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불청객이었다. 누가 누구에게를 따져물을 것 없이 둘 다 그랬다. 김도훈도 신정환도 마찬가지로 불청객이었다. 초대한 사람도 없었고 초대 받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둘 다 불청객이었다.
仔细想想,他们都是不速之客。无需追究谁是谁非,两个人都是如此。金道勋和申正焕都一样是不速之客。既没有邀请人,也没有被邀请的人。他们就是两个不速之客罢了。


김도훈과 신정환은 옥수와 신금호 사이 둘 중 어디라고 불러도 상관 없는 아파트에서 만났다. 집주인은 신유환이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신유환도 그 집의 임차인이긴 했다. 종강과 동시에 칼입대한 신정환은 제대하고나서 그걸 좀 후회했다. 복학시기가 애매했고 기숙사에서 짐 다 뺐으니 갈 데가 없었다. 본가에선 딱히 할 게 없었다. 자취방 알아봐야하나 고민할 즈음 신유환의 집으로 떠밀리듯 보내졌다. 방값도 아끼고 좋지 않냐는 부모님의 핑계가 그럴싸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취방도 여유롭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金道勋和申正焕在可以称为玉水或新金浩的公寓里见面了。房主是申惟。更确切地说,申惟也只是这房子的租客。申正焕在学期结束后立即入伍,退伍后有些后悔。复学时间尴尬,宿舍的东西也都搬出来了,无处可去。在老家也没什么特别要做的。正当他考虑是否该找个单身公寓时,就被推着送到了申惟的家里。父母以省房租为借口,听起来很有道理。他觉得这主意不错。这样也可以从容地找自己的房子。


신유환에게 덜렁 받아 든 서울 집주소 가지고 신유환의 아파트엘 갔다. 신정환이 김도훈을 처음 만났을 때 김도훈은 말아쥔 주먹을 입 앞에 가져다 댄 다음 눈을 크게 떴다. 존나 연극적 리액션이었다. 그 때만해도 그게 놀랐을 때면 나오는 도훈의 버릇이라는 걸 몰랐다. 유치원 때인가. 재롱잔치때 하던 연극 같은 것이 떠올랐다. 조악한 핑크색의 셀로판지 같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애. 이름도 기억 안났다. 대사를 까먹었었나. 모르겠다. 별 것도 아닌 대사였겠지. 기억할 필요 없었다. 어머 왕자님! 뭐 이따위 대사였을 것이다. 다음의 말이야 뻔했다. 조악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애의 다음 말도 김도훈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도.
申惟拿着匆忙接过的首尔家庭地址,去了申惟的公寓。申正焕第一次见到金道勋时,金道勋把握紧的拳头放在嘴前,然后睁大了眼睛。这是一个非常夸张的反应。那时还不知道这是道勋惊讶时的习惯动作。幼儿园时吧。想起了在才艺表演时演的戏剧之类的。穿着粗糙的粉色玻璃纸似的裙子的女孩。连名字都记不得了。是忘记台词了吗?不知道。肯定是无关紧要的台词吧。没必要记住。"哎呀,王子殿下!"大概就是这种台词吧。接下来的话显而易见。穿着粗糙裙子的女孩接下来要说的话,和金道勋嘴里即将说出的话都一样。


그런데 김도훈은 정환의 예상 선택지에 있는 뻔한 대사 말고 전혀 쌩뚱맞은 소리를 했다. 누가봐도 한껏 꾸며낸 것 같은 연극적인 리액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말.
然而,金道勋并没有说出郑焕预料中的那些老套台词,而是说了一些完全不相干的话。这些话与任何人看起来都像是精心设计的戏剧性反应完全不搭调。




뭐 이딴 새끼가 다있지?  怎么会有这种混蛋?

좀 이상한 새끼라고 생각했다.  我觉得他是个有点奇怪的家伙。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던가. 거기까진 잘 기억나지 않는다.
我得小心点。这之前的事我记不太清了。








패배의 맛  失败的滋味

신정환 김도훈  申正焕 金道勋





신유환의 아는 동생인지 아는 후배인지 하는 김도훈과 신유환과 신유환의 친형 신정환의 동거는 아주 물흐르듯 잘 흘러갔다. 신유환의 아파트는 방이 딱 세개인 31평형의 나름 신축 아파트였다. 정환은 두번째로 큰 방을 썼다. 원래 그 방은 김도훈이 쓰던 방이었는데 정환이 오던 날 김도훈은 자기가 제일 작은 방을 쓰겠다고 했다. 제일 작은 방은 잡동사니가 존나 많았다. 김도훈이 촬영을 따라다닐 때 쓰는 장비들을 모아 놓는 방인 것 같았다. 짬밥 먹다 나온 신정환은 딱히 별 상관 없었지만 쓰라고 하길래 그냥 알겠다고 했다. 저 방에도 침대가 있나. 나중에야 그걸 물어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못 물어봤다. 신정환은 낯을 가렸다. 신유환한테 물어보자니 신유환이 집에 없었다.
申惟焕的朋友还是后辈的金道勋,以及申惟焕和申惟焕的亲哥哥申正焕的同居生活进行得非常顺利。申惟焕的公寓是一个三室一厅的 31 平米的相对较新的公寓。正焕住在第二大的房间里。原本那个房间是金道勋使用的,但在正焕来的那天,金道勋说他要用最小的房间。最小的房间里堆满了杂物。看起来像是金道勋在跟拍时使用的设备收纳室。刚退伍的申正焕并不太在意,既然让他用就答应了。那个房间里有床吗?后来他觉得应该问这个问题的,但没问出口。申正焕有些腼腆。想问申惟焕,但申惟焕不在家。


신유환은 신정환의 동생이다. 둘은 형제라고 하기에는 꽤 많이 닮았고 쌍둥이라고 하기에는 꽤 많이 달랐다. 언뜻 보면 되게 닮았지만 뜯어 보면 많이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을 뜯어보지 않아서 쌍둥이 아냐? 하고 말했다. 신정환은 굳이 하나하나 짚어주기 귀찮아서 아 네 뭐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하고 말아버렸다.
申惟是申正焕的弟弟。他们俩作为兄弟来说长得很像,但作为双胞胎来说又有很大的不同。乍一看非常相似,但仔细观察就会发现很多差异。大多数人并不会仔细观察他们,所以常常会问:"你们是双胞胎吗?"申正焕觉得一一解释太麻烦,就会回答:"啊,是的,我们经常听到这种说法。"


신정환은 평범하게 살았고 신유환은 나대면서 살았다. 연년생이라 학교를 붙어다니는 게 슬슬 피곤해졌을 즈음 신유환은 나대다 나대다 못해 아예 서울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꼴값 떤다고 생각했다. 사춘기가 오면서 이미 형제사이는 데면데면해진 지 오래였다. 신유환이 모델 에이전시 들어가고 인스타에서 셀럽되고 웹드라마 찍으면서 연예인 되는 동안 신정환은 공부해서 서울로 대학가고 오티가고 엠티가고 술먹고 연애하고 군대가고 제대했다.
申正焕过着平凡的生活,而申惟则活得张扬。作为同龄兄弟,一起上学渐渐让他们感到疲惫。就在这时,申惟因为太过张扬,干脆转学到了首尔的一所高中。申正焕觉得他是在装腔作势。随着青春期的到来,兄弟俩的关系早已变得疏远。在申惟进入模特经纪公司、成为 Instagram 网红、拍摄网络剧成为艺人的同时,申正焕则专心学习考上了首尔的大学,参加迎新会和 MT,喝酒谈恋爱,然后入伍服兵役,最后退伍。



김도훈은 신유환과 모델에이전시에서 만났다. 그런데 도훈은 지금 모델일을 안했다. 대신 사진 관련된 일을 했다. 자세하게는 모르고 어쩌다 하는 일이 바뀌었는지는 더 모른다.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만기전역한 신정환에게 이 세상에서 그럴 수 없는 일이란 없었다. 그냥 한참 앳되어보이는 얼굴이 좀 아깝다고 생각한 게 끝이었다. 군대 다녀와보니 세상엔 별의 별 새끼들이 다 있고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건 없었다. 일단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새끼들이 태어나서 멀쩡히 살아가고 있었다. 아량이 존나 넓어져 있었다.
金道勋在模特经纪公司遇到了申惟焕。不过,道勋现在不做模特了。他改做摄影相关的工作。具体情况不太清楚,也不知道为什么会换工作。我也没特意去问。人生嘛,有时就是这样。对于刚退伍的申正焕来说,这世上没有什么不可能的事。他只是觉得那张看起来还很稚嫩的脸有点可惜罢了。当兵回来后,他发现这世上什么样的人都有,什么样的事都会发生。根本就不存在不可能的事。首先,那些本不该出生的家伙们竟然活得好好的。他的包容心变得异常宽广。



신정환은 너무 너그러웠다. 그래서 김도훈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왜 어떻게 지금의 김도훈이 되었는지 그런 게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물며 동생인 신유환이랑 김도훈이 키스하는 걸 알게돼도 음 그렇구나, 했다. 존나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 그랬다. 한밤중이었고 그날따라 존나 짜게 먹어서 목이 말랐다. 눈을 떴는데 익숙하지 않은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린지는 금방 알았다. 피끓는 사내새끼들 둘이 열정적으로도 혀를 섞으셨다.
申正焕太宽容了。所以他对金道勋过去的生活、经历以及为什么变成现在这样的金道勋一点都不好奇,也完全不觉得奇怪。甚至当他发现弟弟申惟和金道勋在接吻时,他只是想,哦,原来如此。这并不是因为他思想开放,而是因为他觉得那是别人的事。那是半夜,那天他吃得特别咸,所以口渴了。他睁开眼睛,听到一个不熟悉的声音。他很快就明白那是什么声音。两个血气方刚的小伙子正热情地交换着唾液。


집에 사람은 셋. 신정환은 현재 소리 감상중이었다. 그럼 남은 인원은? 둘. 음. 그렇구나. 집이 좁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근데 그렇다고 이상하진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家里有三个人。申正焕正在欣赏音乐。那么剩下的人呢?两个。嗯。原来如此。庆幸家里不算太小。不过话说回来,这也没什么奇怪的。也不值得好奇。



나중엔 눈으로 직접 봤다. 둘이 딱히 숨길 생각이 있기나 한건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 하기도 뭐해서 그냥 모르는 척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다.
后来我亲眼看到了。我很好奇他们俩是否真的有意隐瞒,但又觉得不好装作知道,所以就假装不知道。我想,这种事也是可能发生的。



집에 사람은 셋.  家里有三个人。

신정환은 게이가 아니다.  申正焕不是同性恋。

신유환이 게이였나?  申惟焕是同性恋吗?

음. 그렇구나.  嗯。原来如此。

조금 놀랍긴 했다.  有点令人惊讶。



오며가며 마주칠때면 김도훈의 얼굴을 흘끔거렸다.
每次擦肩而过时,都会偷偷瞥一眼金道勋的脸。

신정환 한손에 잡힐 것 같았다.
申正焕看起来像是可以一只手就能抓住。

작고, 너무 앳된 얼굴.  小小的,太稚嫩的脸庞。


신유환의 얼굴을 떠올렸다.  想起了申惟焕的脸庞。

신유환이 어떻게 생겼더라.  申惟焕长什么样子来着。


갑자기 신유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突然想不起申惟的脸了。




“…뭐해?”  "……你在干什么?"

“어?”  "咦?"

“거기 서서 뭐하냐고.”  "你站在那里干什么呢。"

“아. 아무것도 아냐.”  "啊。没什么。"




신유환 얼굴을 생각하고 있는데 안방문을 벌컥 열고 라이더자켓에 블랙진 입은 신유환이 불쑥 나타났다. 연한 갈색머리는 며칠 전까지 부글부글거리더니 그새 얌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正当我想着申惟焕的脸时,卧室门突然被推开,穿着骑士夹克和黑色牛仔裤的申惟焕冷不丁地出现了。他那浅棕色的头发前几天还蓬松着,如今却已经乖乖地服帖下来了。



신유환은 연예인이 되더니 존나 바빠졌다. 신정환은 하릴없는 개백수. 개백수까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군휴학생이지만. 어쨌든 개백수나 다름없긴 했다. 면상 한 번 제대로 보기 어려운 동생새끼 면상을 보니 문득.
申惟变成了明星之后忙得要死。申正焕则是个无所事事的闲人。严格来说不算完全闲着,他其实是个休学当兵的学生。但不管怎么说,和闲人也没什么两样。难得见到这个平时连面都见不着的弟弟,突然间。


신유환이 신정환이랑 이렇게 닮았었나?  申惟焕和申正焕原来这么像吗?

그런 생각이 들었다.  我有了这样的想法。



방금 전에 퉁퉁 부은 상태로 지 방문 닫고 들어간 김도훈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我回想起刚才金道勋那张肿胀的脸,他关上房门进去了。

신유환이랑 김도훈?  申惟焕和金道勋?



그럼 남자새끼들 둘이.  那么就剩下两个臭男人了。

조만간?  不久之后?

흠.  嗯。

근데 김도훈은 좀 너무.  但是金道勋有点太过分了。

애 같지 않나.  像个孩子一样。




정환이 자대배치를 받기 전 샤워실에서 후임이랑 떡치다 소대장인가 중대장한테 걸렸다던 최상병의 개씹구라가 생각났다. 그 일 이후로 군 내 음란문화 다 조진 거 아냐 모르냐 나 아니었음 너거 다 상뱀 자지에 뽀뽀할 뻔 했다 능구렁이처럼 웃던 최상병 얼굴 자동 소환 됐다.
申正焕想起了崔上兵那个扯淡的谎话,说他在分配到部队前在浴室里和后辈乱搞时被连长还是排长抓了个正着。他还说那之后军队里的淫乱文化都被整顿了,你们不知道吗?要不是我,你们都差点亲上了上等兵的鸡巴。崔上兵那张像蛇一样狡猾的笑脸自动浮现在脑海中。



신정환은 그 날부터 대략 이틀동안 경미한 게이혐오에 시달렸다.
申正焕从那天起大约两天内都遭受了轻微的恐同症困扰。





생활반경을 공유하다보면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게 많았다. 신정환과 김도훈도 그랬다. 신유환의 부재만큼을 신정환과 김도훈이 채우게 되는 모양새가 되면서 더 그랬다. 그러는 동안 신정환과 김도훈도 서로에 대해 싫든 좋든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当共享生活圈时,即使不特意去做什么,也能了解到很多事情。申正焕和金道勋就是这样。随着申正焕和金道勋开始填补申惟的空缺,这种情况变得更加明显。在此期间,申正焕和金道勋也不可避免地了解到了彼此的许多方面,无论是喜欢还是不喜欢。


도훈은 포토 스튜디오에 출근했다가 퇴근해서도 거의 새벽까지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붙들고 끙끙거렸다. 방에 제대로 된 책상 같은 게 없어서 엎드려 하고 있는 걸 보고 거실에서 하라고 했더니 김도훈은 그 말을 각자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없애도 된다는 뜻 정도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하는 짓이 딱 봐도 그랬다. 우왕 근데 형은 턱에 점이 있네요. 턱 밑 점도 미인점인가? 남산만한 사내새끼가 무릎걸음으로 걸어와 코 앞에 얼굴 디밀고 남의 얼굴 관찰을 했다. 낯간지럽다는 생각도 없나. 입술 바로 아래를 손가락 뻗어 콕콕. 존나 어이 없었지만 하나하나 정정해주기 귀찮기도 하고 김도훈이 좀 이상하고 골 때리게 구는 게 어제오늘 일인가 싶어 그냥 내버려 두었다.
金道勋上班去了摄影工作室,下班后几乎熬到凌晨,一直抱着笔记本电脑或平板电脑苦苦思索。因为房间里没有像样的书桌,他趴在地上工作。看到这种情况,我让他去客厅工作,但金道勋似乎把这话理解成了可以消除彼此的私人空间。他的行为明显就是这样。"哇,不过哥的下巴上有颗痣呢。下巴下的痣也算美人痣吗?"这个像南山一样高大的家伙用膝盖走路,凑到我面前仔细观察我的脸。他似乎完全没有觉得这样会让人不自在。他伸出手指,戳了戳我嘴唇正下方。虽然觉得非常无语,但一一纠正他又很麻烦,而且金道勋行为古怪又让人头疼也不是一天两天的事了,所以我就随他去了。


가끔 볼일있어 나갔다 오는 길에 지나가는 말로 중얼거렸던 과자 봉다리 들고 들어오면 이거 먹고 싶었던 거 어떻게 알았냐고 고맙다고 팔 활짝 벌려 안기는 건지 안는 건지 그렇게 온 몸으로 부닥쳐왔다. 아 혀엉. 내가 이거 먹고 싶었던 거 어떻게 알았어요. 하는데 뭘 어떻게 알아 하루 종일 얘기해놓고. 하면 어깨로 퍽 쳤다. 어깨 넓어서 개아팠다. 눈웃음 살살 치면 덜 아픈 줄 아네 이게. 샐샐 웃는 얼굴로 쉽게도 퉁쳤다.
有时候出去办事回来的路上,随口嘟囔着想吃的零食,回来时手里拿着那包零食,他就会问我怎么知道他想吃这个,然后感谢我,张开双臂不知是要抱我还是被我抱,就这样整个身子都贴了上来。啊,亲爱的。你怎么知道我想吃这个呢?他问道。我说,你整天都在说这个,我怎么会不知道。他就用肩膀撞了我一下。他肩膀宽,撞得我好疼。他眯着眼睛笑,以为这样我就不会觉得疼了。脸上带着轻松的笑容,轻易地就撞了我一下。




김도훈은 혼잣말을 잘 하는 편이었다. 리액션도 컸다. 처음 봤을 때부터도 그랬다. 연극적이었고 극적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다 보였다. 그런 주제에 정환이 무언가를 알아채면 깜짝 놀랐다. 너무 깜짝 놀라서 화들짝 놀란다는 말이 어울렸다.
金道勋经常自言自语。他的反应也很夸张。从第一次见面就是这样。他很戏剧化,很富有戏剧性。他在想什么都写在脸上。尽管如此,当申正焕察觉到什么时,他还是会大吃一惊。他惊讶得程度之大,以至于"吓得跳起来"这个形容再合适不过了。




“너 신유환 좋아하잖아.”  "你不是喜欢申惟吗。"




그렇게 말했더니 화들짝 놀라는 도훈이 존나 어이없었다. 이 새끼는 하여튼 존나 웃기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대본도 아니고 연극 대본 같았다.
我这么说完,道勋吓得一惊,简直让人无语。我觉得这家伙真是太搞笑了。这剧情简直不像电视剧剧本,倒像是舞台剧剧本。



장면A.  场景 A。

도훈  道勋

(눈을 크게 뜨고 화들짝놀라며 되묻는다) 네?
(睁大眼睛,惊讶地反问)什么?

정환  正焕

(어이가 없다는 듯 황당해하는 얼굴을 하며 웃는다)
(一脸难以置信的表情,哭笑不得地笑了)

도훈  道勋

(영문을 모르는 얼굴을 한 채로 눈을 깜빡이고 있다) 제가요?
(一脸茫然地眨着眼睛)我吗?


더 이상 연극적이지 않은 톤으로 정환은 고개를 젖혀가며 웃었다. 머지 않아 정환은 도훈의 액션이 전혀 연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正焕不再用戏剧性的语气,仰头大笑。不久之后,正焕意识到道勋的行为一点也不戏剧化。




신유환이 유명세를 타면서는 동기모임이든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든 아주 친한사람들만 모이는 자리가 아니면 한 번씩 불편한 얘기들이 섞여 나왔다. 그래서 정환은 2차 3차 오래 이어질 때면 일찍 자리를 떴다. 나 먼저 간다. 얼굴은 고와도 성질머리는 그닥 곱지 못한 신정환 아는 애들은 잡는 시늉이나 몇 번 하고 그냥 보내줬다.
申惟环成名之后,无论是同学聚会还是朋友聚会,只要不是非常亲密的人聚在一起,总会有一些令人不快的话题出现。因此,正焕在聚会进行到第二轮、第三轮时就会提前离开。"我先走了。"虽然长相俊美,但脾气并不怎么好的申正焕,认识他的人也只是象征性地挽留几下,就让他离开了。


아파트 단지 들어서서 걷고 있는데 화단 쪽에 그림자 하나가 웅크려 앉아 연기를 푹푹 뿜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 옆에 잔뜩 늘어놓은 것들이 익숙해 자세히 봤더니 김도훈이었다.
走进公寓小区时,我看到花坛旁蹲着一个人影,正在不停地吞云吐雾。本想直接走过,但那人身边堆着的东西看起来很眼熟,仔细一看,原来是金道勋。




“뭐해?”  "在干什么?"

“담배 피워요.”  "抽烟吗?"




몰라서 물어보겠냐? 했더니 흐흐 웃는 잇새로 웃음이랑 담배 연기랑 같이 샜다. 어이가 없어서 더 말 섞기를 포기했다.
我会问你是因为不知道吗?我这么说后,他从牙缝里发出嘿嘿的笑声,笑容和烟雾一起溢了出来。我觉得无语至极,放弃了继续与他交谈。


그래라 그럼. 형 먼저 간다. 지금 집에 올라가면 안 돼요. 왜? 손님 있어요. 손님? 네. 누구? 음… 유 형 여친? 여친? 
那就这样吧。哥先走了。现在不能回家。为什么?有客人。客人?是的。谁啊?嗯...申惟哥的女朋友?女朋友?


뭔 개소리야?  这是什么胡说八道?




밥도 안먹고 쫄쫄 굶었다는 김도훈 데리고 맥날에서 햄버거 먹었다. 신정환은 혀 끌끌 차면서 햄버거로 밥이 되냐는 소리나 했다. 아저씨 같다고 하길래 니도 군대 갔다와봐라 했더니 볼에 햄버거 잔뜩 욱여넣은 채로 십자인대 파열이라 면제 뜰거라던뎅, 한다. 진짜인지 구라인지 좀 친해졌다고 이빨을 자주 까대서 믿을 수가 없었다. 정환의 생각을 읽었는지 어깨 으쓱하는데 입술 끝에 케찹 찍 묻은 게 존나 애새끼 같았다. 암만 봐도 이새끼 미자다. 이거나 닦어 좀. 드럽게. 닦아주면서 잔소리 했더니 이제는 선생님 같다고 징징. 지랄도 가지가지 했다.
金道勋说自己饿得前胸贴后背,我就带他去麦当劳吃汉堡了。申正焕一边咂舌一边说汉堡怎么能当饭吃。我说他像个大叔,他就回我说你也去当兵试试。结果他嘴里塞满了汉堡,含糊不清地说自己十字韧带断裂,可以免役。不知道是真是假,感觉跟他熟了点就老爱耍嘴皮子,根本不能相信。好像是看穿了我的想法似的,他耸了耸肩,嘴角沾着番茄酱的样子简直像个小屁孩。怎么看都是个未成年。我说你把这擦掉,真恶心。一边帮他擦一边唠叨,他又开始抱怨说我像个老师。这家伙真是什么妖都会变。


얹혀사는 신세라는 게 이럴 때 서럽구나 새삼 실감 나 갈 곳 없이 청승 떨었다. 별 수가 없으니 역 근처 무인모텔 잡아서 들어왔다. 아주 좋은 모텔이 아니라서 목적 확실한 사람들에겐 나쁠 것 없었지만 목적 불확실한 신정환이랑 김도훈에겐 편의시설이 구렸다. 사내새끼들 둘이 무릎 맞대고 할 게 존나 없었다. 결국 편의점 가서 양손에 맥주랑 이것저것 잔뜩 사들고 다시 나란히 마주 앉았다.
寄人篱下的处境在这种时候真是让人感到凄凉,突然深有感触。无处可去,只能在这里自怜自艾。别无选择,只好在车站附近找了家无人值守的汽车旅馆住下。这家旅馆不是很高档,对于目的明确的人来说倒也无所谓,但对于目的不明确的申正焕和金道勋来说,设施实在是太差了。两个大男人面对面坐着,实在是无事可做。最后只好去便利店买了一堆啤酒和零食,又坐回来面对面。


어색할 것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술까고 앉은 건 처음이라 술만 마셨다. 평소보다 눈에 띄게 가라앉은 텐션의 김도훈은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근데 김도훈은 언제부터 신유환이랑 같이 살았던거지. 정환은 묻고 싶은 게 생길 때 마다 맥주를 한모금씩 마셨다.
我以为我们之间没什么尴尬的,但因为这是第一次一起喝酒,所以只顾着喝了。金道勋的情绪明显比平时低落,没什么话可说。不过,金道勋是从什么时候开始和申惟、申正焕一起住的呢?每当申正焕想问些什么的时候,就会喝一口啤酒。



신유환이 데려온 여자가 여자친구는 맞는건가.
申惟带来的那个女孩真的是他的女朋友吗?

신유환이 누굴 데려왔는지 김도훈도 봤을까.
金道勋是否也看到了申惟带来了谁。

신유환이 다른 사람을 집에 데려올 때면 그 때마다 김도훈은 매번 혼자 있었을까.
每当申惟焕带别人回家时,金道勋是不是每次都是一个人呢。



그 때마다 김도훈은 어디에서 밤을 보냈을까.
每当那时,金道勋都是在哪里度过夜晚呢。



김도훈은 신유환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金道勋是从什么时候开始喜欢申惟的呢。

김도훈은 신유환을 왜 좋아하나.  金道勋为什么喜欢申惟焕。



안주라곤 홈런볼에 초코하임에 맥주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과자 몇봉다리 흩어놓고 맥주 오백짜리를 있는대로 들이부은 속이 쎄했다. 정환은 도훈의 눈이 아주 진득하게 저를 쫓고 있음을 알았다. 뭘 봐. 형 봐요. 왜 보는데. 보면 안 돼요?
把一些不搭配啤酒的零食如棒球巧克力、巧克力夹心饼干和几包小零食散乱地摆在一起,然后猛灌了一大瓶啤酒,这让人感到有些不舒服。申正焕知道金道勋的眼睛正紧紧地盯着自己。"看什么?""看你啊。""为什么看我?""我不能看吗?"


하하. 웃겼다. 웃기고 우스웠다.  哈哈。真好笑。既滑稽又可笑。

좁은 모텔방. 키 백팔십 훌쩍 넘는 사내새끼들 둘이 침대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아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묘했다. 정환은 이 기류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조금 더 도훈에게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물었다.
狭小的汽车旅馆房间里。两个身高超过一米八的大男孩并排坐在床上,背靠着床头,四目相对,这场景显得有些奇妙。正焕明白这种氛围意味着什么。他稍微挪动屁股,坐得离道勋更近了些,然后开口问道。




“키스하고 싶어?”  "想接吻吗?"




정환의 말에 도훈이 네? 하더니 하, 웃었다. 정말 웃겨하는 투였다. 그 애가 코 앞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웃었다. 입이 크게 활짝 벌어지고 눈 밑 애굣살이 두툼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는 말했다. 형 못할걸요?
听到正焕的话,道勋先是说了声"什么?",然后"哈"地笑了出来。他的笑容看起来真的很开心。他把脸凑得很近,大笑着。嘴巴张得大大的,眼睛下方的婴儿肥鼓了起来。然后他说道:"哥,你做不到的吧?"

방금 전까지 웃는 얼굴이던 정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살짝 걷혔다. 왜? 되물었다. 내가 신유환이 아니라서? 뒷말은 안했다.
刚才还在笑的正焕脸上,笑容稍稍褪去了。为什么?他反问道。因为我不是申惟吗?后面的话他没说出口。




“술마셨잖아요.”  "你喝酒了吧。"




존나 황당하네. 이유랍시고 대는 게 어이없었다. 형 약간 술마시구 키스하는 거 싫어할 거 같은데. 다음 말은 또 씨발… 진짜 어이가 없었다. 도훈아. 너 나랑 키스 해봤어? 물었더니 아뇨? 하길래 정환은 그대로 조막만한 턱 끝을 살짝 쥐고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랬더니 맹한 표정을 한다. 반응이 웃겼다. 도훈이 이내 픽, 웃는 소리를 냈다.
真他妈离谱。他给出的理由简直荒唐。哥哥好像会讨厌喝了酒后接吻的事。接下来的话又他妈的...真是无语了。道勋啊,你跟我接过吻吗?问了之后,他说没有?正焕就这样轻轻捏住他小巧的下巴尖,舔了舔他的下唇。结果他一脸茫然的表情。这反应真好笑。道勋随即发出了"噗"的一声笑。




“거봐요.”  "你看吧。"


못하지.  做不到。




도훈이 정환을 보고 생글생글 웃었다. 정환의 뾰족한 코 끝에 도훈의 코끝이 그대로 닿아있어 숨결이 자꾸 스쳤다. 알콜 향이 났다. 주백색의 조명을 다 켜지 않고 대충 켠 탓에 방 안이 조금 어두웠다. 바짝 다가온 눈 위로 속눈썹이 한참 그늘져 있어서 가짜로 웃는 것 같았다. 도훈은 제 턱 끝을 살짝 붙든 정환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얼굴을 떼어낸 다음 말했다. 형은 나랑 키스 절대 못해. 내가 알아.
金道勋看着申正焕,笑得眉眼弯弯。金道勋的鼻尖正好触碰到申正焕尖尖的鼻子,彼此的呼吸不断交织。空气中弥漫着酒精的味道。房间里只开了几盏乳白色的灯,使得室内有些昏暗。申正焕凑得很近,长长的睫毛在眼睛上方投下阴影,让他的笑容看起来有些虚假。金道勋松开了申正焕轻轻扶着自己下巴的手。然后他移开脸,说道:"哥,你绝对不能和我接吻。我知道的。"





현대인의 흔한 질병 세가지.  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


과대망상.  妄想症

피해망상.  被害妄想

혼합망상.  混合妄想。


현대인 신정환은 다음과 같은 병증을 보였다.
现代人申正焕表现出以下症状。


신유환이 아니라 김도훈과 키스할 수 없는 신정환이란 무엇인가. 애초에 그따위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별안간 존나 빡친 나머지 신정환은 급발진했다. 너는 나한테서 기어코 신유환이 보고 싶은 거냐고, 그래 니가 그렇게 원하는 신유환? 그까짓거 내가 지금 소환해 주겠노라고. 신정환은 술먹고 키스하는 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지만 정말 딱 질색인 척 니가 원한다면 한 번 해주면 될 일 아니겠냐고. 취미에도 없고 흥미에도 맞지 않는 희생정신까지 발휘해가며 급발진했다.
什么是不能和金道勋接吻而只能和申惟接吻的申正焕呢?这种东西本来就存在吗?突然间,申正焕气得不行,冲动地说道。你是非要从我身上看到申惟吗?好啊,你这么想要的申惟?那种东西我现在就给你召唤出来。申正焕对喝酒后接吻没什么想法,但如果你想要的话,我可以假装非常讨厌它。虽然既不是我的爱好也不符合我的兴趣,但我还是会发挥牺牲精神,冲动地这么做了。


믿을 수 없게도 퍼컬이 정병이었다. 정병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었다. 도훈의 말을 듣는 동안 현대인 신정환은 병증에 시달렸다. 신정환은 과대망상하고 피해망상하고 총체적으로 망상했다.
难以置信的是,퍼컬竟然是正兵。如果不是正兵的话,就无法解释了。在听金道勋说话的时候,现代人申正焕饱受病症折磨。申正焕患有夸大妄想、被害妄想,总之就是全面妄想。


병증을 앓는 현대인 신정환은 도무지 앞 뒤 맞지 않는 짓을 행했다. 내일이 되면 술김이라고 핑계되면 될 일임을 알았다.
患有现代病的申正焕做出了完全不合情理的行为。他知道等到明天就可以用醉酒来搪塞过去。


이마저도 ‘현대인들의 흔한 질병 3가지 양상’ 같았다.
这也像是"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症状"。


회피, 도피, 기피.  回避,逃避,忌避。

힙합이었다.  是嘻哈。

말하다보니 인생이 존나 힙했다.  说着说着,发现人生真他妈酷。

인생이 씨발…… 존나 라임을 말아줬다.
人生真他妈的……彻底把我坑惨了。

나도 대학 오지 말고 고딩래퍼나 나갈걸.
我也该不上大学去参加高中说唱比赛的。

인생이 그냥 벌스였다.  人生就是一首说唱。



뒷머리가 다 덮고 있는 목을 붙들어 잡아와 당겼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입술을 핥지 않고 완전히 물었다. 물었다가 놨다가 다시 빨았다. 김도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얌전하고 착실하게 따라붙었다. 입술이 벌어지자마자 느릿하고 뜨겁게 알코올 향이랑 밀가루에 초코맛이 나는 살덩이가 입 안 이리저리를 훑었다. 입 안을 긁듯이 간지럽히고 입천장을 두드렸다. 뒷목을 잡았던 정환의 손이 얼굴을 세게 쥐고 있었다. 침을 숨처럼 넘겨줄 때에는 헉헉대는 소리가 거의 울음소리처럼 좁은 모텔방 안에 가득 울렸다.
他抓住金道勋的后脑勺,将他的脖子拉近。这次他没有像之前那样舔嘴唇,而是完全咬住了。咬住后又松开,然后再次吮吸。金道勋稍微犹豫了一下,然后乖巧地跟随着。当嘴唇分开时,一块带有酒精味和巧克力味的温热肉块缓慢而热烈地在口腔内四处游走。它像是在挠痒般刮擦着口腔内壁,敲打着上颚。申正焕原本抓着后颈的手现在紧紧握住了他的脸。当他们像呼吸一样交换唾液时,喘息声几乎像哭泣声一样充满了狭小的汽车旅馆房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침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내는 김도훈.
金道勋用手背擦拭着唾液湿润的嘴唇,脸颊通红发烫。


정환은 가장 연극적인 김도훈의 모습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正焕这才意识到金道勋最具戏剧性的一面。



좋았다 싫었다의 감상 같은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喜欢还是讨厌这样的感想是之后的事了。



진짜로 신유환이라도 된 것 같았다.
真的感觉自己变成了申惟焕。

메소드 연기였나?  是方法演技吗?

사내새끼랑 키스 같은 것 따위 정환은 군대에서도 해본 적 없었다.
申正焕在军队里从来没有和男人接过吻之类的事。




“다시 말해봐.”  "再说一遍。"

“뭘.”  "什么。"

“너랑 키스 못한다며.”  "说不能和你接吻。"




도훈은 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형 진짜 이상해. 키스하면 말까도 돼? 안 돼?
金道勋带着疲惫的表情说道:"哥,你真的很奇怪。接吻的时候可以说话吗?不可以吗?"



신유환한테도 말 까? 묻고 싶었다. 맥주가 없었다. 씹.
我想问申惟是否也要告诉他。没有啤酒了。该死。

역시. 인생이 존나게 벌스였다. 좆같다고 생각했다.
果然。人生真他妈是一坨屎。真是操蛋,他想。

좆나게 벌스였다.  真他妈的热死了。








인생은 존나 힙합이다.  人生就是他妈的嘻哈。

악뮤는 쇼미나와서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멋지다고 발음했지만 사실 힙합은 태초부터 안멋졌다. 힙합 역사를 봐라. 태어나길 그건 멋있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고.
虽然乐童音乐家来到 Show Me The Money 后突然宣称嘻哈不酷了,但事实上嘻哈从一开始就不酷。看看嘻哈的历史吧。它的诞生本来就不是为了酷而诞生的。


그런데 김도훈은 왜 태어나길 멋있으려고 태어난 새끼처럼 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도 신정환은 거기에 장단을 존나 맞춰줬다. 이건 현대인의 흔한 3가지 질병 중 뭐에 해당하는가.
但是不知道为什么金道勋总是表现得像个生来就要帅气的家伙。而申正焕还在那里跟着他的节奏走。这到底属于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中的哪一种呢。


호구짓, 오지랖, 괜한짓. 아니면 남주병?
傻瓜行为,多管闲事,多余的事。或者是男主病?


아무 말이나 하는 것도 3대 질병인가. 아니? 그냥 정병이겠지. 근데 현대인 중에 정병 없는 사람 누가 있을까. 되는 대로 생각했다. 한겨울 드라마 엑스트라라니. 아무리 개좆같은 세계관에 떨궈놔도 이런 짓은 안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짓을 김도훈이 했다.
随便说什么也算是三大疾病之一吗?不是吧?应该只是精神病吧。不过现代人中有谁没有精神病呢。我胡思乱想着。寒冬里的电视剧群众演员什么的。就算把我扔进再糟糕的世界观里,我也不会做这种事吧。但是金道勋却做了这种事。


낯 가린다면서 친구가 많은 편인 김도훈은 와중에 의리까지 지렸다. 친구놈이 알바로 드라마 엑스트라 신청해놨다가 오토바이 사고나서 못하게 된 걸 왜 김도훈이 땜빵 뛰는 건지. 심지어 그 친구의 친구 자리는 왜 신정환이 대신 들어가야 되는지를 묻자 김도훈은 어깨 으쓱 하더니 싫음 말라고 했다.
金道勋虽然说自己不善交际,但朋友却很多,而且还很重义气。他的朋友原本申请了电视剧群演的兼职,却因为摩托车事故无法参加,为什么金道勋要去顶替呢?更让人不解的是,为什么那个朋友的朋友的位置要由申正焕来替补。当被问到这些问题时,金道勋只是耸了耸肩,说不愿意就算了。




“그냥 물어봤어. 재미없게 살았을 거 같애서.”
"我就是随口问问。感觉你的生活一定很无聊。"




진짜 존나 힙합이었다. 김도훈 모토는 인생이 힙합, 이지랄인 게 틀림이 없었다.
真他妈的嘻哈啊。金道勋的座右铭就是人生如嘻哈,这种鬼话绝对没错。



엑스트라 촬영은 존나 춥고 존나 힘들었다. 재미따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뭘 하는 게 없어서 힘들었다. 겨울에 엑스트라 촬영하면 절단나게 힘들구나. 롱패딩 입고 덜덜 떠는 게 하는 일의 전부라니. 중간중간 연출팀에서 핫팩을 나눠줬다. 한사람당 한개씩 받아가라고 했다. 얼굴에 철판 존나 깔고 한참을 비잉 돌아 몰래 하나 더 받아와서 도훈의 목덜미에 하나 더 대주었다. 아까 전부터 완전히 빨갛게 땡땡 얼어있었다. 너 열 많다며. 추위를 왜 이렇게 많이 타? 물었더니 체질이라 그렇다는 대답을 하는데 입도 얼어있었다.
额外拍摄真他妈冷,真他妈累。根本没空想着好玩。什么都不用做反而更累。冬天的额外拍摄真是要命啊。穿着长羽绒服哆哆嗦嗦就是全部工作内容。中途导演组发了暖宝宝。说每人一个。我厚着脸皮转了一圈,偷偷多拿了一个,塞到金道勋的后颈。他刚才就已经冻得通红了。不是说你体温高吗?怎么这么怕冷?问他,他说是体质问题,连嘴唇都冻僵了。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말자 다짐하고 촬영 다 끝나니까 열시가 좀 넘었다. 촬영 장소가 애매했다. 포천이라 대중교통도 애매하고 택시를 타기엔 택시비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자고 갈래? 물으니 이미 옆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러더니 네 형, 했다.
我再也不要做这种事了,我下定决心。拍摄结束时已经过了十点。拍摄地点很尴尬。因为是抱川,公共交通不太方便,打车的话又担心负担不起车费。"要不要在这里睡一晚?"我问道。他已经蹲在我旁边了。然后他说:"好的,哥。"




“오늘 자고 갈 거 같은데. 아뇨. 정환이 형이랑 있어요. 바꿔줄까요?”
"我今晚可能会在这里过夜。不用了。我和正焕哥在一起。要我把电话给他吗?"




그리고는 불쑥 정환을 올려다보며 팔을 길게 뻗었다. 도훈이 내밀고 있는 핸드폰 액정이 반짝였다. 유 형.
然后他突然抬头看向正焕,伸长了手臂。道勋递出的手机屏幕闪烁着。惟哥。






저녁으로 먹은 도시락이 다 소화 됐는지 배가 고팠다. 모텔방 들어와 문 닫자마자 배 안고파? 물어보니까 고프단다. 씻고 편의점 갔다올래 편의점 갔다와서 씻을래 물어봤더니 롱패딩 벗으면서 침대에 풀썩 엎어져 뭐라고 웅얼거리는 통에 말이 안들렸다.
晚上吃的便当好像都消化完了,肚子饿了。一进汽车旅馆房间关上门就问他肚子饿不饿,他说饿了。我问他是想先洗澡再去便利店还是先去便利店再洗澡,他一边脱长羽绒服一边趴在床上嘟囔着什么,我没听清。




“씻고 갔다올거냐고 갔다와서 씻을거냐고.”  "你是想先洗澡再出门,还是回来后再洗澡?"

“…….”  "……."




너 이거 노렸지.  你早就计划好了吧。

노림수라면 해도 너무했다.  即使是算计,也太过分了。



장면B.  场景 B。

포천의 허름한 모텔방 안. 
抱川一间破旧的汽车旅馆房间里。

정환.  正焕

뭐라는 건지 안들려 침대에 풀썩 엎어진 도훈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가 도훈의 팔목을 붙든 뒤 대답을 듣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인다.
听不清他在说什么,我朝着趴在床上的金道勋走去,一步一步地走近,抓住他的手腕,然后稍微低下头想要听清他的回答。

도훈.  金道勋。

그대로 팔목이 붙들린 채 고개를 비틀어 든다.
就这样手腕被抓住的状态下扭头抬起了脸。

두 사람. 그렇게 눈이 마주치고……
两个人。就这样四目相对……

침묵.  沉默。



뭐지? 현대인들의 흔한 질병3가지.  什么?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

아니 이건 이 카테고리가 아니다. 그렇담 뭐지. 다른 카테고리를 탐구한다. 혹은 식별했다.
不对,这不属于这个类别。那是什么呢?探索或识别了其他类别。


그러고보니 신정환은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음을 깨닫는다. 지금의 이 상황은 헤테로라는 말이 뭔지도 잘 모르는 개씹헤테로 신정환이 게이 김도훈과 싸구려 모텔방에 갇힌 아주 음란한 상황이라는 것을. <게이섹스①입문용>이라기엔 사방이 자줏빛에 칠 다 벗겨진 꽃벽지가 힙합이다 못해 감성있었다. 
这时申正焕才意识到自己的猜测完全错了。现在的情况是,连"异性恋"这个词都不太懂的直男申正焕,被困在一间廉价汽车旅馆的房间里,和一个同性恋金道勋在一起,这是一个非常色情的场景。这个房间可不像是"同性性行为①入门版",四周的紫色剥落的花墙纸不仅充满嘻哈风,还带着一丝感性。



패딩도 채 벗지 않은 정환이 그대로 도훈의 위에 올라타 내리 누르는 것처럼 급하게 입술을 빨고 혀를 섞었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그런데 꼭 지금의 순간 만을 기다린 것처럼 몸이 동했다. 실은 몸이 동한다는 표현도 생각하지 못했다. 패딩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거슬릴 정도의 싸구려 모텔방이었다.
申正焕还没来得及脱下羽绒服就骑到了金道勋身上,急切地吮吸着他的嘴唇,舌头交缠在一起。本来没想那么多的。一整天都在一起。但身体却像是一直在等待这一刻似的有了反应。其实连"身体有了反应"这种想法都没有过。这是一间廉价的汽车旅馆房间,羽绒服摩擦的声音都显得刺耳。

정환이 패딩을 벗느라 잠깐 입술을 뗐을 때 도훈이 물었다.
正焕脱外套的时候暂时松开了嘴唇,这时道勋问道。




“형 지금 나한테 왜 키스해?”
"哥,你现在为什么要吻我?"


정환이 대답했다.  正焕回答道。


“니가 하고 싶은 것 같아서.”
"我觉得你好像想做这个。"




도훈이 웃었다. 정환은 그 애 눈 밑에 올라온 애굣살에 입맞췄다. 얼어있던 뺨에서는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정환이 귀 끝을 잘근잘근 물었을 때 살짝 갸르릉 앓는 소리가 났다. 개처럼 군다. 고양이처럼 구는 것 같기도. 
金道勋笑了。申正焕亲吻了他眼睛下方的笑纹。冰冷的脸颊上没有任何味道。当申正焕轻轻咬住他的耳尖时,他发出了微弱的呻吟声。像狗一样。又好像是猫。


정환이 귓바퀴를 집요하게 핥았다. 도훈이 몸을 바르르 떨면서 물었다. 형 나랑 할 거야? 정환은 다 알면서 물었다. 뭘? 할 거냐고. 지금까지 앙큼하게 잘만 물었으면서 답지 않게 주어를 쏙 빼먹는다. 뭘. 정환은 캐물었다. 나랑 잘거냐고. 차마 섹스라는 말을 못해 잘 거냐고 돌려 묻는 도훈의 눈을 빤히 봤다. 갑자기 좀 짜증이 났다. 신유환한테도 이랬을까. 박혀줘? 물었더니 또 목을 뒤로 젖히고 웃었다. 복숭아 씨를 닮은 울대에 이를 박아넣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를 모르겠다.
正焕执着地舔着道勋的耳廓。道勋身体微微颤抖着问道:"哥,你要和我做吗?"正焕明知故问:"做什么?"明明之前一直都很狡猾地问得很好,现在却反常地省略了主语。"什么啊。"正焕追问道。"你要和我睡觉吗?"正焕直视着道勋的眼睛,道勋因为不好意思说"性"字而委婉地问道。突然有点烦躁。他对申惟也是这样吗?"要我让你进入吗?"问完后,他又仰头笑了。正焕将牙齿咬进他像桃核一样的喉结。不知道这是什么感觉。



정환은 내내 이게 무슨 감정인지를 모르겠는 상태로 마구 들끓었다. 감정과 욕정은 분리되었다가 또 곧잘 합체됐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착실하게 유환이 되어주었다가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신정횐으로 이탈되곤 했다. 김도훈이 사랑하는 신유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그래야하는 타당성을 찾지 못해 별 수 없이 그냥 신정환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환은 줄곧 신정환의 육체로 충실했다.
正焕一直处于不知道这是什么感情的状态,情绪激烈翻腾。感情和欲望时而分离,时而又很快融合。他有时能以宽容的心态踏实地成为惟焕,但又不可避免地回到申正焕的身份。他想成为金道勋所爱的申惟,但找不到这样做的正当理由,只能无可奈何地继续做申正焕。尽管如此,正焕始终以申正焕的身体保持忠诚。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될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몰랐다. 정환은 그런 것들에 익숙치가 않았다. 정환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치기를 어려워했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나서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냥 신정환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이건 정환도 잘 바꾸지 못했다.
当面对不想知道却不得不知道的事情时,他不知道该怎么办。正焕对这种情况并不习惯。正焕很难面对那些无法控制的事情。这是他与生俱来的性格,一直都没有改变。这就是申正焕这个人的本性。这一点连正焕自己也很难改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내새끼 몸에 꼴리다 못해 발정나는 신정환을 마주치는 순간엔 당황스러웠고,
当看到申正焕对一个从未见过的男人身体不仅感到兴奋,甚至还发情时,那一刻确实让人感到惊慌失措


익숙하게 엎드리는 김도훈을 못견디고 그 애 몸을 기어코 앞으로 돌려 제 얼굴을 보게했을 땐 좌절했다.
金道勋熟练地趴下,他忍不住将他的身体转过来面对自己,却感到了挫败。


앞으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이거 진짜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아 형 제발. 그만 하면 안 돼?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 다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뱃속 가장 깊은 곳이 울렁거렸다. 너무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았다.
以后再也不想做这种事了,这真的太难了,我不知道该怎么办,啊哥,求你了。能不能停下来?伴随着几乎难以辨认的含糊不清的声音,肚子最深处翻江倒海。难受得好像要吐出来了。


발정난 개새끼같다고 자조했다.  他自嘲自己像一条发情的狗崽子。

발정난 개새끼가 뭐 그리 나쁜가 자문할 새 없이 뒷골이 싸할 정도로 오싹한 쾌감과 쾌락이 몰아쳤다. 뒤엉킨 쾌감과 쾌락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 그 한가지가 건져올려지는 순간과 함께 정환은 도훈의 안에서 파정했다. 정액이 잔뜩 고인 콘돔을 너댓개 쯤 묶어 버렸을 때 완전하게 깨달았던 것 같다.
还没来得及思考发情的狗崽子有什么不好,一阵令人后脑发麻的快感和快乐就席卷而来。在交织的快感和快乐之间,有什么东西存在着。就在那一样东西被捞起的瞬间,申正焕在金道勋体内达到了高潮。当他把装满精液的避孕套打结扔掉三四个之后,他似乎才完全意识到这一点。


좆됐다.  完蛋了。




기절하듯 잠들고 아침에 눈뜨니 도훈이 없었다. 아주 말끔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존나 허망했다. 먹버당했다. 먹버였다. 먹버당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나름 착하고 매너있게 규범적이고 상식적으로. 도덕적이며 유교적으로 살아온 신정환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昏睡般地入眠,早晨醒来时金道勋已经不见了。一切都干干净净的。他消失得无影无踪。感觉特别空虚。被骗了。这就是被骗的感觉啊。对于一直以来都善良、有礼貌、规范、理智、道德且儒家式生活的申正焕来说,这是第一次遇到这种事。


게이새끼에게 따먹힌 걸로도 모자라 먹버라니. 지난 밤을 곱씹던 신정환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였다. 정말 비참하군. 발정난 개새끼마냥 덤벼들어 게이새끼에게 따먹힌 헤테로 신정환의 더 큰 문제는 바로…… 돌아갈 곳이었다. 집.
被基佬上了还不够,还要被吃掉。回想起昨晚的事,申正焕的眼角泛起了泪光。真是可悲啊。像发情的狗一样扑上去,被基佬上了的直男申正焕更大的问题是……回去的地方。家。


그래 집. 집에 가면 김도훈이 있었다. 그동안 집도 안 알아보고 뭐했지. 눈물이 핑 돌다가 이내 웃음이 났다. 하하 씨발. 진짜 미쳤었구나 생각했다. 어디가서 말도 못할 에피소드. 씻고 잊어버려야지. 하룻밤 꿈이다 생각하기엔 몸에 흔적이 너무 잔뜩이었다. 씨발…… 이 씨발새끼 진짜 개새끼였구나. 거울보고 기절할 뻔 했다.
对啊,家。回到家就能见到金道勋了。这段时间我都在干什么,连家都认不出来了。眼泪在眼眶里打转,随即又笑了出来。哈哈,操。我真是疯了,我想。这种事绝对不能跟别人说。洗个澡就忘了吧。要说是一夜春梦,身上的痕迹也太多了。操……这个混蛋真是个畜生啊。看着镜子里的自己差点晕过去。


아니 씨발 이 새끼 진짜 개새끼네. 진짜 개처럼 물어 뜯어놨다. 밤새 잘근거리긴 했지만 목이 진짜 씹창나있었다. 사내새끼랑 씹뜬다는 게 이런 거였니.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니까 진짜 김도훈이랑 씹뜬 게 맞구나 싶어서 또 눈물이 핑 돌았다. 모르는 척 하기에는 기억의 감각이 다 선연했다. 손에 닿는 조밀하고 탄탄한 근육. 정환의 양손에 다 잡히던 좁은 골반. 너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물어도 좀처럼 안될 것 같던 너무 뜨겁고 좁은 그 애의 틈 같은 것들. 손바닥으로 뭉근히 누르면 얇은 뱃가죽 아래로 만져지던…… 아 썅. 게이새끼한테 따먹히더니 아침부터 발정나서 거시기나 세우고 지랄났는데 저는 이제 어떡하죠? 저는 이제 답도 없는 헤남이 된건가요? 네?
我操,这个混蛋真是个畜生。他真的像狗一样咬得我遍体鳞伤。虽然整晚都在啃咬,但我的脖子真的被咬得一塌糊涂。原来和男人上床是这样的啊。想到这里,我突然意识到真的和金道勋上床了,眼泪又不禁在眼眶里打转。想装作不知道都不行,因为记忆中的感觉都太清晰了。手下触碰到的紧实肌肉。正焕双手可以完全握住的窄腰。即使问你真的没问题吗,那个人依然太热太紧的缝隙。用手掌轻轻按压时,薄薄的腹部下面可以感受到的……啊,该死。被个基佬上了不说,一大早就发情勃起了,我该怎么办?我是不是已经变成了一个无可救药的基佬?嗯?


정환은 장르 못찾고서는 갈팡질팡, 나를 따먹고 가신 님새끼♡ 백미터도 못가고 존나 병나서 나가 뒤지시길용♥ 기도 좆나 했다. 샤워 샤워 눈물 샤워하면서 다 씻고 나와보니까,
正焕找不到自己的风格而左右为难,把我吃干抹净就走的那个混蛋♡ 希望你没走出一百米就得了重病出去死掉♥ 我他妈的祈祷了好久。一边洗澡一边哭,洗完出来后,




“형. 이거 먹고 머리 말리면 안 돼? 나 진짜 배고파서 죽을 거 같애.”
"哥,我能不能先吃这个再吹头发?我真的饿得快要死了。"




이 씨발. 도훈아 너 진짜 죽고싶어?
妈的。道勋啊,你真的想死吗?

언제 일어나서 씻었는지 혼자 개뽀송하게 예뻐진 얼굴로 새우탕면 사들고 온 김도훈이 모텔방 침대 위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내려간 롱패딩 지퍼 사이로 보이는 그 애 까무잡잡한 목덜미가 씹창나 너덜거렸다.
不知什么时候起床洗漱的金道勋,一个人变得干净清爽,脸蛋漂亮了不少,手里拿着买来的虾汤面,乖乖地坐在汽车旅馆的床上。他拉下来的长款羽绒服拉链间露出的那片黝黑的脖颈,看起来伤痕累累,破烂不堪。









좆같다.  真他妈糟糕。

좆됐다.  完蛋了。

결국엔 다 좆이다.   最终一切都是鸡巴。


좆망진창이었다. 신정환 인생이 딱 그랬다. 한번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웠다. 도훈과의 이야기다. 신정환의 인생은 존나 좆대로되지 않았지만 도훈과의 것들은 대게 좆대로 굴러갔다. 말 그대로, ‘좆’대로 굴러갔다. 좆을 많이 썼으니까 좆대로 굴러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一团糟。申正焕的人生就是这样。第一次很难,之后就容易了。这是和金道勋的故事。申正焕的人生虽然一塌糊涂,但和金道勋的事情大多都顺其自然。字面意思,顺着"那玩意儿"走。因为用了很多"那玩意儿",所以就顺着"那玩意儿"走了吧。


정환은 복학을 했고 도훈은 여전히 바빴다. 신유환은 더 바빴다. 타고나길 운이 좋은 놈이라 하면 하는 대로 다 잘 됐다. 정환과는 거의 연락하지 않았고 도훈과는 꽤 자주 연락하는 것 같았다. 유환이랑 연락해? 물으면 도훈은 응, 했다. 인스타 비계도 맞팔이었다. 인스타 같은 것 안하는 정환은 신유환이랑 김도훈 때문에 인스타도 만들었다. 힙하게 살기 존나 힘들었다.
正焕复学了,道勋依然很忙。申惟焕更忙。他天生就是个幸运儿,做什么都顺风顺水。他几乎不和正焕联系,但似乎经常和道勋保持联络。问道勋"你和惟焕联系吗?",道勋会回答"嗯"。他们的私密 Instagram 账号也互相关注。原本不玩 Instagram 的正焕因为申惟焕和金道勋也创建了账号。想要活得潮流真是太他妈难了。


신유환이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김도훈이 찍어준 것들이다. 신유환도 신정환도 사진을 그렇게 잘 찍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간절함이 별로 없어서 더 그랬다. 그러면 김도훈은 속터져 하면서 찍어줬다. 헐 유 형. 사진을 왜 그렇게 찍어요. 셀카 진짜 못 찍어. 아 속상해. 내가 찍어줄게요. 그러면서 찍어줬다.
申惟上传到 Instagram 的照片几乎都是金道勋帮他拍的。申惟和申正焕都不是那种擅长拍照的类型。他们对此也没有太大的热情。于是金道勋就会一边抱怨一边帮他们拍照。"天哪,哥。你怎么这样拍照啊?自拍也拍得太差了。真让人难过。我来帮你拍吧。"然后就这样帮他们拍照。


유 형. 신유환의 활동명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불러도 별 생각 없었는데 김도훈이 유 형, 유 형 부르면 정환은 기분이 좀 이상했다. 유 형이라고 부르면서 신유환을 보는 도훈의 얼굴이나 눈을 볼 때면 기분이 더 이상했다. 가끔 신유환의 스케줄이 비는 날 사진 찍는답시고 지랄 떠는 걸 보다가 정환은 그냥 아파트 화단에서 담배나 한참 피웠다.
惟哥。申惟焕的艺名被其他人随意叫着也没什么特别的感觉,但当金道勋叫"惟哥、惟哥"的时候,正焕的心情就有点奇怪。看到道勋叫着"惟哥"时看向申惟焕的表情和眼神,心情就更加奇怪了。有时候在申惟焕日程空闲的日子里,看着他们以拍照为由胡闹,正焕就只是在公寓花坛边抽了很久的烟。




연예인으로 산다는 건 존나 피곤한 일이라 인스타에 올릴 사진도 각잡고 포토그래퍼 씩이나 달고 나가 찍어야 한다. 김도훈 데리고 나가 서너시간을 닦달해가며 사진 찍으러 나갔던 신유환은 어디로 가고 김도훈이 혼자 들어왔다.
作为一名明星的生活真是累死人了,连发到 Instagram 上的照片都得精心准备,还得带着专业摄影师出去拍。金道勋和申惟花了三四个小时拍照,但回来的时候却只有金道勋一个人。




“유환이는?”  "正焕呢?"

“형 갔어. 스케줄 있대.”  "哥哥走了。说是有行程。"

“안 자고?”  "不睡觉吗?"

“응.”  "嗯。"

“아쉽겠네 도훈이.”  "真遗憾啊,道勋。"

“뭐가?”  "什么?"

“자고 싶을 거 아냐.”  "你肯定想睡觉吧。"




어김없이 아파트 일층에서 담배나 피우고 거실에 앉아 스터디 과제를 두들겼다. 이번주부터는 과제 안해가면 벌금 만원이라고 단톡방에 공지가 떴다. 피곤했다. 그러면서도 혼자 들어오는 김도훈을 보자마자 팔목부터 잡아 붙들었다.
像往常一样,我在公寓一楼抽完烟后回到客厅,开始敲打学习小组的作业。群聊里通知说从这周开始,不完成作业就要罚款一万韩元。我感到很疲惫。尽管如此,一看到金道勋独自进来,我还是立即抓住了他的手腕。



무릎을 쾅 부딪혀 꿇어 앉은 도훈은 말귀를 알아들은건지 못알아들은건지 알듯 말듯한 얼굴을 한다. 입술을 씹어삼켰다. 옅게 아메리카노 맛이 났다. 신유환이랑 마셨겠지. 눈 감지 않은 김도훈과 눈이 마주쳤다. 입술을 떼어낸 도훈은 정환의 턱 밑 점에 쪽. 그리고는 물었다.
金道勋猛地跪下,膝盖重重地撞在地上,脸上露出似懂非懂的表情,不知是听懂了还是没听懂。他咬住嘴唇,隐约尝到了美式咖啡的味道。大概是和申惟、申正焕一起喝过吧。他睁着眼睛,与金道勋四目相对。金道勋松开嘴唇,在申正焕下巴上的痣上轻轻一吻。然后问道。




“형 지금 나한테 왜 키스해?”
"哥,你现在为什么要吻我?"




정환은 대답했다. 니가 하고 싶은 것 같아서.
正焕回答道:"因为我觉得你想做。"




그런 식으로 툭하면 붙어먹었다. 정환의 방이나 도훈의 방이나 거실에서. 눈이 맞으면 잤다. 새벽 내내 사진 보정을 하는 도훈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다가 가슴을 더듬고 엉덩이를 쥐었다. 남자 모델들 보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더 그랬다. 앉혀놓고 어깨를 다 물어놨다. 신정환 진짜 미쳤냐고 이거 내일까지 무조건 보정해야 한다는데 그럼 보정 하면서 하라는 개씹소리나 해가며 예고도 없이 구멍부터 쑤시고 봤다.
就这样,他们经常黏在一起。在正焕的房间里,或者道勋的房间里,或者客厅里。只要四目相对,他们就会做爱。正焕会枕在道勋的大腿上,整个凌晨道勋都在修图,而正焕会抚摸他的胸部,揉捏他的臀部。特别是在道勋修男模照片的日子里,正焕会更加兴奋。他会把道勋按在座位上,啃咬他的肩膀。道勋会骂他:"申正焕你真的疯了吗?这些照片明天必须修完。"正焕会回嘴说些下流话,让道勋边修图边做,然后毫无预警地就插了进去。



그 날도 다른 날이랑 비슷했다. 정환의 첫남자인 도훈은 섹스할 때 소리를 잘 안냈다. 무조건 다 참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뚝뚝 끊어지는 소리로 형 나 이름 불러주라 하길래 이름 불러줬다. 그러더니 형 나 사랑한다고 해주라 하길래 응? 했다. 솜털이 바짝바짝 서게 흥분 상태고 정신 반쯤 나가 있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한번 하면 꼭 적당히가 안돼서 콘돔 두개 묶어 버리고 나중에는 콘돔도 없이 두번쯤 까무잡잡한 몸 위에 엉망으로 흩뿌리고 나서 휴지 뽑아다가 맨 몸 닦아주고 나서 끈적거리는 걸 어쩌지도 못하고 널브러졌다.
那天和其他日子差不多。正焕的第一个男人道勋在做爱时很少发出声音。他总是忍着不出声。但不知怎么的,这次他用断断续续的声音说,"叫我的名字",于是正焕就叫了。然后他又说,"说你爱我",正焕回了句"嗯?"。因为兴奋得汗毛直竖,神志恍惚,所以没觉得有什么不对劲。每次做都不知适可而止,用完两个套子后,最后甚至不戴套子就在那黝黑的身体上胡乱射了两次。之后抽出纸巾擦拭赤裸的身体,却无法摆脱那粘腻的感觉,就这样瘫倒在床上。


끝내면 열이 빨리 식어 추워하는 몸 위에 바닥에 내던진 이불 끌어와 덮어주고 한참 말 없이 누워있는데 도훈이 물었다.
结束后,热度很快就退去了,身体开始感到寒冷。金道勋拉过扔在地上的被子,盖在他身上。两人沉默地躺了一会儿,然后金道勋问道。




“형.”  "哥。"

“응.”  "嗯。"

“내가 쉽지.”  "我很简单。"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목소리라 정환은 조금 당황했다. 의중을 읽을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냐고 되물어야 하는데 말이 안나왔다. 정환은 천장만 보고 가만히 누워 김도훈에 대해 생각했다.
申正焕感到有些困惑,因为那声音听起来就像在问他吃饭了没有。他无法理解其中的意图。他本该反问那是什么意思,但却说不出话来。申正焕静静地躺着,望着天花板,思考着金道勋的事。



김도훈이 쉬운가?  金道勋很轻松吗?

신유환을 좋아하는 김도훈.  喜欢申惟焕的金道勋。

신유환을 닮은 신정환.  申惟环的翻版申正焕。

신정환이랑 키스한 김도훈.  申正焕和金道勋接吻了。

신정환이랑 섹스한 김도훈.  和申正焕做爱的金道勋。

신정환이랑 키스하고 섹스하는 김도훈.  金道勋和申正焕接吻做爱。

신정환이랑 너무 많이 키스하고 너무 쉽게 키스하는 김도훈.
金道勋和申正焕接吻太多太频繁了。

신정환이랑 너무 많이 섹스하고 너무 쉽게 섹스하는 김도훈.
申正焕和金道勋做爱太频繁太随意了。


결론 도출이 어려울 것 딱히 없었다.
得出结论并不困难。



도훈이 대답했다.  道勋回答道。




“난 형이 유 형이랑 진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我以为哥哥和惟哥真的很不一样。"




아닌가봐.  看来不是。

하긴. 닮긴 한 것 같아요. 아니 똑같은 것 같아요.
确实。看起来是有点像。不,简直一模一样。










말의 어미가 달라졌음을 눈치챘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虽然注意到了语气的变化,但却无能为力。

도훈이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 정환은 알지 못한다.
道勋离开了。正焕不知道他去了哪里。

집이 완전히 빈 것은 아니다.
房子并不是完全空的。

그러나 정환은 혼자 남겨졌다.  然而正焕却被独自留下了。

언젠가는 도훈이 돌아올까. 생각하다 관두었다. 어차피 불청객이었다. 도훈도 정환도.
有朝一日金道勋会回来吗?想着想着就放弃了。反正他们都是不速之客。金道勋和申正焕都是。



그러다가 아주 나중에야 김도훈이 신유환과 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유환의 촬영팀에 도훈이 일하는 스튜디오가 같이 간 모양이었다. 그 날 신정환의 대답이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그따위 후회 같은 것 하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후회해봐야 소용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后来很久才知道金道勋和申惟在一起。看来道勋工作的工作室和申惟的摄影团队一起去了。那天如果申正焕的回答不一样会怎样,他并没有做这种后悔的事。他知道对过去的事后悔也是无济于事的。



학기가 끝났다.  学期结束了。

또 학기가 시작했고 학기가 끝났다.
又一个学期开始了,然后结束了。

정환은 계절학기를 두 번 들어야 겨우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申正焕需要上两次学期才能勉强毕业。

현대인들의 흔한 질병 3가지.  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

……뭐더라?  ……是什么来着?

아 그래 망각과, 또.  啊,对了,还有遗忘。

뭐더라.  是什么来着。

씨발 모르겠다.  他妈的不知道。

좆대로 살았다.  活得一团糟。


 

도훈이 없는 동안 정환은 학교를 계속 다녔다. 연애를 했고 실패했고 연애를 했고 실패했다. 비단 연애 뿐만이 아니라 거듭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원래 모든 인생을 다 실패하려고 사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사는구나 생각했다.
在金道勋不在的日子里,申正焕继续上学。他谈恋爱,失败了,又谈恋爱,又失败了。不仅仅是恋爱,他的生活似乎是一连串的失败。这并不令人惊讶。他本来就认为人生就是为了经历所有的失败而活着的,所以他只是觉得自己在正常地生活着。


전공 살릴 마음 없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결국엔 영상컨텐츠 쪽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서 자살 말린다고 매일 동기들이랑 담배를 피웠다. 취뽀 못해서 죽을 확률이 높을 것 같냐 폐암 걸려서 뒤질 확률이 높을 것 같냐 가지고 대거리 하길래 이지랄 하는 게 한심해서 뒤질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하니까 저새끼 인프피 아니었냐 싸가지 존나 없네 우리가 니 죽인다고 지랄들을 했다. 그래라, 하고 말았다. 차라리 그게 속 편할 것 같기도. 생각했다.
我本来没打算继续学习专业,但毕业后还是在准备应聘视频内容相关的工作,所以每天和同学一起抽烟来阻止自杀。我们争论着是找不到工作而死的几率高,还是得肺癌死掉的几率高。我觉得这样争论很可悲,就问他们觉得死掉的几率有多大。他们就说:"这混蛋不是 INFP 吗?真他妈没礼貌。我们要杀了你。"我想,随他们去吧,也许这样反而会让我心里好受些。


더이상 신유환을 연기하지 않게 되면서는 나아진 것들이 많다. 뭐가 있더라? 아무래도 뭐…… 아 이건 ‘현대인들의 흔한 질병 3가지’ 중에…… 아 씨발. 디지털치매 증상인가. 스마트폰 중독이 존나 무섭다.
不再扮演申惟焕之后,很多事情都变好了。有什么呢?总之就是……啊,这是"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中的……啊,妈的。是不是数字痴呆症状啊。智能手机成瘾真他妈可怕。


다른 건 다 좆같지만 월세 나갈 일 없는 집에 산다는 것 하나 만큼은 괜찮았다. 사실 딱히 좆같을 건 없었지만. 답보한다는 것이 다 그렇다.
虽然其他事情都很糟糕,但至少住在不用付房租的房子里这一点还不错。实际上,也没什么特别糟糕的。停滞不前的生活大抵如此。




정환이 아니면 열릴 일이 없는 문이 열렸다. 유환이었다. 대가리가 존나 화려한 금발이었다.
如果不是正焕,那扇门是不会打开的。是惟焕。他那该死的华丽金发格外显眼。




“머리가 왜그러냐.”  "你的头发怎么了?"

“형은 멘트가 왜그러냐. 환영 인사가 뭐 그래.”
"哥,你的台词怎么回事啊?欢迎致辞怎么能那样。"




어 미안. 얼굴 별로네.  哦,抱歉。长得不怎么样啊。

어 그래.  哦,好吧。


도훈이는? 묻자마자 뒤에서 짐짝만한 캐리어를 끌고 도훈이 나타났다. 계절이 여러번 바뀌었는데도 새까만 머리나 까무잡잡한 피부 같은 것들 다 그대로였다.
金道勋呢?话音刚落,金道勋就从后面拖着一个像行李包一样大的行李箱出现了。尽管季节变换了好几次,但他乌黑的头发和小麦色的皮肤都还是原来的样子。




유환은 매니저에게 부탁해 캐리어만 거실에 들여다 놓고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본다고 했다. 정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을 남겼다. 정환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惟申请经纪人帮忙把行李箱放进客厅后,说要再回公司一趟。他留言说之后会联系正焕,有话要说。正焕对此并不太感兴趣。




도훈이 캐리어를 방에 들여다놓고 집을 꺼내 정리하는 동안 정환은 비스듬히 방문에 기대어 서있었다.
金道勋把行李箱搬进房间,开始整理东西的时候,申正焕斜靠在门边站着。

정환은 도훈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날 내가 너에게 다른 대답을 했으면 너는 나를 두고 가지 않았을 거냐고 묻고 싶었다.
正焕有很多想问道勋的事。他想问,如果那天我给你一个不同的回答,你是不是就不会离开我了。


그 생각을 너무 많이해 그 밤이 다 닳아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 돌아오지 않을까봐 겁이 났었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자신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那个想法太多了,那个夜晚早已磨损殆尽。从未害怕过他不会回来。也从未想过他不回来也没关系。根本就没有觉得自己会不好的想法。


정환은 도훈이 모든 정리를 다 끝마치는 걸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에 온기없는 집이 익숙했던 적 없지만 익숙한 척 하는 것에 지쳤던 나는 너를 얼마나 기다렸었나 가늠해 보았다. 끝내 참지 못한 정환이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살냄새가 났다.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申正焕耐心地等待着金道勋完成所有整理工作。在此期间,我从未习惯过这个没有温暖的家,但已经厌倦了假装习惯,开始估量自己等待你的时间有多长。最终,申正焕忍不住从背后搂住了腰,将鼻子埋进了脖颈。闻到了皮肤的气味。搂住腰的手臂逐渐加大了力度。




“도훈아.”  "道勋啊。"

“응.”  "嗯。"

“유환이랑 잤어?”  "你和正焕睡过了?"




도훈이 하하 웃었다. 허리를 풀어안은 팔을 풀어내고 탱글한 애굣살을 베어물며 침대에 눕혔다. 대답해. 키스했어?
金道勋哈哈大笑。他松开环抱腰部的手臂,轻咬着对方柔软的脸颊肉,将其放倒在床上。"回答我。你们接吻了吗?"


정환은 쉽게 불안해했다. 욕심내지 않는 건 타고난 성정이 아니었다. 이 악물고 노력해 얻은 결과에 불과했다.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정환의 타고난 성정이었다. 드러난 겉과 속이 달라 더 힘들었다. 많은 것에 욕심내지 않았지만 한 번 가진 건 끝까지 독점해야 했다.
正焕很容易感到不安。不贪心并非他与生俱来的性格,而是他咬紧牙关努力的结果。坐立不安才是正焕与生俱来的性格。表里不一让他更加痛苦。虽然他对很多事情都不贪心,但一旦拥有了什么,就必须要独占到底。


도훈이 말했다.  道勋说道。




“형.”  "哥。"

“응.”  "嗯。"

“유 형이 물어보더라.”  "惟哥问我。"

“뭘?”  "什么?"

“나더러 형 좋아하냐고.”  "问我是不是喜欢哥哥。"




현대인들의 흔한 질병 3가지, 그런 것 없다.
现代人常见的三种疾病,根本不存在。

신정환의 흔한 질병 3가지? 그런 것 역시 없다.
申正焕常见的三种疾病?那种东西也不存在。

정환이 병증이라 착각하는 모든 증상이 사랑이었음을 새삼스레 인정할 필요도 없다. 시키지도 않은 유환 메소드 연기해가며 사랑을 속삭일 때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으니 되었다고 자위할 것도 없었다.
没有必要重新承认正焕误以为是病症的所有症状其实都是爱情。从你未经指示就演绎友焕方法并低语爱意的那一刻起,我就已经爱上了你,也无需自我安慰说这就够了。



웃기지. 형은 나보고 유형이랑 키스했냐 잤냐 이러고 있고 유형은 나더러 형 좋아하냐 물어봤다고.
真是搞笑。哥哥问我是不是和惟亲吻过或者睡过,而惟却问我是不是喜欢哥哥。

둘이 대체 뭐 해?  他们俩到底在干什么?

이럴 때보면 둘이 존나 똑같아.
这种时候看来他俩真是他妈的一模一样。

안잤어 병신아.  没睡呢,傻瓜。

안잤다고 씨발.  没睡觉,他妈的。

난 너 좋아해.  我喜欢你。

됐어?  好了吗?

근데 신유환은 나 사랑한대.  但是申惟焕说他爱我。

미친새끼가…….  疯子……。



신정환은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내지 않았지만 한 번 가진 것은 독점하고 싶어한다. 김도훈은 가질 수 없는 것과 한 번 가진 것 중에 어디인가 저울질해보다가 너는 둘 중 무엇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울질 할 수 없었다.
申正焕不会贪图无法得到的东西,但一旦拥有就想独占。金道勋在无法得到的东西和已经拥有的东西之间权衡,却发现你既不属于前者也不属于后者。他无法权衡。



정환은 쾌감과 쾌락의 더미들에 파묻혀있던 그것의 정체를 아직도 선연히 기억한다.
正焕仍然清晰地记得那被埋在快感和欢愉堆积中的东西的真面目。


신유환이 본 적 없는 김도훈의 얼굴을 보고 신유환이 가진 적 없는 김도훈의 시간을 만지고 더듬고 탐닉하던 것마저 사랑하는 배덕감에 도취되지 않는 일이 정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도훈이 없는 시간들이 우울처럼 깊어질 때면 상처주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다고 곱씹은 적 있었다.
申正焕看到了他从未见过的金道勋的脸,触摸和探索着他从未拥有过的金道勋的时光,甚至沉迷于这种爱的背德感,对正焕来说,要不陶醉于此实在太难了。当没有道勋的时光像抑郁一样加深时,他曾反复思考过,不知道如何在不伤害对方的情况下去爱。




“너 하나도 안 쉬워.”  "你一点也不简单。"

“뭔 소리야.”  "什么意思啊。"

“너 어려워.”  "你很难相处。"




정환은 그냥 다 인정해버리기로 한다. 이제와 새삼 이런 걸 인정하는 것은 게으른 감회 때문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너와 신유환의 날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이라는 이름 아래에 적힌 모든 순간들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꿈을 꾸었다. 열렬하게 사랑하고 싶다고 뜨겁게 고백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지 못해 열등하다고 엉엉 우는 꿈을 꾼 날 열감기를 앓았다. 정환이 지금보다 훨씬 어린 소년이었을 시절에도 흥미롭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더듬으면서 정환은 가끔 몽정했다.
正焕决定就这样承认一切。现在突然承认这些并非出于懒惰的感慨。我不知道的你和申惟的日子太多了。曾梦见将初次之名下记录的所有瞬间都称之为爱情。梦见热烈地表白想要深爱的场景。因为无法做到而哭泣着自卑的梦,让我发起了高烧。在正焕还是个比现在年轻得多的少年时,偶尔会因为回想那些不太有趣的故事而梦遗。



너무 늦었음을 인정해버린 정환은 차라리 너무 늦어버린 게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환은 패배를 인정한 순간의 달콤함을 맛본다. 진작 인정할 것을 그랬다. 달콤하고 아늑했다. 새우탕면이랑 홈런볼 사다놨어. 그 애의 솜털 보송보송한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는 다시 패배를 인정한 순간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한참을 늘어질 때까지 진득하고 맹맹하게 이 달콤함을 녹여내 다시 이어붙이고 이어붙이고 접붙였다. 
申正焕承认自己太晚了,反而觉得可能太晚了反而是件好事。申正焕品尝到承认失败那一刻的甜美。早该承认的。甜美而温馨。我买了虾汤面和棒球巧克力球。他在那孩子绒毛柔软的耳边低语。然后再次品尝到承认失败那一刻的甜美。他长时间地、黏稠而淡淡地融化这份甜美,再次连接、连接、嫁接。




“형 지금 나한테 왜 키스해?”
"哥,你现在为什么要吻我?"




내가 하고 싶어서.   因为我想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