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자고? 나 남잔데? 김도훈은 살다살다 이딴 말을 처음 들어봤다. 
交往吧?我可是男人啊?金道勋这辈子还是第一次听到这种话。

일평생 남자만 만난 씹게이 김도훈에게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자인데 우리 둘이 어떻게 사귀느냐'라는 존나 긴 개소리를 '나 남잔데?' 네 글자에 함축하여 던지는 맹랑한 남자가 눈앞에 있다. 씹테로 진짜 좆같네... 이 씹테로의 가장 좆같은 점은 대가리 속에 남자와 남자가 사귄다는 게 성립조차 되지 않으면서 남자인 김도훈 입술 빨고 맨살 주무른 데에 있다. 
一辈子只和男人交往的死基佬金道勋面前站着一个厚颜无耻的男人,他把"你是男的我也是男的,我们俩怎么能谈恋爱"这种冗长的废话浓缩成"我是男的?"四个字扔了出来。这个直男真他妈烦人...这个直男最烦人的地方在于,他脑子里根本没有男人和男人谈恋爱这个概念,却还亲吻金道勋的嘴唇,抚摸他的肌肤。

진짜 정말이지 뭐 이런 씹새끼가 다 있냐는 거다. 존댓말 날려먹고 반말을 하다 못해 종종 신정환 이름까지 찍찍 부르던 김도훈의 마지막 양심처럼 남아 있던 티끌의 유교 자아 완전히 갈아버렸다. 쌍욕이 절로 터져나온다. 
真他妈的怎么会有这种狗娘养的。金道勋不仅抛弃了敬语,还直接用平语,甚至时不时地直呼申正焕的名字,他那仅存的一丝儒家思想的自我意识也彻底被磨灭了。忍不住爆出粗口。


"이 정신 나간 새끼가. 야. 너 남자인 거 내가 몰라? 내 눈까리는 장식이야?"
"你这个疯子。喂。你以为我不知道你是男的吗?我的眼睛是摆设吗?"

"너 형한테 말버릇이,"  "你对哥哥说话的态度,"

"뭔 형 이 씨발 별 병신 같은 게 뭔 혀엉. 너 시발 존나, 나를,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여태 입술 죽죽 빨아 놓고 뭐? 남잔데? 남잔데에? 야 이 미친놈아. 너 남잔 거 알아 존나 알아 씨발 니가 나랑 키스하다가 좆 세우고 나한테 부비고 지랄하던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시발 내가 이제 와서 너 여잔 줄 알고 착각이라도 했을 거 같아?"
"什么哥哥啊,你他妈的是什么傻逼东西啊?你他妈的到底把我当成什么了?一直吸着嘴唇,然后呢?是男人吗?是男人吗?喂,你这个疯子。你是男人我他妈的清楚得很,你跟我接吻的时候勃起了还蹭我身上发疯,这种事又不是一两次,你以为我现在会误以为你是女人吗?"

"아니,"  "不是,"

"아니 뭐 씨발 뭐. 너 게이 몰라? 게-이. 모르냐고. 나 게이야. 존나 게이. 게이. 몰라? 호모는 알아? 호모라고 나. 호모. 호-모. 호오모오. 어? 알아? 남자 좋아한다고. 너 남자잖아 씨발아."
"什么鬼啊,操。你不知道什么是 gay 吗?G-A-Y。我问你知不知道。我是 gay。他妈的 gay。Gay。不懂?知道同性恋吗?我是同性恋。同-性-恋。同性恋。嗯?懂了吗?就是喜欢男人的意思。你他妈不就是男的吗。"

"도훈아."  "道勋啊。"

"씨발 좆같은 이성애자 새끼야. 남자랑 남자가 어떻게 사귀는지 모르겠다 쳐. 그럼 너 내 입술 왜 빨았냐? 어? 나랑 키스 왜 했냐고. 나한테 키스 왜 했냐고. 그런 거 염두에도 안 뒀어? 생각도 안 해 봤어? 그냥 몸이 좀 외로웠냐? 이거 씨발 완전히 걸레 마인드 아니야."
"他妈的,你这个该死的异性恋混蛋。就算你不知道男人和男人怎么谈恋爱,那你为什么要吸我的嘴唇?嗯?为什么要和我接吻?为什么要吻我?你根本没考虑过这些吗?从来没想过吗?只是因为身体有点寂寞?这他妈的完全就是婊子心态啊。"

"김도훈."  "金道勋。"

"목소리 쳐깔고 지랄하지 마 씨발 너 지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야 돼."
"别他妈的压低声音胡说八道,就算你现在有十张嘴也该闭上。"


그럼 입을 싹 다물긴 하는 게 존나 꼴받는 포인트였다. 진짜 주먹으로 개쎄게 패고 싶다. 쌍코피 터질 때까지 뒤지게 처패고 싶다.
那么他完全闭上嘴的样子就是最让人火大的地方。真想用拳头狠狠地揍他一顿。想把他打得鼻血直流,打得他半死不活。


"야 신정환."  "喂,申正焕。"

"..."

"너 나 좋아하긴 하냐?"  "你真的喜欢我吗?"

"..."


무슨 말이라도 좀 해라.  说点什么吧。


"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키스해?"
"你会和自己不喜欢的人接吻吗?"

"그건 아닌데..."  "这不对啊..."

"그럼?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랑 키스해?"
"那么?和没有在交往的人接吻吗?"

"그것도 아니긴 한데..."  "虽然也不是那样..."


뭐 어쩌라고 씨발... 김도훈이 따박따박 물을 때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제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긁는 꼴 보고 복장이 다 터져버릴 것만 같다. 사실 본인도 몹시 당혹스러운 것 같기는 한데. 신정환의 얼굴에 스치는 혼란, 곤란함, 어려움... 투명히 드러나긴 하는데 다 알 반가 싶다. 뒤통수 거하게 처맞은 김도훈만큼 혼란스럽고 곤란하고 어렵고 좆같은 사람이 어딨는데? 김도훈에게 있어 신정환은 철저한 가해자 신분이다. 
他妈的该怎么办啊...每当金道勋一字一句地追问时,申正焕就露出尴尬的表情,用手指挠着自己的后颈,看到这幅模样我就觉得快要气炸了。其实他自己看起来也非常困惑。申正焕脸上掠过的困惑、为难、艰难...虽然都清晰可见,但我觉得他应该都明白。有谁能比被狠狠背叛的金道勋更加困惑、为难、艰难和糟糕呢?对金道勋来说,申正焕就是彻头彻尾的加害者。


"그럼 너 뭐야?"  "那你是什么?"

"..."

"불리할 때만 입 싹 다무는 거 봐. 이거 진짜 좆같은 놈이네..."
"看看,只有在不利的时候才闭紧嘴巴。这家伙真他妈的混蛋..."

"도훈아 욕 좀 그만,"  "道勋啊,别再骂人了,"

"그럼 너는 좋아하지도 않고 사귈 생각도 없는 나한테 그냥 막, 어? 키스를 한 거네?"
"那么你就是对我这个你既不喜欢也不想交往的人,就这样随随便便地,嗯?亲了一下?"

"..."

"이거 완전 걸레 새끼 아니야..."
"这家伙简直就是个贱人..."


마인드가 존나 걸레. 씹걸레. 신정환 걸레 새끼. 라고 진짜 걸레 출신 김도훈이 말했다. 좋아하지도 않고 사귈 생각도 없는 애들이랑 존나 자고 다닌 주제에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도 제 알 반가.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이다. 난잡한 과거 청산할 정도로 헌신했던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두들겨맞으니 뇌 빠질 수밖에 없다. 배신감, 뭐 그런 거.
金道勋这个真正的婊子说道:"他的心思简直就是个婊子。臭婊子。申正焕这个婊子崽子。"明明自己跟不喜欢也不想交往的人乱搞,却说别人不知天高地厚,真是半斤八两。不过这也只是自作自受罢了。人本来就是自私的动物。对曾经为了摆脱混乱过去而付出全心全意的人如此对待,脑子不出问题才怪。背叛感,大概就是这种东西吧。

아무리 그래도 워딩이 너무 강력했는지 신정환의 낯이 굳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늘상 맹숭하게 매가리 없는 표정만 보이던 신정환의 눈썹이 눈에 띄게 찡그려지고 언짢은 티를 팍 낸다. 화가 난 게 훤히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잘생겼네. 아. 화난 표정 좀 꼴리는 것 같기도 하고... 김도훈은 좀 전까지 야마 돌아서 막 내지른 주제에도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자빠졌다. 역시 중증이었다.
尽管如此,可能是措辞太过强烈,申正焕的脸色还是不可避免地变得僵硬。平日里总是一副呆呆傻傻、毫无生气表情的申正焕,眉头明显皱了起来,露出了不悦的神色。他的脸上清晰可见愤怒的情绪。不过还是很帅啊。啊,生气的表情好像有点性感...金道勋刚才还在大发脾气,转眼间就开始胡思乱想了。果然是重症患者。


"연락하지 마."  "别联系我。"


김도훈은 근엄하게 말했다. 그러나 조금은 새침한 모양새였다. 눈을 세모낳게 뜨고 앙칼진 목소리. 그리고 고개를 팩 하고 돌려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솔직히 한 번 더 잡아주길 바랐으나 당연하게도 신정환은 멀어지는 김도훈을 잡지 않았다. 가오 상해서 김도훈도 그냥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그대로 쭈욱 가버렸다.
金道勋严肃地说道。但他的样子有点傲慢。眼睛眯成三角形,声音尖锐。然后他猛地转过头,沉重地走开了。老实说,他希望申正焕能再挽留他一次,但显然申正焕并没有去追赶渐渐远去的金道勋。金道勋也因为面子受损,连头都没回一下就这样直接走掉了。




헤질녘 게딱지  黄昏的蟹壳
-7-



그 후 김도훈은 신정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신정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之后金道勋没有联系申正焕,申正焕也是如此。

그리고 김도훈은... 상사병에 걸렸다.  然后金道勋...患上了相思病。


"씨벌..."  "他妈的..."


하루종일 최영재 자취방에서 눈물 훔쳤다. 최영재가 혀를 내두른다. 사랑하는 내 친구 도훈아, 욕은 내가 더 하고 싶구나. 방구석에 웅크리고 누워서 땅바닥에 눈물 줄줄 흘리고 있는 모양새가 꼭 만화 같았다. 수도꼭지 고장난 사람처럼 그렇게 계속 울었다. 언젠가 최영재 앞에서 처음 눈물을 보였을 땐 쪽팔리긴 하는지 얼굴 가리고 울던 애가 그냥 가오고 뭐고 매일을 그러고 살았다.
整天在崔永才的出租屋里偷偷抹眼泪。崔永才吐了吐舌头。我亲爱的朋友金道勋啊,我更想骂人呢。蜷缩在房间角落里,躺在地板上泪流不止的样子,就像漫画里的场景一样。像水龙头坏掉的人一样,就那样一直哭着。记得有一次在崔永才面前第一次流泪时,还因为觉得丢脸而捂着脸哭的人,现在却不管面子不面子,每天都这样过着。


"너희 집 가서 울면 안 될까."
"我能去你家哭吗?"

"가면 신정환 생각나서 안 돼... 씨발 사귄 것도 아닌데 내 집에 왜 이렇게 그 새끼 흔적이 많아..."
"一走就会想起申正焕,不行啊...妈的,明明都没在一起过,为什么我家里到处都是那小子的痕迹..."

"지랄한다 진짜..."  "真是胡说八道..."

"영재야..."  "道勋啊..."

"왜."  "为什么。"

"나 함만 안아줘라..."  "抱我一下就好..."


이 멘트 신정환이 나한테 한 적 있지 않나... 아 그때 신정환도 배연아한테 차이고 그랬구나... 난 정식으로 고백한 것도 아니고, 사귀다가 이별 통보 받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찐한 실연의 고통을 느껴야만 하는 거지... 앉아서 핸드폰 두드리는 최영재를 향해 두 팔 벌린다. 너무 울어서 탱탱 부은 눈으로 가련하게 최영재를 쳐다봤다.
申正焕不是对我说过这句话吗...啊,那时申正焕也被裴姸雅拒绝了啊...我明明连正式告白都没有,也不是在交往中被分手,为什么要经历这么深刻的失恋之痛呢...我朝着坐着玩手机的崔永才张开双臂。用哭得肿胀的眼睛可怜巴巴地看着崔永才。

평소라면 질색팔색 할 최영재가 그냥 가만히 김도훈을 내려다본다. 덤덤한 표정이다. 눈도 붓고 입술도 불고 뺨도 한껏 축축해진 김도훈 꼬라지 보고 헛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푹 뱉어냈다. 
平时会大惊小怪的崔永才此刻只是静静地俯视着金道勋。表情平淡。看着金道勋眼睛肿胀、嘴唇发肿、脸颊湿漉漉的狼狈模样,他发出一声不知是苦笑还是叹息的声音。

핸드폰을 내려놓곤 가까이 다가와 앉는다. 바닥에 늘어지듯 누워있는 김도훈 팔목을 잡아 일으켜 앉힌다. 최영재가 끌어당기는 대로 나부끼듯 몸을 일으켜 앉은 김도훈이 훌쩍거리며 얌전히 눈만 깜빡거린다. 최영재 왜 느끼한 표정 지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린애처럼 최영재를 향해 또 팔을 벌린다. 나 안아줘. 훌쩍. 그러면 최영재가 김도훈을 안아줬다.
放下手机,走近坐下。抓住躺在地板上的金道勋的手腕,将他扶起来坐好。金道勋随着崔永才的拉扯轻飘飘地坐起来,抽泣着乖巧地眨着眼睛。崔永才,你为什么露出那么油腻的表情。虽然这么想着,却还是像个小孩子一样朝着崔永才张开双臂。抱抱我。抽泣。于是崔永才抱住了金道勋。

최영재에게선 좋은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오래도록 친구로 지내면서 이렇게 안겨 보는 건 당연히도 처음이라... 최영재는 김도훈의 동그란 뒤통수를 쓸어주고 꽤 능숙하게 등을 토닥거려줬다. 그래서 김도훈은 코 한 번 훌쩍 먹고 그냥 가만히 최영재 어깨에 콧잔등을 대고 안겨 있었다.
崔永才身上散发着好闻的衣物柔顺剂香味。作为长期的朋友,这样拥抱自然是第一次...崔永才轻抚着金道勋圆圆的后脑勺,熟练地拍着他的背。于是金道勋吸了吸鼻子,就这样静静地把鼻梁靠在崔永才的肩膀上,依偎在他怀里。


"그래... 울어, 도훈아."  "好吧...哭吧,道勋。"


아 씨발... 또 눈물 날 것 같네... 이 개지랄 치와와 새끼는 왜 갑자기 다정하고 지랄이야 생전 이런 적 없으면서...
啊,他妈的...又要哭了...这个发疯的吉娃娃崽子怎么突然变得这么温柔了,平时从来没这样过...


"너 같은 쓰레기 새끼가 또 언제 사랑을 해보겠니. 많이 슬퍼하렴."
"像你这样的垃圾东西还能再谈什么恋爱。好好伤心吧。"

"이 시발새끼가"  "这个狗娘养的"


최영재한테 별안간 감동 먹고 잠시 촉촉해졌던 김도훈을 삽시간에 병신 만드는 것도 최영재의 타고난 특기다. 그래서 김도훈은 나오려던 눈물 쏙 집어넣고 그대로 최영재랑 머리채 뜯고 싸웠다.
让金道勋突然感动得眼眶湿润,然后又瞬间把他变成傻瓜,这也是崔永才与生俱来的特长。所以金道勋立刻把快要流出来的眼泪憋了回去,直接和崔永才扯头发打了起来。

머리채 좍좍 뜯기면서도 최영재는 깔깔 웃었다. 악마 같은 새끼. 마녀 같은 새끼. 끔찍한 새끼! 
即使头发被一把一把地扯掉,崔永才还是咯咯地笑着。恶魔般的家伙。女巫般的家伙。可怕的家伙!


진동.  震动。


"..."


신정환ㅗ  申正焕ㅗ


그런 법칙이 있다. 하필 최영재의 집에 있을 때, 하필 최영재가 지랄하고 길길이 날뛸 만한 연락은 항상 최영재의 눈에 띄고 마는 법칙. 보란 듯이 시퍼렇게 불 들어오는 핸드폰 액정에 커다랗게 써진 신정환 이름 석자와 엿 하나가. 평소엔 잘 들리지도 않는 진동 소리가 무지 요란하게 느껴지고. 꼭 그랬다. 
有这样一个规律。偏偏在崔永才家的时候,偏偏那种会让崔永才发疯大闹的联系总是被崔永才看到。手机屏幕亮起,仿佛在炫耀似的,上面大大地显示着申正焕三个字和一个"去死"。平时几乎听不到的震动声此刻却显得格外吵闹。总是这样。

며칠 만의 연락이지. 연신 울리는 김도훈의 핸드폰을 둘 다 동시에 바라봤다. 씩씩대며 최영재 위에 올라타서 머리 뜯던 김도훈도, 깔깔거리며 김도훈 허리 잡고 밀어내던 최영재도 우뚝 멈췄다. 최영재의 낯이 또 서늘해진다. 아무리 니 좆대로 살아라 주의의 부랄친구라지만은 김도훈도 그쯤은 알 수 있었다. 최영재가 신정환과 관련된 모든 것을 못마땅해한다는 것쯤은. 
几天没联系了。两人同时看向金道勋不停响起的手机。刚才还骑在崔永才身上扯他头发的金道勋,和咯咯笑着抓住金道勋腰部推开他的崔永才,都突然停了下来。崔永才的脸色又冷了下来。虽说金道勋是个随心所欲的损友,但他也能明白这一点。崔永才对与申正焕有关的一切都很不满。

그래서 김도훈은 눈치를 살살 봤다.
所以金道勋小心翼翼地观察着周围的情况。


"...너 설마."  "...你不会吧。"


최영재의 설마는 현실이 된다. 김도훈은 슬금슬금 최영재 머리카락을 놓는다. 
崔永才的不可能变成了现实。金道勋悄悄地放开了崔永才的头发。

최영재 위에서 은근슬쩍 내려가려는 걸 최영재가 허리 잡고 있던 손에 힘 콱 주고 움직임을 제지한다. 다시 최영재의 몸 위에 콩 주저앉은 김도훈이 뭔가 잘못한 개의 표정을 짓는다.
崔永才正准备从崔永才身上悄悄下来,但崔永才紧紧抓住他的腰,阻止了他的动作。金道勋重新坐回崔永才身上,脸上露出了一副做错事的小狗般的表情。


"도훈아. 너 정말 좆병신이니."  "道勋啊,你真是个傻逼。"

"좆은 병신 아닌데."  "他妈的不是傻逼。"

"까불지 말고."  "别耍小聪明。"

"놔. 전화 받아야 돼."  "放开。我得接电话。"


기어이 내려와서 핸드폰을 손에 쥔다.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 김도훈의 뒷모습을 보며 최영재는 존나 크게 한숨을 쉬었다. 몸을 일으켜 앉으며 김도훈 뒤통수 졸라 꼬라봤다.
他终于下来了,手里拿着手机。崔永才看着金道勋急忙接电话的背影,深深地叹了口气。他坐起身来,狠狠地盯着金道勋的后脑勺。


"여보세요?"  "喂?"

- 도후낭.  - 道勋欧巴。

"...예?"  "...什么?"

- 나 치해떠.  - 我要去洗澡了。


지랄한다......  胡说八道......

김도훈의 얼굴에 곧장 웃음꽃이 만개한다. 언제 눈이 다 붓도록 울고 부랄친구한테 안아달라는 염병을 떨었냐는 듯 눈을 접어 아주 해사하게. 푸하- 하고 이미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린 주제에 아닌 척 목 가다듬는 꼴을 보고 최영재의 표정은 혐오로 물든다. 역겨움을 참지 못하는 표정...
金道勋的脸上立刻绽放出灿烂的笑容。他眯起眼睛,笑得阳光灿烂,仿佛从未哭得眼睛肿胀,也从未向那个混蛋朋友撒娇要抱抱似的。他已经忍不住笑出了声,却又假装清了清嗓子,装作若无其事的样子。看到这一幕,崔永才的表情顿时充满了厌恶,一副难以忍受的模样...


"어디야?"  "你在哪里?"


전화를 끊고 겉옷 챙겨 입은 김도훈은 아주 콧노래를 불렀다. 최영재는 신발 꿰어 신는 김도훈의 앞에 팔짱 끼고 벽에 기대어 서서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김도훈은 몹시도 저능하여 절친한 친구가 걱정해 주는 걸 감사히 여기진 못할 망정 어쩌라고?의 표정으로 최영재를 본다. 
挂断电话后,金道勋穿上外套,哼起了小曲。崔永才抱着双臂靠在墙上,一脸不满地看着正在穿鞋的金道勋。然而,金道勋却十分迟钝,不仅没有感激好友的关心,反而用"你想怎样?"的表情看着崔永才。


"다시는 이런 걸로 내 집에 오지 마라."
"以后别再因为这种事来我家了。"

"니가 사랑을 아냐?"  "你懂什么是爱吗?"

"꺼져라 그냥."  "滚开。"


서로 면상에 쌍뻐큐 날린다. 그러면서 최영재의 자취방 문은 닫힌다.
互相对着对方的脸比中指。与此同时,崔永才的单身公寓门关上了。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면 당연히 구라다.
如果说没想到会变成这样,那肯定是在撒谎。

신정환은 청승맞게 혼자 술을 퍼먹었고-아무래도 여태 같이 술 마셔주는 사람이 김도훈밖에 없었으니까- 혼자 테이블에 머리 박은 채 김도훈을 맞이했다. 김도훈은 신정환이 혼자 마신 얼마 안 되는 술값을 지불한다. 의식이 반쯤 없다고 보는 게 나을 상태인 신정환을 어깨에 지고 나왔다. 진짜 잠이라도 든 것처럼 김도훈이 등장하고, 부축하고, 질질 끌고 나오는 내내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비틀비틀 축축 처지기만 했다. 그냥 할 말이 없으니 또 입 꾹 닫고 실제로 취한 것보다 훨씬 더 취한 척하는 거겠지만.
申正焕孤独地灌着酒——毕竟到现在为止,只有金道勋会陪他一起喝酒——他把头埋在桌子上迎接金道勋的到来。金道勋替申正焕付了他独自喝的那点酒钱。他把意识已经半失的申正焕扛在肩上走了出来。申正焕就像真的睡着了一样,从金道勋出现、搀扶他、拖着他出来的整个过程中,一言不发,只是摇摇晃晃地耷拉着身子。大概是因为无话可说,所以紧闭着嘴,装作比实际醉得更厉害的样子吧。

자연스럽게 김도훈의 자취방이다. 도착할 때쯤엔 초겨울인데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신정환은 드럽게 무거우니까... 거의 등에 매달아놓다시피 하고서야 도어락 비밀번호를 겨우 누른다. 그리고 자취방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신정환과 함께 와르르 무너졌다.
自然而然地来到了金道勋的单身公寓。到达时虽然是初冬,却已经汗珠密布。喝醉酒无法控制身体的申正焕实在是太沉了...几乎是把他背在背上才勉强按下了门锁密码。一进入公寓,就和申正焕一起哗啦一声倒下了。


"어우 씨 존나 힘들어..."  "哎呀,真他妈累死了..."


헉헉거리며 뻗은 김도훈의 위로 겹쳐져 쓰러진 신정환. 몸을 포개고 한참 드러누워 있었다. 술집에서 자취방까지 신정환을 지고 이고 오느라 힘이 다 빠져버린 탓에 약간의 충전이 필요했다.
金道勋气喘吁吁地躺下,申正焕也随之倒在他身上。两人就这样叠在一起躺了好一会儿。从酒吧一路背着申正焕回到出租屋,金道勋已经筋疲力尽,需要稍微充电一下。

그리고 인사불성의 신정환은 그런 김도훈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김도훈."  "金道勋。"


김도훈의 가슴팍쯤에 얼굴 파묻고 죽은 듯 있던 신정환이 고개를 든다. 커다란 손을 뻗어 김도훈의 양뺨을 한손으로 틀어쥐었다. 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또 신정환은 입술을 겹쳐왔다.
金道勋胸前埋着脸一动不动的申正焕抬起头来。他伸出大手,一把捧住金道勋的双颊。哎呀。还没来得及做出反应,申正焕又一次吻上了他的嘴唇。

뭐... 며칠이나 못 했다고 목마른 사람처럼 입술을 핥는 게 웃겼다. 열어달라는 듯 끊임없이 김도훈의 아랫입술을 할짝이는데 김도훈은 그냥 꾹 다물고 있었다. 혀 잔뜩 꼬여 애교 부리는 게 귀엽긴 했지만, 그래서 웃어버리긴 했지만, 신정환 너무너무 사랑스럽긴 했지만. 근본적인 화는 풀리지 않은 게 맞으니까 자존심 세우는 거다. 

그럼 신정환이 입술을 슬쩍 떼고 다 풀린 눈으로 김도훈을 가만히 바라본다. 초롱초롱한 눈. 취한 주제에 사람 꼬시는 그런 눈은 잘도 했다. 눈밑이 벌게지고 눈동자가 촉촉한 게 버프였다. 솔직히 꼴렸다. 


"왜애..."  "为什么啊..."


왜겠냐... 모르는 척인지 정말 술에 취해서 잠시 망각한 건지 알 길은 없지만 괘씸한 건 어쩔 수 없다.
为什么呢...不知道是装作不知道还是真的喝醉了暂时忘记了,虽然无从得知,但还是忍不住觉得可恶。


"나 화 안 풀렸어."  "我还没消气呢。"

"도훈이 화났어? 왜애... 형이 뭐 잘못했어?" 


후자였나 보다. 다 풀린 발음, 흐물흐물한 목소리. 뻔뻔한 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처연한 눈. 술에 취한 신정환은 김도훈의 입술 위에 짧게 입맞춘다. 아이를 달래듯이 느긋한 동작이었다. 그리고 뺨. 코끝. 코와 광대 사이의 어디쯤. 다시 입술. 쪽쪽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리고 턱선. 턱의 끝. 쪽쪽쪽. 조금 더 아래로. 목덜미와, 선명한 아담스 애플. 그 옆에.
看来是后者。含糊不清的发音,软绵绵的声音。不是厚颜无耻,而是真的不知道似的凄凉眼神。醉酒的申正焕在金道勋的嘴唇上轻轻一吻。动作悠闲,仿佛在安抚小孩。然后是脸颊。鼻尖。鼻子和颧骨之间的某处。再次是嘴唇。啧啧的声音格外响亮。接着是下巴线条。下巴尖。啧啧啧。再往下一点。脖子和明显的喉结。还有旁边。


"여기 점이 있네..."  "这里有个痣..."


숨이 뜨겁다. 김도훈이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呼吸灼热。金道勋发出了呻吟声。

뒷목이 또 후끈후끈해지려고 해서 눈을 질끈 감고 숨 한 번 고른 김도훈이 신정환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화 안 풀렸다니까."  "我还是很生气呢。"

"..."

"나랑 사귈 거 아니면 이제 이런 거 하지 마."
"如果你不打算和我交往,就别再做这种事了。"


이미 좋아한다는 건 말해 버렸고, 지랄도 왕창 했고. 뺄 것 없는 김도훈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나 형 좋아하고, 형이랑 사귀고 싶거든? 근데 형은 아니면 이제 나랑 이런 거 할 생각 하지 마. 사실 속에도 없는 말이다. 사귀지 않아도 되고 육체적으로 바라는 것도 없고 그냥 옆에 있기만 하면 좋다던 순애보적인 감정일 때는 언제고. 이렇게 되고 난 후에도 솔직히 키스하는 거 기분 좋으니까 이대로도 괜찮다고 했으면서. 그러니 이건 괜한 심술이다.
已经说出了喜欢的话,也大闹了一场。金道勋直截了当地说道:"我喜欢哥,想和哥交往。但如果哥不愿意的话,以后就别再和我做这种事了。"其实这话并不是他的真心话。曾经他说过即使不交往也没关系,也没有肉体上的渴望,只要能在身边就好了,那时候的感情是多么纯洁啊。即使到了现在,他也坦诚地说过接吻的感觉很好,就这样也不错。所以这番话只是无谓的小心眼罢了。

신정환은 그렇게 말하는 김도훈의 눈을 한참 가만히 바라봤다. 정적이었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신정환이 뭐라고 대답할지가 단순히 궁금했다.  


"...응."  "...嗯。"


고개를 끄덕이며 신정환이 그런다. 
申正焕点头说道。

...

뭐?  什么?


신정환이 김도훈 위에 겹쳐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는다. 현관에 엉덩이 깔고 앉아서 또 만취자의 호흡이나 뱉었다. 푸후우우... 고개를 흔들며 정신 차리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김도훈은 그저 멍하게 입을 벌렸다. 그런 김도훈이 보일 리 없는 신정환은 손으로 마른 세수를 벅벅 하다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벽을 짚고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당황한 김도훈도 벌떡 일어난다.
申正焕从金道勋身上起来坐起。他坐在玄关处,又吐出醉汉般的呼吸。呼——他摇着头,努力让自己清醒过来。看到这一幕,金道勋只是呆呆地张着嘴。申正焕看不到金道勋这样的表情,他用手使劲擦了擦脸,好不容易抬起头来。扶着墙慢慢站起身。惊慌的金道勋也猛地站了起来。

아니 잠깐잠깐잠깐. 진짜 안 한다고?  


"미안... 술이 너무 취했네."  "对不起...我喝得太醉了。"


가볼게... 매번 폐 끼쳐서 미안... 라고 하면서 정말로 더듬더듬 현관문 도어락을 열려고 하길래 김도훈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我去看看吧... 每次都给你添麻烦真是抱歉... 一边这么说着,一边真的磕磕绊绊地想要打开玄关的门锁,金道勋因此惊慌失措,


"아니, 잠, 깐만."  "不,等一下。"


신정환의 손목을 덥썩 잡고  抓住申正焕的手腕


"지... 진짜 안 해...?"  "真...真的不做...?"


일평생 중 가장 가오 상하는 말을 해버리고 만다.
说出了一生中最丢脸的话。

그렇게 말할 때쯤에는 서러움과 쪽팔림이 겹쳐서 거의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김도훈은, 


"하고 싶은데... 키스."  "想做的是...亲吻。"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침대에 뒤엉켜 있었다. 신정환이 황소와 같은 힘으로 김도훈의 양 팔뚝을 붙잡고 밀어붙여 순식간에 침대였다. 이미 셀 수도 없이 한 키스의 반복이다. 다른 때보다 더 거칠고 호흡이 빨랐을 뿐이다. 다급했다. 쫓기듯이. 격정적으로 고개를 비틀어가면서 콧망울과 입술이 죄 쓸리도록. 헐떡거리며 서로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쥐고 드러난 목덜미를 감싸고 주물러댔다. 자취방을 가득 채우는 거친 숨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当他回过神来时,他们已经纠缠在床上了。申正焕用牛一般的力气抓住金道勋的双臂,一下子就把他推到了床上。他们已经不知道亲吻了多少次。比平时更加粗暴,呼吸更加急促。他们很急切,仿佛在逃命。激情地扭转头部,鼻尖和嘴唇都摩擦得发红。他们喘息着,抚摸对方的头发,抓住对方,抚摸着裸露的脖颈。充满整个房间的粗重呼吸声,已经分不清是谁发出的了。

신정환이 거침없이 김도훈의 윗옷을 벗겨내고 드러난 몸에 꼬박 입을 맞추는 게 꿈 같다. 김도훈은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에 취한 것처럼 눈앞이 흐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신정환의 입술이 어깨선과 쇄골, 가슴팍에 차곡차곡 입을 맞춘다. 슬쩍 벌어진 입술 틈으로 뜨거운 혀가 닿기도 했다. 김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아, 혀... 그렇게 말해버렸고 그때부턴 신정환이 정말 시뻘건 혀를 꺼내어서 김도훈의 몸을 핥고 빨았다. 혀가 배꼽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간다. 온몸이 움츠러들고 발가락을 전부 빠듯히 펴고 덜덜 떨기를 반복했다. 


씨발... 하고 싶어. 해버리고 싶어. 신정환이랑 그거 하고 싶어. 박아버리고 싶어... 제발.
妈的...好想做。好想做个爽。好想和申正焕做那个。好想狠狠地插进去...求你了。




그런데 김도훈은 참 웃긴 애잖아. 이전에는 그렇게나 쉽게 해버리던 그걸 신정환이랑은 이렇게 쉽게 해버리고 싶지 않은 거야.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기도 했고. 술에 취하지 않은 신정환을 자상하게 어루고 달래서 케이크 위의 딸기를 먹듯 맛있게 먹어치우고 싶으니까.
但是金道勋真是个有趣的家伙啊。以前那么轻易就做的事,和申正焕却不想这么轻易就做了。也没有任何准备。他想温柔地抚慰和安抚没有醉酒的申正焕,像品尝蛋糕上的草莓一样美味地吃掉他。

그래... 분명 뒤는 처음일 텐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하는 건 어렵기도 하고, 콘돔도 없었고. 뭐 하나 정리된 것도 없는데 그것만 해버리는 사이가 되고 싶진 않기도 했고. 나는 형이랑 정정당당하게 사귀고 나서 차분히 진도 빼고 싶어. 이미 키스는 질리도록 했고, 온몸을 더듬고 빨기까지 했으면서 웃기는 순정이고 고집이다. 

둘 다 입술 팅팅 부어서 아침에 마주하는 얼굴은 웃겼다. 먼저 일어났으면서 제 얼굴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김도훈을 보고 신정환은 머쓱해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는 않았고. 그냥 옅게 웃으면서 평소와 다르게 담백한 아침 인사를 건넸다. 잘 잤어? 하고. 좋은 목소리로. 아 존나 예쁘게 생겼어.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신정환과 김도훈은 여전히 사귀지 않는다.
结果并没有什么改变。申正焕和金道勋依然没有在一起。

그래도 진짜 조금 달라진 거. 음.
不过真的有一点点变化。嗯。

신정환은 더이상 김도훈과 닿고 싶어하는 걸 숨기진 않았고, 김도훈 역시 신정환을 좋아하는 걸 감추지 않았다. 


둘이 있으면 키스하는 사이. 신정환은 이제 자기가 하고 싶어지면 대놓고 뽀뽀하고 싶어, 키스하고 싶어. 그랬다. 
两个人在一起的时候就是接吻的关系。申正焕现在想要亲吻的时候,就想要光明正大地亲吻,想要接吻。就是这样。


"지.진.짜.안.해?"  "真.的.不.做.吗?"

"아"  "啊"

"하.고.싶.은.데." 

"아 하지 말라고" 

"키.스."  "亲.吻."


이러면서 김도훈을 놀리기도 했다. 꾸준히 기억 안 나는 척, 필름 끊긴 척하던 이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술이 취해서 한 것들도 모두 기억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 이거 봐. 이 새끼 필름 끊기는 편 아니라니까.
金道勋也会这样取笑他。与之前一直假装不记得、假装断片相比,这是一个巨大的进步。他不再隐瞒即使喝醉了也能记得所有事情的事实。你看,我就说这家伙不是那种容易断片的人。

아 신정환 하지 말라고!! 하면서 펄떡거리면 신정환은 으하하 아주 크게 웃었다. 이런 건 최근에 들어서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신정환은 이렇게 사람을 조롱하듯 놀릴 줄도 알고, 큰 목소리를 낼 줄도 알고, 아주 밝게 깔깔거리며 웃을 줄도 안다는 거. 몰랐던 모습들을 하나둘 볼 때마다 정서적으로 좀 가까워졌나? 가까워져서 신정환도 나에게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는가? 하는 생각들에 잠시 희망 회로를 돌리다가도. 

여태 보여 준 적 없는 모습들을 보여 주기 시작한 건 김도훈 쪽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就在那时...

[ 개지랄견 모드 ON ]
[ 疯狗模式开启 ]


"아니? 나 이제 형이랑 키스 안 한다니까?"
"什么?我说了我以后不会再和哥哥接吻了啊?"

"할 거면서." 

"아니? 형 나한테 키스하면 나랑 사귀는 거야. 알아?"
"什么?哥,如果你亲我的话,就意味着要和我交往了。知道吗?"

"..."

"이 씨발 또 아가리 싹 다무는 거 봐. 대답 안 해?"
"看看这个混蛋又把嘴巴闭得严严实实的。不回答是吗?"


사귀자고. 사귀자고. 신정환. 야 신정환. 사귀자고. 나랑 사귀자니까? 야. 야아아.
和我交往吧。和我交往吧。申正焕。喂,申正焕。和我交往吧。我说和我交往好吗?喂。喂喂喂。

만나면 하루 온종일 이 지랄이었다. 같이 있는 내내 고백 공격, 고백 폭격 하는 김도훈과 키스는 하고 싶다면서 사귀자 하면 입 싹 다물고 눈 돌리는 씹회피병자 신정환. 
见面后整天都是这副德行。金道勋整天不停地告白攻击、告白轰炸,而申正焕则是嘴上说着想接吻,但一提到交往就立刻闭嘴转移视线的超级逃避患者。

진짜 속을 알 수가 없어. 개새끼도 이런 개새끼가 없다니까. 이제 김도훈이 사귀자고도 하고 게이 호모 별 소릴 다 했으니 남자랑 남자가 사귈 수 있는 세계 같은 거 모를 리도 없는데. 여전히 입술과 몸은 부비고 싶으면서 사귀자는 말엔 피하는 거. 
真是看不透他的心思。这种混蛋真是前所未见的混蛋。金道勋现在已经说过要交往,还说了什么同性恋之类的话,所以他不可能不知道男人和男人也能交往的世界。可他还是这样,想亲吻和抚摸身体的时候就来,但一说到交往就躲开。

그래도 김도훈은 신정환과 키스했다. 결국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는 게 진리다.
尽管如此,金道勋还是和申正焕接吻了。最终,更喜欢对方的人才是输家,这就是真理。




지극히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这是一个与往常毫无二致的日子。

언제나처럼 한 세트로 붙어 다니는 신정환과 김도훈. 김도훈의 멈추지 않는 고백. 숨 쉬듯이 사귀자고 하는 김도훈. 형 밥 먹었어? 먹은 김에 나랑 사귀자. 형 나랑 또 뽀뽀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으면 나랑 사귀자. 어 키스할 거야 지금? 그럼 나랑 사귀자. 아 왜 나랑 안 사귀어 주는데! 나 귀엽잖아. 잘생겼잖아. 아니야? 그래도 눈을 피하는 신정환. 대답을 피하는 신정환. 그럼 마치 어쩔 수 없이 내가 져 준다는 것처럼 먼저 키스하곤 하는 김도훈. 그것의 반복. 아주 지지부진한 김도훈의 사랑.
像往常一样形影不离的申正焕和金道勋。金道勋不停地表白。金道勋像呼吸一样自然地说要交往。哥吃饭了吗?既然吃了就和我交往吧。哥不想再和我亲亲吗?如果想的话就和我交往吧。哦,现在要接吻吗?那就和我交往吧。啊,为什么不和我交往呢!我很可爱啊。我很帅啊。不是吗?但申正焕还是避开了目光。申正焕回避着回答。然后金道勋就像是无可奈何地认输一样,先主动亲吻。这样的情况不断重复。金道勋那毫无进展的爱情。

영화 보러 번화가까지 나간 날이었는데. 이건 진짜 틀림없는 데이트인데. 사실 이런 것도 꽤 많이 했다. 그때 만화 카페에 간 것을 시작으로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낸 적도 다수 되었건만. 아직도 제자리에서 발전 없이 머물러 있는 관계가 우스웠다.
那天我们去繁华街看电影。这绝对是一次真正的约会。事实上,我们已经做过很多这样的事了。从那次去漫画咖啡厅开始,我们两个人一起度过了很多美好的时光。但是,我们的关系仍然停滞不前,没有任何进展,这让人觉得有些可笑。


"너 도훈이 아니야?"  "你不是道勋吗?"


팝콘 끌어안고 가다가 뒤통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김도훈이 멈춰섰다. 상영관 들어가기 전부터 큰 손으로 삽처럼 북북 퍼먹으려는 신정환 손등 때려가며 가드 하는 중이었는데. 
金道勋抱着爆米花走着,突然听到后脑勺传来的声音,停了下来。在进入放映厅之前,他一直在防守着,不断拍打申正焕那双像铲子一样的大手,阻止他大把大把地抓爆米花吃。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설마. 김도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这声音莫名地熟悉。难道是...。金道勋慢慢地转过头。


"김도훈 맞네!"  "是金道勋没错!"


우와 짜식. 키가 더 큰 거 같다? 해맑게 웃는 얼굴. 마른 체형에 목 언저리보다 조금 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
哇,小子。你好像长高了?一张灿烂笑脸。瘦削的身材,头发稍微长过脖子。


"쌤?"  "老师?"


잊고 있던 감정이 밀려든다. 남자의 첫사랑 무덤까지 간다는 말은... 진짜구나. 
被遗忘的感情涌上心头。男人的初恋会跟随到坟墓这句话...是真的啊。


체육쌤.   体育老师。

그러니까  所以

김도훈의 첫사랑.  金道勋的初恋。


미디어에서나 노래하는 흔한 말인 줄 알았는데. 반갑다며 김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체육쌤은 해사했다. 여전히 잘생겼고. 김도훈이 좋아하던 호탕한 성격 역시 그대로였다. 키가 더 큰 것 같다며 머리를 쓰다듬으려기에 높이를 맞추려 고개를 살짝 숙인 건 의식하지 않고도 절로 나온 행동이었다.
我以为这只是媒体和歌曲里常说的话。体育老师拍着金道勋的肩膀表示欢迎,笑容灿烂。他依然帅气。金道勋喜欢的豪爽性格也一如既往。当他说金道勋好像长高了,想摸摸头时,金道勋不自觉地微微低头以配合他的高度,这是下意识的动作。

영화 보러 왔어? 네... 잘 지내셨어요? 그러엄. 잘 지냈지. 혼자... 보러 오셨어요? 응. 원래 혼자 보는 거 좋아해서. 가벼운 스몰 토크다. 체육쌤은 아직 김도훈의 모교에 근무 중이고, 김도훈은 ㅁㅁ대에 입학하여 잘 지내고 있다는 서로의 근황도 전했다. 
来看电影吗?嗯...您最近过得好吗?还行吧。过得不错。您是...一个人来看的吗?是啊。我本来就喜欢一个人看。这是轻松的寒暄。体育老师还在金道勋的母校任教,金道勋则进入了ㅁㅁ大学,过得很好,两人互相交换了近况。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김도훈은 어째선지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주 가볍고 헤프게 날아다녔고, 한동안은 신정환에게 홀딱 빠져 쌤 떠올린 적은 거의 없었는데. 눈앞에 나타난 쌤은 2년 만에 보는데도 제 기억 속과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여서. 

김도훈의 귀가 얼마나 빨개져 있었는지 김도훈은 모를 거다.  


"다음에 학교 한 번 놀러 와 인마. 졸업하고 어떻게 한 번을 안 오냐?"
"下次来学校玩玩吧,兄弟。毕业后怎么一次都没来过呢?"

"네... 네. 갈게요. 한 번 꼭 갈게요." 

"그래. 영화 재밌게 보고."  "好的。祝你看电影愉快。"

"어 쌤 잠시만요!" 


손을 흔들고 가려는 쌤의 손목을 붙잡은 건 충동이었고.
抓住正要挥手离开的老师的手腕是一时冲动。


"혹시 번호 그대로세요?"  "您的号码还是原来的吗?"

"응? 그러엄. 그대로지." 


그걸 왜 물었는지는 김도훈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쌤의 번호가 그대로라는 사실에 안도하듯 웃었다.
金道勋自己也不知道为什么要问那个问题。他只是如释重负地笑了笑,因为老师的号码还是原来的。


영화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 없는 장르였으나 신정환이 골랐기 때문에 봤을 뿐이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그다지 말은 없었다. 신정환 역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오래도록 떠드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 영화는 김도훈의 기억에서 즉시 잊혀졌다. 언제나처럼 신정환과 저녁을 겸해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동안에도 김도훈의 정신은 내내 다른 곳에 가 있었다.
电影完全没有吸引他的注意力。本来就是他不感兴趣的类型,只是因为申正焕选的才看的。电影结束后,他们也没有多说什么。申正焕向来不是那种会长篇大论谈论电影感想的人,所以这部电影立刻就从金道勋的记忆中消失了。像往常一样,他们一边吃晚饭一边喝着啤酒,但金道勋的心思始终在别处。

왜 혼자 영화를 볼까... 보통 아내랑 같이 보지 않나. 결혼까지 했는데. 둘 다 선생님이니까 쉬는 날도 비슷할 텐데...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잡념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별 생각 없이 연락처를 뒤져 나온 '체육쌤' 세 글자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뒤숭숭했다. 그래서 술도 안주도 잘 안 들어갔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갈까?"  "...今天要早点回家吗?"

"어? 어. 그럴까?"  "啊?嗯。要这样吗?"


이렇게 더 앉아 있어 봐야 서로 재미없을 거다. 사람 앞에 두고 딴 데 정신 팔려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닐 거고. 일찍 집에 들어가자는 신정환의 제안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这样继续坐着对彼此来说都没意思。在别人面前心不在焉也不礼貌。听到申正焕提议早点回家时,我吃惊地点了点头。好,就这么办吧。


오늘은 좀 이상하다. 아무래도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그런 의미니까. 사는 내내 잊고 살다가도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면 온통 사로잡혀버리는 게 첫사랑이니까. 그래. 그래도 결혼식에 다녀온 후로 마음을 접었던 그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또 자연스럽게 잊혀질 거다.
今天有点奇怪。毕竟对男人来说,初恋就是那样的意义。即使一生都在忘记中度过,却也会突然想起,若是突然出现在眼前,整个人就会被完全俘获,这就是初恋啊。是啊。但是就像参加完婚礼后放下的心情一样,随着时间流逝,这份感觉也会自然而然地被遗忘吧。

그런데 연락처가 그대로인지는 왜 물어봤어? 

왜 수학쌤이랑 같이 안 보고 혼자 영화 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라도 할 거야? 

아니면 꾸준히 연락이라도 하려고? 볼 때마다 심란할 텐데 무슨 생각으로?
还是想保持联系吗?每次见面都会让人心烦意乱,你是怎么想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술집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얼빠진 표정이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뺨에 스치는 찬바람에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읏추. 신정환 앞에서 멋 부리느라 입은 코트는 추위를 막아 주지 못한다.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脑子里变得复杂起来。在酒吧结账出来的时候,表情还是一副呆滞的样子。天气变得很冷了。脸颊上掠过的冷风似乎让我稍微清醒了一些。呜呼。为了在申正焕面前装酷而穿的大衣根本挡不住寒冷。身体不由自主地缩成一团。


"..."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김도훈 앞으로 신정환이 다가온다. 유난스럽게 패딩에 목도리까지 하고 나왔던 신정환. 제 목도리를 풀어 김도훈에게 둘러주고 있었다. 드러난 귀까지 둘둘 감기도록.
金道勋本能地蜷缩着身体,申正焕走近他。申正焕特意穿着厚厚的羽绒服,还戴着围巾出来。他解下自己的围巾,围在金道勋身上,甚至把露出的耳朵也仔细地包裹起来。


"춥지."  "冷死了。"

"...어어."  "...呃呃。"

"좀 따뜻하게 입고 다녀. 감기 걸린다."
"多穿点暖和的衣服。小心感冒。"


겨울의 신정환은 더 하얗게 질려서 코트를 입은 김도훈보다 훨씬 추워 보이는데도 담담하게 그랬다. 김도훈은 알쏭달쏭한 기분이다. 평소 신정환이 이렇게 다정을 부리는 때면, 너무나 설레서 사춘기 소녀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뛰곤 했는데. 
冬天的申正焕看起来比穿着大衣的金道勋更加苍白,似乎更冷,但他却平静自若。金道勋感到困惑不解。平时申正焕这样温柔体贴的时候,他总会心跳加速,像个青春期的少女一样兴奋不已。


"...가자."  "...走吧。"

"응."  "嗯。"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신정환의 다정보다 우연히 마주친 체육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서.
现在我不太确定了。比起申正焕的温柔,偶然遇到的体育老师反而在我脑海里挥之不去。

그냥 몸을 휙 돌려 먼저 저벅저벅 걸어갔다. 여전히 머리가 복잡했다.
他只是猛地转身,大步向前走去。脑子里依然一团乱麻。


"김도훈."  "金道勋。"

"응?"  "嗯?"


새하얀 얼굴의 신정환이  面容白皙的申正焕

추위에 코끝과 눈가가 빨개진 신정환이 올곧게 김도훈을 바라본다.
申正焕的鼻尖和眼角被寒冷冻得通红,他直直地看着金道勋。


"아까 그 사람 누구야?"  "刚才那个人是谁?"


아주 단단한 목소리로 물었다.  他用非常坚定的声音问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