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있잖아 유우시.  我说啊 勇志。

내 말 듣고 있어?  在听我说话吗?

나 좋아해?  喜欢我吗?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키스하던 순간에 경고할 걸 그랬다. 섹스 중엔 잡담 금지라고. 문득 고개 들면 버린 적도 없는데 버림 받은 고양이 같은 눈망울을 한 리쿠가 보인다.
早知如此就该在初吻时警告你——做爱时禁止闲聊。抬眼就看见陸那双被遗弃猫儿般的湿润瞳孔,明明从未抛弃过谁,却总带着被遗弃的神情。

세상에 대단한 건 널렸지만 때로는 잘 빠진 껍데기 하나가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곤 한다. 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간지러운 고백을 토해냈다. 웅.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 연속으로 몇 번이나 쏟아냈는지 모르겠다. 리쿠가 졌다는 듯 쪼갰다. 혀가 마중 나오는 걸 보며 따라 혀를 냈다. 축축한 혀를 맞대고 마구 비빈다. 좀 저능한 키스. 허리춤을 꽉 껴안은 단단한 팔에서 직감했듯 몸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땀에 흠뻑 젖은 리쿠의 목을 끌어안고서 위아래로 흔들리며 신음을 흘린다. 아. 아. 리쿠 잠시만, 아….
世上惊艳之物俯拾皆是,但有时一件剪裁精当的外套就能让心脏震颤。在近到能感知呼吸的距离里,他吐出令人发痒的告白。嗯。喜欢你。喜欢你。喜欢你。喜欢…不知重复了多少次。陸认输般张开双唇,看到探出的舌尖便也伸出自己的。湿漉漉的舌头纠缠厮磨,堪称下流的接吻。腰间结实手臂正如预料般开始粗暴摇晃,我搂住他被汗水浸透的脖颈上下起伏呻吟。啊、啊…陸等一下、啊…

반은 진짜, 반은 가짜. 리쿠는 가짜 신음 구별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곧이어 소파로 쓰러졌다. 천장 향해 들린 다리 사이로 잘난 얼굴이 들어온다. 허벅지 꽉 붙든 손길이 어딘가 포악했다. 자세가 바뀌니 더 깊숙이 찔러오는 감각에 숨이 꽉 막혔다. 눈앞이 흐려지고 토기가 밀려온다.
半真半假的喘息里,陸总能精准识破伪装。我们很快跌进沙发,他修长双腿朝着天花板张开,那张俊脸埋进腿间。箍住大腿的手掌带着施虐意味,姿势变换时被顶到更深处的窒息感让眼前发黑,呕吐感翻涌而上。

이쪽은 우욱대고 있는데 리쿠가 무언가 떠들 것처럼 굴었다.
我正干呕着,陸却摆出要说话的架势。


“나 진짜….”  “我真的…”


그러나 유우시의 헛구역질이 좀처럼 멈추질 않자 입을 다문다. 좆 쑤시는 동작엔 멈춤이 없는데 손바닥만 유우시 입가에 갖다 댄다. 무슨 의미냐는 듯 눈 치켜뜨면 예상한 말이 날아온다. 여기에 해.
但见勇志的干呕停不下来,他又闭了嘴。下身抽插动作未停,只将手掌覆上勇志嘴角。挑眉质问时果然听到预料中的命令:吐这里。

분명 다정한데 뭔가 빡친단 말이지. 진짜 토하려고 억구역질을 시도했지만 먹은 거라곤 물뿐이라 뭐가 안 나왔다. 상황 파악한 리쿠가 쪼개며 뺨을 툭 건드렸다. 억지로 토하려 하지 말고. 그러면 식도 상해. 또 다정한 척. 목소리와 좆도 매치 안 되게 극점을 들쑤시는 바람에 잡념이 날아갔다. 흐윽… 리쿠, 나 가, 가, 가…. 시끄럽게 쏘아대며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는다. 마치 먹잇감 노리는 뱀처럼.
明明很温柔却莫名火大。试图强迫自己呕吐,但胃里只有水什么都吐不出。看穿状况的陸轻笑着戳我脸颊:别硬吐,会伤食道。又装温柔。声音与下身暴虐的顶撞完全不符,杂念被撞得粉碎。呃啊…陸、我要、要去了…像捕食的蛇般缠紧他的腰,浪叫淹没在撞击声里。

리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오르가슴에 달달 떠는 얼굴을 감상한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겨주곤 드러난 이마와 눈썹 뼈, 관자놀이까지 쪽쪽 뜨거운 입술을 문질렀다. 안에 해도 돼? 속삭이는 목소리에 대답 대신 허리 감은 다리에 힘을 줬더니 또 쿡쿡 쪼갠다. 그의 사정을 오롯이 느끼며 또 반사적으로 바들바들 떨었다. 리쿠가 방금 못다 한 말을 이었다.
陆的眉梢颤动着。 他欣赏着那张因高潮而甜蜜战惭的脸,将汗湿的刘海拨开后,从露出的额头、眉骨到太阳穴都用滚烫的唇瓣细细碾过。 「可以进去吗?」面对这声呢喃,他以环住腰肢的腿劲代替回答,惹得对方又发出细碎呜咽。 感受着他完整的释放,自己又反射性地颤抖起来。 陆接续了刚才未尽的话语。


“알지? 유우시 나….”  「知道吗? 勇志我啊......」


너를 …해. 듣고 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좋아해. 그렇게 말했던가? 확신할 순 없다. 뭐라고 했냐고 되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찰나에 뒤쪽에 놓인 TV에서 필터 낀 굉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소파 팔걸이를 베고 누운 유우시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반전된 화면 속 글자를 더듬더듬 읽는다.
想... 要你。 明明在听却听不真切。 喜欢你。 是这么说的吗? 无法确定。 本可以追问说了什么,但没有。 因为刹那间身后电视传来带着杂音的轰鸣。 仰躺在沙发扶手上的勇志向后昂起头,正倒映着屏幕里断断续续辨认的文字。


“니이가타현… 외계인 연구소 폭발….”  “新潟县…外星人研究所爆炸….”

“외계인이 아니라 뮤턴트.”  不是外星人而是变种人。

“…아 뮤턴트.”  …啊是变种人。


사고 당시 폭발하는 화면이 유우시의 얼굴에 반사되자 안 그래도 상기된 뺨이 더 붉어졌다. 리쿠가 질세라 아까 몇 번이나, 아니 수십 번은 핥아댄 뺨에 또 입술을 묻었다. 그러다 말고 생뚱맞은 소릴 했다. 외계인을 믿어? 가끔 있다. 리쿠 입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말이 튀어나올 때가.
爆炸画面在勇志脸上投下光影时,他本就泛红的脸颊烧得更艳了。前田陸立刻追咬住那片被自己舔舐过数十次的肌肤,唇瓣厮磨间突然没头没尾地咕哝:"你信外星人吗?偶尔吧。"每当陸嘴里蹦出这种超现实台词时——


“뮤턴트라며.”  都说是变种人了。

“아 맞다. 뮤턴트.”  啊对,变种人。

“안 믿어.”  “我不信。”

“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데도?”  “现在新闻上还在播吗?”

“직접 본 게 아니니까.”
“不是亲眼所见。”

“그건 그렇네.”  “那倒是。”


예의상 되물었다. 너는? 리쿠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대답한다. 나도 직접 본 거 아니니까 안 믿을래. 리쿠는 본래 좀 메아리틱한 습성이 있었다.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서 본인도 그렇다고 해버리는. 이렇게 나온 이상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진짜 속내를 알 길이 없다.
出于礼貌反问了一句。你呢?陸毫不犹豫地回答。我也不相信,因为我也不是亲眼所见。陸原本就有一种回声般的习性。不仅接受对方的意见,甚至自己也跟着说“是啊”。既然如此,答案就不会揭晓,真正的内心也无从得知。

또 이렇게 말한다. 유우시는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니까 좋아. 여태 겪어온 사람들은 리쿠의 말을 일일이 해부했던 모양이다. 그런 거 피곤하지. 나도 겪어봐서 알아. 확실히 유우시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깊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리쿠를 믿으니까.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묻고 듣는 대신 그냥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他又这样说道。勇志不会刨根问底,这让他感到很舒服。之前遇到的人似乎都会对他的话逐字剖析。那种事情很累人。他自己也经历过,所以明白。确实,勇志和那种类型的人完全不同。他通常不会想得太深,而且他相信陸。与其追问和确认是否真的爱他,不如直接去感受。




그래. 느낌이 중요해.  对,感觉很重要。

다만 그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요소가 아니다. 무언가 자극이 바탕이 돼야 했다. 이를테면 동아리 멤버들과 이른 아침 산행을 감행하다 산 중턱 화장실에서 하는 키스라든가?
但这并不是自然产生的因素。必须有某种刺激作为基础。比如说,和社团成员们一大早去登山,在半山腰的厕所里接吻之类的?

비위가 약한 편인 리쿠가 썩은 표정으로 만류했다. 유우쨩 이건 진짜 아니야. 나 토할 것 같아. 딱히 뒤끝 있는 타입은 아닌데 손이 멋대로 튀어 나갔다. 리쿠의 입 앞에 갖다 대고 간지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여기다 해. 쿡쿡거리며 웃자 리쿠가 기가 막힌다는 듯 미간 찌푸리며 쪼갰다.
胃不太好的陸一脸嫌弃地劝阻道。勇志,这真的不行。我快吐了。虽然不是那种事后会记仇的类型,但手却不听使唤地伸了出去。把手指放在陸的嘴前,用痒痒的声音低语道。在这里做吧。咯咯笑着,陸皱着眉头,一副无可奈何的样子。

그때 화장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리쿠의 손이 유우시의 턱을 확 쥔다. 지퍼 내리는 소릴 들으며 혀를 넣는다. 더러워. 싸는 소릴 들으며 혀를 섞다니. 만일 네가 변심해서 헤어지자고 하면 네가 이런 애라는 걸 다 까발리고 말 거야. 야심 차게 생각했지만 과연 누구에게 까발릴지까지는 생각 못 했다.
那时,有人走进了洗手间。陸的手猛地抓住了勇志的下巴。听到拉链拉下的声音,舌头伸了进去。真脏。听到撒尿的声音,舌头还在里面搅动。如果你变心了,说要分手,我就会把你这种人的真面目全抖出来。虽然我野心勃勃地这么想,但到底要向谁揭露,我还没想清楚。

밖에 소리가 새지 않도록 아주 느릿하게 혀가 얽힌다. 덥고 습한 탓인지 서서히 땀이 찼다. 실눈 뜨고 보면 리쿠는 이미 이마가 젖은 지 오래다. 옷 소매로 그걸 닦아줬더니 키스하다 말고 눈 뜬 리쿠가 처웃는다. 손이 붙잡혔다. 도망치지 못하게 깍지 껴 잡는다. 땀 차는 거 싫은데….
舌尖以极缓的速度交缠着,确保不会泄出半点声响。或许是因这闷热潮湿,细密的汗珠渐渐沁出。眯眼望去,前田陸的额头早已湿透。用衣袖替他擦拭时,他突然中断亲吻睁眼轻笑。手腕被捉住了。十指相扣的力度透着不容逃脱的意味。明明最讨厌出汗的…


“선배 여기 있어요?”  “前辈在这里吗?”


밖에서 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쿠가 불시에 입술을 떨어뜨렸다. 가느다란 은실을 손등으로 닦아주며 대답한다. 어 나가. 료가 의아하다는 듯 받아쳤다. 유우시 선배도 안 보이는데 혹시 못 봤어요? 손을 놓으려는데 리쿠가 꽉 쥐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안 웃으면 조금 날카로운 인상으로.
门外传来 Ryo 的声音。前田陸突然松开了交叠的唇。我用手背抹去两人之间银亮的细丝应声道:嗯,这就出去。Ryo 疑惑地追问:得能前辈也不见人影,您没看到吗?正欲抽手时却被陸猛然攥紧,他面无表情时总带着几分凌厉的压迫感。


“아까 벤치에서 쉬고 있던데 안 보여?”
“刚才不是在长椅上休息吗,没看见吗?”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泰然自若地说谎。


“네. 증발했어요.”  “是的,蒸发了。”


리쿠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타일 벽에 붙은 유우시를 남겨두고서 먼저 나간다. 같이 찾아보자.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환기가 되고 있긴 한 건지 팬 돌아가는 게 눈에 담겼다. 순간 멍해졌다.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게 맞나… 보고 있어도 잘 모르겠다.
陸缓缓地打开了门。留下贴在瓷砖墙上的勇志,先走了出去。一起找找吧。听着两人远去的脚步声,抬起了头。通风似乎在进行中,风扇的转动清晰可见。瞬间有些恍惚。是朝着同一个方向转动的吗……看着也搞不清楚。

몇 분 텀을 두고 리쿠가 다시 화장실로 들어오며 큰 소릴 냈다. 유우시 찾았잖아. 나갈 타이밍이 됐다. 유우시가 그제야 팬에서 시선을 뗐다. 한동안 쳐다본 탓인지 리쿠의 얼굴도 빙빙 돌았다. 고개를 몇 번 흔들곤 밖으로 향했다. 동아리 회장인 노기가 얼마 안 남았다며 모두를 다독였다.
几分钟后,陸再次进入洗手间,发出了很大的声音。找到勇志了。该出去了。勇志这才从风扇上移开了视线。可能是盯着看了太久,陸的脸也转了一圈。他摇了摇头,然后朝外走去。社团会长诺基提醒说时间不多了,安抚了大家。

우여곡절 끝에 산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이었다. 어쩐지 낮처럼 하늘이 밝다. 다들 바비큐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중 야채 손질을 맡은 유우시가 흐르는 물에 야채를 씻었다. 산장 안에 놓인 낡은 TV에서 또 며칠 전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불쑥 사쿠야가 물 좀 빌린다며 다가왔다.
几经周折到达山庄时已是傍晚。不知为何天空仍像白天般明亮。大家都在忙着准备烧烤。其中负责处理蔬菜的勇志正在流水下清洗蔬菜。山庄里摆放的老旧电视里又播出了几天前的新闻。这时咲哉突然走过来借水。


“요즘 저 뉴스로 소란스럽죠.”  “最近那个新闻闹得沸沸扬扬吧。”

“응?”  “嗯?”

“워낙 규모가 큰 폭파여서 신원 파악이 가능한 유체가 없대요. 무섭네요. 폭발 사고라는 거….”
由于爆炸规模过大,目前尚未发现可辨认身份的遗体。真可怕啊...居然是爆炸事故...


유우시가 천천히 돌아봤다. 화면 속에선 아나운서가 현재 파악된 사상자만 2천 명에 다다른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2천 명이라니…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숫자다.
勇志缓缓转身。电视屏幕里,新闻主播正报道着目前已确认的伤亡人数已达两千人。两千人...这是个难以想象的数字。

야채 손질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다. 리쿠는 고기 굽기 담당이었다. 유우시가 손질한 야채를 건네자 버섯부터 불판에 올려둔다. 익어가는 고기 아래로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있었더니 어쩐지 속이 메스꺼웠다. 아무래도 방금 폭발 사고 뉴스를 봤기 때문이겠지. 막상 잘 익은 고기 바라볼 땐 잡념을 떨친 지 오래였다. 리쿠가 비계 없는 부분만 골라 후배 접시에 덜어주는 걸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处理完蔬菜后走到室外。前田陸负责烤肉工作。接过勇志递来的蔬菜时,他先把蘑菇放上烤盘。看着肉块下方窜动的火苗,不知为何突然感到一阵反胃。大概是因为刚看过爆炸新闻的缘故吧。但当真正盯着烤得恰到好处的肉块时,那些杂念早已被抛到九霄云外。望着陸特意挑出瘦肉夹进后辈碗里的动作,他不自觉喃喃自语起来。


“나도 비계 싫어하는데….”  "我也不喜欢肥肉..."


혼잣말이라기엔 좀 볼륨이 컸나. 리쿠가 쪼개더니 살살 타이른다. 알았어. 알았어. 가위로 신중하게 비계 부분을 자르곤 새 접시에 듬뿍 담은 걸 유우시 앞으로 내밀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쿠야가 치사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와 편애 미쳤는데…. 유우시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说是自言自语音量却有点大了。陸噗嗤笑出声来,轻轻戳了戳我的手臂。知道啦知道啦。他用剪刀仔细剪开肥肉部分,盛了满满一盘推到勇志面前。坐在对面的藤永咲哉酸溜溜地嘟囔着偏心疯了吧…勇志的嘴角不自觉扬起笑意。

식사가 끝나고 노기가 중얼거렸다. 저기서 별 볼 수 있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쿠야와 료가 달려가는 걸 바라보다 하늘을 확인했다. 여전히 밝다. 한낮과 다를 것이 없는데 어떻게 별을 보겠다는 거지? 유우시를 제외한 모두가 그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리쿠만 해도 설거지 할 그릇들을 쌓는 데 여념이 없다. 일단 옆에 붙어 돕기로 했다.
晚餐后吴是温低声嘀咕说那边能看星星。话音未落藤永咲哉和 Ryo 已经冲了出去。抬头望天,暮色依然明亮如正午,怎么看星星?除了勇志似乎没人在意这个细节。就连陸也正专心堆叠待洗的碗碟。我决定凑过去帮忙。

산장으로 돌아가 방 배정 권한을 두고 게임을 했다. 최종 일등인 리쿠에게 모든 방 배정 권한이 주어졌다. 제발 나랑 단둘이 다락방을 쓰겠다고 해줘. 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냈더니 리쿠가 백허그하며 웃었다. 난 유우시랑 다락 쓸게.
回到山屋后我们通过游戏争夺分房权。最终获胜的陸获得了所有房间的分配权。求求你说要和我单独用阁楼啊——我在心里发送着意念电波,却被陸笑着从背后抱住。我要和勇志用阁楼。

사실 예상한 결과다.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这结果其实早该料到。我们之间本就是这种关系。


“리쿠.”  陸。


자려고 누웠는데 어쩐지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 많달까. 묻고 싶은 건 딱 하나다.
躺下准备入睡时,莫名思绪翻涌。不,或许该说——真正想问的只有一件事。


“뭔가 이상하지 않아?”  不觉得哪里不对劲吗?

“뭐가?”  “什么?”

“자정을 넘었는데도 환하잖아.”  明明过了午夜,天还这么亮。


돌아누운 리쿠의 등을 바라보며 재잘대고 있었더니 리쿠가 금방 몸을 돌렸다. 머리 만져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그 손가락의 체온에 문득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나도. 리쿠도.
我望着侧卧的陸的后背碎碎念,他忽然转身。抚过我发梢的指尖带着体温,那一刻突然真切感受到彼此的存在。我。还有陸。


“백야인가?”  “是白夜吗?”

“백야?”  白夜?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야.”  就是夜晚也不会变暗的现象。

“일본에 그런 게 있어?”  日本也有那种东西吗?

“응. 생겼을지도.”  嗯。说不定已经出现了。

“다행이네.”  太好了。

“무서웠어?”  害怕了?


일부러 혀 짧은 소릴 냈다. 무서웠쪄? 애 다루듯 턱을 간질이는 손길에 눈을 흘겼다. 리쿠가 쪼개면서 다시 품에 저를 가둔다. 괜찮아 나 있잖아. 그 말을 들으니까 다 괜찮은 것 같았다. 응. 리쿠 사랑해. 이번엔 애정을 확인하려 들지 않았는데 먼저 고백한다. 사랑해. 리쿠. 사랑해. 사랑해.
故意咬着舌头含混出声。怕怕了咩?像逗弄小孩般被指尖轻挠下巴时翻了个白眼。前田陸笑裂了嘴角重新将我锁进怀抱。没事的 有我在呢。听见这句话就觉得什么都好了。嗯。陸 我爱你。这次没等他确认爱意就抢先告白。我爱你。陸。我爱你。我爱你。

그때까지만 해도 리쿠를 애인이라 여겼다.
直到那时我还把陸当作恋人。




불현듯 그게 틀렸음을 깨닫는다. 막 한 발 뺀 리쿠가 전화를 받자마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옷 입는 걸 볼 때. 머릿속으로 이런 문장이 쓰였다. 리쿠는 사실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못 참고 벌떡 일어났다. 방금 리쿠가 얼굴에다 싸지른 게 턱 끝으로 줄줄 흐른다. 씨발. 나를 이렇게 만들고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가겠다고 할 수 있어? 오마에 용서 못 해. 어쩌면 내 쪽이 바람 상대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突然意识到大错特错。看着刚抽身而退的陸接起电话说有急事开始穿衣时。脑海里浮现这样的句子:陸其实在劈腿。忍无可忍猛地起身。刚才陸喷射在脸上的浊液正沿着下巴滴落。妈的。把我搞成这样还敢去找别人?老子绝不原谅。说不定我才是那个第三者 即便如此。

방을 나서는 등짝에다 베개를 던졌다. 그다음엔 쿵쾅거리며 달려가 주먹으로 어깨부터 갈겼다. 리쿠가 중심 잃고 휘청거린다. 꽤 세게 때렸지만 미안한 건 아는지 화는 안 냈다.
我把枕头扔向正要离开房间的背影。接着,我快步冲过去,用拳头从肩膀开始狠狠地打了他。陸失去平衡,踉跄了一下。虽然我打得相当重,但不知道他是否感到抱歉,并没有生气。


“네 거 맛없어서 토할 것 같아.”
“你的东西难吃得我想吐。”

“미안. 갔다 와서 설명할게.”  “对不起。我会回来解释的。”

“난 설명을 바라는 게 아니라.”
“我不是在要求解释。”

“…….”  ……

“왜.”  “为什么?”


지금은 입에다 손바닥 받쳐주지 않는지를 묻고 싶은 건데 나는.
我只是想知道为什么现在不把手掌放在嘴边了。

그렇게 해줘. 마에다.  就这样做吧,前田。

강요하고 싶지만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저 리쿠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가죽 재킷 입은 등짝이 잔상처럼 집안 곳곳을 누빌 때까지. 버려지는 건 최악이다. 비참함이 온몸을 에워쌌다. 쓸쓸하게 냉수로 샤워했다. 리쿠가 떠났다고 해서 온수가 안 나오는 건 아닌데 그냥 청승 떨어봤다.
虽然想强迫他说出来,但话却卡在喉咙里。我只是盯着陸的背影。穿着皮夹克的背影像残影一样在房间里游走。被抛弃是最糟糕的。凄凉感笼罩全身。我孤独地用冷水冲了个澡。虽然陸离开了,热水还是能出来的,但我只是装模作样地抖了抖。

감기 걸려 뒤져야지. 유서도 쓸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사인은 마에다 리쿠일 거라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얼굴로 삐뚤삐뚤 낙서를 한다. 마에다 죽어버려. 적고 보니 저주에 가까웠다. 그래 저주라도 퍼붓자. 이거로 기분이 나아진다면. 죽어. 죽어. 하지만 리쿠가 진짜 죽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나에게 돌아오면 좋겠어. 리쿠가 없는 집은 쓸쓸하니까.
感冒了,真想死。还要写遗书。如果我死了,死因肯定是前田陸。我素颜歪歪扭扭地写着。前田去死吧。写完后发现更像是诅咒。那就诅咒吧。这样心情能好一点的话。去死吧。去死吧。但并不希望陸真的死。只是希望他能回到我身边。没有陸的家太寂寞了。

몸을 웅크리고 달달 떨었다. 리쿠는 나간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허탕을 쳤나? 아니면 나를 선택한 걸까? 비몽사몽 침대에서 벗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리쿠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끌어안는다. 이제 아무 데도 가지 마. 그냥 내 곁에 있어.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끌어안은 팔에 힘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끌어안고 있는데도 그리웠다.
身体蜷缩着,微微颤抖。陸离开还不到一个小时就回来了。是白跑一趟了吗?还是选择了我?迷迷糊糊地从床上爬起来,冲向玄关。一看到陸的脸,立刻抱住了他。现在哪里都不要去,就留在我身边。虽然有很多想说的话,但只是用力抱紧了他的手臂。即使抱着他,还是觉得很想念。


“리쿠.”  陸。

“응.”  “嗯。”

“왜 다시 왔어?”  “为什么又回来了?”


대답 없는 리쿠의 몸이 어쩐지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각목처럼 느껴진다. 가죽 재킷을 더듬는데 정말로 나무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没有回答的陸的身体不知为何感觉僵硬。感觉不像人,而是像木头一样。摸索着皮夹克时,真的听到了敲击木头的沉闷声音。


“리쿠. 역시 이상하지 않아?”  “陆。 果然很奇怪吧? ”

“그런가?”  “是吗?”

“두 달 동안 매일 백야가 계속되잖아.”
“两个月来每天都是极昼啊。”

“그런가?”  “是吗?”

“폭파 사건 말이야. 석 달 전에 일어난 일인데도 매일 오늘 일어난 일처럼 보도되고 있어.”
“爆炸事件啊。虽然三个月前发生的事,但每天都被报道得像今天发生的一样。”

“그런가?”  “是吗?”


불시에 소름이 끼쳤다. 아주 천천히 그의 품에서 얼굴을 떨어뜨렸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가슴이 떨렸다. 리쿠가 예의 목소리로 핀잔했다. 유우시 괜찮아? 너 지금 엄청 떨고 있어.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자신의 눈에 비친 건 괴물이나 귀신 따위가 아닌 리쿠가 맞다. 왁스로 스타일링한 머리와 눈썹부터 입술까지. 전부 다 내가 쭉 알고 있던 리쿠가 맞다. 안도의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突然一阵寒意袭来。我缓缓地从他的怀里抬起头。不知为何,心中充满了紧张感。陸用平时的语气责备道:“勇志,你没事吧?你现在抖得很厉害。”我咽了口干涩的唾沫,抬起头。幸好,映入眼帘的不是怪物或鬼魂,而是陸。从蜡染的发型和眉毛到嘴唇,全都是我一直认识的陸。我松了一口气,苦笑了出来。

놀랐잖아. 소-카나 말고 다른 말 좀 해. 리쿠가 장난이었다는 듯 쪼갠다. 머리 쓰다듬는 손길이 꼭 인간이나 애인이 아니라 반려묘 대하는 뉘앙스여서 웃겼다.
吓到了吧。别光说“小卡娜”,说点别的。陸像是在开玩笑似的打断道。他抚摸头发的手势,仿佛不是在对待人类或恋人,而是在抚摸一只宠物猫,这让我忍不住笑了。


“유우시. 나 좋아해?”  “勇志。你喜欢我吗?”

“좋아한다니까?”  “我喜欢你啊。”

“…….”  ……

“왜 자꾸 물어봐.”  “为什么总是问。”


그냥. 듣고 싶어서. 그러면서 안아온다. 무방비한 몸이 몇 발 물러났다. 리쿠가 팔로 허리를 받치며 안으로 들어온다. 뺨에 쪽 입 맞추며 속삭였다. 그새 씻었네. 어딘가 짓궂은 웃음. 쪼개는 소리에 괜히 열 받아서 일단 씻으라고 명령하곤 침대로 향했다. 이상하게 뺨이 달아올랐다.
只是想听。说着,他抱了过来。毫无防备的身体向后退了几步。陸用胳膊撑住腰,将他拉了进来。轻轻吻了吻脸颊,低声说道:“刚洗过澡啊。”带着一丝调皮的笑意。听到那声音,莫名地生气,先命令他去洗澡,然后走向床。奇怪的是,脸颊莫名地发烫。

샤워하는 소릴 들으며 핸드폰을 본다. 메인에 뜬 건 또 연구소 폭발 사고 뉴스. 지긋지긋해. 화면을 껐다. 밖이 너무 밝아서 암막 커튼을 친다. 역시 무언가 이상해. 이상한데 리쿠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니까 그냥 그런가 싶게 된다. 다시 핸드폰을 들고 백야를 검색한다. 리쿠 말대로 사전적 의미부터 떴다. 동시에 리쿠가 욕실에서 나와 늘 보던 나시 차림으로 다가온다. 습관처럼 키스하려는 얼굴을 저도 모르게 밀어냈다. 어쩐지 생각지도 못한 물음이 터졌다.
听着淋浴的声音,看着手机。主页上弹出的又是研究所爆炸事故的新闻。真是烦人。关掉了屏幕。外面太亮了,拉上了遮光窗帘。果然有什么不对劲。但陸却若无其事,所以也就觉得没什么了。再次拿起手机,搜索“白夜”。正如陸所说,从字面意义开始出现。同时,陸从浴室出来,穿着平时常见的背心走了过来。习惯性地想要接吻的脸,不知为何被我推开了。突然,一个意想不到的问题冒了出来。


“리쿠.”  陸。

“응.”  “嗯。”

“우리 어디서 만났더라?”  “我们在哪里见过吗?”


우린 전공이 겹치진 않지. 그렇지만 대학 이전에 리쿠를 알고 지낸 기억이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다 불현듯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리쿠가 별걸 다 묻는다는 듯 대답한다.
我们的专业并不相同。但在大学之前,我并不记得认识陸。想到这里,身体突然僵硬起来。陸似乎什么都问,回答道。


“학교에서 만났지.”  “在学校里见过吧。”

“…….”  ……

“갑자기 왜 그래?”  “突然怎么了?”

“…너.”  “…你。”

“…….”  “……。”

“살아있어?”  “还活着吗?”


순간 짙은 침묵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시계의 초침만이 요란하게 떠들어댄다. 째깍. 째깍. 째깍.
瞬间,浓重的沉默包围了两人。只有手表的秒针在喧嚣地吵闹着。滴答。滴答。滴答。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죽었어?”
“你在说什么?那我死了吗?”

“…그치? 난 또.”  “……是吧?我也是。”

“…….”  ……

“미안.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对不起。我也不知道自己在说什么。”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상해. 하지만 불안감을 떨쳐내려 억으로 키스한다. 리쿠의 손이 티셔츠 속으로 들어왔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손. 그래. 이 체온이 가짜일 리 없다. 습관처럼 나를 좋아하냐고 묻던 목소리가 가짜일 리 없다. 리쿠는 실재해. 나도 그렇지. 우린 여기 실재하는 거야.
无论怎么想,果然还是很奇怪。但为了甩开不安,我强行吻了上去。陸的手伸进了 T 恤里。不仅仅是温暖,而是滚烫的手。没错。这种体温不可能是假的。习惯性地问我是否喜欢他的声音也不可能是假的。陸是真实存在的。我也是。我们在这里是真实存在的。

아니. 우린 정말 실재하나? 잠든 리쿠 옆에서 초조한 듯 앉아 입술을 뜯었다. 이 모든 게 괴상해서 참을 수 없어졌다. 문득 자신의 기억엔 리쿠 말고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은 탓이다.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핸드폰 번호가 무엇인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그냥 딱 하나만 존재한다. 내 애인은 마에다 리쿠라는 것.
不,我们真的存在吗?我焦躁不安地坐在熟睡的陸旁边,咬着嘴唇。这一切都太奇怪了,让我无法忍受。突然间,我意识到自己的记忆里除了陸之外,什么都没有。我不知道自己是在哪里出生、长大的,也不知道自己的生日是什么时候,手机号码是多少,甚至不记得自己有过怎样的学生时代。唯一存在的,就是我的恋人是前田陸这件事。

불쑥 충동이 일었다. 리쿠를 죽여보면 알 수 있을지도. 물론 알고 있다. 제정신이 아닌 생각이라는 것쯤. 그러나 주방에서 칼을 꺼내 방으로 돌아왔다. 리쿠의 평온한 얼굴을 잠시 감상한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얼굴. 그걸 똑바로 바라보며 양손으로 식칼을 들었다. 머리 위까지 올렸다가 망설임 없이 내리꽂는다. 리쿠의 심장을 관통할 기세로 아주 세게.
突然间,一股冲动涌上心头。或许杀了陸就能知道答案。当然,我知道这是不正常的想法。然而,我还是从厨房拿出了刀,回到了房间。陸平静的脸庞让我短暂地欣赏了一下。这是我深爱的面容。我直视着它,双手握住菜刀,高高举起,毫不犹豫地猛然刺下,仿佛要贯穿陸的心脏,力度极大。


“…흐윽.”  “…呜呜。”


통증을 느낀 리쿠가 반사적으로 눈을 뜨며 발작한다. 피가 솟구쳤다. 검붉은 피가 유우시의 얼굴과 상반신, 팔, 손에 튀었다. 아아. 말도 안 돼. 이게 현실이었다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말도 안 돼. 리쿠가 신음하며 저를 바라본다. 칼을 빼지 않은 채 서투른 지혈에 나섰다. 그러나 계속 왈칵 터지는 핏물이 손을 적실 뿐이다. 온통 비릿한 리쿠의 피 냄새. 정신이 혼미했다. 안 돼. 리쿠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疼痛让陸反射性地睁开眼睛,抽搐起来。鲜血喷涌而出。暗红色的血液溅到了勇志的脸、上半身、手臂和手上。啊,这不可能。这难道是现实吗?不,不可能。这不可能。陸呻吟着看着我。我慌忙试图止血,但刀还插在伤口上。然而,不断喷涌的鲜血只是浸透了我的手。空气中弥漫着陸的血腥味,令人头晕目眩。不行,陸,你不能死。你不能死……

핸드폰 찾아 두리번거리는 와중에 팔이 붙잡혔다. 다시 마주한 리쿠가 힘겹게 웃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 웃을 수가 있지? 곧 달달 떨리는 손으로 유우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在翻找手机的过程中,手臂被抓住了。再次面对的陸艰难地笑着。怎么现在还能笑得出来?随即用颤抖的手轻轻抚摸勇志的头发。


“…유우시.”  “…勇志。”

“리쿠. 미안해. 미안… 내가 미쳤나 봐. 병원. 병원 가자… 조금만 참아. 조금만.”
“陸。对不起。对不起…我大概是疯了。去医院吧…再忍耐一下。就一下。”


두서없이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쥐었다. 반사적으로 눈물이 줄줄 샜다. 자신이 살인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리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너 없이 이 이상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살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일단 병원을. 신고를. 그러면 리쿠가 살아날지도.
语无伦次地嘟囔着,握紧了手机。眼泪不由自主地流了下来。比起自己可能成为杀人犯的事实,更无法忍受陸可能从这个世界消失的事实。我无法想象在没有你的这个奇怪世界里独自生活。我怎么活下去。像疯子一样嚎啕大哭。先去医院。报警。这样陸也许能活下来。

달달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입력하는데 리쿠가 붙잡는다. 힘겨운 음성이 터졌다. 유우시…. 리쿠가 울고 있었다. 죽도록 사랑했던 그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작별을 고한다.
用颤抖的手输入号码时,陸抓住了我的手。他艰难的声音响起。勇志…。陸在哭。我深爱的他,用即将死去的脸庞向我告别。


“…나 좋아해?”  “…你喜欢我吗?”


응. 좋아해. 아니, 사랑해. 사랑해 리쿠. 사랑해. 외치는데 어쩐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영화에서 음 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악을 써도 소리로 발산되지 않는다.
嗯。我喜欢你。不,我爱你。我爱你,陸。我爱你。喊出来时,不知为何声音没有发出。就像电影里按下了静音按钮一样。即使咬紧牙关,声音也无法释放出来。

리쿠 사랑해.  陸,我爱你。

사랑해.  我爱你。

죽이려던 게 아니야.  我不是想杀你。

나 너를.  我,你。

정말.  真的。




실성한 사람처럼 흐느끼다 고개를 들었다.
像发疯的人一样抽泣着抬起头。

집이 아니다. 리쿠도 없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방금까지 본 건 거짓이고 지금 이 순간이 진짜 현실이란 걸. 눈앞에 의사 가운 입은 남자가 앉아있다. 저절로 그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로 시선을 옮겼다. 藤井. 유우시가 본 장면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수기한 그가 고개를 들었다.
这里不是家。陸也不在。本能地察觉到了。刚才看到的一切都是假的,现在这一刻才是真实的现实。眼前坐着一个穿着医生白大褂的男人。视线不由自主地移向他胸前挂着的铭牌。藤井。那个将勇志所见的场景一丝不漏地记录下来的他抬起了头。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할게요. 이름이 뭐죠?”
“有几个简单的问题要问你。你叫什么名字?”

“토쿠노 유우시요.”  “得能勇志。”

“나이는?”  “你多大了?”

“열아홉이요.”  “十九岁。”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고 있나요?”
“你意识到自己是什么样的存在吗?”

“…뮤턴트예요.”  “……变种人。”

“기억이 일부 돌아온 것 같네요.”
“看来你的记忆恢复了一些。”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쳐다보자 후지이가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仿佛看不懂英文似的盯着看了一会儿,藤井简明扼要地解释了情况。

이틀 전에 뮤턴트 연구소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어요. 토쿠노상은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오늘 오전에 겨우 깨어났고요. 지금은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최면 치료 중이에요. 방금까지 본 건 토쿠노상의 무의식이 갈망하는 내용들이에요. 전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아니죠.
两天前,变种人研究实验室发生了爆炸事故。得能勇志先生因冲击而失去意识,直到今天上午才勉强苏醒。目前正在进行催眠治疗,以查明事故原因。刚才看到的是得能勇志先生潜意识中渴望的内容,并非全部是真实发生过的事情。

하지만 어쩐지 방금 본 꿈의 내용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무의식은 과연 무엇을 갈망하고 있었지?
但不知为何,刚才做的梦的内容一点也想不起来了。我的潜意识究竟在渴望什么呢?


“이제 진짜 기억을 꺼낼 거예요.”
“现在要真正拿出记忆了。”

“…….”  ……

“여긴 병원이니까 겁먹지 않아도 돼요. 혹시나 발작이 있으면 바로 중단할 테니까….”
“这里是医院,所以不用害怕。如果有发作的话,我们会立即停止……”

“네.”  “好的。”

“눈 감아볼게요.”  “我来闭上眼睛。”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마 안대를 씌운 모양이다. 전등 탓에 붉었던 시야가 암전됐다. 흑색. 마치 캄캄한 밤하늘처럼. 그 순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떠올랐다.
缓缓闭上眼睛。大概是戴上了眼罩。因为灯光而发红的视野变得黑暗。黑色。就像深邃的夜空一样。那一刻,耳熟的声音浮现在脑海中。

백야인가?  白夜吗?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야.  即使在夜晚也不会变暗的现象。


리쿠의 목소리.  陸的声音。

그러고 보니 리쿠는 어떻게 됐지?
话说回来,陸怎么样了?


“그럼 시작할게요.”  “那么,我们开始吧。”











1975년 영국에서 최초의 뮤턴트가 탄생한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1992년 해당 뮤턴트에게서 염력에 가까운 초능력이 발현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였다. 세계 각국에서 뮤턴트 연구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1975 年,英国诞生了首位突变体。17 年后的 1992 年,该突变体展现出近乎念动力的超能力。这则新闻彻底轰动了全球。世界各国开始将生死存亡押注在突变体研究上。

뮤턴트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신체 조건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단 5%에 해당하는 소수 뮤턴트에게만 초능력이 발현한다. 국가가 눈독 들이는 건 바로 이 초능력이었다. 초능력이 발현한 뮤턴트는 인간과 다르다고 신격화되며 성년이 되는 해 군대 통솔을 맡았다.
突变体天生就拥有远超常人的优越身体条件。但只有 5%的少数突变体会显现超能力。国家真正觊觎的正是这种超能力。觉醒超能力的突变体被神格化为与人类不同的存在,成年后便执掌军队指挥权。

초능력이 발현하지 않은 뮤턴트에게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정계 인사들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주로 그들의 손발이 돼 모시거나, 장기 이식용으로 쓰임을 다하다 폐기되곤 했다. 그나마 전자는 숨이라도 붙었지, 후자의 경우 그냥 죽는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对于未能觉醒超能力的变种人而言,等待他们的只有黯淡未来。他们终将沦为政界要人的消耗品——不是作为贴身仆从效犬马之劳,就是被拆解成器官移植的零件后废弃。前者好歹能苟延残喘,后者根本与宣判死刑无异。

2004년, 연이은 유전자 재조합 실패로 연구원들의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유우시가 태어났다. 그해 유일한 뮤턴트의 탄생이었다. 유우시의 신체 조건은 이전의 뮤턴트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초등학교 입학할 즘엔 성인 운동선수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뛰어난 운동 신경을 보였다.
2004 年,在接连基因重组失败导致研究员们神经紧绷的阴影下,得能勇志诞生了。那是当年唯一的变种新生儿。勇志的身体素质远超历代变种人,小学入学时展现的运动神经,已足以与成年运动员比肩而不落下风。

그때부터 훈련 및 실험 결과지에는 늘 같은 메모가 쓰였다.
从那时起,训练与实验报告上总是标注着相同的评语。


B++

발현 시 S로 상향 예정
觉醒后预计上调至 S 级


기본 능력치가 뛰어났기에 ++이 붙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A 미만은 군대에 못 갔다. 운 좋으면 누군가를 모시게 되고, 운 나쁘면 장기 팔이나 하다 죽는 신세다.
基础数值优异才获得++后缀,但这毫无意义。反正 A 级以下连参军资格都没有。运气好能当权贵的看门狗,运气差就只能靠卖器官苟活到死。

연구소의 환경 자체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뮤턴트 연구소는 정부 지원을 받아 넓고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다. 본관 기준 반경 3km 까지 전부 연구소 부지였으니 말 다했다. 딱 하나 불만을 꼽자면 발 닿는 모든 곳이 실내라 하늘을 볼 수 없다는 것. 여기에 있으면 시간과 계절을 알 길이 없었다.
对研究所的环境本身并没有什么不满。作为政府资助的变异体研究所,这里拥有宽敞舒适的环境。光是以主楼为基准半径 3 公里内全部属于研究所用地,就足以说明一切。如果非要挑一个缺点的话,那就是所有能踏足的地方都在室内,看不到天空。待在这里的话,根本无法感知时间和季节的变化。

유우시의 일상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매일 비슷한 내용의 훈련과 실험이 반복됐다. 다량의 피를 뽑고, 입에서 쇠 맛이 느껴질 때까지 훈련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돌아왔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어. 생각하다가도 밥이 맛있어서 잊었다가 자고 일어나면 또 피 뽑을 시간이 돌아왔다.
勇志的日常单调得令人窒息。日复一日都是相似的训练与实验——被抽走大量鲜血,训练到满嘴铁锈味时才能迎来用餐时间。"这种日子还不如死了痛快",他时常这样想着,却又因饭菜太过美味而暂时忘却。可刚睡醒睁开眼,就又要面对新一轮的抽血。

열여섯까지는 그리 초조하지 않았다. 초능력은 평균적으로 열일곱부터 발현한다고들 하니까. 열일곱을 아무 일 없이 보내고 나자 스멀스멀 불안감이 피어났다. 과거 룸메였던 형이 군대에 간 줄 알았는데 뒤늦게 장기 이식 중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됐다. 열아홉에 초능력이 발현했다고 떠들었던 건 다 저를 안심 시키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十六岁之前我还不算太焦虑。毕竟超能力通常都在十七岁左右觉醒。可平安无事度过十七岁后,不安就像霉菌般悄然滋生。曾经同寝的哥哥说是去参军,后来才得知他在器官移植手术中意外身亡。他十九岁觉醒超能力的传闻,不过是为了安抚我编造的赤裸谎言。

초능력이 발현하지 않으면 나도 그렇게 될지 몰라. 잠을 포기한 채 악착 같이 훈련에 매달렸다. 조금 더 뛰어난 능력치를 보이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험 때 투여하는 약물의 양을 늘렸다.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지만 열여덟 겨울까지도 초능력은 발현하지 않았다.
如果超能力不觉醒,我可能也会步他后尘。我放弃睡眠发狠训练,想着只要能力值再突出些就能活下去。偷偷增加了实验时的药剂剂量。虽然身体日渐衰竭,可直到十八岁冬天,超能力依然没有降临。

끝내 열아홉이 되는 해가 찾아왔다. 단조로운 일상은 여전했지만 점점 체력이 안 따라줬다. 몇 번 까무룩 기절했다. 벌써 세 번째인가. 안면 튼 의무실 직원이 핀잔했다.
最终迎来了十九岁那年。单调的日常依旧,体力却跟不上了。有几次直接昏死过去。已经是第三次了吧——面颊浮肿的医务室员工咂着嘴训斥道。


“뮤턴트 몸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해.”
“变异体的身体可比你想象的要聪明得多。”

“…….”  ……

“주인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거야. 그러니까 자꾸 픽픽 쓰러지지.”
“你早就发现我在等主人死掉的那天吧。所以才会动不动就晕倒。”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열아홉에 기적적으로 초능력이 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성년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죽게 되리란 걸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虽然想否认但这是事实。十九岁才奇迹般觉醒超能力的情况几乎闻所未闻。他早已确信成年后自己终将以某种方式迎来死亡。


“친구는 있고?”  “有朋友吗?”


종일 실험과 훈련에 매달리다 방에 오면 뻗어서 자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고개 저었더니 그가 혀를 끌끌 찼다.
整天埋头于实验和训练,回到房间就累得直接躺下睡觉,怎么可能有那种事。我摇了摇头,他咂了咂舌头。


“그러면 안 돼. 의지할 사람이 있고 없고 차이가 얼마나 큰데.”
"这样可不行。有没有可以依靠的人,差别可大了去了。"

“괜찮아요.”  “没关系。”

“어차피 죽을 거니까?”  “反正都要死的吧?”

“…….”  ……

“어떻게 알았냐는 얼굴을 하고 있네.”
“你怎么知道的?”他一脸惊讶。


훈계라면 질색이었다. 이제 정신 들었으니까 가볼게요. 중얼거리며 일어나는데 팔이 붙잡혔다. 내 주변에 너랑 비슷한 연구원이 있는데 소개해 줄게. 둘이 잘 맞을 것 같아서. 그걸 들은 순간 느낀 감정은 이거였다. 싫다. 무리.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
训诫什么的我可受不了。现在清醒了,我该走了。低声嘟囔着起身,却被抓住了手腕。我身边有个和你差不多的研究员,我介绍给你认识吧。我觉得你们俩会很合得来。听到这话的瞬间,我的感觉是这样的:不要。不行。我不想和任何人亲近……

그러나 다음 날 유우시는 난생처음 겸상하게 된다. 식당에서 오매불망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리쿠 덕분에.
然而,第二天勇志却第一次体验到了尴尬的场面。多亏了在餐厅里一直焦急等待他到来的陸。


“안녕. 나는 마에다야.”  “你好,我是前田。”

“…….”  ……

“이름은 리쿠인데 편할 대로 불러.”
“我叫陸,随便你怎么叫。”

“…….”  ……

“네 이름은 이미 들어버려서 유우시 맞지?”
“你的名字我已经听过了,是勇志对吧?”


리쿠의 어색한 표정에 꼭 이런 글자가 써진 것만 같았다. 무리. 무리. 무리. 무리. 무리. 그 정도로 리쿠는 무리하고 있었다. 본래 사회자처럼 떠드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쪽이 일절 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떠드는 눈치였다. 그냥 무리하지 않아도 될 텐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안 듣고 있다가 다시 들었을 때 리쿠는 학창 시절 일화를 떠들고 있었다.
陸那尴尬的表情仿佛写满了“不行”、“不行”、“不行”。他看起来真的很勉强。原本似乎不是那种能像主持人一样滔滔不绝的类型,但因为这边完全不说话,他只好硬着头皮继续说下去。其实不用这么勉强也可以的……。没在听他说话,再次听时,陸已经在讲学生时代的故事了。

교복 디자인이 촌스러웠다는 둥. 부 활동은 배구였다는 둥. 궁금하지도 않았고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른다. 본 적 없기 때문이다. 바깥세상의 학교가 어떤 곳인지. 교복이 뭔지. 부 활동이 뭔지. 그래도 웬만한 스포츠는 훈련 때 배웠기에 배구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딱히 즐기지는 않았지만.
什么校服设计很土啦,社团活动是打排球啦。根本不感兴趣,就算听了也不太懂。因为从来没见过外面的学校是什么样子,校服是什么,社团活动是什么。不过因为训练时学过各种运动,所以对排球还是知道的。虽然并不特别喜欢。


“미안… 재미없지.”  “对不起……很无聊吧。”

“…….”  ……

“나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거 처음이라서 무슨 말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我第一次这样见面,不知道该说什么好……”


유우시가 그제야 눈앞의 리쿠를 찬찬히 살핀다. 까무잡잡한 피부. 잘생긴 이목구비. 왜 이런 사람이 이런 요새에 갇혀선 연구원을 하고 있지? 조금 의문이었지만 물어볼 만큼 궁금하진 않았다. 시선 느낀 리쿠도 유우시를 바라봤다. 그러다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에 에? 하는 추임새와 함께 웃는다. 왠지 누군가와 눈 마주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 같았다.
勇志这才仔细打量起眼前的陸。黝黑的皮肤。英俊的五官。为什么这样的人会在这个偏僻的地方做研究员?虽然有点疑惑,但并没有好奇到要问出口。感觉到视线的陸也看向勇志。然后在对上那双专注凝视的眼睛时,发出“嗯?”的疑问声,同时笑了。感觉是个不太擅长与人眼神交流的人。

반도 남지 않은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역시 친해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친구를 원했던 적도 없었고. 몇 달 후 열아홉이 되는 현시점이라면 더더욱 불필요했다. 그래서 식판 정리하며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내일부터는 원래 그랬듯이 따로 먹어요. 리쿠가 알기 쉽게 당황했다.
一边吃着所剩无几的饭,一边想着。果然还是不要变得太亲近比较好。自己从来没有渴望过朋友。如果是在几个月后即将满十九岁的现在,那就更加没有必要了。于是,在收拾餐盘时,第一次开口说道:“从明天开始,我们还是像以前一样分开吃吧。”陸明显露出了慌乱的神色。


“…미안. 내가 아까 너무 이상한 말만 했지.”
“…对不起。我刚才说了些奇怪的话。”

“그런 거 아니에요.”  “不是那样的。”

“그러면?”  “那是什么?”

“나랑 친해져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和我亲近对你没什么好处。”

“왜?”  “干嘛?”

“아마 레벨 상향은 못 할 거예요. 발현 기미도 없고.”
“可能无法提升等级了。连觉醒的迹象都没有。”


그렇게 말한 데는 까닭이 있었다. 내가 그를 조금 오해했기 때문이다.
他这么说是有原因的。因为我对他有些误解。

뮤턴트는 초능력이 발현한 순간 삶이 바뀌었다. 하루아침에 보통의 인간이 평생 악착 같이 일해도 누릴 수 없는 부와 권력이 쥐어진다. 그러니까 여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던 마에다 리쿠라는 연구원이 매일 함께 밥 먹자고 제안하는 것은 다 그의 야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变种人在超能力觉醒的那一刻,生活就发生了变化。一夜之间,他们拥有了普通人一生拼命工作也无法获得的财富和权力。所以我认为,那个从未见过的前田陸研究员每天邀请一起吃饭,不过都是出于他的野心罢了。

정작 리쿠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한다. 말 그대로 유우시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实际上,陸露出一副无法理解的表情。看样子,他完全没听懂勇志的话。


“그게 나랑 밥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那跟我吃饭有什么关系?”

“…….”  ……

“…….”  ……

“나랑 친해져도 얻는 게 없을 거라는 의미예요.”
“和我亲近也不会有什么好处。”

“에?”  “呃?”

“…….”  ……

“나 별로 원하는 거 없는데.”
“我其实没什么想要的。”


순진한 눈망울로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다. 리쿠가 유우시의 손에 들린 빈 식판을 선반에 대신 올려줬다. 나가자. 밥 다 먹으면 어차피 나가는 건데 그가 먼저 말을 뱉었다는 이유로 마치 그의 말을 따르는 것 같은 흐름이 된다. 마음에 안 들어. 부정적인 생각이 마구잡이로 튀었다.
他用那双天真的眼睛说出这样的话,让人无言以对。陸替勇志把手里空着的餐盘放回了架子上。“走吧。反正吃完饭也是要走的。”他先开口说道,结果气氛变得像是自己在顺从他的话一样。心里不太舒服。负面的想法一下子涌了上来。

리쿠의 주머니에서 호출기가 울렸다. 호출기를 확인한 리쿠가 가봐야 할 것 같다며 걸음을 멈췄다. 유우시의 숙소 건물을 바라보더니 조금 쭈뼛거리다 이렇게 인사한다.
陸的口袋里传来了呼叫器的声音。查看呼叫器的陸停下脚步,说好像得去一趟。他看了看勇志的宿舍楼,稍微犹豫了一下,然后这样打了个招呼。


“그럼 내일 보자.”  “那明天见。”

“…….”  ……

“내일은 좀 더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올게.”
“明天我会准备更有趣的故事。”


아아. 헤어지는 뒷모습까지도 투명한 글자가 보이는 듯했다. 무리. 무리. 무리. 무리. 무리. 또 무리하고 있네 마에다군은. 돌아서서 걸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었다.
啊啊。就连分手的背影都仿佛能看到透明的文字。勉强。勉强。勉强。勉强。勉强。又在勉强了,前田君。转身离开时,我什么都没想。

다음 날 피 뽑으며 생각한다. 리쿠가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에 대해. 어제 처음. 그것도 30분 남짓. 그쪽이 일방적으로 떠든 게 전부인 만남이었음에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리쿠라면 왠지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서 올 것 같다고.
第二天抽血时,我在想。陸今天会带来什么样的故事。昨天第一次。虽然只有短短 30 分钟。虽然那次见面只是他单方面在说话,但我却坚信。总觉得陸会想出有趣的故事来。

몇 시간 후 두 번째 겸상이 이루어졌다. 어쩐지 잘생겼다는 감상은 남았지만 생김새는 좀 가물가물했는데 다시 보니 새로웠다. 살면서 본 인간과 뮤턴트 통틀어 제일 잘생겼네. 리쿠의 얼굴을 반찬삼아 밥을 먹는다. 그가 떠드는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几个小时后,第二次相亲开始了。虽然觉得他长得帅的印象还留在心里,但长相却有些模糊不清,再次见到他时,感觉焕然一新。无论是人类还是变种人,他都是我这辈子见过最帅的。陸的脸庞成了我下饭的配菜。他滔滔不绝地讲着,我则是一只耳朵进一只耳朵出。这也是没办法的事……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关于恐龙灭绝的原因,有多种假说……”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서 온다더니. 2억 3천만 년 전에 탄생한 공룡 얘기를 떠들고 있었다. 설마 외웠나? 아무것도 보지 않고 술술 떠들어서 조금 놀랐다. 미친놈 같아….
说是要来讲有趣的故事,结果却在那里滔滔不绝地讲着 2 亿 3 千万年前诞生的恐龙。难道是背下来的吗?不看任何资料就能流畅地讲出来,真是让我有点惊讶。这家伙真是疯了……

말을 다 잘라 먹고 질문을 던졌다.
话还没说完就打断了,抛出了问题。


“사귀는 사람 있어요?”  “你有在交往的人吗?”

“에?”  “诶?”

“…….”  ……

“없어. 지금은.”  “没有。现在没有。”


리쿠의 화법은 좀 독특했다. 독특하달까. 어쩐지 없다는 말보다 ‘지금은’이라는 뒷말에 집중하게 된다. 과거엔 있었다는 거구나 싶어서. 하긴 저 얼굴에 없는 게 이상한가….
陸的说话方式有点独特。独特吗?不知为何,比起“没有”这个词,更让人注意到“现在是没有”这个后缀。让人不禁觉得过去是有的。不过,那张脸没有才奇怪吧……


“마지막 연애는 언제예요?”  “最后一次恋爱是什么时候?”

“…그건 왜?”  “…为什么问这个?”

“공룡 얘기보단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요.”
“比起恐龙的话题,我觉得这个更有趣。”

“…….”  ……


찬 물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보통 이런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지. 무례하다고 생각했을 게 뻔했다. 눈 찌푸리며 억으로 웃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리쿠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걸 꺼리는 눈치였다.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근데 추워? 끝내 연애사에 대해선 자세히 들려주지 않았다.
气氛瞬间冷得像被泼了盆冰水。我预感今天大概就是最后了——这种预感向来准得可怕。他显然觉得我很失礼,光看那强撑笑容的皱眉脸就明白了。前田陆似乎很抗拒提及自己的事,我自然转开了话题。"不过好冷啊?"最终他也没细说那段恋爱故事。

혼자 긴팔 차림인 유우시가 대답 대신 왼쪽 소매를 확 걷었다. 동시에 리쿠의 얼굴이 굳는다. 날 때부터 매일 채혈을 하니까 멍이 나을 새가 없어 아예 흉으로 자리 잡았다. 식욕 떨어진 눈을 하고 있길래 사회성을 잃은 말투로 사과했다.
独自穿着长袖的勇志没有回答,而是猛地卷起了左袖。与此同时,陸的表情凝固了。从出生起每天都要抽血,淤青根本没有消退的机会,最终变成了永久性的疤痕。见他露出食欲不振的眼神,勇志用近乎丧失社交能力的语气道了歉。


“죄송해요. 징그럽죠.”  “对不起。很恶心吧。”

“아니… 징그럽다고 생각 안 해.”
“不觉得…恶心吗?”

“…….”  ……

“아프겠다.”  “会疼的。”

“괜찮아요. 이제 아무 감각 없어서.”
“没关系。现在已经没感觉了。”

“…….”  ……


어째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대화가 뚝뚝 끊긴다. 진짜로 싫어졌겠군. 안 어울리게 사회자 역할 자처하던 리쿠가 침묵 속에 마저 식사한다.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계속 보고 있다간 리쿠가 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별로 그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越是试图搭话,对话就越发断断续续。看来是真的被讨厌了吧。连向来不擅长却硬要当主持人的前田陸都沉默地吃着饭。我直勾勾盯着他的脸,又移开视线。再继续看下去,恐怕陸会反胃吧。我并没有想折磨他的意思。

식판 반납하고 걷는데 또 몸이 휘청했다. 뒤따르던 리쿠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받치는 바람에 살았다. 이대로 뒤로 넘어갔으면 대가리 깨져 뒤졌을지도. 유우시가 다급히 균형을 되찾았다. 왠지 리쿠의 시선에 비친 제 모습이 관심 받으려고 발악하는 폐급 뮤턴트로 비칠 것 같았다.
归还餐盘时脚步又踉跄了一下。多亏跟在身后的陸条件反射般托住我的腰才没摔倒。要是就这么后脑勺着地,说不定会当场毙命。得能勇志慌忙稳住身形。总觉得在陸视线里的自己,活像个为博关注拼命挣扎的废柴突变体。


“죄송해요. 어제 잠을 못 자서… 졸려서 그랬어요.”
“对不起…昨晚没睡好…太困了才会那样。”


물론 거짓말이다. 매일 아침 채혈을 해대니 빈혈기가 도진 것이다. 이건 말이 실험이지 고문에 가깝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뮤턴트의 신체는 그 가혹 행위를 잘도 견뎠다.
当然是谎话。每天清晨都被抽血导致贫血症发作。这哪是什么实验根本就是酷刑。不知该算不幸还是万幸,突变体的身体硬是扛住了这种暴行。


“오늘은 푹 자. 다른 생각 하지 말고.”
“今天好好睡吧,别想其他事。”

“네.”  “嗯。”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인사할 타이밍이란 건 알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틀 동안 신세 졌습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딱히 신세 진 것은 없는 것 같고. 감사했다고 하기에는 딱히 고맙지 않았으며. 그냥 바이바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감은 아닌 것 같아서.
在餐厅前停住脚步。明明知道该打招呼的时机,却不知该说什么好。说"这两天承蒙关照"似乎也没受什么特别照顾,说"很感谢"又谈不上多感激,单纯说"拜拜"的话彼此关系似乎又没亲近到那种程度。

그 난잡한 머릿속을 꿰뚫고 어떠한 문장이 날아왔다.
穿透那团混乱的思绪,有句话突然飞进脑海。

じゃ、また明日。  那、明天见。


“그럼 내일 보자.”  “那明天见。”

“…….”  ……


우리 내일 또 보는구나.  我们明天又要见面了呢。


“내일도 같이 먹어요?”  “明天也一起吃饭吧?”

“앞으로 매일 같이 먹기로 한 거 아니었나?”
“不是说好以后每天都要一起吃的吗?”

“…….”  ……

“친구잖아.”  “我们不是朋友嘛。”


고작 이틀, 끽해야 한 시간 남짓 겸상한 게 전부인데 그는 우리가 친구라고 한다. 인간의 개념은 좀 특이한 것 같다. 아직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벌써 친구라니.
仅仅相处了两天,最多不过一小时左右共餐的时间,他就说我们是朋友。人类的概念还真是有点特别。明明对彼此还一无所知,就已经称兄道弟了。

그렇지만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친구가 있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있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但从今往后要是有人问我有没有朋友,我可以挺起胸膛说"有"了。


“동정하는 거예요?”  你是在可怜我吗?


의무실 직원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유우시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애초에 죽음이 두려운 것도 아니다. 장기 팔이 하다 폐기 당하는 과정이 비참한 거지. 대부분의 뮤턴트는 비슷한 처지였다. 평생 대낮 같은 연구소에서 사는 것도. 반복되는 훈련과 실험도. 성년에 숨을 거두는 것도.
医务室职员忽略了一个事实——勇志从未悲观看待自己的人生。他压根不怕死亡,真正悲惨的是器官被贩卖后遭废弃的过程。大多数突变体都活在类似的处境里:终年不见天日的研究所生活,周而复始的训练与实验,以及成年即迎来的死亡。

그러니까 리쿠가 그런 자신의 삶을 불쌍하다며 동정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리쿠의 감정이니까. 유우시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所以就算陆觉得他的人生可怜而同情他也没关系。那终究只是陆的感情罢了。对勇志来说,根本不会产生任何影响。


“아니. 별로.”  不。没什么特别的。


리쿠가 또 난처하다는 듯 눈가를 찌푸리며 웃는다. 그런 쪽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 듯이. 그렇게 헤어졌다.
前田陸又露出困扰般的表情蹙眉笑着。像是完全没往那方面想过似的。就这样分开了。

다음 날 오전, 채혈 중에 습관처럼 리쿠를 떠올렸다. 이젠 그의 생김새를 제법 또렷하게 기억했다. 오늘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꺼낼까. 첫날은 학창 시절. 다음 날은 공룡. 오늘은….
次日上午抽血时,又习惯性地想起前田陸。现在已经能相当清晰地记起他的样貌。今天究竟会聊起什么话题呢。首日是学生时代。次日是恐龙。今天会……


“뮤턴트들은 매일 채혈을 하니까 영양이 불균형하대.”
“听说变种人每天都要抽血,所以营养不均衡。”

“…….”  ……

“내가 어렵게 얻은 거야. S 레벨만 먹는 거.”
这可是我好不容易搞到的,只给 S 级吃的。


나의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가 건네는 영양제를 받았다. 겉면에 영어를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잘 안 읽히는 거로 보아 영어가 아닌 듯했다. 독일어 뭐 그런 거려나? 몇 번 더 좋은 약이라고 강조하던 리쿠가 별안간 말을 멈췄다. 조금 텀을 두고 시키지도 않은 해명을 한다. 나 수상한 사람 아니야. 너한테 이상한 거 먹이려는 거 아니니까….
他聊起我的健康状况。接过他递来的营养剂时,我试图辨认包装上的英文却放弃了。看不太清的文字大概不是英文,可能是德语之类的?前田陸反复强调这是好药,突然噤了声。停顿片刻又主动解释起来:我可不是可疑分子...没想给你吃奇怪的东西...

순간 웃음이 터졌다. 뭐랄까. 이쪽은 아무 반응도 안 했는데 혼자서 독극물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걸 보니까.
我瞬间笑出声。怎么说呢,明明我都没任何反应,看他一个人急着辩解不是毒药的样子。


“별로… 독이어도 괜찮은데.”  无所谓...就算是毒药也没关系。

“…하?”  “…哈?”

“뮤턴트는 자살 금지잖아요.”  变种人可是禁止自杀的哦。


유우시가 리쿠의 정수리보다 조금 위쪽으로 시선을 올렸다. 이곳 연구소엔 식당은 물론 모든 방 안에 동일한 액자가 걸렸다. 액자에 걸린 글자는 꽤 단순했다. 자살 금지. 오죽하면 저런 걸 걸어놨을까 싶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뮤턴트들이 매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勇志的视线略微越过前田陸的发旋。这间研究所里不仅食堂,每个房间都挂着相同的画框。框里的标语相当简单——禁止自杀。究竟要绝望到什么程度才会挂这种东西啊...到底有多少变种人每分每秒都在想着去死呢...

시선을 내리면 좀 굳은 표정의 리쿠가 보인다. 그걸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또 웃음이 터졌다.
一低头就看到陆那张略显僵硬的脸。看着他那副模样,莫名又笑出了声。


“농담이에요.”  “开玩笑的。”

“평소에 죽고 싶다고 생각해?”  “平时会想死吗?”

“아뇨. 아무 생각 안 해요.”
“不,什么都没想。”


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비록 알고 지낸 지 이틀이라지만 요즘은 리쿠에 대한 생각을 한다. 불과 사흘 만에 리쿠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전에 이마에 무리란 글자를 다섯 개 달고 다녔다면 지금은 둘 정도로 줄었다. 사회자 역할에 집착하지 않고, 마가 뜨면 뜨는 대로 그냥 가만히 침묵한다.
其实那是谎话。虽然相识才两天,但最近我总会想起陆。短短三天内,陆的态度就有些变化了。以前他额头上像是顶着五个"勉强"字,现在减少到两个左右。不再执着于主持人的角色,走神时就任由沉默蔓延。

뭐랄까. 뻔한 명언 같은 말이 돌아올 줄 알았다. 죽는다는 말 하지 마. 아직 일 년 남았잖아. 기다리다 보면 초능력이 발현할지도 몰라. 리쿠는 그저 화제를 전환하는 쪽을 택했다.
怎么说呢。我早料到会听到这种老套的名言。别说要死要活的话。不是还有一年时间吗?说不定等着等着超能力就觉醒了呢。陆只是选择了转移话题。


“말 놔도 돼.”  说平语吧。

“…….”  ……


갑자기? 싶어서 눈 크게 뜨고 쳐다보면 이렇게 중얼거린다. 난 이미 놓고 있잖아. 너도 반말 해도 돼. 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비록 반말로 대화하는 상대는 한 명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말이 뭔지 모르는 바보는 아니니까.
当我因他突然的提议瞪圆眼睛时,他这样低声嘟囔。我早就用平语了啊...你也可以说平语的。这...又不是什么难事。虽然从没用平语和人交谈过,但也不至于连平语是什么都不懂吧。


“그래.”  “好啊。”

“유우쨩은 웃을 때랑 안 웃을 때의 갭이 엄청나네.”
“勇志笑起来和不笑的时候反差也太大了。”

“…….”  “……。”


유우쨩?  勇志酱?


“웃으니까 귀엽다.”  “笑起来的样子真可爱。”

“…….”  ……

“좀 조롱 같긴 했지만.”  “虽然感觉有点像在捉弄人。”


별것 아닌 호칭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동시에 다짐한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 남자 앞에서 웃지 않겠노라고.
一个微不足道的称呼就让我的脸瞬间发烫。同时我在心里暗暗发誓:从今往后,绝不再在这个男人面前展露笑容。

다음 날 오전 이상하게 기운이 넘쳤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다 전날 리쿠에게 받은 영양제를 떠올린다. 이렇게 즉각 효과가 나타날 줄이야. 신통하다 생각하며 채혈 중에 또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애 경험을 부정하지 않던 얼굴이. 키스… 해봤을까? 당연히 해봤겠지. 나보다 연상이라고 했으니 그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해봤을 테다. 그러나 어쩐지 사랑에 빠진 마에다 리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第二天上午莫名精力充沛。正琢磨原因时突然想起前田陸给的营养剂。没想到见效这么快。正感叹神奇时抽血操作又让我想起他的脸——那张坦然承认恋爱经验的脸。接吻…应该试过吧?毕竟年长我几岁,更过火的事肯定也做过。但不知为何,实在难以想象陷入恋爱的前田陸会是什么模样。

또 저녁. 겸상하며 그의 얼굴을 훔쳐본다. 사실 대놓고 봐도 되는데 정말로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시답잖은 사실을 알아차린다. 맛있는 반찬 놔두고 쌀밥만 퍼먹고 있네.
又是共进晚餐的夜晚。偷瞄他侧脸时突然意识到个无聊的事实——这人放着美味小菜不吃,光往嘴里扒白米饭。明明可以正大光明看,偏要装作不经意地偷瞥。


“마에다군 말이야.”  “前田君他啊。”

“응?”  “嗯?”


리쿠는 어느샌가 사회자를 자처하는 걸 포기한 눈치였다. 이제 리쿠의 얼굴에 무리라는 글자가 뜨지 않는다. 잘된 일이다. 이게 진짜 마에다 리쿠에 가까운 것 같아서.
陆不知不觉间已经放弃了主持人的角色。现在他脸上不再浮现出勉强的表情。这样很好。这才更接近真正的前田陆。


“섹스 해봤어?”  “做过爱吗?”


말을 뱉고 아차 싶었다. 스몰 토크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물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리쿠가 잘 먹다 말고 무언가 목에 걸린 듯 헛기침을 했다. 눈시울 붉히는 걸 바라보며 빈 컵에 물을 따른다. 리쿠가 작게 고맙다 중얼거리며 물을 마셨다. 물이 넘어가는 목울대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话说出口就后悔了。要是闲聊时自然问起该多好。前田陸突然停下咀嚼动作,像是被什么卡住喉咙似地轻咳起来。看着他泛红的眼尾,我往空杯里倒了点水。他小声嘟囔着谢谢喝水时,我盯着他滚动的喉结出了神。

나랑 다르게 목이 좀 많이 굵네….
和我不一样,喉结倒是挺明显的呢……


“…갑자기? 살면서 그런 질문 처음 들어봐.”
“…突然?活这么大还是头一回有人这么问我。”

“그래? 애인한테 들어본 적 없어?”
"是吗?从没听你男朋友提起过?"

“없지….”  “没有啦….”

“해봤어?”  “试过了吗?”

“…….”  ……

“해봤구나.”  “原来试过了啊。”


리쿠가 당황할 땐 언제고 피식 웃었다. 부정할 타이밍 다 놓치고서 뒤늦게 이런 대답을 뱉는다. 안 해봤어. 나 순수해. 더할 나위 없이 사용감 넘치는 얼굴을 하고서 아다임을 피력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러면 진작 안 해봤다고 했어야지. 질문 하나 던져놓고 유우시가 입을 다물었다.
每当陆慌张时,总会噗嗤笑出声。他错失所有否认的时机,最后才挤出这种回答。"没试过啦。我很纯情的。"明明顶着一张饱经风霜的脸硬要装纯,可惜为时已晚。"那你该早点说没试过啊。"勇志抛出一个问题后便抿紧了嘴唇。

그러자 오히려 리쿠 쪽이 전전긍긍한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데? 질문을 곱씹다가 침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의 섹스 여부가 궁금했는지.
结果反倒是陸这边坐立不安起来。"突然问这个干嘛?"他反复咀嚼着问题陷入沉默。老实说我自己也不清楚,为什么突然在意起他的性经历来。


“유우쨩 그거 되게 안 좋은 버릇이야.”
勇志酱这习惯真的很不好呢。

“…….”  ……

“말하다 관두는 거. 상대방은 궁금해 미치거든.”
“别说了,打住吧。对方可是好奇得要命呢。”

“별로 궁금해 미치는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虽然算不上让人好奇到发狂的颜值

“그러는 유우쨩은?”  那勇志你呢?

“…….”  ……

“경험 있어?”  有经验吗?


유우시가 눈 하나 깜박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勇志连眼睛都没眨一下,淡定地回答。


“응.”  “嗯。”

“…헤 애인 있었구나.”  “…原来你有恋人啊。”

“지금은 없는데.”  “现在不在。”

“헤어졌어?”  “分手了?”

“응.”  “嗯。”

“왜?”  “干嘛?”

“속궁합이 별로여서.”  “八字不合。”


한 번 거짓말을 시작하니까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것도 술술. 다소 충격적인 대답이었는지 리쿠가 눈을 찌푸리며 쪼갰다. 유우쨩은 가끔 과할 정도로 솔직하네 중얼거리면서.
谎言一旦开始就永无止境。而且顺滑得可怕。这个略显冲击性的回答让前田陸皱起眉头,像要剖开什么似地盯着对方。"勇志君偶尔会坦诚过头呢"他低声嘟囔着,喉结在灯光下轻轻滑动。

이후로도 딱히 영양가 있는 대화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식판 반납하며 흰 티셔츠 입은 리쿠의 등짝에 시선을 꽂는다. 그냥 빤히. 식당 입구로 나가자 리쿠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잠시 호출기를 살피더니 오늘은 연락 온 게 없는지 주머니에 넣으며 말한다. 숙소까지 바래다줄게.
之后也没能聊出什么有营养的内容。归还餐盘时,我的视线钉在前田陸穿着白 T 恤的背肌上。就那么直勾勾地。走到食堂门口他突然停步转身,检查了下寻呼机——今天似乎没有联络——随手塞回口袋说:"我送你回宿舍吧",衣料摩擦声里带着体温交错的暗示。

몇 발 안 되는 거리를 걷는 내내 우리는 짠 듯이 침묵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렸을 때 리쿠가 잊고 있었던 걸 상기한 듯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까 빈혈기는 좀 어때?
短短几步路的沉默稠得像凝固的蜜。电梯门刚合拢时,前田陸突然想起什么似的开口:"话说你贫血好点没?"他的呼吸擦过我耳垂,在密闭空间里格外清晰。


“오늘은 괜찮아.”  “今天还好吗?”

“다행이네. 오늘도 채혈했어?”  “那就好。今天也抽血了吗?”

“응.”  “嗯。”

“팔 봐.”  “让我看看你的手臂。”

“…….”  “……。”


방 바로 앞에 멈춰 서서 왼팔 소매를 걷었다. 리쿠가 자연스레 내 손목을 쥔다. 이미 흉진 자국과 지난주 생겨난 피멍들로 가득한 팔을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진짜 안 아파? 그 목소리가 쓸데없이 다정해서 순간 정신을 놔버렸던 것 같다.
在房门前停住脚步,卷起左臂衣袖。陸自然而然地握住我的手腕。他直勾勾盯着布满陈旧淤青与上周新添血痕的手臂问道:真的不疼吗?那声音温柔得过分,让我瞬间恍惚失神。

입술을 맞댔다. 키스를 시도한 거긴 한데… 방법을 잘 몰랐다. 뮤턴트도 보통 연애란 걸 하긴 한다. 아마 자신이 별종에 가까울 테다. 모두에게 벽을 쌓고, 고백도 죄다 거절해버리니까.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누구와도 깊은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어차피 얼마 안 가 헤어질 텐데. 설령 죽고 못 사는 세기의 사랑에 빠진대도 뮤턴트에겐 시한부 연애다.
双唇相贴。虽说是尝试接吻…却根本不得要领。变种人当然也会恋爱。但自己恐怕更接近异类——筑起高墙拒绝所有人,将告白尽数推却。理由很简单:不愿与任何人建立深刻羁绊。反正迟早要分开。即便陷入至死不渝的世纪之恋,对变种人而言也不过是倒计时恋爱罢了。

그럼 도대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정신 차린 순간 입술을 떨어뜨렸다. 아직 입술에 리쿠의 온기가 남은 것만 같았다. 그 촉감이 지독할 만큼 생생해서 살짝 넋을 잃었다.
那我到底在做什么?回过神时已经松开了他的唇。前田陸的体温似乎还残留在唇上,那触感鲜明得近乎残酷,让我恍惚失神。


“…에.”  ……呃。

“…….”  ……

“뭐야?”  干嘛啊?


리쿠가 조금 놀란 눈을 하고서 웃는다. 뭐랄까. 단번에 경멸하진 않지만 딱히 좋아하는 눈치도 아니다. 그야 당연한가. 친구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돌연 키스는 좀… 기분 나쁘지.
前田陸微微睁大双眼笑了。该怎么说呢,倒不是立刻显出轻蔑,但显然也并非愉快的表情。这也难怪吧?才认识多久就突然接吻...确实有点恶心。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想到这里,我觉得还是应该先道歉才对。


“…미안.”  “…对不起。”

“아니, 미안할 건 없는데.”
“不,没什么好抱歉的。”

“…….”  ……

“왜 그랬는지 궁금해.”  “想知道你当时为什么那样做。”

“기분 나쁘면 내일부터는 같이 먹지 말자.”
“要是觉得不爽,明天开始就别一起吃了。”

“…….”  “……。”

“바이바이.”  “拜拜。”


일방적으로 쏘아대곤 방으로 도망쳤다. 리쿠는 더 말을 붙인다든가 방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멀어지는 발소리 들으며 신발장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他单方面地甩出这句话就逃回房间。前田陸既没有搭话也没有敲门。听着远去的脚步声,我蜷缩在鞋柜旁把脸埋进膝盖。

아… 내가 왜 그랬지. 죽자. 죽어. 죽어야 끝나. 작은 머리통을 벽에다 대고 콩콩 찧는데 문득 현관문에 붙은 액자가 눈에 담긴다. 自殺禁止. 어쩜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한다.
啊…我为什么要那样。去死吧。死掉。只有死才能结束。我用小脑袋咚咚撞着墙,突然瞥见玄关挂着的相框——「禁止自杀」。原来连死亡都不能随心所欲。

웬만한 일은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상쇄되기 마련이지만 입술의 감촉은 그렇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도 생생했다. 오늘따라 혈관을 못 찾아 세 번이나 쌩으로 찔러대 피를 봤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이쯤 하면 저절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의 나는 확실히 마에다에게 미쳐있다.
大多数事情睡一觉就能冲淡,但唇间的触感却挥之不去。即便醒来仍鲜活如初。今天血管特别难找,被空扎了三针才见血,却丝毫感觉不到疼。事到如今不得不承认——最近的我,确实为前田陸疯了。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 리쿠가 그런 작은 헤프닝을 계기로 함께 밥 먹는 걸 관두지 않으리란 걸. 그 예상은 적중했다. 적중했는데… 난데없이 불청객이 끼었다.
我其实早有预感。陆不会因为这种小插曲就停止和我共进午餐。这个预感应验了。虽然应验了…却突然闯进个不速之客。


“그거 알아? 수요일만 카츠류 나오는 거. 난 그래서 수요일이 좋더라.”
“知道吗?周三限定供应炸猪排饭。所以我最喜欢周三了。”


유야는 리쿠와 전부터 알고 지낸 뮤턴트 같았다. 낯선 인물의 등장으로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배신감이다. 분명 친구 없다고 했으면서. 사실은 나 말고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둘은 유야를 향한 질투다. 올해 열여섯이라는 그는 초능력이 발현하지 않았음에도 여유가 넘쳤다. 불과 몇 년 전 자신이 그랬듯이. 나이가 깡패지 아주.
勇志和陆看起来像是早就认识的变种人。陌生人的出现让我产生两种情绪。其一是背叛感——明明说过没有朋友。原来除了我还有很多啊。其二是对勇志的嫉妒。这个才十六岁的少年明明还没觉醒超能力,却浑身透着游刃有余。就像几年前的我一样。年龄真是最大的外挂啊。

원래 햇살캐는 사랑 받는다. 이건 그냥 공식이다. 수요일에 카츠류 나오는 게 뭐?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런데 리쿠는 마치 대단한 걸 발견했다는 듯이 리액션 한다. 에… 몰랐어 따위의 대사와 함께. 얼굴 근육을 있는 힘껏 써서 웃어주는 걸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릴 것 같았다.
阳光型角色天生就该被宠爱。这简直是铁律。周三的炸猪排套餐有什么特别?这还有人不知道吗?可前田陸那家伙却像发现新大陆似的夸张反应。用"诶...原来这样啊"之类的台词,拼尽全力调动面部肌肉挤出笑容。看着他那副模样,我胃里都快拧成麻花了。


“유우시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지?”
勇志你身体是不是哪里不舒服?

“…….”  ……


모르는 사람이 끼면 나는 평소보다 더 말수가 적어진다. 한참 시선조차 주지 않던 리쿠가 예의상 물었다. 위선이네. 토할 것 같다. 이런 게 뭐가 친구지.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면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식판 반납하러 가는 걸음이 지나치게 빨랐다. 그저 당장 이곳을, 리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인사도 없이 숙소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有陌生人在场时,我的话会比平时更少。连视线都回避许久的陆出于礼节开口询问。真是虚伪。恶心到想吐。这算什么朋友。明明根本不在乎我。我以点头代替回答。归还餐盘的脚步快得过分。只想立刻逃离这里,逃离陆身边。连招呼都没打就快步走向宿舍。果不其然,身后传来了脚步声。

유우시. 팔이 붙잡혔다. 하필 오늘 오전에 세 번이나 실수해 피멍만 든 왼팔을 붙잡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아…. 급히 팔을 뿌리쳤더니 리쿠가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서 다시 팔을 붙잡는다. 소매 걷는 동작이 빨라서 막을 새가 없었다. 새로 자리한 멍을 바라보는 눈이 차갑게 식었다.
勇志。手臂突然被抓住。偏偏是今早因三次失误而淤青的左臂被攥住,疼得他无意识漏出呻吟。“啊…!”慌忙甩开时,前田陸却蹙着眉再度扣住他手腕。卷袖口的动作快得来不及阻止,当那双眼睛盯着新添的淤青时,目光瞬间冷了下来。


“…함부로  만지지 마.”  “…别随便乱碰。”


팔을 뺐다. 소매를 내린다. 지금은 5월이니 아마 초여름일 것이다. 그래도 연구소는 늘 가장 쾌적한 온도로 냉난방이 되고 있으니 딱히 긴팔 차림이라 해서 덥진 않았다.
我抽出手臂,放下袖管。现在正值五月,大概算是初夏吧。不过研究所的空调总是维持在最佳温度,即使穿着长袖也不会觉得闷热。

다시 멀어지려는데 리쿠가 옆에 붙었다.
正想拉开距离,陆却贴了过来。


“…미안.”  “…对不起。”


가만 보면 리쿠에겐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생각 없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 뭘 잘못했는지 모르면서. 아니, 잘못한 게 없을 때도.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습관적 사과.
仔细想想,前田陆有个坏习惯。总是不经大脑就道歉。明明不知道错在哪里。不,甚至根本没错的时候。只是为了摆脱困境的条件反射式认错。


“뭐가 미안한데?”  “有什么好抱歉的?”

“그냥.”  “没什么。”

“…….”  ……

“친구로서 도움을 못 주는 것 같아서.”
“就是觉得作为朋友没能帮上忙。”


도움? 어째 말이 이어질수록 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친구 하겠다고 나타난 것 아니었어? 네가 나한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초능력이 발현하게 해줄 수도 없으면서. 맥이 풀린다. 그동안 뭘 기대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기대란 걸 하긴 했던가. 이딴 인간한테?
帮忙?怎么越说越觉得你在耍我。当初不是你自己说要交朋友的吗?你能帮我什么?连激发超能力都做不到。真扫兴。都不知道自己到底在期待什么。不,我居然会对这种货色抱有期待?

유우시가 다시 빠르게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리쿠가 그 속도에 맞춰 따라 온다. 따라 오지 마. 말하려다가 괜히 짜증 부리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관뒀다. 어차피 방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상황이 이어졌다. 문을 확 젖힌 리쿠가 유우시를 안으로 밀고서 자신도 들어왔다.
勇志再次加快脚步走向宿舍。陸紧跟他的步伐。别跟过来。话到嘴边又咽了回去,怕显得自己在无理取闹。反正进了房间就结束了。但意外接踵而至——陸猛地拉开门,把勇志推进屋内,自己也跟了进来。


“…뭐야? 나가.”  “…什么啊?出去。”

“이제 둘뿐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现在只剩我们两个了,老实说吧。

“뭘?”  说什么?

“뭐 때문에 이러는지.”  你为什么要这样。


좁은 신발장에 억지로 몸을 구기고 섰다. 문득 바라본 리쿠의 얼굴에 살짝 짜증이 묻은 것 같았다.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늘 당황하거나 쪼개는 투툴인 줄 알았는데. 리쿠가 진짜로 모르겠다는 듯이 왼팔을 붙잡았다. 아까 아파했던 걸 마음에 담아둔 듯 전혀 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狭窄的鞋柜里勉强蜷缩着身体。突然瞥见前田陸脸上似乎带着一丝烦躁。原来你也会露出这种表情啊。还以为你永远只会手足无措或傻笑呢。陸像是真的不明白似的抓住了我的左臂。似乎还记着刚才喊疼的事,完全没使力气。


“내가 채혈한 것도 아니고.”  “又不是我抽的血。”

“…….”  “……。”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 밥 먹다 갑자기 표정 굳히고 가버리는데 나 때문이겠지.”
又不是因为疼才这样。吃饭时突然绷着脸走掉,肯定是因为我吧。

“…….”  ……

“말을 해. 말을 해야 나도 뭔갈 할 거 아니야.”
说出来啊。你说了我才能做点什么不是吗。


시선이 점차 아래로 떨어졌다. 입술을 담는다. 보고만 있어도 촉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입맛 다시듯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시선 느낀 리쿠가 피식 웃었다. 아니, 웃었다는 건 착각인가? 그의 손이 올라왔다. 손가락 두어개로 뺨을 툭. 간지럽히듯 살살 치며 채근한다. 말해달라니까?
视线渐渐向下坠落。含住嘴唇。光是看着就仿佛能感受到鲜明的触感。他像回味般咽下干涸的唾液。察觉到视线的陸突然嗤笑。不,或许那声笑只是错觉?他的手抬了起来。用两三根手指「咚」地戳了戳脸颊。像挠痒痒似地轻轻拍打着催促。不是让你说出来吗?

손가락 따위에 흥분하는 미치광이가 되긴 싫었다. 실상은 이미 그렇게 돼버린 것 같지만. 울 것 같은 눈으로 다시 리쿠를 마주한다. 입 여는 건 예상에 없던 수순이었다. 사고회로를 거친 대사를 뱉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어제 돌연 입을 맞췄던 것처럼 충동적으로 명령했다.
我不想成为那种因为手指就兴奋的疯子。虽然实际上可能已经变成那样了。我用泫然欲泣的眼神再次看向陆。开口说话完全不在计划之内,这意味着我并非经过思考才说出这句话。就像昨天突然接吻那样,我冲动地下了命令。


“키스해 줘.”  “吻我。”


명령이 아니라 부탁인가.  不是命令而是请求吗。


“할 거면 남고 아니면 나가.”
“要做就留下,不做就滚。”


아닌가. 명령이 맞나. 어쩐지 이번엔 리쿠가 당황하지 않았다. 웃지도 않는다. 원래라면 눈 찌푸리며 무슨 그런 소릴 하냐는 듯 쪼갰을 텐데 아예 처음 보는 서늘한 표정이다. 의아한 건 그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 이쪽은 흥분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긴장한 탓에 저절로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不对啊。命令没错吧?难怪这次陆没有慌乱。他连笑都没笑。要是往常的话,他应该会皱眉瞪眼,用“说什么胡话呢”的语气怼过来才对,此刻却露出从未见过的冰冷表情。更诡异的是,光是承受这样的视线,我这边就兴奋起来了。因为紧张,小腹不自觉地发沉发烫。

땀 찬 손이 현관문을 민다. 안 열려서 힘껏 열다가 깨달았다. 이거 미닫이문이 아닌데 왜 밀고 있었지. 완전히 넋을 잃은 모양이다. 손을 뗐다. 그새 습기 찬 문이 쪽팔려서 손등으로 마구 닦아냈다. 그때 별안간 리쿠의 손이 내 턱을 움켜쥐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던지면 무자비하게 가까워진 얼굴이 보인다. 그걸 본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입술이 닿았다. 젖은 혀로 윗입술부터 천천히 빨기 시작한다.
汗湿的手推开了玄关门。打不开便用力推,这才发觉——这根本不是推拉门,我到底在推什么啊。看来真是魂都丢了。松开手,发现门板已被蹭得湿漉漉的,慌忙用手背胡乱擦拭。突然前田陸的指节钳住了我的下巴。反射性抬眼时,那张脸已逼近到残忍的距离。还未及理解状况,唇瓣已然相贴。他用濡湿的舌尖从上唇开始缓缓吮吸。

방심한 탓에 좀 바보 같은 신음이 샜다. 으우…. 먼저 해달라 조를 땐 언제고 리쿠를 밀어냈다. 에? 분명 인간은 뮤턴트를 이길 수 없음에도 리쿠는 밀리지 않았다. 어째서? 조금 더 세게 힘을 줘도 상황은 똑같다. 넋을 잃은 사이 불쑥 혀가 들어온다. 아. 리쿠의 어깨 쥔 손이 동작을 멈췄다. 아무래도 좆된 것 같지. 고작 키스 좀 했다고 까무룩 기절할 것 같았다.
由于一时疏忽,发出了有点傻的呻吟声。嗯呜……明明刚才还在求着要我先来,现在却把陆推开了。咦?按理说人类不可能赢过突变体,但陆却纹丝不动。为什么?就算再加大力道,情况还是一样。在失神的瞬间,舌头突然闯了进来。啊。抓着陆肩膀的手停止了动作。看来这下完蛋了。光是接个吻就快要晕过去了。


“…흐윽. ”  “…呜嗯。”


이건 확실히 좆된 상황이 맞다. 입술까지만 허락했어야지. 도대체 다리는 왜 벌렸냐고.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리쿠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에 야다. 야메테. 야다. 입으로는 그를 밀어내며 두꺼운 목 껴안은 팔엔 힘을 풀지 않는다. 초점 잃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혀를 내밀었다. 왠지 이러면 키스할 줄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혀를 빤다.
这他妈绝对是完蛋了。明明说好只到接吻的。我他妈为什么要张开腿啊。等突然清醒过来时,前田陸已经进来了。啊...不要...住手...不要...嘴上推拒着他,环住他粗壮脖颈的手臂却丝毫没松力。用失焦的眼睛望着他,突然吐出舌头。不知为何觉得这样他会吻我,结果不出所料——他直接含住了我的舌头。

팔이 들렸다. 걸레짝 난 왼팔과 상대적으로 깨끗한 팔 모두. 손목 두 개를 한 손으로 쥐고서 마에다가 마구 박는다. 퍽. 소리 날 때마다 눈앞이 흐려졌다. 입술 뗀 그가 속도를 빨리했다. 허벅지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정적 뿐인 침실에 퍼진다. 아… 이쿠. 이쿠. 이쿠. 시야가 암전된다. 납작한 아랫배에 달라붙은 좆에서 물이 튄다. 몸이 세게 경련했다.
双臂被高高吊起。像破布般瘫软的左臂和相对完好的右臂。前田用单手攥住我两只手腕开始疯狂抽插。噗嗤。每响起一次水声,眼前就模糊一分。他离开我的嘴唇加快了速度。大腿相互摩擦的声音在寂静的卧室里格外清晰。啊...要去了...要去了...要去了...视野突然暗了下来。扁平的腹部被那根东西拍打得水花四溅。身体剧烈痉挛起来。

아래와 팔이 결박 당한 터라 상체만 휜다. 본능적으로 허리를 굴렸다. 마에다의 눈이 제 좆 찬 불룩한 아랫배와 맛 간 눈깔을 번갈아 바라본다. 다시 입을 맞췄다. 으응… 나 지금 갔, 갔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침대를 통째로 흔드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세게 흔들린다. 온통 범해지는 기분. 뭐라도 쥐어야만 살 것 같아서 그의 목을 껴안았더니 몸이 허공에 들렸다. 다시 무자비하게 박힌다.
由于手臂被绑住,只能扭动上半身。本能地扭动着腰。前田的视线在我鼓胀的下腹和迷乱的眼神间来回游移。又吻了上来。嗯…我现在要、要去了…。话音未落,整张床又剧烈摇晃起来,仿佛要被掀翻般猛烈。完全被侵占的感觉。为了活命似地抓住他的脖子,身体却突然悬空。接着又被无情地贯穿。

몇 번이더라. 세는 걸 잊은 채 또 한 번 뜨끈하게 퍼지는 걸 느낀다. 탈수 직전이라 강아지처럼 혀 내밀고 헉헉거렸더니 시그널 잘못 알아듣고 게걸스레 혀를 빤다. 또 뺨을 핥는다. 얼굴 곳곳을 뜨거운 입술로 문지르고선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유우쨩 처음인데도 뒤로만 갔네….
记不清是第几次了。在忘记计数的恍惚中,又一次感受到滚烫的液体喷涌。快要脱水的小狗般吐着舌头喘息时,对方却会错意贪婪地舔了上来。先是舔舐脸颊,又用灼热的唇碾过脸上每寸肌肤,最后在耳畔呢喃:勇志明明是第一次…却只会往后躲呢…

에… 나 처음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
诶…我可从来没说过是第一次啊。


“좋아?”  喜欢吗?


그 목소리에 마치 속은 듯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에 신음할 때 목이 맛 간 걸 느낀 터라 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목이 타서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더니 뒤늦게 신호를 알아차리곤 냉장고로 걸어가 생수를 꺼낸다. 리쿠의 그을린 등짝이 할퀸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설마 내가 저랬나. 가늠하다 생각을 멈춘다. 지금은 그런 사정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那声音让人有种被看透的错觉。最后呻吟时喉咙火辣辣的痛,连开口的尝试都放弃了。灼烧感让我用手掐住脖子,迟来的信号终于让身体走向冰箱取出矿泉水。前田陸被挠得乱七八糟的后背布满红痕。该不会是我干的吧。估算到一半突然停止思考——现在根本没余力考虑这些。

그가 다시 다가와 생수 뚜껑을 열어줬다. 그걸 받으려다 손에 힘이 풀려서 놓쳤다. 물이 반 가까이 바닥에 질질 샌다. 다급히 주운 마에다가 알았다는 듯 물병 들고 먹여줬다. 마치 아이한테 젖병 물리듯이. 꼴깍. 소리가 유난히 컸다. 물병을 떼지 않으니까 그냥 들어오는 대로 계속 마신다. 꼴깍. 꼴깍. 리쿠의 시선이 그런 유우시의 얼굴을 집요하게 뜯어봤다.
他又靠过来拧开瓶盖。正要接过时突然脱力,半瓶水洒在地板上淅沥流淌。前田陸急急捡起瓶子,了然地托着瓶底喂过来。像给婴儿喂奶似的。咕咚。吞咽声格外响亮。因为他不撤走水瓶,我就着姿势继续喝。咕咚。咕咚。陸的视线死死啃噬着勇志的脸。

그날을 기점으로 땀에 젖은 몸이 자석처럼 착 달라붙었다. 초여름에도. 한여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를 안는다. 아니 내가 안긴다고 해야 맞는 건가. 확실히 나는 점점 마에다에게 미쳐가고 있었다. 먹는 게 낙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욕을 잃었다. 밥 먹는 내내 눈으로 그의 얼굴을 핥았다. 밥보다 리쿠가 먹고 싶어. 리쿠도 그랬으면 싶었다.
从那天起,被汗水浸透的身体就像磁铁般紧紧相贴。初夏也好,盛夏也罢。我们不知疲倦地持续拥抱着彼此。不,或许该说是我在主动索求拥抱才对。我确实正逐渐为前田着魔。曾经吃饭是人生乐事,不知何时却食欲尽失。每次用餐时都用视线舔舐他的脸庞。比起饭菜更想吞吃陸。多希望陸也怀着同样的渴望。

리쿠는 그 애절한 눈빛을 그냥 지나칠 인간이 못 됐다. 원하면 밤새 안아줬다. 하다가 까무룩 기절하고. 또 하다가 까무룩 기절하고. 그렇게 동틀 때까지 하기 일쑤였다. 다음 날 아침 채혈하다 졸았다. 오후 훈련 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뭔가 잘못된 건지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 없었다. 코치가 뒤늦게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의무실 가니 안대가 늘어났단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陆实在无法对那哀切的眼神视若无睹。只要他想要,就整夜抱着他。做着做着昏睡过去,醒来又继续,直到东方泛白都是常事。第二天早晨抽血时直接睡过去,下午训练时双腿发软栽倒在地。不知哪里出了问题,疼得根本爬不起来。教练慌忙跑来查看状况,医务室说运动绷带都松脱了。这种情况还是头一遭。

당분간 요양하라는 소릴 들었다. 걸을 수 없으니 배식은 방에서 받는다. 리쿠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울어서 부은 눈가를 손으로 훑더니 어디서 구한 건지 그림책을 꺼냈다.
医生嘱咐我暂时静养。因为无法行走,三餐都在房间里解决。前田陆一路小跑着赶来了。他用手指轻抚我哭肿的眼角,不知从哪儿掏出一本图画书。


“지금으로부터 2억 3천만 년 전에….”
“从现在起 2 亿 3 千万年前…”


그의 무릎에 뺨을 베고 누워 공룡 얘기나 듣는다. 공룡 드립은 진작 멈춘 줄 알았는데 꽤 진심인가 보다. 리쿠의 고향인 후쿠이엔 공룡 박물관이 있댔다. 다음에 가보자. 아무렇지 않게 날아온 말에 아무렇지 않게 호응한다. 그래. 대답은 쉽지. 물론 그런 미래가 오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把脸颊靠在他的膝盖上躺着,听他讲恐龙的故事。本以为他早就不再玩恐龙梗了,没想到他还挺认真的。听说陸的家乡福井有恐龙博物馆。下次去看看吧。对于他随口抛出的提议,我也随口应和。是啊。回答很简单。当然,我也知道这样的未来不会到来。

미래에 초점을 맞추면 맞출수록 정신병이 심화했다. 성년까지 앞으로 몇 달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연이어 악몽을 꿨다. 자신이 뒤진 후에도 리쿠는 잘만 사랑에 빠져 누군가와 섹스하는 내용이었다. 그 등짝을 때리는데 손길이 닿질 않았다. 아 나 뒤져서 그렇구나…. 꿈이라 그런가 지능이 영 떨어졌다. 뒤졌다는 걸 인식하고 있음에도 계속 쳤다. 발길질을 했다. 그만 박아. 미친놈아. 그거 나 아니야.
越是专注于未来,精神病就越严重。因为距离成年只剩下几个月了。接连做了噩梦。梦见自己死后,陸依然深陷爱情,和某人发生性关系。想打他的背,手却够不着。啊,我死了所以才这样吧……可能是梦的缘故,智商直线下降。明明知道自己已经死了,却还在继续打。踢了一脚。别再做了。疯子。那不是我。

일어나 보면 울고 있었다. 이제 와 늦었지만 만나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마에다 리쿠를 알기 전 자신은 단 한 번도 뮤턴트의 삶을 비관한 적 없었는데… 이젠 자신이 죽는 것보다 자신이 죽은 후 리쿠가 다른 사람에게 좇질 할 게 신경 쓰인다. 신경 쓰여서 승천 따위 무리일 듯.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근데 너 뭐 돼…?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인데. 정정할 타이밍은 더러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으니 쭉 친구다.
醒来时发现自己哭了。虽然现在已经晚了,但心里想着当初不该见面。在认识前田陸之前,自己从未对变种人的生活感到悲观……现在却担心自己死后,陸会和别人纠缠不清。这种担心让人连升天都变得困难。突然间意识到。但你算什么……我们只是朋友而已。虽然有时有机会纠正,但没有那么做,所以一直只是朋友。

친구는 무슨. 좆 빠는 게 무슨 친구야.
朋友算什么。打炮算什么朋友啊。


“…우웁.”  “…呜呜。”


젖은 앞머리 넘겨주는 손길은 다정하지만 목구멍 찌르는 좆은 예의 따위 개나 줬다. 토기가 밀려오는 걸 참고서 버거운 걸 빤다. 다리 병신 상태라 누워서 그냥 입만 벌린 채로. 저를 내려다 보는 리쿠의 눈동자가 새까맸다. 꾀병처럼 고개 돌리면 바로 투박한 손이 고개를 바로 고쳐줬다. 손가락으로 무자비하게 입술을 벌린다. 야다. 마즈. 맛없어. 짧은 한마디가 완성형으로 터지질 못한다.
拨开湿漉漉的刘海的手是温柔的,但那刺进喉咙的鸡巴根本不在乎什么礼貌。胃里的东西翻涌着,我强忍着,艰难地吞咽。腿脚不便,只能躺着,嘴巴张得大大的。俯视着我的陸的眼睛黑漆漆的。我像装病一样扭过头,粗糙的手立刻把我的头扳正。他用手指无情地掰开我的嘴唇。妈的。真他妈难吃。短短的一句话却没能完整地说出来。

얼굴에 싸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진짜 아니지. 난 지금 일어나질 못하는데? 호출 받은 리쿠가 홀라당 튀었다. 아. 더러워. 끔찍한 상태로 기절 잠을 청한다. 휴지 가지러 일어나기도 힘들어서. 두 번째로 눈 떴을 땐 말끔한 상태였다. 어쩐지 포근했다. 누군가의 품에 갇혀서.
脸上蒙着东西是常有的事,但今天真的不是。我现在起不来吗?被召唤的陸一下子跳了起来。啊,真脏。以可怕的状态昏睡过去。连去拿纸巾都费劲。第二次睁眼时,状态已经清爽了。不知为何感觉很温暖。被某人的怀抱包围着。


“리쿠…?”  “陆...?”

“…깼어?”  “…醒了吗?”

“언제 왔어?”  “什么时候来的?”

“아까. 너 굉장한 꼴로 잠들었더라.”
“刚才,你睡得可真是不雅观啊。”

“…하? 나 지금 일어나질 못하니까.”
“…啊?我现在动不了。”

“티슈 바로 옆에 있었는데.”  “纸巾就在旁边。”

“못 봤어.”  “没看见。”

“…….”  ……

“진짜야.”  “真的。”

“누가 뭐래?”  “谁说什么了?”


리쿠가 웃다 말고 얼굴을 붙였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저절로 숨을 참는다. 곧 말랑한 입술이 붙었다. 익숙한 듯 입술을 벌린다. 혀를 비비다가 불쑥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건 무슨 키스지? 섹스는 성욕 해소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가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키스하는 건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 입술이 떨어지는 찰나에 물었다. 지금 이거 뭐야? 리쿠가 살짝 잠긴 목소리로 받아친다.
陸笑了一声,随即贴上了脸。距离过于接近。不由自主地屏住了呼吸。柔软的嘴唇很快贴了上来。仿佛熟悉一般,嘴唇微微张开。舌头交缠时,突然冒出这样的想法。现在这算什么吻?我一直把性视为满足欲望的手段。但偶尔在这种毫无意义的瞬间接吻,究竟是什么意图,我无法理解。在嘴唇即将分开的瞬间,我问道。这是什么?陸用略带沙哑的声音回应。


“뭐냐니?”  “什么?”

“지금 왜 키스했냐고.”  “为什么现在要接吻?”

“…에 이유는 생각 안 해봤는데.”
“…没想过理由。”

“그럼 지금 해봐.”  “那就现在试试吧。”

“…….”  ……

“…….”  ……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망상에 사로잡힌다. 사실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뭐 그런 고백을 들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차피 몇 달 후면 영영 못 보게 될 텐데.
沉默越久,就越容易被这种幻想所困。其实我好像喜欢你。如果听到这样的告白,我该怎么办呢。反正几个月后就会永远见不到了。


“그냥… 하고 싶어서?”  “就只是…想做吗?”


막상 돌아오는 건 듣기만 해도 김 빠지는 대답이다. 유우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넌 도대체 몇 명이랑 이렇게 놀아? 나 하나는 아니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문장으로 뱉어내지는 못한다. 만약 리쿠가 순순히 인정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좆 같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实际上回来的回答光是听就让人泄气。勇志似乎早料到会这样,轻笑了一声。你到底和几个人这样玩过?不止我一个吧?想问的事情很多,但话到嘴边却说不出口。因为如果陸坦然承认的话,那情况显然会很糟糕。

다리가 나을 동안 거의 매일 붙어있었다. 리쿠는 업무가 끝나면 곧장 유우시 방으로 왔다. 채혈하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들었던 멍이 옅어졌다. 섹스할 때 리쿠는 유독 그 왼팔에 집중했다. 마치 아기 다루듯이 안절부절못하며 핥고 빠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본인에게도 말했듯 이미 걸레짝 났을 뿐 건드린다고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在腿伤痊愈期间,几乎每天都黏在一起。陸下班后直接来到勇志的房间。没有抽血,最后一次留下的淤青也淡了。做爱时,陸特别专注于勇志的左臂。他像对待婴儿一样焦躁不安地舔舐和吮吸,但无法理解他这样做的原因。正如他自己所说,那条手臂已经像破布一样,碰一下也不会疼。

그 무렵 나는 완전히 리쿠를 애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사랑이 뭔지 몰랐다. 그래도 좋아하는 건 분명했다. 리쿠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쌀밥만 먹어도 달게 느껴졌다. 섹스할 땐 사랑 받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이 취급하며 공룡 그림책 읽어주는 목소리가 좋았다. 나중에 별 보러 가자는 둥. 자신의 고향에 가보자는 둥. 지키지 못할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늘어놓는 것도 좋았다. 성년을 앞둔 뮤턴트는 대개 우울증에 미치기 마련인데 유우시는 리쿠 덕분에 내일을 기다렸다. 미래가 기대됐다.
那时,我完全把陸当作了恋人。虽然不确定自己是否爱他,毕竟我根本不知道爱是什么。但毫无疑问,我喜欢他。只要看着陸的脸,连吃白米饭都觉得甜。做爱时,我感受到了被爱的感觉。他像对待孩子一样给我读恐龙绘本的声音,让我喜欢。还有那些后来去看星星、去他的家乡之类的承诺,虽然明知无法实现,但听着他信誓旦旦地说出来,我也觉得很美好。即将成年的变种人通常会陷入抑郁,但因为陸,我期待着明天,对未来充满期待。

리쿠는 그 결핍을 모조리 채워줄 수 있는 인간이다.
陆是能够填补所有空缺的人。


“백야라는 게 있어.”  “有一种现象叫白夜。”

“백야?”  “白夜?”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야. 우리 연구소가 그렇잖아.”
“夜晚也不会变暗的现象啊。我们的研究所不就是这样吗。”

“응.”  “嗯。”

“그러니까 우리가 백야인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자.”
“所以我们就当自己是在极昼地区吧。”

“에… 무슨 차이가 있는데?”  “呃…有什么区别吗?”

“바깥에 나간 기분이 들잖아.”  “会让人有种出去的感觉吧。”


그런가…. 리쿠랑 함께라면 평생 여기서 썩는대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지만. 이건 너무 무거운 말이니 참는다.
这样啊…如果是和陸在一起的话,即使一辈子在这里腐烂也心甘情愿。不过这话太沉重了,还是忍住不说吧。

매 순간 초능력이 발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죽는 고통보다 리쿠에 대한 기억이 영영 사라지는 게 무서웠다. 초능력이 발현해 군대에 가면 죽지는 않으니까 혹시 먼 훗날 리쿠가 저를 싫증 내게 되더라도 리쿠에 대한 걸 잊지 않을 수 있다.
我每时每刻都在祈祷超能力能显现。比起死亡的痛苦,更害怕对陸的记忆永远消失。如果超能力显现了,去军队就不会死了,即使将来陸对我厌倦了,我也能记住陸。

그러나 장마철에도 초능력이 발현할 기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온다고 실내가 어두워지는 게 아닌데 이상하게 울적했다. 최근 들어 자주 겪는 현상이다. 이것도 인생에서 마지막이겠지 생각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돌연 눈물이 난다. 결코 툭 하면 우는 울보 같은 캐릭터가 아니었음에도.
然而即使在雨季,超能力也没有显现的迹象。明明下雨不会让室内变暗,却莫名地感到阴郁。最近经常有这样的感觉。想到这可能是人生的最后时刻,即使静静地待着,眼泪也会突然涌出来。虽然我并不是那种动不动就哭的哭包角色。

어쩐지 인생 마지막 여름을 지나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허전했다. 그래도 리쿠와 있을 때는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냥 리쿠까지 울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죽는 거 곧 죽을 거라 종일 재잘대면 뭐 해. 웃어두는 게 최고다. 리쿠의 기억에 부디 내 웃는 얼굴이 남길 바라면서.
不知为何,总觉得正在度过人生的最后一个夏天,心里空落落的。不过,和陸在一起的时候,我还是会努力笑出来。我不想让陸也变得心情沉重。反正都要死了,马上就要死了,整天唠叨这些有什么用。笑着度过才是最好的。希望在陸的记忆里,能留下我笑着的模样。




요란하게 천둥 치는 밤이었다.  那是一个雷声轰鸣的夜晚。

막 한 발 뺀 리쿠가 호출기 보자마자 잠시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반사적으로 일어났더니 눈가에서부터 턱 끝으로 무언가 줄줄 샌다. 씨발. 또 나를 이렇게 만들고 가버린다고? 불행 중 다행인 건 조금 절뚝이긴 했어도 다리가 많이 나아졌다는 것. 몸을 일으켜 티슈를 뽑았다. 닦다가 입에 조금 들어갔다. 최악이다. 맛없어…. 끝내 세수하러 몸을 일으켰다.
刚迈出一步的陸一看到呼叫器就站起来说要去一会儿。我反射性地站起来,眼角到下巴有什么东西在流淌。该死。又这样让我变成这样然后离开?不幸中的万幸是,虽然有点跛,但腿已经好多了。我起身抽出纸巾。擦着擦着,嘴里也沾了一点。太糟糕了。味道真差……最后我还是起身去洗脸了。

속눈썹이 끈적거려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무작정 욕실 방향으로 걷다 리쿠의 가방을 발로 차버렸다. 가방 안에서 종이 뭉치들이 튀어나와 쏟아진다. 가지가지 하네 정말. 작게 한숨 내쉰 유우시가 몸을 숙여 흩어진 종이 뭉치를 주웠다. 차곡차곡 정리하다 말고 익숙한 글자에 동작을 멈춘다.
睫毛粘腻得让人难以睁开眼睛。他无意识地朝浴室方向走去,却不小心用脚踢到了陸的包。包里的纸团纷纷跳出来,散落一地。真是够了,他低声叹了口气,弯下腰去捡那些散落的纸团。整理到一半时,熟悉的字迹让他动作一顿。


토쿠노 유우시  得能勇志

2004.04.05 / B++

장기 제공자 명단  长期提供者名单


시선 내리면 수십 명의 이름이 보인다. 제공 희망 장기에는 몸을 이루는 요소란 요소는 다 적혔다. 이걸 다 제공했다가는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뒤져 성불은 어려울 것 같았다.
视线往下移,数十个名字映入眼帘。希望提供的器官上,几乎所有构成身体的要素都写满了。如果把这些都提供出去,恐怕不仅肉体,连灵魂都会被掏空,难以超生。

문제는 왜 이걸 리쿠가 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问题在于,为什么是陸拿着这个。


앞으로 매일 같이 먹기로 한 거 아니었나?
不是说好以后每天都一起吃饭的吗?

친구잖아.  我们是朋友啊。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나? 성년까지 초능력이 발현하지 않을 경우 위에서 처분을 내리지만 그전엔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었다. 반대로 본인이 희망할 경우 먼저 행하기도 한다. 실내 곳곳에 자살 금지 슬로건을 내세운 것과는 모순되는 이야기다. 사실상 이게 유일한 자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从一开始这就是目的吗?如果到成年时超能力还没有显现,上面会做出处理,但在此之前可以随时拒绝。相反,如果本人希望的话,也可以提前进行。这与室内各处张贴的禁止自杀标语相矛盾。事实上,这是唯一的自杀方法。

여태 상대가 인간이자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설득하려고 내 앞에 나타난 거였어. 얼굴 이용해서 홀리고 순결까지 바치게 만들고서는 한다는 게 고작…. 단번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속이 들끓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쉬이 구별하기 어려웠다.
我一直忽视了对方既是人类又是研究员的事实。他一开始出现在我面前,就是为了说服我。利用我的容貌来迷惑我,甚至让我献出纯洁,结果却只是为了……我的眼眶一下子热了起来。内心翻腾不已。此刻感受到的情感,究竟是悲伤还是愤怒,难以轻易分辨。

일단 욕실로 들어갔다. 얼굴을 뒤덮은 끔찍한 것부터 씻어낸다. 내가 왜 속았지. 자책했다. 생각해 보면 리쿠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은 순전히 나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잘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쪽이 이상했다. 어차피 몇 개월 후면 뒤질 상대한테 누가 진심이 되겠냐고.
先走进了浴室。首先要把覆盖在脸上的可怕东西洗掉。我为什么会受骗呢?自责起来。回想起来,我觉得陸好像喜欢我,这纯粹只是我的感觉而已。仔细想想,喜欢上对方本来就很奇怪。反正几个月后就会分手的对象,谁会认真呢?

업무를 마친 리쿠가 돌아왔을 때 유우시는 죽은 듯이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工作结束回来的陸,发现勇志像死了一样蜷缩在床上。


“자?”  “睡了吗?”


몇 발 걸어오다 말고 리쿠가 동작을 멈춘다. 아마 발치에 찢어놓은 종이 뭉치를 발견한 탓이겠지.
走了几步,陸停下了动作。大概是因为发现了脚边撕碎的纸团。


“…유우시 있잖아.”  “…勇志,不是吗?”

“나가.”  “出去。”

“이건… 내가 설명할게. 아니야.”  “这个…我来解释。不是的。”

“뭐가 아닌데?”  “什么不是?”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몸을 일으켰다. 퉁퉁 부은 눈으로 리쿠를 노려본다. 망연자실한 얼굴이 퍽 웃겼다. 할 말을 잃은 눈치다.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사랑은 무슨. 꼴에.
为了看清情况,我坐起身来。用肿胀的眼睛瞪着陸。他那茫然失措的表情真是可笑。看起来像是无话可说了。没错。我早就料到了。什么爱情。真是自不量力。


“위에서 이런 공문이 내려온 건 사실이야.”
“上面确实下达了这样的公文。”

“그래서? 나를 언제 설득할 생각이었어? 오늘 섹스하고 나서?”
“所以呢?你打算什么时候说服我?今天做完爱之后?”

“난 당연히 이런 거 미쳤다고 생각해.”
“我当然觉得这玩意儿疯了。”


유우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입은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눈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면서 그걸 닦아냈다. 리쿠가 어느덧 바로 앞까지 다가와 무릎 꿇고 몸을 낮춘다. 유우시. 절절한 목소리는 분명 낮까지 설레 죽던 그것이 맞는데… 불과 30분 만에 소름이 끼친다.
勇志发出了一声苦笑。他的嘴在笑,但奇怪的是眼睛里却不停地掉下泪水。他像疯子一样笑着,擦掉了眼泪。陸不知不觉间已经走到了他面前,跪下身子,放低了身体。勇志。那充满感情的声音,确实就是那个让他心跳加速的声音……仅仅 30 分钟,就让人毛骨悚然。

듣는 것만으로 역해서.  光是听就让人反胃。


“그러면 받자마자 찢지 그랬어. 잘 보관해놨던데.”
“那我就立马撕了它。我可是好好保管着呢。”

“미안해….”  “对不起….”

“제발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면서 사과부터 하지 좀 마.”
“拜托,连自己为什么道歉都不知道就别先道歉了。”

“알아. 나 때문에 우는 거잖아.”
“我知道。是因为我你才哭的。”

“내가 너 때문에 우는 거라고?”
“你说我是因为你才哭的?”

“…아니야?”  “…不是吗?”


맞아. 하지만 네가 종이를 찢지 않고 고이 보관했기 때문은 아니야. 네가 나를 전혀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지.
没错。但不是因为你没有撕碎那张纸,而是因为你根本不珍惜我。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앞으로는 조심할게.”
“我太天真了。以后我会小心的。”

“앞으로…? 우리한테 앞으로는 없어.”  “以后…?我们没有以后了。”

“…유우시.”  “…勇志。”

“친구 놀이는 관두자. 슬슬 지겹던 참이었어.”
“朋友游戏就到此为止吧。已经有点无聊了。”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이 붙잡혔다. 그저 잡혔을 뿐인데 곳곳에 입술 문지르던 감촉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소름이 끼쳤다. 싫어. 뿌리치려고 흔들어도 리쿠는 떨어지지 않는다. 어딘가 상처 받은 눈을 하고 있었다. 정작 상처 받아 당장이라도 피를 토해낼 것 같은 심정이 드는 건 나인데도.
话音未落,手臂就被抓住了。明明只是被抓住而已,但刚才被嘴唇摩擦的触感却清晰地浮现在脑海中。浑身起了鸡皮疙瘩。讨厌。我拼命甩动想要挣脱,但陸却纹丝不动。他的眼神里带着某种受伤的神色。然而,真正感到受伤、仿佛下一秒就要吐血的,却是我。


“우리가 친구야?”  “我们是朋友吗?”


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는다. 먼저 친구라고 한 건 본인이었으면서.
他似乎有些无法理解地问道。明明是自己先说我们是朋友的。


“그럼?”  “那又怎样?”

“난 우리가 당연히….”  “我觉得我们当然是……”

“…….”  ……

“…미안.”  “…对不起。”


또. 또. 저 틈만 나면 튀어나오는 미안하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했다. 아마 다음 사람이 잘 타이르겠지. 아니면 저런 점까지 사랑할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어쨌든 나는 여기까지다. 이 이상 좋아지기 전에 그만두는 게 탁월한 선택일지도 몰라. 몇 개월 후 있을 이별을 생각하면 지끈거리니까. 나가. 한 번 더 말했다.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길래 바닥에 떨어진 리쿠의 가방을 현관에다 대고 던졌다. 나가라고. 나가. 보기 싫으니까. 가. 제발. 가라고. 미친 사람처럼 쏘아붙이자 리쿠가 마지못해 나간다.
又来了。每次一有机会,那句“对不起”就会冒出来,我到底该怎么应对呢?尽管心里这么想着,我还是保持了沉默。或许下一个人会好好引导他吧。又或者,他会遇到一个连这种缺点都爱得无法自拔的人。无论如何,我只能到此为止了。在感情变得更深之前停下来,或许是个明智的选择。想到几个月后即将到来的分别,心里就隐隐作痛。“出去。”我又说了一遍。看他似乎没有要听的意思,我抓起掉在地上的陸的包,扔到了门口。“出去。”我说。“出去。我不想看到你。走吧。求你了。走吧。”我像疯了一样地吼着,陸这才不情不愿地离开了。

텅 빈 방에 혼자 남아 비로소 깨달았다. 그냥 이게 맞는 건데 그동안 어떤 환상에 사로잡혔던 건지 모르겠다고….
独自留在空荡荡的房间里,我才终于意识到。其实本该如此,只是这段时间我不知被什么幻想所迷惑……

다음 날, 일부러 먼 식당으로 갔다. 내 인생에 리쿠가 들어오기 전 평생을 그러했듯 혼자서 식판 보고 밥을 먹는다. 사실 이게 편하지. 누군가의 얼굴을 감상하면서 밥 먹는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괜찮았다. 원래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 아니었다. 뮤턴트로 살아가기엔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第二天,我特意去了远处的餐厅。就像我一生中在陸出现之前那样,独自看着餐盘吃饭。其实这样更自在。我甚至不知道一边欣赏某人的脸一边吃饭是什么感觉。这样就挺好。我本来就不是那种害怕孤独的性格。可以说,作为变种人生活,这是最理想的。

문제는 식당 따돌리는 건 간단하지만 방을 바꿀 수 없었다는 점이다. 돌아오자마자 현관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리쿠와 맞닥뜨렸다. 리쿠는 애초에 식당을 가지도 않은 눈치였다. 마치 내가 자신을 피해 다른 식당을 갈 걸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못 본 척 무시하려는데 손목이 붙잡혔다.
问题在于,虽然可以避开餐厅,但无法换房间。一回来就在玄关旁撞上了等着的陸。他似乎根本没打算去餐厅,仿佛早就料到我会躲着他去别的餐厅似的。正想装作没看见走过去,手腕却被抓住了。


“이거 뭐야?”  “这是什么啊?”


리쿠가 대뜸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장기 제공 희망서라는 타이틀이 쓰여있었다. 꽤 화난 듯한 눈을 바라보며 좋다고 처웃는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보통은 아닌 것 같다.
陸突然递出一张纸。上面写着“长期提供希望书”的标题。他带着相当生气的眼神看着我,然后轻笑了一声,说“好”。看到这种东西,我也觉得自己真的不一般。


“죽기 전에 좋은 일 좀 하려는데 왜?”
“临死前想做点好事,怎么了?”

“일부러 이러는 거지?”  “你是故意这样的吗?”

“너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你这是自我意识过剩吧。”

“…이런 거 절대 허락 못 하니까.”
“这种事我绝对不会允许的。”

“네가 내 부모야? 연구원이라고 의기양양한가 본데 네 허락 따위 안 중요해.”
“你是我的父母吗?还以为自己是研究员就洋洋得意,你的许可根本不重要。”


눈앞에서 내 미래가 찢긴다.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다시 써서 신청할 거야. 불시에 리쿠가 다가왔다. 전처럼 양손으로 뺨을 쥐고 입을 맞춘다. 애정이라곤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칠게. 훅 들어온 혀를 아주 세게 깨물었다. 리쿠가 막힌 신음을 뱉으며 떨어진다. 손으로 입을 감싸는데 피가 새는 게 보였다. 복도에 피를 뱉어낸다.
眼前的未来被撕裂。我毫不留情地痛斥。我会重新写申请。突然,陸走了过来。像之前一样,用双手捧住我的脸,吻了上来。粗暴得几乎找不到一丝温情。我狠狠地咬住了突然伸进来的舌头。陸发出闷哼,随即退开。我用手捂住嘴,看到有血渗出。在走廊上吐出了血。

마주한 눈빛이 낯설었다. 진심으로 빡친 얼굴. 신은 어찌 리쿠에게 이런 달란트를 주셨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섹시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동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내가 없어도 여럿 후리고 잘 살겠구나 하는 감상이 전부였다.
对视的眼神很陌生。真心生气的表情。神明怎么会赐予陸这样的天赋。与情况不符地性感。但这并不意味着心动。只是……即使没有我,他也能过得很好吧,这种感慨罢了。


“내가 어떻게 하면 이딴 신청서 안 쓸래?”
“我怎么做才能不写这种申请书?”


혀가 어지간히 아픈지 발음이 샜다. 유우시가 잠시 고민하다 텅 빈 눈으로 중얼거렸다.
舌头似乎很疼,发音有些不清。勇志稍作思考,用空洞的眼神低声嘟囔。


“그럼 나 살게 해 줘.”
“那就让我活下去吧。”

“…….”  ……

“성년이 지나도 계속. 할 수 있어?”
“即使成年后也要继续。能做到吗?”

“…….”  ……

“못 할 거 같으면 말 꺼내지도 마. 희망 고문하지 말고.”
“如果觉得做不到就别说。别折磨希望。”


열쇠를 꺼내 문고리에 꽂았다. 옆에서 리쿠가 객기를 부린다. 다시 손이 붙잡혔다. 뭐 하냐는 듯 돌아본 순간 두 번째로 입술이 물렸다. 이번엔 리쿠가 유우시의 윗입술을 세게 깨문다. 우우웁! 막힌 신음이 터진다. 미친놈이 본인이 깨물어 피를 내놓고 자기가 그걸 게걸스레 빤다.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나자 리쿠가 키 꽂힌 문고리를 돌렸다. 문 열며 입술을 떨어뜨렸다. 마치 인형 다루듯 유우시를 안으로 확 민다.
拿出钥匙插入门锁。旁边的陸开始耍性子。手再次被抓住。回头看他时,嘴唇被第二次咬住。这次是陸用力咬住了勇志的上唇。呜呜!被堵住的呻吟声响起。这疯子自己咬破嘴唇流血,还贪婪地舔舐。走廊尽头传来动静,陸转动插着钥匙的门把手。开门时嘴唇分开。像摆弄玩偶一样,猛地将勇志推进屋内。

현관에서 붙어 먹는 건 처음이었다. 저쪽은 옷 다 입은 채 좆만 내놓고 이쪽은 무엇 하나 제대로 입은 꼴이 아니다. 도망치지 못하게 단단히 골반을 붙잡고서 리쿠가 미친놈처럼 뒤에서 마구 처박는다. 윽! 아아! 다메! 아아아! 못 참고 고함에 가까운 신음을 뱉었더니 투박한 손이 입술을 덮친다.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고서 계속 쑤셨다. 우웅… 웁…. 개처럼 허리를 움직이며 남는 손으로 없는 젖을 주무른다. 이쿠. 이쿠. 터지는 말이 손바닥에 막힌다. 헉헉거리며 박히다가 힘이 풀린 나머지 상체가 무너졌다. 몸을 못 가누고 주저앉으려 하자 뒤에서 곧장 일으켜 세우며 무릎으로 뒷벅지를 툭 친다.
在玄关这样黏在一起还是第一次。那边是衣服都穿好了,只露出了那玩意儿,而这边则是连一件像样的衣服都没穿。为了不让我逃跑,紧紧抓住我的骨盆,陸像个疯子一样从后面猛烈地撞击。呃!啊啊!妈的!啊啊啊!忍不住发出接近尖叫的呻吟,粗糙的手立刻捂住了我的嘴。一只手捂住嘴,继续猛烈地撞击。呜呜…呜呜…。像狗一样扭动着腰,另一只手则揉捏着不存在的乳房。伊库。伊库。即将爆发的话语被手掌堵住。气喘吁吁地撞击着,力气耗尽,上半身瘫软下来。身体支撑不住,正要蹲下时,他从后面直接扶起我,用膝盖轻轻顶了一下我的大腿后侧。


“다 나았으면서 꾀병 부리지 말고.”
“既然已经好了,就别装病了。”


귀에 대고 중얼중얼. 그러다가 귓바퀴를 핥는다. 미친 새끼. 걸레짝 난 왼 팔꿈치로 리쿠의 복부를 가격했다. 뮤턴트는 분명 인간과 월등한 차이를 보이는데. 실험 결과에서 늘 괴력이 있댔는데. 어쩐지 리쿠에게 박히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통하질 않는다. 서서히 사정감이 차올랐다. 앙앙대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힌다. 골반이 멋대로 튕겼다. 하던 걸 멈추고 사정하는 걸 관찰하던 리쿠가 다시 끝까지 쑤신다. 씨발 진짜….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 생각이 뚝 끊긴다.
对着耳朵低声嘟囔。然后舔了舔耳垂。疯子。我用破烂的左肘击打了陸的腹部。变种人显然与人类有着显著的差异。实验结果中总是提到他们有超凡的力量。但不知为何,在陸的撞击下,感觉什么都没用。渐渐地,快感开始涌上心头。呜咽着,不知不觉中头向后仰。骨盆不由自主地弹动。正在观察我停止动作并射精的陸,再次猛烈地撞击到底。真他妈的…。脑子转不过来。思绪突然中断。

완전히 녹다운된 저를 마치 정복할 기세로 몰아세우던 리쿠가 조금 짜증스러운 투로 뇌까렸다.
完全被击垮的我,被陸以一种征服的气势逼迫着,他有些不耐烦地咂了咂舌。


“살게 해줄게.”  “我会让你活下去。”

“…….”  ……

“살게 해준다고. 성년 지나도.”  “我说了会让你活下去。即使成年后也是。”


타일 붙들고 몸 낮춘 채 허우적대고 있는데 목이 붙잡혔다. 꽉 붙들고 고개를 쳐들게 한다. 유우쨩. 듣고 있어? 내가 너 살게 해준다니까? 목소리에 날이 잔뜩 섰다. 빡치면 좀 무서워지는 타입인가? 고개를 저었다가 이내 마구 끄덕였다. 응. 살고 싶어. 살고 싶어 계속. 살게 해 줘.
他抓着瓷砖,身体低伏,挣扎着,突然脖子被抓住了。紧紧抓住,迫使他抬起头。勇志。你在听吗?我说了我会让你活下去,对吧?声音里充满了怒气。生气时会变得有点可怕吗?他先是低下头,然后猛地点头。嗯。我想活下去。一直想活下去。请让我活下去。

내가 살고 싶은 이유는 리쿠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중요한 말을 빼먹으니 그냥 삶에 집착하는 뮤턴트1로 전락해버렸다. 리쿠는 언제나 그랬듯 왜 살고 싶은지 그딴 철학적인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남은 수순이 뭐 있나. 그냥 쌌다. 안에다. 좆 뺀 순간 무너지는 몸을 보고도 일으켜주지 않았다. 동시에 유우시가 좁은 현관에 널브러졌다. 무자비하게 쑤셔진 뒤보다 깨물린 입술이 더 아파서 눈물이 줄줄 샜다.
我想活下去的原因是为了不忘掉陸,但因为漏掉了这句重要的话,结果变成了只是执着于生命的变态 1。陸一如既往地不会问“为什么想活下去”这种哲学性的问题。剩下的流程是什么?就这样结束了。在里面。射精的瞬间身体崩溃了,他也没有扶我起来。与此同时,勇志瘫倒在狭窄的玄关。被无情地插入后,被咬破的嘴唇更疼,眼泪止不住地流下来。


“…아파 입술.”  “…嘴唇好疼。”


리쿠를 있는 힘껏 노려봤다. 까만 얼굴이 어쩌라는 거냐는 듯 피가 말라붙은 손을 내민다. 미안한데 내가 더 아파. 혀. 말도 잘 못 하겠어. 거짓은 아닌 듯 여태 발음이 샜다.
我使劲瞪着陸。他那张黑脸仿佛在问“你想怎样”,伸出已经干涸的手。对不起,但我更疼。舌头。连话都说不清楚。似乎不是谎言,发音一直有问题。

투박한 손이 본인 좆을 쥐고 몇 번 쓸다가 다가온다. 입술 아프다고. 투정을 들은 체도 않고서 기어코 입에다 좆을 물린다. 알고 있다. 이렇게 개 같이 싸우고 나면 예전처럼 다정한 분위기는 연출하기 어려워진다는 걸. 한편으론 이건 이것대로 괜찮지 않나 싶다. 나도 얘도 우린 서로를 너무 좋아하지 않는 편이 미래를 위해서 좋아. 확 깨물어서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까 고민하다 일단은 순순히 빨아준다. 눈을 살짝 덮는 앞머리를 넘겨주는 손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粗糙的手握住自己的阴茎,来回撸动了几下,然后靠近过来。嘴唇疼得厉害。他也不撒娇,硬是把阴茎塞进了嘴里。我知道,像这样像狗一样打完架后,很难再营造出以前那种温柔的氛围。但另一方面,我又觉得这样也不错。我和他,我们彼此不要太喜欢对方,或许对未来更好。我犹豫着要不要狠狠咬一口,让他无法再逞强,但最终还是乖乖地含住了。从他拨开略微遮住眼睛的刘海的手上,传来了一股刺鼻的血腥味。




다리가 나은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전에 채혈하고 내내 훈련 때문에 구르다 저녁엔 리쿠와 밥을 먹는다. 대체로 그다음에 리쿠 밑에서도 굴렀지만. 그냥 인생이 빙글빙글이네. 여전히 초능력 발현 기미는 없다. 리쿠의 계속 살게 해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걘 한낱 연구원에 불과하니까.
腿伤痊愈后,生活又回到了日常。上午抽血,整天因为训练而奔波,晚上和陸一起吃饭。之后大概又在陸手下被折腾了一番。人生就这样不停地转啊转。超能力依然没有显现的迹象。我不相信陸说的会一直让我活下去的话。他不过是个研究员罢了。

그때부터 정 붙이지 않았으면 해서 일부러 모질게 말했다. 진짜 싫어. 리쿠는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그래? 하고 말았다. 하루는 섹스 후에 안아주면서 애교스레 이렇게 중얼거렸다. 난 그래도 유우쨩이 너무 좋아.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징그러우니까 떨어지라고 말했다. 유우쨩은? 하고 대답을 넘길 때마다 번번이 이렇게 대답했다.
从那时起,为了不让他产生感情,我故意说了狠话。"真的很讨厌。"陆只是面无表情地回了句"是吗?"。做爱后勇志抱着我撒娇般嘟囔着:"就算这样我还是最喜欢小勇了。"那一瞬间我几乎要崩溃,但还是稳住了心神。"恶心死了,快走开。"每次被问到"那小勇呢?"时,我总是这样回答。

난 너 안 좋아해.
我不喜欢你。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대답한 참이었다. 아침 일찍 채혈 마치고 훈련소로 향하는데 불쑥 리쿠가 나타났다. 이 시간대에 리쿠와 맞닥뜨리는 일은 다리 다쳤을 때를 제외하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황한 나를 향해 리쿠가 호출기를 흔들었다. 지령이 있을 때 뜨는 초록 불이 깜박이고 있었다. 오늘은 새로운 훈련을 할 거래. 그거 알려주러 왔어.
直到昨天,他还那样回答。一大早完成采血后,正赶往训练营,突然陸出现了。在这个时间段遇到陸,除了腿受伤的时候,还是第一次。面对慌乱的我,陸挥了挥呼叫器。绿色的指示灯在闪烁,表示有新的指令。今天是新训练的日子。我是来通知你的。

새로운 훈련? 눈에 물음표 띄운 유우시의 어깨에 팔이 올라왔다. 자연스레 감싸며 리쿠가 어디론가 걷길래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리쿠의 걸음이 멈춘 곳은 연구소 부지의 동쪽 출입구였다. 곧 주머니에서 못 보던 아이폰 하나를 꺼내 건넨다. 구글맵이라는 처음 보는 어플을 켜면서.
新的训练?勇志的肩膀上搭上了一只手臂,眼中带着疑惑。自然而然地被环抱着,看到陸朝某个方向走去,便跟着他移动脚步。陸停下的地方是研究所东边的入口。他随即从口袋里掏出一个从未见过的 iPhone 递过来,同时打开了名为谷歌地图的陌生应用。


“택시에서 내려서 이거 보고 알려주는 곳까지 가면 돼.”
“从出租车下来,看到这个就知道该去哪里了。”

“…밖에 나가라고?”  “…要我出去?”

“발현하면 어차피 나가서 살게 되잖아. 미리 연습하는 거래.”
“一旦觉醒了,不就得出去生活了吗?提前练习一下。”

“…무리야. 나 한 번도 나간 적 없었고. 발현하지도 않았는데.”
“…不行。我从来没出去过,也没觉醒过。”

“그러니까 연습해야지. 평생 갇혀 살 순 없잖아.”
“所以才要练习啊。总不能一辈子关在这里吧。”

“그럼 같이 가.”  “那就一起走吧。”

“너 도와줬다가 나 백수 되라고?”
“你帮我,是想让我变成无业游民吗?”

“…….”  ……

“대신 돌아오면 뽀뽀해줄게.”  “回来就亲你一下。”

“그건 필요 없어.”  “那个不需要。”


리쿠가 애교스레 웃었다. 너무하네. 그러면서 동쪽 문을 열고 도로변에 서서 택시를 잡는다. 혹시 길 헤맬지 모르니까 돈 넉넉히 챙겨놨어. 이거 들키면 나 혼나. 그러면서 동전 지갑을 건넨다. 유우시가 딱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잽싸게 지갑을 숨겼다. 리쿠가 피식 웃으며 유우시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뭐냐는 듯 노려본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 건 좀 내성이 없었다. 그때 택시가 둘 앞에 멈춰 섰다. 리쿠가 대신 목적지를 댔다.
陸撒娇似的笑了。太过分了。然后打开东门,站在路边拦出租车。怕迷路,所以多带了些钱。要是被发现我会挨骂的。然后把零钱包递了过去。勇志明明没有人在看,却迅速地把钱包藏了起来。陸轻笑一声,轻轻揉乱了勇志的头发。勇志瞪了他一眼,正要开口,却又闭上了嘴。因为陸正用一种可爱得让人受不了的眼神看着他。对这种事情,他有点招架不住。这时,出租车停在了两人面前。陸替他们报了目的地。


“내려서도 차 조심하고. 주변 잘 살피고 걸어.”
“下车后也要小心车。注意周围,慢慢走。”

“그 정돈 알거든.”  “那个我当然知道。”

“바이바이.”  “拜拜。”


리쿠의 마지막 표정이 어땠더라. 손만 휘휘 저어서 잘 모르겠다. 택시에서 내려선 어플에 의지해 걸었다. 중간에 너무 더워 바람막이를 벗는다. 아 이게 진짜 여름이라는 거구나 생각하며 또 걸었다. 중간중간 자판기를 볼 때마다 물 생각이 간절했지만 리쿠가 준 비상금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게 리쿠에게 좋을 것 같아서 참았다. 마침내 목적지인 어떤 빌딩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굉음이 들렸다. 결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돌아보니 붉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陸的最后一个表情是什么样的呢?只是挥了挥手,不太清楚。下了出租车,依靠手机导航走了起来。中途太热了,脱下了风衣。想着这才是真正的夏天啊,又继续走了。每看到自动售货机时,都迫切地想喝水,但觉得随便用陸给的应急钱不太好,所以忍住了。终于到达目的地某栋大楼时,远处传来了巨大的声响。绝不是简单的声音。回头一看,红色的烟雾正冲天而起。

그냥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只是本能地直觉到了。

왠지 저거 연구소에서 나는 소리 같다고.
总觉得那声音像是研究所里传出来的。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있다.
有时候,无知反而是种良药。

마침내 폭발 사고의 전말을 알게 됐다. 무분별한 뮤턴트 복제를 반대하는 민간단체가 협박용으로 설치한 폭탄이 터진 거랬다. 뉴스를 통해 경찰에 붙잡힌 대표가 원래라면 자체적으로 해체 및 회수할 계획이었지만 어쩐지 타이머보다 훨씬 이르게 터졌다고 변명하는 걸 봤다.
终于知道了爆炸事故的全部真相。据新闻报道,反对无节制变种人克隆的民间团体为了威胁而安装的炸弹爆炸了。被警方逮捕的代表辩称,原本计划自行拆除和回收,但不知为何比计时器设定的时间提前了很多。

또 내가 후지이의 병원에 다다른 건 연구소의 지령 같은 게 아니었다. 후지이는 과거 의무실에서 일하며 리쿠와 친하게 지냈는데 사고 당일 리쿠로부터 지인을 보낼 테니 잘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즉 리쿠는 연구소 폭발을 진작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여기서 저절로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왜 나랑 함께 도망치지 않았지? 내가 살게 해달라고 한 건 나 혼자 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는데….
我再次来到藤永的医院,并非因为研究所的命令。藤永曾在医务室工作,与陸关系密切,据他说,事故当天收到了陸的联系,说会派人来,请他多关照。也就是说,陸早已知道研究所会发生爆炸。这自然引发了一个疑问:为什么他没有选择和我一起逃走?我请求他让我活下去,并不是只为了自己活命……

후지이의 병원 숙직실에서 잠을 청했다. 이틀 내내 의식을 잃었던 데다 오전부터 이어진 최면 치료로 정신이 몽롱했다. 내가 정말 뮤턴트인지. 폭발 사고가 난 연구소에서 나고 자랐던 게 맞는지. 마에다 리쿠라는 인물이 실재했는지. 무엇 하나 확신이 가질 않고 그저 멍해졌다.
我在藤井的医院值班室里休息。两天来一直昏迷不醒,再加上从上午开始的催眠治疗,精神恍惚。我到底是不是变种人。我是否真的在发生爆炸事故的研究机构中出生长大。前田陸这个人是否真实存在。没有一件事能让我确信,只是变得茫然。

문득 창을 바라봤다. 칠흑 같이 새까만 밤하늘이 눈에 담긴다.
突然望向窗外。漆黑的夜空映入眼帘。


백야라는 게 있어.  有一种现象叫做白夜。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야. 우리 연구소가 그렇잖아.
晚上也不会变暗的现象啊。我们的研究所不就是这样吗。

그러니까 우리가 백야인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자.
所以我们就当自己在极昼地区吧。

바깥에 나간 기분이 들잖아.  有种出门在外的感觉呢。


불현듯 리쿠 목소리가 떠올랐다.  突然想起了陸的声音。

리쿠. 나 처음으로 밤하늘을 봤어. 특별할 건 없네. 그냥 까맣기만 해. 그래도 네가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陸。我第一次看了夜空。没什么特别的。只是漆黑一片。但如果你在的话,会不会有点不一样呢?

연구소가 통째로 날아갔으니 성년이 지나도 계속 살 수 있게 됐다. 이제 아무도 나에게 실험이나 훈련을, 누군가의 종노릇이나 장기 팔이를 강요할 수 없다. 그건 참 잘된 일이다. 잘된 일이 분명한데…. 문득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뮤턴트의 삶이 비참하고 끔찍해서 그냥 억울했다. 동시에 원망한다. 나와 리쿠를 갈라놓은 인간들을.
研究所整个飞走了,成年后也能继续活下去了。现在没人能强迫我做实验或训练,没人能让我当奴隶或卖器官。这真是件好事。明明是好事……突然觉得委屈得要命。委屈。委屈。委屈。变种人的生活悲惨又可怕,只是觉得委屈。同时也在怨恨。怨恨那些把我和陸分开的人类。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아침 일찍 후지이와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리쿠의 영정 사진은 서버에 저장된 기본 프로필이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별안간 숨이 가빠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를 출입구까지 데려다줬잖아. 핸드폰 쥐여줄 때 체온도 느꼈고. 그 전날은 섹스했고. 그런데 어쩐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벌써 가물가물했다.
整夜没合眼,一大早就和藤永咲哉一起去了联合吊唁所。陸的遗像用的是服务器里存的基本头像。静静地凝视着那张脸,突然间呼吸急促起来。就在几天前,他还把我送到门口。递手机给我时,我还感受到了他的体温。前一天我们还做了爱。然而不知为何,不到一周的时间,记忆已经开始模糊。

리쿠의 생기 넘치는 눈동자도. 쪼갤 때 휘어지는 눈 모양도. 심심하면 귀여운 척 툭 내밀던 입술도. 전부 기억하지만 이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순 없다. 내 안의 리쿠는 이대로 더 축적되는 일 없이 천천히 바스러지겠지. 차라리 리쿠가 내가 싫어졌다고 한다면 그런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평생 보지 말자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다.
陸那充满生机的眼睛。眨眼时弯曲的眼形。时不时故意撅起的可爱嘴唇。虽然都记得,但现在却无法像眼前看到的那样生动地感受到。我心中的陸,大概会这样慢慢消散,不再积累新的记忆。如果陸说讨厌我,我也能忍受。即使他说一辈子都不要再见面,我也能接受。

다만 이제 이 세상에 리쿠가 없다는 건….
只是现在,这个世界上已经没有陸了……


“토쿠노군?”  “得能君?”


후지이의 목소리에 문득 앞을 본다. 향을 올리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향이 저절로 딸려온다. 처음엔 못 자서 미친 건가 했다. 그러나 향로에 넣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을 부유하던 가루가 알아서 향로 안으로 들어간다. 유우시의 충혈된 눈이 제 손을 빤히 응시했다.
听到藤井的声音,我突然抬头看向前方。伸手去拿香,手指还没碰到,香就自己飘了过来。一开始我还以为是因为没睡好而疯了。然而,放进香炉时也是如此。漂浮在空中的粉末自动落入香炉。勇志那双充血的眼睛紧紧盯着我。

순간 실소가 터졌다. 영정 사진 앞두고 처웃고 있으니 후지이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본다. 그러나 한 번 터진 웃음은 도통 그칠 줄 몰랐다. 아 이 삶은 정말 재미있네.
瞬间,我忍不住笑了出来。在遗像前笑出声,藤井用慌张的眼神看着我。然而,一旦笑出来就停不下来了。啊,这人生真是太有趣了。


그럼 나 살게 해 줘.
那就让我活下去吧。

성년이 지나도 계속. 할 수 있어?
即使成年后也要继续。你能做到吗?

못 할 거 같으면 말 꺼내지도 마. 희망 고문하지 말고.
如果做不到就别提。别折磨希望。


이 타이밍에 발현한다고.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偏偏在这个时候显现出来。现在已经毫无用处了。




후지이가 오늘만 두 번 정도 타일렀다. 그래도 살아남았으면 살아야지.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걸 들으며 합동 분향소에 다녀온 지도 벌써 며칠 흘렀음을 깨달았다. 실험과 훈련에 하루를 쏟지 않아도 리쿠가 없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째깍. 째깍. 초침 소리와 함께.
藤永今天催了我两次左右。但既然活下来了,就得活下去。几天没吃东西了。听到这话,我才意识到从去联合悼念所回来已经过去几天了。即使不把一天都花在实验和训练上,即使陸不在了,时间也不会停止流逝。滴答。滴答。伴随着秒针的声音。

짐이 없어 어지른 것도 없었지만 숙직실을 대충 청소했다. 메모지를 찾아 또박또박 글을 쓴다. 그래도 며칠 신세 진 데 대한 감사 표현은 해두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
没有行李也没有弄乱什么,但还是随便打扫了一下值班室。找到便条纸,工工整整地写上字。想着毕竟住了几天,表达一下感谢也是礼貌。


감사했습니다  谢谢


병원을 나섰을 땐 이미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리쿠의 손길이 닿았지만 저장된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아이폰을 쥐고서, 리쿠가 헤매면 쓰라고 넉넉히 넣어줬던 비상금으로 전철에 올랐다. 창밖의 풍경들이 휙휙 지나가는 사이 어둠이 내려앉았다. 내렸을 땐 완연한 밤이었다.
走出医院时,天色已经暗了下来。手里握着陸触碰过的 iPhone,里面什么都没保存。用陸为了以防万一而慷慨塞给我的应急钱,我上了地铁。窗外景色飞速掠过,黑暗逐渐降临。下车时,已是深夜。

경찰서 앞이 소란스러웠다. 폭탄 설치에 직접 가담한 세 사람이 심문을 마치고 이송 차량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기자들이 뭐라도 하나 건지려 언성을 높였다.
警察局前一片喧闹。参与炸弹安装的三人刚刚接受完审讯,正走向押送车辆。周围的记者们为了获取点什么,提高了嗓门。


“당초 계획과 달리 일찍 폭발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您认为与原计划不同,提前爆炸的原因是什么?”


그 아수라장을 뚫고 유유히 걸어갔다. 아직 운전수가 타지 않은 차량에 범죄자들이 하나둘 오른다. 마침내 셋이 모두 올랐을 때 주먹을 펼쳤다. 온통 검은색으로 무장한 유우시의 등장을 의아하게 느낀 기자 한 명이 옆으로 물러났다. 점차 주변 시선이 쏟아지는 걸 느끼며 차를 향해 신경을 집중한다.
他从容地穿过那片混乱,走向一辆尚未有司机上车的车辆。罪犯们一个接一个地爬上车。当三个人都上车后,他伸出了拳头。一名记者对全身黑色武装的勇志的出现感到疑惑,向旁边退了一步。他逐渐感受到周围目光的聚集,集中精神向车辆走去。

그 순간 차가 천천히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누군가 소리쳤다. 뮤턴트야.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 다들 일제히 고함 지르며 달아난다. 수갑에 손 묶인 채 차에 오른 범죄자들이 창으로 유우시를 내려다 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절박한 외침에 웃음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게 저 대사, 불과 몇 주 전에 자신이 리쿠에게 뱉었던 것 아니었나. 덕분에 살아있지만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거라 할 수 없다.
就在那一刻,车子缓缓地开始升空。同时,有人大喊了一声:“是变种人!”仿佛看到了怪物一般,所有人都齐声尖叫着四散奔逃。双手被铐在手铐里的罪犯们坐在车里,透过窗户俯视着勇志。“救救我们!救救我们!”他们绝望地呼喊着。听到这呼救声,勇志忍不住笑了出来。这也不怪他,毕竟那台词,不就是几周前他自己对陸说过的吗?虽然他还活着,但这样活着,真的能算是活着吗?

공중에 떠오른 차가 그대로 약 20m 떨어진 건물 외벽에 처박혔다. 바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게 아니라면 곤란하니까. 이미 미동도 없는 남자 셋을 다시 공중에 띄운다. 들었다가 떨어뜨렸다가. 마지막엔 자신의 바로 앞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피가 튀었다. 씨발 더러워. 끔찍해. 이미 시체가 된 몸뚱아리 셋을 다시 건물 외벽에다 처박는다.
悬浮在空中的车直接撞上了约 20 米外的建筑外墙。他径直朝那边走去。如果还没完全断气就麻烦了。他已经把三个一动不动的男人再次悬浮在空中。一会儿提起,一会儿放下。最后把他们摔在自己面前,鲜血四溅。真他妈脏。太可怕了。他又把那三具尸体重新撞向建筑外墙。

한참 그러고 있었더니 멀리서 사이렌이 울렸다. 누군가가 신고했겠거니 짐작했다. 한두 대가 아닌 듯 귀를 찢을 기세로 무시무시한 소음을 낸다. 건물 외벽으로 경찰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쳤다. 유우시가 하던 걸 멈추고 돌아봤다. 상대가 뮤턴트라 그런지 한두 대도 아니고 수십 대의 차가 저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멈춘다. 눈이 부신 나머지 팔을 들어 시야를 확보했다. 차에서 완전 무장한 경찰들이 일제히 내렸다.
过了一会儿,远处响起了警笛声。我猜想是有人报了警。警笛声不止一两声,而是以震耳欲聋的气势发出可怕的噪音。警车的车头灯照亮了建筑的外墙。勇志停下了手上的动作,回头看去。可能是对方是变种人的缘故,来的车不止一两辆,而是数十辆,将我们团团围住。我因为强光刺眼,举起手臂遮挡,试图看清周围。全副武装的警察们从车里鱼贯而出。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대사를 뱉는다.
仿佛是从电视剧里才会听到的台词。


“무기를 버려!”  “放下武器!”


그런 게 있어야 버리지. 피 묻은 꼴을 한 유우시가 천천히 팔을 내렸다. 텅 빈 눈동자가 제 앞에 멈춰 선 수십 대의 차와 총을 들고 포위하는 경찰들을 바라본다.
得扔掉那种东西。沾满血迹的勇志缓缓放下手臂。空洞的眼神注视着停在面前的数十辆警车和手持枪械包围过来的警察们。

따지고 보면 인간이 문제다. 나를 멋대로 만들고. 리쿠를 만나게 하고. 리쿠를 죽이고. 또 이번엔 나를.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유우시의 뒤로 처참하게 조각 난 차량의 파편들이 공중에 뜬다. 앞에서 경찰 한 명이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질세라 옆에 있던 경찰이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 다음엔 실탄이라는 협박이 날아든다. 그러니까 인간이란 생물체는 이놈도 저놈도 다 협박질을 하네…. 나더러 다시 인간한테 기라고? 그렇게는 못 하지. 허공에 뜬 차의 파편들이 순식간에 저를 포위한 경찰들 쪽으로 날아간다. 몇 명이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说到底,问题出在人类身上。他们擅自创造了我,让我遇见了陸,又让我杀了陸,现在又轮到我了。我重新集中精神。勇志身后,被残忍地撕裂的车辆碎片漂浮在空中。前面的警察大喊着要我住手。旁边的警察则朝天开了一枪空包弹。接着,又传来威胁要使用实弹的声音。所以说,人类这种生物,不管是谁都在威胁别人……要我再相信人类?我做不到。悬浮在空中的车体碎片瞬间飞向包围我的警察们。几人发出呻吟倒下,同时枪声响起。

팔이 튕기며 몸이 반동한다. 하필 걸레짝 난 왼팔을 쐈다. 그러고 보면 사실 거짓말 한 게 있다. 왼팔은 고질병처럼 언제나 아팠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보고만 있어도. 그래서 네가 가엾다는 듯 핥아댈 때마다 간지럽다가도 죄다 뜯길 것처럼 아렸지. 그런데도 내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던 건….
手臂弹开,身体随之反弹。偏偏打中了已经破烂不堪的左臂。这么一想,其实我撒了个谎。左臂就像老毛病一样,总是疼。即使只是静静地待着,或者只是看着它。所以每次你像可怜我似的舔舐它时,虽然痒得不行,却又像要被撕裂般疼痛。然而我却从未叫你停下……


“리쿠!!!!!!”  “陸!!!!!!”


최후의 발악이다. 마에다 리쿠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관중들 앞에서 그의 이름을 외쳤다. 리쿠. 리쿠. 리쿠. 또 파편과 총알이 튄다. 고작 뮤턴트 한 명 죽이고자 수십 개의 총알이 날아온다. 빗나간 게 반, 맞은 게 반. 매일 실험과 훈련에 버무려졌다지만 이건 진짜 최악이네. 장기가 뒤틀린다. 입으로 피를 뿜었다. 마지막으로 총알 하나가 이마에 박힌 순간 허공에 몸이 떴다. 바닥에 추락해도 총성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괴물 대하듯 하네. 아무리 쏴대도 내가 좀비처럼 살아날 줄 아나 보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뮤턴트는 불사신이 아니다. 별로 미련은 없다. 죽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这是最后的挣扎。在前田陸是谁都不知道的观众面前,他的名字被喊了出来。陸。陸。陸。又有碎片和子弹飞溅。为了杀死一个变种人,飞来了数十发子弹。一半打偏,一半命中。虽然每天都被实验和训练所包围,但这真是最糟糕的。内脏扭曲了。嘴里吐出了血。最后一颗子弹击中额头的那一刻,身体腾空而起。即使坠落在地,枪声也没有停止。就像对待怪物一样。无论怎么射击,他们大概以为我会像僵尸一样复活吧。不幸还是幸运,变种人并非不死之身。没什么留恋的。死了的话,还能再见面吗?

단지 딱 하나 후회되는 건…
只是有一件事让我后悔……

너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걸.
如果有人问是否喜欢你,我会回答“是的”。

적어도 한 번은.  至少一次。










「뮤턴트 연구소 폭발 사고를 놓고 오늘 오후 경찰 측이 사건의 원인이 뮤턴트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수사 내용을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되는 감시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 3분 전인 오후 1시 20분 경 뮤턴트 한 명이 폭탄이 설치된 중앙 제어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건데요. 해당 뮤턴트는 S 레벨로 우울증을 앓아 유예 중이었다고 합니다.」
「关于变种人研究所爆炸事故,今天下午警方公布了调查内容,称事件原因可能与变种人有关,引起了震惊。通过分析实时传输到服务器的监控摄像头视频,发现事故发生前 3 分钟的下午 1 点 20 分左右,有一名变种人进入安装了炸弹的中央控制室的画面。据悉,该变种人为 S 级,因抑郁症正在缓刑中。」











自殺禁止  自杀禁止

실내 벽마다 붙은 문구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라고. 실제로 거의 매일 죽고 싶다 염불을 외웠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리쿠는 진작 발현해 장기 제공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선 죽는 것도 선택 받아야 가능했다.
看着室内每面墙上贴着的标语,他心想,原本说不让做的事,反而更想去做。实际上,他几乎每天都在念叨“想死”的咒语。反正这是不可能的事。因为陸早就觉醒了,不属于器官捐赠对象。从这个角度来看,连死亡也需要被选中才能实现。

리쿠가 죽음을 갈망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평화가 좋다. 살생은 싫고. 다만 발현한 이상 무조건 군대에 가게 돼 있다. 그게 싫어서 우울증 핑계로 유예를 얻었다. S 레벨 뮤턴트 사이에선 흔히 있는 일이었다. 실험도 훈련도 없으니 매일 무료했다. S 레벨은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 이외엔 전부 자유였다. 통금만 지키면 밖에 나가는 것도 허용됐다.
陸渴望死亡的原因很简单。他喜欢和平,讨厌杀生。但既然已经觉醒,就注定要加入军队。因为讨厌这个,他以抑郁症为借口获得了延期。在 S 级变种人中,这是常有的事。既没有实验也没有训练,每天都很无聊。S 级除了规定时间吃饭外,其他都是自由的。只要遵守宵禁,外出也是允许的。

무료함이 깨진 건 의무실 직원 권유로 선택 받은 남자와 겸상하면서부터였다. 토쿠노 유우시. 의무실 직원의 표현이 아주 정확했다. 얜 정말 곧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无聊感被打破是从在医务室职员的劝说下,与被选中的男人共处一室开始的。得能勇志。医务室职员的描述非常准确。他确实是一副快要死掉的样子。


나더러 연구원인 척을 하라고?  让我假装成研究员?

응. 곧 죽을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애 앞에 초능력 발현할 널 붙이는 건 아니지.
嗯。总不能把即将展现超能力的你放在一个可能马上就要死、惶惶不安的人面前吧。

그냥 날 안 붙이면 되잖아.
不带我去不就行了。

만나 보면 알걸. 내가 왜 둘을 엮고 싶었는지.
见了面你就知道了。我为什么想把你们两个联系在一起。


거짓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특히 그게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더욱 더.
我不喜欢说谎,但如果要说,我也能说很多。特别是如果是善意的谎言,那就更不用说了。

가장 먼저 연구원 마에다 리쿠라는 캐릭터를 새로 설정했다. 구글맵 보며 대충 연구소에서 좀 떨어진 후쿠이현을 고향으로 잡고 이것저것 검색하기 시작한다. 이 학교, 저 학교 교복을 보고 대충 출신 학교를 골랐다. 학교에선 부 활동이라는 게 있다니까 평소 좋아하는 배구를 했다고 하기로 한다.
首先,我重新设定了研究员前田陸这个角色。我一边看谷歌地图,一边开始随意搜索,将他的家乡设定在稍微远离研究所的福井县。我浏览了这所学校、那所学校的校服,随意挑选了他的出身学校。听说学校里有社团活动,于是我决定让他平时喜欢打排球。

나름 공들여 준비한 캐릭터를 줄줄 읊었다. 차라리 고양이를 앉혀놔도 이것보단 표정 풍부하고 리액션 하겠다 싶은 토쿠노 유우시 앞에다 대고.
我煞费苦心地准备的角色被我一一列举出来。在得能勇志面前,我甚至觉得还不如放只猫在那儿,至少猫的表情丰富,反应也多。


미안… 재미없지.  对不起……很无聊吧。

나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거 처음이라서 무슨 말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我第一次这样见面,不知道该说什么好……


보통 이러면 예의상 괜찮아요 정도는 돌아오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립 서비스 할 줄 모르는 애 같았다.  나름 여러 뮤턴트를 만나봤지만 사회성 제로력은 단연 톱이다.
通常这种情况下,至少会得到一句“没关系”之类的礼貌回应,但连这个都没有。感觉就像是个完全不懂说客套话的人。虽然见过不少变种人,但社交能力为零的程度绝对是顶尖的。

아무리 생각해도 얜 친구 따위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속으로 짐작했다. 아마 내가 나서지 않아도 이쪽에서 먼저 내일부터 따로 먹자고 할 듯. 예상은 보란 듯이 적중했다. 식판 정리하며 유우시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내일부터는 원래 그랬듯이 따로 먹어요. 엄청 미성이라 조금 놀랐다.
怎么想都觉得这家伙根本不需要朋友吧…我在心里暗自揣测。就算我不插手,明天开始他肯定也会主动提出分开吃饭。果然不出所料,收拾餐盘时勇志第一次开口了。"从明天开始就像原来那样各吃各的"。那过分稚嫩的声线让我稍微怔了怔。


…미안. 내가 아까 너무 이상한 말만 했지.
…抱歉。我刚才净说些奇怪的话。

그런 거 아니에요.  不是那样的。

그러면?  那是为什么?

나랑 친해져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和我交朋友对你没什么好处吧。

왜?  为什么?

아마 레벨 상향은 못 할 거예요. 발현 기미도 없고.
恐怕没法提升等级呢。连觉醒的征兆都没有。


다 포기한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감정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텅 빈 눈이 어딘가 쓸쓸했다. 외로워 죽겠다는 듯한 얼굴로 가시를 세운다. 혼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那放弃般的低语声中感受不到任何情感。空洞的眼神不知为何显得有些落寞。他带着仿佛要孤独至死的表情竖起刺来。主动选择了孤独。

나는 천성적으로 이런 유형에 약했다. 아까 밥 먹을 때만 해도 관두자 싶었지만…
我天生就对这种类型的人没有抵抗力。刚才吃饭时还想着要放弃……


그게 나랑 밥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那跟我吃饭有什么关系?

나랑 친해져도 얻을 게 없을 거라는 의미예요.
意思是和我亲近也不会有什么好处。

에? 나 별로 너한테 원하는 거 없는데.
诶?我对你没什么想要的啊。


충동적으로 뱉어댔다. 조금 당황한 듯 올려다보는 눈을 마주하며 단단히 말렸음을 자각한다. 일단 나가자고 했다. 앞장서서 걷는데 맞은편 유리문에 비친 유우시의 꼴이 조금 웃겼다. 땅만 보며 제 뒤를 졸졸 따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冲动地说出口了。看到对方有些慌张地抬眼看过来,才意识到自己说得太过了。先出去吧,我说。走在前面时,对面玻璃门上映出的勇志的样子有点好笑。只顾着低头跟在我后面,那样子很可爱。


그럼 내일 보자.  那明天见。

내일은 좀 더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올게.
明天我会带来更有趣的故事。


유우시가 나를 빤히 응시한다. 분명 건조한데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눈으로. 어쩐지 계속 보고 있다가는 여기서 더 말릴 것 같아서 돌아섰다. 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어쩌면 뒤에서 여전히 내 등을 보고 있을지 모를 유우시의 얼굴을 떠올린다. 무언가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勇志直直地盯着我。明明很干燥,但轻轻一碰就会哭的眼睛。总觉得再看下去会在这里被牵扯更多,于是转身离开了。虽然从我的视线中消失了,但或许他还在背后看着我的背影。有种即将发生巨大变化的预感。

그날 밤 아마존으로 쇼핑을 좀 했다. 우선 공룡 그림책 세트를 구입했다. 어린이용인데 괜찮으려나 싶긴 하지만 성인용은 없길래. 공룡에 대한 정보를 위키피디아 보며 외웠다. 테스트 앞둔 학생처럼. 아마 이번에도 아무 반응 안 할 확률이 컸지만 혹시 흥미를 보일지도 모르니까.
那天晚上在亚马逊上买了些东西。首先买了一套恐龙绘本。虽然是儿童用的,但成人用的没有。为了获取恐龙的信息,我像备考的学生一样查阅了维基百科。虽然这次可能还是不会有任何反应,但也许会引起兴趣。

그렇게 끽해야 이틀이면 관둘 줄 알았던 겸상이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밥만 먹는 사이가 아니게 돼버렸다. 당장 지금만 해도 유우시가 제 아래에서 낑낑대고 있었으니 말 다했다.
本以为最多两天就能结束的兼职,竟然持续了下来。不知从何时起,我们之间的关系不再仅仅是吃饭那么简单。眼下,勇志正在我身下哼哼唧唧,一切尽在不言中。

무리. 무리. 야다.  不行。不行。不要。


“그럼 팔을 풀어.”  “那就把手臂松开。”


목 조를 기세로 껴안으면서 싫다고 말하는 건 도대체 뭔지. 유우시가 애처로운 눈망울을 하다가 한순간 표정을 싹 바꾼다. 금세 싸가지 없는 얼굴로 돌변해선 팔을 풀었다. 아아 얘 삐쳤네. 애는 안 웃는데 혼자 실실 쪼갰다. 미안. 미안. 다시 안아줘. 유우시가 이제 그럴 마음 없다는 듯 노려본다. 억지로 걔 팔을 들어 어깨에다 감고서 다시 허리를 차올렸다.
以搂住脖子的气势抱住却说不要,这到底是什么意思。勇志露出可怜的眼神,瞬间表情完全变了。很快变成一副没礼貌的样子,松开了手臂。啊,这孩子生气了。他没笑,我却独自咯咯笑了起来。对不起。对不起。再抱抱我。勇志像是不愿意似的瞪着我。我强行抬起他的手臂,搭在肩膀上,再次搂紧了他的腰。

유우시의 말끔한 인상엔 색기랄 게 없는데 이상하게 눕히면 야해졌다. 아침에 걜 반찬삼아 빼는 게 습관이 됐다. 당연히 유우시 쪽은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다. 보통 훈련 마치면 샤워하니까 뽀송한 얼굴로 밥 먹는 거 볼 때마다 양심에 찔렸다. 그러면서도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맛있는 반찬 나오면 걔 식판에다 쌓아준다. 리쿠도 좀 먹어. 핀잔하면 쌀밥만 한 움큼 씹으며 어어 먹고 있어 그랬다.
勇志那张清秀的脸明明毫无色气,可一旦躺下就莫名变得下流。早晨拿他当配菜自慰已经成了习惯。当然勇志对这些毫不知情。通常训练完他会冲澡,每次看他顶着清爽的脸吃饭我都良心刺痛。可看他吃得香的样子又忍不住高兴,遇上好菜就往他餐盘里堆。"陆也吃点啊。"要是被数落,就嚼着满嘴白饭含糊嘟囔"在吃呢"。

둘이 붙어 다니는 걸 웬만한 직원들이 알게 됐을 무렵 호출 받고 인사실에 불려갔다. 넓은 회의실에 사람이라곤 인사부 직원과 자신 둘 뿐이다. 하세가와가 말 대신 서류를 내밀었다. 말없이 쳐다본 서류의 타이틀이 이거였다. 장기 제공자 명단. 아래에 이제 너무 익숙해진 이름이 적혀있었다.
两人形影不离的事情被大部分员工知道的时候,他被叫到了人事室。宽敞的会议室里,除了人事部的职员,就只有他自己。长谷川没有说话,而是递过来一份文件。他默默地盯着文件的标题,上面写着:长期供体名单。下面写着他已经太过熟悉的名字。


“이게 뭐예요?”  “这是什么呀?”

“요즘 토쿠노군이랑 친하게 지내지?”  “最近和得能君走得近吗?”

“네.”  “好的。”

“알다시피 토쿠노군은 이제 몇 달 후면 성년이 돼. 유감이지만 이렇게 늦게 발현하는 경우는 없어.”
“你知道的,得能君再过几个月就成年了。遗憾的是,像这样晚发的情况是没有的。”

“…….”  ……

“나중에 강요 당하느니 본인이 선택할 수 있을 때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与其以后被迫选择,不如在自己还能选择的时候做出选择,这也是一种方法。”

“…걜 설득하라고요?”  “…要我去说服他吗?”

“토쿠노군 특히 직원들한테 경계심이 심하거든. 마에다군이라면 잘 얘기하지 않을까 하고….”
“得能君对员工们特别有戒心。如果是前田君的话,或许能好好谈谈……”


오랜만에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딱 죽고 싶은 기분이 온몸을 점철한다. 그래. 이래서 매일 죽고 싶던 거였어. 이런 곳이니까. 이딴 쓰레기들의 지배를 받으니까.
久违的情感再次涌上心头。那种想死的情绪充斥全身。是啊,这就是为什么每天都想死。在这样的地方。被这些垃圾支配着。

하세가와가 아직 안 끝났다는 듯 달콤한 제안을 했다.
长谷川似乎还没结束,提出了一个甜美的提议。


“당연히 마에다군한텐 보상을 해줄 거야.”
“当然会给前田君补偿的。”

“…….”  ……

“토쿠노군만 잘 구슬리면 군대를 면제해줄 수도 있어. 위에서 이미 승인 받은 거야.”
“只要哄得好得能君,说不定能免除兵役。上面已经批准了。”


뭐 이런 좆 같은 선택지가 다 있지. 토쿠노만 죽음으로 몰아넣으면 평생 자유롭게 살 수 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래요? 물으면서 명단을 훑었다. 물론 이름만 본다고 누가 누군지 알 길이 없다. 하세가와가 거기까진 몰라도 된다며 일축했다. 그렇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어려울 건 없었다. 유우시한테 장기를 제공하라고만 하면 됐다. 걘 삶에 미련 따위 없어 보였으니까 선뜻 그러겠다 할지도.
这都是些什么狗屎选项啊。只要把得能勇志逼上死路,就能一辈子自由自在地活着。他到底是个多么了不起的人啊?我一边问着,一边扫视着名单。当然,光看名字根本不知道谁是谁。桥川直接打断说,那些细节不用知道。就这样,新的任务下达了。这并不难,只要让勇志提供器官就行了。他看起来对生命毫无留恋,说不定会爽快地答应。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다. 걔의 팔에 난 흉터를 개처럼 마구 핥아댔다. 유우시가 간지럽다며 머리통을 미는데도 아랑곳 않고서. 아직 아파? 물으면 유우시가 알 수 없는 얼굴을 한다. 어느 쪽인지 알 수 없게끔.
然而,与想法相反,身体却做出了未经指示的行为。我像狗一样疯狂地舔舐着他手臂上的伤疤。即使勇志因为痒而推开我的头,我也毫不在意。“还疼吗?”我问道,勇志却露出了难以理解的表情,让人无法分辨是疼还是不疼。


“넌 너무 말이 없어서 탈이야.”
“你太沉默了,真是让人头疼。”

“…….”  ……

“또. 또 입 다물지.”  “又来了,又闭嘴了。”


서류를 꺼낼 생각도 않고서 혀를 섞었다. 녹초가 돼 침대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서는 영화를 본다. 유우시가 문득 혼잣말처럼 예쁘다고 중얼거리길래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봤다.
连文件都懒得拿出来,就先拌起了舌头。浑身瘫软地贴在床上坐下,开始看电影。勇志突然像自言自语般嘟囔着“真漂亮”,我猛地睁大眼睛看向屏幕。


“저 배우가?”  “那个演员?”

“아니. 저 사람이 한 반지.”
“不是。是那个人戴的戒指。”


자세히 보니 진짜로 손에 실반지를 한 게 보였다. 시력 좋다더니 용케 저걸 봤네. 보자마자 말이 튀어나왔다. 사줄까? 유우시가 대답 대신 웃는다. 곧 산통 깨는 발언이 터졌다.
仔细一看,真的能看到他手上戴着半枚戒指。都说他视力好,没想到连这个都看到了。刚看到就想说,要不要买给他?勇志没有回答,只是笑了笑。紧接着,一句让人心碎的话脱口而出。


“어차피 몇 달 후면 유품 될 텐데 뭣 하러.”
“反正再过几个月就会变成遗物了,何必呢。”

“…….”  ……


갑자기 온몸에 힘이 쫙 빠진다. 제발 말끝마다 곧 죽을 거란 소리 좀 하지 마…. 못 참고 핀잔했더니 유우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突然间全身的力气都消失了。拜托你别每句话都带着快死了的语气……忍不住责备了他,结果勇志一脸不解地睁大眼睛看着我。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为什么?这话说得没错啊。”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직 모르는 거야.”
“不是才怪。只是还不知道而已。”

“아니. 난 죽어.”  “不是。我会死的。”

“…….”  ……

“그러니까 나 좋아하지 마.”  “所以别喜欢我。”

“…….”  ……

“나도 너 안 좋아하고 그냥… 갖고 노는 거니까.”
“我也不喜欢你,只是……在玩弄你而已。”


그걸 들으며 확실히 깨닫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우시가 내 약점이 돼버린 것 같다고. 언제부턴가 얘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전긍긍하게 됐다. 오늘 채혈은 아프지 않았을지. 훈련 때 다치진 않았을지. 어차피 죽을 거라 생각한다면 네 손으로 선택하는 게 어때? 이딴 좆 같은 소릴 지껄일 수 없었다. 애초에 가방에 서류 넣어둔 것도 까먹었다. 매일 죽고 싶다 생각하던 내가 이젠 매일 얘를 살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 굴려도 답이 없었다. 자신에겐 다른 뮤턴트에게 초능력이 발현하게끔 하는 능력은 없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지배를 받는 입장에서 이 많은 연구소 직원을 죽이는 짓도 할 수 없다. 초조해하는 사이 시간은 흐른다.
听到这些,我确切地意识到,不知不觉中,勇志似乎成了我的软肋。不知从何时起,我开始对他的每一个举动都感到焦虑。今天的抽血会不会很痛?训练时有没有受伤?如果反正都要死,不如你亲手选择如何?我无法说出这种狗屎一样的话。原本连把文件放进包里都忘了。每天想着去死的我,现在却每天想着要救他。但无论怎么绞尽脑汁,都没有答案。自己并没有让其他变种人觉醒超能力的能力。作为受人类支配的一方,也无法做出杀死这么多研究所员工的事。在焦急中,时间流逝。

유우시가 여태 넣은 줄도 몰랐던 서류를 발견하고 울었다. 이제 슬슬 지겹다며 친구 놀이를 관두자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대가리 깨지는 충격을 줬다. 우리가 친구였다고? 그렇지만 그렇게 구는 저의를 금세 알아차리곤 입을 다문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서로 정 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勇志发现了至今未曾注意到的文件,不禁哭了出来。他抱怨说现在开始觉得无聊了,提议结束这场朋友游戏。那句话像是一记重击,让我头脑发懵。我们曾经是朋友吗?然而,他总是能很快察觉到我的抗拒,随即闭上嘴。反正都要死了,不如彼此不要产生感情。

다음 날 오후 뜬금없는 호출을 받았다. 하세가와가 한 건 했다는 듯 히죽거렸다.
第二天下午,突然接到了一个电话。长谷川似乎做成了什么事,得意地嘿嘿笑着。


“역시 마에다군 말이라면 들을 줄 알았어.”
“果然是前田君的话,我会听的。”

“…네?”  “…啊?”

“토쿠노군이 직접 신청서 써서 제출했더라. 여기.”
“得能君亲自写了申请书提交了。在这里。”


가슴이 벌렁거렸다. 걔의 필체로 이름과 서명을 한 게 보인다. 이런 게 뮤턴트의 삶인가? 걔의 몸이 조각조각 다른 사람에게 제공될 거란 내용이 구체적으로 쓰여있었다. 보자마자 눈이 뒤집혔다. 종이를 집었다. 놀란 하세가와가 무슨 짓이냐는 듯 만류하는 걸 듣지 않았다. 이건 무효라고 인생 최초로 난동을 피웠다. 저녁 돼서야 겨우 마주친 유우시는 어딘가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胸口一阵悸动。看到他用他的笔迹写下的名字和签名。这就是变种人的生活吗?他的身体将被切割成碎片提供给不同人的内容被详细地写在那里。一看就火冒三丈。我拿起纸。听到惊讶的支川似乎在问我在做什么并试图阻止我,但我没有理会。这是我人生中第一次闹事,宣布这是无效的。直到晚上才勉强遇到的勇志,脸上带着某种得意洋洋的表情。

얜 이미 알고 있는 거다. 본인이 내 약점이라는 걸. 이대로 죽으면 내가 미쳐버릴 거란 사실도.
他已经知道了。他自己就是我的弱点。如果就这样死去,我会疯掉的事实也是。


살게 해줄게.  我会让你活下去的。

살게 해준다고. 성년 지나도.  让我活下去。即使成年后也如此。


빡쳐서 터지는 대로 뱉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싫은데. 정 붙이는 걸 극도로 꺼리니 개새끼가 돼주기로 한다. 입술 아프다 칭얼거리는 걸 못 들은 척했다. 혀 씹을 땐 언제고 좆 대니까 빨아준다. 솔직히 반쯤 씹힐 각오하고 넣은 건데 아무래도 좆이라 그런가 자를 기세로 씹어대진 않았다.
气得一股脑全吐了出来。讨厌无法兑现的承诺。极度厌恶黏黏糊糊的感觉,所以决定做个混蛋。假装没听见他抱怨嘴唇疼。咬舌头的时候随时都可以,反正要插进去,就帮他吸一下。老实说,我本来已经做好了被咬掉一半的准备,但可能因为是那玩意儿,他并没有使劲咬。

대책 없이 시간은 잘만 흘렀다. 여전히 저녁 땐 겸상하고 애프터로 섹스하지만 예전 같이 달달하진 않았다. 가끔 못 참고 진심을 토해냈다. 유우쨩 스키다요. 그럼 유우시는 상처 주는 대답만 골라 했다. 자긴 아니라고. 내가 싫다고. 끔찍하다고. 그게 걔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인지 상처 받진 않았다. 그보다 말은 본인이 뱉어놓고 어딘가 처연한 얼굴을 하는 게 신경 쓰여 가슴을 콕콕 쑤셔댈 뿐이었다.
时间毫无对策地流逝着。晚饭时依然一起吃,之后做爱,但不像以前那样甜蜜了。有时忍不住吐露真心。勇志,好痛啊。但勇志只会挑伤人的话回答。不是我。讨厌我。太可怕了。虽然知道那不是他的真心话,但并没有受伤。反而更在意他说完话后那副凄凉的表情,心里一阵阵刺痛。




유우시가 없는 오후는 대체로 무료하다. 평소처럼 샤워 후 배구나 할 작정으로 중앙동에 갔다. 출입구에서 ID 카드를 갖다 대는데 순간 수많은 장면이 스쳤다. 사이코메트리. 발현한 순간부터 매일 겪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려다 말고 멈춰 섰다. 손을 뻗어 출입문을 더듬었다. 중앙 제어실 안으로 검은 옷 입은 인영이 들어가는 장면이 번뜩인다. 그 안을 타이머 찬 폭탄 수십 아니 수백 개가 메우고 있었다. 동시에 호출기가 울렸다. 가장 위급한 상황에 쓰는 적색 신호였다.
勇志不在的下午通常是无聊的。像往常一样,洗完澡后打算去中央栋打排球。在入口处刷 ID 卡时,瞬间无数场景闪过。这是心理测量。从觉醒的那一刻起,每天都会经历的事情。然而,就在准备忽略过去时,我停下了脚步。伸手摸索着出入口。中央控制室内,一个穿着黑衣的身影走进去的画面突然闪现。里面布满了数十甚至数百个定时炸弹。同时,呼叫器响了起来。这是最紧急情况下使用的红色信号。

본부는 이미 민간 단체에 협박 전화를 받고 폭탄 설치 여부를 확인한 후였다. 일단 S 레벨부터 대피 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구원과 뮤턴트를 모두 합치면 2천 명 가까이 된다. 이 모두를 한 시간 안에 어떻게 대피 시킬지 궁금했는데 하세가와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떠들었다.
总部已经接到民间团体的威胁电话,并在确认炸弹安装情况后。首先提出了从 S 级开始疏散的建议。研究人员和变种人加起来将近两千人。我很好奇如何在不到一小时内疏散所有人,但长谷川却说出了意想不到的内容。


“S 레벨 뮤턴트랑 연구원들 내보내고 나면 출입문을 모두 봉쇄하도록 해두죠.”
“把 S 级变种人和研究员们都送出去后,就把所有出入口都封锁起来。”

“그럼 S 레벨 미만 뮤턴트들은 어떡하죠? 대략 천육백 명 정도인데요.”
“那 S 级以下的变种人怎么办?大约有一千六百人左右。”

“한 시간 안에 모두 대피할 순 없어요. 발현하지 않은 뮤턴트들은… 어차피 언젠가 죽잖아요?”
“一个小时内无法全部撤离。未觉醒的变种人……反正迟早会死,不是吗?”


다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순식간에 토기가 밀려왔다. 이러나저러나 유우시를 죽일 작정이군. 역겨워서 신물이 난다. 입맛대로 태어나게 하고, 굴리고 또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버리는 무자비함이.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유우시가 채혈 마치고 훈련장에 갈 시간이다. 호출기 위치 추적 버튼부터 껐다. 소란을 틈을 타 몰래 빠져나온다. 숙소에서 서치용으로 쓰던 핸드폰과 돈을 챙겼다. 당장 생각 나는 외부 인물이 후지이 뿐이라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도 모른 채 알았다길래 유우시의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유우시는 마침 채혈을 마치고 훈련장 입구로 걸어오고 있었다.
大家都露出了同意的表情。瞬间,压力如潮水般涌来。无论如何,他们都是打算杀死勇志的。令人作呕到想吐。随心所欲地让他们出生,操纵利用,一旦判断没有利用价值就随时抛弃的无情。确认了当前时间。勇志完成采血后该去训练场了。先关闭了呼叫器的位置追踪按钮。趁乱悄悄溜了出来。带上了宿舍里用于搜索的手机和钱。目前能想到的外部人物只有藤永,于是打了电话。虽然不知道前因后果,但对方说知道了,于是我赶往勇志的训练场。勇志正好刚完成采血,正走向训练场入口。


“오늘은 새로운 훈련을 할 거래. 그거 알려주러 왔어.”
“今天有新的训练。我是来告诉你的。”


일부러 호출기 초록 불을 켜 보여줬다. 유우시가 순진하게 믿는다. 얜 나를 연구원이라 알고 있으니까 이런 지령 쯤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걸 테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가라고 하니 겁 먹은 얼굴을 한다. 그러고 보면 바깥에 나간 적 한 번도 없다고 했지. 하늘을 본 적 없다고.
故意让呼叫器的绿灯亮起来给他看。勇志天真地相信了。他以为我是研究员,所以觉得这种命令我也能下。然而,一让他出去,他就露出了害怕的表情。这么一说,他确实说过自己从未出去过,连天空都没见过。

사실 여태 뱉었던 미래의 약속은 전부 닥치는 대로 던지고 봤던 거였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같이 하고 싶긴 했지. 공룡 박물관에 가는 것도. 별 보는 것도. 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인간들이 살아 숨쉬는 한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다.
事实上,之前许下的所有未来承诺,都是随口一说、随性而为的。当然,如果能做到的话,我也想一起实现。去恐龙博物馆也好,看星星也好。但只要那些统治我们的人还活着,这些就只是空谈。


“그러니까 연습해야지. 평생 갇혀 살 순 없잖아.”
“所以才要练习啊。总不能一辈子关在这里吧。”

“그럼 같이 가.”  “那一起走吧。”

“너 도와줬다가 나 백수 되라고?”
“你是想帮我,结果让我变成无业游民吗?”

“…….”  ……

“대신 돌아오면 뽀뽀해줄게.”  “作为交换,回来的时候我会亲你一下。”

“그건 필요 없어.”  “那个不需要。”


히도이. 애교스레 너무하다 중얼거리면서 웃는다.
哼。撒娇似的嘟囔着“太过分了”,然后笑了起来。


“내려서도 차 조심하고. 주변 잘 살피고 걸어.”
“下车后也要小心车。注意周围,慢慢走。”

“그 정돈 알거든.”  “那个我当然知道。”

“바이바이.”  “拜拜。”


대충 손 흔들며 유우시가 택시 문을 닫는다. 불투명한 창문이 비춘 유우시의 얼굴은 이미 나를 보고 있지 않다. 거기다 대고 나 혼자 손을 흔든다. 안녕. 내 약점.
勇志随意地挥了挥手,关上了出租车门。透过不透明的车窗,他的脸已经不再看向我。我独自挥着手,对着那里说再见。我的弱点。

구글맵이 알려준 도착 예정 시각을 참고해 중앙 제어실로 걸어갔다. 창밖엔 이미 S 레벨 뮤턴트를 태운 차가 출입구로 향하는 게 보였다. 문 열고 제어실에 들어갔다. 째깍. 째깍. 수십, 수백 개의 폭탄이 내는 타이머 소리가 살벌했다. 살면서 폭탄이라는 걸 처음 보지만 손만 갖다 대면 이게 어떤 건지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연구소 안에선 평생 큰 도움이 안 됐던 능력을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써먹을 줄은 몰랐는데.
根据谷歌地图提供的预计到达时间,我走向了中央控制室。窗外,一辆载着 S 级突变体的车辆正驶向入口。我推开门进入控制室。滴答,滴答。数十、数百个炸弹的计时器声音令人毛骨悚然。虽然这是我第一次见到炸弹,但只要伸手一碰,就能立刻明白这是什么。没想到,在实验室里一辈子都没派上用场的能力,竟然会在这种生死攸关的时刻派上用场。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다.
即便如此,这也是有意义的事。

유우시의 소원과 내 소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테니.
勇志的愿望和我的愿望会同时实现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