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핑크 바나나💗 外1 - 上
粉粉香蕉💗 外 1 - 上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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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먼저 읽고 오세요!)  (↑请先看完这篇哦！)

"...키스?"  "……接吻？"

"......"  "How are you?" 输出：

"주연아, 형이 지금 잘못 들었나."
"周延啊，哥哥刚才是不是听错了。"

그러니까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전개냐고.
所以现在这到底是什么展开啊。

"키스 맨날 하는데. 누나는 뭘 또 새삼스럽게."
"明明每天都在接吻。姐姐干嘛突然这么见外。"

"......"  "How are you?" 输出：

"형, 꼬우면 이혼하든가."  "哥，不服就离婚啊。"

초호화 모델하우스래도 믿을 대저택의 럭셔리한 내부. 점잖게 구찌 파자마 빼입은 이재현과 부내 철철 넘치는 이주밥. 이것부터가 이미 충분히 비정상적인데, 심지어 둘이 날 사이에 두고 요상한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 거의 뭐 아침드라마 불륜 씬이 따로 없다.
号称顶级样板房，却堪比可信赖豪宅的奢华内部。穿着古驰睡衣装模作样的李宰贤，与浑身散发油腻感的李周范。光是这画面就够不正常了，更诡异的是两人还隔空展开神经战。活脱脱晨间剧出轨现场。

아니, 돈 많아진 건 좋지만 이딴 분위기는 좀 숨 막힌다 이거지. 왠지 피하고 싶어 뒷걸음질 치다 삐까뻔쩍한 대리석 바닥에 미끄러져 뒤통수를 콱 박았다. 그리고……
不是，有钱了是好事，但这鬼气氛真让人窒息啊。下意识想后退躲避，结果在光可鉴人的大理石地板上滑倒，后脑勺哐当撞个正着。然后……

"아 시발 꿈."  "啊靠，是梦。"

누운 채로 움찔하는 전신을 느끼며 허망하게 눈꺼풀을 치켜 올렸다. 졸음 덕지덕지 묻은 시야에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이재현의 단란한 자취방 풍경이 들어왔다. 우리가 먹은 그대로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술병들. 핫타임 보내느라 훌렁훌렁 벗어 던졌던 옷가지들. 더불어 내 배 위에다 제 다리 떡하니 얹은 채 세상 모르고 쌕쌕 주무시는 곰탱이 한 마리까지.
感受着全身瘫软时的微微颤动，茫然抬起沉重的眼皮。睡意朦胧的视野里，映入眼帘的依然是李宰贤那间温馨如常的单身公寓光景。餐桌上散落着我们昨夜豪饮后东倒西歪的酒瓶，狂欢时随手乱扔的衣物，还有这只把熊腿大剌剌压在我肚子上、正呼噜大睡的傻狗。

그래, 뭐. 하루아침에 벼락 부자 되는 설정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라 꿈 아닐 리가 없기는 했다. 근데 꿈이니 생시니 볼 꼬집어 볼 땐 분명 아프던데... 요즘 꿈은 아픈가. 백화점이라도 한 번 털고 깼어야 하는데 좋다 말았다. 진득히 남는 미련에 입맛 다시고는 마지못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也是，一夜暴富的设定确实离谱到不可能是真的。但掐自己会疼的话...最近连梦境都这么真实了吗？早知道该梦个抢劫百货公司再醒的。咂摸着满腔不甘愿的余味，磨磨蹭蹭地支起了身子。

"왜... 김녕훈한테 오빠라고 하냐고오... 웅냐."
"为什么...要叫金宁勋哥哥嘛...呜嗯..."

한편, 내 체온이 거두어지자마자 잠결에도 허전했는지 곧바로 잠투정 시전하는 이재현이었다. 존나 뭐래. 두툼한 가슴팍 갉작이며 웅얼웅얼 헛소리나 해 대는 꼴을 한심하게(조금 귀엽게) 내려다보다, 아까 꿈 속의 구찌맨을 다시금 회상했다.
另一边，我的体温刚撤离，那家伙就在睡梦里委屈巴巴地闹起脾气。真是够了。看着他厚实的胸膛微微起伏，嘟嘟囔囔说着梦话的蠢样（其实有点可爱），我又想起梦里那个古驰男。

- 야야, 근데 이렇게 갑자기 집이 바뀌면... 물론 좋긴 한데, 우리 콘돔이랑 핑크바나나에서 산 것들은 싹 다 없어진 건가?
哎呀，可是房子突然变成这样...虽然挺好的，但我们从 Condom 和 Pink Banana 买的东西全都消失了吗？

- 콘... 뭐?  什...什么？

- 까짓 거 다시 사면 되지! 일단 나 물 마시고 올 테니까 이 방에 콘돔 혹시나 있나 찾아보고, 없으면 없는 대로 할 준비나 해. 떼부자 된 기념으로 함 갈겨야지 우리!
大不了重新买嘛！我先去喝个水，你在这房间找找看有没有 Condom，没有的话就做好没有的打算吧。作为乔迁庆祝，我们得好好犒劳自己呀！

- 아니, 넌 어린애가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말을...
不是，你这小孩到底从刚才开始都在说什么啊...

- 어린애? 아 오케이 오케이, 오늘 섹스 상황극은 아저씨랑 고딩 컨셉 가보자고.
小屁孩？啊好吧好吧，今天的情境角色扮演就试试大叔和高中生的设定吧。

그 상황극을 끝끝내 못 하고 꿈에서 깨어난 게 또 못견디게 아쉬웠다. 아, 그 남자 좀 꼴리던데. 낯짝은 분명 이재현이지만 낯짝'만' 이재현이었다. 깨울 때 엉덩이 좀 때렸다고 식겁해 새하얗게 질리던 얼굴 하며, 어린애가 어쩌구 하면서도 오히려 본인이 더 아다마냥 뚝딱거리던 모습. 칼로 잰 듯 단정하면서도 묘하게 권위적인 말투. 누가 봐도 우리 집 꼬질꼬질 이재현 아니었다고. 다른 집 오라버니였다고.
没能把这场情境剧演到最后就从梦中醒来，那种遗憾简直难以忍受。啊，那个男人真让人心动。虽然那张脸分明是李载贤，但仅仅是“脸”像李载贤而已。醒来时因为屁股被拍打而吓得脸色惨白的模样，嘴上说着“小孩子怎样怎样”，自己却反而更像雏鸟般手足无措的样子。如尺规测量般端正又莫名带着威严的语调。任谁看都知道不是我们家那个邋遢的李载贤，是别人家的欧巴啊。

군침 싹 도는 입을 애써 쓸어 닦았다. 나중에 이재현 깨면... 돈 많은 아저씨 상황극 해 달라 할까. 말이 아저씨지 나이는 갓 30대 초반. 은은하게 꼰대미 터지는 게 포인트. 권력과 재력에서 나오는 오만함 뒤에 어설픈 빈틈이 있어야 함. 그리고... 어린애로만 여겼던 나를 어느 순간 여자로 느끼고 육체적으로 반응해 버려서 죄책감에 괴로워해야 함.
我用力擦去嘴角泛滥的口水。等李载贤醒了...要不要让他陪我演有钱大叔的情境剧呢。说是大叔其实才刚过三十岁，关键要带着若隐若现的老古板气质。要有权势财富滋养出的傲慢，背后还得藏着笨拙的破绽。而且...要把一直当小孩看的我突然视为女人，为此产生生理反应后陷入罪恶感的煎熬才行。

"...개꼴."  "...太带感了。"

상황극 구상을 하면 할수록 갈증에 고통스레 이마를 짚어야만 했다. 자기 전 샤워 이후로 속옷 한 장 안 걸친 아래가 찌릿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불과 어젯밤 두세 번은 붙어먹었는데 또 꼴린다고? 뭐 변태로 살아온 거 하루 이틀은 아니다만 스스로의 정력에 기가 막혔다.
越是构思情境剧的剧情，喉咙就干渴得必须咬住下唇。自上次淋浴后连件内衣都没穿的下身正火辣辣地发烫。明明昨晚才发泄过两三次，怎么又痒起来了？虽说不是一两天当变态的事了，但对自己的精力还是感到窒息。

지금 당장 깨우기에는 상대가 너무 곤하게 자고 있기도 했고, 잠들기 전 실컷 얽히고 설켰는데 일어나자마자 또 요구하는 거 욕구 불만처럼 보일 것 같아서 별수없이 핑크 박스를 뒤졌다. 사실 혼자 하는 건 또 이것대로 다른 매력이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 예전에 이재현이 나 벌 준답시고 관계 중에 잠깐 썼다가 처박아 뒀던 딜도를 꺼내 이리저리 살폈다. 오늘은 너다.
现在立刻叫醒对方的话显得她睡得太沉，睡前明明已经缠着要过，刚起床又索求的样子像欲求不满似的，只好无奈地翻出粉色盒子。其实独自进行也别有风味，反而更享受。之前和李载贤交往时偷偷买来藏着的按摩棒，此刻正拿出来左右端详。今天就用它吧。

남사스럽게도 생긴 표면을 소독 티슈로 싹싹 닦아 내고는 젤까지 챙겨서 비장하게 욕실로 향했다. 짧은 샤워 후에 물기도 안 닦은 채, 빈 욕조 안에 딱 자리잡고 즐기려던 순간.
故作镇定地用消毒湿巾擦净表面，连润滑凝胶都仔细备好后，毅然走向浴室。短暂冲淋后连水珠都没擦，就直接跨进空浴缸准备享受的瞬间。

"아아아!"  "啊啊啊！"

"......"  "How are you?" 输出：

"이여주!! 어딨어!!!"  "李汝舟！！你在哪儿！！！"

뭐 할 땐 개도 안 건드린다더니 개만도 못한 놈 하나 있었다. 욕실 너머 침대에서 짱구마냥 우렁찬 비명이 들렸다. 쟤는 나무늘보마냥 늘어지게 자다 말고 왜 저런담. 잠 깨는 타이밍 한 번 기막히게도 구렸다. 딜도에 젤 바르려다 말고 목청 좋게 외쳤다. 왜! 나 씻는 중!
说什么忙起来连狗都不理，结果有个连狗都不如的家伙。浴室那头的床上传来像蜡笔小新般的洪亮尖叫。这家伙明明像树懒一样瘫着睡，突然搞什么鬼。醒来的时机真是糟透了。正打算给按摩棒涂润滑剂，气得扯着嗓子吼。干嘛！我在洗澡呢！

머지않아 욕실 문이 벌컥 열리고, 부리나케 뛰어들어 온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폭탄 맞은 제비집처럼 퐁퐁 솟은 곱슬머리. 이제 이런 하찮은 모습들이 더 익숙한 걸 보면 우리가 새삼 잘 사귀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 촉촉하게 감성에 젖어들 뻔 했지만 역시나 잠깐이었다. 상당히 열 받은 기색의 이재현이 슬리퍼에 꿰어넣은 발을 동동 구르며 삿대질을 해 댔다.
不一会儿浴室门猛地被拉开，慌慌张张冲进来的身影简直惨不忍睹。爆炸头蓬得像被炸过的燕子窝。现在连这种邋遢模样都看惯了，看来我们确实处得挺熟啊。差点就要陷入湿漉漉的感动氛围，果然还是太短暂。明显火冒三丈的李在贤趿拉着拖鞋，跺脚指着我鼻子破口大骂。

"와, 너 내 꿈에서 왜 그랬냐! 나 별 그지같은 악몽을 다 꿨어!"
"哇，你在我梦里干嘛那样！我做了个超级恶心的噩梦！"

"악몽? 내가 뭘 어쨌길래."  "噩梦？我做了什么。"

"니가 뭔 이혼부부 상황극 하길래 대사 날렸는데, 하나도 안 받아줘서 나만 이상한 사람 됐잖아! 더럽다고 딜도로 고추를 막 패질 않나! 그러다 울고불고 김영훈한테 가서 막 안기더니 오빠래! 나 진짜 확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你搞什么离婚夫妇情景剧，台词都背好了，结果一个都不接，搞得我像个怪人一样！还说什么脏死了，用按摩棒打辣椒！然后哭哭啼啼跑去金英勋那里抱抱，还叫欧巴！我真的差点气疯了好吗！"

"딜도? 이거?"  "假阳具？这个？"

"어, 그거! ...야, 근데 왜 들고 있냐?"
"啊，那个！...喂，你干嘛拿着啊？"

딜도 거머쥔 손을 욕조 위로 휙 들어 올리자, 그걸 확인한 이재현 눈이 냅다 가늘어진다. 너 나 잘 때 혼자 할라고 했어? 성큼성큼 다가와 욕조 가장자리에 두 팔 짚고는 따져 묻는다. 이윽고 무릎 세워 앉은 내 나체를 빤히 살피더니 허, 한숨에 가까운 헛웃음을 뱉어내는 그였다.
当握着假阳具的手猛地从浴缸上方抬起时，目睹这一幕的李在贤眼睛瞬间眯了起来。"你趁我睡觉时自己偷偷玩？"他大步走近，双手撑在浴缸边缘质问道。随后他屈膝坐下，直勾勾盯着我赤裸的身体，最终发出一声近乎叹息的嗤笑。

"아주 작정을 했네 작정을. 나 깨우지."
"真是下定了决心啊，下定决心。别叫醒我。"

"아냐, 왠지 혼자 해도 좋을 것 같았어."
"不，不知怎么觉得一个人做也挺好的。"

"...왜."  "...为什么。"

"상상하면서 하면 재밌잖아!"  "边想象边做不是很有趣嘛！"

"대체 뭘 상상하는데."  "你到底在想象些什么啊。"

"그게, 소스가 다 있지. 사실 나도 어제 꿈 꿨는데 뭔 꿈이었냐면..."
"那个啊，都是有原因的。其实我昨天也做了个梦，要说是什么梦呢..."

내가 막 어엄청 고급진 침실에 누워 있는 거야, 그리고 옆에는 네가 딱 있는데! 얼굴만 너지 영혼은 다른 남자였던 것 같애. 내가 엉덩이 한 번 때리니까 디따 기겁하는 거야. 왜 반말 쓰냐 꼰대질도 하고, 나 교양 없이 저급하게 군다고 의사까지 부르면서 막! 하여튼 되게 희한한 인간이었는데 살짝 꼴리는 거 있지. 약간 오빠미? 금욕섹시? 근데 은근 쑥맥 같은 반전매력도 있는 거! 뭔지 알지, 어?
我正躺在一间超级高级的卧室里，旁边就挨着你！虽然脸是你的但灵魂感觉像是别的男人。我拍了下屁股结果你吓得直哆嗦。干嘛用半语还耍脾气，说我没教养低级还叫医生来！总之是个超级奇怪的人但莫名有点心动。稍微有点欧巴魅力？禁欲性感？而且隐约有种让人上头的反差魅力！懂我意思不，嗯？

짧지만 강렬했던 그 꿈 속 남자에 대해 주절거리고는, 나 홀로 아련하게 여운을 헤매일 찰나.
那个短暂却强烈的梦中男子让我絮絮叨叨，独自一人沉浸在朦胧的余韵中。

"그래서, 딴 남자한테 꼴렸다?"  "所以，对其他男人心动了？"

내 장황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재현의 표정은 어느새 삐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听完我冗长的叙述后，李宰贤的表情不知何时已阴沉地垮了下来。

"딴 남자가 아니라 너라니까?"  "不是其他男人，我说的就是你啊？"

"껍데기만 나라며. 존나 오빠미가 흘러넘치고 성격 개 딴판이셨다면서. 그럼 딴 남자지."
"你说只是外壳像我，内在完全是另一个人。哥哥魅力爆棚但性格天差地别，那不就是其他男人吗。"

"...아니,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와꾸가 너라서 꼴린 거겠지? 아마도?"
"……不过说到底，还是因为你的长相让我心动了吧？大概？"

아차 싶어 뒤늦게 수습해 봤지만 이미 놈의 귀에는 아무 것도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제대로 빈정 상한 그가 검지를 세워 내 뺨을 콕콕 찔러 왔다. 장난스럽지만 은근히 감정 실린 손길이었다.
虽然我慌忙想要补救，但似乎已经什么都传不进那家伙的耳朵了。明显被惹恼的他竖起食指，一下下戳着我的脸颊。虽是玩笑般的动作，却带着藏不住的情绪。

"어이. 도대체 언제부터 연상이 취향이셨어요, 예?"
"喂。您到底是从什么时候开始喜欢年上的啊，嗯？"

"오... 말이 그렇게 되나? 그러네, 나 연상 좋아했네!"
"哦…这么说来确实？没错，我确实喜欢过年上呢！"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짝 쳤다. 2n년 살면서 처음 자각한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연애는 죄다 연하랑 동갑들이랑만 했었다. 연상은 딱히 만날 기회가 없기도 했고, 그냥 왠지 나 가르치려 들거나 갑질 할 것 같아서 꺼렸던 것도 있고. 그러나 어제 꿈에 나온 그런 큐티섹시 연상이라면 상당히 짜릿할 것 같기도?
突如其来的顿悟让我不自觉地拍起了手。活了 20 多年，这还是我第一次意识到的事实。说来也是，至今为止的恋爱对象都是年下或同龄人。年上的话，一来是没什么机会遇到，二来总觉得对方会想教育我或让我感到压抑，所以一直很抗拒。但如果是昨晚梦里出现的那种可爱性感的年上，似乎会相当心动呢？

"연상 상황극 하자!"  "来玩年下情景剧吧！"

역시 해피타임은 혼자보단 둘이지. 들고 있던 딜도를 세면대에 팽개치고 욕조에서 벌떡 일어나자, 엄마야 하고 바보 같은 소리 내면서 소스라치게 고개 돌리는 이재현이었다.
果然快乐时光独享不如共享。把攥着的按摩棒往洗手台一扔，哗啦从浴缸里站起身时，李宰贤"妈呀"怪叫着扭头的样子简直蠢得让人发笑。

"그, 제발 몸 좀 가려라! 애가 뭐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어..."
"喂、你倒是遮一下啊！这孩子怎么这么不知羞..."

그러고는 기어코 손바닥으로 눈 가리고 꿍얼대는데.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었다. 연애한 지 몇 달인데 이렇게까지 내외할 일인가.
结果这人居然用手掌蒙着眼睛嘟嘟囔囔，矫情得前无古人。都恋爱几个月了还分什么里外。

"왜 저래? 누가 보면 나 헐벗은 거 처음 보는 줄 알겠네."
"她怎么这样？让人看了还以为我是第一次光着身子呢。"

"...선다고, 자꾸. 씻어야 되는데."  "一直说...要洗的。"

"미안한데 그거 아까부터 서 있었어. 내가 봤어."
"不好意思，那个东西从刚才就一直放在那里。我看到了。"

손등으로 그의 팽팽해진 앞섶을 톡톡 치며 놀리자, 시뻘개진 귓바퀴를 벅벅 긁으면서도 부정은 안 한다. 이윽고 대형 타월을 꺼내 내 몸을 꼼꼼하게 덮어 가린 그가 나를 욕실 밖으로 떠밀었다.
用手背轻弹他紧绷的衣襟逗弄他时，他虽红着耳根使劲挠头却并未否认。不一会儿，他取出大浴巾仔细裹住我的身体，将我推出了浴室。

"상황극이고 나발이고 일단 좀 나가."
"管你情景剧还是什么的，先给我出去。"

"야, 너도 빨리 씻고 나와. 나 속옷 안 입고 기다린다?"
"喂，你也快点洗完出来。我可不穿内衣等着哦？"

"아 좀."  "啊真是的。"

밖으로 밀려 나오자마자, 대충 굴러다니는 이재현 티셔츠 하나 주워 입고 미친듯이 옷장을 뒤졌다.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 이재현 씻고 나오면 입힐 옷을 찾을 요량이었다. 수많은 후드티와 맨투맨, 캐주얼 복장들을 제끼고 계속 찾다 보니 마침내 눈에 들어오는 쌔끈한 거. 전에 이재현이 면접 대비용으로 미리 한 벌 뽑아 놨던 정장이었다.
刚被推出浴室，我就随手抓起李宰贤丢在地上的 T 恤套上，发疯似的翻找衣柜。不是给自己找衣服，而是盘算着等李宰贤洗完给他穿。拨开无数连帽衫和卫衣后，终于看到那套笔挺的西装——之前他为面试准备的战袍。

그래, 이거지. 저 잼민이 대딩을 한순간에 섹시 오피스 맨으로 만들어 줄 찰떡같은 의상. 지금 연상에 단단히 삘 꽂힌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상황극. 연상 맛 최대한으로 보려면 아무래도 어제 꿈 속에서 하려다 무산됐던 아저씨 고딩 상황극이 딱이었거든.
没错就是它。这套能让毛头小子瞬间变身性感职场精英的完美装备。此刻我满脑子都是年下攻的妄想，根本顾不上别的。之所以这么折腾，当然是为了情景剧。要最大化体验年上受的魅力，还有比昨晚梦里夭折的大叔高中生剧本更合适的吗？

"이재현, 아저씨 역할 해 줘!"
"李宰贤，来演大叔角色！"

머지않아 빡빡 씻고 수건 하나 두르고 나온 놈에게 냅다 정장을 들이밀자, 아니나 다를까 오만상 구기고 질색하는 그였다.
不久后，当那家伙刚洗完澡、裹着一条毛巾出来时，我猛地将一套正装塞到他面前——果不其然，他立刻皱起整张脸露出嫌弃的表情。

"아저씨? 내가 왜? 넌 뭔데."
"大叔？我凭什么要穿？你算老几啊。"

"난 파릇파릇 영계 고딩!"  "我可是嫩得能掐出水的高中生！"

"또, 또 설정 개 빻았네 진짜. 우리 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게 살면 안 되냐?"
"靠，这设定又崩得稀烂。咱们能不能活得道德点、讲点伦理啊？"

"장난? 도덕 윤리 차릴 거면 상황극을 왜 해? 절 들어가서 도나 닦지."
"开玩笑？要讲道德伦理的话干嘛演情景剧？干脆进去擦盘子吧。"

"아, 그냥 안 할래, 또 뭔 상황극이여. 나 대사 짜기 힘들다고."
"啊，干脆不演了，又是什么情景剧啊。我写台词很累的。"

"어이어이! 연영과 손예진 짬빠 이 정도밖에 안 돼?"
"喂喂！演艺科和孙艺珍的资历就这点水平吗？"

얘 한두 번 튕기는 건 일상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결국에는 다 해 줄 거면서 꼭 틱틱대더라. 타격은 당연히 제로. 옆에서 궁시렁거리든 말든 아랑곳 않고 보다 자세한 설정 구상이나 시작했다.
这孩子偶尔闹脾气是日常操作，根本不值得惊讶。反正最后都会乖乖照做，就是总爱嘀嘀咕咕的。打击效果当然是零。不管旁边怎么碎碎念，我都充耳不闻，开始构思更详细的世界观设定。

"음... 그럼 완전 아저씨는 에바고. 딱 서른 살 된 풋풋한 초임교사? 내 담임인 거지! 어때? 개 꼴리지?"
"嗯...那完全是大叔级别了吧。刚好三十岁的新鲜菜鸟老师？还是我的班主任！怎么样？超带感吧？"

"갑자기 또 사제물이라고? 제발 적당히 좀 빻아라."
"突然又搞师生恋题材？求你正常点别发癫了。"

"여기서 포인트는! 졸라 후다같이 굴면서 사실은 청순 아다여야 된다는 점."
"这里的重点是！表面要装得超级轻浮，实际上必须是清纯处女才行。"

"네 네, 지랄하세요."  "是是是，您继续鬼扯吧。"

"나는 선생님 아다 떼 주는 고딩! 발랑 까진 양아치 고딩 할게. 콜?"
"我可是会给老师添麻烦的高中生！要当个彻头彻尾的不良少年。约吗？"

어디 일본산 B급 야동에서나 나올 것 같은, 클리셰 덕지덕지 처바른 스토리 구상 완료. 그럼 이제 상황극 과몰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의상 갈아입힐 타이밍이었다. 인형놀이 하듯 놈을 끌어다 셔츠부터 덮어 씌웠다.
这剧情构思活脱脱像是从日本 B 级情色片里扒出来的，堆满了陈词滥调。现在该正式进入角色扮演环节，给他换装的时候到了。像摆弄玩偶似的拽过他，先从衬衫开始往身上套。

"...야. 꼭 이렇게까지 작정하고 해야 돼? 대충 살자 좀."
"喂...非得做到这种地步吗？差不多就得了。"

내 극성에 못 이겨 어거지로 풀 정장 껴입은 그가, 벌써부터 현타 때려맞은 낯으로 공허해진 눈을 깜박였다. 어쩔요. 머리 스타일도 만져 준 뒤 마지막 넥타이까지 꼼꼼하게 매 주고 나니 그야말로 미슐랭 쓰리스타. 매번 후리한 곰돌이 모습만 보다가 각 잡고 까리하게 차려입은 꼴 보니까 말도 안 되게 섹시했다.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억눌러야만 했다.
他拗不过我的固执，勉强套上全套正装后，眼神空洞地眨着眼——显然已经陷入现实冲击。能怎么办呢？当我帮他整理完发型，最后一丝不苟地系好领带时，简直就像米其林三星主厨的杰作。看惯了平时蓬头垢面的熊样，突然打扮得这么精致帅气，性感得简直不像话。我不得不拼命压制想立刻扑倒他的冲动。

"재현아, 안 되겠다, 오늘부터 정장 박제하고 살아."
"在玹啊，不行了，从今天开始你就永久封印这身西装吧。"

"또 또 오바한다."  "又、又夸张了。"

"오바 아니라니까! 누구 건지 개 잘생겼어, 진짜로."
"才不夸张！这帅得根本不像本人好吗，真的。"

입가에 침 흐를 기세로 멍하니 감상하고 있자, 단순보스 이재현은 그새 또 솔깃해진 모양이었다. 제 딴에 한껏 기세등등해져서 끼 부리기 돌입한다. 동태눈 따위는 한순간에 청산하고 멜로눈깔 갈아끼워 능청맞게도 찡긋찡긋 윙크질.
嘴角都快流口水地呆呆欣赏着，单纯 BOSS 李宰贤看样子又心动了。他自以为气势十足地开始耍帅，瞬间清空呆滞眼神，切换成媚眼模式，油腔滑调地眨巴着眼睛送秋波。

"누구 거냐고? 네 거야."  "问是谁的？是你的呀。"

이건 아무래도 한입에 잡아먹어 달란 뜻일까. 앙큼하기 짝이 없는 그 잘난 낯짝 아래로 슬쩍 시선을 옮기자 한층 더 짜릿해졌다. 역시 이재현. 와꾸도 와꾸인데 피지컬 갑빠가 아주 그냥.
这莫非是在暗示想被一口吃掉？视线偷偷移向那张嚣张脸蛋下方，顿时更加心跳加速。不愧是李宰贤，颜值能打不说，身材更是绝了。

"미쳤네, 이래서 가슴 큰 남자들한테 셔츠 입히라 하는구나. 단추 터지겠다 야."
"疯了吧，难怪都说要让胸肌大的男人穿衬衫。纽扣都要崩开了喂。"

"성희롱 하지 마라, 신고한다."  "别性骚扰，我要举报你。"

"혼인 신고?"  "结婚登记？"

"엉. 근데 넌 교복 안 입냐? 고딩이래매."
"呃。但你怎么不穿校服？听说你是高中生啊。"

아, 그러고 보니 이재현한테만 바짝 집중하느라 정작 내 생각을 못 한 게 에러였다. 누가 봐도 고딩 얼굴은 아니라서 의상빨 제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당장 교복이 없으니 난관이었다.
啊，这么一想，光顾着紧盯李载贤，反而忽略了自己的情况真是失策。任谁看这张脸都不像高中生，现在全靠服装撑场面了。可眼下没有校服，确实是个难题。

"내 교복 본가에 있는데... 이주밥보고 가져다 달라 그럴까?"
"我校服还在老家...要不要让一粥帮我带过来呢？"

"미쳤어? 갑자기 교복 찾으면 누가 봐도 티 나, 섹스 각인 거!"
"疯了吗？突然找校服谁看了都会起疑，明显是发情期到了！"

"에이, 우리 주밥이 순수해서 그런 거 잘 모를걸? 뭐 롯데월드 가려나 보다 생각하겠지."
"哎，我们一粥那么单纯根本不懂这些啦~顶多以为是要去乐天世界玩呢。"

"하... 안 된다고. 우리 전적이 있잖아, 전적이."
"唉...不行。我们可是有前科的，有前科的。"

나 뭔 개목줄에다가 토깽이 코스튬 처 입은 거 다 들킨 마당에, 뜬금없이 교복 가지고 오라면 걔가 뭔 생각 하겠냐고오-!
我戴着狗项圈还穿着兔子玩偶服全被发现了，这种时候突然让我带校服来，你觉得她会怎么想啊！

세상 무너질 듯 찡찡대는 말 듣고 보니 꽤 타당하긴 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해, 나는 교복 입고 화끈하게 한 판 뜨고 싶은데. 고민하다 문득 귀찮아져서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听完她天崩地裂般的哭诉，觉得确实有道理。但能怎么办嘛，我可是想穿着校服痛快干一架的。纠结到后来突然觉得麻烦，索性破罐破摔瘫在沙发上。

"나가서 어떻게든 구해 와. 누난 우리 재현이 믿어, 너 못 하는 거 없잖아."
"出去想办法搞到手。姐姐相信我们载炫啊，你不是无所不能嘛。"

"인성 뭐세요? 상황극 하고 싶은 건 넌데 내가 구해 오라고?"
"人性是什么？想玩情景剧的是你，却要我去搞？"

"왜. 싫어?"  "为什么。不喜欢？"

"싫은데 우짤티비 저짤티비~"  "不喜欢的话你管我怎样~"

세상 킹받는 짱구 목소리 뒤로, 내 배 위에 떡하니 머리통 베고 팔자 좋게 기대는 화상. 기껏 까리뽕쌈 정장 입힌 보람도 없도록 초딩마냥 구는 꼬라지 하고는.
在全世界最火大的蜡笔小新嗓音背后，那颗脑袋大剌剌枕在我肚子上还惬意翘脚的家伙。白费我给他穿那身帅气西装，现在这副小学生般胡闹的德行。

그러나 말 안 듣는 놈 다루는 방법은 의외로 굉장히 간단했다. 간살간죽 이재현 인생 치명적인 약점을 내 손에 야무지게 쥐고 있는 이상.
但对付不听话的家伙其实意外简单。既然我手里紧攥着李宰贤人生致命弱点的话。

"그래? 그럼 에타에 써야지. 한국대 연영과 이재현 바니보이 썰 푼다~"
"是吗？那得发到 Eta 上。韩国大演艺系李在贤香蕉男孩开扒~"

그 말 떨어지자마자 반응속도가 거의 뭐 0.01초. 불에 덴 듯 화들짝 몸 일으킨 그가 혀 짧은 애교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话音刚落反应速度简直快得离谱，像被火烫到般猛地弹起身子的他，开始了一连串大舌头的撒娇表演。

"재혀니 언능 다녀오께요, 쟈기는 푹 쉬고 있쪙♥"
"载赫妮快去快回哦，小家伙要好好休息呢♥"

이재현 지인들이 목격한다면 그야말로 기함해 발라당 뒤집어질 광경.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남자가 유일하게 자존심 다 때려치우고 뿌뿌 깜찍공주 되는 순간. 평생 나만 관람할 수 있는 천연기념물. 역시 이 맛에 이재현 키운다.
若被李载贤的熟人目击，那绝对是会惊叫到仰天摔倒的奇景。这个将傲骨活成生命的男人唯一放下全部自尊、变身粉嫩小公主的瞬间。终生仅供我观赏的天然纪念物。果然养李载贤就是图这份乐趣。

"언능 갔다 와~ 바로 잡아먹어 줄게."
"快去快回~回来立刻吃掉你哦。"

입맛 당겨 한시가 급하니까 부디 빠른 귀가를 소망하는 바였다.
馋虫上钩心急如焚，唯愿他能速速归家。

"...아오, 인생아."  "...啊哦，人生啊。"

자차 운전석에 걸터앉은 재현은 끓는 물 수증기 토해내는 냄비마냥 한숨을 푹푹 뿜어냈다. 일단 악마 같은 주인님께서 쫓아내니까 나오긴 나왔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한마디로 담배 존나게 말리는 상황.
坐在驾驶座上的在贤像冒着蒸汽的沸水锅一样深深叹了几口气。虽然被恶魔般的主人赶了出来，但出来后到底该怎么做呢。简而言之就是烟瘾犯得要死的状况。

기어 옆 콘솔박스를 뒤져 자연스럽게 담뱃갑을 꺼내려다 겨우 방향 틀어 자일리톨을 잡아챘다. 금연, 절대 금연. 오늘 같은 주말은 하루종일 여주랑 붙어서 뒹굴거리기 때문에 뇌에 힘 빡 줘서 참아야 했다. 달짝지근한 자일리톨 몇 알 입에 탈탈탈 털어넣고 돌바위 깨부수듯 와그작댔다.
他下意识摸索副驾驶储物箱想掏烟盒，中途硬生生转道抓了把木糖醇。戒烟，必须戒烟。因为这种周末整天都得和女友腻在一起打滚，得给大脑狠狠上强度忍住。往嘴里哗啦啦倒了几粒甜滋滋的木糖醇，像嚼碎花岗岩般咔嚓咔嚓猛嚼。

- 오빠, 이재현 저 사람 이상해! 제정신 아닌 것 같다고! 우리 여기서 빨리 도망쳐야 돼!
- 欧巴，李载贤那个人好奇怪！根本不像正常人！我们得赶紧从这里逃掉！

- 이재현? 저 새끼 원래 제정신 아니긴 하지. 여주 너도 다 알고 사귄 거 아녀?
- 李在贤？那家伙本来就不正常。女主你不也清楚这点才和他交往的吗？

- 사귀긴 내가 언제!  - 交往？我什么时候说过要交往！

유독 사나웠던 어젯밤 꿈자리가 다시금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됐다. 영훈 끌어안고 그토록 오빠 타령 해 대길래 눈 뒤집혀 죽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는 더했다. 지 꿈에 나온 연상의 남자가 그렇게 꼴렸다네. 게다가 상황극은 뭔 오빠를 넘어 아저씨를 하라네. 동갑 남친 서러워서 살겠나. 생각할수록 어이 없어 만감이 교차하는 재현이었다.
昨夜梦境中异常凶狠的场景在脑海中不断闪回。明明梦里抱着英勋不停喊着"欧巴"时就已经羞愤到快昏死，现实竟比梦境更甚。谁能想到她会对梦中年长男性如此着迷。更离谱的是情景剧还要求从"欧巴"升级成"大叔"。同龄男友委屈得活不下去，越想越荒谬的复杂情绪在重演。

뭐 그래, 다 좋다 이거다. 꼴받긴 하지만 백 번 양보해서 취향 존중해 주겠다고. 근데 도대체 지 입을 교복을 무슨 수로 구하라는 거야. 참으로 골 때리는 숙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가에 있을 주연에게 부탁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었다.
行吧，都依你。虽然火大但勉强尊重你的癖好。可到底要怎样才能搞到那套校服？这作业简直离谱。思来想去只能拜托老家的周延帮忙。

- 에이, 우리 주밥이 순수해서 그런 거 잘 모를걸? 뭐 롯데월드 가려나 보다 생각하겠지.
- 哎，我们周延那么单纯肯定不懂这些吧？顶多以为是要去乐天世界玩。

부디 제발 그러기를, 제발.  拜托一定要这样，千万要。

침 꼴깍 삼키고 심호흡 몇 번 한 뒤 주연에게 전화 거는 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만 느껴졌다. 문제의 바니보이 사건 이후로 카톡도 보기좋게 씹혔고 남보다 못한 처남이 되고야 말았으나, 어찌 됐건 다시 회생시켜야만 할 관계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부딪쳐야 하는 거,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이렇게 전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고 애써 포장하면서도 불안을 못 이겨 손톱 까득까득 씹으며 휴대폰 든 손에 땀을 쥐었다.
咽了口唾沫深呼吸几次后，给周妍打电话的时间仿佛被慢动作拉得无比漫长。自从香蕉男孩事件后，连消息都被已读不回，沦落成连外人都不如的小舅子。但无论如何必须挽回这段关系——反正迟早要面对，顺便久违地问候也不算坏事。虽然这样自我安慰着，却仍焦虑得不停啃指甲，握手机的手心沁满了汗。

[...여보세욯.]  「...喂？」

사람 간 쫄리게 만드는 신호음이 네다섯 번 울렸을 즈음, 영 탐탁지 않아 보이는 목소리로 주연이 느릿느릿 전화를 받았다.
令人心慌的提示音响了四五下后，周妍用明显不耐烦的声调慢吞吞接起了电话。

"어이어이 주연아, 형이다! 잘 지내냐?"
"喂喂，主演啊，是哥！最近还好吗？"

즉시 있는 텐션 다 끌어올려 호탕한 인사를 건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立刻调动所有情绪，爽朗地打了招呼。装作若无其事的样子，仿佛什么都没发生过。干净利落、明朗自信！

[형... 짧은 통화 원해욯. 용건만 말씀하세욯.]
[哥...想简短通话呢。直接说事吧。]

"아, 엉... 그게."  "啊，呃...那个。"

와, 이주연 진짜 존나 착한 새끼였는데 이렇게까지 쟈가울 수가. 재현은 울컥 북받치는 설움에 주먹을 꾹 말아 쥐고 입안에다 욱여 넣었다. 그래 형이 죄인이지. 아주 그놈의 토끼 머리띠 쓰고 뽀뽀 두 번 했다가는 살인도 나겠다 인마.
哇，李周延这家伙明明善良得要命，居然能把自己逼到这份上。在翻涌的委屈中，载贤紧紧攥住拳头塞进嘴里。是啊，哥才是罪人。要是戴着那该死的兔子发箍亲两下，怕是要闹出人命了混蛋。

"혹시 지금 집이니?"  "你现在在家吗？"

[앟... 왜 물어보시는 거죻.]  [啊...为什么这么问呢。]

"그,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형이 잠깐 들러도 될까 주연아."
"那、那个有点事！哥能过来一趟吗周延。"

[아니욯.]  [不是啦。]

"에이, 형이 뭐 너한테 이상한 짓 하려는 게 아니라~ 너희 누나 교복 좀 가져가려고. 형 운전해서 금방 가께! 주소만 말해 주면,"
"哎呀，哥又不是要对你做什么奇怪的事~就是想拿你姐姐的校服。哥开车马上就到！只要告诉我地址就行，"

[...우리 누나 교복은 왜욯?]  [...为什么要我姐姐的校服？]

누가 봐도 수상한 변태 대하듯, 의심과 불신이 덕지덕지 묻은 기색. 재현은 슬슬 목덜미에 식은땀이 배어나는 걸 느꼈다. 씨발 역시 괜히 전화했어. 보기보다 호락호락한 처남이 아니었다.
任谁看都像在提防可疑变态般，满脸狐疑与不信任。在焕渐渐感到后颈渗出冷汗。妈的果然不该打这个电话。这小舅子比想象中难对付。

"어? 아, 그러니까... 교복 입고 롯데월드 놀러 가기로 했거덩! 그게 소원이라고 어찌나 노래를 부르던지, 하하."
"咦？啊，就是说... 我们约好了穿校服去乐天世界玩！说这是她的愿望，还唱了好多歌呢，哈哈。"

[누나 놀이공원 진쯔 싫어하는뎋... 특히 롯데월드 놀이기구 하나도 못 타는뎋.]
[姐姐讨厌去游乐园呢...尤其是乐天世界，一个游乐设施都不敢坐。]

"......"  "How are you?" 输出：

[교복 입고 롯데월드 가는 애들 유치하다고 욕 엄청 했는뎋.]
[以前还狠狠嘲笑过穿校服去乐天世界的孩子们幼稚来着。]

아니 자기야, 넌 동생한테 입을 뭐 얼마나 털고 다닌 거냐. 재현은 말문 꽉 막혀 눈 감고 이마를 짚었다. 미처 예상 못 한 난관이었다. 근데 어쨌든 이 와중에 새로운 정보 입력 완료. 데이트 할 때 놀이공원 절대 안 가야지. 의식이 제멋대로 흐르다 다시금 정신 바짝 차렸다.
不是亲爱的，你到底从弟弟那儿薅了多少衣服穿啊。在焕哑口无言地闭眼按住额头，这完全出乎意料的困境。不过总之在这种状况下成功输入了新情报——约会绝对不去游乐园。意识自顾自飘远后又猛然清醒过来。

"...그,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나 봐! 그리고 롯데월드도 롯데월든데, 요즘 고등학생 때가 그립다면서 교복을 옷장에다 보관하고 싶다네?"
"...据说他最近改变想法了呢！而且乐天世界也是乐天世界嘛，最近说很怀念高中时期想把校服收藏在衣柜里？"

[누나 지금 옷장에 자리 하나도 없다곻... 어제 택배로 옷 엄청 보냈는뎋.]
姐姐现在衣柜里一件空位都没有了啦...昨天用快递寄了好多衣服出去呢。

"엉, 그치 그치. 알지. 이 모든 건 훼이크였고~ 사실은 우리가 커플 교복 이미지 사진을 찍기로 했다는 점!"
"嗯，就是就是。你懂的。这一切都是假的~其实是我们决定拍情侣校服写真啦！"

[형. 이러지 마세욯. 저 바보 아니에욯. 진쯔 실망이닿...]
哥。别这样啦。我又不是傻瓜。真的超失望的...

"아니, 주연아 진짠데,"  "不是，珠妍我说真的，"

[죄송하지만 끊어야 될 것 같아욯, 속이 안 좋아졌엏. 취향 존중 못 해 드려서 죄송합니닿.]
抱歉但得先挂了，突然有点不舒服。没能尊重你的喜好很抱歉。

"야 야 이주연!..."  "喂喂 李珠妍！..."

[차단할게욯.]  我要拉黑了。

툭- 미련 없이 끊어진 전화. 이건 뭐 단호박 수인도 아니고. 재현은 몇 초간 석고마냥 굳은 채 현실 부정하며 허무하게도 액정을 내려다봤다. 급하게 다시 통화 버튼을 눌러 봤으나 귓가에 들리는 건 기계적인 ars 음성,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어쩌고 저쩌고. 빼도박도 못하게 차단이었다.
嘟——电话干脆利落地挂断。这哪是什么果断的秀仁啊。在焕像石膏像般僵住几秒逃避现实，徒然盯着黑掉的屏幕。手忙脚乱回拨却只听到机械语音提示"无法接通"云云，毫无疑问是被拉黑了。

"와, 미치겠네."  "哇，要疯了。"

이 집은 아주 남매가 쌍으로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네. 당황이 아니라 황당하기 짝이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또 털렸다, 영혼까지 탈탈탈. 이제 이미지는 지하 바닥 찍고 거의 수습 불가 수준. 이러다 진짜 처남 반대 때문에 결혼 못 하는 거 아니야? 쏟아지는 절망감에 연신 마른세수나 해 대는 재현이었다.
这家兄妹俩真是让人抓狂到极点。不是尴尬而是荒唐得令人发笑，只能苦笑。又被扒光了，连灵魂都被洗劫一空。现在形象已经跌到谷底，几乎无法挽回。再这样下去，该不会因为准妹夫的反对而结不了婚吧？绝望感如潮水般涌来，宰贤只能不停地用冷水洗脸。

더 비참한 건,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말도 못 한다는 점. 진짜 주연이 생각하는 그 불순한 목적으로 교복 구하려던 게 맞기에 할 말도 딱히 없어서 문제였다. 그냥 좆 된 거지 뭐. 청순했던 재현이 형은 오래 전에 뒤졌고, 그냥 바니플에 이어 교복플까지 알차게 즐기는 10덕 변태새끼 된 거지.
更悲惨的是，连去别处喊冤都说不出口。因为确实如主演猜想的那样，买校服就是怀着不纯目的，所以根本无从辩解。彻底完蛋了。曾经清纯的宰贤哥早就死了，现在只是个继女仆装之后又沉迷校服 play 的十级变态混蛋罢了。

아니다, 침착 침착. 다음번에 주연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진지한 대화 좀 나누는 걸로. 재현은 애써 평온한 척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일단 교복부터 구하고 봐야지. 눈앞에 당도한 다른 문제가 있으니 한시가 급해 오래도록 절망할 여유도 없었다.
不行，要冷静。下次和主演喝杯烧酒好好谈谈吧。宰贤强装镇定地整理心情。那件事归那件事，先解决眼前的问题。当务之急是搞到校服。另一个迫在眉睫的麻烦让他连长时间绝望的余裕都没有。

아무래도 교복 대여 업체를 알아봐야 하나. 아니 근데 섹스 목적으로 교복 빌리는 건 너무 민폐 아닌가. 도무지 답 안 나오는 상황에 이마빡으로 애꿎은 핸들만 쿵쿵 내리찍던 중이었다.
看来得去了解下校服租赁公司了。但为了性目的租校服也太给人添麻烦了吧。正因完全理不出头绪，我只能用额头砰砰地撞无辜的方向盘。

카톡-!  微信-！

별안간 폰 화면 위로 떠오르는 현란한 메세지 팝업창.
突然手机屏幕上弹出一条炫目的消息弹窗。

[♥핑.크.바.나.나♥엔 없는 게 없다! 요즘 뜸~하신 2jaehyeon0913 고객님을 위해 핑크바나나가 30% 할인 쿠폰을 준비했어요~! 각종 신상 성인용품과 이벤트 코스튬을 합리적인 가격에!……]
[♥粉.红.香.蕉♥应有尽有！最近略显冷清的 2jaehyeon0913 顾客，我们为您准备了粉色香蕉 30%优惠券~！各种新品成人用品和活动服装，价格实惠！……]

아 씨발 핑또. 핑크바나나가 또. 여기는 꼭 잊을 만하면 구여친마냥 연락을 쳐 보내. 짜증스레 알림을 지우려던 재현이 잠깐 멈칫했다.
啊 操 粉头。粉色香蕉又来了。这里总是像前女友一样，在我快忘记的时候发消息过来。正烦躁地要删除通知的宰贤突然停住了。

이벤트 코스튬? 그래, 그 좆같은 바니보이 뭐 그딴 거. 이제 단어만 들어도 진절머리 나는 거. 근데 보통 코스튬이라 하면 교복도 있지 않나? 개빻은 교복 플레이에 환장하는 변태가 이 세상에 이여주만은 아닐 테니까, 아무래도.
活动服装？对，就是那种该死的兔男郎之类的玩意儿。现在光是听到这个词就让人反胃。不过说到普通服装，不是还有校服吗？这个世界上应该不止我一个人对那该死的校服扮演着迷的变态吧，大概。

"...됐다. 이거다."  "...就这样吧。就是这个了。"

이렇게 된 이상 한가하게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안 가리라 다짐했던 핑크바나나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더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시동 켜고 운전대를 잡았다.
事已至此，根本无暇优哉游哉地挑三拣四。那抹誓死都不愿触碰的粉红香蕉，此刻却如同救命稻草般耀眼。无需多想，我立刻发动引擎握住了方向盘。

그때까지만 해도 재현은 미처 몰랐다. 한 치 앞에 펼쳐질 미래를.
当时的宰焕尚未察觉，即将在咫尺间展开的未来。

"어서 오세요, 달콤한 밤을 책임지는 핑크바나나입니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세요?"
"欢迎光临，这里是承包您甜蜜夜晚的粉红香蕉！请问需要什么商品呢？"

눈 아플 만큼 화려한 핑크핑크 인테리어 하며 사방에 진열된 성인용품들. 다시 봐도 부담스럽고 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전에 왔을 때는 여주도 함께 있었을 뿐더러 그나마 후드라도 깊숙이 뒤집어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얼굴 가릴 만한 마땅한 게 없어 그야말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粉红霓虹装潢刺眼夺目，四处陈列的情趣用品。即便再看仍觉羞耻难当、不堪入目。上次来时有女主同行，至少还能用兜帽遮遮掩掩，如今连个像样的遮挡物都没有，简直像被扒光了示众。

"교복... 그니까 여자 교복... 사러 왔는데요."
"校服...就是女生校服...我是来买的。"

와, 이렇게 수치스러워도 되나. 재현은 열 끓어 더워진 체온을 어쩌지 못하고 목을 꽉 죈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겨 풀었다. 핑크 유니폼 직원과 대화하는 일조차 상상 이상의 고역이었다.
哇，这样羞耻真的可以吗。在焕浑身燥热难耐，拽松了勒紧的领带解开。光是想象和粉色制服店员对话都成了超乎想象的苦差。

"이쪽으로 오세요 고객님~"  "客人这边请~"

안내 받아 코너를 돌자마자 재현은 그만 시야가 아찔하게 핑 돌았다. 사실 교복 코스튬이라 해 봤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기껏해야 아이돌 무대 의상 같은 거? 혹은 할로윈데이에 리폼해서 입는 수준이겠거니 하고 왔는데.
跟着引导刚拐过转角，在焕眼前就一阵天旋地转。原本想着校服类角色扮演装束也没什么大不了才是祸根。顶多算偶像舞台服那种程度？或是万圣节改造着穿的水平才来的。

"저기, 잠깐만요..."  "那个，请稍等一下..."

눈앞에 펼쳐진 색색깔의 교복들은, 그러니까… 생각보다 너무 매운 맛이었다. 과장 좀 보태서 손바닥만 한 블라우스, 엉덩이만 겨우 덮을 치마 기장에다가 망사 니삭스는 웬말. 불건전의 끝이었다. 냅다 울고 싶어졌다.
眼前展开的彩色校服们，该怎么说呢…比想象中味道要冲太多了。夸张点说巴掌大的衬衫、勉强能盖住屁股的短裙尺寸，再加上网眼尼龙袜简直了。简直是品味的尽头。突然好想哭。

"아니 아니, 이런 거 말구요... 이거 다 가짜 교복이잖아요. 진짜 교복 없어요? 완전 학생 같고 단정한 거..."
"不对不对，不要这种的...这些不都是假校服嘛。没有真正的校服吗？完全像学生又端庄的那种..."

조심스레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직원이, 이런 손님 처음 본다는 양 이상한 눈으로 재현을 훑었다.
店员竖起耳朵听着顾客小心翼翼嘟囔的声音，用像初次见到这种客人般的怪异眼神上下打量着载贤。

"정상적인 교복 찾으시면 아무래도 아이비클럽으로 가셔야겠죠, 고객님?"
"如果您想找正常的校服，那还是得去 Ivy Club 吧，顾客？"

백 번 맞는 말이었다. 핑크바나나는 아무래도 교복점이 아니니까. 하긴, 여기서 진짜 학생스러운 멀쩡한 디자인을 찾는 게 더 쓰레기 변태처럼 보이겠지.
这话说一百遍都对。毕竟粉红香蕉不是卖校服的店。不过在这里找正经学生气的设计，反而显得更像垃圾变态吧。

당장이라도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냈다. 어이어이, 가오 챙기자 재현아.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라고. 자기세뇌도 열심히 갈겼다. 마네킹에 입혀진 교복들을 소심하게 만지작대며 눈치 보다 마지못해 디자인을 유심히 살폈다. 아니 무슨 치마가... 팬티냐 뭐냐 이게. 노골적인 옷쪼가리가 하도 민망해서 눈을 어디 둘지 난감했지만 애써 버티는 중이었다.
我强压住想立刻钻进老鼠洞的心情。喂喂振作点啊载炫，别表现得像个外行。一边自我催眠着，一边畏畏缩缩地摸着模特身上的校服，最后勉强仔细打量起设计。这裙子...是内裤还是什么啊？露骨的衣服碎片实在令人尴尬，眼睛都不知道该往哪儿放，但还是硬撑着。

물론 보다 보니 이걸 입은 여자친구의 모습을 상상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어느새 묵직하게 당겨 오는 아랫도리에 재현은 초조하게 입술을 짓씹었다. 아니, 미쳤나. 너무 야한 거 아니야?
当然，看着看着，我不由自主地想象起女友穿上它的样子，不知不觉间，下半身传来沉甸甸的拉扯感，再现焦躁地咬紧了嘴唇。不，疯了吧？这也太色情了吧？

"...하."  "……唉。"

상상 그만. 슬픈 생각을 하자. 재현아 제발 슬픈 생각을 해. 문어 대가리로 빡빡 밀고 내일 입대하는 상상 가보자고. 행여나 여기서 발딱 세우기라도 하면… 바니보이 뒤를 잇는 두 번째 흑역사 추가였다. 그것만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됐다.
停止想象。来做些悲伤的想象吧。宰贤啊求你做点悲伤的想象。用章鱼脑袋使劲蹭蹭然后想象明天入伍的场景吧。万一在这里突然站起来的话…就会继 Bunny Boy 之后成为第二个黑历史了。那绝对不可以发生。

재현은 애써 고개 탈탈 털어낸 뒤 태연한 척 직원에게 SOS를 쳤다.
宰贤努力甩了甩头装作若无其事的样子向工作人员发出了求救信号。

"저기, 어떤 게... 제일 잘 나가요?"
"那个，哪种…卖得最好呢？"

그리고 이 질문 한 마디가 재앙의 불씨였다.
而这一句提问正是灾难的火种。

"여기 체크 세라복에 세미 크롭 모델 많이들 찾으세요. 혹시 여성분께서 바스트 볼륨이 좀 있는 편이신가요?"
"这里的水手服短款上衣很受欢迎呢。请问女士您的胸部是比较丰满的类型吗？"

"예... 뭐. 그런 것 같은데."
"嗯...算是吧。"

"그럼 아예 크롭으로 과감하게 추천드릴게요. 여기 보시면 밑가슴이 살짝 드러나는 디자인으로다가,"
"那我强烈推荐您直接选择露脐款。您看这个设计会让下胸若隐若现，"

"아니요! 야한 거 안 돼요! 살이 최대한 안 보이는 걸로 주시면 안 되나요?"
"不行！不可以有那种色情的东西！能不能尽量选不露肤的款式呢？"

"어머 고객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저희 핑크바나나에 야하지 않은 제품이란 없습니다. 이왕 하시는 거 화끈하게 즐기셔야죠!"
"哎呀客人，您这是什么话呀？我们粉红香蕉店里可没有不性感的商品呢。既然要买，就该尽情享受火辣的感觉呀！"

"아니, 근데 저희는 그냥 상황극만 간단하게,"
"不是，我们只是简单地进行情景剧，"

"상황극 좋아하시는구나! 마사지 상황극은 어떠세요? 또 이 제품 상의가 오일 플레이에 최적화된 특수 원단이거든요. 여성분께서 노브라로 착용하신 다음에 표면에다 오일을 뿌려 주시면 원단이 착 달라붙으면서,"
"原来您喜欢情景剧啊！按摩情景剧怎么样？另外这件上衣的面料是专为精油按摩优化的特殊材质。女士们可以无胸罩穿着后，在表面喷洒精油，面料就会紧密贴合，"

아아. 진심으로 혀 깨물어 세상과 빠이 치고 싶었다.
啊。真心想咬断舌头和这个世界说再见。

"아 알았어요 살게요, 이거 사요, 그만 말하셔도 돼요!"
"啊知道了买买买，我买这个，您可以不用再说了！"

새빨개진 낯짝이 펑 터져 나가기 일보직전. 귀를 틀어막고만 싶은 심정으로 울고불고 소리치자, 뿌듯하게 씩 웃은 직원이 기계적인 손길로 종이백을 촥 펼쳤다. 바로 포장해 드릴게요 고객님, 오일은 서비스로 드려요~
鲜红的夕阳即将喷薄而出。怀着想要捂住耳朵的心情又哭又喊时，面无表情微笑的职员用机械般的手势唰地展开了纸袋。"马上为您包装好，顾客，今天是免费服务哦~"

직원이 먼저 계산대로 향한 틈을 타 공간에 혼자 남은 재현은, 벽 향해 뒤돌아선 채 필사적으로 애국가를 되뇌었다. 필요 이상으로 팔팔하고 건강한 아래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였다. 그래, 인생. 나는 존나 어쩔 수 없는 쓰레기구나. 결국 스스로 인정하고야 마는 과정이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趁着店员先走向收银台的间隙，独自留在空间里的在玹转身面对墙壁，拼命地反复背诵爱国歌。这是为了冷却那过于活跃且健康的下身燥热。是啊，人生。我真是个无可救药的垃圾。最终不得不承认这一点的过程苦涩至极。

"...일시불이요."  "...一次性付清。"

온몸의 기가 다 빨려나가 창백해진 낯으로 멍하니 계산 끝마친 재현이, 잘 포장된 핑크 종이백을 손가락에 걸고 터덜터덜 출구로 향했다.
全身气力被抽干的宰贤面色苍白地发着呆结完账，手指勾着精心包装的粉色纸袋，晃晃悠悠朝出口走去。

"사랑하는 고객님~ 아찔한 밤, 짜릿한 밤, 황홀한 밤 되세요! 지금까지 핑크바나나였습니다!"
"亲爱的顾客~愿您度过一个心跳加速、刺激难忘、神魂颠倒的夜晚！这里是粉红香蕉为您服务！"

가는 길, 온 직원들이 굳이 졸졸 따라나와 배웅하며 외치는 떼창 문화는 여전했다. 쓸데없이 목청도 좋았다. 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낀 건데 아주 거지 같은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적응될 날이 오긴 할지. 누가 볼까 두려워 황급히 차에 올라탄 재현은 뒤도 안 돌아보고 공격적으로 엑셀을 밟았다.
离开时，全体员工照例蜂拥而出列队送别，齐声高喊的企业文化依然如故。那中气十足的嗓门简直多余。从第一次来时就觉得，这破制度真是绝了。到底哪天才能习惯啊。生怕被人看见的宰贤慌忙钻进车里，头也不回地猛踩油门冲了出去。

이제 진짜, 진짜로 다시는 안 온다 핑크바나나. 근처에 얼씬이나 하나 봐라. 다시 오면 이재현이 아니라 이다롱이다. 씩씩 눈물겨운 다짐과 함께.
现在真的，真的再也不会来了，Pink Banana。要是敢在附近晃悠试试。再来的话就不是李载现而是李多荣了。伴随着坚定的、泪眼婆娑的决心。

기진맥진한 꼴로 다시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란듯이 펼쳐진 풍경. 원피스나 다름없는 재현 티셔츠를 덜렁 걸친 그대로 소파에서 꿀잠 중인 여주였다. 그런데 어째 뭐가 들었는지 불룩 튀어나온 가슴팍. 다 늘어난 티셔츠 목 부분에 삐죽 튀어나온 건 자그마한 다롱이 얼굴. 옷 속 깊숙이 파고들어, 맨가슴을 보금자리 삼아 잘도 자고 있는 다롱이를 보니 아주 기가 차는 재현이었다.
一进门就看到了令人瞠目结舌的景象。女主穿着几乎等同于连衣裙的再现 T 恤，随意地搭在身上，正在沙发上酣睡。然而不知为何，胸前鼓鼓囊囊地隆起。从松垮的 T 恤领口探出头的，是小家伙多珑的脸。它钻进衣服深处，把胸口当成了窝，睡得正香。看到这一幕，再现简直气不打一处来。

"어이 이다롱, 거기 내 자리거든? 나만 올라갈 수 있거든?"
"喂，李多龙，那是我的位置知道吗？只有我能上去知道吗？"

곧바로 티셔츠 안에 손을 쑥 집어넣어 다롱이를 꺼냈다. 방금 찐 시루떡마냥 포슬포슬 따듯해진 털뭉치. 그 체온이 무엇으로 인해 이렇게 데워졌는지가 너무 뻔해서 킹 제대로 받았다.
立刻把手伸进 T 恤里掏出了毛团儿。刚刚还像蒸糕一样蓬松温热的毛球，那体温因何变得如此滚烫实在太过明显，让人不禁心跳加速。

"......"  "How are you?" 输出：

안 보는 척 힐끗대다 말고 괜히 한 번 더 손을 넣어 다롱이가 엎드려 있던 부위를 쓸어 만졌다. 새삼 보드라운 피부결. 한 손에 꽉 차게 잡히는 살덩이의 감촉은 언제나처럼 말랑하다 못해 자극적이었다.
假装没看见却偷瞄着，又鬼使神差地把手伸进去抚摸毛团儿趴过的地方。那异常柔软的肌肤触感，满手盈握的肉感一如既往绵软得近乎撩人。

그냥 이대로 한입에 다 씹어 먹어 버릴까. 재현은 본능적으로 티셔츠를 말아 올려 가슴 깊숙이 얼굴을 파묻으려다 겨우 자제했다. 자는 애 상대로 음침하게 뭐하는 건지. 대낮부터 몸이 달긴 달았구나 싶었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티셔츠를 다시 덮었다.
就这样一口全嚼碎吃掉算了。在焕本能地卷起 T 恤，想把脸深深埋进胸口，好不容易才忍住。对着睡着的孩子这么阴森森地干什么。大白天身体就发烫发烫的。他发挥超人的忍耐力，重新拉好了 T 恤。

하여간. 누구는 쌔빠지게 심부름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잠들어 버리기 있냐. 세상 모르고 평화롭게 새근거리는 상대가 얄미워 괜히 볼이나 꼬집어 준 다음, 누운 몸을 번쩍 안아들어 침대로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다 건드려 헤집어 놓고 싶지만 뭐... 오늘은 길고 함께할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깨워서 밥이나 먹인 다음 온종일 붙어먹을 요량이었다.
有些人明明是被派去跑腿的，却在半路上睡着了。看着对方毫不知情、安详熟睡的脸庞，忍不住轻轻戳了戳脸颊，然后一把抱起那柔软的身体放到了床上。虽然很想把对方弄醒再闹腾一番，不过...今天反正时间还长。等睡醒后再一起吃个饭，然后整天黏在一起的计划已经在心里盘算好了。

다소 응큼한 계획과 함께, 팔에 끼고 있던 종이백을 침대 옆 협탁에 아무렇게나 올려 둔 재현이 늘어져라 기지개를 켰다. 와 씨, 기 빨려. 피곤해. 하여간 핑크바나나 거긴 너무 피곤해. 어느덧 겨울잠 덜 깬 곰돌이마냥 반쯤 풀려버린 눈. 온몸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진 지 오래였다.
带着有点邪恶的计划，把挂在胳膊上的纸袋随手扔在床边小桌上的在玹伸了个大大的懒腰。哇靠，累死了。困得要命。总之粉红香蕉那边太累了。不知不觉间像没睡醒的熊一样半睁的眼睛。全身早就沉得像棉被一样重。

입고 있는 정장 벗어던질 힘도 없어 일단 여주 옆에 대자로 뻗고 봤다. 한 10분만 누워 있으면 회복되려나. 딱 10분만.
连脱掉身上西装的力气都没有，索性在女主旁边躺成大字形。躺个十分钟应该就能恢复吧。就十分钟。

…이라고 생각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不知从何时起，我竟有了这样的想法。

무중력 상태마냥 몽롱한 암전 속에서, 재현은 이상하다시피 아랫도리가 빠듯한 느낌에 흠칫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잠시 동안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찌릿찌릿 전류 통하듯 익숙하고도 낯선 감각. 졸음에 젖어 흐릿한 초점을 애써 맞추고 천천히 시선을 하반신 쪽으로 내렸다.
在如同失重状态般朦胧的黑暗中，宰贤因下半身传来异常紧绷的触感而猛地抬起眼皮。一时间他无法理解状况。那既熟悉又陌生的感觉，如同电流窜过般酥麻。他强忍睡意努力聚焦模糊的视线，缓缓将目光移向自己的下半身。

그러자 곧바로 눈에 보이는 건…
随即映入眼帘的是……

"있잖아요, 선생님."  "那个，老师。"

잘 다려진 정장 슬랙스의 앞섶은 마구 풀어헤쳐진 지 오래. 그 사이로 두둑하게 부푼 드로즈 위를 살살 어루만지는 손. 그 손을 쭉 따라 올라가면, 문제의 그 야해 빠진 교복을 입은 여주와 곧장 시선이 마주치고야 만다. 흉부를 아슬하게 반쯤 덮은 세라복 크롭 셔츠는 속살이 적나라하게 다 비치고. 순간 정신 혼미해진 재현이 숨 참으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熨烫整齐的西装裤前襟早已被胡乱解开。一只手在那之间轻轻抚摸着鼓胀的内裤。顺着那只手往上，视线立刻与穿着那件问题十足的性感校服的女主角相遇。勉强遮住一半胸部的短款水手服上衣，内里一览无余。瞬间精神恍惚的载贤屏住呼吸，紧紧闭上了双眼。

"제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我还小不太懂，所以想问问..."

"......"  "How are you?" 输出：

"애기는 어떻게 생겨요?"  "宝宝是怎么来的呀？"

이왕이면 실전으로 알려 주셨음 좋겠어요.
要是能实际演示给我看就更好了。

어느덧 상반신까지 매끄럽게 타고 올라온 입술이 귓바퀴를 축축하게 간지럽혔다.
不知不觉间，那湿滑的唇舌已游移至耳廓，将耳垂舔舐得濡湿酥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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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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