精神的朴河律說道:「你是說剛剛跟那些傢伙交涉的事嗎?我可沒說服他們啊。那只是單方面的諮詢而已。因為聽不到聲音,才會看起來像是在說服他們吧。」
“신경 쓰지 마세요. 들어 보니 이미 사람 많이 해친 악질이더라고요.”
「別在意了。聽說他已經害了不少人,是個惡劣的傢伙。」
“진짜요?” 「真的嗎?」
“네. 그리고 이번 일은,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원래 제가 이렇게 나돌아 다니면 안 되는 처지거든요. 은신 스킬도 비밀이에요.”
「是的。還有這次的事情,請您保密。其實我本來就不應該這樣到處亂跑的。隱身技能也是秘密喔。」
내 말에 박하율이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 회복 너무 빠른데. 현실감이 아직 안 느껴지는 건가. 이런 애들이 있긴 했다. 당일엔 멀쩡하다가 이삼 일쯤 지나서 울고불고 난리 나는.
聽到我這麼說,朴夏律露出興奮的表情。恢復得太快了。難道還沒感覺到現實嗎?確實有這種孩子。當天還好好的,過了兩三天卻哭哭啼啼大鬧一場。
아니면 원래 정신상태가 특이한 것일 수도 있고. 좀 그래 보이긴 해.
或者本來精神狀態就有點特殊。看起來確實是那樣。
“한유진 헌터님이 그렇게 강하신 줄은 몰랐어요! C급이 두 명이나 되었는데, 혹시 사실은 스탯 B급 이상이세요?”
「我不知道韓有真獵人您這麼強!有兩個 C 級,難道其實您的屬性是 B 級以上嗎?」
“그런 건 아니고요. 제 능력에 대한 것도 당연히 비밀입니다.”
「不是那樣的。關於我的能力當然也是秘密。」
“네!” 「是!」
“비밀 지킬 수 있으시죠?”
「你能保守秘密嗎?」
“네! 물론이에요!” 「是的!當然!」
말은 자신만만하다. 박하율을 향해 믿겠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진짜로 믿는 건 아니었다.
話語充滿自信。對著朴夏律露出一抹願意相信的微笑。當然,並不是真的相信。
박하율을 데려다 쓸까 마음은 먹었지만, 어떤 놈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당연히 안 된다. 그렇기에 일부러 보여 주었다.
雖然心裡想著要不要帶朴夏律去用用看,但在確認到底是什麼傢伙之前,當然不行。正因如此,才故意讓他看見。
계획이 약간 틀어지긴 했지만, 원래는 은신과 가시 덫 스킬만 알려 줄 생각이었다.
計畫雖然有些偏差,但本來只打算教隱身和荊棘陷阱技能。
내가 직접 와서 도와주고 남들은 모르는 스킬까지 알려 주면 당연히 입이 근질거려지겠지. 심지어 얘는 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무수한 말들 속에 파묻혀 지내는 연예인이다. 자기가 아는 것을 무심코 떠들고 싶어지는 환경인 것이다.
我親自來幫忙,還教了別人不知道的技能,當然會讓人忍不住想多說幾句。更何況他是個經常與許多人接觸、被無數話語包圍的藝人。在這樣的環境下,他自然會想不經意地說出自己知道的事情。
‘예상보다 좀 더 극적인 상황이 되었으니 입도 더 가벼워지려 하겠지.’
「比預想中變得更戲劇化的情況,嘴巴也會變得更不牢靠吧。」
만약 참지 못하고 떠들면, 그럼 그걸로 끝이다.
如果忍不住吵鬧,那麼就到此為止了。
지금 나는 철통 보안의 해연 길드 내에 있다, 라고 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올 땐 은신 스킬을 아예 풀지도 않았다. 계속 모습을 감춘 채 버스 타고 왔다. 박하율 외의 목격자는 죽음으로 입 막힐 테니 무어라 떠들든 간에 죄다 거짓으로 치부될 것이다.
現在我身處於鐵壁防護的海淵公會內。來到這裡時,我根本沒有解除隱身技能。一直隱藏身形搭公車過來。除了朴夏律之外的目擊者都會被以死亡封口,不管他們怎麼說,全部都會被視為謊言。
‘입이 무거우면 일단 통과고, 아니면 특수 스킬 홍보용으로 쓰고 끝내면 되고.’
「嘴巴緊一點就先過關,不然就拿來當作特殊技能的宣傳用,然後結束就好。」
A급 특수 스킬이 세 개나 되니 최소 그중 하나쯤은 쓸 만할 텐데. 공들인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既然有三個 A 級特殊技能,至少應該有一個還算好用吧。希望這些努力沒有白費。
“진짜 뭐라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헌터분들은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던전이 터지지 않게 지켜 주는 분들이잖아요!”
「真的不知道該怎麼表達我的感謝。我一直以為獵人們都是好人呢。畢竟你們是守護著不讓地城爆炸的人啊!」
…공들인 보람 같은 거 없을지도. 박하율이 방글방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或許根本沒有什麼努力的價值。朴夏律笑嘻嘻地接著說。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보다 다섯 살 많으시거든요. 전 스무 살이에요.”
「我可以叫你哥哥嗎?你比我大五歲。我今年二十歲。」
“아, 네.” 「啊,嗯。」
유현이랑 같은 나이인데 왜 이렇게 다르냐. 스물이면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和柳賢同歲,為什麼差這麼多呢。雖然二十歲還算年輕,但還是有差別。
“연락처 교환은—” 「交換聯絡方式是——」
“아직은 안 됩니다. 메시지도 던전 나가면 바로 삭제해 주세요. 각성브로커 관련 흔적은 싹 지우는 게 나아요.”
「現在還不行。訊息一離開地城就請立刻刪除。關於覺醒經紀人的痕跡最好全部抹掉。」
메시지 삭제하는 거 확인하고 헤어져야겠다. 복구 가능하던가? 직접적으로 구하러 가겠다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確認刪除訊息後再分開吧。能恢復嗎?雖然沒直接說要親自去找。
“당분간 저한테 연락하는 것도 안 됩니다. 혹여 덜미라도 잡히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요.”
「暫時不要聯絡我。萬一被抓到把柄,會變得很麻煩。」
내 말에 박하율이 버림 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을 했다. 잘생기긴 참 잘생겼어.
聽我這麼說,朴夏律露出一副被遺棄的小狗般的表情。長得確實很帥。
“얼마나요?” 「多少錢?」
“이 주 정도요. 그냥 제가 먼저 연락할게요.”
「大約一週吧。我會先聯絡你的。」
“비밀 지키고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꼭 연락 주세요. 저 잊지 마세요. 제발요.”
「我會守口如瓶,努力等待。一定要聯絡我。別忘了我。拜託了。」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주 간절하다. 키워드 말하면 바로 들어 먹힐 거 같은데.
才認識多久就這麼迫切。只要說出關鍵字,應該馬上就會被接受吧。
“방어막 쳐줄 테니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세요. 던전 공략 마저 하고 올 테니까.”
「我會幫你設下防護罩,請你乖乖在這裡等著。我去繼續攻略地城,馬上回來。」
“네, 형!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是,哥!請小心出門!」
활짝 웃으며 양팔을 크게 흔드는 해맑은 모습을 보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쟨 역시 아닌 거 같아……. 좀 많이 특이해.
看到他燦爛地笑著,雙臂大幅揮舞著那純真的模樣,不由自主地嘆了口氣。他果然還是不行……真的有點太特別了。
* * *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사이 SNS 팔로워 수가 만 단위를 넘어섰다. 댓글 중에 외국어도 많았다. 박하율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우고 피스 어릴 적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
平安回到家後洗了澡換了衣服。這期間 SNS 的追蹤人數已突破一萬。留言中也有許多外語。刪除了和朴夏律互傳的訊息,並上傳了一段 Peace 小時候的影片。
유현이와 예림이로부터 문자도 들어와 있다.
有來自柳賢和藝琳的簡訊。
[형, SNS 해?] [哥,你用社群媒體嗎?]
[아저씨아저씨아저씨!! 저 맞팔 해주세요!]
[大叔大叔大叔!!請跟我互相關注!]
예림이도 SNS 하나 보네.
藝琳也看了一下 SNS。
[ㅇㅇ]
[계정 알려 줘.] [告訴我帳號。]
답장을 보내고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던 번호를 천천히 눌렀다. 신호가 가고, 곧 전화를 받는다.
回覆完訊息後,手指在手機上輕輕滑動了一會兒。慢慢地撥出了那個仍然記得的號碼。電話響起,不久便有人接聽。
[여보세요?] [喂? ]
낯익은 목소리였다. 두 번 다시는 들을 일 없었던, 목소리였다. 기억 속에서 흐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뚜렷하게 귀에 박힌다.
那是熟悉的聲音。是再也不會聽到的聲音。我以為在記憶中已經模糊了,卻清晰地烙印在耳邊。
‘속이긴 뭘 속여! 어차피 나도 불러 주는 팀 없다.’
「騙誰啊!反正也沒有人會叫我加入隊伍。」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유진아. 다 지나갈 거다.’
「沒關係。別放在心上,유진啊。一切都會過去的。」
묻어 두었던 것까지 하나둘 떠올랐다. 내 기억력이 이렇게나 좋은 줄은 몰랐는데. 새삼 우는 것도 뭣하니까 웃었다.
埋藏著的事情也一一浮現出來。我還不知道自己的記憶力竟然這麼好。既然哭也沒什麼意義,便笑了笑。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언제나.”
「對不起,打錯電話了。…祝你有美好的一天。永遠如此。」
전화를 끊었다. 掛斷了電話。
그럼 일단. 머잖아 세워질 각성센터부터 어떻게 해야겠군. 그 난장판이 또다시 벌어지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那麼,首先得先處理即將建立的覺醒中心。絕不能讓那場混亂再次重演。
‘그런데 누구한테 상담을 하지.’
「可是要跟誰諮詢呢。」
유현이한테? 하지만 길드장이라고 해도 내 동생은 아직 어렸다. 던전 공략이라면 모를까, 각성센터 문제 쪽은 도움 받기 어렵지 않을까.
給柳賢?但是即使是公會長,我的弟弟還是很年輕。如果是地下城攻略還好說,但覺醒中心的問題恐怕難以得到幫助吧。
‘일종의 정치적 문제니까 말이야. 이건, 역시 석시명이나 김하연 쪽에서 맡고 있겠지.’
「這算是一種政治問題吧。這個,果然還是由石時明或金夏妍那邊負責吧。」
석시명 그 아저씨가 일은 잘 해줄 거 같은데, 어쩌지. 만나기는 싫지만, 으으음.
石時明 那個大叔看起來工作應該做得不錯,可是該怎麼辦呢。不想見面,但,嗯……。
고민 끝에 석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아 바로 쓸데없이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經過一番煩惱後,我撥通了石時明的電話。響了幾聲,馬上就傳來那聲音悅耳得讓人無端心情好的聲音。
[안녕하십니까, 한유진 씨. 먼저 전화를 걸어 주시다니 이것 참 설레는군요.]
[您好,韓有珍小姐。您先打電話來,真讓人心動呢。]
…설레지 마세요. 그런 목소리로는 더더욱 설레지 마십쇼.
…別心動。用那種聲音,更加別心動。
“음, 혹시 시간 되실까요? 할 말이 있어서요. 중요한 겁니다.”
「嗯,請問您有時間嗎?我有話想說。這很重要。」
[한유진 씨의 연락이라면 없다 해도 내야지요!]
【只要是韓有珍小姐的聯絡,即使沒有也得想辦法聯絡上!】
석시명이 열정적으로 말했다. 으, 이 사람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쓰려왔다. 이번만 참자. 사육소 완공되고 해연 나가면 볼 일도 없다.
石時明熱情地說道。唔,一想到要見這個人,肚子就開始隱隱作痛。這次忍一忍吧。育成所建成後,海燕離開就沒事了。
“그럼 제가 가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那我就先走了。要去哪裡呢?」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我會立刻派人過去。請稍等片刻。]
친절도 하셔라. 회귀 전에도 이 반의 반의반만큼이라도 상냥했으면 얼마나 좋았어. 통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真是太親切了。要是回歸前能有這班的一半的一半那麼溫柔就好了。掛斷電話後,他站起身來。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해야지.’
「因為是我能做到的事,所以就得去做。」
딱 이것까지만 해결해 주자. 就先解決到這裡為止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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