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素材主义
우영이 처음 사람을 죽인 건 열여덟 때였다. 돈 때문이었다ㅡ씹팔.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금방 살길을 도모하려 애썼다. 시체부터 숨겨야겠지. 아 그러게 왜 내가 진 빚도 아닌 걸 자꾸 갚으라고 지랄을. 그런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웬 놈팡이한테 걸렸다. 용서를 빌거나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보다 증거 인멸을 위해 저 새끼까지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쳤다.
友荣第一次杀人是在他十八岁的时候。是因为钱——真他妈的。起初他无法相信这是真的。然后他很快就努力想办法活下去。首先得把尸体藏起来。啊,为什么要让我还不是我欠的债呢?但是不到一个小时,他就被一个混蛋发现了。比起求饶或逃跑,他首先想到的是为了销毁证据也要杀了那个家伙,这让他自己都感到毛骨悚然。
"너 사람 죽인 거 처음 아니지?"
“你不是第一次杀人吧?”
잔뜩 구겨진 하복 입은 고딩한테 그리 물어온다. 상흔을 보더니 평범한 새끼가 할 법한 짓이 아니라고 했다. 보통 사람은 있지, 이게 들어가는 순간 손바닥에서 팔뚝까지 타고 올라오는 그, 생경한 느낌에 힘부터 빼 버리거든. 근데 넌 쑤셔 넣다 못해 좌우로 비틀었지 이 똘아이 새끼야. 우영이 뒤통수 벅벅 긁었다. 아 진짜. 그냥 그렇게 하면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힘을 더 줬다.
穿着皱巴巴夏季校服的高中生问道。看到伤痕后,他说这不是普通人能做出来的事。一般人啊,这东西一进去,手掌到前臂就会传来那种陌生的感觉,力气一下子就没了。可是你不仅捅了进去,还左右扭动,你这疯子。友荣挠了挠后脑勺。啊,真的。只是觉得那样会更痛。所以觉得会更快死掉。所以用了更大的力气。
"뭐 씨발 그래서 지금 내가 싸이코패스라도 된다는 건지 뭔지.."
“什么,操,所以现在我是个精神病患者还是怎么的……”
"아랫입술 발발 떨면서 아가리 하나는 잘 턴다, 너. 맘에 드네."
"下唇颤抖着,嘴巴倒是挺能说的嘛。挺喜欢你的。"
너 근데 이거 보고 무슨 생각 했냐? 빚쟁이의 시체를 가리키는 남자의 손가락 끝을 보고 우영이 아랫입술 말아 숨겼다. 걍 피 냄새 존나 역겹다는 생각? 소리 내어 대답은 안 했다.
你看到这个的时候在想什么?友荣看着指向债主尸体的男人的手指尖,咬住了下唇。就觉得血腥味真他妈恶心?他没有出声回答。
그때부터 우영은 남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첫 몇 달간은 그러지 않으면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고, 그다음 몇 달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돈이 벌린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져서였다. 스물을 앞두고는 남자가 시키는 모든 일에 익숙해져 그것을 직업으로 여겼고, 곁을 떠나가는 이를 붙잡지 않으며 다가오는 이를 밀어냈다. 고작 스물짜리 어린애가 고독에 잠식된 척을 했다. 그게 좀 꼴같잖다는 걸 깨달은 그해 크리스마스 무렵부턴 남들처럼 살기로 했다. 여자친구를 사귀고 가끔은 혼자 영화도 보고, 공원에서 모르는 아저씨들이랑 농구 한판, PC방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면서 달에 한 번은 꼭 사람을 해쳤다. 정당성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从那时起,友荣就按照那个男人的指示行事。最初的几个月,他是因为担心如果不听话可能会被举报,接下来的几个月,他因为发现自己能通过这些工作赚钱而感到安心。临近二十岁时,他已经习惯了男人让他做的所有事情,并把它当作职业,不再挽留离开的人,也不拒绝靠近的人。一个年仅二十岁的孩子假装被孤独吞噬。那年圣诞节前后,他意识到这一点有些可笑,于是决定像其他人一样生活。他交了女朋友,有时一个人看电影,在公园里和陌生的大叔们打篮球,在网吧通宵,每个月至少伤害一个人。他赋予这些行为正当性,并安慰自己。
그래서였을까, 우영에게는 모든 일이 쉬워졌다. 아등바등 사는 게 한심했고 크게 기뻐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을 이상히 여겼다. 매사에 가벼웠다, 우영은. 그 모든 것을 한심하고 이상하다 생각하며 동시에 그러한 생동감을 갈구했다. 건조한 인생에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뿐이었다. 우영은 아름다운 사람에게 약했다. 누구든 그럴 것이다. 그리 아름다운 것도 내 손으로 죽여야 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랬다.
所以呢,对友荣来说一切都变得简单了。拼命生活显得可笑,他觉得那些大喜大怒的人很奇怪。友荣对一切都很轻松。他觉得这一切都很可笑和奇怪,但同时又渴望那种生动。在干燥的生活中,唯一能让他有所反应的就是美好的事物。友荣对美丽的人没有抵抗力。谁都会这样吧。如果想到有一天必须亲手杀死那样美丽的东西,心里就有点,不太好受。
아름다운 바다의 산. 거칠고 서툴게 빚은 듯한 산. 최산. 우영이 혀끝에서 그 두 글자를 굴려본다. 산이 아닌, 우산. 비가 얼마나 내려야 무너질까. 비를 얼마나 쏟아부어야, 무너질까.
美丽的大海之伞。像是粗糙而笨拙地捏造出来的伞。崔伞。友荣在舌尖上滚动着那两个字。不是山,而是雨伞。要下多少雨才能倒塌呢?要倾泻多少雨,才能倒塌呢?
무슨 의도였는지 우영이 산에게 소개해준 일자리는 정말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똑같이 유리창 닦고 바닥을 쓸어도 정말 돈을 두 배 더 줬다. 가게는 간판이 없는 작은 음식점이었는데, 가게 주인인 윤호가 팔고 싶은 걸 멋대로 팔았다. 손님들은 젠틀했고 가게는 조용했다. 윤호는 가게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적었고 덕분에 산은 비는 시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놀랍게도.
无论出于什么意图,友荣介绍给伞的工作真的很不错。不,不只是不错而已。即使是同样擦玻璃和扫地,这里的工资却是其他地方的两倍。那是一家没有招牌的小餐馆,店主润浩随心所欲地卖他想卖的东西。顾客们都很有礼貌,店里也很安静。润浩很少在店里露面,因此伞可以在空闲时间画画,这真是令人惊讶。
그래도 역시 삼천을 모을 순 없었다. 산은 먹어야 했고, 쉬어야 했고, 씻어야 했다. 남해의 가게로 찾아갈까 생각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곳에 바다 말고는 산의 편이 없었으니까. 그곳에서 어찌 바다를 잃어버렸다 말할 수 있을까. 산은 미지근한 눈물을 삼켜내며 그림을 그렸다, 계속.
虽然如此,还是没能凑齐三千。伞需要吃饭,需要休息,需要洗漱。他曾想过要不要去南海的店里找他,但始终没有勇气。因为在那里,除了大海,没有人是伞的朋友。在那里,他怎么能说自己失去了大海呢?伞吞下温热的泪水,继续画着画。
"방법을 바꿨구나, 그림팔이로. 캐리커처도 가능?"
“方法变了啊,改成卖画了。也能画漫画肖像吗?”
"꺼져." “滚开。”
"왜. 내 얼굴 그려주면 10만원 줄게."
“为什么。给我画张脸,我给你 10 万韩元。”
"........"
"..20?" “……20?”
"와서 앉아." “过来坐下。”
아싸. 우영이 낼름 바 테이블 의자를 끌고 와 산의 앞에 앉았다. 산이 스케치북을 넘겨 대충 선을 긋기 시작했다.
阿萨。友荣迅速拉了一把吧台椅子,坐在伞的对面。伞翻开速写本,开始随意地画线。
"야, 나 그리는 거 아냐? 나를 좀, 보고 그려."
“喂,你不是在画我吗?看着我画。”
"네 얼굴 뻔해. 너무 많이 봐서 다 외웠어."
“你这张脸我都看腻了。看太多次都记住了。”
"사람 얼굴이 물건도 아니고 뭘 외워. 내가 지금 무슨 표정 짓고 있는데. 어?"
“人脸又不是物品,记住它干嘛。我现在是什么表情?嗯?”
그러면서 얼굴을 들이민다. 산이 연필 꼭지로 우영의 이마 꾹 눌러 밀어냈다. 가까이서 보면 더 못생겼어. 우영이 실없이 웃어넘겼다. 늘 그런 식이었다. 매사에 가벼웠다, 우영은. 크게 기뻐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산은 우영이 그럴 때마다 정말,
然后他把脸凑了过来。伞用铅笔头用力地按在友荣的额头上,把他推开。近看更丑。友荣傻笑着应付过去。总是那样。友荣对什么都很轻松。既不会特别高兴,也不会生气。每当友荣这样的时候,伞真的,
"이거 봐, 나 입술에 점 있다."
“你看,我嘴唇上有颗痣。”
정말, 사람 같지 않다 느꼈다. 까맣고 탁한 눈동자를 마주 봤다. 어두운 살갗 아래 갈비뼈 안, 정우영의 심장은 어떤 색일까. 뛰고 있을까. 존재는 할까.
真的,感觉不像人类。对上那双黑暗而浑浊的眼睛。在那黑暗的皮肤下,肋骨内,郑友荣的心脏是什么颜色的呢?它在跳动吗?它存在吗?
"....왜 그렇게 쳐다봐. 잘생겨서?" “……为什么那样看着我。因为我长得帅吗?”
"으응." “嗯。”
"진짜?" “真的吗?”
대꾸 않고 마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수히 까만 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렸다. 심장과 같은 모양새가 드러났다. 아차 싶어 급하게 얼굴의 윤곽을 잡았다. 눈썹을 그리고 멈칫했다. 우영의 눈을 여기에 담아낼 자신이 없었다. 대충 입술이 있을 법한 곳에 점을 콕 박아넣고 부욱 종이를 찢었다.
没有回应,他继续画画。能称之为画吗?他画了无数条黑线。然后继续画。心脏的形状显现出来了。他突然意识到,急忙勾勒出脸部的轮廓。他画了眉毛,然后停住了。他没有信心在这里描绘出友荣的眼睛。他随便在嘴唇应该在的位置点了一个点,然后撕碎了纸张。
"20." “20。”
"너 양심 있냐? 이게 어딜 봐서 나야. 아니, 어딜 봐서 사람이야."
“你有良心吗?这怎么看都是我。不是,这怎么看都是人。”
"너 이렇게 생겼어." “你长这样。”
"미대 다닌다더니 다 개구라지." “说什么上美术学院,都是骗人的。”
투덜대면서도 정말 5만원권 네 장을 세어 꺼낸다. 산은 그걸 물물교환하듯 받아들고 그림을 내밀었다. 우영은 한참 시꺼먼 덩어리를 바라봤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봤다. 다른 것도 볼까 해서 스케치북으로 손을 뻗었더니 산이 그걸 쳐냈다. 미쳤냐, 돈 내고 봐. 야박하기 짝이 없다. 우영이 그림을 몇 번 접어 주머니 안쪽에 넣었다.
嘟囔着真的数了四张五万韩元的钞票拿了出来。伞像是物物交换似的接过来,然后递上了画。友荣盯着那团黑乎乎的东西看了好一会儿。面无表情地看着。他伸手去拿其他的画稿,伞把他的手打掉了。你疯了吗,付钱才能看。真是小气得要命。友荣把画折了几下,放进了口袋里。
"최바다, 잘 지낸대." “崔바다,说他过得很好。”
"뭐? 찾았어? 연락돼? 그래서 어딘데 지금?"
“什么?找到了吗?联系上了吗?所以现在在哪里?”
"그냥, 잘 있대. 나도 잘은 몰라."
“就是,他说他过得很好。我也不太清楚。”
"그런 게 어디있어!" “那种事怎么可能!”
산이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휴대폰을 챙겨 들었다. 어딘지 알려줘.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길래 애써 웃음을 꾹 참고 진지한 얼굴을 했다.
崔伞脱下围裙,拿起手机。“告诉我在哪里。”他看起来随时准备冲出去,我努力忍住笑,装出一副认真的表情。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대. 소식 들으면 또 알려줄게. 그러니까 진정, 진정."
“他说现在不想见任何人。如果有消息我会再告诉你。所以冷静,冷静。”
산이 푹 한숨을 쉰다. 수심이 깊은 얼굴이다. 마른세수한다. 우영은 그 일련의 행동들을 지켜보며 아랫입술을 말아 숨겼다. 산이 그새 꼬깃해진 5만원권 네 장을 우영의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伞深深地叹了一口气,脸上满是忧虑。他用手擦了擦脸。友荣看着他的这一系列动作,咬住了下唇。伞把四张已经皱巴巴的五万韩元钞票塞进了友荣的口袋。
"3천에서 20 까줘. 어떻게든 빨리 모아볼게. 그러니까 제발 찾아줘, 우리 누나."
“从三千到二十,给我砍掉。不管怎样,我会尽快凑齐的。所以拜托了,帮我找到我姐姐。”
우영이 돈을 넣는 산의 손등에 제 손을 겹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자길 믿으라는 듯, 또렷한 눈을 하고 그랬다. 너 때문에 누나가, 내가 이 지경이 된 건데. 왜 네가 그런 얼굴을 해. 근데 웃기게도 산은 거기에 안심을 했다. 진짜 우영이 도와줄 것만 같았다. 바다를 다시 산에게 돌려줄 것만 같았다. 산은 착각인지 뭔지 반짝이는 것 같은 우영의 눈동자 마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우영이, 점점 사람인 것으로 느껴진다.
友荣把手放在伞放钱的手背上,然后点了点头。那眼神仿佛在说,相信他。因为你,姐姐和我才变成这样。你为什么要露出那样的表情呢?但搞笑的是,伞却因此感到安心。真的觉得友荣会帮他。真的觉得友荣会把大海还给他。伞看着友荣那闪闪发光的眼睛,不知道是不是错觉,咽了咽口水。友荣,越来越像一个人了。
최바다는 죽었대. 자살을 했대.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랬대. 안 그래 보여도 서른인 최바다가, 최산은 꿈도 못 꿀 결말을. 아니, 우영은 이걸 결말이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목소리를 숨겼다. 장부를 열어 산의 빚을 계산한다. 산의 목에 감은 목줄을 얼마나 더 풀어도 될지를 가늠한다.
崔바다死了。听说是自杀的。因为不想成为负担。虽然看起来不像,但已经三十岁的崔바다,崔伞连做梦都没想到的结局。不,友荣不想把这称为结局。所以他紧闭双唇,压抑住声音。他打开账簿,计算伞的债务。估量着伞脖子上的绳索还能松开多少。
의도한 걸까, 바다에 빠진 바다는 흔적 없이 증발했다. 시체를 찾을 수 없어 장례도 치르지 않았다. 우영은 산이 유리창 닦고 바닥을 쓸 동안 바다가 몸을 던진 바다 앞 모래사장에 피우던 담배를 거꾸로 꽂아 놓고 묵념했다. 최산의 신은 마침내 죽었다.
意图的吗?掉进大海的바다(바다)毫无痕迹地消失了。因为找不到尸体,所以也没有举行葬礼。友荣在伞擦玻璃和扫地的时候,把바다(바다)投海的海边沙滩上抽的烟倒插在地上,默哀。崔伞的神终于死了。
바다가 산을 떠난 지 세 달째, 산은 500을 깠다. 산도 알고 있다. 이걸 전부 까고 나도 바다가 마법처럼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산은 우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첫 몇 주간은 그러지 않으면 정말 바다와 이어진 실마리를 끊어버릴 것 같아서였고, 그다음 몇 주는 우영의 말대로만 하면 고통은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그 이후로는 우영의 모든 것에 익숙해져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게 되었다. 우영이 전하는 바다의 소식을 전부 믿었다. 그런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은 없었고, 그렇지 않으면 힘이 들었다.
自从大海离开伞已经三个月了,伞已经刮了 500 次。伞也知道,即使刮完这些,大海也不会像魔法一样出现。即便如此,伞还是按照友荣的指示去做了。最初的几周,如果不这样做,真的会觉得与大海的联系会被彻底切断,接下来的几周,因为只要听从友荣的话,就不会感到痛苦。再之后,伞已经习惯了友荣的一切,觉得这是理所当然的。伞完全相信友荣传达的大海的消息。这样做并没有什么损失,不这样做反而会很辛苦。
"최바다 염색했대, 갈색으로." “崔伞染发了,染成了棕色。”
"갈색?" “棕色?”
"어. 이쁘대." “哦。说很漂亮。”
"여름이라 했나 보다." “看来是夏天了。”
"그런가 봐." “好像是这样。”
산은 더 이상 바다를 찾아달라 부탁하지 않았다. 바다에게 데려가 달라고도, 바다를 데려와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우영과 함께면 그걸로 됐다. 우영은 주기적으로 바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산은 점점 그편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바다는 산의 모든 것이었는데, 그래서 벅찼던 걸까. 그래서..
伞不再请求别人带他去找大海了。他不再请求别人带他去大海,也不再请求别人把大海带来。只要和友荣在一起就足够了。友荣定期给他讲述大海的故事,伞渐渐发现这样更方便。明明大海是伞的一切,难道正因为如此才感到如此充实吗。所以...
"이거 나한테 팔아라." “这个卖给我吧。”
"뭘?" “什么?”
"이거." “这个。”
우영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산의 스케치북을 펼쳐 봤다. 우영이 짙은 푸른색의 펜으로 그린 그림을 뒤집어 산에게 보여주었다. 수많은 곡선이 불규칙하게 늘어져 딱히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형태를 나타냈다. 팔 정도 아니야. 그리 말해도 멋대로 종이를 뜯어간다.
友荣现在毫不在意地翻开了伞的素描本。友荣用深蓝色的笔画了一幅画,然后把它翻过来给伞看。无数条曲线不规则地延伸,形成了一种无法具体描述的形状。不是手臂的样子。即使这么说,他还是随意地撕下了纸张。
"그냥 낙서야." “只是涂鸦。”
"그러니까 팔라고." “所以卖掉吧。”
"팔긴 뭘 팔아, 그냥 가져."
“卖什么卖,直接拿去吧。”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 빚더미에서 만 원이라도 더 까라고 소리쳐야 맞는 건데. 우영은 전처럼 그림을 몇 번 접어 주머니 안쪽에 넣었다. 우영이 그건 바다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인 것을 금방 알았기 때문에 그랬다. 우영은 천천히 산에게서 바다를 지워갈 거다. 어떻게든 산에게 신은 없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得急忙跑过去,在那堆债务中再多扣一万韩元才对。友荣像以前一样,把画折了几下,放进了口袋里。友荣之所以这样做,是因为他很快就知道那是伞想着大海画的画。友荣会慢慢地从伞的记忆中抹去大海。不管怎样,他会让伞知道神是不存在的。
산아, 네 이름의 산은 우산 산 자가 맞지만 뜻은 달라.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산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동산이 되라는 뜻이래.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거니 아마 맞을 거야. 뫼 산 자를 쓰지 않은 이유는 무덤이라는 뜻이 있어서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네가 꼭 내 동생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바다라 다행이라 생각했어. 내 동생 산이는 늘 나라는 바다를 지켜주는 크고 따뜻한 산이었어.
伞啊,你名字里的“伞”字虽然是“雨伞”的“伞”,但意思不同。有人说那是要你成为某人的大山,或是温暖的丘陵。我是从父亲那里听来的,应该没错。没有用“山”字是因为它有“坟墓”的意思。听到这个故事时,我就觉得你一定是我的弟弟。我很庆幸我是大海。我的弟弟伞一直是守护着我这片大海的巨大而温暖的山。
백 번도 넘게 읽은 바다의 유서를 다시 읽어본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개소리. 산은 우산이다. 자기 품 안의 사람만을 겨우 지켜내려는 알량한 우산. 금방 폭우가 쏟아지면 결국은 망가지는 우산. 우영은 산의 품 안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 자신은 산을 무너지게 하는 폭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영은 산이 자신의 피냄새를 역겹다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며 잠들었다, 오늘도.
百遍都不止地读了海的遗书,又重新读了一遍。嘴唇被咬得紧紧的,发出漏气的声音。狗屁。伞是雨伞。只是勉强保护自己怀里的人,可怜的雨伞。一旦暴雨倾盆,最终还是会坏掉的雨伞。友荣想着自己想成为伞怀里的人,但最终他知道自己是让伞崩溃的暴雨。友荣希望伞不会觉得自己的血腥味恶心,然后睡着了,今天也是。
산은 술을 그다지 즐겨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우영이 윤호의 가게에 오는 날이면 가끔 한 잔씩 받았다. 산은 더 이상 택배를 나르지 않았고 인터넷 즐겨찾기에서 고수익 알바 검색창을 지웠다. 윤호의 가게에 출근하며 복학 준비를 했다. 바다가 없는데도 산의 인생은 바다처럼 흘러갔다. 너무도 잘, 흘러갔다.
伞不太喜欢喝酒,但每当友荣来润浩的店时,他偶尔会喝一杯。伞不再搬运快递,也从网络收藏夹中删除了高收入兼职的搜索页面。他在润浩的店里上班,同时准备复学。虽然没有大海,伞的人生却像大海一样流淌。流淌得非常好。
"아 딱 한 잔만. 혼자 먹기 싫어서 그래."
“啊,就一杯吧。我不想一个人喝。”
정우영 덕분에. 정우영 때문에. 손님이 전부 떠나고 마감 준비를 마친 산이 기껏 씻어 엎어 둔 잔과 병맥주를 꺼냈다. 이거 다 네 앞으로 달아 놓을 거야. 산에게도 새로운 장부가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영은 잔 기울여 성심성의껏 맥주를 따르고 있다. 살인청부업자와 그의 피해자가 이렇게나 평화롭게 술잔을 맞부딪힌다. 산은 이 묘한 관계를 절대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은 없었고, 그렇지 않으면 힘이 들었다.
郑友荣的缘故。因为郑友荣。客人们全都离开后,崔伞完成了收尾工作,拿出了他好不容易洗干净的杯子和瓶装啤酒。所有这些都记在你的账上。崔伞也有了新的账本。不管怎样,友荣正倾斜着杯子,认真地倒着啤酒。一个杀手和他的受害者竟然如此和平地碰杯。崔伞绝不想怀疑这种奇妙的关系。这样做没有任何损失,否则会很累。
"복학할 거지? 너 학교 다니면 나도 요리 학원에 다닐까 봐. 나 요리 좀 하잖냐."
“你会复学吧?如果你去上学的话,我也想去上烹饪学校。我还挺会做饭的,不是吗?”
정우영이 쥐는 칼은 대체 어디까지가 도구고 언제부터 흉기인 걸까.
郑友荣手中的刀到底从哪里开始是工具,又从什么时候开始是凶器呢。
"인정하기 싫은데 먹을 만하긴 하더라."
“虽然不想承认,但确实挺好吃的。”
"그치. 너 혼자 살면 밥 챙기기 힘들걸. 나한테 신세 좀 지게 될 거다."
“对吧。你一个人生活的话,吃饭会很难的。你会需要依靠我的。”
예나 지금이나 후회의 무덤 한가운데 서 있게 된 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无论是过去还是现在,站在后悔的坟墓正中央,这能怪谁呢。
"최바다 있잖아." “崔바다 있잖아。”
눈치 보지 마. 别在意别人。
"요즘 영화관엘 자주 간대. 밤에 잠을 못 자서, 거기 가서 눈을 붙이고 출근을 한대. 아, 출근은 식당으로 하는데 주방에서 재료 손질을 한대. 몸 숨기기 좋잖아, 아무래도."
最近他经常去电影院。因为晚上睡不着觉,所以去那里打个盹再去上班。啊,上班是在餐厅里,在厨房处理食材。毕竟那里藏身比较方便。
"재료 손질?" "材料处理?"
"뭐 그런 거, 당근이나 양파 깎고, 그런 거."
“就那种,削胡萝卜或者洋葱之类的。”
거짓말. 누나는 사과도 하나 못 깎아. 누나는 영화관처럼 어둡고 밀폐된 곳을 제일 싫어해. 누나는 염색약은 눈이 따갑다고 싫어하고, 누나는, 내가 아는 누나는 그런데. 산이 믿고 있었던 바다의 모든 것이 사실은 전부 거짓이었던 걸까. 산은 히죽 웃으며 우영이 성심성의껏 따른 맥주를 들이킨다. 우영의 걱정과는 달리 산은 우영의 피냄새를 역겹다 생각할 일 없을 것이다. 산은 사실 절대 만날 수 없는 바다보다는 옷 젖어가는 줄 모르게 내리는 빗줄기를 더 반갑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영이 자신을 적시고 잠기게 만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외면하는 거다.
谎言。姐姐连一个苹果都不会削。姐姐最讨厌像电影院那样黑暗又封闭的地方。姐姐讨厌染发剂,说它刺眼睛,我认识的姐姐是这样的。伞一直相信的关于大海的一切,难道其实全都是谎言吗?伞咧嘴笑着,喝下了友荣精心倒的啤酒。与友荣的担心相反,伞并不会觉得友荣的血腥味令人作呕。伞其实可能比起永远无法见到的大海,更喜欢那种不知不觉间淋湿衣服的雨水。所以,直到友荣把自己淋湿并沉浸其中,伞都在尽力回避。
어쩌면, 우영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건 착각인지 뭔지.
也许,爱上友荣只是我的错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