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 언급된 모든 팀명과 선수 이름은 허구이며,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얘들아. 나 오타니 보러 야구장 왔는데, 내 옆옆자리에 리쿠토쿠 커플 있어. 이거 뭐야? 심지어 토쿠노 군 핫도그 3개째 먹고 있고 마에다 군은 한 개도 안 먹고 토쿠노 군 입만 닦아주고 있어... 내가 잘못 본 거야?]
ㄴ 야바, 야구장 데이트?
ㄴ 마에다 리쿠와 토쿠노 유우시,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 셋의 만남... 기쁘다
ㄴ 토쿠노 군, 말랐는데 엄청 잘 먹네
ㄴ 훈련 안 하고 연애질이나 하고 www
ㄴㄴ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ㄴㄴㄴ 사실 너무 부러웠어요...
-
요즘,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리쿠토쿠 커플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몇 달 전, 스페인에서의 뽀뽀 사진이 기사로 퍼진 후, 유우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리쿠는 좋다고 웃으며 둘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메이저 리그를 관람하러 미국에 놀러 온 거였다. 나 핫도그 3개 안 먹었는데, 2개만 먹었는데. 에?, 유우 짱 3개 먹은 거 맞잖아. 뭐? 아, 아아, 아니다. 2개 먹었네, 하하. 유우시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현재 한창 시끄러운 자신들의 야구장 데이트 목격담에 대해 찾아보고 있었다. 리쿠, 우리 앞으로 변장 좀 잘하고 다니자. 에에, 왜? 이제 비밀 연애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말 좀 들어. 리쿠는 관계를 마치고, 유우시를 씻겨준 뒤 자신의 몸까지 막 씻고 나오자마자 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유우시의 말에 입술을 삐죽였다. 유우 짱, 우리 사진 좀 찍히면 어때? 맨날 찍히는 게 사진인뎅... 어이, 마에다. 그거랑 이거랑 같아? 엉? 물론, 아닙니다... 리쿠는 항상 본전도 못 찾으면서 꼭, 유우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공개 연애를 시작한 지도, 벌써 수개월. 아직까지 마에다 리쿠와 토쿠노 유우시의 연애 전선은 이상 무였다. 물론, 뽀뽀하는 사진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을 때는 유우시가 헤어지는 것을 취소하겠다 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해서 리쿠가 오열 SHOW를 벌이긴 했지만, 리쿠의 무한한 사과와 함께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유우시가 리쿠를 달래며, 지금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면 고양이 귀와 꼬리를 해주겠다고 했던 것도 다 무효가 됐다. 유우 짱, 너무해. 분명 해주겠다고 했잖아... 그건 리쿠가 조용히 일본으로 돌아가서 아무도 우리의 만남을 몰랐을 때의 얘기지. 그치만... 주변에 일본 사람들이랑 기자님들 많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누구누구 씨가 무시하고 대담하게 뽀뽀나 하는 바람에 전 세계가 우리의 연애를 알게 된 지금은, 해당 안 되는데? 리쿠는 속사포처럼 말하는 유우시를 보며, 유우 짱 인터뷰 진짜 못 한다고 하는 사람들 다 바보야ㅠㅠ 이렇게 말을 잘하는뎅... 하고 생각했지만 유우시의 말에 뭐 하나 틀린 부분이 없어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래요, 제 잘못입니다...
-
스포츠 스타와 일반인의 연애도 화제가 되는 지금, 둘 다 스타인 리쿠와 유우시의 연애는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가 화제였다. 공개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유우시가 무릎 부상으로 아예 시즌 아웃이 됐을 무렵,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리쿠가 속한 팀의 시즌 성적이 나빠지자, 사람들은 둘의 연애 사실을 핑계로 두 사람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토쿠노 군, 시즌 아웃이래]
ㄴ 에? 야바. 왜?
ㄴㄴ 무릎 수술
ㄴㄴㄴ 야바. 심각한 거야? ㅠㅠ
ㄴㄴㄴㄴ 아니, 간단한 수술인데 시즌 거의 끝나가서 감독이 그냥 쉬라고 했나 봐
ㄴ 역시, 아시아인 취급이 뭐 그렇지
ㄴㄴ (링크) 얘야, 모르면 닥치고 감독 인터뷰나 보고 와... 유우시라는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쉬도 없이 말함
ㄴㄴㄴ 수준 떨어지는 댓글...
[마에다 리쿠, 연애하느라 정신 팔렸는지 요새 너무 못해. 애인이랑 나란히 시즌 아웃 당하던가 www]
ㄴ 생각 좀 하고 글 써
ㄴ 한 명이 못 한다고 팀 성적 떨어지는 거면 문제 있는 거 아님?
ㄴ 리쿠, 요새 좀 못하긴 해
ㄴㄴ 리쿠, 리그에서 세트 성공률 제일 좋음;; 알아보고 말해라
이런 글이 한두 개도 아니고, 꽤 많은 양의 글이 트위터에서 판을 칠 때, 의외로 리쿠는 아무 신경도 안 쓰고 팀 성적에만 집중했다. 반면, 가뜩이나 부상 당해 예민한 유우시는 이런 글까지 써서 자신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에 머리가 아팠다. 어차피 리쿠가 시즌 중이라 둘은 자주 만나지도 못했지만 유우시는 더 신경 써서 리쿠와의 접점을 끊어냈다. 좋아하는 마음이랑, 프로 정신은 별개니까. 유우시는 리쿠의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술 후 재활에만 집중했고, 리쿠도 그런 유우시의 생각을 존중하며 경기에만 집중해, 결국 리그 팀 순위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니까 둘의 시즌이 나란히 끝난 이 시기에 유우시가 리쿠와의 만남에 집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배구와 축구는 시즌 기간이 겹쳐서, 시즌 동안에는 서로를 볼 수가 없지만, 다르게 말하면 비시즌 동안에는 꼭 붙어있기가 가능하다는 거였다. 일본은 물론이고, 유우시의 홈 팀이 있는 스페인과 메이저 리그를 보러 갔던 미국, 맛집 탐방을 하기 위한 한국까지. 리쿠와 유우시는 비행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행복한 데이트를 즐겼다. 당연히, 둘을 따라붙은 파파라치와 함께. 유우시는 사진에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예민한 기분으로 몇 없는 리쿠와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무시하며 돌아다녔다. 리쿠는 그런 유우시와는 달리, 카메라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애정 행각을 보여주는 선택을 해, 그때마다 유우시의 주먹을 받아내느라 힘들었다.
-
[배구 선수 M군과 축구 선수 T군, 공개 연애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결별? 주변인들은 소식도 몰라...]
ㄴ 에, 마지? 어쩐지, 요새 목격담이 너무 없더라
ㄴㄴ 둘 다 시즌 중이라 그런 거 아니야?
ㄴㄴㄴ 나 배구 관계자인데, 헤어진 거 맞음
ㄴ 이름 모자이크, 의미가 너무 없지 않아? www
ㄴㄴ 누가 봐도, 마에다 군이랑 토쿠노 군이잖아 www
ㄴ 드디어 헤어졌네 이제 나랑 사귀자
ㄴㄴ 넌 뭐야? 저리 꺼져
한창, 리쿠가 유우시의 주먹을 강철 팔근육으로 받아낸 이후로 시간이 흘러, 두 사람 모두 시작된 시즌에 열심히 경기를 치를 시기. 이상 없던 두 사람의 연애 전선에 크디큰 빨간불이 켜졌다. 리쿠는 라이벌 팀과의 경기를 오로지 3세트만으로 완벽한 승리를 따낸 후, 요청된 많은 인터뷰를 전부 거절한 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 마에다 리쿠가. 리쿠의 인터뷰 거절은, 기자들 사이에서 꽤 큰 논란이 됐고 그 논란은 걷잡을 수 없는 불씨처럼 커져, 마에다 리쿠와 토쿠노 유우시의 결별설에 폭죽을 터트렸다. 리쿠가 결별설에 불을 붙이듯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는 무조건 질문으로 결별설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자신은 그에 완벽한 대답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둘은 냉전 상태였다.
-
유우시
이거 뭐야?
(링크)
나한테 말 안 했잖앙... ㅠㅠ
아
고멘
리쿠 자고 있을 거 같아서
그럼 다음 날이라도 말해줬어야지...
고멘
그게 다야?
그럼 뭐라고 해야되는데?
그냥 친구 만난 거 뿐이잖아
그냥 친구? 리쿠는 유우시의 답변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 유우 짱 시간에 맞춰서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기다렸다가 연락한 건데, 유우 짱은 말투가 왜 이래? 게다가 이거는 유우 짱이 잘못한 거 맞잖아. 나는 네가 저 야구 선수랑 친구인 것도 오늘 알았는데. 리쿠가 유우시에게 왜 먼저 말해주지 않았냐며 보낸 링크는 어떤 스포츠 기사였다.
[축구 선수 토쿠노, 야구 선수 후지와라 군과 휴식일 데이트? 지난 번 시구가 연이 됐나...]
(사진)
지난 29일, 토쿠노 군의 홈구장 근처에서 한신 라이온즈의 대표 4번 타자, 후지와라 군과의 데이트 사진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둘의 인연은 지난번, 토쿠노 군의 한신 라이온즈 시구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을 취재해보니, 토쿠노 군과 후지와라 군은 나이가 같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취미를 공유한다고 한다. 팬들은 '의외의 인맥!', '친한 거 보기 좋다' 등등, 둘의 친분을 응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토쿠노 군과 10개월 째 공개 연애를 하고 있는 썬더스 울프 팀 소속 배구 선수 마에다 군의 4라운드 경기는 내일 오후 1시에 시작된다.
ㄴ 데이트라니 www 마에다 군 놀라겠다
ㄴ 둘이 친한 줄 몰랐네, 뭔가 어울림
ㄴㄴ 마에다 군이 무조건 싫어할 댓글
ㄴ 토쿠노 군이 착용한 선글라스 어디 건지 아는 사람?
ㄴㄴ 몰라
ㄴㄴㄴ 그러면 왜 댓글을...?
리쿠가 이 기사를 발견한 건 놀랍게도 기사가 올라온 지 1시간도 안 됐을 때였다. 원래 자기 얘기가 담긴 기사도, 자신이 속한 팀에 관련된 기사도, 별로 관심이 없어서 찾아보지 않는 리쿠가 시즌이 시작돼, 너무 많이 못 본 유우시가 보고 싶다며 유우시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자마자 발견한 기사였다. 리쿠는 기사를 읽자마자, 공개 연애 하고 있는 사람한테 다른 사람이랑 있는 사진을 쓰고는 데이트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가 뭐야? 하고 생각했다. 동시에, 리쿠는 후지와라라는 사람이랑 유우시가 친구였다는 걸 기사로 알았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유우시가 시구 했다는 건 알지. 나는 연습이 있어서 같이 못 갔지만... 근데 거기서 친구가 생겼다는 말은 안 했잖아. 그리고 데이트?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자 만나는데 왜 나한테 미리 말을 안 한 거지? 서로 걱정시키는 일은 안 하기로 약속했잖아...
리쿠는 유우시에게 닿지 않을 혼잣말만 계속해서 내뱉었다. 리쿠 입장에선 이 기사가 속상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치어리더랑 같이 찍혔다는 사진(사진 속 남자는 리쿠가 아니었지만) 때문에 바람 피냐면서, 헤어지자고 했던 건 유우시였잖아. 그 뒤로 누구 만날 땐 꼭 말해주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심지어, 유우시가 제안한 거고. 리쿠는 홈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속상한 마음을 혼잣말로 풀어내기 바빴다. 그래, 유우 짱한테 물어보자. 리쿠는 벌써 5번이나 소리 내며 읽은 기사 링크를 복사해 유우시에게 보냈다. 근데, 유우시의 답장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게 그 권태기인가? 리쿠는 합리적으로 의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올림픽 시즌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공개 연애를 시작한 지만 수개월이지, 총 연애 기간을 합치면 벌써 사귄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근데 우리는 본 날 보다 못 본 날이 더 많은뎅... 권태기가 아니라, 너무 자주 안 봐서 마음이 식은 건가? 말도 안 돼. 나는 아직 유우시한테밖에 안 서는데... 아 망했다, 진짜. 어떡하지? 또, 저번처럼 스페인으로 날아갔다간, 진짜로 헤어질 거 같은데. 리쿠는 유우시의 시큰둥한 답장에 솔직히 화가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유우시에게 화가 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매번 그랬던 것처럼 싸움을 피하기 위해 그냥 넘어가거나, 먼저 숙이고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리쿠는 유우시의 주변 남자들이 너무나도 거슬렸다. 유우시에게는 꼭꼭 숨겼지만, 리쿠는 꽤 질투가 많은 사람이었다. 유우시도 그렇지만, 리쿠는 유우시가 첫 연애 상대였고, 성적인 감정도 유우시에게만 들고, 오로지 유우시 생각 뿐이었다. 사람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리쿠는 치어리더와 열애설이 났던 그날 이후로 더더욱 사람들과의 교류를 없애버렸다. 하루 일과가 기상-아침-훈련-점심-훈련-저녁-귀가, 정말로 이런 식이었다. 유우시는 이런 리쿠의 일과를 만족하는 듯했고, 리쿠는 그런 유우시가 귀여우니 자신 또한 만족하며 지냈다.
근데, 유우시는 그렇지 않아서 문제였다. 솔직히, 리쿠가 자신의 일과를 바꾼 게 유우시도 그렇게 하라는, 어떤 보답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속상하긴 했었다. 게다가, 유우시는 자신의 생활 패턴이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는 듯했고. 리쿠가 처음으로 신경 쓰였던 사람은, 유우시의 홈구장에 도착했을 때 봤던 유우시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몸을 가깝게 붙이고 있었던 그 금발 머리 외국인. 뭐, 가브리엘? 이름만 성스러우면 다냐. 그 사람도 게이라며. 유우시는 주변에 남자가 너무 많다고... (축구선수인데그러어떡해..) 리쿠는 가브리엘을 생각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다가도, 그래. 걔는 팀 동료니까... 친하게 지낼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지만, 넘어야 될 산은 안타깝게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유우시의 주변에, 금방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의 정체는 유우시와 같은 일본 축구 팀 국가대표인 신야 군. 유우시와 룸메이트였던 미나토와 같이 유우시가 어렸을 때부터 쭉 국대 생활을 같이 해온 트리오 멤버라고 했다.
뭐. 근데, 어쩌라고. 어렸을 때부터 친하면, 저렇게 스킨십을 많이 해도 돼? 이상하지 않아? 나는 안 그러거든? 리쿠는 절대로, 유우시에게 보여주지도, 들려주지도 않았던 생각과 표정으로 저번 올림픽에서 만났을 때 교환했던 미나토의 인스타 계정에 올라온 스토리를 봤다. 미나토가 올린 사진은, 가라오케 같이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셋이서 찍은 셀카였다. 이거 봐. 유우시, 신야라는 애랑 너무 가깝잖아. 내가 이런 스토리 올렸어 봐. 유우 짱, 또 나보고 바람 핀다고, 헤어지자고 그랬을 거면서. 리쿠는 미나토의 스토리 답장으로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생각했다. 그럼 그냥, 질투가 난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리쿠가 말을 안 했던 거는 아니다.
"유우시이~"
"웅?"
"뭐행?"
"라인."
"누구랑?"
"미나토랑, 신야."
미나토는 알고, 신야? 신야는 또 누구야. 리쿠는 침대에 누워 답지 않게 헤헤, 하고 웃으며 연락하고 있는 유우시에게 달려들어 꼭 끌어안고는 말했다. 신야는 누구야? 아, 친구. 얘도 축구 선수야, 국가 대표. 몰라? 웅, 관심 없어. 유우시는 리쿠의 대답에 소리 내 웃었다. 하긴, 나도 배구 선수 잘 몰라. 리쿠 팀 동료 빼고. 뭐야, 우리 팀 동료들은 어떻게 아는데? 뭔 소리야, 리쿠 경기 챙겨보면 자연스레 알 수밖에 없지. 아아, 하긴. 리쿠는, 나도 유우시 하이라이트 챙겨보다 보면 가끔 세레머니 같이 하는 애들 이름은 자연스레 외우게 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했다. 덤으로, 가브리엘과 같이 하는 세레머니 영상이 떠올라 살짝 기분이 잡치긴 했지만.
"걔네랑 연락하는 게 그렇게 재밌어?"
"음, 별로?"
"근데 유우 짱 엄청 웃고 있잖아."
"에? 내가 그랬던가."
웅, 유우시 엄청 웃고 있는데. 유우시는 여전히 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리쿠의 말에 자신이 그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쿠는 유우시가 자신의 말에는 꼬박 대답하면서 고개 한 번 돌려주지 않는 게 조금 괘씸해, 유우시가 입고 있는 샤워 가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 차가. 리쿠, 하지 마. 아 진짜, 차가워. 간지럽다고. 유우시는 그제야 폰을 내려놓고 리쿠의 손을 잡아 옷 밖으로 꺼냈다. 이제야 봐주네. 응? 유우 짱, 나랑 한 섹스가 그렇게 별로였어? 리쿠의 말에 유우시는 그게 뭔 개소리냐는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눈을 한껏 찌푸린 채 리쿠를 쳐다봤다. 아니... 섹스하고 나서 애인 냅두고 다른 남자들이랑 연락하는 유우시가 나쁜 거 아닌가? 리쿠, 심심한데...
"여자도 아니고, 남자애들이랑 연락하는 건데 뭐."
"...그건, 그렇지만."
리쿠는 유우시의 말에, 유우시는 여자랑 연락하는 거보다 남자랑 연락하는 게 더 불안해,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뭔가 싸움으로 번질 거 같아 그냥 다르게 대답했다. 리쿠, 설마 얘네한테 질투해? 에? 그건 아니지? 에이. 아니지~ ㅎㅎ.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라며. 그리고, 나 질투 안 해. 그치? 얘네가 내 유일한 일본인 친구들이야. 절대 그런 관계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리쿠. 우웩, 얘네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토할 거 같아. 유우시는 오버스럽게 토할 거 같다는 시늉을 하고는 리쿠를 보며 귀엽게 웃어 보였다. 리쿠는 유우시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유우시가 아니라는데 뭐... 하고 같이 웃었다.
근데 저 야구 선수는 같은 팀 동료도, 유일한 일본인 친구도 아니잖아.
-
그냥 친구든 친한 친구든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누구를 만나도 서로한테 말하자고 했던 건 너잖아
말을 왜 그렇게 해?
깜빡하고 말 못했을 수도 있지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유우시
저 기사를 보고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 안 해봤어?
기사가 다 그렇지
일부러 자극적으로 쓰는 거잖아
그리고 여자도 아니고 남잔데 뭐가 어때서?
유우시
너 남자랑 사귀고 있잖아
그래서?
내가 바람이라도 폈다는 거야?
하.... 그게 아니라
유우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갑자기 뭔 소리야?
없어
나 바쁘니까 중요한 거 아니면 나중에 다시 얘기해
(부재중)
토쿠노
전화 받아
토쿠노라고 하지 마
미친놈
(부재중)
(부재중)
유우시
내가 미안해
전화 좀 받아봐
하... 리쿠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 유우시에 깊은 한숨을 내뱉고 긴 생머리를 쓸어 넘겼다. 리쿠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돼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건지 전혀 몰랐다. 솔직히, 잘잘못을 따지자면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유우시 아니야?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거야? 리쿠는 유우시와 만난 뒤, 어떤 일이 있어도 단 한 번도 유우시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아마, 쌓였던 질투심이 폭발해 유우시를 감쌀 생각도 못 하는 거 같았다. 유우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성으로 부르는 거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 하여튼, 둘의 냉전이 시작된 내막에는 이런 상황이 존재한 거였다.
이 대화가 이뤄졌던 건, 리쿠가 승리 인터뷰를 거절한 날의 바로 전날이었다. 리쿠가 다음 날 오후 1시 경기를 시작하고 경기를 이긴 뒤, 인터뷰를 거절하는 그 시간까지 유우시는 리쿠에게 답장은 커녕 미안하다고 보냈던 마지막 문자를 읽지도 않고 있었다. 리쿠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진짜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 리쿠는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박박 닦고는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러 짐 가방을 챙겨나갔다.
리쿠! 마에다 상!! 리쿠 군!!! 진짜 헤어졌어요? 오늘 왜 인터뷰 안 했어요? 사인 해주세요!!!!! 리쿠 상!!!! 유우시가 바람 피웠다는 거 진짜에요?!!!! 리쿠는 단 한 번도, 퇴근길을 기다리는 팬들을 무시하고 지나간 적이 없었다. 오늘도,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아도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은 무시하지 않고 평소처럼 해줄 생각이었다. 마지막에 들린 한 사람의 외침만 아니었으면. 리쿠는 헤드셋을 벗어 목에 걸고는 유니폼 안쪽에 손을 집어 넣더니 목걸이 하나를 꺼내 팬들에게 보여줬다. 팬들이 일제히 핸드폰과 카메라를 리쿠 쪽으로 돌리자, 리쿠는 그를 의식한 듯 특히 유우시가 바람 피웠다는 게 진짜냐고 물었던, 그 사람 쪽을 향해 몸을 돌려 손에 들고 있던 반지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당연히, 리쿠의 행동은 수많은 사람들의 핸드폰에 담겼고, 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
리쿠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온 뒤 곧바로 침대에 다이빙 하지 않고, 오랜만에 냉장고를 열어 캔맥주를 꺼내 들었다. 침대 옆 의자에 앉은 리쿠는 맥주를 마시며 여전히 조용한 핸드폰만 쳐다볼 뿐이었다. 아까, 한 사람이 외쳤던 유우시가 바람을 피운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듣고 리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 유우시가? 리쿠는 남자들과 함께 있는 유우시를 볼 때마다 속이 부글거리고, 질투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유우시가 자신을 두고 바람을 필 리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야, 유우 짱. 나 아니면 발기도 못 하잖아. 뭐, 나도 그렇지만.
그래서 리쿠는 당당하게 유우시와 맞춘 커플링에 뽀뽀를 날렸던 거였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평소처럼 굽히고 들어가면서 사과하자. 유우시가 뭐라고 하든, 다 내 잘못이라고 하자. 내가 아는 유우시는 바람을 필 사람이 아니고, 나도 유우시가 없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평소 둘의 연애 관련 소식에 대해 툭 하면 검색하는 유우시라면 분명, 오늘 자신의 영상을 볼 게 분명했다. 일종의 사과 SHOW 였다고 보는 게 맞았다. 2주 뒤, 숙소에 도착한 하나의 택배 안에 어떤 게 들어있을 지도 모르고.
리쿠는 2주 동안,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이유는 당연히 2주 동안 유우시와 단 한 번의 연락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은 꼬박 올라오고, 팀 SNS 사진에도 웃는 모습만이 올라오는데 정작 둘의 라인에는 유우시가 등장하지 않았다. 메시지를 안 읽는 건 기본이고, 전화도 안 받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자존심 따위 다 버리고, 가브리엘의 인스타를 찾아 디엠을 보냈더니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더 이상의 답장도 없었다. 시발, 뭐가 미안해. 유우시가 내 연락 좀 보게 해달라는데. 리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쁜 말이나 욕설을 내뱉어본 적이 없었지만 생전 처음 만난 인연 같은 사랑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동으로 욕설이 나왔다.
덕분에 리쿠는 살이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팀 성적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말은, 당연히 팀 동료와 감코진은 물론, 팬들에게 어마무시하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리쿠는 순식간에 피폐해졌고,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유우시,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며... 그게, 헤어지자는 소리였어? 그리고 그다음 날, 평일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한 리쿠가 발견한 건, 해외에서 온 택배였다. 발송지는 당연히, 스페인. 리쿠는 순식간에 눈에 광이 돌았다. 유우시다. 유우시야. 리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칼을 쓸 생각도 못 하고, 손으로 박스를 박박 찢어댔다. 배구 인생에서, 손이 전부인 세터 주제에.
리쿠가 무엇을 기대하고 정신 없이 택배를 뜯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건 그 박스 안에 든 것의 정체는 아마 리쿠가 기대하고 있던 건 전혀, 아니었을 거란 거다. 작은 박스 안에는, 리쿠가 사귄 지 100일 정도 됐을 때, 커플템을 맞추고 싶었다며 유우시에게 선물한 반지, 2주 전 리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뽀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바로 그 반지가 들어있었다. 리쿠가 박스를 발견하자마자 생겼던 안광이 곧바로 사라졌고, 리쿠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반지? ...반지를 왜, 왜 나한테 준 거지? 리쿠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졌다가 들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리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진짜, 헤어졌다는 걸.
-
"가브리엘, 나 좆됐어."
"헤이, 유우시. 너 좆된 거 한참 된 거 아니었어?"
"나 지금 진지해. 택배, 잘못 보냈어."
"무슨 택배?"
"리쿠한테 보낸 택배."
"뭐? 그럼 뭐 보냈는데?"
"...커플링."
"홀리, 쉿."
유우시의 부름에 놀리듯 반응했던 가브리엘도, 말을 꺼낸 유우시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좆됐다는 표정이었다.
-
유우시가 야구 선수 후지와라 군과 스페인 시내를 걸어 다녔던 이유는 바람을 피운 것도, 새로 사귄 친구와 데이트를 한 것도 아니었다. 곧 다가올 2주년을 맞이해 리쿠에게 새로 선물할 커플템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시구를 인연으로 후지와라 군과 친해진 건 맞지만, 스페인에서 만났던 건 정말 우연이었고 더 큰 우연으로 후지와라 군의 누나가 이 근처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여 같이 가던 길이었을 뿐이었다. 설마, 파파라치가 여기까지 붙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리쿠랑 둘이 있을 때만 따라붙는 줄 알았으니까.
리쿠에게 말 없이 2주년 선물을 골랐던 이유는, 서프라이즈도 있지만 커플링 관련해서 자신이 너무 리쿠에게 뭐라 했던 거 같아서 내심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유우시는 공개 연애로 바뀌는 걸 사귀기 초반부터 걱정하고, 싫어한다면 무지 싫어하는 쪽이었다. 어떠한 이유가 분명해서 공개 연애를 거부했던 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수용해주려 했던 리쿠에게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공개 연애를 하게 된 이상, 차라리 완전히 티를 내는 게 낫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뭐로 할까, 하다가 피어싱을 뚫은 리쿠에게 RI와 YU 라는 스펠링 모양의 피어싱을 선물하는 걸로 선택한 거였다. 물론, 유우시는 피어싱을 뚫지 않았으니 공방 같은 곳에서 RIYU 반지나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에 그런 기사가 났을 줄은 전혀 몰랐다. 사실, 리쿠는 기사가 난 지 1시간 만에 그 기사를 읽었지만 유우시는 10분 만에 읽었다. 유우시에게는 생생 정보통보다 빠른, 미나토라는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우시는, 미나토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옆인 가브리엘 방으로 쳐들어갔다. 가브리엘, 나 어떡해? 오, 유우시. 지금 새벽 2시야. 미쳤어?
"나 저번에, 리쿠 피어싱 맞추러 갔다 왔잖아. 네가 잘생겼다고 소개해 달라고 했던 일본인 친구랑."
"내 말은 듣지도 않네, 근데?"
"파파라치가 붙었었나 봐. 나랑 걔랑 데이트 했다고 일본에 기사가 났대."
"너, 리쿠랑 사귀는 거 공개한 거 아니야? 누가 믿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리쿠는 내가 그 사람이랑 친분이 있는 걸 몰라..."
"오, 지저스. 주님, 이 멍청한 양을 구원해주소서..."
"가브리엘, 제발 나 좀 살려줘."
"미안해, 나는 신이 아니고 천사라서..."
유우시는 간절한 눈빛에서 금방 한심한 것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돌아왔다. 아악!!! 나 진짜 어떡해!!! 음, 아니면 그대로 서프라이즈로 하던가. ...서프라이즈? 어차피 2주년 선물 준비한 거잖아. 응, 그렇지. 그럼 그냥, 리쿠가 물어봐도 끝까지 모르는 척 해. ...왜? 그냥 오해하게 내버려 두는 거지. 그럼 마음 졸이고 있을 거 아니야. 그러다가 서프라이즈로 선물 딱 보내주면, 퍼펙트. 유우시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인 거 같다며 네가 도움이 되는 날도 있다고 가브리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가브리엘은 방을 나가는 유우시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좋을 때다...
그러니까, 리쿠가 이 기사가 뭐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일부러 까칠하고 싸가지 없게 대답했던 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타자를 치면서도, 유우시는 리쿠 미안해. 진심이 아니야. 진짜 미안해, 를 중얼거렸다. 리쿠에게 전화가 걸려 왔을 땐 깜짝 놀라 거절 버튼을 누르긴 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오랜만에 리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내가 내 손으로 복을 차다니. 하지만, 그다음으로 바로 리쿠에게 '토쿠노'라는 메시지가 오자마자 유우시는 곧바로 정색했다. ...토쿠노? 이 새끼가 미쳤나. 유우시는 사귀기 초반부터, 리쿠에게 절대 자신을 성으로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신신당부했었다. 그리고, 리쿠는 지금, 그걸 어긴 거였다.
서프라이즈고 뭐고, 진짜 뒤질래? 내가 계속 싸가지 없게 답장하긴 했지만, 토쿠노는 진짜 아니잖아. 토쿠노는 본질을 잠시 까먹고, 미친놈아, 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홧김에 커플링 반지를 빼 택배 박스에 포장해버렸다. 그래, 헤어지자, 헤어져. 이 새끼야. 토쿠노? 토오쿠우노오? 그래요, 헤어집시다, 마에다. 유우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택배 박스를 쌌다. 물론, 다 싸자마자 진정했지만. 후우... 유우시. 진정하자. 너의 최종 목적은 리쿠를 놀라게 하기지 헤어지는 게 아니야. 유우시, 진정해. 그 난리를 치고 다시 폰을 보니, 리쿠에게 많은 부재중이 찍혀있었지만, 콜백을 걸어 전화를 하게 되면 서프라이즈고 뭐고 다 술술 불어버릴 것만 같아 전화를 다시 걸 수가 없었다.
유우시는 진정한 후, 후지와라 군과 함께 갔던 후지와라 군의 누나가 운영하는 액세서리 샵에서 구매한 RIYU 스펠링의 피어싱을 정성스레 택배 포장한 후, 훈련에 나갈 준비를 했다. 해외 배송은 오래 걸리니, 최대한 빨리 보내고 싶었다. 택배가 가는 동안에는 연락을 안 하는 게 좋을 테니. 아마, 이런 급한 마음이 오배송을 유발했던 거 같다. 유우시는 씻자마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훈련을 가기 전 근처 우체국에 들려 해외 배송을 신청하려면 평소보다 훨씬 일찍 나가야 됐기 때문에 급하게 움직이느라 자신이 챙긴 택배 상자 안에 피어싱이 아닌, 홧김에 포장했던 100일 기념 커플링이 들어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일주일하고도 4일이 지났을 때. 오전 훈련을 같이 하던 가브리엘이, 택배는 잘 보냈냐고 묻는 말에 유우시는 씩 웃으며 따봉만을 날렸다. 유우시, 너 반지는? 아, 방에 있어. 왜 뺐냐? ...그런 일이 있어. 다시 낄 거야. 가브리엘은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유우시는 절대로 사실대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쪽팔리니까. 유우시는 오전 훈련이 끝나고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들어와 책상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던 택배 상자를 뜯었다. 이 반지도 이제, 얼마 못 끼겠네. 제작 맡긴 반지는 잘 만들어지고 있겠지? 유우시가 그런 생각을 하며 택배 상자를 뜯자마자, 정말로 손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또, 바로 옆, 가브리엘의 방으로 향했던 거였다.
-
"나 진짜 어떡해?"
"...너 미친 거 아니야? 헷갈릴 게 따로 있지."
"맞아, 나 정말 미쳤나 봐."
"아니, 반지는 왜 포장한 거야? 피어싱만 포장하면 되는데."
"...그건 말 못해. 그냥 내가 바보라고만 생각해줘."
"멍청한 새끼."
"나 진짜 어떡해. 리쿠가 내가 헤어지자는 의미로 보냈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나 리쿠랑 절대 못 헤어져. 리쿠랑 헤어지면 축구 선수 은퇴하고 잠적할 거야."
"오우. 유우시, 너 진짜 미쳤구나? 미쳤어... 진짜. 사랑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내가 입단했을 때 봤던 유우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미안해. 농담이야. 하지만, 절대 못 헤어진다는 건 진짜야."
"그럼 뭐, 너도 일본으로 날아가던가."
"...응?"
"왜, 저번에 리쿠가 왕자님처럼 여기로 날라와서 너한테 뽀뽀했잖아. 너라고 뭐, 못할 거 있어? 어차피 오늘 월요일이고, 이번 주 평일 경기 없잖아."
"...유레카. 가브리엘, 너 정말 천재다. 맨날 너 무시해서 미안해. 고마워."
유우시는 또, 급히 가브리엘의 방을 나가려다가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 가브리엘에게 말했다. 아무 말 없이 갔다 오면, 무조건 징계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하, 어떡하지? 가브리엘은 한숨을 푹 쉬더니 설마 이런 말까지 자신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말을 뱉었다. ...꾀병 부려. 유우시는 가브리엘의 말에 고개를 벌떡 들었다. 너, 무릎 수술 했잖아. 검진 간단하게 받고 온다고 해, 좀 무거운 느낌 든다고. 감독님도 그 정도는 허락해줄 걸? 어차피 이번 주 스타팅 라인업에 너 없을 거 같고. ...그건 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 있잖아, 걔 시험해본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맙다고 외치며 가브리엘의 방을 나왔다.
유우시는 그 길로 곧바로 감독님을 찾아가, 가브리엘이 말한 그대로 말했고, 걱정과 달리 감독님은 흔쾌히 허락했다. 아끼는 자원이 아프다니 뭐, 별수가 있나. 유우시는 감독과 잠깐의 면담을 가진 뒤, 매니저에게 연락해 일본으로 가는 제일 빠른 비행기 좀 예약해달라고 부탁해, 당장 내일 아침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유우시는 간단히 짐을 챙기며, 원래 리쿠에게 택배로 보낼 예정이었던 피어싱이 든 상자를 보물처럼 가방 깊숙이 넣어 챙겼다. 제발, 리쿠가 자신에 대한 정을 다 떼지 않았길 바라며.
-
"리쿠, 좋은데? 이제 좀 정신 차린 거야?"
"하하, 죄송합니다. 최근에 일이 좀 있어서..."
세트 연습이 끝난 후, 코치님이 리쿠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다. 토쿠노 군이랑 헤어졌다는 게, 진짜야? 리쿠는 멋쩍게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어쩌다가. ...그러게요. 설마, 토쿠노 군이 후지와라랑 바람피웠다는 얘기가 진짜야? 리쿠는 배구공을 튀기던 손짓을 멈추고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코치님은 단호한 리쿠의 말에 머쓱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치? 그래, 나도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그러면 연습 열심히 하고. 밥 맛있게 먹어라~ 코치님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리쿠는 다시 공을 튀기며 생각했다. 정말, 유우시도 대단하다. 어떻게 연락을 단 한 번도 안 하지? 솔직히 리쿠는 하루에 3번씩 유우시와의 대화창에 들어가 여러 말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헤어지자고 반지까지 보낸 유우시의 마음은 알겠지만, 나의 마음을 유우시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 유우시 보고 싶다.
"마에다!!!!!!!!!!!!!!!!!!!!!!!!!!!"
"...?"
"리쿠!!!!!!!!!!!!!!!!!!!!!!!!!!!!"
"....유우시???????"
어쩐지, 데자뷔 같은 상황이, 사람만 바뀌어 일어나고 있었다. 솜사탕 같은 발성으로 꽤 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쪽을 보면 저기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서서 리쿠가 이쪽을 보기만을 기다리는, 여기에 있는 게 이상한 토쿠노 유우시가 서있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리쿠는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마자, 진짜로 유우시가 보이는 게 요즘 많이 못 자서 보이는 환상일 수도 있으니까. 리쿠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신뿐만 아니라 이 코트에서 훈련 중인, 썬더스 울프 선수들과 감코진 모두가 유우시를 보고 있었다. 진짜, 유우시구나. 리쿠는 그제야 튕기던 공을 옆으로 던져버리곤, 유우시를 향해 걸어갔다. 유우시는 그런 리쿠를 보고, 옆으로 맨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리쿠를 향해 던졌다. 리쿠는 갑자기 날아온, 작은 상자를 받아내느라 속도가 살짝 늦어졌지만 성공적으로 받아내자마자 속도를 내, 유우시에게로 도착했다.
"유우시, 어떻게 여기,"
"리쿠, 미안해. 택배 그거, 잘못 보낸 거야. 원래 그거 보내려고 한 건데, 리쿠가 토쿠노라고 한 게 화나서 잘못 포장한 거를 그대로 보내버려서, 그래서. 근데, 메시지로 말하면 리쿠가 안 믿을 거 같아서. 리쿠한테 싸가지 없게 답장한 것도, 서프라이즈. 그거 하려고 한 거야. 절대로 진심 아니야. 나 리쿠랑 헤어질 생각 진짜 없어. 바람피운 것도 아니고. 솔직히 후지와라 군이랑 그렇게 안 친해. 리쿠한테 줄 선물 사려다가 우연히 만난 거고,"
리쿠는 유우시의 말을 들으며, 상자를 열어보고는 유우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유우시를 덥석 끌어안았다. 미안해, 유우시. 내가 괜히 질투하고 의심해서, 진짜 미안해. ...아니야. 가브리엘 말 들은 내가 바보야. 그 새끼가 서프라이즈 하라고 그래서 리쿠한테 상처만 주고. 내가 더 미안해, 리쿠. 아니야아, 내가 더 미안해, 유우 짱. 으응, 내가 더 미안하다니까. 리쿠와 유우시는 거의 10분을, 경기장 입구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맞사과를 벌이고 있었다. 방금까지 리쿠와 대화했던 코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헤어지기는, 개뿔이. 미친놈들. 마에다!!! 그 지랄할 거면 숙소로 들어가!!!!!! 리쿠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 대답했다.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리쿠의 대답에, 감독도, 코치들도, 훈련을 전부 멈춘 선수들까지 폭소했다. 하여튼, 미친 새끼라니까 쟤도.
-
유우 짱, 근데 여기까지 진짜 어떻게 왔어? ...꾀병 부렸어. 무릎 아프다고. 뭐? 진짜? 근데 내 아이디어 아니고 가브리엘 생각이야. 아, 그치? 유우 짱이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지. 유우시는 어쩐지 좋은 생각이라며 냉큼 받아들였던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어찌 됐든 오랜만에 리쿠를 보니 그런 건 다 어찌 되든 좋을 뿐이었다. 유우시, 짐은? 저기. 유우시는 주차장 쪽을 가리켰다. 금방 가야되는 거 아니야? 캐리어가 왜 이렇게 커? 금방은 아니고, 3일만 있다가 가야 되긴 하는데... 금방 맞지 않아? 아, 몰라. 빨리 리쿠 숙소로 가자. 리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리쿠 또한 유우시를 오랜만에 보니 그저 좋을 뿐이었다.
리쿠, 숙소 되게 좋다. 좋지? 어, 여기. 유우시는 리쿠의 숙소 안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침대를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리쿠, 우리 폰섹할 때 여기서 해? 리쿠는 유우시에게 그럼, 당연히 침대에서 하지, 어디서 해 유우 짱... 하고 말하며 머리를 짚었다. 유우시는 숙소 구경을 대충 마친 듯하더니, 리쿠를 침대가 있는 방으로 밀어 넣었다. 유우시? 리쿠, 잠깐만 나오지 말고 여기 있어. 에, 왜? 아, 그냥 말 좀 들어. 넵. 리쿠는 유우시의 강압적인 말투에도 그저 실실 웃을 뿐이었다. 유우시와 진짜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기간에는 이런 말이라도 들으면 감사할 거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왜 여기 있으라는 거지? 리쿠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랜만에 트위터에 들어갔다. 이건, 뭐야.
[얘들아. 우리 아빠가 썬더스 울프 홈 구장에서 일하는데 오늘 토쿠노 군 왔대. 리쿠 보러 온 거 같다던데, 둘이 10분동안 껴안고 있었대. 리쿠토쿠 미친놈X미친놈 커플일 줄 누가 알았겠냐. 사진은 없는데 아빠 직원인 거 인증 가능함.]
ㄴ 에? 헤어진 거 아니었어?
ㄴㄴ 결별설 부인을 살벌하게도 하네
ㄴ 10분 동안 껴안고 있었다고?
ㄴㄴ 구라 같은데
ㄴㄴㄴ 근데 얘네는 작년에도 비슷한 선례가 있는 커플이라, 신빙성 있음
ㄴ 에? 유우시 군 일본이라고?
망했다. 유우시, 여기에 있는 거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사진은 없어서 다행이다. 구단에 말해서 글 지워달라고 해야지. 리쿠는 그렇게 생각하며 뭐 때문인지 밖에서 부스럭대는 유우시를 기다렸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닫힌 문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 유우시? 그냥 열고 들어오면 되는데? 안 잠겼어~. ...똑똑-. ...유우시? 리쿠는 설마, 유우시가 아닌가? 싶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にゃー... 僕はリク様のユウにゃんだにゃん..." 야옹... 저는 리쿠님의 유우냥이다냥...
리쿠가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다행히도 유우시는 맞았지만 유우시가 아니었다. 유우시는 어디서 구했는지 핑크색 메이드 복 차림에, 흰 반 스타킹, 거기다가 고양이 귀까지 완벽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리쿠는, 이어지는 유우시의 말을 입으로 막았다. 읍-. 리쿠는 유우시에게 입을 맞추며 입꼬리가 휘어지듯 웃었다. 고양이 귀랑 꼬리는 절대 무효라며 신신당부하던 유우시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딱 봐도 미안한 마음에 부탁하지도 않은 일을 자기가 먼저 준비해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는 게 사랑스러워 미칠 거 같았다. 말도 안 돼, 유우 짱. 진짜, 다이스키.
리쿠는 유우시에게 키스를 함과 동시에 유우시를 들어 올려 침대로 옮겼다. 리쿠우, 숨. 숨 막혀. 아, 고멘. 너무 예뻐서. 괜찮아? 유우시는 지금 자신의 모습 때문인지, 리쿠의 격렬한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올라와 있었다. 리쿠는 유우시가 숨을 몰아쉬는 게 끝나자, 곧바로 다시 키스를 하려 들었다. 그냥 볼 때도 너무 예뻤는데, 자신의 아래에 누워 있는 메이드 복 차림과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쓴 유우시는 정말 너무, 예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잠, 잠깐만. 리쿠, 젤이랑 콘돔은 있어? 유우시가 두 손을 빠르게 들어 올려 리쿠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리쿠는 유우시의 말을 듣고 피식 웃고는 유우시의 손을 살짝 깨물었다. 아야. 유우시, 그게 없으면 내가 너랑 폰섹을 어떻게 해. 유우시는 리쿠의 말을 듣고, 이미 새빨개진 얼굴과 귀가 더 빨개질 수가 있다고? 싶을 정도로 빨개졌다.
유우시. 이제 다시 키스해도 돼? 더 궁금한 거 없어? 리쿠는 유우시를 놀리는 듯 말했다. 유우시는 리쿠가 물어보는 의도를 금방 알아채고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허리를 들어 올려 먼저 리쿠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리쿠는 살짝 눈이 커졌지만, 금방 유우시의 혀 놀림에 맞춰 혀를 돌렸다. 리쿠는 키스를 하며, 자연스레 메이드 복을 벗기기 위해 한 손으로 어딘가에 있을 지퍼나 단추를 찾았고,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지퍼가 유우시 등 뒤에 있었다. 아, 진짜 꼴린다. 리쿠는 자신이 이 방에 혼자 있는 동안, 유우시가 유연한 몸으로 혼자 지퍼를 올리고, 끙끙대며 익숙하지 않은 원피스를 입고, 축구 양말과는 또 다른 느낌의 흰 반 스타킹을 신었을 걸 상상하니 금방 아래가 저려왔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데... 리쿠는 금방 벗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메이드 복을 완전히 벗기고 나서는 그 생각도 싹 지워졌지만. 메이드 복을 벗은 유우시는 흰 레이스 티 팬티에, 고양이 꼬리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하, 유우시. 너, 진짜 미쳤어? 유우시는 오랜만에 맛보는 리쿠의 혀가 기분 좋은지 리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다시 리쿠의 혀만 찾았다. 리쿠는 당연히, 다가오는 유우시를 막진 않았지만, 리쿠의 눈은 오로지 유우시의 구멍에 박힌 고양이 꼬리였다. 끈이 따로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구멍에 딜도 같은 걸 집어 넣은 게 확실했다. 아, 유우 짱 진짜. 리쿠는 유우시의 혀를 약하게 깨물었다. 아, 리쿠. 뭐해. 아프잖아...
"유우시, 구멍에 이거 뭐야?"
"흐, 아.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 이거 계속 넣고 있을 거야? 내 거는 언제 넣으려고."
"아니, 그게."
"우리 유우 짱이 어떻게 이럴 생각을 했지? 진짜, 귀여워 죽겠네..."
리쿠는 유우시의 구멍 안에 들어있는 꼬리의 바깥쪽을 쓸어내렸다. 이거, 이제 빼도 돼? 나, 빨리 넣고 싶은데. 유우시는 혼자 이 모양이 이상한 딜도 같은 꼬리를 구멍에 넣을 때의 기분도 이상했는데, 뺄 때는 얼마나 이상한 기분이 들까, 솔직히 조금 걱정됐지만 빨리 구멍에 리쿠의 좆이 들어오길 바라는 건 유우시도 마찬가지였다. ...빼도 돼. 진짜?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쿠는 유우시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유우시의 입 안에서 천천히 혀를 굴리며, 오른손으로 꼬리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흐, 흐아. 으응, 천, 천천히 해. 유우시는 구멍에서 뭔가가 빠지는 이상한 느낌에 깜짝 놀라, 키스도 멈추고 말했다. 응응, 천천히 하고 있어. 놀랐어? 유우시는 대답 대신, 다시 리쿠에게 입을 맞췄다. 리쿠는 천천히 꼬리를 잡아당기다가, 거의 다 빠졌을 때쯤 힘을 주어 한 번에 뽑아냈다. 흐아. 천천히 뺀다며, 이 바보야. 유우시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곧게 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마자 리쿠의 어깨를 툭툭 때렸다. 아야, 유우시. 나 멍 들어, 아 진짜로.
유우시는 엄살을 부리는 리쿠를 한껏 째려보다가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 침대에 누웠다. 리쿠, 빨리이... 리쿠는 유우시의 말에 할 수 있는 반응이 정말 웃는 거밖에 없었다. 못 본 새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첫 섹스를 했던 날을 제외하고는 원래부터 관계 중에 크게 부끄러워 하는 일은 없었다지만, 이렇게 먼저 원하고, 대담하게 구멍을 보여주는 일은 잘 없는 일인데. 리쿠는 옆 서랍에서 젤과 콘돔을 꺼내왔다. 콘돔은 입에 물고, 젤은 뚜껑을 열어 유우시의 구멍과 자신의 좆에 뿌렸다. 구멍 좁네. 당, 연하지. 리쿠 못 본 지 얼마나 됐는데... 혼자 안 했어? 요즘에는, 못 했지. 헤에. 리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또 웃었다.
유우 짱. 나 그냥 넣어도 돼? 이 정도면 괜찮을 거 같은데. 리쿠는 구멍에 아직 손가락을 넣은 채로 유우시의 의견을 물었다. 유우시는 아직 손가락도 벅찼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음, 그러면 혀로 빨아줄까? 유우시는 베개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가, 리쿠의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외쳤다. 다메, 젯타이 다메. 절대, 절대로 싫어. 에에, 유우 짱. 그렇게 싫어? 완전. 기분 좋을 텐데. 박기만 하는 리쿠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여튼, 절대 싫어. 차라리 그냥 넣어. 헤에, 진짜? 나 그럼 그냥 넣는다? 그러던지. 유우시는 해탈한 듯 수긍하며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우 짱.
"아, 왜애."
"자세 바꾸면 안 돼?"
"자세?"
"유우냥, 얼굴 보고 싶은데."
"..."
"리쿠님, 소원."
"...하."
유우시는 표정을 잔뜩 찡그리고는 뒤돌아, 리쿠에게 얼굴이 보이도록 누웠다. ...유우 짱. 너 너무 예쁘다. 아, 뭐래. 빨리 넣기나 해. 웅, 재촉 안 해도 넣을 거야. 리쿠는 젤을 뿌린 자신의 좆을 비비다가, 유우시의 구멍에 맞춰 살짝 비볐다. 재촉한 거 아니, 윽, 아. ...아파? 유우시가 말을 하던 도중, 리쿠는 유우시의 구멍에 좆의 앞쪽을 살짝 넣었다. 힉, 으으.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아래에 꽉 차는 느낌에 유우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보 같은 신음이나 내는 거 뿐이었다. 유우시의 신음을 들은 리쿠는 살짝 멈췄다가 말했다. 나, 끝까지 넣을게. 괜찮아? 유우시는 이빨을 꽉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아. 리쿠가 허리 짓을 크게 해, 구멍 끝까지 좆을 넣자, 유우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도, 안 돼. 이 기분 너무 오랜만이야... 유우시가 현재 느끼는 도파민이 최상을 찍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건 리쿠도 마찬가지였다.
리쿠는 좆을 유우시의 구멍 안쪽 끝까지 집어넣자마자, 자동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오랜만에 넣는, 좁지만 부드러운 유우시의 구멍 느낌이 너무 좋은 느낌이었다. 리쿠는 허리 짓을 계속했고, 유우시는 소름 돋는 기분을 리쿠의 좆이 안쪽 끝에 닿을 때마다 느꼈다. 아, 진짜 좋아아... 유우시는 쾌감을 즐기며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거리 연애, 진짜, 너무 손해야. 이렇게 좋은 걸, 매일 못한다는 게 말이 돼? 유우시는 아예 양팔을 리쿠의 목에 둘러 자신의 몸을 리쿠에게 맡겨버렸다. 리쿠가 허리 짓 하는 대로, 리쿠가 데리고 가는 곳으로 유우시는 따라갈 뿐이었다. 으,아. 리꾸우. 나 진짜, 갈 거 같아. 유우시는 참아지지 않는 신음을 뱉느라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갈 거 같아?"
"으응, 힉."
"조금만, 참아봐."
"무리, 진짜 무리. 이걸, 어떻게 참아. 바보야..."
막아줘? 유우시는 리쿠의 말에 신음 소리도 멈추고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리쿠는 유우시의 귀여움에 피식 웃으면서도 허리 짓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 유우시의 앞쪽 구멍을 막는 것과 함께. 싫다고 했는데, 막을 거면 왜 물어본 거야 미친놈아아!!! 유우시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그렇게 말하며 리쿠의 어깨를 또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야, 유우시. 이번엔 진짜로 멍 들어. 아까랑 똑같은 데잖아. 아, 진짜라니까, 유우 짱. 어쩌라고. 어쩌라고!!! 너는 멍 들어도 싸. 멍 제발 들으라고 때리는 거거든? 아, 나 진짜 갈 거 같다고오... 빨리, 으아. 손, 놓으라고오!!! 리쿠는 축구 선수의 주먹이 아프지도 않은지, 실실 웃으며 절대 유우시의 앞 구멍을 막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 진짜 미친 새끼야아... 유우시는 때릴 힘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털썩 누웠다. 몸이 벌벌 떨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안 돋은 데가 없었다. 마에다 리쿠, 이 미친 새끼... 내가 다시 이딴 코스프레 해주나, 봐라... 이런, 변태일 줄 알았으면 절대, 절대 안 했어. 유우시는 체념한 채로 위아래로 흔들렸다. 리쿠의 허리 짓이 빨라지고, 안쪽에서 뜨거운 느낌이 들자, 유우시는 그제야 편안히 눈을 감았다. 아, 배구 선수가 어떻게 나보다, 체력이 좋냐고... 말, 도... 안 돼.... 유우시는 사정과 동시에 그대로 잠에 들었다. 유우시는 이날, 거대한 늑대에게 깔려 죽는 꿈을 꿨다.
-
(사진)
[리쿠토쿠 목격담 사진 떴다. 출처 썬더스 울프 코치 인스타임 www]
ㄴ 합성 아니고 저게 진짜라고?
ㄴ 저 상태로 10분 동안 있었다는 거임? 운동선수는 다르긴 다르구나... 나였으면 다리에 쥐나서 구급차 실려 감
ㄴㄴ www 나도
ㄴ 에, 유우시 진짜 일본이네? 왜지?
ㄴㄴ 무단 이탈은 아니겠지?
ㄴㄴㄴ 에이, 설마
마에다 리쿠는 조롱 확정, 토쿠노 유우시는 징계 확정을 알리는 트윗이었다. 아, 코치님 제발...
11개의 댓글
개.쩌.는.글
반지에뽀뽀 샤갈
마카오 룸메사건의 전말이 이렇게 밝혀지는 군.......
진짜 사랑해요
졸라게 마쉿서여 여기 맛집이에요ㅜㅠㅠㅠㅜㅠㅠ너무너무너문무너무 재밋어서 진짜 힘들어요 저… ㅠㅠ
오이시~오이시~ 마쉿네요..
미친 연애가 꼬옥 미친 결혼까지 가기를🥹🥹🥹….
하 연애 재밌다 짜릿하다 너무 좊다………
가브리엘상? 누나랑 면담 한번 해요^^*
진짜 미친 연애네ㅋㅋ 개좋다 하아....
这恋爱真是疯了啊哈哈 太棒了 哈啊....
아ㅈㅉ너무좋아요 啊真是...太棒了...
감탄하면서입벌리고보다가침질질흘림.. 惊叹地张着嘴看呆了...口水都流出来了..
도파민지린다… ㅁㅊ… 多巴胺爆表了...我操...
염천커플 쿨융가 좋다. 炎天 CP 好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