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주의 素材注意




这里是地狱。 
    여긴 지옥이야. 这里是地狱。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묵원은 이곳을 그렇게 정의내렸다. 지옥. 그중에서도 무간지옥.
在生命的最后一刻,默元将这里定义为地狱。尤其是无间地狱。


快跑。 伞,跑到很远的地方。 
    그러니까 도망가. 산아, 아주 멀리 가.
所以,逃跑吧。伞啊,跑得远远的。


그건 일종의 유언이었다. 가진 게 없어 남길 것도 없었던 묵원의 하나뿐인 유산이었다. 그래서 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럴게. 형, 나 꼭 여길 벗어날게. 볼품없이 헤져버린 홑이불로 어떻게든 상처를 지혈하며 대답했었다.
那是一种遗言。因为一无所有,所以也没有什么可以留下的,那是默元唯一的遗产。所以伞点了点头。因为没有别的办法。会的,哥,我一定会离开这里的。他用破旧的单被尽力止住伤口,回答道。

죽지 마. 형, 제발 나만 두고 죽지 마. 산은 묵원이 아닌 저를 위해 기도했다. 형이 죽고 나면 지옥은 곧 최산마저 집어삼킬 테니까. 혼자서 이 성채를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어찌 보면 그것은 유언을 이행하기 위한 발악이었다.
不要死。哥,拜托不要丢下我一个人死去。伞不是为神祈祷,而是为我祈祷。因为如果哥哥死了,地狱很快就会吞噬崔伞。因为我一个人不可能逃出这座堡垒。从某种角度看,那是为了履行遗言的拼命挣扎。

그러나 신은 부재했다. 간곡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묵원은 시퍼렇게 시든 채 죽어버렸다. 한평생 뱉어낸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피를 쏟아내고서. 산은 한참을 울었고,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 주위를 돌아보았을 땐 오롯이 혼자였다. 바닥과 살갗에 버석하게 말라붙은 핏자국만이 묵원이란 존재가 이 세계에 존재했음을, 산에게만 보였던 환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然而,神并不存在。尽管有恳切的祈祷,最终木元还是枯萎死去了,浑身青紫。流出的血比他一生中流出的还要多几倍。伞哭了很久,甚至一度失去了意识。当他再次醒来四处张望时,发现自己孤身一人。地板和皮肤上干涸的血迹是木元曾经存在于这个世界的唯一证明,也证明了那不是伞一个人的幻觉。


回答我,墨源。 地狱是人死后的才到的地方。 
    대답해줘, 형. 지옥은 죽어야 가는 곳이잖아. 
回答我,哥。地狱不是死后才去的地方吗?

我还没有死,但为什么我留在了地狱。 
    난 죽지도 않았는데 왜 지옥에 남게 된 걸까.
我明明没有死,为什么却留在了地狱。


묵원의 말대로 이곳이 지옥이라면, 도리어 죽은 것은 산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산은 살아있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생을 실감하며 처절하게 살아있었다. 
如果按照穆元的话来说这里是地狱,那么死去的可能是伞。但伞还活着。令人毛骨悚然地感受到生命的存在,残酷地活着。


墨源,你错了。 
    형이 틀린 거야. 哥错了。


묵원은 틀렸다. 이곳은 지옥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빠른 속도로 내달려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옥은 성채도, 구역도, 성도도 아니니까.
穆元错了。这里不是地狱。所以无论你跑得多快,都无法逃脱。地狱既不是堡垒,也不是区域,更不是城市。


지옥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다. 地狱不是一个地方,而是一种状态。


열여섯 최산은 그걸 몰랐다. 十六岁的崔伞不知道那件事。

십 년 뒤, 구원을 바라며 저를 찾아온 정우영처럼.
十年后,像郑友荣那样来找我的人,寻求救赎。






無間道 无间道

w. 西波






운수 더럽게 없는 날이다. 우비 한 장 없이 폭우 뒤집어쓴 최경사가 바이크 시동을 껐다. 경찰모를 벗자 다 젖은 뒷머리에서 빗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진짜. 어째 아침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다 싶었다. 원체 맑은 날 드문 편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퍼부을 줄이야. 옷이야 갈아입으면 된다지만 모자는 하나뿐이니, 꼼짝없이 내일도 찝찝한 기분일 것이었다. 한숨짓던 최경사가 키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运气真是糟透了。崔警官没有雨衣,被暴雨淋得透湿,他关掉了摩托车的引擎。摘下警帽后,湿透的后脑勺上雨水滴滴答答地流下来。真是倒霉透顶了。早上就觉得天色不对劲,虽然本来晴天就不多见,但没想到会下这么大的雨。衣服换一下就行了,但帽子只有一顶,明天肯定还会觉得不舒服。叹了口气,崔警官把钥匙放进了口袋。

류양성(浏杨省)에서 일 년이면 다른 관할구 오 년 경력을 쳐준댔던가. 오 년이 아니라 십 년을 쳐줘도 운용할 경찰차 한 대 안 나오는 게 문제였다. 3급 경사에게 제공되는 것은 고물 바이크가 전부다. 조잡한 사이렌 떼어내면 배달용인지 폭주용인지 구별도 안 되는 오토바이. 기능이나 좋으면 말을 안 해. 우산 하나 들어가지 않는 주제에 소리는 또 요란해서, 켕기는 것 있는 놈들은 배기음만 듣고도 도망을 갔다. 검거되기 전에 알아서들 튀라 이거지. 경찰 출현 예고제나 다름없었다. 여러모로 폼이 안 났다.
在浏杨省,一年的工作经验可以抵得上其他管辖区的五年经验。问题是,即使算作十年经验,也没有一辆警车可供使用。提供给 3 级警官的只有一辆破旧的摩托车。拆掉粗糙的警笛后,根本分不清是用来送外卖的还是飙车的。功能也不好,连一把伞都放不下,声音却又特别吵,搞得那些心虚的人一听到排气声就逃跑了。还没抓到他们就已经自己跑了,这简直就是提前预告警察出现。总之,这样看起来一点都不帅。


“이럴 거면 나한테도 차 한 대는 배정해줘야지….”
“这样的话也应该给我分配一辆车啊……”


다 젖은 안장 쳐다보고 있자니 절로 불만이 새어 나왔다. 동료인 백경의 표현대로라면 최경사는 몰락한 공권력의 하수인이다. 최산 저 순진한 새낀 대가리가 꽃밭이지 아직도. 혼자만 잘났지 아주. 틀린 말 아니라 대꾸도 못 했다. 최산은 꿈도 희망도 없는 도시에서 여전히 정의 구현 꿈꿨으니까. 아직도 권선징악 같은 거 통하는 세상을 기대했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남문으로 교각으로 숨 가쁘게 쏘다니지 않았나. 겨우 퇴근한 지금도 무전기 만지작대며 바이크 곁을 못 떠났고.
看到全湿的车座,抱怨声不由自主地溢了出来。按照同事白京的说法,崔警官是堕落的公权力的走狗。崔伞这个天真的家伙脑袋里还都是花田呢,至今如此。真是自以为是。虽然不是错话,但也无法反驳。崔伞在这个没有梦想和希望的城市里依然梦想着实现正义。还期待着一个善有善报的世界。所以今天他仍然在南门和桥下奔波不停。即使现在刚下班,他还在摆弄对讲机,无法离开摩托车。

벌써 한 달째였다. 제때 퇴근하지 못한 게.
已经一个月了。没能按时下班。

원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범죄 들끓던 동네였지만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었다. 도시 저편의 사이렌 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고, 한 블록 건너 한 블록마다 폴리스라인이 덧대어졌다. 어제 뺑소니가 난 자리에 오늘은 칼부림이 일어났고, 추락사고로 혼란한 틈을 타 소매치기가 난동을 피웠다.
原本就几乎每天都有恶性犯罪的街区,情况正在日益恶化。城市那边的警笛声从未停止,每隔一个街区就会多出一条警戒线。昨天发生了肇事逃逸,今天又发生了持刀伤人事件,趁着坠落事故引发的混乱,小偷们也开始肆虐。

언젠가 후임 중 하나가 그런 말을 했었다. 다른 직업 다 사라져도 류양성 경찰 자리는 건재할 거라고. 칠사회(七蛇会) 조직원 놈들이 성도를 통으로 잡아 처먹었으니, 종말 직전에도 범죄자와 경찰은 남지 않겠냐고. 끝맛이 유쾌하지 못한 농담에 최경사는 애써 쓴웃음 지었고, 옆에 있던 백경은 참지 않고 욕설을 내다 꽂았다.
有一次,一个后辈说过这样的话。即使其他职业都消失了,刘阳成警察的职位也会依然存在。七蛇会的组织成员们把成都整个吞并了,所以即使在末日来临之前,罪犯和警察也会留下来。对于这个结尾不怎么愉快的玩笑,崔警官勉强露出了苦笑,而旁边的白警官则忍不住骂了出来。


“씨발. 철밥통 같은 소리 하네. 당장 경찰 다섯쯤 목매달려 참수당해도 뉴스 하나 안 뜰 텐데.”
“씨발。铁饭碗一样的鬼话。就算现在有五个警察被吊死砍头,也不会有一个新闻报道。”

“…….”

“왜. 과장하는 것 같냐? 궁금하면 확인해볼까? 저기 쟤네한테 가서 살살 긁으면 바로 칼 들이밀걸.”
“为什么?觉得我夸张了吗?好奇的话要不要确认一下?去那边找他们稍微挑衅一下,他们马上就会拔刀相向。”


성채 출신 아니랄까봐 못 하는 소리가 없다며 한 소리 들었어도 그 말 역시 틀린 구석이 없었다. 모르는 이가 있긴 하던가. 이곳은 영웅 없는 고담이다. 로맨스가 부재한 씬 시티다. 상식은 부패하다 못해 흔적만 남은 지 오래였다.
果然不愧是来自城堡的人,没有什么是他做不到的,即使听到这些话也没有错。有人不知道吗?这里是没有英雄的哥谭。是没有浪漫的罪恶之城。常识早已腐败得只剩下痕迹。


지옥에는 열여덟 단계가 있다. 地狱有十八层。

그중 최고는 무간(無間)이다. 其中最好的是无间。


죽은 문신사의 가게에서 발견한 책에서는 무간을 그렇게 설명했다. 모든 단계의 고통을 모아둔 지옥. 고통과 고통 사이의 간극이 없는 지옥.
在死去的纹身师的店里发现的书中是这样描述无间的。一个汇集了所有阶段痛苦的地狱。一个痛苦与痛苦之间没有间隙的地狱。

벌겋게 달군 쇠판에 몸이 짓이겨지고, 펄펄 끓는 항아리에 갇혀 고통받는 죄인들의 그림을 보았다. 살이 녹아내리고 뼈가 검게 탄 망자들도 보았다. 여백마다 즐비한 고문들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고 기괴했다. 그러고도 죽지 못하니 무간이었다.
我看到了身体被压在烧得通红的铁板上,困在沸腾的罐子里受苦的罪人的画面。我还看到了肉体融化、骨头烧黑的亡者。每个空白处都充满了残酷而怪异的酷刑。即使这样也无法死去,这就是无间地狱。


“개자식들. 죽어서도 계급 못 나눠 안달이지.”
“混蛋们。死了也要分个高低。”


누렇게 빛바랜 책장을 넘기며 산은 이런저런 이유로 죽어버린 성채 사람들을 떠올렸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지옥에 갔겠지. 벌레 새끼 하나만 죽여도 죄가 된다는데 성채에는 쥐와 바퀴가 들끓었으니까. 죄를 짓지 않고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으니까. 경찰인 묵원 또한 무결하진 않았으니 지옥행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은 여태껏 밑바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최산의 미래이기도 했다.
翻着泛黄的书页,伞想起了那些因各种原因死去的城堡里的人们。没有一个人能逃脱下地狱的命运。哪怕只是杀死一只虫子都是罪过,何况城堡里老鼠和蟑螂横行。不犯罪的话,一天都难以度过。作为警察的默元也并非无罪,所以他也无法逃脱下地狱的命运,而这也是从未摆脱过底层生活的崔伞的未来。

성채가 철거된 지금도 여전히, 류양성의 절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먹지 못해서. 잘 곳이 없어서. 마약에 취해서. 암청색 거리를 배경으로 모두가 별 볼 일 없이 죽어 나갔다. 화면 가장자리의 엑스트라처럼.
即使城堡已经被拆除,柳阳城的绝望仍然对所有人都是公平的。因为吃不饱。因为没有地方住。因为沉迷于毒品。在深蓝色的街道背景下,所有人都毫无意义地死去。就像屏幕边缘的临时演员一样。

하지만 산은 결코 그렇게 죽지 않을 것이었다. 반드시 살아서 제 손으로 끊어내고 말 것이었다. 묵원의 시신마저 가져가버린 그들의 목숨을. 저를 지옥 밑의 지옥으로 처넣은 이들의 숨통을. 그런 후에는 그 어떤 구렁텅이에 처박히게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但是伞绝不会就这样死去。一定会活着亲手斩断他们的生命。那些带走了穆元尸体的人的生命。那些把他扔进地狱底下的地狱的人们的喉咙。之后无论被扔进什么深渊都无所谓。


“……하.” “……哈。”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던 산은 문득, 그 애의 검은 눈을 떠올렸다. 어린 날의 저를 떠올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겹치는 얼굴. 책임감과 죄악감을 동시에 건드는 두 눈.
伞静静地站在雨中,突然想起了那孩子的黑眼睛。每当他回忆起自己年幼时的样子,那张脸就会不由自主地重叠在一起。那双眼睛同时触动了他的责任感和罪恶感。

아저씨. 나 신고할 거 있는데요. 그렇게 말을 붙여왔던가. 아니, 어조가 좀 더 반항적이었나. 아저씨. 내 말 듣고 있어요? 나 신고할 거 있다구요. 버릇없이 툭툭 말을 뱉어대는 입술 옆이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다. 어디서 또 죽기 직전까지 줘터진 거였다. 얼굴 꼴이 그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그 애는 피딱지 앉은 입술로 그렇게 덧붙였다.
大叔,我有事要举报。是这样开口的吗?不对,语气好像更叛逆一些。大叔,你在听我说话吗?我有事要举报。那张没礼貌地随口吐出话的嘴唇旁边乌青一片,不知道又是在哪儿被揍得半死。还没来得及问他脸怎么搞成那样,他就用结痂的嘴唇补充道。


‘아. 미성년자는 안 받아준댔나.’ “啊。未成年人不接待。”


아쉬울 것 없다는 듯 건조한 말투였다. 미친놈. 신경 쓰이게 하는 데에는 아주 도가 텄지. 분명 알면서 그러는 거였다. 최산이 받아주지 않겠다 한 것은 고백이지 신고가 아니었다는 걸.
像是没有什么遗憾似的干巴巴的语气。疯子。真是让人心烦意乱。他肯定是知道的。崔伞不接受的不是告白,而是举报。

그게 일주일 전이었다. 산은 장갑을 마저 벗고 무전기의 전원을 껐다. 별일이 없다면 그 애는 오늘 가게에 나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몰골 가관이긴 했어도, 한 주 이상 쉬게 하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까.
那是一个星期前的事了。伞脱下了手套,关掉了对讲机的电源。如果没有什么特别的事情,那孩子今天应该会来店里。虽然最后一次见到他的样子有些狼狈,但从来没有见过他休息超过一周的。

량의 가게에 가야 했다. 더는 지원 요청이 들어와도 나갈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내일은 오전 조회가 없으니 맥주 두 캔쯤 마신 후 잠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직 가게는 영업 중일 테고, 미처 팔리지 않은 음식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면 지친 하루의 보상으로는 충분했다.
梁的店里去。再也不能出去执行支援请求了。明天早上没有早会,所以喝两罐啤酒后睡觉也没关系。如果运气好的话,店还在营业,可能还能买到没卖完的食物。那样的话,作为疲惫一天的奖励已经足够了。

무엇보다도 산은, 그 애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最重要的是,伞必须确认那孩子的状态。


“……하여간 골치 아픈 애새끼.” “……真是个让人头疼的小鬼。”


덕지덕지 밴드 붙였을 얼굴 안 봐도 뻔했다. 결국 최산은 비릿한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짓씹고 말았다.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不用看也知道脸上贴满了绷带。最终,崔伞咬紧了嘴唇,直到渗出腥腥的血。雨势越来越大了。





× × ×





량의 가게는 공장 지대와 맞닿은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류양성 7구역. 공장 사람들로 인해 주간에는 인파가 들끓었으나 야간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동네였다.
梁的店铺位于与工厂区接壤的街道上。柳阳城第七区。白天因为工厂工人的缘故人潮涌动,但到了夜晚连一只蚂蚁都不会出现。

산은 가게 위층에 세 들어 살았다. 환락가와 거리가 먼 곳을 찾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환락가만 아니었을 뿐 7구역 또한 칠사회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거리의 가게 사장 중 조직 출신이 아닌 자가 없었다. 하긴 뭐 다른 동네라고 별수 있던가. 류양성은 칠사회에 의해 돌아가고 또 굴러갔다. 달리 보면 경찰 또한 조직의 필수 불가결한 부품이었고.
伞住在店铺的楼上。因为想找一个远离欢乐城的地方,所以选择并不多。后来才知道,虽然不是欢乐城,但第七区也在七社会的掌控之下。这条街上的店铺老板无一不是组织出身。话说回来,其他地方也没什么不同。柳阳城由七社会掌控并运转。从另一个角度看,警察也是组织不可或缺的一部分。

가게 옆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좁은 복도가 나온다. 나란히 난 네 개의 문 중 마지막 것이 산의 보금자리였다. 앞선 세 개는 미싱공들의 원단 창고로 쓰였고 위층은 텅 비어있었으니, 그 애를 제외하면 산은 이 건물의 유일한 주민인 셈이었다.
爬上店铺旁边陡峭的楼梯,会看到一条狭窄的走廊。并排的四扇门中,最后一扇是伞的住所。前面三个房间是缝纫工的布料仓库,而楼上是空的,除了那孩子,伞是这栋建筑唯一的居民。

산은 제 방을 사랑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나마 거처랄 게 있었던 성채에서도 이만한 방에는 살지 못했었다. 이 년간 머물렀던 난민촌의 텐트에 비할 바도 아니었다. 이곳엔 벽과 지붕과 창문이 있다. 제 역할을 하는 수도와 잠금장치가 있다. 누군가 쓰다 버린 것이 아닌, 직접 산 물건들로 공간을 채워가는 일. 어딘가에서 주워 온 것들이 아닌 오롯한 제 것으로 집을 만들어가는 일. 그건 산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伞爱他的房间。虽然环境恶劣,但即使在曾经住过的城堡里,他也没有住过这么好的房间。与他在难民营的帐篷里度过的两年相比,这里简直是天壤之别。这里有墙、有屋顶、有窗户。有正常运作的水管和锁。用自己买的东西填满这个空间,而不是用别人丢弃的东西。用完全属于自己的东西建造一个家。对伞来说,这有着非同寻常的意义。

이사 온 첫날, 남의 잠자리를 빼앗아 누운 듯 어색하게 몸을 말고 있던 산은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깊게 잠들었었다. 그날의 기분을 산은 영영 잊지 못했다. 무슨 꿈을 꾸었더라. 한 가지 확실한 건, 묵원이 죽은 후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搬家的第一天,伞像是抢了别人的床位一样尴尬地蜷缩着身体,但不到三十分钟就深深地睡着了。那天的感觉,伞永远无法忘记。做了什么梦来着?有一件事是确定的,那就是自从穆元去世后,伞第一次没有做噩梦。


快跑。 伞,跑到很远的地方。 
    도망가. 산아, 아주 멀리 가.
逃跑吧,伞啊,跑得远远的。


매일 밤 꿈에서 묵원은 저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구멍 난 목에서는 자꾸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고, 피는 울컥거리며 손목을 타고 흘러 시멘트 바닥에 흥건히 고여들었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핏줄이 수묵화처럼 번져 있었다.
每天晚上在梦里,朴星化总是对我这么说。他的喉咙上有个洞,不断发出漏气的声音,血液汩汩地顺着手腕流淌,在水泥地板上积成一滩。他苍白的皮肤上,黑色的血管像水墨画一样蔓延开来。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산은 묵원의 유언을 이행하지 못했다. 열여섯은 그런 나이였다. 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판단이 안 서는 나이. 혼자서는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나이. 하나뿐인 보호자를 잃은 최산은 성채 안의 각종 배달 일로 살아남았다. 아등바등 살았다. 불러만 주면 자다가도 일어나 페달을 밟았고, 도망은커녕 성채 덕에 연명하고 자라났다.
或许是理所当然的,伞没有履行穆元的遗愿。十六岁就是那样的年纪。连明天该做什么都无法判断的年纪。独自一人连生命都难以维持的年纪。失去了唯一保护者的崔伞靠在城堡内做各种送货工作活了下来。拼命地活着。只要有人叫他,他就算在睡觉也会起来踩踏板,更别说逃跑了,他靠着城堡勉强维持生计并成长。

그러나 산이 열여덟 되던 해에 성채는 철거되었다. 국가 미관상의 이유라고 했던가. 반도 끄트머리인 류양성이 내다보이는 곳에서 올림픽 비슷한 게 열린댔다. 없앨 방법이 없어 방치되는 줄 알았던 성채는 단 며칠 만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쓰레기와 피로 얼룩진 토양 위에 몇만 통의 시멘트가 쏟아부어졌다. 집 같지도 않던 집에서 쫓겨나온 성채 주민들은 무리 지어 약간은 허망하게, 동시에 후련하게 성채가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우리 삶의 터전이 이렇게나 좁았다니. 이리저리 헤집힌 대지는 으깨진 동물 머리만큼이나 징그러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然而,伞十八岁那年,城堡被拆除了。说是因为国家美观的原因。半岛尽头的柳阳城要举办类似奥运会的活动。原以为没有办法拆除而被放置的城堡,几天之内就完全被拆毁了。几万桶水泥倒在了垃圾和血迹斑斑的土地上。从不像家的家中被赶出来的城堡居民们成群结队地,有些茫然,同时又感到轻松地注视着城堡曾经所在的地方。我们的生活空间竟然这么狭小。被翻来覆去的土地像被碾碎的动物头颅一样,呈现出令人作呕的形状。

그날 산은 지옥이 장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운 좋게 성채는 사라졌으나 최산은 여전히 지옥에 있었다. 피범벅이 되어 죽어버린 형의 잔상에 시달리며, 매일을 억울하게 살아있었다.
那天,伞意识到地狱并不是一个地方。虽然城堡幸运地消失了,但崔伞仍然身处地狱。每天他都在被血淋淋的死去的哥哥的幻影折磨中,痛苦地活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다 했다. 배달 일도 계속했고, 도시 재건 현장에도 뛰어들었으며, 제약 실험에도 자원했다. 불법적인 일만 아니면 뭐든 했다. 제조 현장에도 유통 공장에도 망설임 없이 나갔다. 묵원의 유언 중 뭐 하나 이뤄준 게 없으니 나약하게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 했다.
能做的所有事情我都一一尝试了。我继续做送货工作,参与了城市重建现场,还自愿参加了药物实验。只要不是非法的事情,我什么都做了。我毫不犹豫地去了制造现场和流通工厂。因为没有实现穆元的任何遗愿,所以我不想软弱地死去,而是坚持到了最后。

형. 나는 적어도 형처럼은 죽지 않겠다고.
哥。我至少不会像你那样死去。

내가 반드시 복수해주겠다고. 我一定会为你报仇的。

그때 산이 간절히 바랐던 것은 경찰이 되는 일이었다. 묵원처럼 경찰 뱃지를 손에 쥐고, 그가 못다 한 유산들을 처단하는 일. 본때를 보여주는 일. 진흙탕에 묻힌 정의를 어떻게든 구해내는 일.
那时伞最渴望的事情就是成为一名警察。像木元一样手握警徽,清算他未竟的遗产。展示真正的实力。不管怎样,都要把埋在泥潭中的正义拯救出来。

그래서 경찰이 됐다. 성채 출신은 지원서조차 넣을 수 없어 특채를 노리느라 몇 번씩이나 죽을 뻔했고, 묵원의 악몽에 짓눌리며 몇 차례나 죽으려 했다. 그러나 성공했다. 목표를 이뤘다. 단 한 번 소리 내어 울지도 않고.
所以我成了警察。城寨出身的我连申请表都不能递交,只能靠特别招聘,几次差点死掉,被墨园的噩梦压得几次想自杀。但是我成功了。实现了目标。一次也没有哭出声。

그러니 권선징악 기대할 권리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있을지도 모르는 거였다. 대가리가 꽃밭인 최경사한테는.
所以说,崔警官可能有一点点资格期待善有善报,恶有恶报。对于脑袋里全是花的崔警官来说。


“…역시 운수 더럽게 없는 날이라니까.”
“…果然是倒霉的一天。”


예상과 달리 가게 문은 닫혀있었다. 평소보다 이른 마감이었다. 간판 환하게 밝혀놓지나 말던가. 군데군데 금붕어 스티커가 붙은 유리문에 괜히 한 번 손자국 낸 산이 허탈하게 돌아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라도 사 올걸. 간만에 음식다운 음식 좀 먹어보나 싶었는데 역시나 컵라면 신세였다.
出乎意料的是,店门关着。比平时早关门了。干脆别把招牌亮得那么亮。崔伞无奈地在贴满金鱼贴纸的玻璃门上留下了手印,然后转身离开。早知道这样,还不如去买点啤酒。好不容易想吃点像样的食物,结果还是只能吃杯面。

워커 밑창이 들뜬 모양인지 계단을 오르는 걸음마다 빗물 소리가 났다. 폭우에 완전히 질려버린 산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샤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젖어버린 몸을 말끔히 씻어내고 냄비에 물을 올려야지. 물이 끓는 동안엔 잠시 라디오를 들어야지. 잠시 상념은 잊고, 내일의 걱정은 내일로 미뤄봐도 좋을 것이다. 분명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현관 앞의 인영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靴底似乎松了,每走一步楼梯都能听到雨水的声音。被暴雨彻底淋湿的伞一进家门就决定去洗个澡。把湿透的身体彻底洗干净,然后在锅里烧水。水烧开的时间里,可以暂时听听广播。暂时忘掉思绪,把明天的担忧留给明天。肯定是这么想的。直到发现门前的身影。


“…….”


고장 난 센서등을 켜기 위해 손짓하던 산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복도 끝에 누군가 있었다. 정확히는 산의 집 앞에.
为了打开坏掉的感应灯,伞挥了挥手,但他突然在原地停住了脚步。走廊尽头有一个人。准确地说,是在伞的家门前。

허리춤에 꽂힌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경찰의 본능이었다. 이 시간에 저를 찾아올 이는 없다. 왕래하는 이도, 이웃도, 친구도 없었으니까. 수감되었다 풀려난 이들 중 하나가 보복을 위해 찾아오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약에 취해 기어들어온 노숙자일까. 흐트러진 호흡과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가 몸을 일으킨 것은.
他伸手去拿插在腰间的手枪。这是警察的本能。这个时间不会有人来找他。因为没有人来往,也没有邻居和朋友。难道是那些被关押后释放出来的人之一来报复了吗?还是只是一个醉醺醺的流浪汉爬进来了?他调整了紊乱的呼吸和姿势。就在那时,隐藏在黑暗中的人站了起来。


“…왜 이렇게 늦어요?” “…为什么这么晚?”


익숙한 목소리였다. 깜박이는 불빛 아래로 샛노란 머리칼이 보였다. 반항기 가득한 시선이 저를 향했다. 기다리다 잠들 뻔했네.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여전히 눈 밑 퍼렇게 멍든 그 애가 저를 보고 서 있었다. 어디서 얻었는지 문양 요란한 반다나로 머리를 묶고.
熟悉的声音。闪烁的灯光下出现了一头亮黄色的头发。充满反抗的目光对上了我的视线。我差点等睡着了,还以为你不来了呢。那个眼底依然青紫淤青的孩子站在那里看着我。不知道从哪里弄来的花哨纹样的头巾绑在头上。


“배달요.” “外卖到了。”


태생부터 껄렁대는 말투 한번 여전했다.
从出生起,他那吊儿郎当的语气一直没变。


“배달시킨 적 없는데.” “我没点外卖啊。”

“가게에 헛걸음한 거 모를 것 같나. 만두 좋아하잖아요.”
“你以为我不知道你白跑了一趟吗?你不是喜欢饺子吗?”


량이 갖다주랬어요. 흔들어 보이는 손목에는 검은 봉투가 걸려있었다. 그제야 산은 총을 향해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훔쳐놓고 구라는. 좋은 말로 할 때 집에 가. 산의 말에 우영은 피식 웃었다. 역시 짭새라 안 속네.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그 애는 두 걸음 더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멍든 곳은 눈 밑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새로 긁힌 듯 피딱지가 앉은 얼굴이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선명했다. 한 발짝 앞에 선 우영이 입을 열었다.
梁让我给你送来的。摇晃的手腕上挂着一个黑色袋子。这时,伞才收回了伸向枪的手。……偷了还撒谎。趁我好好说话的时候赶紧回家。听到伞的话,友荣轻笑了一声。不愧是警察,骗不了你。皱着眉头的时候,那孩子又走近了两步。仔细一看,淤青不仅在眼睛下面。脸上到处都是新划伤的血痂,即使在昏暗的灯光下也很清晰。站在一步之遥的友荣开口了。


“근데 나 집 없는데. 아저씨도 알면서 그래.”
“可是我没有家。大叔你也知道的。”


걱정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정우영은 멀쩡히 살아 제 속을 긁으러 나타났다. 이렇게나 불쑥. 피차 곤란해지는 것 뻔히 알면서.
担心的时间显得毫无意义,郑友荣完好无损地出现了,来搅乱我的心情。就这样突然。明知道这样会让双方都陷入困境。

산은 그 애를 지나쳐 걸었다. 엉망인 얼굴은 부러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번 두 번 봐주다 보니 저러지. 결국엔 돌아볼 거라 생각하는 거지. 정도를 모르고 치대오는 건 정우영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러니 애초에 끊어냈어야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伞走过那孩子身边,没有故意看那张乱七八糟的脸。看了一次两次才会变成这样。最终还是会回头的吧。郑友荣最大的武器就是不知分寸地纠缠。所以一开始就应该断绝关系。不应该去好奇他是死是活。

산이 열쇠를 꺼낼 때까지 우영은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저씨이.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좀 전과는 달랐다. 왜인지 모를 서운함이 묻어나는 말투. 여느 소년들과 다르지 않은 말투. 그것이 혼란해 산은 다시 멈춰섰다.
산拿出钥匙之前,友荣一动不动地守在原地。叔叔。叫我的声音和刚才不一样。不知为何带着一丝失落的语气。和其他少年没有什么不同的语气。这让伞感到困惑,再次停下了脚步。


“…나 맥주도 있는데.” “…我这里也有啤酒。”


적막한 복도 위로 부스럭대는 비닐 소리가 울렸다. 우영의 손에는 정말로 맥주캔이 들려있었다. 아 혀엉, 나 진짜 뒤질 뻔했단 말이에요. 풀죽은 음성을 듣자 울화가 치밀었다. 류양성에서 이런 일로 분개하는 건 저뿐인 걸 알았으나 참기가 힘들었다. 고작 열아홉 먹고 그게 할 말이니. 너 이런 거 사면 안 돼. 나한테 갖고 오면 더 안 되고.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寂静的走廊上传来塑料袋的沙沙声。友荣手里真的拿着一罐啤酒。啊,哥,我真的差点死了。听到他沮丧的声音,我怒火中烧。我知道在柳阳城因为这种事生气的只有我一个,但还是难以忍受。你才十九岁,说这种话合适吗?你不应该买这种东西,更不应该拿给我。最终,我还是提高了嗓门。

겁대가리 상실한 정우영은 경찰 앞에서 못하는 짓거리가 없었다. 담배 피우고 문신하고 오토바이 타더니 이제는 술까지 사 왔다. 지가 마실 것까지 무려 두 캔을 사 왔다.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저씨네 짭새네 지멋대로 불러대다 갑자기 나오는 형 소리도. 심하게 긁힌 턱 끝도. 조명 탓에 검붉어진 눈동자까지 뭐 하나 거슬리지 않는 게 없었다. 
失去理智的郑友荣在警察面前无所不能。他抽烟、纹身、骑摩托车,现在甚至还买了酒。他买了两罐酒,连自己喝的都准备好了。我叹了口气。他随意地叫警察叔叔和假警察,突然又叫起了哥。他严重划伤的下巴,以及因为灯光而显得暗红的眼睛,没有一处不让人心烦。

빗자국마저 다 마를 때까지 저만 기다려놓고는 고작. 주인 없는 개새끼처럼 한 번 쓰다듬어준 이만 졸졸 쫓아와 부탁한다는 게 고작.
连雨痕都干了,才等我。像条没人要的狗崽子一样,被人摸了一下就跟着跑来请求,这就是全部。


“이것만 먹고 가면 되잖아요… 더 있고 싶어도 못 그래요.”
“吃完这个就可以走了……即使想多待一会儿也不能这样。”


못 들은 척 열쇠 쥔 손에 힘을 주어 현관문을 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영에겐 집이 있다. 먹고 자고 짐을 두는 곳이 집이라면 정우영의 집은 가게였다. 그러니 갈 곳이 있다. 성채에서 쫓겨난 산이 그랬듯, 우영은 그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지만.
假装没听见,他握紧钥匙打开了玄关门。没关系的。友荣有家。如果说吃饭、睡觉、放行李的地方是家,那么郑友荣的家就是店铺。所以他有地方去。就像被逐出城堡的伞一样,友荣永远不会承认这个事实。


“우영아.” “友荣啊。”

“…….”

“집에 가.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마.”
“回家吧。不要这样突然来找我。”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산은 돌아섰다. 신발장 하나 없이 텅 빈 현관에 들어섰다. 우영은 캄캄한 복도에 홀로 남았다. 센서등이 꺼졌다. 그리고 다시, 적막이었다.
伞说完那句话后转身离开了。他走进了一个没有鞋柜的空荡荡的玄关。友荣独自一人留在漆黑的走廊里。感应灯熄灭了。然后,再次陷入了寂静。





× × ×





정우영과 최산은 류양성의 밑바닥에서 만났다.
郑友荣和崔伞在柳阳城的底层相遇。

클럽 힉스. 구역 경계에 위치한 그곳은 모두에게 치외법권인 별천지였다. 산은 실적 문제로 무참하게 깨진 백경의 손에 이끌려 클럽 안으로 내던져졌고, 웨이터들은 이름 모를 술들을 계속해서 들고 날랐다. 죽을 때까지 들어올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꼴에 경찰이라고 접대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 망치기 싫어 잔만 받아두려 했었다. 다 같이 힘들고 어려운 하루였으니까.
俱乐部希克斯。位于区域边界的那个地方对所有人来说都是治外法权的别天地。伞被业绩问题无情打击的白京拉进了俱乐部,服务员们不停地端着不知名的酒来回穿梭。本以为这辈子都不会进来这里。作为警察被这样招待让他感觉不太好。不过为了不破坏气氛,他还是接过了酒杯。毕竟大家都度过了艰难的一天。

그러나 술을 삼켜야 할 일들은 계속해서 생겨났다. 게임에서 져서. 밑잔을 깔아서. 개중에선 그나마 실적이 좋아서.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다시 술이 채워졌다. 저를 제외한 모두가 짜고 치는 것 같았다. 백경이 최산 이 새끼 오늘 아주 보내버리자며 건배를 외쳤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산은 웬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제 것이 아닌 바이크에 기대어 선 채로.
然而,总有需要喝酒的事情发生。因为在游戏中输了。因为杯子见底了。因为表现还算不错。刚放下杯子,酒又被倒满了。除了我之外,所有人似乎都在串通一气。最后的记忆是白京喊着“今天就把崔伞这家伙灌倒吧”时的干杯声。回过神来,发现伞正和一个男人接吻。我靠在一辆不是我的摩托车上。


“하아….” “哈……”


상대의 멱살을 쥔 채 정신없이 혀를 섞던 산은 겨우 이성 붙들고 물었다. 누구… 누구예요.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질문이었다. 좀 일찍이라도 물어보던가. 발음이라도 제대로 하던가. 누구세요도 아니고 누구예요. 그러나 후회할 새도 없이 돌아온 남자의 대답은 산의 질문보다도 이상했다.
山抓住对方的衣领,疯狂地交缠着舌头,勉强保持理智问道:“你…你是谁?”连他自己都觉得这是个荒唐的问题。早一点问不行吗?至少发音要清楚点吧。不是“你是谁”,而是“你是谁?”然而,还没来得及后悔,男人的回答比山的问题还要奇怪。


“배달요. 7구역으로 갖고 가라던데요.” “外卖。说是要送到第 7 区。”


그는 지폐 몇 장을 산의 눈앞에 흔들어보였다. 돈도 이미 받았어요.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잘됐지 뭐. 그제야 산은 자신이 사람 아닌 짐짝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로 먹여댈 거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양심이 있으면 태워다 줘야지. 백경 그 자식은 끝까지…. 필름 끊길 때까지 밀어붙여놓고 택시도 대리도 아닌 물건 나르는 배달원을 부르다니. 의도 한번 투명했다.
他在伞面前晃了晃几张钞票。钱已经收到了。反正顺路,正好。直到那时,伞才意识到自己被当作货物对待。如果要这样喂我,就得负责到底。如果有良心,就应该载我一程。白鲸那家伙真是……把我灌到断片,还叫了个送货员来,不是出租车也不是代驾。意图真是明显。


“놔줘요. 혼자 갈 수 있으니까…”
“放开我。我可以自己走…”


아등바등 바로 서기 위해 애쓰는 산이 우습다는 듯, 남자는 허벅지 힘을 풀지 않았다. 꼼짝없이 가둬진 꼴이었다. 남자는 빈정거리며 받아쳤다. 혼자 못 갈 것 같은데. 경찰 아니에요? 핏줄 툭툭 불거진 손이 뱃지 위로 얹어졌다. 경찰은 면허 취소 안 당하나. 그대로 몰면 자살하는 거랑 똑같아요. 생긴 것과 상반되게 준법정신 투철한 말들이 꽂혔다. 산은 미간을 좁혔다. 돈도 이미 받았다니까요. 경찰 상대로 먹고 튈 배짱은 없기도 하고… 아니 근데 이렇게 무거운 거면 미리 말씀을 하셨어야지. 안 그래요? 남자는 어느새 다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伞拼命地想要站起来,但那个男人似乎觉得他很可笑,根本没有放松大腿的力量。伞被牢牢地困住了。男人嘲讽地回应道:“看起来你一个人是走不了的。你不是警察吗?”青筋暴露的手放在了徽章上。“警察不会被吊销执照吗?这样开车就跟自杀一样。”这些话虽然与他的外表不符,但却充满了守法精神。伞皱起了眉头。“我已经收了钱了。对付警察我可没有那个胆子……不过,这么重的东西你应该提前说的,不是吗?”男人不知何时又靠近了。


“진짜로. 이건 팁 좀 주셔야겠는데.”
“ 진짜로. 이건 팁 좀 주셔야겠는데.”


남자가 다시 산의 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뱉는 숨이 뜨거웠다. 혀에 닿는 순간 화상을 입을 것 같던 도수 높은 술들처럼. 씨발… 술에 뭘 섞은 거야. 힉스의 구제불능 쓰레기들이 나뒹굴던 뒷골목에서, 최경사의 도덕과 신념은 그렇게 또 한 번 무너졌다. 정신 차리려 애쓰면 쓸수록 발 디딘 땅이 점점 더 일렁거렸다. 우선순위 미뤄두었던 쾌락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 혼자… 혼자 갈 수 있다고요. 미처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산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男人再次狠狠地咬住了伞的嘴唇。呼出的气息炽热得像高浓度的酒,舌尖一碰就像要被烫伤一样。妈的……酒里掺了什么东西。在希克斯那些无可救药的垃圾们横行的后巷里,崔警官的道德和信念就这样又一次崩塌了。越是努力保持清醒,脚下的地面就越是摇晃。被推到优先级之后的快感以惊人的速度涌上来,支配了他的身体。我一个人……一个人可以走的。话还没说完,伞再次失去了意识。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류양성의 인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최산 또한 완벽히 모범적인 인간은 못 되었으니까. 그의 가장 큰 죄목은 역시 아무에게나 저를 줘버리는 지점에 있을 것이었다. 최산은 외로움에 약했다. 조금이라도 구부리면 부러질 듯 꼿꼿하게 살다가도, 드물게 취하는 날이면 무방비하게 풀어지고 말았다. 열여섯 이후로는 한 번도 외롭지 않은 적 없었던 주제에.
这并不是第一次发生这种事了。像大多数柳阳城的人一样,崔伞也不是一个完美的模范人。他最大的罪行无疑是在任何人面前都毫无保留地展示自己。崔伞对孤独很脆弱。即使平时生活得像要折断一样笔直,但在偶尔喝醉的日子里,他会毫无防备地放松下来。自从十六岁以后,他从未不感到孤独。

겨우 도착한 량의 가게 앞에서 둘은 다시 입을 맞췄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남자는 산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었다. 왜 그랬을까. 그러지 않을 순 없었나. 조금만 정신을 차릴 순 없었던 걸까.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도출되는 답은 간단했다. 그땐 그냥 체온이 필요했어. 혼자 남고 싶지 않았어. 누구라도 괜찮으니 맞닿아 있고 싶었어. 그것은 저를 압도하는 원초적 결핍이었다. 그래서 산은 현관문이 닫히기도 전에 셔츠를 벗어 던졌다. 저를 향해 덤벼드는 이에게 살을 내주었다. 남자와 몸을 섞었다. 등이 다 긁힐 때까지 겹친 몸 끌어안고 울었다.
终于到达梁的店前,两人再次接吻。上楼梯的过程中,男人一直把牙齿嵌在伞的脖颈上。为什么会这样呢?就不能不这样吗?就不能稍微清醒一点吗?无论怎么回想,得出的答案都很简单。那时只是需要体温。不想一个人留下。谁都可以,只想要有接触。这是一种压倒我的原始缺乏。所以伞在门还没关上之前就脱掉了衬衫。把身体交给了扑向自己的人。和男人交融在一起。直到背部被抓伤,抱着重叠的身体哭泣。

울었다. 그날 산은 울었다. 哭了。那天伞哭了。

그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몸집이 집채만한 이에게 짓눌려 팔 하나 움직일 수 없었을 때도 울어본 적은 없었다. 미친놈한테 잘못 걸려 목이 졸렸을 때도 눈물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그날은 질질 울고 말았을까. 남자는 통째로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저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프면 말해요. 꼴에 다정하게 건네온 말과는 달리 무자비하게 좆을 처박아댔다. 진짜로, 배운 게 그 짓밖에 없는 새끼처럼. 아파… 아파…. 산은 숨을 짧게 끊어 쉬며 신음했다. 아무리 애원해도 남자는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이럴 거면 왜 말하라 했어. 윽, 응. 멈출 것도 아니면서. 흐윽. 죽죽 쏟아낸 눈물은 점 하나 콕 박힌 입술에 의해 훔쳐졌다. 되는대로 밀고 때리고 버둥대던 팔을 붙잡은 남자가 산을 바로 눕혔다. 저기요. 미안한데 그런 얼굴 하면 더 꼴려요. 저를 밀쳐대던 손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약지를 끝까지 입 속으로 밀어넣었다.
那是第一次发生的事。即使在被体型如房屋般的大汉压得动弹不得的时候,他也没有哭过。即使在被疯子掐住脖子的时候,他也没有流过泪。但是为什么那天却哭得那么厉害呢?男人像是要把他整个吞下去似的扑了过来。疼的话就说出来。尽管说得很温柔,但却无情地把那东西狠狠地插了进去。真的,就像除了这事什么都不会一样。好痛……好痛……伞短促地喘息着呻吟。不管怎么哀求,男人都没有停下动作。既然这样,为什么还要让我说呢。呃,嗯。明明不会停下的。呜呜。不断涌出的泪水被点在嘴唇上的一点给抹去了。男人抓住了伞胡乱推打的手,把他放平。喂,不好意思,你这样一副表情更让我兴奋了。把他推开的手放进嘴里,把无名指整个塞了进去。

변태 새끼. 그냥 아프단 말 듣고 싶어서 그러지. 축축한 혀끝의 열감이 술에 취한 정신에도 그대로 느껴졌다. 손가락을 입에 문 남자가 푸흐흐 웃었다. 아잉데. 좋다는 말 듣고 시픈 건데. 저를 빤히 쳐다보며 내뱉는 발음이 다 뭉개졌다. 타액이 입술을 타고 흘러 턱까지 번들거렸다. 그 새낀 그걸 또 최산 가슴에 문질러 닦았다. 자세를 낮춘 남자가 배 위를 길게 핥으며 내려갔다. 여기에도 이렇게 해줄까요. 바짝 올라붙은 제 중심부가 뜨끈한 입안으로 삼켜진 순간, 산은 다시 이성을 놓아버렸다.
变态家伙。只是想听你说痛而已。湿润的舌尖的热度即使在醉酒的状态下也能清晰地感觉到。把手指含在嘴里的男人噗嗤笑了。哎呀。只是想听你说喜欢而已。盯着我看的发音都含糊不清。唾液顺着嘴唇流到下巴,闪闪发亮。那个家伙又把它擦在崔伞的胸口上。姿势低下的男人沿着腹部长长地舔了下去。这里也要这样做吗。当他炙热的中心被温暖的口腔吞没的瞬间,伞再次失去了理智。

그러니까 최산은 그냥 좋아서 운 거였다. 아프긴 개뿔. 진짜 아팠으면 머리를 내려쳐서라도 끌어냈을 것이다. 남자는 집요했고 최산은 예민했다. 세포 하나까지 술에 절어서도 배 아래가 당길 때까지 쾌락을 느꼈다. 몇 번을 사정했는지. 날아간 기억까지 합하면 손으로는 세지도 못할 것이다. 산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액으로 범벅인 남자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所以崔伞只是因为喜欢而哭了。根本不是什么疼痛。如果真的疼了,他会用力敲打自己的头把自己弄醒。那个男人很执着,而崔伞很敏感。即使全身每一个细胞都浸透了酒精,他依然能感受到下腹的快感。射了多少次,连飞走的记忆都数不过来。伞在不知道是谁的精液中,被那个男人抱着睡着了。

타의 모범은 못 될 사고였다. 며칠이고 후회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은 아니니까. 일이 좀 꼬이긴 했어도 별 탈 없으리라 생각했다. 선을 넘었다는 죄악감은 말초신경의 자극 앞에 부식된 줄로만 알았다. 날이 밝기 전까지는.
那是一次无法成为他人榜样的事故。是会后悔好几天的事情。但这不是第一次。虽然事情有点乱,但他认为不会有大问题。越界的罪恶感在末梢神经的刺激下已经腐蚀了。直到天亮之前。


정우영. 19세. 郑友荣,19 岁。


겉옷을 뒤져 찾아낸 남자의 면허증에는 스무 해도 채 되지 않은 생년월일이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읽어낸 활자의 형태가 믿기지 않아 산은 그것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정우영. 19세. 19세…. 그러니까 몇 시간 전까지 제 위에서 헐떡이던 남자는. 지금 최산의 침대에서 잠든 이 남자는…
在外套里翻找出来的男人的驾照上,清晰地印着还不到二十岁的出生日期。崔伞不敢相信自己读到的字样,反复看了好几遍。郑友荣,19 岁,19 岁……也就是说,几个小时前还在自己身上喘息的男人,现在在崔伞的床上睡着的这个男人……


“저기요.” “저기요。”


등 뒤에서 툭 건네오는 부름에 산은 쥐고 있던 면허증을 놓치고 말았다. 언제 깨어난 건지 우영이 턱을 괸 채 삐딱하게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귀에 대고 날것의 신음을 흘리던 목소리. 밤 사이 그 파동이 몸에 배기라도 한 듯 산은 저도 모르게 작게 떨었고, 우영은 씨익 웃으며 드러누웠다. 
等后面传来一声呼唤,伞手中的驾照掉了下来。不知道什么时候醒来的,友荣托着下巴斜斜地看着他。那在耳边低语的声音。仿佛那波动在夜间渗透进了身体,伞不由自主地微微颤抖,友荣则咧嘴笑着躺了下去。


“그쪽은 얼굴에 점 있으면 막 아무랑이나 다 자요?”
“你脸上有痣就随便和任何人睡吗?”

“…….”

“장난 아니던데. 뭐 나야 좋았지만.”
“不是开玩笑的。虽然我挺喜欢的。”


아무렇게나 쓸어올린 앞머리가 차례로 다시 쏟아졌다. 산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몇 살… 몇 살이니. 이미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었다. 설마 하는 희망을 버리질 못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원하던 류의 것이 아니었다.
随意拨起的刘海又重新垂了下来。伞勉强挤出一个声音。几岁……几岁了。虽然已经知道了,但还是想确认一下。无法放弃那一丝希望。然而,得到的回答并不是他想要的。


“뭐야. 내가 먼저 물었는데. …대답해봐요. 눈 밑에 점 있으면 아무랑이나 이러나?”
“什么呀。我先问的。……回答我。眼睛下面有痣的人会随便这样吗?”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맨정신으로 마주한 그는 한눈에 보아도 소년의 범주에 속해있었다. 까무잡잡하고 건조한 피부. 놀랄 만큼 뜨거운 체온.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과 더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까지.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열아홉을 가리키고 있었다.
为什么我没有早点察觉到呢?清醒地面对他时,一眼就能看出他属于少年的范畴。黝黑而干燥的皮肤。令人惊讶的高温体温。快速起伏的胸膛和跳动更快的心脏。他的一切都指向了十九岁。

우영은 베개 위로 풀썩 몸을 누이며 다시 말했다. 원래 그렇게 막 울어요? 할퀴고. 실연이라도 당한 건가. 형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 물속에 잠긴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산은 힘겹게 소리 내어 물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잖아. 새벽녘의 푸른빛이 산과 우영의 사이로 쏟아져 들어왔다. 우영은 제 눈 밑의 점을 검지로 꾹 누르며 산을 보았다.
友荣一头栽倒在枕头上,再次说道:“你平时也这么哭吗?抓挠自己。是不是失恋了?被那个叫哥哥的家伙甩了?” “像是被水淹没了一样,呼吸困难。” “那是什么意思?”伞艰难地出声问道。 “我问你什么意思!” 黎明的蓝光洒在伞和友荣之间。友荣用食指按住自己眼下的痣,看向伞。


“기억 안 나요? 나보고 형이라 그랬잖아요.”
“记不得了吗?你叫我哥的。”


선명한 점. 익숙한 볼 위의 점.
鲜明的痣。熟悉的脸颊上的痣。


“여기 콕 찍어서 불렀잖아요. 형. 묵원 형, 하고.”
“这里特意叫了你。哥。穆元哥,还有。”


중얼거리며 저를 좇는 소년의 눈이 공허했다. 다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아니야. 아무리 취했어도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어. 그랬을 리 없어. 내가… 내가 그랬을 리 없어. 묵원의 이름은 그렇게 흘러나와선 안 되는 영역의 것이었다. 처음 본 남자의 좆이 제 안으로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순간에. 짐승처럼 치닫는 숨을 가까스로 뱉어댄 순간에. 땀에 젖은 머리칼이 온 얼굴에 달라붙은 채 내뱉어선 안 될 영역의 것이었다.
喃喃自语着追随我的少年的眼神是空洞的。我再次紧握拳头。不,不可能。无论多醉,我都不可能说出那样的话。不可能。我……我不可能那样做。穆元的名字不应该出现在那样的场合。第一次见到的男人的阴茎毫无停歇地进入我的身体的瞬间。像野兽般急促喘息的瞬间。汗水浸湿的头发贴在脸上的瞬间,不应该说出那样的话。

그건 부도덕했다. 불결하고 역겨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묵원은 제 유일한 가족이었으니까. 그는 험난한 성채에서 산을 지켜주었던 유일한 존재였다. 아버지였고 선생이었고 친구였다.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됐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점점 커져도. 옆에 누워 잠들 때마다 더는 주체 못 할 만큼 심장이 뛰어댔어도. 몇 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만 했었다. 형은 나를 그런 마음으로 아끼는 게 아니라고. 연정 따위 품어선 안 된다고. 그건 내게 허락된 게 아니라고.
那是不道德的。肮脏且令人作呕。即使没有一滴血缘关系,穆元也是他唯一的家人。他是唯一在险恶的堡垒中保护山的人。是父亲,是老师,也是朋友。所以他不应该有那样的想法。即使随着年龄的增长,心意越来越强烈。每当躺在旁边入睡时,心跳得无法控制。必须一遍又一遍地告诫自己。哥哥不是以那种心情珍惜我的。不应该怀有那样的情感。那是我不被允许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남아있는 줄도 몰랐던 원죄는 어느새 기어나와 덩치를 불려대고 있었다. 7구역 낡은 건물의 방 한켠에서. 소년의 손끝에서. 속이 울렁거렸다.
从哪里开始出错的呢?不知何时残留的原罪悄然爬出,逐渐膨胀。在第七区破旧建筑的一角。从少年的指尖。内心翻腾不已。

최산은 경찰의 신분으로 미성년자와 밤을 보냈다. 저보다 일곱 살은 어린 애의 밑에서 신음했다. 묵원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애원했다. 무엇 하나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어긋나지 않은 일이 없었다.
崔伞以警察的身份与未成年人共度了一夜。他在比自己小七岁的孩子身下呻吟。呼喊着对方的名字,哭泣并哀求。没有一件事在法律上或道德上是正确的。


“너…….” “你……”


그뿐만이 아니었다. 침대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 우영의 손목에는 뱀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매끈한 손목 안쪽에. 둥글게 또아리를 틀고. 문신을 발견한 산은 붙들고 있던 옷자락을 놓친 채 주저앉았다. 눈앞이 새카맣게 암전된 것은 그다음의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침대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友荣的手腕上有一条蛇的纹身。光滑的手腕内侧。盘成一个圆圈。发现纹身的伞松开了抓着的衣角,瘫坐在地上。眼前一片漆黑,这是接下来的事。

자리에서 일어난 우영이 산에게로 다가왔다. 여전히 식지 않은 몸으로 최산을 감싸듯 안았다. 지금 나 쫓아내려 그러죠. 한 시간만 더 있다 가고 싶은데에. 비늘 하나까지 선명한 뱀 문신이 산의 목뒤로 둘러졌다. 뜨거운 기운이 살갗을 뒤덮었다.
자리에서 일어난郑友荣走向崔伞。仍然带着未消退的体温,他像是要拥抱崔伞一样地抱住了他。你现在是要赶我走吧。我还想再待一个小时。每一片鳞片都清晰可见的蛇纹身环绕在伞的后颈。炙热的气息覆盖了他的皮肤。


“나 지금 가면 죽을지도 모르거든요. 아저씨.”
“我现在去的话,可能会死的,大叔。”


촉촉 소리를 내며 가증스럽게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이 왜인지 애처롭게 느껴진 것은 전부 기분 탓이었을까. 아니. 돌이켜보건대 그것은 전부 이었다. 지나치기엔 너무 가여운.
湿润的声音伴随着黏在一起又分开的嘴唇,为什么会让人觉得如此可怜呢?不,不是错觉。回想起来,那一切都是一个陷阱。太可怜了,无法忽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