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불효 한 번 크게 저지르자 싶었다. 처음은 아닐 수도 있었으며, 이게 마지막이라는 확신 또한 없지만 그래도. 시디즈 의자에 앉아 내내 고민하던 知珉은 결심했다는 듯 짧게 숨을 고쳐쉬고 몸을 일으켰다. 청천벽력 같은 일도 연달아 겪으면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부모님의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 정도 양심이 남아 있어서 혼날 각오부터 했던 것도 아니었다.
책상 구석에 놓인 노트북 위로 여권이 살짝 보였다. 학교에서는 메일이 세 통이나 왔다. e티켓과 비자 사본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수강 신청과 기숙사 배정에 대한 안내문도 첨부파일에 넣어줬다. 답장은 번역기를 돌려서 짧게 보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남게 됐다고. 겸사겸사 항공권도 취소했다. 돈 많은 애인은 이럴 때 쓰는 거라며 旼炡이 예약해준 자리였다. 종강하자마자 보러 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라면서 제게 안겨오던 모습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기만 했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거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독 조심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알린 이후 집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묘한 침묵이 곳곳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식탁에서도, 거실에서도, 현관에서도 대화 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엄마는 평소보다 부산스럽게 집안일에 몰두했고, 아빠는 새벽에 온 신문을 하루종일 읽고 또 읽었으며, 언니는 아침저녁으로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다. 知珉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교수님과의 상담 끝에 입학 포기서를 쓰는 동안 가족들은 각자 나름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느 저녁처럼 아빠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엄마는 그 옆에서 뜨개질을 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刘知珉은 잠시 복도 중간에 멈추어 서서 어정쩡하게 발을 굴렸다.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게 나을지, 부모님 가까이 가서 앉는 게 나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고민 끝에 결국 몇 발자국 더 걸어 부모님 옆으로 다가갔다. 소파 옆 낮은 스툴에 앉으려다 말고 망설이다가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양손은 무릎 위에 공손히 올렸다. 리모컨을 돌려받고 한참동안 채널을 돌리던 부친은 刘知珉을 흘깃 쳐다보았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만이 어색한 정적을 채웠다.
"왜 또."
한숨이 섞인 질문이었다. 혼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걱정하는 것도 아닌, 무언가 투박하고 착잡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에 刘知珉은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해도 긴장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知珉은 입술을 달싹이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부친을 바라봤다. 면목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차일피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지춤을 움켜쥐고 속으로 문장을 가다듬던 知珉이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다음주 쯤에 한남동으로 들어가려고요. 사흘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무모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들어간다는 게 무슨 소리야."
"旼炡이 네에서…지내기로 했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 사이에는 더 깊은 침묵이 찾아왔다. 부친은 아예 텔레비젼을 끄고 소파 구석으로 리모컨을 치워뒀다. 모친의 손에 들려 있던 뜨개질 거리도 테이블로 옮겨졌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무표정한 얼굴로 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刘知珉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무릎 꿇은 채 바닥만 응시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으나 침묵이 계속되자 知珉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같이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당장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옆에서 지내려고요. 죄송해요."
늦기 전에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럴 듯한 말을 덧붙이려고 해도, 막상 부모님 앞에 서니 쉬운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旼炡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길고 무거운 적막이 이어졌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무 말이 없었다. 刘知珉은 손바닥으로 바지를 꾹꾹 눌렀다. 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고 하지만 어떤 일이든 정도라는 게 존재했다. 그러니 知珉도 이러한 결정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가버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학교는 어떻게 하려고."
"……"
"그 애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너는? 유학 안 가겠다고 하면 끝인 거야?"
"저한테는…旼炡이가 먼저예요."
하지만 知珉은 단호했다. 마치 애초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부친은 기가 찬다는 것처럼 짤막한 실소를 내뱉었다. 그러다 허공에서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知珉은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 시선을 받아냈다. 대학교 졸업장에는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터였다. 여자친구보다 연상이라고 해봤자 저도 이제 고작 스물 넷이면서, 표정은 황당할만큼 다부졌다.
"철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실 거 알아요. 그래도 저는……나중에 오는 미래나 꿈보다는 지금의 저희가 더 소중해요."
"……"
"요즘은 국내에서 데뷔하고 해외 갤러리랑 계약하는 작가도 많이 있고, 대학원 진학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미뤄두는 거예요. 유학은 언제든지 다시 준비할 수 있잖아요. 그림도 내년이든 후년이든 시간 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지금 저는…旼炡이 없으면 안 돼요."
투정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철부지 막내가 떼 쓰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는 아니었다. 사실 그보다는 본인의 결정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 같았다. 부모는 그것이 기특하면서도 속상했다. 미안하면서도 서운했다. 모친은 더 이상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뜨개질 도구를 정리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刘知珉은 멀거니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는 다시금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기척도 내지 않고 켜진 텔레비전에서는 일기 예보가 나오고 있었다. 내일은 전국이 영하권에 맴돌지만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고 했다. 刘知珉은 그 소식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졌다. 소파에서 내려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던 부친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 부모님은 허락하신 거야? 집에서 같이 지내도 된대? 知珉이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네?"
"너는 괜찮겠어?"
"제가 왜……"
"상견례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그 집에 가서……아무튼 말이야. 새로 마련한 신혼집이 아니고 여자친구네 식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잖아."
처음에는 에둘러 반대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 해야할까, 이번에도 무작정 통보해버리면 되는 건가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착각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知珉을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뻗어 다리를 두어 번 두드렸다. 이십 년 넘게 살 부대끼고 살았던 엄마아빠랑은 또 다른 느낌일 거니까. 어련히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우리도 보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서 그래. 나직한 목소리가 知珉의 어깨를 토닥였다.
"옆에서 말린다고 듣겠어 刘知珉이. 낳고 기른 우리가 그걸 모른다고는 못 하지."
"……"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거야. 결혼이 뭐 혼인신고만 하면 끝인 줄 알아?"
"……"
"그래도…조금만 고생해.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만."
담담히 전하는 애틋한 진심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던 知珉은 갑자기 천장을 보는 척 상체를 젖히고 눈가를 문질렀다. 괜스레 기침도 두어 번 크게 했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애써 호흡을 골랐다. 아버지는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끄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가서 쉬어. 나는 엄마 달래러 갈 테니까, 너도 네 여자친구 잘 챙기고. 조건 없이 되물려 받은 사랑은 끝끝내 불효자를 울렸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는 걸을 수 없었다. 공기 한 모금 들이마시는 것조차 가슴이 뻐근했다. 知珉은 벽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꼭지가 고장난 눈물샘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다 금방이라도 목이 메일 것 같아 헛기침을 몇 번 더 했다. 부모님 앞에서만큼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애정을 발견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된다. 소매로 눈가를 닦아낸 知珉이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책상 위에서는 진동이 계속해서 울렸다. 핸드폰을 집어들어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열 통도 넘게 쌓여있었다. 발신인은 단연 한 사람 뿐이었다. 知珉은 짤막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잠금을 풀었다. 새로운 메시지를 알리는 카톡 알림도 수십 개였다. 어떻게 됐어? 진짜로 말씀 드릴 거야? 분위기는 어때? 처음 몇 개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점점 고민이 깊어지는 톤으로 문장이 바뀌었다.
많이 혼났어? 별로 안 내켜 하실 수도 있겠다. 그냥 우리 나가서 살래? 아니면 내가 언니네 집으로 들어가도 괜찮은데. 그것도 안 좋아하시려나. 언니. 刘知珉. 내가 지금 갈까? 같이 말씀 드리자. 요즈음은 여기저기에 걱정만 끼치는 스스로가 다소 볼품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知珉의 손가락이 액정을 두드렸다. 괜찮아. 잘 끝났어. 거기까지 답장을 보내고 다시 자판을 누를 참이었다. 내일 아침에. 미처 문장을 완성시키기도 전에 화면이 전환됐다. 知珉은 빠르게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언니 정말 괜찮,"
- 어떻게 끝난 건데? 우리 집에서 지내도 되는 거야? 언니네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울었어?
질문을 가득 늘어놓던 목소리에는 금세 물기가 어렸다. 知珉은 화면에 담긴 말간 얼굴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쓸어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까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몇 번 비비작거렸더니 이래.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어보였으나 旼炡은 속상함을 감추지 못하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안 혼났어. 엄마아빠는 가서 잘 지내라고 하셨는데, 나 혼자 살짝 울컥한 거야."
- 그게 운 거잖아…진짜로 잘 지내라고만 하신 거 맞아?
"응. 결혼 쉽지 않을 거니까 고생 좀 하래."
- 나 진짜 언니 고생 안 시킬 건데……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못 믿으시겠지. 하긴 나 같아도 못미더워하겠다. 직장도 없고, 대학교도 졸업 안 했고. 어리기만 한 애한테 어떻게 刘知珉을 줘.
잔뜩 풀이 죽은 채 연거푸 한숨만 내쉬는 모습은 귀여운 한편으로 안쓰럽기만 했다.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刘知珉은 金旼炡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인데, 또한 그런 金旼炡도 본인 잘난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는데 고작 刘知珉 때문에 작아진다니. 평생 아쉬움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갔을 旼炡의 자존감이 낮아질 때마다, 뾰족한 죄책감은 知珉의 가슴 한 구석을 쿡쿡 찔렀다.
- 그런데 솔직히…조금은 억울하기도 해.
"뭐가요?"
-두 분 다음으로 이 세상에서 내가 언니를 제일 좋아한단 말이야. 그거는 진짜 자신 있는데, 보여드릴 방법이 없잖아.
"걱정 마. 두어 번만 더 만나면 우리 엄마아빠도 완전 눈치 채실걸."
- 아니다…수민 언니도 있으니까 네 번째네. 그래도 한 손 안에는 들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그 마음이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인다면 부모님은 한시름 놓고 상견례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액정을 쓸어내리던 知珉이 동조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억울할 만 하지. 예쁘고 귀엽고 멋지고 똑똑한 애가 이제는 사랑도 엄청 잘하는데. 旼炡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용케 들었는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주억였다. 덕분에 知珉은 오늘도 깨달았다. 이런 애정을 품는 대가로 미래를 지불해야 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의 영혼까지 기꺼이 내어줄 수 있었다.
- 결혼도 잘 하고 싶었는데……첫단추가 살짝 엇나가버렸다
"괜찮아. 단정한 것보다 그게 더 취향에 맞아 언니는."
- 정말로 동거 허락하신 거야? 설마 언니 집에서 아예 쫒겨난 거 아니지?
분위기 풀 겸 장난을 칠까 했지만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장에 택시를 잡아타고 집 앞까지 달려올 사람이었기에, 知珉은 나도 막내라서 엄마아빠가 은근히 잘 안 혼낸다고 대답하며 작게 미소지었다. 旼炡은 그럼에도 미심쩍은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화내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입술을 달싹이던 知珉이 결국 헛웃음을 터트리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친구가 집에서 쫒겨났으면 싶어요?"
- 바로 주워가기는 할 거지만 그래도 소유권 이전은 확실하게 해야지.
"어떻게 확실히?"
- 몰라…고민 중이야. 가진 건 돈 밖에 없는데 刘知珉 꼬실 때처럼 재력으로 어필도 못 하고.
"애기는 존재 자체만으로 어필이 돼요. 내 안목이 어디에서 왔겠어, 이것도 다 유전이라니까."
- 언니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객관성이 떨어져.
"솔직히 旼炡아. 내 친구들도 너랑 나랑 사귀는 거 알았으면 네가 뭐가 아쉬워서, 알겠어. 농담이야.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헛소리도 안 할게. 우리 완전 잘 어울리지. 천생연분이고, 사주팔자부터 부부의 연이라서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거지. 旼炡이 너무 좋겠다. 이런 刘知珉을 와이프로 삼고."
그제야 렌즈를 가린 손가락을 떼어내고 얼굴을 보여줬다. 知珉은 화면 속 旼炡의 볼을 톡톡 두드리다가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짐은 얼추 다 챙겼어.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바짝 끌어안은 무릎에 얼굴을 올려두고 페이스타임을 하던 旼炡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知珉에게 대뜸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언니 내가 아까 핸드폰 어디에 뒀지? 남들이 들었다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겠다고 하겠지만, 실은 知珉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단 대답은 착실하게 했다. 침대 위에 없어? 내가 전화해볼까? 旼炡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다 이내 知珉과 시선을 마주해왔다.
- 다음주 월요일 말하는 거야? 삼일 뒤에? 오늘 금요일인데 刘知珉?
"너무 일찍 가면 부모님이 별로…안 좋아하시겠지?"
- 서운하실 수도……아, 우리 집? 엄마가 언제 올 건지 날짜만 알려달래. 그 날은 약속 안 잡고 일찍 들어온다나 뭐라나. 아빠는 기분 안 풀린 것 같던데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 신경 쓰지마.
"애기는 언니네 부모님이 서운하시겠다고 말한 거였어?"
知珉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旼炡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눈썹을 긁적였다. 언니가 생각해도 좀 그렇지? 엊그제 여자친구 소개시켰으면서 오늘은 아예 그 집에 가서 살겠다고 하고. 애정 어린 타박을 듣고나니 다소 머쓱해졌다. 핸드폰을 왼손으로 고쳐잡은 知珉은 뻐근한 감각을 애써 참아내며 오른팔을 굽혔다 폈다 반복했다.
"소유권 이전 할 거라며. 이제는 첫 번째에 네 이름 있는 거야. 나 완전 너 꺼라고. 그러면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사는 게 맞지. 우리도 가족인데."
- 이거 되게……엄청 그렇다.
"응? 뭐가요?"
- 가족…이구나 우리.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刘知珉이 있는 거잖아.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같이 먹고. 보고싶을 때 전화 안 해도 되고. 자다가 깨서 새벽에도 막……얘기 할 수도 있고. 뭔가 실감이 안 나는데 실감이 나는 느낌이야.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진짜 되게 이렇게……좋아.
"맞아. 좋을 거야. 앞으로도 계속…그렇게 될 거야.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그것은 어떠한 다짐과도 같은 대답이었다. 쉽지 않은 결혼이라는 것은 知珉도 익히 알고 있었다. 아니, 두 사람이 마주한 현실은 그 누구보다 知珉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쓸쓸한 막막함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둘이 함께 하는 내일을 그려보는 旼炡이었다.
旼炡이 말로만 표현하던 행복은 조금씩 얼굴 전체로 번져나갔다. 볼 위로 살짝 드러난 홍조,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입가에 머무는 나른한 미소를 지켜보는 知珉의 입꼬리도 뒤따라 부드럽게 휘어졌다.
- 혼인신고도 그 날 할까? 어차피 우리 둘이 가서……증인도 필요하구나. 김민우 방 뒤져보면 도장 하나 쯤은 나올 것 같은데. 승아언니가 지금 한국에 있으려나.
"증인 두 명이지? 내가 수민이한테 전화해서 허락받고 도장 구하든지 새로 파든지 할게."
- 우리 진짜로 백년해로 해야 돼. 이혼 이런 얘기 나오는 순간 집에서 쫓겨난다, 언니나 나나.
마지막 말은 농담인 것 같으면서도 제법 진지했다. 언니 여자친구 법대 나왔다는 것만 명심해. 이혼 소송도 직접 맡아서 할 거라고. 협박을 저렇게 귀엽게 하면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知珉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 인생에 이혼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가 없어. 애기 눈에 띄지도 못하게 할 거야. 어딜 감히. 그제야 旼炡은 썩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 속 知珉을 쓰다듬는 시늉을 했고, 知珉은 눈치껏 손길에 맞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똑바로 앉아서 렌즈를 바라봤다.
"월요일에 旼炡이가 와요?"
- 당연하지 바보야. 거기에서 혼인신고 하고 갈 거라니까요.
"아, 그랬지."
- 혹시,
"아냐. 엄마아빠 아무 것도 안 필요해. 우리 집 자가고, 아빠 차도 재작년에 뽑았어."
- 내가 조만간 두 분 계좌 알아내고 만다.
"애기는 왜 자꾸 사람 꼬실 때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아무튼요. 스물 셋이면 용돈 드리는 게 아니라 받을 나이에요 자기야."
旼炡은 잘 모르겠다는 듯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어느덧 시침이 10과 11의 중간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한 知珉은 슬슬 통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旼炡의 얼굴을 살폈다. 보통 때라면 저나 旼炡이나 자정이 넘어서야 잠에 들었지만 요근래는 둘 다 취침시간이 부쩍 앞당겨졌다. 旼炡은 평소보다 쉽게 피로를 느꼈고, 知珉은 旼炡이 크게 티를 내지 않아도 기민하게 알아채서 먼저 자러 가자고 나서곤 했다.
"언니 그러면 계속 집에 있어?"
- 응. 부모님이랑 시간 보내.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애교도 부리고…울지는 말고.
"알겠어, 애기도 회장님이랑 너무 그러지 말고요."
- 몰라. 언니 눈치주면 나가서 살 거라고 했으니까 적당히 삐치겠지.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미처 지워내지 못한 짜증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아직 회장님과는 냉전 중인 모양이었다. 知珉은 쓴웃음을 속으로 삼켜내며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푹 쉬어. 오늘 이래저래 긴장 많이 했을 거 아냐.
"잘 끝나서 괜찮아. 旼炡이도 잘 자고, 언니가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할게."
- 그리고
"사랑해."
- 나도 사랑해. 잘 자.
"응, 좋은 꿈 꿔요."
점멸된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야 知珉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뜨끈해진 핸드폰은 잠시 베개 옆으로 던져두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천장을 올려다 보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요즈음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린다. 이렇다 하게 하는 일은 없는데 괜히 조바심이 났다. 知珉은 마른세수 하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베개 쪽으로 몸을 움크렸다.
충전기를 꽂기 위해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더니 타이밍 좋게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잠금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한 知珉의 입가에는 금방 나른한 웃음이 부서졌다. 정말 이거면 충분했다. 旼炡만 옆에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이 사랑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면 저는.
부부는 나란히 앉아 식탁을 사이에 두고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침묵이 무겁게 부엌을 채우고 있었다. 거실 창밖으로는 밝은 햇살이 스며들었고, 베란다에 화분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졌다. 아내는 벌써 세 번째 차를 따라 마시고 있었고, 남편은 한참 전에 읽기를 마친 신문 위에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평소보다 일찍 마쳤고, 설거지도 끝내고, 이제는 둘 다 할 일 없이 그저 시간만 흘려 보냈다. 햇살이 비추는 거실은 따뜻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까지 온기가 닿지는 못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知珉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가벼운 백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평소보다 신경 쓴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연한 베이지색 코트는 졸업 전시회 때 입은 것이었고, 단정한 생머리는 어깨까지 부드럽게 내려왔다. 화장도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차분해 보이려 노력했지만 표정은 어딘가 긴장되어 보였다.
"가네."
그 한 마디에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짐작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짐을 챙겨 나오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언제나 제 품 안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막내딸이 제 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그녀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아직은 집에서 같이 지내는 정도라고 위안을 삼고 있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곧 이 아이도 완전히 독립하게 된다. 남은 인생은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다 챙겼어?"
여자가 물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가 무엇을 빠트렸을까봐 걱정되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知珉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서 그녀는 막내의 결심을 읽었다.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자신과 남편의 반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知珉은 어렸을 때부터 한번 마음을 정하면 바꾸지 않는 성격이었으니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뜻을 세우면 끝까지 고집하던 아이였다. 유치원 때부터 그랬고,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도, 대학교 때 유학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만큼은 다를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知珉은 캐리어를 현관 쪽으로 끌고 가더니 신발장 앞에 가지런히 세워두고 거실로 돌아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거실의 시계 초침 소리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知珉은 턱 밑까지 올라오는 목폴라 스웨터의 끝을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시선은 끊임없이 바닥과 부모님 사이를 오갔다.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진짜 아빠가 안 데려다 줘도 돼?"
한참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뭐라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막내딸이 집을 나가는 순간, 그것도 결혼도 하기 전에 여자친구의 집으로 들어가는 이 상황에, 대체 부모는 어떤 말을 전해야 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듯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치 날씨를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知珉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네. 旼炡이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知珉의 말에 부부는 서로를 바라봤다. 아내는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놀란 눈치였다. 차를 보내준다고 해도 당연히 운전기사만 오겠거니 싶었지, 본인도 그 차를 타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반면 知珉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손가락으로는 스웨터 소매를 꾹꾹 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긴장할 때면 저렇게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이내 知珉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시간 내서 엄마아빠 보러 올게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그 말에 남자의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에게만큼은 질 수밖에 없었고, 특히 막내인 知珉에게는 더더욱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대답 대신 일어나 知珉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그 움직임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서운함, 그리고 조금의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과 딸을 지켜봤다. 다 큰 것 같아도 제 눈에는 아직 어린 막내와 그런 막내를 무탈하게 보내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 그 광경은 어쩐지 가슴 한 켠을 아프게 했다.
"추운데 나가서 기다리지 말고, 어디쯤 왔는지 전화라도 해봐."
여자는 넌지시 말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딸에 대한 염려가 담겨 있었다. 차가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다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키워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때론 멀리에서 또 때로는 가까이에서 눈은 떼지 못하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부모의 마음은 그랬다.
엄마의 얘기를 들은 知珉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즐겨찾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을 꾹 눌러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바로 끊겼다. 마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애기. 언니는 다 준비했지."
"……"
"조심해서 오고 있어?"
"……"
"…응?"
상대방의 대답을 듣던 知珉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 단숨에 굳어진 얼굴로 무언가를 다시 확인하는 듯 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떤 사실을 확인한 듯, 혹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知珉은 캐리어 손잡이를 슬쩍 붙잡았다. 그 손길에는 아까와는 다른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도착했대?"
아버지가 물었다. 그는 知珉의 표정에서 무언가 급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知珉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신발장 쪽으로 다가가 구두를 꺼내 신었다. 핸드폰은 아직 귀에 대고 있었다. 통화 중인 상대방이 知珉에게 무언가를 더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했다.
"밖에 추우니까 안에 계세요. 저는…가봐야 될 것 같아요. 旼炡이네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知珉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부부는 서로를 마주보며 눈빛을 주고 받았다. 아이의 행동을 보아하니 무언가 급한 일이 생긴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두 사람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知珉이 갑자기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대문 쪽으로 뛰어나간 것이다. 구두를 신은 발이 현관 바닥을 가볍게 구르더니 순식간에 그들의 시야에서 知珉의 모습이 사라졌다.
"쟤 왜 저래?"
남편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소리에는 걱정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아내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편은 바닥에 쓰러진 캐리어를 바로 세웠다. 무게가 있어 그대로 뒤집힌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知珉을 뒤따랐다. 발걸음은 빠르지는 않았지만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문 앞에 도착한 부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다소 황당하기까지 했다. 반듯하게 주차된 검은색 외제차와 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한 명은 자신들의 막내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며칠 전 집에 다녀간 그 여자아이였다. 知珉의 여자친구. 법대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가의 막내. 知珉은 본인과 비슷하게 말끔한 옷차림을 한 그 아이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고 있었다. 머리는 단정했고, 얼굴은 화장기 없이도 맑은 느낌이었다.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부부는 대문 근처에 서서 잠시 상황을 가늠했다.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아니 왜 차에서 안 기다리고 밖에 있어…"
"히터 때문에 답답해서 그런 거라니까."
"도착했는데 연락은 왜 안 했어. 손 차가워진 거 봐.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애기야."
知珉의 말에 旼炡은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쥔 知珉을 운동화로 툭툭 건드렸다. 그 모습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知珉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부모님을 바라봤다. 얼굴은 순간 굳었다가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부부의 시선이 旼炡에게로 향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旼炡이 두 사람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살짝 긴장한 것처럼 비추어졌다. 知珉은 당황한 듯 旼炡과 부모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사실 제가 언니한테 같이 지내자고 했어요. 갑자기 이렇게 데려가서 죄송해요."
"아냐, 죄송은 무슨. 우리도 知珉이가 네 옆에 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오는데 차 막히지는 않았고? 밖에서 오래 기다린 거 아냐?"
"방금 왔어요. 진짜 얼마 안 됐어요. 연락 하려고 했는데 언니한테 때마침 전화가 와서……네."
"잠깐 들어왔다가 갈래? 그게 더…불편하려나?"
입술을 달싹이며 눈치 보는 旼炡을 확인한 知珉은 은근슬쩍 걸음을 옮겨 부모님 앞에 섰다. 와중에도 붙잡은 손은 놓지 않고 연신 조물락거리고 있으니 부친은 코웃음을 치며 캐리어를 툭 밀어버렸다.
(쓰는 중입니다...아마 조금씩 수정되어서 올라갈 겁니다...생일축하한다 지미나 애기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기를 바라며...내년 너희 10주년에는 반드시 완성된 글을 올리도록 할게)
17개의 댓글
사람꼬실때 폰번호말고 계좌번호따는 민저이의 스케일이란 ㅋㅋㅋㅋ 하 완성본올라오는것도 너무 기대됩니다.ㅎㅅㅎ
비가역적 멜로 계속되길 ㅠㅠㅠㅜㅜㅠㅠㅠㅠ
이 녀석들이 나중에 이혼이라니…
선생님 글로 칼윈을 시작했어요
사랑해요 앞으로도 오래 오래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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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 추천할 때 낫미님 글 없는 건 진심 안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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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미님 빼고 칼윈 논하는 거 솔직히 a little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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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칼윈의 신이에요
비멜 제 최애 포타잖아요 사랑합니다 정말로요
저렇게 간 딸이 이혼소송으로 망가져 가는 걸 또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심정은 ㅠㅜㅜㅜㅜ하
작가님 제 최애 포타를 🫶
ㅜ ㅜ 살앙훼요 작가님
이 둘이 나중에 이혼을 한다고? 거짓말....................
비멜…🥺 사랑해요ㅠㅠ
연상네 부모님 심정이 어땠을지 ㅠㅠ 솔직히 제일 속상하셨을 분들이지... 감사해요
오늘 내 생일인가?
비멜 내사랑ㅠ
미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