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은 원래 공공재이다. 


세상 이치라는 게 그랬다. 가만히 있게 두지를 않았다. 자리에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우시는 오늘도 남들이 시온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유우시는 다른 사람을 따라 시온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시온아. 시온의 이름을 발음하면, 종국에는 입이 웃는 모양새가 되었다. 유우시는 사람들이 시온을 자꾸 부르는 이유를 시온의 이름이 예뻐서, 라는 생각을 했다.




쇼트 블로우 러브

시온 X 유우시




"시온아, 안 가?"


시온과 함께 있으면 이런 일은 다반사였으나 오늘은 정도가 심했다. 아까부터 시온을 세워두는 것도, 언제 끝이 날지 가늠이 되지 않는 탓에 날카로운 말투가 나갔다.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대뜸 맥을 끊자 시온에게 말을 건 사람은 유우시를 힐끔거릴 뿐 다시 시온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팔짱을 푸는 유우시의 눈이 가늘어지다가 한껏 찌푸려졌다. 짜증 난다. 입이 조금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쯤 시온은 손을 뒤로 뻗어 유우시의 손을 잡아 흔들다가 놓았다. 더 싫은 티를 낼 수가 없어 유우시는 이마를 문지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여전히 둘의 대화는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점점 유우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늘 그랬다. 시온의 시간은 시온의 의지와 관계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남에게 허비되었다. 시온의 곁에 있는다는 건 어느 정도 비슷한 처지라는 말과 동일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푹 눌러쓴 모자를 벗었다.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다시 모자를 눌러쓰는 유우시 쪽에 시온의 시선이 잠시 닿았다가 다시 동기에게로 향했다. 더 재촉하기도 민망해 유우시는 대신 시온에게로 손을 뻗었다. 자신의 옷 끝을 잡아당겨지고 나서야 시온은 유우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만. 거의 다 끝났어."

"그래."


짧은 대답을 한 유우시의 한쪽 눈이 다시 찡그려졌다. 동기의 표정 또한 좋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의 앞에 시온만 있는 것 처럼 굴었으나 유우시는 그런 취급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런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그의 포커스는 다시 시온에게로 돌아갔다. 개강 총회 올 거지? 오로지 시온에게 향하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시온은 유우시를 바라보았다. 뭔진 모르겠어도 싫었다. 당장이라도 싫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시온이 면전 앞에서 제안하는 걸 거절할 리가 없었다. 유우시는 또 한숨이 터져 나왔다. 


"......너도 올래?"

"안 가."


칼같은 거절에 동기는 유우시를 위아래로 훑으며 눈을 흘겼다. 인사치레로 물은 말에 굳이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유우시는 그를 못 본 척 하며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갈게. 한 명의 표정은 밝아졌고 한 명의 낯빛은 잿빛으로 변했다.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유우시의 손을 잡으며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집에 가는 길에 생긴 약속은 정말 최악이었다. 이마를 꾹꾹 누르던 유우시는 말 없이 시온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제 어깨에 올라온 팔을 바라보는 시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온아 너 이 수업 계속 들을 거야? 아직 수강 철회 기간 남았던데. 시온이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기색이 보이자 동기는 어떻게든 시온과 대화를 이어가려 애를 썼지만 시온은 웃으며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말을 잘라냈다. 이미 몇 발자국 앞서서 자리를 피하는 유우시에게 다가가자마자 시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온은 구겨진 얼굴로 싫은 티를 내는 유우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미안해. 오래 기다렸어?"

"응."


불퉁거리는 말투에 시온은 눈이 접히게 웃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일들은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시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우시는 안중에도 없는 존재였다. 유우시 또한 그들의 관심은 사절이었으나 처음부터 그런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잘 웃는 편은 아니더라도 옅은 쌍꺼풀이 진 동그란 눈과 오밀조밀한 입술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샀다. 


"안녕? 이름이 뭐야?"

"......"


사람의 호의는 한두 번이었다. 유우시는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대놓고 무시하는 유우시 뒤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유우시는 주머니 속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았다. 몇 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사람들이 유우시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가끔 출석을 부를 때 유우시의 이름을 듣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유우시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동정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유우시는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지났다. 같잖은 동정심은 사양이다.  


"가방 좀 치워 줄 수 있어요?"

"......"


교수가 출석을 부르는 사이 급하게 앞문으로 뛰어 들어온 학생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유우시는 가만히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우시에 당황해하며 손가락으로 유우시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저기. 죄송한데 여기 자리 있어요?  유우시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그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다가 다른 빈자리를 찾아 뒤로 향했다. 그 이후로 동정심을 가지고 오던 사람들마저 발길이 끊겼다. 유우시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쟤 진짜 싸가지 없다. 유우시는 안경을 올리며 교수의 말을 필기했다.








"시온아, 일어나."


푹 꺼진 침대 한 쪽이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시온은 잠꼬대를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늦겠어. 빨리 일어나. 시온의 몸을 흔드는 유우시의 손길이 간질거렸다. 시온은 자신을 쓰다듬듯 흔드는 손을 반사적으로 붙잡았다. 뜨끈한 체온에 손이 데일 것 같아 손을 빼려 했지만 손가락이 얽힌 탓에 빠지지 않아 유우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유우시의 반대쪽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움직였다. 다시 시온의 핸드폰 속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늦게 나가면 지각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유우시는 시온의 손을 잡아당겨 시온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빨리 일어나. 지금은 나가야 지각 아니야."

"......"

"빨리."

"알겠어... 고마워."

"......"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비비던 시온의 몸이 갑작스럽게 유우시에게로 쏟아졌다. 귓가에 닿는 숨소리와 가슴에 닿는 시온의 몸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다가 눈을 잠시 위로 치켜뜨며 숨을 작게 몰아쉬었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유우시는 망설이다가 시온을 밀어냈다. 가끔 시온은 잠에 취해 자신을 안곤 했으나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스킨십이 너무 많아. 시온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랬을 것이라는 변명을 하며 유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아 우리 교재 어디서 사야 돼?"

"혹시 과사 어디에 있어? 같이 가주면 안되나?"

"조교님 번호 알아, 시온아?"


또 시작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시온이 마치 회장인 것 처럼 별것도 아닌 걸 시온에게 이것저것 묻곤 했다. 물론 시온도 잘 알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애를 쓰려하는 탓에 이런 질문들은 끊이질 않았다.


"잠시만, 선배들한테 물어볼게."

"고마워 시온아!"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과 시온과 한 마디라도 더 섞고 싶은 사람들에게 모두 윈윈이었다. 잠정적으로 과대는 시온으로 확정이었다. 선배들도, 동기들도, 교수들도 모두가 시온을 전부 좋아했다. 다정하고 예의 바른 시온을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시온의 곁에 있으면서 시온을 싫어하던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유우시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유명인의 친구란 고달프다. 시온이 느껴야 할 답답함마저 유우시에게 두 배로 돌아갔다. 손이 없는지 발이 없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은 충분히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까지 전부 시온에게 맡겼다. 이쯤 되면 거절할 법도 한데 시온은 거절을 모르는 남자였다. 이는 비단 동기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금도, 1년 전에도, 3년 전에도 똑같았다. 그래도 유우시는 시온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오시온이 다정한 점. 그 점이 유우시는 시온이의 가장 좋은 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점과 단점이 딱 잘릴 수 있으면 좀 좋아.












"...정말 거기 갈 거야? 정말?"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시온을 보며 유우시는 끝나자마자 바로 집에 가지 않은 자신이 후회가 되었다. 시온에게 개강총회를 오라고 물은 동기부터 정말 가려는 시온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유우시에게 시온이 물었다. 


"응. 너는 안 가게?"

"...안 가면 안 돼? 너도 집에 있는 게 편하다고 했잖아."

"가야 동기들이랑 친해지지. 이제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사귈 때 됐어. 또 여자친구도..."

"...됐어."


옷장을 뒤지던 시온은 옷걸이를 다시 행거에 걸며 유우시를 바라봤다. 유우시는 입을 꼭 다문 채 시온의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시온은 유우시의 얼굴을 살피며 입을 꾹꾹 눌러댔다. 눈을 맞추려 해도 유우시는 계속 시선을 피했다. 시온은 항상 자신이 어느 정도 유우시의 유일한 친구라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꼈다. 시온은 유우시의 양손을 붙잡고 약하게 흔들며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 


"딱 한 시간만 있다가 오자. 응?"


시온은 어린아이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며 포근하게 웃었다. 유우시는 그런 시온의 시선을 피하며 잡혀있는 손을 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반칙이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면 시온이 혼자 가게 둘 수 없었다. 집을 나서며 구겨진 신발 뒤축이 불편해 유우시는 자꾸 걸음이 느려졌다. 









귀가 터질 것 같았다. 이런 데인 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마주한 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내부, 술 냄새에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사이 시온을 놓칠까 유우시는 시온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야. 갑자기 불쑥 나온 손이 유우시의 팔을 붙잡았다. 잡힌 손을 빼내려 힘을 줬지만 상대방도 어찌나 힘을 줘서 잡았는지 손이 빠지질 않았다. 다급하게 주변을 살피자 이미 시온은 다른 사람에게 붙들려 자리에 앉은 후였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가방을 쥐고 있는 유우시에게 손의 주인은 말을 걸었다. 


"어디가? 자리도 없는데. 여기 앉아."

"......"

"왜? 저기 서 있게? 그럼 가서 서 있든지."


시온의 자리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게 어찌나 얄미울 수가 없었다. 시온이 앉은 자리는 이미 만석이어서 앉을 수 없는 걸 아는데도 저렇게 얘기하는 게 짜증나 그를 무시하며 다른 곳에 앉으려 했지만 대부분 테이블은 사람이 가득 차 있어 유우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유우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 가방을 던지자 남자는 박수를 치며 웃으며 말했다. 


"너 성격 진짜 안 좋다. 알아?"

"....."

"계속 말 안 하게?"

"응."

"어, 방금 말했다."

"......"


자신에게 들이대는 사람, 시끄러운 사람,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 이 모든 게 죄다 싫은 유우시에게 앞의 남자는 그 모든 걸 뭉쳐놓은 완전체와 같아 살짝 어지러웠다. 괜히 유우시는 시온의 자리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시온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우며 주변과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판과 멀리 있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온은 불편한 자세로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시온이가 구운 고기 맛있는데. 입에 젓가락을 무는 유우시의 입꼬리가 한껏 우울해 보였다.


"왜 배고파? 고기 여깄어. 먹어."

"좀 조용히 해."

"싫은데?"

"하..."

"내가 말하는 건 내 자유잖아. 그리고 고기 먹으라는 게 뭐가 문제야? 너 배고플까 봐 그런 건데."


남자는 마른세수를 하는 유우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어서 할 말이 없어도 두배로 열이 받았다. 그 이후에도 남자는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쨍한 목소리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피곤해져 집에 가고 싶어진 유우시는 또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 있을 걸.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온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괜히 온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유우시는 제 앞에 놓인 괜히 먹지도 않는 고기를 쿡쿡 찔러댔다.


"난 리쿠야. 마에다 리쿠."

"......"

"넌 유우시지?"

"......"

"넌 어디에서 왔어?"

"......"

"나는 후쿠이!"

"......"


한국대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참 많았다. 특히 일본인 유학생들은 적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쿠는 마치 대학에서 일본인을 처음 본 것 처럼 몹시 반가운 기색이었다. 너무 반가워하는 리쿠에 어색해진 유우시는 괜히 머리를 쓸어 넘겼다.


"우리끼리 모임 있는데 너도 올래?"

"아니 괜찮아."

"저기에 덜 매운 라멘집 있다? 가봤어?"

"나는 매운 걸 잘 먹어서..."

"과제 하는데 어렵진 않아? 자연스러운 번역기 아는데 추천해줄까?"

"어... 나는 괜찮아."


 계속되는 질문에 유우시는 눈을 피하며 목덜미를 문질렀다. 초롱초롱한 눈이 부담스러워 눈을 마주하기가 불편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잘됐다. 번호 달라고 하면 안 줄 거지? 그럼 라인 아이디라도 알려줘."

"...난 라인 안 해."


리쿠는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던 리쿠가 입을 다물자 갑자기 테이블이 조용해져 눈을 내리깔고 있던 유우시는 리쿠를 힐끔 바라보았다. 


"...친해지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


손톱을 깨물었다. 유우시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었고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방금 전까지 쫑알대며 활짝 웃던 표정이 순식간에 기가 죽어 시무룩해진 리쿠의 눈치를 살폈다. 둘 사이에 불편한 정적이 흐르자 유우시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난 한국에 온 지 오래돼서 라인 안 써."

"......"

"...번호로 줄게."

"정말?"


리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짝 웃으며 안기려는 시늉을 했다. 유우시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가까이 오는 리쿠를 밀어냈다. 당했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리쿠는 술을 마셔서인지 자꾸 아양을 떨며 얼굴을 가깝게 가져다 대려 해 유우시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시온과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시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유우시는 힘을 실어 리쿠를 의자 쪽으로 확 밀쳐냈다. 리쿠는 자신을 밀치는 유우시를 보면서도 뭐가 재밌는지 자꾸 웃어댔다. 유우시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시온의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 시온은 웃으며 유우시 쪽으로 손을 작게 흔들었다. 더 이상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유우시는 눈을 크게 뜨며 시온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집에 가자.


시온은 눈을 찡그리며 이쪽을 바라봤다. 시온이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아 유우시는 다시 입 모양으로 되풀이했다. 집에 가자. 시온은 어깨를 으쓱하며 순하게 웃었다. 유우시는 벌떡 일어나 가방과 핸드폰을 챙겨 시온에게로 향했다. 시온의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다가온 유우시를 쳐다봤다. 유우시는 몸을 숙여 시온을 끌어당겼다. 시온의 귓불에 살짝 입술이 닿았다. 이제 집에 가자.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살짝 술에 취해 양 볼이 붉었다.


3월이지만 아직 밤바람은 찼다. 자꾸 시온은 헤실헤실 웃었다. 유우시는 그런 시온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리며 시온을 따라 웃었다. 시온이 웃는 걸 보면 웃음이 났다. 얇은 옷을 입어서인지 시온의 귀가 빨갰다. 유우시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시온에게 물었다.


"추워?"

"나? 아니?"


유우시는 시온의 귓바퀴에 손을 뻗었다. 아까부터 시온의 귀가 터질 것 처럼 빨갰다. 다행히 많이 춥진 않은지 시온의 몸은 차갑진 않았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시온은 자꾸 몸을 기대왔다. 시온아 그러다가 넘어진다. 시온은 눈이 접히게 웃으며 팔짱을 끼며 치댔다. 평소보다 자주 웃으며 풀어진 시온을 보고 있자니 이젠 아까처럼 괜히 온 것 같다는 후회가 되진 않았다. ...그래도 다시는 안 가. 유우시는 시온이 다음에 다정하게 어르고 달래도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천천히 도어락을 눌렀다.










문이 부서져라 열렸다. 거세게 열린 문이 벽에 부딪히며 굉음을 내자 놀란 시온은 헤드폰을 벗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우시는 그런 시온의 어깨를 흔들며 일본어로 빠르게 말을 와다다 내뱉었다. 반절도 알아듣지 못한 시온은 당황스럽다는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잠시만... 왜 그래?"


유우시는 시온의 질문을 무시한 채 일본어를 마구 쏟아냈다. 반쯤 정신이 나가 횡설수설하는 유우시의 손을 붙잡자 시온은 그때서야 붉은 유우시의 눈가를 발견했다. 시온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우시를 달래려 등을 쓸어내렸지만 역효과였다. 유우시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내뱉고 정신이 빠진 채 멍한 표정을 짓다가 문을 세게 닫으며 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시온은 닫힌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늦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유우시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시온은 계속해서 유우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로... 유우시의 핸드폰이 꺼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시온은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유우시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시온이 핸드폰을 내려놓자 책상에 진동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아 미안해. 같이 사는 친구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와서..."

"많이 기다렸어?"



오시온에게 애인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