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틈에서 튀어나온 건 본 적 있는 머리통이었다. 
从敞开的门缝里探出的是一颗熟悉的脑袋。

윤호의 눈이 잠깐 커졌으나 기억은 일방적인 모양인지 저쪽에서 돌아오는 리액션이 없었다. 아는 척을 해볼까 고민하는 사이 머리통의 주인은 느린 시선으로 방문객의 전신을 훑는 중이었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 탐색 끝에 마주친 눈매가 그닥 살가워 보이는 타입은 아니라, 윤호는 일부러 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润浩的眼睛暂时睁大了,但似乎记忆是单方面的,对方没有任何反应。在犹豫是否要打招呼的同时,那个脑袋的主人正用缓慢的目光打量着来访者的全身。充满警惕的眼神。探查结束后对视的眼神看起来并不是很友善,润浩故意露出更加和善的笑容,开口说道。



"여기 우영이 집이죠?" “这里是友荣的家吗?”

"네." “是的。”



윤호의 입에서 아는 이름이 나오니 그새 표정이 조금 느슨해진다. 윤호는 반대편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일부러 잘 보이는 손으로 옮겨 쥐었다. 역시나 초점이 따라왔다. 
润浩的嘴里说出了一个熟悉的名字,他的表情立刻放松了一些。润浩故意把另一只手里的行李箱换到显眼的手上。果然,视线跟了过来。



"저는 정윤호라고 합니다. 한 달 정도 신세 지게 된."
“我是丁润浩。一个月左右的时间里承蒙关照。”

"......" 请提供需要翻译的文本。

"......혹시 얘기 못 들으셨나요?" “……或许你没听说过吗?”



동거인이 있다는 얘긴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게 이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 윤호의 물음에 남자의 입술이 슬쩍 벌어지며 눈동자가 도로록 굴렀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듯했다. 당연히 양해를 구한 줄 알았던 윤호는 어쩐지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 된다. 아마 눈앞의 남자도 비슷한 심정이지 싶어서. 
同居人这件事我事先听说过。当然,我不知道那个人是他。润浩的提问让男人的嘴唇微微张开,眼珠转了转。从表情来看,他似乎完全不知道这件事。润浩本以为已经得到了对方的同意,但现在却有种被骗的感觉。也许眼前的男人也有类似的心情。


자취방 계약이 만료되며 다음 이사 날짜까지 오갈 데가 없어진 윤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우영이었다. 달세로 계약하는 곳이 없어 고시원에 살아볼까 알아보던 중 건너건너 소식을 전해 들은 우영이 찾아와 제안했다. 너 잘 곳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잘래? 방 하나 남는데. 
租房合同到期后,在下一个搬家日期之前无处可去的丁润浩,得到了郑友荣的救援之手。正在考虑是否要住在考研房时,郑友荣听说了他的情况,找上门来提议道:“如果你没地方住的话,要不要来我们家?我们家有一个空房间。”



줄거리를 줄줄 읊는 것보다 전화로 우영과 삼자대면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해결책이란 계산이 섰다. 저쪽 입장에선 다짜고짜 찾아와 오늘부로 같이 살게 되었다 말하는 이쪽이 얼마나 미친놈 같아 보이겠냐며. 아, 잠시만요.. 윤호는 당황한 얼굴을 숨긴 채 뒷주머니에 꽂아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엄지가 주소록 속의 정우영을 찾아내기 전에 앞을 막고 있던 현관문이 먼저 젖혀졌다. 문틈으로 고개만 빼꼼 나와있어 몰랐는데 남자는 반팔 티셔츠에 브리프 하나 달랑 걸친 차림이었다.
比起一字一句地解释剧情,打电话给郑友荣当面对质是最简单快捷的解决办法。站在对方的立场上,突然跑来并说从今天起要一起住的人看起来有多疯狂啊。啊,等一下……润浩掩饰住慌张的表情,从后裤兜里掏出手机。然而,还没等他用拇指找到通讯录里的郑友荣,挡在前面的玄关门先被推开了。透过门缝只能看到一个脑袋,没想到男人只穿了一件短袖 T 恤和一条内裤。



"그럼 일단 들어오세요." “那就先进来吧。”



초면에 잔뜩 날을 세우던 것치곤 허무한 통과였다. 납득이 쉬운 건가. 그런 것보단 묘하게 포기가 빠른 느낌. 윤호가 굳어 있자 재촉하듯 고개가 돌아왔다. 눈가를 덮을 만큼 길다란 앞머리 밑으로 날카로운 듯 동그란 눈매가 걸음을 이끌었다. 방황하던 윤호는 엉겁결에 현관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初次见面时虽然态度很尖锐,但通过得很轻松。是因为容易接受吗?与其说是这样,不如说是奇怪地放弃得很快。润浩僵在那里时,对方催促似的转过头来。长长的刘海几乎遮住了眼睛,锐利而圆润的眼神引导着他的步伐。徘徊的润浩不由自主地迈进了玄关。



앞장서는 남자의 뒤를 쫓아 거실에 짐을 내려놓은 윤호가 두리번거렸다. 집 구조는 평범했다. 사이즈가 남달라서 그렇지. 평소 씀씀이로 대강 예상은 했지만 우영은 소위 말하는 수저 잘 물고 태어난 놈이었고 그래서 자취용이라기엔 과분할 정도로 방이 많았다. 언뜻 보이는 문만 총 네 개. 윤호의 눈은 자연스럽게 가장 구석 방을 찾았다. 아마도 저기가 남는 방이겠거니. 
跟在前面走的男人后面,丁润浩把行李放在客厅里,四处张望。房子的结构很普通,只是尺寸不一般。虽然平时大概能猜到,但郑友荣确实是那种所谓含着金汤匙出生的家伙,所以这房子对于一个人住来说显得有些奢侈。粗略一看,就有四扇门。丁润浩的目光自然地落在最角落的房间上。大概那里就是空房间吧。



"우영이 좀 있으면 온대요." “友荣说他马上就到。”



그새 연락을 했는지 남자가 우영의 소식을 전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자꾸만 몸을 관찰하게 됐다. 티셔츠 어깨는 꼭 맞는데 그 아래로는 부피감이나 양감이 형편없었다. 지난봄 학교 행사에서 처음 봤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 조금 더 크고 두꺼울 줄 알았는데. 
那男人不知道什么时候联系了,传达了友荣的消息,慢慢靠近了过来。虽然知道这样不礼貌,但还是忍不住观察起他的身体。T 恤的肩膀正好合身,但下面的体积感和量感却很差。和去年春天在学校活动上第一次见到他时完全不同。原以为他会更高大和结实一些。



"아 그렇구나, 갑자기 제가 쳐들어와서 당황하셨죠 하하."
“啊,是这样啊,突然闯进来让你吓了一跳吧,哈哈。”

"아뇨 괜찮아요. 우영이가 자주 친구들 데려와서."
“不,没关系。友荣经常带朋友来。”



방금 전 씻고 나온 건지 남자는 물기가 남은 앞머리를 툭툭 쓸어 넘겼다. 왼쪽 앞머리 한줌 정도만 노랗게 탈색된, 스치듯 한 번이라도 마주쳤다면 좀처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때는 조금 더 복슬복슬했는데 아마도 따로 손질을 거친 듯 싶었다. 자칫하면 중2병이니 뭐니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스타일이 마치 처음부터 저기 머리털은 저렇게 자라도록 태어난 사람처럼 잘 어울렸다. 
刚刚洗完澡出来的男人用手轻轻拨弄了一下还带着水滴的刘海。左边的刘海有一小撮被染成了黄色,如果曾经哪怕只是匆匆一瞥,也很难忘记那独特的发型。那时候的头发看起来更蓬松,可能是经过了特别的打理。如果不小心的话,这种发型很容易被人嘲笑为中二病,但他却像是天生就适合这种发型一样,非常合适。


침묵과는 거리가 먼 윤호의 장단을 맞춰 남자는 의외로 고분고분 대답을 잘 돌려주었다. 대화가 끊기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남자는 그다지 사교적인 성격은 아닌 듯해 보였다. 따지자면 학교 인사이더 카테고리 안에서도 손꼽히는 인사이더인 우영과는 전혀 다른 부류? 둘이 같이 살 만큼 절친한 사이인 것이 조금 의외다 싶을만한 조합이었다. 
沉默与丁润浩的性格相去甚远,男人却意外地配合得很好,回答得也很顺畅。虽然对话没有中断,但男人看起来并不是特别社交的性格。要说的话,他和学校里数一数二的社交达人郑友荣完全是不同的类型?两人亲密到一起生活,这样的组合有点出乎意料。


통성명으로 알게 된 이름은 최산. 윤호는 듣자마자 속으로 조금 감탄했다. 뭐야 이름 한 번 더럽게 잘 어울리네. 
通过自我介绍得知的名字是崔伞。润浩一听到这个名字,心里就有点感叹。什么啊,这名字真是太适合他了。



"빈 방은 어디야? 캐리어 넣어두게."
“空房间在哪里?我要放行李箱。”



곧 온다던 우영이 삼십 분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있느니 짐이라도 정리하는 게 낫겠다 싶어 묻자 소파에 앉은 산이 가까운 방문과 저 멀리 구석의 방문을 턱짓해 가리켰다. 
说要马上来的友荣已经三十分钟没露面了。觉得与其闲着不如整理行李,便问了问,坐在沙发上的伞用下巴指了指近处的房门和远处角落的房门。



"저 방이랑 저쪽 방 두 개 중에 너 편한 데 써."
“那间房和那边的房间,你随便用哪间都行。”

"둘 중에 아무거나?" “两个都可以吗?”

"응. 근데 아마 두 방 다 옷 때문에 더러울 거야."
“嗯。不过可能两个房间都会因为衣服而变得很乱。”



윤호는 조금 의아해져 다시 한번 집안을 둘러보았다. 우영이 사용할 제일 큰 방 하나. 화장실 하나. 나머지 빈 방 두 개. 아무래도 계산이 안 맞아서,
润浩有些疑惑地再次环顾了一下房子。友荣会用最大的房间。一个卫生间。剩下的两个空房间。总觉得哪里不对劲。



"그럼 너는?" “那你呢?”



물었더니 산이 도리어 무슨 의미냐는 듯 눈을 키웠다. 
问了之后,伞反而睁大了眼睛,似乎在问这是什么意思。



"나? 나 왜?" “我?我为什么?”

"너는 어디서 자?" “你睡在哪里?”



산의 얼굴로 일순간 당혹감이 스쳤다. 그 묘한 기류에 덩달아 윤호도 어색해졌다. 못할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산이 당황하는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伞的脸上瞬间闪过一丝困惑。那微妙的气氛让润浩也变得尴尬起来。虽然他并没有问什么难以回答的问题,但很难理解伞为什么会感到慌张。



"나는 우영이랑 같이 자." “我和友荣一起睡。”

"어?" “啊?”

"우영이랑 큰 방에서 같이 잔다고."
“和友荣一起睡在大房间里。”



예상 밖의 대답에 순간 생각이 멈췄다. 그래? 라며 자연스럽게 넘어갈 박자를 놓쳐버려 윤호는 몇 초간 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 하고 묻자니 과연 물어도 될만한 질문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걸 고민하는 시점에서 이미 선을 넘은 것이란 것 또한. 윤호는 모르지 않았다. 
意想不到的回答让他瞬间思绪停滞。真的吗?错过了自然接下去的节奏,润浩只能盯着伞看了几秒钟。为什么?他想问,但又觉得这是否是个合适的问题。而在他纠结这个问题的时候,他已经意识到自己越界了。润浩并不是不知道。

먼저 고개를 피한 건 산이었다. 아래를 보는 표정이 시무룩했다. 지금의 정적이 꽤나 불편한 모양이었다. 윤호가 말이 없자 산은 쭉 뻗은 두 발끝을 장난하듯 비비적거렸다. 맨 살갗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흔들거리는 마른 발목으로 윤호의 눈길이 옮겨갔다. 
首先移开视线的是伞。他低头看着,表情有些沮丧。现在的沉默显然让他感到相当不舒服。润浩没有说话,伞就像在玩耍似的摩擦着伸直的双脚。可以听到裸露皮肤摩擦的声音。润浩的目光移到了伞那摇晃的瘦脚踝上。


타이밍 좋게 도어락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빠른 속도로 튀어 오른 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거실 중앙에 덩그러니 남겨진 윤호는 어쩐지 버려진 기분이 된다. 우영의 요란한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웅웅거리며 가까워졌다. 윤호가 일어서자 우영이 먼저 윤호를 발견하고 인사를 해왔다. 야 미친 정우영. 윤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영을 타박하고, 우영은 미안한 듯 웃으며 뒤늦게 산에게 양해를 구했다. 괜찮지 산아? 사실 양해라기보단 통보에 가까웠지만. 
时机恰好,门锁解开的声音在客厅回荡。快速弹起的伞没有回头就跑向了玄关。被留在客厅中央的润浩不知为何感到被抛弃了。友荣吵闹的声音从走廊尽头传来,越来越近。润浩站起来时,友荣先发现了润浩并打了招呼。喂,疯子郑友荣。润浩装作什么事都没发生一样责备友荣,友荣则带着歉意笑了笑,迟迟向伞表示了歉意。没关系吧,伞?其实与其说是道歉,不如说更像是通知。



"응 괜찮아. 나 윤호랑 얘기 많이 했어."
“嗯,没关系。我和润浩聊了很多。”



오 진짜? 무슨 얘기 했어. 얘 성격 짱좋지. 우영이 산의 어깨로 팔을 둘러 어깨동무를 했다. 키는 우영이 조금 더 작아 매달리는 듯한 그림이 됐지만 산은 이 무게중심이 익숙한 모양이었다. 둘의 대화 틈에서 윤호는 간간이 고개를 주억이며 웃는 산을 조용히 응시했다. 
哦,真的吗?你们聊了什么?他的性格真的很好。友荣把手臂搭在伞的肩膀上,勾住了他的肩膀。友荣的个子稍微矮一点,看起来像是挂在伞身上,但伞似乎已经习惯了这种重量。润浩在两人的对话间隙中,时不时地微笑着注视着伞。



"산이가 혼자서는 잠을 못 자. 애기도 아니고."
伞一个人睡不着。又不是小孩子。



남는 방 중 사이즈가 큰 방을 쓰게 된 윤호가 짐을 정리하는 동안 문틀에 기댄 우영이 흘리듯 털어놓았다. 산이 머뭇거린 것과 달리 우영은 쿨하게 둘이 같은 침대를 쓴다 인정해버렸다. 선행학습을 바탕으로 윤호는 미끈하게 웃으며 그렇구나 반응해 줄 수 있었다. 
剩下的房间中,润浩选择了一个较大的房间。当他整理行李时,友荣倚靠在门框上,随意地说了出来。与伞的犹豫不同,友荣很爽快地承认他们两人共用一张床。基于事先的了解,润浩微笑着回应道:“原来如此。”



"애가 겁은 뭐 그렇게 많은지. 귀신도 무섭고 벌레도 무섭고 막."
“这孩子怎么这么胆小。怕鬼也怕虫子。”

"그래?" “真的吗?”

"어. 그리고 잘 때는 뭐 안고 자는 줄 알아? 인형 없으면 또 잠을 못 자요 얘가."
“哦。你知道他睡觉的时候抱着什么吗?没有玩偶他就睡不着。”



우영은 산을 바로 곁에 두고 가차 없이 험담을 해댔다. 슬쩍 본 산의 입술이 불퉁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변명이라도 하는 건지 무어라 꿍얼거리는 말들이 들려왔지만 우영은 도리어 더 목소리를 키워 산을 놀리기 바빴다. 원래 말싸움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거라고. 
友荣就在伞的旁边毫不留情地说着坏话。瞥了一眼伞,他的嘴唇不满地嘟了起来。虽然听到伞在嘟囔着什么,似乎在为自己辩解,但友荣反而提高了声音,忙着嘲笑伞。毕竟,吵架时声音大的人才是赢家。


결국 골이 난 산이 휙 돌아나가버리고 우영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 벽을 치며 킬킬댔다. 서랍 정리를 마친 윤호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그런 우영을 올려다봤다. 
最终,伞气得转身离开,友荣则笑得直拍墙壁,仿佛觉得这太有趣了。整理完抽屉的润浩无奈地抬头看着这样的友荣。



"좋냐?" “喜欢吗?”

"어 완전. 나는 쟤 놀리는 게 왜 이렇게 재밌냐."
“哦,完全。我为什么这么喜欢捉弄他呢?”

"산이 화난 거 같은데." “伞好像生气了。”

"괜찮아 나중에 풀어주면 돼. 금방 풀려."
“没关系,等会儿再解开就行了,很快就会解开的。”



우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아 널부러진 책 하나를 무릎에 올려 팔랑거렸다. 사라진 산이 신경 쓰이는 건 윤호뿐인 모양이었다. 몇 줄 읽기도 전에 금세 흥미를 잃은 우영이 표지 구경에나 몰두한다. 
友荣毫不在意地坐在地上,把一本散落的书放在膝盖上翻动着。似乎只有润浩在意消失的伞。友荣在读了几行字后很快就失去了兴趣,转而专注于看封面。



"산이 귀엽지." “伞很可爱。”



다른 주제로 빠지는 줄 알았더니, 또다시 우영의 입에선 산의 이름이었다. 
我以为话题会转到别的地方,结果又听到友荣嘴里说出伞的名字。

윤호는 산의 가장 첫 기억과 마지막 기억을 머릿속으로 나란히 나열해본다. 무대 조명 아래서 폭발하듯 춤추던 최산, 우영의 팔에 안겨 보조개가 폭 패이도록 사르르 웃던 최산. 두 개의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엄청나서. 몰랐다면 도무지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润浩在脑海中并列回忆起伞的最初记忆和最后记忆。舞台灯光下爆发般跳舞的崔伞,依偎在友荣的怀里笑得酒窝深陷的崔伞。这两个形象之间的差距如此之大,如果不知道的话,根本无法相信这是同一个人。



"응. 귀엽더라." “嗯。很可爱。”



우영의 말엔 이견을 달 수 없었다. 우영이 돌아오고부터 산은 눈빛은 물론이고 말투, 목소리 심지어 행동에까지 어리광이 뚝뚝 묻어났으니까. 우영은 말은 틱틱거려도 내심 그런 산이 예뻐 죽는 눈치다. 
无法反驳友荣的话。自从友荣回来后,伞不仅眼神,连语气、声音甚至行为都充满了撒娇的意味。虽然友荣的话听起来有些刻薄,但他心里显然非常喜欢这样的伞。



"산이랑 잘 지내. 걔가 처음엔 낯을 좀 가려서 그렇지 친해지고 나면 되게......아 참, 너네 아마 같은 수업 듣는 거 있을걸?"
“和伞好好相处。他刚开始有点认生,但熟悉之后就会变得……啊,对了,你们应该有同一节课吧?”



우영이 이번에야말로 영양가 있는 정보가 떠올랐는지 무릎을 탁 치며 목소리를 키웠다. 무슨 수업? 윤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고 우영은 막상 설명하려니 정확히 아는 게 없어 삐쳐있는 산을 소환했다. 야 산아 최산! 이리 와 봐!
友荣这次似乎真的想到了有用的信息,拍了拍膝盖,提高了声音。什么课?润浩皱着眉头问道,友荣却发现自己并不清楚具体内容,于是叫来了正在生气的伞。喂,伞,崔伞!过来一下!
















산과 윤호는 같은 교양 수업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다. 윤호는 그동안 자신이 산을 알아보지 못한 것에 꽤 충격을 받았다. 첫인상이 워낙 강렬했어서 학교에서 마주치면 반드시 알아보리라 자신했었는데. 친해지고 싶어 수소문하고 다닌 때도 있었지만 늘 소득이 없었다. 학교 댄스팀의 객원 멤버라더라 무용과 수석입학이라더라 어디 유명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라더라 말은 많았다. 아마도 산에 대한 관심의 방증이겠지. 그러나 부풀려진 소문은 팩트체크가 된 것이 하나도 없었고 윤호도 벚꽃과 함께 찾아오는 중간고사 준비로 바빠 한동안은 산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같은 강의실의 앞뒤 거리에 있을 줄은......정말 꿈에도 몰랐다. 
伞和润浩共享了一门通识课。润浩对自己一直没认出伞感到相当震惊。伞的第一印象太过强烈,以至于润浩确信在学校遇到他时一定会认出来。曾经为了和伞亲近,润浩四处打听,但总是无果而终。有人说伞是学校舞蹈队的客座成员,有人说他是舞蹈系的首席入学者,还有人说他是某著名企划公司的练习生。或许这些传言都证明了大家对伞的关注。然而,这些夸大的传闻没有一个经过事实核实,而润浩也因为忙于准备与樱花一同到来的期中考试,暂时把伞抛在了脑后。没想到他们竟然在同一个教室里,前后相隔几排……真是做梦也没想到。


머리 때문인지 산은 학교에선 거의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까만 볼캡을 눈이 가릴 만큼 푹 눌러쓰고 앉아 있는 산을 알아보지 못해 첫날엔 윤호 혼자 강의실 바닥을 헤매고 다녔다. 이제 놀랄 만큼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산의 모습은 또 초면이라. 
因为头发的原因,伞在学校几乎总是戴着帽子。他把黑色的棒球帽压得很低,几乎遮住了眼睛,坐在那里。第一天,润浩没有认出伞,一个人在教室里四处寻找。润浩以为自己已经对伞的样子习惯了,但今天伞的样子又让他感到陌生。


왜? 나 모자 안 어울려? 
为什么?我不适合戴帽子吗?


한참 눈을 떼지 못하는 윤호를 오해한 산이 모자챙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화들짝 놀란 윤호는 양손을 흔들어 보이며 절대 그런 게 아니라 해명했다. 그러나 산은 여엉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윤호는 머뭇거리다 펼친 손바닥을 조심스레 뻗어 산의 머리 위에 얹어 놓았다. 
许久无法移开视线的润浩被误会了,伞摸着帽檐笑了。吓了一跳的润浩连忙挥动双手解释说绝对不是那样的。然而,伞似乎完全不相信。润浩犹豫了一下,小心翼翼地伸出手掌,轻轻放在伞的头上。


아냐 잘 어울려 엄청. 
不,不是的,非常适合你。


이건 우영에게서 배운 기술이었다. 
这是从友荣那里学到的技巧。

우영이 산을 대할 땐 늘 이런 식이었다. 산의 어딘가를 건드리고 만지면서 매순간 저를 확인시키는 것 같았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상기하라는 듯. 
每当友荣对待伞时,总是这样的方式。似乎每时每刻都在触碰和抚摸伞的某个地方,提醒着伞现在在他身边的人是谁,谁是离他最近的人。

산은 우영의 체온을 통해 우영을 느끼고, 그로부터 안정감을 얻는 듯했다. 분명한 상호작용. 정우영은 최산을 다룰 줄 알았다.
伞通过友荣的体温感受到了友荣,从中获得了安定感。显然是一种互动。郑友荣知道如何对待崔伞。


이것이 윤호의 첫 접촉이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너와 가장 가까운 존재. 산은 제 모자를 쓰다듬는 윤호의 손길을 받으며 가만히 눈을 깜박거렸다. 얇게 쌍꺼풀이 진 눈매가 아주 천천히 감겼다 떠올려졌다. 윤호는 어쩐지 길고양이를 길들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这是润浩的第一次接触。现在在你身边的人,与你最亲近的存在。伞静静地眨了眨眼,感受着润浩抚摸他帽子的手。薄薄的双眼皮眼睛慢慢地闭上又睁开。润浩不知为何有种在驯服流浪猫的感觉。


진짜야. 真的。

알았어. 知道了。


산은 뒤끝 없이 윤호에게 나쁜 뜻이 없음을 받아들였다. 
伞毫无怨言地接受了润浩没有恶意的事实。
















산의 지인들은 우영의 지인들의 부분집합 같은 거였다. 우영은 산의 친구들을 모조리 꿰고 있었다. 우영이 있는 자리엔 거의 산이 함께였고, 다들 우영의 옆자리는 산의 자리인 것이 당연하단 듯 굴었다. 마치 세트 같은 거였다. 
伞的朋友们就像是友荣朋友们的子集。友荣对伞的朋友们了如指掌。友荣在的地方几乎总有伞在旁边,大家都理所当然地认为友荣身边的位置是伞的。就像是一套组合一样。


어떤 모임이든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여기저기 바쁘게 불려 다니면서도 우영은 잊지 않고 산을 챙겼다. 야 최산 어딨어. 부르면 모두 알아서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산을 데려다 우영의 곁에 갖다 놓았다. 우영은 떠밀려온 산의 손을 잡거나 껴안은 채로 하던 짓을 이어나갔다. 그 광경이 너무도 익숙해서 누구도 토를 달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걔네? 원래 그러잖아 그 둘은. 
无论在什么聚会中,郑友荣总是扮演着主导的角色,忙碌地在各处奔走,但他从未忘记照顾崔伞。“喂,崔伞在哪儿?”他一喊,大家就会自觉地把混在人群中的崔伞带到郑友荣身边。郑友荣会继续他正在做的事情,同时握住或拥抱着被推到他身边的崔伞。这一幕太过熟悉,以至于没有人对此提出异议或感到奇怪。“他们俩?本来就是那样的。”



윤호도 어느덧 둘 사이의 애정행각에 면역이 생긴 듯했다. 우영과 산이 엉켜 있는 건 밖에서나 안에서나 똑같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빤스 바람으로 한 소파에 포개어져 있는 둘을 보는 것이 이제는 당연해졌다. 편식하는 산을 위해 삼계탕 닭의 살을 발라 숟가락에 올려 입안에 넣어주거나 하는 일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처음엔 나름 윤호의 눈치를 보던 산도 나중엔 아무렇지 않게 입을 벌리고 우영의 숟갈을 받아먹었다. 윤호는 전 여친에게도 해본 적 없는 행동들이었다. 
润浩似乎已经对两人之间的亲密行为免疫了。无论是在外面还是在家里,友荣和伞总是纠缠在一起。回到家时,看到两人只穿着内裤叠在一张沙发上,现在已经变得理所当然了。为了挑食的伞,友荣会把参鸡汤里的鸡肉剔下来放在勺子上,然后喂到伞的嘴里,这些事情也变得习以为常了。起初,伞还会在意润浩的眼色,但后来他也毫不在意地张开嘴,接受友荣的勺子。润浩从未对前女友做过这些事情。


윤호와 산이 붙어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단과대 건물도 붙어 있는데다 겹치는 공강 시간이 제법 있어 자연스럽게 약속이 잡혔다. 윤호와 산은 자주 만나 밥도 먹고 피씨방도 가고 도서관에 같이 출석하며 시간을 보냈다. 윤호의 친구들은 갑자기 저들에게 소홀해진 윤호에게 섭섭한 티를 냈지만, 윤호는 능숙하게 그들을 달래고 언제나처럼 산에게 달려갔다. 산을 만나고부터 다른 것들은 어쩐지 다 시시하게 느껴져서. 
润浩和伞在一起的时间越来越多了。两人的学院楼挨得很近,而且有不少重叠的空闲时间,所以自然而然地约在一起。润浩和伞经常见面,一起吃饭、去网吧、去图书馆,一起度过了很多时间。润浩的朋友们对突然冷落他们的润浩有些不满,但润浩总是巧妙地安抚他们,然后像往常一样跑去找伞。自从遇见伞之后,其他事情都显得有些无聊了。



"너 골든 리트리버 닮았어." “你像金毛犬。”



저녁을 먹다 말고 산이 말했다. 얼마 전 산은 부분 염색된 머리 위에 검은색을 덮었다. 그 후로 모자를 쓰지 않는다.
吃晚饭的时候,伞突然开口了。不久前,伞把部分染色的头发染成了黑色。从那以后,他就不再戴帽子了。

 

양볼이 빵빵해질 만큼 파스타를 입안 가득 넣고서 산은 윤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뉴로 양식을 고른 사람은 산이었다. 돈 없고 배고픈 학생들을 위해 값싸고 양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인테리어는 썩 훌륭하지 않지만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찾는 데라 근처 테이블은 죄다 커플들이 차지했다. 포크를 돌리다 말고 윤호가 고개를 올려 산을 마주 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순서도 없이 피실 웃음부터 터졌다. 
伞把意大利面塞满嘴巴,脸颊鼓得像包子一样,盯着润浩看。选择西餐作为菜单的人是伞。这家店以价格便宜、分量大而闻名,专为没钱又饥饿的学生们准备。虽然装修不算豪华,但作为约会地点也很受欢迎,附近的桌子全被情侣们占据了。润浩转动着叉子,抬头看向伞。眼神一对上,两人不由自主地笑了起来。



"골든 리트리버?" “金毛犬?”

"어. 엄청 큰 강아지. 그런 소리 못 들었어?"
“哦。超级大的狗。没听说过吗?”

"처음 듣는데." "第一次听说。"

"말도 안 돼. 완전 댕댕인데."
“这不可能。他完全像只小狗。”



산은 제법 진지했다. 골든 리트리버? 윤호의 머릿속으로 갈색 털의 대형견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윤호는 난생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산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거니 하고 말았다. 다시 움직이려던 윤호가 할 말이 생각난 사람처럼 도로 동작을 멈췄다. 
伞显得相当认真。金毛猎犬?润浩的脑海中闪过一只棕色毛发的大型犬的形象。虽然这是润浩第一次听到这种说法,但他想既然伞这么说,那就应该是这样吧。正准备再次行动的润浩突然像想起什么要说的话似的停下了动作。



"너는 고양이 닮았어." “你像猫一样。”

"야옹이?" “喵咪?”



뭐야 그게에. 산이 킥킥거렸다. 테이블 아래서 물장구치듯 산의 두 다리가 구른다. 산은 기본적으로 애교가 많았다. 또래의 사내놈들이 산과 비슷하게 구는 것을 상상해봤지만 여엉 봐줄 수가 없는 꼴이었다. 윤호는 산에게 한정해 자꾸만 물러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럴 땐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달에 놀러 간 것처럼 중력마저 약해져 몸이 적어도 일 센티는 공중에 떠있는 기분. 우영도 처음 산을 알게 된 때에 이런 느낌이었을까. 
“什么呀,那是什么。”伞咯咯笑着。他的两条腿在桌子底下像打水一样踢来踢去。伞本来就很有撒娇的天赋。虽然想象过同龄的男孩子们像伞一样撒娇的样子,但怎么看都觉得不行。润浩发现自己对伞总是变得软弱。那时候总觉得自己变成了另一个人。就像去月球玩一样,连重力都变轻了,感觉身体至少漂浮在空中一厘米。友荣刚认识伞的时候也是这种感觉吗?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자꾸만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오늘 우영은 저녁 술자리 모임이 있어 늦는다고 했다. 셋이 살며 일정을 공유할 카톡 방을 따로 팠다. 귀가 시간이 늦거나 하면 반드시 서로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집주인 우영의 철칙이었다. 수업 중에 메세지를 확인한 윤호는 단톡방 대신 산에게 개인 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 밖에서 먹고 들어갈래? 잠시 후 숫자가 사라지고 산의 대답이 떠올랐다. 콜. 
因为聊着无关紧要的话题,吃饭的时间总是拖得很长。今天友荣有个晚上的酒局,所以会晚点回来。我们三个住在一起,特地开了一个共享日程的聊天群。回家晚了或者有其他情况,必须互相通知,这是房主友荣的铁律。润浩在上课时看了消息,没有在群里回复,而是给伞发了私信。今天晚上在外面吃饭再回来怎么样?过了一会儿,数字消失了,伞的回复出现了。好。



"집에 가자 댕댕아." “回家吧,小狗。”



이제 아예 댕댕이라고 부를 심산인 듯했다. 결제를 마친 산이 의기양양하게 윤호에게 손짓했다. 카드와 영수증을 돌려주던 직원이 힐끔 눈을 올려 산과 윤호를 번갈아 보는 것이 느껴졌다. 한 발짝 물러나 서있던 윤호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당겼다. 신이 나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산을 따라가며 윤호는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잊지 않았다. 
现在看来他打算直接叫他“狗狗”了。结账完毕的伞意气风发地向润浩招手。把卡和收据还给他们的店员偷偷抬眼,来回打量着伞和润浩。站在一旁的润浩无奈地笑了笑。跟着兴奋地跑下楼梯的伞,润浩也不忘说声“再见”。



"나 윤호랑 밥 먹고 이제 들어가려고. 응. 여기 그때 너랑 왔던 포차 맞은편 파스타집. 아니 술은 안 마셨는데. 지금? 너 어딘데. 윤호도 같이?"
“我和润浩吃完饭正准备回去。嗯。这里是那次你和我来的小吃摊对面的意大利面馆。没有喝酒。现在?你在哪儿?润浩也一起吗?”



커피와 디저트를 살 만한 카페를 검색하느라 몇 박자 늦게 거리로 나왔더니 산은 통화 중이었다. 누구? 대충 예상은 가지만 역시나 산은 입모양으로 우영이라 답한다. 윤호는 밤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내뱉었다. 좀처럼 통화가 끊기지 않았다. 삐딱하게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달달 떨던 윤호가 고개를 기울여 산을 내려다봤다. 산이 마침내 뺨에서 휴대폰을 떼어낸다. 
为了寻找可以买到咖啡和甜点的咖啡馆,稍微晚了一步走到街上,伞正在通话中。是谁?大概能猜到,但果然伞用口型回答是友荣。润浩深深吸了一口夜晚的空气,然后吐了出来。通话迟迟没有结束。润浩歪着头站着,一条腿不停地抖动着,低头看着伞。伞终于把手机从脸颊上拿了下来。



"너 먼저 집에 가. 우영이가 근처 술집에 있대서 나는 잠시 들렀다 가려고."
“你先回家吧。友荣说他在附近的酒吧,我打算过去看看。”



윤호는 문득 산의 화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라고 해서 가는 것인데 마치 그게 본인의 의지인 마냥. 
润浩突然对伞的说话方式感到不满。明明是他叫自己来的,却好像是自己的意愿一样。



"같이 가." "一起走。"

"아냐, 너는 같이 안 가도 돼."
“不,你不用一起去。”

"어차피 끝까지 있을 것도 아니잖아. 얼굴만 보는 거 아냐?"
"反正你也不会待到最后。你只是想看看他的脸,不是吗?"

"......그건 그런데." “……那倒是。”

"가서 한잔하고 빨리 나오자." “去喝一杯,然后快点出来。”



어디로 가면 돼. 왜인지 말이 조금 날카롭게 튀어나갔다. 뱉고 나서 아차 싶어 윤호는 괜히 딴청을 피웠다. 산은 그런 윤호의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우영이 알려준 호프집 방향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멀어져 가는 산의 등을 응시하던 윤호가 세수하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문을 열기 무섭게 시끄러운 유행가가 고막을 찢을 듯 쏟아졌다. 홀에 테이블이 많지 않아 우영의 무리를 찾는 건 쉬웠다. 언제부터 달린 건지 테이블 구석에는 나가떨어진 만취자들이 나뒹굴었다. 입구에서부터 산을 알아본 우영의 친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아는 척을 해댔다. 스킨십에 전염성이라도 있는 건지 이놈이 안고 저놈이 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던 산이 그들을 진정시키며 우영의 위치를 물었다. 모두가 일제히 하나의 테이블을 가리켰고 목적지를 확인한 윤호는 뒤에서 산의 어깨를 안았다. 따로 위협을 가한 것도 아닌데 길은 쉽게 열렸다. 가자. 윤호가 산의 귓가에 바짝 입술을 붙여 속삭였다. 
门一打开,震耳欲聋的流行歌曲就像要撕裂耳膜一样涌了进来。大厅里桌子不多,所以找到友荣的那群人很容易。桌子角落里躺着几个醉得不省人事的人,不知道他们从什么时候开始喝的。友荣的朋友们从入口处就认出了伞,一个个都跑过来打招呼。好像有传染性似的,这个抱一下,那个举一下,场面一片混乱。伞在空中挥舞着手,安抚他们的情绪,并询问友荣的位置。大家齐刷刷地指向同一张桌子,确认了目的地后,润浩从后面抱住了伞的肩膀。虽然没有特别威胁,但道路很容易就开了。走吧。润浩把嘴唇贴近伞的耳边低声说道。


술을 마신 우영은 평소의 배로 텐션이 높았다. 높이 솟은 윤호를 먼저 발견한 우영이 반가움에 소리를 꽥 질렀다.
喝了酒的郑友荣比平时更加兴奋。他一眼就看到了高高站着的丁润浩,激动得大叫起来。



"정윤호!" "丁润浩!"



그리곤 비틀거리며 달려와 윤호의 얼굴을 잡고 뺨에 입술을 들이박았다. 뽀뽀라기보단 거의 교통사고와 같았다. 윤호는 제게 매달려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우영을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본 사이인데, 누가 보면 수년 만에 재회라도 한 줄 알겠다. 
然后他踉跄着跑过来,抓住润浩的脸颊,狠狠地亲了一口。与其说是亲吻,不如说是几乎像一场交通事故。润浩看着用全身表达喜悦的友荣,忍不住笑了出来。明明今天早上才见过面,如果有人看到,还以为他们是几年没见的重逢呢。



"산이는? 같이 안 왔어?" “伞呢?没一起来吗?”



불현듯 떠올랐는지 우영이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윤호가 우영의 습격을 받는 동안 산은 벌써 형들에게 붙들려 술잔을 받고 있었다. 
忽然想起什么似的,友荣猛地抬起头。在润浩被友荣袭击的同时,伞已经被哥哥们拉住,接过了酒杯。



"아 형! 걔 술 못 마신다니까! 주지 마 주지 마! 안 돼!"
“啊,哥!他说他不能喝酒!不要给他,不要给他!不行!”



자기가 불러놓고 우영은 산을 단속하기 바쁘다. 아까부터 윤호를 힐끔이던 여자애들이 우영에게 은근히 말을 걸며 소개를 바라는 티를 냈다. 우영이 눈짓으로 윤호의 의중을 물었지만 윤호는 그쪽에는 눈길 한줌 주지 않은 채 건성으로 중얼거렸다. 
自己叫来的,友荣却忙着看住伞。从刚才开始偷偷瞄润浩的女孩们,暗示着想通过友荣介绍认识。友荣用眼神询问润浩的意思,但润浩只是漫不经心地嘟囔了一句,连看都没看她们一眼。



"좀 이따 산이랑 집에 갈 거야."
“等会儿要和伞一起回家。”



우영은 김샜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郑友荣撅起嘴唇,显得有些扫兴。



"그래라. 온 김에 맥주나 한잔하고 가."
“那就这样吧。既然来了,就喝杯啤酒再走。”

"한 잔만 마시고 갈래." “只喝一杯就走。”

"집에 뭐 숨겨놨냐? 왜 이렇게 집에 못 가 안달이야."
“家里藏了什么吗?为什么这么急着回家?”

"어차피 나는 여기 아는 사람도 없고."
"反正我在这里也没有认识的人。"

"언제부터 니가 그걸 신경 썼냐."
“你从什么时候开始在意这个的?”



우영은 새삼스럽다는 듯 윤호의 가슴팍을 손등으로 툭 친다.
友荣像是突然想起什么似的,用手背轻轻拍了拍润浩的胸膛。



"그래서 최산은 지 혼자 온다더니."
“所以崔伞说他会一个人来。”



계속되는 권유를 어렵게 어렵게 거절하던 산이 끝내 주위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앞에 놓인 소주를 들이켰다. 야이씨 걔 소주 먹으면 안 돼액. 그걸 함께 본 우영이 기겁하며 테이블로 달려들었다. 한 잔을 말끔히 비운 산이 눈썹을 찡그리고 입을 동그랗게 벌린다. 우영의 유난스러운 반응으로 보아 산은 술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닌 모양이었다. 
继续拒绝的伞最终抵挡不住周围的怂恿,喝下了面前的烧酒。哎呀,他不能喝烧酒啊。看到这一幕的友荣惊叫着冲向桌子。喝完一杯的伞皱起眉头,嘴巴张成了圆形。看友荣的夸张反应,伞似乎酒量并不太好。



"야 정윤호 뭐해! 일루와서 앉아 빨랑."
“喂,丁润浩,你在干嘛!快过来坐下。”



우영은 산과 자신의 맞은편에 없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 윤호를 초대했다.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친구들이 윤호를 위한 첫 잔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분 소개할게요 내 댕댕이예요. 산이 윤호를 향해 손을 뻗으며 툭 솟아오르는 목소리로 외쳤다. 뭐? 댕댕이? 우영이 눈썹을 구긴 채 반문했다. 그러나 산은 안주로 나온 과일을 집어먹는데 정신이 팔려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한다. 우영은 윤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윤호는 의자를 빼앉으며 어깨만 으쓱이고 말았다. 
友荣硬是挤出一个空位,把润浩邀请了过来。兴致高涨的朋友们早已为润浩准备好了第一杯酒。大家介绍一下,这是我的小狗。伞伸手指向润浩,兴奋地喊道。什么?小狗?友荣皱着眉头反问。然而,伞正忙着吃桌上的水果,心不在焉地回答。友荣向润浩投去询问的目光,但润浩只是耸了耸肩,拉开椅子坐下。


산에게 건네지는 잔들은 우영과 윤호가 번갈아 처리했다. 우영의 계속되는 방어에도 짓궂은 형들은 산에게 술을 먹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무슨 바람이 났는지 오늘따라 산은 그걸 또 넙죽넙죽 받아들어 우영의 분통을 터뜨렸다. 테이블을 순회하며 얻어 마신 맥주 몇 잔에 산의 뺨이 달아올랐다. 취한 산은 웃음이 헤펐다. 웃음뿐만 아니라 그냥 사람 자체가 헤퍼지는 듯 싶었다. 저쪽 형의 무릎에 앉아 있나 싶더니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이쪽에서 허리를 잡혔다. 윤호가 보기에도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递给伞的酒杯由友荣和润浩轮流处理。尽管友荣不断地防守,但调皮的哥哥们还是急于给伞灌酒。不知怎么的,今天伞竟然一杯接一杯地接受了,这让友荣气得不行。伞在桌子周围转了一圈,喝了几杯啤酒后,脸颊开始发红。喝醉的伞笑得很开心。不仅是笑,整个人看起来都变得随意了。刚才还坐在那边哥哥的膝盖上,一转眼就被这边的人搂住了腰。润浩看着也觉得这场景不太好。


그러자고 합을 맞춘 것도 아닌데 이후부터는 격잔으로 손이 갔다. 정우영 한 잔에 정윤호 한 잔. 한 번은 순서가 헷갈려 공중에서 우영과 윤호의 손가락이 부딪히기도 했다. 윤호가 올려다보자 서있던 우영도 윤호에게 시선을 보낸다. 너네 뭐 하냐. 산은 어이없다는 듯 그런 둘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虽然没有事先商量好,但从那以后,他们开始用酒杯碰杯。郑友荣一杯,丁润浩一杯。有一次,他们的顺序搞混了,友荣和润浩的手指在空中碰到了一起。润浩抬头看了一眼,站着的友荣也把视线转向了润浩。你们在干什么呢?伞看着他们俩,忍不住笑了出来。
















"너 빨리 가. 빨리." “你快走。快点。”



오라고 재촉하던 우영이 이젠 산을 보내려 닥달이었다. 우영은 산의 주머니를 일일이 주물럭거리며 폰과 지갑이 잘 있는지 살폈다. 산은 우영에게 전신을 기댄 채로 우영이 제 몸을 더듬는 걸 내버려 두고 있었다. 윤호는 입구 쪽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우영의 몸수색이 끝나길 기다렸다. 주량에는 미달하지만 윤호도 약간의 취기가 도는 상태였다. 
乌荣一直催促着伞,现在又开始催促他离开。乌荣一边检查伞的口袋,一边确认他的手机和钱包是否都在。伞则靠在乌荣身上,任由他摸索自己的身体。润浩站在入口处,单腿支撑着身体,等待乌荣的搜身结束。虽然酒量不高,但润浩也有些微醉。



"가다가 자빠지지 말고." “走路小心,别摔倒。”

"응." “嗯。”

"택시 탈 거지? 택시비 줘?"
“你要坐出租车吗?要给你出租车费吗?”

"나 돈 있어." “我有钱。”

"똑바로 걸을 수는 있고? 아님 내가 바래다줄까?"
“你能走得稳吗?要不我送你回去?”

"내가 잘 데려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我会好好照顾他的,所以别担心。”



물러나있던 윤호가 붙어 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산과 눈을 맞추려 허리를 약간 숙이고 있던 우영이 고개는 그대로 하고서 눈동자만 굴려 윤호를 본다. 사실 이 각도에선 본다기보단 노려본다에 가까웠다. 아까부터 우영과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라고, 윤호는 생각했다. 잘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녹이 슨 마냥 삐걱대는 불편함. 우영의 얼굴에서 웃음이 좀 사그러든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退到一旁的润浩走上前,搂住了伞的肩膀。友荣稍微弯下腰,保持着与伞对视的姿势,只是转动眼珠看向润浩。其实从这个角度来看,与其说是看,不如说是瞪。润浩心想,从刚才开始就有一种微妙的不协调感。就像运转良好的齿轮生锈了一样,发出吱吱嘎嘎的声音,令人不舒服。友荣脸上的笑容似乎有些消失了,这只是错觉吗?



"최산 뽀뽀." "崔伞,亲亲。"



윤호와 돌아서는 산을 붙잡고 우영이 말했다. 윤호는 순간 표정 관리를 위해 애써야 했다. 갑자기? 여기서? 의문들을 비웃듯 우영은 산의 입술 가까이로 자기 뺨을 들이밀었다. 
润浩抓住转身的伞,友荣说道。润浩瞬间努力控制自己的表情。突然?在这里?仿佛嘲笑这些疑问似的,友荣把自己的脸颊靠近伞的嘴唇。

느릿느릿 말하던 산은 눈도 느릿느릿 감았다 뜬다. 아 무슨 뽀뽀야. 뭉개진 발음으로 투정하며 우영을 밀어내지만 우영은 간단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윤호에게 안겨 우영한테 손목을 붙들린다. 
慢吞吞说话的伞也慢吞吞地闭上眼睛又睁开。啊,什么亲亲啊。他含糊不清地抱怨着推开友荣,但友荣似乎没有打算轻易退让。最终,他被润浩抱住,手腕被友荣抓住。



"아 빨랑! 저기서 나 부르잖아. 얼른 뽀뽀해. 하고 너는 집에 가, 집."
“啊,快点!他们在那边叫我呢。快点亲我一下,然后你回家,回家。”



받는 입장이면서 우영은 맡겨놓은 사람처럼 당당했다. 우영의 고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산은 코로 짧게 한숨을 쉰 후 드밀어진 뺨에 입술을 눌렀다 뗀다. 우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답례로 산의 뺨에 뽀뽀를 되돌려주었다.
虽然是接受的一方,但友荣却像是托付了什么似的理直气壮。比任何人都了解友荣固执的伞短促地叹了口气,然后在递过来的脸颊上轻轻一吻。友荣满意地笑了笑,作为回礼也在伞的脸颊上回了一吻。



"조심히 가. 나중에 보자." “路上小心。回头见。”



귀여운 아이를 다루듯 산의 얼굴을 쓸어낸 우영이 빠이빠이. 손을 흔들었다. 이방인처럼 둘 사이에 끼어있던 윤호는 산을 부축해 호프집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벗어나니 저 안의 소음이 마치 다른 세계의 것마냥 멀게 느껴졌다. 윤호야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돼? 산의 부름에 윤호가 뒤늦게 걸음을 멈춘다. 아 미안. 윤호가 커다란 손으로 산의 등을 쓸며 사과했다. 나오기 전 우영에게 마지막 인사는 했던가.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윤호는 이성을 되찾기 위해 숨을 고르려다 나사 빠진 사람처럼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곧 조금 전까지는 이성을 잃었다는 것으로 대치되는 말이었다. 
像对待可爱的孩子一样,郑友荣轻轻抚摸着崔伞的脸,说了声再见,挥了挥手。夹在两人之间的丁润浩像个外人一样,扶着崔伞走出了酒馆。走出建筑物后,里面的噪音仿佛来自另一个世界,显得遥远。润浩啊,能不能走慢一点?崔伞的呼唤让丁润浩迟迟停下了脚步。啊,对不起。丁润浩用他那双大手轻轻拍了拍崔伞的背,表示歉意。出来之前,最后有没有和郑友荣道别呢?奇怪的是,他记不太清了。丁润浩试图平复呼吸以恢复理智,却像个螺丝松了的人一样发出了苦笑。这意味着他刚才确实失去了理智。



번화가에서 한블럭 떨어진 거리에는 눈에 띄게 사람이 없었다.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외진 곳이라 그런지 오가는 차도 한 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조금 걷자. 산이 제안했고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繁华街区一个街区之外的地方显得格外冷清。虽然想打车,但因为这里偏僻,连一辆车都看不到。就走一会儿吧。伞提议道,润浩点了点头。


산은 아까 호프집에서 지겹게 흘러나오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고요한 거리에 산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혼자 걸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여엉 마음이 놓이질 않아 윤호는 산의 뒤를 바짝 쫓아 걸었다. 바닥을 딛는 발목이 언뜻 보기에도 얇았다. 윤호는 알고 있다. 저 양말 밑, 그리고 헐렁하게 다리를 감싼 바지와 티셔츠 아래 산의 맨몸이 얼마나 작고 가느다란지를. 윤호는 문득 그것이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아까 만난 그저 그런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한집 아래 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만이 아는 실물감. 
伞哼着刚才在酒馆里无聊地播放的歌曲。伞的声音在寂静的街道上低低回荡。虽然伞说他可以一个人走,但润浩还是不放心,紧紧跟在伞的后面。伞的脚踝看起来很细。润浩知道,在那袜子下面,那松松垮垮地包裹着腿的裤子和 T 恤下面,伞的身体是多么小巧和纤细。润浩突然觉得这是一种特权,一种只有住在同一个屋檐下、肌肤相亲的人才能知道的真实感,那些刚才遇到的普通人绝对不会知道。

산의 걸음걸이를 따라 까만 머리카락이 단정한 뒷목 위에서 찰랑거렸다. 툭 솟아오른 어깨뼈에서 이어지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떨어지는 몸의 형태. 현란한 네온 사인 사이를 걷는 산의 머리 위로는 수조처럼 푸르스름한 어둠이 고여 있었다. 윤호는 그 모든 것들을 눈에 새길 듯 또렷하게 응시했다. 
伞的步伐带动着黑色的头发在整齐的后颈上轻轻摆动。从突出的肩胛骨延伸出的身体形态显得有些不真实。在炫目的霓虹灯之间行走的伞头顶上,像水族箱一样的蓝色黑暗弥漫着。润浩清晰地注视着这一切,仿佛要将它们铭刻在眼中。


정면만 보던 산이 윤호의 시선을 느낀 건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산은 눈이 다 마주치기도 전에 눈의 가장자리를 선으로 접으며 웃기부터 했다. 윤호는 불현듯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영문도 모르고 이끌려가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까 마신 술 때문일까. 그러나 취기를 탓하기엔 산을 담은 시야는 너무도 또렷했다. 
正面看着的伞似乎感觉到了润浩的视线,悄悄地转过头来。伞还没和润浩的眼睛完全对上,就先笑了起来,眼角弯成了线。润浩突然感到胸口涌起一股热流,不知道是什么情绪在牵引着他,整个人都沉浸在这种体验中。是刚才喝的酒的缘故吗?但要怪酒意的话,视线中的伞又是那么清晰。



"원래 친구끼리 뽀뽀도 하고 그래?"
“原来朋友之间也会亲亲吗?”



윤호는 술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절대로 하지 못할 질문을 꺼냈다. 속도를 잃고 멈춰버린 산이 윤호를 올려다봤다. 손가락 끝이 저릿해 윤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润浩借着酒劲问出了一个平时绝对不敢问的问题。失去速度停下来的伞抬头看着润浩。指尖发麻,润浩紧紧握住了拳头。



"할 수 있지. 친구 끼린데 뭐 어때."
“可以的。朋友之间嘛,没什么大不了的。”



대답이 산뜻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 산은 웃으며 말했다. 산이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해서 윤호는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回答很爽快。毫无疑问。伞笑着说,好像这没什么大不了的。伞真的毫不在意,所以润浩也无法在意。

친구. 윤호는 두 글자를 말없이 곱씹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을 정의 내리지 않기로 한다. 설령 내일 틀리더라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애초부터 오답의 기준은 없다. 
朋友。润浩默默地反复咀嚼这两个字。然而今天他决定不去定义它。即使明天错了,也不是谁的错。因为从一开始就没有错误的标准。



"그럼 나랑도 해." “那就跟我一起做吧。”

"......" 请提供需要翻译的文本。

"나도 니 친구잖아." “我也是你的朋友啊。”



그래서 오기를 부렸다. 윤호의 말에 산의 눈이 크게 뜨였다. 몇 번 눈을 깜박이던 얼굴로 곧 웃음이 번졌다. 산은 이 상황을 윤호의 술주정 쯤으로 치부한 모양이었다. 
所以我固执了。润浩的话让伞的眼睛睁得大大的。眨了几次眼后,伞的脸上很快就露出了笑容。伞似乎把这种情况当作润浩的醉话。



"정윤호 너 취했어 지금." “丁润浩,你现在醉了。”



뒷걸음질 치는 산의 손목을 윤호가 붙들었다. 더 이상 물러나지 못하고 산은 윤호가 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润浩抓住了伞后退的手腕。伞无法再退缩,只能保持润浩设定的距离。



"멀쩡해 나." “我没事。”

"......" 请提供需要翻译的文本。



산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렸다. 짧은 정적이 숨 막혔다. 장난이라고 되돌리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지만, 윤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伞的嘴唇紧闭成一条直线。短暂的沉默令人窒息。如果要把这当作玩笑,现在是最后的机会,但润浩并不想这样做。



"그래 그럼." “好吧,那就这样。”



승낙은 가볍게 떨어졌다. 산은 거침없이 윤호의 양손을 지지대 삼아 뒤꿈치를 올려 윤호에게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윤호가 되려 움찔하고 말았다. 산의 얼굴이 코앞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答应得很轻松。伞毫不犹豫地抓住润浩的双手作为支撑,踮起脚尖靠近润浩。突如其来的情况让润浩反而吓了一跳。伞的脸近在咫尺。



"왜 피해?" “为什么躲开?”

"안 피했어." “没躲开。”



여유로운 척했지만 손바닥 안이 축축해져 있었다. 피식 흘려웃은 산이 조금 더 턱을 치켜들고 윤호의 뺨에 입술을 붙였다. 입술이 닿고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확성기를 켜놓은 마냥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산은 임무를 완수한 사람처럼 홀가분히 몸을 뒤로 물렸다. 
虽然伞装作很从容的样子,但他的手心已经湿透了。伞轻笑了一下,稍微抬起下巴,亲了润浩的脸颊。嘴唇碰到又离开的声音在耳边像开了扩音器一样清晰响亮。伞像完成任务的人一样轻松地向后退了退。



"됐지?" “可以了吧?”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잠시 딴 곳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윤호가 결심이 선 듯 산을 똑바로 응시했다. 새삼 정우영이 존경스러웠다. 걔는 매번 이걸 어떻게 참지. 
全然不满意。暂时看向别处陷入沉思的丁润浩,似乎下定了决心,直视着伞。突然觉得郑友荣很了不起。他每次是怎么忍住的。



"이번엔 내 차례야." “这次轮到我了。”



윤호는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산에게 직진했다. 고작 두 걸음만에 운동화 끝이 맞닿았다. 윤호의 손바닥은 산의 목을 전부 감싸 쥐고도 남았다. 순식간에 뒷목이 잡힌 산의 고개가 넘어갔고, 부딪히는 윤호의 입술에 의해 무어라 말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해졌다. 
润浩大步流星地朝伞走去。只用了两步,他的运动鞋尖就碰到了伞的鞋尖。润浩的手掌完全包住了伞的脖子,甚至还有余地。伞的后颈瞬间被抓住,头被迫后仰,试图说些什么的努力在润浩的嘴唇碰上来的那一刻变得毫无意义。

벌어지는 입안으로 혀가 뒤엉켰다. 윤호는 남는 팔로 산의 등허리를 안아 당겼다. 체구에 비해 터무니없이 얇은 허리가 윤호의 긴 팔 안에서 헐겁게 남아돌았다. 어쩔 줄을 몰라 헤매던 산의 손이 이내 윤호의 쇄골쯤에 내려앉는다. 윤호는 그것이 신호인 듯 고개를 꺾어 더 깊숙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舌头在张开的嘴里纠缠在一起。润浩用空着的手臂抱住伞的后背,把他拉近。相对于他的体格来说,伞的腰显得格外纤细,在润浩的长臂中显得松松垮垮。伞的手不知所措地徘徊了一会儿,最终落在了润浩的锁骨附近。润浩仿佛把这当作信号,扭动头部,将舌头更深地探入。


친구끼리. 아직도 그 단어가 유효한지는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朋友之间。这个词是否仍然有效,现在开始需要认真思考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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