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떠오르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밤을 꼴딱 새워버린 리쿠를 제외하곤, 간밤에 체력이 꽤나 회복됐는지 아침부터 숙소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즉 침대에 누워있던 리쿠는 비어있는 옆 침대만 빤히 바라봤다.
朝阳初升时大家都忙碌起来。除了通宵未眠的陸,其他人似乎因昨夜体力恢复不少,一早就去宿舍泳池玩耍。仍躺在床上的陸只是呆呆望着旁边空荡荡的床位。
미안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유우시의 말이 저를 못살게 굴었다. 모두가 잠든 사이, 오르락내리락 난리가 난 감정을 잠재우느라 이미 기력을 다한 지 오래였다. 미안하다고 말하던 유우시를 지우는 것까지는 제 능력 밖의 일이었다.
对不起。勇志那句在脑海中挥之不去的话折磨着我。趁众人熟睡时,为平复翻江倒海的情绪早已耗尽力气。要抹去说着抱歉的勇志,终究是我力所不及的事。
바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와 겹쳐 머리가 지끈거렸다. 잠옷은 이미 땀에 젖은 지 오래였다. 온통 예민해진 머리께에 열이 들끓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하면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타이밍이 참 구렸다.
外界嘈杂声交织着阵阵头痛。睡衣早被汗水浸透。敏感的太阳穴开始发烫。虽说是压力大时的老毛病,但这时机实在糟糕。
졸린 건지, 아픈 건지 모를 아득함이 제 눈앞에 덮쳤다. 그대로 기억이 끊어진다.
不知是困倦还是病痛的恍惚感突然袭来。意识就此中断。
눈을 떴을 땐 시온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리쿠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2시간이 지나있었다. 20분도 안 잔 것 같은데, 체크아웃할 시간이었다. 네, 네. 괜찮아요. 준비할게요. 시온의 걱정어린 눈빛을 받으며 리쿠는 힘겹게 준비를 마쳤다. 대충 눌러쓴 모자와 피곤함을 핑계 삼아 유우시를 잔뜩 피해 다녔다. 다행히 유우시도 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오히려 다행이었다.
睁眼时是温的脸近在咫尺。"陸你没事吧?"回神才发现已过去两小时。明明感觉睡了不到二十分钟,却到了退房时间。"嗯,嗯。我没事。这就准备。"迎着是温担忧的目光,陸勉强完成收拾。他借口帽檐压得很低和身体疲惫,刻意躲避着勇志。幸好勇志也没在意他。是啊,这样反而更好。
서울로 가는 길, 기숙사에 사는 일본인들은 시온이 책임졌다. 고로 리쿠는 대영의 렌터카에 몸을 싣게 되었다는 뜻이다. 골골대며 조수석 창문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형이 안쓰러운지 대영은 시끄럽지 않게 노래 볼륨을 줄였다. 새삼스러운 배려에 리쿠는 눈을 감은 채로 인사를 건넸다.
回首尔路上,是温负责照顾住宿舍的日本人们。于是陸坐上了大英的租车。看副驾驶座上的哥哥蔫蔫地把头抵在车窗上,大英体贴地调低了音乐音量。对这突如其来的关怀,陸闭着眼轻声道谢。
"대영. 고마워." "大英。谢谢。"
"뭐가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谢什么。我什么都没做啊。"
"... 어제저녁에도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네가 도와줬잖아."
"...昨晚气氛不对劲时,不是你帮忙解围的吗。"
"그럼 짝사랑하냐고 놀리는데 그냥 둬요?"
"那难道要我放任他们调侃你是不是单恋吗?"
"..." ...
"내가 보기엔 짝사랑도 아니구만..." "在我看来连单恋都算不上..."
대영은 혀를 끌끌 차더니 이내 운전에 집중했다. 여전히 조수석 창문에 기대고 있던 리쿠는 좀전의 대영의 중얼거림이 거슬렸다. 짝사랑이 아니라고? 그럼 나는 왜 이렇게 힘든데?
大英咂了咂舌后重新专注于驾驶。依然靠在副驾驶窗边的陸却被大英方才的自言自语刺痛了心。不是单恋?那我为什么这么痛苦?
어떤 우정은 사랑 같기도 하다는데, 저는 그냥 우정을 가장한 사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영원할 줄만 알았기 때문에 이리 아픈 것일까.
有人说有些友情像极了爱情,而我不过是披着友情外衣的痴恋。以为保持静默就能永恒,才会这般痛彻心扉吧。
덕분에 머리의 지끈거림이 컨디션 문제인지 뭔지 모호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컨디션 문제로 치부한다. 그편이 마음이 편할 테니까.
太阳穴的抽痛让人分不清是身体不适还是别的什么。但此刻我宁愿归咎于身体状况,这样心里会好受些。
"형 다른 이야기긴 한데, 우시 형 있잖아요."
"哥 虽然这是另一回事 但你不是有勇志哥嘛"
"...어, 왜." "...啊,为什么。"
"형 첫사랑 이야기 들은 적 있어요?"
"哥听过初恋的故事吗?"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못난 후배가 제 옆에 있다니. 리쿠는 동생 잘못 키웠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곤 여전히 눈을 질끈 감은 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本来就头疼,身边还站着个只会添乱的后辈。陸长叹一声说都怪自己没教好弟弟,依然紧闭双眼用带着烦躁的声音回答道。
"그걸 걔한테 왜 말해. 굳이."
"干嘛非跟他说这个。多余。"
"참나... 형은 그게 문제예요." "真是的...哥你问题就出在这儿。"
"뭐." "什么。"
"말 안 하는 거." "就是不说出来。"
"..." ...
"솔직하게 이야기한 적 없잖아요." "你从来都没坦诚说过吧。"
뜨끔. 리쿠는 유우시도 아니고 대영에게 저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짐짓 놀랐다. 감았던 눈을 뜨고 제 옆에 있는 운전자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대영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心头一颤。陸明明不是勇志,却从大英口中听到这样的话,故意装出吃惊的样子。他睁开闭着的眼睛看向身旁的司机,当大英清晰感受到"他怎么知道"的表情时,不由得叹了口气。
"형도 좀 솔직해져요. 자꾸 숨기기만 하면 몰라요."
"哥你也该学着坦率点。老是这样藏着掖着,别人怎么会懂。"
"그걸 네가 왜 신경 써."
"你干嘛在意那个。"
"사람 불편하게 다 만들어 놓고 어이가 없어서 진짜."
把大家都搞得这么不自在,真是让人无语。
형은좋으면좋다싫으면싫다말하지도않고그저착한사람으로남으려고하잖아요그게문제예요. 와대영이그런말도할줄알아?착한척은대영이더하잖아. 저는그냥착한거고요;형은좀더이기적으로굴어도돼요. 그게안되는걸나보고어떡하라고........
哥哥你明明喜欢就说喜欢讨厌就说讨厌,却总想当个老好人,这才是问题所在啊。哇,大英你居然也会说这种话?装好人明明是你更在行。我只是本性善良而已;哥哥你可以更自私一点的。这都做不到的话看着我怎么办啊......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의 말다툼은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사실 대영이 저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나도 내가 잘못된 거 알지. 하지만 자존심 세우기에 급급해 저 생각해주는 동생 말에 따박따박 대꾸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남는 게 뭔가... 결국엔 밀려드는 현타에 먼저 화해의 악수를 건네고 끝을 낸다.
这场看似永无止境的争吵直到抵达目的地才得以收场。其实我明白大英那些话都是为我着想。我也知道自己理亏。但为了维护可怜的自尊心,我对弟弟的关心句句顶撞回去。可这样争下去又能得到什么...最终在汹涌袭来的空虚感中,还是我先伸出手和解收场。
다음에 술이나 사라는 대영의 외침에 갑자기 골이 급격하게 울렸다. 죽겠으니까 얼른 집이나 가... 훠이훠이. 손짓으로 대영을 보낸 뒤 리쿠는 오랜만에 보는 자취방 침대에 다이빙했다. 역시, 아늑했다. 어제오늘 휘몰아친 덕에 잠깐이라도 아무런 고민 없이 잠만 자고 싶었다. 당장 방해금지모드 ON. 매일 설정해놨던 알람도 다 꺼버렸다. 아무도 나를 찾지 마세요. 그렇게 까무룩 16시간 동안 잠이 들었다.
听到大英喊着"下次请我喝酒"时,太阳穴突然突突直跳。要死了赶紧回家吧...挥挥手打发走大英后,陸久违地飞扑进出租屋的床铺。果然还是这个窝最舒服。被连日来的事情折腾得精疲力尽,现在只想哪怕片刻也好,能无忧无虑地睡一觉。立刻开启免打扰模式。连每天设定的闹钟也全部关闭。谁都别来找我。就这样昏天黑地睡了整整 16 个小时。
일방적사랑구제작전 ! 中 单向恋爱救济作战!中篇
2학기가 시작됐다. 리쿠는 이번 학기에만 큰 공연을 몇 개 해야 하는 덕분에 학기 시작도 전부터 아주 바삐 움직이는 사망년 생활을 하고 있었다.
新学期开始了。陸因为这学期要参加好几场大型演出,从开学前就过上了忙得脚不沾地的社畜生活。
엠티 날 이후로 유우시를 본 적도, 연락한 적도 없었다. 처음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긴 했지만 현생이 바빠지니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다. 잊어버렸다기보단 애써 외면한 쪽에 가깝긴 했지만 말이다.
自从 MT 活动结束后,我就再没见过勇志,也没联系过。最初还犹豫要不要联系,但随着现实生活越来越忙,自然就淡忘了。与其说是淡忘,不如说是刻意回避更贴切。
이따금씩 동아리 단톡방이 시끄럽긴 했지만 개중에 유우시는 포함되지 않았다. 온 대화가 다 끝나면 이모티콘 하나 띡 보내두는 엉뚱함을 보고도 이제는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종일 유우시를 생각하던 때와는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虽然社团群聊偶尔很热闹,但其中并不包括勇志。即使看到他在所有对话结束后突然发个表情包的古怪行为,现在也只是轻轻一笑。和整天想着勇志的时候不同了,这算是长足进步。
간만에 붕 뜨는 시간을 동방에서 축내던 중, 사쿠야가 이상한 하트모양 선글라스와 함께 등장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동방에 있던 리쿠와 눈이 마주치자 당장에 펄쩍 뛰어오르더니 "리쿠, 오히사시부리쟝!!!!"하고 외치는 게 참 여전한 아이였다.
难得在社团活动室虚度时光时,咲夜戴着奇怪的爱心墨镜突然出现。发现本以为没人的活动室里还有陸在,她立刻蹦跳着喊道"陸,好久不见啦!!!!",真是个一点没变的孩子。
"그 선글라스는 뭐야." "那墨镜是怎么回事?"
"이거, 유우시 건데. 동방에 두고 갔길래 뺏었어요."
"这个啊,是勇志的。他忘在活动室了,我就抢过来啦。"
... 저 하트 모양에 리본 달린 선글라스가 유우시 거라고? 어이가 없어 자세히 쳐다보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저런 종류의 것을 빤히 쳐다보고 만지작거리던 유우시가 기억을 스쳐 지나갔다.
...那个带蝴蝶结的爱心墨镜是勇志的?难以置信地仔细打量后,又觉得或许真是这样。记忆中偶尔会浮现勇志直勾勾盯着这类小物件把玩的模样。
안부인사 이후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언갈 찾던 사쿠야는 한참을 뒤적거리다 웬 돌림판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에, 나니? 낯선 물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가자 사쿠야는 한껏 실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寒暄过后,若无其事哼着歌翻找东西的咲夜翻腾了好一阵,突然掏出个转盘似的玩意儿。"诶,什么啊?"出于对陌生物件的好奇凑近时,咲夜却露出极度失望的表情大叫起来。
"이번 동아리 축제 때 부스 한다고 말했잖아요옥."
"不是说过这次学园祭要摆摊的嘛!"
고멘고멘, 하하. 웃으며 넘겼지만 리쿠는 등 허리께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언젠가 들은 것 같긴 한데 진짜였다니. 이게 다 단톡방을 제대로 정독하지 않은 죄, 대화 목록에서 읽음 표시하고 빠져나간 죄, 정기회의에 빠진 죄 등등... 이었다. 당장 단톡방에 들어가 열심히 엄지손가락을 굴리다 보니 '총동연 협조 요청'이라는 텍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주 뒤?
"抱歉抱歉,哈哈。"虽然笑着搪塞过去,但陸感觉后背渗出了冷汗。好像以前听说过这事,没想到是真的。这都是因为没仔细看群聊的罪过、在对话列表里已读不回的罪过、缺席例会的罪过等等...他立刻点进群聊疯狂滑动拇指,终于发现了"总联协办请求"的文本。从现在算起大概两周后?
사쿠야가 옆에서 돌림판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는 사이, 리쿠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또 마주치겠네. 마주쳐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었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주제에 염치없게 동아리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일정을 빼버릴 좋은 핑곗거리 어디 없나...
当咲夜在一旁检查转盘是否正常运转时,陸开始绞尽脑汁思考。又要碰面了啊。虽然想说碰面也无所谓,但实在没有这份底气。明明已经沦落到连普通朋友都不如的关系,更没脸去破坏社团的和睦氛围。有没有什么合适的借口能推掉这次活动呢...
네. 없었습니다. 是的。没有找到。
비주얼 담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질 수 없다 호언장담을 한 시온 덕분에 리쿠는 강제로 축제 당일 동아리 부스에 붙박이가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우시는 일정이 맞지 않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당일에서야 전해 들은 리쿠는 괜히 꿍해 있었다. 사소한 일에 쪼잔하게 구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지만.
多亏是温信誓旦旦地说"视觉担当无论如何都不能缺席",陸被迫在学园祭当天成了社团展台的固定人员。不知是幸运还是不幸,勇志因为行程冲突不会到场。直到当天才得知这个消息的陸莫名感到失落。虽然最让他懊恼的是自己居然为这种小事斤斤计较的没出息样子。
총동연에서 목 좋은 곳을 제공한 덕분에 돌려 돌려 돌림판 따위의 짓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었다. 대체 우리가 왜 총동연한테 이쁨을 받냐는 질문에 시온은 어깨를 으쓱대더니 다 잘난 덕분이라며 남들이 들으면 참 재수 없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랬다.
多亏学联提供了黄金地段,才能不断重复"转转转盘"这种把戏。当被问及"为什么学联特别关照我们"时,是温耸耸肩说"全靠我们优秀呗",讲着旁人听了会火大的话却一脸理所当然。
시간이 좀 흐른 뒤 호객담당자가 된 리쿠에게 플랜카드가 주어진다. 부스에 앉아있을 때가 좋았는데... 오픈빨이 떨어지자마자 당장 나돌아다니라는 시온의 어명과 함께 리쿠는 부스 바깥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졌다.
过了一阵子,当上揽客负责人的陸被塞了块宣传板。明明坐在摊位里挺好的...开放时间刚到,随着是温"立刻出去招揽客人"的懿旨,陸就被孤零零扔在了摊位外。
'오늘의 운세 뽑고 간식 받아 가세요' 따위의 대책 없는 멘트와 함께 어색하게 서 있는 동안 리쿠에게 많은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숱한 여학생들부터 구경나온 교수님까지. 거의 98%의 확률로 여성이었지만 리쿠는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되게 상대하며 불필요한 대화를 쳐냈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에게 낯간지러운 말로 사회생활을 하는 타입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顶着"抽今日运势领零食哦"这种不靠谱的宣传语尴尬站立期间,许多人都来和陸搭话。从成群女学生到来看热闹的教授,虽然 98%都是女性,但陸始终摆着兴致缺缺的表情应付,把没必要的对话统统挡掉。他本就不是会用尴尬客套话社交的类型,这结果也是理所当然。
그마저도 얼굴값 한다고 소문나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리쿠 좌표가 찍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대영에게 전해 들은 리쿠는 경악했지만 지금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即便如此,因"颜值担当"的传闻,学校论坛上甚至出现了"陸实时坐标"的帖子。后来从大英那里得知此事的陸虽然震惊,但现在根本没空理会。
정확히 말하자면, 호객 담당이라며 내쫓을 땐 언제고 모자란 상품 좀 가져와달라는 심부름까지 떠맡았기 때문이었다. 제 목에 걸려있는 플랜카드가 걸을 때 마다 툭툭 부딪혀도 신경 쓰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힘 쓰는 일은 대영이나 시키지 뭐 하러 자기보고 가라는지.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넘어갔을 일도 오늘따라 자꾸 태클을 걸어왔다.
准确来说,是因为被以"揽客负责人"名义赶出来时,还被迫兼任"去拿短缺商品"的跑腿。挂在脖子上的宣传板随着步伐啪嗒作响也毫不在意。要干体力活找大英不就好了,干嘛使唤自己?连平时不会在意的小事,今天也格外想较真。
과자랑, 젤리. 그리고 운세 종이까지 챙기라니. 이 정도면 지금 부스를 운영하고 있긴 한 거야? 단톡방에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적혀있는 대로 챙기다 보니 두 개가 되어버린 상자를 한 번에 들고선 바깥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혹여나 넘어질까 제 발밑을 꼼꼼히 확인하며 나가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상자 너머에서 들린다.
饼干、果冻,连运势签都要准备。这还算是在经营摊位吗?虽然想在群聊里吐槽但还是忍住了。按清单收拾着竟装满了两大箱,抱着箱子小心翼翼往外走时,正低头仔细看路防止摔倒,突然从纸箱后面传来熟悉的声音。
리쿠. 陸。
뒷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后颈窜起细密的鸡皮疙瘩。
그날 이후로 처음 듣는 목소리. 그럼에도 리쿠가 절대 잊지 않은 목소리.
那天之后第一次听见的声音。却是陸绝对无法忘记的声音。
당연하게도 목소리의 주인은 유우시였다. 살짝 고개를 틀어 앞을 바라보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여전했다. 하얗고, 오밀조밀한 눈이 저를 쳐다보고 있고. 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건 처음 보네.
声音的主人自然是勇志。微微转头望去,久违的面容依然如故。白皙的脸上,那双细密的眼睛正注视着我。啊,倒是第一次见他戴黑框眼镜。
유우시는 자기가 저를 불러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만, 어색하게 흐르는 기류가 불편해 "유우짱 오랜만이네. 근데 바빠서." 따위의 하찮은 말을 멋없게 중얼거리곤 다시 상자를 고쳐 들었다. 그 순간, 위에 있던 상자가 제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유우시의 품으로 안착했다.
勇志把我叫来后却一言不发。虽然确实无话可说,但尴尬流动的空气令人不适,我笨拙地嘟囔着"勇志好久不见。不过我有点忙"之类的废话,重新抱起纸箱。就在那时,顶层的箱子突然从视野消失,转眼已安稳落在勇志怀中。
"도와줄게." "我来帮你。"
"...혼자서 들 수 있어." "...我自己能拿。"
"알아. 그러니까 내가 든다구." "知道。所以才要我来拿。"
"......"
바보등신마에다... 갑작스러운 유우시의 등장에 대한 대처방안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유우시 뒤를 쫓아갈 뿐이었다.
前田这个笨蛋...无论怎么思考都找不到应对勇志突然出现的方案。只能默默跟在他身后。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저 뒤통수만 바라본 지 꽤 오래다. 유우시가 저를 피할 때도, 엠티를 갔을 때도. 저 콩알만 한 뒤통수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盯着那个完全猜不透心思的后脑勺已经很久了。无论是勇志躲着我的时候,还是去参加 MT 的时候。就那么痴痴望着那颗豆粒大小的后脑勺。
그렇게 광장까지 걷는 고작 그 몇 분 동안, 오만 생각이 저를 헤집어 놓는다.
走向广场的短短几分钟里,万千思绪将我撕扯得支离破碎。
친구끼리 이야기도 못 하냐며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싶지만, 내가 과연 친구랍시고 억울해할 자격이 있을까. 명분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한 걸음씩 뒤처졌다.
明明想死缠烂打地质问"朋友之间连话都不能说吗",但我真的有资格以朋友身份觉得委屈吗。这根本站不住脚。所以总是不自觉地落后一步。
자꾸만 뒤에서 유우시만 바라보게 되는 게 너무 괴롭다. 더 욕심내지 않을 테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옆에서 나란히 걷고 싶다. 그런데 그 한 발자국이 어려워 주춤대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겁이 많은 성정은 어디 가지 않아 기어코 중요한 때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总是在背后凝望勇志的身影实在太痛苦了。我不会再贪心,不多不少,只想并肩走在你身旁。可就连这一步都踌躇不前的自己真是可悲。胆怯的天性终究让我在关键时刻无法迈出那一步。
휘몰아치는 생각을 수용하고 있으면 소음 사이에 둘만 남아있는 듯했다. 수많은 군중 사이에 딱 우리 두 사람만 채색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거짓말처럼 제 앞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当汹涌的思绪占据脑海时,仿佛喧嚣中只剩我们两人。茫茫人海中唯独我们被赋予了色彩。这时幻听般传来少年清冽的嗓音。
"왜 아무 말도 안 해?"
"为什么不说话?"
"..." ...
"리쿠는 왜 나한테 뭐라 안 하냐구."
"陸你怎么都不跟我说话。"
"...내가 뭐라고 해?" "...要我说什么?"
"답답하고 억울한 표정이야. 볼 때마다."
"每次看到你都摆着那张憋屈又委屈的脸。"
"그런 적 없어." "才没有。"
"있어." "有。"
"없다고." "没有。"
"있는데." "明明有。"
답답하고 억울한 제 마음을 알면서도 이제껏 무시했다는 걸까. 단호하게 대답하는 유우시는 눈 한 번을, 보폭 한 번을 맞춰주지 않았다. 여전히 쫓아가는 입장인 리쿠는 상자를 쥐고 있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신경질적인 말투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까 싶어 갈무리 하느라 대답이 늦어졌다.
明明知道我的憋屈和委屈,却一直装作视而不见吗?斩钉截铁回答的勇志连一个眼神、半步距离都不肯施舍。仍在追赶的前田陸不自觉地握紧了手中的纸箱,神经质的语气几乎要脱口而出,因强忍情绪导致应答迟了几拍。
“ユウちゃんが気にすることじゃないじゃん、“ 유우짱이 신경 쓸 일 아니잖아,
“勇酱不用在意这种事啦,
"..."
"俺がどんな顔をしても。" 내가 무슨 얼굴을 하든.
"无论我露出什么表情" 无论我做什么表情
"신경 쓰이는 걸 어떡해." "在意的话该怎么办"
"え," "诶"
"신경 쓰이고 미안한 걸 어떡하냐구."
"既在意又抱歉的话该怎么办啊"
"그러니까 왜 오마에가," "所以说为什么小前"
"됐어." "够了"
유우시가 제 말을 툭 끊었다. 입안에는 헛웃음만 맴돈다. 저도 모르는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뉘앙스였지만, 여전히 이쪽은 쳐다보지 않는 뻔뻔한 태도에 기어코 진절머리가 났다.
勇志突然打断我的话。嘴角只挂着苦笑。虽然话里暗示着连我自己都没意识到的表情,但他依然不往这边看的厚脸皮态度终于让我忍无可忍。
유우시와 나, 나와 유우시.
勇志与我,我与勇志。
두 사람은 지독하게 외면만 한다. 그 누구도 똑바로 우리를 쳐다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친구라는 단어 사이에 사로잡혀있을 때부터 말이다.
两人始终固执地背对彼此。从被"朋友"这个词束缚住的那一刻起,就再没有人愿意正视我们的关系。
사실은 알고 있었다. 둘 중 하나라도 용기가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처음부터 제가 유우시에게 솔직했다면, 안일하게 굴지 않았다면 달랐을까.
其实我早就心知肚明。如果我们中任何一人能鼓起勇气,结局是否会不同?若我从一开始就对勇志坦诚相待,不那样得过且过,是否就能改写这个结局?
우정도 사랑도 타이밍이다. 友情和爱情都讲究时机。
우리네 인생에서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는 능력일 것이다. 리쿠에겐 분명 기회가 있었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이구나. 간지러운 목구멍을 긁어내는 듯한 목소리가 흩어질 때,
人生所需的能力之一,或许就是抓住机遇的本领。陸确实有过机会。不止一次两次。而现在,他直觉般地意识到——就是此刻。当那如鲠在喉的声音逐渐消散时,
"왜 이렇게 늦었어요!" "怎么这么晚才来!"
귀를 찌르는 사쿠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결국엔 타임아웃. 리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점점 멀어지는 유우시를 쳐다봤다. 아무런 진전도, 결론도 없이.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아스라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被咲夜刺耳的声音惊醒时,终究还是超时了。陸静静站在原地,望着勇志渐行渐远的背影。没有任何进展,也没有结论。这是最后机会如烟消散的瞬间。
결국 어떤 것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또다시 끝나버렸다. 리쿠는 허망함에 가득 차 고개를 떨궜다.
最终一切又这样无疾而终。陸满心空落地摇了摇头。
유우시는 상자를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상자를 두고 나서야 제 목에 걸려있던 플랜카드가 거슬려왔다. 내 하루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오늘의 운세야, 운세긴. 거칠게 벗어던진 플랜카드는 지나가던 대영의 목에 안착했다. 시온 형이 보면 큰일 난다며 기겁을 하는 대영에게 화이팅, 한 마디 해 줄 뿐이었다.
勇志放下箱子,若无其事地和其他人聊起天来。直到离开箱子后,他才注意到挂在脖子上的标语牌有多碍事。连自己今天会怎样都不知道,还谈什么今日运势啊。他粗暴扯下的标语牌正好套在了路过的大英脖子上。看着惊慌失措说"被是温哥发现就完蛋了"的大英,勇志只是淡淡说了句"加油"。
북적거리는 부스 안에서 리쿠는 모든 것을 느적지근하게 굴었다. 주변에 있던 모두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단단히 싸운 듯한 (구)단짝들의 눈치를 봤다. 시온이 보낸 눈빛에 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고, 사쿠야가 료에게 무슨 말을 꺼내려 들자 료는 쉿! 하고 주의를 줬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리쿠는 애써 외면했다. 이럴까 봐 안 오고 싶었던 건데.
在拥挤的展位里,陸心不在焉地应付着一切。周围所有人都察言观色着那对看似刚吵完架的(前)死党。是温使来的眼色让大英连连摇头,当咲夜刚要开口对凉说些什么时,凉立刻"嘘!"地制止了。目睹这一切的陸刻意别过脸去——早知道会这样就不该来的。
열심히 돌림판 옆에서 사람을 응대하는 동안 유우시는 료 옆에서 킥킥대며 운세 종이를 접고 있었다. 너는 속이 편해서 좋겠다. 나한테 그런 말을 해놓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서 정말 부럽다. 부글대는 속이 기어코 튀어나와선 대영이 제게 표정 풀라고 첨언했다.
当勇志在转盘旁热情接待客人时,凉正蹲在旁边咯咯笑着折运势签。你可真是心无挂碍啊。对我说完那种话还能若无其事,实在令人羡慕。沸腾的情绪终究按捺不住,大英小声提醒我注意表情管理。
짝사랑은, 정말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드는 구나.
单相思啊,真是让我变得不像自己。
넘쳐나는 사람들 속에서 이 정신없는 축제 부스가 끝마칠 때까지 리쿠는 구태여 혀 깨물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오십 번쯤 했다.
在熙攘的人群中,直到这个令人窒息的祭典摊位结束为止,陸至少五十次咬着舌头想过不如死了算了。
뒷풀이 자리는 오만 동아리가 죄다 모여 시끌벅적했다. 마셔라 부어라 하는 사람들 통에 리쿠는 홀로 소주만 홀짝거리고 있었다. 시선은 반대쪽에 있는 유우시에게 고정한 채로.
聚会后的酒席上,各社团成员聚在一起喧闹不已。在推杯换盏的人群中,只有陸独自啜饮着烧酒。他的目光始终锁定在对面的勇志身上。
분명히 제 시선을 느꼈을 터인데. 전혀 개의치 않고 막 나온 짜계치를 젓가락에 둘둘 말아먹고 있는 유우시의 모습이 참 여전해서, 어쩐지 리쿠는 안심했다.
明明应该察觉到了我的视线。勇志却毫不在意地夹起刚出锅的炸鸡卷,三两下就吃得干干净净,那副老样子让陸莫名感到安心。
우리 사이를 제외하면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씁쓸한 마음에 혼자 채운 잔이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됐다. 1차가 파할 즈음, 리쿠의 앞에는 소주병 2개가 놓여있었다.
除却我俩之间,一切如旧。苦涩心绪中独自斟满的酒杯,从一杯变成两杯,又成三杯。第一轮酒局将散时,陸面前已摆着两瓶烧酒。
먼저 들어가겠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 기숙사 쪽으로 떠나는 유우시가 눈에 밟혔다. 알코올 덕분에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리쿠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못마땅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쟤는 술도 많이 안 마셨으면서 새하얗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런 얼굴을 하고 뒤돌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아니꼬웠다. 어디에 저렇게 제때제때 보고하는 거야? 표정이 구겨지고 애꿎은 땅을 신발코로 퍽퍽 차댔다.
勇志低头说着"我先回去了"便朝宿舍方向离去的身影在眼前挥之不去。因酒精作用明显寡言的陸把手插在口袋里,只是不满地瞪着。那家伙明明没喝多少,原本苍白的脸却染上了红晕。看他顶着一张这样的脸转身就打电话的样子真让人不爽。这是要向谁及时汇报啊?我表情扭曲,用鞋尖狠狠踢着无辜的地面。
그렇게 유우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즈음, 소음 사이에서 료가 불쑥 튀어나왔다.
就在勇志即将从视野中消失时,噪杂声间突然蹦出了亮。
"리쿠, 화해 안 할 거야?"
"陸,不打算和好吗?"
"무슨... 아니야. 그런 거." "什么...不是的。没那回事。"
"유치해. 리쿠답지 않아." "幼稚。一点都不像陸。"
나다운 게 뭔데? 땅만 쳐다보던 고개를 돌려 료를 바라봤다. 마주친 두 쌍의 눈동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또 다른 불청객의 난입.
什么才是真正的我?我抬起头,将视线从地面转向了亮。四目相对的瞬间,两人都陷入了短暂的沉默。这时又闯入了另一个不速之客。
"리쿠는 원래 말 안 해도 알잖아."
"陸本来不用我说也知道的。"
화장실에 다녀온 사쿠야가 료에게 냅다 어깨동무를 하며 대화에 끼어든다. 사쿠야의 말에 료는 동의한다는 듯이 눈을 감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 초능력자야...? 벌게진 얼굴로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지으니, 사쿠야는 답답하다는 듯이 발을 굴리기 시작했다.
从洗手间回来的咲夜突然搂住亮的肩膀插话。亮闭着眼睛点头表示赞同。我哪是什么超能力者啊...?看我涨红着脸露出窘迫的表情,咲夜不耐烦地开始跺脚。
"유우시는 리쿠가 초능력자인 줄 알걸."
"勇志肯定以为陸是超能力者吧。"
"そうそうそう" 맞아맞아맞아. "对对对"
"..."
"유우시가 말 안 해도 리쿠는 다 알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지."
"就算勇志不说 陸也全都明白 这么想也不为过吧"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관점의 등장에 리쿠는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진지한 얼굴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你以为不用说我就会懂吗?面对这个从未设想过的视角 陸在喧闹人群中沉下脸陷入了深思
이제껏 우리 관계를 위해 가장 노력한 사람은 저라고 생각했다. 모든 걸 유우시에게 양보하기만 하면 되는 관계라 생각했고, 나는 충분히 가능한 사람이었으니까.
我一直以为这段关系里付出最多的人是我 觉得只要把所有事都让着勇志就行 反正我完全做得到
유우시에게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저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응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기에 지금껏 괴로운 순간이 계속되었지만, 우리가 이렇게 멀어지는 게 유우시가 원하는 일이라면 서서히 놓으려고 애를 써왔다.
虽然我内心强烈希望勇志遇到的好人是我,但即便不是我,我想我也会为他祝福。当然,由于不清楚自己的心意究竟有多深,痛苦一直延续至今,但如果这样渐行渐远是勇志所愿,我也在努力学着慢慢放手。
하지먼 어쩌면 소개팅이 있다고 한 날, 유우시는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유우시가 나를 피하더라도 내가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게, 진짜 유우시가 원하는 일인가?
但或许在说有相亲的那天,勇志其实并不想去呢?就算勇志躲着我,难道我就不能主动靠近吗?所以现在这一切,真的是勇志想要的吗?
"나도 지나가는 말로 알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잡혀서 나가는 거라..."
"我虽然随口说了句知道了...但其实是约好了要出门..."
"...에, 으응. 샤브샤브 먹으러 가기로 했어."
"...嗯、嗯。说好要去吃涮涮锅的。"
한껏 눈치를 보던 그 얼굴. 제 눈도 못 마주치던 애한테 쿨한 척하느라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유우시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해야 할 말은, 잘 다녀오라는 말 같은 게 아니었다.
那张小心翼翼察言观色的脸。对着连视线都不敢相对的孩子假装冷静时,我忘记了一件事。要成为勇志心中的好人,该说的不该是"路上小心"这种话。
저를 두고 어디 가느냐고 붙잡아 주길 바란 거였겠지. 유우시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겠지.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는 나를 이상하다 생각했겠지.
他大概是想让我拉住他问"你要丢下我去哪里"吧。勇志肯定这么想过。觉得装作若无其事放他走的我很奇怪吧。
언젠가 유우시가 제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리쿠는 마음을 읽는 사람 같아. 그때 나는 뭐라 했더라. 유우시는 표정에 다 나와 있어서 맞추기가 쉽다고 했던가. 그런 제 대답에 이빨 다 보이게 웃었던 네가 선명하다.
突然想起得能勇志曾经对我说过的话:"陸就像会读心术一样"。当时我是怎么回答的来着?好像是说"因为勇志的表情全都写在脸上,很容易猜中"。此刻你听到这个回答时露齿大笑的模样,在我脑海中依然清晰可见。
마에다리쿠진짜바보멍청이버러지등신. 주변 사람 눈치는 보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잔뜩 헝클어 놓았다. 결국 답지 않게 행동한 건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도달하자 알코올로 마비가 되어있던 온몸에 피가 도는 듯했다.
前田陸这个真正的白痴蠢货废物。他完全不顾周围人的眼光,把自己的头发抓得乱七八糟。当意识到做出反常举动的人正是我自己时,被酒精麻痹的全身仿佛突然血液倒流。
고멘, 먼저 갈게! 리쿠는 방금 전까지 지켜보던 뒷모습이 사라졌던 길을 쫓아 냅다 뛰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료와 사쿠야는 아무래도 못 본 듯했지만 말이다.
抱歉,我先走了!陸朝着刚才还注视着的背影消失的方向狂奔而去。虽然亮和咲夜当时都露出了心满意足的表情,但似乎都没注意到这一幕。
적당히 습하고 시원한 밤, 시끄러운 거리에서 점점 멀어지자 조용한 공기가 리쿠를 감쌌다. 늘 유우시와 함께 걸었던 길을 따라 얼마 동안 뛰었다. 숨이 차오르는 것쯤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나아가야만 한다는 마음 뿐이었다.
湿润微凉的夜晚,当喧嚣的街道渐渐远去,静谧的空气包裹了陸。他沿着常与勇志并肩走过的路跑了一阵。甚至没怎么感觉到呼吸急促。只是单纯想着,有必须去的地方就得前进。
그리고 저 멀리 가로등 사이로 걸어가는 마른 뒷모습. 동그란 뒤통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외쳤다. 유우-짱! 상상도 못한 목소리의 등장인지 유우시는 화들짝 놀라선 그대로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껏 당황한 얼굴과 리쿠는 마주한다.
远处路灯间那个瘦削的背影。陸朝着那颗圆润的后脑勺全力奔跑,大喊出声:"勇——志!"或许因为这声意想不到的呼唤,勇志猛地停住脚步转身,满脸错愕地与陸四目相对。
뜀박질이 점점 잦아들고 겨우 유우시 앞에 설 수 있었다. 숨을 고르는 자신이 유우시의 눈에 온전히 담긴다. 상상도 못한 등장인 덕에, 유우시는 온몸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喘息声渐缓,陸终于能站稳在勇志面前。调整呼吸的自己完整映在勇志眼中。面对这突如其来的出现,勇志手足无措地开口。
"뭐야?" "干嘛?"
"...같이 가자고." "......一起走吧。"
턱끝까지 몰려오던 숨을 겨우 삼키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유우시의 당황하던 손은 이내 가다듬어 지더니, 차분해졌다.
陸勉强咽下涌到喉头的喘息挤出这句话。勇志原本慌乱的手很快整理好衣角,恢复了平静。
"됐어. 나 혼자 갈 수 있어."
"不用了。我自己能去。"
"나도 알아." "我也知道。"
"..." ...
"그래서 지금 붙잡는 거야." "所以才要现在抓住你。"
어쩐지 데자뷰 같은 문장이 이어진다. 오늘 어떤 마음으로 제게 말을 걸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온몸에서 심장이 달리는 기분. 기어코 용기를 내어 애매하게 떨어져 있던 유우시와의 거리를 줄인다.
莫名有种似曾相识的对话感。猜不透他今天是以怎样的心情向我搭话。全身都像在奔跑着心跳。终于鼓起勇气缩短了与勇志之间若即若离的距离。
제가 한 발자국 가면 두 발자국 멀어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같이 가도 되지? 나지막이 물어보는 리쿠의 목소리가 유우시에게 정통으로 꽂힌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응? 하고 다시 묻자, 유우시는 입술을 꾹꾹 짓눌렀다. 제 눈도 못 마주치는 주제에 붉어지는 귀가 눈에 띄었다.
原以为我进一步他会退两步,结果并非如此。"可以一起走吗?"陸轻声的询问直击勇志心底。见没有回应又"嗯?"地追问,勇志紧紧抿住了嘴唇。明明都不敢直视我,发红的耳尖却格外显眼。
알아서 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긍정을 표한다. 유우시는 곧장 뒤돌아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마주한 뒷모습을 이제는 지나쳤다. 리쿠는 그렇게 다시 유우시의 옆에서 걸을 수 있었다. 늘 바래다주던 익숙한 길에서 말이다.
"随你便..."细若蚊鸣的声音算是默许。勇志立刻转身重新迈开脚步。这次没有再错过那个背影。陸就这样重新走在了勇志身旁。在这条总是送他回家的熟悉道路上。
"나 보고 싶었지?" "想我了吧?"
두 사람 사이의 적막함을 깨고 리쿠가 말했다. 유우시는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한 것도 아니었다.
打破两人间沉默的是陸。勇志没有动摇。但也没有否认。
"내가 미안해." "对不起。"
"..." ...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미안해." "这么晚才察觉你的心意,对不起。"
리쿠의 담백한 사과가 유우시에게 맴돌았다. 무어라 말하고 싶은지 입술을 움찔거렸지만 조그맣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마저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바라던 순간이었으니까.
陸那朴素的道歉在勇志心头萦绕。他嘴唇微颤似要说什么,最终却只化作一声轻叹。即便如此也觉得庆幸,毕竟这是期盼已久的时刻。
여전히 두 사람은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유우시는 크로스백을 꼭 쥔 채, 리쿠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였다. 유우시는 여즉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깊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리쿠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속으로만 곱씹으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렇게, 밤길을 죽 걸었다. 뻗어있는 가로등 불빛의 배웅을 받으며.
两人依旧只是默默向前走着。勇志紧攥着斜挎包带,陸则将手插在口袋里。勇志始终一言不发,似乎陷入了沉思。陸也不知该说些什么,只在心里反复咀嚼着继续前行。就这样,他们走过了漫长的夜路。在延伸的路灯灯光护送下。
시야에 기숙사가 보이자 리쿠는 아쉬워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차근차근, 해내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리하면 되겠지. 주머니 속에 틀어박혔던 손에 땀이 말라갔다. 평소처럼 행동하자, 평소처럼. 늘 바래다 주던 그때처럼. 예쁘게 웃어보자,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늘려보자.
当宿舍映入眼帘时,陸遗憾地咽了下口水。但他相信以今天为起点,循序渐进总能达成目标。这样应该就可以了吧。插在口袋里的手汗已经干了。像平常一样行动吧,就像往常那样。像每次送她回去时那样。试着露出好看的笑容吧,就算勉强也要扬起嘴角。
"유우-..." "勇志..."
"리ㅋ..." "陸..."
유우짱다왔네오늘도고생했어라는 고정 멘트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유우시도 저를 불렀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오디오가 물리자 대번 어색해졌다. 네가 먼저 말해. 아냐, 리쿠가 먼저. 그냥 인사하려고 했던 건데... 리쿠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머쓱한 순간을 위해 애썼다. 유우시는 그냥 리쿠의 말에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리쿠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当"勇志酱辛苦了今天也加油了呢"这句固定台词脱口而出的瞬间,勇志也同时叫了我的名字。同时转头的两人因耳机线缠绕而陷入尴尬。"你先说""不,陸先说吧""本来只是想打个招呼..."陸挠着后脑勺努力化解着窘境。勇志犹豫着没有接话,突然抬头直直望进陸的眼睛。
"...무슨 할 말 있어?" "...有什么想说的吗?"
"웅..." "嗯..."
유우시가 자신을 이렇게 빤히 바라보던 순간이 있다. 버블티가 먹고 싶을 때라던가, 인형 뽑기가 하고 싶을 때라던가. 자신이 원하는 게 있는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 유우시에게 리쿠는 한없이 져주었다. 아니, 사실 져준 적 없었다. 유우시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건 나도 하고 싶었으니까.
勇志这样凝视自己的时刻并不少见。想喝珍珠奶茶的时候,或是想玩抓娃娃机的时候。都是他有所企图的典型场景。面对这样的勇志,陸总是无限纵容。不,其实从未真正拒绝过。因为想实现勇志的愿望。因为你想做的事,我也都想参与。
"나 오늘 기숙사 안 들어갈래."
"我今天不想回宿舍。"
뭐? 척수 반사하듯 리쿠가 펄쩍 튀었다. 그 정도로 폭탄 발언이었다는 뜻이다. 제대로 얼탄 리쿠는 유우시의 표정을 살폈다. 아니, 유우짱... 한 번도 안 간 적 없었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안 들어갈래. 그리곤 제가 입고 있던 아디다스 트랙 집업 끝을 꼬옥 붙잡는다.
什么?陸像条件反射般猛地跳了起来。这句话的冲击力就是如此之大。面红耳赤的陸仔细端详着勇志的表情。不是...勇志君...明明从来都没去过啊。所以今天我也不打算进去。说着紧紧抓住了自己身上穿的阿迪达斯运动夹克的衣角。
리쿠는 유우시가 던진 문장을 이해하려 애썼다. 지금 이 상황을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은 자신과 비슷한 마음일까. 유우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리쿠를 바라봤다. 볼을 한껏 상기 시킨 채로.
陸努力理解着勇志抛出的这句话。或许他和自己一样,都不想让此刻就这样草草结束吧。勇志用异常认真的表情凝视着陸。双颊涨得通红。
나 좋을 대로 해석해도 괜찮을까? 숨차게 달린 이후론 술에 완전히 깼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표정을 봤다면 분명히 맨정신에도 보내지 않았을 거야.
我可以按照自己的意愿来理解吗?明明狂奔之后以为酒完全醒了,不知为何却感觉醉意尚存。但即便如此,若是看到那个表情,想必清醒时也不会放他走吧。
인생은 타이밍. 人生在于时机。
지금은 필히 리쿠가 붙잡아야 할 시간이었다.
现在正是陸必须把握住的时刻。
분량조절실패 !!! 로 하 편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
篇幅失控!!!下集待续 (›´-`‹ )...
8개의 댓글 8 条评论
저 너무 달콤해서 사망햇어요 작가님 ㅇ<-<
作者大大甜到让我原地去世了啦 ㅇ<-<
미친!!!!!!!!!!!!!!!!!!!!!!!
疯了吧!!!!!!!!!!!!!!!!!!!!!!!
넘 좋네...ㅎㅎㅎ♡♡ 太棒了...嘿嘿嘿♡♡
레전드씨양 传奇小姐
뇌 터지는중 脑洞炸裂中
리쿠빨리와 陸快过来
그래 리쿠야. 항시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라.
是啊陸,你要把这句话永远铭记在心。
이제부터 잘해보면 되는거야. 나 근데 진짜…….. 행복하다 또 하편까지 변비걸려야하는 줄 알고……. 노심초사했는데…………. 하 ㅜㅜ 너무너무너무너무재밌어요 작가님
从现在开始好好表现就行。不过我真的很幸福...还以为要便秘到下篇...提心吊胆的...呜 太~太~太~太有趣了作者大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