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텐션. 성적 긴장감. 보통은 섹텐이라 통용되는 그것. 이십년 일생을 꽤 담백하게 살아온 우영에게는 다소 거리감 있는 단어였다. 걔를 만나기 이전까지는 그랬지. 일생 일대의 고민을 고작 에브리타임에 작성하고 있는 현재, 우영은 걔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까맣게 점멸되는 기분을 체험한다. 나 혼자만 이런 고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거라면 나 너무 억울할 것 같애, 산아.
性紧张。通常被称为“性张”。对于过了二十年平淡生活的郑友荣来说,这是一个有些距离感的词。直到遇见他之前都是这样。现在,郑友荣正把一生一世的烦恼写在 Everytime 上,他感受到自己的脑海因为对他的思念而变得一片空白。如果只有我一个人在这种烦恼中挣扎,那我会觉得太委屈了,伞啊。


토독토독 작성한 글을 다섯 번이나 검토한 우영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등록을 누른다. 고민의 대상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게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거리가 먼 우영에게는 에브리타임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제발제발 저에게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주세요.
托独托独写好的文章,友荣已经检查了五遍,确认没有问题后按下了注册键。虽然心中的烦恼对象也在同一所学校上学,这让他有些担心,但对于与网络社区距离甚远的友荣来说,除了 Everytime,他没有其他合适的选择。拜托拜托,请借给我集体智慧的力量吧。



비밀게시판 秘密留言板

우산대

익명 

너희는 친구한테 섹텐 느껴본적 있음?
你们有没有对朋友感到过性感?

아니 내 얘긴 아니고 不是我的故事

내 엠비티아이가 ENFJ라서 因为我的 MBTI 是 ENFJ

실은 원래 내가 S엿는데 其实原本我是 S

이번에 다시 검사해보니까 N이 나왔더라고
这次重新检查了一下,结果是 N

N이 약간 원래 상상력이 풍부하잖음??
N 本来就很有想象力,对吧?

그래서 그런지 所以

나도 갑자기 이런게 궁금하길래 ㅇㅇ
我也突然对这种事情感到好奇 ㅇㅇ

걍 다른 사람들 생각도 궁금해서 올려봄
只是好奇其他人的想法,所以发上来了



자극적인 제목 탓인지 글을 올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두 개의 댓글이 달렸다.
由于标题的刺激性,文章发布后没过几分钟就有了两条评论。



익명1

친구한테 섹텐 느끼는거면 그건 친구가 아닌거 아님..??
如果对朋友有性吸引,那就不是朋友了吧..??


익명2

나랑 내 남친 그랫는데 결국사귐ㅋㅋㅋㅋ
我和我男朋友那样了,结果还是在一起了哈哈哈哈



기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코멘트 내용에 우영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명확한 해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다들 자기 일처럼 고민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게 님들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걔랑 내 사이는 이것보다 서른다섯배 정도 복잡하고도 미묘한…… 익명 원투의 엠비티아이를 멋대로 _S__라 단정지은 정엔프제 군은 새롭게 달린 댓글을 확인한다.
期待完全不符合的评论内容让郑友荣的表情迅速暗了下来。虽然他并不指望得到明确的答案,但大家至少可以像对待自己的事情一样稍微思考一下吧。这件事不像你们想的那么简单。我和他的关系比这复杂三十五倍……随意断定匿名一二的 MBTI 类型为_S__的丁 ENFJ 君正在查看新评论。



익명3

정확히 섹텐이 뭘말하는거임? 어떻게 느꼈다는거?
准确地说,섹텐是什么意思?你是怎么感觉到的?



아... 이걸 또 내가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줘야 돼? 하면서도 우영의 손은 다시 토독거리기 시작했다. 
啊……我还得具体解释一下这个情况吗?郑友荣的手又开始轻轻敲打起来。



 익명(글쓴이) ↳ 匿名(作者)

그니까… 전에 얘 긱사 통금 지나서 내 자취방에서 재운 적 있단말임 바닥에서 자기 싫다길래 어쩔수없이 둘이 내 침대에서 잤는데 얘가 잠이 안온다고 자꾸 나를 쿡쿡 찔러댔단 말이지 그래서 복수할 생각으로 돌아누웠는데 그때 눈마주쳤을 때 뭔가 좀.. 이상했어
所以说……之前他因为过了宿舍的门禁时间,所以在我租的房子里过夜。他说不想睡地板,所以我们不得不一起睡在我的床上。结果他老是说睡不着,不停地戳我。所以我想着要报复他,就转过身去,结果那时候我们对视了一下,感觉有点……奇怪。


익명(글쓴이) ↳ 匿名(作者)

글고 내가 원래 친구들한테도 스킨십이 좀 많아서 얘한테도 장난칠 때가 많은데 얘 반응이 좀... 싫으면 그냥 질색하면서 밀어내면 되는데 견디듯이 받아주니까 자꾸 더 괴롭히게 돼 분명 나보다 키도 크고 몸도 좋은데 손목이나 허리같은데가 이상하게 가늘어서 자꾸 쥐어보고싶고...;;
而且我本来对朋友们就很喜欢肢体接触,所以也经常跟他开玩笑,但他的反应有点... 如果不喜欢的话,直接厌恶地推开就好了,但他总是像忍耐一样接受,所以我就越来越想捉弄他。明明他比我高,身材也好,但手腕和腰这些地方却奇怪地细,所以总是想抓一抓...;;


↳ 익명3 ↳ 匿名 3

ㅇㅇ본인얘기인거 잘들었음 내가 봐도 그거 친구 아닌것같은데 잘되면 후기 부탁ㅋㅋ
ㅇㅇ 본인 얘기인 거 잘 들었음. 내가 봐도 그거 친구 아닌 것 같은데, 잘되면 후기 부탁ㅋㅋ


익명4

근데 읽다보니 이상한 부분이 좀 많은데 혹시 동성친구임?
不过读着读着发现有些奇怪的地方,难道是同性朋友吗?


익명(글쓴이)  匿名(作者)

아이런씨발 艾伦,操



다급하게 글을 지운 우영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쿡 찔렀다고 너무 허술하게 전부 불어버린 것이다. 설마 이 글을 최산이 봤을 확률은? 지금은 새벽 두 시에다가 오늘 우리는 1교시부터 전필이 있고 걔는 워낙 어디든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드는 애니까...... 아니 그럼 내 자취방에서는 왜 잠이 안 온다고 했던 건데? 도대체 왜? 그렇게 우영은 오늘도 의문을 잔뜩 품은 채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急忙删除了文章的郑友荣抚着胸口喘着粗气。只是轻轻一戳就全都说漏了嘴。崔伞看到这篇文章的几率有多大呢?现在是凌晨两点,今天我们从第一节课开始就有必修课,而他是那种无论在哪里只要头一沾枕头就能马上入睡的家伙……不对,那为什么在我租的房子里他说睡不着呢?到底为什么?就这样,郑友荣今天也带着满腹疑问,直到凌晨五点都没能入睡。





섹텐네버라이 A

정우영 최산 郑友荣 崔伞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이 꿈이라는 공간에서나마 얼굴을 내밀고 목소리를 높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묻어둔 감정들이 지멋대로 새어나오는 거지. 
梦是无意识的显现。潜藏在我内心深处的东西在梦的空间里露出脸来,发出声音。深埋在心底的情感随意地流露出来。


그렇다면 나의 무의식은 온통 최산인 것인가?
那么我的潜意识里全是崔伞吗?


강의 내내 졸던 우영은 결국 점심을 포기하겠노라 선언하고 남자휴게실로 향했다. 오후에도 강의가 두 개나 있는 걸 생각할 때 밥보다 잠을 채우는 게 먼저였다. 그렇게 잠깐 눈붙인 이 순간까지도 왜 내 꿈에는 최산이 나오는 건지. 지금 내가 쪽잠 청하는 것도 다 새벽까지 걔 생각 하느라 못 자서 그런 거 아냐. 우영은 억울함에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整节课都在打瞌睡的郑友荣最终宣布放弃午饭,径直走向男生休息室。想到下午还有两节课,他觉得比起吃饭,补觉更重要。即使在这短暂的闭眼瞬间,为什么我的梦里总是出现崔伞呢?现在我打盹也是因为熬夜想着他才没睡好吧。郑友荣感到委屈得想吐血。


꿈에서 산은 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梦里,崔伞看着郑友荣说道。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우영아.
我也和你有同样的心情,友荣啊。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니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아는데?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너는 어떻게 아는데 산아.
你说你和我有同样的心情?你怎么会知道我的心情?连我自己都不知道的心情,你怎么会知道,伞啊。


복잡한 우영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꿈속의 산은 우영에게 다가왔다. 아주아주 천천히. 슬로우모션 효과라도 걸어놓은 것처럼. 그렇게 우영의 앞에 선 산이 우영의 목에 팔을 감는다. 그리고……
复杂的友荣的心思,梦中的伞是否知道呢?伞慢慢地走向友荣。非常非常慢。就像是开启了慢动作效果一样。就这样,站在友荣面前的伞把手臂绕在友荣的脖子上。然后……


“영아 일어나. 곧 한시야.” “友荣,起床。快一点了。”


눈을 깜빡이니 보이는 하얀 천장과 코를 찌르는 남자휴게실 냄새. 아… 꿈이었구나 씨발. 
睁开眼睛看到的是白色的天花板和刺鼻的男休息室的味道。啊……原来是梦啊,真他妈的。


비몽사몽한 우영을 바라보는 산의 눈과 입이 매끄럽게 휘어진다. 잠 덜 깬 정우영 완전 바보 같애. 그러더니 여전히 침대에 등 붙이고 누운 우영을 안아서 일으키는 게 아닌가. 아까의 꿈과 오버랩되듯 느리게 재생되는 화면. 우영은 제게 다가오는 산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꽉 감아버렸다. 꿈이라는 공간에서 하염없이 헤매던 나를 현실로 끌어내는 것조차 왜 하필이면 너라서.
看着迷迷糊糊的郑友荣,崔伞的眼睛和嘴角都柔和地弯了起来。还没完全清醒的郑友荣真是傻得可爱。然后,他竟然抱起了依然躺在床上的友荣,把他拉了起来。画面像是与刚才的梦重叠般慢慢播放。友荣不敢直视向他走来的崔伞,紧紧闭上了眼睛。为什么偏偏是你,把在梦中无尽徘徊的我拉回现实。


강의실에 들어서고도 쉽사리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우영을 산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이마에 산의 손이 닿자 우영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몸을 쭉 뺐다. 산이 서운한 표정으로 우영에게서 떨어진다. 원래의 우영이라면 이 타이밍에서 오히려 산에게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됐다. 아니, 정확히 짚어야지. ‘요즘’은 도무지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강의실에 들어서고도 쉽사리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우영을 산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이마에 산의 손이 닿자 우영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몸을 쭉 뺐다. 산이 서운한 표정으로 우영에게서 떨어진다. 원래의 우영이라면 이 타이밍에서 오히려 산에게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됐다. 아니, 정확히 짚어야지. ‘요즘’은 도무지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走进教室后,郑友荣依然无法轻易恢复精神,崔伞用担忧的眼神看着他。你哪里不舒服吗?当崔伞的手碰到额头时,郑友荣吓了一跳,猛地向后退了几步。崔伞带着失落的表情从郑友荣身边离开。按理说,原本的郑友荣在这个时候应该会把脸凑过去……但现在不行。准确地说,‘最近’根本做不到。


하루 수업이 모두 끝나고 같이 피시방에 가자는 산에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 우영은 쏜살같이 집으로 귀가했다. 지금쯤 단단히 삐졌을 걸 아는데 먼저 연락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 복잡한 마음을, 꼬이꼬 꼬여버린 실타래를 깔끔히 풀기 전까지는 그럴 수 없었다.
一天的课程结束后,拒绝了崔伞一起去网吧的邀请,郑友荣飞快地回了家。他知道这个时候崔伞肯定已经生气了,但他没有先联系他的心情。在理清这复杂的心情和纠结的心结之前,他无法这样做。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 ‘내가 최산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결정적 사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우영은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꿈나라로 향했다. 시간이 흘러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도.
躺在床上正襟危坐的郑友荣,思考着“我对崔伞产生这种感情的决定性事件是什么”,最终抵挡不住袭来的困意,进入了梦乡。时间流逝,直到黑暗完全降临。


그때, 고요함을 깨우는 우당탕탕 소리가 있었으니. 멀쩡한 초인종 두고 빌라가 떠나가라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우영은 화들짝 깨고 만다.
那时,有一阵喧闹声打破了寂静。郑友荣被那敲门声惊醒了,那声音大得仿佛要把整栋别墅震塌,明明门铃好好的却不用。


“야 정우영!!” “呀,郑友荣!!”

“……?” “……?”

“집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문 안 열면 죽는다!!!!”
“我知道你在家,不开门就死定了!!!!”


이 목소리는 분명히 최산이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취한 최산. 꼬부랑거리는 발음에서 문을 열기 전부터 강렬한 알콜 기운을 감지한다. 크게 숨을 들이킨 우영이 문을 열자마자 산이 우영의 품으로 쏟아지듯 안긴다. 술냄새를 뚫고도 맡아지는 걔의 체취. 우영은 저까지 취하는 기분을 느낀다.
这声音肯定是崔伞的。而且是喝得烂醉如泥的崔伞。从他含糊不清的发音中,在开门之前就能感受到强烈的酒精气息。郑友荣深吸一口气,一开门,崔伞就像要倒进他的怀里一样扑了过来。即使穿过酒味也能闻到他的体味。郑友荣感觉自己也要醉了。


“너 요즘 자꾸 왜 그래?”
“你最近怎么老是这样?”

“……”

“막 나 피하잖아. 이제 나 싫어? 나랑 친하게 지내기 싫어?”
“你总是躲着我。现在不喜欢我了吗?不想和我亲近了吗?”

“야, 내가 언제 피했다고……” “喂,我什么时候躲过……”

“누굴 바보로 아나… 너 요즘 맨날 나랑 거리 두잖아……”
“你以为我是傻子吗……你最近总是和我保持距离……”


히유우우. 술기운이 올라오는지 뜨거운 숨을 쏟아낸 산이 우영의 어깨에 볼을 부빈다.
嘻嘻嘻。崔伞因为酒劲上头,吐出炙热的呼吸,把脸颊贴在郑友荣的肩膀上。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으면 그냥 말로 해 주라아.”
“如果我做错了什么,请直接告诉我。”

“……”

“너 자꾸 그러면 나 너무 속상해.”
“你老是这样的话,我会很难过的。”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영이 너인 거 알잖아…”
“你知道我最喜欢的人是你,友荣…”


우영의 속도 모르고 잽잽원투펀치를 날린 산은 본인의 임무가 끝났다는 듯 현관에서 기절했다. 불도 켜지 못한 방은 현관등이 꺼지자 다시 어둠에 잠식되었고 그 속에서 우영은 홀로 생각한다.
不明白友荣心情的伞像完成任务一样,在玄关处昏倒了。没有开灯的房间随着玄关灯熄灭再次被黑暗吞噬,友荣在黑暗中独自思考。


산아.

보통 친구 사이에 이런 걸로 이렇게 서운해하고 그러나?
普通朋友之间会因为这种事情感到失望吗?

나는 도대체 너랑 뭘 하고 싶은 걸까.
我到底想和你做什么呢。

우리는 어쩌다 이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거지.
我们怎么会陷入这样的危机呢。


우영은 천천히 테이프를 되감기 시작했다. 감정 변화의 첫 키프레임이 어디였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영慢慢开始倒带。为了找出情感变化的第一个关键帧在哪里。





1.


우영이 산을 인식한 것은 입학 후 꽤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매일같이 과방에 출석해 오늘의 음주팟을 모집하는 우영과 달리 강의가 끝나면 쏜살같이 기숙사로 향하는 산은 카테고리부터가 달랐으니까. D:/인싸/정우영과 C:/아싸/최산에게 허락된 교집합은 같은 학과 동기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사람 잘 기억하는 우영조차 산의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키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산의 이름이 특이하지 않았더라면 우영은 지금까지도 산의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출석 부르는 순간 외에는 볼 일 없는 애를 어떻게 외우겠어.  
郑友荣注意到崔伞是在入学后相当长的一段时间之后。与每天都去社团活动室招募当天饮酒小组的友荣不同,崔伞在课程结束后总是飞快地回到宿舍,他们从一开始就属于不同的类别。D:/社交达人/郑友荣和 C:/社交恐惧/崔伞之间唯一的交集就是他们是同一个专业的同学。因此,即使是记人很厉害的友荣,也花了很长时间才把崔伞的脸和名字对上号。如果崔伞的名字不那么特别的话,友荣到现在可能还不知道他的名字。除了点名的时候,根本没有机会记住这个人。


이런 두 사람이 엮이게 된 이유는 다소 단순했는데 우영과 친한 여자 동기가 최산을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这种两个人纠缠在一起的原因相当简单,因为和友荣亲近的女同学暗恋崔伞。


사건의 그날. 오늘따라 교수님 수업이 유난히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핑계로 김치전팟이 결성됐다. 대학생이란 원래 술 마실 건수 만들기가 공통 전공이니까. 간술로 1차만 하고 가자던 술자리는 닭발로 종목이 변경되어 2차가 되고 종국에는 투다리 김치우동으로 마무리하자며 3차가 되었다. 다음 날이 공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달린다는 것은 헤어지기 아쉬울 정도로 재밌다는 뜻. 그런 분위기에서 폭탄발언 하나쯤 터지는 거야 놀랍지도 않지. 그날의 메인 주인공은 A양이었고 A양은 반쯤 풀린 눈으로 고백했다. 나 우리 과에 좋아하는 애 생겼어, 라고.
事件的那天。今天教授的课格外无聊和没意思,所以我们决定成立一个泡菜煎饼小组。大学生本来就是擅长找借口喝酒的。原本说好只喝一轮的酒局,变成了吃鸡爪的第二轮,最后又变成了吃泡菜乌冬的第三轮。尽管第二天不是休息日,但我们还是玩得很尽兴,舍不得分开。在这种氛围下,爆出一个惊人的言论也不奇怪。那天的主角是 A 小姐,她半醉着眼睛告白道:“我喜欢上我们系的一个人了。”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 시기의 새내기들답게 모두의 관심사와 고민은 전부 연애였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핫토픽은 역시 씨씨였기에 A양의 고백은 다른 폭탄발언보다 파급력이 다섯 배 정도 강했다. 뭐어어억?! 하며 뒤집어진 정우영 외 4인은 놀라는 것도 잠시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누구? 누군데? 언제부터 좋아했는데? 야 누군지 말해봐. 우리가 도와줄게. 설마 우리 중에 있는 건 아니지? 야 그건 아니다 미친 새끼야.
像那时成群结队的新生一样,所有人的关注点和烦恼全都是恋爱,其中最热门的话题当然是校园情侣(CC),所以 A 小姐的告白比其他爆炸性发言的影响力强了五倍左右。什么?!郑友荣等四人惊讶了一会儿,随即不断地提出问题。谁?是谁?从什么时候开始喜欢的?喂,说说是谁。我们会帮你的。不会是我们中的某个人吧?喂,那不可能,疯子。


“그… 걔야.” “那… 是他。”

“아 누구!! 뜸들이지 말고 말하라고 얼른.”
“啊,谁啊!!别磨磨蹭蹭的,快说。”

“걔.” “他。”


“산이 있잖아. 최산.” “伞在这里。崔伞。”


A양의 짝사랑 상대는 다름 아닌 최산이었다. 과에서 인싸라고 이름난 여섯 명이 모인 이 팟에서도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최산. 기숙사 사는 주제에 강의시간 외에는 학교에서 마주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걔.
A양的暗恋对象不是别人,正是崔伞。在这个由六个系里有名的社交达人组成的小团体中,崔伞是唯一一个没有亲密朋友的人。虽然住在宿舍,但除了上课时间,几乎不可能在学校碰到他。


너무 예상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테이블에는 잠시 정적이 돌았다.
因为是太出乎意料的人物,桌子上暂时陷入了沉默。


“왜?” “为什么?”


모두들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정적을 깬 것은 우영이었다. 정말로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当所有人都在察言观色时,打破沉默的是友荣。他真的很好奇为什么喜欢。


다른 애도 아니고 최산이라니…… 좋아할 만한 건수 자체가 있기 힘들지 않나? 학과 생활도 잘 안하는 데다 우영이 알기로 A와 최산은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응 or 아니로 응수하는 산은 학과 내에서 이미지 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개강 초에는 싸가지 없다는 소문까지 돌았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허우대 덕인지 여자애들은 꾸준히 관심 많아 보이긴 했지만.
别的也就算了,居然是崔伞……这怎么可能会喜欢上呢?他平时几乎不参加系里的活动,而且据友荣所知,A 和崔伞从来没有真正聊过天。即使有人跟他说话,崔伞也只是用“嗯”或“不是”来回应,所以在系里他的形象并不怎么好。开学初甚至还有传言说他很没礼貌。尽管如此,可能因为他长得不错,女生们还是对他保持着持续的兴趣。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는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동반되는 게 마땅하잖아. 이름과 얼굴만 겨우 아는 과 동기를 좋아한다니. 어쩐지 우영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 일이었다. 
喜欢上某个人时,通常会伴随着特别的契机或事件。喜欢上一个只知道名字和脸的同学,这对友荣来说似乎并不容易理解。


“아니 그냐앙.. 잘생기기도 했구 실은 내가 그런 스타일 좋아하거든. 말없고 조용한 것도 내 이상형에 가까워서. 친해지고 싶은데 기회가 잘 없네.”
“不是啦…他长得帅,其实我就喜欢那种类型。沉默寡言的也很接近我的理想型。我想和他亲近,但没有什么机会。”


시무룩해진 A를 달래기 위해 테이블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자기들이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고 나서는 오바스러운 액션까지. 그때 A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우영의 손을 붙든다. 우영아, 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뭐냐면 말이지.
为了安慰闷闷不乐的 A,桌子再次变得喧闹起来。大家纷纷挽起袖子,夸张地表示要帮忙。这时,A 带着快要哭出来的表情抓住了友荣的手。友荣啊,我有件事想拜托你……那是什么呢?


그것은 바로바로 那就是


<A와 최산 이어주기 러브러브 프로젝트>
<A 和崔伞牵线搭桥的爱情项目>

주연: A, 최산 主演: A, 崔伞

조연: 정우영 配角:郑友荣

줄거리: 상처받은 아기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A의 마음을 훔친 최산. A는 산으로 인한 상사병으로 사경을 헤맨다. A의 절친 우영은 이런 A를 위해 산에게 접근하고… (중략) 우영과 메가베스트프렌드가 된 산은 자연스럽게 A와도 친해지게 되는데… (또 중략) A와 산은 씨씨가 되어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剧情简介:用受伤的小猫般的眼神偷走了 A 的心的崔伞。A 因崔伞而患上相思病,几乎要死去。A 的挚友郑友荣为了这样的 A 接近了崔伞……(中略)与郑友荣成为超级好朋友的崔伞自然而然地也和 A 变得亲近了……(又中略)A 和崔伞成为情侣,过上了幸福的大学生活。



“잘 부탁할게 우영아!!” “拜托你了,友荣啊!!”


어어…… 그니까 나는 지금 강제로 캐스팅당한 거지? 이중에 가장 친화력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개런티도 없이 말이야. 황당함에 혀를 내두르던 우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A의 부탁을 산뜻하게 수락했다. 원체 거절을 모르는 오지랖이라 그렇다.
呃呃……所以我是因为在这里面最有亲和力的原因被强制选中了?还没有任何报酬。郑友荣对这荒唐的情况感到无语,但还是爽快地接受了 A 的请求。因为他本来就是个不会拒绝别人的热心肠。


모두들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며 촌스러운 건배사까지 저지를 때 우영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스무살에게 있어 연애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왜 다들 연애하려고 난리일까. 놀기 좋은 스무살에 왜 굳이 한 명한테 코 꿰이려고 하는 건지. 우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심리였다. 
当大家为了项目的成功而举杯庆祝时,郑友荣却陷入了自己的思考中。关于二十岁的人来说,恋爱到底是什么。为什么大家都那么想谈恋爱呢?在二十岁这个适合玩乐的年纪,为什么非要被一个人束缚住呢?对郑友荣来说,这种心理是无法理解的。





2.


생각과 반대로 책임감은 발동됐기에 우영은 다음날부터 행동을 개시했다. 평소처럼 강의실에 들어섰고 평소와 다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머지않아 발견된 목표물에게로 전진한 우영은 능청스럽게 옆자리를 꿰찼다. 의자에 올려둔 산의 가방을 치워버리는 몰염치까지 저지르며.
与想法相反,责任感被激发了,郑友荣从第二天开始行动。他像平时一样走进教室,但与平时不同的是,他环顾了四周。不久后,他发现了目标,便厚颜无耻地坐在了崔伞旁边,甚至把崔伞放在椅子上的包挪开了。


“안녕?” “你好?”

“어.. 안녕.” “呃.. 你好。”


무대뽀로 엉덩이 들이미는 것도 모자라서 뻔뻔스러운 인사까지. 산의 표정이 순식간에 당황으로 물들었다. 너 이거 혼자 들어? 미처 상황 파악이 안된 산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우영이 다시 한번 묻는다.
무대뽀로 엉덩이 들이미는 것도 모자라서 뻔뻔스러운 인사까지. 산의 표정이 순식간에 당황으로 물들었다. 너 이거 혼자 들어? 미처 상황 파악이 안된 산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우영이 다시 한번 묻는다. 不仅是无所顾忌地把屁股凑过来,还厚颜无耻地打招呼。崔伞的表情瞬间变得惊慌失措。你一个人进来的吗?还没弄清楚状况的崔伞瞪大了眼睛,郑友荣再次问道。


“옆자리 앉아도 되냐고. 혹시 누구 자리 맡아둔 거야?”
“我可以坐在旁边吗?这里有人吗?”

“아… 그건 아닌데.” “啊… 不是那样的。”

“그래? 그럼 나 오늘 여기 좀 앉을게. 친구들이랑 싸워서 나 혼자 앉아야 되거든.”
“是吗?那我今天就坐在这里吧。我和朋友们吵架了,所以只能一个人坐。”


언뜻 보면 무례할 법한 태도에도 산의 표정에서는 당황과 난감 이외의 감정이 읽히질 않았다. 여기서 우영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얘 성격 완전 물렁하네. 우영이 펜과 종이가 없음을 눈치채곤 각 맞춰 노트를 찢어주는 세심함 같은 게 ‘얘 분명 싸가지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
乍一看,崔伞的态度似乎有些无礼,但他的表情中却看不出任何惊慌或困惑的情绪。在这一刻,郑友荣直觉地意识到,这家伙性格真是软得很。郑友荣注意到崔伞没有笔和纸,细心地撕下笔记本的一页,这让他不禁怀疑,‘这家伙不是说很没礼貌吗?’


콜드아이즈이베이비일 줄 알았던 남자주인공이 알고 보니 속내 여린 아기고양이일 때, 시나리오는 뻔해지지만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스무스해지는 것은 팩트. 정갈하게 각 맞춰 찢긴 종이 한 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우영이 펜을 들고는 온갖 질문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필기하라고 줬더니 필담으로 사용하는 것마저 뻔뻔 그 자체였다. 
当以为是冷酷无情的男主角其实内心柔软如小猫时,剧情虽然变得老套,但故事的发展却因此变得顺畅,这是事实。正盯着一张整齐撕开的纸看的郑友荣拿起笔,开始写下各种问题。给他笔记用的纸,他却用来写对话,真是厚颜无耻。


종이에 질문을 끄적댄 우영이 산의 옆구리를 쿡쿡 건드렸다.


너 이거 다음에도 수업 있어?
你接下来还有课吗?

(끄덕) (点头)

혹시 서양미술사? 西洋美术史吗?

(끄덕끄덕) (点头点头)

아 너도 그거 듣는구낭ㅎㅎ 나도 그거 듣는데 같이 점심먹을래?
啊,你也听那个呀ㅎㅎ我也听那个,要不要一起吃午饭?

(머뭇) (犹豫)

니 좋아하는 음식 뭐야? 你喜欢的食物是什么?

(입모양으로) 고기.. (用嘴型)肉...

니 고기 좋아해?? 야 나도 고기 개좋아해서 집에 수비드머신도 잇음ㅋㅋㅋㅋ
你喜欢吃肉吗?哈哈,我也超级喜欢吃肉,所以家里还有一台低温烹饪机ㅋㅋㅋㅋ


그렇게 옆구리 찌르기를 열두 번 정도 반복하자 산의 미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这样戳了大约十二次崔伞的肋骨,他的眉头也开始发生变化。


“이따 밥 먹을 때 물어봐도 되니까 제발 그만해……”
“待会儿吃饭的时候再问可以吗,拜托别再问了……”


이 말을 끝으로 산의 옆구리는 평화를 되찾았으나 이는 잠깐의 평화였을 뿐 전쟁의 불씨가 되고 만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영에게 붙들려 단골이라는 두루치기집에 갔다가, 함께 오후 교양을 들었다가, 기숙사 들어가려는 걸 붙잡혀 강제로 피시방에 질질 끌려가고, 어쩌다보니 삼겹살에 소주까지. 헤롱거리는 산을 친절히 기숙사까지 데려다준 우영이 묻는다. 오늘 나랑 논 거 재밌었지. 가물가물한 눈가를 고쳐 뜬 산이 가만히 우영을 응시한다. 이때 우영은 답지 않은 긴장감을 느꼈는데, 아직 감정의 스펙트럼이 좁은 우영은 이 긴장의 근원을 그저 시나리오 진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치부하고 만다. 이 긴장감이 추후 불러올 파도를 모르고.
这句话一说完,崔伞的肋部恢复了平静,但这只是短暂的平静,最终成为战争的火种。下课后,郑友荣拉着他去了常去的炒年糕店,然后一起上了下午的教养课,想回宿舍时又被拉去网吧,最后不知怎么的还吃了烤五花肉喝了烧酒。郑友荣好心地把摇摇晃晃的崔伞送回宿舍,问道:“今天跟我玩得开心吧?”崔伞眨了眨模糊的眼睛,静静地注视着郑友荣。这时,郑友荣感到了一种不寻常的紧张感,但情感光谱还很狭窄的他,只把这种紧张感归结为对情节进展的压力,不知道这种紧张感将引发的波澜。


“솔직히 말하자면.” “说实话。”

“……”

“너 재밌어… 같이 있으면 자꾸 웃게 돼서 좋아.”
“你很有趣……和你在一起总是让我忍不住笑,我很喜欢。”


알콜로 푹 젖은 마음에 살랑살랑 내려앉는 이 말이 잊을 수 없는 어떤 한순간이 되어버릴 줄도 모르고.
酒精浸透的心中,这句话轻轻地落下,成为了无法忘记的某个瞬间。





3.


대망의 디데이.  大望的 D-Day。


며칠 동안 산을 수없이 찔러대며 낯가림을 해제시킨 우영은 어느새 최산 사용법을 터득했고, 그 중에도 ‘최산을 어떻게 구워삶아야 하는가’에 대한 항목은 A4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작전 당일. A와 친구들이 있는 술자리에 산을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맡은 우영은 대뜸 떼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 과 애들 술 마신다는데 같이 가주면 안 돼? 응 안 돼. 왜애애애애액.
几天来,郑友荣不断地逗弄崔伞,逐渐消除了他的陌生感,并掌握了“如何对付崔伞”的技巧,其中关于“如何说服崔伞”的部分甚至可以写满一整页 A4 纸。于是,在行动当天。被分配到带崔伞去和 A 及朋友们喝酒的任务后,郑友荣立刻开始撒娇。今天我们系的同学要喝酒,你能不能一起去啊?不行。为什么不行啊啊啊啊啊。


“너 안 가면 나두 못 간다니까.”
“你不去的话,我也不能去。”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这是什么胡说八道。”

“우리 이제 하나라고 했잖아아. 너 없는 자리에 내가 왜 가냐.”
“我们不是说好我们是一体的吗?没有你的地方我为什么要去。”


산의 팔에 엉겨 붙으며 잉잉 볼을 비비자 진절머리를 친다. 허나 꿋꿋함으로 중무장한 우영은 필사적으로 산에게 매달렸다. 팔에 우영을 매단 채 질질 끌듯이 언덕을 올라가던 산이 한숨을 내쉰다. 그에 잠깐 주춤한 우영이 슬그머니 떨어지자 산이 입을 연다. 알겠어 이번만이야.
崔伞的手臂上挂着郑友荣,郑友荣撒娇地蹭着他的脸颊,崔伞不耐烦地皱起了眉头。然而,坚定不移的郑友荣拼命地抱住崔伞不放。崔伞拖着挂在他手臂上的郑友荣,艰难地爬上山坡,叹了口气。郑友荣稍微停顿了一下,悄悄地松开了手,崔伞这才开口说道:“好吧,就这一次。”


입이 댓 발 튀어나온 최산을 데리고 익숙한 포차 안으로 들어가자 그보다도 익숙한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와 같은 김치전팟에 딱 최산만 추가된 라인업. 야 산아산아산아. 우리 전부 너랑 엄청 친해지고 싶었어. 너 처음처럼 마시냐 참이슬 마시냐. 산의 등장과 동시에 소란스러워진 테이블을 바라보며 정우영은 곁에 선 최산을 힐끔 쳐다봤다. 막상 데리고 오긴 했는데 왜 자꾸 얘 눈치를 살피게 되는지. 며칠 같이 다녔다고 최산의 보호자라도 된 듯이 구는 자신이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带着嘴巴嘟得老高的崔伞走进熟悉的小酒馆,里面坐着比这更熟悉的成员们。和那时一样的泡菜煎饼盘子里,只有崔伞是新加入的。嘿,伞啊伞啊伞啊。我们都想和你变得非常亲近。你是喝初饮还是喝真露?随着崔伞的出现,桌子变得热闹起来。郑友荣看着站在旁边的崔伞,偷偷瞥了一眼。虽然把他带来了,但为什么总是要看他的脸色呢?才一起待了几天,就好像成了崔伞的保护者一样,这样的自己实在是太陌生了。


술자리는 몹시 지루했다. 기다리던 최산의 등장에도 A는 뚝딱거리기 바빴고 오히려 관람객들만 성화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영은 가만히 산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다며 툴툴대던 입술이 꾹 다물려 있었다. 겨우 해제시켜놓은 낯가림이 다시 발동한 것 같았다.
酒席非常无聊。即使期待已久的崔伞登场,A 也忙得不可开交,反而只有观众们兴奋不已。在这种氛围中,郑友荣静静地观察着崔伞,度过了时间。嘴唇紧闭着,抱怨着只想在宿舍里睡个午觉。好不容易解除的陌生感似乎又重新发作了。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A와 산을 본격적으로 엮기 위해 술게임이 시작됐다. 예상대로 산은 술게임에 취약했지만 예상을 비껴간 사실 하나. 대놓고 엮어주는 분위기에도 산이 대쪽같이 꿋꿋했다는 점이다. A와의 러브샷 제안에 A의 술잔까지 본인이 가져가는 철벽 아닌 철벽으로 A의 멘탈은 로그아웃되고 만다.
在热闹的气氛中,为了正式撮合 A 和崔伞,酒游戏开始了。正如预料的那样,崔伞在酒游戏中很弱,但有一点出乎意料。即使在大家明显撮合的氛围中,崔伞依然坚定不移。面对 A 提出的 Love Shot 建议,崔伞甚至把 A 的酒杯也拿走了,这种铁壁般的防守让 A 的精神瞬间崩溃。


흡연자인 우영이 담타를 마치고 들어왔을 때 산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한 시. 가장 주량이 센 우영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거나하게 취한 것처럼 보였다. 최산은 어디 갔지? 튀었나? 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우영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혹시가 역시가 되는 순간. 화장실 벽에 기대 있는 산을 발견하고 우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吸烟的郑友荣抽完烟回来时,崔伞已经不见踪影。时间已经是凌晨一点。除了酒量最好的郑友荣,其他人看起来都已经醉醺醺的。崔伞去哪了?溜走了吗?想着要找到崔伞,郑友荣四处搜寻,最后抱着一丝希望走向洗手间。果然不出所料,他在洗手间的墙边发现了崔伞,郑友荣松了一口气。


“산아.” “伞啊。”

“……”

“많이 취했어? 슬슬 갈래?” “喝多了吗?要不要走了?”

“… 못 가.” “… 不能去。”

“뭐라고?” “什么?”

“열두 시 지나서 기숙사 못 간다고오.”
“过了十二点就不能回宿舍了。”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다들 술게임 완전.. 완전 잘해서 나 자꾸 술 마시고. 나 소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 걸리면 니가 다 마셔준다더니 거짓말쟁이. 너 진짜 밉다. 중얼대던 산이 댓 발 튀어나온 입술로 우영을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꾹 말려들어가 있던 아까의 그 입술과 교차되는 광경. 우영은 마음이 울렁이는 걸 느낀다. 오늘 계속 밑잔 깔아서 취했을 리가 없는데.
你害得我变成这样。大家玩酒游戏都玩得特别好……特别好,所以我一直在喝酒。我其实不太喜欢烧酒。你说如果我输了你会帮我喝,结果你是个骗子。我真的讨厌你。嘟囔着的崔伞用嘟起的嘴唇怨恨地看着郑友荣。那张刚才紧抿的嘴唇和现在的情景交织在一起。郑友荣感到心里一阵悸动。今天一直在垫底,按理说不应该醉的。


취한 동기들을 모두 집에 보낸 뒤 우영과 산은 근처 24시 할리스로 향했다. 자취생인 우영은 걸어서 15분 거리인 자기 집에 가자며 산을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직 집은 부담스럽다 이건가? 혼자 피시방에 가면 된다는 산을 타박하다가—이제와 생각해보니 다 큰 남자애가 새벽에 혼자 피시방에 가는 게 어때서?— 결국 타협한 것이 카페였다.
醉酒的同学们都被送回家后,郑友荣和崔伞前往附近 24 小时营业的 Hollys 咖啡店。独居的郑友荣试图说服崔伞去他家,步行只需 15 分钟,但没有成功。崔伞是不是觉得去别人家还是有点负担?郑友荣一边责备崔伞说自己一个人去网吧就行了——现在回想起来,一个成年男子半夜去网吧又有什么不妥?——最终他们妥协选择了咖啡店。


나란히 음료를 시키고 마주 앉자 산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우영을 바라봤다.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영을 바라보던 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并排点了饮料后,崔伞和郑友荣面对面坐下。崔伞像是有话要说似的看着郑友荣。为什么?郑友荣歪着头看着崔伞,崔伞小心翼翼地开口了。


“있잖아.” “你知道吗。”

“응 말해.” “嗯,说吧。”


혹시 오늘 술자리에서 A와 엮은 게 너무 티 났나? 불편했을 수도 있지. 기분 나빴을지도 모르는 거고. 산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今天在酒席上和 A 扯上关系是不是太明显了?可能让人感到不舒服。也许让人心情不好。考虑到崔伞的性格,这种关注可能会让他感到有压力……


“친구들이랑 화해한 거야?” “和朋友们和好了吗?”

“엉?” “嗯?”

“니가 그랬었잖아. 친구들이랑 싸웠다고…” “你不是说过吗?你和朋友们吵架了…”


아.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기분에 우영의 표정이 굳는다.
像是被重重打了一下头一样,郑友荣的表情僵住了。


“오늘 술자리에서 화해한 거면 다행이고…”
“今天在酒席上和解的话,那就太好了…”

“……”

“그럼 이제… 다음 주부터는 다시 걔네랑 다닐 거야?”
“那你下周开始又要和他们一起走了吗?”


그니까 최산은… 우영이 친구들이랑 싸워서 같이 앉을 수가 없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거였다. 천성적인 낯가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랑 싸웠다’는 말이 신경 쓰여서 며칠 동안 같이 밥도 먹어주고 수업도 들어주고 심지어 술자리까지 동행해준 것이다. 그러다가 우영이 친구들이랑 화해한 것 같으니 ‘이젠 나랑 같이 수업 안 듣고 같이 밥 안 먹을 거냐’고 묻는 바보. 대놓고 물을 용기는 없어 요점을 빙빙 도는 주제에 걔의 눈빛은 너무도 투명해서……
所以崔伞……他真的相信了郑友荣因为和朋友吵架而不能和他们一起坐的说法。尽管他天生有些害羞,但因为在意“和朋友吵架”这件事,几天来他一直陪着友荣吃饭、上课,甚至还陪他去喝酒。结果,当友荣似乎和朋友们和好了之后,这个傻瓜竟然问他:“现在你是不是不和我一起上课、不和我一起吃饭了?”虽然他没有勇气直接问,但他的眼神却是那么透明……


우영은 이제야 깨닫는 것이다. 학기 중간이 되도록 최산과 친한 애가 한 명도 없었던 이유를. 누르면 누르는 대로 푹 들어가는 가판대 복숭아처럼 구는 게 지금까지 걔를 둘러싼 방어력은 그저 ‘친해질 거 아니면 누르지 마십시오’였음을. 
郑友荣现在才意识到,学期过半,崔伞一个朋友都没有的原因。就像一个被按下去就会凹陷的摊位桃子一样,他的防御机制一直都是“如果不打算亲近,请勿触碰”。


작전에 대한 사명감보다 호기심이 앞서기 시작한 걸 부정할 수 없었다. 
无法否认的是,比起对任务的使命感,好奇心开始占了上风。