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으레 그렇듯 학교에서 마에다 리쿠는 망나니로 통하는 아이였다. 졸업하면 깡패 새끼가 되는 거 아니냐는 소문도 더러 있을 정도로 리쿠는 손버릇이 나빴다. 선생님 앞에서 대놓고 피는 담배에 틈만 나면 도벽에 기분 잡치면 동급생 폭행까지. 애새끼 한명을 데려다가 피떡이 되도록 줘패면 교무실로 불려가 몽둥이로 엉덩이를 처맞기를 반복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리쿠는 모범생 축에 속해있던 아이였고 평생 주먹 한번 휘둘러 보지 못하는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에어팟 한쪽을 잃어버렸다는 친구의 말에 대신 찾아주겠다고 종일 교실 바닥을 뒤지기도 했었고 꺾여져 있는 나무판자 밑으로 떨어져 있는 흰색 콩나물을 발견하자마자 손을 뻗어 팔뚝에 나뭇가시가 우수수 박혔는데도 헤실거리며 친구에게 에어팟을 건네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담배? 도벽? 폭행?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근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한 학기 내에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불량아들에게 물들었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다. 동급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친한 관계였던 친구들과의 연마저 끊어버렸을 정도로 리쿠는 혼자 다니기 시작했고 불량아들도 한 순간에 돌변해버린 또라이들은 위험하다며 무리에 끼워주질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즉, 마에다 리쿠는 또라이 또는 정신병자라는 소리? 어쨌든 그렇다.
"죄송합니다."
동시에 고개가 떨궈지고 허리가 깊이 굽혀졌다. 리쿠 대신 유우시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린 게 오늘로써 벌써 다섯번째. 어머니가 학교 영양사라더니 달걀을 눈두덩이에 굴리며 연신 아픈 소리를 내는 소타를 죽일 듯이 노려보니 유우시의 손이 리쿠의 머리통을 짓눌렀다. 죄송하다고 해, 얼른. 유우시에 의해서 고개를 숙인 리쿠는 나무 바닥을 바라보며 무성의하게 중얼거렸다. 아 죄송. 그러니까 내 눈에 띄지 말지 그랬냐. 다음에 또 눈에 띄면 뒤져 진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는 리쿠를 보며 소타의 어머니가 기가 막히다는 듯 허! 하며 소리를 냈다. 화를 돋군 꼴이었다.
이렇게는 못 넘어간다며 강제 전학을 시키던지 퇴학을 시키라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타의 어머니를 보는 리쿠의 얼굴은 전혀 동요가 없었다. 그러던지 말든지. 배 째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리쿠를 보던 소타의 어머니의 얼굴이 마침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짜악-!
이건 영양사 수준이 아니다. 왕년에 배구 선수 하셨나. 존나 아팠다. 퉤하고 침을 뱉은 리쿠의 안광이 다 죽었다. 아 씨발, 아저씨도 내 얼굴 때린 적이 없는데. 억한 반항심으로 고개가 더욱 꼿꼿하게 굳어졌다. 그럴수록 개띠꺼운 표정을 내비친다. 반항 어린 태도를 본 소타 어머니가 부들거렸다. 강스파이크를 때릴듯한 손바닥이 다시금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본 리쿠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손에 또 맞으면 죽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한번 짜악-! 소름 돋는 파열음이 귓고막을 무참히 때렸다.
"제가 죄송해요."
휘청거리는 유우시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손바닥 모양으로 자국이 생긴 밝은 피부를 곁눈질로 쳐다본 리쿠는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나서긴 왜 나서. 갑자기 유우시의 뺨다구를 갈겨버리게 된 소타의 어머니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허둥지둥거리는 소타의 어머니 앞으로 유우시가 무릎을 꿇었다. 리쿠의 시선이 끈질기게 유우시의 행동을 뒤쫓았다. 맘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을 거다. 리쿠 대신 처맞는 거. 네 번의 학부모 호출 중 절반 이상은 이런 식으로 일을 무마했으니까. 이쯤에서 유우시는 분명 특유의 보이스 톤과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거기에 한껏 어른스러운 척을 할 것이고. 정말 토 나올 정도로 싫었다.
유우시는 무릎이 값쌌다. 그동안 있었던 호출마다 유우시는 자존심도 없는지 앞뒤 재지 않고 리쿠가 벌인 일들에 대해 대신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구했었다. 혈육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스스럼없이 무릎을 꿇는 유우시를 곁에 두고도 리쿠는 일말의 죄책감이나 양심 따위는 들지 않았다. 그저 붉게 물든 뺨이 눈에 들어와 거슬릴 정도? 그 뿐이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매번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이젠 버겁지 않나? 리쿠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유우시의 마른 등을 건조하게 쳐다보았다.
"들어보니 천애 고아라 하던데. 아저씨가 애 교육 좀 잘 시켜요. 부모 없는 티 내지 말고."
날카로운 모진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가차 없이 꽂힌다. 아 기분 더럽네.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 한참 나이 많은 어른이고 연약한(?) 여자고 나발이고 당장이라도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게 입을 찢어놓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주먹을 세게 말아쥐니 그 미세한 움직임을 눈치챈 모양인지 유우시가 조심스럽게 리쿠의 손을 붙잡았다. 검지손가락으로 손등을 톡톡 치는 손길. 주먹 펴, 리쿠. 작은 두드림에 무색하게 악력이 서서히 풀려갔다.
"부모 있어요."
부모라니. 가증스럽기도 해라. 일순 리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순식간에 아연실색이 된 리쿠가 유우시에게 붙들린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오롯이 마주한 얼굴. 손바닥 모양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쓸어내린 유우시는 리쿠를 향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아 잔인하다, 정말. 기어코 그 행세를 하겠다는 거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유우시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무시가 답이다. 자리를 벗어나는 게 맞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우시가 더 빨랐다. 교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와중에 들리는 나긋한 목소리가 청신경을 거쳐 측두엽까지 다다르자 리쿠의 손끝이 잘게 떨려갔다.
"제 아들 때리지 마세요."
그럴수록 더 엇나갈 거다. 다시는 그딴 역겨운 생각 못하게. 쾅! 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닫힌 문 너머 리쿠가 복도를 뛰었다.
이 씨발... 아들? 좆까라 그래.
유우시의 양 볼을 잡고서 힘을 주니 자연스레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이리저리 눈알을 돌리며 눈치를 보는 유우시를 보다가 입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니 치아에 손가락들이 스쳤다. 말랑말랑한 피부라서 그런지 입 안이 보기 좋게 터졌다. 핏물이 침에 섞여 있는 것이 보일 정도여서 아프냐 물었는데 고개를 양옆으로 저어댄다.
"아저씨."
"우웅."
"입술 다 터졌잖아요."
터진 입술에 연고를 바르던 리쿠가 유우시의 입안에서 손을 빼고서 입고 있는 티셔츠에 대충 번들 거리는 침을 대충 슥슥 닦아내었다. 그리고 아까 전 소타가 그랬던 것 처럼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를 가져와 유우시에게 건넸다. 멍 빼야지, 아저씨. 리쿠에게 달걀을 받아서 든 유우시는 둥그렇게 볼에 달걀을 굴렸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몰라요. 걔가 먼저 그랬어."
아이고 이 금쪽아. 앓는 소리를 내고선 리쿠를 밀춰내며 웃통을 벗어내기 시작한다. 입고 있던 반바지 마저도 훌러덩 벗어낸 유우시는 트렁크만 입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하나 싶어서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유우시를 올려다보니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나 씻으려고. 데이트 하러 가야 해서. 하얀 다리를 휘적이며 걸어가는 유우시의 뒷모습을 리쿠가 잠시 바라보다 바르던 연고를 정리했다. 목울대가 꿀렁거리며 동공이 흔들리는 걸 숨기기에 도가 텄다.
욕실로 홀랑 들어가 버린 유우시를 확인하고 리쿠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씬 죽어도 모르겠지. 학교에서 문제아가 된 이유가 백이면 백 온전히 아저씨 때문이라는 걸.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아저씨가 보러 와주길 바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보러 안 올 거잖아. 나는 안중에도 없으니까.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아 이마를 짚었다. 썩어 문드러지는 자신의 속도 모르고 유우시는 참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 나 팬티 좀 가져다줘. 깜빡했다."
그러니 욕실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팬티나 가져다 달라는 소리나 해대고 있지. 아들은 무슨.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열 살 터울인 아들이 어딨겠냐고. 나지막이 혼잣말 하는 리쿠는 툴툴거리면서도 욕실 문틈 사이로 보이던 유우시의 젖은 나체를 떠올렸다. 침샘이 따가워지는 것만 같아 목을 긁으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우시의 방으로 향했다. 옷장 문을 여니 유우시의 향이 콧잔등을 스쳤다. 같은 집에 살고 같은 바디워시를 써도 이상하게 유우시와 리쿠에게서 나는 체취가 달랐다. 열여덟 고삐리인 자신과 스물여덟의 직장인 유우시. 둘 사이의 십년이란 세월의 간극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나무판자와 흙냄새, 분필 냄새, 땀 냄새가 베인 자신의 옷들과는 달리 유우시의 옷들에선 담배 향이 났고 향수 냄새, 여자들의 냄새가 났다.
자신을 애새끼 취급하는 유우시가 존나 싫었다. 아들이라니 씨발. 리쿠는 옷장 아래 서랍을 열었다. 가지런하게 접혀 게어져 있는 트렁크들이 눈에 보였다. 괜히 입고 있는 트레이닝 복 바지의 밴딩을 들어 자신의 속옷을 내려다봤다. 허벅지까지 쫙 달라붙어 있어 윤곽이 드러난 드로즈. 스판끼가 존나 실하다. 성인이 드로즈를 안 입는 건 아니지만 괜스레 입고 있는 팬티마저도 존나게 어려보여셔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눈에 보이는 트렁크를 손에 쥔 리쿠는 늘 그랬듯 익숙하게 코 밑으로 가져갔다. 크게 숨을 내쉬던 리쿠는 유우시의 트렁크에 얼굴을 비볐다. 일부러 좆이 닿는 부분에 살짝 혀도 대었다. 빨고 싶다. 아저씨 좆 빨고 싶어... 트렁크의 아래 천이 검게 물들어가는데도 입 안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다. 아래가 침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트렁크는 마치 애액이 싸질러진 모양이라서 리쿠가 자신의 드로즈 밴딩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하아..."
활짝 열려져 있는 유우시의 옷장 앞. 옷장 가득 묻어 있는 체취. 입에 유우시가 입는 트렁크를 쑤셔 넣고서 자위를 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유우시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이랬다. 이 짓거리는 리쿠가 유우시의 손을 잡고서 유우시의 집으로 오고 나서 몇 해 지나지 않고 시작되었으니까.
찔꺽거리는 정액이 손에 흩뿌려졌다. 손가락 사이사이가 끈적거리는 게 생경했다. 입에 쑤셔 넣었던 트렁크를 빼고서 좆이 닿을 안쪽에 희고 묽은 액을 살짝 묻혀두었다. 자신의 정액이 묻혀져 있는 트렁크를 입을 유우시를 상상하니 한 발 뺀 좆이 다시 발기하는 것만 같았다. 눈치 없는 유우시는 평생 모를 거다. 알아도 뭐, 상관 없고. 옷장 문을 닫고서 방을 나섰다. 욕실 문 앞에 놓아 둔 트렁크. 리쿠가 대답했다.
"팬티 앞에 둘게요. 아저씨."
좆 주변에 털 하나 나지 않았을 때보다 한참 전. 어쩌면 아직 채 목젖이 튀어나오지 않았었을 때보다도 더. 어렸을 적 리쿠는 유우시의 손을 잡았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던 리쿠를 유우시가 거둔 때는 리쿠가 2차 성징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한 아홉살? 열 살? 흐릿하긴 한데 그때쯤일 거다. 돌봐줄 핏줄 하나 없이 길거리에 내던져진 리쿠는 그날따라 길거리에 진동을 하는 빵 냄새가 참기 힘들었다. 며칠 밤낮을 굶으면 자연스레 쓰레기장으로 향하게 된다.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쥐새끼마냥 파먹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달콤하고 고소한 밀가루 냄새에 혼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 몇번은 성공했다. 한 번 훔치는 게 어렵지 두 번 훔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점차 빵집에 들락거리는 빈도수가 많아지고 그 수법이 대범해졌다. 그날도 그랬다. 허수아비 수준인 멍청한 알바생이 눈치채지 못하게 빵을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알바생하고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거다. 삐뽀삐뽀. 사이렌이 울렸다. 문을 박차고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애초에 초등학생의 발 보폭과 다 큰 성인의 보폭은 차이가 났다. 리쿠의 세발 걸음이 알바생의 한발 걸음이었으니 게임 셋. 어깨를 붙잡히자 어린 리쿠가 울면서 빌었다. 잘못했어요. 너무 배고파서 그랬어요. 아저씨 저 경찰서 가기 싫어요. 엉엉 울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자 알바생이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눈을 맞췄었다. 엄한 얼굴이 아닌 배시시 웃는 얼굴로 빵이 가득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내민 알바생. 선물이라며 리쿠의 머리를 쓰다듬는 눈치 좆도 없는 멍청한 알바생. 유우시는 그때부터 쭉 여전히 눈치가 없었다.
아저씨. 첫 만남 때부터 리쿠가 유우시를 부르던 호칭이었다. 고작해봐야 유우시의 무릎 정도의 키를 갖고 있던 리쿠에게 있어 고개를 한참 젖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이 바라보는 유우시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유우시의 얼굴은 항상 높디높은 하늘과 공존했다. 티 없이 맑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둘 때도 있었고 저녁노을이 지는 주황빛의 배경일 때도 있었고 소나기가 내리고 난 후의 분홍빛의 하늘을 배경일 때도 있었다. 어른이란 이런 걸까. 아마도 그런 게 어른이라면 유우시는 하늘 처럼 너무 높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밥 시켜 먹고. 남은 건 리쿠 용돈 해."
유우시는 리쿠의 보호자다. 리쿠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우시가 리쿠를 데려다 키웠으니 유우시가 아빠 행세를 하는 게 주위 시선에 그리 이상하게 보이는 상황은 아니지만 리쿠가 용납할 수 없었다. 이젠 아저씨라는 단어도 고까울 지경인데 아빠라니. 아빠 구멍에 좆 들이박을 생각하는 아들이 세상 어딨겠냐고. 천륜을 저버리는 행동이지, 암 그렇고 말고. 현금을 쥐여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유우시를 보며 리쿠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부산스럽게 유우시가 움직일 때마다 지독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러 인상을 구겼다.
"몇시에 들어올 건데요?"
"오늘 안 들어 올 건데?"
"미쳤나. 아저씨 외박하게요?"
"내 나이가 몇인데 여자친구랑 있다 보면 외박 정도는 할 수 있지."
씨발이다 진짜. 머플러를 둘러 주는 리쿠의 손이 멈칫거리다 다시 움직이니 유우시가 하늘빛이 도는 머플러에 부끄럽다는 듯 입을 숨긴다. 홍조 띈 두 뺨이 하늘 빛 머플러에 번져가는 것을 본 리쿠의 얼굴이 묘했다.
"뉴스 안 봤어요? 오늘 올해 최고 한파래요. 밖에 있으면 추워 뒤져."
"괜찮아. 실내 데이트 할 거라서."
"세상이 워낙 흉흉하잖아요. 싸돌아다니면 위험해."
"웃겨. 나 남자거든?"
"남자라고 안 위험한 거 아닌데요."
"내 여자친구도 안 하는 걱정을 네가 왜 해."
그러면서도 기특하다며 리쿠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유우시의 눈매가 어여쁘게 휘어진다. 입가에 생긴 팔자 주름이 깊어지며 깔깔거리며 웃어대기까지.
"다 컸네. 우리 아들."
"아니 씨발. 그 아들이라는 소리 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고 있으니 유우시가 리쿠의 머리에 꿀밤을 두어대 때렸다.
"벌이야. 아까 친구 때린 거랑 방금 욕한 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머리통을 감싸고 있으니 유우시가 손을 들어 리쿠의 머리칼을 마구 헤집어놓았다. 아 아저씨! 머리 만지지 마요! 마치 애완견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었다.
"키가 언제 이렇게 커진 건지... 너무 많이 컸다, 너."
"..."
"나 간다. 집 잘 지키고 있어, 고삐리."
손을 흔들며 현관을 나서는 유우시의 뒷모습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하늘색 머플러로도 채 가려지지 못한 유우시의 붉은 귓바퀴가 눈에 밟혔다.
유우시가 데이트하러 외출 한 집에 남겨져 혼자 할 것이라곤 딱히 없었다. 유우시가 주고 간 현금으로 배달 음식을 시키고 거실에 앉아 넷플릭스 시청하는 것 정도가 잘 지냄의 의미였다. 새로 공개된 에피소드. 탑텐에 당당히 등극 되어 있는 스릴러 영화가 있어 오랜만에 각 잡고 시청하려고 했건만 성인 인증을 하라는 문구가 뜨는 것을 보고 기분이 잡쳐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던졌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뿐이지 몇시간을 내리 혼자 집에 있으니 좀이 쑤셨다.
아저씨 넷플 계정좀
나 냉장고에 있는 아저씨꺼 양주 먹는다?
그거 되게 비싼거라며 내가 먹는다고
오늘 진짜 집에 안들어와?
평소같으면 미성년자가 무슨 술이냐며 긴 장문의 문자를 보내며 타박할 텐데 여자친구랑 얼마나 좋은 뜨밤을 보내고 있는 건지 연달아 보낸 문자에도 묵묵부답. 답이 없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진짜 집에 들어오지 않을 모양인 듯싶었다. 좆같다 싶다가도 입고 있는 트렁크에 정액이 묻혀진지 꿈에도 모르고 모텔방에서 여자친구에게 팬티를 벗고 엉덩이를 깠을 유우시 생각에 그나마 정신적 위로가 됐다.
로얄 살루트 38년산. 비싼 돈 썼다며 아껴 먹느라 유우시가 한 달 내내 반의반도 못 먹고 신줏단지 모셔놓듯 고이 보관해둔 양주를 깠다. 내 기필코 오늘 이걸 다 먹으리. 유리잔에 콸콸 쏟아붓느라 테이블 위로 양주가 질질 샜다. 이 광경을 본다면 유우시가 뒷목 좀 잡겠지만 오늘은 좀 괘씸해서 그대로 놔뒀다.
안줏거리로 픽한 영화는 결국 애니메이션이 됐다. 짱구 극장판 보려다가 씨발 너무 애새끼 느낌이라 마슐 틀었다. 사실 밥 먹을 때는 짱구가 최고긴 한데 영원한 다섯살 보다는 그래도 헬창 나오는 마법사 얘기가 좀 낫지 않은가. 내용은 존나 신박하고 재밌긴 해서 잔에 가득 채워져 있는 양주를 들이켰다. 대충 웃긴 장면에 벌컥. 약간 감동적인 장면에 또 벌컥. 그리고 여전히 오지 않는 답장에 또 한 번 벌컥. 몸이 달아오르고 머리가 핑핑. 세상이 눈앞에서 흐물거렸다.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유우시의 방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는 폼이 위태롭다. 유우시의 옷장을 열고서 흐느적거리는 몸을 구겨 넣었다. 아저씨가 자주 입는 티셔츠. 아저씨가 좋아하는 코트. 아저씨가 매일 입는 바지. 흐물거리는 세상 속 아저씨. 오늘은 여기서 자야지. 옷장 문을 닫으니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술기운인지 때문인지 몰라도 어쩐지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코 앞에 유우시가 눈을 감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유우시의 방이었고 몸이 뉘어진 곳이 유우시의 침대였다. 집에 안 들어 온다더니. 웃통을 벗고 제 옆에서 누워있는 모습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갔다. 킥킥 웃으며 흩어진 유우시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아저씨, 너무 예뻐. 실제로 그랬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유우시의 얼굴에 닿아 산산이 부서지는 풍경이 볼만 했으니까.
"몽유병이 다시 도졌나."
"..."
"술도 먹고. 내 옷장에 들어가 자고 있고. 나 너 여기로 옮기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눈을 감고 입만 움직이는 유우시를 보며 코웃음 쳤다. 어렸을 적 한때 리쿠는 몽유병을 달고 살았다. 어깨선이 흘러 내릴 정도의 큰 사이즈였던 유우시의 옷들을 입는다던가, 집 안을 빙빙 돈다던가, 냉장고를 턴다던가, 잠옷 바지에 소변을 눈 적도 있어서 리쿠가 설마 하며 이불을 들춰서 아래를 쳐다보았다.
"걱정 마. 너 그래도 오줌은 안 쌌더라."
"혀 깨물고 죽을 뻔 했네."
키득거리며 웃는 유우시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넓은 어깨, 날개뼈 사이로 내린 척추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유우시의 뒷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던 리쿠는 본능처럼 길게 내린 척추뼈를 검지 손가락으로 훑어내렸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작 지점을 지나 중간지점, 끝부분까지 매만지던 손길이 끝도 모르고 반바지 위로 엉덩이골까지 스쳐내려 간다.
"아저씨 말랐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일어나. 콩나물국 끓여놨어."
흠칫거리며 놀란 유우시가 리쿠의 손을 탁 쳐내며 침대에서 벗어나 방을 나선다. 웃통을 까고 있던 탓이었을까. 일어난 유우시의 울긋불긋한 몸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씨발 존나 뜨거우셨나 봐? 상한선을 그리고 있던 기분이 곤두박질쳤으나 언제나 그랬듯 혼자 끙끙 앓기로 했다.
뒤따라 나온 리쿠가 유우시를 쫓았다. 그새 언제 옷을 챙겨 입은 건지 상의를 걸친 유우시의 뒷모습이 주방에서 분주했다. 국이 담겨진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둔다. 자연스레 의자에 앉은 리쿠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쳐다봤다. 텅텅 비워져 버린 로얄 살루트 38년산은 깨끗하게 세척되어 신발장 앞에 놓여져 있었고 거실 앞 티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배달 음식들은 정리 되어 분리수거 통에 들어가 있었다. 테이블 위로 흘려진 술과 음식물들도 말끔히 닦여져 있는 상태. 늦은 시간에 해장하라고 국까지 끓이고 혼자서 정리하느라 힘들었겠다 싶었다.
"몇시에 들어왔어요?"
"세시 좀 넘어서."
"늦었네. 어제 여자친구랑 재밌었어요?"
아, 이래서 해장하라 하는구나. 국물을 입을 집어넣으며 대수롭지 않은 척 물었다. 얼큰하니 속이 풀리는 것 같아 좀 살 것 같았다.
"그냥 뭐. 맨날 똑같지."
리쿠가 먹는 모습을 턱을 괴고 쳐다보는 유우시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리쿠."
"왜요?"
"어제처럼 그러지 마."
어제처럼? 지금 그까짓 술 좀 먹었다고 저렇게 정색 빠는 거야? 쪼잔해가지곤. 아삭거리는 콩나물을 씹으며 리쿠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술 안 먹을게요. 그냥 호기심에 그랬어."
"그거 말고."
"아저씨 옷장에서 잔 거? 알았어요. 그것도 안 할게요."
"아니 그것도 말고."
그럼 그거 말고 뭐. 리쿠는 유우시의 말을 천천히 되짚었다. 어제처럼...? 무슨 짓 거리를 한 거야?
"이런거 몸에 남겨놓으면 여자친구한테 나 차여."
목 덜미와 쇄골에 있는 붉은 자국을 가리키는 유우시. 몽유병의 증상 중 하나, 성적 증상. 콩나물 대가리를 씹던 리쿠가 혀를 씹었다. 이런 씨발. 피 맛이 났다.
어줍잖은 변명으로 덮어씌워졌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성적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몽유병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독한 술 때문이라고. 리쿠 너 그때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침착하게 얘기하던 유우시는 전과 달라진게 하나 없었다. 학교 잘 다녀와, 아들. 오늘은 사고 치지 말고. 라며 여전히 리쿠의 보호자로써 리쿠를 제 자식인듯 취급했다.
물고 빨고만 한건지 아니면 삽입까지 한건지 알 수 없는 리쿠는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복잡한 머릿속에 예민해진 리쿠가 하루종일 날을 세웠다. 누구 한명이라도 건드리면 좆 될거 같은 그런 스산한 분위기에 리쿠 주변을 피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고 손에 들린 샤프심이 자꾸만 툭하니 부러졌다.
초록 칠판을 멍하니 보던 리쿠가 손톱을 잘근 깨물었다. 좆을 박아넣고 흔들었든 말든 비스무리한 짓거리를 했단거긴 한데. 기억이 완벽하게 휘발되어 버린 리쿠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을 되찾고 싶었다. 벗은 유우시의 몸 위로 입을 맞추는 제 자신을. 얇은 허리 위로 올라타 그의 쇄골에 그의 젖꼭지 위에 그의 허벅지 사이에 잇자국을 남겼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도리가 가만히 있질 못했다. 교복 바지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아래에 리쿠가 손에 쥐고 있던 샤프를 결국엔 내려놓았다.
"어디가니?"
"딸치러 화장실요."
선생님의 물음에 거짓없이 답한 리쿠는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뒤로 하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 칸으로 들어간 리쿠는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에 익숙한 전화번호. 스피커로 설정해놓고서 갤러리를 열었다. 온통 유우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 중에서 제일 꼴리는 사진을 띄워놓고 지퍼를 내린 리쿠는 유우시가 전화를 받길 기다렸다. 단조로운 발신음이 몇번 들리고 전화 너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무슨일이야?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또 사고 쳤어?"
"아저씨."
"응?"
"하아... 아저씨, 나 이름 불러주라."
손바닥이 뜨겁고 좆이 뜨거웠다. 씨발... 생각이 나는 것 같기도. 사정감이 몰릴수록 흐릿한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웃통을 깐 유우시. 트렁크 사이로 보이는 은밀한 좆. 샤워 하느라 젖어 있는 하얀 피부. 그 위에 울긋불긋한 자국. 이 모든게 색정적이다.
"응. 리쿠."
"더 불러줘, 아저씨."
"...리쿠."
"더, 더."
"리쿠."
솜사탕 같은 목소리마저도 어쩜 이리 꼴릴일인지. 리쿠의 구렛나루에 땀방울이 맺혀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 씨발, 더. 더. 리쿠의 눈이 완전히 풀어지자 핸드폰 액정 위로 정액이 튀었다.
유우시의 오랜 여자친구, 린은 나이가 많았다. 다시말해 결혼 적령기였고 급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 둘씩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사는데 아직까지 유우시에게 프로포즈를 받기는 커녕 그 흔한 커플링 하나 받질 못했다고 들었다. 한번은 자존심 다 버리고 결혼 얘기를 먼저 꺼낸것 같았는데 유우시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듯했다. 토라져서 린과 한달동안 냉전을 이뤘다고도. 동창 결혼식을 린과 함께 다녀올때면 린의 히스테리는 더 심해졌다.
"나 노처녀 히스테리나 부리게 만들지마."
높은 하이힐을 신고 뒤뚱뒤뚱 걷는 린은 역시나 오늘 결혼식을 보고 또 유우시에게 먼저 말을 걸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 또 퇴짜맞은 린은 억울하다며 거리에서 울기까지 해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는 리쿠가 혀를 끌끌 찼다.
"말했잖아. 나 아들 있다고."
"진짜 아들도 아니면서."
짜증난다며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는 린은 유우시에게 싸대기까지 날렸다. 휙 하고 돌아간 고개. 씨발 때릴데가 어딨다고. 그래도 얼마전 학부모한테 맞은 것보다는 강도가 약한 것 같아보여서 안심이 됐다. 린은 유우시 옆에 있는 리쿠를 째려보다 저 멀리 사라졌다. 유우시에게 들어보니 화가나면 잠수를 탄다고 했다. 저렇게 가버렸으니 최소 한달 정도겠거니 싶어 차라리 개꿀이다 싶었다. 리쿠가 유우시의 뺨을 눈으로 훑어내렸다. 입술은 안터졌는데 긴 손톱에 피부가 긁혔다. 방울 진 피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낸 리쿠가 손가락을 쪽하니 빨았다. 다행히 상처가 깊진 않은 것 같아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아저씨는 맞고 다니는게 일상이에요?"
"리쿠. 아빠라고 불러봐."
"아저씨. 무슨 아빠콤 같은거 있어? 싫어."
리쿠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아빠는 개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 밖으론 절대 내뱉지 않을거다.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일말의 가능성도 저버리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내가 유우시한테 아빠라고 부른다고? 아니 절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상황이 다 정리되고 안정적인 관계일 때가 되고 침대 위면 모를까.
"나 그런거 있나본데."
"참 이상한 취향이네요."
"좀 해주지."
"싫다고 했어요."
손사레 치는 리쿠를 물끄러미 보던 유우시는 풉하고 웃었다. 곧이어 하늘 색 머플러에 감춰진 유우시의 입술이 드러났다. 다시금 깊어지는 팔자주름.
"이래도 싫어?"
뭘 이래도... 서서히 다가오는 입술. 차가운 공기와 상반되는 뜨거운 숨이 리쿠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정말.... 아저씨....
아들은 아빠랑 키스같은 거 안한다니까.
17개의 댓글
아 어지러워 ……………
개쩐다 진짜 너무 맛잇어서 침이 나와요
와..
아들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 아빠..
하 존나 속았다
아잣쉬! 누가 아들하고 키스해요!!!!!!!!!!
더 주세요.
아...개꼴리네요진짜로못자요오늘
이거 뭐예요 이 요망한 초코 고딩과 우유푸딩아저씨 머예요 어흥 조아
우뜩해 리쿠가 넘넘 커엽고💕💕💕 개꼴띠기 넘조아서 마슐 춤췃아ㅓ요 브링방방봉
와……….이거다
대작은 항상 기다림으로 오는것...
소리 지르는중 ……
.....아니 이게 무슨
내가 말한적이 있던가요?
나 파문쨩 존⃞나 사랑해
악 미쳤드 개존잼이잖아요ㅠㅠㅠㅠㅠ
아 됏다좆댓다 밖인데 너무 꼴린다
아아아아앙아아악!!!! 개좋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