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  当你沉睡时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찌뿌드드하지도 않고 눈을 뜸과 동시에 몸이 벌떡 일으켜지는 그런 날. 오래간만에 제대로 숙면해서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얼굴에 윤택이 다 돌아서 지나가던 정윤호가 봐도 꿀잠 잤네. 할 법한 날.
有时候会有那样的日子。早上睁开眼睛时,身体没有任何不适,眼睛一睁开身体就立刻坐起来的那种日子。好久没有这样好好睡一觉了,状态好得不能再好了,脸上也恢复了光泽,连路过的丁润浩看了都会说,睡得真好啊。

 

오늘이 그랬다. 아침에 꽤 개운하게 일어나서 두 팔 쭈욱 위로 뻗어 기지개를 켰는데, 기지개를 켜자마자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게 오히려 평화롭다는 사실이 더 불안해지는 아침이었다.
今天就是这样。早上醒来时感觉相当清爽,伸了个懒腰,把双臂向上伸展,但刚一伸懒腰,后脑勺就感到一阵凉意,这反而让原本平静的早晨变得更加不安。

 

엄마야. 지금 몇 시지? 妈妈呀。现在几点了?

 

평화롭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하니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함.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알람은 역시나 꺼진 채 시계는 8시를 훌쩍 넘겨 있었다.
平和得甚至有些寂静,本能地察觉到危险后抬起了头。从内心深处慢慢升起的不安。拿起手机确认时间,果然闹钟关了,时间已经过了八点。

 

지각도 지각인데. 迟到就是迟到。

 

오늘, 오늘이 며칠이지. 10월 12일. 최 산. 자전거! 아씨 …망했다.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을 잘라내고 이불을 걷어차며 침대에서 뛰어 올랐다. 화장실로 우다다 달려가기전 확인한 핸드폰엔 최산이 보낸 [정우영 자냐] 라는 문자 하나가 떠 있었다. 정우영, 정우영이라고? 산이가 원체 성을 잘 부르지 않는 탓에 내 이름인데도 정우영이라는 세 글자가 퍽 낯설게 느껴졌다. 정우영, 정우영. 잘 불리지 않던 내 이름 석자를 곱씹어보다 얼굴에 물을 확 끼얹었다.
今天,今天是几号。10 月 12 日。崔伞。自行车!啊,糟了。连续不断浮现的词语被切断,我踢开被子从床上跳了起来。跑向洗手间之前,我确认了一下手机,上面有崔伞发来的短信:[郑友荣,你睡了吗]。郑友荣,郑友荣?因为伞平时不怎么叫姓氏,所以即使是我的名字,看到“郑友荣”这三个字也觉得很陌生。郑友荣,郑友荣。我反复咀嚼着这三个不常被叫的字,然后猛地往脸上泼了水。

 

응, 진짜로 망했다. 嗯,真的完蛋了。

 

 

 

 

당신이 잠든 사이 上 你睡着的时候 上

 

 


 

신도시 개발지역이니 뭐니 해서 동네에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높게 들어서고 보도블록도 새로 깔렸다. 낡은 아파트 외벽도 전부 새로 칠하고 나니 허름했던 동네가 나름 사람 살기 좋은 동네로 변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가 사람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기는 되려는지 까치 공원 주변부터 학교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도 공사를 하고 덕분에 새로 칠을 했다.
由于新城市开发区的建设,镇上高楼大厦拔地而起,人行道砖也重新铺设了一遍。旧公寓的外墙也全部重新粉刷了一遍,原本破旧的社区逐渐变成了一个适合人们居住的地方。我们的社区似乎真的要变成一个适合居住的地方了,从喜鹊公园到学校的自行车道也在施工,顺便重新涂了漆。

 

오늘은 그 자전거 도로 공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까치 공원을 기점으로 갈라져 산이는 까치 공원 서문, 나는 까치 공원 동문. 서로 반대쪽에 살았는데 우리가 만날 때는 늘 까치 공원 정문이었다. 
今天是那条自行车道工程结束的日子。以喜鹊公园为起点分开,伞在喜鹊公园西门,我在喜鹊公园东门。我们住在相反的方向,但每次见面都是在喜鹊公园正门。

10월 12일, 축. 완. 공.
10 月 12 日,祝。完。工。

우리는 까치공원 앞에서 사나이의 의리를 다지며 공사예정 표지판을 바라봤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아침에 같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자고 말했던 날이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디-데이란 말이었다. 이게 언제부터 한 약속이냐, 자전거 도로 공사를 하기도 전이니까 6개월도 더 전에 한 약속이란 말이지.
我们在喜鹊公园前面,凝视着施工预告牌,坚定了兄弟情谊。今天无论发生什么事!一定要。那天早上我们说好一起骑自行车上学。这是我们期待已久的 D-Day。这是多久之前的约定啊,在自行车道施工之前就约定了,已经是六个多月前的事了。

 

그랬는데 하필 오늘, 6개월 동안 몇 번이고 약속하고 또 약속한 날인 오늘. 내가 늦잠을 잤다. 하필, 오늘. 이 역사적인 날에! 늦잠을 푸우욱 자버려 약속이고 뭐고, 진작에 나가리고. 학교까지 지각할 것 같아 제일 빠른 길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했다.
可是偏偏今天,6 个月来反复约定的今天。我睡过头了。偏偏是今天。在这个历史性的一天!我睡得太沉,约定什么的早就泡汤了。看样子上学也要迟到了,我只能骑自行车走最快的路赶过去。

 

최산, 입술 비죽 나와서 서운한 감정을 있는 대로 토해낼 게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눈썹은 아래로 축 처져서. 야, 오늘 늦고 그러냐. 이러겠지. 산이 달래는 방법은 이미 100가지나 준비해 뒀다. 나는 나름대로 늦잠을 자서 속상하단다. 산아? 진짜로 속상해. 진짜야.
崔伞,嘟着嘴巴,把所有的不满情绪都倾泻出来,不用看也能想象得到。他的眉毛垂了下来。喂,今天怎么又迟到了?他肯定会这么说。我已经准备了 100 种哄伞的方法。我自己也因为睡过头而感到难过。伞啊?我真的很难过。真的。

 

교복을 꿰입으며 확인한 시간은 9시를 향해가 교문까지 못 넘으면 안 된다는 일념 하나로 챙기는 둥, 마는 둥. 자전거 고리 열쇠를 들고 튀어나왔다. 급한 대로 머리도 다 못 말리고 나와 꼴이 엉망이었다. 이건 머리를 감은 것도 아니여, 세수를 한 것도 아니여. 정우영을 물에 빤 것이여.
穿上校服时确认的时间已经接近 9 点了,心里只有一个念头:一定要赶在校门关闭前进去。匆匆忙忙地收拾好东西,拿着自行车钥匙冲了出去。头发还没完全干就出来了,样子一团糟。这既不像是洗了头,也不像是洗了脸,简直像是把郑友荣泡在水里了一样。

 

9시 되기 1분 전, 간신히 교문을 통과하고 교실로 우당탕탕 요란하게 들어와 이 몸 등장! 소리치니 강여상이랑 정윤호가 쪼르르 달려와 교문 통과 축하한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이리 저리 몸을 굴리며 노지각 자축 세레머니를 했는데 정작 봐주기를 바랐던 최산은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이쪽은 쳐다도 안 본다.
9 点前 1 分钟,我勉强通过校门,哐当哐当地闯进教室,大喊“我来了!” 姜吕尚和丁润浩立刻跑过来,鼓掌祝贺我通过校门。我东倒西歪地庆祝没有迟到,但我真正希望看到的崔伞却挺直脖子,连看都不看我一眼。

 

산이는 자기 자리에 등을 기대고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어! 저 만화책 내가 빌려준 건데, 재밌나? 생각이 스친 건 2초. 그리고 나를 안 본다. 얘 삐졌나? 여기에 도달하기까지는 도합 5초.
伞靠在自己的座位上看漫画书。哦!那本漫画书是我借给他的,好看吗?这个念头闪过了 2 秒。然后他没有看我。他生气了吗?到达这个结论总共用了 5 秒。

 

일 분단 다섯 번 째 줄. 산이는 키도 작은 게(내가 더 작다) 뽑기운이 더럽게 좋아서(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번에는 볕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게 됐다. 야 하필 앉아도 거기냐, 나랑 멀다. 투정 부렸던 게 먼저 떠오르고 그러는지.
一分段第五排。伞个子也不高(我更矮),但运气特别好(我不是很用功),这次坐到了阳光充足的窗边。哎,偏偏坐在那里,离我远。先想到的是我曾经抱怨过。

 

정윤호가 어언 일로 지각했냐며 이죽거리는 걸 가볍게 무시하고 산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두드리니, 그제야 산이의 고개가 돌아와 눈이 마주친다. 야, 산아. 있자나. 가방을 벗으며 말을 걸려던 찰나. 산이는 나를 한번 쓱 보고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렸다. 약간 사납게 생긴 얼굴 때문에 일부러 짓는 착한 표정은 평소랑 똑같았는데 말이지.
丁润浩嘲笑着问我是不是又迟到了,我轻轻地无视了他,走向伞,轻拍他的肩膀,这时伞才转过头来与我对视。 “喂,伞啊。你知道吗。” 我正要脱下书包跟他说话。伞看了我一眼,又把头转了回去。虽然他那张有点凶的脸上故意露出一副善良的表情,但和平时没什么两样。

 

사실 산이가 삐진 건 알고 있었다. 학교까지 오는 길에 최산한테 톡을 아무리 보내도 답장을 안 하더라고. 백 퍼센트 최산 삐졌다.
其实我知道伞生气了。来学校的路上,无论我给崔伞发多少消息,他都不回复。百分之百是崔伞生气了。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당장 산이 앞자리로 달려가 고개를 내밀었다. 산이 자리 앞에 앉아 턱받침을 하고 애교를 부렸는데 산이가 무정하게 만화책만 펄럭, 넘겼다. 원래라면 이 타이밍에 만화책을 내리고 살살 마주 웃어줘야 하는 산이는 대충 건성으로 인사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당장 산이 앞자리로 달려가 고개를 내밀었다. 산이 자리 앞에 앉아 턱받침을 하고 애교를 부렸는데 산이가 무정하게 만화책만 펄럭, 넘겼다. 원래라면 이 타이밍에 만화책을 내리고 살살 마주 웃어줘야 하는 산이는 대충 건성으로 인사했다. 错了就是错了。伞立刻跑到前排,探出头来。伞坐在座位前,托着下巴撒娇,但伞无情地只翻动漫画书。原本在这个时候应该放下漫画书,温柔地对视微笑的伞只是敷衍地打了个招呼。

 

 

“왔냐.” “来了。”

 

 

역시 삐졌네. 건성인 인사도 그렇고, 미간에 미묘한 짜증이 섞여 있는 게 무조건 우쭈쭈 단계였다. 입술을 쭉 내밀며 산이의 팔목을 살살 흔들어 보이니 산이의 눈썹이 느리게 꿈질거렸다. 산이의 뽀얀 손등 위로 쪽쪽 입술을 붙이는데도 최산은 내 쪽은 보지도 않고 만화책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역시 삐졌네. 건성인 인사도 그렇고, 미간에 미묘한 짜증이 섞여 있는 게 무조건 우쭈쭈 단계였다. 입술을 쭉 내밀며 산이의 팔목을 살살 흔들어 보이니 산이의 눈썹이 느리게 꿈질거렸다. 산이의 뽀얀 손등 위로 쪽쪽 입술을 붙이는데도 최산은 내 쪽은 보지도 않고 만화책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果然是生气了。敷衍的问候也好,眉间微妙的烦躁也好,都是无疑的撒娇阶段。我撅起嘴巴,轻轻摇晃着伞的手腕,伞的眉毛慢慢地抽动了一下。即使我在伞白皙的手背上亲了亲,崔伞也没有看我一眼,只是把视线固定在漫画书上。

 

 

“산아. 미안해. 그게에…. 아잉, 많이 기다렸어?”
“伞啊。对不起。那个……哎呀,等了很久吗?”

“됐다.” "好了。"


 

손가락으로 살짝 삐져나온 저 입을 잡을까 말까 까딱거리는데 정윤호가 내 등 뒤로 다가와 기웃거린다. 정윤호는 뭐 재밌는 게 있는가, 사냥감을 찾는 눈빛이었다. 정윤호랑 눈이 마주치자 정윤호가 최대한 얄미운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입모양으로 ‘뭐하냐?’ 묻는 정윤호를 애써 밀어내고 산이의 팔을 한 번 더 흔들었다. 손등에 한 번 더 뽀뽀를 갈기니 최산의 동그란 눈동자가 데구루루루. 굴러 제 팔을 덮은 내 손 한 번. 또 데구루루 굴러 시비를 거는 정윤호 한 번, 또다시 데구루루루 굴러 입술을 쭈우욱 내밀고 있는 나까지 한 번. 차례대로 훑고는 만화책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손가락으로 살짝 삐져나온 저 입을 잡을까 말까 까딱거리는데 丁润浩가 내 등 뒤로 다가와 기웃거린다. 丁润浩는 뭐 재밌는 게 있는가, 사냥감을 찾는 눈빛이었다. 丁润浩랑 눈이 마주치자 丁润浩가 최대한 얄미운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입모양으로 ‘뭐하냐?’ 묻는 丁润浩를 애써 밀어내고 伞이의 팔을 한 번 더 흔들었다. 손등에 한 번 더 뽀뽀를 갈기니 崔伞의 동그란 눈동자가 데구루루루. 굴러 제 팔을 덮은 내 손 한 번. 또 데구루루 굴러 시비를 거는 丁润浩 한 번, 또다시 데구루루루 굴러 입술을 쭈우욱 내밀고 있는 나까지 한 번. 차례대로 훑고는 만화책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뽀뽀를 한 번 더 할까 말까. 고개를 이리저리 빼니 최산이 만화책에 고정했던 시선을 다시 스르륵 올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要不要再亲一次呢?我犹豫不决地转动着脑袋,崔伞从漫画书上移开视线,缓缓抬头与我对视。

 

원래도 착한 얼굴은 아니면서, 산이의 눈꼬리가 한껏 뾰족하게 올라가 있었다. 아이, 산아. 눈 세모나게 뜨지 말고? 산이가 엄청 화가 난 것 같아 애교를 가득 담아 방긋 웃으니 최산은 한숨과 함께 만화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최산의 아래로 한없이 떨어지던 눈썹이 이제 막 승천하는 용처럼. 한껏 치솟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原来就不是善良的脸,伞的眼角更加尖锐地上扬了。哎呀,伞啊,不要三角眼地瞪着好吗?伞好像非常生气,我满脸堆笑地撒娇,崔伞叹了口气,啪地一声合上了漫画书。崔伞那原本垂下的眉毛,现在像刚刚升天的龙一样,高高扬起,微微颤动着。

 

 

“응. 우영아. 잘 잤나.” “嗯,友荣啊。睡得好吗?”

“산아, 진짜 미안해. 알람이 안 울렸어. 너도 알지, 나 지각 안 하는 거. 아니이 눈을 떴는데, 집에 아무도 없드라구. 내가 너무 놀라서, 이것 봐봐. 산아, 나 머리만 대충 빨고 온 거! 보여? 그냥 정우영 물에 담갔다가 뺐어.”
“伞啊,真的对不起。闹钟没响。你也知道,我从不迟到的。不是,我一睁眼,家里一个人都没有。我吓坏了,你看。伞啊,我只是随便冲了下头发就来了!看见了吗?就像郑友荣泡在水里一样。”

 


내 말을 들은 산이는 아. 그래? 딱 두 마디 하고 말았다. 정윤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는지 입으로 “오….” 짧은 감탄사 하나만 내뱉고는 발을 빼고 도망가버렸다. 최산의 시선이 정윤호를 쫓아갔다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온다. 산이 화를 풀어주려 산이 앞에 앉아 윙크도 하고, 뽀뽀도 하고. 한껏 끼를 부렸는데 산이는 그런 내 얼굴을 매정히 밀어버리고 바닥에 덮었던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听到我的话,伞说:“啊,是吗?”就说了这两句话。丁润浩似乎察觉到气氛不对,只是嘴里发出“哦……”的短暂感叹,然后就赶紧溜走了。崔伞的视线追随着丁润浩,随后又回到了我这边。我为了哄伞开心,坐在他面前眨眼、亲吻,尽情地撒娇,但伞却无情地推开了我的脸,捡起了掉在地上的漫画书。

 


“우영아. 니 자리 가라.” “友荣啊,去你的座位。”

“웅?” “嗯?”

“나. 이거 다 못 읽었어.”
“我……我没读完这些。”


 

그러고는 만화책만 팔랑팔랑-. 산이 앞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있다가 에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일부러 들으라고. 지금은 무슨 짓을 해도 산이가 내 말을 안 들어줄 것 같았다. 뽀뽀 공격도 소용이 없었으니 말이다. 적당히 애교를 부리면, 풀리지 않았어도 풀어주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얄짤없었다. 나 정우영, 별칭 최산잘알. 산이가 냉정하게 말하는 바람에 약간 상처받았지만, 그래도 내가 잘못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산이한테 말 걸기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사 분단 세 번 째 줄인 내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然后只是轻轻翻动着漫画书。伞坐在前排,托着下巴,叹了口气。其实,是故意让人听到的。现在无论做什么,伞都不会听我的话了。连亲亲攻击都没用。以前只要撒娇一下,即使没完全解气,他也会原谅我,但今天不管怎么做都没用。我郑友荣,外号崔伞通。虽然伞冷冷地说话让我有点受伤,但毕竟是我错了,就算有十张嘴也无话可说。我干脆放弃了和伞说话,回到了四分之一第三排的座位上。

 


아침 9시 34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발발.
上午 9 点 34 分,郑友荣和崔伞的伞战爆发。

 

 

그래도 최산 성격에 오래 화를 낼 타입은 못 된다. 아마 1교시가 끝날 때쯤이면 풀어진 얼굴로 화해하자고 할 게 분명하다. 잠깐 놔뒀다가 뭣 좀 맥이면 괜찮겠지.
不过以崔伞的性格,他不会生气太久。大概第一节课结束的时候,他就会带着放松的表情来和解。暂时放一放,等他吃点东西就好了。

 

 

…라고 생각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我这样想着。

그렇게 생각한 게 내 오산이었다.
那是我的误判。


 

1교시 끝나기만을 기다리다가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매점에 튀어 가서 산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랑 음료수를 겟또 해왔다. 내가 어떻게든 이걸 사려고 필사적으로 매점에 뛰어가 목숨을 걸고 빵이랑 음료수를 구해왔는데. 산이가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아닌가. 허망하게 눈을 끔뻑이며 산이의 뒤통수만 바라보다 그 머리맡에 빵이랑 음료수를 슬쩍 밀어놓고 내 자리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第一节课结束的铃声一响,我就飞奔到小卖部,买了伞最喜欢的面包和饮料。我拼命跑到小卖部,冒着生命危险买到了面包和饮料。结果伞却趴在桌子上睡着了。我茫然地眨了眨眼,只能盯着伞的后脑勺看了一会儿,然后悄悄地把面包和饮料放在他旁边,回到了自己的座位。

 

 

1교시 쉬는 시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종전 논의 실패
第一节课休息时间,郑友荣和崔伞的伞战谈判失败

 

 

2교시 쉬는 시간 때는 종이 땡! 치자마자 산이 앞자리에 가서 서성거렸는데 산이가 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어제 잠 못 잤나? 산이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방금이 윤리 시간이었으니까 무지하게 졸리고 피곤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자는 산이를 깨우지도 못하고 산이 자리 앞에 앉아 산이 교과서에 작게 낙서만 했다.
第二节课休息时间一到,铃声刚响,伞就跑到前排徘徊,但伞又趴着睡着了。昨天没睡好吗?伞想要摇醒伞,但刚才是伦理课,可能非常困倦和疲惫,所以伞也没能叫醒伞,只是坐在伞的座位前,在伞的课本上小小地涂鸦。

 

 

2교시 쉬는 시간, 정우영 최 산 또 종전 논의 실패
第二节课休息时间,郑友荣和崔伞又一次讨论失败


 

3교시 쉬는 시간에는…. 수업 시간에도 산이는 뭐가 그렇게 피곤한지 계속 꾸벅꾸벅 졸아 댔다. 그러다 지리쌤이 산이 이름을 불러 느릿느릿 일어나 뒤에 나가기까지 했다. 내가 그거 다 봤거든. 산이 자리로 가면서 일부러 “아 최 산 씨, 그렇게 잠을 주무셨는데. 네. 우리 ‘최 산 씨’ 설마 주무시겠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가갔다. 산이가 오전 내 잤으니 이번엔 멀쩡하겠거니 싶어서 아까 1교시 때 사놨던 내가 먹을 빵이랑 우유까지 야무지게 들고 산이 앞자리에 앉았는데 무슨 타이밍인지 산이는 내가 앞자리에 앉자마자 “화장실.”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3 节课休息时间……上课时间伞不知道为什么那么累,一直在打瞌睡。然后地理老师叫了伞的名字,他慢吞吞地站起来走到后面去了。我全都看到了。伞回到座位时故意大声喊道:“啊,崔伞先生,您睡得那么香。是的,我们的‘崔伞先生’难道还会睡吗?”伞上午一直在睡觉,我以为这次他会清醒一点,所以拿着我在第一节课时买的面包和牛奶,坐在伞前面的位置上。结果不知道是什么时机,伞在我刚坐下时就说:“厕所。”然后站起来迅速走出了教室。

 

따라갈까? 하다가 그건 역시 아닌 것 같아 빵을 입에 쑤셔 넣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여상이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어 괜히 그 근처로 가 훈수를 뒀더니 여상이가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跟着去吗?我觉得还是不行,于是把面包塞进嘴里,猛地从座位上站了起来。姜吕尚正在玩手机游戏,我故意走到他旁边指点了一下,吕尚上下打量了我一番。

 

“있자나. 여상아. 산이가 삐진 게 되게 오래간다.” 중얼거리니 내 앞자리인 여상이는 “네가 순 말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서 그래.” 되게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런 여상이랑 말장난을 좀 하다 보니 곧 쉬는 시간이 끝나갔다. 이번에도 화해를 못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어 최산 자리를 돌아봤는데 언제 화장실에서 돌아왔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자리로 돌아온 산이는 또, 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있자나. 여상아. 산이가 삐진 게 되게 오래간다.” 중얼거리니 내 앞자리인 여상이는 “네가 순 말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서 그래.” 되게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런 여상이랑 말장난을 좀 하다 보니 곧 쉬는 시간이 끝나갔다. 이번에도 화해를 못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어 최산 자리를 돌아봤는데 언제 화장실에서 돌아왔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자리로 돌아온 산이는 또, 또! 엎드려 자고 있었다. “你知道吗,吕尚啊,伞生气的时间真长。”我嘟囔着,坐在我前面的吕尚说:“你总是光说不练,光说不练。就是因为这样。”弄得我很尴尬。和吕尚开了几句玩笑后,休息时间很快就结束了。这次如果不能和好就糟了,我抬头看了看崔伞的位置,发现他什么时候从洗手间回来的,悄无声息地回到了座位上,又趴着睡着了。

 


3교시 쉬는 시간, 정우영 최산 종전 논의 또 또 실패
3 节课休息时间,郑友荣和崔伞的终战讨论又一次失败了

 


피곤한 날이 있을 수 있지. 근데 산이가 이렇게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자는 건 오랜만에 본다. 쉬는 시간마다 내가 말 걸 틈을 안 주고 자리에 엎드려버려서 나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붙이고 어쩔 수 없이 내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疲惫的日子总会有的。但是伞这样完全失去意识地睡着还是很久没见过了。每次休息时间他都不给我说话的机会,就趴在座位上睡觉,我一句话都没能好好说,只能无奈地回到自己的座位。

 

 

오후 12시 11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여전히 진행 중
下午 12 点 11 分,郑友荣和崔伞的伞战仍在进行中

 

 

점심 종이 친지 십 분이나 지났는데 산이는 여태 제 자리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깨워도 잘 안 일어나니까 자연스럽게 깨기를 기다렸더니 이대로는 20분이고 30분이고 잠만 잘 것 같아서 산이 자리로 다가갔다. 아까 산이 옆에 놔뒀던 빵이랑 음료수는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午餐铃响了已经有十分钟了,伞还趴在自己的座位上睡觉。因为叫他也不太容易醒,所以我就等着他自然醒来,但看样子他这样下去二十分钟、三十分钟都只会睡觉,于是我走向了伞的座位。刚才伞放在旁边的面包和饮料还在原地。

 

다른 애들은 종이 치길 기다렸다는 듯 종이 치자마자 다 급식실로 뛰어가 버렸는데 배도 안 고픈지 산이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아니, 산아. 아무리 졸려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其他孩子们好像在等着铃声响起一样,铃声一响就都跑去食堂了,但伞却趴在桌子上,一点也不饿的样子。不是吧,伞啊,再怎么困也得吃饭啊。

 

나까지 급식실로 뛰어가 버리면 나중에라도 깬 산이가 혼자서 밥 먹을 게 불쌍해서 일어나는 걸 기다렸더니 십 분째 꿈나라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미동도 없는 최산 책상을 조심스레 똑똑, 두드리니 산이가 끙끙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我没有跟着跑去食堂,因为如果我也去了,等会儿醒来的伞就得一个人吃饭了,那样太可怜了。所以我等着他醒来,结果他已经在梦乡里待了十分钟了。我小心翼翼地敲了敲崔伞的桌子,想知道他在做什么梦,伞发出了呻吟的声音。

 

어서 일어나라고 산이 고개 아래로 손을 집어 넣어 잡아 올리자 이제야 산이다 미적미적 일어난다. 산이는 눈을 반쯤 뜨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손바닥 안에 그 하얀 얼굴을 기대고 입을 오물거리는데 아직 꿈나라 별나라다. 산이가 혼잣말로 “꿈인가.” 중얼거리는 게 들려 “뭔 꿈은 꿈이냐.” 대답해주니 그제야 최산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고개를 들었다.
“快起来。”伞把手伸到头下,抓住他拉起来,这才是伞慢吞吞地起身。伞半睁着眼睛,皱着眉头。白皙的脸靠在手掌里,嘴里咕哝着,似乎还在梦里。伞自言自语地说:“是梦吗。”我回答道:“什么梦啊。”这时,崔伞才眯着眼睛抬起头来。

 

 

“…우영아. 점심시간이야?” “…友荣啊。到午饭时间了吗?”

“어!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哦!所以快点起来。”


 

산이는 사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입이 찢어져라, 크게 하품하더니 기지개까지 야무지게 켰다. 몽롱한 게 안 가시는 건지 산이는 몸을 일으키고 나서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잠이 덜 깬 산이 겨드랑이에 손을 껴 일으키자 그제야 산이가 순순히 일어나 내 옆에 섰다.
伞打了一个大大的哈欠,嘴巴张得像狮子一样大,然后伸了个懒腰。伞似乎还没完全清醒,起身后依然茫然地望着空中。我把手插在伞的腋下,帮他站起来,这时他才乖乖地站在我旁边。

 

 

오후 12시 24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여전히 진행 중…?
下午 12 点 24 分,郑友荣和崔伞的雨伞战争仍在进行中…?

 

 

급식실로 가는 동안 둘 사이에 오가는 말이 없다. 아까 싸운 건지 만 건지, 애매한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났더니 불편한 마음이 영 가시질 않았다. 막 치고받고 싸웠다거나, 언성이라도 높이면서 싸웠다면 시원하게 사과를 하면 되는데 이게 뭔지. 사과를 하긴 했는데, 찝집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在去食堂的路上,两人之间没有任何交流。刚才是吵架了还是怎么了,几小时过去了,模糊不清的状态让人心里很不舒服。如果是大吵一架,或者至少是大声争吵的话,痛快地道个歉就好了,这算什么呢。虽然道了歉,但心里的不快还是挥之不去。

 

그런 데다 산이 걷는 속도가 오늘따라 엄청 느려서 답답함이 슈퍼콤보였다. 산이는 나보다 키도 크면서 걸음걸이가 영 시원찮았다. 고작 몇 cm이기는 하지만. 네가 나보다 보폭이 더 커야 맞는 거란다. 산아. 최산 보다 앞서나갔다가 몇 번씩 뒤를 돌아봐도 산이 걸음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었다. 내 뒤에서 느릿느릿 걷는 게 꽤 답답해서 산이 팔목을 잡고 질질 끌자 최산이 아까보다도 더 크게 하품하며 보폭을 맞춰줬다.
再加上伞今天走路的速度特别慢,真是让人郁闷到极点。伞明明比我高,走路却一点也不利索。虽然只高了几厘米,但你的步幅应该比我大才对啊,伞。崔伞走在前面,几次回头看,伞的步伐依然像乌龟一样慢。我在后面看他慢吞吞地走,实在是太郁闷了,于是抓住伞的手腕拖着他走,崔伞打了个比刚才更大的哈欠,才配合我的步伐。

 

 

“아이, 산아 왜 이렇게 천천히 걸어.”
“哎,伞啊,为什么走得这么慢。”

“웅. 빨리 걸으깨.” “嗯。快点走。”

“급식실 늦게 내려가도 괜찮겠지.” “就算晚点去食堂也没关系吧。”

“으응.” “嗯。”

“산아. 오늘 미트볼 나오는 날이잖아. 늦게 가면 다른 애들이 몇 번씩 더 받는다고.”
“伞啊。今天是有肉丸的日子。去晚了的话,其他孩子会多拿几次的。”

“그래.” “好。”

 

 

산이는 아직도 졸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귀찮은 것인지, 내가 붙이는 말에 꽤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빨리 가야 한다니까! 최산의 손목을 힘주어 꽉 쥐고 당기니 바닥을 보며 걷던 최산이 이제야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본다.
崔伞是还困着呢,还是觉得我烦呢?我说的话他都没什么反应。快点走啊!我用力抓住崔伞的手腕一拉,他才抬起头看着我的脸。


 

“우영아. 아파.” “友荣啊。好痛。”

“최산. 무슨 생각해.” “崔伞。你在想什么。”

“…별생각 안 해.” “…没什么特别的想法。”

 

 

안개 낀 것처럼 탁했던 산이 눈에 순간 빛이 들었다. 별생각 안 한다면서 그 눈이 별생각 안 하는 사람의 눈인가 싶다. 산이가 눈을 끔뻑이면서 나한테 ‘별생각 안 한다.’ 라는데 무슨 말을 더하겠어.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다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했다간 진짜로 싸울지도 몰라서 그냥 나란히 서서 걷기만 했다.
雾蒙蒙的伞眼中瞬间闪过一丝光亮。他说自己没多想,但那眼神怎么看都不像是没多想的样子。伞眨了眨眼对我说:“我没多想。” 我还能说什么呢?本来想再说点什么,但最终还是紧闭了嘴唇。再说下去可能真的会吵起来,所以我们只是并肩走着。

 

오전 때 다툰 것 때문에 이렇게 서먹한 것인지, 내 기분만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따라 급식실까지 가는 길이 우리 집 일산에서 산이네 고향 집 남해 가는 길인 것처럼 되게 먼 기분이었다.
上午吵架的事情让我们现在这么尴尬,还是只是我自己的感觉,我也不太清楚。今天去食堂的路上,感觉像是从我们家一山到伞的故乡南海的路一样遥远。


이쯤 되니까 또 못된 마음이 슬슬 고개를 들었다. 야 산아,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냥 화해하면 안 돼? 잠깐의 감정 때문에 내가 내 친구랑 마음 편하게 얘기도 못 하고 자꾸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 짜증 났다. 6개월 전부터 했던 약속이니까 당일 아침에 펑크 난 게 화가 날 수도 있다. 나 같아도 산이가 약속을 펑크 냈더라면 오늘 종일 산이를 볶아 댔을 테니까.
这时候,坏心思又开始慢慢冒出来了。喂,伞啊,有什么好复杂的?就不能和解吗?因为一时的情绪,我不能和朋友好好说话,还得一直看眼色,这种情况真让人烦躁。毕竟这是六个月前就定下的约定,所以当天早上被放鸽子确实会生气。如果是我,伞放了我的鸽子,我今天肯定会一直缠着他不放。

 

근데 그래도 이만큼 내가 미안하다 사과도 하고 애교도 부리고, 노력했으면 좀 풀어져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이건 그냥. 그냥! 산이 속이 개미 똥꼬 크기만큼 좁은 거지.
不过我已经这么努力道歉了,还撒娇了,努力了,难道不应该稍微原谅我一点吗?这只是因为伞的心胸像蚂蚁屁股一样狭窄。

 

…같은 생각이 줄줄이 사탕 엮이듯 엮였지만, 일단은 마음 깊은 곳에다 꾹꾹 눌러냈다. 그동안은 나한테 대부분 맞춰준 산이 성격을 모르는 게 아니었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기다려주자. 기다렸다가. 이따 앉아서 천천히 말해야겠다 싶었다.
…像糖葫芦一样串联起来的各种想法,我暂时把它们深深地压在心底。伞一直以来大多都迁就我,我不是不知道他的性格,所以今天就等他一下吧。等一等。等会儿坐下来慢慢说。


 

오후 12시 27분, 정우영 우산 전쟁 휴전 협상 시도
下午 12 点 27 分,郑友荣伞战争休战谈判尝试

 



 

*

 


 

 

“아니. 산아. 수저를 들고 밥을 떠서 입에 쏙! 쏙! 넣으시라고요.”
“不,伞啊。拿起勺子,把饭舀起来,放进嘴里!放进嘴里!”

“먹고 있어.” “在吃呢。”

“산아, 산아? 먹고 있지?” “伞啊,伞啊?在吃吗?”

“밥 먹는다.” “吃饭了。”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기는 먹는데…. 밥을 거의 다 먹어가는데도 10분째 서로 오가는 말이 없었다. 산이가 밥을 먹는 건지 감상하는 건지, 젓가락으로 밥을 휘휘 젓고 있는데 그걸 보다 보다 못한 내가 잔소리를 우다다다 쏟아내고 내니 이제야 비었던 오디오가 채워진다. 아무리 식사 시간에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니더라도 나한테 너무 예의를 차리는 거 아니냐.
我们面对面坐着吃饭…… 饭快吃完了,已经十分钟了,彼此之间没有一句话。伞到底是在吃饭还是在欣赏饭,用筷子搅来搅去,看得我忍无可忍,终于忍不住唠叨起来,这才填补了沉默的气氛。即使在吃饭时间说话不太礼貌,但你对我也太客气了吧。


산아. 우리 오늘 열 마디는 했던가? 산이가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고 있는 것 같아 좀 더 먹으라고 핀잔을 주면 나를 한번 쓱 돌아봤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를 든다. 수저가 한 번 산이 입에 쏙 들어갔다가 빠져나간다. 배식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있는 애교, 없는 애교. 잔뜩 부려서 몇 개 더 배식받은 미트볼을 최산한테 넘기기까지 했는데 어째 그 미트볼은 산이 수저 위에 같이 올라가지도 않고 식판을 굴렀다. 산이는 내가 식판에 넘겨주는 미트볼을 쓱 보더니 “고마워.” 한마디만 하고 또 깨작깨작, 밥알을 세기 바빴다.
伞啊。我们今天说了十句话吗?伞好像在用筷子数米粒,我让他多吃点,他就看了我一眼,点点头,拿起了勺子。勺子一下子进了伞的嘴里,又出来了。给我们打饭的阿姨面前,伞使出了浑身解数,撒娇卖萌,好不容易多要了几个肉丸子,还给了崔伞几个。可是那些肉丸子怎么就不上伞的勺子,反而在餐盘上滚来滚去。伞看了看我给他餐盘里的肉丸子,只说了一句“谢谢。”然后又开始忙着数米粒了。

 

 

오후 12시 47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휴전 논의 중
下午 12 点 47 分,郑友荣、崔伞正在讨论伞战休战事宜

 

 

지금 분위기 엄청 이상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정말로? 분위기 이상하다고 말을 꺼내버리면 진짜로 이상한 게 되어 버릴까 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 순간부터 이미 틀렸다. 오늘은 확실히 평소와는 달랐다. 산이는 별생각이 없어보였지만 말이다. 정말 별생각이 없는 게 맞을까 싶었다. 최산은, INFP잖아. 이름에 성 붙여서 최산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하는 앤데 아마 자기도 지금 우리 분위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눈치를 본다거나.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텐데. 
现在气氛非常奇怪。只有我这么觉得吗?真的?如果我说气氛很奇怪,会不会真的变得很奇怪?我尽量装作若无其事,但从装作若无其事的那一刻起,就已经错了。今天确实和平时不一样。伞看起来没什么特别的想法。真的没什么特别的想法吗?崔伞是 INFP 啊。他连别人叫他崔伞都不喜欢,可能他自己也觉得我们现在的气氛很不舒服吧?在观察我们的反应。我应该不是唯一这么想的人。


산아. 나는 우리가 어? 불편한 게 있으면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언제까지고 나랑 말 안 할 건 아니잖아. 오늘 산이랑 할 말이 되게 많았었는데 하나도 못 하고 여전히 (애매한)냉전 상태로 남아 있으니 속상했다. 짜증이 나니까 밥맛도 없어져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거리고 있었더니 최산이 밥알을 세다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伞啊。我觉得我们如果有不舒服的事情,一定要解决。你不会一直不跟我说话吧。今天本来有很多话想跟你说,但一句也没说成,还是处在这种(暧昧的)冷战状态,真让人难过。因为心烦,连饭都没胃口,只是用筷子拨弄着菜,崔伞数着米粒,慢慢抬起头看着我。

 

옆으로 쭉 째진 눈이 순간 동그랗게 뜨여선 순한 얼굴이 됐다. 산이가 빠아안히 나를 바라보고 있길래 지기 싫어서 고개를 들어 일부러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 눈싸움을 했다. 산이는 그런 나와 눈을 맞추며 젓가락으로 내 식판을 톡톡, 가볍게 건드렸다. 뭐 어쩌라는 건가 싶어 이번엔 미간에 주름까지 잡고 한껏 위협하는 표정으로 산이를 바라보니 산이는 젓가락으로 내 식판을 또 톡톡 두드렸다.
旁边细长的眼睛瞬间睁大,变成了一张温顺的脸。伞一直盯着我看,不甘示弱的我抬起头,故意把脸靠近,和他进行眼神对决。伞与我对视着,用筷子轻轻敲了敲我的餐盘。我不知道他想干什么,于是皱起眉头,用尽可能威胁的表情看着伞,结果他又用筷子敲了敲我的餐盘。

 

  

“우영아. 배고프다며. 밥 먹어.” “友荣啊。你不是说饿了吗?吃饭吧。”

“야 최산.” “呀,崔伞。”

“…야, 최산?” “…呀,崔伞?”

 

 

거봐, 이름 성 붙여 부르니까 싫어하잖아. 산이는 밥알을 가지고 놀다 말고 젓가락을 느슨하게 잡았다. 그러다 내 화난 표정을 마주 보고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지 고개를 기울였다. 산이는 곰곰 생각하는 얼굴로 눈을 데굴 굴렸다가 바로 돌아와 눈을 맞추었다.
看吧,叫全名他就不喜欢了。伞正玩弄着米粒,突然放松了筷子的握法。然后他看到了我生气的表情,似乎感觉到了什么不对劲,歪了歪头。伞一脸若有所思地转动着眼珠,随后立刻回过神来,与我对视。

 

 

“왜 정우영.” “为什么,郑友荣。”

“나 할 말 있어.” “我有话要说。”

“해라.” “做吧。”

“나 너랑 밥 먹으려고 깨워준 건데.”
“我叫你起床是为了和你一起吃饭。”

“응 고마워?” “嗯,谢谢?”

“너가 할 말 그거 아냐.”
“那不是你要说的话。”

“왜.” “为什么。”

“왜 나랑 말 안 해.”
“为什么不跟我说话。”

“…내가 언제?” “…我什么时候?”

 


산이 손에 들린 젓가락이 허공에서 달랑거렸다. 내가 언제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내가 평소에 최산이랑 대화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냥 자고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단순히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그냥 말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산이는 그렇다 한들, 내게 먼저 말해주는 애였다.
伞手中的筷子在空中晃荡着。“我什么时候……”这句话是谎言。我平时和崔伞聊了多少次天啊。可能只是因为刚睡醒,心情不太好,所以才不怎么说话。但即便如此,伞也是会先跟我说话的那种孩子。

그런데다 산이 성격이라면 진짜 문제가 있어도 말 한마디 안 하고 자기가 참거나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건 나도 너무 찝찝해서 싫었다. 얘가 한 번 말을 안 하기 시작하니 대화가 도통 이어지질 않는데 이대로 며칠이고 이렇게 애매한 냉전 상태가 이어지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可是,如果伞的性格真的有问题,他可能一句话也不说,自己忍受或者直接忽略。这让我也觉得很不舒服。因为他一旦开始不说话,交流就完全断了线。如果这样模棱两可的冷战状态持续几天,我该怎么办呢?


그건 싫은데. 아닌 건 아닌 거고 맞는 건 맞는 거고! 서로 기분이 상한 게 있으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지.
那我不喜欢。如果不是就是不是,是就是是!如果彼此有不愉快的地方,就应该明确地说出来解决。

 

산이는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다물고는 또 곰곰 생각하는 얼굴이 됐다. 정말로 오전의 일을 대충 넘기려고 했나? 산이가 분해한 밥알들을 퐁당퐁당 국그릇에 옮기다 내가 수저를 들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한숨을 내쉰다. 최산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내 손에 내 수저를 쥐여 주며 말을 걸었다.
伞微微张开嘴巴又闭上,然后露出一副若有所思的表情。真的打算随便应付上午的事情吗?伞把分解的米粒一颗颗地放进汤碗里,看到我没有拿起勺子,只是静静地坐着,他叹了口气。崔伞放下手中的筷子,把我的勺子放到我手里,开始跟我说话。

 

 

“우영아. 일단 밥 먹어라. 밥 반이나 남았다.”
“友荣啊。先吃饭吧。饭还剩一半呢。”

“오늘 아침에 자전거같이 못 탄 건 미안해.”
“今天早上没能一起骑自行车,对不起。”

“…그거는, 됐어. 밥 먹어.” “…那个,算了。吃饭吧。”

“아냐. 됐다는 말 말고 괜찮다는 말을 못 들었어.”
“不,不是说没事,而是没听到你说你没事。”

“괜찮아.” “没关系。”

“최산. 너 그거 때문에 나랑 말도 안 하고 종일 자잖아.”
“崔伞。你因为那个不跟我说话,还整天睡觉。”

“…뭐? 그건, 아씨,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고.”
“…什么?那是,哎呀,只是因为太累了。”

“아씨?” “阿西?”

“아니, 아무튼…. 우영아. 나 요즘 피곤해서 그런 거야.”
“不管怎样……友荣啊。我最近太累了,所以才这样的。”

 

 

아씨, 라는 말에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자 산이의 표정이 조금 굳는다. 내 말투에서 짜증이 폴폴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을 텐데도 산이는 인내심 있게 말끝을 착하게 눌렀다. 산이 입술이 살짝 안으로 들어가 꾸욱 눌린다. 산이는 내 시선이 따라오자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피곤한 티를 냈다.
阿西,这句话一出口,伞的表情就有些僵硬了。虽然他肯定感觉到了我语气中的烦躁,但伞还是耐心地压住了话尾。伞的嘴唇微微向内抿了抿。他看到我的视线跟过来,便用力按了按眼皮,显得很疲惫。

 

 

“뭐가 그렇게 피곤한데.” “什么让你这么累。”

“잠을 못 잤다니까?” “我没睡好。”

“왜 잠을 못 잤는데?” “为什么没睡好?”

“그만하자.” “到此为止吧。”


 

시험 기간도 지났겠다, 교내 모고도 끝났겠다. 벌써 고3 준비를 하느라 바쁜 거냐고 물으려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빌려줬던 만화책을 보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 머리에 스팀이 올랐다. 피곤하다는 말로 나랑 말 안 하려는 거 아니냐고. 그냥 핑계를 대는 거 같아서 일부러 시선을 피하지 않고 끈질기게 산이 눈을 따라가니 산이는 내 시선을 피하다, 피하다. 더 못 피해서는 무겁게 한숨을 내쉰다.
考试期间也结束了,校内模拟考也结束了。正想问你是不是已经忙着准备高三了,结果今早还看到你在看我借给你的漫画书,想到这里我就气得冒烟。你不会是因为说累了才不想跟我说话吧。感觉你只是找借口,所以我故意不避开视线,执着地跟着伞的眼睛走,伞一直避开我的视线,避啊避的,最后避不开了,重重地叹了口气。


 

“산아.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伞啊。你有话要对我说吧。”

“없어.” “没有。”

“아냐. 있어.” “不,没有。”

“우영아. 오늘 왜 그래?” “友荣啊。今天怎么了?”

“이것 봐. 화났네.” “你看。生气了。”

“무슨 화가 났다고 그래. 정우영 오늘 왜 이래.”
“你为什么生气。郑友荣今天怎么了。”

“서운하니까!” “因为我很失望!”

“아니. 서운? 야. 누가 누구보고 서운하대?”
“没有。失望?喂。谁说谁失望了?”

 

 

내가 끈질기게 말꼬리를 따라붙으니 최산이 버럭 화를 냈다. 산이가 입술을 꼭꼭 물다가 젓가락을 쾅 소리 나게 식탁에 내려놨다.
我紧追着话尾不放,崔伞勃然大怒。伞紧紧咬住嘴唇,然后啪的一声把筷子重重地放在餐桌上。


 

“누가 누구보고 서운하다고 하는 거냐고.”
“谁说谁让谁失望了。”

 


최산의 말끝에 짜증이 가득 실려 있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항상 이쯤 찌르면 산이는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해왔고, 나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군 적이 없었다. 산이랑 이런 식으로 말싸움이 붙은 건 처음이라 이쯤에서 나도 그만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는데 산이가 그 하얀 얼굴을 주먹으로 꾹꾹 누르다가 머리를 잔뜩 헤집었다. 산이 손에서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산이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崔伞的话语中充满了烦躁,我紧紧闭上了嘴。每次到这个时候,伞都会低头道歉,而我也从未如此执着过。第一次和伞这样争吵,我也在思考是否该就此打住。伞用拳头使劲按压着那张白皙的脸,然后把头发弄得乱糟糟的。伞的手中散落着看起来柔软的头发。他依然没有放松那冷冷的表情,轻轻敲着桌子继续说道。

 

 

“우영아 넌 참. 편하다.” “友荣啊,你真让人感到舒服。”

 

 

오후 12시 53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휴전 논의 결렬
下午 12 点 53 分,郑友荣、崔伞的雨伞战争休战谈判破裂

 

 

“그게 무슨 소리야?” “那是什么意思?”

“아냐. 됐어. 못 들은 거로 해.”
“不。不用了。就当没听见吧。”

“너는 입이 있고 나는 귀가 있는데 어떻게 그래?”
“你有嘴巴,我有耳朵,怎么会这样呢?”

“…말장난 치지 마. 그리고 우영아 너, 뭐가 그렇게 서운하다고.”
“…别开玩笑了。还有友荣,你到底有什么不满的。”

“그럼 갑자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종일 잠만 자고 어쩌다 말하면 하품하고 그러는데 안 서운하겠어? 산이 네가 하품만 하니까 내 이야기 재미없는 줄 알았는데.”
“那你突然不跟我说话,整天只睡觉,偶尔说话还打哈欠,我能不难过吗?伞,你一直打哈欠,我还以为我的故事很无聊呢。”

 


오늘 정우영 잘한 거 하나도 없음. 화낼 이유 역시, 없음. 그런데 서운함.
今天郑友荣什么都没做好。没有生气的理由,也没有。但是感到失望。


서운해 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인 거, 인정한다. 잘못한 놈이 숙여야 하는 것도 알았다. 근데 산이 말야, 처음부터 화해할 생각일랑, 있었나? 글쎄 잘 모르겠다. 산이가 화해하자는 모션만 취해 줬어도 화가 안 났을거다. …나도 잘못한 게 있지만 말야. 서운할 이유야 많다. 아침부터 산이가 나랑 말도 안 하고 잠만 자는 모습이 퍼뜩 떠올랐다. 
承认,感到委屈本身就是强词夺理。我知道,做错的人应该低头。但是伞啊,你一开始就有和解的打算吗?这个嘛,我不太清楚。如果伞只是做出想要和解的姿态,我就不会生气了。……虽然我也有错。感到委屈的理由有很多。早上伞从一开始就不和我说话,只顾着睡觉的样子突然浮现在我脑海中。


최산이랑 오늘 오전 동안 말 열 마디는 했던가, 잠만 자고. 그게 진짜 자는 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게 뭐야. 자는 척 한 걸 수도 있고 말이다. 자는 척은 또 왜 하겠어? 나랑 말하기 싫어서? 그게 아니라면 이유가 있는가? 편하다느니 뭐니. 약간 기분 나쁜 비아냥까지 들으니 그라데이션 분노가 겹쳐왔다. 결국 다다다다, 쏘아붙이자 최산의 표정이 순간 벙찐다.
崔伞今天上午跟我说了十句话吗?他一直在睡觉。我怎么知道他是真的在睡还是假装的?也许他只是在装睡。为什么要装睡呢?是不想跟我说话吗?如果不是,那还有什么理由?他说什么舒服之类的。听到这些略带讽刺的话,我的愤怒逐渐累积。最后,我噼里啪啦地说了一通,崔伞的表情瞬间呆住了。


 

“뭐? 야 정우영….” “什么?喂,郑友荣……”

“대답 좀 해봐.” “回答我。”

“근데 지금 이게 우리 둘이 싸울 일이야?”
“但是现在这件事值得我们两个吵架吗?”

“자전거 약속 때문에 그런 거면 너 진짜 속 좁은 새끼인 거 아냐?”
“因为自行车约定就这样的话,你真是个心胸狭窄的家伙,不是吗?”

 

 

내가 최산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 하나 같이 안 탔다고 화낼 애가 아니라는 걸 안다. 산이 잘알 닉네임 값은 해야지. 진짜 내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내는 거면, 산이가 속이 좁아도 너무 좁은 놈인 거고. 물론 산이가 그럴 애가 아닌 건 잘 알았다. 그런데도 아주 잠깐 산이가 비아냥거린 말이 괜히 기분이 나쁘고, 무슨 의미로 한 말이지 궁금해져서 꼬투리를 잡았다. 산이는 한껏 구겨진 표정을 풀 생각도 못 한 채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었다.
我又不是不知道崔伞的性格。他不是那种因为没一起骑自行车就生气的孩子。伞了解得很透彻,昵称也得名副其实。如果他真的是因为我没守约而生气,那伞的心眼也太小了。当然,我知道伞不是那样的人。尽管如此,他那一瞬间的嘲讽让我心情很不好,也让我好奇他到底是什么意思,所以我抓住了这个把柄。伞一脸不高兴地趴在桌子上,连表情都没打算舒展一下。

 

 

“…그래서.” “…所以。”

“뭐냐고.” “什么啊。”

“내가 속 좁은 새끼다?” “我是个心胸狭窄的家伙?”

“진짜 자전거 약속 때문에 삐졌어?”
“真的因为自行车约定生气了吗?”

 

 

내 말이 끝나자 산이는 아무 말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길게 휘어지는 눈이 느리게 끔뻑, 감겼다 바르게 뜨였다. 웃을 때는 두 눈 예쁘게 휘어지고 입도 크게 벌어져 한없이 풀어지는 얼굴인데 지금처럼 웃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뚱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싸늘하다.
当我说完话后,伞没有说话,只是安静地闭上眼睛又睁开。那长长的弯曲的眼睛慢慢地眨了一下,闭上又迅速睁开。笑的时候,他的眼睛会漂亮地弯起来,嘴巴也会大大地张开,脸上露出无尽的笑容,但像现在这样不笑,面无表情地冷冷地看着时,反而显得有些冷漠。

 

그 무표정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와, 지금 한가을인데 누가 급식실에 에어컨 틀었나 봐. 우리 둘 사이에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찬바람이 쌩 쌩 불고 있었다. 산이는 진짜 화난 얼굴로 나를 봤다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떨어트리고 눈썹을 긁었다. 산이의 눈썹이 나만큼 구겨져 있었다.
那张面无表情的脸让气氛瞬间冻结。哇,现在是秋天,谁在食堂开了空调吗?我们之间的冷风比刚才还要猛烈。伞真的生气地看着我,然后放下支撑着下巴的手,挠了挠眉毛。伞的眉毛皱得和我一样紧。

 

 

“우영아.” “友荣啊。”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저 ‘우영아’ 세 글자가 너무 냉랭했다. 솔직히 산이가 이렇게까지 화난 모습은 처음 봐서 좀 쫄았는데, 여기서 쫀 티를 내면 말짱 도루묵인 걸 알아 나도 질세라 목소리를 일부러 한 옥타브 더 낮게 깔고 대답했다.
叫我的声音低沉下来。那句“友荣啊”三个字太冷淡了。说实话,伞这么生气的样子我是第一次见到,有点害怕,但我知道如果在这里露出害怕的样子就全完了,所以我也不甘示弱地故意把声音压低了一倍回答道。

 

 

“왜.” “为什么。”

“약속? 우영아. 처음부터 지킬 생각은 있었냐.”
“约定?友荣啊。你一开始就有打算遵守吗。”

“뭐?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지킬 생각이 있었냐고? 야 최산 너 사람을 뭐로 보고, 그리고 사과도 했잖아. 늦잠 자서 미안하다고 내가….”
“什么?你怎么能这么说话。你是说我没有打算遵守吗?崔伞,你把我当什么人了,而且我也道歉了。我说我因为睡过头而感到抱歉……”

“아 그래. 솔직히 짜증 났어. 화도 났고.”
“啊,对。说实话,我很烦。也很生气。”

“거봐! 거봐!” “看吧!看吧!”

“그래서 우영이 네가 나한테 오늘 서운한 거 알겠는데. 다른 건 다 네 생각만 하는 거야. 우영아. 내가 오늘 종일 엎드려서 잔 건, 진짜로 잠을 못 자서 그런 거다.”
“所以友荣,我知道你今天对我有点失望。但是其他事情你只考虑了你自己的感受。友荣啊,我今天整天趴着睡,是因为我真的没睡好。”


 

내 말을 자른 산이가 한 템포 쉬었다가 허리를 조금 숙여 내 얼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어느새 내 식판도 멀리 치워버린 산이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코앞에 다가온 얼굴에서 풀풀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착각이 들어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다 침을 꿀꺽 삼키니 최산이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한 번 꺾었다. 
내 말을 자른 산이가 한 템포 쉬었다가 허리를 조금 숙여 내 얼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어느새 내 식판도 멀리 치워버린 산이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코앞에 다가온 얼굴에서 풀풀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착각이 들어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다 침을 꿀꺽 삼키니 최산이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한 번 꺾었다. 打断我话的伞稍微停顿了一下,弯下腰靠近我的脸。伞不知何时已经把我的餐盘推到一边,用手指轻轻敲打着桌子。敲击声有节奏地响起。看到他靠近的脸,我产生了一种黑色光环从他身上散发出来的错觉,四处张望了一下,咽了口唾沫,崔伞把头转向了相反的方向。

 

 

“왜 잠 못 잤는지 알려줘?”
“为什么没睡好,告诉我?”

 

 

원래 화를 잘 안 내는 애가 진짜 화난 얼굴로 으르렁거리니까 진짜 무서웠다. 저 얼굴로 화를 내니 무섭긴 무섭구나. 아까는 쫄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솔직히 도망 가고 싶었다. 산이랑, 싸우기 싫어. 산이가 너무 진심으로 화를 내는 얼굴이라 대답을 바로 못 받아쳤다. 왜 잠을 못 잤는데? 궁금한데 궁금하다고 말 하는 것 조차 망설여졌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내 대답이 늦어지자 산이가 입꼬리를 씩 끌어당기며 웃었다. 
原来不怎么发火的人,真的生气起来咆哮的时候,真的很可怕。用那张脸发火,确实挺吓人的。刚才还告诉自己不能怂,但说实话,我真的想逃跑。我不想和伞吵架。伞那张真心生气的脸让我一时答不上话。为什么没睡好?我很好奇,但连问出口都犹豫了。在我支支吾吾的时候,伞看到我迟迟没有回答,嘴角微微上扬,笑了。

 

나한테 할 말이 없다더니,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싸늘해지는 표정에 많은 감정이 스쳤다.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이 조금 신경질적으로 변해있었다. 톡톡톡, 테이블을 두드리던 최산은 미소를 거두곤 눈빛으로 나를 뚫을 기세로 빤히 바라봤다. 이왕 적반하장으로 나온 거, 기싸움에서 질 순 없어 두 눈에 힘주고 산이를 바라보자 최산은 내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두 눈을 마주 봤다.
你说你没什么可说的,但你并不是一个无话可说的人。你脸上的表情变得冷淡,许多情感在其中闪过。敲击桌子的手变得有些神经质。咚咚咚,敲击桌子的崔伞收起了笑容,用眼神直勾勾地盯着我。既然已经决定反咬一口,在气势上不能输,我瞪大眼睛看着伞,崔伞也毫不避讳地直视着我的眼睛。


 

“우영아 넌 밤마다 잘 자나.”
“友荣啊,你每晚都睡得好吗?”

“어?” “啊?”

“난 잠, 잘 못 잔다.”
“我睡不好。”

 

 

그렇게 말한 산이가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웃을 여유가 있나 지금? 내가 잘 자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이고, 네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건 또 나랑 무슨 상관인데. 산이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잠을 잘 자는게 산이의 화를 부추긴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 맥락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뭘 말하고 싶은지 산이 입에서 예상답안에는 없던 말이 튀어나오니 당황해 “어?” 하고 바보 같은 목소리가 뜨고 말았다.
그렇게 말한 산이가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웃을 여유가 있나 지금? 내가 잘 자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이고, 네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건 또 나랑 무슨 상관인데. 산이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잠을 잘 자는게 산이의 화를 부추긴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 맥락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뭘 말하고 싶은지 산이 입에서 예상답안에는 없던 말이 튀어나오니 당황해 “어?” 하고 바보 같은 목소리가 뜨고 말았다. 伞说完这话,嘴角扬起了笑容。现在有空笑吗?我睡得好不好跟你有什么关系,你睡不好又跟我有什么关系。伞的话我完全听不懂。他说得好像我睡得好会激怒他一样,但我完全摸不着头脑,不知道这话从哪里冒出来的。伞嘴里冒出我意料之外的话,让我惊讶得发出了一声“啊?”的傻傻声音。

 

 

 

“우영아.” “友荣啊。”

“응.” “嗯。”

“우영이 넌 상관없는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좀. 잠 좀 자고 싶네.”
“友荣,这事跟你无关,所以你无所谓,但我真的想睡觉。”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게 말 해줘. 산이, 네가 잠을 왜 못 자는데.”
“说清楚点,让我明白。伞,你为什么睡不着。”

“편하니까 잠도 잘 자는 거고.”
“因为舒服,所以睡得好。”

“비꼬지 말고 똑바로 말해. 최산. 무슨 뜻인지 말을 해 줘야 내가 알 거 아냐.”
“别讽刺了,直说吧。崔伞。你得告诉我是什么意思,我才能明白。”

 


내가 실은…. 몽유병이 있었나? 나도 모르는 새에 산이한테 새벽마다 전화라도 거는 건가? 지금 당장 핸드폰을 꺼내 통화목록이라도 살펴봐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잘 자는 게 최산의 심기를 거스를 일이 뭐가 있냔 말이다. 산이 말이 알쏭달쏭해 그저 입을 벌리고 있으니 산이가 손을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입을 꾹 다물었다. 산이의 입술이 잠깐 눌렸다가 느릿하게 벌어진다.
我其实……有梦游症吗?我是不是在自己都不知道的情况下,每天凌晨给伞打电话?我现在是不是应该马上拿出手机查看通话记录?不然的话,我睡得好怎么会惹崔伞不高兴呢?伞的话让我摸不着头脑,只能张着嘴看着他。伞把手深深地插进兜里,紧闭着嘴唇。他的嘴唇微微抿了一下,然后慢慢地张开。


 

“우영아.” “友荣啊。”

“…엉?” “…嗯?”

“요즘 꿈에 네가 나와.” “最近你总出现在我的梦里。”

 

 

꿈? 梦?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갑자기 무슨 꿈? 순간 황당해하는 내 표정이 꽤 볼만했던 건지 산이가 혀를 빼 제 아랫입술을 쓸며 미소 지었다.
睡觉时被突然敲窗户的声音吵醒,大概就是这种感觉吧。突然做了个什么梦?我瞬间露出一副莫名其妙的表情,可能是因为这表情太有趣了,伞舔了舔自己的下唇,笑了起来。

 

뭐지, 기싸움은 K.O고 카운터 제대로 먹은 건가. 확 찌그러지는 내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산은 빙긋 웃는 얼굴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약속 이야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꿈 이야기를 해.
什么情况,气势斗争被 K.O 了,反而被反击了。即使我的表情瞬间扭曲,崔伞也只是微笑着静静地看着我。明明在谈论约定,怎么突然说起梦来了。

 

 

오후 1시 07분, 정우영 최산 우산 전쟁 휴전협상 완전 결렬
下午 1 点 07 分,郑友荣、崔伞的伞战休战谈判完全破裂

 

 

최산이 한 말을 곱씹으며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그 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산이는 아까 옆으로 치워뒀던 자기 식판을 끌어와 한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기 혼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이 더 시끄러워졌다.
崔伞说的话在我脑海中反复回荡,我试图整理思绪,而伞则把刚才放到一边的餐盘拉过来,单手拿着站了起来。仿佛没有什么话要说似的,他独自收拾好位置站了起来,本来就已经很混乱的脑海变得更加嘈杂。

 

아니 어디가? 말 안끝났잖아. 네 할 말만 하면 다야? 꽥 소리를 지르자 산이가 내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늘어지는 팔자 눈썹이 한없이 떨어질 것만 같다. 일어나는 산이의 팔을 붙들고 늘어지자 산이는 붙잡힌 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다른 손으로 내 팔을 꽉 붙잡았다.
“你去哪儿?话还没说完呢。你就只说你想说的?”我大声喊道。伞慢慢地转过头来看着我,他那下垂的眉毛似乎要掉下来似的。我抓住起身的伞的胳膊不放,伞低头看了看被抓住的胳膊,然后用另一只手紧紧抓住了我的手。


 

“우영아. 어제도 우영이 네 꿈꿨어.”
“友荣啊。昨天我又梦到你了。”

“무슨 꿈.” “什么梦。”

“무슨 꿈이냐고.” “是什么梦。”

“…….” “……”

“말해주면, 뭐 달라지냐?” “如果告诉你,会有什么不同吗?”

 

 

그렇게 말하면서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시선이 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산이의 손바닥 아래 잡힌 교복 셔츠가 살짝 구겨졌다.
这样说着,他握紧了手。视线不由自主地转向那边。伞的手掌下抓着的校服衬衫微微皱起。

 

 

“그래도 내가……. 산이 너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可是我……伞,我是你最好的朋友啊……”

“제일 친한 친구.” “最好的朋友。”

“응. 그러니까 말 좀 해봐. 야 그래야 내가 알지.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치고 그럴 거 아니야. 너 혼자만 그렇게….”
“嗯。那你说说看。喂,这样我才能知道啊。如果有做错的地方,我会改正的。你一个人这样……”


 

내가 붙잡은 최산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꿈을 꿨다고 말하는 표정은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저건,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산이에게서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굳이 어떤 종류인지 꼬집어보라면 짜증에 가까워 보였다.
我看不清我抓住的崔伞的表情。他说他做了一个梦,那表情是我从未见过的。那既不是笑,也不是哭。我从未在伞的脸上见过这种情感。如果非要说是什么情感的话,倒是有点像烦躁。

 

절친이 밤마다 내 꿈을 꾼다는데, 그게 짜증이 난단다. 도대체, 왜?
最好的朋友每晚都梦到我,他说这让他很烦。到底,为什么?


내가 꿈속에서 산이를 때리기라도 했단 건가? 아니 붙으면 내가 질 것 같은데? 치료비 물어내라고 하면 어떡하지. 눈을 바쁘게 깜빡이자 최산은 자기 팔을 붙잡고 있는 내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 놓는다. 떨어진 팔이 무력하게 테이블에 떨어졌다. 산이가 아까보다도 훨씬 차분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훑어 내렸다. 내 머리통을 뚫을 기세로 위에서부터 내리꽂는 시선에 순간 긴장이 돼서 침을 꼴딱 삼켰다.
我在梦里打了伞吗?不,打起来我肯定会输吧?如果他让我赔医药费怎么办。眼睛忙碌地眨了眨,崔伞小心翼翼地把我抓着他胳膊的手拿开。被拿开的手无力地落在了桌子上。伞用比刚才更冷静、更冷酷的目光打量着我。他的目光仿佛要穿透我的脑袋,从上到下狠狠地盯着我,我紧张得咽了口唾沫。


 

“너랑 하는 꿈.” “和你一起做的梦。”

“어?” “啊?”

 

 

오후 1시 10분, 정우영 우산 전쟁 완패.
下午 1 点 10 分,郑友荣雨伞战争完败。

 

 

 

“제일 친한 친구? 응. 우영아. 제일 친한 친구랑 하는 꿈 꿨어.”
“最好的朋友?嗯。友荣啊。我梦见和最好的朋友在一起。”

“야.” “喂。”

“어때? 우영아. 뭐 좀 달라질 거 같아?”
“怎么样?友荣啊。有什么变化吗?”

“최 산.” “崔伞。”

“뭘 하는지는. 알아서 잘 생각해 봐.”
“你自己好好想想在做什么。”

“야….” “呀……”


 

그 말을 마치고 산이는 미련 없이 급식실 뒤로 걸어가 버린다. 바로 쫓아가서 무슨 소리냐고 따박따박 따지기라도 하고 싶은데 산이 말이 머릿속에 둥둥 떠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해를 못 한 거라면 이해시켜달라고 하기라도 할 텐데.
那句话说完,伞毫不犹豫地走向了食堂后面。我想立刻追上去问个清楚,但伞的话在我脑海中回荡,让我无法轻易迈出脚步。就是说,如果我不理解的话,我会要求他解释清楚。

 

뭘 해? 아. 你在做什么?啊。

뭘 하냐고. 你在干什么。

 

 

머릿속이 몇 배는 더 시끄러워져 머리가 아파 왔다. 산아, 이건 이해의 문제가 아니잖아?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저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의 바보는 없을 것이다.  단어 하나 하나, 머릿속에서 멋대로 굴러다녔다.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차갑게 식은 급식이 내 옆에 한참 밀려나 있었다. 아직 다 못 먹었는데, 먹을 기분도 아니다. 산이가 떠난 급식실 뒷문을 바라보다 괜히 으아악 소리지르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남은 밥은 다 먹지도 못하고 결국엔 다 식은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脑子里变得更加嘈杂,头开始疼了起来。伞啊,这不是理解的问题吧?不管脑子再怎么不好,也不会有笨到听不懂那句话的人。每一个单词都在脑海里胡乱滚动。胃口一下子全没了。冰冷的学校午餐被我推到一边。虽然还没吃完,但也没心情吃了。看着伞离开的食堂后门,我无奈地大叫一声,把头撞在桌子上。剩下的饭也没吃完,最后只能拿着已经凉透的餐盘站起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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