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5년도 훌쩍 지난 일이라 이제 와 새삼스레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내려니 기억도 잘 나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날은 비가 정말 많이 왔었다.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온몸이 다 젖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교복부터 벗어 던졌던 기억이 난다. 야자를 째고 온 거였는데도 하늘은 우중충해서 한 밤인 듯 어두웠고 어두운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불을 켜려 더듬더듬 벽을 더듬었었다. 그렇게 헤매는 손을 우영이가 잡아 내리고는 조용히 내 옆에 걸터앉아 모니터를 바라봤다.
5 年多前的事了,现在突然要回忆那天的记忆,已经记不太清了,但我清楚地记得那天雨下得很大。即使打着伞,全身还是湿透了,一到家就迫不及待地脱下了校服。虽然是逃了晚自习回来的,但天空阴沉沉的,像是深夜一样黑暗,因为黑暗看不清前方,我摸索着墙壁想开灯。就在我摸索的时候,友荣抓住了我的手,安静地坐在我旁边,盯着显示器看。
우리가 그날 어쩌다 잤더라. 我们那天怎么就睡着了。
사실 까먹은 건 아니다. 그래. 그날 우린 분위기라는 게 없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했다. 우영이의 투박한 손이 몸을 덮쳐와 주무르던 감각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나는 그날 우리가 섹스라는 행위를 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우영이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其实我没有忘记。对,那天我们之间没有什么氛围。我们什么都不知道,只是随心所欲地做了。友荣那粗糙的手覆盖在我身上揉捏的感觉依然像昨天一样鲜明。我想说那天我们进行了性行为,但友荣的想法和我不同。
트라우마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영이는 그날을 기억에 영원히 묻어둘 작정으로 보였다. 하는 것만 보면 그날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 학을 떼며 싫어해서 그날에 대한 일은 입에 올린 적도 없었다. 참 웃기지. 박힌 건 나고, 박는 건 지가 했는데.
虽然从未直接说过是创伤,但友荣似乎打算将那天的记忆永远埋藏起来。从他的行为来看,那天似乎成了他的创伤。他极度厌恶那天的事情,从未提起过。真是可笑。被伤的是我,伤人的却是他。
우영아. 나는 그게 우리 섹스했다고 생각하는데.
友荣啊。我觉得那就是我们做爱了。
…산아. 그런 건 섹스한 거 아냐.
…伞啊。那不算是做爱。
트라우마? 나한테는 전혀 트라우마가 아니었지만, 우영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는 하다. 그날 쑤셔 박고 흔들고 싸고 난 후에 우영이는 아직 정신이 들지 않은 내 앞에서 머리를 박고 한참을 울었다. 두 손이 다 닳도록 싹싹 빌면서 계속 울었다.
创伤?对我来说完全不是创伤,但如果是友荣的话,可能会是那样。那天在插入、摇晃和射精之后,友荣在我还没清醒过来的时候,低着头哭了很久。他双手都磨破了,不停地道歉,一直在哭。
산아, 伞啊,
……. ……
산아. 제발 나 버리지 마.
伞啊。拜托不要抛弃我。
내가 널 왜 버려. 我怎么会抛弃你。
너가 싫다고 했잖아. 你不是说你讨厌吗?
22(스물둘) 22(斯物勒杜)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내가 아직 학교에서 안 잘렸을 때였는데 아침 등굣길부터 우영이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었다. 사실 우영이가 이러는 거 흔한 일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기는 있구나 싶었을 뿐이었지. 점심시간에 우영이네 교실에 찾아갔는데 우영이 기분이 나질 기미도 안 보이고,
我还没被学校开除的时候,从早上上学路上开始,友荣的心情就有点不太好。其实友荣这样也不是常有的事,我只是觉得肯定是发生了什么事。午饭时间我去找友荣的教室,但友荣的心情一点好转的迹象都没有。
나 오늘 입맛 없어. 산이 너 혼자 먹어.
我今天没胃口。伞,你自己吃吧。
그런 소리나 돌아왔었다. 항상 하이텐션인 우영이가 그날따라 텐션도 많이 낮고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똑 떨어질 것 같았다. 원래 정우영이 싸가지없게 굴던가, 말던가 상관없었었는데. 슬퍼 보이는 우영이는 처음이라서 그 푹 패인 아이홀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아무 말 못 하고 물러나기까지 했다. 하여튼 평소의 정우영이랑은 많이 달라서 얘가 무슨 일이 있기는 있구나, 싶었다. 뭔 말을 해도 우리의 우영이가 존나 싸가지 없게 굴더라니까. 영아 나한테 화난 거 있냐? 우영이 이러는 거 흔한 일도 아니고 그냥 에라 기분이다 하고 우영이 기분 좀 맞춰줬다.
那天传来了这样的声音。平时总是精力充沛的友荣,那天情绪低落,眼角湿润,仿佛随时都会掉下眼泪。原本郑友荣无论怎么无礼,我都不在意。但看到他第一次如此悲伤,我只能默默地注视着他深陷的眼窝,什么话也说不出来就退开了。总之,他和平时的郑友荣很不一样,我觉得他肯定是遇到了什么事。不管说什么,我们的友荣总是表现得很无礼。友荣,你是不是对我生气了?友荣这样反常的情况并不常见,我也只是随便应付一下,顺着他的情绪。
영이. 오늘은 야구연습 안 가나? 비도 오는데 야자 째고 집 가서 이 형님이랑 좋은 거 보까?
友荣。今天不去棒球练习吗?下雨了,不如逃掉晚自习,回家和这位哥哥一起看点好东西?
그 좋은 거 보자는 게 섹스하자는 말은 아니긴 했지. 그때는 가출 한 건 아녀서 집에 컴퓨터도 있었다. 엄마랑 아빠는 늦게 오고, 거의 방치에 가까운 청소년기를 보냈을 때라. 컴퓨터에 그 좋은 게 잔뜩 있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那时候说要看那个好东西并不是说要做爱。那时候还没离家出走,家里还有电脑。妈妈和爸爸回来得很晚,我几乎是在被放任的青春期度过的。即使电脑里有很多那种好东西,也没有人会说什么。
우영아, 이거 엄청 야하드라. 키득거리며 컴퓨터 켜놓고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우영이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내 말에 느리게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우영이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얘 오늘 이상하긴 하네. 우영이는 눈을 몇 번 끔뻑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내 배 위로 천천히 올라탔다. “아 무거워. 우영아 뭐해.” 웃으면서 물었는데,
友荣啊,这个真的很色情。咯咯笑着开着电脑躺在床上,友荣呆呆地望着窗外,听到我的话后慢慢转过头来看着我。友荣似乎在思考什么,脸上没有平时的笑容。今天他确实有点奇怪。友荣眨了几下眼睛,然后慢慢地爬到躺在床上的我的肚子上。“啊,好重。友荣啊,你在干嘛。”我笑着问道。
그날 우영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那天友荣没有回答。
나 야구 못해. 我不会打棒球。
……. ……
어깨가 다 망가졌대. 肩膀都坏了。
……. ……
나 이제 병신 됐어 어떡해.
我现在变成傻瓜了怎么办。
……. ……
어떡해. 이제 나 어떡해 산아.
怎么办。现在我该怎么办,伞啊。
……
그래서, 너한테 화풀이한 거야. 所以,我对你发脾气了。
……. ……
그날 이후로 나랑 정우영은 틈만 나면 붙어먹게 됐다.
从那天起,我和郑友荣一有机会就黏在一起。
뭐가 당겨진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날 이후로 우영이를 보면 그냥 몸이 달았다. 아랫배가 당기고 목구멍은 후끈하고. 우영이가 울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고 텅 비었던 눈동자가 자꾸만 생각나서. 괴로웠다. 우영이는 금방 극복한 듯 보였지만 되려 내가 다 조급해져서 우영이를 끌어안았었다. 우영이랑 섹스하고 있을 때는 그런 기분이 조금은 덜 하니까.
不知道是什么被触动了,但从那天起,每次看到友荣,我的身体就会变得炙热。小腹紧绷,喉咙发烫。友荣哭泣的样子不断浮现在我的脑海中,那空洞的眼神也总是挥之不去。很痛苦。虽然友荣看起来很快就克服了,但我却变得更加焦虑,于是紧紧抱住了友荣。和友荣做爱的时候,这种感觉会稍微减轻一些。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까지 조급했던 것은, 내가 아마도. …아마도. 우영이를….
现在回想起来。那时候那么着急,可能是因为,我大概是。……大概是。友荣……。
그런데다 야구하던 몸이 워낙 핫바디여야지. 적당히 탄탄하고. 어깨 가슴 뻠삥되어있고 좋잖애? 정우영의 목덜미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저 단단한 목에 이를 박아 놓고 씹는 상상을 한다. 네 목덜미 곳곳에 잇자국이 붉게 피는 거야. 튼튼한 목덜미를 따라 단단한 어깨, 양 팔뚝. 쟤 몸은 그려지듯 선하지.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우영이는 광대가 빵싯 나오게 예쁘게 웃는데 보조개도 그 아래 콕 들어가고, 그때. 그렇게 걔랑 섹스하고 싶다.
可是他打棒球的身体本来就应该是热辣的。适度地结实。肩膀和胸膛都很发达,不是很好吗?郑友荣的脖颈看了好久,想着在那结实的脖子上咬一口,留下牙印。你的脖颈上到处都是红色的牙印。沿着结实的脖颈到坚实的肩膀,两只手臂。他的身体就像画出来的一样完美。然后当视线相遇时,友荣会露出灿烂的笑容,脸颊上还会出现小酒窝。那时候,我真的很想和他做爱。
이상한 곳에서 불이 들어와선 틈만 나면 우영이 몸을 만지고, 만지는 게 안 되면 키스라도 하고 싶었다. 우영이 멱살을 잡고 당겨 입술을 들이밀면 우영이는 느리게 눈을 끔뻑이다 뒤통수로 투박한 손을 가져왔다.
奇怪的地方突然亮起了灯,只要有机会,友荣就会摸他的身体,如果不能摸的话,至少也想亲吻他。当友荣抓住他的衣领,拉近并吻上他的嘴唇时,友荣慢慢地眨了眨眼,然后用粗糙的手抓住了他的后脑勺。
아랫입술을 이로 긁으며 느릿느릿 뒤통수를 쓰다듬고 귓불을 문질렀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려 몸에 힘이 좀 빠지면 우영이는 그제야 제 혀를 놀렸다. 혀가 섞이고 나면 나보다도 우영이가 더 흥분해 죽으려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허락하는 곳까지만 만졌다. 귓불부터 곧게 뻗은 목 그리고 쇄골을 지나 가슴께를 두드린다. 그리고 집요하게 한 곳을 괴롭혀댔다. 우영이는 자자는 내 사인을 딱히 거부하지 않지만, 섹스하자는 말을 먼저 하진 않았었다. 한참 동안 가슴을 문지르다 내 손이 제 목에 감긴 후에야 우린 옷을 벗고 그 짓을 했다.
下唇被牙齿轻轻咬着,慢慢地抚摸着后脑勺,揉搓着耳垂。紧张感稍微缓解,身体的力量稍微放松后,友荣才开始用舌头动作。舌头交缠后,比起我,友荣更是兴奋得要命。即便如此,他也只触碰我允许的地方。从耳垂到笔直的脖子,再经过锁骨,轻拍着胸口。然后执着地折磨着一个地方。友荣并不拒绝我的暗示,但他从未主动提过要做爱。在他揉搓了我胸口好一会儿后,我的手才缠上他的脖子,我们才脱掉衣服,做了那件事。
처음엔 내가 아래였고 두 번째부턴 내가 위였다.
一开始我是下面的,第二次开始我是上面的。
왜 너는 먼저 하자고 안 하니? 오늘은 박아도 되니? 우영아.
为什么你不先说呢?今天可以做吗?友荣啊。
그냥 한 말인데 우영이가 순순히 엎드리는 게 너무 웃겨서 하라는 섹스는 못 하고 숨넘어가라 웃었다. 아마 나는 이때쯤 슬슬 학교를 자퇴할까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을 거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우영이랑 자는 게 제일 좋았던 시절이었지. 그래서 학교도 자주 빠지고 우리 집에서 맨날 우영이랑 야한 짓을 했는데 아쉬운 건 우영이가 뭐가 걸리는지 먼저 달려들어 떡까지는 안쳤다는 것 정도.
우리 공평하게 하자고, 하고 싶은 쪽이 박자고. 내가 올라타면 내가 하는 거고 자기가 올라타면 자기가 하는 건데 우영이는 절대 먼저 올라탄 적이 없었다.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 하는 게 좋은가? 그럼 우영아. 가만히 있어봐봐. 내가 올라타서는 우영이 거 세우고 뒷구멍을 썼는데 난 그쪽이 더 좋은 거 같아서 우영이한테 말했다.
我们公平一点,想做的那一方就拍板。如果是我上去,那就是我来做;如果是你上去,那就是你来做。但是友荣从来没有先上去过。是因为你喜欢按照我说的做吗?那好,友荣。你先别动。我上去之后让友荣的那个硬起来,然后用了后面那个洞。我觉得那样更好,所以对友荣说。
나는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我觉得这个更好。
라고. 라고。
우영이도 내 말뜻을 알아들은 건지 그 이후로는 편하게 아무 때나 하고 싶으면 하게 됐다. 마음에 달아놓은 죄책감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했다. 진짜로 가벼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우영이가 먼저 섹스하자고 조르는 일도 생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3년도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는 거의 매일을 붙어먹게 됐다.
友荣也明白了我的意思,从那以后,他想什么时候做就什么时候做。我希望心中的罪恶感能稍微减轻一些。虽然不知道是否真的减轻了。现在,友荣甚至会主动要求做爱。时间就这样流逝,三年多过去了,我们几乎每天都黏在一起。
“있자나. 사나. 내가 해외 직구를 했는데.”
“있자나. 伞啊. 내가 해외 직구를 했는데.”
“응?” “嗯?”
“국내산이 나한테 좀 작대?” “国内伞对我来说有点小吗?”
“…….” “……”
와, 영아. 야! 너 진짜 아저씨 같어.
哇,友荣。喂!你真的像个大叔。
질색하는 말에도 우영이는 그냥 웃기만 했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건 무슨 일이야. 쉰 살 아저씨가 뱃속에 들어앉았지, 아주. 그러면서도 정우영이 하는 말이 아주 헛소리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자연스럽게 우영이의 아랫도리가 떠올라서.
질색하는 말에도 友荣只是笑了笑。说出那种话也毫不在意,真是的。简直像个五十岁的老大叔坐在肚子里一样。不过,郑友荣说的话也不完全是胡说八道,我也稍微有点认同。自然地想到了友荣的下半身。
“어허어 아저씨라니. 남자. me 완전 남자.”
“哦呵呵,什么大叔。我可是男人,完全的男人。”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거드은.” “大小不是重点。”
“뭐. 잘하잖아.” “什么嘛,你做得很好啊。”
“우영아 니가 진짜 잘한다고 생각해?”
“友荣啊,你真的觉得自己做得很好吗?”
“그럼 못해?” “那你做不到吗?”
“그대 편한 대로 생각하세요.” “你随便想吧。”
“아니. 산아. 산아! 나 못하냐니까?”
“不行。伞啊。伞啊!我说我做不到吗?”
갑자기 담배 말린다. 정우영이 아까 캡슐 씹던 거, 못 씹게나 하지 말 걸 그랬다. 오늘 금연 실패다 하고 담배를 물어버리면 그만인데. 입맛을 다시며 주머니에 넣어놨던 츄팝춥스를 하나 꺼냈다. 아까 우영이가 사준 거. 200원짜리. 천육백 원어치 중 하나였다. 레몬 맛으로.
突然想抽烟了。郑友荣刚才嚼的那个胶囊,真不该让他嚼。今天戒烟失败了,叼上烟就算了。他咂咂嘴,从口袋里拿出了一根棒棒糖。刚才友荣买给他的,200 韩元一个,是 1600 韩元买的其中一个。柠檬味的。
“야. 왜 대답이 없어.” “喂,为什么不回答。”
사탕 껍데기를 열심히 까고 있는데 정우영이 내 손에서 사탕을 휙 빼앗아 가며 꽤 끈질기게 물어온다. 쟤는 참 이상한 데에서 집착하는 게 있었다. 평소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냥 대화를 다 흘려보내면서. 우리 대화가 뭐 얼마나 영양가가 있다고. 그냥 한 소리에 꼬리를 길게 물고 늘어지면 그건 빅잼 꿀잼 만점짜리 개그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법인데. 그냥 한 소리라고 말해주려다 내 입에 쏙 들어오는 레몬 맛 사탕에 이번엔 져주지 말고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我正努力剥开糖果包装,郑友荣突然从我手中抢走了糖果,执着地问了起来。那家伙总是在奇怪的地方执着。平时他总是装作什么都不在乎,随便应付我们的对话。我们的对话能有多有营养呢?如果只是随便说的一句话被他抓住不放,即使是超级搞笑的笑话也会变得无趣。我本想告诉他那只是随便说说的,但一颗柠檬味的糖果突然塞进了我的嘴里,这次我决定不再让步,干脆闭上了嘴。
“산아 나 완전, 진심이야. 그럼 우리 하지 마?”
“伞啊,我完全,是真心的。那我们不要做了吗?”
“일어나. 집 가자.” “起来。回家吧。”
“못하는 애랑 왜 하는데.” “为什么要和不会的人一起做。”
옆으로 쭉 째진 눈이 장난스레 뜨였으나. 그 사이로 눈빛이 순간 서늘해져 번뜩인다. 저거, 아닌 거 알면서 일부러 저런다. 나름의 애정 확인. 우영이는 곤란한 버릇이 있었다. 제가 만족할 때까지 사랑을 묻는다. 꼭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묻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에게서 어떻게든 제 사랑을 확인받으려 했다.
旁边斜斜的眼睛顽皮地睁开了。但那眼神瞬间变得冰冷,闪烁着光芒。那家伙,明知道不是那样却故意那样做。这是他确认爱意的方式。友荣有个让人头疼的习惯。他会一直问爱,直到他满意为止。他并不是一定要听到“我爱你”这种话,但总是想从我这里确认他的爱。
애초에 우린 사귀지도 않는데 말이다.
一开始我们就没有交往。
입술을 씹으며 말을 아끼니 우영이가 꽤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그래서 잘해 못해. 그게 중요하냐? 에둘러 타일러도 이미 ‘잘한다’는 말에 초점을 두고 있어 결국엔 그래, 니 존나 잘해. 라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咬着嘴唇不说话,友荣却相当执着地缠着我。所以你到底行不行?这重要吗?即使我委婉地劝说,他也已经把重点放在“行”这个词上,最终我还是说了,好吧,你真的很行。
“키스부터 딱. 어? 딱. 끝이지.”
“从吻开始。嗯?就这样。结束了。”
“애들 있을 때나 어떻게 해 봐. 시도 때도 없이, 발정 났어?”
“孩子们在的时候你也这样吗?你是不是随时随地都发情了?”
“야아아! 발정이라니. 우리 사니가 좋은 거지.”
“呀啊啊!发情什么的。我们伞只是觉得好。”
그렇게 말하면서 우영이가 입술을 쭉 내밀고 또 뽀뽀하려 달려드는 걸 간신히 밀어냈다. 아무한테나 들이대는 가벼운 입술이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잔뜩 삐진 티를 냈다. 물론 싫어서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얘는 스킨십이 잦아도 너무 잦았다. 요즘엔 얘가 너무 시도 때도 없이 하자고 해서 좀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오늘도 우영이가 발정이 났는지 눈 뜨자마자 자꾸 섹스하자고 졸라서 얼마나 진땀 뺐는지. 다른 애들 앞에선 “하자, 하자.” 이러길래 그냥 “어, 게임 하자고? 나중에, 어 나중에.” 이렇게 둘러대긴 했는데 갑자기 정우영이 머리통을 와악 깨물어버려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한바탕 개싸움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友荣이가 입술을 쭉 내밀고 또 뽀뽀하려 달려드는 걸 간신히 밀어냈다. 아무한테나 들이대는 가벼운 입술이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잔뜩 삐진 티를 냈다. 물론 싫어서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얘는 스킨십이 잦아도 너무 잦았다. 요즘엔 얘가 너무 시도 때도 없이 하자고 해서 좀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오늘도 友荣이가 발정이 났는지 눈 뜨자마자 자꾸 섹스하자고 졸라서 얼마나 진땀 뺐는지. 다른 애들 앞에선 “하자, 하자.” 이러길래 그냥 “어, 게임 하자고? 나중에, 어 나중에.” 이렇게 둘러대긴 했는데 갑자기 郑友荣이 머리통을 와악 깨물어버려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한바탕 개싸움 했다.
고등학생들 몇몇은 이미 우리 둘을 그렇고 그런 사이로 알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변명 해봤자 지들 좋을 대로 생각해버리니까 딱히 정정하는 말은 안 했는데. 요게 정정하자니, 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해줘야 할지 애매해져서 말을 못 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섹스는 한단 말이지. 이걸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다른 애들 있을 때는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까도 주호 있을 때 자꾸 키스하자고 졸라서 주둥이를 입술 대신 손바닥으로 찜질해줬다.
高中生们有些已经认为我们俩是那种关系了。即使解释说不是那样,他们也会按照自己的想法去理解,所以我也没特别去纠正。要是纠正了,那我们到底是什么关系就变得很模糊了,所以也没法说清楚。虽然不是那种关系,但我们确实有发生关系。这要怎么解释呢?我已经跟他说过好几次了,在其他人面前不要这样,但刚才在钟浩面前他又一直缠着要亲吻,所以我只好用手掌捂住他的嘴巴。
“애들이 자꾸 이상하게 보잖아.” “孩子们总是用奇怪的眼神看着我。”
“앙? 산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거 다 편견이야.”
“昂?伞啊。现在都什么时代了?那都是偏见。”
“나도 편견 있어.” “我也有偏见。”
“그렇게 안 봤는데. 산이 꼰대네?”
“没想到啊。伞是个老古板?”
“자꾸 그럼 앞으로 섹스 안 한다.”
“再这样的话以后就不做了。”
“아 왜.” “啊,为什么。”
그래서, 요즘 하는 생각인데…. 우리 우영이. 요즘 선을 자주 넘거든….
所以,最近我在想……我们友荣最近经常越界……
…슬슬, 섹파 말고. 애인을 찾는 게 나을 것 같단 말이야.
…慢慢地,我觉得还是找个恋人比找个炮友好。
섹파. 섹스 파트너. 그래 섹스하고 싶을 때 섹스만 하는 파트너. 그건 구질구질할 것도 없고 다 좋다. 문제는 내가 구질구질해서 말이야. 정우영은 파트너고 애인이고 딱딱 나누는 게 되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라서 섹파랑 애인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없고 한쪽에 힘을 너무 많이 쏟기에 우영이의 괜한 행동 하나에 의미부여를 한다.
炮友。性伴侣。对,就是想做爱的时候只做爱的伴侣。这没什么好纠结的,一切都很好。问题在于我自己纠结。郑友荣可以把伴侣和恋人分得很清楚,但我做不到,所以炮友和恋人不能同时存在,而且我对一方投入太多精力,以至于对友荣的一个无心之举都赋予了意义。
우영이가 워낙 싹싹하고 아무한테나 다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계를 가질 때 매너가 아주 남달랐다. 전희도 섹스도 후희도 어 얘가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나? 착각할 정도로 다정했다. 매너가 **같은 것보다야 나은 것 같긴 한데. 그런 선 넘는 행동들이 나한테는 독이 돼서, 나까지 선을 넘게 된다.
友荣平时就很随和,对谁都很好,所以在亲密关系中他的礼貌也非常特别。无论是前戏、性爱还是后戏,他都温柔得让人误以为他对自己有特别的感情。虽然比起那些没礼貌的人来说,这样要好得多,但这些越界的行为对我来说却是毒药,让我也不自觉地越界。
그래서 언젠가 우리 집에서 갑자기 불이 붙은 날. 유독 다정하길래, 그리고 그날이 내 생일인 걸 아득해지는 의식 너머에서 기억해 냈을 때, 우영이 붙들고 괜히 집요하게 굴어봤다. 영아? 사랑해. 어? 그런데도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없는 거다.
所以有一天我们家突然着火的那天。因为他特别温柔,而且当我在模糊的意识中记起那天是我的生日时,我抓住了友荣,故意纠缠他。友荣?我爱你。嗯?可是他始终没有说爱我。
사랑한다고 꼭 해야 해? 一定要说我爱你吗?
나신으로 누워 우영이를 빤히 바라봤는데 우영이는 천천히 눈을 맞추며.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엎드린 채 두 팔에 고개를 묻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我赤裸着躺着,直直地看着友荣,友荣慢慢地对上了我的眼神。用眼神这样说道。趴着把头埋在双臂里,静静地望着窗外。
사랑한다니까. 我爱你。
우영아. 우리 몸은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내 마음은? …네 마음은? 그전에. 우리는 뭐지? 우영이가 달려드는 게, 그냥 몸이 외롭고 섹스가 고파서 달려든다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아서 내가 이제 우리 그만 자자고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友荣啊。我们的身体如此相爱,但我的心呢?……你的心呢?在那之前。我们是什么?友荣扑过来的样子,我怎么也无法相信只是因为身体寂寞和渴望性爱而扑过来的,所以当我说我们不要再睡在一起时,得到的回答总是。
“진짜, 왜? 산이 너도 좋잖아.”
“真的,为什么?伞你也喜欢啊。”
라는 대답뿐이었다. 只是这样的回答。
이게 좋고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니? 우영이한테 뚱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해 돌려주니 우영이가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또 그 입만 벙긋거렸다.
这不是好不好问题吧?我用一副不高兴的表情回答了友荣,友荣则一副不明所以的样子,耸了耸肩,又张了张嘴。
오늘도 똑같지. 今天也一样。
최산 고객님. 오늘은 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세요? 우영이가 살살 웃으며 팔을 쭈물거리기에, 다 마음에 안 들어. 대충 대답해주고 나니 우영이의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崔伞顾客。今天又有什么不满意的呢?友荣笑眯眯地揉着胳膊,什么都不满意。我随便回答了一句,友荣的眼睛快速地眨了眨。
“그럼, 뽀뽀해줘.” “那就,亲亲吧。”
이잉. 빨리이. 우영이의 입술이 쪽! 하고 입술 위에 짹짹 소리를 내고 달아난다. 가벼운 버드 키스가 몇 번이나 붙었다 떨어졌다. 한번은 고개를 돌려 피해냈는데, 피하고 나니 우영이가 두 볼을 단단히 잡고 입술을 들이밀어서 나머지는 고스란히 받아냈다. 침 범벅에 입술을 벅벅 닦아내며 하지 마. 신경질을 내니까 우영이가 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하지 마?” 묻는다.
咿咿。快点。友荣的嘴唇啵!地在嘴唇上发出啾啾的声音然后跑开了。轻轻的鸟吻几次贴上又离开。有一次我转过头躲开了,但躲开后友荣紧紧抓住我的两颊,把嘴唇凑过来,剩下的全都接住了。我用唾沫擦了擦嘴唇,说不要这样。当我发脾气时,友荣用滴着蜜的眼神问:“不要这样?”
“어.” “哦。”
영아. 있잖니, 생각을 해 봤단다. 섹파, 다 좋지. 우리 섹파 맞지. 그런데 말이야. 사랑한다고 말만 안 하지 이미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보다도 더 진하고 끈적하게 지내고 있잖아?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 기류는 그냥 동네 불알친구의 기류가 아냐. 애초에 같은 거 달린 동네 친구랑은 섹스 안 한다. 너 생각해봐라. 김동우랑 그 짓 할 수 있니? 난 못 해. 일단 그 새끼 얼굴이 마늘 빻아 놓은 것처럼 생겼어. 이해가 돼? 다진 마늘 같다고. 난 적어도 통마늘이랑 고추 비비고 싶거든? 그래서 혼자 결론을 내기는 냈다. 우영아. 내가 생각해도 소름이 돋긴 했는데, 우리말이야.
友荣啊。你知道吗,我想过了。炮友,挺好的。我们是炮友,对吧。但是啊,不说爱你,我们已经比爱人还要亲密了,不是吗?我们之间的这种气氛可不是普通朋友之间的气氛。根本不会和普通朋友做那种事。你想想看,你能和金东宇做那种事吗?我不行。首先,那家伙的脸长得像捣碎的大蒜。你明白吗?就像剁碎的大蒜。我至少想和整颗大蒜和辣椒混在一起。所以我自己得出了结论。友荣啊,虽然我自己想想也觉得起鸡皮疙瘩,但我们啊。
“영아. 그럼 우리 사귀자고.” “友荣。那我们交往吧。”
“…싫어.” “…讨厌。”
“이 씨. 나 또 차였네. 또, 또 차네. 영아, 뭐 니가 축구선수냐? 맨날 그렇게 뻥뻥 차게?”
“这家伙。我又被甩了。又、又被甩了。友荣,你是足球运动员吗?每天都这样踢来踢去的?”
“어렸을 때. 장래희망. 축구선수.” “小时候。未来的梦想。足球运动员。”
“니 발로 공차면 홈런이라매. 야 누구는 너 좋아하는 줄 아냐? 그래서 니 이쁘다고 맨날 고백하고 차이는 줄 아냐고.”
“你踢球就像打全垒打。喂,有人以为你喜欢他吗?所以才每天跟你告白然后被拒绝吗?”
“어, 아냐?” “哦,不是吗?”
“어 아니거든? 완전 아닌데.” “哦,不是吧?完全不是。”
“우리 산이. 귀엽네. 이런 것도 꼴리고 그래.”
“我们伞。真可爱。这样也能让人心动。”
그래, 거기서 도출해낸 결론이. 결국엔 우리 둘이서 연애 한번 해보자는 거였다. 그것 밖에는 답이 나오질 않았다. 우영아. 이럴 거면 너랑 나랑 둘이서 연애하자고. 그랬더니. 정우영이 딱 잘라 거절한 거다. 벌써 다섯 번째다. 오해하지 말아라. 아직 월초인데 이번 달에만 다섯 번째라는 거다. 얘가 섹스하자고 조를 때마다 사귀자고 하니깐은.
그래, 거기서 도출해낸 결론이. 결국엔 우리 둘이서 연애 한번 해보자는 거였다. 그것 밖에는 답이 나오질 않았다. 友荣啊. 이럴 거면 너랑 나랑 둘이서 연애하자고. 그랬더니. 郑友荣이 딱 잘라 거절한 거다. 벌써 다섯 번째다. 오해하지 말아라. 아직 월초인데 이번 달에만 다섯 번째라는 거다. 얘가 섹스하자고 조를 때마다 사귀자고 하니깐은.
“우영아 너는 뭐가 문제냐.” “友荣啊,你到底有什么问题。”
“산아. 너 진짜 나 좋아하냐?”
“伞啊。你真的喜欢我吗?”
“…싫은데 고추 빨아주냐?” “…不喜欢的话还会帮你口吗?”
“근데 산아. 산아. 오 초 전에 누군 너 좋아하는 줄 아니? 그랬잖아.”
“可是伞啊,伞啊。五秒钟前有人说喜欢你,你知道吗?你说过的。”
“어. 이제부터 싫어할 거다. 나 앞으로 너랑 섹스 안 한다.”
“哦。从现在开始我会讨厌你。我以后不跟你做爱了。”
매번 까이는 나도 문제지만 그걸 까는 정우영, 너도 문제다. 내가 지금 정우영이라고 불렀지? 내가 니 성 붙여서 불렀다. 이거 심각한 거다 우영아. 정말 단 한 번을 “그래.” 라고 대답한 적이 없어서 이제는 무슨 밈인가, 장난으로 고백하고 까는 게 우리 둘 사이에서 무슨 유행처럼 변했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가도 우영이가 진짜 싫으니까 날 까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每次被拒绝的我也有问题,但总是拒绝我的郑友荣,你也有问题。我刚才叫你郑友荣,对吧?我还加上了你的姓。这可是很严重的事,友荣啊。你一次都没有回答过“好。”,所以现在我都觉得这是什么梗了。我们之间像是流行一样,开玩笑地告白然后被拒绝。我忍不住想,友荣是不是因为真的讨厌我才拒绝我的。
…근데 뭐가 싫은 거지? 나? 근데 내가 싫은데, 정우영. 어?
……但是你讨厌什么呢?我吗?但是你讨厌我,郑友荣。嗯?
“안 돼 그건.” “不行,那不行。”
그런 눈으로 볼 일건 뭐야? 우영이의 쌍꺼풀 없는 눈이 끔뻑, 나를 향했다. 동그랗게 뜨인 눈이 한참을 구르다 아래로 뚝 떨어졌다.
用那种眼神看什么?友荣那没有双眼皮的眼睛眨了眨,望向了我。圆圆的眼睛转了好一会儿,然后突然垂了下来。
우영이는 눈이 옆으로 쭉 찢어져서 삼백안이라. 자칫 잘못하면 그런 의도가 아닌데도 기분이 나빠 보일 때도 있고 마냥 착한 얼굴은 아닌데(이건 내가 더 심하긴 하다.) 그 속을 가만 들여다보면 또 엄청 순한 얼굴이 있다. 동그랗게 뜨여서 그 두꺼운 입술이 또 동그랗게 뜨일 때. 각진 얼굴이면서 다 동그라미가 될 때 그렇게 순해 보인다.
友荣的眼睛细长,显得有些三白眼。有时候即使他没有那个意思,也会看起来有点不高兴的样子。他的脸并不是那种看起来特别善良的类型(其实我更严重)。但如果你仔细观察他的内心,就会发现他其实有一张非常温顺的脸。当他睁大眼睛,那厚厚的嘴唇也微微张开的时候。虽然他的脸型有些棱角分明,但在那一刻却显得非常温柔。
그 순한 얼굴이 내게 향했다. 눈까지 착하게 뜨고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저 눈에 속아 몇 번을 넘어갔는지 모른다. 이제 다 그만두자고 화를 내도 우영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똑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애원했다. 지금처럼 지가 더 상처받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눈이 나를 향하니 가슴께가 울렁거렸다. 눈을 착하게 뜬 우영이를 가만 보고 있으니 열일곱 살 우영이가 나 버리지 마. 라고 울면서 애원하던 때가 생각났다.
那张温顺的脸朝向了我。连眼睛都温柔地睁着,只是久久地看着我。我不知道自己被那双眼睛骗了多少次。即使我生气地说要结束这一切,友荣也会用那种随时可能掉下眼泪的眼神恳求我。就像现在一样,他用那种受伤更深的眼神直直地看着我。我不知道那双眼睛里藏着什么,但当它们看向我时,我的心脏不禁颤动起来。看着睁着温柔眼睛的友荣,我想起了十七岁的友荣哭着恳求我不要抛弃他的时候。
.
.
우리 관계는 어디쯤 왔지?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我们的关系到了哪里?我们从哪里开始出错了呢?
아니. 이게 잘 못 된 걸까.
不。这是错的吗。
잠깐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그건 잘못된 게 아니잖아.
暂时迷路了,不是吗?那并没有错。
맞는 길을 찾는다면. 如果找到正确的道路。
그렇다면. 那么。
우영아. 友荣啊.
.
.
고등학생 때, 정우영 니가 무슨 야구야.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우영이가 잘 되기를 빌었다. 나는 몰라도 너는 잘되어야지 우영아. 우영이 선발 경기도 다 따라가고, 아침 훈련 간다고 일찍 간다는 거 졸려 죽겠는데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따라가고. 관심은 요만큼도 없지만, 우영이 운동하는 것도 다 봐주고. 지금 와 보면 그건 다 내가 정우영을 좋아해서, 그래서 그런 거였는데. 잠을 이겼다는 거, 인정 아니냐. 우영이랑 그렇게 둘이서 지내던 시간들이 참 좋았다.
高中时,我总是对郑友荣说:“你打什么棒球啊。”但我比任何人都希望友荣能成功。即使我不行,你也一定要成功啊,友荣。我跟着去看友荣的每一场比赛,早上训练的时候,虽然困得要死,但还是勉强跟着去了。虽然我对棒球一点兴趣都没有,但还是看了友荣的每一场训练。现在回想起来,那都是因为我喜欢郑友荣,所以才那样做的。能战胜困意,这不是很明显吗?和友荣一起度过的那些时光真的很美好。
우영이는 알아주는 타자였는데. 그라운드에 서서 배트를 고쳐 잡던 모습이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흙먼지 폴폴 날리는 그 그라운드가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지금도 날씨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야구장이 떠오르고, 곧바로 우영이가 그 한가운데 서서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걸로 사람을 패는, 그런 우영이보다도 더 먼저.
友荣是公认的击球手。站在球场上重新握住球棒的样子永远无法忘记。尘土飞扬的那个球场到底有什么好,让他那么喜欢。现在天气好的时候,自然而然地会想起棒球场,紧接着就会浮现出友荣站在正中央挥舞球棒的样子。比起用那个打人的友荣,这个画面更先浮现。
입술을 깨물며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또 물었다. 담배 말린다. 담배. 달달한 사탕 말고, 입안 가득 목구멍 가득 매캐한 담배. 내 머릿속처럼 그저 뿌옇기만 한. 그런 담배가 물고 싶었다.
咬着嘴唇,从口袋里拿出一颗糖果又含在嘴里。戒烟。香烟。不是甜甜的糖果,而是满嘴满喉咙都是呛人的烟味。就像我脑子里那样一片模糊。我想叼着那样的香烟。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 웃음이 지워지고 나면 진짜 우영이가 나온다. 지금처럼 웃지 않는 우영이가. 그냥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우영이가 나온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데 그 속이 엉망진창일 건 당연해서, 입안에서 굴리던 사탕을 이로 깨부숴버렸다. 와그작, 하고 입안에서 반쪽이 났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 웃음이 지워지고 나면 진짜郑友荣이가 나온다. 지금처럼 웃지 않는郑友荣이가. 그냥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郑友荣이가 나온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데 그 속이 엉망진창일 건 당연해서, 입안에서 굴리던 사탕을 이로 깨부숴버렸다. 와그작, 하고 입안에서 반쪽이 났다.
네 속을 내가 전부 꺼내 볼 순 없지만. 우영아. 너도 나만큼 엉망이겠지. 어, 그렇지. 너는 금연도 안 하니까, 뻑뻑, 담배를 태우는 이유가 있을 거다. 아그작, 반쪽 난 사탕이 또 입 안에서 갈렸다.
我不能完全看透你的内心。友荣啊。你也和我一样混乱吧。嗯,对吧。你连戒烟都不做,一定有抽烟的理由。咔嚓,半颗糖果又在嘴里碎了。
우영이는 아마도. 友荣可能会。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기 싫은 게 아니고 그 시절이 싫은 것뿐이겠지. 네가 야구를 할 수 없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 시절이 싫은 거겠지. 만약 우영이가 그때 야구를 더 할 수 있었다면. 그러니까 야구를 하던 그 시절이라면 돌아가고 싶겠지.
不想回到高中时代,并不是讨厌那个时代,而是讨厌那个时期的某些事情。你不能打棒球。你必须接受这个事实。你讨厌的就是那个时期。如果友荣那时候还能继续打棒球的话,也就是说,如果是打棒球的那个时期,你应该会想回去吧。
“우영아. 화내지 말고 들어 봐.”
“友荣啊。不要生气,听我说。”
“그렇게 시작하는 말은 듣다 보면 화가 나던데.”
“那样开始的话听起来会让人生气。”
“일단 들어 봐라 쫌. 나 진지하거든 영아.”
“先听我说嘛。友荣,我是认真的。”
“뭐가 진지해.” “什么这么认真。”
“내가 요즘 생각을 해봤는데…. 아줌마들, 상대하는 그런 거. 돈 많이 버나?”
“我最近在想……大妈们,做那种事。能赚很多钱吗?”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영이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옆에 있는 전봇대를 빡! 걷어찬다. 아 깜짝이야. 그러다 다리도 다치겠네. 깜짝 놀라서 일어난 우영이 팔을 끌어당기니 우영이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를 냉하게 내려다본다.
话还没说完,友荣就猛地从座位上站起来,一脚踢向旁边的电线杆。啊,吓我一跳。这样会伤到腿的。我被吓得赶紧拉住站起来的友荣的胳膊,友荣皱着眉头冷冷地看着我。
나한테는 늘 웃어주니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우영이 화를 낸다? 내가 아는 정우영 설명서엔 없는 말이다. 정우영이 삐졌다. 가 아니고 화낸다. 화를 내는 우영이는 확실히 낯설다. 웬만해선 화를 잘 안 내는 애가 표정을 풀 생각도 안 하고 대놓고 화가 난 티를 내면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얼굴을 못 보겠네. 이 와중에 끈질기게 눈을 마주치려 드는 우영이의 눈을 피하니 우영이 손이 내 턱 아래로 불쑥 들어와 턱을 꽉 붙잡고 제 쪽으로 당겼다. 아잇, 아파. 우영이 팔을 억지로 잡아 내리려니 이번엔 내 두 팔을 꽉 붙잡는다. 이건 차마 못 피해서 우영이가 끄는 대로 질질 끌려갔다.
对我来说,他总是笑着面对我。在这种情况下,我真的不知道该怎么办。郑友荣生气了?在我所了解的郑友荣的性格说明书里,这根本不存在。郑友荣生气了,不是闹脾气,而是真的生气了。生气的友荣确实很陌生。平时不怎么生气的他,这次不仅没有打算放松表情,反而明显表现出愤怒的样子,老实说,我真的很慌张。我不敢看他的脸。在这种情况下,我避开了友荣那执着想要对视的眼神,结果友荣的手突然伸到我的下巴下,紧紧抓住我的下巴,把我拉向他。啊,疼。我试图强行拉下友荣的手臂,这次他却紧紧抓住了我的双臂。我实在无法躲避,只能被友荣拖着走。
“…아 왜 또.” “…啊,为什么又这样。”
“왜 또? …씨발. 다시 말해봐. 왜 또?”
“为什么又这样?……操。再说一遍。为什么又这样?”
“아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한 말인데. 야. 우영아. 그래도 나한테 말 그렇게 하지 마. 씨발이 뭐냐?”
“啊,没什么。只是觉得应该做点什么,所以随便说了句。喂,友荣啊。即使这样也别那样对我说话。‘操’是什么意思?”
“최산. 니 지금 진지하다며.” “崔伞。你现在是认真的吧。”
“진지한 거 맞거든. 아 우찌라고.”
“我是认真的。啊,怎么办。”
“그런 새끼가 몸을 판다, 어쩐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
“那种家伙出卖自己的身体,真是荒唐得说不出话来……”
“아! 언제까지 사람 패면서 돈 벌건데.”
“啊!你还要靠打人赚钱到什么时候。”
내 말에 우영이의 표정이 왁왁 구겨졌다. 내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고 우영이도 순간 할 말을 잃은 게 분명했다. 우영이가 한숨을 내쉬며 내 팔을 잡았던 손에 꽈악 힘을 줬다가 스르륵 놓아버렸다. 우영이 쪽으로 눈을 흘기며 턱을 문지르니 우영이가 손을 뻗어 아까 세게 쥐었던 볼이며 턱이며 제 손으로 한참을 쓰다듬었다. 거칠거칠해 정우영, 네 손. 입술을 내밀고 투덜거리니 우영이가 머쓱해하며 볼을 손가락으로 꼬집고 떨어졌다. 내게서 멀어지는 우영이 손이 눈에 들어왔다. 우영이의 손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굳은살 투성이였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해. 마냥 예쁘지는 않은 손.
我这么一说,友荣的表情立刻皱了起来。我的话也不是完全没有道理,友荣显然一时语塞。友荣叹了口气,紧紧抓住我手臂的手又松开了。我瞥了友荣一眼,揉了揉下巴,友荣伸出手,轻轻抚摸着刚才用力捏过的脸颊和下巴。粗糙的手啊,郑友荣。嘟起嘴抱怨了一句,友荣不好意思地用手指捏了捏我的脸颊,然后松开了。我看着友荣离开的手,那双手一眼就能看出满是老茧。这里那里,凹凸不平的。并不是一双漂亮的手。
우영이가 야구 배트를 안 놓는 이유가 있을 거야 그치.
友荣一定有不放下棒球棒的理由,对吧。
“최산. 다른 사람이랑 섹스하지 마.”
“崔伞。不要和别人发生关系。”
“뭔. 나 너랑만 자는데?” “什么。我只和你一起睡吗?”
“거짓말.” “谎言。”
“넌 연애도 많이 했잖아. 걔내랑은 안 잤니?”
“你不是也谈过很多恋爱吗?你没和他们睡过吗?”
“안 잤어.” “没睡。”
“저기요. 정우영 씨? 그대. 그렇게 밥 먹듯이 하고 그러면, 꼬에 털 납니다. 저랑 사귀시는 건 싫은데 왜 갑자기 제 섹스 라이프에 관여하시죠?”
“喂。郑友荣先生?你啊。这样随便吃东西的话,会长毛的。你不想和我交往,为什么突然干涉我的性生活?”
“산아. 생각해봐. 있잖아. 내가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 막. 자고 그래도 괜찮아?”
“伞啊。想想看。你知道吗。如果我和你以外的其他人睡觉。你会没关系吗?”
“어? 어.” “啊?啊。”
“이봐요 산이 씨. 거짓말하지 마세요.”
“喂,伞先生。不要撒谎。”
“뭔 말만 하면 다 거짓말이래.”
“说什么都是谎言。”
“아무튼, 그러지 마.” “总之,不要这样。”
“나는 우영이. 너 좋아해서 안 그러는데.”
“我是友荣。我是因为喜欢你才这样的。”
“……아무튼.” “……无论如何。”
우영이가 한숨을 쉬며 제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었다. 쩝 입맛을 다시던 우영이는 그 커다란 입을 일자로 쭈욱 그었다. 이와중에 우영이의 찡그린 표정이 섹시해 입술을 축였다. 나 정우영 얼빠거든, 안 믿긴다고? 믿지 마라. 내가 저런 얼굴을 참 좋아해요.
友荣叹了口气,用手指轻轻挠了挠自己的脸颊。啧,友荣咂了咂嘴,把那张大嘴抿成了一条直线。即使在这种情况下,友荣皱着眉头的表情也很性感,他抿了抿嘴唇。我,郑友荣,就是个颜控,不信吗?那就别信。我就是特别喜欢那样的脸。
우리 우영이. 이런 표정도 참 이뻐. 우영이의 찢어진 눈이 오늘따라 더 섹시해 보였다. 요즘은 살도 많이 빠져서 턱선도 날이 갈수록 살아나고 있었다. 티셔츠 아래로 우영의 잘빠진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꿀꺽. 침을 삼킬 때 꿈틀거리는 목울대도 좋아한다. 곧게 뻗은 우영의 다리까지 수퍼 그레잇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저런 다리를 좋아하고, 저런 몸도 좋아한다.
我们友荣。这种表情也真漂亮。友荣那双细长的眼睛今天看起来格外性感。最近他瘦了很多,脸部线条也越来越明显了。T 恤下友荣那修长的脖颈映入眼帘。咕咚。我也喜欢他吞咽时喉结的颤动。友荣那笔直的双腿也超级棒。所以我喜欢那样的腿,也喜欢那样的身体。
짜증 나네 우영아. 나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너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개 나쁜 새끼 정우영 좋아하는 거 생각해보니 진짜 억울하다.
真烦人啊,友荣。我从头到脚都喜欢你。想到喜欢你这个混蛋郑友荣,真是太委屈了。
“이기적이다.” “自私。”
“산아. 담배 한 대만 더 태우고 집 가자.”
“伞啊。再抽一根烟我们就回家吧。”
“우영아. 너 진짜 이기적이야.” “友荣啊。你真是太自私了。”
“……알아.” “……知道。”
내가 우영이한테서 안 좋아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우영이는 내 어디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지 모르겠다. 이기적인 정우영. 욕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데 진짜로 욕해버릴 수는 없어서 소심하게 입 모양으로 욕을 중얼거리는 게 다였다. 우영이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가 나를 힐끔 보더니 놀고 있는 내 손을 끌어서 덥석 잡았다. 얼씨구 얘 봐라?
我对友荣没有什么不喜欢的地方,但友荣却不知道我哪里让他这么不满意。自私的郑友荣。骂人的话已经到了喉咙口,但我真的不能骂出口,只能小心翼翼地用嘴型默默地骂。友荣从口袋里掏出香烟叼在嘴里,瞥了我一眼,然后抓住了我闲着的手。哎哟,这家伙?
“어? 우영이 지금 끼 부리네.”
“哦?友荣现在在撒娇呢。”
“내가 언제 끼를 부렸다고.” “我什么时候撒娇了。”
“손은 왜 잡고 있는데? 그리고 나 금연하거든. 너도 해.”
“手为什么还握着?而且我已经戒烟了。你也戒吧。”
“싫은데. 싫은데.” “我不想。我不想。”
“얄미워, 씨.” “真讨厌,真是的。”
우영이가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흔들었는데 힘이 어찌나 센지 얘가 잡은 손이 빠지질 않았다. 우영이는 성질을 내는 내 말에는 대꾸도 없이 내 손을 끌어당겨 자기 야구점퍼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내가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은 또 들어줄 생각인지 담배에 불을 붙이지는 않고 또 멀쩡한 캡슐만 잘근잘근 씹고서 골목길 벽에 등을 기댔다.
友荣抓住的手想要甩开,但他的力气太大了,抓住的手怎么也挣脱不开。友荣对我发脾气的话不予理会,直接把我的手拉进了他的棒球夹克口袋里。我说不要抽烟的话他倒是听进去了,没有点烟,只是咬着完好的烟囊,靠在小巷的墙上。
놔라. 어? 놔라. 정우영 놓으라고.
放开。嗯?放开。郑友荣,我叫你放开。
잡는 것도 그냥 안 잡고 소름 돋게 깍지까지 끼는 것인지 마디마디 땀이 찬다. 이제 좀 있으면 야구점퍼도 벗을 날씨고, 난 남자 손 잡는 거 안 좋아해. 우영아 듣고 있니?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우영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있었다. 우영아 니 불알 친구가, 불알도 만지는 친구가 말을 하면 듣고 좀 그래라. 금쪽이 같으니라고. 니보다 몇 개월은 더 밥 먹은 행님이 말씀하시는데. 그래, 아직은 조금, 쌀쌀한 날씨긴 해. 삼한사온인가, 뭔가, 그.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 뭐 거기에서 삼일중 가운데 날쯤 되는 추위가 덮칠 시기 있잖아…….
抓住的时候不仅仅是抓住,还要十指紧扣,真是让人起鸡皮疙瘩,指节间都冒汗了。再过一会儿,天气就热得可以脱掉棒球夹克了,我可不喜欢和男生牵手。友荣啊,你在听吗?我解释了这么多,友荣却装作没听见。友荣啊,你的好兄弟,连那种事都一起做的兄弟在说话,你就不能听一下吗?真是像金贵的宝贝一样。比你多吃了几个月饭的哥哥在说话呢。是啊,现在天气还是有点凉。三寒四温吗,什么的。三天冷四天暖,差不多就是那三天中间的冷天要来了……。
모두 다 변명이고 사실은 우영이랑 손잡은 게 좋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所有的都是借口,事实上是因为和友荣牵着手感觉很好,所以只能静静地待着。
“우영아.” “友荣啊。”
“응.” “嗯。”
“너는 나 안 좋아하냐.” “你不喜欢我吗?”
“… ….” “……”
“그럼 나 말고 다른 애랑 자.”
“那就和别人睡吧。”
“싫어.” “讨厌。”
“나도 싫어.” “我也讨厌。”
우영이를 꽉 붙잡은 손 아래로 정우영의 굳은살이 박인 손이 느껴졌다. 손바닥을 살살 문지르다가 손가락을 빼내어 딱딱한 부분을 매만지니 우영이가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손을 흔들더니 다시 손을 깍지 껴 잡았다. 끼 부리지 말라니까 그러네. 뭐 남 주긴 싫고 니 먹긴 싫고. 그런 거니? 이게 어장이지 뭐냐.
紧紧抓住友荣的手下,感觉到了郑友荣手上的老茧。轻轻地揉搓着他的手掌,然后抽出手指,抚摸着那硬硬的部分,友荣有些神经质地甩了甩手,然后又十指紧扣地握住了我的手。叫你别耍花招你还真耍了。什么,既不想给别人也不想自己吃。是这样吗?这不就是钓鱼吗?
우영이가 이렇게 애매하게 나올 때마다 짜증이 막 치솟다가도….
每当友荣这样模棱两可的时候,我的烦躁感就会猛然上升……
“너. 아직 야구하고 싶지.” “你。还想打棒球吧。”
“… ….” “……”
“나 진짜 군대 갈까.” “我真的要去当兵吗。”
“……왜.” “……为什么。”
“갔다 와서 대학도 갈까.” “去完之后要不要上大学。”
“… ….” “……”
“그러면 그때는 정우영이 나랑 사귀어 주나.”
잘근잘근 씹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내며 우영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담배 그냥 물어라. 내 말에 우영이는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우영이가 왼쪽 손으로 내 주머니를 뒤져 막대사탕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사탕 어떻게 까게? 물으려다 우영이가 사탕 껍질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로 사탕 껍질을 잡아 뜯는 게 불편해 보이고 아니 솔직하게는 좀 없어 보여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했더니 우영이가 손을 못 빼게 꾸욱 깍지를 단단히 끼고는 사탕을 뜯었다.
잘근잘근 씹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내며 우영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담배 그냥 물어라. 내 말에 우영이는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우영이가 왼쪽 손으로 내 주머니를 뒤져 막대사탕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사탕 어떻게 까게? 물으려다 우영이가 사탕 껍질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로 사탕 껍질을 잡아 뜯는 게 불편해 보이고 아니 솔직하게는 좀 없어 보여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했더니 우영이가 손을 못 빼게 꾸욱 깍지를 단단히 끼고는 사탕을 뜯었다.
잘근잘근 씹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내며友荣이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담배 그냥 물어라. 내 말에友荣이는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友荣이가 왼쪽 손으로 내 주머니를 뒤져 막대사탕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사탕 어떻게 까게? 물으려다友荣이가 사탕 껍질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로 사탕 껍질을 잡아 뜯는 게 불편해 보이고 아니 솔직하게는 좀 없어 보여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했더니友荣이가 손을 못 빼게 꾸욱 깍지를 단단히 끼고는 사탕을 뜯었다.
“산아아. 사탕 한 개만 더 먹고 진짜 일어나자.”
“伞啊啊。再吃一颗糖我们真的就起床吧。”
“섹스 안 한다고.” “我不想做。”
“아씨 왜? 나 존나 잘하잖아.”
“阿西,为什么?我明明做得很好啊。”
“아니? 조루랑 섹스 안 하는데요.”
“不是吗?我没有和조루做爱。”
“응? 누구? 설마 나? 누구 이야기지?”
“嗯?谁?难道是我?在说谁呢?”
“우영아. 오늘은 내가 좀 올라가야겠다.”
“友荣啊。今天我得上去一趟。”
“오. 뒤집을 수 있음 뒤집어 보시지.”
“哦。能翻盘的话就试试看吧。”
원래 위아래 잘만 양보하던 정우영이 오늘은 무슨 일로 한 마디를 안 지실까. 빈정거리니 우영이가 허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처박는다.
原来上下都能好好让步的郑友荣今天怎么一句话都不说。讽刺地说着,友荣搂住腰,把头埋了进去。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산이는 아래에 있을 때 더 섹시해.”
“别的不说,我们伞在下面的时候更性感。”
우영이는 내 짜증을 묵묵히 받아주다가도 한 두 번씩 ‘그만해라.’ 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렇게 기싸움만 몇 개월째 이어졌다. 이건, 네가 답을 주면 끝나는 일인데. 우영이는 이 지저분하기만 한 우리 사이를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회피하는 기술이 남달라 우리 사이는 멈추어 있었다. 근데 우영아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지 않니. 피한다고 다 피해지는, 그런 건 오래전에 지난 것 같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友荣默默地接受了我的烦躁,但偶尔也会发出“够了”的信号。就这样,我们的心理战持续了几个月。这件事,只要你给个答案就能结束了。友荣并不想定义我们这段混乱的关系。他逃避的技巧非同一般,所以我们的关系停滞不前。可是友荣啊,我们已经走得太远了,不是吗?逃避并不能解决一切,这种事情早就过去了。我已经好几次告诉你我喜欢你了。
“정우영 대답할 때도 됐는데. 그치?”
“郑友荣,现在也该回答了吧。对吧?”
“… ….” “……”
“우영아.” “友荣啊。”
“… ….” “……”
“알고 있으면서 왜 맨날 모른 척해?”
“明明知道,为什么总是装作不知道?”
“…아니. 그래서 싫다고 했잖아. 근데 왜 자꾸 묻냐.”
“……아니. 그래서 싫다고 했잖아. 근데 왜 자꾸 묻냐.”
“사귀는 건 싫다며.” “你不是说不想交往吗。”
“알고 있네. 그게 내 대답이야. 싫어. 산아. 난 너랑 안 사귈 거야.”
“知道了。这就是我的回答。不行。伞啊。我不会和你交往的。”
“내가 말하는 거 그거 아닌데? 너도 알잖아.”
“我说的不是那个吧?你也知道的。”
내가 말을 이어 갈수록 우영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영이가 작게 씨발, 읊조리는 거 하나 놓치지 않고 “나도 씨발이다.” 해주니 우영이가 혀를 빼고 씨발 씨발. 내뱉는다. 미운 말만 골라서 하지. 욕도 하지 마. 정우영, 너 입 예쁘게 써. 우영이가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돌리며 어깨를 으쓱- 거리는데 지금은 그런 거 하나도 안 예뻐 보였다. 내가 존나 좋아하는 얼굴이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 미웠다.
我继续说下去的时候,友荣的表情变得阴沉了。友荣小声地骂了一句“操”,我一句不落地听到了,“我也操。”我回应道。友荣吐了吐舌头,又骂了几句“操操”。他总是挑难听的话说。别骂了,郑友荣,你要好好说话。友荣转动着嘴里含着的糖,耸了耸肩,但现在这一切看起来一点都不讨喜。即使是我非常喜欢的那张脸,在这一刻也显得非常讨厌。
“정우영. 대답해, 지금.” “郑友荣。回答我,现在。”
“대답.” “回答。”
“장난 치지 말고.” “别开玩笑了。”
“뭔데.” “什么。”
“우리 이제 섹스하지 말자고.” “我们以后不要再做爱了。”
“… ….” “……”
“우리 섹파 쫑내던가 사귀던가. 둘 중 하나 골라.”
“我们要么结束炮友关系,要么交往。二选一。”
“……둘 다 싫어.” “……两个都不喜欢。”
“너 나 좋아하잖아! 이 개새끼야.”
“你喜欢我吧!你这个混蛋。”
“…….” “……”
“섹파? 이게 섹파야?” “炮友?这是炮友吗?”
그래, 차라리 그 선에서 끝나 줬으면 좋겠다. 처음 섹스했을 때. 그때도…… 말이 강제로 내가 싫은데 관계를 한 거라고 말한 거지 내가 우영이 하고 좋아서 섹스하는 것인지 진짜로 강제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우영이가 애정 가득 담아, 내 이름을 불렀다.
그래, 차라리 그 선에서 끝나 줬으면 좋겠다. 처음 섹스했을 때. 그때도…… 말이 강제로 내가 싫은데 관계를 한 거라고 말한 거지 내가友荣이 하고 좋아서 섹스하는 것인지 진짜로 강제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友荣이가 애정 가득 담아, 내 이름을 불렀다.
물론 경험 없는 고등학생들이 하는 거라 서툴기만 한 섹스였지만 그때 사실 내가 이미 우영이를 좋아하고 있어서 그랬나? 존나 좋았다고. 하지만, 정우영도. 분명 정우영도….
当然,虽然是没有经验的高中生做的,所以只是笨拙的性爱,但那时候其实我已经喜欢上友荣了,所以才那样吗?真的很爽。不过,郑友荣也是。肯定郑友荣也是……
정우영이 울면서 난 너랑 강제로 한 거야. 또박또박, 내 위에서 읊어줬었다. 꼭 활자로 새기듯 또박또박. 내게 새기는 것인지. 네게 새기는 것인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 건지. 그렇게 말하던 우영이가 생각난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그러면서 그랬지.
郑友荣哭着说,我是被迫和你在一起的。他一字一句地在我身上念着。就像刻在纸上一样,一字一句地。是刻在我身上吗?还是刻在你身上?这话是对谁说的呢?我想起了那样说话的友荣。一字一句地。然后他说了。
어? 산아. 너랑 나. 이 짓 하다. 서로 마음 생기면 그만두자. 우리는 섹파야 산아. 알지. 나는 좆 쑤시는 거 좋아해. 넌? 쑤셔지는 거 좋아해? 그럼 잘 만났네. 우리 섹스만 하는 섹스파트너야. 산아.
哦?伞啊。你和我。做这种事。如果互相产生感情就停止吧。我们只是性伴侣,伞啊。知道吗。我喜欢插入。你呢?喜欢被插吗?那我们真是绝配。我们只是做爱的性伴侣,伞啊。
그러니까 좋아하게 되면, 우리 끝내는 거야.
所以,如果我们喜欢上对方,就结束吧。
지랄하지 마. 너랑 나랑 마음이 생기긴 뭐가 생겨, 빈말로라도 말해볼걸. 그럼 자존심 때문에라도 정우영 좋아한다고 말 한마디 못 했을 텐데. 계속해서 내 마음을 무시할 수 있었을 텐데.
别胡说八道了。你我之间怎么可能会有感情,就算是开玩笑也不该说出口。那样的话,我因为自尊心也不会说出喜欢郑友荣这句话。也许我还能继续无视自己的心意。
한 번 부풀기 시작한 마음은 겉잡을 수없이 꼭꼭 눌러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이걸 전부 다 눌러 담기엔 너무 많이 커져 버렸어. 무턱대고 시작하기만 하기만 하면 어떡해. 그렇게 만들어버린 우영이, 너도 나쁘고 어찌할 수 없는 나도 나쁘다.
一旦开始膨胀的心情,就像无法控制一样,膨胀得无法压抑。要把这一切都压抑住,已经变得太大了。就这样盲目地开始的话怎么办呢。把我变成这样的友荣,你也不好,我也不好。
“산아.” “伞啊。”
“어.” “哦。”
“우리 그냥 섹스만 하면 안 되냐?”
“我们就不能只做爱吗?”
“…….” “……”
“오늘도, 내일도, 1년 뒤에도…….” “今天、明天、一年后……”
“미친놈.” “疯子。”
“그냥, 섹스하고 싶을 때 하고, 아쉬우면 내가 누울게.”
“就这样,想做的时候就做,不够的话我来躺下。”
“…….” “……”
“산아.” “伞啊。”
“…….” “……”
“최산.” “崔伞。”
“…….” “……”
“대답해야지.” “你得回答。”
대답해주기 싫었다. 不想回答。
우영아, 너는 왜 입을 열 때마다 헛소리해. 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런 말들을 했는지. 왜 하는지. 모르지 않잖아. 너도, 나 좋아하잖아. 뽀뽀하고, 예쁘다 하고, 귀엽다 하고, 섹시하다 하고, 잘생겼다 하고, 먹을 거 사주고, 과자 사주고, 비 오면 우산도 씌워주고, 섹스할 때 안싸하면 그거 긁어내고. 어? 허리 아래 시트 대주고! 씨발. 다른 거 배려하지 말고, 갈기갈기 다 찢어진 내 마음부터 배려하라고.
友荣啊,你为什么每次开口都在胡说八道。你知道我在想什么。你知道我为什么说这些话。为什么要这样做。你不是不知道。你也喜欢我。亲亲我,说我漂亮,说我可爱,说我性感,说我帅,给我买吃的,买零食,下雨的时候给我撑伞,做爱的时候不射出来还帮我清理。嗯?还给我垫腰下面的床单!他妈的。别顾虑其他的,先顾虑一下我这颗支离破碎的心吧。
다 알면서. 都知道。
다 알면서 개새끼야. 都知道了,你这个混蛋。
너도. 你也是。
나 좋아하잖아. 你喜欢我。
사귀자고 몇 번을 말하고 그만큼 또 몇 번을 까여서 이미 까이는 데에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유행처럼 고백하고 차이는 거 아무렇지도 않다고. 조금도 타격이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내가 자꾸 이렇게 미련을 갖는 건,
我已经习惯了被拒绝,几次告白几次被拒绝,已经习惯了被拒绝。像流行一样告白和被拒绝,没什么大不了的。没有一点打击。只是觉得可能就是这样。但是我还是不断地执着于此,
“산아.” “伞啊。”
저렇게 불러주는 한마디에 그리고 그 한마디가 끝나면 이어지는 한없이 다정한 눈빛에 질질 끌려가 버리고 만다. 그동안은 까이고 까여도 아무렇지 않았었다. 따지면 우린 거의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사귀는 게 굳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거든. 그런데다. 우영아 사귀자. 싫니? 그럼 말고오. 언젠가는 받아주겠지. 그런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섹스는 하고 싶을 때 하고 서로한테는 서로 밖에 없고. 그 속에서 우영이의 희망고문에 속아서 그랬던 거지. 고백하자마자 바로 까여버렸어도 이렇게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었다. 우영이는 분위기에 취해서 고백하고 마는 나를 까고 나면 꼭 키스로 달래주곤 했었다.
就这样被他叫了一声,然后那句话结束后,接着是那无比温柔的眼神,我就被拖着走了。之前即使被拒绝了也没什么大不了的。说实话,我们几乎就像在交往一样,所以我觉得没必要正式交往。而且,友荣啊,交往吧。不愿意吗?那就算了。总有一天会接受的吧。可能是这样的心情。想做爱的时候就做,彼此之间只有对方。在那之中,我被友荣的希望折磨所欺骗。即使刚告白就被拒绝了,也不会这么惨。友荣总是在气氛中告白,然后拒绝我后,总是用吻来安慰我。
이유 없이 바닥을 퍽퍽 치고만 있으니 우영이가 내 어깨를 잡아 왔다. 섹스만 하면 안 되냐? 이건 무슨 말이냐, 우영아. 답답하다. 코를 꾹 누르며 울음을 참고. 숨을 골라도 자꾸 숨이 찼다. 가슴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았다. 기어코 참아냈다 생각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고개를 돌렸는데, 못 참았다. 눈가가 시큰거렸다.
理由无故地拍打着地板,友荣抓住了我的肩膀。只做爱不行吗?这是什么意思,友荣啊。真让人郁闷。我捏住鼻子忍住哭泣。即使调整呼吸,还是觉得喘不过气来。胸口翻腾,像要呕吐一样。我以为自己终于忍住了,深吸了一口气,转过头去,但还是没忍住。眼角酸涩。
“최산.” “崔伞。”
“……됐어.” “……算了。”
“어. 나 너 좋아해.” “哦。我喜欢你。”
어떻게 해야 할까. 니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나랑 연애는 못 한대.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我该怎么办。你说你喜欢我,但又说不能和我谈恋爱。我该怎么办。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고여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계속 울고 있었다. 영화처럼 예쁘게 우는 얼굴도 아니었다. 눈물이고 콧물이고 주체가 안 돼서 보기 싫은 얼굴로 우아앙 울어버리는데 우영이의 손이 느리게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내 옆에서 오도독하고 사탕을 깨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길거리에서 쪽팔리게 이게 뭐냐. 우는 바람에 내 목소리가 뭉개져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어느새 내眼에 눈물이 고여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계속 울고 있었다. 영화처럼 예쁘게 우는 얼굴도 아니었다. 눈물이고 콧물이고 주체가 안 돼서 보기 싫은 얼굴로 우아앙 울어버리는데 友荣이의 손이 느리게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내 옆에서 오도독하고 사탕을 깨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길거리에서 쪽팔리게 이게 뭐냐. 우는 바람에 내 목소리가 뭉개져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산아. 김동우 있잖아…….” “伞啊,金东宇你知道吧……”
“…….” “……”
“얼마 전에 조직폭력배 들어간 거 맞나 봐.”
“好像前阵子真的加入了黑帮。”
“…….” “……”
“주호가 너한테는 말하지 말랬어. 최산 너. 심부름꾼 이제 하지 마.”
“钟浩说不要告诉你。崔伞,你不要再做跑腿的了。”
“…….” “……”
“군대 다녀와. 나도 갈래. 같이 가자.”
“军队回来。我也要去。一起去吧。”
“… ….” “……”
“군대 제대하면, 검정고시 봐서 대학가자. 학비는 어떻게든 벌자. 도와줄게.”
“等你退伍后,我们去考高考,然后上大学。学费我们一起想办法。我会帮你的。”
“…….” “……”
“동우, 아마 죽을 수도 있어. 지금 중환자실인 거, 그거 심각한 거야.”
“东宇,可能会死的。现在在重症监护室,那是很严重的。”
“…….” “……”
“우리 이제 심부름꾼, 그만하자.” “我们不再做跑腿的了。”
“…….” “……”
“무서워.” “害怕。”
우영이가 무섭다고 말하며 사탕 꽁다리를 멀리 던졌다. 쪼글쪼글해진 꽁다리가 아까 우영이가 씹던 담배꽁초 옆에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내 손에 잡혀있는 우영이의 손바닥 아래, 굳은살이 군데군데 박여있는 감각이 새삼스러웠다.
友荣说他害怕,把糖果的尾巴远远地扔了出去。我看到那皱巴巴的糖果尾巴掉在了刚才友荣嚼过的烟蒂旁边。在我握住的友荣的手掌下,粗糙的老茧触感让我感到新奇。
창고에 두고 온 야구 배트가 생각났다.
我想起了留在仓库里的棒球棒。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영이는 늘 야구 배트를 휘둘러댔다. 공터에서 몇 번이고 야구 배트를 휘둘러대는 우영이를 보곤 했었다. 우영이의 어깨가 망가졌으니 바른 자세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영이는 몇 번이고 야구 배트를 휘둘러대곤 했었다.
尽管知道自己做不到,友荣还是不停地挥舞着棒球棒。我曾多次看到友荣在空地上挥舞棒球棒。友荣的肩膀已经受伤了,所以他的姿势并不正确。即便如此,友荣还是一次又一次地挥舞着棒球棒。
“나는, 너무 무서워.” “我,太害怕了。”
사람한테 쓰려고 그래? 你打算用在人身上吗?
내 말에 우영이는 크게 웃으며 공을 치는 자세로 세게,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听到我的话,友荣大笑着摆出击球的姿势,用力挥动了棒球棒。
아니, 공칠 때만 쓸 건데.
不,我只会在零七的时候用。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던 것 같다. 우영이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면 벤치에 앉아 우영이 몸매를 감상하곤 했다. 떡 벌어진 어깨. 잘빠진 다리. 위로 단단히 올라간 엉덩이. 가늘게 눈을 뜨고 우영이를 보고 있으면 우영이가 음흉하게 본다며 핀잔을 주곤 했지만 그래도 야구 연습할 때면 꼭 같은 곳에 앉아 있는 나를 확인하곤 했다.
空旷的场地上似乎只听到了风声。每当友荣努力练习时,我总是坐在长椅上欣赏他的身材。宽阔的肩膀,修长的双腿,紧实上翘的臀部。每当我眯着眼睛看友荣时,他总是说我看得很猥琐,并责备我,但每次他练习棒球时,总会确认我是否坐在同一个地方。
사시사철, 언제든 휭-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놓였다.
四季常青,每当听到呼啸的风声时,心里就会感到安慰。
거짓말하지 마. 우영이 너 배트 사람한테도 쓰잖아?
别撒谎了。友荣,你对别人也用这种语气吧?
아, 그건 죽지 않을 만큼만, 근데 요즘엔 안 때려.
啊,那只是打到不会死的程度,不过最近不打了。
맞아. 요즘 때리면 경찰서 아니고 교도소 간다고.
对啊。现在打人会进监狱,不是警察局。
그 말이 아니 거든? 那不是我说的意思
“나한테 야구는 이제 없으니까, 그러니까.”
“对我来说,棒球已经不存在了,所以。”
그러다가 바닥에 배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그 소리에 내 심장도 같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영이를 살피면 우영이는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곤 했다. 끙끙거리며 어깨를 붙잡고 무너져 있다가도 자세를 고쳐 잡으며 허리를 바르게 세운다.
然后,当球棒掉到地上的声音响起时,我的心脏也仿佛跟着掉了下来。我从座位上猛地站起来查看友荣的情况,友荣总是装作没事的样子。即使他呻吟着捂住肩膀倒下,也会调整姿势挺直腰板。
괜찮아? 你还好吗?
엉. 嗯。
우영아 조심해. 友荣啊,小心。
“산이, 너까지 없으면 안 돼.”
“伞,你也不能离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공터에서 야구 배트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벤치에 앉아 조심스럽게 우영이를 불렀다.
再次,从头开始。空地上传来棒球棒划破空气的声音。我眯起眼睛,小心翼翼地坐在长椅上叫了友荣。
우영아. 만약, 만약에……. 友荣啊。万一,万一……。
“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는 거 안 싫어. 사실은, 그때. 그리워. 아직.”
“我不讨厌回到高中时代。其实,那时候。我还怀念。”
“…….” “……”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想回到高中时代。”
“…….” “……”
“산아. 만약에.” “伞啊。如果。”
“…….” “……”
“산이 너는 학교 안 잘리고.”
“伞,你不会被学校开除的。”
“…….” “……”
“나는 야구하고.” “我在打棒球。”
“…….” “……”
“아무것도 모르면.” “如果什么都不知道。”
“…….” “……”
“난 너한테 몇 번이고.” “我对你无数次。”
우영이 너 야구하고, 나 학교 다니면…….
友荣,你去打棒球,我去上学的话……
“우리 연애하자고 해 볼 텐데.”
“我们谈恋爱吧。”
그럴 텐데. 那样的话。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울어도 가슴이 꽉 막혀 답답했다. “너랑은 정말 섹스만 할까 봐.” 말하는데 다 뭉개져서 결국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우영이는 내 말을 다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그냥 가만히 내 어깨를 감싸 안고 토닥이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굳은살이 박인 손은 내 손을 꽉 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大声哭泣也无法缓解胸口的郁闷。“我真的只会和你做爱吗。”说话时声音都变得含糊不清,最终连自己都听不懂在说什么。友荣是否听懂了我的话,我也不知道。他只是静静地抱住我的肩膀,轻轻拍着我的背。同时,他那长满老茧的手紧紧握住我的手,丝毫没有松开的意思。
너 그리고 나. 你和我。
우리의 스물둘. 我们的二十二岁。
우영이 말대로 차라리 모르면 얼마나 좋을까? 우영이 네가 내 마음을, 아니 내가 우영이 네 마음을.
如果像友荣说的那样,不知道该有多好?友荣啊,你知道我的心意,或者说,我知道你的心意。
“……좋아해.” “……喜欢你。”
“… ….” “……”
“우영아. 네가 나한테 돌려줄 수 있는 대답이 있었음.”
“友荣啊。你有可以回答我的话吗?”
“… ….” “……”
“얼마나 좋을까.” “那该有多好。”
“…….” “……”
“연애 한번 해보자고, 그러자고.” “谈一场恋爱吧,就这么定了。”
그렇게 말해볼 텐데. 那样说说看。
우리들 뒤로 길게 그림자가 진다. 해가 벌써 저물고 있었다. 길거리에 앉아 쓸데없는 말만 했는데 벌써 하루가 다 갔다.
我们身后拉长了影子。太阳已经落山了。我们坐在街上聊着无关紧要的话,结果一天就这样过去了。
스물둘, 二十二岁,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1년 뒤에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그렇겠지.
我们今天、明天、一年后也会这样生活下去。对吧。
우리가 계속 함께. 我们会一直在一起。
그렇게 함께 걸어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那样的话,能一起走下去就好了。
고개를 돌리자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건지, 우영이와 바로 눈이 맞았다. 나는 여전히 우는 얼굴이었지만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했다. 손을 뻗어 우영이의 목을 감아 고개를 들이밀자 우영이가 망설임 없이 내게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우영이를 내 쪽으로 천천히 잡아당기자 우영이가 순순히 내 손에 끌려와 이마를 맞댔다. 살짝 벌어지는 우영이의 입술 위로 내 입술을 겹쳐 뭉갰다. 우악스럽게 문질렀으나 살짝 벌어져 맞물리는 입술이 원래 자리 찾아가듯 딱 맞는 게, 나는 네 거고 너는 내꺼 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이런 게 썸이고 이런 게 연애고, 이런 게. 사랑이지 않니.
转过头来,不知道从什么时候开始,友荣一直在看着我。我依然是一副哭泣的模样,甚至没想到要擦掉眼泪。我伸手环住友荣的脖子,把头靠过去,友荣毫不犹豫地向我靠近。我慢慢地把友荣拉向我这边,友荣顺从地被我拉近,额头贴在了一起。我把嘴唇压在友荣微微张开的嘴唇上。虽然粗暴地摩擦着,但微微张开的嘴唇像是回到原位一样完美契合。我是你的,你是我的,这种感觉真是讽刺。这就是暧昧,这就是恋爱,这就是。爱,不是吗?
굳은살이 박인 우영이의 손이 참 따뜻했다.
友荣那长满老茧的手非常温暖。
네 말대로 정말 연애 한번 해보자고.
就像你说的那样,我们真的试着谈一场恋爱吧。
그러자고. 那就这样吧。
해볼 텐데. 我会试试的。
.
.
우리 관계는 어디쯤 있지?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我们的关系现在处于什么阶段?我们从哪里开始出错的?
아니. 이게 잘 못 된 걸까? 우영아. 아니라고 해줘.
不。这是错的吗?友荣啊。告诉我不是。
잠깐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 이건 잘못된 게 아니잖아.
맞는 길을 찾는다면. 如果找到正确的道路。
그렇다면. 那么。
우리는 잘못된 게 아닐 텐데.
我们应该没有错。
그럴 텐데. 那样的话。
발아래 지는 그림자가, 오늘따라 더, 더, 길었다.
脚下的影子,今天格外地,更,更长了。
그래, 그런 거야. 나도. 너도. 오늘도. 내일도. 1년 뒤에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겠지. 그렇겠지. 우리가 맞는 길을 찾아갈 생각도 못 하고 이렇게 엇갈리기만 해도, 아마도 계속해서 그렇겠지.
对,就是这样。我也是。你也是。今天也是。明天也是。一年后也是。我们就这样生活下去吧。是吧。即使我们找不到正确的道路,只是这样错过彼此,可能也会一直这样下去吧。
계속.
22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