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2中2
재현은 별수 없이 밤을 꼴딱 지새웠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런데도 전혀 안 졸렸다. 졸작으로 지새웠던 그 무수한 밤들과 비교되도록 확연히 말똥한 정신상태.
在劫难逃地熬过了一个通宵。但更可怕的是,即便如此也毫无睡意。与那些因拙作而熬过的无数夜晚相比,此刻的精神状态异常清醒。
밤새 카톡을 썼다가 지웠다가 난리 부르스 피웠더니 엄지손가락이 다 뻐근했다. 애석하게도 결국 한 글자도 보내지 못했다. 안 그래도 평소 글재주며 말재주며 더럽게 없는 판에, 한낱 말풍선 속 텍스트로 마음을 다 표현해 내기엔 당연히 한계가 있었다. 도통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호흡만 턱턱 막혔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다못해 전화라도. 답답해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整晚反复编辑又删除 Kakao 消息,折腾得拇指酸痛。可悲的是最终连一个字都没能发出。平日就既无文采又笨嘴拙舌,仅凭对话框里的文字根本不足以表达心意。完全不知从何说起,呼吸都变得滞重。多想当面倾诉,哪怕通个电话也好。憋闷得几乎要发疯。
"......"
"How are you?"
输出:
잠 못 이루는 새벽 내내 끝도 없이 고뇌하고 반성했다. 여주가 회사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 이상, 말 안 해 줘서 몰랐다는 건 한낱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물어보기라도 할걸. 일이 잘 안 맞는다길래, 성격상 금방 적응하겠지 마냥 단순히 치부하고 위로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항상 털털하게 웃는 얼굴이라서 심각성 따위 전혀 몰랐다.
不眠的凌晨里不断自责反省。既然现在才明白她在公司遭受了怎样的屈辱,所谓"没告诉我就不知道"不过是借口。早该主动询问的。听说工作不顺时,还以她开朗的性格很快就能适应来简单安慰。因她总是笑得没心没肺,完全没意识到事态严重。
그러다 퇴사 이후 좋아하던 모습 볼 때는 그래, 안 맞는 일 때려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냥 축하하는 마음은 못 가진 거 사실이었다. 그토록 고생해서 목표 이뤘으면서 너무 쉽게 놓아 버린 거 아닌가. 다소 섣부른 선택이라 여겼고, 저러다 얼마 못 가 후회할까 봐 걱정도 됐다.
后来看到她离职后重现笑容,虽想着"不合适的工作辞了也好",但始终无法纯粹地感到高兴。那么辛苦达成的目标,放弃得是否太轻率?总觉得这个决定有些草率,担心她不久就会后悔。
지금 생각하면 그건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오판이며 오만이었다. 뭘 안다고 감히. 여주 말마따나 회사 생활 해 본 적도 없는 애송이면서 누가 누구더러 애 같다고. 하물며 회사 경험이 있었다 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 재현은 어떤 조건에서든 여주를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을 터였다. 직장 내에서의 갖은 성희롱, 무시와 갑질. 이딴 것들은 재현이 한평생 겪어 보지 못한, 아마 앞으로도 겪을 일 없을 딴 세상 일이었다. 성별이 남자라서, 타고난 힘이 강해서, 집안이 유복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如今想来,那简直是狂妄至极的误判与傲慢。你懂什么?正如女主所说,一个连职场都没经历过的毛头小子,竟敢说谁像孩子。即便有过工作经验,情况也不会有什么不同。在任何条件下,载炫都不可能完全理解并共情女主。职场中的各种性骚扰、无视与霸凌,这些对载炫而言都是从未经历过、或许未来也不会经历的另一个世界的事。因为性别是男性、天生力量强大、家境优渥等诸多原因。
그러니까 죽어라 싹싹 빌며 용서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몰라 줘서 미안하다고. 무심했다고. 하나뿐인 남자친구에게 기대기는커녕 외려 더 무거운 짐만 얹게 해서 면목 없다고.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목숨 걸고 고치겠다고.
所以除了拼命低头认错请求原谅别无他法。对不起没能理解你。是我太疏忽了。非但没能成为女友唯一的依靠,反而让她背负更沉重的负担,实在无颜面对。只要再给一次机会……赌上性命也会改正。
이처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여전히 연락은 먹통이었다. 꿋꿋이 전원 꺼져 있는 상대의 휴대폰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明明有这么多想说的话,可对方的通讯依旧石沉大海。看着那部始终黑屏关机的手机,只觉得无比揪心。
사람 죽어가는 마당에 꾸역꾸역 등교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 어떻게든 부정해 도망치고 싶었으나, 역시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양 잘만 돌아가는 중이었다. 수업을 앞둔 연영과 강의실 풍경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온통 소란한 에너지가 넘쳤다. 정말이지 완벽한 색감의 컬러였다. 흑백의 재현만 빼고.
在这种心如死灰的境况下,却不得不硬着头皮去上学。虽然想方设法逃避现实,但世界依旧若无其事地正常运转着。临近上课的延英和教室里,嘈杂的能量与平日无异四处弥漫。真是完美的色彩啊——除了黑白画面的载炫。
"화해 잘 함?"
"和好了吗?"
"......"
"How are you?"
输出:
"와꾸 상태가 말해 주네. 아니라고."
"看你这副模样就知道了。没和好。"
언제 왔는지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영훈이, 재현의 꼬락서니를 아래위로 살피며 혀를 끌끌 차댔다. 별 타격은 없었다. 다크써클로 줄넘기해도 될 수준에다 안색 다 뒤졌다는 건 재현 본인도 이미 거울로 충분히 파악한 상태였으므로.
英勋一屁股瘫坐在邻座,上下打量着宰现那副邋遢相,嘴里啧啧作响。其实没什么大不了的。那黑眼圈重得能跳绳的惨白脸色,宰现自己早从镜子里看得一清二楚。
"수염 올라온 거 봐라. 드러워서 못 봐주겠다 아주."
"瞧瞧这胡子拉碴的样儿。邋遢得简直没眼看。"
영훈이 제 백팩을 뒤져 건네는 휴대용 필립스 면도기를 멍하니 내려다보다 또 왈칵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하다 하다 면도기만 봐도 걔 생각이 날 건 뭘까. 중증이었다. 내 면도기로 다리털 민다고 깝칠 때 뭐라 하지 말걸... 떠오르는 게 죄다 여주에게 투박하게 굴었던 기억뿐이라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我呆呆望着英勋从我背包里翻出的飞利浦便携剃须刀,情绪又一次猛然翻涌。怎么连看到剃须刀都会想起他呢?真是病入膏肓了。当初不该嘲笑他用我的剃须刀刮腿毛的......现在脑海里全是对女主角粗鲁相待的记忆,简直让人发疯。
"...어제 집에 없더라. 본가 갔대."
"……昨天家里没人。说是回老家了。"
"작정했네."
"看来是铁了心。"
"근데 시발 주소를 몰라."
"但特么不知道地址啊。"
"에이 뻥 치지 마, 어떻게 여친 집을 몰라?"
"哎呀别开玩笑了,怎么可能不知道女朋友家在哪?"
"이여주 은근히 자기 얘기 잘 안 했어.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좀 그랬고."
"李汝舟其实很少主动聊自己的事。我也不太好意思追问。"
집 모르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이상한 것 같기도. 사실 언제 한 번 인사 드리게 데려가 달라느니, 데릴사위로 들어가겠다느니 장난 여러 번 치긴 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두루뭉술 넘어간 게 끝이었다. 그러고 보면 명절에 본가 간다길래 차로 데려다주겠다 할 때도 여주는 항상 칼같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달라 요구했었다.
不知道她家地址真有那么奇怪吗?想想确实有点。虽然以前也半开玩笑说过几次"什么时候带我去见家长"、"我要当上门女婿"之类的话...但最后都不了了之。现在回想起来,每逢节假日她说要回老家,我提出开车送她时,汝舟总是坚持让我在地铁站放她下车。
약간 서운하기는 했어도 썩 깊이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파고들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해야 하나. 친구로 지낸 시간 포함한 몇 년 동안 늘 가장 가까이 붙어 있었고 또 그게 당연했기에, 저 없는 공간에서의 여주를 딱히 궁금해해 본 적 없었다. 그 결과가 이렇게 참혹히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虽然隐约有些失落,但也没往深处想。或许觉得没必要刨根问底吧。包括做朋友的几年在内,这些年始终是她最亲密的陪伴者,一切都那么理所当然,以至于从未好奇过我不在场时她的模样。没想到最终会以如此惨烈的方式知晓答案。
"잠시만, 너 내 동네는 아냐? 종종 얘기했잖아."
"等等,你不是我们这片儿的吧?之前不是经常聊起吗。"
"알겠냐? 기억 안 나."
"明白没?我记不起来了。"
"이 새끼 그냥 남한테 아예 관심이 없는 새끼구만."
"这小子压根就对别人完全没兴趣啊。"
"너한테 없지 걔한텐 많거든?"
"你这边没有的,他那边可多着呢?"
타고난 성격상 남이 뭘 하든 어디 살든 관심 드럽게 없는 건 맞는데, 그게 여주한테까지 적용되는 건 인정할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걘 특별하니까. 전에 없이 특별하게 대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볼수록, 글쎄. 정작 당사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까 봐 괴롭기만 했다.
天生性格使然,确实对别人做什么住在哪里都毫无兴趣,但唯独无法接受这一点也适用于女主角。不管别人怎么说,她就是特别的存在。因为从未如此特别地对待过谁。但越是回想起来,唉。真正痛苦的是当事人或许根本没感受到这份特别。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는 건... 헤어지자는 뜻 아니냐."
"让我暂时别联系...这不就是分手的意思吗?"
"븅아, 그게 왜 헤어지잔 말이 돼? 말 그대로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는 거지."
"笨蛋,这怎么就是分手了?字面意思就是需要点时间冷静思考啊。"
"대체 뭘 생각하는데? 나랑 헤어질 생각?"
"你到底在想什么?是打算和我分手吗?"
"너 우냐?!"
"你疯了吗?!"
목청 하나는 시원스러운 영훈으로 인해, 복작복작하던 강의실이 싹 조용해지더니 수십 개의 시선들이 재현을 향해 와다닥 박혔다. 이런 씹. 나오던 눈물도 쏙 들어가게 만드는 상황에 재현이 급히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사나이 가오 다 털리는 건 여주 앞에서만으로도 족한데 이건 뭐.
随着一声清脆的耳光声,原本嘈杂的教室瞬间安静下来,数十道目光齐刷刷刺向宰铉。这该死的...连即将涌出的泪水都被这场景硬生生逼退,宰铉慌忙反戴连帽衫的帽子爆了句粗口。明明在女生面前装得人模狗样,现在这算什么。
"대박, 이재현 지금 존나 개 찌질해 보여!"
"哇靠,李宰铉现在看起来超级欠揍!"
연영과 손지랄 아니셨어요? 명성이 아깝다 야.
连和延楹牵手都没成功过?真是白瞎了那张帅脸啊。
건수 잡은 영훈의 얄미운 호들갑이 이어졌다. 참고로 손지랄은 '손예진와꾸가무색하도록개지랄맞은새끼'의 줄임말로써, 과 동기들 사이에서 불리는 재현의 유치찬란한 별칭이었다.
英勋那副小人得志的夸张嘴脸还在继续。顺便说下,"手技"是"让孙艺珍颜值都黯然失色的作死小能手"的缩写,这是同期生们给玹儿起的幼稚绰号。
"닥쳐라."
"闭嘴。"
말간 두 눈 땡그랗게 뜬 채 깐족거리는 뽀얀 낯짝을 한 대 쳐 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교수가 들어와 어수선한 강의실 분위기를 환기했다.
正当我想扇那张白净脸蛋一巴掌——它正配着瞪圆的灰白眼珠在那嘚瑟时,教授走进来打破了教室里躁动的气氛。
"다들 조용!"
"都安静!"
그래, 헤어 나와서 현생 살자. 정신 차려야지. 여직 촉촉한 눈가를 쓸어 닦은 뒤 막 후드를 벗으려는 찰나였다.
是啊,振作起来好好生活吧。得清醒点了。就在我擦干仍湿润的眼角,正要脱下兜帽的瞬间。
"거 이재혀이, 내가 실내에서 모자 쓰지 말라고 했나 안 했나."
"喂李在焕,我说没说过在室内不准戴帽子?"
마침 타이밍 안 좋게도 교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무리 경상도가 고향이라지만 상경 20년이 넘었으면서도 사투리 찰지게 구사하는 최부식 교수는 평소 악마의 주둥아리로 유명했다. 전형적 쌍도 모먼트. 졸작 담당 교수로서 요 며칠 칼날 같은 혹평으로 재현의 멘탈을 탈탈 털어놓은 요주인물이기도 했다. 하여간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걸로도 다 시비가 걸렸다.
偏偏不巧正对上教授的目光。虽说故乡是庆尚道,但上京二十余年仍操着一口地道方言的崔富植教授,素以"恶魔之口"著称。典型的死亡对视瞬间。作为毕设指导教授,这些天他刀锋般的犀利点评把载炫的心态彻底击垮,是个远近闻名的棘手人物。总之倒霉起来连呼吸都是错。
"죄송합니다. 지금 벗으려고 했습니다."
"对不起,我正要摘下来。"
"근데 니 뭐 실연이라도 당했나? 아가 와 이리 핼쑥하노."
"不过你是失恋了吗?哎呀这孩子怎么脸色这么苍白。"
저 저 쓸데없는 오지랖. 덕분에 한 번 더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남의 사사로운 가쉽에 환장하는지라 호기심 가득 부담스러운 눈동자들. 이쯤 되니 여자친구랑 뭔 일 단단히 있다는 tmi를 만천하에 대공개 하는 수준이었다. 핑크바나나 그딴 가게랑 인연 틀 때부터 알아봤지만 사주에 씨발 망신살이 꼈나. 교수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실연'이라는 그 흔한 단어마저 심장을 푹푹 난도질하는 듯했다.
那 那多管闲事的毛病。托它的福视线又集中了过来。看来大家都对别人的私生活八卦特别着迷 充满好奇又令人不适的目光。到这份上简直等于向全世界公开宣布自己和女友出了大问题。从和那家该死的粉红香蕉店扯上关系时就该知道 但命盘上他妈的是不是犯了丢人现眼的煞星。教授若无其事吐出的"失恋"这个寻常词汇 都像在心脏上捅出一个个血窟窿。
"...아닙니다."
"...不是的。"
"니 이번 주부터 촬영 들어갈라믄 배우 얼굴이 그래가 안 될 낀데."
"你这周开始拍摄的话 演员顶着这张脸可不行啊。"
교수는 연영과의 숙명과도 같은 외모 관리에 대해 엄연히 지적하는 중이었다. 점점 불편해지는 분위기와 제대로 굳어버린 재현의 표정에 눈치 살피던 영훈이, 방싯 눈웃음 지어 가며 자연스레 능청을 떨었다.
教授正严肃地指出连荣与生俱来的外貌管理问题。在逐渐尴尬的氛围和彻底僵硬的载玄表情中,察觉气氛的荣勋忽然眯眼绽开狡黠笑容,自然地耍起无赖。
"교수님~ 재현이 교수님한테 혼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밤새웠대요~♥"
"教授~载玄说被您训过后通宵努力了呢~♥"
다른 누구도 아닌 최 교수한테 미남계를 쓰다니 미친놈인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나. 속으로 식겁하기도 잠시, 양 팔짱 끼고 영훈과 재현을 번갈아 보던 교수가 유쾌한 너털웃음 터뜨리는 건 금방이었다.
竟敢对崔教授用美男计,疯了吧?以为会奏效吗?内心惊骇不过片刻,抱着双臂轮流打量荣勋和载玄的教授,转眼就爆发出爽朗的大笑。
"맞나? 그래, 그날은 내가 심했제. 다 느그 잘되라고 쓴소리 하는 긴데 또 싸나이 마음에 상처가 됐는갑지."
"是吗?啊,那天我过分了。都是为你们好才说重话的,没想到又伤到臭小子自尊心了是吧。"
"......"
"How are you?"
输出:
"이게 다 우리 재혀이한테 기대치가 커서 그라는 거 아니겠나. 내 다음 번엔 쫌 너그럽게 평가 봐 줄 테이까는 너무 무리하지 마라, 알아들었나."
"这不都是因为大家对在宪你的期望太高了嘛。下次我会稍微放宽评价标准的,但你也别太勉强自己,听懂了吗?"
"...예, 교수님.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是,教授。我会认真准备的。"
의외의 전개에 잠시 얼떨떨해졌다.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온다는 최 교수한테 동정표 얻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별일이었다. 뭐 덕분에 졸작은 한숨 돌릴 수 있어 다행인 한편, 지금 얼굴 상태가 썩긴 썩었구나 싶어 외려 더 우울해지는 재현이었다. 한숨 쉬며 책이나 펴고 있으려니 영훈이 그 옆에서 등을 툭툭 토닥여 달랬다.
意外的展开让我一时有些发懵。能从以铁面无私著称的崔教授那里获得同情票实属不易,这简直是奇迹。虽说托这个福,拙作总算能喘口气是件好事,但想到自己此刻的脸色肯定糟糕透顶,反而更抑郁的在宪叹了口气。刚翻开书准备看,旁边的英勋就轻轻拍了拍他的背安慰道。
"야 인마, 세상 무너지냐? 표정 좀 펴."
"喂小子,天塌了吗?表情放松点。"
무너진다면 어쩔 셈이지. 걔가 내 세상이라느니 그런 낭만 흘러넘치는 표현까진 못 해도, 솔직히 여주 없는 세상이 어땠었는지 기억조차 흐릿한 건 사실이었다.
若崩塌了该如何是好。虽说不至于用"她便是我的世界"这般浪漫满溢的措辞,但老实说,没有女主角的世界是何模样,连记忆都已模糊不清确是事实。
이별도 아니고 실연도 아니지만, 시간을 가진다라. 연애 이래 처음 겪는 개념인 만큼 영 쉽지 않았다. 그 시간이 재현은 마치 영겁과도 같으리라 예감했다.
既非离别亦非失恋,却要经历所谓"持有时间"的境遇。作为恋爱以来初次体验的概念,实在不易。预感那段时光的重现将如永恒般漫长。
지옥과 다름없었던 하루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영훈 손에 이끌려 터덜터덜 걸어온 학식관. 그간 아무리 피곤해도 먹고 뒤진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일념 아래 식사만큼은 꼬박꼬박 챙겼었는데, 오늘은 돌덩이 삼키듯 밥알 한 톨도 제대로 넘어가질 않았다.
地狱般的课程全部结束后,被英勋拽着手腕踉跄来到学生食堂。往日再疲惫也秉持"吃饱了才有力气死"的信念顿顿不落,今日却如吞石般粒米难咽。
다만 아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여주 휴대폰 전원이 드디어 켜졌다는 점. 눈 돌아서 몇 번이고 전화 걸고, 지긋지긋한 신호음 들으면서 한숨만 푹푹 쉬고. 종국에는 카톡으로 구남친마냥 미안해 잘못했어 얘기 좀 하자 무한 염불. 흡사 미친 사람 같은 재현의 행동을 관찰하던 영훈이 아주 질려 죽겠다며 낯을 구겼다.
唯一变化是女主角手机终于开机。眼珠转了几圈反复拨号,听着恼人的忙音长吁短叹,最后像求复合的前男友般在 KakaoTalk 上无限循环"对不起我错了聊聊吧"。目睹宛如疯子的载现这般行径,英勋嫌弃得直翻白眼。
"야, 연락 그만하고 밥이나 처먹어. 그런다고 받냐? 부재중만 백만 통은 찍혔겠다."
"喂,别打电话了先吃饭吧。打再多人家会接吗?未接来电都该有上百个了。"
"나 어떡하냐, 영훈아.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 돼..."
"我该怎么办啊,英浩。我现在到底该做些什么才好..."
"친구로서 진지하게 조언할게. 내가 보기에, 지금 이재현 니가 할 수 있는 일?"
"作为朋友我认真给你个建议。在我看来,现在你李在贤能做的事?"
"......"
"How are you?"
输出:
"없어."
"没有。"
영훈은 퍽 단호했다. 아주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처방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英勋的态度异常坚决。那干脆利落的处理方式简直令人叹服。
"장난하냐? 그럼 연락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 하루하루 피 말리면서?"
"开什么玩笑?难道就干等着联系上门?每天煎熬到血液凝固吗?"
"어, 그냥 나대지 말고 짜져 있어. 그럴 때 억지로 연락하면 역효과만 더 난다니까? 생각할 시간에 생각 못 하게 방해하는 거, 그것도 유죄거든."
"喂,别瞎折腾老实待着。这种时候强行联系只会适得其反懂吗?在对方需要思考时打扰,这本身就是种罪过。"
"그 생각의 결론이 뭔지 알 것 같아서 이러잖아. 씨발 진짜 이대로 끝일 것 같다고!"
"我这样是因为能猜到那个结论。妈的!感觉真的就要这么完了!"
"그럼 그때 가서 목숨 걸고 매달리든가. 걔 지금 최대로 빡친 상태일 텐데, 괜히 구질구질하게 들러붙다가 정 더 털리면 어쩔래."
"那就到时候拼上性命去纠缠吧。那家伙现在肯定气到极点了,要是死皮赖脸地黏上去反而被彻底修理一顿怎么办。"
아니야, 말도 안 돼. 공감할 수 없었다. 보고 싶고 안고 싶어 뒤질 것 같단 말이야. 길게 보기보단 당장의 감정이 더 앞섰다. 하루빨리 해명해서 화해하고 다시 옆에 데려다 놔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불안하게 덜덜 떨리는 손이 다시금 기계처럼 통화 버튼을 연타했다.
不对,太荒谬了。我完全无法共情。说什么想见想到要发疯、想拥抱想到快死掉。比起长远考虑,当下的情绪更占上风。似乎只有尽快解释清楚重归于好,重新把她带回身边才能让我舒坦。颤抖不止的手又像机械般疯狂重拨着通话键。
"아 좀! 왜 이래, 모쏠 새끼처럼! 여친이랑 첨 싸워 보냐?"
"喂够了!搞什么啊,像个处男似的!第一次和女朋友吵架吗?"
결국 휴대폰 낚아채며 버럭 성 내는 영훈의 그 말에,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最终英勋一把抢过手机怒吼的瞬间,我的大脑突然宕机。仿佛被人当头抡了一棒。
"...그러네."
"...确实呢。"
가만 생각해 보니 정말 처음 싸워 보는 게 맞았다.
仔细想来,这还真是我们第一次吵架。
여주와 사귀기 전 몇 번 연애 경험이야 있었지만, 그 여자친구들하고는 조금이라도 마찰할 기미 보이면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갈라섰었다. 뭐가 좀 안 맞네? 그럼 맞출 거면 네가 맞추고, 싫음 갈 길 가고 이 마인드. 그리 대단하고 깊은 유대도 아니었기에, 성가시게 싸워 가면서까지 아득바득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재현에겐 별로 없었다. 웬만한 부분은 상대방이 알아서 다 맞춰 줬고 그게 더없이 익숙했다는 뜻.
在和女主交往前,虽然有过几次恋爱经历,但只要和那些女友们出现一丝摩擦的苗头,我就会头也不回地转身离开。觉得哪里不合适?要么你改,要么就分道扬镳——我就是这种态度。毕竟感情也没多深厚,对在玹而言,根本没必要费劲争吵去勉强维系关系。大多数时候都是对方主动迁就,他也早已习惯了这种模式。
연애하면서 한 번이라도 을의 위치에 서 봤어야 뭘 알지, 딱히 각 잡고 사과하거나 용서 구해 본 적 없고. 상대방 입장 절절하게 헤아리려는 노력조차 안 해 봤다. 자기반성이며 자아 성찰? 그딴 게 익숙할 리 없었다. 이처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본래 성향이라기보다는 환경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습관이었다.
恋爱中但凡站过一次被动立场也该懂点道理,可他从未正儿八经地道过歉或求过原谅,甚至连换位思考的努力都没做过。自我反省?人格成长?这种词和他八竿子打不着。这种自私又自我中心的处事态度,与其说是天性使然,不如说是后天环境养成的恶习。
여주랑은 뭐, 애초에 서로를 잘 아는 상태로 시작했으니 모든 부분에서 찰떡처럼 잘 맞았고, 가끔가다 삐끗해서 분위기 묘해질 때도 여주가 특유의 성격으로 능글능글하게 잘 넘어갔었다. 하다못해 재현이 맘먹고 애교 조금만 부리면 그야말로 프리패스였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연애한 지 어언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렇게 처음 제대로 싸워 보니까 뭐가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和女主角嘛,本来就是在彼此了解的状态下开始的,所以各方面都像天作之合般默契。偶尔闹别扭气氛微妙时,她也会用特有的性格圆滑地化解。更别提只要我稍微撒个娇,简直就是畅通无阻。就这样稳定交往转眼已过一年。但像这样第一次真正吵架后,简直混乱到分不清东南西北,完全不知道该如何应对。
"와, 진짜? 이재현... 연애질 존나 편하게만 했구나 이 새끼."
"哇靠真的假的?李载贤...你这家伙恋爱谈得也太舒服了吧。"
"......"
"How are you?"
输出:
"니가 잘 해서 안 싸운 거 아니다. 여자친구들이 보살이었네."
"没吵架不是因为你做得好。是你历任女友都太能忍了。"
뼈를 직통으로 후려맞았다. 재현은 차마 반박 못 하고 이를 꾹 악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 봐줄 만한 남자친구이며 연애도 나름 능숙하다 자신했던 나날들이 한없이 창피해지는 중이었다. 우습지도 않은 착각. 실상은 그냥 모지리 상등신이 따로 없는데.
这话像骨头被直接敲碎般刺痛。载贤咬着牙无法反驳。曾经自认为算得上体贴男友,对恋爱也颇有心得的日子,此刻显得无比羞耻。可笑的错觉。实际上根本就是个彻头彻尾的蠢货。
이 와중, 갑작스럽게 울리는 카톡 알림음에 경기 일으키듯 움찔했다. 발신인이 여주임을 확인하고 황급히 클릭했더니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就在此时,突如其来的 KakaoTalk 提示音让我像触电般猛地一颤。确认发信人是女主后慌忙点击,内容简直令人震惊。
하트해♥
比心♥
야
연락하지 말라고
别联系我
내 말이 장난 같아?
你以为我在开玩笑?
차단하기 전에 알아서 그만해
拉黑前自己识相点
"...거 봐, 내 말 맞잖아."
"...看吧,我就说没错吧。"
곁눈질로 힐끗 건너다본 영훈이 쯧 혀를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현은 석고상처럼 그대로 굳은 채로 화면을 뚫어져라 내려다봤다. 혹시 잘못 보낸 거 아닌가. 전에 없이 싸늘하기만 한 말투와 그 내용을 도무지 믿고 싶지 않았다. 작은 텍스트 한 글자 한 글자가 사시미 칼날로 변해 살갗을 갈기갈기 찢어 할퀴었다. 코끝이 울컥 매워졌다.
英勋用余光瞥了一眼,咂了咂舌。但无论他如何反应,载贤仍像石膏像般僵在原地,死死盯着屏幕。难道是发错了吗?那前所未有冰冷的语气和内容,让人根本不愿相信。细小的文字一个个化作刺刀,将皮肤撕扯得血肉模糊。鼻尖猛地一酸。
"......"
"How are you?"
输出:
사내새끼 돼서 이런 걸로 찌질맞게 울기는 싫은데, 차츰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반도 못 먹은 식판 위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뭔 싸구려 신파 드라마도 아니고. 영훈이 못 보게 가까스로 고개 돌린 채 손등으로 눈가를 부볐다. 사람도 붐비는 이 공간에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뚝뚝 울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堂堂男子汉不想为这种事窝囊地哭,可眼前还是渐渐模糊起来。泪珠啪嗒砸在剩了大半的餐盘上。又不是什么三流苦情剧。他勉强别过头不让英勋看见,用手背抹了抹眼角。在这人来人往的地方,像坏掉的水龙头般滴答落泪,是他从未想象过的场景。
죽을 만큼 한심스럽고 창피했지만 설움이 더 앞섰다. 제대로 미움 사 버렸다는 불안감에 사지가 덜덜 떨렸다. 언제 헤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니, 이미 헤어졌대도 믿을 만한 메시지였으니까.
虽然羞愧得想死,但悲伤更甚一筹。四肢因"彻底被讨厌了"的不安而颤抖。即便是"现在分手也不奇怪"——不,应该说这条信息本身就像在宣告"我们已经分手了"。
하트해♥
比心♥
야
연락하지 말라고
说了别联系我
내 말이 장난 같아?
你以为我在开玩笑吗?
차단하기 전에 알아서 그만해
在我拉黑前自己适可而止
미안해
对不起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손가락으로 간신히 세 글자를 쳐서 보냈다. 1은 금방 없어졌다. 당연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그래서 더 죽고 싶어졌다. 사각의 액정화면 위로 눈치 없는 눈물방울이 꼴사납게도 얼룩져 내렸다.
用使不上力的手指勉强敲出三个字发送出去。1 很快消失了。当然没有回复,这让我更想死了。不知趣的泪滴不合时宜地落在方形液晶屏上,晕开难看的痕迹。
"아, 오늘 학식 드럽게 맛대가리 없네. 나가서 먹을래?"
"啊,今天食堂的饭难吃得要命。要出去吃吗?"
별안간 등짝 때리며 호탕하게 제안하는 영훈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다 내려놓고 꺽꺽 오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要不是英勋突然拍着我的背爽朗提议,这会儿我可能已经放下一切嚎啕大哭了。
"뭔 또 어딜 나가..."
"又出去干嘛..."
"요 앞에 삼겹살집 오픈했잖아, 니 찐따 꼬라지 보니까 형아가 고기 좀 먹여야겠다."
"前面新开了家烤肉店,你这家伙看视频看得我都馋肉了。"
하긴, 바로 옆에서 쭈굴맞게 찔찔 짜는데 숨긴다고 숨겨질 리가 없었다. 모른 척 하는 게 더 곤욕이겠지. 훌쩍이는 재현의 머리통을 꾹 눌렀다 떼고는, 식판 두 개 양손에 들고 쿨하게 일어난 영훈이 먼저 자리를 비웠다.
虽然隔壁桌嚼脆骨的声音实在吵得人喘不过气,但装作没听见反而更折磨。咻地拽了下在贤的后脑勺后,双手各端一个餐盘潇洒起身的英勋率先腾出了位置。
"씨발 김영훈, 존나 지멋대로인 새끼..."
"妈的金英勋,这自以为是的狗崽子..."
뜬금없이 고기는 무슨 고기. 괜히 지가 처먹고 싶으니까 저러잖아. 부러 거친 욕설을 씹어 뱉었다. 애먼 데로라도 화살을 돌려야 조금이나마 살 것 같았다. 붉어진 눈시울 문지르며 후드 소매를 방울방울 적시고 나서야 겨우 따라나서는 재현이었다.
平白无故提什么吃肉,分明是自己馋了才这样。粗暴地吐出几句脏话后,似乎只有把怒火转嫁到别处才能勉强活下去。揉着通红的眼角,胡乱卷起毛呢袖口的在贤终于踉跄跟了上来。
아 이재현, 그냥 하루 몰아서 쳐 울고 끝내. 내일부터 내 앞에서 질질 짜기만 해. 니 우는 얼굴 존나 못생겨서 내 눈 힘들다고. 아니 그니까 애초에 울 짓을 왜 하셨을까? 자존심 부리면서 뻗댈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하여튼 이런 새끼들은 오냐오냐 커갖고 꼭 옆에 있어 줄 땐 몰라요. 없어져 봐야 좆됐구나 하지.
啊李载贤,你就一口气哭完拉倒吧。从明天开始别在我面前哭哭啼啼的。你哭的样子丑得要死,看得我眼睛疼。不是,你一开始干嘛要做会让自己哭的事呢?从你摆着自尊心逞强的时候我就看出来了。总之这种家伙被惯着长大,在身边的时候不觉得有什么。等消失了才知道完蛋。
술자리 내내 오지게 잔소리 폭격 당하면서 귀에 딱지가 다 내려앉았다. 과장 좀 보태 삼겹살 한 점당 소주 한 병은 족히 들이부은 듯했다. 현실을 술로 잊으려 발악하는 사람들을 퍽 미련하다 여겼었는데, 만취해서 네 발로 집에 기어들어 오고 나서야 절절히 깨달았다. 세상 제일 미련한 개새끼가 바로 여기 있었다.
酒桌上被喋喋不休的说教轰炸到耳朵都快起茧了。夸张点说感觉每吃一块五花肉就得灌下一瓶烧酒。以前觉得借酒逃避现实的人特别愚蠢,直到自己喝得烂醉爬回家才痛彻心扉地醒悟。世界上最蠢的狗崽子就在这儿。
엉망 된 꼴로 여주 이름만 되뇌면서 새벽 내내 잠들었다 깨고를 반복했다. 차라리 술병이라도 지독하게 나서 심적 고통이 잠시나마 잊히길 바랐지만, 간은 쓸데없이 튼튼해서 다음날 속만 좀 울렁거리고 말았다. 취중에 줄담배를 얼마나 피워 댔는지 매캐한 쩐내에 스스로 정 털려 강제 금연까지 하게 됐다.
顶着狼狈不堪的模样反复念叨着女主角的名字,整夜在半梦半醒间辗转。宁愿宿醉得厉害些好暂时忘却心痛,偏偏肝脏不争气地健康,第二天只是有点反胃罢了。醉醺醺时不知抽了多少烟,被刺鼻的烟油味熏到自行强制戒烟。
그래도 취기 핑계로 또 구질구질하게 연락해 진상 안 피운 게 어디냐 시답잖은 위로도 해 가며 가까스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 보는 재현이었다.
但借着酒劲又死皮赖脸地联系对方,没闹出什么幺蛾子就算不错了。载贤说着些不痛不痒的安慰话,勉强熬过了这段煎熬的时光。
한 가지 소름 돋는 점은, 거의 석 달은 흐른 것 같다 생각했건만 기껏해야 겨우 3일 지나 있었다. 외줄 타듯 위태로운 나날들이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수업 듣고, 깔끔하게 면도한 뒤 마스크팩도 찹찹 붙이고, 프로처럼 능숙하게 졸작 촬영도 하고, 더 이상 영훈 앞에서 같잖은 청승으로 민폐 끼치지 않으려 악착같이 노력했다.
最令人毛骨悚然的是,明明感觉已经过去了将近三个月,实际上却仅仅过了三天。虽然日子如走钢丝般岌岌可危,但我仍强装镇定地照常听课,剃净胡须后还敷上黏糊糊的面膜,像专业人士一样娴熟地拍摄毕业作品,并为了不再以可悲的哭丧脸给英勋添麻烦而拼命努力。
이렇게 잘 버티다 보면 기적처럼 다시 돌아오리라. 당분간은 이여주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먼저 연락 올 때까지 주인 기다리는 개처럼 얌전하게 기다려야지 다짐 또 다짐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게 도와주지 않아서 문제였다.
我反复告诫自己:只要咬牙坚持,奇迹般地回归终会来临。在接到她主动联系之前,要像等待主人的狗一样安静蛰伏,这段时间连李汝珠的名字都不该想起。可世间从不会轻易施以援手——这才是最棘手的问题。
"아 맞다 이재현, 나 전에 니 아이디로 롤한 날 물어보려다 깜빡했었는데. 설이볶음밥이 누구야?"
"啊对了李宰贤,之前想问你用你账号打英雄联盟那天的事结果忘了。雪莉炒饭是谁啊?"
"뭔 밥?"
"什么饭?"
"설이볶음밥! 1대1 채팅 걸더라고."
"雪菜炒饭!突然发起 1 对 1 私聊。"
"아, 닉네임 뭔가 익숙한데... 기억 안 나. 뭐라던데?"
"啊,昵称有点眼熟...想不起来了。之前说什么来着?"
"형 그렇게 살다 망해요 였나? 여튼 시비조였어. 나는 뭐 니 아이디니까 답은 안 하고 읽씹했지. 롤 하다 보면 이상한 새끼 한두 명도 아니고."
"哥你之前是不是说过'这样下去会完蛋'?反正那家伙是来挑事的。我因为顶着你的 ID 就没回复已读不回了。打 LOL 遇到这种神经病也不是一两个了。"
"참 나, 뭐 하는 새끼야. 나중에 들어가 봐야겠네."
"真是的,什么玩意儿啊。等会儿得上线看看。"
"형이라는 거 보니까 너 아는 동생 아니냐?"
"看到'형'这个称呼 难道不是你认识的弟弟吗?"
그딴 띠꺼운 채팅으로 깝칠 만큼 막역하게 잘 지내는 남동생은 딱히 없었다. 볶음밥인지 비빔밥인지 존나 닉네임부터 찐따 냄새 나는데 누구세요.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그따위라면 뭔가 쌓인 원한이 있다는 소리고, 어디 가서 남한테 원한 살 짓은 안 하고 다닌다 자부하기에 여러모로 의문이었다. 아, 물론 여주한테 개짓거리 한 거 빼면.
我压根没有熟到能用那种轻浮语气开玩笑的弟弟。从网名"炒饭还是拌饭"就散发着废柴气息 你哪位啊?又不是什么亲密关系 用那种态度说话只能说明积怨已久 但我自认从没做过招人记恨的事 所以越想越蹊跷。啊 当然对女主做的那些破事除外。
....잠깐만. 여주? 순간 싸하게 척추를 스치는 기시감.
等等...女主?这个称呼突然让我脊背发凉。
'아, 이주밥 조빱새끼 확 볶아버릴라.'
啊 看我不把这个杂碎'饭团'炒得外焦里嫩。
언젠가 주연과 통화하며 장난스레 틱틱거리던 여주의 음성이 덜컥 귓가에 재생됐다. 이주밥. 밥. 볶아?
某天与周延通话时,女主那带着玩笑意味的嘀嘀咕咕声突然在耳边回放。"李周饭。饭。要炒吗?"
"아 씨 미친, 처남!"
"啊西八,小舅子!"
"뭐?"
"什么?"
"이여주 동생이라고 걔!"
"那家伙是李汝珠的弟弟啊!"
이상 게임 오버. 요 며칠 괜찮은 척 꾹꾹 다져 올린 감정의 댐이 한 방에 무너졌다. 무너지다 못해 콸콸 범람했다. 한시가 급했다. 눈앞에 보이는 PC방으로 헐레벌떡 들이닥쳤다. 여주든 주연이든 모든 소통이 차단되어 답 없는 이 상황에, 롤 채팅은 유일한 동아줄과도 같았다.
就这样游戏结束。这些天强压情绪筑起的堤坝瞬间崩塌,溃不成军地泛滥成灾。十万火急。我跌跌撞撞冲进眼前的网吧。无论是汝珠还是周延,所有联系都被切断的绝境中,LOL 聊天框成了唯一的救命稻草。
제발 접속 중이어라, 주연아 제발. 초조하게 기도하며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설이볶음밥 발견. 주저 없이 곧바로 채팅창을 켰다.
拜托一定要在线啊,周延啊求你了。怀着焦躁的心情祈祷着,刚进入游戏心脏就疯狂跳动起来。发现了설이볶음밥(雪莉炒饭)。毫不犹豫立刻打开了聊天窗。
설이볶음밥
炒年糕饭
> 형 그렇게 살다 망해요
哥你这样下去会完蛋的
> 게임은 계속 하면서 답은 안 하시네요
一边继续游戏一边不回复是吧
> 정말 실망이에요..
真的太让人失望了..
주련ㄴ아 <
珠妍啊 <
이제 봤다 <
现在看到了 <
주연아 오해야 <
珠妍啊 怎么办 <
형 그날 게임 안 했ㅇ러 <
哥 那天没玩游戏啊 <
친구한테 아이디 빌려줘서 친구가 했어ㅠ <
把账号借给朋友结果他玩了ㅠ <
> ?
> 차라리 고양이가 게임했다고 하세요
> 不如说是猫咪在打游戏
주연아 진짜야 진짜 진짜 <
周延啊是真的真的真的 <
형 차단 제발 풀어주면 안 되냐 <
拜托能不能解除对我哥的屏蔽 <
제발 부탁할게 전화 한 통만 해줘 할 말이 있어 <
求你了拜托就通一次电话吧 我有话要说 <
> 저는 할 말 없어요
> 我没什么可说的
> 우리 누나 울리는 형 같은 분과 다신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 我再也不想和我姐讨厌的那种人扯上关系了
울었어? 언제? <
你哭了吗?什么时候?<
아 제발 ㅅㅂ 미치겠네 진짜 <
啊拜托 妈的 真要疯了 真的<
> 수고하세요~
> 辛苦了~
주연아 형이 정말 잘못했고 <
周延啊 哥哥真的知道错了<
한 번만 믿어주라 <
就相信我这一次吧
너 나 싫어하는 거 알고 이해도 하는데 <
我知道你讨厌我 我也理解
게임은 내가 진짜 억울해서 그래 <
游戏的事我真的很憋屈才这样的
쌍욕 박아도 좋으니까 전화 부탁해 <
就算骂我也行 拜托给我打个电话
형 소원이다 제발.... <
哥哥的愿望 拜托了.... <
> 롤 친삭할게요
我会好好玩 LOL 的
> ㅅㄱ~
辛苦了~
주연은 쓸데없이 공손하면서도 냉정했다. 미운 털 제대로 박힌 상황에서는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마지막 동아줄마저 뚝 끊어져 진심으로 죽고 싶어졌다.
周延在无谓地谦恭之余又显得异常冷静。在这种令人厌恶到极点的情况下,没有一件事是容易的。当最后一根救命稻草也被斩断时,他是真心想一死了之。
"하..."
"哈..."
일말의 희망도 허락되지 않는 건가. 내 노력은 보이지 않는 건가. 쪽팔린 줄도 모르고 모니터 앞에 엎드려 고개를 묻으려던 바로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기적처럼 울리는 휴대폰. 화들짝 얼굴 쳐들자마자 허겁지겁 발신자를 확인했다. 믿을 수 없게도 주연이었다.
连一丝希望都不被允许吗?我的努力难道都看不见吗?就在我不知羞耻地趴在显示器前想把脸埋起来的瞬间,手机仿佛等待多时般奇迹般响起。我猛地抬头,手忙脚乱地确认来电者。难以置信,是周延。
"주연아!"
"周延啊!"
행여 끊길까 서둘러 통화 연결하고 신줏단지 모시듯 양손으로 휴대폰을 떠받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주연이 종교고 신이고 구원이었다.
生怕电话挂断,我慌忙接通后像捧着神龛般用双手托住手机。此刻周延就是我的宗教、我的神明、我的救赎。
[형. 저 형한테 쌍욕 박으려고 전화한 거예요. 그래도 된다 하셔서.]
[哥。我是专门打电话来骂你的。不过既然你同意了。]
한편, 전화 너머로 들려 오는 신의 목소리는 덤덤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최소한의 소통만 된다면.
与此同时,电话那头传来的神明声音显得异常平静。无所谓了,只要保持最低限度的沟通就好。
"욕 해, 얼마든지 해, 다 들을게. 근데 너도 내 말 한 번만 들어 주면 안 되냐..."
"骂吧,尽管骂,我都会听着。但你能不能也听我说一句..."
[먼저 말씀하세요.]
[请您先说。]
"너희 누나한테 진심으로 용서 구하고 싶거든. 게임은 진짜 오해지만 다른 거 내가 다 잘못했어. 이여주 연락 안 받아서 내가 좀 미칠 것 같은데... 어려운 부탁 안 할게, 내가 손편지라도 쓰면 그거 좀 전해줄 수 있을까? 형이 지금 너무 간절해서 그래."
"如果你们姐姐真心想求得原谅的话。游戏的事确实是误会,但其他都是我的错。李汝珠不接电话我快疯了...不会提过分要求,要是我写封亲笔信,能麻烦你转交吗?哥现在真的走投无路了。"
[이제 와서 대체 뭐가 그렇게 간절하신데요. 누나가 자세하게 말 안 해 줘서 저는 잘 모르지만... 형 어차피 저희 누나랑 헤어지신 거 아니에요?]
[事到如今到底是什么让您如此迫切呢。姐姐没跟我细说所以我不太清楚...但哥你不是已经和我姐分手了吗?]
"아니... 걔가 그래? 헤어졌다고?"
"什么...她这么说的?说我们分手了?"
[네. 형이 찬 거 아니었어요?]
[是啊。不是哥你提的分手吗?]
"뭔 말도 안 되는,"
"简直胡说八道,"
[누나 말로는 형 태도가 너무 편해진 것 같았대요. 예전 같지 않았대요. 초반에 너무 잘해줬으니까 변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말도 안 되는 합리화까지 해 주던데요.]
[姐姐说哥哥的态度变得太随意了。说他和以前不一样了。还帮着做那些毫无道理的合理化,说什么因为一开始对你太好了,所以改变是理所当然的。]
"......"
"How are you?"
输出:
[저도 처음엔 이해해 보려고 했어요. 친한 친구였으니까 당연히 편하겠죠. 설렘도 덜하겠죠. 세상에 영원한 거 없다는데 당연히 변할 수 있죠. 근데...]
[一开始我也试着去理解。因为是好朋友,所以当然会随意些吧。心动也会少些吧。这世上没有什么是永恒的,当然会变。但是...]
"......"
"How are you?"
输出:
[그래도 사람 힘들 때 버리는 거 아니잖아요. 형도 아셨을 거 아니에요, 누나 회사 일로 되게 힘들어했고 아직 회복 안 된 거.]
[但人困难的时候不该抛弃不是吗?哥哥应该也知道吧,姐姐因为公司的事很辛苦,现在还没恢复过来。]
"아니야, 버리지 않았어... 주연아, 우리 헤어진 적 없어..."
"不是的,没有抛弃...珠妍啊,我们从来没有分开过..."
[헤어진 게 아니면,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한 거 알아요? 형이 대체 어떻게 행동했길래 누나가 헤어진 사람처럼 그렇게 울어요. 누나 그날 밤부터 계속... 아까도 울었어요. 밥도 안 먹는다고요.]
如果不是分手的话,你也知道那样也很奇怪吧?哥你到底做了什么才会让姐姐像分手的人那样哭成那样。姐姐从那天晚上开始就一直...刚才也哭了。连饭都不肯吃。
"...미안해, 내가 잘못,"
"...对不起,是我的错"
[누나 맨날 센 척 해서 그렇지 저보다 여려요. 형 어디 빠지는 데 없고 잘난 분인 거 저도 아는데요, 우리 누나도 잘났거든요. 사랑만 받아도 모자란데 왜... 형이 뭔데 우리 누나 그런 기분 느끼게 하냐고.]
姐姐整天装作很强势的样子其实比我更脆弱。虽然我知道哥你完美无缺又优秀,但我们姐姐也很优秀啊。光是得到爱都不够为什么...你凭什么让我们姐姐有那种感受。
늘 유순하고 차분하던 주연이 이렇게까지 울컥하면서 따질 정도면, 넌 대체 나 없는 곳에서 얼마나 슬프게 울었다는 걸까. 가슴이 천만 갈래 찢겨 나가는 듯했다. 더 아픈 건... 울린 장본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
向来温顺沉静的周延都激动到这般质问的地步,我不在的地方你究竟哭得有多伤心。仿佛心脏被撕扯成千万碎片。更痛苦的是...惹哭她的罪魁祸首不是别人正是我自己。
미친 새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 생각 없이 투박하게 뱉어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죄다 부메랑처럼 후회로 돌아와 생채기를 냈다.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눈에 눈물 한 방울 안 나도록 사랑만 줄 텐데. 그 기회가 주어질지 도무지 확신할 수조차 없는 이 상황에서는 하염없이 속만 미어질 뿐이었다.
疯狗般的家伙,打死都不解恨的混蛋。那些未经思考脱口而出的粗话,如今像回旋镖般化作后悔,在心上划出道道血痕。若能再给一次机会,我定会好好珍惜。连一滴眼泪都不让你流,只给你满满的爱。可在这连机会是否存在都无法确信的境地,只能任由五脏六腑被悔恨啃噬。
"...얼굴 보고 사과하고 싶어. 안 될까."
"...想看着你的脸道歉。不行吗。"
[누나가 거부하는 걸 제가 어떻게 해 드릴 수는 없어요.]
[姐姐拒绝的话,我也无能为力啊。]
"알아, 아는데..."
"知道,明明知道..."
[아까 손편지 얘기하셨죠. 쓰시면 제가 전해는 드릴게요.]
[刚才您提到手写信的事。如果您写了,我会帮忙转交的。]
마음 닫힌 주연이 인심으로 베풀 수 있는 최대의 배려였다. 고마워, 완전 고마워, 형이 진짜 잘할게! 전화 끊길 때까지 얼마나 정신없이 읊어 댔는지 모르겠다.
这是内心封闭的周妍能给予的最大善意。谢谢,真的太感谢了,哥一定会好好做的!直到电话挂断前,我都不知道自己语无伦次地念叨了多少遍。
그 길로 부리나케 집에 돌아와, 씻기도 전에 책상부터 앉아 편지지를 꺼냈다. 누구한테 편지 써 본 지가 체감상 10년도 더 된 것 같았다.
他急匆匆地赶回家,连脸都没洗就坐到书桌前抽出信纸。感觉至少有十年没给谁写过信了。
"...투. 이여주."
"……投。李汝珠。"
하지만 그리 넘쳐나던 의욕이 무색하도록, 백지 놔두고 한참 펜 뒤꽁무니만 깨물게 됐다. 맨 위에 이름만 적는데도 괜히 어색해 펜촉이 더디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쓰느라 손끝이 다 새하얘졌다. 미안하단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해 자꾸만 빙빙 도는 문장들. 흐트러지는 글씨체. 결국 성에 안 찬답시고 꽉꽉 구겨서 던져 버린 편지지만 열 장 가까이였다.
曾经满溢的热情此刻显得如此苍白,面对白纸咬着笔头发呆许久。光是写下名字就莫名尴尬,笔尖滞涩,每个字都用力得指节发白。连道歉的话都说不出口,句子在脑海里不停打转。字迹越来越潦草。最后不满地揉皱扔掉的信纸,竟有近十张之多。
간절해 미치겠는데 왜 이렇게 죄다 마음처럼 안 될까. 혼자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멍청한 애새끼로 전락한 기분에 머리칼만 꽈득 쥐어뜯었다. 단전에서부터 치미는 울음을 삼키며 다시금 필사적으로 펜을 끄적였다.
明明渴望到发疯,为什么事事都不遂人愿。感觉自己像个什么都不会的蠢货,只能揪着头发干着急。强忍着小腹涌上的呜咽,又拼命划动起笔尖。
to. 이여주
致 李汝舟
자기야, 안녕. 나 재현이야...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어색하지만 편지를 써.
亲爱的,你好。我是载贤...有些话一定要告诉你,虽然很生硬还是写了这封信。
단발머리 잘랐을 때 예쁘단 말 못 하고 놀리기만 해서 미안해. 차 끌고 왔다고 무작정 화내서 미안해. 너 힘들어하는 것도 모르고 나 힘든 것만 앞세워서 미안해. 회사 일 내 멋대로 판단하고 함부로 지적해서 미안해. 나한테 기대고 싶었을 텐데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내 딴엔 걱정이라고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로 상처 줘서 미안해. 혼자 울게 만들어서 미안해. 무심했어서 미안하고 예민했어서 미안하고 아무것도 몰라줘서 미안해.
对不起,没能夸你短发好看反而一直取笑你。对不起,因为你突然开车过来就莫名其妙发脾气。对不起,只顾着自己辛苦却没察觉你的疲惫。对不起,擅自评判公司事务还随意指手画脚。对不起,你明明需要依靠时我连拥抱都没给。对不起,那些自以为关心的言行却伤害了你。对不起,让你独自哭泣。对不起我的迟钝,对不起我的敏感,对不起没能理解你的一切。
그런데 나 너 좋아하는 마음 변한 적 없어. 처음이랑 똑같이, 아니 더 많이 좋아해.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거 이제야 알았어. 자기가 항상 곁에 있어 주니까 너무 안일했던 것 같아. 반성 중이야. 자기가 그동안 많이 노력해 줬으니까 이제는 내가 노력할게. 따뜻하고 다정한 남자친구 할게.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너를 최우선으로 할게. 지겨울 만큼 아껴 주고 사랑해 줄게. 그러니까 나 한 번만 더 믿어 주면 안 돼?
但我喜欢你的心从未改变。和最初一样,不,是比那时更喜欢。现在才明白自己有多不足。因为你始终陪在身边让我太过安逸。我正在反省。既然你一直那么努力,现在换我来努力。我会成为温暖体贴的男友。无论什么情况都把你放在第一位。用让你腻烦的程度来疼你爱你。所以能不能再相信我一次?
사랑해. 보고 싶어. 제발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 나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我爱你。好想你。求你别再说分手。没有你我什么都做不了...
"아니야, 아니야. 이거 아니라고."
不是的,不是的。不该是这样的。
뭘 써도 최악이었다. 진심만 꾸역꾸역 늘어놨을 뿐인데 너무나도 유치하고 진부하며 지지리 궁상맞은 문장 투성이. 뭘 해도 변명 같아 스스로 진절머리가 났다. 감히 용서를 구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나 따위가. 이딴 보잘 것 없는 활자들로 사과하기엔 너무 큰 잘못을 해 버렸는데.
写什么都糟糕透顶。明明只是把真心话硬挤出来堆砌在一起,却显得无比幼稚陈腐,满篇尽是可怜可悲的句子。无论做什么都像在找借口,连自己都感到厌烦。像我这样的家伙,真的有资格乞求原谅吗?犯下如此大错,岂是这些微不足道的文字能道歉得了的。
편지지 중간을 북북 찢어 버리고 그대로 털썩 엎드렸다. 이마를 받친 팔에 뜨듯한 물기가 한가득 묻어났다. 이미 다 짓물러 빠진 눈가가 쓰라렸다. 끝도 없이 갇힌 미로 속에서는 도무지 정답을 찾기 어려웠다. 후회와 죄책감에 몸서리치다 이대로 질식해 버린대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我把信纸从中撕成两半,直接瘫倒趴下。抵着额头的胳膊上沾满了滚烫的液体。早已哭肿的眼角阵阵刺痛。在这无尽囚禁的迷宫里,根本找不到正确答案。被悔恨与负罪感折磨得浑身发抖,就算就这样窒息而死也不足为奇的一天。
무거운 눈을 문득 치떴을 때는 거의 아침에 가까운 꼭두새벽. 책상에 엎드렸던 그 자세 그대로였다. 울다 지쳐 까무룩 잠들어 버린 탓이었다.
猛然抬起沉重眼皮时,天已近拂晓。还是趴在书桌上的那个姿势。因为哭累后昏昏沉沉睡着了。
"...아."
"……啊。"
만화처럼 퉁퉁 부은 눈두덩이에다 감각도 없는 양 팔. 깨질 것 같은 허리와 날카로운 두통. 온몸에 열 기운이 감돌고 이마는 식은땀으로 흥건한데,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팔다리 관절 이곳저곳이 아릿하기까지. 뻣뻣하게 굳어 버린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다 현기증에 크게 휘청했다.
漫画般肿得老高的眼泡,失去知觉的双臂。快要断掉的腰和尖锐头痛。全身发热而额头冷汗涔涔,四肢关节各处刺痛得像被痛打过一顿。勉强支起僵硬的身体时,一阵眩晕让我狠狠踉跄。
밤바람이 서늘한데 창문을 활짝 열어 둔 여파일까, 아무래도 상태가 영 심상치 않다 싶더니 결국 제대로 탈이 났다. 억지로 아침밥 욱여넣으려다 구토하고 바닥을 기었다. 학교고 나발이고, 운전하기도 힘들어 택시 잡아타고 병원부터 갔더니 열이 39도라나 뭐라나. 하여간 상사병도 가지가지였다.
或许是夜风凉飕飕还大敞着窗户的缘故,总觉得状态不太对劲,结果真的出问题了。硬逼自己塞下早饭却吐了出来,趴在地上干呕。什么学校不学校的,连开车都困难,只好拦了辆出租车直奔医院,一量体温居然 39 度。总之这病来得莫名其妙。
꼼짝없이 링거 투여 당해 기절했다가 겨우 정신이 들 무렵 간호사는 하루 이틀 입원을 권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래선 안 될 것 같았다. 일종의 감이었다. 본능이 귀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毫无反抗之力地挂了点滴,昏睡过去,好不容易清醒时护士建议住院一两天。但奇怪的是,总觉得不该这样。像是某种直觉。本能在我耳边声嘶力竭地吼叫着:必须回家。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처방받은 약봉지 꾹 쥔 채 다 죽어가는 몰골로 다시 집에 들어선 순간.
几经波折后,攥着配好的药袋,以半死不活的模样再度踏进家门的瞬间。
"......"
"How are you?"
输出:
제 몸만 한 캐리어 끌고 현관에서 나오는 여주를 마주했다. 차름한 단발머리 위로 깊숙이 덮어쓴 볼캡에 얼굴 반절이 가려진 채였다. 무성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얼핏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撞见了拖着与自己等高的行李箱正从玄关出来的女主角。利落的短发上深深扣着棒球帽,遮住半张脸。如同默片中的定格画面,时间仿佛骤然凝固。
난 당분간 본가에서 지낼 거고 너 학교 갔을 때 대충 짐 챙겨 나갈게
我会暂时住在老家 你去学校的时候我会简单收拾行李离开
어차피 니 돈으로 구한 집에 염치도 없이 얹혀사는 거 미안했었어
毕竟用你的钱租的房子 厚着脸皮寄居在此一直很抱歉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카톡 창 속에서 가슴을 후벼파던 문장들이 얼핏 떠올랐다. 그게... 오늘이구나. 겁 주려고 그냥 한 말일 거라 희망 회로 돌렸었는데 정말 짐 싸러 온 거였다. 정말 이 공간에서 완벽히 분리되려고.
在反复翻阅的 Kakao Talk 聊天窗口中,那些刺痛心扉的句子忽然浮现。原来...就是今天啊。还自我安慰说那只是吓唬人的话,没想到真的来收拾行李了。是真的要彻底离开这个空间了。
뇌를 저미는 충격에 입 한 번도 떼지 못한 채 우뚝 못 박혀서 멍하니 여주 얼굴만 쳐다보고 섰다. 정확히는 볼캡 아래로 겨우 드러난 하관을.
被脑部传来的剧痛钉在原地,连嘴唇都没动一下,只是呆愣地盯着女主角的脸——确切地说,是棒球帽下勉强露出的下巴线条。
"...너 학교 안 갔어?"
"...你没去学校?"
상상치도 못한 재현의 등장에 당황한 여주가 먼저 침묵을 깼고, 그제야 언뜻 정신이 들었다.
面对始料未及的重现场景,慌乱的女主率先打破沉默,这时我才恍然回神。
"아, 휴강... 휴강해서."
"啊,停课...因为停课了。"
일단 겉옷 주머니 속에 약봉지를 쑤셔 박은 재현이 멋도 없이 모기만 한 소리로 얼버무렸다. 그새 골골 앓아누워서 황천길 오갔다는 걸 들키기는 싫었다. 못나고 약한 모습에 괜히 더 정 떨어질까 봐 그랬다.
在焕把药袋胡乱塞进外套口袋,没出息地嘟囔着蚊子般细小的声音。他不想被人发现这段时间一直病恹恹躺着,在鬼门关徘徊的狼狈模样。生怕这副软弱不堪的样子会让人更加嫌弃。
그러자 그 꼴을 빤히 쳐다보다, 아무 관심도 미련도 없단 양 쌩한 찬바람으로 지나치는 움직임이 단호했다.
对方直勾勾盯着这副惨状,却像对待一阵穿堂冷风般毫无留恋地转身离去,动作干脆利落。
"갈게. 쉬어."
"我走了。好好休息。"
"보고 싶었어."
"我好想你。"
"놔."
"放手。"
"잠깐만... 얘기 좀 해."
"等一下... 我有话要说。"
"할 말 없다고. 바쁜 일 정리되면 얘기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没什么好说的。你忘了我们说好等忙完再谈的吗?"
"나 하나도 안 바쁜데..."
"我一点都不忙..."
소심하게 반박하며 매달리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他怯懦地反驳着纠缠不休,本能地意识到事情正在严重偏离正轨。但为时已晚。
"내가 바빠. 내일 또 면접 보러 가."
"我很忙。明天还要去面试。"
"......"
"How are you?"
输出:
"철없는 애새끼로 안 살려면 빨리 취업해야 해서."
"要想不被当成不懂事的臭小子,就得赶紧找到工作。"
뼈가 있는 한 마디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타던 재현이 까슬하게 상해 버린 얼굴을 손바닥으로 박박 쓸었다.
一句戳中软肋的话让他顿时语塞。啊...进退两难的宰贤用掌心狠狠搓了搓早已涨得通红的脸。
"미안해."
"对不起。"
괜히 감기몸살 옮겨서 면접에 악영향 끼치면 낭패긴 했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사과가 시급했다. 미안해 말고 다른 말은 없는 걸까. 왜 기껏 입 밖으로 토해내는 사과는 이딴 게 전부일까.
要是因为感冒影响面试表现就太糟了。可是...此刻的道歉比任何时候都迫切。难道除了对不起就没别的话可说吗?为什么绞尽脑汁挤出来的道歉全是这种陈词滥调。
"내가... 다 잘못했어. 진심 아니었고 많이 반성하고 있어, 그것만 알아 줘."
"都是我...的错。不是真心的,我已经在深刻反省了,只求你明白这一点。"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여주 손목을 양손으로 꾹 말아 쥐었다. 곧장 피부로 느껴지는 여린 맥박의 파동에 바보처럼 덩달아 심장이 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怀着抓住救命稻草般的心情,他用双手紧紧攥住了女主角的手腕。那透过皮肤直接感受到的微弱脉搏波动,让他像个傻瓜一样不由自主地跟着心跳加速,这实在无可奈何。
"......"
"How are you?"
输出:
그것도 잠시, 잡힌 손목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여주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혼란스러운 건지, 아니면 짜증이 난 건지 알 도리는 없었다. 머지않아 벌레 쫓듯 손목 탈탈 털며 내팽개치는 걸 보니 아마 후자가 맞는 듯했지만.
但好景不长,女主角低头凝视被抓住的手腕时,表情微妙地皱了起来。是困惑还是烦躁,他无从得知。不久后她像驱赶虫子般甩动手腕并一把挣脱的模样,多半印证了后者。
"반성하면 뭐? 내가 아이구 잘했어~ 하고 또 허허실실 해야 돼?"
"反省有什么用?难道要我拍着手说‘哎哟干得漂亮~’再嬉皮笑脸吗?"
"......"
"How are you?"
输出:
"넌 그냥 네 성향이 그런 거야. 사람 안 변한대. 한 번 그랬으면 두 번은 더 쉽겠지. 난 앞으로 너 바쁠 때마다 네 눈치 볼 거고, 네 차 탈 때마다 나 길가에 떨구고 간 거 생각날 거고, 스타일 바꿨을 때 예쁘냐 물어볼 자신도 없을 거고... 회사 좆같아도 너한테 하소연도 못 할걸?"
"你不过是本性如此。听说人不会改变。有第一次就会有更轻易的第二次。以后你忙时我会看脸色,坐你车时会想起被扔在路边的场景,连换发型时都不敢问你好不好看...就算公司再操蛋也不敢跟你抱怨吧?"
"아니야, 다 잊혀질 만큼 내가 진짜 노력할게. 다 뜯어고칠게. 한 번만 믿,"
"不,我会努力到足以让一切被遗忘的程度。我会全部推翻重来。就再相信我一次,"
"작작 해, 너 미워서 꼴도 보기 싫어, 목소리 듣는 것도 짜증 나! 좀 꺼져, 제발!"
"适可而止吧,我讨厌到连看都不想看你,听到声音就烦!快滚开,求你了!"
흉부와 어깨를 퍽퍽 때려대는 작은 손에 의해 초라하게 밀려났다. 고막을 짓이기는 날카로운 음성에 머리가 웅웅 울려 어지러웠다. 온몸을 잠식한 몸살 기운 때문에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힘이라곤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피부에 닿는 그 약한 주먹조차 아파서 미간이 절로 구겨질 지경이었다.
瘦小的拳头砰砰砸在胸膛和肩头,我被狼狈地推搡着。尖锐的声音刺穿鼓膜,震得脑袋嗡嗡作响天旋地转。侵蚀全身的酸痛感带来的打击远超预期。浑身使不上半点力气,就连那轻飘飘落在皮肤上的拳头也疼得让人不自觉地皱起眉头。
"도대체 널 어떻게 믿어, 넌 그냥 내가 만만하잖아. 또 나만 바보 되고 끝나겠지."
"到底要怎么相信你,你不过是觉得我好欺负。最后又只有我像个傻子一样被耍得团团转吧。"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不是的,不是那样的..."
발갛게 상기된 낯으로 씨근대는 여주를 그저 멍하니 내려다봤다. 어지러운 머리통을 힘주어 저으며 부정했다. 여주 얼굴 가린 새까만 볼캡이 두 개 세 개로 나뉘는 착시가 일었다. 수중에 갇힌 것처럼 웅웅대는 음성. 양쪽 귓가 볼륨이 제멋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그럼에도 온 정신력을 끌어모아 겨우 중심 잡고 섰다.
涨红着脸喘着粗气的女主角,只是茫然地低头看着她。用力摇晃着昏沉的脑袋拼命否认。遮住女主脸庞的黑色棒球帽在视野中分裂成两三个重影。声音如同被困在水底般嗡嗡作响,左右耳边的音量忽大忽小。即便如此还是凝聚全部精神勉强站稳。
"뭐가 아니야, 솔직히 니가 생각해도 웃기지 않아? 당일은 그렇게 자존심 빡빡 세우다가 왜 이제 와서 빌빌거려? 이유가 뭔데!"
"什么叫不是?老实说你自己想想不觉得可笑吗?当天那么死要面子,现在为什么又畏畏缩缩?理由是什么!"
그 순간 여주가 고개를 확 쳐들어 따지면서, 챙에 가려졌던 윗얼굴이 온전히 드러났다. 안쓰럽도록 퉁퉁 부어 발개진 눈을 마주하자마자 심장이 바닥으로 꼴아 박히는 듯했다.
就在那一刻女主猛地抬头质问,被帽檐遮挡的上半张脸完全显露出来。当对上那双红肿得令人心疼的通红眼睛时,心脏仿佛瞬间坠入谷底。
"왜, 며칠 혼자 자니까 아쉬워? 몸이 막 심심하고 외로워 죽겠어?"
"怎么,自己睡了几天就舍不得了?身体寂寞空虚得要死吗?"
"...무슨 말이야, 그게."
"...你在说什么啊。"
"하려고 이러냐고."
"问你是不是故意这样。"
"이여주."
"李汝珠。"
익숙한 이름 석 자 부르는데 볼품없이 목이 메었다. 허공에 늘어뜨린 두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이가 꽉 악물렸다. 그따위로 보일 만큼... 내가 최악으로 굴었나.
呼唤着那熟悉的三个字时,喉咙竟不争气地哽住了。悬在半空的双拳微微颤抖,牙关咬得咯咯作响。我竟沦落到...让他看到如此不堪的模样么。
어떻게든 참아 보려 했는데 기어코 뺨 위로 못난 눈물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말도 안 되게 오해하는 여주가 밉다거나 억울해서라기보다는, 혼자서 그런 비참한 생각까지 하고 있을 만큼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에. 그렇게 심장을 갉아먹은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나라는 게.
明明拼命忍耐着,不争气的泪水还是啪嗒啪嗒滚落脸颊。与其说是恼恨女主荒谬的误解,或是感到委屈,倒不如说是痛心于自己竟堕落至这般胡思乱想的境地。而啃噬着心脏的元凶,偏偏正是我自己。
"봐, 이재현 너도 열 받잖아. 상처 받잖아."
"看吧,李在贤,你也在生气吧。也很受伤吧。"
"......"
"How are you?"
输出:
"이래서 시간 갖자고 한 거야. 지금 내 상태가 이래. 그냥 다 부정적인 생각밖에 안 들어. 이딴 정신으로 너한테 무슨 악담을 더 할지 나조차도 모르겠다고!"
"所以才说要冷静期。我现在的状态就是这样。满脑子都是消极念头。连我自己都不知道,以这种精神状态还会对你说出什么混账话!"
재현의 눈물을 보자마자 여주도 반사적으로 수도가 터졌다. 캐리어 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힘없이 고개 숙여 오열하는 여주를 향해 재현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훌쩍이느라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어깨에 금방이라도 닿을락 말락 손끝이 맴돌았다. 체온이 전해지는 것조차 싫어할까 봐 차마 함부로 만지기 어려웠다. 닿지 못하는 속만 하염없이 문드러졌다.
一见在玹的眼泪,女主也条件反射地泪如雨下。她无力地低头抽泣,紧握着行李箱拉杆的手微微发抖。在玹向她伸出颤抖的手,指尖徘徊在她因啜泣而上下起伏的肩膀附近,似触非触。他生怕连体温的传递都会惹她厌弃,始终不敢贸然触碰。无法触及的内心就这样无止境地坍塌着。
"재현아, 나도 너랑 더 나빠지기 싫거든. 그러니까..."
"在玹啊...我也不想和你变得更糟。所以..."
"......"
"How are you?"
输出:
"우리 제발 다음에 얘기하자. 부탁할게."
"我们下次再谈吧。求你了。"
하지만 여주가 간신히 끌어올린 그 말을 듣고는 도저히 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미친 척 용기를 냈다. 한 걸음 다가서서 뼈가 부서지도록 꽉 당겨 끌어안았다.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몸이 기다렸다는 듯 폭 안겨 왔다. 며칠 끼니 걸렀는지 한껏 야윈 등허리를 토닥였다. 흔들리는 볼캡 정수리에 뺨을 파묻었다. 간만에 느끼는 체온이 서럽고도 애틋해 이 악물고 흐느낌을 참았다.
但听到女主艰难挤出的这句话,他再也无法克制触碰的冲动。他发了疯似地鼓起勇气,一步上前将她拽入怀中,紧到几乎要揉碎骨骼。她如拼图般严丝合缝地嵌进他怀里,仿佛早已等待这个拥抱。他轻拍她饿了几日而格外单薄的背脊,把脸埋进她晃动的鸭舌帽顶。久违的体温既心酸又眷恋,他咬紧牙关咽下了呜咽。
"...알았으니까 울지 마."
"既然已经知道了就别哭了。"
나만 울 테니까 넌 제발 울지 좀 마. 힘들지 말고 아프지도 마. 아무 잘못 없잖아. 죗값은 나만 치르면 되잖아. 너 이렇게 울면 나는 진짜...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단 말이야. 차마 소리 내어 건넬 수 없는 말들이 입안에서 무의미하게 헛돌았다. 의사소통 못 하는 어린애처럼 그저 물기 어린 숨만 쌕쌕 뱉었다.
要哭也是我一个人哭,求求你别哭了。别难过也别痛苦,你明明没有做错什么。罪责由我来承担就够了。你这样子哭...我真的不知道该怎么办才好,心里难受得不行。那些无法说出口的话语在唇齿间徒劳地打转,像个无法表达的孩子般只能哽咽着喘粗气。
그렇게 한참을 안겨 울던 여주가 문득 정신 차렸는지 다시 필사적으로 재현을 밀어냈다. 하지만 이후에 따라붙는 행동은 썩 매몰차지 못했다. 뜨겁게 고열 끓는 재현의 팔을 다시금 살짝 만졌다 떼는 손길이 느릿했다.
在怀中哭泣许久的女主角突然回过神来,又开始拼命推开载现。但随后跟上的动作却不够决绝,触碰载现滚烫手臂的指尖缓慢迟疑,最终轻轻抽离。
"이재현, 혹시 지금..."
"李载现,难道现在..."
다 젖은 얼굴로 몇 번 숨을 고르다 메마른 입술을 달싹이길래, 순간 온 신경을 집중해 귀 기울였다.
用湿漉漉的脸调整了几次呼吸,干裂的嘴唇微微颤抖着,瞬间集中所有神经竖起耳朵。
"...아니야. 갈게."
"……不是的。走吧。"
안타깝게도 뒷말은 마저 들을 수 없었다. 뭔가 물어보려다 말고 도망치듯 돌아서 가 버리는 뒷모습을 차마 붙잡지 못해 멍청하게 고개만 푹 떨구는 재현이었다.
可惜后半句话已经听不清了。刚要追问什么,对方却像逃跑般转身离去,只能呆望着那连衣角都抓不住的背影,傻傻地点头。
다만 좌절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여주가 사라지기 무섭게, 잠시 망각했던 몸 상태가 새삼 뒤늦게 의식된 탓이었다.
不过沮丧的时间并没有持续太久。就在少女消失的同时,被暂时遗忘的身体状况突然鲜明地重新意识到。
"하, 씹... 돌겠네."
"哈,妈的...真要疯了。"
링거 약발이 그새 다 됐나. 정신 옥죄는 고통으로 사지 가누기가 버거웠다. 펄펄 끓는 체열에 비틀거리며 겨우 집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탁 닫았다.
点滴的药效这么快就过了吗。被精神压迫的痛苦折磨得四肢难以支撑。在滚烫的体温中踉跄着勉强走进屋内,砰地关上了玄关门。
그리고 현기증에 마구 어그러지는 시야 속 들어온 것은 미세하게, 아니, 대놓고 달라진 풍경. 방 안 곳곳에 당연하단 듯 자리했던 여주의 물건들, 흔적들, 그 자잘하고 소중한 추억들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린 걸 확인했을 때 끝끝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열 오른 두 손바닥으로 얼굴 감싸며 쭈그려 앉았다. 그마저도 중심을 잃어 맥없이 기울어졌다.
然后在眩晕中扭曲的视野里出现的,是微妙地——不,是明目张胆改变了的风景。房间里理所当然般遍布着的女主的物品、痕迹,那些琐碎而珍贵的回忆,像谎言一样全部消失不见。确认这一切时终于崩溃了。用发烫的双手捂住脸蜷缩着蹲下,即便如此也失去重心无力地歪倒。
"...이여주, 나 아파."
"...李汝珠,我好痛。"
"......"
"How are you?"
输出:
"아파 죽겠다고..."
"疼得要死了..."
몸도 마음도 아파, 나 진짜 이러다 죽을 것 같아.
身体和心都疼,我真的要这样死掉了。
흐려진 초점으로 서글프게 앓아 봤자 대답 없는 메아리. 아픈데 아프다 말도 못 하고 기댈 곳 없이 혼자 속으로 삭여내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비로소 느끼는 중이었다. 너도 그랬겠지. 더했겠지. 나는 지금 명백히 혼자 있는 게 맞지만, 넌 곁에 내가 있었는데도 혼자였으니 얼마나 더 외로웠을까. 바보같이 그거 하나 몰라줘서, 너한테 그토록 나쁜 짓만 해서... 그래서 지금 내가 벌 받나 봐.
模糊的视线中,悲伤地凝视着得不到回应的虚空。疼痛却无法言说,无处可逃,只能独自沉入内心深处——此刻我才真切体会到这种感受。你也曾如此吧。更甚于此吧。虽然此刻我明确是独自一人,但当初你身边明明有我却仍感孤独,那该多么寂寞啊。像个傻瓜一样连这点都不懂,对你做了那么多坏事...所以现在遭报应了吧。
이제는 기어코 한계였다. 몰라보게 쇠약해진 육체는 휘몰아친 감정들을 채 감당해 내지 못했다. 온 얼굴을 뒤덮은 식은땀이 눈까지 따끔하게 흘러들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끌고 침대에 쓰러졌다. 주머니에 쑤셔 뒀던 약봉지가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듯 정신이 한없이 아득해졌다. 참으로 지독한 열병이었다.
如今终于到了极限。不知不觉衰弱的身躯再也承受不住汹涌的情绪。冰冷的汗水覆满全脸,甚至刺痛地流进眼睛。拖着千斤重的身体摔倒在床上。藏在枕头下的药袋弹出来,在地板上滚动。灵魂与肉体仿佛分离,意识陷入无底深渊。这真是场残酷的高烧。
무의식의 세계는 온통 안개 낀 것처럼 흐릿했다. 하염없는 암흑 속을 헤매다 얼핏 빛을 발견했다. 여주였다. 언제나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이 눈앞에 둥실둥실 떠다녔다. 어차피 꿈이니까, 실체 없는 허상이니까 서슴없이 끌어안고 달큰하게 입을 맞췄다. 깊숙이 포개진 입술이 설탕 결정처럼 포슬포슬 녹았다. 꿈이지만 꿈보다 더 꿈만 같았다.
无意识的世界仿佛笼罩在浓雾中般模糊不清。在无尽的黑暗中徘徊时,蓦然瞥见一缕光亮。是女主角。那张一如既往惹人怜爱的脸庞在眼前轻轻飘荡。反正是梦境,既然是虚无的幻影,便毫不犹豫地拥她入怀,甜蜜地吻了上去。深深交叠的唇瓣如砂糖结晶般酥酥融化。虽是梦境,却比梦更像梦。
꿈에라도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고맙단 말 대신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고백했던 것 같다. 사랑해, 좋아해, 난 너 아니면 안 돼. 이 꿈에서 깨면 우린 꼭 다시 만나야만 해.
该说谢谢你在梦里也来找我吗?短暂犹豫后,最终将感谢化作无数遍的告白。我爱你,喜欢你,没有你就不行。等从这个梦里醒来,我们一定要再相见。
"...아."
"……啊。"
별안간 갑자기 모든 색감이 확 선명해졌다 느낄 찰나에는, 이미 무의식에서 빠져나와 번쩍 눈을 뜬 채였다. 천장의 격자무늬를 훑다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곧장 이마에서 뭔가 툭 떨어져 내리길래 얼떨떨하게 내려다봤다. 축축한 물수건? 내가 이걸... 올리고 잤던가. 대체 언제?
当突然感觉所有色彩骤然鲜明起来的瞬间,意识已猛然抽离,倏地睁开了眼睛。扫视着天花板上的网格花纹,突然直挺挺坐起身。有东西从额头啪嗒掉落,愣愣低头看去。湿毛巾?我什么时候...把它放在额头睡着的?到底什么时候?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다 말고 바로 옆 협탁을 보자마자 또 멈칫했다. 그릇에 고스란히 담긴 새하얀 쌀죽과 숟가락 하나. 따듯한 보리차가 든 물컵. 잘 정리된 약봉지까지. 뭐야, 아직도 꿈인가. 열 기운은 확실히 가신 것 같긴 한데. 눈꺼풀만 껌벅이다 상황 파악이 안 돼 그저 미어캣마냥 무기력하게 사방을 살폈다.
正追溯着朦胧记忆时,瞥见身旁床头柜又突然愣住。碗里盛着雪白米粥和一把勺子。装着温热大麦茶的杯子。还有整理好的药包。什么啊,难道还在梦里。烧确实退了,但眨巴着眼睛仍搞不清状况,只能像狐獴般无力地环顾四周。
그러다 별안간 시선의 끝에 닿은 건, 쓰다 만 편지 뭉치들로 너저분한 책상 앞. 누군가 앉았다 일어난 것처럼 반 바퀴 돌아간 회전의자.
忽然间视线尽头出现的,是堆满未写完信件的凌乱书桌。转椅半圈旋转着,仿佛有人刚起身离去。
"......"
"How are you?"
输出:
묘한 직감에 이끌려 홀린 듯 멍하니 다가갔다. 반으로 북북 찢어 놨던 편지지 한 면이 뒤집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백지 구석에 자그맣게 쓰인 메모를 발견했을 때에야,
被莫名直觉牵引着,我像着了魔般恍惚走近。被撕成两半的信纸其中一面翻了过来,当发现那张白纸角落写着的小小备忘录时——
**구 **동 **아파트 2단지
**区**洞**公寓 2 期
다 나으면 와. 낫기 전엔 절대 오지 마. 감기 옮기 싫으니까.
等病好了就来。痊愈前绝对别来。不想传染感冒给你。
꿈엔들 잊힐 리 없을 그 입맞춤은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자각했다.
在梦中也无法忘记的那个吻,我意识到那绝非梦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