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되기 전에 퇴근하겠다는 각서를 쓴 다음에야 압수 당했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받아낼 수 있었다. 검토를 마친 서류를 한 쪽으로 치워두고 쌓여 있는 서류뭉치를 대충 세어봤다. 저거까지 끝내려면 대충 잡아도 2시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刘知珉이 발로 바닥을 가볍게 밀어냈다. 의자가 빙글 돌아갔다. 깜깜해진 창 밖을 내다보다 다시 의자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눈에 담았다. 11:38 한 시간만 더 하고 들어갈까. 너저분한 책상을 스캔하던 눈이 사무실 전화기에서 멈췄다. 집에 가서 씻고 나오면 바로 침대로 쓰러질 가능성이 최소 80%였다. 
写下保证在 12 点前下班的字据后,才拿回被没收的键盘和鼠标。把已完成检查的文件放在一边,粗略数了数堆积如山的文件。要完成那些至少也得到 2 点。刘知珉靠在椅背上,用脚轻轻推开地面。转椅转了一圈。望着已经漆黑的窗外,又转回来看向墙上的时钟。11:38 再工作一个小时就回去吧。扫视着凌乱的桌面的眼睛停在了办公室电话上。回家洗完澡后直接倒在床上的可能性至少有 80%。

刘知珉은 서랍을 열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자고 있을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깜빡하고 보내지 않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 먹은 것과는 다르게 메시지에 들어가 놓고도 한참동안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정말. 관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었다. 재미로 시작했으면 그 끝도 가벼워야 하는 것이다. 괜히 세컨드니 뭐니 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었다. 만약 연애를 하고 싶었다면 이런 식으로 만나지는 않았을 거다. 刘知珉은 마치 처음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처럼 더듬거리며 자판을 눌렀다. 그리고는 안경을 벗어 서류 위에 올려두고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刘知珉打开抽屉拿出手机。虽然不是睡觉的时间,但总比忘记发消息要好。然而,与预想的不同,打开消息界面后很长时间都没能动手指。这样真的可以吗。关系的界限正在逐渐变得模糊。既然是为了好玩而开始的,结束时也应该保持轻松。当初就不该随便说什么要当炮友之类的。如果想谈恋爱的话,就不会用这种方式相遇了。刘知珉像第一次使用手机的人一样笨拙地按着键盘。然后摘下眼镜放在文件上,就这样把头埋在了桌子上。

덕분에 구석에서 울리는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刘知珉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퇴근했어요?
因此,她清晰地感觉到角落里传来的振动。刘知珉侧过头拿起手机。下班了吗?


 "아뇨, 아직 사무실인데."  没有,还在办公室呢。


 전화해도 돼요?  我可以打电话给你吗?


 "…하지마요."  "…别这样。"


그러나 화면이 바뀌는 것까지 막을 재간은 없었다. 旼炡이.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화면을 옆으로 밀고 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텅 빈 사무실에 금방 목소리가 들어찼다. 집이에요? 刘知珉은 의자를 뒤로 젖히며 몸을 기댔다.
但是她没有办法阻止屏幕的变化。旼炡。轻轻念着这个名字,慢慢地起身。把屏幕推到一边,直接切换到免提。空荡荡的办公室里立即充满了声音。在家吗?刘知珉靠在向后倾斜的椅子上。


"아직 퇴근 안 했어요."  "还没下班。"

-네? 아직도요?  什么?还在啊?

"마무리 할 게 남아 있어서요."
"还有些事情要收尾。"


침묵이 이어지자 刘知珉의 눈꺼풀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在持续的沉默中,刘知珉的眼皮慢慢垂了下来。


 -문자 보냈길래…집인가 했죠  发短信来了...以为你回家了

"깜빡할 것 같아서 미리 보냈어요."
怕我会忘记所以提前发了。

-저녁은 먹었어요?  吃晚饭了吗?

"수사관님이 과자 주고 가서 그거 먹었어요."
"调查官给我点心吃了。"

-나보고는 간식으로 끼니 떼우지 말라고 하더니 무슨
-明明让我不要用零食代替正餐,这算什么

"나는 어쩌다 한 번이고, 金旼炡씨는 틈만 나면 그러니까."
"我只是偶尔一次,而金旼炡xi一有空就这样。"

-어쩌다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这是怎么发生的我也不知道

"그러네요."  是啊。


피곤하기는 했다. 금방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刘知珉은 손바닥으로 눈가를 가렸다. 
确实很疲惫。感觉随时都会睡着。刘知珉用手掌遮住了眼睛。


-있잖아요 검사님  那个,检察官大人

"말해요."  "说吧。"

-수요일에 혹시…시간 돼요?  周三的话...您有时间吗?

"아직 약속 잡힌 건 없어요, 왜요."
"还没有约定什么,怎么了。"

-검사님 집에 가려구요  想去检察官家。


이게 그렇게까지 뜸 들일 일이었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刘知珉이 대답했다.
这件事有必要这么拖延吗。刘知珉一边用手掌抹脸一边回答道。


"그렇게 해요."  就这样吧。

-그리고 또 있는데요…  还有一件事...


이번에는 미처 참기도 전에 헛웃음이 먼저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 刘知珉은 스피커폰을 풀고 핸드폰을 집어들어 귀에 가져다 붙였다.
这一次,她还没来得及忍住,就先笑出了声。刘知珉关掉扬声器,拿起手机贴在耳边。


"뭐가요."  "什么啊。"

-그 날…데리러 와주면 안 돼요?
那天……能来接我吗?

"언제요."  "什么时候?"

-수요일에요  星期三

"야근할 것 같은데."  我可能要加班。

-저도 끝나면 아마 아홉시쯤 될 걸요
我大概也要到九点才能结束


刘知珉은 자세를 바로하고 컴퓨터 본체 위에 놓인 캘린더로 손을 뻗었다. 수요일. 캘린더를 책상에 눕혀 놓은 뒤에 서류더미에서 뒹굴던 펜을 집었다.
刘知珉坐直身子,伸手去拿放在电脑主机上的日历。星期三。把日历平放在桌上后,她从文件堆里拿起一支滚落的笔。


"아홉시에 가면 돼요?"  九点去可以吗?

-…진짜 해줄 거에요?  ……你真的会帮我吗?

"가짜로 해줄까요 그러면?"  难道你想让我假装帮你吗?

-아니!  不!

"……"

-요  

"수요일 아홉시 맞죠?"  是周三九点对吧?

-네 그런데 집으로 오지 마요
好,但是别回家


메모를 남기던 刘知珉이 펜을 멈추고 金旼炡에게 되물었다. 그러면 어디로 가요. 
正在写便条的刘知珉停下笔问金旼炡,那要去哪里。


-스케줄 끝나고 바로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요
因为日程结束后直接去那边好像更快

"그래서 어디."  所以去哪儿。

-코엑스  -COEX


매니저가 연예인 집 주소는 뻔히 알 텐데 엄한 곳에 내려달라고 하면, 그것도 스케줄 끝나고 늦은 시간이라면.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움직였다. 21시 코엑스. 메모 적힌 캘린더도 제 위치로 돌아갔다.
经纪人肯定知道艺人家的地址,却要求在其她地方下车,而且还是在行程结束的深夜。刘知珉点点头,移动着笔。晚上 9 点 COEX。写好备注的日历也回到了原位。


"알겠어요 거기서 봐요."  "知道了,在那里见。"

-검사님  -检察官

"왜요."  "为什么。"

-오늘 무슨 일 있어요?  -今天有什么事吗?


刘知珉은 텅 빈 플라스틱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채우고서는 수사관의 책상에 걸터앉아 잔을 비워냈다.
刘知珉拿着空塑料杯从座位上站了起来。她在饮水机接了冷水,坐在调查员的桌子上把杯子里的水喝光了。


-검사님?  检察官?

"……"

-刘知珉


어디까지 가나 일단 잠자코 지켜봤다. 
先默默地看看事态会发展到什么地步。


-끊은 거야?  -挂断了吗?


말도 놓고  说得轻松


-아닌데…뭐지  -不是...这是怎么回事


당황하고  慌张


-여보세요  


의아하고  感到困惑


-안들려요 검사님?  -听不见吗检察官?


짜증도 내고  也会生气


-刘知珉


이름도 부르고  呼唤你的名字


-知珉언니  旼炡姐姐

"……"

-아픈 거…아니죠  不是...在痛吧


걱정하고  担心


-아 진짜 왜 그래요…울먹이고  唉真是的,怎么回事...抽噎着

"잠깐 졸았어요."  "刚刚打了个盹。"

-미친 거 아니에요? 119에 전화할 뻔 했잖아요!
你是不是疯了?我差点就要打 119 了!

"그러면 재미는 있었겠다."  "那应该很有趣。"

-하나도 재미 없거든요?!  -一点都不有趣好吗?!

"귀 아파요."  "耳朵疼。"

-아 진짜 짜증나…운전은 어떻게 할건데 그러고
啊真是烦死了...这样的话你要怎么开车啊


刘知珉은 플라스틱을 구겨 휴지통으로 던졌다. 좌우로 목을 꺾고 어깨를 주무르며 자리로 되돌아왔다. 안경을 고쳐 쓰고 펜을 손에 쥐었다.
刘知珉把揉成一团的塑料袋扔进垃圾桶。她左右扭动脖子,揉着肩膀回到座位。调整了一下眼镜,手里握着笔。


"커피 마시면 돼요."  喝咖啡就行了。

-마시지마요 저녁도 과자만 먹었다며  别喝了,晚饭不是只吃了零食吗

"이것까지는 끝내고 가야 돼요, 어쩔 수 없어."
"这些工作必须完成才能走,没办法。"

-왜 그렇게 일이 많아요? 검사는 다 그래요? 변호사는 그래도 검사님처럼 매일 야근하고 그러지는 않던데
为什么有这么多工作?所有检察官都这样吗?律师好像都不像检察官大人这样天天加班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벌 받느라고."
"原本不是这样的,这是在受罚。"

-왜요? 죄 지은 거 있어요?
为什么?你做错什么了吗?

"부장 차장 검사장 다 있는데 회식을 안 가…서."
"部长、副部长、检察长都在,但我没去聚餐..."

-그랬구나. 회식을 안 가서 벌 받는 구나.
原来如此。这是因为没去聚餐而受到的惩罚啊。


이래서 끝까지 속일 자신 없으면 거짓말 같은 거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다. 刘知珉은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헝클였다. 오늘은 이래저래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한숨을 삼킨 刘知珉이 제 볼을 세게 두드렸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더부룩했다.
这就是为什么如果没有把握瞒到底,就不该随便说谎。刘知珉用左手胡乱抓着头发。今天无论做什么都不顺心。刘知珉叹了口气,用力拍打着自己的脸颊。到底是从哪里开始出问题的呢。明明什么都没吃,却觉得胃里沉甸甸的。


-오늘은 그래서 몇 시에 퇴근 해요?
那今天几点下班?

"…한 시간만 더 하다 가려고요."
"……我还想再工作一小时才走。"

-12시도 넘네요. 안 피곤해?  已经过了凌晨 12 点了。你不累吗?

"피곤해도 일은 일이니까요."  "虽然累但工作就是工作啊。"

-그렇게 일만 하면 언제 쉬어요 도대체?
你就知道工作,到底什么时候才能休息啊?

"…모르겠어요 저도."  ...我也不知道。

-휴가는 안 가요?  不休假吗?

"가야죠…"  我得走了...

-언제요? 누구랑?  什么时候?跟谁一起?

"그것도 모르겠어요."  这我也不知道。

-드라마 촬영 끝날 때 쯤이면 검사님도 바쁜 거 좀 나아지려나?
电视剧拍摄结束的时候,检察官大人应该也不会那么忙了吧?

"글쎄요, 인사가 어떻게 날지 몰라서…"
这个嘛,不知道人事调动会怎么样...

-아 뭐 다 모른대. 검사님이 아는 게 뭐에요 그러면.
啊什么都不知道。那检察官大人到底知道什么呢。

"지방 내려가면 조금 편해진다고는 해요."
听说去地方上会轻松一些。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적막이 길어졌다. 刘知珉은 구석에 있던 서류를 끌어와 가운데로 뒀다.
不知道她在想些什么,寂静持续了很久。刘知珉把角落的文件拿到了中间。


-인사는 신청할 수도 있어요?  可以申请调职吗?

"희망지 적어서 내기는 하는데…잘 안 들어줘요 거의 무작위로 돌리지."
虽然也可以写下心愿,但基本上都不会被采纳,几乎都是随机分配的。

-지방으로 가요 그러면  那就去地方吧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고, 대체로 중요한 문장도 뒤에 있는데 포인트를 앞으로 정한 모양이었다.
韩语必须听到句尾才能理解意思,重要的句子通常也在后面,但她们似乎把重点放在了前面。


-양산 괜찮은데  阳山不错

"…네?"  "……什么?"

-부산이랑 가까워서 바다도 볼 수 있고, 적당히 한적해서 쉬러 가기에 나쁘지 않아요. 저희 부모님도 거기에 계세요. 
离釜山很近可以看海,适当地清净所以去休息也不错。我父母也在那里。


그러니 저 역시 앞부분을 중심적으로 들으면 될 듯 하다. 숨을 잘못 삼키는 바람에 기침이 절로 터져나왔다.
所以我也只要主要听前面部分就可以了。因为不小心呛到了空气不由自主地咳嗽起来。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그럼 아직 휴가 계획은 없는 거죠?
总之现在这不重要...那么现在还没有假期计划吗?

"네, 연차 거의 안 썼어요."
是的,我几乎没用过年假。


서류를 한 장 넘기려는데 별안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刘知珉은 모니터 너머로 쳐다봤다. 이내 문이 열리며 옆 방 영감님이 나타났다. 입술을 달싹이던 여자는 刘知珉이 전화를 받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 없이 말했다. 퇴근 안 해? 刘知珉이 대답 대신 서류를 흔들어보였다. 여자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검지로 본인을 가리키고 엄지로는 문 밖을 찍듯이 지시했다. 나 먼저 간다. 입모양을 대강 읽어낸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고 나가려던여자가 뒤를 돌아 刘知珉에게 물었다. 누구야? 刘知珉이 알아 듣지 못했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친절하게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는 시늉까지 해줬다. 
正准备翻一页文件时,突然传来敲门声。刘知珉隔着显示器望去。随即门开了,隔壁办公室的大姐出现了。正在动着嘴唇的女人确认刘知珉在接电话后,无声地说道。不下班吗?刘知珉没有回答,只是晃了晃手中的文件。女人咂了咂舌,摇了摇头。接着用食指指着自己,又用拇指指向门外。我先走了。大致读懂了口型的刘知珉点了点头。正要关门离开的女人回过头来问刘知珉。是谁啊?看到刘知珉皱眉似乎没听懂的样子,她还好心地掏出手机做出打电话的动作。


-겨울 오기 전에 끝날 것 같거든요? 그러면 그때 시간 봐서…아니다 저 이번에는 지방촬영도 많은데 구경와요
-冬天来之前应该就能结束了吧?到时候看看时间...不对,这次有很多外地拍摄,你要来看看吗

"……"


잠시 고민하던 刘知珉은 친구라고 대답하며 여자에게 손을 휘적였다. 나가라는 뜻이라는 걸 모를 리 없을텐데 도리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이었다. 꺼져요. 刘知珉이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思考片刻的刘知珉回答说是朋友,同时向那女人挥了挥手。她不可能不明白这是让她离开的意思,却反而带着奇怪的笑容走了进来。滚开。刘知珉用手指向门口。


-왜 대답이 없어요…싫어요?  为什么不回答...讨厌吗?

"아니 그게 지금은 확답을 하기는 어렵고"
"现在不太好给你明确答复"


친구? 이 시간에?이제는 거의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의자에서 일어난 刘知珉은 핸드폰을 고쳐 잡으며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朋友?这个时间?她已经几乎走到了书桌前。刘知珉从椅子上站起来,调整着手机的握姿,向角落里退去。


-주말에 하루 정도 시간 낼 수는 있잖아요…
周末抽出一天时间应该是可以的吧...

"그때 가봐야 알죠. 나도 스케줄 정리가 지금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到时候再看吧。我现在也完全没法安排日程表......


아예 의자를 끌어다가 앉아서 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她直接拉过椅子坐下,直勾勾地望着我。


-빈말이라도 해줘요 보러 오겠다고  -哪怕是说说场面话也好,说你会来看我吧

"그게 중요한가요?"  那个重要吗?

-당연하지  当然了

"갈게요, 됐죠?"  我要走了,行吧?

-진짜 성의 없어  真是敷衍了事

"이거는 이따가 다시 얘기합시다. 지금 방에…모기가 들어왔어요."
这个待会儿再说吧。现在房间里...进来了蚊子。

-…네? 모기요?  ...什么?蚊子?

"집에 가서 전화할게요 끊어요."  我回家后再打电话,先挂了。


마지막에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刘知珉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뒤를 돌았다. 서류를 훑어보던 여자가 고개를 들고 刘知珉을 바라보며 웃었다.
最后她尽可能压低了声音说话。刘知珉重重地叹了口气,转过身去。正在翻看文件的女人抬起头,望着刘知珉微笑。


"뭐요 또. 집에나 가요. 후배님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干嘛又来。回家去吧。别妨碍后辈工作了。"

"그래요 이게 너지."  "没错,这就是你。"

"뭐가, 어쩌라고."  "什么啊,你想怎样。"

"친구? 영시 이십칠분에?"  "朋友?在凌晨零点二十七分?"

"영감님 동무분들은 저녁만 드시면 바로 주무시니까"
"因为老爷子和朋友们一吃完晚饭就睡了。"

"집에 가서 전화할게요? 친구?"  "我回家再给您打电话好吗?朋友?"


쓸데없이 귀가 밝았다. 여자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고, 刘知珉은 혀로 입술을 쓸었다.
耳朵却白白地那么灵敏。女人悠闲地翘起二郎腿,刘知珉用舌头舔了舔嘴唇。


"집에 가면 얼추 한 시. 그런데 또 전화를 한다."
回家大概一点钟。但是还要打电话。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할 말이"
好久没联系了有话要说

"친구끼리 존댓말해 너?"  "朋友之间还用敬语吗?"

"저는 후배한테도 해요. 존중의 의미를 담아서."
"我对后辈也用敬语。是出于尊重。"


여자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를 낚아채 책상 위에올려두고 뒤로 다가가 의자를 끌었다. 문 앞에 다다르자 여자는 느작느작 몸을 일으키며 刘知珉에게 말했다. 택시 좀 불러봐 내 핸드폰 배터리 오링나서 안 켜진다. 刘知珉이 혀를 차며 핸드폰을 들어올린 순간이었다. 화면이 밝아졌다. [旼炡이🤍]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어깨를 토닥인다. 친구에요. 머리를 쓰다듬는다. 진짜 친구라니까. 볼을 두드린다.
她抢过女人手中的文件放在桌上,走到后面拉开椅子。在到达门前时,女人慢慢起身对刘知珉说道:帮我叫辆出租车吧,我手机没电关机了。刘知珉咂了咂嘴,正要拿起手机的时候,屏幕亮了起来。[旼炡🤍]泄了气般的笑声在耳边挠痒。拍拍肩膀。是朋友啊。抚摸头发。真的只是朋友啊。轻轻拍打脸颊。


"끊기기 전에 받아. 여자친구한테는 방해해서 미안했다고 꼭 전해주고."
在断线之前接电话。一定要跟你女朋友说一声抱歉打扰你们了。


그리고는 홀연히 사무실을 나갔다. 저 미친 영감 계략에 내가 놀아났구나. 刘知珉은 바닥으로 핸드폰을 내던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화면을 밀었다. 한 시간 더 일해야 집에 간다면서요 그러면 그때까지 나는 안 자고 기다리는.
说完她便突然离开了办公室。我竟然被那个疯老头的计谋给耍了。刘知珉忍住把手机摔在地上的冲动,划开了屏幕。说是再工作一个小时才回家,那我就不睡等你到那时候。


"갈 거에요 지금."  我现在要走了。

-…네?  -...什么?

"모기한테 물렸어요."  被蚊子咬了。

-아파요?  疼吗?

"그건 아닌데 내일 에프킬라 뿌려서 죽이려고요"
倒也不是,明天要喷杀虫剂把它们都杀死


의자를 끌고 자리로 돌아온 刘知珉은 서류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다 만 것은캐비넷에 넣어뒀으며, 건드리지 않은 것은 책상 아래로 다시 쌓아뒀다. 컴퓨터를 끄고, 창문을 닫고, 자켓을 챙겨 책상을 벗어났다. 문을 닫기 전에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 하나씩 스위치를 내렸다. 
刘知珉搬着椅子回到座位上,开始一份份整理文件。看过的放进文件柜,未处理的重新码放在桌子底下。关掉电脑,关上窗户,拿起外套离开了办公桌。关门前,她环视了一圈办公室,依次关掉了开关。

그러면 졸음운전 하면 안 되니까 갈 때까지 전화해요. 알겠어요. 진짜? 가짜. 시시콜콜한대화를 주고 받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혼자 타고 있어서 적막한 엘리베이터도,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로비도 오늘은 어째서인지 스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퇴근을 해서 이렇게 잠도 깼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도 있다는 걸 刘知珉은 그때 알지 못했다.
那就为了避免开车犯困,一路上都打电话吧。知道了。真的吗?假的。一边闲聊着一边走过走廊。今天不知为何,即使是一个人乘坐的寂静电梯,或是空无一人的冰冷大堂,都没有让她感到凄凉。是因为下班了所以这么清醒吗?刘知珉那时还不知道,走向停车场的脚步也可以如此轻快。











여름이 다가오고 있기는 하는 건지 8시에 청사를 나서도 밖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요즘은 기본이 11시였고, 걸핏하면 자정을 넘어서 퇴근하곤 했으니 계절의 변화를 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로비에서, 계단에서, 주차장에서 마주친 직원들은 하나같이 지금 집에 가는 거냐며 물어왔다. 아픈 게 아니라는 대답을 열댓 번은 더 한 것 같다. 시트에 앉은 刘知珉은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벨트를 채웠다. 도착 예정 시간 22분. 평일 저녁이니 한산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본격적으로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입구를 코 앞에 두고 빙글빙글 돌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주차장도 만석이라 지하 4층까지 내려가 겨우 구석진 자리에 차를 댔다. 주차구역과 차 번호를 문자로 보내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찾기 어려울까 싶어 조수석에서 나와 근처를 서성였다.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이서 다들 일찍퇴근하는 건가. 빈틈없이 꽉 찬 주차장을 둘러보며 刘知珉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夏天是否正在临近,即使在晚上 8 点离开办公室时外面也不是很暗。最近一般都要工作到 11 点,稍不留神就过了午夜才下班,所以独自没能感受到季节变化也不是什么奇怪的事。在大厅里、楼梯上、停车场遇到的员工们都一个个问她是不是这就要回家了。她大概回答了十多次不是因为生病。坐在车座上的刘知珉在导航仪上输入地址,系上安全带。预计到达时间 22 分钟。虽然以为工作日晚上应该不会太堵,但越接近目的地,道路就开始严重堵塞。在入口前绕了好几圈才进入大楼,停车场也是满的,不得不下到地下四层才在角落里找到一个位置停车。虽然已经用短信发送了停车区域和车牌号,但担心对方可能找不到,她从副驾驶座下来在附近踱步。是因为周三是家庭日所以大家都早退了吗。环顾着毫无空隙的停车场,刘知珉不停地歪着头想。


"…知珉씨?"  "...知珉xi?"


그리고 뒤를 돌았다. 낯선 호칭이었다. 직업이 직업인 터라 직장 밖에서나 안에서나 대부분은 저를 검사님이라고 부르는 편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이름을 부를 것이니 제가 저런 호칭을 들을일은 기껏해야…
然后转过身去。这是个陌生的称呼。因为职业的关系,无论是在职场内外,大多数人都习惯称呼我为检察官。亲近的人会直接叫我的名字,所以像这样的称呼顶多就是...


"진짜 刘知珉이네."  "真的是刘知珉啊。"


연애를 할 때다. 刘知珉은 제게로 다가오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谈恋爱的时候。刘知珉盯着朝自己走来的女人,不禁发出一声轻叹。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您怎么会在这里?

"한나씨야 말로 어떻게…여기를.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다녀도 돼요?"
"韩娜小姐你才是,为什么…会来这里。这么多人的地方,你这样走动真的没问题吗?"

"이렇게가 뭐지? 아…그러고 보니 우리 만날 때는 거의 첩보물 찍었지."
"这样是什么啊?啊...这么一想,我们每次见面都像在拍谍战片呢。"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르기라도 했는지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刘知珉도 뒤따라 헛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仿佛回忆起了模糊的记忆,嘴角温柔地弯起。刘知珉也跟着干笑着点了点头。


"어때요? 밖에서 나 보는 건 처음이잖아. 좀 설레?"
"感觉如何?这是你第一次在外面见我吧。有点心动吗?"

"아뇨. 그런데 반갑기는 하네요."  "不是。不过见到你很高兴。"

"약간 반칙이다 知珉씨도. 모르는 기자들이 보면 시사회 온 줄 알겠네."
"这有点犯规啊知珉 xi。不知情的记者看到的话还以为是来参加首映会呢。"


그 얘기를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됐다. 코엑스 주차장에서 성한나를 만난 이유도, 스케줄이 있다던 金旼炡이 여기로 저를 부른 이유도. 두 사람이 배우라는 사실이 사뭇 실감이 났다. 성한나는 刘知珉에게 다가와 셔츠 카라를 정리해주며 물었다. 영화 보러 왔어요? 누구랑? 혼자? 향수가 제법 독했다.
听了这番话我有点明白了。在 COEX 停车场遇到成汉娜的原因,还有说有行程的金旼炡叫我来这里的原因。两个人是演员这一事实变得格外真实。成汉娜走近刘知珉,一边帮她整理衬衫领子一边问道:"是来看电影的吗?和谁一起?一个人?"她的香水味很浓。


"약속이 있어서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我有约在先。说好要在这里见面的。"

"그러니까 누구."  "那么是谁。"

"그냥 아는 사람이요."  "就是个认识的人。"

"친구?"  "朋友?"


떠본다기 보다는 은근히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추측에 불과했지만. 刘知珉은 별달리 반응하지 않고 그저 웃어보였다. 
与其说是试探,倒不如说是隐隐期待着。当然这只是她的猜测而已。刘知珉没有特别的反应,只是报以微笑。


"설마 시사회 온 사람 기다리는 건 아니죠?"
"不会是在等来看点映会的人吧?"


이건 떠보는 게 맞았다. 때마침 손 안의 핸드폰이 진동하자 刘知珉이 화면을 만지막거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这样试探是对的。手机正好震动了一下,刘知珉一边摆弄着屏幕一边回答她。


"모르는 일이죠 그건."  这事我不清楚。

"아까 본 것 같기도 하고…"
"好像刚才见过似的……"

"네?"  "什么?"

"아니에요, 혼잣말. 아 맞다 번호 바꿨더라 知珉씨?"
"没什么,自言自语呢。啊对了,知珉xi换号码了吗?"

"연례행사라니까요 그건."  "那是年度传统。"

"알려달라고 하면 줄 거에요?"  "如果我请求你告诉我,你会说吗?"

"아뇨."  "不是。"

"알려줄까요 그러면?"  "想让我告诉你吗?"

"그것도 딱히."  也不是很确定。

"진짜 만나는 사람 있나보네 이렇게 선을 긋는 걸 보면."
看你划这么清楚的界限,看来是真的有交往的人了呢。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어차피 몇 년 전에 헤어진 사이였고, 따지자면 차인 쪽은 이 쪽이었다. 문자를 확인한 刘知珉이 홀드 버튼을 누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 가봐도 돼요?
没必要特意回答。也感觉不到有这个必要。反正几年前就分手了,要说起来被甩的是自己这边。刘知珉看了看短信,按下保留键,对她说道。不用去看看吗?


"누가 보면 안 되나 봐요?"
"看起来不能被人看见啊?"

"쓸데없이 오해해서 좋을 건 없죠."
"无谓的误会不会有什么好结果。"

"아니 뭐 우리가 손을 잡았어, 안기를 했어, 입술을 부볐어.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지인이잖아."
"我们不过是牵了手,拥抱了一下,双唇相触。在别人眼里我们只是普通熟人而已。"

"그쵸, 그런데 제가 만나는 사람이 여자라면 얘기가 되게 달라지겠죠. 성한나씨도 그거 모르는 거 아니고."
"是啊,但如果我见的人是女孩的话,那就完全是另一回事了。成汉娜小姐你也很清楚这一点。"


그러게 갈 때 가라니까.저를 훑어보는 시선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성한나는 짤막한 한숨을 내뱉고 刘知珉에게 물었다. 그래서 잘 된 거에요 그 사람이랑?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되물어봤자 대화만 길어질 듯해 刘知珉은 대강 고개를 주억였다.
我早就说过该走就走。对于那些审视的目光,忽略就好了。成汉娜叹了口短气,问刘知珉道:"所以跟那个人进展得还不错吗?"虽然这个问题有些突兀,但刘知珉觉得追问下去只会让对话变得更长,于是敷衍地点了点头。


"그럼 됐어요 그걸 어떻게 이겨."
那就这样吧,反正这也没法克服。

"혹시 시사회에서 샴페인 같은 거 마셔요?"
"电影首映式有香槟之类的饮品吗?"


성한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刘知珉을 쳐다봤다.
成汉娜一脸嫌弃地看着刘知珉。


"같이 마시러 갈 거 아니면 입 다물어요."
"不一起喝的话就闭嘴。"

"……"

"아 진짜 검사만 아니면 한 대 쳤는데. 갈게요,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요 부디."
"真是的,要不是因为你是检察官,我早一拳揍过去了。我走了,祝你们俩好好过日子吧。"

"영화 잘 볼게요."  "我会好好看电影的。"

"이거 내 영화 아니고 나도 초대 받아서 온 거거든요? 관심 없는 거봐 저거."
"这不是我的电影,我也只是收到邀请才来的。你看这个一点都不感兴趣嘛。"


그녀는 장난스럽지만 아주 장난스럽지도 않게 주먹을 들어올려 보였다. 刘知珉은 어깨를 으쓱이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뒷좌석에서 자켓을 꺼내 들고서는 숫자가 적힌 기둥 주변을 서성였다. 이제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주차 구역을 기웃거리다 아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잠깐 멈춰서서 기둥에 적힌 숫자를 확인하는데 핸드폰 진동이 길게 울렸다. 刘知珉은 빠르게 화면을 밀고 전화를 받았다. 어디쯤이에요? 
她略带玩笑但又不过分地举起拳头。刘知珉耸了耸肩,向着车子走去。从后座拿出外套,在标着数字的柱子周围徘徊。现在差不多该到了。在停车区域转了转后,干脆朝电梯方向走去。停下来查看柱子上的数字时,手机发出长长的震动。刘知珉迅速划开屏幕接起电话:"到哪儿了?"


-검사님이야 말로 어디에요  检察官您到底在哪里

"저 지금 21구역이요. 金旼炡씨는요?"  "我现在在 21 区。金旼炡xi呢?"

-48이요. 1117 제네시스 검사님 차 아니에요?
-48 号。1117 房的检察官不是开的这辆车吗?


엘리베이터가 다른 쪽에도 있는 듯 했다.이렇게 넓은데 한 곳에만 있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지. 刘知珉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电梯似乎在另一边也有。这么大的地方只有一部电梯确实有点奇怪。刘知珉转身原路返回。


"금방 도착해요. 차 안 잠겼으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요."
"马上就到。车门没锁,你先进去等吧。"


전화는 바로 끊겼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48구역 근처에 다다른 刘知珉이 잠시 숨을 고르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맥박이 빠르게 뛰는 건 뛰듯이 걸어와서 그런 거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었다. 刘知珉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金旼炡을 바라보다 마른침을 삼켰다. 연예인은 정말 연예인이구나. 한편으로는 괜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항상 집에서만 봤고, 밖에서 만났을 때도모자를 썼거나, 마스크를 했거나, 안경을 꼈으니까. 운전석에 몸을 내린 刘知珉이 들고 있던 자켓을 옆으로 건넸다. 金旼炡은 자켓을 무릎에 덮고 벨트를 채웠다.
电话立即挂断了。比平时步伐更快地走到 48 区附近的刘知珉稍微调整了一下呼吸,打开了驾驶座的门。之所以心跳加快,是因为一路快步走来的缘故。心跳不规则也应该是同样的原因。刘知珉看着坐在副驾驶座上的金旼炡,不由得咽了咽口水。艺人果然是艺人啊。另一方面,也感觉到一种莫名的距离感。因为一直都是在家里见面,就算在外面相遇,她也戴着帽子,或者口罩,或者眼镜。坐进驾驶座的刘知珉把手中的外套递给了旁边。金旼炡把外套盖在膝盖上,系上了安全带。


"바로 집으로 가면 돼요?"  "直接回家就可以吗?"

"네."  "好。"

"시사회 갔다 온 거죠?"  "你是去参加试映会了吗?"

"네."  "好。"

"그렇구나."  原来是这样啊。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谢谢你来接我。"

"아니에요 이 정도는 뭐…"  "嗯,这点小事不算什么..."


여전히 서류는 책상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행정 전화는 아예 수사관 쪽으로 착신전환을 시켜뒀고, 점심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사무실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다며 커피까지 줄였으니 바쁜다라는 것을 단순히 단어로 담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것까지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출구에도 한참 늘어선 차들을 지켜보다 刘知珉은 조수석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케줄 할 때는 저런 모습이구나. 여전히 낯설기만 했다. 누구랑 연락을 하는지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金旼炡에게 刘知珉이 넌지시 물었다. 영화는 어땠어요?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재미없었어요. 핸들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文件依然堆积如山,几乎快要堆到桌子那么高了。行政电话全部转接到调查员那边,除了吃午饭的时间,她在办公室里连一步都没有挪动过。连上厕所的时间都觉得可惜而减少了咖啡摄入,仅仅用"忙"这个词已经无法形容这种状态了。但她也不想让别人知道这些。在注视着出口处排成长龙的车辆时,刘知珉转头看向副驾驶座。原来工作时是这个样子啊。还是觉得很陌生。看着不停摆弄手机的金旼炡,刘知珉婉转地问道:"电影怎么样?"回答很快就来了。"很无聊。"敲击方向盘的手指停了下来。


"감독이 누구에요?"  "导演是谁?"

"최재생 감독님이요."  "最在生导演。"

"제1의 묵시록?"  "第一默示录?"

"네."  "好。"

"주연은요?"  "主演是谁?"

"김가람이랑 정태준이요."  "金佳岚和郑泰俊。"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눈치를 살폈다. 남자친구 시사회 다녀온 거구나.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느릿하게 차가 밀려나갔다. 그런데 내가 왜 어색해야 하지. 刘知珉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라디오를 틀었다. 미지근한 적막 위로 디제이의 목소리가 얹혀졌다.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핸들을 돌려 앞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지상까지 올라오게 됐다. 사람 되게 많았나 보네.빽빽히 늘어선 차들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刘知珉은 창문을 살짝 열고 밖을 살펴봤다.
这次我不自觉地观察起了情况。原来是去参加男朋友的试映会了啊。我故作清嗓咳嗽了一下,然后松开了刹车。车子缓缓地向前移动。但是我为什么要感到尴尬呢?刘知珉歪着头打开了收音机。DJ 的声音覆盖在温吞的沉默之上。按照停车员的指示慢慢转动方向盘跟随前车,不知不觉就到达了地面。看来人真的很多啊。密密麻麻排列的车辆丝毫没有减少的迹象。刘知珉微微打开车窗往外看。


"시사회는 끝나고 뒤풀이 같은 거 없어요?"
"放映会结束后没有什么庆功宴之类的活动吗?"

"관계자들이 가겠죠."  相关人员会去的。

"그렇구나."  原来是这样啊。

"…네."  "…是的。"

"스케줄 많았어요 오늘?"  "今天行程很多吗?"

"아니요…"  "不要…"

"머리 되게 잘 어울려요. 옷도 그렇고."
"发型很适合你。衣服也是。"


입에 발린 소리는 아니었다.잘 어울렸다, 정말로. 그런데 제가 말해놓고도 머쓱해서 창 밖에 둔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번잡한 도시의 소음이 밤공기와 함께 차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앞 차의 브레이크등이 꺼지는 것을 확인한 刘知珉은 창문을 닫고 라디오 볼륨을 조절했다. 번쩍이는 경광봉에 맞춰 오른쪽 발은 바쁘게브레이크와 엑셀을 오갔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건물을 빠져나오는데만 수십분이 걸렸다. 6시 퇴근길 저리가라 할 교통체증이었다.
这不是恭维话。真的很适合她。但是说完后我还是觉得有些尴尬,目光无法从窗外收回。繁忙城市的喧嚣随着夜晚的空气涌入车内。刘知珉确认前车的刹车灯熄灭后,关上车窗调整了收音机音量。她的右脚忙着在刹车和油门之间来回踩踏,配合着闪烁的指挥棒。虽然距离不远,但光是离开大楼就花了几十分钟。这种交通堵塞比下午六点的下班高峰还要严重。


"저녁은 먹었어요?"  你吃晚饭了吗?

"네, 매니저 언니랑."  是的,和经纪人姐姐一起。

"시사회는 보통 몇 시간이나 해요?"
"试映会一般要多长时间?"

"영화 시간에 따라 달라요."  "这要看电影长度。"

"러닝타임 길었어요?"  『时长很长吗?』

"적당했어요."  『刚刚好。』


코엑스 주변을 벗어나야니 도로가 한산해졌다. 시사회면 연예인도 많이 갈 거고, 그러면 기자들도 가득일 거고, 팬들도 구경 가나. 刘知珉은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를 상상하다 질색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离开 COEX 周边后,道路变得空荡起来。如果是试映会的话,会有很多明星去,记者也会挤满,粉丝们也会去看吧。刘知珉想象着四处闪烁的闪光灯,厌恶地摇了摇头。


"…검사님."  ...检察官。

"네."  "好。"

"오늘 저 말고…다른 약속 있어요 혹시?"
今天除了我……你有别的约会吗?


운전 중이라서 잠깐 조수석을쳐다보고서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因为在开车,所以只是短暂地看了一眼副驾驶座,然后又把头转向前方。


"없을 걸요."  "不会那样的。"

"원래도 없었어요?"  "原来就没有吗?"


핸들을 붙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볼륨버튼을 아래로 밀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한없이 차분해졌다.
握着方向盘的手移动过去,把音量按钮往下推。从扬声器里传出的音乐声变得无比平静。


"그게 무슨 뜻이에요?"  "那是什么意思?"

"약속이 있는데 저 때문에 괜히"
"我约了时间,不想因为我而耽误"

"선수친 사람이 임자죠."  "先下手为强。"

"…네?"  "……什么?"


결국 갓길에 차를 세웠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金旼炡도 그제야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려 刘知珉을 바라봤다.
最后还是把车停到了应急车道上。一直摆弄手机的金旼炡这时才转头看向驾驶座的刘知珉。


"혹시 봤어요?"  "你有看到吗?"

"…뭐를요."  "...什么意思?"

"성한나요."  "我没事。"


짚이는 걸 굳이 찾아내 보자면 그것 밖에 없었다. 우연스럽게도 길이 어긋나는 바람에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아까부터 내내 기분이 안 좋아보였던 것도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다. 비상등 깜빡이는 소리가 둘 사이를 맴돌았다. 金旼炡은 고개를 끄덕였고, 刘知珉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仔细想想,也只能是这个原因了。如果她恰巧因为走错路而目睹了那一幕,那从刚才开始就一直心情不好的样子也就说得通了。应急灯的闪烁声在两人之间萦绕。金旼炡点了点头,刘知珉轻轻叹了口气。


"어디까지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별 사이 아니에요. 몇 년 전에 아는 사람 소개로 잠깐 만났고, 데이트 몇 번 했는데 마음이 안 맞아서 헤어졌어요."
"我不知道你看到了多少,但我们真的不是什么特别的关系。几年前通过熟人介绍短暂见过面,约会过几次,但因为不合适就分开了。"


그런데 내가 이걸 왜 얘기하고 있지.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댄 刘知珉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켓을 어설프게 움켜쥐고 있는 손을 신경 쓰고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데는 실패했다. 구겨질까봐 힘은 못 주고, 그런데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고. 잠시 고민하던 刘知珉이 비상등을 끄고방향등을 키며 기어를 변경했다. 차체는 다시 도로로 진입했다. 刘知珉은 끝만 붉은 손을 제 손으로 덮었다.
但我为什么要说这个呢。靠在头枕上的刘知珉将头转向右侧。她没能找到自己为什么会在意那只笨拙抓着外套的手的原因。担心会弄皱所以不敢用力,可心情依然不好。思考片刻后,刘知珉关掉应急灯,打开转向灯,换了档位。车子重新驶入道路。刘知珉用自己的手覆盖住了那只只有指尖泛红的手。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만났던 사람 다 말해줘요?"
"既然说到这了,能把见过的人都告诉我吗?"

"…싫어요."  "……我不喜欢。"

"싫은 걸 왜 자꾸 생각해요. 과거는 과거라고 몇 번이나"
"为什么老是想着讨厌的事。过去就是过去,我说过多少次了"

"진짜 과거에요?"  "那真的是过去吗?"


시사회에서 정말 술을 안 주는 건가.
首映会真的不提供酒水吗。


"나 성한나랑 아무 것도 안 했는데."
"我和成汉娜什么都没做过。"

"그거는…"  那个是..

"정확히 어떤 부분이 신경 쓰이는 거에요."
"具体是哪个部分让你在意呢。"


본인도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남에게 알아달라고 하면 안 됐다. 섣부른 짐작은 착각을, 어설픈 착각은 오해를, 거추장스러운 오해는 실망을 불러일으키는 거다. 신호가 바뀌며 차체가 멈추어 섰다. 刘知珉은 金旼炡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손등을 토닥였다.
不该让别人理解自己都无法定义的感情。轻率的猜测会带来错觉,拙劣的错觉会引发误会,多余的误会则会导致失望。随着信号灯变换,车子停了下来。刘知珉看着金旼炡,用手指轻轻拍了拍她的手背。


"여지 같은 거 안 남겼어요. 잘 먹고 잘 살래요 둘이서."
"没给你们留下任何余地。你们两个好好过日子吧。"

"……"

"그런데 왜 둘이지…설마 성한나씨도 봤나?"
"但为什么是两个人...该不会韩娜也看到了吧?"

"……"

"아무튼 아까 그건 정말 단순한 해프닝일 뿐이에요. 거기서 만날 거라고는…아찔하네."
"总之刚才那事真的只是个意外。在那里相遇...真是让人心惊。"


한유진이랑 헤어지고 스치듯 사귀었던 사람들을 얼추 세어봐도 열 손가락을 거뜬히 넘어갔다. 그나마 성한나를 마지막으로 연애를 그만뒀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거기까지 생각하다 빠르게 고개를 휘저었다. 운전 하는 내내 힐끔거리면서 조수석을 확인한 덕분에 어깨까지 뻐근했다.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만지작거렸던 걸 보면 기분이 좀 풀린 것도 같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운 刘知珉이 金旼炡을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도착했어요. 金旼炡은 刘知珉과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分手后与韩宥真,以及那些匆匆交往过的人加起来,轻易就超过了十个。幸好以成含娜为最后一个终止了恋爱,要不然的话...想到这里,她迅速地摇了摇头。因为一路开车时总是偷瞄副驾驶座,现在连肩膀都酸痛起来。不过看她后来开始摆弄手指的样子,似乎心情也缓和了一些。把车停在地下停车场的刘知珉盯着金旼炡开口说道:"到了。"金旼炡与刘知珉对视着点了点头。


"……"


그 뿐이었다. 할 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刘知珉을 빤히 쳐다봤다. 언제까지 주차장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刘知珉은 본인 벨트를 풀고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였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눈에 훤히 보였지만 시트로 바짝 붙는 金旼炡을 애써 무시하고 버클 버튼을 눌렀다. 가서 해요. 붙잡힌 손을 힘주어 잡았다 놓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仅此而已。不知道是有话要说还是没有,只是扭动着手指直勾勾地盯着刘知珉。总不能一直待在停车场,刘知珉解开自己的安全带,身子倾向副驾驶座。不知道她在想什么,其实一眼就能看出来,但刘知珉刻意忽略紧贴在座椅上的金旼炡,按下了安全带扣。去吧。用力握了握被抓住的手后松开,回到驾驶座打开了车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刘知珉은 金旼炡을 제 뒤로 감춰뒀고, 金旼炡은 그런 刘知珉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문이 열리면 차례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는데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렸다. 刘知珉은 슬리퍼를 갈아신다 멈칫하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버지랑 한 잔 하셨나. 길게 뻗은 복도로 한걸음씩 내딛으며 전화를 받았다. 刘知珉입니다. 金旼炡이 거실에 멀뚱히 서서 刘知珉을 쳐다봤다.
乘电梯上楼的时候,她们没有什么特别的对话。刘知珉把金旼炡护在身后,金旼炡则把头靠在刘知珉的肩膀上。电梯门一开,她们依次走出电梯,朝着家门口走去。输入密码进门后正在换拖鞋时,不知从哪里传来了铃声。刘知珉换拖鞋的动作一顿,查看了手机。大概是和父亲喝了一杯吧。她一边走进长长的走廊,一边接起电话。我是刘知珉。金旼炡呆呆地站在客厅里看着刘知珉。


-검사님 소식을 내가 한 부장한테 전해 들어야겠어요?
检察官的消息我要从部长那里听说吗?


刘知珉은 金旼炡에게 입모양으로 엄마라고 말한 뒤에 부엌으로 걸어갔다.
刘知珉对金旼炡比着口型说了声妈妈,然后走进了厨房。


"오밤 중에 그게 무슨 봉창을 두드리는"
深更半夜的怎么敲窗户

-병원 갔다 왔다며. 몸살 크게 나서 링거까지 맞았다면서 너는 어떻게 한 마디도 없니 엄마한테는
听说你去过医院了。发烧严重到打点滴,怎么连一句话都不跟妈妈说

"스파이가 너무 많다니까 내 주변은."
我身边间谍实在太多了。

-또 감기야? 홍삼은 제대로 챙겨 먹는 거 맞아?
又感冒了吗?人参有好好吃吗?

"거의 다 먹었어요."  "差不多喝完了。"


刘知珉은 스피커폰으로 전환시킨 핸드폰을 식탁에 올려두고 냉장고에서 한약을 꺼내들었다. 생각난 김에 먹어야지 안 그러면
刘知珉把手机切换到扬声器放在餐桌上,从冰箱里拿出了中药。趁着想起来得赶紧喝,不然的话


-내가 진짜 조만간 찾아가서 확인한다?
要我过段时间亲自去确认吗?


차라리 귀신을 속여야 했다. 비닐팩 끄트머리를 뜯어내서 입에 물고 단번에 한 포를 비워냈다.
还不如欺骗鬼神。她撕开塑料包的一角,叼在嘴里,一口气喝完了一整包。


-어째 너희는 아파도 꼭 돌아가면서 아프니
怎么你们生病都非得轮着来呢


잔뜩 인상을 찌푸린 刘知珉은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빠르게 벗겨내고 윗부분을 베어먹었다. 
刘知珉皱着眉头,迅速剥开冰淇淋包装纸,咬了一口顶部。


-너가 옮긴 거 아냐? 최근에 둘이 만났어?
不是你传染的吗?最近你们见过面吗?

"이건 또 무슨 봉창이지?"  "这又是什么破事?"

-그렇지 않아도 몸 약한 애인데 조심 좀 해 너도
-本来就身体不好的孩子,你也要多加小心

"유지현이 몸 약하다는 말은 또 처음"
"说维智贤身体不好这还是第一次听说"

-유지현은 아프면 지가 진찰하고 알아서 약 지어 먹겠지.
生病的话柳智贤就自己给自己看病开药吃吧。


그분은 내리 사흘을 당직하고도 맑은 눈으로 라운딩을 돌아 병원에 소문이 자자하기는 하지. 刘知珉이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那位医生连续值了三天班,眼神还是那么清明地查房,这事在医院里传得沸沸扬扬呢。刘知珉慢慢地点了点头。


-유진이 열나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엊그제인가 겨우 기운 차려서…몰랐니? 그럼 걔는 또 어디서 감기를 그렇게
-有真发烧得厉害,前几天才刚刚好转...你不知道吗?那她又是在哪里这样感冒的

"누구요?"  谁呀?

-지현이한테도 연락 못 받았어? 그 쪽 병원으로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你也联系不上智贤吗?听说她住进了那边的医院。

"……"

-아무튼 건강 좀 챙겨 둘 다. 젊은 애들이 벌써부터 그렇게 골골 거리면 어떡해. 밥은 먹고 다녀? 귀찮다고 빵 같은 걸로 때우지 말고 비싸고 좋은 거 시켜 먹어.
总之你们两个都要好好注意身体。年轻人怎么能这么早就病恹恹的呢。有好好吃饭吗?别嫌麻烦就用面包对付,点些贵的好的来吃。

"저는 뭐…끼니는 안 걸러요 그래도."
我嘛...至少没有漏掉一顿饭。


잔소리가 이어졌다. 1절부터 4절까지 반복됐다. 刘知珉은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을 싱크대에 대충 던져두고 손을 씻었다. 바지춤에 물기를 닦으며 식탁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스피커폰을 끄고 전화를 이어갔다.
唠叨继续着。从第一句到第四句周而复始。刘知珉把融化的冰淇淋随手扔进水槽,洗了手。她擦干手上的水,回到餐桌前拿起手机。关掉免提继续通话。


"알겠어요 조만간 본가 들를게요."  知道了,我过段时间会回老家看看的。

-올 때 같이 와 유진이도
来的时候跟有真一起来吧

"뭘 또 같이야…"  干嘛又一起啊……

-홍대표가 너 밥 사준다며, 나도 유진이 좋은 거 해먹여야지. 결혼 준비 때문에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텐데
洪代表说要请你吃饭,我也要给幼珍做些好吃的。准备结婚的事情已经让你够有压力的了

"그걸 왜 엄마가 신경 써. 홍대표님이 어련히 잘 안 챙길까"
妈妈为什么要操心这个。洪代表肯定会照顾好的

-그게 정이라는 거야 이것아. 홍대표랑 알고 지낸 세월이 십수 년인데
-这就是人情啊,傻孩子。和洪代表相识都十几年了

"난 몰라 그건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요."
我不知道,这是你们两个的事。

-알아서 하면 선자리도  要是你自己处理的话相亲也

"결혼 안 해. 절대 안해. 죽을 때까지 혼자 살거에요. 죽어서도 혼자 묻힐 거야. 저 피곤해요 잘 거야 끊을게요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不结婚。绝对不结婚。活到死都要一个人过。死了也要一个人埋。我累了要睡了挂了啊我爱你晚安。"

-야 刘知珉 너 진짜로 이런 식으로
喂刘知珉你真的这样


刘知珉은 종료버튼을 연달아 누르고 핸드폰은 소파에 휙하고 던졌다. 잠깐 전화한 걸로 이렇게 혼을 빼놓을 수 있는 건가. 쿠션을 치워내고 그대로 누우려던 刘知珉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화장실로 향했으나 안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듯 문이 훤하게 열려 있었다. 서재에 있을 확률은 더더욱이나 드물었고,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반대쪽 복도 끝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침실 문은 아슬아슬하게 닫혀 있었다. 문 틈 사이로 손을 넣고 조심스럽게 밀어내니 어두컴컴한 방 안에 차츰 불빛이 들어찼다. 刘知珉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침대는 흐트러짐 하나 없이 판판했다. 
刘知珉连续按下挂断键,随手将手机甩到沙发上。仅仅是一通电话就能让人这么心力憔悴吗。正当她想要推开靠垫躺下时,刘知珉才后知后觉地环顾四周。看不到人影。为防万一她走向洗手间,但敞开的房门已经证实了里面空无一人。书房的可能性就更小了,那么剩下的选择就只有一个。她慢慢向走廊另一端走去。卧室门虚掩着。她小心翼翼地将手伸进门缝里推开门,昏暗的房间逐渐被光线充满。刘知珉谨慎地向前走去。床铺一丝不苟,平整如新。

드레스룸을 살펴보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 할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옷을 안 챙겨줘서 샤워 하고 나오지 않았다기에는 오늘 처음 집에 오는 것도 아니었다. 칫솔이랑 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텐데. 刘知珉은 곰곰이 생각하다 혹시 놓친 것이 있나 싶어 화장실로 걸어갔다. 안을 둘러보고서는 서랍장에서 클렌징 티슈를 꺼내들어침실로 돌아왔다. 문 근처에 서 있는 金旼炡에게 손에 든 것을 건넸으나 金旼炡은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当她正要迈步去查看衣帽间时,浴室的门开了。既然不是因为没准备衣服才不出来洗澡,而且今天也不是第一次来家里。牙刷什么的都还在原来的位置。刘知珉思考了一会,担心是否遗漏了什么,便走向浴室。环顾四周后,从抽屉里拿出卸妆湿巾回到卧室。她把手中的东西递给站在门边的金旼炡,但金旼炡缓慢地摇了摇头。


"편한 옷 찾아서 아무 거나 입어도 되는데."
"随便找件舒服的衣服穿就行。"

"……"

"내가 가져다 줘요?"  "我去拿给你?"

"……"

"들어가 있어요 그러면."  "那就进去吧。"


손이 붙잡혔다. 자세히는 손가락 위에 다른 손가락이 얹혀졌다.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으로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刘知珉은 손을 고쳐잡으며 金旼炡의 앞에 섰다. 말을 해야 안다고 분명 몇 번이나 알려줬는데, 저 쪽은 좀처럼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오해가 풀린 게 아니었던가. 刘知珉이 엄지로 부드러운 손등을 한참동안 쓰다듬었다.
手被握住了。具体来说是手指上覆盖着另一只手指。仅此而已。除此之外没有任何动作。刘知珉重新握住手,站在金旼炡面前。明明已经告诉过她很多次要说出来才能知道,但对方似乎完全不打算开口。难道误会还没解开吗。刘知珉用拇指长久地抚摸着柔软的手背。


"내가 놓친 게…뭘까요."  "我错过了……什么呢。"

"……"

"잘 모르겠는데."  我不太清楚。

"……"

"딱히 말해 줄 마음은 없어 보이고."
"看起来也没什么想说的。"


金旼炡은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은 얼굴이었다. 뭐가 묻었나 싶어 빈 손으로 양 볼을 한 번씩 만진 刘知珉이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꺾었다.짐작 가는 무언가가 없었다. 성한나에 대한 얘기를 해준 이후로는 나름 분위기가 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얘가 나랑 지금 이럴 이유는…잡고 있는 손을 놓고 드레스룸으로 향하려던 刘知珉이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金旼炡의 볼을 감쌌다.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가서 입술을 맞댔다.뒤로 잠시 물러났다 다가갔으나 입술이 닿기 직전에 金旼炡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金旼炡依然注视着她。目光落在她的脸上。刘知珉疑惑地用空着的手摸了摸自己的双颊,歪着头。她想不出有什么特别的。她以为在谈过成汉娜的事情之后,气氛已经缓和了。那么这家伙现在为什么要对我这样...刘知珉放开握着的手,正要往更衣室走去,却带着半信半疑的心情捧住了金旼炡的脸。然后自然而然地靠近,想要吻上她的唇。短暂后退又靠近,但就在嘴唇即将相触的瞬间,金旼炡却把头转向了另一边。

刘知珉은 볼을 감쌌던 손을 아래로 내려 턱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저와 시선을 마주하도록 얼굴을 정면으로 두고서는 金旼炡에게 바짝 붙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아예 저지하듯 어깨가 밀어냈다.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밀어내는대로 밀려난 刘知珉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클렌징 티슈를 주워들어 침대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는 드레스룸으로 가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침실로 돌아왔다. 티슈 옆에 옷을 내려놓며 말했다. 저는 거실 화장실에서 씻을 게요.드레스룸에서 잠옷을 꺼내던 刘知珉이 바닥에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곤했다. 이런 저런 생각은 그만하고 자고 싶었다. 어차피 내일도 출근하고, 야근하고, 그리고. 입술을 말아물며 몸을 일으켰다. 저만치에서는 아득하게 물소리가 들려왔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나가 스탠트를 켰다. 굳게 문이 닫힌 화장실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거실로 걸어갔다. 
刘知珉放下原本捧着脸颊的手,轻轻扶住下巴。她让金旼炡的脸正对着自己,想要凑近,但这次对方却像是要阻止似的用肩膀把她推开。这样不行那样也不行,我还能做什么呢。被推开的刘知珉捡起掉在地上的卸妆巾放在床上。然后去衣帽间拿了换洗的衣服回到卧室。把衣服放在卸妆巾旁边说道:"我去客厅的浴室洗漱。"在衣帽间拿睡衣的刘知珉瘫坐在地上,用手掌粗暴地抹了把脸。她累了。不想再胡思乱想,只想睡觉。反正明天还要上班,还要加班,还有。她咬着嘴唇站起身来。远处传来隐约的水声。她拖着拖鞋走出去开了落地灯。她久久地注视着紧闭的浴室门,最后走向了客厅。

성한나와 쓸데없이 오래 대화를 했나. 셔츠를 정리해줄 때 피했어야 했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로 돌아갔어야 했나. 데이트 했다는 말까지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나. 집으로 올라올 때도 손을 잡고 있어야 했나.엄마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나.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머리를 말리면서도, 찬물을 몇번이나 마시면서도 주차장에서 집으로 올 때까지의 일을 내내 곱씹어봤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기는 해도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핸드폰을 챙기고 거실 조명을 완전히 내린 刘知珉은 비척이며 침실로 들어갔다.
是不是和成汉娜聊得太久了?帮她整理衬衫的时候应该躲开吗?应该头也不回地回到车里吗?是不是不该说到约会的事?上楼的时候应该一直牵着手吗?是不是不该接妈妈的电话?洗澡的时候,吹头发的时候,喝了好几次冷水的时候,一直在回想从停车场到家的一切。虽然都是按照自己的标准,但也找不出什么问题。刘知珉拿起手机,完全关掉客厅的灯,踉跄着走进卧室。

툭 튀어나와 있는 이불을 멀거니 지켜보다 문을 닫고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매트리스가 흔들리지 않게 앉은 다음에는 핸드폰을 충전기 위에 내려뒀다. 차라리 야근을 12시까지 하고 오는 게 덜 피곤하겠네. 어차피 내일은 그래야 되겠지만. 빈 자리에 누워 이불 속으로 들어간 刘知珉은 옆을 한번쳐다봤다. 안아주면 싫어하려나. 손을 뻗으려다 이내 관두고 이불만 정리했다. 일찍 출근해서 메일로 받은 자료 정리하고, 밀린 결재도 한 꺼번에 받고, 카페에서 점심에 먹을
呆呆地盯着凸出来的被子看了一会儿,关上门朝床走去。小心翼翼地坐下不让床垫晃动,然后把手机放在充电器上。还不如加班到 12 点回来的好,反正明天也得这样。刘知珉躺在空着的位置上钻进被窝,瞥了一眼身边。要是抱她的话会不高兴吗?伸出手又很快收回,只是整理了一下被子。明天得早点去上班,整理邮件收到的资料,一次性处理积压的审批,在咖啡厅吃午饭


"…시사회에서 봤어요."  "……在试映会上看过。"


시사회를…응?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가다듬던 刘知珉이 이불을 아래로 끌어내렸다.힘을 주고 버티는 건지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하자는 거야 또. 刘知珉은 자세를 고쳐 팔로 머리를 받쳤다.
首映式...嗯?正在脑海中整理日程的刘知珉把被子往下拉。不知是不是在用力抵抗,看不见她的脸。这又是要干什么。刘知珉调整姿势,用手臂撑起头。


"안 잤어요?"  没睡吗?

"잘 거에요…"  "要去睡了…"

"잘자요."  晚安。


다시 한번 이불을 잡아당겼으나 역시나 요지부동이었다.
再次拉了拉被子,但还是纹丝不动。


"그냥 좀…기분이 이상했어요."  "就是…感觉有点奇怪。"

"나도 지금 그래요."  "我现在也是这样。"

"…많이 좋아했어요?"  "…很喜欢吗?"

"영화요?"  "电影吗?"

"…아뇨."  "...不是。"

"성한나?"  "成汉娜?"

"한유진…"  "韩柚珍……"


왜 그 이름이 여기에서도 나오는 건데. 刘知珉이 입술을 물었다 놓으며 되물었다. 걔를 金旼炡씨가 어떻게 알아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金旼炡이 한유진을 알아보고, 그 이전에 연예인도 아닌 한유진이 시사회에 참석할 가능성이얼마나…
为什么那个名字在这里也出现了。刘知珉咬了咬嘴唇反问道。她怎么会认识金旼炡xi。这让她无法理解。在那么多人当中,金旼炡认出了韩宥真,而且在那之前,一个非娱乐圈的韩宥真出现在试映会的可能性有多大…


"식당에서 봤잖아요 차석현씨."  "不是在餐厅见过吗,车锡铉先生。"

"…그런데요."  "…然后呢。"

"그 영화 투자자래요."  "听说她是那部电影的投资人。"

"감독이…누구라고 했죠."  "导演...是谁来着?"

"최재생 감독님이요."  "最在生导演。"


그 새끼도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刘知珉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불 위에 손을 올렸다. 또 한 번 밀려났다.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这小子也知道啊。那就是另一回事了。刘知珉苦笑着把手放在被子上。又一次被推开了。无论经历多少次都无法习惯。


"성한나가 아니라 한유진이었어요?"  不是成汉娜而是韩宥真?

"……"

"좋아…했죠. 되게 많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我...喜欢过她。非常喜欢,喜欢到都觉得不可思议。

"……"

"그러면 뭐해요. 어차피 헤어졌는데, 걔한테는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 생겼는데."
那又能怎样呢。反正已经分手了,她也有了比我更重要的人。

"……"

"너무 신경 쓰지마요. 어차피 걔는 나 아니야."
别太操心了。反正那家伙不是我。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金旼炡이 본 게 한유진이었다면.刘知珉은 이불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다 그대로 끌어안았다. 움찔거리던 이불이 바스락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에 감기는 팔을 확인하고 刘知珉도 옆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 원래 제 자리인 양 들어 맞는 품이 신기하기는 했다. 기억력도 좋다 한 번 본 사람을 어떻게 알아챘대. 낮게 중얼거리며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如果金旼炡看到的是韩裕珍的话,那就是另一番说法了。刘知珉用手掌抚平被子,然后抱住了它。原本颤抖的被子开始沙沙作响地移动。确认到腰间环绕的手臂后,刘知珉也紧紧地侧身贴了上去。像是原本就属于这里一般契合的怀抱确实让人觉得神奇。记忆力真好啊,怎么能认出只见过一面的人呢。她低声嘟囔着抚摸着对方的头发。


"흔한 이름은…아니니까요."  "因为不是很常见的名字……"

"그건 그러네."  这倒是。

"…괜히 말한 거에요?"  "……我是不是说错话了?"

"아뇨, 고마워요. 둘이 영화 보러간 거 몰랐으면 약 들고 찾아갈 뻔 했거든요."
"不,谢谢你。要不是知道她们俩去看电影了,我差点就拿着药去找她了。"


유지현이 연락하지 않은 이유도 뻔했다. 병실에 이미 죽치고 앉아 있었을 텐데 양심이 남아 있으면 말렸겠지.
刘智贤没联系的理由也很明显。她肯定已经在病房里找好位置蹲着了,要是有点良心的话早该阻止我了。


"맞다,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갈 거니까 아침 준비하지 말고 자요. 출근길에 카페에서 적당한 거 사먹을 거에요."
"对了,明天早上我要早点出门,你不用准备早餐了,直接睡吧。我上班路上会在咖啡店买点什么吃的。"

"…네. 점심에는 밥 챙겨 먹어요."
……好的。记得按时吃午饭。

"그리고 다음부터는 말로 해요 꼭. 나 진짜 관심법 같은 거 쓸 줄 몰라요."
"以后这种事一定要说出来。我真的不会用读心术之类的东西。"

"키스를 왜 해요 그러게…그냥 이렇게 안아만 주지."
"为什么要接吻啊...就这样只是抱着就好了。"

"예뻐서요."  "因为好看。"

"…네?"  "……什么?"

"못 들었으면 말아요."  没听到就算了。


작은 몸을 힘주어 안으며 한숨을 삼켰다. 이렇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다행인건가? 혼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내어줘야만 한다. 그 옆은 더이상 제 것이 아니다. 흔적은 지워질 것이고, 기억은 흐릿해질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건 그 뿐이었다.
她紧紧抱住那具小小的身体,咽下一声叹息。能够这样知道也算是幸运了吧……真的是幸运吗?就算独自不愿承认,也改变不了什么。必须放手了。那个人的身边已经不再属于自己。痕迹会被抹去,记忆也会变得模糊。时间能解决的也就只有这些了。










검사를 상대로 사기칠 생각을 하다니. 刘知珉은 대놓고 언짢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제 앞으로 건네지는 와인잔을 밀어냈다. 허나 맞은편에 앉은 사람 역시 그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는 것처럼 대신 잔을 가져가서 보란 듯이 홀짝였다. 덕분에 별탈 없이 청문회를 패스 했으니 신세 갚을 겸 기껏 시간 빼서 왔는데 선심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 그러나 상대방이 상대방이었다. 타박도, 잔소리도, 짜증도 어느 정도 들어 먹는 이에게나 통했다. 머릿속에 펼쳐진 넓은 꽃밭에서 나비나 잡으러 다니는 애한테 말해봤자 입만 아팠다. 질린다는 눈빛 또한 남희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居然想要欺骗检察官。刘知珉显露出明显不悦的神色,推开了递到面前的酒杯。然而对面坐着的人似乎早已料到这样的反应,代替她拿起酒杯,故意当着她的面喝了一口。多亏你才顺利通过了听证会,特意抽出时间来报答你的恩情,你却这样利用我的好意?但是对方毕竟是那个对方。责备也好,唠叨也罢,就连不耐烦的态度,也只对那些愿意听进去的人才有用。对着一个在脑海中铺开的花田里只顾着追蝴蝶的人说这些,只会白费口舌。就连嫌弃的眼神,在南希秀面前也变得毫无用处。

그새 와인을 말끔히 비워내서 빈잔을 흔들어 보였다. 진짜 안 마셔? 차 가지고 왔어. 기사 붙여줄게. 내가 지금 술 마실 기분이겠니.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던 남희수가 서버에게 손을 까딱였다. 집어드는 잔은 아까보다 볼이 좁고 길쭉했고, 찰랑이는 황금빛 물결은 가벼운 미소와 퍽 잘 어울렸다.
才一会儿功夫就已经把红酒喝得干干净净,她晃了晃空酒杯。真的不喝吗?我带了车来,可以帮你叫代驾。你觉得我现在会有心情喝酒吗?装作思考了一会儿的南熙秀对服务生轻轻挥了挥手。她端起的酒杯比之前那个杯口更窄更修长,杯中荡漾的金色液体与她浅浅的微笑相得益彰。


"안 마실 기분은 또 뭐야."
你怎么又不想喝了。

"사고친 거 수습 좀 도와달라며."
不是说要帮忙处理惹的麻烦吗。


남희수는 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세명 고등학교 총동문회. 플래카드에 찍힌 문구를 곱씹던 刘知珉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혈연, 지연, 학연 빼고 굴러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저런 시답잖은 짓거리는 없어질 만 하지 않나. 刘知珉은 결린 어깨를 연신 매만지며 혀를 찼다.
南熙秀用没端酒杯的手指向身后。世明高中校友总会。在看到横幅上的字时,刘知珉不由得紧皱眉头。就算说韩国离不开血缘、地缘和学缘关系,这种无聊的把戏也该消失了吧。刘知珉不停揉着酸痛的肩膀,啧了一声。


"그래서 넌 얼마나 넣었어."  "所以你投了多少?"

"뭐가."  "什么?"

"발전기금이요, 저거 후배님들 장학금으로 쓰인다니까 좋은 마음으로 넉넉하게"
"发展基金啊,听说是用作后辈们的奖学金,就怀着好心多给一些"

"야 나 너희 연봉 반도 안 되는 공무원이야."
"喂,我可是公务员,薪水连你们的一半都不到。"


테이블에 잔을 내려둔 남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서 검사님이 지금 입고 있는 셔츠는 어디에서 건너 왔지? 파리? 밀라노? 집안 사정 뻔히 아는 사이끼리는 말꼬리 잡아봤자 피차일반이다.
姜熙秀放下杯子,点点头问道:"所以检察官现在穿的衬衫是从哪里来的?巴黎?米兰?"知根知底的人之间,就算互相揪着话柄也是半斤八两。


"그리고 정작 집안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가 나서."
况且家里人都没有动静,你为什么要出头。


이번에도 남희수는 어쩌라는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샴페인을 마셨다. 서버에게 부탁한 얼음물만 연신 비워내는 刘知珉과 몹시도 상반되는 여유로움이었다.
这回南羲洙也只是无所谓地耸了耸肩,继续品着香槟。这份悠然自得的态度,与不停喝着向服务员要来的冰水的刘知珉形成了鲜明的对比。


"언니 요즘 엄청 바쁘잖아. 준비할 거 한 두개가 아냐, 나도 오빠 결혼할 때 옆에서 지켜봐서 알아."
"姐姐你最近不是超级忙吗。要准备的东西可不是一两件,我当时在旁边看着哥哥结婚也知道。"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다. 刘知珉은 얼음을 씹어 삼키고 자세를 고쳐 반대쪽으로 다리를 꼬았다.
安分守己还能有个中等,刘知珉嚼着冰块吞咽下去,换了个姿势把腿交叠到另一边。


"야."  "喂。"

"뭐."  "什么。"

"안 가봐도 돼?"  "不去看看吗?"


남희수가 잔을 구르며 건너편 테이블로 눈짓했다. 저러다 애들이 주는 술 다 받아 마실 것 같은데. 刘知珉이 남희수가 덧붙인 말을 애써 무시하며 딴청을 피웠다. 물기 어린 잔을 만지작거리고, 식탁 위에 있던 냅킨으로 종이접기를 하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티를 지우지 못했다. 남희수는 테이블 아래로 발을 뻗어 刘知珉을 툭툭 건드렸다. 또 싸웠냐 설마? 이래서 동창이니 동문이니 하는 연락은 최대한 받지 않았던 거다. 남의 속도 모르고 자꾸 긁어대니까. 물론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刘知珉도 익히 알고 있었다.
南熙秀转动着酒杯,朝对面的桌子使了个眼色。看这样子她可能会把孩子们给的酒都喝光。刘知珉刻意无视南熙秀补充的话,装作心不在焉。摆弄着沾着水珠的酒杯,用桌上的餐巾折纸。她不想在意。尽管如此,她还是掩饰不住自己不想在意的样子。南熙秀在桌子下伸出脚轻轻碰了碰刘知珉。该不会又吵架了吧?这就是为什么她尽量不接同窗同学的联络。总是不懂别人的心思就乱戳。当然,刘知珉也深知她并没有这个意图。

모르니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남들 눈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던 친구에 불과하니까,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소 멀어진 친구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더욱이 한 명은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연수원으로 갔고, 한 명은 졸업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랐다. 타이밍이 타이밍이었다. 곱게 접은 학은 맞은편으로 던졌다. 남희수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과자를 집어먹었다.
她们会说这种话只是因为她们不了解。在别人眼里,她们只是从高中就一直形影不离的朋友,后来因为社会工作而稍有疏远的朋友罢了。更何况,一个人没读完大学就去了研修院,另一个人一毕业就出国留学了。时机就是时机。她把折好的纸鹤扔向对面。南希秀连看都不看一眼,只顾着吃零食。


"언제 철 들래 知珉아."  "知珉啊,你什么时候才能懂事。"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别人也就算了,我不想从你这里听到这种话。"

"원래 이 맘때 되게 뒤숭숭하대. 결혼 준비하면서 깨지는 커플도 되게 많다고 하잖아."
"听说这个时候总是很不安稳。筹备婚礼的时候分手的情侣不是也很多吗?"

"어쩌라고 그래서."  "那你想怎么样?"


오늘부터 물 떠다두고 깨지기를 빌어볼까? 목구멍에서 넘실거리는 비아냥은 겨우 삼켜두고 서버에게 탄산수를 부탁했다. 남희수는 제법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너편 테이블을 지켜보다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시했다. 오히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고싶지 않았다. 나서봤자 득되는 게 없었다.
从今天起要不要准备好水,然后期待她摔倒?勉强咽下喉咙里翻涌的嘲讽,向服务员要了气泡水。南希秀带着相当担忧的表情注视着对面的桌子,轻轻叹了口气。我选择无视。反而把头转向另一边。不想看到。就算出面也不会有什么好处。


"또 마신다. 저게 몇 잔 째야 도대체."
"又喝。这都第几杯了。"

"지방 방송 좀 꺼라."  "把地方台关了。"

"유진언니도 보면 은근히 거절 잘 못 하더라. 술 마시면 말랑말랑해져 사람이."
"有珍姐姐看到了也会不太好意思拒绝。喝了酒后人就变得软软的。"

"돈 냈으니까 나 이제 가도 돼?"
"我已经付钱了,现在可以走了吗?"

"오랜만에 애들 봐서 기분 좋은 건가."
"好久不见孩子们真让人开心啊。"


刘知珉은 서버에게 받은 탄산수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들여다봤다. 국토부에서는 전세 사기 관련 특별 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했고, 식약처 조사 결과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 됐고, 반도체 산업에 5년간 2.8조를 지원하고, 한유진은 며칠 전에 몸이 안 좋아서 입원까지 했었다. 핸드폰을 옆으로 치워낸 刘知珉이 냅킨을 구겨 남희수에게 던졌다. 날아간 냅킨은 정확히 남희수의 얼굴로 안착했다. 쟤 취하면 아무나 붙잡고 시비 걸어. 쟤들은 다 유진언니 좋아하는 애들이라 그런 거 딱히 신경 안 쓸 걸. 그 쓸데없이 빠른 눈치는 샴페인이랑 같이 팔아 먹고 온 건가 싶다.
刘知珉喝着服务员端来的苏打水,用手机浏览着新闻。国土部发布了关于全租房诈骗的专项整治中期结果,食药署调查显示全国 34 个污水处理厂检测出冰毒,半导体产业将在 5 年内获得 2.8 万亿的支持,韩宥真前几天身体不适还住了院。刘知珉把手机放到一边,揉成团的餐巾纸扔向南熙秀。餐巾纸精准地落在了南熙秀的脸上。那家伙喝醉了就会找任何人挑衅。那些人都是喜欢有真姐姐的人,应该不会太在意这种事。这种没必要的敏锐观察力,该不会是和香槟一起卖掉了吧。


"남희수."  南希秀

"아 뭐요."  "啊,什么啊。"

"한유진 아팠어."  "韩宥真生病了。"


그제야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她这才看向我。


"넌 그 좋은 머리를 나쁜 놈들 잡을 때만 쓰는 거야?"
"你那么聪明的脑子就只用来抓坏人吗?"


뜬금없는 핀잔이었다. 남희수는 테이블에 떨어져 있는 냅킨을 주워 고스란히 刘知珉을 향해 내던졌다.
这是一个突如其来的讽刺。南希秀捡起桌上掉落的餐巾纸,直接朝刘知珉扔了过去。


"그치, 언니는 이사장님 조카라서 이런 자리 올 수밖에 없겠지. 너는 그거 아니까 당연히 불참했을 거고."
"是啊,你姐姐毕竟是理事长的侄女,这种场合肯定得来。你因为知道这点,自然就不来了。"

"결론만 말해."  长话短说。

"언니가 나한테 이걸 왜 부탁했겠어?"
"姐姐为什么要拜托我做这个呢?"

"좋아하잖아 너 이런 거."  "你不是很喜欢这种的吗。"

"응, 그리고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너 부를 사람도 나 밖에 없거든. 이해가 되니 이제?"
"是啊,而且非要说谎也只能找我来叫你不是吗。现在明白了吧?"


깜빡했다. 남희수와 한유진이 꽤나 친하게 지냈다는 것을. 刘知珉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받치며 테이블에 기댔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我忘记了。南希秀和韩有珍关系相当亲密这件事。刘知珉用手掌撑着额头倚在桌子上。虽然滴酒未沾,头却一阵阵发痛。


"언니 결혼한다니까 말하는 건데…"  我说这话是因为姐姐要结婚了..

"입 닫아."  闭嘴。

"난 솔직히 둘이 사귀는 줄 알았어. 그래서 유학 간다고 할 때도 결국 대한민국의 속박과 굴레를 집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나는구나, 라고 생각 했었는데."
说实话,我原以为你们两个在谈恋爱。所以当听说要出国留学的时候,我还以为你们是要抛开韩国的束缚和枷锁,远走她乡寻找幸福呢。


그게 아니면 차라리 진탕 술을 마셔서 취했어야 했다. 남희수는 테이블 구석에 있던 종이학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차상무님이 영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돈만 내고 일찍 연회장을 나갔더라면, 평소처럼 술잔을 들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더라면 저 이름까지는 듣지 않았을 텐데. 언제나 후회는 뒤늦게 찾아왔다.
不然的话就该痛痛快快地喝个烂醉。南熙洙用手指轻轻戳着桌角的纸鹤,继续说道。谁能想到车常务在英国等着呢。如果只付了钱就早早离开宴会厅,像平时一样端着酒杯和别人应酬,就不会听到那个名字了。后悔总是姗姗来迟。


"아무튼 이거 너 때문에 언니가 굳이 만든 자리니까 자존심 그만 부리고 가서 화해하는 건 어떠니?"
"总之这是姐姐特意为了你安排的场合,你能不能放下自尊去和解一下呢?"

"부릴 자존심이 남아 있었으면…됐다 너한테 말해봤자 뭐하겠어."
"如果还有自尊心要摆的话...算了跟你说什么都没用。"

"그런데 저 새끼들은 임자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저렇게 치근덕 거리네. 아 몰라, 지지고 볶고 싸우든 키스하든 둘이 알아서 하시고."
"明明知道她已经有对象了还这样死缠烂打。算了,爱吵架爱亲热都随她俩去吧。"


미적지근해져서 탄산도 거의 다 빠진 샴페인을 단번에 들이킨 남희수가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는 것이었다. 머저리들 뚝배기를 어떻게 후려야 잘 깼다고 소문이 날까. 기어코 아이스버킷에 담긴 금색 병을 집어들려고 손을 뻗는 것이었다. 그것은 엄연한 범죄였다. 더욱이 주먹이 아니라 흉기로 친다면 특수폭행으로 가중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설마 전화로 얘기했던 사고라는 게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까. 刘知珉은 그립감을 확인하는 남희수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南希秀一口气喝完了已经变温且几乎失去所有气泡的香槟,随后推开椅子站了起来。她四处张望,似乎在寻找什么。该怎么打这些蠢货的脑袋才能让人们传开呢。她终于伸手去拿冰桶里的金色酒瓶。这明显是犯罪行为。而且,如果不是用拳头而是用凶器的话,还会因为特殊暴力而加重处罚。难道电话里说的事故就是指这种情况吗。刘知珉看着正在确认握感的南希秀,站起了身。

검사니까 그랬다. 하필 법을 다루는 직업이니까, 괜한 일에 휩싸이면 이래저래 곤란해지니까. 버킷이라도 챙겨가라는 남희수의 목소리는 더이상 신경 쓸 게 아니었다. 숨을 고른 刘知珉이 저만치 떨어져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거치적스럽게 둘러싼 사람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아 대신 마시는 것도, 지저분한 추파로부터 떨어트려 놓는 것도, 아는체 하는 이들에게 대충 인사하며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는 것도 그저 익숙하기만 했다. 손목에 닿는 온기에 멈칫했지만 물러나려는 손을 낚아채 이내 단단히 고쳐 잡았다. 
因为她是检察官。偏偏是个从事法律相关工作的人,要是卷入不必要的事情会很麻烦。对于南希秀说要带个水桶去的话也不必在意了。刘知珉平复了呼吸,朝着远处的桌子走去。穿过碍事的人群并不困难。从她手中夺过酒杯替她喝掉,把她从那些下流的调情中拉开,对着打招呼的人敷衍回应并悄悄后退,这些都已经轻车熟路。虽然手腕上传来的温度让她一愣,但还是牢牢抓住了想要抽离的那只手。

이 정도는, 여기까지는 괜찮은 거겠지.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변명만 되뇌이며 자리를 벗어났다. 구석진 테이블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주인 없는 의자에 한유진을 앉혀둔 刘知珉은 겨우 입을 열었다. 차가운 물 가지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대답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젓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놓아버리면 다시는 닿을 수 없다는 듯이.
这种程度,到这个地步应该还可以吧。一边对着不知是谁的辩解自言自语,一边离开了原地。找到一张角落的桌子,向那边移动脚步。把韩柔珍安置在无主的椅子上后,刘知珉好不容易开口说道:我去拿些冷水,稍等一下。没有回答。既没有点头,也没有摇头。只是静静地握着手。仿佛一旦松开就再也无法触及一般。


"알아서 적당히 끊어 냈어야지."  "你应该适可而止的。"

"……"

"계속 그렇게 주는대로 받아 마실 생각이었어?"
你打算就这样一直接受别人给你的东西吗?


그제야 얼굴을 들어올려 저를 바라봤다. 피하지는 않았다. 얽히는 시선에서도 굳이 감정을 읽어내려 하지 않았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손에 힘을 풀었다. 입이 바짝 말라왔다.
她这才抬起头看向我。没有回避。我也没有刻意去解读彼此交织的目光中的情绪。我在心里咽下一声叹息,放松了手上的力道。嘴唇变得干涩。


"…그래야 너가 오잖아."  "...这样你才会来啊。"

"한유진."  "韩柔眯。"

"내가 또 뭘 잘못했는데…"  "我又做错什么了啊…"


눈동자에는 금방 물기가 아른거렸다. 刘知珉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눈가에 가까이 가기도 전에 한유진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슬아슬하게 엮인 손가락을 그저 바라만 보던 刘知珉이 마른침을 삼키고 주위를 살폈다.몇몇은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회장을 두리번 거리지만, 대부분은 저희들 끼리 웃고 떠들기에 바빠 보였다. 刘知珉은 입술을 달싹이다 한 손으로 한유진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眼眸中立刻泛起了水光。刘知珉下意识伸出了手,但还没碰到眼眶,韩宥真就转过了头。刘知珉看着那些悬垂交错的手指,干咽了一下,扫视了一下四周。虽然有几个人像是在等待什么人似的东张西望着宴会厅,但大多数人都忙着自顾自地笑闹。刘知珉动了动嘴唇,用一只手整理着韩宥真的头发。


"아픈 애가 왜 술을 마셔…"
"生病的人为什么要喝酒啊…"

"…다 나았어."  "……已经痊愈了。"

"유진아."  "有真啊。"

"그냥 감기였어, 약 먹고 끝냈다고."
"就是感冒而已,吃了药就好了。"


숨기려는 걸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刘知珉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렸다.
她不想故意把想要隐藏的事情挑明。刘知珉点了点头,放下了手。


"지금은…괜찮아?"  "现在...还好吗?"

"……"

"건강 좀 챙겨. 너 요즘 많이 바쁘다며."
要照顾好身体啊。听说你最近挺忙的。

"……"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으면"  "光是压力就已经够大了"


맞잡은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한유진은 刘知珉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十指相扣的手中充满了力量。韩有珍抬头看着刘知珉问道。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어?"
"你就只有这句话要说吗?"


그러면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너는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걸까. 刘知珉은 입을 열지 못했다. 붙잡고 있던 손이 아래로 떨어져도 묵묵히 한유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那在这里该说些什么呢。你又想听到什么呢。刘知珉无法开口。即使抓着的手垂落下来,她也只是默默地注视着韩宥真。


"어떻게 묻어 7년을."  怎么才能埋葬七年啊。

"……"

"나는 못해. 너 안 보고 살 자신 없어."
"我做不到。没有你在身边,我无法活下去。"

"……"

"그건…진짜 안돼."  "这…绝对不行。"


어떻게 말해도 듣지 않을 거다. 결국 또 제자리였다. 이래서 부모님들의 연락도 다 피했던 건데,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번번이 미뤄왔던 건데. 그 모든 수고와 다짐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고개를 끄덕일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낸 刘知珉이 빈 의자에 느릿하게 몸을 내렸다. 겨우 샴페인 한 잔에 취한 것처럼 머릿속이 흐릿하기만 했다. 제대로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한유진은 익숙하게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대어 왔다. 집에 가자 知珉아. 
不管怎么说都不会听的。最终还是回到原点。这就是为什么一直躲避父母的联系,以忙为由一次次推迟约定。所有的努力和决心在一瞬间化为泡影。刘知珉强忍住差点点头的冲动,缓缓地坐进空椅子里。仿佛只是一杯香槟就醉了般,脑子里一片模糊。无法做出正确的判断。就像回到了那个时候。韩宥真熟练地挽住她的手臂,靠在她肩上。回家吧,知珉。

도수가 높은 샴페인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속이 뜨거울 리가 없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멋대로 심장이 뛸리 없는 것이다. 刘知珉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오른손으로 바지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희수와 함께 있던 테이블에 핸드폰이며 차키며 전부 두고 왔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一定是度数很高的香槟。不然不会这样胸口发烫。不然心跳也不会这样不受控制地加速。刘知珉闭上眼睛又睁开,右手摸索着裤子口袋。什么也没摸到。她这才意识到手机和车钥匙全都落在了和南希秀一起坐过的桌子上。


"대검으로 가면 바쁜 거 좀 나아져?"
去大检查厅的话工作能不能轻松一点?

"인사 아직 확정 난 거 아니야."
"人事问题还没有最终确定。"

"아빠한테 말해볼게."  "我去和爸爸说说。"

"됐어, 아버지 장관으로 계실 때는 차라리 한직으로 가서 쉬다 오는 게 마음 편해."
"算了,等父亲当上部长的时候,我还不如去个清闲的岗位歇一歇更自在。"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얽히는 것은 손바닥에 찬 땀을 닦는 척 피했다. 한유진도 그것까지는 욕심 내지 않는 듯 보였다. 짤막한 숨을 내뱉은 刘知珉이 애먼 바지춤을 잡았다 놓았다. 이번에는 검지로 손가락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갔다. 刘知珉.
她装作擦拭手心的汗水,避免了手指自然交缠。韩柔珍似乎也并不贪求到这种程度。刘知珉短促地呼出一口气,无意识地抓了抓裤腰又松开。这一次,她用食指在她的手指上写下了什么。刘知珉。


"왜."  "干嘛。"


대답하듯 검지가 움직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刘知珉은 이내 고개를 들어 연회장을 눈에 담았다. 나름 화기애애해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웃음을 터트리고, 퍽 진지한 얼굴로 설전을 벌이고. 그러다 불현듯 뺨에손바닥이 닿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고개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뒀다. 다시금 시선이 엉켰다.
食指动了动,像是在回答。目睹这一幕的刘知珉随即抬起头,将宴会厅的景象收入眼中。看起来倒是其乐融融。三三两两地聚在一起聊天时爆发出笑声,又时而一脸严肃地争论。就在这时,一只手掌突然贴上了她的脸颊。接着小心翼翼地施力,将她的脸转向自己这边。视线再次交汇。


"살 내린 것 같아."  感觉下肉了。

"그대로야."  "还是老样子。"

"거짓말."  "骗人。"

"너나 잘 챙겨 먹어. 오죽하면 어머님이 나한테 전화를 해."
"你自己也要好好吃饭。你看,连妈都打电话给我了。"

"이번에는 진짜 다른 얘기 안 했어…"
"这次真的没说其她的话..."


刘知珉은 한유진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한유진은 손가락으로 턱선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빠졌다니까. 맞부딪히는 눈빛에는 차츰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刘知珉은 한유진의 손을 붙잡아 허벅지로 내려놓았다.
刘知珉望着韩宥真叹了口气。韩宥真用手指抚摸着下巴线条,喃喃自语。已经深陷其中了。四目相对时,情绪渐渐交织在一起。刘知珉抓住韩宥真的手,放在了大腿上。


"기사님 불러. 괜히 더 있다가 애들한테 붙잡히지 말고."
叫司机过来吧。别在这里继续呆着被孩子们缠住了。

"너도 차 가지고 왔을 거 아냐."
"你应该也开车来了吧。"

"알아서 타고 갈게 나는."  "我自己想办法回去。"

"어차피 술 마셔서 운전 못 하잖아. 그냥 같이 타고 가."
"你喝了酒反正也不能开车。就一起坐车回去吧。"

"내일도 출근해야 돼."  "明天还得去上班。"

"비서관한테 너희 집까지 가져다 놓으라고 할게."
"我会让秘书送到你家去。"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刘知珉은 빠져 나갈 구멍은 찾았고, 한유진은 그 구멍을 틀어막았다.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늘 이 앞에만 서면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무언가를 꺼내두지는 못했다. 대답 없는 刘知珉을 지켜보던 한유진이 손을 들어올려 머리카락에 붙어 있던 먼지를 떼어냈다. 나도 잠깐 회사 나갔다 와야 돼. 덧붙인 문장에 담긴 뜻을 기어코 읽어내는 스스로가 그저 한심하기만 했다.
她们彼此实在太了解对方了。刘知珉找到了逃脱的出口,韩宥真则堵住了那个出口。接下来该怎么办呢。每次站在这一步时总是会陷入困境。嘴唇微动,却最终没能说出什么。注视着没有回应的刘知珉,韩宥真抬起手,拂去了她头发上的灰尘。我也得暂时去趟公司。她不禁读懂了这句附加语中的含义,只觉得自己太过可悲。

刘知珉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한유진은 옆으로 바짝 붙어 테이블 아래로 손을 잡았다. 희수한테 인사만 하고 가자. 刘知珉이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만 내려다봤다. 너른 공간을 잔잔히 유영하는 이름 모를 클래식을 따라 한유진이 엄지 손가락으로 손등을 두드렸다. 술은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으면 운전을 할 수 있었을 거고, 테이블에 있던 차키와 핸드폰을 챙겨 연회장을 빠져나갔을 거다. 만약 그랬다면, 그게 가능했다면 적어도 이런 꼴은 마주하지 않았을 거다. 음악이 바뀌었다. 손등을 감싸던 온기가 사라졌다. 시야로는 반듯한 구두가 들어찼다.
刘知珉默默低下了头。韩宥真紧紧挨着她坐在旁边,在桌子下面握住了她的手。跟熙洙打个招呼就走吧。刘知珉只是盯着光亮的大理石地面。韩宥真跟随着在宽敞空间中轻轻流淌的不知名古典乐,用拇指轻敲着她的手背。早知道就不该喝酒。如果没喝的话,她就能开车,拿上桌上的车钥匙和手机离开宴会厅了。如果那样的话,如果那是可能的话,至少就不会面对这种场面了。音乐换了。覆在手背上的温暖消失了。视线中出现了一双整齐的皮鞋。


"知珉씨도 같이 있었네요?"  "知珉也在一起啊?"


刘知珉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刘知珉慢慢抬起头。


"오빠가 여기는 어떻게…"  "欧巴怎么会在这里..."

"술 많이 마셨다는 것 같아서 데리러 왔지."
"因为听说你喝了很多酒,所以来接你了。"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은 사람이 제 눈 앞에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서. 비로소 현실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刘知珉은 있는 힘껏 주먹을 말아쥐었다.
世上最不想看见的人就站在眼前。一如既往地带着整洁从容的微笑。这一刻终于有了被抛入现实的感觉。刘知珉用尽全力攥紧了拳头。


"진짜 빨갛네."  "真的好红啊。"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서는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라보는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꾸며낸 애정이 아니다 저건. 최소한 6년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됐을 수도 있다. 차석현을 올려다보던 刘知珉이 쓰린 한숨을 삼켜냈다.
抚摸脸颊的动作毫无违和感。凝视的眼神也是如此。那绝非虚假的爱意。至少有六年了。或许更久。抬眼望着车锡铉的刘知珉咽下一声苦涩的叹息。


"약속했던 건 다섯잔이었는데, 설마 넘긴 건가?"
"明明说好是五杯的,难道我喝超了吗?"

"별로 안 마셨어요. 와인이 도수 높아서 그래요."
"我没喝多少。葡萄酒的度数太高了。"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유진을 대신해서 대답하는 것도 刘知珉이다. 한유진을 바라보던 차석현도, 차석현을 바라보던 한유진도 그제야 刘知珉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이 관계에서 불청객은 정해져 있다. 차석현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러네요 知珉씨가 옆에서 잘 챙겨주셨겠죠. 속 편한 소리였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니까 저런 얘기를 꺼내두는 거다.
即便如此,代替着进退两难的韩宥真作出回答的还是刘知珉。注视着韩宥真的车硕贤,以及注视着车硕贤的韩宥真,这时才将视线转向刘知珉。只有一点是明确的。在这段关系中,不速之客已经注定。车硕贤露出和善的笑容回答道。是啊,有知珉在旁边照顾得很好吧。这话说得轻松。正因为真的什么都不知道,才会说出这样的话。


"정말 조만간 식사 자리 한 번 마련해야겠어요."
"真的得尽快约个时间一起吃饭才行。"

"오빠 오늘 미팅 있다고 하지 않았어?"
"哥哥今天不是说有会议吗?"

"회의만 끝내고 바로 온 거야 너 보려고."
"开完会就直接来见你了。"


더 듣고 있을것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刘知珉은 입술을 말아물며 의자를 밀어냈다.
没什么可听的了,也不想听下去。刘知珉咬着嘴唇推开了椅子。


"知珉아"  "知珉啊"


한유진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몸은 가눌 수 있을 정도로 술을 마셔야 했다. 뒤따라 일어나려다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한유진을 차석현이 가뿐히 부축했다. 刘知珉의 손이 미처 닿기도 전에.
韩柔珍也一样。她至少得保证喝完酒后还能够自己站稳。当她起身时一个踉跄差点摔倒,车硕铉眼疾手快地扶住了她,刘知珉的手都还没来得及伸过去。


"진짜 취했네. 이건 어머님한테 비밀로 해야겠다."
"真的醉了。这件事得瞒着妈妈。"

"……"

"집에 가자 유진아."  "回家吧玉珍。"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 자명한 사실을 이렇게 또 확인 받는다. 차석현을 쳐다보던 刘知珉이 야트막한 헛웃음을 내뱉었다. 혹시 知珉씨도 유진이랑 같이 오셨나요? 차석현이 그렇게 물으며 한유진의 허리를 감쌌다.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의 힘이 저절로 풀렸다.
不行的就是不行。再次确认了这个显而易见的事实。注视着车锡贤的刘知珉发出了一声低沉的苦笑。难道知珉xi也是和玉珍一起来的吗?车锡贤这样问着,同时搂住了韩玉珍的腰。原本握紧的拳头不自觉地松开了。


"그러면 저희랑 같이"  那么就和我们一起

"제가 왜요."  "为什么是我?"

"오빠."  欧巴


차석현이 뱉어낸 문장은 끝마쳐지지 못했다. 말허리를 잘라낸 刘知珉이 한유진을 바라보며 대답을 이어갔다. 가는 길도 다른데 뭐하러 제가 동행합니까. 차석현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车锡铉的话还没说完。刘知珉打断了她的话,看向韩宥真继续回答道。既然不是同路,何必要一起走。车锡铉尴尬地点了点头。


"먼저 가보겠습니다."  "我先走一步。"

"刘知珉."

"나중에 또 뵙죠."  "改天再见。"


자리를 피해준 거였나, 그게 아니면 도망친 거였나. 처음 앉아 있던 테이블로 돌아온 刘知珉은 덩그러니 남겨진 핸드폰과 차키를 챙겨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명치에서부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무릎을 짚은 채 숨을 골랐다.
是为了避开而离开,还是仅仅是逃跑。回到原先坐的桌子旁的刘知珉,拿起孤零零留在那里的手机和车钥匙,离开了宴会厅。从胃部涌上一阵恶心。最终没走多远,她单膝跪地,努力平复呼吸。











리딩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잠시 짬을 내어 태준을 만났다. 무대인사는 기본이고 영화 홍보를 위해 라디오며 예능이며 각종 인터뷰며 이런저런 스케줄을 돌다보니 데이트할 시간은 부쩍이나 줄어들게 됐다. 태준의 활동이 마무리 될 때 즈음에는 제가 바톤터치 하듯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下班路上抽空见了泰俊。除了基本的见面问候外,还为了电影宣传而在电台、综艺和各种采访等行程中奔波,约会的时间也因此大大减少了。等到泰俊的宣传活动结束时,我也要像接力一样开始投入电视剧拍摄了。

반사전제작인만큼 쪽대본 걱정은 없었지만 정해진 기한 내에 촬영을 마치고 후작업에 들어가야 하반기 편성에 맞게 방송될 수 있는만큼 일정은 빡빡한 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에 정태준은 별안간 명품 로고가 박힌 종이가방을 건넸다. 요즘은 다시 향수 뿌리는 것 같길래 샀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받아들기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탁한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세컨드가 자주 쓰는 향수를 남자친구에게 선물받는 기분이란…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확연히 실감 났다. 이제라도 브랜드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서로 다른 향이 섞이면 더 티 날 수 있겠다는 합리화를 하며 박스만 만지작거렸다. 
虽然作为预制作不用担心分镜脚本的问题,但为了在规定期限内完成拍摄并进入后期制作,以便能按下半年编排播出,日程安排还是很紧张的。用完餐准备分别时,郑泰俊突然递过来一个印有奢侈品标志的纸袋。"最近看你好像又开始喷香水了,所以买了这个。"虽然道谢收下了,但内心某个角落却涌现出浑浊的罪恶感。从男朋友那里收到二号情人常用的香水作为礼物的感觉……这让她切实地意识到自己正在出轨的事实。虽然考虑要不要现在就换个品牌,但又自我安慰着如果混合不同的香味可能会更容易被发现,只好一直把玩着包装盒。

스케줄이 남은 태준을 배웅하고 차에 오르자 매니저는 바로 집으로 가겠냐며 물어왔다. 金旼炡은 마지막으로 주고 받았던 문자를 떠올리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느덧 창 밖에는 짙은 땅거미가 내려 앉아 있었다. 저녁은 먹고 일 하려나. 연락을 해보려다가도 바쁜데 방해하는 게 아닐까 싶어 핸드폰을 뒤집어놨다. 그래도 잊지 않고 하루에 세 번은 먼저 문자 보내주니까, 비록 전화는 제가 걸어야 하지만 귀찮다는 내색 없이 받아주니까. 刘知珉은 이따금씩 바라는 것도 많다고 말하지만 실상 놓고 보면 金旼炡이 원하는 건 소박했다.
送走还有日程的泰俊后上了车,经纪人问她是否直接回家。金旼炡想起最后互发的短信后回答说是。不知不觉间,窗外已经笼罩着浓重的暮色。不知道她吃了晚饭没有就开始工作了吧。想联系她,却又担心会打扰到她的工作,便把手机翻过来放着。不过她每天都不会忘记主动发三次短信,虽然必须是自己打电话过去,但她也从不表现出烦躁就接听了。刘知珉偶尔说自己要求很多,但实际上金旼炡想要的很简单。

시사회 이후로는 얼굴 보는 것도 어려워졌다. 출근 시간은 당겨졌고 퇴근 시간은 늦춰졌다. 혹시 작정하고 피하는 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자정 직전에 조용히 들어와서 씻자마자 바로 침대로 쓰러지는 사람에게 괜한 말을 얹고 싶지는 않아 옆에서 대본만 넘기고 또 넘겼다. 잠든 刘知珉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는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익혀갔다. 첫만남 때보다 부쩍 선명해진 턱선이 눈에 밟혔으나,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말고 챙겨먹으라는 말을 전하는 것 말고는 마땅히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남들처럼 밖에서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试映会后连见面都变得困难。她的上班时间提前了,下班时间推迟了。虽然也好奇是不是刻意在躲着我,但看着她午夜前悄悄回来,洗完澡就直接倒在床上的样子,我也不想多说什么,只是在一旁不停地翻着剧本。我渐渐学会满足于能静静地看着熟睡的刘知珉这个现实。虽然她比初次见面时下巴线条明显消瘦了许多,但除了叮嘱她再忙也别忘记吃饭外,我也没什么能为她做的。像普通人那样一起在外面吃顿饭都变得不容易。

지방 촬영하는 곳이 한적한 시골이던데 방 하나 따로 잡아줄까. 바람도 쐴 겸 주말에 잠깐 와서 쉬고 가면…金旼炡은 빠르게 고개를 휘저었다. 집에 와서 잠만 겨우 자고 가는 사람을 그 멀리까지 부르기도 미안했다. 그렇다고 매니저에게 부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니면 진짜 눈 한번 꽉 감고 보나마나 꼴이 뻔했다. 운전석에서 저를 끌어내리면 다행이지 본인은 황천길 가기 싫다며 택시를 잡아탈 수도 있었다. 金旼炡은 시트에 다리를 올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언니 직장인은 보통 휴가 언제쯤 내? 룸미러를 힐끔거리던 매니저가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대답을 전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차가 완전히 멈춰섰다. 오대표가 너 요즘 만나는 사람 없냐고 물어보더라. 뒷좌석에서 내리려던 金旼炡이 멈칫하고 매니저를 쳐다봤다. 내년이 재계약이잖아. 혹시라도 다른 소속사에서 찔러 보지는 않냐고 명함 같은 거 받지 않게 알아서 잘 관리하라고 난리야.
由于外地拍摄的地方是安静的乡下,要不要给你单独开个房间?趁着吹吹风,周末过来短暂休息一下的话……金旼炡快速摇了摇头。对于回家后只能勉强睡一觉就离开的人来说,叫她到那么远的地方也很过意不去。但也不能拜托经纪人。要不然真的闭上眼睛豁出去,结果肯定很明显。能从驾驶座把自己拖出来就算不错了,说不定她会以不想去阴间为由叫出租车。金旼炡把腿搭在座椅上调整姿势。姐姐,上班族一般什么时候请假?经纪人瞥了眼后视镜,回答说这也因人而异。没过多久,到达地下停车场的车完全停了下来。吴代表问你最近有没有在和谁交往。正要从后座下车的金旼炡顿了一下,看向经纪人。明年不是要续约吗?她在闹着说要注意管理好自己,别收其她公司的名片,以防她们试探。

金旼炡은 매니저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종이가방을 챙겨들었다. 다른 곳에서 괜찮은 오퍼 오면 언니도 무조건 나랑 같이 가는 거야. 완전히 몸을 돌린 매니저는 金旼炡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고생했고 올라가서 푹 쉬어 우리 겨울이. 바닥으로 발을 딛은 金旼炡이 가볍게 헛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하여간 제 버릇은 개 못 줬다. 그저 돈 되는 일이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징글징글한 인간. 金旼炡은 머릿속을 스치는 느물느물한 얼굴을 박박 지워내며 버튼을 꾹 눌렀다. 수십 초 뒤에 문이 열리면 현관문 앞에 놓인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金旼炡和经纪人做出同样的表情,拿起了纸袋。如果在其她地方有好的机会,姐姐一定要和我一起去。完全转过身的经纪人一边抚摸着金旼炡的头发一边点头。今天也辛苦了,上去好好休息吧,我们的冬天。踏上地面的金旼炡轻轻地假笑着走向电梯。果然本性难改。就是那种只要有钱赚就不顾一切往前冲的讨厌的人。金旼炡用力擦掉脑海中浮现的那张讨厌的脸,用力按下了按钮。几十秒后门开了,映入眼帘的是放在玄关前的盒子。

문을 열고 신발장 근처에 종이가방을 내려둔 金旼炡은 박스를 챙겨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박스를 하나씩 뜯으며 내용물을 테이블로 꺼내뒀다. 집에 가져다 두면 챙겨 먹기는 하겠지. 그냥 주면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내 꺼 주문하는 김에 같이 샀다고 하면 되려나.金旼炡은 드레스룸에서 챙겨온 백팩 안에 대본과 비타민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금방 두둑해진 백팩은 옆으로 치워두고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검사님 퇴근 언제 해요? 문자를 보낸 뒤에는 너저분해진 거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포장지는 주워서 휴지통에 넣어두고, 박스는 펼쳐서 구석으로 쌓아두고. 나갈 채비를 마치고 거실을 둘러보다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답장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서랍 안에 두지 말고 적어도 책상에는 올려 놓으라니까 말 진짜 안 들어. 金旼炡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백팩을 짊어 멨다. 知珉언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이름을 터치하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金旼炡打开门,把纸袋放在鞋柜附近,拿着盒子又走进屋里。她坐在沙发上,一个个拆开盒子,把里面的东西拿出来放在桌上。放在家里的话应该会记得吃吧。直接给的话可能不会收,要不就说是订我的时候顺便一起买的吧。金旼炡把从衣帽间拿来的剧本和维生素整整齐齐地放进背包里。很快就鼓起来的背包被放到一边,她拿起了手机。"检察官什么时候下班?"发完消息后,她开始收拾凌乱的客厅。包装纸收集起来扔进垃圾桶,纸盒展开后堆在角落。准备好要出门时环顾客厅,查看手机,果然还是没有回复。明明说了别放在抽屉里,至少要放在桌子上啊,真是不听话。金旼炡一边自言自语一边背上背包。点击已经变得相当熟悉的"知珉姐姐"这个名字,把手机放到耳边。

바로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연결음은 길게 이어질 거고, 고객님이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가 들려올 거라고 여겼었다. 어쩌면 그게 더 나았을 수도 있다.
我没想到她会立刻接电话。我以为会听到一长串的忙音,然后传来"客户暂时无法接听"的提示音。或许那样反而更好。


-…여보세요?  ……喂?


그런데 왜 낯선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걸까.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던 金旼炡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분명 야근을 한다고 했었는데. 金旼炡은 문틈 사이로 빠져 나와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可为什么陌生的声音却钻进了耳朵里。正准备走出玄关的金旼炡突然停住了脚步。明明说过要加班的。金旼炡从门缝中溜了出去,重新握紧了手机。


-旼炡이?  -旼炡?

"……"

-누구…세요?  您是...谁?


이름을 불러놓고 누구냐 묻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에서 던져야 했다. 우두커니 서서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던 金旼炡이 무거운 입술을 열었다. 旼炡이가 旼炡이지 누구겠어요. 미처 가다듬지 못한 날 선 목소리가 새어나가기는 했다.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시간에 왜 모르는 여자랑 같이 있고, 그 여자가 전화까지 대신 받는 건데. 金旼炡은 애써 한숨을 삼키며 바닥을 툭툭 발로 찼다. 씁쓸했다. 아쉬운 건 늘상 이쪽이었다. 도어락 키패드를 두드렸다. 숫자가 떠오르면 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叫了名字后又问是谁,这意味着什么呢。而且那个问题不该是那边问,而是这边该问才对。愣愣站着摆弄着背包带的金旼炡张开了沉重的嘴唇。我是旼炡还能是谁。虽然不小心透露出了些许锋利的语气。但这也是没办法的事。这个时间为什么会和不认识的女人在一起,而且那个女人还替她接电话。金旼炡强忍着叹息,用脚踢了踢地面。感觉很苦涩。遗憾的总是这边。她按下门锁键盘。数字浮现时快速输入密码,拉开了门把手。


-아니 그게요…얘가 지금 전화 받을 상태가 아니거든요
不是,那个...她现在不太方便接电话


그 뿐이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혹시 또 아픈 건가 싶어 걱정만 앞서면서.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무리를 하더니 결국 또 몸살이 왔나. 金旼炡은 현관문을 세게 닫고 뒤돌아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仅此而已。既不能再次进入房间,又担心她是否又生病了。心脏仿佛沉到了脚底。这样勉强自己,最后还是病倒了吗。金旼炡用力关上玄关的门,转身走向电梯。


"어디에요 거기?"  "那是哪里?"


이미 빨간색 불이 들어와 있는 버튼만 연달아 눌렀다. 건너편에서는 어째서인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金旼炡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她只是不断地按着已经亮起红灯的按钮。对面不知为何一直没有回应。金旼炡握着手机的手不由得攥紧了。


-…알려줘도 되나  ……可以告诉你吗

"네?"  "什么?"

-야 刘知珉 안 일어나면 진짜 물 뿌린다
喂刘知珉你再不起来我真的要泼水了

"…저기요."  "那个……"

-旼炡이 하트 이거 어떡해  -旼炡的爱心该怎么办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金旼炡이 1층과 닫힘버튼을 연이어 누르고 안전바를 움켜쥐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직장동료는 아닐 거고, 친구랑 같이 있는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떠돌아다녔다. 이제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불러야 했다.
金旼炡走进电梯,连续按下一层和关门按钮,紧抓扶手。看她那样说话,应该不是同事,是在和朋友一起吗?脑子里各种想法乱成一团。现在该挂断电话叫辆出租车了。


"제가 거기로 갈게요."  "我这就过去。"

-네? 잠깐…아 돌겠네 진짜  什么?等等...啊真是要疯了

"주소 말해주세요."  请告诉我地址。

-이 미친은 내일 출근도 안 하나…저기요 刘知珉씨, 刘知珉 검사님 정신 좀 차리지?
-这疯子明天是不是不上班啊...喂,刘知珉xi,刘知珉检察官能清醒一点吗?


로비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양 옆으로 철문을 밀어냈다. 金旼炡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电梯抵达大堂,两侧的铁门徐徐打开。金旼炡一边整理头发一边走了出来。


-여기 XX대로 41길 117번길이거든요. 간판은 없고요, 건물 들어와서 2층으로 바로 올라오시면 돼요.
-这里是 XX 大路 41 街 117 支路。没有店铺招牌,进入大楼直接上二楼就行。

"검사님은 괜찮은 거죠?"  "检察官您还好吧?"

-글쎄요…야 刘知珉 너 괜찮아? 대답을 안 하네요 완전히 뻗었어요
这个嘛...喂 刘知珉 你没事吧?她都不回答 完全晕过去了

"그렇게 아프면 병원이라도"  "要是这么痛的话就去趟医院吧"

-아 그건 걱정마세요 차라리 술병 나야 돼요 얘는
啊这个不用担心 最好是宿醉就好了 这小子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그러니까 지금 아픈 게 아니라
脚步渐渐放慢。所以现在并不是很痛苦


-안주는 손에도 안 대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니까 취하지 미친 검사님
连配酒的下酒菜都不碰就这样喝纯酒,您这不是要醉吗疯狂的检察官大人

"……"

-지가 건물주면 다야?  当老板就了不起吗?

"……"

-도착하면 전화주세요 제가 나가 있을 게요
到了请给我打电话,我会出去接您的


전화는 끊겼다. 金旼炡은 어플로 들어가 택시를 호출하고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电话挂断了。金旼炡打开软件叫了出租车,朝着大楼外面走去。











택시에서 내린 金旼炡이 주변을 둘러보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출입문을 밀고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 와본 적이 있었나. 누구랑 같이 왔었지. 기억을 찬찬히 더듬으며 문 옆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딸랑이는 방울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从出租车上下来的金旼炡环视四周,慢慢向前走去。推开入口大门上楼时她思考着。我以前来过这里吗?是和谁一起来的?她仔细回忆着,按下了门边的按钮。叮当的铃声从头顶传来。金旼炡小心翼翼地走了进去。


"오늘은 장사 안 하는…뭐야 c***"
"今天不营业...搞什么啊 c***"


그제야 떠올랐다. 술이나 한 잔 사줘요. 둘 다 취하면 이렇게 될 것 같았으니까. 刘知珉이 데려왔던 위스키바였다. 출입문쪽으로 걸어오던 여자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손으로는 저를 가리켰다.
这时她才想起来。买杯酒吧。因为觉得两个人都喝醉的话就会变成这样。是刘知珉带她来过的威士忌酒吧。一个正朝入口走来的女人用一只手捂住嘴,另一只手指着她。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어떻게 귀한 분이 찾아오시는…"
"像这样简陋的地方,怎么会有贵客光临..."


金旼炡은 아무런 생각 없이 뒤를 돌아봤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안 왔…모자나 마스크도 하지 않고 택시를 탔다는 것도, 누가 쳐다보거나 말거나 일단 건물로 들어왔다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일단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멍하니 金旼炡을 바라볼 뿐이었다. 슬쩍 옆으로 걸음을 옮긴 金旼炡이 가게 안 쪽을 둘러봤다. 길게 뻗은 바 테이블 중간에 툭 튀어 나와 있는 무언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취했구나.
金旼炡毫无想法地回头看去。后来她才意识到自己没有和别人一起来……没戴帽子和口罩就坐了出租车,也不管是否有人注视就径直走进了大楼。她先是尴尬地笑着打招呼。您好。女人只是呆呆地看着金旼炡。金旼炡悄悄地侧步移动,环视着店内。在延伸的吧台中间,她轻易就发现了突出的什么东西。真是醉得不轻啊。


"아 그게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을 뻔 했지만 만약 한 잔 하시고 싶다면 2층으로 올라가셔도 돼요."
"啊,虽然今天因为有些事情差点不能接待客人,但如果您想喝一杯的话,可以上二楼。"


괜찮다고 손을 내젓는 金旼炡을 바라보던 여자가 말을 이어갔다. 아니면 저기 소파 있는 쪽으로 가셔도 돼요. 메뉴판은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金旼炡은 잠시 망설이다 여자에게 대답했다. 제가 旼炡이인데요. 여자는 꽤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던가요. 퍽 곤란해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입술을 달싹이던 金旼炡이 여자를 향해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正看着摆手说没关系的金旼炡,女人继续说道。要不然您去那边沙发那里坐也可以。我马上给您拿菜单。金旼炡犹豫了一下后回答道。我就是旼炡。女人露出相当惊慌的表情点了点头。难道还有人不知道吗。情况变得很尴尬。该怎么解释呢。正抿着嘴的金旼炡朝女人举起了手机。


"사진 찍어 주신다고요? 정말요?"  "帮我拍照吗?真的吗?"

"아뇨 그게 아니라…제가 旼炡이라고요."  "不是的,我就是旼炡。"

"알고 있어요."  "我知道。"

"아니…그러니까요. 아까 전화했던 그 旼炡이…말이에요."
"不是…我的意思是。就是刚才打电话的那个旼炡…"

"아까 전화를 누구랑 하셨…"  "刚才您在和谁通电话..."


이번에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金旼炡은 머쓱해져서 혀로 입술만 훔쳤다. 손을 내린 여자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这次她用双手捂住了嘴。金旼炡尴尬地用舌头舔了舔嘴唇。放下手的女人用细若耳语的声音问道。


"하트?"  "爱心?"

"…네."  "…是的。"

"旼炡이 하트?"  "旼炡比心吗?"

"네…"  "嗯..."

"刘知珉 검사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旼炡이 하얀색 하트?"
刘知珉检察官手机里保存的珉玗旁边的白色爱心?


몇 번이나 확인사살을 시켜준다. 입을 꾹 다문 金旼炡이 바 테이블을 가리켰다. 여자는 손가락 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진짜로 쟤를 데리러 오신 거에요? 刘知珉? 金旼炡은 대답을 대신하여 안 쪽으로 차분히 걸어갔다. 도대체 얼마나 마셔야 저렇게 뻗을까 싶었다. 그것도 주량도 약하지 않은 사람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테이블에 엎어져 있는 뒷모습은 어렴풋 눈에 익었다. 빈 의자에 백팩을 내려둔 金旼炡이 뒤따라오던 여자에게 물었다. 얼마나 마신거에요? 여자는 머뭇거리다 테이블 구석에 치워뒀던 빈 병을 들어올렸다. 한 병 다 쟤가 비워낸 건 아니고, 도수가 센 걸 빠르게 마셔서 그럴 거에요. 한숨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再三确认过是本人。金旼炡抿着唇指向吧台桌。女人顺着她的手指望去,反问道:"您真的是来接她的吗?刘知珉?"金旼炡没有回答,只是平静地朝里面走去。她不禁想到底要喝多少才会醉成这样,何况还是一个酒量不差的人。虽然看不到脸,但趴在桌上的背影却莫名眼熟。金旼炡将背包放在空椅子上,问跟在后面的女人:"她喝了多少?"女人犹豫了一下,拿起放在桌角的空瓶。"这一瓶不是她一个人喝完的,应该是因为喝的都是度数高的酒,而且喝得太快才会这样。"她不由自主地叹了口气。

어느 틈에 테이블 너머로 들어간 여자가 선반을 왔다갔다 하다 돌아와서는 金旼炡 앞에 잔을 내려뒀다. 마셔요 오미자차에요. 위스키 바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음료였다.
不知何时,女人穿过桌子走到书架边,来回走动后回来,在金旼炡面前放下一杯饮料。"请喝吧,这是五味子茶。"这饮料与威士忌酒吧的氛围有些格格不入。


"저도 얘랑 같이 몇 잔 마셔서 그런데…실례지만 전화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
"我也和她一起喝了几杯所以...抱歉,能麻烦您再打一次电话吗?"


붉은색이 맴도는 잔으로 손을 뻗던 金旼炡이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떠보는 건 아닌 듯하다. 말투는 정중했고, 표정은 진중했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최근통화목록으로 들어가 맨 위에 있던 이름을 눌렀다. 연결음이 이어지며 테이블 위에 있던 또 다른 핸드폰이 밝아졌다. 여자는 그 화면과 金旼炡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는 의자를 끌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드세요 그거 知珉이네 어머니께서 직접 담그신 거에요. 金旼炡이 잔을 매만지다 안에 든 것을 홀짝였다. 
伸手去拿那只泛着红色的酒杯的金旼炡转而看向了女人。看起来不像是在试探。语气恭敬,神情严肃。她解锁手机,进入最近通话记录,按下最上面的名字。随着拨号音响起,桌上的另一部手机亮了起来。女人的目光在那屏幕和金旼炡之间来回移动。然后她拉过椅子在对面坐下。"请喝吧,那是知珉她母亲亲自酿的。"金旼炡摆弄着酒杯,小啜了一口里面的酒。


"둘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어봐도 돼요?" 
"能问问你们俩是怎么认识的吗?"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니 여자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한동안은 잔잔한 피아노 소리만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金旼炡은 반쯤 흘러내린 자켓을 정리해 刘知珉의 어깨에 바로 걸쳐주며 대답했다. 악플러를 고소했는데 그 사건을 검사님이 맡게 되면서 처음 알았어요. 연주를 따라 여자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犹豫片刻后点了点头,女人用手指敲击着桌面。一时之间,只有悠扬的钢琴声在两人之间萦绕。金旼炡整理好滑落一半的夹克,将它重新披在刘知珉肩上,回答道:"是因为起诉黑粉的案子,检察官大人接手后我才第一次知道的。"女人的手指随着演奏的节奏轻轻摆动。


"그 다음은요."  "然后呢。"

"네?"  "什么?"

"처음은 사건 때문에. 그러면 두 번째도 있었다는 것 같은데."
"第一次是因为那件事。看样子还有第二次。"


설마 이쪽도 법조계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건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돌아오자 金旼炡은 본인도 모르게 숨을 고쳐쉬었다. 여자는 그 또한 눈치채고 잔을 쓰윽 밀어줬다.
难道她也是在法律界工作吗。面对这一针见血的提问,金旼炡不自觉地调整了一下呼吸。女人似乎也注意到了这一点,轻轻地推过酒杯。


"묵비권 행사하셔도 돼요."  "你有权保持沉默。"

"국회의원 결혼기념일 파티에서요. 알아본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어서 곤란했는데 검사님이 도와줬어요"
"在国会议员结婚纪念日派对上。因为认出我的人不断聚集过来让我很困扰,检察官帮了我。"

"바에 왔던 건 몇 번째였어요?"
这是你第几次来酒吧?


눈썰미도 상당했다.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오미자차를 반쯤 비워낸 金旼炡이 잔을 내려두며 대답했다. 네 번째요. 이 근처 백화점 앞에서 만났어요. 연주하듯 유려히 움직이던 여자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她的眼力相当了得。不是个可以轻视的对手。金旼炡喝了一半五味子茶,放下杯子回答道。是第四次。我们在附近百货商店前见的面。女人那像是在演奏般优雅移动的手指停了下来。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려는 건가."
"……这次真的是想认真尝试吗。"


본인의 앞에 놓인 잔을 빤히 바라보던 여자는 선반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병을 하나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한 잔 하실래요? 金旼炡이 고개를 가로저으면 마개를 열고 빈 잔을 채웠다. 아래에 냉장고가 있는지 허리를 숙여 얼음을 꺼내는 폼도 제법 능숙했다.
一直注视着面前杯子的女人转身朝着架子,然后起身拿了一瓶酒走向桌子。要来一杯吗?当金旼炡摇头时,她打开瓶盖,给空杯子倒上了酒。她熟练地弯腰从下面的冰箱里取出冰块,动作相当娴熟。

이후로는 별다른 말이 오고가지 않았다. 여자는 묵묵히 잔을 비워냈고, 金旼炡은 옆에 있는 刘知珉을 지켜봤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 걸까.
之后就再也没有说什么话。女人默默地清空了杯子,金旼炡看着身边的刘知珉。不知从何时起就一直是这样了。


"여덟시 조금 넘어서 왔나."  "大约八点过一点来的。"


잔과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먼저 운을 뗐다. 金旼炡의 시선은 여전히 刘知珉에게 고정 되어 있었다.
伴随着杯子和冰块碰撞的声音,女人先开口了。金旼炡的视线依然停留在刘知珉身上。


"어쩐 일이냐 물어봤더니 술집에 술 마시러 오지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하냐고 도리어 따지더라고요."
"我问她怎么来了,她反而质问我说来酒吧不就是为了喝酒吗,难道还要有其她理由?"

"……"

"그래서 그 뒤로는 말 안 걸었어요."
"所以那之后我就不跟她说话了。"

"……"

"부장한테 깨졌거나, 공판에서 졌거나, 한강에서 뺨을 맞았거나. 셋 중 하나겠죠 뭐. 인맥은 넓은데 은근히 인간관계가 좁으신 검사님이라."
"不是被部长甩了,就是在公审中输了,要么就是在汉江边被打了一巴掌。肯定是这三个原因之一。虽然人脉广泛,但检察官大人的人际关系其实挺局限的。"


얼음만 남은 잔에는 다시금 호박빛의 액체가 채워졌다. 내내 刘知珉을 바라보고 있던 金旼炡은 한강에서 뺨을 맞았다는 얘기가 들려왔을 때 여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只剩冰块的杯子再次被琥珀色液体注满。一直凝视着刘知珉的金旼炡在听到有人在汉江被打了一巴掌的消息时,转头看向那个女人。


"제가 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친구거든요."
"虽然我没那么喜欢她,但她好歹也是我的朋友。"


잔을 빙글빙글 돌리던 여자가 金旼炡의 잔에 본인의 것을 부딪혀왔다. 청아한 소리와 달리 덧붙여지는 말은 다소 무거웠다.
旋转着酒杯的女人将杯子碰向金旼炡的杯子。和清脆的碰杯声不同,随后说出的话却颇为沉重。


"응원은 못 해요."  "我不能给予支持。"

"……"

"적어도 지금은 그래요."  "至少现在是这样。"


감추기도 전에 발각된 기분이었다. 허공에서 맞닿은 시선은 어쩐지 따끔하다. 여자는 잔에 남은 것을 전부 마시고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金旼炡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还没来得及遮掩就已被发现的感觉。在空中相遇的视线莫名刺痛。女人喝完杯中剩下的酒,开始收拾桌子。金旼炡低着头只顾摆弄手机。

기척 없이 다가와서는 어깨를 두드린다. 쟤 옮기는 것 좀 도와줘요. 어깨를 덮고 있던 자켓을 대충 테이블에 던져둔 여자가 刘知珉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 쯤이면 뒤척일 만도 할 텐데 몸은 축 늘어져서 여자에게 기대졌다. 저기 안 쪽에 방 있으니까 거기에 넣어두면 돼요. 한 두 번 해 본 게 익숙하게 부축하며 刘知珉의 팔을 목에 둘렀다. 꽤나 버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도와달라는 부탁이 무색할 정도였다. 金旼炡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 뒤만 따라갔다. 구석진 곳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문이 하나 보였다. 저거 열어줘요. 여자와 刘知珉을 스쳐 지나간 金旼炡이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悄无声息地走近后拍了拍肩膀。帮忙把她搬过去吧。把盖在肩上的夹克随意扔在桌上的女人扶起了刘知珉的上身。都这个时候了应该会翻个身的,但她的身体软绵绵地靠在了女人身上。里面有个房间,放在那里就行。她熟练地搀扶着,把刘知珉的胳膊搭在自己脖子上,像是已经这样做过好几次。虽然看起来相当吃力,但完全不需要别人帮忙的样子。金旼炡不知所措地跟在后面。走进角落就能看到一扇门。帮我开下门。金旼炡从女人和刘知珉身边擦过,抓住了门把手。

마치 작은 호텔방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만 같았다. 멍하니 안을 둘러보던 金旼炡은 잠깐만 붙잡아 달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이 정도까지 취할 수 있나 싶었다. 내뱉는 숨에도 독한 술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 여자를 거들어 刘知珉을 침대에 눕히고 매트리스 끝에 앉아 얼굴을 살폈다. 눈이 부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볼이 달아오르지도, 입술이 터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정말 괜찮은 건가. 金旼炡은 저만치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여자가 金旼炡의 눈빛을 알아채고 목을 긁적였다.
就像是把一间小型酒店房间原封不动地搬了过来。金旼炡茫然四顾时,听到女人说让她稍等一下,这才回过神来,赶紧凑到一旁。她不禁想这人怎么能醉成这样。呼出的气息里都充满了刺鼻的酒味。她帮着女人将刘知珉扶到床上,然后坐在床垫边缘查看她的脸。眼睛没有浮肿,脸颊没有发红,嘴唇也没有破损。但这样真的没问题吗?金旼炡望向站在不远处的女人。那个抱着胳膊观察着两人的女人注意到金旼炡的眼神,不自在地抓了抓脖子。


"가끔 저래요. 쟤라고 뭐 살면서 속상한 일이 없겠나."
"她偶尔会这样。活着肯定也会遇到让她难过的事情啊。"

"그래도 옆에서 말리시지 그랬어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검사님은."
"您还是应该劝阻她的。检察官您明天还要上班呢。"

"상태 안 좋은 것 같으면 아침에 수사관님한테 연락할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아까 약국에서 사온 숙취해소제도 먹였어요."
"如果状态不好的话,我明早会联系调查官的。请别太担心。我已经给她吃了刚才从药店买来的解酒药。"


혹시 몰라 이마를 짚어봤다. 볼을 감싸고, 목을 만져봤다. 평소보다 뜨겁기는 했지만 심한 열기는 아니었다. 어깨 너머로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金旼炡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以防万一,她摸了摸前额。用手抚摸脸颊,又触摸颈部。虽然比平时温度高一些,但也不是严重的发烧。肩膀后方传来咳嗽声,提醒着她有人在场。金旼炡再次转过头。


"자고 가실 건 아니죠?"  "您不会在这过夜吧?"

"혼자 두고 가기에는 너무 취했는데…"
"一个人丢下她的话,她也太醉了…"

"제가 있어도 되기는 해요."  "让我在这里可以吗?"

"저도 괜찮아요."  "我也没关系。"


묘한 대치였다. 여자는 벽에 기대 金旼炡을 바라보며 말했다. 쟤 취하면 좀 별로일텐데. 金旼炡은 망설이지 않고 받아쳤다. 알고 있어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여자가 입술을 달싹이다 말을 이어갔다.
这是一场微妙的对峙。女人靠在墙上,看着金旼炡说道:"她喝醉的时候可能会不太好。"金旼炡毫不犹豫地回应:"我知道。"女人露出难以捉摸的表情,嘴唇微动,继续说道。


"저는 분명 얘기했어요."  "我肯定说过了。"

"번호 알려주세요. 검사님 아침에도 컨디션 안 좋으면 연락드릴게요."
"请告诉我您的号码。检察官,如果您早上身体还是不舒服的话,我会联系您。"


마지 못해 걸어와서는 핸드폰을 건넸다. 키패드에 빠르게 번호를 찍은 金旼炡은 통화버튼을 누르고 여자에게 핸드폰을 돌려줬다. 벨소리가 짧게 울렸다 끊겼다. 이름은 나중에 알려드릴테니까 지금은 그냥 刘知珉 친구라고 저장해요. 적당히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 눈치챌 수 있었다.
她不情愿地走过来递出手机。金旼炡在键盘上快速输入号码,按下通话键后把手机还给了女人。电话铃声短暂响起后就挂断了。"名字以后再告诉你,现在就先存成刘知珉的朋友吧。"她隐约察觉到她在刻意保持距离。


"저기 냉장고에 물 있고, 속 쓰리다고 하면 서랍 안에 개비스콘 꺼내서 주면 될 거고, 바닥에서 주무실 거면 이쪽에서 이불 가져 가시고. 제가 더 알려드려야 될 게 있을까요?"
"冰箱里有水,如果说胃不舒服的话抽屉里有胃药可以拿给她,要是打算睡地上的话这边有被子可以拿。我还需要告诉您别的什么吗?"


방 안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마친 여자는 고개를 가로젓는 金旼炡을 확인하고 신발을 고쳐 신었다. 문을 닫기 직전에는 무언가를 확인하기라도 하듯 되물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주어도 없는 불친절한 문장이었으나 깊게 알고 싶은 마음도 없어 대충 고개만 주억였다. 오후에 오겠다는 말을 남겨두고 이름 모를 여자는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金旼炡은 겨우 한숨을 돌리며 刘知珉의 손을 붙잡았다.
那位女士指着房间的各个地方解释完毕后,看到金旼炡在摇头,便重新整理了鞋子。在关门前,她似乎想确认什么,又问了一句。真的没问题吗?虽然是个连主语都没有的不友好句子,但她也没兴趣深究,就随意点了点头。留下下午会来的话后,这位不知名的女士就这样消失了。金旼炡终于松了口气,抓住了刘知珉的手。

속상한 일까지 얘기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무래도 욕심이겠지. 곤히 잠든 刘知珉을 내려다 보던 金旼炡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벽에 붙은 스위치 쪽으로 걸어갔다. 형광등을 끄고 침대 근처로 돌아와서는 냉장고와 서랍에서 각각 생수와 약을 꺼내들었다. 스탠드 옆에 핸드폰과 함께 가지런히 놓아둔 뒤에 이불을 살짝 걷어내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자세를 고쳐 나란히 누우면 刘知珉은 잠시 뒤척이다 제게로 바짝 붙어왔다. 검사님. 金旼炡이 목소리를 낮춰 刘知珉을 불렀다. 대답 없이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차라리 이대로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잤으면 싶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취했는지, 야근을 하다 중간에 나온 건지, 아니면 다른 약속이라도 있었던 건지. 사소한 궁금증은 혼자서 하나씩 지워내면 그만이었다. 한참동안 刘知珉을 바라보던 金旼炡도 언젠가부터는 눈을 감고 가지런한 숨을 내쉬었다. 까무룩 잠에 들었던 것도 같고, 잠에 들기 직전이었던 것도 같다.
期待她连烦心事也愿意说出来果然还是太贪心了。低头看着熟睡的刘知珉,金旼炡慢慢起身走向墙上的开关。关掉荧光灯后回到床边,从冰箱和抽屉里分别拿出矿泉水和药。将它们和手机一起整齐地放在台灯旁边,掀开被子钻了进去。调整姿势平躺下来后,刘知珉翻了个身紧贴了过来。"检察官。"金旼炡压低声音叫她。只听得见均匀的呼吸声作为回应。倒希望她就这样一觉睡到早上。不知道为什么会醉成这样,是加班到一半出来的,还是有其她约会。这些微小的疑惑独自一个个消除就好。注视着刘知珉许久的金旼炡不知从何时起也闭上眼睛平稳地呼吸着。似乎一下子就睡着了,又像是正要入睡的样子。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刘知珉의 목소리였다. 金旼炡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이불을 아래로 살짝 내렸다. 갈증 나요? 물 줘? 뭐가 불편한 건지 대답은 않고 연신 몸을 뒤척였다. 속이 쓰린건가. 등을 돌린 金旼炡이 서랍 쪽으로 손을 뻗었을 때였다. 刘知珉은 허리를 끌어안으며 金旼炡의 어깨에 기대어왔다. 그 덕분에 목소리는 아까보다 선명해지고.
虽然听不太清楚,但那确实是刘知珉的声音。金旼炡揉着惺忪的睡眼,起身将被子稍稍往下拉。渴了吗?要喝水吗?对方没有回答这些问题,只是一直在翻来覆去。是胃不舒服吗。当金旼炡转身伸手去够抽屉的时候,刘知珉环住了她的腰,靠在她的肩膀上。多亏如此,声音比刚才更清晰了。


"내가…먼저였어……"  "我……才是第一个的……"

"……"

"…내가 먼저였는데"  "...明明是我先的"

"……"

"왜 내가……"  "为什么是我……"

"……"

"나는 진짜…모르겠어…"  "我真的……不知道……"


취하면 잠꼬대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이건 정말 몰랐는데, 알고 나니 차라리 몰랐어야 되는 건가 싶은데. 이래서 괜찮겠냐고 물어본 거였나. 金旼炡은 허리에 올려진 刘知珉의 손을 쓸어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못 잊었구나. 여전히 잊지 못했구나. 헤어진 이후에도 부모님이 연락해서 건강을 걱정할 정도면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떤 연애를 했던 걸까. 우습지만 이제는 그 모습마저 떠올릴 수 있었다.
醉了之后居然还会说梦话。这件事真不知道,但知道了反而觉得还不如不知道。是因为这个才问我没问题吗。金旼炡抚摸着刘知珉搭在自己腰上的手,叹了口气。原来还是没能忘记啊。依然无法忘记啊。分手之后父母还会联系她关心她的健康,这两个人到底经历过怎样的恋爱啊。虽然有些可笑,但现在连那样的画面都能想象得到了。

잘 어울렸다. 비록 지금은 그 옆에 다른 사람이 있지만, 刘知珉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아했으니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천천히 몸을 돌려 刘知珉을 마주한 金旼炡이 얼굴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진짜 또 한강에서 뺨 맞았나. 그건 좀 싫은데, 이제는 그만 기다렸으면 좋겠는데. 金旼炡은 刘知珉이 그랬던 것처럼 어깨 위에 제 얼굴을 올려뒀다.
她们很般配。虽然现在她身边有别人,但不难想象出刘知珉和她并肩而立的样子。是因为曾如此喜欢对方,所以才无法放下这份留念吗。金旼炡慢慢转过身面对刘知珉,久久地看着她的脸,然后将自己的嘴唇贴上了她的唇。真的又在汉江边被打脸了吗。虽然很不喜欢这样,但现在真希望不用再等待了。金旼炡像刘知珉之前做过的那样,将脸靠在了对方的肩膀上。


"그 사람 만나지마요…"  "不要见她..."

"……"

"이렇게 힘들어할 거면 앞으로는 기다리지도마요."
如果这么辛苦的话,以后就不要等了。

"……"

"검사님이랑 사귀던 중에 약혼한 거라며…어떻게 그게 되지."
"和检察官交往期间订婚...这怎么可能。"


어떻게 친구를 하지. 刘知珉의 등을 토닥이던 金旼炡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잔상을 애써 밀어냈다. 유진이.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시사회에서 봤던 그 장면만큼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여러모로 잠들 수 없었던 날이었다.
怎么做朋友呢。轻拍刘知珉后背的金旼炡努力驱散脑海中挥之不去的残像。宥真啊。已经过了好几天,但在试映会上看到的那一幕始终难以忘怀。闭上眼睛,睁开眼睛都一样。这是个无论如何都难以入睡的夜晚。











밤을 샌 건 아니었지만 새벽까지 뜬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봤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가 세 시였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깨어 있었으니 다섯시간은 잤으려나. 아득히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깬 金旼炡은 졸린 눈을 비비며 옆자리를 살폈다. 이렇게라도 쉬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刘知珉의 얼굴을 바라보던 金旼炡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책상 위에 약봉투를 내려두던 여자가 넌지시 말했다. 수사관님한테는 연락 드셨어요. 걔는 해가 중천은 되어야 일어날 거니까 旼炡씨는 저랑 아침 먹어요. 역시나 처음 있는 일은 아닌 듯 했다. 괜찮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여자는 마치 같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문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결국 金旼炡은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정리해주고 여자를 따라나섰다. 잠은 잘 못 잔 것 같아 보이네요. 침대가 좁아서 둘이 자기는 아무래도 불편하죠. 金旼炡은 대답 대신 애써 웃어보였다.
虽然没有熬夜,但我一直睁眼盯着天花板到天亮。最后一次看手机时是三点。之后还醒着一会儿,大概睡了五个小时吧。金旼炡被远远传来的敲门声惊醒,揉着惺忪的睡眼看了看身边。这样能休息也算是不幸中的万幸吧。金旼炡望着刘知珉的脸,小心翼翼地起身,转头看向门口。放下药包的女人若无其事地说道:"我已经联系过调查官了。她得等太阳升到头顶才会起床,所以旼炡xi和我一起吃早饭吧。"看来这显然不是第一次发生这种事。她本想说不用了,但女人却像是要等她一起出去似的站在门前。最终金旼炡从床上下来,整理好被子,跟着女人走了出去。"看起来睡得不太好呢。床太窄了,两个人睡肯定不舒服吧。"金旼炡没有回答,只是勉强笑了笑。

바 테이블에는 그럴 듯한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괜히 눈치가 보여 金旼炡이 망설이자, 여자는 태연하게 의자를 뒤로 빼주고 옆자리에 앉아 유리잔을 손에 쥐었다.
酒吧桌上已经摆好了一桌相当不错的菜。金旼炡因为有些在意周围的目光而犹豫时,女人面不改色地为她拉开椅子,自己则在一旁落座,拿起了玻璃杯。


"맛있을 걸요. 비록 누구씨처럼 사시는 패스 못 했지만 한식조리사 자격증은 땄어요. 먹고 사는 게 중요해서 나는."
"应该会很好吃。虽然没能像某人那样考过寿司制作师执照,但我还是拿到了韩餐厨师资格证。毕竟对我来说谋生是最重要的。"


망나니 검사님 꺼는 따로 있으니까 식기 전에 먹어요. 그리고는 숟가락을 들고 국을 떠먹는다. 옆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본인 식사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한 칸 떨어진 빈 의자에 몸을 내린 金旼炡은 물을 반쯤 비워낸 뒤에야 젓가락을 손에 쥐었다. 잘 먹겠습니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여자를 따라 젓가락을 손에 쥐었다. 여자는 金旼炡이 힐끔거리거나 말거나 핸드폰으로 드라마 클립을 보며 본인 몫의 음식을 찬찬히 비워냈다. 입맛도 별로 없었고, 속이 허한 것도 아니었지만 金旼炡은 묵묵히 밥과 국을 퍼먹었다. 말마따나 어디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맛있었다.
"疯刀阁下的那份是另外准备的,趁热吃吧。"说完她就拿起勺子喝起汤来。不管身边有没有人,她只专注于自己的用餐。金旼炡在隔开一个位置的空椅子上坐下,喝了半杯水才拿起筷子。"我开动了。"她尴尬地说完,跟着女人一起拿起筷子。不管金旼炡是不是偷瞄,女人一边看着手机上的电视剧片段,一边慢慢吃着自己那份食物。虽然没什么胃口,肚子也不饿,但金旼炡还是默默地吃着饭和汤。正如她所说,这饭菜的味道好得像是在外面买来的一样。


"법대 동기."  法学院同学


여전히 시선은 핸드폰 화면에 둔 채로 말을 이어갔다. 저는 과대, 걔는 과탑. 솔직히 학교 다닐 때는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는데 어쩌다가 엮이는 바람에 지금까지 친구를 하네요. 金旼炡은 말없이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她仍然盯着手机屏幕继续说道。我是班长,她是年级第一。说实话,在学校的时候我们只是点头之交,不知怎么就这样纠缠在一起,现在还成了朋友。金旼炡只是默默地眨了眨眼睛。


"오해하실까봐.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刘知珉은 별로거든요."
"怕您误会。我也是有自己的品味的,刘知珉我不太喜欢。"


재생 중이던 영상이 끝나자 옆으로 고개를 돌려 빈 그릇을 확인했다. 다 먹은 거죠? 金旼炡이 그렇다고 대답하면 가뿐히 양 손으로 트레이를 챙겨 테이블 안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난 여자의 손에는 작은 컵의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视频播放结束后,她转头看了看旁边的空碗。"都吃完了吧?"在金旼炡点头说是之后,她轻巧地双手端起托盘,走向桌子里侧。没过多久,女子再次出现时手里拿着一小杯冰淇淋。


"제가 초코 좋아하니까 바닐라 드세요."
"因为我喜欢巧克力味的,所以香草味的给你吃吧。"


포장지까지 뜯어 건넸지만 숟가락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뜻 모를 친절이 때론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金旼炡은 고민 끝에 무거운 입을 열었다. 왜 다른 얘기는 안 하세요? 아이스크림을 크게 퍼서 입 안에 넣으려던 여자가 멈칫하고 金旼炡을 바라봤다. 마주친 눈동자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虽然已经拆开了包装纸递给她,但她还是不能动勺子。有时莫名的善意反而会让人感到不自在。金旼炡经过一番思考后,终于开口说道:"为什么不谈些其她的事呢?"正准备舀起一大勺冰淇淋送进嘴里的女人顿了顿,望向金旼炡。四目相对时,她的眼神里充满疑惑。


"알고 계시잖아요, 저 지금 검사님이랑 바람 피고 있다는 거."
"您知道的,我现在正在和检察官大人偷情。"

"그래서 말했잖아요 어제. 응원은 못 해준다고."
"所以我不是昨天已经说过了吗,没法给你应援。"

"그게…끝이에요?"  "就……这样结束了吗?"

"뭘 더 해야 할까요 제가?"
"我还需要做什么呢?"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보통은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내쫓지 않고 재워준 것도 모자라 아침밥을 챙겨주는 경우는 정말 흔하지는 않을 거다.
这一点就无从得知了。但通常人不会有这样的反应。不但没把人赶出去还留宿,甚至还准备早餐,这种情况确实不怎么常见。


"가타부타 떠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어찌됐든 刘知珉이 만나고 있는 사람인데."
"我不想说这说那的。毕竟是刘知珉在交往的对象。"

"엄청 쿨하시네요…"  "真是够酷的啊..."

"안 그래도 뒤숭숭한 애들 속 뒤집는 취미도 없고."
"我也没有喜欢让本来就心神不宁的孩子们更加烦恼的兴趣。"


아이스크림 바꿔줘요? 반은 먹어놓고 그런 소리나 한다. 이곳은 인테리어만 刘知珉을 닮은 게 아닌 모양이다. 
能换个冰淇淋吗?都已经吃掉一半了还说这种话。看来这里不只是装修和刘知珉很像啊。


"내가 아는 그 刘知珉 검사가 세컨드를 감수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객관적으로 보면 응원 못하는 게 맞는데, 주관적으로는 판단이 안 서네요."
"据我所知那位刘知珉检察官居然会为了某个人心甘情愿当替补。从客观角度来说确实不该支持,但从主观上来说我还真不知道该怎么判断。"


여자는 아이스크림을 말끔히 비워내고 金旼炡의 손에 들린 것을 가져갔다. 급하게 먹다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고, 빈 용기를 정리했다. 손에 남은 물기를 쓸어내리던 金旼炡이 시선을 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女孩将冰淇淋吃得干干净净,然后拿走了金旼炡手中的那份。她因为吃得太急而呻吟着按住额头,整理着空容器。金旼炡擦拭着手上残留的水渍,避开视线咽了咽口水。


"모르지 않을 것 같은데 본인도. 刘知珉 아직까지 지나간 사랑에 미련 남아 있다는 거. 만약에 그거 끝내고 제대로 연애를…양반은 못 되네 역시."
我觉得她自己应该也很清楚。刘知珉到现在还对过去的爱情念念不忘这件事。如果能放下那段感情好好恋爱的话……看来是不可能了。


컵을 겹쳐 한 곳에 모아놓은 여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걸어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잠깐 멈춰서서 머리카락을 한 손 가득 움켜쥐었다 놓았다.
把杯子叠放在一起的女人慢慢地从座位上站了起来。她走路时眼睛都睁不开。中途停了一下,用手抓了抓头发又松开。


"지금 몇 시야…내 핸드폰은?"  "现在几点了...我的手机呢?"


목소리는 다 갈라졌고,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여자는 빈 아이스크림 컵을 구석의 휴지통으로 버려두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충전중.
声音都沙哑不堪,脸上也写满了疲惫。女人把空的冰淇淋杯扔进角落的垃圾桶里,若无其事地回答道:"在办公室充电呢。"


"나 누구한테 연락하고 그러지는 않았지?"
"我没有联系过别人之类的吧?"

"엉, 수사관님한테는 술병 나서 하루 쉰다고 말해뒀어."
"嗯,我跟探员说你宿醉了要休息一天。"

"미치겠네…엄마가 알면 진짜 이번에는 쫓아올 것 같은데."
"我要疯了...要是妈妈知道的话这次真的会追过来的。"

"혼나는 건 걱정이 되세요? 앉아 있어 밥 가져다줄게."
"你是在担心会挨骂吗?坐着吧,我给你端饭过来。"

"아냐 지금 먹으면 다 게워낼 것 같아."
"不行 我现在要是吃了感觉会全吐出来。"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비켜섰다. 인상을 찌푸린채 걸어오던 刘知珉이 의자에 앉아 있는 金旼炡을 발견한 건 그 순간이었다. 건너편으로 넘어간 여자가 한참 달그락거리다 무언가를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유리잔에서는 은은한 금색 물결이 너울쳤다.
女人点点头,往旁边闪开。皱着眉头走来的刘知珉就在这一刻发现了坐在椅子上的金旼炡。走到对面的女人叮叮当当忙活了一阵,随后将什么东西放在了桌上。玻璃杯中泛起柔和的金色波纹。


"필름 끊겨서 기억 안 나시겠지만 전화는 내가 받았어. 이유는 너가 더 잘 알 거고."
"你大概因为断片了记不得了,但是电话是我接的。原因你自己应该最清楚。"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金旼炡은 고개를 돌려 선반을 장식한 온갖 술병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스피커를 만지작거리던 여자는 구석진 곳으로 걸어가다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잔잔한 음악이 너른 공간을 한가로이 유영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던 金旼炡이 애매하게 놓인 잔을 제 옆으로 밀어뒀다.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刘知珉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她好像从未见过如此惊慌失措的表情。看来真的对什么都不知情啊。金旼炡转过头,把装饰在架子上的各种酒瓶一一收入眼中。刚才摆弄音响的女人走向角落,很快就消失不见了。舒缓的音乐在宽敞的空间里悠然飘荡。用手指敲击着桌面的金旼炡把放置位置尴尬的酒杯推到自己身边。轻轻转头看向一旁,刘知珉依然站在原地注视着她。


"이거 검사님 마시라고 주고 가신 것 같아요."
"这个好像是给检察官您喝的。"


아마도 그랬을 거다. 특별한 향이 맡아지지 않는 걸 보면 꿀물이려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만약이라도 잠결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게 되면 얼마나 더 놀라려고. 金旼炡은 짤막한 한숨을 내뱉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후에는 리딩이 있어서 저도 이제는 슬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됐다. 서너 자리 떨어져 앉은 刘知珉은 말없이 유리잔을 만지작거렸다. 안 마셔요? 저를 한번 바라보고, 다시 잔을 바라보고, 그러다 고개를 끄덕인 뒤에 단번에 안에 든 것을 비워냈다.
大概就是这样吧。闻不到特别的香味,兴许是蜂蜜水。看着她这副进退两难的样子也不是什么愉快的事。要是让她知道自己在睡梦中说了什么,不知道会有多惊讶。金旼炡轻叹一声,查看了手机。因为下午有试读会,她也该准备回家了。相隔三四个座位的刘知珉默默把玩着玻璃杯。不喝吗?她先看了看自己,又看了看杯子,然后点点头,一口气喝光了杯中的液体。


"속은 괜찮아요?"  "你感觉好点了吗?"

"…네, 미안해요."  "……是的,对不起。"

"그게 왜요? 난 검사님 아픈 거 싫은데."
"为什么要道歉?我不喜欢检察官大人生病。"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지는 사실 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려웠다. 刘知珉도, 刘知珉의 과거도, 刘知珉과의 관계도. 어느 것 가벼운 게 없었다. 金旼炡은 조용히 숨을 고쳐쉬고 刘知珉을 쳐다봤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해려 손을 올렸더니 고개를 숙인 채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요. 여전히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说实话,我也不知道这种时候该怎么办。一切都很困难。刘知珉,刘知珉的过去,还有和刘知珉的关系。没有一件事是轻松的。金旼炡轻轻调整呼吸,看向刘知珉。当她抬手想要整理凌乱的头发时,对方低着头递来一个道歉。对不起。声音依然低沉。


"제가 온 건데요 뭐…"  "我来了嘛……"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머리카락 정리를 마친 金旼炡이 깨트릴듯 세게 잔을 움켜쥐고 있는 刘知珉의 손에 제 손을 올려뒀다.
虽然不是真想看到这样的场面。整理完头发的金旼炡将手覆在刘知珉那紧握着酒杯仿佛要将它捏碎的手上。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내가 혹시 취해서 실수 같은 거"
"我不记得了,我是不是喝醉了做了什么错事"

"안 했어요. 제가 왔을 때는 검사님 이미 뻗어서 여기에서 자고 있었어요."
"我没有。我来的时候,检察官大人已经躺在这里睡着了。"


방으로 옮기는 것도 사장님이 다 하셨고. 그냥 저는 혹시라도 그때처럼 아플까봐 걱정돼서 같이 잔 게 전부고.
房间里的一切收拾也都是老板负责的。我只是担心你会像那时候一样不舒服,所以才和你一起睡的。


"그냥…잔 거죠 우리?"  "我们只是睡了而已,对吧?"


적잖이 황당했지만 적당히 취했을 때 刘知珉이 어땠는지 불현듯 떠올랐다. 金旼炡은 피식 웃으며 刘知珉의 뺨을 감싸고, 살짝 힘을 주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虽然相当荒谬,但突然想起了刘知珉喝醉的样子。金旼炡轻笑着捧住刘知珉的脸颊,稍稍用力让她把头转向一边。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요."  "不知道你在想什么。"

"……"

"없었어요 아무 일도."  什么也没发生。

"……"

"그냥 잘 잤어요 우리. 침대가 조금 작아서 평소보다는 붙어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고요."
"我们睡得很好。虽然床稍微有点小,所以比平常更靠近一些,但这样也不错。"


그럼에도 눈동자에는 짙은 죄책감이 일렁였다. 뺨을 두 어번 두드린 金旼炡이 손을 거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刘知珉의 얼굴이 뒤따라 위로 올라갔다.
尽管如此,眼中仍荡漾着深深的愧疚感。金旼炡轻拍了两下脸颊,收回手,率先从座位上站了起来。刘知珉的脸也随之抬起。


"이따가 리딩이 있어서요. 끝나면 연락할테니까 저녁은 검사님이 사줘요."
"待会儿还有朗诵会。结束后我会联系你,晚饭就请检察官请客吧。"

"…지금 가야 돼요?"  "...现在就要走吗?"

"집에 가서 씻고 일하러 갈 준비해야죠."
"回家洗个澡准备去上班了。"

"데려다 줄게요."  "我送你过去。"

"검사님 이대로 나가면 음주단속 걸릴 것 같은데요."
"检察官,照这样下去您很可能会被抓到酒驾呢。"


그건 본인도 부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这似乎连她自己也无法否认。


"어디 도망 안 가요. 길어도 네다섯시간? 리딩만 끝나고 바로 봐요. 선수친 거니까 다른 약속 잡지 말고요."
"我不会逃跑的。最多四五个小时?读完台词就立刻见面。既然先说好了,就别安排其她约会了。"

"……"

"아 맞다, 저도 일하는 중에는 핸드폰 못 봐요."
"啊对了,我工作的时候也不能看手机。"


테이블 끝에 있는 가방에서 대본 두 어개를 꺼낸 金旼炡이 刘知珉에게 손짓을 했다. 올 때 이것도 챙겨줘요. 刘知珉은 멀거니 金旼炡을 바라보다 뒤늦게 고개를 주억였다. 정신 못 차렸구나 아직. 공연히 입이 썼다. 金旼炡은 제 옷차림을 한 번 살펴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가지런히 늘어선 화분을 따라 걷다보면 금방 출입문에 다다르게 됐다. 대본을 가슴에 안고 버튼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손이 미처 닿지 않았지만 문이 열렸다. 가요 택시만 잡아주고 들어갈게요. 이번에는 金旼炡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从桌子尽头的包里拿出两份剧本的金旼炡向刘知珉招了招手。过来的时候把这个也带上吧。刘知珉愣愣地看着金旼炡,迟钝地点了点头。看来还没缓过神来呢。嘴里不由得泛起苦味。金旼炡检查了一下自己的穿着,沉重地迈开了脚步。沿着整齐排列的花盆走着,很快就到了出入口。她把剧本抱在胸前,举起手准备按下按钮。手还没碰到,门就开了。我送您打车就回来。这次轮到金旼炡茫然地点头了。

기분이 묘하기는 했다. 그때는 밤이었고, 둘 다 술을 마셨고, 더이상 볼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 아직도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환한 대낮에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이 관계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면 먼저 놓지만 않으면 계속 옆에 있을 수 있는 걸까. 도로 쪽으로 몸을 기울여 손을 흔드는 刘知珉을 지켜보던 金旼炡이 조심스럽게 비어 있는 다른 손을 붙잡았다. 저기 멀리에서는 택시가 다가왔다. 刘知珉이 金旼炡을 내려다봤다.
感觉很奇妙。那时是晚上,两人都喝了酒,以为不会再见面了。可现在还是这样见面。即使是在大白天,即使没有喝酒。如果这段关系的主导权在我这里,只要不先放手的话,是不是就能一直待在身边。看着向马路倾身挥手的刘知珉,金旼炡小心翼翼地抓住了她空着的另一只手。远处有一辆出租车正在驶来。刘知珉低头看向金旼炡。


"…좋아해요 검사님."  "...我喜欢您,检察官。"


그러니까 이건, 실수가 아니었다. 
所以说,这并不是个错误。











책상 위로 소포장된 마카롱이 올라왔다. 넋을 놓고 앉아 있던 金旼炡이 고개를 들어올려 제 앞에 선 이를 바라봤다. 박 작가였다. 분명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야 할 타이밍인데 별안간 간식까지 챙겨준다니.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건가. 金旼炡은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으로 엎어졌다.
装好的马卡龙被放在了桌子上。恍惚坐着的金旼炡抬起头,看向站在自己面前的人。是朴作家。明明应该是被狠狠训斥的时候,却突然还送来零食。这是给讨厌的人多加一个年糕的意思吗。金旼炡呻吟一声趴在了桌子上。


"어제랑 너무 다른 거 아냐?"
"跟昨天比是不是变得太不一样了?"

"저는 이쯤에서 하차할까봐요 작가님."  "这次我想在这里下车了,作家大人。"

"김 배우 돈 많아?"  "金演员很有钱吗?"

"그래도 열심히 벌어두기는 했는데…"  "虽说还是努力挣了一些钱…"

"위약금 물어주려면 집도 절도 다 팔아야 할 텐데."
"要赔违约金的话,怕是要卖掉房子卖掉一切才行。"

"그럴까봐요. 이참에 그냥 머리 밀고 절로"
"我也担心会这样。干脆剃个旼咚去当和尚算了"


이제는 아예 포장을 까서 마카롱을 입에 물려줬다. 책상을 빙 돌아 옆자리에 와서는 정신 차리라는 듯 손바닥으로 친히 등을 두드려줬다. 정정한다. 내리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金旼炡은 맞은 곳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现在她干脆把包装拆开直接把马卡龙送到她嘴里。绕过桌子来到旁边的座位,好像是在说让她清醒一点似的,亲自用手掌拍打她的后背。不,应该更正一下。用"打"这个词形容更准确。金旼炡一边用手掌抚摸被打的地方,一边慢慢地站起身来。


"나 이거 쓰면서 너 말고 다른 배우 생각한 적 없다 旼炡아."
"我写这个剧本的时候从没想过除了你以外的其她演员,旼炡啊。"

"작가님."  "作者大人。"

"왜요."  "为什么。"

"좋아해요."  "我喜欢你。"

"나도."  "我也是。"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의자에 기대 천장을 올려다봤다. 박 작가는 그런 金旼炡을 구경하며 하나 남은 마카롱을 씹어 먹고서는 손을 탁탁 털었다. 쉬는 시간 5분 남았어. 金旼炡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像泄了气的气球一样靠在椅子上仰望天花板。朴作家一边看着金旼炡这副样子,一边吃掉最后一个马卡龙,然后拍了拍手。休息时间还剩 5 分钟。金旼炡双手捂住脸摇了摇头。


"뭐 때문에 그러는데. 설마 태준이?"
"你到底怎么了?难道是因为泰俊?"


일리는 없지. 금방 덧붙이는 말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나갔다. 아래로 손을 내린 金旼炡은 의자를 돌려 박 작가를 마주봤다. 작가님. 박 작가가 커피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说得也对。话音未落就不由自主地发出轻笑。放下手的金旼炡转过椅子面对朴作家。作家大人。朴作家递过咖啡,点了点头。


"혹시 아는 검사님 있어요?"  "您认识哪位检察官吗?"

"내가? 왜? 소개시켜주려고?"  "我?为什么?是想介绍给我认识吗?"


金旼炡은 빨대를 입에 물고 커피를 마셨다. 얼음만 남을 때까지 깔끔하게 비워내고는 잔은 테이블 구석에 치워뒀다.
金旼炡叼着吸管喝咖啡。她把杯子里的咖啡一饮而尽,只剩下冰块,然后将杯子放到了桌子角落里。


"그냥요…혹시나 해서."  就是...以防万一。

"그러니까 뭐가 혹시나인데요."  "所以到底有什么可疑的。"

"저 악플러 고소했던 거 기억하세요?"
"还记得我之前起诉那个恶意评论者的事吗?"

"응, 잘 끝났다고 하지 않았어?"
"嗯,不是说顺利结束了吗?"

"그 사건 담당했던 검사님이랑 되게 닮았어요."
"她长得很像那个负责案件的检察官。"


대본은 훑어보던 박작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키자 金旼炡은 박 작가의 손을 붙잡아 대본으로 옮겨뒀다.
浏览剧本的朴编剧歪着头思索。当她的手指指向自己时,金旼炡抓住了她的手放回到剧本上。


"남주요. 진짜 똑같아 보면 볼수록."
"是男主角耶。越看越觉得一模一样。"

"잘생겼나보네."  "长得还挺帅的嘛。"

"…나쁘지 않죠. 아니 그게 아니라 말투가요."
"...还不错。不,我是说你说话的语气。"


순간적으로 말릴 뻔했다. 빤히 저를 쳐다보는 시선을 받아내던 金旼炡이 책상 위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잠금을 풀고 알림을 확인한 金旼炡은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박 작가는 대본으로 부채질을 하며 金旼炡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물었다. 그게 문제야? 화면에 새로 떠오른 말풍선을 읽던 金旼炡이 고개를 들었다.
一瞬间她差点要阻止。金旼炡在承受着别人直勾勾的注视时,伸手拿起了桌上正在震动的手机。时机刚好。金旼炡解锁后查看了通知,迅速移动手指回复信息。与此同时,朴作家一边用剧本扇风一边紧盯着金旼炡问道。那就是问题所在?正在看着屏幕上新弹出的对话框的金旼炡抬起了头。


"네?"  "什么?"

"쉽네. 현이를 그 검사님으로 두고 연기해봐."
"很简单。把玹伊想象成那位检察官演就好了。"

"…이미 그러고 있었는데요."  "...我一直就是这样做的。"

"그러면 오늘은 싸우기라도 했어?"  "那今天是吵架了吗?"


유구무언이었다. 오해 하게 둬야 한다. 실은 그 검사님한테 좋아한다며 고백했다는 말을 꺼내두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 편이 백배천배 더 이로웠다. 金旼炡은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앉았다. 박 작가도 대본을 돌려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내가 대신 혼내줘? 이러다 우리 旼炡이 밥줄 끊기면 책임 지실 거냐고? 金旼炡은 펼친 대본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不置可否。还是让她误会着比较好。与其说出她向那位检察官告白的事情,倒不如保持现状对她更有利百倍千倍。金旼炡尴尬地笑着转过身。朴作家也起身把剧本还给她。我怎么能替你教训她?要是害得我们旼炡断了生计,你能负责吗?金旼炡一边抚平剧本一边说道。


"보양식으로는 뭐가 좋을까요?"  "补身养气吃什么比较好?"

"…응?"  "...嗯?"

"삼계탕? 한우?"  参鸡汤?韩牛?

"나는 장어도 괜찮더라. 끝나고 사주려고? 역시 우리 旼炡이 밖에 없어"
"鳗鱼也可以。要不要结束后去吃?果然还是只有我们旼炡啊"

"작가님."  "作者大人。"

"말씀하세요 旼炡님."  "请讲,旼炡大人。"

"오늘 말고 다음에 저랑 술 마셔요. 전 아무리 생각해도 연영과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下次再和我一起喝酒吧,不是今天。无论我怎么想,还是不太明白延英的心意。"


때마침 열린 문 사이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 작가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본인의 자리로 되돌아갔으며, 빈 의자는 배역에 맡게 찬찬히 채워졌다.
正巧门开了,人们陆续涌了进来。朴作家不由自主地点点头,回到了自己的位置,空着的椅子也按照角色安排逐渐坐满了人。

핸드폰을 뒤집어 놓은 金旼炡은 얼음이 담긴 테이크아웃잔을 제 볼에 가져다대며 혼잣말을 속으로 삭였다. 솔직히 받아줄 거라는 기대하고 고백한 건 아니었잖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던 얼굴을 지워내면 무감각한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알겠어요. 도무지 대본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머지 공부시키려고 했는데 약속 있다니까 봐주는 거라며 박 작가는 어깨를 두드려줬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옆에서 짐을 챙기던 이현마저 다음번에도 국어책 읽으면 작가님 대신 내가 잔소리할 거라며 말을 거들었다. 장난인 걸 알지만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金旼炡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죄송해요 다음 리딩 때는 준비 제대로 해서 올게요. 나란히 걷던 박 작가와 이현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손사레를 쳤다. 사람이 어떻게 매번 잘하겠어 우리가 했던 말은 신경 쓰지마 旼炡아. 맞아 솔직히 나도 오늘 대사 많이 절었는데 은근슬쩍 넘어간거야 티 안 났어?
金旼炡把手机翻过来放着,将装着冰块的外带杯贴在自己脸颊上,把话咽进了心里。说实话,告白的时候也没指望她会接受。那张用难以捉摸的表情俯视着自己的脸渐渐模糊,取而代之的是那淡漠的声音从远处传来。我知道了。她完全无法集中精神看剧本。朴作家拍了拍她的肩膀说,本来想让你把剩下的练习完,但既然你有约就算了。她哑口无言。一旁收拾东西的李铉也帮腔说,下次要是再读国语书的话,我就替作家大人说你了。虽然知道是开玩笑,但金旼炡却无法当作玩笑接受,只能用细若蚊声的声音咕哝着:对不起,下次读剧本的时候我一定会好好准备的。并排走着的朴作家和李铉连忙摆手说:人哪能次次都做得好呢,别在意我们刚才说的话,旼炡啊。是啊,说实话我今天台词也卡壳了好几次,不过偷偷混过去了,没被发现吧?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현이 본인 몫의 간식을 한가득 챙겨줘도, 박작가가 보내온 기프티콘을 들여다봐도 마음은 그저 뒤숭숭하기만 했다. 촬영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알아서 컨디션 조절하라는 매니저의 걱정은 한 귀로 흘려들었다. 식당으로 가는 내내 金旼炡은 대본만 읽고 또 읽었다. 
一点安慰的作用都没有。即使李贤给她准备了满满的零食,即使看着朴作家发来的礼品券,心里依然忐忑不安。经纪人叮嘱她离拍摄不远了要自己调整好状态的话,她也是左耳进右耳出。金旼炡一路去餐厅的时候,只是反复地读着剧本。

얼마 지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운 매니저는 늦게까지 데이트 하지 말고 일찍 들어가라고 말했으며, 무릎 담요를 가지런히 접어 옆좌석에 올려둔 金旼炡은 피곤해서 밥만 먹고 바로 집에 갈 거라고 대답했다. 머릿속으로 서로 다른 사람을 떠올렸을 게 뻔하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정신은 없었다. 예약시간보다 20분은 일찌감치 도착했음에도 일행 분께서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으니.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홀에서 가장 떨어진 룸으로 걸어가는 金旼炡의 시야에 다른 것들이 치고 들어올 틈이 있었겠냐는 말이다. 
没过多久,在路边停车的经纪人叮嘱她不要约会到太晚要早点回去,而把膝盖毯子整齐叠好放在副驾驶座的金旼炡则回答说因为太累了所以吃完饭就直接回家。虽然两人心里想的显然是不同的人,但她已经无暇顾及这些了。尽管比预约时间提前了 20 分钟到达,却听说对方已经先到了在等候。在服务员的引导下走向大厅最远处包间的金旼炡,哪还有心思注意其她事物呢。

종업원과 거의 동시에 문으로 손을 뻗었던 것만 봐도 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터였다. 음식은 바로 가져다 드리겠다는 종업원에게 金旼炡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문이 닫혔다. 우두커니 앉아 새하얀 벽을 바라보던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덕분이었다. 평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빈 자리로 다가가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은 金旼炡이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刘知珉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저도 도착한지 얼마 안 됐어요. 보통 때였다면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그 말이 오늘은 묘하게 미심쩍기만 했다.
仅从和服务员几乎同时伸手去开门这一点来看,就不需要其她解释了。对着说马上就送来食物的服务员,金旼炡露出略显尴尬的微笑点了点头后走了进去。门随即关上了。呆呆地坐着望着雪白墙壁的人转过头来。因为帽子压得很低,看不清她的脸。这与平时的样子完全相反。金旼炡走向空位,拉开椅子坐下后看着对面问道:等很久了吗?刘知珉若无其事地回答:我也是刚到没多久。换作平时的话会毫不犹豫接受的这番话,今天却显得格外可疑。

몸은 좀 어떠냐는 질문을 던질 찰나에는 문이 열렸다. 남들 눈에는 친구나 지인으로 보일 걸 알면서도 식탁에 접시가 올라오고, 종업원이 카트를 밀고 사라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을 먼저 깨트린 쪽도 제가 아닌 刘知珉이었다. 일단 먹어요. 金旼炡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일 뿐이었다. 
正当她想要询问身体状况时,门开了。明知在她人眼中她们看起来只是朋友或相识,但直到餐盘被端上餐桌,服务员推着餐车离开,她们都没有开口。打破沉默的也不是她,而是刘知珉。先吃吧。金旼炡只是默默地点了点头。

일단 먹었다. 그 말을 꺼낸 장본인은 젓가락 조차 들지 않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어도, 일단은 식사를 계속했다. 맞은편 앞접시에는 하나씩 음식이 쌓여갔다. 빈 잔에 물을 따르던 金旼炡이 말을 건넸다. 검사님도 들어요. 그러자 刘知珉은 명령이 입력된 기계처럼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밥 먹자고 만난 건 맞았지만 이렇게까지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말끔히 비워진 그릇을 확인한 金旼炡이 빌지를 챙겨 먼저 몸을 일으켰다.
我先吃了。虽然说出这句话的当事人连筷子都没动,只是呆呆地望着某处,但我还是继续用餐。对面的小盘子里逐渐堆满了食物。正在倒水的金旼炡开口说道:"检察官也吃点吧。"刘知珉就像接收到指令的机器一样开始动起筷子。虽然约出来吃饭是事实,但也没必要这么死板地执行目的吧。看着完全清空的碗,金旼炡收好账单,率先站了起来。


"몸은 좀 괜찮아요?"  "身体感觉好些了吗?"

"네, 덕분에요."  "是的,多亏了你。"

"그러면 드라이브 시켜줘요. 바람 쐬고 싶어요."
"那就带我去兜风吧。我想透透气。"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것을 원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金旼炡도 아무런 말없이 룸을 나섰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刘知珉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차체를 빙돌아 운전석으로 걸어가는 刘知珉을 지켜보다 시트에 몸을 내렸다. 커피 사서 한강으로 갈까요. 일방적인 제안을 刘知珉은 대꾸 한 마디 없이 그저 착실히 따랐다. 대화는 드라이브 스루에서 잠깐 나눴다. 뭐 마실래요. 이따가 잘 건데 카페인은 좀 그렇고. 저는 아메리카노 괜찮아요. 안돼요 검사님도 그냥 자몽티 먹어요. 알겠어요. 픽업을 기다릴 때는 밀린 연락을 확인해서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 그 중에는 물론 태준의 것이 절대다수였다.
她没有回答。因为金旼炡也不是想得到回答,所以就默默地离开了房间。结完账后跟着刘知珉走向停车场。她看着刘知珉为她打开副驾驶的车门,然后绕到驾驶座的一举一动,这才坐进了车里。要不要买咖啡去汉江?对于这个单方面的提议,刘知珉没说一句话就默默地照做了。她们只在得来速点餐时简单对话。想喝什么?待会要睡觉,喝咖啡因不太好。我美式咖啡就行。不行,检察官您也喝西柚茶吧。好吧。等餐的时候,她查看了积压的消息并迅速回复。其中大部分当然都是泰俊发来的。

약속 있어서 잠깐 나왔는데 금방 들어갈거야. 인터뷰 잘하고 나도 ㅅ. 커서가 깜빡였다. 金旼炡은 혀로 입술을 쓸다 문장을 고쳤다. 인터뷰 끝나면 연락해. 홀드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뒤집어놓았을 때 창문 너머로 음료수가 건네졌다. 金旼炡은 익숙하게 잔을 받아들고 홀더에 넣었다.
我有约出去一下,很快就会回来的。采访顺利,我也……光标闪烁着。金旼炡用舌头舔了舔嘴唇,修改了文字。采访结束了联系我。按下锁屏键把手机翻过来的时候,窗外递过来一杯饮料。金旼炡熟练地接过杯子放进了杯托。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그렇게까지 도로가 막히지는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刘知珉은 홀더에서 잔을 꺼내 金旼炡의 손에 쥐여주며 물어봤다. 자주 와요? 金旼炡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빨대로 음료를 휘젓다가 가만히 덧붙였다. 저도 그랬어요. 그 이후로는 라디오 디제이가 혼자서 떠들기 시작했다.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 선 가로등이 어둠을 밝혔다. 金旼炡은 창 밖을 내다보며 자몽티를 마셨다. 은은한 단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호흡을 고르고 입술을 열었다. 검사님.
或许是因为是工作日的晚上,路上并不太堵。刘知珉把车停在停车场,从杯托里取出杯子递到金旼炡手中,问道:"常来吗?"金旼炡点头表示是的,她搅动着饮料里的吸管,轻声补充道:"我以前也是。"之后就只剩电台里主持人一个人在说话。沿着步道排列的路灯照亮了黑暗。金旼炡望着窗外,喝着西柚茶。淡淡的甜味在口中回荡。调整了一下呼吸,开口道:"检察官。"


"남자친구는 많이 바쁘죠. 요즘 티비에서 자주 보이던데."
"男朋友一定很忙吧。最近经常在电视上看到她呢。"


金旼炡의 시선이 운전석으로 향했다. 刘知珉은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金旼炡的视线转向驾驶座。刘知珉正注视着前方。


"저는 아니고 같이 일하는 수사관님이 봤는데, 연출이 되게 멋있고 배우분들이 연기도 잘 하신다고."
"不是我看的,是和我一起工作的调查官看的,说导演拍得很棒,演员们的演技也很好。"

"……"

"요즘 밤에는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적당해서 밤에 드라이브 하기 괜찮을 것 같아요. 잠깐 바람 쐬러 나오기 좋네요."
"最近晚上的天气不冷不热正好合适,很适合夜间开车兜风。是个出来透透气的好时候。"

"……"

"드라마 촬영할 때는 데이트 어떻게"
"拍电视剧的时候约会怎么"


거기까지였다. 金旼炡은 들고 있던 잔을 홀더에 내려두고 라디오를 완전히 꺼버렸다. 그럼에도 刘知珉과 시선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말도 끝마치지 못하고 허탈한 한숨을 내뱉었다. 눅진한 침묵 사이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到此为止了。金旼炡放下手中的酒杯,完全关掉了收音机。即便如此,她还是无法与刘知珉对视。这到底是要……话还没说完就发出了无奈的叹息。沉重的寂静中传来了声音。


"…좋아해요."  "…我喜欢你。"

"검사님."  "检察官。"

"저도 알고 있어요."  "我也知道。"


역시나 모를 리는 없었다. 金旼炡이 핸드폰을 움켜쥐며 마른침을 삼켰다.
果然不可能不知道。金旼炡攥紧手机,咽了口唾沫。


"그래도 제가…첫번째는 아니잖아요."  "但是我...也不是第一个啊。"


차라리 원망을 했다면 어땠을까. 속상해하고, 서운해하는 거였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刘知珉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핸들을 만지작거리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如果我怨恨你的话会怎样呢。如果是感到难过、失望的话会变成什么样呢。刘知珉依然低着头。一边摆弄着方向盘一边勉强地继续说着。


"욕심 내고 싶은 생각…없거든요. 그럴 주제도 못 되고요."
"我不想贪心...也没有那个资格。"

"刘知珉 검사님."  "刘知珉检察官。"

"진심이었어요, 金旼炡씨 세컨하겠다는 거."  "我是认真的,想要当金旼炡xi的副手。"

"고백에 대한 검사님 대답이 그거에요?"
"这就是检察官对我告白的回答吗?"

"좋아해도 돼요, 旼炡씨 하고 싶은대로 해요. 그게 뭐 문제인가요."
"喜欢也可以,旼炡xi想怎么做就怎么做。这有什么问题吗?"


이로써 명백해졌다. 우린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내내 앞만 바라보고 있던 刘知珉이 조수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서 부딪힌 눈빛에 무언가는 부서질 것이었다.
这一切已经清楚了。我们从一开始就错了这个事实。一直只顾着往前看的刘知珉转头看向副驾驶座。在空中相遇的目光中,某些东西将要破碎。


"내가 정태준씨한테 밀려나는 게 맞아요."
"我确实该被郑泰俊先生取代。"

"검사님."  "检察官。"

"부탁할게요.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거 어렵지 않잖아요."
"拜托了。置之不理又不难。"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데요."
"为什么非要做到这种地步。"

"그래야 우리가 계속 보죠, 이렇게."
"这样我们才能继续见面啊,像这样。"


선택지는 하나 밖에 주지 않았으면서 네가 하는대로 따르겠다니. 이보다 더 잔인한 다정함이 있을까. 金旼炡은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풀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明明只给了一个选择,却说会遵从我的决定。还有比这更残酷的温柔吗?金旼炡松开了握着手机的手,缓慢地点了点头。


"저도 좋아요 金旼炡씨 만나는 거."
"我也很喜欢和金旼炡xi见面。"

"……"

"미안한 것도 많고, 고마운 것도 많은데…"
"有很多抱歉的事,也有很多感谢的事..."

"……"

"덕분에 진짜…네, 그랬어요."  "多亏了你真的...是的,就是这样。"


입꼬리에는 서글픔이 매달려 있었다. 내가 내 손으로 이걸 어떻게 놓아. 짧게 숨을 고쳐 쉰 金旼炡은 운전석으로 몸을 기울여 刘知珉을 끌어안았다. 허벅지 위에 놓인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말로 그것만 하면 우리 계속 볼 수 있어요? 刘知珉이 대답 대신 金旼炡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嘴角挂着一丝悲伤。我要如何亲手放开这一切。金旼炡短暂地调整了一下呼吸,身体倾向驾驶座,拥抱了刘知珉。放在大腿上的手机掉在了地上。真的只要那样做我们就能继续见面吗?刘知珉没有回答,而是把脸埋进了金旼炡的肩膀。

내어준 오른손을 마사지하듯 꾹꾹 주물렀다. 키는 저보다 반 뼘 정도 더 컸지만 손 크기는 얼추 엇비슷한 것이 신기했다. 마디를 눌러보기도 하고,깍지를 껴보기도 했다. 손톱은 가지런히 정리되었고, 손가락도 부드러운데 유독 중지에만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金旼炡은 그 부분을 살살 쓰다듬으며 물었다. 무슨 운동 했어요?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구경하던 刘知珉이 대수롭지게 대답했다. 태권도 잠깐 했었는데 그건 펜 오래 잡고 있어서 생긴 거에요. 金旼炡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刘知珉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프로필을 읊어주는 강효림의 목소리가 저기 멀리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她像按摩似的揉捏着对方伸过来的右手。虽然对方的身高比她高出半个手掌,但手的大小却几乎相似,这让她觉得很神奇。她按压着指节,也尝试着十指相扣。指甲修剪得整齐,手指柔软,唯独中指上有一层茧子。金旼炡一边轻轻抚摸着那处茧子一边问道:你以前练过什么运动吗?正在看着主人带狗散步的刘知珉随意地回答道:我以前短暂练过跆拳道,不过这个茧子是因为长期握笔留下的。金旼炡侧过头,细细地打量着刘知珉。康孝琳念诵档案的声音仿佛从远处传来。


"검사님."  "检察官。"

"네."  "好。"

"혹시 외동이에요?"  "你是独生子女吗?"


刘知珉은 가볍게 웃었다. 밤공기를를 쐬며 걸어서 그런지 확실히 아까보다 기분이 나아보였다. 다행스러웠다. 그 선만 넘으지 않는다면 이렇게 낫낫한 분위기로 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체로 그렇게 보더라고요. 모자를 두드리는 손길은 뺨을 스치는 바람처럼 가볍기만 했다.
刘知珉轻轻地笑了。或许是因为吹着夜风散步的缘故,她的心情看起来确实比刚才好多了。这让人感到欣慰。只要不越过那条界线,似乎就能保持这样和睦的氛围。大体上都是这样。轻抚帽子的手势就像拂过脸颊的微风一样轻柔。


"언니 한 명 있는데 저보다 다섯살 많아요."
"我有一个姐姐,比我大五岁。"

"그러면 언니도 검사에요? 아니면 변호사?"
"那你姐姐也是检察官吗?还是律师?"

"왜 그렇게 생각해요?"  "为什么你会这么想?"


金旼炡은 붙잡고 있던 손을 풀고 슬며시 팔짱을 꼈다. 익숙하다는듯 팔을 벌리는 刘知珉에게 한츰 더 가까이 다가가며. 가족분들은 전부 법조계에서 일하시잖아요. 刘知珉은 金旼炡을 내려다봤다.
金旼炡放开了紧握的手,轻轻地挽住了手臂。当刘知珉习惯性地张开双臂时,她又靠近了一步。你的家人都在法律界工作吧。刘知珉低头看着金旼炡。


"어떻게 알았어요?"  "你是怎么知道的?"

"뒷조사 좀 했죠."  "我稍微调查了一下。"

"검사를?"  "检查吗?"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마주하니 나직한 헛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이대로 마냥 걷고 싶었다. 그저 발 맞춰 나란히 걷기만 할 뿐인데 마음이 한결 편한해졌다.
她带着"怎么了吗"的表情与我对视,发出了一声轻轻的苦笑。我只想这样一直走下去。只是并肩同步走着,心情就变得轻松了许多。


"의사에요 신경외과."  "我是医生,神经外科的。"

"진짜 집안이 무슨…설마 언니도 예뻐요?"
"家里真的是...难道姐姐也很漂亮吗?"

"네, 저보다 더 인기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是的,从小她就比我更受欢迎。"

"거짓말…"  "骗人..."


가늠이 되지 않았다. 刘知珉보다 더 인기가 많은 刘知珉의 언니. 金旼炡은 입도 다물지 못한채 刘知珉만 쳐다봤다.
难以想象。比刘知珉还要受欢迎的刘知珉的姐姐。金旼炡张着嘴,目不转睛地盯着刘知珉。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这有什么好惊讶的?"

"약간…거리감이 느껴져서."  "感觉…有点距离感。"


말없이 빤히 눈빛을 주고 받다가 대뜸 팔짱을 풀었다. 뭐하냐고 묻기도 전에 허리와 골반 사이를 붙잡아 제 쪽으로 살짝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이러면 돼요? 金旼炡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沉默地对视了一会儿,她突然松开了交叉的手臂。还没来得及问她要做什么,她就抓住了我的腰臀之间,轻轻地把我拉向她。这样可以吗?金旼炡不由自主地点了点头。


"그러고보니 유지현이랑 나만큼 우리 나이 차이 나네요."
"说起来,我和柳志贤之间的年龄差和我们一样呢。"

"다섯살이면 뭐…적당하지 않나."  "五岁的话嘛...应该刚刚好吧。"


네 살이면 궁합도 안 본다는데. 그러면 다섯살도 나쁘지 않지. 허리를 감싼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金旼炡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슬쩍 옆을 힐끔거리니 刘知珉이 별다른 반응 없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괜히 뻘쭘해져서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四岁的话听说连八字都不看的。那么五岁也不错吧。金旼炡一边摆弄着搂在腰间的手,一边轻声嘀咕着。偷偷瞥了一眼旁边,刘知珉正毫无特别反应地看着她。莫名感到尴尬,她清了清嗓子。


"이래저래 들키면 안 되겠어요."  "无论如何都不能被发现。"

"…저 좀 그래요?"  "…我有点那样吗?"

"네."  "好。"


그래도 고민하는 척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金旼炡은 팔로 刘知珉의 어깨를 밀어내고 산책로를 걸었다. 발걸음을 뗄수록 마주치는 사람들은 조금씩 줄어갔다.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라는 걸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金旼炡이 뒤를 돌았다. 겁도 없었다. 물론 대부분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눈길을 주는 몇몇도 저희를 사이 좋은 친구 쯤으로 보겠지만. 가만히 안겨 있던 金旼炡이 소리없이 웃으며 결이 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至少也该装作认真考虑一下吧。金旼炡用手臂推开刘知珉的肩膀,继续在散步道上走着。每走一步,遇到的路人就逐渐变少。多亏如此,她意识到该回去的时间快到了。环顾四周的金旼炡转过身来。一点也不害怕。当然,大多数路人对她们并不感兴趣,就算有人注意到也只会把她们当作关系要好的朋友吧。静静依偎着的金旼炡无声地笑着,抚摸着那柔顺的头发。


"유지현이 알면 아마 자기도 데이트 따라오겠다고 난리일걸요. 귀찮아요 그거, 성가시고."
如果柳智贤知道了,她应该会闹着要跟着一起约会。那可真麻烦,真让人头疼。


이럴 때 보면 꽤나 손을 타는 것 같았다. 안아주려는 건지, 안기려 드는 건지 저에게로 파고드는 刘知珉으로 인해 金旼炡의 몸은 뒤로 밀려나게 됐다. 지현언니에요? 응? 검사님네 친언니요. 응, 유지현이에요. 의사면 엄청 바쁘시겠다. 그걸 왜 金旼炡씨가 걱정해요. 손끝을 스치는 밤바람이 허파까지 들어온 모양이었다. 욕심만 안 부리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金旼炡은 먼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在这种时候看来她还挺黏人的。不知道是想抱住自己,还是想被抱住,因为刘知珉往自己这边钻,金旼炡的身体不由自主地向后退去。是志贤姐姐吗?嗯?检察官的亲姐姐。嗯,是柳志贤。当医生一定很忙吧。金旼炡为什么要担心这个。掠过指尖的夜风仿佛钻进了肺里。原来不贪心的话就是这样啊。金旼炡先退后了一步。


"검사님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검사였어요?"
"检察官从小就梦想成为检察官吗?"

"네, 보고 자란 게 그게 전부였으니까요. 큰 사건 해결하고 티비에 나오는 아버지가 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是的,因为我从小看着这些长大,这就是我的一切。看着父亲破获大案然后出现在电视上的样子,觉得挺帅气的。

"장관님은 그냥 멋지시던데."  "部长真的很帅气呢。"


다소 어이없어 하며 모자를 툭 건드린다. 인상을 찌푸리며 모자를 고쳐쓴 金旼炡이 주차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刘知珉은 그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略显无奈地轻碰了一下帽子。金旼炡皱着眉头重新戴好帽子,慢慢地走向停车场。刘知珉走到她身边,并肩而行。


"그러면 이제는 법무부 행사 가면 검사님네 아버지 볼 수 있는 거네요?"
"那么现在去法务部活动的话就能见到检察官的父亲了吧?"

"아무래도 그렇겠죠."  "大概就是这样。"

"검사님도 와요?"  "检察官也来吗?"

"제가 왜요?"  "我为什么要这样?"


이내 적당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평검사여서 그런 큰 행사는 거의 참석 못해요.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밖에서 아버지 잘 안 만나고요 오히려 서로 피하면 피했지. 金旼炡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接着补充了合适的解释。因为是普通检察官,所以几乎不能参加那种大型活动。而且一般情况下也不会在外面见父亲,反而是互相回避。金旼炡似乎理解了,点了点头。


"불편하면 말해요. 눈치없게 식사 자리 만들지 말라고 얘기해 놓을게요."
"如果你觉得不舒服就说出来。我会告诉她们别不识趣地安排饭局。"

"저는 괜찮아요."  "我没关系。"

"…그래요?"  "...是吗?"

"네."  "好。"

"그렇구나."  原来是这样啊。

"네, 그러니까 주말에 하루만 시간 빼줄 수 있어요?"
"是的,所以周末能抽出一天时间吗?"


옆에서 걷던 刘知珉이 멈춰섰다. 얼굴에는 잘못 들었다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것 같았다. 뜬금없고 맥락없는 대화에 다소 당황한듯 보였다. 金旼炡은 刘知珉의 눈 앞에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종종 刘知珉이 제게 그러는 것처럼 볼을 쿡 찔렀다.
在旁边走着的刘知珉停了下来。她的脸上似乎写着'我没听错吧'几个大字。对这突如其来毫无前后文的对话,她看起来有些慌乱。金旼炡在刘知珉眼前挥了挥手。然后像刘知珉经常对她做的那样,戳了戳她的脸颊。


"자고 올지는 모르겠지만…어쨌거나 하루면 되거든요."
"不知道要不要过夜……但无论如何一天就够了。"

"어디 멀리로 가야 해요?"  "要去很远的地方吗?"

"그냥 조용한 곳이요, 사람 없는."
"就是个安静的地方,没有人的。"

"많이…힘들어요?"  "很…辛苦吗?"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아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희들은…金旼炡은 고민 끝에 고개를 가로젓고 刘知珉을 이끌어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앞만 보고 다가보면 주차장 근처에 다다르게 됐다. 차를 세워두었던 구역으로 걸음을 옮기며 金旼炡이 말했다. 요즘 검사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신경 쓸 일 많았잖아요 하루만 어디 산속에서 편하게 쉬고 왔으면 해서요.
她并非完全不明白为什么会问这样的问题。刚才她们还在...金旼炡思考后摇了摇头,拉着刘知珉重新开始走。一直往前走了很久,终于到达了停车场附近。向着停车的区域走去时,金旼炡说道:'最近检察官您也是,我也是,都有很多要操心的事情,所以想着在山里好好休息一天就回来。'

일 때문에 안 된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억지를 부릴 생각이었다. 정 바쁘면 오후라도 괜찮으니까 시간 좀 내어달라고 조금 구차하게 매달려 볼까 했는데, 조수석에서 멈춰선 刘知珉은 대뜸 캠프파이어도 하는 거냐며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런 계획은 없었지만 金旼炡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적막을 깨트리기 위해 던진 한 마디는 지극히 刘知珉다웠다. 장작은 잘 못 패는데 어떡하죠. 金旼炡이 핸드폰의 무음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 요즘은 다 팔아요 쪼갠 장작도. 정말 그게 고민이었는지 표정은 한결 가벼워졌다. 刘知珉은 조수석 문을 열고 金旼炡을 안으로 이끌었다.
即使因为工作说不行,这次她也打算任性一回。本来想着如果真的很忙的话,下午也可以,准备稍微纠缠着请她抽出时间,但在副驾驶座停下的刘知珉突然问道是不是还要篝火。虽然原本没有这个计划,但金旼炡还是点了点头。打破短暂沉默的这句话非常有刘知珉的风格。'我不太会劈柴火怎么办?'金旼炡一边把手机调成有声模式一边回答:'现在都有卖现成劈好的柴火。'好像真的就是在担心这个问题似的,她的表情轻松了许多。刘知珉打开副驾驶门,领着金旼炡进去。

곧잘 말을 주고 받다가도 이따금씩 金旼炡은 넋을 놓고 刘知珉을 바라봤다. 刘知珉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상황이 실감나지 않아 괜히 제 손등을 꼬집이 보기도 했다. 정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한적한 도로가 괜히 아쉽게 느껴졌다. 같이 있을 때는 가급적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눈치를 살피던 金旼炡은 刘知珉이 전방을 주시하며 핸들을 돌리는 틈을 타서 빠르게 잠금을 풀어 카톡을 들여다봤다. 나도 들어가는 중이야. 답장을 보낸 뒤에는 바로 홀드버튼을 눌렀다.
虽然她们一直在聊天,但金旼炡时不时会出神地看着刘知珉。坐在刘知珉开的车的副驾驶座上,一边聊着琐碎的事情一边一起回家的情景让她感觉不太真实,忍不住掐了掐自己的手背。这条没有一点堵车迹象的空旷道路让她感到有些遗憾。虽然在一起的时候尽量不想看手机,但完全无视也是不可能的。金旼炡观察着时机,趁着刘知珉专注看前方转动方向盘时,迅速解锁查看了 kakao 聊天。'我也在回去的路上。'发完消息后马上按下了锁屏键。

이 정도 죄책감은 감수 해야 한다. 刘知珉 옆에 있으려면, 刘知珉을 계속 만나려면 어쩌면 더 한 일도 각오 해야 될 것이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두 사람 사이에서 누군가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리하여 마음에도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할 때, 결국 저 역시 刘知珉을 두고 가야 할 때. 정태준과 함께 있으면서도 刘知珉을 떠올릴 때, 제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정태준이 아닌 刘知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정태준을 놓을 수 없는 이유에 저보다 刘知珉이 우선이 될 때. 시동이 꺼진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면서 金旼炡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这种程度的罪恶感必须承受。如果想要继续待在刘知珉身边,想要继续见她,或许还得做好承担更多的准备。比如说当不得不在两个人之间选择一个的时候,不得不做出违心的选择的时候,最终不得不离开刘知珉的时候。和郑泰俊在一起时却想起刘知珉,希望牵着自己手的人不是郑泰俊而是刘知珉时,不能放开郑泰俊的理由变成了为了刘知珉时。从熄火的车里下来走向电梯时,金旼炡努力让自己平静下来。











여러모로 잊지 못할 하루였다. 다만 아쉬웠던 것을 하나 꼽아보자면 기억은 온전히 머릿속에만 남겨야 했다는 점이다. 어떠한 흔적도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럴 때면 문득문득 실감을 하게 됐다.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하고, 누가 봐도 부적절한 관계라는 현실을.
这是一个从各个方面都难忘的一天。唯一遗憾的是记忆只能留在脑海里。因为不能留下任何痕迹,所以无法拍照。在这种时候,突然就会意识到现实:这是一段无法光明正大的、任谁看来都不恰当的关系。

바람 피는 사람들이 핸드폰을 따로 사용하는 이유도 그 덕분에 알게 됐다. 귀찮고 번거롭게 굳이 저래야 하나 싶었는데,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는 거다. 이 모든 순간을 그저 눈으로만 담아야 한다니. 시간을 꽉 채워 체크아웃 할 때까지도 내내 붙어 있었으면서도 괜히 미련이 남아 미적거리며 짐을 챙겼던 것은 비밀로 부쳐뒀다. 그래도 낮잠을 자서 좀 괜찮지 않냐고 중얼거리다 허리를 꾹꾹 눌러주는 刘知珉도 같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덕분에 잘 쉬었다며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남기는 刘知珉이 하루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끼니에 맞춰 밥을 먹고 손 잡고 산책로를 걷고, 그러다 들어와서 영화를 보고, 눈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웠고, 티비를 틀어놓은 채로 잠을 잤다. 어중간한 새벽에 얼핏 깨어나면 옷을 대충 걸치고 테라스로 나갔고, 목이 아플 때까지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서로의 별자리를 찾았다. 추억은 그렇게 쌓여갔다.
多亏如此,我才明白了为什么出轨的人都会另外使用手机。原本觉得这样做很麻烦很累赘,但原来她们也都有自己的苦衷。所有这些瞬间只能用眼睛记录下来。虽然一直到退房前都黏在一起,但默默收拾行李时那份难舍的心情还是埋在心底。不知道一边嘟囔着因为睡了午觉所以感觉好多了,一边按摩我腰部的刘知珉是否也有同样的心情。虽然不知道轻吻我嘴唇说休息得很好的刘知珉这一天都在想些什么。我们按时吃饭,牵手走在林荫道上,回来看电影,目光相遇时自然而然地躺在床上,开着电视睡着了。半夜醒来时随便披上衣服去阳台,仰望夜空直到脖子发酸,寻找彼此的星座。回忆就这样慢慢积累。

어느덧 리딩도 막바지였다. 탁 감독은 배우들 합이 나날이 좋아져서 당장 오늘이라도 촬영에 들어가도 되겠다며 들떠했고, 박 작가는 언제나 멀지만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겠으니 대본과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주저 말고 연락달라고 말을 거들었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金旼炡은 본인의 대사는 물론이고 상대역의 지문까지 모두 외워 이현을 놀라게 했다. 매니저는 촬영 일정이 정리된 스케줄표를 보내주며 비타민 산 거 꼬박꼬박 챙겨먹으라는 잔소리를 덧붙였으며, 정태준은 스케줄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방송국까지 찾아와 퇴근을 함께 했다.
不知不觉剧本排练也到了最后阶段。卓导演兴奋地说演员们的配合一天比一天默契,现在就开拍也没问题,朴编剧则表示会一直在不远不近的地方支持,有任何关于剧本的疑问都请随时联系。而担任主演的金旼炡不仅把自己的台词背得滚瓜烂熟,连对手戏的场景提示都记住了,让李贤感到惊讶。经纪人发来 filming 日程表的同时不忘叮嘱要按时吃维生素,而郑泰俊则在工作结束得早的日子里,会来到电视台一起下班。

영화 홍보는 거의 마무리 되었으나 차기작으로 맡은 역할이 외과 레지던트인 터라 휴식기에도 한가롭게 지낼 수는 없었다. 작가님이 미리 보내 준 전공 관련 논문을 공부하는 건 물론이고, 몇 주 동안은 감독이 정해준 대학병원으로 출근하여 인턴을 따라다니며 의사들의 사소한 습관이나 주로 사용하는 용어 등 전반적인 생활을 직접 보고 듣고 겪으며 익혀야 한다며 본인의 근황을 늘어놓는 정태준에게 金旼炡은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虽然电影宣传工作已接近尾声,但由于下一个角色是外科住院医,即使在休息期间也不能闲着。不仅要学习编剧提前发来的专业论文,还要在导演指定的大学医院跟随实习医生工作几周,亲身体验和学习医生们的日常习惯、常用术语等整体生活。听着郑泰俊诉说着近况,金旼炡报以理解的微笑。

 연락없이 불쑥 나타나서 놀란 건 사실이었지만, 전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문자를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도 깜빡할 정도로 바쁜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저를 만나기 위해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을 하고, 직접 데리러 왔다는 거니까. 혹시 선약이 있었냐며 더없이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태준을 바라보며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연인으로 보일 수 있는 최선이라고, 金旼炡은 생각했다. 
虽然她突然出现确实让人吃惊,但对于忙到连是否打过电话、发过短信都记不清的人,她不想说什么责备的话。况且她还特意为了见面查找餐厅、预约,亲自来接她。看着小心翼翼地询问自己是否有约的泰俊,金旼炡认为,回答说没有是作为恋人能做出的最好选择。

저녁 먹고 영화를 본 후에 들어간다면 집에는 얼추 자정에나 도착할 것 같았다. 직장인도 아닌 터라 출근 핑계를 대고 일찍 헤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스케줄이 고정적이지 않으니 데이트는 시간날 때 많이 해둬야 한다는 걸 3년 동안 연애하면서 배우기도 했고. 그러니까 이건 정태준이 과할 정도로 약속을 잡는 것이 전혀 아니었다. 고로 金旼炡은 귀찮거나 부담스럽다는 내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스케줄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가려 했던 것은 선약으로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작성 중인 기안만 끝마치면 야근 안 하고 바로 퇴근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확답 못 준다는 답장도 받았었고.
如果吃完晚饭再看场电影才回家的话,大概要到午夜才能到家。既然不是上班族,也不能用上班为借口早早分开。而且在这三年恋爱期间也学会了,因为行程不固定,所以要在有空的时候多约会。所以这根本不是郑泰俊过分安排约会。因此,金旼炡不能表现出觉得麻烦或有负担的样子。况且,想在结束行程后直接回家这种事也不能算作先约。虽然也收到过'如果能完成正在写的企划书的话也可能不用加班直接下班,但现在还不能给准确答复'这样的回复。

점멸된 핸드폰 화면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던 金旼炡은 물로 목을 축이고 나이프를 고쳐잡았다. 음식은 입에 맞아? 응, 맛있어. 여긴 다 좋은데 룸 예약 잡기가 어려워서. 괜찮아 우리 이렇게 만나는 게 처음도 아닌데 뭐. 이런 분위기의 식당에서는 오히려 모자 쓰고 마스크 한 채로 나타나는 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는 사실을 태준도 모를 리는 없었다. 이럴 때는 공개연애가 마음은 조금 더 편한 것 같기도 하고. 金旼炡이 에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를 입에 넣으며 맞은편을 향해 눈짓했다. 식기 전에 먹으라는 무언의 표현을 어렵지 않게 알아챈 정태준은 고개를 주억이고 식사를 이어갔다.
金旼炡时不时瞥一眼黑掉的手机屏幕,喝了口水后重新拿起刀叉。'食物合胃口吗?''嗯,很好吃。''这里各方面都很好,就是包间不太好预订。''没关系,我们又不是第一次这样见面。'泰俊也很清楚,在这种氛围的餐厅里,反而是戴着帽子和口罩出现更容易引人注目。'这种时候,公开恋爱反而让人感觉更轻松一些。'金旼炡一边吃着开胃菜沙拉,一边向对面使了个眼色。郑泰俊轻易理解了这个'趁热吃'的无声暗示,点点头继续用餐。

접시가 얼추 비워지는 것 같으면 서버는 새로운 음식을 내어왔다. 핸드폰을 아예 뒤집어 놓은 金旼炡은 정태준과 비슷한 속도로 제 몫의 음식을 비워냈다. 그러는 동안 대화는 오후에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차기작에 대한 걱정과 기대, 드라마 특별출연을 위한 준비로 유려하게 넘어갔다.
餐盘稍微空了一点,服务员就会端上新的食物。把手机完全翻过来的金旼炡和郑泰俊以相似的速度消灭着自己那份食物。期间,谈话从下午电影票房突破盈亏平衡点开始,优雅地转向了对下一部作品的担忧与期待,以及为电视剧特别出演所做的准备。


"감독님은 그래도 한 컷 정도는 같이 나왔으면 싶던데, 작가님 생각은 조금 다르시나봐."
"导演还是希望能一起出现在至少一个镜头里,不过看来作家的想法有点不一样。"

"대본 아직 못 받았다고?"  "还没收到剧本吗?"

"일단은 기다려보라고 하시더라."  "她说先等等看吧。"

"어차피 후반부에 나오는 거니까…"  "反正后面也会出现的..."

"대사 많이 받을지 말지는 너랑 합의해서 오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关于是否要接很多台词,让我跟你商量后再回复,你觉得怎么样?"

"……"

"旼炡아?"  "旼炡啊?"


잘못 봤다기에는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고, 닮은 사람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허공에서 맞닿은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받아낸다. 포크를 쥔 金旼炡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가까이 다가오는 이는 분명히.
虽然没喝一口酒,不能说是看错了,而且对方毫不躲避与自己在空中对视的目光,也不能说只是相似的人。金旼炡握着叉子的手倏地加重了力度。在服务员的引导下走近的那个人确实是。


"내가 이런 곳을 왜 너랑 와야 되냐고요."
"为什么我要和你一起来这种地方?"

"바람 맞힌 애인을 탓하세요."  "怪你那个背叛你的恋人吧。"


대각선으로 떨어져 있는 테이블에 착석한 여자는 지나칠 정도로 낯이 익었다.
斜对角桌子上坐着的那个女人,熟悉得让人无法忽视。


"고 부장 좀 어디 멀리로 보내버리면 안돼? 너 그 정도는 할수 있잖아 유 프로. 당일 회식 이거 직장 내 괴롭힘이라니까."
"能不能把高部长调去什么远一点的地方啊?你应该有这个能力吧,刘主管。临时通知聚餐这简直就是职场霸凌。"

"부른다고 가냐 그걸 또. 아닌 척 했으면서 도 검사님도 은근 승진 욕심 있나봐요."
"叫一声就跑过去,真是的。明明假装不在意,看来都检察官也暗地里很想升职啊。"


커다란 손이 제 손등을 완전히 덮을 때야 金旼炡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도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金旼炡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집어들었다. 
直到那只大手完全覆盖住自己的手背时,金旼炡才回过神来。你没事吧?担忧的表情也姗姗来迟地映入眼帘。金旼炡点点头,端起了酒杯。


"직속상사가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찾는데 어떡해요. 가기 싫다고 안 가는 것도 刘知珉 검사님 쯤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直属上司用手机打电话找人怎么办。说不想去就不去,这种事也就只有刘知珉检察官才做得到。"

"선배도 그걸 알겠다고 보내주냐. 그냥 둘이 같이 한 번 혼나고 말지." 
"前辈你明知如此还让我去。那就干脆一起挨骂算了。"

"저녁도 안 먹고 야근한다는 후배님이 안쓰러워서 데리고 왔는데, 갑자기 측은지심이 사라져서 이성을 되찾고 식사비 청구하기 전에 그 입은 다무실게요." 
"看到说没吃晚饭要加班的后辈很可怜才带来的,但突然同情心消失了,在恢复理智要求报销餐费之前还是闭嘴吧。"


같은 지검 사람이구나. 잔에 있던 물을 모두 비워낸 金旼炡은 건너편 테이블로 넘어갔던 시선을 거두고 앞을 쳐다봤다. 
是同一检察厅的人啊。金旼炡喝完杯中的水,收回望向对面桌子的视线,转而看向前方。


"자리가 너무 훤하지."   "这位置太显眼了。"

"아냐, 그래도 이 정도면 구석이래서 사람들 눈에 잘 안보일 걸." 
"不,在这个角落的话,应该不会那么引人注目。"


저희들과 근처에 있지 않다면 아마 저 남자가 정태준인지, 그 앞에 앉은 여자가 金旼炡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몇 테이블을 건너 떨어진 곳에 앉았다면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 어떤 조건에도 부합하지 못한다. 金旼炡은 잔에 채워지는 물을 가만히 쳐다보다 마른침을 삼켰다. 
如果不是坐在她们附近,或许不会那么在意那个男人是郑泰俊,坐在她对面的女人是金旼炡。至少如果隔着几张桌子,就听不到她们的声音了。但不幸的是,现在的情况完全不符合任何这些条件。金旼炡静静地盯着杯中注入的水,咽了咽口水。


"술은…난 와인 한 잔은 마실 건데 너는 운전해야 하니까" 
"酒的话…我要喝一杯红酒,但你得开车。"

"똑같은 걸로 주문해요." 
"我要一样的。"

"차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车子要怎么办?"

"대리 불러야죠."   "我们该叫代驾了。"

"그러면 나는 그냥 택시 타고 가야겠다." 
"那我就打车回去好了。"


잔에서 찰랑이던 투명한 물이 이내 잠잠해졌다. 
杯子里晃动的清水很快平静下来。


"그래서 나 대사 많이 받아도 돼?" 
"那我可以多接一些台词吗?"

"…응?"   ……嗯?

"아니면 그냥 얼굴만 보여주고 가?" 
"要不然就只露个脸就走?"

"해야지…대사랑 얼굴이. 아무튼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 신경 쓰지 말고." 
"脸和台词都得演啊......不管怎样,哥你就按自己想要的去做吧,别管我。"


신경이 옆으로 쏠리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내 테이블이 정리되며 새로운 접시가 서빙됐다. 金旼炡은 기계적으로 포크를 들어 접시 안에 담긴 음식을 찬찬히 해치웠다. 
她无法控制自己分散的注意力。餐桌很快被收拾干净,新的餐盘被端了上来。金旼炡机械地拿起叉子,慢慢地解决盘中的食物。


"영화 보고 바로 집에 가야 하지?" 
"看完电影就要直接回家吗?"

"그래야 하지 않을까? 11시 넘을 것 같은데…" 
"应该是这样吧?都快 11 点了..."

"내일은 리딩 없다고?" 
"明天没有朗读吗?"

"응…없을 거야."   "嗯...应该没有。"


무슨 맛인지 느끼지도 않고 그저 접시만 비워냈다.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몰랐다. 
没有品味食物的滋味,只是把盘子清空了。甚至不知道是从鼻子还是从嘴里咽下去的。


"야 이거 한 병이 다 너 꺼세요? 이게 아주 비싼 건 알아가지고 와인만 들입다 마시네." 
喂,这一瓶都是你的吗?明知道这很贵还尽喝红酒。

"카드줄게요."   我给你信用卡。

"며칠 전에도 병 나서 결근하셨다면서요. 몸 챙겨라 너도 이제 서른이다 유 검." 
听说几天前你就病了没去上班。要照顾好身体啊,你也三十岁了,柳检察官。

"하나 더 주문해도 돼요?" 
"我可以再点一个吗?"


식기를 내려둔 金旼炡이 테이블 한 켠에 치워뒀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잠금을 풀고 문자를 보내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金旼炡放下餐具,伸手去拿放在桌子一角的手机。解锁并发送短信的过程大概不到一分钟。


"촬영 일정 나왔어?"   "拍摄日程出来了吗?"

"얼추 정리는 됐는데 픽스는 아니래." 
"基本安排好了,但还没完全确定。"

"스케줄표로 나오면 오빠한테도 카톡으로 보내줘." 
"时间表出来后也用 KakaoTalk 发给欧巴看看。"


테이블로 내려두기 전에 무음모드를 풀어뒀지만 이후로 어떠한 알림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放在桌上之前虽然已经解除了静音模式,但之后却没有收到任何提示音。


"앞으로는 이렇게 같이 저녁도 못 먹겠네." 
以后就不能这样一起吃晚饭了。

"그래도 캠퍼스에서 찍는 씬이 더 많아." 
"不过在校园里拍的场景更多。"

"간식차 보내도 돼? 아니면 이번에는 밥차로 할까?" 
能送快餐车吗?还是这次送饭车?

"나는…다 고맙지."   我...都很感谢。


결국 金旼炡은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읽음. 봤으면서도 와인을 추가로 주문했다는 거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검사님 잠깐만 나와요. 술은 저 쪽에서 마셨는지 속은 이 쪽이 뜨거워졌다. 한 손에는 여전히 핸드폰을 든 채로 물을 들이켰다. 
最终金旼炡又拿起了手机。已读。明明看到了却还追加了葡萄酒的订单。她迅速移动手指。检察官请出来一下。虽然酒是在那边喝的,但这边却开始发烫了。她一手仍拿着手机,灌了一口水。


"최 감독님도 旼炡이 되게 좋게 보시더라." 
"崔导演也很看好旼炡呢。"

"그래?"   是吗?

"기회 있으면 같이 작업하고 싶대." 
"如果有机会希望能一起工作。"

"나도 좋지 감독님…" 
"我也很乐意,导演大人…"


어김없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金旼炡은 아예 대놓고 고개를 돌려 건너편을 쳐다봤다.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화면을 바라보던 刘知珉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잔을 들어올렸다. 이내 붉은색 와인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빈잔을 치워두는 刘知珉의 다른 손에는 여전히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果然还是没有声音。金旼炡直接转过头看向对面。刘知珉右手拿着手机看着屏幕,歪着头思考着什么,随后端起酒杯。红酒顷刻间就消失不见了。刘知珉收拾空杯子时,另一只手依然握着手机。


"기다리는 연락이라도 있어?"   "在等什么人的联系吗?"

"딱히 없을 걸요." 
"没什么特别的。"

"없으면 없는 거지 딱히 없을 건 뭐야 또." 
"没有就是没有呗,又不是非要有什么不可。"


金旼炡이 화면을 몇 번 두드리다 키패드를 눌렀다. 화장실에서 봐요. 오른손에 핸드폰을 쥐고 의자를 뒤로 밀어냈다. 몸을 일으키는 金旼炡을 따라 정태준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묻기 전에 선수를 쳤다.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정태준이 희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테이블을 벗어나 복도를 걷다 서버가 알려준대로 코너를 꺾었다. 표지판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가다 화장실 입구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별안간 손목이 붙잡히며 몸이 반대쪽으로 당겨졌다. 
金旼炡点击了几下屏幕后按下键盘。在洗手间见。右手握着手机,将椅子往后推。随着金旼炡起身,郑泰俊的头也抬了起来。她在对方开口询问前先发制人。我去打个电话就回来。郑泰俊露出淡淡的微笑点了点头。离开餐桌走在走廊上,按照服务员指示的方向拐过转角。沿着指示牌往里走,快到洗手间入口时。突然手腕被抓住,身体被拉向相反方向。

놀랄 틈도 주지 않았다. 金旼炡은 저를 이끄는 손길에 따라 걸음을 옮겨야 했다. 화장실을 지나 다른 코너를 돌았더니 박스가 쌓인 또다른 복도가 나타났다. 어쩌면 실수로 들어온 건 아닌 듯 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직원들만 알 법한, 직원들이 다닐만한 구석진 통로로 저를 데리고 올리 없다. 검사님. 설명하려 했었다. 갑자기 약속이 잡혔고, 그래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게 됐고, 그 다음에는.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오히려 숨마저 안으로 먹혀들어갔다. 입술이 포개어진 탓이었다. 金旼炡은 제 앞을 가로막은 이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방아쇠를 당긴 꼴이 되고 말았다. 벽으로 밀쳐지는 동시에 손목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는 힘이 가득 실렸다. 턱을 붙잡는 다른 손도 마찬가지였다. 닫혀 있던 입술을 억지로 벌려내는 것이었다. 그 틈으로 파고드는 뜨거운 살덩이는 마치 와인에 담갔다가 뺀 것처럼 향이 배어 있었다. 
她连惊讶的机会都没有。金旼炡只能跟随着引导她的手移动脚步。经过洗手间,转过另一个拐角,出现了一条堆满纸箱的走廊。看来这似乎不是误入此处。否则不会带她来到这种只有员工才知道、只有员工会走的偏僻通道。检察官大人。她本想解释的。突然有了约会,所以吃了晚饭看了电影,然后。但这些话一个字都没能说出口。反而连呼吸都被吞没了。都是因为那覆上来的嘴唇。金旼炡推开挡在面前人的肩膀。但这反而成了扣动扳机的举动。在被推到墙上的同时,抓着手腕的手也收紧了力道。抓住下巴的另一只手也是如此。强行撬开紧闭的嘴唇。钻入其中的滚烫肉块仿佛浸泡过红酒一般,散发着醉人的香气。

얼굴을 옆으로 돌리면 움직이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턱을 잡았다. 어깨를 밀어내면 뿌리치듯 치워내고 손목을 그러쥐고 벽에 눌렀다. 입 안을 헤집는 움직임에 배려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거칠고 투박하고 성급했다. 고개를 꺾을 때마다 달뜬 호흡이 부서졌다. 저까지 취하는 기분이었다. 뭉근히 입천장을 쓸어내리면 참을 새도 없이 입 밖으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갔다. 손목을 쥐고 있는 손이 헐렁해진 사이에 金旼炡은 刘知珉의 셔츠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어디를 어떻게 건드리고, 쓸고, 옭아야 金旼炡이 달아오르는지 刘知珉은 너무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아 한다. 버텨봐야 소용없었다. 金旼炡은 셔츠를 잡고 있던 손을 조금씩 올려 훤히 드러난 맨살을 만지작거리다 눈을 감았다. 제멋대로 움직이던 刘知珉도 그제야 힘을 빼고 치열을 훑었다. 한 팔로는 허리를 감고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혀를 툭툭 건드렸다. 
当她想把脸转向一边时,手指抓住她的下巴不让她动。当她试图推开肩膀时,对方甩开她的手,抓住她的手腕按在墙上。在嘴里翻搅的动作中没有丝毫温柔可言。粗暴、生硬而急切。每当扭转头部时,急促的呼吸就会破碎。连她自己都感觉醉醺醺的。当舌头缓慢地扫过上颚时,呻吟声不受控制地从嘴边溢出。在抓住手腕的手稍微松懈时,金旼炡抓住了刘知珉的衬衫前襟。刘知珉太清楚该如何触碰、爱抚、缠绕才能让金旼炡动情了。所以在她面前只能毫无抵抗地崩溃。再怎么坚持都是徒劳的。金旼炡把抓着衬衫的手慢慢上移,抚摸着裸露的肌肤,闭上了眼睛。一直肆意妄为的刘知珉这时才放松力道,轻轻舔舐着她的牙齿。一只手环住她的腰将她紧紧拉向自己,同时轻点着她的舌头。

한참동안 입 안을 헤집어 놓던 刘知珉은 호흡을 고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뒤늦게 불이 붙은 金旼炡이 다시금 셔츠를 잡아 당기며 멀어지는 입술을 따라갔다. 숨결이 엉키는 건 순식간이었다. 흥분은 한결 가라 앉았지만 두 사람 사이를 맴도는 열기는 좀처럼 사라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는 달래는 듯한 키스가 이어졌다. 金旼炡의 조급한 움직임을 刘知珉은 능숙하게 받아내며 허리를 토닥였다. 그러다 먼저 입술을 떼고 金旼炡을 지그시 바라봤다. 가쁜 호흡을 겨우 가다듬으며 金旼炡은 벽에 머리를 기댔다. 
刘知珉在口中游移许久后调整呼吸往后退去,但是后知后觉燃起欲望的金旼炡再次抓住衬衫追逐着远离的嘴唇。呼吸交缠在转瞬之间。虽然兴奋稍微平息,但萦绕在两人之间的热度却丝毫没有消退的迹象。之后是绵延不断的安抚般的亲吻。刘知珉熟练地接受着金旼炡急切的动作,轻拍着她的腰。然后先分开嘴唇,深深地注视着金旼炡。金旼炡勉强平复急促的呼吸,把头靠在墙上。


"저거 다 먹고 집에 갈 거에요?" 
"你要吃完那个再回家吗?"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훔쳐주며 刘知珉이 물었다. 金旼炡은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刘知珉用手指擦拭着她闪亮的嘴唇问道。金旼炡亲吻着她的手指,点了点头。


"쟤랑 같이?"   和她一起?

"…그럴까요?"   ……是这样吗?

"술 안 마신 것 같던데 태워달라고 해봐?" 
你看起来没喝酒,要不要让她送你回去?


실소를 흘린 金旼炡이 손바닥으로 셔츠를 쓸어내리며 구김을 폈다. 刘知珉은 그 사이 金旼炡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金旼炡轻笑着,用手掌抚平衬衫上的褶皱。这时刘知珉帮她整理了头发。


"여기서는 우리집이 더 멀어요." 
从这里到我家更远。

"우리 집 가요 그러면." 
"那我们回家吧。"

"있어요?"   "在那边?"

"충분해요."   "够了。"

"내 차 번호 알죠? 주차장에 세워뒀으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요." 
"你知道我的车牌号吧?车停在停车场了,你先去车里等着。"


刘知珉이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金旼炡에게 쥐여줬다. 작정하고 왔구나. 金旼炡이 손끝으로 刘知珉의 입술을 닦아냈며 알겠다고 대꾸했다. 
刘知珉从口袋里掏出车钥匙递给金旼炡。看来是有备而来。金旼炡用指尖擦拭刘知珉的嘴唇,回答说知道了。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刘知珉을 지켜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뗐다. 코너를 벗어나기 전에는 핸드폰 화면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숨을 고쳐쉬었다.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맥박은 의지와는 무관한 영역이었다. 金旼炡은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히 호흡을 정리하며 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보면서 걸으며 연신 손바닥으로 볼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복도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면 고개도 들지 못하고 죄송하다며 사과만 남겼다. 
看着刘知珉走进洗手间才勉强回过神来迈开脚步。在转过拐角之前,她用手机屏幕确认了下自己的脸,深吸了一口气。毫无平静迹象的心跳完全不受意志控制。金旼炡把手放在胸口,平静地调整呼吸继续走着。她低着头走路,不停地用手掌摸着脸颊。就这样在走廊上撞到了什么人,连头都没抬起来就只顾着说对不起。

자칫하면 테이블을 지나칠 뻔도 했다. 정신차리라는 다짐을 되뇌며 혀를 씹었다. 핸드폰을 하던 태준은 인기척을 느끼고 옆을 바라봤다. 의자에 몸을 내린 金旼炡이 의아함이 가득한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받아내며 먼저 입을 열었다. 효림언니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제 접시와 마찬가지로 거의 새 것처럼 그대로 남아 있는 맞은편의 음식을 기어코 확인하게 되니, 명치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을 수밖에 없는 거다.
差点就错过了那张桌子。她咬着舌头提醒自己要清醒。正在玩手机的泰俊感觉到有人,转头看向旁边。金旼炡坐下后没有回避对方充满疑惑的眼神,先开口说道:孝琳姐说有话要说。看到对面的餐盘和自己的一样几乎没动过,像是新的一样,胃里就不由得沉甸甸的,仿佛压着一块大石头。

정태준을 따라 나이프를 들었다. 차게 식은 고깃덩이를 잘라 입에 넣었다. 여전히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흐트러진 머릿속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잔에는 투명한 액체만이 담겨 있는데 입 안에는 자꾸만 와인 향이 맴돌았다. 코 앞에서 부서지던 뜨거운 숨결이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반도 먹지 못하고 커트러리를 내려놓은 金旼炡은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럼에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목이 타는 이유는.
跟着郑泰俊拿起了刀。切下冷掉的肉块放入口中。依然尝不出味道。无法理清混乱的思绪。桌上的杯子里只剩下透明的液体,但口中却萦绕着葡萄酒的香气。近在眼前的灼热呼吸久久难以忘怀。金旼炡才吃了一半就放下了餐具,一口气喝完了所剩无几的水。即便如此,口渴感依旧未消。事实上,如此口干舌燥的原因是。


"무슨 일 있는 거 아니"
"应该不会有什么事"

"오빠."  欧巴

"응?"  嗯?

"진짜 미안한데 우리 영화는 다음에 보면 안 될까?"
"真的很抱歉,我们能改天再看电影吗?"


빈 잔을 본인의 잔과 바꿔주던 정태준은 멈칫하고 金旼炡을 쳐다봤다. 金旼炡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려 손가락 마디를 힘주어 꾹꾹 눌렀다.
郑泰俊正在替换空杯子的动作顿了一下,看向金旼炡。金旼炡把手放在桌子下面,用力按压着手指关节。


"아까 전화…때문이지? 왜? 급한 일 생겼어?"
"是因为刚才的电话吗?怎么了?有什么急事吗?"

"저번에 고소했던 거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说是关于上次起诉的事还有话要说。"

"악플러? 재판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았어?"
"网络喷子?不是说审判都结束了吗?"

"추가로 더 할 게 남아 있나봐."
"看来还有其她事要说。"


다른 의미로 심장이 뛰었다. 이건 혹시라도 거짓말을 들킬까봐 초조해하는 불안함이다. 마른침을 삼킨 金旼炡은 주먹을 움켜쥐며 정태준을 똑바로 마주봤다.
心脏以另一种方式跳动着。这是害怕谎言被揭穿的不安。金旼炡咽下口水,握紧拳头直视着郑泰俊。


"지금 만나서 얘기하려는 거야? 강 변호사님이랑?"
"你现在想见面谈谈吗?和姜律师?"

"응, 자료는 전부 언니한테 있으니까."
"嗯,资料都在姐姐这里。"

"어디로 가야하는데? 사무실? 집?"  "要去哪里?办公室?还是家里?"


데려다 준 다고 할 것이다. 정태준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오늘도 그는 끝까지 착하고 다정한 남자친구로 남는 것을 택했다. 힘을 줄수록 손톱이 살을 파고 들었다. 통증은 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 金旼炡이 왼손에 쥐고 있는 차키를 만지작거리다 그에게 대답했다. 언니 이 근처에 있대.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태준이 잘못 들었다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她肯定会说要送我回去。如果是郑泰俊的话,这完全是意料之中的事。今天她也选择继续扮演着温柔体贴的男朋友直到最后。越是用力,指甲就越深地陷入肉里。疼痛不是从手上,而是从其她地方慢慢蔓延开来。金旼炡摆弄着左手握着的车钥匙,回答了她。姐姐就在附近。这倒不完全是谎话。郑泰俊微微皱眉,像是没听清似的。


"언니 차 타고 가면 돼."
"坐姐姐的车就行。"

"아…강 변호사님이 데리러 오는 거야?"
"啊...姜律师要来接我吗?"


고개를 끄덕인 金旼炡이 테이블 구석에 뒀던 핸드폰을 끌어 유리잔 바로 옆으로 옮겼다. 입술을 달싹이던 정태준은 제 잔을 도로 가져가 물을 마셨다. 그의 어깨 너머로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오는 刘知珉이 보였다. 金旼炡은 핸드폰을 챙기며 그에게 말했다. 언니 이제 거의 다 도착했대. 정태준이 잔을 내려놓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金旼炡点点头,把放在桌角的手机拿过来放到玻璃杯旁边。正动着嘴唇的郑泰俊拿回自己的杯子喝了口水。从她的肩膀后面可以看到刘知珉正朝着桌子走来。金旼炡一边收起手机一边对她说。姐姐说马上就到了。郑泰俊放下杯子,淡淡地笑了。


"디저트는 변호사님한테 사달라고 해야겠네."  "要让律师请我吃甜点呢。"

"진짜 미안해 우리 다음에 제대로 데이트하자."
"真的很抱歉,下次让我们好好约会吧。"


먼저 몸을 일으킨 金旼炡이 테이블을 빙 돌아 정태준에게로 다가갔다. 그 사이 刘知珉은 태연하게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착석했다.
金旼炡先站起身来,绕过桌子走向郑泰俊。与此同时,刘知珉若无其事地回到自己的座位上坐下。


"화장실에서 샤워라도 하고 오는 줄 알았네."
"我还以为你在洗手间洗澡呢。"

"택시 타고 간다고 했죠."  "我不是说了要打车回去吗。"

"너희 집이랑 반대쪽이니까."  "因为在你家的反方向。"

"그럼 됐어요."  "那就这样吧。"


그제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金旼炡은 정태준과 함께 계산대로 걸어갔다. 정태준은 포스기 앞의 종업원에게 카드를 건넸고, 金旼炡은 식사는 어떠셨냐 묻는 사장에게 맛있었다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그 다음에는 남자가 건네는 새하얀 종이와 펜을 받아들고 나란히 사인을 휘갈겼다. 출입문을 나서 주차장으로 걷는 동안에는 金旼炡이 정태준에게 거듭 사과했고, 정태준은 괜찮다 말하고서는 金旼炡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변호사님은 어디시래? 이 앞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가야겠다. 정태준의 차를 향해 걸어가던 金旼炡은 제 어깨를 감싼 손을 살짝 잡았다 놓았다.
这时候她才稍微松了口气。金旼炡和郑泰俊一起走向收银台。郑泰俊把信用卡递给了收银机前的店员,金旼炡则对问餐点如何的店主笑着回答说很美味。接着,她们接过店主递来的白纸和笔,并排签了名。走出店门去停车场的路上,金旼炡一直向郑泰俊道歉,郑泰俊说没关系,然后把手搭在了金旼炡的肩上。律师在哪?好像就在前面。得等等打个招呼再走。朝着郑泰俊的车走去的金旼炡轻轻握了一下搭在自己肩上的手又放开。


"좀 그래?"  有点不太好吗?

"그냥…언니도 데이트 중에 불러서 미안해하니까."
就是……因为姐姐也在约会时被叫来,所以觉得很抱歉。

"부담 안 가지셔도 되는데."  你不用有负担的。

"나중에 같이 밥 먹자, 오늘은 내가 잘 얘기할게."
待会一起吃饭吧,今天我会好好说明的。


이러려고 연기를 배웠나 싶었다.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너끈히 소화하는 스스로가 적당히 가증스러웠다. 넌 지옥 갈 거야 旼炡아. 金旼炡은 정태준의 손을 잡고 차를 세워뒀던 주차구역으로 걸어갔다. 큰 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고소하는 김에 다른 악플러도 같이 넘기려는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너가 신경 쓸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지 안 그래도 드라마 준비 때문에 바쁜데. 데이트 망쳐서 미안해. 미안하면 이리와봐요.
她不禁想这就是为什么要学表演吧。眼都不眨一下,连舌头都不用舔一下就能轻松说出谎言的自己,多少让她觉得有些可恨。你会下地狱的,旼炡啊。金旼炡牵着郑泰俊的手,走向停车的区域。希望不是什么大事。既然要起诉,就顺便把其她恶评者一起告了,所以不用担心。我最担心的是你会因此烦恼,你本来就因为准备电视剧而很忙。抱歉搞砸了约会。如果觉得抱歉的话就过来。

운전선 문을 열다 말고 그는 金旼炡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金旼炡이 잠시 고민하다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태준이 자연스럽게 金旼炡의 어깨를 감쌌다.
她正要打开驾驶座的门,却停下来静静地俯视着金旼炡。金旼炡思考片刻后走近她,搂住了她的腰。郑泰俊自然而然地环住了金旼炡的肩膀。


"사랑하는 거 알지?"  你知道我爱你的,对吧?

"알지…"  "我知道……"

"그러면 됐어."  那就行了。

"……"

"집에 가면 연락할게."  到家我会联系你。

"응, 나도…사랑해."  "嗯,我也...爱你。"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 어설프게 옷춤을 쥐고 있던 金旼炡은 손을 내리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조심히 들어가. 애정 어린 그의 눈빛이 얼굴 곳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这种程度并不难。笨拙地抓着衣角的金旼炡放下手,稍稍往后退了一步。路上小心。她充满爱意的眼神掠过脸庞的每个角落。


"오빠도 운전 조심히 하고."  "哥哥也要开车小心。"

"아무렴요. 갈게 진짜."  "当然了。我真的走了。"


시트에 앉은 정태준은 안전벨트를 메고 金旼炡에게 손을 흔들었다. 金旼炡이 뒤따라 손인사를 하며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차를 쳐다봤다. 시야에 그의 차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크게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버튼을 꾹 눌렀다. 전조등이 반짝이는 차체를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金旼炡은 이제는 제법 익숙한 제네시스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坐在座位上的郑泰俊系好安全带,向金旼炡挥了挥手。金旼炡也跟着挥手道别,注视着汽车驶出停车场。直到那辆车完全消失在视线中,她才长叹一口气,环顾四周。从口袋里掏出车钥匙按下按钮。寻找闪烁着前灯的车身并不太难。金旼炡发现了那辆已经颇为熟悉的捷尼赛思,朝它走去。

조수석 손잡이를 잡아당기려는 金旼炡의 손보다는, 그 손을 붙잡아 제 쪽으로 이끄는 움직임이 더 빨랐다. 조금 있으면 대리기사님 올 거에요. 刘知珉은 뒷좌석 문을 열고 金旼炡의 손에 있던 차 키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 등을 떠밀었다. 金旼炡은 刘知珉을 바라보다 차 키를 만지작거리는 손을 붙잡았다. 저만 뒤에 타요? 刘知珉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她拉住想要抓住副驾驶门把手的金旼炡的手,将她引向自己这边的动作更快。代驾马上就来了。刘知珉打开后座的车门,拿走了金旼炡手中的车钥匙。然后推了推她的背,示意她进去。金旼炡看着刘知珉,抓住了她摆弄车钥匙的手。我一个人坐后面吗?刘知珉正看着手机,闻言抬起头来。


"그럴리가요."  "不会的。"

"같이 오신 분은 어떻게…"  "和您一起来的人怎么办..."

"애도 아닌데 알아서 택시 타고 잘 가겠죠."
"又不是小孩子,自己能打车回去的。"

"직장동료에요?"  "是同事吗?"

"옆방 검사님이요. 원래 애인이랑 오려고 했는데 그 분이 갑자기 회식이 생기는 바람에."
"是隔壁房间的检察官。本来是要和恋人一起来的,但是对方突然有了聚餐。"


이렇게 됐네요. 설명을 듣던 金旼炡이 고개를 주억이다 刘知珉의 셔츠로 손을 뻗었다.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별다른 생각은 정말 없었다. 그럼에도 刘知珉은 그 손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事情就变成这样了。听完解释的金旼炡点点头,伸手去碰刘知珉的衬衫。她只是想帮她拿掉肩上的头发。真的没有别的想法。尽管如此,刘知珉还是抓住了她的手,把它放了下来。


"지금은 좀…건드리지마요."  "现在不要...碰我。"

"……"

"와인을 과하게 마셨어요."  "喝太多红酒了。"


대리기사님이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내 바닥만 바라보던 金旼炡은 刘知珉이 이끄는대로 뒷좌석으로 들어갔고, 저를 대신하여 주소를 부르는 刘知珉에게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좀처럼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刘知珉 때문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창 밖만 응시했다.
不知道等代驾司机到达用了多长时间。一直盯着地面的金旼炡跟着刘知珉的引导坐进了后座,在刘知珉代替自己报出地址时短暂地转过头,但因为刘知珉总是静不下来的手,一直到到家为止都只是望着窗外。

건물 근처에 차를 세우고 공동현관 출입문으로 걸어가며 했던 생각이라고는, 조만간 관리실에 연락해서 차량 등록을 해둬야겠다는 사소한 것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손가락이 스칠 때면 전부 잊어버리고 혀로 입술만 쓸었다. 술은 분명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비밀번호도 두 어번은 틀렸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핸드폰도 떨어트리고 말았다. 刘知珉은 그때마다 金旼炡에게 다가오려다가 멈칫하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그 짙은 한숨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金旼炡은 문이 열리자마자 밖으로 빠져나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把车停在建筑物附近,走向共用大门时所想的,不过是要尽快联系管理室登记车辆这样的琐事。但每当手指相触,就会忘记一切,只用舌头舔舐嘴唇。明明一滴酒都没喝,却把密码输错了好几次,在电梯里还把手机掉了。刘知珉每次想靠近金旼炡时都犹豫了一下,转头看向另一边。不知是不是错觉,今天她那深沉的叹息声似乎格外撩人。金旼炡在门一开就立刻溜了出去,朝着玄关走去。

도어락 키패드를 빠르게 눌렀으나 손가락이 빗나가는 바람에 듣기 싫은 알림음이 복도를 울렸다. 허리를 감싸는 팔을 붙잡으며 金旼炡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快速按下门锁键盘,但手指滑错导致讨厌的提示音在走廊里响起。金旼炡在抓住环住腰部的手臂时不禁倒吸一口气。


"나 아쉬우라고 이렇게 향수를 묻혀왔어요?"
"你这是要让我留恋你,所以擦了香水来见我吗?"

"검사님 안에 들어가서,"  "检察官大人,进去后,"

"누가 누구 세컨드겠어. 내가 金旼炡 세컨드지."
"谁是谁的 second 啊。我是金旼炡的 second。"


입술로 귓볼을 물었다 놓으며 속삭였다. 괘씸해? 金旼炡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키패드에 떠오른 숫자를 눌렀다.
用嘴唇咬住耳垂低语道。生气了吗?金旼炡好不容易清醒过来,按下了键盘上显示的数字。


"왜지, 그 영감님 애인 있다니까."
"为什么呢,那个老头不是有爱人嘛。"

"알겠으니까 이 문 좀…아……"  "我知道了,所以这个门…啊……"

"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밥 먹지 말라고 하면 안 하고."
"但是如果说不要和其她人吃饭的话我就不会去。"


이제는 이를 내어 씹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제 오른손을 잡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차례로 눌렀다. 밝은 알림음과 함께 잠금이 해제됐다. 刘知珉은 손잡이를 잡아 당기며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金旼炡을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찝찝해도 그냥 참아요 씻는 거 못 기다려. 문 틈을 비집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고개가 꺾이며 곧장 입술이 부딪혔다.
现在她咬紧牙关。然后抓住她的右手,依次按下门锁密码。伴随着明亮的提示音,门锁解除了。刘知珉一边拉开门把手后退,一边将金旼炡拉入怀中。就算觉得不舒服也忍着吧,等不及洗澡了。刚从门缝挤进屋内,头就偏过来,嘴唇立即相撞。

벽에 머리가 부딪히나 싶었는데 그 와중에 닿기 직전에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감싼다. 진짜 미친 사람이구나. 감탄 하느라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밀려들어왔다. 와인향은 거의 사라졌으나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대책없이 안을 헤집는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옷을 비집고 들어온 刘知珉의 손바닥이 맨허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눈앞이 아득했다. 金旼炡이 몸을 비틀며 새어나가려는 신음을 간신히 삼켰다. 끙끙거리며 목을 뒤로 젖히자 刘知珉은 새하얗게 드러난 목선을 이를 세워 긁었다. 金旼炡은 다급하게 刘知珉의 어깨를 밀어냈다.
她的头差点撞到墙,就在即将碰上的瞬间,手掌护住了后脑勺。真是个疯子。趁着感叹张开的嘴唇间,舌头闯了进来。虽然酒香几乎消失,但热度丝毫未减。毫无章法地在口腔中搅动的动作也是如此。连喘息的机会都不给就步步紧逼。刘知珉的手掌从衣服缝隙探入,顺着赤裸的腰肢向上攀爬。眼前一片恍惚。金旼炡扭动着身体,勉强吞下即将溢出的呻吟。当她呻吟着仰起脖子时,刘知珉用牙齿磨蹭着她裸露的白皙颈线。金旼炡急切地推开刘知珉的肩膀。

그러나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그랬듯 刘知珉은 그 손목을 붙잡아 벽으로 눌렀다. 이번에는 힘조절도 제대로 하지 않아 앓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다시금 입술이 맞붙었다. 그야말로 무자비한 키스가 이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호흡은 자꾸만 무너졌다. 刘知珉이 숨을 몰아쉬며 한 손으로 제 셔츠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金旼炡은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여 刘知珉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셔츠 벗는 것을 거들었다. 刘知珉이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그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검사님 보이는 곳은 안 돼요. 金旼炡이 달래듯 쇄골 근처를 다독였다. 이내 현관에 신발이 나뒹굴었다.
但就像在昏暗的走廊里那样,刘知珉抓住她的手腕按在墙上。这次连力度都没有控制好,痛苦的呻吟不由自主地溢出。嘴唇再次贴合在一起。随之而来的是近乎粗暴的亲吻。心脏像要爆炸一样。呼吸变得越发紊乱。刘知珉喘着粗气,单手开始解开自己衬衫的纽扣。金旼炡扭动手腕从刘知珉的手中挣脱出来,帮忙脱掉衬衫。刘知珉把脸埋在她的脖颈里,就那样深深地吸了一口气。'检察官大人,不能留在显眼的地方。'金旼炡安抚似地轻抚着锁骨附近。不一会儿,鞋子就散落在了玄关。

마치 술에 취한 사람들 같았다. 현관을 벗어나자 또다시 입술이 닿았다. 복도에 셔츠가 떨어졌다. 바지로 밀려들어오는 손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달뜬 한숨이 터졌다. 刘知珉은 몸을 더 바싹 붙였다. 목덜미를 입술로 훑고 도드라진 쇄골을 잘근잘근 씹었다. 팔에서 빠져나온 상의가 어딘가로 던져졌다. 발끝에는 벗겨낸 옷가지가 걸렸다. 현관에서부터 침실까지 이어져 있을 터였다. 몇 번 와보지도 않았으면서 刘知珉은 제 집처럼 능숙하게 침대를 찾아갔다. 어느덧 뒤꿈치에 프레임이 닿았다. 쓰러지듯 매트리스로 몸을 내린 金旼炡의 볼을 감싸며 刘知珉이 농밀히 입술을 머금었다.
她们就像醉酒的人一样。一离开玄关,嘴唇又贴在了一起。衬衫掉在了走廊上。无法阻挡伸进裤子里的手。情迷意乱的叹息溢出。刘知珉把身体贴得更紧。她用嘴唇扫过脖颈,轻轻啃咬着突出的锁骨。从手臂上脱下的上衣被扔到了某处。脚尖绊到了脱下的衣物。从玄关到卧室的路上想必散落着衣物。刘知珉虽然没来过几次,却像在自己家一样熟练地找到了床。不知不觉间,脚跟碰到了床框。金旼炡像要倒下一般躺在床垫上,刘知珉捧着她的脸颊,深情地含住她的嘴唇。

金旼炡은 한 손으로 매트리스를 짚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입을 떼지 않고 金旼炡을 따라가던 刘知珉도 침대 위로 완전히 올라오게 됐다. 뜨거운 손바닥이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 연신 쓸어올렸다. 刘知珉이 상체를 일으키며 이불을 걷어냈다. 가쁜 숨을 고르며 金旼炡이 刘知珉을 올려다봤다.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刘知珉은 이내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金旼炡은 물소리를 들으며 서랍에서 박스를 꺼내 베개 위에 올려뒀다. 이걸 설마…안에 든 것을 세어보다 몇 개는 도로 서랍으로 넣어뒀다. 刘知珉은 침대로 다가오며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金旼炡单手撑着床垫往后缓缓退去。刘知珉唇齿相依地跟随着她,完全爬上了床。滚烫的手掌不断从小腿抚摸到大腿。刘知珉坐起上半身掀开了被子。金旼炡喘着气抬头看着刘知珉。刘知珉用左手捋了捋头发,随即下床进了浴室。金旼炡听着水声,从抽屉里取出盒子放在枕头上。数了数里面的东西后,把几个放回了抽屉里。刘知珉一边走向床边一边揉着手腕。

몸은 금방 포개어졌다. 刘知珉은 베개를 끌어와 허리 밑에 받쳐줬다. 그리고는 머리맡에 흩어져 있는 포장지를 툭 건드리다 피식 웃었다. 충분한 거 맞아요? 金旼炡은 대답 대신 刘知珉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两具身体很快就重叠在了一起。刘知珉拿来枕头垫在她腰下。然后轻碰了下散落在床头的包装纸,笑了笑。够用吗?金旼炡没有回答,而是用双腿缠住了刘知珉的腰。


"이따가 보면 알겠지."  "等会儿就知道了。"


刘知珉은 金旼炡의 입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혀를 꾹 눌렀다.
刘知珉将手指伸进金旼炡的嘴里,用力按压她的舌头。












[변호사님 旼炡이 악플러 고소가 아직도 진행 중인가요?]
[律师大人,旼炡的恶评诽谤诉讼还在进行中吗?]

문자를 확인한 강효림은 눈을 비비고 다시금 화면을 들여다봤다. 여기서 旼炡이라고 하면 제가 아는 배우 金旼炡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문자를 보낸 이의 저장명이 '旼炡이 매니저님'이다.
康孝琳确认短信后揉了揉眼睛,再次盯着屏幕看。在这种情况下,旼炡除了她认识的演员金旼炡之外,难道还存在另一个人吗?但如果是这样的话,发短信人的保存名称却是'旼炡的经纪人'。

강효림이 마시던 커피를 내려두고 키패드를 두드렸다. 아니요 그 건은 이미 판결이 나왔는데, 혹시 추가로 고소해야 하는 일이 또 벌어졌을까요.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옆으로 치웠는데 머그잔을 집어들자마자 벨소리가 울렸다. [旼炡이 매니저님] 화면을 밀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姜孝琳放下喝到一半的咖啡,敲击键盘。不,那个案子已经判决了,难道又发生了需要额外起诉的事情吗?等了一会儿也没收到回复,她把手机放到一边,刚拿起马克杯,手机铃声就响了。[旼炡的经纪人],她滑动屏幕,切换到免提模式。

강효림입니다. 실례는요 저희 사이에. 매니저님은 잘 지내시죠? 저는 다음주에 공판이 있어서 그거 준비하느라 잠깐 출근했어요. 그러게요 직장인의 서러움을 누가 알아줄까요. 매니저님은 오늘 스케줄 있으세요? 아, 旼炡이한테 들었어요 조만간 촬영 들어간다고. 그 전에 밥 먹어요 우리. 깔끔하게 끝났어요 그 건은. 걱정이요? 누가요? 태준이면…정태준씨? 旼炡이 남자친구? 그게 언젯적 일인데 지금 걱정을 하는 거지. 악플러가 또 있대요?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잠시만요. 자료들은 캐비넷에 넣어둬서 찾아보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旼炡이한테요? 들은 얘기가…있기는 해요. 아니요 큰 일은 아니고 그냥 잔잔바리들인데 이참에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이거는 제가 旼炡이랑 더 얘기해보고 회사에 말씀을 드릴게요. 염려 안 하셔도 돼요. 저보다는 매니저님이 더 고생이 많으시죠. 진짜 별 거 아니라서 매니저님한테도 얘기 안 한 거에요. 旼炡이 지금은 집에 있죠? 저랑 어젯밤에 만나서…그쵸 잠깐 얘기 좀 나누다 헤어졌어요. 고민 있어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 소속사랑 계약이 끝나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일단 알겠습니다. 아니에요 매니저님이 충분히 궁금해하실 수 있죠. 오늘은 스케줄 없는 거에요? 그렇구나. 저도 점심 먹기 전에는 퇴근하려고요. 그럼요 계약 관련해서도 그렇고, 명예훼손이나 저번 같은 악플러 고소도 그렇고 혹시라도 법률적인 자문 구하고 싶으실 때는 바로 저한테 연락주세요. 괜찮아요 밥은 旼炡이한테 얻어먹으면 돼요.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매니저님.
我是姜孝琳。没什么不好意思的,我们之间。经纪人您还好吗?我下周有庭审,所以来准备一下就走。是啊,打工人的辛酸谁能懂呢。经纪人今天有行程吗?啊,旼炡跟我说了最近要开始拍摄的事。在那之前我们一起吃个饭吧。那个案子已经干脆利落地结束了。担心?谁啊?泰俊的话……郑泰俊先生?旼炡的男朋友?那都是什么时候的事了现在才担心。听说又有恶评者?问我的话……稍等一下。资料都放在文件柜里,找起来可能要花点时间。是旼炡的事?听说的……是有一些。不,不是什么大事,就是些小事,不过趁这个机会整理一下也不错。这个我跟旼炡再谈谈后会向公司汇报的。您不用担心。比起我来经纪人您更辛苦吧。真的不是什么大事,所以连经纪人您都没说。旼炡现在在家吧?昨晚和我见面……对,聊了会儿天就分开了。看起来好像没什么烦恼。今年和公司的合约到期是吗?她没说这个。我知道了。没事的,经纪人您当然会好奇。今天没有行程吗?这样啊。我也打算午饭前下班。对了,无论是合约相关的,还是名誉毁损或者像上次那样的恶评者起诉,如果需要法律咨询的话随时联系我。没关系,饭的话找旼炡蹭就行了。好的,经纪人您请进。

매니저와 통화를 마친 강효림이 한참동안 핸드폰을 쳐다보다 널브러진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철은 서랍 안에 넣어뒀고, 사건 관련 법률과 판례를 모아놓은 편철집은 책상 구석에 찬찬히 쌓아놓았다. 시간도 애매하니 이른 점심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즐겨찾기에서 그 이름을 찾아 눌렀다. 단조로운 연결음은 길게 이어졌으며 끝은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멘트가 장식했다. 종료버튼을 누르고 최근통화목록 가장 위에 떠 있는 이름을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걸고 끊고를 서 너번은 더 반복했으나 이름 주인공의 목소리만큼은 들을 수 없었다. 강효림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손목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结束和经纪人的通话后,姜孝琳盯着手机看了许久,然后开始整理散落的文件。她把装有委托人个人信息的档案放进抽屉里,将收集的案件相关法律和判例的文件夹整齐地堆放在桌角。时间也不太合适,本想一起吃个早午餐。离开办公室时,她在收藏夹里找到那个名字按了下去。单调的拨号音持续了很久,最后以"客户暂时无法接听电话"的提示音作为结束。按下挂断键后,她又拨打了最近通话记录最上方的那个号码,结果依然如此。她反复拨打挂断了三四次,却始终无法听到那个名字主人的声音。下楼去停车场的路上,姜孝琳一遍又一遍地查看着手表。

아침잠이 많은 편이니, 더욱이 요즘은 새벽까지 대본을 읽다가 잔다고 했으니 이 시간에 일어나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해도. 백지장은 맞들어야 더 낫고, 박수도 합이 맞아야 소리가 나는 건데 신호도 주지 않고 연극에 저를 끌어들이는 것은 다소 곤란했다. 변명거리는 얼마든지 되어 줄 수 있었다. 이름 몇 번 팔아 먹는다고 서먹해질 사이는 아니었다. 운전석에 오른 강효림은 점멸된 화면을 빤히 바라보다 옆으로 핸드폰을 던져뒀다. 데이트 하다가 피곤하면 일찍 집에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지.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하루 쯤은.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무겁고 복잡한 연애사는 제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정통멜로보다는 로코를 더 선호했다. 사는 것도 퍽퍽한데 연애까지 사람 속을 썩일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虽然她本来就很贪睡,最近更是要熬到凌晨看剧本才睡,这个时间应该还没醒。俗话说双手拍才有声,有些事情需要双方配合才能做好,没有任何预告就把自己拉进演出中确实有些困难。她倒是可以找出很多借口。为了用几次名字就疏远关系,她们还没到那种地步。坐在驾驶座上的姜孝琳盯着已经熄灭的屏幕看了一会儿,然后把手机扔到了一旁。约会时如果觉得累想早点回家也是可以理解的吧。这种日子偶尔有一天也无可厚非。她试图不去想得太深。沉重复杂的恋爱故事与她的品味相去甚远。比起正统的 melodrama,她更喜欢轻喜剧。生活已经够艰难了,没必要让恋爱也来折磨人。

강효림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핸들을 두드렸다. 가는 길에는 카페 몇 군데를 들러 집주인이 좋아할 만한 간식을 한아름 샀다. 그러고 보니 요근래에는 서로 일이 바빠 얼굴을 통 보지 못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본인 사무실처럼 뻔질나게 드나들며 응대용 과자를 축내던 모습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대본 읽을 때 먹으라고 사다 놓으면 또 밥 대신 이걸로 배 채울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했던 고민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관문 앞에 도착한 강효림은 기억을 더듬어 도어락 비밀번호를 떠올렸다. 종이가방을 끌어안고서는 빈 손으로 차분히 하나씩 숫자를 눌렀다.
姜孝琳哼着收音机里传来的歌,手指轻轻敲打着方向盘。路上停 at 了几家咖啡店,买了一堆屋主可能会喜欢的点心。这么一想,最近因为彼此都太忙,已经很久没见面了。像在自己办公室一样频繁出入、消耗着待客用零食的情景,现在想来都觉得恍如隔世。买来让她读剧本时吃,她估计又要把这个当饭吃了。乘电梯上楼时的担忧和往常并无二致。来到门前,姜孝琳回忆着门锁密码。抱着纸袋,空出的手平静地一个个按下数字。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지만 그 이상으로 발걸음을 옮기지는 못했다. 현관에 내팽겨져 있는 신발을 빤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급하게 나간 거야 아니면 급하게 들어온 거야. 강효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운동화를 벗어 한 켠으로 치워두고 집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들을 그 옆으로 모아놓았다. 고요한 집 안을 둘러보다 복도를 걸어갔다. 역시나 얼마 가지 않아서 우두커니 멈춰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강효림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새하얀 천을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아직 촬영은 안 들어갔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바쁜 건가. 구겨진 셔츠를 팔에 걸친 강효림이 소파에 종이가방을 내려두고 거실을 살폈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혼자서는 더더욱 마시지 않았다. 적어도 제가 아는 金旼炡은 그러했다. 저녁 먹으면서 정태준이랑 한 잔 했나. 내딛는 걸음은 점차 그 속도를 잃었다. 허리를 굽힌 강효림이 복도에 떨어진 옷을 주워들었다.
打开门走进去后,却无法再向前迈进一步。低头盯着玄关处随意丢弃的鞋子,不禁歪了歪头。是急着出门还是急着进门呢。姜孝琳歪着头,脱下运动鞋放到一边,又把推测是屋主的鞋子整齐地摆放在旁边。环顾寂静的房子,走进走廊。果然没走多远就驻足不前,低头看向地面。姜孝琳小心翼翼地捡起掉在地上的白色布料。明明说还没开始拍摄,怎么就这么忙了。把皱巴巴的衬衫搭在手臂上,姜孝琳将纸袋放在沙发上,环视客厅。她不是很爱喝酒,一个人的时候更是从不饮酒。至少她所认识的金旼炡是这样的。是和郑泰俊一起吃晚饭时喝了一杯吗。脚步逐渐放慢,姜孝琳弯腰捡起了掉在走廊上的衣服。

팔에는 이미 셔츠가 걸려 있었다. 그럼에도 제가 들고 있는 건 그 셔츠의 안에 입기에도, 밖에 걸치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상의였다. 한 벌로는 볼 수 없는 옷이었다. 강효림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져갔다. 침실까지 요란하게 흩어져 있는 옷가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보면 간섭이고 참견이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분명한 사생활이다. 강효림은 문고리를 쥐고 망설였다. 저 셔츠가 정태준의 옷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저는 엄청난 결례를 저지르는 것이니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현관에는 남자 사이즈의 신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手臂上已经搭着一件衬衫。尽管如此,我手里拿着的衣服既不适合穿在衬衫里面,也不适合外搭。这些衣服看起来根本不成套。姜孝琳的表情渐渐凝固。她无助地望着散落到卧室的衣物,迈着沉重的脚步向前走去。从某种角度来说,这是干涉和多管闲事。这毕竟是明显的私事。姜孝琳握着门把手犹豫不决。因为那件衬衫可能是郑泰俊的衣服。如果是那样的话,自己就是在犯下重大失礼。她的心跳加快了。玄关处并没有男士尺码的鞋子。

그러니까 이건…문고리를 잡고 있던 강효림의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입술 사이로는 헛웃음이 절로 새어나갔다. 손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셔츠의 질감이 지나치리만큼 생경했다. 강효림은 숨을 들이마시며 침실 문을 두드렸다. 텁텁하고 싸늘한 적막만이 공간을 유유히 배회할 뿐이었다. 입이 바싹 말라왔다. 다시금 문을 노크하려던 강효림이 크게 숨을 내뱉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모든 정황이 하나의 결론을 가리켰다. 저 안에는 金旼炡이 있다. 그러나 혼자는 아니다. 강효림은 메마른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았다. 바닥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바지와 그 외의 것들을 애써 무시하고 거실로 걸어갔다. 
所以说这是……姜孝琳抓着门把手的手垂了下来。嘴唇间不禁漏出一声苦笑。手中衬衫沙沙作响的触感显得异常陌生。姜孝琳深吸一口气,敲了敲卧室门。只有沉闷冰冷的寂静在空间中飘荡。嘴唇干得发涩。正要再次敲门的姜孝琳深深呼出一口气,用右手抹了把脸。所有迹象都指向一个结论。里面有金旼炡。但她不是一个人。姜孝琳叹了口干涩的气,转身离开。刻意无视地上随意散落的裤子和其她东西,走向了客厅。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디까지가 참견이고, 또 어디서부터가 걱정일까.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강효림은 소파에 기댄 채로 침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왼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최근 통화 목록을 살폈다. 받을 때까지 해보겠다는 것처럼 전화를 걸다 소파 헤드로 핸드폰을 올려두고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头痛欲裂。到底哪里是多管闲事,又从哪里开始是关心呢?怎么也找不到答案。姜孝琳靠在沙发上,无限地望着卧室。然后解锁了左手握着的手机,查看最近通话记录。像是要打到对方接听为止似的拨着电话,将手机放在沙发靠背上,用手掌埋住了脸。


-…여보세요?  ……喂?


이제서야 받으면 어쩌겠다고.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강효림은 겨우 핸드폰을 움켜쥐고 귀에 가져다 댔다.
这时候才接电话有什么用。从扬声器里传来的声音已经嘶哑不堪。姜孝琳勉强抓起手机贴在耳边。


-뭐지…잘못 걸었나  怎么回事...是打错了吗

"……"

-효림 언니 할 말 없으면, 아 왜요
孝琳姐姐如果没什么要说的话...啊,怎么了


바로 눈앞에 보이는 침실에는 金旼炡이 있다.
就在眼前的卧室里,金旼炡就在那里。


-피곤하면 더 자요 오늘 출근 안 한다며
如果累了就多睡会儿吧,你今天不是不用上班吗

"……"

-아니 잠깐만…전화 좀 하고  等一下…让我打个电话


정태준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미끄러질 뻔한 핸드폰을 바짝 고쳐잡은 강효림이 무거운 입술을 뗐다. 金旼炡. 대답은 한참 뒤에야 돌아왔다.
和郑泰俊之外的其她人在一起。差点滑落的手机被姜孝琳牢牢抓住,她艰难地开口。金旼炡。回答在很久之后才传来。


-언니 내가 이따가 다시 걸게
姐姐,我待会儿再打给你

"旼炡아."  "旼炡啊。"

-안 끊었어?  还没挂吗?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효림은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내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她并不想按照她的意愿去做。至少在此刻是这样。姜孝琳把即将脱口而出的叹息咽了回去,平静地回答。


"집이야?"  在家吗?

-응 집이지  嗯,是家

"뭐하고 있었는데."  你在做什么呢?

-나 이제 일어났어 언니한테 전화 와서
我刚起床,姐姐打电话来了

"또 새벽까지 대본 읽었어?"  又看剧本看到凌晨了吗?

-…티비도 좀 보고 그랬지  ...也看了会电视什么的


거실을 살펴보던 강효림이 혀로 입술을 축이고 말을 이어갔다. 일어났으면 잠깐 나와봐. 金旼炡은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뭐라고?
环顾客厅的姜孝琳舔了舔嘴唇继续说道。如果你醒了就出来一下。金旼炡像是听错了一样反问。什么?


"나와보라고 旼炡아."  "旼炡,出来见我。"

-지금? 아니 그것보다는 어디로?  -现在吗?不,更重要的是去哪里?

"나 지금 너희 집이야."  我现在在你家。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听不见声音。只有窸窸窣窣的声响在耳边回荡。


"金旼炡 듣고 있어?"  "金旼炡,你在听吗?"


재촉을 해도 한참 뒤에야 대꾸하는 것이었다. 머릿속으로는 침실 안의 모습이 자꾸만 그려졌다. 강효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소파에서 몸을 뗐다.
即使催促,也是过了好一会儿才有回应。脑海中不断浮现卧室里的景象。姜孝琳紧闭双眼又睁开,从沙发上起身。


-주차장이야? 올라 오고 있어?  是停车场吗?在上来吗?

"旼炡아."  "旼炡啊。"

-연락도 없이 갑자기  -突然不告而别

"내가 들어갈까 너가 나올래."  "要么我进去,要么你出来。"


기어코 쐐기를 박아버렸다.  终究是彻底划清界限了。

당한 건 金旼炡인데 이상하게도 제 명치가 저릿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손을 아래로 내리고 빈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았다 놓았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는 어떠한 소리도 넘어오지 않았다. 강효림이 마른침을 삼키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虽然是金旼炡遭受的事,但不知为何我的心口发闷。她在想什么呢?完全无法揣测。放下握着手机的手,空着的手抓了抓头发又放开。紧闭的门后没有传来任何声音。姜孝琳咽了口唾沫,把手机放进口袋。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거다. 문을 열고 침실 밖으로 나온 金旼炡도, 그런 金旼炡을 지켜보는 강효림도. 바로 앞에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는지 金旼炡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심정은 말로 설명이 불가했다. 강효림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金旼炡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자다 깬 건 맞았다. 머리카락은 부스스했고, 얼굴은 평소보다 부어 있다. 그리고 목덜미에는 머리카락으로 미처 가리지 못한.
究竟过去了多长时间,谁都说不清楚。无论是打开门走出卧室的金旼炡,还是注视着她的姜孝琳。金旼炡似乎没想到她就在眼前,掩饰不住惊慌,僵在原地。面对这样的场景,心情难以用言语形容。姜孝琳露出苦笑,将金旼炡的样子尽收眼底。她确实是刚睡醒的样子。头发凌乱,脸比平时肿,而且脖子上还有头发遮不住的。


"…언니."  "...姐姐。"

"와서 앉아 있어. 물 가져다줄게."
"过来坐下吧。我去给你拿水。"


더이상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애초에 그러려고 찾아왔으니까.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떠돌아다니는 상념들은 잠시 미뤄두고 金旼炡과 대화를 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됐다. 멋대로 널뛰는 심장을, 의지의 영역을 넘어가는 감정을 걷잡을 시간이 필요했다.
她再也无法否认。她本想说些什么。毕竟她是为此而来的。暂且将脑中纷乱的思绪搁置一旁,她试图与金旼炡对话。为此,至少需要一个人保持清醒的头脑。她需要时间来控制那不受意志支配的情感,和那颗狂跳不已的心。

강효림은 金旼炡을 등 지고 복도를 걸어갔다. 아주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찬찬히 걸음을 옮겼다.
姜孝琳背对着金旼炡走在走廊上。她的步伐既不快也不慢,保持着稳定的节奏向前走去。


"잠 다 깨워놓고 가면 어떡해요."
"都把我叫醒了,这该怎么办。"

"……"

"그래서, 나는 세컨이에요 써드에요."  所以,我是 Second 还是 Third。

"……"

"이건 좀 지고 싶지 않은데."
"这场我真的不想输。"


거실과 부엌 그 어중간 한 사이에 우뚝 멈춰섰다. 이건 정말 아니었다.
在客厅和厨房之间的某处突然停下。这真的不行。

어깨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낯설지 않았다. 뒷목에서부터 손끝까지 뻣뻣하게 굳는 기분이었다. 새까만 티비 화면에 비친 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효림이 가까스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주먹을 움켜쥐며 느릿하게 뒤를 돌았다. 金旼炡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보란듯이 金旼炡의 볼에 입을 맞추고 어깨로 제 얼굴을 올려뒀다. 마치 지금 네가 목격한 장면이 착각이 아니라고 일깨워 주는 것처럼, 눈앞에 있는 사람이 네가 아는 刘知珉이 맞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는 것처럼, 침실을 바라보는 동안 네 머릿속에 떠올랐던 장면들이 대부분 들어 맞았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从肩膀后面传来的声音并不陌生。从后颈到指尖都感觉僵硬。在漆黑的电视屏幕上呆呆地望着自己倒影的姜孝琳艰难地动了动手指。然后紧握拳头,缓缓转过身。站在金旼炡身后的人炫耀似地在金旼炡的脸颊上亲吻,并将自己的脸靠在她的肩膀上。仿佛在提醒你,你刚才目睹的场景并非错觉,仿佛在确认你眼前的人就是你认识的刘知珉,仿佛在告诉你,你在注视卧室时脑海中浮现的场景大多都是真实的。

당황을 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刘知珉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주먹을 쥔 강효림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정말 비웃기라도 하듯 刘知珉은 金旼炡의 새하얀 목에 입술을 붙였다. 강효림이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단순히 하룻밤을 함께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应该感到慌乱的人不是我而是刘知珉。必须如此才行。姜孝琳攥紧的拳头加重了力道。然而刘知珉却像是在嘲笑一般,将嘴唇贴上了金旼炡雪白的脖颈。动作自然到让姜孝琳以为自己看错了,仿佛在证明她们并非只是一夜情的关系。


"여기서 이렇게 보니까 되게…별로네요."  "在这里这样看起来真的…很糟糕呢。"

"…刘知珉씨."  "…刘知珉xi。"

"제가 자리를 피해드려야 되는 건가요?"
"我是不是应该避开这个位置?"


뻔뻔함은 도를 넘어섰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金旼炡이 刘知珉을 밀어내도, 刘知珉은 기어이 버텨내며 金旼炡의 옆을 사수했다. 강효림이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거나 말거나 한 치도 신경 쓰지 않으며. 그러니 이제는 불청객이 누구인지 강효림마저 헷갈릴 정도였다.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刘知珉이 유유자적 걸어가 부엌으로 향했다. 강효림을 그대로 지나치고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서는 다시 거실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눈치를 보는 척도 안 했다. 그마저도 刘知珉 다웠지만. 얘기 나누세요. 그 말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헛웃음이 그제야 터져나왔다.
厚脸皮已经超过极限了。金旼炡后知后觉地回过神来想推开刘知珉,但刘知珉还是坚持守在金旼炡身边。对姜孝琳投来的冷冽目光毫不在意。现在连姜孝琳都分不清谁才是不速之客了。刘知珉轮流看了看两人,然后悠闲地走向厨房。径直从姜孝琳身边经过,从冰箱里拿出矿泉水,又回到客厅。连假装察言观色都不做。这倒是很像刘知珉的作风。你们聊。只留下这句话,就进了卧室。这时她才忍不住发出一声苦笑。


"…언니."  "...姐姐。"

"……"

"그러니까 이거는…"  "所以这个是..."

"실수지?"  "这只是个错误,对吧?"

"……"

"술 마시고 그냥, 취해서 그런 거잖아 둘 다."
"你们两个都是喝醉了酒才会这样的,对吧。"

"……"

"못 본 걸로 할게. 그러니까 없었던 일로 하고, 유 검사한테 그렇게 전해줘."
"当作没看见。就当什么都没发生过,你也这么告诉刘检察官。"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서너 살 애들도 아니니 이 정도는 어련히 알아 들을 거라 생각했다. 강효림은 거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들을 가리키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비밀번호도 바꿔. 형편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더이상은 마주할 자신이 없어 먼저 등을 졌다. 거실을 벗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没什么好多说的。又不是三四岁的孩子,这点事应该都明白。姜孝琳指着散落在客厅地板上的衣服,又补充了一句。密码也要换掉。她再也无法直视那双剧烈颤抖的眼睛,率先转过身去。离开客厅,走向玄关。

붙잡지 말아야 했다. 해명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 하는 게 맞았다.
不该挽留的。不该解释的。至少现在是这样。


"실수 아니야."  这不是个错误。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를 위한 고백이었을까. 신발에 대충 발을 밀어넣던 강효림이 결국 삐끗하고 중심을 잃었다. 가까스로 벽을 짚고 고개를 돌렸다.
那么这番告白究竟是为了谁呢。姜孝琳随意地把脚塞进鞋里,最终一个踉跄失去了平衡。她勉强扶住墙壁,转过头来。


"나 술 안 마셨어 언니…"
姐姐,我没喝酒...


솔직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숨겨야 할 것은 굳이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그 정도는 아는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강효림은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没必要说实话。即使再亲近的关系,该隐藏的也要隐藏。她以为自己已经到了懂得这个道理的年纪了。姜孝琳慢慢地摇了摇头。


"실수 맞아 旼炡아."  "没错,这就是个错误,旼炡。"

"…언니."  "...姐姐。"

"실수여야 해."  "这一定是个错误。"


아닌 건 아니었다. 정태준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어긋날 관계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也不是完全不对。即使对郑泰俊的感情淡了,但绝不该是这样错位的关系。


"그러니까 정리해."  "所以赶紧整理好。"

"……"

"갈게. 추가 고소는 일단 자료 더 검토해본 다음에 어떻게 진행할 건지 정하자. 매니저님한테도 그렇게 말해놨어. 요즘 큰 사건 맡고 있어서 조금 정신이 없다."
"我先走了。关于追加起诉的事,等我再检查一下资料后再决定怎么进行。我也是这样跟经纪人说的。最近在处理一个大案子,有点忙不过来。"

"……"

"촬영 얼마 안 남았다며. 건강 잘 챙기고 밥은 다음에 먹자."
"听说拍摄快结束了。好好照顾身体,下次再一起吃饭吧。"


강효림은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현관을 나섰다. 텅 빈 복도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봤다. 차라리 정태준과 헤어지고 刘知珉을 만나는 거라면 제가 신경 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머리가 지끈거렸다.
姜孝琳随便踩着鞋子走出了玄关。空荡荡的走廊里回响着脚步声,今天听起来格外响亮。站在电梯前,她茫然地望着天花板。如果是和郑泰俊分手后遇见刘知珉,她也就不用这么费心了。但是现在……她感到头痛欲裂。











빈 생수병을 서랍 위에 올려두고 옆에 놓인 핸드폰 화면을 두드렸다. 피곤해서 그런지 시간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어제 몇 시에 들어왔는지, 잠에 들었던 것은 몇 시였는지. 주말이었으니 망정이었다. 물론 금요일이 아니었다면 술도 마시지 않았겠지만. 刘知珉은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며 뻐근한 어깨를 연신 주물렀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는 침대 아래 떨어져 있는 것들을 하나씩 주워 정리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만 마시라고 할 때 알아서 적당히 끊었어야 했는데 무슨 오기로 그렇게 들이부었던 건지. 금방 반듯해진 이불을 살펴보던 刘知珉이 빈 병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她把空矿泉水瓶放在抽屉上,点击放在旁边的手机屏幕。或许是因为太累了,完全没有时间概念。不记得昨天几点回来的,几点睡着的。还好是周末。当然,如果不是周五的话,也不会喝酒。刘知珉一边走进洗手间,一边不停揉着酸痛的肩膀。简单冲了个澡出来后,开始一件一件捡起掉在床下的东西整理。果然当时别人让她适可而止的时候就该见好就收,也不知道是哪来的倔劲儿喝那么多。刘知珉检查了一下已经整理平整的被子,拿着空瓶子走了出去。

오랜 단골이었지만 굳이 찾아가지는 않는 식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월이 묻어나는 곳에는 언제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기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를 것이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미련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익숙한 골목 초입으로 들어설 때야 비싼 밥 얻어먹겠다고 운전기사를 자처한 스스로를 비웃을 수 있었다. 까탈스러운 한유진 입맛에 맞는 식당 찾아보겠다고 아예 나라별로 리스트를 짜서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뒀던 때도 있었지. 그런 생각이나 하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갔던 것 같다. 여기 예약하려면 거의 이 주는 기다려야 한다며 으스대는 여자의 옆에서 그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만 중얼거리며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종업원의 손짓을 따라 테이블 근처로 고개를 돌릴 때까지만 해도 저녁만 먹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야근을 하려고 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서울이 좁았을까.
虽然是老主顾,但并不会特意去光顾的餐厅。这也难怪,因为在沉淀着岁月的地方,总是不可避免地会伴随着记忆。有人会称之为回忆。而我决定把它归类为留恋。当步入熟悉的巷口时,我才能嘲笑自己为了蹭一顿贵餐而主动充当司机。曾经还为了找到符合韩宥真挑剔口味的餐厅,甚至按国家分类制作清单存在手机备忘录里。带着这样的想法,我把车停在停车场,走上台阶。在那个炫耀说这里要提前两周预约才能订到位的女人身边,我只是不停地说着"谢谢"进了门。直到那时,真的,直到跟随服务员的手势转头看向餐桌的那一刻,我还打算吃完晚饭就回公司加班。可是,首尔什么时候变得这么小了呢。

공개연애 중이면 연예인이라도 저렇게 얼굴을 가리지 않고 데이트 할 수 있는 건가. 남들 다 보라고, 남들이 다 보든 말든. 헐 대박 저기 金旼炡 아니야? 여자는 꽤나 신기해하며 제 팔을 흔들었다. 같이 온 사람은 누구지 남자 같은데. 설마 정태준? 야 너무 빤히 쳐다보지마 그거 실례야. 엊그제까지만 해도 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刘知珉은 金旼炡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리딩 들어간다는 문자 이후로는 다른 연락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지검을 나서기 전 핸드폰을 확인 했으니 제가 놓친 문자는 없었을 것이었다. 刘知珉은 앞에 앉은 여자가 눈치를 주거나 말거나, 테이블 아래로 제 다리를 걷어차거나 말거나 서너 자리 건너에 있는 한 쌍의 커플을 곁눈질 않고 빤히 바라봤다. 쟤가 정태준이구나. 과연 연예인답게 이목을 끄는 외모였다.
公开恋爱的话,即便是明星也能这样不遮掩着脸约会吗?让别人都看着吧,不管别人看不看。天啊,那不是金旼炡吗?女人惊讶地摇晃着我的手臂。和她一起来的那个人是谁啊,看起来是个男的。该不会是郑泰俊吧?喂,别这么直勾勾地盯着看,那样很不礼貌。前几天还一起躺在同一张床上睡觉。尽管如此,现在却感觉无比陌生。在服务员的引导下走向餐桌的过程中,刘知珉始终没有把目光从金旼炡身上移开。记得自从收到进入读稿期的短信之后,就再也没有其她联系了。离开检察厅前检查过手机,所以应该没有错过任何信息。不管对面坐着的女人是否投来暗示的眼神,不管她在桌下是否踢自己的腿,刘知珉都一直盯着几张桌子之外的那对情侣看。那就是郑泰俊啊。不愧是明星,果然有着引人注目的外表。


'사인이라도 받아다 드려요?'  '要我帮你要个签名吗?'


여자는 빙긋 웃으며 잔을 부딪혀왔다.
女人微笑着与她碰杯。


'의외네 刘知珉이 연예인한테 관심을 다 가지고.'
'真意外啊,刘知珉居然会对明星感兴趣。'

'신기하니까요.'  因为觉得很神奇。

'그래도 그만 쳐다봐. 밥 먹으러 나왔는데 주변에서 자꾸 힐끔 거리면 엄청 부담스럽겠다.'
别再这样盯着看了。出来吃饭,要是周围人一直偷瞄的话会很不自在的。

'별로 주변 신경 안 쓰는 것 같은데…'
'看起来不怎么在意周围的事情呢...'


그러니 저렇게 대화 하는 중간중간 손을 건드리는 거 아닌가.
所以她是不是就是为了这样在对话中不时地碰触她的手。

잔에 든 것을 물처럼 비워낸 刘知珉이 핸드폰을 집어들려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속이라도 채우고 술을 마시라며 잔소리 하다 刘知珉의 잔을 빼앗아갔다. 刘知珉은 여자에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비워냈다. 말마따나 빈속에 알콜이 들어가서 그런지 평소보다 빠르게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뒷목을 주무르던 刘知珉이 짤막한 한숨을 내뱉고 맞은편에 있는 잔을 도로 가져왔다.
刘知珉像喝水一样一饮而尽杯中物,正要拿起手机时突然清醒过来,转头看向对面。女人一边唠叨着喝酒前要先垫垫肚子,一边夺走了刘知珉的酒杯。刘知珉对女人没有什么特别的反应,只是默默地吃着食物。正如她所说,可能是空腹喝酒的缘故,感觉比平时更快地上头了。刘知珉揉着后颈,轻叹一声,又把对面的酒杯拿了回来。


'대검으로 간다는 소문 돌더라.'  听说她要去大检那边。

'언제는 내 뒤에 소문이 안 따랐던 적이 있었나.'
「什么时候我背后没有谣言了?」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这话也没错。」

'저녁에 데이트 하면 밥만 먹고 헤어져요?'
「晚上约会就只是吃完饭就分手吗?」


여자는 저건 또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刘知珉을 쳐다보다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刘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빈 잔에 와인을 채웠다. 바쁘면 그렇겠지만 보통 금요일에는 늦게까지 같이 있는 편이지. 대답을 들어놓고도 刘知珉은 어딘가 시큰둥한 낯으로 잔을 굴렀다.
女人一脸疑惑地看着刘知珉,用手指指着自己。刘知珉点点头,给空杯子倒上了红酒。虽然忙的时候可能会这样,但通常周五都会一起待到很晚。即使听到了回答,刘知珉还是面无表情地转动着酒杯。


'잘 안 됐어?'  不顺利吗?


뜬금없는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