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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2下

면접 보고 나오는 길. 불합격인 게 더 이상할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느낌이 좋았다.
面试结束后的归途。明明落选才更合乎常理,却感觉比以往任何时候都要好。

나 면접 찢었어!! 99.9퍼센트 취뽀 각임!!! 가족 단톡에서 괜히 설레발 좀 치다가, 그다음으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얼굴에 슬며시 웃음기가 거둬졌다. 카톡 친구 즐겨찾기 목록 맨 위에 있는 이재현의 프로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습관적으로 대화방을 클릭했다.
我面试炸了!!99.9%确定录取了!!!在家群聊里胡乱撒了会儿欢,紧接着第一个浮现在脑海的面容悄悄漾起笑意。手指像被牵引般滑到 Kakao 好友置顶列表,盯着李宰贤的头像看了半晌,最后惯性地点开了对话框。

몸은 좀 어때? 약 먹었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인데도 보내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든 건지. 전송 버튼 바로 위에서 배회하던 엄지가 끝끝내 거둬졌다. 애새끼도 아니고 알아서 하겠지. 애써 삐딱한 마음가짐으로 쿨한 척 뒤로가기를 눌렀다.
身体好些没?吃药了吗?明明是平淡无奇的句子,发送前却莫名感到沉重。拇指在发送键上方徘徊许久最终收回。又不是小孩子了总会照顾自己吧。我故作潇洒地退出界面,把手机扔到一边。


퇴사한 그 회사에서 맨 처음 합격 소식이 날아들던 날, 당사자인 나보다 더 신나서는 소고기 턱턱 사주면서 축하해 주던 이재현 표정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송곳니 다 드러내고 입 찢어져라 생글대던 아기도깨비 웃음. 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내 고생을 드디어 보상받은 게 좋아 죽겠다고 했다.
想起从前公司离职那天,第一个冲来恭喜我的李宰贤,他笑得比当事人还开心,手舞足蹈说要请客庆祝的样子鲜活如昨。那张咧到耳根、露出全部牙龈的灿烂笑脸。他说看我在这求职市场摸爬滚打终于得到回报,简直要开心死了。

그날 우리 엄청 행복했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는데. 이번 면접도 잘 봤다고 떠벌떠벌 자랑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우리 왜 이렇게 됐을까. 멍하니 생각하다 머리를 탈탈 털어냈다. 쓸데없는 상념이 길어지는 건 싫었다.
那天我们明明那么幸福。仿佛拥有了全世界。明明想四处炫耀这次面试也很顺利,可如今我们为何会变成这样。呆呆地想着,猛地甩了甩头。讨厌无谓的念头越拖越长。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서 달달한 디저트 몇 개 사서 귀가했다. 이주연이 학교 가 있는 시간이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숨 잘까. 면접으로 기 빨려서 무거운 몸을 곧장 소파에 뉘여 눈 감았다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며 어지럽히는 누구 얼굴에 10초도 안 되어 다시 벌떡 일어났다.
作为给自己的礼物,从常去的社区咖啡店买了几份甜点回家。由于李周妍去上学的时间,家里空无一人。小睡一会儿吧。被面试抽干精力的沉重身躯直接倒在沙发上闭眼,可某个在脑海里漂浮晃荡扰乱心神的面容,让我不到十秒就猛地弹坐起来。


"...진짜 드럽게 신경 쓰이게 하네."
"...真是让人在意得要命。"


솔직히 뭐 죽을 병 걸린 것도 아닌데, 그 흔해 빠진 감기몸살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오바하게 만들지. 하지만 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게, 어제 마주쳤던 이재현은 상태가 영 심각하긴 했었다. 몰라보게 살 내린 얼굴과 파리해진 안색에 놀랐다가 어쩌다 안고 보니까 펄펄 끓는 체온에 더 놀랐었다. 이거 정말 보통 고열이 아니다 싶어서.
说实话又不是得了绝症,区区泛滥的感冒症状凭什么让人这么夸张。但不得不介意的是,昨天遇见的李宰贤状态确实很糟糕。看到他瘦脱相的脸和憔悴的气色已经够吃惊了,不小心抱住时发现滚烫的体温更让人震惊。这绝对不是普通的高烧。

그래도 미움이 더 컸기에 모르는 척 뿌리치고 나왔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집 안에 뛰어 들어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나뒹구는 약봉지와 함께 이재현은 온몸이 식은땀에 범벅 된 채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거 보자마자 덜컥 눈앞이 하얘졌었다. 건강하고 체력 짱짱해서 잔병치레 한 번이 없던 애가 한번 아플 땐 오질나게 아픈 모양이었다.
尽管怨恨更深,我还是假装不知情甩手离开,可实在放心不下又冲回屋内时——果不其然,地板上散落的药袋旁,李宰贤浑身浸透冷汗奄奄一息。目睹那场景的瞬间,我眼前骤然煞白。这个素来健康从无小病的孩子,一旦病起来竟如此来势汹汹。

물수건 올리고 죽 끓이고 한바탕 난리 친 다음에야 힘겹게 눈 감은 그 얼굴 앞에서 눈물 꾹 참고 있는데, 갑자기 흐릿하게 눈 떠 올려다보더니 뜨거운 손으로 내 두 뺨을 끌어당겨 천천히 입술을 맞대 오는 그였다. 누가 봐도 이성 아닌 본능. 철저한 무의식 중의 행위라는 걸 짐작했다. 피하려면 피할 수야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감기는 입술과 혀를 잠자코 받아냈다. 짧으면서도 길었던 키스가 마무리되었을 때쯤엔 이재현은 다시 열띤 호흡을 색색 앓으며 저 멀리 꿈결로 건너간 채였다.
敷冰毛巾煮粥折腾半天后,终于见他艰难合眼。我强忍泪水守在床前,他却突然朦胧睁眼,用滚烫的手捧住我双颊,缓缓将唇贴了上来。任谁都看得出这是本能而非理智,是彻底无意识的行为。本可以躲开却没有抗拒,我默然承受了比任何时候都炽热的唇舌交缠。当这个短暂又漫长的吻结束时,李宰贤已再度陷入急促喘息,沉入遥远梦乡。

이후에 발견한 건, 걔 책상 위에 널브러진 수많은 편지 뭉치들. 꽉꽉 구겨지고 찢어진 종이들이 가관이었다. 내가 아는 이재현은 온갖 낯간지러운 것들에 학을 떼는 놈이었고 손편지도 그중 하나였는데, 제 딴에 안 하던 짓 하느라 머리 박박 쥐어뜯으며 씨름했을 모습이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책상 제일 한가운데, 딱 절반 갈라 찢어진 편지가 아마 최종 최종 최종 결과물일까. 그마저도 결국 찢어 버린 게 참 이재현다웠다.
后来发现的是他书桌上散落的无数信纸团。皱皱巴巴的碎纸片堪称惨烈。我认识的李宰贤最厌恶肉麻之事,手写信正在其列,可眼前分明浮现他揪着头发与不擅长之事搏斗的模样。书桌正中央那封撕成两半的信,大概就是最终最终最终成果了吧。连这个都撕掉,倒很符合他的作风。


사랑해. 보고 싶어. 제발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 나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我爱你。好想你。求你别再说分手。没有你我什么都做不了...


주절주절 뻔하디 뻔한 사과와 반성의 향연을 지나, 맨 마지막에 꾹꾹 눌러 쓰인 문장이 유독 가슴에 깊게 박혔다. 서툴게나마 전해 보려는 진심이 느껴져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在那些陈词滥调的道歉与反省之后,最后用力写下的那句话格外刺痛我的心。虽然笨拙,却能感受到传递而来的真心,让人无法置之不理。

그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어쩌면 나도 내가 모르는 새 미운 짓으로 이재현을 서운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이재현과 헤어지는 일은 솔직히 나도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是啊,人非圣贤孰能无过。或许我也曾在不知不觉中做出令李在贤失望的事,今后也完全有可能再犯。老实说,光是想象与李在贤分开的场景,我就已经难以承受。


**구 **동 **아파트 2단지
**区**洞**公寓 2 期

다 나으면 와. 낫기 전엔 절대 오지 마. 감기 옮기 싫으니까.
等病好了就来。痊愈前绝对别来。不想传染感冒给你。


편지지 뒷장에 주소와 메모를 남기면서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했다.
在信纸背面写下地址和备注时,短短时间里思绪万千。

여태껏 본가 위치를 노출하지 않았던 건, 어쩌면 내 못난 자격지심의 연장선이었다. 살아온 환경의 차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요소가 바로 집이었으니까. 작은 동네의 그저 그런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을 굳이 이재현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넘치진 않아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단 한 번도 남부끄러웠던 적은 없지만, 이재현 앞에서는 왠지 평범도 부족이 되고야 마는 탓이었다.
至今不愿透露老家地址,或许是我可笑自尊心的延伸。因为居住环境差异最赤裸的体现就是房子。我不愿让李在贤知道我住在小地方普通公寓的事实。虽然不算富裕但也平凡顺遂的人生从未让我自卑,可站在李在贤面前,这份平凡总会莫名变成一种缺憾。

부정적인 사고의 확장은 끝도 없었다. 장난스레 결혼 얘기도 툭툭 던지는 앤데 과연 우리 집을 보고 나서도 그런 얘길 할까. 극단적으로 몇 걸음 더 앞서나가서 걔 부모님께 물컵 한 사발 맞고 돈 봉투 받는 아침드라마다운 상상도 해 보고. 반대로 생각하면 나는 만약 이재현이 나보다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산대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사랑할 테지만, 이재현도 그럴 거라는 확신은 도무지 없는 탓이었다. 그러다 보면 항상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곤 했다. 아무래도 내가 더 많이 좋아하나 보다. 요 며칠 사건 겪고 나니까 더더욱 그랬다.
消极思绪的蔓延似乎永无止境。她玩笑般地提起结婚的话题,但看到我们家后还会说那样的话吗?我甚至极端地往前多想了几步——想象着被对方父母泼一杯水后收到钱袋的晨间剧场景。反过来想,就算李宰贤生活在比我更窘迫的环境里,我也会毫不在意地爱他;但对他能否同样如此,我却毫无把握。想着想着,结论总是归于一点:看来还是我更喜欢他些。经历这几天的风波后,这种感觉愈发强烈。

하지만 어느새 이렇게 핼쑥해진 채 골골 앓는 이재현을 보면서, 그래도... 너도 나 없으면 안 되는구나. 어쩌면 우리 둘 애정의 크기는 비슷할 수도 있겠다. 걱정되어 미치는 와중에 내심 그렇게 안심하는 나도 참 끝내주는 모순이었다.
但看着眼前病得脸色煞白的李宰贤,我忽然觉得...原来你也不能没有我啊。或许我们感情的份量本就不相上下。在忧心如焚的间隙里,暗自安心的我也真是矛盾得可笑。


그래서 이재현은 도대체 언제 나을까. 언제 나아서 제 발로 이 동네를 찾아올까. 초조하게 손톱을 씹다 끝끝내 전화를 걸었다. 물론 발신인은 절대 당사자가 아닌 김영훈이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여보세요, 울림 깊은 저음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전해졌다.
所以李宰贤到底什么时候能好?什么时候能亲自来这个街区?我焦躁地啃着指甲,最终还是拨通了电话。当然来电显示绝不可能是本人——是金英勋。未及三声铃响,听筒便传来低沉的"喂"。


"영훈아, 바빠? 통화 가능해?"
"英勋啊,在忙吗?方便通话吗?"

[가능해~ 근데 나 너 왜 전화했는지 알 것 같아.]
[可以啊~不过我大概能猜到你为什么打电话来。]

"왜?"
"为什么?"

[이재현 몸상태 어떤지 물어보려고?]
[是想问李在贤的身体状况吗?]

"...야, 눈치 왜 이렇게 빨라. 좀 민망하네."
"…喂,你怎么这么敏锐。有点尴尬啊。"

[재현이 오늘도 학교 안 나왔어. 안 그래도 아까 통화했는데 몸살에 스트레스성 위염인가? 그것까지 겹쳤다더라고. 뭐 병결 처리는 잘 됐고, 아마 금방 낫지 않을까?]
[在贤今天又没来学校。本来刚才通电话时就说他得了风寒加上压力性胃炎什么的,好像还并发症状了。不过病假手续都办好了,应该很快能好吧?]

"그치. 감기몸살 별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생전 안 아프던 애가 아프니까 괜히 걱정돼서."
"是啊。虽然感冒发烧不是什么大事...但看到平时从不生病的孩子突然病了,还是忍不住担心。"

[와, 이여주 나한테 전화해서 걱정한 거 알면 이재현 또 찔찔 짜겠다. 감동 받아서.]
哇,要是让李汝珠知道我打电话关心她,李载贤又要偷偷抹眼泪了。感动得不行。

"감동이고 뭐고 무조건 비밀이다, 알지?"
"感动什么的都无所谓,必须保密知道吗?"

[알지. 나도 그 새끼 또 우는 거 보기 싫어, 너무 많이 봐서 질렸어.]
知道。我也不想再看那家伙哭哭啼啼的样子,看得太多都腻了。

"...걔 울었어? 니 앞에서?"
"...那家伙哭了吗?在你面前?"

[말도 마. 지 졸작 뺨치게 영화 몇 편 찍으셨으니까.]
别提了。人家拍了几部电影,水准可不比那些烂片差。

"와, 우리가 쌍으로 너한테 민폐 끼치네... 미안해서 어떡해. 내가 다음에 밥 살게!"
"哇,我们俩真是给你添麻烦了...抱歉得不知道怎么办才好。下次我请你吃饭!"

[됐어, 그 새낀 민폐지만 넌 아냐.]
算了,那家伙确实是麻烦精,但你不是。


남의 연애사 따위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 드르렁 그 자체일 텐데, 괜히 중간에 껴 피곤해진 김영훈에게 미안해서 면목이 없었다. 다행히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别人的恋爱故事不过是过度信息量的噪音本身,但无端被卷入其中而感到疲惫的金英勋让我愧疚得无地自容。幸好他本人似乎完全不以为意。


[너 원하면 내가 재현이한테 종종 연락하고 상태 체크해서 전해 줄게.]
如果你愿意,我可以经常联系在现,把他的近况转达给你。

"진짜? 그래 주면 난 너무 고맙지. 너 바쁘거나 귀찮으면 안 해도 되고, 여유 되면 부탁 좀 할게."
真的吗?那太感谢了。你忙或嫌麻烦的话不做也行,有空时再拜托你。

[하여튼 이재현 복 받았다. 말도 지지리 안 듣는 짱구새끼 뭐가 이쁘다고 너는.]
总之李在现真是走运。那个连话都不好好听的土豆头小子到底哪里可爱了,你居然这么喜欢。


짱구새끼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찰떡이라서 순간 실없는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 김영훈은 의외로 따라 웃지 않았다. 오히려 별 장난기도 없는 차분한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을 잇는 그였다.
「小新崽子」这个形容贴切到过分,让我瞬间没忍住笑出了声。但电话那头的金英勋意外地没有跟着笑,反而用不带半点玩笑的沉稳声音一字一句地接话。


[난 이재현 친구지만 굳이 쉴드 쳐줄 마음은 없어. 내가 걔 여친이었어도 지지리도 골 아플 것 같아서. 나 이재현 면전에서도 말했어, 니 여친이 존나 아깝다고. 지도 동의하던데?]
[虽然我是李在贤的朋友,但也没必要替他打掩护。就算我是他女友,估计也会被气得头疼。我当面跟李在贤说过,你女朋友真是可惜了。教练也同意吧?]

"아니, 뭔... 그 정도는 아냐."
"“不,哪有...没那么夸张。”"

[그 정도 맞아. 암튼 재현이랑 빠른 시일 내에 화해해.]
[就是那么夸张。总之早点和在贤和好吧。]

"방금까지 그렇게 까 놓고?"
"刚才还那样数落我?"

[걔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니고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사과 대충 받아 주고 걍 머슴처럼 굴려먹으면서 만나.]
这话不是为了他好,是为你好。随便接受道歉然后像使唤佣人一样使唤着交往吧。

"에이, 이재현 그게 어디 굴린다고 굴려질 앤가."
"哎,李载贤,那家伙哪有那么容易使唤啊。"

[아~무도 못 굴리지. 근데 너면 얘기가 달라. 아마 신나게 굴려질걸?]
谁~都使唤不动。但如果是你的话就另当别论了。估计会被使唤得很开心吧?

"......"
"How are you?" 输出:

[재현이 너 많이 좋아하잖아. 좋아하면 잘 좀 하지 왜 싸웠는진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걔는 여자친구 앞에선 체면 차리면서 뒤에서만 좋아 디지는 게 문제야.]
[在玹明明那么喜欢你。喜欢就该好好表现啊 为什么吵架我是不懂...但我觉得他在女朋友面前装模作样 背地里才示好的行为很有问题。]


틀린 말 하나 없긴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요 며칠간 이재현이 김영훈 앞에서 오지게 청승 떨긴 떨었구나 싶었다. 기분이 마냥 통쾌하다기보단 심장 한 구석이 찌르르 아파 오는 걸 보면 난 이미 단단히 글러 먹은 듯했다.
一句都没说错。而且无论如何 这几天的李在玹在金永勋面前实在太过分了。比起心情舒畅 更像是心脏被狠狠刺痛的感觉 看来我已经彻底陷进去了。

굴리긴 뭘 굴려, 이만큼 모질게 대한 것도 마음 아픈데 뭘 더 해. 아니야, 그래도 며칠 전 이재현 그 싹바가지 없는 태도는 도무지 잊히지가 않고. 그야말로 머릿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어지럽게도 왕왕 대치했다.
纠结什么呢 光是现在这样就已经够心痛了 还能怎样。不是 即便如此 前几天李在玹那没心没肺的态度还是让人无法释怀。脑子里两个想法确实在激烈对抗着。


[맞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没错 还有以防万一先说清楚。]

"응, 뭔데?"
"嗯,怎么了?"

[너네 싸운 날 롤한 거 나야, 이재현 아이디 빌렸었거든. 남동생이 오해해서 이재현한테 채팅 건 것 같던데 신경 쓰여서.] 
那天你们吵架时打游戏的是我,借了李在贤的账号。弟弟好像误会了还去私聊他,我有点在意。

"아 그거, 안 그래도 동생이 말해 줬어. 게임 오해 안 풀렸으면 내가 걔 몸 걱정도 안 하지. 나 그날 진심 개빡쳐서 헤어질 생각까지 했다니까?"
"啊那个,弟弟已经告诉我了。要是游戏误会没解开,我也不会担心那家伙了。那天我真的气到甚至想过分手你知道吗?"

[미안해서 어떡하냐. 괜히 나 때문에 더 상처받고 더 싸웠겠네.]
真的对不起。都怪我让你们受更多伤吵得更凶了吧。


사실 이주연에게 듣고 나서도 긴가민가 찝찝하긴 했는데, 당사자 김영훈이 직접 해명하니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져 좋았다. 이후로도 시시콜콜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아무튼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정감 어린 마무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其实听完李周妍的话后还是半信半疑心里有点别扭,但当事人金英勋亲自出面解释后,事情变得干净利落没有拖泥带水,感觉很好。之后又你来我往多聊了几句琐碎的话,最后以希望一切顺利的温馨道别结束了通话。

괜찮은 애인 건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생각보다 더 괜찮은 애였다. 이재현이 유독 왜 그렇게까지 불안해하는지 이해 갈 만큼. 김영훈 쟤 연애하면 애인 속 썩일 일은 없겠다는 부러움 뒤로, 만약 내가 스무 살에 이재현 반대 무릅쓰고 쟤랑 사귀었으면 어땠으려나. 문득 그런 무의미한 가정을 해 봤다.
虽然从二十岁起就知道他是个不错的恋人,但没想到各方面比他想象中还要好。难怪李载贤会如此不安到那种程度。在羡慕金英勋恋爱时不会让恋人受委屈之后,我不禁做了个无意义的假设:如果二十岁的我顶着李载贤的反对和他交往会怎样。

뭐 당연히 좋기야 했겠지만... 뭐 아무리 어린 맘에 새내기뽕 벚꽃뽕 맞아 지독하게 사랑했대도 군대 등 현실적 문제로 어떻게든 헤어졌을 테니 안 사귄 게 백만 번 다행이었다. 괜히 어쭙잖게 만났다 쫑나서 인연은 인연대로 나가리 되고, 전남친 친구인 이재현과도 어색해졌을 거고. 그런 이재현이랑 눈 맞는 건 당연히 꿈도 못 꾸고. 그렇게 셋 다 죽도 밥도 못 되어 제각기 멀어지지 않았을까.
当然可能会很美好吧...但就算年轻时被新生季和樱花季冲昏头脑爱得死去活来,最终也会因为军队等现实问题分手,所以没交往反而是万幸。要是贸然相恋后分手,不仅缘分彻底断送,和前男友的朋友李载贤也会变得尴尬。更别提和那样的李载贤两情相悦了,根本是痴心妄想。恐怕三个人都会不欢而散渐行渐远吧。

영 끔찍한 스토리였다. 암만 말 안 듣고 속 썩인대도 역시 미우나 고우나 이재현. 그냥 지금이 제일 베스트라는 결론 하에 헛된 망상을 마무리했다.
真是个毛骨悚然的故事。再怎么不听话让人操心,终究是爱恨交织的李载贤。得出"现在就是最好的安排"的结论后,我结束了这场无谓的妄想。












어쩐지 계속 입맛도 기운도 없더라니, 확실히 몸이 으슬으슬 이상하다 느낀 건 다음 날 아침부터였다. 설마 이재현이랑 입술 좀 부볐다고 감기몸살이 덜컥 옮은 걸까, 후회할 정신도 없도록 하루 온종일을 꼬박 앓았다.
难怪一直没胃口也没精神,确切地说从第二天早晨开始就感觉身体阵阵发冷。难道就因为和李载现轻轻碰了下嘴唇就突然染上感冒浑身酸痛?连后悔的余地都没有,硬生生躺了一整天。


"누나, 택시 불렀으니까 빨리 옷 입어. 병원 가게."
"姐,我叫好出租车了,快换衣服。去医院。"

"나 못 움직이겠어..."
"我动不了……"

"그럼 그냥 잠옷 입고 가! 일어나."
"那就直接穿睡衣去!快起来。"

"미쳤어? 니 누나 사회적 체면은..."
"疯了吗?你姐姐的社会体面..."

"체면 챙길래, 목숨 챙길래."
"顾全颜面的时候,保命要紧。"


참다참다 이주연 왕주먹 손에 이끌려 겨우 병원 다녀온 이후로, 쥐 죽은 듯 까무러쳐 잠만 잤더니 어느덧 낮인지 밤인지 며칠이 지났는지조차 식별 불가한 상황이 됐다. 잠도 온전히 자질 못하고 몇 번이나 깨서 앓았던 것 같다. 이주연이 간호하며 계속 약 먹이고 보살펴 준 기억만 언뜻언뜻 스쳤다.
忍了又忍,被李周妍拽着拳头勉强去了趟医院后,我就像死老鼠般昏睡不醒,醒来时已分不清白天黑夜,甚至无法辨认过了多少天。睡眠断断续续,几次疼醒又昏沉。只隐约记得李周妍悉心照料,不断喂药的身影。

그러다 어느 정도 열이 내렸는지 비로소 그나마 멀쩡하게 눈을 뜰 수 있게 됐을 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내 침대에 엎드려 잠든 누군가를 발견했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주연이겠거니 했으나, 어지러운 시야가 어느 정도 정돈된 후에 다시 보니까 아니었다.
直到高烧稍退,终于能勉强正常睁眼时。发现有人瘫坐在地,趴在我床边睡着了。理所当然以为是李周妍,但眩晕的视线稍清晰后,才看清并非如此。


"...이재현?"
"...李宰贤?"


얘가 지금 우리 집에 있다고? 대체 왜? 이거 꿈 아니겠지. 볼 한번 꼬집어 확인한 뒤에 미친 듯이 흔들어 깨웠다.
这小子现在居然在我家?到底为什么?该不会是在做梦吧。我狠狠掐了自己一把确认后,发疯似地摇晃着把他弄醒了。


"야! 네가 여기 왜 있어?"
"喂!你怎么会在这里?"


넓은 어깨를 움찔하며 파드득 잠에서 깬 이재현이 멍하게 날 올려다봤다. 겨우 반쯤 뜨여 실핏줄이 선 눈. 나 만난 이후로도 며칠 더 아팠음을 그대로 드러내듯 여전히 안색은 파리했으며 바싹 내린 살도 그대로였다.
李宰贤猛地一颤肩膀,从睡梦中惊醒,茫然地抬头望着我。勉强半睁的眼睛里布满血丝。脸色依旧苍白,消瘦的脸颊也没恢复,仿佛在无声诉说着遇见我之后又病了好几天的实情。


"아... 주연이한테 연락 왔었어."
"啊...朱妍联系我了。"

"뭐?"
"什么?"

"누나 자꾸 형 찾는다고... 혹시 올 수 있냐고."
"姐姐一直说要找哥哥...问你能不能来。"


그제야 얼핏 기억났다. 아파서 사경 헤매는 내내 이재현 꿈만 죽어라 꿨던 거. 아마 그게 이재현 이름 주구장창 불러대는 잠꼬대로 이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那时才隐约想起来。在病中徘徊生死边缘时,我拼命梦见的全是李宰贤。大概那些梦话里我不停喊的名字也因此变成了李宰贤吧。我顿时慌了。但即便如此...


"몸은? 아직 다 안 나은 거 아냐?"
"身体呢?还没完全好吧?"

"너 아픈데 내 몸 걱정하냐, 지금. 그것도 나 때문에 옮은 건데..."
"你自己都病着还担心我的身体,现在。而且这还是因为我被传染的..."

"그래서 나았냐고, 안 나았냐고. 내가 다 나으면 오라고 했잖아!"
"所以问我好了没,问有没有痊愈。我不是说过等我全好了再来吗!"

"거의 다 나았어. 그것보다 너는 좀 괜찮아?"
"差不多快好了。比起这个,你还好吗?"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뭐 어쩌자고 우리 집 안까지 들어와!"
"要是不好又能怎样?干嘛非要闯到我家来!"


나도 모르게 원색적인 짜증이 튀어나왔다. 언성이 높아지면서 골이 지끈지끈 울려 이마를 짚었다 뗐다. 아파서 목도 다 쉬어버린 와중에 이 정도 발성 터뜨릴 힘이 있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不知不觉间,一股无名火直冲脑门。嗓门拔高的同时太阳穴突突直跳,我反复按压着发疼的额头。明明喉咙都嘶哑了,居然还能爆发出这种音量,连自己都感到不可思议。



"나 들어오면... 안 되는 거였냐."
"我进来...是不是不行?"

"......"
"How are you?" 输出:

"미안. 몰랐어."
"抱歉,我不知道。"


아니나 다를까 이재현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듯 보였다. 혀로 마른 입술 축이며 눈치를 보다 쭈뼛쭈뼛 일어나 선다.
果不其然,李宰贤对这意外反应显得手足无措。他舔了舔干裂的嘴唇,局促地偷瞄几眼后,犹犹豫豫地站了起来。


"이주연이 오랬지 내가 오랬어? 넌 왜 맨날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해?"
"李周妍你疯了吗?还是我疯了?为什么你整天净挑我讨厌的事做?"

"나는 그냥, 보고 싶고... 너 아프니까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
"我只是...想看着你...因为你难受所以想陪在身边"

"옆에 있다가 또 옮으면 퍽이나 내가 좋아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왜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있냐고!"
"待在旁边又靠过来的话我可能会心动!但就算这样凭什么随便闯进别人房间!"


거의 다 나았다는 이재현이 여기서 또 나한테 옮는다면 그건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였다. 둘이서 병 주고 병 받고 무한루트 될까 봐 불안한 마음 반, 집 내부와 방 풍경이 괜히 창피한 마음 반이었다. 주소 알려 줬던 건 그냥 동네에서 보자는 소리였지 집 내부까지 훤히 다 공개할 의향은 없었는데. 예기치 않은 방문에 청소도 제대로 못 한 데다, 내 꼴도 추레한 거지꼴이고. 그냥 여러모로 너무 갑작스러웠다. 자취방에 들이는 것과 본가에 들이는 것은 엄연히 느낌부터가 달랐으므로.
几乎痊愈的李宰贤要是再往我这边靠,那简直是不合时宜的滑稽剧。两人互相传染陷入无限循环的不安感,混杂着对脏乱房间的羞耻感——明明告知地址只是为在小区见面,根本没打算公开室内状况。突如其来的到访让打扫都来不及,我这副邋遢模样也是。各方面都太猝不及防了。毕竟男生宿舍和本家的氛围从本质上就截然不同。


"......"
"How are you?" 输出:


그렇게 연신 날카롭게 쏘아 박히는 내 짜증에 당황해 얼 타던 것도 잠시,
被我这般接连尖锐地刺痛,对方一时慌乱得手足无措,


"...우리가 왜 남이야."
"……我们为什么是外人啊。"


이재현은 서운한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잘게 떨리는 시선을 마주쳐 왔다. 울컥 감정이 치받은 것 같았다.
李载贤毫不掩饰受伤的神色,颤抖着视线与我对视。情绪似乎突然翻涌而上。


"피 섞인 가족 아니면 남이지 뭐야."
"不是血脉相连的家人就只能是外人罢了。"

"우리 며칠 전까지 한 집에 같이 살던 사이야."
"前几天我们还住在同一个屋檐下呢。"

"지금은 아니잖아. 그렇게 말 꼬투리 잡고 따질 거면 나가, 다시 잘 거야."
"现在不是了吧。你要这样咬文嚼字的话就出去,我要继续睡了。"

"...죽 먹고 약 먹고 자.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吃完药就睡吧。我看着你睡着再走。"

"그냥 좀 빨리 가!"
"你快点走啊!"


이불을 얼굴 바로 아래까지 덮어쓰며 마음에도 없는 역정을 냈다. 그러자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아니면 오기라도 생긴 건지 오히려 다시 침대 옆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고야 마는 이재현이었다.
李在贤把被子拉到刚好盖住脸的位置,假装发起了无名火。可不知是心境突变还是起了倔劲儿,他反而又走回床边,一屁股坐了下来。


"못 가. 아픈 애 혼자 뒀다가 무슨 일 생길 줄 알고."
"不能走。留生病的孩子一个人,万一出什么事怎么办。"

"이주연 학교 갔다 금방 오거든?"
"李周妍不是去学校了马上回来吗?"

"그니까 그전까지 내가 있겠다고."
"所以在那之前我会待着。"

"말 지지리도 안 듣는다 진짜."
"真是连句话都听不进去。"

"너 가란다고 진짜 가면 그게 더 쓰레기 새끼 아니야?"
"叫你走就真走的话,那不就是更垃圾的混蛋吗?"

"......"
"How are you?" 输出:

"미워서 꼴도 보기 싫은 거 이해하는데... 그래도 조금만 참아. 얌전하게 있을게."
"我理解你讨厌到连看都不想看我...但再稍微忍忍吧。我会安静待着的。"


그렇게 무덤덤하게 말하면서, 보온 용기에 담긴 죽을 그릇에 옮겨 담아 내민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이불 치우고 일어나 앉았다. 숟가락 달라니까 무시하고 뻔뻔하게 제가 직접 한 숟갈 떠서 내밀기까지.
一边这样淡淡地说着,一边把保温容器里的粥舀进碗里递过来。呆呆望着白气袅袅上升的粥碗,最终不情愿地掀开被子坐起身。明明说了要勺子却装作没听见,厚着脸皮直接舀了一勺递到我面前。


"왜 이래? 나도 손 있어, 안 하던 짓을 다 하냐."
"为什么这样?我也有手,以前不做的事现在全做了?"

"안 하던 짓 이제 와서 좀 하려고."
"以前不做的事现在突然想稍微做一下。"


여친한테 다정하게 죽 떠먹여 바치는 이재현이라니. 낯간지럽고 손발이 다 오그라들어서 오징어 될 것 같았다. 물론 아프다는 특수 상황이기도 하고 연인 사이에 뭐 별것도 아닌 행동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얘가?
这个叫李在贤的家伙居然温柔地给女友喂粥吃。看得人浑身起鸡皮疙瘩,手脚都蜷缩起来快要变成鱿鱼了。虽然这属于"疼人"的特殊情况,而且恋人之间也没什么大不了的行为,但即便如此,这家伙也太过分了吧?


"와, 너 이런 거 진짜 안 어울려. 알아?"
"哇,你这种样子真的不适合。知道吗?"

"이제 잘 어울리는 놈 될 거야. 빨리 아 해."
"现在要成为很般配的家伙了。快点啊喂。"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본인이 제일 민망하긴 할 터였다.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바퀴 하며 괜히 나 못 쳐다보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동공. 그릇 받쳐 든 손끝은 미세하게 경련하다 못해 핏기가 다 빠져 창백했다.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라 끝내 못 이기는 척 고개를 가까이 하고 입 벌려 받아먹었다.
明明装作若无其事的样子,但本人应该是最尴尬的。红得快要炸开的耳廓,以及故意不看我而四处游移的瞳孔。端着碗的手指细微地颤抖着,甚至失去了血色变得苍白。看着实在可怜,最终装作拗不过的样子靠近他,张嘴接过了食物。


"...전복이 되게 쫄깃하다."
"……鲍鱼口感很 Q 弹。"

"......"
"How are you?" 输出:

"원산지가 어디려나."
"原产地是哪里来着。"


입안은 온통 꺼끌꺼끌한데다 상황도 상황인지라 죽 맛도 제대로 안 느껴지는데, 어색함을 이겨내고자 괜히 개소리만 중얼거렸다. 그거 들은 이재현은 어떻게든 웃음 참아 보겠답시고 입꼬리 움찔대며 갖은 노력을 다 하시는 중이었다. 하지만 장렬히 실패한 뒤 곧바로 택도 없는 드립 시전.
口腔里满是粗糙的触感,加上这般情形,粥的味道根本尝不出来。为了掩饰尴尬,我胡乱嘀咕了些废话。听到这些的李宰贤努力憋着笑,嘴角抽搐着使尽浑身解数。但壮烈失败后立刻甩出个不着边际的梗。


"맛있어? 새벽에 완도까지 전복 잡으러 간 보람이 있네."
"好吃吗?凌晨特意跑到莞岛抓鲍鱼也算值了。"

"본죽 쇼핑백이나 숨기고 말해."
"先把本粥的购物袋藏好再说。"

"들킴?"
"露馅了?"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혀를 쯧 차주고는 다시 열심히 받아먹었다. 몇 숟갈 삼키고 나니 드디어 몸이 좀 적응됐는지 죽의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나는 며칠 전 이재현한테 맛대가리 없는 쌀죽 끓여 줬는데 역시 돈 주고 사는 게 좋긴 좋구나. 별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몇 숟갈 연속 꿀떡꿀떡 잘도 받아 순삭하다가, 피부 간지럽도록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뒤늦게 얼굴을 가렸다.
这药是从哪儿买的。他皱着眉头硬吞下去几口,身体似乎终于适应了些,死亡的腐朽味道在口腔里弥漫开来。几天前我还给李宰贤煮过一碗没味道的稀饭,果然花钱买来的东西就是不一样啊。伴随着这些无谓的念头,他又机械地咽下几口,直到被那道灼热到皮肤发痒的视线盯得实在受不了,才迟滞地别过脸去。


"...뭐, 뭘 그렇게 봐."
"...干嘛,看什么看。"

"보면 안 되냐. 보고 싶었으니까 보지."
"不能看吗?想看你才看的。"

"못생겼잖아."
"丑死了。"


골골대느라 안색도 볼품없을 거고, 계속 누워만 있어서 팅팅 부었을 텐데. 허옇게 부르튼 두 뺨과 혈색 없는 입술이 부끄러웠다. 그간 동거하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봤다지만 아마 오늘이 역대급 못생겼을걸. 학교에서 예쁜 여자애들한테 파묻혀 지내는 이재현 눈엔 얼마나 최악일지 감히 상상도 안 갔다. 또 하염없이 작아지는 기분에 얼굴 가린 그대로 이재현을 멀찍이 밀쳐 냈다.
他脸色苍白得毫无生气,一直躺着不动导致脸颊浮肿。苍白发青的两颊和毫无血色的嘴唇让他羞愧难当。虽然同居期间该看的不该看的都看遍了,但今天这副尊容堪称史上最丑。想到在学校被漂亮女生们围绕的李宰贤,自己这副模样简直不堪入目到不敢想象。在愈发强烈的自卑感中,他掩面将李宰贤狠狠推开。


"뭐가 못생겨, 너 거울 안 봤지."
"什么叫丑,你照过镜子吗?"

"보고 싶지도 않거든?"
"连看都不想看?"

"누군 아까부터 뽀뽀하고 싶은 거 참고 있구만."
"有人从刚才开始就拼命忍着想抱抱的冲动呢。"

"아 뭐래, 됐어. 딴 데 좀 봐."
"啊 什么呀,行了。其他地方也看看吧。"


물론 밀친다고 밀릴 놈은 아니었다. 딴 데 보는 척 하다가 매끄럽게 고개 틀고 다가와서는 뺨에 입술을 쪽쪽 박아 대는 이재현. 얌전하게 있을 거라더니 개뿔. 믿은 내가 잘못이었다.
当然,说完全没想过是假的。假装看向别处却流畅地转头走来的李宰贤,突然在脸颊上重重亲了一口。明明说好会安静的,真是疯了。看来是我错了。


"아 쫌! 그러다 또 옮는다니까?"
"啊 真是!那样的话又要搬家吗?"

"예뻐서 괜찮아."
"因为漂亮所以没关系。"

"아니 예쁜 거랑 감기 옮는 거랑 뭔... 됐다, 말을 말자."
"说什么漂亮不漂亮和传染感冒有什么关系...算了,不说了。"


의미 없는 실랑이 끝에 죽 싹싹 긁어먹고 약까지 삼키고 나니, 이재현은 또 바리바리 보온병 열고는 직접 타 왔다는 생강차까지 건넸다.
在无意义的争执结束后,他乖乖把药粉刮干净吞下,李在贤又打开塞得满满的保温瓶,递过自称亲手熬的姜茶。


"뭐야? 엄만 줄. 나 맨날 아파야겠네."
"什么啊?每次都给我。看来我得天天生病才行。"

"아프지 마."
"别生病。"


당연히 별 생각 없는 장난이었는데, 상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담백하다 못해 진지했다.
这原本只是个无心玩笑,没想到对方的回应却异常朴实,甚至带着几分认真。


"안 아파도 해 줄 거니까 진짜 아프지 마. 제발."
"就算不疼我也会陪着你,所以千万别真的难受。求你了。"


뭘 또 제발까지나. 본인도 불과 며칠 전까지 다 죽어 가는 꼴이었으면서 누가 누구보고 아프지 말라는 건지 의문이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나도 똑같이 아프지 말라는 애틋한 언어가 가득하지만, 아직은 조금 밉기도 하고 영 머쓱해서인지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말들은 괜히 삐딱했다.
何必连"求你了"都说出口。明明前几天自己还半死不活的,现在却对别人说别难受,实在令人费解。其实心里也塞满了"希望你也不难受"的殷切话语,但或许还带着些许恼意和尴尬,脱口而出的话总莫名带刺。


"야, 인간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징조라던데 너 진짜 뭐 잘못 먹었어?"
"喂,听说人类突然性情大变是濒死的征兆,你该不会吃错什么东西了吧?"


그리고 평소 같았으면 유들유들 능글맞게 받아쳤을 이재현은 이번에도 보란 듯이 예상을 비껴갔다. 오히려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호수처럼 반질해진 눈을 깜박이다 힘겹게 나를 본다.
若是平常,李宰贤定会圆滑地插科打诨搪塞过去,可这次他又一次出人意料地偏离了预期。他那双泛着水光的眼睛扑闪着,仿佛下一秒就要决堤,艰难地望向我。


"......"
"How are you?" 输出:


머금은 말을 좀처럼 내뱉지 못하고 연신 달싹이기만 하는 입술에서 그가 지금 얼마나 어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잠깐 숨 막히는 침묵 끝에 느릿한 음성이 틔워졌다.
他双唇嗫嚅着,含在嘴里的话迟迟吐不出来,由此可知他此刻有多么煎熬。短暂的窒息沉默后,响起一道迟缓的声音。


"내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연애했었는지, 네가 나한테 얼마나 많은 부분을 맞춰 줬는지... 몰랐는데 이제 너무 잘 아니까."
"我以前恋爱时有多自私,你为我妥协了多少...以前不知道,现在太清楚了。"

"...뭐야, 갑자기 분위기 잡냐."
"...搞什么,突然这么煽情。"

"너 마음 아프게 해 놓고 몸까지 아프게 해서 미안해. 뭐든 책임지고 다 낫게 만들 거야."
"让你心里受伤又害你身体抱恙,真的很抱歉。无论怎样我都会负责到底,让你完全好起来。"

"......"
"How are you?" 输出:

"너한테 사과할 것도 한참 남았고, 하고 싶은 말 많은데... 썼던 편지처럼 그거 구구절절 늘어놔 봤자 입만 산 놈 될 것 같고. 앞으론 무조건 행동으로 보일게."
"要向你道歉的事还有很多,想说的话也堆积如山...但像从前写信那样絮絮叨叨地罗列,恐怕只会显得油嘴滑舌。以后我绝对会用行动证明。"

"......"
"How are you?" 输出:

"그리고, 회사 일은... 진심으로 미안해. 나 바쁘단 핑계로 신경 못 써 주고, 사정 알지도 못하면서 철 없다고 내 기준대로 판단한 거 잘못했어. 이건 내가 평생 후회해도 모자라. 너 혼자서 힘들었을 거 생각하면 면목도 없고... 괴롭힌 그 새끼들 찾아가서 다 패 죽여 버리고 싶어."
"还有,公司的事...真心对不起。我以忙碌为借口没顾上关心你,明明不了解情况却用幼稚的标准妄加评判。这件事我后悔一辈子都不够。想到你独自承受的那些煎熬就无地自容...真想把那些欺负你的混蛋都揪出来揍死。"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깐 채 담담하게 읊조리는 사과의 말들. 나 혼자 가슴에 묻고 넘어가려 했던 일들을 이재현이 다 알게 된 게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로가 됐다.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려 저작근이 뻐근하도록 아랫니에 꾹 힘을 줬다.
他低垂视线平静述说着道歉的话语。那些我曾想独自咽下就此翻篇的委屈,被李在贤全部知晓的事实既令人难过,又在某种程度上成为慰藉。为咽下涌上眼眶的泪水,我咬紧下颌直到咀嚼肌发酸,下齿狠狠使着力道。


"너만 괜찮으면 고소하자. 아버지 가까운 지인분들 중에 경위님도 계시고 아는 변호사 몇 분 계시거든. 많이 여쭤봤는데 그 새끼들 혐의 인정 충분히 되고 직위해제랑 추가 징계도 가능하대. 도움 주실 수 있다고 하시니까 나랑 같이 해 볼래?"
"只要你没问题我们就起诉吧。父亲熟识的人脉里有警官,还有几位相熟的律师。咨询了很多,说那群混蛋的罪名完全可以成立,还能让他们停职并追加处分。既然有人愿意帮忙,要和我一起试试吗?"


하지만 이재현은 나를 기어이 울리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평소의 저답지 않게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투로 잇는 말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심장을 건드려 왔다.
但李载贤似乎铁了心要惹哭我。由于话题敏感,他反常地比任何时候都谨慎,一字一句像小锤子般敲打着心脏。

고소. 그동안 여러 번 생각했으나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아닐까, 보복과 또 다른 피해가 파생되진 않을까 두려워하다 차마 용기와 자신이 없어 포기했었는데. 이재현이 옆자리 든든하게 지키면서 함께 싸워 준다면 당연히 안 할 이유 없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눈치도 없이 눈물이 툭 흐르는 바람에 손등으로 급히 닦아냈다.
起诉。虽然多次动过这个念头,却总怕把事情闹大,担心招致报复或衍生其他伤害,最终因缺乏勇气而放弃。但若有李载贤在身边坚定支持,当然没有理由拒绝。默默点头的瞬间,不争气的眼泪突然砸下来,我慌忙用手背抹去。

그런 나를 이재현이 차분하게 끌어안아 달랬다. 달래면 달랠수록 더 눈물 나는 건 당연했다. 이재현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들 만큼 한바탕 울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속에 켜켜이 쌓이고 박힌 돌멩이들을 죄다 비워 낸 것처럼.
李载贤就这样沉稳地拥住抽泣的我。越是安抚,眼泪就越发汹涌。直到他的肩膀被浸透,痛痛快快哭过后,心里反而松快许多,仿佛那些层层堆积的碎石终于被冲刷干净。


"앞으로는 네가 힘든 거 말 안 해도 내가 먼저 알아볼 거야. 안아달란 말 안 해도 안아줄게. 한 번만 더 믿어줘."
"以后就算你不说 我也会主动察觉你的辛苦。不用你开口要拥抱 我就会抱住你。再相信我一次吧。"

"...알겠어. 고마워."
"...知道了。谢谢。"

"그동안 애인 역할도 못한 놈한테 고맙긴 뭐가."
"对连恋人角色都扮演不好的家伙 有什么可谢的。"

"......"
"How are you?" 输出:

"나 너한테 쉽게 용서 받고 싶은 맘 없어,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러니까... 나 더 혼내고 못살게 굴려면 빨리 나아라."
"我没想过轻易获得你的原谅 也不配得到。所以...想继续教训我 折磨我的话 就快点好起来。"


내 뺨을 폭 꼬집어 흔들었다 놓은 그가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눕히는 대로 눕혀지면서도 괜히 실없는 장난기가 피어올랐다.
他猛然掐住我的脸颊摇晃后松开,又将我重新按回床上。虽然顺从地躺下了,却莫名涌起一股无谓的顽皮心。


"그 말 후회 안 해? 막 피눈물 나게 굴려 줄 수 있는데."
"说这话不后悔吗?我完全可以把你折腾到哭出血泪。"

"굴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근데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
"随你折腾,想怎样都行。但别再说分手这种话。"

"그럼 앞으로 잘 해, 이재현. 행동 말투 예쁘게 좀 하고."
"那以后好好表现吧,李宰贤。言行举止都给我优雅点儿。"

"진짜 잘 할게.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할게."
"我会认真做到的。我会成为世界上最漂亮的那个。"

"나라서 니 성질 받아주는 거야, 알아 몰라."
"因为爱你才包容你的坏脾气,知道吗。"

"알아... 잘못했어."
"知道...是我错了。"


반박의 여지가 없다는 양 고분고분 대답하고는, 누운 내 가슴팍 위로 얼굴을 폭 파묻어 강아지처럼 부비적댄다. 은근슬쩍 애교 부리면 마음 약해지는 거 뻔히 알고 이러지.
她乖顺地应声表示无可辩驳,随后把脸深深埋进我仰卧的胸膛上,像小狗般来回磨蹭。明知我见不得她暗戳戳撒娇的样子会心软,偏要这样使坏。


"...근데 있잖아, 나 진짜 무서웠다? 너 없는 그 며칠 동안 숨이 턱턱 막히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 나고. 그냥 살아 있는 지옥이었어."
"...你知道吗,我当时真的害怕极了?你不在的那几天,我连呼吸都困难到窒息...光是静静待着眼泪就会流下来。简直就是活生生的地狱。"

"......"
"How are you?" 输出:

"진짜 나한테 이여주가 제일 중요하구나, 공기 같은 존재구나... 그렇게 엄청 많이 생각했어."
"原来李汝珠对我而言是最重要的,像空气一样的存在...我反反复复想了无数遍。"

"......"
"How are you?" 输出:

"이제 좀 살 것 같다. 숨 쉬는 것 같아. 네 냄새 맡으니까."
"现在总算能活下去了。好像能呼吸了。闻着你的味道。"


가슴에 뺨을 움푹 짓누른 채로 웅얼거리다 다시금 깊숙이 코 박고 킁킁. 얘 이러다 파자마 단추까지 풀겠다 싶어 장난스레 주먹으로 뒤통수를 통통 두드렸다. 그런데도 고목나무 매미처럼 딱 붙어 끄떡도 않는 머리통이 제법 귀여웠다.
她把脸颊深深埋进我的胸膛,含糊嘟囔着又把鼻子往衣襟深处钻去嗅闻。眼看这家伙再蹭下去睡衣纽扣都要松开了,我玩笑般用拳头咚咚轻敲她后脑勺。那颗像枯树知了般死死黏着纹丝不动的脑袋,倒显出几分可爱来。


"껌딱지 다 됐네, 이재현."
"口香糖都粘好了,李在贤。"

"응. 안 떨어질래."
"嗯。不想掉下来。"

"근데 너 그러고 있으니까 졸려."
"不过你这样让我犯困。"


더없이 익숙한 체온과 체취가 닿아서일까, 안정감과 함께 자연스레 눈꺼풀이 다시 나른하니 무거워져 왔다. 그런 나를 눈치챈 이재현이 상체를 일으키고는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줬다.
或许是触碰到无比熟悉的体温和体香的缘故,安心感油然而生,眼皮又自然而然地变得慵懒沉重起来。察觉到这样的我,李在贤支起上身,把被子拉到了我的胸口处。


"푹 자. 그래야 빨리 낫지."
"快躺下。这样才好得快。"

"가게?"
"去店里?"

"너 재우고 나서."
"你先睡吧。"


당연히 우리 가족 오기 전에 가야 하는 게 맞고, 불과 몇십 분 전만 해도 당장 나가라고 그 난리를 떨었었지만... 막상 간다니까 내심 아쉬워지는 사람 심리가 참 우스웠다. 다정한 이재현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일까.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올리곤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虽然按理说该赶在家人到来前出发,就在几十分钟前我还急着要立刻动身...但真要走时,心里这种依依不舍的情绪实在可笑。或许是想要多看看温柔的李宰贤一会儿吧。我把被子拉到下巴盯着天花板发了好一会儿呆。


"......"
"How are you?" 输出:


졸린 와중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괜히 눈치 살피면서 눈동자만 바쁘게 굴리자 왜 그러냐는 듯 빤히 내려다본다. 결국 할까 말까 고민하던 얘기가 조심스레 목구멍을 타고 올랐다.
昏昏欲睡时不小心咽下了一口干涸的唾液。心虚地转动眼珠东张西望,对方却直直俯视着我,仿佛在问"怎么了"。最终那段犹豫着该不该说出口的话,还是小心翼翼地顺着喉管爬了上来。


"...아까 나가라고 화낸 거 미안. 당황해서 그랬어."
"...刚才吼你让你出去,对不起。我只是太慌张了。"

"그럴 수 있지."
"这很正常。"

"네가 뭔가 우리 집 별로라고 생각할까 봐 신경 쓰이기도 했고."
"我也担心你会觉得我们家有什么问题。"

"그럴 순 없는데."
"这怎么行。"

"몰라, 그냥 내 자격지심이지 뭐. 나도 고칠게."
"不知道,大概是我自卑吧。我也会改的。"


그러고 보니 아득바득 싸우던 그날도 왕자님 운운하며 이재현 신경 긁었던 게 문득 기억나 부끄러워졌다. 얼마나 못나 보였으려나.
回想起来,那天拼命争吵时还一口一个“王子殿下”故意刺激李载现的记忆突然浮现,让我羞愧不已。当时的样子该有多难看啊。


- 맞다, 이재현 넌 집에 돈 많지.
- 对了,李载现你家很有钱吧。

- ...뭐?
- ...什么?

- 왕자님이시잖아요. 회사고 뭐고 그냥 니 하고 싶은 것만 평생 하고 살아도 되잖아. 깜빡했네.
- 您可是王子殿下啊。什么公司不公司的,一辈子只做自己想做的事不就行了吗。差点忘了。

- 그 말 무슨 의돈데. 비꼬는 거야 지금?
- 你这话什么意思。现在是在挖苦我吗?


그때 기분 상당히 더러웠는지 살 떨리도록 살벌해지던 이재현 눈빛을 회상하자마자 한 번 더 눈치를 봤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꾸역꾸역 주워 담고만 싶은 말이었다.
一回忆起当时李宰贤那令人毛骨悚然的眼神——显然他心情相当恶劣——我又一次小心翼翼起来。若能时光倒流,我真想把那些话硬生生咽回去。


"아니야, 내가 평소에 잘했으면 너도 그런 생각 안 했어."
"不是的,如果我平时做得好,你也不会有那样的想法。"

"......"
"How are you?" 输出:

"앞으로는 내가 너 맨날 행복한 생각만 하게 해 줄게."
"从今以后,我会让你每天都只想着幸福的事。"


우린 그냥 나만 잘 하면 돼, 넌 잘못한 거 없어.
我们只要我做好就行,你没有做错什么。

한숨만 푹푹 쉬는 내 이마 위로 포근한 입술이 살풋 내려앉았다 떨어졌다. 그런데 얘 아까부터 자꾸 뽀뽀를. 사람 맘 간질거리게.
温软的嘴唇在我频频叹息的额头上轻轻落下又离开。可这孩子从刚才开始就总想亲亲,撩得人心痒痒的。


"나 찌질한 걸 뭘 또 그렇게까지 포장을 해줘. 그리고 은근히 자꾸 입술 부빈다?"
"我这副窝囊样有什么好包装的。还总是不经意间噘嘴?"

"아, 혹시 당분간 금지야? 뽀뽀하지 마?"
"啊,难道最近是禁止期?不能亲亲吗?"

"당연. 뽀뽀부터 모든 스킨십 안 됨. 근신 기간을 좀 가져."
"当然。从亲亲开始所有肢体接触都不行。要好好反省一段时间。"


너무 손쉽게 화해하고 하하호호 하는 건 약간 민망하니까, 막판 뻗대기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쟤도 마음껏 굴리랬잖아. 앞으로 이재현 하는 거 봐서 모든 앙금이 다 풀리고 비로소 100% 용서되는 날에 허락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스킨십 금지는 내 입장에서도 꽤나 고문일 것 같아서 살짝 쫄리긴 한데… 그것도 잠시.
因为太轻易就和好然后嘻嘻哈哈的实在有点尴尬,最后不过是虚张声势罢了。反正也说过随她怎么闹了。我决定观察李载贤今后的表现,等所有积怨都化解、真正 100%原谅的那天才会允许。当然从我的立场看,禁止肢体接触也挺折磨人的,心里有点发怵…不过也就一时而已。


"알았어, 나 무슨 벌이든 받을 수 있어."
"知道了,我接受任何惩罚。"

"진짜? 평생 금지도 가능?"
"真的?终身禁赛也行吗?"

"너가 하라면 해야지. 이제 말 잘 듣는다니까."
"你让我做我就做呗。现在我可听话了。"


의외로 너무 쉽게 대답하는 상대 때문에 어라 싶었다.
对方意外爽快的回答让我愣了一下。

포옹이나 뽀뽀 키스는 그렇다 치고, 그다음 거 안 한 지 두 달은 훌쩍 넘은 상태였다. 쟤가 집에서 잠만 자기도 빠듯할 만큼 바빴던 데다 요 며칠 새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으니까. 난 솔직히 그 두 달도 2년처럼 길었던 터라 평생 금지 절대 용납 못 한다.
虽然波涌或啵啵接吻什么的暂且不提,但接下来的两个月简直像一阵风似的过去了。那家伙在家光是睡觉都忙得不可开交,再加上这几天又大吵了一架。说实话,那两个月漫长得像两年,我这辈子都绝对无法容忍。

근데 쟨 그게 가능하다 이거지. 꽤나 흥미롭고도 배알 꼴리는 대답이었다. 기꺼이 시험해 보고 싶을 정도로.
不过那家伙居然觉得这可行。真是个既有趣又令人火大的答案。甚至让我跃跃欲试到想亲自验证看看的程度。


"참고할게."
"我会忍住的。"


왠지 이재현 제대로 한번 굴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비록 김영훈이 얘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일지라도.
不知为何,总觉得这次能彻底击垮李载贤一次。尽管这与金英勋所说的含义可能完全不同。












이재현은 내 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 매일을 꼬박 찾아왔다. 학교 수업과 졸작 연습 따위의 일정을 끝낸 뒤, 혹은 기나긴 우주공강을 틈타서라도 반드시 들르곤 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 입고 멀어졌던 간극을 다시 조금씩 좁혀 가며 회복하는 길을 밟았다.
李宰贤直到我身体完全康复前每天都准时出现。结束学校课程和毕业作品排练后,或是利用漫长的午休间隙,他必定会来看望。在此期间,我们逐渐弥合了彼此伤害疏远留下的裂痕,重新走上修复关系的道路。

그저 일시적인 변화일지 모른다는 내 불안이 무색하도록, 이재현은 정말 제 타고난 성격 자체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었다. 제 딴에 어설프게나마 꾸며내려는 섬세와 다정이 처음에는 마냥 간지럽고 낯설기만 했는데 어느새 점점 스며드는 중이었다. 원래는 느끼한 거 절대 못 참으면서 애정 표현이 몰라보게 늘어난 건 말할 것도 없고, 어화둥둥 예뻐하는 기조가 아예 베이스로 자리 잡혔다. 침대에서 빼곤 거의 뭐 선머슴 대하듯 으캬캭 놀리기나 바쁘던 예전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태도였다.
与我"这或许只是暂时改变"的不安形成鲜明对比,李宰贤确实在努力改变与生俱来的性格。起初他笨拙伪装的细腻温柔只让我觉得肉麻陌生,但不知不觉间已渐渐渗透。原本最受不了黏腻的人,现在表达爱意的方式简直判若两人,更不用说那种哄小孩般的宠溺语气已彻底成为常态——这种态度对从前那个除了在床上几乎总像对待小厮般戏弄我的他而言,简直是不可想象的转变。

그뿐일까, 본인 스스로도 생활 애교를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애교? 그딴 건 이재현이 지 불리할 때나 얌체처럼 쏙쏙 써먹던 생존 스킬이었거늘 어느새 우리의 쾌남은 다롱이 뺨치는 귀염둥이가 됐다. 오바 좀 보태자면, 과거에 제가 그토록 혐오하던 바니보이 코스튬도 망설임 없이 주워 입고선 뿌뿌거릴 것 같달까.
不仅如此,他自己也开始不经意间流露生活化的撒娇。撒娇?那明明是李宰贤处于劣势时才会厚着脸皮使出的生存技能,如今我们的酷哥却成了比宠物猫还软萌的存在。夸张点说,就算让他穿上过去最厌恶的兔男郎装束,现在恐怕也会毫不犹豫地边穿边哼唧"噗噗"吧。


"이재현. 요즘 혀가 짧다?"
"李宰贤,最近舌头打结了吗?"

"우리 자기 단발 해서 귀여우니까 재현이도 질 수 없엉."
"我家宝贝剪了短发超可爱,载现也不能输呢。"

"3인칭 빼. 이응 빼."
"去掉第三人称。去掉尾音。"



"효니두 질 수 없쪙!"
"孝妮也不能输!"


거의 뭐 하루하루가 매번 이런 식.
几乎每天都是这种模式。

솔직히 한입에 와작 깨물어 먹고 싶을 만큼 귀엽긴 한데 마냥 귀여워하기엔 킹받고 자존심도 상해서 잘 안 받아 줬다. 그럼 이재현은 어떻게든 귀여움 받아 보겠다고 더 왕왕 오바하고. 그렇게 셀프 귀염라이팅 하면서 실컷 염병 떨다 이주연이라도 나타나면,
说实话可爱到让人想一口咬下去,但单纯觉得可爱的话又会伤自尊心,所以不太愿意接受。于是李载贤为了得到宠爱更加夸张地撒娇。就这样自导自演地卖萌发疯,直到李周妍出现时,


"형 오늘도 와 계셨네요?"
"哥今天也来了啊?"

"...어, 주연 하이. 잠깐 디저트만 전해 주러 온 거야."
"…啊,周妍嗨。我只是来送个甜点的。"


혹시나 들었을까 얼굴 새빨개져선 헛기침만 주구장창 하다, 아무 일 없었던 척 점잖게 인사하면서 자리를 뜨곤 했다. 하여간 보면 볼수록 웃기는 애였다.
生怕被听到而涨红了脸,一个劲儿地假装咳嗽,最后装作若无其事地礼貌打招呼离开。总之越看越觉得这家伙搞笑。





한편, 전 회사 관련 고소는 이재현 아버지의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 순차적으로 잘 진행되는 중이었다. 내가 썼던 다이어리와 사무실 내 CCTV에 찍힌 크고 작은 증거자료들을 전부 모아 제출했다. 나와 같은 사유로 회사를 그만둔 피해자들과도 여럿 연락이 닿아 차곡차곡 힘을 합칠 수 있었다. 유능한 경위님 입김 아래 잘 꾸려진 수사팀을 비롯해 든든한 대형 로펌이 뒤따르니 무서울 게 없었다.
另一方面,针对前公司的起诉正借助李载贤父亲强大的人脉有条不紊地进行着。我将自己写的日记和办公室监控拍下的各种大小证据全部收集提交。许多因相同原因离职的受害者也陆续取得联系,我们得以逐步凝聚力量。在得力警官的支持下,不仅组建了精干的调查组,更有实力雄厚的大型律所紧随其后,让我无所畏惧。

고소의 여파는 생각보다 꽤 컸다. 겉만 번지르르하던 이 회사 썩은 실체가 이제야 점차 까발려지면서 취업 시장 여론이 한바탕 들썩였고, 회사 평판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 쳐 갔다. 늘 갑의 위치였던 가해자들이 빼도 박도 못한 을이 되어 꼴사납게 합의금 운운하며 선처를 빌어댔다. 바라던 바였다. 시퍼렇게 눈 돌아서 놈들 멱살 붙잡는 이재현 말리느라 힘 좀 빼긴 했지만.
起诉的余波远超预期。这家金玉其外败絮其中的公司腐败内幕逐渐曝光,就业市场舆论哗然,企业声誉一落千丈。昔日高高在上的加害者们狼狈沦为弱势方,卑躬屈膝地哀求和解。这正是我期盼的结果。虽然要费劲拉住眼冒凶光、揪着那些混蛋衣领的李载贤,稍稍收敛了些许。

여튼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덧 면접 합격 결과를 통보받고 새로운 회사에 정식 출근하게 됐을 무렵엔, 이재현도 졸작 촬영을 슬슬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
就这样日复一日,转眼到了我收到面试合格通知正式入职新公司的时候,李载贤的毕业作品拍摄也临近尾声。


"출퇴근할 때 내가 태워줄게. 아침에 태워주고 학교 가면 시간 딱 맞겠다."
"上下班我捎你。早上送完你再去学校时间刚好。"

"뭔, 맨날 그렇게 한다고? 퇴근길은 그렇다 쳐도 출근길은 말이 돼? 아침잠 개 많잖아."
"什么,每天都这样?下班路上就算了,上班路上说得通吗?早上明明那么多觉要睡。"

"너 만나면 잠 깨. 아침마다 얼굴 보면 얼마나 좋냐. 그리고 지하철 절대 못 태워, 불안해서."
"见到你我就清醒了。每天早晨能看到你的脸有多幸福。而且绝对不让你坐地铁,我会担心。"

"장난? 너희 집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 것도 가까운 거리 아닌데 어떻게 그 짓을 맨날 해. 피곤해 죽을 일 있냐."
"开玩笑?从你家到我家也不算近,怎么可能天天这么折腾。累死人的事有什么好做的。"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하게 해 줘, 응?"
"因为我想这么做。让我做好吗,嗯?"

"야, 아무리 그래도..."
"喂,再怎么这样也..."

"여덟 시까지 집 앞으로 갈게."
"八点前我会到家门口。"


설마 설마 했더니 실제로 이재현은 해냈다. 아침에 헐레벌떡 집 나설 때마다 늘 차 안에서 대기 중이었고, 퇴근 시간에 회사 나오면 또 대기 중이었다.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다느니 능청 떨면서, 차에 타는 순간부터 품에 차곡차곡 안겨지는 커피 외 수많은 간식들도 가관이었다. 우리 엄마아빠 나 고3 때 뒷바라지 할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 그러면서 취침 시간 확 줄어드니까 또 체력 기르겠답시고 저녁에는 무한 헬스질.
原以为不可能的事,李在贤居然真的做到了。每天早上我手忙脚乱出门时,他的车永远等在楼下;下班走出公司,又能看见他候在那里。说什么要用最高规格服务我,还厚着脸皮献殷勤——从上车那刻起,咖啡和各种零食就源源不断塞进我怀里。连我高三时爸妈都没这么伺候过。结果睡眠时间大幅缩减后,他又打着增强体力的幌子,晚上拉着我无限健身。

어쩌면 나를 길가에 내려주고 먼저 휙 가버렸던 그날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이렇게나마 무언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노력 덕분일까. 차 탈 때마다 그 기억에 괴로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그날 그 감정은 생각보다 아주 흐릿해졌다. 그날의 까칠하던 이재현과 지금 내 옆의 말랑곰 이재현이 완벽하게 딴사람 같아서 더 그랬다.
或许是因为那天他把我丢在路边扬长而去的画面总萦绕心头,现在这些沉默的讨好更像是在祈求原谅。多亏了这些努力?原以为每次上车都会痛苦地想起那段回忆,没想到当时的情绪意外地模糊了。那天浑身带刺的李在贤,和现在身旁软萌如熊的他判若两人,这种反差更让人恍惚。


"일은 할 만 해?"
"工作还吃得消吗?"

"너 그거 맨날 물어보는 거 알지? 나 할 만 하다고 일곱 번째 대답하는 중."
"你知道你总问这个吧?这已经是我第七次回答‘还行’了。"

"어제는 괜찮아도 오늘은 힘들 수 있는 거잖아. 하여튼 누가 괴롭히기만 하면 그냥 바로 말해, 다 데려와."
"昨天可能没事但今天说不定就累了。总之谁要敢欺负你直接告诉我,全给你收拾了。"

"오, 개쎈데."
"哇,够霸气的。"

"개짱 쎄지. 영 아니다 싶으면 확 때려쳐 자기야."
"狗子真帅。觉得实在不行就果断放弃吧宝贝。"

"진심 때려쳐? 나 돈 벌지 마?"
"真要放弃?我不赚钱了吗?"

"엉, 내가 평생 먹여 살릴게."
"嗯,我养你一辈子。"


출퇴근을 함께 하니까 회사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하는 시간도 자연히 더 늘어났다. 솔직히 초반에는 또 내가 철부지로 보이지는 않을까, 회사 얘기 별 공감도 안 되고 재미없지 않을까 괜히 혼자 눈치 보느라 말을 아꼈었는데 이재현이 매번 먼저 물어봐 주고 귀 기울여 주니까 점점 입이 열렸다. 초짜 신입으로서 상사 욕이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마음껏 하소연할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위안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因为一起上下班,自然而然聊公司八卦的时间也变多了。说实话刚开始我还担心自己显得幼稚,怕聊工作话题既得不到共鸣又无趣,总是小心翼翼不敢多说。但李在贤每次都主动询问、认真倾听,让我渐渐打开了话匣子。后来才明白,作为职场菜鸟能尽情吐槽上司和工作压力,竟是意想不到的慰藉。

그렇게 매번 준비된 운전기사로서 내 출퇴근을 완벽하게 책임 진 지 며칠째, 몸은 참 편한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자친구가 너무 잘해줘도 몸 둘 바를 모르겠으니까 이건 뭐 전생에 노비였나 싶기도 하고.
就这样,作为随时待命的专职司机,他已经完美负责我上下班通勤好几天了。身体是挺舒服的,但心里某个角落总忍不住别扭。男朋友对我太好反而让我无所适从,这感觉简直像上辈子当过他的奴婢似的。


"근데 나 이제 그냥 지하철 타고 다닐게... 진짜 안 태워줘도 돼."
"不过以后我还是坐地铁吧...真的不用接送了。"

"왜! 너 나랑 데이트 하기 싫어?"
"为什么!你不想和我约会了吗?"

"이게 뭐가 데이트야, 너만 뼈 빠지지. 너네 집, 우리 집, 회사, 학교, 회사, 우리 집, 너네 집. 이 코스를 맨날 돌잖아."
"这算什么约会啊,累断腿的只有你。你家、我家、公司、学校、公司、我家、你家。每天就在这条线上打转。"


퇴근길에 우리 동네 고깃집 들러서 함께 저녁 먹으며 또 실랑이 했다. 물론 얼굴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지만, 백수도 아니고 학생인 이재현이 매일 칼같이 소화하기엔 무리 가는 스케줄인 건 사실이었다. 요즘 기름값도 미쳤던데 주유비는 또 한두 푼 드나. 주말은 또 주말대로 드라이브 하고 노느라 쉬지도 못하고.
下班路上拐进小区烤肉店共进晚餐时,我们又斗起嘴来。虽说每天能见面是好事,但李宰贤既非无业游民也非学生,要精准消化如此紧凑的日程确实勉强。最近油价疯涨,油费开销也不是小数目。周末又总忙着兜风玩耍,根本歇不下来。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태연하게 고기만 챱챱 굽는다.
但当事人却一脸"这算什么问题"的淡定表情,只顾咔嚓咔嚓翻烤肉片。


"그걸 내가 도냐, 차가 돌지. 하나도 안 힘들고 좋아 죽겠는데."
"这算我开车还是车开我?半点不累,简直快活似神仙。"

"......"
"How are you?" 输出:

"근데 네가 정 신경 쓰이면,"
"不过你要是真过意不去,"

"응, 완전 신경 쓰이면?"
"嗯,完全会在意吗?"


일주일에 몇 번으로 줄이겠다, 혹은 퇴근길만 데려다주겠다, 뭐 그런 모범적인 대답이 나올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고기 굽던 집게를 탁 내려놓더니 내 쪽으로 상체 숙여 손을 까딱인다. 이게 뭐라고 귓속말까지 해. 마지못해 귀를 갖다 댔더니 귓바퀴에 뽀뽀할 기세로 촉촉하게 속삭이는 말이 상당히 심상치 않았다.
本以为会听到"一周减少几次接送"或是"只在下班路上顺带载你"这类模范答案。但那人突然啪地放下烤肉夹,朝我倾身勾了勾手指。这还不够,竟还要凑到耳边说。我不情不愿凑过去,湿热的吐息伴着近乎亲吻耳廓的姿势,那句低语相当不妙。


"우리 다시 같이 살면 돼♥"
"我们重新同居就好啦♥"


예고 없는 고막 공격. 불에 덴 듯 파드득 튕겨져 나온 뒤, 습기 찬 귓바퀴를 벅벅 긁었다. 얘 뭔데.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온다고?
毫无预警的鼓膜暴击。我像被烫到般弹开,拼命抓挠潮湿的耳廓。这人怎么回事?怎么能突然这样长驱直入啊?


"야! 니 지금 나 꼬셔?"
"呀!你现在是在勾引我吗?"


티셔츠 위로 단단하게 올라선 대흉근 윤곽을 손등으로 퍽 때렸다. 이 와중에 내가 그토록 환장하는 가슴 탄력은 여전했다.
用手背猛地拍打 T 恤下轮廓分明的结实胸肌。即便在这种混乱中,我为之疯狂的那份胸部弹性依然存在。


"엉? 꼬신 거 아닌데? 같이 살면 훨씬 편하다 이거지."
"嗯?不是勾引吗?一起生活会更方便对吧。"

"......"
"How are you?" 输出:

"데려다주는 시간 아끼고 체력도 아끼고 일석이조겠는걸~?"
"既能节省接送时间又能保存体力,这不是一举两得嘛~?"


뭔 연극배우마냥 일부러 작위적인 말투 구사해 가며 능청맞게 어깨를 으쓱이는 이재현이었다. 그야말로 짱구 몸 속에 들어간 능구렁이 영혼. 근데 뭘 아껴? 두 눈 게슴츠레 뜨고는 고개 기울여 놈을 아래위로 훑었다.
李在贤故意用做作的语气说话,像戏剧演员一样装模作样地耸了耸肩。简直就是钻进小新身体里的狐狸精灵魂。可省什么呢?他睡眼惺忪地眯着双眼,歪头将对方上下打量了一番。


"체력이... 아껴지나? 같이 살면 그 체력 다른 데서 쓸 것 같,"
"体力...能省着用吗?一起生活的话,那些体力感觉会用在别的地方,"

"뭐라고?"
"你说什么?"

"...아냐, 혼잣말이었어."
"...没什么,我在自言自语。"


또 내 안의 호랑이. 내 안의 음란마귀. 하지만 우린 지금 스킨십 근신 기간이라는 걸 결코 잊어선 안 됐다. 그런 거 기다리고 기대하는 티 내면 절대 안 된다고.
还有我内心的老虎。我内心的淫魔。但我们绝不能忘记现在正处于肢体接触的禁欲期。绝对不能表现出期待这种事情的样子。


"하여튼 꿈도 꾸지 마."
"总之连梦都不要做。"

"꿈은 꿀 수 있지 않나?"
"难道不能做梦吗?"

"없어. 나 그렇게 막 꼬시는 대로 다 넘어가는 쉬운 여자 아니다?"
"不行。我可不是那种随便一撩就上钩的轻浮女人。"

"안 꼬셨대도 그러네. 내 취지는 아주 엄청 건전하세요."
"明明没被搭讪还这样。我的意图可是非常健康正直的。"


퍽이나 건전하시겠다. 아까 귓속말 하던 목소리가 하도 축축 끈적해서 아직도 귓바퀴가 젖어 있는 마당에.
那可真是健康正直啊。刚才耳语的声音黏腻潮湿得让人耳朵到现在还湿漉漉的。



"그래서 말인데."
"所以啊。"

"......"
"How are you?" 输出:

"뽀뽀는 언제 허락해 줘~?"
"那亲亲什么时候能批准嘛~?"


아니나 다를까 3초도 안 돼서 이렇게 금방 본색 드러낼 거면서 꼭.
果不其然,连 3 秒都撑不到就原形毕露了,还非要装模作样。

이쯤 되니 이재현 투명한 속이 대놓고 읽혔다. 평생 스킨십 금지해도 되네 뭐네 당당하게 주장할 땐 언제고, 벌써부터 슬슬 쿨타임 차서 빠듯한 거지. 물론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진작에 찼다. 꼴에 이재현이 꽤 오래 잘 참길래 안 그래도 상당히 킹받던 중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당연히 세상 여유롭게 튕기기.
事到如今李载贤那点小心思早就被看穿了。嘴上说什么"这辈子禁止肢体接触也行",理直气壮主张的时候倒是振振有词,结果现在冷却时间刚开始就急不可耐了。当然我早就蓄满怒气值了。看李载贤装模作样忍了那么久本来就来气,表面还得装作云淡风轻的样子。


"넌 무슨 삼겹살 뜯으면서 그런 말을 하니."
"你一边吃着五花肉一边说这种话合适吗?"

"삼겹살로는 부족해? 소고기 먹으면서는 해도 돼? 그럼 우리 내일 소고기 먹으까?"
"五花肉不够格?那吃着牛肉的时候说行不行?要不我们明天去吃牛肉?"

"어이, 치사하게 물질 공세 하지 말랬지."
"喂,不是说好了别用物质攻势这么卑鄙嘛。"

"또 오마카세 한번 조져?"
"又要来搞一次 Omakase?"

"응, 아니야."
"嗯,不是啦。"

"하긴, 오마카세보다야..."
"也是,比起 Omakase..."

"......"
"How are you?" 输出:



"재현이가 맛있지."
"载贤觉得好吃呢。"


이번에는 또 뭔 기똥찬 메뉴를 늘어놓으려고 이러나 귀 기울이던 순간, 그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세기의 명언 등장. 깜빡이도 안 켜고 냅다 내리꽂는 앙큼한 플러팅에 꼼짝없이 심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就在他竖起耳朵琢磨这次又要端出什么惊世菜单的瞬间,一句足以让人失语的世纪名言登场了。在那猝不及防的甜蜜暴击下,任谁都会瞬间沦陷得毫无招架之力。

하지만 속으로 끝없이 세뇌했다. 안 돼, 넘어가지 말자, 지조 지키자. 전신의 기를 끌어모아 뇌에 힘 줬다. 하여간 이렇게 이재현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거 뻔하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했다. 양 뺨을 챱챱 때리고는 당당하게 쏘아붙였다.
但心底有个声音在疯狂呐喊。不行、不能倒下、要保持清醒。他调动全身气力灌注到大脑。要是在李载贤掌心里继续沉溺,绝对会死得很难看,必须立刻清醒过来。他狠狠扇了自己两耳光,昂首挺胸地迎了上去。


"웃기고 있네, 평생 뽀뽀 안 해도 된다며!"
"笑死,这辈子不啪啪啪也没关系!"

"내가 언제? 네가 그렇게 하라면 한댔지."
"我什么时候说过?既然你非要那样做那就随你吧。"

"그거나 그거나!"
"半斤八两!"

"다르거든.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거 이상하게 몰아가시네."
"不一样。话虽如此但这事被您说得越来越离谱了。"

"그럼 그렇게 해! 평생 뽀뽀하지 마."
"那就随你便!这辈子都别想亲亲。"

"싫어~"
"讨厌~"

"아, 완전 어이없어."
"啊,真是无语。"

"나도 니 볼 때마다 어이없어, 이뻐서."
"我每次看到你也超无语的,因为太可爱了。"

"그딴 느끼한 소리나 하고 있음 내가 좋아할 줄 아나 본데,"
"你以为说这种肉麻的话我就会开心吗,"

"좋아하는 것 같구만."
"好像挺喜欢的嘛。"


아 짜증 나. 나도 모르는 새 귀에 걸릴 듯 올라간 입꼬리를 억지로 끄집어 내리고는 뒤늦게 표정 관리에 돌입했다.
啊烦死了。不知不觉间嘴角上扬到快要挂到耳朵上,我强行压下笑意,后知后觉开始管理表情。


"암튼 뽀뽀하지 마, 난 뽀뽀 같은 거 굉장히 별로."
"总之别亲我,我超讨厌亲亲这种。"

"뽀뽀하고 싶게 이쁘질 말든가요. 아니 솔직히 우리 인간적으로 뽀뽀 정도는 하고 살자."
"别长得这么可爱让人想亲啊。说真的咱们人类之间亲一下也没什么吧。"

"오케이, 그럼 딱 뽀뽀까지 허용. 그 이상 절대 안 됨."
"好吧,那就最多只允许亲亲。绝对不能再进一步了。"

"그 이상? 그게 뭔데?"
"再进一步?那是什么?"

"...야."
"...喂。"

"전혀 모르겠네. 뽀뽀 말고 뭐가 더 있나."
"完全搞不懂。除了亲亲还能有什么。"


이재현 신났다. 아주 속속들이 놀려 먹으려고 혈안이 된 기색. 다 알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쉬울 것도 없는 척 천하 태평하게 고기나 씹는 낯짝을 보고 있자니 또 나 혼자 오기가 불타올랐다. 뽀뽀 말고 뭐가 더 있냐고? 여태 나랑 그토록 지독하게 붙어먹으면서 할 거 다 해놓고? 진짜 딱 뽀뽀만 하고 칼같이 끝내면 지 손해일지 내 손해일지 벌써부터 답 나오는데 저런 식으로 배짱 부리는 꼴이 심히 깜찍하기 짝이 없었다.
李载现兴奋极了。一副恨不得把人戏弄到骨子里的架势。明明心知肚明却装作一无所知,摆出毫不在意的模样太平盛世般嚼着肉,看得我独自火冒三丈。除了亲亲还能有什么?之前和我那么激烈地纠缠该做的都做完了?要是真只亲亲就果断结束,吃亏的是他还是我答案早就呼之欲出了,这副虚张声势的模样实在可爱得紧。


"야, 오늘 나랑 잘래?"
"喂,今晚要和我一起睡吗?"

"...컥, 뭐?"
"……咳、啥?"


순간 고기가 목에 턱 걸린 이재현이 입 가리고 캑캑대며 물을 찾았다. 친절하게 컵에 물 따라서 건네주고는 테이블 아래로 그 딱딱한 허벅지를 은근슬쩍 쓸어 만지다 태연히 말을 덧붙였다.
李在贤瞬间被肉块哽住喉咙,捂着嘴咔咔咳嗽着找水喝。有人体贴地倒了杯水递过去,同时桌下那只手却若无其事地摩挲起他结实的大腿,还淡定补了句话。


"뽀뽀나 하다 자게. 왜, 뭐 잘못됐어?"
"亲亲就睡嘛。怎么,有问题?"

"......"
"How are you?" 输出:

"먹고 바로 너네 집 가자."
"吃完直接去你家吧。"

"아니 근데, 집에서 뽀뽀를 하면 당연히,"
"不是 但是,在家里亲亲的话当然,"

"당연히 뭐? 뽀뽀 말고 뭐가 더 있나?"
"当然什么?除了亲亲还能有什么?"

"아, 없지, 없는데..."
"啊,没有啦,没有..."


지 입으로 뱉은 말 꼭 후회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에, 친히 조져 주기로 한다. 화해 이후 첫 외박.
抱着一定要让你后悔从嘴里吐出那些话的念头,我决定亲自教训你。这是和解后的首次外宿。












"다롱아!!!"
"达朗啊!!!"


현관에서 신발 벗기가 무섭게, 짧똥한 다리로 부리나케 달려와 반기는 다롱이를 안아 들었다. 우리 애깅 누나 보고 싶었쪙? 얼마나 보고 싶었쪙! 누나 죽은 줄 알구 깜짝 놀랐쪙? 유난스레 혀 짧은 소리 내 가며 냅다 정신없이 뽀뽀 갈겼다. 우리 다롱이 꼬순내. 국가가 허락한 최고의 마약. 따듯한 털에 콧등 처박고 흠뻑 취해 있는 내내, 이재현이 옆에서 무어라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刚在玄关脱完鞋,达朗就迈着小短腿飞快跑来迎接,我一把抱起它。我们小乖乖想姐姐了吗?有多想呀!还以为姐姐死了吓一跳吧?它特别嗲声嗲气地说着,不由分说就糊了我满脸口水。我们家达朗的体味。国家许可的最高级毒品。把脸埋进它温暖的毛发里沉醉时,隐约听见李在贤在旁边嘟囔些什么。


"...나야 다롱이야."
"...是我呀达朗。"

"엉? 크게 말해, 못 들었어."
"嗯?大声点说,没听见啊。"

"아니이, 왜 맨날 다롱이만 그르케 귀여워하냐고. 내 노력은 보이지 않는 건가."
"不是,为什么每天都只对多龙这么宠啊。我的努力就看不见吗。"


꿍얼꿍얼 불만스러운 음성 뒤로, 지 손 싫다고 몸부림치는 다롱이를 굳이 굳이 억지로 떼어다 내 품에서 분리해 놓는다. 하다 하다 본인 강아지까지 경계하는 게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졌다.
在咕哝咕哝不满的嘟囔声中,硬是把嚷嚷着"不要碰"拼命挣扎的多龙从怀里拽开。搞到最后连自家狗狗都要防备,真是无语到气笑。


"다롱이 너도 인마, 나 들어올 땐 맨날 쳐다도 안 보더니 그러는 거 아니야 인마. 형아가 열심히 밥 주고 똥 치워 주고 산책시켜 줬자나!"
"多龙你这家伙也是,我进门的时候从来都不带看一眼的,现在倒装起蒜来了是吧。哥哥我可是天天给你喂饭铲屎遛弯的啊!"


저거 또 시작이네. 귀담아듣지도 않는 다롱이 붙들고 열심히 잔소리 퍼붓는 이재현을 쿨하게 지나쳐 안으로 들어섰다.
又开始了。对充耳不闻的多珑紧抓不放、拼命唠叨的李在贤,我冷冷地擦肩而过走进屋内。

지극히 오랜만에 발을 들이는 공간.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서 매일 하루하루를 꼬박 지냈었는데, 지금은 내 물건 내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묘했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캐리어에 물건 쓸어 담으며 찔찔 울었던 기억 또한 아직도 생생했다. 그땐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젠 아무 일 없었던 양 화해하고 나란히 같이 들어오게 된 이 상황.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
时隔许久再次踏入这个空间。就在几周前,我还每天在这栋房子里度过完整的一天,如今却奇妙地发现我的物品和痕迹都已消失无踪。在空无一人的房子里,一边往行李箱里塞东西一边啜泣的记忆依然鲜活。那时那么痛苦,现在却像什么都没发生过一样和解,并肩走进来。感觉一切都回到了原点。


"......"
"How are you?" 输出:


방을 둘러보며 한동안 사색에 잠겨 있었을까, 별안간 뒤에서 이재현이 양팔로 허리를 둘러 백허그를 해 왔다. 어깨에 안성맞춤처럼 살포시 올려지는 턱. 아까 고깃집에서 허허실실 장난치거나 현관에서 다롱이 질투하던 태도와는 달리 숨소리부터 차분해진 걸 보면, 아마 이재현도 지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我环顾房间陷入沉思时,李在贤突然从背后用双臂环住我的腰来了个背后拥抱。下巴轻轻抵在肩上,像量身定制般契合。与之前在烤肉店嘻嘻哈哈打闹或在玄关嫉妒多珑的态度不同,从他平稳的呼吸声来看,现在的李在贤大概和我有着相似的心情。


"멀리 있지 마."
"别离我太远。"

"......"
"How are you?" 输出: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안 돼?"
"能不能别再回到这里?"


반 톤 낮아져 미세하게 먹먹해진 음성이 귓가를 간질여 왔다.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허리에 빈틈없이 둘러진 손을 천천히 더듬어 쥐었다. 이재현 피부 위로 돋아난 힘줄 하나하나 생생히 느껴졌다. 들리는 거라곤 서로의 호흡뿐인 정적이 이어졌다.
降了半调微微沙哑的嗓音搔挠耳畔。腰间那双手不容挣脱般严丝合缝地环抱着,我缓缓摸索着握紧。李在贤皮肤上凸起的每根青筋都鲜活可感。静默持续着,唯有彼此的呼吸声可闻。

차마 섣부른 대답을 꺼낼 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재현 말마따나 다시 동거하게 되면, 당연히 더 편하겠지. 떨어져 있었던 시간만큼 더 꼭 붙어 사랑하며 즐겁겠지. 퇴근길 집 앞까지 데려다준 차에서 내리기 싫은 그 아쉬운 기분을 더는 안 느껴도 되겠지.
终究不敢贸然作答。思绪如藤蔓纠缠蔓延。诚如李在贤所言,若再度同居自然会更加自在。分离的时光都将化作更紧密的相拥,相爱与欢愉。下班路上那辆送我到家却令人不舍下车的车里,那份怅然也不必再体会了吧。

그러나 망설여지는 이유 역시 분명히 있었다. 자칫하다 또 같은 이유로 싸우게 될까 봐. 한 집에서 늘 함께 있는 서로의 존재가 너무 당연해지다 보면 또다시 소중하게 대하는 법을 망각할까 봐. 지금 이렇게 겨우 바뀐 이재현이 또... 그때처럼 되돌아가 버릴까 봐. 그럼 난 또 상처 받고 외로워질까 봐. 다 완벽하게 회복된 것 같으면서도 흉터는 남았는지 아직은 두려웠다.
但踌躇的理由同样昭然若揭。生怕重蹈覆辙再因同样缘由争执。当共处一室成为理所当然,是否又会忘记珍视彼此的方式。好不容易有所改变的李在贤...会不会再度变回从前模样。而我是否又将伤痕累累形单影只。看似痊愈的创口下,未消的疤痕仍令我恐惧。


"나 그냥 손님으로서 놀러 온 거야. 딱 하룻밤만 자고 갈래."
"我只是作为客人来玩的。就住一晚明天就走。"

"......"
"How are you?" 输出:

"그래도 앞으로 자주 놀러 올게."
"不过以后我会经常来玩的。"


뒤에서 안긴 그대로 내 몸만 돌려 마주 보고 섰다. 늘 말갛던 눈시울은 그새 발그스레 붉어진 채였다. 흐를 듯 말 듯 가만히 고여만 있는 물기. 내 단호한 거절에 상처 받았기보다는, 과거를 후회하고 사죄하는 눈물 같았다. 이젠 이재현 표정만 봐도 이렇게 속이 훤히 읽히는 내가 스스로도 신기했다.
身后紧拥的温度让我转身与他四目相对。那双总是含笑的眼睛此刻已染上绯红,欲言又止的沉默像一潭静止的水。比起被我果断拒绝的伤痛,那更像是浸满悔恨与歉意的泪光。如今连他这副表情都能让我瞬间读懂心思,连我自己都感到不可思议。


"...후회 돼. 같이 살 때, 제대로 집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선 잠만 자고. 너 외롭게 만든 것만 자꾸 생각나서."
"...很后悔。同居的时候,连正经回家都做不到。回来了也只是倒头就睡。现在满脑子都是让你孤单的回忆。"

"......"
"How are you?" 输出:

"네가 나한테 얼마나 컸는지, 혼자 사니까 바로 느껴져.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이렇게 됐지만."
"你对我有多重要,独自一人时立刻就能感受到。只是我明白得太晚...才变成现在这样。"

"뭘 또 울려고 해. 바보냐? 아깐 그렇게 신났더니."
"还哭什么哭。傻吗?刚才明明那么开心来着。"


손을 올려 엄지 끝으로 이재현 눈 주위를 콕 찍어냈다. 손가락 배면을 타고 톡 흘러내리는 눈물의 온도가 뜨듯했다. 나와 물리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게 너는 그렇게까지 불안한 걸까. 매일매일 보는데도.
抬起手用拇指抹去了李在铉眼周的泪水。沿着手指背面流淌的泪滴温度滚烫。明明和我保持着物理距离的你,竟会不安到这种程度吗。明明每天都见着面。


"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다. 너한텐 부담 될 수도 있는데."
"对不起...我太心急了。可能会给你造成负担。"


눈도 못 마주치고 개미만 하게 사과하는 이재현은 평소보다 확연히 작아 보였다. 어쩐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엉덩이를 톡톡 토닥여 줬다.
连眼神都不敢对视、像蚂蚁般缩着身子道歉的李在贤,看起来比平时明显小了一圈。不知为何我似乎太懂他的心情,便轻轻拍了拍他的屁股。


"괜찮으니까 일단 씻고 나와. 맥주 있어?"
"没关系你先洗澡出来吧。有啤酒吗?"

"응, 전에 사놨던 거 그대로."
"嗯,之前买的那些都还在。"

"뭐야, 다 먹었을 줄."
"什么啊,还以为都被喝光了呢。"

"혼자 마시니까 드럽게 맛 없었어."
"一个人喝的话味道差极了。"

"친구라도 데려와서 마시지."
"叫上朋友一起来喝吧。"

"싫어. 이 집에 너 말고 아무도 못 들어와."
"讨厌。除了你,谁都不准进这个家。"


축 처져서 눈물 콧물 훌쩍이는 놈 달래면서 때아니게 실없는 웃음이 일었다. 하여간 남자들은 나이 먹어도 애라더니 덩칫값도 못 하고. 그런데 콩깍지 하나는 제대로 씌었는지, 또 그게 마냥 귀여워만 보이는 나도 참 제대로 중증이었다.
那家伙蜷缩着身子,鼻涕眼泪糊了一脸,却还硬挤出干巴巴的笑。说到底男人就算上了年纪也还是幼稚,连个像样的谎都撒不好。可偏偏就是这副德性,反倒让我觉得可爱得紧,看来我也是病得不轻。

쭈구리 울보를 욕실 안으로 들여보내고 난 뒤, 침대 위에 맥주 한 잔 위한 베드 테이블을 세팅하고 기다렸다. 이내 그가 씻고 나오자마자 곧장 바톤 터치해서 샤워하고 털레털레 가운 걸쳐 나왔다. 그러자 머리 말려 준다고 드라이기 든 채 비장하게 대기타고 계신 이재현이었다. 저러면 또 시시콜콜 놀려먹고 싶은 거 아는지 모르는지.
把蜷缩着的爱哭鬼赶进浴室后,我在床上摆好放啤酒的小桌等着。不一会儿他洗完出来,我立刻接力冲进浴室,慢悠悠地裹着浴袍出来。结果发现李在贤正举着吹风机一脸悲壮地等着给我吹头发。也不知道他明不明白这样又会让我想琐碎地捉弄他。


"오, 단발이라서 만만해? 긴 머리일 땐 절대 안 해 줬잖아."
"哦,因为是短发就觉得好欺负?我长发的时候你绝对不这样。"

"아니거등. 긴 머리여도 완전 잘 말려줄 수 있어."
"才不是呢。就算是长发我也能给你吹得超完美。"

"머리 빨리 길러야겠다, 진짠지 아닌지 보게."
"得赶紧把头发留长,看看你说的是真是假。"

"싫어, 단발 좋아."
"不要,我喜欢短发。"


샴푸냄새 킁킁거리면서 뒤통수 여기저기 뽀뽀해 대길래, 하도 간지러워서 몸을 비틀었다. 단발이 좋긴 뭐가 좋아. 이래 봬도 뒤끝 넘쳐나는 여자라서 또 유치하게 시비 걸고 싶은 마음에 입이 간질간질했다.
他一边嗅着洗发水的香味,一边在我后脑勺各处亲来亲去,痒得我直扭身子。短发有什么好的。别看我这样,我可是个记仇的女人,又幼稚地想找茬,嘴巴痒痒的。


"뻥 치지 마, 김영훈한테 다 들었어. 이재현 긴 생머리 좋아한다고."
"别骗人了,我都听金英勋说了。李宰贤喜欢长直发。"

"아니, 뭔... 김영훈 그 새낀 너한테 쓸데없는 개소리를,"
"不是,什么...金英勋那家伙对你胡说八道些什么,"

"근데 생각해 보니까 니 전여친들 진짜 하나같이 긴 생머리더라? 소나무야? 나 소름 돋았잖아."
"但仔细想想 你前女友们真的清一色都是长发吧?你是松树吗?我鸡皮疙瘩都起来了。"

"...나도 걔네 기억 안 나는데 뭔 그런 걸 기억하고 그러냐."
"...我也不记得她们了 你怎么偏偏记得这种事啊。"

"이거 봐, 이거 봐! 부정 못 하네."
"你看这个 看这个!没法否认了吧。"

"굳이 꼽자면 단발보다 긴 머리가 취향인 건 맞아."
"硬要说的话 比起短发确实更喜欢长发。"

"정확히는 긴 머리에 하얗고 마르고 이쁜 애들이 취향이잖아. 청순에 환장을 하는구만 아주. 존나 얼빠세요?"
"准确来说 你喜欢的不就是那种长发飘飘、皮肤白皙、身材纤细的漂亮女孩吗?完全就是个清纯控啊。简直被迷得神魂颠倒了吧?"


내 입으로 말하다 보니까 또 빡쳐서 당장이라도 드라이기 뺏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说着说着我又火冒三丈,差点当场把吹风机抢过来,好不容易才忍住。


"얼빠니까 니 만나지."
"因为被你迷住了才和你见面啊。"

"또 또 개수작 부린다."
"又开始耍花招了。"

"이여주 긴 머리든 단발이든 다 예뻐, 다 좋아. 진심으로."
"无论李汝珠是长发还是短发都好看,都喜欢。真心实意地。"


머리로는 응 립서비스 꺼지세요 하는데, 마음은 또 몽글몽글해지면서 입꼬리가 제멋대로 말려 올라가서 문제였다. 그렇게 여자 마음 들쑤셔 놓은 이재현은 드라이기로 끝까지 정성스레 머리 말려 주고는 고슬고슬 잘 마른 머리카락을 빗으로 가르마 타서 손으로 기분 좋게 만져 주는 걸로 마무리했다. 이후로는 뒤에서 고개 쑥 내밀어 뺨에다 야무진 입술 도장까지. 반대쪽 뺨에 한 번 더 찍으려는 걸 일부러 고개 돌려 입술 내줬더니 아주 작정한 놈처럼 쪽쪽대며 달려들길래 겨우 떼어냈다.
理智上明明在说"少来这套客套话",心里却软绵绵地化开,嘴角不受控制地上扬,真是要命。就这样把女孩心思搅乱的李在贤,用吹风机一丝不苟地帮她吹干头发后,又用梳子分开发缝,手指温柔地梳理着蓬松干燥的发丝作为收尾。最后还从背后探出头,在脸颊上印下一个结实的唇印。当他想在另一侧脸颊再补一个时,她故意扭头送上嘴唇,结果那家伙像早有预谋似地嘬住不放,好不容易才挣脱开。

그렇게 침대 위에서 유치찬란한 몸싸움으로 엎치락뒤치락 한참을 놀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캔을 각자 따서 사이좋게 짠을 쳤다. 자기 전 둘이서 한잔하는 소소한 일상이 이렇게까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나 싶기도 하고. 며칠의 갈등과 부재를 겪은 이후로 우리에겐 그저 모든 게 다 새삼스러웠다.
两人在床上幼稚地打闹翻滚了好一阵,又从冰箱里拿出冰镇啤酒,默契地碰杯对饮。睡前共饮的平凡日常,竟如此珍贵而有意义。经历了几天的矛盾与分离后,对我们而言每件小事都显得格外新鲜。


"...어이어이. 뽀뽀만 한다며."
"喂喂...说好只是亲一下的。"

"......"
"How are you?" 输出:

"이런 터치는 우리 아직... 안 되는 거 아닌가."
"这种程度的肢体接触...我们还没到那一步吧。"


손도 심심하겠다, 일부러 도발하겠답시고 이재현 티셔츠 안으로 슬쩍 손을 밀어 넣어 맨살을 만지자, 흥미롭게도 반응이 직빵이었다.
手闲着也是闲着,他故意挑衅般地将手滑进李在贤的 T 恤下摆触碰肌肤,有趣的是对方的反应直接而强烈。


"넌 안 되는데 난 다 돼. 불만 있어?"
"你不行的事我都可以。有意见?"

"진짜 치사하네. 누구 피 말려 죽이려고."
"真卑鄙啊。是想把谁气到血管爆裂吗。"


꿀렁이는 복근을 쪼물딱거리다 천연덕스럽게 손을 올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흉근까지 공략했다. 기분 탓인가, 그새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他慵懒地揉捏着腹肌,又若无其事地将手滑上我最爱的胸大肌。是错觉吗,似乎比刚才更饱满了些。


"피 말라? 왜?"
"血凉了?为什么?"

"야, 가슴 그만 만져..."
"喂,别摸胸了..."


질 나쁜 손길로 티셔츠 안을 누비다시피 이곳저곳 쓸어 내릴 때마다 이재현은 예민하게 움찔댔다. 맥주 마셔서 붉어진 건지 부끄러워서 붉어진 건지 분간도 안 가는 낯으로 낑낑대는 반응을 실컷 즐기다 손을 뺐다. 일명 치고 빠지기 스킬. 눈치 보면서 꼼지락꼼지락 이불 끌어다 하체를 덮는 거 보니 뭐 맛보기로 반쯤은 성공한 듯했다.
劣质触感的手指在 T 恤下摆游走,每次扫过不同区域时李在贤都会敏感地战栗。分不清是因啤酒上脸还是害羞而泛红的面孔,在发出闷哼声的反应中被尽情玩弄后,那只手突然抽离——典型的撩完就跑技巧。看着他偷偷拽过被子盖住下半身的小动作,看来这场浅尝辄止的试探已成功大半。


"이재현. 섰어?"
"李宰贤。站起来了?"

"...뭐. 뭐가."
"……什么。什么啊。"

"섰네."
"站起来了呢。"

"아니거든..."
"才没有……"

"섰는데 아무것도 못 해서 어떡해~"
"都这样了却什么都做不了 怎么办啊~"


이대로 자기 전까지 주구장창 놀리고 괴롭히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벌써부터 짜릿해서 변태처럼 음험한 웃음이 샜다. 장난기 가득 담아 손끝으로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만 상 구기면서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키는 꼴이 가관이었다.
要是就这样一直戏弄欺负他到睡前该多有趣,光是想想就兴奋得像个变态般露出阴险笑容。恶作剧地用指尖轻戳他大腿时,他进退两难只能皱着脸猛灌啤酒的模样实在滑稽。


"어이 총각. 누나랑 뽀뽀 함 하까?"
"喂小子 要和姐姐亲亲吗?"

"그만 놀려라 진짜."
"别闹了真的。"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두 번째 캔을 따면서부터 은근히 올라오는 취기에 피실거렸다. 아예 이재현 양반다리를 타고 올라 뻔뻔하게 옆으로 앉자, 엉덩이 아래로 느껴지는 딱딱한 열기와 함께 가파른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 요란한 가슴팍에다 슬며시 뺨을 기대고는 잘난 턱선을 손끝으로 쓸었다. 하여간 누가 빚었는지 밑에서 올려다봐도 예술이었다.
喝完一罐啤酒,在拉开第二罐时,隐约涌上的醉意让我放肆起来。干脆跨坐到李载贤盘腿而坐的腿上,厚着脸皮侧身坐下,臀下传来坚硬的灼热感,剧烈的心跳声清晰可闻。我把脸颊轻轻贴在那喧闹的胸膛上,用指尖描摹他优越的下颌线。这造物主的手笔真是艺术,即使从下方仰望也令人叹服。


"뽀뽀가 뭐 어때서? 애기들도 해."
"接吻怎么了?小孩子也亲亲。"


능청스레 입술을 쭉 내밀어 보채자 마지못해 쪽 뽀뽀는 해 주는데, 흔들리는 시선이 하도 불안정한지라 속사정이 뻔히 보였다. 아마 지금 머릿속으로 애국가 3절쯤 부르고 있으려나. 짧게 맞부딪치고 떨어지는 뽀뽀가 아쉬워 일부러 그의 두 뺨을 붙잡고 아랫입술을 할짝 빨아들였다. 말캉한 것들끼리 얽히고 설켰다. 사탕 빨듯 몇 번을 반복하자 쌍꺼풀 진 이재현 눈이 탁하게 흐려진 채로 내리깔렸다.
我促狭地撅嘴索吻,他勉强敷衍地轻啄一下,游移不定的眼神彻底暴露了心事。现在他脑子里大概在默唱爱国歌第三节吧。短暂触碰后分开的亲吻让人不甘,我故意捧住他的双颊,吮住下唇细细舔舐。柔软的唇舌纠缠不清。像含糖果般反复几次后,双眼皮深刻的李载贤垂下睫毛,眸色已浑浊不堪。


"하... 뭐 어디까지 시험하려고."
"哈...你到底想试探到什么程度。"

"여기까지."
"到此为止。"


누가 봐도 딥키스 각 잡아 놓고는 미련 없이 쿨하게 고개를 뒤로 뺐다. 그러자 저만치 허공만 노려보며 꾹 악물었다 떨어지는 입술. 인내에 인내를 더하느라 미간에 주름 빡 새기고 보살 다 된 이재현이었다.
任谁看都是深吻的架势,却毫无留恋地冷静将头向后撤去。随即只见他紧咬住垂落的唇瓣,死死盯着远处虚空。因强忍再强忍而在眉间刻下深深皱纹、几乎修成菩萨的李宰贤。


"옷이나, 씹... 제대로 입고 치대든지."
"衣服啊,啧...要么就好好穿着再扑上来。"


내 짐은 죄다 본가에 가져갔으니 갈아입을 옷과 속옷이 없어 대충 샤워 가운만 걸친 게 영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고개는 차마 못 내리고 손만 움직여 내 가운 앞섶을 단단히 여민다.
我的行李全搬回老家了,没有可换的衣裤,只能随便裹着浴袍,看来实在让他看不顺眼。他难堪得抬不起头,只动手将我浴袍前襟紧紧拢好。


"아, 언제부터 벌어져 있었지? 몰랐어."
"啊,这是从什么时候开始的?我竟然没发现。"


스스로 가증스러울 만큼 아방수 빙의해서 다시금 너른 품속에 파고들었다. 암만 모른 척 하려 해도 엉덩이 밑에서 불편하리만큼 걸리적거리는 "그것"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목까지 벌게져선 대놓고 수치스러워하는 표정에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 보려 했지만 보란 듯이 실패. 이마에 한숨처럼 와 닿는 그의 뜨끈한 숨결에 은은한 알코올 향이 섞였다.
他像被可憎的阿房宫幽灵附体般,再次深深陷进那宽阔的怀抱里。即便拼命装作若无其事,臀部下那件碍眼之物的存在感却强烈得令人不适。涨红到脖子的羞赧表情下,他竭力想忍住笑意,却偏偏败露无遗。额前拂过他带着微醺酒气的温热吐息,像一声叹息般轻轻落下。


"뭘 자꾸 웃어. 웃기냐."
"你笑什么。很好笑吗。"

"웃기다, 어쩔래."
"就是好笑,你能怎样。"

"몸은 또 왜 이렇게 뜨거워 너."
"身体怎么又这么烫啊你。"


어느새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내 뺨을 움켜 올려 좌우로 흔들면서 나직하게 묻는다. 멀쩡하다 별안간 어지러워지는 건 금방이었다. 힘 없이 눈 감고는 그대로 노곤하게 늘어져 기댔다.
不知不觉间发烧到极限的双颊被捧住左右摇晃,他低声问道。明明刚才还好好的,突然袭来的眩晕感瞬间将我击垮。我无力地闭上眼,就这样软绵绵地靠着他瘫坐下来。

술을 못 마시는 편은 절대 아닌데 캔맥주는 항상 왜 이렇게 빨리 취할까. 아마 술 자체보다는 지금 이 분위기를 타서 그런가. 이재현 얼굴만 쳐다봐도 저절로 눈 풀리면서 취기가 돌았다. 안 되는데, 이제 시작이라서 더 놀려 줘야 하는데.
我绝不是不能喝酒的人,但罐装啤酒为什么总是这么快让人醉呢。或许比起酒精本身,是此刻的氛围在作祟吧。光是盯着李在贤的脸看,眼眶就不自觉地发烫,醉意翻涌。不行啊,这才刚开始,得再多捉弄他一会儿才行。


"맥주 마셨으니까 그러지. 너도 짱 뜨거워."
"喝了啤酒才会这样啦。你也烫得要命。"

"눈 뜨고 말해. 그러다 잠든다."
"睁着眼睛说。说着说着就睡着了。"

"아, 갑자기 엄청 졸려."
"啊,突然好困啊。"

"그만 마시고 누울래?"
"不喝了,我要躺会儿?"

"응."
"嗯。"


짧은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나를 안아 눕힌 이재현이 맥주 캔을 하나하나 치우고 테이블을 접어 정리했다. 뒤이어 전등 스위치를 꺼서 사방을 새까맣게 만들고 협탁 위 무드 등을 제일 옅은 밝기로 켜자, 딱 서로의 몸 실루엣과 얼굴만 겨우 보일 정도가 됐다.
简短应答刚落音,抱着我躺下的李在贤便开始逐个收起啤酒罐,折叠整理好桌子。紧接着他关掉顶灯开关让四周陷入漆黑,只将床头柜上的氛围灯调到最暗一档,此刻刚好能隐约看清彼此身体的轮廓和脸庞。

시각이 죄다 차단되면서 본능적으로 다른 감각들이 바짝 예민해졌다. 알코올 내음 섞인 숨결과 은은한 바디워시 향, 그 무엇보다 익숙한 이재현 특유의 체향에 후각이 자석처럼 반응했다. 내 몸을 숨 막히도록 끌어안고 눕는 그로 인해 피부와 체온이 부대끼는 촉각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팔이 닿은 등허리 부근에 괜히 열이 올라 간질거렸다.
视觉被完全阻断后,其他感官本能地变得异常敏锐。混杂着酒精味的呼吸、淡淡的沐浴露香气,尤其是那熟悉的李在贤特有的体香,嗅觉像磁铁般被吸引。他紧紧搂住我的身体躺下时,皮肤与体温相触的触感也同样鲜明。他的手臂触碰到的后腰部位莫名发热,传来一阵酥痒。


"팔베개 해 줄까."
"要枕着我的胳膊吗?"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척척 다 해 주는 이재현이 좋았다. 머리통은 편하게 원래 베개를 베도록 하고 내 목 아래로 제 단단한 팔을 끼워 넣은 그가 그대로 내 어깨를 세워 안았다. 그렇게 마주 본 이마와 콧등에 애정 어린 입술이 연신 내려앉았다.
我没有回答,只是点了点头。我喜欢这样静静待着时李在贤会默契地安排好一切。他让我的头枕回原来的枕头,结实的手臂从我颈下穿过,顺势托起我的肩膀。我们额头相抵,他饱含爱意的嘴唇不断落在我的鼻梁和眉心上。


"사실, 나도 여기서 너랑 같이 살고 싶긴 해."
"其实,我也想和你一起住在这里。"

"......"
"How are you?" 输出:

"같이 살면서 외로웠던 기억보단 좋았던 기억이 훨씬 많거든. 너도 그렇잖아."
"比起同居时孤独的记忆,美好的回忆要多得多呢。你也是这样的吧。"

"응."
"嗯。"

"근데 그 좋았던 기억만 안고 동거를 다시 시작하기엔..."
"但是仅凭那些美好回忆就想重新开始同居的话..."

"불안해?"
"感到不安吗?"

"응, 불안해."
"嗯,很不安。"


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빗어 넘겨 주는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어둠 속에서 마주친 시선은 파도 없는 바다처럼 잔잔했다.
我怔怔地仰望着他,看着他将我的发丝一缕缕梳顺。黑暗中交汇的目光,如无风的海面般平静。


"아직... 확신이 더 필요할 것 같아."
"似乎...还需要更多确信。"


이재현 너의 마음이, 나를 향한 태도가 영원히 변하지 않으리라는 그런 확신.
李在贤,我确信你的心意、你对我的态度永远不会改变。

그러니까 나를 더 사랑해 줘. 죽도록 예뻐하고 미치도록 표현해 줘. 죽었다 깨어나도 평생 나한테 목매겠단 걸 증명해. 부디 내가 안심할 수 있게.
所以请更加爱我吧。疯狂地宠溺我,炽烈地表达爱意。用一生证明即使死而复生也会为我痴狂。求你给我这份安心。


"......"
"How are you?" 输出:


가만히 내 말만 듣고 있던 이재현 눈빛이 언뜻 돌변한 것 같다고 느꼈다가, 문득 정신 차려 보니까 그는 어느새 내 위에 훌쩍 올라탄 채였다. 마치 원래 날 때부터 제 자리가 여기였다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原本只是静静听我说话的李在贤,眼神突然一变,等我回过神来,他已经轻巧地跨坐到我身上。那姿态自然得仿佛这里天生就是他的位置。


"확신 줄게."
"给你保证。"


이마부터 뺨과 콧등까지 차례대로 뜨끈하게 부벼지고, 마지막으로 빈틈없이 맞닿은 입술이 꾹꾹 내리눌렸다. 뭔가를 요구하듯 느릿하고도 집요한 기색으로.
从额头到脸颊再到鼻梁被依次蹭得发烫,最后严丝合缝相贴的嘴唇重重碾下来。带着某种索求般缓慢而执拗的气息。


"허락해. 지금 당장."
"允许我。现在立刻。"


뭘 허락하라는 건지, 그 대상이 지나치게 명확했다. 홀린 듯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렸다는 듯 내 턱을 벌려 진득이 파고드는 혀에 두 눈을 꾹 감았다. 이재현이 아파서 비몽사몽했던 그날 이후로 처음 나누는 키스였다. 다시 말해 둘 다 온전한 의식으로 키스하는 건 까마득하게 오랜만이었다. 전신의 체온이 뜨겁게 끓었다. 몰라보게 거칠어진 호흡이 서로를 향해 엉겨 붙었다.
要求许可的对象过于明确。像被蛊惑般无声地点了头。仿佛等待已久般张开我的下颌,当那湿滑的舌头深入时,我紧紧闭上了双眼。这是自李宰贤受伤恍惚那日后我们的第一次接吻。换言之,两人以清醒意识接吻已是遥远得记不清的往事了。全身体温沸腾般灼热。分不清彼此的粗重喘息交织纠缠在一起。

이재현은 벌써부터 이성이 툭 끊긴 듯했다. 제 무지막지한 움직임에 치아가 연신 부딪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혀뿌리를 다 뽑아낼 기세로 게걸스럽게 삼켜 먹던 그가, 곧장 매끄럽게 목선과 쇄골까지 고개 틀어 내려갔다. 살결 하나하나 섬세히 빨아 당기는 감촉에 절로 몸을 떨었다. 어느덧 어둠에 꽤 적응되어 선명해진 시야에, 불온하게도 잔뜩 흐트러진 그의 모습이 보였다.
李宰贤的理智似乎早已断裂。即便牙齿因粗暴动作不断碰撞也毫不在意。他贪婪吞咽的架势仿佛要连舌根都拔除,随即流畅地转向颈线与锁骨继续向下啃噬。每一寸肌肤被细致吮吸的触感让我止不住战栗。逐渐适应黑暗后变得清晰的视野里,赫然映出他危险地凌乱不堪的模样。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렇게 빨아 먹어도, 뼈까지 다 씹어 먹어도 모자랄 것 같아."
"就算这样从头顶到脚尖把你舔舐殆尽,连骨头都嚼碎咽下,似乎还是不够。"

"......"
"How are you?" 输出:

"그 정도로 네가 고파."
"你让我饥渴到这种程度。"


덤덤한 투로 씹어뱉는 말 치고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내 두 팔을 베개 위로 올려 한번에 고정한 그가 다른 한 손으로 내 가운 허리끈을 유유히 풀어냈다. 끝내주는 식사를 목전에 둔 포식자의 태도였다. 순식간에 너무 쉽게 드러나 버린 나체 여기저기를 솜사탕 핥듯 달큰하게 핥아 먹는 혀와 입술에 옅은 신음이 터졌다.
那用淡漠语气嚼碎吐出的言语却极具威胁。他将我双臂按在枕上牢牢固定,另一只手悠然解开我睡袍腰间的系带。俨然是饕客面对盛宴的姿态。当柔软的舌尖如舔舐棉花糖般甜蜜地游走过骤然暴露的躯体时,我喉间溢出了浅淡的呻吟。


"너무 많이 참았어."
"你忍得太久了。"

"......"
"How are you?" 输出:

"진짜, 확 돌아 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真的,我差点就要疯掉了..."

"......"
"How are you?" 输出:

"내 사랑이 좀 거칠어도 이해해."
"请原谅我的爱有些粗暴。"


명령처럼 뇌까린 그가 머지않아 해일처럼 내 몸을 덮쳐 뭉갰다. 어느새 습윤한 열기가 안개결처럼 자욱하게 차오르는 침실. 한데 질척하게 뒤섞인 숨소리와 더불어 낯부끄러운 소음이 공간을 울렸다.
他如命令般低语,不久便如海啸般覆上我的身躯碾碎一切。不知不觉间,潮湿的热气如雾霭般弥漫整个卧室。黏腻交错的喘息声中,羞人的声响在空间里回荡。

사랑에 확신을 주겠다던 이재현은 뱉은 말을 완벽히 지켜냈다. 정제되지 않아 거칠었으나 피처럼 끓어오르는 애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기에는 충분했다. 서로를 탐하는 내내 그는 제 아래 깔린 내게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끊임없는 사랑을 속삭였고, 몸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 저만의 흔적들을 남겼다. 뽀뽀도 한 맺혔는지 전신에 아주 지겹도록 해 댔다. 얼굴이나 가슴, 배, 팔다리 같은 부위는 말할 것도 없고 손가락 열 개, 엉덩이 두 짝, 하다못해 발등까지도.
承诺给予爱情确信的李宰贤完美践行了誓言。虽未经雕琢略显粗粝,却足以毫无保留地表达如鲜血般沸腾的爱意。在彼此索求的全程中,他始终未将视线从被压在身下的我身上移开,不断倾诉爱语,在我身体每个隐秘角落留下独属印记。亲吻也格外执着,几乎令人生厌地遍布全身——面庞、胸口、腹部、四肢自不必说,十根手指、两瓣臀肉,甚至连脚背都未能幸免。

간만에 나누는 사랑인 만큼 육체적으로 꽤 버거워 애 먹기도 했지만 결국은 배로 애틋한 시간이었다. 아파하는 나를 그는 심혈을 기울여 안아 달랬다.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촉각의 자극이 쉴 새 없이 파고들었다. 매듭처럼 뒤엉킨 서로의 몸에 체온이 달아오를수록, 뇌를 야금야금 좀먹는 쾌락이 짙어질수록 의식이 렉 먹듯 뿌옇게 점멸하다 돌아오곤 했다. 꿈결처럼 몽롱하고 아득해서 이게 과연 현실이 맞나 미치도록 의문하고.
久违的亲密让身体颇感吃力,但最终仍是加倍珍贵的温存时光。他倾注全部心血安抚疼痛中的我。视觉、听觉连同触觉的刺激无休止地侵袭而来。当彼此如绳结般交缠的身体逐渐升温,蚕食脑髓的快感愈发浓烈时,意识总如卡顿般模糊闪烁又复归。朦胧恍惚间,令人疯狂地怀疑这究竟是否现实。

그러다 어느 때엔, 이두 삼두 선연히 불거진 이재현 팔뚝을 애타게 손으로 붙들고 흔들리며 울다시피 애원해야 했다. 네 대단한 사랑 제대로 확인했으니 그만, 이제 제발 그만 살려달라고. 정말 내 몸의 형체가 조각조각 쪼개져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에 끝도 없이 허덕이며 그를 받아냈다. 정상적인 사고와 언어가 불가능했다. 그저 입술에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을 담아 부르는 게 전부였다.
直至某个时刻,我不得不颤抖着抓住李宰贤肱二头肌暴起的手臂,带着哭腔哀求:已经充分体会到你强烈的爱意了,停下吧,求你放过我吧。在仿佛身体即将支离破碎的错觉中无止境地承受着他。理性思考与语言能力彻底丧失,唯能反复用嘴唇描摹他的名字。

영겁 같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극악무도하도록 밀려 들어오는 사랑을 꾸역꾸역 받아 삼키며 목이 다 쉬도록 끙끙 앓고 나서야 이재현은 그 거센 손아귀에서 나를 놓고 새하얀 마지막을 쏟아 부었다. 연약한 귓불을 잘근대며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을 부르듯 내 이름을 불렀다. 온통 발갛게 익은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내는 내 얼굴 위로 또 자잘한 입맞춤이 수놓아졌다.
那段时间漫长得恍若永恒。李宰贤被迫吞咽着排山倒海般汹涌的爱意,直到喉咙嘶哑发出痛苦的呻吟,才从那激烈的桎梏中挣脱,倾泻出雪白的终章。他轻咬着柔嫩的耳垂,如同呼唤世间至宝般念出我的名字。我满脸通红地无声落泪,细碎的吻又落在这张脸上,绣出绵密的花纹。

몰아친 여운에 한동안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땀과 열기로 온통 눅진해진 이재현의 상체를 온 힘 다해 끌어안는 것밖에는.
汹涌的余韵让我久久无法言语行动,只能拼命喘息着,用尽全力抱住李宰贤那被汗水与热气浸透的上半身。


"사랑해."
"我爱你。"

"......"
"How are you?" 输出:

"지금 이 순간을 걸고 약속할게, 안 변한다고."
"我以此刻起誓,此心永不改。"


나지막히 물기 어린 고백을 속삭여 오는 그 애와, 감히 영원을 다짐하는 것밖에는.
低声呢喃着湿润告白的那个孩子,与敢于许下永恒的誓言之外。














"얼씨구. 둘이 다시 같이 산다고?"
"哎哟。你们俩又要一起生活了?"


날 좋은 날 어쩌다 마련된 술자리. 김영훈 포함 셋이 옹기종기 앉은 단촐한 모임이었다. 물론 계산은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이재현. 최대한으로 간추린 우리의 화해사와 재동거 소식을 들은 김영훈이 양 팔짱 끼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某个好日子里偶然凑成的酒局。包括金英勋在内的三人围坐成简陋的小聚。当然,结账的是除了钱一无所有的李宰贤。听完我们极力精简的和解经过与同居消息后,金英勋双臂交叉连连摇头。


"아무리 생각해도 이여주가 아까워."
"怎么想都觉得李汝珠太可惜了。"

"어이어이, 그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닥치고 밥이나 처먹지?"
"喂喂 那事儿我最清楚不过了 你闭嘴老实吃饭行不行?"

"이재현, 니는 걍 복을 존나 덩어리로 퍼 받은 새끼야. 알아?"
"李在贤 你他妈就是个走了狗屎运的混蛋 懂吗?"

"영훈아, 내가 아깝다는 그 말 이재현 귀에다 대고 맨날 하루에 한 번씩 읊어 주라."
"英勋啊 你每天要在李在贤耳边念叨一遍那句'真可惜'"


아깝라이팅 신나고 짜릿해. 실실대며 기분 좋게 짠을 쳤다. 유리잔 찰지게 부딪치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 그 와중에 입 댓 발 튀어나와 짱구처럼 찡찡대는 건 이재현뿐이었다.
遗憾写作让人兴奋又刺激。我咯咯笑着愉快地敲击键盘,玻璃杯清脆的碰撞声比任何时候都令人愉悦。而在这过程中,只有李在贤像洋葱头一样撅着嘴嘟嘟囔囔。


"나 제대로 각성했거든?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니까 그러네."
"我可是彻底觉醒了?完全重获新生了好吗。"

"근데 이건 인정. 이재현 진짜 요즘 나한테 엄청 잘해!"
"但这个得承认,李在贤最近真的对我超级好!"

"당연히 잘 해야지, 극진히 받들어 모셔야지 인마."
"当然得好好对待啊,必须毕恭毕敬伺候着懂不懂。"

"너 짱이다 영훈아, 제발 자주 보자. 나랑 너무 잘 통해."
"你太棒了英勋,一定要常见面啊。我们超合拍的。"

"...둘이 죽이 척척 맞네? 신났네 아주?"
"…你们两个打得噼里啪啦的?真是闹腾啊,对吧?"


제 친구와 별 의미 없이 손바닥 맞댄 하이파이브에 또 와락 발진하는 이재현. 하여간 나랑 김영훈 둘이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심기 거슬려서 활활 질투 빔 쏘는 건 여전했다. 아마 이 발작 버튼은 우리가 결혼해도 네버엔딩으로 계속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李载贤和我朋友毫无意义地击了个掌,high five 之后又突然开始较劲。不过我和金英勋光是眼神对上就心里发毛、火花四溅地互射嫉妒视线的情况依然如故。或许这种突发性竞争即使我们结婚后也会永不结束吧。


"그래서, 결혼할 거냐?"
"所以,你们要结婚了吗?"

"해야지. 일단 졸업하는 대로 바로 인사 드리게."
"当然。等毕业典礼一结束就立刻去递请柬。"

"번갯불에 콩을 볶는구만."
"闪电炒豆子,真是绝了。"

"일단 처남한테 허락 받았으니까 거의 다 끝났어. 존나 제일 큰 산을 넘었다고."
"既然已经得到妹夫的许可,事情就差不多搞定了。妈的,最大的难关已经跨过去了。"


참고로 이주연은 이재현 향해 차곡차곡 쌓아 온 오해와 편견을 드디어 다 풀고 용서했다. 나 아플 때 매일매일 찾아와 극진히 간호했던 게 인상적이었다나 뭐라나.
值得一提的是,李周妍终于化解了对李在贤长期积累的误解与偏见,选择了原谅。据说他每天在我生病时都来悉心照料,这点让人印象深刻。


-재현이 형, 저희 누나를 허락해 드릴게욯... 그치만 토끼는 두 번 다신 안 돼욯.
-在贤哥,我把我姐托付给你了...但兔子绝对不能再有第二次了。


이주연이 벨루가 돌고래마냥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악수 내밀던 그날. 이재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방방 뛰었더랬다. 마치 금지된 사랑 허락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되는 양. 언젠가 가족이 될 이씨 남자 둘은 아무튼 그걸 계기로 다시 마음 열어 가까워지기로 했다.
那天,李周延像白鲸海豚般温柔微笑着伸出手。李在贤不知为何高兴得蹦蹦跳跳,活像获得许可的禁忌之恋中的罗密欧与朱丽叶。这两个终将成为家人的李姓男子,就此契机重新敞开心扉走近彼此。

내 안에 남몰래 품었던 못난 열등감과 자격지심 따위도, 진지하게 결혼 얘기하는 이재현 앞에서 점점 바람에 날리듯 사그라들어 갔다. 나 자신이 상대에게 턱없이 모자라거나 초라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되새기고 있었다. 내 자존감의 원천이자 조건 없이 사랑받는 기분이 뭔지 알게 해 준 사람. 우린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새 나란히 성장하고 또 단단해지는 중이었다.
深藏心底的卑劣自卑与资格焦虑,也在认真谈论婚事的李在贤面前如风消散。我不断提醒自己,自己是对方案之无愧的、足够珍贵的存在。他让我明白何为自尊的源泉,何为无条件的被爱。我们就这样在不知不觉中并肩成长,愈发坚韧。


"너 이재현 평생 데리고 살 자신 있어?"
"你有信心和李在贤过一辈子吗?"

"있지. 나 아니면 누가 해."
"当然。除了我还能有谁。"


그러니 이제는 누구보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간 이재현이 날 위해 노력하고 달라진 만큼 나 역시도 맞춰 가며 성숙하게 사랑할 준비가 됐다. 백 번 미워하고 토라져도, 너 죽네 나 사네 지겹도록 싸워 대도 결국 우린 나침반 바늘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서로의 자석이 되고 말 걸 안다. 서툴고 부족해도 뭐, 괜찮다. 애초에 우리는 서로에게 단 한 번도 완벽한 연인인 적 없었고 아마 그래서 더 끌리는 거 아닐까.
所以现在我可以比任何人都更有底气地回答。这些年来李宰贤为我付出的努力和改变,我也在同步成长,做好了成熟去爱的准备。哪怕互相厌恶赌气千百次,哪怕吵到天昏地暗你死我活,最终我们都会像指南针的指针般回到原点,成为彼此的磁极。生疏笨拙又如何,没关系。本来我们就从未是对方完美的恋人,或许正是这份不完美才更让人沉溺。


"그래, 행복하고. 둘이 결혼하는 날까지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본다."
"好啊,要幸福啊。直到你们结婚那天我都会瞪大眼睛好好看着的。"

"오냐. 사회 볼 준비나 해라."
"行啊。赶紧准备当司仪吧。"

"근데 생각해 보니까 억울하네. 누군 연애도 못 하고 이러고 있는데에!"
"不过想想还真憋屈。有人连恋爱都谈不成就在这瞎折腾!"

"야, 내 친구들 소개받을래? 어떤 스타일 좋아해?"
"呀,想认识下我的朋友们吗?你喜欢什么风格的?"

"나? 너 같은 스타일."
"我?就喜欢你这种风格的。"

"이 XXXX XX XXX XXXX 새끼가 뒤질라고. XX 미쳤냐 니?"
"这个 XXXX XX XXX XXXX 混蛋在背后说坏话。XX 你疯了吗?"

"어쩔요~"
"怎么办呢~"

"XX XXXX XX XXX XXXXX"

"아 이재현, 진정하고 포크 내려놔!"
"啊 李在贤,冷静点把叉子放下!"


가끔은 이렇게 성깔 더럽고 전투력 넘치지만, 내 앞에선 그저 하찮은 호떡이나 되어 단꿀 품고 말랑해지는 이재현. 그런 이재현이 못 견디게 좋은 나는 호떡 위에 챱 달라붙은 껌딱지. 아마 서로 코가 꿰여도 아주 단단히 꿰인지라 이젠 도무지 답도 없다.
偶尔像这样脾气暴躁战斗力爆表,但在我面前却只是块不值钱的糖饼,揣着蜜糖软成一滩的李在贤。这样的李在贤让我喜欢得不行,我就像黏在糖饼上的口香糖渣。或许因为我们早已深深纠缠,如今连鼻孔都被糖丝穿在一起,彻底无解了。


"하... 자기야. 김영훈이야, 나야."
"唉...亲爱的。是金英勋啊,是我。"

"갑자기?"
"突然问这个?"

"아니, 김영훈이 먼저 막 이상한 소리 했자나. 근데 왜 김영훈 보호하고 나 말리냐고오..."
"不是,金英勋先说了奇怪的话啊。但凭什么护着金英勋却来拦我啊..."

"딱 봐도 놀리는 건데 니가 급발진해서 개무섭게 포크 들고 설치니까요."
"明摆着是在开玩笑,结果你突然暴起抄起叉子吓死个人。"

"그래서 김영훈인데, 이재현인데."
"所以是金英勋还是李载现。"

"당연히 이재현이지~"
"当然是李载现啦~"

"웅. 빨리 뽀뽀해."
"嗯,快亲亲。"



"아, 제발..."
"啊,拜托..."

"......"
"How are you?" 输出:

"그래, 많이 해라. 니네 둘이 평생 그러고 살아..."
"行啊,尽管亲吧。你俩就这么过一辈子..."


담배나 한 대 빨고 오겠다는 김영훈 내보내고 아무도 안 볼 때 뽀뽀 한 번 더.
把说要出去抽根烟的金英勋打发走后,趁没人看见时又偷亲了一下。


"내가 영훈이 보호해서 삐졌어?"
"我保护英勋所以吃醋了?"

"영훈이라고 부르지 마. 왜 쟤한테만 다정해 맨날?"
"别叫他英勋。为什么只对他那么温柔?"

"다정하면 뭐 어쩔 건데? 내 맘이야."
"温柔又怎样?这是我的自由。"

"혼나."
"欠揍。"

"어떻게 혼나?"
"怎么挨骂?"

"집 가면 알아."
"回家就知道了。"


자고로 사랑은 세상에서 제일 유치한 거랬다. 깨소금 염병질에 면역 없을 주변인들에게는 다소 미안하게 됐지만, 어차피 인생은 둘이 사는 것. 우린 그저 마이웨이로 둘만의 핑크빛 세계를 지지고 볶기로 한다.
常言道爱情是世上最幼稚的事。虽然对那些连芝麻小事都大惊小怪、毫无免疫力的周围人有些抱歉,但人生终究是两个人的事。我们只管用自己方式,在专属的粉色世界里折腾得风生水起。

미우나 고우나 지독하게 붙어먹는 이 연애의 결말은 분명 행복만 할 테니까.
无论爱憎,这段纠缠到骨子里的恋情结局,注定只会剩下幸福。








[이재현] 핑크핑크 바나나 外2, 完.
[李在贤] Pink Pink Banana 外 2,完。

作 치즈밤
作 芝士炸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