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교토의 4층짜리 맨션의 402호에 혼자 살게 된 17세 히로세 료라고 합니다. 혼자 살게 된 까닭은 저는 계속 교토에서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고 가족들은 사정상 먼저 도쿄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你好,我是在京都一栋四层公寓的 402 号独自生活的 17 岁广濑凉。独自生活的原因是我需要在京都继续上高中,而家人因为情况先搬到了东京。
조금 일찍 혼자 살게 되었지만 그것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인생은 원래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순간들의 연속이며 평이하게 살다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만이 제가 살아가며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아주 독립적인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삿짐도 별로 없었습니다.
虽然早了点独自生活,但我对此没有不满。人生本来就是接受无法改变的事情的连续,平淡地生活然后自然地回归,这就是我生活的期望。我天生性格独立,所以独自生活应该不会感到孤独。搬家的行李也不多。
이 맨션의 가장 좋은 것은 옥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가 끝나고 옥상에 가서 홀로 가만히 앉아 밤공기를 느끼면 그날 하루를 잘 마무리 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这栋公寓最好的地方是有屋顶。放学后去屋顶独自静静地坐着,感受夜晚的空气,会让我觉得那天的一天很好地结束了。
위치도 좋고 가격도 괜찮은 이 맨션의 유일한 단점은 방음이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다지 예민한 성격이 아니기에 집주인 분이 정말 방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셨을 때도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뭐 얼마나 피해를 보겠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位置好,价格也合适的这栋公寓的唯一缺点是隔音不好。我并不是特别敏感的性格,所以当房东强调隔音真的很差时,我只是左耳进右耳出。能有多大影响呢?而且我在家的时间不长,所以对此完全没有认真考虑。
하지만 저는 이사 온 지 정확히 3일 만에 역시 어른들의 말씀은 허투루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깨달았습니다.
但是,我在搬来的第三天强烈地意识到,大人们的话果然不能随便听。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我是怎么知道的呢..
옆집에 아주 상종도 못 할 남자 두 명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로, 사람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因为隔壁住着两个完全不想打交道的男人。我真的很不喜欢人。我认为每个人都有自己的情况,相信世界上没有坏人。
그러니까, 그런 제가, 이사 온 지 일주일 만에 옆집 문을 부서질 듯이 두드리며 메모지를 붙였다는 것은 제가 정말 큰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所以,那样的我,在搬来一周后,敲着隔壁的门几乎要把它敲碎,贴上了便条,这证明了我是真的受到了很大的伤害。
메모장에 적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便条上写的内容如下。
죄송한데 저희 맨션 방음이 진짜 좆도 안되거든요.
对不起,我们公寓的隔音真的烂透了。제발 그냥 모텔을 가주시면 안될까요?
拜托了,就不能去个汽车旅馆吗?제가 곧 고등학교 입시여서요. 我马上要参加高中入学考试了。
양해 좀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请您多多理解。
-402호 "고등학생" 올림- -402 号 "高中生" 上传-
물론 둘 다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나이인 것은 알겠습니다. 둘이 나이가 비슷해 보였는데 동갑 같진 않아 보였습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오마에라고 부르기도 하고 오니이짱이라고도 불렀기 때문입니다.
当然,我知道他们俩都是二十岁出头,血气方刚的年纪。看起来年龄相仿,但似乎不是同岁。因为一个人有时叫另一个人“小家伙”,有时又叫“小可爱”。
둘이 뭐가 됐던 옆집에 고등학생이 이사 왔다는 것을 버젓이 아는데도 틈만 나면 성행위를 하다니요. 처음엔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게 지금 오후 6시에 들릴 소리가 맞는 것인가? 이 맨션에 첫 경험을 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 귀신이 사나? 허공에 흩어진 질문들은 다음 날 옥상에 널어진 하얀색 이불을 본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제가 들었던 그 소리가 정말 그 소리가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메모장을 붙인 지 3일 째, 최근의 새벽들은 조용했습니다. 그래도 정신머리는 있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덕분에 오늘 저는 매우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주로 아침 6시에 기상해서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6시 30분쯤 집에서 나옵니다. 이때가 유일하게 맨션이 조용한 순간이라 저는 이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여깁니다. 오늘도 제가 사랑하는 적막과 고요를 느끼기 위해 준비를 하고 밖에 나왔습니다.
"유우짱,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나가?"
아. 오늘은 앞집 이웃들이 저의 행복한 적막을 방해하는 날인가 보네요.
"오늘 1교시라고 했잖아."
"원래 이렇게 일찍 안 나갔잖아. 솔직히 말해."
"뭘 솔직히 말해. 할 거 남아서 먼저 학교 간다고 했잖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데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다시 자지 그래? 오늘 2시 출근이라며."
"학교 끝나고 올 거지?"
"끝나는 거 봐서."
앞집 사람들 중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은 대학교에 다니지 않고 탈색 머리를 가진 사람은 교토 대학에 다니고 있나 봅니다. 검정 나시차림으로 문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학교 끝나고 자신의 가게로 찾아오라는 저 사람은 어디서 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은 머리 형은 오후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저랑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생긴 걸로만 봐서는... 아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언제나 사람을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는 건 매우 예의 없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탈색 머리를 한 사람이 신발 끈을 묶고 돌아서자 팬티만 입은 검은 머리의 사람이 얼른 나와서 탈색 머리 형의 볼에다가 뽀뽀를 하고 잘 가라고 인사했습니다.
아침부터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남자의 붉은 슈프림 밴드의 검정 속옷을 보고 이름도 모르는 커플의 애정 행위를 본 저는 대체 무슨 죄일까요?
눈이 썩을 거 같아서 벅벅 비볐습니다.
오늘은 등굣길 운세가 좋지 않네요. 그래도 학교를 빠질 순 없으니 저는 늘 익숙한 등굣길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료군,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앙?"
지금 이렇게 저에게 헤드락을 걸고 격한 인사를 하는 아주 귀여운 남자아이는 저와 교제한 지 3개월 된 저의 남자친구입니다. 이름은 후지가나 사쿠야. 빵 반죽을 닮았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빵 반죽을 닮았냐고 하면 저는 말 없이 제 잠금화면에 가득 찬 사쿠야의 얼빡 셀카를 보여줍니다. 그럼 10명 중 10명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침에 못 볼 꼴을 봐서.."
"뭔데? 뭔데? 나도 알려줘."
"사쿠야는 그냥 평생 몰라도 되는 그런 더러운 거야."
"에에. 료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 굉장히 서운해."
빵 반죽이 열로 인해 부풀기 전에 저는 얼른 가방에서 집 냉장고에서 꺼내온 크림빵을 까 사쿠야의 입에 넣어줬습니다. 입을 막는 데에는 입맞춤보다 크림빵이 효과적이던데요? 아무래도 옆집의 미친 커플에게도 크림빵을 좀 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는 언제나 지루합니다. 공부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본 적은 없지만 하지 않는다면 다른 할 것도 없기 때문에 저는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제 남자친구는 공부에 흥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틱톡커가 되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다가 지쳐서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사쿠야가 와서 자신의 80만 팔로워 틱톡 계정을 보여주며 너 하나쯤은 내가 동영상 팔아 먹여 살릴 수 있다면서 저를 안심시켜줍니다.
저는 정말이지 이런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사쿠야의 볼을 만질 때면 역시 교토에 남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사쿠, 우리는 나중에 같이 살게 되면 꼭 방음 잘 되는 곳에 살자."
"에, 갑자기 무슨 소리."
"아니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옆집이 아직도 매일 저녁 벽을 쿵쿵거려? 무슨 액자를 그렇게 많이 다는 거래. 전시장도 아니고."
"그러게 말이야...."
액자, 가 아니라 사람의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겠지만요. 그런 상스러운 사실을 사쿠야에게 얘기할 순 없어서 그냥 말을 돌렸습니다. 사쿠야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점심시간이 곧 다가오기에 저는 민폐 이웃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삭제했습니다. 절대로 그 사람들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최악의 이웃들입니다.
교토 맨션에 살고 싶다면 방음 문제를 1순위로
쿨융 료샄
저의 귀가 시간은 보통 오후 22시에서 오후 23시 즘에 위치합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갔다가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걸어오면 언제나 그 사이의 시간이 됩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저의 집만을 제외하고 모든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401호 커플도 집에 있나 봅니다.
메모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갈까요? 메모지 한 장당 한 달의 효과가 있다면 저는 당장이라도 50장 넘게 만들어 그 집 문 앞에 붙일 의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귀가 시간이 조금 늦어졌기에 저는 옥상에 가지 않고 곧바로 집에 들어갔습니다.
오, 오늘따라 401호가 조용해서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른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오늘 배운 것을 좀 복습한 뒤 자면 완벽한 하루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있는데..
쿠당탕.
"리쿠, 아프다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몰아붙여.."
"네가 먼저 흰 티랑 흰 양말 빼고 다 벗었잖아."
"그럼 사람이 바지부터 벗지, 뭔 소리야."
"내가 너 흰 티만 입은 거 보면 환장하는 거 알고 그러는 거잖아."
"좀, 아니라고 제발."
쿠당탕. 쿵 쿵 쿵... 쿵... 좀만 느리게... 아....
정말 좆같았습니다.
정말 정말 좆같아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3일을 못 가죠? 짐승일까요? 3일이나 참아줘서 고맙다고 제가 말해야 되는 걸까요? 정말 미치겠습니다.
메모의 효과가 1달도 아닌 3일인 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원래 성행위를 할 때 왜 자꾸 벽에 쿵쿵 박는 소리가 들리는 게 정상인가요? 아니면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탈색 머리 형은 정말 순하고 착하게 생겼는데 사람을 생긴 걸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제가 여기서 떠올려야 되는 걸까요?
그니까, 결국에 저는 402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옆집의 검은 머리 인간은 흰 티와 흰 양말 페티쉬가 있고 탈색 머리 인간은 마조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내일 아침이 되는대로 옆집 미친 새끼들의 얼굴을 보고 똑똑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지키고 싶은 평화주의자인 저에게 싸움을 일으킨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입니다. 분노의 샤워와 양치질을 하고 나오니 씻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욕실에서는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는 헤어드라이어를 가장 세게 틀어 머리를 말렸습니다.
제가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은 사쿠야에게 고백할 결심을 한 날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등교하며 앞 집의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아침에 거울로 확인해 본 제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자리해 있었습니다. 만약 거기서 뻔뻔하게 나온다면 저는 다크서클을 없애는 비용이라도 청구할 생각이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안에서는 씻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탈색 머리 인간이 씻고 있는 것이겠죠. 예상과 같이 검은 머리 인간이 나시와 함께 붉은색 슈프림 밴드가 달린 붉은 팬티를 입고 나왔습니다. 이 사람은 왜 바지를 안 입는 걸까요? 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402호 사는.."
"아~~ 저번에 메모 붙이고 간 고등학생?"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말이 끊겼습니다. 이런 것에 화내기에는 아직 할 말이 많았기에 저는 주먹만 한 번 가볍게 쥐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진짜 방음이 안되지 않나요? 제가 사실 헤어드라이어를 새로 샀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 건너편까지 들리고 그러지는 않는지 걱정돼서 한 번 와봤어요."
저는 교토 출생으로써 돌려서 맥이는 것에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기 소리가 분명 들렸을 겁니다. 드라이기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린다면 너희가 내는 성행위 소음도 들릴 것이라는 걸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작전이었습니다.
"이름이 뭐야? 히로세 료?"
"어떻게... 아 명찰."
"히로세군, 고멘. 진짜 조용히 할게. 오늘부터 입 막고 할게."
"네? 드라이기는 어떻냐니까요."
"그만큼 방음 안되니까 우리 보고 닥치라는 거잖아. 고멘. 진짜 고멘. 진짜 진짜 소리 안 나게 할게."
다 알면서도 그러는 거였다고?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제가 뭐라 말하려는데 뒤에서 탈색 머리를 한 형이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2:1의 순간이 되기 전에 튀는 것이 애당초 저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저 안면에 거짓 미소만을 띄운 채 짧은 인사와 함께 뒤를 돌았습니다.
제가 분명 메모에다가 입 막고 하는 소리도 다 들린다고 적어놨었는데.
제가 적어놓은 건 뒷구멍으로 쳐봤나 봅니다.
오늘 저는 등굣길에 제가 사는 교토 맨션이 한 순간에 증발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상상이었습니다. 방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저는 사쿠야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베고 햇빛을 맞으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사실 사쿠야가 찍어야 될 커플 틱톡이 있다면서 저의 머리를 강제로 자신의 허벅지에 위치시켰다고 말하는 쪽이 더 가깝겠지만요.
그래도 사쿠야가 없었으면 저는 오늘 내로 사이키 쿠스오에게 연락해 제가 사는 교토 맨션을 없애달라고 빌었을 것입니다. 아니다, 사이키 쿠스오에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용돈을 모아서 에어팟 프로를 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보낸 지 한 2주 쯤 됐을 때 저는 이제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만든 사람에게 노벨상이라도 수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어떻게 세상의 소음을 완전히 단절해줄 생각을 했을까요?
오늘은 학교가 쉬는 날입니다. 밤새 옆집도 조용했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저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떠보니 오후 1시 즘이었습니다. 배가 고파져서 편의점에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집에서 하도 에어팟을 오래 끼고 있다 보니 밖에 나갈 때는 귀의 건강을 위해 꽂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이 교토 맨션을 처음 보러 왔을 때 집주인은 맨션 앞 2분 거리에 로손이 있는 것을 굉장히 크게 강조했습니다. 물론 저도 이 맨션을 고른 이유 중 하나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로손이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먹을 샌드위치를 사러 들어갔다가 사쿠야 생각이 나서 푸딩도 하나 집어 나왔습니다.
나왔는데 로손 옆에 익숙한 형체가 보였습니다. 401호의 검은 머리 인간이었습니다.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담배를 피고 있던 검은 머리 인간이 히로세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에어팟을 끼고 있었다면 모르는 척 그냥 갔을 텐데 제 귀는 애석하게도 맨 귀였습니다.
"히로세군? 맞지?"
"네. 맞아요 402호."
"오늘 학교 안 갔어?"
"쉬는 날이에요."
이런 스몰 토크를 하자고 부른 것은 아닐 텐데. 의도가 궁금해졌습니다.
"히로세군, 요즘도 우리 많이 시끄러워?"
이게 밑밥이군요.
"아니요, 제가 그리고 최근에 에어팟 프로를 사서 이젠 좀 괜찮습니다."
"언제나 미안해. 여기가 이렇게 방음이 안 되는 줄 절대 몰랐어."
"들어오실 때 설명 못 들으셨어요?"
"유우시가 여기 사는 거고. 나는 그냥 얹혀사는 거라. 처음 계약할 때는 몰라."
유우시. 드디어 탈색 머리 인간의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둘이 무슨 관계... 세요?"
"나? 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리쿠. 마에다 리쿠. 쿠짱."
리쿠. 검은 머리 인간의 이름도 알아냈습니다. 쿠짱? 이건 왜 말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니까... 음. 유우시가 키우는 고양이?"
"네?"
"집이 유우시꺼. 나는 그냥 생활비 보태는 정도?"
본인이 본인 보고 고양이라고 하는 미친 사람은 난생처음 봅니다. 심지어 얹혀사는 고양이네요. 집세도 안 내고.
"어쩌다가?..."
"내가 집이 없었는데 유우시가 날 간택한 거지."
"아...."
말을 할 수록 이 커플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 강해져서 그냥 대화를 중단하고 싶었지만 401호의 리쿠상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고등학생한테 말하기에는 첫 만남이 너무 에로틱해. 대충 처음 본 날부터 계속 같이 사는 중이야."
그럴 수가 있나? 그걸 받아주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하는 행동도 상식 밖이더니 삶의 방식 자체도 상식 밖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 사귀... 시는 거죠?"
"그럼 당연하지. 히로세군은 뭐 그럼 같이 사는데 안 사귀고 그런 타입? 그렇게 안 생겼는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농담."
"유우시상이 리쿠상을 많이 사랑하시나 보네요."
리쿠의 입꼬리가 한 쪽만 올라갔습니다. 보통 사랑을 느낀 순간에는 두 입꼬리를 같이 올리지 않나요. 확실히 막 사랑을 충만하게 느낀 그런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너 이만큼 생긴 남자 본 적 있어? 없지? 집 돌아오면 이렇게 생긴 남자가 반겨주면서 안아주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데. 유우시는 복 받은 남자야."
사연이고 뭐고 그냥 마에다 리쿠라는 사람이 미친 게 맞았습니다. 저는 정말 급속도로 집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근데 귀여운 얼굴 좋아합니다."
"나 귀여운데?"
"아니, 귀여운 얼굴이요."
"그니까."
"리쿠상은 귀여운 얼굴이 아니, 아니 그것보다 그냥 제 남자친구가 더 귀엽습니다."
"뭐 얼마나 귀엽길래?"
"알 거 없으세요."
싸가지도 없고 돌려 말하지도 않았지만 저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대로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뒤에서 실컷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이-바-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친 사람들 두 명 중 한 명과의 대화는 그저 황당함만 남았습니다.
그날 저녁은 유달리 조용했습니다.
이제 안면을 튼 사이니 좀 쪽팔리는가 봅니다. 앞으로 마주칠 때마다 인사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평화로운 1주일이었습니다. 제 남자친구 사쿠야는 어느덧 틱톡 100만 팔로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저는 요즘 공부에 열을 올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만큼만 행복한 나날들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공부를 늦게까지 한 바람에 오늘은 눈이 아침 7시에 떠졌습니다. 급하게 얼굴에 물만 묻히고 교복을 껴입고 나왔습니다. 집 문을 열고 나오는데 401호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1주일 만에 마주하는 이웃이었습니다. 저는 열도의 예의 바른 고등학생이니 옆집 형이 보이니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건넨 인사에는 짧은 목인사가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평화로운 이웃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만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도 우연히 유우시 형을 마주했습니다.
"또 뵙네요. 유우시 형 맞으시죠?"
"어... 맞아. 402호 사는 친구 맞지?"
"네."
"어... 요즘은 시끄러운 거 괜찮아?"
"네. 요새 잘 집에 안 있으세요?"
"여행 다녀왔거든."
아, 평화의 이유가 인간의 부재였다니. 이건 사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불행한 사실이었습니다.
"아... 네. 잘 들어가세요."
"어. 너도."
이웃 간의 짧은 대화는 여기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제집 문의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401호의 집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간의 존재는 당연히 소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또 알게 되었습니다.
"유우짱 너 왜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 인사해?"
"뭔 소리야? 옆집 애잖아."
"그니까 왜 히로세한테 인사하냐고. 심지어 좀 달콤한 목소리였잖아."
"제발 지랄 좀 그만해... 난 이름도 몰랐는데 넌 아네? 그럼 내가 화내야 될 상황이지 이제?"
"아니 난 상관 없지. 근데 넌 상관 있다고. 이제 늙다리는 싫어? 고딩이 좋다 이거야?"
설마 제 얘기를 하는 걸까요?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요? 저는 아주 짧은 대화를 했을 뿐인데요. 그 짧은 대화를 했다고 저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옆집의 두 명은 없을 때만 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리쿠,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별 대화도 안 했다고."
"아니 그냥 내 기분이 나쁘다고."
"고딩이 왜 좋아 내가. 피곤하니까 제발 좀 저리 가."
당연히 고딩이 안 좋고 말고가 아니라 저랑 유우시상은 얼굴을 처음 본 사이인데요.
"안돼. 싫어. 불안해. 다른 남자랑 말하지 마. 너 빨리 씻고 나와 섹스하게."
곧이어 가방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리고 또 지겨운 쿠당탕 소리도 들렸습니다. 우다다 - 쾅 - 쏴아아아 - 뚝뚝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한 명이 씻고 나왔나 봅니다.
"아, 제발 물기 떨어진다고. 오마에 제발 좀."
"몰라. 싫어. 못 참아. 안 참을 거야."
저로 인해 시작되었던 대화가 몸의 대화로 끝나니 기분이 몹시, 매우, 심각하게 나빠졌습니다.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아야 될 거 같았습니다. 유우시 형은 제 이름도 모르는데 인사 한번 했다고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처하고, 정말 마에다 리쿠라는 사람의 뇌 구조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익숙한 쿵쿵 소리와 입 막은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에어팟 프로를 귀에 꽂고 가장 볼륨을 크게 높였습니다.
저는 오늘도 이 맨션이 무너지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맨션은 무너져있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아쉽고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사기 위해 옷을 대충 껴입고 로손으로 향했습니다. 맨션 1층으로 내려온 순간 저는 제가 아직 잠이 덜 깨서 헛된 것을 보고 있나 생각했습니다.
옆집의 미친 사람, 마에다 리쿠상이 교복 차림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요? 이제 하다 하다 못해 코스튬 플레이라도 하는 걸까요? 사연은 궁금했지만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저는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습니다.
"히로세, 나 고등학생 같아?"
긍정적인 대답을 원하고 한 질문일까요? 참 바라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짓?.."
"아. 남자친구가 고딩을 좋아하는 거 같아서 한 번 꺼내입어 봤어. 이러고 유우시 데리러 가려고."
"....."
그냥 이해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 맞았네요. 순간적으로 구겨지는 표정을 숨기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거짓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사도 생략한 채 그냥 뒤돌아 로손으로 갔습니다. 오늘부로 저는 확신했습니다.
마에다 리쿠라는 사람은 그냥 상종을 하면 안 되는 구나........
아침부터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더니 독서실에 가서도 잘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쿠야가 옆에서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는 말을 하기에 저는 아무 말 없이 짐을 싸서 나와 사쿠야와 함께 가챠를 하러 갔습니다. 가챠만큼 힘든 일을 잊기 좋은 것은 없으니까요. 사쿠야가 갖고 싶어 하던 키링을 5개쯤 뽑아주고 보상 뽀뽀를 10번 받으니 시간이 어느새 오후 10시였습니다. 1층에 서서 4층을 바라보니 옆집의 불은 아직 꺼져있었습니다.
이때를 틈타 얼른 잠이 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저는 집까지 뛰어 올라가 10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딱 누웠습니다. 그러자마자 들려오는 귀신같은 옆집의 도어락 소리에 욕이 나왔습니다. 조용히 들어오더니 갑자기 현관문에서부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 집 가서 마저 얘기해, 같은 상황이었나 본데 여긴 집이나 집 밖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저 형들은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
"너 뭐 하는 거야? 대체 뭔 생각으로 교복을 입고 날 데리러 와?"
"유우시 형이 남고딩 좋아하는 거 같아서요."
"너 진짜 미쳤어? 제발 병원엘 가봐. 나한테 이러지 말고."
이건 정말 제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병원 가면 나랑 섹스해주는 유우시도 없고 나 안아주는 유우시도 없는데 내가 왜."
"미친새끼야 제발 좀..."
그 뒤로 이어지는 침묵이 길었습니다. 왜 저까지 이 숨 막힘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드디어 이 커플이 쫑나는 순간을 보는가 했습니다. 그 정도로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침묵이었습니다.
그래도 리쿠 형은 다 사랑 받고 싶어서 하는 짓 같은데 좀 봐주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런 정신 나간 짓을 하는 것도 다 유우시 형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 같은데 말이죠. 저는 이제 짐 싸는 소리나 누군가 한 명이 지쳤다며 우는 소리가 들릴 줄 알았습니다.
근데,
왜,
대체,
또.
살이 맞붙고 입술이 맞붙는 소리가 들리는 거죠? 저는 단 3초라도 리쿠 형을 동정했던 과거의 저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아.. 진짜 둘 다 왜 저러고 살까요?
연고도 없는 사람 둘을 진심으로 저주해보는 건 처음입니다. 전 정말 착하게 살아왔는데. 도저히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복수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새벽 5시 반에 눈을 뜬 저는 등교 준비를 완료하고 냉장고에서 흰 우유를 하나 꺼냈습니다. 옆집 인간들은 언제나 옥상에다가 자신들의 이불을 널어놓는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그 이불에다가 흰 우유를 부어버릴 작정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정말 제가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새 발의 피 같은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우유를 콸콸 부어버리니 약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그날 사쿠야에게 종일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사쿠야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며 귀신같이 묻길래 저는 아무 일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그런 짓을 했을 거라는 것을 그 둘은 평생 모를 것이기 때문이죠.
둘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기 때문에 저는 집에 와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저녁 11시 쯤 되자 또 익숙한 입 막은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치를 채지 못한 걸까요?
이거 정말 아쉽게 됐..
"어 잠시만."
"왜 또."
"이불에서 이상한 냄새 나."
"뭔 지랄이야 어제 같이 빨았잖아."
"아... 잠시만 나 속 안 좋아."
"아 진짜 씨발 지랄 좀 그만해......"
저의 작은 복수가 성공한 모양입니다. 우유 한 번 부었다고 한 번의 성행위를 중단하고 한 번의 소중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다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미성인 목소리가 으으으으으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유우시...? 미안해... 나 바지만 줘, 내쫓아도 되니까 제발..."
리쿠 형이 쫓겨났나 보네요. 팬티만 입은 채로요.
"유우시?.. 나 추워.."
"유우시? 미안해... 내가 다시 이불 빨래할게.."
"유우시 그렇게 화났어?..."
"유우시?..."
"유우짱....."
"유우...."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애원 소리는 결국 다신안그럴게유우짱다시그러면정말날죽여도돼, 하는 속사포랩 뒤에 다른 목소리가 내가너섹스하다가뛰쳐나가는거하지말랬지그거진짜기분더럽다고, 하면서 울먹거리며 뱉는 말로 끝났습니다. 현관문이 하나 더 없는 채로 복도에서 서라운드로 울리는 유우짱미안해울지마...아니야리쿠미안해내가예민했어...하는 화해 소리를 들으며 저는 다신 이불에 우유를 붓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아주 사소한 복수를 꿈 꿨던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요?
우유 복수로 인해 저만 더 큰 피해를 본 뒤 저는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습니다. 이젠 수면 asmr 보다 옆집 형들의 말소리와 다른 각종 소음들이 저에겐 더 자장가 같습니다. 사람은 역시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한 번 익숙해졌다고 자기 세뇌하니 정말 익숙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정말 안 됩니다. 오늘은 제 남자친구 사쿠야가 제집에 오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오늘은 옆집이 조용했으면 해서 일부로 애매한 시간에 데려왔는데 저 빈대 같은 자식들은 왜 주말에도 집 밖으로 기어나가질 않는 걸까요?
사쿠야가 처음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날이었기에 저는 청소도 3시간씩 하고 집의 모든 곳에 방향제도 뿌렸습니다. 옆집 형들은 정말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적이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네요. 그나마 지금이 오후 4시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11시 전에만 사쿠야를 집에 보내면 사쿠야에게 그 외설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사쿠야는 아직 그딴 걸 들어서는 안 됩니다.
저와 사쿠야는 우리 집에서 넷플릭스도 보고 틱톡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계는 저녁 8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옆집이 조용해서 저는 안심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신이 제 편인가 봅니다.
"유짱.. 나 배고파."
쳐자고 있어서 조용한 거였군요. 사쿠야는 제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리니 깜짝 놀라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는 사쿠야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습니다.
"여기 방음이 잘 안돼. 옆집 소리야."
"그렇다고 이렇게 잘 들려?"
"응 우리 집이 유달리..."
사쿠야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저는 또 사쿠야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네 남자친구가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이제 알았어?.."
사쿠야는 그저 웃긴다는 듯이 크크크하고 웃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런 외설적인 소리가 들릴 걱정은 좀 덜었습니다. 근데 뭐죠? 왜 갑자기 또 입 막은 윽윽 소리가 들리는 거죠? 이게 진짜일까요? 안 그래도 동그랗고 큰 사쿠야의 눈이 두 배로 커졌습니다. 사쿠야는 놀라서 말이 빨라진 채로 제 귓가에 이거설마섹스하는소리야? 라고 물어봤습니다.
아...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군요.
"사쿠야, 미안해. 근데 저 형들은 갱생 불가야.."
"에? 나는 괜찮아. 상관 없어."
"나는 너무 상관 있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 료짱 안 그래?"
역시 내 남친. 참 쿨합니다. 저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외설적인 소리를 그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사쿠야에게 말하니 사쿠야가 알겠다며 짐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는데 사쿠야가 갑자기 크크큭 하고 웃더니 주머니에서 비타민 같은 것을 꺼내서 401호 집 앞에 던졌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 본 것이라고 믿고 싶었는데 사쿠야가 던진 것은 비타민씨가 아닌 콘돔이었습니다. 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습니다. 왜 사쿠야의 주머니에서 저런 것이 나온 걸까요?
"사쿠야 그게 뭐야?"
"뭐긴 뭐야. 혹시 몰라서 가져왔는데 뭐 오늘 우리는 안 될 것 같고 저 형들이나 쓰라 그래."
"아......."
"우리도 복수하자."
"뭐?"
"우리도 똑같이 들려주면 되잖아."
"어?"
"다음 주말에 또 올게. 료짱."
"...."
저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옆집의 섹스악마새끼들의 탓이라고 정말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여러분께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교토 맨션에 살고 싶다면, 방음 문제를 1순위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74개의 댓글
봐도봐도 미친것.
와개레전드다
진짜료가쓴거같음
너무명작이여서다시찾아왓어요
하진짜 개뿜겨
사쿠야 100만 틱톡커도 너무웃겨요 쌉졸귀ㅜㅜㅜㅜ
보면서 진심으로 웃은건 이게 원탑이다 진짜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ㅈㅉ로개웃김
절대섹스하게되는세계관에서정상인으로살아남는방법
아 료 어떡해
하 진짜 보면서 깔깔 웃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료 말투가 너무 웃겨서 눈물나옴
백번을봐도백번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positive)
오망아 교토맨션 신작 다오
작가님 저는요 죽기 전에 교토맨션 1화의 충격(ㅈㄴpositive)을 능가하는 글을 또 볼 수 있을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씨이벌
ㅠㅠㅠ잼써
어지럽다ㅋㅋ(posi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