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꺼져있어...  电源关着...


단연코 일주일간 가장 많이 들은 말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연락이 아예 끊겼다. 핸드폰에서 볼을 떼어낸 시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박적으로 계속 거는 전화는 이제는 전화를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에는 마냥 유우시의 행방이 걱정이 되었다가 무작정 나가 연락을 받지 않는 유우시에게 화가 났다가 이제는 체념에 가까워졌다. 나간 당일날 이후로 계속 꺼져있는 핸드폰은 시온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책상에 던지듯 놓은 핸드폰이 책상에 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냈다. 그래도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어 귀에 대는 행위가 습관처럼 굳어졌다. 
吴是温可以自信地说,这绝对是一周来听得最多的话。简直就像彻底失联了。从手机上移开视线的他长叹一口气。强迫症般持续拨打的电话,到现在反而觉得接起来会更奇怪。起初只是单纯担心得能勇志的下落,后来对擅自出门不接电话的他感到愤怒,现在几乎接近死心了。自从出门那天起就持续关机的手机,让吴是温感到无力。像扔在桌上般放下的手机撞出沉闷声响,却还是习惯性捡起贴到耳边。


핸드폰이 없을 때 어떻게 사람들은 서로 소통을 하고 지냈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틈이 날 때마다 전화를 했지만 들리는 건 전원이 꺼져있다는 기계음 뿐이었다. 항상 같은 기계음을 들어도, 유우시의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자기 전에는 꼭 다시 유우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여전히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핸드폰에 시온은 고개를 푹 숙였다. 
他不禁疑惑没有手机时人们是怎么互相沟通的。抱着侥幸心理,一有空就拨电话,听到的却只有关机提示音。即使知道勇志的手机关着,每晚睡前还是固执地重拨。当语音信箱再度响起相同提示...吴是温深深埋下了头。


수많은 걱정들이 뇌를 파고들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이 되는 점은 아무리 한국에 온 지 오래됐더라도 유우시는 외국인인 점이었다. 
无数担忧啃噬着神经,但最令人不安的是——无论来韩国多久,勇志终究是外国人这个事实。


고등학교 졸업식 날 커다란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있는 유우시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돌아온 말은 시온의 예상과 다른 말이었다. 부모님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시기로 했어. 시온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깜박거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온을 응시하는 유우시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시온은 어떠한 답변을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품 안의 꽃다발을 세게 안을 뿐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시온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高中毕业典礼那天,当他对抱着巨大花束的勇志说恭喜时,得到的却是意料之外的回答:"父母决定搬回日本了。"吴是温像没听懂般眨了眨眼。沉默凝视着他的勇志脸上读不出情绪。他不知该如何回应,混乱中只能更用力抱紧怀里的花束。犹豫许久才小心翼翼开口:


'...그럼 너도 가는 거야?'  ...那你也走吗?

'내가 돌아갔으면 좋겠어?'  你希望我回去?

'...네가 간다면 어쩔 수 없지.'
...如果你要走,我也没办法。


언젠가는 이별은 찾아온다. 그러나 유우시와의 이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상반되는 시온의 표정에 유우시는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배시시 웃었다. 갑작스럽게 웃는 유우시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벌써 시온의 품에 안긴 꽃들은 시온의 손아귀에 반쯤 꺾여있었다. 유우시는 여전히 웃으며 눈을 반짝거리며 시온에게 말했다.
离别终会来临。但与勇志的分别完全在预料之外。看着吴是温口是心非的表情,勇志突然噗嗤笑了。不明白这笑容的含义,他怀中的花枝早已被攥得半折。勇志依旧眼睛亮晶晶地笑着说:


'안 가. 여기 남기로 했어.'
不走了。我决定留在这里。

'정말?'  '真的吗?'

'응. 진짜로.'  "嗯。真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는 유우시 덕분에 긴장이 풀린 시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계속 웃어 보이는 유우시에 시온 또한 웃음을 터트리다가 유우시를 껴안았다. 유우시는 자신의 품에 안긴 꽃다발이 찌그러져 손으로 시온을 밀어내려 했지만 허리 위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다시 돌아간다는 유우시의 부모님과 한국에 남겠다는 유우시. 정말 다행이었다. 시온은 왜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多亏了点头并握住她手的勇志,吴是温的紧张感得以缓解,她松了一口气。不知为何如此兴奋,勇志一直笑着看向她,吴是温也忍不住笑出声来,随后抱住了勇志。勇志试图用手推开她,担心怀里的花束被压坏,但搂在她腰上的手却不肯松开。勇志的父母要回去了,而勇志决定留在韩国——这真是太好了。吴是温不明白为何自己的心突然沉了一下。


'그런데 그럼 너 집은?'  "不过,那你家呢?"

'아직 잘 모르겠어. 일단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부모님도 한국에 있기로 했어.'
"我还不太确定。不过父母已经决定至少会留在韩国直到我高中毕业。"


그 말은 곧 유우시는 홀로 남겨진다는 말과 같았다. 성인이자 곧 대학생이 될 예정이었지만 수많은 걱정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우시가 혼자 살 수 있을까. 유우시는 몇 년을 함께했지만 시온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시온은 조심스럽게 유우시에게 물었다.
这句话意味着勇志即将独自一人生活。虽然他已经成年,即将成为大学生,但无数担忧开始涌上心头。勇志能独自生活吗?尽管与吴是温相处了几年,但除了他以外,勇志和其他朋友并不算亲近。短暂犹豫后,吴是温小心翼翼地开口问道。


'그러면 나랑 같이 살래?'  那要和我一起生活吗?


대학교와 집이 멀어 자취를 하기로 한 이후 그 어떤 것도 부모님과 상의가 전혀 되지 않았지만 시온은 유우시에게 물은 것을 후회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직도 그때의 유우시의 표정이 생생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유우시. 유우시의 웃는 얼굴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
自从因大学离家太远而决定独居后,吴是温再没和父母商量过任何事,但唯独问得能勇志这句话,他从未后悔过。勇志当时的神情至今历历在目——骤然亮起来的脸庞,眨着星星眼点头的模样。无论是从前还是现在,勇志笑起来的样子总是那么好看。


시온이 알던 유우시에 대한 생각들이 박살이 나고 있었다. 집 밖에 나가는 것 조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이어지는 외박에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만 될 뿐이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어디에서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나가는 건 유우시의 자유였으나 유우시가 갈 곳이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吴是温对得能勇志的认知正在崩塌。这个连出门都嫌麻烦的人,如今却接连外宿,让人不禁担忧他究竟去了哪里、在做什么。最令人不安的是,根本无从得知他的落脚处——外出虽是勇志的自由,可他竟连个能推测的去处都没有。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저 멀리 불이 꺼져있는 모습에 한숨을 크게 쉬었다. 시온은 여태까지 집에 불을 먼저 켰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골목을 걸을 때면 유우시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찜질방에 갔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유우시가 찜질방이라는 곳을 알 지 조차도 의문이었다. 친구의 집에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시온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유우시의 친구는 시온 뿐이었다. 
回家的路上,望着远处熄灭的灯火,吴是温重重叹了口气。至今为止,他先回家开灯的次数屈指可数。穿过巷子时,那种确认勇志今天又没回来的感觉再次涌上心头。去桑拿房了吗?可怎么想都觉得勇志连那种地方都不知道。突然想到或许去了朋友家,但吴是温又摇了摇头——勇志的朋友,只有他一个。



갑자기 울린 핸드폰 진동에 놀란 시온은 곧바로 수신자를 확인했으나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너 바꾸지 마? 알겠지?  딱딱한 저장명에 서운해 한 이후로 바꿔놓은 저장명을 보자 시온은 그제서야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소홀했다는 걸 깨달았다. 망설이던 손가락이 핸드폰 위로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手机突然震动惊得吴是温一颤,他立刻查看来电显示——却不是期待的那个人。"别换掉我好吗?答应我?"自从被那个冷冰冰的备注名伤到后,看到如今修改过的联系人名称,吴是温才惊觉自己最近确实疏忽了女友。犹豫的指尖在手机屏上轻轻滑过,像在抚摸她曾留下的温度。


"시온아 뭐해? 바빠?"  "是温啊 在干嘛?忙吗?"

"...아니? 별로 안 바빠. 왜 전화했어?"
"...啊?不算太忙。怎么突然打电话?"

"음... 어제 뭐 했어?"  "嗯...昨天干嘛了?"


분명 잘못한 점은 없었지만 시온은 괜히 찔리는 기분에 뜸을 들이다가 애써 밝은 목소리를 냈다. 
明明没做错什么,吴是温却莫名心虚地顿了顿,刻意用明快的声音回应。


"어제? 아무 것도 안 했지."
"昨天?我什么都没做啊。"

"계속 연락을 안 보길래... 알겠어."
"看你一直没回消息...我明白了。"

"서운했어? 미안해."  "觉得失落了?对不起。"


즉각적으로 나온 사과에 딱딱한 목소리가 다시 풀어졌다. 평소에 시온은 믿음을 주는 애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온은 어디서 나온 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귀신을 마주한 것 처럼 놀란 시온은 자리에 멈추어 서며 말했다. 
听到这脱口而出的道歉,原本生硬的声线又软了下来。换作平时,吴是温本就是能给人安全感的恋人。他正被莫名的负罪感笼罩着,突然抬头时像撞见鬼似地僵在原地,喉结轻动道: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待会儿再打给你。”


상대방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전화는 이미 끊긴 후였다. 저 멀리 신호등을 건너는 유우시가 보였다. 사람들이 마구 뒤섞여 멀어지는 유우시의 뒷모습에 다급해진 시온은 사람들을 헤쳐가며 유우시의 뒤를 쫓아 손을 뻗었다. 뻗은 손 끝은 유우시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공중을 부유했다. 아닌 걸 알면서도 이대로 유우시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유우시를 놓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어깨에 시온은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멀어지는 유우시를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뒤통수가 답답했다. 시온은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还没等对方回答,电话就已经挂断了。远处,勇志正穿过红绿灯。看着人群中逐渐远去的勇志背影,是温焦急地拨开人群追赶,伸手想要抓住他。伸出的手却连勇志的衣角都没碰到,徒然悬在空中。明知不可能,却有种错觉——如果这次抓不住勇志,就会永远失去他。肩膀不断被人群碰撞,是温低头道歉的同时,仍紧盯着渐行渐远的勇志。那个头也不回的后脑勺令人窒息。是温终于对着那背影喊出声来。


"...유우시!"  "...勇志!"


천천히 뒤를 도는 사이 유우시를 따라잡은 시온은 팔을 덥석 붙잡으며 숨을 몰아 내쉬었다. 유우시의 무표정 속에서 냉담과 피곤함이 느껴져 시온은 흠칫 몸을 뒤로 빼며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유우시는 그런 시온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눈을 감고 목을 돌리며 천천히 말했다. 
吴是温慢慢绕到后方追上勇志,一把抓住他的手臂急促喘息。从勇志面无表情的脸上感受到冷漠与疲惫,她吓得往后缩了缩身子,手上的力道开始松懈。勇志看着这样的她长叹一声,闭眼转动脖颈缓缓开口。


"...오늘은 들어갈게."  "...今天我会进去的。"


유우시는 자신의 팔에 올려진 시온의 손을 떼어내고 다시 뒤를 돌았다. 유우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유우시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지. 유우시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루 말할 수없는 찝찝함에 시온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굳어있었다.
勇志将搭在自己手臂上的吴是温的手推开,再次转身离去。明明有千言万语想对勇志说,却终究没能吐露半句,只能目送他的背影。这算什么啊。虽然勇志说过会回来,但总感觉有什么不对劲。吴是温被难以名状的烦闷感钉在原地,浑身僵硬得无法动弹。












유우시가 돌아왔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얼굴 위로 내리쬐는 햇빛에 깬 시온은 묘하게 상쾌함이 들었다. 멍하니 누워있던 시온은 갑자기 든 오싹함에 다급하게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9시가 한참 넘은 시간이었다. 옷을 급하게 갈아입고 신발을 구겨 신던 시온은 다시 신발을 벗고 유우시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勇志回来了。本以为一切都会恢复原状,但这个想法大错特错。被倾泻在脸上的阳光惊醒的吴是温,莫名感到一阵清爽。正呆呆躺着的他突然因袭来的寒意慌忙起身查看时间——早已过了九点许久。他手忙脚乱地换好衣服,胡乱套上鞋子时又突然脱掉,猛地推开了勇志的房门。


"유우시! 일어나! 지금 9시가..."  "勇志!快起来!现在都九点了..."


방은 고요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침구와 차가운 공기가 유우시가 떠난 지 오래됐음을 알렸다. 문고리를 쥔 시온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房间里一片寂静。整理得一丝不苟的床品和冰冷的空气都在诉说得能勇志已离开多时。吴是温握着门把的手无力地滑落下来。


유우시가 뭔가 서운한 게 있었음이 틀림 없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일주일간 계속된 외박, 텅 빈 집, 차가운 표정까지 낯선 일투성이였다.
勇志心里肯定有什么不痛快。显然还有未解的心结。否则眼前这一切实在说不通——连续一周的外宿、空荡荡的公寓、连眼神都透着陌生的冷意,处处透着反常。


학교에서 마주친 유우시는 아까까지 든 생각이 전부 지나친 걱정이었나 싶을 정도로 예전과 같았다. 평소처럼 구석에 앉아있던 유우시는 시온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박였다. 역시 그럴 리가 없어. 왠지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 시온에게 쪼르르 다가온 유우시는 시온의 팔꿈치를 잡으며 말했다. 
在学校偶遇的得能勇志,和从前一模一样,让我不禁觉得刚才的担忧都是多余的。像往常一样坐在角落的他,与吴是温四目相对时瞪大了眼睛眨了眨。果然不可能啊。莫名有种泄气的感觉。下课后,正在整理书包的吴是温被小跑过来的勇志抓住手肘说道。


"나 친구랑 약속 있어."  "我跟朋友有约。"

"친구?"  "朋友?"

"응."  "嗯。"

"...친구 누구?"  "...朋友是谁?"


찌푸려진 미간에 유우시는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온이 유우시에 대해 모르는 것은 없었다. 여태까지는. 언제 친구가 생긴 거지?  항상 유우시와 붙어 다녔던 터라 유우시에 대해서는 줄줄이 꿰고 있었으므로 새 친구를 모를 수가 없었다. 자꾸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勇志对着皱起的眉头默默耸了耸肩。是温对勇志了如指掌——至少迄今为止如此。什么时候交的朋友?向来与勇志形影不离的他,本该对勇志的人际关系如数家珍,不可能漏掉新朋友。嘴唇突然干燥得发紧。


"내가 아는 사람이야?"  "我们认识吗?"

"아니."  "不是。"

"그럼 누군데?"  "那你是谁?"


유우시는 잠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입술을 매만지자 시온의 시선이 유우시의 입가로 향했다.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달싹거리는 입술에 시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勇志露出为难的表情,手指无意识地摩挲着嘴唇时,吴是温的视线立刻落在他唇畔。面对这迟疑不决的暧昧沉默,吴是温眯起眼睛盯着他微微颤动的唇瓣。


"알아서 뭐하게?"  "你管那么多干嘛?"

"뭐?"  "什么?"

"일찍 들어올게."  "我会早点回来。"


유우시는 끝까지 누구와 만나는지 이야기 하지 않은 채 충격을 받은 시온을 두고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나갔다. 자식이 사춘기가 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분명히 유우시에게 다른 친구들을 만들어주려던 건 자신이었지만 시온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가려는 유우시가 어쩐지 달갑지 않았다.
勇志最终也没有告诉吴是温他要去见谁,就这样丢下震惊的吴是温,拎起书包离开了教室。难道孩子到了青春期就是这种感觉吗?明明当初是自己想让勇志多交些朋友,可看着即将破壳而出、迈向世界的勇志,吴是温心里莫名不是滋味。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렸다. 일찍 돌아온다던 유우시의 말과는 다르게 어느덧 시침은 11을 가리키고 있었다.  
滴答,滴答。今天手表的秒针声听起来格外清晰。和勇志说会早点回来的话不同,不知不觉时针已经指向了 11 点。


"....언제 오지."  "....什么时候来啊。"


턱을 괸 시온은 책상을 검지로 천천히 두드렸다. 자꾸만 다리가 달달 떨려 일어나 거실을 돌다가 자신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소파에 몸을 기댔다. 비릿한 맛이 났다. 하도 깨물어댄 입술에선 피가 맺혀 시온은 비릿한 피 맛을 느끼며 눈을 감고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이게 일찍이야? 거의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吴是温用食指轻叩着桌面,下巴微扬。双腿不住发颤,他起身在客厅踱步,却不知自己究竟想做什么,最终颓然靠倒在沙发上。唇间泛起铁锈味——因反复啃咬而渗血的嘴唇凝结着血珠。他闭目环抱双臂,任由腥甜在舌尖蔓延。...这也算早?都快凌晨一点了,烦躁才开始翻涌。


삑삑..삑...삑삑삑  哔哔..哔...哔哔哔


불규칙적인 박자로 눌리는 도어락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시온의 눈이 번쩍 떠졌다. 잠시 유우시를 기다리다가 잠이 든 시온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一听到门锁被不规则节奏按响的声音,吴是温猛地睁开了眼睛。他原本在等待勇志时不小心睡着,此刻连忙整理凌乱的头发朝玄关走去。


문이 열리자마자 유우시는 시온 쪽으로 쏟아졌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며 추궁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유우시는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유우시에게선 평소에 나던 섬유유연제 향 대신 알코올 냄새가 풍겨 시온은 얼굴을 찡그렸다. 
门一开,勇志就朝吴是温的方向倒了过去。他甚至来不及质问对方为何来得这么晚,整个人已经瘫软得无法支撑。从勇志身上飘来的不是平日的柔顺剂香气,而是浓重的酒精味,让吴是温不由得皱起了脸。


"...괜찮아? 술 마셨어?"  "...没事吧?喝酒了吗?"

"으응."  "嗯哼。"

"얼마나 마신 거야? 누가 억지로 먹인 건 아니지?"
"你喝了多少?没人逼你喝吧?"


유우시는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축 늘어진 몸에 시온은 심각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勇志缓缓摇了摇头。看着他那颓然垂下的身躯,吴是温表情凝重地问道。


"얼마나 마셨어? 응? 누구랑 마셨어?"
"你喝了多少?嗯?跟谁一起喝的?"

"...몰라."  "...不知道啦。"


이렇게 취한 유우시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부축해 소파에 앉히자 곧바로 누우려 하는 유우시를 다시 앉히고 시온은 유우시에게 컵을 내밀었다. 자신의 앞에 들이민 댄 컵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우시의 입술에 컵을 가져다 대었다. 단번에 물을 들이킨 유우시는 턱에 흐르는 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第一次见到勇志醉成这样。扶他在沙发坐下后,他立刻就要躺倒,吴是温重新把他扶正,将水杯递到勇志面前。低垂着脑袋的勇志没注意到抵到唇边的杯子,吴是温直接把杯沿贴上了他的嘴唇。勇志仰头一饮而尽,用手背抹去下巴滴落的水珠。


"씻을 거야?"  "要洗澡吗?"

"으응."  "嗯哼。"

"...씻겨줘?"  "...帮我洗?"

"으음...? 으응..."  "嗯...?唔..."


지금 상태로는 넘어질 위험도 컸고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도저히 혼자 씻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시온은 유우시에게로 다가갔다. 
以现在的状态,摔倒的风险很大,身体也完全无法保持平衡。吴是温一判断出自己根本无法独自洗澡,就立刻朝勇志靠了过去。


"이리 와 봐."  "过来看看。"


목에 손이 닿자 유우시는 눈썹을 찌푸리며 제 옷깃을 틀어막으면서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화들짝 놀라는 유우시 덕에 놀란 시온은 손을 떼어냈다. 유우시는 몸을 둥글게 말며 얼굴을 숙였다.
当手碰到脖子时,得能勇志皱起眉头,一边揪住自己的衣领一边慌张地摇头。被勇志突然受惊的反应吓到,吴是温连忙缩回了手。勇志蜷缩起身子,低下了头。


"안돼... 만지지 마!"  "不行...别碰我!"

"어... 알겠어."  "呃...知道了。"

"......"  “……”

"그럼 오늘은 양치만 할까? 씻는 건 내일 하자."
"那今天就只刷牙吧?洗澡明天再说。"


집이 덥지도 않은 데도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치약을 짠 칫솔을 내밀자 다시 잠이 오는 것인지 유우시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쉬고만 있었다. 시온은 아이를 달래는 말투를 하며 손을 붙잡았다.
明明家里并不热,却感觉汗流浃背。当我递出挤好牙膏的牙刷时,勇志又像是要睡着似的闭着眼睛呼气。吴是温用哄孩子般的语气抓住他的手。


"'아' 해야지."  "该叫‘啊’才对。"


유우시는 잠깐 눈을 떠 시온을 올려다본 후 다시 눈을 감았다. 시온이 볼을 톡톡 치며 입술 앞까지 칫솔을 내밀자 유우시는 칫솔을 입에 물었다. 입에 칫솔을 문 채로 눈을 감은 유우시의 얼굴 위에 시온은 손을 흔들었다.
勇志微微睁开眼睛,抬头瞥了一眼是温后又阖上眼帘。是温轻戳他的脸颊,将牙刷递到唇边,勇志便乖乖含住刷头。他叼着牙刷闭眼的样子让是温忍不住在他眼前晃了晃手。


"...자는 거 아니지?"  "...你不会是在睡觉吧?"


시온이 칫솔의 끝을 잡자 유우시는 눈을 반쯤 떠 다시 눈을 껌벅였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다릴 때까지만 해도 이런 유우시의 모습을 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걸 싫어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아직 감이 오질 않았다. 계속되는 상황에 시온은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이런 일은 처음 겪어 황당함에 가까웠다. 유우시에 대해서는 다 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吴是温抓住牙刷末端时,得能勇志半睁着眼又眨了眨。他忍不住笑出声来——等待时完全没料到会看到勇志这副模样,此刻竟分不清该讨厌还是喜欢。持续的状况让吴是温与其说是烦躁,不如说因初次经历而近乎荒唐。他原以为早已看透勇志,却仍有太多未知。


시온은 느리게 칫솔질을 하는 유우시를 지켜보았다. 아직 술이 덜 깬 유우시는 비틀거리며 뒤로 주춤거리다가 눈을 깜박였다. 뒤에서 유우시를 붙들던 시온은 우물거리는 유우시의 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유우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吴是温注视着正在慢慢刷牙的勇志。酒劲未消的勇志踉跄着后退几步,眨了眨眼睛。从背后扶住勇志的吴是温用指尖戳了戳他含糊嘟囔的脸颊。勇志露出不明所以的表情,茫然地环顾四周。


간신히 양치를 마친 유우시는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에 누우려 했다. 시온은 그런 유우시를 제지하다가 다시 한번 옷을 갈아입히려 하자 유우시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刚刷完牙的勇志穿着原来的衣服就想往床上躺。吴是温拦住他,正想再给他换一次衣服时,勇志突然板起脸说道。


"하지 말랬지."  "不是说了别这样嘛。"

"...알겠어. 미안해."  "...知道了。对不起。"


침대에 눕자마자 유우시는 잠이 든 듯했다. 시온은 유우시의 양말을 벗겨내고 침대맡에 앉아 유우시를 내려다 보았다. 유우시는 눈을 감고 갑자기 두 양손을 기지개 켜듯 쭉 폈다가 한 쪽 손을 까딱였다. 시온이 가까이 다가가자 유우시는 머리를 돌려 시온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벴다. 유우시는 웅얼거리며 시온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刚躺上床,勇志似乎就睡着了。吴是温替他脱下袜子,坐在床沿俯视着勇志。闭着眼的勇志突然像伸懒腰般张开双臂,又轻轻动了动右手。当吴是温靠近时,勇志转头将他的大腿当作枕头贴了上去,含糊嘟囔着不断呼唤吴是温的名字。


"...시온아."  "...是温啊。"

"응? 할 말 있어?"
"嗯?有话要说?"

"오시온."  "吴是温。"

"응, 듣고 있어. 말해."  "嗯,听着呢。说吧。"


시온은 귀를 유우시의 입술에 가까이 가져다 대자 유우시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吴是温将耳朵贴近得能勇志的嘴唇,勇志的唇瓣蠕动片刻后轻声吐出一句话。


"...오시온 바보."  "...吴是温笨蛋。"


...갑자기? 시온은 허벅지를 베고 잠이 유우시를 내려다보았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쉴 때마다 몸이 작게 움직였다. 시온은 빽빽한 속눈썹을 들여다보다가 유우시의 앞머리를 살살 넘겨주었다.
...突然?吴是温用大腿枕着睡着的勇志,低头看着他。每次呼吸时身体都会微微起伏。吴是温凝视着他浓密的睫毛,轻轻拨开他额前的刘海。


오늘 만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재워준 사람인가. 뭔가 하나둘씩 유우시에 대해 모르는 일이 생겼다. 우리 사이는 그런 사이가 아닌데. 우리는 전부 다 아는 비밀이 없는 사이잖아, 맞지? 이미 잠든 유우시는 대답이 없었다.
今天见到的那个人,就是收留了你一周的人吗。关于勇志的事情,似乎一件件开始变得陌生起来。我们之间不该是这样的关系啊。我们明明应该是毫无秘密、彼此了如指掌的关系,对吧?早已睡着的勇志没有回答。


"여보세요? 아니 아직 안 자."
"喂?不,还没睡。"


시온의 핸드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시온은 유우시가 깰까 베개를 가져와 머리 아래에 받쳐주고 몸을 조심스럽게 빼내었다. 유우시는 여전히 잠이 든 상태였다.
从吴是温的手机那头传来了女人的声音。吴是温怕吵醒得能勇志,拿过枕头垫在他头下,小心翼翼地抽身离开。勇志依然在熟睡中。


"나? 그냥 혼자 있지. 응. 응. 오늘 뭐 했어? 별 다른 일 없었어?"
"我?就一个人待着呗。嗯嗯。今天干嘛了?没什么特别的事。"


달칵. 시온이 문을 조심스럽게 닫는 소리가 났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유우시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유우시는 고개를 돌려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가 몸을 웅크렸다.
咔嚓。吴是温小心翼翼地关上门的声音响起。门关上的同时,得能勇志缓缓抬起眼皮。滴答滴答。时钟秒针的声音传来。勇志转头望向紧闭的房门,蜷缩起了身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