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워닝 触发警告




하나, 서로가 서로의 첫 키스 상대다. 둘, 서로가 서로의 첫 펠라 상대다. 셋, 서로가 서로의 첫 섹스 상대다.
一,彼此是对方的初吻对象。二,彼此是对方的第一次口交对象。三,彼此是对方的第一次性对象。


정우영과 최산의 관계만큼 쉬우면서도 복잡한 것은 없었다.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모든 게 처음이었는데 둘을 정의하는 말이 고작 ‘불알친구’ 하나라는 점에서 둘은 남들과 확연하게 달랐다. 한 번 자면 그래도 무언가 바뀌겠지, 관계가 조금은 나아지겠지. 정우영은 최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악질적인 방법을 골랐고, 아니나 다를까 최산은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 줄곧 내주지 않던 뒤까지 내주었다. 처음이 가장 어렵고 두 번째는 쉬웠으며 세 번째는 순식간이었다.
郑友荣和崔伞的关系既简单又复杂。明明彼此对对方来说都是第一次,但定义他们关系的词语却只有“死党”一个,这点让他们和别人显得截然不同。睡一次之后,关系总会有所改变吧,总会好转一些吧。郑友荣是最了解崔伞的人,所以他选择了自己能想到的最恶劣的方法,果不其然,崔伞完全上钩了,连一直不肯让出的底线也让了出来。第一次最难,第二次就容易了,第三次则是瞬间的事。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전 강의는 꼬박꼬박 나갔던 산이 우영 때문에 그 강의를 빠진 순간부터 갑과 을이 애매하게 바뀌고 있었다.
虽然伞不是一个勤奋的学生,但自从因为友荣而缺席了早上的讲座后,甲和乙的关系就开始变得模糊了。



“산.” “伞。”

“응.” “嗯。”

“가지 마.” “不要走。”



정우영은 우습게도 과거를 생각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되었다. 당장 최산 하나에 쩔쩔 매며 상처 받을 땐 언제고 지금은 틈만 나면 산을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조종하려 했다. 산이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늦은 밤에 나갈 채비를 하면 꼭 붙잡아 가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은근한 소유욕을 보였다. 그렇다고 둘이 연애를 하느냐 물어본다면…, 또 그 선이 모호해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었다. 사귀자고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섹스 한 번으로 둘의 선이 무너진 것은 맞기 때문이었다.
郑友荣变成了一只无法回忆过去的青蛙,这真是可笑。过去他总是因为崔伞而受伤,现在却总是想把伞放在自己的掌心里操控。每当伞说他有其他朋友的约会,准备在深夜出门时,友荣总是紧紧抓住他不让他走,表现出一种隐隐的占有欲。要说他们在谈恋爱吗……,那条界线又模糊得无法明确说明。虽然他们没有正式说要交往,但那次性爱确实打破了他们之间的界线。


정우영이 착각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자신의 소유욕과 집착이 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 것, 한 번의 관계 이후로 산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얌전히 앉아 순종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 것. 우습게도 남들이 보는 정우영과 최산의 관계는 꽤나 일방적은 관계로 변하고 있었다. 전에는 그저 단순히 서로 잘 챙기는 친구 정도였다면 지금은 아, 정우영이 좀 많이 찾지 않나? 하는 정도. 우영은 날카롭지 않은 올가미로 산의 목을 죄고 친구 이상, 연인 이하라는 그 애매한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郑友荣误会了两件事。第一,他以为自己的占有欲和执着没有什么变化;第二,他以为一次关系之后,伞会乖乖地坐在他的手掌上,变得顺从。可笑的是,在别人眼中,郑友荣和崔伞的关系已经变得相当单方面。如果说以前他们只是互相关心的朋友,那么现在就是,啊,郑友荣是不是找得有点频繁?这种程度。友荣用不锋利的套索勒住了伞的脖子,抓住了那种朋友以上,恋人未满的模糊关系。



“나 저번 강의도 안 갔는데….”
“我上次的讲座也没去……”

“가지 마.” “不要走。”



우영이 손을 뻗어 산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뼈대가 얇은 손목이 우영의 손바닥 안에 꼭 잡힌 채 차분히 그 다음을 따른다. 힘없이 푹 쓰러진 몸을 끌어안은 우영이 자연스럽게 산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직 1학년이니까 괜찮잖아. 3년 후쯤 들으면 코웃음을 칠 말이었지만 품으로 파고든 산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벌써 우영의 강요로 빠진 강의가 꽤 여럿이었다. 지금까지 학점 관리 빠듯하게 해놓고 갑자기 왜 그러냐며 동기들이 하던 말이 떠오른 산이 감았던 눈꺼풀을 떠 고개를 들었다. 산이 무슨 고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개뼈 언저리를 작게 토닥이던 우영이 그런 산을 발견하고는 이마 언저리에 꾹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 입술에 다시금 고개를 숙인 산이 몸에 힘을 쭉 풀었다.
友荣伸手轻轻握住了伞的手腕。那纤细的手腕被友荣的手掌紧紧包裹着,安静地跟随其后。友荣抱住了无力倒下的伞,自然而然地将手臂环绕在伞的腰间。毕竟还只是 1 年级,没关系的。虽然这是三年后听了会嗤之以鼻的话,但此刻伞靠在友荣的胸膛上闭上了眼睛。已经因为友荣的强迫而缺了不少课。伞想起了同期们说他之前一直严格管理学分,突然这样做是为什么,于是睁开了眼睛,抬起了头。友荣发现了像猫一样轻轻拍打伞肩胛骨的伞,便在他的额头上轻轻吻了一下。伞再次低下头,放松了全身的力气。


만약 우영이 자신의 강의는 꼬박꼬박 나가면서 산을 못 가게 붙잡은 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영도 산만큼 출석이 엉망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본가에 계실 서로의 부모님이 알면 아주 난리가 날 문제였지만 애초에 둘이 입을 맞춘 순간부터 톱니바퀴는 억지로 굴러가고 있었으니 사실상 출석과 학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둘이 아무리 겹치는 수업이 많고 같은 집에 살아도 매번 붙어만 있을 수는 없었는데, 그로 인해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우영의 집착은 딱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如果友荣自己按时去上课,却阻止伞去上课,那还真是个问题。但友荣的出勤率也和伞一样糟糕,所以他也没什么好说的。如果他们的父母知道了这件事,肯定会大闹一场,但从他们决定在一起的那一刻起,齿轮就已经在勉强转动了,所以出勤率和学分其实并不是大问题。然而,尽管他们有很多共同的课程,住在同一个屋檐下,但也不可能每次都黏在一起。因此,友荣日益增长的执着,只有他自己没有察觉。



“산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伞做错了什么吗?”

“아니, 그런 건 없는데.” “没有那样的事情。”

“그래? 그냥…, 요새 산이가 좀 잡혀 사는 느낌이길래.”
“真的吗?只是……最近感觉伞有点被管得严。”



우영과 나란히 앉아 캔커피를 홀짝이던 패디과 친구 여상이 덤덤하게 얘기했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가 손가락 사이에 걸린 채 힘없이 까딱였다. 애초에 건물 안이라 피울 수도 없으면서. 우영은 저번 주부터 여상이 금연하겠다며 떠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잡혀 사는 느낌이 뭔데. 우영도 따라 덤덤하게 얘기하며 이온음료를 한 모금 벌컥 들이켰다. 담배 대신 연신 캔커피를 들이키던 여상이 고개를 돌려 우영을 응시했다. 애써 무시하려고 했던 우영이 결국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고, 여상이 도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산이한테 너무 집착하는 느낌이라고. 여상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우영이 남은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울대가 거칠게 움직이며 음료를 삼켜내고, 순식간에 비워진 캔을 구긴 우영이 속으로 생각했다. 정답이네.
友荣和我并排坐着喝着罐装咖啡,朋友吕尚淡淡地说道。未点燃的香烟夹在他手指间,无力地晃动着。反正是在建筑物内,也不能抽烟。友荣想起了上周吕尚说要戒烟的事。那种被束缚的感觉是什么。友荣也淡淡地回应着,猛地喝了一口离子饮料。吕尚不停地喝着罐装咖啡,转头注视着友荣。友荣努力忽视,但最终还是转过头与他对视,吕尚又移开了视线。你对伞太执着了。友荣默默听着吕尚的话,猛地喝光了剩下的离子饮料。喉结粗暴地动了动,吞下饮料,友荣捏扁了瞬间空掉的罐子,心里想着。没错。


둘의 묘한 기류를 알아차린 사람은 여상만이 아니었다. 단순히 친구 정도로 포장할 수 있었던 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 지내던 우영의 과 동기 한 명이 둘을 벌레 보듯이 대했다. 뒤에서 은근히 둘을 가지고 게이네, 아니네 말이 오고간다는 것을 2학년 과대 누나가 얘기해서 알았다. 너희 진짜 그런 사이는 아니지? 과대 누나는 그런 것에 편견이 없다며 장난스레 얘기했지만 우영은 덤덤하게 웃으며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냥 친구예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다 보니까 서로 가족들 대신 연락하고 할 정도로 친해서 그래요. 우영의 말에 과대 누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소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注意到两人微妙气氛的并不仅仅是吕尚。原本以为可以简单地包装成朋友关系,但与以前没有什么不同,友荣的一个同系同学却像看虫子一样看着他们。后来通过二年级的班长姐姐才知道,背后有人在暗地里说他们是同性恋。你们真的不是那种关系吧?班长姐姐说她对这种事情没有偏见,开玩笑地问道,但友荣淡淡地笑着说不是。只是朋友而已。从小一起长大,所以比家人还亲密。听了友荣的话,班长姐姐说她早就知道了,并让他们不要在意那些谣言。



*



[어디야?] 오후 10:51 1 [你在哪里?] 下午 10:51 1

[언제 들어올 거야?] 오후 11:07 1
[你什么时候回来?] 下午 11:07 1


우영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심지어 읽었다는 표시조차 사라지지 않는 메시지를 보며 소파에 콩 머리를 박았다. 과 동기들과 술을 마시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게 오후 8시, 벌써 1차가 끝날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에게서 오는 연락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불알친구답게 네 친구가 내 친구고, 내 친구고 네 친구인 둘에게 있어서 숨길 수 있는 건 없었다.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보던 우영은 제일 먼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산의 과 동기들 두어 명에게 연락을 돌렸다. 모 아니면 도겠지. 우영은 곧장 전화를 걸었다. 혹시 너 최산이랑 술 마셔?
友荣看着没有回复,甚至连已读标志都没有消失的消息,把头埋进了沙发里。伞在晚上 8 点单方面通知他要和同学们喝酒,现在已经是第一轮结束的时间了,但伞那边却没有任何消息。不过,作为所有人都知道的好朋友,他们之间没有什么秘密。盯着手机的友荣首先联系了几个平时和伞关系不错的同学。要么成功,要么失败。友荣直接拨通了电话。你在和崔伞喝酒吗?


우습게도 정우영의 바운더리 안에 최산이 없었다. ‘모’를 담당하고 있는 동기와 ‘도’를 담당하는 동기 전부 산의 위치를 몰랐으며 누구와 있는지도 몰랐다. 최산이 과 동기가 또 누가 있어. 우영은 생각나는 사람들을 간신히 떠올려 각각 연락을 돌렸다. 선배, 혹시 산이랑 같이 계세요? 형 혹시 최산이랑 술 드세요? 너 혹시 오늘 최산 봤어? 혹시 산이 누구랑 있는지 알아? 조금만 말이 돌아도 유난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우영은 개의치 않았다. 당장 연락이 닿지 않는 산이 누구랑 있는지가 더 문제였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톡을 보내고 문자를 했으며 읽지 않으면 전화를 걸었다.
可笑的是,郑友荣的圈子里没有崔伞。负责“모”的同期和负责“도”的同期全都不知道伞的位置,也不知道他和谁在一起。崔伞还有哪个同期?友荣勉强想起了一些人,分别联系了他们。前辈,您和伞在一起吗?哥,您和崔伞在喝酒吗?你今天见到崔伞了吗?你知道伞和谁在一起吗?即使稍微传开一点就会被指指点点说小题大做,但友荣并不在意。眼下联系不上伞和谁在一起才是更大的问题,所以他不顾一切地发消息和短信,如果对方不读,他就打电话。


산이? 아, 두 시간 전인가 후문 근처에 호프집 들어가는 거 봤는데. 누구랑 있었냐고? 과는 기억 안 나는데 그…, 이름이 송민기였나. 우영은 곧장 동기들의 sns를 뒤지기 시작했다. 패디과에서 제일 발 넓기로 유명한 선배 sns에 들어간 다음 계속해서 타고 타고 들어가며 그 송민기라는 놈이 나올 때까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우영이 민기의 sns를 찾는 것은 금방이었는데, 꼭 누가 커다란 오함마로 머리통을 내리친 느낌에 선뜻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伞吗?啊,两小时前我看到他在后门附近进了一家啤酒屋。和谁在一起?我记不清了,好像是叫宋旼琦。友荣立刻开始翻找同学们的社交媒体。他先进入了在时尚设计系里最有名的前辈的社交媒体,然后不停地点击链接,直到找到那个叫宋旼琦的家伙。友荣很快就找到了旼琦的社交媒体,但感觉像是被一把巨大的铁锤敲打了头部,手指一时间竟然动弹不得。



“9일, 12일, 19일, 26일….” “9 日,12 日,19 日,26 日….”



피드를 내리던 우영의 엄지가 우뚝 멈추었다. 아, 왜 몰랐지? 진짜 등신인가. 우영이 소파에 몸을 뉘인 채 눈가를 벅벅 문질렀다. 도대체 같이 사는데 왜 몰랐지 싶을 정도로 민기의 sns 타임라인에는 산의 흔적이 가득했다. 산이 조별과제가 있다며 나갔던 9일, 민기가 올린 사진 속에 보이는 검은색 작은 머리통 하나와 언뜻 보이는 산의 과잠. 과 선배와 점심을 먹어야 된다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보내주었던 12일, 산이 우영의 것과 헷갈려 그냥 입고 나갔던 회색 두터운 후드티. 동기들과 같이 술을 마시기로 했더니 2차가 시작되고서야 비척이는 걸음으로 왔던 19일, 며칠 전에 동기가 여기 분위기 좋다며 사진으로 보여주었던 그 이자카야를 배경으로 젓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산.
正滑动着信息流的友荣的拇指突然停住了。啊,为什么没发现呢?真是个笨蛋。友荣躺在沙发上,用力揉了揉眼睛。明明住在一起,为什么没发现呢?旼琦的 SNS 时间线上满是伞的痕迹。9 号那天,伞说有小组作业出去了,旼琦上传的照片里有一个黑色的小脑袋和隐约可见的伞的系服。12 号那天,伞说要和系里的前辈吃午饭,友荣没怎么在意就让他去了,伞穿着友荣的那件灰色厚卫衣。19 号那天,伞说要和同学们一起喝酒,直到第二轮才摇摇晃晃地回来,背景是几天前同学说气氛很好的那家居酒屋,伞叼着筷子。


절교 같은 게 하기 싫다며 잉잉거리고 전화를 했던 26일, 나란히 옆에 앉은 송민기의 뒤로 보이는 덤덤한 표정의 최산.
26 日,打电话哭诉说不想绝交的那天,宋旼琦坐在我旁边,崔伞在他身后露出一副淡然的表情。


최산한테 이 따위의 저질스러운 관계가 더 있으면 어떡하지? 우영은 문득 골목길에서 싸웠던 때를 떠올렸다. 산은 살아오면서 꾸준히 옆에 우영이 있었기에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 아니었다. 혼자 다니는 걸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뜻 남들에게 말을 거는 유한 성격이 아니라, 우영이 먼저 그 길을 터놓으면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끼어들어 인연을 이어가는 편이었다. 그래서 산의 친구가 우영의 친구고 우영의 친구가 산의 친구였던 건데. 그렇다면 정우영이 송민기를 아느냐, 절대 아니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인데 최산이 송민기의 sns에 콕콕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에 배알이 꼴렸다.
崔伞要是还有这种低劣的关系怎么办?友荣突然想起在巷子里打架的那次。伞从小到大一直有友荣在身边,所以在人际关系上并不觉得困难。他虽然不喜欢一个人行动,但也不是那种会主动和别人搭话的温和性格,通常是友荣先开路,然后他自然地插入其中,继续这段缘分。所以伞的朋友就是友荣的朋友,友荣的朋友也是伞的朋友。那么郑友荣认识宋旼琦吗?绝对不认识。连名字都不知道,脸也没见过,但看到崔伞在宋旼琦的 SNS 上频频露面,心里就很不爽。



“아.” “啊。”



진짜면 어떡하지? 최산이 정우영 몰래 사귄 그 송민기라는 애가, 진짜 단순히 친구 이상의 관계면 어떡하지? 우영은 입을 꾹 다문 채 액정 속에 자리한 민기와 산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훑어보다 홈버튼을 꾹 눌렀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 명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며 두통을 불렀다.
真的是这样怎么办?崔伞和郑友荣偷偷交往的那个宋旼琦,真的只是单纯的朋友关系吗?友荣紧闭着嘴巴,来回扫视着屏幕上的旼琦和伞的脸,然后狠狠地按下了主页键。瞬间消失的两张脸不断在眼前浮现,引发了头痛。


우영 모르게 계속해서 만나온,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면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신 송민기와 현재 둘이 있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니었다. 정우영의 촉이 자꾸만 날을 세우고 신경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산에 대한 우영의 촉은 항상 좋았으니 이번에도 얼추 맞을 거라 생각했다.
不让友荣知道的情况下,宋旼琦一直在偷偷见面,甚至还撒谎说一起吃饭喝酒,现在两个人在一起,这绝不是好事。郑友荣的直觉总是让他警觉,神经变得敏感。而且他对伞的直觉一向很准,所以这次也觉得大概不会错。



“왜 톡 안 읽어?” “为什么不读消息?”

“몰랐어.” “我不知道。”

“왜 이렇게 늦었는데?” “为什么这么晚?”



산이 집에 들어온 것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요일이 바뀌고 숫자가 00시로 넘어간 후였다. 겨울철 짧아진 해가 이미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우영 혼자 집을 지킨 지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온 산은 술을 마셨다는 말은 사실인 듯 볼이 붉어진 채로 약간 비틀거렸다. 산이 매번 신고 다니던 검은 운동화가 현관, 늘려있는 신발 위로 아무렇게나 툭 떨어졌다. 중심을 잃은 몸이 휘청이자 본능적으로 손을 뻗은 산이 신발장을 잡아 버티고는 나머지 한쪽 신발도 벗어 아무렇게나 툭 던졌다. 자신이 아끼던 흰색 슬리퍼 위에 떨어진 줄은 꿈에도 모르고.
伞回到家的时候,时间已经悄然流逝,星期已经更替,时钟也跨过了 00 点。冬季短暂的白昼早已隐去,友荣独自守在家中的时间已经过去了很久。伞显然喝了酒,脸颊泛红,脚步有些踉跄。他每次穿的黑色运动鞋随意地甩在玄关,压在了其他鞋子上。身体失去平衡的伞本能地伸手抓住鞋柜稳住自己,然后随意地把另一只鞋也脱了下来,毫不在意地扔在地上,完全没注意到它掉在了他心爱的白色拖鞋上。


그냥, 얘기하고 하다보면 늦을 수도 있지이. 술에 조금 취한 듯 말이 늘어지는 산의 목소리에 애교가 섞여있다. 소파에 누워 가슴팍만 들썩이던 우영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일어나 산에게 다가갔다. 비틀거리는 허리에 자연스럽게 팔을 둘러 끌어안은 우영은 당연히 자신의 목에 둘러질 줄 알았던 손이 가슴팍을 밀어내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고민 들어주고 하느라 못 나왔어. 자연스럽게 우영의 품에서 나온 산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식탁 의자에 툭 걸쳤다. 맨투맨에 후드집업만 겨우 입고 나간 산이 춥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도, 이렇게 자신의 품을 벗어나는 것도 전부 예민함이 극에 달한 우영에게 있어서는 안 좋은 기류였다.


누구랑 있었어? 예전이면 그냥 툭 물어보고 가볍게 대답하며 넘길 수 있었던 질문이었지만 이상하게 흐르는 분위기가 달랐다. 쎄한 공기 속으로 쌕쌕, 술에 취한 산의 숨이 흩어졌다. 식탁 의자를 짚고 있던 산이 돌아보며 우영과 눈을 마주했다. 평소처럼 나른하게 떠진 눈이었지만 그 눈빛이 어딘가 쎄한 분위기를 내며 공기를 얼렸다. 우영이 성큼성큼 다가가 산의 팔뚝 언저리를 붙잡았다.
你跟谁在一起?以前只是随便问问,轻松回答就能过去的问题,但现在气氛却莫名其妙地变了。在紧张的空气中,喝醉的伞喘着粗气。伞扶着餐桌椅子,回头看着友荣。虽然眼神像平时一样慵懒,但那眼神却带着一种奇怪的气息,让空气变得冰冷。友荣大步走过去,抓住了伞的手臂。



“누구랑 술 마셨는데?” “你跟谁喝酒了?”

“과 동기랑 마셨다니까.” “我和同班同学喝酒了。”

“걔는….” “他是….”



걔는 패디과 아니잖아. 우영이 속으로 묻어두려던 말을 툭 던져버렸다. 산의 팔뚝을 붙잡은 손에 우악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인상을 찌푸린 산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他不是兽医系的。友荣把本来想藏在心里的话脱口而出。抓住伞手臂的手用力收紧,伞自然地皱起眉头,眉间出现了皱纹。



“걔는 과 동기 아니잖아, 최산.”
“他不是你们专业的同学,崔伞。”



우영이 산의 팔을 끌었고, 잠시 휘청이던 산이 금세 중심을 잡고는 붙잡힌 팔을 억지로 빼냈다. 누구 말하는 건데? 날 선 말이 목구멍까지 올랐지만 꺼내지 않았다. 산은 분명 과 동기라고 했는데 우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걔’였으니 이미 누군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과라는 것까지 알고 산이 지금 만나고 온 사람이 ‘걔’라는 것까지 아는 걸 보니…. 산이 우영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미 모든 걸 안다는 듯 산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우영의 눈빛에서 여러 감정이 읽혔다. 산에 대한 배신감, 분노, 소유욕. 그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것은 산이었다.
友荣拉住了伞的胳膊,伞一时踉跄,但很快就稳住了身形,强行抽回了被抓住的胳膊。你在说谁?尖锐的话已经到了喉咙口,但他没有说出来。伞明明说是同系同学,但友荣嘴里说的是“那家伙”,这意味着他已经知道是谁了。连是不同系的都知道,伞现在刚见过的人就是“那家伙”……伞和友荣对视着。从友荣那仿佛已经知道一切的眼神中,伞读出了多种情感。对伞的背叛感、愤怒、占有欲。伞完全承受着这些情感。


우영은 허공에 애매하게 놓인 손을 거두었다. 주먹을 동그랗게 말아쥔 우영은 짧은 손톱이 손바닥을 꾹 눌러 생기는 그 고통이 꼭 그만하라 말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 말라고, 지금 이 선을 넘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말을 한다. 정우영의 머리도, 가슴도, 몸도 전부 정우영을 말리며 뒤로 물러나길 바라는데 자존심을 굽히지 못한 입이 스스로 달싹였다.
友荣收回了悬在空中的手。握紧拳头的友荣觉得短短的指甲深深地嵌入掌心的痛楚仿佛在劝他停下。不要这样做,现在跨过这条线就无法回头了。郑友荣的脑袋、胸口、身体都在阻止他,希望他退后,但他那不肯低头的嘴唇却自己动了起来。



“했어?” “做了吗?”



때에 맞지 않는 정적이 돌았다. 금방 나올 줄 알았던 대답이 생각과 달리 바로 나오지 않자 우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나마 어색하게라도 다정하게 뜨고 있던 눈매가 단번에 날카로워지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의지보다 먼저 튀어나간 두터운 손이 곧장 산의 머리채를 쥐었다. 제법 길게 내려온 뒷머리가 우악스럽게 잡히며 산이 허리를 굽혔고, 우영의 손이 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산, 최산. 산아. 불안함에 휩싸인 우영의 눈이 온전히 산을 담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고통에 찡그려진 눈이 감기며 둘의 시선이 엇나간다.



“걔랑 했어?” “跟他做了吗?”



산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침묵이 이어졌지만 우영은 본능적으로 그 대답을 알 수 있었다. 송민기랑 최산이 잤으며, 둘의 사이가 단순히 우영과 같은 친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울컥 차오른 사랑이라는 감정이 중심을 잃고 뒤집힌다. 우영의 두꺼운 손이 곧장 산의 볼 언저리를 내려쳤다. 짜악, 매서운 폭력의 소리가 겨울에 얼어버린 고드름이 되어 귓가를 아득히 찔러온다. 잡힌 머리채에 돌아가지 못한 고개가 꼿꼿하게 버틴다.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산의 볼 언저리가 볼록하게 올라왔다. 입 안으로 혀를 굴리던 산이 바닥에 퉤, 피가 섞인 침을 뱉어냈다. 터진 입 안에서 주륵 흘러내린 피가 산의 턱 끝으로 선을 만들었다.
伞再次闭上了嘴。虽然没有肯定也没有否定,但友荣本能地知道了答案。宋旼琦和崔伞睡过,他们之间的关系可能不仅仅是像友荣这样的朋友。涌上心头的爱意失去了中心,翻转了过来。友荣厚实的手直接打在伞的脸颊旁边。啪,凛冽的暴力声在冬天冻结成冰柱,刺痛了耳边。被抓住的头发使得无法转动的头颅僵硬地挺立着。紧闭着嘴唇的伞的脸颊鼓了起来。伞在嘴里滚动着舌头,向地上啐了一口,吐出了带血的唾液。从破裂的嘴里流出的血在伞的下巴上形成了一条线。


힘이 잔뜩 들어간 우영의 팔뚝을 붙잡은 산이 꾹 힘을 주었다. 빨갛게 오른 볼과 입술에서 턱까지 이어진 붉은 피, 언뜻 보이는 붉은 입 안까지. 우영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우악스러운 손길에서 벗어난 산이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쓸어올려 정리했다. …최산. 낮아진 목소리가 가까운 미래를 예상한 듯 본능적으로 산을 붙잡았지만 손등으로 턱 언저리를 더럽힌 핏자국을 닦아낸 산은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곧장 벗어두었던 겉옷을 챙겼다.
伞紧紧抓住了友荣绷紧的手臂,用力一捏。红肿的脸颊和从嘴唇延伸到下巴的鲜红血迹,甚至隐约可见的红色口腔。趁着友荣暂时犹豫的瞬间,伞从粗暴的手中挣脱出来,随意地把凌乱的头发往上捋了捋整理好。 …崔伞。低沉的声音仿佛预见了不远的未来,本能地抓住了伞,但伞用手背擦掉了弄脏下巴周围的血迹,仿佛再也没有什么可看的,立即收拾起脱下的外衣。



“산.” “伞。”

“…….”

“산아, 잠시만. 내가 잘못했어.” “伞啊,等一下。我错了。”

“나중에 얘기하자.” “我们以后再聊。”



친구 사이에 주먹 오갈 수도 있지. 산이 다시 한 번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어냈다. 그러고도 보이는 입 안이 붉은 걸 보니 아마 뺨을 치면서 입 안이 제대로 터진 듯 싶었다. 우영이 머뭇거리다 손을 뻗었지만 산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신고 왔던 신발에 발을 욱여넣었다. 검은 운동화가 슬리퍼를 마구 짓밟아 더럽혔지만 산은 개의치 않고 집을 나섰다. 쾅,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닫힌 문이 산의 모습을 감춘다. 도어락의 잠금 장치가 자동으로 둘의 사이에 벽을 하나 더 만들었다.
朋友之间打架也是有可能的。伞再次向地上吐了一口带血的唾沫。即使这样,他的嘴里依然能看到鲜红的血迹,看来是被打了一巴掌,嘴里彻底破了。友荣犹豫了一下,伸出手,但伞果断地转身,把脚塞进了他穿来的鞋子里。黑色运动鞋狠狠踩在拖鞋上,把它弄脏了,但伞毫不在意,径直走出了家门。砰,一声巨响,关上的门遮住了伞的身影。门锁的自动锁定装置在两人之间又筑起了一道墙。


우영은 열이 아른거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응시했다. 마찰에 의해 붉어진 손바닥이 파르르 떨렸지만 우영은 그보다 먼저 산의 볼을 떠올렸다. 우영의 손바닥보다 더 붉게 올랐던 그 마른 볼이 자꾸 우영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友荣凝视着自己发烫的手掌。因摩擦而变红的手掌微微颤抖,但友荣首先想到的是伞的脸颊。那比友荣的手掌更红的瘦削脸颊仿佛在不断告诉友荣,他无法回到过去。


아마도 송민기에게 갔을 거라고, 우영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떠올리며 산이 뱉고 간 핏자국을 눈에 담았다.
可能是去找宋旼琦了,友荣不愿意承认这个事实,想着伞留下的血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