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주의] [素材注意]







얇은 문 너머에서 시작된 소란에 카지노 내부가 일순 산만해졌다. 카드에 꽂혀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아졌다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집중력을 잃은 손님들의 웅성거림 사이로 악을 쓰는 듯한 남자아이의 고함소리가 섞여 들었다. 사채업을 겸하는 사설 도박장의 특성상 성인의 비명이야 흔하게 들린다 쳐도 아이의 소리라면 얘기가 달랐다.
薄薄的门后传来的骚动让赌场内部瞬间变得混乱起来。原本专注于牌局的人们的视线齐刷刷地聚集到一个地方,然后又散开了。失去专注力的客人们的窃窃私语中夹杂着一个男孩似乎在尖叫的声音。由于这是一家兼营高利贷的私人赌场,成年人的尖叫声倒是常听见,但孩子的声音就另当别论了。


해가 뜨고 지는 것조차 모르도록 창구멍이란 창구멍은 모조리 막아두는 게 기본인 카빠에서 주의력을 해치는 요소의 개입은 하루 매출의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휴대폰 화면이 밝혀진다. 플로어의 중앙에 서있던 산이 곤란한 듯 손끝으로 이마를 긁었다. 조도 낮은 붉은색 조명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산의 얼굴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색깔도 없이 시커멓게 빼입는 수트 때문에 식구들 사이의 별명도 역삼동 지옥개 뭐 이딴 거였다. 물론 본인만 몰랐다.
在卡帕酒吧里,所有的窗户都被严严实实地封住了,以至于人们根本不知道太阳的升起和落下。任何会分散注意力的因素都会对一天的营业额产生相当大的影响。果不其然,四处的手机屏幕一个接一个地亮了起来。站在舞池中央的崔伞有些为难地用手指挠了挠额头。昏暗的红色灯光投下的阴影使伞的脸部轮廓更加锐利。由于他总是穿着一身黑色的西装,家人们给他起了个外号叫“逆三洞地狱犬”之类的。当然,只有他自己不知道。


카드를 쪼던 엄지가 해이해지고 기민하게 벼려진 신경이 탄성 잃은 고무줄처럼 느슨해진 이때. 손장난을 치기엔 지금 만한 기회가 없었다. 산의 초점이 수상한 움직임들을 빠르게 솎아냈다. 홀덤 테이블에 앉은 전형적인 회사원 차림의 중년 남성의 손이 허벅지로 내려가는 게 보였다. 둘러앉은 호구들 포함 딜러조차 미처 살피지 못한 몸짓이었다.
在拇指松开了紧握的牌,敏锐的神经像失去弹性的橡皮筋一样松弛下来的时候。现在正是耍手段的好机会。伞的目光迅速扫过可疑的动作。他看到坐在德州扑克桌旁的典型公司职员打扮的中年男子的手正往大腿上移。这是连围坐的傻瓜们和荷官都没注意到的动作。


직업병처럼, 산은 스치듯 본 손님의 핸드 카드는 모조리 외워두는 게 습관이었다. 플로어를 채운 손님들은 50명 남짓. 조커를 제외한 52장 중 랜덤 두 장의 카드 조합을 매 턴마다 최소 스무 세트 씩은 외우고 리셋하는 셈이다. 머리 쓰는 걸 죽기만큼 싫어하는 도끼는 그런 산을 더러 독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손끝이 무디니 눈이라도 빨라야 했다. 산은 카드 잡는 데엔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뇌를 혹사시키는 방향으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像职业病一样,伞习惯性地记住了所有一瞥而过的客人的手牌。填满整个场地的客人大约有 50 人。每回合中,除了大小王之外的 52 张牌中随机两张的组合,伞至少要记住并重置二十组。讨厌动脑筋的斧头总是说伞太狠了,舌头都要打结了。因为手指不灵活,所以眼睛必须要快。伞在抓牌方面没有天赋,所以他学会了通过过度使用大脑来生存。


3번 테이블 근처를 서성이다 읽어낸 카드를 기억하려 산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타이밍 좋게 또 한 번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플로어의 텁텁한 공기를 갈랐다. 동시에 섬광처럼 남자의 패가 떠올랐다. 클로버를 대신해 스페이드를 잡고 있는 걸 확인한 산의 입꼬리가 당겨졌다. 턴 라운드 베팅이 끝난 보드엔 리버 카드 오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딜러가 마지막 카드를 뒤집자 게임 참가자들이 일순 숨을 죽였다. 공개된 커뮤니티 카드와 조합하니 다섯 개의 연속된 무늬가 떴다. 플러쉬였다.
3 号桌附近徘徊,试图记住读到的牌,伞按了按太阳穴。恰好又一次撕裂的声音划破了大厅闷热的空气。与此同时,男人的牌像闪电一样浮现在伞的脑海中。他确认自己拿着黑桃而不是梅花,嘴角微微上扬。转牌轮的下注结束后,桌上只剩下河牌未揭。随着荷官翻开最后一张牌,游戏参与者们瞬间屏住了呼吸。结合公开的公共牌,出现了五张连续的同花。是同花顺。



이거 놔 놓으라고! 아빠! 아빠!
放开我!爸爸!爸爸!



목청 좋은 꼬맹이의 외침이 이번엔 사람들의 탄식 아래로 배경 음악처럼 깔린다. 사연 없는 빚쟁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별안간 맞닥뜨리게 된 신파 같은 대사 한 줄이 손님들의 메마른 감성을 퍽이나 자극하는 모양이었다.
嗓门大的小鬼的呼喊这次像背景音乐一样在人们的叹息声下响起。没有故事的债主哪里会有,但突然遇到的像新派剧一样的一句台词似乎极大地刺激了客人们干涸的感性。

짬이 찬 딜러들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정리하고 게임을 이어갔지만 캐스팅된 지 3개월 미만의 초짜들은 손님들 따라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방음이라곤 좆도 안 되는 저 문짝부터 얼뜨기 같은 신입 딜러에 이르기까지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은 저 겁대가리 상실한 손님 새끼를 족치는 게 먼저였다.
经验丰富的荷官们熟练地整理着气氛并继续游戏,但那些入职不到三个月的新手们只能跟着客人转动眼珠。无论是那扇毫无隔音效果的门,还是那些呆头呆脑的新手荷官,都有很多需要改进的地方。但眼下,首先要做的是教训那个胆大妄为的客人。


산이 눈썹 뼈를 문지르던 손을 용역들을 향해 까닥였다. 마침 출입문 너머에서 나타난 도끼가 알아서 산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형님 무슨 일 있습니까? 그 '형님'보다 최소 십 년은 더 들어 보이는 액면가로 깍듯이 존댓말을 하니 자연스레 주변의 이목이 끌렸다. 모아지는 관심에 호들갑스럽게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철썩 때린 도끼가 실장님 하고 호칭을 바꾼다. 산은 반듯하게 선 채로 고개만 살짝 내려 피식 웃었다. 깡패 새끼들끼리 실장이니 대리니 하는 것들이 익숙지 않은 건 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막 되어먹은 별칭으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 이곳이 불법인 줄 알고 찾아왔어도 조폭과 엮이고 싶어 하는 놈들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 겉으로는 멀쩡히 간판 달린 회사 행세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伞揉了揉眉骨,然后朝那些打手们点了点头。就在这时,门外出现的斧头自动跑到伞的面前。“哥,有什么事吗?”那“哥”看起来至少比伞大十岁,但他还是恭敬地用敬语,自然引起了周围的注意。斧头在众人的关注下,夸张地用手掌拍了拍自己的嘴巴,然后改口叫“室长”。伞只是微微低头,站得笔直,轻笑了一下。伞也不习惯这些混混们互相称呼“室长”或“代理”,但也不能像以前那样随便用粗俗的绰号称呼。毕竟,虽然大家都知道这里是非法的,但没有人愿意和黑帮扯上关系。所以,他们只能表面上装作是挂着招牌的正规公司。


산은 긴 말없이 홀덤 3번 테이블의 우승자를 지하로 모셔가라 전했다. 가는 길에 증거를 삼키더라도 소화되기 전에 토하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물론 남자가 토해낼 것은 비단 숨겨 놓은 카드만은 아닐 것이다.
伞没有多说什么,只是让人把扑克 3 号桌的赢家带到地下室去。路上即使他吞下了证据,也要在消化之前让他吐出来。当然,男人吐出来的不仅仅是藏起来的牌。

사기에도 초심자의 행운이 따른다는 걸 많은 이들이 간과했다. 뭐든 첫판에서 잡히는 놈은 없다. 어쩌다 보니 두 번이 되고 자신감이 붙어 서너 번이 되다 보면 반드시 한 번은 걸리게 되어있다. 즉, 저 새끼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그걸 알아내는 건 이제부터 도끼의 몫이었다.
很多人忽视了新手也会有运气这件事。无论做什么,第一次都不会被抓到。偶尔第二次,信心增加后,三四次就会被抓到一次。也就是说,那家伙这次也不是第一次。弄清楚这点,现在是斧头的任务了。


앞날을 예견하지 못한 남자는 잠시간의 대박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게걸스레 칩을 쓸어 담는 사기꾼을 보는 도끼의 눈깔이 철천지원수를 상대하는 것마냥 희번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의 판으로 하우스 머니 7천만 원이 털렸다. 하우스에서 심어 놓은 블랙이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너도나도 레이즈한 베팅액을 따라잡기 위해 연신 콜을 외친 결과였다. 손님들 사이에서 죽은 듯 고갤 처박고 있던 블랙이 조심스레 산과 눈을 맞춰왔다. 구라에 말린 게 니 잘못은 아니지만 고작 투 페어로 판을 설계한 건 괘씸했다. 산이 미소를 보이자 블랙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벌벌 떠는 꼴을 보아하니 손이 얼어 다음 판도 조졌다. 24시간 안에 본전을 되찾지 못할 경우 두 다리로 멀쩡히 걸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前途未卜的男人正享受着短暂的好运。看着那个贪婪地扫荡筹码的骗子,伞的眼神像是面对不共戴天的仇敌一样闪烁着怒火。也是,刚才那一局让赌场损失了七千万韩元。赌场安排的托儿在过热的气氛中,为了跟上大家纷纷加注的赌注,不停地喊着跟注。托儿在客人中间低着头,偷偷地与伞对视。虽然被骗不是你的错,但仅凭两对牌就设计这一局,实在是可恶。伞一笑,托儿的脸色立刻变得苍白。看他瑟瑟发抖的样子,下一局也完蛋了。如果在 24 小时内不能把本钱赢回来,恐怕很难两条腿完好地走出去。



"밖은 무슨 일이야." “外面发生了什么事。”



좌우로 덩치들을 이끌고 돌진각을 잡던 도끼가 산의 물음에 자세를 고친다.
左右带着大块头们冲锋的斧头在伞的提问下调整了姿势。



"아 그게......" “啊,那个……”



목소리를 죽이는 걸로 모자랐는지 손바닥으로 코밑을 가린 도끼가 산의 귓가에 얼굴을 붙였다.
为了不发出声音,伞用手掌捂住了自己的鼻子,脸贴近了崔伞的耳边。



"전에 각서 쓰고 돈 빌려 간 놈 중에 하나가 오늘 원금 상환하겠다며 열두 살 먹은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之前写借据借钱的家伙中有一个今天带着他十二岁的儿子来还本金。”



바짝 떠올렸던 산의 눈빛이 느슨해졌다. 떠밀리듯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지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伞那紧绷的眼神变得松弛了。有一个记忆像被推搡着从水面上拉了上来。



"어린애들 신장 비싼 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자식새끼 신체포기각서 앞세우고 돈을 더 내놓으라 난동을 부리더랍니다."
“那些小孩子不知道从哪里听说了肾脏很值钱,竟然拿着孩子的身体放弃同意书来闹事,要求更多的钱。”

"그래서." “所以。”

"일단 받아야 할 게 있으니까 지하로 데려가라고 했죠. 손님들 보기에도 안 좋고. 그 아들놈이 끌려가면서 하도 빽빽 소리를 질러대서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일단 받아야 할 게 있으니까 지하로 데려가라고 했죠. 손님들 보기에도 안 좋고. 그 아들놈이 끌려가면서 하도 빽빽 소리를 질러대서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因为有东西要拿,所以让他们带到地下室去。对客人们来说也不好看。那小子被拖走的时候叫得那么大声,我都快被震聋了。”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도끼가 양쪽 귀를 틀어막는 시늉을 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산은 도끼의 어깨를 힘주어 잡고는 출입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장님 가보시게요? 의아한 얼굴로 도끼가 따라붙었다. 지하로 사람을 보내기는 하나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산의 철칙이었다. 실제로 산이 지하에 내려가는 걸 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피를 무서워하냐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산이 까만 옷만 고집하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건물 내에서 도끼가 유일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도끼가 양쪽 귀를 틀어막는 시늉을 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산은 도끼의 어깨를 힘주어 잡고는 출입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장님 가보시게요? 의아한 얼굴로 도끼가 따라붙었다. 지하로 사람을 보내기는 하나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산의 철칙이었다. 실제로 산이 지하에 내려가는 걸 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피를 무서워하냐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산이 까만 옷만 고집하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건물 내에서 도끼가 유일했다. 仿佛厌倦至极,伞捂住双耳,身体微微颤抖。伞用力抓住斧子的肩膀,朝出口走去。斧子疑惑地跟上:“经理,您要去吗?”伞的铁则是派人去地下,但不干涉地下发生的事情。实际上,见过伞下到地下的次数屈指可数。要说他怕血,那也不是。伞坚持穿黑衣的原因,整栋楼里只有斧子知道。



"금방 올 거야. 자리 좀 지키고 있어."
“他很快就会回来。请稍微守一下位置。”



쫓아오지 말란 얘기다. 도끼는 발목이 묶인 사람처럼 멈춰 하나뿐인 출입문의 문고리를 밀고 나가는 산을 지켜보기만 했다. 깔끔하게 넘긴 헤어에 이목구비를 훤히 드러내놓고도 표정 하나 읽히지가 않았다. 포커페이스에 능하면서 카드는 절대 잡지 않는 남자.
别跟过来。伞像脚被绑住的人一样停了下来,只能看着唯一的出口门把手被推开。即使他的头发整齐地梳理着,五官清晰可见,但他的表情却毫无波动。这个擅长面无表情却从不出牌的男人。


대체로 자비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런 최산이 지독하게 무자비해지는 구간이 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호기심을 단속하지 못한 이들은 하나같이 결말이 안 좋았고 도끼는 다행히 학습력이 좋았다. 때로는 모르는 척이 아는 척보다 힘든 것이다.
总体来说,崔伞的生活与仁慈相去甚远,但有一个阶段,他会变得极其无情。虽然有很多问题想问,但那些无法控制好奇心的人,结局都不太好。幸运的是,斧头的学习能力很好。有时候,装作不知道比假装知道更难。


홀덤 3번 테이블에서는 카드 셔플이 한창이었다. 산이 돌아올 때까지 사기꾼이 도망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임무가 추가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놈의 뱃대지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다만. 도끼는 조금 모자라긴 해도 충실한 부하였다. 뒷주머니에서 다 찌부러진 껌을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도끼가 사기꾼의 뒤통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최 실장님만 돌아오시면 니는 뒤졌다.
在德州扑克 3 号桌,正在热火朝天地洗牌。伞回来之前,任务是监视骗子,防止他逃跑。虽然心里很想立刻一拳打在那家伙的肚子上。虽然斧头有点不够聪明,但他是个忠实的部下。他从后裤兜里掏出一块已经被压扁的口香糖,嚼了起来,狠狠地盯着骗子的后脑勺。只要崔室长一回来,你就完蛋了。











산은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주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층수를 알리는 숫자가 점점 줄어들더니 1의 밑으로는 표시등이 꺼져버려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지하로 가는 버튼은 키를 꽂아야만 작동했으나 손님들은 실수로라도 그것을 누르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혹자는 이곳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마땅한 벌을 받기 위해 끌려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지옥과 닮아있긴 했다. 문득 형의 집행자까지도 그들 못지않은 죄인인 이곳이 무저갱의 어디보다 악질일지도 모른다고, 산은 생각했다. 얼마쯤 더 바닥으로 잠긴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도착을 알렸다. 띵. 청량한 신호음과 함께 개폐 장치가 작동했다. 역삼동의 지옥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伞在运行的电梯里非常缓慢地眨了眨眼。显示楼层的数字逐渐减少,到了 1 以下,指示灯就熄灭了,无法知道具体位置。通往地下的按钮需要插入钥匙才能操作,但客人们即使是无意中也会小心翼翼地避免按到它。有人称这里为地狱。因为这是一个罪人们被拖去接受应有惩罚的地方,所以确实与地狱相似。伞突然想到,这个地方或许比无底深渊的任何地方都要恶劣,甚至连那些执行者也不亚于罪人。电梯继续向下沉了一段时间,终于到达了目的地。叮。清脆的提示音响起,开闭装置启动了。逆三洞的地狱之门开启的瞬间到了。


구둣발 소리에 뭉쳐져 있던 한 무리의 시선이 단번에 산에게로 넘어왔다. 오셨습니까 형님. 상투적인 깡패식 인사가 사면이 막힌 공간을 웅웅 울렸다. 산의 진로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지는 부하들 틈에서 전형적인 중독자의 몰골을 한 남자와 비쩍 마른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는 저를 팔아넘기려는 아버지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었다. 가까워지는 산을 올려다보는 눈에는 두려움이나 절망 대신 독기가 가득했다. 제 아버지의 셔츠 자락을 쥔 조그만 주먹에서 그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누가 누굴 지켜. 산은 피식 새는 웃음을 굳이 참지 않았다. 기분 나쁜 모양인지 아이의 눈매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皮鞋声响起,原本聚集在一起的一群视线瞬间转向了伞。来了,老大。典型的黑帮式问候在四面封闭的空间里回荡。伞的手下们在他前进的路上分开,露出一个典型的瘾君子模样的男人和一个瘦弱的孩子。孩子拼命地抓住想要卖掉他的父亲。抬头看着逐渐靠近的伞,孩子的眼中没有恐惧或绝望,反而充满了凶狠。他紧握着父亲衬衫下摆的小拳头里,能感受到他想要保护父亲的决心。谁保护谁啊。伞没有刻意忍住那一丝笑意。孩子的眼神变得更加锐利,似乎是因为感到不快。



어떤 불행은 반복된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줄거리는 비슷비슷했으나 그런 와중에도 궤를 맞춘 듯 일치하는 생이 있다. 산은 바닥에 떨어진 신체포기각서를 주워들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드디어 말이 통할 상대를 찾았다는 듯 무릎걸음으로 기어 와 산의 종아리에 엉겨 붙어 애원했다. 살려달라는 말이 구질구질하게 늘어졌다. 시야를 가린 종이를 치우자 맥없이 나동그라진 아이가 보였다. 울 아빠 건드리지 마! 아이가 처지도 모르고 으름장을 놓았다. 도끼의 말대로 목청이 좋긴 했다.
有些不幸是会重复的。到这里来的人们的故事大同小异,但其中也有一些生命轨迹仿佛契合一般一致。伞捡起了掉在地上的放弃治疗同意书。孩子的父亲仿佛终于找到了可以沟通的对象,跪着爬到伞的腿边,哀求着。求你救救他吧,他的话拖得很长,显得格外凄惨。伞把挡住视线的纸移开,看到了无力倒在地上的孩子。别碰我爸爸!孩子不知自己处境,威胁道。正如斧头所说,嗓门确实很大。



"미안한데 선생님, 우리가 애들 장기는 안 받아요. 나름 직업윤리라는 게 있거든 이 바닥에도."
“对不起,老师,我们不接受孩子们的器官。即使在这个行业,我们也有职业道德。”



산이 속삭였다. 각서의 끄트머리엔 정우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와 아이를 대신한 남자의 싸인이 쓰여 있었다. 산이 종이를 반으로 찢어 버리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남자의 양쪽 팔을 하나씩 쥐고 억지로 남자를 일으켰다. 산은 이 짓이 청소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중독되어 타락하고, 타락함으로써 본성을 직시한 사람들이 버린 존엄성에 대한 청소.
伞低声说道。契约书的末尾写着“郑友荣”三个字和那个男人的签名。伞把纸撕成两半,等候的手下们一人抓住男人的一只胳膊,强行把他拉了起来。伞常常觉得这是一种清理工作。清理那些因沉迷而堕落,因堕落而直面本性的人的尊严。



"데려가. 아이는 놔두고." “带走我。把孩子留下。”

"실장님, 잠시만요....실장님! 살려주세요! 실장님!!"
“室长,等一下……室长!救命啊!室长!!”



남자는 주제도 모르고 빌려 간 돈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멱이 따이는 돼지처럼 꽥꽥거리던 남자가 자취를 감춘 자리엔 기묘한 정적만이 남았다. 산은 천천히 걸어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한 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아버지가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알로 산을 노려보는 기운이 매서웠다.
男人不自量力,借了钱就要付出相应的代价。像被割喉的猪一样尖叫的男人消失后,只剩下诡异的寂静。伞慢慢走过去,单膝跪下,与孩子的视线齐平。一直盯着父亲消失的地方的孩子抬起了头。那双布满血丝的眼睛狠狠地瞪着伞。



"우영아." "友荣啊."



오래 본 사이처럼 산이 다정하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伞像老朋友一样亲切地叫着孩子的名字。



"니네 아빠가 너를 버렸어." “你爸爸抛弃了你。”



산은 우영의 앞으로 두 동강 난 종이를 떨어뜨렸다. 우영의 눈이 조각난 글자들을 쫓아 바닥으로 향했다.
伞把撕成两半的纸扔到了友荣面前。友荣的目光追随着那些破碎的字母落到了地上。



"기분이 어때?" “感觉怎么样?”



처음 머리에 입력된 후로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그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복수라기엔 그 대상이 한참 잘못되었으므로 이건 그저 유치한 분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산이 그러했듯 오늘의 비극은 우영의 기억 속에서 악몽으로 아주 오래 되풀이될 것이다. 분한 것 같기도, 무서운 것 같기도 한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산은 건조한 눈빛으로 일렁이는 그것을 지켜봤다.
自从第一次输入脑海后,那句话就从未被忘记过,一直在重复。说是复仇,目标却大错特错,所以这不过是幼稚的发泄罢了。正如伞所经历的那样,今天的悲剧将在友荣的记忆中作为噩梦长久地重复。眼中充满了泪水,既像是愤怒,又像是恐惧。伞用干涩的眼神注视着那闪烁的泪光。


우영에게서 말이 없자 그만 일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 못 한 대답에 발목이 잡힌다.
由于友荣没有说话,他正打算起身。然而,意想不到的回答让他停住了脚步。



"죽일 거예요," “我会杀了你,”

"......" “......”

"....아저씨를." “……阿姨。”



우영은 무서우리만치 침착했다. 후두둑 눈꼬리를 타고 눈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더러워진 손으로 우영은 제 뺨을 마구잡이로 닦아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삶의 무게를 계승하는 일. 산은 한때 아버지라 불렀던 남자의 마지막 표정을 떠올렸다.
友荣冷静得令人害怕。泪珠顺着眼角滑落。他用脏兮兮的手胡乱擦拭着自己的脸颊。继承被逼到绝境的生活重担。伞想起了曾经称为父亲的男人最后的表情。



"나랑 가자, 영아." “跟我走,友荣。”



산이 무릎을 일으켜 우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혼란스러워진 우영은 주저앉은 채로 그 손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 젖은 초점이 산의 손에서 얼굴로 천천히 올라왔다. 산은 묵묵히 기다렸다. 결국 세상에 홀로 남겨진 우영은 최산이 건네는 죄악의 성배를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야 역겨움을 인내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임을 계산할 나이는 되니까. 열두 살의 최산이 그러했듯. 
伞跪下身子,向友荣伸出了手。陷入混乱的友荣只是呆呆地坐在那里,盯着那只手看。湿润的目光从伞的手慢慢移到了他的脸上。伞默默地等待着。最终,孤身一人的友荣不得不接受伞递来的罪恶圣杯。毕竟,他已经到了能够计算出忍受恶心比忍受孤独要容易得多的年纪。就像十二岁的崔伞那样。

산의 입술을 비집고 쓴웃음이 번졌다.
崔伞的嘴角勉强挤出一丝苦笑。











EDEN 伊甸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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